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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왜 괌을 ‘포위 사격’하겠다며 그 많은 미사일 중 하필이면 ‘화성-12형’ 4발을 골랐을까? 이는 북한이 보유한 중거리탄도미사일 중 유일하게 성능이 검증됐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북한에서 괌까지의 거리(3200∼3500km)를 감안할 때 현재 괌 공격에 적합한 북한 미사일은 최대 사거리 3500km 안팎의 무수단과 5000km 안팎의 ‘화성-12형’이다. 이 중 무수단은 9번 시험 발사 중 버튼을 누르자마자 폭발하는 등 8번이나 실패했다. 반면 신형 대출력 액체엔진이 장착된 ‘화성-12형’은 5월 시험발사에서 사거리 약 787km, 고도 2111.5km를 기록했다. 정상 각도 발사 시 최대 사거리가 5000km로, 괌은 물론이고 미 알래스카까지 타격권에 둘 수 있다. 북한이 올해 3월 18일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신형 엔진 분출시험에 성공하자 ‘3·18혁명’이라고 자화자찬하기도 했다. 특히 북한이 노동신문을 통해 공개한 당시 발사 사진을 보면 사격 지도에 표기된 예상 탄착지점과 고도 등이 실제 사격 기록과 거의 일치했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선임분석관은 “북한이 ‘화성-12형’을 원하는 지점에 탄착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기에 이를 보란 듯이 공개한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두 차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 발사에 성공한 것도 ‘화성-12형’을 선택한 또 다른 이유다. ‘화성-14형’은 2단 로켓인데, 이 중 미사일 성능을 결정하는 심장 격인 1단이 바로 ‘화성-12형’이다. 장영근 한국항공대 항공우주기계공학부 교수는 “‘화성-12형’은 ‘화성-14형’ 시험발사 2차례를 포함해 단기간에 3번의 시험발사에 성공했다. 북한이 신형 엔진 성능에 그만큼 자신감이 붙은 것”이라고 분석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군 검찰이 공관병에게 갑질한 의혹으로 수사를 받고 있는 박찬주 전 육군 제2작전사령관의 공관 등 5곳을 9일 압수수색했다. 군 관계자는 이날 “군 법원에서 전날 밤 12시경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공관 등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일제히 실시했다”고 밝혔다. 대상지는 공관병 대상 가혹행위 등 ‘갑질’이 지속적으로 발생한 공관을 비롯해 박 전 사령관 집무실, 아들이 거주하는 경기 용인 집 및 부부가 거주하는 충남 계룡시 집 등 5곳에서 실시됐다. 군 검찰은 압수수색에서 박 전 사령관의 휴대전화 통화기록 및 수첩, 공관 비품, 집무실 서류 등을 확보해 분석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날 압수수색은 박 사령관이 형사 입건된 지 5일 만에 실시돼 뒷북 압수수색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군인권센터는 “5일 군 검찰 수사관들이 육군 제2작전사령부를 방문해 시간을 끌었다”며 봐주기 수사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군 검찰은 다음 주에 전역한 공관병 3명을 핵심 참고인으로 소환 조사할 예정이다. 군인권센터가 “박 전 사령관에 대한 구속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군 검찰은 “증거 인멸이나 도주의 우려가 없다”며 구속영장은 청구하지 않을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8일(현지 시간)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한 미국 국방부 산하 국방정보국(DIA)의 보고서대로라면 북한은 핵탄두 소형화에 수년이 걸릴 것이라는 예상을 뛰어넘어 완전한 핵보유국으로 가기 위한 중대 관문을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화염과 분노’라는 섬뜩한 표현을 두 차례나 반복한 것도 ‘레드라인’에 다가서는 북한에 대한 엄중한 경고로 풀이된다. DIA는 또 북한이 이르면 내년 핵탄두를 실은 ICBM으로 미 본토를 타격할 능력을 갖출 것으로 전망했다. 민간 전문가들은 북한이 핵무기를 12∼30개 정도 보유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했지만, 보고서는 최대 60개를 보유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북한이 소형 핵탄두 시험에 성공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북한이 핵탄두를 탑재한 ICBM을 전력화하려면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확보하는 더 힘든 관문을 넘어야 한다. 핵무기 전문가인 시그프리드 헤커 스탠퍼드대 교수는 AFP통신 인터뷰에서 “북한이 충분히 튼튼한 재진입체를 보유하려면 5년이 더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미 싱크탱크 국가이익센터(CFTNI)의 해리 카지아니스 국방연구국장은 이날 의회전문매체 더 힐과의 인터뷰에서 “오늘은 북한이 핵보유국이 됐다고 역사에 기록될 날”이라고 말했다. 군 당국은 북한의 핵탄두 소형화 달성 여부에 대해선 여전히 신중한 입장이다. 올해 초 발간된 ‘2016 국방백서’에서 “(북한의) 핵무기 소형화 능력이 상당한 수준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한 바 있다. ‘상당한 수준’이지만 소형화를 완성한 단계는 아니라는 것이 우리 군의 일관된 평가다. 통상 핵탄두는 무게 1000kg 이하, 지름 90cm 이내 수준이면 소형화를 이룬 것으로 평가한다. 다만 군 당국은 북한이 시험발사에 두 차례 성공한 ICBM급 미사일인 ‘화성-14형’에 1000kg 안팎의 비교적 덜 소형화된 탄두도 탑재할 수 있다고 평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역시 지난달 28일 ‘화성-14형’ 2차 발사에 성공한 이후 “대형 중량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대륙간탄도로켓 화성-14형”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군 관계자는 “가장 우려하는 건 북한이 핵탄두를 더 이상 소형화하지 않고 1000kg 선까지만 줄인 뒤 ICBM에 탑재하는 것”이라고 했다. 북한은 ‘화성-14형’ 2차 발사 이후 재차 ICBM 확보의 마지막 관문으로 꼽히는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완벽히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군 당국은 이는 ‘블러핑’이라는 입장이다. 자세제어 기술이나 재진입체 표면이 균일하게 깎여 나가게 하는 ‘삭마 기술’ 등 고난도 기술을 아직 확보하지 못했고, 이로 인해 핵탄두를 정확한 위치에 도달하게 할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이다.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 손효주 기자}

북한이 8일 ‘조선인민군 전략군 대변인 성명’을 내고 미군의 ‘아시아-태평양 허브기지’ 격인 괌을 겨냥한 ‘포위사격’으로 협박한 것은 미국의 특정 지역을 대상으로 도발 수위를 높였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고 있다. 일단 미국의 강경 대응에 맞불을 놓기 위한 ‘말 폭탄’일 수도 있지만 실제로 북한이 도발을 감행할 경우 한반도 긴장은 최고조에 이를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北이 믿는 미사일 ‘화성-12형’ 이날 북한은 괌 포위사격 무기로 중거리탄도미사일 ‘화성-12형’을 언급해 조만간 어떤 방식으로든 시험발사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화성-12형은 북한이 보유한 중거리탄도미사일 중 신뢰성이 확보된 유일한 미사일로 평가된다. 사거리나 성능 면에서 북한과 3200∼3500km 떨어진 괌을 공격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미사일이란 것이다. 신형 대출력 액체 엔진 1개를 처음 적용해 만든 화성-12형은 5월 시험발사에 성공하며 정상 각도 발사 시 최대 사거리가 5000km에 이른다는 점을 증명했다. 괌을 비교적 안정적으로 타격할 수 있는 비행 능력을 갖춘 것이다. 일각에선 북한이 화성-12형 3, 4발을 동시에 발사해 괌을 둘러싼 공해상 곳곳에 떨어뜨려 실제로 ‘포위’하는 방법을 구상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이 대응 공격을 할 명분을 없애기 위해 괌에서 북서쪽으로 1000km 이상 떨어진 필리핀해에 낙하시키는 안전한 방법을 택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북한이 포위사격에 나선다면 미군이 이지스함에 장착된 SM-3 미사일 등으로 이를 요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공해상을 향해 미사일을 쏘더라도 북한 스스로 도발의 진짜 의도가 괌 위협임을 천명한 만큼 미국이 전략폭격기 출격 등으로 대응 공격에 나서면서 전쟁 직전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 일각 “서울 불바다와 같은 협박성 수사” 북한의 괌 포위사격 위협이 실행 예고가 아니라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의중을 떠보거나 트럼프 대통령의 ‘화염과 분노’ 발언에 대응한 ‘맞불 말폭탄’ 성격이 짙다는 분석도 있다. 신원식 전 합동참모본부 차장은 “북한군 전술 중엔 적을 포위망에 몰아넣은 뒤 화력을 동원에 전멸시키는 ‘포위소멸전투’라는 게 있다”며 “북한이 자신들을 계속 위협하면 괌기지 미군과 전략무기를 초토화할 수 있다는 수사적 의미로 이와 비슷한 포위사격이란 말을 쓴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미 핵실험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발사 카드까지 다 써버린 상황에서 국제사회의 이목을 끌기 위한 새로운 전략이 필요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 괌은 미국 전략자산의 집결지 북한이 괌을 ‘대조선 침략의 전초기지’라며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건 유사시 평양을 즉시 타격할 수 있는 미군 핵심 전략자산이 대거 몰려있기 때문이다. ‘죽음의 백조’로 불리며 한반도로 자주 전개되는 전략폭격기 B-1B는 괌 앤더슨기지에서 출격한다. 8일에도 B-1B 2대가 한반도에 출격해 북한에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B-1B는 930km 떨어진 거리에서도 북한 지휘부 시설 등을 반경 2, 3m 내에서 초정밀 타격하는 순항미사일 등 61t의 재래식 무장을 실을 수 있다. 압도적인 위력의 B-1B는 북한 수뇌부가 벌벌 떠는 무기로 통한다. 또 다른 전략폭격기 B-52와 B-2도 이 기지에 순환 배치된다. 김대영 한국국가안보전략연구원 편집위원은 “전략 핵잠수함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등 북한을 겨냥한 미국의 전략자산이 결집돼 있는 만큼 북한 당국이 예민한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손효주 hjson@donga.com·신진우 기자}
문재인 정부가 출범 초부터 일자리 창출 정책을 강조하고 있지만 정작 일자리 창출을 위한 보조금 등 각종 정부 지원금이 관리 사각지대에서 다른 데로 줄줄 새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최근 3년 7개월 여간 복지·보조금부정신고센터에 접수된 고용노동분야 신고 156건 중 104건을 수사 및 감독기관에 이첩·송부했다고 9일 밝혔다. 그 결과 94명이 기소됐고, 81억 원을 환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보조금 부정수급 주요 사례를 보면 수도권에 위치한 업체 2곳은 ‘가짜 인턴’ 수법을 썼다. 이미 채용된 근로자들의 입사일을 조작하는 방식으로 신규 인턴을 채용한 것처럼 속인 것. 이 수법으로 중소기업 구인난 및 청·장년 구직난 해소를 위해 고용노동부가 주관하는 ‘청·장년취업 인턴제’ 사업의 보조금을 가로챘다. 이들 회사 대표 등 4명은 이에 더해 ‘가짜 인턴’들이 인턴 기간이 끝난 뒤 정규직으로 전환된 것처럼 서류를 꾸며 ‘정규직 전환 지원금’까지 받아냈다. 이들이 편취한 보조금과 지원금은 1800만 원에 달했고, 결국 불구속 기소됐다. 울산에 거주하는 김 모 씨 등 5명은 자신의 집을 새로 창업한 사무실인 것처럼 속였다. 집 주소로 사업자 등록을 한 뒤 ‘지역·산업 맞춤형 일자리 창출’ 차원에서 지역주민들 창업에 지원되는 보조금 6400만 원을 빼돌리다가 적발돼 불구속 기소됐다. 이들은 장비 임대료, 간판 제작비, 재료구입비 등의 서류를 허위로 제출하는 수법을 썼다. 권익위 관계자는 “일자리 창출 관련 보조금은 청·장년층 등 꼭 필요한 이들에게 돌아가 실질적으로 일자리가 확대되는데 사용돼야 한다”며 “다양한 수법으로 누수되는 보조금 부정수급을 근절하는데 힘을 모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이 8일 합참의장에 정경두 현 공군참모총장(공사 30기)을 내정하는 등 새 정부 출범 이후 첫 대장 인사를 단행했다. 정 합참의장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되면 공군 출신 합참의장은 1993년 이양호 합참의장 이후 24년 만이다. 지난달 해군 출신인 송영무 국방부 장관에 이어 공군 출신 합참의장이 내정되면서 국방 ‘양대 축’인 장관-합참의장에 육군이 창군 이래 최초로 배제됐다. 최근 갑질 논란으로 상징되는 군 내부의 적폐를 청산하고 자주국방 강화를 본격화하겠다는 문 대통령식 군 개혁의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정부는 이날 국무회의를 열고 정 후보자를 비롯해 지난해 9월 임명돼 임기가 남은 엄현성 해군참모총장을 제외한 육군·공군참모총장 등 7명의 대장 인사를 단행했다. 육군참모총장엔 현 합참 전략기획본부장인 김용우 중장(육사 39기)이, 공군참모총장엔 합참 군사지원본부장인 이왕근 중장(공사 31기)이 각각 대장으로 진급하며 임명됐다. 이에 따라 박근혜 전 대통령 동생인 박지만 EG 회장의 동기 기수인 육사 37기 및 38기는 갑질 논란으로 수사를 받기 위해 전역이 미뤄진 박찬주 제2작전사령관(육사 37기)을 제외하고 모두 퇴장한다.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에는 육군 제3군단장인 김병주 중장(육사 40기)이 대장으로 진급하며 임명됐다. 육군 제1군사령관과 박찬주 사령관이 있던 제2작전사령관엔 각각 박종진 제3군사령부 부사령관(3사 17기)과 박한기 제8군단장(학군 21기)이 각각 임명됐다. 비(非)사관학교 출신을 기용해 균형을 맞췄다. 제3군사령관엔 김운용 제2군단장(육사 40기)을 기용했다. 문 대통령의 이번 인사는 김정은의 ‘8말(末) 9초(初)’ 도발론이 확산되는 등 위기감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공군과 해군력을 중심으로 한 군 전력 현대화를 서둘러야 한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하지만 육군을 중심으로 크게 술렁이는 분위기다. 청와대 관계자는 “비육군을 전진 배치한 것은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3군 균형 발전’과 군 개혁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이번 인사는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 통일외교안보정책수석비서관을 지낸 서주석 국방부 차관이 밑그림을 그린 것으로 전해졌다.손효주 hjson@donga.com·한상준 기자}
박찬주 육군 제2작전사령관(대장·59)이 8일 군 검찰에 출두해 조사를 받았다. 전날 부인 전모 씨에 이은 소환 조사다. 박 사령관은 이날 오전 10시경 서울 용산구 국방부 영내에 위치한 국방부 검찰단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두했다. 넥타이까지 맨 정장 차림으로 모습을 드러낸 그는 공관병 대상 가혹행위 등 ‘갑질’을 부인에게 지시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을 하는 대신 “큰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고 참담하다”고 말했다. “억울한가”라는 질문엔 “그런 생각이 없다”고 했다. 전역지원서를 낸 것에 대해선 “제 신변에 관한 것은 통보받은 게 없다”며 “의혹만으로도 자리에 연연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 전역 신청을 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국방부는 이날 박 사령관에게 ‘정책연수를 위한 파견’이라는 사실상의 보직을 부여하며 박 사령관이 전역할 수 없도록 신변 조치를 마쳤다. 이날 대장 인사로 박한기 신임 제2작전사령관이 취임하면 박 사령관은 보직이 없어져 군인사법에 따라 자동 전역하게 된다. 이를 막기 위해 박 사령관에게 새로운 보직을 사실상 ‘강제 부여’한 것이다. 군인사법 제20조(중요 부서의 장의 임명 등) 3항은 중장 이상으로 보임기간이 끝난 후 다른 직위로 전직되지 않으면 전역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반면 군인사법 시행령 제14조의3(장관급 장교의 보직 등)에 따르면 장관급 장교(장성)에게 ‘국내외 교육·연구기관에 연수 및 교육을 위해 파견되는 직위’를 임시보직 형식으로 줄 수 있다. 그러나 시행령 규정상 해당 조항이 대장에게는 한 번도 적용된 적이 없는 만큼 박 사령관은 ‘임시 보직’으로 전역을 미룬 창군 이래 최초의 대장이라는 불명예를 떠안게 됐다. 일각에선 군인사법 제20조가 시행령에 우선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점을 들어 군이 박 사령관을 군에 계속 두려고 편법을 쓴 것이란 비판도 나왔다. 한 군법무관 출신 변호사는 “전역을 해도 민간 검찰에서 계속 수사를 받게 될 텐데 군이 편법 여지가 다분한 방법까지 쓰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군에서 수사를 계속하면 군 검찰에 박 사령관의 육사 출신 후배들이 많은 만큼 ‘제 식구 감싸기’ 같은 논란만 부를 것”이라고 지적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북한의 추가 도발 위협으로 한반도 긴장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문재인 정부가 8일 파격적인 국방개혁의 신호탄을 올렸다. 취임 후 처음 단행한 군 수뇌부 인사에서 비(非)육군사관학교 출신을 중용하면서 북핵·미사일에 대응하는 자주국방력 강화를 본격화하고 나선 것이다. 특히 ‘세대교체’를 통해 이른바 ‘군대 내 적폐’를 청산하고 지속 가능한 국방개혁의 동력을 확보하려는 강한 의지를 담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북핵 대응 위해 해·공군 첨단전략 강화 문 대통령은 이날 단행한 장성 인사에서 8명의 대장 중 7명을 대폭 물갈이했다. 특히 합동참모본부 의장에 24년 만에 공군사관학교 출신인 정경두 현 공군참모총장을 내정한 것이 핵심이다. 국방부 장관과 함께 군의 ‘빅2’로 꼽히는 합참의장에 육사 출신을 배제하면서 국방부가 ‘육방부’, 합참이 ‘육참’으로 불리던 육군 독식 시대를 종식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국제사회의 강력한 대북제재와 북한의 반발로 안보 위기감이 높아진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파격 군 인사를 단행한 것은 국방개혁의 속도를 높이려는 의중을 담은 것이라는 평가다. 북핵 도발에 대응하기 위한 킬체인(Kill Chain)과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 대량응징보복체계(KMPR) 등 ‘3축 체계’를 조기 구축하기 위해 육군의 재래식 전력 중심의 군 구조를 수술하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미사일 탄두 중량 확대에 이어 핵추진 잠수함 도입을 언급하는 등 북한을 겨냥한 국방력 강화가 필요하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해·공군 강화는 문 대통령의 공약인 전시작전통제권 조기 전환을 위한 조건이기도 하다. 지상군에 비해 해상과 공중 첨단전력에서 미군에 대한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올 2월 펴낸 대담집 ‘대한민국이 묻는다’에서 “우리 군이 독립적이지 못하고 미군에 의존하기 때문”이라며 “공군도, 해군도 미군에 의존하다 보니 보병 중심이 될 수밖에 없다. 이는 현대전에서는 불구에 가깝다”고 밝히기도 했다. 육사 출신 배제는 노무현 정부 시절을 반면교사로 삼은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청와대와 여권에선 노 전 대통령의 국방개혁 실패의 원인으로 취임 후 국방부 장관과 합참의장으로 육사 출신을 중용한 것을 꼽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육사 주류 물갈이로 국방개혁 본격화 육군 수뇌부 인사에서는 기수 파괴가 두드러졌다. 육군참모총장엔 현 합참 전략기획본부장인 김용우 중장(육사 39기)이 임명됐다. 전임 장준규 총장(육사 36기)보다 3기수 아래인 김 총장을 임명하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 동생인 박지만 EG 회장의 동기 기수인 육사 37기와 한 기수 아래인 38기는 참모총장과 합참의장을 한 명도 배출하지 못하고 ‘무관의 기수’로 퇴진하게 됐다. 육군 군사령관 인사에서도 비육사 출신이 약진했다. 과거 군사령관 3명 가운데 학군단이나 3사관학교 출신은 많아야 1명 정도였지만 이번 인사로 비육사 출신 2명이 야전 및 작전 사령관을 맡게 됐다. 다만 청와대는 비육사 출신 육군총장 발탁 카드를 접으면서 안정적인 국방개혁을 고려했다는 평가다. 이번 인사를 출신지별로 보면 충청 지역이 3명으로 가장 많고 경남 2명, 경북 1명, 전남 1명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선 파격적인 인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군 안팎에서는 최근 육사 37기인 박찬주 육군 제2작전사령관 부부의 공관병 대상 ‘갑질 의혹’이 대대적으로 불거진 것이 이번 인사를 앞둔 포석 아니냐는 음모론과 함께 육군 일각의 반발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공교롭게도 박 사령관이 군 검찰에 출두하는 날 대장 인사가 발표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방개혁을 위해선 육군 중심의 군 조직 문화 쇄신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이라며 “다만 북핵 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육군의 사기도 고려한 인사”라고 말했다.문병기 weappon@donga.com·손효주 기자}
8일 국방부 장관(해군)에 이어 합참의장까지 공군에 내주는 이른바 ‘육군 패싱’을 현실로 맞닥뜨린 육군은 술렁였다. ‘정경두 합참의장 카드’는 지난달부터 회자됐다. 그러나 이날 대장 인사설을 앞두고 해군과 공군을 국방의 빅2에 세우겠다는 창군 이래 최초의 구도는 청와대도 부담스러운 만큼 비사관학교 출신 육군 합참의장을 내세우는 식으로 육군을 배려할 것이라는 말도 돌았던 게 사실이다. 육군 중에서도 육사 출신은 특히 자신들을 국방개혁의 발목을 잡는 적폐로 몰아가는 듯한 분위기에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익명을 요구한 육사 출신의 한 장교는 “육군을 안 쓰면 국방개혁이 된다는 논리는 어디서 나온 것인가. 이번 인사는 육사에 대한 역차별”이라고 했다. 그는 또 “전시 한반도에서의 작전은 산이 많은 지형 특성상 육군이 주도하는 지상작전 중심일 수밖에 없는데 ‘새로운 전쟁 수행 패러다임’만 강조하며 해·공군을 앞세우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고도 했다. 육사 출신들은 그나마 육군참모총장을 지킨 것에 안도하는 분위기다. 군의 지휘·작전에 관한 명령권을 뜻하는 ‘군령권’을 갖는 합참의장직은 내줬지만 육군의 인사 및 행정 등에 관한 권한을 뜻하는 ‘군정권’은 육사 출신인 김용우 신임 육참총장이 갖게 됐다. 또 다른 육군 관계자는 “육참총장까지 비육사 출신으로 내정했다면 반발이 터져 나왔을 것”이라고 했다. 24년 만의 공군 합참의장 내정 소식에 공군은 ‘표정 관리’를 하는 분위기다. 내부에선 ‘기대 반 우려 반’이라는 기류도 있다. 공군 합참의장 임명을 계기로 장거리 공대지미사일 ‘타우루스’ 등 전시 북한 지휘부 시설 및 핵시설을 정밀 타격할 자산 도입에 탄력을 받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동시에 국방 ‘투 톱’에서 배제된 육군이 정 합참의장 후보자의 작전 지휘에 얼마나 적극 협조할지를 두고는 우려하는 분위기도 없지 않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정경두 합참의장 내정자는 F-5 전투기 조종 시간만 2800여 시간에 달하는 베테랑 조종사이자 공군 전력 분야의 전문가다. 정 내정자는 제1전투비행단장, 공군본부 전력기획참모부장, 합참 전략기획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2002∼2003년 국방부 전력계획담당관실 근무 당시에는 2005년부터 국내에 들어오기 시작한 우리 군 주력 전투기 F-15K 도입에 기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내정자는 공군에서 강직한 원칙주의자로 통한다. 2015년 9월 공군참모총장 취임 직후 공군 전투비행단장이 운용하는 운전병, 부관병, 공관병 중 공관병을 철수시켰다. 공군 관계자는 “명절에 선물 안 주고 안 받기, 진급 전 초조함을 달래고자 마시는 이른바 ‘초조주’ 문화 철폐를 주도하는 등 공군 내 적폐 청산에도 앞장섰다”고 말했다. 정 내정자의 부인 김영숙 씨는 공군본부가 있는 충남 계룡대에서 일반 장병과 가족들이 서울에 갈 때 타는 ‘연락버스’를 평소 이용하는 등 검소하게 처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청와대가 박찬주 제2작전사령관 부부의 ‘갑질 의혹’이 불거진 뒤 비교적 ‘갑질’과 거리가 먼 정 내정자를 합참의장으로 낙점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정부는 정 총장의 내정 사실을 밝히며 “전력 및 합동작전 전문가”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그가 육해공군 합동 작전을 지휘하는 합동참모본부에서 근무한 경력이 6개월밖에 되지 않는 점은 약점으로 꼽힌다. 2015년 9월 공군참모총장으로 임명되기 직전 6개월간 합참에서 일한 것이 전부여서 군사전략 경험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 것. 군 관계자는 “정 내정자가 합참 전략기획본부장으로 근무한 기간은 짧지만 6개월 중 3개월은 합참 사무실에 살다시피 하며 전략 분야 공부를 해 약점을 극복했다”고 말했다. △경남 진주(57) △대아고(진주) △공사 30기 △제1전투비행단장 △공군본부 전력기획참모부장 △공군참모차장 △합참 전략기획본부장 △공군참모총장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공관병 대상 갑질 의혹의 당사자인 박찬주 육군 제2작전사령관의 부인 전모 씨가 7일 군 검찰에 나와 조사를 받았다. 전 씨가 모습을 드러낸 것은 지난달 31일 군인권센터가 박 사령관 부부를 둘러싼 각종 갑질 의혹을 최초로 폭로한 지 7일 만이다. 전 씨는 이날 오전 10시경 참고인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용산구 국방부 영내에 위치한 국방부 검찰단 건물 앞에 도착했다. 검은색 그랜저 차량 조수석에서 내린 전 씨는 몰려든 취재진을 의식한 듯 챙이 넓은 모자를 써 얼굴의 반 이상을 가린 모습이었다. 전 씨는 ‘썩은 토마토나 전(부침개)을 맞은 공관병한테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런 적 없다”며 부인했다. 박 사령관이 공관병들에게 “내 아내는 여단장급이니 예의를 갖춰라”고 호통 쳤다는 군인권센터의 폭로 내용을 언급하며 ‘본인이 여단장급이라고 생각하느냐’라고 묻자 전 씨는 “아니다. 절대 아니다”라며 강하게 부인했다. 전 씨는 갑질 피해자인 공관병들에겐 “제가 잘못했다. 그들에게 상처가 됐다면 형제나 부모님께 죄송하다”라고 사과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그냥 아들같이 생각하고 했다”고 변명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이날 인터넷 포털 등을 통해 전 씨의 출두 장면 및 인터뷰가 담긴 영상을 본 누리꾼들은 박 사령관 부부가 공관병들을 부를 때 쓴 손목시계형 호출기를 언급하며 “당신은 아들에게 전자팔찌를 채우고 노비처럼 부리느냐”고 비난했다. 박 사령관은 대장급 인사가 단행될 것으로 알려진 8일 국방부 검찰단에 나와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그러나 8일 대장급 인사로 신임 2작전사령관이 임명되면 보직이 없어지는 박 사령관은 군 인사법에 따라 자동 전역하게 돼 더 이상 군 검찰이 수사할 수 없게 된다. 이에 따라 군 당국은 박 사령관을 계속 군에 두고 수사할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를 위해 군은 박 사령관의 전역을 일정 기간 연기할 수 있도록 사실상의 새로운 보직을 주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갑질 파문의 당사자에게 세금으로 대장 월급을 계속 지급해야 하는 새로운 문제가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번 대장급 인사는 지난해 9월 임명돼 아직 임기가 남은 엄현성 해군참모총장 등을 제외한 합참의장, 육군참모총장, 공군참모총장 등 대장 직위 6, 7개를 대상으로 단행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인사는 합참의장에 공군이나 육군 중 육군사관학교를 나오지 않은 ‘비육사’ 인사가, 각군 참모총장 등 다른 직위에도 비사관학교 인사가 상당수 임명되는 등 파격 인사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은 박찬주 육군 제2작전사령관 부부의 ‘공관병 갑질’ 사건과 관련해 “군 최고 통수권자로서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기회에 군내 갑질 문화를 뿌리 뽑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7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이같이 말한 뒤 “비단 군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전 부처 차원에서 갑질 문화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국방부 외에도 최근 각종 관련 의혹이 제기된 외교부 경찰청 등 부처 전반에 대한 갑질 문화 청산작업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또 “공관병에 대한 갑질 사건은 많은 국민에게 충격과 실망을 드렸다”고 밝힌 뒤 “나라를 지키러 간 우리 청년들이 농사병, 과외병, 테니스병, 골프병 등 모욕적인 명칭을 들으며 사병 노릇을 한다는 자조가 더 이상 나오지 않도록 근본적인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해외를 포함해 공관을 보유하고 있는 모든 부처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며 “경찰 고위 간부들이 의경을 운전기사로 부리는 등의 갑질 의혹에 대해서도 점검하고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국방부의 공관병 실태 전수조사에 대해 문 대통령은 “문제 해결을 위한 시작일 뿐”이라며 “일부 문제 인사를 징계하는 수준의 미봉에 그쳐서는 안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이날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갑질 방지 등 장병 인권 문제 해결 방안을 논의했다. 송 장관은 이번 갑질 사건의 피해자인 공관병뿐 아니라 병력의 사적 동원 현황을 파악하고 갑질 방지 대책 마련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한상준 alwaysj@donga.com·손효주 기자}
군 당국이 박찬주 육군 제2작전사령관 부부의 공관병 대상 갑질 사건을 이번 주 중반쯤 민간 검찰에 이첩할 것으로 6일 알려졌다. 이르면 8일 국무회의에서 군 수뇌부 인사 안건이 의결돼 신임 2작전사령관이 임명되면 박 사령관은 전역해 민간인이 되기 때문이다. 군 관계자는 “박 사령관 전역 전에 군에서 할 수 있는 수사를 모두 진행하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군은 피의자인 박 사령관은 8일, 참고인인 부인 전모 씨는 7일 각각 서울 국방부 검찰단으로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다. 군은 7일 송영무 국방부 장관 주재로 합참의장, 각군 참모총장 등 군 수뇌부를 국방부로 불러 긴급 대책회의를 열 예정이다. 이 자리에선 병사 사병화 원천 금지 방안 등이 논의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군인권센터는 6일 박 사령관이 7군단장(중장) 재임(2013년 4월∼2014년 10월) 당시에도 갑질을 했다고 폭로했다. 군인권센터는 박 사령관이 7군단 복지회관인 ‘상승레스텔’에 휴무일에도 밥을 먹으러 와 사병들에게 시중을 들게 했고, 레스텔에서 팔지 않는 생선회를 내오라고 지시하는 바람에 관리관이 서울 노량진수산시장까지 가서 회를 사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매일 아침 공관 텃밭의 채소를 따오라고 지시해 공관 경계병들이 오전 5시에 일어나 상추 등을 따야 했다고 폭로했다. 손효주 hjson@donga.com·황성호 기자}
국방부는 박찬주 육군 제2작전사령관(대장·육사 37기) 부부의 공관병 ‘갑질 의혹’이 상당 부분 사실로 드러나 박 사령관을 형사 입건해 수사하기로 했다고 4일 밝혔다. 군 당국은 이날 발표한 중간 감사 결과에서 “박 사령관 부부와 공관병, 공관장 등 10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언론 보도 내용 중 일부 주장이 엇갈리지만 상당 부분이 사실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어 “민간단체가 군 검찰에 제출한 고발장과 감사 조사 결과를 토대로 박 사령관을 형사 입건해 검찰 수사로 전환하기로 했다”면서 “박 사령관의 부인(전모 씨)은 군 검찰이 참고인으로 조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군 관계자는 “(박 사령관에 대해) 직권남용과 가혹행위 혐의가 적용될 여지가 있다”며 “필요할 경우 박 사령관 부인을 민간 검찰에 수사 의뢰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앞서 군인권센터는 최근 기자회견을 열어 박 사령관 부부가 공관병들에게 전자 호출 팔찌를 착용토록 하고, 부모를 모욕하는 한편 아들의 빨래를 시키는 등 갖은 갑질 전횡을 일삼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군 당국자는 “양측 주장이 엇갈리는 의혹에 대해선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앞서 박 사령관은 1일 전역지원서를 제출했지만 군 당국은 진상 조사를 위해 이를 수리하지 않았다. 한편 경찰에서도 전직 경찰청장 부인이 부속실 의무경찰에게 ‘(남편) 속옷이 비싼 것이니 매일 손빨래를 하라’고 강요하는 등 고위급 간부와 가족의 ‘갑질’ 횡포에 대한 증언이 나왔다. 경찰청은 이날 의혹이 제기된 현직 국장급 및 총경급 간부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감찰에 착수할 방침이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손효주·조동주 기자}

국방부가 4일 발표한 박찬주 육군 제2작전사령관 부부의 갑질 의혹 중간 감사 결과를 보면 군인권센터가 제기한 의혹들이 상당 부분 사실이었다. 폭로 과정에서 일부 표현이 과장된 대목이 있지만 큰 줄기는 대부분 맞다는 것. 박 사령관 부부는 “일부는 사실이 아닌 데다 많은 부분이 심하게 과장됐다”며 억울함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2일부터 사흘간 전·현직 공관병 6명과 부사관 2명, 육군참모차장 시절 부관 1명, 박 사령관 및 부인 전모 씨 등 총 11명을 조사했다. 육군은 이날부터 90곳에 근무 중인 공관병 100여 명 전체를 대상으로 인권 침해 여부 등 운영 실태 전수 조사에 착수했다. 주요 쟁점 가운데 ‘전자 팔찌’ 논란을 낳았던 손목시계 형태의 호출기를 착용시킨 것은 사실로 드러났다. 박 사령관은 7군단장으로 부임한 2013년부터 육군참모차장을 지낸 2015년 9월까지 이 호출기를 공관병에게 착용토록 했다. 박 사령관은 이미 호출기가 있어 사용한 것이지 따로 구매한 건 아니라고 진술했다. 군 관계자는 “공관병 1명에게만 착용시킨 뒤 공관 내 3곳에 설치된 ‘호출벨’을 작동시켜 공관병을 부를 때 썼다고 한다”고 전했다. 다만 박 사령관 측은 2작전사령부 공관에서는 이 호출기를 벽에 걸어놓고 썼을 뿐 손목에 채우진 않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인 전 씨가 칼로 도마를 내리치며 공관병을 질책한 것도 사실이었다. 그러나 박 사령관 측은 “칼을 휘두르진 않았다”고 반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관 내에 골프장을 마련해 골프공을 줍게 했다거나 공군 병사인 아들이 부대에 복귀할 때 운전 부사관에게 운전을 시킨 일 등도 사실로 밝혀졌다. 박 사령관 아들이 휴가를 나올 때 옷 빨래를 시켰다는 의혹에 대해 박 사령관 측은 “세탁기를 따로 돌릴 수 없어 사령관 빨래를 하는 김에 아들 것도 함께 돌린 것”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국방부는 전·현직 공관병들이 “빨래를 시켰다”며 일치된 진술을 하고 있는 만큼 사실로 판단했다. 전을 집어던진 것, 부모를 언급하며 질책한 것 역시 박 사령관 측은 부인했지만 국방부는 사실이라고 봤다. 육군참모차장 시절 공관병이 자살을 시도한 것을 두고 당시 부관은 “부인의 행위로 스트레스가 심해 자살을 시도한 것”이라고 진술한 반면 박 사령관 측은 “해당 병사의 ‘개인적인 요인’이 더 컸다”고 주장했다. 공관병들을 일반전방초소(GOP)로 ‘유배’ 보냈다는 의혹에 대해선 “공관병들도 최전방 지역을 경험해봐야 친구들에게 할 얘기가 있을 거라 생각해서 보낸 것”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사령관이 공관병들에게 “내 아내는 여단장급이니 예의를 갖춰라”고 호통쳤다는 주장에 대해선 공관병들과 부부 모두 “그런 기억이 없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어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군 당국은 덧붙였다. 군 검찰은 4일 박 사령관을 피의자로 신분을 전환해 공식 수사를 시작했다. 민간인인 부인 전 씨는 참고인 신분으로 수사 중이지만 필요하면 민간 검찰에 수사를 의뢰할 예정이다. 군은 박 사령관에 대해 우선 직권남용, 가혹행위 혐의를 적용했다. 그러나 이날 군인권센터가 협박, 감금, 폭행, 강요 등의 혐의를 더해 이들 부부를 국방부 검찰단과 서울중앙지검에 각각 고발함에 따라 적용 혐의는 더 늘어날 수도 있다. 군법무관 출신인 김정민 변호사는 “군인이 직권을 남용해 가혹행위를 하고, 그 행위에 민간인이 동참했다면 해당 민간인도 군형법을 적용해 공범으로 처벌 가능하다”고 말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윤상호 군사전문기자}
관사 공관병에 대한 ‘갑질’ 의혹을 받자 전역지원서를 제출한 박찬주 육군 제2작전사령관(59·대장)과 부인에게 인격모독을 당했다는 공관병들의 추가 증언이 잇따르고 있다. 공관병을 ‘몸종 부리듯’ 하는 고위 장성들의 이 같은 행태는 광범위하게 자행되는 것으로 본보 취재 결과 파악됐다. 공관병들은 “우리는 현대판 ‘솔거노비(주인집에 머무르며 일을 하는 노비)’였다. 군인으로서 자부심과 자존감을 박탈당했다”고 털어놨다.○ 공관병에 호출용 ‘전자팔찌’ 채워 군인권센터가 2일 공개한 박 사령관 공관병들의 추가 제보를 보면 박 사령관 부부는 심부름시키기 편하도록 이들의 팔에 ‘전자팔찌’를 채웠다고 한다. 박 사령관 부부가 호출벨을 누르면 별채에 있는 공관병들이 팔찌의 진동을 느끼고 신속히 본채로 달려갔다는 것이다. 호출에 늦으면 ‘한 번만 더 늦으면 영창에 보내겠다’고 했고, 이들 부부가 던진 호출벨에 맞은 적도 있다는 증언도 있었다. 박 사령관 부인의 지시로 공관병들은 근무지인 본채의 화장실을 쓸 수 없었다는 증언도 나왔다. 이 때문에 공관병들은 별채로 가서 용변을 해결해야 했다. 부인은 군대에서 휴가 나온 아들에게 간식을 챙겨주지 않는다며 공관병 얼굴에 부침개를 집어던지기도 했다고 한다. 또 음식이 입에 맞지 않는다며 관사에 근무하는 조리병에게 “너희 엄마가 그렇게 가르쳤느냐”며 면박을 줬다는 주장도 나왔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박 사령관의 집에 냉장고가 10대나 있는데 선물 받은 과일들로 채워졌다는 증언도 있다”고 말했다. 박 사령관 측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월 1회 정도 손님 접대할 때 공관병 이름을 크게 부르는 것이 좋지 않다고 생각해 손목시계형 호출기를 사용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부모를 언급하며 모욕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박 사령관 아들도 현역 군인인 만큼 아들처럼 생각해 편하게 대한 건데 일부 소통의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부대도 노예 취급 만연” 군 지휘관과 가족이 공관병을 ‘노예처럼 부리는’ 사례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고 전직 공관병들은 입을 모았다. 육군부대 연대장 공관병으로 복무한 박모 씨(27)는 아침에 일어난 연대장이 씻고 나올 때까지 욕실 밖에서 수건을 들고 대기하는 것이 주요 업무였다고 한다. 박 씨는 “동료 공관병은 한겨울에 골프를 하고 싶다는 사단장 부인을 위해 드넓은 골프장의 눈을 치웠다”고 말했다. 지휘관 자녀의 과외선생 노릇은 기본이고 등하교 마중과 간식 챙겨주기 등 허드렛일을 맡기는 사례도 많았다. 익명을 요구한 현직 공관병은 “지휘관의 결혼한 딸이 관사에 온다고 하면 터미널까지 마중을 간다. 그때마다 내가 이 집 종인가 하는 자괴감이 든다”고 밝혔다. 2015년에는 최차규 전 공군참모총장의 아들이 운전병이 모는 관용차를 타고 서울 마포구 홍익대 부근 클럽에 갔다는 사실이 알려져 물의를 빚기도 했다. 지휘관의 폭언과 폭행도 적지 않았다. 육군 39사단 문모 소장은 공관병에게 술상을 차려오라고 지시하고, 말을 잘 듣지 않는다며 목덜미와 뺨을 때렸다는 의혹이 제기돼 지난달 보직 해임됐다. 전방부대에 근무했던 전직 공관병은 “회식자리에 불려가 바비큐를 구웠는데 고기가 탔다며 욕설과 함께 ‘영창에 보내겠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황성호 hsh0330@donga.com·김동혁·손효주 기자}
박찬주 육군 2작전사령관(59·대장)이 공관병에 대한 부인의 갑질 의혹에 책임을 지고 1일 육군본부에 전역지원서를 제출했다. 박 사령관은 이날 “40년간 몸담아 온 군의 명예를 훼손하였다는 자책감을 더 견딜 수 없었다. 모든 책임은 내게 있다”고 심경을 밝혔다. 박 사령관은 국방부를 거쳐 문재인 대통령이 재가하면 곧바로 전역하게 된다. 박 사령관은 “전역지원서 제출과 무관하게 국방부 감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1일 박 사령관 부인의 갑질 의혹 등에 대해 감사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군인권센터는 지난달 31일 보도자료를 내고 “박 사령관 아내가 공관병, 조리병 등을 상대로 빨래, 다림질 등을 시키는 등 노예와 다름없는 생활을 하게 했다”며 “기분에 따라 과일을 집어던지거나 칼을 휘두르는 등 만행을 일삼았다”고 주장했다. 병영생활규정에 따르면 공관병은 공관시설 관리, 식사 준비, 그 밖의 공식적인 지시에 따른 임무를 수행한다. 박 사령관 부인은 이 규정을 지키지 않고 각종 사적인 지시와 폭언을 했고, 사령관 아들이 귀가를 하면 간식을 주는 일도 시켰다는 것이 군인권센터 측 주장이다. 박 사령관은 군인권센터의 주장에 대해선 구체적인 반박을 내놓지는 않았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연이은 공관병 대상 갑질 논란이 제기되자 우선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위치한 국방부 장관 공관에서 근무 중인 공관병을 민간 인력으로 대체할 것을 이날 지시했다. 군 관계자는 “송 장관은 국방의 의무를 하러 온 청년들을 전투 임무와 상관없는 허드렛일을 하게 하는 건 옳지 않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다른 지휘관 공관의 공관병도 철수가 가능한지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 2차 도발 후 한국 외교도 좀처럼 중심을 잡지 못하고 있다. 우리 정부 외교안보 수장들의 태도부터 논란이 일고 있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북한이 ‘화성-14형’을 발사한 지난달 28일 장관후보자 시절 인사청문회 태스크포스(TF) 관계자들과 격려 회식을 계획했다가 임박해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송 장관 측은 “회식은 이전 주에 계획했던 것이고 (북한의 도발이 예상된) 엄중한 시기에 회식은 부적절하다고 판단해 26일 장관이 취소 지시를 내렸다”고 했다. 그러나 지난달 중순 이후부터 북한의 도발 징후가 잇따라 포착됐고 6·25전쟁 정전협정일인 27일 도발이 예상됐는데도 회식을 구상한 건 이해하기 어렵다는 말도 나온다. 화성-14형 2차 도발 1시간 20분 뒤인 29일 오전 1시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관련 사진 중 일부엔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빠져 있다. 정부 소식통은 “강 장관이 이날 회의에 지각했다”고 말했다. 이에 강 장관 측은 “지각한 건 맞지만 1∼2분 정도였다. (강 장관은 대기하고 있었는데) 운전기사가 늦게 왔다”고 해명했다. 발사 당일 저녁 한 외교 당국자는 기자들과 만나 “북한은 밤에 미사일을 쏘지 않는다. (북한이) 자신들의 진전된 미사일 기술을 잘 보여주기 위해 영상이나 사진이 잘 나오는 오전을 선호한다”고도 했다. “예상했던 계기일(27일)이 지나서도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지만 북한의 도발은 기습적이었다.이런 상황에서 주변 4강 대사들의 임명도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정부가 가장 고심하는 주미대사에는 다양한 후보가 거론되지만 당사자가 고사하거나 북핵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조율 등 안보와 경제 현안에 두루 능한 인물이 마땅치 않다는 후문이다.신나리 journari@donga.com·손효주 기자}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을 비롯해 릴레이 미사일 도발을 감행하면서 돈이 얼마나 들었는지에 대한 관심도 높다. 식량난에 신음하는 주민들을 외면하고 ICBM 확보에 천문학적인 돈을 퍼부은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미사일 개발·발사 비용 등을 자본주의 국가 기준에 근거해 정확히 추산하기는 어렵다고 한다.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지난해 말 ‘김정은 집권 5년 실정 백서’를 통해 김정은이 집권 이후 5년간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에 3억 달러(약 3354억 원)를 쓴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이를 두고 “북한 경제 특수성상 비용 추산은 어렵다”는 지적도 있었다. ‘화성-14형’ 역시 개발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과학자와 기술자들을 사실상 무임 동원하는 데다 북한의 폐쇄성 탓에 공개된 정보가 거의 없어 대략적인 비용 추산조차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국가정보원도 31일 열린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비용이 추계가 안 된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원식 전 합동참모본부 차장은 “미사일 하나에 부품 약 10만 개가 들어가는데 이 중 5000개가량은 북한이 생산할 수 없다”며 “정상적인 국제 거래가 불가능한 북한이 이를 밀수하려면 훨씬 더 많은 돈을 줘야 하는 것까지 감안해야 해 가늠하기 어렵다”고 했다. 다만 과거 북한이 중동 국가에 단거리 탄도미사일 스커드와 준중거리 노동 미사일을 발사대까지 포함해 대당 10억∼20억 원에 수출한 것을 놓고 볼 때 ‘화성-14형’ 가격은 이를 크게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미사일 1기가 110억 원가량인 만큼 ‘화성-14형’은 미사일만 100억 원을 웃돌 것이란 분석도 있다. 김승조 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원장은 “한국형 발사체(KSLV-Ⅱ) 개발비가 시험시설을 제외하고 1조5000억 원 정도”라며 “‘화성-14형’ 크기가 KSLV-Ⅱ의 3분의 1 정도인 점 등을 토대로 단순하게 계산해보면 엔진 개발비 등 총 개발비와 미사일 자체 가격 등을 합해 5000억 원은 넘지 않겠느냐”고 했다. 북한전문매체 데일리NK에 따르면 7월 평양에서 거래된 옥수수 가격은 1kg에 2080원으로, 5000억 원이면 옥수수 약 24만 t을 살 수 있다. 군 당국은 북한이 2012년 4월 대기권 재진입 기술 정도만 추가하면 ICBM으로 전환할 수 있는 장거리로켓 ‘은하-3호’를 발사했다가 실패했을 당시 북한이 개발비 및 발사장 건설비 등을 모두 합해 8억5000만 달러(약 9500억 원)를 쓴 것으로 추정했다. 당시 기준으로 북한 주민 식량 부족분 6년 치인 중국산 옥수수 250만 t을 살 수 있는 돈이었다. 하지만 이미 배치한 고사포 등 재래식 무기에 대한 투자를 대폭 줄이고 핵무기와 ICBM 개발에 몰두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이 북한 경제에 선순환 효과를 일으키고 있다는 정반대 분석도 있다. 국정원은 이날 정보위에서 “북한이 미사일을 개발하고 쏘면서 자신감이 생겼다. 다른 무기 개발에 돈이 안 들어 국방비가 줄었다”라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 경제는 밑바닥이어서 조금만 좋아져도 크게 살아난 것처럼 보이는 기저효과가 작용하는 구조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북한이 28일 밤 기습 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의 최대 사거리는 1만 km 이상으로 추정된다. 통상 탄도미사일의 비행거리는 최대 비행고도의 3배가량으로 보기 때문이다. 이번에 발사된 화성-14형의 최대 비행고도는 3724.9km로 파악됐다. 4일 1차 도발(최대 비행고도 2802km)보다 900km가량 더 높게 날아갔다.○ 美 본토 절반이 ‘핵타격권’ 이런 추정대로라면 로스앤젤레스와 샌프란시스코 등 미 서부지역은 물론이고 오대호 주변의 시카고까지 사정권에 들어간다. 미 본토의 절반가량이 북한의 핵타격권에 들어가는 셈이다. 북한이 엔진 개량을 통해 사거리를 더 늘려 워싱턴과 뉴욕까지 다다를 날도 머지않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 본토 전역이 우리의 사정권 안에 있다는 것이 뚜렷이 입증됐다”는 김정은의 주장을 ‘허풍’으로 볼 수 없다는 얘기다. 화성-14형의 1단 추진체에는 3월 18일 연소시험에 성공한 고출력 액체연료 엔진이 장착됐다. 당시 연소시험을 참관한 김정은은 ‘3·18혁명’이라고 부르면서 극찬했다. 화성-14형은 1, 2차 도발 모두 거의 수직에 가까운 고각(高角)으로 발사됐다. 정상 각도(30∼45도)로 쏠 경우 1차 도발의 최대 사거리는 8000km로 추정됐다. 그로부터 20여 일 만의 2차 도발에선 최대 사거리가 2000km 이상 늘어난 점에 군은 주목하고 있다. 북한은 발동기(엔진 추진체)의 개량 가능성을 언급했다. 하지만 짧은 시일에 엔진의 성능을 대폭 향상시키는 것은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견해가 많다. 김승조 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은 “1차 발사 때보다 연료를 더 많이 넣어 최대한 멀리 비행하도록 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대기권 재진입 기술은 역부족? 방심은 금물 북한은 1차(4일)에 이어 2차 발사(28일)에서도 화성-14형의 탄두부가 대기권 재진입에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의문시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ICBM의 고각 발사로는 재진입체(RV)의 기술 검증이 힘들기 때문이다. ICBM을 정상 각도로 쏘면 대기권 재진입 때 하강속도는 음속의 20배가 넘는다. 섭씨 6000∼7000도의 고열과 고압, 충격도 발생한다. 핵물질과 기폭장치를 실은 탄두가 극한의 조건을 극복하고, 지상의 표적까지 안착하는 것이 재진입 기술의 핵심이다. 군 관계자는 “ICBM을 고각으로 쏘면 엔진 추력의 상당 부분이 중력을 이기는 데 소모돼 정상 각도 발사 때보다 하강 속도가 현저히 떨어진다”고 말했다. 대기권 재진입 속도가 낮으면 발생하는 열과 압력도 떨어져 재진입체의 기술 검증이 어렵다는 것이다. 또 정상 각도로 발사된 ICBM의 탄두는 대기권에 비스듬히 재진입하면서 고열과 고압에 표면이 균일하게 깎이도록 일정하게 회전하는 기술이 적용된다. 탄두부의 특정 부위만 극한의 조건에 노출되면 폭발하거나 내구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각 발사된 ICBM의 탄두는 거의 수직으로 재진입해 이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 이상민 한국국방연구원(KIDA) 연구원은 최근 화성-14형을 분석한 논문에서 “고각 발사 방식으론 재진입과 동일한 조건을 충족할 수 없다”며 북한의 ICBM 재진입 기술 확보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하지만 ‘과소평가’는 금물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20년이 넘도록 핵·미사일 개발에 ‘다걸기(올인)’한 북한의 축적된 기술력을 감안할 때 재진입 기술의 ‘최종 관문’에 이르렀을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북한이 핵 소형화를 이미 달성했거나 상당 수준에 근접한 것으로 평가되는 상황에서 ICBM의 재진입 기술 완성도 ‘마지막 1%’를 남겨뒀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의 개발 속도가 한미 군 당국의 예상을 깨고 대폭 단축된 사례가 그 증거다. 군 당국자는 “북한이 1, 2년 안으로 두세 차례의 추가 발사를 통해 화성-14형의 재진입 기술을 완성하고, 양산 및 실전 배치를 선언하는 시나리오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손효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