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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 백운동 별서정원정민·김춘호 지음368쪽·1만9000원·글항아리 호남에 전통 원림(園林·정원)이 소쇄원, 다산 초당만 있는 것이 아니다. 전남 강진군 성전면 월하리 월출산 옥판봉 남쪽 자락에 백운동(白雲洞) 별서(別墅·별장)가 있다. 강진의 양반 원주 이씨 이담로(1627~?)가 말년에 둘째 손자 이언길(1684~1767)을 데리고 들어와 이곳에 살기 시작했다. 조손이 20년 동안 함께 정원을 가꿨다. 이담로는 세상을 뜨며 ‘평천(平泉)의 경계’를 남긴다. 이는 당나라 때 재상 이덕유가 그의 별서인 평천장을 두고 자손에게 “절대로 남에게 넘겨서는 안 된다”고 당부해 나온 말이다. 백운동 별서는 세기가 4번 바뀌는 동안 아들에서 손자로 12대째 이어졌다. 이곳은 이담로 당대부터 명원(名園)으로 손꼽혔다. 5대 동주(峒主) 이시헌은 강진에 귀양와 있던 다산 정약용의 막내 제자가 됐다. 정약용은 이곳을 방문한 뒤 ‘백운동 12경’을 명명하고 1경 옥판상기(玉版爽氣·옥판봉의 상쾌한 기운)부터 12경 운당천운(篔簹穿雲·운당원에 우뚝 솟은 왕대나무)까지 그 아름다움을 시로 읊었다. 다산은 자신을 스승처럼 섬긴 초의선사에게는 백운동 뿐 아니라 다산초당까지 그리게 한 뒤 합쳐 백운첩(白雲帖)을 남겼다. 백운동과 다산초당 중 어느 곳이 더 아름다운지 겨뤄보려 한 것. 별서 마당에는 유상곡수(流觴曲水·술잔을 띄울 수 있도록 만든 구부러진 물길)가 굽이친다. 민간 정원에 유상곡수가 남아있는 곳은 이곳 뿐이다. “젊어서 과거시험을 포기하고 성리(性理)의 글만을 궁구했다. 가난한 생활을 편히 여겨 지팡이 짚고 소요했다. 갑 속에 거문고 하나, 서가에 만 권의 책을 쌓아두었다. 흥이 나면 왕희지의 난정첩(蘭亭帖)을 펴 놓고 물 흐르듯 붓을 휘둘렀다.” 친족이 이시헌의 백운동 생활을 회고한 글이다. 동백나무 그늘 아래서 지난겨울의 매화향을 맡는 선비의 마음이 전해진다. 저자 정민 한양대 교수는 “백운동은 조선 별서 정원의 원형이 그대로 남아있는 유서 깊은 공간”이라며 “정약용의 제다법(製茶法)에 따라 떡차가 만들어진 차 문화의 현장이기도 하다”라고 말한다.조종엽기자 jjj@donga.com}
‘역대급 미모’를 자랑하는 여배우들의 ‘아줌마’ 연기가 화제에 올랐다. 18일 첫 방영한 MBC 수목극 ‘앵그리 맘’의 김희선은 극중 고등학교 2학년 딸의 어머니인 조강자 역을 맡아 ‘뽀글이 파마’를 하고 등장했다. 김희선은 국어 교사 박노아(지현우)가 자신을 학생으로 오해하는 장면, 자신의 식당에서 손님들이 난동을 피우는 장면에서 대차게 욕설을 내뱉는 모습도 보였다. 지난해 KBS2 드라마 ‘참 좋은 시절’에서도 악착같은 모습을 보이기는 했지만 여전히 로맨스의 주인공이었던 김희선이 이번 드라마를 통해 이미지를 확 바꿨다는 평도 나온다. 시청자들은 “욕설이 입에 딱딱 붙는 듯 정말 찰지더라” “새로운 캐릭터에 도전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 “결혼한 뒤 연기가 물이 오른 것 같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KBS2 수목극 ‘착하지 않은 여자들’의 채시라도 빈틈이 많지만 인간미 넘치는 아줌마 김현숙을 연기하면서 번진 화장을 하고 쓰레기 더미에 숨거나 아버지 산소 앞에서 울부짖는 등 기존과는 다른 이미지를 보이고 있다. 시청자들은 “어리숙하지만 때가 묻지 않고 순수하며 때로는 정의로운 다양한 현숙의 모습을 잘 표현하고 있다” 등의 평을 올렸다.조종엽기자 jjj@donga.com}

지상파 드라마의 문법은 최근 별 변화가 없었다. 3대 가족이 등장하고 연애와 결혼을 둘러싼 갈등 해결을 주로 다뤄 온 KBS 주말 연속극은 방송만 하면 시청률이 20%를 넘는다. 월화와 수목 미니시리즈도 젊은이들의 연애사가 중심이다. 판검사, 의사, 정치인 등의 세계를 조명하거나 공상과학(SF), 판타지를 비롯한 장르물도 등장했지만 이야기 구조는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엇비슷했던 지상파 주중 미니시리즈에 참신한 드라마 2편이 등장했다. KBS 수목극 ‘착하지 않은 여자들’(착않녀)과 SBS 월화극 ‘풍문으로 들었소’(풍들소).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 자료에 따르면 2월 마지막 주 나란히 시작한 두 드라마의 시청률은 ‘착않녀’가 12.2%(12일)로 수목극 1위, ‘풍문소’(16일)가 10.1%로 월화극 2위다. 이 드라마들은 사회의식을 바탕으로 등장 인물들의 삶을 현실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주말 연속극과 다르다. 김은영 문화평론가는 “이 드라마들은 화목한 가족의 환상을 애써 보여주지 않고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착않녀’는 강순옥(김혜자), 딸 김현정(도지원) 현숙(채시라), 손녀 정마리(이하나) 등 각자 상처를 갖고 사는 여성 3대의 삶을 다룬다. 순옥은 남편이 사랑을 찾아 떠나갔다가 실종돼 삶의 무게를 혼자 지고 살아왔다. ‘끼’가 많았던 현숙은 이사장 딸 대신 도둑으로 몰려 퇴학당한 뒤 인생이 꼬인다. 손녀 마리는 엄마 현숙이 시키는 대로 공부만 열심히 해 인문학 박사가 됐지만 강의에서 잘린 뒤 커피숍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신세다. 정해룡 ‘착않녀’ CP는 “여러 세대의 공감을 목표로 이 드라마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새로운 사건이 잇달아 발생하면서 ‘꼬고 또 꼬는’ 주말 연속극과 달리 이 드라마의 인물들은 각자의 상처와 함께 살면서 조금씩 앞으로 나아간다. 극중 배경에는 부정한 권력과 공정하지 못한 사회에 대한 비판도 깔려 있다. 극중 현숙의 인생이 틀어진 것은 폭압적인 1970, 80년대 사회의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현숙은 고교 1학년 때 팝스타 레이프 개럿의 내한공연에서 열광했다가 신문에 사진이 보도되면서 권위적인 담임에게 ‘찍힌다’. 공부를 못하고 순종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학교에서 거짓말쟁이로 몰린다. 현숙이 순옥 몰래 투자했다 손해를 보는 것은 ‘동양그룹 사태’를 연상시킨다. 이 드라마의 장점은 다소 무거울 수 있는 긴장관계를 코믹한 터치로 그리는 것이다. 순옥이 남편이 사랑했던 장모란(장미희)을 만난 뒤 집으로 불러 잘 대해주면서도 은근히 구박하는 상황 등에서 웃음이 터져 나온다. 이윤수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사무국장은 “여성들의 관계를 갈등 위주로 그린 기존 드라마들과 다르다”고 했다. SBS ‘풍문소’도 흥미롭다. 이 드라마는 시대를 바꾼 ‘춘향전 속편’에 가깝다. 기존 미니시리즈가 신데렐라 이야기, 한국식으로는 춘향전의 변주라면 ‘풍문소’는 그 이후의 이야기를 다룬다. ‘이몽룡과 결혼한 춘향이 몽룡의 집안에서는 며느리 대접을 제대로 받았을까’ 하는 것. 서민 출신 며느리 서봄(고아성)이 그를 구박하는 한정호(유준상) 최연희(유호정) 부부에게 또박또박 바른말로 대꾸하는 장면은 통쾌한 웃음을 준다. 입만 열면 명문가로서의 자부심을 표현하는 이들 부부가 내세우는 도덕적 가치는 허상이다. 춘향을 통해 변사또의 위선이 드러나는 것처럼 서봄이 한정호 부부의 맨얼굴을 드러내도록 만든다. ‘착않녀’의 현숙은 장모란이 자신을 구해주자 ‘혹시 내 친엄마는 아니죠?’라고 독백한다. 출생의 비밀을 반복해 소재로 써 온 기존 드라마에 대한 풍자다. 두 드라마는 ‘신(新)가족극’의 새로운 문법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예능 프로그램에서 등산 중 막걸리 한 잔을 마시는 장면이 방송되는 것은 부적절할까? KBS 2TV ‘해피선데이-1박2일’은 15일 출연자들이 강원 정선군 고한읍 함백산에 오르다 휴식 중 막걸리를 마시는 장면을 내보냈다. 이날 게스트인 여성 듀오 다비치의 강민경이 가져온 막걸리를 데프콘을 비롯한 출연자 여러 명이 한 잔씩 나눠 마셨다. ‘나는 산악인이다’ (술잔을 가리키며) ‘전문도구’ 등의 자막도 함께 나왔다. 방영 뒤 ‘1박2일’ 시청자 게시판에는 “제작진은 음주 산행이 매우 위험한데도 이를 조장했고, 마치 등산의 목적이 음주인 것처럼 다뤘다”는 의견과 “소량을 마신 것을 음주 등산이라고 비판하는 것은 트집”이라는 의견이 엇갈렸다. 방송 중 음주 장면은 과할 경우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의 심의를 받는다. SBS ‘자기야’는 2013년 출연자들이 폭탄주를 만들고 서로 권하며 마시는 장면을 방영해 법정 제재인 ‘주의’를 받았다. 방심위 관계자는 “방송 중 음주 장면이 과도하거나 반복되면 제재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예능 프로그램에서 등산 중 막걸리 한잔을 마시는 장면이 방송되는 것은 부적절할까? KBS2TV ‘해피선데이-1박2일’은 15일 출연자들이 강원 정선 고한읍 함백산에 오르다 휴식 중 막걸리를 마시는 장면을 내보냈다. 이날 게스트인 여성 듀오 다비치의 강민경이 가져온 막걸리를 데프콘을 비롯한 출연자 여러 명이 한잔 씩 나눠 마셨다. ‘나는 산악인이다’ (술잔을 가리키며) ‘전문도구’ 등의 자막도 함께 나왔다. 방영 뒤 ‘1박2일’ 시청자 게시판에는 “제작진은 음주 산행이 매우 위험한데도 이를 조장했고, 마치 등산의 목적이 음주인 것처럼 다뤘다”는 의견과 “소량을 마신 것을 음주 등산이라는 비판하는 것은 트집”이라는 의견이 엇갈렸다. 방송 중 음주 장면은 과할 경우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의 심의를 받는다. SBS ‘자기야’는 2013년 출연자들이 폭탄주를 만들고 서로 권하며 마시는 장면을 방영해 법정 제재인 ‘주의’를 받았다. 방심위 관계자는 “방송 중 음주 장면이 과도하거나 반복되면 제재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웃찾사)이 KBS2 ‘개그콘서트’(개콘)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웃찾사는 22일부터 방영 시작 시간을 금요일 오후 11시 25분에서 일요일 오후 8시 45분으로 바꾼다. 이 경우 ‘개콘’(일 오후 9시 15분)과 방영 시간이 40분가량 겹친다. 현재 시청률은 개콘이 단연 앞선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최근 1년 수도권 평균 시청률은 개콘(15.9%)이 웃찾사(5.3%)의 3배다. 하지만 개콘은 최근 ‘참신한 맛이 덜하고 화제가 되는 대표적 코너가 눈에 띄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또 ‘김치녀 발언’ ‘노무현 전 대통령 죽음 희화화’ 논란 등에 휘말리기도 했다. 반면 웃찾사는 강도 높은 시사 비판 코너인 ‘LTE뉴스’가 꾸준히 인기를 모으고 있고, ‘배우고 싶어요’ 코너에서 개그맨 안시우의 대사 ‘스파이크 강서브 리시브, 테테테테테니스∼테니스’가 묘한 중독성으로 유행 조짐을 보이고 있다. 월평균 시청률도 개콘이 지난해 5월 16.9%에서 지난달 15.1%로 소폭 하락한 데 비해 웃찾사는 같은 기간 3.9%에서 6.3%로 올랐다. 웃찾사 제작진은 새로운 방송 시간대에 맞게 코너당 분량을 줄여 속도감 있게 진행할 계획이다. 현재 웃찾사 한 코너의 길이는 5∼8분. 시청자가 밤에 잠들기 전 느긋하게 시청할 수 있는 길이다. 제작진은 편성 변경 뒤에는 이를 5∼6분으로 줄일 방침이라고 밝혔다. 새로운 코너도 준비하고 있다. ‘LTE뉴스’와 더불어 새 시사 풍자 코너를 방영한다. 안철호 웃찾사 PD는 “뉴스 형식인 LTE뉴스보다 자유로운 형식의, 복덕방을 배경으로 한 시사 풍자 코너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에 홈쇼핑이 있다면 어떤 모습일지에 착안한 코너도 있다. 빠른 말 개그의 ‘달인’ 강성범과 TV 출연이 처음인 대학생이 호흡을 맞춘다. 이 대학생은 지난해 한 라디오 방송의 시청자 장기자랑 대회에서 북한 아나운서 흉내로 1등을 했는데, 이를 눈여겨본 제작진이 전격 섭외했다. 예전 ‘웃찾사’ ‘개그투나잇’에서 활약했던 개그맨들도 속속 모이고 있다. ‘마이파더’ 코너의 김진곤, ‘하오&차오’의 정세협, ‘사랑은… ing’의 정민규 등 SBS 개그맨 공채 7∼9기 중심으로 10여 명이 다시 합류했다. 백정렬 웃찾사 CP는 “해당 시간대 터줏대감인 개콘에 도전하는 만큼 코너별로 색깔이 뚜렷한 개그로 차별화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KBS 개콘 연출팀장인 이재우 PD는 “지상파에 2개밖에 없는 공개 코미디가 동시간대에 경쟁하는 것은 (시청자의 선택권을 제한해) 공개 코미디의 입지를 약화시킬 수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웃찾사)가 ‘KBS2 개그콘서트’(개콘)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웃찾사는 22일부터 방영 시작시간을 금요일 오후 11시25분에서 일요일 오후 8시45분으로 바꾼다. 이 경우 ‘개콘’(일 오후 9시15분)과 방영 시간이 40분가량 겹친다. 현재 시청률은 개콘이 단연 앞선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최근 1년 수도권 평균 시청률은 개콘(15.9%)이 웃찾사(5.3%)의 3배다. 하지만 개콘은 최근 ‘참신한 맛이 덜하고 화제가 되는 대표적 코너가 눈에 띄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또 ‘김치녀 발언’ 노무현 전 대통령 죽음 희화화‘ 논란 등에 휘말리기도 했다. 반면 웃찾사는 강도 높은 시사 비판 코너인 ’LTE뉴스‘가 꾸준히 인기를 모으고 있고, ’배우고 싶어요‘ 코너에서 개그맨 안시우의 대사 ’스파이크 강서브 리시브, 테테테테테니스~테니스‘가 묘한 중독성으로 유행 조짐을 보이고 있다. 월 평균 시청률도 개콘이 지난해 5월 16.9%에서 지난달 15.1%로 소폭 하락한데 비해 웃찾사는 같은 기간 3.9%에서 6.3%로 올랐다. 웃찾사 제작진은 새로운 방송 시간대에 맞게 코너 당 분량을 줄여 속도감 있게 진행할 계획이다. 현재 웃찾사 한 코너의 길이는 5~8분. 시청자가 밤에 잠들기 전 느긋하게 시청할 수 있는 길이다. 제작진은 편성 변경 뒤에는 이를 5~6분으로 줄일 방침이라고 밝혔다. 새로운 코너도 준비하고 있다. ’LTE뉴스‘와 더불어 새 시사 풍자 코너를 방영한다. 안철호 웃찾사 PD는 “뉴스 형식인 LTE뉴스보다 자유로운 형식의, 복덕방을 배경으로 한 시사 풍자 코너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에 홈쇼핑이 있다면 어떤 모습일지에 착안한 코너도 있다. 빠른 말 개그의 ’달인‘ 강성범과 TV 출연이 처음인 대학생이 호흡을 맞춘다. 이 대학생은 지난해 한 라디오 방송의 시청자 장기자랑 대회에서 북한 아나운서 흉내로 1등을 했는데, 이를 눈여겨 본 제작진이 전격 섭외했다. 예전 ’웃찾사‘ ’개그투나잇‘에서 활약했던 개그맨들도 속속 모이고 있다. ’마이파더‘ 코너의 김진곤, ’하오&차오‘의 정세협, ’사랑은… ing‘의 정민규 등 SBS 개그맨 공채 7~9기 중심으로 10여 명이 다시 합류했다. 백정렬 웃찾사 CP는 “해당 시간대에 터줏대감인 개콘에 도전하는 만큼 코너별로 색깔이 뚜렷한 개그로 차별화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KBS 개콘 연출팀장인 이재우 PD는 “지상파에 2개 밖에 없는 공개 코미디가 동시간대 경쟁하는 것은 (시청자의 선택권을 제한해) 공개 코미디의 입지를 약화시킬 수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널 사랑해, 시간이 흘러도∼.” 2010년 10월 22일 케이블채널 엠넷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2’(슈스케2) 결승전. 허각이 노래 ‘언제나’로 존 박을 누르고 우승한 이날 시청률은 18.1%(닐슨코리아)를 기록했다. ‘시청률 1%만 넘으면 대박’이었던 케이블TV가 새로운 역사를 쓰는 순간이었다. 》○ 지상파가 따라하는 케이블TV 케이블TV는 1995년 3월 1일 첫 방송을 시작했다. 가입자는 10만 가구가 채 되지 않았다. 20년이 지난 지금 1468만 가구(2014년 말 기준)가 케이블TV를 시청한다. 24개였던 케이블 채널은 현재 260개가 넘는다. 프로그램 수준은 지상파 방송이 따라하기에 이르렀다. ‘슈스케’가 인기를 모으자 지상파도 ‘K팝스타’(SBS) ‘스타오디션’(MBC) ‘TOP밴드’(KBS) 등 오디션 프로그램을 신설했다. tvN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와 ‘미생’은 출생의 비밀 등 막장 코드 없이 신드롬을 일으켰다. 케이블TV 원년인 1995년 방영된 드라마 ‘작은 영웅들’(HBS·현대방송)에 비하면 대단한 발전이었다. 2011년 12월 1일 종편이 출범하며 케이블TV의 콘텐츠는 더욱 풍부해졌다. 채널A의 ‘나는 몸신이다’(수 오후 11시)를 비롯해 시청률이 5%를 넘나드는 프로그램도 많다. 출범 때부터 이어진 꾸준한 투자가 성장의 동력이 됐다. 곽영빈 대원방송 대표는 “케이블 출범 당시 어린이채널에 있었는데 자체 제작 편성 비율 70%를 목표로 했다”고 회상했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로 위기를 맞은 뒤 콘텐츠 투자가 한동안 침체됐지만 2000년경부터 CJ미디어와 온미디어를 주축으로 다시금 활발해졌다. 2013년 채널사용사업자(PP)의 콘텐츠 투자액은 약 1조5000억 원으로 지상파 1조300억 원보다 5000억 원 가까이 많다.○ 내로캐스팅(Narrow Casting) 시대 열어 케이블TV는 시청자 모두를 겨냥하는 브로드캐스팅(Broad Casting)이 아니라 특정 시청자에 집중하는 내로캐스팅(Narrow Casting) 시대를 열었다. 영화 뉴스 게임 애니메이션 바둑 홈쇼핑 교육 등에 특화된 전문 채널이 시청자들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켰다. 케이블 초기에는 동아TV의 미드 ‘프렌즈’가 인기몰이를 했고, OCN의 ‘CSI’는 시청자의 눈높이를 높였다. 2000년 7월에는 세계 최초로 게임채널(온게임넷)이 설립돼 ‘스타크래프트’ 게임리그가 젊은층의 폭발적 호응을 얻었다. 케이블을 통해 서인국 노홍철 하하 등이 데뷔했으며 비디오자키(VJ), 쇼호스트 등 새로운 직업도 생겨났다. 콘텐츠 수출도 활발했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KCTA)는 2001년 국내 처음으로 국제 견본시 ‘BCWW’를 부산에서 열며 해외 시장 공략에 나섰다. 2010년대 들어서는 ‘슈퍼스타K’ 포맷이 중국에 팔렸고 티캐스트의 E채널이 2011년 ‘빅히트’ ‘여제’를 일본에 판매하는 등 수출액이 급증했다. 2013년 수출액은 4884만 달러로, 1996년 처음으로 홍콩 ‘MIPASIA96’에서 82만 달러를 수출한 것과 비견하면 상전벽해(桑田碧海)다.○ 스마트 미디어 시대 대응이 과제 케이블TV는 지상파 난시청 해소에도 기여했다. 현재 지상파의 직접 수신율은 7%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케이블TV 등 유료방송이 담당하고 있다. 케이블TV는 지난해 4월 세계 최초로 초고화질(UHD) 방송을 시작했고, 인터넷 서핑과 유튜브 등 다양한 앱을 사용할 수 있는 스마트 케이블 서비스도 하고 있다. 성년이 된 케이블TV의 향후 과제도 적지 않다. 방송이 점차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반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CJ헬로비전의 ‘티빙’, HCN의 ‘에브리온TV’ 등이 모바일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효율적 비즈니스 모델 수립이 과제다. 양휘부 KCTA 회장은 “방송 콘텐츠가 제값을 받을 수 있는 방송 산업의 선순환 구조를 확립하는 것이 시급하다”며 “케이블 업계에서도 제4이동통신을 비롯한 모바일 사업 모색이 계속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KCTA는 20주년 기념식(13일 오전 11시)을 포함한 ‘케이블TV 20년 행복나눔 방송축제’를 14일까지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연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관찰예능’을 비롯한 한국의 ‘리얼리티 쇼’는 원조 격인 미국 유럽과는 소재와 연출이 다르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한국의 리얼리티 쇼는 서구의 ‘일반인 경쟁형’ 리얼리티 쇼와 달리 ‘연예인 일상형’ 쇼다. 서구 리얼리티 쇼의 원조를 거슬러 올라가면 미국 캘리포니아에 사는 한 일가족의 일상을 방영한 ‘아메리칸 패밀리’(PBS·1973년)가 있지만 본격적으로 유행한 것은 2000년대 들어서다. 평범한 사람들이 무인도에서 최소한의 도구만 소지한 채 생존경쟁을 벌이다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은 사람이 우승하는 ‘서바이버’(CBS·2000년)가 대표적이다. 이처럼 미국의 리얼리티 쇼는 주로 서바이벌(생존) 경쟁을 소재로 한다. 출연자들이 생존을 위해 협동과 경쟁을 반복하면서 어제의 동지는 오늘의 적이 된다. 그 과정에서 승리를 위해서, 동료를 떨어뜨리기 위해서 ‘볼 꼴, 못 볼 꼴’ 다 보여준다. 시청자들은 극한 상황에 몰린 출연자들의 모습을 보며 즐긴다. 대중문화평론가 문강형준 씨는 “서구의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인간 사회의 잔혹한 면모를 보여줘 시청자들이 인간의 본성을 생각하도록 이끈다”며 “이는 관음이 제공하는 역설적 미덕”이라고 말했다. 반면 한국의 리얼리티 쇼의 주류는 연예인 위주로 발전했다. ‘짝’(SBS)과 같은 예외도 있지만 대부분 농어촌(tvN ‘삼시세끼’) 오지(SBS ‘정글의 법칙’) 육아(KBS ‘슈퍼맨이 돌아왔다’) 군대(MBC ‘진짜 사나이’)처럼 배경과 소재는 달라도 연예인이 출연한다. ‘삼시세끼’ 출연진인 차승원과 유해진, 손호준이 먹을 것과 낚시 명당을 놓고 정색을 하고 다투는 모습을 담을 수 있을까. 대중의 인기를 업고 있는 연예인에게 인간 본성을 솔직히 카메라 앞에서 노출하라고 요구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한국의 리얼리티 쇼는 서구에 비해 온건하고 리얼리티보다는 연예인의 매력이 강조된다. ‘정글의 법칙’에서는 오지의 척박한 현실과 마주한 인간의 무력함이 아닌 개그맨 김병만의 놀라운 적응력이 부각된다. 출연자들이 서로 어떻게 돕고 이해하는지도 강조된다. 또 다른 특징은 서구의 프로그램과 달리 주로 시청자가 맘만 먹으면 갈 수 있는 장소에서 전개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 김윤희 경희대 국어국문학과 박사는 “한국의 리얼리티 쇼는 연예인들이 끊임없이 몸을 움직여 많은 것을 체험하고, 그것을 고스란히 시청자에게 전하는 ‘몸의 서사’로 이뤄진다”고 말했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창칼로는 안 되겠어, 당장 바다에 던져버리세∼.” 8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선웨이푸트라 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정동극장의 ‘배비장전’ 공연. 배비장이 갇힌 궤짝을 관원들이 동헌으로 가져온 뒤 짐짓 바다에 던지는 것 같은 시늉을 하자 말레이시아 관객들은 폭소를 터뜨렸다. 고전소설 ‘배비장전’의 주인공 배비장은 제주해협을 건너간 뒤 위선 때문에 조롱을 받았지만 정동극장의 공연 ‘배비장전’은 태평양을 건너가 현지 관객의 환호를 받았다. 정동극장은 판소리와 전통창작무용, 전통연희 요소를 결합시켜 고전소설을 현대적 퍼포먼스로 재구성한 ‘배비장전’을 이날 말레이시아에서 공연했다. 국내를 찾는 말레이시아 관광객들을 겨냥해 공연을 홍보하기 위해서다. 이날 객석 850석이 가득 찼다. 배비장의 부임을 축하하는 사물놀이가 펼쳐지자 장단에 맞춰 손뼉을 치던 관객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여기저기서 스마트폰을 꺼내 동영상을 찍기도 했다. 애랑이 배비장을 유혹하며 한국적인 춤사위를 펼치자 숨을 죽인 채 애랑의 손끝에 시선을 집중했다. 배비장을 놀리는 방자, 배비장과 기생 애랑의 ‘밀당’ 등 주요 포인트마다 웃음이 터졌다. 젊은 관객이 많았다. 관객 엠제이 송 씨(22·대학생)는 “‘와우!’ 하고 놀라 턱이 빠질 뻔했다”며 “한국 전통문화를 처음 접했는데 음악과 춤의 어우러짐이 멋졌다”고 말했다. 완군 씨(21·대학생)는 “언어를 거의 쓰지 않고 움직임으로만 소통하는데도 이야기가 이해돼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현지의 여행 박람회 ‘마타 페어(MATTA FAIR)’를 앞두고 현지 여행사 관계자 60여 명도 공연을 봤다. 관객 발레리 추이 씨(26)는 “한국에 놀러 가면 이 공연을 꼭 다시 보고 싶다”고 말했다. 현지 주요 매체 20여 곳이 공연을 취재했다. 방송사 TV8의 리포터 크리스티나 씨는 “말레이시아에서 인기 높은 케이팝 덕분에 한국의 전통문화에도 관심이 높아져 취재 왔다”고 말했다. 버나마TV의 콘월 기자는 배비장 아내의 판소리를 듣고 “소리의 높낮이 변화와 흐름이 독특했고, 호소력 있게 다가왔다”고 말했다. 정현욱 정동극장장은 “과거의 전통문화를 그대로 보여주기보다는 보편적 공감을 얻도록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양식으로 다시 해석한 것이 다른 문화권에서도 통한 것 같다”며 “국내에선 극적 서사를 더욱 강화한 새로운 ‘배비장전’을 다음 달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쿠알라룸푸르=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창 칼로는 안 되겠어, 당장 바다에 던져버리세~” 8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선웨이푸트라 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정동극장의 ‘배비장전’ 공연. 배비장이 갇힌 궤짝을 관원들이 동헌으로 가져온 뒤 짐짓 바다에 던지는 것 같은 시늉을 하자 말레이시아 관객들은 폭소를 터뜨렸다. 고전소설 ‘배비장전’의 주인공 배비장은 제주해협을 건너간 뒤 위선 때문에 조롱을 받았지만 정동극장의 공연 ‘배비장전’은 태평양을 건너가 현지 관객의 환호를 받았다. 정동극장은 판소리와 전통창작무용, 전통연희 요소를 결합시켜 고전소설을 현대적 퍼포먼스로 재구성한 ‘배비장전’을 이날 말레이시아에서 공연했다. 국내를 찾는 말레이시아 관광객들을 겨냥해 공연을 홍보하기 위해서다. 이날 객석 850석이 가득 찼다. 배비장의 부임을 축하하는 사물놀이가 펼쳐지자 관객들이 장단에 맞춰 손뼉을 치던 관객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여기저기서 스마트폰을 꺼내 동영상을 찍기도 했다. 애랑이 배비장을 유혹하며 한국적인 춤사위를 펼치자 숨을 죽인 채 애랑의 손끝에 시선을 집중했다. 배비장을 놀리는 방자, 배비장과 기생 애랑과의 ‘밀당’ 등 주요 포인트마다 웃음이 터졌다. 젊은 관객이 많았다. 관객 엠제이 송 씨(22·대학생) 씨는 “‘와우!’ 하고 놀라 턱이 빠질 뻔했다”며 “한국 전통문화를 처음 접했는데 음악과 춤의 어우러짐이 멋졌다”고 말했다. 완군 씨(21·대학생)는 “언어를 거의 쓰지 않고 움직임으로만 소통하는데도 이야기가 이해돼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현지의 여행 박람회 ‘마타 페어’(MATTA FAIR)를 앞두고 현지 여행사 관계자도 60여명이 공연을 봤다. 관객 발레리 추이 씨(26)는 “한국에 놀러 가면 이 공연을 꼭 다시보고 싶다”고 말했다. 현지 주요 매체 20여 곳이 공연을 취재했다. 방송사 TV8의 리포터 크리스티나 씨는 “말레이시아에서 인기 높은 케이팝 덕분에 한국의 전통문화에도 관심이 높아져 취재왔다”고 말했다. 버나마TV의 콘월 기자는 배비장 아내의 판소리를 듣고 “소리의 높낮이 변화와 흐름이 독특했고, 호소력 있게 다가왔다”고 말했다. 정현욱 정동극장장은 “과거의 전통문화를 그대로 보여주기보다는 보편적 공감을 얻도록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양식으로 다시 해석한 것이 다른 문화권에서도 통한 것 같다”며 “국내에선 극적 서사를 더욱 강화한 새로운 ‘배비장전’을 다음달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관찰 예능’을 비롯한 한국의 ‘리얼리티 쇼’는 원조 격인 미국, 유럽과는 소재와 연출이 다르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한국의 리얼리티 쇼는 서구의 ‘일반인 경쟁형’ 리얼리티 쇼와 달리 ‘연예인 일상형’ 쇼다. 서구 리얼리티 쇼의 원조를 거슬러 올라가면 미국 캘리포니아에 사는 한 일가족의 일상을 방영한 ‘아메리칸 패밀리’(PBS·1973)가 있지만 본격적으로 유행한 것은 2000년대 들어서다. 평범한 사람들이 무인도에서 최소한의 도구만 소지한 채 생존 경쟁을 벌이다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은 사람이 우승하는 ‘서바이버’(CBS·2000년)가 대표적이다. 이처럼 미국의 리얼리티 쇼는 주로 서바이벌(생존) 경쟁을 소재로 한다. 출연자들이 생존을 위해 협동과 경쟁을 반복하면서 어제의 동지는 오늘의 적이 된다. 그 과정에서 ‘승리를 위해서, 동료를 떨어뜨리기 위해서 ‘볼 꼴, 못 볼 꼴’ 다 보여준다. 시청자들은 극한 상황에 몰린 출연자들의 모습을 보며 즐긴다. 대중문화평론가 문강형준 씨는 “서구의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인간 사회의 잔혹한 면모를 보여줘 시청자들이 인간의 본성을 생각하도록 이끈다”며 “이는 관음이 제공하는 역설적 미덕”이라고 말했다. 반면 한국의 리얼리티 쇼의 주류는 연예인 위주의 ‘리얼 버라이어티 쇼’로 발전했다. ’버라이어티‘가 추가된 것은 게임을 물론 다양한 볼거리를 보여준다는 뜻. ‘짝’(SBS)과 같은 예외도 있지만 대부분 농어촌(tvN ‘삼시세끼’) 오지(SBS ‘정글의 법칙’) 육아(KBS ‘슈퍼맨이 돌아왔다’) 군대(MBC ‘진짜사나이’)처럼 배경과 소재는 달라도 연예인이 출연한다. ‘삼시세끼’ 출연진인 차승원과 유해진, 손호준이 먹을 것과 낚시 명당을 놓고 정색을 하고 다투는 모습을 담을 수 있을까. 대중의 인기를 업고 있는 연예인에게 인간 본성을 솔직히 카메라 앞에서 노출하라고 요구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한국의 리얼리티 쇼는 서구에 비해 온건하고 리얼리티보다는 연예인의 매력이 강조된다. ’정글의 법칙‘에서는 오지의 척박한 현실을 마주한 인간의 무력함이 아닌 개그맨 김병만의 놀라운 적응력이 부각된다. 출연자들이 서로 어떻게 돕고 이해하는지도 강조된다. 또 다른 특징은 서구의 프로그램과 달리 주로 시청자가 맘만 먹으면 갈 수 있는 장소에서 전개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 김윤희 경희대 국어국문학과 박사는 “‘1박2일’ 등 한국의 리얼 버라이어티 쇼는 연예인들이 끊임없이 몸을 움직여 많은 것들을 체험하고, 그것을 고스란히 시청자에게 전하는 ‘몸의 서사’로 이뤄진다”고 말했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미적분 배워서 어디다 써요?” 학생들의 이 같은 질문에 수학의 유용성을 강조하는 답변은 별다른 효과를 보기 어려울 때가 많다. 병원에서 사용하는 자기공명영상(MRI) 장치부터 우주의 구조 해명까지, 수학 없는 현대 문명을 상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모두가 수학을 사용해 일을 하지는 않는다. 젠체하는 것 같지만 ‘수학은 아름답다’는 말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이 책은 수학의 역사를 연대기적으로 다룬다. 책을 펼치면 왼쪽에는 수학적 발견 한 가지를 요약한 텍스트가, 오른쪽에는 그와 관련된 그림 자료가 보인다. 아름다운 프랙털(확대해도 모습이 그대로 반복되는 복잡한 곡선) 이미지를 지그시 보다 보면 ‘하우스도르프 차원’ ‘알렉산더의 뿔난 구’ ‘콜라츠 추측’이 무엇인지 마치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인류의 위대한 지적 작업에 동참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물론 모두 이해하지 않아도 좋다. 개미가 거리를 잴 때 걸음 수를 센다는 것, 어떤 매미는 포식자들과 마주치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 13년과 17년, 즉 소수(素數)인 해에 땅 밖으로 나온다는 것, 한방에 사람을 23명만 모아놓으면 그중 적어도 생일이 같은 한 쌍이 있을 확률이 50%를 넘는다는 것, 삼각형의 세 내각을 3등분하는 직선들은 정삼각형을 만든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롭다. 저자는 우주가 수학의 기술 대상이 아니라 수학 그 자체일지도 모른다는 ‘수학적 우주 가설’을 소개하며 책을 마무리한다. 두툼한 반양장 제본 속의 화려한 컬러 이미지들이 서가에 꽂아 놓고 손님들에게 은근히 자랑하고 싶게 만든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미적분 배워서 어디다 써요?” 학생들의 이 같은 질문에 수학의 유용성을 강조하는 답변은 별다른 효과를 보기 어려울 때가 많다. 병원에서 사용하는 자기공명영상(MRI) 장치부터 우주의 구조 해명까지, 수학 없는 현대문명을 상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모두가 수학을 사용해 일을 하지는 않는다. 젠체하는 것 같지만 ‘수학은 아름답다’는 말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이 책은 수학의 역사를 연대기적으로 다룬다. 책을 펼치면 왼쪽에는 수학적 발견 한 가지를 요약한 텍스트, 오른쪽에는 그와 관련된 그림 자료가 보인다. 아름다운 프랙털(확대해도 모습이 그대로 반복되는 복잡한 곡선) 이미지를 지그시 보다보면 ‘하우스도르프 차원’ ‘알렉산더의 뿔난 구’ ‘콜라츠 추측’이 무엇인지 마치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인류의 위대한 지적 작업에 동참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물론 모두 이해하지 않아도 좋다. 개미가 거리를 잴 때 걸음 수를 센다는 것, 어떤 매미는 포식자들과 마주치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 13년과 17년, 즉 소수(素數)인 해에 땅 밖으로 나온다는 것, 한방에 사람들을 23명만 모아놓으면 그 중 적어도 생일이 같은 한 쌍이 있을 확률이 50%를 넘는다는 것, 삼각형의 세 내각을 3등분하는 직선들은 정삼각형을 만든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롭다. 저자는 우주가 수학의 기술 대상이 아니라 수학 그 자체일지도 모른다는 ‘수학적 우주 가설’을 소개하며 책을 마무리한다. 두툼한 반양장 제본 속의 화려한 컬러 이미지들이 서가에 꽂아 놓고 손님들에게 은근히 자랑하고 싶게 만든다.조종엽기자 jjj@donga.com}

방송 PD가 직접 요리를 하면서 진행까지 하는 요리 프로그램은 어떤 것일까? KBS는 4월 둘째 주부터 매주 4편(편당 10분) ‘요리인류 키친’을 방영한다. 진행자는 다큐멘터리 ‘누들로드’ ‘요리인류’ 등을 연출한 이욱정 KBS PD다. 지난달 25일 서울 마포구 상수동 KBS ‘쿠킹 스튜디오’에서 만난 이 PD는 “영화 ‘인디아나 존스’의 주인공이 성궤를 찾아 세계를 누비는 것처럼 최고의 요리법을 찾아서 탐험을 떠나는 ‘푸드 어드벤처’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최근 TV에 요리 프로그램이 부쩍 늘었다. 이 PD는 “비난할 생각은 없지만 TV에 즉각적인 즐거움을 주는 콘텐츠가 넘친다. ‘푸드 포르노’라는 말도 나온다”라며 “요리인류 키친은 생각할 거리를 던지는 명화 속 누드처럼 우리가 자주 먹는 파스타, 샌드위치 뒤에 ‘이런 의미가 있었구나’ 하고 생각할 거리를 시청자들에게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요리는 이 PD가 직접 한다. 이 PD는 다큐멘터리 누들로드를 만든 뒤 2009, 2010년 요리 전문학교 ‘르 코르동 블뢰’를 다녔다. 이 PD는 “한마디로 무모한 도전이었다. 난 ‘먹물’로 살았는데, 거긴 땀과 피가 흐르고 항상 뭔가가 지글지글 끓는 세계였다”며 “내 손으로 재료를 자르고 만지고 다듬으면서 요리하는 사람에 대한 존경이 생겼다”고 말했다. 프로그램은 한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비(非)한식 메뉴’를 다룰 예정이다. 한 주는 파스타, 다음 주는 샐러드 식으로 매주 주제를 바꾸고 회마다 2개의 요리를 다룬다. 먼저 특정 음식의 정통 요리법을 보여준 뒤 주변에서 찾을 수 있는 재료로 실제 만들어볼 수 있도록 소개한다. 이 PD는 ‘요리 초보를 위한 3가지 팁(조언)’을 귀띔했다. ‘첫째, 고기 요리를 해라.’ 고기는 30만 년 전이나 지금이나 식객을 휘어잡을 수 있는 재료라는 것. ‘둘째, 단순한 요리법을 택해라.’ ‘셋째, 좋은 그릇에 음식을 올려놔라.’ 시각적 자극도 중요하다는 것. 이 PD는 “인류가 걸어온 여정과 흔적과 기억을 요리로 돌아보고 싶다”고 말했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PD가 프로그램 연출이 아니라, 요리를 직접 하면서 요리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요리를 통해 문명사를 추적해 온 이욱정 KBS PD 얘기다. 이 PD는 2008년 다큐멘터리 ‘누들로드’로 세계적인 방송 프로그램 국제상인 ‘피버디상’을 받고, 지난해 다큐 ‘요리인류’ 1~3편에 이어 이번 설 즈음에 4~8편을 내놓아 호평을 받았다. 이 PD는 4월 6일경부터 KBS에서 매주 4편(편당 10분) 방영되는 요리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다. 지난달 25일 서울 마포구 상수동 KBS ‘쿠킹 스튜디오’에서 이 PD를 만났다. 다변(多變)에 달변(達辯)이었다. 이 PD는 “‘푸드 포르노’가 아니라, ‘푸드 어드벤처’같은 프로그램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기자 질문) 새로 진행하는 프로그램을 소개해 달라.=(이PD 답변) 제목은 ‘요리인류 키친’이다. 영화 ‘인디아나 존스’를 어릴 때 좋아했다. 존스는 고고학자다. 그게 진짜 고고학자의 모습은 아니겠지만, 영화를 보고서 나중에 커서 고고학이나 인류학을 공부하면 재밌겠다고 생각했다. 존스가 고고학자가 아니라 요리사라면 어떤 프로그램이 나올까? ‘요리인류 키친’은 요리 어드벤처라고 할까. 존스가 성궤를 찾아서 세계를 누비는 것처럼 최고의 레서피(요리법)를 찾아서 탐험과 모험을 떠나는, 그런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 스튜디오가 존스의 연구실이자 실험실이자 주방이 되는 셈이다. KBS 1TV에 편성될 지 2TV에 편성될 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아마 밤 시간대에 방송될 될 것 같다. ‘늦은 밤에 인디아나 존스의 주방에 초대된다’는 느낌을 주고 싶다.-요즘 요리 프로그램이 많다.=채널만 돌리면 요리 프로그램이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말하자면 대세다. 하지만 기존 프로그램이 시청자에게 주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요리는 놀이이자 즐거움이자 예능이면서 또 한편 지식이고 정보이고, 깨달음의 즐거움이다. TV 보는 즐거움 중 새로운 지식을 알게 됐을 때 얻는 쾌감이 있는데, 그게 점점 잊혀져 가고 있다. 만듦새는 아름답고 세련되면서 그 안에 심오함 깊이가 담겨있는 그런 프로그램이 목표다. 요리와 함께 음식 뒤에 숨은 이야기를 보여주는 프로그램을 해보려 한다.-좀 더 설명해 달라.=TV에 즉자적이랄까, 즉각적으로 몇 초안에 뭔가를 얻는 그런 콘텐츠가 넘친다. 비난할 생각은 없다. 요리 프로그램도 즉각적인 즐거움을 준다. 최근에는 ‘푸드 포르노’라는 말까지 나온다. 그런데 포르노그래피와 아트의 구분이 뭘까? 명화 속의 벌거벗은 인간과 포르노의 차이는 뭘까. 포르노가 즉각적인 감정의 극단에 호소한다면, 명화는 생각할 거리를 준다고 본다. 그저 벌거벗은 모습을 보는 것 이상의 다른 시각으로 사물을 보는 눈을 던져준다고 생각한다. TV도 곱씹어보고 한 템포 쉬면서 생각을 해봤을 때, 생각할 거리를 주는 것이 중요한 기능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자주 먹는 파스타, 샌드위치의 안에 ‘이런 뒷이야기가 있었구나, 이런 뜻이 있었구나’하는 것을 시청자들과 함께 즐기고 싶다.-프로그램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행되나.=메뉴는 기본적으로 한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비(非) 한식 메뉴가 될 것이다. 한식은 공부 더하고 내공 쌓은 다음에 하고 싶다. 또 ‘남의 것을 알아야 내 것이 잘 보인다’는 생각도 있다. 프로그램은 매주 아이템을 바꾼다. 한 주는 파스타, 한 주는 샐러드 식이다. 1회마다 2개 요리가 나간다. 먼저 그 음식의 오리지널 레서피를 빨리 보여줄 것이다. 그것은 재료를 구하기도 어렵고, 직접 만들어보기도 어렵다. 다음에는 시장에서 재료를 사서 할 수 있는 요리를 천천히 보여줄 생각이다. 시리즈를 다 보면 ‘내가 요리 50개는 할 수 있겠다’하는 생각이 들게 하고 싶다. 요리를 해보고 싶지만 재주가 없어 안 해 봤다는 분들에게 자극을 주고 싶다.-다큐PD가 매일 연속 방영하는 데일리 프로그램을 만들고, 출연까지 한다니 이례적이다.=장기 기획 다큐멘터리는 한 2년 동안 한약처럼 다리고 다려서 엑기스만 내놓고, 나머지는 버려야 한다. 요리인류는 8부지만 이것도 많은 편이고, 4,5부작이 보통이다. 말하자면 소 한 마리를 잡아서 안심 등심만 식탁에 내놓고 나머지는 다 냉동고에 넣어 사장시키는 식이다. 하지만 요즘에는 식성이 다양해져 꼬리만 좋아하는 사람, 특수부위 좋아하는 사람 등 다양하다. 소 한 마리를 데일리 프로그램으로 만들면 다큐에는 담지 못한 흥미로운 재료들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이다. 다큐에 담지 못한 나머지를 버리는 것은 시청자들이 TV 수상기로만 프로그램을 소비하던 때의 제작 방식이라고 본다.-한편이 10분 안쪽이면 길이가 짧아 모바일로 보기도 편할 것 같다.=‘요리인류’도 인터넷으로 사전 프로모션을 적극적으로 했다. 작년에 요리인류 1~3편 방송 전에 포털 사이트에 TV 캐스트 채널을 열었다. 영화 티저 광고처럼 만든 영상 클립을 30, 40개 올렸다. 클립들 합쳐서 조회가 거의 180만 회 정도 됐다. 인기 있던 것은 한 개는 조회수가 80만 회가 나왔다. 다큐는 어렵고 지루하다고 생각했던, 그리고 특히 KBS를 잘 안 보던 (웃음) 젊은 세대들이 클립들을 보고 프로그램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생각한다.-요리인류 후속편 제작 계획은?=2016년 시리즈를 준비 중이다. 원래 다큐 마치고 나면 조금 쉬는데 데일리 프로그램 준비하느라 하루도 못 쉬었다. 2016년 요리인류 시리즈는 4편정도 제작할 계획이다. 큰 테마는 ‘발효’로 하려고 한다. 이번 편 주제에 ‘빵’이 있었는데, 만들면서 인류 최고의 레서피는 발효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발효는 불이 없는 요리다. 한국이 발효에 있어서 가장 선진적인 식 문화권에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다른 동서양 국가도 발효 기술과 문화를 갖고 있다.-요리인류 제작하면서 가장 인상적인 요리는 뭐였나?=하나를 꼽기가 어렵다. 굳이 꼽자면 미국 남부의 통돼지 바비큐다. 아주 단순한 레서피인데 근원적인 어떤 것을 느끼게 해줬다. 사람을 감동시키는 요리는 단순하지만 거기에 만든 사람의 혼이 담긴 요리일 것이다. 복잡한 레서피가 아니라도 만드는 사람의 진심이 담겨있는 요리는 먹어보면 신기할 정도다. 그런 것들이 사람을 감동시키는 듯 하다.-점심은 뭐 먹었나, 평소 무슨 음식 좋아하나?=떡 만둣국 먹었다. 아버지가 평안도 진남포 출신이시다. 어릴 적부터 만두하고 냉면 많이 먹었고 지금도 제일 좋아한다. 이번에 요리인류 만들면서는 고기를 많이 먹었다. ‘불의 맛’ 편에 나오지만, 그릴링, 로스팅, 스피드 로스팅 등 구운 고기를 많이 먹었다. 바비큐 촬영할 때는 이틀 동안 매끼를 고기로 먹기도 했다. 이제 고기 맛을 알 것 같다. 고기가 질리다가도 이틀정도 안 먹으면 또 당긴다.-요리학교 다닌 뒤 달라진 게 있나?(이 PD는 ‘누들로드’를 마친 뒤 2009~2010년 요리 전문학교 ‘르코르동 블뢰’에서 수학했다.)=내가 해보니 남의 요리에 대해서 함부로 말을 못하게 됐다. 전에는 레스토랑 요리에 대해서 쉽게 입으로 평가했다. 내가 해보고 나니 함부로 입방정을 못 떤다. 그게 쉽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다. (식당에서 음식이 뭔가 마음에 안 들면) 왜 그렇게 됐을까를 생각한다. 재료에 문제가 있었을 것이라거나, ‘이 정도 가격에 이 정도 한 것은 잘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요리사로서 본인의 수준은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나?=르코르동 블뢰는 직업 요리학교다. 한마디로 무모한 도전이었다. 너무 힘들었다. 내가 그 전까지는 ‘먹물’로서의 삶을 살았다. 방송국 PD도 몸으로 일하는 일이 많다고 하지만 그래도 생각하는 직업이다. 그런데 거긴 정말 땀과 피가 흐르고, 지글지글 끓는 세계였다. 몸으로 부딪히는 세계는 적응이 잘 안됐다. 내가 잘하는 분야가 아니었다. 농구황제 마이클 조던이 야구를 한 적이 있다. 나를 마이클 조던에 비교할 수는 없지만, 굳이 말하자면 ‘조던이 헛스윙하면서 이런 느낌이었겠네’ 싶었다. 그동안 내가 음식 잘 만든다는 얘기는 다 아마추어 수준에서의 얘기였다. 그 학교 학생들이 이미 준프로였다. 거기서 사람의 창의성은 손에서 나온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또 요리를 다르게 보게 됐다. 내가 아무리 요리책을 많이 읽었어도, 펄펄 끓는 주방에서 내손으로 고기를 자르고 만지고 다듬는 손의 감각에서 다른 생각이 생기는구나 싶었다. 요리하는 사람에 대한 존경도 들었다. 그게 스타 요리사 뿐 아니라 에디오피아 촌 여인의 음식까지도 요리하는 사람에 대한 경탄이 나오게 됐다. 그 느낌을 ‘요리인류’에 담았다.-올해 나이는?=인터뷰를 할 때 매번 나이는 묻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 나는 요리학교 가면서 나이가 ‘리셋’됐다고 생각한다. 남이 나한테 내 나이를 상기시키는 것도 내 스스로 상기하는 것도 싫다. 나이를 생각하면 내 스스로 제약이 되는 거 같다.-은근히 많다는 얘기?=(웃음)-요리를 시도하는 사람에게 조언?=첫째, 고기 요리를 해라. 짧은 시간에 식객을 휘어잡을 수 있다. 그건 30만 년 전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둘째, 단순한 요리를 차근차근 한다. 요리는 운전과 비슷하다. 배우기 전에는 어렵지만 배우고 나면 어느 수준까지는 대부분이 할 수 있다. 모든 사람이 (연료를 최대한 절감하는) 에코 드라이버가 되기는 어렵지만 안전하게 원하는 곳까지 운전해서 갈 수는 있다. 모든 사람이 최고의 요리사가 될 수는 없지만 단순한 요리는 누구나 만들 수 있다. 칼질 못해도 된다. 전설적인 셰프도 칼질 잘 못하는 사람 많다. 단계마다 프로세스를 해 나가면 된다. 셋째, 좋은 그릇에 음식을 올려놔라. 그러면 일단 멋있어 보인다.(웃음)-자신을 요리에 빗댄다면 어떤 요리?=글쎄…. 모짜렐라 치즈와 토마토, 바질이 올라간 심플한 토핑의 마가리타 피자? 피자를 만드는 것도 먹는 것도 좋아한다. 피자 다큐는 나중에 꼭 해 볼 것이다. 피자가 소우주다. 변화무쌍하다. 토핑이 어떻게 변하느냐에 따라 무한대의 레서피가 가능하다. 한국의 불고기 피자처럼 세계 어디에서도 적응할 수 있다. 피자는 다양한 사람이 좋아할 수 있는 유연한 음식이고, 그리고 쉽게 친해질 수 있다. 그런 사람이 되고 싶고, 그런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 그 안에 소우주가 있지만 친근하고 맛있는 프로그램.-왜 음식에 대한 프로그램을 만드나.=음식은 세상과 인간을 바꿨다. ‘누들로드’의 국수는 인류를 즐겁게 했다. ‘요리인류’의 빵과 고기와 향신료는 인류를 움직였다. 우리의 삶을 바꾸고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인류가 요리를 시작한 것은 30만년, 50만 년 전일 수도 있고, 더 전일 수도 있다. 그런데 인류가 요리를 시작한 이래 만든 수많은 음식 중 지금까지 식탁에 오르는 음식들은 극소수다. 수많은 음식들은 국경과 지역 안에 갇혔다. 하지만 그 중 몇 가지는 바다와 대륙을 건너고, 시공을 넘어서 전 인류의 식탁에 올라왔다. 인간의 삶을 바꿨다. 그 음식을 보면 우리가 무엇을 원해왔는지, 우리 자신이 보인다. 음식 뒤에는 수많은 이야기가 있다. 인류가 걸어온 여정과 흔적과 기억이 요리 한 접시에 담겨져 있다. 건축이나 패션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만들어도 마찬가지겠지만, 음식을 통해서 우리 자신을 보는 것이 누들로드와 요리인류를 관통하는 대주제가 아닌가 한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소녀시대 멤버 ‘써니’(사진)는 1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중 하나인 인스타그램에 이 문구와 함께 태극기를 올렸다. 이 글에는 2일까지 무려 1만6000여 개의 댓글이 달렸으며 일부 한국과 일본 누리꾼들은 역사 문제를 놓고 충돌했다. 일부 일본 누리꾼이 “일본에서 활동하는 소녀시대가 반일감정이라니… 일본에 두 번 다시 오지 말라” 등의 댓글을 달았다. 이에 대해 한국 누리꾼들은 “한국 연예인이 3·1절을 기념하는 게 무슨 문제인가. 써니가 일본을 지목해 비판을 한 것도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로 상대 국민을 비하하는 감정적 문구도 적지 않았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문구는 2013년 7월 동아시안컵 축구대회 한일전 당시 일본 응원단 측의 욱일기에 맞서 ‘붉은 악마’가 플래카드에 담은 내용이다. 한편 아이돌 그룹 포미닛은 1일 한 지상파 방송사 인기 가요 시상식에서 1위를 차지한 뒤 “오늘은 3·1절이다. 잊지 말고 저희도 항상 감사하며 살겠다”는 소감을 밝혔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SBS가 방영한 ‘2014 가요대전’에는 ‘Syrup 베스트 퍼포먼스 상’, 케이블채널 y-star가 방영한 ‘2014 미스코리아 시상식’에선 ‘미스코리아 선 라미 상’이 있었다. 모두 협찬사의 브랜드를 내세운 상이다. 그런데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는 SBS에는 광고 효과 제한 규정을 위반했다며 법정 제재를 내렸지만 y-star는 심의조차 받지 않았다. 그 이유는 뭘까? SBS는 지난해 말 가요대전과 연기대상 등 자체 시상식에서 SKT와 삼성의 제품명을 상 이름으로 만들었다. SBS 가요대전은 SK플래닛의 통합 커머스 브랜드 ‘시럽(Syrup)’ 이름을 넣어 Syrup 베스트 퍼포먼스 상, ‘Syrup 글로벌 스타상’ 등을 가수에게 줬다. 연기대상도 ‘삼성 갤럭시 노트 Edge 네티즌 인기상’ 등을 시상했다. 방심위는 지난달 26일 이 프로그램들에 각각 법정 제재인 ‘경고’와 ‘주의’를 내렸다. 방심위는 “간접광고이자 협찬주의 상품을 상 이름에 넣은 뒤 상품명을 반복해 언급하고 자막 등으로 방영해 심의 규정을 위반했다”라고 밝혔다. 방송 심의 규정은 특정 상품·서비스·기업·영업 장소 등을 구체적으로 소개하거나 부각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화장품과 홍삼 브랜드가 들어간 ‘미스코리아 선 라미’, ‘미스코리아 미 한삼인(홍삼 브랜드)’ 등은 문제가 없었다. 이는 방송사가 연 대회가 아니라 주최자가 따로 있고, 방송사가 해당 기업의 협찬을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방심위 관계자는 “해당 방송은 자체 프로그램이 아닌 중계방송이어서 불가피한 노출은 허용된다”고 했다. 간접광고는 2010년부터 허용되고 있지만 상품 노출 수준에 따라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 SBS ‘모닝와이드’는 지난해 4월 다이어트 방법을 다루면서 “순수 닭 가슴살을 말려서 분말로 편하게 타 먹을 수 있게끔 만든 것이라, 운동 끝나고 바로 드시면 단백질 섭취가 충분히 된다”며 간접광고 상품인 닭 가슴살 제품의 장점을 구구절절 소개했다. 방심위는 이에 경고 조치를 내렸다. 방심위 관계자는 “정보 제공을 빙자해 상품을 대놓고 광고해 제재를 피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방심위가 광고 효과 제한 규정을 어긴 방송사에 법정 제재를 내린 건수는 2010년 65건에서 2014년 102건으로 크게 늘었다. 최근에는 간접광고 방식이 더욱 교묘해지고 있다. 방송 시점에 맞춰 광고주가 신상품을 출시하기도 한다. 방심위 관계자는 “방송사가 ‘제작 당시에는 광고주가 방송 내용과 동일한 상품을 출시할 줄 몰랐다’고 변명했지만 방심위는 그 진위를 알 수 없다”며 “규정에 따라 제재를 내렸다”고 밝혔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SBS가 방영한 ‘2014 가요대전’에는 ‘Syrup 베스트 퍼포먼스 상’, 케이블채널 y-star가 방영한 ‘2014 미스코리아 시상식’에선 ‘미스코리아 선 라미 상’이 있었다. 모두 협찬사의 브랜드를 내세운 상이었다. 그런데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는 SBS에겐 광고효과 제한 규정을 위반했다며 법정 제재를 내렸지만 y-star는 심의조차 받지 않았다. 그 이유는 뭘까? SBS는 지난해 말 가요대전과 연기대상 등 자체 시상식에서 SKT와 삼성의 제품명을 상 이름으로 만들었다. SBS 가요대전은 SK플래닛의 통합 커머스 브랜드 ‘시럽(Syrup)’ 이름을 넣어 Syrup 베스트 퍼포먼스 상, ‘Syrup 글로벌 스타상’ 등을 가수에게 줬다. 연기대상도 ‘삼성 갤럭시 노트 Edge 네티즌 인기상’ 등을 시상했다. 방심위는 지난달 26일 이 프로그램들에 각각 법정제재인 ‘경고’와 ‘주의’를 내렸다. 방심위는 “간접광고이자 협찬주의 상품을 상 이름에 넣은 뒤 상품명을 반복해 언급하고 자막 등으로 방영해 심의규정을 위반했다”라고 밝혔다. 방송 심의규정은 특정 상품·서비스·기업·영업장소 등을 구체적으로 소개하거나 부각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화장품과 홍삼 브랜드가 들어간 ‘미스코리아 선 라미’, ‘미스코리아 미 한삼인(홍삼 브랜드)’ 등은 문제가 없었다. 이는 방송사가 연 대회가 아니라 주최자가 따로 있고, 방송사가 해당 기업의 협찬을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방심위 관계자는 “해당 방송은 자체 프로그램이 아닌 중계방송이어서 불가피한 노출은 허용된다”고 했다. 간접광고는 2010년부터 허용되고 있지만 상품 노출 수준에 따라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 SBS ‘모닝와이드’는 지난해 4월 다이어트 방법을 다루면서 “순수 닭가슴살을 말려서 분말로 편하게 타 먹을 수 있게끔 만든 것이라, 운동 끝나고 바로 드시면 단백질 섭취가 충분히 된다”며 간접광고 상품인 닭가슴살 제품의 장점을 구구절절 소개했다. 방심위는 이에 경고 조치를 내렸다. 방심위 관계자는 “정보 제공을 빙자해 상품을 대놓고 광고해 제재를 피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방심위가 광고 효과 제한 규정을 어긴 방송사에 법정제재를 내린 건수는 2010년 65건에서 2014년 102건으로 크게 늘었다. 최근에는 간접광고 방식이 더욱 교묘해지고 있다. 방송 시점에 맞춰 광고주가 신상품을 출시하기도 한다. 방심위 관계자는 “방송사가 ‘제작 당시에는 광고주가 방송 내용과 동일한 상품을 출시할 줄 몰랐다’고 변명했지만 방심위는 그 진위를 알 수 없다”며 “규정에 따라 제재를 내렸다”고 밝혔다.조종엽기자 jjj@donga.com}
공영성 강화를 명목으로 수신료 인상을 추진하고 있는 KBS가 광고총량제 도입을 통해 광고 수익마저 증대하겠다는 것은 이율배반적 행동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시민단체인 바른사회시민회의는 26일 ‘역사왜곡 다큐 논란을 통한 KBS 실태 점검, 공영방송의 역할을 다시 묻는다’라는 토론회를 열었다. 황근 선문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KBS가 수신료 인상안을 국회 상임위에 상정해 놓은 상황에서 광고총량제 도입을 비롯한 광고 수익 확대에 골몰하고 있다”며 “공영방송이 아니라 상업방송의 ‘빅 플레이어’처럼 지상파의 상업화에 앞장서고 있다”라고 말했다. KBS는 2013년 12월 광고 재원을 2100억 원가량 줄이고, 수신료를 2500원에서 4000원으로 올리는 방안을 이사회에서 의결했다. 2012년 기준 37.3%(5851억 원)였던 수신료 비중을 53%(9760억 원)로 끌어올리고, 광고 비중은 39.8%(6236억 원)에서 22%(4100억 원가량)로 낮추겠다는 것이었다. 이 상황에서 광고 수익 확대를 모색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지적이다. 황 교수는 “공영방송이 시장으로부터 독립하기 위해서는 상업적 재원인 광고 수익을 금지하거나 최소한으로 제한해야 한다”며 “그러나 KBS 수신료 인상안에서 상업광고 계획 축소는 매우 소극적이다”라고 말했다. 영국 BBC, 일본 NHK는 광고 없이 수신료로만 운영되고, 독일 ZDF는 전체 재원 중 광고 비중이 20%를 넘지 않는다. 또 황 교수는 “KBS는 광고나 수신료 수입이 정체돼 있어 재정 압박이 심하다고 하지만 사실은 수입이 줄었다기보다 비효율적 인력 구조 등을 개선하지 못해 지출이 늘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한상일 한국기술교육대 산업경영학부 교수는 “KBS 이사회에 경제적 효율성을 추구해야 한다는 책임을 명시하고 KBS의 경영 공시를 강화하는 장치를 만드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토론회에서는 KBS 프로그램의 공정성과 관련된 지적도 나왔다. 박진언 배재대 미디어콘텐츠학과 교수는 “KBS는 최근 ‘광복 70주년 다큐, 뿌리 깊은 미래’ 1편에서 광복 뒤 미군정 시기를 ‘사람들의 곡물 섭취량은 갈수록 낮아졌고 굶주림은 일제강점기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묘사했다”며 “미국은 부정적으로 묘사하고 북한이 6·25전쟁을 일으켰다는 것은 빼놓는 등 편향됐다는 지적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또 “‘개그콘서트’의 ‘부엉이’ 코너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을 희화화했다는 논란 등에도 휘말렸다”며 “KBS는 자체 심의와 외부의 감시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