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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대표팀의 새 감독 선임을 위한 첫 단추가 끼워졌다. 대한축구협회는 신임 기술위원장에 이용수 세종대 교수(55)를 선정했다고 24일 발표했다. 대표팀 감독은 기술위원회의 추천을 받아 협회 회장단에서 결정한다. 이 신임 위원장은 조만간 새 기술위원회를 구성해 감독후보를 추천하고 한국 축구의 청사진을 제시할 계획이다. ●2002년의 4강 영광 다시 한번 이 신임 위원장은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기술위원장을 맡았다. 당시 거스 히딩크 감독을 데려오는데 큰 공을 세웠다. 협회는 "이 신임 위원장이 기술위원회의 위상을 강화하고 축구팬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적임자"라며 선임 배경을 밝혔다. 기술위원회는 한국 축구의 발전 방향을 제시하고 각급 국가대표의 경기력 향상을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예전 기술위원회가 전문성이 부족하고 독립성도 부족했다는 비판을 의식해 협회는 새 기술위원회의 권한 강화는 물론 독립성도 최대한 보장할 계획이다. 이 신임 위원장은 김학범 전 강원 감독, 장외룡 전 인천 감독과 함께 기술위원장 후보에 올랐다. 이 위원장은 2002 한일월드컵 4강을 일궈낸 경험을 지닌 데다 협회 미래전략기획단장을 맡아 협회 내부사정에도 밝은 점, KBS 해설위원을 역임하면서 해외 축구에도 정통하다는 점을 높게 평가받아 일찍부터 유력 후보로 거론됐다. 이 위원장은 협회 집행부에 대한 비판 의견도 자주 제기해왔을 만큼 강한 소신도 지니고 있다. ●새 감독 선임은 이제부터 시작 이 신임 위원장의 당면 과제는 홍명보 전 감독에 이은 새 국가대표팀 감독 후보 선정이다. 일부에서는 이미 최종 후보군이 추려졌다는 이야기도 오가고 있다. 이에 대해 협회 관계자는 "새 감독 선임은 기술위원회의 구성 이후 진행될 사안이다. 아직 감독 후보는 물론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 협회는 외국인과 내국인 등을 합쳐 20여 명의 감독 자료를 가지고 있다. 이들을 새 기술위원회에 추천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에 포함되지 않은 새로운 인물도 얼마든지 등장할 수 있다. 협회는 능력 있는 해외 감독을 영입할 경우 필요한 예산도 대폭 상향조정할 예정이다. 외국인 감독을 데려 올 경우 협회는 연봉을 최대 20억~25억 원 까지 지급하는 것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위르겐 클리스만 감독(27억원)과 네덜란드 루이스 판할 감독(28억 원)이 비슷한 연봉을 받았다. 홍 감독의 연봉은 8억 원이었다. 새 감독이 코치, 트레이너 등 스태프를 추가로 데려올 경우 이들의 연봉을 포함해 연간 총 30억~40억 원까지 감독관련 예산이 늘어날 수 있다. ●일단 임시 사령탑 올 가능성 높아 대표팀이 9월 5일 베네수엘라, 9월 8일 우루과이와의 평가전을 앞두고 있어 감독 선임을 위한 시간이 촉박하다. 협회는 내년 1월 아시안컵까지 임시 사령탑 체제를 가동할 가능성도 있다. 임시 사령탑 후보로는 프로축구 울산 감독을 지냈던 김호곤 감독 등이 거론되고 있다.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또 한 명의 스타 탄생일까? 올 시즌 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이 절반의 일정을 소화했다. 전문가들의 예상대로 포항과 전북이 나란히 1, 2위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득점 선두에 낯선 이름이 눈에 띈다. 시즌 중이기는 하지만 상승세가 남다르다. 전남의 이종호(22·사진)는 9골(1도움)로 포항의 신형 폭격기 김승대(8골)는 물론이고 김신욱(울산), 이동국(전북·이상 7골)을 제치고 득점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그의 활약 속에 전남은 3위를 달리고 있다. 그는 23일 제주와의 방문경기에서 시즌 10호 골에 도전한다. 2011년 프로에 데뷔한 그는 3년간 14골(9도움)을 넣은 보통의 선수에 불과했다. 올 시즌 16경기 만에 3년간 넣은 골을 넘어설 기세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꿈을 꾸고 있는 것 같다”일 정도다. 노장 이동국 등의 분발로 점점 가열되고 있는 득점왕 경쟁 속에서 그가 선두를 계속 유지할지 관심사다. 그는 중고교 때 각종 대회 득점왕과 최우수선수를 휩쓸었던 선수였다. 12세 때부터 각급 대표팀에 자주 불려갈 정도로 같은 또래 중에서 실력은 최고였다. 그는 “그때는 트로피와 메달을 너무 많이 받아 집에 놔둘 공간이 없을 정도였다”며 웃었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던 그는 프로무대를 밟은 뒤 단 한 개의 트로피와 메달도 집에 가져가지 못했다. 어느새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평범한 선수가 됐다. 하지만 그는 좌절하지 않았다. 언젠가 다시 주목받을 날이 올 것이라 믿었다. 그는 “3년 동안 K리그에서 갈고닦은 실력이 올해는 나올 것이라는 자신이 있었다. 매년 꾸준히 발전하는 선수가 되고 싶었는데 그렇게 된 것 같아 기분 좋다”고 말했다. 득점왕 타이틀이 꿈만은 아니다. 그는 “페이스가 좋아 더 욕심내고 싶다. 동국이 형 등 쟁쟁한 선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경쟁하는 것은 영광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선배들을 이겨보고 싶다”며 웃었다. 득점왕과 더불어 그가 욕심내고 있는 것은 9월 인천아시아경기대회 대표팀 승선이다. 그는 “기회가 왔을 때 그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다. 욕심이 많은 것 같지만 그만큼 자신 있고 꾸준히 준비를 해왔다. 남들이 생각하듯 깜짝 스타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밝혔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프로배구 여자부는 지난 2년간 GS칼텍스, IBK기업은행 두 팀의 양강 구도였다. 하지만 이번 시즌 도로공사로 인해 여자부 판도가 흔들릴 조짐이다. 도로공사는 5월 세터 이효희와 센터 정대영을 자유계약선수(FA)로 영입했다. 이효희는 2012∼2013시즌 IBK기업은행의 통합 우승을 이끈 베테랑 세터다. 정대영은 지난 시즌 GS칼텍스의 챔피언결정전 정상 등극의 일등 공신이다. 두 선수의 가세로 V리그 우승 경험이 없는 도로공사는 단숨에 우승 후보로 떠올랐다. 도로공사는 21일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안산·우리카드컵 프로배구대회 조별리그 A조 GS칼텍스와의 첫 경기에서 ‘FA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대표팀에 차출된 이효희가 빠졌지만 정대영(12득점)의 노련미를 앞세워 3-1(25-11, 19-25, 25-14, 25-20)로 GS칼텍스를 제압했다. 그동안 도로공사의 약점으로 지적되던 위기의 순간 흔들리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정대영의 활약에 힘을 얻은 도로공사는 백업 세터 이고은은 물론이고 김선영, 고예림(이상 15득점), 문정원(11득점) 등 주전 모두가 고른 활약을 펼쳤다. 한편 남자부 조별리그 A조 삼성화재는 우리카드를 3-1(25-23, 25-13, 26-28, 31-29)로 꺾고 2승을 기록하며 조 1위로 준결승에 진출했다. 안산=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4년 전과 너무나 다른 상황이다. 한국 축구대표팀의 붙박이 주전인 ‘쌍용’ 기성용(25·스완지시티)과 이청용(26·볼턴)은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서 뛰어난 활약을 하며 한국의 첫 원정 16강 진출을 이끌었다. 월드컵이 끝난 뒤 두 선수는 해외 유명 클럽들의 러브콜에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4년이 지난 뒤 기성용과 이청용의 상황은 크게 엇갈리고 있다. 기성용은 꾸준히 인기가 올라 팀을 골라서 갈 입장인 반면 이청용은 불러주는 팀이 없다. 기성용은 현재 여름 이적 시장에서 몸값이 오르고 있다. 비록 한국이 브라질 월드컵 16강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기성용은 좋은 모습을 보였다. 현 소속팀인 잉글랜드의 스완지시티는 내년 6월 계약이 끝나는 기성용을 붙잡겠다는 계획이다. 기성용을 부르는 팀이 많다. 애스턴 빌라(잉글랜드)는 이미 스완지시티와 기성용의 영입을 놓고 협상 중이다. 데일리미러 등 영국 언론들은 기성용의 이적료가 600만 파운드(약 105억 원)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아스널(잉글랜드)도 기성용의 영입 경쟁에 뛰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축구전문매체 골닷컴은 “기성용의 애스턴 빌라 이적이 지체되고 있는 이유는 아스널이 관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고 전했다. 반면 2011년 정강이 골절이라는 큰 부상을 극복하고 일어섰던 이청용은 이번 월드컵 이후 주가가 크게 떨어졌다. 월드컵에서의 활약이 미미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1부 리그)가 아닌 챔피언십리그(2부 리그)에서 오랫동안 뛰며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지 못한 것도 몸값 하락의 원인이다. 한때 700만 파운드(약 123억 원)까지 올라갔던 이적료는 이제 200만 파운드(약 35억 원)로 떨어졌다. 낮아진 몸값에도 선뜻 이청용을 데려가겠다는 팀이 없다. 소속팀도 팀 내 고액연봉자인 이청용을 더이상 붙잡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볼턴의 더기 프리드먼 감독은 “이청용의 희망과 사업적인 측면을 고려해 판단하겠다”며 이적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청용의 계약기간은 1년 남았다.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4년 전과 너무나 다른 상황이다. 한국 축구대표팀의 붙박이 주전인 '쌍용' 기성용(25·스완지시티)과 이청용(26·볼턴)은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서 뛰어난 활약을 하며 한국의 첫 원정 16강 진출을 이끌었다. 월드컵이 끝난 뒤 두 선수는 해외 유명 클럽들의 러브콜에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4년이 지난 뒤 기성용과 이청용의 상황은 크게 엇갈리고 있다. 기성용은 꾸준히 인기가 올라 팀을 골라서 갈 입장인 반면 이청용은 불러주는 팀이 없다. 기성용은 현재 여름이적 시장에서 몸값이 오르고 있다. 비록 한국이 브라질 월드컵 16강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기성용은 좋은 모습을 보였다. 현 소속팀인 잉글랜드의 스완지시티는 내년 6월 계약이 끝나는 기성용을 붙잡겠다는 계획이다. 기성용을 부르는 팀이 많다. 애스턴 빌라(잉글랜드)는 이미 스완지시티와 기성용의 영입을 놓고 협상 중이다. 데일리미러 등 영국 언론들은 기성용의 이적료가 600만 파운드(약 105억원)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아스널(잉글랜드)도 기성용의 영입 경쟁에 뛰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축구전문매체 골닷컴은 "기성용의 애스턴 빌라 이적이 지체되고 있는 이유는 아스널이 관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고 전했다. 반면 2011년 정강이 골절이라는 큰 부상을 극복하고 일어섰던 이청용은 이번 월드컵 이후 주가가 크게 떨어졌다. 월드컵에서의 활약이 미미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1부 리그)가 아닌 챔피언십리그(2부 리그)에서 오랫동안 뛰며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지 못한 것도 몸값 하락의 원인이다. 한때 700만 파운드(약 123억원)까지 올라갔던 이적료는 이제 200만 파운드(약 35억원)까지 떨어졌다. 낮아진 몸값에도 선뜻 이청용을 데려가겠다는 팀이 없다. 소속팀도 팀 내 고액연봉자인 이청용을 더 이상 붙잡지 않을 전망이다. 볼턴의 더기 프리드먼 감독은 "이청용의 희망과 사업적인 측면을 고려해 판단하겠다"며 이적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청용의 계약기간은 1년 남았다.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브라질 사람들은 억울함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기자는 38일간 브라질에서 2만여 km를 이동하며 10개 도시에서 월드컵을 취재했다. 수십 명의 브라질 사람들과 비행기, 버스, 지하철, 식당, 거리 등에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를 타기 전에 든 생각은 이랬다. ‘내가 브라질에 대해 오해를 많이 했구나.’ 첫째, 브라질에 가기 전 먼저 떠올렸던 것은 흥겨운 리듬의 삼바와 보사노바의 고향, 끝없이 펼쳐진 해변의 이미지가 아니라 ‘범죄의 나라’라는 생각이었다. 사실 브라질은 세계에서 살인, 강도 등 강력사건이 가장 많이 일어나는 나라 중 하나다. 출국 전 외교부에서는 ‘절대 밤에 돌아다니지 말라’, ‘강도를 만날 때를 대비해 약간의 현금을 소지해라’ 등의 엄포를 놓았다. 브라질에 도착한 뒤 두려움에 몸이 굳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토록 거리를 돌아다니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할 만큼 위험한 곳은 아니었다. 오히려 브라질 국민의 친절과 정직에 감탄할 때가 더 많았다. 가방을 메고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면 “소매치기 때문에 앞으로 메는 것이 좋다”며 조언을 해주거나, 길을 잘 몰라 헤맬 때 “안전한 길을 가르쳐 주겠다”며 20분간 함께 걸어주었던 브라질 사람들이 있었다. 돈을 덜 거슬러주었다며 30m를 뛰어와 거스름돈을 쥐여 주던 택시기사도 있었다. 두 번째, 브라질은 월드컵을 치르기에는 준비가 덜 되어 있다는 생각을 했었다. 개막식이 열리는 상파울루 경기장을 개막 이틀을 앞두고 찾았을 때만 해도 우려가 현실이 되는 듯했다. 경기장과 주변은 공사장을 방불케 했다. 그러나 월드컵이 시작된 뒤 경기는 물론이고 모든 것이 잘 돌아갔다. 우리는 ‘하면 된다’ 식이지만 그들은 ‘되면 한다’는 식이었을 뿐이다. 경기장에서 만난 외국 취재진들도 “다른 월드컵과 비교해도 불편함 없이 잘 진행됐다”고 입을 모았다. 세 번째, ‘브라질 사람들은 정말 축구밖에 모를까’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현지에 와보니 브라질은 정말로 축구의 나라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취재를 할 때는 경기장을 벗어나면 이곳이 정말 월드컵이 열리는 나라인지 모를 때가 많았다. 하지만 브라질은 달랐다. 시내 어느 곳을 다녀도 월드컵 열기를 느낄 수 있었다. 노란색 브라질 유니폼은 물론이고 자신이 좋아하는 브라질 프로팀의 유니폼을 입고 다니는 사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축구 이야기로 금세 친구가 될 수 있고 공만 있으면 어느 곳에서든 바로 편을 갈라 축구를 할 수 있는 곳이 브라질이었다. 축구는 브라질 국민에게 태어날 때부터 갖는 신앙이나 마찬가지다. 축구를 통해 희망과 즐거움을 얻는다. 축구로 하나가 되고 함께 슬퍼하고 기뻐한다. 월드컵은 끝났지만 삶이 계속되듯 축구도 계속된다. 브라질 월드컵이 어땠느냐고 묻는다면 그들이 하루에도 수십 번씩 하는 말을 해주고 싶다. “따봉(포르투갈어로 ‘좋다’라는 뜻).” 상파울루=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브라질 사람들은 억울함을 느꼈을 지도 모른다. 기자는 38일간 브라질에서 2만 여km를 이동하며 10개 도시에서 월드컵을 취재했다. 수십 명의 브라질 사람들과 비행기, 버스, 지하철, 식당, 거리 등에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를 타기 전 드는 생각은 이랬다. '내가 브라질에 대해 오해를 많이 했구나.' 첫째, 브라질에 가기 전 먼저 떠올렸던 것은 흥겨운 리듬의 삼바와 보사노바의 고향, 끝없이 펼쳐진 해변의 이미지가 아니라 '범죄의 나라'라는 생각이었다. 사실 브라질은 세계에서 살인, 강도 등 강력사건이 가장 많이 일어나는 나라 중 하나다. 출국 전 외교통상부에서는 '절대 밤에는 돌아다니지 말라', '강도를 만날 때를 대비해 약간의 현금을 소지해라' 등의 엄포를 놓았다. 브라질에 도착한 뒤 두려움에 몸이 굳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토록 거리를 돌아다니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할 만큼 위험한 곳은 아니었다. 오히려 브라질 국민들의 친절과 정직에 감탄할 때가 더 많았다. 가방을 메고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면 "소매치기 때문에 앞으로 메는 것이 좋다"며 조언을 해주거나, 길을 잘 몰라 헤맬 때 "안전한 길을 가르쳐 주겠다"며 20분간 함께 걸어주었던 브라질 사람들이 있었다. 돈을 덜 거슬러주었다며 30m를 뛰어와 거스름돈을 쥐어주던 택시기사도 있었다. 두 번째, 브라질은 월드컵을 치르기에는 준비가 덜 되어 있었다는 생각을 했었다. 개막식이 열리는 상파울루 경기장을 개막 이틀을 앞두고 찾았을 때만 해도 우려가 현실이 되는 했다. 경기장과 주변은 공사장을 방불케 했다. 그러나 월드컵이 시작된 뒤 경기는 물론 모든 것이 잘 돌아갔다. 우리는 '하면 된다' 식이지만 그들은 '되면 한다'는 식이었을 뿐이다. 경기장에서 만난 외국 취재진들도 "다른 월드컵과 비교해도 불편함 없이 잘 진행됐다"고 입을 모았다. 세 번째, 브라질 사람들은 정말 축구 밖에 모를까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현지에 와보니 브라질은 정말로 축구의 나라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취재를 할 때는 경기장을 벗어나면 이 곳이 정말 월드컵이 열리는 나라인지 모를 때가 많았다. 하지만 브라질은 달랐다. 시내 어느 곳을 다녀도 월드컵 열기를 느낄 수 있었다. 노란색 브라질 유니폼은 물론 자신이 좋아하는 브라질 프로팀의 유니폼을 입고 다니는 사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축구 이야기로 금세 친구가 될 수 있고 공만 있으면 어느 곳에서든 바로 편을 갈라 축구를 할 수 있는 곳이 브라질이었다. 축구는 브라질 국민에게 태어날 때부터 갖는 신앙이나 마찬가지다. 축구를 통해 희망과 즐거움을 얻는다. 축구로 하나가 되고 함께 슬퍼하고 기뻐한다. 월드컵은 끝났지만 삶이 계속되듯 축구도 계속된다. 브라질 월드컵이 어땠냐고 묻는다면 그들이 하루에도 수십 번씩 하는 말을 해주고 싶다. "따봉(포르투갈어로 '좋다'라는 뜻)."상파울루=김동욱 기자creating@donga.com}

“문제점이 별로 없어요.” 독일 취재진이 말했다. 2014 브라질 월드컵 프랑스와 나이지리아의 16강전이 열린 5일 브라질 브라질리아에서 만난 독일 기자는 “독일 대표팀이 너무 잘해서 탈이다. 대표팀의 문제점을 써야 하는데 쓸 거리가 없다”고 말했다. 그만큼 이번 월드컵에 출전한 독일은 뛰어났다. ‘전차 군단’ 독일이 14일(한국 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마라카낭 경기장에서 열린 월드컵 아르헨티나와의 결승전에서 연장 후반 8분 터진 마리오 괴체의 결승골에 힘입어 1-0으로 이기며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1954년 스위스, 1974년 독일(서독),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에 이어 네 번째 우승이다. 독일은 브라질(5회)에 이어 이탈리아(4회)와 함께 두 번째 최다 우승 국가로 이름을 올렸다. 특히 독일은 남미에서 열린 월드컵 본선에서 처음으로 우승한 유럽 국가가 됐다. 지금까지 남미에서 열린 7번의 월드컵에서 브라질 3회, 우루과이와 아르헨티나가 각각 2회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독일의 요아힘 뢰프 감독은 경기 뒤 “남미에서 우승한 첫 유럽국가라는 점이 자랑스럽다. 선수들이 가진 모든 것을 보여준 대회였고 우리의 축구가 전 세계에 놀라움을 안겨주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고 말했다. 독일은 조별리그 첫 경기부터 강한 인상을 남겼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버틴 포르투갈을 상대로 4골을 터뜨리며 첫 승리(4-0·승)를 안았다. 가나와의 2차전에서 2-2로 비긴 뒤 미국과의 3차전에서 1-0으로 힘겹게 이기고 16강에 진출했지만 이후 토너먼트의 강자답게 알제리(2-1·승)와 프랑스(1-0·승)를 차례로 격파하고 4강에 진출했다. 특히 개최국 브라질을 만나 7-1로 대승을 거둬 세계 축구계에 큰 충격을 안겼다. 1, 2명의 스타 선수에게 의존하는 다른 팀과 달리 독일은 철저한 조직 축구를 구사했다. 미로슬라프 클로제, 토마스 뮐러, 토니 크로스 등 공격수 외에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 마츠 후멜스 등 미드필더와 수비수들도 모두 골을 넣을 수 있을 정도로 11명이 모두 골잡이인 동시에 수비수였다. 7경기에서 단 한 번만 비기고(6승 1무), 18골을 넣고 5실점했다. 1986년 월드컵 득점왕을 차지한 게리 리네커(잉글랜드)는 1990년 월드컵 4강에서 서독에 밀려 탈락한 뒤 승부에 강한 독일 축구를 이렇게 말했다. “축구는 간단한 스포츠다. 22명의 선수가 공을 쫓다가 결국에는 독일이 이긴다.” 그만큼 독일의 승부욕과 강한 조직력을 칭찬했다. 독일은 브라질 월드컵에서도 이 말을 증명해 보였다. 리우데자네이루=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의 결승전인가? 정말 그랬다. 응원으로만 본다면 말이다. 독일과 아르헨티나의 브라질 월드컵 결승전이 열린 14일(한국 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마라카낭 경기장에서는 브라질 관중과 아르헨티나 응원단의 열띤 응원전이 펼쳐졌다. 독일 응원단은 제3자가 된 듯한 분위기였다. 아르헨티나는 경기 시작 전부터 열광적인 응원을 하며 분위기를 압도했다. 하지만 브라질 관중의 심기를 건드렸다. 아르헨티나는 “큰형님을 안방에서 맞이하는 기분이 어떠냐. 너희가 보는 앞에서 메시가 우승컵을 우리에게 가져올 것이다”란 응원가를 불렀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는 국경을 맞대고 있지만 앙숙관계다. 여기에 남미 축구의 패권을 두고 자존심 경쟁도 치열하다. 이 노래를 들은 3만여 명의 브라질 관중은 “우리는 5번 챔피언”이라는 구호로 맞섰다. 아르헨티나는 브라질을 4강전부터 자극했다. 브라질이 독일과의 4강전에서 1-7로 참패한 다음 날 아르헨티나와 네덜란드의 4강전에서 손가락 7개를 펼쳐 보이며 브라질을 조롱했다. 흥분한 두 나라의 관중들이 경기 뒤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10만여 명의 아르헨티나 응원단이 리우데자네이루의 코파카바나 해변을 점령하자 ‘침공’이라는 표현을 서슴없이 썼다. 브라질 축구의 성지인 마라카낭에서 아르헨티나가 우승하는 것을 절대 보지 못하겠다는 브라질은 아르헨티나의 우승을 경계했다. 이날 결승전에서 브라질 관중들은 철저하게 독일의 편에 섰다. 개최국 브라질의 지원을 등에 업은 5000여 명의 독일 응원단은 3만여 명의 아르헨티나 응원단에 맞서 대등한 응원을 펼칠 수 있었다. 브라질은 아르헨티나가 결정적인 기회를 잡을 때마다 “1000골, 1000골, 펠레가 1000골을 넣을 동안 마라도나는 골 냄새만 맡았지”라고 노래했다. 아르헨티나가 두 차례 월드컵에서 우승을 하는 동안 펠레가 이끈 브라질은 세 번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경기장에서 만난 한 브라질 관중은 “아르헨티나가 마라카낭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리는 것은 브라질이 우승을 못하는 것보다 더 최악의 상황이다”고 말했다. 연장 후반 3분 독일 마리오 괴체의 결승골이 터졌을 때 브라질 관중들의 응원은 절정에 달했다. 브라질이 골을 넣은 것처럼 박수를 치고 환호성을 질렀다. 당초 목표로 삼았던 우승은커녕 독일에 1-7 참패에 3, 4위 결정전 0-3 패배로 자존심을 구길 만큼 구긴 브라질. 이날 아르헨티나가 이기는 모습을 보지 않아 ‘최악의 월드컵’만큼은 면했다며 안도했다. 브라질 관중은 경기 뒤 경기장을 나서며 침울해 있는 아르헨티나 응원단을 향해 다시 노래를 불렀다. “돈트 크라이 포 미 아르헨티나∼.”리우데자네이루=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문제점이 별로 없어요." 독일 취재진이 말했다. 2014 브라질 월드컵 프랑스와 나이지리아와의 16강전이 열린 5일 브라질 브라질리아에서 만난 독일 기자는 "독일 대표팀이 너무 잘해서 탈이다. 대표팀의 문제점을 써야 하는데 쓸 거리가 없다"고 말했다. 그만큼 이번 월드컵에 출전한 독일은 뛰어났다. '전차 군단' 독일이 14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마라카낭 경기장에서 열린 월드컵 아르헨티나와의 결승전에서 연장 후반 8분 터진 마리오 괴체의 결승골에 힘입어 1-0으로 이기며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1954년 스위스, 1974년 독일(서독),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에 이어 네 번째 우승이다. 독일은 브라질(5회)에 이어 이탈리아(4회)와 함께 두 번째 최다 우승 국가로 이름을 올렸다. 특히 독일은 남미에서 열린 월드컵 본선에서 처음으로 우승한 유럽 국가가 됐다. 지금까지 남미에서 열린 7번의 월드컵에서 브라질 3회, 우루과이와 아르헨티나가 각각 2회씩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독일의 요아힘 뢰브 감독은 경기 뒤 "남미에서 우승한 첫 유럽국가라는 점이 자랑스럽다. 선수들이 가진 모든 것을 보여준 대회였고 우리의 축구가 전 세계에 놀라움을 안겨주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고 말했다. 독일은 조별리그 첫 경기부터 강한 인상을 남겼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버틴 포르투갈을 상대로 4골을 터뜨리며 첫 승리(4-0·승)를 안았다. 가나와의 2차전에서 2-2로 비긴 뒤 미국과의 3차전에서 1-0으로 힘겹게 이기며 16강에 진출했지만 이후 토너먼트의 강자답게 알제리(2-1·승)와 프랑스(1-0·승)를 차례로 격파하고 4강에 진출했다. 특히 개최국 브라질을 만나 7-1로 대승을 거두며 세계 축구계에 큰 충격을 안겼다. 1~2명의 스타 선수에 의존하는 다른 팀과 달리 독일은 철저한 조직 축구를 구사했다. 미로슬라프 클로제, 토마스 뮐러, 토니 크로스 등 공격수 외에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 마츠 후멜스 등 미드필더와 수비수들도 모두 골을 넣을 수 있을 정도로 11명이 모두 골잡이인 동시에 수비수였다. 7경기에서 단 한 번만 비기고(6승 1무), 18골을 넣고 5실점했다. 1986년 월드컵 득점왕을 차지한 게리 리네커(잉글랜드)는 1990년 월드컵 4강에서 서독에 밀려 탈락한 뒤 승부에 강한 독일 축구를 이렇게 말했다. "축구는 간단한 스포츠다. 22명의 선수가 공을 쫓다가 결국에는 독일이 이긴다." 그만큼 독일의 승부욕과 강한 조직력을 칭찬했다. 독일은 브라질 월드컵에서도 이 말을 증명해보였다.리우데자네이루=김동욱 기자creating@donga.com}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의 결승전인가? 정말 그랬다. 응원으로만 본다면 말이다. 독일과 아르헨티나의 브라질 월드컵 결승전이 열린 14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마라카낭 경기장은 브라질 관중들과 아르헨티나 응원단들의 열띤 응원전이 펼쳐졌다. 독일 응원단은 제3자가 된 듯한 분위기였다. 아르헨티나는 경기 시작 전부터 열광적인 응원을 하며 분위기를 압도했다. 하지만 브라질 관중의 심기를 건드렸다. 아르헨티나는 "큰 형님을 안방에서 맞이하는 기분이 어떠냐. 너희가 보는 앞에서 메시가 우승컵을 우리에게 가져올 것이다"란 응원가를 불렀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는 국경을 맞대고 있지만 앙숙관계다. 여기에 남미 축구의 패권을 두고 자존심 경쟁도 치열하다. 이 노래를 들은 3만 여명의 브라질 관중들은 "우리는 5번 챔피언"이라는 구호로 맞섰다. 아르헨티나는 브라질을 4강전부터 자극했다. 브라질이 독일과의 4강전에서 1-7로 참패한 뒤 다음날 아르헨티나와 네덜란드의 4강전에서 손가락을 7개를 펼쳐 보이며 브라질을 조롱했다. 흥분한 두 나라의 관중들이 경기 뒤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10만 여명의 아르헨티나 응원단이 리우데자네이루의 코파카바나 해변을 점령하자 '침공'이라는 표현을 서슴없이 썼다. 브라질 축구의 성지인 마라카낭에서 아르헨티나가 우승하는 것을 절대 보지 못하겠다는 브라질은 아르헨티나의 우승을 경계했다. 이날 결승전에서 브라질 관중들은 철저하게 독일의 편에 섰다. 개최국 브라질의 지원을 등에 업은 5000여명의 독일 응원단은 3만 여명의 아르헨티나 응원단에 맞서 대등한 응원을 펼칠 수 있었다. 브라질은 아르헨티나가 결정적인 기회를 잡을 때마다 "1000골, 1000골, 펠레가 1000골을 넣을 동안 마라도나는 골 냄새만 맡았지"라고 노래했다. 아르헨티나가 두 차례 월드컵에서 우승을 하는 동안 펠레가 이끈 브라질은 세 번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경기장에서 만난 한 브라질 관중은 "아르헨티나가 마라카낭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리는 것은 브라질이 우승을 못하는 것보다 더 최악의 상황이다"고 말했다. 연장 후반 3분 독일의 마리오 괴체의 결승골이 터졌을 때 브라질 관중들의 응원은 절정에 달했다. 브라질이 골을 넣은 것 마냥 박수를 치고 환호성을 질렀다. 당초 목표로 삼았던 우승은커녕 독일에 1-7 참패에 3, 4위 결정전 0-3 패배로 자존심을 구길 만큼 구긴 브라질. 이날 아르헨티나가 이기는 모습을 보지 않으면서 '최악의 월드컵'만큼 면했다며 안도했다. 브라질은 경기 뒤 경기장을 나서며 침울해 있는 아르헨티나 응원단을 향해 다시 노래를 불렀다. "돈 크라이 포미 아르헨티나~"리우데자네이루=김동욱 기자creating@donga.com}
미스터 병원. 병원 신세를 많이 져서 붙여진 별명이다. 너무 쉽게 다친다고 해서 ‘유리몸’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네덜란드 대표팀의 아리언 로번(30)은 출중한 기량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대접받지 못해 온 스타로 꼽힌다. 로번은 잉글랜드 명문 구단 첼시와 스페인의 레알 마드리드를 거쳐 2009∼2010시즌부터 독일 바이에른 뮌헨에서 뛰고 있다. 그가 한 시즌에 리그 30경기 이상을 뛴 적은 에인트호번(네덜란드)의 유니폼을 입었을 때인 2002∼2003시즌 한 번뿐이다. 자주 병원 신세를 졌기 때문이다. 그는 “너무 많은 부상을 당해 때로는 슬펐다. 솔직히 은퇴를 생각한 적도 여러 번이다”라고 말했다. 잦은 부상도 서러운데 그를 더욱 서럽게 만든 것은 그의 외모를 보는 시선이다. 노안에다가 대머리인 탓에 보통 사람들은 그를 은퇴 가까운 노장 선수로 잘못 보기도 했다. 브라질 월드컵 도중 그의 외모를 두고 “월드컵 공인구인 브라주카와 로번의 공통점? 털이 없다는 것”이라는 농담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이번 월드컵에서 최고의 스타로 거듭났다. 네덜란드는 13일 브라질 브라질리아의 마네 가힌샤 경기장에서 열린 브라질과의 3, 4위 결정전에서 3-0으로 이겼다. 이날 로번은 네덜란드의 선제골을 이끌어냈다. 전반 3분 로빈 판페르시의 페널티킥 선제골은 그가 브라질의 치아구 시우바에게서 반칙을 얻어 만들었다. 브라질 일간지 오글로부는 로번을 두고 “이번 월드컵에서 그를 막으면 이겼고, 그를 막는 데 실패하면 패했다”고 표현했다. 로번은 조별리그를 비롯해 4강까지 네덜란드 선수 중에서 가장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이날 경기를 포함해 세 경기의 최우수선수로 뽑혔다. 대회 최우수선수인 골든볼 후보 10명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루이스 펠리피 스콜라리 감독은 “이번 대회 최고의 선수는 로번이다”라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3골 1도움을 기록한 그는 7경기에서 모두 690분을 소화하며 13일 현재 전체 선수 중 가장 긴 79.3km를 뛰었고 28번의 반칙을 당했다. 빠른 돌파를 하는 그를 막기 위해서 상대 선수들은 자주 반칙을 범해야 했다. 다음 시즌부터 잉글랜드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지휘봉을 잡는 네덜란드의 루이스 판할 감독은 이날 경기 전 “로번을 내 팀으로 데려가고 싶다”고 말했다. 그만큼 그는 이번 대회를 통해 인정을 받았다. 그에게 월드컵은 끝이 아니다. 그는 “내 기량을 계속 유지할 수 있다면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서 뛰고 싶다”고 말했다. 독일과의 4강전에서 1-7 참패를 당한 후 2경기 연속 패하며 4위에 머문 브라질 팬들은 실망한 표정이 역력했다. 화가 난 상파울루의 한 시민은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경기가 끝난 뒤 TV를 망치로 부수기도 했다. 경기가 끝나자 경기장에서는 관중들의 야유가 나왔다. 브라질 언론들은 “차라리 하지 말았어야 할 월드컵이다”라고 전했다. 그래도 브라질 팬들은 ‘축구 영웅’ 네이마르가 더 크게 다치지 않은 것으로 위안을 삼았다.리우데자네이루=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브라질의 ‘축구 영웅’ 네이마르(22)가 기자회견 중 울음을 터뜨렸다. 그는 5일(한국 시간) 콜롬비아와의 8강전에서 척추 부상을 당했다. 치료에 전념해 온 그는 11일 브라질 대표팀 베이스캠프에 부상 후 처음으로 모습을 나타냈다. 직접 걸어서 기자회견장에 나타난 그는 훈련 중인 선수들과 포옹을 했다. 그는 “척추뼈를 다쳐 하반신이 마비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얼마나 겁이 났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후안 카밀로 수니가에게 가격당해 쓰러진 뒤 동료들에게 다리에 감각이 없다고 호소했다. 그는 “2cm만 더 위로 다쳤다면 신경이 마비돼 평생 휠체어를 타고 다녔을 것이다”며 울먹였다. 그는 수니가에게 원한은 없다면서도 “악의가 있었다고 말하긴 힘들지만 정상적인 플레이가 아니라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고 말했다. TV로 브라질의 참패를 지켜 본 그는 “역사적인 패배를 당했지만 우리가 고개를 숙여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가능한 한 빨리 다시 웃을 수 있길 바란다”며 동료들을 위로했다. 그는 또 “아르헨티나의 팬은 아니지만 친구이자 팀(바르셀로나) 동료인 리오넬 메시의 선전을 기원하고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13일 네덜란드와의 3, 4위전에 선수단과 동행할 예정이다. 리우데자네이루=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독일과 아르헨티나가 14일(한국 시간) 오전 4시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마라카낭 경기장에서 브라질 월드컵 우승컵을 놓고 격돌한다. 독일은 이번 대회까지 역대 최다인 8번, 아르헨티나는 5번 결승에 진출했다. 서독일 때를 포함해 두 팀이 결승전에서 맞닥뜨린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1986년 멕시코 월드컵 결승에서 아르헨티나가 서독을 3-2로 꺾고 통산 두 번째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4년 뒤 이탈리아 월드컵에서는 서독이 결승에서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1-0 설욕전을 펼치며 3번째 정상에 올랐다. ○ “독일이 우승한다” ‘윌리엄힐’, ‘비윈’ 등 유명 베팅업체들은 독일의 우승 확률을 더 높이 점쳤다. 근거는 독일의 화력과 조직력이 아르헨티나를 압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독일은 이번 월드컵 6경기에서 17골을 넣으며 본선 출전 32개국 중 최다 득점을 기록했다. 경기당 득점도 2.8골로 가장 많다. 탄탄한 조직력을 바탕으로 한 패스 성공률도 82%로 16강 진출국 중에서 가장 높은 정확도를 자랑한다. 결정적일 때 골을 넣어줄 득점왕 후보가 있는 것도 독일의 강점이다. 토마스 뮐러는 5골(3도움)을 넣으며 하메스 로드리게스(콜롬비아·6골 1도움)에 이어 득점 2위를 달리고 있다. 뮐러는 결승전에서 한 골만 더 넣으면 도움에서 앞서 첫 월드컵 2회 연속 득점왕에 오른 다. ○ “아르헨티나가 우승한다” 징크스는 아르헨티나 편이다. 1930년 첫 월드컵이 열린 이후 미주 대륙에서 열린 7차례 월드컵에서 유럽팀은 단 한번도 우승하지 못했다. 브라질이 3번, 우루과이, 아르헨티나가 각각 2번 우승했다. ‘펠레의 저주’가 독일을 향하고 있는 것도 징크스에 힘을 더해준다. 펠레가 예상한 월드컵 우승 후보는 단 한 차례만 제외하고 우승컵을 들어올리지 못했다.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우승팀 스페인만이 유일하게 저주에서 벗어났다. 펠레는 이번 월드컵에서 브라질, 스페인, 독일을 우승 후보로 지목했다. 슈퍼스타 리오넬 메시는 그 존재만으로도 독일을 위협한다. 이번 월드컵에서 4골(1도움)을 넣으며 아르헨티나를 결승까지 이끌었다. 메시를 막기 위해서는 수비수 2명 이상이 필요하다. 그만큼 독일 수비에 빈 공간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리우데자네이루=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브라질의 '축구 영웅' 네이마르(22)가 기자회견 중 울음을 터뜨렸다. 그는 5일(한국시간) 콜롬비아와의 8강전에서 척추 부상을 당했다. 치료에 전념해 온 그는 11일 브라질 대표팀 베이스캠프에 부상 후 처음으로 모습을 나타냈다. 직접 걸어서 기자회견 장에 나타난 그는 훈련 중인 선수들과 포옹을 했다. 그는 "척추 뼈를 다쳐 하반신이 마비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얼마나 겁이 났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카밀로 수니가에게 가격당해 쓰러진 뒤 동료들에게 다리에 감각이 없다고 호소했다. 그는 "2cm만 더 위로 다쳤다면 신경이 마비돼 평생 휠체어를 타고 다녔을 것이다"며 울먹였다. 그는 수니가에 대해 원한은 없다면서도 "악의가 있었다고 말하긴 힘들지만 정상적인 플레이가 아니라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고 말했다. TV로 브라질의 참패를 지켜 본 그는 "역사적인 패배를 당했지만 우리가 고개를 숙여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가능한 빨리 다시 웃을 수 있길 바란다"며 동료들을 위로했다. 그는 또 "아르헨티나의 팬은 아니지만 친구이자 팀(바르셀로나) 동료인 리오넬 메시의 선전을 기원하고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13일 네덜란드와의 3, 4위전에 선수단과 동행할 예정이다.리우데자네이루=김동욱 기자creating@donga.com}
후유증은 심각했다. 독일과의 브라질 월드컵 4강전에서 충격적인 패배를 당한 9일(한국 시간) 대부분의 브라질 국민은 실의를 넘어 넋이 나갔다. 하루 뒤인 10일 상파울루 시내에서도 패배의 후유증은 남아 있었다. 평소와 다름없이 출근하는 시민들과 분주히 자신의 일을 하는 사람들로 시내는 북적였다. 하지만 이전과 다른 점이 있었다. 아파트 곳곳에 걸려 있던 브라질 국기가 눈에 띄게 많이 줄었다. 노란색 브라질 유니폼도 자취를 감췄다. 아르헨티나와 네덜란드의 4강전이 열린 상파울루 경기장에도 노란색 유니폼을 입은 관중은 거의 없었다. 스포츠용품점에서 비싼 가격으로 팔리던 브라질 유니폼도 할인에 들어갔다. 시내에서 청년들은 외국인이 지나가면 ‘세치(sete·숫자 7)’를 외치며 손가락 일곱 개를 펴보였다. 이미 브라질 국민에게 숫자 7은 수치와 자조의 상징이 됐다. 신문과 방송에서는 숫자 7과 함께 4강전에서 부진했던 공격수 프레드와 루이스 펠리피 스콜라리 감독을 조롱하는 각종 패러디가 쏟아져 나왔다. 브라질 국민에게 더이상 축구는 축제도 희망도 아니었다. 축구 마니아를 자처하는 마르셀루 마첼라르 씨는 “한동안은 브라질 축구를 보지 않을 것 같다. TV를 틀고 노란색 유니폼을 보면 1-7 패배의 악몽이 떠오를까 두렵다”고 말했다. 정치권과 여론의 후폭풍도 거세다. 브라질 연방하원은 월드컵이 끝난 뒤 축구협회장과 부회장을 출석시켜 청문회를 벌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월드컵 준비 과정 등을 면밀하게 조사할 방침이다. 월드컵 기간에 잠잠했던 월드컵 유치 비판 여론과 시위도 고개를 들 것으로 전망된다. 월드컵 반대 시위를 주도한 사회단체들은 “브라질 대표팀의 참패가 월드컵 반대 여론에 기름을 부을 것”이라고 밝혔다. 브라질 국민들은 그토록 좋아하던 축구를 통해 현실에 대해 더욱 관심을 가지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브라질의 신문기자 펠리피 마라 씨는 “브라질 축구와 경제, 정치 등 브라질의 전반적인 상황은 같다. 겉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결국 문제는 어느 순간 드러난다. 이런 사실을 알게 해준 브라질 대표팀에 고맙다고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상파울루=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왜 하필….” 아르헨티나가 10일(한국 시간) 브라질 월드컵 준결승전에서 네덜란드를 꺾고 결승에 진출해 1978년 아르헨티나, 1986년 멕시코 월드컵에 이어 세 번째 우승을 노리게 됐다. 아르헨티나는 이날 0-0으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4-2로 이겨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이후 24년 만에 결승 무대에 올랐다. ○ “왜 하필 로메로가” 네덜란드의 루이스 판 할 감독(사진)도 이런 날이 올 것이라 미처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번 월드컵 최고의 지략가로 떠오른 판 할 감독은 아르헨티나 골키퍼 세르히오 로메로가 야속할 뿐이다. 이날 경기 최우수선수로도 뽑힌 로메로는 승부차기에서 네덜란드 선수들의 슈팅을 두 차례 막아내며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공교롭게도 로메로는 판 할 감독이 애지중지 키운 선수다. 판 할 감독은 2005년부터 2009년까지 네덜란드 AZ알크마르의 사령탑으로 있었고, 로메로는 2007년부터 2011년까지 알크마르에서 뛰었다. 로메로를 아르헨티나 프로팀에서 데려온 것은 판 할 감독이었다. 평범한 선수였던 로메로는 판 할 감독의 가르침을 받아 주전으로 올라섰고 2009년 아르헨티나 국가대표가 됐다. 판 할 감독은 경기 뒤 “내가 로메로에게 페널티킥을 어떻게 막는지 가르쳤다”며 허탈해했다.○ “왜 하필 마스체라노가” 네덜란드의 4강 진출은 아리언 로번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로번은 빠른 속도를 이용한 돌파로 상대 수비진을 휘저으며 네덜란드 공격을 이끌었다. 하지만 이날의 로번은 존재감이 없었다. 로번을 그라운드에서 지워버린 ‘지우개’가 있었기 때문이다. 아르헨티나의 미드필더 하비에르 마스체라노는 90분 내내 로번을 쫓아다니며 괴롭혔다. 마스체라노는 후반 45분 로번의 결정적인 슈팅을 태클로 걷어냈다. 로번은 경기 뒤 “내 플레이를 전혀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브라질에는 또 다른 악몽 AP통신은 월드컵이 시작되기 전 브라질이 겪을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AP는 “아르헨티나의 월드컵 우승은 브라질 국민에게 악몽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 한 브라질 관중은 “브라질 월드컵에서 가장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 벌어지고 있다. 월드컵을 차라리 개최하지 말걸 그랬다”고 말했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는 이웃 국가지만 문화적 차이가 크다. 1825년 브라질과 시스플라티나 주(현 우루과이)의 분리 문제로 전쟁까지 치렀다. 그만큼 아르헨티나의 우승은 브라질에는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다. 그것도 브라질 축구의 성지인 ‘마라카낭 경기장’에서 말이다.상파울루=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왜 하필…." 아르헨티나가 10일(한국시간) 브라질 월드컵 준결승전에서 네덜란드를 꺾고 결승에 진출, 1978년 아르헨티나, 1986년 멕시코 월드컵에 이어 세 번째 우승을 노리게 됐다. 아르헨티나는 이날 0-0으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4-2로 이겨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이후 24년 만에 결승 무대에 올랐다. ●"왜 하필 로메로가" 네덜란드의 루이스 판할 감독도 이런 날이 올 것이라 미처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번 월드컵 최고의 지략가로 떠오른 판할 감독은 아르헨티나 골키퍼 세르히오 로메로가 야속할 뿐이다. 이날 경기 최우수선수로도 뽑힌 로메로는 승부차기에서 네덜란드 선수들의 슈팅을 두 차례 막아내며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공교롭게도 로메로는 판할 감독이 애지중지 키운 선수다. 판할 감독은 2005년부터 5년간 네덜란드 AZ알크마르의 사령탑으로 있었고, 로메로는 2007년부터 2011년까지 알크마르에서 뛰었다. 로메로를 아르헨티나 프로팀에서 데려온 것은 판할 감독이었다. 평범한 선수였던 로메로는 판할 감독의 가르침을 받아 주전으로 올라섰고 2009년 아르헨티나 국가대표가 됐다. 판할 감독은 경기 뒤 "내가 로메로에게 페널티킥을 어떻게 막는지 가르쳤다"며 허탈해했다. ●"왜 하필 마스체라노가" 네덜란드의 4강 진출은 아리언 로번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로번은 빠른 속도를 이용한 돌파로 상대 수비진을 휘저으며 네덜란드 공격을 이끌었다. 하지만 이날의 로번은 존재감이 없었다. 로번을 그라운드에서 지워버린 '지우개'가 있었기 때문이다. 아르헨티나의 미드필더 하비에르 마스체라노는 90분 내내 로번을 쫓아다니며 괴롭혔다. 마스체라노는 후반 45분 로번의 결정적인 슈팅을 태클로 걷어냈다. 로번은 경기 뒤 "내 플레이를 전혀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 브라질에게는 또 다른 악몽 AP통신은 월드컵이 시작하기 전 브라질이 겪을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AP는 "아르헨티나의 월드컵 우승은 브라질 국민에게 악몽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 한 브라질 관중은 "브라질 월드컵에서 가장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 벌어지고 있다. 월드컵을 차라리 개최하지 말걸 그랬다"고 말했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는 이웃 국가지만 문화적 차이가 크다. 1825년 시스플라타나 주(현 우루과이)의 브라질 합병 문제로 전쟁까지 치렀다. 그 만큼 아르헨티나의 우승은 브라질에게는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다. 그것도 브라질 축구의 성지인 '마라카낭 경기장'에서 말이다.상파울루=김동욱 기자creating@donga.com}

후유증은 심각했다. 독일과의 브라질 월드컵 4강전에서 충격적인 패배를 당한 9일(한국시간) 대부분의 브라질 국민들은 실의를 넘어 넋이 나갔다. 하루 뒤인 10일 상파울루 시내에서도 패배의 후유증은 남아 있었다. 평소와 다름없이 출근하는 시민들과 분주히 자신의 일을 하는 사람들로 시내는 북적였다. 하지만 이전과 다른 점이 있었다. 아파트 곳곳에 걸려 있던 브라질 국기가 눈에 띄게 많이 줄었다. 노란색 브라질 유니폼도 자취를 감췄다. 아르헨티나와 네덜란드의 4강전이 열린 상파울루 경기장에도 노란색 유니폼을 입은 관중은 거의 없었다. 스포츠 용품점에서 비싼 가격으로 팔리던 브라질 유니폼도 할인에 들어갔다. 시내에서 청년들은 외국인이 지나가면 '쎄찌(sete·숫자 7)'를 외치며 손가락 일곱 개를 펴보였다. 이미 브라질 국민에게 숫자 7은 수치와 자조의 상징이 됐다. 신문과 방송에서는 숫자 7과 함께 4강전에서 부진했던 공격수 프레드와 루이스 펠리피 스콜라리 감독을 조롱하는 각종 패러디가 쏟아져 나왔다. 브라질 국민에게 더 이상 축구는 축제도 희망도 아니었다. 축구 매니아를 자처하는 마르셀루 마첼라르 씨는 "한동안은 브라질 축구를 보지 않을 것 같다. TV를 틀고 노란색 유니폼을 보면 1-7 패배의 악몽이 떠오를까 두렵다"고 말했다. 정치권과 여론의 후폭풍도 거세다. 브라질 연방하원은 월드컵이 끝난 뒤 축구협회 회장과 부회장을 출석시켜 청문회를 벌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월드컵 준비 과정 등을 면밀하게 조사할 방침이다. 월드컵 기간 동안 잠잠했던 월드컵 유치 비판 여론과 시위도 고개를 들 전망이다. 월드컵 반대 시위를 주도한 사회단체들은 "브라질 대표팀의 참패가 월드컵 반대 여론에 기름을 부을 것이다"고 밝혔다. 브라질 국민들은 그토록 좋아하던 축구를 통해 현실에 대해 더욱 관심을 가지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브라질의 신문기자 펠리피 마라 씨는 "브라질 축구와 경제, 정치 등 브라질의 전반적인 상황은 같다. 겉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결국 문제는 어느 순간 드러난다. 이런 사실을 알게 해준 브라질 대표팀에게 고맙다고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상파울루=김동욱 기자creating@donga.com}

경기 시작 4시간 전. 브라질과 독일의 4강전이 열린 9일 브라질 벨루오리존치의 미네이랑 경기장 주변. 이미 모인 수천 명의 브라질 응원단은 독일 응원단을 향해 손가락 세 개를 펼쳐 보였다. 3-0으로 이긴다는 뜻이었다. 브라질이 1-7로 패하며 월드컵 사상 가장 충격적인 결말을 낳을 줄은 꿈에도 모른다는 듯. 전반 11분 독일의 토마스 뮐러가 코너킥을 이어 받아 골망을 흔들었다. 전반 23분부터 6분간 독일이 4골을 더 퍼부으며 브라질 응원단 전체가 충격에 빠졌다. 미로슬라프 클로제의 골을 신호탄으로 토니 크로스(2골), 사미 케디라의 골이 이어지며 전광판에는 ‘5-0’이라는 믿기 힘든 점수가 찍혔다. 울음을 터뜨리는 브라질 관중도 보였다. 일부는 쓰레기통을 던지는 등 난동을 부리다 연행되기도 했다. 브라질은 후반 독일의 안드레 쉬를레에게 또다시 두 골(후반 24분, 34분)을 허용했다. 후반 45분 간신히 브라질 오스카의 골이 터졌다. 결국 1-7로 경기가 끝나자 브라질 응원단은 자국 선수들에게는 야유를, 독일 선수들에게는 기립박수를 보냈다. 브라질은 주축 선수인 네이마르가 허리 부상으로 빠진 점과 특히 수비의 핵이자 주장인 치아구 시우바가 경고 누적으로 결장한 것이 뼈아팠다. 수비라인이 무너지자 당황한 브라질은 정신적인 구심점 없이 급격히 무너졌다. ▼ ‘불난 집’ 브라질 ▼“네이마르 부상입힌 수니가 보복”… 범죄조직 PCC 살해 위협 성명韓외교부 “교민들 외출 자제” 당부브라질에 큰 상처를 남겼던 1950년 ‘마라카낭의 비극’에 이어 이번 경기 장소를 빗댄 ‘미네이랑의 비극’이 탄생했다. 브라질은 리우데자네이루의 마라카낭 경기장에서 열린 1950년 월드컵 결승에서 우루과이에 1-2로 패해 브라질 축구 사상 가장 큰 아픔을 남겼다. 이번 패배는 그에 못지않은 충격을 남길 것으로 보인다. 경기가 끝나자 곳곳에서는 브라질 국기를 찢거나 태우는 팬들이 속출했다. 잉글랜드 축구의 전설이자 영국 BBC 방송의 축구 해설위원인 게리 리네커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축구를 봐온 지난 반세기 동안 가장 놀랍고도 충격적이며 어리둥절한 경기”라고 평했다. 브라질의 루이스 펠리피 스콜라리 감독은 “내 축구 인생 최악의 날이다. 첫 골을 허용한 이후 공황 상태에 빠졌다. 이런 경기를 한 걸 용서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경제난에도 불구하고 열리는 이번 월드컵에 반대하는 시위가 브라질 곳곳에서 일어났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 패배는 경기 외적으로도 브라질에 상당한 충격파를 던질 것으로 보인다. 불똥이 묘한 데로도 튀고 있다. 8강전서 브라질의 슈퍼스타 네이마르에게 부상을 입힌 콜롬비아 수비수 후안 카밀로 수니가가 표적이 되고 있다. 브라질 최대 범죄조직 PCC가 수니가에게 보복 의사를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브라질 현지 언론에 따르면 PCC는 6일 성명을 통해 “수니가의 행동은 용서되지 않는 만행이며, 보복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소식을 접한 수니가는 콜롬비아에서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PCC는 1993년 교도소에 수감된 8명의 죄수가 축구를 하다 결성한 조직이다. 수니가는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만약 신이 나와 함께한다면 누가 나와 맞서겠는가’라는 성경 글귀를 링크해 놓았다. 네이마르에게 보내는 사과 편지도 공개했다. 콜롬비아 정부는 이탈리아 프로축구 나폴리에서 뛰고 있는 수니가에 대해 이탈리아 외교부에도 신변 보호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한국 외교부에 따르면 상파울루에서는 브라질의 4강전 패배 이후 버스 방화와 공격이 5차례 이상 발생했으며 대형 유통매장 약탈 사건도 발생했다. 또 코파카바나 해변에서는 강도와 폭력 사건이 보고됐고 헤시피 지역에서도 소요 사태가 있었다. 이에 따라 외교부는 현지 체류 한국인들에게 가급적 실내에 머물면서 격앙된 군중에 휩쓸리지 않도록 주의해 줄 것을 당부했다.벨루오리존치=김동욱 creatinga@donga.com유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