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선

최지선 기자

동아일보 국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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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에서 벌어지는 특별한 일들을 기록합니다.

aurinko@donga.com

취재분야

2026-02-15~2026-03-17
미국/북미49%
국제일반13%
인사일반13%
국제정치7%
유럽/EU3%
국제사고3%
국제정세3%
국제인물3%
국방3%
선거3%
  • 밥은 술에 취하지 않는다?…놀이가 된 음주운전 근절 캠페인의 기적

    “단순히 음주운전을 하지 말라고 ‘지시’ 하는 것을 넘어서, 사람들이 음주운전을 하지 않는 습관이 들도록 재미있는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홍보하는 게 보다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네덜란드 아메르스포르트 네덜란드교통안전협회(VVN)에서 만난 로브 스톰프홀스트 마케팅·교육 담당자가 강조한 말이다. VVN은 음주운전을 줄이기 위해 ‘밥은 술에 취하지 않는다(BOB STAYS SOBER)’ 캠페인을 2001년부터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다. 밥(BOB)은 한국의 ‘철수’ ‘영희’처럼 네덜란드에서 흔한 이름이다. 전국에 있는 밥들의 동참에 힘입어 네덜란드의 음주운전은 감소하고 있다.● 놀이가 된 근절 캠페인 ‘밥의 기적’ 네덜란드 사람들은 술자리가 시작되기 전 일행 가운데 절대 술을 마시지 않는 ‘밥’을 정한다. 밥은 밥이라 적힌 열쇠고리를 건네받고 술자리가 끝난 뒤 운전을 책임진다. 술자리를 가지는 사람들이 재미나게 동참할 수 있는 방식으로 음주운전을 줄여보자는 취지였다. 밥 캠페인은 네덜란드에서 가장 성공적인 교통안전 캠페인으로 자리를 잡았다. 네덜란드 운전자의 75%가 차량을 이용해 술이 있는 식사 자리에 가면 캠페인에 참여한다. 네덜란드에서는 밥으로 지정된 사람은 절대 술을 마시지 않는다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네덜란드에서는 주말 밤을 기준으로 전체 운전자 중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사람이 2002년에는 4%였지만 지난해 1.4%로 줄었다. 로브 씨는 “캠페인이 시작하고 2년 만에 주말 밤 젊은층이 술을 마시는 비율이 40%나 줄었다”며 “맥주를 음료처럼 마시는 네덜란드의 문화에서 보다 큰 효과를 발휘했다”고 말했다. 특히 주류 회사가 함께 캠페인에 참여하며 큰 화제가 됐다. VVN이 주류 회사의 참여를 제안했을 초기에는 회의적인 반응이 많았다. 하지만 VVN은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며 설득했고, 주류 회사들이 올해 2020년까지 3년간 밥 캠페인을 후원하기로 약속했다. 술을 즐기며 진행되는 각종 유명 공연 및 축제에서도 밥 캠페인은 큰 효과를 거뒀다. 공연과 축제 참가자들 가운데 밥이 되기로 한 사람에게는 밥이라고 적힌 도장을 손목에 찍게 한다. 밥이 된 사람은 행사가 끝난 뒤 직접 ‘밥 캠페인 부스’에 가서 음주 측정을 한다. 이들이 음주를 하지 않았다면 선물을 받을 수 있다. 지난해 17개의 대형 축제에서 약 150만 명이 캠페인에 참가했다. 이 중 약 12만 명이 음주 측정에 임했고 약 8만 명이 약속을 지켰다. 김상옥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음주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가 큰 사회적 문제가 된 국내에서 음주운전을 줄이는 데 밥 캠페인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강력한 처벌과 계도로 음주운전 잡은 독일 독일은 세계적인 자동차 산업 강국답게 정부와 산업계, 시민사회가 음주운전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달 8일 독일 베를린에서 만난 독일도로안전협회(DVW)의 쿠루트 보데위그 회장은 “1970년대 서독에서만 교통사고로 한 해 약 2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통일 독일에서 3180명이 줄었다”며 “안전띠 의무화와 함께 음주운전자에 대한 처벌 강화가 큰 비결이었다”고 소개했다. DVW는 1924년 설립된 유럽 최대의 교통안전 비영리 기구(NPO)로 독일 전국에서 6만 명이 자원봉사로 참여하며 교통안전 정책을 개발·제언하고 캠페인을 벌인다. 자동차 제조사가 금전적 지원을 하고, 정부가 정책적으로 뒷받침한다. 독일의 음주운전 적발 기준은 한국과 같은 혈중알코올농도 0.05%다. 하지만 운전자가 음주운전의 위험을 일찍이 깨우치도록 하는 데 음주운전 근절 정책의 중점을 뒀다. 대표적인 것이 면허를 갓 취득한 후 2년간의 ‘임시면허’ 소지자에 대한 조치다. 이들의 음주운전 적발 기준은 혈중알코올농도 0.03%다. 임시면허 운전자가 음주운전으로 적발되면 정부는 면허를 3~6개월 간 회수한다. 만 18~21세 임시면허 운전자의 경우에는 임시면허 기간이 4년으로 늘어난다. 이 나이에는 임시면허가 아니라도 혈중알코올농도 0.03%를 음주운전 적발 기준으로 한다. 술 한 잔만 마셔도 절대 운전대를 잡으면 안 된다는 경고인 것이다. 지난해 독일의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231명이었다. 2014년 260명과 비교해 11.1% 줄었다. DVW는 이를 모든 연령대로 확대할 것을 정부와 검토하고 있다. 음주 문화가 일찍이 발달한 ‘맥주의 나라’답게 음주운전을 근절하는 다양한 캠페인도 벌이고 있다. 네덜란드처럼 독일에서도 밥 캠페인은 흔한 풍경이다. 주류를 판매하는 식당에서는 고객이 자신의 운전면허증을 제시하면 무료로 음료수를 자발적으로 제공한다. 보데위그 회장은 “술과 운전을 처음 접하는 어린 운전자가 음주운전의 위험성을 일찍이 알고 단념하도록 하는데 효과가 크다. 업소 입장에서도 자신들이 음주운전 예방에 참여하는 좋은 가게라는 인상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수정 한국교통안전공단 선임연구원은 “우리도 독일 등 유럽처럼 강력한 처벌로 음주운전 시도를 초기에 막고, 음주했을 경우 차량의 시동이 걸리지 않는 ‘시동잠금장치’ 보급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라고 말했다.-‘단 한 잔도 안 된다’…교통안전 선진국의 음주근절 방법은? 교통안전 선진국들은 초보 운전자를 특별 관리하는 ‘임시면허’를 운영한다. 이 기간 동안 교통 법규를 위반하면 일반 운전자보다 엄격하게 처벌하는데, 임시면허는 특히 상습 음주운전자가 되지 않도록 운전 초기에 강력한 제재 수단으로 쓰인다. 프랑스는 법적 음주운전 처벌 기준이 혈중알코올농도 0.05%지만 임시면허 소지자는 0.02%부터 면허가 취소된다. 0.02%는 맥주 1잔으로도 나올 수 있는 수치다. ‘단 한 잔도 안 된다’는 의식을 확실히 심어주기 위해서 기준을 강화했다. 임시면허 기간 동안 혈중알코올농도 0.05% 이상인 상태로 운전하다가 적발되면 3년간 면허 발급이 정지된다. 또 임시면허 기간인 3년 동안에는 의무적으로 초보운전 스티커를 차 뒤편에 붙여야 한다. 영국은 임시면허 기간인 2년간 벌점 한도가 일반 운전자보다 낮다. 벌점이 6점 이상 쌓이면 면허가 자동 취소된다. 음주운전은 벌점 10점이므로 임시면허 기간 중 한 번만 걸려도 면허가 취소된다. 독일도 면허를 딴 뒤 2년 동안 임시면허 기간을 거쳐야 한다. 독일은 음주운전과 뺑소니, 과속 등 중대 위반행위와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 불법 주정차 등 보통 위반행위로 교통법규 위반 사항을 분류한다. 중대 위반행위 1번, 보통 위반행위 2번으로 적발되면 임시면허 기간이 2년에서 4년으로 연장된다. 임시면허 기간이 연장된 사람은 8주 동안 교통안전 보충교육을 9시간 받아야 한다. 보충교육을 받지 않으면 면허가 취소된다. 음주운전은 더욱 엄격하게 처분한다. 임시면허 기간동안 음주운전 사실이 적발되면 6~12명으로 구성된 소규모 ‘특별보충세미나’에 참석해야 한다. 호주는 운전면허 취득 자체를 어렵게 했다. 임시면허, 예비면허를 거쳐야 정식 운전면허증을 발급해주고, 각 단계에 의무 보유기간이 있어서 운전면허 취득까지 최소 4년가량 걸린다. 호주에서도 초보운전자의 음주운전은 가장 엄격하게 제재한다. 혈중알코올농도가 0%여야 운전할 수 있는 ‘제로(0)용인법’을 사용하고 있다. 명묘희 도로교통공단 책임연구원은 “음주운전 위반자들을 보면 첫 적발 때부터 2회, 3회 거듭될 다음 적발에 걸리는 기간이 짧아지는데 이는 음주운전이 습관이 된다는 의미”라며 “초보운전자일수록 안전운전 습관을 위해 첫 적발 때부터 강하게 처벌해야한다”고 말했다. 아메르스포르트=구특교기자 kootg@donga.com베를린=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최지선 기자aurinko@donga.com}

    • 2018-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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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살인행위” 공분에도… 음주운전 고위공직자 84% ‘솜방망이 징계’

    음주운전을 하다가 적발된 검사에게 법무부가 가장 가벼운 징계인 ‘견책’ 처분을 내렸다. 이른바 ‘윤창호 씨 사망 사건’ 이후 음주운전을 강력하게 처벌하자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너무 가벼운 징계를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음주운전 척결을 위해선 공직사회가 앞장서야 하고, 이를 위해선 관련 규정을 개정해 징계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 경찰보다 낮은 검찰의 음주운전 징계 16일 법무부에 따르면 부산지검 동부지청 소속 A 검사(36)는 올해 3월 혈중알코올농도 0.08% 상태에서 운전을 하다가 적발됐다. A 검사는 검찰 수사관 등 직원들에게 저녁식사를 사준 뒤 검찰청사로 돌아와 업무를 했고, 술이 깼다는 생각에 차를 몰고 귀가하다가 적발된 것으로 전해졌다. 법무부 법무감찰위원회는 지난달 23일 A 검사에게 ‘견책’ 처분을 내렸다. ‘검찰공무원의 범죄 및 비위 처리지침’에 따르면 적발 당시인 3월 기준으로는 음주운전에 처음 적발됐고 혈중알코올농도 0.1% 미만이면 견책 또는 감봉이 가능했다. 대검찰청 관계자는 “당초 대검 감찰본부에서는 감봉 1개월로 징계 청구를 했는데 10명 중 9명이 외부 인사인 법무감찰위에서 A 검사가 야근하다가 귀가한 점 등을 정상 참작해 견책 처분을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21일 음주운전 처벌 강화를 지시한 뒤 이틀 만에 법무부가 A 검사를 경징계한 사실이 밝혀져 박 장관이 민망하게 됐다는 말이 나온다. 검찰은 6월 지침을 개정해 첫 번째 음주운전 적발이라도 혈중알코올농도 0.1% 미만이면 감봉, 0.1% 이상이면 정직으로 징계 기준을 상향 조정했다. 그렇지만 혈중알코올농도 0.1% 미만이고 첫 음주운전 적발이라도 정직 처분을 받는 경찰보다는 여전히 징계 수위가 낮다. 한 예로 올해 1월 인천 중부경찰서 소속 B 경사(47)는 혈중알코올농도 0.099%의 상태로 운전하다가 붙잡혀 정직 3개월 징계를 받았다. 법원은 법원공무원에 대해선 징계 기준이 있지만 판사는 적용되지 않아 ‘제 식구 감싸기’라는 지적을 받는다. 한 예로 2016년 인천지법 소속의 한 부장판사는 고속도로에서 음주운전 뺑소니 사고를 내 벌금 800만 원을 선고받았는데도 징계는 감봉 4개월에 그쳤다. ○ “공직사회부터 징계 수위 높여야” 공직사회에서 음주운전은 검찰만의 문제가 아니다. 더불어민주당 인재근 의원이 인사혁신처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16년부터 올해 8월까지 5급 이상 공무원이 음주운전으로 중앙징계위원회에서 받은 징계 건수는 총 87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파면이나 해임, 강등, 정직 등 중징계를 받은 인원은 13건(15%)에 불과했다. 일반공무원은 인사혁신처의 ‘공무원 징계령 시행규칙’에 따라 최초 음주운전이 적발됐을 때 혈중알코올농도가 0.1% 미만인 경우에는 견책이나 감봉, 0.1% 이상이면 정직 또는 감봉의 징계를 받는다. 경찰은 물론이고 검찰보다도 징계 수위가 낮다. 국회도 음주운전에 관대하다. 혈중알코올농도 0.089%로 운전하다가 적발된 민주평화당 이용주 의원은 당에서 ‘당원권 3개월 정지’라는 솜방망이 징계만 받았다. 음주 사망사고 처벌을 살인사건 수준으로 강화하는 내용의 ‘윤창호 법’은 여야가 이번 정기국회에서 신속하게 처리하기로 합의했지만 논의가 지연되고 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범법 행위를 단죄하는 법조인이나 고위 공직자는 타인에게 모범이 되어야 하는데 음주운전에 견책 수준의 경징계를 하는 것은 너무 가벼운 처분”이라고 지적했다. 권기헌 성균관대 행정학과 교수도 “음주운전에 대한 국민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고 사회에 미치는 해악이 크므로 공직사회가 솔선수범해서 징계 수위를 지금보다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황형준 constant25@donga.com·최지선·김예윤 기자}

    • 2018-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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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음주운전 관용 더 이상 없을 것”… 대법양형위, 처벌기준 강화나서

    음주운전 운전자의 차량에 치인 뒤 50일 가까이 사경을 헤매다 숨진 윤창호 씨 사고를 계기로 사법부가 음주운전자의 처벌 강화를 위한 양형기준 검토에 나서기로 했다. 검찰과 경찰도 음주운전자에게 관용을 베풀지 않겠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 법원 “음주운전 판결 국민 법 감정 안다” 9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주승용 국회부의장(바른미래당), 국회교통안전포럼, 경찰청 주최로 ‘음주운전 근절대책 마련 정책세미나’가 열렸다. 경찰 검찰 법원이 음주운전 문제 해결을 논의하기 위해 한자리에 모인 것은 처음이다. 이른바 ‘윤창호법’으로 불리는 음주운전자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도로교통법과 특정범죄가중처벌법 개정안 발의를 이끈 윤 씨의 친구들도 참석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 전문위원인 송오섭 판사는 “법원도 음주운전 가해자에게 내려지는 판결에 대한 국민의 법 감정을 잘 알고 있다. 양형위원회는 이러한 점을 감안해 음주로 인한 범죄의 처벌과 관련해 다각적인 검토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양형위는 19일 ‘음주로 인한 감경 또는 가중의 여러 문제’를 주제로 학술대회를 열어 윤창호법 국회 통과 이후의 양형 기준 개편 등에 대해 논의한다. 법원은 그동안 음주운전으로 다른 사람을 숨지게 하거나 크게 다치게 한 혐의(위험운전치사상)로 기소된 사람에 대해 국민의 법감정에 미치지 못하는 판결을 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2007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에 위험운전치사상 조항이 도입돼 음주운전으로 사람을 사망하게 한 경우 최대 30년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 하지만 지난해 음주운전으로 인한 위험운전치사상 혐의로 1심 재판에 넘겨진 사건 가운데 70.9%가 집행유예를 받았고, 실형은 7.4%에 그쳤다. 대법원의 양형기준은 음주운전 사망 사고를 낸 사람에 대해 최대 4년 6개월을 선고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이 때문에 특가법 조항이 사문화(死文化)됐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송 판사는 “양형 기준은 권고일 뿐으로 지금도 법관이 반드시 따를 필요는 없다. 양형 기준을 초과해 판결할 때는 사유를 판결문에 적으면 된다”고 설명했다.         ○ 국회, ‘윤창호법’ 15일 통과 추진검찰은 지난달 21일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청와대 국민청원 답변을 통해 밝힌 처벌 강화 방침을 재확인했다. 윤 씨의 친구들이 사고 이후 청와대에 올려 40만 명 이상의 국민 동의를 이끌어낸 청원이었다. 법무부 형사법제과 박규형 검사는 “음주운전으로 사망, 중상해 피해를 입힌 운전자는 원칙적으로 구속 수사하고, 법원의 선고가 구형에 미치지 못하면 적극적으로 항소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윤창호법이 반드시 통과돼 음주운전에 관대했던 인식이 바뀌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여야는 현재 법제사법위원회와 행정안전위원회에 계류 중인 ‘윤창호법’을 15일 소관위 전체회의와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여야 원내대표들이 윤창호법 처리에 이견이 없어 통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주승용 국회부의장은 세미나에서 “모든 게 국회 책임이다. 음주운전 처벌을 강화하는 법안을 통과시키지 못해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 됐다”며 정기국회에서 윤창호법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씨 친구들은 “창호에게 생긴 일은 누구에게나 벌어질 수 있다”며 “(처벌 수위에) 변화가 없다면 끊이지 않는 재앙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 2018-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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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야생 그대로 보호”… 4만㎡ 숲에 북극곰 단 4마리 자유롭게 생활

    9월 대전오월드 사육장을 탈출한 퓨마 ‘뽀롱이’는 한국 사회에 ‘동물원의 필요성’에 대한 고민에 불을 지폈다. 국내 일부 지방 및 실내 동물원의 열악한 환경이 부각되면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동물원을 폐지해달라는 글이 수십 건 올라왔다. 좁은 사육장에 동물을 가두는 것이 비윤리적이라는 주장이었다. 반면 멸종위기 야생동물의 종(種) 복원 연구를 위해 동물원의 존속이 필요하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동물들이 자연 그대로의 환경에서 생활하며 야생성을 유지하도록 해 동물원의 모범사례로 꼽히는 영국 ‘요크셔 야생동물공원(YWP)’을 지난달 3일 찾아갔다.○ 4만 m² 야생에 북극곰 4마리가 산다 런던에서 철도로 2시간, 약 250km 떨어진 동커스터에 펼쳐진 약 40만 m²의 평원에는 콘크리트와 철장으로 상징되는 일반적인 동물원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영국 중부지방의 습지와 숲, 초원의 형태가 자연 그대로 보존돼 있었다. YWP에서 북극곰 사육을 책임지고 있는 사이먼 마시 사육사(43)는 “2009년 개장 때부터 동물을 가두는 게 아닌 야생에서의 모습 그대로 보호하는 원칙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YWP에는 북극곰 4마리가 살고 있다. 영국에서 유일하게 북극곰이 있는 곳이다. ‘프로젝트 폴러(북극)’라는 이름의 사육장은 면적이 4만 m²에 이른다. 내부에는 물 10만 L가 채워진 7m 깊이의 호수도 있다. 식사 시간에 곰 입가의 흰 털이 고기의 붉은 피로 적셔지는 모습을 보니 이들이 야생동물이라는 것이 실감났다. 먼저 식사를 마친 다른 곰이 남은 고기에 관심을 보이면 크게 소리를 지르며 신경전을 벌였다. 주변 숲에서 날아온 새들은 북극곰들이 남길 고기 찌꺼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 곰들은 네덜란드 독일 러시아의 동물원에서 이사를 왔다. 활동 반경이 넓은 북극곰이 지내기에는 YWP가 최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마시 사육사는 “프로젝트 폴러에서는 곰들이 작은 야생동물을 직접 사냥하고, 다이빙하며 수영하는 등 야생성을 회복하며 살게 된다”고 소개했다. 이런 이유로 국내에 있는 유일한 북극곰이었던 경기 용인시 에버랜드 동물원의 ‘통키’도 YWP와의 동물 교류 차원에서 12월 이곳으로 이주할 예정이었다. 5월에는 킴 베리 윌킨스 YWP 사육사(33·여)가 방한해 통키의 상태를 살펴봤다. YWP는 통키가 적응할 수 있도록 기존 북극곰들과의 첫 인사, 바뀐 자연환경에서의 식습관 등을 준비했었다. 하지만 통키가 지난달 노환으로 숨을 거둬 이주 계획은 무산됐다.○ 동물원의 ‘동물복지’ 고민할 때 YWP에는 70여 종, 400여 마리의 동물이 살고 있다. 모두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이 멸종위기로 지정한 야생동물이다. 하지만 야생에서 포획해온 동물은 없다. 모두 세계의 다른 동물원에서 사정상 사육을 어려워하던 동물이다. 동물원의 규모를 과시하기 위해 동물을 종류별로 채우는 ‘백화점식 전시’도 없다. YWP의 이름을 알리게 된 사건은 2010년 2월 ‘라이언 레스큐(사자 구조)’가 대표적이다. 루마니아의 한 동물원에서 더럽고 좁은 철창 우리에 갇혀 지내던 사자 13마리를 데려왔다. 이들은 폭포와 실개천, 들판이 어우러진 사자 사육장에서 건강과 야생성을 되찾고 있다. 윌킨스 사육사는 “YWP에는 스트레스로 인한 반복된 행동을 하는 동물이 없다”며 “입장료 수입의 대부분을 동물의 야생성 회복에 다시 투자한다”고 소개했다. 지난해에 학생 8만여 명을 포함해 76만여 명이 YWP를 찾았다. 실제로 YWP는 ‘관람하기 힘든 동물원’으로 불린다. 동물에게 더 넓은 공간을 주고 야생성 회복을 우선시하기 때문이다. 국내 일부 동물원처럼 영업시간 내내 동물을 사람에게 노출시키는 건 이곳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실제 기자는 동물원 전체를 꼼꼼히 둘러봤지만 사육장에서 표범을 발견하지 못했다. 숨어 있었기 때문이다. 마시 사육사는 “야생에서 꽁꽁 숨어 사냥감을 노리는 표범의 습성을 존중하는 것”이라며 “관람객이 표범을 보고 싶어 해도 억지로 데리고 나오는 일은 절대 없다”고 말했다. 한국의 동물원 폐지론에 대해서는 “안타까운 일”이라며 “동물원 폐지론은 더 모범적인 운영으로 극복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동커스터=서형석 skytree08@donga.com / 용인=최지선 기자}

    • 2018-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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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혼자 살던 중년-고령자 참변… 가족 연락안돼 빈소도 못차려

    9일 서울 종로구 국일고시원에서 발생한 화재는 가장 외로운 사람들을 덮쳤다. 통상 대형 화재가 발생하면 유가족들은 뉴스를 접하는 즉시 시신이 안치돼 있다는 병원을 전전하며 가족을 애타게 찾곤 한다. 하지만 7명이 숨진 이번 화재에서는 이런 장면을 찾아볼 수 없었다. 화재 발생 13시간이 지난 오후 6시경 국립중앙의료원에 안치된 1명의 가족이 찾아온 게 처음이었고, 빈소도 이 병원에만 차려졌다. 오후 10시 30분 현재 고려대병원 세브란스병원 등에 안치된 6명은 빈소조차 없는 상태다. 서울 종로경찰서에 따르면 사망자는 모두 남성이고 6명은 50∼70대, 1명은 34세다. 사망자 중에는 학원강사로 알려진 일본인 1명이 포함돼 있다. 이들은 약 5∼10m²(약 1.5∼3평) 크기의 방에서 월세 28만∼38만 원을 내며 살았다고 한다. 서울의 한 구청 복지 담당자는 “고시원이나 쪽방에 거주하는 중년·고령자는 사망해도 가족과 연락이 닿지 않는 경우가 많다. 연락이 닿아도 장례를 원하지 않는 가족도 있다”고 전했다. 고시원 원장 구모 씨(68)는 “(기초생활수급자가 많아) 불쌍해서 반찬도 주고 국도 끓여줬는데 어쩌면 좋으냐”며 오열했다. 부상자들도 대부분 홀로였다. 탈출하다 다쳐 치료를 받는 이들 옆에 가족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3층에 거주하는 부상자 김모 씨(59)는 “옆방에 살아도 다들 서로 얼굴만 알지 이름도 몰랐다”고 했다. 20년간 서울에서 혼자 지내며 보증금을 아끼려고 고시원에 살았다는 부상자 정모 씨(62)는 “가족들이 부산에 있다. 손에 화상을 입었지만 당분간 치료받으면서 일해야 한다”고 했다.최지선 aurinko@donga.com·김자현 기자}

    • 2018-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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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음주운전 처벌 수위 높아질까…경찰·검찰·법원 한자리에

    음주운전 처벌을 강화하기 위해 민관이 머리를 맞댄다. 경찰·검찰·법원이 음주운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 자리에 모이는 것은 처음이다. 9일 오전 9시 반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음주운전 근절 정책 세미나’가 열린다. 이날 세미나에는 민갑룡 경찰청장 등 경찰 관계자와 법무부 형사법제과, 대법원 양형위원회 등 음주운전 처벌 관련 기관의 관계자들이 모두 참석한다. 특히 양형위원회가 음주운전 세미나에 참석하는 것은 처음이라 음주운전 양형기준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현재 대법원은 교통사고로 사람을 사망하게 한 경우 음주 등 가중 처벌 요인이 있으면 징역 1~3년을 선고하도록 양형기준을 두고 있다. 가중 처벌 요인이 두 가지 이상이어도 양형기준상 최대 형량은 징역 4년 6개월이다. 이는 국민 법감정과 크게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이 20세 이상 성인 249명의 음주운전 의식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85.1%(212명)가 ‘음주운전 사망 사고를 내면 10년 이상 징역에 처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음주운전 처벌 기준은 ‘현행 혈중알코올농도 0.05%보다 낮은 0.03%로 낮춰야 한다’는 응답이 26%(64명), ‘술을 한 잔이라도 마셨으면 운전해선 안 된다’는 응답이 51.6%(127명)를 차지했다. 국민의 의식과 현실 간에 괴리도 크다. 한 예로 음주운전 3회 이상 상습 적발자는 2016년 전체 적발자 중 19.3%로 전년도 18.5%에 이어 매년 증가하고 있다. 양형위원회 관계자는 “(음주운전 처벌이 국민 법감정에 미치지 못한다는)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다”며 “위원회에서 양형기준 조정을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지선 기자aurinko@donga.com}

    • 2018-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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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통사고 사망 ‘0’… 보행천국 비결은 “승용차를 불편하게 하라”

    지난달 22일(현지 시간) 스위스 취리히 불링거 광장의 회전교차로. 바닥에 숫자 ‘20’이 선명하게 적혀 있는 게 눈에 띄었고, 파란색 표지판에는 도로로 뛰어드는 아이의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중앙역과 가까운 이곳은 6개 도로가 만나 교통량이 많다. 하지만 제한최고속도는 시속 20km였다. ‘20존’이라는 의미다. 차량이 통행할 수 있지만 20존에서는 보행자가 언제나 통행의 우선권을 갖는다. 무단횡단이라는 개념이 없는 것이다. 제한최고속도가 최저 시속 30km인 국내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이다. 하지만 오후 2시부터 1시간 동안 불링거 광장을 지켜봤지만 회전 교차로라는 것을 알아채기 어려울 만큼 조용했다. 보행자들이 회전 교차로를 대각선으로 가로질러 건너도 경적을 울리는 차는 한 대도 없었다.○ 인구 40만 취리히, 교통사고 사망자는 ‘0명’취리히는 전 세계에서 가장 걷기 좋은 도시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인구가 40만 명이지만 지난해 교통사고 사망자는 0명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보행자 중심 도시로 거듭나기 위해 진화 중이다. 국제보행자연맹(IFP) 전 사무총장이자 스위스 총책임인 크리스티안 토마스 박사와 6시간 동안 취리히 도심을 걸으며 대화를 나눴다. “보행자 중심 도시를 위한 ‘마법의 레시피’는 없다. 도시마다 다른 해결책이 있다. 하지만 확실한 건 거창한 계획이 아닌 ‘디테일’이 사고를 줄인다는 점이다.” 토마스 박사는 길을 나서기 전 ‘섬세함’을 강조했다. 2015년 보행안전 국제세미나 참석을 위해 한국을 찾기도 했던 그는 “서울은 매우 큰 도시인 만큼 차량이 많고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 도로로 나온 자동차는 보행자에게 잠재적 위험 요인이 된다. 자동차가 속도를 내기 어려운 환경을 만들고 차량 이용이 줄도록 대중교통 체계를 정교하게 다듬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의 말처럼 취리히 교통안전의 가장 큰 목표는 자동차 이용이 불편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취리히는 도심 도로의 제한최고속도가 시속 30∼50km다. 국내에서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도입 중인 ‘안전속도 5030’을 교과서처럼 지키고 있는 셈이다. 과속 처분도 엄격하다. 어린이 보호구역(스쿨존)에서 과속 사실이 적발되면 경우에 따라 면허를 바로 박탈한다. 이날 찾은 스쿨존 5개 앞에는 모두 과속단속 카메라가 있었다. 운전자는 운전면허를 취득하더라도 1년간 ‘교육면허(learner license)’를 발급받아 운전하면서 과속 등 법규를 위반하지 않아야 정식 면허를 받을 수 있다.그 대신 대중교통이 자가용 이용보다 훨씬 편하도록 교통체계를 정비했다. 기차와 노면전차(트램), 버스 간 환승에 걸리는 시간을 분 단위로 쪼개 배차 간격을 정확히 맞췄다. 토마스 박사는 “취리히역 44번 게이트에 내려서 역 앞 트램 정류장까지 성인 걸음으로 7분이 걸린다. 보행자가 급하게 서두르거나 기다리지 않아도 되도록 배차 간격을 정확히 관리한다”고 말했다.보행자 통행이 잦은 지역은 신호 간격을 좁혀 운전자를 불편하게 한다. 취리히역 앞 횡단보도는 1차로 도로인데도 보행자 신호등이 있다. 이 신호등은 30초마다 초록불로 바뀐다. 신호 한 번마다 자동차가 대여섯 대밖에 지나갈 수 없다. 토마스 박사는 “자동차가 보행자를 헤집고 운전해야 하는 구조라 어떤 운전자도 역 앞을 지나가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했다. ○ 왕복 2차로에도 보행섬 설치 도로 중앙에 있는 ‘보행섬’은 스위스 보행자 보호의 상징이다. 취리히에는 왕복 2차로 도로에도 대부분 보행섬이 있다. 걸음이 느린 어린이, 고령 보행자를 위해서다.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스위스에서도 고령자 교통사고가 중요한 과제가 됐다. 스위스 교통국에 따르면 전체 교통사고 사상자 가운데 65세 이상 노인 비율은 1990년 21%, 2000년 27%, 2010년 31%, 2015년 38%로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2015년의 경우 고령자 교통사고 가운데 38%가 보행자였다. 이 때문에 스위스 정부는 고령 보행자에게 ‘균형감각을 위해 손에 짐을 들지 말고 배낭을 멜 것’ ‘보행섬에서 반드시 멈췄다가 길을 건널 것’ ‘형광색 물건을 몸에 지닐 것’을 강조하고 있다. 취리히 시내를 6시간 걷는 동안 빠른 속도로 달리는 자동차는 한 대도 발견하지 못했다. 보행자가 길을 건널 때는 멀리서부터 속도를 줄였고 경적을 울리지 않았다. 보행섬에 멈춰 서 있으면 오히려 지나가라고 손짓했다. ○ 경찰관이 유치원에 가서 교통안전 교육 지난달 23일 취리히 리마트구트 유치원 4세 반에 제복을 입은 경찰관 크리스티안 셸리바움 씨가 나타났다. 1년에 2번 있는 교통안전교육을 위해 경찰관이 직접 방문한 것. 실내 연습을 마친 아이들은 유치원 앞 왕복 2차로 도로의 횡단보도를 혼자서 건넜다. 스위스 교통안전 교육은 한국과 다른 점이 많다. 우선 길 건너는 법을 바로 가르치지 않고 안전하게 걷는 법부터 가르친다. 보도를 반으로 나눴을 때 차도 쪽이 아닌 길 안쪽으로 걸을 것을 강조한다. 가장 강조하는 것은 자동차가 멈췄는지 확인하는 방법이다. 셸리바움 씨는 “어린아이들은 차가 멀리서 올 때 속도가 줄고 있는지 인지하는 능력이 떨어진다”며 “동그란 바퀴가 굴러가지 않는지 확인하라고 가르친다”고 말했다. 또 운전자와 반드시 눈을 맞추라고 강조한다. 운전자가 자신을 보고 있는 걸 확인한 뒤 횡단보도로 발을 떼도록 한다. 교통안전 교육은 16세까지 받는다. 취리히=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공동기획 :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한국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 한국교통연구원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tbs교통방송교통문화 개선을 위한 독자 여러분의 제보와 의견을 e메일로 받습니다.}

    • 2018-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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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행자가 車 신경쓰지 않도록”…교통사고 사망 ‘0명’ 취리히, 여전히 진화중

    지난달 22일(현지 시간) 스위스 취리히 불링거 광장의 회전교차로. 바닥에 숫자 ‘20’이 선명하게 적혀 있는 게 눈에 띄었고, 파란색 표지판에는 도로로 뛰어드는 아이의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중앙역과 가까운 이 곳은 6개 도로가 만나 교통량이 많다. 하지만 제한최고속도는 시속 20㎞였다. ‘20존’이라는 의미다. 차량이 통행할 수 있지만 20존에서는 보행자가 언제나 통행의 우선권을 갖는다. 무단횡단이라는 개념이 없는 것이다. 제한최고속도가 최저 시속 30㎞인 국내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이다. 하지만 오후 2시부터 1시간 동안 불링거 광장을 지켜봤지만 회전교차로라는 것을 알아채기 어려울 만큼 조용했다. 보행자들이 회전교차로를 대각선으로 가로질러 건너도 경적을 울리는 차는 한 대도 없었다.● 인구 40만 취리히, 교통사고 사망자는 ‘0명’ 취리히는 전 세계에서 가장 걷기 좋은 도시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인구가 40만 명이지만 지난해 교통사고 사망자는 0명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보행자 중심 도시로 거듭나기 위해 진화 중이다. 국제보행자연맹(IFP) 전 사무총장이자 스위스 총책임인 크리스티안 토마스 박사와 6시간동안 취리히 도심을 걸으며 대화를 나눴다. “보행자 중심 도시를 위한 ‘마법의 레시피’는 없다. 각 도시마다 다른 해결책이 있다. 하지만 확실한 건 거창한 계획 아닌 ‘디테일’이 사고를 줄인다는 점이다.” 토마스 박사는 길을 나서기 전 ‘섬세함’를 강조했다. 2015년 보행안전 국제세미나 참석을 위해 한국을 찾기도 했던 그는 “서울은 매우 큰 도시인만큼 차량이 많고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 도로로 나온 자동차는 보행자에게 잠재적 위험 요인이 된다. 자동차가 속도를 내기 어려운 환경을 만들고 차량 이용이 줄도록 대중교통 체계를 정교하게 다듬어야 한다”고 조언했다.그의 말처럼 취리히 교통안전의 가장 큰 목표는 자동차 이용이 불편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취리히는 도심 도로의 제한최고속도가 시속 30~50㎞다. 국내에서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도입 중인 ‘안전속도 5030’을 교과서처럼 지키고 있는 셈이다. 과속 처분도 엄격하다. 어린이 보호구역(스쿨존)에서 과속 사실이 적발되면 경우에 따라 면허를 바로 박탈한다. 이날 찾은 스쿨존 5개 앞에는 모두 과속단속 카메라가 있었다. 운전자는 운전면허를 취득하더라도 1년 간 ‘교육 면허(learner license)’를 발급받아 운전하면서과속 등 법규를 위반하지 않아야 정식 면허를 받을 수 있다. 대신 대중교통이 자가용 이용보다 훨씬 편하도록 교통체계를 정비했다. 기차와 노면전차(트램), 버스 간 환승에 걸리는 시간을 분 단위로 쪼개 배차간격을 정확히 맞췄다. 토마스 박사는 “취리히역 44번 게이트에 내려서 역 앞 트램 정류장까지 성인 걸음으로 7분이 걸린다. 보행자가 급하게 서두르거나 기다리지 않아도 되도록 배차 간격을 정확히 관리한다”고 말했다. 보행자 통행이 잦은 지역은 신호 간격을 좁혀 운전자를 불편하게 한다. 취리히역 앞 횡단보도는 1차로 도로인데도 보행자 신호등이 있다. 이 신호등은 30초마다 초록불로 바뀐다. 신호 한 번마다 자동차가 대여섯 대 밖에 지나갈 수 없다. 토마스 박사는 “자동차가 보행자를 헤집고 운전해야 하는 구조라 어떤 운전자도 역 앞을 지나가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했다. 도로와 보도의 높낮이 차는 보행자 편의를 위해 3㎝ 이상 차이가 나지 않도록 법에 명시됐다.● 왕복 2차로에도 보행섬 설치 도로 중앙에 있는 ‘보행섬’은 스위스 보행자 보호의 상징이다. 취리히에는 왕복 2차로 도로에도 대부분 보행섬이 있다. 걸음이 느린 어린이, 고령 보행자를 위해서다.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스위스에서도 고령자 교통사고가 중요한 과제가 됐다. 스위스 교통국에 따르면 전체 교통사고 사상자 가운데 65세 이상 노인 비율은 1990년 21%, 2000년 27%, 2010년 31%, 2015년 38%로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2015년의 경우 고령자 교통사고 가운데 38%가 보행자였다. 이 때문에 스위스 정부는 고령 보행자에게 ‘균형감각을 위해 손에 짐을 들지 말고 배낭을 멜 것’ ‘보행섬에서 반드시 멈췄다가 길을 건널 것’ ‘형광색 물건을 몸에 지닐 것’을 강조하고 있다. 취리히 시내를 6시간 걷는 동안 빠른 속도로 달리는 자동차는 한 대도 발견하지 못했다. 보행자가 길을 건널 때는 멀리서부터 속도를 줄였고 경적을 울리지 않았다. 보행섬에 멈춰 있으면 오히려 지나가라고 손짓했다. 토마스 박사는 “취리히는 여전히 어디에 보행섬이 필요한지, 보행자가 자동차를 신경 쓰며 걷지는 않는지 체크하며 진화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바퀴가 멈췄는지 보세요” 스위스 유치원 교통교육 실습현장 동행 ▼ “자동차가 완전히 멈췄는지 확인하려면 동그란 바퀴가 굴러가지 않는지를 봐야 돼요.” 지난달 23일(현지 시간) 스위스 취리히 리마것 유치원 4세 반에 제복을 입은 경찰관 크리스티안 셜리바움 씨가 나타났다. 1년에 2번 있는 교통안전교육 위해 경찰관이 직접 방문한 것이다. 어린이 20명이 눈을 떼지 못하고 셜리바움 씨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셜리바움 씨가 동그랗게 둘러앉은 아이들 사이에 노란색 판을 3개 깔아서 횡단보도를 만들자 아이들 눈이 반짝였다. 교통안전교육을 처음 받는 4세 반은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를 건너는 방법을 배운다. 교실에서 연습한 뒤엔 경찰관이 보는 앞에서 유치원 앞 횡단보도를 혼자 건너는 실습시간을 갖는다. 스위스 교통안전 교육은 한국과 다른 점이 많다. 우선 길 건너는 법을 바로 가르치지 않고 안전하게 걷는 법부터 가르친다. 보도를 반으로 나눴을 때 차도 쪽이 아닌 길 안쪽으로 걸을 것을 강조한다. 횡단보도 앞에서는 길을 건널 것이라는 걸 운전자가 알아챌 수 있도록 보도의 가장 바깥쪽에 서고, 횡단보도를 직선으로 건너기 위해 양 발을 11자로 놓으라는 꼼꼼한 지도도 놓치지 않는다. 가장 강조하는 것은 자동차가 멈췄는지 확인하는 방법이다. 셜리바움 씨는 “어린 아이들은 차가 멀리서 올 때 속도가 줄고 있는지 인지하는 능력이 떨어진다”며 “동그란 바퀴가 굴러가지 않는지 확인하라고 가르친다”고 말했다. 또 운전자와 반드시 눈을 맞추라고 강조한다. 운전자가 자신을 보고 있는 걸 확인한 뒤 횡단보도로 발을 떼도록 한다. 실내 연습을 마친 아이들은 유치원 앞 왕복 2차로 도로의 횡단보도를 혼자서 건넜다. 너무 철저하게 배운 탓에 차가 완전히 멈추고 뒤에 7대가 기다리는데도 횡단보도를 건너지 않고 신중을 기하는 어린이도 있었다. 하지만 경적을 울리는 자동차는 한 대도 없었다. 교통안전교육은 16세까지 받는다. 고학년들은 신호체계까지 배운다. 아이뿐 아니라 부모도 교통안전교육 내용을 꾸준히 전달 받는다. 아이들을 위한 교재 뒷장에는 부모들을 위한 교통안전교육 방법이 소개돼 있다. 발달과정별로 3세에는 인도를 걷는 법, 4세에는 도로와 횡단보도를 구분하는 법, 6세에는 주차된 차 사이에서 나와 길을 건너는 법 등을 가르치라고 권고한다. 또 유치원생은 등·하원 시 주황색 형광 반사 조끼를 입게 하고, 초등 저학년은 노란색 형광 모자를 씌우라고 안내받는다. 크리스티안 토마스 국제보행자연맹(IFP) 박사는 “부모들이 자기가 배운 교통안전교육 내용을 아이들에게 가르쳐주면서 가정교육이 확실히 되는 선순환이 일어난다”고 말했다.취리히=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 2018-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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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든 차량에 차량용 소화기 설치 의무화…이르면 내년부터 시행

    현재 7인승 이상 차량에만 의무적으로 설치해야하는 차량용 소화기를 이르면 내년부터 모든 차량에 설치해야 한다. 사업용 자동차는 정기검사 때 소화기 설치여부 뿐만 아니라 작동상태도 점검 받아야하는 등 안전관리가 강화된다. 소방청과 국민권익위원회는 1일 전 차량 차량용 소화기 설치 의무화를 골자로 하는 ‘자동차 화재대비 안전관리 강화방안’을 발표했다. 강화방안에서는 전 차량에 차량용 소화기를 설치하도록 하고, 소화기 설치 위치를 승차정원별로 명확히 규정하도록 했다. 또 사업용 자동차 정기검사 때 소화기를 설치하지 않았거나 관리상태가 불량하면 과태료 부과 등 행정처분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 같은 강화 방안을 담은 소방시설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이르면 내년부터 시행된다. 소방청에 따르면 2012년부터 올해 7월까지 차량화재는 총 3만784건으로 하루 평균 13건 꼴로 발생했다. 이 중 5인승 차량이 47.1%를 차지했다. 권익위 실태조사 결과 5인승 차량 화재 발생 시 초기대응을 하지 못해 대부분 전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7인승 이상 차량은 자동차 신규·정기검사 시 검사원이 소화기 설치 여부를 확인해 운전자에게 시정권고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강제력이 없어 그동안 형식적으로 운영돼 왔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새로 출시되는 차량은 제작과정에서 소화기를 설치해야 한다. 기존 자동차는 운전자가 차량용 소화기를 구비해야한다. 7인승 미만 비사업용 차량의 경우 차량용 소화기를 설치하지 않았다고 해서 행정처분 등 불이익을 받지는 않는다. 권익위 관계자는 “운전자 스스로와 가족을 위해 권고하는 차원”이라며 “차량용 소화기를 쉽게 구매할 수 있도록 시중에 있는 1만 원 대 제품뿐만 아니라 다양한 제품들이 소방청 승인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소방청 관계자는 “차량에 소화기를 비치하면 내 차 뿐만 아니라 타인 차량에 불이 났을 때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는 ‘안전 상부상조’가 가능하다”며 “운전자가 손을 뻗으면 닿을 수 있는 위치에 소화기를 비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 2018-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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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통사고 사망률, 전남이 서울보다 6배 높아

    전국 교통안전 수준이 전반적으로 향상되고 있지만 서울 인천 등 특별시·광역시와 도(道) 간의 양극화가 여전히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인구 10만 명당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광역지방자치단체 간에 최대 6배 이상 차이가 나 지방 교통안전 전담 조직 확충 등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교통연구원은 30일 전국 광역단체 17곳의 ‘교통안전체계 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2016년을 기준으로 교통안전 전담 조직 유무, 정책 달성 여부, 교통사고 사망자 수 등 25개 부문을 종합 평가했다. 유럽연합(EU)은 유사한 평가 체계를 이용해 국가별 순위를 매긴다. 우리나라에서는 한국교통연구원이 지난해부터 지표를 개발해 광역단체별로 평가하고 있다. 평가 결과 전국 교통안전 종합 1위는 인천(89.97점)이 차지했다. 어린이, 고령자 등 도로이용자별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고 도로환경 관련 예산을 늘린 것이 교통안전 체계 개선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분석됐다. 인천은 지난해 첫 종합 평가 때보다 10.7%(8.68점) 향상돼 17개 광역자치단체 중 상승폭이 가장 컸다. 최하위는 경북(75.47점)이었다. 교통안전 계획 이행과 예산 확보가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전국 평균은 82.05점으로 전년보다 5.96점 올라 교통안전 수준이 전반적으로 향상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광역단체 간 양극화는 여전히 숙제다. 이번 평가에서 1∼7위는 특별시·특별자치시·광역시들이 차지했다. 2016년 기준 인구 10만 명당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가장 적은 서울이 3.5명인 데 비해 가장 많은 전남은 18.7명으로 5배 이상 많았다. 2017년엔 서울 3.5명, 전남 21.5명으로 6배 이상 차이가 났다. 전남은 이번 평가에서 경북에 이어 16위(76.97점)에 머물렀다. 한국교통연구원 한상진 국가교통안전연구센터장은 “교통안전 전담 부서와 인력이 있어야 지역 격차를 줄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광역단체 중 교통안전 전담 부서가 있는 곳은 지난해에 이어 교통안전체계 평가 1, 2위를 차지한 인천과 서울뿐이다. 경북은 평가 기준 시점 이후인 지난해 10월부터 교통안전팀을 별도로 구성해 인력을 3명 배치했다. 경북도 교통안전팀 관계자는 “경북은 노인 인구 비율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높고 도로 총길이가 경기에 이어 두 번째로 길어 교통안전에 취약하다”며 “노인보호구역 조성에 예산을 집중 투입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했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 2018-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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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등 카레이서’도 못 피해간… 고속도로 과속의 비극

    “아빠 미안해, 아빠 미안해….” 경기 용인시의 자택에서 만난 유정석 씨(43)의 말 중 유일하게 알아들을 수 있는 내용이었다. 아버지 유성복 씨(72)가 기자와 대화를 나누던 중 말을 잠시 멈추면 정석 씨는 “미안해”라고 반복해서 말했다. 정석 씨는 1급 뇌병변 장애인이다. 아버지는 “속 썩이지 않고 성실하게 커준 아들에게 평생 ‘미안해’란 말을 듣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토로했다.○ ‘1등 카레이서’였던 아들 사고가 난 건 2003년 9월 20일 오전 3시 30분 경기 용인시 경부고속도로 신갈 분기점 부근이었다. 정석 씨가 오르막에서 평탄한 도로로 진입하는 순간 앞에 가던 5t 화물차가 눈에 들어왔다. 급하게 핸들을 틀었지만 왼쪽 차로에 차량이 빠르게 달려오고 있었다. 다시 화물차 쪽으로 핸들을 틀어 그대로 화물차 왼쪽 바퀴 아래 깔렸다. 일본, 영국 등에서 쓰는 ‘오른쪽 운전석’ 차량이라 정석 씨가 받은 충돌 충격은 더 컸다. 사고 전 정석 씨는 촉망받는 카레이서이자 솜씨 좋은 정비사였다. 어렸을 때부터 자동차를 좋아해 차량 소리만 듣고도 어떤 부품이 고장 났는지 알아냈다. 수리가 까다로운 외제차 차주들이 전국 각지에서 정석 씨를 찾아왔다. 레이싱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내 국내외 대회에서도 여러 차례 우승했다. 그런 정석 씨가 자신의 몸과도 같은 차를 타던 중에 변을 당했다. 사고 당시 속도는 시속 140km. 2003년 경부고속도로의 제한최고속도는 시속 100km였다. 설상가상으로 늘 뒷좌석에 싣고 다니던 카레이싱용 안전모(헬멧)가 뒤에서 날아와 그의 머리를 가격했다.○ 193cm 장정 아들 업고 전국 병원 돌아 아버지는 아들과 자신의 삶을 바꿔놓은 15년 전 그 밤을 잊지 못한다. “경찰이 아들 다 죽게 생겼으니 빨리 오라고…. 제가 살려만 달라고, 어떻게든 고쳐보자고 매달렸어요.” 뇌를 심하게 다쳐 의식을 잃은 정석 씨는 3개월 동안 중환자실에 누워 있었다. 기적적으로 깨어났지만 오른쪽 팔과 다리가 마비됐고, 뇌병변 때문에 정상적인 의사소통이 어렵다. 아버지는 정석 씨를 돌봐줄 요양원을 찾아봤지만 키 193cm 몸무게 100kg의 큰 체격인 정석 씨를 받아주는 곳이 없었다. “거구여서 돌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였다. 결국 아버지가 요양보호사 역할을 맡게 됐다. 아버지는 정석 씨를 치료해 보려고 전국 방방곡곡을 헤맸다. 아버지는 “마비 환자를 잘 치료한다”는 말을 들으면 강원 춘천부터 전남 해남까지 어디든 정석 씨를 데려갔다. “어떤 한의원은 3층까지 엘리베이터가 없었어요. 용하다고 해서 매주 아들을 업고 계단을 오르내렸어요. 땀범벅이 돼서 아들을 차에 태워놓고 나면 어찌나 마음이 무너지던지….” 생활고 때문에 간병에만 계속 매달릴 수도 없었다. 할 수 없이 몸이 불편한 정석 씨를 차에 태우고 일을 하러 다녔다. 아버지는 전자오르간, 기타 등을 연주하는 행사 연주자다. 기초생활수급자로 등록된 정석 씨는 2006년 9월부터 한국교통안전공단으로부터 교통사고 피해자 지원으로 매달 재활보조금 20만 원을 받고 있다.○ 한 줄기 빛 아내와 아들정석 씨의 삶에 한 줄기 빛을 가져다준 것은 ‘천사’ 아내다. 그녀는 정석 씨의 상황을 모두 알고서도 2010년 그와 결혼했다. 아내는 남편을 지극정성으로 돌봤다. 남편을 매일 목욕시키고, 욕창이 생길까 봐 밤에도 1시간에 한 번씩 몸을 뒤집어 준다. 요양보호사와 활동보조사 자격증까지 취득해 정석 씨 관절이 굳지 않게 운동 치료도 직접 한다. 아들도 생겼다. 아내는 잡지 속 정석 씨의 사진을 가리키며 “남편이에요”라고 수줍게 말했다. 아들은 아버지가 받았던 트로피를 자랑했다. 아버지 성복 씨는 그런 며느리와 손자가 안쓰럽다. 가족들은 토요일마다 벼룩시장에 가서 필요한 물건을 사고 국수 한 끼를 먹고 돌아오는 소소한 외출도 시작했다. 하지만 휠체어 위에서 떠먹여 주는 밥을 먹는 아들을 보면 아버지는 여전히 가슴이 무겁다. “사고가 난 지 15년 됐지만 아직도 아들을 보면 속상한 마음을 말로 다 할 수 없어요. 단 한 번의 사고가 가져온 일입니다. 우리 가족 같은 아픔을 겪는 사람이 없었으면 해요.”용인=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공동기획 :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한국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 한국교통연구원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tbs교통방송교통문화 개선을 위한 독자 여러분의 제보와 의견을 e메일로 받습니다.}

    • 2018-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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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등 카레이서’였던 아들이 1급 장애인으로…과속이 앗아간 행복

    “아빠 미안해… 아빠 미안해….” 경기 용인시의 자택에서 만난 유정석 씨(43)의 말 중 유일하게 알아들을 수 있는 내용이었다. 아버지 유성복 씨(72)가 기자와 대화를 나누던 중 말을 잠시 멈추면 정석 씨는 “미안해”라고 반복해서 말했다. 정석 씨는 1급 뇌병변 장애인이다. 아버지는 “속 썩이지 않고 성실하게 커준 아들에게 평생 ‘미안해’란 말을 듣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토로했다. ● ‘1등 카레이서’였던 아들 사고가 난 건 2003년 9월 20일 오전 3시 30분 경기 용인시 경부고속도로 신갈분기점 부근이었다. 정석 씨가 오르막에서 평탄한 도로로 진입하는 순간 앞에 가던 5t 화물차가 눈에 들어왔다. 급하게 핸들을 틀었지만 왼쪽 차로에 차량이 빠르게 달려오고 있었다. 다시 화물차 쪽으로 핸들을 틀어 그대로 화물차 왼쪽 바퀴 아래 깔렸다. 일본, 영국 등에서 쓰는 ‘오른쪽 운전석’ 차량이라 정석 씨가 받은 충돌 충격은 더 컸다. 사고 전 정석 씨는 촉망받는 카레이서이자 솜씨 좋은 정비사였다. 어렸을 때부터 자동차를 좋아해 차량 소리만 듣고도 어떤 부품이 고장 났는지 알아냈다. 수리가 까다로운 외제차 차주들이 전국 각지에서 정 씨를 찾아왔다. 레이싱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내 국내외 대회에서도 여러 차례 우승했다. 그런 정석 씨가 자신의 몸과도 같은 차를 타던 중에 변을 당했다. 사고 당시 속도는 시속 140㎞. 2003년 경부고속도로의 제한최고속도는 시속 100㎞였다. 설상가상으로 늘 뒷좌석에 싣고 다니던 카레이싱용 안전모(헬멧)가 뒤에서 날아와 그의 머리를 가격했다.●193cm 장정 아들 업고 전국 병원 돌아 아버지는 아들과 자신의 삶을 바꿔놓은 15년 전 그 밤을 잊지 못한다. “경찰이 아들 다 죽게 생겼으니 빨리 오라고… 제가 살려만 달라고, 어떻게든 고쳐보자고 매달렸어요.” 뇌를 심하게 다쳐 의식을 잃은 정석 씨는 3개월 동안 중환자실에 누워있었다. 기적적으로 깨어났지만 오른쪽 팔과 다리가 마비됐고, 뇌병변 때문에 정상적인 의사소통이 어렵다. 아버지는 정석 씨를 돌봐줄 요양원을 찾아봤지만 키 193㎝ 몸무게 100㎏의 큰 체격인 정석 씨를 받아주는 곳이 없었다. “거구여서 돌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였다. 결국 아버지가 요양보호사 역할을 맡게 됐다. 키 163㎝인 성복 씨로서는 아들을 침대에서 일으켜 화장실에 데려가는 기본적인 일도 쉽지 않다. 아버지는 정석 씨를 치료해보려고 전국을 방방곡곡 헤맸다. 아버지는 “마비 환자를 잘 치료한다”는 말을 들으면 강원 춘천부터 전남 해남까지 어디든 정석 씨를 데려갔다. “어떤 한의원은 3층까지 엘리베이터가 없었어요. 용하다고 해서 매주 아들을 업고 계단을 오르내렸어요. 땀범벅이 돼서 아들을 차에 태워놓고 나면 어찌나 마음이 무너지던지….” 생활고 때문에 간병에만 계속 매달릴 수도 없었다. 할 수 없이 몸이 불편한 정석 씨를 차에 태우고 일을 하러 다녔다. 아버지는 전자오르간, 기타 등을 연주하는 행사 연주자다. “행사 하는 동안 돌봐줄 사람이 없으니 차에 태우고 다 큰 아들한테 소변통을 하나 쥐어줘요. 몸이 불편하니 참다 참다 ‘언제 오냐’고 전화할 때마다 마음 아팠죠.” 기초생활수급자로 등록된 정석 씨는 2006년 9월부터 한국교통안전공단으로부터 교통사고 피해자 지원으로 매달 재활보조금 20만 원을 받고 있다.● ‘한 줄기 빛’ 아내와 아들정석 씨의 삶에 한 줄기 빛을 가져다준 것은 ‘천사’ 아내다. 그녀는 정석 씨의 상황을 모두 알고서도 2010년 그와 결혼했다. 아내는 남편을 지극정성으로 돌봤다. 남편을 매일 목욕시키고, 욕창이 생길까봐 밤에도 1시간에 한 번씩 몸을 뒤집어 준다. 요양보호사와 활동보조사 자격증까지 취득해 정석 씨 관절이 굳지 않게 운동 치료도 직접 한다. 아들도 생겼다. 아내는 잡지 속 정석 씨의 사진을 가리키며 “남편이에요”라고 수줍게 말했다. 아들은 아버지가 받았던 트로피를 자랑했다. 아버지 성복 씨는 그런 며느리와 손자가 안쓰럽다. “아들이 친구들한테 ‘우리 아빠가 카레이싱 1등 선수였다’고 했더니 ‘휠체어에 탔는데 말도 안 된다’고 놀렸나 봐요. 상처 받지 않고 자랐으면 좋겠는데 어렵네요.” 가족들은 매주 토요일마다 벼룩시장에 가서 필요한 물건을 사고 국수 한 끼를 먹고 돌아오는 소소한 외출도 시작했다. 하지만 휠체어 위에서 떠먹여 주는 밥을 먹는 아들을 보면 아버지는 여전히 가슴이 무겁다. “사고가 난지 15년 됐지만 아직도 아들을 보면 속상한 마음을 말로 다 할 수 없어요. 단 한번의 사고가 가져온 일입니다. 우리 가족 같은 아픔을 겪는 사람이 없었으면 해요.” ▼ 과속 교통사고 매년 늘어 ▼ 교통안전의 기본 가운데 기본인 속도 준수가 무시되고 있다.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매년 줄며 올해 3000명대 진입이 예상되고 있지만 과속으로 인한 교통사고 피해는 오히려 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3년 427건 발생했던 과속 교통사고는 지난해 839건으로 2배가까이 증가했다. 과속 교통사고로 인해 숨진 사람도 144명에서 206명으로 증가했다. 국내 도로는 과속하기 쉬운 여건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도심 일반도로를 기준으로 국내 도로의 차로 폭은 최소 3m, 최대 3.5m다. 반면 일본은 최소 2.75m로 여유롭게 속도를 내기 어렵다. 3m가 넘는 폭의 차로는 고속도로에서나 볼 수 있다. 여기에 역설적으로 도로의 포장기술과 차량의 주행성능이 개선되면서 운전자가 자신도 모르게 속도를 내기 좋은 환경이 됐다. 정보통신기술(ICT)의 발달로 과속단속 카메라 앞이나 경찰의 불시 이동식 단속 구간에서만 속도를 줄이는 ‘캥거루 과속’도 확산됐다. 하지만 도심과 고속도로를 막론하고 제한최고속도를 넘는 과속은 사고 위험을 높인다. 도로에는 속도가 다른 다양한 차가 함께 다니고 있기 때문이다. 도심에서는 횡단보도를 건너는 보행자의 통행도 잦다. 또 과속 중인 운전자는 시야가 좁아져 주변 상황을 파악하기 힘들다. 보행자가 차량과 충돌했을 때 받는 충격은 차량 속도와 정비례하지 않고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차량 속도가 시속 60㎞만 넘겨도 보행자 대부분이 목숨을 잃는다. 정부가 교통사고 사망자 수를 현재의 절반인 2000명대로 줄이기 위해 도심 제한최고속도를 시속 50㎞로 낮추는 ‘안전속도 5030’을 추진하는 이유다. 경찰은 지난해 서울에서 시작한 도심 구간단속을 전국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고속도로도 마찬가지다. 2015년 국토교통부는 시속 120㎞인 현행 고속도로 설계속도를 시속 140㎞ 이상으로 높이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지난해 포기했다. 설계속도는 차량이 해당 속도로 달려도 안전하다는 뜻이다. 도로와 차량 성능이 좋아지면서 속도제한의 완화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과속 교통사고의 증가와 교통안전 정책에 역행한다는 지적이 더 컸다. 과속은 교통사고처리특례법에 명시된 중과실 중 하나다. 과속으로 교통사고를 내 사람을 다치거나 숨지게 한 운전자는 보험가입에 상관없이 기소된다. 경찰 관계자는 “제한최고속도를 지키는 건 모든 운전자가 안전을 위해 함께하는 일종의 약속이다. 과속은 이를 어기고 자신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안전까지 위협하는 행위로 반드시 근절해야할 잘못된 운전습관”이라고 말했다. 용인=최지선 기자aurinko@donga.com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

    • 2018-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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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풍등 금지 명령 어기고 날리면 벌금 200만 원

    7일 경기 고양시 대한송유관공사 경인지사 화재의 발화 원인으로 밝혀진 풍등(風燈·사진)은 사실상 ‘날아다니는 불씨’와 다름없어 화재 위험이 높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풍등은 알루미늄으로 된 뼈대에 얇은 종이 등을 씌우고 고체 연료에 불을 붙여 날리는 소형 열기구다. 풍등 날리기는 중국에서 시작된 풍습으로 동남아 일대에도 소원을 적어 풍등을 날리는 풍습이 퍼져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정월대보름 등 명절 행사 때 일부 참가자가 날아가는 풍등 모습을 찍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사진을 올리는 사례가 있었다. 하지만 풍등에 사용되는 고체 연료에 일단 불이 붙으면 일정 시간이 지나야 꺼지기 때문에 산불을 일으킬 위험이 크고 풍등 잔해가 야생동물 안전에 위협이 된다는 전문가 지적이 이어졌다.이에 소방당국은 지난해 소방기본법을 개정해 풍등 날리기를 금지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올해부터 시행된 소방기본법 제12조 1항에 따르면 풍등 등 소형 열기구 날리기는 ‘화재 예방상 위험 행위’로 간주돼 관할 소방서장이 금지, 제한을 명령할 수 있다. 이에 따르지 않고 풍등을 날리면 200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풍등은 유류 저장소뿐 아니라 화재에 취약한 임야나 보행자 머리 위로도 떨어질 위험이 있다. 올 1월 부산 기장군 삼각산 인근 50만 m²를 태워 부산에서 두 번째로 큰 산불로 기록된 화재의 원인도 풍등으로 지목됐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 2018-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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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독가스 퍼지면 어쩌나” 시민들 불안 떨어

    7일 경기 고양시 대한송유관공사 경인지사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로 인근 주민들은 하루 종일 불안에 떨어야 했다. 화재 현장에서 차로 15분 거리에 사는 최미영 씨(53·여)는 “처음에는 까만 연기가 온 동네 사방에 퍼져서 사람들이 사진을 막 찍었다. 방송을 보고야 불이 난 줄 알았다”고 전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빨간 불빛이 우리 집까지 보여 무섭다”, “연기가 너무 많이 나는데 도대체 언제 진압되느냐”는 글이 쇄도했다. 고양시는 이날 낮 12시 34분경 긴급재난문자를 보내 화재 현장 인근 주민에게 안전에 유의해 줄 것을 당부했다. 불기둥이 워낙 크다 보니 고양시와 가까운 서울 시내 곳곳에서 시꺼먼 연기 기둥이 관측됐다. 불기둥이 30m 높이로 치솟으면서 고양에서 직선거리로 21km 떨어진 서울 잠실에서까지 검은 연기가 보였다. 소방청에 따르면 서울지역 소방서에 “검은 연기가 보인다”는 신고가 오후 6시까지 100여 건 들어왔다. 고양시 덕양구에서 차로 20분 정도 떨어진 서울 자치구인 은평구와 마포구는 각각 오후 6시 9분과 오후 6시 27분 긴급 재난 문자를 보냈다. 두 자치구는 “금일 덕양구 화전동 송유관공사 화재 발생으로 유해가스가 발생되고 있으니 인근 주민께서는 창문을 닫고 외출을 자제하기 바랍니다”라고 당부했다.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 사는 고단비 씨(27·여)는 “부엌에서 밥 먹고 있었는데 멀리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게 보여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이날 여의도에서 서강대교를 건너 마포구로 이동한 이민구 씨(29)는 “여의도에서 볼 때는 구름 모양이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다리를 건너다 보니 구름이 아니라 연기였다. 높은 건물 뒤로 잿빛 연기가 낮게 퍼져서 마포구에 불이 크게 난 줄 알고 놀랐다”고 말했다. 일부 시민들은 유독가스가 신체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했다. 이에 대해 다수의 전문가들은 화재가 건물 밖에서 발생했고 주택가와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시민들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 2018-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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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행중 교통사고 사망자 9.5% 줄었다

    올해 9월까지 교통사고 사망자가 전년 대비 8.5%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보행 중 교통사고로 숨진 사람이 크게 줄어들면서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감소를 이끈 것으로 나타났다. 7일 경찰청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보행 중 교통사고 사망자는 1052명으로 전년 동기(1163명) 대비 9.5% 줄었다. 광주가 지난해 52명에서 올해 30명으로 42.3% 줄어 감소폭이 가장 컸다. 이어 강원도가 50명에서 31명으로 38%, 충북이 62명에서 42명으로 32.3% 각각 줄어들었다. 이는 경찰과 지방자치단체가 적극 단속을 실시한 데다 정부가 중점적으로 시행하는 ‘안전속도 5030 사업’이 효과를 거둔 것으로 풀이된다. 본보의 꾸준한 제언 등을 반영해 정부는 올해 초 보행자 보호를 중심으로 하는 교통안전종합대책을 마련해 본격 시행 중이고, 안전속도 5030사업이 대표적이다. 이 사업은 도심 일반도로의 제한 최고속도를 기존 시속 60km에서 50km로 낮추고, 이면도로는 30km로 제한하는 것이다. 최고속도가 시속 50km로 줄어들면 보행자와 충돌하더라도 사망 가능성이 절반 이하로 줄어든다. 보행 사망자 감소 등의 영향으로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 3031명에 비해 8.5% 감소한 2773명을 기록했다. 정부는 2020년까지 교통사고 사망자를 2000명대로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으며, 올해는 3000명대 진입을 기대하고 있다. 교통사고 사망자를 가장 크게 줄인 지역은 광주다. 사망자가 86명에서 51명으로 40.7% 감소했다. 강원도에서는 사망자가 180명에서 142명으로 21.1% 줄었고, 제주에선 62명에서 52명으로 16.1% 감소해 뒤를 이었다. 서울 교통사고 사망자는 246명에서 222명으로 9.8% 줄었다. 어린이 교통사고 사망자도 전년 대비 26.3% 줄어드는 성과가 있었다. 대구 광주 울산 등 6개 지자체에서 9월까지 어린이 교통사고 사망자가 1명도 발생하지 않는 등 전반적으로 크게 감소했다. 하지만 인천은 전년 0명에서 올해 3명으로, 경기는 7명에서 12명으로 오히려 늘었다. 택시나 버스 등 사업용 차량으로 인한 사고는 10.4% 줄어들었다. 하지만 상반기에 실시한 운수업체 대상 특별교통안전점검 결과 법규 위반사항 처분율이 80.6%에 그쳐 각 지방자치단체가 보다 엄격하게 처분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 2018-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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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듯했던 아들, 의롭게 보내주고 싶어… 장기기증 생각”

    “아들의 마지막이 조금이나마 의로웠으면 합니다. 창호의 장기 기증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부산 해운대구에서 만취한 BMW 운전자의 차량에 치여 사경을 헤매는 윤창호 씨(22)의 아버지 윤기현 씨(52)의 쉰 목소리는 아들 이름을 말할 때마다 가늘게 떨렸다. 창호 씨는 지난달 25일 사고 이후 4일로 열흘째 의식을 찾지 못한 채 병상에 누워 있다. 의료진이 3일 창호 씨에 대해 사실상 뇌사 상태에 빠졌다고 판정한 뒤 가족들은 장기 기증 여부를 상의하며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아버지 윤 씨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아내는 하염없이 울고 고3인 딸은 멍하니 창밖만 바라본다. 이런 고통을 누구도 겪지 않았으면 한다”고 토로했다.○ “존경심이 들 만큼 반듯했던 아들” 윤 씨는 검사의 꿈을 키워 왔던 아들에 대해 “너무 야무지고 원대한 꿈을 갖고 있어 부모가 살아가는 원천이었다”며 “자식이었지만 존경심이 들 정도로 반듯해 아들 앞에서 말 한마디 하는 것도 조심스러웠다”고 말했다. 그렇게 반듯했던 청년의 꿈은 음주운전 차량 때문에 산산이 조각났다. 경찰 조사 결과 보험설계사인 가해 운전자 박모 씨(26)는 지인들과 보드카 2병, 위스키 등을 마신 뒤 혈중알코올농도 0.134% 상태에서 300m가량을 운전했다. 몸을 가누기도 힘든 만취 상태로 차를 몰다가 횡단보도 앞 인도에 있던 윤 씨를 덮친 것이다. 왼쪽 다리가 부러져 입원해 있는 박 씨는 경찰의 방문조사에서 “당시 상황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씨는 아직 창호 씨 가족들에게 아무런 연락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창호 씨 친구들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린 ‘음주 운전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 달라’는 청원에는 4일 오후 10시 현재 19만여 명이 참여했다. 치명적인 음주운전 사고 가해자를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지만 처벌은 여전히 미흡하다. 2018년 사법연감에 따르면 지난해 음주운전으로 타인에게 심각한 부상을 입히거나 숨지게 한 혐의(위험운전치사상)로 1심 재판에 넘겨진 4328건의 사건 가운데 실형이 선고된 경우는 7.4%(324건)에 불과했다. 집행유예가 70.9%(3072건), 벌금형이 17.6%(766건)로 대부분이었다. ○ 양형기준에 묶인 음주운전 엄벌 음주운전 가해자를 무겁게 처벌할 수 있는 법률은 마련돼 있다. 2007년 도입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의 ‘위험운전치사상죄’는 음주운전으로 사람을 다치게 한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형 또는 500만∼3000만 원의 벌금형, 사망하게 한 경우 1∼30년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선고 형량은 크게 못 미친다. 대법원은 교통사고로 사람을 죽게 한 경우 운전자에게 보통 징역 8개월∼2년, 음주운전이나 중상해 등 가중 처벌할 경우 징역 1∼3년을 선고하도록 양형기준을 두고 있다. 가중 처벌 요인이 두 가지 이상이어도 양형기준상 최대 형량은 징역 4년 6개월이 된다. 실제 인천에서 신호 대기 중이던 승용차를 들이받아 일가족 3명을 숨지게 한 음주운전자는 지난해 항소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죄질이 나쁘다고 해서 양형기준을 훨씬 넘겨 징역 10년을 선고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윤 씨는 “음주운전 양형기준을 높이고, 음주운전은 살인에 준해 처벌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 ‘윤창호법’이 만들어진다면 창호에게 얼마나 의로운 일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음주운전을 하면 패가망신한다는 것을 아는 사회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고도예 yea@donga.com·최지선 / 부산=강성명 기자}

    • 2018-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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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택시 탈 때마다 카시트 들고 다니나”, “아이 안고 타면 사고 났을때 큰 위험”

    얼마 전 출산한 최모 씨(27)는 최근 새 도로교통법이 시행됐다는 소식을 듣고 걱정이 앞섰다. 개정된 법에 따르면 앞으로는 택시에서도 6세 미만 영유아는 반드시 카시트를 써야 한다. 갓 태어난 아기를 데리고 택시를 타는 게 불안할 때도 있지만 그렇다고 항상 카시트를 휴대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렵다. 최 씨는 “기저귀 분유 물티슈 등 짐이 한 보따리인데 카시트까지 들고 다니라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안전도 중요하지만 택시를 안 탈 수는 없지 않느냐”고 볼멘소리로 말했다.○ 차량 탑승 중 어린이 사상자 연 1만 명 9월 28일 개정 도로교통법이 시행된 지 일주일이 됐다. 시행 첫날부터 가장 큰 논란을 빚은 것이 ‘6세 미만 영유아 탑승 시 전 차량 카시트 의무’ 사항이었다. “택시들이 아이가 있는 가족의 승차를 거부할 게 불 보듯 뻔하다” “애가 셋이면 부모는 트렁크에 타란 말이냐” 등의 글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왔고, 9월 28∼29일에만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카시트 의무화 항의 글이 50여 개 올라왔다. 이에 경찰청은 29일 “보급률이 낮다는 것을 감안해 카시트 사용 단속을 유예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카시트 의무 사용을 언제까지고 미룰 수는 없다. 본보가 도로교통공단의 교통사고 분석 시스템을 통해 확인한 결과 지난해 차량 탑승 중 발생한 사고로 다친 어린이는 9344명이었다. 그중 19명이 사망했다. 어린이 교통사고 부상자는 2015년(1만339명), 2016년(9830명) 등 매년 줄어들고 있지만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가운데 가장 많은 수준이다. 이 가운데 택시 관련 교통사고로 다치는 어린이도 매년 700명가량 발생했다. 택시 탑승 중 사고나 다른 차에 탑승 중 택시와의 충돌로 다친 어린이는 2015년 739명, 2016년 684명이었다. 지난해에는 660명으로 전체 차량 탑승 사고 중 7%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카시트 사용률은 선진국에 비해 현저히 낮다.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민홍철 의원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자가용에서 유아용 카시트 사용률은 40.4%(2015년 기준)였다. 스웨덴과 오스트리아는 97%, 뉴질랜드는 93%에 달했다. ○ 국가가 나서 보급해야 해외에서도 사업용 차량이 카시트를 구비해야 할 의무가 있는지에 대한 규정은 엇갈린다. 캐나다는 일부 주를 제외하고는 택시에 카시트를 구비해야 한다. 스웨덴은 ‘단거리 이동 시’에 한해 카시트 장착을 하지 않아도 되고, 영국은 택시에 카시트 장착 의무가 없다. 하지만 이들 선진국은 10만 명당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우리나라의 절반도 안 되기 때문에 한국에서는 카시트의 필요성이 한층 높다. 허억 어린이교통안전연구소 소장은 “택시에서 아이를 안고 타면 사고 시 아이가 어른의 에어백이 된다고 할 수 있을 만큼 위험하다”면서 “자가용은 즉시 단속을 시작하고 택시 등 사업용 차량은 단계적으로 단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단속을 실시하는 것 자체가 경각심을 높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교통 관련 공공기관의 한 관계자는 “카시트를 구비한 택시를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미국식 모델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카시트를 구비한 업체의 콜택시를 골라서 부를 수 있다. 허 소장은 “저비용 카시트를 국가가 나서서 사업용 차량에 보급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 2018-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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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택시 탈 때도 들고다니라고? ‘카시트 의무화’ 논란 일주일

    최근 출산한 최모 씨(27)는 최근 새 도로교통법이 시행됐다는 소식을 듣고 걱정이 앞섰다. 개정된 법에 따르면 앞으로는 택시에서도 6세 미만 영유아는 반드시 카시트를 써야 한다. 갓 태어난 아기를 데리고 택시를 타는 게 불안할 때도 있지만 그렇다고 항상 카시트를 휴대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렵다. 최 씨는 “기저귀·분유·물티슈 등 짐이 한 보따리인데 카시트까지 들고 다니라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안전도 중요하지만 택시를 안 탈수는 없지 않느냐”고 볼멘소리로 말했다.●차량 탑승 중 어린이 사상자 연 1만 명 9월 28일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시행된 지 일주일이 됐다. 개정안 시행 첫날부터 가장 큰 논란을 빚은 것이 ‘6세 미만 영유아 탑승 시 전 차량 카시트 의무’ 사항이었다. “택시들이 아이가 있는 가족의 승차를 거부할 게 불 보듯 뻔하다” “애가 셋이면 부모는 트렁크에 타란 말이냐” 등의 글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왔고,. 9월 28~29일에만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카시트 의무화 항의 글이 50여 개 올라왔다. 이에 경찰청은 29일 “보급률이 낮다는 것을 감안해 카시트 착용 단속을 유예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카시트 의무 착용을 언제까지고 미룰 수는 없다. 본보가 도로교통공단의 교통사고분석시스템을 통해 확인한 결과 지난해 차량탑승 중 발생한 사고로 다친 어린이는 9344명이었다. 그 중 19명이 사망했다. 어린이 교통사고 부상자는 2015년(1만 339명), 2016년(9830명)등 매년 줄어들고 있지만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가운데 최하위 수준이다. 이 가운데 택시 관련 교통사고로 다치는 어린이도 매년 700명가량 발생했다. 택시에 탑승 중이거나 택시 추돌로 다친 어린이는 2015년 739명, 2016년 684명이었다. 지난해에는 660명으로 전체 차량 탑승 사고 중 7%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카시트 착용률은 선진국에 비해 현저히 낮다.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민홍철 의원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자가용에서 유아용 카시트 착용률은 40.4%(2015년 기준)였다. 스웨덴과 오스트리아는 97%, 뉴질랜드는 93%에 달했다. ●탑승자에 의무 지우지 말고 국가가 보급해야 해외에서도 사업용 차량이 카시트를 구비해야 할 의무가 있는지에 대한 규정은 엇갈린다. 캐나다는 일부 주를 제외하고는 택시에 카시트를 구비해야 한다. 스웨덴은 ‘단거리 이동 시’에 한해 카시트 부착을 하지 않아도 되고, 영국은 택시에 카시트 부착 의무가 없다. 하지만 이들 선진국은 10만 명 당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우리나라의 절반도 안 되기 때문에 한국에서는 카시트의 필요성이 한층 높다. 허억 어린이 교통안전연구소 소장은 “택시에서 아이를 안고 타면 사고 시 아이가 어른의 애어백이 된다고 할 수 있을 만큼 위험하다”면서 “자가용은 즉시 단속을 시작하고 택시 등 사업용 차량은 단계적으로 단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단속을 실시하는 것 자체가 경각심을 높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교통 관련 공공기관의 한 관계자는 “카시트를 구비한 택시를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미국식 모델도 고려해볼만 하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카시트를 구비한 업체의 콜택시를 골라서 부를 수 있다. 허 소장은 “저비용 카시트를 국가가 나서서 사업용 차량에 보급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어린이 차량 탑승 중 교통사고 사상자2013년 9484명(사망 25명)2014년 9959명(사망 28명)2015년 10339명(사망 23명)2016년 9830명(사망 35명)2017년 9344명(사망 19명)택시 관련 교통사고 어린이 부상자2013년 814명(중상 38명)2014년 789명(중상 41명)2015년 739명(중상 52명)2016년 684명(중상 34명)2017년 660명(중상 20명)자료:도로교통공단 최지선 기자aurinko@donga.com}

    • 2018-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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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만취 BMW에 치인 ‘검사의 꿈’

    “전역하면 꼭 파티를 하자고 했어요. 다음 휴가 때는 국밥도 같이 먹으려고 했는데….” 부산 해운대구 미포오거리에서 만취한 BMW 운전자의 차에 치여 사경을 헤매고 있는 윤창호 씨(22)의 친구 이소연 씨(22·여)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윤 씨가 불의의 사고를 당한 건 지난달 25일 오전 2시 25분경이었다. 군 복무 중 휴가를 받아 고향 부산을 찾은 윤 씨는 친구를 만나 패스트푸드점에서 햄버거를 먹고 귀가하는 중이었다. 그때 박모 씨(26)가 몰던 BMW 승용차가 비틀거리며 빠른 속도로 미포오거리에 진입했다. 박 씨의 차는 회전 구간에서 중심을 못 잡고 그대로 인도로 돌진해 윤 씨를 치었다. 당시 박 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34%로, 면허 취소에 해당하는 수치였다. 더욱이 사고 지점은 바로 옆 3m 아래에 주차장이 있는 구조였다. 충돌 충격으로 윤 씨는 15m가량 날아가 주차장으로 떨어졌다. 윤 씨는 뇌가 심각하게 손상돼 뇌사 판정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 상태다. 경찰은 사고 운전자 박 씨가 입원한 병원을 두 차례 방문해 조사했다. 윤 씨는 검사를 꿈꾸던 고려대 행정학과 재학생이었다. “짧은 인생이지만 정의로운 나라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되면 얼마나 좋겠느냐”며 눈을 반짝이던 친구였다고 한다. 넉 달 남은 전역을 손꼽아 기다린 평범한 청년이기도 했다. 이 씨는 본보 통화에서 “창호가 전역하면 서울에 자취방을 구해서 파티를 하기로 했어요. 친구들 다 같이 여행도 가자고 약속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 씨와 친구들은 2일 ‘음주운전 처벌 형량을 높여 달라’는 청와대 청원을 올렸다. 하루 만에 7만 명이 동참했다. 지난해 음주운전 교통사고로 사망한 사람은 439명이다. 음주운전 3회 이상 적발 비율은 전체 단속 건수 중 19.1%로 매년 상승하는 추세다. 이 씨는 “음주운전은 도로 위 살인행위인데 집행유예 판결이 높다고 한다”며 “가해자를 엄중하게 처벌하는 음주운전특별법을 만들어 창호가 ‘정의로운 사회’에 기여한 것으로 기억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 2018-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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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임에 빠진 ‘초딩 스몸비’ 휴대전화 코 박고 차도로 불쑥

    초등학교 교사 이소민 씨(29·여)는 스마트폰 증강현실(AR) 게임 ‘포켓몬고’가 유행한 지난해 겨울을 떠올리면 몸서리가 쳐진다. 하굣길 안전지도를 나가면 초등학생 10명 중 8명이 스마트폰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걷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임 화면에 뜨는 캐릭터에 가까이 다가가 잡겠다는 일념에 주변을 살피지 않은 채 차도로 불쑥 뛰어드는 아찔한 장면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학교 안팎에서 학생들의 크고 작은 부상이 이어지자 학생들을 대상으로 ‘특별 스몸비(스마트폰과 좀비의 합성어) 방지 교육’을 실시했다. 이 씨는 “요즘엔 유튜브 등 스마트폰으로 방송을 보는 게 인기를 모으면서 ‘초딩 스몸비’가 사라지지 않는 게 교육현장의 골칫거리”라고 말했다.○ 스마트폰 사용 2시간 넘으면 사고 위험 5.8배 지난달 14일 오후 2시경 서울 송파구 신가초등학교에서 하교하던 김모 군(11)은 정문을 나서면서 휴대전화에 눈을 고정했다. 차가 많이 다니는 왕복 4차로의 횡단보도를 건널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김 군은 음악에 따라 박자를 맞추는 휴대전화 게임을 하며 걸었다. ‘차에 부딪힐지도 모르는데 무섭지 않으냐’는 기자의 질문에 “학교나 학원에서는 휴대전화를 못 쓰니까 이동할 때 (게임을) 한다”며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했다. 이날 김 군과 함께 횡단보도를 건넌 초등학생 8명 가운데 3명이 통화를 하거나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걸었다. 현대해상 교통기후환경연구소 연구에 따르면 스마트폰을 보며 걷다가 교통사고를 당한 사례는 지난해 177건으로 2015년의 1.5배 수준으로 늘었다. 2014년 서울 5개 초등학교 어린이 341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스마트폰을 2시간 이상 쓰는 초등학생의 교통사고 위험이 그렇지 않은 초등학생보다 5.8배 높다는 결과가 나왔다. 어린이의 신체는 충분히 성숙하지 않았기 때문에 일반인 스몸비보다 ‘초딩 스몸비’가 더 위험하다. 12세 미만 어린이는 뇌가 다 발달하지 않아 스마트폰에 집중할 경우 다른 외부 자극을 감지하는 능력이 떨어진다. 스마트폰에 집중하는 동안 주변의 다른 보행자, 차량 등을 인지하는 게 어른보다 늦을 수밖에 없다. 10세 미만 어린이의 시각과 청각, 인지력은 65세 이상 고령 보행자보다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어린이는 키가 작아 볼 수 있는 범위가 어른보다 좁고, 운전자가 차량 바로 앞에 있는 어린이를 발견하기 어렵다. 또 어린이는 성인보다 쉽게 도로에 뛰어든다. 안전보건공단 연구 결과에 따르면 어린이 보행자 사고의 70%는 이면도로에 갑자기 뛰어들어 발생한다. 같은 사고라도 어린이에게는 더 치명적이다. 2016년 보행 중 차에 부딪혀 숨진 사람은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가운데 38.5%였다. 하지만 12세 이하 어린이 가운데 보행 중 차와 충돌해 숨진 인원의 비율은 50.7%에 이르렀다. 이듬해에는 64.8%로 늘었다. 무의식중에 도로 한복판으로 나오는 어린이의 위험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원영아 녹색어머니중앙회 회장은 “어린이들이 스마트폰을 볼 때는 이어폰을 끼지 않았는데도 부르는 소리를 전혀 듣지 못할 만큼 스마트폰 게임이나 동영상에 집중한다”며 “교통 지도를 하다 보면 스마트폰에 고개를 파묻다시피 하다가 갑자기 도로로 뛰어드는 아찔한 상황이 수시로 벌어진다”고 말했다.○ 세계는 ‘스몸비’와 전쟁 중 미국 비영리재단 ‘세이프키드월드와이드’가 2014년 19세 이하 어린이 및 청소년의 보행 중 사망 사고 원인을 조사한 결과 사망 사고의 절반 이상이 스마트폰과 관련된 집중력 분산 때문으로 밝혀졌다. 영국에서는 2011년 한 보험회사의 조사 결과 어린이 보행자 사망률이 11, 12세에서 가장 높았다. 첫 휴대전화를 갖게 되는 나이가 보통 이때이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이후 영국 정부는 신입 교직원을 대상으로 한 달간 안전교육을 매주 2시간씩 받도록 했다. 네덜란드는 교원 양성 과정에 교통안전 강좌를 개설해 운영 중이다. 반면 한국은 교원 양성 과정에 교통 안전교육이 없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올 5월 청소년 스마트폰 중독 예방 앱 ‘사이버안심존’에 스몸비 방지 기능을 넣었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 5∼7걸음 걸으면 자동으로 화면이 잠긴다. 다시 사용하려면 잠금 해제 버튼을 눌러야 한다. 해제한 뒤에도 걸으면 다시 화면이 잠긴다. 좋은 기능이지만 출시 넉 달이 지났는데도 앱을 내려받은 건수는 10만여 건에 불과하다. 초등학교 4학년 딸을 둔 남지은(가명·43) 씨는 “사춘기에 접어들어 친구들과 하루 종일 메시지를 하는 아이에게 스몸비 방지 앱을 깔면 지워줄 때까지 싸울 것 같다”며 난감해했다. 박수정 한국교통안전공단 선임연구원은 “어린이의 스마트폰 사용이 늘어난 추세에 맞는 안전교육이 필요하다”며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는 보행 중 스마트폰 이용에 따른 위험이 줄어들도록 경고 표지판, 스마트폰 차단 앱 등을 보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공동기획 :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한국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 한국교통연구원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tbs교통방송교통문화 개선을 위한 독자 여러분의 제보와 의견을 e메일()로 받습니다.}

    • 2018-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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