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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SK 선수들은 11일 오후 유니폼 차림으로 SK 인천행복드림구장에 집합했다. 이날은 한국시리즈 6차전이 열리는 서울로 이동하는 날이라 경기나 훈련 일정이 잡혀 있지 않았다. 유니폼을 입을 필요도 없었다. 선수들이 자발적으로 유니폼을 입은 이유는 트레이 힐만 SK 감독(55)을 위해서였다. 힐만 감독은 정규시즌 막판 투병 중인 가족을 보살피기 위해 올 시즌을 끝으로 미국으로 돌아간다고 발표했다. 선수들은 지난 2년간 때론 아버지, 때론 형님 같았던 힐만 감독에게 추억을 선물하기로 했다. SK의 안방 인천행복드림구장에서의 ‘이별 기념사진’이 그를 보내는 방식이었다. 분위기가 우울하진 않았다. 힐만 감독은 평소처럼 농담을 던졌다. 몇몇 선수는 우스꽝스러운 포즈를 취하기도 했다. 그들의 마음은 이튿날인 12일 우승이라는 열매를 맺었다. SK는 이날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연장 13회에 터진 한동민의 역전 결승포에 힘입어 두산을 5-4로 꺾었다. 전날까지 3승 2패로 앞서던 SK는 7전 4선승제의 한국시리즈에서 4번째 승리를 따내며 대망의 한국시리즈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렸다. 2007년과 2008년, 2010년에 이어 통산 4번째 우승이다. 통산 6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에 도전했던 두산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 한일 프로야구 최초 제패 두산과의 한국시리즈를 앞두고는 1승 4패 또는 2승 4패로 SK의 열세를 예상하는 전문가들이 많았다. 그럴 만도 했다. 정규시즌에서 2위를 차지한 SK는 선두 두산에 무려 14.5경기 차로 뒤졌다. 상대 전적에서는 8승 8패로 동률이었지만 기본 전력 차가 커 보였다. 하지만 포스트시즌의 SK는 정규시즌과는 전혀 다른 팀이었다. 힐만 감독의 용병술이 빛났다. 힐만 감독은 정규시즌에 주로 2군에 머물던 베테랑 박정권을 엔트리에 포함시킨 뒤 중심 타선에 배치했다. 또 다른 베테랑 김강민에게는 톱타자의 중책을 맡겼다. 큰 경기일수록 경험이 풍부한 선수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김강민은 넥센과의 플레이오프 5경기에서 타율 0.429, 3홈런, 6타점으로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극적인 끝내기 홈런을 때렸던 박정권은 두산과의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역전 결승 2점 홈런을 터뜨리며 기선을 제압했다. 투수 쪽에서는 정규시즌 때 주로 선발 투수로 뛰었던 외국인 선수 산체스를 중간 계투로 돌린 승부수가 주효했다. 빠른 공을 가진 산체스는 플레이오프에서 3경기 무실점으로 호투한 데 이어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도 승리 투수가 됐다. SK를 우승으로 이끌면서 힐만 감독은 KBO리그와 일본프로야구 등 2개 리그에서 정상에 오른 역대 최초의 사령탑이 됐다. 힐만 감독은 2006년 니혼햄을 일본시리즈 정상으로 이끈 바 있다. 메이저리그 캔자스시티 감독을 지내기도 했던 힐만 감독은 한미일 구단 지휘봉을 모두 잡은 특별한 이력을 갖고 있기도 하다. ○ 김광현의 4번째 우승반지 이번 한국시리즈는 창과 방패의 싸움이었다. SK는 정규시즌 팀 평균자책점 1위(4.67) 팀이었고, 두산은 팀 타율 1위(0.309)였다. 하지만 한국시리즈와 같은 단기전은 역시 ‘투수 놀음’이었다. SK 투수진은 거의 매 경기 두산 타선을 압도했다. 특히 왼손 투수 김태훈, 오른손 투수 정영일의 필승 계투조는 승리의 일등공신이었다. 김태훈은 플레이오프에서는 무실점, 한국시리즈에서는 단 1실점을 기록했다. 정영일 역시 파워 피칭으로 경기를 지배했다. SK 토종 에이스 김광현은 6차전 팀이 5-4로 앞선 연장 13회 등판해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고 팀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확정지었다. SK 투수들 가운데 유일하게 한국시리즈 우승 경험이 있는 김광현은 10일 5차전 때 3개의 우승반지를 야구장에 가져왔다. 김광현은 “2007년 조웅천 코치님이 현대 시절 반지를 들고 오신 적이 있다. 큰 동기부여가 됐다. 그래서 3개를 다 가지고 왔다”며 웃었다. 김태훈은 김광현의 우승반지 사진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며 “에이스님이 우승반지를 끼고 선수들에게 파이팅을 외치고 다니신다”라는 글을 올렸다. 팀 선배 김광현을 장난스럽게 에이스님이라 부르는 김태훈은 이날 “광현이 형이 ‘부럽지?’라고 묻길래 ‘만수르보다 부럽다’고 했다”며 웃었다. 그 소중한 우승반지를 김태훈도 가지게 됐다.이헌재 uni@donga.com·조응형 기자}

두산 외야수 정수빈은 KBO리그에서 가장 배트를 짧게 쥐는 타자다. 방망이를 쥔 양손은 노브(배트 끝에 달린 둥근 손잡이)에서 15cm가량 떨어져 있다. 방망이의 3분의 2 정도만 이용하는 극단적인 그립이다. 올해 정규시즌 막판 경찰청에서 전역한 뒤 두산으로 돌아온 정수빈은 “난 원래 홈런 타자가 아니다. 경찰청에서 뛰면서 다양한 시도를 한 끝에 짧게 쥔 배트가 내게 제일 잘 맞는다는 걸 깨달았다. 파워는 떨어지지만 훨씬 정확한 타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2009년 두산에서 데뷔한 정수빈이 올해까지 10년간 친 홈런이 통산 19개에 불과하다. 전형적인 ‘똑딱이’ 타자인 그로서는 최선의 생존법을 찾은 셈이다. 한국시리즈를 앞두고도 그는 “홈런은 머릿속에서 완전히 지웠다”고 말했다. 그런데 벼랑 끝에 몰렸던 두산을 구해낸 것은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정수빈의 홈런 한 방이었다. 두산은 9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SK와의 한국시리즈(7전 4선승제) 4차전에서 선발 린드블럼의 호투와 8회에 터진 정수빈의 역전 2점 결승포에 힘입어 2-1로 승리했다. 3차전까지 1승 2패로 뒤지던 두산은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며 2승 2패로 시리즈 균형을 맞췄다. 하루 전 내린 비 때문에 이날 양 팀 에이스 맞대결이 성사됐다. 예정대로 왼손 에이스 김광현을 등판시킨 SK와 달리 두산은 당초 예고했던 이영하를 외국인 에이스 린드블럼으로 교체했다. 두 선발 투수는 우열을 가리기 힘든 명품 투수전을 벌였다. 김광현은 6이닝 6안타 무실점 완벽투를 선보였고, 린드블럼은 7이닝 3안타 10삼진 1실점을 기록했다. 7회까지 양 팀의 득점은 3회 SK 김강민의 적시타로 얻은 한 점이 유일했다. SK가 3승 고지를 밟으며 한국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예약하는 듯 보였다. 트레이 힐만 SK 감독은 올해 포스트시즌에서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던 외국인 투수 산체스를 7회부터 투입하며 승기를 굳히려 했다. 극적인 반전은 8회초 두산의 공격 때 일어났다. 1사 1루에서 정수빈은 산체스의 4구째 빠른 직구(시속 153km)에 간결한 스윙을 했다. 그런데 방망이 중심에 맞은 타구가 쭉쭉 뻗어가더니 오른쪽 담장을 살짝 넘어갔다. 비거리는 110m. 맞는 순간 홈런을 직감한 정수빈은 두 팔을 벌려 환호했고, 산체스는 두 손으로 머리를 감쌌다. 경기 초반 잇단 득점 찬스를 놓치며 끌려가던 두산은 정수빈의 홈런 한 방으로 기사회생했다. 5타수 2안타 2타점을 기록한 정수빈은 경기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두산은 2-1로 앞선 8회말부터 마무리 투수 함덕주를 투입해 승리를 지켰다. 2이닝 무실점을 기록한 함덕주는 한국시리즈 2세이브째를 따냈다. 지난 3경기에서 무려 5개의 실책을 범했던 두산 수비진은 모처럼 제 모습을 찾았다. 3회 3루수 허경민은 SK 김동엽의 좌익선상 땅볼 타구를 슬라이딩 캐치 후 안정적인 송구로 아웃시켰고, 8회에는 1루수 류지혁이 한동민의 안타성 타구를 잡아냈다. 5차전은 10일 오후 2시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두산은 후랭코프, SK는 박종훈이 선발 등판한다. 인천=이헌재 uni@donga.com·조응형 기자 ▼“우리다운 수비 나와 더욱 자신감”▼ △두산 김태형 감독=(정)수빈이가 생각도 못 하게 정말, 정말…. 사실 맞는 순간 넘어가는 줄 알았는데 한동민이 따라가서 잡히는 줄 알았다. 7회 린드블럼이 지친 느낌이었는데 (양)의지가 공이 괜찮다고 해서 더 맡겼다. 두산답게 수비를 잘했다. 선수들이 좀 더 자신감 있게 플레이할 것이라 기대한다. 좋은 분위기로 안방인 잠실까지 가게 돼서 다행이다. ▼“3회 만루기회 놓쳐 못내 아쉬움”▼ △SK 힐만 감독=3회말 만루 기회에서 점수를 못낸 게 아쉽다. 타선이 너무 긴장한 것 같다. 좀 더 집중력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김광현의 투구 수(90개)를 봤을 때 7회 올릴 생각은 없었다. 산체스가 정수빈에게 맞은 홈런은 공이 한가운데로 몰렸다. 그 실투가 아쉽다. 오늘 두산 수비가 좋았다. 김동엽, 한동민의 안타성 타구를 잘 막았다.}

‘차포’에 ‘마’까지 뗐다. 한국시리즈를 치르고 있는 두산에 예상치 못한 악재가 겹치면서 마운드와 타선 모두에 비상등이 켜졌다. 시리즈 시작 전까지만 해도 정규시즌을 압도적 1위로 마무리한 두산의 무난한 통합우승이 점쳐졌던 터라 충격은 더하다. 두산은 ‘필승조’ 김강률 카드를 한국시리즈 시작 전에 잃었다. 김강률은 미야자키 교육리그 연습경기 도중 아킬레스힘줄을 다쳐 시즌 아웃됐다. 150km의 강속구와 다양한 변화구를 가진 김강률은 정규 시즌 5승 6세이브에 평균자책점 4.62를 기록하며 위기를 막아왔다. 아직까지 두산은 그의 공백을 메우지 못하고 있다. 장원준은 2경기에서 아웃카운트를 한 개도 잡지 못하며 1피안타 3볼넷 폭투 한 개로 흔들렸고, 이현승은 1이닝 2실점(1자책)으로 부진했다. 박치국과 김승회 역시 3차전에서 홈런 한 개씩을 얻어맞았다. ‘타선의 핵’ 김재환은 부상으로 3차전에 나서지 못했다. 3차전 경기를 앞두고 김재환은 타격 훈련 중 옆구리 통증을 느껴 라인업에서 빠졌다. 8일 정밀검진 결과 옆구리 외복사근 손상 진단을 받았다. 김태형 감독은 “내일 4차전 출전은 쉽지 않다. 통증만 잡히면 무리해서 나간다고 하는데 지금 이야기할 단계는 아니다. 아직 통증이 남아있다. 일단 최주환을 4번으로 계속 쓰겠다”고 말했다. 당장 시리즈 이탈이 아니란 점은 다행이지만 1, 2차전에서 8타수 4안타로 활약한 김재환이 제 컨디션으로 나서지 못하는 것만으로 두산에는 큰 악재다. 김재환의 부상은 새로운 문제로 이어졌다. 외국인 타자의 공백이다. 정규시즌에는 드러나지 않았던 문제다. 9월 스캇 반슬라이크(사진)를 방출할 때만 해도 두산에는 타자가 넘쳐났다. 제대 후 복귀한 정수빈의 타격감이 살아 있었고, 박건우가 부상에서 회복됐다. 여기에 오재일이 슬럼프를 이겨내며 반등에 성공해 두산 타선에서 외국인의 존재감은 지워졌다. 지미 파레디스와 반슬라이크의 타율이 각각 0.138과 0.128로 바닥을 쳤음에도 정규 시즌 팀 타율 1위(0.309)를 지킨 두산이다. 한국시리즈에서는 상황이 뒤집혔다. 단기전 승부를 가를 ‘한 방’이 나오지 않고 있다. SK가 홈런 5개를 때리는 동안 두산은 1개밖에 신고하지 못했다. 3차전까지 팀 타율은 두산이 0.252로 SK(0.240)에 앞서지만 팀 장타율이 0.311로 SK(0.400)보다 낮다. SK의 제이미 로맥이 10타수 4안타에 홈런 두 방으로 맹타를 휘두르는 데 비해 외국인 선수 역할을 해줘야 할 1루수 오재일이 11타수 1안타(타율 0.091)로 부진하다. 여기에 3번 타자 박건우의 12타수 무안타 침묵이 겹치면서 두산은 정규 시즌에 보여줬던 타선의 위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비워둔 외국인 타자 자리가 아쉬운 형국이다. 인천=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정상을 향한 최대 분수령으로 꼽힌 3차전을 앞두고 두산 더그아웃 분위기는 심상치 않았다. 경기 시작까지 1시간가량 남겨두고 비보가 날아들었다. 간판타자 김재환이 타격 훈련 중 옆구리 통증으로 선발에서 제외된 것. 자기공명영상(MRI) 촬영까지 했지만 정확한 판독이 어려워 8일 정밀 검진을 앞뒀다. 4차전 출전까지 불투명해졌다. 두산은 급히 최주환을 4번 타자로 올리고 정진호에게 좌익수 수비를 맡겼다. 1, 2차전에서 8타수 4안타(타율 0.500)로 활약하던 김재환의 공백은 치명적이었다. 정규 시즌 136경기에 4번으로 나섰던 김재환이 빠지면서 두산 타선의 중량감은 급격히 떨어졌다. 잠실을 안방으로 쓰며 44홈런을 때려낸 김재환의 파괴력을 능가할 타자는 두산에 없어 보였다. 두산은 김재환 공백에 3번 타자 박건우의 장기 침묵도 부담스러웠다. 박건우는 한국시리즈 세 경기에서 12타수 무안타로 부진했다. 나란히 침묵을 지키던 SK 3번 타자 최정은 이날 안타 한 개를 신고했지만 박건우는 여전히 타이밍을 맞추지 못하고 번번이 범타로 물러났다. 6회 2루수 실책으로 출루한 것이 전부였다. 팀의 중심 타선이 흔들린 두산은 SK에 힘 한 번 제대로 못 썼다. 6회 1사 만루의 기회를 맞았지만 추가 득점에 실패하는 등 여러모로 ‘한 방’이 아쉬웠다. 경기 후 두산 김태형 감독은 “4번 타자가 빠진 것이 아무래도 영향이 있었다. 결과를 봐야겠지만 다음 경기 출전이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두산은 역대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이겼을 때 모두 우승했다. 그동안 가본 적이 없는 길을 걸어야 할 두산으로서는 다시 꺼진 타선 부활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인천=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트레이 힐만 SK 감독은 7일 한국시리즈 3차전을 앞두고 이날 경기가 열린 인천 문학구장 하늘을 뿌옇게 덮은 미세먼지 이야기를 꺼냈다. “못생긴 얼굴을 가리려 마스크를 썼다”고 농담한 힐만 감독은 “미세먼지 때문인지 우리 선수들 타구가 멀리 뻗질 않는다”고 말했다. 힐만 감독의 엉뚱한 우려와 달리 SK는 안방에서 ‘홈런 공장’의 면모를 과시하며 정상을 향해 한발 앞서 나갔다. SK는 로맥(4타점), 이재원의 홈런포 3방을 앞세워 두산에 7-2로 승리하며 2승 1패를 기록해 2010년 이후 8년 만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향한 기대감을 부풀렸다. 로맥이 시작과 끝을 지배한 경기였다. 1회말 1사 1, 2루서 타석에 등장한 로맥은 두산 선발 이용찬의 3구째 패스트볼(시속 144km)을 받아쳐 문학구장 왼쪽 담장을 넘겼다. 비거리 130m짜리의 큼지막한 타구였다. 자신의 한국시리즈 1호 아치였다. 로맥의 무력 시위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2점 차 불안한 리드를 지키던 8회말 선두타자로 타석에 나선 그는 박치국의 초구를 걷어 올려 두 번째 홈런으로 장식했다. 비거리 120m가 나온, 힘이 느껴지는 타구였다. 이날 SK의 득점은 로맥의 홈런포가 터진 시점과 궤를 같이했다. 1회말 로맥이 홈런을 친 뒤 2회말 SK 타선은 홈런의 충격이 가시지 않은 두산 선발 이용찬을 공략해 추가점(1점)을 냈고, 8회말 로맥의 홈런포 이후 같은 회 이재원의 2점 홈런으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로맥의 한 방이 팀 공격의 물꼬를 튼 셈이다. 앞선 1, 2차전에서 홈런 없이 7타수 2안타로 침묵했던 로맥은 가장 중요한 순간 이름값을 해냈다. 이날 그는 경기 최우수선수에도 뽑히는 겹경사를 누렸다. 마운드에서는 선발투수 켈리(사진)가 빛났다. 올 시즌 안방에서 두산을 맞아 3승 무패, 평균자책점 1.42의 특급 위용을 과시했던 켈리는 이날도 7이닝 2실점(무자책)으로 두산 타선을 철저히 봉쇄했다. 직전 등판인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2와 3분의 2이닝 3실점으로 부진해 ‘정규시즌과 달리 포스트시즌에 부진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그다. 힐만 감독은 LA 다저스 에이스 클레이턴 커쇼를 언급하며 “켈리도 훌륭한 투수다. 플레이오프서 수비 실책이 없었다면 호투했을 것이다. 운이 나빴다”고 감쌌다. 경기 초반부터 시속 153km에 이르는 빠른 공을 앞세워 공격적인 피칭을 선보인 켈리는 5, 6회 수비 실책에도 무너지지 않으며 감독의 믿음에 화답했다. 역대 한국시리즈에서 1승 1패 이후 ‘3차전 승리 팀’이 14번 중 13번이나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SK로서는 기분 좋은 데이터가 아닐 수 없다. 두산은 ‘2003년 현대의 기적’을 연출해야 하는 과제를 안았다. 당시 한국시리즈에서 SK와 1승 1패를 주고받은 뒤 3차전에서 패한 현대는 천신만고 끝에 시리즈 전적 4승 3패로 우승을 차지했다. 3차전 패배 팀이 유일하게 우승한 사례다. 4차전은 8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SK는 김광현을, 두산은 이영하를 선발로 내세운다.인천=김배중 wanted@donga.com·조응형 기자}

야구는 정신력 싸움이기도 하다. 전력 투구하는 투수의 손끝, 공을 맞히는 순간 타자의 방망이, 타구를 향해 몸을 날리는 야수의 글러브까지. 모든 플레이에는 객관적인 수치로 설명할 수 없는 기세가 작용한다. 게다가 그 경기가 단기전이라면, 한 시즌 농사를 결정짓는 무대라면 더욱 그렇다. 1승 1패로 팽팽히 맞선 두산과 SK의 한국시리즈. 양 팀 주장인 두 명의 ‘재원’은 정상의 문턱에서 앞장 서서 팀을 이끌어야 될 무거운 책임을 짊어졌다. 선수들의 손끝, 발끝에서 불안감을 덜어내고 사기를 돋워야 할 SK 이재원(포수)과 두산 오재원(2루수)의 남다른 결의를 들어본다. ●“SK는 두산에, 나는 (양)의지에게 도전자 입장이다. 편하게 도전하겠다.”(이재원) 도전자의 논리는 단순하다. 최선을 다해 이기면 좋고, 져도 후회는 없다는 것이다. ‘도전자 모드’에서는 ‘지면 어떡하지’하는 걱정보다는 ‘하는 데까지 해보자’하는 투지가 남는다. 이재원은 자신과 팀을 도전자의 위치에 놓음으로써 강팀을 대적하는 부담을 덜었다. 리그 최강의 포수이자 입단 동기인 양의지를 맞서는 이재원의 마음과 올 시즌 ‘절대 1강’ 두산에 맞서는 SK의 선수단의 마음은 서로 통한다. 그는 1차전 승리 후 “부담은 우리보다 두산이 더 많을 것이다. 도전하는 팀은 긴장이 덜하다. 쉽게 지지 않겠다”며 마음을 다잡았다.●“차라리 잘 졌다.”(오재원) 오재원은 예상치 못한 1차전 패배에 영리하게 대처했다. 패배의 충격을 떨치고 선수들을 다독여 내일을 준비해야 할 임무가 그에게 맡겨졌다. 그는 패배의 이유를 찾기보다 ‘쿨’하게 인정하는 방법을 택했다. 패배가 오히려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발상의 전환이었다. 경기 감각을 제대로 찾지 못한 1차전 ‘두산답지 않은’ 모습으로 패배의 쓴맛을 봤던 선수들은 오재원의 뼈있는 농담 한 마디에 이내 자신의 모습을 되찾으며 2차전 승리를 거둬 시리즈를 원점으로 돌려놓았다. 물론 농담의 당사자인 두산 김태형 감독은 표정 관리가 어려웠을 듯하다. 2차전 승리 후 그는 “감독 입장에서는 비수가 꽂힌 말이었다”며 웃었다.●“부러지지 않으면 나가야 한다.”(이재원) 플레이오프 4차전 주루 과정에서 이재원은 뒤꿈치에 강한 통증을 느꼈다. 베이스를 밟는 순간 체중이 실리면서 뼈에 멍이 들었다. 골절은 아니었지만 주루에 어려움을 느껴 5차전에선 대타로만 나섰다. 파울 타구도 여러 차례 맞았다. 한국시리즈 1차전 7회 두산 오재일의 파울 타구를 맞은 뒤에는 한참동안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할 정도였다. 그는 “맞은 데만 다시 맞는 것 같다”며 웃어넘겼다. 주장으로서, 또 주전 포수로서 완전하지 않은 몸으로 헌신하는 모습은 많은 선수들의 귀감이 됐다. SK 힐만 감독은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는 본인이 경기에 나가고 싶다는 의지가 강했다. 그렇게 아픈데도 타석에서 스윙하는 모습을 보고 놀라웠다”며 칭찬을 아까지 않았다. ●“즐겁게 하자. 즐겁게 하면 이긴다”(오재원) 올 시즌 오재원이 두산 선수들에게 가장 많이 한 말은 “즐기자”였다. 강팀에게 가장 무서운 적은 부담감이다. 선수들은 ‘내가 잘해서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히기 쉽다. 하지만 과한 책임감은 독이 된다. 7차례 한국시리즈와 아시아경기·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국가대표 경험으로 큰 경기를 수없이 겪어본 오재원은 이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정규시즌 1위가 확정된 뒤 그는 “하나도 안 즐거울 때도 많다. 하지만 즐겨야 한다. 즐기면 성적이 따라온다”고 말했다. 지금 두산에게 가장 필요한 말이다. 당연히 우승해야 한다는 기대 속에 두산 선수들은 경직된 모습을 보였다. 2차전 승리로 몸이 풀린 선수들은 앞으로 “하나도 안 즐겁더라도 즐겨야” 남은 경기를 쉽게 풀어갈 수 있다.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프로농구 KGC가 연장 접전 끝에 삼성을 누르고 한 점 차 승리를 거뒀다. KGC는 6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방문경기에서 삼성을 99-98로 제압했다. 3일 SK와의 연장전 승리에 이어 2경기 연속 연장 승리를 거둔 KGC는 6승 4패로 공동 2위 그룹에 합류했다. 전반을 47-41로 마친 KGC는 3쿼터까지 70-54, 16점 차로 앞서 나가며 일찌감치 승기를 잡는 듯했다. 하지만 삼성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4쿼터 들어 벤 음발라의 골밑 활약과 문태영의 3점포를 앞세워 34점을 추격했고 경기 종료를 22초 남기고 88-88 동점을 만들었다. 연장으로 이어진 승부에서 KGC는 에이스 오세근이 5득점으로 공격을 이끌어 승부를 매듭지었다. KGC 컬페퍼는 이날 26점 6어시스트로 활약했지만 4쿼터와 연장 1회 무리한 드리블로 턴오버를 4개나 허용해 추격의 빌미를 제공했다. 식스맨 기승호는 3점슛 4개 등 17득점으로 활약했다. 이민재는 삼성 주득점원인 이관희를 8득점으로 묶는 등 수비에서 활약했다. 삼성으로서는 결정적인 상황에서 김태술의 3점슛 실패가 뼈아팠다. 4쿼터 종료 직전 3점슛을 실패한 김태술은 연장 1회 말에도 다시 한번 3점을 놓쳐 승부를 결정지을 수 있는 기회를 두 번이나 놓쳤다. 삼성은 음발라와 문태영이 61점을 합작하며 분전했지만 경기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이었다. LG는 원주 방문경기에서 DB를 95-73으로 꺾었다. 3년여 만에 원주 방문 8연패 후 거둔 승리다. 2015년 10월 18일 이후 1115일 만이다. 제임스 메이스(29점 17리바운드)와 김종규(11점 9리바운드)의 ‘트윈 타워’로 제공권을 장악했고 조쉬 그레이가 23득점 맹활약으로 공격을 이끌었다. DB는 마커스 포스터가 25점, 저스틴 틸먼이 15점 11리바운드로 분전했지만 승부를 뒤집기엔 역부족이었다.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손)민한아, 내 좀 도와도!” NC 손민한 투수 코치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절친 이동욱 감독의 한 마디였다. 2015년 NC에서 은퇴한 뒤 3년 동안 NC의 ‘러브콜’을 고사해온 그다. 경남 창원 지역의 유소년 야구팀을 돌며 아이들을 가르쳤다. 오랜 선수 생활로 휴식 시간이 필요했다던 그지만 초등학교 시절부터 친구인 이 감독의 제안은 거절하지 못했다. 손 코치는 NC 마운드에 파격을 불러올 지도자로 기대되는 인물이다. 지난 3년간 그가 코치직을 고사한 이유도 “자신의 스타일이 시스템과 맞지 않아서”였다. 이 감독 체제에서 새롭게 개편될 NC의 야구에 손 코치도 희망을 걸었다. 그가 가장 먼저 내세운 방침은 “선수위주의 훈련 방식”이다. 무리한 훈련보다는 휴식을 강조하고 ‘공을 잡고 있을 때’ 100% 에너지를 쏟도록 하는 지도법이다. 많은 투수 지도자들이 이상으로 꼽는 방법이지만 즉시 성적을 내야 하는 1군 코치로서 쉽지 않은 도전이다. 신임 이 감독의 ‘데이터 야구’ 기조 아래 새 출발을 기약한 NC는 손 코치를 비롯, 이호준·이종욱 코치 등 NC에서 선수 생활의 마지막을 보낸 스타들을 영입해 새 출발을 기약한다. 경남 지역 스타 플레이어 출신 채종범 전 KT 코치, 사이드암 투수 육성에 도움을 줄 박석진 전 LG 코치도 함께 한다. 정규 시즌을 8위로 마친 LG 역시 코칭스태프 교체로 분위기 쇄신에 나선다. KIA로 떠나는 강상수 투수 코치를 비롯 8명을 내보낸 대신 이종범, 최일언, 김호, 김재걸 등 베테랑 코치들을 영입했다. 강상수 코치가 빠진 1군 투수 코치 자리를 누구로 메울지가 관건이다. NC에서 1군 투수 코치를 맡았던 최일언 코치를 영입했지만 최 코치가 1군을 맡을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차명석 단장은 “류중일 감독의 의사가 중요하다”며 류 감독에게 코칭스태프 구성 권한을 대부분 맡기겠다는 뜻을 전했다. 4년 만에 현장에 돌아오는 이종범 코치가 펼칠 넥센 이정후와의 부자대결에도 관심이 쏠린다. 26일부터 마무리 훈련에 돌입한 롯데는 지난 시즌 삼성으로 이적한 포수 강민호의 빈자리를 메울 젊은 포수 육성이 시급하다. 최기문 배터리 코치의 역할이 크다. 현역 시절 포수 마스크를 쓴 최 코치는 강민호의 성장을 곁에서 지켜본 인물이다. 안중열, 나종덕 등 20대 초반의 유망주들을 키워낼 지도자로 적격이라는 평을 받는다. 양상문 감독 체제로 새롭게 출발하는 롯데는 이밖에 윤재국 외야-주루코치, 경찰야구단 강영식 투수 코치 등이 합류해 새판을 짠다. 지난 시즌 통합 우승에서 올 시즌 5위로 추락한 KIA도 코치진 교체에 나섰다. 정회열 전 수석코치 등 7명의 코치와 재계약하지 않기로 발표한 가운데 강상수 전 LG 투수 코치를 영입해 투수 총괄을 맡겼다. 코치진의 최종 보직은 결정되지 않았으나 수석코치 없이 강상수 투수 총괄, 김민호 야수 총괄 체제로 새 시즌을 맞을 계획이다. 이강철 현직 두산 수석코치를 새 사령탑으로 내정한 KT는 아직은 코칭스태프 개편에 소극적이다. 두산이 한국시리즈를 남겨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상훈 2군 감독과 김용국 코치 등 6명의 코치와 재계약을 하지 않기로 해 대규모 개편을 예고했다. 현재는 2015년 KT에서 선수 생활을 마치고 경찰야구단에서 타격코치를 역임한 조중근 코치가 합류를 확정한 상태다.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미국 프로농구(NBA) 최연소 최우수선수(MVP) 출신 데릭 로즈(30·미네소타)가 개인 통산 한 경기 최다 득점(50점)을 기록한 뒤 코트에서 뜨거운 눈물을 쏟았다. 2010~2011 시즌 전성기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에이스급’ 활약이었다. 1일 미국 미네소타주에서 열린 유타와의 안방 경기에서 로즈는 40분간 50득점 6어시스트 4리바운드로 맹활약해 팀의 128-125 승리를 이끌었다. 역전과 재역전이 반복된 치열한 경기에서 로즈는 4쿼터 종료 13.8초를 남기고 자유투 2개를 모두 성공시키며 승리를 결정지었다. 이날 경기 전 팀의 주전 포워드 지미 버틀러가 휴식을 위해 결장하면서 유타의 손쉬운 승리가 예상됐다. 하지만 ‘식스맨’ 로즈는 전성기 시절을 연상케 하는 돌파력을 무기로 버틀러의 빈자리를 완벽하게 메웠다. 2008-2009시즌 시카고에서 NBA 생활을 시작한 로즈는 2011년 만 22세 5개월의 나이로 정규시즌 최우수선수에 등극해 마이클 조던 이후 시카고가 배출한 최고의 스타로 꼽혔다. 르브론 제임스(34·LA레이커스), 케빈 듀란트(30·골든스테이트)와 함께 NBA를 이끌 주역으로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하지만 2012년 무릎 인대 부상에 이어 2015년 무릎 연골 파열로 수술대에 오르면서 자신의 기량을 펼치지 못했다. 빠른 돌파와 운동능력을 주무기로 하는 그가 전성기 때의 기동력을 되찾기란 어려워 보였다. 뉴욕, 클리블랜드, 유타를 거쳐 미네소타에 정착한 로즈는 올 시즌 식스맨으로 부활에 성공했다. ‘올해의 식스맨’을 목표로 삼은 그는 8경기에서 경기 당 30분을 뛰며 평균 18.8득점 5어시스트 4 리바운드를 기록하고 있다.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넥센 제리 샌즈가 침몰 위기의 팀을 살렸다. SK 문승원을 상대로 플레이오프에서만 두 번째 홈런을 기록하며 ‘천적 본능’을 과시했다. 31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플레이오프 4차전. 3회까지 1안타로 호투하던 SK 선발 문승원은 4회부터 꼬이기 시작했다. 넥센 4번 타자 박병호가 몸에 맞는 공으로 출루하며 미묘하게 틀어졌다. 문승원은 2개의 스트라이크를 먼저 잡아 유리한 볼카운트를 가져갔지만 4구째 슬라이더가 박병호의 옷에 스치면서 1루를 내줬다. 1사 1루. 문승원은 다음 타석에 들어선 샌즈를 상대로 몸쪽 직구를 꽂아 넣으며 2-2 유리한 카운트를 가져왔다. 하지만 6구째 실투가 나왔다. 샌즈는 문승원의 슬라이더가 살짝 높게 제구된 것을 놓치지 않고 잡아당겨 고척 돔 좌측 벽을 때렸다. 발사각이 17도로 낮았던 이 타구는 홈 플레이트에서 담장 너머까지 비거리 115m를 말 그대로 ‘발사’되듯 날아갔다. 0-0 팽팽한 승부의 균형을 깨는 선제 2점 홈런. 이날 샌즈는 홈런 외에도 2회와 6회, 8회 타석에서 안타를 기록해 4타수 4안타로 절정의 타격감을 선보였다. 문승원을 상대로 플레이오프 두 번째 홈런이다. 1차전 샌즈는 문승원을 상대로 7회 3점 홈런으로 5-8로 끌려가던 경기의 균형을 되찾아왔다. 이날도 슬라이더가 문제였다. 3구째 139km 슬라이더가 가운데로 몰리면서 샌즈는 130m짜리 아치를 그렸다. 정규 시즌에서도 문승원을 상대로 3번의 맞대결에서 2차례 안타로 타율 0.667을 기록했다. 샌즈는 “1차전 홈런 때와 같은 코스로 던질 줄은 몰랐다. 몸이 반응했는데 좋은 결과로 연결됐다”고 말했다. 샌즈는 4차전 최우수선수에 뽑혀 상금 100만 원을 받았다. ▼“스퀴즈 번트 제대로 수비 못해”▼▽SK 힐만 감독= 문승원의 투구는 좋았지만 필요할 때 원했던 투구를 못했다. 샌즈에게 홈런을 맞은 타구는 플레이트에서 많이 떠 있었다. 공격 면에서 성과가 있었다. 한동민이 홈런으로 타격감을 끌어올렸고 대타 정의윤이 끝까지 적극적으로 임해서 좋았다. 스퀴즈 번트 상황을 깔끔하게 처리하지 못한 수비는 아쉬웠다. 허도환의 송구가 조금 더 빠르게 나주환에게 갔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5차전 후회없는 경기 하겠다”▼▽넥센 장정석 감독=남은 한 경기도 후회 없이 하고 싶다. 이승호의 투구는 완벽했다. 포스트시즌이 아니었다면 교체하지 않았을 것이다. 어린 선수로서 좋은 경험이 됐을 거라고 생각한다. 김하성이 좋은 활약을 해서 전환점이 될 것 같다. 피자도 돌리고 좋은 일을 했기 때문에 좋은 기록이 나온 것 같다. (박병호에게 피자를 돌리게 할 생각은?) 없다. 박병호는 그냥 그 자리에 있어 주면 된다.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한)동민이 형한테만 맞지 말자고 생각했다.” 넥센 투수 한현희(사진)는 SK와의 플레이오프를 앞둔 미디어데이에서 SK 한동민에게 굴욕(?)을 당했다. 올 시즌 한현희에게 14타수 7안타(4홈런)로 강했던 한동민이 “한현희가 도와줘서 넥센전 홈런이 많았다”고 도발했기 때문. 한현희는 “많은 준비를 했다. 보면 알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지만 한화와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3이닝 4실점(3자책)으로 무너지며 여전히 의문부호가 따라붙었다. 올 시즌 처음 선발로 풀타임을 채운 그는 11승 7패 평균자책점 4.79로 선전했지만 10월 들어 부진이 이어져 우려를 샀다. 최원태의 부상 공백으로 ‘토종 1선발’의 책임을 맡은 그의 어깨는 무거웠다. 그런 한현희가 벼랑 끝에 몰린 팀을 구해냈다. 한현희는 30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SK와의 플레이오프(5전 3선승제) 3차전에서 SK 타선을 상대로 5와 3분의 2이닝 동안 2실점하며 승리 투수가 됐다. 7개의 삼진을 잡는 동안 볼넷은 한 개도 내주지 않았다. 2회초 로맥에게 1점 홈런을 허용한 뒤에도 평균 144km 직구를 복판에 꽂아 넣는 공격적인 투구를 보여줬다. 4회 최정-로맥-박정권으로 이어지는 중심 타선을 3연속 삼진으로 돌려세우는 장면은 압권이었다. 1, 2차전 연패로 탈락 위기에 몰렸던 넥센은 이날 한현희와 불펜의 호투를 앞세워 SK에 3-2로 역전승하며 승부를 4차전으로 끌고 갔다. 두 차례 역전 위기는 불펜이 막아냈다. 6회초 1사 만루 위기에서 한현희를 구원 등판한 오주원은 대타 정의윤을 병살타로 유도하며 이닝을 끝냈다. 8회 마운드에 선 이보근은 1번 타자 김강민에게 안타와 도루를 허용해 무사 2루 위기를 맞았지만 한동민-최정-로맥에게 연달아 삼진을 잡아내 리드를 지켰다. 이보근이 낙차 큰 포크볼로 로맥을 헛스윙 삼진으로 잡아낸 순간 경기장을 메운 넥센 팬들은 일제히 일어나 환호했다. 김혜성이 5회말 빠른 발로 만든 점수는 결승점이 됐다. 우중간 깊숙이 떨어진 장타를 때려낸 김혜성은 3루까지 전력 질주했다. 이후 송성문의 희생 플라이가 비교적 가까운 곳에서 중견수에게 잡혔지만 다시 한번 빠른 주루로 홈을 밟아 귀중한 결승점을 올렸다. 박병호, 김하성 등 주축 타선이 여전히 침묵한 것은 아쉬웠다. 앞선 2경기서 8타수 1안타로 부진했던 박병호는 이날 역시 3타수 무안타로 고개를 숙였다. 포스트시즌 들어 타점을 한 개도 생산하지 못한 김하성은 이날 역시 3타수 무안타로 부진이 길어졌다. SK는 로맥과 강승호가 2회와 5회 기록한 1점 홈런으로 점수를 냈지만 이후 타선이 침묵하며 경기를 뒤집지 못했다. SK로서는 올 시즌 41홈런으로 공격을 이끈 한동민이 3경기째 무안타로 부진한 것이 아쉬웠다. 앞선 2경기서 7타수 3안타(2홈런)의 맹타를 휘둘렀던 김강민은 이날도 4타수 2안타로 활약했지만 홈을 밟지 못했다. 넥센과 SK의 4차전은 31일 오후 6시 30분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SK는 문승원, 넥센은 이승호가 선발 등판한다. 조응형 yesbro@donga.com·임보미 기자 ▼ 넥센 장정석 감독 “8회 로맥과 과감한 승부 먹혀” ▼ 내일이 없는 포스트시즌 시리즈에서 홈팬들과 한 경기 더 할 수 있어 기분이 좋다. (안우진 1이닝 피칭 후 교체는) 믿음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믿음에 보답해준 선수들에게 너무 고맙다. 베테랑들이 제 역할을 해줘서 내일도 계산이 서는 경기를 할 수 있게 됐다. (8회 2사에서 마운드 방문 때) 이보근에게 로맥과의 승부에서 과감하게 하자고 했다. 이보근이 잘 막아줬다.▼ SK 힐만 감독 “선발 박종훈 투구수 관리 실패” ▼ 선발투수 박종훈의 피칭이 나쁘지는 않았지만 투구 수를 효율적으로 가져가지 못했다. 첫 두 점 내줄 때 불규칙 바운드가 있어서 아쉬웠다. 2차전에 비해 전체적으로 타자들 스윙이 좋지 못했다. 홈런을 두 개 쳤지만 다 솔로였고 상대 선발투수의 피칭이 좋았다. 6회 만루 찬스에서 정의윤의 스윙이 살짝 빗나가 아쉬웠다. 기회가 없지 않았는데 살리지 못한 게 아쉽다.}

‘벼랑 끝’에 몰린 넥센이 안방에서 SK를 잡기 위해 총력전으로 나선다. 프로야구 플레이오프의 향방을 가를 3차전이 30일 오후 6시 30분 서울 고척돔에서 열린다. 2연패를 당한 넥센은 안방에서 대반전을 노리고 있다. 넥센은 타자들의 부활이 절실하다. KBO 최고의 거포로 꼽히는 넥센 박병호(사진)는 플레이오프 2경기서 9타수 1안타로 부진하다.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때린 1점 홈런 이후 5경기째 홈런이 없다. 이름만으로도 상대 마운드에 부담을 주던 그지만 이번 플레이오프에서는 타격 침체에 시달리고 있다. 27일 1차전 4타수 1안타를 기록한 뒤 다음 날 2차전에서는 4타수 무안타 삼진 2개로 고개를 숙였다. 박병호는 올 시즌 넥센의 중추였다. 초반 부상으로 한 달여의 공백에도 타율 4위(0.345), 홈런 공동 2위(43개)로 넥센의 공격을 이끌었다. 박병호가 홈런을 친 경기에서 넥센은 승률이 65.8%(38경기 중 25승)로 높았다. 그의 부활이 절실한 이유다. 정규시즌 5, 6번 타순에서 박병호를 받쳐주던 김하성과 김민성 역시 플레이오프에서 각각 9타수 1안타(타율 0.111), 7타수 1안타(0.143)로 빈타에 허덕이고 있다. 올 시즌 30홈런 129타점을 합작하며 공격력에 무게를 더했던 이들이지만 포스트시즌 7경기서는 1타점도 기록하지 못하고 있다. 넥센 장정석 감독은 2차전 패배 후 인터뷰에서 중심타선의 부진에 대해 “팀의 중심을 맡아주는 선수들이다. 앞으로 잘 풀릴 것”이라고 말했다. 선발 한현희가 ‘홈런군단’ SK의 강타선을 상대로 어떤 투구를 선보일지도 관건이다. 올해 데뷔 후 첫 풀타임 선발 투수로 뛴 한현희는 30경기서 11승 7패 평균자책점 4.79로 잘 던졌다. 최원태의 부상 이탈로 포스트시즌에서 ‘토종 1선발’의 중책을 맡았다. 한화와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3이닝 4실점(3자책점)으로 무너졌던 그는 “그때는 그때고 이번에는 잘 던질 수 있도록 연구를 많이 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장 감독은 “당시 현희가 힘이 많이 들어가 있어서 결과가 좋지 않았다. 다시 한번 선발로 중용해 안 좋았던 기억을 좋은 결과로 바꿔주고 싶다”며 기대를 전했다.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넥센이 알고도 당하는 ‘문학산 대포’에 이틀 연속 무릎을 꿇었다. SK가 28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홈런 3방을 앞세워 넥센을 5-1로 꺾고 승리했다. 한국시리즈 진출까지 1승만을 남겨둔 SK는 85.7%(역대 플레이오프 1, 2차전 승리 팀의 다음 시리즈 진출 가능성)라는 기분 좋은 확률도 손에 넣었다. 1차전에서 박정권의 끝내기 투런을 포함한 홈런 4방으로 무릎을 꿇었던 넥센은 이날도 SK산 대포 폭격에 백기투항해야 했다. 2연패 후 벼랑 끝에 몰린 넥센 장정석 감독은 “계속 홈런을 허용하면 또 어려운 경기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더 잘 준비하겠다”며 반전을 다짐했다. 양 팀은 1, 2차전 연속 벤치클리어링을 벌일 만큼 뜨거운 신경전을 이어갔다. 전날 SK 최정의 머리 쪽으로 날아온 공에서 촉발된 벤치클리어링은, 이날 3회초 박병호의 병살 타구 때 2루수 강승호와 슬라이딩으로 쇄도하던 주자 샌즈가 누상에서 충돌하며 또 한 번 양 팀 선수들을 흥분시켰다. 하지만 트레이 힐만 SK 감독은 “(슬라이딩한) 샌즈가 비열한 의도는 없어보였다. 상황이 어떻게 됐든 양 팀 다 바로 경기에 집중했다”며 논란을 일축했다. 장 감독 역시 “야구의 일부다. 선수들이 흔들리지 않게끔 코칭스태프가 잘 잡겠다”고 말했다. 이날 SK는 먼저 위기를 맞았지만 위기 후 기회를 곧바로 살리며 경기 주도권을 내주지 않았다. SK는 2회초 넥센 김하성의 우전안타 때 SK 우익수 한동민이 공을 더듬으며 2루까지 허락했고 뒤이은 임병욱의 적시타로 선취점을 내줬다. 그러나 SK는 3회말 김동엽이 선두타자 안타로 출루해 김강민의 적시타 때 홈을 밟아 1-1 균형을 맞췄다. SK는 선발투수 메릴 켈리(4이닝 1실점 비자책)가 손 저림 증상으로 조기 강판된 뒤 구원 등판한 윤희상이 볼넷과 안타를 허용해 1사 1, 2루 위기를 맞았지만 이어 등판한 김택형이 공 2개로 병살을 유도하며 위기를 쉽게 넘겼다. 이번에도 위기 뒤에 기회가 왔다. ‘가을 DNA’가 풍부한 베테랑들이 앞장서 기회를 살렸다. 5회 김강민의 결승 솔로포로 다시 리드를 찾은 SK는 6회 이재원의 2점 홈런으로 격차를 늘렸다. 7회 최정의 솔로포는 화룡점정이었다. 이날 4타수 2안타 1홈런 2타점으로 경기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된 김강민은 SK의 가을 DNA에 대해 “저도 궁금해 피검사라도 할 수 있으면 하고 싶다”고 웃으면서 “왕조 시절 늘 시리즈마다 잘한 선수들이 있었다. 늘 옆에서 미치는 선수들을 보기만 하다가 이번엔 제가 미친 것 같다”고 말했다. 대반전을 노리는 넥센과 ‘플레이오프 3경기 마무리’를 꿈꾸는 SK의 운명을 가를 3차전은 30일 오후 6시 30분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다. SK는 박종훈이, 넥센은 한현희가 선발투수로 나선다. 인천=임보미 bom@donga.com·조응형 기자}

선발 메릴 켈리가 4이닝을 끝으로 교체되면서 SK 마운드에는 먹구름이 드리우는 듯했다. 4회까지 72구를 던진 켈리는 오른손 저림 현상으로 5회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다. 1-1 동점 상황 마운드를 지켜야 할 SK 구원진은 올 시즌 평균자책점이 5.49로 7위에 불과했다. 팀 블론세이브도 21개(3위)나 됐다. 평균자책점 4.17(1위)의 선발이 긴 이닝을 책임지는 가운데 장타로 앞서나가 경기를 끝내는 것이 올 시즌 SK의 야구였다. 켈리의 강판으로 SK의 시나리오는 어그러지는 듯했다. 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윤희상부터 시작된 SK 불펜은 1차전에서 3홈런을 포함해 8점을 터뜨린 넥센 타선을 5이닝 동안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5회 마운드에 선 김택형(사진)은 1과 3분의 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고 승리투수가 됐다. 5회 1사 1, 2루 상황에서 넥센 2번 타자 김규민에게 병살타를 유도해 위기에서 벗어난 김택형은 6회 샌즈에게 볼넷을 내줬지만 이후 박병호를 파울 플라이로 잡은 뒤 송성문과 임병욱을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김택형은 가장 집중한 상대로 이날 5번 타순에 올라선 송성문을 꼽았다. 2015년 넥센 입단 동기인 둘은 경기 전 그라운드에서 만나 신경전(?)을 펼쳤다고. 김택형은 “(송)성문이가 ‘네 공은 무조건 홈런 친다’고 하더라. 그래서 더 집중하고 던졌다”고 말했다. 전날 1차전에서 홈런을 2개 기록하며 ‘미친’ 활약을 보인 송성문은 이날 4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SK 힐만 감독은 “5회를 시작하면서 손혁 투수 코치에게 ‘오늘은 불펜이 해줘야 하는 날’이라고 말했다. 몸이 잘 풀린 투수들의 제구가 좋아 승리할 수 있었다”며 뿌듯한 마음을 전했다. 인천=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후배 (한)현희가 많이 도와줬죠.” SK 한동민은 정규 시즌 유독 넥센과의 경기에서 홈런이 많은 이유에 대해 재치 있게 대답했다. 한동민의 시즌 41개 홈런 가운데 약 27%인 11개는 넥센전에서 나왔다. 특히 넥센 한현희에게 14타수 7안타(타율 0.500) 4홈런 9타점으로 강한 면모를 보였다. 26일 인천에서 열린 SK와 넥센의 플레이오프(5전 3선승제) 미디어데이에 나란히 참석한 한동민의 한 방에 경남고 4년 후배 한현희는 당황한 듯 웃으며 뒷머리를 긁었다. 한동민은 27일 1차전(오후 2시 문학구장)을 시작으로 막을 올리는 플레이오프에서 로맥(43개·홈런 2위), 최정(35개·7위)과 함께 홈런포로 점수를 내는 ‘빅볼’ 야구를 이끌 거포로 주목받고 있다. SK는 홈런 1위(233개)로 2위 KT(206개)에 크게 앞선다. 여기에 SK 선발진은 정규시즌 10개 구단 중 가장 낮은 평균자책점(4.17)을 기록했다. 고질적인 뒷문 불안은 약점이다. 불펜 평균자책점은 5.49로 7위에 그친다. SK 힐만 감독은 “포스트시즌은 다를 것”이라며 “김광현을 제외한 모든 선발 투수가 불펜에 대기한다”고 전했다. 넥센은 경기마다 ‘미치는’ 젊은 선수들의 활약이 돋보인다. 임병욱은 한화와의 준플레이오프 4경기에서 타율 0.364, 2홈런, 8타점을 기록해 시리즈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부상 여파로 아직 수비가 무리인 서건창 대신 2루수로 나선 송성문도 타율 0.538로 맹타를 휘둘렀다. 마운드에서는 외국인 원투펀치 제이크 브리검과 에릭 해커가 선발 라인업을 지키는 가운데 준플레이오프 2경기 9이닝 10탈삼진 무실점으로 활약 중인 불펜 안우진이 가세한다. 최원태의 공백으로 믿을 만한 토종 선발이 없는 것은 고민거리다. 한현희는 한화와의 2차전에서 3이닝 4피안타 4실점(3자책점)으로 부진했다. 넥센 장정석 감독은 “한현희를 플레이오프에서도 선발로 중용해 기회를 주겠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양 팀은 주전 1번 타자의 공백이라는 점에서 동병상련 처지다. SK 노수광은 지난달 30일 오른쪽 새끼손가락이 골절돼 플레이오프 출전이 어렵다. 넥센 이정후는 20일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9회 상대 타구를 다이빙 캐치하다 왼쪽 어깨를 다쳐 수술대에 오르게 됐다. 힐만 감독은 노수광의 대체 선수로 김강민을 낙점했지만 넥센은 아직 고민 중이다. 장 감독은 “오늘 숙소에서 코치진과 상의해 SK에 강점을 가진 선수를 1번으로 택하겠다”고 말했다. 1차전 선발로 SK는 김광현을, 넥센은 브리검을 내세운다. 이번 시즌 11승 8패로 부활한 김광현의 플레이오프 등판은 2012년 이후 6년 만이다. 큰 경기 경험이 많은 게 첫 경기 선발 발탁 배경이다. 정규시즌에 11승 7패를 기록한 브리검은 22일 한화와의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7이닝 3실점으로 잘 던졌다.인천=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25일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펜웨이파크에서 열린 LA 다저스와 보스턴의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 2차전. 한국 선수로는 사상 처음 월드시리즈 선발 투수로 나선 다저스의 ‘괴물 투수’ 류현진(29)은 1회말 1번 타자 무키 베츠를 상대로 공을 던지며 한국 야구에 새 역사를 썼다. 하지만 결과는 아쉬웠다. 큰 경기에서 유독 강해 ‘빅게임 투수’란 별명을 얻었던 류현진은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고, 팀은 2-4로 패했다. 전날 에이스 클레이턴 커쇼를 내고도 4-8로 패했던 다저스는 7전 4선승제의 월드시리즈에서 2연패의 부담을 안고 3∼5차전이 열리는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으로 향하게 됐다. ○ 공 1개에 갈린 희비 야구는 공 1개에 따라 승패가 갈리는 종목이다. 4회까지 1실점으로 비교적 호투하던 류현진이 패전의 멍에를 쓰게 된 것도 따지고 보면 공 1개 때문이었다. 2-1로 앞선 5회말 류현진은 7번 타자 이언 킨슬러와 8번 재키 브래들리 주니어를 모두 범타 처리했다. 승리 투수 요건을 갖추기까지 단 1타자만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9번 타자인 포수 크리스티안 바스케스에게 우전 안타를 허용하면서 흔들리기 시작했다. 1번 베츠에게 좌전 안타를 맞아 2사 1, 2루가 됐다. 다음 상대는 앞선 두 타석에서 모두 아웃을 잡아낸 앤드루 베닌텐디였다. 류현진은 1회와 3회 낙차 큰 커브를 이용해 베닌텐디를 봉쇄했다. 1회에는 삼진, 3회에는 중견수 뜬공이었다. 5회에도 류현진은 초구부터 커브를 적극 활용했다. 그렇지만 베닌텐디도 이번에는 호락호락 당하지 않았다. 볼카운트 1볼 2스트라이크에서 6구째와 7구째 커브를 모두 커트해 내며 버텼다. 류현진은 마지막 8구째 승부구로 포심 패스트볼을 택했지만 손에서 공이 빠지면서 허무하게 볼넷을 허용하고 말았다. 2사 만루가 되자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곧바로 마운드로 향했고 류현진은 결국 고개를 떨군 채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결과적으로 로버츠 감독의 투수 교체는 실패였다. 구원 등판한 오른손 투수 라이언 매드슨은 제구 난조를 겪으며 스티브 피어스에게 밀어내기 볼넷을 내줘 동점을 허용했다. 다음 타자 J D 마르티네스에게는 우익수 앞에 떨어지는 2타점 적시타를 내줬다. 류현진의 승계 주자 3명이 모두 홈인했고, 류현진의 성적은 4와 3분의 2이닝 6안타 1볼넷 5삼진 4실점이 됐다. ○ 논란 부른 투수 교체 경기가 그대로 다저스의 2-4 패배로 끝난 뒤 미국 CBS스포츠 등 현지 언론은 “로버츠 감독이 월드시리즈에서 거듭 잘못된 결정을 내리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날도 전날과 비슷한 장면이 재현됐기 때문이다. 하루 전에도 커쇼가 5회말 무사 1, 2루 위기에 몰리자 로버츠 감독은 우타자 피어스를 상대하기 위해 커쇼를 내리고 우완 매드슨을 마운드에 올렸다. 하지만 매드슨은 피어스에게 볼넷을 내준 뒤 마르티네스에게 2타점 적시타를 맞았다. 허구연 MBC 해설위원은 “감독이 지나치게 데이터에 의존하는 듯했다. 소위 ‘좌우놀이’를 신봉해 이날 상대 좌완 선발을 상대로 우타자 일색의 라인업을 짰고, 위기에 우타자가 타석에 들어서자 우완 투수를 마운드에 올렸다”고 말했다. 미국 스포츠 전문매체 ESPN은 “다저스가 이틀 연속 오른손 타자 라인업을 고수하면서 맥스 먼시, 코디 벨린저, 족 피더슨, 야스마니 그란달을 선발 라인업에서 뺐다. 이로써 다저스는 정규 시즌 홈런 개수 상위 4명을 벤치에 앉힌 채 월드시리즈를 시작한 최초의 팀이 됐다”고 전했다. 이에 비해 류현진은 스스로를 탓했다. 그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닝을 끝낼 기회가 있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제구가 좀 더 좋았다면 다른 결과가 나왔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송재우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도 “류현진이 지난번 등판에서 더 좋은 모습을 보였다면 더 던질 수도 있었을 것이다. 원래부터 로버츠 감독은 선발 투수를 길게 기다려주는 스타일이 아니다.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결과만 갖고 오늘 류현진 교체 타이밍을 비난하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1, 2차전을 내주면서 다저스는 30년 만의 월드시리즈 우승까지 가시밭길을 걷게 됐다. 월드시리즈 역사상 1, 2차전을 내준 뒤 이를 뒤집은 경우는 20.4%에 불과하다. 양 팀은 하루를 쉰 뒤 27일 다저스타디움으로 옮겨 3차전을 치른다. 조응형 yesbro@donga.com·이헌재 기자}

“내가 해야 한다.” 24일(한국 시간) 기자회견에서 LA 다저스 류현진(사진)은 월드시리즈 2차전 선발 등판을 앞둔 소감을 전했다. “작년에는 엔트리에 못 들어 응원하는 입장이었다. 이번에는 내가 해야 하는 상황이다. 긴장하고 있다.” 1차전에서 에이스 클레이턴 커쇼가 4이닝 5실점으로 부진하며 팀이 4-8로 패해 류현진의 어깨는 더 무거워졌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류현진은 큰 경기에서 좋은 투구를 해왔기에 그의 담력은 걱정하지 않는다. 월드시리즈에서 그에게 두 번의 등판 기회를 주고 싶었다”고 2차전 선발 이유를 밝혔다. 류현진은 밀워키와의 챔피언십시리즈 2차전과 6차전에 선발 등판해 7과 3분의 1이닝 13피안타(1홈런) 7실점 평균자책점 8.59로 무너졌다. 류현진은 “그 공들이 제구가 됐다면 상황은 달랐을 것이다. 내가 던질 수 있는 공은 다 던지겠다. 중간으로 몰리지만 않으면 괜찮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모벤져스’의 벽은 높았다. 현대모비스가 24일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에서 88-78로 KCC를 꺾고 개막 이후 5연승을 질주했다. 전반까지 KCC에 36-38로 밀렸던 현대모비스는 3쿼터 이대성과 라건아가 19득점을 합작하며 60-59로 역전에 성공했다. 이날 내외곽에서 맹활약한 이대성은 24득점 5어시스트로 이번 시즌 개인 최다 득점을 기록하며 승리를 이끌었다. 경기 최우수선수(MVP)에 뽑힌 이대성(사진)은 “목표는 54연승이다. 우리가 전승해야 농구 붐이 일지 않겠나. 다 이길 테니 경기장 많이 찾아 달라”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라건아는 34득점 18리바운드로 5경기 연속 더블더블을 이어갔다. 라건아의 야투 성공률은 64%에 달했다. 오용준은 3점 2개를 포함해 4쿼터에만 10점을 뽑아내며 KCC의 추격을 뿌리쳤다. KCC는 브랜든 브라운과 마퀴스 티그가 44점을 합작하며 끈질기게 추격했으나 3쿼터 하승진이 부상으로 물러나면서 기세가 꺾였다. 10득점 3리바운드로 브라운과 함께 제공권을 잡아가던 하승진은 3쿼터 무릎 통증으로 교체됐다. 인천에서는 KGC가 랜디 컬페퍼와 오세근이 48득점을 합작하며 전자랜드를 91-90으로 꺾고 2연승을 달렸다.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여기가 고척이야, 대전이야.” 넥센의 안방 서울 고척 스카이돔은 22일 하루만큼은 한화의 안방 같은 분위기였다. 방문 팀 응원석인 3루는 물론이고 외야와 2층 관중석까지 주황색 물결이 가득했다. 이날 관중석 곳곳에서는 공수를 가리지 않고 주황색 대형 깃발과 막대풍선이 넘실거렸다. 구단은 부채처럼 접어 박수 소리를 내는 응원도구인 ‘클래퍼’를 이날 하루에만 1만여 개 배포했다. 이날 경기장을 찾은 한화 팬인 직장인 도윤상 씨(32)는 “1, 2차전에서 한화가 아쉬운 모습을 보였지만 시즌을 3위로 마무리한 선수들에게 마지막까지 응원을 직접 해주고 싶었다. 나와 같은 마음의 한화 팬들이 고척 돔을 가득 메워 아주 행복한 하루였다”고 말했다. 한화 응원의 트레이드마크라고 할 수 있는 육성 응원(음악 없이 목소리로만 구호를 외치며 하는 응원)은 2회 조기 등판(?)했다. 육성 응원은 체력 소모가 심해 8회 이후 결정적인 상황에 등장하는 게 보통이지만 이날만큼은 경기 초반부터 등장해 기선 제압에 나섰다. 2회 한화 타선이 연속 안타로 앞서 나가자 팬들은 ‘최강 한화’를 외치며 힘을 보탰다. 6회 제라드 호잉의 홈런이 터지자 또 다른 트레이드마크 ‘느린 파도타기’까지 등장했다. 3루 더그아웃 부근에서 시작된 관중의 파도가 서서히 외야로 이동하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한화가 4-3으로 승리하는 순간 주황색 물결은 절정을 이뤘다. 이날 1만6300장의 티켓은 일찌감치 매진됐다. 19일과 20일 대전에서 열린 1차전과 2차전 입장권(각 1만2400장)이 동난 데 이은 3연속 매진이다. 한화의 주황 물결이 가을야구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LA 다저스와 보스턴은 메이저리그 양대 리그(내셔널리그, 아메리칸리그)를 대표하는 명문 구단이다. 이들이 102년 만에 월드시리즈에서 맞붙는다는 사실만으로도 메이저리그는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두 팀은 24일(한국 시간) 오전 9시 9분 보스턴의 안방 구장인 펜웨이파크에서 1차전을 치른다. mlb.com은 22일 ‘2018 월드시리즈의 5가지 관전 포인트’라는 제목의 기사로 관심을 전했다.○ 커쇼-세일 ‘에이스 맞대결’ 성사되나 매해 월드시리즈 초미의 관심사는 양 팀 에이스의 맞대결이다. 다저스의 클레이턴 커쇼와 보스턴의 크리스 세일은 각 리그를 대표하는 특급 투수들이다. mlb.com은 “이 시대 최고의 선발 투수 2명이 1차전에서 맞붙는다”고 표현했다. 보스턴은 챔피언십시리즈가 끝난 뒤 세일을 월드시리즈 1차전 선발로 낙점했지만 21일 현재 다저스는 1선발을 공개하지 않은 상태다. 하지만 로테이션상 커쇼가 등판할 가능성이 높다. 커쇼는 21일 밀워키와의 챔피언십시리즈 7차전에서 9회에 구원 등판해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18일 5차전에서 7이닝 1실점 호투를 펼친 지 3일 만이었다. 24일까지 등판한다면 일주일 사이에 세 차례나 마운드에 서는 빡빡한 일정이다. 하지만 커쇼는 22일 오전 보스턴 안방 구장 펜웨이파크에 가장 먼저 도착해 투구 훈련을 했다. 그의 우승에 대한 집념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이번 포스트시즌에서는 4경기(선발 3경기)에 등판해 19이닝 평균자책점 2.37로 활약 중이다. 세일에게는 선발 로테이션을 그르친 갑작스러운 복통에서 얼마나 회복됐는지가 관건이다. 그는 19일 휴스턴과의 챔피언십시리즈 5차전에 등판할 예정이었지만 복통을 호소해 등판을 취소했다. 보스턴은 세일의 6차전 등판을 예고했으나 팀이 5차전에서 승리하면서 4승 1패로 시리즈를 마쳐 세일은 휴식할 시간을 벌었다. 세일은 포스트시즌 3경기(선발 2경기)에서 10과 3분의 1이닝 평균자책점 3.48을 기록 중이다.○ 양대 리그 팀 득점 1위의 화끈한 화력전 펼쳐지나 다저스는 정규 시즌 경기당 평균 득점 4.93점으로 내셔널리그 1위, 보스턴은 5.41점으로 아메리칸리그 1위다. 다저스의 강점은 ‘거를 곳이 없는’ 고른 타선이다. 올 시즌 타율 0.297에 37홈런으로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는 매니 마차도가 타선의 중심을 잡은 가운데 코디 벨린저, 저스틴 터너, 맥스 먼시, 야시엘 푸이그 등 쟁쟁한 타자들이 쉴 틈 없는 타선을 구성한다. 메이저리그 팀 타율 1위(0.268) 보스턴의 타선은 정확도와 빠른 발로 마운드를 끈질기게 괴롭히는 것으로 유명하다. 보스턴은 무키 베츠와 J D 마르티네스라는 원투펀치를 보유했다. 베츠는 올 시즌 타율 0.346으로 아메리칸리그 타격왕에 등극했고 32홈런에 30도루까지 기록했다. 마르티네스는 타율 0.330에 43홈런 130타점으로 아메리칸리그 홈런 2위, 타점 1위에 올랐다.○ 최강 타선 보스턴의 약점은 왼손 투수? 보스턴은 정규 시즌 오른손 투수를 상대로 OPS(출루율+장타율) 0.817로 메이저리그 1위를 기록했으나 왼손을 상대로는 0.719로 18위에 그쳐 왼손 투수에게 약한 모습을 보였다. 현재 다저스는 선발진 4명 중 워커 뷸러를 제외한 3명(커쇼, 류현진, 리치 힐)이 왼손 투수다. 불펜에도 앨릭스 우드, 훌리오 우리아스 등 강한 왼손 투수들이 대기하고 있다. mlb.com은 “보스턴은 포스트시즌에서 왼손 투수를 상대로 좋은 결과를 만들었지만 정규 시즌을 놓고 보면 오른손 투수를 상대할 때와 왼손 투수 상대일 때 성적 편차가 컸다”며 “다저스의 왼손 투수들이 보스턴 타선에 우위를 점할 수 있을지가 이번 월드시리즈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