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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벨문학상만 수상하면 바로 책을 인쇄할 수 있도록 준비를 끝냈습니다.” 출판사 들녘의 박성규 주간의 목소리에서 ‘노벨문학상 효과’에 대한 은근한 기대가 묻어났다. 들녘은 케냐 작가 응구기 와 시옹오의 소설 ‘한 톨의 밀알’을 2000년 출간했다. 14년간 판매량은 약 4000부. 시옹오는 올해 유력한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박 주간은 “현재 재고가 500부가량 남았는데 수상하면 2만∼3만 부는 팔릴 것으로 기대한다”며 “새로운 표지와 판형, 띠지 문구까지 준비를 끝냈고 발표하자마자 인쇄소에 전화만 하면 된다”고 했다. 》 ○ 노벨문학상 효과 누가 누릴까 스웨덴 한림원이 선정하는 노벨문학상은 사전에 발표 날짜를 확정하지 않지만, 통상 매년 10월 둘째 주 목요일 오후 8시경(한국 시간)에 나온다. 예년대로라면 올해는 9일 저녁에 수상자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해마다 이맘때면 노벨상 효과를 기대하며 국내 출판계도 술렁인다. 출판사 ‘북21’은 지난 1년간 노벨문학상을 준비해왔다. ‘북21’은 지난해 캐나다 작가 앨리스 먼로가 수상자로 발표나자 재빨리 올해 유력 수상 후보로 헝가리 작가 나더시 페테르를 점찍고 준비에 들어갔다. 나더시는 지난해에도 유력 수상자로 물망에 올랐고 올해도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북21’은 나더시의 대표작인 ‘세렐렘’의 헝가리 원전을 구해 이번 주에 번역 출간한다. ‘북21’ 조동신 문학팀장은 “2012년엔 아시아(중국의 모옌), 지난해엔 북미 지역(캐나다의 먼로) 작가가 받았으니 올해는 동유럽의 나더시 차례일 확률이 높을 것으로 봤다”고 말했다. 무라카미 하루키 등 노벨문학상 단골 후보 10여 명의 책을 출간한 ‘문학동네’도 수상 후보 작가들의 책 재고량을 확인하고 수상할 경우 쓸 띠지 문구와 디자인 준비를 마쳤다. 지난해 문학동네는 먼로의 ‘디어 라이프’ 출간 계약을 해놓고도 수상을 예상하지 못해 노벨문학상이 발표된 후 부랴부랴 펴냈다. 올해는 우크라이나 작가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의 신간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를 발표 즉시 출간할 수 있도록 준비를 끝냈다. 고은 시인, 밀란 쿤데라 작가의 책을 출간한 민음사의 관계자는 “당일엔 담당 직원을 비상대기시키고 민음사가 책을 낸 작가가 수상할 경우 관련 자료를 즉시 배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마다 후보군에 오르는 고은 시인의 경우 여러 차례 수상에 실패하자 출판계는 차분해진 분위기다. 지난해까지는 출판사도 고은 문학 세트 이벤트 등을 기획했지만 올해는 별다른 준비를 하지 않고 있다.○ 노벨문학상 특수 실제로? 노벨문학상을 타면 판매량은 늘어날까. 출판계에서는 어느 정도 노벨상 후광 효과가 있다고 보고 있다. 인터넷 서점 예스24에 의뢰해 2004년부터 노벨문학상 수상자 10명의 대표작 판매량을 발표일 기준으로 한 달 전후를 비교해 보니 판매량이 많게는 수백 배까지 늘었다. 2004년 수상자인 엘프리데 옐리네크의 소설 ‘피아노 치는 여자’는 발표 전 한 달 동안 불과 5권만 팔렸지만 발표 이후 한 달 동안 2250권이 판매됐다. 2006년 수상자인 오르한 파무크(터키)의 ‘내 이름은 빨강’도 판매량이 97권에서 6358권으로 늘었다. 발표 전 한 달간 단 한 권도 팔리지 않은 책 ‘홍까오량 가족’(2012년 모옌)과 ‘미움, 우정, 구애, 사랑, 결혼’(앨리스 먼로)은 수상 이후 한 달간 각각 984권, 1505권이 팔렸다. 출판사 누적 판매량 집계에 따르면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의 작품 중 가장 많이 나간 책은 ‘내 이름은 빨강’으로 약 35만 부(1·2권 합계)였다. 이어 도리스 레싱(2007년)의 ‘다섯째 아이’, 헤르타 뮐러(2009년)의 ‘숨그네’, 옐리네크의 ‘피아노 치는 여자’ 등이 각각 5만 부가량 팔렸다. ‘홍까오량 가족’, 르 클레지오(2008년)의 ‘조서’ 등은 4만여 부씩 판매됐다. 박훈상 tigermask@donga.com·김윤종 기자}

영국의 베팅사이트 래드브룩스는 노벨문학상 수상자 발표 시즌이면 주목받는다. 래드브룩스는 자체 전문가 그룹을 통해 수상할 가능성이 큰 노벨문학상 후보를 정하고 배당률을 산정하는데 그동안 높은 적중률을 보였기 때문이다. 특히 2006년에는 오르한 파무크(터키)를 정확히 맞혀 화제가 됐고 이후에도 수상자를 근접하게 예측해 왔다. 2011년 수상자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스웨덴), 2012년 모옌(중국), 그리고 지난해 앨리스 먼로(캐나다)는 모두 래드브룩스가 꼽은 유력 후보 2위였다. 올해는 응구기 와 시옹오, 무라카미 하루키가 배당률 4 대 1로 1위(배당률이 낮을수록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를 달리고 있다. 고은 시인은 25 대 1로 공동 16위로 꼽혔는데 지난해 7위에서 순위가 내려갔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좀비’, ‘대디 러브’를 통해 악인의 심연을 들여다본 조이스 캐럴 오츠의 자선(自選)집. 노벨 문학상 유력 후보인 그는 ‘악몽’을 테마로 1995∼2010년 발표한 작품 중에서 단편 여섯 편과 중편 한 편을 직접 선별했다. “거대한 배 속, 거대한 심장이 쿵 쿵 쿵 뛰며 맹목적으로 생명을 길어 올렸던 곳. 심장이 하나 있어야 할 자리에 둘 있었다. 악마 형제는 더 크고 게걸스러웠고 다른 하나는 그보다 작았다.” ‘세계환상문학대상 단편상’을 수상한 ‘화석 형상’은 쌍둥이 아들을 임신한 여성의 자궁 속을 꿰뚫어 보며 시작된다. 악마 형제(에드거)는 “대체 왜 다른 존재가 여기 있는 거지. 나만 있어야 하는데”라며 자궁 속 영양분을 모두 빨아들이는 것도 부족해 작은 형제(에드워드)의 뒤통수에 이마를 대고 꿀꺽 씹어 삼키고 싶은 욕구를 발산한다. 건강한 악마 형제는 어릴 때부터 몸이 쭈그러든 듯한 병약한 작은 형제를 괴롭혔다. 훗날 악마 형제는 국회의원으로 성공하고, 작은 형제는 등뼈 꺾인 모습으로 기괴한 작품을 만드는 언더그라운드 예술가가 됐다. 오랫동안 둘은 떨어져 살았지만 매년 생일이면 서로를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한순간 파멸한 악마 형제는 다시 작은 형제를 찾는다. 그리고 수십 년이 흘러 소설은 이렇게 끝난다. “(악마 형제가) 보호하듯 자신의 몸을 동생의 불구의 몸에 맞췄고 이마를 다정하게 동생의 뒤통수에 대고 있더군요. 두 형체는 한데 얽혀 돌로 굳어진 혹투성이 유기체처럼 서로를 감고 있었습니다.” 다른 단편들도 ‘쿵 쿵 쿵’ 심장을 자극하는 강렬한 이야기다. 상대를 증오하면서 동시에 갈망하는 쌍둥이의 이중심리를 그린 ‘알광대버섯’에서도 형제는 ‘기괴하게 합쳐져서 마치 한 몸’처럼 죽는다. ‘베르셰바’에선 의붓아버지를 외딴 곳으로 유인해 아킬레스건을 끊어버리는 딸이, ‘아무도 내 이름을 몰라’에는 평소 질투했던 여동생의 죽음을 소망하는 소녀가 등장한다. ‘머리 구멍’도 기괴한데, 신경외과 의사에게 열등감을 가진 성형외과 의사에게 머리에 구멍을 내는 ‘개공술’을 요구하는 환자들이 찾아온다는 설정이다. 작가가 만들어낸 사람들은 가까운 사람에게 사랑받지 못하자 괴로워하고 좌절한다. 존재를 확인받으려고 타인을 해치기도 하고 선의를 베풀기도 하지만 그럴수록 고립된다. 가까이 가려 할수록 멀어지는 사람들, 점점 혐오스러운 자신들. ‘악몽’ 속 등장인물들이 감정을 폭발적으로 분출할 때 그들 모습에서 찰나의 순간, 마치 거울 앞에 선 것처럼 내가 보였다. 내 안에 그들이 있고, 나와 그들이 별반 다르지 않다고 느끼는 순간, 가장 공포스럽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세계로 가는 젊은 한국문학.’ 아시아 출판사가 한국 젊은 작가의 최신 단편소설을 영어로 번역해 세계에 소개하는 한영 대역 소설 ‘K픽션’ 시리즈를 출간했다. 1차분 5권은 박민규의 ‘버핏과의 저녁 식사’(사진), 박형서의 ‘아르판’, 손보미의 ‘애드벌룬’, 오한기의 ‘나의 클린트 이스트우드’, 최민우의 ‘이베리아의 전갈’이다. 아시아 출판사는 “해외에서 한류 열풍을 선도하는 ‘K팝’에 착안해 ‘K픽션’으로 이름 붙였다”며 “젊은 작가의 최근작을 K픽션 브랜드로 소개함으로써 한국문학의 영토를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아시아는 한국 근현대문학 고전 100여 권을 번역한 ‘바이링궐 시리즈’를 출간한 바 있다. K픽션에도 바이링궐 시리즈를 번역한 한국문학 번역 전문가들이 참가해 번역의 질을 높였다. 번역에 참가한 전승희 하버드대 한국학연구소 연구원은 “지구화 시대에 전 세계 사람들과 호흡할 수 있는 주제의식을 가진 뛰어난 작품들”이라며 “가벼워 보이는 문체지만 상당히 깊이 있는 주제를 다루고 있다”고 밝혔다. 책에는 작가의 생각을 담은 ‘창작노트’와 평론가의 비평을 담은 ‘해설’과 ‘비평의 목소리’도 함께 실어 외국 독자들의 이해도 돕는다. 책은 인터넷서점 아마존 등을 통해 판매된다. 한국을 찾은 해외 유학생이나 단기 거주 외국인에게 K픽션을 소개하기 위한 한국 단편소설 읽기 강좌 등도 진행할 예정이다. 각 권 7500원.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당신은 뭐 하는 사람이오.” 2012년 10월 말 경북 경주시 대구지법 경주지원. 중년의 판사가 수상한 남자를 불러 세웠다. 판사는 한 달 가까이 거의 매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법정에 들어와 무엇인가를 적고 그리는 남자의 정체가 궁금했다. 수상한 남자는 “법정 만화를 준비하고 있다”며 수첩을 들어 보였다. 그의 수첩에는 판사의 손가락에 낀 골무와 팔에 찬 토시, 법조인 특유의 말투와 몸짓, 재판정 내부의 사람과 물건의 위치 등이 빼곡히 그려져 있었다. 판사는 가당치 않다는 듯 콧방귀를 뀌었다. 해츨링(본명 김양수·32) 작가가 웹툰 ‘동네 변호사 조들호’를 준비하면서 겪은 일이다. 당시 만화가 데뷔를 준비하던 그는 그해 경기 의정부시의 한 시장에서 활약하는 동네 변호사 기사를 읽고 법률 만화를 그리기로 결심했다. 그는 “다른 만화와 차별화하고 사회적 약자에게 실질적 도움이 되는 만화를 그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당시 살던 경주의 법원은 물론이고 대구법원이나 국민참여재판이 열리는 법정 등을 부지런히 찾아다녔다. 법정은 그에게 낯설었다. 실제 법정 풍경은 영화나 드라마 속의 극적인 장면들과 달랐다. 그는 “판사는 민원을 처리하는 공무원 같고, 변호사는 민원 처리를 기다리는 민원인처럼 보였다. 만화 속에 이런 리얼리티를 최대한 살렸다”고 했다. 그는 법학과 거리가 한참 먼 디자인과 출신. 전문적인 법률 지식이 부족했다. 아는 변호사가 없어 법률가들이 모이는 인터넷 카페에 무작정 글을 올렸다. ‘만화가인데 법 관련 만화를 그리려고 하니 도움을….’ 그는 “일면식도 없는 박진희 변호사(법무법인 동서양재)가 연락이 왔다”며 “돈도 안받고 꼬치꼬치 캐묻는 제 질문에 흔쾌히 답을 해줘서 정말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대구대 법학대학원에 다니는 후배의 도움도 받았다. 드디어 지난해 3월 네이버 웹툰에 ‘동네 변호사 조들호’란 제목으로 매주 목요일 연재를 시작했다. 들호는 ‘들판의 호랑이’라는 뜻. 지난달 단행본으로 묶어 출간했고 법무부가 추천도서로 선정했다. 만화 속 주인공 조들호 변호사는 검사 시절 거대 로펌 대표의 사위가 돼 출세가도를 달리지만 검찰 조직의 비리를 견디지 못해 이를 고발하고 동네 변호사로 변신한다. 작가는 조 변호사가 사회적 약자나 서민을 돕는 과정에서 청소년보호법, 모자보건법, 공익신고자 보호법 등 딱딱한 법을 알기 쉽게 만화에 녹였다. 그는 “만화를 읽는 변호사들이 ‘속 시원하다’ ‘재밌게 보고 있다’는 댓글을 달 때 보람을 느낀다”며 “법이란 사람을 행복하게 해줘야 하는 것으로 사람의 가치가 우선이고 법은 도와주는 수단일 뿐이다”라고 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당신은 뭐하는 사람이오." 2012년 10월 말 경북 경주시 대구지법 경주지원. 중년의 판사가 수상한 남자를 불러 세웠다. 판사는 한달 가까이 거의 매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법정에 들어와 무엇인가를 적고 그리는 남자의 정체가 궁금했다. 수상한 남자는 "법정 만화를 준비하고 있다"며 수첩을 들어보였다. 그의 수첩에는 판사의 손가락에 낀 골무와 팔에 찬 토시, 법조인 특유의 말투와 몸짓, 재판정 내부의 사람과 물건의 위치 등이 빼곡히 그려져 있었다. 판사는 가당치 않다는 듯 콧방귀를 꼈다. 해츨링 작가(본명 김양수·32)가 웹툰 '동네 변호사 조들호'를 준비하면서 겪은 일이다. 당시 만화가 데뷔를 준비하던 그는 그해 경기 의정부시 한 시장에서 활약하는 동네 변호사 기사를 읽고 법률 만화를 그리기로 결심했다. 그는 "다른 만화와 차별화하고 사회적 약자에게 실질적 도움이 되는 만화를 그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당시 살던 경주의 법원은 물론 대구법원이나 국민참여재판이 열리는 법정 등을 부지런히 찾아다녔다. 법정은 그에게 낯설었다. 실제 법정 풍경은 영화나 드라마 속의 극적인 장면들과 달랐다. 그는 "판사는 민원을 처리하는 공무원 같고, 변호사는 민원처리를 기다리는 민원인처럼 보였다. 만화 속에 이런 리얼리티를 최대한 살렸다"고 했다. 그는 법학과 거리가 한참 먼 디자인과 출신. 전문적인 법률 지식이 부족했다. 아는 변호사가 없어 법률가들이 모이는 인터넷 카페에 무작정 글을 올렸다. '만화가인데 법 관련 만화를 그리려고 하니 도움을…'. 그는 "일면식도 없는 박진희 변호사(법무법인 동서양재)가 연락이 왔다"며 "돈도 안받고 꼬치꼬치 캐묻는 제 질문에 흔쾌히 답을 해줘서 정말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대구대 법학대학원에 다니는 후배의 도움도 받았다. 드디어 지난해 3월 네이버 웹툰에 '동네 변호사 조들호'란 제목으로 매주 목요일마다 연재를 시작했다. 들호는 '들판의 호랑이'라는 뜻. 지난달 단행본으로 묶어 출간했고 법무부가 추천도서로 선정했다. 만화 속 주인공 조들호 변호사는 검사 시절 거대 로펌 대표의 사위가 돼 출세가도를 달리지만 검찰 조직의 비리를 견디지 못해 이를 고발하고 동네변호사로 변신한다. 작가는 조 변호사가 사회적 약자나 서민을 돕는 과정에서 청소년보호법, 모자보건법, 공익신고자 보호법 등 딱딱한 법을 알기 쉽게 만화에 녹였다. 그는 "만화를 읽는 변호사들이 '속 시원하다' '재밌게 보고 있다'는 댓글을 달 때 보람을 느낀다"며 "법이란 사람을 행복하게 해줘야 하는 것으로 사람의 가치가 우선이고 법은 도와주는 수단일 뿐이다"고 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최초의 인간’(알베르 카뮈),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괴테), ‘무기여 잘 있거라’(헤밍웨이)…. 학창시절부터 갖고 싶던 책이었어요.” 회사원 이모 씨(40)는 학생 때 집집마다 서재에 꽂혀 있던 ‘세계문학 전집’이 부러웠다. 이 씨는 “요즘 100권이 넘는 문학전집을 사는 사람이 적겠지만 옛 로망 때문에 구매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가 지불한 비용은 0원. 전자책(e북) 단말기를 사자 전자책 세계문학전집을 공짜로 받았다.○ 전자책 150권이 공짜…e북 무료 경쟁 가속화 최근 국내 대형 서점들은 자사 전자책 단말기를 구매하면 100만 원 상당의 전자책 콘텐츠를 공짜로 제공하고 있다. 전자책 단말기 ‘크레마원 에디션’을 출시한 예스24는 단말기(23만9000원)만 사면 세계문학 155권(94만9000원 상당)을 주는 ‘세계문학 에디션’과 이문열 작가의 ‘삼국지’ ‘수호지’ ‘초한지’ 등 책 30권(18만900원 상당)을 주는 ‘이문열(민음사) 에디션’ 등을 판매 중이다. 예스24는 “전자책을 공짜로 주기 시작한 지난달 이후 전자책 단말기 판매량이 5배나 늘었다”고 밝혔다. 교보문고도 자사 전자책 단말기(샘)를 사면 세계문학전집 100권을 무료로 끼워 준다. 전자책 권당 가격은 종이책의 70% 수준. 보통 1만 원짜리 전자책 한 권이 판매되면 7000원은 출판사가, 3000원은 유통사가 가진다. 그렇다면 어떻게 100권 이상의 전자책을 공짜로 줄 수 있는 걸까. 출판사와 유통사가 수천 권을 매절(買切) 계약을 했기 때문이다. 보통 매절 계약을 하면 출판사는 권당 약 500∼1000원에 유통사에 판다. 도서출판 ‘열린책들’은 자사 세계문학(155권) 수천 세트를 매절해 예스24에 판매했다. 예스24는 이 책들을 전자책 단말기 판매를 위해 공짜로 끼워준다. 예스24 관계자는 “스마트폰, 태블릿PC가 많이 보급된 상황에서 전자책 단말기를 팔려면 무료로 콘텐츠를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아마존 벤치마킹? 출판계 “전자책 공짜 인식 만들어 공멸” 출판계는 이런 행태에 부글부글 끓고 있다. A출판사 편집자는 “최근 유통사와 일부 출판사의 행위는 출판계 전체에 해악을 끼칠 것”이라고 분노했다. 한국출판콘텐츠 신경렬 대표도 “매절 계약을 한 유통사와 출판사가 당장은 돈을 벌겠지만 독자에게 ‘전자책은 공짜’라는 인식을 심어줘 나중에 그 피해가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밝혔다. B출판사 대표는 “제조업체가 월마트에, 음반회사가 아이튠스의 납품업체로 종속된 것처럼 출판사도 유통사에 종속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자책을 매절한 출판사들도 당황스럽다는 입장이다. ‘열린책들’ 측은 “지난해 예스24에 세계문학 세트를 대량으로 팔긴 했지만 공짜로 단말기에 넣을지는 몰랐다”고 말했다. 반면에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김진우 전자출판팀장은 “콘텐츠를 공짜로 주더라도 일단 전자책 시장을 일정 규모로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국내 유통사들이 ‘아마존 전략’을 벤치마킹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아마존은 자사 단말기 ‘킨들’에 약 80만 종의 전자책을 무료로 제공해 미국 전자책 시장의 약 65%를 장악했다. 이 과정에서 미국 출판계의 공적이 됐다. 실제 6월에는 수익 배분을 두고 갈등을 일으킨 출판사의 책에 대한 신간 예약을 중단해 논란이 일었다. 한국전자출판협회 장기영 사무국장은 “출판사와 유통사 중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시장을 주도하기보다는 서로 협의를 통해 전자책 시장을 키우되 ‘전자책은 공짜’라는 인식을 심어주지 않기 위해 합리적 가격 선을 합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윤종 zozo@donga.com·박훈상 기자}

“우리 한국의 하늘은 지독히 푸릅니다. 하늘뿐이 아니라 동해바다 또한 푸르고 맑아서 흰 수건을 적시면 푸른 물이 들 것 같은 그런 바다입니다. (중략) 푸른 하늘, 푸른 바다에 사는 우리들은 푸른 자기 청자를 만들었고… 아름다운 백자를 만들었습니다.”(고 김환기 화백) 김 화백이 늘 곁에 두고 사랑하며 그림까지 그렸던 조선 청화백자. 그 푸른빛 아름다움에 흠뻑 취할 수 있는 전시가 열린다. 국립중앙박물관은 30일부터 기획특별전시 ‘조선청화(靑(화,획)), 푸른빛에 물들다’를 개최한다. 이번 기획전은 국보 및 보물 10점 등 총 500여 점을 전시한다.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뿐만 아니라 국립고궁박물관, 삼성 미술관 리움, 호림박물관, 일본 도쿄국립박물관, 이데미쓰미술관 등이 소장하고 있는 청화백자가 한자리에 모였다. 김영나 국립중앙박물관장은 “공예와 회화가 결합된 왕실 미의식의 정수인 조선 청화백자만 따로 모은 최초이자 최대 규모의 전시”라고 밝혔다. 조선 왕조는 백자를 왕의 그릇으로 정하고 경기 광주 관요(官窯)에서 생산했다. 백자는 순백자, 상감백자, 진사백자, 철회백자 등 여러 종류가 있지만 청화백자는 산화코발트 안료로 그림을 그린 것. 산화코발트는 천연 광물 상태에서는 흑갈색이지만 가마에서 높은 온도를 이겨내면서 신비스러운 청색으로 변한다. 전시에선 왕실의 예를 대표하는 ‘용무늬항아리(용준·龍樽)’를 만날 수 있다. 왕실 행사 때 술을 담거나 꽃을 꽂아 장식하는 용도로 사용됐는데 임금의 절대적인 권위와 위엄을 상징한다. 큰 것은 높이가 60cm에 이른다. 18세기 영·정조 시대에 제작된 청화백자는 검박하고 격조 있는 아름다움을 고수했다. 몸체의 팽팽한 양감, 맑고 깨끗한 설백(雪白)의 색깔, 문인 취향을 표현하는 사군자와 초화, 산수 인물, 시구 등의 담백한 문양을 담았다. 당시 문인사대부 사이에서는 청화백자 문방구가 크게 유행했다. 11월 16일까지 전시. 3000∼5000원. 02-1688-2046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24일 밤 12시. 서재에 꽂힌 책들을 훑어봤다. 2시간이 훌쩍 지났다. 회사원 이정미(가명·36) 씨는 최근 페이스북 지인으로부터 ‘나에게 영향을 줬던 책 10권 소개하기’의 다음 주자로 지명받았지만 책을 고르기가 쉽지 않았다. 이 씨는 서가에 꽂힌 책을 하나씩 빼서 검토해 신중하게 10권을 고른 뒤 이유를 정리해 페이스북에 올렸다. ‘댈러웨이 부인’ ‘탈식민지 시대 지식인의 글 읽기와 삶 읽기’ ‘한시 미학 산책’ 등이 이 씨가 뽑은 책이다. 이 씨는 “요즘 읽은 책보다는 고교, 대학 등 성장기에 읽었던 책”이라며 “남들이 보는 만큼 신경이 많이 쓰였다”고 말했다.○ 아이스 버킷에 이은 북 버킷? 요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선 ‘책 소개하기’가 유행이다. 일명 ‘북 버킷’이다. 페이스북에 간단한 이유와 함께 ‘내 인생의 책’ 10권을 고른 뒤 이 놀이를 이어갈 사람을 2, 3명 지목한다. 루게릭 병 환자를 위한 얼음물 뒤집어쓰기 릴레이 아이스 버킷 챌린지와 유사하다. 지난달부터 미국, 영국 등에서 시작해 큰 인기를 끌자 페이스북은 게시글 13만 건에 언급된 ‘10권의 책’들을 분석했다. 그 결과 가장 많이 언급된 책은 해리포터 시리즈(21.1%)였다. 이어 ‘앵무새 죽이기’(14.5%), ‘반지의 제왕’(13.9%), ‘호빗’(7.5%) 순이었다. 영화로도 만들어져 대중적인 인기를 끈 문학 작품들이다. 본보 취재팀은 국내 페이스북 이용자 30명의 ‘북 버킷’ 리스트를 분석했다. 대체로 인문철학서적이나 고전 등 묵직한 책이 많았다. 소설의 경우 무라카미 하루키나 베르나르 베르베르 같은 베스트셀러 작가의 작품보다 ‘토지’ ‘태백산맥’ 등 대하소설이나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같은 서양고전을 선호했다. 마르크스의 ‘자본론’이나 비트겐슈타인의 ‘논리-철학 논고’ 같은 인문 철학서도 눈에 띄었다.○ 지명받아도 고민, 안 받아도 고민 ‘북 버킷’은 지명을 받아도, 혹은 받지 못해도 스트레스다. 회사원 박재헌 씨(39)는 “페이스북을 함께 하는 친구가 나를 빼고 다른 사람들을 지목했다”며 “‘내가 무식해 보이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북 버킷’ 취지를 알리는 서두에는 “너무 오래, 복잡하게 고민하지 말라”고 적혀 있지만 책 리스트는 자신의 지적 수준이나 취향을 보여주기에 며칠씩 고민하기도 한다. 회사원 김정희(가명·30) 씨는 “평소 하루키 책을 좋아하지만 페이스북에 올릴 때는 어렵고 뭔가 ‘있어 보이는’ 책 위주로 골랐다”며 “북 버킷이 지식의 공유화를 목적으로 시작했지만 지식 과시 욕구도 뺄 수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미화 독서평론가는 “영미권은 자기중심적인 반면 한국은 남의 시선을 중시하기 때문에 있어 보이는 책을 고르려는 경향이 나타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책을 고르면서 인생을 되돌아보게 됐다는 사람들도 많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인생의 책’을 고르다 보면 자연스레 나를 되돌아보고, 자신을 추스르며 살아갈 원동력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김윤종 zozo@donga.com·박훈상 기자}

어린이에게 샤를 페로의 동화 ‘푸른 수염’(1697년)은 배신의 아이콘이다. 동화책인 줄 알고 읽었더니 오줌을 바지에 찔끔할 정도로 잔혹한 살인극이 펼쳐진다. 푸른 수염을 가진 부유한 남자는 결혼한 뒤 아내를 살해하는 일을 여러 차례 반복해 왔다. 푸른 수염은 새로 결혼한 아내에게 복도 끝 구석진 방에는 절대 들어가지 말라고 주의를 준다. 여자는 남편의 비밀이 궁금해 방문을 연다. 방 벽에는 푸른 수염이 죽인 아내의 시체들이 매달려 있다. 마지막 장을 덮은 어린이들은 푸른색이 ‘푸른 하늘’처럼 평화로운 색깔이 아니라 창백하게 파란, 공포스러운 색깔임을 배운다. 벨기에 출신 프랑스 소설가 아멜리 노통브는 푸른 수염을 현대판으로 재해석했다. 매년 한 권씩 책을 내는 그가 데뷔 20주년(2012년)을 맞아 20번째 이야기로 푸른 수염을 골랐다. 저자는 출간 당시 “나는 한순간도 빠짐없이, 늘 ‘푸른 수염’에 사로잡혀 있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고 의미 있는 동화이며, ‘푸른 수염’은 내가 깊이 이해하고 있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그는 살인자이기 전에, 비밀의 의미를 제대로 아는 인간이다”라고 했다. 기발한 발상, 지적이면서 경쾌한 문체로 폭넓은 마니아층을 확보한 저자는 이번 소설에서도 팬들을 배신하지 않는다. 현대판 푸른 수염의 배경은 프랑스 파리다. 벨기에 출신 여성 사튀르닌 퓌이상(25)은 루브르 미술학교 보조교사로 일하다가 신문에서 월세 광고를 본다. 파리 한복판에 있는 호화 저택 방의 월세가 단돈 500유로(약 66만 원). 친구 집에 얹혀사는 가난한 청춘에게 이 같은 유혹을 뿌리치긴 어려웠다. 사튀르닌은 집주인인 에스파냐 귀족 ‘돈 엘레미리오 니발 이 밀카르’의 아내 8명이 사라졌다는 사실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이사한다. 소설은 고급 와인, 샴페인, 화려한 요리를 곁들인 저녁 식사 자리에서 두 사람이 주고받는 대화가 중심이다. 남녀가 마치 무예로 일합을 겨루듯 ‘밀당’하는 대화들이 책 속으로 푹 빠지게 만든다. “도대체 무슨 변태 놀이를 하시는 거예요. 당신은 방이 필요한 여자들을 집에 들이고, 유혹하고, 잘못을 저지르게 부추기고, 그리고 처벌해요.”(사튀르닌·47쪽) “잘못 알고 있군. 이 성을 얻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여자들이 도처에 널려 있소. 경제위기가 귀족의 위신을 더욱 고양시켜 놨지.”(돈 엘레미리오·48쪽) 원래 동화가 푸른색과 핏빛으로 단조로웠다면 현대판은 화려하고 다채롭고 예술적이다. 돈 엘레미리오의 비밀을 푸는 열쇠도 색깔이다. 연쇄살인마와의 사랑 같은 로맨틱 블랙코미디로 빠르게 읽히다가 마지막 문장에선 여운을 남긴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얼마 전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제트추진연구소 과학자들은 화성의 운석 ‘블록 아일랜드’와 똑같은 복제품을 손에 넣었다. 실제 운석은 화성에 있지만 탐사로봇이 전송한 운석 데이터를 가지고 3차원(3D) 프린터로 복제한 것. 운석은 3D 프린터를 타고 우주를 건넜다. 중국에서는 3D 프린팅 기술로 반쪽을 잃어버린 남성의 머리를 복원하고 한국에선 옥수수, 사탕수수 등 유기물로 바이오 플라스틱을 만드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저자가 그린 3D 프린팅 기술의 미래는 박동하는 심장을 만들고 건설장비 없이 건물을 세우는 등 마치 공상과학소설 같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2014 파주북소리 축제’가 다음 달 3일부터 열흘간 경기 파주출판도시에서 열린다. 올해로 4회째인 파주북소리 축제는 문화체육관광부가 대한민국 대표축제로 선정했다. 전시, 국제행사, 인문학콘서트, 체험, 공연, 도서전 등을 매개로 국내외 작가 500여 명과 독자가 책으로 소통하는 행사다. 대표적 전시행사는 ‘7인7색 내가 사랑한 책들’. 조직위원장인 김언호 한길사 대표 등을 비롯해 대표적인 출판인들이 자신의 장서를 공개한다. 국제행사로는 일본 노마 히데키의 특별 강연 ‘지적 혁명으로서의 한글: 한국의 지(知)를 읽다’, 스토리텔링 아시아 국제 인문학 콘서트가 마련됐다. 소설가 김영하, 정이현, 연극배우 손숙, 평론가 황현산, 유시민 전 의원, 시인 최영미 등이 참가하는 강연도 열린다. www.pajubooksori.org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오탁번 심사위원장 사회적 정치적 이념이나 보수-진보의 대립을 넘어서서 자연과 인간이 대립하고 화해하는 현장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형상화시켰는가를 심사 기준으로 삼았다. 슐링크의 작품은 작가의 일관된 역사인식이 흥미진진한 서사구조로 짜여 있어서 단순한 시대소설의 차원을 넘어서 인간과 인간 사이의 용서와 화해라는 보다 높은 문학적 차원에 도달하고 있다.○ 김성곤 심사위원 슐링크는 ‘책 읽어주는 남자’에서 부모 세대가 유죄라는 사실을 발견한 젊은 세대와 그것을 감추려 하는 부모 세대의 심리적 상처 치유와 상호 이해, 궁극적 화해의 절실함을 문학적으로 잘 형상화했다. 이는 이분법적 이념 대립 속에서 세대 간에 첨예하게 대립하고 반목하는 한국 사회가 시급히 배워야 할 덕목이다.○ 김승옥 심사위원 ‘치열하고 준엄한 문학정신’이 작품에 내재해 있다면 결국 시간과 장소의 차이나 가치관의 상이성도 극복될 수 있을 것이다. 오욕된 과거를 드러내 반성하며 치유하고자 하는 노력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슐링크는 그것을 해낸 작가다.○ 유석호 심사위원 ‘책 읽어주는 남자’에서 여주인공을 문맹으로 설정한 것이 작위적이라는 지적이 있었지만 소설적 재미와 탄탄한 구성, 작가의 일관된 문제의식 등이 이런 약점을 충분히 보완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현재도 활발히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현역 작가다.○ 이세기 심사위원 기성세대의 역사적 허물을 청산하고 새로운 정체성을 확립해 가는 과정이 독일 전후세대의 자아 찾기 여정과 맞물리면서 지나치게 의식소설적인 요소 없이 소설이 주장하려는 휴머니즘을 냉엄하게 성취시키고 있다. 흥미로운 전개와 지적인 문체, 탄탄한 구성, 악의 본성에 관한 힘 있는 통찰까지 갖췄다.○ 최윤 심사위원 슐링크는 서사력이 뛰어나며 매우 안정적인 문체와 다채로운 소설적 구성을 만들어낼 줄 아는 능란한 작가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평범한 일상적 사건 속에 숨어 있는 공동의 과거의 주름들이 작가의 유연한 서사 속에서, 매우 익숙한 현실의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의 갈피에서 조금씩 펼쳐진다. ▼ 유럽작가 초점… 인품-사회기여 종합평가 ▼■ 박경리문학상 심사과정한국의 첫 세계문학상인 박경리문학상은 작품성뿐만 아니라 작가의 인품, 사회적 기여까지 종합 평가한다. 제4회 박경리문학상은 약 1년간 준비와 심사 과정을 통해 수상자를 선정했다. 박경리문학상위원회(위원장 이어령, 위원 장명수 정창영 최문순 최일남)는 지난해 10월 심사위원회를 구성했다. 박경리문학상은 그동안 한국, 러시아, 미국 작가가 영광을 차지했는데 올해는 유럽 작가들에게 초점을 맞췄다. 심사위원회는 올 1월부터 한 달간 유럽지역 문학단체를 통해 1차 후보자 13명을 추천받았다. 이후 3월 심사위원회의를 열고 후보자를 5명으로 압축하고 후보자의 원서와 번역서를 검토했다. 심사위원회(위원장 오탁번)는 최종심사에서 만장일치로 베른하르트 슐링크를 내정했고 박경리문학상위원회가 최종 추인했다. 강원 원주시 토지문화관과 박경리문학공원 일대에서는 다음 달 10∼28일 ‘2014 원주박경리문학제’가 개최된다. 마지막 날인 28일 서울 연세대에서 슐링크의 강연이 열린다. 033-762-1382, www.tojicf.org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토지문화재단과 박경리문학상위원회, 동아일보가 공동 주최하는 제4회 박경리문학상 수상자로 독일 작가 베른하르트 슐링크(70·사진)가 선정됐다. 토지문화재단은 24일 “슐링크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이 자행한 반인간적인 학살과 문명 파괴에 대한 독일인의 무한책임을 중심 주제로 다뤄 왔다”며 “박경리문학상에 부합하는 투철한 작가정신으로, 역사를 통찰하고 문학적으로 승화시키는 역량이 돋보인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박경리문학상은 대하소설 ‘토지’의 작가 박경리 선생(1926∼2008)의 문학정신과 업적을 기리기 위해 2011년 한국 최초의 세계문학상으로 제정됐다. 1회 최인훈(한국)을 시작으로 류드밀라 울리츠카야(러시아), 메릴린 로빈슨(미국)이 차례로 수상했다. 상금은 1억 원. 강원도와 원주시가 공동 후원했다. 시상식은 다음 달 25일 강원 원주시 토지문화관에서 열린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고 최인호 작가의 1주기(25일)를 앞두고 19일 서울 종로구 평창동 영인문학관에서 추모전 ‘최인호의 눈물’이 열렸다. 개막 행사에는 고인의 아내 황정숙 씨와 딸 다혜 씨, ‘딸의 딸’ 성정원 양(14·사진)이 참석했다. 고인이 숨지기 직전까지 챙겼던 에세이 ‘나의 딸의 딸’(여백)도 이날 첫선을 보였다. 정원 양은 할아버지가 암 투병 중 기도하며 흘린 눈물 자국이 허옇게 번져 있는 책상 앞에 오래 서 있었다. 그 책상 위에는 정원 양이 선물한 웃는 그림이 그려진 조약돌과 눈사람 인형이 놓여 있었다. 정원 양은 할아버지를 그리며 쓴 편지를 동아일보에 보내왔다. 》 ▼다시 한번… 학교 빼먹고 백화점에 함께 놀러가고 싶어요▼보고 싶은 할아버지, 요즘 나는 할아버지 집에 가는 게 자꾸 꺼려져요. 할아버지 집이 싫어서가 아니에요. 할아버지 집에서 함께한 행복한 기억들이 몰려 와 견디기 힘들기 때문이에요. 할아버지가 아프셨을 때, 길에서 하얀 조약돌을 몇 개 주워 오셨던 거 기억나죠? 그때 내가 돌 위에다 웃는 표정을 그려 드렸죠. 할아버지가 그 조약돌을 늘 주머니에 넣고 다니면서 행복해하셨다는 걸 얼마 전 엄마한테 듣고 알았어요.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일 년이 됐네요.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걸 처음 알았을 때가 지금도 생생히 기억나요. 처음엔 믿기지 않았고 그저 멍한 기분이었어요. 근데 조금 있다가 갑자기 내 손이 떨리고 있는 걸 알았죠. 난 어찌할 바를 몰라 화장실에 들어가 혼자 울었어요. 그때가 바로 어제 같은데 벌써 일 년이 지나갔어요. 일 년… 시간이 정말 빠르게 흘러가는 것 같아요. 할아버지가 처음 암 진단을 받은 후, 모든 게 변하기 시작한다는 걸 알았어요. 특히 돌아가시던 마지막 해에는 너무 아프셔서 할아버지가 멀리 떨어진 곳에 계신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어요. 할아버지가 급히 병원으로 실려 가시던 그날, 숙모는 금세 나아서 돌아오실 거라고 말씀하셨지요. 그 말을 믿고 싶었고 정말 믿으려고 노력했어요. 하지만 그날 이후 다신 할아버지를 볼 수 없었지요. 며칠 전, 할아버지가 저에 대해 쓰신 ‘나의 딸의 딸’ 책을 읽으면서 잊고 있었던 많은 기억들을 다시 떠올릴 수 있었어요. 할아버지가 암에 걸리시기 전에 재밌게 지냈던 행복했던 우리만의 시간을 평생 잊지 못할 거예요. 지금도 할아버지가 저를 유아원에 데려다 주시던 날이 떠올라요. 가기 싫다고 울면서 떼를 쓰자 할아버지는 유아원을 빼먹고 백화점에 데려가 포도주스를 사주셨죠. 그때처럼 학교를 빼먹고 함께 놀러 갈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간절히 바라고 있어요. 한 번만, 마지막 한 번만이라도.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박경리문학상을 수상하게 됐다는 소식을 듣고 기뻐서 어쩔 줄 몰랐습니다.” 제4회 박경리문학상 수상자인 독일 작가 베른하르트 슐링크(70)가 본보와 인터뷰를 하며 보내온 e메일에는 수상의 반가움과 첫 한국행의 설렘이 묻어났다. 독일 현대 문단을 대표하는 그는 ‘책 읽어주는 남자’, ‘귀향’ 등을 썼다. 대표작인 ‘책 읽어주는 남자’는 할리우드 영화로 제작돼 2009년 국내에도 개봉됐다. 그해 국내에서 15만 부나 팔려 대중적인 인기도 확보했다. 슐링크는 나치 독일의 범죄에 대한 독일인의 과거사 반성을 작품의 주요 모티브로 삼았다. ―나치 독일에 대한 반성이 당신의 화두다. ‘귀향’에선 아들이 열렬한 나치 추종자인 아버지의 죄상을 고발하는데 그럴 필요까지 있었을까. “독일의 역사는 곧 나의 역사다. 내 국가를 논하지 않고서는 나 자신을 논할 수 없다. ‘귀향’에서 주인공은 ‘진실’을 추구한다. 그가 아버지로부터 깨달은 것은 매우 충격적이고 불합리했다. 그의 대응은 가혹할 수밖에 없었다.” ―독자들에게 어떤 세계관을 보여주고 싶나. “독자들에게 관점을 제시하고 싶진 않다. 그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고, 내 세계관을 의식적으로 거기에 밀어 넣는 대신 그 이야기들 안에서 자유롭게 길을 찾아가도록 하고 싶다. 나는 우리가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이 세상을 조금 더 나은 곳으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그 일을 해야 하는 의무를 가진다.” ―‘귀향’, ‘책 읽어주는 남자’ 속에서 오디세이 귀향이 중요한 장치로 계속 등장한다. “오디세이의 주제는 우리는 결코 ‘고향’으로 돌아올 수 없으며, 오직 다시 떠나기 위해서만 고향을 찾는다는 것이다. 이것은 내가 생각하고 생각했던 진실을 담고 있다.” ―판사, 법대 교수로 지내다가 작가가 된 계기가 있나. “글쓰기란 모든 이에게 서로 다른 의미를 가진다. 나는 고등학교와 대학 시절 시와 이야기, 희곡들을 즐겨 썼다. 법률학자로서 글쓰기를 시작했을 때 제일 처음 든 생각이 ‘이제 학문적인 글쓰기의 즐거움을 찾을 수 있겠다’는 것이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학문적 글쓰기를 즐기고 있긴 하지만, 내가 다른 종류의 글쓰기를 그리워한다는 것을 깨달았고 그리로 돌아가야만 했다.” ―추리소설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추리소설 작법이 다른 작품을 쓸 때도 도움이 되나. “나에게 ‘추리소설을 쓰는 것’과 다른 소설을 쓰는 것의 차이는 없다. 글쓰기는 글쓰기일 뿐이다.” ―독일 통일은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조언을 준다면…. “나는 언제나 독일이 통일될 것이라고 믿고 있었지만, 막상 정말로 그 일이 닥쳤을 때는 갑작스러웠다. 우리는 역사를 계측할 수 없으므로 한국의 통일 또한 갑자기 실현될지 모를 일이다. 독일의 경험과 실수들을 되돌아봤을 때, 통일이 다가왔을 때 반대 측을 ‘굴복’시키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양측이 평등하게, 서로 존경심을 가지고 만나야 한다. 처음에 그들이 당신들에게 낯설고 이상하게 보일지라도 말이다.” ―박경리 선생의 작품은 읽어 보았나. “‘시장과 전장’을 읽었고, 최근엔 ‘토지’ 1권을 읽기 시작했다. ‘시장과 전장’을 읽은 뒤에 호기심이 생겨 박경리의 일생에 대해, 그의 인내와 성취에 대해 찾아봤다. 얼마나 대단한 삶인지!” ▼ 법조인 출신… 간결한 문체로 ‘죄와 책임’ 고민▼ ■ 슐링크의 작품세계1944년 독일 빌레펠트 태생의 베른하르트 슐링크는 하이델베르크대와 베를린자유대에서 법학을 전공했다. 본 대학과 프랑크푸르트대를 거쳐 1992년부터 베를린 훔볼트대 법대 교수로 재직하다가 2008년 정년 퇴임했다. 1988년부터 2006년까지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 헌법재판소 판사를 겸임하기도 했다. 추리소설을 즐겨 읽었던 슐링크는 법학 교수 시절인 1987년 추리소설 ‘젤프의 법’을 발표했다. 이후 ‘고르디우스의 매듭’(1988년)과 ‘젤프의 살인’(2001년)으로 추리문학상을 두 차례 수상했다. 법학 교수, 판사 경험은 작품에도 영향을 끼쳤다. 작품 속 등장인물은 대부분 법과 관련된 일을 하고 죄와 책임의 문제에 대해 고민한다. 그의 작품을 번역한 김재혁 고려대 독어독문과 교수는 “법률적 사고에 근간을 두다 보니 그의 문체는 자연스럽게 정확하고 간결한 쪽을 지향한다”며 “짧은 문장의 사용과 적은 수의 등장인물, 그리고 물 흐르는 듯한 이야기 진행이 특징이다”고 평했다. 슐링크가 1995년 발표한 ‘책 읽어주는 남자’는 출간 즉시 커다란 반향을 일으키며 독일 문학 작품으로는 처음으로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했다. 독일은 물론이고 이탈리아, 프랑스, 일본,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에서 문학상을 수상했다. 국내에선 ‘책 읽어주는 남자’를 비롯해 장편 ‘귀향’ ‘주말’, 단편소설집 ‘사랑의 도피’ ‘여름 거짓말’이 시공사에서 출간됐다. 시공사는 올해 말 슐링크가 독일 과거사 문제를 다룬 에세이 ‘과거의 죄’(가제)를 출간할 계획이다. 슐링크는 현재 독일과 미국을 오가며 차기 소설 집필에 전념하고 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쭉쭉 밀고 나가야 하는데, 내 발을 내가 걸고 넘어져요. 중간쯤 가다가 다시 쓰죠. 퇴고도 오래 해요. 부족한 점을 보완하고 과잉된 것을 빼고. 그 과정을 너무 많이 왕복하죠.” 소설가 이혜경 씨(54)는 과작(寡作) 작가로 불리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그가 최근 새 장편소설 ‘저녁이 깊다’(문학과지성사)를 출간했다. 이 소설도 2009년 8월부터 계간 ‘문학과 사회’에 ‘사금파리’란 제목으로 연재했던 소설을 4년 동안 다시 고쳐서 내놓은 작품이다. 그는 1982년 ‘세계의 문학’에 중편 ‘우리들의 떨켜’로 등단해 13년 만인 1995년 첫 장편 ‘길 위의 집’을 출간했다. 이후 소설집 4권을 출간했지만 장편만 따지면 이번 소설은 19년 만이다. 그는 벼리고 벼린 소설만 출간했다. 그렇게 발표하는 소설은 수상의 영광을 안아 오늘의작가상, 동인문학상, 이효석문학상 등을 탔다. 22일 서울 국회도서관 앞에서 만난 이 씨는 “운이 좋았고 복이 많았다. 평론가들이 작품을 좋게 봐주었는데 그래도 보통 사람들이 읽고 싶어 하는 소설을 쓰고 싶다”고 했다. 이 씨는 소설에서 자신 또래의 평범한 사람을 그렸다. 1960년대 말 지방 소읍의 한 초등학교 6학년 동급생인 기주, 지표, 병묵, 형태는 점차 어른으로 커가며 세상에서 견디어 살아남거나 끝내 좌절한다. 그들의 삶 속에 한국 사회의 경쟁, 불평등, 부의 대물림, 사건 사고 같은 문제들을 생생히 녹였다. 그리고 ‘살고 싶었던 삶을 가슴 깊은 곳에 묻어둔 채 그와 동떨어진 곳에서 일상을 견디는 사람’들을 위로했다. 소설의 출발은 ‘선착순 달리기’였다. 그는 선착순 달리기 벌을 받을 때면 숨이 턱에 닿게 뛰고 또 뛰는 그룹에 속했다. 소설 속에는 벌을 받는 아이들이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친구를 따돌리고 달리는 모습이 묘사돼 있다. “선착순 달리기는 잘한 사람을 상 주고 못하는 사람을 보듬어 함께 가기보다 힘 있는 사람이 앞서 나가면 그걸 기준 삼아 ‘너희는 왜 그렇게 못하니’ 질책해요. 그 속에 ‘하면 된다’는 시대의 구호가 압축돼 있어요. 우리 사회가 삶은 편리해졌지만 바닥에 흐르는 본질은 선착순 달리기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서른한 살 직장인인 이 씨의 조카는 회사 모임에서 소설 한 구절을 동료들에게 읽어 주었다고 한다. “세상의 톱니와 내 톱니가 맞물리지 않는다는 게 선명해질 때가 있잖아. 가끔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면서도 그럭저럭 굴러가긴 했는데 한순간 꼼짝 안 하는 때. 모터를 꺼버리자니 해야 할 일이 남았고, 억지로 가동시키자니 치명적인 고장이 날 것 같고. 이제 어쩐담, 싶어지는 때.” 동료들은 “내 이야기 같다. 그럴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꼭 물어봐 달라”고 조카에게 말했다. 이 씨가 답했다. “그걸 안다면 소설을 쓰고 있을까요. 그냥 견디는 수밖에 없지요.” 이 씨는 미안한 듯 답했지만 그의 소설은 독자들을 보듬어 주고 있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푸른 가을 하늘 아래 탁 트인 거리에서 즐길 수 있는 축제가 열린다. 경기 고양시에서 국내외 70개 단체가 170회의 공연을 갖는 ‘제6회 고양호수예술축제’가 27일부터 다음 달 5일까지 호수공원과 라페스타 등에서 열린다. 특히 이번 축제는 고양시 인구 100만 명 돌파를 기념해 ‘100만의 꿈, 거리를 수놓다’라는 슬로건 아래 열린다. 눈에 띄는 공연은 스페인·아르헨티나 그룹 ‘푸하’의 ‘카오스모스: 우주의 탄생’. 우주 비행사 분장을 한 배우들이 구조물에 의지해 중력을 초월한 듯한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상상을 뛰어넘는 그들의 공연은 저절로 감탄사가 튀어나온다는 평. 벨기에 거리무용단체 스튜디오 이클립스의 ‘경계에서’는 호수공원의 상징인 ‘물’을 활용해 펼치는 수중무용 공연이다. 호수공원의 명소 달맞이섬은 인형극장으로 변신해 다른 개성의 인형극들이 펼쳐진다. 스페인 인형극단 엘 파티오의 ‘손’은 테라코타를 활용해 장난감 가게에서 탈출을 꿈꾸는 장난감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국내 극단 문(門)의 ‘제랄다와 거인’은 종이컵을 활용한 인형극으로 배우가 소주잔, 음료 컵, 팝콘 용기 등 다양한 종이컵으로 즉석에서 인형을 만들며 요리천재소녀 제랄다의 모험 이야기를 들려준다. 모든 공연은 무료이며 홈페이지(www.gylaf.kr)에서 정보를 얻을 수 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날자. 한국의 시여. 세계의 문학에 점화를 하자.’ 최근 취임한 문정희 한국시인협회장(67·사진)이 23일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국 시의 세계화에 대한 포부를 밝혔다. 그는 “세련되고 격조 있는 한국 시를 세계에 알려 세계 문학이 풍성해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시인협회는 국외 교류 사업으로 11월 말 중국 난징에서 열리는 한중 시인대회, 2016년 한국과 프랑스 수교 130주년을 기념하는 시낭송회, 한국-이탈리아 시인 시낭송회 등을 계획 중이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관계가 힘이 들 때 사랑을 선택하라.”(헨리 나우웬) 정호승 시인(64·사진)이 20일 서울 교보문고 광화문점 배움에서 열린 기적의 책 캠페인 ‘책 읽는 미러클 맨’으로 참가해 독자들을 만났다. 그는 이날 영성가 헨리 나우웬의 책 ‘탕자의 귀향’에 나오는 문장을 인용하며 ‘당신이 없으면 내가 없습니다’라는 제목의 강연을 시작했다. 정 시인은 성경에 기록된 돌아온 탕자 아들을 용서한 아버지 이야기를 들려주며 용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용서를 못해 힘들게 산다. 인생이란 강을 건너려면 용서라는 징검다리를 꼭 건너야 한다. 용서를 하지 않으면 강 속에 빠져 죽고 만다”고 했다. 기적의 책 캠페인은 푸르메재단(이사장 김성수)과 교보문고(대표 허정도), 동아일보가 6월부터 함께 펼치고 있다. 매달 선정한 ‘기적의 책’ 20종을 교보문고 오프라인 14개 점포에서 구매할 때마다 권당 1000원이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짓고 있는 푸르메어린이재활병원에 자동 기부된다. 1억 원 모금이 목표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