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윤종

유윤종 전문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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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음악 분야를 전담하고 있습니다. '푸치니:토스카나의 새벽을 무대에 올린 오페라의 제왕' '클래식, 비밀과 거짓말' 등의 책을 썼습니다.

gustav@donga.com

취재분야

2025-11-05~2025-12-05
음악67%
칼럼10%
문학/출판10%
문화 일반7%
연극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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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감미로운 바이올린 선율로… ‘퀸엘리자베스’ 녹일 K클래식

    세계 최고 권위의 음악 경연으로 꼽히는 벨기에 퀸엘리자베스 콩쿠르가 올해 바이올린 부문으로 6일 개막했다. 본선 진출자 69명 중 한국인이 7명으로 대부분 국내외 유명 콩쿠르에서 상위 입상을 했거나 활발히 연주 활동을 펼치고 있어 2015년 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에 이은 이 부문 두 번째 우승의 기대를 높이고 있다. 최종 결선 결과는 현지 시간 6월 1일 밤 12시 무렵(한국 시간 2일 아침) 발표된다. 국가별 본선 진출자 수는 미국 13명, 중국 9명, 한국 7명, 일본·프랑스 각 6명 순이다. 한국인 본선 진출자 중 최송하(24)는 2022년 이 콩쿠르 첼로 부문 우승자인 언니 최하영(26)의 동생이어서 2년 차이를 둔 자매 입상 가능성도 점쳐진다. 베를린 한스아이슬러 음대에 재학 중이며 2018년 베를린 국제 콩쿠르 현악 부문 최우수상, 지난해 몬트리올 국제 콩쿠르 2위와 청중상을 수상했다. 올해 2월 서울 마포문화재단 신춘음악회에서 KBS교향악단과 모차르트 바이올린 협주곡 4번을 협연했다. 김은채(27·한스아이슬러 음대)는 2022년 카를 닐센 국제콩쿠르 3위에 이어 2023년 명문 콩쿠르인 칼 플레시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에서 1위를 차지해 눈에 띈다. 김하람(26·커티스 음악원)은 지난해 하얼빈 콩쿠르 3위, 파가니니 콩쿠르 6위에 올랐다. 양에스더(24·줄리아드 음악원)는 지난해 이자이 콩쿠르 3위에 올랐다. 오해림(25·커티스 음악원)은 2022년 뉴잉글랜드 음악원 협주곡 콩쿠르에서 우승했다. 현악4중주단 ‘아레테 콰르텟’ 멤버로 알려진 유다윤(23·한스아이슬러 음대)은 지난해 롱티보크레스팽 콩쿠르 2위에 올랐다. 임아나(27·런던 왕립음악원)는 올해 아르스 클라시카 콩쿠르와 마이클 힐 콩쿠르에서 우승했다. 올해 심사위원은 16명이며 한국인으로는 바이올리니스트 강동석(서울스프링페스티벌 예술감독)과 이경선(인디애나 음대 교수)이 참여한다. 강동석은 1976년 퀸엘리자베스 콩쿠르 3위에 입상하며 이 대회 최초의 한국인 입상자가 됐고 2015, 2019년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이경선은 1993년 이 콩쿠르 결선에 올랐다. 강동석은 2009, 2018년 LG와 함께하는 서울국제음악콩쿠르 심사위원장, 이경선은 2015년 같은 콩쿠르 심사위원을 지냈다. 올해 콩쿠르에서는 6∼11일 열리는 본선을 통과한 24명이 준결선(13∼18일)에 진출하며 최종 12명이 5월 27일부터 6월 1일까지 보자르 아트센터에서 벨기에 국립 오케스트라 협연으로 결선 연주를 펼친다. 우승자는 경연 마지막 날인 6월 1일 밤 12시 무렵 발표되며 벨기에 왕가가 수여하는 2만5000유로(약 3600만 원)의 상금을 받는다. 콩쿠르 전 과정은 퀸엘리자베스 콩쿠르 홈페이지에서 실시간 중계된다. 퀸엘리자베스 콩쿠르 역대 한국인 입상자로는 바이올린 부문 임지영, 첼로 부문 최하영, 성악 부문 홍혜란(2011년) 황수미(2014년) 김태한(2023년), 작곡 부문 조은화(2008년) 전민재(2009년)가 있다. 바이올린 부문은 임지영·강동석 외 1985년 배익환이 2위, 2009년 김수연이 4위에 입상했다. 주벨기에 한국문화원은 퀸엘리자베스 콩쿠르 조직위원회와 2015년부터 업무협약을 맺고 한국인 연주자들의 참가를 지원하고 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4-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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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아노 전설 빈자리, 名교육-연주로 채울게요”

    피아니스트 한지호(32·사진)가 미국 인디애나대 음대 교수로 임용됐다. 인디애나대는 이 대학 교수로 재직해온 명피아니스트 메나헴 프레슬러(1923∼2023)가 지난해 타계한 뒤 피아노과 신임 교수를 물색해 왔다. 인디애나대 음대는 줄리아드 음악원, 커티스 음악원, 뉴잉글랜드 음악원 등과 함께 미국을 대표하는 명문으로 꼽힌다. “프레슬러 선생님의 빈자리에 가게 된 셈이니까 큰 영광이죠. 어릴 때부터 그분의 팬임을 자처할 정도로 좋아했기 때문에 서거하신 후 인디애나대 홈페이지를 살펴보다가 공고를 보고 부랴부랴 지원했어요.” 2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한지호는 “어떤 피아니스트들이 몇 명이나 지원했는지는 전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프레슬러는 전 세계 피아노 3중주단의 대명사였던 ‘보자르 트리오’의 피아니스트로 85세까지 활약했다. 한지호는 “프레슬러 선생님처럼 실내악 활동도 많이 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인디애나대 음대에는 바이올리니스트 이경선(전 서울대 교수)이 지난해부터 교수로 재직 중이다. 한지호는 “이 선생님을 물론 잘 알지만 뵐 기회가 없었다. 함께 화음을 맞출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한지호는 독일 에센폴크방 음대에서 학사를 취득한 뒤 하노버국립음대 석사와 최고연주자과정을 졸업했다. 2014년 피아노 부문으로 열린 ‘LG와 함께하는 서울국제음악콩쿠르’에서 우승했고, 같은 해 독일 ARD 콩쿠르에서 1위 없는 2위와 청중상, 현대음악 특별상을 받았다. “제가 일찍 독일에 와서 한국에서 연주할 기회가 많지 않았어요. 서울국제음악콩쿠르 우승으로 고국에서 많은 연주 기회가 열리게 됐죠. 정말 감사한 대회였습니다.” 독일을 중심으로 유럽과 한국 무대에서 활동해온 그는 4월 17일 서울 예술의전당 교향악축제에서 김성진 지휘 김천시립교향악단과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협주곡 2번을 협연했다. “라흐마니노프가 개인적인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해서 굉장히 좋아하는 작품이에요. 청중이 매우 따뜻했고 집중해 주시는 분위기여서 만족스러운 무대였습니다.” 그는 6월 20일 금호아트홀 연세 ‘아름다운 목요일’ 무대에 바이올리니스트 김재영과 함께 선다. 하반기에는 이탈리아 팔레르모에서 바이올린을 위한 편곡 작품들을 연주하고, 내년 1월에는 프랑스에서 탄생 100주년을 맞는 프랑스 작곡가 피에르 불레즈(1925∼2016)의 작품들로 리사이틀을 할 예정이다. 그는 “유럽에서 예정된 활동이 많아 독일 에센에 있는 집도 처분하지 않고 놔뒀다. 미국 유럽 한국 등 세 곳을 분주히 다니며 교육과 연주에 힘을 쏟을 생각”이라고 말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4-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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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애플뮤직 클래시컬, K연주자 협업 늘릴 것”

    “한국 클래식 음악 시장은 세계에서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애플뮤직 클래시컬의 세계적 성공에 한국 유명 연주가들의 역할이 컸습니다.” 올리버 슈서 애플뮤직 부사장(사진)은 올 1월 24일 서비스가 시작된 클래시컬 한국 서비스의 성과를 묻자 이렇게 답했다. 독일 베를린에 있는 그를 24일 줌으로 인터뷰했다. ―애플뮤직 클래시컬은 지난해 3월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한국에선 올 1월에 서비스가 시작됐습니다. 기다림이 길었다는 얘기도 있었는데요. “애플뮤직 클래시컬은 지금까지 녹음된 클래식 음악에 대한 5000만 개 이상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합니다. 클래식 팬들은 특정 연주가, 특정 연주 버전 등 다양하게 검색을 하는데 이걸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였죠. 하지만 여러 언어로 표시하는 데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한국 출시 이후 3개월의 성과를 평가하신다면…? “애플리케이션(앱) 다운로드 수와 스트리밍 수 모두 당초 전망을 넘어섰고 팬들과 아티스트들이 전해 오는 반응도 기대 이상입니다.” (구체적 수치를 묻는 질문에 슈서 부사장은 ‘국가별 숫자를 밝히기보다는 서비스에 대해 얘기하고 싶다’고 답했다.) ―피아니스트 손열음, 임윤찬, 조성진과 작곡가 정재일 등이 협력 아티스트로 활동 중입니다. 피아니스트 비중이 높은 편인데 협력 아티스트들을 늘려나갈 계획인지요? “아직 시작 단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다양한 분야의 연주가들과 협력하고 있으며 한국에서도 여러 영역의 연주가들과 협력을 늘려 갈 계획입니다. 서울 예술의전당, 롯데콘서트홀, 통영국제음악제 등 기관과도 협력하고 있는데 이런 쪽으로도 협력을 확대할 예정입니다.” ―애플뮤직 클래시컬의 특징 중 하나가 협력 아티스트들이 선정한 플레이리스트입니다. 자신들의 연주뿐 아니라 자신들이 영향을 받거나 중요하게 생각하는 연주들을 소개하는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지요. “애플뮤직 클래시컬은 아티스트의 연주뿐 아니라 그들의 생각까지 음악 팬들과 공유하는 것을 중시합니다. 이것은 저희 DNA의 핵심이며 팬들도 정말 좋아하는 부분입니다.” ―애플뮤직은 공간 음향 기능을 제공하는데 애플 외의 기기에서는 기능이 제한되는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애플뮤직의 공간음향은 (브랜드 상관없이) 모든 스마트폰과 이어폰, 헤드폰에서 체험할 수 있습니다. 누구나 좌우 두 방향을 넘어 공간으로 확대되는 음향을 즐길 수 있습니다.” ―기존 애플뮤직 앱에서 제공되던 다운로드 기능이나, 스마트TV 등 인텔리전스 기기로의 캐스팅 기능은 애플뮤직 클래시컬 앱에선 찾을 수 없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얼마간 시간이 필요합니다. 애플뮤직 클래시컬의 기능을 계속 추가하고 있습니다.” 한국 문화와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팬이라고 밝힌 슈서 부사장은 “새로운 녹음은 음악 산업의 심장과 같기에 전담 팀에서 새로운 레코딩을 지원하고 있다”며 “한국 음악 팬의 풍부한 지식과 열정은 한국 음악시장을 앞으로 더욱 주목받게 만들 것”이라고 전망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4-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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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기훈이 심사위원 울린 그 노래… 오페라 ‘죽음의 도시’ 국내 초연

    2021년 6월 영국 카디프 콩쿠르 결선. 심사위원 로버타 알렉산더(소프라노)가 이 콩쿠르에서 우승을 차지한 한국인 바리톤 김기훈의 노래를 듣던 중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이내 그가 눈물을 닦는 모습은 TV로 고스란히 중계됐고, 많은 이들이 이 장면을 지켜봤다. 당시 김기훈이 부른 노래는 에리히 볼프강 코른골트(1897∼1957)의 오페라 ‘죽음의 도시’에 나오는 아리아 ‘나의 갈망, 나의 망상이여’였다. 이 곡은 2023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우승을 차지한 바리톤 김태한이 당시 결선에서 부른 네 곡 중 하나이기도 하다. 국립오페라단이 20세기 초 작곡계 신동 코른골트가 스물세 살 때 작곡한 오페라 ‘죽음의 도시’를 국내 처음으로 무대에 올린다. 5월 23∼26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죽음의 도시’는 벨기에의 고도(古都) 브루게를 무대로 죽은 아내를 그리워하는 남자의 환상적인 얘기를 그려낸다. 주인공 파울은 죽은 아내와 닮은 무용수 마리에타를 집으로 초대한다. 꿈과 현실이 혼동되는 가운데 파울은 마리에타의 목을 조르고, 정신을 차린 그는 아무 일도 없었던 듯 정돈된 방을 보고는 도시를 떠나기로 마음먹는다. 코른골트는 20세기 초 작곡가 말러,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푸치니의 응원과 도움을 한 몸에 받은 음악계의 기린아였다. 유대인이었던 그는 나치의 그림자가 유럽에 짙게 드리워지자 미국으로 이주했고 할리우드 영화음악의 기초를 정립했으며 ‘로빈후드의 모험’ 등 영화음악으로 오스카상을 두 번 수상했다. 22일 서울 예술의전당 N스튜디오에서 열린 ‘죽음의 도시’ 프로덕션 미팅에서 이 작품 연출을 맡은 스위스 연출가 줄리앙 샤바스는 “현실과 꿈, 환각 사이의 대화를 시적으로 표현하고자 한다. 원작과 달리 산업화된 도시의 거친 모습을 무대에 표현할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 지휘자 로타르 쾨니히스는 “다양하고 풍성한 색깔을 느낄 수 있는 낭만적 오페라다. 푸치니의 오페라를 좋아한다면 이 작품도 좋아하게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파울 역은 테너 로베르토 사카와 이정환이, 죽은 아내 마리와 그를 닮은 무용수 마리에타를 동시에 연기하는 여주인공 역은 소프라노 레이철 니컬스와 오미선이 노래한다. 사카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와 바그너 오페라에서 ‘눈부시게 밝고 자연스러우면서 영웅적 색깔을 가진 테너’라는 호평을 받았다. 니컬스도 영국 로열 오페라 등을 중심으로 바그너 오페라에서 호평을 받아왔다. 사카는 2020년 벨기에 라모네 극장에서, 니컬스는 2022년 러프버러 페스티벌에서 ‘죽음의 도시’에 출연한 바 있다.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와 국립합창단, CBS소년소녀합창단이 출연한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4-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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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윤종의 클래식感]“카네기홀에 어떻게 가죠?” “연습, 연습, 연습”

    26일 올해 서울 예술의전당 교향악축제 스물한 번째 순서로 열린 홍석원 지휘 광주시립교향악단 콘서트에서는 옛 소련 작곡가 쇼스타코비치의 피아노협주곡 2번이 첫 곡으로 연주됐다. 3악장에서 피아니스트 신창용의 두 손이 음계를 따라 빠르게 낮은음과 높은음을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웃음이 피식 새어 나왔다. 쇼스타코비치는 ‘하농’이란 이름으로 알려진 샤를 루이 아농(1819∼1900)의 ‘거장 피아니스트의 60가지 연습곡집’을 여기서 풍자했다. 아농의 연습곡집은 손가락 힘을 기르기에 그만이라고 평가된다. 작곡가 라흐마니노프는 “아농 연습곡집이 20세기 초 러시아 음악원들의 의무 평가곡이었기에 러시아가 걸출한 피아니스트들을 낳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곡은 왼손과 오른손이 같은 음계로 단조롭게 오르내리기 때문에 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고역이다. 피아니스트 손열음이 올해 애플뮤직 ‘클래시컬 세션’에서 공개한 연주에는 아농의 ‘그레그와의 당나귀 론도’와 체르니의 ‘로드 변주곡’이 있다. 손열음은 “어렸을 때 재미없게 친 연습곡들의 작곡가이지만 연습곡뿐 아니라 아름다운 곡도 많다”고 전했다. 드뷔시의 피아노곡집 ‘어린이 차지’ 첫 곡 제목은 ‘그라두스 아드 파르나숨 박사’다. 아농 연습곡집을 연상시킬 정도로 단조롭게 오가는 음계가 특징이다. ‘그라두스 아드 파르나숨’은 이탈리아 작곡가 클레멘티의 연습곡으로 ‘예술의 신 아폴로와 뮤즈들에게 바쳐진 파르나소스 봉우리로 오르는 발걸음’을 뜻한다. 피아노 연습에 매여 지겨워하는 어린 피아니스트의 모습이 이 곡에서 그려진다. “하루 연습을 빼먹으면 나 자신이 알고, 이틀 연습을 안 하면 비평가들이 알고, 사흘 안 하면 세상이 다 안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을 처음 한 사람에 대해서는 바이올리니스트 하이페츠, 피아니스트 파데레프스키 등 여러 설이 있지만 연주가라면 누구나 이 말을 금언처럼 외우고 있다. 대연주가에게 ‘카네기홀로 어떻게 가죠’라고 묻자 “연습, 연습, 연습”이라고 답했다는 얘기도 있다. 역시 누가 한 말인지는 엇갈리지만 연주가의 길을 걷는 이들에게 이처럼 연습은 의무이자 벗어나기 힘든 운명이다. 대첼리스트를 넘어 첼로라는 악기의 위상을 한 단계 올려놓은 첼리스트 파블로 카살스(1876∼1973)는 젊었을 때 산을 오르다가 굴러떨어지는 돌에 왼손을 맞았다. ‘이제 연주를 못 하면 어떡하지?’라는 생각보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이제는 연습에서 벗어나겠죠’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고 훗날 회상했다. 그런 카살스는 95세 때에도 매일 세 시간씩 연습했다. 한 기자가 “지금도 그렇게 매일 연습하시는 이유가 무엇입니까?”라고 묻자 그는 “연습하면 실력이 느는 걸 느끼고 있기 때문이죠”라고 답했다. 최근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음반사 데카에서 내놓은 쇼팽 연습곡집이 음반전문지 그래머폰의 ‘이달의 녹음’으로 선정되는 등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쇼팽 연습곡집 Op. 10과 Op. 25는 피아니스트가 마주치는 여러 기술적 도전에 응할 수 있도록 작곡되었을 뿐 아니라 한 곡 한 곡이 예술적으로도 독자적인 세계를 창조하도록 설계됐다. 임윤찬은 지난달 손에 무리가 생겼다며 영국 런던 위그모어홀 리사이틀 등 몇몇 연주를 취소했다. 쇼팽 연습곡집 발매를 맞아 가진 줌 화상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1, 2주를 쉬니 손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무리하면 안 되기 때문에 조절하면서 연습하고 있다”고 말했다. 산속에 들어가서 피아노만 치고 싶다고 했던 그의 열정이 자칫 손의 무리로 이어지지 않기를 바란다. 안락의자에 파묻힌 마음 편한 감상자들은 대부분 연주자의 내면과 예술성에 대해서부터 얘기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수만 시간을 쌓아 올린 연주자의 땀과 고독한 연습이 있다. 유명 연주자뿐 아니라 그 길을 향해 묵묵히 걷는 수많은 연주자와 그 지망생들에게 응원을 보내는 것도 음악 팬들에게 꼭 필요한 역할일 것이다. 아폴로 신과 아홉 명 뮤즈가 기다리고 있는 파르나소스 봉우리에 그 연주가들 모두가 오르지는 못할 것이다. 그래도 그 과정부터가 아름다운 것이라고, 격려의 박수를 보내는 우리가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4-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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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여성 운동, SF 작가… 규범 너머 시대 앞선 엄마와 딸

    갓 태어난 딸의 이름을 어머니와 같은 ‘메리’로 지을 때는 200여 년 뒤 이런 책이 나올 것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 책은 영국과 유럽 사회의 변혁을 온몸으로 헤치며 지성사와 사회에 큰 영향을 끼친 모녀의 이중(二重) 전기다. 딸은 SF 문학의 효시 ‘프랑켄슈타인’의 저자 메리 셸리(1797∼1851), 그를 낳고 열흘 만에 세상을 떠난 어머니는 ‘여성의 권리 옹호’를 쓴 계몽주의 사상가이자 ‘페미니즘의 어머니’로 불리는 메리 울스턴크래프트(1759∼1797)다. 미국 영문학자인 저자는 두 사람의 생애를 각각 20개의 장(章)으로 나누어 차례로 교차시킨다. 모녀 모두 유년기는 평탄하지 않았다. 어머니 메리의 아버지는 폭력적이었고 딸 메리는 의붓어머니의 견제와 차별을 감당해야 했다. 두 여성 모두 도버 해협 건너에서 새로운 삶을 찾아 나갔다. 어머니 메리는 프랑스 혁명 직후의 살벌한 파리에 외국인 여성의 몸으로 뛰어들었다. 딸 메리는 의붓여동생까지 데리고 유부남인 시인 퍼시 셸리와 사랑의 도피를 감행했다. 어머니 메리의 대표작 ‘여성의 권리 옹호’는 33세 때인 1792년에 출간돼 돌풍을 일으켰다. 이 책에서 그는 “매력만으로 여성이 평가받도록 훈련받아선 안 된다. 남녀 모두 더 높은 열망을 지녀야 한다”고 설파했다. 그는 남녀가 평등할 때만 진정한 사랑이 가능하다고 믿었고 철학자 고드윈과 평등한 가정을 구축했다. 메리 셸리가 메리 울스턴크래프트의 계승자인지는 오랜 논쟁거리였다. 오랫동안 딸 메리는 ‘어머니의 가치보다 사교계에서의 입지나 신경 쓴 인물’로 치부됐다. 저자의 최대 관심은 ‘그 어머니에 그 딸’의 정당한 위치를 찾아주는 것이다. 특히 메리 셸리가 어머니에 대해 쓴 글에 주목한다. 딸은 어머니에 대해 “그는 억압받는 사람들의 삶에 따르는 슬픔을 경험했으므로 이러한 슬픔을 덜어주려는 간절한 열망이 마음속에 불타올랐다”고 평가했다. 나아가 저자는 ‘프랑켄슈타인’에 숨은 어머니에 대한 갈망을 찾아낸다. 메리 셸리는 이 소설의 배경을 ‘7월 31일에 월요일이 돌아오는 해의 12월에서 9월까지’로 설정했다. 어머니 메리가 그를 임신하고 출산한 뒤 사망한 1796년 12월∼1797년 9월과 일치한다. 저자는 어머니 메리가 스스로를 부른 별명 ‘무법자(outlaw)’가 모녀 모두에 해당한다고 말한다. “두 사람은 세상을 변화시킬 책을 썼을 뿐 아니라 속박을 거듭해서 깨뜨렸고 규범에 도전했다. 그들은 자신의 운명을 결정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고, 아직도 끝나지 않은 혁명의 문을 열었다.” 당대 지식계의 총아였던 두 여성의 배우자뿐 아니라 시인 콜리지, 워즈워스, 키츠, ‘프랑켄슈타인’ 착상 현장에 함께했던 바이런, 미국 정치가 겸 정치철학자 존 애덤스 등 당대 지성의 별들이 함께하는 일화들이 책장을 넘기는 즐거움을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원제 ‘낭만적 무법자들(Romantic Outlaws·2015년)’.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4-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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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선 “베를린 필 특유의 소리, 연습부터 벅찬 감동”

    “연습에 들어간 뒤부터 베를린 필이 가진 특유의 소리에 벅찬 감동을 받았습니다. 단원들 사이의 호흡이 정말 잘 맞는 점이 특히 흥미로웠어요.” 지휘자 김은선(44·샌프란시스코 오페라 음악감독)이 세계 최고 명문 악단으로 꼽히는 독일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정기연주회를 지휘했다. 한국인으로서는 정명훈 이후 두 번째다. 그는 18∼20일(현지 시간) 베를린 필을 지휘해 쇤베르크의 ‘기대(Erwartung)’와 라흐마니노프의 교향곡 3번을 연주했다. 독일 일간지 타게스슈피겔은 “김은선은 과감한 프로그램을 지휘해 기억에 남는 저녁을 남겼다”고 평했다. 김은선은 동아일보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무대로 들어가고 나갈 때는 음악에 몰두해서 객석의 반응을 잘 느끼지 못했다. 그런데 악장 사이마다 박수가 나오더라”며 “일반적인 콘서트 관습과는 다르지만 저와 오케스트라는 ‘관객들이 연주를 매우 좋아하고 있구나’라는 뜻으로 받아들여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쇤베르크의 ‘기대’에는 기대와 다른 일도 일어났다. 오케스트라와 소프라노 독창이 함께하는 이 곡을 미국 소프라노 태머라 윌슨이 협연할 예정이었는데 공연 일주일 전에 개인 사정으로 협연을 취소해 리투아니아 소프라노 아우스리네 스툰디테가 급히 무대에 올랐다. “재작년에 이 곡을 오페라 형식으로 공연하신 분이죠. 낮은 알토 음역에서 소프라노의 극고음까지 쏟아내야 하는 역할인데 예전에 연주한 곡이기도 하지만 짧은 기간에 너무 훌륭하게 해냈어요.” 타게스슈피겔은 두 사람의 호흡에 대해 “여성의 힘이 승리했다. … 화상을 입을 정도의 에너지를 발산했다”고 평했다. 라흐마니노프의 교향곡 3번은 김은선의 특기곡 중 하나다. 올 2월 김은선이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지휘해 이 곡을 연주했을 때는 뉴욕타임스가 ‘악보를 자유롭게 해석해 꿈과 같은 연주를 펼쳤다’고 평했다. 이번 콘서트에서는 20세기 초 작품 중에서도 낭만성이 강한 교향곡과 당시 급진적으로 받아들여졌던 쇤베르크의 곡을 함께 무대에 올린 셈이다. “쇤베르크는 올해 탄생 150주년이고 ‘기대’는 올해 초연 100주년이죠. 같은 시대에 낭만주의를 끝까지 구현한 사람과 그걸 파괴하고 나아가려 한 사람을 함께 보여주는 데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다행히 좋은 프로그램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김은선은 사흘간의 공연 과정이 줄곧 기대 이상의 체험이었다고 말했다. “지휘자로서 원하는 방향을 전달했을 때 각 파트의 수석들이 제 의도를 살려 자기들끼리 커뮤니케이션을 펼쳐 나가는 점이 정말로 멋졌죠. 지휘자로서는 굉장히 편한 일이거든요. 사흘 동안 같은 프로그램을 연주하면서 뒤로 갈수록 단원 각자의 역량을 더 마음껏 뿜어내는 점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음악감독으로 재직 중인 샌프란시스코 오페라에서의 향후 계획을 묻자 그는 “1년에 한 번씩 바그너의 오페라를 무대에 올린다. 올해는 10월에 ‘트리스탄과 이졸데’를 공연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 초연 200주년을 맞아 기념 콘서트도 열 계획이라고 소개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4-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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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승원, 말코 콩쿠르 우승… 24개 교향악단 지휘 특전

    지휘자 이승원(34)이 20일(현지 시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폐막한 2024 말코 국제 지휘 콩쿠르에서 우승했다. 3년마다 열리는 말코 국제 지휘 콩쿠르는 덴마크 라디오 교향악단이 창단 지휘자인 니콜라이 말코를 기념해 1965년 창립한 대회다. 이승원은 말코 콩쿠르 홈페이지를 통해 “1차 예선에서 하프시코드(피아노의 전신) 반주가 포함된 버전으로 하이든의 교향곡 ‘열정’을 연주했는데 심사위원들과 오케스트라가 그 아이디어를 이해해줘 감사했다. 덴마크 국립 교향악단과 일주일 내내 함께한 것은 환상적인 경험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번 우승으로 이승원은 상금 2만 유로(약 3000만 원)를 받았으며 수상에 따른 특전으로 24곳의 오케스트라를 지휘하게 된다. 3년간 덴마크 국립 교향악단 상임지휘자인 파비오 루이시의 특별 지도도 받는다. 이승원은 독일 베를린 한스아이슬러 국립음대 최고연주자과정을 비올라 전공으로 졸업했으며 2009∼2017년 현악4중주단 노부스 콰르텟 비올라 연주자로 활동했다. 함부르크음대 대학원 지휘과를 졸업한 뒤 라이프치히음악원 교수를 거쳐 미국 신시내티 심포니 오케스트라 수석 부지휘자로 활동하고 있다. 2018년 루마니아 부쿠레슈티 BMI 국제 지휘 콩쿠르에서 우승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4-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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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윤찬의 ‘쇼팽 에튀드’… “지금까지 듣지 못한 ‘노래’ 흘러나와”

    피아니스트 임윤찬(20)의 쇼팽 연습곡(에튀드)집이 19일 발매됐다. 영국 명문 음반사 데카에서의 데뷔 앨범이자 그의 첫 스튜디오 녹음이다. Op.10과 Op.25의 두 곡집은 피아니스트의 기교를 최대한 발휘하도록 설계된 동시에 24곡 각각이 독자적인 조형미를 추구해 낭만주의 피아노곡집의 정수로 꼽힌다. 임윤찬은 이중 ‘이별의 곡’으로 알려진 Op.10-3을 올 2월 싱글 음원으로 미리 공개한 바 있다.앨범에서 가장 먼저 귀를 붙드는 부분은 당겨 잡은 템포다. 대부분의 트랙에서 오늘날의 다른 연주자들보다도, 호로비츠, 소프로니츠키, 코르토 등 지난 시대 대가들보다도 빠른 편이다. 이 템포 설정이 예사롭지 않다.멜로디 라인(선율선) 뿐 아니라 왼손의 베이스나 중간 음역을 비롯한 수많은 성부에서 지금까지 듣지 못했던 ‘노래’들이 흘러나온다. 여러 곡이 진행될수록 빠르게 당겨 잡은 템포 대부분이 이 여러 노래들의 자연스러운 연결에 효과적이라는 사실이 느껴진다. 각각의 악절(프레이즈)이 긴 호흡으로 다가오고, 끊어졌던 안쪽 성부들이 눈에 잡힐 듯한 모습으로 이어진다.20일 앨범 발매 기념 화상 간담회에서 기자는 “쇼팽이 Op. 10의 연습곡집을 쓸 때와 비슷한 나이인데 동년배로서의 공감을 가졌는지”를 물었다. 임윤찬은 “특별히 생각하지 않았다”고 했다. 질문이 틀렸었다. 20대 초반 둘의 만남이 아니라 ‘애늙은이’ 쇼팽을 ‘애늙은이’ 임윤찬이 만난 것이었다. 대신 임윤찬은 “24곡의 성격을 다 다르게 나누고, 그 한 곡의 심장이 어디 있는지 파악하는 게 더 중요했다”고 덧붙였다. 그가 이 곡들을 24개의 정서적 드라마로 인식했음을 보여준다.인상 깊은 부분은 일부만 추려도 많다. Op. 10-2나 10-5에서는 기술적인 매끈함과 탐미적인 음량 배분, 또렷이 들리는 안쪽 성부들의 노래가 돋보인다. ‘혁명’ 연습곡으로 불리는 Op.10-12는 왼손의 극적인 기복을 계속 바꾸는데 그 호흡의 폭이 유장해 압도적인 격정을 자아낸다. Op 25-10의 거대한 강약대비도 색다른 울림을 준다.이번 앨범 발매에 대해 그는 “10년 동안 속에 있었던 용암을 밖으로 토해낸 느낌”이라고 했다. 20세기 피아니스트 블라디미르 소프로니츠키가 ‘위대한 예술은 일곱 겹 갑옷을 입은 용암과 같다’고 한 말을 오마주한 것이다. 임윤찬은 코르토, 프리드먼 같은 이전 시대 쇼팽 연습곡집의 대가들을 연급하며 “이들처럼 근본 있는 음악가가 되고 싶었다”고 고백했다. “근본 있는 음악가는 귀로 듣고 머리로 생각할 시간이 없이 그냥 심장을 강타하는 음악가라고 생각합니다.” 소프로니츠키 등 이전 대가의 연주를 직접 오마주하거나 인용한 부분은 찾기 힘들었다. 예외는 Op.25의 9번이다. 왼손의 강박(强拍)을 악보와 다르게 겹쳐 치며 강세를 준 부분은 이그나츠 프리드먼의 앨범에서 영향을 직접 받았다고 그는 전했다.임윤찬은 이 앨범으로 영국 유명 음반전문지 ‘그라머폰’이 뽑은 5월 ‘이달의 선택’에 올랐다. 그라머폰은 “그의 쇼팽은 유연하고 깃털처럼 가벼우며, 디테일 뿐 아니라 구조적 감각도 매력적이다. 젊음의 활력을 발산한다”고 소개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4-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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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가족’에 꽂히다

    국내 대표 실내악 축제인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SSF)가 ‘올 인 더 패밀리(All in the Family)’란 주제로 펼쳐진다. 올해로 19회를 맞은 SSF는 23일 서울 세종체임버홀에서 열리는 개막공연 ‘클래시컬 패밀리’를 시작으로 5월 5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열리는 폐막공연 ‘비극의 피날레’까지 가족을 여러 각도로 해석한 공연이 14회에 걸쳐 열린다. 축제엔 국내외 연주가 60명이 참여한다. 15일 서울 종로구 윤보선 고택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강동석 SSF 예술감독(바이올리니스트)은 “가족에는 친족뿐 아니라 음악적인 가족들도 있다. 예를 들어 현악4중주단은 진짜 가족보다 더 많이 시간을 보내는데 이 또한 다른 의미의 가족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같은 민족적 배경을 가진 작곡가들, 시대를 앞선 작곡가들, 비슷한 개인사를 가진 작곡가들, 같은 악기들의 앙상블 등 다양한 ‘패밀리’를 주제로 삼았다”고 밝혔다. 26일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열리는 ‘비극의 패밀리’ 콘서트에서는 역사적으로 같은 뿌리를 갖고 있으면서도 오늘날 적이 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작곡가들을 조감한다. 이 축제의 ‘시그니처’로 윤보선 고택에서 열리는 고택음악회는 27일 열린다. ‘기념일’을 주제로 올해가 탄생 또는 서거 기념 해인 푸치니, 포레, 스메타나 등의 작품을 연주한다. 30일 ‘몰토 에스프레시보!’라는 제목으로 연주하는 에스프레시보 피아노 콰르텟에도 눈길이 간다. 실내악의 대가인 바이올리니스트 제이미 라레도는 아내인 첼리스트 샤론 로빈슨, 피아니스트 조지프 칼리히슈타인과 ‘KLR 3중주단’으로 45년 동안 활동하다 칼리히슈타인이 세상을 떠나자 피아니스트 안나 폴론스키, 비올리스트 밀레나 파야로판 더 스타트와 새 4중주단 에스프레시보 콰르텟을 꾸려 오랜 팬들의 환호를 받았다. 한국에서는 이번이 첫 연주다. 5월 1일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열리는 ‘뮤지컬 패밀리’는 가족처럼 호흡을 맞춰온 현악4중주단 노부스 콰르텟 등이 무대에 오른다. 5월 3일 같은 곳에서 열리는 ‘나보다 나은 반쪽’에는 비올리스트 이화윤과 첼리스트 조영창 등 부부 음악가들이 출연한다. 5월 4일 가족음악회 ‘유머레스크’에는 코믹 듀오 ‘이구데스만 앤드 주’로 유명한 피아니스트 주형기의 주도로 빵빵 터지는 음악 속의 유머가 펼쳐진다. 2017년부터 이 축제에 함께한 피아니스트 박상욱은 기자간담회에서 “솔리스트들은 혼자 외롭게 싸우는 존재들인데 뜻이 맞는 사람들이 모여 실내악을 만들 때 굉장한 쾌감이 있다”고 말했다. 2020년부터 SSF에 출연한 바이올리니스트 대니 구는 “실내악에는 사우나에서 땀을 빼듯 ‘클렌징’하는 느낌이 있다. ‘그렇지, 이게 음악을 하는 이유였지’라고 느낀다”고 전했다. 강동석 예술감독은 “솔로는 자기 것만 연습하면 되지만 실내악은 다른 사람과 유연하게 적응해야 한다. 실내악을 못 하는 음악가는 좋은 음악가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4-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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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복 입은 비올레타, 경성 모던보이를 만나다

    베르디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의 히로인 비올레타가 한복을 입고 찾아온다. 서울시오페라단은 25∼28일 세계 오페라 역사상 최고 흥행작 중 하나인 ‘라 트라비아타’를 ‘라 트라비아타·춘희’라는 제목으로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에 올린다. 춘희(椿姬)는 1948년 이 오페라의 국내 초연 후 두 세대 넘게 익숙하게 불려온 이름이자 원작소설 제목인 ‘동백꽃 여인’을 뜻한다. 이번 공연에서는 시대 배경을 20세기 초 경성(서울)으로 옮겼다. 여주인공 ‘비올레타’는 기생으로 위장해 국권 회복을 위한 자금을 모으는 강인한 여성으로 그려진다. 그의 연인 알프레도는 유학을 마치고 온 양복 차림의 젊은이로, 알프레도의 아버지 제르몽은 유교적 가치관이 확고한 ‘사대부’로 표현된다. 독일을 중심으로 활동 중인 이래이 연출가가 연출을 맡고 프랑스 희곡 전문가인 조만수 충북대 교수가 드라마투르크(극의 조언을 하는 전문가)로 참여한다. 16일 오후 세종문화회관 아티스트라운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 겸 제작발표회에서 박혜진 서울시오페라단장은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을 통해 경성 배경의 ‘라 트라비아타’를 떠올렸다. 서양식 가옥과 전통 가옥의 만남, 양장과 한복의 만남 등 외래 문화와 전통 문화가 서로 엇갈리고 만나는 시대를 느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래이 연출가는 “라 트라비아타가 탄생할 당시 유럽의 상황을 20세기 초 경성을 배경으로 한 격동에 대입하자는 박 단장의 제안에 매력을 느껴 흔쾌히 동의했다. 비올레타가 본디 지녔던 가치와 알프레도를 만나면서 알게 된 개인적 자유의 가치 사이에서 벌어지는 갈등을 잘 표현하겠다”고 밝혔다. 여주인공 비올레타 역으로 소프라노 이혜정 이지현, 그의 연인 알프레도 역에는 테너 정호윤 손지훈, 알프레도의 아버지 제르몽 역에는 바리톤 유동직 김기훈 등 유럽을 중심으로 활발히 활동 중인 성악진이 출연한다. 이지현과 손지훈은 이번 공연에서 처음 한국 오페라 무대에 오른다. 여자경이 지휘하고 코리아쿱오케스트라와 마에스타오페라합창단이 출연한다. 5만∼17만 원.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4-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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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영민, ‘교향곡 거장’ 브루크너 본고장서 지휘

    지휘자 박영민(59·추계예술대 교수)이 19세기 교향곡 거장 안톤 브루크너(1824∼1896)의 교향곡을 그의 탄생 200주년을 맞아 오스트리아 린츠의 브루크너하우스에서 지휘한다. 브루크너는 19세기 말 세계 음악의 중심으로 불린 오스트리아에서 독일 출신의 브람스와 함께 교향곡의 전통을 쌓아 올린 작곡가다. 60세 때 초연된 교향곡 7번에 이르러서야 음악계의 인정을 받았다. 후배 작곡가로 그와 교유한 구스타프 말러도 교향곡의 장대한 규모와 건축적인 구성에서 브루크너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브루크너의 교향곡 4번 ‘낭만적(Romantische)’은 50세 때 작곡한 작품이며 그의 중기 교향곡 중 가장 널리 연주된다. 박영민은 11월 29일 브루크너하우스의 메인홀인 브루크너홀에서 헝가리 솔노크 오케스트라를 지휘한다. 메인 연주곡은 브루크너 중기의 대표작인 교향곡 4번 ‘낭만적’이다. 앞서 25일에는 솔노크 콘서트홀, 28일에는 부다페스트의 리스트 아카데미홀에서 솔노크 오케스트라와 같은 곡을 연주할 예정이다. 브루크너하우스는 린츠 근교 마을 안스펠덴에서 태어난 브루크너를 기념하기 위해 브루크너 탄생 150주년인 1974년에 문을 열었다. 매년 가을 브루크너 페스티벌이 열리는 등 브루크너 연구와 연주의 중심으로 자리 잡고 있다. 1470석 규모의 브루크너홀은 탁월한 음향으로 유명하다. 박영민은 “브루크너의 성지인 브루크너하우스에서 그의 가장 사랑받는 교향곡 중 하나인 교향곡 4번을 지휘하게 된 데 특별한 의미를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유럽과 일본으로 활동 영역을 넓혀 왔다. 올 2월 25일에는 불가리아의 소피아 필하모닉홀에서 소피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정기연주회를 지휘했고, 5월 9∼11일 일본 후쿠야마에서 열리는 후쿠야마 국제음악제에서 콘서트 5회를 지휘한다. 내년 5월 7일에는 스위스를 대표하는 콘서트홀인 취리히 톤할레에서 독일 만하임 체임버 오케스트라를 지휘해 모차르트 ‘신포니아 콘체르탄테’ K 364와 베토벤 교향곡 7번을 연주할 예정이다. 박영민은 “2018년 가족들이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를 중심으로 활동하게 됐는데 그 직후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중부 유럽에서 오래 시간을 보냈다. 유럽의 음악 중심지에서 음악 관계자들을 소개받으면서 여러 지휘 기회가 열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한국 클래식 음악의 수준이 크게 향상됐지만 지리적 한계 때문에 일부 정상급 솔리스트를 제외하면 결국 교육 시장으로 소화되는 수밖에 없어 아쉬움을 느껴왔다. 국내 무대에서 경험을 쌓은 연주자들이 이제는 세계 무대로 눈을 돌려야 한다”고 말했다. 박영민은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에서 지휘자 미하엘 길렌을 사사했으며 1996년 모차르테움 국제재단의 파움가르트너 메달을 수상했다. 원주시립교향악단 초대 상임지휘자와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를 지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4-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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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탄생부터 죽음까지… 삶은 ‘호르몬’과 함께 흐른다

    엄청난 노력과 인내 끝에 다이어트에 성공했는데 요요 현상이 와서 수포로 돌아갔다. 한 번이 아니라 여러 차례였다. 나는 의지 부족인가. 그렇지 않다. 뇌의 시상하부에 입력된 ‘설정된 체중값’이 호르몬을 통해 식욕을 조절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망하기엔 이르다. 네덜란드의 내분비 전문의인 저자는 엄청난 ‘특종’을 내놓지 않는다. 자신의 전문 분야인 장내 미생물의 역할과 생후 2년 이전의 ‘소(小)사춘기’를 유독 강조하지만 처음 들어보는 얘기는 적다. 좋은 소식은, 이 책이 호르몬의 광범위한 영향력을 삶의 각 단계에 맞춰 풍성하게 정리해 준다는 점이다. 호르몬의 역할은 생명의 성립 직후부터다. 수정 후 첫 2개월 동안 남자 태아에게서는 항뮐러관호르몬이 분비돼 여성의 생식기가 될 구조들을 없앤다. 여자 아기는 출생 이후에 이 호르몬이 분비돼 사춘기 이전에 난자가 성숙하는 일을 막는다. 이 호르몬 수치가 높은 어린이는 자폐스펙트럼 장애를 가질 확률이 높다. 임신 중 식욕이 높아지거나 이상한 음식에 손이 가는 여성은 남자아이를 임신했을 확률이 높다.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남자는 아이가 생기고 아이와 시간을 보내면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낮아진다. 공격성이 줄어들고 온화해지는 것이다. 몸무게에서 2kg 남짓을 차지하는 장내 미생물은 다양한 호르몬의 생산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이미 ‘나의 일부’다. 중추신경계를 통해 호르몬 생산과 뇌 기능에 영향을 미친다. 미생물과 우리 뇌가 서로 소통하는 것이다. 역사에서 끄집어낸 일화들도 책의 흥미를 높여 준다. 영국의 메리 1세는 임신하지 않았는데 젖이 나왔고 젊은 나이에 시력을 해쳤다. 저자는 이를 뇌하수체의 종양 때문으로 추정한다. 호르몬 분비의 이상 때문에 메리 1세는 자식을 갖지 못했고 튜더 왕조는 종말을 고했다. 나이 들면 호르몬 분비가 감소하며 건강에 여러 영향을 미친다. 폐경 증후군으로 힘들어하는 여성에게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은 단기간에 증상을 완화시킨다. 테스토스테론이 줄어 컨디션 난조를 겪는 남성도 테스토스테론 투여가 도움을 준다. 호르몬은 청춘을 되찾아주는 만병통치약일까. 에스트로겐을 장기간 투여받은 여성은 암과 심혈관 질병 발병 확률이 높아진다. 남성에게서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낮아지면 몸에 더 많은 에너지원을 저장할 수 있고 무모함이 줄어 장기적으로 생존에 도움을 준다. 인체의 호르몬 피드백 시스템이 건물의 온도조절장치처럼 각 시기의 신체에 적합한 호르몬 수치를 계속 조정해 주는 것이다. 요요 현상으로 다이어트를 포기하고 싶은 사람에게도 희망은 있다. 단기적 해결에 집착하지 않고 올바른 식습관을 유지하면 식욕 호르몬 수치도 변화한다. 저자는 ‘호르몬 투여가 만능 해결책’이라는 유사과학을 불식시키는 게 이 책의 주요한 목적이라고 밝힌다. “인간은 호르몬의 노예가 아니며, 신체와 정신이 환경과 상호작용하는 결과가 바로 우리”라는 결론이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4-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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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윤종의 클래식感]싹터 오르는 생동… 봄에 듣고 싶은 음악들

    서양 언어에서 봄을 나타내는 단어들은 스프링(영어) 프랭탕(프랑스어) 프륄링(독일어) 등이다. 예외 없이 약동하는 듯한, 신선한 느낌을 준다. 반면 동양 언어의 ‘봄’ ‘춘(春)’은 조는 듯한, 꿈꾸는 듯한 정적인 이미지로 다가온다. 고(故) 이어령의 글에 나오는 얘기다. 거의 반세기 전에 읽은 이야기이니 인용이 정확하지는 않을 것이다. 슈만의 교향곡 1번은 제목이 ‘봄의 교향곡’이다. 슈만은 당대 최고 인기 피아니스트였던 클라라와 결혼한 다음 해 이 곡을 완성했다. 신부 아버지의 맹렬한 반대를 극복한 슈만과 클라라의 사랑은 음악사를 넘어 인류사에서 가장 많이 회자되는 사랑 중 하나가 되었고, 젊은 작곡가는 겨울을 넘겨 맞이한 인생의 봄을 이 교향곡에 담았다. 영어 스프링(Spring)은 ‘용수철’을 뜻하는 단어이기도 하다. 마지막 4악장에서는 시작하자마자 6초 남짓한 동안 현악부의 선율이 세 옥타브나 솟아오른다. 놀라운 탄성계수다. 동양의 ‘봄’ ‘春’이 마냥 수동적이고 정적인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 단어들은 고요하게 싹터 오르는 거룩함과 상서로움, 서기(瑞氣)를 담고 있다. 슈만의 교향곡 1번이 ‘프륄링’이라면, 그가 1번 교향곡을 마치고 바로 써나간 교향곡 4번은 ‘거룩한 봄’으로 다가온다. 긴 고난이 지나고 지평선 끝에 따뜻한 빛이 쏟아지는 느낌이랄까. 박태준의 가곡 ‘동무생각’이 묘사한 ‘봄의 교향악’의 느낌은 이 곡에 더 가깝다고 할 만하다. 봄은 젊음의 계절이고, 젊음은 아름답지만 때로는 아픔도 동반한다. 18세기가 저물어갈 무렵 전 유럽의 젊은이들을 강타한 슬픔의 이야기가 있었다. 괴테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다. 한 세기 뒤 프랑스 작곡가 쥘 마스네가 이 비극을 오페라 ‘베르테르’로 만들었다. 베르테르는 고대 켈트족의 시인으로 알려진 오시안의 시를 읽으며 이룰 수 없는 사랑에 탄식한다. 아리아 ‘왜 나를 깨우는가, 봄의 산들바람이여’에서 그렇게 훅 하고 쳐들어오는 청춘의 격동을 맛볼 수 있다. 이탈리아 작곡가 토스티의 가곡 ‘4월’도 대기에 향훈이 넘치는 사랑의 계절을 노래한다. “그대 느끼지 못하나요, 대기 속에 봄이 퍼뜨리는 향기를?/그대 마음속에 느끼지 못하나요, 새로이 속삭이는 종달새의 노래를?/4월이에요! 사랑의 계절이죠!” 토스티는 영국 왕실의 성악 교사로 작곡 인생의 황금기를 보냈다. 그 시기에 그의 고국 이탈리아에서 근대 오페라의 찬란한 역사를 펼쳐나간 인물이 토스티의 열두 살 아래 벗으로 올해 서거 100주년을 맞은 푸치니다. 오페라 ‘나비부인’은 미군에게 속아 가짜 결혼을 한 게이샤가 결국 목숨을 끊는 비극적 사랑을 담고 있다. 두 시간에 달하는 오페라 전체의 배경이 꽃이 아름답게 피어난 동아시아의 봄을 그려낸다. 첫날밤의 설렘과 환희가 펼쳐지는 1막부터 기다림과 배신이 이어지는 마지막 장면까지 그렇다. 항구가 내려다보이는 집에서 여주인공은 이렇게 노래한다. “어떤 갠 날, 보일 거야/먼 수평선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배가 나타나./하얀 배인데 항구로 들어오면서 고동을 울릴 거야./보여? 그이가 온 거야!/복잡한 시가지로부터 작은 점처럼, 한 남자가 언덕을 걸어 올라와./누굴까? 뭐라고 말할까?/먼 데서 부르겠지. “나비!” 나는 대답하지 않고 숨어 기다릴 거야./놀라게 하려고, 또 조금은, 내가 죽을 것 같아서.” 이 노래의 팬 중에는 소설가 겸 사회비평가 조지 버나드 쇼도 있었다. 지인이 찾아오면 축음기로 이 노래를 들려주며 눈을 감은 채 감탄의 신음소리를 뱉기도 했다고 전해진다. 푸치니의 시대에 거대한 교향곡의 기념비를 쌓아올렸던 오스트리아 작곡가 구스타프 말러는 심장병을 얻은 뒤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교향곡을 계획하다가 독일어로 번역된 한시(漢詩)를 바탕으로 교향곡인지 가곡집인지 장르가 모호한 곡 ‘대지의 노래’를 완성했다. 마지막 악장 ‘송별’의 끝부분은 이렇다. “나는 고향을 찾아간다. 더 이상 낯선 곳에서 헤매지 않으리. 내 마음은 고요하며 때를 기다린다. 사랑하는 대지에 봄이 오면 어디나 꽃이 피어나고 새로운 초록이 펼쳐지리. 그리고 먼 곳엔 푸른빛이! 영원히, 영원히….”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4-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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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스텍 교수 된 금난새 “예술 감성 보태 글로벌 도약”

    “포항공대(포스텍)가 국내 손꼽히는 대학을 넘어 세계적인 학교가 되기 위해서는 예술적 감성을 보태야 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주어진 역할을 열심히 할 생각입니다.” 지휘자 금난새(77·성남시립예술단 예술총감독·금난새 뮤직센터 음악감독)가 3월 1일 포스텍 특임교수로 임명됐다. 금 지휘자는 “포스텍 캠퍼스에 2021년 건립된 스타트업 육성 공간 ‘체인지업 그라운드’를 중심으로 콘서트와 세미나, 마스터클래스, 특강 등을 열며 포스텍의 인문예술적 환경 제고에 이바지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금 지휘자의 포스텍 특임교수 영입에는 지난해 9월 부임한 김성근 총장의 예술에 대한 관심이 계기가 됐다. “김 총장이 하버드대 재학 시절 여름마다 자동차로 두 시간 거리인 탱글우드 음악축제를 관람하는 등 열정적인 음악 팬이었어요. 포스텍 재학생들이 세계에 나가 창의력 있는 교양인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캠퍼스에서 문화와 예술을 폭넓게 만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제게 얘기했습니다.” 그는 지난해 12월 김 총장이 금난새 뮤직센터(GMC)에 찾아와 특임교수직을 제안했다고 말했다. 1월 9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트리클럽에서 자신이 로스앤젤레스 체임버 오케스트라를 지휘해 열린 신년음악회에 김 총장이 세계가전전시회(CES)에 참관 중이던 포스텍 교수진 및 학생들과 함께 참석하기도 했다고 그는 전했다. “활동 계획을 현재 수립 중으로 우선 매년 두 차례의 오케스트라 콘서트를 열 예정입니다. 캠퍼스를 넘어 포항 시민들의 문화적 갈증 해소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내년에는 관현악 교육을 실시하는 ‘오케스트라 아카데미’를 실시하고 앞으로 해외 유명 연주가가 내한할 때 포스텍에서 마스터클래스를 진행하는 등의 아이디어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금 지휘자는 “미래에 세계를 무대로 활동할 과학 영재들에게 포스텍에서의 예술적 체험이 큰 자산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4-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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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韓최초 메트 오페라 카운터테너… “예수 탄생 서사로 첫 무대 올라”

    어린 시절에는 바이올린을 연주했다. 변성기가 지나도 노래할 때 ‘그냥’ 고음이 나온 덕분에 카운터테너로 미국 뉴욕 매니스음대에 입학했다. 군 복무 중 TV 예능 프로그램 육군특집에 출연해 ‘육군 파리넬리’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2016년 국립오페라단의 비발디 ‘오를란도 핀토 파초’에 출연해 용맹한 기사 ‘그리포네’ 역으로 바로크 오페라 팬들의 뇌리에 각인됐다. 2017년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이하 메트) 소속 가수가 됐다. 국내 최초이자 유일의 메트 소속 카운터테너인 정시만(41·사진)이 처음으로 메트 무대에 선다. 23일 개막해 5월 17일까지 7회 공연하는 현대 작곡가 존 애덤스의 오페라 ‘엘 니뇨’에 출연해 뉴욕 오페라 팬들을 만날 예정이다. 남자로서 여성들의 높음 음역대를 노래하는 카운터테너에겐 대체로 ‘훈련을 통해’라는 단서가 붙는다. 지난달 30일 전화로 만난 정시만은 “그런 단서와 다르게 제 경우엔 특별한 훈련 없이도 고음이 나왔다”며 평범한 남성의 목소리로 웃음을 지었다. “메트 소속 가수들이 처음 흔히 그렇듯이 커버(공식 캐스팅된 가수들이 출연 못 할 경우를 대비해 준비하는 성악가)로 활동해 왔죠. 갑자기 무대에 올라 스타가 되는 경우도 있는데, 팬데믹 기간 극장이 오래 문을 닫기도 해서 그런 기회가 오지 않았네요. 기대보다는 늦게 무대에 서게 됐습니다.” 2000년 프랑스 파리에서 초연된 ‘엘 니뇨’는 예수 탄생과 동방박사의 방문을 그린 종교적 오페라다. 정시만은 “애덤스가 요구하는 음악이 까다롭지만 여섯 명의 출연자가 철저히 준비를 해 와서 연습에는 어려움이 없다”고 말했다. “엘 니뇨라면 태평양의 기온이 높아지면서 일어나는 기상 이상을 흔히 생각하지만 그 어원은 ‘아기’ 즉 아기 예수를 뜻하는 스페인어입니다. 이 오페라는 수시로 박자가 변화하며 멜로디도 바로크 오페라 스타일과는 완전히 다르지만 남다른 힘과 감동이 전해지는 작품입니다.” 전통적인 오페라처럼 가수마다 배역이 정해진 게 아니라 여섯 명의 출연자가 상황에 따라 다양한 역할을 맡는 작품이라고 그는 소개했다. 이번 공연은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2022년 밴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우승할 때 지휘를 맡았던 여성 지휘자 마린 올솝이 지휘한다. 정시만은 “굉장히 따뜻한 분이다. 곡 해석에 따라 리허설 분위기가 굉장히 심각할 수도 있는데 그런 부분까지도 기분 좋게 이끌어 간다”고 말했다. “한국 성악가들을 비롯한 음악가들의 활동이 있었기에 제가 메트 무대에 서는 길이 한결 편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한국 카운터테너로서 처음 메트에 서게 된 것이 뒤에 오는 후배 카운터테너들에게도 더 수월한 길이 열리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4-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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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8세 메켈레, 133년 美시카고심포니 지휘

    1996년생인 핀란드 지휘자 클라우스 메켈레(28)가 게오르그 솔티, 다니엘 바렌보임 등 거장들이 이끌어온 133년 전통의 미국 명문 시카고 심포니 오케스트라(CSO)의 차기 음악감독으로 선임됐다. 시카고 트리뷴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CSO는 2일(현지 시간) 보도자료를 내고 이사회의 만장일치 결정으로 메켈레를 차기 음악감독으로 내정했다고 밝혔다. 메켈레는 전임 리카르도 무티(83)의 뒤를 이어 2027년부터 133년 CSO 역사상 최연소 음악감독에 등극한다. 임기는 5년이다. 지휘 역사상 전설적 지휘자인 아르투로 토스카니니가 19세에 베르디 ‘아이다’를 지휘했고 신동 음악가 출신 로린 마젤이 11세 때 NBC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객원 지휘한 기록이 있지만 제2차 세계대전 이후 20대 나이로 명문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이나 수석지휘자를 맡는 것은 이례적인 일로 꼽힌다. 최근 클래식 음악계에서 독보적인 행보를 보여온 메켈레는 2027년부터 CSO와 함께 유럽 최정상급 교향악단으로 꼽히는 네덜란드 로열 콘세르트허바우 오케스트라(RCO) 음악감독 직도 맡게 된다. 이로써 유럽과 북미의 대표적 명문 악단을 이끌게 된 것. CSO는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 뉴욕 필하모니 등과 함께 미국을 대표하는 명문 악단으로 꼽히며 프리츠 라이너 등 역대 거장급 음악감독 아래 명성을 쌓아 왔다. CSO를 맡게 된 데 대해 메켈레는 “이 오케스트라는 과거와 똑같은 강렬한 연주를 들려주기 때문에 매력을 느껴 제안에 응했다”고 밝혔다. 메켈레는 1996년 헬싱키에서 첼리스트 아버지와 피아니스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젊은 지휘자를 육성하기로 이름난 시벨리우스 음악원에서 첼로와 지휘를 전공했으며, 이 음악원이 배출한 지휘자 중에서도 가장 젊은 나이에 커리어를 열어간 ‘신동’으로 꼽힌다. 그는 2018년 22세의 나이로 노르웨이 오슬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수석지휘자(2020년 임기 시작)에, 2019년에는 프랑스 파리 오케스트라 음악감독(2022년 임기 시작)에 임명됐다. 2022년에는 당시 134년의 역사를 지녔던 로열 콘세르트허바우 오케스트라의 차기 수석지휘자로 지명됐고 임기가 시작되는 2027년까지 ‘예술적 파트너’ 직함으로 로열 콘세트르허바우를 지휘하고 있다. 그의 오슬로 필하모닉과 파리 오케스트라 직책은 시카고 심포니와 로열 콘세르트허바우 임기가 시작되는 2027년 종료될 예정이다. 한편 메켈레는 지난해 10월 오슬로 필하모닉을 이끌고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첫 내한공연을 가졌다. 그는 지난해 중국 피아니스트 유자 왕(37)과 연인 관계임이 알려졌지만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서로 관계를 끊으면서 결별 사실이 밝혀졌다. 이번 주 메켈레가 지휘하는 CSO 콘서트의 협연자도 유자 왕에서 첼리스트 솔 가베타로 대체됐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4-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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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 악기 그 연주 그대로… 베토벤 시대로의 초대

    “우리는 21세기 음악가이고 듣는 사람은 21세기 청중이다. 두 세기가 지나면서 우리가 듣는 것은 훨씬 풍성해졌다. 하지만 우리가 잃은 것도 있지 않을까? 그것은 베토벤 당시에 이 음악이 얼마나 획기적이고 선구적이었는지 느낄 수 있는 능력이다. 우리는 당시의 악기와 연주법을 사용함으로써 당대 청중이 느꼈을 놀라움과 당혹감, 황홀감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비올라 더호흐·나레시오 콰르텟 첼로 주자) 베토벤의 현악4중주를 베토벤 당시의 악기와 연주법으로 듣는다. 네덜란드의 역사주의 현악4중주단 나레시오 콰르텟이 5일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내한 공연을 연다. 베토벤이 29세 때 쓴 현악4중주 1번 F장조와 26년 뒤인 1825년에 쓴 13번 B플랫장조 등 그의 전기와 후기 4중주 한 곡씩을 연주한다. 역사주의 연주란 ‘악기의 구조와 음색, 악보를 실제 연주로 표현하는 방법은 시대에 따라 변화해왔으므로 작곡가가 생전 염두에 두었던 악기와 연주법을 되살려 연주해야 한다’는 흐름 또는 방법론을 뜻한다. 시대악기 연주, 고음악 연주, 정격 연주 등 여러 용어로 표현된다. 솔로나 오케스트라, 교회음악의 역사주의 연주는 들을 기회가 많아졌지만, 고전주의 현악4중주를 역사주의 연주로 듣는 것은 유럽에서도 흔치 않은 기회다. 바이올린 등의 현악기는 제작된 지 4세기가 넘어도 명품으로 취급되는 만큼 과거의 모습을 그대로 갖고 있을 것으로 상상하기 쉽지만 19세기 낭만주의 시대에 강력한 표현이 강조되면서 옛 거트현(동물의 창자를 말려 꼰 현)은 금속 현으로 대체됐고, 악기의 ‘목’은 더 길어졌으며 옛 명품 악기 대부분도 개조를 겪었다. 나레시오 콰르텟은 물론 베토벤 시대와 같은 구조를 지닌 악기를 사용한다. 2009년 창단된 나레시오 콰르텟은 창단 이후 베토벤의 현악4중주를 집중적으로 탐구해왔다. ‘나레시오(Narratio)’는 ‘수사학(修辭學)’이라는 뜻. 서울대 관현악과 교수로 재직 중인 요하너스 레이르타우어르(제1바이올린)를 비롯해 프랑크 폴만(제2바이올린), 도로테아 포겔(비올라), 비올라 더호흐(첼로)로 구성됐다. 네 사람 모두 유럽 역사주의 연주계에서 오케스트라나 실내악 단원으로 활동해온 베테랑이다. 이 4중주단의 첼리스트이자 이론가 역할을 맡고 있는 더호흐는 이번 연주에 사용될 19세기의 음악적 표현 기법에 대해 다음과 같은 설명을 공개했다. ● 템포(빠르기): 여러 템포를 실험한 결과 전체적으로 일정한 빠르기를 유지해야 한다는 규칙을 버리고, 19세기의 표현 기법으로 실제 연주에서 냈을 유연한 빠르기를 구현했다. ● 비브라토(떠는 소리): 베토벤의 우아하고 섬세한 아이디어를 구현하는 데 항상 강렬한 비브라토가 유용한 것은 아니다. 베토벤의 시대에 비브라토는 ‘특정’ 음이나 악구를 강조하면서 비브라토가 없는 음과 대조되는, 강조된 소리를 표현한다. ● 포르타멘토(음과 음 사이를 미끄럽게 잇는 기법): 베토벤 시대의 현악기 연주에서 포르타멘토는 인간의 목소리를 모방하는 중요한 표현 도구였다. 베토벤과 친분이 있었던 음악가들의 기록에 의하면 미끄러지는 음은 베토벤이 그의 실내악에 아름답고 영적인 성격을 불러왔다. 베토벤의 4중주 연주에서 중요한 파트너였던 바이올리니스트 슈판치히도 포르타멘토를 광범위하게 사용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4-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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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시향 홍보대사 히딩크 “지휘자, 감독과 비슷”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대한민국 4강 신화를 이끈 거스 히딩크 전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78)이 서울시립교향악단 홍보대사가 됐다. 1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대회의실에서 오세훈 서울시장과 얍 판 츠베덴 서울시향 음악감독, 손은경 서울시향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열린 홍보대사 위촉식에서 히딩크 감독은 “구체적 역할을 생각 중이지만 음악과 교육 현장을 연결하는 역할에 기여하고 싶다”는 희망을 밝혔다. 2002년 서울시 명예시민으로 선정됐던 히딩크 감독은 판 츠베덴 감독의 임기가 끝나는 2028년 12월 31일까지 서울시향 홍보대사를 맡는다. 히딩크 감독이 서울시향 홍보대사가 된 데는 같은 네덜란드 출신인 판 츠베덴 음악감독과의 교분이 배경이 됐다. 히딩크 감독은 “예전에 판 츠베덴 감독이 지휘한 콘서트와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TV로 시청했다. 연주자가 가진 역량을 최대한 끌어내도록 만드는 지휘자의 역할이 축구 감독과 비슷하다고 생각해 판 츠베덴 감독에게 직접 연락했다”고 말했다. 판 츠베덴 감독이 “오케스트라에서 다른 연주자의 소리를 듣는 것이 중요하듯 축구도 다른 사람의 플레이를 예측해야 한다”고 하자 히딩크 감독은 “판 츠베덴 감독을 차기 한국 국가대표 축구 감독으로 추천하고 싶다”고 말해 웃음이 터졌다. 한편 히딩크 감독은 4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판 츠베덴 감독 지휘 ‘서울시향 얍 판 츠베덴의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7번’ 콘서트를 관람할 예정이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4-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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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자 주인공 오베론역에 ‘카운터테너’… 英언론선 ‘가슴이 멎을 듯한 공연’ 평가

    국립오페라단이 영국의 20세기를 대표하는 작곡가 벤저민 브리튼(1913∼1976)의 오페라 ‘한여름 밤의 꿈’을 11일부터 14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국내 초연한다. 셰익스피어의 희극 ‘한여름 밤의 꿈’을 소재로 한 음악으로는 ‘축혼행진곡’이 나오는 멘델스존의 극음악이 유명하지만 브리튼의 오페라는 이보다 118년 뒤인 1960년에 나왔다. 요정의 왕 오베론과 그의 아내 티타니아, 마음에 없는 결혼을 피하려는 젊은 연인들, 사랑에 눈뜨게 하는 꽃이 잘못 전달돼 벌어지는 좌충우돌 이야기가 극의 중심이 된다. 이번 공연에서는 그룹 신화 출신의 가수 겸 배우 김동완이 노래 없이 대사만 있는 ‘퍽(Puck)’으로 출연한다. 사랑을 불러일으키는 꽃을 실수로 잘못된 사람에게 배달해 소동의 근원을 만드는 배역이다. 지난달 11일 예술의전당 N스튜디오에서 열린 작품 프로덕션 미팅에서 김동완은 “연습에 참여해 보니 변칙적이랄까, 지루할 틈이 없는 음악이었다. 대사를 가지고 음악 속에서 놀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브리튼은 이 오페라에서 눈에 띄는 불협화음이나 조성이 없는 무조(無調)기법을 피하고 미묘한 분위기의 화음과 음색을 엮었다. 소박한 주인공은 민속음악 같은 소박한 음악, 연인들은 한층 낭만적인 음악, 요정은 환상적인 음악으로 표현된다. 이번 공연의 지휘를 맡은 지휘자 펠릭스 크리거는 “현대음악적인 소재뿐 아니라 옛 오페라의 소재도 함께 들어 있다”며 “브리튼은 셰익스피어의 원문 대사를 매우 소중히 여겨 음악이 대사에 하나하나 병행되도록 섬세하게 작곡했다. 멜로디 중심인 이탈리아 오페라와 달리 영어 대사에 신경을 쓰며 들으면 좋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본은 셰익스피어의 원문을 충실히 따르는 편이지만 원작 시작 부분의 법정 장면을 빼고 숲속 요정들의 등장으로 시작한다. 셰익스피어는 오베론과 티타니아를 신적인 존재보다는 서로 싸우기도 하는 현실적 부부로 그렸다. 연출을 맡은 볼프강 네겔레는 “오랜 결혼 생활을 하면 벌어지는, 부엌이나 침대에서 일어나는 작은 다툼들과 사랑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남자 주인공인 오베론 역에 테너나 바리톤, 베이스가 아닌 남자로서 여성의 음역을 노래하는 카운터테너를 썼다는 점도 이 오페라의 특징이다. 이번 공연에서는 오베론 역을 카운터 테너 제임스 랭과 장정권이 맡는다. 잉글리시 내셔널 오페라 등에서 주역으로 활동해 온 랭은 오베론 역으로 영국 언론에서 ‘가슴이 멎을 듯한 공연’이라는 평을 받아 왔다. 장정권은 독일과 영국을 중심으로 유럽 무대에 활발히 서 왔다. 오베론의 아내 티타니아 역에는 소프라노 이혜정, 이혜지가 출연한다. 공연은 11∼12일 오후 7시 반, 13∼14일 오후 3시에 열린다. 13일 오후 3시에는 국립오페라단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인 ‘크노마이오페라’와 네이버TV로 공연을 중계한다. 현장 공연 2만∼15만 원, 스트리밍 2만 원.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4-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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