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윤종

유윤종 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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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음악 분야를 전담하고 있습니다. '푸치니:토스카나의 새벽을 무대에 올린 오페라의 제왕' '클래식, 비밀과 거짓말' 등의 책을 썼습니다.

gustav@donga.com

취재분야

2024-05-06~2024-06-05
음악64%
문학/출판13%
인사일반13%
칼럼10%
  • [책의 향기]日에선 값이 4배… 조선 왕조 지탱한 ‘귀한 뿌리’

    “영국 약전(藥典)에 있는 어떤 약도 극동에서의 인삼의 평판을 따라잡을 수 없다. 인삼은 이 나라의 가장 가치 있는 수출품이며 세입의 중요 원천이다.” 영국 지리학자 이저벨라 버드 비숍은 ‘조선과 그 이웃 나라들’(1898년)에서 인삼의 가치를 이렇게 소개했다. 오랜 세월 주변국이 우리를 인식한 가장 중요한 이미지는 인삼이었다. 사학자로서 주로 경제사에 천착해 온 저자는 37건의 인삼 이야기를 통해 이 귀한 뿌리가 국가의 통치 및 동아시아의 경제와 외교에 끼쳐온 역할을 밝힌다. 풍성한 정보를 담았으면서도 술술 읽힌다. 한반도 인삼에 대한 경외는 6세기 중국 양나라의 책에 ‘인삼은 백제의 것을 최고로 친다’고 쓰였을 만큼 역사가 깊다. 12세기 송나라 의관이 쓴 책에도 ‘인삼으로 사용되는 것은 모두 고려에서 나는 것’이라고 했다. 임진왜란 후 중국과 일본에서는 왕조와 권력이 교체됐지만 폐허가 되다시피 한 조선은 왕조를 유지할 수 있었다.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조선은 광해군 즉위 이듬해인 1609년 일본과 국교를 재개했고, 중국과 일본을 연결하는 중개무역으로 나라를 추스를 재원을 확보할 수 있었다. 인삼은 여러 나라가 원하는 최고의 상품이자 핵심 결제수단이었다. 당시 문헌은 ‘서울에서 70냥이면 사는 인삼이 일본의 에도로 들어가면 300냥에 팔린다’고 했다. 일본에서는 ‘인삼을 만지거나 인삼 씻은 물을 마시기만 해도 병이 낫는다’는 소문이 돌았다. 일본은 조선 인삼을 사기 위해 인삼대왕고은(人蔘代往古銀)이라는 순도 높은 은화를 특별히 제작했다. 이에 따라 조선에는 한 해 은 11만 t이 들어오기도 했다. 이렇게 확보한 은으로 중국의 옷감을 비롯한 온갖 상품을 사들였다. 조선 왕조의 주요 재원도 청과의 인삼 거래에 매기는 포삼세(包蔘稅)였다. 매년 20만 냥 정도로 곡물과 맞먹는 엄청난 규모의 세원이었다. 정조가 화성을 건설할 수 있었던 동력도, 흥선대원군이 군비를 증강한 배경도 포삼세였다. 주변국의 인삼 열기는 산삼의 고갈을 불러왔지만 18세기 초 인삼 재배가 성공을 거둔 뒤 찌고 말려 바스러지지 않는 홍삼이 개발되면서 산삼을 대체할 수 있었다. 이 같은 무역 및 외교사 이외에도 여러 흥미로운 일화가 책장을 수놓는다. 영조는 인삼을 주성분으로 한 보약에 건공탕(建功湯), 즉 건강을 지켜주는 공신이라는 이름을 붙였고 15년 뒤에는 이 약을 찬미하는 시를 지어 올리게 했다. 1년에 20여 근의 인삼을 복용한 그는 만년에 “이 늙은이는 인삼옹이로다”라고 탄식했다. 19세기 초 베트남의 개혁 군주였던 민망 황제는 충성을 고취하기 위한 선물로 인삼을 활용했다. 사족. 기자는 2004년 ‘책의 향기’ 지면에 신초(新潮) 학예상을 수상한 책 ‘해삼(海蔘)의 눈’을 소개하면서 아시아의 무역상품 하나에 확대경을 대 읽히는 책을 만들어낸 일본의 출판문화에 부러움을 표했다. 해삼 아닌 본래의 삼(蔘)을 다룬 이 책으로 아쉬움을 풀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3-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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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열음 “모차르트 소나타, 즉흥 음악처럼 펼쳐”

    “모차르트는 제게 집 같고 모국어와 같습니다. 제 손과 마음의 중심에 있고, 가장 편한 작곡가죠.” 피아니스트 손열음(37)이 모차르트에 빠졌다. 그가 연주한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18곡 전곡 앨범이 17일 프랑스 음반사 나이브 레이블로 발매된다. 이를 기념하는 전국 투어도 5월 2∼7일과 6월 21∼25일 서울과 강원 원주, 경남 통영 등 전국 7개 도시에서 여덟 차례 연다. 서울 금호아트홀 연세에서 14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손열음은 “시작은 우연이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플루티스트 조성현 씨와 통영국제음악당에서 녹음하게 됐는데, 녹음 장소와 최진 프로듀서 모두 이틀 더 날짜가 빈다는 거였어요. 쉽지 않은 기회여서 모차르트 소나타 한두 곡을 녹음할까 하다가 결국엔 다 하게 되었습니다.” 그는 “첫 녹음이 모차르트의 생일인 1월 27일이었다. 운명인가 싶었다”며 웃음을 지었다. 손열음에게는 고향 같은 작곡가이지만 예전의 느낌과는 달랐다. “전곡을 연습하면서 모차르트가 만화경 같다고 느껴졌어요. 피아노 소나타 역사 초기였던 만큼 열정을 갖고 새롭게 시도한 게 많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프리즘처럼 많은 걸 내재한 음악이죠.” 그는 최대한 자연스럽게, ‘즉흥 음악처럼’ 소나타들을 펼쳐내고 싶었다고 했다. “레코딩은 내가 죽어도 남죠. 대가들이 남긴 음반들을 들으며 불멸과 숭고함을 느껴요. 원하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노력하는 데서 작곡가의 창작 과정에 다가가는 느낌도 갖습니다.” 영화 ‘아마데우스’ 음악을 맡은 고 네빌 매리너 경 지휘 세인트마틴 인 더 필즈 아카데미와는 2018년 모차르트 협주곡 21번 음반을 발매한 바 있다. 그는 “매리너 경께선 마음이 열린 분이셨다. 조언이 많을 줄 알았는데 오히려 제가 주장한 빠르기에 맞춰 주셨다. 경험에만 기대는 게 아니라 순간순간 음악을 만들어 내는 분으로 느꼈다”고 회상했다. 손열음은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평창대관령음악제 예술감독으로 활약했다. “‘더 열심히 할 수는 없었다, 최선을 다했다’는 생각에 가벼운 마음으로 내려놓았어요. 세계인이 참여하는 축제를 생각했는데 코로나19 때문에 한국에 있는 음악가들이 중심이 됐죠. 오히려 더 보람을 느끼게 된 면도 있습니다.” 자신에 대해서도 더 알게 됐다. 그는 “저는 끈기가 없는 줄 알았다. 자신에 대해 많이 발견하는 계기였다”고 털어놓았다. 한 작곡가의 소나타로 7개 도시를 도는 콘서트는 이례적이다. “어릴 때 원주에 살면서 좋은 콘서트가 서울에서만 열리는 점이 서운했어요. 음향이 좋고 개인적으로 각별한 곳들을 골랐죠. 통영은 이번 음반을 녹음한 곳, 원주는 제가 자랐고 모차르트 소나타를 처음 친 곳, 금호아트홀은 금호문화재단이 어린 시절 제게 많은 무대를 제공해 인연이 있는 곳입니다.” 리사이틀은 5월 2, 6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3일 원주 치악예술관, 7일 통영국제음악당, 6월 21일 광주 유스퀘어 금호아트홀, 22일 대구 수성아트피아, 24일 경기 고양아람누리, 25일 경남 김해문화의전당으로 이어진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3-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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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미나’ 황수미, ‘파파게노’ 김기훈… 초호화 배역 ‘마술피리’ 무대 홀린다

    2014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성악부문 우승자이자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 개막식에서 올림픽 찬가를 부른 ‘올림픽 디바’ 소프라노 황수미, 2021년 카디프 콩쿠르에서 심사위원을 눈물짓게 하며 우승한 바리톤 김기훈, 2016년 플라시도 도밍고 주최 오페랄리아 콩쿠르 우승자인 테너 김건우…. 유럽과 국내 무대에서 종횡무진 활약 중인 톱 성악가들이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에 함께 선다. 서울시오페라단이 30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공연하는 모차르트 ‘마술피리’에서다. 독일 고유의 오페라 장르 ‘징슈필’의 최고봉으로 평가되는 마술피리는 선악을 구분하기 힘든 모호한 설정으로 시작해 젊은 남녀의 인간적 성장과 사랑을 그린 작품이다. 남녀 주인공인 타미노와 파미나뿐 아니라 감초 역할인 새잡이 파파게노, 현자 차라스트로, 당대 성악 기교의 절정을 보여주는 밤의 여왕 등 매력적인 배역들로 가득하다. 모차르트의 성악적 아이디어가 절정에 달한 작품이지만 동화적 내용 덕분에 ‘어린이와 함께 볼 수 있는 오페라’로도 알려져 있다. 10일 열린 공개시연회에서 박혜진 서울시오페라단장은 “현대적인 색깔을 입히고 대중을 위해 쉽게 표현하려 노력했다. 판타지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출은 뮤지컬 ‘이프덴’ ‘젠틀맨스 가이드: 사랑과 살인편’에서 영상 디자이너로 호평을 받은 조수현이 맡았다. 여주인공 파미나 역의 황수미는 이번 공연이 한국에서 출연하는 첫 오페라다. 그는 “독일에서 오페라 가수로 데뷔한 역도 파미나였다”며 “내게 소중한 작품”이라고 말했다. 파미나 역으로는 2019년 국립오페라단 ‘마술피리’에서 이 역할을 맡았던 소프라노 김순영이 함께 출연한다. 그는 “대학 시절 오페라 무대에 처음 출연했던 배역”이라며 “영상을 폭넓게 활용한 이번 공연에 기대가 크다”고 밝혔다. 남자 주인공 타미노 왕자 역의 김건우는 오페랄리아 콩쿠르 우승 이후 영국 로열 오페라를 중심으로 활동해 왔다. 그는 “한국어로 소통하며 연습하는 일이 그리웠다. 오랜 친구인 파파게노 역 김기훈과 호흡을 맞출 수 있어 기쁘고, 황수미와 드디어 함께 공연하게 돼 영광”이라며 웃음을 지었다. 독일 프라이부르크 주립극장을 중심으로 활동 중인 테너 박성근이 함께 타미노로 출연한다. 카디프 콩쿠르 우승에 앞서 2016년 서울국제음악콩쿠르 우승, 2019년 차이콥스키 콩쿠르 2위를 차지하며 일찌감치 주목받았던 파파게노 역의 김기훈은 “(연세대) 선배인 존경하는 바리톤 양준모와 함께 파파게노 역을 맡게 됐다. 앞으로의 출연작이 대체로 무거운 역할이라 코믹한 파파게노를 최대한 보여주겠다”고 밝혔다. 양준모도 “이번에 모차르트 오페라에 데뷔한다”며 “재미있는 역할도 잘한다는 걸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밤의 여왕 역에는 소프라노 김효영 유성녀, 차라스트로 역에는 베이스 이준석 임철민이 출연한다. 5만∼15만 원.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3-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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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바이올린계 대모’ 김남윤 교수 별세

    ‘한국 바이올린계의 대모(代母)’로 불려 온 김남윤 한국예술종합학교 명예교수(사진)가 12일 지병으로 별세했다. 향년 74세. 고인은 9세에 바이올린을 시작해 1963년 제3회 동아음악콩쿠르에서 바이올린 부문 1위를 차지하며 두각을 드러냈다. 미국 줄리아드 음악원을 졸업한 뒤 1974년 티보르 바르가 국제콩쿠르에서 우승했다. 경희대 음대와 서울대 음대 교수를 거쳐 1993년 문을 연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교수가 됐다. 2002∼2009년 한예종 음악원장으로 재직했고 2015년 한예종을 퇴임한 뒤 2020년까지 한국예술영재교육원장을 지내면서 후학 양성에 힘썼다. 정준수 경희대 명예교수, 김현미 한예종 교수, 이경선 미국 인디애나대 교수, 백주영 서울대 교수 등 중견 연주자부터 클라라 주미 강(2010년 인디애나폴리스 콩쿠르 우승), 임지영(2015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우승), 양인모(2022년 시벨리우스 콩쿠르 우승) 등 젊은 연주자까지 국내외를 누비는 수많은 바이올리니스트를 육성했다. 고인은 2001년 벨기에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를 시작으로 차이콥스키 콩쿠르, 하노버 콩쿠르, 파가니니 콩쿠르 등의 심사위원을 지내며 한국 바이올린계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힘썼다. 1997년 처음 바이올린 부문으로 열린 동아국제음악콩쿠르, 2009년 ‘LG와 함께하는 서울국제음악콩쿠르’ 운영위원을 지냈다. 지난해 은관문화훈장을 받았다. 난파음악상과 한국음악평론가상, 금호음악스승상, 대한민국예술원상을 수상했다. 유족으로 남편 이승호 씨와 딸 영 양육비해결총연합회 대표, 수정 씨, 아들 윤준영 씨가 있다. 장례는 한예종 음악원장으로 열린다. 빈소는 삼성서울병원, 발인은 15일 오전 8시. 02-3410-3151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3-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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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차르트 ‘마술피리’, 최고의 별들이 뜬다

    2014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성악부문 우승자이자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올림픽 찬가를 부른 ‘올림픽 디바’ 소프라노 황수미, 2021년 카디프 콩쿠르에서 심사위원을 눈물짓게 하며 우승한 바리톤 김기훈, 2016년 플라시도 도밍고 주최 오페랄리아 콩쿠르 우승자인 테너 김건우…. 유럽과 국내 무대에서 종횡무진 활동 중인 톱 성악가들이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에 함께 선다. 30일~4월 2일 서울시오페라단이 공연하는 모차르트 ‘마술피리’에서다.독일 고유의 오페라 장르 ‘징슈필’의 최고봉으로 평가되는 마술피리는 선악을 구분하기 힘든 모호한 설정으로 시작해 젊은 남녀의 인간적 성장과 사랑의 성공을 그린 작품. 남녀 주인공인 타미노 파미나 뿐 아니라 감초 역할인 새잡이 파파게노, 현자 차라스트로, 당대 성악 기교의 절정을 보여주는 밤의 여왕 등 매력적인 배역들로 가득하다. 모차르트의 성악적 아이디어가 절정에 달한 작품이지만 동화적 내용 덕분에 ‘어린이와 함께 볼 수 있는 오페라’로도 알려졌다.10일 열린 공개시연회에서 박혜진 서울시오페라단장은 “현대적인 색깔을 입히고 대중들을 위해 쉽게 표현하려 노력했다. 환타지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출은 뮤지컬 ‘이프덴’ ‘젠틀맨스 가이드: 사랑과 살인편’ 등에서 영상 디자이너로 호평을 받은 조수현이 맡았다.여주인공 파미나 역 황수미는 이번 공연이 한국에서 출연하는 첫 오페라다. 그는 “독일에서 오페라 가수로 데뷔한 역할도 파미나였다. 내게 소중한 작품”이라고 말했다. 파미나 역으로는 2019년 국립오페라단 ‘마술피리’에서 이 역할을 맡았던 소프라노 김순영이 함께 출연한다. 그는 “대학시절 오페라 무대에 처음 출연한 배역이다. 영상을 폭넓게 활용한 이번 공연에 기대가 크다”고 밝혔다.남자 주인공 타미노 왕자 역 김건우는 오페랄리아 콩쿠르 우승 이후 영국 로열 오페라를 중심으로 활동해 왔다. 그는 “한국말로 소통하며 연습하는 일이 그리웠다. 오랜 친구인 파파게노 역 김기훈과 호흡을 맞출 수 있어 기쁘고 황수미와 ‘드디어’ 함께 공연하게 돼 영광”이라며 웃음을 지었다. 독일 프라이부르크 주립극장 등을 중심으로 활동중인 테너 박성근이 함께 타미노로 출연한다.카디프 콩쿠르 우승 전 2016년 서울국제음악콩쿠르 우승, 2019년 차이콥스키 콩쿠르 2위를 차지하며 일찌감치 주목받았던 파파게노역의 김기훈은 “(연세대) 선배인 존경하는 바리톤 양준모와 함께 파파게노 역을 맡게 됐다. 앞으로의 출연작이 대체로 무거운 역할이라 코믹한 파파게노를 최대한 보여주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양준모도 “모차르트 오페라엔 이번이 데뷔다. 재미있는 역할도 잘 할 수 있는 나를 무대 위에서 표현할 것”이라고 말했다.밤의 여왕 역에는 소프라노 김효영 유성녀, 차라스트로 역에는 베이스 이준석 임철민이 출연한다. 5만~15만원. 02-399-1000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3-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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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소월 진달래꽃-윤동주 서시 등 합창교향곡에 담았어요”

    올해 창단 50주년을 맞이한 국립합창단이 대규모 합창과 오케스트라, 솔로 성악진 네 명이 함께하는 교향곡을 초연한다. 국립합창단 전임작곡가 한아름(47·사진)이 작곡한 ‘한국합창교향곡’이다.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21일 윤의중 예술감독이 지휘하는 국립합창단과 광명시립합창단, 동두천시립합창단, 과천시립교향악단이 함께한다. 소프라노 최정원, 알토 양송미, 테너 김효종, 바리톤 김동섭이 솔리스트로 무대에 선다. 작곡가 한아름을 전화로 만났다. ―이 대곡의 아이디어를 직접 냈다고 들었습니다.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역사와 시, 음악, 위대한 선조들이 남긴 말씀을 엮어보려 했습니다. 지난해 12월 국립합창단에서 선보인 ‘아리랑 환상곡’이 씨앗이 되었습니다.” ―곡의 짜임새가 궁금합니다. “1악장부터 ‘아리랑’ 선율이 전곡을 묶어주는 동기로 사용됩니다. 합창에 비중이 실리는 2악장은 김소월의 시 ‘진달래꽃’과 윤동주의 ‘서시’로 엮었습니다. 3악장은 밀양아리랑, 진도아리랑 등 여러 아리랑을 오케스트라가 연주합니다. 4악장은 장중한 피날레로, 도산 안창호의 연설문과 백범 김구의 ‘나의 소원’에 나오는 ‘내가 원하는 나라’를 가사로 사용했습니다.” ―애국적 내용이나 기념의 의미를 가진 창작곡은 자주 연주되지 못하고 잊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낯설지 않되 가볍지 않은 음악적 문법으로 엮어가려 했습니다. 무대 위의 오케스트라와 발코니의 금관이 서로 대화하는 등 흥미롭게 감상하실 수 있을 겁니다. 각 악장만 따로 연주할 수 있고, 한 악장 속에도 독립시켜 연주할 수 있는 곡들을 배치했습니다.” 한아름은 한양대 대학원 작곡과를 졸업했고 대구국제현대음악제 젊은 작곡가상을 수상한 뒤 미국 웨스트버지니아음대 박사과정을 졸업했다. 2012년 미국 피츠버그 교향악단 작품 공모에 당선됐다. 1만∼3만 원.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3-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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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이올리니스트 코파친스카야 “음악은 스스로 의미를 발견하는 것”

    ‘강렬하다’ ‘극단적이다’ ‘짜릿하다’ ‘장난스럽다’ ‘철두철미 개성적이다’. 바이올리니스트 파트리샤 코파친스카야(46·사진)에게 따라다니는 세계 음악 평단의 수식어들이다. 그의 연주는 예측할 수 없는 색깔로 유명하다. 주체할 수 없이 ‘급발진’해 극단의 속도로 클라이맥스를 폭발시키는가 하면, 의외의 유머 코드로 객석의 긴장을 누그러뜨리기도 한다. 죄르지 쿠르탁, 에사페카 살로넨, 페터 외트뵈시 등 이 시대 최고의 작곡가들이 그에게 작품을 헌정해 왔다. 현대음악 공연에서는 직접 노래에 나서기도 한다. 바이올린계의 혁신자이자 이단아로 불리는 그가 처음으로 한국 무대에 선다. 10, 11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잉고 메츠마허 지휘 서울시립교향악단 정기연주회에서 쇼스타코비치 바이올린 협주곡 1번을 협연한다. 그를 e메일로 인터뷰했다.―당신은 낯설거나 새로운 곡, 또는 기존의 곡도 ‘새롭게’ 표현하는 것에 노력해왔죠. 음악에서 ‘새로움’이란 어떤 의미인지 듣고 싶습니다.“새로움보다는 작곡가와 작품, 연주자 사이의 개인적인 만남을 생각합니다. 새로운 작품을 연주하면 작곡가와 함께 일하게 되죠. 의견이 다를 수도 있지만 그것도 ‘게임’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전 음악들의 작곡가들은 이미 죽었기 때문에 작품에 대해 물어볼 수가 없습니다. 그 당시의 관객은 지금과 다르기도 하죠. 몰도바에서 어린시절을 보낼 때 조부모님은 소련의 정치적 선전을 믿지 않으셨어요. 우리는 가치와 존엄성에 대해 독립적으로 생각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성경을 깊이 읽으면 숨겨진 의미가 항상 있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음악도 음표와 평가가 아니라 스스로가 의미를 발견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공연 후반부에는 독일 지휘자 잉고 메츠마허가 브루크너의 교향곡 5번을 들려준다. 코파친스카야와 메츠마허는 2020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 리게티의 협주곡을 협연한 바 있다.―잘츠부르크 페스티벌 협연 당시 만족했는지, 지휘자 메츠마허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고 싶습니다.“작품에서 표현하기 어려운 부분도 메츠마허의 지휘로 힘들이지 않고 기적적으로 뛰어넘을 수 있었습니다. 그와 다시 연주하게 되어 매우 기쁘고 설렙니다.”―쇼스타코비치의 협주곡은 즉물적이고 강렬하다는 점에서 당신과 잘 맞는 것 같습니다. (유튜브에 1번 협주곡을 연주하신 하이라이트 영상이 있죠) 이 곡의 어떤 점을 강조하고 싶으신지요?“이 작품은 쇼스타코비치의 작품들이 소련에서 실질적으로 금지된 상황에서 작곡됐습니다.정치적, 사회적, 정신적으로 ‘집게’에 걸린 개인의 재앙을 표현합니다. 가학적인 폭군 스탈린과 소련 체제에 대한 거친 조소가 있습니다. 앞으로의 녹음 계획 중 쇼스타코비치 협주곡을 우선순위에 두고 있습니다.” 코파친스카야의 수상 경력은 그의 개성이 음악계에서 받는 평가를 증명한다. 피아니스트 파질 사이와 함께한 베토벤 라벨 등의 음반으로 2009년 독일을 대표하는 음반상인 에코상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그래머폰 올해의 녹음상, BBC 뮤직매거진 상, 오푸스 클래식상 등을 휩쓸어 왔다. 2018년에는 세인트폴 체임버 오케스트라와 함께한 ‘죽음과 소녀’ 앨범으로 그래미상 실내악부문을 수상했다. 그의 개성은 지휘자 테오도르 쿠렌치스나 소프라노 바버라 해니건과도 곧잘 비교된다. 속된 표현으로 ‘똘끼’ 넘친다고 알려진 음악가들이다. 바로크 이전 음악과 오늘날의 음악까지 관심 범위가 넓다는 점도 쿠렌치스와 비슷하다. 2019년에는 쿠렌치스가 이끄는 악단 ‘무지카 에테르나’와 서울에서 베토벤 바이올린협주곡을 협연할 예정이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무산됐다. 그는 “당시 한국에 가지 못한 게 굉장히 아쉬웠다. 딸이 K팝의 열렬한 팬이었기 때문에 같이 가려고 했었고, 딸은 믿을 수 없이 흥분했었다”고 털어놓았다. 코파친스카야는 오늘날 친러시아 지역의 분리 독립 문제로 긴장이 높아지고 있는 구소련의 몰도바에서 태어났다. 구 동구권 붕괴와 함께 스위스로 건너가 베른 국립음대에서 명교사 이고르 오짐을 사사했다. 그에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전쟁은 가장 끔찍한 일입니다. 이 전쟁의 잔인함과 어리석음이 참담하고 슬펐습니다. 제 고국도 큰 위험에 처해 있죠. 당국이 무기와 인명 피해가 아닌 평화적 협상으로 이 갈등을 해결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는 고국 몰도바에 대한 추억을 “아침 햇살, 봄향기, 포도밭의 향기, 전통음악과 춤, 전쟁과 점령의 상처, 농담과 유머, 친척들과 친구들의 환대와 따뜻함”이라고 표현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3-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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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덴마크 외교관이 모차르트 전기작가 된 사연은[유윤종의 클래식感]

    게오르크 니콜라우스 폰 니센이 1797년 하숙을 옮겼을 때 그는 36세의 오스트리아 주재 덴마크 대사 대리였고 4년째 빈에서 일하고 있었다. 새 하숙집에는 자신보다 한 살 아래인 과부 여주인과 두 아들이 있었다. 한 해가 지나 니센 대사는 하숙생 생활을 면하게 된다. 두 아이의 ‘아빠’ 역할을 맡게 된 것이다. 그의 파트너는 7년 전 남편을 잃은 뒤 하숙업 외에 전남편의 유품을 팔며 생계를 잇기 위해 분투하고 있었다. 니센은 음악적 안목이 상당했음에 틀림없다. 그가 유품 판매의 일을 맡게 되었기 때문이다. 무엇을 남겨둘 것이며 어떻게 협상할 것인지를 그는 주의 깊게 판단했다. 함께 살게 된 사람은 콘스탄체 모차르트였고 그가 판매한 주요 유품은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가 쓴 악보와 그 저작권이었다. 기록은 그가 두 사내아이의 자상한 아버지였다고 전한다. 두 아이는 음악 교육을 받았는데 초기의 선생님은 당시 오스트리아 제국 음악계의 큰 존재였던 안토니오 살리에리였다. 나폴레옹 전쟁의 포화가 한창이던 1809년, 동거 11년 만에 두 사람은 결혼식을 올렸다. 3년 뒤 니센의 대사 임기가 끝나자 코펜하겐으로 이사해 8년을 살았다. 니센이 공직에서 은퇴하면서 두 사람은 새 거처를 모색했다. 니센의 고향인 유틀란트반도일까? 콘스탄체가 어린 시절을 보낸 독일 만하임? 두 사람은 모차르트의 고향 잘츠부르크로 향했다. 모차르트의 전기를 쓴다는 계획이었다. 부부는 모차르트의 누나 난네를을 찾아갔다. 난네를은 모차르트와 가족들이 주고받은 편지 수백 통을 건넸다. 그 밖에도 니센은 모차르트를 알던 사람들을 수소문해 만났다. 가장 중요한 인터뷰 대상이 부인 콘스탄체였음은 말할 나위 없다. 니센은 모차르트 전기를 마무리하지 못한 채 1826년 잘츠부르크에서 세상을 떠났다. 전기는 콘스탄체와 포이어슈타인이라는 후속 저자에게 맡겨져 1829년 출판됐다. 이 책은 모차르트 생전의 모습을 생생하게 전달한 전기로 꼽힌다. 콘스탄체는 잘츠부르크에 남았다. 둘째 아들 크사버 모차르트는 당대 오스트리아를 대표하는 작곡가 중 한 사람이 됐다. 슈베르트와 슈만도 크사버의 음악을 높이 평가했지만 그 자신은 ‘아버지에 비하면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니센이 세상을 떠나고 15년 뒤인 1841년, 콘스탄체와 두 아들은 ‘종교음악과 콘서트의 세련된 취향을 목적으로 하는 교회음악 협회 및 모차르테움’을 설립했다. 두 아이의 아버지인 대작곡가의 고향에서 삶의 의미를 찾고자 한 콘스탄체와 니센의 결정이 큰 나무로 자라기 시작한 것이다. 이 기관의 음악교육 과정은 오늘날 명문 음대로 자리 잡은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 음대의 기원이 됐다. 1880년에는 국제 모차르테움 재단이 설립돼 모차르트 연구와 도서관 운영, 관련 유적의 관리를 맡게 됐다. 초기부터 활발하게 콘서트 활동을 펼친 오케스트라는 1908년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 오케스트라’로 독립 출범했다. 콘스탄체와 니센 부부의 의지가 싹을 틔워 탄생한 모차르테움 오케스트라는 9일 서울 롯데콘서트홀, 10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11일 경기아트센터 대극장에서 피셰르 아담의 지휘로 내한공연을 연다. 모차르트의 교향곡과 레이 첸이 협연하는 모차르트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연주한다. 기자는 모차르트와 니센 가족의 숨결이 남아 있는 잘츠부르크를 올해 8월 찾아간다. 음악계의 악동 테오도르 쿠렌치스가 지휘하는 모차르트의 C단조 미사 등 두 개의 잘츠부르크 축제 프로그램을 감상하고, 이 외 올해 100주년을 맞이한 이탈리아 베로나 야외 오페라 축제에서 푸치니 ‘토스카’를, 스위스 루체른 페스티벌에서는 루체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말러 교향곡 3번을 감상한다. 세 나라에서 보는 알프스의 장관이 함께한다. 함께하실 분은 인터넷 검색창에 ‘투어동아’ 검색어를 입력해 보시길 권한다. 사족, 오늘날의 음악사가들은 콘스탄체 모차르트가 철없고 경박한 여성이었다는 설에 근거가 없다고 말한다. 그는 모차르트의 유산과 업적을 잘 관리했고 두 아들을 훌륭하게 키워냈다. 살리에리의 살인 누명과 함께 콘스탄체에 대한 어처구니없는 평가도 거둬 주시길.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3-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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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이올린계의 이단아’ 코파친스카야, 첫 한국무대

    ‘강렬하다’ ‘극단적이다’ ‘짜릿하다’ ‘장난스럽다’ ‘철두철미 개성적이다’. 바이올리니스트 파트리샤 코파친스카야(46·사진)에게 따라다니는 세계 음악 평단의 수식어들이다. 바이올린계의 혁신자이자 이단아로 불리는 그가 처음으로 한국 무대에 선다. 10, 11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잉고 메츠마허 지휘 서울시립교향악단 정기연주회에서 쇼스타코비치 바이올린 협주곡 1번을 협연한다. 코파친스카야는 오늘날 친러시아 지역의 분리 독립 문제로 긴장이 높아지고 있는 구소련의 몰도바에서 태어났다. 구 동구권 붕괴와 함께 스위스로 건너가 베른 국립음대에서 명교사 이고르 오짐을 사사했다. 그의 연주는 예측할 수 없는 색깔로 유명하다. 주체할 수 없이 ‘급발진’해 극단의 속도로 클라이맥스를 폭발시키는가 하면, 의외의 유머 코드로 객석의 긴장을 누그러뜨리기도 한다. 죄르지 쿠르탁, 에사페카 살로넨, 페터 외트뵈시 등 이 시대 최고의 작곡가들이 그에게 작품을 헌정해 왔다. 현대음악 공연에서는 직접 노래에 나서기도 한다. 그의 개성은 지휘자 테오도르 쿠렌치스나 소프라노 바버라 해니건과도 곧잘 비교된다. 속된 표현으로 ‘똘끼’ 넘친다고 알려진 음악가들이다. 바로크 이전 음악과 오늘날의 음악까지 관심 범위가 넓다는 점도 쿠렌치스와 비슷하다. 2019년에는 쿠렌치스가 이끄는 악단 ‘무지카 에테르나’와 서울에서 베토벤 바이올린협주곡을 협연할 예정이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무산됐다. 코파친스카야의 수상 경력은 그의 개성이 음악계에서 받는 평가를 증명한다. 피아니스트 파질 사이와 함께한 베토벤 라벨 등의 음반으로 2009년 독일을 대표하는 음반상인 에코상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그래머폰 올해의 녹음상, BBC 뮤직매거진 상, 오푸스 클래식상 등을 휩쓸어 왔다. 2018년에는 세인트폴 체임버 오케스트라와 함께한 ‘죽음과 소녀’ 앨범으로 그래미상 실내악부문을 수상했다. 이번 공연 후반부에는 독일 지휘자 잉고 메츠마허가 브루크너의 교향곡 5번을 들려준다. 코파친스카야와 메츠마허는 2020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 리게티의 협주곡을 협연한 바 있다. 1만∼10만 원.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3-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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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아찔하게 솟아오른 매혹… 목숨 걸고 오른 이들

    “왜 산에 오르느냐고? 거기 산이 있으니까.” 20세기 초 영국 산악인 조지 맬러리의 말이다. 귀에 닳은 표현이지만 지상의 최고봉들이 두려움을 넘어 선사하는 매혹을 이해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눈과 얼음으로 뒤덮여 있고 숨쉬기조차 힘든 고산에 왜 오르는 걸까. 저자는 어린 시절 외할아버지 집에서 맬러리의 도전을 담은 ‘에베레스트와의 승부’를 읽고 매혹됐다. 산과 극지를 향한 도전기를 닥치는 대로 섭렵한 뒤 알프스에서 히말라야까지 세계의 고봉을 누비는 등산가이자 산악 전문 저술가가 되었다. 그가 정의하는 산은 “땅이 솟아오른 자연의 형태와 인간의 마음이 함께 구성한 ‘마음의 산’이며 문화적 산물”이다. 18세기까지 유럽에서 산은 악마가 머무는 곳이었고, 목숨을 건 등산은 정신 이상 취급을 받았다. 19세기 중반에야 ‘높은 곳에 대한 숭배’가 등장했다. 다윈은 “높은 곳의 웅대한 풍경이 전해주는 승리감과 자신감을 깨달아야 한다”고 말했다. 높은 산에 도전하는 것에는 제국주의적 욕망도 함께했다. 19세기에 위험한 등반은 남자다움과 적자생존, 정복자의 자격을 일깨웠다. 죽을 수도 있다는 사실은 오히려 짜릿한 자극이었다. 세계 최고의 봉우리는 네팔인에게 사가르마타, 티베트인에게 초모룽마로 불렸지만 영국인이 ‘에베레스트’라는 새 이름을 붙였고 다른 봉우리들도 마찬가지였다. 가져갈 수 없는 것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방식이자 일종의 식민주의였다. 책의 각 장은 지질학의 역사, 고산의 식물학, 지도의 역사, 산을 둘러싼 인류학과 종교사로 채워진다. 그러면서도 책장을 넘기는 손길이 느슨해지지 않는 것은 저자와 다른 등산가들의 체험기가 긴장과 호기심을 놓지 않도록 끌어올려 주기 때문이다. 저자의 첫 고산 등정이었던 스위스 알프스의 라긴호른부터 고난의 도전이었다. 미끄러지지 않기 위해 손가락을 쫙 펴서 포크처럼 눈을 찍으며 오르다 손가락을 잃을 뻔했다. 이후에도 바윗덩어리에 옷을 찢기면서 간발의 차로 추락을 면하고, 크레바스(빙하가 갈라진 틈)에 빠지기도 한다. 저자를 산으로 이끌었던 맬러리는 1924년 에베레스트 정상 부근에서 실종됐다가 1999년 시신으로 발견됐다. 책 말미는 재구성한 맬러리 최후의 도전기로 채워진다. 바이런에서 바슐라르까지 사색의 달인들이 산과 관련해 남긴 수상록과 체험기를 살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괴테는 달빛 비치는 몽블랑을 보며 “지구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걸 믿기 어려울 정도로 더 높은 곳의 천체에 속한 것 같다”고 썼다. 이 책은 저자가 27세 때인 2003년 쓴 데뷔작으로, 서머싯 몸 상, 가디언 데뷔 저서상, 선데이타임스 젊은 작가상을 받았다. 그 사색은 20대임을 의심하게 만들 정도로 깊다. “산에서 무언가 잘못되면 시간은 산산이 부서지고 순간과 사건만을 둘러싸고 자신을 재구성한다. 모든 사정은 새로운 시간으로 이끌리거나 새로운 시간을 선회하여 빠져나온다. 일시적으로 당신은 새로운 존재의 중심축을 갖게 된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3-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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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숨쉬기조차 힘든 그곳…목숨 걸고 지상의 끝에 오르는 이유는

    “왜 산에 오르느냐고? 거기 산이 있으니까.” 20세기 초 영국 산악인 조지 맬러리의 말이다. 귀에 닳은 표현이지만 지상의 최고봉들이 두려움을 넘어 선사하는 매혹을 이해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눈과 얼음으로 뒤덮여 있고 숨쉬기조차 힘든 고산에 왜 오르는 걸까. 저자는 어린 시절 외할아버지 집에서 맬러리의 도전을 담은 ‘에베레스트와의 승부’를 읽고 매혹됐다. 산과 극지를 향한 도전기를 닥치는 대로 섭렵한 뒤 알프스에서 히말라야까지 세계의 고봉을 누비는 등산가이자 산악 전문 저술가가 되었다. 그가 정의하는 산은 “땅이 솟아오른 자연의 형태와 인간의 마음이 함께 구성한 ‘마음의 산’이며 문화적 산물”이다. 18세기까지 유럽에서 산은 악마가 머무는 곳이었고, 목숨을 건 등산은 정신 이상 취급을 받았다. 19세기 중반에야 ‘높은 곳에 대한 숭배’가 등장했다. 다윈은 “높은 곳의 웅대한 풍경이 전해주는 승리감과 자신감을 깨달아야 한다”고 말했다. 높은 산에 도전하는 것에는 제국주의적 욕망도 함께했다. 19세기에 위험한 등반은 남자다움과 적자생존, 정복자의 자격을 일깨웠다. 죽을 수도 있다는 사실은 오히려 짜릿한 자극이었다. 세계 최고의 봉우리는 네팔인에게 사가르마타, 티베트인에게 초모룽마로 불렸지만 영국인이 ‘에베레스트’라는 새 이름을 붙였고 다른 봉우리들도 마찬가지였다. 가져갈 수 없는 것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방식이자 일종의 식민주의였다. 책의 각 장은 지질학의 역사, 고산의 식물학, 지도의 역사, 산을 둘러싼 인류학과 종교사로 채워진다. 그러면서도 책장을 넘기는 손길이 느슨해지지 않는 것은 저자와 다른 등산가들의 체험기가 긴장과 호기심을 놓지 않도록 끌어올려 주기 때문이다. 저자의 첫 고산 등정이었던 스위스 알프스의 라긴호른부터 고난의 도전이었다. 미끄러지지 않기 위해 손가락을 쫙 펴서 포크처럼 눈을 찍으며 오르다 손가락을 잃을 뻔했다. 이후에도 바윗덩어리에 옷을 찢기면서 간발의 차로 추락을 면하고, 크레바스(빙하가 갈라진 틈)에 빠지기도 한다. 저자를 산으로 이끌었던 맬러리는 1924년 에베레스트 정상 부근에서 실종됐다가 1999년 시신으로 발견됐다. 책 말미는 재구성한 맬러리 최후의 도전기로 채워진다. 바이런에서 바슐라르까지 사색의 달인들이 산과 관련해 남긴 수상록과 체험기를 살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괴테는 달빛 비치는 몽블랑을 보며 “지구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걸 믿기 어려울 정도로 더 높은 곳의 천체에 속한 것 같다”고 썼다. 이 책은 저자가 27세 때인 2003년 쓴 데뷔작으로, 서머싯 몸 상, 가디언 데뷔 저서상, 선데이타임스 젊은 작가상을 받았다. 그 사색은 20대임을 의심하게 만들 정도로 깊다. “산에서 무언가 잘못되면 시간은 산산이 부서지고 순간과 사건만을 둘러싸고 자신을 재구성한다. 모든 사정은 새로운 시간으로 이끌리거나 새로운 시간을 선회하여 빠져나온다. 일시적으로 당신은 새로운 존재의 중심축을 갖게 된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3-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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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명훈 “조성진 13세때 연주 듣고 놀랐다”

    “성진 군이 열세 살 때 처음 연주를 들었죠. 재주 있는 아이 정도가 아니라 음악적인 면을 모두 이해하며 치는 걸 보고 놀랐어요. 저와 가장 자주 연주한 협연자이고, 그때나 오늘이나 길을 잘 가고 있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가장 큰 칭찬입니다.”(정명훈) 지휘자 정명훈(70)과 피아니스트 조성진(29)이 3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 5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내한공연에서 호흡을 맞춘다. 두 사람은 서울 강남구 거암아트홀에서 2일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간담회에는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의 에이드리언 존스 대표가 함께했다. 정명훈은 2012년 이 악단 최초의 수석 객원 지휘자로 임명돼 재임 중이다. 1548년 창립돼 475년 역사를 지닌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는 일곱 번째 내한인 이번 공연에서 베버 ‘마탄의 사수’ 서곡과 슈베르트 교향곡 8번 ‘미완성’, 조성진이 협연하는 차이콥스키 피아노협주곡 1번을 연주한다. 정명훈과 조성진은 조성진이 예원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이던 2009년 5월 1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서울시립교향악단 어린이 돕기 자선음악회에서 쇼팽 피아노협주곡 1번을 협연하며 처음 만났고, 이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조성진은 “차이콥스키 협주곡 1번은 열여섯 살 때부터 연주했는데 정 선생님과 10번 정도 협연했다. 특별하게 치려다 보면 자연스러움이 없어져 다른 연주는 안 듣고 악보만 보며 준비한다”고 밝혔다. 이어 “정 선생님과는 협주곡을 8곡 정도 함께 연주했는데 중3 때 처음 함께한 뒤 협연 지휘자에 대한 기준이 너무 높아져 힘이 들었다”고 웃음기도 없이 덧붙였다. 두 사람은 최근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의 상주 공간인 드레스덴 젬퍼오퍼에서도 같은 곡을 협연했다. 조성진은 “이 악단은 현악기 소리가 깊고 벨벳 같다. 현악기가 중요한 협주곡이어서 매우 즐겁게 연주했다”고 말했다. 정명훈과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는 7, 8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브람스 교향곡 전곡 콘서트를 연다. 7일 브람스 교향곡 1, 2번, 8일 3, 4번을 연주한다. 존스 대표는 악단에 대해 “대작곡가 바그너와 베버 등이 카펠마이스터(수석지휘자 격)로 활동했고 여러 명곡이 이 악단에서 초연됐다. 브람스도 자신의 4번 교향곡을 이 악단에서 처음 자기 지휘로 선보였다. 정명훈이 그런 내력을 끄집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명훈은 우리 악단에서 대부(代父)처럼 존경받는다. 그의 고희(70세)를 기념해 이번에는 한국에서만 연주하는 투어를 결정했다”고 밝혔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3-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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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밤베르크 심포니의 정체성은 독일- 체코 음악의 공존”

    ‘인구 7만의 도시에 있는 세계적 오케스트라.’ 독일 바이에른주의 밤베르크 심포니 오케스트라(밤베르크 심포니)는 그 위상도, 유래도 특별하다. 체코에 살던 독일인 음악가들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서방에서 체코에 가장 가까운 곳에 정착해 악단을 이뤘고 대지휘자 요제프 카일베르트의 지휘봉 아래 정상급 악단으로 떠올랐다. 전 수석지휘자 조너선 노트가 지휘한 말러 교향곡 전집은 2010년대 말러 음반 중 기념비적 작품으로 꼽힌다. 이 악단이 2016년 첫 내한 후 두 번째 내한 공연을 갖는다. 3월 29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수석지휘자 야쿠프 흐루샤 지휘로 드보르자크 교향곡 8번과 김선욱이 협연하는 슈만 피아노 협주곡을 연주한다. 체코 출신인 흐루샤를 e메일로 인터뷰했다. 2016년부터 이 악단을 맡아온 그는 2025년 런던 코번트가든 로열 오페라하우스의 음악감독으로 취임할 예정이다. ―2010년, 2013년 서울시립교향악단을 지휘한 적이 있습니다. “2010년 체코 작곡가 스메타나의 애국적 교향시 ‘나의 조국’을, 2013년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교향시 ‘틸 오일렌슈피겔의 유쾌한 장난’을 연주한 게 기억납니다. 슈트라우스의 이 곡을 생각할 때마다 한국 무대가 떠오르죠.” ―밤베르크 심포니는 태생부터 체코와 관련이 있습니다. 체코 출신 지휘자가 이런 악단의 수석지휘자를 맡고 있는 사실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까요. “밤베르크 심포니를 이룬 음악가들의 선조는 오늘날 체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연주자들의 선조와 함께 1787년 프라하에서 모차르트 ‘돈 조반니’를 초연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 만큼 두 오케스트라는 ‘사촌 오케스트라’로 불러도 과언이 아니겠죠? 말러의 교향곡 7번은 체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초연했는데 당시 체코 음악가들이 독일어를 쓰는 동료들의 도움을 받았다고도 하죠. 오늘날 밤베르크 심포니는 체코와 독일의 공존이라는 역사적 의식에 악단의 정체성을 두고 있습니다.” ―밤베르크 심포니는 인구가 적은 도시에 세계적 오케스트라가 있는 경우입니다. 지역민의 지지와 성원이 어느 정도인지 알고 싶습니다. “밤베르크 심포니에 대한 시민들의 지지는 다른 사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입니다. 주민의 10% 정도가 음악애호가로서 정기적으로 저희 공연을 관람합니다. 이 악단은 도시의 문화적 삶을 책임지고 있다고 할 수 있죠. 밤베르크는 정말 아름다운 곳이고, 시내를 걷거나 멋진 언덕에 오르는 일상은 우리 연주가들에게 큰 영감을 줍니다. ” ―이번 내한 공연의 프로그램에 대해 설명해주신다면…. “서울에서 드보르자크 교향곡 8번을 연주할 예정입니다. 드보르자크 교향곡은 밤베르크 심포니의 핵심 레퍼토리 중 하나죠. ‘보헤미아(체코 서부) 사운드’를 지닌 이 오케스트라에, 또 체코 지휘자인 저에게 이상적인 음악이기도 합니다. 제가 생애 처음으로 지휘한 오케스트라 작품이어서 각별한 친밀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6만∼25만 원.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3-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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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일과 체코의 공존이 밤베르크 심포니의 정체성”

    ‘인구 7만의 도시에 있는 세계적 오케스트라.’ 독일 바이에른주의 밤베르크 심포니 오케스트라(이하 밤베르크 심포니)는 그 위상도, 유래도 특별하다. 체코에 살던 독일인 음악가들이 제2차 세계대전 후 서방에서 체코에 가장 가까운 곳에 정착해 악단을 이뤘고 대지휘자 요제프 카일베르트의 지휘봉 아래 정상급 악단으로 떠올랐다. 전 수석지휘자 조나선 노트가 지휘한 말러 교향곡 전집은 2010년대 나온 말러 음반 중 기념비적 산물로 꼽힌다. 이 악단이 2016년 노거장 헤르베르트 블롬슈테트와의 첫 내한 이후 두 번째 내한 공연을 갖는다. 3월 29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수석지휘자 야쿠브 흐루샤 지휘로 드보르자크 교향곡 8번과 김선욱이 협연하는 슈만 피아노협주곡을 연주한다. 이 악단의 기원과 맞닿아있는 체코 출신 수석지휘자 흐루샤를 e메일로 인터뷰했다. 2016년부터 이 악단을 맡아온 그는 2025년 세계 최고 권위 오페라 극장 중 하나인 런던의 코벤트가든 로열 오페라하우스의 음악감독으로 취임할 예정이다.―2010년, 2013년 서울시립교향악단을 지휘한 적 있습니다. 당시 연주와 청중의 반응이 만족스러웠는지요?“2010년 체코 작곡가 스메타나의 애국적 교향시 ‘나의 조국’을, 2013년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교향시 ‘틸 오일렌슈피겔의 유쾌한 장난’을 연주한 게 또렷이 기억납니다. 슈트라우스의 이 곡을 생각할 때마다 한국 무대가 떠오르죠.”―밤베르크 심포니는 태생부터 체코와 관련이 있습니다. 체코 출신 지휘자가 이런 악단의 수석지휘자를 맡고 있는 사실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까요?“밤베르크 심포니를 이룬 음악가들의 선조들은 오늘날 체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연주자들의 선조들과 함께 1787년 프라하에서 모차르트 ‘돈 조반니’를 초연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 만큼 두 오케스트라는 ‘사촌 오케스트라’로 불러도 과언이 아니겠죠? 베버, 바그너, 말러 등 지휘자를 겸했던 대작곡가들이 프라하에서 독일 오페라를 지휘할 만큼 두 나라 음악가들은 관련이 깊었습니다. 특히 말러의 교향곡 7번은 체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초연했는데 당시 체코 음악가들이 독일어를 쓰는 동료들의 도움을 받았다고도 하죠. 오늘날 밤베르크 심포니는 체코와 독일의 공존이라는 역사적 의식에 악단의 정체성을 두고 있습니다.”―밤베르크 심포니는 적은 인구의 도시에 세계적인 오케스트라가 있는 경우입니다. 지역민들의 지지와 성원이 어떤 정도인지 알고 싶습니다.“밤베르크 심포니에 대한 시민들의 지지는 다른 사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입니다. 주민의 거의 10%가 음악애호가로써 정기적으로 저희 공연을 방문합니다. 이 악단은 도시의 문화적 삶을 책임지고 있다고 할 수 있죠. 한편으로 밤베르크는 정말 아름다운 곳이고, 시내를 걷거나 멋진 언덕에 오르는 일상은 우리 연주가들에게 큰 영감이 됩니다. 크고 복잡한 도시가 아니라 호젓한 중세 도시에서 차분하고 집중적인 삶을 보내며 모은 에너지를 공연에서 쏟아내는 경험은 다른 도시에서 느끼기 쉽지 않죠.”―이번 내한 공연의 프로그램에 대해 설명해주신다면….“서울에서 드보르자크 교향곡 8번을 연주할 예정인데, 드보르자크 교향곡은 밤베르크 심포니의 핵심 레퍼토리 중 하나죠. 흔히 말하듯이 ‘보헤미아(체코 중심부) 사운드’를 지닌 이 오케스트라에게, 또한 체코 지휘자인 저에게 이상적인 음악이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드보르자크의 교향곡 9번과 함께 제가 생애 처음으로 지휘한 오케스트라 작품이어서 각별한 친밀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첫 곡으로는 브루크너의 교향적 전주곡을 연주합니다. 밤베르크 심포니와 제가 발견해 음반에도 수록한 아름다운 작품이죠. 교향곡에 비해서는 조금 작은 작품이지만, 적어도 체코와 독일을 잇는 레퍼토리의 첫 곡으로서 그 맥락 위에 여러 작곡가들의 개성과 특징을 탐구할 생각입니다.” 6만~25만 원.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3-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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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간-세계 긴밀한 연결 느낄 수 있기를” 퓰리처상 환경소설, 디도나토의 노래로

    2019년 퓰리처상을 수상한 리처드 파워스의 환경소설 ‘오버스토리’가 음악 작품으로 탄생한다.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다음 달 16일 선보이는 콘서트 ‘세종솔로이스츠와 조이스 디도나토의 오버스토리 서곡’에서다. 메조소프라노 조이스 디도나토와 바이올리니스트 스티븐 김이 협연하고 보스턴 교향악단 부지휘자 얼 리(한국명 이얼)가 세종솔로이스츠를 지휘한다. ‘오버스토리’는 미 대륙의 원시림을 구하기 위해 모인 아홉 사람을 그린 소설이다. 특히 2018년 맨부커상 최종 후보에 올라 큰 반향을 일으켰다. 세종솔로이스츠는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인 작곡가 토드 마코버에게 의뢰해 약 30분 길이의 ‘오버스토리 서곡’을 만들었다. 다음 달 7일에는 미국 뉴욕 링컨센터에서 세종솔로이스츠가 이 곡을 세계 초연한다. 작곡가 마코버는 “‘오버스토리’는 인간이 세계에서 분리되면서 치를 대가에 대해 열정적으로 얘기하는 책”이라고 말했다. 곡은 식물학자 역 메조소프라노가 연기하는 인간의 관점, 악단과 전자음이 표현하는 나무의 관점이 충돌하고 결합하며 진행된다. 식물학자 역 메조소프라노 디도나토는 2019년 바로크 오페라와 오라토리오를 중심으로 내한공연 ‘전쟁과 평화’를 열어 큰 호응을 얻은 바 있다. 세종솔로이스츠와의 협연은 이번이 처음이다. “오버스토리 서곡은 연기가 필요하죠. 저는 오페라 무대에 서왔기에 친숙하지만 실내악단인 세종솔로이스츠에게는 도전적인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세종솔로이스츠는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악단으로 알려져 있기에 큰 기대가 됩니다.” 지난 내한 연주의 주제 ‘전쟁과 평화’가 보여주듯 그는 사회 참여적인 성악가로 알려져 있다. “세종솔로이스츠의 강경원 총감독이 마코버와 작품을 의논할 때 자연스럽게 제 이름이 떠올랐다고 들었습니다. 마코버와는 휴스턴 그랜드 오페라가 그에게 위촉한 오페라 ‘부활’에 출연하면서 알게 됐죠.” 2019년 그가 내한공연에서 ‘평화’를 호소한 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일어나면서 세계는 더 잔인하고 불안정한 시대를 맞게 됐다. 디도나토에게 인류의 평화로운 미래를 신뢰하는지 물었다. “전쟁의 반대말은 평화가 아니라 창조라는 말이 있죠. 우리 삶 속에 존재하는 아름답고 창의적인 것들을 보살피고 발전시켜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폭력이 승리할 테니까요. ‘오버스토리’를 통해 이 세계와 인간의 삶이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날 공연에서는 ‘오버스토리’ 외 스티븐 김이 협연하는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도 연주된다. 디도나토는 ‘오버스토리’ 공연에 앞서 다음 달 14일 피아니스트 크레이그 테리와 리사이틀 ‘스프링 콘서트’도 마련한다. 헨델과 하이든의 오페라에서부터 프랑스 샹송, 미국 재즈 레퍼토리까지 ‘천의 얼굴’을 보여줄 무대다. 16일 ‘세종솔로이스츠…’ 공연은 3만∼15만 원. 14일 ‘스프링 콘서트’ 4만∼12만 원.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3-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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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윤종의 클래식感]말러 ‘부활 교향곡’은 임사체험을 그렸을까

    이른바 ‘임사체험’에 대한 보고들에는 여러 공통점이 있다. 사고나 질병으로 심장이 정지되고 많은 경우 뇌파까지 소실됐다가 깨어난 사람들은 무엇을 보았을까? 대략 다음과 같은 내용들이 알려졌다. 이들은 의사가 자신의 사망을 선언하는 걸 보고, 가족들이 비탄에 잠긴 것도 위에서 내려다보듯이 보았다고 말한다. 많은 경우 놀라울 만큼 실제 일어난 것과 같은 상황 또는 세밀한 대화 내용까지 전한다. 다음으로는 자신의 지나간 삶을 본다. 이른바 주마등같이 스쳐 간다는 표현처럼 어릴 때부터의 중요한 순간들이 압축되어 빠르게 회상되었다고 한다. 그 뒤엔 어둡고 좁은 곳을 지나갔다고 한다. 터널, 원통, 어떤 사람은 깊은 계곡이라고 표현하는데, 날아가거나 헤엄치듯이 공간을 유영했다는 얘기가 많았다. 이 좁고 어두운 공간을 지난 다음에는 환한 빛이 다가왔다고 한다. 다가가자 그 빛은 사람이나 신처럼 말을 건다. 세세한 상황은 각기 다르지만, ‘지금은 여기 들어올 수 없다’며 입장이 거부됐고, 의식을 되찾았다는 것이다. 이 얘기를 꺼낸 이유는, 몇 년 전 말러 교향곡 2번 ‘부활’ 전곡을 듣다가 이 임사체험의 이야기들을 떠올리면서 등골이 서늘해졌기 때문이다. 말러 교향곡 2번 ‘부활’은 다섯 악장으로 되어 있다. 1악장은 말러가 작곡 당시 ‘장송제’라는 제목을 붙였다가 출판하면서 삭제했다. 말러는 환상 속에서 자신의 시신이 꽃으로 둘러싸여 있는 것을 보았고, 그 모습을 음악으로 표현했다고 한다. 임사체험을 보고한 이들이 자신의 죽은 모습을 내려다보듯이 보았다는 얘기를 떠올리게 한다. 2악장은 느릿한 민속 춤곡이다. 말러는 이 곡에 대해 이렇게 썼다. ‘떠나간, 사랑하는 이의 인생에서 행복한 순간, 젊은 날의 슬픈 기억과 사라진 순수.’ 3악장은 흐르는 듯한 스케르초다. 긴 터널이나 계곡을 지나 흘러가듯이 이동하는 느낌과 비슷하다. 어쩌면 억지스럽다고 말할 수도 있다. 말러가 이와는 다른 설명을 붙였기 때문이다. “회의와 거부의 영혼이 그를 사로잡는다. 그는 수많은 어지러운 환영을 응시하고, 자신과 신에 대해 절망한다.” 어떤 광경을 그렸다기보다는 관념적인 표제다. 하지만 내게 이 악장이 어두운 곳을 흘러가는 듯한 모습으로 느껴지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다음은 4악장이다. 알토 솔로가 들어가며 ‘태초의 빛’(Urlicht)이라는 제목이 붙어 있다. 1인칭 화자는 천사에게 자신은 천국에 들어가고 싶으며 돌아가기 싫다고 한다. 제목부터 임사체험을 경험한 사람이 어둠 속의 유영 끝에 빛을 만나게 된다는 얘기를 떠올리게 한다. 천사와 천상세계로의 입장에 대해 얘기한다는 것도 임사체험에서 보고된 얘기와 상응한다. 임사체험을 경험한 사람들이 들려준다는 얘기가 죽어가는 사람의 뇌에서 일어나는 현상일 뿐인지, 사망한 뒤 우리의 영혼이 실제로 거치게 될 일인지에 대해 얘기하고 싶지는 않다. 단지 죽음에 가까워지면서 경험했다는 광경들 사이에 이런 공통점이 발견된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렇다면 ‘부활’이라는 제목이 붙은 말러의 이 교향곡에서 임사체험을 연상시키는 일정한 흐름 또는 줄거리가 있는 것은 단지 우연일까? 다음은 상상일 뿐이다. 말러는 동생이 많았는데 그중 여럿이 어릴 때 열병으로 죽었다. 아직 19세기 후반이니 흔했던 일이다. 의식이 희미해져 가는 동생의 정신을 잡아 일으키기 위해 형인 말러가 영웅의 얘기를 지어서 들려줬는데, 그만 잠들었다가 일어나 보니 동생은 이미 숨이 끊어져 있더라는 회상도 있다. 이렇게 죽어간 동생 중 하나는 자신이 죽음 가까이 갔다가 경험한 얘기를 형에게 들려주지 않았을까. 또는 말러 자신이 당시 흔했던 열병이나 그 밖의 이유로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가 돌아왔고, 그 지울 수 없는 경험을 교향곡으로 표현한 것은 아닐까. 말러는 이 교향곡의 4악장까지 이런, 개인적 죽음의 체험과도 같은 세계들을 표현했고 이후 곡의 거의 절반을 차지하는 5악장에서는 인간 전체의 죽음 이후 부활과 구원을 표현한다. 15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는 크리스토프 에셴바흐가 지휘하는 KBS교향악단이 말러 교향곡 2번 ‘부활’을 연주한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3-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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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마음’은 어떻게 시작됐을까… 문어에게 물었다

    2018년부터 스위스에선 살아있는 바닷가재를 끓는 물에 넣어 요리하면 처벌받는다. 갑각류도 고통을 느끼기 때문이다. 2020년 공개된 다큐멘터리 ‘나의 문어 선생님’은 문어와 인간 사이의 교감과 우정을 담아 큰 반향을 이끌어냈다. 진화의 계통수에서 우리와 멀리 떨어진 동물들도 마음이 있을까. 책의 제목은 일반인에게 낯설다. 후생(後生)동물이란 ‘다세포동물’과 비슷한 개념이다. 원서의 부제 ‘동물의 삶과 마음의 탄생’을 염두에 두면 저자의 의도가 한층 쉽게 다가온다. 호주 시드니대 과학사와 과학철학 담당 교수인 저자는 “‘인간 외의 동물에게도 마음이 있나’라는 질문은 ‘예’나 ‘아니요’로 답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정신은 조금씩 나타났다는 점진주의가 그의 답이다. 의식 또는 정신은 종(種)에 따라 ‘더’ 또는 ‘덜’ 존재하며, 각각의 종이 가진 필요에 따른 것이지 우월하거나 열등한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저자는 신경망을 가진 동물이라면 주체성과 행위자성을 가진다고 말한다. 주체성은 개체가 얻는 경험, 즉 감각이다. 행위자성은 외부에 일으키는 것, 즉 동작이다. 하등해 보이는 동물도 자신이 일으킨 진동이나 전기 등을 외부에서 일어난 일과 분리해 이해한다. 자아를 인지하는 것이다.‘과학자 스쿠버다이버’로 유명한 저자는 기대대로 문어에 많은 분량을 할애한다. 문어는 영리하다고 알려진 동물 중 인간과 계통적으로 멀어 비교하기 좋다. 우리처럼 호기심을 느끼고 장난을 치며 스트레스를 받는다. 흥미로운 점은 신경의 3분의 2가 여덟 개의 다리에 있어 각 다리의 움직임은 거의 그 다리가 독립적으로 맡는다는 것이다. 문어에게는 ‘1+8’개의 마음이 있는 걸까? 이 책은 ‘정신이 빠르게 오가는 것’이라는 해석을 지지한다. 인간의 좌뇌와 우뇌가 독립적으로 활동하지만 두 뇌를 연결하는 뇌량(腦梁)을 통해 의식을 조합하는 것과 같다. 문어도 집중된 행동이 필요할 때는 각 다리의 행동을 그치고 집중한다. 정신이 감각과 동작이란 실제 현실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 되면서 마음은 큰 도약을 이뤘다고 저자는 본다. 가능한 상황을 미리 시뮬레이션해 앞으로의 일에 대비하게 된 것이다. 인간 외의 포유류도 꿈을 꾸며 갑오징어도 인간처럼 두 수면 모드의 교차가 일어난다. 인간이 다른 점은 시뮬레이션을 의도적으로 제어한다는 데 있다. 의식적으로 상상을 해서 계획을 수립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제 인간에게 마음이란 가능성을 시험해 보고 지어내 보며 이미지를 조작해 볼 수 있는 장(場)이 되었다. 과학적이면서 철학적인 질문 하나가 남았다. 신경의 활동은 우리의 어디로 ‘보내져’ 마음을 이루는 것일까. 저자는 “정신이란 세포 활동의 연결과 전기적 호흡의 출렁이는 리듬이며 물질과 에너지의 배열과 활동이다. 이 활동의 결과로 정신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그 활동 자체가 바로 정신”이라고 설명한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3-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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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악4중주 ‘아레테 콰르텟’, 모차르트 콩쿠르 우승

    현악사중주단 아레테 콰르텟이 9일 저녁(현지시간)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서 열린 제15회 모차르트 국제콩쿠르 현악4중주부문에서 1위를 하고 모차르트 현악4중주 최고 해석상을 수상했다. 이 콩쿠르에서는 2014년 노부스 콰르텟이 우승한 바 있다. 아레테 콰르텟은 바이올린 전채안 김동휘, 비올라 장윤선, 첼로 박성현을 멤버로 2019년 결성됐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3-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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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엘 시스테마’ 출신 두다멜… 뉴욕필 차기 음악감독에

    베네수엘라 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42·사진)이 2026년 임기가 시작되는 차기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음악감독을 맡게 됐다고 뉴욕타임스(NYT)가 7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두다멜은 베네수엘라의 빈곤층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음악교육 시스템 ‘엘 시스테마’를 통해 바이올린을 익혔으며 지휘자 곽승에게서 지휘를 배웠다. 1999년 엘 시스테마 출신 청소년들의 오케스트라인 시몬 볼리바르 청소년 관현악단의 음악감독이 됐다. 스웨덴 예테보리 교향악단 수석지휘자를 거쳐 2009년부터 로스앤젤레스(LA)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음악감독을, 2021년부터 파리 국립 오페라 음악감독을 맡고 있다. LA 필하모닉 음악감독 직책은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음악감독 취임 즈음에 종료될 예정이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3-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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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술의전당 전관 개관 30주년, ‘4가지 색깔 축하 공연’ 즐겨요

    전관 개관 30주년을 맞이하는 서울 예술의전당이 듀오 콘서트에서 대규모 교향곡까지, 풍성한 축하 상차림 네 개를 마련했다. 예술의전당은 1988년 2월 콘서트홀과 리사이틀홀을 갖춘 음악당을 가장 먼저 개관했고, 5년 뒤인 1993년 2월 15일 오페라하우스를 개관하면서 오늘날의 체제를 갖췄다. 14일에는 기악 연주가로 세계무대에 진출한 1세대 스타인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가 피아니스트 케빈 케너와 듀오 콘서트를 연다. 두 사람은 2011년부터 호흡을 맞춰왔고, 정경화는 케너를 ‘기적처럼 만난 영혼의 동반자’ ‘하늘이 내린 선물’로 불러왔다. 2018년 정경화의 솔로 앨범 ‘아름다운 저녁’에도 케너가 함께했다. 이번 무대에서는 정경화의 ‘최애’ 소나타인 그리그 소나타 3번과 브람스 소나타 1번, 프랑크 소나타 A단조 등 세 곡을 들려준다. 일찌감치 입소문이 나면서 1차 전석 매진을 기록했지만 8일 오후 2시 예술의전당 홈페이지와 인터파크를 통해 합창석을 추가 판매한다. 개관기념일 당일인 15일에는 올해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 오케스트라 수석지휘자 임기를 마치는 명장 크리스토프 에셴바흐가 KBS교향악단을 지휘해 말러 교향곡 2번 ‘부활’을 연주한다. 4관 편성의 대규모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여성 성악가 두 명이 필요하고 연주시간만 80분에 이르는 5악장 규모의 대작이다. 소프라노 이명주와 메조 소프라노가 솔리스트로 함께 하고 고양시립합창단과 노이오페라코러스가 출연한다. 에셴바흐는 2015년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내한공연을 지휘했고, 3개월 뒤 정명훈 서울시립교향악단 음악감독이 사퇴하자 서울시향 정기연주회에 긴급 투입돼 브루크너 교향곡 9번을 지휘하는 등 한국 음악 팬들과 폭넓게 접촉해 왔다. 그는 “의미 깊은 이번 무대에 관객의 기대가 큰 것을 알고 있다. 이 기회가 관객들의 지친 일상에 희망으로 다가갔으면 한다”고 밝혔다. 22일에는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와 2005년 쇼팽 콩쿠르 우승자인 폴란드 피아니스트 라파우 블레하치(사진)가 4년 만의 내한 듀오 무대를 연다. 1부에서는 베토벤 소나타 1번과 브람스 소나타 3번, 2부에서는 모차르트 소나타 17번과 시마노프스키의 소나타를 연주한다. 시마노프스키의 소나타는 2019년 발매한 두 사람의 듀오 음반에 수록됐고, 같은 해 내한공연에서도 연주했던 곡이다. 김봄소리는 “첫 듀오 무대의 기분 좋은 긴장감이 생생하다. 같은 무대에서 연주하는 만큼 그때의 감동을 뛰어넘는 호흡을 보여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축하 무대는 마지막 날인 24일 가곡 콘서트로 이어진다. 김광현 지휘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와 소프라노 박미자 이명주 황수미, 테너 김우경 정호윤, 바리톤 강형규 등이 출연한다. 나운영의 ‘달밤’에서 최진의 ‘시간에 기대어’까지 시대를 넘어 사랑받는 우리 가곡을 들려준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3-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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