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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하의 날씨에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얼굴을 얼얼하게 만들었다. 2016년 1월 충남 태안군 당암포구 앞바다에는 배 위에서 생활하며 바다 속을 하염없이 뒤지는 이들이 있었다. 한상진 문화재청 사범단속반장(38)과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연구진들. 이곳에서 85점의 고려-조선시대 도자류를 훔쳐간 도굴꾼들에게 정보를 입수한 직후였다. 망망대해에서 1주일을 탐색한 끝에 그물에 도자기 1점이 걸려들었다. 1000여 년 전 제작된 고려청자가 훼손 없이 완형 그대로 올라왔다. 당암포구는 좁은 해역에 유속이 빨라 각종 해난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한 곳이다. 2주간의 수색을 거쳐 수사팀이 건져 올린 유물은 20여 점. 도굴꾼들이 이미 가져간 85점을 회수한 것과 더불어 100여 점의 문화재가 다시 안전하게 돌아왔다. “힘겹게 입수한 첩보를 바탕으로 수사에 나섰지만 허탕치는 건 아닌지 노심초사했죠. 그런데 바다에서 청자를 건져내니 머리가 삐쭉 설 만큼 짜릿한 기분이 들더라고요.” 17일 정부대전청사에서 만난 한 반장은 2년 전 당암포구 고려 문화재 회수 사건을 설명하며 이 같이 말했다. 문화재청 소속 공무원이지만 그의 주된 일상은 잠복근무와 첩보입수, 현장단속 등이다. 언뜻 경찰관처럼 보이지만 그는 대한민국 전체를 관할구역으로 삼으며 도난당한 우리나라의 소중한 문화재를 지키는 사범단속반의 수장이다. 1990년대까지 화제를 끌었던 뉴스 중 하나는 이른바 ‘대도(大盜)’로 불리는 전문 도굴꾼의 범죄 소식이었다. 2000년대 들어 주요 문화재 시설에 폐쇄회로(CC)TV가 설치되는 등 안전조치가 강화됐지만 도굴꾼들의 범죄도 지능화됐다. 철저한 분업화 팀조직과 함께 비신고 문화재만 털어가는 신종수법이 나타난 것. 당암포구 사건에서도 5명의 도굴꾼이 절취책, 판매책, 자금팀 등으로 나눠 문화재를 훔쳐갔다. “최근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용해 점조직으로 연결하고, 외국 경매사이트에서 도난 경력을 세탁하는 등 도굴범죄도 디지털화하고 있어요. 하지만 그럴수록 단속반의 업무는 첩보입수 등 아날로그 방식이 더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대학이나 박물관처럼 보안장치가 견고한 기관 대신 개인이나 문중의 자산을 노리는 경우도 부쩍 늘었다. 올해 2월 회수한 어사 박문수(1691~1756)로 유명한 고령박씨 집안의 간찰(簡札) 1047점은 2008년 충남 천안의 종중재실에서 도난당했다. 그러나 문중에선 도난 사실조차도 인지하지 못했었다. “문화재보호법 관련 범죄의 공소시효인 10년을 채웠다고 생각해 간찰을 판매하려다 덜미가 잡혔죠. 2007년부터 선의취득 배제 조항을 신설해 실질적으로 공소시효를 무제한 연장하고 있습니다. 문화재 안전을 위해서는 개인이 보관하는 것보다는 기관에 위탁하는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8년간 단속반원으로 활동하며 수백 건의 문화재를 회수한 한 반장에게 여전히 해결하지 못한 숙제가 있다. 바로 훈민정음 해례본(상주본)의 회수다. 소유자인 배익기 씨(55)가 2008년 공개한 이후 현재까지 국가에 귀속시키지 않고 있는 상태다. 배 씨는 29일 국정감사에서 “1000억 원을 주더라도 내놓을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무가지보(無價之寶)’인 훈민정음 해례본의 안전입니다. 수십 번 수백 번 협의를 해서라도 반드시 국민의 품에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죠.” 대전=유원모 기자onemore@donga.com}
남북한이 각각 신청한 ‘씨름’이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 등재가 확실시된다. 문화재청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에 등재 신청했던 ‘대한민국의 씨름(전통 레슬링)’에 대해 유네스코 무형유산위원회 산하 평가기구가 심사한 결과 ‘등재 권고’ 결정을 내렸다”고 29일 밝혔다. 평가기구는 심사 결과를 등재, 정보 보완, 등재 불가 등 세 등급으로 나눠 무형유산보호 정부간위원회에 권고한다. 이 결과는 이변이 없는 한 그대로 수용된다. 우리나라 국가무형문화재 제131호인 씨름이 등재되면 대한민국의 20번째 인류무형문화유산이 된다. 우리나라는 2001년 종묘제례 및 종묘제례악을 시작으로 판소리, 강릉단오제, 강강술래, 택견, 아리랑, 김장문화, 제주 해녀문화 등을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했다. 한편 북한이 신청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씨름(한국식 레슬링)’도 우리나라의 씨름과 함께 등재 권고를 받았다. 남북한이 씨름 등재 신청서를 따로 제출한 상황이지만 사상 처음으로 남북 공동으로 등재에 성공할지 관심이 쏠렸다. 다음 달 26일부터 12월 1일까지 아프리카 모리셔스에서 열리는 제13차 무형유산위원회에서 최종 등재 여부가 확정된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최근 종영한 tvN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서 화제였던 역사적 인물에는 쓰러져 가는 나라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고종이 있었다. 드라마에서 고종은 조선의 임금부터 대한제국 황제, 강제 퇴위 이후에는 일상복을 입는 모습까지 다양한 의상을 선보였다. 실제로 고종은 어떤 옷을 입었을까. 서울 중구 덕수궁 석조전에서 열리는 특별전 ‘대한제국 황제 복식’은 고종이 입었던 복식 8종과 근·현대 복식 유물 8종 등 총 16점을 선보인다. 대한제국 황실의 ‘의·식·주’라는 주제를 연차적으로 기획해 선보이는 첫 특별전. 올해는 ‘의(衣)’에 해당하는 대한제국 황제 복식을 다룬다. 고종의 생애를 따라 조선의 왕이 입었던 홍룡포, 대한제국 성립 이후 만들어진 황제의 새 복식, 고종 퇴위 이후 만들어진 태황제 예복 등을 선보인다. 특히 실물이 없어 사진과 그림으로만 확인해야 했던 고종의 서양식 황제복과 태황제 복식을 처음으로 재현해 공개한다. 그동안 실물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알려졌던 1906년 대한제국 마지막 서구식 문관 대례복(大禮服)도 나온다. 대례복은 국가에 중요한 의식이 있을 때 착용한 옷이다. 화∼일요일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6시까지 별도 예약 없이 관람할 수 있다. 12월 12일까지. 무료.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조선 제7대 임금 세조의 어진(御眞·임금 초상화)이 처음으로 공개된다. 국립고궁박물관은 세조 어진 초본과 세조 관련 유물 및 자료 30여 점 등을 선보이는 테마전 ‘세조’를 22일부터 내년 1월 13일까지 궁중서화실에서 연다고 21일 밝혔다. 이번 전시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현존하는 유일한 세조 어진을 공개한다는 점이다. 이 그림은 이당 김은호(以堂 金殷鎬·1892∼1979)가 1935년 이왕직(李王職)의 의뢰를 받아 제작한 어진이다. 1735년 제작한 또 다른 세조 어진을 보고 모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김은호는 초본 외에 채색본인 정본(正本)도 함께 만들었으나 6·25전쟁 직후인 1954년 화재로 소실돼 현재는 초본만 남아 있다. 하얀 종이에 먹으로 선만 그린 초본은 가로세로 131.8×186.5cm 크기다. 2016년 국내 한 경매에서 국립고궁박물관이 낙찰 받은 뒤 일반에 처음으로 공개한다. 조선시대 세조 어진에 대한 보수와 모사 작업 내용을 기록한 등록(謄錄)도 공개한다. 등록에 따르면 세조 어진은 한양이 아니라 그가 묻힌 남양주 광릉(光陵) 옆 진전(眞殿·어진을 모신 전각)에 보관한 덕에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때도 무사했다고 한다. 세조 어진 초본에 색 입히기, 세조 어진 초본 따라 그리기 같은 체험 프로그램과 강연도 있다. 무료.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올해 8월 세상을 떠난 미국 ‘애국의 아이콘’ 존 매케인 전 공화당 상원의원이 뇌종양 판정을 받은 것은 지난해 여름이었다. 시한부 선고를 받은 뒤 매주 금요일마다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는 그의 죽음을 준비하는 대책회의가 열렸다. 회의의 주재자는 다름 아닌 매케인 전 의원 자신이었다. 1년가량 열린 이 회의에서 장례식 관련 일정 및 참석자, 연주될 음악과 낭독할 시, 관을 운구하는 사람과 동선 등 모든 것이 결정됐다. 매케인의 보좌관은 “마치 선거 캠페인 전략을 짜듯 그는 아주 냉철하게 회의를 이끌었다”고 회고했다. 미국에서는 이처럼 죽음 이후의 모든 절차를 준비하는 ‘상속설계(Estate Planning)’가 보편화돼 있다고 한다. 이웃 나라 일본 역시 ‘슈카쓰(終活)’라는 개념으로 자리를 잡았다. 반면 우리나라는 준비되지 않은 상속으로 인해 후손들이 분쟁을 겪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 책은 법률, 세무 등 실용적인 정보부터 ‘무엇을 남겨줄 것인가’에 대한 철학적인 고찰까지 낯설게 느껴지는 상속 제도를 쉽게 설명해준다. 전직 국회의원이자 변호사인 저자가 직접 경험한 상속 분쟁 사례 등을 통해 상속설계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책의 에필로그에는 저자가 아들에게 직접 쓴 유언장이 수록돼 있어 상속설계의 구체적인 모습을 묘사한다. 책 말미에 부록으로 인쇄된 유언장, 연명 치료 의향서, 효도 계약서 등을 참고해 작성해 보는 것도 좋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불의를 내치면서 세우는 정의는 오래가지 못합니다. 불의까지 품어서 정의를 실현하는 것, 그것이 종교의 역할이죠.” 원불교의 교단 최고지도자에 선출된 전산(田山) 김주원 종법사(70·사진)는 18일 전북 익산시 중앙총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김 신임 종법사는 지난달 18일 원불교의 103년 역사에서 역대 6번째 종법사에 선출됐다. 전산 종법사는 탈종교 시대 속 원불교를 이끌 방향으로 ‘무아봉공(無我奉公)’을 내세웠다. 무아봉공은 원불교의 핵심 사상 중 하나로 나를 없애고 공익을 위해 성심성의를 다한다는 뜻이다. 전산 종법사는 “이기심을 버리고 세상을 위해 선행을 베풀고 덕을 쌓는 게 곧 자신을 위한 것”이라며 “참된 수도는 산중에 들어서는 것이 아니라 생활 가운데에 마음을 잘 써나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등록된 원불교 신자는 약 130만 명이다. 그는 교조 소태산(少太山) 박중빈 대종사(1891∼1943), 정산(鼎山) 송규(1900∼1962), 대산(大山) 김대거(1914∼1998), 좌산(左山) 이광정(82), 경산(耕山) 장응철 종사(78)의 법맥을 계승했다. 종법사는 불교 조계종으로 치면 종정에 해당한다. 전산 종법사는 최근 조성된 한반도 평화 분위기에 대해서 “어른들이 자고 나면 통일이 됐다고 말하는 날이 올 것이라 말씀하셨는데 올해 들어서 실제로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남북한 상황을 비롯해 서로 갈등과 다툼이 있다면 어두운 과거에 대한 대참회를 하고, 서로 원망하는 마음과 어리석은 잘못을 용서해야 한다”고 밝혔다. 청년들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전산 종법사는 “‘절처봉생(絶處逢生)’ 끊어지는 곳에서 다시 새 삶을 만난다고 한다. 청년들이 원망하는 마음보다 미래를 위해서 노력하면 반드시 길이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1967년 출가한 전산 종법사는 총무부장, 경기인천교구장, 교정원장, 중앙중도훈련원장, 영산선학대 총장 등을 지냈다. 다음 달 3일 원불교 중앙교의회에서 정식으로 추대되고, 4일 취임식이 열린다. 임기는 6년이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한국신문협회가 남북고위급회담 공동취재단에서 탈북민 기자를 배제한 통일부를 비판했다. 통일부는 15일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열린 남북고위급회담 취재를 위해 구성한 공동취재단에서 탈북민이란 이유로 김명성 조선일보 기자를 일방적으로 배제했다. 신문협회는 18일 성명을 통해 “군부독재정권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 발생한 것”이라며 “탈북민의 권리 보호와 국내 정착에 가장 앞장서야 할 통일부가 탈북민을 차별했다”고 비판했다. 협회는 “정부는 빠른 시일 내에 사과와 함께 (조명균) 통일부 장관 등 관계자를 문책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국기자협회도 이날 “부처 이해관계에 따라 특정 기자를 배제하는 것은 심각한 언론자유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어 “공동취재단 구성은 출입기자단과 언론사가 결정해 왔다. 지금까지 어떤 부처도 공동취재단 구성에 개입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한국여기자협회 역시 성명서를 내고 “취재 장소가 어디든 취재단 구성에 관여할 권리는 없다”며 통일부에 우려와 유감을 표명했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시원한 사이다 캔을 막 개봉한 것처럼 ‘샥∼’ 하는 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왔다.성인 2명이 들어가도 될 만한큰 술항아리에서 나온 소리였다.항아리 안에는 보글보글 거품이 일어나는막걸리가 누렇게 발효되고 있었다.1939년 설립 후 80년째 같은 자리에서막걸리를 만들어내고 있는충북 괴산군의 ‘제일양조장’ 발효실이다.이곳은 국립민속박물관이 올해 3월부터진행하고 있는 ‘근현대 양조장과 술 물화’민속조사 현장이다.10일 박물관 조사팀과 80년 이상전통 막걸리 생산 방식을 고집하는‘제일양조장’과 ‘목도양조장’을 찾았다.》○ 평생 양조장 외길 ‘제조법으론 설명 안 되는 내공’ “매일 새벽 술항아리를 씻고, 주모(酒母·술을 만드는 원료)를 담그면서 하루를 시작합니다. 벌써 50년이네요.” 제일양조장 대표 권오학 씨(70)는 덤덤하게 지난날을 되짚었다. 제일양조장은 ‘괴산에서 제일가는 막걸리’로 여겨질 만큼 뛰어난 맛을 자랑한다. 술항아리에서 막걸리 한 모금을 떠 마셔보니 뒷맛이 개운한 시원함이 밀려왔다. 전통 막걸리는 지에밥(고두밥)에 누룩(술을 만들 때 쓰는 발효제) 등을 섞어 술항아리 안에서 일정 시간 동안 발효시켜 만든다. 언뜻 간단해 보이지만 재료의 비율과 숙성 시간에 따라 맛이 제각각이다. 특별한 비법이 있을까. “막걸리는 발효식품인지라 제조법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감’이 무척 중요합니다. 술독에서 나는 소리와 냄새로도 어떤 막걸리가 나올지 알 수 있죠. 노하우를 알려줘도 쉽게 따라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막걸리는 시대에 따라 부침이 컸다. 쌀이 부족했던 1960, 70년대에는 법으로 막걸리 제조에 쌀 사용을 금지하기도 했다. 읍면 단위별 양조장 허가제 등 각종 규제에 묶여 산업적으로 성장하기 힘든 측면도 있었다. “쌀을 못 쓰게 하던 정부가 1977년도에 갑자기 통일벼를 쓰라고 지침을 내렸어요. 하루아침에 원료를 바꾸니 막걸리가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아 속상하기도 했죠. 지금은 쌀과 밀을 섞어 가장 맛있는 비율로 만들고 있어요. 배운 게 막걸리밖에 없으니 힘이 닿는 한 계속 만들어야죠.”○ 3대를 이어온 전통 ‘우리 모두의 유산’ “제2회 전조선 주유품평회에 괴산주조주식회사의 제2공장약주가 1등으로 당선됐다.” 동아일보는 1939년 12월 26일자에 당시 전국 술 평가대회 결과를 보도했다. 여기서 소개된 ‘괴산주조주식회사’가 지금의 ‘목도양조장’이다. 조선 최고의 술도가로 뽑혔던 이곳은 1931년 설립 이후 현재 창업주의 3세인 유기옥 씨(60)가 운영한다. 실은 40여 년 동안 위탁경영을 했었다. 유 씨 아버지가 불의의 사고로 일찍 세상을 뜨면서 어쩔 수 없이 양조장 경영을 외부에 맡겼다. 이후 전통 막걸리 시장이 계속해서 위축됐고, 결국 2013년 일하던 이들이 모두 양조장을 떠났다. “80년 역사를 간직한 곳인데 도저히 문을 닫을 수 없었어요. 결국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고향으로 돌아와 전통을 이어가야겠다고 결심했죠.” 그런 마음 덕분인지 목도양조장 막걸리는 ‘옛 맛’을 그대로 유지하는 데 정성을 쏟고 있다. 묵직하면서 텁텁한, 다소 촌스러운 ‘그 맛’ 말이다. 주말이면 서울의 한 대학병원 교수인 남편이 오토바이를 몰고 막걸리 1병이라도 직접 배달할 정도로 전통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주위에서는 더 잘 팔릴 수 있게 설탕이라도 좀 치라지만, 전통 방식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고 있습니다. 이 양조장은 저와 제 가족의 것만이 아니라 누군가는 꼭 이어가야 할 우리나라의 문화유산이니까요.”괴산=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고려와 조선뿐 아니라 중국의 유물까지 품고 있어 ‘불복장(佛腹藏·불상을 조성하며 안에 넣은 부장물)의 타임캡슐’로 불리는 수국사 ‘목조아미타여래좌상’(보물 제1580호)의 복장품을 분석한 연구 결과를 공개한다. 수국사 종합학술조사위원회는 19일 서울 중구 동국대에서 학술대회를 연다고 17일 밝혔다. 위원회 조사 결과, 이 불상에는 총 84점의 복장품이 담겨 있었다. 고려시대 재조대장경의 편집에 활용한 것으로 보이는 11세기 화엄경과 밀교대장(密敎大藏) 등 희귀 서지를 다수 발견했다. 밀교대장은 대승불교의 한 교파인 밀교 경전을 집대성한 책이다. 정우택 수국사 종합학술위원장(전 동국대 박물관장)은 “현재까지 나온 복장품 등을 봤을 때 고려시대 불상 가운데 가장 오래된 목조상일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시원한 사이다 캔을 막 개봉한 것처럼 ‘샥~’하는 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왔다. 성인 2명이 들어가도 될 만한 큰 술항아리에서 나온 소리였다. 항아리 안에는 보글보글 거품이 일어나는 막걸리가 누렇게 발효되고 있었다. 1939년 설립 후 79년째 같은 자리에서 막걸리를 만들어내고 있는 충북 괴산군의 ‘제일양조장’ 발효실이다. 이곳은 국립민속박물관이 올해 3월부터 진행하고 있는 ‘근현대 양조장과 술 물화’ 민속조사 현장이다. 10일 박물관 조사팀과 80여 년간 전통 막걸리 생산방식을 고집하는 ‘제일양조장’과 ‘목도양조장’을 찾았다.● 50년 양조장 외길 ‘제조법으론 설명 안 되는 내공’ “매일 새벽 술항아리를 씻고, 주모(酒母)를 담그면서 하루를 시작합니다. 벌써 50년이네요.” 제일양조장 대표 권오학 씨(70)는 덤덤하게 지난날을 되짚었다. 권 씨는 1966년 배달원으로 취업하며 양조장과 인연을 맺었다. 성실히 일한 덕분에 3년 뒤 정직원으로 채용됐고, 1974년부터는 공장장으로 일하며 40년 넘게 막걸리를 만들어오고 있다. 2015년에는 3대째 이어온 창업주 가족으로부터 경영권을 양도받아 양조장 주인이 됐다. 제일양조장은 ‘괴산에서 제일가는 막걸리’로 여겨질 만큼 뛰어난 맛을 자랑한다. 술항아리에서 막걸리 한 모금을 떠 마셔보니 뒷맛이 개운한 시원함이 밀려왔다. 전통 막걸리는 고두밥(지에밥)에 누룩(술을 만들 때 쓰는 발효제) 등을 섞어 술항아리 안에서 일정 시간 동안 발효시켜 만든다. 언뜻 간단해보이지만 재료의 비율과 숙성 시간에 따라 맛이 제각각이다. 특별한 비법이 있을까. “막걸리는 발효식품인지라 제조법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감’이 무척 중요합니다. 술독에서 나는 소리와 냄새로도 어떤 막걸리가 나올지 알 수 있죠. 노하우를 알려줘도 쉽게 따라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막걸리는 시대에 따라 부침이 컸다. 우리나라의 술 전통은 원래 집집마다 만드는 가양주(家釀酒) 형태로 전승돼왔다. 그러나 일제강점기였던 1934년 가정에서 만든 술의 면허제를 폐지하면서 양조장 체제로 바뀌게 된다. 현재 남아있는 전통 양조장 대부분이 1930년대 이후에 생겨난 배경이기도 하다. 쌀이 부족했던 1960~70년대에는 법으로 막걸리 제조에 쌀 사용을 금지하기도 했다. 읍면 단위별 양조장 허가제 등 각종 규제에 묶여 산업적으로 성장하기 힘든 측면도 있었다. “쌀을 못 쓰게 하던 정부가 1977년도에 갑자기 통일벼를 쓰라고 하는 지침이 내려왔어요. 하루아침에 원료를 바꾸니 막걸리가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아 속상하기도 했죠. 지금은 쌀과 밀을 섞어 가장 맛있는 비율로 만들고 있어요. 배운 게 막걸리밖에 없으니 힘이 닿는 한 계속 만들어야죠.”● 3대를 이어온 전통 ‘우리 모두의 유산’ “제2회 전조선 주유품평회에 괴산주조주식회사의 제2공장약주가 1등으로 당선됐다.” 동아일보 1939년 12월 26일자에는 당시 전국 술 평가대회 결과를 보도했다. 여기서 소개된 ‘괴산주조주식회사’가 지금의 ‘목도양조장’이다. 조선 최고의 술도가로 뽑혔던 이곳은 1931년 설립 이후 현재 창업주의 3세인 유기옥 씨(60)가 운영한다. 실은 40여 년 동안 위탁경영을 했었다. 유 씨 아버지가 불의의 사고로 일찍 세상을 뜨면서 어쩔 수 없이 양조장 경영을 외부에 맡겼다. 이후 전통 막걸리 시장이 계속해서 위축됐고, 결국 2013년 일하던 이들이 모두 양조장을 떠났다. “80년 역사를 간직한 곳인데 도저히 문을 닫을 수는 없었어요. 결국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고향으로 돌아와 전통을 이어가야겠다고 결심했죠.” 그런 마음 덕분인지 목도양조장 막걸리는 ‘옛 맛’을 그대로 유지하는데 정성을 쏟고 있다. 묵직하면서 텁텁한, 다소 촌스러운 ‘그 맛’ 말이다. 양조장 옆으로 ‘달천’이란 강이 흐르는데, 물맛이 달아서 이 같은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지금도 이곳은 지하수를 길러 막걸리 제조에 쓴다. 주말이면 서울의 한 대학병원 교수인 남편이 직접 오토바이를 몰고 막걸리 1병이라도 직접 배달할 정도로 막걸리 전통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를 이어오고 있다. “주위에서는 더 잘 팔릴 수 있게 설탕이라도 좀 치라지만, 전통방식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고 있습니다. 이 양조장은 저와 제 가족의 것만이 아니니까요. 누군가는 꼭 이어가야할 우리나라의 문화유산이니까요.”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대중문화 발전에 기여한 문화예술인에게 수여하는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수상자로 배우 이순재와 방탄소년단(BTS) 등 총 36명(팀)이 선정됐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4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2018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시상식을 연다”고 16일 밝혔다. 문화훈장 13명, 대통령 표창 7명, 국무총리 표창 8명, 문체부장관 표창 8명(팀)이다. 올해 은관문화훈장은 배우 이순재, 가수 겸 제작자 김민기, 가수 고 조동진에게 수훈한다. 보관문화훈장 수훈자는 배우 김영옥, 지휘자 겸 작곡가 김정택, 방송작가 김옥영으로 결정됐다.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아이돌 방탄소년단 7명은 화관문화훈장을 받는다. 가수 심수봉, 윤상, 배우 김남주, 희극인 유재석, 성우 이경자, 모델 김동수, 음향 디자이너 고 김벌래 등 7명은 대통령 표창을 수상한다. 가수 최진희, 강산에, 배우 손예진, 이선균, 고 김주혁, 희극인 김숙, 성우 강희선, 방송인 전현무는 국무총리 표창 수상자다. 아이돌 레드벨벳, 록그룹 국카스텐, 배우 김태리, 희극인 박나래, 성우 이선, 작사가 김이나, 뮤지컬 기술 감독 김미경, ‘한국분장’ 대표 강대영 등 8명(팀)은 문체부장관 표창을 받는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우리나라에 있었으면 국보나 보물로 지정됐을 문화재입니다.” 정우택 전 동국대 박물관장은 일본 도쿄국립박물관이 소장한 ‘아미타삼존도’에 대해 설명하며 안타까워했다. 3명의 보살이 극락세계에서 왕생자(往生者)를 맞는 장면을 담은 이 그림은 고려불화의 전형인 이중 채색법을 사용하고 금으로 연화당초문을 배치한 걸작이다. 당초 이 불화는 12월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릴 예정인 고려 건국 1100주년 특별전 ‘대고려전’에서 만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도쿄박물관이 대여를 거부하면서 고국 나들이가 무산됐다. “대여 후 안전하게 돌려받을 근거를 제시해 달라”는 일본 측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현존하는 고려 나전칠기가 20여 점에 불과한 가운데 도쿄박물관이 소장한 ‘국화나전경상’ ‘화당초나전합자’와 지장보살도를 그대로 불상으로 옮긴 고려시대 유일한 작품인 ‘지장보살반가상’(규슈국립박물관)도 같은 이유로 거부당했다. 이런 분위기는 2012년 쓰시마섬에서 발생한 고려불상 도난 사건이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당시 한국 절도범이 일본 사찰에서 훔쳐온 불상에 대해 지난해 대전지법이 환수 요구를 거부하고 충남 서산시 부석사가 불상을 가져가라고 판결했다. 이후 한국 문화재를 소장한 해외 박물관과 미술관은 유물이 한국에 가면 압류될 수 있다는 불안감에 전시 대여를 기피하고 있다. 이에 올해 3월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압류면제법’을 대표 발의했다. “전시 등 공익적 목적으로 외국 기관의 자료를 대여할 경우 한시적으로 압류, 압수 등을 금지할 수 있다”는 조항 신설이 핵심이다. 그러나 법무부가 “사법부의 고유 권한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며 법안 심사 보류를 요청해 국회에서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 미국 프랑스 영국 독일 일본 등 상당수 국가들은 현재 압류면제법을 시행한다. 노 의원은 “국민의 문화 향유권 증진을 위해 필요한 압류면제법이 다음 달 정기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도록 국회와 행정부를 설득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립중앙박물관은 일본 측으로부터 대여를 거부당한 유물 6점 외 77점의 해외 소재 고려시대 관련 유물과 국내의 357점 등 총 450여 점에 이르는 문화재를 특별전에서 선보일 예정이다.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고려시대 불교미술과 공예기술을 보여주는 ‘아미타삼존도(阿彌陀三尊圖)’와 ‘화당초나전합자(花唐草螺鈿盒子)’ 등 일본 소재 고려 문화재의 국내 전시가 결국 무산됐다. 일본을 비롯해 프랑스 대만 등 국제사회에서 요구했던 ‘한시적 압류면제법’ 도입이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기 때문이다. 올해 초 국내 전시를 추진했다 난관에 봉착한 직지심체요절(直指心體要節)에 이어 또다시 입법 미비로 문화재 교류에 차질을 빚게 됐다. 15일 국립중앙박물관이 노웅래 의원(더불어민주당)에게 제출한 ‘대고려전, 해외 유물 전시대여 현황’ 자료에 따르면 일본 도쿄국립박물관에서 소장 중인 ‘은도금 석가-비사문상호부’ ‘백의관음도’ ‘아미타삼존도’ ‘국화나전경상’ ‘화당초나전합자’ 등 5점과 규슈국립박물관의 ‘지장보살반가상’ 등 유물 6점의 대여를 거부당했다. 중국 원나라 불화인 백의관음도를 제외하면, 나머지 5점은 모두 고려에서 제작한 불화와 불상, 나전칠기다. 국립중앙박물관 관계자는 “일본 박물관 측은 공식적으로 ‘일본 내 전시대여 일정으로 인해 불가능하다’는 뜻을 전했다”며 “실제로는 정부의 공식 보증 등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는 점에서 압류면제법의 미비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현재 해당 법률안은 일부 시민단체와 법무부의 반대로 입법이 보류된 상태다.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2015년 이후 3년간 중단됐던 개성 만월대(滿月臺) 남북 공동발굴조사가 이르면 22일 재개된다. 문화재청은 “북측 민족화해협의회가 만월대 공동발굴을 22일 재개하자는 의견을 남북역사학자협의회에 알려왔다”며 “착수식 일정 등 세부사항은 통일부 등 관계부처와 협의를 거쳐 조만간 결정할 예정”이라고 15일 밝혔다. 이번에 재개되는 8차 만월대 공동발굴은 원래 지난달 27일부터 시작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지난달 25일 북측이 “조사단 인력 확보에 어려움이 있다”며 일정 연기를 요청해왔다. 이후 정재숙 문화재청장은 이달 4~6일 평양에서 열린 10·4선언 11주년 기념 민족통일대회에 정부대표단 일원으로 참석하며 북측에 조사 재개를 제안한 바 있다. 남북 공동조사팀은 이번 조사에서 훼손이 심한 만월대 회경전 터 서쪽 축대 일대를 발굴·복원할 계획이다. 만월대 공동발굴조사는 2007년부터 2015년까지 7차례에 걸쳐 진행됐다. 2015년 세계 최고(最古)로 평가받는 고려 금속활자가 출토된 것을 비롯해 건물터 약 40동과 축대 2곳, 대형 계단 2곳 등 유물 1만6500여 점이 확인됐다.유원모 기자onemore@donga.com}
“부처님께서는 코끼리나 비둘기나 나 자신이나 남이나 모두 같은 생명의 무게를 지니고 있는 고귀한 존재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 같은 가르침을 되새기며 남도 나와 같다는 생각으로 내 마음부터 청정하게 닦아야 진정한 ‘평화의 씨앗’을 심을 수 있습니다.” 13일 경기 파주시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에서 열린 ‘DMZ(비무장지대) 세계평화명상대전’에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선승인 혜국 스님은 불교의 불살생계(不殺生戒)와 평화의 관련성에 주목하며 이같이 말했다. 한국참선지도자협회(협회장 각산 스님)가 주최한 이날 행사에는 호주의 아잔 브람 스님 등 세계적인 명상 스님과 시민들이 참석해 강연과 걷기 명상 등을 펼쳤다. 평화누리공원 잔디밭에서는 참석자 5000여 명이 꼿꼿하게 앉은 자세로 다 같이 명상을 하는 독특한 장관을 연출했다. 이날 명상 지도에 나선 각산 스님은 “이 몸이 허공 가운데 떠 있다 생각하고, 마음을 놓고 편안함을 느껴 보라”며 “마음에 담긴 평화가 남북을 가로지르는 분단선을 넘어 세계로 뻗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스님과 시민들은 한반도 분단의 상징인 DMZ 구간 6.5km를 함께 걸으며 명상을 이어갔다. 세계평화명상대전에 이어 강원 정선군 하이원리조트에서는 ‘세계명상힐링캠프’가 16일까지 열린다. 세계적인 명상 대가들이 직접 지도하는 참선 수행과 즉문즉설, 등산로 걷기 명상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태국 현지에서 불교 수행자 가운데 최고 경지에 이른 ‘아라한’으로 추앙받는 명상의 대가 아잔 간하 스님과 대만의 대표적인 선승인 신다오 스님 등이 참여한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5남매의 아빠이자 한국 축구의 대표적인 스트라이커 이동국 선수와 브라질의 전설적인 골잡이 호나우두에겐 공통점이 있다. 선수생활 중 무릎의 전방십자인대가 파열되는 끔찍한 부상을 겪었다는 점이다. 매일 운동으로 단련된 선수들이 왜 이런 부상을 당했을까. 뉴욕시립대 생물학과 교수인 저자는 “원래 인간의 몸이 결함투성이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네 발 걸음을 하던 인류는 600만 년 전부터 직립보행을 시작하면서 몸의 하중을 오롯이 두 다리가 떠안기 시작했다. 애초 4개였던 하부 구조가 2개로 바뀌면서 다리의 근육만으로는 몸의 무게를 견디기 어려웠다. 이에 다리뼈도 함께 역할을 분담했는데 이로 인해 뼈를 붙잡아두는 십자인대가 예상치 못하게 손상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한 것이다. 책에는 ‘경이로운 아름다움’이나 ‘복잡성의 위대함’ 같은 인간의 몸을 찬양하는 수식어는 전혀 없다. 그 대신 우리 몸의 결함에 주목한다. 걸핏하면 발목에 접질리고, 다른 동물에 비해 유독 임신이 어려우며 시간이 지날수록 왜곡되는 기억처럼 인체의 부족한 능력을 치밀한 과학 지식과 대중적인 언어로 풀어낸다. 저자는 “인간의 몸에 있는 수많은 설계 결함은 위대한 생존 투쟁에서 얻은 상처”라며 결함을 이해할 때 오히려 인체의 온전한 모습에 다가설 수 있다고 역설한다. 일상의 현상을 과학적 설명과 함께 흥미롭게 풀어낸다. 가을이면 건조한 날씨로 인해 코감기 환자가 늘어난다. 그런데 인간을 제외한 대다수 포유류 동물들은 코감기에 걸리지 않는다. 먼지가 폐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하는 ‘부비동’의 위치가 코보다 낮은 곳에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중력과 반대로 아래에서 위로 점액을 배출하는 시스템으로 인해 쉽게 병이 생기는 것이다. 다이어트가 힘겨운 사람이라면 인체 진화의 실패를 원인으로 돌려도 좋다. 살이 쉽게 찌고, 어렵게 빠지는 성향은 260만 년 전 홍적세에 살던 인류의 몸에 뿌리가 있다. 식량을 구하기 어려웠던 당시에는 탁월한 진화의 결과였지만 안타깝게도 이후 인류의 몸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남북한이 공동으로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는 ‘씨름’의 가치를 조명하는 학술회의가 열린다. 한국문화재재단은 12일 강남구 국가무형문화재 전수교육관에서 ‘민족의 공동유산, 씨름’을 주제로 국제심포지엄을 개최한다. 박상미 한국외국어대 교수가 ‘문화유산 공유성과 유네스코 공동등재’를 주제로 기조강연을 한다. 심승구 한국체대 교수가 ‘한국 씨름의 정체성’, 곽낙현 한국학중앙연구원 전임연구원이 ‘남북한 씨름의 지역적 분포’를 발표한다. 2018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전통 레슬링의 등재를 추진 중인 조지아와 2010년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대표목록으로 등재한 터키, 키르기스스탄 등 3개국의 전통 레슬링 사례도 소개한다. 특별 세션으로 이태현 용인대 교수가 손기술, 다리기술, 허리기술, 혼합기술 등 4가지로 구분되는 씨름 기술을 직접 선보인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인촌 김성수(仁村 金性洙) 선생의 유지를 기리기 위해 제정된 제32회 인촌상 시상식이 11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롯데호텔 크리스털볼룸에서 열렸다. 이 상은 암울한 일제강점기에 동아일보를 창간하고 경성방직과 고려대를 설립한 민족 지도자 인촌 선생의 뜻을 잇기 위해 1987년 제정됐다. 재단법인 인촌기념회(이사장 이용훈)와 동아일보사는 매년 인촌 선생의 탄생일(10월 11일)에 맞춰 시상식을 열고 있다. 이날 수상자인 △김종기 푸른나무 청예단 설립자(교육) △한태숙 연극연출가·극단 ‘물리’ 대표(언론·문화) △이정식 펜실베이니아대 명예교수(인문·사회) △황철성 서울대 교수(과학·기술)는 각각 상장과 기념메달, 상금 1억 원을 받았다. 이 이사장은 인사말에서 “올해도 인촌 선생이 사업을 벌인 각 분야에서 누구보다도 업적을 많이 낸 분들을 찾아냈다”며 “남다른 열정과 신념으로 업적을 쌓으며 사회에 보탬이 된 수상자들이 더 큰 성과를 내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백완기 고려대 명예교수(대한민국학술원 회원)는 축사에서 “인촌 선생은 전 생애를 통해 국권회복과 자주독립을 위한 국력 배양을 추구했다. 선생의 정신이 빛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한승주 인촌상운영위원회 위원장이 수상자 선정 경위를 보고했다. 앞서 인촌상운영위는 외부 심사위원 16명을 위촉하고, 7월부터 회의를 열어 최종 후보를 선정한 뒤 수상자를 확정했다. 23년 동안 학교폭력 예방과 피해자 치유에 헌신한 교육 부문 수상자 김종기 푸른나무 청예단(청소년폭력예방재단) 명예이사장(71)은 “이번 수상은 존경하는 청예단 임직원과 후원자, 자원봉사자의 덕”이라면서 “사람의 가슴과 가슴을 따듯하게 이으며 사회 변화를 이끌어내는 비정부기구(NGO)의 소임과 본질을 명심하겠다”고 말했다. 연극인으로서는 처음 인촌상을 수상(언론·문화 부문)한 한태숙 극단 ‘물리’ 대표(68)는 “삶의 본질을 묻는, 성가신 질문을 계속하는 게 연극이라고 생각한다”며 “내 질문을 계속하도록 격려해 주셔서 감사하다. 사회의 부조리를 고민하며 진실을 향해 나아갔던 소중한 시간들을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인문·사회 부문 수상자인 이정식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명예교수(87)는 “우리 겨레가 외세의 속박에 놓여 있던 시절, 민족이 가야 할 길을 가리키고 이끈 인촌 선생의 공로는 길이 기억하고 기념해야 할 좌표라고 생각해 왔다”며 “인촌 선생을 기념하는 상을 받게 돼 무척 감사하다”고 말했다. 과학·기술 부문 수상자인 황철성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54)는 “반도체 과학과 기술에 대한 내 연구가 후손의 삶에 긍정적 기여를 해달라는 격려라고 생각한다”며 “더욱 정진하고 노력해 인류의 미래에 작은 기여를 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시상식에는 각계 인사 약 300명이 참석했으며, 바리톤 서정학 씨가 축하 공연을 펼쳤다.조종엽 jjj@donga.com·유원모 기자 주요 참석자 명단▽정·관·법조계=고건 이홍구 전 국무총리(이하 가나다순) 김경근 전 주요르단대사, 김병준 자유한국당 혁신비상대책위원장, 김진현 전 과학기술처 장관, 양성철 전 주미대사, 윤영찬 대통령국민소통수석비서관, 이세중 이진강 전 대한변호사협회장, 정성진 대법원 양형위원장, 조완규 전 교육부 장관, 최광식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현인택 전 통일부 장관 ▽학계·교육계=공정식 고려대 관리처장, 국양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 이사장, 권기붕 경희대 평화복지대학원 원장, 권순달 수원대 교수, 김경동 서울대 명예교수, 김경성 서울교대 총장, 김동기 대한민국학술원 회장, 김동환 고려대 그린스쿨 대학원장, 김병수 전 연세대 총장, 김병준 강남대 교수, 김성훈 동국대 교수, 김승환 포스텍 교수, 김용덕 서울대 명예교수, 김용학 연세대 총장, 김용호 인하대 교수, 김원희 고려사이버대 총무처장, 김재욱 고려대 기획예산처장, 김재호 고려중앙학원 감사, 김정배 전 고려대 총장, 김종필 중앙고 교장, 김주선 중앙교우회 사무총장, 김준영 전 성균관대 총장, 김진성 고려사이버대 총장, 김흔 전 중앙고 행정실장, 명순구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장, 문국진 고려대 명예교수, 문세준 고려중앙학원 사무국장, 박길성 고려대 교육부총장, 박만섭 고려대 교무처장, 박명식 고려중앙학원 상임이사, 박연정 고려사이버대 교학처장, 박종웅 고려대 의무기획처장, 박찬욱 서울대 총장직무대리, 박찬종 중앙교우회 회장, 서성규 고려대 기획처장, 서영준 서울대 교수, 손혁상 경희대 교수, 송창범 고대부중 교감, 신수정 서울대 명예교수, 신현석 고려대 교수, 양재룡 우송대 교수, 염재호 고려대 총장, 오정소 한국정보기술연구원 이사장, 유병현 고려대 대외협력처장, 유준상 한국정보기술연구원 원장, 이경호 고려대 정보전산처장, 이관영 고려대 연구부총장, 이기수 전 고려대 총장, 이남진 고대부고 교감, 이민영 고려사이버대 입학대외처장, 이용균 중앙고 교감, 이의길 고려사이버대 연구개발처장, 이재열 서울대 교수, 이재호 동신대 교수, 이종찬 국민대 교수, 이필상 전 고려대 총장, 장승문 중앙중 교장, 전호환 부산대 총장, 정진곤 한양대 명예교수, 정진석 한국외국어대 명예교수, 조관수 성균관대 명예교수, 진덕규 이화여대 명예교수, 최덕 명지대 교수, 최정호 울산대 석좌교수, 최종택 고려대 교학처장, 한금선 고려대 간호대학장, 한상복 서울대 명예교수, 허도영 고대부고 교장, 허순자 서울예대 교수, 홍일식 전 고려대 총장 ▽경제계=강병원 인지컨트롤스 부회장, 권영민 전 태영건설 상무, 권이상 전 경방 감사, 김명하 김앤에이엘 회장, 김병휘 삼양염업사 회장, 김선휘 삼양염업사 고문, 김정환 호텔롯데 대표이사, 민병성 민스파닷컴 대표, 박승구 GKL그랜드코리아레져 감사, 안병모 유창건축사무소 사장, 오세정 한국금융투자협회 본부장, 이병연 세화애드컴 대표, 이용수 서울낫도 대표, 장재훈 TCK인베스트먼트 상무, 홍성훈 삼양홀딩스 감사 ▽언론·출판·문화·체육계=고승철 나남출판 사장, 고연옥 극작가, 고의홍 전 국민일보 전무, 김광희 전 대한언론인회 부회장, 김기경 한국오리엔티어링연맹 명예회장, 김달수 울산김씨대종회 회장, 김복수 전 동아일보 관리국 부국장, 김상준 울산김씨대종회 부회장, 김영주 토지문화재단 이사장, 김은 인촌기념회 이사, 김일동 동우회 상임이사, 김정일 전 동아애드넷 대표, 김종규 문화유산국민신탁 이사장, 김종태 평화의마을 대표, 김지하 시인, 김태선 동우회 명예회장, 김헌곤 호암재단 상무, 남시욱 화정평화재단 이사장, 박문두 전 동아일보 사진부장, 박정자 배우, 박진오 동아일보 감사, 배인준 EBS 감사, 성낙연 청암재단 상무, 성낙오 전 영남일보 사장, 손병두 호암재단 이사장, 손인석 청암재단 부장, 송상현 유니세프한국위원회장, 송대근 전 스포츠동아 사장, 신행식 동우회 이사, 심규선 전 동아일보 상무, 안평선 한국방송인회 회장, 양철화 전 동아일보 관리국장, 어경택 화정평화재단 감사, 예수정 배우, 오동호 청암재단 이사, 윤철호 대한출판문화협회 회장, 이규민 한국시장경제포럼 운영위원장, 이기웅 도서출판 열화당 대표, 이대훈 전 동아일보 이사, 이두환 전 동아일보 출판영업국장, 이승열 아리랑국제방송 사장, 이연택 대한체육회 명예회장, 이영근 전 동아일보 국장, 이종세 한국체육언론인회장, 전만길 전 서울신문 사장, 전용호 한국어문언론인협회 부회장, 정구현 화정평화재단 감사, 정복근 극작가, 정준기 전 동아일보 광고국장, 조강환 동우회 회장, 조천용 동우회 이사, 천진환 화정평화재단 이사, 최규철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고문, 최동욱 한국방송디스크자키협회장, 최명우 안전신문 주필, 홍공선 동우회 이사, 홍성훈 동아꿈나무재단 이사, 홍인근 전 동아일보 편집국장}

문화재 절도범에게 빼앗긴 ‘익안대군 영정’(사진)이 18년 만에 전주이씨 종중으로 돌아간다. 문화재청은 2000년 전주이씨 종중에서 도난당한 ‘익안대군 영정’(충남 문화재자료 제329호) 1점을 지난달 환수했다고 10일 밝혔다. 충남 논산시 연산면 전주이씨 종중의 영정각 내부에 모셔져 있던 익안대군 영정은 2000년 1월 절도범이 훔쳐갔고, 국내의 한 문화재 브로커가 구입해 일본으로 밀반출했다. 이후 재구입하는 방식으로 위장해 국내로 반입됐다. 지난해 이 같은 첩보를 입수한 문화재청 사범단속반이 1년여간 수사한 끝에 지난달 영정을 회수했다. 회수된 익안대군 영정은 태조 이성계의 셋째아들 이방의(李芳毅·1360∼1404)의 초상화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말년(末年)이와 모지리(毛知里), 소똥(牛屎)이.’ 조선왕조실록은 흔히 왕과 고관대작의 권력다툼을 비롯해 주요 정치적 사건들을 다뤘을 거라 짐작하기 쉽다. 하지만 실록을 꼼꼼히 들여다보면 이와 같은 노비들의 이름도 꽤 등장한다. 이런 이름들은 조선 사회의 어떤 면을 반영하고 있는 걸까. 지난달 출간된 ‘한뼘 한국사’(푸른역사·사진)는 여타 역사책에서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주제가 가득하다. 광복 직후 월남한 자신의 할아버지 삶을 통해 굴곡진 대한민국 현대사를 솜씨 좋게 풀어내기도 하고, 여전히 사회적 편견의 대상인 성소수자를 추적한 연구도 있다. 때론 당돌해 보이기까지 하는 이 책은 최근 주목받는 젊은 역사학자 모임 ‘만인만색연구자네트워크’가 엮었다. 역사 연구는 기존 인식이나 견해에 대한 도전이 없다면 ‘고인 물’이 될 위험이 항상 존재한다. 흐르는 물이 되고자 하는 이 모임의 신진 학자 4명을 7일 서울 종로구에서 만났다. ‘만인만색…’은 2015년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한 역사 전공 대학원생과 신진 연구자들이 의기투합해 만들었다. 결국 국정교과서 시도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오히려 이들은 ‘역사학의 위기’를 뼈저리게 느낀 뒤 조직적인 활동에 나섰다. “역사학계에선 기존의 견해를 뒤집는 관점과 새로운 인물·단체에 대한 발굴이 끊임없이 이어져 왔어요. 그러나 시민들에게 전달되는 역사는 교과서 속 정답만을 강조한 독점적인 해석뿐이었죠. 젊은 학자들이 직접 다양한 역사의 모습을 알릴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모았습니다.”(김동주 고려대 한국사학과 석사·만인만색 공동대표) 연구자 50여 명이 참여한 ‘만인만색…’은 기존 학술단체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팟캐스트팀’이나 ‘출판콘텐츠팀’ 등을 구성해 시민들과 직접 소통에 나섰다. 반응은 예상보다 뜨거웠다. 매주 진행하는 팟캐스트 ‘역사共작단’은 매회 조회수 수만 건을 기록하고 있다. 국내 최대 팟캐스트 포털 ‘팟빵’에서 교육 분야 인기순위 10위권에 들었을 정도다. 하지만 최근 역사 분야에서 대중성은 설민석, 최태성 씨처럼 입시학원 강사들의 활약이 훨씬 파급력이 높다. “요식업에 비유하자면, 그분들은 대중이 쉽게 접근할 수 있고 두루두루 입맛에 잘 맞는 프랜차이즈 식당이라 할 수 있습니다. 반면 원로학자들은 5성급 특급호텔 레스토랑으로 볼 수 있죠. 저희는 요리학교를 다닌 뒤 이제 막 창업한 골목식당 정도랄까요. 어느 정도 깊이가 있지만 문턱이 그다지 높지 않은 ‘전문성에 기반한 대중성’이 강점이라고 봅니다.”(임동민 고려대 한국사학과 박사 수료) 이 책의 부제는 ‘한국사 밖의 한국사’다. 평범한 사람들이나 미신·근친혼 등 금기시된 주제, 한반도의 국경선 경계에 놓였던 존재들처럼 그동안 상대적으로 소홀히 다뤘던 주제들이 많다. 앞으로 다채롭게 펼쳐져야 할 한국 역사학계의 미래가 엿보인다. “1925년 ‘예천 형평사 공격 사건’은 본질적으로 당시 가장 하층민으로 여겨진 백정과 머슴들의 다툼이었습니다. 이른바 ‘을들의 전쟁’이죠. 지금 우리 사회도 최저임금이나 난민 등의 이슈에서 약자 간의 갈등이 벌어지고 있어요. 현재와 미래를 가늠하기 위해 역사를 공부하는 이유입니다.”(최보민 성균관대 사학과 박사 수료) “6·25전쟁은 이승만과 김일성, 스탈린의 전쟁이었을까요. 당시 전쟁 속에서 고통받았던 평범한 시민들의 삶에 눈과 귀를 기울이고 있습니다.”(문미라 서울시립대 국사학과 박사 수료)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