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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입장을 대변하는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가 2일 미국이 대북제재와 일방적인 비핵화 요구를 거둬야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열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북한이 외곽 매체를 동원해 재차 정상회담 성사를 위해서는 미국의 양보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조선신보는 이날 ‘2019년 신년사에 깃든 최고령도자의 신념과 의지’라는 제목의 글에서 “미국 대통령이 시대착오적인 제재 만능론과 그 변종인 속도 조절론에서 벗어나 2019년 사업 계획을 옳게 세운다면 제2차 조미수뇌(북-미 정상)회담 개최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겨냥해 북한의 추가 비핵화 조치를 기다리지 말고 제재부터 먼저 풀라고 요구한 것이다. 한 외교소식통은 “북한이 외곽 매체를 통해 신년사의 의미를 보다 명확히 하면서 미국에 보상을 먼저 하라며 압박 강도를 높이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역사적인 첫 조미수뇌 상봉과 회담이 진행됐으나 6·12조미공동성명 이행을 위한 첫걸음은 내디뎌지지 않았다”고 단언했다. 북-미관계의 급진전을 원한다면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사항을 트럼프 대통령이 먼저 지키라는 취지다. 이어 “(신년사에서는) 최고령도자의 변함없는 (비핵화) 의지가 표명되고, 싱가포르 수뇌회담에서 확인된 단계별·동시 행동원칙이 다시 강조되었다. 구태여 다른 내용을 덧붙이거나 새로운 제안을 내놓을 필요가 없었다”고 했다. 북한이 이미 비핵화 조치를 시행했으니 이젠 미국이 상응 조치를 내놓을 때라고 못 박은 셈이다. 다만 조선신보는 김 위원장이 모색할 수 있다고 밝힌 ‘새로운 길’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자제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19일엔 “앞으로 큰 나라들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국제 정세가 격랑 속에 흔들린다고 해도 판문점을 기점으로 하는 새로운 역사의 흐름이 역전되는 일은 없다”고 밝혔듯이 위협적인 상황으로 되돌아가는 것을 바라진 않는다는 의도로 읽힌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1일 신년사에서 ‘새로운 길’을 찾을 수 있다며 미국을 압박했다. 북한의 핵실험장 폐쇄 등에 상응하는 보상을 내놓지 않으면 핵·미사일 개발을 재개할 수도 있다는 위협이었다. 동시에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 의지도 내비쳤다. ‘김정은식 냉온탕’ 전술로 꿈쩍 않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움직여 보겠다는 것이다.○ “핵무기 생산 안 한다” 육성으로 언급하며 제재 완화 요구 김 위원장은 신년사 말미쯤 배치된 대미 메시지에서 대화 의지를 먼저 밝혔다. “앞으로도 언제든 또다시 미국 대통령과 마주 앉을 준비가 돼 있으며 반드시 국제사회가 환영하는 결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것. 그러면서 북한의 요구사항이 대북제재 완화와 북-미 관계 정상화임을 분명히 했다. 김 위원장은 “조미(북-미) 두 나라 사이 불미스러운 과거사를 계속 고집하며 떠안고 갈 의사가 없으며 하루빨리 과거를 매듭짓고 두 나라 인민들의 지향과 시대 발전의 요구에 맞게 새로운 관계 수립을 향해 나아갈 용의가 있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공정한 제안’ ‘올바른 협상’ ‘호상(상호) 인정’을 강조하면서 미국의 선(先)비핵화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뜻도 밝혔다.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을 지낸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은 “올바른 협상 자세와 공정한 제안이란 결국 ‘비핵화 요구만 하지 말고, 목을 조를 생각 말고 어서 제재 풀고 새로운 북-미 관계를 향해서 성의를 보여라, 그런 상태에서 대화하자’는 의미”라고 풀이했다. 그 대신 김 위원장은 직접 “더 이상 핵무기를 만들지도 시험하지도, 사용하지도 전파하지도 않을 것이라는 데 대해 내외에 선포하고 여러 가지 실천적 조치를 취해 왔다”고 말했다. 북한이 황해도 삭간몰 등지에서 비밀 미사일기지와 핵시설을 운용하고 있다는 의혹들과는 다소 결이 다른 발언이었다. 전봉근 국립외교원 안보통일연구부장은 “김 위원장이 핵무기를 만들지도 않는다고 말한 것은 처음”이라며 “완전한 핵 동결을 추구할 수 있는 근거가 만들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약속 안 지키면 새로운 길” 위협하며 배수진 워싱턴이 가장 주목하는 신년사 대목은 ‘새로운 길’이다. 김 위원장은 “(미국이) 공화국에 대한 제재와 압박으로 나간다면 우리로서도 어쩔 수 없이 부득불 자주권과 국가의 최고 이익을 수호하고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이룩하기 위한 새로운 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게 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새로운 길’은 지난해에는 걷지 않았던 길, 다시 말해 핵·미사일 개발 재개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북-미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져 있던 시점에 노동신문이나 외무성 산하 연구소 논평으로 “(핵·경제) 병진노선으로 되돌아갈 수도 있다” “비핵화 길이 영원히 막힐 수도 있다”고 한 데서 나아가 김 위원장이 직접 나서 위협의 수위를 높인 셈이다. 단순한 핵개발 재개를 넘어 수소폭탄 등 미국을 겨냥한 핵무기를 암시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장은 “새로운 길은 새로운 핵무기 양산 체제 돌입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신년사는 미국에 결국 핵군축 협상으로 나가자는 제안”이라고 말했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도 “대화가 잘되지 않으면 핵무력을 고도화시키겠다는 명분을 쌓는 엄포”라고 진단했다. 다만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을 자제하는 등 신중한 자세를 보인 만큼 실제로 북한이 핵개발 태세로 되돌아갈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도 많다. 전 연구부장은 “핵무력을 과시하는 긴장 국면으로 되돌아갈 수도 있다는 뜻이겠지만 ‘모색하지 않을 수 없게 될 수도 있다’는 식으로 완곡하게 표현했다는 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강한 욕구를 드러낸 것”이라고 해석했다. ○ 2차 북-미 정상회담 시기 언급 없어 김 위원장은 대화 의지는 밝히되 2차 북-미 정상회담 시기는 구체적 언급을 피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틈만 나면 “내년 1월이나 2월쯤 열릴 것”이라고 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 때문에 2차 북-미 정상회담과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예상보다 늦어지는 게 아니냐는 관측들이 나온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최근 “새해 첫날로부터 머지않은 시기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길 기대한다”고 밝히는 등 미국은 연초 정상회담 개최를 추진하고 있다. 주러시아 대사와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지낸 위성락 서울대 객원교수는 “생각보다 늦지 않은 시기에 일단 북-미 정상끼리 만나고 보자는 회담을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면서도 “실무선에서 차분히 준비해서 하는 회담이 아닐 가능성이 높은 만큼 그 이후의 상황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한국의 비핵화 중재를 당부한 김 위원장이 먼저 서울 답방에 나선 뒤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을 가질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이날 “남북 정상회담이 아마 올해 일찍 열릴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신나리 journari@donga.com·문병기 기자}

‘깜짝 친서’를 통해 서울 답방 가능성을 재차 밝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새해 첫날 내놓은 신년사에서 조건 없는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 등 한국을 향한 각종 ‘청구서 리스트’를 쏟아냈다. 비핵화 대화를 이어가고 서울 답방을 추진하는 데 따른 정치적 대가 중 일부는 문재인 정부가 치러야 하지 않겠느냐는 것. 북한의 비핵화 진전을 본격적인 경협 확대의 전제 조건으로 세워둔 문재인 정부를 향해 대북제재의 돌파구를 마련해야 할 책임이 함께 있다는 메시지를 준 셈이다. 또 김 위원장은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다자 협상 추진을 강조하며 중국이 참여하는 4자(남북미중) 평화협정을 요구할 뜻을 내비쳤다.○ 경제난 김정은, 금강산·개성공단 카드 꺼내들어 김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남북관계에 대한 자신의 구상을 전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 김 위원장은 “온 민족이 역사적인 북남 선언들을 철저히 이행하여 조선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의 전성기를 열어나가자”며 “이 구호를 높이 들고 나가야 한다”고 했다. 남북 군사적 긴장 완화와 함께 경협과 인적 교류 확대, 완전한 비핵화 협력을 명시한 지난해 9월 평양 정상회담 합의의 실질적인 진전을 올해 남북관계 목표로 제시한 것.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개성공업지구에 진출하였던 남측 기업인들의 어려운 사정과 민족의 명산을 찾아보고 싶어 하는 남녘 동포들의 소망을 헤아려 아무런 전제조건이나 대가 없이 개성공업지구와 금강산 관광을 재개할 용의가 있다”고 했다.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는 지난해 9월 남북 정상이 합의한 사안. 하지만 당시 선언문은 “조건이 마련되는 데 따라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사업을 우선 정상화한다”고 명시해 비핵화 진전을 전제조건으로 설정해두었다. 결국 김 위원장이 전제조건이나 대가 없는 재개를 언급한 것은 비핵화가 완료되기 전에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이 정상화돼야 한다는 ‘SOS 메시지’를 전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이 “북과 남이 굳게 손잡고 겨레의 단합된 힘에 의한다면 외부의 온갖 제재와 압박도 그 어떤 도전과 시련도 민족 번영의 활로를 열어나가려는 우리의 앞길을 가로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은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재개는 국제 제재를 어기지 않고는 할 방법이 없는 사안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꿈쩍하지 않는 만큼 우리에게 제재를 풀어보라는 것”이라며 “제재를 해제하는 데 우리가 미국을 설득하도록 앞장서게 만드는 것으로 김 위원장으로서는 ‘꿩 먹고 알 먹는’ 카드”라고 말했다.○ 중국 참여 평화협정 추진 내비쳐 문재인 대통령이 불가역적인 평화를 올해 외교 목표로 내건 가운데 김 위원장도 신년사에서 평화체계 전환을 강조했다. 다만 김 위원장은 “정전협정 당사자들과의 긴밀한 연계 밑에 조선반도의 현 정전체계를 평화체계로 전환하기 위한 다자 협상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평화협정 논의 참여국을 ‘정전협정 당사자’로 못 박은 것은 중국을 협상에 참여시켜야 한다는 뜻을 담은 것. 북-미 간 고위급, 실무협상이 번번이 평행선을 그리고 있는 가운데 중국의 참여로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포석이다. 특히 이를 남북관계의 과제로 제시한 것은 비핵화 협상을 평화체계를 위한 다자 회담으로 전환시키는 데 한국의 역할을 요구한 것이다. 김 위원장이 “전 민족적 합의에 기초한 평화적인 통일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하며 그 실현을 위해 진지한 노력을 기울여 나가야 할 것”이라고 밝힌 것도 주목할 대목이다. 문 대통령이 구체적인 통일방안을 명시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있는 가운데 김 위원장이 먼저 통일방안 모색을 강조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북한이 중국과 홍콩의 통합과 같은 일국양제(一國兩制)를 김정은식 통일방안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문병기 weappon@donga.com·신나리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30일 받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서는 주로 남북 간 화합과 협력 의지를 다지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김 위원장의 1일 신년사 이후 김 위원장의 친서 내용을 미국과 공유할 것으로 전해졌다. 한미 정상의 통화도 검토되고 있어 2019년 벽두부터 비핵화 대화 재개를 위한 움직임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김 위원장의 신년사에 대한 평가를 마치는 대로 신년 한미 공조를 본격화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문 대통령은 친서를 받고 1시간 40분 뒤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김 위원장이 북-미 정상회담의 합의에 대한 적극적인 실천 의지도 다시 천명해줬다”고 밝혔다. 정부가 김 위원장의 ‘실천 의지’를 미국에 전달하면서 북-미 협상의 물꼬가 뚫릴지 관심을 모은다. 정부 소식통은 친서 공유 방법에 대해 “현재로선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간의 통화가 가장 자연스럽고 격에 맞는 공유방식”이라고 했다. 최근 트럼프 행정부 외교라인의 대폭 교체 속에서도 건재한 볼턴 보좌관에게 김 위원장의 메시지를 전달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다만 이 소식통은 “아직까지 신년사 후 (정부 인사의) 방미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지난해 3월 정의용 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미국에 특사로 파견돼 백악관 앞에서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선언했던 것과 같은 장면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새해 첫 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간의 통화도 조심스럽게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북측 신년사 내용이 나오지 않는 만큼 아직은 통화 여부와 시점이 확정되지는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초 빡빡한 일정이 예정돼 있어 통화 약속을 잡기도 쉽지 않은 데다 미국 연방정부의 셧다운(일시 폐쇄)도 한미 정상 간 통화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도 있다. 이 때문에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간 통화를 통해 보다 실무적인 대화가 이루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음 주로 예상되는 새해 첫 한미워킹그룹 화상회의에선 북한의 비핵화 대화 의지에 대한 평가와 철도 추가 조사 등 남북 교류에 관한 제재 면제 등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의 ‘깜짝 친서’ 이후 신년사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AP통신은 “김 위원장의 최대 관심은 경제”라며 “김 위원장이 개혁에 대한 진정성을 갖고 있다면 신년사에서 중요한 힌트를 주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김 위원장이 정제된 언어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또 한 차례의 대면 접촉을 하자는 제안을 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탈북자 구출 및 정착지원 미국 비정부기구(NGO)인 ‘링크(LiNK·Liberty in North Korea)’의 박석길 한국지부장(사진)이 대영제국 국가공로훈장(MBE)을 받는다. 한국인 아버지와 영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박 지부장은 한국계 영국인이다. 그는 영국과 한반도 관계(UK-Korean relations)에 이바지한 공로, 특히 탈북민과 북한 주민들의 인권을 위해 일한 공로가 인정됐다. 박 지부장은 30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가족을 희생하고 인생을 바치면서까지 탈북자들과 북한 인권을 위해 아무도 모르게 투쟁하는 운동가가 더 많다”며 안타까워했다. 2010년 링크가 한국에 데려온 탈북자는 22명에 불과했지만 지난달을 기점으로 누적 집계 1000명을 넘어섰다. 올 한 해만 326명이 링크의 도움을 받아 한국 땅을 밟았다. 그는 “올 한 해 북한과의 외교에서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러나 김정은과 비핵화 문제에만 너무 집중하다 보면 지속 가능한 대북정책이 되기 어려울 수 있다”며 “앞으로는 사람 대 사람으로 북한 주민들과의 교류와 왕래가 잦아질 수 있도록 외연을 확장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 지부장은 최근 개봉된 다큐멘터리 ‘장마당 세대’의 공동감독을 맡아 탈북 청년들의 입을 통해 북한 청년들의 사고와 문화를 전하기도 했다. 그는 “북한엔 김정은과 핵만 있는 게 아니라 주민들이 있고 사회가 있고 문화가 있다. 넓게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새해를 이틀 앞두고 문재인 대통령에게 친서(親書)를 보낸 것은 내년 비핵화 협상 재개를 앞두고 주도권을 잡으려는 ‘김정은식 깜짝 카드’로 풀이된다. 다시 대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그동안 북-미 비핵화 협상이 교착 상태를 벗어나지 못한 데 대한 책임론에서도 벗어나겠다는 다목적 포석이기도 하다. 어찌 됐든 이번 친서로 불투명해 보였던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과 2차 북-미 정상회담 등 한반도 외교 이벤트들도 다시 속도를 낼 가능성이 높아졌다.○ 金 “앞으로 상황 주시하며 서울 방문” 김 위원장의 친서 전달은 사전 예고 없이 이날 오후 판문점을 통해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당초 새해 첫날 신년사를 발표할 때까지는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을 것이란 예상을 깬 것으로, 신년사를 통해 전 세계에 발신할 자신의 메시지에 대한 주목도를 극적으로 끌어올리려 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가 이날 일부 공개한 친서는 “존경하는 문재인 대통령 각하. 평양에서의 우리의 상봉이 어제 일 같은데 벌써 100여 일이나 지나 지금은 잊을 수 없는 2018년도 다 저물어가는 때가 되었습니다”로 시작한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김 위원장은 2019년에도 문 대통령과 자주 만나 한반도 평화 번영을 위한 논의를 진척시키고 한반도 비핵화 문제도 함께 해결해 나갈 용의가 있음을 밝혔다”고 전했다. 평양 정상회담에 이어 서울 답방으로 열릴 남북 정상회담에서도 계속 비핵화 문제를 의제에 올려놓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 동시에 미국에 비핵화 의지가 여전하다는 신호를 보내면서 내년에도 남북관계를 비핵화 협상을 이끌어가는 동력으로 삼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고위급회담, 실무회담으로 직접 맞부딪치기보다는 문 대통령을 ‘네고시에이터’로 활용해 비핵화 조치에 대한 미국의 동시 보상을 이끌어내겠다는 의중을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김 대변인이 “김 위원장이 앞으로의 상황을 주시하면서 서울을 방문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앞으로의 상황’은 북-미 대화를 의미한다. 2차 북-미 정상회담과 답방을 연계하겠다는 뜻을 드러낸 셈이다. 김 위원장은 또 “내년에도 남북의 두 정상이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함께 나아가자는 뜻을 전했다”고 김 대변인은 말했다. ‘번영’을 내년 남북관계의 목표로 내건 것은 비핵화와 군사적 긴장 완화 조치 외에 대북제재로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했던 남북 경제협력 확대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다른 문구에 대해서는 “정상들끼리의 친서라서 그대로 전달하는 건 외교 관례에 어긋난다. 요약해서 의역했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 연초 남북, 북-미 정상회담 꿈틀 김 위원장의 깜짝 친서로 멈춰 섰던 비핵화 대화는 내년부터 다시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대북 특별사절단이 다시 평양을 방문하게 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여기서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과 2차 북-미 정상회담 등 내년 초 비핵화 협상의 밑그림이 그려질 수도 있다. 청와대는 김 위원장의 내년 1월 답방 가능성을 아직 열어두고 있고,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최근 “북-미 정상회담이 연초에서 머지않은 날 개최되길 기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김 위원장의 속내는 1일 신년사를 통해 좀 더 구체적으로 드러날 듯하다. 자신의 비핵화 의지를 여전히 의심하고 있는 미국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면서도 비핵화에 나서면 확실하게 대북제재를 해제해 달라는 메시지를 낼 공산이 크다. 일각에선 한반도 비핵화가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만 국한되는 게 아니라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 금지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라고 주장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조선중앙통신은 20일 “조선(한)반도 비핵화란 우리의 핵 억제력을 없애는 것이기 전에 ‘조선에 대한 미국의 핵 위협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이라고 하는 것이 제대로 된 정의”라고 주장한 바 있다. 문병기 weappon@donga.com·신나리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2018년은 그야말로 친서로 시작해 친서로 마무리하게 됐다. 김 위원장은 올 한 해 결정적인 순간마다 친서 정치로 한반도 비핵화 국면에서 주도권을 유지하려고 했다. 2월 평창 겨울올림픽 개막식에 유일한 피붙이인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을 보내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달한 친서는 그 시작이었다. 지난해 말까지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로 전쟁 일보 직전까지 갔던 한반도 분위기는 친서를 계기로 갑자기 남북 화해 무드로 전환됐다. 김 위원장은 이후 북-미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친서를 적극 활용했다. 5월 중순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조율하는 과정에서 김계관 외무성 부상 등이 담화를 통해 백악관을 비난하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전격 회담을 취소했다. 이를 수습하기 위해서도 친서가 등장했다. 6월 1일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을 통해 전달된, 다소 비현실적인 크기의 초대형 봉투 속 친서는 두 정상이 싱가포르에서 역사적인 첫 만남을 갖는 촉매제가 됐다. 이후 7월 6일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를 갖고 방북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을 통해 김 위원장은 두 번째 친서를 보냈다. 당시 김 위원장은 폼페이오 장관의 면담은 거부했지만 빈손으로 돌려보내진 않음으로써 북-미 대화의 끈을 유지하겠다는 의사를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에 화답하듯 트위터에 친서를 깜짝 공개하기도 했다. 9월에는 알려진 것만 최소 세 통의 김 위원장 친서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9월 26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의 회담 중 양복 안주머니에서 친서를 꺼내 보이며 “어제 김 위원장으로부터 특별한 편지를 받았다”고 밝혔고,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역사적인 편지” “한 편의 아름다운 예술작품”이라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김 위원장은 친서를 통해 상대방에게 자신이 진정으로 대화에 나설 의향이 있다고 강조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에겐 자신의 비핵화 의지를 믿어 달라는 메시지를 주로 담았을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일각에선 김 위원장의 친서 정치엔 북한이 선호하는 ‘톱다운식 문제 해결’을 관철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은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이 별 성과 없이 끝난 뒤 정상 간 대화보다는 실무 협의부터 진행해 협상의 밀도를 다지는 방식을 선호하고 있지만 김 위원장은 계속 친서 정치를 통해 “아랫사람 말고 정상끼리 해결하자”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는 얘기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방위비 분담금을 높이라는 압박성 발언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11∼13일 서울에서 열린 제10차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한 협상에서 미국이 현재 5년인 해당 협정의 유효기간을 1년으로 대폭 줄이자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년 방위비 협상을 벌여 한국의 분담금 증액을 압박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27일 “미국이 최근 서울에서 열린 10차 회의에서 이번에 정할 방위비 분담금의 유효기간을 1년으로 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한미 양측이 분담금 총액에 대한 입장 차가 현격하게 큰 상황에서 미국이 ‘1년 안’까지 들고 나오자 연내 협상이 끝내 결렬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는 2014년부터 올해까지 적용되는 현재 분담금 협정의 경우 유효기간을 5년으로 하고 해마다 4%를 넘지 않는 선에서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인상토록 했다. 이에 따라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은 2014년 약 9200억 원이었고 올해는 약 9602억 원으로 인상됐다. 하지만 미국의 요구대로 매년 협상을 하게 되면 한국은 분담금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실제로 미국은 현재보다 50% 인상된 연간 12억 달러(약 1조3000억 원) 수준을 요구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보도한 바 있다. 10차 방위비 협정은 내년 1월 1일부터 적용되지만 연내 타결은 무산된 상황이다. 아직 한미는 내년 방위비 협상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황인찬 hic@donga.com·신나리 기자}
최근 3년간 전국 초등학교 462곳이 석면 해체 및 제거 공사를 진행 중인 건물 내에서 돌봄교실과 방과후학교, 병설유치원을 운영한 것으로 드러났다. 올해 2월 서울 인헌초등학교에서 제거 공사가 완료된 후에도 석면 잔존물이 검출돼 개학이 연기되는 소동을 빚었지만 교육부의 부실 관리로 제2, 제3의 인헌초가 양산되고 있는 것이다. 감사원은 27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초중고교 학교 환경 개선사업 추진 실태’ 감사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석면 해체·제거 공사 기간에 돌봄교실 등을 운영한 전국 학교 2222곳을 확인해 보니 돌봄교실 200곳, 방과후학교 130곳, 병설유치원 132곳이 석면 작업장과 같은 건물에서 아이들을 돌봤다. 1군 발암물질인 석면은 한번 들이마시면 체내에 있다가 10∼40년 잠복기를 거쳐 악성 폐질환을 일으켜 ‘조용한 살인자’로도 불린다. 공기 중에 날려 신체에 유입될 수 있기 때문에 학생들을 석면 제거 공사 현장과 철저히 격리해야 하지만 서울 시내 일부 초등학교는 학부모들에게 공사 기간에 돌봄교실이 운영된다는 사실조차 사전에 알리지 않았다. 교육부 담당자들이 학교 건물에 석면이 사용된 위치를 표시하는 ‘석면지도’가 부실하게 작성된 사실을 알고도 재검증 등 조치를 마련하지 않고 덮은 것으로도 나타났다. 석면지도 표본조사 결과를 용역업체를 시켜 삭제하도록 한 것이다. 감사원 관계자는 “‘표본조사 결과는 석면건축물 전체 학교와의 상관관계를 제시하기 어렵다’는 문안을 추가해 용역 결과를 임의로 수정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교육부 장관에게 석면 조사 검증 용역 최종보고서를 삭제, 수정하도록 한 담당자 2명에 대해 정직 처분의 중징계를 요구했다. 실제 감사원이 4월 2일부터 5월 21일까지 감사 기간에 석면지도 정확성을 재검증하기 위해 석면 해체·제거 공사가 완료된 1076개 초등학교 중 142개교를 대상으로 점검을 벌인 결과 29개 학교(20.4%)의 교실, 복도, 자료실 등에서 석면이 검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교육부는 감사원 발표에 대해 “석면지도 오류는 2016년 3월에 시도교육청에 조치를 주문했으나 현장에서 적극적인 후속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면이 있다. 조속한 시일 내에 석면으로부터 안전한 교육환경이 조성될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해명했다.신나리 journari@donga.com·임우선 기자}

감사원이 27일 공개한 감사보고서는 아이들의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석면 관련 행정이 전반적으로 엉망임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전국 초등학교 462곳이 석면 해체 및 제거 공사를 진행 중인 건물 내에서 돌봄교실과 방과후학교 등을 버젓이 운영했고, 교육부는 석면 조사에 오류가 있음을 확인하고도 적극적으로 덮고 축소하고자 했다.○ 석면조사 부실 드러나자 표본조사 흔적 없애려 경기도교육청이 2015년 전국 유치원 및 초중등학교를 대상으로 건축연도와 지역을 고려해 152개 표본을 뽑아 확인해 보니 24개 학교(15.8%)에서 ‘석면 지도’에 반영되지 않은 석면 구역이 존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표본을 제외한 나머지 1만7988개 학교에서도 같은 문제가 생길 수 있음을 인지했다. 그러나 교육부는 표본조사 외의 학교들에서 석면 구역이 누락됐는지를 재검증하지 않는 대신 2016년 1월쯤 수차례에 걸쳐 용역업체에 석면지도의 부실을 드러낸 표본조사 결과를 삭제하도록 했다. 교육부 담당자는 감사 과정에서 “석면지도상 무(無)석면 구역 내 석면 건축자재가 실제 누락됐는지 등을 전면 재검증하기에는 시간과 예산상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검증용역 중간보고회의 및 최종보고회의 때 각 시도교육청 담당자들이 참석했던 만큼 (교육청이) 주도적으로 각급 학교의 부실한 석면지도의 사후 관리를 할 수 있었다”며 책임을 전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 아이들 바로 옆에서 석면 공사 교육부가 2027년까지 전국 유치원 및 초중등학교 석면자재를 철거하기 위해 투자하는 예산은 매년 2827억 원. 그러나 세부계획을 살펴보면 위험물질을 먼저 제거하기 위한 노력도, 학교시설 내에서 해체·제거 공사가 이뤄질 때의 안전 대책도 부족한 실정이다. 서울 중부교육지원청 관할의 A초등학교는 지난해 여름방학 석면 해체 및 제거 공사 기간에 돌봄교실이 운영된다는 사실을 학부모에게 안내하지 않고 돌봄교실을 운영했다. 이렇게 최근 3년간 석면 해체·제거 공사와 돌봄교실, 방과후학교, 병설유치원 등 아이들의 교육 운영이 분리되지 않고 같은 공간에서 이뤄진 학교는 전국 462곳이었다. 특히 수도권보다 경북(205곳), 제주(58곳), 전남 지역(48곳) 순으로 지방이 압도적으로 많았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감사원은 또 석면 건축자재 중 안개 같은 형태로 뿌리는 방식의 분무재의 경우 석면 농도가 높고 쉽게 흩날리는 만큼 우선 철거 대상으로 넣어야 하는데 교육부가 우선 선정하지 않은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또 석면이 공기 중에 확산되지 않도록 냉·난방기 교체 공사보다 석면 해체·제거 공사를 먼저 시행해야 하는데도 교육부가 관련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실제로 최근 3년간 냉·난방기를 교체한 학교 2342곳 가운데 65.7%(1538곳)가 냉·난방기 교체 공사 후 석면 작업을 실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석면만큼 유해한 고농도 미세먼지를 잡겠다면서 교육부가 지난해 시범사업을 거쳐 약 2200억 원을 투자해 2020년까지 추진 중인 공기정화장치 설치사업 역시 주먹구구식이었다. 감사원은 교육부가 미세먼지 제거 효과를 담보할 수 없는 미인증 공기청정기와 미세입자 제거 성능이 입증되지 않은 가습기 공기살균기를 구입하는 데 약 6억 원의 예산이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북핵 및 외교안보 담당 핵심 인사들이 연말에 줄줄이 물러나면서 카운터파트(대화 상대)가 바뀌는 우리 정부도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가뜩이나 예측 불가능한 트럼프 대통령의 돌발 행동이나 ‘폭주’를 제어할 소신파나 지한(知韓)파들의 입지가 줄어들어 한반도정책 위기 관리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과의 물밑 협상을 실무 조율하며 서훈 국가정보원장 등과 긴밀하게 소통했던 앤드루 김 미 중앙정보국(CIA) 코리아미션센터장은 새해부터 스탠퍼드대로 자리를 옮긴다. 김 센터장은 대외적으로 알려진 것 이상으로 남북미 간의 연결 고리 역할을 하며 1차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을 성사시킨 주역 중 한 명.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중심으로 대북제재 강화 및 유지의 첨병 역할을 하던 니키 헤일리 주유엔 미국대표부 대사도 연말에 물러난다. 내년 2월까지는 자리를 지킬 것으로 예상됐던 한미 동맹 옹호론자 중 한 명인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까지 물러났다. 아무리 빨라도 최소 한두 달은 걸리는 미 의회 인사청문제도를 감안할 때 당장 내년도 키리졸브, 독수리 훈련 등 주요 한미 연합훈련의 유예 및 재개를 놓고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최종 논의할 상대가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백악관 핵심 인사들 중 일부도 이전만큼 북핵 이슈에 관여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가뜩이나 비핵화 협상 동력을 되살리려는 문재인 정부에 부담이 되고 있다. 올 초만 해도 비핵화 방식을 놓고 북한과 신경전을 폈던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최근 이란 핵문제 등을 주로 관장하면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북핵 문제로 이전만큼 내실 있는 대화를 하기 어려워진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익명의 정부 당국자는 “볼턴의 임무가 일부 조정되면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강경화 외교부 장관 통화에 많이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전했다. 게다가 지난달 중간선거에서 하원을 민주당이 차지한 뒤 내년 초부터 워싱턴의 정치 지형이 트럼프에게 더 불리해지게 되면 한국 정부에도 유리할 건 없다. 한 정부 관계자는 “2020년 재선거가 가까워질수록 북한과의 관계 개선은 트럼프 대통령 본인이 해결했다고 자부하면서도 한국과의 동맹, 주한미군 이슈는 더욱 미국의 이익과 돈의 관점에서 다룰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 시간)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로부터 북한 관련 보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에서 “내 북한 팀으로부터 크리스마스이브 보고가 있었다. 진전은 이뤄지고 있다(Progress being made). 김(정은 북한 국무) 위원장과의 다음 정상회담을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트럼프는 사진도 공개했는데, 백악관 집무실(오벌 오피스) 내 전용 책상인 레절루트 데스크(결단의 책상)에 앉아 최근 방한해 한미 워킹그룹회의를 했던 비건 대표와 앨리슨 후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한반도 보좌관으로부터 보고를 받으며 무언가를 읽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보고 장면을 공개한 것은 8월 24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앤드루 김 중앙정보국(CIA) 코리아미션센터장 등으로부터 보고받는 장면을 공개한 지 정확히 넉 달 만이다. 비핵화 협상을 계속 이어갈지 가늠할 데드라인인 내년 3월경까지는 어떤 식으로든 대화 프로세스를 진행하겠다는 의지를 공개적으로 피력한 것. 특히 이날 보고는 민주당과의 갈등으로 연방정부가 셧다운된 상태에서 열렸다. 한미 외교 소식통은 “연방정부의 기능이 멈춘, 그것도 크리스마스이브에 대북 보고를 받았다고 공개한 것은 결국 김정은 국무위원장 보라고 한 정치적 이벤트”라며 “자신도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내년 초에는 대화 테이블로 복귀하라는 트럼프 스타일의 시그널로 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비건 대표의 보고를 청취한 뒤 김 위원장에게 다시 한번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러브콜을 보낸 것은 인도적 지원을 위한 미국인의 방북 허용 검토 등을 최종적으로 승인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전면적인 대북제재는 아니더라도, 북한이 그렇게 원하는 비핵화에 따른 ‘상응조치’로 이어질 수 있는 유인책은 계속 던지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시그널은 동전의 양면 같은 것이기도 하다. 이 같은 대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김 위원장이 협상 재개를 위한 명백한 신호를 내년 3월까지 주지 않는다면, 이후 벌어지는 상황은 오롯이 북한 책임이라는 메시지도 담고 있다는 얘기다. 또 다른 외교 소식통은 “최근까지 트럼프 대통령 주변 인사들이 김 위원장과 관련해 자주 하는 말 중 하나가 회의론(skepticism)과 좌절감(frustration)이었다”며 “하지만 1년간 공들인 대화 노력을 한꺼번에 무너뜨릴 수는 없는 만큼 트럼프 행정부 차원에서 마지막 대화 스퍼트에 나선 것이다. 이번에도 잘 안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모른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 정부에도 이 같은 기류를 계속 전하며 모종의 역할을 해줄 것을 기대하면서 동시에 압박하고 있다.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에 대해 일종의 ‘연대 보증’을 서면서까지 북-미 정상회담을 중재한 만큼 최근 상황에 일정 부분 책임을 공유하자는 것이기도 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트위터에서 “우리는 전 세계 많은 매우 부유한 국가의 군대에 실질적으로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지만, 이들 국가는 무역에서 미국과 미국의 납세자를 완전히 이용하고 있다”고 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한국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현재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한국을 겨냥했을 수 있다는 것. 한미는 3월부터 분담금 인상분을 놓고 협상을 벌여왔으나 한국의 분담금 규모를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해 최종 결렬됐고 사실상 협상이 원점으로 되돌아간 상황이다.한상준 alwaysj@donga.com·신나리 기자}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 이후 냉랭했던 한국과 일본이 24일 국장급 협의를 열었다. 이날 약 2개월 만에 마주 앉은 한일 양국은 한국 해군 함정이 북한 선박을 구조하면서 사격 통제 레이더를 가동한 일을 두고 얼굴을 붉혔다. 정부는 일본 측에 “명확한 사실관계 확인 없이 일본 언론에 자의적 입장을 내놨다”고 했고, 일본은 재발 방지를 요청했다. 김용길 외교부 동북아국장과 가나스기 겐지(金杉憲治)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은 이날 오후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국장급 협의에서 강제징용 배상 판결 등 양국 간 주요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양국은 강제징용 판결과 관련해서는 논의에 진전이 없었다고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는 “양국에 미치는 악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외교당국 간 소통을 긴밀히 해나가기로 합의했다”며 “어떤 결론이 도출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우리 해군 구축함이 20일 일본 이시카와현 노토 반도 앞바다에서 일본 해상자위대 P1 초계기를 향해 레이더를 가동한 일이 주요 의제였다. 국방부 관계자와 주일대사관 방위주재관이 참석했지만 일본 측과 이견만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은 우리 군이 의도적으로 자국 초계기를 겨냥했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우리 측은 “우리 군은 인도주의적 구조작전을 위해 정상적인 활동을 한 것”이며 “일본 측이 위협을 느낄 어떤 조치도 없었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이날 합동참모본부는 당시 동해 공해상에서 작전 중이던 해군 광개토대왕함이 북한 어선을 찾기 위해 사격통제시스템 중 하나인 ‘MW-08’ 레이더를 작동했다고 밝혔다. 이 레이더는 실제 사격 때 표적을 조준하는 용도가 아니며, 해상에서 어선 등 작은 표적을 찾는 역할을 한다는 것. 군 관계자는 “‘MW-08’ 레이더를 함정의 대함레이더와 함께 가동하면 1.5m 이상 높은 파고에서도 작은 어선을 수색하는 정밀 탐색이 가능하다. 그래서 해당 레이더를 켠 것”이라며 “실제 사격에서 표적을 조준하기 위해 작동하는 레이더(‘STIR-180’)는 아예 켜지도 않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일본 해상 초계기가 이례적으로 우리 함정 상공까지 접근하자 의도를 알아보려고 육안 관찰을 위한 광학카메라를 초계기 방향으로 돌렸는데, 이때 광학카메라 방향과 연동되도록 설정된 ‘STIR-180’ 레이더가 초계기 방향을 향했다는 것. 합참은 “‘STIR-180’ 레이더는 꺼져 있었다. 따라서 일본 측 주장과 달리 실제 사격에 쓰이는 표적 겨냥 레이더 빔은 초계기를 향해 방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신나리 journari@donga.com·손효주 기자}

태영호 전 주영국 북한대사관 공사(사진)가 “최근 북한 군부에 대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불만이 커지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이 17일 김정일 국방위원장 7주기를 맞아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하는 데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박봉주 내각총리 등 당 중앙위 간부들만 데려갔을 뿐 군부 지도자들을 대동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태 전 공사는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김정은의 신변 경호를 담당하는 호위사령부에 대한 당 조직지도부의 검열에서 많은 비리가 발견돼 김정은이 대단히 격노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노동신문은 19일자 논설에서 간부들을 겨냥해 ‘부패와 전쟁’을 선포했는데 태 전 공사는 당시 적발된 대규모 부정부패, 비리 행위와 관련이 있는 것 같다고 본 것이다. 한편 김 위원장은 9월 평양 정상회담 시 문재인 대통령과의 만찬 공연에서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에게 “챙피하다우(창피하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고 당시 공연했던 마술사 최현우 씨가 밝혔다. 청와대가 이날 공개한 ‘청쓸신잡 시즌2’를 통해서다. 마술 과정에서 큐브를 확인해 달라는 부탁을 받은 김영철이 최 씨에게 “(당신은) 보지 말라우”라며 옷깃에 큐브를 감춰 확인하려 하자 김정은 위원장이 “그러지 말라우. 마술은 그렇게 보는 게 아니라우”라며 이같이 말했다는 것. 지난해 방중 성과를 홍보하기 위해 ‘청쓸신잡(청와대에 관한 쓸데없고 신비로운 잡학사전)’을 제작했다가 논란을 일으킨 청와대는 1년여 만에 ‘청쓸신잡 시즌2’를 만들어 남북 정상회담 뒷얘기를 공개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비핵화 협상을 계속 이어갈지를 판단할 데드라인을 내부적으로 설정했다. 길게 잡아야 내년 3월경으로 이제 3개월 남짓 남았다. ‘시간표에 구애받지 않겠다’던 트럼프 행정부가 이렇게 대화 시한을 정한 것은 좀처럼 협상장에 나오지 않는 북한을 향한 인내가 임계점에 닿았기 때문. 게다가 이제 트럼프 행정부는 집권 후반부로 접어들고, 하원을 장악한 민주당의 트럼프 행정부 견제가 2월 이후 본격화될 것인 만큼 대내 여건도 갈수록 나빠질 수밖에 없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대화에 계속 나서지 않을 경우 조만간 워싱턴 내 대북 대화 동력도 약해지고 상황에 따라 대북 기조가 대화에서 공세로 전환될 수 있다. 이제 그 카운트다운이 시작된 것이다.○ 워싱턴, 김정은에 대해 임계점 미국은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의 19∼22일 한미워킹그룹회의 방한 기간 동안 대북 선물 보따리를 한꺼번에 풀었다. 미국 민간단체의 대북 인도적 지원을 위한 방북 허가를 시사했고, 당장 26일 개성 판문역에서 열리는 남북 철도·도로 연결 착공식이 제재 면제 조치를 받아 열차를 타고 행사장까지 올라갈 수 있게 됐다. 독감치료제인 타미플루 제공 등 인도적 조치도 이뤄진다. 하지만 비건 대표의 ‘선물 보따리’는 북한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미국의 마지막 선물이 될 수도 있다. 특히 10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평양 방문 이후 오히려 북-미 협상장에 나오지 않는 북한의 태도에 트럼프 행정부 인사들은 너나할 것 없이 폭발 일보직전인 것으로 알려졌다. 폼페이오 장관이 6일(현지 시간) 조지 부시 전 미 대통령의 조문단장으로 워싱턴을 찾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만나 협상을 거부하는 김 위원장을 향해 믿기 어렵다는 취지로 강하게 비판한 게 대표적이다. 한 외교 소식통은 “비건 대표의 유화 메시지는 트럼프 행정부가 강경 입장으로 선회하기 전 북한에 ‘마지막 기회’를 준 것 아니냐는 평가가 많다”고 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21일(현지 시간) 공영방송 NPR와의 인터뷰에서 “(비건 대표가 발표한) 여행금지 조치 완화는 인도주의적 지원을 필요로 하는 북한 주민들을 돕기 위한 것”이라며 “대북 제재를 완화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김정은한테 실망했느냐’는 진행자의 거듭된 질문엔 “많은 진전이 있었다. 그들(북한)은 더 이상 로켓을 발사하지도, 핵실험을 하지도 않는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대통령의 어젠다를 집행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미국의 이른바 ‘시한부 전략적 인내 전술’에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도 가세했다. 그는 지난주 북한의 인권 유린을 비판하고 대북제재를 언급하려던 연설을 취소했다. 상황에 정통한 관계자는 “사실상 마지막으로 대화를 시도하는 만큼 북한을 불필요하게 자극하지는 않겠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문재인 정부 “내년 3월이 비핵화 분기점” 공감 미국이 사실상 최후통첩을 날리면서 북-미 긴장이 커지는 상황을 정부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정부 고위당국자는 최근 “내년 2∼3월을 넘어가면서 (비핵화 협상에) 변화가 없다면 민주당의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공세가 강화될 것이고 여러 측면에서 비핵화 협상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비핵화가 본격 궤도에 올라서지 못하고 분위기가 더 어려워진다면 남북 관계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그렇게 되면 남북관계를 유지하면서 비핵화를 추동하는 것도 여의치 않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는 내년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다시 추진해 북-미 간 비핵화 중재 동력을 다시 확보할 계획이다. 또 26일 철도 착공식을 통해 북한이 보다 대화에 전향적으로 나올 것을 기대하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착공식 자체가 상징성이 큰 만큼 대화를 촉진하는 역할을 하길 바란다”고 했다. 황인찬 hic@donga.com·신나리 기자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북한과 비핵화 협상을 이어갈 수 있을지 가늠할 실질적 데드라인을 향후 3개월로 최근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정부도 트럼프 행정부와 인식을 공유하고 내년 1월 1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신년사 발표 후엔 대화 테이블에 복귀하라고 물밑 채널로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23일 복수의 정부 소식통들은 “대화에 나서지 않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대한 워싱턴의 평가가 대단히 부정적이지만 최근 들어 마지막 대화 시도는 해보자는 쪽으로 간신히 선회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6일(현지 시간) 조지 부시 전 미 대통령 장례식에 정부 조문 사절단으로 참석한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의 회담에서 김 위원장에 대해 ‘믿을 수 없는 인물 아니냐’는 취지로 비외교적인 표현을 동원하며 불쾌감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어 “실무선에서 합의를 만들면 정상끼리 논의하는 ‘보텀업’으로 비핵화 협상을 진행하자고 해도 북한은 (사전 조율 없이) 정상끼리 만나는 ‘톱다운’ 방식을 고집하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을 다시 설득하기로 했고, 19일 방한한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대북 인도적 지원 및 미국인 북한 관광 금지 재검토라는 ‘깜짝 메시지’를 냈다. 메시지의 효과를 극대화하고 북한의 속내를 살펴보기 위해 한국 정부에도 관련 내용을 사전에 전혀 알리지 않았다. 한 외교 소식통은 “북한에 마지막으로 손을 내밀되, 유화책을 펼 수 있는 인내와 시간이 사실상 한계에 달해 가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려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폼페이오 장관은 21일 NPR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 “지난해 처음 북한을 방문했을 때부터 북한 비핵화가 즉석 푸딩 만들기처럼 금방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북-미 연락사무소 설치와 인도적 지원 재개 등의 상응조치 카드를 꺼내 들고 내년 초 2차 북-미 정상회담 조기 개최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20일(현지 시간) 미국 캔자스주 지역라디오 방송국 KNSS와의 인터뷰에서 “새해 첫날에서 너무 멀지 않은 때에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만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21일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한미 워킹그룹 2차 회의를 가진 뒤 “(2차 북-미 정상회담에 관해) 북한과 동의할 수 있는 결과에 도달하기 위해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북한과 직접 대화를 원한다”며 “북한과 비핵화 프로세스에 착수하는 동안에 검토하고자 하는 몇 가지 새로운 계획(initiatives)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및 (미국) 독자 제재를 완화할 생각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비건 대표가 밝힌 새로운 대북 이니셔티브는 북한이 요구해온 비핵화에 대한 미국의 ‘상응조치’로 풀이된다. 한미는 북-미 관계 정상화를 위한 연락사무소 설치, 인적교류 확대, 대북 인도적 지원 재개 등을 논의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도 2차 북-미 정상회담 조기 개최에 힘을 싣고 나섰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김 위원장 답방이나 북-미 정상회담 중 어떤 회담이 먼저 열리는지 순서는 크게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상응조치를 취할 경우 북한이 영변 핵시설을 공개하고 이렇게 단계적으로 조치를 취하면 종전선언 분위기가 성숙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워킹그룹 회의에서 한미는 26일로 예정된 남북 철도·도로 연결 착공식에 대한 제재 면제에 합의했다.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남북 간 유해발굴 사업도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게 됐다. 북한 동포에 대한 (독감 치료제인) 타미플루 제공도 해결됐다”고 밝혔다.문병기 weappon@donga.com·신나리 기자}

“내년에 여러모로 운이 많이 필요할 테니 동지팥죽 꼭 먹고 가시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21일 청와대를 찾은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에게 건넨 제안이다. 정 실장은 “동짓날 팥죽을 먹어야 복을 받는다고 얘기하는 것이 우리 전통”이라며 이같이 말했다고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전했다. 연초 2차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덕담을 나누며 기대감을 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 美, 상응조치 꺼내들고 “북한과 직접 대화” 미국은 북-미 비핵화 대화 재개를 위해 북한에 연일 ‘당근’을 내보이고 있다. 19일 한국을 방문하며 대북 인도적 지원 재개 가능성을 밝힌 비건 대표는 21일 외교부에서 열린 한미 워킹그룹회의 직후 “북한과 신뢰를 구축할 수 있는 많은 다른 조치들을 탐색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특히 비건 대표는 이날 “북한과 직접 얘기하고 싶다”며 “북한이 비핵화에 착수하면 검토하고자 하는 몇 가지 새로운 계획(initiatives)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니셔티브’는 비핵화 상응조치에 대한 구상을 언급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의 선(先)비핵화 조치를 압박하는 데 집중했던 미국이 상응조치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에 나선 것. 비건 대표는 상응조치로 대북 인도적 지원 카드를 공개적으로 꺼내들었다. 비건 대표는 한미 워킹그룹회의를 마친 뒤 “(인도적 지원에 대해) 논의했고 내년에 몇 가지 조치를 취하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와 함께 북-미 연락사무소 개설과 인적 교류 확대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시적 보상을 요구하고 있는 북한이 비핵화 조치를 취하면 북-미 관계 정상화를 위한 단계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얘기다. 문재인 대통령은 1일 한미 정상회담 직후 가진 기내 간담회에서 “상응조치가 반드시 제재 완화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인도적 지원을 한다든지, 스포츠 교류 등 비정치적인 교류도 있을 수 있다”고 한 바 있다. 다만 비건 대표는 대북제재에 대해선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미국은 독자 제재와 유엔 제재를 완화(easing)할 의향이 없다”며 “인도적 지원은 유엔 대북제재나 미국의 독자 제재를 저촉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北은 미국 비난 수위 높여 북한은 미국의 유화 메시지에도 연일 대미 비난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북한의 대외 선전용 매체인 ‘메아리’는 이날 “얼마 전 미 국무성은 우리 공화국을 비롯한 10개의 나라를 ‘종교자유 특별우려국’으로 재지정하는 놀음을 벌었다”며 “국제무대에서 제재 압박의 분위기를 계속 고취해 보려는 목적”이라고 주장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전날에는 “조선반도 비핵화란 우리의 핵 억제력을 없애는 것이기 전에 조선에 대한 미국의 핵위협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미국의 대북제재 유지 입장에 핵개발에 다시 나설 수 있다고 위협한 데 이어 이번엔 미국도 한국에 대한 핵우산을 제거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그러면서 “(대북제재 완화는) 조선반도 비핵화를 위한 미국의 진정성을 판별하는 시금석”이라고 주장했다. 비핵화에 진전을 보려면 미국이 대북제재 완화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얘기다. 청와대는 북한의 이 같은 반응에도 북-미 비핵화 협상 전망을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 정 실장은 이날 비건 대표와의 회동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북한의 비핵화 프로세스는 이제 돌이킬 수 없는 단계로 진입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북-미 신경전에도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 합의를 되돌리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북-미 간에 여러 논의는 진행되고 있는 것”이라며 “북-미 간 여러 협상 과정에서의 어려움이 없지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한 번도 공개적으로 (북한에 대해) 불만을 표시한 적이 없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남북 협력 사업 ‘제재 면제 보따리’ 남북 교류협력 사업은 당분간 순항할 것으로 보인다. 한미는 이날 워킹그룹회의에서 26일 남북 철도·도로 연결 사업 착공식에 필요한 물자들의 반출에 대한 대북제재 면제에 합의했다. 정부는 내년 4월부터 강원 철원군 비무장지대(DMZ) 내 화살머리고지 일대에서 진행될 남북 공동유해발굴사업과 독감 치료제인 타미플루 제공에 대해서도 미국의 지지를 얻어냈다. 다만 지난해 의결돼 올해까지 집행되지 못한 인도적 지원 국제기구 공여금(800만 달러)은 시기를 확정짓지 못하고 차후 논의의 의제로 넘어가게 됐다. 이르면 내년 1월 추진 중인 이산가족 화상상봉도 논의됐지만 당장 제재 면제 여부가 결정 나지는 않았다.신나리 journari@donga.com·한기재 기자}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사진)가 방한 이틀째인 20일 판문점을 찾았다. 8월 23일 취임한 뒤 한국에 5차례나 왔지만 판문점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날 입국 일성으로 인도적 대북 지원 및 미국인 북한 방문에 대한 정책 재검토 의사를 밝힌 데 이어 깜짝 행보를 펼친 것이다. 북한을 향해 강한 대화 의지를 발신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비건 대표는 이날 오전 수행직원 1명과 함께 비무장지대(DMZ) 내 판문점으로 향했다.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비건 대표는 사전에 우리 정부와 유엔군사령부에 방문 의사를 전달했고, 일정을 공개하지 말라고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9·19 남북 군사합의에 따라 진행된 공동경비구역(JSA)의 비무장화 상황 등을 직접 보고 싶어 했다는 후문이다. 비건 대표가 판문점을 찾아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 등 북측 관계자를 만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카운트파트는 없지만 내년 초에는 시작되기를 바라는 ‘미래 협상장’을 미리 찾은 셈이다. 북-미 간의 물밑 접촉이 빈번히 이뤄졌던 판문점에 비건 대표가 갔다는 것 자체가 북에 던지는 메시지라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비건 대표가 이틀 연속 적극적으로 발신한 메시지를 북에 대한 일방적인 ‘대화 구애’만으로 해석해선 안 된다는 평가도 나온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북한이 대화에 일절 응하지 않는 현 상황에서 미국이 인도적 지원에 대한 유연성을 보여줌으로써 대화 판에서 ‘도덕적 우위’를 점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비핵화 협상 교착 국면의 책임을 북한으로 돌릴 수 있는 명분을 쌓는다는 것. 최 원장은 “미국 단체들의 인도적 지원을 위한 방북을 풀어준다고 당장 (제재 압박 유지) 대세에 지장도 없기 때문에 판세를 끌어갈 수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했다. 미국은 잇따른 메시지를 통해 한국 정부를 향해서도 생색 낼 명분을 쌓고 있다. 경협과 교류사업이 이뤄지는 가운데 “미국이 남북관계 개선 속도를 저해하고 있다”는 책임론을 피할 수 있다는 얘기다. 당장 한국 정부가 미루고 있는 800만 달러 대북 인도적 지원 집행에 새로운 움직임이 있을지 주목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판문점을 다녀온 비건 대표는 20일 서울 모처에서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업무만찬을 곁들인 수석대표 협의를 가졌다. 21일 오전 10시부터는 워킹그룹회의에 참석해 비핵화와 한미 외교적 현안, 남북협력과 관련한 제재 면제 등을 논의한다. 외교가에선 이번 한미 워킹그룹회의가 향후 북-미 대화의 판세를 전망하는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비건 대표는 이미 입국장에서 회의 후 추가 대북 메시지를 낼 수도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당장 26일 철도·도로 연결 착공식에 필요한 제재 면제 여부뿐만 아니라 면제 승인을 기다리는 남북교류 사안들이 회의 테이블이 오를 것으로 알려졌다. 미 측의 유화적 제스처가 잇따르는 가운데 북한도 반응을 내놨다. 조선중앙통신은 20일 개인 명의의 논평을 통해 미국의 제재 해제가 “조선반도(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미국의 진정성을 판별하는 시금석이기 때문에 문제시(중요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대법원이 일본 기업에 강제징용 배상 판결을 내린 이후 처음으로 양국 정부 간 국장급 회의가 조만간 열릴 것으로 알려졌다. 노규덕 외교부 대변인은 20일 정례 브리핑에서 “한일 국장급 협의를 조만간 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구체 사항에 대해서는 아직 일본 측과 조정 중”이라고 했다. 아사히신문은 이날 복수의 한일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이번 주말 가나스기 겐지(金杉憲治·사진)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이 서울을 방문해 김용길 외교부 동북아국장과 만나 관련 협의를 한다고 보도했다. 가나스기 국장은 주한 일본 공관장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23∼25일 방한한다. 외교부 당국자는 “협의를 갖는다면 평일일 것”이라고 설명해 일요일과 성탄절을 제외한 월요일(24일)이 될 것으로 보인다. 10월 30일 첫 배상 판결 이후 관련한 국장급 협의가 시작되는 만큼 양국의 갈등을 줄이기 위한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복수의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일본 측은 한국이 배상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며 일본 기업에 대한 자산 압류에 나설 경우 강경 대응에 나설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가나스기 국장은 일본 측 북핵 수석대표이기도 해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도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 도쿄=김범석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