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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조금 수백억 원을 받아 청소년에게 경제교육을 한다는 사람들의 경제관념은 ‘(눈먼) 돈은 먹는 놈이 임자’였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기획재정부로부터 5년 동안 보조금 270억 원을 받아 청소년 경제교육 지원 사업을 주관하면서 36억 원을 빼돌린 혐의(횡령)로 한국경제교육협회(한경협) 고위 간부 허모 씨(48·여) 등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6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허 씨는 2009∼2013년 A사에 청소년 경제교육용 신문인 ‘아하경제신문’ 제작을 비롯한 130억 원대의 사업을 수의계약으로 몰아주고 국고보조금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허 씨 등은 A사에 가짜 직원을 등록하고 직원 급여 명목으로 돈을 빼돌리거나 A사 하청업체에 비용을 부풀려 지급하고 차명계좌로 돌려받는 수법을 썼다. 아예 거래가 없는 업체에 편집 용역비 명목으로 돈을 지급한 뒤 되돌려 받기도 했다. 청소년 경제교육용 교재는 A사가 다른 업체에 재하청을 줘 만들었다. A사를 실질적으로 설립한 것도 허 씨였다. 허 씨는 자신의 남편인 방모 씨(51)와 남편의 대학 동문인 이모 씨(52)에게 A사의 공동대표를 맡겼고 형부를 감사로, 조카를 직원으로 고용했다. 빼돌린 돈으로는 경마를 하고 고가의 외제차를 구매했으며 일부는 아파트 전세자금으로 썼다. A사 설립 자본금 5000만 원도 국고보조금을 빼돌려 조달했다. 경찰이 압수한 이 씨의 수첩에서는 ‘돈은 먹는 놈이 임자다!’라는 메모가 발견됐다. 경찰은 방 씨와 이 씨를 횡령 혐의로 입건했다. 경찰은 또 이 씨로부터 “사업을 수주할 수 있게 해 달라”는 청탁을 받고 2010년 4월부터 2013년 5월까지 매달 300만∼600만 원씩 모두 1억6000여만 원을 상납받은 혐의(배임수재)로 이 협회 사무총장 박모 씨를 구속했다. 상납된 돈은 교육용 교재의 발송 용역비를 부풀려 빼돌린 국고보조금이었다. 박 씨와 허 씨 등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재부가 2010년 11월 감사를 통해 협회가 A사에 수의계약으로 사업을 몰아주고 있고 보조금 관리가 허술하다고 지적했지만 범행은 계속됐다. 허 씨는 경쟁입찰을 위장해 지인들을 입찰 심사위원으로 선정한 뒤 업체 심사평가 때 선정 업체를 공란으로 비워놓게 하고 A사나 A사 하청업체를 낙찰시켰다. 비리를 감시해야 할 기재부 관련 팀 공무원 12명은 이 씨 등으로부터 자문비 심사비 명목으로 40만∼100만 원 상당의 현금과 선물세트를 수차례 받았다. 해당 공무원들은 기재부에 징계 통보됐다. 한국경제교육협회는 2008년 12월에 설립됐다. 기재부는 2009년 5월 경제교육지원법이 제정되자 이 협회를 주관기관으로 지정했으며 이명박 정부 실세 인사인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 협회 설립에 관여했다는 설이 나오면서 특혜 논란이 일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국가가 아닌 단체나 기관이 국가보조금을 사용하는 사업을 발주할 때에도 경쟁입찰 방식으로 수주 업체를 선정할 것을 보조금 교부 조건에 명시해야 하고 관련 부처는 사업자가 예산을 용도에 맞게 사용하는지 정기적인 감사와 수시 관리감독을 통해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서울의 한 여고 교사가 학부모로부터 수천만 원을 받고 중간·기말고사 문제를 유출한 혐의로 12일 경찰에 체포됐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이날 오전 서울 양천구의 한 사립 여고 국어교사 A 씨(57)를 자택에서 체포하고 해당 여고에 수사관 6명을 보내 교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시험지 관련 자료와 A 씨로부터 시험문제를 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학생들의 성적표 등을 확보했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6회에 걸쳐 국어, 영어, 수학 과목의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시험 문제를 B 양에게 보여주고 학부모로부터 모두 2000여만 원을 수수한 혐의(업무방해·배임수재)를 받고 있다. A 씨는 한 번에 수백만 원씩을 현금이나 계좌로 받은 것으로 조사됐으나 “빌린 돈”이라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조사 결과 A 씨는 완성된 시험지를 보여주고 돌려받거나 시험 문제를 따로 정리한 문서를 아예 건네줬다. 과외 강습 형식을 빌려 시험 문제와 같은 유형의 문제를 풀게 하는 수법으로도 문제를 유출했다. 시험 문제를 구하기 어려울 때는 B 양에게 다른 교사를 연결해주기도 했다. 경찰은 A 씨가 자신의 담당 과목인 국어 시험지 외에 영어와 수학 시험지를 빼낸 혐의도 잡고 이들 과목 교사도 A 씨나 B 양에게 출제 유형을 알려주거나 문제를 유출했는지 조사하고 있다. A 씨는 수년간 담임을 맡지 않았으나 2012년 초 2학년이 된 B 양 부모를 상대로 진학상담을 하다 “시험 문제를 알려 주겠다”며 먼저 범행을 제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B 양은 3학년 1학기까지 A 씨로부터 시험 문제를 받았다. 하지만 B 양의 성적은 크게 오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계좌 추적과 통신수사 결과를 토대로 A 씨가 B 양 이외에 2, 3명의 학생에게도 시험 문제를 유출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경찰은 A 씨에게 돈을 건넨 학부모도 혐의가 입증될 경우 업무방해 등으로 입건할 방침이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경찰청은 인터넷 사기에 사용됐다고 신고가 된 전화번호로 전화가 걸려오거나 문자메시지가 오면 화면으로 미리 알려주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경찰청 사이버캅’(사진)을 11일부터 구글 플레이 스토어를 통해 배포한다. 이 앱은 경찰청 사이버범죄 신고 홈페이지에 최근 3개월 내에 3회 이상 신고된 전화번호를 표시해줘 인터넷으로 물품을 공동 구매한다며 대금을 받은 뒤 돈만 가로채는 사기 피해 등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앱은 판매자의 전화번호와 계좌번호가 인터넷 사기에 사용됐던 것인지 검색하는 기능을 제공하고 새로운 스미싱(문자메시지를 사용한 금융 사기) 수법이 등장하면 알려준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군함과 군부대의 기계실 분전반 등에 화재가 발생했을 시 초기에 자동 진화하도록 설치된 소화 장치 4000여 개가 부실 시공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소화 장치 납품업자는 가격을 10배나 부풀려 80여억 원을 가로챘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2008∼2013년 19회에 걸쳐 대당 20만 원짜리 소(小)공간용 자동 소화 장치를 대당 200만 원으로 부풀려 군부대에 총 4228대(98억 원어치)를 납품한 혐의(사기 등)로 S사 대표 김모 씨(55)에 대한 구속영장을 9일 신청했다고 11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 씨는 소방 설비 기사를 고용하지 않고 일용직 근로자에게 소화 장치를 설치하도록 한 혐의도 받고 있다. 전문 기술이 없는 사람이 소화 장치 내 화재 감지기 역할을 하는 튜브를 화재 발생 우려가 있는 위치에 정확히 설치하지 않았기 때문에 화재가 발생해도 장치가 작동하지 않을 위험이 큰 것으로 확인됐다. 김 씨로부터 소화 장치를 구매한 곳은 해군 제2함대사령부와 육군 재정관리단, 공군 등이며 소화 장치는 육해공군 각 함정과 부대의 변전실 등 173곳에 설치됐다. 경찰 관계자는 “부실 시공 탓에 함정 등에서 화재 발생 시 초기 진화가 안 돼 대형 참사로 번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소화기를 직접 생산하지도 않았으면서 소화기 생산업체 M사에서 소화 장치를 구매한 뒤 재향군인회의 명의를 빌려 군부대에 납품한 것으로 드러났다. 재향군인회에는 납품액의 3∼5%를 성금 명목으로 지급했다. 경쟁 입찰 시에는 M사와 S사를 들러리로 내세워 대당 5만∼10만 원을 더 써내게 하고 계약을 따냈다. 경찰 관계자는 “김 씨는 예비역 대령이 속한 회사 등에 컨설팅 비용으로 18억 원을 지급했다”며 “군 관계자 등을 상대로 납품경위와 유착 여부를 수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지난달 21일 288번째 세월호 참사 희생자가 발견된 지 보름 만에 289번째 사망자가 발견됐다. 세월호 사고 지점으로부터 약 40km 떨어진 곳에서 시신이 수습되자 시신 유실 가능성에 대한 실종자 가족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범정부사고대책본부는 5일 오전 6시 39분경 세월호 실종자인 조충환 씨(44)의 시신이 전남 신안군 흑산면의 무인도인 매물도 북동쪽 1.8km 지점 해상에서 발견됐다고 발표했다. 세월호 침몰 지점으로부터 북서쪽으로 40.7km 떨어진 곳이다. 조 씨의 시신은 매물도 인근에서 작업을 하던 어민 이모 씨(65)가 발견했다. 신안군 도초면의 작은 섬 화도에 사는 이 씨는 이날 오전 어선 유성호(5.89t)를 몰고 흑산면 매물도로 조업을 나가 우럭, 장어를 잡기 위한 그물을 설치하다가 유성호의 2, 3m 옆으로 검은색 바지를 입은 시신이 떠내려가는 것을 발견하고 목포해경에 신고했다. 대책본부는 오후 2시경 진도 팽목항에서 1차로 지문을 확인했으며 정확한 확인을 위해 DNA 검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로써 5일 현재까지 발견되지 않은 세월호 실종자는 15명으로 줄었다. 이날 발견된 조 씨는 세월호 생존자인 조모 군(7)의 아버지다. 조 씨는 제주도 출장 겸 가족여행을 위해 큰아들 조모 군(11), 아내 지혜진 씨(44)와 세월호에 탑승했으나 둘째 아들 조 군을 제외한 나머지 가족은 탈출하지 못하고 사망했다. 조 씨 가족 중 유일하게 구조된 둘째 아들은 현재 외할머니와 지내고 있다. 조 군의 외삼촌 지모 씨(43)는 “조카는 엄마와 아빠, 형이 하늘나라로 여행을 가 거기에서 잘 살고 있는 줄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사고 당일 둘째 아들이 아침을 먹고 “놀러가겠다”며 혼자 선실을 나선 지 20여 분 뒤 갑자기 배가 기울었고 조 씨 부부는 둘째 아들을 찾으러 여객선을 헤매고 다녔지만 모두 숨졌다. 큰아들은 할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엄마 아빠는 ○○이 찾으러 나갔다. 지금 배가 자꾸 기울고 있는데 할머니가 기도해 달라”는 말을 되풀이했다고 한다. 조 씨의 큰아들과 아내는 4월 18일과 22일 각각 세월호 선내에서 숨진 채로 발견됐다. 조 군의 외삼촌 지 씨는 “사랑하는 가족들이 가는 길도 함께하라고 아직 장례를 치르지 않았다”며 “매형이 사랑하는 아들, 아내가 더이상 병원 영안실에서 추워하지 말라고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조 씨의 아내 지 씨는 사고 당시 기울어진 배 안에서 잃어버린 자식이 오면 주려고 구명조끼를 입지 않고 품에 안고 있는 모습이 승객이 촬영한 휴대전화 영상으로 공개돼 많은 사람의 가슴을 더욱 아프게 했다. 범정부사고대책본부는 사고 지점 반경 11km 해역에 쌍끌이 어선 수색, 닻자망 그물 등으로 시신 유실 방지선을 설치했지만 조 씨의 시신은 사고 지점에서 북서쪽으로 40.7km 떨어진 곳에서 발견됐다. 이처럼 시신 유실 방지선에 구멍이 뚫린 원인에는 여러 가능성이 있다. 먼저 사고 초기 세월호 밖으로 유실됐을 가능성이다. 대책본부는 사고 3일째인 18일에야 저인망 어선을 투입했고 4일째에 주변 해역에 그물망을 쳤다. 기상 악화로 수색이 중단된 1일부터 3일 사이에 시신이 선체 밖으로 유실돼 멀리까지 흘러갔을 수도 있다. 조 씨의 시신을 발견한 유성호 선장 이 씨는 “맹골수도에서 매물도까지는 물길이 통해 평소에도 조류가 강할 때는 2, 3일이면 매물도까지 유류물이 떠내려간다”고 말했다. 현재 사고 지점에서 20km 이상 떨어진 해역의 수색은 사실상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진도=이건혁 기자 gun@donga.com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신안=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21명의 목숨을 앗아간 전남 장성군 효사랑요양병원 화재 참사 유가족들이 시신의 손목에 묶였던 자국이 남아있다며 사고 당시 ‘결박’ 의혹을 제기했다. 경찰은 29일 오전 7시부터 오후 5시까지 10시간 동안 효사랑요양병원을 압수수색해 병원 기록물과 컴퓨터, 각종 서류 등을 압수했다. 유가족들은 이날 오후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장성군 홍길동체육관에서 피해자들의 손목 등을 찍은 사진을 공개하며 “시신에 수갑 찬 것처럼 자국이 남아 있다”고 주장했다. 사진 속 피해자들은 손목에 검붉은 색을 띤 상처 자국이 일부 남아 있었다. 경찰은 이날 시신 전원의 부검을 실시했다. 화재 당시 손목 등이 결박됐거나 신경안정제나 수면제가 과다 투여된 사망자가 있었는지를 분석하고 있다. 부검 결과는 2주 뒤에 나온다. 노규호 장성경찰서장은 “일부 환자가 손발이 묶여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한 소방관에게 거짓말탐지기를 동원하는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통해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사고 병원의 입원 환자로 이번 방화의 유력한 용의자인 김모 씨(82)는 앞선 28일 경찰 조사에서 화재 당시 행적에 대해 “옆에 있던 사람이 변을 보고…” “나도 대학 나왔고…” 등 횡설수설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정신이 또렷하지 않은 사람을 조사했던 경험이 있는 전남지방경찰청 소속 프로파일러(범죄심리분석수사관)를 29일 김 씨 조사에 투입했다. 김 씨의 부인(75)은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화재 직후인) 28일 오전 2시경 남편과의 통화에서 ‘내가 죽었어야 하는데 나는 안 죽고 살아 있네. 다른 사람들이 많이 죽었다’라고 말했다”며 “남편은 (그동안) 요양병원 생활에 만족했고 평소 불을 무서워했다”고 말했다. 장성경찰서는 김 씨에 대해 29일 방화 치사상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김 씨는 발화 장소인 병원 별관 2층 3006호실에 들어갔다가 화재 발생 약 3분 전 나오는 모습이 폐쇄회로(CC)TV에 찍혔다.장성=곽도영 기자 now@donga.com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잇따른 참사로 대한민국이 패닉(극도의 혼란)에 빠졌다. 28일 전남 장성군 삼계면 효실천사랑나눔요양병원에서 난 화재로 21명이 숨졌다. 대부분 치매 노환 등으로 거동이 불편한 노인이었다. 병원 폐쇄회로(CC)TV를 확인한 경찰은 80대 치매 환자 김모 씨(82)를 유력한 방화 용의자로 지목하고 조사하고 있다. 이날 서울에서도 아찔한 사고가 이어졌다. 오전 10시 51분경 지하철 3호선 매봉역을 출발해 도곡역으로 진입하던 오금행 전동차 안에서 불이 났다. 정부를 상대로 낸 소송 결과에 불만을 품은 승객 조모 씨(71)가 시너 11병과 부탄가스 4통 등 인화물질이 든 가방에 갑자기 불을 붙였다. 마침 같은 칸에 탔던 서울메트로 직원 권순중 씨(47)가 소화기를 꺼내 불을 껐고 다른 승객이 119에 신고하면서 초기 진화에 성공해 부상자는 1명에 그쳤다. 지난달 16일 세월호 참사에 이어 2일 지하철 2호선 전동차 추돌, 26일 경기 고양종합터미널 화재 등 연이은 대형 재난에 국민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주부 박혜진 씨(40)는 “무엇보다 어디가 안전하고 어디가 위험한지 모른 채 생활해야 한다는 것이 무섭다”고 말했다.장성=조종엽 jjj@donga.com / 이건혁 기자 ▼ 공중시설 점검하라 ▼백화점-콘서트장 등도 안심 못해… 방화셔터-비상구 원점서 재점검을28일 오후 서울 중구의 한 백화점 의류매장. 화재 때 불길과 연기를 차단하는 방화셔터 바로 아래에 마네킹들이 서 있었다. 식품매장 내 방화셔터 자리에는 아예 판매시설이 자리 잡고 있었다.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내 체조경기장은 가수들의 콘서트 무대로 인기가 많다. 23∼25일 국내 최고 인기 남성그룹 ‘엑소’의 콘서트도 여기서 열렸다. 그러나 이곳은 전문 공연장이 아니다. 한번에 최대 1만5000명의 관객이 들어차지만 객석 측 출입구는 단 세 곳이다. 개방되는 문은 폭 3m짜리 7개뿐이다. 사고가 났을 때 탈출이 쉽지 않고 2차 사고마저 우려된다. 28일 둘러본 서울 도심의 한 요양병원 복도에는 각종 재활기구와 의료장비가 쌓여 있었다.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이 부축을 받거나 휠체어를 이용해 대피할 때 장애물이 될 수 있다. 크고 화려한 디자인의 다중이용시설이 속속 등장하고 고령화로 인해 요양시설이 급증하고 있지만 안전의식이나 정부의 점검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동호 인천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다중이용시설 안전등급제를 도입해 이용객들이 안전한 곳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고 제안했다.김범석 bsism@donga.com·임희윤 기자 ▼ 국민들도 훈련하자 ▼재난대피훈련 대부분 대충대충… 내 안전 지키려면 실전같이 해야“불이야”를 외치고 비상벨을 누른다→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으로 대피한다→물에 적신 담요나 수건으로 몸과 얼굴을 감싼다→연기가 많을 때는 낮은 자세로 이동한다…. 소방방재청이 밝힌 화재 발생 시 행동 요령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이 정도야 다 아는 것 아니냐”고 말한다. 그러나 시뻘건 불길과 매캐한 유독가스에 한 번이라도 맞닥뜨린 사람들은 “아무 생각이 나지 않는다”며 고개를 가로젓는다. 종이 속 요령이 몸에 배지 않은 탓이다. 방화 설비를 제대로 갖춰도 이를 제대로 활용할 줄 모르면 무용지물이다. 미리 내용을 알려주고 실시하는 ‘친절한 훈련’은 진짜 재난 때 목숨을 위협하는 독이 된다. 방화셔터 스프링클러의 수와 작동 여부나 따지는 형식적 점검 대신 유독가스의 움직임과 속도, 대피자의 이동 속도를 시뮬레이션하고 이를 바탕으로 진짜 훈련을 해야 한다. 정재희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세월호 참사로 안전에 대한 관심은 높아졌지만 현실에서 개개인이 노력하고 있는지 묻는다면 대답은 ‘아니다’일 수밖에 없다”며 “각자의 몸에 배지 않고서는 안전 매뉴얼이나 수칙은 절대로 지켜질 수 없다”고 말했다.이성호starsky@donga.com·신광영 기자}

“불이야!” 28일 0시 24분 전남 장성군 삼계면 소재 효실천사랑나눔(효사랑) 요양병원 별관 2층 3006호에서 불길이 솟아올랐다. 이 병원 별관 1, 2층에는 총 78명의 환자가 있었고 대부분은 잠을 자고 있었다. 본관에 있던 간호사가 비상벨 소리를 듣고 0시 27분 소방서에 신고했다. 0시 31분 소방대가 현장에 도착해 2분 만에 큰 불길을 잡았지만 입원 환자 20명과 간호조무사 1명이 숨지고 8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고령에 치매를 앓던 노인들이 수면 중 유독가스를 피하지 못해 인명 피해가 커졌다.○ 치매 노인들 잠자다 그대로 질식 사망자 21명(남성 16명, 여성 5명)은 모두 환자 34명과 간호조무사 1명이 있던 별관 2층에서 나왔다. 소방관들이 환자가 누워 있는 침대를 간호 접수대까지 밀고 나온 뒤 환자를 업고 빠져나오길 되풀이했지만 모든 환자를 구하지는 못했다. 별관 2층에 진입해 환자들을 구출한 한 소방관은 “환자 7명은 자력으로 탈출했고, 일부는 구조됐지만 주무시고 계셨던 분들이 대부분이어서 미처 연기를 피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무사히 대피해 목숨을 건진 한 환자는 “저녁에 수면제를 처방받아 먹은 사람들은 못 빠져나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고령 사망자는 92세의 양의묵 할아버지이고 80대 사망자도 5명에 이른다. 병원 측은 화재 당시 2층에 간호사 1명과 간호조무사 1명 등 2명이 있었다고 주장했지만 경찰은 “간호조무사 1명만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야간에 간호조무사 1명이 수십 명의 환자를 돌보도록 한 조치가 적절했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불상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고 유사시에 환자들을 모두 대피시키기에는 인력이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이 간호조무사는 홀로 불을 끄려다 연기에 질식해 숨졌다. 1층에 있던 환자 44명은 모두 구조됐다. 별관 1층에 있던 환자 이채규 씨(71)는 “자다가 ‘불이야’ 소리가 들렸고 사람들이 우르르 병실을 빠져나갔다”며 “연기가 가득 차 있어서 벽을 손으로 더듬으면서 뛰어나왔다”고 말했다. 탈출한 환자 김재후 씨(70)는 “원래 병실 문은 잠겨 있다가 비밀번호를 입력해야 열리는데 문이 열려 있었다”고 말했다. 화재 뒤 1층 근무 간호사가 문을 연 것으로 추정된다. 15명의 병원 본관 근무자는 119구조대, 경찰과 함께 환자를 구조하고 본관 앞마당에서 심폐소생술을 했지만 유독가스에 질식해가는 환자들을 구하기 위해 별관 2층에 들어갔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이병길 장성소방서 소방교는 “의사와 간호사들이 비상벨 소리에 뛰어나와 심폐소생술을 했지만 별관 2층에 들어가서 환자를 데리고 나왔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사고 초기 ‘일부 환자의 손이 묶여 있어 대피하지 못했다’는 이야기가 돌았지만 경찰은 감식 결과 그런 정황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병원 측의 과실이 있는지 밝히기 위해 소방점검과 근무기록 등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이날 신청했다.○ 치매 환자가 유력 용의자 경찰은 별관 2층에 입원해 있던 환자 김모 씨(82)를 유력한 방화 용의자로 보고 장성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김 씨를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 별관 2층에 설치돼 있는 폐쇄회로(CC)TV에는 화재 3분 전 김 씨가 처음 화재가 난 3006호에 들어갔다가 나오는 장면이 촬영돼 있었다. 경찰은 김 씨 외에는 이 시간대에 복도에 나온 환자가 없다고 밝혔다. 김 씨는 원인이 명확하지 않은 뇌경색 증세로 1일 이 병원에 입원했으며 치매 증세도 있었다. CCTV 화면에서 김 씨는 담요로 추정되는 물건을 들고 0시 15분경 자신의 병실인 3002호에서 나와 0시 16분 42초 화재 발생 장소인 3006호에 들어갔다. 5분 뒤인 0시 21분 30초경 3006호에서 나올 때는 빈손이었다. 그리고 약 3분 뒤인 0시 24분에 불길이 올랐다. 화재 현장에서는 라이터의 잔해가 발견됐다. 김 씨가 라이터를 갖고 들어간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3006호는 침대나 이불 등을 쌓아 놓는 창고로 쓰였다”며 “어디에 불이 붙으면서 화재가 시작된 것인지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김 씨는 경찰 조사에서 방화 혐의를 부인했다. 김 씨는 관련 전과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의사 자문 결과 김 씨의 증세가 심하지 않아 혼자서도 조사를 받을 수 있는 상태인 것으로 판단하고 심적 안정을 취하게 하고 방화 여부를 규명할 방침이다.○ 일주일 전 점검에는 “이상 없음” 최근 이 병원에 대해 안전 점검이 두 차례 이뤄졌지만 ‘이상 없음’이라는 결과가 나와 점검이 부실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전남도가 세월호 참사 이후 위기 관련 매뉴얼 현장 작동 여부 점검을 지시하자 병원 측은 소방설비 구비 여부 등을 자체적으로 점검한 뒤 9일 장성군에 “이상이 없다”고 보고했다. 장성군도 21일 직원들이 현지 점검을 했지만 별다른 이상을 확인하지 못했다. 또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야간에 요양병원은 환자 200명이 넘으면 당직 의사를 최소 2명 배치해야 하지만 이 병원은 환자가 324명이었음에도 사고 당일 밤 당직 의사를 1명만 배치한 것으로 드러났다.장성=조종엽 jjj@donga.com·권오혁광주=박성진 기자 사망자 명단 (21명·가나다순)△기세영(75) △김귀남(53·여) △김영례(74·여) △김재명(82) △김종만(51) △박기녀(88·여) △박의웅(77) △박인귀(75) △박종신(85·여) △안종길(81) △양의묵(92) △유재복(58) △이복순(76·여) △이상규(62) △이순열(72) △이순응(67) △임동운(62) △장이식(53) △정윤수(88) △최병섭(70) △홍기광(71)}

용접 불티가 가스 배관에 옮겨 붙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고양종합터미널 화재는 안전수칙을 지켰다면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인재(人災)였다. 경기북부소방재난본부는 “터미널 지하 1층 내부 인테리어 공사 현장에서 용접 작업 중 튄 불티가 누출된 도시가스에 옮겨 붙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가스에 붙은 불이 근처에 있던 공사 자재 등으로 다시 옮겨 붙으면서 대형 화재가 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시공업체가 용접 작업 시 화재 방지 조치를 규정대로 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용접 작업 시 발생하는 불티는 3000도 이상의 고온이고 풍속이 강하면 15m 이상까지 튈 수 있다. 산업안전보건 기준에 관한 규칙은 통풍이나 환기가 잘 안되고 가연물이 있는 건축물 내부에서 용접을 하는 경우 불티가 날리지 않게 불티 방지 덮개와 용접 방화포 등을 사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작업장 내 위험물 현황을 파악하고 인화성 물질에 불이 옮겨 붙지 않도록 한 뒤 소화 기구를 비치해야 한다. 안전보건공단의 기술 지침도 용접은 인화성 물질이 없는 곳에서 하고 그럴 수 없을 경우에는 가연성 물질을 미리 제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부득이하게 화재 발생 우려가 있는 장소에서 작업할 때는 불이 났을 때 바로 끄고 비상경보를 울릴 수 있도록 화재 감시인을 배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정기신 세명대 소방방재학교 교수는 “불이 붙을 수 있는 물질을 치우지 않고 용접을 했다면 자살행위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김인태 화재보험협회 부장은 “불을 사용하는 작업을 할 때는 건물 관리자가 알 수 있도록 사전에 화기 작업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도시가스가 왜 누출됐는지도 수사를 통해 밝혀야 할 대목이다. 경기 일산경찰서 관계자는 “공사장 근로자들은 ‘작업 전 가스 밸브를 잠근 상태에서 공사를 했다’고 진술하고 있다”며 “가스 밸브를 제대로 잠그지 않은 것인지, 가스밸브 자체에 이상이 있던 것인지에 수사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비교적 짧은 화재 시간과 규모에 비해 유독가스가 대량 발생한 것은 공사 자재와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CJ푸드빌은 지하 1층에 식당, 미용실, 상점 등이 입주하도록 수도 전기 등을 설치하고 내부를 구획하는 벽을 세우는 설비공사를 하는 중이었다. 내부에 설치하기 위해 비치해 놓은 인테리어용품 등이 불에 타면서 유독가스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 고양시청 관계자는 “점포와 점포를 가르는 칸막이벽에 샌드위치 패널 같은 가연성 소재를 썼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고양종합터미널 건물을 시공한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지하 1층의 마감재는 불에 잘 타지 않도록 벽과 천장은 석고보드로, 바닥은 대리석과 비슷한 폴리싱 타일 소재가 쓰였다”고 말했다. 화재와 직접 관련됐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사고 전부터 현장에서 인화성 물질 냄새가 심하게 났다는 증언도 나왔다. 인근에서 부동산을 운영하는 박상균 씨(42)는 “사고 5일 전부터 공사 현장 근처에서 시너나 기름 냄새가 진동했다”며 “구청 민원실에 민원을 했는데도 해결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화재보험협회에 따르면 용접 및 절단 작업 중 일어난 화재는 지난해에만 1017건으로 전체 화재 건수(4만932건)의 2.5%에 이른다. 인명 및 재산 피해도 크다. 지난해 3월 전남 여수시의 한 공장에서는 분말 상태의 플라스틱을 저장하는 탱크의 보강판을 용접하던 중 불꽃이 탱크 내에 남아있던 가루에 옮겨 붙어 폭발해 6명이 사망하고 11명이 다쳤다. 2008년 12월 경기 이천시 물류창고에서도 냉장실 문틀을 수리하기 위해 용접을 하던 중 불티가 벽체 샌드위치 패널에 옮겨 붙어 7명이 사망하고 건물이 모두 타 721억 원의 재산피해를 냈다.조종엽 jjj@donga.com / 고양=이건혁 기자}

《 초대형 참사에 대응을 잘못한 것은 마찬가지였지만 그것을 평가하는 한국과 일본의 사고 수습 주체는 서로 다른 자세를 보였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확산을 막아 ‘일본을 구한 남자’로 평가받는 현장 발전소장은 자신의 일부 잘못된 판단에 대해 솔직한 반성을 했다. 반면 세월호 참사에 대해 한 해양경찰 중간간부가 반성문이라며 22일 올린 글은 ‘변명의 글’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 ▼ “네 탓” 변명급급 해경 ▼해경간부 반성문 형식 ‘해체 50가지 죄’ 글, “권한 없고 구조 어려웠다” 주장… 비난 폭주한 해양경찰 중간간부가 22일 반성문 형식을 빌려 내부 통신망에 해경 해체를 자초한 것을 자책하는 글을 올렸지만, 인터넷에서는 ‘책임 회피용 글’이라는 비판이 쏟아지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해경 해상안전과 손모 경정은 22일 내부통신망에 올린 ‘해경이 해체로 가게 된 50가지 죄’라는 글에서 사고 원인 관련 20가지, 구조 관련 20가지, 한국해양구조협회 관련 10가지 등 모두 50가지 죄가 해경 해체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세월호 침몰 원인에 대해 “(해경은) 적재중량을 선사 임의대로 작성한 것을 믿은 죄, 선원들의 저임금 고령화로 교육의 효과와 책임감이 떨어져 선박안전에 문제가 될 수 있음을 예측하고도 고민만 한 죄가 있다”고 썼다. 형식은 반성문이지만 대부분의 내용은 해경이 제도적 한계로 어쩔 수 없었다거나 홍보 부족을 탓하는 내용이 담겼다. 손 경정은 △권한은 없는데 책임만 지겠다고 한 죄 △기술적이고 전문적이어서 해양수산부가 심사하지 않는 운항관리규정을 해경이 직접 심사한 죄 △운항면허를 내주는 항만청에 면허 조건으로 적재중량을 표시하라고 말하지 않은 죄 △122홍보를 언론에 적극적으로 요청하지 않은 죄 등이 해경을 해체로 이끌었다고 지적했다. ‘죄’라는 표현을 빌렸지만 사실상 해수부 등 다른 기관에 책임이 있다고 한 것이다. 손 경정은 사고 초기 해경이 선내에 진입해 승객을 구조하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선 “145m 높이의 6, 7층 건물이 45도 기울어 언제 붕괴될지 모르는 상황”에 빗대며 구조가 어려웠음을 강조했다. 이 글이 알려지자 인터넷 사이트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는 비판 의견이 쇄도했다. 한 트위터리안은 “이게 반성문인가. 해경이 아직도 국민을 기망하려 한다”(아이디 ‘onsae***’)는 글을 올렸다. 손 경정은 인터넷에서 논란이 일자 해당 글을 삭제했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내 탓” 반성절절 일본 ▼‘日을 구한 남자’로 평가받는 故 요시다 소장… “냉각제어 몰라 엉뚱한 지시” 조사위에 고백2011년 3·11 동일본 대지진 당시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 사고 수습을 현장에서 지휘해 ‘일본을 구한 남자’로 평가받는 요시다 마사오(吉田昌郞·사진) 소장의 솔직한 반성이 일본에 깊은 여운을 남기고 있다. 식도암으로 투병하던 그는 지난해 7월 58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23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요시다 소장은 비상시 원자로를 냉각하는 비상용복수기(IC) 제어법을 제대로 몰라 잘못 대응했다고 정부 사고조사·검증위원회에 털어놓았다. 그에 대한 청취조사는 2011년 7월 22일부터 11월 6일까지 13회에 걸쳐 29시간 16분간 진행됐다. 일본 정부는 이를 일문일답 기록(일명 요시다 조서)으로 작성해 내각관방(한국의 총리실에 해당)에 보관하고 있다. 요시다 소장은 사고 당일 중앙제어실 운전원이 IC가 제대로 기능하지 않는 것을 발견하고 냉각수 보충을 요청했으나 자신은 원자로에 물을 보낼 준비를 하라는 지시만 했다고 말했다. 사고 당일 오후 10시경 1호기 원자로 건물의 방사선량 상승 소식을 듣고서야 IC에 이상이 있음을 의심했다. 일본 정부는 이날 오후 6시에 노심이 손상되기 시작했고 오후 8시에 노심이 녹아내린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IC를 실제로 작동한 것은 20년 일하던 중 처음이라면서도 “나는 지금 맹렬히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신문은 요시다 소장이 “내 생각에만 빠졌다” “현장의 긴급 연락이 전해지지 않았다”는 반성의 말을 조서 곳곳에 남겼다고 전했다. 사고 발생 4일 뒤 현장 근무자의 90%가 자신의 명령을 어기고 탈출했다고도 밝혔다. 요시다 소장은 대지진 다음 날 간 나오토(菅直人) 당시 총리와 도쿄전력의 지시를 무시하고 원전에 바닷물 주입을 계속해 사고 확산을 막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도쿄=배극인 특파원 bae2150@donga.com}
청해진해운의 실소유주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73)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이 22일 발부됐다. 인천지검 특별수사팀(팀장 김회종 2차장)은 전날 기독교복음침례회(일명 구원파)의 총본산인 경기 안성시 금수원을 수색했음에도 유 전 회장의 신병 확보에 실패하자 이날 법원에 집행불능 보고서와 함께 구인장을 반납했다. 검경은 유 전 회장을 추가로 지명수배하고 수배전단을 배포했다. 경찰청은 유 전 회장 검거 보상금으로 5000만 원을, 대균 씨 검거 보상금으로 3000만 원을 내걸었다. 검찰은 유 전 회장 부자를 숨겨주거나 도피를 도운 사람도 범인 은닉 및 도피죄로 처벌하기로 했다.인천=장관석 jks@donga.com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지방의회 의원 1명이 1년 동안 발의한 조례가 평균 1건뿐인 것으로 나타나 지방의회의 생산성이 ‘낙제점’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의원들은 의회에 출석하는 대가로 하루에 약 40만 원의 의정활동비를 챙기고 있다. 시민단체 ‘바른사회시민회의(바른사회)’가 6·4지방선거를 앞두고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7개 시도의회 의원 855명이 총 904건의 조례를 발의했다. 의원 1명당 조례 발의 건수는 평균 1.06건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기초의회도 의원 1명당 조례 발의 건수가 0.92건으로 부실했다. 여러 의원이 하나의 조례를 공동 발의하는 경우가 대부분임을 감안하면 사실상 1년 내내 조례 1건도 발의하지 않은 의원이 상당수였던 셈이다. 시도의회별 1명당 조례 발의 건수는 편차가 컸다. 세종시의회는 지난해 의원 15명이 60건을 발의한 반면 경남도의회는 59명이 1년 동안 25건의 조례를 발의하는 데 그쳤다. 1명당 0.42건으로 17개 시도의회 중 최하위였다. 17개 시도의회 중 서울 부산 전북 경기 대구 강원 등 7곳은 의원 1명당 발의 건수가 1건이 안 됐다. 상위법이 규정한 내용을 반복하는 ‘중복 조례’나 상위법을 위배할 소지가 있는 조례도 상당수인 것으로 확인됐다. 경남도의회, 부천시의회 등은 ‘한국자유총연맹 육성에 관한 법률’이 있음에도 자유총연맹 지원조례를 별도로 제정했다. 이옥남 바른사회 정치실장은 “영·유아 보육 지원, 입양 가정 지원 조례 등도 다수 지자체에서 중복해 제정됐다. 과연 이들 조례가 지자체의 특성을 반영한 것인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안전행정부에 따르면 상위법령 위반 가능성이 있어 단체장이 대법원에 제소한 광역·기초의회 조례는 지난해 9건이 있었다. 제주도의회 ‘풍력발전지구 조례’, 서울 서초구의회 ‘장학재단 설립 조례’ 등은 “조례가 법률이 보장하는 단체장의 권한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충남 천안시의회 ‘원도심상권 조례’, 경북 울진군의회 ‘공공요금 지원조례’ 등은 “지방재정법을 위반한다”는 이유로 각각 제소됐다. 조례를 만드는 데는 소홀하면서도 시도의원들의 급여는 연간 4200만∼6250만 원이나 됐다. 의회 개회 일수(110∼141일)로만 따졌을 때 시도의원의 경우 하루 평균 42만5000원의 의정활동비(보수)를 받았다. 지난해 2012년 대비 자신들의 보수를 인상한 시도의회는 제주(10%) 전남(7%) 등 9개나 됐다. 지역 교육계 법조계 시민사회단체 등이 추천하는 인사로 구성된 의정비 심의위원회의 회의 내용 공개도 미온적이었다. 대전시의회는 회의 직후 회의록을 공개했지만 최근 홈페이지에서 자료를 삭제한 상태다. 전남도의회는 3차례에 걸쳐 5시간 10분 동안 열린 회의의 회의록을 8쪽으로 축약해 공개했다. 특히 의원 급여를 인상한 9개 시도의회 중 보수 인상에 대한 시민 대상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한 곳은 한 곳도 없었다. 지방자치법은 의원들의 소관 상임위 직무와 관련된 영리행위를 금지하고 있음에도 이 역시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바른사회’에 따르면 건설위원회에서 활동하며 목재회사 대표로 일하고 있거나(서울시의회), 농해양수산위에서 활동하면서 수산업체의 대표를 겸직하는(경남도의회) 사례가 있었다. 목재회사 대표인 해당 의원은 “소규모 동네 업체로 의정비만으로 생활하기 어려워 운영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바른사회’ 관계자는 “시도의원 840명 가운데 겸직을 신고한 의원은 335명(33.9%)이지만 아직 파악되지 않은 의원 중에도 겸직하는 이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관련법상 겸직 신고 의무만 규정돼 있어 이를 이행하지 않았을 때 제재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해양경찰 지휘부가 세월호 침몰사고 당시 현장에 처음 투입된 123정에 내부 진입을 여러 차례 지시했으나 123정은 배가 너무 기울어 어렵다는 이유로 응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처럼 지휘부와 현장의 이견 때문에 단순 구조로 일관하다가 선체 진입 시기를 놓친 것으로 보인다. 18일 새정치민주연합 김춘진 의원이 공개한 123정과 목포해경, 서해지방해양경찰청 간에 교신한 ‘주파수공용통신(TRS)’ 녹취록에 따르면 목포해경 상황실은 지난달 16일 오전 9시 4분 모든 경비함에 “사고 해역으로 집결하라”고 명령했다. 이어 9시 38분 사고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한 123정에 “현장 상황을 빨리 보고하라”고 지시했고, 123정은 “현재 승객이 안에 있는데 배가 기울어 못 나오고 있다. 일단 이곳 직원을 ○○○○ ○○(잡음으로 확인 어려운 부분) 시켜가지고 안전 유도하겠다”고 답변했다. 이어 123정은 “현재 좌현 선수를 접안해 승객을 태우고 있는데 경사가 너무 심해 사람이 지금 하강을 못하고 있다. 배가 약 60도까지 기울어 함수 좌현 현측이 완전히 다 침수되고 있다”고 보고했다. 이어 9시 48분경 “승객 절반 이상이 지금 안에 갇혀서 못 나온단다. 122구조대가 와서 빨리 구조해야 될 것 같다”며 지원을 요청했다. 하지만 서해해경청 상황실은 “본청장과 서해청장 지시 사항이다. 123정 직원들이 안전장구 갖추고 여객선 올라가 승객들이 동요하지 않도록 안정시키기 바란다”고 지시했다. 오전 9시 54분 123정은 “좌현이 완전히 침수됐다. 항공(헬기)을 이용해 우현 상부 쪽에서 구조해야 될 것 같다”고 제안했으나 상황실은 “주변의 어선들이나 동원 세력이 최대한 많이 구조할 수 있도록 조치하라”는 엉뚱한 답변을 했다. 9시 57분에는 김문홍 목포해경서장이 “근처에 어선들도 많고 하니까 (승객들에게) 배에서 뛰어내리라고 고함치거나 마이크로 하면 안 되나. 반대 방향으로”라고 묻지만 123정은 “현재 좌현 현측이 완전히 침수돼 뛰어내릴 수 없다. 완전 눕힌 상태라서 항공에 의한 구조가 가능할 것 같다”는 답변을 되풀이했다. 현실성 없는 구조 방법을 놓고 지휘부끼리 혼선을 빚는 상황도 있었다. 10시 8분 세월호가 70도 정도 기운 상황에서 김수현 서해해경청장은 “배가 커서 어려움이 있을지 몰라도 배가 침몰 안 되도록 배수 작업이 가능하겠냐”고 묻는다. 이에 김 서장은 “일단 배수작업도 생각을 하고 있고, 거기 지금 올라갈 수 있도록 조치 중”이라고 설명한다. 이어 김 청장은 “출입구가 봉쇄돼 못 나올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일단 배를 가라앉은 상태로 유지시켜 놓고 다른 조치를 취하면 될 것 같다”고 지시한다. 당시 사고 해역에는 헬기 3대와 100t급 경비정인 123정, 전남도청 어업지도선, 소규모 어선 등이 생존자를 구조하고 있었는데 6000t이 넘는 세월호가 가라앉지 않도록 하라는 현실과 동떨어진 지시를 내린 것이다. 결국 현장에 처음 도착한 123정과 해경 지휘부가 선내 진입을 놓고 30여 분간 우왕좌왕하는 사이 더 많은 생존자를 구조할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월호가 급격하게 기울어 선내 진입이 쉽지는 않았겠지만 초기에 123정 직원 가운데 일부라도 조타실 등에 들어가 선내방송을 통해 승객의 퇴선을 유도했다면 인명 피해는 크게 줄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인천=황금천 kchwang@donga.com / 조종엽 기자}
세월호 실종자 가족의 일부가 반대하더라도 선체 인양을 할 수 있다는 취지의 범정부사고대책본부 관계자의 발언 내용이 알려지면서 실종자 가족들이 15일 거세게 항의했다. 사고대책본부 관계자는 이날 오전 전남 진도군청에서 열린 비공식 브리핑에서 ‘실종자 가족 한 명이라도 반대하면 인양은 안 할 방침인가’라는 한 기자의 물음에 “가족 대표분들이 있고, 수많은 실종자 가족분이 있는데 한 명이 하지 말라고 한다고 반영할 수는 없지 않나. 전체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이 발언 내용이 알려지자 실종자 가족 7, 8명이 이날 오후 진도군청을 찾아 김석균 해양경찰청장에게 항의했다. 오후 4시 김 청장이 수색 상황을 브리핑하며 “마지막 희생자 한 분을 찾을 때까지 수색구조 활동에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고 말하자 가족들은 “믿어도 되나. 인양이라는 단어는 입 밖으로 꺼내지도 마라”고 항의했다. 이에 김 청장은 “단 한 명이 남아도 계속 수색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실종자 가족들이 인양에 동의한다는 전제하에 국내외 선박 인양업체의 과거 실적 자료를 수집하는 등 조심스럽게 세월호 인양 작업에 대비하고 있다. 천안함 인양에 참여했던 인천해양수중공사 관계자는 “어제(14일) 정부가 과거 인양 실적 자료를 요청해 제출했다”고 15일 말했다. 영국의 구난 컨설팅업체 ‘TMC 해양’도 지난달 30일부터 정부의 인양 관련 자문에 응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실종자 수색이 우선이며 인양 시기는 실종자 가족의 의사에 따라 결정할 것”이라면서도 “장차 인양이 결정됐을 때 바로 착수하려면 지금부터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잠수 수색으로 실종자를 찾는 것이 불가능해질 경우 가족에게 동의를 얻은 뒤 수색 차원에서 정부 주도로 세월호를 인양할 방침이다. 정부 관계자는 “정부가 인양업체에 비용을 지급하고 선사인 청해진해운에 구상권을 청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만약 잠수 수색으로 실종자를 모두 찾으면 세월호가 민간 여객선이기 때문에 인양은 선주인 청해진해운 주도로 이뤄진다.진도=이은택 nabi@donga.com / 조종엽·이건혁 기자}

지하철 출입문에 이물질이 끼는 바람에 출입문이 닫히지 않는 사고가 하루 간격으로 잇따라 발생했다. 12일 오후 10시 50분경 서울 지하철 6호선 석계역에서 봉화산 방면으로 출발하려던 전동차의 출입문이 닫히지 않았다. 기관사는 수차례 시도에도 문이 닫히지 않자 객실 문을 점검한 결과 8번째 칸 출입문 아래 레일에 아이스크림 막대기가 꽂혀 있는 것을 발견했다. 바로 수리가 어려워 승객 100여 명이 열차에서 모두 내려 7분 후 도착한 후속 전동차로 갈아타는 불편을 겪었다. 서울도시철도공사 관계자는 “승객이 장난 삼아 물건을 출입문 틈에 끼워 넣는 일이 종종 있다”고 말했다. 13일 오전 8시 24분경에는 길음역에서 오이도 방면으로 출발하려던 지하철 4호선 전동차의 10번째 출입문이 닫히지 않는 사고가 발생했다. 출근길 승객 500여 명이 차에서 내려 다음 전동차로 갈아타야 했다. 서울메트로 측은 “해당 전동차 출입문에 이물질이 끼어 있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서울메트로에 따르면 지난해 지하철 1∼4호선의 출입문 고장은 52건이 발생했으며 이 중 이물질이 낀 사례가 18건으로 고장 원인의 34.6%를 차지했다. 이번 두 사례는 승객들의 불편으로 끝났지만 때로는 출입문이 열린 채 달리는 경우도 있어 자칫 인명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 실제로 2011년 9월에는 기관사가 오작동한 출입문의 위치를 잘못 파악해 지하철 6호선 봉화산행 열차가 신당역에서 안암역까지 정거장 4개를 거쳐 가는 10분 동안 문 한 개를 열어놓은 채 달리기도 했다.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전동차 출입문 아래 레일은 조그마한 이물질이 끼어도 고장이 난다”며 “승객들은 교통카드, 볼펜, 장신구, 열쇠 등 소지품 관리에 각별히 주의해 달라”고 말했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언딘이 이 씨를 모집했으며, 인명구조협회를 통해 들어왔다.”(해경) “인명구조협회에서 이 씨를 모집했고 해경이 추천해 언딘에 배속됐다.”(언딘) “우리 단체는 이 씨를 소개한 적이 없다.”(대한인명구조협회) 세월호 실종자 수색 작업에 투입됐다가 숨진 민간 잠수사 이광욱 씨(53)의 참여 경위를 두고 해경과 ‘언딘 마린 인더스트리’(언딘)의 책임 떠넘기기가 점입가경이다. 양측은 서로 상대방이 대한인명구조협회를 통해 이 씨를 모집했다고 책임을 떠넘겼지만 8일 본보 취재 결과 정작 대한인명구조협회는 “우리는 이 씨를 소개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 씨는 심해 잠수가 가능한 잠수산업기사 등의 국가공인 자격증이 없었는데도 자격증 유무에 대한 검증 없이 현장에 투입돼 구조팀의 안전관리 책임 문제가 제기돼 왔다. 청해진해운과 세월호 인양 계약을 맺고 구조 수색 작업에 참여한 이후 언딘은 끊임없이 논란의 중심이 돼 왔다. 해경의 비호 아래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아온 언딘이 이번에는 해경과 마찰을 빚고 있는 것이다.○ ‘사망 책임’ 논란 빚다 해경-언딘 틀어져 대한인명구조협회의 지회장으로 진도 팽목항에서 협회의 민간 잠수사 투입을 총괄한 한 관계자는 8일 “우리는 이광욱 씨가 누군지도 모르고, 협회에서 이 씨를 추천하거나 소개한 적도 없다. 해경이 거짓말을 했다”고 반박했다. 오히려 이 관계자는 “스쿠버에서 표면공기공급으로 잠수 방식이 바뀐 뒤 민간 지원자가 급감했고, 이때부터 언딘뿐 아니라 해경 직원들이 눈에 불을 켜고 다이버를 구하러 다녔다”고 말했다. 해경으로부터 ‘민간 다이버를 50명까지 충원하라’는 지시를 받은 언딘뿐 아니라 해경이 직접 민간 다이버를 모집했다는 것이다. 해경의 비호를 받고 수색 현장에 우선적으로 투입됐다는 논란이 있던 언딘은 해경이 책임 떠넘기기에 나서자 강하게 비난하고 나섰다. 김윤상 대표는 “위험한 선내 수색 작업은 언딘 잠수사가 거의 다 하고 해경과 해군은 선박 입구에서 시신을 옮겨 받는 수준”이라고 비난하며 “언딘 잠수사들은 해군 해난구조대 등을 제대한 뒤에도 평생 잠수 일을 해온 사람들인데 3, 4년 훈련 받은 군경과 수준이 같겠느냐”고 반문했다. ○ 끊이지 않는 ‘언딘’ 논란 핵심은 언딘은 사고 후 수색 초기부터 “해경이 언딘의 수색 독점을 위해 다른 민간 잠수사의 참여를 배제하고 있다”는 등의 의혹을 받아왔다. 해경은 “실력이 부족한 자원봉사 잠수사의 참여를 제한했을 뿐”이라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끊임없이 이어졌다. 언딘 관련 논란의 핵심은 특혜 부분이다. 해경이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에 언딘과 구난 계약을 맺도록 주선하거나 유도했다는 것이다. 한 언론은 “(사고 직후) 해경 직원이 ‘언딘이라는 업체가 벌써 구난 작업을 하고 있다. 그쪽과 계약하라’며 언딘의 전화번호를 알려줬다”는 청해진해운 관계자의 말을 보도했다. 이에 대해 해경은 “청해진해운은 자체 판단으로 언딘과 선박구난 계약을 했다”고 해명했다. 언딘이 자원봉사 잠수사로부터 첫 시신 수습 성과를 가로챘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언딘은 “발견은 자원봉사 잠수사가 했지만 시신을 수습한 것은 언딘 잠수사가 맞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언딘 잠수사가 시신을 수습하기 위해 민간 잠수사가 항구로 돌아갈 때까지 수색을 지연시켰다는 의혹은 명쾌히 정리되지 않은 상태다. 언딘 측은 “지난달 19일 오전 11시경 먼바다 해상에 풍랑주의보가 내려져 바지선을 관매도로 회항시켰다”고 했지만 당일 오전 11시 현장에서는 잠수 수색이 충분히 가능했다는 잠수사들의 진술도 있다.○ 수색 ‘동원’됐나, ‘독점’했나 언딘을 둘러싼 각종 논란은 모두 언딘의 이중적인 지위에서 출발한다. 언딘은 정부의 수난구호 명령에 종사하고 있으면서 동시에 청해진해운과 선체 인양 계약 관계도 맺고 있다. 언딘이 처음에는 인양 계약을 따내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 수색 현장에 간 것으로 보인다. 언딘은 “청해진과 금액이 써 있지 않은 2장짜리 약식 구난(인양) 계약을 4월 17일 맺었다”고 밝혔다. 해당 계약에는 ‘구난 구호에 대한 독점적 수행’ 규정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언딘은 “작은 규모의 계약은 먼저 현장에 출동한 곳에 선점권을 인정하는 경우가 보통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언딘은 특혜 논란이 일 때마다 “이 인양 계약은 ‘반쪽’이며, 언딘은 정부의 동원 명령에 따라 수색을 하고 있다”고 강조해 왔다. 인양 비용은 보험사가 지급하기 때문에 보험사가 지정한 손해사정인이 구난회사가 제출한 계획의 적절성을 판단해서 최종적으로 인양 업체를 지정한다는 것이다. 언딘 관계자는 “언딘은 수난구호법에 의해 동원령이 떨어져서 현장에 도착했고, 구조를 해야 할 상황이라서 ‘징집’돼 투입됐다”고 말하고 있다. 수난구호법에 따라 동원된 민간단체 등은 수색 구조 과정에서 사용한 실비만 사후에 보전받게 된다. 이익을 남기기 위해 구조에 참여한 게 아니라는 것이다. 언딘을 둘러싼 각종 논란은 언딘이 최종적으로 선체 인양에 참여하지 않으면 잠잠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이 경우 언딘이 구조 작업을 하며 확보한 세월호 선체에 대한 각종 정보와 잠수 경험이 사장될 소지도 있다.진도=조종엽 jjj@donga.com·이은택 / 신동진 기자}
청해진해운과 선체 인양 계약을 한 민간업체 언딘이 인양 계약을 포기한다고 8일 밝혔다. 김윤상 언딘 대표는 이날 본보와의 통화에서 “우리는 국가대표 멤버라는 자부심을 갖고 구조작업에 참여했는데 사실과 다른 각종 의혹이 일면서 ‘돈 밝히는 수전노’가 돼 버렸다”며 “이렇게 당하면서까지 인양에 참여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언딘은 지난달 29일까지만 해도 국내외의 다른 업체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양에 참여하려 했다. 김 대표는 “이미 지난 주말 실종자 가족을 대상으로 브리핑을 하며 ‘언딘은 명예만 찾고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말했다. 언딘이 ‘인양 포기 선언’을 한 것은 자사를 둘러싸고 일고 있는 각종 의혹과 논란이 더이상 확산되는 것을 피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언딘이 인양작업 참여를 포기하면서 침몰한 세월호의 인양은 정부가 주도할 가능성이 높다. 앞서 범정부사고대책본부는 3일 “장차 인양을 하는 경우 수색과 구조의 한 방편으로 이뤄질 것이고 이 경우 선체 인양은 정부가 주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잠수 수색을 통해 실종자를 모두 찾지 못하면 선체 인양을 정부 주도로 하겠다는 뜻이다. 정부는 이미 네덜란드의 구조·구난업체인 ‘SMIT’사와 기술 자문 용역을 받기로 했기 때문에 인양작업을 외국 업체에 전담시킬 가능성도 있다. 진도=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세월호 침몰 사고를 수습하고 있는 범정부 사고대책본부가 7일 구조자와 실종자 수를 또 정정했다. 김석균 해양경찰청장은 이날 “총 탑승객 476명은 동일하지만 구조자가 2명 감소하고 실종자가 2명 늘었다”고 밝혔다. 구조자 2명이 감소한 이유는 같은 사람인데 다른 이름으로 구조자 명단에 두 번 기재된 사람 한 명과 탑승하지 않았는데 탑승자로 잘못 신고된 사람 한 명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기존 탑승자 명단에는 없었던 중국인 2명이 탑승했던 사실을 추가로 발견해 실종자가 2명 늘었다. 이로써 이날 오후 11시 현재 구조자는 172명, 사망·실종자는 종전 302명에서 304명이 됐다.진도=조종엽 기자 jjj@donga.com}

6일 세월호 수색작업에 투입된 민간 잠수사 이광욱 씨(53)가 숨진 것은 범정부사고대책본부가 민간 잠수사들의 안전관리를 부실하게 해 발생한 예견된 사고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씨가 사고를 당했을 때 바지선에는 의료진이 아예 없었고, 구조팀은 평소 민간 잠수사들의 건강 상태를 제대로 점검하지 않고 물속에 들어가도록 한 것으로 드러났다. 잠수 작업 시 ‘2인 1조’의 원칙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의사는 구조 후 10분 걸려 도착 이날 오전 6시 17분 세월호 선체 우현에 안내줄 설치 작업을 하던 이 씨가 통신 응답이 없고 호흡 소리도 비정상적으로 변하자 바지선에서 대기 중이던 잠수사 2명이 입수해 오전 6시 21분 이 씨를 물 밖으로 꺼냈다. 이 씨는 의식이 없고 숨을 쉬지 않는 상태였지만 바지선 위에는 의사가 없었다. 바지선에 있던 잠수사와 소방대원들이 심폐소생술을 했지만 이 씨의 호흡은 돌아오지 않았다. 인근에 있던 청해진함의 군의관이 바지선에 도착한 것은 이 씨가 수면 밖으로 옮겨진 지 10분이 지난 오전 6시 31분이었다. 1분 1초가 아까운 긴급한 상황에서 해군 함정에서 바지선으로 군의관이 이동하는 데 10분을 허비한 것이다. 바지선에는 감압체임버와 제세동기 외에는 의료장비도 없었다. 민간 잠수사들은 평소 잠수 전 건강상태 확인도 제대로 받지 못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수색작업에 투입됐던 한 민간 잠수사는 6일 통화에서 “새로 잠수사가 바지선에 도착하면 일단 다 받아들이고 건강 상태 체크 없이 입수시키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잠수사는 “물에 들어가기 전 ‘건강이 괜찮은가, 들어갈 수 있겠는가’ 정도만 물어볼 뿐 실제 혈압이나 체온을 재는 등의 검사는 전혀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사고대책본부 관계자도 “현장 감독관은 입수 전 잠수사들에게 혈압 이상 유무, 건강상태, 잠수 가능 여부를 구두(口頭)로 묻는다”고 말했다.○ ‘2인 1조’가 원칙이라더니 이 씨가 사고 당시 동료 잠수사와 함께 ‘2인 1조’로 작업을 하지 않고 ‘단독 잠수’를 한 것도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고대책본부는 그동안 “세월호 선체 수색을 하는 잠수사들은 한 명의 잠수사가 선체 안에서 길을 잃는 등의 응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돕기 위해 항상 2인 1조로 투입된다”고 밝혀 왔다. 사고대책본부는 이날 “수심 20m 정도에서 하는 가이드라인 설치작업은 관행적으로 혼자 입수했다”고 해명했지만 이 씨가 선체 수색팀과 마찬가지로 2인 1조로 작업을 했더라면 동료 잠수사가 곧바로 이 씨를 끌어올려 살릴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운채 전 해난구조대장은 “원래 2명이 들어가야 하는데 1명을 들여보낸 것부터가 잘못됐다”고 말했다. 해양경찰청과 민간업체는 이 씨 투입을 놓고 ‘책임 미루기’에 바빴다. 해경 측은 이날 오전 “이 씨는 ‘언딘 마린 인더스트리’(언딘) 소속”이라고 밝혔다가 오후에는 “민간 잠수사들의 피로 누적에 따른 대체인력 확보를 위해 해경이 언딘에 민간 잠수사를 50명 이상 확보할 것을 요청했고, 이에 따라 언딘이 잠수협회 등을 통해 잠수인력을 보강했다”고 밝혔다. 언딘 쪽에 책임을 떠넘긴 것이다. 하지만 언딘의 장병수 이사는 “(이 씨는) 임시 고용되지도 않았고 우리와 계약관계가 없다”며 “인명구조협회에 자원한 이 씨를 해경이 우리에게 추천해 언딘에서 작업할 수 있도록 배정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 “무리한 잠수가 생명 위협” 세월호가 침몰한 직후부터 구조팀이 실종자 가족의 애절한 상황 등 여러 부담 때문에 무리한 잠수를 강행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해군의 ‘잠수교본’에 따르면 잠수사가 호흡기체를 공급받는 공기 심해잠수는 일반적으로 잠수 깊이를 수심 130피트(약 40m)까지로 제한하고 있다. 세월호가 가라앉은 곳은 만조 시 최대 수심이 47m에 이른다. 또 심해잠수가 가능한 최대 조류는 1.5노트 이하로 제한하고 있으나 구조팀은 그 이상의 유속에서도 잠수를 강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민간 잠수사는 “잠수시간 초과나 수직이동, 부족한 감압과 휴식 등은 곧바로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는데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의료지원이 허술한 민간 잠수사들과는 달리 해경·해군 잠수사들은 청해진함 등 사고 해역 인근에 대기 중인 해군 함정에 군의관과 감압체임버, 수술실 등이 갖춰져 있어 즉각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사고대책본부는 이 씨가 숨진 뒤 뒤늦게 민간 잠수사들이 작업 중인 바지선 위에 군의관을 배치하고 보건복지부 소속 의료지원단을 투입했다고 밝혔다. 세월호 참사 발생부터 뒷수습에 이르는 모든 과정에서 정부의 대처는 ‘뒷북 조치’가 일상화돼 있을 정도로 무능과 안일의 종합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진도=조종엽 jjj@donga.com·이은택인천=황금천 기자}

세월호 사고 실종자 수색작업에 투입된 50대 민간잠수사가 잠수 11분 만에 의식을 잃고 숨졌다. 6일 범정부사고대책본부에 따르면 민간잠수사 이광욱 씨(53)는 이날 오전 6시 6분경 선체 5층 로비 부근에 가이드라인을 설치하기 위해 잠수했으나 오전 6시 17분 수심 24m 지점에서 통신이 끊겼다. 이에 동료 잠수사 2명이 의식을 잃은 이 씨를 수심 22m 지점에서 발견해 물 밖으로 꺼냈다. 이 씨는 오전 6시 44분 헬기로 목포한국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오전 7시 36분 사망 판정을 받았다. 목포한국병원은 잠수할 때 압력 차이 때문에 폐를 통해 뇌로 공기가 들어가 뇌혈관을 막는 기뇌증이 사인(死因)이라고 밝혔다. 댐 건설 등 다양한 산업잠수 경력이 있는 이 씨는 기존 잠수사들의 피로도를 감안해 대체 투입된 잠수사였다. 전날인 5일 사고 해역의 수색용 바지선에 도착했으며 6일 처음으로 잠수 작업에 나섰다가 변을 당했다. 이 씨는 잠수사들이 물 밖으로 건져냈을 당시 가이드라인에 공기호스가 걸리고 마스크가 벗겨진 상태였다. 사고 직후 바지선 위에서 이 씨가 착용한 잠수장비를 확인한 결과 공기 공급과 통신은 정상 상태였다. 해경은 선체에 복잡하게 설치된 유도줄 등에 이 씨의 공기 공급선이 얽히면서 사고가 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씨의 사망으로 선체 수색작업은 잠시 중단됐지만 이내 재개됐다. 이날 민관군 합동 구조팀은 격실 111개 가운데 실종자가 있을 것으로 추정했던 격실 64개 중 열지 못했던 격실 3개를 모두 개방하는 데 성공해 6구의 시신을 추가로 수습했다.진도=조종엽 jjj@donga.com·이은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