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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당 작업은 잘돼 갑니까?”(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표)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바빠서) 아마 연말연시 다 없을 것 같습니다.”(무소속 안철수 의원) 문 대표와 안 의원이 30일 어색한 만남을 가졌다. 이날 서울 도봉구 창동성당에서 열린 고 김근태 전 의원의 4주기 추도식에서다. 두 사람은 추도식에 앞서 휴게실에서 만나 인사한 뒤 5분 동안 동석했다. 하지만 그 사이에도 침묵이 여러 차례 흘렀다. 문 대표가 “신당 준비는 잘되느냐”고 물었고, 안 의원은 “선거구 획정 관련 여야 협상이 어떻게 되고 있느냐”는 식의 의례적인 대화만 오갔다. 1시간여 진행된 추도식 내내 문 대표와 안 의원은 떨어져 앉아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 문 대표는 미사실 오른쪽 좌석에 홀로 앉은 안 의원을 슬쩍 본 뒤 왼쪽 좌석에 자리를 잡았다. 이인영 의원이 안 의원에게 함께 앉을 것을 권했지만 안 의원은 “아무래도 같이 (사진에) 찍히는 게 좀…”이라며 거절했다. 문 대표는 추도식이 끝난 뒤 “어색하지 않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뭐, 어떻게 하겠느냐. 앞으로 좋은 경쟁도 해나가야 되고, 언젠간 합치기도 해야 되고, 길게 보면 같이 갈 사이인데…”라고 말했다. 그러나 안 의원은 “통합에 대해선 이미 (내년 총선에서 더민주당과 연대·단일화가 없다는) 원칙을 여러 번 말했다”고 일축했다. 더민주당엔 선을 긋고 있지만 ‘안철수 신당’에 합류한 의원들은 각각 역할을 나눠 호남 신당 세력과의 통합에 속도를 내고 있다. 황주홍 의원은 전날 ‘국민회의’ 창당을 준비하는 천정배 의원과 만나 통합에 대해 논의했다. 천 의원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단기적으로도 잘해 보자고 했다”고 말했다. 통합 시기가 앞당겨질 수 있다는 의미다. 문병호 의원은 전날 탈당을 고민하는 장병완 의원(광주 남)과 만나 탈당 시기를 상의했다고 한다. 유성엽 의원도 정동영 전 의원을 포함한 신당 세력을 묶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한편 더민주당의 탈당 움직임은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탈당 수순을 밟고 있는 김한길 의원과 정대철 상임고문이 이날 서울의 한 음식점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을 만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오찬을 함께하며 야권 통합에 대해 의논한 것으로 전해졌다. 차길호 kilo@donga.com·황형준 기자}
“트위터에서 ‘더∼불어∼ 터진∼ 민주당’이라고도 하더라.” 신당을 추진 중인 안철수 의원은 28일 ‘새정치민주연합’이 ‘더불어민주당’으로 당명을 바꾼 것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이날 기자들과 영화 ‘내부자들’을 관람한 뒤 만찬을 하던 자리에서다. 더민주당 당명을 두고 패러디가 많다고 하자 안 의원은 “안철수없당”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더민주당이 ‘새정치’라는 자신의 흔적까지 없앤 것에 대한 냉소적인 반응이다. 하지만 지난해 3월 민주당과 합당해 공동대표까지 맡았던 그가 친정의 새 이름을 조롱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은 지나치다는 지적도 나온다. 안 의원은 29일 기자단 오찬에서도 “새정연(새정치연합)에서 대표로 있을 때 인재 풀을 조사해봤더니 경제, 정보기술(IT), 외교 전문가 등 3개 분야의 인재가 없었다”며 “그런 정당의 수권 가능성을 누가 믿겠느냐”고 비판했다. 13일 탈당한 뒤 새정치연합을 ‘새정연’이라고 부른 이유에 대해선 “제3자 입장에서 객관화하려고 했다”며 불편한 속내를 드러냈다. ‘새정치’라는 단어를 언급하면 감정 이입이 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안 의원은 내년 총선 승리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 이날 오찬에선 “(건배사는) ‘소나기’로 하겠다”며 “소중한 나눔의 기회를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전날 만찬에서도 건배사로 ‘이기자’(이런 기회 자주 갖자) ‘아자아자’(아주 자주 아주 자주)를 외쳤다. 안 의원은 신당의 성공을 위해 기득권을 주장하지 않겠다는 뜻을 거듭 내비쳤다. 내년 총선 출마 지역구와 관련해 “창당이 되면 (신당) 모두의 뜻에 따르겠다”고 말했다. 현 지역구인 서울 노원병을 고수하겠다는 기존 방침에서 부산 등 다른 지역 출마 가능성까지 열어둔 것이다. 과거 안철수연구소 대표 시절 광고 촬영을 하며 무지개 색으로 머리카락을 염색한 일화를 두고는 “조직의 리더라면 조직을 위해 모든 자원을 쓸 수 있어야 한다”며 “그렇게 해서 열 배 이상의 광고 효과를 봤다”고 설명했다. 안 의원은 탈당 후 언론과의 접촉도 늘리고 있다. 이틀에 한 번꼴이다. 신당의 기조를 발표한 27일부터는 사흘 연속 기자들과 만났다. 안 의원은 전날 동교동계의 좌장인 권노갑 더민주당 상임고문과 만나 신당의 방향과 향후 행보에 대해 논의했다. 탈당이 임박한 동교동계의 지원을 받아 김대중(DJ) 전 대통령을 잇는 호남의 적자가 되려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황형준 constant25@donga.com·차길호 기자}
“(신당에서) 어떠한 직도 제가 맡아야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안철수 의원은 28일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신당 대표직이나 향후 대선 후보 등에서 기득권을 주장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신당=안철수당’이라는 인식이 굳어질 경우 대선 예비후보 반열에 오를 만한 거물급 인재 영입이 어렵다는 판단 아래 몸을 낮추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안 의원은 새정치민주연합 탈당 의원들에 대해서도 “동참하는 의원 한 분 한 분이 새로운 정당의 틀과 정치행동 양식을 진심으로 고민해주시는 분들”이라고 치켜세웠다. 신당 문호가 활짝 열려 있음을 강조한 것이다. 안 의원 측은 내년 2월 중 원내교섭단체(20석 이상) 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안 의원은 2012년 대선 후보 사퇴 등 ‘철수(撤收) 정치’에 대한 비판을 두고는 “앞으로 행동으로 하나씩 증명해 보이겠다”고 했다. 또 “머리 스타일을 다섯 살 이후 (중학교, 군 입대 이후) 세 번째 바꿨다”며 “그만큼 각오와 결의가 대단하다고 인정해 달라”며 분위기를 띄웠다. 안철수 신당은 내년 1월 10일 창당준비위원회를 발족할 예정이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무소속 안철수 의원의 ‘야권 주도권 경쟁’에 불이 붙었다. ‘문-안 전쟁’의 화두는 ‘인재 영입’과 ‘혁신 정책’이다. 문 대표는 27일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장을 영입하고 ‘당명 교체’를 선언했다. 이른바 ‘안철수 지우기’다. 이날 안 의원은 ‘합리적 개혁’을 앞세운 신당 정책을 발표했다. 문 대표와 안 의원이 각각 ‘마이웨이’ 행보를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 무소속 안철수 의원은 27일 “30, 40대 우리 사회의 허리가 정치의 생산자가 돼야 한다”며 “낡은 진보와 수구 보수 대신 ‘합리적 개혁 노선’을 정치의 중심에 세울 것”이라고 밝혔다. 내년 설(2월 8일) 전에 모습을 드러낼 신당의 청사진이다. 새정치민주연합과 새누리당을 각각 낡은 진보와 수구 보수로 규정하고 ‘중도 개혁’의 깃발을 들겠다는 것이다. 안 의원은 이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1970년대 개발독재와 1980년대 운동권의 패러다임으로는 2016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현행 양당 구조를 깨겠다는 의지를 보인 셈이다. 안 의원은 신당의 4대 기조로 △공정 성장 △교육 혁신 △격차 해소 △튼튼한 안보를 내세웠다. ‘경제는 진보, 안보는 보수’라는 자신의 브랜드에 ‘증세를 통한 복지체계 보완’과 ‘교육시스템 개혁’을 덧붙인 것이다. 그러나 새누리당 신의진 대변인은 “여전히 구체성이 결여되고 모호하다”고 깎아내렸다. 안 의원은 이날 “널리 알려지지 않았어도 괜찮은 사람을 찾겠다”고 했다. 신당의 문을 열어 진입장벽을 낮추겠다는 의미다. 안 의원 측 관계자는 “영입 인사 1호는 이에 걸맞은 새로운 인물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안 의원 측에는 박선숙 전 의원 등이 물밑에서 활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안 의원은 장하성 고려대 교수, 김성식 전 의원,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등 지난해 창당 작업을 도왔던 인사들과도 접촉 중이라고 했다. 다만 신당 합류보다는 지지와 후원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이태규 실무준비단장은 새정치연합에서 장 교수 영입 추진설이 나온 것을 두고 “정치 도의에 어긋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안 의원 측은 충청 출신의 정운찬 전 국무총리와도 접촉했다. 정 전 총리는 아직 관심이 없다는 반응인 것으로 전해졌다. 신당 창당 실무준비단은 28일부터 서울 마포 일신빌딩에서 본격적인 창당 준비 작업에 들어간다. 준비단은 기획, 총무, 조직, 정책, 직능, 공보 등 분야별 팀을 꾸리고 전문가가 참여하는 정강정책, 당헌당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할 것으로 알려졌다. 당명은 국민 공모를 거쳐 내년 1월 초 확정된다. ▼ 文, 새당명 후보 5개 공개… 安 색깔 지우기 ▼새정치민주연합 중진과 수도권 의원들은 27일 문재인 대표에게 “공천권에서 손을 떼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문 대표는 이날 경찰대 교수 출신인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장을 새 얼굴로 맞았다. ‘합리적 개혁 신당’을 내세운 안철수 의원에 맞서 자신이 직접 ‘인재 영입’을 챙기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문 대표는 전날 울산까지 찾아가 정찬모 전 울산시의회 교육위원을 영입하기도 했다. 그러나 추가 영입 상황은 녹록지 않다. 당초 안 의원을 겨냥해 ‘영입 0순위’로 거론됐던 장하성 고려대 교수, 정운찬 전 국무총리 영입은 무산되는 분위기다. 장 교수는 완곡한 거절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전 총리는 문 대표와의 면담 자체를 고사했다고 한다. 새정치연합은 이날 새로운 당명 후보로 ‘희망민주당’ ‘더불어민주당’ ‘민주소나무당’ ‘새정치민주당’ ‘함께민주당’ 등 5개를 선정해 내년 1월 새 당명을 결정한다. 당명 개정 작업을 진행한 손혜원 홍보위원장은 페이스북에 “내가 전율을 느낀 당명은 ‘민주소나무당’”이라고 밝혔다. 결국 지난해 3월 합당한 새정치연합 명칭을 지우며 ‘안철수와의 결별’을 공식화한 셈이다. 당 내홍은 심화되고 있다. 문 대표의 ‘2선 후퇴’와 선거대책위원회로의 조기 전환을 요구한 중진 수도권 의원은 67명에 달했다. 당 소속 121명 가운데 절반이 넘는 67명이 참여했다는 점에서 무게감이 다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중진 의원은 “이마저도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결국 각자도생의 수순을 밟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추가 탈당에 이어 분당 수순으로 갈 수 있다는 얘기다. 문 대표는 2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수도권 중진 모임의 요구에 대한 의견을 밝힐 예정이다. 전날 문 대표를 향해 “당이 이 지경까지 온 마당에 꽃가마 타고 (대표직에서) 나가야 한다는 말인가”라고 직격탄을 날렸던 김한길 의원 측은 이날도 “문 대표 의견을 듣고 결정하겠다”면서도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황형준 constant25@donga.com·차길호 기자 길진균 leon@donga.com·한상준 기자}
쟁점 법안 처리를 위한 여야 협상에서 야당의 ‘법안 끼워 넣기’가 막판 변수로 떠올랐다. 새정치민주연합은 22일 정부 여당이 조속히 처리하길 원하는 기업활력제고특별법(원샷법) 등 9개 법안과 사회보장기본법, 경제민주화 관련법 등 5, 6개 법안 연계 방침을 밝혔다. 야당이 국회선진화법을 이용해 또다시 여당의 발목을 잡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야당은 11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동의안 상정을 두고 보육 예산과 청년고용촉진특별법 등을 연계했다. 앞서 5월엔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에 국회법 개정안을 끼워 넣으면서 이를 합의해 준 새누리당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사퇴를 촉발시키기도 했다. ○ 국회의장 중재, 야당의 일방 불참 정의화 국회의장은 이날 입법 난항을 풀기 위해 여야 원내대표와 쟁점 법안 관련 5개 상임위 간사를 소집했다. 하지만 새정치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는 회동을 1시간여 앞두고 불참을 통보했다. 결국 새누리당의 원유철 원내대표와 상임위 간사들만 참석하면서 정 의장의 중재는 파행으로 끝났다. 정 의장은 새누리당의 쟁점 법안 직권 상정 요구에 재차 “불가능하다”며 “(여야 합의를 위해) 하늘을 보고, 부처님을 보고, 조상님을 보고 기도를 드리고 싶은 심정”이라고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야당 연계 방침에… 원유철 “입법 방해” 야당은 원샷법, 산재법, 북한인권법 등 3개 법안은 타협의 여지를 내비쳤다. 그러나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테러방지법 등 6개 법안은 선결 조건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수용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여기에 또 ‘법안 연계’ 카드를 들이밀었다. 친문(친문재인) 진영인 이목희 정책위의장은 새누리당 김정훈 정책위의장과 상견례 겸 만나 “새누리당이 요구하는 법안이 9개니 야당도 협상 테이블에 경제민주화, 보편적 복지 등의 내용을 담은 9개의 법안을 올리겠다”고 말했다. “여당이 이에 합의해 줘야 양당이 협상에 들어갈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쟁점 법안 처리에 급한 정부 여당에 관련이 없는 법안으로 발목을 잡는 모양새다. 새누리당 원 원내대표는 “야당이 합의 사항에 또 다른 법안을 가져와 합의를 어렵게 하는 건 일종의 입법 방해”라고 비난했다. ○ 여야 협상 어렵게 만드는 야당 내홍 야당이 내홍을 겪으면서 여야 협상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류 측 문 대표와 이 정책위의장, 비주류 측 이 원내대표가 거리를 두며 엇박자를 내고 있어서다. 새누리당 김 정책위의장은 원내대책회의에서 이 같은 야당 상황을 두고 “(문재인) 당 대표가 (이종걸) 원내대표(역할)도 겸하고 있고, 정책위의장이 원내수석 역할도 겸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혀를 찼다. 이어 “이런 식으로 가다간 원 원내대표와 조원진 원내수석이 할 일이 없어지는 상황이 생길 것 같다”고 비꼬았다. 이 원내대표가 최고위원회의에 불참하자 문 대표가 ‘입법 전략회의’를 소집해 정책위의장, 상임위 간사 등과 쟁점 법안을 논의한 일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좌클릭’을 예고한 이 정책위의장은 이날 이 원내대표의 과거 협상까지 끄집어내 비판했다. 2일 여야가 합의한 ‘원샷법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사회적경제기본법은 정기국회 내 여야 합의 처리한다’는 문구를 두고 “그런 합의를 해 오는 건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당시 ‘합의 처리한다’는 문구가 ‘합의해 처리되도록 노력한다’로 표현됐어야 한다고 꼬투리를 잡은 것이다.황형준 constant25@donga.com·차길호·홍정수 기자}

“정권교체를 반드시 이루고 국민의 삶을 바꾸는 새로운 정치를 실천하겠다.” 무소속 안철수 의원은 21일 기자회견에서 ‘정권교체’라는 단어를 10번, 새정치민주연합 탈당의 원인이 된 ‘혁신’을 5번씩 언급했다. 자신의 브랜드인 ‘새 정치’ 이미지를 되살리겠다는 의지다. 안 의원의 첫 번째 관문은 당장 ‘내년 총선’이다. 교섭단체(20석 이상) 구성과 새누리당의 과반 확보를 막는 데 성공해야 한다는 과제가 있다. 2017년 대선정국에서 유리한 고지에 서려면 넘어야 할 산이다. 그렇지 못할 경우 야권 분열의 책임론이 역풍으로 불 수 있다. 총선 전에 가시화할 ‘안철수 신당’이 그 시험대다.○ ‘안철수당’ vs ‘문재인당’ 안 의원은 이날 새정치연합과의 연대에 선을 그었다. ‘정면승부’ 의지를 밝힌 것이다. 당 관계자는 “결국 현역 의원은 물론이고 야권 출마 후보자들에게 ‘안철수당’이냐 ‘문재인당’이냐를 선택하라고 요구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50일도 남지 않은 창당 일정 때문에 현실적으로 내년 총선 전 연대는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내년 설(2월 8일) 연휴 이전에 창당하더라도 통상 후보자 검증 등 공천 작업에 소요되는 기간을 감안하면 후보자 등록 신청 개시일(내년 3월 23일)이 촉박하기 때문이다. 안 의원의 기자회견문에 내년 총선과 관련된 언급은 없었다. 다만 기자들의 질문에 “새누리당이 200석 이상 가져가는 일은 막겠다”며 ‘개헌 저지선’(101석)을 목표로 삼았다. 안 의원 측 핵심 관계자는 “내년 총선에서 여권-무당파 지지층을 뺏어 오느냐가 관건”이라며 “새누리당의 과반 의석을 저지해야 박근혜 정부를 견제할 수 있고 야당과 경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안 의원은 이번 주부터 이태규 정책네트워크 내일 부소장을 단장으로 창당 실무준비단을 가동하기로 했다. 안 의원이 탈당 8일 만에 신당 창당에 속도를 낸 것은 ‘호남 민심’에서 자신감을 얻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3월 민주당(현 새정치연합)과의 합당으로 중단됐던 안철수 신당 창당에 반신반의하는 지지층을 붙잡아 두기 위한 의도도 엿보인다.○ 안풍(安風), 수도권까지 북상할까 안 의원 측은 ‘강철수(강한 철수)’를 지지하는 호남 여론이 수도권까지 북상하기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안 의원이 ‘반(反)문재인’ 정서로 뭉친 호남에서 지지 기반을 탄탄히 다진 뒤 수도권까지 바람을 일으키면 제1 야당의 자리까지 넘볼 수 있다는 것이다. 안 의원이 새정치연합과의 연대는 거부하면서도 천정배, 박주선 의원 등이 추진하는 호남 신당세력과의 연대 가능성을 열어놓은 이유다. 일각에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1995년 정계에 복귀하면서 만든 새정치국민회의와 통합민주당의 1996년 총선 결과가 안철수 신당의 모델로 거론된다. 당시 국민회의는 호남과 일부 수도권을 차지하면서 지역구에서 66석을 얻었다. 반면 통합민주당은 9석에 그쳤다. 그러나 야권에서 갈라져 나온 제3당이 성공한 사례가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김종인 전 대통령경제수석은 언론 인터뷰에서 “정당사에서 제3당이 성공한 예는 없다”며 “총선을 계기로 신당이 출현했지만 모두 흡수됐다”고 지적했다.○ 박영선 김부겸 거취가 분수령 될 듯 새정치연합 내에서 탈당 의사를 분명히 한 의원은 많지 않다. 안철수 신당에 대한 여론이 이벤트성에 그칠 수 있는 만큼 일단 지켜보자는 분위기다. 다만 탈당이 가시권에 들어온 권은희 의원(광주 광산을)은 27일경 거취를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민주당 집권을 위한 모임(민집모)’ 의원들은 오찬 회동에서 탈당을 논의했다. 모임에 참석한 한 의원은 “광주 쪽 의원들은 대부분 탈당을 결의했다”고 전했다. 비주류의 한 축인 김한길 의원도 문재인 대표의 퇴진을 요구하며 최후통첩을 보낸 상태인 만큼 의원 10여 명이 탈당할 가능성도 있다. 만약 문 대표가 현 체제를 유지하는 가운데 내년 1월 말이나 2월 초로 예정된 공천관리위원장 인선까지 친문(친문재인)계 인사를 임명할 경우 분열이 가속화할 수 있다. 중도 성향의 박영선 의원과 김부겸 전 의원 등의 거취가 안철수 신당의 성패를 가르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안 의원은 조만간 국회에서 가까운 서울 마포에 사무실을 내고 신당 창당 준비를 본격화할 계획이다.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3선의 새정치민주연합 김동철 의원(광주 광산갑)이 20일 탈당을 선언해 당내 호남지역 의원들이 술렁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전남의 한 의원은 “유성엽 황주홍 의원의 탈당과 김 의원의 탈당은 차원이 다르다”고 전했다. 유, 황 의원은 독자 행보를 걸으며 탈당이 기정사실화돼 있었지만 김 의원은 호남 비주류 모임의 한 축을 맡아 왔기에 무게감이 다르다는 얘기다. 동아일보는 이날 호남권 새정치연합 의원 24명을 대상으로 긴급 설문조사를 했다. 설문에는 19명이 응했다. 나머지 권은희(광주) 박지원 우윤근(이상 전남) 강동원 김춘진 의원(이상 전북)에게도 수차례 연락을 취했지만 연결이 되지 않았다. 상당수 호남 의원들은 거취 문제에 대해선 말을 아끼면서도 “민심에 따라 결단할 수 있다”며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호남 민심의 추이와 함께 하위 평가 20% 인선이 호남권 의원들에게 집중될 경우 탈당이 가속화될 거라는 관측이 나온다.○ 호남 민심의 추이가 결정적 변수 이번 조사에 응답한 19명 중 12명(63%)은 “탈당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이날 김동철 의원이 탈당했더라도 후속 탈당이 급격하게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김성주 의원은 “지금의 탈당은 명분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신정훈 의원도 “안철수 탈당과 신당 창당, 나아가 당이 갈라서는 것에 대해 호남 민심이 매우 비판적”이라고 전했다. “고민하고 있다”고 응답한 의원은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주승용 의원을 포함해 5명이었다. 광주 남구의 장병완 의원은 “광주 시민이 원하는 건 내년 총선 승리와 정권 교체”라며 “다른 의원들도 여론 수렴을 한 뒤 각자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개호 의원도 “지역구 분위기나 정치적 상황에 따른 추가 탈당이 틀림없이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탈당하지 않겠다”고 밝힌 최규성 의원도 “‘하위 20%’ 등으로 망신을 주게 되면 당이 깨질 수밖에 없다. ‘나갈 테면 나가라’는 식은 안 된다”고 비판했다. 결국 호남 민심의 변화가 탈당의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관영 의원은 “지금 호남 민심의 20%는 ‘탈당하라’, 20%는 ‘절대 탈당하면 안 된다’, 60%는 ‘아직은 좀 더 지켜봐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김승남 의원은 “지금까지 호남 민심이 한쪽으로 기울지 않았다”면서도 “앞으로 일주일 정도 지켜보면 그 방향이 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안철수 신당에 얼마나 많은 의원이 함께하느냐에 따라 민심도 요동칠 거라는 얘기다.○ 광주·전남 ‘탈당 고려할 수도’ vs 전북 ‘탈당 안 돼’ 새정치연합 호남권 의원들 사이에서도 지역별 온도 차이가 드러났다. 광주·전남 지역과 전북 지역 의원들이 미묘하게 달랐다. 광주·전남 의원 11명 가운데 박혜자 임내현 장병완(이상 광주) 김영록 이윤석 주승용(이상 전남) 등 6명은 “시민들과 당원들의 의견을 듣고 있다” “답변하기 곤란하다”고 말했다. 탈당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강기정(광주) 김성곤 김승남 신정훈 이개호 의원(이상 전남) 등 5명만 “탈당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반면 전북의 경우 김관영 의원 1명을 제외한 7명의 응답자 모두 “탈당하지 않겠다”고 했다. 광주·전남은 신당 바람의 진원지인 무소속 천정배 의원의 지역 기반이 강하다. ‘호남 물갈이’ 대상으로 거론되는 다선 의원이 상대적으로 많다. 김윤덕 의원은 “전북은 이미 19대 총선에서 물갈이가 이뤄져 11명 중 7명이 초선”이라며 “전북에서 연쇄 탈당 움직임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북 의원들이 친노 성향이 많은 것도 탈당에 거리를 둔 유인으로 꼽힌다. 문 대표 체제 유지를 놓고도 광주·전남과 전북 지역 의원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광주의 임내현 의원은 “문 대표가 (호남의 의견을)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병완 의원도 “호남 시민은 큰 통합을 원하는데 (문 대표가) 작은 단결만 말하고 있어 불만의 목소리가 많다”고 전했다. 반면 친문(친문재인) 진영인 강기정 의원은 “호남 민심은 안철수 신당이 좋다는 게 아니라 무당층의 급증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전북의 김윤덕 의원은 “안철수 탈당으로 신당을 지지하는 움직임이 있지만 결국 호남 민심은 새정치연합을 선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길진균 leon@donga.com·황형준·차길호 기자}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21일 ‘신당 창당’을 공식화한다. 2013년 11월 신당 창당을 선언했다가 2년 1개월 만의 재도전인 셈이다. 방향은 일단 독자 창당이다. 안 의원은 우선 신당 창당 실무기구를 만들겠다고 밝힐 예정이다. 안철수 신당으로 출발한 뒤 천정배 신당, 정동영 전 의원 등과의 연대 가능성을 열어놓을 것으로 보인다. 안 의원이 신당 창당에 속도를 내는 건 탈당 이후 여론이 나쁘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또 내년 2월 15일까지 교섭단체를 구성해야 국고보조금 88억 원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 안 의원은 20일 트위터에 “국민들이 나에게 새 정치의 불씨를 다시 주셨다”며 “낡은 정치를 바꾸라는 국민의 명령에 큰 책임감으로 답하겠다”고 적었다. 미국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을 거론하며 다시 ‘철수’는 없다는 의지를 다지기도 했다. 김한길 의원은 이날 문재인 대표에게 최후통첩을 보냈다. 페이스북에 “(문 대표가) 다시 한 번 마지막으로 야권의 총선 승리를 위해 살신성인하는 지도자로서의 결단이 있길 간청한다”며 문 대표의 퇴진을 요구했다. 김 의원의 탈당이 임박하면서 ‘안철수 신당’ 합류를 포함한 다양한 시나리오가 나돈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안철수 탈당’ 효과가 일주일 만에 야권 지형을 흔들고 있다.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18일 야권의 차기 대선 후보 지지율에서 41%를 얻어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33%)를 앞섰다. 13일 새정치연합을 탈당한 뒤 한국갤럽이 실시한 첫 양자대결 결과다. 안철수 신당 논의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문 대표는 이날 주요 당직을 ‘친문(친문재인)’ 인사로 포진시키는 ‘친정 체제’를 강화했다. 야권의 주도권 쟁탈전도 가열되는 양상이다.○ 안철수 측 “야권 지지자들이 다시 기회 준 것” 갤럽이 성인 100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15∼17일)에 따르면 안 의원의 새정치연합 탈당에 대해 ‘잘한 일’이라는 응답이 44%로 ‘잘못한 일’(25%)이라는 응답을 압도했다. 특히 야권 심장부인 호남에선 안 의원의 대선 후보 지지율(48%)이 문 대표(27%)보다 21%포인트나 높았다. 지난해 3월 안 의원이 민주당과 통합했을 당시 격차(안철수 39%, 문재인 36%)보다 더 벌어진 것. 안 의원 측 관계자는 “새정치와 혁신을 외친 안 의원에게 야권 지지자들이 다시 한 번 기회를 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새정치연합을 탈당한 황주홍 의원은 “일주일간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긍정적인 여론이 많았다”며 “다음 주에 의원 2, 3명이 추가 탈당할 것”이라고 했다. 당장 20일 3선의 김동철 의원(광주 광산갑)이 탈당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안 의원은 이날 광주지역 방송 인터뷰에서 새누리당의 지지율 하락에 대해 “야권의 외연 확대가 시작됐다”고 강조했다. 야권 지지층을 넘어 새누리당·무당파 지지층까지 아우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하지만 안철수 신당의 추진 작업이 순항할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갤럽 여론조사는 탈당에 따른 일시적 ‘착시효과’일 수도 있다.○ 문재인 측 “친문으로 총선 돌파” 문 대표 측은 안 의원의 탈당 후폭풍을 평가절하하는 분위기다. 오히려 이틀 만에 온라인 입당 신청자가 4만4000명을 돌파했다는 점에 한껏 고무된 표정이다. 문 대표는 비주류를 배제한 당직 인선도 강행했다. 전략공천관리위원장에는 불출마를 선언한 4선의 김성곤 의원, 공직후보자검증위원회 위원장에는 정세균계인 백재현 의원(재선), 정책위의장에는 재선의 이목희 의원이 임명됐다. 이 의원은 2012년 대선 때 문재인 캠프 기획본부장을 맡았고, 2·8 전당대회에서도 문 대표를 지원했다. 당무를 거부하고 있는 ‘비주류’ 이종걸 원내대표를 압박한 셈이다. 문 대표는 21일 원내지도부, 각 상임위원회 간사 등을 대상으로 ‘입법 전략 회의’를 직접 소집하기도 했다. 비주류 측은 반발했다. ‘구당모임’은 “(원내지도부와의 호흡이 중요한) 정책위의장을 원내대표 등과 일체의 협의 없이 임명했다는 점은 황당하기까지 하다”며 “한마디로 ‘반통합적 행위’”라고 비판했다. 한편 문 대표는 이날 1월 탈당한 정동영 전 의원이 머무르는 전북 순창을 찾아 90분가량 막걸리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눴다. “총선 때부터 힘을 합치자”고 한 문 대표의 복당 요청에 정 전 의원은 “지금은 (문 대표와) 다른 길에 서 있다. 이미 멀리 온 것 아닌가”라고 했다. 일단은 합류 요청을 고사한 것이다. 하지만 호남지역 지지세 확보가 다급해진 문 대표는 “결코 그렇지 않다. 우리 당의 많은 동지가 다시 함께하기를 바라고 있다”며 마음을 돌려줄 것을 재차 요청했다.황형준 constant25@donga.com·한상준 기자}
안철수 의원은 17일 “낡은 정치를 바꾸지 못하면 더이상 정치를 하지 않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탈당 이후 호남을 처음 방문한 자리에서다. 문재인 대표를 ‘낡은 정치’의 표적으로 지목하며 혁신의 기치를 올린 것. 새정치연합 전남·북 도당 위원장인 황주홍 유성엽 의원의 공식 탈당을 계기로 호남 민심을 선점하겠다는 포석이다. 안 의원은 이날 1박 2일 일정으로 전북 전주와 광주를 방문했다. 그는 전북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낡은 정치를 바꾸려고 노력했지만 제 능력이 부족해서 이루지 못했다”고 말했다. 특히 야당이 자주 거론하는 ‘기울어진 운동장’론에 대해 “외연을 넓히고 많은 사람을 수용할 때만 운동장이 평평해진다”며 “생각이 다른 사람을 자꾸자꾸 배척하는 행위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더 기울게 만드는 행위”라고 날을 세웠다. 그는 호남권 중진인 천정배 의원, 정동영 전 의원 등과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 “세 가지 사항에 해당되지 않는 모든 분과 함께하려 한다”고 말했다. 막말과 갑(甲)질, 이분법적 사고, 기득권에 해당되는 인사를 제외하면 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재판 계류 중인 박지원 의원과 관련해선 “10대 혁신안에 명시돼 있다”며 선을 그었다. 안 의원은 야권의 대표 주자로 부상하기 위해선 호남 민심 잡기가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그는 전날 전북 정읍이 지역구인 유 의원을 만나 “앞으로 긴밀하게 상의해 신당을 성공시키자”고 뜻을 모았다. 그러면서도 “내년 총선 (승리) 아니면 미래 없다”며 제1목표는 개헌 저지선 확보라고 했다. 광주로 이동한 안 의원은 지지자들이 만든 ‘시민네트워크 무등’ 창립식에서 “(지난달 30일) ‘강철수’(강한 철수)란 말을 들었을 때 과거와 현재 미래에 대한 당부가 담겨 있어 가슴에 와 닿았다”고 말했다. “탈당하지 않겠다”고 한 윤장현 광주시장은 이날 안 의원을 만나지 않았다. 지난번 광주 방문 때에는 만찬을 함께했지만, 이번엔 거리를 뒀다. 안 의원은 지난해 당 대표 시절 윤 시장 공천 강행에 승부를 걸었다. 22일 대전을 찾는 안 의원은 27일쯤 신당 구상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전주·광주=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16일 당무에 복귀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당내 투쟁을 야기하면서 혁신을 무력화하고 당을 흔드는 세력에 대해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며 비주류를 정조준했다. 같은 날 지역구인 서울 노원구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을 한 안철수 의원은 “국민은 100점을 바라는데 새누리당은 10점, 야당은 10점도 못 얻을 거라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며 새정치연합의 혁신 부족을 질타했다. 문 대표와 안 의원의 장외 공방이 갈수록 거칠어지고 있다. 문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당무 복귀의 일성으로 ‘마이웨이’를 선언했다. “독한 각오로 시련을 이겨내겠다”고 다짐했다. 당 대표의 공천 기득권이나 계파 패권적 공천을 발붙이지 못하게 하고 당을 이른 시일 안에 일사불란한 총선 승리 체제로 전환하겠다고 했다. 이에 따라 총선기획단, 통합적인 선거대책위원회 등도 조기에 출범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또 ‘비례대표 당규 개정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비례대표도 상향식으로 공천하기로 했다. 외부 인사 영입도 속도를 내고 있다. ‘외부 영입 1호’로 호남 출신의 개혁적 경제학자를 고려하고 있으며 한국개발연구원(KDI) 출신 박사급 인사도 입당을 타진 중이라고 한다. 문 대표 측은 친노(친노무현) 진영 의원들의 불출마도 압박하고 있다. 중진과 비주류 물갈이를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의 성격이다. 최측근인 최재성 총무본부장이 17일 불출마를 선언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문 대표 측은 최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한 뒤 총선기획단장을 맡아 조기 총선 체제로 전환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날 문 대표는 안 의원을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다. 당 관계자는 “안 의원과 이미 결별한 상황에서 비주류를 압박해 당 내분을 수습하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했다. 안 의원은 이날도 문 대표를 겨냥한 공세를 이어갔다. 그는 “신뢰할 수 없는 야당보다 (차라리) 항상 익숙하게 실망만 주는 여당을 찍게 된다는 게 불행하다”고 문재인 리더십을 비판했다. 측근인 송호창 의원이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안 의원의 복당 가능성을 언급하자 안 의원은 “가능하지 않다”고 일축했다. 독자 세력화에 나설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는 17일부터 이틀 동안 전북, 광주 방문에 나선다. 안 의원 측 관계자는 “지난해 초 신당을 추진할 때는 (당시 민주당과) ‘합치라’는 의견이 많았지만 이번 방문에서는 ‘탈당하길 잘했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고 전했다. 한상준 alwaysj@donga.com·황형준 기자}
“(국회) 정론관 복도를 걸으며 지금이라도 문재인 대표가 ‘우리 당을 살리기 위해 어떤 제안도 받아들이겠다’고 얘기하진 않을까 기대했다. 결국 ‘내 운명’이라 생각하며 준비해 온 기자회견문을 꺼내 읽었다.” 안철수 의원은 15일 부산을 방문한 자리에서 이틀 전 탈당 기자회견 당시 심경을 이같이 전했다. 안 의원은 “당에서는 시원섭섭하다고 하겠지만 나는 참담했다”고 덧붙였다. 안 의원은 이날 부산지역 기자간담회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은 평생 야당만 하기로 작정한 당”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간담회 이후 이어진 티타임에서도 불만을 터뜨렸다. “새정치연합 당명을 만들었을 때 생각이 좀 달라도 (‘연합’이라는 단어에) 목적이 다른 사람과 손잡는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지금 새정치연합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생각이 다른 사람을 새누리당이라고 배척한다.” 안 의원이 ‘낡은 진보’ 청산을 요구하자 ‘새누리당 프레임’이라고 지적한 문 대표를 정면 비판한 것이다. 안 의원은 “합리적 개혁적 보수가 아니라 수구적 보수의 편에 선 사람이면 곤란하다”며 “부패에 단호하고 이분법적 사고를 가지지 않고, 수구 보수가 아니라면 어떤 사람과도 함께 손잡고 나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야당은 물론이고 여당에서도 합리적 보수 세력이라면 손을 잡겠다는 중도 신당의 방향성을 제시한 것이다. 야당 내에서도 사법처리를 받거나 막말 파문을 일으킨 의원은 수용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안 의원은 “앞으로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 결정을 올바르게 만드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했다. 무조건 세 불리기식이 아니라 ‘공정성장론’ ‘낡은 정치 청산’ 등 자신의 브랜드를 구체화하면서 선별적인 세력화에 나서겠다는 얘기다. 안 의원 측은 천정배 의원이 추진하는 국민회의와의 연대에 대해 “아직 구상하는 중”이라며 말을 아꼈다. 정치권에서는 안 의원이 늦어도 내년 2월 초까지 신당을 창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선관위에 따르면 안 의원이 내년 2월 15일 이전까지 신당을 창당하고 원내교섭단체 구성(현역의원 20명)에 성공하면 4월 총선까지 선거보조금 70억 원 등 최대 87억9000만 원의 국고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부산=차길호 kilo@donga.com / 황형준 기자}
“다시 1년 9개월 전으로 돌아간 셈이다. ‘새 정치’와 ‘혁신’이라는 자산을 소진하며 혹독한 신고식을 마쳤다.”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한 안철수 의원을 두고 정치권에서 나오는 얘기다. 지난해 3월 전격적으로 민주당과 통합한 뒤 1년 9개월 만에 다시 홀로서기를 하는 안 의원이 ‘정치시계’를 ‘0시’로 되돌렸다는 것이다. 안 의원의 출발은 좋았다. ‘안철수 신당’은 지난해 민주당과 합당 직전인 2월 한국갤럽 조사에서 정당 지지율 18%를 얻어 민주당(15%)보다 높았다. 새정치연합으로 합당한 직후에는 30%대로 뛰어올랐다. ‘안철수 효과’가 발휘됐다. 하지만 정점은 일찍 찍혔다. 4월 기초선거 무공천 방침을 철회하고 7·30 재·보궐선거에서 패하면서 4개월 만에 공동대표직을 사퇴했다. 지난해 초까지 1위를 달리던 야권 대선 주자 지지율도 6·4지방선거 직후에는 문재인 대표와 박원순 서울시장에 이어 3위로 밀렸다. ‘철수(물러선다는 의미) 정치’에 “새 정치의 이미지가 퇴색됐다”는 비판을 받으며 중도층이 등을 돌렸다는 분석이 나왔다. 그러나 안 의원은 소득도 있었다. 그는 평소 “정치권 3년이 30년 같았다”면서도 “압축 경험을 했다”고 말했다. 또 “(당) 바깥에 있었으면 기존의 정당 내부 구조를 잘 몰랐을 것”이라며 “좌절도 하고 기초연금도 관철시켜 보면서 배웠다”고 했다. 제1야당 대표를 맡아 야당 내 계파 간 역학관계를 몸에 익혔다는 것이다. 현역 의원들과 관계를 쌓은 것도 안 의원의 자산이 됐다. 안 의원은 김한길 의원과 공동대표를 지내며 최재천 최원식 정성호 등 김한길계 의원들과 가까워졌다. 동반 탈당을 예고한 문병호 의원도 안 의원의 대표 시절 비서실장을 맡았다. 서양호 두문정치전략연구소 부소장은 “지금이 위기이자 기회”라며 “안 의원은 앞으로 비주류, 호남 수장의 유혹을 떨치고 ‘반(反)여당 비(非)야당’ 성향의 중도층을 적극 대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내 거취 문제는 물론 내년 총선을 앞둔 야권 상황에 대해 깊은 고민이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 의원은 14일 기자들과 만나 안철수 의원 탈당 사태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두 사람은 지난해 3월 새정치연합을 창당한 ‘공동창업주’였다. 김 의원은 안 의원이 탈당을 선언할 때까지도 가급적 말을 아껴왔다. 그렇다고 해서 김 의원이 손을 놓은 것은 아니었다. 그는 문재인 대표 퇴진을 요구한 비주류 의원들의 ‘막후 작전사령관’이었다. 그래서 당내에선 “김한길 가는 길을 가면 길이 보인다”는 얘기가 나왔다. 지난주 최고위원을 사퇴한 주승용 의원, 당직을 사퇴한 최재천 의원도 김 의원과 상의 끝에 결정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비주류 측이 새로 구성한 ‘구당모임’의 간사인 노웅래 최원식 의원도 모두 김 의원과 가깝다. 김 의원은 4·28 재·보궐선거 직후부터 문 대표 책임론을 거론했다. 9월 안 의원이 당의 부패 척결 등 3대 혁신 방향을 강조하며 문 대표와 각을 세웠을 때는 잠시 수면 아래로 들어갔다. 안 의원이 문 대표와 날을 세우는 가운데 비주류 수장인 김 의원까지 나설 경우 독이 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김 의원은 안 의원이 탈당을 고민할 때 따로 조언은 하지 않았다고 한다. 김 의원은 측근들에게 “안 의원이 자신만의 그림을 그릴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의원이 끝내 탈당하자 문 대표를 향해 “어렵게 불러온 안 의원을 막무가내 패권정치가 기어코 내몰고 말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의원은 당분간 탈당하지 않고 비주류 의원들과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촉구할 예정이다. 문 대표와 친노(친노무현) 주류 진영을 압박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접점이 나오지 않을 경우 비주류 의원 10여 명과 함께 탈당의 물꼬를 틀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 시점이 정계 개편의 변곡점이 될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 김 의원은 열린우리당에서 탈당파를 이끌어냈던 막후 주역으로 친노 세력과의 악연이 깊다.황형준 constant25@donga.com·차길호 기자}

“안철수 의원이 ‘새로운 정당을 창당해야 한다’는 나와 같은 인식에 도달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 무소속 천정배 의원은 13일 서울 동작구 여성플라자에서 열린 ‘국민회의(가칭) 창당 발기인대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신당 창당의 성공 요건으로 꼽히는 안 의원 같은 대선 주자가 탈당한 만큼 인재 영입 측면에서 ‘대어(大魚)’가 나왔다고 본 것이다. 천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최근 안 의원을 만나거나 연락한 적은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당에 있는 사람도 만나는데 탈당한 사람(안 의원)을 만나지 못할 이유가 있느냐”고 말했다. 이미 안 의원이 천 의원과의 야권 통합 필요성을 제기한 상태에서 자연스럽게 두 사람이 만날 가능성을 열어 놓은 것이다. 천 의원은 이어 “새로운 정당을 만들어 야권 주도세력을 교체하는 일은 어떤 대의보다도 큰 역사적 소명”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야권 개편의 역할론이 제기된 손학규 전 상임고문과 정동영 전 의원을 두고 “정치적 영향력과 책임이 큰 분들의 동참을 바라고 있다”고 신당 참여를 호소했다. 천 의원은 이날 국민회의 발기인대회에서 안 의원의 탈당을 계기로 새정치민주연합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였다. 그는 “오늘은 야당의 사망 선고일”이라며 “(새정치연합은) 여왕에게 쩔쩔매는 2중대 야당”이라고 비판했다. 새정치연합 유성엽 의원도 축사에서 “(자신의 지역구인) 전북 정읍에서 핵심 당원을 설득해 탈당을 승낙받은 뒤 함께하겠다”며 탈당을 예고했다. ‘국민회의’ 발기인에는 현역 의원은 없었지만 유선호 조배숙 장세환 김성호 전 의원 등 868명이 이름을 올렸다. 차길호 kilo@donga.com·황형준 기자}
“안 의원은 상당히 화가 많이 나 있었다.” 안철수 의원의 한 핵심 측근은 13일 새벽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를 만난 안 의원에게서 이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전했다. 2012년 대선 단일화 국면 당시 문 대표가 자신이 집에 없는 사실을 알고도 ‘문전박대’당했다는 식으로 발언한 것을 두고 안 의원은 불만을 토로해왔다. 이날도 혁신 전당대회 제안을 수용할 생각이 없는데도 문 대표가 안 의원의 상계동 자택을 방문한 건 3년 전의 ‘데자뷔’라는 것이다. 안 의원은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에 ‘새정치’의 아이콘으로 등장했다. 그러나 안 의원은 서울시장 후보 자리를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2012년 대선 후보 자리를 문 대표에게 각각 ‘양보’했다. 지난해 3월에는 민주당과의 통합 명분이었던 ‘기초선거 무공천’이 좌절되면서 ‘철수정치(밀리기만 한다는 의미)’라는 비판을 받았다. 안 의원은 “문 대표가 자신의 대선 공약을 어기면서까지 기초선거 공천을 해야 한다고 했다”며 실망감을 표시했다. 2012년 대선 당시 후보직을 다투던 안 의원과 문 대표의 악연은 3년 3개월이나 이어졌다. 안 의원은 그해 9월 19일 대선 출마를 선언하며 현실정치 무대의 전면에 나섰다. 그러나 11월 23일 당시 문재인 민주당 후보와의 단일화 협상이 진통을 겪으면서 후보직에서 물러났다. 그 후 문 대표의 선거운동을 도왔지만 친문(친문재인) 진영에서 “안 의원이 너무 늦게 합류했다”고 날을 세우자 안 의원은 상당히 격앙했다고 한다. 안 의원은 8월 박영선 의원의 북콘서트에서 “대선 단일화 협상 당시 (내가 단일 후보가 되면 민주당에 입당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는데 일부 사람만 알았다”며 “내가 한마디만 더 하면 큰일난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안 의원이 지난해 당 대표직을 그만둔 과정에서도 친문 진영의 집요한 흔들기가 작용했다는 생각이 강했다고 한다. 안 의원은 문 대표로부터 인재영입위원장, 혁신위원장 등 주요 당직을 제안받았지만 거절했다. ‘문재인 아래 안철수’라는 인식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안 의원은 사석에서 “문 대표의 권력 의지가 더 강해지고 있어 자신의 대표직을 내놓을 생각은 전혀 없을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의원의 멘토였던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안 의원이 (합당 후) 1년 9개월 만에 제자리로 돌아온 것 아니냐”며 “야권을 분열시켰다는 비판이 나오겠지만 (안 의원이 자신의) 세력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황형준 constant25@donga.com·한상준 기자}

“다음 기회에 말씀드리겠다.”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13일 탈당 기자회견을 마친 뒤 ‘신당 창당’이나 ‘신당 합류’ 계획에 대해 말을 아꼈다. 다음 행선지를 ‘신당’으로 좁히지 않고 ‘무소속 연대’ 가능성까지 열어둔 것이다. 안 의원 측 핵심 관계자는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 민심을 듣고 탈당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설명한 뒤 창당 문제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력 규합에 심사숙고하겠다는 의미다. 안 의원은 회견 뒤 지지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길도 없고 답도 없는 야당을 바꾸고, 이 나라의 정치를 바꾸는 길의 한가운데 다시 서겠다”고 밝혔다.○ 안철수의 ‘3·3·3전략’ 정치권은 안 의원이 정치 지형 재편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중도’ 성향의 안철수 신당과 ‘진보’ 성향의 새정치연합, ‘보수’ 성향의 새누리당 등 삼각 구도로 바꾼다는 것이다. 안 의원은 2013년 말 독자 신당을 추진할 당시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김성식 전 의원 등 새누리당 인사들까지 아우를 정도로 중도적 성향을 보였다. 지난해 민주당과의 합당 때도 ‘진보-보수 통합’ 노선을 천명했다. 안 의원의 탈당 이후 행보도 비슷한 노선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2012년 대선 당시 안철수 캠프 인사와 새정치연합 중도 성향 의원, 신진 인사 등 3개 축을 중심으로 ‘정치세력’을 만들어 신당의 가치, 총선 전략 등을 만들어 나간다는 전략이다. 이후 중도 보수 진보의 삼각 구도를 구축하고 외연 확대를 통해 중도신당을 출범시켜 내년 총선에서 기호 3번을 노리는 ‘3·3·3전략’을 세울 거라는 관측이 나온다. ○ 순차적 탈당 이뤄질 듯 안 의원과 새정치연합을 창당했던 김한길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야권 통합을 위해 어렵게 모셔온 안 의원을 막무가내 패권정치가 기어코 내몰고 말았다”며 “패배의 쓴잔이 아른거린다. 참담하다”고 적었다. 박지원 의원도 “좋은 소식을 기다렸지만 까치는 오지 않았다”며 안 의원의 탈당을 아쉬워했다. 후속 탈당의 규모가 관심이다. 안 의원의 측근인 문병호 의원이 15일 선도 탈당을 예고했고 호남 비주류인 황주홍 의원도 탈당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 의원은 13일 저녁 문 의원 등을 만나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일단 비주류 진영의 좌장인 김한길 의원의 행보가 주목을 받고 있다. 김 의원계가 탈당에 합류할 경우 후속 탈당에 탄력이 붙을 가능성이 크다. 박지원계, 손학규계 의원들도 합류할 가능성이 있다. 동반 탈당할 현역 의원은 김영록 노웅래 유성엽 이윤석 정성호 박혜자 최원식 최재천 의원 등이 거론된다. 당 관계자는 “호남 또는 비주류 의원 일부는 바로 탈당하고 싶겠지만 안 의원 측에서 받아준다는 보장이 없어 섣불리 행동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일단 당내에서 문재인 대표와 각을 세우면서 탈당 명분을 계속 쌓으며 기회를 노릴 가능성이 많다”고 전했다. 박영선 민병두 의원과 김부겸 김영춘 전 의원 등이 참여하는 ‘통합 행동’도 당분간 당내 상황을 지켜본 뒤 거취를 정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당내에선 탈당이 단계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安, 호남에서 깃발 들 듯 안 의원은 전날 밤부터 기자회견문을 직접 작성했다고 한다. 안 의원 측 지인은 “안 의원이 ‘문 대표는 당 대표 프리미엄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이것만 벗기면 끝이다’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며 “문 대표가 물러날 생각이 없는 만큼 결국 탈당밖에 길이 없다고 본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안 의원은 이번 주 광주를 먼저 방문할 계획이다. ‘강철수(강한 철수)’라는 별명을 준 호남에서 재기를 꾀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무소속 천정배 의원의 ‘국민회의’와 손잡고 신당을 창당하는 것은 심사숙고하는 분위기다. 자칫 ‘호남당’이란 역풍을 맞을 수 있어서다. 안 의원이 시차를 두고 신당을 고민하는 이유다. 안 의원 측 인사들은 14일부터 탈당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전북 김제-부안 출마를 노리는 홍석빈 민주정책연구원 부원장과 박인복 전략홍보본부 부본부장, 경기 고양 덕양을 출마를 준비 중인 이태규 ‘내일’ 부소장이 탈당을 선언할 예정이다.길진균 leon@donga.com·황형준 기자}
“생각이 다르다고 어떻게 나를 새누리당이라고 그러느냐.” 13일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한 안철수 의원은 전날 문재인 대표에 대해 쌓인 감정을 이같이 토로했다. 그는 서울 노원구 상계동 자택을 찾은 박병석 의원에게 “혁신 전당대회를 국민 앞에서 얘기했기 때문에 문 대표가 받지 않으면 방법이 없다”며 문 대표가 자신을 ‘새누리당 프레임’이라고 언급한 것을 떠올리며 거듭 불쾌감을 드러낸 것이다. 안 의원과 가까운 송호창 의원이 11일 “안 의원이 탈당으로 마음을 굳혔다”고 밝히면서 문 대표 측에는 비상이 걸렸다. 12일 ‘통합행동’, ‘구당모임’ 의원들도 안 의원의 탈당을 만류하는 성명을 연이어 발표했다. 의원들은 이날 오후 8시 반부터 긴급 의원간담회를 열어 “안 의원의 탈당 철회와 문 대표의 당 갈등 해결에 대한 무한 책임을 요구한다”는 호소문을 채택했다. 또 안 의원에게 의원단을 급파해 설득 작업을 벌였다. 박병석 의원 등 3명은 안 의원의 자택에서 오후 11시 45분부터 다음 날 오전 1시까지 탈당을 만류했다. 그러나 안 의원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는 “내가 또 (문 대표에게) 이용만 당하는 것 아니냐”며 “혁신 전대를 받지 않는 상태에서 문 대표와 만나는 건 의미가 없다”고 했다. “일단 두 사람이 만나라”라는 의원들의 권유에도 “둘이 얘기하면 또 다른 말이 나오니 공개적으로 해야 한다”고도 했다. 문 대표를 더 이상 믿기 어렵다는 것이다. 안 의원을 만난 한 의원은 “두 사람의 불신의 골이 깊어도 너무 깊었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문 대표는 안 의원을 찾아가는 것을 망설였다. 하지만 박 의원이 문 대표에게 연락해 “일단 출발해라. 그 사이 안 의원을 설득하겠다”고 하자 비로소 13일 오전 1시경 안 의원의 자택에 도착했다. 문 대표는 문 앞에서 50분가량 기다렸지만 집 안으로 들어가지 못했다. 문 대표가 자리를 뜨려는 순간, 안 의원이 문을 열고 나왔다. 둘의 대화는 짧았고 악수를 한 뒤 헤어졌다. “문자나 전화 합시다.”(문 대표) “네. 아침에 맑은 정신에….”(안 의원) 오전 11시로 예정된 안 의원의 탈당 기자회견을 앞두고 문 대표는 최후의 카드를 던졌다. 전날 통합행동이 “문 대표, 안 의원 등 여러 인사가 혁신을 갖고 경쟁하는 전대를 하자”고 제안한 중재안을 받을 수 있다고 한 것. 문 대표와 안 의원은 오전 10시 15분경 13분 정도 통화했지만 접점을 찾지 못했다. 안 의원은 오전 11시 국회 정론관에서 탈당 기자회견을 한 뒤 “문 대표께 지금 당이 어떤 위기 상황인지 설명했고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며 “그럼에도 설득하는 데 실패했다”고 말했다. 문 대표가 ‘마이 웨이’를 고집하면서 탈당할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안 의원 측 관계자는 “기자회견 직전인 10시 49분까지 문 대표가 ‘혁신 전대를 받겠다’고 하는 연락을 기다렸다”며 “연락이 왔다면 기자회견도 안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문 대표 측은 “통합행동의 중재안과 혁신 전대가 무엇이 다르냐”고 반박했다. 황형준 constant25@donga.com·한상준 기자}
새정치민주연합이 분당(分黨)의 기로에 섰다. 혁신과 통합 노선을 놓고 문재인 대표와 안철수 의원이 서로 물러서지 않으면서 주류-비주류 간 갈등의 골도 깊어졌다. 안 의원은 13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종 결심을 밝힌다. 안 의원이 탈당할 경우 비주류 의원들의 동반 탈당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잠행 엿새째인 안 의원은 11일 서울 인근에서 당 잔류와 탈당을 놓고 장고를 거듭했다. 안 의원과 가까운 송호창 의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안 의원과 장시간 얘기했는데 탈당으로 마음을 굳힌 것 같다. 이미 기정사실화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다만 송 의원 자신은 “탈당하지 않는 게 맞다”며 묘한 뉘앙스를 남겼다. 안 의원 측근들 사이에선 “당에 남아 백의종군해봐야 얻는 게 없다”며 탈당하는 쪽 의견이 우세했다고 한다. 안 의원 측 관계자는 “(안 의원이) 친노(친노무현) 패권주의 카르텔을 쉽게 깨뜨릴 수가 없다는 것을 느꼈을 것”이라며 “그걸 깨고 새로운 야권 지형을 만들지 마지막까지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안 의원 측근인 문병호 의원은 “안 의원이 탈당하면 다음 주쯤 호남과 수도권 중심으로 5∼10명이 동반 탈당할 것”이라며 “나도 바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문 의원을 포함해 최원식 최재천 유성엽 황주홍 의원의 탈당 가능성이 높다. 연말까지 30여 명이 탈당할 거라는 전망도 있다. 안 의원이 탈당 쪽으로 결심을 굳히면 야권의 정치지형도 요동칠 것으로 전망된다. 만약 새정치연합 창당 당시 안 의원과 공동대표를 맡았던 김한길 의원, 무소속 천정배 의원이 손을 잡으면 총선을 4개월 앞두고 야권발 정계 개편이 휘몰아친다. 이럴 경우 총선 정국은 여야 일대일 구도가 아니라 ‘다야(多野)’ 구도로 급변하게 된다. 안 의원은 자신의 기자회견 이후 예상되는 다양한 시나리오를 점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표와 안 의원이 주말 동안 파국을 막기 위해 물밑 조율에 나설 가능성은 열려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문 대표 측은 “제안할 게 있어야 만나는데 접점이 없다”고 말했다.황형준 constant25@donga.com·길진균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의원이 탈당을 심각하게 검토하는 가운데 11일 3선 이상 중진 의원들이 중재에 나섰지만 허사였다. 문재인 대표에게 사퇴하고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구성을 촉구했지만 문 대표는 오히려 중진들을 타박했다. 문 대표는 “지난번 재신임 투표 제안 때 앞으로 대표를 흔드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는데 돌아서자마자 다시 흔들기가 계속됐다”며 자진 사퇴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문 대표 최측근인 최재성 총무본부장도 중진들에게 “용퇴하라”며 맞불을 놨다. 당내 수도권, 비주류, 중진 의원들까지 나섰지만 당 혁신과 통합을 둘러싼 문 대표와 안 의원의 관계는 멀어지고 있다. 당내 갈등조차 중재하지 못한 새정치연합의 정치력 부재가 총체적 난국을 불렀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 지도부 사실상 와해 유승희 최고위원은 이날 당 최고위원회에서 문 대표를 향해 “대표직에서 물러나 혁신통합전당대회를 성사시키라”고 요구했다. 이미 5명의 선출직 최고위원 가운데 주승용 오영식 최고위원이 사퇴한 상황에서 유 최고위원까지 문 대표에게 반기를 든 것이다. 이종걸 원내대표의 최고위 불참, 최재천 정책위의장의 사퇴 등 비노(비노무현) 진영의 ‘사퇴 도미노’로 당 지도부는 사실상 와해된 상태다. 당 관계자는 “이제 문 대표의 사퇴냐, 안 의원의 탈당이냐로 압축된 것 같다”고 말했다. 문 대표가 안 의원의 최후통첩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안 의원이 13일 ‘결별’을 선언할 거란 얘기다. 안 의원 측 문병호 의원은 “이제 당 의원들이 선택해야 한다”며 “친문이냐, 반문이냐를 두고 안철수당이냐 문재인당이냐를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막판 담판 가능성은 열려 있다. 문 대표 측도 여러 경로로 안 의원 측에 담판 의사를 타진해왔다. 안 의원 측 핵심 관계자는 “탈당이 유력하지만 정치는 마지막 반전의 가능성을 열어놔야 한다”며 여운을 남겼다.○ 文 측, 중재 요구한 중진 의원들에게 “용퇴하라” 문희상 의원, 이석현 국회부의장 등 중진 의원 15명은 이날 문 대표가 일단 사퇴한 뒤 안 의원과 함께 비대위를 구성하고 전당대회를 개최하자는 중재안을 마련했다. 전날 수도권 의원들의 중재안과 비슷하지만 전대 가능성을 열어놨다는 점에서 혁신 전대를 주장한 안 의원의 의견까지 수용한 것이다. 전대를 고집하던 비주류 측 ‘구당모임’ 의원들도 비대위 구성 방안으로 한발 물러섰다. 그러나 최 본부장은 “비대위에서 전대 문제를 합의 결정하도록 요구하는 건 당헌에 위배된다”며 “중진들이 헌신했다면 진정성을 이해하겠지만 전부 황금 지역구 아니냐”고 비난했다. 중진들이 중재할 자격이 없다고 일축한 것이다. 문 대표와 안 의원 측 모두 중재안에 회의적이라는 게 더 문제다. 문 대표 측은 “대표가 물러나는 일은 없다”고 강조했다. 안 의원 측도 “문 대표가 혁신 전대를 거부한 상황에서 두 분이 향후 전대 개최를 협의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호남에서는 문 대표의 사퇴 요구가 이어졌다. 새정치연합 전남도의원 52명 중 44명과 기초의원 광주, 전남·북 협의회 회장단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성명을 내고 문 대표의 사퇴를 촉구했다. 한 비주류 진영의 당직자는 “문 대표가 호남, 수도권 의원, 중진까지 등 돌리게 하고 마이웨이를 택한 것”이라고 비판했다.황형준 constant25@donga.com·길진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