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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은 왜 모세에게 신발을 벗으라고 하셨을까?’ 천주교 서울대교구 대변인이자 홍보위원회 부위원장인 허영엽 신부(62)는 최근 출간한 ‘성경 속 궁금증’(가톨릭출판사)에서 “신발을 벗는다는 것은 그동안 익힌 인간의 관습과 생각을 버린다는 내적 의미를 지니기도 한다”며 “하느님 앞에서 내가 아무것도 아님을 고백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한다. 이 책은 성경에 대한 독자들의 이해를 높일 수 있는 95가지 질문으로 구성됐다. 1장에서는 누가 성경을 기록했고, 성경을 왜 계속 번역하는지, 성경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등을 다뤘다. 2, 3장에서는 신약과 구약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행동과 의미를, 4장에서는 성경에 대한 배경지식을 각각 풀이했다. 허 신부는 “성경은 현재와 시공간의 차이가 있어 이를 이해하려면 성경이 기록된 시기의 문화와 풍속, 지리 등을 잘 알아야 한다”며 “이 책을 올해 40주기가 되는 아버지 영전에 바친다”고 말했다. 서울대교구장인 염수정 추기경은 추천사에서 “교구의 ‘글쟁이’ 허 신부가 쓴 이 책이 신자들에게 전해져 성경에 관한 궁금증을 해소해 주고 참 생명의 갈증을 느끼는 이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7일 경기 안산시 꿈의교회 키즈플레이존에 들어선 김학중 목사(56)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이곳은 약 331m²(약 100평) 규모로 교회를 찾는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이다. 바깥의 카페와 500석 규모의 공연장, 시네마존, 세미나실과 소그룹 모임 공간 등이 모여 지하 1층, 지상 3층의 ‘드림키즈빌리지’를 이룬다. 큰 예배당이 있는 본관 1층의 더갤러리는 도심 속 작은 미술관이다. 꿈의교회 담임목사인 그는 CBS 이사장과 NCCK(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100주년기념사업특별위원회 위원장도 맡고 있다. 무겁고 긴 직함과 달리 밝은 모습의 그는 최근 미국에서 활동하는 며느리 한서혜 씨(보스턴발레단 수석무용수)의 출산으로 ‘젊은 할아버지’가 됐다. ―2002년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레포츠 교회’를 표방했다. “지하에 수영장, 지상에는 헬스클럽을 만들었다. 아침에 회원으로 가입하기 위해 긴 줄이 늘어서고 하루 이용객이 1500명 정도였다. 이용자의 80% 이상이 비신자였다. 우리가 불편해도 주민들에게 필요한 공간을 만들자는 취지였다. 이제 지역에 레포츠 시설이 늘어나 우리 역할은 여기까지라고 생각했고, 리모델링해 2019년 말 드림키즈빌리지로 문을 열었다.” ―드림키즈빌리지는 어떤 취지인가. “무엇보다 다음 세대를 책임질 어린이를 위한 공간이다. 비슷비슷한 또 하나의 교회가 되기보다는 새로운 교회가 되자는 게 우리 교회의 모토다. 공연과 미술 등 아직 접근하기에 벽이 있는 문화 프로그램을 주민들에게 제공하고 싶었다.” ―안산 30년살이 중 특히 기억에 남는 일은…. “교회 초창기 3 대 3 길거리 농구대회를 준비하면서 최고 인기 팀이었던 연세대 최희암 감독에게 도와달라는 손편지를 썼다. 봉고차 2대에서 서장훈 문경은 우지원 등 2m 안팎의 선수들이 내리는데 정말 가슴이 벅찼다. 선수들이 시범 경기도 하고 아이들과 같이 사진을 찍어줬다. 대회 뒤 거리에서 마주친 청소년들이 얼른 담배를 뒤로 숨기고 꾸벅 인사를 하더라. 교회는 안 나오지만, 친구가 되어준 젊은 목사에게 예의를 지킨 것이다. 그때 아이들이 원하는 것이 복음이고, 이 방향이 맞다는 확신이 들었다.” ―2024년 NCCK 설립 100주년을 앞두고 역사 현장 100선, 인물 100선, 한국 교회의 날 시행 등 의욕적인 사업들이 많다. 객관성을 지킬 수 있냐는 우려도 나온다. “준비위원들은 공정성을 위해 심사에서 빠진다. 좀 더 많은 분들이 호응할 수 있도록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를 만드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100주년이라고 성과 위주로 자화자찬하는 것 아닌가. “잘한 것이 있어도 반성으로 시작하는 게 맞다. 이전에는 ‘명품’이었는데 지금 촌스러워졌다면 하나님 뜻에 맞게 바꾸어야 한다. 우리만의 잔치가 아니라 세상에 다가갈 수 있는 상징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 ―NCCK의 영향력이 과거에 비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민주화운동 시기에는 매체가 많지 않아 작은 소리도 크게 들릴 수 있었던 반면 지금은 다르다. 매체가 100배, 1000배로 많아졌으니 목소리가 묻히는 게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1970, 80년대 운동권 방식으로는 2000년대 사람들과 소통할 수 없다.” ―30년 목회 중 가장 어려웠던 시기는…. “영적인 슬럼프, 번아웃(탈진) 같은 게 10년 주기로 왔다. 더 이상 새롭게 일할 수 없는 것 같아 조기 은퇴도 고민했다. 교회와 관련한 건축을 12번이나 했으니 일중독자의 후유증일 수도 있다.” ―영적인 슬럼프 같은 말을 꺼내도 되나. “새로운 변화를 위해 하나님이 주신 파도는 누구나 겪을 수 있는 문제다. 그럴 때 일을 많이 내려놓았다. 그러면 산불 뒤 자연스럽게 생태계가 복원되는 것처럼 회복이 됐다. 완벽주의자 스타일인데 이제 지켜볼 수 있어 교계와 교단 일을 할 여력이 생긴 것 같다.” ―교단과 연합단체를 둘러싼 ‘교단 정치’의 문제점도 많다. “제도보다는 사람의 문제다. 릴레이하는 계주 선수처럼 자신의 구간을 최선을 다해 뛰고, 다음 주자에게 물려주는 게 올바른 리더십이다.” ―목회자가 되지 않았다면…. “어떤 일이든 사람을 즐겁게 하는 일을 하고 있지 않을까? 엔터테인먼트를 택했다면 이수만 씨(SM엔터테인먼트 총괄 프로듀서)가 긴장해야 했을 것이다(웃음).” ―가장 좋아하는 성경 구절은 무엇인가. “마태복음 제28장 20절 중 ‘세상 끝날까지 너희와 항상 함께 있으리라 하시니라’는 구절이다. 예수님이 승천 직전 제자들에게 했던 말씀이다. 힘들 때 용기를 주는 금과 같은 말씀이다.”안산=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2018년 세계 각국의 매체들은 일본 해역에서 유령선이 잇따라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니가타현에서 발견된 배에는 남성 유골 1구가 있었고, 인근 모래사장에서도 유골 1구가 확인됐다. 아키타현에서도 유골 8구가 실린 낡은 목선이 발견됐다. 배들에서는 유골과 함께 북한의 담뱃갑, 한글이 적힌 구명조끼 등이 나왔다. 제목 ‘뼈의 방’은 기증 받은 유골을 모아둔 법의인류학(法醫人類學) 전문가의 특별한 공간을 가리킨다. 법의인류학은 드라마 등을 통해 알려진 법의학을 비롯해 고고학, 인류학과도 연관돼 있다. 저자에 따르면 법의학자들이 주로 시체 전반에서 사망 원인과 방식을 찾는 반면 법의인류학자들은 뼈에서 이를 찾아낸다. 유골을 건네받은 법의인류학자의 임무는 우선적으로 ‘빅4’라고 부르는 성별, 나이, 혈통, 키의 정보를 파악해 유골에게 이름을 찾아주는 것이다. 앞서 본 유령선의 경우 북한과 관련 있는 것으로 추정됐지만 시체가 이미 백골이 되어 정확한 사인은 밝혀내지 못했다고 한다. 책은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다’ ‘뼈는 삶을 이야기한다’ ‘죽음이 남긴 메시지’의 3부로 구성돼 있다. 다양한 형태의 유골이 발견된 역사적 사건과 현장에 대한 사례들이 실려 있어 흥미롭다. 홍콩 출신으로 영국 레스터대에서 법의인류학과 법의고고학을 전공한 저자는 동티모르 독립 과정에서 희생당한 무연고 시체를 수습했고, 미국 폴란드 파푸아뉴기니 등에서 법의학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CTS기독교TV는 14일 오후 2시 서울 동작구 노량진로 CTS본사 아트홀에서 ‘한국교회 부모 되어 다음세대 세워가자!’라는 슬로건을 내건 ‘CTS다음세대운동본부’ 출범식과 기념 심포지엄을 연다. 출범식은 각계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김양재 목사(우리들교회)의 기도로 시작해 본부 총재를 맡은 소강석 총회장(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총회) 신정호 총회장(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총회) 이철 감독회장(기독교대한감리회)의 대회사가 이어진다. 한국교회총연합 장종현 대표회장, NCCK(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이홍정 총무, 두레공동체운동본부 김진홍 목사의 축사도 예정돼 있다. 박병석 국회의장과 김부겸 국무총리는 서면 축사를 보냈다. 본부 상임 총재를 맡은 CTS기독교TV 감경철 회장(사진)은 사전에 배포한 자료에서 “대한민국 근대사의 주역은 한국교회가 세운 기독교 학교에서 배출됐다”며 “신앙과 실력을 갖춘 믿음의 자녀들이 대한민국을 이끄는 주역으로 세워져야 하기에 이번 출범식을 시작으로 다음세대를 위한 밀알을 심어야 한다”고 본부 설립 취지를 밝혔다. 심포지엄은 ‘다음세대를 위한 교회의 역할’이란 주제로 한국공공정책개발연구원 장헌일 원장의 사회로 진행된다. 목회 데이터 연구소 지용근 대표는 ‘한국교회 공교회성에 대한 사회 인식도’에 대해 여론조사 결과를 근거로 발표하고, 당진동일교회 이수훈 목사는 ‘보육과 교육을 책임지는 지역교회’란 주제로 강의한다. 출범식은 CTS기독교TV를 통해 생중계된다. 각 지역 케이블 채널과 스카이라이프, IPTV, CTS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시청이 가능하다. 유튜브와 웨이브, 딜라이브에서 ‘CTS다음세대운동본부’를 검색하면 라이브로 시청할 수 있다.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국제개발 비정부기구(NGO) ‘로터스월드’(이사장 성관 스님)와 전국 비구니회(회장 본각 스님)는 지난달 14일부터 캄보디아 미얀마 라오스 사찰 긴급 지원 캠페인을 시작했다. ‘탁발이 어려워진 이웃 불교국가 스님들의 발심출가를 지켜주세요’가 캠페인 슬로건이다. 탁발(托鉢)은 승려들이 무소유를 실천하기 위해 신도들이 보시하는 음식으로 식사를 해결하는 걸 말한다. 2004년 첫발을 내디딘 로터스월드는 2006년 캄보디아 앙코르와트 인근에 ‘아름다운 세상 캄보디아 어린이 마을’을 건립한 것을 비롯해 미얀마, 라오스에서 아동보육과 보건의료, 지역개발, 직업 훈련 등을 실시해왔다. 성관 스님의 캄보디아 방문 횟수는 77차례나 된다. 지난달 30일 성관 스님이 회주로 있는 경기 수원시 장안구 보현선원에서 그를 만났다. ―해당 지역 상황은 어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어려움이 상상 이상이다. 보건의료 시스템이 취약한 데다 불안한 정치적 상황까지 겹쳐 있다. 코로나19 확산을 막으려고 지역을 봉쇄해 경제적으로 더욱 어렵다. 동남아 지역 사찰들은 탁발을 통해 하루 한 끼만 먹는 일종식의 전통을 철저하게 지키고 있다. 코로나19로 탁발이 금지돼 스님들이 끼니를 거르고 있는 상황이다.” ―사찰을 중심으로 생활하는 어린이와 노인 등의 상황은 어떤가. “동남아 사찰은 수십 또는 수백 명의 수행자가 기거하고, 사찰을 중심으로 취약계층을 돌보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사찰에는 탁발 전통 때문에 취사 시설이 없다. 탁발이 끊겨 스님뿐 아니라 어린이와 노인, 병자 등의 생계도 위협받고 있다.” ―어떻게 캠페인을 시작하게 됐나. “활동가들이 코로나19의 어려움 속에서도 현지에 머무르거나 2주간의 자가 격리를 하면서 국내외를 오가며 애쓰고 있다. 우리 시설만 지킬 게 아니라 더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뭔가 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더라.” ―전국 비구니회와는 어떻게 함께 캠페인을 하게 됐나. “어려운 이웃을 외면하지 못하는 어머니 마음이 큰 곳이 비구니회다. 처음에는 ‘저희는 여건이 어려워 이름만 보태겠다’고 했지만 막상 캠페인이 시작되자 비구니 사찰들의 후원이 많다. 전북 무주군 향산사 성본 스님도 큰 기부를 해주셨다. 향산사는 제가 은사를 모시고 다니던 사찰이고 은사와 성본 스님도 인연이 있어 세상이 하나라는 걸 느꼈다.” ―내전으로 치닫고 있는 미얀마 상황이 심각하다. “미얀마에 학교와 보육 시설, 사회적 기업인 두부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군부 쿠데타 직전에 시설을 양곤 외곽으로 이전해 그나마 다행이다. 불안한 상황이지만 현지 직원들이 원해 두부공장을 계속 가동하고 있다.” ―4월에 2019년까지의 활동을 결산하는 백서를 출간했는데…. “백서를 괜히 만드는가 싶었는데 사진과 서류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면서 자신을 들여다보게 됐다. 3500여 명의 후원자, 현지인, 활동가들이 조화를 이뤄 만들어낸 변화인 것 같다.” ―어떤 점을 보완해야 하나. “요즘 세상의 시대적 특성이 서로 고립돼 있는 파편화다. 로터스월드가 해야 할 일은 세상이 이웃의 아픔과 고통에 대해 공감 능력을 높일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코로나19 때문에 어려운 것은 당연하지만, 그 어려움을 뚫고 무언가를 할 수 있도록 방법을 찾아야 한다.” ―개인적인 소회는 어떤가. “출가 뒤 열심히 산다고 노력했지만 갈팡질팡한 순간이 왜 없겠나? 그런 나를 단단하게 잡아준 게 로터스월드다.” ―전에 만났을 때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를 주제로 여러 얘기를 했는데…. “인류와 미래에 대한 그의 통찰력은 여전히 놀랍다. 요즘 뇌를 주제로 다룬 책을 많이 본다. 젊은 시절 만나 같이 늙어가는 30∼40년 신도들이 적지 않다. 그분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 건강에 관한 대화를 자주 나눈다. 최소 하루 30분 명상하고, 30분 이상 걸으라고 권한다. 아침에 명상하면 자신의 적나라한 모습이 보여 잘 살 수밖에 없더라. 하하.”수원=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서울 강남구 봉은사가 최근 사찰음식문화연구소를 열고 소장에 우관 스님을 임명했다. 연구소는 사찰 내 심검당에 마련됐다. 봉은사는 유명 셰프들이 참여한 사찰음식 도시락 경연대회를 여는 등 사찰음식을 알리기 위해 노력해 왔다. 앞으로 연구소를 통해 사찰음식을 가정에서도 손쉽게 접할 수 있도록 조리법을 소개하고 메뉴도 개발할 계획이다. 주지 원명 스님은 “봉은사가 선두에 서서 사찰음식 연구와 대중화에 나서기 위해 연구소를 설립했다”며 “건강음식에 관심이 많은 현대인의 입맛에 맞는 사찰음식을 개발해 보급하겠다”고 말했다. 마하연사찰음식문화원을 이끌어 온 우관 스님은 한국불교문화사업단 사찰음식 교재편찬위원과 사찰음식전문위원으로 활동하며 세계 각국에 사찰음식을 소개해 왔다. 저서 ‘손맛 깃든 사찰음식’ ‘사찰음식 보리일미’는 영문판으로도 출간됐다. 우관 스님은 “사찰음식문화연구소는 사찰음식을 대중화하는 데 초점을 맞춰 수익과 연계하기 위한 고민과 연구도 함께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최근 출간된 ‘보물산에 갔다 빈손으로 오다’(어의운하)는 여러 궁금증을 자아내는 책이었다. 저자는 미국에서 성공한 여성 사업가 출신의 현안 스님(40)이다. 한국에서 미생물학과 경영학을 전공한 스님은 27세 때인 2008년 미국으로 떠났다. 영어 이름 ‘샤나 한’으로 활동한 그는 2010년경 기능성 화장품과 미용의료기기 등을 판매하는 업체를 차려 연간 매출 약 25억 원을 기록할 정도로 성공했다. 미국에서 참선에 심취해 ‘공원에서의 참선’ 모임을 이끌던 그는 2019년 미 캘리포니아주 위산사에서 영화 스님(66)을 은사로 출가했다. 위산사는 중국 선종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미국의 대승불교’로 알려진 위앙종의 한 사찰이다. 미국에서 출가한 뒤 한국으로 돌아온 현안 스님을 23일 충북 청주시 보산사(寶山寺)에서 만났다. ―책 제목은 무슨 의미인가. “겉으로 볼 때는 미국에서 돈과 원하는 것, 즉 세속에서 말하는 보물을 찾았는데 출가했으니 빈손으로 돌아온 거겠지? 이곳 이름이 보산사라는 점도 있고. 빈손인 듯 보이지만 마음속에는 세상 사람들과 나눌 수 있는 더 큰 보물을 갖고 있다는 역설적인 제목이다.” ―그간 어떤 일을 했나. “한국에서 안정된 직장에서 일했지만 공허함을 느껴 미국으로 떠났다. 어학연수 경험도 있고 영어가 가능해 미국을 선택했다. 사업은 연간 매출 25억 원 정도였으니 엄청난 규모는 아니지만 괜찮은 집과 좋은 차를 부담 없이 살 수 있는 작은 성공이었다.” ―성공한 사업가가 왜 출가를 결심했나. “일에 매달리다 매주 금요일이면 좋아하는 살사를 마음껏 추고 술 먹고 노는 시간들이 계속됐다. 그런데 스트레스는 쌓이고 불면증도 심해졌다. 2012년 한참 벼르다 사찰의 참선 프로그램을 찾아갔는데 그곳에서 나중에 은사가 되는 영화 스님을 만났다. 참선을 만나면서 사업도 더 잘됐다(웃음).” ―그런데 왜 출가를…. “2019년 영화 스님이 부르더니 ‘출가하면 어떻겠냐’고 물었다. 사실 당시 마음이 평화롭고 즐거움이 커서 출가하지 않는 재가불자로 살아도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던 시기라 사흘간 잠 못 자고 고민했다. 하지만 스승의 가르침을 제대로 받을 수 있고 더 좋은 변화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아 출가를 결심했다.” ―어떤 변화인가. “근본적으로는 자신에 대해 좀 더 알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또 세속적 즐거움은 일시적이고 나만을 위한 것이지만 출가하면 승가(僧家)의 일원으로 사람들의 변화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니 사업이 시간낭비로 느껴졌다.” ―새로운 인생을 찾아 미국으로 떠났는데 출가해 한국으로 돌아왔으니 아이러니하다. “지난해 3월 은사께서 ‘현안은 한국에 가라’고 하시더라. 은사 생각이라 별 고민 없이 따랐고 한 달 만에 한국에 들어왔다.” ―집에서는 어땠나. “부모님이 경기 이천에 사시는데 가끔 별일 없는 듯 그냥 둘러보고 가신다. 지난해 5월 어머니가 (제가) 삭발한 것을 처음 봤는데 ‘너라도 하고 싶은 것 해서 다행이다’라고 하시더라.” ―앞으로의 계획은…. “출가 전부터 미국에서 참선교실을 운영했다. 긍정적 변화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 큰 키에 시원시원한 웃음을 터뜨리는 그의 보물 산행(山行)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는 듯하다. 그는 책의 머리말에 이런 말을 썼다. “사람들이 어떻게 성공과 부를 모두 버리고 출가했냐고 물어보면, 저는 버린 것이 아니라 더 좋은 것을 선택했다고 말합니다.” 청주=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지금 여기에서 누리지 않는 행복은 미래에도 누릴 수 없다.” 시인이자 수필가인 김영진 성서원 회장(77)은 신간 ‘1일 1페이지 긍정의 말’(엘도라도)에서 이렇게 썼다. 1972년부터 성경 출판의 외길을 걸어온 원로 출판인인 그는 이 책에서 법정 스님의 글도 인용했다. 책은 매일을 좋은 날로 만드는 인생 문장 365개를 소개한다. ‘퍼서 쓰는 만큼 채워진다’ ‘내 안의 나침반과 지도를 신뢰하자’ ‘낮아지려고 할수록 높아진다’ 등 국내외 고전과 역사를 넘나들며 인생을 풍요롭게 할 수 있는 글을 모았다. 제목처럼 하루 한 페이지씩 넘기면서 주제를 묵상할 수 있다. 같은 출판사에서 ‘1일 1페이지 지혜의 말’도 출간됐다.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고시원과 밥차 사장, 세탁소장, 구호대장…. 원불교 성직자를 가리키는 교무(敎務)보다 다른 직함이 익숙한 이가 있다. 원불교 재해재난구호대장이자 사회복지법인 ‘원불교봉공회’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강명권 교무(58)는 2005년 강원 고성 산불을 시작으로 국내외 재해재난 현장을 지켜 ‘원불교 구조대장’으로 불린다. 그는 2007년 충남 태안 기름 유출사고 당시에는 114일간 기름 제거 작업에 참여하며 주민과 봉사자들에게 식사를 제공했다. 세월호 참사(231일)와 경북 포항 지진(35일) 당시에도 현장에서 활동했다. 중국 쓰촨성과 아이티 지진 현장 등 해외 파견 활동도 14차례나 했다. 긴급한 재난 현장이 없을 때에는 ‘훈훈한 밥집’과 ‘은혜고시원’이 그의 현장이다. 17일 서울 동작구 원불교소태산기념관 내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훈훈한 밥집, 이름이 좋다. “좌산 상사(左山 上師·85)님의 법문 중 ‘맑고 밝고 훈훈하게’에서 따온 이름이다. 서울 지역의 경우 2011년부터 무료급식을 제공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에는 하루 400명이 이용했는데 지금은 절반으로 줄었다. 매주 코로나19 음성 판정을 받아야 하는 불편함 때문인데 안타깝다. 거동이 어려운 어르신을 위해서는 가정을 방문해 도시락과 반찬도 제공하고 있다.” ―원불교 구호대장으로 소문이 났다. “젊은 시절 지역 교당과 인터넷 교화를 담당하다가 봉공회에 가라고 해서 왔다. 막상 와보니 이 일이 정말 중요하더라. 종교성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현장에서 사람들에게 구체적으로 필요한 도움을 주는 게 좋다.” ―종교색이 강하면 거부감이 작지 않다. “가정 봉사를 나가면 처음 1, 2년은 아예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노숙인 급식만 해도 육두문자를 듣지 않으면 일이 끝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원불교 밥이 제일 맛있다’고들 한다. 1년 정도 꾸준히 밥만 맛있고 정성스럽게 해 줘도 사람의 말과 태도가 바뀐다. 저희가 오기를 기다리는 노인분들도 적지 않고, 쌀이 남았으니 더 어려운 곳에 전해 달라는 분들도 있다.” ―‘고시원 강 사장’으로도 불린다는데…. “서울역 인근 쉼터 이름이 ‘은혜고시원’이다. 2013년 개원할 때 이용자를 대우하겠다는 의미로 ‘은혜 원룸’이라고 했었는데 일반인들이 주로 찾아왔다. 알고 보니 그쪽은 원룸이 아니라 고시원이라고 해야 형편이 어려운 분들이 오더라.” ―세탁소장은 어떤가. “재난이 발생하면 수도와 전기가 ‘올스톱’ 된다. 요즘은 구호단체가 많아져서 먹는 것은 어떻게 해결이 되는데 빨래가 큰일이다. 2019년 후원을 받아 빨래차도 운영하게 됐다. 지난해 8월 집중호우로 큰 피해를 입은 경기 안성 지역에서 열흘간 급식과 빨래 서비스를 했다.” ―해외 지역 파견도 14차례나 된다. “우리나라보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나라가 많다 보니 국내 재해 현장보다 훨씬 심각한 상황이 많았다. 여러 단체가 원활하게 소통해 언어 문제를 해결하고 효율적으로 지원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강 교무는 향후 계획을 묻자 “봉공하지 않는 종교는 종교가 아니다”라는 대산 종사(大山 宗師·1914∼1998)의 말로 대신했다. “인류의 영(靈)과 육(肉)에 빈곤 무지 질병 재해를 없게 하여 평등원만한 세계를 만들어 갑니다”라는 게 3대 종법사를 지내며 원불교봉공회를 창립한 대산 종사의 가르침이다.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2000년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가 부인 멀린다와 함께 설립한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의 핵심 프로젝트는 빈곤과 질병에 시달리는 아프리카를 돕는 것이었다. 책 제목에 아프리카가 언급된 이유다. 프랑스 기자인 저자가 쓴 이 책의 원제는 ‘거짓 관용의 기술’이다. 그는 한국어판 서문에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은 공익을 위하는 척하면서 뒤로 재단 트러스트 활동을 통해 군수산업과 화석 에너지 분야, 집약식 농업 및 유전자 변형 식품, 패스트푸드 체인을 후원한다”고 썼다. 빌 게이츠에 대해선 “생물권 전체에 해가 되는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지지하며 시대에 역행하는 ‘자선 자본주의’의 전형적 인물”이라고 비판한다. 저자에 따르면 빌 게이츠 재단은 MS가 시장에서의 독점적 지위를 남용하고 세금을 빼돌려 만든 ‘나쁜 돈’으로 출범했다. 재단 후원은 아프리카의 의료와 농업 부문에 집중됐는데 MS는 이를 통해 아프리카 진출의 이익을 누렸다는 것이다. 재단의 기술집약적 농업 후원이 여러 국가의 생물 다양성을 해치고 있다는 주장도 담았다. 앤 엠마누엘 번 캐나다 토론토대 보건정책학 교수는 이 책 부록에서 빌 게이츠 재단의 세계보건 활동의 문제점을 짚었다. 균형 잡힌 시각이 다소 아쉽지만 빌 게이츠 신화의 이면을 살펴보고 싶다면 참고할 만한 책이다.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올해 15회째를 맞는 경기 용인시 새에덴교회의 6·25전쟁 해외 참전용사 초청행사가 23일 오전 10시 줌을 통한 온라인 비대면 행사로 열린다. 새에덴교회와 ㈔한민족평화나눔재단은 17일 간담회를 통해 이번 행사에 미국, 캐나다, 필리핀, 태국 등 해외 4개국 참전용사와 가족 150여명이 새에덴교회 대예배실에 마련된 초대형스크린에 줌으로 화상 초청돼 참여한다고 밝혔다. 이 행사는 2007년 처음 시작됐으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지난해 이어 올해도 온라인으로 열리게 됐다. ‘메타버스’(현실과 혼합된 가상세계) 등 첨단 영상 기법을 활용해 참전용사 10명의 젊은 시절 모습을 가상공간에서 재현한다. 문재인 대통령과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메시지가 행사 중 대독된다. 소강석 담임목사(사진)은 “초청행사를 여는 것은 평화와 안보를 위한 것”이라며 “나라를 지킬 뿐만 아니라 평화의 길을 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김갑식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교황님의 방북을 주선하는 역할이 맡겨진다면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 11일 프란치스코 교황에 의해 성직자성(省) 장관에 임명되고 대주교로 승품된 유흥식 대주교(70)의 말이다. 유 대주교는 12일 대전교구청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4월 바티칸에서 교황님을 알현했을 때 북한에 가고 싶다고 말씀하셨다”며 “국제적으로 고립되면서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에 부닥친 북한이 교황님을 초청한다면 북한으로서는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 230여 년의 한국 가톨릭 교회사에서 한국인 사제가 교황청의 최고위급 성직자에 임명된 것은 처음이다. 500년 역사를 가진 성직자성은 교황청 행정기구인 9개 성의 하나로 사제와 부제들의 모든 직무와 생활에 관한 업무를 관장하는 부서다. 사목 활동을 감독하고 심의하는 것은 물론이고 신학교 관할권도 갖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그의 성직자성 장관 임명에 얽힌 사연도 나왔다. 유 대주교는 “교황님께서 아프리카 출신 장관은 두 분이 계신데 아시아 출신은 한 분뿐이라고 하시며 장관직을 제안하셨다”며 “우리나라를 포함해 아시아의 높아진 위상을 교황청도 인정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대전교구 홈페이지에 쓴 그의 서한에는 이런 표현이 나온다. “교황님께서 발표하실 때까지 장관직 제안 사실을 비밀에 부치라고 하셔서 11일 저녁 7시까지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주변 누구도 몰랐다. 8월 이후 행사 일정도 잡지 못하며 50일 동안 보안을 유지하느라 매우 힘들었다.” 대전교구에 따르면 유 대주교의 성직자성 장관 임명은 바티칸 내에서도 ‘사건’으로 여겨지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파격적인 인사에는 한국인 성직자로는 드물게 교황과 직접 소통해온 유 대주교에 대한 신뢰가 깔려 있다. 2014년 8월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은 충남 당진의 솔뫼성지에서 열리는 아시아청년대회에 참석해달라는 유 대주교의 초청을 계기로 이뤄졌다. 유 대주교는 올해 4월 바티칸에서 교황을 알현해 ‘땀의 순교자’로 불리는 최양업 신부 시복 문제와 한반도 평화 이슈 등을 설명했고, 바로 이 자리에서 성직자성 장관 임명 사실을 들었다. 유 대주교는 “사제의 쇄신 없이 교회의 쇄신도 없다는 말은 항상 맞다”며 “교황님의 교황청 쇄신 노력을 힘껏 돕겠다”고 밝혔다. 유 대주교는 13일 최근 국제성지로 선포된 충남 서산시 해미국제성지를 찾아 미사를 집전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김대건 신부 탄생 200주년을 맞은 올해, 제게 무거운 역할이 주어진 것은 개인의 능력이나 재능 때문이 아니다”며 “김대건 신부님과 순교자들이 한국 교회가 세계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시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이어 “교황님은 주변 성직자들에게 한국 순교자와 성지에 관해 자주 말씀하신다”며 “해미국제성지가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부끄러움이 없는 치유와 휴식의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유 대주교는 7월 말 교황청이 있는 로마로 출국하며 8월 초부터 성직자성 장관직을 수행할 예정이다. 통상 장관 임기는 5년이다. 성 장관은 추기경 직책으로 분류돼 유 대주교의 추기경 서임도 점쳐지고 있다. 현재 한국은 정진석 추기경의 선종으로 서울대교구장인 염수정 추기경만 있는 상태다. 염 추기경은 12일 “성 김대건 신부 탄생 200주년에 유 대주교님 개인뿐 아니라 한국 교회 전체가 뜻깊은 큰 선물을 받았다”는 축하 메시지를 발표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박수현 대통령국민소통수석비서관이 세종시 교구청을 찾아 전달한 축전에서 “‘나는 세상의 빛이다’라는 대주교님의 사목 표어처럼 차별 없는 세상, 가난한 이들이 위로받는 세상을 위한 빛이 되어 주실 것을 믿는다”며 “한반도 평화를 위해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 오신 분이어서 더욱 기대가 크다”고 밝혔다.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유흥식 한국천주교 대전교구장(70·사진)이 교황청 성직자성 장관 겸 대주교로 임명됐다고 11일(현지 시간) 교황청이 밝혔다. 한국인 성직자가 교황청의 차관보 이상 고위직에 임명된 건 처음이다. 성직자성은 교구 사제와 부제들의 사목 활동을 심의하고, 주교들을 지원하는 역할을 하는 부처다. 가톨릭 신학교들에 대한 관리 권한도 갖고 있다. 충남 논산에서 태어난 유 대주교는 1979년 이탈리아 로마 라테라노대 교의신학과를 졸업한 후 현지에서 사제품을 받았다. 대전가톨릭대 교수와 총장을 거쳤으며 2003년 주교품을 받았다. 특유의 친화력으로 교계 인맥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진 유 대주교는 프란치스코 교황과 가깝게 지내는 소수의 한국인 성직자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실제로 그는 2014년 8월 프란치스코 교황의 한국 방문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천주교 대전교구 관계자는 “다종교 국가인 한국에서 교황청 장관이 임명된 건 이례적”이라며 “프란치스코 교황이 갖고 있는 남북한 통일에 대한 관심과 한국에 대한 애정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교계 일각에서는 유 대주교가 향후 추기경에 서임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나온다. 역대 교황청 성직자성 장관들이 모두 추기경으로 임기를 마친 전례를 감안해서다. 올 4월 정진석 추기경의 선종으로 한국인 추기경은 서울대교구장인 염수정 추기경(78)만 남았다.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국내 개신교계의 위기의식은 심각하다. 하지만 4일 서울 강남구 기독교대한성결교회(기성) 총회 본부에서 만난 지형은 목사(61·성락성결교회)의 해법은 단순하고 명쾌했다. 그는 “최근 기독교(개신교) 위기의 본질은 하나님 말씀에서 멀어졌기 때문”이라며 “코로나 사태는 한국 교회에 성찰할 기회를 줬다”고 말했다. 독일 보훔대에서 교회·교리사를 전공해 신학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독일 통일의 현장을 지켜본 목회자로 대북 지원과 교류에 힘써 온 ‘남북나눔’ 이사장을 지냈다. 그는 교계 최대 목회자 단체인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한목협) 대표회장과 한국기독교언론포럼 이사장도 맡고 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하나님의 말씀이 우리 삶으로’를 임기 중 표어로 정했다. 어떤 의미가 담겨 있나. “교세가 줄어든 것은 위기의 현상이지 본질이 아니다. 본질은 한국 교회가 기독교 신앙의 중심에서 멀어졌다는 것이다. 중심은 바로 하나님 말씀, 성경이다. 교단 표어를 정하면서 요한복음 1장 14절 ‘말씀이 육신이 되어 우리 가운데 거하시매 우리가 그의 영광을 보니 아버지의 독생자의 영광이요 은혜와 진리가 충만하더라’는 구절을 떠올렸다. 말씀이 육신이 됐다는, ‘성육신(成肉身)’이 핵심이다. 하나님 말씀이 우리 삶으로 이어져 삶에서 작동해야 기독교 신앙이다.” ―기본 중의 기본에 문제가 생긴 것 아닌가. “위기를 말하면서 신자 수가 줄었다는 현상 걱정만 해서는 안 된다. 매너리즘에 빠지면 상식이 작동하지 못한다. 라틴어 표현으로 ‘아드 폰테스(Ad Fontes)’처럼 근원의 샘,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하나님의 말씀이 점점 더 왕성해졌다는 예루살렘의 초대 교회 모습으로 돌아가야 한다.” ―총회장 선출 뒤 ‘말씀삶’ 프로젝트를 과제로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말씀이 삶이 되게 하나라는 고민이 있다. 우선 목회자들부터 설교를 위한 것이 아니라 공부하고 자성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성경을 내용의 흐름에 따라 100개 덩어리로 나눠 목회자들이 온라인과 지역모임을 통해 공부하고 성과를 공유하도록 하겠다.” ―교계의 ‘사회적 불통(不通)’에 대한 비판이 적지 않다. “2000년 기독교 역사를 보면 반복되는 패턴이 있다. 교회가 다수 집단이 되면 자기 안에 갇힌다. 한국 기독교는 빠르게 성장하며 다수 종교가 되면서 우월적인 제국주의적 선교관에 빠졌다. 성경의 가르침은 세상과 소통하라는 것이다. 다양한 이유로 어려움에 빠진 약자들을 돕고 불의와 맞서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다른 이의 처지를 이해하는 역지사지(易地思之)가 빠져 있으면 잘못된 선교다.” ―시끄럽다, 일방적이다, 타 종교를 무시한다 등 개신교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늘었다. “최근 문제가 됐지만 부처님오신날 조계사 앞에서 확성기를 트는 것은 선교가 아니라 싸우자는 것이다. 성경의 가르침에 충실하다면 경청과 공감, 존중, 배려 등의 덕목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코로나19 위기 이후 한국 교회의 모습을 어떻게 보나. “교세 감소가 현상적인 모습인데 역설적으로 입에 쓴 약이 됐다. 적어도 극우 정치세력을 대변하는 일부 목회자들이 교계에서 힘을 얻지는 못할 것이다. 코로나19의 시련은 ‘우리가 누구인가?’ ‘우리가 올바르게 가고 있나?’ 이런 질문들에 대해 하나님 앞에서 진지하게 성찰할 기회를 줬다.” ―평소 기도 중 잘 떠올리는 성경 구절은 무엇인가. “요즘 로마서 8장 28절 ‘우리가 알거니와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 곧 그의 뜻대로 부르심을 입은 자들에게는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느니라’라는 구절이 다가온다. 개인과 사회, 나라의 모습이 왜 이렇게 됐는지 속상해도 존재 자체에 대한 낙관주의가 필요하다. 결국은 희망이다.”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러시아는 미래가 분명한 나라다. 다만 과거는 예측 불가능하다.” 책 표지를 넘기면 먼저 알쏭달쏭한 러시아 속담이 나온다. 미국 뉴욕대 국제학과 교수를 지낸 저자는 러시아를 광대한 영토만큼 알기 어려운 나라로 규정했다. 그는 머리말에서 “러시아는 자연적 경계도, 단일한 민족도, 중심이 되는 분명한 정체성도 없는 나라”라며 “분명한 영토 경계가 없는 상황에 대한 러시아의 대응은 끊임없는 확장이었고, 이를 통해 새로운 민족, 문화, 종교 정체성이 덧붙여졌다”고 썼다. 이 속담에는 러시아가 자신의 역사를 현재의 필요에 따라 재해석하는 일이 가능한 나라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실제 9세기경 류리크 왕조를 시작으로 제정 러시아, 볼셰비키 혁명과 소비에트 지배, 최근 푸틴 대통령까지 권력이 역사를 다시 쓰는 일이 이뤄졌다. 역사를 왜곡했다는 부정적 관점이 아니라 광대한 영토, 다양한 종교와 문화 등을 지닌 러시아의 복잡한 정체성이 이를 불가피하게 했다는 것이다. 책은 이반 4세, 표트르 대제, 예카테리나 여제, 스탈린, 푸틴 등 시대를 대표하는 절대 권력자를 중심으로 구성했다. 국가를 손아귀에 단단히 거머쥐지 않으면 전부 산산이 흩어지고 말 것이라는 두려움은 모든 권력자들의 공통된 고민이었다.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대한불교천태종 종의회 의장이자 서울 삼룡사 주지인 무원 스님(62)은 종교계의 시대적 화두를 풀기 위해 노력해온 소통의 달인으로 알려져 있다. 자기 목소리만 앞세우는 이들이 많은 요즘, 무원 스님의 행보는 더 눈길을 끈다. 지난달 27일 삼룡사에서 그를 만났다. 1979년 출가한 무원 스님은 황룡사, 명락사, 삼광사, 광수사 주지를 지냈고 총무원 사회부장과 총무부장, 총무원장 직무대행 등 종단 내 주요 소임을 맡았다. 명락사는 다문화 가정을 위한 사찰로 정착했고, 사업단장으로 참여한 개성 영통사 복원은 남북 불교 교류의 상징이 됐다. 그는 강원 태백 등광사와 인천 황룡사, 대구 대성사 등 10여 개 사찰을 창건했고, 종교 간 교류에도 적극적이다. 올해 1월 종의회 의장으로 선출된 이유다. ―조계종은 종회라는 명칭을 쓴다. 천태종의 종의회는 어떤 역할을 하나. “종단의 국회라고 보면 된다. 조계종의 경우 출가자만 종회 의원이 될 수 있지만 천태종은 출가자와 재가불자가 15명씩 총 30명으로 종의회가 구성된다. 재가불자가 종단 운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야말로 천태종의 대표적인 특징이다.” ―의장으로 어떤 과제가 있나. “세세한 입법보다는 종법(宗法)이 잘 지켜질 수 있도록 하는 게 가장 큰 일이다. 나라의 헌법이 잘 지켜져야 국가 운영이 원만한 것처럼 종단과 종법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2009년 불교계 최초로 다문화 가족 생활시설인 ‘명락빌리지’를 서울 명락사에 건립했다. 누구보다 다문화 운동을 적극적으로 펼쳐 왔다. “다문화라는 말이 정착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큰 고민이 생겼다. 10여 년 사이 이 단어가 동남아 지역 출신을 비하하는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종교인의 입장에서는 부끄러운 일이다.” ―대안이 있는지 궁금하다. “우리 사회에서 빈부와 출신 등으로 사람을 나누고 차별하는 의식이 사라져야 한다. 그래서 삼룡사의 경우 다문화 사찰이 아니라 ‘세계인 사찰’을 표방하고 있다.” ―삼룡사 주지로서의 계획은 무엇인가. “천태종이 1970년 서울 지역 포교를 위해 처음으로 창건한 도량이 삼룡사다. 서울 동부와 경기 북부 지역을 아우르는 포교의 전당이 되어야 한다.” ―종교계의 남북 교류 전망은 어떤가. “그동안의 남북 교류는 이념과 정치가 앞서고 민간이 따라갔는데 이런 방식으로는 지속하기가 어렵다. 돌다리를 하나하나 놓는 심정으로 민간 차원의 실제적 교류를 남북 교류의 중심으로 세워야 한다.” ―종교 간 대화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는데…. “향후 자살 예방과 생명 존중, 기후 문제를 포함한 환경 위기 대처가 종교계의 공통 과제가 될 것이다. 인화성사(人和成事), 화합하면 모든 것을 이룰 수 있다.”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공부하다 죽어라.” 대한불교조계종 종정과 해인총림 방장을 지낸 혜암 스님(1920∼2001)의 말이다. 제자들은 금과옥조와도 같은 이 말을 경남 합천 해인사 원당암 미소굴 옆 대형 석조 죽비에 새겨 놓았다. 최근 출간된 ‘혜암 평전’(조계종출판사·사진)은 거창한 직함보다는 ‘가야산 정진불’ ‘두타수행자’로 살아온 선승의 진면목을 보여준다. 이 책은 속세 인연부터 출가, 봉암사 결사, 해인사 퇴설당 결사를 비롯해 해인총림 방장과 조계종 종정 추대 등 스님의 일대기를 다뤘다. ‘늘 깨어 있어라’ ‘공부만이 살길이다’라고 강조한 스님의 삶에 어울리게 수행에 얽힌 내용들이 잘 드러나 있다. 저자인 박원자 불교 전문작가는 “(혜암) 큰스님의 자비로움으로 인해 불교 입문 40여 년 만에 비로소 ‘이 뭣고’ 화두를 가슴에 품게 됐다”며 “한낱 범부에 지나지 않은 내가 어찌 선사의 일생에 감히 평을 할 수 있겠는가. 해서 있는 그대로 스님의 치열했던 수행정진과 대중교화에의 열정에 초점을 맞춰 글을 썼다”고 했다.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25일 오전 찾은 경기 화성시 남양성모성지의 성모마리아 대성당. 비구름이 잠시 물러가자 미사가 진행 중인 이 성당의 제대(祭臺) 뒤편 유리창에 빛기둥이 생겼다. 신자들이 ‘천사의 날개’라고 부르는 날개들도 활짝 펴졌다. 해의 위치에 따라 좌우 날개들의 길이가 달라지는 빛의 하모니가 연출됐다. 이 성지는 1866년 병인박해 당시 순교터로 알려져 있다. 나중에 신원이 확인된 김 필립보와 박 마리아 부부 등 4명의 순교자뿐 아니라 더 많은 무명의 신자들이 이곳에서 처형됐다. 천주교수원교구는 1991년 이곳을 성모 마리아에게 봉헌하는 한국 가톨릭교회 최초의 성모성지로 선포했다. 최근 프란치스코 교황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종식을 위해 연쇄적으로 기도하는 ‘고리 묵주 기도’ 국제성모성지 30곳 중 한 곳이기도 하다. 대성당은 건축을 사랑한 사제 이상각 신부(63)와 ‘영혼의 건축가’로 불리는 스위스 출신 마리오 보타(78)의 만남, 여기에 신자들의 헌신이 더해져 지난해 준공됐다. 성지 뒤편에 우뚝 솟아 있는 대성당의 두 타워는 50m 높이로 붉은 벽돌 50만 장이 사용됐다. 1300여 명이 들어갈 수 있는 내부 신자석에는 시시각각 빛이 다르게 비친다. 이 신부는 1989년 인근 남양성당 주임 신부로 부임하면서 성지와 인연을 맺은 뒤 1995년 성지 전담 신부가 됐다. 당시 성지는 십자가와 작은 광장 정도만 있었고 대부분은 논과 야산 상태였다. 그는 도시계획법이 문화적 개발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개정되기 이전에 성지를 정비하면서 여러 차례 고발당해 재판까지 받았다. 이 신부는 “죽음의 위기에서 벗어난 개인적 체험에 이어 1990년 베를린 장벽 붕괴를 지켜보면서 남북 통일을 위해 성모 마리아에게 기도하는 성당 건립을 꿈꿨다”면서 “교구와 신자들의 도움, 보타와의 만남이 기적을 만들어냈다”고 대성당 건축 배경을 밝혔다. 보타는 리움미술관과 강남 교보타워 등을 설계해 국내에서도 유명한 건축가다. 성당뿐 아니라 교회, 이슬람 모스크 등을 작업해 영혼의 건축가로 불린다. 남양의 대성당은 그가 설계한 성당 중에서도 가장 규모가 크다. 2011년 작업을 맡은 그는 12번이나 설계를 수정하고, 코로나19 이전에는 한 해 4차례 한국을 찾아 각별한 관심을 쏟았다. 10월에는 ‘20세기의 미켈란젤로’로 불리는 이탈리아 조각가 줄리아노 반지(90)가 작업한 드로잉 성화(聖畵)와 십자가가 대성당에 들어설 예정이다. 성화는 가로 10m, 세로 3m, 십자가는 3m 크기다. 보타와 오랫동안 작업해온 반지의 작품은 ‘최후의 만찬’을 재해석했으며 유리로 장식되는 점을 감안해 뒷모습을 그린 것이 특징이다. 2023년까지 성당 내부 양쪽에는 이주 노동자가 많은 지역임을 감안해 동남아를 비롯한 8개의 해외 성모상을 조성한다. 이 신부가 전한 보타와의 일화가 흥미롭다. “2019년 중국으로 가던 보타가 인천국제공항에서 곧바로 성지에 왔어요. 70대 중반의 나이에도 높은 타워에 올라가 시공 상태를 점검해 깜짝 놀랐습니다. 그 과정을 ‘건축가의 십자가’라고 하더군요. 우리 요청으로 설계를 여러 번 바꿨는데 돈 얘기는 꺼내지도 않았어요. 가끔 ‘네가 천국에 갈 때 나를 데려가 달라’며 웃더군요.”화성=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21일 서울 강북구 화계사에서 만난 광우 스님(41)은 동안(童顔)이었다. 주변의 소담스러운 꽃들과 그의 웃음꽃이 잘 어우러졌다. 그는 19세이던 1999년 해인사로 출가했다. 이후 선방 수행과 군종병 복무를 한 뒤 실명 위기를 맞아 세 차례 눈 수술을 받았다. 길상사를 거쳐 화계사와 인연을 맺은 건 2016년. 5년째 불교계 방송 BTN ‘광우 스님의 소나무’(소중한 나, 무량한 행복)를 진행해 ‘소나무 스님’으로 불린다. 최근 삶에 대한 따뜻한 조언을 담은 에세이 ‘가시를 거두세요’(쌤앤파커스·사진)를 출간했다.》 ―정말 동안이다. “술 담배 안 하고 스트레스도 덜 받으니 또래보다 젊어 보이는 것 같다.” ―출가 사연을 물어도 되나? “사춘기 때 ‘중2병’을 앓았는데 결국 ‘중’이 됐다. 하하. ‘나는 누구인가’ ‘삶의 진리는 무엇인가’에 관심이 많았는데 고교 때 철학자를 꿈꾸다 불교철학을 만났다. 머리 깎고 출가해서 깨달음을 얻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과거와 달리 이른 출가인데…. “처음에는 어머니가 대성통곡하셨다. 속가(俗家) 아버지가 내가 초등학생일 때 출가한 터라 충격이 더 컸다.” ―요즘에는 어떤가. “‘다들 처자식 먹여 살리려고 찌들어 사는 데 너는 맑고 행복해 보여 좋다’고 하신다.” ―아버지 스님과는 어떻게 지내나. “충북 단양의 암자에 계신다. 낳아 주신 아버지이자 저보다 먼저 이 길을 걷고 있는 선배 스님이시다. 해인사로 출가하라고 권유한 것도 아버지 스님이다.” ―해인사는 ‘행자 군기’가 센 곳으로 유명하다. “거기에서 행자생활하면 제대로 배울 수 있고 중노릇하기 쉽다는 게 아버지 스님의 권유였다. 행자 동기가 많을 때에는 30명이었는데 자고 일어나면 하나둘 사라졌고, 행자 생활을 마칠 무렵에는 8명만 남았다. 중간에 포기하면 1만 배를 해야 그만둘 수 있다는 엄포 때문이었다(웃음). 그런데 나는 집보다 편했다.” ―스님의 설법 프로가 방송국 내 시청률 1위라고 한다. 한 회 분량이 50분인데 프롬프터 자막이 있나? “없다. 거의 외운다.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려고 노력한다.” ―책 제목이 ‘가시를 거두세요’다. “상담과 대화를 많이 하다보니 사람들은 자신만의 상처가 있더라. 그게 아무는 게 아니라 가시가 되고, 나중에는 자신은 물론 남들까지 아프게 찌른다. 그 가시를 좀 내려놓아야 편안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앵’하고 태어나 ‘휙’하고 살다가 ‘억’하고 죽더라, 이 대목에서 ‘빵’ 터졌다. “인생이 정말 그렇지 않나? 삶이란 게 원하는 대로만 살아지지 않는다. 노력으로 되지 않는 것도 많다. 인생을 행복하게 살려면 바꾸려고 노력하되, 도저히 바꿀 수 없는 것은 받아들여야 한다.”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조언은…. “명상과 마음공부가 큰 도움이 된다. ‘힐링’이라는 말을 개인적으로 좋아하지 않는다. 필요한 것은 실천이고 수행이다. 귀로 들어온 것은 귀로 나가고 말로 들은 것은 말로 나간다. 독서와 명상, 수행 등 모든 것을 몸으로 느끼는 체험이 필요하다.” ―지나간 시간을 돌아보는 게 사람들의 습성인데…. “돌이켜보면 10대 때에는 갈증과 불만, 20대는 길에 대한 고민과 사유, 30대에는 출가 초심과 변화에 대한 혼란이 있었다. 그래도 그 속에서 명상과 수행을 멈추지 않았다. 누군가 ‘다시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이라고 물은 적이 있다. 대답은 ‘나는 돌아가지 않겠다. 지금 이 순간이 참 좋다’라는 것이었다.”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21일 서울 강북구 화계사에서 만난 광우 스님(41)은 동안(童顔)이었다. 주변의 소담스러운 꽃들과 그의 웃음꽃이 잘 어우러졌다. 그는 19살이던 1999년 해인사로 출가했다. 이후 선방 수행과 군종병 복무를 한 뒤 실명 위기를 맞아 세 차례 눈 수술을 받았다. 길상사를 거쳐 화계사와 인연을 맺은 건 2016년. 5년째 불교계 방송 BTN ‘광우 스님의 소나무’(소중한 나, 무량한 행복)를 진행해 ‘소나무 스님’으로 불린다. 최근 삶에 대한 따뜻한 조언을 담은 에세이 ‘가시를 거두세요’(쌤앤파커스)를 출간했다. ―정말 동안이다. “술 담배 안하고 스트레스도 덜 받으니 또래보다 젊어 보이는 것 같다.” ―출가 사연을 물어도 되나? “사춘기 때 ‘중2병’을 앓았는데 결국 ‘중’이 됐다. 하하. ‘나는 누구인가’ ‘삶의 진리는 무엇인가’에 관심이 많았는데 고교 때 철학자를 꿈꾸다 불교철학을 만났다. 머리 깎고 출가해서 깨달음을 얻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과거와 달리 이른 출가인데…. “처음에는 어머니가 대성통곡하셨다. 속가(俗家) 아버지가 내가 초등학생일 때 출가한 터라 충격이 더 컸다.” ―요즘에는 어떤가? “‘다들 처자식 먹여 살리려고 찌들어 사는데 너는 맑고 행복해 보여 좋다’고 하신다.” ―아버지 스님과는 어떻게 지내나. “충북 단양의 암자에 계신다. 낳아 주신 아버지이자 저보다 먼저 이 길을 걷고 있는 선배 스님이시다. 해인사로 출가하라고 권유한 것도 아버지 스님이다.” ―해인사는 ‘행자 군기’가 센 곳으로 유명하다. “거기에서 행자생활하면 제대로 배울 수 있고 중노릇하기 쉽다는 게 아버지 스님의 권유였다. 행자 동기가 많을 때에는 30명이었는데 자고 일어나면 하나 둘 사라졌고, 행자 생활을 마칠 무렵에는 8명만 남았다. 중간에 포기하면 1만 배를 해야 그만 둘 수 있다는 엄포 때문이었다(웃음). 그런데 나는 집보다 편했다.” ―스님의 설법 프로가 방송국 내 시청률 1위라고 한다. 한 회 분량이 50분인데 프롬프터 자막이 있나? “없다. 거의 외운다.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려고 노력한다.” ―책 제목이 ‘가시를 거두세요’다. “상담과 대화를 많이 하다보니 사람들은 자신만의 상처가 있더라. 그게 아무는 게 아니라 가시가 되고, 나중에는 자신은 물론 남들까지 아프게 찌르다. 그 가시를 좀 내려놓아야 편안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앵’하고 태어나 ‘휙’하고 살다가 ‘억’하고 죽더라, 이 대목에서 ‘빵’ 터졌다. “인생이 정말 그렇지 않나? 삶이란 게 원하는 대로만 살아지지 않는다. 노력으로 되지 않는 것도 많다. 인생을 행복하게 살려면 바꾸려고 노력하되, 도저히 바꿀 수 없는 것은 받아 들여야 한다.”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조언은? “명상과 마음공부가 큰 도움이 된다. ‘힐링’이라는 말을 개인적으로 좋아하지 않는다. 필요한 것은 실천이고 수행이다. 귀로 들어온 것은 귀로 나가고 말로 들은 것은 말로 나간다. 독서와 명상, 수행 등 모든 것을 몸으로 느끼는 체험이 필요하다.” ―지나간 시간을 돌아보는 게 사람들의 습성인데…. “돌이켜보면 10대 때에는 갈증과 불만, 20대는 길에 대한 고민과 사유, 30대에는 출가 초심과 변화에 대한 혼란이 있었다. 그래도 그 속에서 명상과 수행을 멈추지 않았다. 누군가 ‘ 다시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이라고 물은 적이 있다. 대답은 ‘나는 돌아가지 않겠다. 지금 이 순간이 참 좋다’라는 것이었다.”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