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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는 가운데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와 데이비드 스틸웰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12일 잇따라 미국의 중재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앞서 11일(현지 시간) 미 국무부가 “한·미·일 관계강화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겠다”는 원칙적 입장을 밝혔지만 실제 중재 및 개입 여부에 대해서는 선을 그은 셈이다. 해리스 미국 대사는 12일 국회에서 윤상현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을 만나 “아직까지는 한일 양국이 이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미국이 당장 한일 갈등 중재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해리스 대사는 “일단 양 당사국이 직접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미국은 당사국간 문제 해결에 실패하고 여러 방법이 무산됐을 때 움직일 수 있지 지금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한국과 일본은 성숙한 국가들”이라며 “양국간 정부, 기업, 의회 차원에서도 성숙한 관계를 갖고 있기 때문에 아직 문제 해결 능력이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이 같은 입장은 핵심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이 각각 외교채널로 협조를 요청하고 있는 상황에서 섣불리 중재에 나서기 어렵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해리스 대사는 미국의 개입 시점에 대해 “미국 기업이나 안보에 영향을 줄 때”라고 언급해 일본의 반도체 수출 규제 장기화로 미국의 경제피해가 발생하거나 한미일 3국 공조가 돌이킬 수 없이 훼손될 조짐이 나타나면 미국이 개입하게 될 것이라는 뜻을 내비쳤다. 11일부터 일본을 방문 중인 데이비드 스틸웰 미 국무부 차관보 역시 이날 NHK인터뷰에서 “중재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스틸웰 차관보는 “(한일) 양국 관계에 긴장이 생기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미국으로선 동북아시아에서 가장 강력한 동맹관계에 균열이 생기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나는 (양측을) 중개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두 사람의 이번 발언은 한일 갈등에 미국이 중재에 나설 것이라는 일각의 기대와 상반된다. 워싱턴을 방문 중인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11일(현지 시간) 기자들과 만나 스틸웰 차관보의 일본 등 아시아 순방 일정을 언급하며 “미국 측 고위급 관료가 아시아 쪽으로 출장을 가니까 이 기회에 3개국 고위급 관리들이 모여서 회담을 하려 한다”고 했다. 그는 “한국과 미국은 매우 적극적인데 일본 측에서 아직 답이 없고 좀 소극적”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모건 오테이거스 미 국무부 대변인도 정례브리핑을 통해 “일본과 한국은 친구들일 뿐 아니라 동맹들”이라며 “미국과 국무부는 3국의 양자 간, 3자 간 관계를 강화하는 방안을 추구하기 위해 모든 것을 공개적으로나 막후해서 해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국무부가 원칙적 차원에서 한일 관계 개선 필요성을 밝힌 것과 별개로 한일 간 통상 분쟁에 대해서는 자체적으로 해결하는 게 우선이라는 인식을 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로 한일 관계 실무를 다루는 국무부 당국자들 사이에서는 “미국의 중재에 앞서 한국과 일본이 스스로 풀어야 될 문제”라는 지적이 나왔다. 11일 워싱턴에서 윤강현 외교부 경제외교조정관과 마크 내퍼 국무부 부차관보의 면담에 참석했던 한 국무부 관계자는 “한국이 공식 중재 요청을 하는 대신 ‘미국이 일본의 수출 규제를 중단시켜 달라’는 취지의 메시지로 이해했다”며 “미국이 현 시점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없고, 중재에 나서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미국을 설득하려는 정부 인사들의 총력전은 계속되고 있다. 김 차장은 이날 의회에서 코리 가드너 상원 외교위 동아태 소위원장과 스티브 데인스 상원의원, 테드 요호 하원의원 등과 연쇄 면담을 진행했고,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 통상 분야 인사들은 물론 싱크탱크 관계자들 및 워싱턴포스트를 비롯한 현지 주요언론사 편집국장들까지 만나 일본 조치의 부당함을 설명하며 여론전을 펼쳤다. 그는 이어 11일에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을 만난다. 워싱턴=이정은특파원 lightee@donga.com}

“자꾸 어렵다고만 하지 말고, Get it done(구체적인 성과를 만들어내라)!” 지난주 일본의 경제보복에 대한 브리핑을 받은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청와대와 관계 부처 담당자들에게 이같이 말했다고 한다. 일본 정부가 4일 보복 조치를 본격화한 직후였다. 미국 변호사로 일이 안 풀리면 종종 영어로 의사 표현을 하는 김 차장이 현장에서 직접 부딪쳐서라도 진전된 결과물을 가져와야 한다는 점을 특유의 공격적인 표현으로 강조한 것. 하지만 이후에도 일본은 한국의 대북제재 위반 의혹을 공개적으로 거론하면서 전면전을 예고했고 김 차장은 미국 워싱턴을 전격 방문해 직접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설득에 나섰다. 미국을 향한 한국과 일본의 전방위 외교전이 본격화된 것이다.○ 워싱턴행 ‘원 웨이 티켓’ 끊은 김현종 10일(현지 시간) 오전 미국 워싱턴 인근 덜레스 공항에 도착한 김 차장은 준비된 차량을 타고 공항을 빠져나갔다. 김 차장은 곧바로 백악관을 방문해 믹 멀베이니 비서실장 대행을 만났다. 김 차장이 자신의 카운터파트인 찰스 쿠퍼먼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부보좌관에 앞서 멀베이니 비서실장 대행을 만난 것은 일본의 수출 규제가 미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집중 설득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백악관 2인자인 멀베이니 비서실장 대행은 소비자금융보호국(CFPB) 국장을 지내는 등 백악관에서 경제에 대한 이해가 가장 높은 인물 중 하나로 꼽힌다. 김 차장은 멀베이니 대행을 만난 뒤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우리 논리를 잘 설명했다”며 “이야기가 잘됐다”고 말했다. 김 차장은 11일 오전 8시부터 상하원 의원을 비롯한 의회 관계자들을 만난 뒤 다시 백악관을 방문해 쿠퍼먼 부보좌관을 면담할 예정이다. 사흘 일정으로 미국을 방문한 김 차장은 추가 면담 일정이 잡히면 미국 체류 일정을 연장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편도 편도만 예약했다고 한다. 두 차례 통상교섭본부장을 지내면서 미 상무부와 무역대표부(USTR)를 비롯한 미국 경제 및 통상 부처 관계자와 쌓은 인적 네트워크를 총동원하겠다는 얘기다. 트럼프 대통령과도 인연이 있다. 2017년 11월 국빈 방한 당시 청와대 공식 환영식에서 김 차장과 악수를 나누며 “당신이 FTA 가이(guy)냐”고 묻기도 했다. 노무현 정부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진두지휘하면서 미국 측과 끝장 협상을 벌여 ‘FTA 전사(戰士)’라는 평가를 받았던 김 차장이 직접 미국을 방문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가 일본 보복 조치 사태 장기화 여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여권 관계자는 “문재인 대통령이 북핵 협상 경험이 없는 김 차장에게 외교정책을 총괄하도록 한 것은 전통적인 외교 문법에 얽매이지 않는 공격적인 스타일인 데다 미국식 협상 방식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인물이기 때문”이라며 “김 차장의 방미는 그만큼 이번 사태에 미국의 태도가 중요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동남아 등에도 경제보복 철회 공조 설득 김 차장의 방미를 계기로 청와대의 전방위 외교 행보도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청와대는 대기업과 김상조 대통령정책실장 및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중심으로 한 경제·산업 대응과 함께 김 차장을 중심으로 한 외교적 행보를 통해 투 트랙 대응에 나설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주 김 차장에게 전화해 “직접 기업인들을 만나야 이게 국가 안보적으로 어떤 이슈인지 알게 된다”고 조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김 차장은 지난주부터 삼성전자 등 피해 기업들과 접촉하며 외교적 대응 구상을 조율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데이비드 스틸웰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11일 일본을 거쳐 17일 한국을 방문할 예정인 만큼 미국을 중심으로 한 한일 외교전은 갈수록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미국에 이어 중국, 러시아, 동남아시아 등에도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 철회를 위한 협조를 당부할 방침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반도체 수출 규제는 글로벌 시장이 다 걸려 있는 문제”라며 “미국에만 의존하기보다는 다른 나라와의 공조를 위한 설득에 나설 예정”이라고 말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미국 의회는 한일 갈등 악화에 우려하면서도 우선 당사자 간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미국의 중재보다 양국이 스스로 해결에 나서는 것이 우선이란 반응이 주류를 이룬다. 이에 따라 미 워싱턴에서 한일 ‘외교 대전’이 벌어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상원 외교위원회 소속의 크리스 쿤스 민주당 상원의원(델라웨어)은 10일(현지 시간)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한미일 3국 모두가 북한의 심각한 안보 도전에 직면한 상황에서 한일 협력은 매우 중요하다. 한일 무역 분쟁이 양국 사이에서 책임 있는 방식으로 해결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제임스 리시 공화당 상원 외교위원장(아이다호)도 “한일 모두 매우 성숙한 사회이고, 많은 일들을 겪어온 만큼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했다. 그는 “미국이 촉매제로서의 역할을 하지만 결국 주권을 가진 두 나라가 해결해야 할 일”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반면 벤 카딘 민주 상원의원(메릴랜드)은 “과거에도 그랬듯 미국이 양국 간 역사적 문제에 어느 정도 가교 역할을 함으로써 더 나은 경제 관계 및 안보 체계를 이끌어야 한다”며 미국의 중재를 촉구했다. 일본은 한국 정부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며 향후 주미 일본대사관을 중심으로 맞불 작전을 놓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위안부 소녀상 문제로 한일 관계가 악화하던 2014, 2015년 워싱턴 주요 싱크탱크를 집중 공략해 한국과 여론전을 펼쳤다. 미 언론들은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전례 없는 비상상황’을 언급한 것을 기점으로 속속 관련 보도를 내놓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11일 ‘몇십 년 만에 최악인 한일관계에 출구가 없다’는 기사에서 “양국 모두 관계 개선에 나설 정치적 인센티브가 없다”고 지적했다. 21일 일본 참의원 선거 등 양국의 국내 정치 상황이 두 나라 지도자로 하여금 상대방에게 약한 모습을 보일 수 없도록 만든다는 분석이다. 워싱턴포스트(WP)도 “과거사를 둘러싼 미 동맹국 간 분쟁이 세계 전자업계의 피해와 극도의 경제 충돌을 불러올 위협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이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와 관련해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을 미국 워싱턴으로 급파했다. 정부 내 대표적 통상 전문가인 김 차장을 통해 백악관에 일본 수출 규제 조치의 부당성을 알리겠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미국 외에도 중국, 동남아 등으로 공조 요청을 확대할 방침이다. 일본의 경제 보복으로 촉발된 한일 간 전방위 외교전이 총력전 양상으로 확산되고 있다. 김 차장은 10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덜레스 공항에 도착한 뒤 백악관에서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과 만나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에 대한 한국의 입장을 설명하고 미국의 협조를 요청했다. 김 차장은 이날 멀베이니 대행을 만난 뒤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일본 수출 규제에 대해) 이야기가 잘됐다”며 “미국 쪽에서도 한미 관계의 중요성을 잘 알고 그래서 우리 입장을 당연히 이해했다”고 말했다. 김 차장은 이어 11일 미국 상하원 의원들을 만난 뒤 로버트 라이트하우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만난다. 다음 날 다시 백악관을 방문해 찰스 쿠퍼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을 만날 예정이다. 아프리카 순방 중인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10일(한국 시간) 오후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전화 통화를 하고 “일본의 무역제한 조치가 미국 기업은 물론이고 세계 무역질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해한다(I understand)’는 반응을 보였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미 국무부는 “두 장관이 한미일 3자 협력의 중요성을 재확인했다”며 8월 1∼3일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에서 한미 외교장관 회담을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일본 역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 수출 규제 조치 배경을 설명하며 지지를 당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 집권 여당인 자민당이 나서 한국의 대북제재 위반 가능성을 강조하며 미국을 설득하고 있는 상황이다. 청와대는 일본 수출 규제 철회를 위한 국제 여론전을 확대할 방침이다. 한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구축한 공조 체계를 총동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대일 특사 파견에 대해서도 “수면 위로 올라올 정도가 되면 말씀드릴 수 있을 것”이라며 특사 파견 추진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았다.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로 한일 갈등이 악화하는 가운데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10일(현지 시간) 워싱턴에 모습을 드러냈다. 외교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련부처 인사들의 잇단 워싱턴 방문이 예정돼 있는데다 청와대 국가안보실의 핵심 고위인사까지 전격 투입되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를 상대로 한국의 입장을 알리는 설득전이 본격화되고 있다. 김 차장은 이날 워싱턴 덜레스 공항에 도착한 직후 백악관으로 직행해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을 면담했다. 그는 멀베이니 대행에게 최근 한일 간 분쟁에 대한 한국의 입장을 설명하고 이해와 협조를 요청했다. 김 차장은 11일에는 오전 8시부터 상하원 의원을 및 의회 관계자들을 만나고 찰스 쿠퍼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과도 면담할 예정이다. 당초 사흘 일정이었지만 추가 면담이 계속 잡히고 있어서 예정보다 일정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차장은 통상교섭본부장을 지내면서 상무부와 미 무역대표부(USTR)를 비롯한 미 경제 및 통상 부처 관계자들과의 네트워크를 형성해놓은 만큼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로 인한 글로벌 통상 문제점에 대해 효율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을 것으로 외교가에서 기대하고 있다. 김 차장은 공항에서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해 미국에 중재를 요청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는 기자들의 말에 “그 이슈도 논의할 것”이라고 확인했다. 비핵화 실무협상 및 남북 정상회담 후속 논의 등에 대한 질문에도 “백악관의 상대방하고 만나서 이야기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같은 날 도착한 김희상 외교부 양자경제협력국장은 11일 한미 고위급 경제대화 실무협의에 이어 국무부 한일관계 담당인 마크 내퍼 부차관보를 면담할 예정이다. 다음주에는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도 워싱턴을 찾아 USTR 인사들을 만날 계획이다. 김 국장은 “고위경제대화 계기에 일본이 취한 수출규제 조치의 문제점에 대해서 미측에 좀 상세하게 설명하려고 하고 있다”며 “일본이 취한 수출규제 강화 조치가 전 세계 국제 교역질서를 교란시키는 상당히 문제가 많은 조치임을 조목조목 지적하려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일본의 조치는 국제규범에 어긋나고 국제 교역질서를 혼란시키는 위험한 조치이기 때문에 충분히 미국이 경계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일본의 부당한 조치가 미국 기업들에게도 영향이 있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정부의 총력전은 11일부터 시작되는 데이비드 스틸웰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의 아시아 순방 직전에 이뤄지는 것이다. 일본에 이어 한국을 방문하는 스틸웰 차관보의 행보 및 메시지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날 강경화 장관과 전화통화를 한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은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데이비드 스틸웰이 역내에 대단히 중요한 파트너십과 동맹들을 이끌어가는 데 있어 그와 긴밀하게 일하게 되길 기대한다”고 힘을 실었다. 일본은 이런 한국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며 주미일본대사관을 중심으로 맞불 작전을 놓을 가능성이 있다. 일본은 위안부 소녀상 문제로 한일 관계가 악화하던 2014, 2015년 워싱턴의 싱크탱크들을 집중 공략하며 한국과 여론전을 펼친 적이 있다. 당시 박근혜 정부가 방어에 나서는 과정에서 “워싱턴 한국 외교 인력의 75%가 아베 뒷다리 잡기에 동원됐다”는 소문이 워싱턴에 퍼졌을 정도였다. 이번 사안을 놓고도 워싱턴에서의 한일 간 ‘외교 대전’이 벌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데이비드 스틸웰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사진)가 10∼21일 한국 일본 필리핀 태국 등 아시아 4개국 순방에 나선다. 한일 갈등 중재 및 한미일 3각 협력에 대한 미국 정부의 메시지가 나올지 주목된다. 국무부는 9일(현지 시간) 스틸웰 차관보가 11∼14일 일본 도쿄에서 일본 외무성 방위성 국가안전보장국 고위 인사들과 만난 뒤 15, 16일 필리핀 마닐라를 방문한다고 밝혔다. 그는 17일 한국에서 청와대 및 외교부 당국자들과 면담한다. 이후 남은 일정은 태국 방콕에서 아세안 국가들과의 협력 방안 등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공식 업무를 맡기 시작한 스틸웰 차관보는 이번 첫 순방에서 인도태평양전략 추진을 위한 아시아 국가들과의 협력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인도태평양전략을 앞세운 미국의 대중(對中) 외교 정책에 일본은 물론이고 한국도 동참하라는 강한 압박을 할 가능성이 있다. 그의 아시아 방문이 일본의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 강화로 한일 갈등이 최고조에 달한 시점인 것도 주목할 만하다. 미국이 두 핵심 동맹국의 관계 악화를 방관하기 어려운 만큼 모종의 중재 역할을 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최근 ‘신(新)밀월’로 불릴 만큼 밀착하는 미일 관계를 감안할 때 스틸웰 차관보의 시각이 일본에 편향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없지 않다. 그는 첫 방문지 일본에서 3박 4일간 머무르는 것과 달리 한국은 단 하루만 찾는다. 또 이날 국무부가 트위터 등에 올린 스틸웰 차관보의 소개 및 인터뷰 동영상에는 그의 책상 위에 일본어로 쓰인 ‘미사와 시장’ 명패가 등장했다. 그는 1995∼1999년 일본 미사와 공군기지에서 전투기 조종사로 근무했고 2010년 미사와시(市)의 1일 명예시장으로도 임명됐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미국 국무부가 9일(현지 시간) 북-미 비핵화 협상에서 핵 프로그램의 ‘동결(freeze)’은 초기 단계일 뿐 최종 목표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른바 핵 협상의 ‘입구’이지 ‘출구’는 아니라는 점을 재강조한 것이다. 미국이 북한 비핵화 목표를 핵 동결 수준의 ‘스몰딜’로 낮출 것이란 일각의 주장을 차단하기 위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모건 오테이거스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기자회견에서 “동결은 절대로 (비핵화) 과정의 해법이나 최종 목표가 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규정한 적도 없다”고 밝혔다. 그는 “동결은 비핵화 과정의 시작이며 우리는 모든 대량살상무기(WMD)의 완전한 제거를 분명히 원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한반도 문제를 평화적이고 외교적 방식으로 푸는 데 집중하고 있다. 아무것도 바뀐 것은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미국이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를 원하느냐”는 질문에도 “어떤 약어를 써도 좋다. 나는 약어를 쓰려고 하면 발음이 잘 되지 않아서 그저 ‘완전한 WMD 제거’라고 하겠다”고 했다. 이런 의도에도 불구하고 미 정부 관계자가 ‘핵 동결이 비핵화의 시작’이라고 공언한 것은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지난달 30일 뉴욕타임스(NYT)는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북한과의 실무협상에서 ‘핵 동결’에 초점을 맞춘 새 협상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해 파장을 낳았다. 비건 대표는 지난달 공개 강연에서 ‘유연한 접근’을 언급했다. 이에 미국의 대북 정책 목표가 완전한 비핵화가 아닌 동결 수준으로 후퇴하는 것이냐는 우려가 제기됐지만 국무부 차원에서 이를 공식 부인하며 선후 관계를 좀 더 구체화한 셈이다. 오테이거스 대변인은 지난달 말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판문점 회동을 언론들이 ‘3차 정상회담’이라고 평가한 것도 부인했다. 그는 “당시 만남은 정상회담도 협상도 아닌 ‘두 지도자의 만남(a meeting)’이었다”고 말했다. 향후 제3차 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실무협상 등 준비 작업에 나설 계획임을 간접적으로 내비쳤다. 3차 정상회담 개최는 실무 협상의 진전 및 북한의 비핵화 조치 이행 상황에 달려 있다는 뜻도 드러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미국 국무부가 9일(현지 시간) 북-미 비핵화 협상에서 핵 프로그램의 ‘동결(freeze)’은 초기 단계일 뿐 최종 목표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른바 핵협상의 ‘입구’이지 ‘출구’는 아니라는 점을 재강조한 것이다. 미국이 북한 비핵화 목표를 핵 동결 수준의 ‘스몰 딜’로 낮출 것이란 일각의 주장을 차단하기 위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모건 오테이거스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동결은 절대로 (비핵화) 과정의 해법이나 최종 목표가 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규정한 적도 없다”고 밝혔다. 그는 “동결은 비핵화 과정의 시작이며 우리는 모든 대량살상무기(WMD)의 완전한 제거를 분명히 원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한반도 문제를 평화적이고 외교적 방식으로 푸는 데 집중하고 있다. 아무 것도 바뀐 것은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미국이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를 원하느냐는 질문에도 ”어떤 약어를 써도 좋다. 나는 약어를 쓰려고 하면 발음이 잘 되지 않아서 그저 ‘완전한 WMD 제거’라고 하겠다“고 했다. 이런 의도에도 불구하고 미 정부 관계자가 ‘핵 동결이 비핵화의 시작’이라고 공언한 것은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지난달 30일 뉴욕타임스(NYT)는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북한과의 실무협상에서 ‘핵 동결’에 초점을 맞춘 새 협상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해 파장을 낳았다. 비건 대표는 지난달 공개 강연에서 ‘유연한 접근’을 언급했다. 이에 미국의 대북 정책 목표가 완전한 비핵화가 아닌 동결 수준으로 후퇴하는 것이냐는 우려가 제기됐지만 국무부 차원에서 이를 공식 부인하며 선후 관계를 좀더 구체화한 셈이다. 오테이거스 대변인은 지난달 말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판문점 회동을 언론들이 ‘3차 정상회담’이라고 평가한 것도 부인했다. 그는 ”당시 만남은 정상회담도 협상도 아닌 ‘두 지도자의 만남(a meeting)’이었다“고 말했다. 향후 제3차 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실무협상 등 준비작업에 나설 계획임을 간접적으로 내비쳤다. 3차 정상회담 개최는 실무 협상의 진전 및 북한의 비핵화 조치 이행 상황에 달려있다는 뜻도 드러냈다. 그는 현재 유럽을 방문 중인 비건 대표가 북한과 접촉하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매번 얘기했듯 북한과의 접촉 및 논의는 계속 진행되고 있다“고만 답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여러 번 말했듯 김 위원장과 북한 주민들이 더 밝은 미래와 비전을 보기 바란다“며 북한의 과감한 비핵화 조치를 촉구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데이비드 스틸웰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4개국 방문에 나선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정식 임명돼 아시아 순방에 나서는 것은 처음으로, 이를 계기로 한일 갈등 중재 및 한미일 3각 협력에 대한 미국 정부의 메시지가 나올지 주목된다. 미국 국무부는 9일(현지 시간) 스틸웰 차관보가 10일부터 21일까지 한국과 일본, 필리핀, 태국 4개국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스틸웰 차관보는 우선 11~14일 도쿄에서 일본 외무성 및 방위성, 국가안전보장국의 고위 인사들과 만난 뒤 15, 16일 마닐라를 방문한 데 이어 17일 한국에서 청와대와 외교부 당국자들과 면담할 계획이다. 이후 남은 일정은 방콕에서 아세안 국가들과의 협력 등을 논의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스틸웰 차관보는 이번 방문에서 인도태평양 전략 추진을 위한 아시아 국가들과의 협력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국무부는 특히 일본과 한국에 대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공동 비전을 추구하기 위한 동맹 관계의 강화 및 양국 협력을 논의할 것”이라며 이를 시사했다. 인도태평양 전략을 앞세운 미국의 대중(對中) 외교 정책에 일본은 물론 한국도 동참하라는 강한 압박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그의 아시아 방문이 한일 간 갈등이 연일 고조되는 시점에 이뤄지는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미국이 동아태 지역에서 두 핵심 동맹국의 관계 악화를 마냥 방관하기는 어려운 만큼 스틸웰 차관보가 순방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모종의 중재 역할을 하지 않겠냐는 기대감이 적지 않다. 청와대는 “(한일 갈등) 사안의 심각성을 미국에 충분히 알리고 있다”며 미국의 중재 가능성을 물밑에서 타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근 ‘신(新)밀월’이라고 불릴 만큼 밀착하는 미일 관계를 감안했을 때 스틸웰 차관보의 시각이 일본에 편향될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는 첫 방문지인 일본에서 3박4일 간 머무르는 반면 한국에서는 단 하루만 외교 일정을 소화할 예정. 이날 국무부가 트위터 등에 올린 스틸웰 차관보의 소개 및 인터뷰 동영상에는 그의 책상 위에 일어로 쓰인 ‘미사와 시장’이라는 직함의 명패가 놓여 있어 일본에 대한 그의 관심을 반영했다. 그는 1995~1999년 일본 미사와 공군기지에서 전투기 조종사로 근무했고, 2010년 미사와시의 1일 명예시장으로 임명되기도 했다. 한편 이 영상에서 스틸웰 차관보는 좋아하는 활동으로 자전거 타기와 서핑을 들었고 가능한 언어는 스페인어 한국어 일어 중국어라고 답변했다. 좋아하는 책은 조셉 헬러의 ‘캐치-22(Catch-22)’, 가장 인상적인 경험은 T-37 훈련기를 처음 탔을 때, 20살의 자신에게 하고 싶은 말은 “더 자신감을 가지라”는 것 등이라고 소개했다. 워싱턴=이정은특파원 lightee@donga.com}

“트럼프 행정부의 동아시아 전략은 어떤 것이고 (한일 과거사와 무역분쟁 등에 따른) 삼각동맹의 해체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궁금합니다.”명재하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18학번(서울대 한반도문제연구회)“트럼프 미 행정부 내에서는 냉정하고 신중한 기류가 동시에 감지되고 있습니다. 미국의 중재나 이를 통한 해결을 섣불리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이정은 동아일보·채널A 워싱턴 특파원Q. 오바마 행정부 시기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은 삼각동맹의 해체를 방지하는데 있었는데요(위안부 합의, 한일정보보호협정), 트럼프 행정부의 동아시아 전략은 어떤 것이고 (한일 무역분쟁 등에 따른) 삼각동맹의 해체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궁금합니다.명재하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18학번(서울대 한반도문제연구회)A. 2015년 11월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첫 정상회담은 실제 성사되기까지 물밑에서 교섭 난항이 계속됐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놓고 한일 갈등이 악화되던 시점이었던 탓에 회담의 장소와 시간, 방식 등을 놓고도 양국 간 첨예한 이견 차이가 이어졌습니다. 이런 이견을 중재하며 한일 회담의 개최를 도왔던 것은 미국이었지요. 당시 마크 리퍼트 주한미국대사가 막후에서 중재자 활동을 집중적으로 벌였다고 합니다. 이처럼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동북아 지역의 외교정책 축인 한미일 3각 협력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했고, 이를 유지하기 위해 한일 갈등에 적극적으로 개입했던 게 맞습니다. 북한과의 적대관계가 계속되던 시점에 북핵의 위협에 함께 대응해야 한다는 공감대도 있었고요. 트럼프 행정부는 다릅니다. 한국과 일본이라는 동맹과의 협력에 앞서 우선 큰 틀에서 동아시아 지역의 외교정책부터 볼까요. 트럼프 행정부는 기존의 동아시아 전략을 인도태평양 전략(Indo-Pacific strategy)으로 바꾸고 이를 동아시아 지역의 주된 외교정책 기조로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인도태평양 전략은 태평양에서 인도양까지 범위를 확대하고, 이 지역 국가들과의 연대를 바탕으로 ‘자유롭고 열린(free and open)’ 인도태평양을 만들어나간다는 내용입니다. 개념 자체가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오죠. 하지만 확실한 것은 미국이 이 전략을 통해 중국의 영향력을 견제하고 사실상 중국을 봉쇄하려 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지난달 미 국방부가 발표한 ‘인도태평양 전략 보고서’에도 잘 나타나 있습니다. 미국은 이를 위해 일본과 인도, 호주는 물론 홍콩과 대만까지 끌어들이고 있지요. 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눈에 띄는 것은 미일 간 밀착, 특히 군사 분야의 협력 강화입니다. 일본은 최근 미국의 최첨단 무기를 대규모로 구입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고, 미국은 이에 호응해 민감한 군사 분야 정보의 공유 폭을 확대하며 일본에 힘을 실어주고 있습니다. 여기 트럼프 대통령의 환심을 사려는 아베 총리의 각별한 노력이 더해져서 미일 양국은 신밀월 관계를 과시하고 있죠. 동아시아 지역에서 인도태평양 전략으로 초점을 옮긴 트럼프 행정부는 한미일 3각 협력의 필요성을 이전 행정부만큼 강하게 느끼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과의 갈등, 군사적 긴장감이 완화되면서 ‘공동의 적’을 향한 3국 간 긴밀하고 신속한 정보공유나 협력의 필요성도 그다지 체감하지 못하는 상황이고요. 지난달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에서 한미일 3국 정상회담은 없었던 반면, 미국 일본 인도의 3국 정상회담에 언론의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진 것은 이를 보여주는 장면이었습니다. 한일 갈등에 대해 미국은 양국 관계의 개선을 촉구하며 동북아 지역에서의 한미일 3각 협력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워싱턴 특파원들이 국무부에 관련 질의를 보낼 때마다 이 대답이 앵무새처럼 반복해서 돌아옵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 내에서는 과거사 문제를 둘러싼 양국 갈등에 대한 피로감과 함께 섣불리 중재에 나서지 않으려는 냉정하고 신중한 기류가 동시에 감지되고 있습니다. 미국의 중재나 이를 통한 해결을 섣불리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브래드 글로서먼 퍼시픽포럼 국장은 “미국이 한일 갈등에 개입할 것이라고 기대할 수는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부과 등의 경제적 보복 조치를 선호하는 상황을 고려할 때 미국은 이런 문제를 중재할 윤리적 권한도 갖고 있지 않다”고 진단했습니다. 다만 이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3각 협력 구도는 해체되지 않을 겁니다. 무엇보다 미국과 중국 간 패권 경쟁이 장기전으로 가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으로서는 동북아 지역의 두 핵심 동맹국 간의 갈등 악화를 마냥 두고 보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특히 그 갈등이 한일 양국 간 정치적, 경제적 충돌을 넘어 미국의 안보, 군사 분야의 이해관계를 건드리게 될 때는 더욱 그렇습니다.이정은 동아일보·채널A 워싱턴 특파원}
2015년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에 따른 우라늄 농축 비율(3.67%) 파기를 선언한 이란이 8일 “우라늄 농축도가 4.5%를 넘어섰다. 우리가 원하면 핵합의 이전 농축도인 20%까지 높이는 일도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관영 ISNA통신에 따르면 이날 베루즈 카말반디 이란 원자력청 대변인은 “오늘 아침 이란의 우라늄 농축도가 4.5%를 초과했다. 남아 있는 핵합의 당사국들이 미국의 대(對)이란 제재를 완충해줄 해결책을 내놓지 않으면 60일 후 합의 사항을 어기는 또 다른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했다. 이란은 하루 전 “우라늄 농축도가 3.67%를 넘어섰다”고 공식 선언했다. 발끈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곧바로 기자들에게 “이란은 ‘조심하는 게 좋다(better be careful)’. 그들은 많은 나쁜 일을 하고 있으며 절대 핵무기를 가질 수 없다”고 경고했다. 같은 날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트위터에 “이란의 최근 핵 프로그램 확대는 추가 고립 및 제재로 이어질 것”이라며 “핵무기로 무장한 이란 정권은 전 세계에 더 큰 위험을 안긴다”고 가세했다.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의 핵합의 서명국들은 연일 강경 대응을 밝힌 미국과 달리 “대화와 협상을 통해 사태를 해결하자”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6일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과 1시간 이상 전화 통화를 갖고 15일까지 대화 재개 조건을 찾아보기로 합의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도 10일 이란에 관한 긴급회의를 연다. 중국은 이란을 편들며 ‘미국 때리기’에 나섰다. 관영 환추(環球)시보에 따르면 겅솽(耿爽) 외교부 대변인은 8일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이 이란에 최대한의 압박을 가한 것이 이란 핵 위기의 근본 원인이다. (미국의) 일방적 괴롭힘이 세계적으로 더 많은 문제와 큰 위기를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달 20일 이란 군이 격추한 미군 무인기(드론) 사건에 대한 진실 공방도 뜨겁다. 이란 언론 테헤란타임스는 “격추 직후 미국이 외교 경로를 통해 ‘미국 체면을 살리기 위한 공습을 하고 싶다’는 뜻을 전달했으나 이란이 거부했다”며 ‘미국 망신 주기’성 보도에 나섰다. 골람 레자 잘랄리 이란 군 사령관은 “당시 미국이 ‘중요하지 않은 사막 지역에 제한된 공습을 하고 싶다. 이에 대응하지 말아 달라’고 했다. 하지만 우리는 ‘어떤 공격도 전쟁 시작으로 여기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이는 “격추 직후 보복 공습을 계획했지만 인명 피해를 우려해 약 10분 전 취소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과 상반된다. 이란은 미국과의 협상에도 부정적이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이란이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여부가 결정되는 2020년 11월 미 대선 때까지 협상을 하지 않고 기다릴 것”이라며 “핵 합의를 파기한 트럼프 대통령과 다시 협상하느니 새 대통령과 협상에 나서는 것이 낫다는 판단”이라고 분석했다. 이란이 지난해 5월 미국의 전격적 핵 합의 파기에도 불구하고 1년 넘게 공식적으로는 ‘핵 합의 맞불 파기’를 선언하지 않고 있는 이유도 새 대통령과의 협상을 바라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카이로=이세형 turtle@donga.com / 워싱턴=이정은 / 파리=김윤종 특파원}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8∼11일 벨기에와 독일을 방문한다. 미국 측 북핵 협상대표의 유럽행을 놓고 북-미 간 비핵화 실무협상의 장소 선정 등 준비 작업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미 국무부는 6일(현지 시간) “비건 특별대표가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FFVD)에 대해 협력하기 위해 8, 9일 브뤼셀에 이어 10, 11일 베를린을 방문해 유럽의 당국자들과 만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도훈 한국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도 함께 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외교부도 이 본부장이 9∼12일 독일 방문 기간에 베를린에서 비건 대표와 만나 한미 북핵 수석대표 협의를 한다고 밝혔다. 비건 대표의 북한 관련 해외 행보는 지난달 30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판문점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 비핵화 실무협상 재개에 합의한 직후 이뤄지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비건 대표는 5월 방한 당시 “유럽 선진국을 다니면서 북한의 사이버 해킹 공동 대응 강화를 촉구하겠다”고 밝힌 적이 있지만, 현 시점에서는 그가 밝혔던 협상의 ‘유연한 접근’ 및 북한과의 소통 강화에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보인다. 비건 대표와 이 본부장이 베를린 방문 일정을 맞춰 한미 간 수석대표 협의를 진행하는 것은 한미 간 긴밀한 협력을 보여주려는 뜻으로 해석된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미국이 이르면 7월 중순에 재개될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에서 북한의 체제 보장과 관련된 조치들을 상응 조치로 협상 테이블에 올릴 것으로 알려졌다. 종전선언은 물론이고 평화협정 체결과 북-미 수교까지 예상보다 빠르게 추진될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그 파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6일(현지 시간) 워싱턴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이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이후 대외적으로 필요성을 언급해 온 체제 보장 문제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체제 보장은 대북제재를 유지하면서도 ‘유연한 접근’으로 북측에 줄 수 있는 비(非)경제적 상응 조치라는 것. 외교 소식통은 “미국은 대북제재를 완화할 생각이 없고, 그런 이야기를 꺼낼 분위기도 아니다”며 “지금은 제재가 아닌 북-미 관계 개선과 안보 쪽으로 논의의 초점이 옮겨가고 있다”고 전했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검토하는 안보 관련 상응 조치는 종전선언이나 평양-워싱턴 간 연락사무소 설치를 넘어서는 수준으로 알려졌다. 북-미 연락사무소 설치는 이미 하노이 회담 준비 과정에서 합의 수준까지 갔던 내용이다. 따라서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끌어내려면 그보다는 한 단계 더 나아간 조치가 필요하다는 게 트럼프 행정부의 판단이라고 한다. 비건 대표는 지난달 워싱턴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에서 진행한 공개 연설에서 북-미 양측의 ‘유연한 접근’ 필요성을 밝히면서 곧바로 체제 보장 문제를 언급했다. 그는 “우리는 의미 있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 단계들을 추구한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북한 관점에선 안전 보장 및 전반적인 관계 개선에 대한 더 넓은 논의의 맥락에서 진행돼야 가능할 것이라는 점도 이해한다”고 말했다. 북한은 미국이 제재를 완화할 생각이 없음을 확인한 후 체제 보장 요구 쪽으로 방향을 선회하는 듯한 행보를 보여 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4월 시정연설에서 “제재 해제에 더 이상 집착하지 않을 것”이라며 비핵화 협상의 의제를 바꿀 수 있음을 시사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후 진행된 북-러 정상회담 기자회견에서 “북한은 자국 안보와 주권 유지를 위한 보장이 필요하다”고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미국으로서는 지난해 11월 남북 군사합의로 군사적 긴장이 완화된 만큼 적대관계 종식을 위한 종전선언 추진의 부담을 덜어낸 상황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 간의 판문점 ‘깜짝 회동’ 이후 “사실상의 적대관계 종식과 새로운 평화시대의 본격적인 시작을 선언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라며 분위기를 띄웠다. 여전히 대북제재 완화를 원하는 북한이 얼마나 호응할지가 관건이다. 북-미 양측이 영변 핵시설 폐기 및 그 상응 조치로 종전선언, 평화협정 논의 등에 합의하면 속도가 붙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유엔사 해체, 주한미군 철수 등 북한이 요구할 후속 조치들을 둘러싸고 국내에서 논란이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 한미 연합 군사훈련의 영구 중단 등 한미동맹을 흔들 우려도 있어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일본의 대한(對韓) 수출 통제 조치가 4일 시작되면서 어느 때보다 양국의 시선이 미국 워싱턴에 쏠리고 있다. 2015년 12월 위안부 합의 등 한일 갈등 현안이 있을 때마다 미국 대통령이 한미일 3각 동맹을 내세워 중재 역할을 해 온 만큼 이번에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행보가 이번 사태에 작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트럼프 행정부 내에선 과거사 문제를 둘러싼 한일 갈등에 대한 피로감 등을 이유로 당장엔 중재에 나서지 않으려는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4일 아시아의 두 경제대국 한국과 일본의 긴장이 고조되면 미국이 전통적으로 개입해 왔던 과거와 달리 이번 사태에서는 그런 움직임이 눈에 띄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과 일본에 미군이 무기한 주둔하는 이유에 의문을 제기했고, 두 동맹국이 다툴 때 눈에 띄는 존재감도 드러내지 않았다”며 “그가 지난달 말 일본과 한국을 연달아 찾았을 때도 양국 갈등 문제를 단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행정부의 한 관계자는 3일 “한국에서 현재까지 공식 중재 요청이 들어온 게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한국이 일본에 (과거사 문제에 대해) 논의하자고 제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 조야에선 한일 위안부 합의 재검토에 이어 강제징용 배상 문제가 불거진 데 대해 양국에 대한 불만도 나오고 있다.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브래드 글로서먼 퍼시픽포럼 국장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자유롭고 공정하고 열린 무역’을 강조한 직후 이런 조치를 취한 것은 위선적”이라면서도 “한국 정부에 동조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동시에 한일 갈등에 계속 침묵할 경우 중국의 동아시아 굴기를 막기 위한 동아시아 1차 저지선인 한미일 3각 축에 적지 않은 영향이 있는 만큼 결국 어떤 식으로든 트럼프가 움직일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대니얼 스나이더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한국과 일본이 경제 전쟁의 길로 접어들고 있는데 이는 매우 위험하다”며 “미국은 동북아의 두 주요 동맹국 간 긴장 고조가 미국의 안보와 이익에도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항상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관계자는 “판문점 남북미 회동과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다시 구축된 소통 채널을 통해 이번 사안의 심각성을 워싱턴에 충분히 알리고 있다”고 전했다.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2016년 1월부터 17개 월 간 북한에 억류됐다 2017년 6월 숨진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가족들이 미 검찰에 압류된 북한 선박 ‘와이즈 어니스트’호의 소유권을 주장하는 청구서를 미 법원에 제출했다고 4일(현지 시간)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보도했다. 웜비어의 부모인 프레드 및 신디 웜비어 부부는 3일 미 법원에 낸 청구서에서 “북한은 웜비어의 소송에 대한 모든 통지와 법적 문서를 송달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법정에 나오거나 방어, 합의하는 등의 시도를 하지 않았다. 북한 독재자에 의한 아들의 고문과 죽음을 보상받기 위해 북한 자산을 추적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해 4월 미 워싱턴 연방법원에 “아들이 북한 정권의 고문으로 숨졌다”며 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같은 해 12월 5억114만 달러(약 6000억 원)의 배상 판결도 받아냈다. 하지만 북한 측은 이 판결을 인정할 수 없다는 의사를 나타냈다. 북한이 배상금을 자발적으로 지급할 가능성이 없는 만큼 미 정부가 몰수한 북한 자산을 통해서라도 돈을 받아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와이즈 어니스트호는 2만7000t에 달하는 대형 선박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들은 비록 노후 선박이지만 크기가 상당해 고철 값으로만 약 300만 달러(약 36억 원)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현재 이 선박은 미국령 사모아에 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4일(현지 시간) 243주년을 맞은 미국 독립기념일이 ‘분열’로 얼룩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주도한 기념 행사가 과다한 예산 사용 등으로 ‘재선용 정치 쇼’ 논란에 휩싸인데다 폭염과 비 등 궂은 날씨까지 겹쳤다. 야당 민주당은 “오늘은 대통령의 생일이 아니라 미국의 생일”이라고 일갈했다. 공화당 소속임에도 대통령 탄핵을 거론했던 저스틴 어마시 하원의원(미시건)은 “나의 독립을 선언한다”며 탈당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 링컨기념관 앞에서 진행한 47분 간의 연설에서 “미국은 어느 때보다 위대하고 강하다”며 미래를 위한 통합을 역설했다. 미 대통령이 독립기념일에 대규모 대중 연설을 한 것은 1951년 해리 트루먼 대통령 이후 68년 만이다. 그는 “미국인에게 불가능한 것은 없다. 조만간 화성에 미 국기를 꽂겠다”고도 외쳤다. 그는 연설의 상당 부분을 미군 활약상을 소개하는 데 할애했다. 조지프 던퍼드 합참의장을 비롯한 국방부 주요 인사를 언급하며 이들을 추켜올렸다. 군악대는 물론 탱크와 스텔스기 전투기, 전략폭격기 등을 동원한 이번 행사에 군이 기여한 점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대통령 연설 직후 워싱턴 상공에는 F-22 랩터와 B-2 스텔스 폭격기, F-18 슈퍼호넷, 아파치 헬기 등이 순차적으로 저공 비행을 했다. 이날 행사에는 성조기로 장식된 옷과 ‘MAGA(미국을 위대하게)’ 모자 등을 쓴 대통령 지지자들이 “유에스에이(USA)”를 연호했다. 동시에 반(反)트럼프 시위를 상징하는 대형 ‘베이비 트럼프’ 풍선 인형도 등장했다. 반대파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비아냥거리는 내용의 팻말을 들고 시위를 했다. 백악관 인근 공원에서는 성조기를 불태우는 시위도 벌이졌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지자는 열광시키고 비판자는 열 받게 만든 행사였다”고 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행사가 끝난 뒤 트위터에 여러 장의 행사 사진 및 동영상을 올렸다. “엄청난 애국자들의 대규모 군중이 오늘 밤 모였다”고도 주장했다. 그러나 이날 인파는 예상보다 훨씬 적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부 언론은 2017년 1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 그의 대통령 취임식 당시 모습을 보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당시 전임 버락 오바마 대통령 때보다 눈에 띄게 줄어든 관중들의 모습을 주요 언론이 지적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가짜 뉴스의 왜곡’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30도를 웃도는 무더위에 비까지 계속 내리자 일부 참가자들은 일찌감치 자리를 떴다. 현장에 있던 한 시민은 기자에게 “전년 행사에 비해 오히려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축제 분위기를 느끼기 어렵다”고 했다. 민주당 대선주자들은 일제히 포문을 열었다. “미국의 이상을 기념하는 게 아니라 트럼프의 자아를 어루만지는 행사로 설계됐다”(조 바이든 전 부통령) “독립기념일은 대통령이 아닌 미국의 생일임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카멀라 해리스 캘리포니아주 상원의원) 등의 비판이 잇따랐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버몬트)는 트위터에 “이런 행사는 독재자들이나 하는 짓이다. 대통령은 군용 탱크 등으로 자신을 빛내려 하고 공화당 기부자들은 납세자들이 낸 돈으로 VIP 좌석을 얻었다”고 꼬집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판문점 ‘깜짝 회동’을 놓고 미 정치권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평가가 엇갈리는 가운데 민주당은 비판 수위를 높이며 이를 선거 쟁점으로 삼을 태세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2일(현지 시간) CNN방송에 출연해 북-미 정상의 판문점 회동에 대해 “미국 외교사에서 몇 안 되는 ‘최악의 나날’(the worst few days) 중 하나였다”고 폄하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을 만나 원하는 것은 모두 얻게 해줬으면서도 미국은 아무 것도 얻지 못했다”며 “그는 독재자를 칭송하면서 외교 정책을 엉망으로 만들었다”고 비난했다. 또 “(판문점 회동은) 외교정책의 ‘리얼리티 쇼였다”며 “이런 전략의 부재, 방향성에 대한 감각의 부재가 장기적으로 미국에 해를 끼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슬프게도 착각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반면 켈리앤 콘웨이 백악관 선임고문은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이를 반박했다. 그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노벨평화상을 받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실제로 노벨평화상을 타는 길을 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판문점 회동은) 트럼프 대통령이 다른 나라의 지도자들과 만나 이야기하고, 평화를 가져오기 위해 노력하며, 제재가 계속되는 동안 핵 능력을 줄여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에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는 2020년 인구조사 설문 과정에서 시민권 보유 여부를 물으려던 계획을 접고 이 질문이 포함되지 않은 설문지 인쇄에 들어갔다. 연방대법원의 최근 시민권 보유 조사 불허 판결을 수용한 것. 인구조사에서의 시민권 확인은 민주당 성향이 강한 이민자들 중 시민권이 없는 사람들의 조사 참여를 막아 선거구 획정에서 민주당에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관 습격 사건의 혐의자인 한국계 미국인 크리스토퍼 안(38)의 보석 요청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졌다.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연방지방법원의 진 로젠블루스 판사는 2일(현지 시간) 100만 달러(약 11억원)의 보석금을 내면 크리스토퍼 안이 풀려날 수 있다고 판결했다. 이번 보석 허가에는 크리스토퍼 안이 앞으로 법정에 출석하지 않거나 가석방 기간의 규정을 어길 경우 그와 가까운 관계자를 체포할 수 있다는 조건이 붙었다. 로젠블루스 판사는 결정문에서 “크리스토퍼 안은 40세 가까이 되도록 다른 범죄경력이 없고 해병대에서 6년간 근무하며 봉사해왔다”며 “대사관 사건 당시 멤버들이 칼을 소지하고 있었지만 실제 사용했다는 증거가 없고 실제 상해도 없었다”고 밝혔다. 스페인으로 돌아갈 경우 북한 송환을 우려하고 있는 상황에서 해외 도주우려도 없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법원은 앞서 크리스토퍼 안이 스페인으로 송환될 경우 북한으로 넘겨질 가능성이 있다는 변호사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북한 정부가 그의 목숨을 위협하고 있다는 점을 FBI가 확인했다”며 신변의 위험이 높아져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안 씨의 변호인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석방 결정을 내려졌지만 실제 풀려나는 데까지는 1, 2주의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본다”며 “석방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남아있는 절차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석방 이후 크리스토퍼 안의 신변안전 문제와 관련해 “이 지역에서 체포되는 사람들이 수감되는 구치소가 딱 1곳이어서 그가 어디 있는지 사실상 노출되기 때문에 바깥보다 더 안전하다고 할 수도 없었다”며 “석방 이후 (북한의 위협 등으로부터) 신변 보호에 각별히 신경 쓸 것”이라고 전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누렇게 변한 종이 위에 잉크가 바래져 희미해져 가는 사진 밑에 ‘국가검열상 김원봉’이라는 설명이 눈에 들어왔다. ‘김일성-조국의 통일독립과 민주화를 위하여’라는 제목으로 1948년 발간된 북한 서적의 맨 앞에 붙어있는 사진 자료였다. 2일(현지 시간) 미 의회도서관의 아시아 자료실. 이 곳의 유일한 한국계 사서인 소냐 리 씨(60)는 책을 열어서 사진을 보여주며 “북한 서적을 정리하다가 이번에 새로 찾아낸 자료”라고 했다. “제일 앞 장에 김일성, 그 다음 장에 3명의 부수상에 이어 세 번째 페이지에 나오는 걸 보면 북한에서의 지위가 매우 높았음을 알 수 있죠. 북한 자료들이 의회도서관에 들어온 지 수십 년이 됐지만 아직도 이렇게 새로 찾고 연구할 게 많아요. 이런 자료들은 디지털화 작업을 하지 않으면 색이 바래지고 낡아서 앞으로 장기 보존이 어렵습니다.” 의회도서관은 소장 중인 북한 잡지와 문헌 자료를 스캔해서 저장하는 디지털화 작업을 10월부터 본격화한다. 제목과 출판사, 저자 등의 색인 자료를 컴퓨터에 입력해서 전산화하는 프로젝트도 내년부터 시작할 예정이다. 미 의회도서관 아시아 자료실 내 유일한 한국인 사서인 소냐 리는 이런 프로젝트를 주도적으로 추진해온 공신이다. 리 사서는 “세계 최대 도서관 중 하나인 미국 의회도서관에는 전 세계에서 1권밖에 남아있지 않은 북한의 유일본 자료들이 많다”며 “6.25전쟁 당시 미군과 유엔군이 가지고 나온 북한 자료들 중에는 소장 60년이 넘어가면서 낡고 바스러지기 직전의 상태에 놓인 것들도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10년 전부터 디지털화를 추진했으나 인력과 자금, 의회도서관의 내부 절차 등 문제로 큰 진척을 보지 못했다. 의회도서관은 1차적으로 1948년부터 1969년까지의 북한 잡지 21종에 담긴 기사와 칼럼 등 4만4246개의 디지털 색인작업을 진행해 지난해 웹사이트에 업로드했다. 이어 나머지 자료들에 대한 본격적인 스캔 작업과 추가 색인작업을 앞으로 진행하게 된다. 아직 작업하지 못한 북한 잡지 종류만 200개가 넘는다는 게 리 사서의 설명이다. 의회도서관은 이 프로젝트를 위해 1일 한국국제교류재단(KF)과의 협력 양해각서(MOU)에 서명했다. KF는 현지에 한국인 주니어 사서를 파견키로 하고 현재 공모 중이다. 리 사서가 보여준 북한 자료들 중에는 ‘북조선노동당 강령’부터 과학, 여성, 농업 등 분야별 잡지는 물론 맥아더 장군을 패잔병으로 묘사한 ‘패전장군의 말로’ 같은 그림 동화책도 있었다. 리 사서는 “북-미 협상이 돌아가기 시작하고 관계가 개선되면서 정부기관 관계자를 비롯해 북한 자료를 찾는 사람들이 크게 늘었다”며 “미국 뿐 아니라 독일 영국 일본 등지에서 교수와 학생들도 많이 온다”고 귀띔했다. 미국 비자를 받지 못하는 북한 사람들은 막상 이 자료에 접근하지 못한다. 1990년대 후반 북한 인민학습당 소속의 간부들이 딱 한 차례 방문한 기록만이 남아있을 뿐이다. 리 사서는 1995년부터 24년 간 의회도서관에서 근무해온 아시아 자료실의 산 증인. 그는 “북한 자료가 쌓여 있는데도 제대로 분류, 정리돼 있지 않다 보니 찾고 싶어도 찾을 수 없는 ‘잃어버린 책’들이 적지 않다”며 “이런 자료의 색인 및 디지털 작업은 접근성을 높인다는 차원에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북-미 간 비핵화 실무협상 재개를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내 강경파와 대화파 간의 미묘한 신경전이 벌써부터 나타날 조짐이다. ‘대화파’인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에게 일단 힘이 실렸지만, 미국 측의 일부 양보가 불가피한 ‘유연한 접근’ 방안을 놓고 내부에서 적지 않은 갈등이 재연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의 협상 실무팀이 북한 핵시설의 ‘동결’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협상 아이디어를 검토 중이라는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 보도에 대한 반응이 대표적이다. 강경파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일 트위터에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참모진이나 나는 논의한 적도 들어본 적도 없다”며 “이는 대통령을 옴짝달싹 못 하게 하려는 누군가의 시도”라고 밝혔다. 볼턴 보좌관은 판문점 북-미 정상회동에 동행하지 못한 채 몽골로 쫓겨나듯 떠난 뒤 이런 트윗을 올렸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날 “볼턴의 발언은 NSC에서 관련 내용을 들어본 적이 없다는 것일 뿐, 회의 테이블에 올라가지 않았다고 부인한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볼턴 보좌관 모르게 국무부 내 협상팀에서 핵동결이 논의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다. 일각에서는 볼턴 보좌관의 몽골 방문을 두고 사임이 임박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1957년 니키타 흐루쇼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정적이자 스탈린주의자였던 뱌체슬라프 몰로토프 외교장관을 제거하기 위해 몽골 주재 대사로 보낸 이후 국제 정치무대에서는 고위관리의 예기치 않은 몽골행은 곧 ‘지옥행(퇴진)’을 의미한다는 공식이 자리 잡았다. 핵시설 동결에 대한 전문가 반응은 부정적이다. 비핵화의 최종 상태가 합의되지 않은 상태에서 핵시설의 폐기가 아닌 동결은 사실상 북한의 핵 보유를 용인해 주는 ‘스몰딜’ 수준의 후퇴를 의미한다는 것이다. 이런 비판을 의식한 듯 비건 대표는 “완전한 억측”이라며 NYT 보도를 부인했다. 국무부 대변인실도 언론의 질의에 “우리의 목표는 여전히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라고 답변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