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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이 헤엄쳐 월북(越北)한 탈북민 김모 씨(24)를 감시 장비로 10차례나 포착하고도 월북 사실을 전혀 알아채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 씨의 월북 시도를 저지하거나 확인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8일 뒤 북한의 공개 보도가 나온 뒤에야 뒤늦게 경위 파악에 나선 것이다. 기강과 경계 대비 태세가 완전히 무너진 군이 눈 뜨고 당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31일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18일 인천 강화군 월곳리에서 한강을 건너 북한으로 넘어간 김 씨의 행적은 초소 폐쇄회로(CC)TV와 근·중거리 감시카메라, 열상감시장비(TOD)에 모두 10차례 찍혔다. 18일 오전 2시 18분경 강화군 연미정 인근에 도착한 택시에서 하차한 김 씨는 연미정 인근 철책선 아래 배수로를 지나 불과 74분 만에 약 2㎞ 거리를 헤엄쳐 건넜다. 당시 경계 근무자는 택시의 불빛을 보고도 이를 추적, 감시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이날 오전 4시경 김 씨가 북한 개풍군 탄포 지역 강기슭에 도착해 마을로 걸어가는 장면이 TOD에 담겼으나 이마저 근무자가 발견하고도 북한 주민이라고 생각해 상부에 보고하지 않았다고 합참은 밝혔다. 월북 루트로 사용된 배수로는 철근 등 장애물 노후화돼 누구나 통과가 가능한 상태로 사실상 방치돼 있었다. 합참은 “감시 장비가 북한의 침투 세력을 감시하도록 전방을 주시하는 체계로 이뤄져 월북 행적에 대한 감시가 미흡했다”며“지휘 책임이 있는 해병대 사령관과 수도군 군단장에 엄중 경고하고 관할 지역인 해병대 2사단장을 보직 해임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관할 김포경찰서장을 대기발령 조치했다. 이번 사건을 비롯해 최근 1년 여간 경계 실패가 세 차례 이어지면서 군의 경계 작전 전반을 총체적으로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28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북한 보도 이후 1시간 28분 뒤에야)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전화를 받고 처음 월북 사실을 인지했다”고 밝혀 비판이 잇따랐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이전 후보지 최종 결정을 하루 앞두고 군위군이 조건부로 유치 신청을 하기로 했다. 무산 위기에 놓여 있던 신공항이 극적으로 타결된 것이다. 김영만 군위군수는 30일 권영진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함께 기자회견을 갖고 “공동후보지(군위군 소보면, 의성군 비안면)에 대한 유치 신청을 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군위군은 단독 유치를 고수해 왔다. 김 군수는 29일 정경두 국방부 장관을 만났지만 별다른 성과 없이 면담이 끝나자 신공항 이전 사업이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30일 오전 김 군수가 29일 대구시와 경북도 등이 제시한 중재안에 지역 국회의원과 시도 의원이 모두 서명하면 유치 신청을 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권 시장과 이 지사는 이날 오후 내내 지역 국회의원과 시도 의원을 설득하고 서명을 이끌었다. 중재안은 민간공항 터미널, 공항진입로, 공무원 연수시설을 군위에 설치하고, 군위군의 대구시 편입을 추진하는 내용이 담겼다. 편입은 군위군이 관할구역 변경 계획을 도에 제출하고 의회 의견 청취나 주민투표를 거쳐야 한다. 행정안전부 장관이 관할구역 변경을 승인한 후 국회에서 법률을 제정하면 된다. 앞서 국방부는 3일 단독 후보지인 군위군 우보면에 대해 부적합 결정을 내리고 공동 후보지는 31일까지 적합 여부 판단을 유예했다. 단체장들의 합의에 따라 군위군이 공동 후보지 유치 신청을 하면 선정위원회 회의를 열지 않고 신공항 최종 이전지가 결정된다. 대구시와 경북도는 계획보다 사업이 늦어진 만큼 신공항 건설 사업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먼저 군 공항은 내년까지 기본 계획을 수립하고 하반기 민간 사업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2022년 실시 설계를 바탕으로 착공해 2026년 개항한다는 목표다. 민간 공항은 올해 연말 국토교통부의 6차 공항종합계획에 포함시켜 진행한다. 신공항의 총사업비는 8조∼9조 원가량이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권 시장은 “침체된 지역 경기를 단번에 일으켜 세워줄 대역사”라고 말했다. 이 지사는 “군위와 대구경북이 대한민국의 중심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방부도 ‘환영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국방부는 “이전 부지 선정의 가장 큰 난제가 해결됐다”며 “군위군과 의성군의 대승적 결단과 양보에 감사드린다”고 밝혔다.대구=장영훈 jang@donga.com / 신규진 기자}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최종 이전지 결정이 막판까지 안갯속이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29일 오전 청사에서 김영만 군위군수를 만나 공동 후보지인 의성군 비안면과 군위군 소보면의 주민 재투표를 제안했다. 정 장관은 “군위의 여론이 달라졌다. 현 상태로 공동 후보지 투표를 하자”고 김 군수를 설득했다. 하지만 입장차만 확인했다. 김 군수는 “현재 여론조사 결과는 믿을 수 없다. 단독 후보지인 군위군 우보면을 포함한 3개 지역에서 모두 주민투표를 해야 한다”고 맞섰다. 이에 정 장관은 “우보면은 이미 부적합하다는 판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30일 낮 12시까지 답을 달라고 했다. 군위군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공동 후보지도 결국 부적합 판정을 받게 되고 사업을 처음부터 다시 추진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권영진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이날 무산 위기에 놓인 통합신공항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군위군민에게 호소했다. 군위군이 통합신공항에 합의하면 민간공항 터미널과 대구경북 공무원 연수시설 등을 설치하겠다고 제안했다. 군위군을 대구시에 편입하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군위군이 받아들일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군위군 관계자는 “군청 안팎에서는 국방부 면담 결과를 어느 정도 예상했다”고 전했다. 경북도 관계자는 “대구경북의 미래가 달려 있는 사업”이라며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다른 후보지를 빨리 추진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있다”고 말했다.대구=장영훈 jang@donga.com / 신규진 기자}
탈북민 김모 씨(24)가 18일 새벽 강화도에서 배수로를 통해 월북하는 모습이 군 감시 장비에 포착됐지만 군 당국은 탈북 움직임을 전혀 파악하지 못했던 것으로 뒤늦게 드러났다. 김준락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28일 정례 브리핑에서 “탈북민 김 씨가 강화도 연미정 인근에 있는 배수로를 통해 월북했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며 “현재 합참에서는 감시 장비에 포착된 영상을 정밀 분석 중”이라고 밝혔다. 정상대로라면 감시 장비 운용병이 녹화 영상을 실시간으로 확인해야 하지만 월북 당시 김 씨의 모습이 포착됐음에도 이를 감지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해 박한기 합참의장은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나와 “(탈북자가) 감시 장비에 희미하게 찍힌 걸, 몇 개 화면을 확인했는데 그에 대해선 검증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논란이 일자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국방위에서 “백 번 지적을 받아도 할 말이 없다”며 책임을 시인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당시 지휘·보고 체계에도 심각한 문제가 있었음이 드러났다. 정 장관이 탈북민 김 씨의 월북 사실을 26일 북한 조선중앙TV가 관련 내용을 보도한 지 1시간이나 지난 뒤에야 전달받은 것이다. 정 장관은 탈북민의 월북 가능성을 “(26일) 아침 7시 28분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전화를 받고 처음 인지했다”고 밝혔다. 북한 조선중앙TV의 월북 보도는 같은 날 오전 6시에 처음 나왔다. 박민우 minwoo@donga.com·신규진 기자}

27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직접 나서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규정하고 ‘자위적 핵 억제력’을 언급하자 북한이 향후 북-미 협상이 재개될 경우 ‘핵군축 협상’에 나서겠다는 의도를 노골화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국의 요구대로 북한이 일방적으로 비핵화를 해야 하는 협상은 이제 불가하고, 양국이 핵보유국이라는 동등한 지위에서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는 ‘새로운 계산법’을 재차 요구하고 나선 것. 11월 대선을 앞두고 지지율 하락으로 궁지에 몰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겨냥한 ‘지금이라도 우리를 움직일 카드를 던지라’는 압박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한미에 “비핵화 협상 불가” 강력 메시지 김 위원장은 이날 전국노병대회 연설에서 “(북한은) 온갖 압박과 도전들을 강인하게 이겨내며 핵보유국으로 자기 발전의 길을 걸어왔다”며 “우리의 믿음직하고 효과적인 자위적 핵 억제력으로 하여 이 땅에 더는 전쟁이란 말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2018년 비핵화 협상이 시작된 후 공개적으로 북한을 핵보유국이라고 밝힌 것은 처음이다. ‘핵전쟁 억제력’이 가장 최근 언급된 건 김 위원장이 주재한 올 5월 조선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였으나, 이 자리에서도 ‘핵보유국’ 표현은 거론되지 않았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이 핵보유국 지위를 기정사실화하는 행보가 이번 연설을 통해 확인됐다”며 “핵보유국 지위에 걸맞은 협상의 틀이 갖춰지기를 미국에 계속적으로 요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앞으로 핵을 포기하는 일은 없을 거란 말을 간접적으로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결국 북한이 ‘비핵화 협상’이 아닌, 핵보유국 간 핵무기를 감축하는 ‘군축 협상’을 미국에 요구하는 모양새라는 것이다. 이날 발언은 최근 이어져온 북한의 강경한 협상 태도의 연장선상에 있다. 외교 당국자는 “북한 입장이 이미 상당히 강경해진 상황이다. 김정은 발언으로 더더욱 이 같은 협상 전망이 크게 변한다고 보기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북한의 경직된 태도가 이어지며 11월 미 대선 전 북-미 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은 계속 낮아지는 상황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국내 정치적으로 점차 수세에 몰리는 상황에서 북한의 압박이 역으로 트럼프의 ‘도박꾼 기질’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핵보유국’ 언급을 보고 ‘무언가라도 빨리 해야 하지 않느냐’는 시급성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외교 소식통은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위기와 즉흥적 성향을 고려해 일종의 ‘미끼’를 던졌다”고 해석했다. 한국 입장에선 북한의 ‘핵보유국’ 언급은 그러지 않아도 먹구름에 싸인 남북 관계에 추가적인 악재가 될 수 있다. 추후 협상 목적이 핵보유국 간의 군축 협상이라는 점을 시사하며 ‘남쪽은 빠지라’는 메시지를 재차 던졌다는 평가다. 신범철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김정은이 이번 연설에서 “당분간 대남관계에서 물러섬이 없을 것을 시사했다”고 분석했다.○ 북, 핵탄두 최대 100여 개 추정 2018년 이후 북-미 비핵화 협상이 공전을 거듭하는 동안 북한은 핵무력 증강 시간을 벌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미 정보 당국은 올해 북한의 핵탄두 보유량이 최대 100여 개에 달할 것으로 추정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스웨덴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는 올해 1월 현재 북한이 보유한 핵탄두가 30∼40개로 추정되며 이는 지난해보다 약 10개 증가한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 군은 2018년 국방백서에서 북한의 플루토늄 보유량은 핵무기 10개를 제조할 수 있는 50여 kg, 고농축우라늄(HEU)은 ‘상당량’ 보유한 것으로 평가한 바 있다. 미 전략자산이 발진하는 괌이나 주일 미군기지 등을 타격권에 둔 미사일 전력을 완성했거나 그 수준에 도달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자위적 핵 억제력’을 강조하면서 특히 북극성-3형 등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의 전력화 및 양산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북한이 도발을 재개한다면 SLBM 시험발사를 대미 ‘자위적 핵 억제력’의 최우선 완성 이벤트로 삼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한기재 record@donga.com·신규진 기자}
군에서 사건·사고를 일으킨 병사에 대한 징계 중 하나였던 영창제도가 사라진다. 조선 말기 고종 시절인 1896년 처음 도입된 이후 124년 만이다. 국방부는 28일 영창제도를 군기교육으로 대체하는 개정 군인사법이 다음 달 5일부터 시행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기존 징계처분인 강등, 휴가제한, 근신에 더해 군기교육, 감봉, 견책 등이 새로 추가된다. 군인 정신과 복무 태도 등에 관한 교육·훈련인 군기교육은 별도 시설에서 15일 이내로 진행된다. 영창과 마찬가지로 복무기간엔 포함되지 않는다. 기존에 없던 감봉은 월급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금액을 1∼3개월 동안 감액하는 것이라고 국방부는 밝혔다. 영창제도는 1896년 1월 24일 고종이 내린 칙령 제11호로 ‘육군 징벌령’이 제정되면서 시작됐다. 15일 이내의 일정 기간 동안 구금 장소에 감금하는 것으로 군 안팎에서는 신체의 자유를 영장 없이 제한해 위헌이란 비판이 제기됐다. 특히 구류와 사실상 다를 바 없다는 점에서 영창제도에 대한 합법성과 적절성에 대한 지적이 많았다. 국방부 관계자는 “장병의 인권을 보장하면서 군 기강을 확고히 유지할 수 있도록 국방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마지막까지 아쉬운 말들이 흘러나왔다.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15일 오전 국립대전현충원을 찾은 군 원로들 가운데는 백선엽 장군(예비역 대장)의 안장식을 지켜보며 안타까움을 숨기지 못한 이들이 유독 많았다. 대부분 “국립서울현충원에 고인을 모시지 못해 죄송하다”는 이유였다. 현충원 안장지 문제는 고인의 영결식 추도사에서도 거론됐다. 송영근 예비역 육군 중장은 “한미연합사령부에 근무할 때 고인의 저서가 미군 장병 필독서로 활용됐고 미군들이 ‘진정한 영웅’이라며 고인에게 인사드리는 모습을 지켜봤다”며 “정작 우리는 살아 있는 영웅을 제대로 모시지 못했나, 회한이 컸다”고 아쉬워했다. 고인이 대전현충원에서 영면에 들어가며 장지 문제는 일단락됐다. 하지만 여전히 군 원로들 사이에선 “번거롭더라도 ‘6·25전쟁 영웅’이란 상징성을 고려해 서울현충원으로 이장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고인은 육군참모총장이던 6·25전쟁 당시 이승만 전 대통령의 지시로 1955년 마련된 첫 국군묘지인 서울현충원 조성 작업을 이끌었다. 전쟁으로 황량했던 동작구 동작동 일대에 소나무를 옮겨 심고 묘역 10여 곳을 사단별로 할당해 수많은 장병들을 투입한 것 모두 그의 지시에서 비롯됐다. 그래서일까. 서울현충원에 대한 고인의 애착은 남달랐다고 한다. 2013년 5월 서울현충원 내 장군 제2묘역을 둘러본 백 장군은 그곳에 안장된 이응준 초대 육군참모총장 등 생사고락을 함께한 전우들의 비석들을 매만지며 추억을 곱씹었다. 당시 고인을 초청했던 김형기 전 서울현충원장은 “장군, 사병 묘역을 둘러보던 고인이 ‘전우들과 함께 여기에 묻히고 싶다’는 희망을 밝혔다”고 전했다. 장지 문제가 논란이 되면서 일부 사회단체에서 “현충원 안장도 안 된다”고 반발하는 건 그만큼 고인에 대한 역사적 평가가 양극단에 치우친 탓일 것이다. 역사를 바라보는 현 정부의 시각이나 향후 정책 방향을 가늠해 보기 위해서라도 이번 대전현충원 안장 결정을 세세하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이는 “서울이든 대전이든 다 같은 현충원”이라는 논리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여선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대전현충원은 ‘최후의 선택지’였다 육군과 국가보훈처는 백 장군이 별세한 다음 날인 11일 대전현충원 내 장군 제2묘역 안장을 확정했다고 밝히며 “유족 뜻”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실제 유족 측은 고인이 별세한 직후 대전현충원 안장 의사를 육군에 전달했다. 서울현충원이 1996년 포화 상태가 돼 “대전현충원에만 안장이 가능하다”는 정부 방침을 수용했기 때문이다. 백 장군의 장남 남혁 씨(67)도 빈소가 마련된 서울아산병원에서 “정부 방침과 관련 절차에 따라 대전현충원에 모시게 된 것에 만족한다”며 “더 이상 장지 문제가 거론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족까지 나서서 장지 논란을 진화했지만 백 장군을 곁에서 지켜봐 온 많은 이들은 대전현충원이 “최후의 선택지”였다는 것에 이견이 없다. 애초 이명박 정부 때는 서울현충원 내 장군 묘역이 다 찬 상황인 것을 고려해 고인을 서울현충원의 사회공헌자 묘역에 안치하는 방안이 논의됐기 때문이다. 백 장군의 서울현충원 안장은 박근혜 정부 때까지 사실상 확정적인 분위기였다. 유족 관계자는 “대전현충원 등 다른 대안들이 고려되기 시작한 건 문재인 정부 들어서였다”고 말했다. 서울현충원 안장에 대한 부정적인 기류가 나타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안장지로 6·25전쟁 당시 다부동 전투 현장도 대안으로 떠올랐다. 고인도 “(대전현충원보다는) 다부동이 나을 것 같다”며 지난해 10월 경북 칠곡군 현장을 방문했다. 하지만 유족 측은 칠곡군 측으로부터 그곳마저 “안장지로 어렵다”는 입장을 전달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올해 5월 보훈처 직원들이 여권에서 제기된, 친일파 시신 및 유골을 이장한다는 내용의 ‘국립묘지법 개정안’(일명 ‘파묘법’) 추진 분위기를 전달하고자 유족들을 찾아온 것도 논란이 됐다. 한 군 원로는 “사실상 암묵적으로 (서울현충원) 안장 불가 ‘시그널’을 줬다고밖에 볼 수 없다”며 “이런 분위기에서 유족들은 서울현충원에 안장해 달라는 언급 자체에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장 대상이 사망한 뒤 장지를 확정하는 절차에 따르면 이전 정부에서 진행된 비공식적인 논의는 언제든 뒤바뀔 수 있다. “유족과 협의했고 절차에 하자가 없어 문제도 없다”는 정부의 논리도 일면 타당한 부분이 있다. 그럼에도 유족들이 대전현충원 안장을 희망하게 된 배경을 비판적으로 들여다봐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유족 관계자는 “조심스럽지만 사실상 우리가 알아서 (서울현충원 안장을) 포기한 것”이라고 전했다.○ 서울현충원 안장은 정말 불가능했나 수치로만 보면 서울현충원은 포화 상태다. 현재까지 서울현충원엔 대한민국 임시정부 요인이나 경찰 묘역 등 묘소 90기만이 ‘미분양’ 상태다. 고인이 안장될 수 있었던 장군, 사회공헌자 묘역 등은 일찌감치 자리가 찼다. 장병 묘역조차 자리가 없어 국립묘지 안장 대상인 군인들을 모두 대전현충원으로 보내는 것이 현실이다. 대전현충원엔 묘소 7739기가 비어 있다. 장군 묘역(16기), 사회공헌자 묘역(10기) 등도 넉넉한 편이다. 천안함 폭침, 제2연평해전, 연평도 포격 도발 등으로 희생된 55명의 ‘서해수호’ 용사들도 대전현충원에 안장됐다. 하지만 정부는 그동안 필요에 따라 묘역을 융통성 있게 운영해 왔다.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도 서울현충원 내 국가원수 묘역이 다 찼음에도 산을 깎아 자리를 마련했다. 김형기 전 원장은 “엄밀히 말하면 두 전직 대통령도 모두 대전현충원으로 가야 했다”고 지적했다. 2013년 별세한 ‘월남전의 영웅’ 채명신 장군(예비역 중장)도 “전우들과 함께하고 싶다”는 유언에 따라 서울현충원에 안장됐다. 당시 국방부는 사병 묘역 맨 앞줄에 별도의 자리를 만들었다. 올해 6월 세상을 떠난 황규만 장군(예비역 준장)도 서울현충원 내 김수영 소위의 묘를 나눠 쓰는 방식으로 영면했다. 고인이 6·25전쟁 당시 자신의 부대를 도와주다 전사한 김 소위 곁에 묻히길 희망했기 때문이다. 물론 두 장군 모두 26.4m²(약 8평) 공간이 제공되는 장군 묘역이 아니라 3.3m²(약 1평)의 장병 묘역에 안장됐다. 예외가 허용된 대신 묘소의 규모가 줄어든 것. 의지만 있다면 서울현충원에 안장할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는 얘기다. 백 장군과 함께 대전현충원 장군 묘역에 묻힌 832명 가운데 고인과 같은 대장 계급은 41명이다. “대전현충원에 안장된 게 홀대라면 이미 그곳에 계신 분들 모두 정부의 홀대를 받고 있는 셈”이라는 일각의 주장도 일리가 있다. 그러나 6·25전쟁과 한국군 역사에서 백 장군의 상징성을 고려할 때 “애초부터 정부의 의지가 없었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국립묘지법 시행령에 따르면 서울현충원의 시설 증감은 전적으로 국방부 장관의 승인에 달렸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백 장군 빈소에서 군 원로들에게 “서울현충원 장군 묘역이 다 찼다”면서도 “보훈처에 (원로들의) 의견을 다시 전달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내놨다. “(정 장관이) 논의를 회피하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는 김판규 전 육군참모총장의 말처럼, 군 후배인 정 장관이 적극적으로 고인의 서울현충원 안장을 추진했어야 했다는 볼멘소리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또 지난달 서울현충원 측은 백 장군을 이곳에 안장하면 ‘충혼당이나 대전현충원에 안장된 분들의 유가족 등의 강한 반발이나 사회적 형평성 문제, 특혜 논란이 우려된다’고 국방부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현충원이 안장 불가 방침이 묘소가 다 차서만은 아니라는 걸 인정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역사 바로 세우기’ 드라이브와 무관치 않아 백 장군이 안장될 때까지 군 통수권자인 문 대통령은 끝내 추모 메시지를 내지 않았다. 청와대에선 김유근 전 국가안보실 1차장만이 영결식에 참석했다. 그래서 “정부가 고인을 홀대한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백 장군의 서울현충원 안장을 추진하지 않았던 것 역시 출범 초부터 강한 ‘역사 바로 세우기’ 드라이브를 걸어온 현 정부의 기조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 많다. 보훈처는 지난해 3월부터 ‘가짜 유공자’를 가려낸다며 독립유공자 1만5180명에 대한 전수조사를 벌이고 있다. 백 장군 안장식이 이뤄진 다음 날인 16일 대전현충원 홈페이지 내 고인의 안장자 정보 비고란에는 ‘대통령 소속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에서 친일 반민족 행위자로 결정(2009년)’이라는 내용이 게재됐다. 국방부와 보훈처는 2005년 노무현 정부 때 만들어진 진상규명위의 결정 사항을 기재해야 할 법적 근거가 없음에도 지난해 3월부터 고인을 포함해 장성 12명에 대한 친일 행적을 공식화했다. 여권 일각에서 추진 중인 ‘파묘법’의 관련 근거가 될 수도 있다. 백 장군은 장지 문제가 정치권이나 이념 공방으로 번지는 걸 바라지 않았을 것이다. 백 장군은 영면에 들었지만 10년 넘게 이어진 현충원 장지 문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신규진 정치부 기자 newjin@donga.com}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보유국을 선언하며 언급한 ‘자위적 핵 억제력’은 미국을 겨냥한 핵무기 체계를 의미한다. 미국에 어느 정도의 상처를 입힐 수준의 핵무력이 완성됐다는 주장인 만큼 북한의 현재 핵무력 수준에도 새삼 관심이 쏠린다. 2018년 이후 북-미 비핵화 협상이 공전을 거듭하는 동안 북한은 핵무력 증강 시간을 벌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지난달 스웨덴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는 올해 1월 현재 북한이 보유한 핵탄두가 30~40개로 추정되며 이는 지난해보다 약 10개 증가한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 군은 2018년 국방백서에서 북한의 플루토늄 보유량은 핵무기 10개를 제조할 수 있는 50여kg, 고농축우라늄(HEU)은 ‘상당량’ 보유한 것으로 평가한 바 있다. 북한 전역의 비밀 농축시설과 핵탄두 소형화 기술의 진전 상황을 고려하면 실제 핵탄두 수는 최소 50여 개에서 최대 100여 개에 달할 수 있단 관측도 나온다. 이미 수년 전부터 미 정보당국은 올해 북한의 핵탄두 보유량이 최대 100여 개에 달할 것으로 추정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군 소식통은 “미국으로부터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처럼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라도 ‘핵무기 100개’ 제조는 북한 핵무력 증강의 핵심 목표일 것”이라고 전했다. 군 안팎에선 북한이 핵탄두 보유량을 늘리면서 동시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핵심 기술인 핵탄두 소형화와 대기권 재진입(re-entry) 기술 확보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장영근 한국항공대 항공우주기계공학부 교수는 “핵탄두를 150~200kg까지 경량화 했다면 다탄두 적재도 가능하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미 전략자산이 발진하는 괌이나 주일미군기지 등을 타격권에 둔 미사일 전력을 완성했거나 그 수준에 도달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자위적 핵 억제력’을 강조하면서 특히 북극성-3형 등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의 전력화 및 양산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는 것이다. 군 소식통은 “2017년처럼 한반도 인근에서 미국이 B-1B 전략폭격기 등으로 동시다발적 무력시위를 할 경우 강력한 핵 억제력을 내세워 맞대응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이라고 전했다. 때문에 북한이 다시 도발을 재개한다면 SLBM 시험발사를 대미 ‘자위적 핵 억제력’의 최우선 완성 이벤트로 삼을 수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북한은 함경남도 신포조선소에서 SLBM 3기를 탑재할 수 있는 신형 3000t급 잠수함 건조를 사실상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조의를 표하는 조전(弔電)을 고 백선엽 장군(예비역 대장)의 부인인 노인숙 여사(96)에게 보냈다. 펜스 부통령은 조전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국민을 대신해 부군을 잃은 것에 깊은 조의를 표한다”며 “백 장군 같은 영웅이 있었기에 한국은 오늘날 자유롭고 생동감 넘치는 민주주의를 누릴 수 있었다”고 했다. 펜스 부통령의 사인이 담긴 조전은 백 장군 안장식이 열렸던 15일 작성돼 지난주 말 노 여사에게 전달됐다. 조전에서 그는 “백 장군의 용기와 리더십은 6·25 전쟁, 특히 다부동 전투에서 전설적으로 발휘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백 장군을 전쟁 영웅 이상으로 존경 한다”며 “군인으로서의 사명을 다한 뒤에도 계속 국가를 위해 복무해왔으며 외교관과 훌륭한 정치인으로서 활동해왔기 때문”이라고 했다. 펜스 부통령은 2013년 주한미군이 백 장군을 명예 미8군사령관으로 임명한 것에 대해 “한국군에서의 성취뿐 아니라 한미 동맹에 중요한 기여를 한 그를 기렸기 때문”이라고 했다. 부친이 6.25 참전용사이기도 한 펜스 부통령은 “부군의 업적에 대단히 감사하며 미국의 위로와 기도를 노 여사에게 전한다”며 조전을 마쳤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북한이 26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린 것으로 의심되는 탈북민이 개성으로 입북(入北)해 개성을 봉쇄했다고 밝혔다. 북한이 코로나19가 발생했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처음이다. 우리 군 당국은 월북(越北) 일주일 만인 이날 북한의 공개 이후에야 탈북민의 월북 정황을 시인하면서 군 경계 태세와 탈북자 관리에 심각한 허점이 드러났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오전 “개성시에서 악성 비루스(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의심되는 월남 도주자가 (탈북) 3년 만에 불법적으로 분계선을 넘어 7월 19일 귀향하는 비상사건이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5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비상확대회의를 열어 24일부터 봉쇄에 들어간 개성 지역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국가비상방역체계를 최대비상체제로 이행하는 특급 경보를 발령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은 전했다. 공개보도가 나온 뒤인 26일 오후에야 합동참모본부는 “군은 일부 인원을 (재입북자로) 특정해 관계 기관과 긴밀히 공조해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군 당국은 2017년에 귀순한 김모 씨(24)가 최근 재입북을 위해 경기 김포, 인천 강화 교동도 일대를 사전 답사한 것으로 보고 구체적인 정황을 파악 중이다. 김 씨는 지상 철책이 아닌 한강 하구를 통해 헤엄쳐 북한으로 넘어갔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6월 북한 어선의 동해 ‘삼척항 노크 귀순’ 이후 1년여 만에 군사분계선(MDL) 경계 실패가 재발하면서 군 수뇌부 등 관련 책임자들에 대한 문책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 씨는 최근 성폭행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으면서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앞두고 종적을 감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출국 금지 상태였다.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비상확대회의를 주재하면서 “해당 지역 전연부대(접경지역 부대)의 허술한 전선경계근무 실태를 엄중히 지적했다”며 “당 중앙군사위원회가 사건 발생에 책임이 있는 부대에 대한 집중 조사 결과를 보고받고 엄중한 처벌을 적용하며 대책을 강구할 것을 토의했다”고 보도했다.신규진 newjin@donga.com·최지선·김태언 기자}

군 당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린 것으로 의심되는 탈북민이 군사분계선(MDL)을 통해 재입북했다는 북한의 발표를 인정하면서 군 경계 태세에 구멍이 뚫렸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해당 탈북민이 월북 경로를 사전 답사했음에도 군이 전방 지역 동향을 실시간으로 확인하지 못한 셈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두 달 전 밀입국 못 막고도 다시 뚫려 군 등 관계 당국은 2017년 탈북한 사람들 가운데 연락이 두절된 김모 씨(24)가 월북했을 것으로 보고 관련 행적을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개성에서 중학교를 다녔던 김 씨는 3년 전 한강 하구로 헤엄쳐 탈북한 뒤 경기 김포시에 거주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월북 전 김 씨는 김포시, 인천 강화군 일대를 사전 답사한 정황이 포착됐다. ‘분계선’을 넘었다고 언급한 26일 북한 발표 직후 MDL 철책이 뚫렸을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지상이 아닌 한강 하구를 통해 헤엄쳐 월북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군 당국은 보고 있다. 이날 오전 북한의 공개 보도 직후 군과 청와대, 통일부는 “(사실 관계를) 확인 중”이라는 입장만 내놓았다. 그러다가 8시간여가 지난 오후에야 군 당국이 “합동참모본부 전비태세검열실이 감시 장비나 녹화 영상 등 대비 태세 전반에 문제가 없었는지 들여다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탈북민이 19일 월북한 뒤 북한이 사실을 공개한 26일까지 일주일간 군 당국과 정부가 월북 사실조차 파악하지 못한 채 깜깜이 상태였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경찰과 통일부의 탈북자 관리에도 허점이 발생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군 관계자는 “지난달까지 충남 태안군 해상으로 잇따라 진입한 밀입국 보트를 확인하지 못해 질타를 받은 상태라 이번 경계 실패는 더욱 심각하다”며 “군 수뇌부에 대한 중징계가 불가피해 보인다”고 전했다. 지난해 6월 북한 어선의 ‘삼척항 노크 귀순’ 이후 5일 만에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한 바 있다. 김 씨는 최근 성폭행 혐의로 출국 금지되고 구속영장이 신청된 상태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달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앞두고 있던 김 씨는 갑자기 경찰과 연락이 두절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 “치명적인 재앙 위협” 초비상에 김정은 호통 처음으로 코로나19 확산 가능성을 공식 인정한 북한은 초비상 상태다. 조선중앙통신은 “(탈북자 귀향으로) 개성시에 치명적이며 파괴적인 재앙을 초래할 수 있는 위험이 조성됐다”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긴급 소집한 노동당 정치국 비상확대회의에서 “지난 6개월간 강력한 방어적 방역대책을 강구하고 모든 통로를 격폐(폐쇄)했음에도 악성 비루스(바이러스)가 유입됐다고 볼 수 있는 위험한 사태가 발생한 데 대해 지적했다”고 전했다. 주민 15만 명이 사는 개성은 김 위원장이 있는 평양에서 직선거리로 약 140km 떨어져 있다. 이날 조선중앙TV가 공개한 영상에는 김 위원장이 여동생인 김여정 당 제1부부장과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박봉주 국무위원회 부위원장 등 북한 수뇌부가 총출동한 회의에서 정경택 국가보위상과 박태성 당 부위원장, 전광호 내각부총리를 일으켜 세워 호통을 치듯 지시하는 장면이 포착됐다. 북한이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한국에서 넘어간 탈북자 책임으로 돌리면서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의 남북 대화 재개 구상도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당초 전문가들은 북한이 1월부터 유지해온 국경 폐쇄를 당 창건일(10월 10일) 전후로 풀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해 왔다.신규진 newjin@donga.com·최지선 기자}

주한미군이 경북 성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기지의 오폐수 처리 차량 출입을 막는 주민들로 인해 부대 관리가 어려워지자 우리 군에 지속적으로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26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주한미군은 최근 오폐수 처리 차량의 성주 기지 출입이 주민들에 의해 봉쇄되자 부대 관리 관련 우려 사항을 국방부에 전달했다. 오폐수 차량의 진입 시 군이나 경찰의 협조가 제대로 되지 않아 생활여건이 매우 열악하단 취지다. 통상 오폐수 처리는 일주일에 한 번꼴로 관련 차량이 성주 기지에 출입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던 것으로 전해졌다. 주민들이 성주 기지 내 차량 출입을 저지하고 나선 건 5월 29일 주한미군과 국방부가 노후화된 사드 장비를 반입한 뒤부터다. 새벽에 기습적으로 벌인 장비 반입에 반발한 30∼100명가량의 주민들은 이후 지속적으로 차량 출입을 방해해 왔다. 5월 이후 오폐수 처리 차량의 출입이 한 달 넘게 지연되자 결국 주한미군은 2일 오후 차량 반입을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주민들이 경찰과 마찰을 빚어 부상을 입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충돌 이후 주민들은 사드 장비 차량이 아닌 부대 관리에 필요한 오폐수 차량에 대한 통행을 허용하기로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군 안팎에선 여전히 차량의 원활한 통행이 지연되는 현 상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오폐수 차량 반입 주기도 2주에 한 번 이뤄지고 있고 차량 한 대 반입에만 6시간 이상이 소요돼 미군 측의 반발도 여전하다는 것이다. 주한미군이 항의했다는 것에 대해 군 관계자는 “관계기관의 협조가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공유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주한미군의 훈련 및 부대 운영 등을 놓고 한미 간 파열음이 커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최근 주한미군은 경기 포천시 로드리게스 사격장 사용이 제한된 것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로드리게스 사격장 인근 주민들의 반발로 훈련지를 경북 포항 수성사격장으로 옮겼지만 1년에 64일인 훈련일수를 채우지 못해서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한미 군 당국이 하반기 연합훈련의 규모를 대폭 축소해 다음 달 실시하기로 했다. 이에 군은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을 위한 완전운용능력(FOC) 검증을 압축적으로 실시하자는 입장을 미 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26일 정부 소식통 등에 따르면 한미는 예년보다 규모를 축소해 8월 셋째 주 한미연합지휘소 훈련(CPX·컴퓨터 워게임)을 진행하기로 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 간 21일 전화회담 후 양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대규모 병력 동원이 어려운 상황을 고려해 이 같은 방향성에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번 훈련에서 한국군이 주도하는 미래연합사령부의 FOC 검증 여부는 여전히 한미가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속한 전작권 전환’이란 현 정부 방침에 따라 내년 훈련에서 전작권 전환 작업의 최종 단계인 완전임무수행능력(FMC) 검증에 돌입해야 하는 우리 군은 FOC 검증을 절차대로 진행하자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전작권을 행사하는 데 필요한 모든 조건 대신, 유사시 미군 증원 병력의 전투 지역 배치 등 핵심 분야 위주로 검증 절차를 ‘간소화’하자는 방안이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여파로 훈련 및 FOC 검증에 참여할 미 증원 병력 동원이 어려워 당초 양국이 계획한 검증 수준에 도달하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판단에서다. 다만 이번 훈련에서 ‘반쪽짜리’ FOC 검증이 진행되더라도 향후 미 측에서 검증의 적절성에 문제를 제기할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단 관측이 나온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정부가 차세대전투기(FX) 2차 사업으로 F-35A 스텔스 전투기 대신 수직 이착륙 기능이 탑재된 F-35B 기종(사진)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3일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2021년부터 5년간 약 4조 원을 들여 추진하는 FX 2차 사업의 전투기 기종으로 F-35B가 고려되고 있다. 이는 해군의 경(輕)항공모함 건조 계획에 따라 함재기용 전투기가 필요하다는 군 안팎의 주장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군은 2014년 확정된 FX 1차 사업 계획에 따라 약 7조 원의 예산을 들여 F-35A 40대를 2021년까지 우선 전력화할 방침이다. F-35B는 F-35A와 달리 수직 이착륙이 가능한 ‘리프트팬’이 달려 있어 경항모에 적합하다. 가격도 대당 보통 1000억 원인 F-35A보다 30%가량 비싼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군 관계자는 “둘 다 같은 계열의 스텔스 전투기이지만 부품 대부분이 달라 사실상 새로운 기종으로 봐야 한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해 경항모를 2033년 진수하겠다는 계획이 발표된 뒤 FX 2차 사업에 F-35B 기종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하지만 군은 당시 F-35A 20대를 구매하기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이번에 F-35B로 기종을 변경할 경우 전투기 도입이 더 늦춰질 수밖에 없다. 현재 공군력은 F-4, F-5 등 기존 전투기가 노후화돼 전력 대체가 시급한 상황이다. 군 관계자는 “FX 1차 사업과 다른 기종을 도입하려면 작전요구성능(ROC) 등을 새로 검토해야 해서 전투기 도입에 시간이 더 오래 걸린다”며 “기종을 변경하지 말고 경항모용 함재기가 얼마나 더 필요한지 파악해 나중에 추가로 도입하는 게 낫다”고 했다. 수직 이착륙 기능이 탑재된 F-35B는 F-35A에 비해 연료나 미사일 등 무장 탑재량이 적어 전투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군사 전문가는 “이전 정부 때부터 추진됐던 전투기 사업의 방향을 바꾸겠다는 건 새 전투기를 도입했다는 현 정부의 ‘치적 쌓기’를 위한 것이 아닌지 의심된다”고 말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경기 포천시 8사단에서 병사 14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서울의 한 중학교에서는 급식 배식원이 확진 판정을 받아 학생 등교가 중단됐다. 사무실과 요양시설 등에서도 확진자가 이어지면서 휴가가 집중되는 ‘7말 8초’를 앞두고 소규모 집단 감염 우려가 커지고 있다. 22일 국방부와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8사단 소속 병사 2명은 20일 발열 증상을 보여 진단검사를 받았고 21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두 병사는 지난달 10일 휴가를 다녀왔다. 이어 해당 부대 전 병력 220여 명 중 밀접 접촉자로 분류된 12명이 추가로 감염이 확인됐다. 군은 나머지 밀접 접촉자 50여 명을 1인실에 격리하고, 170여 명을 부대 내에 예방적 격리(코호트 격리)했다. 확진자가 추가로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군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건 2일 이후 20일 만이다. 누적 확진자는 70명을 넘겼다. 군이 자체 격리 조치한 인원도 1100여 명으로 늘었다. 8사단 집단 감염의 최초 경로는 아직 파악되지 않았다. 군 당국은 부대 밖에서 무증상으로 감염된 채 복귀한 장병들이 코로나19를 전파했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곽진 방대본 환자관리팀장은 “군 장병의 부대 안팎 출입과 관련해 아직 어떤 문제는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13명은 모두 다 부대 내에서 거주하고 있는 병사들이고 군부대를 오가는 간부들은 모두 음성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국방부와 방역당국은 5월 18일부터 실시 중인 입영 장정에 대한 코로나19 진단검사를 앞으로 8주 동안 연장하기로 했다. 또 장교, 부사관, 후보생까지 검사 대상을 확대해 시행할 계획이다. 서울 강남구 청담중학교에 근무 중인 급식 배식원 1명도 22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급식 배식원 이모 씨(55)는 증상 발현 전인 이달 17일까지 출근해 점심시간 배식 도우미로 일했다. 학교는 23일부터 모든 학년을 대상으로 원격 수업을 할 계획이다. 강남구에 있는 금척빌딩 관련 확진자는 13명으로 늘었다. 18일 확진 판정을 받은 70대 여성 A 씨가 첫 감염자다. 20일과 21일, A 씨와 같은 층에서 근무하는 직장 동료 7명이 추가로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 빌딩에서 일하는 확진자 2명의 배우자도 20일 검진 결과 양성 반응을 보였다. 서울 강서구 방화1동에 위치한 노인요양시설 ‘데이케어센터’ 이용자 3명도 추가 확진 판정을 받았다. 22일까지 확진 판정을 받은 이용자는 모두 80, 90대 노인이다. 대다수가 하루 9시간 넘게 요양시설에 머물렀던 것으로 전해졌다. 19일 첫 환자가 나온 이후 이 시설 관련 확진자는 15명으로 늘었다. 서울 송파구 소재의 한 교회에서도 지역 연쇄 감염이 발생했다. 이 교회 교인인 송파구민 50대 여성이 20일 처음 확진 판정을 받았다. 하루 뒤 확진자의 배우자와 같은 교회 성가대에서 활동하는 교인 2명이 추가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날 광주에서도 9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일부는 최초 감염경로가 파악되지 않고 있다. 정부는 이달 8일부터 시행돼온 교회 방역 조치를 24일 해제하기로 했다. 교회 대상 방역 조치는 교회의 정규예배 외 모임과 행사, 식사 제공 등을 금지하고 출입명부 관리를 의무화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최근 교회 소모임 등으로 인한 감염 사례가 줄어들어 정부는 해당 조치를 해제하기로 했다. 다만 상황에 따라 지방자치단체별 행정조치가 가능하도록 했다.전주영 aimhigh@donga.com·신규진·이지훈 기자}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사진)이 21일(현지 시간) 영국 싱크탱크인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가 주관한 화상세미나에서 주한미군 감축 관련 질의에 대해 “나는 한반도에서 군대(주한미군)를 철수하라는 명령을 내린 적이 없다”고 밝혔다. 올 3월 미 국방부가 백악관에 여러 개의 주한미군 감축 옵션을 보고했다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최근 보도로 증폭된 주한미군 감축 논란에 일단 선을 그은 것. 하지만 에스퍼 장관은 재차 해외 주둔 미군 배치의 ‘최적화’를 강조해 주한미군 감축 논란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는 “우리는 계속해 해외 주둔 군 병력을 조정해 군력의 최적화 달성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주독미군 감축 결정처럼 주한미군의 감축 여지를 열어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앞서 에스퍼 장관이 17일 배포한 ‘국가국방전략의 이행: 1년의 성과’라는 자료에서 몇 개월 내 (주한미군을 포함한) 인도태평양사령부 등 전 세계 미군 재배치 문제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여지가 있다. 중국을 겨냥한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이 강화되면 주한미군이 더 중요해질 걸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전혀 다른 생각을 할 가능성이 있다. 병력 감축으로 국방비를 절감하면서도 중국을 옥죄는 전략을 강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군 관계자는 “한국과 독일 등 전 세계에 배치된 미군을 ‘선택과 집중’ 방식으로 재배치해 중국 봉쇄를 더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주한미군은 돈만 들고, 대중 견제의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미국이 판단할 개연성이 적지 않다. 대북 방어만을 위해 일본과 독일 다음으로 많은 미군(2만8500명)을 한반도에 배치하는 일을 근본적으로 재고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군 소식통은 “지상군 위주의 ‘한반도 붙박이군’인 주한미군은 남중국해나 대만에서 미중 충돌 시 개입할 여건이나 능력이 되지 않는다는 점도 감축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에스퍼 장관이 21일 전화 회담을 갖고 8월 셋째 주에 한미 연합지휘소 훈련(CPX·컴퓨터워게임)을 진행하기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전작권 전환의 차질 없는 추진을 위해 훈련을 진행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는 것이다. 이번 훈련에는 전작권 전환 후 한국군이 주도하는 미래연합사령부의 완전운용능력(FOC)을 검증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를 거쳐야 내년 훈련에서 전작권 전환 작업의 ‘최종단계(완전임무수행능력·FMC)’ 검증 작업에 들어갈 수 있다. 이번 훈련이 연기·취소되면 전작권 전환 작업 전반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현 정부 임기(2022년 5월) 내 전작권 전환도 물 건너갈 공산이 크다. 군 당국자는 “한미가 코로나19 상황 등을 지켜보면서 최적의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막바지 협의를 거쳐 최종 결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미국 내 코로나19 사태가 날로 심각해지면서 증원전력의 훈련 참가가 여의치 않다는 점이다. 미국은 이번 연합훈련에 2000여 명의 증원전력을 파견할 계획이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최근까지 10% 수준인 200여 명을 확보하는 데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미 증원전력의 참가 규모가 대폭 축소될 경우 이번 훈련에서 전작권 전환 검증 작업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을 군은 우려하고 있다. 아울러 한미가 연합훈련을 강행할 경우 북한이 무력시위 등으로 반발하면서 북-미 냉각기가 더 길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또 다른 군 관계자는 “주한미군 감축 문제는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미 간 ‘방위비 이견’에도 주한미군은 현 수준을 유지하는 데 이견이 없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하지만 미 대선이 100일가량 남은 상황에서 방위비 협상 교착이 장기화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미군 감축 카드’로 지지층 표심 잡기에 나설 개연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신규진·임보미 기자}

해군이 일본함정과 해적퇴치 공동훈련을 실시했다. 21일 군 소식통에 따르면 청해부대 32진 대조영함(4400t급)은 16일부터 이틀 동안 소말리아 인근 아덴만 해상에서 일본 해상자위대 소속 호위함인 오나미함(4600t급)과 해적퇴치 공동훈련을 했다. 우리군이 일본함정과 아덴만에서 훈련을 한 것은 올해 들어 처음이다. 이 훈련엔 유럽연합(EU) 소말리아 해군사령부 소속으로 파견된 스페인 호위함 산타마리함(4100t급)도 참가했다. 이번 훈련은 해적선 등 소형선박 접근 시 대응방안, 함정 간 근접 기동, 통신교환 및 해상사격으로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군 소식통은 “EU 소말리아 해군사령부에서 주관하는 대해적 작전에 참가한 것으로 소말리아 해적에 공동 대응하는 차원에서 실시된 정례적인 훈련”이라고 전했다. 5월 해군 부산작전기지를 출항한 대조영함은 지난달부터 청해부대 31진 왕건함(4400t급)과 임무를 교대해 작전을 수행 중이다.신규진기자 newjin@donga.com}

한국의 첫 군사위성인 ‘아나시스(Anasis) 2호’가 성공적으로 발사됐다. 이로써 한국은 세계 10번째 군사위성 운용 국가가 됐다. 독자적인 군 통신위성 확보로 향후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의 필수전력인 국산 정찰위성 전력화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21일 방위사업청에 따르면 아나시스 2호는 이날 오전 6시 반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우주발사장에서 스페이스X의 ‘펠컨9’ 로켓에 실려 발사됐다. 아나시스 2호는 발사 32분 후 630km 고도에서 팰컨9와 정상적으로 분리됐고 오전 8시 19분경 프랑스 툴루즈 위성관제센터와 첫 교신에 성공했다. 아나시스 2호는 안테나와 태양전지판을 펼치고 전력공급과 2주간의 궤도변경 작업을 거쳐 정지궤도인 약 3만6000km 고도에 안착할 예정이다. 위성 제작사인 에어버스는 지상국과의 교신을 통해 아나시스 2호의 전반적인 상태가 양호한 것을 확인했다고 한다. 3개월가량의 성능 점검을 거친 뒤엔 한국군에 인수돼 본격적인 임무 수행에 활용된다. 방사청 관계자는 “향후 국방과학연구소가 개발한 지상단말기 시험평가를 거쳐 연내 운용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군에선 아나시스 2호가 본격적으로 가동되면 작전능력의 향상을 가져다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아나시스 2호는 북한의 전파교란(재밍)에 영향을 받지 않고 음성, 문자, 영상 등을 암호화해 전송이 가능한 첨단 통신시스템을 갖췄다. 기존 통신위성보다 데이터 전송용량도 2배 이상 많아 더 신속하고 정확한 전장 지휘가 가능해진 것. 지금까지 군이 사용한 민군 겸용통신위성인 ‘무궁화 5호(아나시스 1호)’는 재밍 공격에 취약하고 노후화돼 유사시 군 작전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단 우려가 많았다. 군 관계자는 “해외 파병부대 등 국내외를 막론하고 군 통신 사각지대도 해소될 것”이라고 전했다. 군 통신위성 확보로 전작권 전환의 핵심 과제 중 하나인 정찰위성 전력화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군은 2023년까지 국산 정찰위성 5기를 전력화하는 ‘425사업’을 추진 중이다. 군에선 자체 통신, 정찰위성을 모두 확보하게 되면 미 전략자산에 의존하지 않고도 단독작전 전개가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앞서 군은 2014년 록히드마틴으로부터 F-35A 스텔스 전투기 40대를 도입하는 조건으로 군 통신위성 1기를 제공받기로 계약한 바 있다. 이번 아나시스 2호 발사에 사용된 팰컨9의 1단 추진체는 5월 세계 최초의 민간 유인 우주선(크루드래건)을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실어 나를 때 활용됐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계속 보전하기로 결정한 것은 그린벨트 해제로 일부 지역에서 투기 조짐이 나타나고 환경을 중시하는 현 정부 철학과도 반하는 등 득보다 실이 더 크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서울 태릉골프장 부지 등 국공립 시설 부지를 발굴하기로 했지만 재건축·재개발 활성화나 도심 고밀 개발 등 서울 지역 주택 공급을 대량으로 늘릴 수 있는 근본적인 방안은 이날 언급되지 않아 공급대책을 사실상 원점에서 재검토하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 우왕좌왕 그린벨트 논란, 결국 대통령이 진화문 대통령이 직접 그린벨트 해제를 공급대책에서 배제하기 전부터 여당 일각에서도 그린벨트 해제 신중론이 계속 나오고 있었다. 7·10부동산대책 발표 이후 그린벨트 논란으로 우왕좌왕하면서 시장 혼란이 더 커졌고 정책 추진 과정에서 각 부처와 여당이 한목소리를 내지 못해 정책에 대한 신뢰를 스스로 깎아먹었다는 비판에 직면하게 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부동산 정책을 두고 당정청이 토론하는 것은 좋지만 시장의 혼란을 부추기는 양상이 돼서는 안 된다”며 “문 대통령이 이를 정리하기 위한 결단을 내린 것 같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달 2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을 청와대로 불러 긴급 보고를 받은 뒤 주택 공급 확대를 지시했는데도 집값 불안에 대한 부동산 민심이 사그라지지 않았다.○ 임기 내 가시화 가능한 태릉골프장 주택 공급 태릉골프장을 활용한 주택 공급 방안은 최근 집값 불안에 따른 부동산 민심을 잠재우고 문 대통령 임기 내에 빨리 추진할 수 있는 카드로 보인다. 태릉골프장 등 군 소유의 골프장 부지를 개발하는 방안은 2018년 수도권 공급대책 때도 검토됐지만 당시 군의 반대로 추진되지 못했다. 태릉골프장은 1966년 육군사관학교 생도의 훈련용 부지를 박정희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1966년 육사 전용 골프장으로 바꾸며 생겼다. 태릉골프장은 인근에 서울 지하철 6호선 등 교통망이 구축돼 있고 GTX-B노선 별내역 개통도 예정돼 있다. 경기 갈매지구와 별내신도시 인프라도 공유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국가 소유 부지라 개발 기간도 비교적 짧아진다. 2024, 2025년은 돼야 입주가 시작될 것으로 보이는 3기 신도시보다 빠르게 추진할 수 있다. 태릉골프장에 주택을 공급하면 미니신도시급 단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담벼락 하나만 사이에 두고 있는 육군사관학교 부지, 인근 태릉선수촌까지 개발할 가능성도 있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인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이처럼 확장된 부지의 최대 면적은 250만 m²로 주택 2만 채 이상을 공급할 수 있다. 태릉골프장만 단독 개발하면 총 82만 m²(약 25만 평)에 8000∼1만 채 규모를 공급할 수 있다. 이 경우 서울 대단지로 꼽히는 송파구 헬리오시티(40만 m²·9510채)나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예정 단지(62만 m²·1만2032채)와 규모가 비슷해진다. 다만 태릉골프장 일대도 그린벨트로 지정돼 있어 서울시와의 추가 협의를 거쳐야 한다. 국방부는 “공공주택 공급물량 확대 필요성, 시급성과 군인 복지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관계부처, 지방자치단체 등과 논의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 재건축 규제 완화는 언급 없어 이날 문 대통령은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규제 완화나 용적률 완화, 층수 제한 완화 등에 대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대규모 공급이 가능한 다른 방안에 대한 언급은 없는 상태로 서울 시내에서 대량 공급이 가능한 택지를 찾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정비사업을 촉진한다고 하면 역세권 재개발 등을 중심으로 임대주택을 늘려 공공성을 강화하는 조건을 달고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사업 속도가 빨라질 수 있지만 사업성이 높지 않아 민간 조합이 얼마나 부응할지는 미지수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략연구부장은 “집값 안정을 위한 공급 확대는 서울 도심에 이미 수요가 입증된 지역에서 진행되는 재개발·재건축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야 해결될 수 있다”며 “정부가 길을 돌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이새샘 iamsam@donga.com·박효목·신규진 기자}

통일부가 7·27 정전협정 기념행사를 열기 위한 유엔군사령부의 판문점 내 ‘자유의 집’ 사용 요청을 불허한 것으로 확인됐다. 20일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유엔사는 로버트 에이브럼스 유엔군사령관이 주관하는 27일 정전협정 행사를 판문점 내 통일부가 소유한 자유의 집에서 개최하기 위해 이달 초 사용 승인을 요청했으나 통일부가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통일부는 “북한의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등 남북관계 전반 상황을 고려할 때 협조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유엔사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사는 2013년부터 자유의 집에서 매년 정전협정 행사를 개최해왔기 때문에 이번 결정이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일각에선 통일부가 6·25전쟁 관련 행사를 부각시키지 않으려 한다는 뒷말도 나왔다. 유엔사는 올해 행사를 판문점 내 다른 장소에서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비무장지대(DMZ) 출입을 둘러싼 유엔사와 정부 간 해묵은 갈등이 다시 불거졌다는 관측도 있다. 유엔사는 2018년 한국 측 인력 등의 군사분계선 통행을 불허해 남북철도 공동조사가 무산됐다. 이에 대한 정부의 맞대응 차원 아니냐는 것이다.신규진 newjin@donga.com·최지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