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

김민 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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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속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국제부 기자입니다. 예술가의 이야기를 따로 모아 뉴스레터 '영감 한 스푼'으로 전하고 있습니다.

kimmin@donga.com

취재분야

2025-11-27~2025-12-27
미술38%
연극20%
문학/출판13%
칼럼7%
인사일반7%
언론3%
문화 일반3%
사고3%
사회일반3%
사건·범죄3%
  • 벽을 바라보다가 벽화를 발견하다… 정소연 개인전 ‘면벽수행’

    정소연 작가(52)의 개인전 ‘면벽수행’이 서울 종로구 이화익갤러리에서 열린다. 정 작가는 2011년 ‘홀마크 키드’, 2014년 ‘각종 도감’, 2016년 ‘건축 모형’ 등의 작품을 통해 실재와 이미지에 관한 이야기를 해왔다. 이번에는 벽지를 소재로 한 작품을 선보인다. 그의 작가 노트에는 “나는 갱년기 여성 작가다. 육체도 정신도 예전 같지 않다. 체력이 달리고 우울하다. 하염없이 벽을 보고 앉아 있다. 벽을 보고 있자니 웬만한 그림보다 벽지가 낫다”고 적혀 있다. 이른바 ‘면벽수행’의 결과가 이번 작품들이다. 벽지는 원래 벽화에서 시작된 것인데 전시된 회화 작품들은 다시 벽을 그림으로 그려 선후관계를 뒤집는다. 회화와 설치가 결합된 작품, 드로잉도 만날 수 있다. 정 작가는 이화여대 서양화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뉴욕공과대 커뮤니케이션아트 석사, 중앙대 첨단영상대학원 영상공학과 예술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30일까지. 무료.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9-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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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명력 지닌 작은 응집체, 색채로 구현하다

    회화 작가 홍정희(74) 초대전이 서울 강남구 이길이구 갤러리에서 20일까지 열린다. 서울대 회화과를 졸업한 홍 작가는 1967년 미술전람회에 입선한 뒤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1979년부터 1년 동안은 풀브라이트 교환교수로 미국 미시간대 미술대학에서 연구를 했다. 작품에서는 유년기 접했던 한복과 단청을 떠올리며 색채를 연구하거나 재료에 톱밥, 커피가루, 생선뼈를 갈아 넣는 등의 시도를 했다. 이번 전시는 2014년 서울대미술관에서 열린 회고전 이후 5년 만에 열리는 개인전이다. 그간 작업했던 ‘나노(Nano)’ 시리즈의 새로운 작품이 공개된다. 그는 1970년대 중반에는 ‘자아―한국인’ 연작, 1980년대에는 ‘탈아’, 1990년대 ‘열정’ 연작을 선보였다. 2005년에 시작한 ‘나노’ 시리즈는 생명력을 갖는 작은 응집체를 표현하려고 했다. 홍 작가는 자신의 작품 세계가 한국 사회가 겪었던 격변의 시절과 관계가 있다고 말했다. “저는 1945년에 태어나 남북 분단과 6·25전쟁, 이로 인한 파괴와 가난, 비극적 삶의 어두운 파편들이 널린 유년 시절을 보냈고, 4·19와 5·16 그리고 유신시대, 1980년대 격변의 시기를 지나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작지만 강하고 모든 것을 이겨낸 나라의 작가로서 작품을 해왔습니다.” 그는 작품에 구체적 대상을 묘사하거나 특정 풍경을 재현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보다는 색채 그 자체를 우선시하는 작품이다. 이는 1960년대 미국에서 출발한 미니멀리즘 예술의 미학과 연관성이 있어 보인다. “색채가 갖는 물질성이 매료됐습니다. 색채 자체가 곧 작품의 구성이며, 그 구성은 의도된 것이기보다 우연적이며 제작 과정에서 전개된 것입니다.” 그러면서 그는 ‘나노’ 시리즈를 하게 된 것은 작고 빠른 것에서 혁명이 일어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보 기술, 나노 기술, 바이오 기술, 이 작고 빠른 세 가지가 인체에 이롭게 됨으로써 사회적으로 다양한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백운아 이길이구 갤러리 대표는 “홍 화백은 1983년 브라질 상파울루 비엔날레 등 해외에서도 수차례 작품을 선보였으며 제7회 석주미술상을 비롯해 한국일보 주최 미술대전 특별상, 제20회 대한민국 미술전람회 장관상 등 수상 경력을 자랑한다”며 “근작인 ‘나노’ 시리즈는 미래에 대한 문제의식의 질서에 관한 작품으로 기존 색면추상보다 더 간결하고 최소화된 형태가 작품의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9-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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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60년대 국가 주도 개발 프로젝트의 모순

    1967년 ‘세계의 기운이 모이라’는 꿈을 품고 지었던 세운상가는 길이 1km에 이르는 초대형 상가군이다. 당시만 해도 개발시대의 유토피아로 여겨졌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주변 지역의 개발을 가로막는 애물단지가 됐다. 2014년 서울시는 세운상가 일대를 공공영역으로 재구축하려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재개발을 통해 사익을 얻으려는 이들 역시 적지 않아 세운상가는 서로 다른 패러다임이 상충하고 있다. 2019년의 세운상가는 어떤 방향성을 지닌 공간이 돼야 할까. ‘2018년 제16회 베니스 비엔날레 국제건축전’에서 엔이이디건축사사무소의 김성우 소장은 일방통행 재개발을 막는 세운상가의 역할을 표현한 ‘급진적 변화의 도시’를 출품했다. 이 작품을 비롯해 지난해 베니스 비엔날레 건축전의 한국관에서 선보인 작품들을 서울 종로구 아르코미술관에서 만날 수 있다. 지난해 한국관은 ‘국가 아방가르드의 유령’이라는 주제로 전시를 선보였다. 박성태 예술감독(정림건축문화재단 상임이사)과 공동 큐레이터인 최춘웅 서울대 교수, 박정현 마티 편집장, 정다영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사가 기획한 전시는 1960년대 한국 개발 체제의 싱크탱크였던 ‘한국종합기술개발공사(기공)’를 조명했다. 1960년대 억압적 정부 체제 아래에서 ‘아방가르드’를 꿈꿨던 기공의 작업은 한국 사회의 역설적인 모습을 드러낸다. 전시에서는 2대 사장 김수근과 그 팀이 주도한 네 가지 프로젝트인 세운상가, 구로 한국무역박람회, 여의도 마스터플랜, 엑스포70 한국관에 초점을 맞췄다. 기공은 1960년대 한국 건축사에서 주요한 역할을 했지만 그에 대한 기록은 구축되지 않은 상태다. 서울에서 열리는 귀국전은 지난해 베니스 현지 한국관에서 약 15만 명 이상이 관람한 전시를 아르코미술관의 공간 구조에 맞춰 새롭게 재구성했다. 기공에 대한 2개의 아카이브와 김경태, 정지돈, 설계회사, BARE, 김성우, 최춘웅, 선현석, 로랑 페레이라 등 건축가와 아티스트 8인(팀)의 신작을 소개한다. 5월 26일까지. 무료.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9-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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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꿈꾸는 듯한 환상세계… 할리우드 사랑 한몸에

    “잡지에 일러스트를 그리겠다며 가져간 포트폴리오에는 순수예술에 가까운 그림이 가득했어요. 디자인이라고 하기엔 초현실적인, 너무 어둡고 불편한 것들이었죠. 수차례 거절당한 뒤 마지막으로 찾아간 DC코믹스에서 독특하고 다양한 면을 좋게 봐줬습니다.” 미국 아카데미상을 받은 영화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과 대런 애러노프스키 감독의 ‘마더!’, 드니 빌뇌브의 ‘블레이드 러너 2049’. 2017년 개봉한 세 영화는 모두 작품 포스터를 한 사람이 그렸다. 바로 대만계 미국인 일러스트 작가인 제임스 진(40·사진)이다. 진은 미국 뉴욕 스쿨오브비주얼아트(SVA)를 졸업하고 DC코믹스 버티고에서 출간했던 만화 ‘페이블스’ 표지 작업으로 이름을 알렸다. 2008년부터는 프라다와 협업해 특유의 몽환적, 상징적 이미지를 뽐내기도 했다. 그의 첫 국내 전시 ‘제임스 진, 끝없는 여정’이 서울 송파구 롯데뮤지엄에서 열리고 있다. 3일 전시장에서 만난 진은 ‘셰이프 오브 워터’ 작업 당시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 “너를 위한 완벽한 프로젝트가 있다”고 해 폭스 스튜디오에서 만났다고 했다. “기예르모의 제작사 이미지를 그린 적이 있어요. 사무실에 갔더니 그가 ‘폭스’ 로고가 새겨진 메모지에 음양의 두 캐릭터가 겹쳐진 스케치를 그려주더군요.” 진은 수천 장의 촬영장 사진과 참고 이미지를 보고, 푸른 바닷속 헤엄치는 이미지를 그려냈다. 영화 주인공이 목탄으로 몬스터를 그리는 것에서 착안해 목탄 드로잉으로 포스터를 그렸다. 한 해에 세 작품의 포스터를 그리게 된 건 순전히 우연이었다고. “세 감독에게 같은 달 제안을 받았어요. 나중에 대런에게 완전히 다른 그림이 될 거라고 안심시키느라 혼났죠. 저도 잇따른 제안에 삶이 참 희한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환상적, 상징적 이미지에 대한 욕망이 당시 할리우드의 ‘집단 무의식’에 들어 있었는지도 모르죠.” 이번 전시에서는 그가 그린 포스터와 ‘페이블스’의 커버, 드로잉, 대형 회화와 조각을 만날 수 있다. 최근 작업은 비교적 밝은 색채가 두드러진다. 진은 “아이를 갖고 아버지가 되는 경험이 변화를 일으켰다”고 했다. 그가 학생일 때만 해도 그림이 너무 어둡고 복잡해 일을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단다. 다른 잡지의 커버는 ‘표준’적이었지만 자신의 그림은 그렇지 않아 불안할 때도 있었다. 그림 자체는 자신이 있었지만 ‘표지에 정말 이렇게 해도 되는 건가?’라는 생각도 했다. 그런데 독창적 상상력으로 가득한 표지 작업은 ‘만화의 아카데미상’이라 불리는 아이스너상 6년 연속 수상, 하비 어워즈 ‘최고 커버 작가’ 4회 수상의 결실을 가져다줬다. 진은 “세 살 때 대만에서 이주해 너무나 미국적인 환경에서 자라면서 ‘트라우마’에 가까운 적응기를 겪었다”며 “어쩌면 그 때문에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그림에 더 매달렸는지도 모른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림은 나를 다른 곳에 안착하게 해주는 낙하산”이라며 “그래서 내 그림이 섬세하고 예민한 사람들에게 어필하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최근에는 이탈리아 선교사 출신으로 중국 청나라에서 궁정화가로 활동한 주세페 카스틸리오네(1688∼1766)에게 관심이 많다. 카스틸리오네는 서양 회화 기법을 동양화에 접목한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그의 이번 전시도 우주 삼라만상의 질서를 담는 ‘오방색’을 주제로 했다. 9월 1일까지. 9000∼1만5000원.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9-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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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증샷이 뭐기에… 여기저기서 찰칵 번쩍 사진관이 된 카페

    커피 잔 두 개만 놓아도 꽉 찰 만큼 작은 테이블. 게다가 한 모금 마시려면 모이 쪼는 닭처럼 고개를 숙여야 할 만큼 낮기까지 하다. 의자라고는 딱딱한 나무 벤치에 동그란 쿠션 하나. 구인서(가명·46) 씨는 회사 근처에 새로 생긴 카페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도배된 명소라기에 찾아갔지만 허탈했다. “손님이 많아 겨우 한 자리 잡고 앉았는데 실망했습니다. 겉보기에만 화려하더군요. 독특해 보이는 의자와 탁자는 이용하기에는 불편했어요. 카페란 편안하게 커피 마시며 이야기 나누는 공간 아니었나요?” SNS 사진에 최적화된 공간 구성에 피로감을 느끼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인스타그램에 인증샷을 올릴 만한가, 아닌가’가 공간 소비의 절대 기준이 되면서 일어난, 이른바 ‘인스타그래머블(instagrammable)’의 역습이다. “찰칵, 찰칵!” 5일 오후 찾은 서울 마포구 성미산로의 카페 골목에서는 휴대전화로 사진 찍는 소리가 그치지 않았다. 한 블록에만 대여섯 곳의 예쁜 카페가 늘어선 이곳은 요즘 SNS에서 뜨겁다. 특이한 색채와 공간감이 넘쳐나는 카페, 입체적으로 디자인한 디저트를 향해 카메라 셔터가 쉴 새 없이 터졌다. 인스타그램에 수만 건 언급된 카페는 해외 관광객까지 몰리는 명소가 되는 등 인스타그램 해시태그는 카페들의 생명줄이 됐다. ‘인스타그래머블’은 공간뿐 아니라 카페의 중심 콘텐츠인 메뉴까지 장악하고 있다. ‘더티 커피’가 한 예다. 커피가 잔을 넘어 잔받침까지 흘러내린 모양새가 독특해 인기다. 디저트도 입체적 장식을 얹은 것을 선호한다. 초점은 미각보다 시각이다. 최근 유행한 ‘목욕탕 카페’는 말 그대로 옛 목욕탕을 리모델링한 카페다. 일부 점포에서는 음료 테이블 앞에 곰팡이 낀 타일과 수도꼭지가 그대로 보이기도 한다. 카페 주인들은 “젊은 고객들에게 알릴 창구가 인스타그램으로 일원화하면서 거기 맞게 꾸미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말한다. 마포구의 공연장 겸 카페 ‘살롱 문보우’의 임대진 대표는 “인스타그램용 메뉴를 개발해야 하나 고민이 된다”면서도 “콘텐츠보다는 겉보기에 치중하는 것 같아 아쉽다”고 했다. 식당가에서도 ‘인스타그래머블’은 트렌드가 아닌 필수다. 김하늘 라이스앤컴퍼니 대표(F&B 컨설턴트)는 “요즘 인기 있는 이자카야나 내추럴 와인바는 예약을 인스타그램으로만 받을 정도”라며 “요리사들이 정성 들여 만든 음식의 맛을 음미하기보다 인증샷에만 집중하는 고객들 때문에 아쉬워하기도 한다”고 했다. 호텔에서는 인피니티 풀(바다나 하늘과 연결된 듯 테두리를 마감한 수영장)이 인기다. 수영장이지만 정작 수영을 하는 이들은 별로 없고 ‘셀카’ 촬영을 위해 수영장 가장자리에 사람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한다. ‘인스타그래머블’은 일부 미술 전시장도 포토존처럼 바꿨다. ‘사진발’에 초점을 맞춰 전시품과 공간을 기획한 탓에 ‘사진과 달라 실망스럽다’거나 ‘카메라 셔터 소리만 듣다 왔다’는 고객 불만이 이어지기도 한다. 전종현 디자인·건축 저널리스트는 “인스타그램에서는 말초신경을 단숨에 자극하는 ‘1초 게임’에 최적화한 이미지 전쟁이 벌어진다”며 “동선, 분위기, 향기, 서비스에 관한 정보가 배제된 채 특정 경향의 이미지로 설계된 공간에서는 제대로 된 경험을 바라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김민 kimmin@donga.com·임희윤 기자}

    • 2019-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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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마트폰 사진이 맛을 담을 수 있나” 인스턴트 사진 거부 움직임

    사진 한 장에 공간의 분위기와 음식의 맛을 모두 담을 수 있을까? 공간을 사려 깊게 들여다보고 공을 들여 촬영한다면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한순간 촬영해 타임라인 위에서 몇 초 만에 소비하는 사진에서 이를 기대하긴 어렵다. 이런 ‘인스턴트’ 사진을 위한 공간이 되길 거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서울 마포구 연남동 ‘커피정’은 주말에 한해 과도한 사진 촬영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욕설을 하거나 신발을 벗는 행위를 삼가 달라는 글귀도 부착했다. 임정훈 대표는 “커피는 분위기와 맛, 공간을 운영하는 사람이 삼위일체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커피를 마시는 경험에 집중하기 위해 이런 조치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연남동은 최근 카페가 많아진 지역이다. 인근 카페에 비해 고객의 연령대가 높은 커피정은 단골이 편하게 올 수 있는 분위기를 유지한 덕분에 올해 5년 차를 맞으며 이 거리에서 오래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해외에서는 ‘푸드스타그램’, ‘인증샷 금지’ 움직임이 몇 년 전부터 생겼다. 2013년에는 미국 뉴욕의 프렌치 레스토랑 ‘불리’가 식당 사진 촬영을 금지했다. 그 대신 주방에 들어와 사진을 찍도록 해 긴 줄이 늘어서는 광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셰프 데이비드 불리는 당시 뉴욕타임스에 “식사할 때 이곳저곳에서 플래시가 터지면 좋은 추억을 남기기 힘들다”고 했다. 영국의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인 ‘더 워터사이드 인’은 입구에 ‘사진 금지(No photos, please)’ 문구를 달았다. 셰프 미셸 루는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쉴 새 없이 이어지는 사진 촬영을 참을 수 없다”며 “스마트폰 사진이 맛을 담는 것은 아니다”라고 일침을 가했다. 지난해에도 영국의 패밀리레스토랑인 ‘프랭키 앤드 베니’가 저녁 시간 동안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해 화제가 됐다. 영국 전역 250곳에 체인을 갖고 있는 이 식당은 “이곳을 찾는 가족들이 서로 대화하고 가까워지길 바란다”며 이런 조치를 내렸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9-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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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찰칵, 찰칵!” ‘인증샷’만 좋으면 그만?…‘인스타그래머블’의 역습

    커피 잔 두 개 놓아도 꽉 찰 만큼 작은 테이블. 게다가 한 모금 마시려면 모이 쪼는 닭처럼 고개를 숙여야 할 만큼 낮기까지 하다. 의자라고는 딱딱한 나무 벤치에 동그란 쿠션 하나. 구인서 씨(46·가명)는 회사 근처에 새로 생긴 카페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도배된 명소라기에 찾아갔지만 허탈했다. “손님이 많아 겨우 한 자리 잡고 앉았는데 실망했습니다. 겉보기에만 화려하더군요. 독특해 보이는 의자와 탁자는 이용하기에는 불편했어요. 카페란 편안하게 커피 마시며 이야기 나누는 공간 아니었나요?” SNS 사진에 최적화된 공간 구성에 피로감을 느끼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인스타그램에 인증샷을 올릴 만한가, 아닌가’가 공간 소비의 절대 기준이 되면서 일어난, 이른바 ‘인스타그래머블(instagramable)’의 역습이다. “찰칵, 찰칵!” 5일 오후 찾은 서울 마포구 성미산로의 카페 골목에서는 휴대전화로 사진 찍는 소리가 그치지 않았다. 한 블록에만 대여섯 개의 예쁜 카페가 늘어선 이곳은 요즘 SNS에서 뜨겁다. 특이한 색채와 공간감이 넘쳐나는 카페, 입체적으로 디자인한 디저트를 향해 카메라 셔터가 쉴 새 없이 터졌다. 인스타그램에 수만 건 언급된 카페는 해외 관광객까지 몰리는 명소가 되는 등 인스타그램 해시태그는 카페들의 생명줄이 됐다. ‘인스타그래머블’은 공간뿐 아니라 카페의 중심 콘텐츠인 메뉴까지 장악하고 있다. ‘더티 커피’가 한 예다. 커피가 잔을 넘어 잔 받침까지 흘러내린 모양새가 독특해 인기다. 디저트도 입체적 장식을 얹은 것을 선호한다. 초점은 미각보다 시각이다. 최근 유행한 ‘목욕탕 카페’는 말 그대로 옛 목욕탕을 리모델링한 카페다. 일부 점포에서는 음료 테이블 앞에 곰팡이 낀 타일과 수도꼭지가 그대로 보이기도 한다. 카페 주인들은 “젊은 고객들에게 알릴 창구가 인스타그램으로 일원화하면서 거기 맞게 꾸미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을 상황이 됐다”고 말한다. 마포구의 공연장 겸 카페 ‘살롱 문보우’의 임대진 대표는 “인스타그램용 메뉴를 개발해야 하나 고민이 된다”면서도 “콘텐츠보다는 겉보기에 치중하는 것 같아 아쉽다”고 했다. 식당가에서도 ‘인스타그래머블’은 트렌드가 아닌 필수다. 김하늘 라이스앤컴퍼니 대표(F&B 컨설턴트)는 “요즘 인기 있는 이자카야나 내추럴 와인 바는 예약을 인스타그램으로만 받을 정도”라며 “요리사들이 정성들여 만든 음식의 맛을 음미하기보다 인증샷에만 집중하는 고객들 때문에 아쉬워하기도 한다”고 했다. 호텔에서는 인피니티 풀(infinity pool·바다나 하늘과 연결된 듯 테두리를 마감한 수영장)이 인기다. 수영장이지만 정작 수영을 하는 이들은 별로 없고 ‘셀카’ 촬영을 위해 수영장 가장자리에 사람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한다. ‘인스타그래머블’은 일부 미술 전시장도 포토존처럼 바꿨다. ‘사진발’에 초점을 맞춰 전시품과 공간을 기획한 탓에 ‘사진과 달라 실망스럽다’거나 ‘카메라 셔터 소리만 듣다 왔다’는 고객 불만이 이어지기도 한다. 전종현 디자인·건축 저널리스트는 “인스타그램에서는 말초 신경을 단숨에 자극하는 ‘1초 게임’에 최적화한 이미지 전쟁이 벌어진다”며 “동선, 분위기, 향기, 서비스에 관한 정보가 배제된 채 특정한 경향의 이미지로 설계된 공간에서는 제대로 된 경험을 바라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김민기자 kimmin@donga.com임희윤기자 imi@donga.com}

    • 2019-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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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고독과 불안, 그 사이에서 피어나는 찰나의 행복

    작품이 최악은 아니지만 시상식 무대에 설 정도로 인정받지는 못했던 소설가. 친한 사람들이 ‘천재’라 종종 함께 거론되지만 그들과 ‘세트’로 있어야만 기억되는 작가. “새롭게 주목받기엔 너무 늙었지만 재발견되기엔 너무 젊은 나이.” 주인공 아서 레스는 바로 그런 뜨뜻미지근한 상태, 지옥도 천국도 아닌 ‘연옥’에 머물고 있는 예술가다. 이 책이 지난해 퓰리처상을 수상했을 때 ‘100년 만의 과감한 선택’으로 회자됐을 만큼 독특한 주인공이다. “선생이나 우리는 천재를 만나봤죠. 그리고 우리가 그 사람들 같지 않다는 걸 알잖아요. 자기가 천재가 아니고 그냥 평범한 사람이라는 걸 알고 계속 살아간다는 건 어떤가요? 내 생각엔 그게 최악의 지옥인 것 같아요.” 누군가 레스에게 건넨 말. 그는 오랫동안 함께한 파트너와 이별하고 충동적으로 세계를 일주하고 있다. 그동안 거절해 왔던 문학 관련 행사에 모두 참석하기로 하면서 여행은 시작됐다. 뉴욕에서 유명 작가를 인터뷰하고, 멕시코에서 문학 콘퍼런스, 이탈리아의 문학상 시상식, 독일 베를린 자유대학에서 5주간의 강의, 프랑스 파리를 경유한 뒤 모로코 인도 일본을 거치는 여정. 책은 각 지역에서 벌어지는 갖가지 해프닝을 통해 레스를 조명한다. 50세 생일을 앞둔 늙은 게이이자 싱글.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에서 레스는 끊임없이 자신이 별 볼일 없는 사람이라는 걸 확인받는다. 뉴욕에서 대담을 함께하기로 한 ‘과대평가된’ 작가는 레스의 얼굴을 보고 “당신은 누구야?”라고 소리친다. 멕시코에선 미국의 유명 작가의 천재성을 이야기하는 콘퍼런스에 참석했는데, 그 작가가 레스의 전 연인이다. 여정을 밟아갈수록 레스는 자신이 늙어 영영 혼자이고 말거라는 걱정에 사로잡힌다. 이야기는 분명 비참하고 절망적이어야 하는데, 페이지를 넘기는 내내 피식피식 웃음이 터진다. 프리랜서 작가의 삶을 “따뜻하긴 한데 발가락까지는 절대 덮어지지 않는 조각보”라고 표현하거나 자신이 참석한 이탈리아의 시상식을 “자기 재능이 없는 사람들이 마련하는 슬픈 닭싸움”이라고 하는 등 시니컬하면서 연민을 자아내는 비유가 반짝인다. 우디 앨런 영화에 나올 법한 자학적 유머에, 독자는 비참한 레스의 여정을 따라가면서 점점 그를 사랑스러운 눈길로 바라보게 된다. 레스의 친구 조라는 “백인 중년 남자의 삶을 가여워하긴 쉽지 않다”고 하지만, 책은 재치 있는 화법으로 그걸 해낸다. 게다가 소설가에 관한 소설이라니 왠지 자기 연민 아니면 자화자찬일 것 같은데 그렇지 않다. 큰 사건은 없지만 담담하게 털어놓는 사건들 사이에서 누구나 한 번쯤은 겪는 고독과 불안, 그 사이에서 피어나는 찰나의 행복이 펼쳐진다. 삶의 의미는 무언가를 성취하거나 명예를 얻는 때가 아니라 사소한 마들렌 향기에서 피어난다는 것처럼 말이다. 소설가 김봉곤은 “마르셀 프루스트가 샌프란시스코에 살았다면 바로 이런 소설을 썼을 것”이라고 했다. 이 책의 절정은 베일에 휩싸인 화자다. 세계를 돌아다니는 레스를 깊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묘사하고 있는 사람은 책 3분의 2 지점 즈음 서서히 정체를 드러낸다. 그가 늘어놓는 신랄하고 톡톡 튀는 비유의 향연을 즐기다가 마지막 순간엔 감동의 미소를 짓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9-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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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연은 곧 나” 현장서 몸으로 느낀 풍경

    사람이 자연을 보고 감정을 느끼는 건, 그의 신체도 자연이기 때문이다. 관념적이거나 전형적으로 자연을 담는 ‘풍경화’로는 이러한 몸의 감정을 표현하기 어렵다. 작가 서용선(68)은 이런 ‘풍경화’를 넘어 현장의 몸이 느낀 자연을 담는다. 이렇게 그려낸 회화 19점과 드로잉 14점을 서울 종로구 누크갤러리의 개인전 ‘서용선-산을 넘은 시간들’을 통해 공개한다. 전시하는 작품은 서울 인왕산부터 부여 낙화암, 오대산 노인봉, 해남 달마산은 물론이고 미국 뉴욕과 워싱턴, 애틀랜타, 올버니의 도시 풍경을 담았다. 낙화암과 인왕산 등은 작가의 손을 거쳐 궁녀 수천 명이 몸을 던진 곳, 세조에게 목숨을 잃은 안평대군이 살았던 곳이라는 ‘스토리’를 품은 공간으로 되살아난다. 또 미국 도시 풍경에선 대중교통 속 무심코 앉아있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그들의 성격이 드러난다. 1980년대부터 단종애사, 동학운동, 6·25전쟁 등 역사의 풍경을 그려왔던 작가는 기록에 담기지 않은 이야기들에 주목했다. “세조가 주도한 계유정난은 그의 조카를 비롯해 수백 명이 죽은 사건인데, 500년 동안 왜 어떤 화가도 그걸 그리지 않았을까 의아했죠.” 과거 단종에게 관심을 뒀던 그는 최근엔 세조도 인간적으로 이해해 보려고 노력하게 됐단다. 결국 이렇게 사물과 산, 자연을 통해 작가가 마주하는 건 그 속에 비친 인간의 모습이다. “그림 속 장소가 무척 다양하지만, 이 모든 곳은 결국 내 몸이 다니면서 엮은 것들이지요. 내가 관심이 있었던 사건과 일, 인간에 대한 해석. 이것이 자연에 투사돼 드러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5월 3일까지. 무료.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9-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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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현실주의 화가의 현실주의 사진 130점

    벨기에 출신 초현실주의 작가 르네 마그리트(1898∼1967)의 사진전이 열린다. 2일 개막한 뮤지엄그라운드(경기 용인시) 특별기획전 ‘르네 마그리트, 더 리빌링 이미지: 사진과 영상’은 마그리트의 사진 원본 130여 점과 영상 2점으로 구성됐다. 벨기에 샤를루아 사진미술관이 함께한 이 전시는 5곳의 컬렉션이 소장한 마그리트의 사진 가운데 그의 예술관에 영향을 준 작품을 선택했다. 총 6개의 공간으로 구성돼 마그리트가 작업할 때 모습은 물론이고 일상적인 모습도 보여준다. 마그리트 특유의 독특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회화들이 영화나 사진에서 영향을 받은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마그리트는 영화가 발명됐을 때 활발하게 활동했다. 그자비에 카노네 샤를루아 사진미술관장은 “지금과 달리 마그리트가 활동하던 당시에는 예술가가 영화와 사진에서 영감을 얻는 것이 흔치 않았다”며 “마그리트는 영화의 영향을 받은 예술가 1세대로 꼽힌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멜버른, 홍콩, 타이베이를 거쳐 온 순회전이다. 다만 사진 대다수가 과거 촬영한 원본으로 크기가 손바닥만 한 것은 아쉽다. 마그리트 연구자나 마니아가 즐기기에 적합한 아카이브성 전시다. 7월 10일까지. 6000∼1만2000원.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9-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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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가이 교수 “한국 단색화, 미학적 설득 실패한 채 고유 양식이라 우겨”

    ‘한국 단색화는 서양 모노크롬 회화를 모방해놓고, 사후에 한국 고유의 미술 양식이라고 항변하는 격.’ 홍가이 전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71·예술철학)가 지난해 출간한 ‘현대예술은 사기다1·2’(소피아)가 미술계에서 뒤늦게 화제가 되고 있다. 미술 시장에선 대표 상품으로 내세우지만 국내외에서 거품 지적이 끊이지 않는 ‘단색화’에 대한 시원한 비판 덕분이다. 지난달 27일부터 31일까지 열린 아트바젤 홍콩에서도 해외 갤러리는 단순한 모노크롬보다 화려한 신표현주의가 강세였다. 최근 만난 홍 교수는 “설득력 있는 미학의 부재가 단색화의 한계”라며 “한국 미술이 도태되지 않으려면 탄탄한 미학 담론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단색화는 1975년 일본 도쿄화랑의 ‘한국 5인의 작가 다섯 개의 흰색’전을 전후로 등장한 단색조의 회화를 말한다. 과거 ‘모노크롬’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렸지만 2012년 국립현대미술관 기획전시를 통해 한글명 ‘단색화’로 통일됐다. 단색화는 서양 모더니즘 회화의 ‘평면성’을 받아들이며 ‘백색’과 ‘정신성’이라는 한국적 특징을 가진 회화로 정의된다. 그러나 홍 교수는 이를 한국 고유의 특징으로 보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한국 사람이 백의민족이라는 것은 일제강점기 외국인의 피상적 시각입니다. 국내 역사 문헌에서는 상을 당했을 때 소복을 입는다는 기록밖에 없습니다.” 또 서양 모더니즘의 ‘평면성’을 재해석한 시도는 좋지만, 왜 그런 시도가 필요했는지에 대한 답은 찾기 힘들다고 그는 설명했다. 서양 모더니즘과 ‘평면성’은 그들의 미술사 흐름에서 의미가 있는데, 국내는 이런 개념을 비판적 성찰이나 철저한 분석 없이 무분별하게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제기된 단색화 ‘거품’ 지적은 상업 갤러리뿐만 아니라 학계에도 책임이 있다고 홍 교수는 말했다. 그는 “단색화의 상품화는 ‘벌처 캐피털리즘’(투기성이 강한 자본주의)의 전형이지만 서양 화상도 이런 전략을 쓴다. 그러나 미술관이나 학계가 중심을 잡고 미술사를 전개하지 않고 상업 전략에 휩쓸리는 것은 한국의 문제”라고 했다. 이어 “선진국에서는 상업 갤러리가 전략적으로 띄워도 학계는 미술사 전통과 고유 원칙에 따라 가치를 평가한다”고 덧붙였다. 결국 한국 미술이 국제적 수준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철학적 토대와 미학적 담론이 절실하다는 것이 홍 교수의 의견이다. 그는 “국내 비평이 미사여구로 인상 비평에 머물고 있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미술사와 미학적 맥락에서 연결고리를 맺어 작품의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자생적 현대미술’의 의미를 다시 질문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미술 작업의 독창적 시각은 축적된 지식에서 비롯됩니다. 오랜 시간 차분한 준비를 통해 세계화 이후의 한국적 현대성이란 무엇인지, 그러한 가운데 우리만의 독창적인 미술은 무엇인지 진지한 고민이 절실합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9-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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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패션부터 스타트업까지… 프랑스의 오늘을 만나다

    알록달록한 마카롱, 뾰족한 에펠탑, 골목의 오래된 서점…. 프랑스 파리의 어떤 풍경들은 서울의 일상에서도 뚜렷한 이미지로 다가온다. 20세기 유럽 문화의 중심지로 세계에 영향을 미쳤던 파리의 최근 풍경을 담은 에세이가 출간됐다. 젊은 정치 신예 에마뉘엘 마크롱이 대통령으로 당선되는 생생한 과정. 옛것만 사랑할 듯한 파리의 스타트업과 창업을 키우는 의외의 활기찬 분위기. 파리 사람들이 아이를 교육하는 방식과 16구의 정겨운 동네 시장까지. 프랑스에 대한 오랜 추억을 간직한 사람은 물론이고 방문을 앞둔 사람도 참고할 만한 다양한 내용을 담았다. 가장 흥미로운 건 패션을 다룬 2장 ‘혁신과 럭셔리’다. 시대를 읽는 발 빠른 눈과 창의적 감각으로 세계를 사로잡는 파리의 매력에 흠뻑 빠질 수 있다. 저자는 패션, 와인, 미식 등 중요한 문화 콘텐츠 분야를 다루며 본격적으로 프랑스를 탐구하기 시작했다. 또 프랑스 학자, 건축가, 디자이너, 미술가, 요리사를 인터뷰하며 깊은 시선을 갖췄다. 현직 기자이기도 한 저자는 2016년 에스모드 이젬 파리에서 1년 동안 럭셔리 패션 비즈니스를 공부했다. 고등학생 때부터 품었던 ‘프랑스 사랑’이 이뤄진 순간. 이때부터 현지에서 탐구하고 체득한 경험을 바탕으로 프랑스의 내밀한 속내까지 들여다본다. 뭣보다 넉넉하면서도 잘 벼려진 글맛이 그 자체로도 일품이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9-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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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과 미술 디지털 이미지로 만나다

    1세대 사진작가 황규태(81)의 개인전 ‘픽셀’이 서울 종로구 아라리오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황 작가는 1960년대 필름 태우기, 아날로그 몽타주 등을 시도하고 1980년대 디지털 이미지에 관심을 가졌다. 이번 전시에 선보이는 ‘픽셀’ 시리즈는 무언가를 새로 촬영한 것이 아니라 기존 이미지의 작은 부분을 확대했다. 1990년대 후반 처음 작업을 시작한 ‘픽셀’은 궁금증 때문에 확대경을 들여다보다가 발견한 이미지다. 텔레비전 모니터를 확대했더니 이미지의 최소 단위인 점이 나타났고, 이것을 흥미롭게 여겨서 작품에 담았다고 한다. ‘픽셀’은 디지털 이미지의 최소 단위를 가리킨다. 작가는 “내가 이미지를 만든 것이 아니라 픽셀을 선택한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디지털 이미지의 최소 단위 그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는 개념적 미학이 작가의 목표로 보인다. 장르의 구분이 무의미해진 현대미술에서 사진에 한정해 개념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은 든다. 또 픽셀을 있는 그대로 옮겨놓은 것이 아니라 작가가 임의로 형태를 다시 재구성해 이미지를 만든 작품도 많다. ‘pixel; bit의 제전’이나 ‘pixel; 외계에서 온 편지’ 등 잘 정돈된 화면에 구상적 형체가 들어있는 작품들은 화소가 낮은 구식 비디오 게임 화면을 연상케 한다. 황 작가는 동국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경향신문사 사진기자로 활동하며 사진작가의 길을 걸어왔다. 1950년대 말부터 사진을 연구하다가 1973년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연 개인전을 시작으로 여러 미술관에서 작품을 선보였다. 전시는 4월 21일까지.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9-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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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순한 표현, 개념에 지친 대중의 눈 사로잡다

    입장 대기시간 2시간 30분, 3일간 방문 관람객 1만 명, 실시간 검색어 순위 입성. 기획자라면 누구나 탐낼 인기 작가 데이비드 호크니(82)의 전시가 한국을 찾았다. 개막 전 반응은 갈렸지만, 목말랐던 관객은 이미 구름처럼 몰렸다. 22일 개막한 서울시립미술관의 ‘데이비드 호크니’전은 영국 테이트미술관과 공동 기획했다. 호크니의 회화, 드로잉, 판화 133점을 선보이는데, 대부분 테이트미술관 소장품이다. 전시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관람 포인트를 큐레이터 헬렌 리틀(사진)과 함께 짚어봤다.○ 다양한 미술사 전통의 활용 리틀은 2017년 테이트브리튼에서 열려 관객 50만 명이 찾은 호크니의 회고전을 기획했다. 이번 전시는 “호크니가 3차원을 평면에 담는 방식을 탐구한 60년간의 여정”이라고 했다. 초기 작품에서 돋보이는 건 다양한 미술사 전통의 활용이다. 전시장 초입에서 볼 수 있는 ‘첫 번째 결혼’(1962년)은 고대 이집트 회화의 구도를 반영했다. 호크니가 런던이 아닌 잉글랜드 북부에서 보수적 교육을 받은 영향이다. 그는 런던 왕립예술학교로 오고 나서야 추상예술 등 진보적 시각 언어를 경험했다. “호크니는 이후에도 르네상스와 프랜시스 베이컨, 추상과 구상 등 여러 미술사적 전통을 자유자재로 혼합해 자신만의 언어를 만들었습니다.”○ 피카소 앞 벌거벗은 호크니 “피카소와 마티스는 세상을 흥미롭게 보이도록 만든 반면, 사진은 오히려 따분하게 보이게끔 만든다.”(호크니, ‘다시, 그림이다’, 디자인 하우스) 2층 전시장의 ‘블루 기타’ 섹션은 피카소를 향한 호크니의 사랑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판화 ‘아티스트와 모델’에서 호크니는 피카소 앞에 벌거벗은 채 앉아 있다. 리틀은 “마치 선생님에게 겸허한 자세로 그림을 검사받는 듯한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개념에 지친 대중 매혹하는 ‘신표현주의’ 1960년대 호크니 작품은 ‘팝아트’로 분류된다. 하지만 리틀은 “당시 호크니는 팝아트 호칭을 거부했다”고 설명했다. 이때 미술계는 개념미술, 미니멀리즘 등 난해한 작품이 주류였는데, 호크니는 늘 구체적 형상의 표현에 집중해 예술계의 ‘변방’ 작가였다. 그러다 1980년대 독일을 중심으로 한 ‘신표현주의’ 회화가 주목을 받으면서 호크니의 작품도 재조명을 받았다. “호크니는 사람들이 세상을 보는 방식을 가장 단순히 표현하는 걸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그가 한순간에 대중의 눈을 사로잡은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8월 4일까지. 1만∼1만5000원.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9-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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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이터는 어떻게 권력이 되는가… 국립현대미술관 ‘불온한 데이터’展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구글, 카카오…. 21세기 일상에 밀착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기업들은 처음에 사람들을 ‘연결’시켜 준다는 호의로 다가왔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이들이 고객의 내밀한 정보를 이용해 부를 축적한다는 비난도 받기 시작했다. 4차 산업혁명은 새로운 세상을 열어줬지만, 이 공간에 공유하는 데이터를 먼저 독차지한 건 결국 자본, ‘돈 냄새’를 맡은 이들이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 23일부터 열리는 전시 ‘불온한 데이터’는 이런 데이터를 가공, 소유, 유통하는 주체가 누구이며 이 정보가 어떻게 권력이 되는지를 살핀다. 덴마크 출신 예술집단 ‘수퍼플렉스’의 벽화 ‘모든 데이터를 사람들에게’(2019년)는 데이터 접근권의 불균형을 지적한다. 이 밖에 데이터를 매체로 한 국내외 작가 10팀의 작품 14점을 함께 전시한다. 영국 연구 단체 ‘포렌식 아키텍처’는 데이터를 활용해 국가의 폭력에 맞서 흥미롭다. 영상 작업 ‘지상검증자료’(2018년)는 이스라엘 북부에서 발생한 베두인족의 강제 이주에 관한 항공, 지상 관측 사진을 수집해 정부가 숨긴 진실을 파헤친다. 역사를 ‘증언’하는 예술의 속성을 담은 작품을 만날 수 있다. 7월 28일까지. 4000원.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9-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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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퍼즐 풀듯 빠져드는 ‘북유럽 누아르’의 매력

    젊고 아름다운 여자 사라 텍사스. 그녀는 미국과 스웨덴을 오가며 5건의 연쇄살인을 저질렀다 자백해 스톡홀름을 떠들썩하게 했다. 충격적 범행으로 타블로이드를 장식한 그녀는 감옥에 갇힌다. 그러나 건강이 악화된 아버지를 보기 위해 특별 외출로 감옥을 나서고, 감시관의 눈을 따돌린 뒤 강물에 몸을 던져 사망한다. 사라 사망 6개월 뒤, 그의 오빠라고 주장하는 남자가 매력적이고 유능한 변호사 마틴 베너를 찾아온다. “당신이 분명 텔레비전에서 사라를 변호하고 싶다고 말했지 않느냐”며 그는 사라의 무죄를 주장한다. 초라한 행색인 남성의 말에 마틴은 주저하지만, 조금씩 드러나는 수사의 허점에 사건에 빠져들고 만다. 사라는 정말 억울한 누명을 쓴 걸까? 이제는 세계적 브랜드가 된 ‘북유럽 누아르’의 매력을 담은 책이다. 첫 장부터 마지막까지 퍼즐을 푸는 듯한 전개에 손을 떼기 어렵다. 최근 넷플릭스 시리즈에도 흔히 등장하는 ‘클리프행어’ 기법이 돋보인다. 주인공을 충격적인 곤경에 처하게 만들어 다음 스토리를 궁금하게 만드는 전략을 ‘클리프행어’라고 한다. 저자는 스웨덴 정부에서 외교정책 전문가로 활동하고 유럽안보협력기구에서 반테러담당관으로 일했다. 2009년 ‘원하지 않은’을 출간한 이래 모든 작품이 스웨덴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전 세계 320만 부 판매를 기록한 스타 저자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9-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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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래된 곡식창고의 화려한 변신… 예술가가 주도한 도시재생 사업

    “선진국의 도시 재생은 대부분 예술가가 주도해서 이뤄졌습니다. 국내도 이제는 장기적 시각에서 자생적인 예술촌을 만들어야 합니다.” 최근 전남 담양군에서 만난 장현우 담빛예술창고 관장(55)의 눈빛이 반짝였다. 담빛예술창고는 2015년 9월 문을 연 전시 공간. 660m² 규모로 빨간 벽돌이 인상적인 건물은 1968년 지어진 곡물 창고다. 페인트로 큼지막하게 쓴 글씨 ‘남송창고(南松倉庫)’가 아직도 남아 있는데, 2004년 국가수매제가 폐지되며 10년 동안 방치됐다. 그러다 도시재생사업의 일환으로 대나무 파이프오르간이 들어서고 예술 작품이 채워지면서 담양의 대표적 예술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담양은 대나무축제와 떡갈비가 유명해 예술 공간은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담빛예술창고는 개관 3년 만에 연간 15만 명이 찾는 명소가 됐다. 이곳은 동시대 예술을 위주로 한 기획전을 담양문화재단 자체 예산으로 연간 6, 7회 개최한다. 진행 중인 전시 ‘사유의 정원 소쇄원을 거닐다’도 가상현실(VR)기기를 활용한 인터랙티브 콘텐츠를 선보여 호응이 높다. 미대 출신인 장 관장은 “예술가 시절 국제적 활동을 하고 싶었지만 부족한 시스템에 스스로 길을 개척하려다 보니 경영자가 됐다”며 “지방자치단체의 결단이 없었다면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담양군도 문화 수준이 지역의 경쟁력이라 보고 시각예술에 특화된 관광산업에 집중하고 있다. 담빛예술창고 인근에 들어서는 국제예술창작촌도 마찬가지. 내년 9월 개관을 목표로 국내외 예술가 20명이 정착해 작업하는 공간으로 운영한다. 장 관장은 “미술시장 자본이 10년 주기로 전 세계를 돌고 있다”며 “국내 대다수는 예술가가 배제된 도시 재생으로 기회를 놓쳤다”며 아쉬워했다. 2010년경 중국 베이징 798 예술구에 놓친 기회가 다시 찾아올 때를 대비해 국내도 장기적 관점에서 준비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이에 장 감독은 영세 갤러리의 네트워크인 한국갤러리연대(KAGA)도 추진하고 있다. 그는 “국내 미술계는 메이저 화랑을 제외하면 아트페어만 쳐다보는 실정”이라며 “좋은 예술 작품이 소외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협동조합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또 “기반이 마련되면 해외 진출에도 나설 예정으로 우리도 글로벌 미술 시장을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담양=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9-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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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래된 곡물 창고의 화려한 변신…예술가의 손에서 다시 태어난 ‘담양’

    “선진국의 도시재생은 대부분 예술가가 주도해서 이뤄졌습니다. 국내도 이제는 장기적 시각에서 자생적인 예술촌을 만들어야 합니다.” 최근 전남 담양군에서 만난 장현우 담빛예술창고 예술총감독(55)의 눈빛이 반짝였다. 담빛예술창고는 2015년 9월 문을 연 전시 공간. 660㎡ 규모로 빨간 벽돌이 인상적인 건물은 1968년 지어진 곡물 창고다. 페인트로 큼지막하게 쓴 글씨 ‘남송창고(南松倉庫)’가 아직도 남아 있는데, 2004년 국가수매제가 폐지되며 10년 동안 방치됐다. 그러다 도시재생사업 일환으로 대나무 파이프오르간이 들어서고 예술 작품이 채워지면서, 담양의 대표적인 예술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담양은 대나무축제나 떡갈비가 워낙 유명하다보니, 예술 공간이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담빛예술창고는 개관 3년 만에 연간 15만 명이 찾는 명소가 됐다. 이곳은 동시대예술을 위주로 한 기획전을 연간 6, 7회 담양문화재단 자체 예산으로 개최한다. 현재 열리고 있는 전시 ‘사유의 정원 소쇄원을 거닐다’도 최근 화제인 VR기기를 활용한 인터랙티브 콘텐츠를 선보여 호응이 높다. 장 관장은 “예술가 시절 국제적 활동을 하고 싶었지만 부족한 시스템에 스스로 길을 개척하려다 보니 경영자가 됐다”며 “지방자치단체의 결단이 없었다면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담양군도 문화 수준이 지역의 경쟁력이라 보고 시각 예술에 특화된 관광 산업에 집중하고 있다. 담빛예술창고 인근에 들어서는 국제예술창작촌도 마찬가지다. 내년 9월 개관을 목표인데, 국내외 예술가 20명 정도가 머물 수 있는 작업 공간으로 운영한다. 단기로 머무르는 기존 레지던시와 달리 작가가 지역에 정착해 작업하도록 할 계획이다. 장 관장은 “국내 대다수 지역은 예술가가 배제된 도시 재생으로 기회를 놓쳤다”며 아쉬워했다. 2010년 경 중국 베이징 798 예술구에 놓친 기회가 다시 찾아 올 때를 대비해 국내도 장기적 관점에서 준비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이에 장 관장은 영세 갤러리의 네트워크인 한국갤러리연대(KAGA)도 추진하고 있다. 그는 “국내 미술계는 메이저 화랑을 제외하면 아트 페어만 쳐다보는 실정”이라며 “이런 체제에서 좋은 예술 작품이 소외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협동조합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또 “기반이 마련되면 해외 진출에도 나설 예정이다. 우리도 글로벌 미술 시장을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장기적 관점에서 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담양=김민기자 kimmin@donga.com}

    • 2019-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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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서 첫 공공미술 선보인 뷔렌 “언론자유 지켜온 동아일보와 뜻깊은 작업”

    “이번 프로젝트는 특히 동아미디어센터의 규모가 크고, 서울 중심부에 위치한다는 상징성이 있어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수호해 온 동아일보의 건물이라는 측면에서도 관심이 컸습니다.” 프랑스 현대미술가 다니엘 뷔렌(81)이 20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새 작품 ‘한국의 색, 인 시튀 작업’(Les Couleurs au Matin Calme, travail in situ)을 선보인 소감을 밝혔다. “30년 전 처음 왔을 때와 비교해 보면, 서울은 같은 도시라고 할 수 없을 만큼 급격한 변화를 겪었습니다. 짧은 시간에 달라진 한국의 위상에 강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뷔렌은 1960년대 중반 아티스트 그룹 ‘베엠페테(B.M.P.T)’를 결성했고, 프랑스 68혁명 당시 퍼포먼스를 선보여 주목받았다. 줄무늬 패널을 등에 짊어진 사람이 길거리를 걸어 다니는 ‘샌드위치 맨’ 퍼포먼스였다. 아무것도 뜻하지 않는 듯한 줄무늬는 뷔렌이 택한 의도적 전략으로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이번에 설치한 작품에도 흰 줄무늬가 포함됐다. 뷔렌은 파리 팔레 루아얄의 ‘두 개의 고원’(1986년), 스트라스부르 현대미술관 ‘아이의 놀이처럼’(2014년), 파리 루이뷔통재단미술관 ‘빛의 관측소’(2016년) 등의 작품으로 80대가 돼서도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국내에서 뷔렌은 2006년 아틀리에 에르메스 개관전과 환기미술관 ‘공간의 시학’ 그룹전 등에서 작품을 선보인 바 있다. 그러나 미술관이나 갤러리를 벗어나 바깥 공공장소에서 선보이는 작업은 국내에서 처음이다. 지난해 처음 동아미디어센터를 방문해 구석구석 훑어본 작가는 처음엔 전체 빌딩을 단색으로 덮을 것도 검토했지만, 고민 끝에 다양한 색감이 더 잘 어울리겠다고 결정했다. 이에 5층부터 20층까지 16개 층을 두 부분으로 나눠 비슷한 색조가 겹치지 않도록 8개의 컬러를 입혔다. 뷔렌은 “거대한 건물의 각 층에서 저마다 다른 업무를 하는 이들의 다채로운 모습을 상징한다”며 “아래부터 노랑과 보라, 오렌지, 진빨강, 초록, 터키블루, 파랑, 핑크로 명명하고 한글 가나다순으로 배치했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강철과 유리로 되어 있는 건축적 특성을 중점적으로 고려했습니다. 낮에는 햇빛으로 인해 색이 내부로 유입되고, 밤에는 내부 형광등을 통해 빛을 확산시킬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해 컬러 필름을 부착했어요.” 이번 전시는 동아미디어그룹이 2020년 4월 1일 동아일보 창간 100주년을 앞두고 뷔렌을 초청해 성사됐다. 뷔렌은 “제 작품을 보고 의미를 해석하는 것은 사람들 각자의 몫”이라며 “많은 시민들이 청계천을 거닐며 직접 보고 느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번 작업을 하면서 동아일보가 굉장히 열려 있고 자유로운 사고를 하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사옥의 전면을 변화시키는 대규모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동의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도 잘 진행해주어서 기쁘게 생각합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9-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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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랑스 거장 다니엘 뷔렌, 동아미디어센터에 ‘8개 컬러옷’ 입혔다

    “30년 전 처음 왔을 때와 비교해보면, 서울은 같은 도시라고 할 수 없을 만큼 급격한 변화를 겪었습니다. 짧은 시간에 달라진 한국의 위상에 강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프랑스 현대미술가 다니엘 뷔렌(81)이 20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새 작품 ‘한국의 색, 인 시튀 작업’(Les Couleurs au Matin Calme, travail in situ)을 선보인 소감을 밝혔다. 뷔렌의 작품은 2020년 동아일보 100주년을 기념해 동아미디어센터 외관에 설치됐다. 뷔렌은 1960년대 중반 아티스트 그룹 ‘베엠페테(B.M.P.T)’를 결성했고, 프랑스 68혁명 당시 퍼포먼스를 선보여 주목 받았다. 줄무늬 패널을 등에 짊어진 사람이 길거리를 걸어 다니는 ‘샌드위치 맨’ 퍼포먼스였다. 아무 것도 뜻하지 않는 듯한 줄무늬는 뷔렌이 택한 의도적 전략으로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이번에 설치한 작품에도 흰 줄무늬가 포함됐다. 뷔렌은 파리 팔레 루아얄의 ‘두 개의 고원’(1986년), 스트라스부르 현대미술관 ‘아이의 놀이처럼’(2014년), 파리 루이뷔통재단미술관 ‘빛의 관측소’(2016년) 등의 작품으로 80대가 돼서도 왕성한 활동을 과시하고 있다. 국내에서 뷔렌은 2006년 아뜰리에 에르메스 개관전과 환기미술관 ‘공간의 시학’ 그룹전 등에서 작품을 선보인 바 있다. 그러나 미술관이나 갤러리를 벗어나 바깥 공공장소에서 선보이는 작업은 국내에서 처음이다. 그는 “1960년대엔 미술관에 자주 초청받는 작가가 아니었기에 이 때부터 거리에 나가 작업을 많이 했다”며 “현장 작업은 아주 오랫동안 해 온 친숙한 일”이라고 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특히 건물의 규모가 크고, 서울 중심부에 위치한다는 상징성이 있어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수호해 온 동아일보의 건물이라는 측면에서도 관심이 컸습니다.” 지난해 처음 동아미디어센터를 방문해 구석구석 훑어본 작가는 처음엔 전체 빌딩을 단색으로 덮을 것도 검토했지만, 고민 끝에 다양한 색감이 더 잘 어울리겠다고 결정했다. 이에 5층부터 20층까지 16개 층을 두 부분으로 나눠 비슷한 색조가 겹치지 않도록 8개의 컬러를 입혔다. 뷔렌은 “거대한 건물의 각 층에서 저마다 다른 업무를 하는 이들의 다채로운 모습을 상징한다”며 “아래부터 노랑과 보라, 오렌지, 진빨강, 초록, 터키블루, 파랑, 핑크로 명명하고 한글 가나다 순으로 배치했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강철과 유리로 되어 있는 건축적 특성을 중점적으로 고려했습니다. 낮에는 햇빛으로 인해 색이 내부로 유입되고, 밤에는 내부 형광등을 통해 빛을 확산시킬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해 컬러 필름을 부착했어요.” 이번 전시는 동아미디어그룹이 2020년 4월 1일 동아일보 창간 100주년을 앞두고 뷔렌을 초청해 성사됐다. 동아미디어그룹은 새로운 100년을 향한 밝은 꿈을 서울 도심 광화문에서 국민과 함께 나누기 위해 이번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그의 작업은 2020년 12월 30일까지 동아미디어센터 건물 외관에 전시한다. 뷔렌은 “제 작품을 보고 의미를 해석하는 것은 대중들 각자의 몫”이라며 “많은 시민들이 청계천을 거닐며 직접 보고 느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민기자 kimmin@donga.com}

    • 2019-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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