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진석

허진석 기자

동아일보 콘텐츠기획본부

구독 23

추천

안녕하세요. 허진석 기자입니다.

jameshur@donga.com

취재분야

2024-04-17~2024-05-17
신기술27%
산업23%
경제일반17%
기업10%
사회일반7%
IT7%
건강7%
국제일반2%
  • 말리 유엔군 기지 로켓포 공격당해…3명 사망, 20여명 부상

    이달 20일 호텔 인질극이 발생했던 서아프리카 말리에서 이번에는 유엔 평화유지군 기지가 무장 괴한의 로켓포 공격을 받는 사건이 벌어져 3명이 숨지고 20명이 부상했다고 AP통신 등 외신이 28일 보도했다. 사건이 발생한 곳은 한때 이슬람주의 무장조직이 점령했다가 최근 유엔군이 치안을 유지하고 있는 말리 북부의 키달 지역에 있는 유엔 평화유지군 기지다. 올리비에 살가도 말리 주둔 유엔평화유지군(MINUSMA) 대변인은 “오전 4시쯤 (무장 괴한 일당이 쏜) 로켓포 4~5발이 기지에 떨어졌다”며 “평화유지군 2명과 민간인 1명이 숨졌고 부상자 중 4명은 중태”라고 이날 밝혔다. 숨진 평화유지군 2명은 기니군 소속이며 민간인 1명은 부르키나파소 국적이라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밝혔다. 사건 발생 후 이슬람 극단주의 단체인 ‘안사르 디네’는 이번 공격이 자신들 소행이라고 주장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안사르 알딘’으로도 불리는 이 조직은 이슬람 테러조직 알카에다의 분파로 시작해 2014년부터 이슬람국가(IS)를 추종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서울의 코엑스에서 테러를 일으키겠다는 협박 글을 온라인에 올려 한국 경찰을 긴장시킨 조직이다. 유엔 안보리는 이번 공격을 ‘국제법에 따른 전쟁 범죄’로 규정했다. 안보리 15개국은 만장일치로 낸 선언문에서 “신속히 조사를 벌여 범인들을 정의의 심판대에 올려 응분의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희생자 가족에게 위로와 부상자들에게 조속한 회복을 기원하며 “ 범인들은 국제법상 전범으로 단죄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말리에서는 20일 무장 조직 알무비라툰과 연계된 괴한 2명이 수도 바마코의 래디슨블루 호텔에서 인질극을 벌여 관광객 등 20명을 숨지게 했고, 24일에는 유엔 평화유지군 차량의 이동 도중에 길에 설치된 폭발물이 터지면서 탑승했던 유엔 직원 1명이 숨지는 등 테러가 잇따르고 있다.허진석기자 jameshur@donga.com}

    • 2015-11-29
    • 좋아요
    • 코멘트
  • 아르헨 국민들 “복지보다 일자리”… 포퓰리즘 정권 끝냈다

    아르헨티나에서 12년간 계속돼 온 좌파 정권이 물러나고 우파 정권이 탄생했다. 22일(현지 시간) 치러진 대통령 선거 결선투표에서 중도 우파 성향의 야당 후보인 마우리시오 마크리 부에노스아이레스 시장(56)이 당선됐다. 근래 남미 12개 국가 중 우파 정권이 집권한 것은 콜롬비아와 파라과이에 이어 세 번째다. 야당인 ‘공화주의제안당(PRO)’의 마크리 후보는 집권 여당인 ‘승리를 위한 전선(FPV)’의 다니엘 시올리 부에노스아이레스 주지사(58)를 53% 대 43%의 득표율(개표 70% 기준)로 눌렀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시올리 주지사는 개표가 진행돼도 격차가 좁혀지지 않자 패배를 인정했다. 마크리 후보 지지자들은 시내에서 자동차 경적을 울리며 환호했다. AFP통신은 마크리의 집권에 대해 “아르헨티나 정치를 거의 70년간 지배해온 페론주의의 장악을 깨는 사건”이라고 전했다. 페론주의는 민족주의를 기반으로 과도한 복지정책을 추진한 정치 이념으로, 1940년 후안 페론 전 대통령이 처음 주창했다. 노동자 계층의 임금을 올리고 복지를 확대했다가 결국 국가의 생산성 저하를 가져왔다는 비판을 받았다. 특히 빈곤층이 많은 남미에서는 좌파 정당들이 경제 사정이 악화돼도 분배 우선 정책을 추진하면서 페론주의에는 좌파 포퓰리즘이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지금까지 아르헨티나에서는 좌우를 떠나 페론주의의 그늘을 벗어난 정치인은 드물었다. 마크리 후보의 승리는 또 12년간 이어진 좌파 부부 대통령 시대에 마침표를 찍을 것으로 예상된다. 네스토르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은 2003년 집권했고, 그의 부인인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데 키르치네르 현 대통령이 대통령에 당선돼 연임을 하고 있다. 현지 언론들은 “키르치네르주의(Kirchnerismo)’의 종말”이라고 보도했다. 페론주의를 계승했다고 자처한 키르치네르 부부는 지금까지 인권 탄압에 연루된 인사들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강조하면서 자유시장과 개방경제에 반대해 왔다. 빈곤층을 위한 복지 정책을 적극 추진했지만 자유경쟁에 의한 시장 논리는 외면해 왔다. 아르헨티나는 1976년 군사정권 집권 이후 경기가 후퇴하며 빈번하게 부도 위기를 겪었다. 특히 1990년대 말에는 미국 달러와 페소화 환율을 1 대 1로 고정시켰다가 2001년에는 국가 디폴트(채무 불이행) 사태까지 맞았다. 네스토르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 집권 이후 감세와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빈사 상태였던 경제가 살아나는 듯했지만 2010년부터 다시 급격히 기울었다. 최근엔 인플레이션이 30%까지 치솟고 빈민층이 늘었으며 외환보유액이 바닥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마크리 후보는 보호무역주의 대신 시장 개방, 성장 우선 정책을 펴겠다며 대권에 도전해 승리를 거머쥐었다. 그는 지난주 시올리 후보와의 TV 토론회에서 “10년간 20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해 지역 경제를 정상 궤도에 올려놔야 한다”고 열변을 토했다. 폐쇄적인 보호무역주의와 생계비를 국가가 보조금으로 지급하는 복지 정책에도 반대했다. 마크리 후보는 이른바 ‘금수저’ 출신이다. 이탈리아 출신 토목건축 재벌 집안에서 태어나 1980년대 중반 미국 컬럼비아대 비즈니스스쿨과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을 거쳤다. 1991년 30대 초반일 당시 갱단에 납치돼 12일 동안 갇혀 있다가 수백만 달러의 몸값을 주고 풀려나기도 했다. 1990년대 중반부터 12년간은 아르헨티나의 명문 프로축구클럽 ‘보카 주니어스’를 운영하면서 대중의 인기도 얻었다. 이를 바탕으로 2번의 도전 끝에 2007년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 시장에 당선됐고, 이후 우파 정당을 결성해 대권에 도전했다. 마크리의 승리가 확정되면 다음 달 10일 4년 임기의 대통령 자리에 오른다. 마크리의 승리는 주변국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그는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정권이 야당 인사를 탄압한다고 비난하며 메르코수르(남미공동시장)에서 축출하겠다고 밝혀 왔다. 남미공동시장 내 역학 구도도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 2015-11-2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IS추종단체, 말리서 170명 인질극

    132명의 사망자를 낳은 프랑스 파리 테러가 일어난 지 꼭 1주일 만인 20일(현지 시간) 서아프리카 말리에서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연계 세력이 170명의 민간인을 상대로 대규모 인질극을 벌이면서 지구촌이 IS 공포에 떨고 있다. IS 추종 단체로 알려진 ‘안사르 알딘’이 20일 오전 말리의 수도 바마코의 한 고급 호텔을 습격해 최대 170여 명을 붙잡고 인질극을 벌이는 사건이 발생했다고 BBC 등 외신이 전했다. 무장 괴한들은 이날 오전 7시쯤 외교 번호판 차량을 타고 5성급인 ‘래디슨블루’ 호텔을 습격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인질극은 18명의 사망자가 발생했으며, 9시간여 만에 종료된 것으로 알려졌다. 무장단체가 호텔을 습격하는 과정에서 프랑스인 1명 등 총 18명이 사망했다. BBC에 따르면 인질 170명이 붙잡혀 있다가 이 중 30여 명은 말리 특수부대와 미군 등의 공동 구출작전으로 풀려났다. 최대 13명으로 알려진 괴한들은 자동소총을 쏘며 호텔을 습격하는 과정에서 “알라후 아크바르(알라는 위대하다)”라고 외쳤다. 아랍권 위성방송 알자지라는 호텔을 습격한 단체가 IS와 연계된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안사르 알딘’이라고 보도했다. 안사르 알딘은 지난달 25일 한국의 코엑스 건물을 폭파하겠다고 협박한 단체이기도 하다. 우리 정부 당국자는 “(인질 가운데) 한국인이 있는지를 계속 파악하는 중”이라고 말했다.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 2015-11-2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괴한 10여명, 총쏘며 호텔 난입… “알라는 위대하다” 외쳐

    말리 수도 바마코의 최고급 5성 호텔을 습격한 괴한들은 이슬람 국가 건설을 주장하는 극단주의 무장단체 ‘안사르 알딘’으로 알려졌다. ‘안사르 알딘’은 ‘신앙의 수호자’로 불리는 단체로 ‘안사르 디네’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다. 이슬람 테러조직 알카에다의 분파로 시작했으나 점차 이슬람국가(IS)가 득세를 하자 2014년부터 IS를 추종하기 시작한 단체다. 지난달 코엑스 건물을 폭파하겠다고 협박해 한국에도 잘 알려져 있다. 괴한들은 20일(현지 시간) 차량을 이용해 말리 수도 바마코의 외교가에 있는 래디슨블루 호텔에 도착한 뒤 호텔 경비원들에게 총기를 난사하며 호텔에 난입했다. 이 호텔은 외교가에 있어 외교관들이 많이 묵고, 에어프랑스 직원들도 자주 이용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호텔 관계자는 “무장한 남성 약 10명이 호텔에 도착한 직후 호텔 앞 모든 경비원에게 총기를 난사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호텔 7층 복도에서도 총기를 마구 쏘아댔으며 이 과정에서 프랑스인 1명과 말리인 2명이 사망하고, 호텔 앞을 지키던 경비원 2명이 다쳤다. 사건 직후 이 호텔을 소유한 미국의 레지도호텔그룹은 “투숙객 140명과 호텔 직원 30명이 인질로 잡혀 있다”고 밝혔다. 말리 군인과 경찰은 190개 객실을 보유한 이 호텔 주변을 봉쇄한 상태에서 진입 작전을 개시했다. 헬기까지 호텔 상공을 선회하며 군경 작전을 지원했다. 이 과정에서 억류돼 있던 중국인 4명과 에어프랑스 소속 직원 12명 등 30여 명이 풀려났다. 인질로 잡혀 있던 기니의 유명 가수 세쿠바 밤비노 씨는 풀려난 뒤 “총소리를 듣고 깨어났고, 괴한들이 호텔 안으로 들어와 뭔가를 외치는 소리를 들었다”고 기자들에게 말했다. 괴한들은 인질들에게 이슬람 경전 꾸란을 암송해 보라고 하고 암송할 수 있는 인질은 풀어주기도 했다. 그러나 인도인 20명, 프랑스인, 터키항공 직원 6명 등 138명은 진입 작전이 개시된 이후에도 여전히 풀려나지 못하고 있다고 레지도호텔그룹을 인용해 BBC가 전했다. 현재 이웃 국가 차드를 방문 중인 말리의 이브라힘 부바카르 케이타 대통령은 급거 귀국길에 올랐다. 미국대사관은 곧바로 트위터에 “이 사건을 인지하고 있다”며 자국민에게 외출을 삼가 달라고 당부했다. 말리에 장기 체류하는 한국인은 20명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정부는 말리 인질 사태와 관련해 한국인이 포함돼 있는지를 확인 중이다. 바마코는 여행경보 2단계인 여행자제(황색) 지역이며 나머지 말리 전역은 3단계인 철수권고(적색) 경보가 내려져 있다. 말리 인구는 1451만여 명(2009년 기준)으로 국민의 90% 정도가 이슬람교도다. 과거 프랑스의 식민지였다가 1959년 독립했다. 말리에서는 2012년 쿠데타로 정권이 교체된 뒤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집단들이 북부 지역을 장악하며 세력을 확대했고, 이 과정에서 정부군과 충돌하며 자주 유혈 사태가 벌어졌다. 프랑스는 말리에서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이 확대하자 2013년 말리 정부군을 지원하기 위해 군대를 파견하는 등 말리에서 군사 작전을 펼쳐 왔다.허진석 jameshur@donga.com·조숭호 기자}

    • 2015-11-2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IS와의 세계대전]車에서 1차 난사뒤 접근… 여성 머리 겨눴지만 불발

    파리 연쇄 테러가 벌어졌던 13일 밤, 사건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그 위험한 순간을 어떻게 맞았을까.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사건 당일 테러가 집중됐던 파리 11구에서 살라 압데슬람으로 추정되는 테러범의 발포 장면을 담은 한 식당 폐쇄회로(CC)TV를 단독으로 공개했다. 식당 이름은 보안상의 이유로 공개되지 않았다. 영상에는 무고한 여성 손님의 바로 앞까지 다가가 격발을 하는 극악무도한 테러범의 행태가 1분여 동안 그대로 담겼다. 오후 10시 34분 9초. CCTV 화면이 이 시각으로 바뀌는 순간 갑자기 총탄이 식당으로 날아들었다. 자유롭고 평화롭던 식당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바뀌었다. 사람들은 일제히 테이블 밑으로 몸을 숨겼다. 총성이 잠깐 멈추자 지하실과 위층으로 급히 피신하는 사람도 있었다. 야외 테이블에서 식사를 하던 한 남성은 몇 초 되지 않은 짧은 사격 중지 시간을 틈타 식당 안으로 몸을 던져 피했고, 잠시 뒤에는 손에 총탄을 맞은 여성이 식당 안으로 들어와 계산대 뒤로 급히 몸을 숨겼다. 테러범은 식당 밖에서 이처럼 무고한 민간인들에게 총을 마구 쏘아 댔다. 그야말로 광란의 총격이었다. 차에서 총을 난사한 테러범은 곧 식당 앞 야외 테이블로 가까이 다가갔다. 여성 몇 명이 총소리에 놀라 테이블 밑에 웅크리고 있던 곳이다. 테러범은 중동전 무장 게릴라처럼 칼라시니코프(AK-47)로 보이는 소총을 들고 있었다. 그는 주저하지 않고 땅바닥에 웅크리고 있던 여성들을 향해 두어 차례 격발을 시도했다. 하지만 이때도 격발이 되지 않았다. 그러자 다시 차량으로 몸을 돌렸다. 그 사이 여성 2명은 황급히 일어나 자리를 피함으로써 간신히 목숨을 건졌다. 데일리메일은 이 여성들의 머리 가까이까지 총구를 대고 총을 쏘려 한 테러범은 18일 파리 외곽 생드니 검거작전에서 추가 테러 모의자로 지목된 압데슬람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영상을 보면 카메라에 잡히지 않은 식당 내부의 테이블 아래에도 웅크리고 있던 사람이 많았다. 만약 테러범의 총이 제대로 작동했다면 야외 테이블에서 여성들을 살해하고, 식당 안까지 들어와 더 많은 인명을 살상했을 가능성이 매우 커 보인다. 아찔하면서 어이없는 순간이었다. 이 신문은 총 3대의 CCTV 영상을 분석해 약 30발의 총탄이 발사됐고, 식당으로 피자를 찾으러 왔던 남성 1명은 식당 밖에서 총을 맞고 숨졌다고 전했다. 89명이 숨지는 최다의 희생자를 낸 바타클랑 극장은 이 식당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한편 데일리메일은 13일 밤 이 공연장에서 두 여성의 시신 아래에서 살아난 다섯 살배기 남자 아이가 있다는 소식도 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13일 밤 당시 피투성이인 채로 발견된 이 남자 아이는 칠레 국적의 어머니 엘사 델플라스 씨(35)와 외할머니 파트리시아 산 마르틴 씨(61)가 갑자기 총성이 울리자 본능적으로 소년의 몸을 감싼 덕분에 살아남은 것으로 보인다. 어머니와 외할머니가 온 몸으로 총탄을 막아낸 것이다.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 2015-11-2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佛경찰 “테러기획 아부 우드, 아파트 은신”… 새벽 급습

    파리 연쇄 테러를 총기획한 압델하미드 아부 우드가 숨어 있는 것으로 추정된 프랑스 파리 북부 외곽 생드니 아파트에 대한 급습 작전은 18일 오전 4시 20분(현지 시간)에 전격적으로 단행됐다. 용의자 2명이 경찰에 사살되거나 자폭했고, 7명이 체포됐다. 모두가 잠든 새벽 시간에 큰 폭발음과 함께 곧이어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자동 소총이 발사됐다. 특히 작전 시작 1시간 동안 총성이 끊임없이 울렸고 최소 7번의 큰 폭발음이 들렸다고 주민들은 전했다. 테러 용의자들이 은신했던 아파트 바로 옆집에 살았던 사브린 씨는 “새벽에 폭발 때문에 잠에서 깼는데, 곧이어 수많은 총소리가 들렸다. 거듭된 총소리에 어찌해야 할 줄을 몰라 아들과 함께 패닉 상태에 빠졌다”며 긴박했던 당시 상황을 전했다. 프랑스 경찰은 이 아파트에 파리 테러 총책인 아부 우드와 도주 중인 테러범 살라 압데슬람, 그리고 치안당국이 새롭게 존재를 확인한 9번째 용의자가 숨어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급습했다. 아부 우드는 당초 시리아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프랑스 정보기관이 IS 관련 통신들을 감청한 결과 생드니 아파트에 머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경찰은 전날 밤 폐쇄회로(CC)TV 영상을 정밀 분석해 9번째 용의자의 존재를 확인했다. 당초 범행에 사용된 차량에 용의자 2명만 탄 것으로 파악했지만 모두 3명인 것을 뒤늦게 알고 이 용의자를 뒤쫓던 중이었다. 검거 작전이 진행되는 동안 프랑스 경찰은 주민들에게 “새로운 테러가 아니다. 경찰의 작전”이라고 외치며 집 밖으로 나오지 말고 창문에서 멀리 떨어져 있으라고 권고했다. 일부 주민은 시청에 마련된 임시 대피소로 피난했다. 검거 작전이 진행되는 생드니를 향하는 지하철과 버스 등 모든 대중교통은 두절됐고, 학교는 문을 닫았다. 이날 작전은 7시간 30분가량 지난 오전 11시 40분경 마무리됐다. 테러 용의자 1명이 아파트 안에 숨어 저항하면서 오랜 시간 대치가 이어졌다. 작전 초반 여성 용의자 1명이 자살폭탄 벨트를 터뜨려 자폭했다. 나머지 남성 용의자는 경찰 저격수가 쏜 총에 맞아 숨졌다. 프랑스 군경은 아파트 안에서 3명을 체포하고, 같은 거리의 다른 아파트에 있던 집주인 등 다른 용의자 4명을 붙잡아 조사 중이다. 테러 용의자들에게 집을 빌려준 집주인은 체포되기 전 AFP통신에 “친구 중 1명이 벨기에에서 온 자신의 친구 2명에게 며칠간 아파트를 빌려 달라고 해서 빌려 줬다. 테러범인 줄은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생드니는 11·13 파리 테러 당시 공격 목표였던 경기장 ‘스타드 드 프랑스’가 있는 지역으로 무슬림 이민자들이 많이 사는 곳이다. 2005년 이민자 주도의 폭동 사건의 진원지이기도 하다. 알제리와 튀니지 모로코 등의 아프리카 출신 이민자들이 집단 거주하는 사실상의 ‘게토(격리지역)’이다. 이민자들은 약 4만 명으로 주민의 37%를 차지하고 있다. 프랑스의 이민자 통합 정책이 실패하면서 생드니의 청년 실업률은 프랑스 평균 청년 실업률의 배인 50%에 이른다. 특히 테러범이 숨어 있던 아파트가 있는 코르비용 거리는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북쪽으로 2km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18일 실시된 생드니 검거 작전에 대해 “테러리스트들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것”이라며 작전에 투입된 군경을 격려했다. 베르나르 카즈뇌브 프랑스 내무장관도 검거 작전 직후 “아부 우드가 해당 아파트에 있다는 첩보를 받고 검거 작전을 펼쳤다”고 밝혔다. 아부 우드의 소재는 확인되지 않았다. 프랑스 검찰은 ‘아부 우드가 사살됐거나 체포됐는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은 채 “누가 체포됐는지 밝히기 어렵다. 확인하는 절차가 끝나면 (체포된 사람이) 누구인지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작전이 진행되는 동안 올랑드 대통령은 엘리제궁에서 마뉘엘 발스 총리 등과 비상회의를 열고 작전을 지휘했다. 이번 작전에서 경찰은 5명이 가벼운 부상을 입고, 군견 1마리가 죽었다. 총격전 끝에 용의자 7명을 체포하고 용의자들이 숨어 있던 아파트를 찾아냄에 따라 파리 테러 관련 수사는 좀 더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컴퓨터에 저장된 디지털 기록이나 서류 등에서 핵심 단서를 확보할 가능성도 있다. 허진석 jameshur@donga.com·이설 기자}

    • 2015-11-19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옥스퍼드 사전 선정 ‘올해의 단어’, 사상 첫 ‘그림 문자’ 뽑혀

    옥스퍼드 사전이 매년 영어에서 주목할 만한 변화상을 보여주는 단어를 뽑아 선정하는 ‘올해의 단어’에 사상 처음으로 문자가 아닌 ‘그림 문자’가 뽑혔다.옥스퍼드 사전은 16일 ‘2015년의 단어’로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웃는 얼굴’을 그린 이모지(emoji)를 선정했다고 CNN머니 등 외신이 전했다. 이모지는 1990년대 일본에서 만들어진 합성어로, 그림을 뜻하는 일본어 ‘畵(e)’와 글자를 의미하는 ‘文字(moji)’의 발음에서 나왔다. 컴퓨터 자판으로만 표현하는 ‘:)’와 같은 이모티콘(emoticon)과 달리 온라인상의 실제 그림이다. 옥스퍼드 측은 지난해 이모지 문화가 급속도로 확산된 것으로 선정 이유로 밝혔다.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웃는 얼굴’은 지난해 영국과 미국에서 1000개가 넘는 전체 이모지 가운데 사용 빈도가 각각 20%와 17%를 차지했다. 전년에는 각각 4%와 9%에 불과했는데 급격히 증가한 것이다. 이모지가 표현의 미묘한 뉘앙스를 전달하고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는 수단으로 각광 받고 있다는 것이다. 캐스퍼 그래톨 옥스퍼드 사전 회장은 “전통적 문자가 21세기의 시각적 요구에 부응하기 어렵다는 점을 알 것”이라며 “이모지는 유연하고 즉각적이며 분위기를 멋지게 불어넣는다”고 밝혔다. 올해의 단어 후보에 함께 오른 단어로는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난민(refugee), 공유경제(sharing economy), 럼버섹슈얼(lumbersexual·외모와 패션에 신경 쓰는 젊은 남성), 애드 블록커(ad blocker·인터넷 광고 차단 소프트웨어), 다크 웹(dark web·특별한 소프트웨어로만 접속할 수 있는 익명 웹) 등이 있었다. 옥스퍼드 사전은 지난해에는 ‘전자담배’ 혹은 ‘전자담배를 피우다’란 뜻의 ‘Vape’를 올해의 단어로 선정했고, 2013년에는 자기 얼굴을 스스로 찍은 사진을 뜻하는 ‘Selfie’(셀피)를 뽑았다.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 2015-11-17
    • 좋아요
    • 코멘트
  • 테러 46시간만에 佛의 응징… IS 사령부-훈련소 정밀 폭격

    15일(현지 시간) 프랑스의 이슬람국가(IS)의 주요 근거지인 락까 공습은 프랑스와 연합군의 IS 대응 전략에서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프랑스는 132명의 무고한 목숨을 앗아간 IS를 응징하기 위해 처음으로 IS 내 군사시설을 공습하는 등 적극 공세로 돌아섰다. 프랑스의 항공모함 파견으로 연합군의 IS 격퇴전 판도도 바뀔 것으로 점쳐진다.○ 프랑스의 시리아 공습 중 최대 규모 프랑스 공군은 이날 오후 7시 50분 락까 공습을 단행했다. 파리에서 테러가 처음 발생한 13일 오후 9시 20분 이후 46시간 30분 만이다. 첫 번째 목표는 신병 모집소와 무기고가 함께 있는 사령부 건물이었고, 두 번째 목표물은 테러리스트 훈련 캠프였다. 군용기들이 도시 상공을 계속 선회하면서 현지 시간으로 자정 가까이까지 공습이 계속됐다고 현지 민간인 활동가들은 뉴욕타임스에 전했다. 활동가들은 “폭탄이 투하됐으며 축구장과 박물관, 의료시설에도 떨어졌다”고 밝혔다. 이날 공습으로 약 22만 명의 인구가 사는 락까에는 전기와 수도가 끊어져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요르단과 아랍에미리트(UAE)에 배치돼 있던 프랑스의 라팔과 미라주 2000 등 전투기 10대를 포함한 항공기 12대가 출동해 20발의 폭탄을 정밀 투하했다.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으로 목표물을 식별해 타격하는 합동직격탄(JDAM)이 쓰인 것으로 보인다. 이날 공습은 프랑스의 시리아 공습 중 최대 규모였을 뿐 아니라 첫 군사시설 공격이었다. 프랑스는 작년 9월 이후 연합군의 시리아 IS 공습에 참여해 왔지만 주로 석유와 가스 시설을 공습했다. IS가 유전 시설을 활용해 밀수 시장에서 군자금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뉘엘 발스 총리는 16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시리아 공습은 의도한 목표에 맞췄다. 공습은 계속될 것이며 IS는 파괴될 것”이라며 락까 공습을 계속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움직이는 전쟁기지’인 핵항모까지 동원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은 IS와의 전투를 위해 페르시아 만에 핵 항공모함 샤를드골함을 배치할 것이라고 5일 밝힌 바 있다. 파리 연쇄 테러 이후 프랑스의 IS 대응 전략이 적극적 공세로 바뀜에 따라 핵 항공모함 전단의 연합군 내 역할도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배수량이 4만2000t인 샤를드골함은 프랑스의 첫 핵항모로, 유럽 국가가 보유한 군함 가운데 가장 큰 핵항모다. 라팔 M, 쉬페르 에탕다르 등 전투기와 미국제 E-2 호크아이 조기경보기 등 40여 대의 항공기를 실을 수 있다. ○ 연합군도 가세 연합군도 IS 공습을 감행했다. 미국을 포함한 연합군은 이날 ‘내재적 결의(Inherent Resolve)’로 명명된 IS 퇴치 작전에 따라 시리아와 이라크 내의 IS 기지에 대해 18차례에 걸쳐 공습을 단행했다고 미국 국방매체가 연합군 사령부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시리아에서는 미국과 프랑스, 호주, 캐나다, 요르단, 사우디아라비아, UAE가 참여한 연합군이 전투기와 드론(무인기)을 동원해 6차례에 걸쳐 락까를 포함해 하사카, 다이르앗자우르 등을 공습했다. 이라크에서는 모술, 라마디, 신자르 등에서 폭격기와 전투기, 드론이 동원된 12차례의 공습이 이뤄졌다. 프랑스는 지금까지 미국이 이끌고 있는 ‘파이브 아이스(Five eyes)’ 정보 동맹에 참여하지 않고 있었지만 이번 공습을 계기로 IS의 교신 내용 등을 담은 이 정보도 제공받을 것으로 보인다. 파이브 아이스에 참여하고 있는 국가는 미국과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영국 등 5개국이다. 한편 벤 로즈 미 국가안보 부보좌관은 이날 ABC 등 주요 방송에 출연해 “IS를 겨냥한 공습은 지속적으로 강화할 것이지만 미 지상군을 파견하는 방안은 포함돼 있지 않다”며 “앞으로 프랑스가 대응을 주도해 나가야 한다고 본다”고 밝혔다.※ 락까 시리아 북부 락까 주의 주도로 IS의 심장부다. 인구 22만 명으로 군사령부, 각종 행정시설, 무기고, 신병모집소 등 IS의 주요 시설이 있다. 2011년 아랍의 봄 이후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과 반정부 세력인 자유시리아군이 싸우는 사이에 IS가 이곳으로 세력을 확장했다. 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워싱턴=신석호 특파원}

    • 2015-11-1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佛 2015년들어 8번째 테러… 왜 이슬람 급진세력 표적 되나

    올해 1월 풍자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 테러에 이어 13일 파리에서 129명의 사망자를 낳은 동시다발 테러가 발생하면서 프랑스가 연이어 테러 표적이 되는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테러는 미수 사건까지 합치면 올 들어 8번째다. 프랑스가 잇달아 테러의 표적이 되는 데는 내외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내부적으로는 불경기로 일자리를 잃은 이슬람교 이민자가 증가하면서 사회에 앙심을 품은 ‘외로운 늑대’가 늘고 있으며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IS가 이를 전략적으로 활용했기 때문이다. ‘톨레랑스(관용)의 나라’로 불리던 프랑스는 오랜 경기침체와 이민자 증가 속에 이슬람교도들을 온전히 포용하지 못하고 있다. 2005년 10월 말에는 파리 교외에서 북아프리카 이민자 폭동 사태가 2개월이나 지속되기도 했다. 국가와 종교를 분리하는 세속주의 원칙을 엄격하게 적용하는 프랑스 국내 정책도 이슬람 과격 세력을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올해 8월 프랑스의 한 지방법원은 이슬람교 학생을 위해 운영하던 ‘포크 프리(Pork Free·돼지고기를 넣지 않는 급식)’ 제도를 시행하지 않은 지방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프랑스는 이슬람 여성들의 전통 의복인 부르카(전신을 가리는 옷)의 공공장소 착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4년 전부터 시행 중이다. IS에 참여한 서방국가 출신 중 프랑스 국적자가 가장 많은 것도 이런 맥락과 무관치 않다. 미국 국가대테러센터(NCTC)에 따르면 올해 2월 말 기준 서방국가 출신이 3400명 정도 참여하고 있는데, 프랑스 출신이 1200명으로 가장 많고 러시아(800명) 영국(600명) 터키(400명) 등의 순이다. 프랑스가 대외적으로 이슬람 과격주의 척결에 앞장서고 있는 점도 주요 요인이다. 프랑스는 2013년 말리 정부의 요청으로 알카에다 소탕을 위한 공습을 단행했고, 이후 북아프리카 지역에서 수년째 이슬람 과격주의자들과 싸우고 있다. IS 격퇴를 위해 지난해 이라크 공습에 이어 올해 9월부터는 시리아에서 공습을 감행하고 있다. 이번 테러가 발생한 날로부터 정확히 3년 전인 2012년 11월 13일, 프랑스는 서방국가 중 처음으로 시리아 반군을 합법 정부로 인정하기도 했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5일에는 페르시아 걸프 지역에 항공모함 샤를드골함을 보내 IS와의 전투를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 2015-11-1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수지 제안 ‘4자 회동’ 11월 셋째주 열릴 듯

    미얀마 총선에서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의 과반 의석 확보가 임박하면서 평화로운 정권 이양이 전 세계적인 관심사로 떠올랐다. 백악관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2일 수지 여사에게 전화해 NLD의 승리를 축하했다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통화에서 “새 정부를 어떻게 구성하느냐가 미얀마의 평화적 정권 교체를 위한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오바마 대통령은 테인 세인 미얀마 대통령에게도 전화해 “이번 선거는 역사의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미얀마와의 협력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NLD의 의석은 과반에 임박했다. 12일 AP통신에 따르면 NLD는 하원에서 243석, 상원에서 83석 등 총 326석을 확보해 과반 의석 수인 329석에 바짝 다가섰다. 329석을 확보하면 3명의 대통령 후보 중 2명의 후보를 내세울 수 있고, NLD 단독으로 대통령을 당선시킬 수도 있다. 개표 지연과 관련된 일각의 비판에 대해 선거관리위원회는 “지체 없이 결과를 발표하겠다”며 부정 의혹이 제기된 52개 사항에 대해 신속히 조사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미얀마타임스는 테인 세인 대통령과 민 아웅 흘라잉 군 총사령관, 슈웨 만 국회의장이 수지 여사의 대화 제의에 잇달아 응해 다음 주에 4자 회동이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고 보도했다.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은 12일 군의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NLD의 다수 의석 확보를 축하하면서 공식 개표 결과가 나오면 수지 여사와 만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테인 세인 대통령도 “총선에서 앞서고 있는 것을 축하한다”며 “최종 개표 결과가 발표된 이후에 만나자”고 밝혔다. 슈웨 만 국회의장의 대변인도 페이스북을 통해 수지 여사의 편지를 받았다며 국회의장이 회동에 참석할 것이라고 답했다. 다음 주께 개표가 완료될 것으로 예상돼 4자 회동은 다음 주에나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수지 여사는 4자 회동에서 대통령 선거 출마 조건 등과 관련된 헌법 조항 개정, 군의 권력 지분 등을 협상 테이블에 올릴 것으로 관측된다. NLD는 선거에서 압승하면 6월에 실패한 개헌을 다시 추진하겠다고 밝혀 왔기 때문에 군부로부터 개헌 동의를 얻는 대신에 새 정부가 출범해도 군부에 일정 정도 권한과 역할을 부여하겠다는 제안을 할 가능성이 높다. 이 밖에 소수민족 반군과의 협상권, 미국 중국 등과의 외교정책, 소수민족 자치권 확대 여부 등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 2015-11-1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수지, ‘민주화의 꽃’ 조명 뒤로 ‘군부와 타협-소수민족 외면’ 그림자

    1988년 이후 27년간 미얀마 민주화를 위해 싸워 온 아웅산 수지 여사는 누가 뭐래도 미얀마 민주화를 이끈 최대 주인공이다. 그러나 비폭력 저항과 인권 투쟁의 상징인 수지 여사 앞의 정치적 역량에 대한 평가는 그리 호의적이지만은 않다. 2012년 이후 정치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권력욕이 강한 정치인’이라는 지적까지 받고 있기 때문이다. 미얀마 독립의 영웅인 아웅산 장군의 딸인 수지 여사는 1988년 어머니 간호를 위해 영국에서 일시 귀국했다가 민주화 시위를 목도하고 출국을 포기한 채 민주 투사의 길로 들어섰다. 그가 당시 500만 군중이 모인 민주화 집회에서 민주적인 정부 구성을 촉구한 것이 출발선이었다. 군부에 의해 1989년 처음 시작돼 3차례에 걸쳐 가택 연금을 당했다가 2010년 11월에야 풀려났다. 1999년 남편이 암으로 숨질 때도 미얀마를 출국하면 입국이 막힐 것을 우려해 임종을 지켜보지 못했다. 인도 마하트마 간디의 비폭력 저항 정신과 불교의 영향으로 평화적 저항을 주창한 그는 2011년에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그러나 2012년 국회에 입성해 정치 활동을 하면서 ‘야심에 사로잡힌 현실 정치인’이라는 평가가 나오기 시작했다. 미얀마 현행 헌법이 직계 가족 중 외국인 가족이 있는 자의 대통령 출마를 금지함에 따라 대통령 출마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아는 그가 “대통령 위에 있는 지도자가 되겠다”는 것을 공공연히 밝히는 것도 이런 평가와 무관치 않다. 비판의 큰 줄기는 수지 여사가 자신이 이끌고 있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의 정치적 입지 확대를 목적으로 군부와 협력하고 소수민족의 인권 등에는 애써 눈감고 있다는 것이다. 2012년 미얀마 인구의 90%가량을 차지하는 불교도가 이슬람교를 믿는 로힝야족과 충돌해 200여 명이 숨지고 14만 명이 넘는 난민이 발생한 사태에 대해 수지 여사는 “폭력이란 양쪽 모두로 인해 저질러진다”는 취지로 양비론을 펼쳤다. 로힝야족을 미얀마 국민으로 인정하지 않는 문제에 대해서도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수지 여사는 정부군이 다른 소수 민족인 카친족을 공격해 사상사가 발생했을 때도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군사 정권에 협력하는 듯한 이런 행보에 대해 NLD 내부에서도 젊은 당원들을 중심으로 불만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지 여사의 정치적 행보는 결국 집권과 개헌을 위한 의원 정족수 확보에 있다는 것이 외신들의 분석이다. 이번 총선에서 NLD가 과반을 넘긴 의석을 차지하는 것은 무난해 보인다. 그러나 개헌이 가능한 3분의 2 이상의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면 미얀마 정국은 개헌 논의로 시끄러워질 공산이 크다. 군부가 이미 25%의 의석을 차지하고 있어 현 여당은 8.3%의 의석만 차지해도 개헌 저지가 가능하다. 그동안 수지 여사에 대한 공개적 비판은 금기시돼 왔지만 최근 들어서는 사정이 달라졌다. 미얀마의 칼럼니스트인 우 시투 아웅 민 씨는 선거 전인 올해 8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그녀의 독재적인 정치결정 스타일로 인해) 그를 필요로 하는 많은 사람을 적으로 만들고 있다”며 “그는 전략적 사고가 부족하고, 똑똑한 정치인 축에는 들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민주화의 꽃’과 ‘야심찬 현실 정치인’이라는 평가가 엇갈리고 있는 수지 여사에 대한 평가는 집권 후 로힝야족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지가 시금석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 수지 “장미는 어떤 이름으로 불려도 장미” ▼‘대선 못나가도 실질적 대통령’ 선언… “집권땐 무슬림 로힝야족 보호”국명도 ‘버마’로 유턴 가능성… 美, 中견제 위해 협력강화 나설 듯 미얀마 총선 승리를 이끈 아웅산 수지 민주주의민족동맹(NLD) 대표(70)가 10일 영국 BBC와 첫 언론 인터뷰를 하고 대통령직에 관계없이 국정을 주도할 뜻을 분명히 했다. 외국인 배우자나 자녀를 둔 사람이 대통령에 출마할 수 없다는 헌법 때문에 자신이 내년 초 대선에 출마할 수 없어도 개의치 않겠다는 의미다.○ “단독 집권 가능” 자신감 피력 수지 여사는 이날 양곤의 자택 정원에서 진행된 퍼걸 킨 BBC 기자(54)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대선 출마를 막는 헌법이 국정 운영에 큰 장벽이 아니라고 밝혔다. 그는 셰익스피어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의 대사 ‘장미는 어떤 다른 이름으로 불려도 여전히 향기로운 존재(It‘s a name only, A rose by any other name)’를 인용하며 헌법의 대선 출마 제한 조항은 자신에게 장미가 다른 이름으로 불리는 것과 같은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사실상의 수렴청정인 이 조치가 헌법 위반 논란을 부를 수 있다는 지적에는 “이 문제에 대해 개방적 태도를 취하고 국민과 소통하면 다 잘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만모한 싱 전 총리를 내세워 2004년부터 10년간 인도를 실질적으로 통치해 온 소냐 간디 전 인도 국민회의당 대표의 예에서 보듯 수지 여사가 내년 대선에서 자신의 대리인을 NLD 후보로 내세우는 방법이 유력하다고 전망하고 있다. 군 최고사령관 출신으로 수지 여사를 오랫동안 보좌해 온 틴 우 NLD 부의장(88), NLD 최고 전략가로 꼽히는 윈 흐테인 NLD 중앙집행위원(73) 등이 후보로 꼽힌다. 수지 여사는 자신이 이슬람계 소수민족 로힝야족 문제를 도외시해 왔다는 지적에 대해 “집권하면 무슬림 공동체를 보호할 것”이라며 “이들을 탄압하고 증오하는 사람들을 법으로 다스리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편견과 증오는 쉽게 사라지지 않지만 절대다수 국민은 평화를 원한다. 증오와 공포를 자양분 삼아 살기 원하는 사람은 없다”고 덧붙였다. 수지 여사는 “NLD 단독 집권이 가능하다”고 자신했다. 하루 전 NLD 수뇌부를 통해 지지자들에게 “차분히 결과를 지켜보자. 상대편을 자극하지 말자”며 신중론을 편 것과 다르다. 이번 선거의 공정성에 대해서도 “대체적으로 공정한 선거가 치러졌다. 시대가 변했고 사람들도 달라져 과거처럼 부정선거를 자행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 군부도 25년 전과 달라 뉴욕타임스(NYT)는 수지 여사의 말대로 군부가 1990년 총선처럼 선거 결과를 무효화할 가능성은 낮다고 10일 보도했다. 군부는 상하원 의석의 25%를 할당받고 내무부와 국방부 등 핵심 부처의 장관 임명권을 쥐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사업과 투자 이권을 차지하는 방향을 모색할 것이라고 AP통신은 전했다. 그러나 수지 여사가 향후 헌법 개정과 군부 개혁에 나선다면 군부의 태도가 돌변할 가능성이 있다. 아시아에서 중국을 견제할 목적을 지닌 미국은 친(親)서방 성향인 수지 여사의 승리를 미국의 승리로 받아들이며 양국 협력을 강화할 뜻을 보이고 있다. 미얀마는 과거 중국과 친밀한 관계를 맺어 왔으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012년 11월 현직 미 대통령으로는 최초로 미얀마를 방문하는 등 최근 미국과의 관계 개선에 주력해 왔다. 오바마 대통령의 미얀마 방문 당시 20년 넘게 유지해 왔던 경제 제재를 풀어 줬던 미국이 이번 총선을 계기로 남아 있는 인권 및 무기 금수 제재를 해제할지도 관심사다. NLD가 집권하면 미얀마가 ‘버마’라는 과거 국명을 채택할 것이란 전망도 많다. 군부는 ‘8888 학살’ 1년 뒤인 1989년 버마라는 국명이 미얀마의 135개 민족 중 최대 민족인 버마족만 중시한다는 뜻으로 쓰인다며 이를 ‘미얀마연방공화국’으로 바꿨다. 반면 수지 여사와 반독재 투쟁가들은 군부가 자신들의 치부를 감추기 위해 독단으로 국명을 바꿨다며 줄곧 ‘버마’를 사용해 왔다.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하정민 dew@donga.com·이설 기자}

    • 2015-11-1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