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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후 8시경 부산 강서구 김해국제공항 국제선 청사. 2층 앞 도로로 검정 벤츠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속도를 줄이며 들어왔다. 이 차량은 맨 오른쪽 5차로가 아닌 4차로에 차를 세웠다. 청사 앞에는 ‘주차금지’ 팻말이 줄지어 있었지만 5차로에는 이미 차들이 빽빽이 주차돼 있었기 때문이다. 벤츠 차량에서 내린 남자아이는 트렁크에서 여행용 가방을 꺼낸 뒤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아이 양옆으로 차량 여러 대가 스쳐 지나갔다. 부모도 차에서 짐을 내리느라 도로 한복판에 선 아이에게 신경 쓸 여유가 없는 듯 보였다. 아이가 서 있던 4차로는 이틀 전인 10일 택시운전사 김모 씨(48)가 과속으로 달리던 BMW 차량에 치인 바로 그곳이었다. 사고 지점 왼쪽 도로 가장자리 벽면에는 당시 BMW 차량이 남긴 검은색 충돌 자국이 선명히 남아있었다. 김 씨는 이 사고로 엿새째 의식불명 상태다.○ 도로 한복판에서 짐 꺼내 김해공항 BMW 과속 충돌 사고 이후 공항 내 교통안전 부실 실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공항 청사 앞 도로는 일반도로와 똑같이 세심한 안전관리가 필요하지만 도로 한복판에 차를 세우고 짐을 내리거나 급한 마음에 과속이 만연하는 등 위험천만한 상황이 수시로 벌어지고 있다. 본보 취재팀이 12일 김해공항 국제선 청사 앞 도로를 살펴본 결과 도로 진입 전 제한최고속도 시속 40km를 준수하는 차량이 드물었다. ‘절대감속’이라고 쓰인 표지판이 무색했다. 김해공항은 국제선 청사를 지나야 국내선 청사로 갈 수 있는 구조인데 목적지별로 차로가 구분돼 있지 않았다. 출장으로 김해공항을 자주 찾는 박모 씨(28)는 “과속단속 장비가 없어 속도제한이 잘 지켜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13일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 국내선 청사 앞에서는 3차로 한복판으로 10여 명의 사람들이 자주 쏟아져 나왔다. 호객행위를 하는 주차대행업체 직원들과 캐리어를 끌고 택시를 잡으려는 사람들이었다. 김포공항은 김해공항처럼 차종별로 도로가 구분돼 있지 않았다. 한 차로에서 일반 승용차와 택시, 버스가 서로 자리를 차지하려고 수시로 뒤엉켰다. 인천국제공항은 택시 전용 승하차장과 차로가 별도로 마련돼 있다. 한 흰색 아우디 승용차는 청사 바로 앞인 3차로에 차를 세운 뒤 10분 넘게 정차했다. 남성 운전자는 트렁크에서 캐리어 2개를 꺼내 아내와 딸에게 전한 뒤 한 명씩 포옹을 했다. 이들 옆으로 차들이 빠른 속도로 밀려 들어왔다. 이 남성 운전자는 가족들을 공항 안으로 들여보낸 뒤에도 차를 세워둔 채 휴대전화로 한참 통화를 했다. 공항 측은 승객 편의를 위해 도로 맨 오른쪽 차로에서 잠깐 동안의 정차를 허용한다. 하지만 ‘하차 즉시 출발’이 원칙이다. 다른 차량들이 이용할 수 있게 공간을 빨리 비워줘야 하기 때문이다. ○ 전담 경찰 인력 부족 공항 내 도로는 구조가 복잡해 사고 위험이 높다. 제한최고속도를 시속 20∼40km로 둔 이유다. 도로 이용자는 과속과 음주 단속 대상이다. 하지만 실효성 있는 단속이 되지 않는다. 단속 주체는 경찰이지만 도로와 시설물이 공항공사 소유여서 경찰이 수시로 드나들기에 부담스럽다. 인천과 김포공항은 전담 경찰관을 두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김해공항 등 나머지 공항은 지역 경찰에 단속을 맡긴다.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운전자들의 과속, 불법 주정차는 사실상 방치되고 있다. 올 1월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장기주차장 앞에서는 정류소를 지나친 셔틀버스가 무단으로 후진해 주차관리직원을 치여 숨지게 한 사고도 있었다. 본보가 이달 초 전국 공항 음주 단속 현황을 조사한 결과 인천공항만 월 2회 단속할 뿐이었다. 김포공항경찰대 관계자는 “수학여행이 많을 때에는 학교 요청으로 불시에 버스기사를 대상으로 단속을 하지만 음주측정기가 없어 인근 경찰서에서 빌려온다”고 말했다. 부산=서형석 skytree08@donga.com / 인천=최지선 기자 / 박희영 인턴기자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과 졸업}

12일 오후 8시경 부산 강서구 김해국제공항 국제선 청사. 2층 앞 도로로 검정 벤츠 스포츠유틸리티(SUV) 차량이 속도를 줄이며 들어왔다. 이 차량은 맨 오른쪽 5차로가 아닌 4차로에 차를 세웠다. 청사 앞에는 ‘주차금지’ 팻말이 줄지어 있었지만 5차로에는 이미 차들이 빽빽이 주차돼 있었기 때문이다. 벤츠 차량에서 내린 남자아이는 트렁크에서 여행용 가방을 꺼낸 뒤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아이 양 옆으로 차량 여러 대가 스쳐 지나갔다. 부모도 차에서 짐을 내리느라 도로 한복판에 선 아이에게 신경 쓸 여유가 없는 듯 보였다. 아이가 서 있던 4차로는 이틀 전인 10일 택시운전사 김모 씨(48)가 과속으로 달리던 BMW 차량에 치인 바로 그곳이었다. 사고 지점 옆 BMW가 부딪힌 도로 왼쪽 가장자리 옹벽에는 당시 BMW 차량이 남긴 검은색 충돌 자국이 선명히 남아있었다. 김 씨는 이 사고로 닷새째 의식불명 상태다.● 도로 한복판에서 짐 꺼내 김해공항 BMW 과속 충돌 사고 이후 공항 내 교통안전 부실 실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공항 청사 앞 도로는 일반도로와 똑같이 세심한 안전관리가 필요하지만 도로 한복판에 차를 세우고 짐을 내리거나 급한 마음에 과속이 만연하는 등 위험천만한 상황이 수시로 벌어지고 있다. 본보 취재팀이 12일 김해공항 국제선 청사 앞 도로를 살펴본 결과 도로 진입 전 제한최고속도 시속 40km를 준수하는 차량이 드물었다. ‘절대감속’이라고 쓰인 표지판이 무색했다. 김해공항은 국제선 청사를 지나야 국내선 청사로 갈 수 있는 구조인데 목적지별로 차로가 구분돼 있지 않았다. 출장으로 김해공항을 자주 찾는 박모 씨(28)는 “과속단속 장비가 없어 속도제한이 잘 지켜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13일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 국내선 청사 앞에서는 3차로 한복판으로 10여 명의 사람들이 자주 쏟아져 나왔다. 호객행위를 하는 주차대행업체 직원들과 캐리어를 끌고 택시를 잡으려는 사람들이었다. 김포공항은 김해공항처럼 차종별로 도로가 구분돼 있지 않았다. 한 차로에서 일반 승용차와 택시, 버스가 서로 자리를 차지하려고 수시로 뒤엉켰다. 인천국제공항은 택시 전용 승하차장과 차로가 별도로 마련돼 있다. 한 흰색 아우디 승용차는 청사 바로 앞인 3차로에 차를 세운 뒤 10여 분 넘게 정차했다. 남성 운전자는 트렁크에서 캐리어 2개를 꺼내 아내와 딸에게 전한 뒤 한 명씩 포옹을 했다. 이들 옆으로 차들이 빠른 속도로 밀려 들어왔다. 이 남성 운전자는 가족들을 공항 안으로 들여보낸 뒤에도 차를 세워둔 채 휴대전화로 한참 통화를 했다. 공항 측은 승객 편의를 위해 도로 맨 오른쪽 차로에서 잠깐 동안의 정차를 허용한다. 하지만 ‘하차 즉시 출발’이 원칙이다. 다른 차량들이 이용할 수 있게 공간을 빨리 비워줘야 하기 때문이다. 아우디 차량이 3차로를 점유하고 있는 사이 다른 차량들은 도로 한가운데인 2차로에 차를 세워야 했다. ● 모두가 손놓은 공항 내 교통안전 공항 내 도로는 구조가 복잡해 사고 위험이 높다. 제한최고속도를 20~40km로 둔 이유다. 도로 이용자는 과속과 음주단속 대상이다. 하지만 실질적인 단속이 되지 않는다. 단속 주체는 경찰이지만 도로와 시설물이 공항공사 소유여서 경찰이 수시로 드나들기에 부담스럽다. 인천과 김포공항은 전담 경찰관을 운용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김해공항 등 나머지 공항은 지역경찰에 단속을 맡긴다.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운전자들의 과속, 불법 주정차는 사실상 방치되고 있다. 올 1월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장기주차장 앞에서는 정류소를 지나친 셔틀버스가 무단으로 후진해 주차관리직원을 치여 숨지게 한 사고도 있었다. 본보가 이달 초 전국 공항 음주단속 현황을 조사한 결과 인천공항만 월 2회 단속할 뿐이었다. 김포공항경찰대 관계자는 “수학여행이 많을 때에는 학교 요청으로 불시에 버스기사를 대상으로 단속을 하지만 음주측정기가 없어 인근 경찰서에서 빌려온다”고 말했다. 장택영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공항 내 도로는 지속적인 교통안전 관리가 필요하지만 경찰과 공항공사는 전담 인력이 거의 없는 실정”이라며 “시설물 설치와 단속 등을 통한 공항 내 도로 안전 관리가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 전담 경찰서가 있는 日공항▼ 일본 도쿄의 관문인 하네다(羽田)공항과 지바현 나리타(成田)공항에는 모두 전담 경찰서가 있다. 도쿄공항경찰서, 나리타공항경찰서가 맡고 있다. 관할하는 지역은 일반 경찰서보다 작지만 실질적인 교통안전 관리를 위해선 공항 업무에만 특화된 경찰서를 둬야 한다는 판단에 따라 설치된 기관이다. 일본이 공항안전을 촘촘하게 관리하는 것은 정부 차원에서 관심이 많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일본 공항도 한국처럼 여객터미널은 물론 화물터미널, 호텔, 게스트하우스, 철도역, 행정관청 등이 모여 있어 교통사고 위험이 높다. 인천국제공항에도 경찰조직이 있기는 하다. 지난해 항공편 승객 6208만여 명이 오고간 인천공항경찰단 인원은 210여 명. 의경 100여 명을 빼면 110여 명 수준이다. 연간 이용객이 4068만여 명인 나리타공항경찰서 인원 140여 명보다 적다. 연간 8541만여 명이 다녀가는 하네다공항에는 250여 명의 경찰관이 근무한다. 일본은 공항 내 교통사고 실태도 정밀히 파악한다. 도쿄, 나리타 두 공항경찰서는 매월 홈페이지에 관내 교통사고 최신 통계를 게시한다. 공항 내 교통사고 현황을 별도 관리하지 않는 우리와 비교되는 대목이다. 김포공항은 서울 강서구에서 발생한 사고 중 일부로만 통계가 관리될 뿐이다. 공항 내 운전자들의 안전의식도 우리보다 철저하다. 일본 공항에서는 우리처럼 도로 중간에 정차하는 상황이 거의 벌어지지 않는다. 버스와 택시는 반드시 지정된 위치에 멈춘다. 승객들도 차량이 도로 왼쪽 끝에 완전하게 정차할 때까지 기다렸다 타고 내린다. 차종별 정차 장소를 명확히 구분해 ‘도로 위 뒤엉킴’ 소지를 최소화한다. 일본항공(JAL), 전일본공수(ANA) 등 두 대형 항공사는 매년 봄과 가을 열리는 전국교통안전운동에 동참해 교통안전 계도와 홍보에 나선다. 장택영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한국은 부족한 인력과 조직으로 공항 내 교통안전 관리가 형식적으로 이뤄지는 면이 있다”며 “반면 일본은 전담 관리자가 만약의 사고로 인한 인명피해의 가능성까지 감안해 사고 예방에 중점을 둔다”고 말했다. 부산=서형석기자 skytree08@donga.com·인천=최지선 기자aurinko@donga.com·박희영 인턴기자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과 졸업}

보행자가 ‘무단횡단 유혹’을 스스로 뿌리칠 수 있게 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눈앞에 횡단보도가 있으면 된다. 하지만 국내 도심의 횡단시설은 ‘200m 규칙’이 기본이다. 노인이나 어린이 등 교통약자 입장에서 200m는 심리적으로 꽤 먼 거리다. 횡단보도 사이 거리가 멀기 때문에 조금만 급하거나 차량이 보이지 않으면 무단횡단 유혹에 빠지기 쉽다. 전문가들은 ‘200m 규칙’이 “보행자가 아닌 운전자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조항”이라고 지적한다. 해외에서는 무단횡단 문제를 해결하고 보행권을 강화하기 위해 다양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먼저 무단횡단을 줄이기 위해 보다 좁은 간격으로 횡단보도를 설치한다. 미국 버지니아주는 91m 간격으로 설치할 수 있다. 일본 시가지에서는 100m 간격의 횡단보도를 볼 수 있다. 한국 횡단보도 간격의 절반 수준이다. 독일, 영국, 프랑스는 아예 간격 기준이 없다. ‘전방향 횡단보도’도 쉽게 볼 수 있다. 전방향 횡단보도는 교차로를 지나는 차가 모두 동시에 멈추기 때문에 사고 가능성 자체가 줄어든다. 교차로를 가로지르면 최단거리로 이동할 수 있으므로 무단횡단 유혹도 줄일 수 있다. 일본 나가노(長野)현에서는 전방향 횡단보도를 설치한 뒤 3년간 보행자 교통사고가 35.3%나 감소했다. 국내에서도 경찰청과 각 지방자치단체가 지난해 말부터 주거지역과 업무시설 밀집지역처럼 보행자 통행량이 많은 곳을 중심으로 전방향 횡단보도 설치를 늘리고 있다. 보행자 중심으로 횡단보도를 설치하면 차량 통행이 방해받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하지만 시뮬레이션 결과 횡단보도 설치 ‘200m 규칙’을 ‘100m 규칙’으로 바꿔도 차량 통행 속도는 크게 줄지 않았다. 경찰청 치안정책연구소가 2015년 서울 종로의 종로2∼4가 왕복 8차로 1km 구간에 100m 간격으로 횡단보도를 설치했다고 가정하고 분석한 결과 차량 흐름은 시속 0.1∼0.4km 느려질 뿐이었다. ‘보행자 작동 신호기’도 보행권과 차량 흐름을 둘 다 잡을 수 있는 대안이다. 보행자 작동 신호기는 버튼을 누를 때만 횡단보도 신호등이 작동한다. 보행자가 없을 때 불필요하게 멈추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원활한 차량 흐름을 유지할 수 있다. 특히 보행자 통행량이 적은 야간에 차량 통행을 원활히 하기 위해 도입된 점멸신호에서도 보행자 통행을 안전하게 할 수 있다. 미국과 독일 일본 등 교통 선진국에서는 오래전부터 적극적으로 도입돼 지역 규모에 상관없이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다. 한국은 최근에야 설치가 늘고 있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공동기획 :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한국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 한국교통연구원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tbs교통방송교통문화 개선을 위한 독자 여러분의 제보와 의견을 e메일(lifedriving@donga.com)로 받습니다.}

금요일인 6일 오후 11시 45분 경기 구리시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구리 나들목. 은색 벤츠 승용차에서 내린 김모 씨(52)가 빨대에 ‘후욱’ 하고 숨을 불었다. 경찰 음주측정기 숫자가 올라가더니 ‘0.094’에서 멈췄다. 혈중 알코올 농도가 0.05%를 넘으면 운전면허가 정지된다. 취소는 0.1%가 기준이다. “0.006%만 더 나왔으면 취소네요”라는 경찰의 말에 김 씨가 “사실 소맥 4잔을 마셨다”고 털어놨다. 측정 전 김 씨는 “맥주 3잔만 마셨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의 몸에서는 짙은 술 냄새가 나고 있었다. 음주운전이 처음도 아니었다. 김 씨는 “20년 전 음주운전으로 면허가 취소된 적도 있다”고 고백했다. 여름 휴가철을 맞아 고속도로 음주운전에 대한 공포가 커지고 있다. 한 번 사고가 나면 심각한 인명 피해로 이어지고 자칫 대형 참사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올 5월 영동고속도로에서 발생한 벤츠 차량의 ‘음주 역주행’이 대표적이다. 본보 취재진은 6일 오후 11시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와 구리∼포천고속도로에서 실시된 경기북부지방경찰청 음주단속 현장을 동행했다. 곳곳에서 ‘불금(불타는 금요일)’에 취한 운전자를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7일 0시 10분. 흰색 레이에서 내린 김모 씨(27)는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낯빛은 멀쩡했지만 술 냄새까지 지우지는 못했다. 물로 입을 헹군 뒤 음주측정기에 숨을 불었다. 혈중 알코올 농도는 0.130%. 면허취소 수준이다. 1년간 재취득이 제한된다. “맥주 딱 한 잔”이라던 김 씨는 “제가 영업사원이라 원래 술 마시면 대리(기사)를 부르는데…”라며 말을 흐렸다. 경기 포천시의 한 공장에서 일하는 스리랑카인 H 씨(39)도 적발됐다. 혈중 알코올 농도는 0.096%. 그는 유창한 한국어로 “절대 사장님께 얘기하지 말라”고 하소연했다. 이날 경기북부지방경찰청 단속에서는 23명(면허취소 9명)이 적발됐다. 일주일 전 단속에선 14명이었다. 0시 20분. 단속하던 경찰에게 “여기는 접어야겠다”는 연락이 왔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에 불시단속 정보가 새로 올라왔기 때문이다. 경찰이 불시단속을 하면 잠시 후 운전자 사이에 정보가 공유된다. 그래서 경찰도 이른바 ‘메뚜기 단속’으로 대응한다. 메뚜기처럼 수시로 장소를 옮기며 단속하는 것이다. 경찰은 27일 전국적으로 고속도로 음주운전 단속을 실시한다.구리=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내 이름은 통키. 올해 스물셋 하얀 북극곰이에요. 북극에는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답니다. 경남 마산에서 태어났거든요. 세 살 때 경기 용인 에버랜드로 이사 왔어요. 내가 온 뒤로 에버랜드 동물원을 1억4000만 명이나 찾았다니 다들 내 얼굴 한두 번은 봤을 거예요. 올여름은 한국에서 맞는 마지막 여름입니다. 11월에 영국으로 요양 이민을 가요. 사람 나이로 70세가 넘었어요. 왕년에는 나도 한 미모 했다고요. 가을이 되면 뽀송뽀송한 흰 털이 차올랐지요. 하지만 지난해부터 새로운 털이 더디게 자라네요. 듬성듬성 까만 피부가 보입니다. 생닭보다는 푹 익힌 닭이 좋고요. 생선도 부드러운 것만 먹게 됐습니다. 같이 살던 북극곰 친구들도 하나둘 떠났고 나 혼자 남았어요. 그러나 아직 나는 몸무게 500㎏에 키도 320㎝랍니다. 북극곰 친구 4마리가 있는 영국 요크셔 야생동물공원에서 몇 년은 더 거뜬히 지낼 수 있을 겁니다. 난생처음 비행기를 타야 해서 걱정이긴 하지만요. 한국에서의 마지막 여름을 잘 보내라고 사육사 아빠가 ‘통키 건강프로젝트’를 가동했어요. 야생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면서 매일 밥 양을 다르게 줘요. 상상은 잘 안 되지만 동물원을 벗어나면 밥을 못 먹기도 한다는군요. 하루에 12~16㎏을 먹는데 이틀에 한 번은 얼음 속에 든 사료를 수영장 물에 녹여 먹어요. 사료를 꺼내려면 몸을 움직여야 하고 얼음이 차가워서 저한테 딱 이래요. 요즘에는 나뭇가지나 장난감 공도 줬다 뺐었다 합니다. 나를 15년간 돌봐준 사육사 아빠가 제일 마음에 걸려요. 아빠는 마지막 북극곰 사육사가 된다나 봐요. 나 덕분에 사육사 엄마를 만나 결혼까지 했다니 내가 아들이나 마찬가지랍니다. 관람객이 방사장 안으로 떨어뜨린 물건을 옛날에는 다 물어뜯어 버렸지만 아빠 얼굴을 봐서 내가 참았어요. 다시 돌려줘야 하니까요. 8년 전 내 여자친구 밍키가 죽었을 때 나처럼 밥도 못 먹고 슬퍼하던 모습, 영원히 기억할게요. 관람객 여러분, 한국을 떠나기 전에 나를 만나면 “통키야 고생했어!”라고 외쳐 주세요. ※에버랜드 동물원에 있는 북극곰 통키의 마지막 한국 여름맞이를 의인화해서 편지 형식으로 풀어봤다.용인=최지선 기자aurinko@donga.com}

《 ‘쉽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그래도 용기를 내면 끝날 줄 알았다.’ 성폭력 피해를 본 여성들이 고심 끝에 ‘미투(#MeToo·나도 당했다)’를 선택한 이유다. 시간이 걸려도 언젠가 끝이 보일 것이라는 일말의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그 기대를 산산조각 냈다. 19일 ‘전국 미투 생존자 연대’에 따르면 성폭력 피해자 40명 가운데 원래 직장에 돌아간 사람은 단 한 명에 불과했다. 대부분의 피해자는 일자리를 잃은 채 하루하루 생계를 걱정하며 끝없는 법정 투쟁에 매달리고 있었다. 미투 이후에도 피해자들은 여전히 ‘지옥’을 경험하고 있었다. 》 이은서(가명·28·여) 씨에게 직장생활은 고통의 연속이었다. 1년 6개월 동안 이어진 직장 상사의 성희롱 탓이다. 그는 업무를 가르쳐준다며 다가와 이 씨의 팔과 어깨 등을 만졌다. 하루 이틀이 아니었다. 어느 날에는 “단둘이 출장 가자”고 제안했다. 견디다 못한 이 씨는 올 4월 사내 고충처리위원회에 문제를 제기했다.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이슈가 한창일 때다. 이 씨는 자신의 문제도 해결될 거라고 생각했다. 기대가 깨진 건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미투 이후,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회사는 인사 발령을 냈다. 대상은 가해자가 아니라 이 씨였다. 하던 일과 관련 없는 엉뚱한 부서였다. ‘회사를 나가라’는 뜻이었다. 이달 초 이 씨는 회사에 병가를 냈다. 그만두고 싶었지만 저축한 돈이 많지 않아 어쩔 수 없었다. 가해자 고소를 위해 알아본 변호사 선임비용만 1000만 원이 넘었다. 재취업을 하고 싶어도 자신의 미투가 걸림돌이 될까 봐 무섭다. 올 3월 ‘전국 미투 생존자 연대’가 발족했다. 성폭력 피해자들이 아픔을 공유하고 서로를 돕기 위해 결성된 모임이다. 현재 참여 중인 피해자는 약 40명. 평범한 회사원과 공공기관 직원, 프리랜서나 계약직 근로자 등 다양하다. 그러나 미투 이후 다니던 직장으로 돌아가거나 같은 일을 다시 맡은 사람은 19일까지 한 명에 그쳤다. 나머지는 폭로 후 다니던 직장에서 휴직하거나 사실상 반강제로 퇴직했다. 한 지방자치단체 산하 공공기관에서 일하던 30대 여성 A 씨는 1년 넘게 복직하지 못했다. 그는 상사의 성희롱을 견디다 못해 지난해 휴직했다. 2015년 5월 상사의 성희롱을 내부에 알린 뒤 아무 조치가 없자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냈다. 인권위는 피해자와 가해자의 분리 조치를 권고했다. 해당 기관은 A 씨를 독방에 혼자 근무하게 했다. A 씨에게는 ‘고문’처럼 느껴졌다. 다른 상사나 동료들의 시선도 따가웠다. 그렇게 2년 가까이 버티다가 결국 휴직을 선택했다. 계약직이나 프리랜서는 최소한의 선택권도 갖지 못한다. 한 공공기관에서 파견계약직으로 일하던 채희정(가명·35·여) 씨는 2014년 회식 자리에서 상사에게 성추행을 당했다. 그는 정규직이었다. 채 씨는 상사를 경찰에 고소했다. 고소 한 달 뒤 회사는 채 씨에게 ‘재계약 불가’를 통보했다. 2년 계약이 보통이지만 채 씨는 1년 만에 쫓겨났다.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은 피해자들은 벼랑 끝으로 내몰린다. 당장 생계를 걱정해야 하고 심리치료비와 소송비까지 마련해야 한다. 보통 성범죄 피해자 한 명이 상담센터나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아 치료를 받는 비용은 회당 5만∼20만 원. 성폭력 가해자를 고소한 구은영(가명·33·여) 씨도 2년 넘게 정신건강의학과를 다니고 있다. 2주에 한 번 다니는데 한 달에 약 10만 원이 든다. 그는 법원과 변호사 사무실을 오가느라 재취업도 못 했다. 시급을 받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활비와 치료비를 마련하고 있다. 가장 큰 걸림돌은 소송비용이다. 만약 가해자가 무고나 명예훼손 등으로 맞고소할 경우 변호인 선임비용은 많게는 수천만 원까지 필요하다. ○ 법과 제도 모두 그들을 외면했다 성폭력 피해자를 구제하기 위한 장치는 제법 갖춰져 있다. 그러나 피해자들은 이런 장치를 활용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고소 후 피해자는 가해자로부터 형사합의금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피해자들은 합의금을 쉽게 요구하지 못한다. 가해자가 흔히 내세우는 ‘꽃뱀’ 주장 탓이다. 형사배상명령은 법원에 신청한다. 성폭력 피해자가 별도의 민사소송 없이 형사재판 선고와 함께 배상을 받게끔 하는 제도다. 그러나 실제 배상액은 매우 적다. 배상이 각하되는 경우가 흔하다. ‘온전한 피해 보상’과 거리가 멀다 보니 피해자도 외면하고 있다. 손해배상 청구소송은 막대한 비용과 패소 부담 탓에 선뜻 나서지 못한다. 성범죄 손해배상액은 보통 100만∼500만 원에서 결정된다. 피해자가 입은 실제 손해와 비교하면 턱없이 낮다. 공무원 박모 씨(36·여)는 유죄가 확정된 성추행 가해자를 상대로 2016년 2200만 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1심에서 인정된 건 100만 원에 불과했다. 도리어 가해자 측 소송비용 300만 원가량을 물어줬다. ‘마이너스 200만 원’ 판결인 셈이다. 형사고소 후에는 법무부 산하 검찰청 피해자지원실을 통해 치료비나 긴급생계비 등을 지원받을 수 있다. 그러나 기소가 확정돼야 지급이 가능하다. 피해 입증도 쉽지 않다. 검찰 관계자는 “사실 입증이 비교적 명확한 강간 피해자와 달리 추행 피해자들은 이런 지원 혜택을 받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김은지 eunji@donga.com·최지선 기자}

제27대 서울대 총장 후보에 강대희 의과대학 교수(56·사진)가 선출됐다. 1980년 15대 권이혁 총장 취임 후 38년 만에 의대 출신 서울대 총장이 된다. 서울대 이사회는 강 교수를 차기 총장 최종 후보로 선출했다고 18일 밝혔다. 교육부 장관 제청 후 대통령 재가를 거쳐 임명되면 강 교수는 7월 20일부터 총장직을 수행한다. 임기는 4년이다. 강 교수는 38년 만에 선출된 의대 출신 총장 후보다. 그는 1981년 서울대 의대에 입학해 1994년 미국 존스홉킨스대 보건대학원에서 환경보건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1996년 서울대 교수로 임용됐다. 49세에 의과대학장으로 뽑혀 3번이나 연임하는 등 학교 안팎에서 행정력을 인정받았다. 강 교수의 큰아버지는 고 강원용 목사(1917∼2006)다. 서울 경동교회를 창립한 강 목사는 교회 개혁을 이끄는 등 지속적인 사회운동과 함께 현실 정치에도 적극 참여하면서 우리 사회 민주화에 큰 역할을 했다. 강 교수의 부친 고 강형용 박사(1921∼2016)는 서울대 의대 출신으로 민주화 인사들의 사랑방이자 무료 진료소였던 ‘강내과’를 운영했다. 강 교수 역시 서울대 의대 은사인 고 윤덕로 교수(1933∼2009)의 “사회를 고치는 의사가 돼라”는 조언에 감명받아 예방의학과를 선택했다. 강 교수는 2004년 창립한 아시아 코호트 컨소시엄의 공동의장으로 동양인 실정에 맞는 질병예방지침 개발을 주도했다. 의과대학장 취임 때는 “의료 기술도 중요하지만 고통받는 사람들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말하며 전문가들의 사회공헌을 강조했다. 앞서 강 교수는 5월 10일 열린 공개발표 소견회에서 “서울대가 위기”라고 말했다. “소통의 부재, 미래에 대한 불안, 무너진 자부심이 서울대의 민얼굴”이라며 “역동적인 리더십과 실천력으로 서울대의 본질을 되찾겠다”고 말했다. 주요 공약은 △학내 소통 체계 개선 △장학금과 기숙사 확대 △평생역작 연구 지원 △1조2000억 원 이상 재정 확충 등을 내걸었다. 이번 총장 선거에는 서울대 개교 72년 만에 처음으로 학생들이 참여했다. 5월 10일 열린 정책평가단 투표에 학부생과 대학원생 3만3000명 중 약 14.7%인 4846명이 참여했다. 강 교수는 학생과 교직원, 총장추천위원회(총추위) 투표 결과 1위를 차지했다. 이사회는 이 결과와 18일 면접을 바탕으로 강 교수를 최종 후보로 결정했다. 강 교수는 이날 “대통령 재가가 마무리되면 포부를 밝히겠다”고 말했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참다랑어 양식은 세계적으로 가장 수익성이 높은 고부가가치 양식업입니다. 특히 한국산 양식 참다랑어는 저온에서 길러 일본보다 1.7배 비싼 값을 받고 있습니다.” 15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개막한 ‘2018 Sea Farm Show―해양수산·양식·식품 박람회’ 전시장. 홍석남 홍진영어조합법인(홍진실업) 대표는 행사장 내 부스를 찾은 내빈과 관람객에게 국내에서 처음으로 본격적인 상업 출하에 성공한 양식 참다랑어를 소개하느라 눈코 뜰 새 없었다. 그는 경남 통영시 욕지도 인근 외해양식장에서 참다랑어를 키우고 있다. 강준석 해양수산부 차관과 자유한국당 안상수 의원, 더불어민주당 이개호 의원 등은 부스 내 TV 화면을 통해 양식장을 살펴보며 홍 대표의 설명을 들었다. 이번 행사에서는 해양수산 분야를 선도하는 기업들이 선진 기술을 선보였다. 부가가치를 높인 첨단 양식기술과 수중 드론 등은 해양수산업의 미래를 확인해볼 수 있는 자리였다. 다양한 체험 행사와 먹을거리도 관람객들의 눈과 입을 즐겁게 했다.○ 선진 기술로 앞서가는 해양수산업계 미래양식기술관에서는 기존 양식업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방안이 제시됐다. 홍진영어조합법인은 국내 양식업의 부가가치를 높인 대표적인 사례다. 참다랑어 양식은 전 세계 10여 개국에서 이뤄지고 있다. 아시아에서는 한국과 일본뿐이다. 참다랑어는 일반적인 연안 양식과 달리 멀리 떨어진 바다에서 이뤄진다. 시설비가 많이 들지만 그만큼 생산성이 높다. kg당 1만 원대인 다른 어종과 달리 국내 양식 참다랑어는 kg당 5만 원대다. 홍 대표는 “외해양식을 통해 고급어종을 많이 기르는 일본은 양식업 종사자가 대부분 자국인이다. 한국도 외해양식을 통한 고급화를 진행하면 젊고 우수한 인재가 많이 몰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양엔지니어링 회사인 지오시스템리서치는 수중 드론을 선보였다. 풀장에서 물속 촬영이 가능한 소형 수중 드론을 관람객이 조종해보는 체험 행사도 진행했다. 관람객 전현지 씨(32)는 자신이 조종한 드론이 물속에서 방향을 바꿀 때마다 연신 감탄했다. 그는 “직접 조종해보니 더 재미있었다. 바다에서 유용하게 쓰일 것 같다”고 했다. 전찬웅 지오시스템리서치 차장은 “수중 드론은 양식장 관리나 해저시설 점검 등 다양하게 활용된다. 최근에는 일반 드론처럼 레저용으로 찾는 사람도 많다”고 설명했다. 식품안전관리인증(HACCP·해썹)을 통한 체계적인 양식장 관리 방안도 소개됐다. 전남대 해썹컨설팅사업단은 양식장 해썹 인증에 관심이 있는 관람객을 대상으로 무료 컨설팅을 해줬다. 위생적으로 안전하게 수산물을 생산했다는 의미의 해썹 인증을 받은 양식장은 현재 전국 155곳. 이인수 전남대 연구위원은 “지난해에만 새로 인증을 받은 양식장이 42곳에 이를 만큼 양식업 종사자들의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부스를 찾은 허한행 씨(66)는 “바다낚시를 좋아해서 나중에 양식장을 차릴 생각인데 이런 인증을 받으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행사장 한쪽에 마련된 무대에서는 국내 양식업의 미래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수산경제 등을 주제로 한 강연도 이어졌다. ○ 먹을거리, 즐길 거리도 풍성 싱싱한 수산물과 수산가공식품을 구입하거나 맛볼 수 있는 먹을거리 체험관은 관람객들로 북적였다. 파래김과 돌김 등 다양한 종류의 김과 젓갈, 멸치 등을 파는 부스에는 중년 여성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서울 동대문구에서 온 김명순 씨(50)는 “지난해 이 박람회에서 산 새우젓이 맛있어서 올해 또 왔다”며 멸치 한 박스를 사 갔다. 돌미역을 산 한 남성은 “물에 푼 미역을 직접 만져봤는데 아주 싱싱했다. 아내와 미역국을 끓여먹겠다”며 웃었다. 먹을거리관에서 이날 가장 인기를 끈 건 제주어류양식수협의 광어초밥, 광어어묵과 고래사어묵의 어묵면 시식 행사였다. 관람객들이 수십 명씩 한꺼번에 몰려 긴 줄이 이어졌다. 권민 씨(63)는 “쫀득하고 맛있다”며 초밥 두 접시를 비웠다. 어묵으로 만든 고래사어묵의 어묵면도 색다른 식감으로 좋은 반응을 얻었다. 지방자치단체 부스에서는 각지의 대표 특산품을 무료로 나눠줬다. 전남 무안군은 관람객에게 천일염 한 병씩을 증정했고 충남 보령시는 머드화장품 샘플을 나눠줬다. 한국관상어협회는 관상어인 ‘레드드래곤 구피’와 ‘하프 블랙 레드 레오파드 구피’를 한정 수량으로 제공했다. 한 관람객은 “구피를 키우고 싶었는데 마침 잘됐다”며 구피가 든 봉투를 받아들었다. 박선영 관상어협회 과장은 “수조에 여과기를 설치해야 오래 키울 수 있다”고 조언했다. 16, 17일에도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이벤트가 기다리고 있다. 16일에는 신효섭 셰프가 전복을 재료로 한 요리쇼를 선보인 뒤 즉석에서 맛보는 행사가 열린다. 수산물을 저렴하게 살 수 있는 경매도 진행된다. 마지막 날에는 대형 참다랑어를 전문 요리사가 해체하고 시식하는 시간이 마련된다. 이틀 내내 바다를 주제로 한 퀴즈쇼, 바다공예체험, 어묵 시식회 등이 이어진다. 관람객이 뜰채로 물고기를 잡을 수 있는 물고기 잡기 행사도 매일 오후 3시에 예정돼 있다.고양=최지선 aurinko@donga.com·주애진 기자}

“여자친구를 죽였습니다.” 3일 서울 중부경찰서에 전화 한 통이 걸려 왔다. 피의자 강모 씨(32)는 “헤어지자”는 말에 격분해 여자친구에게 흉기를 휘둘렀다. 범행 당시 강 씨는 전자발찌를 차고 있었다. 그는 성범죄 전과가 있었다. 하지만 관할지역 보호관찰소는 강 씨의 살인극을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 강 씨는 범행 후 이틀간 거리를 활보하다 스스로 경찰에 전화를 걸었다.○ 현실로 다가온 ‘마이너리티 리포트’ 전자발찌는 살인 등 강력범죄와 성범죄 전과자의 범행 재발을 막기 위한 장치다. 그러나 최근 전자발찌를 착용한 상태에서 범죄를 저지르는 일이 잇달아 발생하면서 효용성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해 9월 강원 원주시에서 전자발찌 착용자 A 씨(36)가 같은 건물에 사는 이웃집 여성의 집에 침입해 성폭행한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A 씨의 위치는 보호관찰소 시스템에 집을 뜻하는 ‘홈(H)’으로 표시됐다. 국내에서 쓰이는 전자발찌는 착용자의 위치만 확인해 추적할 수 있다. 추가 범행 여부를 알 도리가 없다. 현재로선 전자발찌 착용자에게 위치 추적에 대한 심리적 부담을 주는 게 사실상 전부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법무부는 2016년부터 ‘지능형 전자발찌’ 개발을 시작했다. 위치뿐 아니라 착용자의 다양한 생체정보를 관찰해 범죄를 사전에 예방하는 시스템이다. 미래에 발생할 범죄를 예측한 뒤 경찰이 출동해 범죄자를 체포하는 내용의 공상과학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를 연상케 한다. 지능형 전자발찌는 맥박과 움직임 체온 호흡 등을 분석한다. 맥박으로 음주 여부를 감지하는 기술은 완성 단계에 이르렀다. 술을 마셨을 때와 격렬한 운동을 했을 때 맥박이 다른 걸 이용한 것이다. 성범죄자가 술을 마신 뒤 범행을 저지르는 경우가 많다는 걸 감안했다. 움직임 감지 기술도 구축됐다. 전자발찌 착용자가 누워 있는지, 움직임이 격렬한지 모니터링할 수 있다. 비명을 감지하는 기능은 아직 검토 단계다. 이런 모니터링 정보를 장기간 분석한 뒤 평소와 다른 패턴을 보이면 보호관찰소가 ‘범죄 징후’로 간주한다. 담당 보호관찰관이 면담 주기를 조정하는 등 예방적 조치가 가능하다. 법무부는 올 하반기에 간담회를 열어 구체적인 지능형 전자발찌 개발상황 및 도입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재발 방지’ vs ‘인권 침해’ 지능형 전자발찌 도입에 가장 큰 걸림돌은 인권 침해 논란이다. 현행 전자발찌 제도를 놓고도 비슷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2012년 한 전자발찌 착용자가 “기본권을 침해당했다”며 위헌심판을 제청했다. 하지만 합헌 판결이 내려졌다. 개인정보 전문가인 이은우 변호사는 “개인정보와 사생활을 과도하게 침범하는 건 아닌지 위헌 여부를 다툴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자발찌 착용 기간에는 어느 정도 사생활 침해를 감수해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실효성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보호관찰관이 부족하기 때문에 적절한 모니터링이 이뤄지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한국의 경우 보호관찰관 1명이 전자발찌 착용자 19명을 관리한다. 미국의 2배 규모다. 지금도 모니터링 업무가 과중한 상태라 지능형 전자발찌가 도입돼도 실효성을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차라리 보호관찰관과 심리치료 인력을 늘리는 게 재범 방지에 효과적이라는 주장이다. 임준태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모든 성범죄 전과자에게 (지능형 전자발찌를) 사용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재범 가능성이 높거나 흉악범죄자에게는 다른 치료와 함께 적용해볼 만하다”고 말했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6·13지방선거에서도 투표율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이벤트가 진행됐다. 가장 많은 관심을 모은 건 ‘국민투표로또’. 투표하면 당첨 응모권을 지급하는 투표 독려 캠페인이다. 지난해 대통령선거에 이어 두 번째다. 국민투표로또 사이트에 ‘투표 인증샷’을 올리면 추첨을 통해 당첨금을 준다. 당첨금은 시민이 자발적으로 낸 소액 후원금으로 마련됐다. 이번 지방선거에는 약 500만 원이 모였다. 후원금을 내지 않아도 응모할 수 있다. 이번 지방선거 응모자는 약 37만 명. 이날 오후 추첨 생중계에서 1등 당첨자로 뽑힌 오모 씨에게는 250만 원이 주어졌다. 국민투표로또는 스타트업 회사에 근무 중인 개발자 윤병준 씨가 동료와 함께 만들었다. 이익을 남기지 않는 ‘재능 기부’다. 불법 논란도 있었지만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공명선거 추진활동으로 공직선거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주최 측은 “사람들이 즐겁게 투표에 참여하는 데 도움이 돼 기쁘다. 다음 선거 때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투표 독려를 위한 다양한 ‘시민 공약’이 쏟아졌다. 투표 인증샷을 보여주면 “커피를 50% 할인해 주겠다” “치킨을 쏘겠다” “자장면을 공짜로 주겠다”는 게시물이 이어졌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서울대생들이 북한 김일성종합대생들을 만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서울대-김일성종합대학 교류 추진위원회(추진위)는 12일 통일부가 ‘북한 주민 접촉이 가능하다’는 답변을 보냈다고 밝혔다. 추진위는 이르면 다음 주 김일성종합대에 평양 방문 의사와 계획 등을 담은 편지 형식의 교류문을 보낼 예정이다. 교류문은 북한과 민간 교류를 해온 시민단체를 통해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교류문 전문은 15일 6·15 남북공동선언 기념일에 공개한다. 김일성종합대 측이 동의하면 이후 통일부에 공식 방북 신청을 할 예정이다. 추진위는 지난달 17일 “통일의 주인공이 될 젊은이들이 만나 조국의 미래를 그려 나가야 한다”는 취지로 총학생회 및 일부 단과대 학생회 학생들이 결성했다. 현재 학생 120명이 방북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우리나라에 사는 유일한 북극곰 ‘통키’(사진)가 한국을 떠난다. 에버랜드는 통키를 영국 요크셔 야생동물공원으로 이주시킬 예정이라고 11일 밝혔다. 통키는 한국 출신 곰이다. 1995년 경남 마산 돝섬 해상유원지에서 태어나 1997년 에버랜드로 옮겨 20년을 살았다. 이 기간 에버랜드 동물원 방문객이 1억4000만 명이었으니 한국 국민이 통키를 한두 번은 만나본 셈이다. 올해 23세인 통키는 북극곰 수명이 25∼30년인 것을 감안하면 사람 나이 70∼80세다. 많을 때 전국 동물원에는 북극곰이 15마리 이상 살았지만 지난해 대전동물원 ‘남극이’가 죽으면서 통키 홀로 남았다. 에버랜드는 통키를 위해 북극곰을 데려올지, 해외로 보낼지 고민하다 요크셔 야생동물공원에서 통키를 받겠다는 답변을 받고 이주를 결정했다. 세계적 수준 동물원인 요크셔 야생동물공원은 북극곰 전용 공간만 약 4만 m²다. 북극곰 4마리가 산다. 통키를 검진한 요크셔 야생동물공원 북극곰 전문 수의사는 “고령이지만 건강해 영국까지 충분히 비행할 수 있다”는 소견을 냈다. 통키를 15년간 보살핀 이광희 전임 사육사는 “이별은 아쉽지만 다른 북극곰들과 살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통키는 11월 한국을 떠난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일본 대학 캠퍼스는 관광명소로 주목받고 있다. 도쿄(東京)대와 와세다(早稻田)대 같은 도쿄의 대학 캠퍼스는 주요 관광코스로 소개될 정도다. 호젓하게 캠퍼스를 거닐며 100년이 넘은 캠퍼스 분위기도 느낄 수 있다. 검붉은 벽돌로 유명한 도쿄대 야스다(安田) 강당 앞 잔디광장에는 학생과 교직원이 여유롭게 오간다. 교내 차량 통행을 억제한 ‘보행자 친화 캠퍼스’를 만든 덕분이다. 도쿄대 혼고(本鄕) 캠퍼스는 1985년 학내 교통규칙을 만들었다. 이후 11차례 개정돼 올해 3월 최신 규칙이 시행됐다. 교통규칙은 ‘주차 억제 등의 교통규제’와 ‘교통안전’을 목적으로 명시했다. 이를 반영하듯 도쿄대 캠퍼스에 차량이 진입하려면 매우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학생뿐 아니라 교수도 함부로 차를 가져올 수 없다. 장애나 질병 등이 있어 대중교통을 이용해서는 통학이 어려울 경우에만 가능하다. 그 밖에는 연구나 축제 등을 위해 장비를 옮길 때만 제한적으로 허용한다. 캠퍼스를 통행하는 차량의 교통안전 의무도 엄격하다. 교통규칙에서는 ‘차량은 보행자의 안전한 보행을 방해하지 말아야 한다’고 명시했다. 캠퍼스에서는 보행자가 우선이라는 의미다. 제한최고속도 준수 같은 기본적인 조항도 담겨 있다. 교통규칙을 지키지 않으면 총장 직권으로 캠퍼스 출입을 막는다. 일반도로가 캠퍼스 중간을 가로지르는 명문 사학 와세다대도 마찬가지다. 일반도로에서 캠퍼스로 들어오는 입구에는 차량을 통제하는 회색 차단봉(볼라드)을 설치했다. 캠퍼스에서는 청소용 학교 소속 소형트럭 말고는 차량을 찾아보기 어렵다. 캠퍼스 밖 차도도 폭을 좁혀 차량 속도를 줄였다. 줄어든 차도는 보도(步道)로 활용해 사람이 편하고 안전하게 걷도록 했다. 서울대도 1995년 관악캠퍼스 교통관리규정을 만들었다. 하지만 도쿄대와 달리 차량 주차관리에 중점을 뒀다. ‘자동차의 출입 및 주차 등에 관한 관리’는 명시돼 있지만 보행자 보호를 위한 조치는 담겨 있지 않은 것이다. 차량 통행을 줄이기 위해 주차권 발급을 제한하지도 않는다. 지하철과 연결되는 도쿄대, 와세다대와 달리 대중교통편이 부족한 탓도 있지만 보행자 안전을 위한 조치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기업 서울대 캠퍼스관리과장은 “주정차 위반을 엄격하게 단속하고 있다. 경사로가 많아 속도 준수 캠페인을 적극적으로 벌이고 외부 기관의 안전진단도 받고 있다”고 말했다.도쿄=서형석 skytree08@donga.com / 최지선 기자 공동기획 :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한국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 한국교통연구원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tbs교통방송교통문화 개선을 위한 독자 여러분의 제보와 의견을 e메일(lifedriving@donga.com)로 받습니다.}

“끼이익!” 얼마 전 서울대 관악캠퍼스 정문. 파란색 배달 오토바이 한 대가 학교 정문을 지나던 기자의 승용차 앞으로 치고 들어왔다. 앞차를 따라 시속 20km 정도로 서행하던 기자는 급히 브레이크 페달을 밟았다. 운전대를 잡은 기자의 등에 식은땀이 흘렀다. 옆자리에 앉았던 동료 기자는 본능적으로 창문 위 안전손잡이를 움켜잡았다. 기자의 승용차가 조금 더 빨랐다면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다. 교통안전 사각지대에 놓인 대학 캠퍼스의 실태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모습이었다.○ ‘보행자 우선 문화’ 없는 한국의 캠퍼스 서울대 관악캠퍼스는 국내 대학 중 가장 교통이 불편한 곳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캠퍼스 내부에 지선버스 3개, 마을버스 1개 등 4개 노선의 버스가 정기적으로 다닌다. 학교 셔틀버스도 수시로 캠퍼스 곳곳을 운행한다. 지하철 2호선 서울대입구역에서 정문까지의 거리는 1.86km. 도보로는 30분이 넘는다. 중간에 해발 159.8m의 청룡산을 넘어야 해 도보는커녕 자전거로 오가는 것도 힘들다. 이 때문에 상당수 교직원과 학생은 자가용 이용을 선호한다. 이 때문에 서울대 관악캠퍼스는 사람보다 차량이 먼저인 캠퍼스가 됐다. 이날도 정문에서 관악산 방향으로 520m 곧게 이어진 편도 2차로 도로는 1차로만 도로 기능을 하고 있었다. 오른쪽 끝 2차로에는 차량이 줄지어 서 있었기 때문이다. 주정차 차량은 횡단보도 주변까지 들어찼다. 횡단보도에서 10m 이내 지역은 도로교통법 32조에서 명시한 주정차 금지구역. 횡단보도를 건너려는 보행자와 차도의 운전자가 서로를 잘 확인할 수 있도록 만든 조항이다. 하지만 정문 앞뿐만 아니라 관악산 능선의 공대 앞, 경영대 주변 등 캠퍼스 전체 횡단보도에서 이를 지킨 주정차 차량은 볼 수 없었다. 심지어 경영대 앞에서는 학교 당국이 아예 횡단보도 바로 앞에 도색한 주차구획도 있었다. 그 자리에는 흰색 승용차 한 대가 자리해 있었다. 차량이 늘면서 캠퍼스 곳곳에 조금이라도 공간이 생기면 어김없이 ‘주차장’으로 전락했다. 규장각을 지나 관악산 능선으로 접어드는 곳에서는 아찔한 광경이 펼쳐졌다. 한 20대 남녀가 횡단보도를 건너는 동안 흰색 승합차 1대가 전속력으로 정문 쪽으로 향하며 두 사람 앞을 지나쳤다. 약 10m 간격을 두고 승합차를 뒤따르던 회색 승용차도 마찬가지였다. 두 사람은 놀란 듯 움찔하며 횡단보도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횡단보도를 앞둔 30m 지점 도로에는 제한속도를 알리는 숫자 ‘30’이 페인트로 칠해져 있었지만 두 차량 모두 멈추거나 서행하지 않았다. 대학원생 신모 씨(28)는 “황색 점멸 신호등까지 있지만 횡단보도 앞에서 보행자를 보고도 속도를 줄이거나 멈추는 차를 거의 볼 수 없어 위험한 때가 많다”고 말했다. 캠퍼스에는 횡단보도를 비롯해 과속방지턱 같은 교통안전시설이 갖춰져 있다. 경영대 앞에는 최근 속도저감시설로 보급을 확대하고 있는 ‘고원식 횡단보도’도 마련돼 있다. 하지만 이들 모두 무용지물이었다. 서울대 내부 도로는 모두 법적으로 도로가 아니기 때문이다. 도로교통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내부에서 교통사고가 나더라도 사망이나 심각한 중상해 피해가 아니라면 경찰 조사도 받지 않는다. 아파트 단지와 공원처럼 대학 캠퍼스도 도로교통법이 미치지 못하면서 생긴 ‘도로 외 구역’이다. ○ ‘캠퍼스 교통사고’ 꾸준히 증가 서울대가 집계한 지난해 관악캠퍼스 내 교통사고는 93건이었다. 2015년 64건, 2016년 83건이었다. 올해 1분기에도 20건이나 발생했다. 하지만 캠퍼스 내 사고는 대부분 경찰의 공식 교통사고 통계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해결책은 단순하다. 캠퍼스 내 차량 통행을 줄이는 것이다. 학생과 교직원의 대중교통 이용률을 높이는 것이다. 서울대는 학생에게는 주차 정기권을 발급하지 않고 캠퍼스를 단순히 지나가기만 하는 차량에는 1500원을 받으며 차량 통행 억제 정책을 펴고 있다. 임채홍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은 “대학 캠퍼스는 도로교통법을 적용받지 않으니 대학 스스로 법에 준하는 자체 규칙을 만들고 꾸준히 안전진단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해외처럼 학내 자치경찰을 운영하고 차량 통행 억제 등의 조치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서형석 skytree08@donga.com·최지선 기자 공동기획 :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한국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 한국교통연구원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tbs교통방송교통문화 개선을 위한 독자 여러분의 제보와 의견을 e메일()로 받습니다.}

“끼이익!” 얼마 전 서울대 관악캠퍼스 정문. 파란색 배달 오토바이 한 대가 학교 정문을 지나던 기자의 승용차 앞으로 치고 들어왔다. 앞차를 따라 시속 20㎞ 정도로 서행하던 기자는 급히 브레이크페달을 밟았다. 운전대를 잡은 기자의 등에 식은땀이 흘렀다. 옆자리에 앉았던 동료기자는 본능적으로 창문 위 안전손잡이를 움켜잡았다. 기자의 승용차가 조금 더 빨랐다면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다. 교통안전 사각지대에 놓인 대학 캠퍼스의 실태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모습이었다…● ‘보행자 우선 문화’ 없는 한국의 캠퍼스 서울대 관악캠퍼스는 국내 대학 중 가장 교통이 불편한 곳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캠퍼스 내부에 지선버스 3개, 마을버스 1개 등 4개 노선의 버스이 정기적으로 다닌다. 학교 셔틀버스도 수시로 캠퍼스 곳곳을 운행한다. 지하철 2호선 서울대입구역에서 정문까지의 거리는 1.86㎞. 도보로는 30분이 넘는다. 중간에 해발 159.8m 청룡산을 넘어야해 도보는커녕 자전거로 오가는 것도 힘들다. 이 때문에 상당수 교직원과 학생은 자가용 이용을 선호한다. 이 때문에 서울대 관악캠퍼스는 사람보다 차량이 먼저인 캠퍼스가 됐다. 이날도 정문에서 관악산 방향으로 520m 곧게 이어진 편도 2차로 도로는 1차로만 도로 기능을 하고 있었다. 오른쪽 끝 2차로에는 차량이 줄지어 서 있었기 때문이다. 주정차 차량은 횡단보도 주변까지 들어찼다. 횡단보도에서 10m 이내 지역은 도로교통법 32조에서 명시한 주정차 금지구역. 횡단보도를 건너려는 보행자와 차도의 운전자가 서로를 잘 확인할 수 있도록 만든 조항이다. 하지만 정문 앞 뿐만 아니라 관악산 능선의 공과대학 앞, 경영대학 주변 등 캠퍼스 전체 횡단보도에서 이를 지킨 주정차 차량을 볼 수 없었다. 심지어 경영대학 앞에서는 학교 당국이 아예 횡단보도 바로 앞에 도색한 주차구획도 있었다. 그 자리에는 흰색 승용차 한 대가 자리해 있었다. 차량이 늘면서 캠퍼스 곳곳에 조금이라도 공간이 생기면 어김없이 ‘주차장’으로 전락했다. 규장각을 지나 관악산 능선으로 접어드는 곳에서는 아찔한 광경이 펼쳐졌다. 한 20대 남녀가 횡단보도를 건너는 동안 흰색 승합차 1대가 전속력으로 정문 쪽으로 향하며 두 사람 앞을 지나쳤다. 약 10m 간격을 두고 승합차를 뒤따르던 회색 승용차도 마찬가지였다. 두 사람은 놀란 듯 움찔하며 횡단보도 위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횡단보도를 앞둔 30m 지점 도로에는 제한속도를 알리는 숫자 ‘30’이 페인트로 칠해져 있었지만 두 차량 모두 멈추거나 서행하지 않았다. 대학원생 신모 씨(28)는 “황색 점멸 신호등까지 있지만 횡단보도 앞에서 보행자를 보고도 속도를 줄이거나 멈추는 차를 거의 볼 수 없어 위험한 때가 많다”고 말했다. 캠퍼스에는 횡단보도를 비롯해 과속방지턱과 같은 교통안전시설이 갖춰져 있다. 경영대학 앞에는 최근 속도저감시설로 보급이 확대 중인 ‘고원식 횡단보도’도 마련돼있다. 하지만 이들 모두 무용지물이다. 서울대 내부 도로는 모두 법적으로 도로가 아니기 때문이다. 도로교통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내부에서 교통사고가 나더라도 사망이나 심각한 중상해 피해가 아니라면 경찰 조사도 받지 않는다. 아파트 단지와 공원처럼 대학 캠퍼스도 도로교통법이 미치지 못하면서 생긴 ‘도로 외 구역’이다. 횡단보도 바로 옆에 주차구획을 그린 서울대는 물론 횡단보도를 전속력으로 통과한 운전자 모두 법적 제재를 받지 않는 이유다.● ‘캠퍼스 교통사고’ 꾸준히 증가 서울대가 집계한 지난해 관악캠퍼스 내 교통사고는 93건이었다. 2015년 64건, 2016년 83건이었다. 올 1분기에도 20건이나 발생했다. 지난해의 경우 차량 간 사고는 48건으로 절반을 차지했다. 차량과 보행자가 부딪힌 건 3건이었다. 보행자 사고는 앞으로 계속 늘어것으로 예상된다. 서울대 뿐 아니라 다른 대학도 마찬가지다. 2016년 이화여대에서 트럭이 학생을 치어 다치게 한 사고가 났다. 캠퍼스 내 사고는 대부분 경찰의 공식 교통사고 통계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파악되지 않은 교통사고가 더 많을 수밖에 없다. 해결책은 단순하다. 캠퍼스 내 차량통행을 줄이는 것이다. 학생과 교직원의 대중교통 이용률을 높이는 것이다. 서울대는 학생에게는 주차 정기권을 발급하지 않고 캠퍼스를 단순히 지나가기만 하는 차량에게는 1500원을 받으며 차량 통행 억제 정책을 펴고 있다. 하지만 정기권을 이용하지 않는 학생의 일일 단위 주차와 교직원의 차량 이용 증가세를 꺽기에는 역부족이다. 임채홍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은 “대학 캠퍼스는 도로교통법을 적용 받지 않으니 대학 스스로 법에 준하는 자체 규칙을 만들고 꾸준히 안전진단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수만 명이 상주하고 통행하는 작은 도시인만큼 해외처럼 학내 자치경찰을 운영, 차량 통행 억제 등의 조치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최지선 기자aurinko@donga.com ▼ ‘보행자 천국’ 캠퍼스 관광명소로 ▼ 일본 대학 캠퍼스는 관광명소로 주목받고 있다. 도쿄(東京)대와 와세다(早稻田)대 같은 도쿄의 대학 캠퍼스는 주요 관광코스로 소개될 정도다. 호젓하게 캠퍼스를 거닐며 100년이 넘는 캠퍼스 분위기도 느낄 수 있다. 검붉은 벽돌로 유명한 도쿄대 야스다(安田) 강당 앞 잔디광장에는 학생과 교직원이 여유롭게 오간다. 교내 차량 통행을 억제한 ‘보행자 친화 캠퍼스’를 만든 덕분이다. 도쿄대 혼고(本鄕) 캠퍼스는 1985년 학내 교통규칙을 만들었다. 이후 11차례 개정돼 올 3월 최신 규칙이 시행됐다. 교통규칙은 ‘주차 억제 등의 교통규제’와 ‘교통안전’을 목적으로 명시했다. 이를 반영하듯 도쿄대 캠퍼스에 차량이 진입하려면 매우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학생은 물론 교수도 함부로 차를 가져올 수 없다. 장애나 질병 등이 있어 대중교통을 이용해서는 통학이 어려울 경우에만 가능하다. 그 밖에는 연구나 축제 등을 위해 장비를 옮길 때에만 제한적으로 허용한다. 캠퍼스를 통행하는 차량의 교통안전 의무도 엄격하다. 교통규칙에서는 ‘차량은 보행자의 안전한 보행을 방해하지 말아야 한다’고 명시했다. 캠퍼스에서는 보행자가 우선이라는 의미다. 제한최고속도 준수 같은 기본적인 조항도 담겨 있다. 교통규칙을 지키지 않으면 총장 직권으로 캠퍼스 출입을 막는다. 일반도로가 캠퍼스 중안을 가로지르는 명문 사학 와세다대도 마찬가지다. 일반도로에서 캠퍼스로 들어오는 입구에는 차량을 통제하는 회색 차단봉(볼라드)을 설치했다. 캠퍼스에서는 청소용 학교 소속 소형트럭 말고는 차량을 찾아보기 어렵다. 캠퍼스 밖 차도도 폭을 좁혀 차량속도를 줄였다. 줄어든 차도는 보도(步道)로 활용해 사람이 편하고 안전하게 걷도록 했다. 서울대도 1995년 관악캠퍼스 교통관리규정을 만들었다. 하지만 도쿄대와 달리 차량 주차관리에 중점을 뒀다. ‘자동차의 출입 및 주차 등에 관한 관리’는 명시돼 있지만 보행자 보호를 위한 조치는 담겨있지 않는 것이다. 차량 통행을 줄이기 위해 주차권 발급을 제한하지도 않는다. 지하철과 연결되는 도쿄대, 와세다대와 달리 대중교통편이 부족한 탓도 있지만 보행자 안전을 위한 조치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기업 서울대 캠퍼스관리과장은 “주정차 위반을 엄격하게 단속하고 있다. 경사로가 많아 속도준수 캠페인을 적극적으로 벌이고 외부 기관의 안전진단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 최지선 기자aurinko@donga.com}
지난달 28일 서울 성북구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112 신고가 접수됐다. 이날 오전 9시 50분경 누군가가 영상원 건물 3층 여자화장실에서 ‘몰래카메라(몰카)’를 찍으려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에 따르면 화장실 문 아래 틈으로 카메라 렌즈가 들어왔고 소리를 지르자 사라졌다. 학교 폐쇄회로(CC)TV에는 모자와 마스크를 쓴 남성의 모습이 찍혀 있었다. 사건을 맡은 서울 종암경찰서는 가장 먼저 학교 밖 이동 경로에 설치된 CCTV를 확인했다. 용의자는 학교에서 빠져나와 근처 지하철 6호선 돌곶이역까지 걸어갔다. 이상한 행동은 그때부터 시작됐다. 그는 지하철을 타는 대신 근처 골목길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사거리 옆 골목길로 향했다가 한참 뒤 나타나 고가도로 아래로 들어갔다. 반대로 나와 다른 골목으로 들어가더니 20분가량 자취를 감췄다가 되돌아 나왔다. 그러고는 또 다른 골목으로 들어갔다. 거기가 마지막이었다. 해당 골목에서 이어진 길은 5개. 하지만 모든 CCTV에서 용의자의 모습은 나오지 않았다. 경찰은 이곳에 용의자의 집이 있다고 판단해 한동안 잠복까지 했지만 발견하지 못했다. 마치 하늘로 사라진 것 같았다. 경찰은 CCTV를 하나하나 다시 살펴봤다. 그때 남성의 자취가 사라진 골목에서 나온 승용차 한 대에 주목했다. 차량이 들어온 시간을 살펴보니 몰카 사건 직전이었다. 경찰은 차량 번호판을 통해 남성의 주거지를 파악했다. 인천 송도였다. 그러나 다른 사람이 살고 있었다. 경찰은 다시 이동 경로에 있는 CCTV를 일일이 확인했다. 차량은 학교에서 약 7km 떨어진 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로 들어갔다. 마침내 차량에서 ‘그놈’이 내리는 모습을 확인했다. 집으로 들어설 때까지 용의자는 모자와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경찰은 잠복 끝에 4일 오후 3시경 A 씨(31)를 붙잡았다. A 씨의 스마트폰에선 피해자 사진이 나오지 않았다. 경찰은 “도피 방법을 볼 때 치밀하게 계획한 것 같다. 여죄를 파악하기 위해 휴대전화에 대한 디지털 포렌식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근 성범죄 사건 편파 수사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종암서는 A 씨 검거에 여성청소년수사팀 3개 팀 중 2개 팀, 10여 명을 투입했다. 이동 경로를 추적하기 위해 CCTV 100여 대를 확인했다. 한편 9일 서울 종로구 혜화역 일대에서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 2차 시위’가 열린다. 전국에서 참가자가 올 것으로 예상돼 지난달 19일 1만 명이 모인 첫 번째 시위보다 규모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권기범 kaki@donga.com·최지선 기자}

지난해 김은혜(가명·25·여) 씨는 사귀던 남자친구와 헤어졌다. 그때는 몰랐다. 지옥이 시작됐다는 걸…. 얼마 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영상 하나가 올라왔다. 전 남자친구가 몰래 찍은 성관계 장면이었다. 김 씨의 이름과 휴대전화 번호, 신분증까지 공개됐다. 김 씨는 경찰에 고소하며 “영상을 또 유포할 수 있으니 전 남자친구를 구속하고 압수수색 해달라”고 요청했다. 경찰은 “영장이 그렇게 쉽게 나오지 않는다”며 고개를 저었다.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에 넘겨진 전 남자친구는 벌금 350만 원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김 씨의 악몽은 끝나지 않았다. 같은 영상이 또 유포됐다. 전 남자친구가 원본 영상을 다시 퍼뜨렸다. 김 씨는 “처음부터 경찰이 원본을 압수했다면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가슴을 쳤다. 김 씨의 지옥은 지금도 끝나지 않았다.○ 넘기 힘든 법과 공권력의 ‘허들’ 몰래카메라(몰카)와 같은 불법 촬영과 유출 사건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그만큼 피해 여성도 많다. 문제는 수사와 처벌 과정에서 또 다른 ‘고통’에 맞닥뜨리는 피해자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본보가 몰카 피해 사례를 분석한 결과 고소부터 △수사 △기소 △재판 △신상공개 △배상까지 이르는 과정에서 피해자들은 다양한 형태의 ‘허들’(장애물) 앞에 서야 했다. 사법적 해결의 첫 단계인 고소부터 만만찮다. 피해자가 경찰에 피해 사실을 알리고 고소하려면 음란사이트에 올라온 영상에서 자신의 모습을 직접 캡처해야 한다. 음란물인 걸 인정받으려면 특정 신체 부위를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고소 후에도 적극적인 수사를 장담할 수 없다. 유출자의 인터넷주소(IP)가 해외에 있으면 십중팔구 수사가 신속히 진행되기 어렵다. 구속이나 원본 압수수색이 늦어지면 2차 피해 발생은 뻔하다. 대학생 박영은(가명·25·여) 씨는 지난해 신분증과 함께 누드 사진이 유포됐다. 박 씨가 캡처한 사진을 들고 경찰서를 찾았지만 “얼굴과 성기가 흐릿하고 유출자 IP가 해외라 추적 수사가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 박 씨는 결국 고소를 포기했다. 기소 단계에서 포기하는 피해자도 많다. 한미연(가명·18) 양도 상체가 노출된 자신의 사진이 유포되는 피해를 입었다. 전 남자친구는 범행을 자백했다. 기소 직전 담당 검사는 한 양에게 “스스로 찍은 사진인 데다 (성기가 나온) 음란물이 아니라 처벌도 쉽지 않을 것 같으니 합의금이라도 받는 게 어떠냐”고 권했다. 한 양은 “마음이 무너져 내렸다”고 말했다. 카메라 등 이용 촬영죄(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기소율은 2010년 72.6%에서 2016년 31.5%로 떨어졌다. 몰카 범죄 실태를 다룬 박사논문을 펴낸 김현아 변호사는 “피해자와 합의를 권하는 일이 많고 가해자가 초범인 경우 기소유예나 불기소 처분 경향이 높아 기소율 자체가 낮다”고 분석했다.○ 처벌보다 더 어려운 피해 구제 재판에 넘겨진 가해자에게 좀처럼 실형이 선고되지 않는 것도 문제다. 일부 판례를 살펴보면 법원은 불법 촬영 행태보다 촬영물의 음란성을 기준으로 유·무죄를 판단한다. 2014년 짧은 치마를 입은 20대 여성에게 따라붙어 뒷모습을 촬영한 남성에게 재판부는 “피해 여성의 옷차림이나 노출 정도가 공개된 장소에서 자연스럽게 볼 수 있는 젊은 여성의 모습에 가깝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피해자를 위한 ‘사후 보호’는 사실상 전무했다. 몰카 범죄의 경우 벌금형 이상이 확정되면 가해자의 신상정보가 등록되고 재판부 결정에 따라 공개 대상에 포함된다. 하지만 신상공개는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 2011년∼2016년 4월 서울지역 법원의 1심 판결 1540건 중 신상정보 공개 및 고지가 결정된 건 7건뿐이었다. 가해자에게 위자료 배상을 신청하는 배상명령제도 있지만 유명무실하다. 서승희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대표는 “피해자가 유포된 사진을 삭제하려면 한 달에 200만 원이 든다. 금전적인 어려움으로 구제를 포기하는 피해자가 있는 만큼 국가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말했다.최지선 aurinko@donga.com·이지훈 기자}
유명 1인 방송 진행자(유튜버)인 양예원 씨 등 여성 모델의 누드사진 수백 장을 파일공유 사이트에 올린 강모 씨(29)가 경찰에 붙잡혔다. 강 씨는 성폭력범죄특례법상 불법촬영물 유포 혐의로 긴급 체포됐다. 조사 결과 강 씨는 각종 음란 영상을 온라인에 올려 수입을 올리는 ‘음란물 헤비업로더’(Heavy uploader·인터넷 사이트에 콘텐츠를 대량으로 올리는 사람)였다. 경찰은 불법 촬영물의 제작·유출자뿐 아니라 강 씨처럼 인터넷에 2차, 3차로 퍼뜨린 재(再)유포자까지 수사를 확대하면서 음란물 유통 과정 전체를 들여다보고 있다. ○ 드러난 불법 촬영물 유통 ‘빙산의 일각’ 강 씨 같은 온라인 헤비업로더가 불법 촬영물이나 음란물을 인터넷에 퍼뜨리는 이유는 간단하다. 쉽게 큰 돈을 벌 수 있어서다. 경찰에 따르면 강 씨는 양 씨와 다른 모델들의 누드사진 등 이른바 출사(出寫) 모델 사진 수백 장을 올려 약 300만 원의 수입을 올렸다. 경찰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불법 촬영물은 노출 수위와 화질에 따라 등급이 나뉜다. 이번에 문제가 된 출사 모델 사진은 보통 스튜디오에서 전문작가들이 촬영한 탓에 가격이 비싼 인기 콘텐츠라고 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비공개 촬영회에서 촬영된 사진은 노출이 심한 데다 대부분 성능 좋은 카메라로 촬영해 화질이 우수해 수요가 많다. 이런 사진은 다운로드 단가도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얼마 전부터는 ‘지우는 일’도 돈벌이 수단이 됐다. 이른바 ‘디지털 장의사’다. 한 불법 촬영물 삭제 업체에 따르면 온라인에 떠도는 사진과 영상을 지우려면 한 달에 200만∼300만 원가량이 든다. 처음 6개월은 집중 삭제 기간인데 매달 200만∼300만 원, 이후에는 ‘모니터링 기간’으로 한 달에 30만 원을 지불해야 한다. 인기 콘텐츠의 경우 최종 삭제까지 최소 2, 3년이 걸린다. ○ ‘음란 카르텔’ 의심 고등학생 때 찍은 비공개 촬영회 노출 사진이 유출된 강모 씨(25·여)는 3개월째 매달 220만 원을 삭제 업체에 내고 있다. 비정규직인 강 씨는 한 달 월급이 150만 원이지만 빚까지 내야 했다. 강 씨는 “경찰에서 사진을 지워주진 않는다. 유포자를 잡으면 뭐하나. 사진이 떠도는 게 더 끔찍한 일이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특정 불법 촬영물 삭제 업체와 음란 사이트의 유착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경찰 등에 따르면 A사이트는 양 씨의 노출 사진이 처음 유포됐다가 현재는 폐쇄된 상태다. 앞서 A사이트는 올해 초 공지를 올려 특정 게시물의 삭제를 희망할 경우 이용하라며 B사 홈페이지 주소를 게시했다. 불법 촬영물 피해자 C 씨는 다른 삭제 업체를 이용해 A사이트에 올라온 사진 삭제를 요청했으나 “A사이트 사진을 지우려면 B사에 문의해야 한다”는 안내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단순히 이번 사진의 유출뿐 아니라 불법 촬영물 유통 과정 전반에 걸쳐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이지훈 easyhoon@donga.com·최지선 기자}
“이 결론이 맞는지는 피고인만이 알고 있을 것입니다.” 18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법 310호 법정에서 ‘양평 전원주택 살인사건’ 피고인 허모 씨(42)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한 뒤 재판장이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말했다. 최후변론에서까지 “진범을 잡아 달라”며 범행을 부인한 허 씨는 표정 변화 없이 재판부를 응시했다. 피해자의 딸인 엔씨소프트 윤송이 사장(43)과 사위 김택진 대표(51) 등 유가족들은 방청석에서 판결을 지켜봤다. 무기징역이 선고되자 윤 사장은 어머니와 손을 맞잡고 고개를 끄덕인 뒤 굳은 표정으로 법정을 떠났다. 수원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이준철)는 이날 선고공판에서 허 씨의 공소 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범행 전 부촌이나 고급빌라, 가스총 등을 검색했고 사건 당일 사전답사를 해 범행을 치밀하게 준비했다”고 밝혔다. 또 “범행 당일 피해자 주택 인근에 피고인 외에 범인으로 의심되는 다른 사람의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고, 피고인이 범행 이후 편의점에서 밀가루를 구입했다는 사실은 살해의 유력 증거”라고 인정했다. 사건 다음날 허 씨가 살인·살인사건을 총 66회 검색한 것도 유죄의 근거로 인정됐다. 범행 의도에 대해서는 “피고인이 6000만 원의 채무 변제 독촉을 받고 있었고 직장 퇴사 후 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게 된 걸로 보인다”며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직접 증거가 없어서 재판부도 매우 많은 고민을 했다”면서도 “사람의 생명은 무엇과도 바꾸지 못할 가치로 한번 잃으면 영원히 돌이킬 수 없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앞서 검찰은 허 씨에게 사형을 구형했다.수원=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동영상 전문 인터넷 사이트 유튜브의 유명 ‘1인 방송 진행자(유튜버)’가 모델 아르바이트를 하다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17일 유튜버 양예원 씨의 유튜브 채널 ‘비글커플’과 페이스북에 ‘저는 성범죄 피해자입니다’라는 제목의 동영상이 올라왔다. 이 동영상에서 “3년 전 모델 아르바이트를 하게 됐다”고 운을 뗀 양 씨는 “스튜디오에 들어가자 ‘실장님’이 자물쇠로 문을 잠갔고 포르노(물)에 나올 법한 속옷을 줬다. 싫다고 했더니 아는 피디들에게 말해 (배우를 지망하는 내) 데뷔를 못 하게 만들겠다며 협박했다”고 말했다. 주요 부위가 드러나는 속옷을 입고 야한 포즈로 촬영할 때 남성 모델 20여 명이 포즈를 잡아주겠다며 차례로 자신의 가슴과 주요 부위를 만졌다고도 했다. 양 씨는 “성폭행 당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두려워서 하라는 대로 했고, 이후 네 번 더 촬영했다”고 말했다. 양 씨는 “얼마 전 야동(야한 동영상) 사이트에 이때 찍은 사진이 올라와 세 번 자살을 기도했다”고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 추가 피해자도 있다. 배우 지망생 이소윤 씨도 이날 페이스북에 “(양 씨와) 똑같은 피해를 당했다”고 털어놓았다. 이들이 얘기한 ‘실장’ A 씨(42)는 이날 동아일보와 만나 “동의하에 찍은 것이고 터치도 전혀 없었다”며 “자물쇠로 문을 잠근 적도 없다. (당시) 사진이 유포된 게 안타깝다”고 주장했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11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A 씨에 대한 양 씨의 고소장을 접수했다”며 “사진 유포 범위를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지선 aurinko@donga.com·김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