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훈상

박훈상 기자

동아일보 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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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박훈상입니다.

tigermask@donga.com

취재분야

2025-11-13~2025-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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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한때 가난한 이들이 만든 제의 입어

    천주교 교황방한준비위원회(방준위)는 16일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 시복미사와 18일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 때 프란치스코 교황이 입을 제의(祭衣)를 5일 공개했다. 시복미사 제의는 붉은색으로 교황 방한 기념 로고와 성작(聖爵), 칼을 형상화했다. 성작은 미사용 포도주 잔을 상징하면서 찬미의 손짓을 표현했고, 칼은 순교자의 수난을 뜻한다. 서울 명동대성당에서 열리는 미사 제의는 백색이다. 평화를 상징하는 비둘기와 구원을 뜻하는 올리브나무 가지를 이미지로 표현했다. 두 제의 모두 가난한 이를 사랑하는 교황의 뜻에 따라 값싸고 얇은 소재를 썼지만 수작업으로 공들여 지었다는 것이 방준위 측 설명이다. 제의를 만든 스승예수의제자수녀회 황에스텔 수녀는 “얇은 천으로 제의를 만들다 보니 기계로 수를 놓을 수 없어 손바느질로 작업했다”고 말했다. 교황이 제의 안에 입을 발끝까지 내려오는 희고 긴 장백의(長白衣)는 ‘솔샘일터’에서 만들었다. 이곳은 서울대교구 빈민사목위원장 이기우 신부 등이 강북구 삼양동 산동네 주민들과 함께 만든 봉제협동조합이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2014-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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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교 나라’ 스리랑카에서 오는 부처님 진신사리 2과

    《 “세월호 참사 소식을 듣고 마음이 아팠습니다. 슬픔에 빠진 한국 국민들에게 부처님 진신사리가 위로가 됐으면 합니다. 세월호 희생자들도 니르바나(열반)에 들고, 극락왕생하길 빌겠습니다.” 마힌다 라자팍세 스리랑카 대통령이 지난달 28일(현지 시간) 수도 콜롬보 대통령궁 보리수나무 정원에서 열린 부처님 진신사리 이운식에서 세월호 희생자와 유가족을 위로했다. 라자팍세 대통령은 이날 부처님 진신사리 1과가 보관된 황금빛 사리탑을 경기 부천시 석왕사 주지 영담 스님에게 직접 전달했다. 》라자팍세 대통령은 이운식 뒤 한국 취재진에게 “진신사리를 기쁜 마음으로 한국에 기증한다. 이번 기증으로 양국이 더욱 친밀해지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영담 스님은 “스리랑카 이주노동자가 한국에서 부당대우를 받지 않고, 부처님 공덕으로 좋은 일만 있기를 기도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장에는 영담 스님을 비롯해 남해 화방사 주지 종호 스님, 불교국제개발협력단체 하얀코끼리, 스리랑카 불교 지도자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석왕사는 “스리랑카를 비롯해 외국에서 기증받은 진신사리들은 사찰 간 교류 차원에서 이뤄진 기증이라 진위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며 “진신사리가 진품임을 스리랑카 정부가 공인하고 대통령이 직접 기증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스리랑카 정부가 기증한 진신사리는 3mm 크기의 좁쌀 모양으로 어느 부위의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 사리는 기원전 2세기경 스리랑카 남부 루후누 왕국 초기부터 전해오는 것으로 암바란토타 지역 테네콘 가문에서 가보로 보관해왔다. 대통령이 테네콘 가문을 설득해 한국에 기증하게 됐다. 진신사리는 불교의 나라 스리랑카에서도 특별한 의미를 갖고 있다. 이운식 전날 밤 대통령궁 옆 다르마키트야라마야 사원에 진신사리가 임시 봉안됐을 때에는 진신사리를 친견하러 온 스리랑카 불교 신자들로 사원이 인산인해를 이뤘다. 27일 콜롬보 스부티 사원에서도 부처님 진신사리 이운식이 열렸다. 스부티 사원이 석왕사에 기증한 진신사리는 1898년 영국 고고학자가 부처님 고향인 인도 카필라 성에서 발굴한 진신사리 21과 중 하나로 당시 발굴지역 토지 주인이 스부티 사원에 진신사리를 기증했다. 유리로 된 사리탑에 밀봉된 진신사리는 2cm 크기로 치아 모양과 비슷하다. 이 사리도 정확한 부위는 확실치 않다. 스부티 대사원 주지 마힌다완사 스님은 “부처님 진신사리는 곧 부처님의 육신과 같다. 부처님 고향에서 석가모니 가족들이 만든 불탑에서 나온 것이라 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부처님 진신사리 2과 기증은 스리랑카와 석왕사의 오랜 인연 덕분에 성사됐다. 영담 스님은 스리랑카 스님이 석왕사에서 기거한 인연으로 1990년 한국-스리랑카 불교회를 결성하고 스리랑카 현지 불교 사찰을 지원해왔다. 1995년에는 ‘부천외국인노동자의집’을 만들어 스리랑카 이주노동자의 권익 보호와 복지에 힘썼다. 2008년 라자팍세 대통령은 감사의 뜻으로 석왕사에 불상을 기증하기도 했다. 영담 스님은 “종교가 민간 외교 분야에서 큰 역할을 하고 그런 결실로 스리랑카 정부가 공인한 부처님 진신사리를 우리나라에 최초로 봉안한 데서 부처님 진신사리 이운의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석왕사는 2일 스리랑카 사절단을 초청해 봉안법회를 연다. 기증받은 진신사리는 스리랑카식 사리닫집(법당의 불좌 위에 다는 집 모형)에 봉안될 예정이다.콜롬보=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2014-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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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뼈-피부-신장-대리母 사고파는 지하세계

    인도 국경도시 고라크푸르의 한 판잣집. 자물쇠를 열고 들어가자 남자 5명이 침대 위에 누워 있다. 한 남자가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는 동안 그의 피는 관을 따라 혈액주머니로 흘러 들어갔다. 지역 낙농업자가 이끄는 범죄조직은 버스 정류장에서 납치한 사람들의 피를 강제로 뽑아 팔았다. 일주일에 두 번 이상 피를 뽑힌 피해자들은 몇 주 만에 쇠약해져서 탈출 시도조차 못했다. 2004년 인도네시아에서 발생한 ‘메가 쓰나미’는 인도 타밀나두 지역을 덮쳤다. 이 재난에서 간신히 살아남은 생존자들에게 또 한 번 재앙이 닥쳤다. 장기 브로커들은 이곳을 찾아 절망에 빠진 난민에게 신장 등 장기를 팔라고 권유했다. 많은 여성이 가족을 위해 단돈 몇백 달러에 장기를 팔았다. 물론 건강을 돌볼 여유는 없었다. 이곳의 마을 이름도 ‘신장 마을’로 바뀔 정도였다. 탐사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인체 각 부위를 사고파는 ‘레드마켓’ 현장에서 5년을 보냈다. 책에는 뼈, 난자, 모발, 피부, 입양아, 대리모 매매 현장이 낱낱이 담겼다. 구매자들은 매매 과정은 외면한 채 병든 자신의 장기를 타인의 것으로 갈아 끼웠다. 한국에서도 한 해 유통되는 인체 조직은 30만여 개로 이 중 78%를 수입에 의지한다. 저자는 “우리 모두가 레드마켓의 고객임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 사실”이라고 강조한다. 비극을 막기 위한 대안은 이타적인 기증이 늘어나야만 한다. 이 책은 참혹한 고발을 통해 이 단순한 결론을 이끌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2014-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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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토요뒷談]한국인의 청바지 사랑 60년

    1955년 배우 제임스 딘은 영화 ‘이유 없는 반항’에서 청바지에 흰 티셔츠, 가죽점퍼를 입고 출연했다. 그가 입은 청바지는 반항적인 젊은이를 상징하는 문화가 됐다. 당시 한국에선 청바지 하면 미군을 떠올렸다. 미군이 입던 구제(중고) 청바지가 남대문시장에서 팔렸다. 이태원에 살던 이광희 씨(78)는 “당시 블루진은 뻣뻣해서 패션이 아닌 작업복이었다. 물이 묻어도 뻣뻣하고 비에 금방 젖지도 않았다”고 했다. 당시엔 상표에 그려진 말 두 마리를 따서 ‘리바이스’ 청바지를 ‘쌍마표’라고 불렀다. 한국에 청바지가 들어온 지 60여 년. 국립민속박물관 강경표 학예연구사와 전북대 고고문화인류학과 학생들은 10∼80대 일반인 154명을 만나 한국의 청바지 역사와 문화를 구술 받은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 보고서는 10월 15일 국내에서 처음 열리는 청바지 물질문화 국제학술대회에서 발표될 예정이다.1960년대 “청바지는 깡패다” 그때 그 시절 청바지는 보기 드물었다. 서울 종로 등 번화가에서도 찾기 힘들었고 이태원 등 미군 부대 인근에서나 볼 수 있었다. 미제 청바지 대신 미군 부대 등에서 나온 군복에 물을 들여 청바지 흉내를 내기도 했다. 당시 청바지에 대한 기억은 부정적이었다. 조찬형 씨(80)는 “청바지를 깡패들이나 입는 옷이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깡패들이 많이 입고 다녔다. 나쁜 이미지 때문인지 사 입고 싶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본 적 없고 자녀들에게 사준 적도 없다”고 했다. 이광희 씨도 “미군들이 먼저 입으니까 그냥 입은 거다. 옷 잘 입는 사람들은 청바지 안 입고 신사복을 챙겨 입었다”고 했다. 대중에게 청바지를 알린 것은 배우 트위스트 김이었다. 그는 1964년 영화 ‘맨발의 청춘’에 청바지, 청재킷을 입고 나와 이후 ‘청바지 1호’ 스타로 꼽혔다. 2010년 작고하며 “청바지를 입혀 화장해 달라”는 유언을 남기기도 했다.1970년대 “청바지는 청년이다” 10, 20대가 청바지 유행을 이끌었다. 주영희 씨(60·여)는 “1973년 대학 다닐 때 청바지를 입기 시작했다. 패션에 앞서가는 사람들이 주로 입었는데 대부분 나팔바지였다”고 회상했다. 당시 10대였던 조해영 씨(54)는 “청바지에 쫄티, 빨간색 베레모와 머플러, 배지를 코디했다. 청바지 뒷주머니에 색깔로 멋을 표현했다”고 했다. 청바지를 입을 때 목에 스카프도 꼭 둘렀다. 진한 파란색뿐인 청바지가 지겨워 수세미로 문대거나 락스로 색을 빼기도 했다. 국산 청바지가 하나 둘 생겼지만 사람들은 미제 청바지를 선망했다. 부산 국제시장의 일명 케네디 골목에서 미제 청바지는 고가로 팔렸다. 공급보다 수요가 많다 보니 가짜 미제 청바지도 등장했다. 서울 평화시장 피복도매상이 국산 청바지 수만 장에 미국 리바이스, 캔턴 상표를 붙여 팔다가 적발되기도 했다. 신춘식 씨(52)는 “대부분 가짜 미제 청바지를 입다 보니 젊은이들 사이에서 청바지 안감에 침을 발라 밖으로 침이 배어 나오면 가짜라는 허황된 이야기까지 떠돌았다”고 했다. 1970년대 후반 송창식 김세환 윤형주 양희은 등 통기타 가수들의 등장으로 청바지는 대세로 떠올랐다. 서울 명동과 이화여대 앞에는 ‘진 스타일’ 전문점이 생겼고 고급 양장점에서 맞춰 입기도 했다. 1974년 그룹 ‘사랑과 평화’는 노래 ‘청바지 아가씨’에서 ‘청바지의 어여쁜 아가씨가 날보고 윙크 하네’라고 노래했다.1980년대 “청바지는 교복이다” 1983년 교복 자율화가 시행되면서 백화점 청바지 매장들은 함박웃음을 지었다. 학교는 학부모들에게 값싸고 실용적인 청바지를 입히도록 유도했다. 모든 옷과 잘 어울리는 청바지는 코디하기도 편했다. ‘죠다쉬’ 등 외국 청바지와 함께 국내 정상급 인기 연예인이 광고하는 국내 브랜드 ‘뱅뱅’도 인기를 끌었다. 이지숙 씨(45·여)는 “다들 청바지를 입고 다녔다. 모두가 청바지를 입으니 그냥 청바지를 입어야 되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해마다 유행이 바뀌어 통 넓은 바지와 좁은 바지가 번갈아 유행했다고 한다. 청바지에 청재킷을 입는 ‘청청’ 스타일, 입으면 꽉 끼는 일명 ‘당꼬바지’도 인기를 끌었다. 어른들은 등산갈 때 청바지를 입었다. 당시 산에서는 등산 양말을 청바지 위로 끌어올린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었다. 유순태 씨(54)는 “청바지는 등산복으로 입기 최고였다”고 했다. 가수 윤시내는 ‘공부합시다’(1983년)에서 ‘빨간 옷에 청바지 입고 산에 갈 생각하니’라고 노래했다. 1990년대 “청바지는 브랜드다” 1990년대 청바지 브랜드는 다른 사람과의 차별성을 의미했다. 국내 청바지 업체 중 일부는 닉스, 스톰 등 한 벌에 15만 원이 넘는 고급 브랜드를 내세워 광고도 품질보단 브랜드 이미지를 강조했다. 당시 10, 20대들은 앞지퍼에 브랜드를 적은 ‘겟유즈드’처럼 상표가 눈에 확 띄는 것을 선호했다. 조영민 씨(32)는 “친구들 사이에서 어떤 브랜드를 입느냐에 따라 계급이 달라졌다”고 했다. 거리의 먼지를 휩쓸고 다니는 힙합 청바지도 인기였다. 곽연희 씨(32·여)는 “요즘 노스페이스 패딩으로 애들 등급을 구분하듯 논다는 애들은 힙합바지를 입었다. 그들은 힙합바지를 질질 끌고 다니며 삐삐로 연락하던 남자아이들을 만났다”고 했다. 하지만 여전히 청바지가 모두의 일상은 아니었다. 댄스그룹 DJ DOC는 1997년 “청바지 입고서 회사에 가도 깔끔하기만 하면 괜찮을 텐데”라고 노래했다. 2000년대 이후 “청바지는 체중계다” 2001년 통신업체 KTF의 CF 속 ‘넥타이와 청바지는 평등하다’란 문구는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다. 보수적인 생각의 틀을 깨자는 메시지를 패션 다양성을 인정하자는 것으로 포장했다. 이후 청바지를 입고 출근하는 회사가 늘고 격식을 갖춘 행사에서도 청바지를 입는 일이 잦았다. 하지만 배우 신민아가 캘빈클라인 청바지 광고에 출연해 S라인을 과시하면서 여성들에게 청바지는 몸매를 보여주는 바로미터가 됐다. 최솔바람 씨(22·여)는 “청바지를 입을 때면 언제나 체중계 위에 올라서는 기분이라 좋지 않다”고 불평했다. 한혜진 씨(30·여)는 “청바지하면 다이어트가 떠오른다. 청바지는 날씬하고 몸매가 좋은 여자들이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옷”이라고 했다. 40대 이상 중년에게 청바지는 아웃도어룩에 밀려나고 있다. 안미경 씨(60)는 “청바지가 젊음의 상징이었지만 이젠 등산복도 기능성이 많아서 굳이 청바지를 입지 않는다”고 했다. 한숙희 씨(54)도 “청바지는 유행이 지난 것 같다. 얼마 전 모임에서 관광을 갔는데 청바지를 입고 온 사람이 몇 명 되지 않았다”고 했다. 강경표 학예연구사는 “60년 동안 청바지가 우리 삶 속에 자리 잡았다. 리바이스 청바지 차림에 나이키 운동화를 신고 손에는 스타벅스 커피를 든 채 반미 촛불시위에 참석하는 것이 이상하게 보이지 않는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10월 15일 열리는 학술대회에는 전 세계 청바지 대가들도 참석한다. 글로벌 데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책 ‘블루진’을 출간한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의 대니얼 밀러 교수, 독일 리바이스트라우스 청바지 박물관 타냐 로펠트 관장, 일본 저팬블루그룹 마나베 히사오 회장 등이다. 또 청바지 역사를 볼 수 있는 특별전도 함께 열린다.   ▼ 美‘시위-허드슨진-AG진’ 경영자는 모두 한국계 ▼지구촌 청바지… 문화 그리고 산업국립민속박물관은 인도 일본 미국 등지의 청바지 현지조사도 진행했다. 다른 나라는 미국의 상징인 청바지를 어떻게 소화했을까. 인도에서 청바지는 선망과 금기다. 인도 금융의 중심지인 뭄바이는 청바지에 개방적이다. 인도 디자이너 리투 데오라 씨(56·여)는 “요즘 뭄바이에서 대부분 사람들이 청바지를 입는다. 더이상 소수의 패션이 아니라 중장년층도 입는 인기 의복이다”고 말했다. ‘발리우드’로 불리는 인도 영화 속 청바지도 인도인의 생각을 바꾸고 있다. 영화 속에서 청바지를 입은 남자는 영웅으로 묘사되고 여자는 진취적이고 도시적인 이미지를 가진 것으로 인식된다. 프라사드 씨(47)는 “영화 속 도시에서 멋지게 일하는 역할은 쉴 때 항상 청바지를 입는다. 스타가 입은 청바지를 사려고 한다”고 말했다. 반면 인도 남부 칸누르 지방에서 청바지는 금기다. 2008년 한 조사에서 여성의 청바지 착용률은 0%였다. 남자도 10%밖에 입지 않는다. 이곳에선 고온다습한 인도 기후에 어울리지 않는 청바지는 패션일 뿐 옷은 아니라는 인식이 강하다. 청바지를 입던 젊은이도 결혼을 하면 전통의상이나 면바지를 선호한다. 일본은 청바지를 받아들여 현지화했다. 일본 오카야마 현 구라시키 시 고지마 지역은 일본 최초로 청바지를 생산해 ‘청바지의 성지’로 불린다. 일본은 돌을 넣어서 세탁하는 스톤 워싱, 모래분사를 활용한 샌드워싱 기법을 창안했다. 미국에서 수입한 청바지 천이 뻣뻣하고 두꺼워 부드러운 옷을 선호하는 일본인들에게 맞추기 위한 노력이었다. 하지만 청바지 브랜드 이름은 미국식으로 ‘캔턴’이나 ‘빅존’으로 지었다. 마나베 히사오 저팬블루그룹 회장은 “1964년 도쿄 올림픽 때부터 미국 문화에 대한 동경이 강했다. 자유를 만끽하는 미국이 어두운 일본과 대비됐다”고 했다. 미국은 1인당 청바지를 평균 7, 8벌씩 갖고 있는 청바지의 나라다. 평균 일주일에 4일씩 청바지를 입는다. 미국 기업과 단체에서는 청바지를 활용한 다양한 공익캠페인을 벌인다. 비영리법인 단체 ‘두섬싱’은 2008년부터 ‘10대들을 위한 청바지’ 캠페인을 벌인다. 학생들이 헌 청바지를 수집해 노숙인에게 기부하는 캠페인이다. 청바지 업체는 특정한 날 사람들이 청바지를 입고 출근하면 기부금을 내기도 한다. 친한 사람들끼리 청바지를 돌려 입는 모임도 활발하다. 청바지가 좋은 일에 많이 쓰이다 보니 ‘친환경’ 이미지까지 갖게 됐다. 미국 프리미엄진 시장에선 한국계 미국인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미국 여배우 메건 폭스, 린지 로언, 국내 스타 소녀시대, 고소영이 입어 세계적으로 화제가 된 청바지 시위(Siwy)의 경영자는 1982년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이주한 크리스 박이다. 허드슨진, AG진 대표도 한국인이 맡고 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김민재 인턴기자 연세대 행정학과 4학년}

    • 2014-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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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땀 흘리는 광부의 모습은 우리들의 장한 아버지”

    광부의 아들은 카메라를 들고 지하 1000m 갱으로 내려갔다. 어두컴컴한 막장 안은 뿌연 분진이 흩날렸고 40도가 넘는 기온 탓에 땀이 비 오듯 흘렀다. 사진을 찍기에 최악의 상황이었지만 이곳에서 일하며 가족을 먹여 살린 아버지가 생각나 아들은 사진을 허투루 찍을 수 없었다. 강원 태백 출신 박병문 씨(55)가 탄광 다큐멘터리 사진집 ‘아버지는 광부였다’(하얀나무)를 출간하고 29일까지 서울 경인미술관에서 전시를 연다. 그는 탄광 다큐멘터리 사진으로 지난해 ‘제1회 최민식 사진상 특별상 대상’을 수상했다. 그가 찍은 흑백사진에는 분진과 사투를 벌이며 굴진 작업을 하고, 탄벽을 다이너마이트로 터뜨리고, 바가지로 탄을 담는 광부들의 모습이 담겼다. 아버지 박원식 씨(84)는 1956년 태백 장성광업소에 입사해 20여 년간 탄광에서 일했다. 아들은 탄광으로 일하러 가는 아버지의 듬직한 등을 보며 컸다. 아버지가 탄광 사고를 겪은 후 가족들은 동해시로 이사했다. 아들은 1990년 고향에 일자리를 얻어 다시 돌아왔다. 그의 눈에 소수지만 여전히 탄광을 지키는 광부가 들어왔다. 23일 사진전 개막식에서 만난 그는 “광부를 보는 순간 운명처럼 다큐멘터리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에게 광부는 아버지의 분신이기도 했다. “어릴 적 새까만 얼굴로 집에 돌아온 아버지 손을 잡고 공동목욕탕에 갔어요. 당시 가족들은 갱 안으로 들어가는 일이 금지돼 있어 아버지가 어떻게 일하는지 늘 궁금했습니다. 요즘 아버지의 존재감이 갈수록 희미해지는데 힘겹게 땀 흘리며 일하는 광부의 모습을 통해 장한 아버지들을 세상에 알리고 싶었습니다.” 탄광 내부를 사진으로 남기는 일은 힘들었다. 그는 “탄광 안은 어두컴컴했다. 카메라 플래시 없이 내부 조명에 의지해 사진을 찍어야 했다. 수십만 장을 찍으면 한두 장 건질 수 있었다”고 했다. 게다가 자신의 얼굴이 알려지길 꺼리는 광부들을 설득하는 데도 오래 걸렸다. 사진전 개막날 아버지는 고운 한복을 차려 입고 서울로 왔다. 아버지는 “장한 아들 고맙다. 우리 광부의 삶을 사진으로 남겨 도시 사람들에게 보여주니 대견하다”고 칭찬했다. 아들은 “아버지가 일한 탄광의 구석구석을 기록으로 남겨 선물로 드리고 싶었다”고 답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2014-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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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솔뫼마을 김대건신부 유적… 문화재청, 사적으로 지정 예고

    문화재청은 충남 당진시 우강면 송산리 ‘당진 솔뫼마을 김대건 신부 유적’(사진)을 국가지정문화재인 사적으로 22일 지정 예고했다. 솔뫼성지는 우리나라 최초의 사제인 김대건 신부를 비롯해 증조할아버지(김진후), 작은할아버지(김종한), 아버지(김제준)까지 4대에 걸친 순교자가 살았던 곳이다. 이곳엔 2004년 복원된 김대건 신부 생가와 순교복자비(1946년), 김대건 신부 기념관 등이 있다. 한편 다음 달 방한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곳에서 열리는 아시아 청년대회에 찾아갈 예정이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2014-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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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똥 나와라 똥똥’

    “황금똥은 말랑말랑할까, 딱딱할까.” 용기를 내 변기 속에 손을 넣어 만져보니 촉감이 묘하다. 실제 똥을 실감나게 흉내 낸 가짜 똥이지만 연신 손이 코로 간다. 가짜 된똥, 진똥, 물똥도 만져볼 수 있다. 동물 똥은 진짜 똥도 있다. 서울대공원 동물원에서 가져온 사자, 코끼리, 너구리, 기린, 사슴 똥이다. 국립민속박물관은 23일부터 어린이박물관 특별전 ‘똥 나와라 똥똥’을 연다. 황금똥 ‘금똥이’와 단짝인 오줌 ‘주미’와 함께 똥 생성 과정과 종류, 돌고 도는 똥의 순환 과정을 배우고 체험할 수 있다. 임금님 휴대용 변기인 매화틀, 각종 요강, 나뭇가지, 돌, 짚 풀 같은 다양한 밑씻개도 전시한다. 내년 6월 8일까지. 무료. 02-3704-4540, 4541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2014-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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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방송의 역사 한눈에 본다

    한국 방송의 현대사를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전시가 열린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관장 김왕식)은 한국방송학회와 함께 방송을 통해 살펴본 한국 현대사 특별전 ‘소리(音), 영상(色)-세상을 바꾸다’를 22일 개최한다. 1층 기획전시실에서 열리는 전시는 ‘소리의 시대, 현대적 일상의 시작’ ‘텔레비전과 조국 근대화’ ‘컬러 방송과 민주화, 다양한 볼거리’ ‘영상으로 만들어 낸 이야기들’까지 총 4부로 구성돼 있다. 1920년대 경성방송국이 수입해 조선에 보급한 라디오 보급형 1호 수신기, 1959년 최초 국산 진공관 라디오인 ‘금성 A-501’, 1961년 서울텔레비전방송 개국 초기 사용된 흑백 TV카메라, 등록문화재인 1966년 국산 최초 흑백텔레비전인 ‘금성 VD-191’ 등 유물 자료 250여 점을 볼 수 있다. 과거 인기 프로그램인 드라마 ‘수사반장’ ‘여로’, 쇼 프로그램 ‘토요일 토요일 밤에’ 영상도 틀어준다. 21일 열린 개막식에는 설훈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장, 김동호 문화융성위원장, 유의선 한국방송학회장 등이 참석했다. 김 관장은 “방송 역사를 돌아보는 일은 개개인의 추억을 되새기고 현대사의 중요한 순간들과 만나는 체험을 하게 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9월 9일까지. 무료. 02-3703-9200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2014-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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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꼭 닫힌 철문을 여니 추억의 영웅들이 짠!

    《 한국 만화의 수도, 경기 부천시엔 해마다 관람객 30만 명이 찾는 한국만화박물관이 있다. 관람객들은 1층부터 4층까지 만화영화상영관, 만화도서관, 만화역사관, 만화체험관을 둘러보며 만화의 재미에 흠뻑 빠진다. 그런데 박물관 지하에는 외부인 출입이 금지된 ‘비밀 공간’이 있다. 한국만화유산이 숨쉬고 있는 국내 유일의 만화 수장고다. 오재록 한국만화영상진흥원장은 “‘웹툰 시대’를 맞아 올봄부터는 디지털 수장고 격인 웹툰 아카이브 시스템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                14일 박물관 직원의 안내를 받아 만화 수장고를 찾았다. 지하에 내려가자 눈앞에 자동차 운전대 크기의 손잡이가 달린 커다란 철문이 나타났다. 직원이 전자카드로 본인 인증을 하고,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마지막으로 열쇠를 넣어 돌리자 비로소 굳게 닫힌 철문이 열렸다. 안에는 마스크를 쓴 연구원들이 수술용 장갑을 낀 채 만화 원화를 스캔하고 있었다. 이 원고는 고 김종래 작가가 1958년 발표한 ‘엄마 찾아 삼만리’다. 이 작품 원화는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지난해 등록문화재로 지정됐다. 작업실을 지나니 원고 수장대가 놓인 보관실이 나왔다. 육필원고 10만 장과 희귀 만화자료 8000여 권이 보관돼 있다. ‘엄마 찾아…’와 함께 등록문화재로 지정된 ‘토끼와 원숭이’(김용환) 단행본, 한 시대를 풍미한 인기 캐릭터 요철발명왕(윤승운), 달려라 하니(이진주), 아르미안의 네 딸들(신일숙)도 있다. 이곳은 다른 박물관 수장고처럼 컴퓨터 시스템으로 365일 항온(20도) 항습(50%)을 유지한다. 외부 화재 때는 고성능 방화문이 막고, 내부 화재가 발생하면 하론 가스가 분출돼 원고 손상을 막는다. 수장고에서 만난 만화 캐릭터의 입을 빌려 추억을 더듬었다.○ 돌아온 독고탁 “도망가는 피칭 따윈 하지 않겠어!” 안녕, 난 까까머리 둥근 얼굴 독고탁이야. 1976년 이상무 화백이 어린이잡지 ‘소년중앙’에 ‘우정의 마운드’를 연재하면서 전국구 스타가 됐어. 1980년대 ‘다시 찾은 마운드’, ‘달려라 꼴찌’는 프로야구와 함께 야구 열풍에도 일조했지. 이런 나도 오랫동안 사람들을 만나지 못했어. 이 화백 작업실인 서울 마포 한 옥탑방의 박스 안에서 잠자고 있었거든. 원고 3만 장이 비좁은 곳에 갇혀 있다 보니 내 몸에 곰팡이가 피기도 했어. 그런데 지난해 11월 이 화백이 한국만화박물관 수장고에 나를 기증하면서 이곳에 왔지. 덕분에 9월 28일까지 박물관의 ‘이상무 기증자료 특별전-돌아온 독고탁’ 기획전으로 팬들을 만날 수 있게 됐어. ○ 나를 꼭 보셔, 저팔계 ‘치키치키 차카차카 초코초코 초’, 난 저팔계셔. 2011년 5월 허영만 화백이 기탁해 준 덕분에 여기 왔셔. 그때 으리으리했셔. 경찰차 호위를 받으며 문화유산 전문 운송 업체의 5t 무진동 트럭을 타고 왔셔. ‘식객’ ‘타짜’ ‘오! 한강’ 등 허 화백이 37년간 그린 육필 만화원고 15만 장도 함께셔. 허 화백도 우리를 오동나무 상자에 보관하며 극진히 챙겼지만 여길 더 좋다고 판단하셨셔. ○ 보고 싶다 친구들아, 주먹대장 “주어진 힘 이상의 욕심은 내지 않겠다.” 김원빈 화백 덕분에 세상에 나온 1958년생 주먹대장입니다. 전 엄청나게 큰 주먹을 가지고 있어요. 2012년 12월 김 화백이 돌아가시고 유가족분들이 저를 이곳에 기탁했어요. 그런데 아직 여기 오지 못한 친구들을 보고 싶어요. 어디 있니? 라이파이(산호), 심술통(이정문), 꺼벙이(길창덕), 땡이(임창)도 만나고 싶어요. 부천=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김민재 인턴기자 연세대 행정학과 4학년}

    • 2014-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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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추리소설보다 흥미진진한 수학의 매력

    “생선 생선 생선 생선 생선 생선.” 수학책인데 시작은 생선이다. 미국 어린이 프로그램 ‘세서미 스트리트’의 ‘123 나와 함께 수를 세어보아요’ 편. 상냥하지만 멍청한 캐릭터 험프리는 호텔을 찾은 펭귄들에게 점심 메뉴를 주문받는다. 주방에 주문을 알려주며 ‘생선 6’(여섯 마리) 하면 될 것을 여섯 번이나 생선을 외친다. 다음 장에선 덧셈을 알려준다며 돌멩이 6개를 던져준다. 그렇게 수와 덧셈에서 출발해 조금씩 진도를 나간다. 앞에서 언급한 생선과 돌멩이 이야기는 너무 쉽다고 코웃음 쳤나. 2부 첫 장은 책 제목으로 뽑힌 ‘x의 즐거움’ 편이다. 여기서 x는 곱하기가 아니라 대수학에서 쓰는 미지수 x다. 저자는 “x값을 구하는 것은 탐정이 하는 일과 비슷하다. 미지수 x를 범인처럼 찾아내려고 애써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문제를 하나 낸다. 복도 길이를 야드(약 90cm) 단위로 잰 것을 y, 피트(약 30cm) 단위로 잰 것을 f라고 할 때 f와 y의 관계를 나타내는 방정식은? 정답은 맨 끝. 저자는 미국 코넬대 응용수학과 교수다. 그는 2010년 1월부터 15주간 뉴욕타임스 온라인판에 연재한 칼럼 ‘수학의 기본 원리’를 묶어 책으로 출간했다. 책은 수학 대중화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미국수학협회의 오일러 도서상을 수상했다. 연필과 종이를 책 옆에 두고 직접 풀면서 읽으면 좋다. 농구선수 마이클 조던이 공중을 날아오르는 동작에서 미분 원리를 설명하고 뫼비우스 띠 모양으로 베이글을 자르면 크림치즈를 넉넉히 바를 수 있다는 생활 지혜도 들어 있다. 정답을 y=3f라고 생각했다면 당신은 이 책을 꼭 읽어봐야 한다. 정답은 f=3y.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2014-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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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동물들에게도 도덕심이 있었네

    암컷 침팬지 A와 B가 철조망으로 분리된 방에 각각 들어갔다. A 앞에 놓인 통에는 초록색, 빨간색 토큰이 들어 있다. A는 색깔과 상관없이 토큰을 꺼낼 때마다 먹이를 받았다. 하지만 B는 A가 초록색을 꺼낼 때만 먹이를 받을 수 있었다. 초록색은 ‘친사회성’, 빨간색은 ‘이기성’을 의미한다. A는 세 번에 두 번꼴로 초록색 토큰을 선택했다. 다른 침팬지를 대상으로 한 같은 실험에서는 최대 열 번 중 아홉 번까지 초록색을 택한 사례도 있다. 수동적인 처지의 침팬지는 처음엔 상대가 빨간색을 고르면 겁을 주기도 하고 사정하기도 했다. 그런데 실험이 진행될수록 협박이나 사정 없이도 침팬지는 친사회적인 선택을 했다. 오히려 상대 눈치를 볼 필요가 없는 최상위 침팬지가 가장 친사회적이었다. 사람이라면 어땠을까. 저자는 네덜란드 출신의 세계적인 영장류학자다. 그는 첫 책 ‘침팬지 폴리틱스’(1982년)에서 5년 동안 침팬지 우리를 관찰하고 인간 사회와 똑같은 침팬지 사회의 권력투쟁 과정을 생생히 보여줬다. 이번 책에선 ‘도덕성은 역겨운 인간의 본성을 살짝 덮은 판뚜껑에 불과하다’는 ‘판뚜껑 이론’을 정면 반박한다. 이 책에 나오는 동물들은 타자와 공감하고 상대를 배려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초기 현생인류도 마찬가지. 화석 기록을 보면 왜소증에 걸려 손발이 마비되고 잘 씹지 못한 사람도 성인이 될 때까지 살아남았다. 저자는 “도덕성은 종교보다 앞서 나타났으며 도덕성의 기원에 대해 영장류에게서 배울 게 많다. 도덕은 진화 과정에서 형성된 우리의 사회적 본성이다”라고 주장한다. 이렇게 되면 종교도 절대적인 위치에서 내려올 수밖에 없다. 원제는 ‘The bonobo and the atheist(보노보와 무신론자)’.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2014-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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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변치 않은건 미역-배냇저고리-기저귀, 새로운 것은 임산부 요가-만삭사진 촬영

    산부인과 분만대기실에서 진통과 사투 중인 손녀를 보려고 여든 넘은 할머니는 전북 김제에서 첫차를 타고 서울로 올라왔다. 어찌나 마음이 급했던지 신발도 짝짝이인 채로. 한 차례 진통이 지나가고 손녀가 숨을 돌리자 할머니는 당신의 첫 출산 이야기를 들려줬다. “아이고. 첫 애기 낳기보다 힘든 건 없어. 아래가 다 없어져. 어떻게 죽을라고 하고 낳았는가 몰라.” 할머니 어머니 딸 3대의 출산을 다룬 ‘출산, 삼대이야기’가 국립민속박물관에서 9월 22일까지 열린다. 문화인류학 박사인 조성실 씨(35)는 할머니, 어머니, 본인, 여동생의 출산과정을 담은 생생한 구술을 비롯해 출산 및 정부 정책 관련 자료 80여 점을 전시했다. 전시는 출산 전날, 당일, 이후 등 3부로 구성돼 있다.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준비물은 미역, 배냇저고리, 기저귀다. “예나 지금이나 배냇저고리 준비하는 것이 제일 중요한 일이지. 기저귀는 헌옷으로 만들기도 했고.”(할머니) “산모용 미역은 자르거나 접으면 안돼. 그대로 말린 걸 사와야지. 안 그러면 애한테 안 좋다고 옛날 어른들이 얘기하곤 했어.”(어머니) 요즘 예비 엄마들은 더 바빠졌다. 미국식 베이비샤워 문화가 확산돼 친구들과 아기용품을 서로 선물한다. 기저귀 여러 개를 케이크 모양으로 만들어 주는 ‘기저귀 케이크’가 인기다. “할머니, 어머니는 준비물이 단출했지만 이젠 손·발싸개, 모자, 물티슈, 체온계 등등을 챙기다 보면 여행 캐리어가 필요하다. 임산부 요가, 만삭 사진 촬영도 필수 코스로 자리 잡았다.”(조 씨) 삼대가 흘러도 자식부터 생각하는 모정은 변치 않았다. “처음에 널 딱 낳았는데 공주님이네요 그래… 그런데 무슨 생각이 드냐면 얘도 나 같은 이런 고통을 겪어야 하는데 어쩔까. 그 걱정부터 딱 들더라고.”(어머니) “(탯줄 자르는 걸) ‘쌈 개린다’고 혀 옛날 말로. 요즘 병원서 짤룹게(짧게) 끊드만. 그 전에는 길게 끊어야 명도 길고 애기가 괜찮다고 길게 끊었어.”(할머니) 삼대의 출산 경험은 1940년대 이후 출산 정책, 사회적 분위기와 맞물려 돌아간다. 첫 출산 나이는 갈수록 고령화(21세→26세→32세)되고 자녀 수(4남 2녀→3녀→1녀)는 줄었다. 할머니는 큰아들 출산 때 시어머니도 임신 중이라 나중에 시어머니 산후조리로 고생한 경험도 들려줬다. 조 씨는 지난해 시작된 민속박물관 객원 큐레이터 제도 첫 공모에서 당선됐다. 뽑힌 객원 큐레이터는 민속박물관의 협조를 받아 자신이 기획한 전시를 선보일 수 있다. 조 씨는 “출산은 중요한 주제인데도 인류학이나 민속학에서 관심이 덜했기에 전시를 기획했다. 연로한 시골 할머니가 전시장에서 공감하고 감동 받고 돌아가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전시장 벽면에 이렇게 썼다. “인류 존속은 이렇듯 엄마들이 느낀 고통의 순간들이 연속됨으로써 가능했던 것이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김민재 인턴기자 연세대 행정학과 4학년}

    • 2014-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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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보급 ‘나전경함’ 900년만의 귀환

    900년 만의 귀향. 국립중앙박물관은 15일 국보급 문화재인 고려 나전칠기 경함(經函)을 국내에서 처음 공개했다. 경함은 사찰에서 불교 경전을 보관하는 함으로 나전경함은 고려 불화, 고려청자와 함께 고려 미술의 3대 정수로 꼽힌다. 전 세계에서 확인된 고려 나전경함은 9점에 불과하고 모두 일본 미국 영국 네덜란드 등 해외에 있다. 이날 공개한 나전경함은 일본 교토의 한 고미술상이 갖고 있던 것으로 국립중앙박물관의 후원단체인 국립중앙박물관회가 수십억 원을 주고 구입한 뒤 5월에 박물관에 기증한 것. 김영나 국립중앙박물관장은 “고려 나전칠기 공예의 전형적인 아름다움과 특징을 갖춘 명품”이라고 밝혔다. 이번에 공개된 나전경함은 장방형으로 높이 22.6cm, 가로 41.9cm, 세로 20cm의 크기다. 무게는 2.53kg. 경함은 1cm 두께의 침엽수 판재로 만들어졌으며 뒤틀림과 갈라짐을 방지하기 위해 표면에 천을 덮고 그 위에 동물 뼈를 섞은 골회를 칠하고 광을 내기 위해 검은 옻칠을 여러 번 했다. 부귀와 다산을 상징하는 모란당초무늬로 장식돼 있는데 모란은 꽃잎 9장으로 구성됐다. 모란 잎 모양이 C자형인 다른 나전경함과 달리 이번에 공개된 작품은 C자형 잎에 또 하나 잎이 나온 삼지(三枝) 형태도 보인다. 얇게 손질한 전복 껍데기를 일일이 무늬대로 오려 붙인 줄음질 기법으로 만들어졌다. 당초 줄기는 0.3mm 두께의 금속선으로 만들어졌다. 나전경함 테두리에는 금속선 2개를 하나로 꼰 선을 썼다. 형광X선으로 분석한 결과 구리와 아연을 합금한 황동선으로 확인됐다. 박물관은 “납 성분도 들어있는데 이를 분석해보니 12, 13세기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모란무늬 454개를 포함해 모든 나전 조각을 합치면 최소 2만5000개가 넘는다. 교토의 고미술상은 6, 7년 전 한 사설 경매에서 이 나전경함을 구입했는데 일본 밖으로 나가는 걸 원하지 않아 국립중앙박물관회가 어렵게 설득해 한국에 가져올 수 있었다는 후문이다. 국립중앙박물관회 신성수 부회장은 “실물을 보자 말할 수 없는 감동이 밀려와 반드시 국내로 가져가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고려사’에 따르면 나전경함은 고려 원종(元宗) 13년인 1272년 경함 제작을 담당하는 관청인 ‘전함조성도감’이 설치될 정도로 귀중한 물건이었다. 고려시대 나전칠기는 경함을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10여 점 남은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에 있는 나전칠기는 국립중앙박물관에 보관 중인 나전대모불자(스님이 수행할 때 쓰는 막대기) 한 점뿐이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유물등록 절차를 진행한 뒤 조만간 나전경함 상설 전시를 열 계획이다. :: 나전(螺鈿) ::조개 전복 등의 껍데기를 얇게 간 뒤 여러 모양으로 잘라 가구 등에 붙이거나 박아 넣어 장식하는 공예기법.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2014-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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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철학을 버무려 만든 요리, 만화라는 그릇에 담아보니…

    철학이란 재료로 요리를 만들면 어떤 맛이 날까. 요리를 담는 그릇이 만화라면? 그 답이 궁금해 ‘맛있는 철학’(애니북스)을 쓰고 조언한 3인방을 서울 영등포구 도림로 철학공방 ‘별난’에서 만났다. 웹툰 ‘그린스마일’의 권혁주 작가(36)와 ‘별난’ 공동대표이자 ‘식탁 위의 철학’을 쓴 신승철 철학박사(43), ‘마스터셰프 코리아’ 시즌1 준우승 출신 요리사이자 음식 칼럼니스트 박준우 씨(31)다. 최근 출간된 ‘맛있는 철학’은 권 작가가 두 사람의 조언을 얻어 12개 서양철학 개념을 12가지 요리로 풀어낸 책이다. “중앙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에서 미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어요. 그래서 만화를 그리는 동안 주변에서 ‘철학 만화는 언제 그릴 거냐’는 말을 듣고 살았죠.” 권 작가는 지난해 교보생명으로부터 웹진 ‘광화문에서 읽다 거닐다 느끼다’에 요리와 철학을 접목해 만화를 그려달라는 제안을 받자 미뤄 두었던 숙제를 하는 마음으로 철학 만화를 그리기 시작했고, 웹진에 연재했던 만화를 묶어 책으로 냈다. 그가 요리와 철학이 결합된 만화를 그리기 위해 가장 먼저 떠올린 사람은 신 박사다. 신 박사는 ‘식탁 위의 철학’에서 여러 가지 재료가 제맛을 내며 어우러지는 잡채로 질 들뢰즈의 ‘차이’를 이야기하고, 콩이 발효돼 된장이 되는 과정을 통해 스피노자의 ‘변용’을 설명했다. 신 박사는 “만화는 요리를 생생하게 보여줄 수 있으니 요리 전문가를 섭외해 디테일을 살려보자”고 제안했고, 권 작가는 TV에서 요리 프로그램을 보고 팬이 된 요리사 박 씨를 찾아갔다. 박 씨도 권 작가의 팬이라며 흔쾌히 수락했다. 스토리는 권 작가의 몫. 주인공은 대기업 회장 아버지를 둔 대학 철학 강사 권준우다. 그는 자신의 수업이 수강생이 모자라 폐강될 위기에 놓이자 요리를 하며 철학하는 ‘맛있는 철학’ 수업을 준비한다. 여기에 가업을 물려받지 않으려는 아들이 못마땅한 아버지, 자신의 꿈을 찾아 떠난 아내, 사춘기에 빠진 딸이 등장한다. 만화 창작 과정은 이렇다. 권 작가가 주인공이 오랜만에 찾아온 아버지에게 무언가를 대접해야 하는 상황을 제시한다. 신 박사는 가까이하고 싶어도 날카로운 가시 때문에 거리를 둘 수밖에 없는 쇼펜하우어의 ‘고슴도치 딜레마’ 개념을 화두로 던진다. 요리사 박 씨는 아들이 아버지에게 대접할 만한 요리로 달고 부드러운 ‘복숭아조림 누룽지탕’을 제안한다. “치아가 좋지 않은 나이 든 아버지가 소화하기 쉽고, 부자간의 긴장관계를 누그러뜨릴 수 있는 요리가 복숭아조림 누룽지탕이죠.” 이런 식으로 헤겔의 정반합 변증법은 레드 품종인 시라와 화이트 품종 비오니에가 섞인 와인 샤토 당퓌이와, 자크 라캉의 욕망이론은 어떤 재료든 마음대로 넣어 만들 수 있어 자신의 욕망을 투영할 수 있는 김치찌개와 만난다. 권 작가는 “주인공이 일상에서 요리하고 삶의 고민을 철학으로 푸는 모습을 보면서 철학은 책으로 배우는 게 아니라 하는 것이란 메시지를 주고 싶었다”고 했다. 자문역을 맡은 두 사람은 ‘맛있는 철학’의 맛을 이렇게 설명했다. “약과 양념의 역할을 동시에 하는 계피맛이 났어요. 만화적 재미와 철학, 요리를 횡단하는 이색적인 시도였습니다.”(신 박사) “철학은 어려워서, 음식은 항상 옆에 있어서 잘 보이지 않아요. 둘을 섞어놓으니 우리가 모르고 지냈던 일상의 맛이 났습니다.”(박 씨)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김민재 인턴기자 연세대 행정학과 4학년   }

    • 2014-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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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Viva, 프란치스코]‘빈자의 대변인’ 교황의 삶은… 방한 앞두고 책 출간 붐

    8월 14일 프란치스코 교황의 역사적인 방한을 앞두고 교황을 다룬 책도 출간 붐을 이루고 있다. 사상 첫 남미 출신 교황이자 말 대신 몸으로 사회적 약자를 도와 ‘빈자(貧者)의 대변인’으로 불리는 교황의 삶과 생각을 살펴볼 수 있는 책들이다. 10일 교보문고에 따르면 올 상반기 출시된 교황 관련 책은 모두 14권이다. 지난해 한 해 동안 10권이 출간된 것에 비해 크게 늘었다. 교황 방한이 가까워지면서 5월(153권)보다 6월(365권)의 판매량이 2배 이상 늘었다. 올해 출간된 교황 관련 책 중에선 바티칸 전문가인 안드레아 토르니엘리가 쓴 ‘따뜻한 리더, 교황 프란치스코’(서울문화사)가 인기다. 그는 교황의 말과 생각, 교황과의 개인적인 추억, 교황으로 선출된 과정을 상세히 전한다. 교황이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며 대중과 소통하고, 웅장한 거처 대신 검소한 숙소에 머물기를 원하는 모습을 통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감동을 주는’ 리더의 원칙을 배울 수 있다. 인천교구 미래사목연구소장인 차동엽 신부가 쓴 ‘교황의 10가지-따봉, 프란치스코!’(위즈앤비즈)는 교황의 핵심 메시지를 10가지로 간추렸다. 핵심을 관통하는 통찰과 명쾌한 해설로 ‘이 사람들이 보물입니다’ ‘어찌 기쁘지 아니한가’ ‘무릎으로 오는 축복’ 등 10가지 소제목을 달아 정리했다. ‘뒷담화만 하지 않아도 성인이 됩니다’(가톨릭출판사)는 교황이 사람들에게 직접 전한 가르침을 모았다. 연인들, 가족들, 가난으로 고통 받는 우리 이웃들에게 전하는 교황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같은 출판사의 교황을 다각도로 분석한 평전 ‘프란치스코 교황’도 있다. 독일 국영 방송인 ZDF의 바티칸 출입기자인 위르겐 에어바허는 교황과 관련된 다양한 일화를 여러 사진을 통해 생동감 있게 전달한다. 교황의 신앙적, 인간적인 면을 골고루 조망했다. 교황의 권고문을 묶은 ‘복음의 기쁨’(한국천주교주교회의)도 있다. 교황은 책에서 ‘오늘날의 세상에서 복음 선포’란 주제 아래 “자기 안위에만 마음 쓰고 폐쇄적이며 건강하지 못한 교회보다 거리로 나와 다치고 상처 받고 더렵혀진 교회가 되자”고 권고한다. 무신론자인 이탈리아 언론인 에우제니오 스칼파리는 ‘무신론자에게 보내는 교황의 편지’(바다출판사)를 출간했다. 스칼파리는 이탈리아 일간지 ‘라 레푸블리카’를 통해 공개적으로 “하나의 진리만이 존재하는가” “무신론자도 용서받을 수 있는가”라고 물었다. 이에 교황은 “진리는 결코 절대적이지 않습니다”라고 답하며 모두 함께 걸어가야 할 길을 제시한다. 교보문고 광화문점 박미순 북마스터는 “교황 방한이 다가오면서 미리 교황 관련 책을 준비했던 출판사들이 부지런히 책을 내고 있다. 독자들의 반응도 좋다”고 말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2014-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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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Viva, 프란치스코]박 대통령의 ‘오고초려’ 끝에 이루어진 역사적 선물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을 위해 박근혜 대통령은 상당히 공을 들였다. 박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교황 방한을 요청한 것만 다섯 차례에 이른다. 박 대통령은 정부 출범 직후인 지난해 3월 19일 프란치스코 교황의 착좌식에 정부 대표로 참석한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통해 한국 방문을 요청하는 친서를 전달했다. 친서는 한국과 교황청 양국의 관계 발전과 한반도의 평화 정착을 위해 방한을 부탁한다는 내용이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같은 달 부활절 대축일에 한국과 북한의 화해와 평화를 위해 세계가 기도를 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두 달 뒤인 지난해 5월 박 대통령은 다시 한 번 방한 요청 친서를 교황청에 전달했다. 그해 10월 2일 박 대통령은 방한한 교황청 인류복음화성(省) 장관인 페르난도 필로니 추기경을 청와대로 초청해 “교황청에서 현재 124위의 한국 순교자에 대한 시복 결정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 결정이 빨리 이뤄져 우리 순교자들의 정신이 소중한 유산으로 기려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방한하셔서 직접 시복식을 해주신다면 우리 천주교민들에게는 굉장히 큰 선물이 될 것”이라고 거듭 방한을 요청했다. 이에 필로니 추기경은 “교황님은 한국에 대해 특별한 관심과 애정을 보이고 있다”며 “한국을 꼭 오시고 싶어 한다”고 화답했다. 그러자 박 대통령은 “고대하고 있겠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당시 필로니 추기경은 “교황님이 박 대통령께 아주 특별한, 특별한, 특별한 선물(special, special, special gift)을 드리라고 했다”며 진주 묵주를 전달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그해 12월 19일 피에트로 파롤린 교황청 국무원장이 직접 집전한 한-교황청 수교 50주년 기념 경축미사에 감사 서한을 보내며 다시 한 번 프란치스코 교황의 한국 방문을 요청했다. 올해 1월 한국 가톨릭계에는 큰 경사가 있었다. 염수정 서울대교구장이 새 추기경에 임명된 것이다. 2월 로마 바티칸 교황청에서 열린 염 추기경의 서임식에 동행한 조현재 문체부 제1차관은 박 대통령의 네 번째 친서를 교황청에 전달했다. 박 대통령은 3월 14일 취임 이후 처음으로 염 추기경 등 가톨릭 지도자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과 관련해 논의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는 오스발도 파딜랴 대주교(주 한국 겸 몽골 교황대사)와 강우일 조규만 주교 등이 참석했다. 교황청은 석 달 뒤인 6월 18일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 일정을 공식 발표했다. 박 대통령은 공식적으로는 ‘무교’지만 가톨릭과 인연이 깊다. 박 대통령은 가톨릭 재단인 성심여중고와 가톨릭 예수회가 운영하는 서강대를 졸업했다. 1965년 성심여중 시절 영세를 받았다. 영세명은 ‘율리아나’로 율리아나는 13세기 평생 약자를 보살피며 자선활동을 해온 이탈리아의 성녀(聖女)다. 박 대통령은 대선 전에는 성심여고를 정기적으로 방문하고 서강대 홍보 광고에 출연하는 등 가톨릭 재단 학교에 대한 애정을 보여 왔다. 2012년 성심여고를 방문한 자리에선 “성심을 다니면서 삶과 사람을 사랑하는 방법을 배워 훗날 어렵고 힘든 시절을 이겨낼 수 있었다. 제가 꿈꾸는 교육도 성심에서 얻은 소중한 경험을 모델로 삼고 싶다”고 밝히기도 했다. 청와대 안에서도 “다른 종교와의 형평성 때문에 조심스럽지만 가톨릭에 대한 대통령의 애정이 매우 각별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이재명 egija@donga.com·박훈상 기자}

    • 2014-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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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실용서]“며칠 뒤에 하겠다고? 당장 저질러라”

    한 도자기공예 강사는 반 학생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고 채점 기준을 설명했다. 양으로 평가하는 그룹은 50개를 만들면 A학점, 40개를 만들면 B학점을 받기로 했다. 질로 평가하는 그룹은 최고로 잘 만든 한 작품만 평가해 점수를 주기로 했다. 학기가 끝나고 미적, 기술적인 면에서 최고 작품을 제출한 학생들은 질보다 양 그룹에 속했다. 양 그룹 학생들은 더 많은 작품을 제출하려고 도자기를 계속 빚다 보니 실력이 쌓였다. 반면 질 그룹 학생들은 완벽한 한 점에 집착하며 계획만 세우다가 실력이 나아지지 않았다. 미국 진로상담 분야 최고 권위자로 꼽히는 공저자는 미 스탠퍼드대 평생교육 과정 ‘인생성장 프로젝트’에서 작은 행동부터 실천하는 방법을 수백만 명에게 전파했다. 수강생들은 작게는 체중 감량부터 크게는 창업과 인생에서 성공을 맛봤단다. 저자는 ‘예술과 두려움’이란 책에 실린 도자기 강사의 실험에서 본질을 찾는다. 그들은 “성공하는 이들의 절대 원칙이 재빨리 행동에 뛰어들기다. 실수나 실패를 피할 방법을 찾는 데 많은 시간을 쓰지 않고 능력과 지식의 한계를 드러낼 기회를 열심히 찾아다닌다. 이 행동은 그들이 무엇이든 재빨리 배우게 만든다”고 주장한다. 생활 속에서 바로 실천해 보자. “살을 빼야지” 대신에 “오늘 점심은 가볍게 먹어야겠어”로, “어린이 동화책을 써야지”보단 “버스를 타고 집에 가는 동안 몇 문장 정도 써보면 어떨까”로.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2014-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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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악당 캐릭터라도 ‘욱일기’는 안된다?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 기획전시실에서 12일 열릴 예정이던 일본 만화 ‘원피스’ 특별기획전 ‘메모리얼로그: 정상결전 완결편’이 욱일기(旭日旗) 논란에 휩싸여 전시가 취소됐다. 전쟁기념관은 10일 “작품 곳곳에 욱일기가 등장하는 원피스의 전시를 전쟁기념관에서 여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민원이 다수 접수됐다. 일제강점기의 항쟁 역사를 교훈으로 전하는 기념관에서 기획전을 강행하는 것은 논란을 야기할 수 있어 대관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이달 초부터 전쟁기념관 홈페이지에는 “원피스의 전쟁기념관 전시를 반대한다”는 비판 글과 함께 욱일기가 나온 ‘원피스’ 장면이 줄지어 올라왔다. 원피스에서 해골 ‘브록’이 “사무라이는 ‘와노쿠니(조화의 나라)’의 검사(劍士)”라고 말하는 장면에서 욱일기가 배경으로 등장한다. 또 악당의 의상이나 보트의 깃발에도 욱일기가 그려져 있다. 전시 기획사 측은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기획사 관계자는 “원피스에서 욱일기가 그려진 캐릭터는 모두 악당으로 묘사되고 주인공이 이들을 무찌른다. 오히려 반제국주의 만화로 봐야 한다. 욱일기가 등장한다는 것만으로 전시를 취소하는 건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원피스의 작가인 오다 에이치로는 국내에 번역된 단행본에서 “왜구는 조선반도 등지에 배로 침략하던 사람들이다. 역사 교과서에 조선에 출병을 했다고 쓰여 있지만 약탈하러 간 것이 맞고 나쁜 녀석들이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번 전시에 20억 원을 투자한 기획사 측은 법적 대응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10일 기획사 측은 언론에 전시공간을 공개했다. 전시장에는 원피스 대형 조형작품 100여 점과 애니메이션 영상, 시나리오 콘티, 캐릭터 원화 등이 전시돼 있었다. 욱일기나 이를 암시하는 전시물은 없었다. 1997년 처음 선보인 원피스는 지난해까지 단행본 누적 발행 부수가 3억 부를 돌파하는 등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만화 중 하나로 꼽힌다. 최고의 해적왕을 꿈꾸는 주인공 루피와 동료들의 모험담을 그린 내용으로 TV 애니메이션으로도 만들어져 KBS에서 방송되기도 했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김민재 인턴기자 연세대 행정학과 4학년}

    • 2014-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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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욱일기 등장 전시 취소” “어이 없다” 만화 ‘원피스’ 논란

    서울 용산전쟁기념관 기획전시실에서 12일 열릴 예정이던 일본 오다 에이치로 작가의 만화·애니메이션인 원피스 특별기획전 '메모리얼로그: 정상결전 완결편'이 욱일기(旭日旗) 논란에 휩싸여 전시가 취소됐다. 전쟁기념관은 10일 "작품 곳곳에 욱일기가 등장하는 '원피스'를 전쟁기념관에서 개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민원이 다수 접수됐다. 일제 강점기의 항쟁 역사를 교훈으로 전하는 기념관에서 기획전을 강행하는 것은 논란을 야기할 수 있어 대관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이달 초부터 전쟁기념관 홈페이지에는 "원피스 전쟁기념관 전시를 반대한다"는 비판 글과 함께 욱일기가 나온 원피스 장면이 줄지어 올라왔다. 원피스 325화에선 해골 '브룩'이 "사무라이가 '조화의 나라'의 검사"라고 말하는 장면에서 욱일기가 배경으로 등장한다. 이밖에도 나부끼는 깃발이나 머리끈에도 욱일기가 그려져 있다. 반면 전시 기획사 측은 황당하다는 주장이다. 기획사 관계자는 "원피스에서 욱일기가 그려진 캐릭터는 모두 악당으로 묘사되고 이를 주인공 '루피'가 무찌른다. 오히려 반제국주의 만화로 봐야 한다. 욱일기가 등장한다는 것만으로 전시를 취소하는 건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오다 에이치로는 국내 출판사와 인터뷰에서 "왜구는 조선반도 등지에 배로 침략하던 사람들이다. 역사 교과서에 조선에 출병을 했다고 쓰여있지만 약탈하러 간 것이 맞고 나쁜 녀석들이다"고 밝히기도 했다. 기획사 측은 대관 취소를 공식문건으로 받지 않았기 때문에 전시를 계속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1997년 연재를 시작한 '원피스'는 지난해까지 단행본 누적 발행 부수가 3억 부를 돌파해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만화다. 최고의 해적왕을 꿈꾸는 주인공 루피와 동료들의 모험담을 그린 만화다. 애니메이션은 2003년~2007년 KBS에서 방송됐다. 이번 기획전에는 원피스 대형 조형작품 100여 점과 애니메이션 제작 과정을 볼 수 있는 시나리오 콘티 등이 전시될 예정이었다.박훈상기자 tigermask@donga.com}

    • 2014-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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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가 웃자 사람이 운다… 딜레마에 빠진 ‘보석 골목’

    서울 용산구 회나무로13가길(이태원2동)은 사진가 장진우 씨(28)의 이름을 딴 ‘장진우 골목’으로 유명하다. 이 골목에 살던 장 씨는 2011년경 이곳에 테이블 하나짜리 레스토랑인 ‘장진우 식당’을 열었다. 이후 공연과 식사를 함께 즐기는 고성(古城)풍의 ‘그랑블루’, 제주도 요리를 파는 ‘문오리’, 조선 개화기 모던 식당을 재현한 ‘경성스테이크’와 같은 독특한 가게들이 이곳에 줄지어 들어섰다. 장 씨와 뜻을 같이하는 주인들은 골목을 ‘보석길’이라 부르며 모임을 만들었다. 이들이 운영하는 가게는 모두 19곳. 이 중 8곳은 장 씨가 직접 운영한다. 지난주 금요일인 4일 저녁 장진우 골목은 20, 30대 젊은이들로 붐볐다. 입소문을 탄 인기 식당 앞은 대기 줄이 길게 늘어섰다. 골목에 주차장이 없어 방문객과 주민 사이에 주차 문제로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오후 11시 반경 술집 안은 여전히 손님들로 붐볐다. 회사원 강모 씨(29·여)는 “장 씨가 독특한 콘셉트로 만든 골목이 맛과 멋으로 유명해 찾았다. 작은 가게에서 술과 음식을 즐기니 여유를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원래 골목은 빈 가게들이 군데군데 있었던 한적한 주택가였다. 대부분이 세입자로 주민 절반 이상이 50대 이상이다. 하지만 ‘장진우 골목’이 형성된 뒤 세입자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우선 골목과 인근 부동산의 매매가가 2, 3년 새 30% 이상 오르면서 전세금과 월세도 따라 올랐다. 이곳 H부동산 대표는 “외식업으로 성공한 연예인들도 가게를 얻으려고 찾아올 정도”라며 “골목가 주택은 물론이고 후미진 골목에도 상가로 바꾸는 공사가 한창이거나 공사를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기존 세입자들은 ‘월세 폭탄’을 맞게 됐다. 골목길에 자리한 한 가게 주인은 보증금 1000만 원을 5000만 원으로, 월세를 100만 원에서 150만 원으로 올려 달라는 집주인 때문에 근심에 빠졌다. 자녀와 함께 전세금 8000만 원짜리 집에 살던 김모 할머니(84)는 집주인이 월세 150만 원을 요구하자 이사를 가야 할 형편이다. 김 할머니는 “이사 갈 집이 예전보다 고지대인데도 보증금 6000만 원에 월세 50만 원이라 전세로 치면 1억 원이 넘는다”며 한숨을 쉬었다. 임대료가 오르면서 이용원 쌀집 세탁소 안경원 등 주민들이 애용하던 가게들도 하나둘씩 문을 닫았다. 10년째 이 골목에서 살고 있는 A 씨(55·여)는 “식당이 들어선 뒤 밤마다 시끄러워 잠도 자기 어렵고 단골 가게도 문을 닫아 불편해졌다”고 말했다. ‘장진우 골목’은 바람직한 도시 개발과 주민의 ‘공존’이란 화두를 던진다. 장 씨는 “건물주는 건물 가격이 몇 배 올라 좋지만 건물주보다 더 많은 주민들은 우리가 싫고 미울 것이다”라며 “이 골목은 대기업 자본이 아닌 가난한 예술가가 자기 능력을 발휘해 만든 공간이고 나 또한 월세를 내고 살아가는 주민이기 때문에 항상 공존을 고민하고 함께 즐길 수 있는 문화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기존 골목과 이질적인 소비문화는 새로운 갈등도 낳았다. 지역 주민 정모 씨(38·여)는 “불법주차와 소음으로 민원을 넣으면 마치 ‘문화’를 모르는 사람처럼 취급해 불쾌했다. 겉으로는 문화를 만든다고 하면서 골목 주민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장 씨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비틀스나 마이클 잭슨이 살아 돌아와 공연을 해도 그들(민원 넣는 주민)에게는 소음이다”는 글을 올려 반감을 더 키웠다. 한필원 한남대 건축학과 교수는 “골목은 원래 작은 공동체의 통로이자 공동 거실 같은 공간”이라며 “골목을 많은 방문자가 모이는 상업용도로 개발하면 주민들의 거주 여건이 나빠져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석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골목 개발 과정에서 상인, 세입자, 소유자, 전문가, 행정기관이 참가하는 협의체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김민재 인턴기자 연세대 행정학과 4학년   }

    • 2014-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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