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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방한 때 비무장지대(DMZ)를 방문한다면 2017년 가려고 했던 때와는 크게 달라진 DMZ 및 공동경비구역(JSA)을 보게 될 겁니다. DMZ는 더 이상 긴장과 대결의 상징이 아닐 겁니다.” 빈센트 브룩스 전 주한미군사령관(61·사진)은 24일(현지 시간) 미 워싱턴에서 가진 동아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DMZ 방문 가능성에 대해 “매우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남북 군사합의에 따라 비무장화가 이뤄진 JSA에는 경비병 규모가 줄고 이동이 자유로워져 군사적 긴장감이 크게 완화됐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변화는 한미 양국과 유엔사가 함께 협력한 결과이자 지난해 6월 싱가포르 1차 북-미 정상회담의 열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감행하기 직전 방문하려고 했던 그 곳의 긴장감이 얼마나 높았는지 잊어서는 안 된다”고 일침을 놓았다. 2016년 4월부터 2018년 11월까지 주한미군사령관을 지낸 ‘지한파’ 브룩스 전 사령관이 퇴임 이후 한국 언론과 인터뷰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와 한국국제교류재단(KF)이 공동 주최한 한미 전략포럼의 패널로 등장한 그는 기자와 만나 한미 군사동맹과 북핵 등 현안을 물론이고 한국에서의 경험 등에 관한 생각을 거침없이 풀어냈다.● 2년 전 트럼프 대통령에 DMZ 방문 권유 브룩스 전 사령관은 2017년 11월 취임 후 첫 방한했던 트럼프 대통령에게 DMZ 방문을 강력 권유했다고 소개했다. 당시 그는 트럼프 대통령과 같은 헬기를 탔던 미군 최고위 인사였다. 당시 상황에 대해 브룩스 전 사령관은 “대통령이 한국 측으로부터 예정에 없던 DMZ 방문 제안을 받고 참모들 사이에서는 가야 할지 여부에 대한 많은 논쟁이 있었다”고 비화를 소개했다. 고민하던 트럼프 대통령이 ‘내가 가야 하느냐’고 물었다고 이에 그는 “네, 가셔야 합니다. 직접 보시면 (DMZ 방문 직후 예정된) 한국 국회 연설에도 더 힘을 실어주게 될 것입니다”라고 강력 권유했다고 털어놨다. 짙은 안개 때문에 헬기가 뜨지 못한 채 대기하는 시간이 길어졌다. 그는 수없이 시계를 쳐다보며 국회 연설까지 시간을 맞출 수 있을지를 점검해야 했다. 간신히 출발했던 헬기는 기상악화 때문에 결국 10여 분 만에 방향을 돌렸다. 그는 “옆자리의 대통령도 매우 실망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를 두고 “매우 좌절스러운 순간이었다”고 기억했다. 브룩스 전 사령관은 지난해 9월 남북 군사합의 조율 과정에도 참여한 핵심 관계자 가운데 한 명이다. 그는 당시 남북군사합의가 북한 목선 남하 등으로 불거진 대비태세 약화 논란을 초래한 게 아니냐는 지적에 “정책을 비판하고 문제를 제기하는 정치와 군사적 현실은 분리해야 한다”며 “누군가의 실수 혹은 책임자가 의무를 다하지 않아서 발생한 일이지 전체 (감시) 체계나 기능 차원에서 볼 문제가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양국 군이 북핵 협상 및 대화에 참여하는 ‘군사 외교(military diplomacy)’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한미 군사당국이 기존의 대북 압박을 유지하되 북한 군 당국과 유해 송환 및 남북 군사합의 등을 놓고 직접 소통하며 변화를 이끌어낸 사례를 잊지 말라고 권유했다. ● 2017년 화염과 분노 당시 ‘보호막’도 작용 과거 한 외신 인터뷰에서 “북한이 지도에서 사라지는 것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했던 생각을 여전히 갖고 있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그는 “그 언급은 정확히 말하자면 대통령의 말이었다”며 “모든 선택지가 테이블 위에 있다‘는 당시 내 발언은 지금도 변함없다”고 했다. 다만 그는 “어떤 선택이 우선순위에 있는지는 상황마다 다르다. 현재 군사 대응 필요성은 줄어든 상태”라고 진단했다. 2017년 트럼프 대통령의 ’화염과 분노‘ 당시 북한과의 전쟁 가능성에 대해서는 “당시 고조됐던 긴장 수위나 군사적 준비 상황 등을 생각해보면 전쟁에 가까워져 있었던 게 맞다”면서도 “미국이나 한국, 북한, 유엔은 물론 주변국들이 모두 전쟁을 원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보호막‘도 함께 작용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런 보호막이 결과적으로 북-미 양측을 다시 협상 테이블로 돌아오게 만드는 원동력이기도 했다고 그는 덧붙였다. 브룩스 전 사령관은 최근 북-미 회담 교착 상황에 대해 “2월 베트남 하노이 2차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체면이 크게 손상됐기 때문에 이를 다시 세우기 위한 일련의 단계와 과정이 필요했다”고 분석했다. 5월 두 차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이달 김 위원장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 등을 통해 김 위원장의 ’체면 세우기‘가 완료된 것으로 보인다고도 평가했다. 그는 “잠겼던 (협상) 문이 다시 열리고 얼어붙었던 분위기가 녹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핵 포기‘란 전략적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있느냐고 질문했다. 그는 주저 없이 “그렇다”고 했다. 브룩스 전 사령관은 “김 위원장은 경제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북한 경제의 90% 이상을 중국에 의존하는 현 상태를 다음 세기에도 이어가고 싶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은 북한에 그리 좋은 친구가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로 불거진 중국의 경제 보복을 강력 비판하며 “경제란 무기를 앞세운 중국의 한국 ’공격‘이었다. 중국이 역사적으로 해오던 전형적 수법이자 중국의 민낯이 드러난 순간”이라고 일갈했다. 이어 “한국이 중국의 그런 공격을 견뎌낸 것을 동맹국으로써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달 말 한미 정상회담에서 방위비 분담금 문제가 논의될 가능성을 묻자 “어떤 결정이든 동맹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한미군의 감축 가능성에 대해서는 “방위비 분담금에 연관된 문제가 아니다”라며 분명한 선을 그었다.● 애국가 4절까지 부르는 지한파 브룩스 전 사령관은 이날 자신이 받은 한국 이름(박유종)을 얻었고, 애국가를 한국어로 4절까지 부르는 얘기를 언급하는 등 친한파 인사로의 면모를 톡톡히 과시했다. 그는 “당시 유명한 몇몇 스님들이 한국 이름을 지어주셨다. 내 성격과 스타일 등을 분석해 거기에 어울리는 이름을 만들어주셨다고 해서 감사한다”고 털어놨다. 그는 기자에게도 한국어로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박유종입니다”이라고 큰 목소리로 인사했다. 애국가에 대해서는 “처음에 부를 때에는 한국어 가사가 행사장 대형 화면에 떠 있어서 그걸 보고 불렀다”며 웃었다. 그는 “어느 행사에 가도 한국인들은 애국가를 부른다. 그런 모습을 정말 존경한다”며 “나 역시 애국가를 처음 듣고 피부가 곤두서는 전율을 느꼈다”고 했다. 그는 “지금도 여전히 한국에 대한 깊은 사랑(deep love)을 느낀다. 짧은 시간에 발전과 번영을 이뤄낸 한국에 존경과 자부심을 느낀다”는 말로 깊은 애정을 과시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미국이 이란과의 직접적·물리적 대결 대신 자국 개입을 숨긴 채 특정국의 시설과 인물을 공격하는 ‘그림자 전쟁(shadow war)’을 시도하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반(反)이란 전선을 구축하기 위해 중동 방문에 나섰고 마이크 펜스 부통령,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은 이란의 오판을 경계하는 구두 경고를 내놨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도 24일 트위터에 “이란에 요구하는 것은 간단하다. 핵무기 및 테러 추가 지원을 멈추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림자 전쟁으로 이란 저지 뉴욕타임스(NYT)는 미국이 이란과의 정면충돌을 최대한 피하면서 은밀히 이란을 저지하기 위해 다양한 비밀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고 23일 전했다. 추가 사이버 공격, 이란 군이 타국 선박을 공격할 때 쓰는 배들의 전자장치 등을 무력화하는 행위, 이란 내부의 분열 및 불안감 조성, 이란을 대리하는 군사집단(proxy)을 분열 또는 약화시키는 방법, 즉 그림자 전쟁이 거론된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재무부가 이란 밖에서 이란과 거래하는 은행, 보험사, 무역업체 등을 제재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군은 13일 오만해에서 유조선 2척이 피격된 사건의 배후를 이란으로 판단해 이란에 해킹 공격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NBC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2년간 미군의 사이버 공격이 버락 오바마 행정부 8년간 시행된 것보다 더 많다고 전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군사 공격을 통해 현 정권을 전복시킬 가능성이 낮고, 동맹국에도 피해가 갈 수 있다”며 그림자 전쟁의 이유를 설명했다. 정부 인사도 압박을 이어갔다. 펜스 부통령은 CNN에 “이란은 미국의 자제를 결단력 부족으로 오해해서는 안 된다. 모든 선택지가 남아 있다”고 했다. 이스라엘 예루살렘을 방문 중인 볼턴 보좌관도 “누구도 이란이 중동에서 ‘사냥’을 하도록 허가하지 않았다. 이란은 결코 핵무기를 가질 수 없다”고 했다.○ 아랍-중국 반발 심해져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로 떠나기 전 기자들에게 “세계 최대 테러지원국 이란에 맞서 국제 연합을 구축할지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폼페이오 장관이 북한과의 협상 재개는 낙관하나 이란에는 비관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20일 미 드론이 자국 영공을 침범해 격추했다는 이란의 주장에 “이란이 많은 곳에서 허위 정보를 뿌리고 있다”고 했다. 반면 호세인 한자디 이란 해군 사령관은 24일 “미 드론이 영공을 침범하면 언제라도 격추하겠다”고 맞섰다. 또 미국의 ‘중동 평화계획’에 대한 아랍 반발이 거세 그의 중동 순방이 순탄치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팔레스타인 정부는 “1917년 영국이 유대인의 팔레스타인 정착을 허용했던 ‘제2의 밸푸어 선언’과 다름없다”고 비난했다. 친이란 성향의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는 “역사적 범죄”라며 즉각 폐기를 촉구했다. 모로코에선 시민 수천 명이 반대 가두시위를 벌였다. 중국도 미국의 이란 추가 제재 시도에 전쟁 가능성까지 경고하며 강력 대응에 나섰다고 관영 환추(環球)시보 등이 24일 전했다. 중국은 2017년 기준 이란산 원유의 최대 수입국이다. 이란을 포함한 중동 각국도 중국의 경제영토 확장 사업 ‘일대일로(一帶一路)’의 핵심 참여국이다. 미중 갈등이 무역전쟁을 넘어 이란 등 중동 문제로 확산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 정미경 기자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1박 2일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앞두고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 등 북핵 담당 백악관 핵심 인사들이 잇따라 북한을 향한 손짓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방한 기간에 비무장지대(DMZ)를 방문해 직접 대북 메시지를 발표하는 것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북-미 정상 간 친서 왕래까지 더해지면서 2월 ‘하노이 노딜’ 이후 멈춰 선 비핵화 협상이 다시 재개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 정부 “트럼프, DMZ 방문 검토 중” 2017년 11월 이후 19개월여 만에 한국을 찾는 트럼프 대통령은 30일 문재인 대통령과 회담을 갖는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정상회담과 관련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통한 항구적 평화 구축을 위한 양국의 긴밀한 공조 방안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일정 중 가장 관심을 모으는 것은 DMZ 방문 여부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방한 때도 문 대통령과 함께 DMZ를 방문하려 했지만 기상 악화로 불발된 바 있다. 워싱턴포스트 등 외신들은 30일 트럼프 대통령이 헬기로 DMZ를 방문해 연설하는 방안을 조율 중이라고 보도했고, 정부 관계자도 DMZ 방문에 대해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DMZ를 찾아 대북 메시지를 발표한다면 그 내용은 압박보다는 대화에 무게가 실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최근 친서에 대한 북-미 정상의 반응을 감안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를 전제로 한 북한의 장밋빛 미래’를 언급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 백악관 ‘북핵 투 톱’도 가세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북핵 참모인 폼페이오 장관과 비건 대표도 이런 분위기에 가세하고 나섰다. 폼페이오 장관은 23일(현지 시간) “우리는 말 그대로 어느 순간에라도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을) 당장 시작할 준비가 돼 있다”며 분위기 띄우기에 나섰다. 북한이 최근 대화 테이블로 복귀하려는 듯한 신호를 연이어 보내자 이에 대한 맞장구에 나선 것이다. 이에 따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에 대해 언급한 “흥미로운 내용”이 비핵화 절차에 대한 백악관의 새로운 제안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보다 먼저 26, 27일경 한국을 찾는 비건 대표의 움직임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워싱턴의 한 외교 소식통은 “지난주만 해도 비건 대표가 ‘북한과 약속을 별도로 잡고 한국에 가는 것은 아니지만 (접촉) 가능성은 열어두고 간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비건 대표가 다시 한번 북한과의 물밑 협상에 나설 수도 있다는 의미다. ○ “인내심” 언급한 南北 정상, 장기전 각오 그러나 이런 표면적인 움직임들이 곧바로 협상의 돌파구 도출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구체적 비핵화 방법론에 대한 진전된 접근은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및 DMZ 방문을 계기로 남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지만, 청와대 핵심 관계자가 “계획이 없다”고 일축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전 청와대가 섣부른 낙관론에 매달렸다 발생한 후유증을 잊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남북 정상도 최근 나란히 ‘인내심’을 언급하며 장기전을 준비하는 분위기다. 대화의 끈을 유지하는 것과 별개로 구체적인 비핵화 협상 과정이 만만치 않다는 점을 남북 모두 그간의 경험을 통해 절감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지금 흐름은 문 대통령이 (14일) 스웨덴 의회 연설에서 언급한 ‘대화에 대한 신뢰’를 남북미 서로가 쌓아가고 있는 과정”이라며 “한미 정상 역시 일단 협상 재개를 위한 모멘텀 조성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상준 alwaysj@donga.com·신나리 기자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미국이 이란과의 직접적·물리적 대결 대신 자국 개입을 숨긴 채 특정국의 시설과 인물을 공격하는 ‘그림자 전쟁(shadow war)’을 시도하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반(反)이란 전선을 구축하기 위해 중동 방문에 나섰고 마이크 펜스 부통령,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은 이란의 오판을 경계하는 구두 경고를 내놨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도 24일 트위터에 “이란에 요구하는 것은 간단하다. 핵무기 및 테러 추가 지원을 멈추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림자 전쟁으로 이란 저지 뉴욕타임스(NYT)는 미국이 이란과의 정면충돌을 최대한 피하면서 은밀히 이란을 저지하기 위해 다양한 비밀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고 23일 전했다. 추가 사이버 공격, 이란 군이 타국 선박을 공격할 때 쓰는 배들의 전자장치 등을 무력화하는 행위, 이란 내부의 분열 및 불안감 조성, 이란을 대리하는 군사집단(proxy)을 분열 또는 약화시키는 방법, 즉 그림자 전쟁이 거론된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재무부가 이란 밖에서 이란과 거래하는 은행, 보험사, 무역업체 등을 제재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군은 13일 오만해에서 유조선 2척이 피격된 사건의 배후를 이란으로 판단해 이란에 해킹 공격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NBC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2년간 미군의 사이버 공격이 버락 오바마 행정부 8년간 시행된 것보다 더 많다고 전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군사 공격을 통해 현 정권을 전복시킬 가능성이 낮고, 동맹국에도 피해가 갈 수 있다”며 그림자전쟁의 이유를 설명했다. 정부 인사도 압박을 이어갔다. 펜스 부통령은 CNN에 “이란은 미국의 자제를 결단력 부족으로 오해해서는 안 된다. 모든 선택지가 남아 있다”고 했다. 이스라엘 예루살렘을 방문 중인 볼턴 보좌관도 “누구도 이란이 중동에서 ‘사냥’을 하도록 허가하지 않았다. 이란은 결코 핵무기를 가질 수 없다”고 했다.● 아랍-중국 반발 심해져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로 떠나기 전 기자들에게 “세계 최대 테러지원국 이란에 맞서 국제 연합을 구축할지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폼페이오 장관이 북한과의 협상 재개는 낙관하나 이란에는 비관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20일 미 드론이 자국 영공을 침범해 격추했다는 이란의 주장에 “이란이 많은 곳에서 허위 정보를 뿌리고 있다”고 했다. 반면 호세인 한자디 이란 해군 사령관은 24일 “미 드론이 영공을 침범하면 언제라도 격추하겠다고”고 맞섰다. 또 미국의 ‘중동 평화계획’에 대한 아랍 반발이 거세 그의 중동 순방이 순탄치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팔레스타인 정부는 “1917년 영국이 유대인의 팔레스타인 정착을 허용했던 ‘제2의 밸푸어 선언’과 다름없다”고 비난했다. 친이란 성향의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는 “역사적 범죄”라며 즉각 폐기를 촉구했다. 모로코에선 시민 수천 명이 반대 가두시위를 벌였다. 중국도 미국의 이란 추가 제재 시도에 전쟁 가능성까지 경고하며 강력 대응에 나섰다고 관영 환추(環球)시보 등이 24일 전했다. 중국은 2017년 기준 이란산 원유의 최대 수입국이다. 이란을 포함한 중동 각국도 중국의 경제영토 확장 사업 ‘일대일로(一帶一路)’의 핵심 참여국이다. 미중 갈등이 무역전쟁을 넘어 이란 등 중동 문제로 확산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워싱턴=이정은특파원 lightee@donga.com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

미국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친서외교’의 재개를 계기로 북-미 회담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두문불출하던 북한이 최근 협상 테이블로 복귀하려는 신호들이 잇따라 감지되고 있는 만큼 가급적 빨리 비핵화 회담의 동력을 되살려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은 23일(현지시간) 중동 방문길에 앞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가 김 위원장에게 전달된 사실을 확인하면서 “(친서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북한과의 논의에 좋은 토대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북-미 실무협상의 재개 여부에 대한 질문에는 “오늘 아침 북한에서 나온 발언을 보면 아마도 꽤 높은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며 기대감을 높였다. ‘북한의 답변’은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편지에 대해 “만족을 표시했고, 흥미로운 내용을 심중히 생각해 볼 것”이라고 반응한 내용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어 북한이 협상 복귀 준비가 돼야 한다는 전제 하에 “우리는 말 그대로 어느 순간에라도 당장 시작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하노이 정상회담 이후 북한과의 협상 기반을 다지기 위해 노력해왔다”면서 “우리(북-미)가 더 나은 지점에 있다고 본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은 다소 서두르는 듯한 뉘앙스까지 느껴질 정도로 한층 적극적인 미국의 비핵화 협상 재개 의지를 담고 있다. 앞서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도 19일 북-미 양측의 ‘유연한 접근’을 언급하며 북한을 향한 유화적 메시지를 발신했다. 비건 대표는 이번 주 방한 기간에 판문점에서 북측과의 접촉도 계속 타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핵 협상을 책임지는 고위당국자들의 이런 행보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 등으로 한반도 정세가 변화하는 시점에 북-미 협상 재개를 더 이상 늦춰서는 안 된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는 하노이 회담의 결렬 이후 중국과 러시아를 제외한 모든 대외적 행보를 끊고 두문불출한 북한이 다시 협상에 나설 신호를 기다려왔다. 이달 말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20개국(G20)을 계기로 열리는 미중 정상회담도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미국과의 무역 담판에 나서는 시 주석이 북한을 협상 지렛대 삼아 미국과의 무역협상에 나설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서라도 북-미 대화의 동력을 살릴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워싱턴=이정은특파원 lightee@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2일 이란의 미 무인정찰기 격추에 따른 보복 조치와 관련해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군사 옵션은) 계속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24일 이란에 대해 추가 제재를 부과할 것이라고 했다. 미국이 이란에 대한 군사 공격은 막판에 거둬들였지만 사이버 공격은 감행한 것으로 알려져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 백악관에서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일부 제재는 천천히, 다른 것들은 더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20일 백악관에서 논의됐던 이란 공격 명령 및 감행 직전의 철회 과정에 대해 “(공격 시 사망할 것으로 예상됐던) 이란인 150명을 죽이고 싶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람들이 나를 전쟁광이라고 부르더니 이제는 비둘기파라고 부른다”며 “나는 둘 다 아니고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이란이 핵무기를 갖도록 놔두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며 “이란이 이에 동의하면 부강한 나라가 될 수 있을 것이고, 행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내가 그들의 ‘베프(best friend)’가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미 사이버사령부는 20일 이란의 로켓 및 미사일 발사를 통제하는 컴퓨터 시스템을 공격했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23일 “이란은 미국의 신중함(공격 취소)을 약한 것으로 오해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이란 근해에서 격추된 미군의 무인정찰기는 이란 영공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비행한 것으로 보인다. 격추 이후 미 국방부와 이란군이 발표한 사건 당일 이 무인기의 비행 궤적을 살펴보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해 이란 남동부까지 갔다가 귀환하는 중이었다. 영공 침범 여부에는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이란 영공의 경계선을 따라 비행한 것으로 보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다소 차분해진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도 불구하고 이란 군 당국은 미국에 대해 ‘위협에는 위협으로(threat for threat)’ 대응 원칙을 밝히며 군사적 긴장을 재차 고조시키고 있다. 이란군 참모본부의 아볼파즐 셰카르치 준장은 이날 타스님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만약 적이 우리에게 총알을 한 발 쏠 경우 10발을 맞게 될 것이라는 게 ‘위협에는 위협으로’의 의미”라고 말했다. 또 이란은 미 중앙정보국(CIA)에 정보를 유출한 간첩 혐의로 군사법원에서 사형이 선고된 이란인 사업가 잘랄 하지 자바르의 형을 집행했다고 이란 ISNA통신이 22일 보도했다.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교장관은 23일 트위터에서 미군 무인기는 지난달 26일에도 이란 영공을 침범했다고 주장했다. 이란이 미국 정부와 민간 기업을 상대로 사이버 공격을 가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일촉즉발 위기까지 갔던 양국 간 충돌 상황을 놓고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 정책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에 대한 보복공격 철회 사례를 들어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정책을 둘러싼 혼란상을 전하면서 “중동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걸쳐 미국의 외교 정책을 관통하는 ‘일관성 부족’을 다시 한 번 부각해주는 대목”이라고 비판했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28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미국과 중국 정상들의 행보가 뜨겁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친서 외교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전격 방북으로 김 위원장과의 끈끈한 관계를 과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중미 정상이 서로를 끌어안고 또 견제하는 미묘한 긴장감이 비핵화 대화 재개에 파동을 가져올지 주목된다.○ 김정은, 시진핑 만난 뒤 트럼프와의 친서 교환 김 위원장은 시 주석의 방북으로 북-중 밀월을 과시한 데 이어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친서를 공개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노동신문은 23일 1면 머리기사로 김 위원장이 직접 친서를 읽어보는 사진과 함께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친서를 보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최고 영도자 동지께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를 읽어보시고 훌륭한 내용이 담겨 있다고 하시면서 만족을 표시하셨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판단 능력과 남다른 용기에 사의를 표한다. 흥미로운 내용을 심중히 생각해 볼 것”이라는 김 위원장의 발언을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직전인 20일(현지 시간) 김 위원장으로부터 친서를 받았다고 밝혔다. 17일 진행된 미 시사주간지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김정은이 작성한 생일 축하 편지로, 어제 내게 인편으로 전달됐다”고 한 것.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10일 받았다고 밝힌 친서와 동일한지는 불분명하지만 북-미 정상 간의 ‘친서 외교’로 상황 관리가 이뤄지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G20 정상회의에 참석하지 않고서도 김 위원장은 미중 정상과 접촉하며 G20 외교를 구사하고 있다. 다만 외교적 성과는 물음표다.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장은 “북중미 3자가 서로를 이용하면서도 아직 완전히 신뢰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미중 무역분쟁에 집중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현재로선 김 위원장을 만날 생각은 없지만 북한의 도발을 관리하기 위해 구애를 받아들이는 척하는 것이고, 시 주석은 북-중 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 문제에서의 영향력을 강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시 주석과의 밀착을 보여 트럼프 대통령과의 3차 북-미 정상회담 견인을 목표로 한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워싱턴포스트(WP)는 22일(현지 시간) “일부 전문가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29, 30일 방한 기간 중) 남북 국경지역에서 김 위원장과의 만남을 준비할지도 모른다”고 전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친서를 내세운 유화적 메시지와는 달리 21일 대북제재 행정명령을 1년 더 연장함으로써 대북제재 유지를 분명히 예고했다. 그는 이날 의회에 보낸 서한에서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발동된 행정명령 13466호 등 모두 6건의 대북제재 행정명령의 효력을 연장한다고 밝혔다.○ 남북 원포인트 회담은 안갯속으로 복잡한 북중미 정상 외교에도 김 위원장이 대화 의지를 밝혔다는 점은 긍정적인 신호로 풀이된다.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는 “김정은과 트럼프 간의 친서 교환을 통해 협상 테이블을 깨지 않겠다는 양국 최고지도자의 의사가 적극적으로 공개됐다”며 “연말께 3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에 관한 암묵적 동의가 오고 갔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하지만 G20 정상회의를 코앞에 두고 한국은 갈수록 비핵화 대화 구도에서 소외되어 가는 모양새다. 현재로선 G20 정상회의 직후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외에는 북핵 모멘텀을 살릴 별다른 계기가 없다. 김성한 원장은 “북한 문제에 있어서 상당히 역할이 축소된 데다 4강 외교로 대북정책의 축소된 공간을 만회할 수 있는 여지도 줄어든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정부가 계속 추진하고 있는 “G20 정상회의 전 원포인트 남북회담”은 북측의 화답이 없어 개최 여부도 불투명하다. 일단 문재인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 기간 시 주석과의 회담을 통해 김 위원장의 의중을 파악하고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미 대화 재개와 가시적인 남북 관계의 진전을 마련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신나리 journari@donga.com·문병기 기자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2일 이란의 미 무인정찰기 격추에 따른 보복 조치와 관련해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군사옵션은) 계속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24일 이란에 대해 추가 제재를 부과할 것이라며 이란을 압박했다. 그런 가운데 군사 공격 결정을 막판에 거둬들인 이후 뾰족한 대응책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 백악관에서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을 통해 “일부 제재는 천천히, 다른 것들은 더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20일 백악관에서 이뤄졌던 이란 공격명령 및 감행 직전의 철회 과정과 관련해서는 “(공격 시 사망할 것으로 예상됐던) 150명의 이란인을 죽이고 싶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람들이 나를 전쟁광이라고 부르더니 이제는 비둘기파라고 부른다”며 “나는 둘 다 아니고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이란이 핵무기를 갖도록 놔두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며 “이란이 이에 동의하면 부강한 나라가 될 수 있을 것이고, 행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내가 그들의 ‘베프(best friend)’가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미국은 20일 컴퓨터 시스템 등 이란에 대한 사이버 공격은 감행했다고 뉴욕타임스(NYT) 등이 보도했다. 미 언론들은 당분간 물리적 충돌 대신 비군사적 경제적 제재 등이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란 근해에서 격추된 미군의 무인정찰기는 이란 영공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비행한 것으로 보인다. 격추 이후 미 국방부와 이란군이 발표한 사건 당일 이 무인기의 비행 궤적을 살펴보면 이 무인기는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해 이란 남동부까지 갔다가 귀환하던 중이었다. 영공 침범 여부에는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이란 영공의 경계선을 따라 비행한 것으로 보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 사안과 관련해 다소 톤다운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도 불구하고 이란 군 당국은 미국에 대해 ‘위협에는 위협으로(threat for threat)’ 대응 원칙을 밝히며 군사적 긴장을 재차 고조시키고 있다. 이란군 참모본부의 아볼파즐 시카르치 준장은 이날 타스님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만약 적이 우리에게 총알을 한 발 쏠 경우 10발을 맞게 될 것이라는 게 ‘위협에는 위협으로’의 의미”라고 말했다. 이란에 대한 공격은 행위자로 하여금 후회할 만한 ‘역사적 대응’을 이끌어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란이 미국 정부와 민간 기업을 상대로 사이버 공격을 가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21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사이버 보안업계는 미 정부와 석유, 가스 등 에너지 관련 기업을 겨냥한 것으로 보이는 해킹 시도를 포착했다. 이란 정부가 배후에 있는 것으로 의심된다고 WSJ는 전했다. 일촉즉발 위기까지 갔던 양국 간 충돌 상황을 놓고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정책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에 대한 보복공격 철회 사례를 들어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정책을 둘러싼 혼란상을 전하면서 “중동뿐 아니라 전 세계에 걸쳐 미국의 외교 정책을 관통하는 ‘일관성 부족’을 다시 한 번 부각해주는 대목”이라고 비판했다.워싱턴=이정은특파원 lightee@donga.com}

중동에 전운이 고조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1일(현지 시간) 트위터를 통해 전일 이란의 미 드론 격추에 대한 보복으로 공격을 계획했다 막판에 취소했음을 밝혔다. 그는 “3곳의 다른 각도에서 보복 타격을 준비했다. 이로 인한 사망자가 150명에 달할 것이란 전망에 10분 전 공격 명령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란은 절대 핵무기를 가질 수 없고 미국에 대항할 수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란은 20일 오전 4시쯤 자국 영공에 들어온 미 드론을 지대공 미사일로 격추했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격추 직후 보고를 받은 트럼프 대통령은 긴급회의를 열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지나 해스펠 중앙정보국(CIA) 국장, 최근 사의를 밝힌 패트릭 섀너핸 국방장관 대행, 새 국방장관 대행으로 지명된 마크 에스퍼 육군장관 등이 참석했다. 오후에는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 등 여야 지도부까지 모여 대응책을 논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7시쯤 공격 명령을 승인했다. 민간인 피해를 줄이기 위해 공격 시점은 21일 새벽으로 정하고 이란 군 레이더와 미사일 포대 등을 제한 타격하는 것이 목표였다. 폭격기와 전함 등이 미사일 발사 준비도 마쳤지만 막판 철회했다. NYT에 따르면 폼페이오 장관, 볼턴 보좌관, 해스펠 국장 등 ‘매파’는 찬성했지만 국방부 관료들은 중동 내 미군이 위험하다며 반대했다. 하원을 장악한 야당 민주당의 반발도 있었다. 슈머 원내대표는 의회전문매체 더힐에 “이번 공격이 전쟁으로 번질 수 있으며, 군사행동은 의회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점을 주지시켰다”고 했다. 양국의 진실공방도 거세다. 이란은 ‘영공 침범’을, 미국은 ‘국제공역에 있었다’고 주장한다. 이란 정부는 21일 “해당 드론이 여러 번의 경고에도 영공을 침입했다. 추락 후 잔해를 영해에서 수거했다”며 관련 사진을 공개했다.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교장관은 “이 사안을 유엔에 회부하겠다”고 했다. 미 연방항공청(FAA)은 미 민간항공사의 이란 영공의 비행을 금지했다. 유가 상승도 뚜렷하다. 20일 뉴욕시장의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5.4% 급등했고, 21일 오전 9시 30분(현지 시간)에도 0.35% 올랐다. CNBC는 국지전이 발생하면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중대 분쟁이 발생하면 150달러를 돌파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1박 2일간의 ‘평양 스킨십’을 과시한 뒤 21일 귀국했다. 양 정상은 안보와 경제에 있어 한껏 밀착하는 목소리를 내며 비핵화 논의를 기존 남북미에 중국을 추가해 4자 논의로 확대하는 데 본격적으로 나섰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만큼 북핵 해법이 복잡해졌다는 것이다.○ 북-중 밀착 과시, 비핵화 ‘4자 논의’로 판 커지나 시 주석은 21일 금수산 영빈관에서 열린 부부 동반 오찬에서 “방문이 원만한 성공을 거둬 북-중 관계가 새로운 시기의 발전 방향에 있음을 명확히 했고, 외부 세계에 양측이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 과정과 지역의 항구적 평화 실현에 대한 결연한 의지를 추진한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했다. 이어 “북한이 한반도 문제를 정치적으로 해결해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를 실현하려는 노력을 결연히 지지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현재 북-중은 한 가족과 같이 밀접하고 교류하고 우호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년사에서 ‘다자 논의’를 강조한 김 위원장이 중국의 개입을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한 셈이다. 전날 평양 목란관 만찬에서도 시 주석은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이 여러 사람이 인정하고 지지하는 대세”라며 “지역과 세계의 평화 안정 번영을 위해 새롭고 더욱 큰 공헌을 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새로운 시대에 장대한 북-중 우의를 더욱 발전시키고 양측이 협력을 강화하는 것에 대해 중요한 합의를 했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시 주석이 북한의 대화 촉구를 강조한 반면 김 위원장은 이에 적극 화답하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시 주석은 이번 평양행을 통해 ‘비핵화 대화 지분’ 확보에 나섰지만 김 위원장은 북-미 간 톱다운 식 담판에 무게를 두며 말을 아끼고 있다는 것이다. 위성락 전 주러시아 대사는 “중국이 북한에 대화를 권유하는 점은 긍정적인 면이 있지만, 아직 ‘하노이 결렬’의 뒤끝이 남아 있는 북한이 협상 태도를 쉽게 바꾸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협상 구도가 남북미중 4자 구도로 재편되는 변화가 결국 장기적으로 북-미 협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거라는 평가도 나온다. 고명현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중국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전 북한의 협상 입장을 옹호해주는 구도다. 북-미 대화의 모멘텀을 제공한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어찌 됐든 북-중 정상은 평양에서 급격히 밀착하는 모습을 보였다. 시 주석은 20, 21일 약 27시간 평양에 머물며 김 위원장을 최소 9차례나 만났다. 평양을 떠나기 전 21일 오후 숙소인 금수산 영빈관에서 호숫가 산책에 나선 데 이어 부부 동반 오찬 회담을 가졌다. 이에 앞서 평양 모란봉 구역의 북-중 우의탑도 참배했다. 이는 6·25전쟁에 참전한 중공군을 기리는 상징물이다. 시 주석은 “북-중 양국이 평화를 수호하려는 결연한 결심을 세상에 분명히 선포하기 위해 참배하러 왔다”고 했다.○ 美 “대화 열려 있다”면서도 ‘FFVD’ 강조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북-미 대화에 열려 있다는 신호를 보내면서도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북한의 비핵화(FFVD)’란 목표에는 변함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미 국무부는 20일(현지 시간) 북-중 정상회담에 대한 언론의 논평 질의에 “미국은 파트너와 동맹국들, 중국을 포함한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들과 함께 ‘FFVD’라는 공동의 목표에 전념하고 있다”고 했다. 이번에 시 주석이 북한의 ‘안전 보장’을 거론한 것에 대해서도 “모든 유엔 회원국은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들을 이행해야 할 의무가 있고, 우리는 모든 나라가 그렇게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랜들 슈라이버 미 국방부 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20일 “중국은 중국 영해상에서 이뤄지고 있는 북한의 불법 해상 환적에 대한 단속을 실제로 이행하기 바란다”며 중국의 제재 공조 이행을 촉구하기도 했다. 같은 날 미 국무부는 ‘2019년 인신매매 실태보고서’를 발표해 북한을 17년 연속 최악의 인신매매 국가로 지정했다. 매년 발행하는 보고서지만 북-중 회담이 열리는 시점에 맞춰 공개하며 인권 이슈를 고리로 대북 압박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한기재 기자 record@donga.com / 베이징=윤완준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 시간) 이란의 미국 드론 격추에 대한 보복으로 공격 명령을 내렸다가 막판 취소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행정부 내 강온파의 대립, 야당 민주당의 반발 등을 의식한 철회로 보이나 취소 이유, 향후 공격 재개 여부 등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앞서 이란은 이날 오전 4시(미 동부시간 19일 오후 7시)쯤 자국 영공에 들어온 미 드론을 지대공 미사일로 격추했다고 밝혔다. 격추 직후 보고를 받은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오전부터 참모, 국무·국방부 관계자들과 긴급 회의를 열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 지나 해스펠 중앙정보국(CIA) 국장, 최근 사의를 밝힌 패트릭 섀너핸 국방장관 대행, 새 국방장관 대행으로 지명된 마크 에스퍼 육군장관 등이 참석했다. 오후에는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 등 여야 지도부까지 초당적으로 모여 대응책을 논의했다. 거듭된 회의 끝에 트럼프 대통령은 오후 7시쯤 공격 명령을 승인했다.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공격 시점은 21일 새벽으로 정하고 이란 군 레이더와 미사일 포대 등을 제한적으로 타격하는 것이 목표였다. 폭격기와 전함 등이 미사일 발사 준비도 마쳤으나 갑자기 취소 명령이 떨어졌고 미사일은 발사되지 않았다. NYT는 군사 대응을 둘러싸고 참모 간 격론이 오갔다고 전했다. 폼페이오 장관, 볼턴 보좌관, 해스펠 국장 등 ‘매파’들은 찬성했지만 국방부 관료들은 중동 내 미군이 위험하다며 반대했다. 하원 다수당인 야당 민주당 반발도 만만치 않다. 슈머 원내대표는 의회전문매체 더힐에 “이번 공격이 전쟁으로 번질 수 있으며, 군사 행동은 의회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점을 대통령에게 주지시켰다”고 했다. 미국과 이란은 13일 주요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해협 인근 오만해(海)에서 벌어진 유조선 2척 피격 이후 내내 진실공방을 벌이고 있다. 미국은 피격 배후로 이란을 지목했고 이란은 부인했다. 또 이란은 “미 드론이 자국 영공을 침범했다”고 주장하지만 미국은 “국제 공역에서 피격됐다”고 맞선다. 이날 미 연방항공청(FAA)은 민간항공사에 이란 영공의 비행 금지 긴급명령을 내렸다. 유가 상승세도 뚜렷하다. 이날 뉴욕시장의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5.4% 급등했다. CNBC는 국지전이 발생하면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중대 분쟁이 발생하면 150달러를 돌파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미국 재무부가 19일(현지 시간) 북한의 제재 회피를 도운 혐의로 러시아 금융회사를 제재했다. 시차를 고려하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평양을 방문하는 당일 이른 시간에 제재를 발표한 것이다. 이 때문에 미국의 비핵화 실무협상 요구를 외면한 채 중국 및 러시아와 밀착하는 북한을 향한 경고로 해석된다. 그러면서도 미국은 이날 북핵 협상대표인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를 통해 ‘유연한 접근(flexible approach)’ 가능성을 열어두며 유화적 메시지도 동시에 발신했다.○ 3개월 만에 다시 나온 대북제재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이날 북한의 금융제재 회피를 도운 혐의로 ‘러시안 파이낸셜 소사이어티’를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미국의 제재 대상인 중국 소재 ‘단둥중성 인더스트리&트레이드’와 조선아연공업총회사의 북한인 대표에게 은행 계좌를 열어준 혐의를 받고 있다. 러시안 파이낸셜 소사이어티가 2017년부터 단둥중성에 여러 은행계좌를 제공함으로써 북한이 미국과 유엔 제재를 피해 국제금융시스템에 접근하고, 핵 프로그램 개발을 위한 수익 창출에 나설 수 있었다는 게 OFAC의 설명이다. 단둥중성은 북한 조선무역은행이 직간접적으로 소유하거나 운영하는 회사로 미국의 제재 대상에 올라 있다. 결국 이번 제재는 북-중-러 3국을 동시에 겨냥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시걸 맨들커 재무부 테러·금융정보담당 차관은 “우리는 러시아와 각지에서 북한과 불법적 거래를 촉진하는 개인 및 기관에 대한 제재 이행을 지속하고 있다”며 “북한의 국제적 금융시장 접근을 지원하는 이들은 중대한 제재 위험에 자신을 노출시키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번 제재는 3월 미 재무부가 중국 해운사 2곳에 대한 대북제재를 발표했다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제재 철회 트윗으로 혼선을 빚은 지 3개월 만에 나온 것.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현재로서는 대북 추가제재가 필요 없다”고 밝혔던 것과는 달라진 움직임이다.○ 제재 발표 직전에는 유화 메시지 이에 앞서 북핵 협상대표인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교착 상태인 북-미 간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 “양측 모두 협상에 있어 ‘유연한 접근’ 필요성을 이해하고 있다. 이것이 외교에서 진전을 보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라고 밝혔다. 북한과의 협상 재개를 위해 미국도 어느 정도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다는 이례적 뉘앙스여서 주목받았다. 그가 이날 워싱턴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이 동아시아재단과 개최한 전략대화 행사의 기조연설에서 이를 언급한 것은 재무부 제재 발표 4시간 전이었다. 그는 다만 북한과의 실무협상 재개 조건과 관련해 “대화의 전제조건은 따로 없다”면서도 “의미 있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의 검증이 있어야만 진전이 가능하며, 이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북측 협상 카운터파트였던 김혁철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가 아무 권한이 없어서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에 진전이 없었음을 지적하며 “북한 측 실무 협상팀이 우리와 다시 만날 때는 모든 이슈에 대해 협상할 권한을 갖고 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이날 대북제재와 유화적 메시지를 동시에 내보낸 것은 북한을 향한 강온양면 전략이라는 해석도 나오지만 트럼프 행정부 내 강경파와 대화파 간 정책 혼선 재연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미국 워싱턴을 방문 중인 정의당 김종대 의원이 19일(현지시간) 북중 정상회담과 관련해 “미국이 무능력한 결과”라며 대북 강경파를 비판하다가 공개석상에서 면박을 당했다. 이날 워싱턴의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에서 열린 북핵 전략대화에 패널로 참석한 김 의원은 북한을 암 환자에 비유하며 “북한이라는 환자의 치료를 방해하는 세력들이 미국에 좀 있다”며 비판의 포문을 열었다. 그는 대북제재를 주장하는 트럼프 행정부 및 의회 인사들을 겨냥해 “성경에서 죄 있는 여인을 돌로 치라는 바리새인과 똑같다”며 “여인이 부도덕한 행동을 할 수밖에 없는 사회적 환경을 이해하고, 상대방 이해해주다 보면 굳이 돌로 안 쳐도 된다”고 주장했다. “꼭 악행을 교정한다고 하지만, 최고의 인권은 배고픈 사람에게 밥을 주고 목마른 사람에게 물을 주는 것”이라며 “치료할 때는 약을 따지지 말고 생산적이고 과감하게 써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북중 정상회담에 대해서도 “이건 미국의 무능력의 결과라고 볼 수도 있다”며 “미국이 못 했기 때문에 북한이 중국으로 간 것”이라고 해석했다. 중국의 개입은 협상 교착상태를 풀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플레이어가 많아져서 한국으로서는 우려스러운 상황이라며 “미중 사이가 좋으면 이런 걱정을 안 하겠지만 지금은 서로 잘 되는 꼴을 못 보는 사이”라고 했다. 이에 청중석에 있던 한 한국계 참석자가 “북한에서 오신 분이 여기 계신 것이냐”며 “북한에서 온 사람이 있나 싶을 정도로 충격적인 이야기”라고 반박했다. 또 100여 명의 다른 청중들을 향해 “이 분의 이야기가 대한민국 전체의 이야기가 아니다. 다른 사람들 이야기도 듣고 대한민국 입장을 정리하라”고 했다. 분위기가 싸늘해지자 진행자가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며 상황을 마무리했지만 일부 청중 사이에서는 냉소가 흘러나왔다. 워싱턴=이정은특파원 lightee@donga.com}

미국 재무부가 19일(현지시간) 북한의 제재 회피를 도운 혐의로 러시아 금융회사를 제재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평양을 방문한 당일 내놓은 제재 발표로, 미국의 비핵화 실무협상 요구를 외면한 채 중국 및 러시아와 밀착하는 북한을 향한 경고로 해석된다. 미국은 그러나 같은 날 북핵 협상대표인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를 통해 ‘유연한 접근(flexible approach)’ 가능성을 열어두며 유화적 메시지도 동시에 발신했다. ●3개월 만에 다시 나온 대북제재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이날 북한의 금융제재 회피를 도운 혐의로 ‘러시안 파이낸셜 소사이어티’를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미국의 제재 대상인 중국 소재 ‘단둥중성 인더스트리&트레이드’와 조선아연공업총회사의 북한인 대표에게 은행 계좌를 열어준 혐의를 받고 있다. 러시안 파이낸셜 소사이어티가 2017년부터 단둥중성에 여러 은행계좌를 제공함으로써 북한은 미국과 유엔의 제재를 피해 국제금융시스템에 접근, 핵 프로그램 개발을 위한 수익 창출에 나설 수 있었다는 게 OFAC의 설명이다. 단둥중성은 북한의 조선무역은행이 직·간접적으로 소유하거나 운영하는 회사로 미국의 제재 대상에 올라 있다. 결국 이번 제재는 북중러 3국을 동시에 겨냥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재무부의 시걸 멘델커 테러·금융정보담당 차관은 “우리는 러시아와 각지에서 북한과 불법적 거래를 촉진하는 개인 및 기관에 대한 제재 이행을 지속하고 있다”며 “북한의 국제적 금융시장 접근을 지원하는 이들은 중대한 제재 위험에 자신을 노출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제재는 3월 재무부가 중국 해운사 2곳에 대한 대북제재를 발표했다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제재 철회 트윗으로 혼선을 빚은 지 3개월 만에 나온 것.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로서는 대북 추가제재가 필요 없다”고 밝혔던 것과는 달라진 움직임이다. ●제재 발표 직전에는 유화 메시지 그러나 이날 북핵 협상대표인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교착 상태인 북-미 간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 “양측 모두 협상에 있어 ‘유연한 접근’의 필요성을 이해하고 있다. 이것이 외교에서 진전을 보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라고 밝혔다. 북한과의 협상 재개를 위해 미국도 어느 정도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다는 이례적 뉘앙스여서 주목 받았다. 그가 이날 워싱턴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이 동아시아재단과 개최한 전략대화 행사의 기조연설에서 이를 언급한 것은 재무부 제재가 발표되기 불과 4시간 전이었다. 그는 다만 북한과의 실무협상 재개 조건과 관련해 “대화의 전제조건은 따로 없다”면서도 “의미 있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의 검증이 있어야만 진전이 가능하며, 이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북측 협상 카운터파트였던 김혁철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가 비핵화에 대한 그 어떤 권한이나 결정권도 이임받지 못해 실무협상 진전이 없었던 점을 지적하며 “북한 측 실무 협상팀이 우리와 다시 만날 때는 모든 이슈에 대해 협상할 권한을 갖고 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대북제재와 유화적 메시지가 동시에 나온 것을 놓고 미국이 북한을 향해 강온양면 전략을 쓰고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한편에서는 트럼프 행정부 내 강경파와 대화파 간 정책 혼선이 재연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비건 대표가 연설 당시 재무부의 제재 발표 계획을 알고 있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워싱턴=이정은특파원 lightee@donga.com}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19일(현지 시간) “북한에 있어 지금은 놓쳐서는 안 되는 황금의 기회(golden opportunity)”라며 북한에 비핵화 협상 재개를 촉구했다. 미국 워싱턴을 방문 중인 이 본부장은 이날 워싱턴에서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이 동아시아재단과 개최한 전략대화 행사 기조연설을 통해 “남북미 최고지도자들이 북핵 문제 해결을 이토록 집중적으로 다룬 적이 없고, 남북미 3국 지도자 간 형성된 신뢰의 견고함도 과거에는 갖지 못한 중요한 자산”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특히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이날 방북에 대해 “대화 프로세스 재개를 위한 또 다른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북핵 협상대표인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공동으로 진행한 기조연설에서 이 본부장은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결렬)에도 불구하고 톱다운 방식은 현 상황에 가장 적합한 방식”이라며 “협상의 세부적인 측면까지 다루기 위해 한미 북핵 수석대표간 실무협상으로 톱다운 방식을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우리 정부는 필요한 모든 역할을 다해 나갈 준비가 되어 있다”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에 앞서 남북 정상회담을 개최하자는 문재인 대통령의 제안에 북한이 호응해야 한다”고 재차 촉구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문정인 대통령외교안보특보도 한미 정상회담 전 남북 간의 접촉 가능성과 관련해 “지난해 5월 26일에 원포인트 정상회담을 판문점에서 했을 때 북측에서 20시간 전에 알려줬다. 20시간만 있으면 두 정상이 판문점에서 만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북측의 움직임이 없지만 가능성은 아직 열려 있다는 의미다. 문 특보는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의 교착 관련, “미국과 북한 사이에 커다란 신뢰의 갭(trust gap)이 있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북한이 구체적 조치를 내놔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시 주석의 방북에 대해서는 “상당히 긍정적”이라며 “시진핑 주석도 가급적 북한이 잘 되게 하는 것이 주요20개국(G20)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났을 때 좋은 선물이 될 것”이라고 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인사 청문회를 준비하던 패트릭 섀너핸 미국 국방장관 대행(57)이 가정폭력 문제로 전격 사퇴했다. 후임으로 ‘대북 강경파’ 마크 에스퍼 육군장관(55)이 지명됐다. 이란, 중국 등과 첨예하게 대립한 상황에서 미 국방 수장의 장기 공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미연합사 이전 등의 현안이 있는 한국에도 당황스러운 상황이 벌어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18일 트위터를 통해 “섀너핸 대행이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며 사퇴 소식을 전했다. 이어 “에스퍼 육군장관을 새 국방장관 대행에 지명할 것”이라며 “그를 잘 안다. 멋지게 일을 해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섀너핸 대행도 성명을 통해 “고통스러운 문제가 불거져 유감스럽다. 세 자녀가 극복하려던 상처가 다시 들춰졌다”며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사퇴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3월 보잉 임원 출신인 그를 국방부 부장관으로 지명했다. 청문회를 거쳐 같은 해 7월 취임했고 올해 초부터 장관 대행을 맡았다. 당시 청문회에서는 가정폭력 문제가 거론되지 않았다. 워싱턴포스트(WP) 등 미 언론에 따르면 2011년 11월 당시 17세이던 그의 아들 윌리엄이 모친 킴벌리를 야구방망이와 주먹 등으로 때렸다. 킴벌리는 과다출혈로 의식을 잃었고 두개골 골절로 수술을 받았다. 둘은 미성년자 윌리엄이 36세 여성과 사귀는 문제로 다퉜다. 섀너핸 대행은 당시 경찰 조사에서 “아들의 폭력은 자기방어”라며 사건 전 엄마가 아들을 3시간 동안 괴롭혔다고 주장했다. 그는 주요 증거물인 아들의 휴대전화도 빼돌렸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패륜을 ‘정당방위’로 포장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섀너핸 대행 본인도 2010년 킴벌리와 몸싸움을 벌여 경찰이 출동했고 부인이 체포됐다. 22년간 결혼 생활을 한 부부는 윌리엄을 포함해 세 자녀를 뒀지만 2011년 이혼했다. 새 국방장관 대행에 지명된 에스퍼 장관은 1986년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미 육군사관학교(웨스트포인트)를 같이 졸업했다. 25년간 미 육군과 버지니아 주방위군에서 복무했다. 하버드대 석사, 조지워싱턴대 박사 학위를 보유한 엘리트로 방산업체 레이시온 임원, 항공산업협회 부회장,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국방부 부차관보 등도 지냈다. 그는 3월 CNBC 인터뷰에서 북한을 미국의 최우선 안보 과제로 지목했다. 그의 청문회도 난항이 예상된다. 보잉 유착 의혹을 받았던 전임자와 마찬가지로 방산업체 로비 우려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 때문이다. 트럼프 정권의 인사 난맥상에 대한 비판도 높다. 지난해 말 초대 국방 수장인 제임스 매티스 전 장관이 대통령과의 불화로 사임한 뒤 국방 수장 자리는 6개월째 공석이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19일(현지 시간) 워싱턴에서 “20, 21일 북한을 방문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북한에 비핵화 협상에 대한 건설적 메시지를 전달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비건 특별대표는 이날 동아시아재단과 애틀란틱 카운슬이 공동 주최한 세미나 기조연설에서 “북한과 미국 모두 비핵화 협상에 있어 유연한 접근의 필요성을 이해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북한에 대해 실무협상 재개를 거듭 제안하면서 미국도 일정 부분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다는 뜻을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특히 북-미간 실무협상을 하게 된다면 싱가포르 1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합의 사항을 모두 이행할 생각을 갖고 있다면서 북한의 호응을 촉구했다. 이날 공동연설자로 나선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북한에 있어 지금은 놓쳐서는 안 될 ‘황금 기회(golden opportunity)’”라며 조속한 비핵화 대화 복귀를 촉구했다. 이 본부장은 북유럽 순방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양자, 다자를 가리지 않고 대화를 계속해야 한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다가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에 앞서 남북 정상회담을 개최하자는 문 대통령의 제안에 북한이 호응해올 것을 재차 촉구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친서를 통해 직접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화 의지를 밝힌 것을 높이 평가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공개 제안한 ‘원포인트’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도 드러낸 셈이다. 그러면서 “탑다운 방식은 남북미 정상의 정치적 결단이 확고한 현 상황에서 비핵화 문제를 풀기 위한 가장 적합한 방식”이라며 “한미 북핵 수석대표는 실무회담으로 이를 보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본 부장은 “핵심 당사국인 남북미 최고지도자들이 북핵 문제 해결을 이토록 집중적으로 다룬 적이 없다. 3국 지도자 간 형성된 신뢰의 견고함도 과거에는 갖지 못한 중요한 자산”이라며 북측의 호응을 거듭 촉구했다. 양국 북핵 수석대표는 이날 연설 후 별도의 한미 북핵 수석대표 회담을 가졌다. 워싱턴=이정은특파원 lightee@donga.com신나리기자 journari@donga.com}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첫 방북과 북-중 정상회담이 전격 발표되자 미국은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FFVD)’를 위한 중국의 협력 필요성을 강조했다. 본격화되는 미중 패권 경쟁의 체스판에 북핵 이슈가 올려지면서 한반도 비핵화 협상이 또다시 요동치고 있다.○ 시진핑의 ‘북핵 체스판’ 개입에 美 ‘FFVD’로 맞불 미 국무부는 17일(현지 시간) 일본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시 주석의 평양행에 대해 “미국은 파트너 및 동맹국가, 그리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들과 함께 북한의 FFVD라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 주석이 20일부터 1박 2일간의 평양 방문에서 비핵화를 미중 무역전쟁의 지렛대로 삼으려 한다는 관측이 나오자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의 제재 이행 책임을 다하라’며 중국에 경고를 날린 것이다. 이번 북-중 회담의 그림은 앞선 네 차례 북-중 회담과는 판이하다. 과거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의 회담을 앞두고 대미 레버리지 확보를 위해 중국에 매달렸다면, 이번 북-중 정상회담은 미중 무역전쟁 등에 몰린 시 주석이 주도적으로 나섰기 때문이다. 미국은 이러한 배경에서 시 주석이 김 위원장의 제재 완화나 경제 지원 요청에 적극 화답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성현 세종연구소 중국연구센터장은 “중국이 대미 관계에서 무역과 투 트랙으로 접근해오던 북한 문제를 G20 회의를 앞두고 동시에 꺼내기로 한 건 우리에게 좋은 징조가 아니다”라고 했다. 미 평화연구소(USIP)의 프랭크 엄 선임연구원도 “중국의 역할은 북한에 협상 재개를 촉구하는 수준에서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판에 못 낀 靑 “남북 정상회담 매달리지 않을 것” 시 주석의 평양 방문으로 하노이 합의 결렬 이후 꿈쩍 않던 비핵화 시계가 다시 돌 것이라는 긍정적인 기대도 적지 않다. 김 위원장이 이번 북-중 회담을 계기로 비핵화 대화에 복귀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만, 북한이 장기 교착 국면에서 사실상 중국을 ‘비핵화 중재자’로 선택하면서 정부가 추진하던 원포인트 남북 정상회담 가능성은 낮아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18일 트럼프 대통령 방한 전 4차 남북 정상회담이 성사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정상회담이 언제든 열릴 수 있다면 좋은 것이고, 늘 준비하고 있다. 그것이 G20 전이 될지, 후가 될지,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남북 정상회담) 거기에 너무 매달리기보다는, 어느 길이 가장 합리적이고 효율적인지 매 순간 판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시 주석이 첫 수를 둔 ‘6월 북핵 체스판’의 마무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을 것으로 보인다. 18일(현지 시간) 재선 출정식으로 시작해 북-중 회담 결과에 대한 반응, 그리고 미중 회담, 마지막으로 방한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메시지가 완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관건은 5차 북-중 정상회담에서 나올 새로운 한반도 비핵화 구상이다. 중국은 17일 시 주석의 방북 일정을 공개하면서 “북-중 양국 지도자는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을 위한 새로운 진전을 추동할 것”이라며 “지역의 평화 안정 번영을 위해 새로운 공헌을 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1월 북-중 회담에서 “공동 조정 연구하겠다”고 밝힌 비핵화 과정에 대한 새로운 입장이 이번에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한편 주중 한국대사관은 앞서 17일 오전 중국 지역 9개 공관장이 참여하는 회의를 21일 열겠다고 밝혔다가 시 주석의 방북 발표 이후 일정을 연기했다. 일각에선 중국 발표 전에 북-중 회담 개최 사실을 모른 것이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 워싱턴=이정은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미국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첫 평양 방문을 앞두고 북-중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면서도 별로 달갑지 않다는 눈치를 보이고 있다. 북한이 미국 측의 비핵화 실무협상 요청에 응하지 않는 상태에서 중국과의 정상회담에 나서는 것이 불편하다는 점에서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3차 북-미 정상회담을 위해 실무협상의 진전이 있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러나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이달 말 방한을 앞두고 수차례 실무협상을 제안했음에도 북한은 아직 그의 새로운 협상 파트너가 누구인지조차 알려주지 않고 있다. 그런 시점에 북-중이 밀착하면서 북-미 비핵화 협상을 더 꼬이게 만들 가능성을 미국은 경계하고 있는 것이다. 협상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앞서 이뤄진 시 주석과 김정은의 4차례 정상회담에서 중국이 비핵화 협상에 건설적인 역할을 해준 게 별로 없다”며 “북-미 협상 구도를 약화시켜 결과적으로 부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게 협상 실무자들의 평가”라고 전했다. 더구나 시 주석의 방북은 미중 간 무역 분쟁이 환율, 정보통신기술(ICT) 등 분야로 확대되며 갈등 국면이 복잡하게 꼬여 있는 상황에서 이뤄지는 것. 중국으로서는 다음 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의 시 주석과 트럼프 대통령 간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을 협상 레버리지로 틀어쥐려는 욕구가 강해질 수밖에 없는 시점이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워싱턴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평양행에 대해 기대와 우려가 섞인 반응을 내놨다. 중국이 북한을 미중 간 무역 분쟁에 맞설 협상 카드로 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북-미 비핵화 협상의 교착상태를 뚫을 중재 가능성을 언급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FDD) 선임연구원은 17일(현지 시간) 북중 정상회담에 대한 질의에 “(비핵화 협상)의 플레이어가 많아지면서 복잡한 ‘3차원의 체스판’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의 향후 역할에 대해 “중국이 러시아와 함께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새로운 비핵화 협상 제안은 한미 양국의 양보를 많이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며 “받아들여질 수 있는 실질적인 제안이 아닐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 평화연구소(USIP)의 프랭크 엄 선임연구원은 “중국은 비핵화 협상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북한은 한국 미국 외에 다른 전략적 선택지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그는 “중국의 역할은 북한에 추가 도발을 하지 말라는 경고와 함께 협상 재개 촉구를 통해 현재 상황을 관리하는 정도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마크 리퍼트 전 주한미국대사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의 결렬 후 중국의 역할이 중요해진 시점”이라며 “한국과 미국은 중국이 가진 대북 영향력을 이용해서 북한을 다시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데니스 와일더 전 백악관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은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시 주석의 방북이 교착 상태인 미북 비핵화 대화 재개에 긍정적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미국과 달리 북핵 문제를 무역전쟁 등 미중 갈등에 끌어들이기 거부하던 중국이 시진핑 국가주석의 전격 방북으로 북핵 문제를 미중 관계에 연결시킨 것은 극적인 변화다. 미국의 전방위 압박이 중국 지도부를 얼마나 짓눌렀는지 잘 보여준다. 중국 외교관을 양성하는 외교학원의 쑤하오(蘇浩) 교수는 18일 본보와 통화에서 “중국이 이 기발한 시점을 선택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중국을 단순히 경쟁자로만 보고 무조건 압박할 수 없다’는 걸 말하려는 것”이라며 “미국에 ‘중국을 압박만 하면 아시아태평양 전체, 심지어 전체 동북아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감소하게 될 것이라는 점을 말하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오퉁(趙通) 칭화대-카네기 세계정책센터 연구원도 이날 본보 통화에서 “G20에서 미중 무역문제가 북핵 문제가 직접적으로 분명히 연결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전략적 측면에서 미중 간 대립이 격화돼 미중 모두 자국의 지정학적 영향력을 지키려는 입장에서 대북정책을 고려하면 중국과 북한은 지정학의 관점에서 (함께) 미국을 압박하는 쪽으로 더 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방북은 “중국이 한반도 동북아 문제에서 여전히 매우 중요한 특수한 영향력을 갖고 있음을 보여줘 미국이 무역 문제 등에서 중국과 협력하면 중국도 북핵 문제에서 미국을 도울 것이라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은 북한 비핵화 관련해 당근과 채찍을 모두 제시하고 있다. 북핵 문제에 있어서는 강경하다. 일본 정부는 지난달 10일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을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단정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제 결의를 위반했다”며 북한을 규탄했다. 또 “북한이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를 밝히지 않고 있다”며 올해 4월에 만료되는 대북 독자제재를 2년 더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일본은 2006년부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와 별개로 독자 제재를 실시하고 있다. 북한과의 수출입 전면 금지, 북한 선적을 포함해 북한에 기항했던 모든 선박의 일본 입항 금지 등이 그 예다. 일본은 북한이 유엔 제재를 위반하는지도 엄격하게 감시하고 있다. 일본 외무성은 지난달 공해상에서 북한 관련 선박이 환적(換積)한 것으로 의심되는 사안을 확인했다고 18일 밝혔다. 외무성은 지난달 13~14일 동중국해 공해상에서 북한 선적 유조선과 선적을 알 수 없는 소형 선박 2척이 6회에 걸쳐 나란히 근접한 것을 해상자위대 호위함이 확인했다며 관련 사진을 인터넷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북한 선박의 환적이 의심되는 사안이라며 외무성이 내용을 공개한 것은 이번이 13번째다. 관계 개선을 위한 당근책도 제시한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최근 ’조건 없는 북-일 정상회담 추진‘을 공개적으로 밝히며, 북한에 대해 ’압력‘, ’압박‘ 등 단어 사용을 자제하고 있다. 고노 다로(河野太郞) 외상은 몽골을 방문해 척트바타르 몽골 외무장관에게 전제조건 없는 북일 정상회담을 바란다는 일본의 입장을 전하기도 했다. 현재 일본은 공식, 비공식 라인을 모두 동원해 북한과 접촉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이정은특파원 lightee@donga.com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