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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정상회담에서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영어 실력에도 전 세계의 이목이 쏠렸다. 스위스 유학파인 김정은이 유창한 영어를 구사할 거라는 관측이 있었지만, 공식 석상에서 영어를 구사하는 모습이 드러난 적은 없기 때문. 12일 오전 9시 5분(현지 시간) 싱가포르 센토사섬의 카펠라 호텔에서 이뤄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첫 만남은 약 12초간 통역 없이 진행됐다. 김정은은 이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영어로 “Nice to meet you, Mr. President(만나서 반갑습니다. 대통령님)”라고 말했다고 백악관 출입기자단이 밝혔다. 김정은이 간단한 영어 인사로 친근한 분위기를 연출하려 한 것으로 보이는 장면이었다. 김정은은 이후 줄곧 통역을 대동하고 한국어로 대화를 이어 갔다. 그러다가 두 정상은 회담 후 오찬을 마치고 호텔 안 정원을 산책했다. 통역 없이 둘이서 산책에 나선 두 정상은 웃음을 머금은 밝은 표정으로 눈길을 끌었다.장관석 기자 jks@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회담 이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자신의 전용 차량인 ‘캐딜락 원’의 내부를 보여주는 파격적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이 차량은 미 대통령만을 위해 특수 제작된 방탄차량으로 전장 5.5m, 무게 9t의 육중한 몸체 때문에 ‘비스트(Beast·야수)’로 불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 회담장인 센토사섬의 카펠라 호텔에서 김 위원장과의 업무 오찬을 마친 뒤 호텔 정원에서 함께 산책했다. 김 위원장과 보조를 맞추며 걷던 트럼프 대통령은 캐딜락 원으로 향하면서 무언가 손짓하자 미국 비밀경호국 요원 한 명이 차량의 오른쪽 뒷문을 열었다. 그 순간 트럼프 대통령이 무슨 얘기를 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한 번 구경해 볼래”라고 말하는 것처럼 비쳤다. 김정은은 한 걸음 정도 차량 앞으로 다가가 내부를 들여다보더니 미소를 띠며 탑승하지는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동차 마니아’로 알려진 김 위원장에게 비스트 내부까지 공개하며 정상회담을 부드럽게 풀어가려고 한 대목으로도 볼 수 있다. ‘움직이는 요새’ ‘움직이는 백악관’으로도 불리는 비스트는 방탄유리 두께만 13cm이고 급조폭발물(IED)과 화학무기 등을 이용한 테러에도 끄떡없다. 1983년부터 제너럴모터스(GM)에서 독점 제작해 왔으며 가격은 대당 150만 달러(약 16억 원)로 추정된다. 김정은이 북한에서 공수해온 ‘메르세데스벤츠 S600 풀만 가드’는 10억 원대로 알려져 있다.장관석 기자 jks@donga.com}
정태옥 전 자유한국당 의원이 이른바 ‘이부망천’(이혼하면 부천 가고, 망하면 인천 간다) 발언으로 자진 탈당을 했지만 파장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11일 “어제 황급히 ‘탈당 쇼’를 했지만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막말이자 꼬리 자르기”라며 “정계 은퇴만이 인천시민에게 조금이라도 사죄하는 길”이라며 정 의원을 압박했다. 바른미래당 유승민 공동대표도 “당대표가 막말을 하니 (소속) 국회의원들이 배워서 사고를 쳤다”며 한국당 홍준표 대표를 공격했다. 정의당 지방의원 후보들은 “300만 인천시민을 비하하고 명예를 훼손했다. 시민 소송인단 613명을 모집해 6억1300만 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내겠다”고 주장해 법정 공방을 예고했다. 정 의원을 징계하지 않고, 탈당계를 처리한 한국당은 당 차원의 사과 메시지 등 추가 수습책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한국당 장제원 수석대변인은 “반성의 뜻으로 당력을 결집해 인천과 부천을 발전시키겠다”고 했다.장관석 기자 jks@donga.com}

호남 맹주를 놓고 자존심 대결을 벌이고 있는 더불어민주당과 민주평화당이 6·13지방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8일 호남의 정치적 심장부인 목포에서 격돌했다. 민주당 추미애 대표 등 지도부는 오전 김종식 목포시장 후보 선거사무소에서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를 열어 “청년 김대중(DJ)의 꿈을 실현할 수 있게 힘을 주신 곳이 목포다. 목포는 민주당의 종택이자 종갓집”이라며 김 후보 지지를 호소했다. 민주당 지도부의 목포 방문은 ‘서남권 벨트’에서 평화당과 무소속 후보의 도전세가 만만치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 목포시장 재선을 노리는 평화당 박홍률 후보가 여론조사 선두를 달리는 등 야권의 상승 기류가 만만치 않다. 광주시와 목포 일대에 내걸린 민주당 후보의 플래카드에는 ‘광주를 광주답게’ ‘동구가 먼저다’ ‘문재인과 함께’ 등 지난해 대선 때 문재인 대통령이 쓴 캐치프레이즈를 대거 차용한 문구가 적혀 있었다. 평화당은 목포 김대중노벨평화상센터에서 중앙선대위를 열어 저지선을 구축했다. 조배숙 대표는 “경제만 망쳐 놓은 민주당이 평화 분위기에 편승해 싹쓸이를 노린다. 현명한 목포시민은 안 속는다”고 비판했다. 추 대표는 이날 “당리당략에 매몰돼 겨자씨만큼도 협조하지 않았다” “2016년 총선 때 여러분이 힘을 실어준 국민의당은 이름조차 사라졌다. 이제 당명 외우기도 귀찮아졌다”며 평화당을 겨냥했다. 그러나 조 대표는 “국회 교착 상태 해소의 물꼬를 튼 정당이 평화당인데 추 대표의 치매가 시작된 것 같다”고 맞받았다. 평화당은 광역단체장 판세는 민주당 쪽으로 이미 기울었다고 판단하고 목포나 진도 등 기초단체장에 당세를 모아 서남권 벨트에 최후의 진지를 구축하고 있다. 그러나 지역주의에 호소하는 발언도 나왔다. 박지원 의원은 “민주당 지도부의 목포 대책회의는 DJ를 죽이기 위해 박정희 전 대통령이 목포에서 국무회의를 한 것과 무엇이 다르냐”고 비판했다. 평화당 정동영 의원은 “나는 꿈이 있습니다. 다시 ‘전라도 정권’을 창출하자는 꿈을 갖고 있지 않습니까. 여러분”이라고 호소했다.광주·목포=장관석 기자 jks@donga.com}

《6·13지방선거에서는 세종과 제주를 제외한 광역단체 15곳에서 시장과 군수, 구청장 등 기초단체장 226명을 뽑는다. 2006년 지방선거 때 당시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이 230곳 중 3분의 2 정도인 155곳을 석권했던 성적표를 더불어민주당이 다시 써내려 갈지가 최고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서울6·13지방선거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지난달 31일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제일 먼저 달려간 류경기 서울 중랑구청장 후보 출정식. 추 대표는 “중랑구는 국회의원은 민주당 소속인데 유독 구청장만 민주당이 아니다. 이번엔 구의원도 기호 1번(민주당)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2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역 사거리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장영철 강남구청장 후보 유세장. 1995년 민선 1기 이후 보수정당이 단 한 번도 구청장 자리를 놓친 적이 없는 이곳에서 홍준표 대표는 “지방선거는 지방 일꾼을 뽑는 선거지 대통령 선거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광역단체장은 황제, 기초단체장은 왕” 서울 25개 기초단체장을 두고 민주당과 한국당 양당이 자존심 싸움을 벌이고 있다. 기초단체장은 광역단체장보다 주목도가 낮은 반면 풀뿌리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은 오히려 더욱 막강하다. 관할 행정구역 현안에 대한 의사 결정, 실질적 인허가권, 인사권을 쥐고 있어서 ‘내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 한 다선 의원은 “광역단체장이 황제(皇帝)라면, 기초단체장은 왕(王)”이라고 했다. 기초단체장 선거는 지역사회 ‘일감 수주 생태계 먹이사슬’도 바꾼다. 기초단체장 경력이 있는 정치권 관계자는 “예산은 국회의원이 따지만 집행은 구청장이 한다. 관내 보도블록 교체 공사도 시기나 구간을 쪼개 공사가액을 낮춰 수의계약을 체결하면 주변에 직간접적 이권을 줄 수도 있다”고 했다. 기초선거 캠프 관계자 A 씨는 “기초단체장, 공무원-업체-기초의원 간 축적된 공생관계는 ‘산악회’ 등으로 탈바꿈해 차기 선거에서 ‘든든한 지역 조직’ 역할도 한다”고 했다. 중앙정부 국정운영의 기조가 지역사회에 뿌리내리는 데도 기초단체장의 힘이 절실하다. 지난해 신연희 강남구청장이 박원순 서울시장과 사사건건 갈등을 빚었던 점이 대표적이다. 25개 자치구 중 가장 많은 재산세를 납부하는 강남구가 서울시에 대놓고 반기를 드는 점은 박 후보에게도 부담스러운 지점이었다.○ 민주당 석권 기대… 한국당 방어선 구축 서울 기초단체장 선거 판세는 촛불 탄핵과 문재인 대통령 당선 이후 민주당에 유리한 쪽으로 형성됐다는 게 중론이다. 2014년 지방선거 때 25곳 중 20곳 구청장을 확보한 민주당의 기대치는 더 높아졌다. 민주당 이춘석 사무총장은 5일 서울 구청장 석권 가능성에 “그것은 희망”이라면서도 “새누리당이 2006년에 거뒀던 성과에 가까울 것”이라고 했다. 2006년 제4대 지방선거에서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은 25개 서울 구청장을 싹쓸이했다. 한국당은 어느 때보다 긴장한 표정이다. 여론조사 등 각종 지표가 보여주는 징후가 심상치 않기 때문. 북-미 정상회담 등 한반도 평화 이슈가 기초단체장 선거에 유입되는 것을 차단하면서 후보 자체의 역량을 강조하려는 ‘인물론’에 방점을 찍고 있다. 한국당은 수감 중인 신연희 강남구청장을 제외한 현역 구청장 4명(서초, 송파, 중랑, 중구)을 모두 공천해 현역 프리미엄으로 방어막을 친 상태다. 최대 관전 포인트는 서초, 강남, 송파 등 이른바 강남 3구다. 민선 1, 2기 송파구를 제외하면 강남 3구는 단 한 번도 민주당 구청장을 배출한 적 없는 보수의 아성이다. 민주당으로선 첫 서초구청장과 강남구청장을 탄생시켜야 2006년 지방선거와는 정반대의 25 대 0이라는 성적표를 받아들 수 있다.○ 강남 3구, 민주당 후보도 “재건축 정상화” 공약 강남 3구는 지역 특성상 부동산 공약이 유권자 선택의 주요 쟁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를 의식한 듯 여야를 막론하고 재건축 문제 해결에 적극적인 발언이 쏟아지고 있다. 강남구청장은 정순균 전 국정홍보처장이 민주당 후보로, 장영철 전 한국자산관리공사 사장이 한국당 후보로 맞붙었다. 노무현 정부 국정홍보처장, 문재인 대통령 후보의 언론특보를 지낸 정 후보는 압구정현대, 은마 아파트 재건축사업 지원을 공약하면서 “강남구민이 원하면 청와대까지 찾겠다”고 했다. 한국당 장 후보도 “강남구가 과도한 재건축 부담금으로 재산권을 침해당하고 있다”며 노후 아파트 재건축 조속 추진을 공약했다. 그는 △강남 테헤란로와 역삼로 주변을 스타트업 메카로 조성 △현대자동차그룹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와 수서역세권 복합개발 등을 공약했다. 강남 3구 중 보수색이 가장 옅은 송파구는 한국당 박춘희, 민주당 박성수 후보 등 두 법조인의 인물 대결 양상이다. 3선에 도전하는 한국당 박 후보는 이혼한 뒤 두 자녀를 키우기 위해 1년간 분식집을 운영하다가 아홉 번 낙방 끝에 사법시험에 합격한 드라마 같은 스토리의 주인공. 그는 △잠실종합운동장 개발 △성동구치소 이전 부지 개발 등 대규모 개발사업 추진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민주당 박 후보는 참여정부 청와대 법무비서관을 지냈고, 19대 대선 때 후보 법률지원단 부단장으로 활동했다. 박 후보도 △대기업 본사 유치 △재건축 촉진 및 주거환경 개선을 공약에 포함했다. 서초구는 민주당 이정근 후보와 재선에 도전하는 한국당 조은희 후보가 격돌했다. 여성 언론인 출신의 대결로도 관심을 모은다. 조 후보는 재건축 활성화 및 고품격 주거환경 조성을 공약하면서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폐지를 주장했다. 민주당 이 후보는 “경부고속도로를 지하화하고 ‘서초 평화의 숲 광장’을 조성하겠다”고 공약했다. 재건축 초과이익 기초단체 귀속분 30%로 문화도시 재생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중랑구… 한국당 수성이냐, 민주당 탈환이냐 지역구 국회의원은 민주당인데, 구청장은 10년 넘게 한국당이 갖고 있는 중랑구는 민주당의 ‘전략적 요충지’다. 민주당은 공천 잡음에도 불구하고, 서울시 부시장을 지낸 류경기 후보를 전략 공천했다. 류 후보는 “중랑 발전의 새 엔진, 일자리 산업을 대규모로 유치하겠다”고 공약했고, 박원순 후보는 “당선만 된다면 서울시에서 류 후보를 팍팍 밀어드리겠다”고 약속했다. 재선에 도전하는 한국당 나진구 후보는 오세훈 서울시장 시절 부시장을 지낸 인물로 △세계 최장 장미터널 조성(5.15km) △면목동 복합행정타운 건립 △면목선 경전철 조기 착공 등을 내걸었다. 기초단체장 선거는 2년 뒤 치러지는 21대 총선에도 직간접적 영향을 끼친다. 해당 지역 기초단체장을 꿰차면 지역 속사정을 소상히 파악하고 여론을 조성할 기초 조직이 지역 곳곳에 형성돼 차기 총선에 우호적인 여론을 자연스레 조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풀뿌리 지역 생활단위 곳곳에 ‘모세혈관’이 생기는 것과 같은 효과다. 2006년 4회 지방선거에서 서울 기초단체장 25곳을 석권했던 한나라당은 2년 뒤인 2008년 18대 총선에서 서울 지역구 국회의원 48석 중 40석을 거머쥐었다. 여야가 서울 기초단체장 선거에 더 공을 들이는 또 하나의 이유이기도 하다.장관석 기자 jks@donga.com}
6·13지방선거 사전투표가 5일로 사흘 앞으로 다가왔지만 북-미 정상회담 등 대형 이슈에 묻혀 ‘후보, 이슈, 접전’ 등이 사라진 이른바 ‘3대 실종’ 선거라는 말까지 나온다. 그러나 지역 일꾼 4016명을 뽑는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이 지역별 이슈를 의제화하고, 해법을 제시하기보다 무책임한 네거티브에 몰두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깜깜이 선거’에 네거티브까지 겹치면서 “이렇게 지방선거 해서 뭐 하나”라는 무용론까지 등장하고 있는 것. 여야의 네거티브 공방이 가장 혼탁한 곳은 경기도지사, 제주도지사 선거 등 2곳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경기지사 후보는 5일 자유한국당 남경필 경기지사 후보의 제주도 땅 투기 의혹을 제기했다. 한국당이 이 후보의 욕설 음성파일을 당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첫 TV토론 때 야당 후보들이 여배우 스캔들 등 네거티브 의혹을 집중 제기한 데 대한 맞불 차원이다. 이 후보 측 김병욱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남 후보와 그의 동생은 기준시가 5억 원가량의 제주도 땅을 사들여 진입로를 내고 쪼개는 방식을 활용하여 106억 원에 매각해 차익을 얻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매입 당시 22세의 남 후보가 농민이 아님에도 과수원을 취득한 것은 농지개혁법 위반이고, 가히 ‘부동산 투기 왕’이라 부를 만하다”고도 했다. 이에 남 후보는 “이 후보 측이 제기한 제주도 토지 문제는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며 법적 대응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남 후보 측은 “1987년 토지 매입 당시 선친이 증여세를 모두 납부했고, 농지법 위반으로 문제가 됐던 토지는 2017년 4월에 전부 매각해 양도세(약 5900만 원)를 모두 납부했다”고 반박했다. 제주도지사 선거의 네거티브전은 형사고발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무소속 원희룡 후보 측은 4일 민주당 문대림 후보를 뇌물수수 혐의로 제주지검에 고발했다. 문 후보가 제주 시내 한 골프장의 명예회원으로 위촉받고, 회원 혜택을 받은 것이 뇌물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문 후보는 “명예회원으로 약 2만 원의 할인 혜택을 받은 건 사실이지만 회원권을 받거나 공짜 골프를 친 것은 아니다”며 원 후보를 허위사실 공표로 맞고발했다. 여론조사 결과 민주당 후보들의 압승이 점쳐지는 호남에서도 네거티브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민주평화당은 민주당 선대본부 관계자들이 지역 인사 수십 명과 ‘자라탕’ 회식을 했다가 적발돼 선관위가 조사 중인 것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였다. 조배숙 대표는 5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서민들은 5000원짜리 국밥 한 그릇 먹기도 힘들 정도로 피폐한데, 집권여당은 호화 보양식 파티를 벌였다. 민주당은 ‘더불어 자라당’인가”라고 꼬집었다. 민주당은 “경선 낙선자를 위한 위로 모임이었다. 민평당이 도를 넘은 네거티브를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부산과 전북에선 후보자의 개인 정보인 건강 문제가 공개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민주당 오거돈 부산시장 후보는 4일 “한국당 서병수 후보 측이 ‘오 후보가 위암이 재발해 응급실에 있다’는 흑색선전을 전개하고 있다”며 공개 건강검진을 수용한 바 있다. 전북도지사 선거전에서도 민주당 송하진 후보의 과거 암 수술 완치 여부를 놓고 후보 간 설전이 오갔다. 김성수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치권이 국민들에게 지역 일꾼에 대한 정보를 주고, 정책 대안을 보여주기 위한 장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근형 noel@donga.com·장관석 기자}

여야는 지난달 29일 정세균 국회의장 임기 만료로 국회의장, 부의장, 상임위원장 자리를 비워두고 있다. 6·13 국회의원 재·보선이 전국 12곳에서 ‘미니 총선’급으로 치러지는 만큼 결과에 따라 후반기 원 구성 협상력 자체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더불어민주당(119석)과 자유한국당(113석)의 의석은 불과 6석 차. 산술적으로는 재·보선 결과에 따라 원내 1당이 바뀔 수 있다. 그러나 촛불 탄핵과 문재인 정부 출범 뒤 ‘민주당에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평가되는 판세가 이번 재·보선에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여론조사가 잇따르고 있다. KBS·MBC·SBS가 여론조사기관 3곳에 의뢰해 4일 발표한 재·보선 12곳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12곳 중 민주당 후보가 11곳에서 지지율 1위로 나타났다. 나머지 1곳은 보수의 텃밭인 TK(대구경북)의 김천인데, 민주당은 ‘적격 후보가 없다’며 무공천한 곳이다. 그런데 이곳에서도 한국당 송언석 후보(22.8%)가 무소속 최대원 후보(29.1%)에게 오차범위 안에서 뒤진 것으로 나왔다. 여론조사가 그대로 투표로 이어진다면 민주당은 11석을 얻고, 한국당은 0석으로 격차는 17석으로 벌어진다. 한국당에선 “현재 지지율 추이를 감안하면 충분히 뒤집을 수 있다”고 설명하지만 당혹스러운 기색이 역력했다. 영남권 한국당 의원은 “최대원 후보는 한국당 김천시장 경선에서 탈락하자 국회의원 보선으로 방향을 틀었다. 투표장에선 한국당으로 표심이 집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야의 자존심 대결로 가장 관심을 끄는 서울 송파을은 친문(친문재인) 핵심인 민주당 최재성 후보가 1위(39.2%)다. ‘홍준표 키즈’로 불리며 전략 공천을 받은 한국당 배현진 후보는 18.4%로 2위, 공천 내홍 끝에 후보를 확정한 바른미래당 박종진 후보는 6.3%로 3위였다. 판세를 흔들 수 있는 유일한 변수는 사실상 보수 진영 후보 단일화뿐이다. 바른미래당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가 지난해 대선 출마를 위해 의원직을 사퇴한 서울 노원 병에서도 민주당 김성환 후보가 1위(46.6%)였다. 한때 ‘박근혜 키즈’였던 이준석 후보(11.5%)가 2위, 한때 ‘안철수 키즈’로 불리다 국민의당을 탈당했던 한국당 강연재 후보(5.7%) 순이다. 야권이 안 후보와 인연이 있는 후보를 내세우며 판세 변화를 꾀했지만 겉으로 드러난 민심은 민주당에 압도적으로 유리하다. 접전이 예상되던 인천 남동갑과 충남 천안병, 경남 김해을 등도 여론조사는 민주당이 이기고 있다. 지방선거를 통해 광주전남 재탈환을 노리는 민주당은 광주 서갑, 전남 영암-무안-신안에서 민주평화당 후보를 여유 있게 제치는 결과가 잇따르고 있다. 현재 광주전남 지역 민주당 의원은 1명뿐인데, 이번 선거 뒤 2석을 추가할 것으로 민주당은 기대하고 있다. 한국당 배덕광 전 의원 지역구인 부산 해운대을에서 민주당 윤준호 후보(35.7%)가 한국당 김대식 후보(16.3%)를 앞섰고, 충북 제천-단양에서도 민주당 이후삼 후보(35.8%)가 한국당 엄태영 후보(22.5%)를 앞서는 양상이다. 충북 제천-단양은 지난해 대선에서 홍준표 후보가 문재인 대통령을 제쳤던 곳이다. 민주당 원내 지도부 관계자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지만 유리한 상황이 조성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한국당은 여론조사 결과에 일희일비하지 않겠다는 반응이다. 또 여권의 최대 약점을 경제정책으로 꼽고 이를 집중 부각할 계획이다. 한국당 장제원 대변인은 “문재인 정부의 민생파탄 경제무능을 확실히 견제할 수 있는 것은 유일 보수 정당인 한국당밖에 없다는 메시지로 국민의 선택을 받겠다. 국회 안에서 견제할 수 있는 최소한의 힘은 남겨주실 것”이라고 말했다.장관석 jks@donga.com·박훈상 기자}

6·13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선 공식 선거운동 기간 첫 주말인 3일 서울 곳곳에서 유권자 표심을 공략하려는 선거전이 펼쳐졌다. 더불어민주당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를 포함한 수도권 광역단체장 후보들이 집결해 민주당 기호인 1번 지지를 호소했고, 이를 뒤쫓는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박 후보의 실책을 부각하며 ‘서울시장 3연임 저지’를 강조했다.○ 박원순 “시장-구청장 모두 1번으로 핫라인 연결” “평양요? 오늘 기분인데 덤으로 하나 더 드릴게요.” 민주당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와 이재명 경기도지사 후보는 3일 오후 서울역 3층 특별매표소에서 ‘명예역장’으로 변신했다. 고 문익환 목사 탄생 100주년을 맞아 열린 ‘평양 가는 기차표를 다오’ 행사였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3남 홍걸 씨, 문 목사의 아들 성근 씨가 참석한 이 행사 도중 서울역에는 “오후 1시 3분 평양행 열차가 출발합니다”라는 안내방송이 울려 퍼졌다. 박 후보는 “서울역은 유라시아횡단철도의 시작점이자 종착역이다. 국토교통부와 함께 서울역∼용산역을 지하화하고 편의시설을 만들 것”이라고 했다. 이어 수도권 교통의 거점인 신도림역 앞 광장 유세에는 두 후보와 박남춘 인천시장 후보 등이 대거 출동했다. 박영선 의원은 “나라는 문재인, 시장은 박원순, 구청장은 모두 1번을 찍으면 ‘핫라인’이 만들어진다. 전화 한 통이면 해결이 됩니다”고 호소했다. ○ 김문수 “재건축·재개발로 서울 살리겠다” “서울 강서의 재개발·재건축 신속히 도장 찍어드리겠습니다.” 자유한국당 김문수 서울시장 후보는 강서구 방화사거리에서 유세 차량에 올라 ‘재개발·재건축 전도사’를 자처했다. 이어 김 후보는 “올림픽대로 지하화로 시원하게 뚫리는 강서구 교통을 만들어 내겠다”고 약속했다. 김 후보가 재개발·재건축, 교통시간 단축 의견을 밝힐 때 박수 소리도 가장 컸다. 김 후보는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유세 중 만난 시민들이 재개발·재건축에 관심이 많다. 푸세식 화장실을 쓰고 연탄으로 난방을 하고 비가 새는 집들이 서울시에 방치돼 있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강서을 지역구인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와 함께 강서 방신전통시장을 누볐다. 김 후보는 “시장에 오니까 힘이 난다”며 상인들의 손을 잡았다. ○ 안철수 “지지세 가속도 붙었다” 자신감 “한번 좀 성공하세요!” 오전 9시 서울 도봉산을 찾은 등산객들은 유세에 나선 바른미래당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가 내민 손을 잡으며 기대와 안타까움이 절반씩 담긴 표정으로 응원을 건넸다. 한 남성은 “왜 (2011년 보궐선거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양보를 했느냐”고 외치기도 했다. 노원구 상계동에 거주하는 안 후보는 “저도 옆 동네 사람”이라며 강남북 균형발전을 강조했다. 한국당 김문수 후보와 지지율 2, 3위를 다투고 있지만, 그는 “매일매일 기대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는 것을 피부로 체감한다. 가속도가 붙는 것 같다”고 오히려 자신감을 보였다. 박원순 후보에 대해서는 “7년 동안 안 바뀐 게 4년 더 기회 준다고 바뀌겠느냐는 말씀을 시민들이 하고 계신다”며 견제했다. 그동안 각자 전국으로 퍼져 지역별 유세를 돕던 유승민 공동대표 등 당 지도부도 이날 안 후보 총력 지원에 나섰다.장관석 jks@donga.com·박훈상·홍정수 기자}

6·13지방선거 공식 선거 운동을 시작하면서 여야가 꾸린 유세단 명칭만 보더라도 한 표라도 더 모으겠다는 각 당 전략이나 절박한 사정이 역력히 묻어난다. 더불어민주당이 꾸린 유세단 이름은 ‘평화철도111’. 유명 애니메이션 ‘은하철도999’에서 영감을 얻었다. “남북이 하나(1) 되고, 한반도 평화를 일(1)궈 가고, 청년 일(1)자리를 만든다”는 의미다. 여기에 더해 민주당 기호인 1번을 각인시키는 효과까지 노렸다. 버스에 검은색 철도 색깔을 입힌 유세 차량 앞에서 의원들은 만화 주인공 캐릭터로 분장해 재미(Fun) 요소도 가미했다. 평화철도111은 이날 접전지인 울산과 제주에서 출정식을 열어 기선 제압에 나섰다. 2, 3일에는 접전지로 분류되는 TK(대구경북)에 총출동한다. ‘철이’ 역할을 맡은 박주민 의원은 “보다 많은 곳에서 승리하기 위한 중앙당 차원의 화력 집중”이라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유세 지원단 명칭은 ‘살아야 한다! 유세단’이다. 단장을 맡은 김성태 원내대표가 직접 지었다. 김 원내대표는 “당과 보수가 살아야 한다”는 절박함을 줄곧 호소해왔다. 김 원내대표는 31일 기자들과 만나 “절박하고 처절한 심정으로 유세 현장에 모든 것을 걸겠다. 그렇지 않으면 한국당은 전멸할지 모른다”고 했다. 유세단은 31일 서울 화곡역 사거리 출근 인사를 시작으로 이날 하루에만 경기 수원시, 경북 문경시 예천군을 누볐다. 장관석 jks@donga.com·박훈상 기자}
2016년 5월 출범한 20대 전반기 국회가 별다른 성과 없이 28일 막을 내린다. 29일로 임기가 만료되는 정세균 국회의장은 28일 오후 2시 전반기 국회 마지막 본회의를 소집한다. 본회의에서는 18일 여야가 합의한 ‘4·27 판문점 선언 지지 결의안’ 채택과 물관리일원화 관련법 등이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 최저임금에 정기상여금과 복리후생비 일부를 산입한 최저임금법 개정안은 법제사법위원회 심사를 남겨두고 있어 본회의 처리 여부가 불확실하다. 27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대 국회에 접수된 법률안은 1만3003건이며 이 중 3564건(27%)이 처리된 것으로 나타났다. 19대 국회 법안 처리율(32%)에 못 미치는 수치다. 차기 국회의장과 부의장, 상임위원장, 상임위원 구성도 깜깜이 상태다. 더불어민주당(118석)은 1당이 의장을 맡는 관례에 따라 6선의 문희상 의원을 의장 후보로 뽑았다. 그러나 민주당은 원 구성 협상 장기화를 예상한 듯 소속 의원에게 희망 상임위가 어디인지를 아직 묻지조차 않았다. 자신들도 상황을 불확실하게 보는 것이다. 한국당(113석)은 6·13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러지는 재·보궐선거 12곳의 향배에 따라 1당 자리가 바뀔 수 있다며 새 의장 선출을 반대하고 있다.장관석 기자 jks@donga.com}
북-미 정상회담에서 비핵화와 수교가 이뤄질 경우 ‘한반도 냉전구조’가 해체돼 최소 10년간은 ‘남남(南南) 갈등’이 심화될 수 있는 만큼 여야 간 정치 복원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한국정치평론학회(이사장 김재홍 서울디지털대 총장)가 28일 오후 서울 한국방송통신대에서 주최하는 ‘한반도 평화체제와 통일방안’ 심포지엄을 앞두고 배포한 연설문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정 전 장관은 “북-미 정상회담에서 비핵화와 북-미 수교가 이뤄지면 북-일 수교도 될 것이다. 이는 한반도 냉전구조의 해체를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최소 두 개 정권 10년 동안 ‘앙시앵 레짐(구체제)파’와 ‘신질서파’의 갈등이 향후 남남 갈등으로 큰 정치 사회적 이슈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재홍 이사장은 연설문에서 “남북 갈등을 대화로 전환하면 남남 갈등이 심화되는 게 반복적 경험”이라며 “평화체제 정착을 위한 노력이 국내 정치에서 폄하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이어 “전쟁 상대였던 북한과 협상하는 상황에서 정부는 국내 여야 관계보다 한 단계 높은 차원의 책임정치를 수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통일은 국제 정치 상황의 심각한 현상 변경이어서 주변 강대국들의 지지와 반대 자제가 필요하다”며 “미-중-러의 대립과 중일 경쟁 구도의 지속은 평화 통일에 유리하지 않은 환경”이라고 진단했다.장관석 기자 jks@donga.com}
26일 깜짝 열린 남북 정상회담으로 다음 달 12일 북-미 정상회담 재개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자 정치권은 6·13지방선거에 끼칠 영향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광역단체장 후보 등은 일제히 환영 의사를 밝히며 ‘남북 평화 분위기’ 띄우기에 나섰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기호 1번 싹쓸이 지방선거용 쇼’라고 비판했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이날 지역 유세 일정까지 취소하고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홍 대표는 “어제 남북 정상회담 합의문에는 ‘한반도 비핵화’란 모호한 표현의 반복 외에는 북핵 폐기와 관련된 내용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가 없었다. 새로운 내용이나 논의의 진전은 전혀 없고 미국의 강경한 입장에 직면한 두 정상의 당혹감만 확인할 수 있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김정은이 곤경에 처한 문재인 대통령을 구해준 것이 이번 깜짝 정상회담”이라고 했다. 한국당은 남북 정상회담의 ‘깜깜이 절차’도 문제 삼았다.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남북 관계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해도 비선 접촉하듯 회담한 부분은 큰 문제다. 깜짝 쇼로 김정은과의 파트너십에 집중한다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파트너십에 불필요한 잡음이 생길 수 있다”고 꼬집었다. 한국당 소속인 김학용 국방위원장은 입장문을 내고 “문 대통령의 진심 어린 마음과 행동에 경의를 표하지만 비록 짧은 두 시간 남짓한 시간이었다고는 해도 대한민국의 군통수권이 이양되지 못해 무방비 상태로 방치됐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반면 급속한 북-미 관계 악화 분위기가 판세에 불리하게 작용할까봐 우려했던 민주당 선거캠프들은 안도하는 분위기다. 광역단체장 후보들은 즉각 환영의 메시지도 밝혔다.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위기에서 실력이 발휘되는 법이다. 문 대통령은 어렵게 출발시킨 남북 간, 북-미 간 평화 열차에 흔들림이 감지되자마자 신속하게 운전대를 잡고 제 궤도로 다시 올려놓았다”고 썼다. 김경수 경남도지사 후보는 “일체의 형식 없이 만나고 친구의 평범한 일상처럼 평화가 오는 날을 고대한다”고 올렸다. 백혜련 대변인도 논평에서 “북-미 정상회담의 추진 과정에서 야기된 오해와 갈등으로 시계 제로인 상황을 직면했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의 중재 노력으로 꺼져 가던 평화의 불씨를 되살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도 환영의 뜻을 밝혔다. 바른미래당 신용현 수석대변인은 “이번 남북 정상회담은 필요에 따라 언제든지 격식 없이 열릴 수 있다는 사례를 만든 것으로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한다”고 밝혔다. 민주평화당 최경환 대변인은 “통일각 회담은 북-미 정상회담의 튼튼한 징검다리가 됐다”고 호평했다. 정의당도 “매우 지혜로운 선택이었다. 한반도에 이미 평화가 왔다고 확신한다”고 했다. 박훈상 tigermask@donga.com·장관석 기자}

“문재인 정부에서 말하는 통일은 ‘남북연합’입니다. 두개의 주권 국가에서 사람과 물자가 자유롭게 통하면서 해 한반도 신뢰를 구축하고 평화공조를 만드는 겁니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는 24일 한반도 통일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공식 입장을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평화는 총구에서 오는 것도 아니고, 한 장의 외교문서에서 오는 것도 아니다”라며 “평화를 위해서라면 개인적으론 가랑이 밑이라도 기겠다. 평화는 절실하고 치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미동맹, 단·중기적으로 필요” “나는 본업이 교수다. 특보는 위촉직으로 권한도, 책임도, 보수도 없다. 그런데 특보가 더 부각돼서….” 문 특보는 이날 동아일보 부설 화정평화재단·21세기평화연구소(이사장 남시욱) 주최로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판문점 선언과 한반도 평화체제’를 주제로 한 강연에서 이런 말을 여러 차례 했다. 주한미군 철수 문제와 관련한 해외 언론 인터뷰가 의도와 달리 보도돼 논란이 된 점을 의식한 발언이었다. 그는 이날도 거침없이 발언을 이어갔고 쏟아진 질문 공세에도 한치도 물러서지 않고 소신을 이어갔다. 그는 “나는 한미동맹 해체론자도 아니고, 주한미군 철수론자도 아니다”라며 “주한미군이 필요하고 강력히 지지한다. 한미동맹이 최소한 단·중기적으로 있어야 한다. 북이 핵을 포기 안했으니 미국 핵우산은 지금단계에서 필요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장기적으로 평화가 오면 편 가르기 외교를 할 필요가 어디 있느냐, 이런 취지의 표현인데 (논란이 된 게)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문 특보는 “최근 방미에서 만난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부 장관이 내 기고문을 봤다고 하더라. 그 역시 만약 북한이 비핵화 되고 평화조약이 체결되면 미국에서 주한미군 철수논쟁은 피할 수 없고(Unavoidable), 필연적인(inevitable)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4·27 판문점 선언에 대해서는 서문이 특히 인상적이라고 평가했다. 과거엔 통일이 제일먼저 강조됐는데, 이번엔 평화가 가장 먼저 강조됐다는 것. 또 판문점 선언 3조 3항(올해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한다)의 구체적 방식에 대해선 “개인적으로 종전 선언은 휴전의 실질적 당사자인 남-북-미-중의 4자가 하는 게 나을 것 같다”고 판단했다. 북한이 비핵화를 근거로 체제 보장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진정성을 인정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북에서 정말 자기 정권을 인정해달라고 했나. 이는 워싱턴, 동경, 서울의 해석일 뿐이지. 변화를 이야기 않으면서 변화를 시키는 게 북한을 다루는 묘미”라고 했다. 그는 “중국 도움 없이는 북한 핵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미국도 이를 잘 알고 있다”는 말도 했다. ● “文 대통령과 개인적 교감 아닌, 집합적 집적” 그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매우 실용적인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1, 2, 3차 남북 정상회담을 다 가봤다. 이번에 김정은은 주한미군 철수 이야기를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한미동맹도 언급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에게 적대적이지 않다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게 주한미군에 대한 북한의 태도다. 북한은 이를 여러 경로로 이야기해왔다”고 했다. 문 특보는 문 대통령과 평화구상에 대한 ’싱크로율‘을 묻는 질문에는 “개인적 교감은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대신 “2012년 대선부터 한반도 평화포럼에 함께한 전직 관료와 많은 학자들의 토론에서 나온 ’집합적, 집적(集積)적 아이디어‘로 보면 된다”고 했다. 특보직 사직 의향을 묻는 돌발 질문에는 “안 그래도 고민 중이다. 특보로 대통령을 도와줄 수 있는 게 많다는 말을 들으면 도와주고 싶지만, 비판받을 땐 관두고 싶기도 하다”고 했다. 북미회담이 결렬될 경우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에는 “아주 중요한 질문이지만, 정부가 어떤 플랜B를 가졌는지 알 수 없다”고 했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드루킹’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국무회의 지연 의결 의혹에 이어 공소시효 논란까지 이어지며 정치권에서 공방이 계속되고 있다. 23일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정부가 공소시효 완성의 시간을 벌어주는 공범이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청와대가 ‘법안 공포 지연’ 의혹을 부인하며 “관례에 따른 것”이라고 해명한 것을 다시 공격한 것이다. 이런 공방에 대해 법조계 및 정치권 인사들은 “야간 국무회의에서 추경만 처리하고 특검법은 빼면서 정부가 불필요한 문제 소지를 제공한 건 맞지만 정치권이 각자 ‘장님 코끼리 만지기’식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체 의결 논란에 대해 청와대 등 여권은 “추경은 시급성 때문에 당일, 법률안은 부처 의견을 듣는 절차를 거쳐 처리해 왔다. 역대 특검법 공포에 평균 14일이 소요됐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한국당은 “역대 특검법들은 국회 통과 뒤 첫 국무회의에서 처리됐다”고 반박하고 있다. ‘최순실 특검법’은 2016년 11월 17일 본회의를 통과해 이튿날 정부에 이송됐으며, 11월 22일 첫 국무회의 의결 뒤 공포됐다. 이처럼 특검법들은 한국당 주장대로 본회의 의결 뒤에 열리는 첫 국무회의에서 처리됐다. 반면 청와대 주장대로 추경을 대부분 국회 통과 당일 처리한 것도 사실이다. 문제는 추경과 특검법이 동시 처리된 사례가 처음이란 것이다. 여기서 한국당은 ‘첫 국무회의 특검법 처리’를, 청와대 등 여권은 ‘평균 14일’이라는 각자 유리한 팩트만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공소시효 논란도 비슷하다. 야당은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경남지사 후보가 대통령 선거 기여의 대가로 공직(일본 센다이 총영사)을 드루킹에게 제안했다’는 혐의는 공직선거법상 6월 27일 시효가 완성되며, 국무회의 지체 의결의 이유다”라고 주장한다. 반면 민주당은 “아직 피의자도 아닌데 무슨 공소시효 타령이냐”는 반응이다. 공안부 검사 출신의 A 변호사는 “이 사건 피의자들의 주요 혐의는 업무 방해, 공무집행 방해, 정치자금법 위반 등이고, 김 후보가 연루됐다면 얼마든지 다른 혐의로 처벌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했다.최우열 dnsp@donga.com·장관석 기자}
‘드루킹’(온라인 닉네임) 김동원 씨(49·구속 기소)가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전 의원의 ‘허락’을 받고 댓글 여론 조작을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김 전 의원이 댓글 작업용 매크로 프로그램의 존재를 처음부터 알았다는 것이다. 김 씨는 18일 변호인을 통해 공개된 ‘옥중 편지’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편지에 따르면 2016년 10월 김 전 의원은 경기 파주시 느릅나무출판사를 찾았다. 김 씨가 만든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 사무실이 있는 곳이다. 여기서 김 전 의원은 경공모가 자체 개발한 매크로 프로그램 ‘킹크랩’ 시연을 보고, 모바일 매크로가 작동되는 것도 직접 확인했다. 김 씨는 킹크랩을 통한 댓글 작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허락’해 달라고 김 전 의원에게 요청했다. 김 전 의원은 허락의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고 이후 김 씨 측은 작업 내용을 매일 보고했다고 한다. 김 씨는 편지에서 김 전 의원을 사건의 ‘최종 지시자’ ‘주범’으로 표현하며 검찰이 기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검찰이 자신과 경공모에 모든 책임을 뒤집어씌우며 축소 수사를 시도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검찰은 즉각 기자회견을 열어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경공모 핵심 회원 A 씨는 당시 김 전 의원이 파주 출판사를 방문해 꽤 오랜 시간 머물렀다고 밝혔다. A 씨는 “김 전 의원이 온다는 걸 얘기를 들어서 미리 알고 있었다. 2층에서 다 함께 저녁식사도 했다”고 전했다. 김 전 의원은 이날 “황당하고 어처구니없는 소설 같은 얘기”라고 일축했다. 편지 속 여러 내용에 일일이 해명하지 않았다. 하지만 김 전 의원이 초기에 매크로 프로그램의 존재를 알았다는 구체적인 주장이 제기됨에 따라 경찰이 김 전 의원을 재소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조동주 djc@donga.com·배준우·장관석 기자}
여야가 드루킹 특별검사(특검) 법안과 추가경정(추경) 예산안을 19일 국회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는 데 합의했다. 특검과 추경을 18일 통과시킨다던 여야의 당초 합의는 불발됐지만, 문재인 정부의 첫 특검인 드루킹 특검이 간신히 국회 문턱을 넘게 됐다. 여야는 원내수석부대표, 원내대표 회동을 이어간 끝에 특검보를 3명으로, 수사 준비기간을 20일로 정했다. 수사 기간은 자유한국당 주장이 반영된 60일로 정해졌다. 60일간의 수사가 미진하다고 판단되면 대통령 동의를 구해 30일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파견검사 수는 한국당 20명과 민주당의 10명을 절충한 13명 선으로 정해졌다. 수사관과 파견공무원은 각각 35명으로 조율됐다. 드루킹 특검 규모를 두고 정치권에선 ‘내곡동 특검’과 ‘최순실 특검’의 절충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여야 원내대표는 19일 오후 8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열고 곧바로 본회의에서 통과시키기로 합의했다. 여야는 당초 18일 오후 9시 본회의를 소집해 특검과 추경을 통과시키려 했다. 그러나 이날 드루킹의 옥중 편지가 공개되면서 협상 환경이 더욱 악화됐다. 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페이스북에 “김경수가 갈 곳은 경남도청이 아니라 감옥”이라고 비판하는 등 야권에서는 격한 표현이 쏟아졌다. 한국당은 김 전 의원을 긴급 체포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바른미래당 하태경 최고위원은 후보직 사퇴를 요구했다. 여기에 평화당 최경환 의원은 “5·18민주화운동 기념식 날 추경안 통과는 호남 정신을 기만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정치브로커의 거짓 진술로 여론을 호도하지 말라”고 반박했다. 결국 이날 오후 9시로 예정됐던 국회 본회의는 무산됐고, 여야는 협상을 이어갔다. 추경안을 19일 처리키로 했지만 여야가 추경 심의에 필요한 최소한의 시간과 절차를 감안하면 여야의 ‘18일 통과 합의’ 자체가 무리수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일각에서도 “여야가 합의에 성공했지만 결국 정부안을 겨우 한 차례 검토하는 수준에 그쳤다. 국회의 예산심사권을 포기한 것”이라는 말도 나왔다. 이와 함께 여야는 한국당 염동열, 홍문종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처리도 19일 본회의에서 함께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그동안 염 의원은 한국당뿐만 아니라 민주당 의원들을 만나 “체포동의안 처리를 늦춰 달라”고 요청했던 것으로 전해졌다.장관석 jks@donga.com·홍정수 기자}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다른 후보보다 나 자신이다.” 6·13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3선에 도전하는 박원순 더불어민주당 후보(62·사진)는 17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6·13지방선거의 최대 경쟁 상대가 누구냐’는 질문에 이렇게 거침없이 답했다. 서울시장 선거 관련 각종 여론조사에서 큰 차이로 1위를 달리고 있는 만큼 자유한국당 김문수, 바른미래당 안철수 후보는 자신의 상대가 아니라는 자신감이 엿보였다. 박 후보는 김 후보가 최근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박 시장의 시정은 부정의 3년, 무위의 4년”이라고 평가한 데 대해 “글쎄…. 현명한 사람 눈에는 잘 보이지만 (성과가) 안 보이는 사람이 있다”고 날카롭게 맞받았다. 조용히 말했지만 마치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이고 부처 눈에는 부처만 보인다’는 말을 연상케 할 정도였다. 그러면서 “도시를 바라보는 근본적인 철학의 차이”라며 “(김 후보가) 과거의 낡은 패러다임으로 도심을 바라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자신에게 후보 자리를 양보했던 안 후보에 대해선 “서울시장 선거에서 맞붙을 줄 꿈에도 몰랐다. 하지만 이제 서로 당이 달라졌으니 경쟁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안 후보에게 시장직을 양보하고 차기 대선으로 직행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요즘은 다른 당끼리도 양보하느냐”고 일축했다. ‘3선 후 대선 출마론’에는 패널의 집요한 질문이 이어졌지만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그는 “그동안 ‘직책’보다는 ‘일’에 중심을 두고 살았다. 검사, 인권변호사, 참여연대 등의 활동에서도 향후 뭘 하겠다는 생각을 한 적은 없다”고 즉답을 피했다. 이어 “오직 서울시를 반듯한 도시로 만들고 문재인 정부가 성공하는 것만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남북 화해 협력 무드와 관련해 평양 방문 계획도 밝혔다. 박 시장은 “역사 유적 발굴, 유네스코 문화유산 공동 등재 방안을 북한 대표단이 왔을 때 설명했다”며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이 ‘박 시장은 언제나 초청돼 있다’고 하니 지방선거가 잘 끝나면 평양을 방문해 논의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어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남북정책이 계속 추진됐다면 평양으로 출퇴근을 하고 기차를 타고 수학여행을 독일 프랑크푸르트까지 갈 수 있었을 것”이라고도 했다. 민생 현안 질의도 쏟아졌다. 박 후보가 올 초 미세먼지 대책의 일환으로 시내버스, 지하철 무료 이용이라는 대증요법으로 150억 원을 날렸다는 지적에는 “미세먼지는 한 도시의 문제도, 한 국가의 문제도 아니다. 주변 나라까지 연계한 ‘호흡 공동체’로 공동 대응해 나가야 한다”고 했다. 폐비닐 수거 대란에는 “제 책임도 크고 상당히 죄송하다. 장기적으론 공적 수거체제로 가야 하는데 갈등 요소가 있어 해결이 필요하다”고 했다. 택시요금 인상 문제에는 “여러 상황을 총체적으로 연구한 뒤 결정하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관훈클럽은 28일 김문수 후보, 29일 안철수 후보를 초청해 토론회를 연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그런 경사가 있던 날 그리 몰아세운 겨?” (정세균 국회의장) 16일 오전 정 의장의 한마디에 민주평화당 장병완 원내대표의 표정이 순간 무장 해제됐다. 조배숙 대표, 장 원내대표, 이용주 원내수석부대표 등 당 지도부가 드루킹 특검과 추가경정(추경) 예산안의 18일 처리에 반발해 정 의장을 항의 방문한 자리였다. 정 의장이 15일 “16일 오전 9시 반까지는 상임위 예산 심사를 끝내라”고 통지하자, 장 원내대표는 즉각 기자회견을 열어 “도저히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장 원내대표는 15일 장남 내외가 쌍둥이(손자, 손녀)를 순산해 난생 처음으로 할아버지가 됐다. 이 소식을 들은 정 의장이 평화당 지도부의 ‘항의 방문’성 비공개 회동에서 축하 인사를 꺼내 분위기를 한결 누그러뜨린 것. 평화당 지도부의 표정도 그 순간만큼은 여유로워졌다. 임병식 국회 부대변인은 “긴장과 갈등 속에 협상이 이뤄지지만, 상호 간에 신뢰와 우애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정 의장 특유의 화법”이라고 말했다. 정 의장은 앞서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전 원내대표가 지난달 말 손주를 본 데도 축하 메시지를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사정 속에도 평화당 사정은 녹록하지 않다. 장 원내대표는 “아직 손주 이름을 정하지 못했다”며 “18일 추경과 특검 동시 처리는 국회의 예산 심의권을 포기한 것이다. 우리의 진정성을 알아달라”고 거듭 호소했다. 장 원내대표는 “더욱이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과 전야제를 앞둔 상황에서 실질적 추경안 심사는 더욱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평화당은 최근 추경안과 드루킹 특검을 18일 처리하는 데 대해 당이 똘똘 뭉쳐 반대하고 있다. 평화당 내에선 민주당에 ‘평화당 패싱’을 당했다는 심리가 드러난다. 꽉 막힌 원내 협상을 추경, 특검 ‘21일 동시처리’ 카드를 제시해 민주당에 원내 협상의 물꼬를 터 줬는데, 민주당이 한국당의 ‘18일 처리’ 제안을 덜컥 받으면서 배신했다는 것이다. 평화당 최경환 원내대변인은 “민주당은 18일 처리 카드를 지금이라도 재고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평화당은 호남 민심에 사활을 걸고 있다. 그런 만큼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이 있는 당일에 추경이 이뤄지는 점에도 난색을 표하고 있다. 평화당 김정현 공보실장은 “18일 동시처리 추진에는 5·18 의식이 부족한 데서 비롯된 것은 아닌지 아쉽다”고 했다. 민주당에 ‘경고’를 날리는 목소리도 공연히 나오기 시작했다. 민주당의 ‘평화당 패싱’을 더는 묵과할 수 없다는 것. 평화당 박지원 의원은 “우리 당과 아무 협의 없이 민주당이 신의를 져 버렸다. 평화당을 기만한 데 대해 사과를 해야 향후 국회 활동이 순탄할 것”이라며 민주당 지도부에 공개 사과를 요구했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여야가 18일 ‘드루킹’(온라인 닉네임) 김동원 씨(49·구속 기소) 댓글 여론조작 사건과 관련한 특별검사(특검) 법률안과 추가경정(추경) 예산안을 함께 처리하기로 14일 합의했다. 이로써 지난달 2일 방송법 개정안 처리 여부 등을 놓고 파행을 이어간 국회가 42일 만에 정상화됐다. 드루킹 특검은 출범 1년이 지난 문재인 정부의 첫 특검이며 헌정 사상 13번째다. 여야 원내대표들은 14일 오후 정세균 국회의장과 함께 회동을 갖고 이같이 합의했다. 특검 명칭은 ‘드루킹의 인터넷상 불법 댓글 조작 사건과 관련된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에 관한 법률안’으로 정해졌다. 사건 연루 의혹을 받는 민주당 김경수 의원이나 문재인 대통령 등의 명칭은 법안명에서 제외됐다. 수사 범위는 △드루킹과 연관 단체(경제적 공진화 모임 등) 회원의 불법 여론 조작 행위 △수사 과정에서 범죄 혐의가 드러난 관련자의 불법 행위 △드루킹의 불법자금 관련 행위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등이다. 논란이 됐던 특검 추천은 대한변호사협회로부터 4명을 추천받은 뒤 여당을 뺀 야3당 교섭단체 합의로 2명을 대통령에게 추천하고, 문 대통령이 이 가운데 1명을 임명키로 했다. 한편 여야는 이날 본회의에서 지방선거 광역단체장에 출마하는 국회의원 4명의 사직서를 처리했다. 이에 따라 6·13지방선거와 동시에 실시하는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지역은 12곳으로 확정됐다.장관석 jks@donga.com·홍정수 기자}

“북한 비핵화 협상에 난관이 있을 거라는 점은 남북 모두 예상하고 있다. 중요한 점은 과거처럼 멈추지 않고 극복하며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사진)은 4·27 남북 정상회담의 결과물인 판문점 선언에 대해 남북 정상이 과거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공감대와 신뢰를 형성한 점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조 장관은 11일 동아일보 부설 화정평화재단·21세기평화연구소(이사장 남시욱)와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가 고려대 100주년 기념관 대회의실에서 개최한 ‘남북-북미 정상회담과 한반도’ 학술회의 기조강연을 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판문점 선언은 이전 선언과 달리 이행 가능성이 높다. 과거와 달리 4·27 남북 정상회담이 문재인 정부 임기 초반 개최돼 합의를 이행할 시간도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해외 사례를 봐도 완전 비핵화는 길고 어려운 과정을 거친다”며 “(우리가) 너무 낙관적인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 정부는 낙관적으로만 보고 있지 않고, 우려 사항을 충분히 감안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북한 비핵화 논의는 남북이 주도적으로 국제사회와 협력해 만든 기회”라며 “북-미 정상회담을 토대로 국제사회와 긴밀히 소통해 남북 발전과 비핵화 선순환 구도를 안정적으로 정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 비핵화의 기본 방향에 대해 포괄적 일괄타결과 단계적 이행이라는 관점에서 출발한다고 했다. 아시아경기 공동 참가, 이산가족 문제, 서해 공동어로 등을 남북 협의 상황에 따라 추진해 나갈 계획도 언급했다. 조 장관은 “비핵화 평화체제 구축 과정을 압축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장애나 변수를 줄여 나가는 것도 중요한 부분”이라며 “한미, 남북, 한중 여러 차원에서 견해차를 좁히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조 장관은 “과거 남북관계가 좋았던 때도 1, 2년 사이에 일어났을 법한 일들이 근래 압축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누구도 상상하기 어려운 방향과 속도로 한반도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며 “지금이야말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에 절호의 기회다. 언제 이런 기회가 다시 올지 모르는 일”이라고 강조했다.장관석 기자 j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