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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시드니 올림픽을 앞두고 좀 허접한 팀하고 평가전을 할 때 팬들이 오지 않을까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허정무 감독이 팬을 1만5000명에서 2만 명은 몰고 다녔어요. 경기장이 꽉 찼죠.” 대한축구협회 관계자의 회고다. 2007년 말 대표팀 사령탑에 복귀해 남아공 월드컵에서 사상 첫 원정 16강을 이룬 허정무 전 대표팀 감독에게 고정 팬이 있다는 얘기다. 허 감독이 떠나며 후임 인선에 들어간 축구협회의 고민이 깊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허 감독의 명성에 견줄 만한 인물이 있느냐는 것이다. 이회택 기술위원장은 “허 감독과 같은 급의 사령탑을 찾기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대표팀 감독은 꽃 중의 꽃이다. 한 나라 축구의 자존심을 보여준다. 지도력도 가장 중요하겠지만 스타성을 무시할 수 없다. 스폰서로부터 수백억 원을 받는 축구협회로서는 인지도가 높은 인물을 뽑아야 돈을 내는 기업들을 만족시킬 수 있다. 축구협회 후원사들은 내심 국내 감독보다는 외국인 감독을 바란다. 허 감독에 버금가는 인물을 찾을 수 없다면 명성이 있는 외국인 사령탑을 뽑는 게 마케팅 차원에서 도움이 된다는 판단 때문이다. 자존심이 강한 일본축구협회가 2002년 한일 월드컵을 앞두고 프랑스 출신 필리프 트루시에 감독을 선임하고 이후 브라질의 지쿠와 유고의 이비차 오심 등을 연거푸 선택한 배경도 스폰서들의 강한 요구 때문이었다는 게 정설이다. 이번에 사상 첫 원정 16강을 이룬 국내파 오카다 다케시 감독을 선임할 때 일부 스폰서가 반대했다는 얘기가 있었다. 축구협회는 “허 감독이 16강을 이루며 토종 감독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기 때문에 국내파 가운데 차기 감독을 선임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전현직 K리그 사령탑 열두세 명의 후보군을 놓고 선정 작업을 하고 있다. 기술위원회는 대표팀의 연속성 차원에서는 허 감독을 보좌했던 정해성 코치를, 업적과 명성에서는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사상 첫 8강 진출을 이뤘던 김호곤 울산 현대 감독을 최적 후보로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과연 어떤 결론에 이를까양종구 yjongk@donga.com}

《남아공 월드컵을 치르며 48일 동안 축구대표팀과 함께 생활을 하면서 지켜본 박지성이란 29세 청년을 사자성어로 표현하면 명불허전(名不虛傳)이다. 그라운드에선 주장으로서 그 누구보다 최선을 다해 뛰었고 팀이 위기에 처하나 싶으면 활력을 불어넣어 팀을 사지에서 구했다. 그라운드 밖에선 후배들에게는 모범이 되는 선배로, 선배들에겐 깍듯한 후배로, 코칭스태프에게는 선수들과 소통하는 믿음직한 가교 역할을 했다. 박지성이란 명성이 결코 그냥 완성된 게 아니었다.》 지난달 4일 스페인과의 평가전을 앞두고 박지성의 훈련 불참과 결장 소식에 온 나라가 술렁였으리라 생각된다. 그 내막은 다음과 같다. 5월 30일 벨라루스전에서 곽태휘라는 수비 대들보가 부상했다. 인대 파열이라는 치명적인 결과 앞에 대표팀하고 끝까지 같이하지 못할 운명에 놓인 것이었다. 이에 우리 의무팀은 바짝 긴장했으며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선수 전체에 대한 면밀한 점검 작업에 들어갔다. 첫 번째 대상이 주장 박지성이었다. 박지성은 프리미어리그를 종료하고 바로 대표팀에 합류해 한일전에서 눈부신 활약을 펼쳤고 벨라루스전에서도 맹위를 떨쳤다. 벨라루스전은 필자가 현장에서 경험한 가장 지독한 악천후 속에서 치러진 경기였다. 그만큼 선수들의 피로가 많이 쌓였고 주장 박지성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래서 박지성의 피로도 점검에 나섰다. 굳이 스페인전을 뛰려면 뛸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박지성의 책임감이 염려됐다. 혹시 스페인과의 경기에서 책임감 때문에 오버할까 두려웠다. 그래서 허정무 감독에게 건의했다. 스페인전 출전으로 약간의 부상이라도 발생할 경우 그리스전에 상당한 악영향이 염려된다고 보고했다. 이에 무조건 완전히 회복될 때까지 보호하라는 엄명이 떨어졌다. 박지성은 하루는 운동장에서 산보를, 하루는 최주영 팀장과 회복훈련에 매달렸다. 그 결과 남아공에 입성할 때 박지성의 컨디션은 100%로 올라왔다. 그리스전에서 박지성의 풍차 골 세리머리를 볼 수 있었던 배경이다. 사실 필자가 이런 결정을 한 배경엔 박지성의 소속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의 경험 때문이다. 지난해 박지성은 9월부터 12월까지 12경기 연속 결장했다. 당시 맨유를 방문할 기회가 있어 피지컬 트레이너에게 이유를 물었더니 “박지성은 지쳐 있다. 지금 뛰면 미래가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박지성이 2007년 4월 왼쪽 무릎 재생 수술을 받았는데 피로가 누적돼 휴식이 필요하다는 답이었다. 선수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를 근거로 장기 휴식을 준 것이다. 박지성은 이런 맨유의 철저한 관리 속에 자기 관리법을 자연스럽게 체득해 실천하고 있다. 여기서 질문 하나. 대표팀 최고의 엄살꾼은 누구일까. 정답은 주장 박지성. 그만큼 관리를 철저하게 한다.대표팀 주치의·유나이티드병원장}

정해성 전 한국 축구대표팀 코치(사진)의 본심은 무엇일까. 대한축구협회는 7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기술위원회를 열고 허정무 전 감독의 후임에 대한 논의를 벌였다. 이회택 기술위원장은 “프로 전현직 감독 열두세 명의 후보를 놓고 의사 타진을 하기로 했다. 대표팀을 맡을 의사가 있는 인물들을 위주로 다음 주까지는 차기 사령탑을 선임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정해성 전 코치도 일단 후보군에는 포함됐다. 일부에서 고사했다고 하는데 내게 직접 하진 않았기 때문에 진심이 뭔지를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술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정 전 코치가 남아공 월드컵 단장이었던 노흥섭 부회장에게는 대표팀을 맡을 의사가 없다고 했는데 오늘은 사령탑을 맡을 수도 있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그래서 본심이 뭔지를 위원장이 다시 자세히 알아본다고 했다”고 말했다. 정 전 코치는 16강을 이룬 허정무 전 감독 체제와의 연속성을 이어가는 차원에서 유력한 차기 감독 후보로 꼽힌다. 그는 일부 언론에 “대표팀보다는 해외에 나가 공부를 더 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최근 지인들의 설득에 다소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위원장은 차기 감독 후보의 가장 큰 덕목으로 리더십을 지목했다. 그는 “유럽에 진출해 세계적인 감독들 밑에서 뛰는 선수들을 휘어잡고 나갈 수 있는 리더십이 없으면 곤란하다. 축구 지식과 철학, 경험 및 경력도 필요하지만 선수들을 장악할 리더십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허 전 감독이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의 업적을 달성한 만큼 차기 사령탑은 허 감독에게 맞먹는 경력과 실력을 갖춘 지도자를 뽑아야 해서 신중을 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차기 사령탑에게는 2014년 브라질 월드컵까지 감독직을 맡길 예정이다. 통상적으로 임기 2년 주기로 감독의 역량을 검증해 왔지 2014년 월드컵까지 이끌 지도자를 선임하는 것은 틀림없다”고 강조했다. 기술위원회는 홍명보 올림픽대표팀 감독은 2012년 런던 올림픽에 전념하라는 차원에서 후보군에서 제외했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대한민국의 기개를 세계만방에 떨쳤는데 이 정도는 해야죠.” 금형조각 장인 지재봉 씨(59·정광사 대표·사진)는 남아공에서 사상 첫 월드컵 원정 16강의 금자탑을 세운 허정무 전 축구대표팀 감독과 태극전사 23명에게 기념 메달을 만들어 기증한다. 지난달 27일 우루과이와의 16강전이 끝난 뒤 바로 작업에 들어가 8일 메달이 완성되는 대로 대한축구협회에 보내 선수단에 전달할 예정이다. 지 씨는 사재 1500만 원을 투자해 황동으로 ‘월드컵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 기념 메달’을 만들었다. 앞면에는 중앙 아래에 한국과 우루과이 국기를 새겼고 둘레 가장자리에 16강에 든 다른 팀 국기를 새겨 넣었다. 뒷면에는 허 전 감독과 23명의 태극전사 이름을 넣었다. 메달의 둘레 테에는 각 선수의 영문 이름과 등번호를 새겼다. 메달의 지름은 8cm.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때는 8강 이상 올라가라는 의미를 담았다. 40년 넘게 금형조각에 몰두해온 지 씨는 스포츠광이다.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때는 거스 히딩크 감독을 비롯해 선수단에 전체 얼굴이 새겨진 금형 메달을 만들어줬다.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4강 때는 김인식 감독을 비롯한 4강 주역들에게 기념 메달을 제작해 전달했다. 지 씨는 한국의 네 경기를 서울 이태원 등 길거리 카페에서 지인들과 응원하며 지켜봤다. 지 씨는 “우루과이와의 16강전은 우리가 이길 수 있는 경기였는데 져서 너무 아쉽다. 잘 하고도 져 너무 속상해 그 자리에서 소주 두 병을 맥주잔에 따라 벌컥 마셨다. 태극전사들은 정말 잘 싸웠다. 대한민국을 위해 헌신한 그들에게 박수를 보낸다”고 말했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현대 축구에서 체격은 중요하다. 하지만 운명의 장난이 더 큰 역할을 할 때도 있다. 남아공 월드컵 본선 16강을 끝으로 탈락한 아시아 팀들은 체격이 작아 고통 받았다기보다는 결말로 향하는 과정에서 겪은 비운 탓에 힘들어했다. 대한민국은 충분히 우루과이를 잡을 수 있었다. 한국 선수들은 우루과이 선수들보다 더 멋진 플레이를 했다. 박주영의 프리킥이 골포스트를 맞고 나왔고 힘겹게 얻은 이청용의 골이 결과적으로 아무런 역할을 못했다는 것은 ‘패할 운명’이었음을 증명한다. 한국이 탈락한 뒤 일본은 아시아 대륙의 마지막 희망이었다. 아프리카에서 다섯 팀이 탈락하고 유일하게 남은 가나도 마찬가지다. 언론들은 일본과 가나는 아시아와 아프리카 전체를 대표한다며 부담을 지웠다. 지난달 29일 프리토리아에서 열린 일본과 파라과이의 16강전은 실망스러웠다. 일본과 파라과이는 이길 자격이 없었다. 한국과 같은 투지가 없었다. 과감하게 공격하지도 않았고 국제축구연맹(FIFA)이 만든 가장 추악한 발명품 ‘승부차기 로또’로 승부가 결정되기를 바랐다. 그 경기에서 한 사람이 역적이 됐다. 사실 필자는 일본의 고마노 유이치가 페널티킥을 실수할 때까지 그 선수를 거의 주목하지 못했다. 그는 120분간 사무라이처럼 수비라인을 지켰다. 뛰어난 플레이는 없었지만 그렇다고 허점을 찾기도 어려웠다. 이제야 난 그를 알게 됐다. 그는 선수 생명을 끝낼 수 있는 부상을 딛고 일어섰다. 5년 전 무릎을 다쳤고 시력을 잃을 수 있는 눈병에 걸리기도 했다. 고마노는 실축을 하기 전까지 최선을 다했다. 그는 사상 첫 원정 16강이란 역사의 한 획을 그으며 일본 국민 전체를 해가 뜰 때까지 깨어 있게 한 주역 중 한 명이었다. 하지만 운명이 그를 역적으로 만들었다. 6.16cm인 크로스바를 고마노는 결코 잊지 못할 것이다. 그는 무릎을 꿇었고 흐느꼈다. 그의 불운으로 일본도 탈락했다. 이탈리아 로베르토 바조를 기억하는 독자가 있을 것이다. 바조는 1994년 미국 월드컵 때 브라질과의 결승전 승부차기에서 실축했다. 바조는 ‘월드컵을 놓친 역적’으로 낙인찍혔다. 바조는 그 실망적인 순간이 오기 전까진 승승장구하던 선수였다. 하지만 고마노는 스타플레이어는 아니었다. 아시아 사람들이 명예 실추에 신경을 많이 쓰는 경향으로 볼 때 고마노는 평생 죄책감에 시달릴 것이다. 고마노는 승부차기의 희생양이 됐다. 아시아인들은 수십 년간 “유럽 팀과 경쟁하기에 신체적으로 불리하다”고 말해 왔다. 필자는 동의하지 않았다. 거스 히딩크 감독은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집요하고 빠른 플레이로 태극전사들이 경기를 지배하도록 만들었다. 그게 해답이다. 그렇지 않으면 아르헨티나의 디에고 마라도나나 리오넬 메시 같은 천재로 태어나야 한다. 그런 천재가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에서 자주 나온다는 점에서도 아시아는 또 운이 없다. 체격 면에서 브라질은 확연하게 변했다. 브라질 선수들은 이번 대회에서 체격이 가장 큰 독일 덴마크 나이지리아 선수들과 비슷했다. 차이라면 브라질은 기술도 뛰어나다는 점이다. 브라질 선수들은 대부분 유럽에서 활동한다. 그곳에서 육중한 신체의 선수들을 상대하며 파워도 키웠다. 이렇게 좋은 조건임에도 둥가 브라질 감독은 지키며 골을 넣는 재미없는 실리 축구로 승리만을 꾀하고 있다. 최소한 브라질이라면 멋지고 재밌는 축구로 이기는 데 초점을 둬야 하지 않을까.잉글랜드 칼럼니스트 ROBHU800@aol.com}
현대 축구에서 체격은 중요하다. 하지만 운명의 장난이 더 큰 역할을 할 때도 있다. 남아공 월드컵 본선 16강을 끝으로 탈락한 아시아 팀들은 체격이 작아 고통 받았다기보다는 결말로 향하는 과정에서 겪은 비운 탓에 힘들어했다. 대한민국은 충분히 우루과이를 잡을 수 있었다. 한국 선수들은 우루과이 선수들보다 더 멋진 플레이를 했다. 박주영의 프리킥이 골포스트를 맞고 나왔고 힘겹게 얻은 이청용의 골이 결과적으로 아무런 역할을 못했다는 것은 '패할 운명'이었음을 증명한다. 한국이 탈락한 뒤 일본은 아시아 대륙의 마지막 희망이었다. 아프리카에서 다섯 팀이 탈락하고 유일하게 남은 가나도 마찬가지다. 언론들은 일본과 가나는 아시아와 아프리카 전체를 대표한다며 부담을 지웠다. 지난달 29일 프리토리아에서 열린 일본과 파라과이의 16강전은 실망스러웠다. 일본과 파라과이는 이길 자격이 없었다. 한국과 같은 투지가 없었다. 과감하게 공격하지도 않았고 국제축구연맹(FIFA)이 만든 가장 추악한 발명품 '승부차기 로또'에 의해 승부지어지기를 바랬다. 그 경기에서 한 사람이 역적이 됐다. 사실 필자는 일본의 고마노 유이치가 페널티킥을 실수할 때까지 그 선수를 거의 주목하지 못했다. 그는 120분간 사무라이처럼 수비라인을 지켰다. 뛰어난 플레이는 없었지만 그렇다고 허점을 찾기도 어려웠다. 이제야 난 그를 알게 됐다. 그는 선수생명을 끝낼 수 있는 부상을 딛고 일어섰다. 5년 전 무릎부상을 당했고 시력을 잃을 수 있는 눈병에 걸리기도 했다. 고마노는 실축을 하기 전까지 최선을 다했다. 그는 사상 첫 원정 16강이란 역사의 한 획을 그으며 일본 국민 전체를 해가 뜰 때까지 깨어 있게 한 주역 중 한 명이었다. 하지만 운명이 그를 역적으로 만들었다. 6.16cm인 크로스바를 코마노는 결코 잊지 못할 것이다. 그는 무릎을 꿇었고 흐느꼈다. 그의 불운으로 일본도 탈락했다. 이탈리아 로베르토 바조를 기억하는 독자가 있을 것이다. 바조는 1994년 미국 월드컵 때 브라질과의 결승전 승부차기에서 실축했다. 바조는 '월드컵을 놓친 역적'으로 낙인 찍혔다. 바조는 그 실망적인 순간이 오기 전까진 승승장구하던 선수였다. 하지만 고마노는 스타플레이어는 아니었다. 아시아 사람들이 명예 실추에 신경을 많이 쓰는 경향으로 볼 때 고마노는 평생 죄책감에 시달릴 것이다. 고마노는 승부차기의 희생양이 됐다. 아시아인들은 수십 년간 "유럽 팀과 경쟁하기에 신체적으로 불리하다"고 말해왔다. 필자는 동의하지 않았다. 거스 히딩크 감독은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집요하고 빠른 플레이로 태극전사들이 경기를 지배하도록 만들었다. 그게 해답이다. 그렇지 않으면 아르헨티나의 디에고 마라도나나 리오넬 메시 같은 천재로 태어나야 한다. 그런 천재가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에서 자주 나온다는 점에서도 아시아는 또 운이 없다. 체격 면에서 브라질은 확연하게 변했다. 브라질 선수들은 이번 대회에서 체격이 가장 큰 독일, 덴마크, 나이지리아 선수들과 비슷했다. 차이라면 브라질은 기술도 뛰어나다는 점이다. 브라질 선수들은 대부분 유럽에서 활동한다. 그곳에서 육중한 신체의 선수들을 상대하며 파워도 키웠다. 이렇게 좋은 조건임에도 둥가 브라질 감독은 지키며 골을 넣는 재미없는 실리 축구로 승리만을 꾀하고 있다. 최소한 브라질이라면 멋지고 재밌는 축구로 이기는 게 데 초점을 둬야하지 않을까. 랍 휴스 잉글랜드 칼럼니스트 ROBHU800@aol.com}
애써 참으려 했지만 흐르는 눈물을 감출 수는 없었다. 27일 남아프리카공화국 포트엘리자베스 넬슨만델라베이 경기장에서 끝난 대한민국과 우루과이의 16강전. 허정무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은 1-2로 패한 뒤 그라운드에 쓰러져 있는 선수들을 하나하나 격려하면서 자꾸만 비 내리는 하늘을 향해 얼굴을 들어 올렸다. 기자들에게 접근이 허용된 공동취재구역과 공식 기자회견장에서도 눈가엔 이슬이 가득했다. 호텔로 돌아가는 그의 눈은 어느새 벌겋게 충혈돼 있었다. 허 감독은 “월드컵이 끝난 뒤 아쉬움이 남지 않게 하겠다”고 말해 왔지만 이날 “너무 아쉽다”며 눈물을 훔쳤다. 한국은 우루과이에 0-1로 뒤지다 이청용(볼턴)의 골로 동점을 만들었고, 이후 많은 기회를 잡았지만 결국 1-2로 졌다. 허 감독은 “우루과이는 쉽게 골을 넣고 우리는 기회를 살리지 못한 게 패인”이라고 말했다. 그는 “8강에 가고 싶은 열망이 있었지만 아쉽다. 선수들이 최선을 다해줘 고맙게 생각한다. 잠을 안 자고 응원해준 국민과 붉은악마에게 감사를 드린다”며 ‘유쾌한 도전’을 성원해준 팬들에게 인사를 잊지 않았다. 허 감독은 한국 축구사에 큰 이정표를 남겼다. 한국인 사령탑으로서 월드컵 첫 승과 첫 원정 16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1954년 스위스 월드컵을 포함해 과거 7차례의 본선에서 한국 사령탑은 한 번도 승리를 거둬보지 못했다. 한국은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거스 히딩크 감독이 4강 신화를 이뤘지만 원정에서는 16강에 오른 적이 없다. 허 감독은 화합과 자율, 긍정의 리더십으로 한국 축구의 경쟁력을 업그레이드했다. 다소 권위적인 모습으로 비쳤던 그는 화합과 소통의 리더로 변신에 성공했다. 허 감독은 선수들과 미팅한 후에는 주장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을 중심으로 선수들끼리 이야기할 시간을 줬다. 소통이 중요하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감독의 변화는 선후배가 하나로 뭉치는 데 큰 도움이 됐고 16강이란 결과로 이어졌다. 허 감독은 향후 거취에 대해 “월드컵에만 집중하느라 미래를 생각해보지 않았다. 시간을 갖고 쉬면서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 어떤 형태로든 한국이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는 데 도움을 주겠다”고 말했다. 허 감독은 우루과이전을 앞두고 국민의 성원에 기필코 보답하겠다며 ‘결초보은(結草報恩·풀을 묶어 은혜를 갚다)’을 얘기했다. 약속을 지키지 못한 장수의 눈물은 대한민국 국민의 눈물이었다.포트엘리자베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다시보기=태극전사들 빗속 눈물바다, 대한민국-우루과이 경기 하이라이트}
오스카 타바레즈 우루과이 감독은 "한국 선수들이 정말 잘했다"고 거듭 말했다. 타바레즈 감독은 27일 한국을 2-1로 격파하고 8강에 진출한 뒤 "한국 선수들은 정말 정신력이 뛰어나다. 그들의 끈질김에 혼났다"고 말했다. 다음은 타바레즈 감독과의 일문일답. -소감은. "굉장히 어려운 경기였다. 집중은 했지만 한국의 독득한 스타일에 고전했다. 향후 체력적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 지를 배운 경기였다. 후반에 우리가 처졌다. 하지만 골을 허용하고 정신을 차렸다. 실점을 할 수 있구나하는 선수들이 느꼈다. 그 뒤에는 성숙하고 세련된 경기를 펼쳤다." -한국에 대해 평가해 달라. "한국은 정말 훌륭한 경기를 펼쳤다. 운이 따라주지 않았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축구라는 게 그렇다. 한국이 얼마나 성정했는지를 보여준 경기였다. 아시아에서 가장 강한 팀다웠다. 우리가 정말 어렵게 싸웠다. 한국축구 정말 많이 성장했다. 그 배경은 해외에서 많은 선수가 뛰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에서 선수들이 뛸 때는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때는 그런 상황이 아니었다. 우루과이도 마찬가지다. 요즘 어린 나이에 해외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이 많다. 한국은 향후에도 해외에서 뛰는 선수가 많아야 한다. 대한민국은 잘 싸웠다. 당당하게 나서도 된다."포트엘리자베스=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허정무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의 얼굴에서는 진한 아쉬움이 묻어났다.. 27일 남미의 복병 우루과이에 1-2로 패해 '유쾌한 도전'을 막을 내린 허 감독은 "아쉬움이 남지 않는 월드컵을 할고 했는데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다음은 허 감독과의 일문일답. -소감은 "결과는 졌다. 8강에 갈 열망이 있었는데 아쉽다. 선수들은 최선을 다해 싸웠다. 잠 안자고 응원한 국민들과 붉은 악마 팬들에게 감사한다. 좋은 경기였다. 우루과이는 쉽게 골을 넣은 행운을 잡았고 우리는 그렇지 못한 게 패인이다. 다시 한번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다. 선수들에게 고맙게 생각한다." -선수 교체 타임이 좀 늦었던 것 아닌가. "김재성의 플레이는 나쁘지 않았다. 이동국의 훈련량도 100% 이상이 아니었다. 전체적으로 경기를 우리가 주도하면서 찬스를 잡았는데 결정짓는 골을 넣지 못했을 뿐이다." -이번 월드컵에서 가장 아쉬웠던 점은, 그리고 이번 월드컵을 결산한다면. "오늘 패한 게 가장 아쉽다. 우리 선수들 경기를 하면서 더 좋아지고 자신감을 얻고 있다. 우리는 국제무댕서 세계강호들하고 경기할 때 골 찬스 때 좀 미숙하다. 또 볼 처리도 실수가 많다. 좀 영리하게 할 필요가 있다. 한국축구가 국제 경쟁력을 확실하게 확보했지만 아쉬운 게 바로 그 부분이다. 하지만 희망적이다. 선수들이 경기를 거듭하면서 발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선수들 투지가 빛났는데. "우리 선수들을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어떤 상황에서도 도전하는 대한민국의 정신은 칭찬할 만하다." -아쉬움을 남기지 않은 월드컵이 되겠다고 했는데. "우리 선수들 코칭스태프는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아쉬움은 남는다." -한국 축구가 더 발전하기 위해서 조언을 한다면. "한국 선수들이 발전을 하지만 보완할 점은 있다. 바로 해외 경험이다. 또 강팀과의 경기 경험이 필요하다. 선수들에게 어렸을 때부터 기술적인 면을 강조해야 한다. 그래야 세계 어느 팀과 해도 좋다. 대한민국 축구 장래를 위해서 유소년 선수들에게 기술을 강조해야 한다." -남미 선수들의 개인기 때문에 졌다고 보는가. "우루과이 선수들이 개인기가 뛰어난 점도 있지만 그것이 패인은 아니다. 패인은 우루과이는 쉽게 골을 넣고 우리는 넣을 수 있는 골을 넣지 못했다는 것이다." -향후 거취는. "월드컵에 모든 신경을 다 썼다. 그래서 아직 생각은 해보지 않았다. 시간을 가지고 쉬면서 생각을 해봐야겠다. 어떤 형태로든지 한국축구가 다음 월드컵에서 더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있도록 기초를 다지고 기틀을 갖추는 데 힘을 쏟겠다."포트엘리자베스=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태극기는 이제 한국인들만의 소유물이 아니었다. 월드컵이 열리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외국인들이 태극기를 흔들며 돌아다니는 광경을 자주 볼 수 있다. 한국이 사상 첫 원정 16강에 오른 뒤 나타난 현상이다. 한국이 아르헨티나에 1-4로 대패했지만 그리스를 2-0으로 완파하고 나이지리아와 2-2로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펼쳐 인상이 깊게 남았기 때문이다. 26일 한국과 우루과이의 16강이 열린 포트엘리자베스 넬슨만델라베이 스타디움을 찾은 콘라드 스와트 씨(20·남아공)는 태극기를 흔들며 한국의 태극전사들을 응원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팬인 그는 "박지성을 좋아했는데 한국이 이번 대회에어 아주 멋진 경기를 펼쳐 팬이 됐다. 그래서 태극기를 구입했고 한국 경기 때마다 흔들며 응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장엔 스와트 씨 같이 태극기를 흔들며 응원하는 남아공 팬들이 많았다. 한국이 -0-1로 뒤지고 있자 프리킥 상황이나 한국이 공격을 할 상황이면 부부젤라를 불며 응원했고 한국이 볼을 따내면 함성과 박수를 쏟아냈다. 후반 22분 이청용(볼턴)이 동점골을 따내자 3만여 관중들은 거의 대부분 일어나며 함성을 쏟아냈다. 한국이 다시 골을 허용해 1-2로 패하자 아쉬운 듯 부부젤레라를 불며 그라운드에 쓰러진 선수들에게 힘을 불어 넣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한국이 월드컵 16강에 진출하며 얻은 경제효과를 4조3000억원으로 분석했다. 그만큼 월드컵에서 한국 축구대표팀이 거두는 성적이 국가 이미지 제고에 큰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태극전사들이 8강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개인적이 꿈인 월드컵 무대를 마음껏 누볐고 국가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두 마리 토끼는 확실히 잡았다.인터넷 뉴스팀}
남미의 복병 우루과이에 1-2로 패한 뒤 허정무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57)의 얼굴은 아쉬움이 많은 표정이었다. 월드컵 원정 사상 첫 16강 진출이란 신기원을 이뤘지만 더 높은 곳까지 오르고 싶은 욕심이 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허 감독은 국내 감독 월드컵 첫 승과 16강 진출이란 두 마리 토끼는 잡았다.허 감독은 화합과 자율, 긍정의 리더십으로 한국축구의 국제경쟁력을 업그레이드시켰다.허 감독은 지난 2007년 12월 대표팀 사령탑을 맡았을 당시만 해도 '진돗개'라는 별명처럼 고집스럽고 일방통행적인 이미지가 강했다. 그는 아시아 3차 예선을 3승3무로 마무리한 뒤 2008년 9월10일 북한과 최종예선 1차전에서 1-1로 비겨 세 경기 연속 무승부 행진으로 수비 불안과 골 결정력 부족 드러낸 것에 대한 언론의 비난이 거세자 취재진에 불쾌한 반응을 보이는 등 '불통' 이미지를 보였다. 선수단 내에서도 다소 권위적인 모습으로 비쳤던 게 사실이다. 그러던 그가 주변의 권고와 자발적인 심경 변화로 확 달라졌다.허 감독은 2008년 10월 아랍에미리트(UAE)와 아시아 최종예선에 '캡틴'을 맡아왔던 김남일(톰 톰스크)이 경고 누적으로 뛰지 못하게 되자 주장 완장을 박지성(맨체스터유나이티드)에게 넘겨주면서 선수단의 자율을 강조했다. 허 감독은 박지성에게 "경기장에서는 네가 감독이다. 감독이 전달하지 못하는 부분은 주장이 대신 이끌어야 한다"며 힘을 실어줬다.그가 읽어왔던 책에서도 그의 변화를 감지할 수 있다. 지난 1월 남아공 전지훈련 때는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의 자서전인 '긍정이 걸작을 만든다'는 책을 탐독하며 긍정적인 사고방식과 신바람의 중요성을 선수들에게 주지시켰다.그는 지난달 25일 오스트리아 전지훈련을 시작하면서 최고 경영자와 유명 인사들의 친화 리더십을 다룬 '따뜻한 카리스마'를 읽었다. 싸우지 않고도 이길 수 있는 부드러운 힘을 강조하는 것도 이런 변화와 맞물려 있다.허 감독은 선수들과 미팅 후에는 주장 박지성을 중심으로 선수들끼리 이야기할 시간을 꼭 준다. 또 훈련 시간에도 패스 게임이나 볼 뺏기에 동참하며 항상 밝은 표정으로 선수들과 거리를 좁히려고 노력한다.이런 변화는 이운재(수원), 안정환(다롄 스더), 김남일, 이동국 등 고참급 선수와 이승렬(FC서울), 김보경(오이타) 등 젊은 선수들이 혼합된 선수단의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됐다. 그러나 경기를 할 때는 강한 카리스마를 내세운 승부수도 그가 가진 리더십의 또 다른 특징이다.그는 주변의 반대에도 새로운 선수를 찾기 위해 계속 실험해왔고 '유럽파' 박주영(AS모나코)과 이청용(볼턴), 기성용(셀틱)을 대표팀의 주전으로 기용하며 세대교체를 성공적으로 이뤄냈다.조별리그 1차전이었던 그리스와 경기에서 2-0 승리를 수확한 뒤 아르헨티나와 2차전에서 1-4 완패를 당했지만 동요하지 않다. 대신 '파주침주(破釜沈舟.밥 지을 솥을 깨고 돌아갈 배를 가라앉힌다는 말로 배수진을 친 결연한 자세)'라는 고사성어를 빗대어 퇴로를 차단하는 비장한 각오로 마침내 한국의 사상 첫 원정 16강의 꿈을 실현시켰다. 자율과 긍정의 리더십으로 선수들의 조직력을 극대화하는 한편 강한 배짱으로 소신을 밀어붙인 '승부사' 허 감독의 지도력이 만들어낸 작품이었다.인터넷 뉴스팀}
박지성(29·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긍정 바이러스’가 다시 기대를 모으고 있다.대한민국은 26일 오후 11시 남아프리카공화국 포트엘리자베스 넬슨만델라베이 경기장에서 남미의 강호 우루과이와 16강전을 벌인다.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이란 1차 목표를 달성한 태극전사들은 8강이란 새로운 목표를 향해 진군하고 있다. 선수들은 한결같이 “8강은 물론이고 4강 신화 재현도 가능하다”며 각오를 다지고 있다.자신감의 원천은 ‘캡틴’ 박지성이다. 한국 최초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거 박지성은 태극전사들의 구심점이다. 박지성은 이겼을 때나 졌을 때나 언제나 당당하게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다음 경기를 준비하는 자세를 보였고 늘 좋은 결과가 따라왔다. 세계 최고의 리그에서 살아남은 박지성의 한마디 한마디는 동료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박지성은 2008년 10월 주장을 맡으면서 솔선수범하는 ‘명품 리더십’으로 선수들을 이끌고 있다.대표팀에는 한때 박지성 따라하기 열풍이 불었다. 박지성이 인터뷰 때 “∼때문에”라는 말을 많이 하자 선수들도 이를 따라했다. 축구에만 전념하는 철저한 자기관리도 전파됐다. 그만큼 선수들은 박지성을 믿는다. 기성용(셀틱), 이청용(볼턴), 박주영(AS모나코) 등 후배들은 “지성이 형은 정말 믿음직하다”고 입을 모은다.아르헨티나와의 조별리그 2차전에서 1-4로 대패한 뒤 대표팀이 다시 중심을 잡을 수 있었던 원동력도 박지성이었다. 박지성은 “아직 경기는 남았다. 우리는 충분히 할 수 있다”고 후배들을 다독거렸다. 대패의 충격을 추스른 한국은 나이지리아와 2-2로 비기고 16강에 오를 수 있었다.박지성은 “지금 결과(16강)에 만족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거스 히딩크 감독이 “나는 아직도 배고프다”고 했듯이 8강 이상의 성적을 거두고 싶다는 강렬한 의지의 표현이다. 그는 “우리는 다른 팀보다 많이 뛴다. 세 경기를 치렀지만 여전히 계속 뛸 수 있다. 우린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우루과이는 한국이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처음 만나 0-1로 패하는 등 4전 4패를 안긴 강호다. 결코 쉬운 상대는 아니다. 하지만 박지성을 중심으로 똘똘 뭉친 태극전사들이 멋진 승부를 펼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포트엘리자베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특별영상 = 태극전사들이여~가자! 16강을 넘어 8강, 그 이상의 꿈으로…}
매일 한식 제공… 부상관리 철저이제 좀 지칠 법도 한데 여전히 생생하다. 피를 말리는 조별리그 세 경기를 모두 치른 태극전사들은 활기가 넘친다. 훈련할 때도, 일상생활에서도 마찬가지다. 26일 우루과이와의 16강전을 앞두고 있는 한국으로선 체력에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은 희소식이다. 태극전사들이 생생한 비결 세 가지를 알아봤다.○ 역시 밥심 한국 사람은 외국에 나가면 김치와 된장찌개를 그리워한다. 안 먹으면 힘이 나지 않는다. 전지훈련부터 한 달 넘게 해외에 체류 중인 선수들도 마찬가지. 선수들은 매일 한식을 먹고 있다. 김형채 파주 대표팀트레이닝센터 조리실장과 신동일 조리사가 매일 점심과 저녁에 맛깔스러운 한국 음식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김 실장은 이역만리에서 호텔식에 질려 자칫 컨디션이 떨어질 수도 있는 선수들을 위해 매일 찌개를 끓이고 제육볶음, 갈비찜, 잡채 등 한식을 만들어 입맛을 돋운다.○ 철저한 부상관리 프로그램 송준섭 주치의와 최주영 재활팀장 등 의무팀은 대표팀 부상관리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전기충격기와 적외선치료기, 고주파치료기 등 첨단장비로 선수들을 체크해 조금이라도 이상이 있으면 곧바로 치료에 들어간다. 선수들이 경기를 하거나 훈련을 하면 근육이 미세하게 찢어지거나 멍이 드는데 이를 치료하지 않으면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심한 부상자가 단 한 명도 발생하지 않은 이유다.○ 솔선수범 자기관리 요즘 선수들은 프로의식이 강하다.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바로 티가 나기 때문에 다음 경기에 출전할 수 없다. 그만큼 자기 관리에 철저하다.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과 이영표(알 힐랄) 등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의 주역들이 빅리그에서 활동하면서 철저한 자기관리법을 배웠고 이런 선배들이 잘나가는 모습을 후배들이 따라하면서 자연스럽게 자기관리 분위기가 형성됐다. 이청용(볼턴)과 기성용(셀틱), 박주영(AS 모나코) 등 젊은 선수들도 어릴 때부터 자기관리법을 배웠고 그 결과 유럽무대에 진출해 좋은 활약을 선보이고 있다.포트엘리자베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가끔은 심심해요”낮잠-산책-운동으로 무료함 달래태극전사들은 이번 월드컵을 치르는 동안 일상생활의 무료함을 어떻게 달랠까. 한국축구대표팀은 훈련장과 경기장을 오가는 단순한 생활을 한다. 그렇다 보니 월드컵이 열리는 남아공을 느낄 기회가 거의 없다. 대표팀 관계자들의 입을 통해 태극전사들의 숙소를 들여다봤다.○ 그래도 축구 휴식시간에 가장 많이 하는 일은 역시 다른 팀의 경기를 보는 것이다. 그냥 혼자 보면 재미가 없으니 삼삼오오 모여서 약간의 돈을 건다든지 물건 사주기 내기를 하면서 관전한다. 슬로바키아-이탈리아(슬로바키아 3-2 승), 일본-덴마크(일본 3-1 승) 경기에서 이변을 지켜보며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피파축구 컴퓨터 게임을 즐기는 선수도 많고 한국이 상대할 팀의 영상자료를 분석하는 학구파도 있다. ○ 테니스와 탁구 베이스캠프가 있는 루스텐버그에는 테니스장과 탁구장 시설이 갖춰져 있다. 허정무 감독과 정해성 코치 등 코칭스태프는 짬이 나면 테니스를 친다. 숙소생활의 무료함과 경기의 긴장감을 테니스공을 때리며 풀고 있는 셈이다. 이운재(수원)와 이영표(알 힐랄)는 탁구를 자주 친다. 식당 근처에 탁구장이 있어 틈만 나면 탁구를 친다. 둘은 자존심을 걸고 내기 탁구를 즐기는 라이벌로 알려져 있다. 김영광(울산)과 김재성(포항), 이승렬(서울), 조용형(제주) 등도 탁구를 즐긴다.○ 낮잠 그리고… 주장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니드)은 “잠자는 것 외에 하는 게 별로 없다”고 했다. 오스트리아 전훈 때 설문조사에서도 ‘휴식시간에 수면을 취한다’가 15명으로 가장 많았듯이 쌓인 피로를 풀기 위해 낮잠을 즐기는 선수가 많다. 하지만 산책을 하거나 책을 읽는 등 개인적인 시간을 가지는 선수도 있다. 루스텐버그의 대표팀 숙소인 헌터스레스트호텔 주변엔 파3 골프장이 갖춰져 있어 선수들이 산책을 하기에는 안성맞춤이다. 대표팀이 루스텐버그를 떠나는 순간 선수들의 취미생활은 줄어든다. 루스텐버그는 한적한 곳에 휴양 목적으로 호텔을 지어 다양한 시설이 있다. 하지만 포트엘리자베스와 더반, 요하네스버그 등 도심에 있는 호텔은 장소가 협소한 데다 시설이 다양하지 못해 선수들이 즐길 게 상대적으로 적다.포트엘리자베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이정수-박주영 연속골… 사상첫 원정 16강 신화 창조26일 오후 11시 남미 강호 우루과이와 8강 진출 격돌나이지리아와 2-2로 조2위한국축구가 새 역사를 썼다. 한국은 23일 더반의 모저스마비다 경기장에서 열린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조별리그 B조 마지막 경기에서 나이지리아와 2-2로 비겨 1승 1무 1패(승점 4점)로 아르헨티나(3승·승점 9점)에 이어 조 2위로 16강에 올랐다. 1954년 스위스 월드컵 때부터 시작된 한국의 여덟 차례 월드컵 도전사에서 원정 대회 16강 진출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은 2002년 홈에서 열린 한일 월드컵 때 네덜란드 출신 ‘족집게 강사’ 거스 히딩크 감독이 이룬 4강 신화를 제외하고 원정 월드컵에서 한 번도 조별리그를 통과하지 못했다. 그만큼 값진 성과다. 허정무 감독은 국내 사령탑으로는 처음으로 본선 승리와 원정 16강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허 감독은 2001년 이후 히딩크와 움베르투 코엘류, 요하네스 본프레러, 딕 아드보카트, 핌 베어벡 등 외국인의 손에 맡겨져 있던 대표팀 지휘봉을 2007년 말 되찾아와 이번에 전인미답의 새 역사를 쓰면서 토종 사령탑의 자존심을 한껏 올렸다. 한국은 이번 월드컵에서 명실상부한 아시아 축구의 대표주자로 우뚝 섰다. 아시아 국가로는 역대 최다 본선 진출(8회)과 역대 최다 연속 본선행(7회 연속)의 기록을 세웠던 한국은 이번 월드컵에 나선 아시아 4개팀(한국 일본 호주 북한) 가운데 가장 먼저 16강에 올랐다. 한국은 한일대회 때의 홈어드밴티지 논란도 털어내며 국제경쟁력을 갖췄음을 보여줬다. 한국은 4강 신화를 쓰긴 했지만 원정에서 성적이 좋지 못해 국제무대에서 과소평가된 측면이 많았다. 이번에는 1차전에서 유럽의 복병 그리스를 2-0으로 완파하며 원정에서 유럽팀을 한 번도 넘지 못한 징크스를 떨쳐냈고 이날 나이지리아와 비기며 아프리카팀을 만나면 고전했던 악몽도 지웠다. 이젠 국제무대에서 어떤 강팀을 만나도 충분히 해볼 만하다는 것을 증명한 셈이다. 한국은 26일 오후 11시 그리스를 1승 제물로 삼았던 약속의 땅 포트엘리자베스 넬슨만델라베이 경기장에서 A조 1위인 남미의 강호 우루과이를 상대로 또 한번의 유쾌한 도전에 나선다. 태극전사들이 부담 없이 즐거운 도전에 나서기를 기대한다. “대∼한민국.”더반=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다시보기=월드컵 첫 원정 16강 진출, 대한민국-나이지리아 경기 하이라이트}
국내감독 첫 월드컵 16강 이끈 허정무변신- ‘허고집’에서 화합-자율-긍정으로… “모두 선수들 덕분”적중- 나이지리아전 앞두고 세트피스 집중 전략 들어맞아2007년 12월 네덜란드 출신 핌 베어벡 감독의 바통을 이어받아 허정무 감독이 한국 축구대표팀 사령탑에 올랐을 때다. 허 감독은 계속 구설에 올랐다. 기자들과 대인관계가 좋은 허 감독이 전화로 한 얘기가 기사화되면서 이를 못 쓴 언론들의 원성이 쏟아진 것이다. 언론담당관에게 모든 것을 맡겼던 외국인 사령탑 시대에서 다시 국내파 감독으로 오면서 과거의 악습이 시작된 것 같아 기자는 뒷맛이 씁쓸했다. 초창기 대표팀의 성적도 그리 좋지는 않았다. 얼마 뒤 허 감독은 휴대전화 번호를 바꿨고 공개하지 않았다. 국내 감독 사상 첫 월드컵 승리와 첫 원정 16강 진출이란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는 데는 허 감독의 개인적인 변신이 큰 몫을 차지했다. 한마디로 환골탈태였다.허 감독은 자기 스타일을 굽히지 않기로는 국내 감독 중 둘째라면 서러워할 정도였다. 하지만 변화를 시도했다. 코칭스태프와 협의를 할 때도 결국은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는 게 관례였지만 어느 순간부터 정해성 코치, 김현태 골키퍼 코치, 박태하 코치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박지성에게 주장 완장을 차게 한 게 대표적이다. 처음에 허 감독은 다른 선수를 지목했지만 코칭스태프의 의견에 따라 박지성을 캡틴으로 지명했다. 박지성은 묵묵히 최선을 다하는 부드러운 리더십으로 선수들을 잘 이끌었다.허 감독은 프로 사령탑과 1998년부터 3년간 대표팀 감독을 할 때 대표적인 ‘훈련 지상주의자’였다. 너무 강도 높은 훈련을 시켜 선수들이 외박을 나갔다 복귀하는 것을 두려워할 정도였다. 그러나 허 감독은 과학적인 프로그램을 도입해 훈련량을 합리적으로 조정했다. 진돗개로 불릴 정도로 고집이 세던 허 감독은 화합, 자율, 긍정의 세 가지를 강조했다. 훈련할 때나 식사할 때도 웃음을 잃지 않는다. 선수들이 잘못한 것은 지적하지만 절대 몰아치진 않는다. 칭찬도 많아졌다. 모든 책임은 자신이 졌고 승리의 영광은 선수들에게 돌렸다. 그리스를 상대로 첫 승리를 했을 때, 그리고 16강을 확정했을 때 그는 “내가 한 일은 없다. 모두 선수들 덕분이다. 선수들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이런 변신의 결과 국내 감독 첫 승과 사상 첫 원정 16강을 이룬 것이다. 허 감독이 이렇게 변한 배경엔 굴곡진 지도자 인생도 한몫했다. 허 감독은 1998년 올림픽 및 대표팀 감독에 올라 2000년 시드니 올림픽과 그해 아시안컵에서 성적이 좋지 못하다는 이유로 밀려났다. 공교롭게도 허 감독 이후 2001년 초 네덜란드 출신 거스 히딩크 감독이 부임한 뒤 움베르토 쿠엘류, 요하네스 본프레레, 딕 아드보카트, 핌 베어벡까지 줄곧 외국인이 한국 축구를 쥐고 흔들었다. 히딩크 감독은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16강을 넘어 아시아 최초로 4강까지 끌어올렸다. 2007년 말 베어벡 감독이 떠나고 다시 국내파로 지휘봉이 돌아오며 허 감독이 맡았으니 그로선 ‘국내파의 한계’를 넘어야 할 중책을 맡은 셈이 됐다. 16강 진출로 그는 역할을 충실히 했다.허 감독의 전술도 빛났다. 허 감독은 나이지리아와의 마지막 경기에서 세트피스로 승부가 갈릴 것으로 전망하고 상대 세트피스를 막는 법과 우리가 세트피스로 골을 잡아내는 훈련을 많이 시켰다. 결국 한국은 이날 이정수와 박주영이 세트피스로 연속 골을 터뜨렸고 결국 1차 목표 달성에 성공했다.더반=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23일 한국 축구대표팀이 나이지리아와 2-2로 비기고 1승 1무 1패로 원정 월드컵 사상 첫 16강에 진출하는 순간 2002년 6월 14일 열린 한일 월드컵 D조 예선 마지막 경기의 기억이 생생히 떠올랐다. 당시 박지성이 그림 같은 트래핑에 이어 왼발 슛으로 골을 넣어 유럽의 강호 포르투갈을 1-0으로 잡고 2승 1무로 사상 첫 16강을 확정지었을 때 팬들은 물론이고 취재진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만세를 부르고 서로 껴안으며 감격을 만끽했다. 이날도 그랬다. 관중 6만1000여 명 가운데 스탠드 군데군데서 응원한 500여 붉은악마 팬과 함께 한국 취재진 모두가 벌떡 일어나 만세를 불렀다. 그만큼 감격스러웠다. 국내에서도 서울 광화문광장과 서울광장 등 전국 각지에서 수많은 팬이 밤을 지새우며 “대∼한민국”을 외치는 장면을 TV와 인터넷을 통해서 지켜봤다. 대한민국 4900만 국민은 모두가 축구 하나로 정말 행복한 하루를 보냈다. 이제 태극전사들은 26일 포트엘리자베스에서 열리는 16강전에서 남미의 강호 우루과이를 상대로 8강에 도전한다. 지금까지 올라온 기세로 보면 승산은 충분하다. 허정무 감독을 비롯해 주장 박지성과 골잡이 박주영 등 모든 선수들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8강에 대한 각오를 밝히고 있다. 팬들은 8강을 넘어 4강 신화를 재현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 우리는 이미 17일 아르헨티나 경기에서 같은 경험을 했다. 우승 후보로 꼽히는 남미의 강호 아르헨티나를 꺾어 달라는 기대가 컸고 선수들도 그에 대한 부담이 있다 보니 예상과는 달리 1-4로 대패하는 결과가 나왔다. 이달 4일 강력한 우승 후보 스페인과의 평가전에서 대등한 경기를 펼치며 0-1로 아깝게 졌지만 아르헨티나에 대패한 것은 지나친 부담감 때문이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국은 16강이란 1차 목표는 달성했다. 8강에 가면 더 좋겠지만 이제부터는 태극전사들도 진정으로 월드컵을 즐길 때가 됐다. 사실 허 감독은 이번 월드컵을 ‘유쾌한 도전’이라고 선언했지만 그를 비롯한 선수단은 16강에 오르기 위해 피를 말리는 시간을 보내야 했다. 우리는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만으로도 8년 전 4강 신화 그 이상의 감동을 누렸다. 이제 우리도 축구를 즐길 때가 됐다. 승패에 상관없이 태극전사들에게 열렬한 갈채를 보내며 한국축구 못지않게 응원문화도 한층 성장했다는 것을 보여주자. ―더반에서 양종구 스포츠레저부 yjongk@donga.com}
라르스 라예베르크 나이지리아 감독은 "실망스럽다"고 첫 소감을 밝혔다. "실망했다. 전체적으로 이번 월드컵 나이지리아에게 어려운 월드컵이었다. 한국에는 축하를 보낸다. 마지막 순간 상당히 득점 기회가 많았는데 넣지 못해 실망했다. 선수들 참 열심히 했다. 하지만 운이 좋지 않았다. 우리가 시작은 잘했다. 1-0으로 앞섰다. 2-0으로 갈수 있었는데 동점을 허용했다. 이길 수도 있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결정적으로는 마지막 순간 골을 넣지 못했다. 경기 자체는 만족한다. 나이지리아에 남을지는 축구협회와 협의해봐야 한다." 다음은 라예베르크 감독과 일문일답. -선수들을 평가해달라. 또 미래를 모른다는 얘기는 남겠다는 것인가. "선수들 태도 좋고 훈련과 경기를 잘 뛰었다. 이런 수준에는 미묘한 차이가 있는 법이다. 골포스트를 쳤을 때 운이 좋지 않았다. 경기를 일일이 분석해 협회에 보고하겠다. 아까도 얘기했지만 미래는 아직 모른다." -한국은 세트피스로 두 골을 넣었고 우리는 기회가 없었다. "아니다 세트피스 잘 활용했다. 수비도 잘 했다. 하지만 순간적으로 놓쳤다. 수비에 더 치중했어야 했다." -나이지라아 카메룬 남아공이 16강에 좌절했다.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좋은 질문이지만 난 답변 하지 못하겠다. 아프리카 전체의 문제가 뭔지 모르겠다. 미묘한 차이다. 조금 더 연속성이 필요하다. 선수들이 해외에서 뛰면서도 자국에서 더 열심히 봉사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어야 한다. 지도자 생활도 자국에서 해야 한다." -나이지리아 선수 선발에 불만이 있다고 들었다. "모든 선수가 주전이 안 되면 실망한다. 선수들이 회의를 하고 그러진 않았다. 전 그런 소식 듣지 못했다." -슈퍼 이글스가 득점력이 없다고 한다. 그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뭐가 필요한가.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다. 더 열심히 뛸 수는 없을 것이다." -스웨덴과 나이지리아 모두를 데리고 월드컵에 올랐다. 어떤 팀이 더 가능성이 있나. "모든 팀이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양 팀 모두 가능성이 있는 선수가 많다. 거의 비슷하다." -고지대 훈련을 하지 않은 게 문제 아닌가. "전문가들하고 분석했는데 고지대 훈련이 꼭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했다."더반=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허정무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57)이 한국 축구의 새 역사를 썼다. 국내 감독 월드컵 본선 첫 승과 사상 첫 원정 16강.한국이 23일 남아공 더반의 모세스 마비다 스타디움에서 열린 B조 마지막 경기에서 나이지리아를 2-2로 비기면서 아르헨티나에 이어 조 2위로 16강에 진출하면서 허 감독은 다시 한번 한국 역사를 바꿨다. 17일 그리스를 2-0으로 잡으며 국내 사령탑으로 월드컵 사상 첫 승리를 거뒀고 이젠 그 어떤 감독도 가지 못했던 원정 16강이란 전인미답의 길을 걸은 것이다.허 감독은 이번 월드컵에서 사무친 한(恨) 세 가지를 털어냈다. 1954년 스위스 월드컵을 포함해 7차례 본선에서 한국 사령탑으로 단 한번도 거둬보지 못한 승리를 이번 월드컵에서야 거뒀다. 그 중심에 허 감독이 있었다. 월드컵 본선 무대 진출 56년 만에 이뤄낸 성과가 허 감독의 몫이 됐다. 허 감독은 개인적으로는 2000년 대표팀 사령탑에서 물러나 월드컵 호를 두 차례 외국인 감독에게 내준 뒤 되찾아 처음 출전한 무대에서 전인미답의 길을 뚫어 토종 사령탑의 자존심을 세웠다. 이젠 굳이 외국인 감독에게 의지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증명했다. 또 하나는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거스 히딩크 감독이 4강 신화를 이룬 뒤 2006년 독일 월드컵 때 '작은 장군' 딕 아드보카트 감독도 하지 못한 원정 16강을 이뤘다는 것이다.허 감독은 1998년 올림픽 및 대표팀 감독에 올라 2000년 시드니 올림픽과 그해 아시안컵에서 성적이 좋지 못하다는 이유로 밀려났다. 공교롭게도 허 감독 이후 2001년 초 네덜란드 출신 거스 히딩크 감독이 부임한 뒤 움베르토 쿠엘류, 조 본프레레, 아드보카트, 핌 베어벡까지 줄곧 외국인이 한국축구를 쥐고 흔들었다. 히딩크 감독은 16강을 넘어 아시아 최초로 4강까지 끌어 올렸다. 2007년 말 베어벡 감독이 떠나며 다시 국내파로 지휘봉이 돌아오며 허 감독이 맡았으니 그로선 "역시 국내파는 안돼"라는 말을 듣지 않기 위해서라도 총력전을 벌였다. 그 결과로 국내파 사령탑 월드컵 첫 승과 사상 첫 원정 16강이 나온 셈이다.허 감독의 전술도 빛났다. 허 감독은 나이지리아와의 마지막 경기에서 세트피스로 승부가 갈릴 것으로 전망하고 상대 세트피스를 막는 법과 우리가 세트피스로 골을 잡아내는 훈련을 많이 시켰다. 결국 한국은 이날 이정수와 박주영이 세트피스로 골을 터뜨려 극적인 역전을 만들었고 결국 동점으로 목표 달성에 성공했다.더반=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한국과 나이지리아의 B조 마지막 경기가 열린 남아공 제3의 도시 더반은 의외로 평화로웠다. 취재진이 머물고 있는 더반의 북쪽 가든코트 머린퍼레이드 호텔 주변 해안가는 낮부터 밤까지 팬들이 줄을 잇는다. 현대자동차와 코카콜라가 월드컵 경기를 대형 스크린으로 즐길 수 있게 만든 팬 페스트 장소에는 수많은 사람이 몰려 맥주를 마시며 경기를 즐겼다. 더반은 항구도시로 각종 해양 스포츠를 즐길 수 있어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이다. 한국이 그리스와 조별리그 1차전을 벌인 포트엘리자베스도 더반과 비슷했다. 해양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휴양도시로 관광객이 별 위험 없이 월드컵의 감격을 누릴 수 있었다. ‘남아공은 안전에 특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는 각종 소식에 선입견을 가졌던 기자는 걱정을 많이 했는데 지금은 딴 나라처럼 안전하게 느껴진다. 사실 남아공에서 각종 강도 및 도난 사건이 일어나는 우범지대는 있다. 더반에서는 해안가 옆으로 호텔들이 줄지어 있는 뒤쪽 마하트마 간디 로드가 대표적인 우범지대다. 남아공 정부는 틈만 나면 그쪽으로 가지 말라고 경고한다. 요하네스버그에선 엘리스파크 경기장 주변에서 범죄가 많이 일어난다. 안전한 곳에서도 우발적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오후 8시 이후에는 절대 밖에 나가지 말라고 권고한다. 남아공 정부는 월드컵을 맞아 경찰 및 안전요원을 대거 투입해 안전에 크게 신경을 썼다. 도시의 관광객이 몰리는 장소에는 경찰과 안전요원들을 배치해 위험요소를 줄였다. 예상과는 달리 월드컵을 즐기는 데 큰 문제가 없었던 이유다. 호주에서 온 데이비드 로버트 씨는 “아프리카를 느낄 수 있는 환상적인 월드컵”이라고 말했다. 본보에 칼럼을 기고하는 잉글랜드 칼럼니스트 랍 휴스 씨는 “요하네스버그의 흑인 밀집지역인 소웨토의 한 식당을 방문했는데 사람들이 아주 순박하고 친절했다”며 “과거 남아공이 위험하다고 쓴 기사를 수정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세계에서 범죄율이 가장 높은 남아공에서 치러진 월드컵은 큰 소란 없이 순항하고 있다. 남아공도 범죄 없는 나라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월드컵을 통해 확인하고 있는 셈이다.―더반에서 양종구 yjongk@donga.com}

한국 축구대표팀의 분위기는 여전히 활기차다. 17일 아르헨티나에 1-4로 대패했지만 충격은 오래가지 않았다. 23일 오전 3시 30분 남아공 더반의 모저스마비다 경기장에서 열리는 나이지리아와의 B조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21일 프린세스 마고고 경기장에서 훈련한 태극전사들은 “16강에 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 넘쳤다. 이런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태극전사들의 생활 스타일을 분석해 그 원동력을 알아봤다. 과거와 달리 전혀 주눅 들지 않고 오히려 더 투지를 불태우는 배경에는 자연스럽게 형성된 역할 분담이 있었다.○신뢰로 뭉친 코칭스태프 허정무 감독과 정해성 코치는 눈빛만 봐도 통한다. 정 코치는 1995년 허 감독이 포항 스틸러스 사령탑 때 스태프로 들어가 지금까지 연을 이어오고 있기 때문. 선수들에게 문제가 생기면 허 감독은 넌지시 말만 하고 사라지고 정 코치가 모든 것을 떠맡아 선수들을 다독거린다. 아르헨티나에 대패한 뒤 오범석(울산)과 염기훈(수원) 등이 누리꾼들 비난의 대상이 되자 정 코치가 “세세한 데까지 너무 신경 쓰면 대의를 놓칠 수 있다”며 잘 다독거렸다. 허 감독은 가급적 선수들과도 다양한 대화를 통해 소통을 시도한다. 서로를 알고 믿어야 하기 때문이다.○어머니 이영표, 아버지 박지성 이영표(알 힐랄)는 자상하고 세심한 어머니 스타일. 후배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질문에도 아주 사소한 것까지 일일이 알려준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를 포함해 유럽리그를 거쳐 중동리그에 진출해 경험한 것을 자세하게 설명해준다. 어머니같이 하나하나 신경 써주니 후배들이 자주 상담을 요청하며 잘 따른다. 박지성은 아버지처럼 묵묵히 자기의 역할을 다한다.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준다. 프리미어리그의 경험을 미주알고주알 얘기하지는 않지만 주장으로서 농담도 자주 하며 분위기를 이끌려고 노력한다. 컴퓨터 게임을 할 땐 목소리나 웃음소리가 가장 크다는 게 대표팀 관계자의 전언이다.○겁 없는 영건들 이청용(볼턴)과 기성용(셀틱), 박주영(AS 모나코) 등 젊은 유럽파 선수들은 프로 의식이 강하다. 어린 나이에 유럽에 진출해 도전 의식이 있고 자신감이 강한 데다 자기 관리도 철저하다. 현재 대표팀의 주축은 이들 영건이다. 선배들 틈 속에서 다소 건방지게 행동하기는 하지만 자기 할 일은 철저하게 하기 때문에 전혀 문제없이 지낸다. 이들이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자 선배들도 힘찬 박수를 보낸다.○후배를 키우는 노장들 김남일(톰 톰스크)과 안정환(다롄 스더) 등 노장들은 묵묵히 땀 흘리며 후배들에게 “이젠 너희들의 시대가 왔다”고 힘을 불어넣는다. “우린 3번이나 월드컵에 출전한 것으로 만족한다. 기회가 오면 열심히 하겠지만 앞으로 한국 축구는 젊은 선수들이 이끌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남일은 12일 열린 그리스전 때 출전하는 선수 하나하나를 포옹하며 힘을 불어넣기도 했다. 중간 세대인 김동진(울산)과 차두리(프라이부르크)는 분위기 메이커. 선배와 후배들 사이에서 재밌는 말과 행동으로 가교 역할을 한다. 차두리는 독일에서 오래 활동한 경험을 살려 시의적절하게 조리 있는 말로 선수단의 분위기를 주도한다. 대표팀의 한 관계자는 “어느 누가 이렇게 하자고 하지도 않았는데 선수들이 자연스럽게 하나의 목표를 향해 가고 있다. 역대 최고의 팀워크를 발휘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더반=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