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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농구 ‘황금세대’가 K외곽포를 앞세워 일본 대표팀과의 첫 평가전에서 완승을 거뒀다. 한국 남자 농구 국가대표팀은 11일 경기 안양정관장아레나에서 열린 일본과의 평가전에서 3점슛 18개를 꽂아 넣으며 91-77 승리를 거뒀다. 3점슛 성공률이 50%(18/36)에 달했다. 한국은 이날 원조 일본 킬러 이정현(17득점)에 더불어 해외파 이현중(25득점), 여준석(18득점)이 내외곽을 가리지 않은 활약으로 득점을 이끌었다. 이현중은 1쿼터 3점포 3개를 터뜨리며 초반 일본과의 싸움에서 주도권을 가져왔다. 다만 2쿼터부터는 귀화선수 조시 호킨슨(208cm)의 높이를 앞세운 일본에 리바운드에서 3-11로 밀렸다. 2쿼터에만 호킨슨에게 11점을 내주고 전반을 42-45로 밀린 채 마쳤다.하지만 한국의 분위기를 반전시킨 것도 역시 외곽포였다. 유기상(19득점)은 호킨스를 바로 앞에 두고 3점슛 라인 한참 뒤에서 쏜 3점슛을 성공시킨 것을 포함해 3쿼터 시작과 함께 3점포 4개를 퍼부으며 한국 팀의 리드를 되찾아왔다. 67-65로 앞선 채 시작한 4쿼터, 한국 대표팀은 리드를 지키려는 투지로 몸을 날렸다. 이현중은 상대의 루스볼을 상대 골 밑까지 쫓아갔다 순식간에 백코트 하며 공을 가로채 공격권을 가져온 뒤 포효했다. 한국은 4쿼터 3분이 지나도록 일본에 한 점도 실점하지 않으며 격차를 다시 두 자릿수로 벌렸다.넉넉한 점수 차 덕에 4쿼터 말미 여준석은 경기장을 덩크 콘테스트 무대로 만들 기회도 얻었다. 91-74로 달아나는 투핸드 덩크에 득점 인정 상대 반칙까지 이끌어낸 여준석은 관중석 열기를 최고조로 높인 뒤 경기 종료 1분 9초를 남기고 환호 속 벤치로 교체됐다. 안준호 한국 감독은 “(해외파인) 이현중, 여준석도 합류했지만 선수들이 ‘원팀’ 정신으로 팀을 위해 몸을 던졌다”며 선수들의 헌신적인 수비를 높게 평가했다. 다만 안 감독은 “그래도 국제대회 나가면 우리가 최단신이다. 이렇게 제공권에서 밀리면 안 된다. 3점슛이 50%가 들어갔지만 슛은 늘 굴곡이 있다. 제공권에서 밀리면 답이 없다”면서 리바운드를 강조했다.이날 양 팀을 통틀어 가장 긴 31분 38초를 뛴 여준석은 여준석 “2쿼터 때 리바운드에 적극적으로 나서서 분위기를 살렸어야 했는데 급하게 플레이한 게 아쉬웠다. 다음 경기는 좀 더 차분하게 하고 싶다”며 “다음 경기에는 저희가 좀 더 수비에서 완벽한 모습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표팀은 13일 오후 2시 30분 일본과 두 번째 평가전을 치른다.안양=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어썸킴’ 김하성(30·탬파베이)이 복귀 후 첫 홈런을 신고했다. 김하성은 11일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펜웨이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방문경기에서 4회초 1사 1루 상황에 경기 두 번째 타석에 들어섰다.2회초 첫 타석에서 상대 선발 워커 뷸러(31)가 던진 초구를 때려 유격수 땅볼로 물러났던 김하성은 두 번째 타석에서는 승부를 3볼-2스트라이크 풀카운트까지 끌고 갔다.뷸러가 여섯 번째 공으로 던진 슬라이더는 스트라이크 존 한복판을 향했고 김하성이 휘두른 방망이에 맞아 21도 각도로 118.6m를 날아간 뒤 그린 몬스터 위에 있는 관중석에 떨어졌다.0-1로 뒤지던 경기를 2-1로 뒤집는 역전 2점 홈런이었다.김하성이 홈런을 쏘아 올린 건 샌디에이고 시절인 지난해 8월 16일 콜로라도 방문경기 이후 328일 만이다.김하성은 6회초와 8회초에는 헛스윙 삼진을 당하면서 4타수 1안타로 경기를 마쳤고 탬파베이는 3-4로 재역전패했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한국 남자 농구 국가대표팀과 유니버시아드 대표팀의 연습경기가 열린 9일 경기 안양 정관장 아레나. 여준석(23·시애틀대)은 이현중(25·일라와라)의 패스를 받아 호쾌한 덩크슛을 림에 내리꽂았다. 남다른 체공 능력을 바탕으로 공중에 떠오른 상태에서 그림 같은 득점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막내 여준석의 득점포가 불을 뿜을 때마다 벤치에 앉아 있던 형님들은 “여준석! 여준석!”이라고 외치며 환호했다. 안준호 국가대표팀 감독(69)은 “여준석이 뛰어난 운동능력을 바탕으로 좋은 플레이를 했다”며 만족스러워했다. ‘한국 남자 농구의 미래’ 여준석은 여전히 화려한 모습으로 대표팀 복귀전을 준비하고 있었다.키 203cm에 스피드와 탄력이 뛰어난 포워드 여준석은 3년 만에 국가대표팀에 합류했다. 대표팀이 11일부터 일본, 카타르와 네 차례 평가전을 치르는 안양 정관장 아레나는 그가 마지막으로 태극마크를 달고 뛰었던 곳이다. 이날 동아일보와 만난 여준석은 “최대한 많은 승리를 이끈 뒤 미국으로 돌아가겠다”고 말했다. 여준석은 2021년 국제농구연맹(FIBA) 19세 이하 월드컵에서 득점왕(경기당 평균 25.6득점)을 차지하면서 한국 농구를 이끌 차세대 간판으로 주목받았다. ‘10년에 한 번 나오기도 힘든 재목’이라는 평가가 잇따랐다. 이듬해 고려대 1학년이던 여준석은 FIBA 아시아컵을 앞두고 정관장 아레나에서 열린 필리핀과의 두 차례 평가전에서 평균 17득점, 6리바운드로 맹활약했다. 하지만 평가전을 마친 뒤 미국프로농구(NBA) 하부리그인 G리그 쇼케이스에 초청받아 미국으로 떠나 아시아컵에는 출전하지 못했다.G리그 입성에 실패한 여준석은 2023년 미국 대학 농구 명문 곤자가대로 편입해 도전을 이어갔다. 하지만 곤자가대에서도 생존 경쟁은 쉽지 않았다. 두 시즌 동안 39경기를 뛰었는데 출전시간은 평균 5.9분에 그쳤다. 결국 더 많은 출전시간을 얻기 위해 올해 4월 시애틀대로 둥지를 옮겼다. 미국 대학 농구 리그와 대학 수업 일정 등으로 한동안 대표팀과 멀어졌던 여준석은 방학을 맞아 모처럼 대표팀에 합류했다. 여준석은 “미국 대학 농구 비시즌에 국가대표팀 경기가 열려 무조건 (대표팀에서) 뛰고 싶었다”고 했다. 하지만 오랜만에 국내 팬들 앞에 선다고 해서 자신을 돋보이기 위한 플레이를 하지는 않겠다고 했다. 그는 “국가대표라는 자리는 쇼케이스를 하는 곳이 아니다. 형들과 호흡을 맞춰 팀워크를 살리는 게 우선이다”라고 했다.대표팀의 ‘형님들’은 ‘돌아온 막내’가 반갑다. 주장 김종규(34·정관장)는 “준석이가 나이로는 막내지만 실력은 에이스다. 장점을 잘 살릴 수 있도록 형들이 돕겠다”고 했다. 여준석의 국가대표 공식 복귀전은 11일 오후 7시 열리는 일본과의 1차 평가전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10일 현재 FIBA 세계 랭킹에서 일본은 21위, 한국은 53위다. 양국 간의 격차가 상당히 벌어진 상황이지만 여준석은 주눅 들지 않고 맞붙겠단 각오다. 그는 “한일전은 부담이 크지만 무조건 이겨야 하는 경기다”라고 말했다. 이번 대표팀엔 여준석처럼 NBA 진출을 꿈꾸는 이현중(202cm)을 비롯해 하윤기(26·KT·204cm), 이원석(25·삼성·207cm) 등 세대 교체의 중심이 될 젊은 선수들이 여럿 뽑혔다. 이들은 장신이면서도 빠른 발을 갖추고 있다. 공수 전환이 빠른 농구로 상대를 공략하는 전술에 최적화돼 있다는 기대를 받고 있다.이번 평가전은 다음 달 5∼17일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열리는 FIBA 아시아컵을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 한국은 올해 초 발표된 이 대회 파워 랭킹에서 10위에 자리했다. 조별예선 A조에서 맞붙는 호주(1위), 레바논(2위), 카타르(7위)에 비해 약체로 평가받는다. 여준석은 “진다는 생각은 하지 말아야 한다. 형들과도 꼭 이기자고 얘기했다. 목표는 크게 잡아야 한다”라며 선전을 다짐했다.안양=임보미 기자 bom@donga.com}

LG 9위, 롯데 8위, KIA 7위. 한국프로야구가 10개 구단 체제를 처음 갖춘 2015년 최종 성적표다. 전국적인 인기 구단인 세 팀이 차례대로 ‘뒤에서’ 2∼4위로 시즌을 마쳤다. ‘막내 구단’ KT 딱 한 팀만 이들보다 성적이 나빴을 뿐이다. 야구팬들은 이 팀들의 앞글자를 따 ‘엘롯기 동맹’이라고 불렀다. 말만 동맹이지 사실상 조롱에 가까운 표현이었다. 세 팀 팬들은 한동안 ‘동병상련’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이로부터 10년이 지난 올해 분위기가 극적으로 바뀌었다. 엘롯기 동맹은 ‘앞에서’ 2∼4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8일 현재 LG 2위, 롯데 3위, KIA 4위다. 이대로 정규시즌이 끝나면 LG, 롯데, KIA 세 팀이 나란히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는 사상 초유의 장면이 연출된다. 1982년 프로야구 출범 후 지난해까지 43년 동안에는 엘롯기 동맹 세 팀이 ‘가을 야구’ 무대에 동반 진출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응원팀이 올해 잘나가서 제일 신나는 건 역시 롯데 팬들이다. LG는 2023년, KIA는 지난해 정규시즌과 프로야구 통합 우승을 차지하는 등 두 팀은 최근 들어 꾸준히 좋은 성적을 올렸다. 반면 롯데는 2017년 이후 가을 야구 무대를 밟은 적도 없다. 한국시리즈 우승은 33년 전인 1992년이 마지막이다. 롯데는 프로야구 원년 구단 가운데 유일하게 정규리그 우승 기록조차 없다.올해 엘롯기 세 팀이 나란히 상위권에 오른 이유로는 타격을 꼽을 수 있다. 8일까지 롯데와 KIA가 팀 OPS(출루율+장타율) 0.749로 공동 2위, LG가 0.744로 4위다. 경기당 평균 득점은 LG가 5.1점으로 2위, 롯데와 KIA가 4.9점으로 공동 3위다. 팀 평균자책점은 LG(3.77)가 4위, KIA(4.22)는 5위로 중위권이지만 롯데(4.77)는 9위에 처져 있다.또 하나의 공통점은 베테랑 타자가 팀 타선의 중심을 잡고 있다는 점이다. LG 김현수(37)와 롯데 전준우(39)는 결승타 공동 1위(10개)다. 현역 최고령 타자인 KIA 최형우(41)는 리그 OPS 1위(0.996)다. 김현수는 8일 키움전 7회말 적시타로 시즌 10번째 결승타를 때린 뒤 “올해는 노인들이 잘되는 해인가 보다”라며 웃었다. 김현수는 그러면서 “(순위 싸움이 치열해) 우리는 힘든데 팬 여러분은 재미있지 않을까 싶다. 관중이 많이 오셔서 우리도 힘을 내서 하고 있다”고 말했다.엘롯기 동맹은 세 팀 간 경기 차가 2경기도 나지 않기 때문에 하루하루 경기 결과에 따라 순위가 바뀔 수 있다. LG는 선두 한화에 3.5경기 차, 4위 KIA도 한화에 5경기 차다. 후반기 결과에 따라 엘롯기 중 한 팀이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허구연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는 과거 방송 해설위원 시절 ‘엘롯기 동맹을 편애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허 총재는 그럴 때마다 “팬이 많은 구단이 잘해야 야구가 살아난다”고 해명하곤 했다. 실제로 프로야구는 KIA와 LG가 나란히 가을 야구 무대를 밟은 지난해 총관중 1088만7705명을 기록하며 사상 처음으로 1000만 관중을 넘어섰다.올해는 롯데마저 상위권에 가세하면서 이 기록을 갈아치울 태세다. 올해 프로야구는 전반기를 마치기도 전에 이미 700만 관중이 찾았다. 현재 페이스를 시즌 끝까지 이어가면 올해 프로야구 경기장에는 무려 1200만 명이 넘는 관중이 찾게 된다. 총 입장 수익도 1243억 원이나 돼 이미 지난해 같은 기간(942억 원)보다 31.9%가 늘었다. 신(新) 엘롯기 동맹이 과거처럼 조롱이 아닌 영광의 시대를 열어젖힐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아마 페더러가 직접 온 경기에서 이긴 게 처음인 것 같다. 저주를 깬 것 같아 기쁘다.” 노바크 조코비치(38·세르비아·6위)가 옛 라이벌 로저 페더러(44·스위스·은퇴)가 보는 앞에서 통쾌한 역전 드라마를 썼다. 조코비치는 8일 윔블던 테니스 대회 남자 단식 16강에서 앨릭스 디미노어(26·호주·11위)를 3-1(1-6, 6-4, 6-4, 6-4)로 꺾었다. 이 대회 남자 단식 최다(8회) 우승 기록 보유자 페더러가 지켜보는 가운데 이날 경기에 나선 조코비치는 4세트 때 게임 스코어 1-4까지 뒤졌지만 이후 5게임을 내리 따내며 경기를 뒤집었다. 조코비치는 경기 후 관중석의 페더러를 가리키며 “저기 신사분 같은 서브 앤드 발리나 부드러운 터치가 있으면 좋을까 싶기도 하다. 그런데 어쩌겠나. 난 뛰어야 한다”고 했고 관중은 박수를 보냈다. 조코비치는 관중석에 앉아 있는 페더러에게는 몸을 낮췄지만 코트에 나란히 서 있을 때는 달랐다. 조코비치는 윔블던 결승에서 페더러를 세 번(2014, 2015, 2019년) 만나 모두 승리했다. 통산 상대 전적에서도 27승 23패로 앞섰다. 조코비치는 이날 승리로 윔블던 101승을 달성해 페더러의 이 대회 통산 최다승(105승) 기록도 쫓고 있다. 메이저대회 통산 우승 횟수도 조코비치(24회)가 페더러(20회)보다 많다. 조코비치가 이번 윔블던에서 우승하면 남녀 단식을 통틀어 메이저대회 최다 우승 기록을 새로 쓴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비시즌에 좀 생산적으로 살고 돈도 좀 벌고 싶어서 세차 사업을 하기로 했다.’ 감보아(28·미국·사진)는 지난해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LA 다저스 산하 마이너리그 트리플A 팀 오클라호마시티에서 시즌을 마친 뒤 페이스북에 ‘80달러 방문 세차’ 홍보 전단을 올리면서 이렇게 적었다. 감보아는 올해도 트리플A 8경기에 나와 19와 3분의 1이닝 동안 승리 없이 2패에 평균자책점 4.19를 기록했다. 당연히 빅리그 콜업도 없었다. 그러다 한국프로야구 롯데와 계약하고 태평양을 건넜다. 감보아는 미국을 떠난 게 처음이라 여권도 이번에 처음 만들었다. 롯데는 네 시즌 동안 팀 제1 선발 투수로 활약했던 ‘좌승사자’ 반즈(30)가 어깨를 다치자 급히 감보아를 영입했다. 감보아는 한국 무대 데뷔전이던 5월 27일 대구 삼성전에서 4와 3분의 2이닝 동안 4실점으로 호된 신고식을 치렀다. 하지만 실수는 한 번이면 족했다. 6월에는 5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72로 5전 전승을 거두며 완전히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8일 발표된 프로야구 6월 최우수선수(MVP) 역시 감보아 차지였다. 그는 기자단 투표 35표 중 30표(85.7%), 팬 투표 42만9664표 중 10만5152표(24.5%)를 받았다. 시즌 중 합류한 외국인 투수가 월간 MVP에 오른 건 2023년 8월 KT 쿠에바스 이후 감보아가 1년 10개월 만이다. 감보아는 2일 사직 LG전에서는 시속 158km로 한국프로야구 왼손 투수 최고 구속 기록도 새로 썼다. 감보아는 생산적일 뿐 아니라 돈도 좀 벌었다. 6월 MVP로 선정된 감보아에게는 상금 300만 원과 트로피가 전달될 예정이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노바크 조코비치(38·세르비아·6위)가 8일 윔블던 테니스 대회 남자 16강 알렉스 드 미노(26·호주·11위)에 3-1(1-6, 6-4, 6-4, 6-4) 역전승을 거뒀다. 조코비치는 이날 4세트에서 1-4까지 뒤졌지만 5~9게임을 연달아 가져오는 집중력으로 승리를 확정했다.이날 윔블던 센터코트 로열박스에는 이 대회 남자 단식 최다 우승기록(8회)을 보유한 로저 페더러(44·스위스·은퇴)가 자리를 지켰다. 페더러는 이번 대회 처음 모습을 드러냈는데 그 경기가 옛 라이벌 조코비치의 경기였다. 조코비치는 승리 후 코트 인터뷰에서 “아마 페더러가 직접 본 내 경기에서 이긴 게 처음인 것 같다. 최근에는 몇 번 졌다. 저주를 깬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조코비치는 이날 드미노에게 1세를 무기력하게 내줬다. 특히 4세트에서는 네트 플레이에서 드미노의 슬라이스 샷에 애를 먹었다. 4세트 혈전을 치르며 조코비치는 흉곽을 만지며 가쁜 숨을 조절하는 모습도 보였다. 앞선 경기에 비해 신승을 거둔 소감을 묻는 질문에 조코비치는 관중석 페더러를 가리키며 “저기 계신 신사분 같은 서브 앤드 발리나 좋은 터치가 있으면 좋을다 싶기도 하다. 그런데 어쩌겠나, 난 뛰어야 한다”고 했고 관중은 박수를 보냈다.페더러는 2003년 처음 윔블던에서 처음 우승해 2007년까지 5연속 우승을 했다. 마지막 여덟 번째 우승은 2018년이었다. 페더러는 2019년 통산 9회로 윔블던 최다우승 경신에 도전했는데 그걸 저지한 게 조코비치였다. 당시 조코비치는 5세트 타이브레이크 끝에 우승했다. 코트 바깥 페더러 앞에선 약했다고 했지만 조코비치는 ‘코트 안’ 페더러에게는 강했다. 윔블던 결승에서 페더러를 세 번(2014, 2015, 2019) 만나 모두 승리했다. 통산 상대전적도 27승23패로 우위다. 조코비치는 이날 승리로 윔블던 101승을 달성, 페더러의 이 대회 통산 최다승(105승) 기록도 쫓고 있다.조코비치는 페더러의 기록뿐 아니라 통산 메이저 25승이라는 새 역사에도 도전중이다. 조코비치는 최근 윔블던 45경기에서 43승을 거뒀는데 2패는 2023, 2024년 결승에서 모두 카를로스 알카라스(22·스페인·1위)에게 당했다. 조코비치는 9일 플라비오 코볼리(23·이탈리아·22위)와 8강을 치른다.같은 날 얀니크 신네르(24·이탈리아·1위)도 16강에서 그리고르 디미트로프(34·불가리아·21위)에게 0-2로 끌려가다 상대 기권으로 8강 진출을 확정했다.신네르 역시 이날 16강 도중 넘어져 팔꿈치를 다쳐 세부 검진을 받을 예정이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프로야구 한화 마무리 투수 김서현(21)은 신인이던 2023년 기록한 개인 통산 1호 세이브 기념구가 없다. 구단은 보통 신인 선수의 통산 1호 기록 기념구를 챙겨준다. 하지만 김서현이 1호 세이브를 달성한 그해 5월 12일 SSG전은 최원호 당시 한화 감독의 부임 첫 승 경기이기도 했다. 김서현은 “앞으로 더 높은 기록을 기념하는 공을 가져가겠다”며 최 전 감독에게 공을 양보했다.프로 3년 차인 올해 김서현은 벌써 21세이브를 수확했다. 한화 투수가 20세이브를 거둔 건 2019년 정우람(은퇴·26세이브) 이후 5년 만이다. 김서현의 20세이브는 구단 최연소 20세이브 기록이기도 하다. 이 같은 활약을 발판 삼아 김서현은 올해 올스타 팬 투표에서 총 171만7766표를 얻어 KIA 양현종이 2022년 세운 역대 최다 득표 기록(141만3722표)을 넘어섰다. 지난해 이맘때 퓨처스리그(2군) 올스타전에 나섰던 선수가 1년 만에 1군 무대 ‘별 중의 별’로 빛나게 된 것이다.이번 올스타전은 올해 새로 문을 연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12일 오후 6시부터 열린다. 최근 안방인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만난 김서현은 “요즘 야구 팬들이 많아진 덕분에 최다 득표 기록까지 세운 것 같다.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이제 기념구가 꽤 많아졌겠다’는 질문에 김서현은 “올해 10, 20세이브 공은 다 받았다”고 웃으며 “그 대신 (3월 29일) 새 구장 첫 세이브 공은 구단 사료실에서 전시한다고 해서 드렸다. (4월 5일) 팀 통산 1100세이브 공도 그 경기 (최성용) 기록위원님 3000번째 경기라고 해서 드렸다”고 설명했다.‘어디로 튈지 모르는 루키’가 2년 만에 ‘최연소 20세이브 마무리’로 자랄 수 있던 배경에는 지난 시즌 도중 지휘봉을 잡은 베테랑 김경문 감독(67)의 묵직한 믿음이 있었다. 김서현이 ‘무서운 분’으로만 알고 있던 김 감독은 지난해 부임 닷새 만에 김서현을 불러 쇠고기를 사주며 먼저 손을 내밀었다. 2023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입단했지만 제구 난조로 당시 2군에 머물던 김서현은 “트레이드 고민이나 잠을 잘 못자는 얘기까지 다 했다. 감독님이 믿어주신 덕에 이렇게 금방 올라올 수 있었다”고 성장 이유를 설명했다.데뷔 첫해 20경기에서 평균자책점 7.25에 그쳤던 김서현은 지난해 37경기에 출전해 1승 2패 10홀드 평균자책점 3.76을 기록했다. 올해는 41경기 1.59로 해마다 평균자책점을 절반 수준으로 깎고 있다. 김서현은 “내가 볼·스트라이크 자동 판정 시스템(ABS)의 최대 수혜자”라며 웃었다. “나는 볼 끝의 움직임이 심한 ‘지저분한 공’을 던진다. 예전에는 이 공이 존 바깥으로 빠져 보여 볼 판정을 받곤 했다. ABS에서는 스트라이크로 더 자주 잡힌다”는 것이다.김 감독이 다진 토양에 매일 물을 주는 건 베테랑인 양상문 투수코치(64)와 올 시즌 불펜 포수로 합류한 친형 김지현(27)이다. 김서현은 “코치님은 항상 (마무리 투수는) 자신감이 절대 떨어지면 안 된다고 말씀하신다. 그런데 형이 불펜에서 자신감이 떨어지지 않게 많이 도와준다”고 말했다.새 구장에서 새 역사를 써가는 김서현은 “올 시즌은 뭔가 할 수 있을 것 같다. 지고 있어도 질 것 같은 생각이 들지 않고 무조건 이길 것 같다”고 말했다. 시즌 전 목표였던 ‘20홀드’는 ‘20세이브’로 초과 달성한 지 오래다. 하지만 목표치를 올릴 생각은 없다. 김서현은 “팀이 잘해서 세이브 기회가 많았던 것뿐이다. 이제 목표는 한국시리즈 우승”이라고 다짐했다. 만년 하위권이던 한화는 올 시즌 김서현 등의 활약 덕에 1992년 이후 33년 만에 전반기 1위를 확정했다.대전=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케냐 출신의 ‘장거리 여제’ 비어트리스 체베트(25·사진)가 여자 육상 5000m에서 사상 처음으로 14분 벽을 깼다. 체베트는 6일 미국 오리건주 유진 헤이워드필드에서 열린 2025 유진 다이아몬드리그 여자 5000m에서 13분58초06에 결승선을 통과하며 세계기록을 다시 썼다. 구다프 체가이(28·에티오피아)가 2023년 남긴 종전 기록(14분00초21)을 2초15나 앞당겼다. 체베트는 “이번 대회에 올 때부터 세계기록을 준비했다. 14분 벽을 깨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체베트는 지난해 이 대회에서 1만 m 세계기록(28분54초14)을 세운 뒤 파리 올림픽에 출전해 5000m와 1만 m를 모두 석권했다. 파리 올림픽 여자 1500m 금메달리스트 페이스 키피에곤(31·케냐)도 이날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이 종목 세계기록(3분49초04)을 0.36초 단축한 3분48초68로 우승했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프로야구 한화가 33년 만에 전반기 1위를 확정했다. 한화는 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과의 방문경기에서 외국인 선발 투수 와이스의 6이닝 무실점 투구와 홈런 네 방을 앞세워 10-1 대승을 거뒀다. 49승 2무 33패(승률 0.598)를 기록한 한화는 올스타 휴식기 전까지 KIA와 안방 3연전을 남겨두고 있지만 세 경기 결과와 관계없이 순위표 가장 높은 곳에서 전반기를 마치게 된다. 한화가 1위로 반환점을 도는 건 전신 빙그레 시절이던 1992년 이후 처음이다. 이날 선발로 나선 와이스는 6이닝 동안 2피안타 2볼넷을 내준 반면 삼진은 11개나 잡으며 시즌 10승을 완성했다. 와이스는 5회 2사 이후 수비 실책으로 타자를 1루에 내보낸 뒤 연속 볼넷으로 만루 위기를 맞았으나 임지열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 세운 뒤 포효했다. 와이스는 직전 두 경기에서는 모두 5회를 채우지 못한 채 강판됐었다. 한화는 제1선발 폰세(11승)에 이어 외국인 원투펀치가 모두 전반기에 10승을 달성했다. 한화 구단 역사상 두 명의 외국인 투수가 전반기에 10승을 동반 달성한 건 올해가 처음이다. 이전에 한화에서 전반기 동반 10승 달성 투수가 나온 건 1994년 한용덕-정민철, 2006년 류현진-문동환으로 모두 국내 투수의 조합이었다. 프로야구 전체로 봐도 외국인 투수 듀오의 전반기 동반 10승은 2016년 두산 니퍼트-보우덴, 2018년 롯데 린드블럼-후랭코프 이후 세 번째다. 지난해 부상을 당한 산체스의 단기 대체 외국인선수로 한화 유니폼을 입은 와이스는 팀은 물론 개인적으로도 의미 있는 기록을 썼다. 와이스는 야구 인생을 통틀어 한 시즌 10승을 올린 게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 프로야구 마이너리그 싱글A에서 2019시즌 8승을 거둔 게 종전 최고 성적이었다. 와이스는 “한화라는 팀에서 동료들과 함께 10승을 이뤄내 더 특별하다”면서 “전반기는 1위로 마무리했지만 정작 중요한 건 후반기다. 계속 이길 수 있도록 더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역대 단기 대체 외국인선수 중 최초로 정식 계약 전환에 성공한 와이스는 올 시즌 한화 팬들로부터 ‘대전 예수’라 불리며 사랑받고 있다. 정작 와이스는 모든 공을 베테랑 포수 이재원을 비롯한 팀원들에게 돌렸다. 이날 수훈선수 인터뷰가 끝나갈 무렵 와이스는 “꼭 해야 할 말이 있다”며 떠나려는 취재진을 붙잡았다. 와이스는 “어제 (포수) 이재원이 선수단 단체 메시지 방에 ‘내일 와이스가 선발이니까 무조건 10승 할 수 있게 힘내자’는 글을 올렸다. 팀원들에게 너무 감사하다”고 했다. 이재원의 당부대로 한화 타선은 이날 홈런으로만 7점을 뽑는 화끈한 득점 지원을 했다. 2회 채은성의 선제 투런포로 2-0으로 앞서간 한화는 7회 대체 외국인 타자 리베라토의 3점포와 노시환의 솔로포로 7-0까지 달아났다. 9회에도 선두 타자 이원석이 솔로포를 추가했다. 9회 타점을 추가한 노시환은 이어 김태연의 2루타 때 홈을 밟으며 10번째 득점을 완성했다. 부상 중인 플로리얼의 단기 대체 외국인선수로 팀에 합류한 리베라토는 이날도 홈런 포함 4타수 2안타 3타점 2득점으로 맹활약했다. 시즌 성적은 타율 0.420, 2홈런, 10타점이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조영우 기자 jero@donga.com}

“(안)현민이 때문에 이제 여기에 주차 못 하겠다.” 프로야구 KT 베테랑 투수 우규민(40)은 1일 퇴근길에 이렇게 말했다. KT 선수단이 주로 사용하는 주차장은 수원 KT 위즈파크 왼쪽 담장 옆에 위치해 있다. 오른손 타자인 KT 안현민(22)이 잡아당긴 홈런공은 올해 이날까지 벌써 세 번이나 이곳까지 날아왔다. 수원 KT 위즈파크는 홈플레이트에서 좌우 담장까지 98m, 가장 먼 중앙 담장까지는 120m다. 그런데 안현민이 이날까지 날린 홈런 15개의 평균 비거리는 130.7m나 된다. 모든 선수를 통틀어 가장 멀리 쳤다. 근육질 몸으로 세 시즌 동안 124개의 홈런을 날린 원조 ‘괴물 타자’ 에릭 테임즈(전 NC)의 홈런 평균 비거리가 119.6m였다. 새로운 ‘괴물 타자’로 우뚝 선 안현민은 4일 발표된 2025 올스타 홈런더비 팬 투표에서도 홈런 선두 디아즈(삼성·27개)를 제치고 1위(2만7053표)에 올랐다. 안현민은 팀 내 유니폼 판매도 1위다. 그런데 정작 수원 KT 위즈파크 곳곳에 걸린 대형 포스터에는 안현민의 얼굴이 빠져 있다. 시즌 전까지만 해도 그가 팀의 주요 선수가 아니었다는 뜻이다. 2일 KT 위즈파크에서 만난 안현민은 “(포스터에) 스티커라도 하나 붙여주세요”라고 농담을 던졌다. 지난해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안현민은 올 시즌 스프링캠프에서도 낙오했다. 이강철 KT 감독은 호주에서 치른 1차 캠프를 마친 뒤 안현민에게 2군에서 타격을 정립할 것을 권했다. 일본 오키나와 2차 캠프에 합류하지 못했던 안현민은 올 시즌 초반에도 한 차례 2군에 다녀왔다. 이후 출장 기회를 받은 안현민은 5월 한 달에만 홈런 9개를 때려내며 무력시위를 벌였다. 안현민은 “감독님이 (1군에) 오자마자 경기에 내보내주셨다. 덕분에 2군에서 얻은 타격감을 잃지 않고 유지할 수 있었다”고 했다. 지난 시즌 1군에서 29타석 소화에 그친 안현민은 신인상 후보 기준(60타석 이하)도 충족한다. 팀 선배로 2018년 신인왕에 오른 강백호(26) 이후 7년 만에 타자 신인왕 도전이다. 그런데 6, 7월에도 ‘미친 활약’을 이어가면서 최우수선수(MVP) 후보로도 언급되고 있다. 3일 현재 15홈런으로 국내 선수 홈런 1위인 안현민은 홈런 선두권 선수 중 타율(0.342)도 가장 높다. OPS(출루율+장타율)는 리그 평균(0.717)을 훌쩍 뛰어넘는 1.094다. 규정타석에만 진입하면 OPS 1위가 된다. KT를 상대하는 다른 9개 구단 팬들은 그를 ‘재앙’이라 부른다. 안현민에게는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를 대표하는 강타자인 에런 저지, 장칼로 스탠턴(이상 뉴욕 양키스)의 이름을 딴 ‘K-저지’ ‘K-스탠턴’ 같은 별명도 생겼다. 하지만 안현민은 저지, 스탠턴 같은 홈런 타자보다 로날드 아쿠냐 주니어(애틀랜타)처럼 홈런도 치고 도루도 잘하는 다재다능한 선수를 꿈꾼다. 이날까지 안현민은 도루를 5번 시도해 5번 모두 성공했다. 안현민은 “홈런을 40개씩 치진 못하더라도 3할대의 정교한 타격을 하고 싶다”고 했다. 2022 신인 드래프트 동기인 김도영(22·KIA)이 지난해 MVP를 받는 것을 지켜본 안현민은 “친구들이랑 ‘쟤 왜 저러냐’ 했죠. TV만 보면 안타 치고 하이라이트에 늘 나오니까…”라고 했다. 올해는 자신이 같은 말을 듣고 있지 않겠느냐고 물으니 안현민은 “그럴 것 같다”며 머리를 긁적였다. 안현민은 아직 김도영과 친분을 쌓을 기회가 없었다. 드래프트 동기들은 대개 청소년 대표팀에서 친해지는데 안현민은 아직 국가대표에 뽑힌 적이 없기 때문이다. 안현민의 남은 올해 목표가 ‘지금처럼 유지하기’와 ‘국가대표 선발’인 이유다. 안현민은 대표팀 선발 때마다 부족하다고 지적된 ‘젊은 오른손 거포’이기도 하다. 안현민의 눈은 이미 내년을 향해 있다. “11월에 일본과 국가대항전이 있고, 내년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도 있잖아요. 엔트리를 봤는데 미국은 저지, 마이크 트라우트가 있고 베네수엘라엔 아쿠냐 주니어가 있더라고요. ‘이건 무조건 가야 된다’ 싶어요(웃음).”수원=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세계랭킹 6위 노바크 조코비치(38·세르비아)가 윔블던 테니스 대회 최다 3회전 진출 기록을 작성했다. 조코비치는 3일(현지 시간) 영국 런던의 올잉글랜드 클럽에서 열린 대회 남자 단식 2회전에서 세계 154위 대니얼 에번스(35·영국)를 3-0(6-3, 6-2, 6-0)으로 제압했다. 로저 페더러(44·스위스·은퇴)와 함께 윔블던 최다 3회전 진출 타이기록(18회)을 보유하고 있던 조코비치는 이날 승리로 단독 1위가 됐다. 조코비치는 경기 후 코트 인터뷰에서 “19번째 3회전 진출은 대단한 기록이다. 신네르, 알카라스의 나이와 비슷하지 않나”라고 말해 관중석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세계 1위 얀니크 신네르(이탈리아)와 2위 카를로스 알카라스(스페인)의 나이는 각각 24, 22세다. 생애 첫 윔블던 우승에 도전하는 신네르도 같은 날 알렉산다르 부키치(93위·호주)를 3-0(6-1, 6-1, 6-3)으로 꺾고 3회전에 진출했다. 메이저대회 단식 최다인 통산 25번째 우승에 도전하는 조코비치는 지난해까지 윔블던에서 7차례 정상에 섰다. 호주오픈(10회) 다음으로 많은 메이저 우승을 윔블던에서 이뤄냈다. 페더러와 라파엘 나달(39·스페인·은퇴)은 선수 시절 조코비치와 ‘빅3’로 불리며 치열하게 경쟁했다. 페더러는 윔블던 역대 최다인 8번의 우승을 차지했다. 프랑스오픈 최다 우승자(14회)인 나달은 윔블던에선 두 차례 정상에 올랐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안)현민이 때문에 이제 여기에 주차 못 하겠다.” 프로야구 KT 베테랑 투수 우규민은 1일 퇴근길에 주차장으로 향하며 이렇게 말했다. 선수단이 주로 차를 대는 주차장은 KT의 안방인 수원 KT 위즈파크 왼쪽 담장 옆이다. KT 우타자인 안현민이 잡아당겨 친 홈런공은 올 시즌에만 벌써 세 번째 이곳까지 날아왔다. 수원 구장은 중앙담장까지 거리가 120m인데 안현민이 이날까지 날린 홈런 15개의 평균 비거리는 130.7m다. 안현민이 올 시즌 팬들에게 ‘괴물 타자’라 불리는 이유다. 원조 ‘괴물 타자’ 에릭 테임즈(전 NC)도 홈런 평균 비거리는 119.6m였다. 안현민은 4일 발표된 2025 올스타 홈런더비 팬 투표에서도 올 시즌 홈런 선두 디아즈(삼성)를 제치고 1위(2만7053표)에 올랐다. 요즘 KT에서 팔리는 유니폼 다섯 장 중 한 장에는 안현민의 이름이 새겨진다. 팀 내 유니폼 판매 1위다. 하지만 정작 야구장에 붙어있는 대형 포스터에는 안현민의 얼굴이 없다. 올 시즌전에는 팀의 주요 전력으로 분류된 선수가 아니었다는 뜻이다. 2일 KT 위즈파크에서 만난 안현민은 “(포스터에) 스티커라도 하나 붙여주세요”라며 웃었다.안현민은 “운이 좋은 해인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안현민은 올 시즌 스프링캠프를 낙오로 시작했다. 이강철 KT 감독은 1차 캠프를 마친 뒤 안현민에게 2차 캠프는 2군에서 타격을 정립할 것을 권했다. 안현민은 “그때만 해도 ‘올해는 망했나’ 싶었다”고 했다. 올 시즌 초반에도 한 차례 2군에 다녀왔다. 하지만 꾸준히 출장 기회를 받기 시작한 5월 한 달에만 홈런 9개로 무력시위를 벌였다. 안현민은 “다시 (1군에) 올라가면 내려오더라도 지난해보다 경기는 더 많이 뛰고 가고 싶었는데 감독님이 오자마자 경기에 내보내 주셨다. 덕분에 2군에서 얻은 감을 잃지 않고 유지할 수 있었다”고 했다. 지난 시즌 1군에서 29타석 소화에 그쳐 신인상 후보 기준(60타석 이하)도 충족한다. 신인왕 0순위로 떠오른 안현민이 신인상을 받으면 2018년 강백호(KT) 이후 7년 만에 타자 신인왕이 된다.6, 7월에도 ‘미친 활약’을 이어간 안현민은 신인왕을 넘어 이제 최우수선수(MVP) 후보로도 언급된다. 3일 기준 안현민은 15홈런으로 국내 선수 홈런 1위다. 홈런 선두권 중에서 타율(0.342)도 가장 높고 OPS(출루율+장타력)는 리그 평균(0.717)을 훌쩍 뛰어넘는 1.094다. 규정타석에만 진입하면 OPS 1위다. KT를 상대하는 9개 다른 구단 팬들이 안현민을 ‘재앙’이라 부르는 이유다. 안현민에게는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강타자인 애런 저지, 장칼로 스탠턴(이상 뉴욕 양키스)의 이름에서 따온 ‘K-저지’ ‘K-스탠튼’이라는 별명도 생겼다. 하지만 안현민은 전형적인 ‘우타거포형’ 홈런 타자인 이들보다 로널드 아쿠나 주니어(애틀란타) 같이 홈런도 치고 도루도 하는 다재다능한 선수를 꿈꾼다. 안현민은 “저는 홈런을 40개씩 칠 수 있는 타자는 아니다. 홈런은 20~30개 치더라도 3할대의 정교한 타격을 하고싶다”고 했다. 지난해 1~2군을 오갔던 안현민은 2022 신인드래프트 동기인 김도영(KIA)이 ‘미친 활약’을 펼치고 MVP를 타는 것을 멀리서 지켜봤다. 안현민은 “친구들이랑 ‘쟤 왜 저러냐’ 했죠. TV만 보면 안타 치고 하이라이트에 늘 나오니까…”라고 했다. 올해는 자신을 보는 친구들이 ‘쟤 왜 저러냐’ 하고 있지 않겠느냐 물으니 안현민은 “그럴 것 같다”며 머리를 긁적였다.다만 안현민은 아직 김도영과 개인적인 친분을 쌓을 기회가 없었다. 보통 드래프트 동기들은 청소년 대표에서 친해지는데 안현민은 고교 시절은 물론 한 번도 국가대표에 뽑힌 적이 없다. 안현민의 남은 올해 목표가 ‘지금처럼 유지하기’와 ‘국가대표 선발’인 이유다. 안현민은 대표팀 선발 때마다 부족하다고 지적된 ‘젊은 오른손 거포’이기도 하다.“11월에 일본이랑 국가대항전도 있다고 하고 내년에 월드베이스볼클래식도 있잖아요. 엔트리를 봤는데 미국은 저지, (마이크) 트라우트, 베네수엘라도 아쿠나 주니어…. ‘이건 가야된다’ 싶어요(웃음).”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세계 1위만 살아남았다. 아리나 사발렌카(27·벨라루스·사진)가 여자 단식 세계랭킹 톱5 가운데 유일하게 윔블던 테니스 대회 3회전에 올랐다. 사발렌카는 2일(현지 시간) 대회 2회전에서 마리에 보우즈코바(27·체코·48위)를 2-0(7-6, 6-4)으로 꺾었다. 올해 윔블던은 이변의 무대다. 직전 메이저대회인 프랑스오픈 챔피언 코코 고프(21·미국·2위)를 비롯해 제시카 페굴라(31·미국·3위), 정친원(23·중국·5위)이 모두 1회전에서 고개를 숙였다. 지난해 윔블던 준우승자 자스민 파올리니(27·이탈리아·4위)도 이날 2회전에서 패해 짐을 쌌다. 4대 메이저대회(호주오픈, 프랑스오픈, 윔블던, US오픈) 여자 단식에서 세계 톱5 중 한 명만 3회전에 오른 건 2018년 윔블던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당시에도 세계 1위 시모나 할레프(34·루마니아·은퇴)만 남았지만 3회전에서 셰수웨이(39·대만·당시 52위)에게 무릎을 꿇었다. 올해 호주오픈과 프랑스오픈에서 연이어 준우승했던 사발렌카는 “이제 더 이상의 이변은 없길 바란다”며 우승 의지를 드러냈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여자 테니스 세계랭킹 1위 야리나 사발렌카(27·벨라루스)가 톱5 중 윔블던에서 살아남은 최후의 1인이 됐다. 사발렌카는 2일(현지시간) 윔블던 테니스대회 여자 단식 2회전에서 마리 부즈코바(27·체코·48위)를 2-0(7-6, 6-4)으로 꺾었다.이번 대회는 상위랭커들이 초반 라운드에서 줄줄이 탈락하는 이변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이 대회에서 준우승을 한 4위 자스민 파올리니(27·이탈리아)도 이날 2회전에서 탈락했다. 앞서 1회전에서 탈락한 2위 코코 고프(21), 3위 제시카 페굴라(31·이상 미국), 5위 정친원(23·중국)에 이어 짐을 싸게 됐다. 경기 후 사발렌카는 “이번 대회에서 더 이상의 이변은 없길 바란다”고 말했다. 윔블던은 사발렌카가 결승 무대를 밟아보지 못한 유일한 메이저대회다. 사발렌카는 이제껏 메이저 대회에서 총 세 차례 우승했는데 하드코트에서 열리는 호주오픈(2023, 2024), US오픈(2024)에서 올린 성적이다. 올해 프랑스오픈에서는 고프에게 우승컵을 내줬다. 윔블던은 2021, 2023년 연속 준결승에서 무릎을 꿇었다. 사발렌카는 2022년 대회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러시아, 벨라루스 선수의 출전이 금지돼 아예 참가하지 못했고 지난해 대회는 어깨 부상으로 빠졌었다.사발렌카의 3회전 상대는 2021년 US오픈에서 시드 없이 최연소 우승을 일궜던 엠마 라두카누(23·영국·40위)다. US오픈 우승 이후 메이저 대회에서 뚜렷한 활약이 없었던 라두카누는 이날 2023년 윔블던 우승자인 마르케타 본드로우쇼바(26·체코·73위)를 2-0(6-3, 6-3)으로 완파했다. 라두카누는 “오래간만에 인생 경기를 해 뿌듯하다. (안방) 관중들이 좋아하실 것 같다”고 했다. BBC 중계 해설을 맡은 애나벨 크로프트는 “이보다 더 잘 칠 수는 없다. 최고의 폼으로 올라온 라두카누를 맞을 사발렌카가 걱정된다. 물론 사발렌카의 파워 때문에 쉽진 않겠지만 라두카누가 오늘 같은 수준의 경기를 또 한다면 사발렌카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평했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노바크 조코비치(38·세르비아·6위)가 복통 위기를 넘고 윔블던 테니스대회 우승 도전을 이어간다. 조코비치는 2일 대회 남자 단식 1회전에서 알렉상드르 뮐러(28·프랑스·41위)를 3-1(6-1, 6-7, 6-2, 6-2)로 꺾었다.윔블던 우승 트로피만 7개인 조코비치는 이 대회 1회전에서 20승 무패를 기록 중이다.이날 조코비치는 1세트를 6-1로 압도했다. 하지만 2세트 도중 복통으로 메디컬 타임아웃을 불렀고 타이브레이크에서 7-9로 패했다.3세트 초반에도 불편한 기색이 이어졌다. 첫 세 게임에서 1-2로 끌려간 조코비치는 결국 메디컬 타임아웃을 다시 불렀다. 간단한 처치를 받은 뒤 조코비치는 4세트를 마칠 때까지 마지막 12게임에서 뮐러에게 2게임만 내줬다.조코비치는 “2세트 초반까지 컨디션이 최고였는데 이후 45분 정도는 최악이었다. 배탈인지 뭔지 모르겠는데 힘들었다”면서 “의료진이 ‘기적의 약(miracle pill)’을 줘서 겨우 경기를 잘 마칠 수 있었다”고 했다. 조코비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 19)으로 열리지 못한 2020년 대회를 제외하고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윔블던에서 6회 연속 결승을 밟았다. 이 중 앞선 네 차례는 연속 우승했지만 2023, 2024년 대회 때는 카를로스 알카라스(22·스페인·2위)에게 우승을 내줬다.올해 윔블던에서는 시드 배정 선수 중 남자 단식에서 13명, 여자 단식에서 10명이 1회전에서 탈락했다. 4대 메이저 테니스 대회는 2001년부터 남녀 단식 상위 랭커 각 32명에게 시드를 배정하고 있는데 이번 대회는 상위 랭커가 1회전에서 가장 많이 탈락한 대회가 됐다.세계랭킹 톱 5 선수 중에서도 세 명이나 짐을 쌌다. 남자 단식에서는 세계랭킹 3위 알렉산더 즈베레프(독일)가 2회전을 밟지 못했고, 여자 단식에서는 프랑스오픈 챔피언 세계랭킹 2위 코코 고프, 3위 제시카 페굴라(이상 미국)가 탈락했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대형 굴착공사장 인근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싱크홀 사고는 100% 예측하고 관리할 수 있게 하겠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4월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 지하공간 복합개발 건설공사 현장에서 이렇게 말했다. 오 시장이 굴착공사장을 직접 찾은 건 3월 강동구 명일2동 싱크홀 사고로 1명이 죽고 1명이 다친 이후다. 오 시장의 말과 그 뒤 서울시의 태도는 서로 달랐다. 대형 싱크홀 사고가 터질 때마다 서울시는 ‘노후 상하수도관 정비’와 ‘지표투과레이더(GPR) 탐사 확대’를 대책으로 내세운다. 그런데 상하수도관은 지하 1∼2m에 묻히고, GPR도 지하 2m 이내 비교적 얕은 땅속 상태만 알 수 있다. 사람이 죽거나 달리던 차가 통째로 빨려 들어가는 대형 싱크홀은 깊은 지하 굴착공사 주변에서 토사가 과도하게 유실되며 생긴다. 지금도 대부분의 굴착공사장에는 지질 전문가가 상주하지 않아 위험 징후를 미리 파악하기 어렵다. 2019년 12월 영등포구 여의도동, 2024년 8월 서대문구 연희동 싱크홀 사고로 각각 1명씩 목숨을 잃었을 때도 전문가들은 굴착공사를 주원인으로 봤다. 그러나 서울시는 사고 원인을 ‘알 수 없는 사유로 상수관로 파손’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 등 애매한 표현으로 뭉뚱그렸다. 굴착공사가 원인으로 판명될 경우 이에 대한 관리·감독 의무가 있는 서울시도 배상 책임 등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을 의식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오 시장의 말처럼 대형 싱크홀을 예측, 관리하려면 싱크홀 위험이 큰 지역을 미리 파악해 지역 인근 굴착공사장부터 깐깐하게 점검해야 한다. 이수곤 전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부실 공사는 지켜보는 눈이 없어서 생긴다. 지금은 공사하는 사람에게 책임을 묻기 힘든 구조다. 공사와 지반침하의 상관성을 입증할 자료를 건설사나 시공사가 내놓겠나”라고 반문했다. 서울시는 이미 시내 도로를 싱크홀 위험도에 따라 구분해 둔 자료도 만들어 가지고 있다. 하지만 시민에게는 공개하지 않고 GPR 탐사 차량을 어디에 먼저 보낼지 정하는 데에만 쓰고 있다. 동아일보 히어로콘텐츠팀이 지난달 24∼26일자 ‘크랙: 땅은 이미 경고를 보냈다’ 시리즈에서 한국지하안전협회와 서울시 싱크홀 위험지도를 제작, 공개한 이유다. 싱크홀 위험도가 높은 지역을 알려 굴착공사 안전조치가 제대로 이뤄지는지 점검하고 사고를 사전에 막자는 취지였다. 이후 서울시 안전지도에 대한 공개 요구가 이어졌지만 서울시는 “불필요한 오해와 사회적 불안을 일으킬 수 있다”며 여전히 회의적이다. 하지만 시민들은 아무것도 모른 채 어느 날 갑자기 싱크홀을 마주할지도 모르는 상황이 더 불안하다. 안전 관련 정보는 공개할수록, 더 많은 사람이 검증하고 수정하고 활용할수록 그 효과가 커진다. 어쩌다 한 번 점검 오는 공무원보다 매일 동네를 오가는 주민이 싱크홀 조짐을 먼저 알아차리기 쉽다. 명일2동 사고 조짐을 가장 먼저 감지한 사람도 인근 주유소 사장이었다. 굴착공사장 주변의 주민들과 일반 시민들이 더 많은 정보를 갖고 날카로운 눈으로 주변을 관찰할 때 공사 현장도 더 안전의 끈을 조일 것이다.임보미 10기 히어로콘텐츠팀장 bom@donga.com}

르브론 제임스(41)가 미국프로농구(NBA) 역사상 처음으로 23번째 시즌을 맞는 선수가 된다. ESPN, 애슬레틱 등 스포츠 전문매체에 따르면 제임스의 에이전트사는 제임스가 2025~2026시즌 레이커스에서 선수 옵션을 실행한다고 30일 밝혔다. 이날은 계약상 제임스가 선수옵션 실행 여부를 결정해야할 마지막 날이었다. 제임스는 5260만 달러(약 710억 3500만원) 선수 옵션을 실행하기로 해 일단 2025~2026시즌에도 선수 생활을 이어간다. 지난 시즌까지 22시즌을 뛰어 빈스 카터(1998~2020)와 NBA 최장 시즌 타이 기록을 가지고 있던 제임스는 다음 시즌 코트에 서면 NBA 역사상 첫 23번째 시즌을 맞는 선수가 된다. 지난 시즌 제임스는 정규리그 70경기를 뛰며 평균 24.4점, 7.8리바운드, 8.2도움을 기록했다. 제임스는 이미 NBA 최다득점(4만2184점) 기록 보유자다. 22시즌동안 정규리그 1562경기를 뛰며 세운 기록이다. 제임스는 다음 시즌 50경기만 더 뛰면 로버트 패리시의 정규리그 최다경기 출장(1611경기) 기록도 깬다.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 경기 중 무릎 내측측부인대를 다쳤던 제임스는 최근 코트 훈련을 재개했다. 트레이드 거부권이 있는 제임스가 스스로 트레이드를 요청하지 않는 한 2025~2026시즌은 제임스와 루카 돈치치가 온전히 한 시즌을 함께 뛰는 첫 시즌이 된다. 돈치치는 지난 시즌 막판인 2월 댈러스에서 트레이드됐다. 또 지난 시즌 레이커스 유니폼을 입은 장남 브로니 제임스와도 두 번째 시즌을 함께 맞게 된다.제임스의 소속사 대표인 리치 폴은 “제임스는 레이커스가 미래를 위해 팀을 만들고 있다는 걸 알지만 동시에 우승에 도전하고 싶어한다. 미래를 준비하면서 당장 우승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안다. 제임스는 남은 모든 시즌을 의미있게 보내고 싶어하고 레이커스 역시 제임스에게 최고의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싱크홀 사고가 인명 및 재산 피해로 이어지고 있지만 사고 원인을 조사하는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규모나 피해가 큰 사고는 정부가 전문가들로 이뤄진 중앙지하사고조사위원회(중앙사조위)를 구성할 수 있는데 실제 구성 비율은 0.2%에 불과했다. 조사위원에게 강제적인 조사 권한도 없어 민간 공사의 경우 시공사 등이 조사를 거부하면 사고 현장에도 못 들어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람 숨진 싱크홀, 사고조사위 구성 안 해현행법에 따르면 정부는 면적 4m² 이상 또는 깊이 2m 이상의 싱크홀 사고에 대해선 전문가들을 모아 중앙사조위를 구성할 수 있다. 보통 토질, 터널, 지하 안전 등 전문가 12명 이내로 구성되며 6개월간 조사할 수 있고, 추가로 3개월 활동을 연장할 수 있다.동아일보 히어로콘텐츠팀이 2018년 1월부터 지난달까지 발생한 전국 싱크홀 사고 1448건을 분석한 결과, 중앙사조위 구성 요건을 충족하는 사고는 총 649건이었다. 이 중 실제로 중앙사조위가 구성된 건 3건(0.2%)이었다. 2020년 경기 구리시 교문동 싱크홀, 2022년 강원 양양군 낙산해수욕장 싱크홀, 올해 3월 서울 강동구 명일2동 싱크홀 때만 중앙사조위가 구성됐다.반면 1명이 숨지고 1명이 다친 지난해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싱크홀 사고 때는 중앙사조위가 구성되지 않았다. 2021년 1월 경기 안산시의 한 건설현장에서 주변 도로 80m가 무너질 정도로 큰 싱크홀이 발생했지만 이 역시 중앙사조위는 구성되지 않았다. 그 때문에 “구성 기준을 알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는 2021년 구성 가이드라인을 만들었지만 이후에도 구성 기준을 충족한 싱크홀 사고 239건 중 2건(0.8%)만 중앙사조위가 구성됐다.● 권한 없는 조사위원, 현장에 못 들어가기도정부가 조사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며 대부분의 싱크홀 원인 조사는 지방자치단체 몫이 됐다. 지자체도 사고가 터지면 해당 과 공무원 등으로 자체 조사위원회를 구성하지만 역량 및 전문성 부족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2020년 8월 구리시 교문동에서 아파트 앞 도로가 가라앉아 폭 16m, 깊이 20m의 대형 싱크홀이 발생했다. 인근에서 지하철 굴착 공사가 진행 중이었기 때문에 유력한 원인으로 지목됐지만, 구리시는 자체 조사 결과 ‘상수도관 파열’ 탓이라고 발표했다. 당시 구리시 관계자는 “해당 공사는 발파 방식이 아닌 기계를 이용한 굴착 방식이라 싱크홀과 연관성이 낮다”고 했다.하지만 논란이 가라앉지 않자 국토부가 조사에 착수했고 4개월 뒤 “상수도관은 사고 발생 이후에 파손됐다. 싱크홀과는 무관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구리시와 정반대의 결론이 나온 것이다. 김정환 서울연구원 연구위원은 “싱크홀 사고 원인을 조사할 때는 전문가가 동행해 조사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지적했다.전문가들은 싱크홀 사고가 나면 정부와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사조위를 구성해 원인을 규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더해 실제 조사를 수행하는 위원들의 권한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경기도 등 여러 지자체 사조위에 참여한 이규환 건양대 재난안전소방학과 교수는 “조사위원들이 사고 현장에도 못 들어가는 경우가 있다. 법 개정을 통해 강력한 조사 및 자료 요구 권한을 부여하는 등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축구장 134개’ 땅 꺼졌는데… 원인-책임 두고 6년째 갈등당진시 “한전 굴착공사 때문” 결론한전 “바다 매립지 특성 고려해야”원인 규명을 둘러싸고 법적 분쟁까지 벌어진 싱크홀 사고도 있다. 2019년경 충남 당진시 아산국가산업단지 부곡공단에서는 95만8600m²(축구장 134개 넓이) 규모의 부지가 2.5cm 넘게 꺼지는 대규모 싱크홀 사고가 발생했다. 이는 역대 국토부에 신고된 싱크홀 사고 중 가장 거대한 규모의 사고다. 당시 땅 밑에선 한국전력이 송전선을 지하로 연결하기 위해 깊이 60m짜리 굴착공사를 진행 중이었다. 이 사고로 공단 내 공장 수십 동에서 벽이 갈라지거나 바닥이 내려앉는 등 피해를 입었다.한전은 2017년 10월부터 굴착공사를 시작했지만 공장 대표들이 이를 알아차린 건 그로부터 1년이 지난 뒤였다. 그사이 한전은 공사 도중 지하수가 유출되는 등 문제로 두 차례나 공사를 중단했지만 그때마다 공법을 바꿔 굴착을 재개했다. 싱크홀 사고 발생 직후 한전은 A학회에 1억2000만 원의 용역비를 주고 사고 조사를 의뢰했다. A학회는 이듬해 ‘굴착공사의 영향으로 싱크홀이 발생한 건 맞지만 바다 인근 매립지라는 특성상 자연적으로 발생한 싱크홀의 영향도 고려해야 한다’는 요지의 연구보고서를 발표했다. 피해 공장 대표들은 용역에 참여한 A학회 위원들을 경찰에 고발하고, B협회에 의뢰해 정반대 결론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싱크홀 발생에 대한 책임은 오로지 한전에 있다는 결론이었다.갈등이 지속되자 당진시는 사고 발생 1년 2개월 만인 2020년 3월 ‘당진시 지하사고조사위원회’를 꾸려 9개월간 조사를 진행했다. 조사위는 ‘한전의 전력구 굴착공사에 따른 지하수 유출’을 부곡공단 싱크홀 원인으로 결론 내렸다. 그러자 한전은 부사장까지 나서 “부곡공단 지반침하에 원인을 제공한 것에 대해 분명히 사과한다.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하지만 한전은 2022년 10월 당진시가 ‘공사 현장을 원상복구하라’는 행정명령을 내리자 불복하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 10월 법원이 한전의 청구를 기각했지만 한전은 곧바로 항소했다. 한전 관계자는 “싱크홀 사고와 관련된 터널 구간에 대해선 원상복구를 진행할 예정이지만 사고와 무관한 구간에 대한 원상복구 명령은 과하다고 판단해 항소했다”고 밝혔다. 이어 피해 공장 대표들의 보상 문제를 두고서도 “복구 비용을 정하는 민사소송을 진행 중이며, 결과를 수용할 예정”이라고 했다.법정 공방이 지속되는 동안 피해 공장 대표들은 건물안전평가에서 D등급을 받은 공장에서 일을 이어가고 있다. D등급은 지방자치단체가 사용 제한 여부를 결정해야 할 정도로 피해가 심한 상태다. 지난달 28일 오후 찾은 공단에서는 바닥이 10cm 넘게 가라앉아 있거나 가스관이 휘어 있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이곳에 입주한 송근상 현대호이스트 대표는 “차라리 다 무너져 내렸으면 좋겠다. 사람이 죽어야 관심을 갖지 않겠느냐”고 했다.동아일보는 창간 100주년을 맞아 2020년부터 히어로콘텐츠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이번 히어로콘텐츠팀의 ‘크랙: 땅은 이미 경고를 보냈다’는 ‘서울시 싱크홀 안전지도’를 자체 제작, 공개하고 국토교통부 서울시 부산시 등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보유한 싱크홀 자료의 문제점을 파헤쳤습니다. 디지털 인터랙티브 버전 ‘크랙’ 시리즈는 동아일보 히어로콘텐츠 전용 페이지인 디오리지널(https://original.donga.com/project/series?c=0311)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크랙 디지털 인터랙티브 기사 보기히어로콘텐츠팀▽팀장: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취재: 공승배 주현우 기자 ▽프로젝트 기획: 임상아 ND ▽사진: 홍진환 기자 ▽편집: 이소연 기자 ▽그래픽: 김충민 기자 ▽인터랙티브 개발: 임상아 임희래 ND ▽인터랙티브 디자인: 정시은 CD 이형주 인턴 당진=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공승배 기자 ksb@donga.com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지방자치단체장이 싱크홀(땅 꺼짐) 안전지도를 만들어 의무적으로 공개하도록 하는 입법이 추진된다. 잇단 싱크홀 사고에 시민 불안이 커지고 있는데도 서울시, 부산시 등 지자체가 관련 자료를 공개하지 않자 국회가 나선 것이다.25일 안태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지하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지하안전법) 일부개정안에는 시도지사가 싱크홀 안전지도를 제작하고 시민에게 공개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안 의원은 “지반침하 예방은 단순한 안전 문제를 넘어 국민 생명과 재산을 지키고 도시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루기 위해 반드시 선행돼야 할 과제”라고 배경을 밝혔다. 같은 당 황명선 의원은 국민의 생명, 신체, 재산 보호에 필요한 싱크홀 정보의 경우 지자체장이 적극적으로 공개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서울시는 강동구 명일2동 싱크홀 사고로 1명이 숨지고 1명이 다친 뒤 ‘지반침하 안전지도’를 공개하라는 요구에도 비공개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도시철도 공사 구간에서 싱크홀이 14차례나 발생한 부산시 역시 ‘지반침하 위험지도’를 만들었지만 시민에게 공개하지 않았다. 국토교통부도 2014년 서울 송파구 대형 싱크홀 발생을 계기로 785억 원을 들여 ‘지하공간 통합지도’를 만들었지만 일반 시민은 볼 수 없다. 국토부 승인을 받은 일부 개발사업자 등만 정보를 열람할 수 있다.싱크홀 지도 공개와 함께 지자체의 싱크홀 대응을 더 강화하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윤종군 민주당 의원은 싱크홀 우려가 있으면 국토부가 지자체장에게 보강, 보수 등을 명령할 수 있고,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있는 법안을 발의했다.전문가와 시민단체들은 국민의 알권리 차원에서 싱크홀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지하 안전 평가 전문가인 이재호 지원텍 대표는 “동아일보 히어로콘텐츠팀이 만든 서울시 싱크홀 안전지도처럼 지반침하에 대한 대응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선 서울시와 정부가 보유한 싱크홀 지도들을 공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부산 시민단체 건강사회복지연대의 이성한 사무처장은 “시민이 가장 궁금해하는 지하 안전지도를 정밀하게 만들어 제대로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혈세 들인 싱크홀 지도, 핵심정보 빠져… 건물 기울어도 비공개비공개에 무용지물 된 ‘싱크홀 지도’국토부가 만든 ‘지하공간 통합지도’ 지하수-공동 정보 없고 접근 제한 서울-부산시 제작 지도도 상황 비슷 철도공사장 옆 3년간 14번 싱크홀 현장 본 전문가 “땅속이 갯벌 같아” 시민들 “눈앞 땅 꺼져도 상태 몰라”지난달 28일 부산 사상구 사상∼하단선 도시철도 공사 현장 인근. 새벽시장 바닥에 균열이 여럿 보였다. 길이 5m가량의 균열 틈새에 손가락을 집어넣자 쑥 들어갔다. 주변 화장실, 계단, 건물, 기둥에는 금이 가 있었다. 전봇대가 쓰러질까 봐 보강해 놓은 장치도 보였다.이 주변에서는 최근 3년간 14차례 싱크홀이 발생했다. 지난해는 8차례, 올해는 3차례 있었다. 부산시는 지하 안전 관리를 강화한다며 국비 5800만 원을 지원받아 2년 전 ‘지반침하 위험지도’를 만들었지만 시민에게 공개하지 않고 있다. 그사이 땅이 12cm 가라앉아 4층짜리 건물이 기울어지면서 사무실을 급히 이전한 주민도 있었다.● 싱크홀 핵심 요소 빠지고 자료도 비공개동아일보 히어로콘텐츠팀이 부산에서 만난 새벽시장 상인회 이복용 관리부장은 “눈앞에서 땅이 꺼지고 균열이 늘어나는데 시에서 하는 공사에 대해 우리가 뭘 알겠나. 아는 게 하나도 없다. 불안감만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집과 일터 주변에서 자꾸 싱크홀이 발생하는데 부산시가 관련 자료를 공개하지 않자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국민의 알 권리와 최소한의 대비를 위해서라도 자료를 공개해야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특히 사상구 공사 현장처럼 싱크홀 사고가 빈번한 지역은 조속한 자료 공개와 이를 통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지난달 20일 히어로팀과 함께 이 지역 굴착공사 현장을 살펴본 조복래 지하공간연구소장은 “지하 15m 정도를 파 내려갔는데도 여전히 땅이 갯벌 같다. 그만큼 땅이 약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곳은 낙동강 하구에 있어 모래 퇴적층이 두껍게 형성돼 있다. 굴착공사장 바닥은 물이 흥건한 진흙 상태였다. 조 소장은 “일반 땅이라면 이 정도 깊이를 파면 비교적 단단한 땅이 나타날 텐데 여기는 아직 수십 m는 더 파야 멀쩡한 땅이 나올 것”이라고 했다.부산시가 만든 싱크홀 지도에는 이 같은 지질 정보가 빠져 있다. 지질, 지하수, 싱크홀 이력 등은 싱크홀 발생 위험을 판단하는 핵심 요소들인데 정작 싱크홀 피해 예방을 위한 지도에는 반영되지 않은 것이다. 지도에 반영됐다는 지하시설물 정보 역시 시설물이 매설된 깊이, 노후화 정보 등은 담기지 않아 싱크홀 예방이나 대응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국토교통부가 서울 송파구 대형 싱크홀 사건 이후 2022년 만든 ‘지하공간 통합지도’에도 지하수, 공동(空洞·땅속 빈 공간), 과거 싱크홀 이력 등이 빠져 있다. 지도에 표시된 지하시설물 위치와 실제 위치가 다른 곳도 여럿이었다. 게다가 국토부의 지도 자료는 보안상의 이유로 일반 시민이 접근할 수 없다. 국토부가 승인한 일부 사업자에게만 종이 자료 형태로 잠깐 대여해 준다. 최근 싱크홀 사고가 전국에서 다발적으로 일어나는 만큼 자료 공개의 필요성이 커진다는 지적이 나온다.서울시 역시 ‘지반침하 안전지도’를 시민에게 공개하지 않고 있다. 집값, 부동산 민심을 우려해서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 지도에는 지하수, 지질, 지하구조물 등 중요 요소들이 빠져 있어 싱크홀 예방에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민 불안 커져… 지자체는 ‘네 탓 공방’부산시는 25일 특별대책을 발표하고 이달 말 공동 지표투과레이더(GPR) 탐사 결과를 공개하고 시에 도로안전과를 신설해 지하 안전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시가 공개한다는 GPR 자료는 ‘지반침하 위험지도’와는 다른 것으로, 최대 지하 1, 2m 정도의 상황만 알 수 있다. 시는 싱크홀 사고를 신고한 시민에게 포상금을 지급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지도에 지하매설물 현황 정도만 반영하고 있어서 실제 싱크홀 위험도를 제대로 구현하기 어려워 공개가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며 “현재 ‘도로함몰 안전지도’로 부르며 지반 탐사 우선 구간 등을 정하는 데 보조자료로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부산 싱크홀 사고는 부실한 시공 및 관리·감독 문제까지 겹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당 공사 현장의 사업 감사 결과에 따르면, 2022년 2월부터 지하수가 공사장에 계속 흘러들어와 한동안 공사가 중단됐다. 지하수 유입은 대표적인 싱크홀 유발 요인이다. 부산시 산하 공공기관인 부산교통공사(시행사)는 건설사업관리단(감리)에 대책을 요구했고, 감리단은 “물막이 기능이 더 좋은 콘크리트 벽체로 바꿔 시공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하지만 공사 측은 정부에서 추가 예산을 받기 곤란하다며 사장 등 상부에 이를 보고조차 하지 않았다. 지난달에는 공사 현장 인근 지하 우수박스에서 균열까지 발견됐다. 사상구는 지하철 공사가 원인이라고 주장했고, 공사 측은 “공사 때문이 아니다”라며 책임 공방을 벌이고 있다.임종철 부산대 토목공학과 명예교수는 “부산같이 지반이 연약한 곳이나 지하 개발사업이 활발한 대도시에선 싱크홀을 예방하기 위한 지도가 더욱 효과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학계 “지하 안전평가 제대로 이뤄지는지 전수조사를”지하안전協, 싱크홀 예방 토론회 본보 제작 지도엔 “위험도 보여줘”“지반조사 결과는 반드시 전문가에게 다시 검증을 받도록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이종섭 고려대 건축사회환경공학부 교수)“지방자치단체가 지하안전평가를 기준과 원칙대로 하고 있는지에 대해 전수 조사가 필요하다.”(유재성 고려컨설턴트 대표)동아일보가 히어로콘텐츠 ‘크랙: 땅은 이미 경고를 보냈다’를 통해 ‘서울시 싱크홀 안전 지도’를 공개한 이후 전문가들은 싱크홀 사고를 막기 위한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25일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한국지하안전협회 주최로 열린 ‘지반침하사고 예방 대토론회’에서는 지반, 지하안전, 지질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반복되는 싱크홀 사고의 원인을 분석하고 해법을 논의했다. 유 대표는 “균열, 침하 등 위험 구간은 설계에도 반영해서 사고 시 즉시 복구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며 “국민 안전과 직결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종태 엘머스코리아 전무는 “현장에 가보면 이미 싱크홀 사고가 벌어졌던 곳인데도 계측기를 설치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며 “이에 대한 확인 과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장우선 효명이씨에스 부사장은 “장마철이 시작된 현재 지자체와 유관 기관이 협의해 우회수로, 집수정 규모를 정확히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창동 지하정보기술 대표는 “지반침하 진단 기술을 개발하고 활용하는 엔지니어들이 작업에 몰입할 수 있도록 처우 개선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굴착공사 전 시행하는 지하안전평가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고명상 명동엔지니어링 대표는 “평가를 해보면 ‘지반이 안전하냐’고 물어보는 발주처는 한 곳도 없다. 공사 기한을 맞출 수 있는지에만 관심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과거 한 현장에서 설계 오류를 여럿 잡아냈지만 개선 요구가 묵살됐다고 말했다.협회는 히어로팀과 만든 서울시 싱크홀 안전지도를 이날 온라인과 오프라인에 공개했다. 이강근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동아일보가 분석한 요소들은 싱크홀 위험도를 보여주기에 충분하다”며 “위험한 지역을 선별했다면 그다음은 계측 등 촘촘한 모니터링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최창호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도심을 싱크홀 안전지역과 위험지역으로 나눠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싱크홀 발생 위험이 높은 지역과 낮은 지역은 서로 지하안전평가 기준을 다르게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위험한 지역은 소규모 공사도 정밀하게 평가하도록 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용선 한국토질 및 기초기술사회 부회장은 “산에서 깊게 굴착하는 공사와 도심에서 얕게 굴착하는 공사 중 더 면밀히 관리해야 하는 곳은 후자”라며 위험도에 따라 평가 기준을 탄력적으로 적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동아일보는 창간 100주년을 맞아 2020년부터 히어로콘텐츠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이번 히어로콘텐츠팀의 ‘크랙: 땅은 이미 경고를 보냈다’는 ‘서울시 싱크홀 안전지도’를 자체 제작, 공개하고 국토교통부 서울시 부산시 등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보유한 싱크홀 자료의 문제점을 파헤쳤습니다. 디지털 인터랙티브 버전 ‘크랙’ 시리즈는 동아일보 히어로콘텐츠 전용 페이지인 디오리지널(https://original.donga.com/project/series?c=0311)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크랙 디지털 인터랙티브 기사 보기히어로콘텐츠팀▽팀장: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취재: 공승배 주현우 기자 ▽프로젝트 기획: 임상아 ND ▽사진: 홍진환 기자 ▽편집: 이소연 기자 ▽그래픽: 김충민 기자 ▽인터랙티브 개발: 임상아 임희래 ND ▽인터랙티브 디자인: 정시은 CD 이형주 인턴 부산=공승배 기자 ksb@donga.com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임보미 기자 bom@donga.com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