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웅

강동웅 기자

동아일보 스포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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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에 입사해 교육과 보건복지(정책사회부), 야구, 농구, 육상, 탁구, 체조, 당구(스포츠부) 등을 취재해왔습니다. 빛나는 당신이 이룬 업적보다 어려움을 극복해낸 과정에 관심이 더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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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분야

2025-11-05~2025-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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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악몽 떨치려 다시 포심, 위력 찾으려 매일 작심

    “나 하나 때문에….” 최원태(26·키움·사진)는 지난해 11월 7일 인천 문학구장 마운드를 내려오면서 이렇게 자책했다. 키움은 이날 시리즈 전적 2승 2패로 맞선 상황에서 SSG와 프로야구 한국시리즈(7전 4승제) 5차전을 치렀다. 최원태는 팀이 4-2로 앞서 있던 9회말 마무리 투수로 등판했지만 김강민(41)에게 끝내기 역전 홈런(3점)을 얻어맞고 말았다. 키움은 다음 날 열린 6차전마저 패해 SSG에 우승 트로피를 넘겨줘야 했다. 2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만난 최원태는 “지난해 한국시리즈 경험이 스스로를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내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해 팀이 우승을 놓쳤다는 생각에 동료들에게 정말 미안했다”며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변화를 줘야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최원태가 선택한 변화는 ‘포심 패스트볼’이었다. 흔히 ‘직구’라고 부르는 포심 패스트볼은 투수에게 가장 기본적인 구종이다. 그러나 최원태에게 빠른 공은 곧 투심 패스트볼(싱커)이었다. 지난해 전체 투구 가운데 42.5%가 투심인 반면 포심은 2.8%밖에 되지 않았다. 최원태 역시 모교 서울고에 창단 후 황금사자기 전국고교대회 첫 우승을 안긴 2014년까지만 해도 포심에 강점이 있다는 평가를 듣던 투수였다. 스스로도 “포심에 자부심이 있다”고 말할 정도였다. 그러나 1군 데뷔 후 첫 시즌이던 2016년 평균자책점 7.23에 그치면서 포심에 대한 자부심이 흔들렸다. 결국 그는 박승민 당시 팀 투수코치(46·현 한화 코치)의 조언에 따라 포심을 버리고 아래로 떨어지는 투심을 던지기 시작했다. 최원태는 투심을 처음 익힌 2017년부터 3년간 11승(7패), 13승(7패), 11승(5패)을 거두며 선발 로테이션 한 자리를 완전히 꿰찼다. 2018년에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 국가대표로 뽑히기도 했다. 그러나 2020년 이후로는 한 번도 두 자릿수 승수를 거두지 못했다. 2021년에는 개인 최다인 11패(9승)를 당하기도 했다. 최원태는 “내 투구 레퍼토리를 상대에게 간파당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투심이 주 무기인데 어떻게 던져도 효과를 보지 못한다는 게 답답했다”며 “지난해 한국시리즈 때 ‘돌파구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커졌고 비시즌 동안 포심을 다시 훈련했다”고 말했다. 최원태는 비시즌 롱토스 훈련을 통해 포심 최고 속도를 지난해 시속 148.0km에서 올해 150.8km로 끌어올렸다. 그리고 이번 시즌 전체 투구 가운데 27.2%를 포심으로 던지고 있다. 효과도 좋다. 최원태의 포심 피안타율은 0.200밖에 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투심을 버린 건 아니다. 전체 투구 가운데 15.7%는 여전히 투심이다. 최원태는 경기마다 노병오 투수코치(40)와 상의해 포심과 투심 중 그날 구위가 더 좋은 공을 주력으로 던지고 있다. 그러면서 성적도 좋아졌다. 이번 시즌 4경기에 선발 등판한 최원태는 경기당 평균 6이닝 이상을 던지면서 데뷔 후 가장 낮은 평균자책점(2.16)을 기록 중이다. 최원태는 “지난 시즌에는 공을 던질 때 스스로도 확신이 부족했는데 올해는 시즌 초부터 자신감이 든다”며 “지난해 한국시리즈 때 불펜으로 1이닝 넘게 뛰어보니 체력 소모 때문에 다음 경기 때 많이 힘들더라. 앞으로 내가 선발 투수로 나가는 날에는 불펜 동료들이 멀티 이닝을 맡는 일이 없도록 최대한 많은 이닝을 책임질 것”이라고 다짐했다.포심 vs 투심 패스트볼검지와 중지를 실밥(seam) 네 개에 걸쳐 던지는 포심은 야구에서 가장 빠른 구종이다. 투심은 검지와 중지를 실밥 두 개에 나란히 걸쳐 던지며 상대적으로 느린 대신 타자 앞에서 가라앉아 땅볼 유도에 도움을 준다. 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 2023-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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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자 군단’ 삼성, 안방 찾은 ‘라이언킹’ 두산에 첫 승 신고

    ‘사자 군단’ 삼성이 ‘적장’ 자격으로 처음 안방을 찾은 ‘라이언 킹’에게 첫 승을 거뒀다.프로야구 9위 삼성은 26일 대구에서 열린 안방경기에서 3위 두산에 1-0 승리를 거두며 연패 기록을 5경기에서 끊어냈다. 선수 시절 삼성의 프랜차이즈 스타였던 ‘라이언 킹’ 이승엽 두산 감독(47)이 ‘곰’ 유니폼을 입고 친정 팀의 안방구장을 찾아 펼친 첫 경기였다. 삼성의 박진만 감독(47)은 동갑내기 사령탑 간 시즌 첫 맞대결을 승리로 장식했다.이날 양 팀이 주고받은 10개의 안타 중 삼성의 안타는 3개뿐이었지만 유일한 타점이자 득점은 삼성에서 나왔다. 3번 타자 우익수로 선발 출전한 구자욱(30)이 0-0으로 맞선 4회말 선두 타자로 나와 상대 선발 알칸타라(31)의 5구째 몸쪽 속구(시속 146km)를 받아쳐 1점 홈런(시즌 2호)으로 연결했다. 발사각 24.5도, 타구 속도 시속 158km, 비거리 120m의 큼지막한 이 결승 홈런은 구장 오른쪽 외야 관중석 위에 그려진 ‘이승엽 벽화’ 근처에 떨어졌다. 구자욱은 경기 후 “내 홈런의 절반 이상이 (이승엽 벽화가 그려진) 저쪽으로 날아간다. 그쪽으로 타구가 날아간 걸 감각으로 알았다”면서 “이엽 감독님을 상대로 만나니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 생겼다. 그래도 팀 승리가 우선이었고, 경기 전 많은 관심으로 부담을 안고 있었을 박 감독님께 승리를 꼭 안겨드리고 싶었다”고 말했다.이번 시즌 다소 부진했던 삼성의 선발 투수 뷰캐넌(34)도 이날은 집중력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 뷰캐넌은 2020년부터 삼성에서 뛰며 3년간 매 시즌 3점대 평균자책점과 두 자릿수 승리를 책임졌지만 올해 앞선 4경기에서는 1승 2패 평균자책점 4.05에 그쳤다. 뷰캐넌은 이날 6이닝 동안 5피안타 2볼넷 5탈삼진으로 무실점하며 시즌 두 번째 승리를 챙겼다. 전체 투구 수 105개 중 변화구가 88개(83.8%)일 정도로 투구 내용도 변화무쌍했다. 오승환(41)을 대신해 최근 삼성의 마무리 투수가 된 이승현(21)은 1-0으로 앞선 9회초 등판해 실점 없이 팀 승리를 지켜내며 시즌 첫 세이브를 올렸다.잠실에서는 2위 팀 SSG가 1위 LG에 5-3 역전승을 거두고 리그 선두 탈환에 성공했다. SSG는 1-3으로 뒤진 5회초 4점을 쏟아내며 경기를 뒤집었다. 추신수(41), 최지훈(26), 최정(36)이 볼넷 2개와 안타 1개로 만들어낸 무사 만루 기회에서 외국인 타자 에레디아(32)가 상대 선발 김윤식(23)을 상대로 좌중간 2타점 적시타로 3-3 동점을 만들었다. 다음 타자 김강민(41)은 바뀐 LG 투수 김진성(38)에게 삼진을 당했지만 오태곤(32)과 박성한(25)이 연속 안타를 때려내며 결국 역전에 성공했다.사직에서는 안방 팀 롯데가 최하위 한화에 8-1 승리를 거두고 5연승을 질주했다. 롯데가 무승부 없이 5경기에서 내리 이긴 건 2020년 10월 6일 이후 이날이 처음이다.롯데는 이날 1회 노시환(23)에게 1점 홈런을 얻어맞으며 경기를 시작했지만 1회말 곧바로 동점을 만들었다.3회말 2사 2루에서 전준우(37)의 적시타로 2-1 역전에 성공한 롯데는 6회말에도 1점을 뽑아 3-1로 달아났다.이어 7회말 2사 2, 4루 찬스에서 한 번에 5점을 뽑으면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반면 KT는 고척 방문경기에서 키움에 2-13으로 패하면서 5연패에 빠졌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키움으로 다시 돌아온 외국인 타자 러셀(29)은 이 경기에서 5타수 3안타를 치면서 개인 최다 타점(6점) 기록을 새로 썼다. 이전까지는 2020년 두 차례에 걸쳐 3타점을 올렸던 게 러셀의 개인 최타 타점 기록이었다. 역시 이번 시즌을 앞두고 LG에서 키움으로 이적한 이형종(34)도 홈런 1개(시즌 1호)를 포함해 5타수 2안타를 쳤다. 이형종의 홈런은 LG 소속이던 2021년 9월 15일 대구 삼성전 이후 588일 만이다.광주에서는 안방팀 KIA가 NC를 6-0으로 물리쳤다.한편 2023 프로야구는 이날 100만 관중을 돌파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이날까지 열린 101경기에 총 1000만1939명의 관중이 입장했다고 발표했다.27일 선발투수△잠실: SSG 김광현-LG 플럿코 △사직: 한화 김민우-롯데 나균안 △광주: NC 구창모-KIA 윤영철 △대구: 두산 김동주-삼성 장필준 △고척: KT 조이현-키움 후라도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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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규 1위 힘으로 복수혈전” vs “15연승 기세로 2연패 정복”

    2022∼2023시즌 프로농구 최강자를 가리는 챔피언 결정전(7전 4승제)이 25일 막을 올린다. 챔프전 맞상대는 지난 시즌과 같은 KGC와 SK다. 1997년 프로농구 출범 이후 같은 팀이 두 시즌 연속 챔프전에서 만난 건 이번이 세 번째다. 챔프전 매치업은 지난 시즌과 같지만 양 팀의 정규리그 순위는 맞바뀌었다. 지난 시즌엔 SK가 정규리그 1위, KGC가 3위였는데 올 시즌엔 KGC가 1위, SK가 3위를 했다. SK는 지난해 챔프전에서 KGC를 시리즈 전적 4승 1패로 따돌리고 창단 후 첫 통합우승을 달성했었다. 정규리그에서 ‘와이어 투 와이어(처음부터 끝까지)’ 1위를 한 KGC는 지난 시즌 챔프전 패배 설욕을 노리고 있다. 정규리그 6라운드부터 무패 행진을 달리고 있는 디펜딩 챔피언 SK는 타이틀 방어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SK는 정규리그 마지막 9경기와 6강 플레이오프(PO) 3경기, 4강 PO 3경기를 모두 이겨 15연승을 기록 중이다. 이번 시즌 정규리그 6차례 맞대결에선 두 팀이 3승씩 나눠 가졌다. 양 팀의 챔프전 안에는 또 다른 ‘미니 챔프전’ 하나가 더 있다. SK 김선형(35)과 KGC 변준형(27)의 가드 맞대결이다. 리그를 대표하는 가드인 두 선수는 앞서 이번 시즌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 자리를 놓고 한 차례 대결을 벌였다. 정규리그 1위는 KGC가 차지했지만 MVP는 65표를 얻은 김선형이 품에 안았다. 43표를 얻은 변준형이 2위였다. 김선형은 정규리그 54경기에서 평균 16.3점 2.7리바운드 6.8도움을 기록했다. 특히 도움 부문에서 2011년 프로 데뷔 후 처음 1위에 올랐다. 전희철 SK 감독(50)은 “(김)선형이를 중심으로 하는 ‘몰빵(다걸기)’ 농구를 하겠다”며 챔프전에서도 김선형의 활약을 예고했다. 김선형은 지난 시즌 챔프전 MVP다. 변준형은 정규리그 53경기에서 평균 14.1점 2.7리바운드 5.0도움으로 김선형에게 조금 못 미쳤다. 하지만 캐롯과의 4강 PO 4경기에선 평균 15.3점을 기록했다. 6강 PO부터 시작한 김선형은 6경기에서 평균 15.2점을 넣었다. 김상식 KGC 감독(55)은 “내가 그동안 (변)준형이에겐 가드 역할에 충실할 것을 주문하면서 득점 욕심을 자제시킨 면이 있다”며 “준형이가 정규리그에서 받지 못한 MVP를 챔프전에선 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양 팀의 외국인 선수 대결도 챔프전의 관전 포인트다. 정규리그 득점 1위(평균 24.2점)에 오르며 외국인 MVP를 수상한 SK의 자밀 워니(29)는 힘과 기술을 모두 갖춰 골 밑에서의 존재감이 독보적이다. 워니는 “리그 최강의 외국인 선수인 나와 스펠맨이 챔프전에서 맞붙게 돼 기대된다”면서 “조직력에서 우리가 앞서기 때문에 자신 있다”고 했다. 정규리그 득점 2위(평균 19.9점)를 한 KGC의 오마리 스펠맨(26)은 외곽포 화력이 좋다. 정규리그에서 경기당 평균 2.8개의 3점포를 꽂아 이 부문 2위를 했다. 상대 기를 꺾어 놓는 블록슛 능력도 탁월하다. 경기당 평균 1.1개의 블록슛으로 이 부문 1위를 차지했다. 스펠맨은 “정규리그 득점에서 (워니에게) 밀린 건 개의치 않는다. 챔프전 득점 대결에서는 내가 이길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김 감독은 프로 사령탑 데뷔 시즌 통합우승에 도전한다. 지난해 데뷔 시즌 통합우승을 달성했던 전 감독은 2년 연속 우승을 노린다.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 2023-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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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알못’ 사장님이 장애인 대표팀 단장이 되고팠던 이유[강동웅의 ‘D 인터뷰’]

    “단장님, (노바크) 조코비치보다 잘 치시는데요?”여자 휠체어테니스 국가대표 박주연(43·스포츠토토코리아)이 지난달 23일 오후 대한장애인체육회 이천선수촌 테니스장에서 농담 섞인 덕담을 꺼냈다. 그러자 코트 반대편에 있던 김진혁 항저우 장애인아시아경기 선수단장(43)이 “깐풍기 때문에 하는 말 아니냐?”며 장난스럽게 받아쳤다. 이날은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 대표이사인 김 단장이 국가대표 선수단 71명에게 깐풍기 같은 특식을 제공하며 선수단과 본격적인 스킨십을 시작한 날이었다.김 단장은 2월 15일 열린 장애인체육회 이사회에서 항저우 장애인아시아경기(10월 22~28일) 선수단장에 임명됐다. 이날 오전 이천선수촌 본관에서 ‘D 인터뷰’와 만난 김 단장은 “나는 운동을 했던 사람이 아니라 선수들에게 스포츠에 대해 해줄 수 있는 조언은 한정적일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사업 분야에서 내 나름대로 극복해 온 역경이 적지 않았다. 각자의 스포츠 분야에서 한계를 뛰어넘고 있는 국가대표 선수들과 나눌 수 있는 경험이 있을 거라 믿는다”고 말했다.김 단장은 4급 지체장애인이다. 서른 살이 되던 2009년 12월 야간에 오토바이를 타고 음식 배달을 가다가 불법 유턴을 하는 음주운전 차량과 부딪혀 오른쪽 다리 장애가 생겼다. 젊은 나이에 찾아온 사고로 김 단장은 극단 선택을 생각할 정도로 좌절감에 빠지기도 했다.여러 차례 어려움을 딛고 자리를 잡아가던 중 마주한 불운이었다. 김 단장은 태어난 지 1년 만에 자궁암을 앓던 어머니를 떠나보냈다. 다시 3년 후 아버지도 병으로 세상을 떠나면서 다섯 살부터 어머니의 여동생인 이모의 보살핌 속에서 자랐다. 하지만 부모처럼 따랐던 이모 역시 2000년 간암으로 당시 스물한 살이던 김 단장의 곁을 떠났다.김 단장이 마음을 다잡은 건 2003년 5월 군 제대 이후였다. 먹고 살길을 찾아야 했기에 서울 성북구 중식당에서 배달을 시작했다. 오전 8시 반부터 오후 9시 반까지 하루 13시간을 일했다. 집에 돌아와 오후 11시쯤 잠이 들면 다음 날 오전 3시 한밤중에 일어나야 했다. 중식당 출근 전까지는 새벽에 신문 배달을 했기 때문이다.바쁜 삶 속에서도 김 단장은 사업가의 꿈을 키웠다. 배달 일은 사업 분석에 특화된 일이었다. 음식 맛이 좋아도 망하는 식당, 맛은 별로인데 줄 서는 식당을 살펴볼 수 있었다. 배달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시간에는 주방장이 음식을 어떻게 만드는지 살펴볼 수도 있었다. 2007년부터는 주방 보조 일도 병행하며 요리 비결을 쌓았다.그러던 중 불의의 사고로 장애인이 된 김 단장은 10개월간의 병원 생활을 마친 2011년 그동안 모아둔 돈의 절반을 털어 서울 중랑구에 있는 25평 식당을 인수했다. 장애에 좌절하는 대신 새 출발을 위한 용기를 낸 것이다. 과거 아르바이트를 하며 적어둔 메모들에 착안해 사업 규모를 키워갔다. 이후 가맹점이 140개가 넘는 외식 프랜차이즈의 대표가 됐다.김 단장은 “사업을 하면서 성공하려면 좋은 교육과 환경 등 주변의 지원이 참 많이 필요하다는 걸 느꼈다. 나는 그런 지원을 받아보지 못했기 때문에 역경을 이겨내고 노력하는 사람들을 보면 나도 모르게 돕고 싶은 마음이 올라온다. 내가 장애인아시아경기 단장직을 받아들인 것도 같은 맥락에서였다”고 말했다.이어 “사업으로 돈을 많이 벌게 되면서 더 큰 평수의 집에도 살아보고 더 좋은 차를 타보기도 했다. 처음에 행복하긴 했는데, 돈을 더 벌수록 계속 좋아지진 않았다. 대신 나와 함께 동고동락했던 식당 직원들이 잘되는 모습을 보면 기분이 가장 좋았다”며 “나와 같이 장애가 있는 선수들이 자신의 분야에서 더 빛날 수 있도록 도우면 나도 지금보다 행복해질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덧붙였다.김 단장은 스포츠가 한 사람의 인생에 미치는 선한 영향력에 대해서도 잘 이해하고 있다. 부모를 여의고 이모 품속에서 살아가던 소년 시절의 김 단장은 늘 의기소침하고 내성적인 아이였다. 그런 김 단장의 삶에 활력을 불어넣어 준 게 바로 스포츠였다. 농구를 주제로 하는 드라마 ‘마지막 승부’를 보며 스포츠에 관심을 갖게 됐고, 농구를 통해 또래 친구들과 어울려 지낼 줄 아는 어른으로 성장하게 됐다.외식 프랜차이즈 대표라는 점도 김 단장의 차별화된 강점 중 하나다. 음식을 매개로 선수단의 마음속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기 때문이다. 김 단장은 22일 서울 올림픽공원 평화의 문 광장에서 열리는 휠체어농구 KBS배 어울림픽 대회에서도 푸드트럭을 운영하며 선수단과 소통할 계획이다.김 단장은 “전임 단장 중 훌륭한 분이 많았다고 알고 있다. 스포츠 전문가가 아닌 내가 얼마나 좋은 단장이 될 수 있을지 걱정된다”면서도 “내 목표는 편한 형이나 오빠, 동생 같은 마음으로 선수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 소통하는 단장이 되는 것이다. 장애인 단장으로서 선수들의 이야기에 더 깊이 공감하고, 힘닿는 데까지 최선을 다해 응원하고 지원할 것”이라고 다짐했다.이천=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 2023-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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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탬파베이 개막 13연승… ML 새 역사 한 걸음 남았다

    탬파베이가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개막 후 최다 연승 타이기록을 세웠다. 탬파베이는 14일 안방경기에서 보스턴에 9-3 역전승을 거두고 개막전부터 13경기 연속 승리를 이어갔다. MLB가 현재 양대 리그 체제를 확립한 1901년 이후 시즌 개막과 동시에 13연승을 기록한 팀은 1982년 애틀랜타, 1987년 밀워키뿐이었다. 탬파베이가 15일 토론토 방문경기에서도 승리하면 ‘현대 MLB 역사상’ 처음으로 개막 후 14연승을 기록한 팀이 된다. MLB 사무국은 1969년 리그 역사를 정리하면서 현재 내셔널리그(NL), 아메리칸리그(AL)와 함께 19세기부터 존재했던 아메리칸어소시에이션(AA), 유니언어소시에이션(UA), 페더럴리그(FL), 플레이어스리그(PL)에도 ‘메이저리그’ 지위를 부여했다. 이들 리그까지 범위를 넓히면 ‘세인트루이스 머룬스’가 UA의 창설 첫 시즌이었던 1884년 개막 후 20연승을 기록한 적이 있다. 그러나 UA는 개막 후 두 달이 지나기 전에 8개 팀 가운데 2개 팀이 운영을 중단했고 결국 한 시즌 만에 자취를 감췄다. 이 때문에 MLB 역사를 논할 때는 UA를 제외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한국과 일본 프로야구 팀 가운데도 개막 후를 기준으로 탬파베이보다 오래 연승을 이어간 팀은 없다. 한국에서는 삼성이 2003년, SSG가 지난해 남긴 10연승이 개막 후 최다 연승 기록이다. 일본에서는 니시테쓰(현 세이부)가 1954년, 주니치가 1999년 개막과 동시에 11연승을 질주한 게 최다 기록이다. 13연승은 1998년 창단한 탬파베이의 팀 최다 연승 신기록이기도 하다. 케빈 캐시 탬파베이 감독은 “정말 대단한 일이다. 이런 일들을 이룰 때는 확실히 선수들 플레이가 좋다. 지금은 좋지 않다고 느끼는 부분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반면 보스턴은 탬파베이 안방 구장 트로피카필드에서 13경기를 내리 패하는 불명예를 안았다. 이날 패배로 AL 동부지구 최하위로 떨어진 보스턴이 이 구장에서 승리를 거둔 건 지난해 4월 23일이 마지막이다.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 2023-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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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뷔 12경기 연속안타… “111년만의 슈퍼루키” 美 열광

    세인트루이스의 조던 워커가 111년 만에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데뷔 첫 12경기에서 모두 안타를 때린 만 21세 미만 선수가 됐다. 워커는 만 20세 326일이었던 13일 콜로라도 방문경기에 8번 타자 우익수로 선발 출전해 9회 마지막 타석에서 좌전 안타를 때려냈다. 워커는 이 안타로 1912년 8월 27일 빅리그 데뷔전을 치른 필라델피아(현 오클랜드)의 에디 머피(1891∼1969) 이후 만 21세 미만 선수로는 처음 MLB 데뷔 후 12경기 연속 안타 기록을 남겼다. 워커가 14일 피츠버그 방문경기에서도 안타를 추가하면 이 부문 새 기록을 쓴다. 만약 워커가 앞으로 5경기에서 계속해 안타를 치면 나이와 관계없이 데뷔 후 연속 경기 안타 타이 기록도 될 수 있다. 현재까지는 1941년 신시내티의 척 알레노(1917∼2003)와 2016년 콜로라도의 데이비드 달(29)이 17경기 연속 안타 기록을 세운 게 신인 최다 기록으로 남아 있다. 안타 이후 득점까지 성공하며 팀의 7-4 승리를 도운 워커는 “(12경기 연속 안타) 기록이 멋지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거짓말”이라며 “특히 내가 이닝 톱타자로 타석에 설 때는 ‘어떻게 해서든 베이스에 살아 나가야 한다’는 생각이 강해진다. 우리 팀의 중심 타선을 위해 출루할 수 있다는 게 기쁘다”고 말했다. 2020년 MLB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21순위 지명을 받은 워커는 ‘제2의 앨버트 푸홀스(43·전 세인트루이스)’로 주목을 받은 선수다. MLB닷컴은 이번 시즌 개막을 앞두고 워커를 MLB 전체 4위이자 세인트루이스 팀 내 1위 유망주로 꼽았다. 아직 마이너리그 트리플A 출전 경험이 없는 워커가 시즌 개막과 함께 MLB로 올라오면서 일본의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우승을 도운 라스 노트바르(눗바·26)가 백업으로 밀리기도 했다. 탬파베이는 이날 안방경기에서 보스턴을 9-7로 꺾고 개막 후 12연승을 달리며 MLB 기록에 1승 차이로 다가갔다. 이전에는 1982년 애틀랜타와 1987년 밀워키가 개막 후 13연승 기록을 세운 적이 있다. 탬파베이는 14일 역시 보스턴을 상대로 타이 기록에 도전한다.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 2023-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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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종훈, WTT 챔피언스 4강 스매싱… 男탁구 역대최고 성적

    임종훈(26·한국거래소·세계랭킹 13위)이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월드테이블테니스(WTT) 챔피언스 4강에 올랐다. 챔피언스는 WTT 4개 시리즈(챔피언스, 스타 컨덴터, 컨텐더, 피더) 가운데 최상위 대회다. 임종훈은 13일 중국 허난성 신샹에서 열린 대회 남자 단식 8강전에서 알렉시스 르브룬(20·프랑스·22위)을 3-1(11-6, 13-11, 7-11, 11-8)로 물리치고 준결승에 올랐다. 임종훈은 이날 승리로 자신이 지난해 7월 초대 대회 때 8강에 진출하면서 세운 한국 선수의 이 대회 최고 성적 기록도 갈아치웠다. 임종훈은 “르브룬이 프랑스에서 최근 돌풍을 일으킨 선수라는 얘기를 듣고 긴장했다”면서도 “범실을 하나씩 유도하는 데 성공하면서 경기 중후반쯤에는 충분히 이길 수 있는 상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르브룬은 최근 3년간 자국 선수권대회에서 단식 2회, 남자·혼합 복식 1회씩 총 네 차례 정상에 오른 선수다. 주세혁 한국 남자 탁구 대표팀 감독(43)은 “종훈이는 듀스 상황이 오면 방어적으로 치다가 지는 경우가 많았다. (듀스 접전을 치른 2세트 때) ‘세트를 내주더라도 그냥 밀어붙이라’고 조언했던 점이 잘 먹혀든 것 같다”고 말했다. 11일 대회 16강전에서 하리모토 도모카즈(20·일본·3위)에게 3-1 승리(4-11, 11-8, 11-5, 12-10)를 거두며 자신감을 끌어올린 임종훈은 판전둥(27·중국·1위)과 린스둥(18·중국·15위)의 8강전 승자와 14일 준결승을 치른다. 챔피언스에 처음 출전한 신유빈(19·대한항공·34위)도 이날 왕이디(27·중국·3위)와 여자 단식 8강전을 치렀지만 0-3(3-11, 10-12, 5-11)으로 완패했다. 한국 여자 선수가 챔피언스 8강에 진출한 건 신유빈이 처음이다.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 2023-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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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체중 8kg 빼고 우승 열망 한껏 찌우고

    ‘이 사람, 진짜 야구에 미쳤구나.’ 최주환(35·SSG)이 2월 26일 오후 5시경 체육관을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러자 최주환의 개인트레이닝(PT)을 맡고 있던 민혁기 코치(41)는 이렇게 생각했다. 이날은 SSG가 미국 스프링캠프를 마치고 귀국한 날이었다. 최주환은 인천공항에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체육관으로 향했다. SSG는 지난해 프로야구 통합 우승을 차지했지만 최주환은 웃지 못했다. 정규시즌 타율 0.211, 한국시리즈 타율 0.143에 그쳤기 때문이다. 시범경기 기간인 지난달 27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만난 최주환은 “지난해 개막 직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렸다. 그 뒤로 눈이 뻑뻑해지고 온몸의 순발력도 떨어지면서 타격 성적도 떨어졌다”고 말했다. ‘육상 PT’를 통해 순발력을 끌어올려야겠다고 생각한 최주환은 지난해 7월부터 비시즌에 다닐 체육관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육상 PT는 달리기와 관련된 전신 운동을 통해 체질을 개선하고 순발력을 끌어올리는 트레이닝이다. 이때 민 코치가 운영하는 체육관을 알게 된 최주환은 한국시리즈 종료 후 일주일이 지난 지난해 11월 15일부터 훈련을 시작했다. 체육관 일정이 꽉 찬 날에는 “(정규 트레이닝 시간이 아닌) 새벽 6시에라도 오겠다”며 의지를 보인 최주환은 2개월 만에 94㎏이었던 몸무게를 86㎏까지 줄였다. 발목 근력을 키우면서 30m 달리기 기록도 4초20에서 4초03으로 줄었다. 최주환은 “병원에서 ‘1년 사이 신체나이가 40대에서 20대로 바뀌었다’는 말을 들었다. 아내도 ‘8년 동안 본 모습 중에 제일 슬림하고 멋지다’고 했다”면서 “몸 상태만 보면 내가 야구를 가장 잘했던 2018년 두산 시절보다 좋다”고 말했다. 2018년 타율 0.333, 26홈런, 108타점을 기록한 최주환은 2021년 시즌 개막을 앞두고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SK(현 SSG)로 이적했다. 그러나 이후 2년 동안 누적 타율은 0.237로 곤두박질쳤고 홈런은 평균 13.5개, 타점도 평균 54점으로 줄었다. 최주환은 “‘내가 이 정도밖에 안 되는 선수였나’ 하는 생각에 자괴감이 컸다”면서 “내가 처음 이 팀에 왔을 때 팬들이 기대했던 모습을 (올해는) 꼭 보여주고 싶다. 이번 시즌에는 내가 SSG 2회 연속 우승의 주역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김원형 SSG 감독(51)도 이번 시즌 최주환을 4번 타순에 배치하면서 믿음을 보내고 있다. 최주환은 11일까지 정규시즌 6경기에서 타율 0.304(23타수 7안타)를 기록 중이다.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 2023-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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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임스 30점 펑펑… 레이커스, 2년만에 봄 농구

    LA 레이커스가 두 시즌 만에 플레이오프(PO) 무대에 올랐다. 레이커스는 12일 미네소타와의 2022∼2023시즌 미국프로농구(NBA) 서부콘퍼런스 플레이 인 토너먼트 7번 시드 결정전에서 연장 승부 끝에 108-102로 승리를 거두고 PO에 진출했다. 레이커스의 PO 진출은 2020∼2021시즌 이후 2년 만이다. 지난 시즌엔 서부콘퍼런스 15개 팀 중 11위를 해 8개 팀이 오르는 PO 무대를 밟지 못했다. 레이커스는 PO 1라운드에서 2번 시드인 멤피스와 맞붙는다. 레이커스는 ‘킹’ 르브론 제임스가 3점 슛 3개를 포함해 양 팀 최다인 30점을 넣고 리바운드 10개를 잡아내는 더블더블의 활약으로 팀의 PO 진출을 이끌었다. 도움도 6개를 배달했다. 센터인 앤서니 데이비스도 24득점 15리바운드로 팀 승리를 거들었다. 레이커스는 4쿼터 종료 1.4초를 남기고 터진 데니스 슈뢰더의 3점포로 98-95를 만들면서 안방 팬들을 모두 일어서게 만들었다. 하지만 종료 0.1초를 남기고 미네소타의 마이크 콘리에게 자유투 3개를 내줬고 이를 콘리가 모두 성공시켜 연장전으로 끌려간 뒤 힘겹게 승리했다. 플레이 인 토너먼트는 정규리그 7∼10위가 PO 진출 티켓 마지막 두 장을 놓고 벌이는 승부다. 콘퍼런스 7, 8위가 맞붙는데 이긴 팀은 7번 시드로 PO에 진출하고 패한 팀은 9, 10위 팀 경기 승자와 8번 시드를 놓고 경쟁한다. 레이커스는 이번 시즌 정규리그에서 7위를 했다. 레이커스에 패한 정규리그 8위 팀 미네소타는 13일 열리는 뉴올리언스(9위)-오클라호마시티(10위) 경기 승자와 PO 막차 티켓을 놓고 다툰다. 1∼6번 시드는 정규리그 순위대로다. 12일 동부콘퍼런스 플레이 인 토너먼트에서는 애틀랜타(8위)가 마이애미(7위)를 116-105로 꺾고 PO 7번 시드를 차지했다. 애틀랜타는 PO 1라운드에서 2번 시드의 보스턴을 만난다.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 2023-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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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타자 변신’ 박성한, SSG 6연승 이끌어

    프로야구 ‘디펜딩 챔피언’ SSG가 2023시즌 장타력을 끌어올린 박성한(25)의 활약에 힘입어 6연승을 달렸다.SSG는 12일 대구구장 방문경기에서 삼성을 3-0으로 꺾으며 4일 문학 롯데전부터 6경기 연속 승리를 챙겼다. SSG는 1일 개막 이후 치른 8경기에서 7승 1패(승률 0.875)를 기록해 6일부터 1주째 리그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6일부터 6연패를 한 삼성은 4일 리그 공동 1위에서 12일 현재 한화와 함께 리그 공동 9위로 최하위(2승 6패·승률 0.250)에 머물렀다.이날 SSG가 기록한 2타점은 모두 박성한의 방망이에서 나왔다. 7번 타자 유격수로 선발 출전한 박성한은 0-0으로 맞선 4회초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상대 선발 백정현(36)에게 우중간 1점 홈런을 때려냈고, 6회초 1사 2, 3루 기회에서도 상대 중간계투 이호성(19)에게 우익수 희생플라이를 쳐내 1타점을 더했다. SSG의 세 번째 점수는 이후 이어진 2사 3루 전의산(23·SSG)의 타석에서 이호성의 폭투로 3루 주자가 홈플레이트를 밟아 만들어졌다.박성한은 이번 시즌 장타력이 발전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시즌 박성한은 골든글러브 유격수 부문 경쟁에서 25홈런을 때려낸 오지환(33·LG)에게 밀려 개인 첫 골든글러브 수상이 불발됐다. 2017년 데뷔 이후 4할을 넘겨본 적 없는 박성한의 장타율은 이번 시즌 0.667에 달한다. 지난해 1년 동안 홈런 2개를 쳤던 박성한은 개막 12일째인 이날 이미 시즌 2호 홈런을 생산해냈다.마운드에서는 SSG의 선발 투수 문승원(34)이 8이닝 동안 8피안타 1볼넷 2탈삼진을 기록하며 삼성 타선을 실점 없이 틀어막았다. 전체 93개의 공 중 4분의 1에 가까운 36개의 공을 최고 시속 147km에 달하는 속구로 던졌다. 이중 절반이 넘는 16개의 속구를 타자 몸쪽에 가깝게 붙여 던지며 카운트를 늘렸다. 지난해에는 구원투수로만 23경기에 출전했던 문승원은 2021년 5월 30일 한화전 이후 682일 만에 선발승을 거뒀다. 서진용(31·SSG)은 시즌 네 번째 세이브를 챙겼다.이날 SSG의 4번 타자 3루수로 출전한 최정(36)은 1-0으로 앞선 6회초 선두 타자로 나서 이호성에게 좌중간 2루타를 때려내며 통산 2000번째 안타를 기록했다. 최정의 2000안타는 KBO리그 역대 17번째 기록이다. 현역 선수 중 최정보다 먼저 통산 2000안타를 돌파한 선수는 손아섭(NC), 최형우(KIA), 김현수(LG), 이용규(키움) 등 4명뿐이다.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엘롯라시코’ 경기에서는 전날 롯데에 5-6으로 졌던 LG가 이날 12-8로 승리하며 시즌 맞대결 성적을 1승 1패로 균형을 맞췄다. 9회초 5-7로 끌려가던 LG는 1사 3루에서 문성주(26)가 중견수 앞 적시타로 따라가는 1점을 만들어냈고, 이어지는 1사 2루에서 김현수(35)가 롯데 김원중(30)의 6구째 포크볼을 우월 2점 홈런으로 연결시켜 8-7 역전에 성공했다. LG는 이후 4점을 더하며 승리를 굳혔다.창원에서는 안방 팀 NC가 KT를 5-1로 꺾고 5연승을 달렸다. 광주에서도 안방 팀 KIA가 한화에 2-0으로 승리하며 연패를 2경기에서 끊어냈다. 한화의 선발 투수 문동주(20)는 이날 1회말 1사 후 박찬호(28·KIA)를 상대로 속구를 던졌는데 이 공은 시속 160.1km를 기록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 공식 통계 업체인 스포츠투아이가 2011년부터 측정한 투구 속도에서 시속 160km 이상을 기록한 한국인 투수는 문동주가 처음이다.키움과 두산의 서울 잠실 경기는 미세먼지 농도가 심해 경기 시작 1시간 10분을 앞둔 오후 5시 20분에 취소됐다. 한국야구위원회(KBO) 규정에 따르면 미세먼지 농도 300㎍/㎥ 이상이 2시간 이상 지속하면 경기를 취소할 수 있다. 미세먼지로 KBO리그 경기가 취소된 건 이번이 13번째다.13일 선발투수△잠실: 키움 안우진-두산 김동주 △사직: LG 켈리-롯데 한현희 △광주: 한화 장민재-KIA 이의리 △대구: SSG 박종훈-삼성 양창섭 △창원 KT 조이현-NC 페디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 2023-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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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투구-타격 시간 제한하니 2시간 37분이면 경기 끝!

    탬파베이는 11일 안방경기에서 2시간 6분 만에 보스턴을 1-0으로 꺾고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서 36년 만에 개막 후 10연승을 기록한 팀이 됐다. 예년 같으면 최단 경기 시간 기록으로 꼽힐 만큼 빨리 끝났지만 올해는 이보다 빨리 끝난 경우가 이미 세 번이나 나왔다. 올 시즌 개막 후 12일째인 이날까지 MLB 평균 경기 시간은 2시간 37분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시간 9분)보다 32분(16.9%)이 줄었다. 평균 2시간 35분 만에 경기가 끝났던 1984년 이후 39년 만에 가장 빠른 기록이다. 이날 필라델피아가 안방경기에서 마이애미를 15-3으로 물리치는 데도 2시간 29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경기 시간이 줄어든 제일 큰 이유는 ‘피치 클록’ 도입이다. 홈플레이트 뒤에 설치한 피치 클록은 투수가 포수에게서 공을 받은 순간부터 주자가 없을 때는 15초, 있을 때는 20초를 카운트다운 한다. 이 시간을 넘기면 심판은 자동으로 볼을 선언한다. 타자도 피치 클록이 8초 아래로 내려가기 전에 타석에 들어서야 한다. 이를 위반하면 자동 스트라이크다. 이날까지 올 시즌 155경기를 치르는 동안 피치 클록 규정 위반은 총 134번(경기당 평균 0.86번) 나왔다. 선수단은 처음에는 이 제도를 반기지 않았다. 휴스턴 투수 라이언 프레슬리(35)는 “공을 빨리 던질 필요가 없는 상황에서도 왜 빨리 던지라고 하느냐”며 불만을 드러냈다. 그러나 최근에는 긍정적인 반응이 늘고 있다. 콜로라도 내야수 C J 크론(33)은 “경기력에 특별히 방해가 되는 점 없이 경기 진행이 빨라지고 있다. 이런 경험은 처음이다. 특히 수비할 때 시간이 잘 간다”며 웃었다. 타율 향상을 목적으로 도입한 ‘내야 수비 시프트 금지’ 조항도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리그 평균 타율은 지난해 같은 기간 0.233에서 0.249로 올랐다. AP통신은 “올해는 시즌 초반 날씨가 춥고 습했다”면서 기온이 올라가면 타격이 더욱 올라갈 것으로 기대했다. 지난해 MLB 전체 평균 타율은 0.243으로 1968년 이후 최저치였다. 베이스 크기가 가로세로 각 15인치(약 38.1cm)에서 18인치(약 45.7㎝)로 늘어나면서 도루도 지난해 같은 기간 경기당 0.9개에서 올해 1.3개로 44.4%가 늘었다. 도루 성공률(81.3%)도 지난해 같은 기간(73.3%)보다 8%포인트 올랐다. 베이스가 커지면 주자가 뛰어야 할 누 간 거리가 약 11.4cm 줄어들기 때문에 각 팀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주루 플레이를 펼치고 있는 것이다. 송재우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MLB에서는 최근 투수가 타자를 압도하는 투고타저(投高打低) 현상으로 리그 평균 타율이 떨어졌다. 이에 따라 타자들의 홈런 의존도가 커지면서 도루의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줄고 있었다”면서 “베이스 사이 거리 변화로 도루를 포함한 ‘작전 야구’의 비중이 올라갈 확률이 높다. 그러면 ‘보는 재미’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 2023-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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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51km 위력투? 이제 시작일 뿐!… KT에 15승-우승 선물”

    “나, 이제 네 공 안 받을란다.” 미국 시카고에 사는 스콧 씨(64)는 2007년 아들 웨스(30)가 크리스마스 선물로 포수 장비를 사오자 이렇게 말했다. 스콧 씨는 아들이 리틀 야구를 처음 시작한 다섯 살 때부터 ‘전담 포수’를 자처했지만 갈수록 빨라지는 공 속도를 감당하기가 어려웠다. 아들이 중3 때 이미 시속 140km 후반대 공을 던지면서 아버지의 안경, 손목시계, 휴대전화 액정화면이 차례로 깨졌다. 프로야구 KT 왼손 투수 벤자민의 어린 시절 이야기다. 4일 수원구장에서 만난 벤자민은 “아버지가 더 이상 내 공을 받아주지 않겠다고 하셨을 때는 순간적으로 서운한 마음이 올라오기도 했다. 그래도 한편으로는 그만큼 내가 잡기 어려운 공을 던지게 됐다는 뜻이어서 뿌듯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미식축구를 했던 아버지와 수영·실내하키를 했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벤자민은 어릴 때부터 어깨 힘이 남달랐다. 그 덕에 학교 미식축구부에서는 쿼터백, 야구부에서는 투수로 뛰었다. 그러나 팔꿈치가 버티지 못했다. 벤자민은 미국 캔자스대 3학년이던 2014년 4월 ‘토미존 수술’로 통하는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았다. 수술 두 달 후 열린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신인 드래프트 때 텍사스로부터 5라운드 지명을 받았지만 ‘빅 리그’로 가는 길은 험난하기만 했다. 2020년 8월 17일이 되어서야 MLB 데뷔전을 치른 벤자민은 2년간 2승 3패 평균자책점 6.80을 기록한 뒤 구단으로부터 ‘전력 외 통보(DFA)’를 받았다. 지난해 고향팀 시카고 화이트삭스에 입단한 뒤에는 한 번도 MLB 무대에 서지 못했다. 그때 외국인 선수 쿠에바스(33)의 팔꿈치 부상으로 애를 먹고 있던 KT로부터 영입 제안이 왔다. 지난해 6월 9일 KBO리그 데뷔전을 치른 벤자민은 팔꿈치 통증을 안고 뛰면서도 5승 4패 평균자책점 2.70을 남겼다. 벤자민은 “지난해에는 한국에 와서 갑자기 컨디션을 끌어올린 탓에 제구도 구속도 마음 같지 않았다”면서 “올해는 다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해 세 차례 시범경기 등판을 평균자책점 1.64로 마무리한 벤자민은 정규시즌에서도 10일 현재 평균자책점 2.25를 기록하며 선발 등판한 두 경기에서 모두 승리를 챙겼다. 벤자민은 “지난해에는 최고 속도가 시속 147km가 나왔는데 올해는 이미 151km까지 던졌다. 이제 원래 내 구속으로 돌아가고 있다”며 “시간이 갈수록 볼 스피드는 더 빨라질 거다. 올 시즌 15승을 확보해 팀 우승에 힘을 보태겠다”고 다짐했다. 달라진 건 또 있다. 지난해 벤자민은 뜬공 아웃 비율이 54.7%(201개 중 110개)인 ‘뜬공 투수’였다. 올해는 스프링캠프 기간에 투심 패스트볼을 집중 연마하면서 땅볼 아웃 비율 56%인 ‘땅볼 투수’로 거듭났다. 외야가 좁은 수원구장에서는 홈런이 잘 나오기 때문에 땅볼을 많이 유도할수록 성적 향상에 도움이 된다. 나지완 KBSN스포츠 해설위원(38)은 “벤자민은 최고 구속뿐 아니라 평균 구속 자체가 지난해보다 시속 4km 정도 올라왔다. 시속 120km대 느린 커브도 결정구로 손색이 없다”면서 “다른 팀 제1 선발 누구든 벤자민과 맞붙게 되면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수원=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 2023-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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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디가나’는 다 계획이 있었구나… 바깥 길게 돌며 역전 레이스

    “오늘 느낌이 좋네.” 김윤섭 조교사(55)는 9일 한국마사회 수도권 경마장인 경기 과천시 렛츠런파크서울에서 제8경주(1800m)로 열린 제26회 동아일보배 대상경주(총상금 3억 원)를 앞두고 이렇게 말했다. 자신이 조련해 온 5세 국산 암말 ‘어디가나’가 12필의 출전마 중 출발대 11번째 칸에 배정됐다는 소식을 듣고 난 뒤였다. 대개는 출발대 번호가 낮을수록 안쪽에서 시작해 경주 거리가 줄어 유리하지만 김 조교사의 생각은 달랐다. 어디가나는 오히려 출발대 바깥쪽에서 잘 달릴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어디가나는 그 믿음을 저버리지 않았다. 이날 이동하 기수(29)와 호흡을 맞춘 어디가나는 1분58초4의 기록으로 디펜딩 챔피언 라온퍼스트(6세·한국)를 8마신(馬身·말의 몸 길이로 1마신은 2.4m) 차이로 여유 있게 따돌리며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우승 후보군으로 거론되지 않았던 어디가나의 깜짝 우승이었다. 어디가나의 단승식 배당률은 16.1배를 기록했다. 이날 승리로 어디가나는 통산 19개 대회에서 우승 5번, 2위 1번을 했다. 승률은 26.3%, 복승률(1위 또는 2위를 차지한 비율)을 31.6%로 끌어올렸다. 어디가나의 대상경주 우승은 2021년 12월 19일 경기도지사배(2000m) 이후 두 번째이지만 이 기수에게는 개인 첫 우승이었다. 이 기수는 지난해 어디가나를 만나면서 매해 한 자릿수를 맴돌던 승률을 두 자릿수(10.0%)로 끌어올렸다. 복승률 역시 처음 20%대(21.8%)를 기록했다. 이 기수와 어디가나의 호흡이 그만큼 잘 맞았다. 이 기수는 “어디가나의 체중은 511kg인데 실제로 타보면 470kg 정도의 말을 탄 것처럼 민첩한 느낌을 받는다. 이번 출전마 중 가장 무겁지만 살이 쪄서가 아니라 근육량이 많기 때문”이라며 “작년 11월 주행심사에서 처음 어디가나와 함께했는데 그때 1등을 하면서 ‘이 말과 함께라면 큰일을 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날 레이스에서도 이 기수는 어디가나 맞춤형 전략을 세웠다. 어디가나가 평소 안쪽에서 달리면 주변 경주마의 발에서 튀는 모래를 맞는 걸 싫어하고 기량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한다는 것을 고려해 바깥으로 길게 돌며 역전 기회를 엿보기로 했다. 이 기수는 “어디가나의 바로 안쪽 10번 출발대에 라온퍼스트가 배정되는 걸 보고 ‘얘만 안쪽에 두고 달리면 되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경주 시작부터 외곽에 자리 잡은 어디가나는 라온퍼스트를 안쪽 앞에 두고 바깥으로 따라 달리며 순위를 끌어올려 55초경 4위에 진입했다. 마지막 직선 주로를 앞둔 네 번째 코너에 들어선 1분 25초경 어디가나는 속도를 높이며 3위였던 라온퍼스트를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 1분 40초 이후엔 차이를 더 벌리며 압도적인 우승을 거뒀다. 이날 경기 후 이 기수는 “어디가나 생일이 4월 27일”이라며 “어디가나가 오늘 내게 대상경주 첫 우승을 선물해 줬으니, 조교사께 어디가나가 가장 좋아하는 사료를 물어봐서 나도 비싼 선물을 해줄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 조교사는 “2019년 목장에서 어디가나를 처음 봤는데 마체에 비해 다리가 긴 편이라 그동안 40∼50kg 정도 살을 찌우는 데 집중했다. 체격이 커지고 균형도 맞아 가면서 경쟁력 있는 경주마로 성장했다”며 “‘어디가나’라는 이름은 ‘어디에 가나 우승할 수 있는 말이 되자’는 의미를 담았다. 오늘 대회 우승을 시작으로 시리즈 어떤 대회에서든 우승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3세 이상 암말들이 출전하는 동아일보배는 최고의 암말을 가리기 위한 ‘퀸즈(Queen’s) 투어’ 시리즈의 시즌 개막전이다. 이날 동아일보배 대상경주가 열린 렛츠런파크서울에는 2만6000여 명의 관중이 몰렸다. 대상경주 매출은 약 37억 원을 기록했다.과천=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 2023-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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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과천벌 1800m 레이스, 여왕마 가린다

    제26회 동아일보배 대상경주(총상금 3억 원)가 9일 경기 과천시 렛츠런파크서울에서 제8경주로 열린다. 동아일보배는 3세 이상 암말들이 출전하는 1800m 장거리 경주로, 최고의 암말을 가리기 위한 ‘퀸즈(Queen’s)투어’ 시리즈의 시즌 개막전이다. 올해 퀸즈투어 레이스는 상·하반기 세 차례씩 1년에 6번 열리는데 동아일보배를 포함한 상반기 대회엔 국산마와 외국산마가 모두 출전해 최강의 여왕마 자리를 놓고 경쟁한다. 이번 경주엔 12필이 출전한다. 한국산 6세 암말 라온퍼스트(위 사진)가 우승 후보로 꼽힌다. 동아일보배 대상경주 디펜딩 챔피언인 라온퍼스트는 승률 52.2%, 복승률(1위 또는 2위를 차지한 비율) 56.5%를 기록 중이다. 라온퍼스트의 경쟁마로는 한국산 플랫베이브(5세·아래 사진)가 꼽힌다. 플랫베이브는 최근 6개월간 출전한 5개 대회서 우승을 세 차례, 2위를 두 차례 했다.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 2023-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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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라톤 못하겠다던 다은이가 달라졌어요… “한국新 깬다”

    “5000m 한국 기록도 깼으니까 마라톤에서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정다은(26·K-WATER)은 ‘마라톤 선수로서 이루고 싶은 목표’를 묻자 이렇게 답했다. 정다은은 지난달 19일 열린 2023 서울마라톤 겸 제93회 동아마라톤에서 2시간28분32초로 개인 최고 기록을 3분56초 앞당기며 우승했다. 그래도 김도연(30·무소속)이 2018년 같은 대회에서 세운 한국 최고 기록(2시간25분41초)과는 여전히 2분51초 차이다. 그러나 김영근 K-WATER 감독은 정다은이 이렇게 말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정다은이 원래 “저는 마라톤 못해요”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달고 다녔던 선수였기 때문이다. 정다은은 중고교 시절에는 중거리(800m, 1500m), 실업팀 입단 후에도 장거리(5000m, 1만 m)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실업 2년 차였던 2017년에는 일본 디스턴트 챌린지에서 15분36초74로 5000m 한국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문제는 K-WATER가 마라톤이 중심이라는 점이었다. 충남체육고를 졸업하고 2016년 K-WATER에 입단했던 정다은은 ‘5000m에 집중하고 싶다’며 2018년 팀을 떠나 고양시청으로 향했다. 이후 구미시청을 거쳐 올해 1월 1일 다시 K-WATER로 돌아왔다. 3일 대전 팀 훈련장에서 만난 정다은은 “‘역시 난 마라톤은 아니야’라는 생각에 대회 전부터 겁을 먹었다. 주위에서 ‘쟤가 5000m 한국 기록을 세운 선수래’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마라톤도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커졌다. ‘마라톤은 형편 없네’라는 평가를 듣지 않으려고 레이스 도중에 아프다면서 중도 포기하기도 했다”고 고백했다. 김 감독이 대회마다 목표치를 제시해도 “그건 못하겠는데요”라고 말하던 정다은이었지만 김 감독은 “너는 5000m 한국 기록을 깬 선수다. 5000m를 깼으면 1만 m도 깰 수 있고, 42.195㎞도 깰 수 있는 재능이 네 안에 있다는 뜻”이라며 자신감을 심어줬다. “선수가 자신을 못 믿는데 감독이 널 믿는 게 무슨 소용이냐”고 따끔하게 혼을 낼 때도 있었다. 그래서 이번 서울마라톤이 정다은에게 중요했다. “못하겠는데요”에서 “해볼게요”라고 마음가짐을 바꾼 뒤 맞이한 첫 번째 시험대였기 때문이다. 정다은은 올 1월부터 47일간 일본 가고시마현 도쿠노섬으로 전지훈련을 떠나 지구력 강화에 힘썼다. 정다은은 “훈련할 때는 아무 변화가 없는 것 같았는데 막상 대회에 나서니 힘들게 했던 훈련이 기록 단축에 큰 도움이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물론 김 감독은 여기서 만족하지 않는다. 김 감독은 “다은이는 까치발로 달리는 주법 때문에 무게중심이 앞으로 쏠리는 단점이 있다. 이 주법을 개선한다면 기록을 다시 한 단계 크게 단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다은도 자신감이 가득하다. 그는 “서울마라톤에서 우승했을 때도 솔직히 기쁨보다는 아쉬움이 더 컸다. 2시간27분대는 뛸 줄 알았기 때문이다. 열심히 준비했는데 경기 후반 들어서 에너지가 생각보다 많이 고갈됐다”며 “(9월 23일 막을 올리는 항저우) 아시아경기에 나가게 된다면 더 이를 악물고 뛸 거다”라고 다짐했다. 항저우 아시아경기에는 이달 말 기준 한국 랭킹 1, 2위 선수가 대표로 참가한다. 정다은은 서울마라톤 기록으로 시즌 랭킹 1위를 지키고 있다.대전=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 2023-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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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A 클리퍼스, ‘한 지붕 두 가족’ 레이커스 상대 11연승

    ‘로스앤젤레스(LA) 더비’ 승자는 이번에도 클리퍼스였다. LA 클리퍼스는 6일 미국프로농구(NBA) 안방경기에서 LA 레이커스를 125-118로 물리쳤다. 클리퍼스는 이날 승리로 레이커스 상대 11연승을 질주하면서 ‘LA 더비’ 팀 최다 연승 타이기록을 세웠다. 클리퍼스는 2020~2021시즌부터 한번도 레이커스에 패한 적이 없다. 이날 경기는 클리퍼스의 ‘안방경기’였지만 경기 장소인 크립토닷컴 아레나는 레이커스의 안방구장이기도 하다. 프로야구 두산과 LG가 서울 잠실구장을 안방으로 나눠 쓰는 것과 같은 형태다. 두 팀 라커룸은 콘크리트 바닥이 깔린 복도를 따라 21m 간격을 두고 자리 잡고 있다. 그래서 두 팀 맞대결을 ‘복도 시리즈’(Hallway Series)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리고 이 구장의 ‘진짜 주인’은 레이커스에 가까웠다. 레이커스는 이 구장이 ‘스테이플스 센터’라는 이름으로 처음 문을 연 1999~2000시즌부터 3연패를 차지하는 등 이 구장을 안방으로 쓰는 동안 총 6번 정상을 밟았다. 반면 클리퍼스는 팀 역사상 한 번도 정상을 밟지 못한 팀이다. 복도 시리즈 전적 역시 104승 65패로 레이커스가 여전히 앞서 있다. 레이커스는 클리퍼스를 상대로 16연승을 기록한 적도 있다. 그러나 현재 성적만 놓고 보면 클리퍼스가 레이커스보다 더 왕좌에 가까이 있다. 클리퍼스는 이날 승리로 서부 콘퍼런스 5위로 올라섰다. 반면 레이커스는 같은 콘퍼런스 7위를 그대로 지켰다. 콘퍼런스 6위부터는 플레이오프(PO)에 직행하지만 7~10위는 플레이인 토너먼트를 거쳐야 PO행 티켓을 따낼 수 있다. 레이커스에서 NBA에 데뷔했지만 현재는 클리퍼스 지휘봉을 잡고 있는 터란 루 감독(46)은 “나는 플레이인 토너먼트를 좋아하지 않는다”면서 “이번 승리로 플레이오프 직행 확률이 높아져 기쁘다”고 말했다. 루 감독은 2015~2016시즌 클리블랜드 감독으로 현재 레이커스 소속인 르브론 제임스(39)와 함께 우승을 경험하기도 했다. 제임스는 이날 양 팀 최다인 33점을 올렸지만 팀 패배로 빛이 바랬다. 이달 팀 내 최다인 27점을 올린 노먼 파웰(30)은 “동료 간 믿음이 커지면서 클리퍼스라는 팀만의 정체성이 굳어지고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 2023-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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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첫 홈런-슈퍼캐치… 날아오른 배지환

    배지환(24·피츠버그)이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데뷔 첫 홈런을 터뜨렸다. 수비에서도 내·외야를 넘나드는 활약을 펼치며 팀 승리를 도왔다. 5일 보스턴 방문경기에 8번 타자 2루수로 선발 출전한 배지환은 0-1로 끌려가던 2회초 2사 1루 상황에서 상대 선발 닉 피베타(30)의 3구째 시속 153km 속구를 밀어쳐 ‘그린몬스터’를 넘어가는 역전 2점 홈런으로 연결시켰다. 배지환이 때린 타구는 담장에 맞은 뒤 다시 그라운드 안에 떨어졌지만 심판진은 공이 높이 11.3m 담장을 넘어 관중석을 때린 다음 돌아온 것이라고 판단해 홈런으로 인정했다. 그러면서 배지환은 지난해 9월 24일 MLB 데뷔전 이후 14경기 만에 개인 1호 홈런 기록을 남길 수 있었다. 피츠버그가 이날 4-1로 이기면서 배지환의 홈런은 결승 홈런이 됐다. 마이너리그에서도 4년간 홈런 16개를 치는 데 그쳤던 배지환은 “딱히 홈런을 치려 한 것은 아니었다”면서도 “좌익수가 타구를 향해 달려가는 걸 봤을 때 잡히지 않을까 걱정했다. 속으로는 공이 담장을 넘어가길 바라고 있었다”고 말했다. 데릭 셸턴 피츠버그 감독은 “공이 돌아오는 바람에 배지환이 간직할 수 있게 돼 더 좋은 일 같다”며 첫 홈런을 축하했다. 배지환은 8회말 수비 때도 ‘하이라이트 필름’을 만들어 냈다. 8회말 수비 시작과 함께 중견수로 수비 위치를 옮긴 배지환은 8회말 1아웃 상황에서 라파엘 데버스(27)가 때린 총알 같은 타구를 그린몬스터에 부딪히면서 잡아냈다. 좌익수 수비를 보고 있던 브라이언 레이놀즈(28)는 “공이 담장에 맞고 나오면 백업하려고 달려갔는데 배지환이 공중에서 공을 ‘빨아들이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 2023-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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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로농구 SK, KCC 꺾고 4강 PO 진출에 1승 남겨

    SK가 프로농구(KBL) 4강 플레이오프(PO·5전 3승제) 진출에 1승 만을 남겨두게 됐다.SK는 5일 안방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22~2023시즌 KBL 6강 PO(5전 3승제) 2차전에서 KCC를 98-92로 물리쳤다. 3일 1차전에도 승리를 기록했던 SK는 이로써 2승을 선점했다. 5전 3승제로 치른 역대 22차례의 6강 PO에서 1, 2차전을 모두 승리한 팀은 전부 4강 PO에 진출했다. 이중 절반에 달하는 12번은 1, 2차전 승리 팀이 3연승으로 4강 PO에 올랐다.연장까지 가는 접전 끝 승리였다. 양 팀이 엎치락뒤치락하는 가운데 동점만 14차례가 나왔다. SK는 15점 차(60-75)로 뒤진 채 시작한 4쿼터에서 득점력을 폭발하며 KCC를 쫓았다. 시작부터 허일영(38)이 2점슛과 석점포를 연달아 꽂아넣었고, 4쿼터 종료 1분 57초를 남기고 김선형(35)이 레이업슛을 성공시키며 83-83 동점까지 따라붙었다.양 팀은 주어진 정규시간 내 승부를 내지 못하고 88-88의 점수로 연장전에 돌입했다. 92-92 동점 상황에서 허일영이 자유투 1개를 넣으며 92-93으로 앞서가기 시작했고, 연장 종료 1분 29초를 남겨둔 시점에 김선형이 석점포를 꽂아넣으며 승기를 잡았다. 종료 57초를 앞두고 SK의 외국인 선수 자밀 워니(29)가 쐐기포를 성공시킨 뒤 KCC가 득점에 실패하면서 SK의 승리가 확정됐다.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 김선형과 팀의 맏형 허일영이 42점을 합작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김선형은 22득점 11도움 더블더블 활약에 7리바운드를 더했다. 이날 경기에서 벤치 멤버로 출전한 허일영은 27분21초를 뛰며 양 팀 최다인 3점슛 5개를 포함해 20점을 책임졌다. 외국인 선수 워니도 20득점 6리바운드 5도움으로 힘을 보탰다.전희철 SK 감독(50)은 “3쿼터 15점차로 밀린 상태에서 4쿼터에 선수들의 집중력이 확 살아나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허)일영이가 베테랑답게 중요한 순간에 필요한 점수를 잘 내줬다. 3점슛 감도 정말 좋았다”고 칭찬했다.허일영은 “점수차가 벌어졌던 3쿼터에도 ‘질 것 같다’는 생각은 안 했다. 경기 들어가기 전부터 슛 감각이 좋아서 ‘오늘은 기회가 생기면 과감하게 던지자’ 다짐했었다”며 “4쿼터 들어서면서 KCC 선수들이 지친게 눈에 보였다. 자신감이 붙으면서 슛이 더 잘 들어갔던 것 같다”고 말했다. 김선형도 “일영이 형의 슛이 들어가지 않았다면 오늘 경기는 정말 힘들었을 것”이라고 칭찬했다.양 팀은 7일 KCC의 안방인 전주실내체육관으로 장소를 옮겨 3차전을 치른다.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 2023-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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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롯데는 공공의 적?… KIA-NC-삼성-한화 팬들 “최고 라이벌”

    ‘롯데는 일단 잡아라.’ 프로야구 10개 구단 팬 가운데 4개 팀 팬들이 롯데를 최고 라이벌로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프로스포츠협회에서 올 2월 2일 발간한 ‘프로스포츠 관람객 성향 조사’에 따르면 이 협회에서 14세 이상 프로야구 팬 7856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한 결과 삼성 한화 KIA NC 등 4개 팀 팬이 롯데를 ‘라이벌 1순위’로 꼽았다. 이에 대해 류지현 KBSN스포츠 해설위원은 “롯데를 라이벌로 꼽은 팀들은 지난해 중·하위권에 있었던 구단”이라며 “정규시즌 중 ‘롯데를 잡지 않으면 상위권에 갈 가능성이 없다’는 인식 때문에 롯데를 라이벌로 여기게 된 것 같다”고 풀이했다. 이종열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성민규 롯데 단장이 지난 시즌 후반부터 자유계약선수(FA) 영입을 통해 전력 보강에 힘쓰겠다고 공언했고 실제로 FA 시장에서 ‘큰손’ 노릇을 했다”면서 “이 때문에 같은 중·하위권 팀들 사이에서 롯데가 공공의 적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두 차례 롯데 감독을 지낸 양상문 SPOTV 해설위원은 “롯데의 응원 문화도 팬들 인식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며 “부산 사직구장은 팬들 함성 소리가 바깥으로 새지 않고 구장 안에서 맴돌아 크게 울린다. 상대 팀 팬들 입장에서는 부러운 마음과 함께 라이벌 의식이 생겨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롯데 팬들이 최고 라이벌로 꼽은 팀은 NC였다. 롯데 팬들은 2018년 발표 때부터 꾸준히 NC를 라이벌 1순위로 평가했지만 NC 팬들은 2021년만 해도 두산이 1순위였다. 지난해에는 두산과 롯데를 공동 1위에 놓았던 NC 팬들이 올해는 롯데를 단독 1위로 올리면서 롯데 팬들은 비로소 짝사랑(?)을 끝낼 수 있게 됐다. 이제는 오히려 롯데를 최고 라이벌이라고 생각하는 NC 팬 비율(43.1%)이 NC가 라이벌 1순위라는 롯데 팬 비율(29.4%)보다 높다. 두산과 LG 팬들도 서로를 최고 라이벌로 꼽았다. 3년 연속이다. 2020년까지 두산 팬들은 LG가 아니라 SK(현 SSG)를 최고 라이벌로 꼽았다. 2020년에는 LG(15.2%)보다 키움(19.2%)을 라이벌로 생각하는 두산 팬이 많기도 했다. 그러다 LG가 점점 순위를 끌어올리면서 두산 팬들에게도 LG가 최고 라이벌 팀이 됐다. LG 팬들은 꾸준히 두산을 최고 라이벌로 꼽았다. 지난해에는 LG팬 가운데 75%가 두산을 라이벌로 꼽기도 했다. 올해 이 비율은 47%로 줄었지만 여전히 LG 팬이 두산을 선택한 것보다 높은 비율로 특정 팀을 라이벌 1순위로 평가하는 팬덤은 없다. 거꾸로 한화는 가장 라이벌이 없는 팀이었다. 그 어떤 팀 팬도 한화를 라이벌 1순위로 꼽지 않았다. 또 한화 팬 가운데 롯데를 라이벌로 꼽은 팬이 가장 많기는 하지만 비율 자체는 6.8%밖에 되지 않았다. 한화 팬들은 10개 구단 팬 가운데 유일하게 절반 이상인 58.8%가 ‘라이벌 팀이 없다’고 답했다.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 2023-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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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팀워크로 똘똘 한국 농구에 화려한 본토 개인기 심겠다”

    “너네 나랑 약속 하나만 하자.” 2010년 광저우 아시아경기 당시 남자 농구 국가대표팀 사령탑이던 유재학 감독(60)은 첫 훈련을 앞두고 선수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베이스라인부터 자유투 라인, 하프라인, 상대 지역 자유투 라인, 베이스라인을 차례로 찍고 오는 왕복 달리기 훈련을 시키면서 ‘라인 터치를 정직하게 할 것’을 주문한 것이다. 선수들이 이를 잘 지키면 ‘훈련은 3시간만 하겠다’고 유 감독은 약속했다. 광저우 아시아경기 국가대표였던 이승준(45)은 당시 유 감독의 주문과 약속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지도자와 선수가 조금씩 신뢰를 쌓아가며 똘똘 뭉치게 된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한국은 광저우 아시아경기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8년 만에 대회 시상대에 올랐다. 지난달 6일 이승준은 유 감독의 말을 다시 한번 되새겼다. 이날 조선대 코치로 선임된 그는 ‘선수를 믿는 지도자, 선수가 신뢰하는 지도자’가 되기로 결심했다. 한국계 혼혈선수 드래프트를 거쳐 국내 프로농구에서 뛰었던 선수가 국내 프로 팀이나 대학에서 지도자 생활을 하게 된 건 이승준이 처음이다. 미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미국 대학농구와 미국프로농구(NBA) 서머리그를 경험했다. 국내 프로 리그에서 2007∼2008시즌엔 현대모비스에서 외국인 선수로, 2009년 이후로는 귀화한 혼혈선수 자격으로 삼성, 동부(현 DB), SK 등에서 뛰었다. 지난달 28일 만난 이승준은 “미국과 한국에서 모두 선수로 뛰어봤다. 한국 농구는 선수들 사이의 호흡과 전술을 중요하게 여기는 편”이라며 “이런 팀워크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미국 농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개인기를 선수들에게 가르치려고 한다”고 했다. 이승준에게 대학농구 지도자의 기회는 우연히 찾아왔다. 2015∼2016시즌 SK에서 은퇴한 그는 2017년부터 3대3 농구 국가대표로 뛰며 선수 생활을 이어갔다. 2021년 강양현 조선대 감독(41)이 3대3 농구 대표팀 사령탑을 맡았는데 이승준에게 조선대 코치 자리를 제안한 것이다. 평소 지도자가 되겠다는 생각을 진지하게 해본 적이 없던 이승준은 강 감독의 제안을 두고 고민했다. 그러다 작년 6월 아내 때문에 3대3 농구 루마니아 여자 대표팀 코치를 잠시 맡은 것이 지도자의 길에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됐고 결국 조선대 코치로 이어졌다. 이승준의 아내는 여자 프로농구 신한은행에서 뛰고 있는 김소니아(30)다. 한국인 아버지와 루마니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김소니아는 3대3 농구 루마니아 국가대표를 지냈다. 이승준은 “루마니아 대표팀 선수들을 직접 가르치면서 코치 일에 재미를 느끼게 됐다”고 했다. 1988년 창단한 조선대 농구부는 대학 리그 1부에서 하위권을 맴도는 팀이다. 1부로 승격한 2010년 이후 최고 성적은 2016년의 10위(전체 12개 팀)다. 이번 시즌에도 3일 현재 4전 전패로 경희대와 함께 최하위인 공동 11위다. 이승준은 “조선대는 여러 해 동안 성적이 좋지 않아 선수들이 움츠러든 탓에 제 실력이 나오지 않고 있는 것 같다”며 “자신감을 키워주면 조금씩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준은 NBA 시카고 감독을 지낸 필 잭슨이 쓴 책 ‘NBA 신화’를 감명 깊게 읽었다고 했다. 그는 특히 “‘지도자의 자아는 늘 선수보다 낮은 곳에 있어야 한다’는 문장이 가슴에 와닿았다”며 “어떤 순간이든 내 감정을 먼저 다스린 뒤 선수들을 대할 것”이라고 했다. 이승준의 올해 목표는 조선대가 최소한 9위 이내에 들어 한 자릿수 최종 순위표를 받아드는 것이다. 그는 “팀이 하나가 되면서 성적도 좋아지고 선수들이 농구를 즐길 수 있게 되는 선순환을 만들고 싶다”며 “성장 가능성이 있는 선수들이 언젠가 프로에도 진출할 수 있게 도와주고 싶다”고 했다.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 2023-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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