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KBS1 사극 ‘정도전’은 꽤 오랜만에 주목받는 정통사극이다. 최근 몇 년간 정통사극은 높은 제작비에 비해 시청률은 높지 않아 방송사에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았다. 지난해 6월 종영한 KBS1 ‘대왕의 꿈’은 시청률 12%에서 시작했지만 지속적으로 인기가 떨어져 70부작 평균 시청률이 10%를 겨우 넘겼다. 반면 10% 남짓한 시청률에서 시작한 ‘정도전’은 방송 두 달 만에 16%가 넘는 시청률로 동시간대 1, 2위를 기록 중이다. 앞으로 이성계의 위화도 회군, 고려 멸망, 조선 건국 같은 굵직한 사건이 남아 있어 ‘정도전’의 시청률은 계속 오를 가능성이 높다. ‘정도전’은 시대 배경이 ‘용의 눈물’(1996∼1998년)과 겹친다. 하지만 조선의 태조와 태종이 되는 이성계와 이방원이 주인공이었던 ‘용의 눈물’과 달리 정치 엘리트인 정도전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MBC도 비슷한 시기에 정도전을 내세운 사극 ‘파천황’을 준비했다가 제작을 잠정 연기한 바 있다. 신병주 건국대 사학과 교수는 요즘 정도전이 주목받는 이유에 대해 “정도전은 여말선초의 혁명가이자 실천가로서 조선을 지탱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면서 “이론적으로 치밀한 준비를 통해 개혁을 단행했고, 백성을 위한 정치를 구상했다는 점에서 현대정치의 본보기, 현대적 영웅으로서 부각시킬 수 있는 면이 많다”고 설명했다. 정치 드라마의 성격이 강한 점도 ‘정도전’이 인기를 끄는 요인으로 꼽힌다. 집필자인 정현민 작가는 10년간 국회의원 보좌관을 지낸 바 있다. 고려 말 권문세가인 이인임이 주인공 못지않은 인기를 얻는 이유도 그가 단순한 악역이 아닌 정치 고수로 그려지기 때문이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최근 보수와 진보의 갈등처럼 이 드라마엔 현실 정치를 이입해 볼 요소가 많다 보니 더 인기를 얻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 덕분에 KBS1의 대하사극은 장년층 이상 남성들이 주로 보지만 ‘정도전’은 20∼40대 남성들에게도 인기를 끌고 있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1, 2회와 최근 21, 22회 방송의 시청률은 △20대 남성이 0.6%에서 2.3% △30대 남성은 1.5%에서 3.3% △40대 남성은 4.9%에서 8.9%로 두 배 가까이로 늘었다. ‘정도전’의 김형일 KBS CP는 “급진개혁파 정도전과 수구파 이인임, 그 사이의 보수파 최영과 온건개혁파 정몽주 식으로 정도전과 주변 인물을 통해 국가와 정치를 바라보는 다양한 이념과 갈등을 조명하고자 한다”면서 “정치 시스템을 어떻게 구축할지에 대해 의미 있는 메시지를 던지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정도전’ 이전의 사극들도 당대의 관심사를 반영해왔다. 대중문화평론가인 이영미 성공회대 초빙교수가 1960년대부터 현재까지 왕과 대통령이 나오는 드라마를 분석한 논문 ‘텔레비전 드라마의 왕·대통령 재현, 그 흐름과 의미’에 따르면 1960∼70년대 충의효열(忠義孝烈)을 강조했던 사극은 민주주의가 정착된 1990년대 이후에는 ‘용의 눈물’처럼 권력욕을 가진 개인을 탐구하는 방향으로 변화했다. 2000년대 이후에는 정조 시대를 다룬 ‘이산’(2007∼2008년)처럼 왕을 불안한 권력자로 묘사한 작품도 증가했다. 이 교수는 “참여정부 출범을 전후한 시기부터 사극 속 왕은 기득권 세력에 의해 암살당하거나 치명적 몰락을 당할 수 있는 불안한 존재로 그려진다”고 분석했다. 2000년 이후에는 여권 신장세를 반영하듯 ‘선덕여왕’(2009년)이나 ‘인수대비’(2011∼2012년)처럼 여성 권력자를 조명한 작품도 나왔다. 구가인 comedy9@donga.com·박훈상 기자▼ “역대 최고의 사극은 용의 눈물” 35% ▼‘사극 마니아’ 194명 설문사극 마니아들이 역대 최고의 사극으로 꼽은 작품은? ‘용의 눈물’이다. 본보가 최근 네이버 ‘대하사극 매니아 카페’ 회원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주관식 설문에 응한 194명 중 68명(35%)이 ‘용의 눈물’을 최고작으로 평가했다. ‘태조왕건’과 ‘정도전’이 각각 20표(10%)를 얻어 공동 2위를 차지했고, 4위가 ‘대조영’(8%), 5위는 ‘불멸의 이순신’(7%)이었다. 고려나 조선 건국 같은 격변의 시기를 배경으로 한 사극이 인기를 끌었음을 알 수 있다. 최근 1년간 방영된 사극 중 최고작을 묻는 질문에는 194명 중 162명이 ‘정도전’(84%)을 꼽았다. 카페의 운영자인 고동완 씨는 “‘정도전’은 오랜만의 정통 사극인 데다 세트와 소품 등에 대한 고증도 잘돼 있다는 평가가 많다”고 전했다. 반면 최근 1년간 방영된 사극 중 최악의 사극으로는 절반이 넘는 응답자(53%)가 역사왜곡 논란이 불거졌던 MBC ‘기황후’를 지목했다. 응답자들은 국내 사극의 문제점으로 ‘불충분한 역사적 고증’(48%) ‘제작투자 미흡’(18%) ‘엉성한 스토리’(14%)를 지적했다. 역대 최고의 남녀 사극 배우로는 유동근(43%)과 채시라(21%)가 꼽혔다. 유동근은 ‘용의 눈물’의 이방원, ‘정도전’의 이성계 역을 비롯해 ‘연개소문’ ‘조광조’ 등 여러 사극에서 주연을 맡았다. 남자 배우의 경우 ‘태조왕건’ ‘대조영’ ‘해신’의 최수종(22%)이 2위를 차지했고, ‘불멸의 이순신’에 나왔던 김명민(5%)이 3위, 서인석(4%)과 박영규(3%)가 4, 5위를 기록했다. 여배우의 경우 ‘인수대비’ ‘천추태후’ ‘왕과 비’에서 주인공으로 나왔던 채시라에 이어 최명길(16%) 전인화(8%) 하지원(5%) 고현정(5%)이 5위권에 들었다.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누가 누가 더 B급일까. 걸그룹 크레용팝과 오렌지캬라멜이 ‘병맛’(‘병신 같은 맛’의 줄임말로 B급 취향을 뜻하는 인터넷 신조어) 코드로 맞붙었다. 싱글 앨범 출시를 앞둔 5인조 크레용팝은 17일 트위터에 ‘어반(Urban·도시의) 라이프스타일’ 화보를 공개하면서 ‘빠빠빠’의 트레이닝복과 헬멧 패션을 대신할 새로운 의상을 발표했다. 도시적이라는 화보 제목과는 달리 멤버들은 각자 이름을 새긴 흰색 모시 저고리와 바지를 입고 빨간 양말에 흰색 고무신을 신었다. 헬멧 대신 빨간 보자기를 뒤집어쓰고 검정 선글라스를 썼다. 오렌지캬라멜은 신곡 ‘카탈레나’를 발표하면서 초밥 패션으로 갈아입었다. 멤버 3명이 고등어 새우 연어 초밥을 연상시키는 옷을 입고 초밥 모양의 머리핀을 하고 나온다. 팬들은 “일단 벗고 보는 섹시 마케팅보다 B급 코드가 더 재밌다”며 모시옷과 초밥옷을 놓고 누가 더 ‘병맛’인지 우열을 가리고 있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진짜가 아니라 가짜라고요?” 채널A ‘싸인’(화요일 오후11시)은 모큐드라마다. 모큐란 가짜란 뜻의 영어단어(mock)와 다큐멘터리의 합성어로 다큐 형식을 빌린 드라마다. 하지만 상당수의 시청자들은 방송 내용이 허구라는 말을 들으면 “진짠 줄 알았다”며 놀란다. 싸인은 방송 시작과 함께 ‘본 프로그램은 허구로 재구성된 모큐드라마입니다. 등장인물, 장소, 상황은 모두 가상이며 실제 사건과 관련이 없습니다’라고 공지한다. 방송 도중에도 8번 정도 자막이 더 나간다. 그런데도 시청자들은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가짜’를 볼 때마다 헷갈려한다. 진행자인 배우 류승수는 “유명 한류스타 A가 ‘그 이야기가 진짜냐’고 문자를 보내오고, 탤런트 김희선 씨가 실제 사건도 다루냐고 물어올 정도”라고 전했다. 지난해 2월 처음 방송된 싸인은 ‘진짜보다 리얼하다’는 입소문을 타면서 시청률도 상승세다. 1월 21일 ‘한의사며느리 실종사건’을 시작으로 3∼4%대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초대손님이나 이야기 전개에 따라 한 회 방송분 내에서도 시청률이 오르락내리락하는 프로들과 달리 싸인은 방송 시작부터 끝까지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린다. 김진 PD는 “한번 이야기에 빠져들면 결말이 궁금해 채널을 잘 돌리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싸인의 흡입력은 실제 일어난 사건에 다양한 사회 이슈를 버무린 이야기의 힘에서 나온다. ‘몽유병 할아버지와 사라진 신부’ 편(2월 4일)은 아내와 사별한 노인이 국제결혼으로 젊은 동남아 여성을 새 아내로 맞으려 한다는 제보에서 출발했다. 제작진은 이 제보 내용에 국제결혼 브로커의 문제점과 몽유병 범죄를 합쳤다. 자체 최고시청률(4.06%)을 기록한 ‘신고려장, 버스터미널에 버려진 노부부’ 편(3월 4일)은 인천공항에 버려진 독일인 할머니의 사연에 국내 노인 실태를 녹인 것이다. 싸인의 성공비결 중 하나는 진짜 같은 재연이다. 이를 위해 제작사인 콘텐츠하우스는 시사 프로와 다큐 제작 경험이 있는 이들로 제작진을 꾸렸다. 촬영 현장도 시사 프로나 다큐 제작과 같다. 현장을 통제하지 않고 실제 현장에 연기자를 투입해 찍다 보니 돌발 상황도 일어난다. 지나가던 시민이 막말연기 중인 젊은 연기자와 드잡이를 하고, 폐지를 줍는 연기를 하던 할머니를 도운 적도 있다. 연기자 얼굴에 모자이크를 입히는 것도 출연자의 신상 노출로 인한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시사 프로가 하는 기준에 따른 것이다. 연기자들은 즉흥 연기를 많이 한다. 연기자 장혜진 씨(39·여)는 “대본에 세세한 대사가 적혀 있지 않아 상황에 어울리는 연기를 즉석에서 끄집어내야 한다. 내 얼굴을 모자이크로 가려주니 마음껏 연기할 수 있다”고 했다. 제작진은 시청자가 재연배우를 알아보면 실제라는 믿음이 깨지기 때문에 모자이크를 하더라도 배우를 계속 교체한다. 김완진 콘텐츠하우스 대표는 “모큐 드라마는 사건 당사자의 (TV 출연으로 인한) 2차 피해 없이 우회적인 방식으로 사회문제를 고발하고 어두운 단면을 조명할 수 있다”고 말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병무청은 14일 6인조 인기 여성 걸그룹인 ‘에이핑크’를 올해 병무 홍보대사에 위촉했다. 에이핑크는 병무청의 각종 홍보 모델로 활동하면서 육군훈련소에서 열리는 ‘현역병 입영문화제’ 등에 참석해 홍보대사의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여성이 병무 홍보대사가 된 것은 처음이다. 에이핑크는 “비록 작은 역할이지만 병무행정을 널리 알리고 공정한 병역문화 조성 등 홍보 활동을 펼치겠다”며 “군 복무를 한 사람이 존경받는 사회 분위기를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병무청 관계자는 “군 장병을 비롯해 젊은 층에 인기가 높아 젊은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병역을 이행하는 분위기 확산에 톡톡히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에이핑크는 올 1월 국군 전용 복지 몰(‘연병장몰’)에서 장병 329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병장몰 걸그룹 밀리터리 차트 총 결산’ 투표에서 589표를 받아 1위 ‘군(軍)통령’ 자리에 올랐다. 걸스데이, 나인뮤지스, 씨스타가 그 뒤를 이었다. 소속사 관계자는 “에이핑크의 콘셉트가 옆집 여동생 같은 순수함이어서 군 장병들에게 인기가 높은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이 그룹은 ‘내 손을 잡아요 이제 지금 다가와 기대. 언제나 힘이 돼줄게’란 가사가 담긴 ‘노노노’를 발표했는데 “힘든 군 생활을 버틸 힘을 얻었다”는 군 장병들의 편지가 많이 온다고 한다. 에이핑크는 2011년 데뷔했다. 멤버 중 정은지는 케이블 TV의 인기 드라마 ‘응답하라 1997’의 여주인공을 맡아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박훈상 기자}

무명의 걸그룹 스텔라의 ‘마리오네트’ 뮤직 비디오(뮤비)로 뜨거웠던 적이 있다. 마리오네트 뮤비는 2월 12일 공개되자마자 3대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순위 1위에 올랐다. 20∼23세 멤버 4명이 엉덩이와 가슴골이 훤히 드러난 옷을 입고 엉덩이를 문지르며 춤추는 영상이었다. 소속사는 “2011년 데뷔한 무명의 그룹으로서 대중들에게 이름을 알린 것만으로도 엄청난 성공”이라고 자평했다. 하지만 뮤비가 공개된 지 한 달이 지난 요즘 스텔라를 얘기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대중의 관심은 2주를 넘기지 못했다. 스텔라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의 인기도를 가늠할 수 있는 가온차트의 소셜차트에서 2주 연속 1위를 차지한 뒤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노출 효과는 음원 매출로 이어지지도 않았다. 사람들은 인터넷에서 공짜로 볼 수 있는 노출만 소비할 뿐 노래를 듣기 위해 지갑을 열지는 않았다. 가온차트에 따르면 마리오네트는 음원 공개 2주째 35위까지 올랐지만 3주째엔 70위로 떨어졌다. 지상파 가요 순위 프로그램에도 출연했지만 노출과 안무 수위를 낮추자 대중의 관심도 시들해졌다. 한국음악콘텐츠산업협회 김진우 수석연구위원은 “음원 출시 초기 2주간 매출이 전체 매출의 40∼48%에 이른다”며 “화제가 된 정도에 비해 스텔라 매출은 미미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방송인 클라라(본명 이성민·27)의 인기 그래프도 내실 없는 노출 마케팅의 한계를 보여준다. 무명 생활을 8년째 이어오던 클라라는 지난해 5월 3일 몸에 딱 들러붙는 레깅스를 입고 프로야구 시구를 하는 장면이 공개된 후 스타덤에 올랐다. 이후 “섹시 이미지가 굳어질까 봐 겁난다”는 눈물의 인터뷰, 수영복 차림의 물놀이 영상, 침대 화보 등이 줄줄이 공개되면서 포털의 ‘실시간 이슈 검색어’ 지위를 이어갔다. 노출 효과를 업고 케이블 채널의 드라마 ‘응급남녀’에도 캐스팅됐다. 하지만 연기력이 받쳐주지 않는 노출은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최근에는 속옷 매장에서 독한 노출을 보여줬지만 실시간 이슈 검색어에도 오르지 못했다. 한 대형 기획사 관계자는 “노출은 단기간에 대중의 시선을 끌 수 있지만 누구나 할 수 있는 낮은 수준의 마케팅이어서 노출만으로 인기를 오래 유지하기 힘들다”며 “넓은 연령대의 팬을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는 데다 노출로 형성된 이미지는 이후 활동에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진우 수석연구위원은 “가수나 연기자들은 짧은 성공이 아닌 장기적 안목에서 자신의 커리어에 노출 마케팅이 도움이 되는지 심사숙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모든 연예인들의 노출 마케팅 성적표가 스텔라나 클라라식 그래프를 그리는 건 아니다. 스텔라 못지않은 섹시 콘셉트로 주목받은 걸그룹 걸스데이의 ‘섬싱’은 올 1월 나온 후 가온차트에 6위로 진입했으며 9주째 50위권을 지키고 있다. 차우진 대중음악평론가는 “걸스데이 노래는 후렴구가 흡인력이 있고 안무도 노래에 어울리게 잘 짰다”며 “인기의 지속력은 결국 콘텐츠의 질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여성 비하’ ‘독재 옹호’ 발언으로 구설수에 오른 함익병 씨(53·사진)가 13일 방영되는 SBS ‘자기야-백년손님’의 예고편에서 ‘통편집’됐다. SBS 관계자는 “예고편 편집은 제작진 자체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SBS는 본방송에서 함 씨 출연 부분을 방송할지 여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피부과 전문의인 함 씨는 월간조선 3월호 인터뷰에서 “여자는 국방의 의무를 지지 않으니 4분의 3만 권리를 행사해야 한다” “저는 박정희의 독재가 (우리나라 발전에) 큰 역할을 했다고 본다”는 발언을 해 논란이 됐다. 그는 지난 대선 때 문재인 후보를 지지한 아들의 투표를 막은 이야기도 공개했다. 월간지 보도 후 ‘자기야…’ 시청자 게시판에는 그의 하차를 요구하는 글과 그를 옹호하는 글이 줄줄이 올라왔다. 유명인들도 논란에 가세했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트위터에 “병입니다, 병… 함익‘병’”이라고 비판했다. 의사 출신 방송인 홍혜걸 씨는 페이스북에 “(함익병은) 본받을 점이 많은 훌륭한 사람이다. 그의 개인 의견이라 받아들일 것을 제안하고 싶다”고 감쌌다. 함 씨는 이 프로그램에서 장모와 가깝게 지내는 모습으로 인기를 끌어 지난해 SBS 연예대상 신인상을 받았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예고편 좀 보여주세요.” SBS 월화드라마 ‘신의 선물’ 시청자들의 볼멘소리다. 대개 드라마가 끝날 때쯤이면 다음 회의 하이라이트를 담은 예고편이 방송된다. 하지만 3일 방송을 시작한 ‘신의 선물’은 아직까지 예고편을 한 번도 내보내지 않았다. 시청자들은 “드라마를 생방송 내보내듯 찍다 보니 예고편 분량도 없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일부 누리꾼은 드라마 홈페이지의 짧은 예고 글을 바탕으로 앞으로의 극 전개 방향을 추리해 글을 올리기도 한다. SBS 관계자는 “예고편을 보여주면 시청자들이 추리해가며 보는 재미가 없어진다. 앞으로도 예고편은 없다”고 밝혔다. 예고편을 없앤 덕분일까.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10일 방송된 ‘신의 선물’ 3회분 시청률은 8.9%로 첫 회(6.9%)보다 상승했다. 하지만 월화드라마의 최강자인 MBC ‘기황후’(26.9%)와는 여전히 큰 격차를 보였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님은 먼 곳에’를 부른 원조 디바 김추자 씨(63·사진)가 33년 만에 가요계에 복귀한다. 11일 소속사 이에스피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김 씨는 다음 달 초 총 9곡이 수록된 정규 앨범을 낸다. ‘고독한 마음’ ‘가버린 사람아’처럼 예전에 발표했으나 다른 히트곡에 묻혔던 노래와 신곡 4, 5곡을 담을 예정이다. 그를 스타덤에 올려놓은 작곡가 신중현의 미발표곡도 포함된다. 오랜 기간 활동을 중단했던 김 씨는 이번 복귀를 위해 2년 넘게 앨범을 준비하고 노래 연습을 하고 있다. 소속사 관계자는 “현재 스튜디오와 집을 오가며 막바지 준비를 하고 있다”며 “오래전부터 주변에서 컴백을 권유하고 지난해에도 컴백설이 흘러나왔지만 앨범의 완성도를 높이느라 예상보다 복귀가 늦어졌다”고 전했다. 소속사 박의식 사장은 “김 씨가 33년 만에 팬들을 만날 생각에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자기관리도 워낙 잘해서 활동하는 데 체력적인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1969년 데뷔한 김 씨는 신중현 사단 대표가수로 ‘커피 한잔’ ‘월남에서 돌아온 김상사’ 등을 히트시키며 화려한 율동과 파워 넘치는 보컬로 1970년대를 풍미했다. 1980년 정규음반을 발표하고 다음 해까지 방송 활동을 했지만 결혼하면서 활동이 뜸해졌다. 2000년 미국에서 공연했지만 국내 무대로 복귀한다는 소식은 없었다. 김 씨는 “은퇴했다고 생각한 적 없다. 그저 공백기간이 길었을 뿐”이라고 소속사를 통해 복귀 소감을 밝혔다. 5월 16, 17일에는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늦기 전에’ 콘서트도 연다. 문의 02-455-7980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10일 오후 프란치스코 교황이 8월 충북 음성의 꽃동네를 방문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이곳에서 생활하는 신부와 수녀, 수사, 수용인과 자원봉사자들은 한목소리로 기뻐했다. 마을 입구에 걸려 있는 ‘환영 오웅진 신부 교황성하 알현’이라는 플래카드는 이번 방문 소식을 예견하는 것 같았다. 현재 꽃동네는 교황 방문의 기쁨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차분하게 교황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꽃동네의 한 관계자는 “올 2월 로마 교황청의 관계자들이 드러나지 않게 서울과 대전을 방문하고 꽃동네에도 왔다 갔다”며 “당시만 해도 교황께서 꽃동네를 찾으실지 확실하지 않았는데 이렇게 방문이 결정돼 큰 영광”이라고 밝혔다. 20년째 꽃동네에서 살고 있는 이재석 씨(59)는 교황 방문 소식에 “정말 영광이다. 내 평생에 언제 교황을 뵐 수 있겠느냐”며 큰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는 “교황께서 이곳을 직접 둘러보신 뒤 꽃동네의 정신이 세계 곳곳의 어려운 이웃들에게 전파될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시길 바란다”고 밝혔다. 자원봉사자인 이은혜 씨(26·여)도 “교황이 계신 곳은 한국과는 너무 먼 곳인데 이번에 한국에 오시고, 꽃동네까지 방문하신다니 정말 기쁘다”며 “8월에는 가족들과 이곳을 찾아 프란치스코 교황을 직접 만나 뵙고 싶다”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4박 5일의 일정 동안 한국 가톨릭 교구들의 다양한 방문 요청에도 불구하고 방문지 중 하나로 꽃동네를 선택한 것은 특별한 인연 때문이다. 교황이 되기 전인 지난해 초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대교구장이던 프란치스코 교황은 꽃동네의 아르헨티나 분원 설립을 요청했다. 꽃동네에서 운영하는 ‘행동하는 사랑학교’에 참가한 아르헨티나 신자가 고국으로 돌아가 꽃동네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한 것이 계기가 됐다. 1976년 설립된 꽃동네에는 수도자와 봉사자 등 800여 명이 상주하면서 4000여 명을 돌보고 있고, 세계 10개 나라에 분원을 두고 있는 국내 최대 사회복지시설. 당시 꽃동네 측도 이 제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했지만 추기경이 교황에 선출되면서 무산됐다. 꽃동네의 아르헨티나 진출은 무산됐지만 지난해 8월 교황이 꽃동네 설립자인 오웅진 신부를 로마 바티칸으로 초청하면서 인연의 끈이 다시 이어졌다. 방문 당시 오 신부는 교황에게 ‘얻어먹을 수 있는 힘만 있어도 그것은 주님의 은총입니다’란 꽃동네 표어가 새겨진 도자기와 꽃동네에서 생활하는 전신마비 환자가 입으로 그린 교황의 초상화, 묵주를 선물했다. 오 신부가 이어 교황 방한과 꽃동네 방문을 요청하자 “그렇게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한국은 사제 없이 평신도들이 열정을 갖고 교회를 이룬 나라이기 때문에 특별히 사랑한다”고 답하기도 했다. 한편 천주교 청주교구와 대전교구는 11일 각각 청주교구청과 대전 대철회관에서 교황의 한국 방문을 환영하는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음성=장기우 straw825@donga.com / 박훈상 기자}

“본방보다 재방이 낫네요.” SBS 수목 드라마 ‘쓰리데이즈’ 재방송이 화제다. 쓰리데이즈는 세 발의 총성과 함께 사라진 대통령(손현주)을 찾으려는 경호관(박유천)과 여자 경찰(박하선)의 이야기를 다룬 액션 스릴러물. ‘싸인’과 ‘유령’의 김은희 작가가 썼다. 9일 오후 전파를 탄 재방송분은 회당 70분이 넘는 1, 2회를 합쳐 120분 분량으로 줄인 재편집본이다. 제작진은 본방송 후 시청자들이 지루하다고 지적한 부분을 과감히 잘라내고 음악도 새롭게 입혔다. 2회분 이야기가 중간 광고 없이 이어지면서 시청자들의 몰입도도 높아졌다. 덕분에 120분짜리 재방송 시청률은 4.7%로 일반 재방송 시청률(2∼3%)보다 높았다(닐슨코리아 자료). 제작사는 시청자들이 복잡한 드라마 전개를 따라잡도록 1, 2회 다시보기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재방송보다는 본방 시청률(이틀 치 평균 11.1%)이 높지만 드라마 시청자 게시판에는 본방보다 재방송에 대한 언급이 많다. “한 편의 영화 같더라” “재방으로 보니 스토리가 이해됐다”는 칭찬과 함께 “재방송도 다시보기 서비스를 해달라” “3, 4회도 재방처럼 만들어 달라”는 제안이 올라왔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국민 예능 ‘무한도전’이 토요 예능 왕좌를 내주는 굴욕을 당했다. 시청률 조사기관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8일 방송된 MBC 간판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의 시청률은 11.1%. 같은 시간대에 방송된 KBS2 ‘불후의 명곡’ 배우 특집편은 12.8%, SBS ‘놀라운 대회 스타킹’은 11.8%로 3사 중 꼴찌였다. 무한도전은 하하와 스컬의 자메이카 레게먼스(레게 페스티벌) 공연 참가를 다룬 특집과 외계인 특집 오프닝까지 공개했지만 시청률은 지난주보다 2.6%포인트 떨어졌다. 2006년 5월 시작된 예능의 전설 무한도전이 시청률 꼴찌를 기록하자 누리꾼들은 9년차 프로그램의 수명을 놓고 갑론을박을 벌였다. 유재석과 박명수를 비롯한 멤버 7명의 평균 나이가 39.9세임을 감안하면 “초창기 도전 정신을 살리기에는 체력적으로 부담이 크다”는 지적이 나왔다. 반면 “무한도전의 도전 정신과 브랜드는 단순히 숫자로만 평가할 수는 없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았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본서는 가정이나 직장에서 성격장애를 가진 사람들과 생활할 때 도움이 될 수 있는 정확하고 믿을 만한 정보를 제공하려는 목적으로 출간되었다.’ 일러두기에 적힌 출간 목적을 읽는 순간 그 정보가, 아니 비법이 정말 궁금했다. 부제는 ‘당신의 숨통을 조이는 부모, 연인, 상사로부터 자유로워지는 법’. 미국 대학 심리학과 교수이자 정신분석가인 공저자는 다양한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우리를 피곤하게 만드는 성격장애인을 다루는 법을 알려준다. 직장인은 안다. 성격장애인이 도처에 깔려 있음을. 저자는 그들을 주변 사람에게 끊임없이 비난과 잔소리를 퍼붓는 ‘통제적 완벽주의자’라고 부른다. 능력 있고 착한 사람도 그들 옆에 있으면 스스로 보잘것없는 인간으로 여기고 절망하게 만드는 ‘유독성 인간’이다. ‘감정의 뱀파이어’의 저자 앨버트 번스타인은 다른 사람의 피를 빨아먹고 소진시키는 ‘감정형 뱀파이어’라고 정의한다. 일단 적을 제대로 알아야 벗어날 수 있다. 저자는 통제적 완벽주의자들이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기대를 지우는 독특한 재능이 있다고 강조한다. 우리가 그들에게 제대로 대우 받지도 못하면서 그들에게 인정받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순간, 우리는 끝이다. 그들이 설령 조직에서 높이 평가받고 진급이 빠르다 할지라도 인정욕구를 꾹 눌러야 한다. 저자는 그들의 완벽주의와 비판적인 성향을 오히려 인격적 결함으로 생각하고 무시하라고 주장한다. 그들이 우리에게 하는 말은 심사숙고의 결과물이 아니라 잘 알지도 못하면서 참견하는 가치 없는 것일 뿐이라고 딱 잘라 말한다. 해법이 조금 싱겁다. ‘사람을 바꿀 수 없지만 그 사람과의 관계는 달라질 수 있다’란 큰 명제 아래 자기주장을 하면서 의사소통까지 하는 법을 알려준다. 그리고 그들에게 병원 치료를 권유하길 조언한다. 사실 책보다 현실적인 충고가 더 도움이 됐다. 6개월마다 인사이동이 있어 부서가 자주 바뀌는 신문사의 경우지만 참고하시길. “미운 상사와 보내는 시간은 길어야 1년.”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일반인 출연자가 촬영 도중 숨진 채 발견돼 물의를 빚은 SBS 예능 프로그램 ‘짝’이 3년 만에 폐지된다. SBS는 7일 “‘짝’을 폐지하기로 결정했다”며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 여러분께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또 “이번 사건의 사후 처리에 최대한 노력할 것이며, 앞으로 프로그램 제작 과정에서 유사한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짝’은 2011년 1월 ‘SBS 스페셜’ 신년특집으로 시작된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피겨여왕’ 김연아의 열애 상대가 국가대표 아이스하키 선수 김원중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미 종영한 MBC 예능 프로그램 ‘스친소’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김원중 선수는 2009년 스타들이 자신의 친구를 데리고 나와 소개팅을 시켜주는 ‘스친소’에 배우 유건의 친구로 출연했다. 그는 당시 영화배우 하석진의 닮은꼴로 나와 자신이 솔로 2년차이며 연상의 여성을 좋아한다고 소개했다. 또 아이스하키 묘기를 선보이며 인기를 끌어 방송인 유채영의 일반인 친구로 출연했던 양희원과 커플이 됐다(사진). ‘스친소’는 유명 인사 양성소다. 당시 김원중과 맺어졌던 양희원은 지금은 걸그룹 LPG의 멤버가 돼 라희란 예명으로 활동 중이다. 인기 걸그룹 애프터스쿨의 멤버 유이는 2008년 원더걸스 유빈의 친구로 출연했고, 같은 그룹의 이주연은 가수 손담비의 친구로 나왔었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사람들의 ‘엿보기’ 심리를 자극하며 인기를 얻는다. 출연자의 ‘민얼굴’이 드러날수록, ‘날것’의 상황이 생생하게 펼쳐질수록 시청률은 오른다. ‘방송물’이 들지 않은 일반인이 출연하는 리얼리티 프로가 증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5일 여성 출연자 전모 씨(29)의 사망 사고로 논란이 된 SBS ‘짝’ 역시 그랬다. ‘짝’은 일반인 남녀가 만나 호감을 느끼고, 구애에 성공하기까지의 과정을 보여주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제작진은 조금이라도 더 ‘리얼’한 장면을 잡아내기 위해 출연자들의 시시콜콜한 움직임까지 놓치지 않는다. 출연자들은 6박 7일간 외출을 통제당한 채 말 그대로 24시간 카메라에 노출된다. 출연자들이 생활하는 곳곳에는 폐쇄회로(CC)TV가 설치돼 있으며 10대의 카메라가 추가로 이들을 따라다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짝’ 제작에 참여한 외주제작사 출신 A 씨는 “정말 무식하게 찍는다”고 표현했다. “옷 갈아입는 장면까지 찍는다. 편집을 통해 방송되지 않을 뿐이다. 화장실 빼고는 모두 찍는다고 보면 된다. 출연자들은 촬영하는 내내 자기가 어떻게 방송에 나갈지 걱정하기 마련이다.” 이런 노출 상황은 일반인 출연자들에겐 큰 부담이다. ‘짝’에 출연했던 여성 출연자 B 씨는 “애정촌에 머무는 내내 이성의 선택을 받지 못할까봐 큰 압박감을 느꼈고, 이 때문에 우는 사람도 많았다”고 전했다. 출연자들은 특히 자신이 선택받지 못했음이 방송으로 알려지는 것을 두려워한다. 자살한 출연자 전 씨는 어머니와의 통화에서 “방송 나가면 한국에서 살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나친 경쟁도 일반인 출연자들의 불안을 더하는 요소다. ‘애정촌’에서 머무는 동안 출연자들은 마음에 드는 이성과 맺어지기 위해 끊임없이 경쟁한다. 제작진에게 경쟁은 출연자들의 캐릭터를 만들어 재미있게 보여줄 수 있는 효율적인 장치다. 하지만 오랜 시간 한정된 장소에 갇혀 지내며 카메라 밖에서까지 경쟁하는 것은 일반인 출연자들에겐 엄청난 스트레스가 된다. 일반인이 출연하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연출했던 한 케이블 방송 PD는 “심사숙고 없이 출연한 일반인들은 현장에서 일어나는 돌발 상황에서 큰 스트레스를 받는다”며 “제작진으로서 스트레스가 엄청나다는 걸 알지만 방송을 위해서는 중간에 개입하거나 ‘중도 포기’를 허락하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한국보다 먼저 리얼리티 프로가 유행했던 해외에서는 부작용 역시 앞서 불거졌다. 지난해 10월 미국에선 요리 서바이벌 프로그램 ‘마스터셰프 시즌3’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출연자가 정신질환에 시달려 자살했다. 2007년엔 ‘헬스 키친’에 출연했던 요리사가, 2011년엔 ‘베벌리힐스의 주부들’에서 부자 남편으로 묘사된 출연자가 자살했다. ‘아메리칸 아이돌’의 최종 결선 진출자 역시 자살 기도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대중적인 노출에 익숙한 연예인과 달리 일반인들은 방송에 비친 자신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며 “방송이 끝난 후에도 인터넷 댓글이 많이 달리기 때문에 방송 출연으로 인한 부작용을 실제보다 더 과장해 느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석현 YMCA 시청자시민운동본부 팀장은 “방송 출연 전 일반인 출연자를 대상으로 충분한 오리엔테이션을 하고 제작 가이드라인을 갖춰야 한다”고 제안했다.구가인 comedy9@donga.com·박훈상 기자}
“선택받지 못하면 ‘내가 그렇게 못났나’라는 자괴감에 빠져 나를 되돌아보게 되더라고요.” A 씨(29·여)는 5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SBS 예능프로그램 ‘짝’에 출연했을 당시를 이렇게 기억했다. 짝은 남자 6, 7명과 여자 4, 5명이 6박 7일 동안 한곳에 지내면서 서로 마음에 드는 짝을 찾아나가는 프로그램이다. A 씨는 추억으로 삼으려는 가벼운 마음으로 출연했지만 출연자들의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초조함이 커져갔다. 촬영을 시작하면 세상 남자가 출연자밖에 없다는 착각이 들면서 ‘꼭 선택받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빠졌다고 한다. 이 때문에 제주 서귀포에서 짝을 촬영하던 출연자 전모 씨(29·여)가 최종 선택 촬영을 앞둔 5일 새벽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에 대한 의혹이 커지고 있다. SBS 박두선 CP는 “출연자들끼리 마찰이나 갈등이 있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5일 짝에 출연한 경험이 있는 5명과 인터뷰한 결과 이들은 “상대에 대한 이성적인 감정을 떠나 선택을 받지 못하면 상처받을 거란 두려움을 안고 촬영했다”고 입을 모았다. 짝은 촬영 첫날 서로를 전혀 모르는 남녀들이 외진 펜션 등에 모여 첫인상만으로 상대를 선택하면서 시작된다. 둘째 날 오전에야 남녀 출연자들이 학력과 직업, 나이 등을 소개한 뒤 다시 마음에 드는 이성을 선택해 도시락을 함께 먹고 데이트를 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서로의 스펙이 공개되면 호감도가 급격히 달라져 출연자들의 희비가 엇갈리기 시작한다는 게 출연자들의 공통된 전언이다. 한 30대 남성 출연자는 “첫날에는 왕자가 됐다가 둘째 날에는 거지가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선택받지 못한 남녀는 혼자 밥을 먹거나 다른 커플이 데이트하러 나갈 때 숙소에 남아 있어야 한다. 출연자들은 방송에 얼굴과 신상이 공개되기 때문에 ‘선택받지 못한 자’가 되지 말아야 한다는 부담감을 안게 된다. 지난해 말 출연한 B 씨(30·여)는 “함께 출연했던 여성은 6박 7일 동안 단 한 번도 선택받지 못해 촬영 중에 두 번이나 대성통곡을 했다”며 “처음 봤을 땐 씩씩한 성격이었는데 촬영이 이어질수록 소극적으로 위축돼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지난해 출연자 C 씨(29·여)는 “나만 바라보겠다던 남자가 다음 날 다른 여자와 웃으며 데이트하고 있는 걸 보고 마음에 상처를 받았다”고 말했다. 마지막 날 최종 선택을 마치면 구애를 받아주지 않은 출연자 사이에 앙금이 생기기도 한다. 이번에 숨진 출연자 전 씨에 대해 제작진이 꼼꼼히 챙겼어야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짝 제작진은 출연 희망자를 사전 인터뷰한 뒤 최종 출연자를 결정하는데 대부분 결혼관이나 이상형, 부모와 본인 직업 등만 묻는다고 한다. 한 여성 출연자는 “작가 2명과 20∼30분 인터뷰했는데 결혼정보회사가 할 법한 질문만 했다”며 “제작진이 사전 인터뷰 때 내면의 심리상태까지 파악하려는 노력을 했어야 했다”고 말했다.조동주 djc@donga.com·박훈상·박성진 기자}

남녀 간의 만남을 주선하는 SBS의 예능프로그램 ‘짝’에 출연한 여성이 제주에서 녹화촬영 도중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발생했다. 5일 오전 2시경 제주 서귀포시 B펜션에서 여성 출연자인 전모 씨(29·경기 시흥시·회사원)가 화장실에서 목을 맨 채 쓰러져 있는 것을 현장 PD가 발견했다. 의사인 한 남성 출연자가 심폐소생술을 하는 동안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조대가 현장에 도착했을 당시 전 씨는 의식과 호흡이 없는 상태였다. 이어 서귀포시 지역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을 거뒀다. ‘짝’ 관계자에 따르면 전 씨는 4일 오후 8시부터 출연진과 숙소에서 회식을 했고 5일 오전 1시 30분경 방에 딸린 화장실에 들어간 뒤 한참 동안 나오지 않았다. 이에 연락을 받고 달려온 제작진이 화장실 문을 따고 들어갔을 때 전 씨는 헤어드라이어 줄로 샤워기에 목을 맨 상태였다. 현장에 있던 전 씨의 수첩에는 실연의 아픔을 담은 글이 있었다. 마지막 장에서는 ‘나 너무 힘들어 살고 싶지 않아. 엄마 아빠 너무 미안해’ 등의 메모가 발견됐다. 그는 ‘짝’을 촬영하는 도중에도 가족에게 전화를 걸어 “힘들다”는 얘기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 씨와 제작진은 2월 27일 제주에 와 숙소인 펜션을 ‘애정촌’으로 정한 뒤 제주 협재해수욕장 등지에서 촬영을 했다. 이 펜션은 내부에서 2층이 연결된 복층의 330m² 규모로, 수영장이 있는 풀 빌라 형태다. 5일 오전 남자 7명, 여자 5명 등 출연자 12명이 최종 짝을 선택하는 마무리 촬영을 앞두고 있었다. 전 씨가 외상 흔적이 없고 타살 혐의점이 없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경찰은 추정했다. 경찰 관계자는 “‘짝’ 제작진과 동료 출연진 등을 대상으로 사망 경위를 조사 중이다. 프로그램 제작 과정에서 자살에 이르게 한 문제가 있었는지 다각도로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SBS는 이날 사과문을 내고 “출연자가 사망한 것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 진심으로 사과와 유감의 말씀을 드리며 향후 유사한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SBS는 이번 촬영분을 3월 말 방송할 예정이었지만 방송하지 않기로 했다. 이와 함께 ‘짝’ 프로그램 자체를 폐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서귀포=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SBS가 새 월화드라마 ‘신의 선물 14일’ 홍보를 위해 실종 아동 찾기 전단을 흉내 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홍보물을 제작 유포해 물의를 빚었다. 5일 ‘신의 선물’ 트위터 계정에는 ‘실종된 아동을 찾습니다’란 제목의 전단 이미지(사진)가 올라왔다. ‘실종 아동 찾기’ 전단 형식을 빌린 홍보물에는 극중 김수현(이보영)의 유괴된 딸 한샛별(김유빈)의 사진과 인적 사항이 나온다. 또 보호자 휴대전화와 서울 강남경찰서, 경찰청 실종 아동 찾기 센터 전화번호도 적혀 있다. 전화번호는 실제 경찰로 연결되는 번호다. 제작진은 드라마 홍보를 위해 주인공의 이름으로 계정을 만들었다. 전단 맨 아랫부분엔 작은 글씨로 ‘본 전단은 드라마 소품용으로 제작됐으며 실제 사건이 아님을 알려드린다’고 적혀 있다. 하지만 누리꾼들은 실종 아동을 찾기 위한 진짜 전단이라고 믿고 리트윗했다. 뒤늦게 홍보물임을 알게 된 누리꾼들은 “드라마 홍보를 위해 실종 아동 문제를 이용하는 것은 과한 처사다” “(이번 일을 계기로) 실종된 아이를 찾기 위한 진짜 전단을 드라마 홍보물인 줄 알고 지나치면 어떻게 하느냐”는 비난을 쏟아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사랑의 종착역’을 부른 원로가수 남강수(본명 이동휘·사진) 씨가 3일 오전 별세했다. 향년 76세. 1938년 부산 출신인 고인은 1965년 ‘백마강 길손’으로 데뷔해 1960년대 말까지 지구레코드 전속 가수로 활동하며 ‘향수의 야간열차’와 ‘사랑의 종착역’ 등 70여 곡을 발표했다. 1987년 동료 가수 김활선과 듀엣 ‘죽마고우’로 활동했다. 유족은 부인 김경애 여사와 딸 도경, 사위 고승훈 씨가 있다. 빈소는 경기 고양시 동국대 일산병원 장례식장 10호실, 발인은 5일 오전 9시 30분이다. 031-961-9400}

드라마 ‘신의 선물’ 기차가 달린다? 3일 시작된 SBS 월화드라마 ‘신의 선물’은 죽은 아이를 되살리기 위해 과거로 돌아간 엄마(이보영·사진)가 주인공인 SF 스릴러물이다. 첫 회가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끝나자 온라인에는 아이를 죽인 범인을 추측하는 글이 줄줄이 올라왔다. 이 중에는 ‘기차’란 제목의 글들이 있었다. ‘신의 선물’을 ‘기차’로 보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인터넷에서 기차란 불법 동영상과 음악 파일을 뜻하는 은어다. 누리꾼들은 불법 파일을 올리고 공유하는 과정을 ‘기차가 달린다’ ‘기차를 세운다’ ‘기차를 끓인다’라고 표현한다. ‘기차 끓이는 법’이란 제목으로 불법 공유 요령을 알려주는 글도 있다. 유래는 확실치 않지만 ‘기차를 몰래 훔쳐 탄다’에서 나왔다는 설이 있다. 일부에서는 기차 대신 석유란 단어를 쓰기도 한다. 동시간대 시청률 1위 드라마인 MBC ‘기황후’에 비해 ‘신의 선물’ 기차가 더 많이 달린 이유는 ‘기황후’를 즐겨 보던 사람들도 신작이 궁금했기 때문이다. 한 누리꾼은 “기황후를 본방 사수했지만 이보영이 나온다니 신의 선물도 보고 싶다. (기차를 세운 뒤) 갈아탈지 결정하겠다”고 썼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