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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스라엘 정부가 가자지구 봉쇄작전 중 유혈사태를 벌인 것을 보고 ‘십자군왕국’이 떠올랐다. 이는 중세시대에 십자군이 성지(聖地) 원정을 통해 세운 나라다. 안티오키아공국, 에데사와 트리폴리백작령, 예루살렘왕국 등을 일컫는 말이다. 이스라엘과 십자군왕국의 유사성은 아랍세계에서는 곧잘 인용된다. ‘유대인과 십자군’은 오사마 빈라덴이 즐겨 쓰는 관용어이며 팔레스타인 강경파들은 십자군을 패퇴시켰던 아랍의 살라딘 장군이 다시 나타나길 고대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십자군왕국의 흥망에서 배워야 할 게 있다. 현재 이스라엘이나 십자군왕국 모두 호전적 적국에 둘러싸인 소국이다. 동맹국은 멀리 있고 적들은 곁에 있다. 둘 다 중동에 있지만 서구를 지향하며 전 세계에서 광적인 신도들을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십자군왕국의 패망 원인이 된 문제들을 이스라엘도 직면하고 있다. 첫 번째는 지리적 이유다. 팔레스타인 지역의 성지는 끊임없는 침략에 노출될 수밖에 없어 정복하긴 쉬워도 방어하긴 힘들다. 두 번째는 외교적 문제다. 십자군은 이웃의 강국 동로마제국 및 이집트와 마찰을 빚었으며 서구 유럽으로부터 받는 지원은 너무도 미약했다. 세 번째는 인구학적 요인이다. 십자군왕국의 지배계급은 서유럽 출신 기사로 소수인 반면 주민 대부분은 동유럽 정교회나 이슬람 신도였기 때문에 통합과 안정을 이루는 데 실패했다. 10년 전 평화협상이 중단되기 전 이스라엘은 세 분야에서 십자군왕국보다 훨씬 좋은 상황이었다. 이스라엘은 막강한 군사력과 핵 억지력으로 지리적 취약성을 극복했다. 또 터키 요르단 이집트 등 지역 내 강국들과도 비교적 안정된 관계를 맺어왔으며 슈퍼파워인 미국의 지원을 받았다. 자국 내 아랍계 소수민족들은 중동의 어느 나라 소수민족보다 좋은 대우를 받았으며 사회통합이 잘 이뤄졌다. 그리고 이스라엘인들은 주민의 대부분이 아랍계인 가자지구와 요르단 강 서안지구에서 철수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10년이 흐른 지금 군사적 이점을 제외하고 이스라엘은 외교적으로나 인구학적으로 점점 더 12세기 예루살렘왕국을 닮아가고 있다. 가자지구 전쟁과 레바논 전쟁, 가자지구 봉쇄작전 실패로 세계무대에서 고립됐다. 또 요르단 강 서안의 아랍계 주민은 급속히 늘어나 유대인이 소수가 되고 있다. 미국의 지지를 받는 한 이스라엘은 외교적 고립에서도 생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자국 내 인구 구성의 변화는 큰 문제다. 이스라엘이 요르단 강 서안에서 빠져나올 수 없다면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아파르트헤이트(인종분리)’와 유사한 정책을 통한 장기 점령을 택하든지 팔레스타인인들에게 이스라엘 정치에 참여할 기회를 넓히는 방안이다. 물론 이스라엘이 요르단 강 서안에서 철수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스라엘은 영토와 안전 측면에서 큰 희생을 각오해야 한다. 또 요르단 강 서안에서의 일방적인 철수는 2005년 가자지구 철수보다 훨씬 더 꼬인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다. 팔레스타인 정파 간의 심각한 폭력사태를 부를 수 있고 이들의 배후 지원세력인 이란과 시리아에 전쟁 구실을 주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스라엘이 국가로서 생존을 보장하는 유일한 길은 요르단 강 서안에서 물러나는 것이다. 십자군왕국은 최후에 이슬람 적군들에게 패망했다. 그러나 만일 이스라엘이 붕괴된다면 내부로부터 무너질 것이다.로스 두댓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짐 로저스(사진)는 16일 “지금이 유로화 매수의 적기”라며 유로화 투자를 강화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스페인 마드리드 회견에서 “유럽의 정부들이 강력한 재정축소에 나설 것으로 본다”며 “지난주 말과 이번 주초 유로화를 추가 매입했다”고 말했다. 로저스는 “유로화 투자의 단기 전망이 그렇게까지 부정적이지 않다”며 “유로화가 사라진다면 10∼15년 걸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로저스는 “최근 유로화에 대한 시장의 태도가 지나치게 부정적이며 단기간에 너무 많이 하락했다”며 “(유로화와 관련해) 다른 면을 봐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로저스는 재정위기에 빠진 유럽 국가들을 구제하는 것이 결국 유로체제를 무너뜨리는 극약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실패한 사람을 구제하는 것은 유럽에도 좋지 않고 세계적으로도 볼 때도 좋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로저스는 CNBC에 출연해 장기적으로는 원유 투자가 좋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멕시코 만 원유 유출 사고로 미국의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연근해 작업을 금지해 원유 시추가 줄어들 것이라는 이유에서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유럽 각국에서 재정위기의 여파로 좌파 정권 퇴조가 두드러지고 있는 가운데 12일 슬로바키아 총선에서도 중도우파를 표방한 야당이 승리했다. 슬로바키아 선관위에 따르면 집권 중도 좌파 연정은 전체 150석 중 71석을 얻어 과반 확보에 실패했다. 로베르토 피초 총리가 이끄는 스메르당(Smer)은 34.8%(62석)를 득표해 제1당을 유지했으나, 연정 파트너인 슬로바크민족당(SNS)이 5.2%를 득표해 9석을 얻는 것에 그친 데다 민주슬로바크운동(HZDS)은 의회 진출 하한선인 5% 득표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반면 재정적자 감축, 일자리 창출, 기업 환경 개선 등을 공약으로 내세운 슬로바크민주기독연맹(SDKU) 등 중도우파 4개 야당이 79석을 확보해 반수를 넘어섰다. 제1당을 차지한 피초 총리가 새로운 연정 파트너를 찾는 시도에 나설 가능성도 있지만 중도우파 4개 정당이 참여한 연정이 구성될 가능성도 많다. 피초 총리는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 “제1당 스메르의 절대적인 승리”라고 자평하면서도 “만일 연정 구성에 실패하면 중도우파 정부를 존중하면서 강력한 야당으로 남을 것”이라고 밝혔다. SDKU의 이베타 라디코바 총재는 13일 중도우파 연정 구성을 위한 4개 야당 간의 대화를 시작할 예정이다. 중도우파 연정이 집권에 성공하면 라디코바 총재는 슬로바키아 최초의 여성 총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2009년 1월 유로존(유로화 사용 16개국)에 가입한 슬로바키아의 이번 총선은 유럽 재정위기가 최대 쟁점이었다. 특히 자국보다 잘사는 그리스에 자금을 지원하는 것에 유권자들의 반감이 컸다. 야당은 “슬로바키아가 그리스에 지원할 8억 유로는 올해 슬로바키아 재정적자의 21%에 이른다”며 지원을 유보하겠다고 공약했다. 슬로바키아의 재정적자도 유로존 가입 직전인 2008년 국내총생산(GDP)의 2.3%에서 지난해 6.8%로 확대됐고, 올해에는 7.5%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피초 총리는 “사회복지 혜택을 줄이지 않고 강력한 복지국가를 유지하겠다”고 표심을 달랬다. 이에 대해 라디코바 총재는 “현 정부의 경제정책은 슬로바키아를 그리스의 길로 인도하는 것”이라며 공세를 퍼부었다. AP통신은 “포퓰리스트 지도자로 불리는 피초 총리의 선거전략이 먹혀들지 않았다”고 평했다. 피초 총리의 집권연정 파트너인 얀 슬로타 SNS 총재는 약 50만 명으로 추정되는 헝가리계 국민에 대한 노골적인 비난 발언으로 이웃 헝가리와 외교 마찰을 빚어왔다. AFP통신은 “새 연정이 출범할 경우 재정적자 축소에 대해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고, 2006년 이후 갈등을 빚어왔던 이웃 헝가리와의 관계가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중국의 인터넷게임 이용자가 1억 명을 넘어섰다. 중국인터넷정보중심(CNNIC)은 31일 발표한 ‘2010년 중국 인터넷게임 조사 보고’에서 4월 말 기준으로 중국의 인터넷게임 이용자가 1억500만 명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 중 쌍방향 인터넷게임 이용자가 9209만 명이었으며, 대형 인터넷게임 사이트 이용자는 2384만 명, 단일게임 사이트 이용자는 3791만 명 등이었다. 인터넷게임 이용자가 증가한 것은 인터넷 사용자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됐다. 작년 말 기준 중국의 누리꾼은 전년보다 28.9% 급증한 3억8400만 명이었으며 휴대전화 인터넷 사용자는 4월 말 현재 1억1102만 명으로 집계됐다. CNNIC는 쌍방향 인터넷게임이 대부분 대형 사이트에 의해 운영되고 있으며 광고수익 창출 효과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글로벌 경제위기의 여파로 유럽의 출산율에 빨간불이 켜졌다.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유럽 각국이 육아수당까지 삭감할 예정이어서 출산율 하락은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영국 국가통계국은 26일 2009년 영국에서 태어난 신생아는 70만6248명으로 전년도보다 0.3% 줄었다고 발표했다. 적극적인 육아지원 정책으로 ‘제2의 베이비붐’을 이끌던 영국에서 출산율이 감소한 것은 2001년 이후 처음이다. 영국의 인디펜던트는 “경제위기라는 물에 빠져 허우적대는 중산층 부부들이 아이 낳기를 미루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영국의 육아 네트워크 사이트인 ‘넷맘’이 회원 500명을 상대로 여론조사를 한 결과 열 명 중 한 명이 불황 때문에 아이 낳기를 포기했으며, 세 명 중 한 명은 경제상황이 나아지기 전까지 출산계획을 미룰 것이라고 응답했다. 유로화를 쓰는 유로존 국가(16개국) 전체에서도 인구 1000명당 출산율이 2008년 10.52명에서 지난해 10.42명으로 떨어졌다. 이탈리아 네덜란드 포르투갈 등에서 큰 폭으로 출산율이 감소했지만 상황이 최악인 곳은 독일이다. 독일 연방통계청에 따르면 2009년 출생한 신생아는 65만1000명으로 전년도보다 3.6%나 급감했다. 1990년 독일 엄마들은 1인당 평균 1.5명의 자녀를 낳았으나 2009년에는 1.38명으로 줄어들었다. 이 같은 독일의 출산율은 제2차 세계대전 직후인 1946년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다. 독일은 매년 사망하는 인구가 출생 인구보다 19만 명 많아 앞으로 50년 안에 현재 8700만 명의 인구가 1700만 명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일간 타게스슈피겔은 ‘독일이 흔들린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현재의 출산율대로라면 수십 년 후 노동인력이 30%나 감소해 독일 경제의 기반이 무너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남유럽발 재정위기 때문에 유럽 각국은 출산보조금 지원도 줄여야 할 판이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취임 후 출산하는 부모에게 1년간 부모수당(월급의 67%)을 지급하는 ‘가족 후원 인센티브’ 제도를 운영해왔다. 그러나 독일 헤센 주 롤란트 코흐 주지사는 긴축정책을 위해 연방정부가 육아지원과 교육 예산을 삭감할 것을 주장해 보수연정 내부에서 정치적 논란으로 비화됐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미국 캘리포니아 출신의 13세 소년 조던 로메로 군(사진)이 최연소 에베레스트 등정 기록을 세웠다. 기존의 에베레스트 최연소 등정기록은 네팔의 16세 소년 템바 체리 군이었다. 로메로 군의 대변인 롭 베일리 씨는 22일 로메로 군의 등반대가 세계 최고봉인 에베레스트 정상에서 위성전화로 정상 등정에 성공했음을 알려왔다고 밝혔다. 로메로 군은 아버지와 셰르파 등 3명과 함께 에베레스트의 중국 측 베이스캠프를 출발해 정상에 도착했다. 로메로 군은 정상에 행운을 상징하는 부적의 의미로 ‘토끼 발’을 묻어 놓았으며 인근 사원의 승려가 선물로 준 씨앗도 심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어렸을 때 학교 복도에 걸려 있던 세계 7대륙 최고봉의 그림에 영감을 받아 도전을 시작한 로메로 군은 9세 때 아프리카 킬리만자로 산 정상 도전에 성공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한국에서 미혼모로 10년 산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혼자서 딸을 키워온 34세의 미혼모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10년 전 임신 소식을 들은 그의 남자친구는 연락을 끊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부모는 “부끄럽다”며 인연을 끊었다. 홀로 남은 그는 “나 같은 사람도 살아도 된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치열하게 살았다. 그는 “미혼모도 ‘용감한 엄마’라는 걸 알려주고 싶다”고 했다. ■ ‘임을 위한 행진곡’으로 갈라진 5·18‘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광주의 아픔을 노래한 ‘임을 위한 행진곡’으로 광주가 두 쪽이 났다. 그날의 숭고한 의미를 되새겨야 할 5·18민주화운동 30주년 기념식이 정부 따로, 5월 단체 따로 열렸다. 이 노래에 어떤 코드가 담겨 있기에 광주가 두 갈래로 나뉜 걸까. ■ 복거일이 쓰는 6·25 결정적 전투: 운산전투1950년 9월 인천상륙작전 성공 후 한국군과 연합군은 38선을 넘어 북한으로 진격했다. 평양을 넘어 압록강까지 밀어붙여 전쟁을 끝내려던 아군은 운산에서 새로운 군대와 만났다. 운산전투에서 중공군을 얕잡아본 미군의 판단은 6·25전쟁에서 가장 결정적 실책이었다. ■ “軍心잡아라”… 각 종단 논산훈련소 쟁탈전충남 논산시 육군훈련소(연무대)에서 불교 천주교 등 종교 간의 ‘군심(軍心)’ 잡기 전투가 치열하다. 가톨릭계가 2009년 9월 성당을 신축해 선제 공격에 나섰고, 불교계도 4일 3500여 명을 수용하는 법당 신축 발대식을 열어 추격전을 벌이고 있다. ■ 고소득 전문직 요지경 탈세 수법세상이 바뀌었어도 일부 전문직 종사자들의 탈세는 여전하다. 수임료를 직원 계좌로 빼돌린 변호사, 현금으로 결제하면 진료비를 깎아주는 식으로 현금 수입을 숨긴 의사…. 올해를 ‘숨은 세원(稅源) 양성화’ 원년으로 정한 국세청이 고소득 전문직 세무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 거장들이 애걔걔? 칸의 실망‘구관이 명관?’ 반환점을 돈 제63회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의 중심에는 올리버 스톤, 우디 앨런, 기타노 다케시, 마이크 리, 장뤼크 고다르 등 익숙한 얼굴의 감독들이 서 있다. 하지만 리 감독의 ‘어너더 이어’를 제외한 다른 감독들의 신작은 명성에 걸맞은 작품성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평을 받았다. 두드러지는 화제작이 나타나지 않는 가운데 한국의 ‘하녀’와 ‘시’의 경쟁부문 수상 기대가 커지고 있다. ■ 첨단 컨테이너 하우스가 뜬다‘컨테이너 박스’ 하면 사람들은 화물선부터 떠올리지만 이젠 어엿한 레저용 주거시설로도 활용되고 있다. 값비싼 전원주택을 대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사시사철 원하는 휴양지로 이동하는 것도 가능하다. 첨단기술과 디자인을 접목한 각양각색의 컨테이너 하우스를 소개한다.}
영국 새 총리인 데이비드 캐머런 보수당 당수는 영국 역사상 198년 만에 나온 최연소 총리다. 1997년 만 43세로 총리에 취임했던 토니 블레어보다도 5개월이 젊다. 그는 자신을 ‘블레어의 상속자’라고 자처해왔다. 낡은 노동당을 중도적인 ‘신(新) 노동당’으로 탈바꿈시켜 10여 년간의 노동당 집권시대를 열었던 블레어 전 총리처럼 자신도 보수당의 혁신을 주도해왔기 때문이다. 캐머런 신임 총리는 2005년 12월 39세의 나이에 당수로 선출된 뒤 불과 3년 만에 당 지지율을 집권 노동당보다 20%포인트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원고 없는 즉석연설로 젊고 패기 있는 이미지를 심은 캐머런 당수는 화려한 언변과 외모로 미국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계보를 잇는 멀티미디어형 정치인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는 강력한 대처리즘적 시장중심주의를 중시하면서도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 환경, 의료보험 문제에 관심을 쏟는 ‘온정적 보수주의’를 지향해왔다. 과거 보수야당이 거부했던 기후변화 문제나 동성애자 권리 등에도 오히려 노동당보다 포용적 태도를 취했다. 1966년 10월 캐머런 총리는 부유한 증권거래인 집안에서 태어나 명문사학 이튼스쿨과 옥스퍼드대를 졸업하는 등 정통 엘리트코스를 밟아왔다. 실제로 국왕 윌리엄 4세(1765∼1837)와 먼 친척뻘이다. BBC는 “캐머런이 보수당의 현대화와 변화를 강조하지만, 태생적으로는 보수당의 전신인 토리당 지도자들과 공통점이 더 많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캐머런 총리는 대학시절 불량서클에 가입했던 일, 가족의 숨기고 싶은 사생활도 스스럼없이 공개하며 대중에게 친근하게 다가섰다. 그는 선거운동기간인 지난해 일곱 살의 나이로 사망한 장애인 아들을 키운 경험을 이야기하며 국가의료보험 정책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캐머런 총리는 11일 엘리자베스 여왕을 만난 직후 총리관저의 정문 앞에 몰려든 기자들을 향해 아내의 임신한 배를 쓰다듬는 포즈를 취하며 활짝 웃었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필리핀 민주화의 상징인 코라손 아키노 전 대통령의 아들인 베니그노 노이노이 아키노 상원의원(50·자유당)이 제15대 필리핀 대통령에 사실상 당선됐다. 필리핀 선거관리위원회는 11일 오후 현재 79%의 개표 결과 아키노 상원의원이 40.19%를 득표해 1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조지프 에스트라다 전 대통령(73·국민의 힘)은 25.5%, 마누엘 비야르 상원의원(61·국민당)은 13.9%를 얻어 각각 2, 3위를 차지했다. 아키노 당선자의 부친은 독재자 페르디난드 마르코스에게 항거해 민주화 운동을 벌이다 1983년 마닐라 공항에서 암살당한 베니그노 아키노 전 상원의원이며, 모친은 1986년 ‘피플 파워’ 혁명의 주역인 고 코라손 아키노 전 대통령이다. 그의 당선으로 세계 정치사상 최초로 ‘모자(母子) 대통령’이 탄생했다. 아키노 당선자는 부모의 후광을 업고 1998년 하원의원에 당선되면서 정계에 입문해 3차례 하원의원을 지낸 뒤 2007년 상원의원에 당선됐다. 지난해 8월 코라손 아키노 전 대통령이 대장암으로 사망하자 추모열기 속에서 대선후보 경쟁에 뒤늦게 뛰어든 그는 청렴한 이미지와 강력한 반부패 공약을 내세워 압도적 승리를 거머쥐었다. 아키노 당선자는 11일 기자회견에서 “나는 단순히 나 혼자만 ‘도둑질하지 않겠다’라고 약속하지 않겠다. 모든 권력주변의 비리를 뿌리뽑겠다”며 강한 부패척결 의지를 밝혔다. 그는 취임 후 몇 주 안에 글로리아 아로요 정권의 부패 스캔들에 연루된 공직자를 수사하는 사정팀을 발족시킬 예정이다. 그는 또 예산 절감을 위해 해외 순방을 자제하고 정부기구를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제 국민이 정부의 잘못을 고발하기 위해 거리를 점거하고 시위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선거결과에 대해 AP통신은 “최근 9년간 부정부패와 무능으로 점철된 아로요 정권에 대한 심판”으로 해석했다. 집권 ‘여당연합’인 라카스-캄피-CMD의 대선후보인 길베르토 테오도로 전 국방장관(45)은 4위에 그쳐 필리핀 국민이 아로요 정권에 등을 돌렸음을 확실히 보여주었다. 그러나 아로요 대통령 측의 반발도 만만찮을 것으로 전망된다. 아로요는 현직 대통령 신분으로 고향인 팜팡가에서 하원의원에 출마해 90%가 넘는 득표율로 당선됐다. 아로요 대통령이 정권 이양에 얼마나 협조하는가가 향후 필리핀 정국의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부인 이멜다 씨(80)도 고향인 북부 일로코스노르테 주에서 하원의원에 당선됐다. 그의 아들 마르코스 2세(52)도 상원의원에, 장녀 이메(56)는 일로코스노르테 주지사에 당선됐다. 이로써 1986년 피플파워 혁명 이후 하와이로 망명했던 마르코스 일가도 필리핀 정계에 복귀해 필리핀의 뿌리 깊은 ‘가문정치’의 힘을 보여주었다. 대통령 국회의원 주지사 등 1만7888명의 공직자를 뽑은 이번 선거에는 필리핀 사상 최초로 자동투개표 시스템이 도입됐다. 투표기의 고장으로 투표가 중단되고, 20여 명이 사망하는 선거 관련 폭력사태에도 이번 선거는 투표율이 75%에 이를 정도로 높은 관심 속에 치러졌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10일 필리핀 대통령 선거에서 고(故) 코라손 아키노 전 대통령의 아들 베니그노 노이노이 아키노 상원의원(50)의 당선이 유력하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세계 최초의 ‘모자(母子) 대통령’이 탄생할 것으로 보인다. ○ 청렴 이미지 내세워 이날 오후 7시 투표마감 후 38%를 개표한 결과 자유당 소속 아키노 상원의원이 40% 이상을 득표해 당선이 유력하다고 선관위가 밝혔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경쟁후보인 영화배우 출신의 조지프 에스트라다 전 대통령(73·국민의 힘)은 25.7%, 부동산 재벌 출신인 마누엘 비야르 상원의원(61·국민당)은 13.9%대의 득표율로 각각 2, 3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키노 의원은 1998년 부모의 후광을 업고 하원의원에 당선되며 정계에 입문했다. 부친은 독재자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에게 항거해 민주화 운동을 벌이다 1983년 마닐라 공항에서 암살당한 베니그노 아키노 전 상원의원이며 모친은 1986년 ‘피플파워’ 혁명의 주역 코라손 아키노 전 대통령. 정치인으로서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다 지난해 8월 숨진 모친에 대한 추모 열기를 타고 유력한 대선후보로 급부상했다. 국정 경험은 적지만 깨끗하고 청렴한 이미지로 유권자들의 마음을 샀다. 그는 “대통령에 당선되면 이른 시간 안에 글로리아 아로요 정권의 부정부패에 대한 수사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 각종 소동에도 뜨거운 열기 이번 필리핀 선거는 정부통령과 상원의원 12명, 하원의원 222명, 주지사 및 부지사 각 80명 등 총 1만7888명의 공직자를 한꺼번에 선출하는 대규모 정치 이벤트. 후보자들 이름이 적힌 투표용지 길이가 장당 1m에 가깝기 때문에 투표소에서는 일대 혼란이 벌어졌다. 필리핀은 이번 ‘동시 3대 선거’에 사상 처음으로 자동 투개표시스템을 도입했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섬이 많은 나라이다 보니 그동안 개표에 몇 주일이 걸려 선거부정 시비가 끊이지 않았기 때문. 필리핀 선관위는 “48시간 안에 모든 개표를 끝내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10일 선거 도중 자동투표기가 고장 나는 바람에 투표가 중단되는 소동이 잇달았다. 선관위는 “전국 400여 곳에서 자동투표기를 교체하느라 투표 마감을 오후 7시까지 1시간 연장했다”고 밝혔다. 아키노 의원조차 투표소에서 기계 고장으로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그는 “만일 기계 결함으로 많은 사람이 투표를 못한다면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날 7만6340곳에 이르는 개표장에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군 병력이 배치됐다. 지난해 말 선거 관련 폭력으로 57명이 숨진 마긴다나오 주 등 필리핀 남부 지역에서는 이날 후보를 지지하는 무장세력과 경찰 사이에 총격전이 벌어져 14명이 숨졌다. 선거를 하루 앞둔 9일에도 총격전으로 7명이 숨지기도 했다. 이 같은 소동에도 선관위는 투표율이 85%가 넘을 것으로 예상했다. ○ 정치가문 총출동 이번 선거에는 아키노 의원뿐 아니라 아로요, 마르코스 등 전현직 대통령을 배출한 정치명문가 출신들이 대거 출마했다. 아로요 현 대통령은 고향인 팜팡가에서 하원의원 후보로 출마했고 장남과 남편, 형제자매 등 4명도 하원의원 선거에 출마했다.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부인 이멜다 여사(80)는 북부 일리코스 주에서 하원의원 선거에 출마했으며 아들 마르코스 2세도 상원의원에, 장녀는 일리코스 주 주지사에 나왔다. 필리핀 정치평론가인 라몬 카시플레 씨는 시사주간지 ‘타임’에 “막대한 부를 가진 200여 개 필리핀 정치가문의 힘은 나라보다도 강하다”고 말하기도 했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우리가 당신의 아버지를 죽였습니다. 깊이 사죄드리고 싶습니다.”2007년 7월 이라크 바그다드 교외에서 민간인을 저항세력으로 오인해 무차별 총격을 함으로써 로이터통신 사진기자 등 12명을 살해한 사건 현장에 있던 한 미군 병사가 피해 유가족들에게 공개적인 사죄편지를 보냈다고 더타임스가 25일 보도했다. 당시 아파치 헬기 조종사들이 마치 컴퓨터 게임을 하듯이 민간인을 공격하는 동영상이 인터넷 사이트 ‘위키리크스’를 통해 이달 초 공개돼 전 세계적인 비난이 쏟아졌다. “비디오 속의 장면은 이 전쟁에서 매일매일 벌어지는 상황입니다.”미 육군 소속이었던 이선 매코드 씨(당시 33세·상병·사진)는 헬기에서 무차별 총격을 가한 직후 현장에 도착한 첫 번째 보병 소대원이었다. 헬기는 로이터통신 운전사가 살아서 기어가자 확인사살을 했으며, 주변을 지나던 밴 차량이 부상자를 구조하기 위해 멈춰 서자 헬기는 이 차량까지 공격했다. 그는 “아이들을 학교에서 데려오던 아버지가 탄 밴에도 총격을 가한 것은 분명히 잘못된 일”이라며 “아파치 헬기는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을 지워버리려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매코드 상병은 검은색 밴 차량 안에서 울고 있는 5세 소녀를 발견했다. 소녀는 배에서 피를 흘리고 있었고, 눈과 머리카락엔 깨진 유리조각 파편이 가득했다. 옆에 있던 10세 소년은 앞좌석에서 죽은 아버지의 피를 뒤집어 쓴 채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그는 “아이들이 살아 있다”고 소리친 뒤 두 아이를 차례로 꺼내 안고 뛰었다. 당시 헬기 조종사는 비디오에서 “아이를 전장에 데려온 놈들이 잘못”이라고 조롱하는 모습도 나온다. 매코드 상병은 그날 밤 기지로 돌아와 아이들이 흘린 피로 범벅된 군복을 빨며 커다란 충격에 빠졌다. 매일 밤 악몽에 시달렸고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으로 의사의 진단을 받았다. 그러나 선임병들로부터 “계집애처럼 나약하게 굴지 마라”는 핀잔을 들어야 했다. 제대 후 고향 캔자스로 돌아와 차츰 안정을 찾아가던 그는 이달 초 TV로 방영된 ‘위키리크스’의 동영상 속에서 피 흘리는 아이들을 안고 뛰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충격을 금치 못했다. 그는 “지난 3년간 매일 반복해서 꾸던 악몽이었기 때문에 결코 잊을 수가 없었다”며 “나도 아이들의 아버지를 죽인 시스템의 일부분이었다는 사실에 가슴이 무너져 내렸다”고 말했다.그는 공개 사죄편지를 쓴 이유에 대해 “우리가 진심으로 사죄하고 있다는 마음을 이라크 국민이 조금이나마 알게 되길 희망한다”며 “어떻게 하면 그들의 고통을 위로해 줄 수 있을지 겸허하게 묻는 일을 시작하고 싶다”고 말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이번 건강보험개혁법안에 당론과 달리 소신껏 반대표를 던진 민주당 소속 의원 34명이 주목을 끌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2일 민주당 내 보수파로 불리는 ‘블루도그(Blue dogs)’ 의원들이 주로 반대표를 던졌다고 분석했다. 블루도그란 과거 무조건 당에 충성하는 민주당 정치인을 칭하는 ‘옐로도그(yellow dogs)’와 대비되는 말로, 민주당 내 소수 노선을 가리킨다. 반대표를 던진 의원들은 조지아 주의 존 배로, 미시시피 주의 진 테일러, 펜실베이니아 주의 팀 홀든 의원 등으로 이들은 지난해 11월 하원을 1차 통과했던 정부 주도의 공공보험(퍼블릭 옵션) 도입 방안이 포함된 건보개혁안에도 반대표를 던졌었다. 지난해 11월 건보개혁법안 하원 표결 때에도 민주당 소속 의원 39명이 반대표를 던졌다. 이번 표결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의 집요한 설득으로 당시 반대했던 민주당 의원 중 8명이 찬성 쪽으로 돌아섰지만, 당시 찬성했던 의원 중 일부가 반대로 돌아섰다고 워싱턴포스트가 분석했다. 그러나 이번 법안 통과 과정에서 공화당의 표를 1표도 얻지 못해 오바마 대통령이 1년 6개월 전 당파주의를 극복하겠다고 한 약속을 지키는 데 실패했다고 뉴욕타임스는 지적했다. 린든 존슨 전 대통령의 1965년 메디케어법안 처리 때는 공화당 찬성표가 절반은 못돼도 상당수 나왔었다. 미 정치 전문 매체인 폴리티코도 “오바마 대통령의 역사적 승리 의미를 결코 과소평가할 수는 없지만 ‘KO’가 아닌 판정승”으로 평가했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미국에서 전 국민을 수혜 대상으로 삼는 건강보험개혁법안이 근 100년 만에 하원에서 가결된 직후였다. 21일 오후 11시 47분(현지 시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이스트룸에 들어섰다. 대통령 전용기를 타고 여러 주를 오갔고 의회로, 대학으로 종횡무진 발품을 팔며 보냈던 지난 일주일의 피로 탓인지 힘겨운 기색이 역력했지만 역사적 투표를 승리로 이끈 그의 입가에는 시종 미소가 감돌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100년에 가까운 좌절과 수십 년간의 노력, 그리고 1년 동안의 지속적인 노력과 토론 끝에 우리는 마침내 승리를 선언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오늘의 승리는 어느 한 정당의 승리가 아니라 미국인의 승리”라며 “급진적인 개혁이 아니라 중대한 개혁”이라고 강조했다.》스킨십 정치의원들 수시로 독대-만찬반대자를 전용기 옆자리에타협의 정치중도 반대파 끌어들이려진보 상징 ‘공공보험’ 포기대중의 정치위기때 ‘타운홀 미팅’ 자청국민에 호소하며 동력 얻어○ 소통의 승리… 반대파와 타협도 오바마 대통령은 1912년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이 국민건강보험을 약속한 이래 프랭클린 루스벨트, 존 F 케네디, 지미 카터는 물론이고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등 전임 대통령의 실패 사례를 꼼꼼히 벤치마킹했다. 특히 1993년 당시 상원 56석과 하원 258석이라는 절대다수를 가지고도 첫 국정개혁 과제인 건보개혁법안의 의회 부결을 경험했던 클린턴 전 대통령의 실패 원인을 의회와의 관계 정립 실패로 판단한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의회 설득 작업에 주력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과 달리 법안 발의를 의회에 맡겼고 상하원에서 벌어지는 법안 마련을 위한 토론 과정을 경청했다. 상원의원 경력 36년의 조지프 바이든 부통령을 ‘비공식 의회대사’로 활용해 의원들의 ‘민심’을 듣는 창구로 활용했다. 하원의원 출신인 람 이매뉴얼 비서실장 역시 하원 구내식당과 헬스클럽을 수시로 드나들며 의원들과의 접촉면을 넓혔다. 대통령 자신도 필요하면 의원들과 독대했다. 건보개혁법안의 의회 통과를 이끌어 낸 주역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해리 리드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가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을 하루가 멀다 하고 드나든 것은 물론이고 건보 개혁 관련 상임위원회 중 하나인 상원 재무위원회의 맥스 보커스 의원 역시 대통령과의 독대는 물론이고 가족 만찬에도 초대됐다. 마지막까지 건보개혁법안에 반대했던 데니스 쿠치니치 의원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대통령 전용기인 에어포스원의 대통령 옆자리도 내줬다. 하지만 그 과정이 모두 순탄한 것만은 아니었다. 건보 개혁이라는 대의를 위해 작은 부분은 버렸고, 반대파들과 타협하는 실용주의적인 태도도 보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당내 진보주의자들이 절대불가를 외치던 퍼블릭 옵션(정부 운영 공공보험)을 빼는 조건으로 온건·중도파들의 참여를 설득했다. 또 법안 내용 중에 낙태를 위한 정부보조금이 포함돼서는 안 된다는 일부 반대파는 하원에서 건보개혁법안이 통과되는 즉시 낙태 시술에 연방기금이 지원되지 않도록 한다는 내용의 행정명령을 발표하겠다는 약속으로 불만을 무마했다.○ 고비마다 빛난 승부사적 기질 오바마 대통령은 설득과 홍보가 필요할 때는 거침없이 현장으로 뛰어들었다. 지난해 8월 의원들이 지역에서 시작한 건보 개혁 관련 설명회가 지역민들의 반대에 부닥쳐 어려움을 겪을 때 오바마 대통령은 대선 유세를 연상케 하는 ‘타운홀 미팅’을 열고 대중에게 직접 호소했다. 올 1월 19일 에드워드 케네디 전 의원의 유고로 치러진 매사추세츠 주 상원의원 선거가 공화당의 승리로 돌아간 직후에는 대통령이 직접 발의한 건강보험 개혁안을 내놓기도 했다. 당시 오바마 대통령은 “상하 양원의 의견 차를 접목시킬 수 있는 안”이라며 “공화당도 건설적인 제안을 내놓고 미국인들의 복지 향상을 위한 진정한 토론을 하자”고 주장했다. 뉴욕타임스는 2월 25일 백악관 영빈관인 블레어하우스에서 열린 이른바 ‘건보 개혁 정상회의’가 건보 개혁의 운명을 좌우한 분수령이었다고 분석했다. 민주-공화 양당의 상하 양원 지도부를 모두 초청한 가운데 열린 이날 ‘끝장토론’은 추동력을 상실한 건보 개혁 논의를 다시 한 번 전 국민의 관심사로 만든 계기가 됐다는 것이다. 논란이 있었지만 건보개혁법안 처리를 독려하기 위해 인도네시아, 호주, 괌 순방 계획을 두 차례나 연기하는 초강수를 둔 것도 득이 됐다.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이 스웨덴 여성 구닐라 본 포스트에게 보낸 연애편지들이 3일 밤 경매에서 익명을 요구한 웨스트코스트 지역의 한 수집가에게 11만5537달러(약 1억3000만 원)에 낙찰됐다. 케네디 전 대통령은 1954년 여름 훗날 아내가 된 재클린 여사와 결혼하기 3주 전 본 포스트를 만나 짧지만 열정적인 사랑을 나누었다고 한다. 당시 케네디 전 대통령은 36세였고 본 포스트는 21세였다. 두 사람의 관계는 케네디 전 대통령의 결혼 후에도 계속됐다. 경매를 주관한 레전더리 옥션 웹사이트에 올라온 편지 사본에는 “아름답고 절제된 얼굴이 계속 떠오르고 내 뜨거운 심장이 두근거린다”라고 되어 있다. 결혼 후인 1954년 6월 28일자 편지에서는 “배를 한 척 빌려 2주간 당신과 함께 지중해를 항해하고 싶다”라고 썼다. 올해 78세로 생존해 있는 본 포스트는 1997년 펴낸 자서전 ‘사랑해요, 잭’을 통해 케네디 전 대통령과 사랑을 나누었던 사실을 처음으로 밝혔다. 당시 ABC방송의 ‘20/20’ 프로그램과의 인터뷰에서 “1955년 스웨덴의 한 고성에서 몰래 만났다”고 털어놓았다. 본 포스트는 “나는 1주일간 그를 빌렸다. 누구도 나에게서 빼앗을 수 없는 아름다운 1주일이었다”라고 말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임홍재 주베트남 한국대사(사진)가 5일 베트남 정부로부터 우호훈장을 받았다. 팜자키엠 베트남 부총리 겸 외교장관은 이날 오전 국가영빈관에서 이임을 앞둔 임 대사에게 응우옌민찌엣 국가주석 명의의 훈장을 전달했다. 팜자키엠 부총리는 임 대사가 주베트남 대사로 재직한 지난 2년 6개월 동안 베트남과 한국의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를 격상시키고 지방 정부와의 관계 증진 및 베트남 문화외교 등에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아버지의 이름으로 총리 직에 올랐지만 아버지의 유산을 깨는 작업에 나섰다.” 그리스 정치명문가(家) 출신인 게오르기오스 파판드레우 총리(58·사진)가 아버지가 세운 그리스의 정치경제 시스템을 해체하기 위한 대장정에 나섰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4일 보도했다. 파판드레우 총리는 3일 48억 달러 규모의 재정적자감축안을 발표했다. 공무원 봉급 삭감, 연금 동결, 부유층 소득세 인상, 사치품에 과세, 술·담배·연료세 인상 등 기득권층은 물론이고 노동계층의 반발을 무릅써야 하는 정치적 결단이었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유럽증시는 일제히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지난해 10월 취임한 파판드레우 총리는 그리스 재정위기 속에서 정부비용 삭감과 세금인상 등 비(非)포퓰리즘 프로그램을 내놓고 있지만 여론조사에서 국민들로부터 높은 지지를 얻고 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그리스를 재정 적자에서 구하는 것뿐 아니라 정치권의 부패와 조세 회피 풍조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겠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파판드레우 총리의 집안은 그리스의 ‘케네디가’로 불린다.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각각 그리스 총리를 두 차례, 세 차례 연임했다. 특히 1974년 그리스에서 군부정권이 무너진 후 정권을 잡은 아버지 안드레아스 파판드레우 총리는 1980, 90년대 그리스 정계를 10년 가까이 지배해 왔다. 민주정치와 국민통합의 상징이라는 평을 듣기도 했지만 방만한 국가재정 운용과 정치적 스캔들로 오늘날 그리스 위기를 낳은 장본인이라는 평을 듣기도 한다. 그의 아들인 파판드레우 현 총리는 1967년 군부 쿠데타로 할아버지가 총리에서 실각하고 아버지가 망명을 떠났던 미국에서 태어났다. ‘아메리카나키(amerikanaki·작은 미국인)’란 별명으로 불리며 어린 시절을 스웨덴 캐나다 등지에서 보냈고 애머스트대(미국)와 런던정경대(영국)에서 국제정치와 사회학을 공부했다. 정치평론가들은 파판드레우 총리가 일찍부터 조국을 떠나 글로벌 감각으로 조국 그리스를 객관적으로 바라봤기 때문에 앞으로 더 과감히 개혁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 참가해 “그리스 재정위기의 중심에는 ‘시스템의 부패’가 만연해 있다”고 적나라하게 자국 문제를 까발리기도 했다. 최근에는 “그리스의 정치부패와 비효율을 제거하고 좀 더 높은 유럽 기준에 맞춰 ‘남부 유럽의 덴마크’가 되도록 만들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그리스 경제산업연구재단의 야니스 스투나라 이사장은 “파판드레우 총리가 노조와 연금수령자들은 물론이고 기득권층의 반발을 물리치고 과거 유산을 부순 자리에 자신의 유산을 세워 나갈 시점”이라고 말했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이제 지진은 두렵지 않다. 두려운 것은 범죄다.”(마르셀로 리베라 우알펜 시장) 지난달 27일 발생한 대지진으로 800명에 이르는 사망자가 발생한 가운데 칠레가 심각한 치안불안에 떨고 있다. 칠레 정부는 콘셉시온 등 3개 도시에 하루 18시간 동안의 통행금지령을 내리고 군인 1만4000명을 파견했지만 거리질서는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다. AP통신은 최악의 피해를 본 콘셉시온에서 주유소가 불에 타고 밤새 총소리가 들리는 등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카롤리네 콘트레라스 씨(36·교사)는 “군인들이 도착했지만 상황을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웃들은 집을 터는 도둑을 막고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직접 총을 들고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미첼 바첼레트 대통령은 2일 “이번 지진으로 인한 사망자가 최소 795명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칠레 구조대원들은 이날 콘셉시온의 붕괴된 건물에서 생존자 79명을 한꺼번에 구조하고 시신 7구를 수습했다. 쓰나미 피해를 본 칠레 태평양 연안 도시의 참상도 속속 알려지고 있다. 휴양지인 페유우에 지역 리조트타운에서는 은퇴자 40명이 여름휴가를 즐기다 한꺼번에 사망한 것으로 밝혀졌다. 캠프장 근처에 거주하는 클라우디오 에스칼로나 씨(43)는 “한밤중에 발령된 경보 속에 어린이, 부녀자 등의 고함이 들렸으나 파도가 덮친 후에는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며 악몽의 순간을 떠올렸다. 탈카우아노에서는 주택 1만 채가 파괴돼 주민 18만 명 가운데 80%가 노숙인 신세가 됐다. 쿠라니페에서는 교회가 시신안치소로 변했으며 카우케네스에서는 장례식장에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적절한 장례절차도 생략한 채 서둘러 사망자들을 매장해야 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중남미를 순방 중인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2일 칠레 수도 산티아고를 방문해 위성전화기 25대를 지원하면서 “칠레 정부가 원하는 방법으로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한편 칠레를 강타한 대지진으로 지구의 자전축이 8cm가량 변화가 생기면서 하루의 길이가 100만분의 1초 정도 짧아졌을 수도 있다고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2일 밝혔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리는 세계적인 투자자 워런 버핏이 운용하는 버크셔해서웨이의 지난해 수익률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를 밑돈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03년 이후 6년 만이다. 지난달 27일 버핏이 주주들에게 보낸 연례서한에 따르면 버크셔는 지난해 수익이 전년 대비 61.2% 증가한 80억6000만 달러(약 9조3415억 원)를 나타냈다. 이와 함께 주당 순자산 가치도 지난해 19.8% 뛰어올랐다. 하지만 S&P 500지수의 주당 순자산 가치 상승률에 비해서는 6.7%포인트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2003년 S&P 500지수에 7.7%포인트 밀린 이후 버크셔의 주당 순자산 가치 상승률이 이 지수를 밑돌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버핏은 “버크셔의 지난 45년간 연간 투자수익률은 평균 20.3%에 달했다”며 “하지만 지난해에는 보험과 유틸리티 부문에서 양호한 투자실적을 기록한 것과 달리 제조와 서비스, 리테일 부문에서 전년에 비해 대부분 수익이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버핏이 1965년 버크셔해서웨이를 인수할 당시 이 회사의 주가는 주당 15달러에 불과했으나 현재 이 회사의 A등급 주식 가격은 뉴욕증시에서 11만9800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억만장자 투자자 조지 소로스가 지난달 28일 유로화는 현재 심각한 테스트를 받고 있으며 그리스 재정 위기를 극복하더라도 유로화가 살아남기 힘들지 모른다고 경고했다. 소로스는 이날 CNN 대담에서 “유로 구축에 허점이 있다”면서 “유로는 유동성을 조절할 공동 중앙은행(유럽중앙은행·ECB)은 있지만 위기 발생 시 빚 청산과 결제를 최종적으로 해결할 공통의 재무부가 없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6개국) 내 한 국가가 위기에 처하면 통화가치를 평가 절하해야 하는 것이 정상이지만 유로화 가치는 고정돼 있다”면서 “미국의 각 주정부처럼 결제에서 서로 협조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소로스는 “그리스가 결국은 재정위기를 극복하겠지만 그렇더라도 스페인 등 유로권의 다른 재정적자국들이 그리스와 같은 문제에 봉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유럽연합(EU)이 일부 회원국의 재정적자 문제 해결을 위한 기관 차원의 조치를 취하지 않는 한 유로화의 생존은 담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소로스는 지난주 파이낸셜타임스 기고에서도 EU가 정치동맹으로 가기 위한 다음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유로화 체계는 붕괴될지 모른다고 경고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아프가니스탄전쟁에서 발생한 미군 전사자가 개전 8년 4개월여 만에 1000명으로 늘었다. 이라크전과 아프간전 희생자 집계 웹 사이트인 ‘Icasualties.org’는 23일 올해 아프간 미군 전사자가 54명으로 늘면서 2001년 10월 전쟁이 시작된 이후 전사자가 1000명이 됐다고 밝혔다. 첫해인 2001년 2개월간 12명의 전사자를 낸 미군은 이듬해 49명, 2003년 48명, 2004년 52명을 잃었다. 이어 2005년 99명, 2006년 98명으로 100명을 밑돌다가 탈레반이 본격적인 세력 확장에 나선 2007년에 117명, 2008년 155명으로 급증했다. 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1차로 2만1000명의 병력을 투입하고 탈레반의 폭력이 기승을 부린 지난해에는 개전 후 최대인 316명이 숨졌다. 올해는 개전 이후 희생자가 가장 많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내년 미군의 아프간 철수를 앞두고 올해 초부터 연합군은 탈레반의 요새인 남부 헬만드 주 마르자에 대해 대대적인 공세를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탈레반의 격렬한 저항으로 올해는 채 2개월이 안돼 벌써 미군 54명이 사망했다. 미군 외에 영국군 전사자도 264명으로 집계됐다. 그 밖에 캐나다 140명, 프랑스 40명 등 393명의 전사자가 발생했다. 한편 한국군 희생자는 1명으로 2007년 2월 다산부대 윤장호 병장이 아프간 바그람 기지에서 임무 수행 도중 폭탄테러로 사망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