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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국회가 지방자치단체 재산의 부실 매각을 막기 위한 전문기관을 지정하고 5년마다 재산 총조사를 실시한다. 최근 지자체 재산의 상당액이 수의계약으로 헐값에 팔리고, 매각 대금이 재정 적자를 메우는 데 쓰인다는 지적(본보 17, 18일자 A1면)에 대책을 낸 것이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18일 “지자체가 재산을 제값에 매각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관련 제도를 체계적으로 연구하는 전문기관을 도입하겠다”고 말했다. 국유재산은 기획재정부-조달청-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일원화된 체계로 매각·관리한다. 하지만 지자체 재산(공유재산)은 직원 1, 2명이 전담하는 구조라서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았다. 현황을 5년마다 정밀히 조사하는 등 관리도 강화한다. 지난해 첫 전국 총조사에서 토지대장과 실제 현황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162만 건에 달했다. 인공지능(AI)과 항공사진을 활용해 무단 점유지와 비정상 거래 패턴 등 ‘이상 징후’를 상시로 자동 탐지하는 시스템도 도입한다. 정부는 국회와 협의해 이런 내용의 공유재산법 개정안을 연내 발의할 계획이다. 지자체 유휴재산 데이터베이스(DB)도 통합 플랫폼 ‘공유재산 포털’로 일원화한다. 지자체 홈페이지에 엑셀 파일로 흩어진 자료를 한곳에 모으고 토지·건축물대장·등기부 정보를 자동 비교해 잘못을 솎아내기로 했다. 매각 대금도 단기 재정 보전이 아닌 장기 성장 동력에 쓰도록 유도한다. 그동안 지자체는 재산을 팔아 얻은 수입을 별도 기금 없이 일반회계로 흡수해 현금 지원 등 단기 소모성 사업에 쓰는 관행이 잦았다. 행안부는 매각 대금으로 기금을 조성하도록 장려하고, 경진대회를 열어 재산을 ‘잘 팔고 잘 쓴’ 지자체를 선정해 시상할 계획이다.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서지원 기자 wish@donga.com}

정부와 국회가 지방자치단체 재산의 부실 매각을 막기 위해 전문기관을 지정하고 5년마다 재산 총조사를 실시한다. 최근 지자체 재산의 상당액이 수의계약으로 헐값에 팔리고, 매각 대금이 재정 적자를 메우는 데 쓰인다는 지적(본보 17, 18일 자 A1면)에 대책을 낸 것이다.행정안전부 관계자는 18일 “지자체가 재산을 제값에 매각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관련 제도를 체계적으로 연구할 전문기관의 지정 근거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국유재산은 기획재정부-조달청-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일원화된 체계로 매각·관리하지만, 지자체는 직원 1, 2명이 전담하는 구조라서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았다. 행안부는 중앙정부 차원의 전문가 풀(pool)을 두고 자문하는 한편, 지자체 요청 시 직접 돕는 ‘찾아가는 컨설팅 제도’도 마련할 계획이다.현황을 5년마다 정밀히 조사하는 등 관리도 강화한다. 지난해 첫 전국 총조사에서 토지대장과 실제 현황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162만 건에 달하고 대장에 아예 등록되지 않은 ‘유령 재산’도 약 20조 원 규모로 확인되자 기초자료부터 다시 세우기로 한 것. 인공지능(AI)과 항공사진을 활용해 무단 점유지와 비정상 거래 패턴 등 ‘이상 징후’를 상시로 자동 탐지하는 시스템도 도입한다. 정부는 국회와 협의해 이런 내용의 공유재산법 개정안을 연내 발의할 계획이다.행안부는 지자체별로 제각기 운영해 온 유휴재산 데이터베이스(DB)를 통합 플랫폼 ‘공유재산 포털’로 일원화한다. 현재는 지자체 홈페이지에 엑셀 파일로 흩어져 있지만, 앞으로는 이를 한곳에 모으고 토지·건축물대장·등기부 정보를 자동 비교해 잘못을 솎아내는 기능까지 탑재한다. 장기적으로는 국유재산 정보와 연계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2026년 예산 2억 원가량 반영했다.매각 대금도 단기 재정 보전이 아닌 장기 성장 동력에 쓰도록 유도한다. 그동안 지자체는 재산을 팔아 얻은 수입을 별도 기금 없이 일반회계로 흡수해 현금 지원 등 단기 소모성 사업에 쓰는 관행이 잦았다. 행안부는 매각 대금으로 기금을 조성하도록 장려하고, 경진대회를 열어 재산을 ‘잘 팔고 잘 쓴’ 지자체를 선정해 시상할 계획이다.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서지원 기자 wish@donga.com}
전문가들은 인구 감소와 고령화, 복지 지출 확대로 지방재정에 부담이 커지는 지금이야말로 지방자치단체 재산 관리에 대한 원칙을 확립해야 할 시기라고 지적했다. 지자체 재산은 세대 간에 나눠 써야 할 자산인 만큼 지금 얼마나, 어떻게 사용할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제도적 장치를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는 얘기다. 특히 매각 절차의 정당성뿐 아니라 대금의 사용처까지 심의하는 절차의 필요성이 지적된다. 박성규 한국부동산연구원 연구실장은 “오랫동안 관리의 변두리에 놓여 있었던 지자체 재산에 대한 거버넌스 체계 구축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재산의 가격과 매각의 적정성을 객관적으로 검증할 전문기관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상봉 한국공유재산학회장은 “각 지자체가 저마다 다른 기준으로 땅과 건물을 관리하는 구조 자체가 전문성·일관성을 떨어뜨린다”고 지적했다. 지자체별 재산 관리 전담 조직의 구축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확한 미래 가치 산정을 위해 지자체 재산의 현황 자체를 정확히 파악하자는 제언도 나왔다. 부동산의 지목과 위치뿐 아니라 활용도와 미래 가치까지 포함한 정교한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해 정기적으로 업데이트·공개해야 한다는 얘기다. 박 실장은 “현행 토지대장의 지적 현황 자체가 오래돼 불완전하다”며 “데이터 기반 관리가 공유재산 정책의 출발점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18일 행정안전부는 지자체 재산을 통합 관리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토지·건축물대장과 등기부등본 간 불일치를 자동으로 분석하는 시스템을 도입하고, 지자체별 유휴재산을 공개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행안부는 이를 위해 관련 법 개정도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행안부 관계자는 “매각 과정의 부정행위를 방지할 수 있도록 검증 기능을 강화하고, 이상 징후 확인 시 감사실 등에 자동 통보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자체 재산이 보다 투명하고 효율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각 지자체의 관심과 협조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서지원 기자 wish@donga.com}

전남 목포시는 2021년 유달경기장 부지를 936억 원에 매각했다. 공개경쟁 입찰로 애초 예상보다 3배 넘게 받아냈다며 성공 사례라고 홍보했다. 그러나 매각 대금을 어떻게 썼는지 공개하자 “지방선거를 앞두고 미래 자산을 팔아 현금을 풀었다”는 비판이 나왔다. 조례에 따르면 매각 대금은 그에 상응하는 새로운 재산을 조성하는 데 써야 한다. 하지만 100억 원으로 부채를 메우고 226억 원으론 시민 1명당 현금 10만 원을 지급하는 등 사실상 일회성 사업에 집중했기 때문이다.재정이 열악한 지방자치단체일수록 땅과 건물 등 재산을 팔아 살림을 메우는 비중이 큰 것으로 확인됐다. 동아일보가 2019∼2023년 지자체 세외수입 중 재산 매각액 비중이 전국 평균(5%)을 웃돈 시군구 72곳을 분석한 결과, 64곳의 재정자립도가 30%에도 못 미쳤다. 전국 평균 재정자립도는 45%다.문제는 이런 방식이 지자체의 재정 체력을 약화시킨다는 점이다. 일시적으로는 세외수입이 늘지만, 임대료와 사용료 등 지속적 수익 기반은 사라진다.[단독]재정 없다고…버스터미널에 도로-수목원까지 ‘땅 팔아 살림’〈하〉미래 재산 ‘급한불 끄기’ 소진세입 부족한 지역, 재산 매각 충당… 개발할만한 땅 2%밖에 안남아지속적 수익기반 사라져 미래 흔들… 공공시설 매각 두고 지역 갈등도재정이 취약한 지방자치단체에서 땅과 건물을 내다 팔아 당장 급한 살림을 메우는 관행이 굳어지고 있지만, 정작 매각 가능한 ‘양질의 재산’은 빠른 속도로 고갈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전문가들은 “미래 자산인 공유재산이 ‘급한 불 끄기’에 소진되면서 장기적으로는 재정 기반이 더 취약해질 수 있다”며 “지방 재정의 마지막 안전판이 사라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땅 판 돈으로 복지 지출 메우기 바빠”18일 동아일보가 행정안전부 지방세외수입 통계연감을 분석한 결과, 2019∼2023년 지자체 세외수입 중 재산 매각액 비중이 15% 이상으로 전국 평균(5%)의 3배를 웃돈 시군구는 17곳이었다. 이 중 경기 성남시를 제외한 나머지 16곳이 전부 재정자립도가 30%에 못 미쳤다. 인구 감소와 산업 기반 약화로 세입 여건이 좋지 않은 지역일수록 재산 매각이 ‘재정 유지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제는 이렇게 끌어모은 돈을 또 다른 성장 동력을 창출하는 데 쓰지 못하고 급증하는 복지 지출 등을 메우는 데 급급한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국유재산과 달리 지자체 재산을 매각한 대금은 별도 기금에 적립되지 않고 일반회계에 흡수되는데, 상당액이 이듬해 사회복지 예산으로 소모된다. 부산 북구 등은 노인 인구 비중이 늘면서 매해 전체 예산의 절반 이상을 사회복지 지출에 쓰고 있다. 재산을 단기 재정 수요에 맞춰 조급하게 처분하면 중장기 성장 기회를 잃을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대구시는 신청사 건립에 필요한 4500억 원 중 3800억 원을 시유지를 대량 매각해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하지만 지금까지 실제로 판 땅은 77억 원 규모의 도로 부지 한 건뿐이다. 내년 말까지 착공하지 못하면 정부 투자심사 등 행정 절차를 원점에서 다시 밟아야 하는 만큼 ‘부동산 경기가 나쁠 때 급하게 매각하려다 헐값에 처분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대구시 관계자는 “재산 매각 외에 다른 방안도 시의회와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인천시도 2013년 종합버스터미널 부지를 급하게 처분했다가 이후 사업 가치가 급상승하면서 ‘헐값 매각 논란’이 불거졌다.● 도로·터미널도 매물로… “지역 갈등 초래”도로마저 심심찮게 매물로 나온다. 대구 수성구는 2018년 범어동 골목길 등 도로 3532m²를 신축 아파트 사업자에게 117억 원에 팔았다. 주민들은 매일 이용하던 출퇴근로가 하루아침에 폐쇄되자 심각한 불편을 겪었다. 시의회에선 “공공 도로를 팔아 구 재정을 충당하는 관행이 주민 통행권 침해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경기 부천시도 2018년 중동 재개발 지역 내 약 3000m²의 도로를 매각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핵심 자산을 민간에 넘기기로 한 결정 자체가 지역 사회 갈등으로 번지는 사례도 있다. 최근 충북 청주시는 흥덕구 시외버스터미널 부지를 민간에 매각하기로 했다. 그러자 충청권 광역급행철도(CTX) 정차 후보지로도 거론되는 노른자 입지인데도 공공 개발 가능성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왔다.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는 “지방선거를 앞둔 치적 만들기 아니냐”고 비판했고, 시의회에선 “공공 자산을 성급히 민간에 넘겨 미래 세대의 기회를 축소시켰다”는 지적이 나왔다. 청주시는 “외부 자문과 여론조사, 전문가 토론회 등을 거쳐 공정하고 투명하게 진행하겠다”고 해명했다. 국내에서 두 번째로 큰 공립수목원인 세종시 금강수목원도 매각 논란에 휩싸였다. 이 수목원은 충남도 소유지만 행정구역은 세종시에 속한다. 충남도는 그동안 세종시와 자산 교환이나 매입·매각 등 각종 방안을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하자 민간에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지역 환경단체는 “공적 가치가 큰 수목원을 상업 개발에 내주는 것”이라며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8월 세종시의회가 “차라리 국가가 사들여 공적으로 활용하라”는 결의안을 채택하면서 지자체 간 갈등도 깊어지는 분위기다.● 개발할 만한 땅은 전체의 2%… “거의 바닥”‘팔 만한 땅’이 그리 많이 남지 않았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국 지자체가 가진 땅은 8566km²로, 서울 면적의 14배가 넘지만 이 중 61.4%가 임야였다. 그 뒤를 도로(15.2%)와 밭(3.8%), 공원(3.6%) 등이었다. 공공 목적에 묶여 사실상 개발이나 매각이 어려운 땅이다. 반면 개발이 용이한 대지는 1.8%, 공장용지는 0.3%에 불과했다. 2019년 대비 2023년에 공유지 면적이 줄어든 지자체도 시도 4곳과 시군구 34곳 등 38곳으로 집계됐다. 이들이 판 땅은 총 533km²로, 시도 중에서는 전남의 면적이 48km² 줄었고 충북·충남·경남에서도 감소가 확인됐다. 시군구에서는 경기 광주시가 175km² 줄어 가장 컸으며, 대구 북구(65km²)와 전북 완주군(34km²) 등이 뒤를 이었다. 경남 진주시는 2023년 재산 보유액이 3조274억 원으로 2019년보다 6870억 원 줄었고, 충남 논산시 역시 같은 기간 1967억 원 감소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돈 되는 땅을 꾸준히 처분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방 행정 전문가들은 “지역 성장동력으로 삼을 수 있는 핵심 자산이 매각되는 것은 그 자체로 도시의 미래 전략이 흔들리고 있다는 신호”라고 진단했다. 장기적으로는 임대료·사용료 같은 지속적 수익 기반이 통째로 사라지기 때문이다. 남창우 경북대 행정학부 교수는 “한정된 자원인 지자체 재산을 단기적인 시각으로 가치를 단정해 매각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서지원 기자 wish@donga.com목포=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청주=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세종=이정훈 기자 jh89@donga.com속초=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경북 포항시는 2022년 호미곶면·장기면 일대 시유지를 잇달아 수의계약으로 매각했다. 당시 이 지역은 향후 개발로 가치 상승이 예상되는 곳이었다. 시의회가 매각 경위를 따져보자, 땅이 감정가대로 팔렸는지조차 확인할 자료가 남아 있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다. 뒤늦은 행정사무조사 끝에 담당 공무원이 매각 대금 19억6000만 원을 빼돌린 사실이 확인됐다. 그는 지난해 6월 징역 8년을 선고받았다.● 수의계약 남용에 수십억 원 손실17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9∼2023년) 지방자치단체 등이 매각한 재산은 총 8조1857억 원으로, 이 기간 전체 세외수입(159조 원)의 약 5%였다. 2023년 말 기준 지자체가 보유한 전체 땅·건물(643조 원)의 1.2%가 팔린 것이다. 특히 ‘살림 의존도’(세외수입 중 재산 매각액 비중)가 전국 평균의 3배인 15%를 넘는 지자체는 17곳에 달했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이 중 정보 공개 청구에 응한 11곳의 매각 1532건을 분석한 결과, 공개경쟁 입찰을 거친 사례는 52건(3.4%)에 그쳤다. 나머지는 전부 수의계약이었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은 이전 정부에서 국유재산이 감정가보다 싸게 팔렸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전수조사를 지시했는데, 중앙정부뿐만 아니라 지자체의 재산도 헐값 매각의 위험에 노출돼 있는 것이다. 이 중엔 법적 요건을 충족하지 않은 수의계약도 적지 않았다. 수의계약은 공개 입찰과 달리 지자체가 특정인과 직접 계약을 맺는 것으로, 저가 매각이나 특혜가 생길 수 있다. 대표적 사례가 포항시다. 지난해 3월 포항시의회 행정사무조사 결과, 2022년 매각된 땅 중 상당수가 수의계약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애초에 절차상 하자가 있었다. 감정평가서와 매매계약서가 수기로 작성돼 위조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구조였다.시의회 조사 결과 다른 시유지에서도 비슷한 의혹이 불거졌다. 특정 땅을 매입할 목적으로 사전에 인근 부지에 ‘알 박기’를 하거나, 건물을 올릴 수 있도록 지목이 바뀌기 직전에 사는 등의 정황이 발견된 것이다. 하지만 포항시는 “매각 당시에는 수의계약이 가능했고, 그 전 단계는 정황으로 유추할 수밖에 없다”며 추가 조사를 벌이지 않았다. 시의회는 “이번 매각은 되돌릴 수 없는 뼈아픈 오점으로 남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기 포천시도 산정호수 상업지구 정비 과정에서 기존 상인에게 토지를 수의계약으로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해 특혜 논란이 일었다. 포천시는 “관광진흥법상 허용 범위 내에서 현장 상황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해명했다.● 예외 사유만 35개… “특혜 논란 부르는 구조”법령상 지자체 재산 매각의 원칙은 공개경쟁 입찰이다. 예외적으로 수의계약을 허용하고 있지만, 실제 현장에선 원칙과 예외가 뒤집힌 셈이다. 한 지자체 재산 담당자는 “관례적으로 수의계약을 해오다 보니, 오히려 입찰을 올리면 내부 질문을 받는 분위기”라고 털어놨다. 수의계약이 광범위하게 이뤄지는 이유로는 ‘공유재산법 시행령’에 규정된 수의계약 허용 사유가 35개나 된다는 점이 먼저 꼽힌다. 인접한 땅 주인에게 팔 때, 감정가 3000만 원 이하의 소액일 때, 개발사업에 편입되는 땅일 때 등 예외 범위가 넓어 조건을 조합하면 대부분의 매각이 수의계약 대상이 될 수 있다.지자체들은 “살 만한 사람이 별로 없어서 그렇다”고 설명했다. 5년간 매각된 102건 전부가 수의계약이었던 대구 수성구는 “아파트 단지에 편입된 소규모 토지 특성상 공개경쟁 입찰이 성립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강원 속초시도 재산 매각 311건이 모두 수의계약이었는데, “대부분 활용 가치가 낮거나 관리가 어렵고 인접 땅 주인이 매각을 요청한 경우였다”고 했다. 강원 양양군 관계자도 97건이 전부 수의계약으로 팔린 데 대해 “보존 부적합 판정 등으로 판 것일 뿐 문제의 소지가 될 만한 일은 없었다”고 했다. 그러나 이런 요인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매각도 적지 않았다. 본보 분석 결과, 개발이 어려운 자투리땅과 달리 단독 개발이 가능한 비교적 넓은 면적(150m² 이상)인데도 수의계약으로 팔린 땅이 전체의 25.4%였다. 또 포항시 사례처럼 시유지나 군유지에 인접한 땅을 미리 매수해 수의계약 요건을 맞추는 등 ‘꼼수’가 가능한 만큼 내부 정보 활용 유무까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값어치 잘못 매기고, 보증 사고까지수의계약 외에 기본적 검증·감독 실패 사례도 반복되고 있다. 경기 시흥시는 배곧신도시 내 상업용지를 산업시설용지로 잘못 분류해 최대 18억 원의 가격 차를 초래했다는 감사원의 지적을 받았다. 시흥시는 해당 업체와 민사 소송을 진행 중이지만 이미 소유권이 이전돼 회수 가능성이 작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허가 보증서를 받았다가 돈을 날린 황당한 사례도 있다. 경기 구리시는 2021년 구리유통종합시장 대부 과정에서 입점 마트가 제출한 무허가 금융업체의 보증서를 그대로 받아들였다가 보증금을 받지 못해 17억 원의 손실을 보았다. 구리시는 뒤늦게 조례를 개정해 규정을 강화하고 마트와 보증업체를 경찰에 고발했다. 하지만 기본적인 검증조차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관리 체계의 허약성이 드러났다는 평가다. 구리시 관계자는 “법령상 반드시 허가 업체의 보증서가 필요하다는 조항이 없어서 받아들였는데, 결과적으로 잘못된 결정이었다”고 했다. 이는 심의와 감독 과정이 사실상 형식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대다수 지자체가 매각액 5억 원 이상일 때 공유재산심의위원회를 반드시 거치도록 하지만 ‘이의 없음’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다. 임형백 한국지역개발학회장은 “수의계약은 부조리로 이어질 위험이 크기에 절차적 정당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지자체 입장에서도 수익을 극대화하려면 다수가 응찰해 공개경쟁을 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서지원 기자 wish@donga.com인천=공승배 기자 ksb@donga.com포항=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시흥=이경진 기자 lkj@donga.com}
전국 지방자치단체 등이 보유한 땅과 건물은 그 가치가 총 600조 원이 넘는 핵심 자산이지만 관리 체계는 국유재산에 비해 취약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국유재산과 지자체 재산 모두 원칙적으로는 입찰을 통한 매각이 기본 방식이다. 절차만 놓고 보면 지자체 재산 매각이 오히려 국유재산보다 까다롭다. 국유재산은 감정가의 약 50%까지 가격을 조정해 재입찰을 반복할 수 있는 반면, 지자체 재산은 가격을 80% 이하로 낮추려면 지방의회의 재의결을 거쳐 관리계획을 변경해야 한다. 하지만 지자체 재산은 수의계약 허용 범위가 넓어 실제 매각 과정에서 입찰 절차가 사실상 작동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많다. 관리 인력 부족도 구조적 문제다. 행정안전부는 올해 2월에야 지자체 재산 전담 조직인 ‘공유재산정책과’를 신설했다. 그전까지는 회계제도과 내 소규모 팀이 전국 지자체 재산 정책을 담당했다. 지자체 상황은 더 열악하다. 전담 조직을 갖춘 곳이 17개 시도 중 5곳, 226개 시군구 중 경기 수원시 용인시 고양시 등 9곳에 불과하다. 상당수 지자체는 1, 2명의 담당자가 관리하거나 아예 전담 인력이 없어 전문성과 업무 연속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사 교체가 잦을 경우 축적된 지식이 단절돼 체계적 관리가 어려운 점도 문제로 꼽힌다. 관리 체계의 허점은 지난해 처음 실시된 전국 단위 총조사에서도 확인됐다. 지자체 재산 대장과 실제 현황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162만3000건에 달했다. 대장에 아예 등록되지 않은 재산도 15만7000건(약 20조 원 규모)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보 접근성의 격차도 크다. 국유재산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운영하는 ‘국유재산포털’을 통해 매각 및 대부 정보를 일원화해 제공한다. 반면 지자체 재산은 각 홈페이지에 엑셀 파일 형태의 기본 현황만 흩어져 있어 외부에서 활용하기 어렵다. 박성규 한국부동산연구원 연구실장은 “국유재산은 ‘기획재정부-조달청-캠코’로 이어지는 일원화된 관리 체계가 있지만, 지자체 재산은 이를 뒷받침할 중간 조직이나 데이터 기반 관리 체계가 없어 제도적으로 취약하다”고 지적했다.서지원 기자 wish@donga.com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15일 오후 인천 연수구 송도동의 한 복합건물. 1, 2층 상가엔 손님이 끊이지 않았고 3∼9층 레지던스는 인근 대기업 직원과 대학생들로 만실이었다. 한 커피숍 직원은 “평일엔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로 붐빈다”고 했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지금은 땅값만 수백억 원을 호가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그런데 이 땅은 2018년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입찰 없이 수의계약으로 50억 원에 매각한 토지다. 감정가보다 32억∼39억 원 싼 값이었다. 감사원 감사 결과 매수 기업은 수의계약 대상도 아니었다. 인천경제청 관계자는 “당시 담당자는 현재 형사재판을 받고 있고 건물에 이미 입주자가 많아 회수는 어렵다”고 했다. 이처럼 지방자치단체가 재산을 팔 때 공개경쟁 입찰 원칙을 지키지 않고 수의계약을 통하는 관행이 만연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아일보가 최근 5년간(2019∼2023년) 세외수입 중 재산 매각액 의존도가 높았던 시군구 17곳을 상대로 정보공개를 청구해 이 중 11곳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전체 매각 1532건 가운데 1480건(96.6%)이 수의계약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수의계약은 입찰 없이 행정기관이 특정인과 직접 계약을 맺는 것이다. 입찰을 거치지 않으면 최고가 매각 기회를 잃을 뿐 아니라 다른 매수자는 매물의 존재조차 알 수 없어 저가 매각과 특혜 의혹의 온상이 된다. 경북 포항시에선 수의계약으로 시유지를 팔아온 공무원이 뒷돈을 20억 원 가까이 챙긴 사실이 드러나 실형이 선고됐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국유재산 매각을 전면 중단시키고 헐값 매각 의혹을 조사하라고 지시한 가운데, 5년간 매각액만 8조1857억 원에 달하는 지자체 재산은 더 큰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상봉 한국공유재산학회장은 “지자체 재산은 지방재정의 기반인 만큼 기본 현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매각 절차와 검증 장치를 보완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서지원 기자 wish@donga.com}

고려대가 나노과학 분야 석학인 채드 A. 머킨 미국 노스웨스턴대 교수를 초청해 특별 강연을 열었다.14일 고려대는 서울 성북구 고려대 대강당 아주홀에서 ‘나노입자 메가 라이브러리를 활용한 신소재 발견의 가속화’를 주제로 제2회 ‘넥스트 인텔리전스 세미나(NIS)’를 개최했다. 이날 연단에 선 머킨 교수는 “AI 기반 신소재 개발의 성패는 알고리즘이 아니라 데이터에 달려 있다”며 “얼마나 많은 데이터를, 얼마나 표준화된 조건에서, 얼마나 높은 품질로 확보하느냐가 혁신 속도를 좌우한다”고 말했다. 그는 “인간 연구자가 예측하기 어려운 구조조차 AI가 먼저 찾아내는 시대가 열렸다”며 방대한 데이터를 단일한 조건에서 축적할 수 있는 실험 인프라 마련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머킨 교수는 나노입자·나노의학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로, 진단·치료제 개발에 활용되는 ‘구형 핵산’ 개념을 처음 제시해 현대 나노과학의 지평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는다. 고려대 연구처는 세계 각국의 석학을 초청해 글로벌 연구 네트워크를 확장하기 위한 NIS 시리즈를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서지원 기자 wish@donga.com}
1109억 원대 불법 대출 혐의를 받는 새마을금고 임원과 대출 브로커 등 133명이 검찰에 송치됐다. 11일 경기북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2대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과 사기 혐의로 50대 대출 브로커를 9월 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사기 방조 혐의를 받는 공인중개사와 명의 대여자 등 23명도 지난달 불구속 송치됐다. 경찰에 따르면 이 브로커는 2022년 말부터 2023년 3월까지 서울 중구 청구동 새마을금고 상무와 공모해 인천·경기 일대 부동산 담보 가치를 부풀리고 명의 대여자를 내세워 176억 원을 불법 대출받았다. 명의 대여자에게는 대가로 수천만 원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2023년 7월 새마을금고중앙회가 해당 상무를 배임 혐의로 고소하면서 수사에 착수했다. 금융권 경력 20년인 그는 브로커들이 신청한 ‘시세차익형 불법 대출’을 승인하고 눈감아준 혐의를 받는다. 청구동 금고는 지점장과 상무만 거치면 대출이 승인되는 허술한 구조였으며, 상무는 브로커에게 외제차와 여행비 등을 받아 수재 혐의로도 재판을 받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임원 승인만으로 대출이 가능한 허술한 구조 속에서 명의 대여자가 수억 원대의 부동산을 담보로 불법 대출을 받은 최악의 금융 사고”라고 말했다.서지원 기자 wish@donga.com}

연세대 비대면 중간고사에서 다수 학생이 챗GPT 등 인공지능(AI)을 이용해 부정행위를 한 사실이 드러난 데 이어, 고려대 비대면 강의 중간고사에서도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통한 집단 부정행위가 적발됐다. 일부 학생이 AI 도구로 답안을 작성한 정황도 확인돼 학교 측은 해당 시험을 전면 무효로 했다. 10일 고려대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안암캠퍼스 교양과목 ‘고령사회에 대한 다학제적 이해’ 중간고사에서 수강생 일부가 오픈채팅방을 통해 시험 문제를 공유하고 답안을 주고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부정행위가 이뤄진 채팅방에는 약 500명이 참여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채팅방은 원래 수강생들이 강의 정보를 주고받는 커뮤니티로 운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생성형 AI를 이용한 부정행위 정황도 포착됐다. 고려대 관계자는 “학생 제보를 통해 시험 도중 AI 프로그램을 사용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실제 한 수강생은 “시험 당시 챗GPT를 통해 알아낸 답안을 오픈채팅방에서 주고받는 학생들이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고려대 익명 커뮤니티에는 “구글 제미나이를 썼는데 31점을 받았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 강의는 총 1434명이 수강하는 대형 비대면 교양과목으로, 중간고사 역시 온라인으로 치러졌다. 시험 당시 별도의 카메라 촬영이나 보안 프로그램 등 부정행위 방지 장치는 마련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담당 교수는 지난달 말 공지를 통해 “명문 사학에서 이런 일이 발생한 데 대해 교수진이 큰 충격을 받았다”며 “부정행위를 묵과할 수 없어 중간고사를 전면 무효로 한다”고 밝혔다. 고려대 관계자는 “기말고사 대책과 재발 방지 방안을 논의 중이며, 공정한 평가 질서를 해치는 행위에는 엄정하게 대응할 방침”이라고 말했다.서지원 기자 wish@donga.com정동진 인턴기자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연세대 비대면 중간고사에서 다수 학생이 챗GPT 등 인공지능(AI)을 이용해 부정행위를 한 사실이 드러난 데 이어, 고려대 비대면 강의 중간고사에서도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통한 집단 부정행위가 적발됐다. 일부 학생이 AI 도구로 답안을 작성한 정황도 확인돼 학교 측은 해당 시험을 전면 무효로 했다.10일 고려대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안암캠퍼스 교양과목 ‘고령사회에 대한 다학제적 이해’ 중간고사에서 수강생 일부가 오픈채팅방을 통해 시험 문제를 공유하고 답안을 주고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부정행위가 이뤄진 채팅방에는 약 500명이 참여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채팅방은 원래 수강생들이 강의 정보를 주고받는 커뮤니티로 운영된 것으로 알려졌다.생성형 AI를 이용한 부정행위 정황도 포착됐다. 고려대 관계자는 “학생 제보를 통해 시험 중 AI 프로그램을 사용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실제 한 수강생은 “시험 당시 챗GPT를 통해 알아낸 답안을 오픈채팅방에서 주고받는 학생들이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고려대 익명 커뮤니티에는 “구글 제미나이를 썼는데 31점을 받았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이 강의는 총 1434명이 수강하는 대형 비대면 교양과목으로, 중간고사 역시 온라인으로 치러졌다. 시험 당시 별도의 카메라 촬영이나 보안 프로그램 등 부정행위 방지 장치는 마련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담당 교수는 지난달 말 공지를 통해 “명문사학에서 이런 일이 발생한 데 대해 교수진이 큰 충격을 받았다”며 “부정행위를 묵과할 수 없어 중간고사를 전면 무효로 한다”고 밝혔다. 고려대 관계자는 “기말고사 대책과 재발 방지 방안을 논의 중이며, 공정한 평가 질서를 해치는 행위에는 엄정하게 대응할 방침”이라고 말했다.서지원 기자 wish@donga.com정동진 인턴기자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연세대 비대면 강의 중간고사에서 40명이 넘는 학생이 챗GPT 등 인공지능(AI) 도구를 사용해 부정행위를 한 정황이 드러났다. 대학가에서 AI 활용이 일상화되며 ‘학습 보조’를 넘어 ‘대리 학습’의 도구로까지 확장하고 있지만, 국내 대학들은 여전히 대응 체계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 실정이다. 기술 발전이 학습의 효율을 높이는 대신에 교육의 윤리와 신뢰를 무너뜨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대면 수업서 AI 활용한 부정행위 적발9일 연세대에 따르면 신촌캠퍼스의 3학년 대상 교양 수업 ‘자연어 처리와 챗GPT’에서 집단 부정행위 정황이 확인됐다. 담당 교수는 지난달 말 공지에서 “(중간고사 응시) 영상 확인 중 다수의 부정행위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시험 문제를 캡처해 유출하거나, 촬영 화면을 고의로 가리고 챗GPT 등 생성형 AI 프로그램을 띄워 답을 대신 구하는 식이었다. 딥러닝 기법을 중심으로 자연어 처리에 대한 기초를 배우는 이 수업은 약 600명이 수강하는 대형 비대면 강의로, 지난달 15일 중간고사도 온라인 객관식 시험으로 치렀다. 학교 측은 부정행위를 막기 위해 시험 내내 컴퓨터 화면과 손·얼굴이 모두 나오도록 영상을 촬영해 제출하게 했지만, 일부 학생은 촬영 각도를 조정해 사각을 만들거나 화면에 여러 프로그램을 겹쳐 띄운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교수는 학생들에게 자수를 권유하고, 제출 영상을 전수 분석 중이다. 그는 공지문에서 “조사는 부정행위를 색출하거나 응징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계도’의 기회를 주기 위한 것”이라며 “자수한 학생은 중간고사 성적만 0점 처리하되, 발뺌하는 학생은 학칙대로 유기정학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학생 익명 투표에선 190여 명이 ‘나도 커닝했다’고 주장했지만 9일 오후까지 실제로 부정행위를 자수한 건 40여 명으로 전해졌다. 연세대 관계자는 “단과대 차원의 징계를 검토할 수 있으며, 사안의 경중에 따라 학교 차원의 징계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대학가에 퍼지는 ‘AI 대리 학습’대학가에서 생성형 AI가 학습의 효율성을 높여주는 ‘보조 도구’를 넘어 ‘대리 학습’의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 소재 대학생 최모 씨(24)는 “수업 시간에 집중하지 않아도 AI가 강의 내용을 자동 녹음·요약해 주고, 예상 시험 문제까지 만들어 준다”며 “편리하지만 시험이 끝나면 머리에 남는 건 거의 없다”고 했다. 지난해 한국직업능력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대학생 726명 중 666명(91.7%)이 대학 과제나 프로젝트에 AI를 활용했다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AI 의존이 사고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상욱 한양대 인공지능학과 교수는 “기본적인 핵심 역량을 갖추지 않고 AI에 의존하게 되면 기존 능력마저 잃어버리는 ‘탈숙련(deskilling)’ 현상을 겪게 된다”고 설명했다. 최병호 고려대 AI연구소 교수는 “학습의 핵심은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춰 나가는 것인데, AI는 즉답을 제공해 생각의 과정을 생략하게 만들어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내 대학의 대응은 여전히 미흡하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조사(2023년)에 따르면 생성형 AI 관련 공식 가이드라인을 마련한 대학은 전체 131곳 중 30곳(22.9%)에 불과했다. 교육부 역시 대학 내 AI 활용에 대한 별도 지침을 내놓지 않고 있다. 반면 해외 대학은 평가 방식 개편에 나서고 있다. 9월 호주 시드니대는 “감독이 있는 시험 환경에서 AI 도구 사용을 원칙적으로 허용하지 않는다”고 공지했다. 미국 스탠퍼드대도 2023년 마련한 ‘생성형 AI 활용 가이드라인’에서 “담당 교수가 명확히 허락하지 않는 경우 생성형 AI 사용은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은 것과 같이 간주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AI 시대에 맞는 교수법과 평가 방식 전환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김명주 바른AI센터장은 “기본 전공 역량을 먼저 갖춘 뒤 AI를 활용해 역량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변모해야 한다”고 말했다.서지원 기자 wish@donga.com김소영 기자 ksy@donga.com원종빈 인턴기자 서울대 종교학과 졸업}

연세대 비대면 강의 중간고사에서 40명이 넘는 학생이 챗GPT 등 인공지능(AI) 도구를 사용해 부정행위를 한 정황이 드러났다. 대학가에서 AI 활용이 일상화되며 ‘학습 보조’를 넘어 ‘대리 학습’의 도구로까지 확장하고 있지만, 국내 대학들은 여전히 대응 체계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 실정이다. 기술 발전이 학습의 효율을 높이는 대신, 교육의 윤리와 신뢰를 무너뜨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대면 수업서 AI 활용한 부정행위 적발9일 연세대에 따르면 신촌캠퍼스의 3학년 대상 교양 수업 ‘자연어 처리와 챗GPT’에서 집단 부정행위 정황이 확인됐다. 담당 교수는 지난달 말 공지에서 “(중간고사 응시) 영상 확인 중 다수의 부정행위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시험 문제를 캡처해 유출하거나, 촬영 화면을 고의로 가리고 챗GPT 등 생성형 AI 프로그램을 띄워 답을 대신 구하는 식이었다.딥러닝 기법을 중심으로 자연어 처리에 대한 기초를 배우는 이 수업은 약 600명이 수강하는 대형 비대면 강의로, 지난달 15일 중간고사도 온라인 객관식 시험으로 치렀다. 학교 측은 부정행위를 막기 위해 시험 내내 컴퓨터 화면과 손·얼굴이 모두 나오도록 영상을 촬영해 제출하게 했지만, 일부 학생은 촬영 각도를 조정해 사각을 만들거나 화면에 여러 프로그램을 겹쳐 띄운 것으로 드러났다.해당 교수는 학생들에게 자수를 권유하고, 제출 영상을 전수 분석 중이다. 그는 공지문에서 “조사는 부정행위를 색출하거나 응징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계도’의 기회를 주기 위한 것”이라며 “자수한 학생은 중간고사 성적만 0점 처리하되, 발뺌하는 학생은 학칙대로 유기정학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9일 오후까지 40여 명이 부정행위를 자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연세대 관계자는 “단과대학 차원의 징계를 검토할 수 있으며, 사안의 경중에 따라 학교 차원의 징계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대학가에 퍼지는 ‘AI 대리 학습’대학가에서 생성형 AI가 학습의 효율성을 높여주는 ‘보조 도구’를 넘어 ‘대리 학습’의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 소재 대학생 최모 씨(24)는 “수업 시간에 집중하지 않아도 AI가 강의 내용을 자동 녹음·요약해 주고, 예상 시험 문제까지 만들어준다”며 “편리하지만 시험이 끝나면 머리에 남는 건 거의 없다”고 했다. 지난해 한국직업능력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대학생 726명 중 666명(91.7%)이 대학 과제나 프로젝트에 AI를 활용했다고 답했다.전문가들은 AI 의존이 사고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상욱 한양대 인공지능학과 교수는 “기본적인 핵심 역량을 갖추지 않고 AI에 의존하게 되면 기존의 능력마저 잃어버리는 ‘탈숙련(deskilling)’ 현상을 겪게 된다”고 설명했다. 최병호 고려대 AI연구소 교수는 “학습의 핵심은 문제해결 능력을 갖춰나가는 것인데, AI는 즉답을 제공해 생각의 과정을 생략하게 만들어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그러나 국내 대학의 대응은 여전히 미흡하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조사(2023년)에 따르면 생성형 AI 관련 공식 가이드라인을 마련한 대학은 전체 131곳 중 30곳(22.9%)에 불과했다. 교육부 역시 대학 내 AI 활용에 대한 별도 지침을 내놓지 않고 있다.반면 해외 대학은 평가 방식 개편에 나서고 있다. 9월 호주 시드니대는 “감독이 있는 시험 환경에서 AI 도구 사용을 원칙적으로 허용하지 않는다”고 공지했다. 미국 스탠퍼드대도 2023년 마련한 ‘생성형 AI 활용 가이드라인’에서 “담당 교수가 명확히 허락하지 않는 경우 생성형 AI 사용은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은 것과 같이 간주한다”고 밝혔다.전문가들은 AI 시대에 맞는 교수법과 평가 방식 전환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김명주 바른AI센터장은 “기본 전공 역량을 먼저 갖춘 뒤, AI를 활용해 역량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변모해야 한다”고 말했다.서지원 기자 wish@donga.com김소영 기자 ksy@donga.com원종빈 인턴기자 서울대 종교학과 졸업}

“배터리의 작은 파손도 방치하면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지난달 23일 오후 경기 이천시의 한 전기차 전문 정비소. 하부 배터리가 손상된 1t 전기 화물차를 점검하던 박영진 대표가 이렇게 말했다. 이날 광주에서 들어온 이 차는 도로 위 튀어 나온 배수로 덮개에 부딪히며 차 바닥에 있던 배터리 케이스에 손바닥만 한 금이 갔다. 사고 직후에는 주행에 문제가 없었지만 일주일 뒤 도로 한복판에서 갑작스레 시동이 꺼졌다. 금 간 틈새로 빗물과 습기가 들어가 배터리 회로를 손상시킨 것이다. 곧장 견인해 추가 피해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자칫 대형 사고로 번질 뻔한 아찔한 순간이었다.● “3일에 1대꼴” 늘어나는 배터리 손상국내에 등록된 전기차가 9월 기준 85만 대를 넘어서면서 배터리 손상 사고도 꾸준히 늘고 있다. 박 대표는 “정비소에 배터리 손상 차량이 들어오는 빈도가 사흘에 한 대꼴”이라고 말했다. 특히 충돌로 인한 사고가 잦다. 전기차 구조상 배터리가 차량 하부에 있어 과속방지턱 등 도로 요철이나 돌출물과 부딪힐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배터리셀에 직접 충격이 가해지지 않더라도 케이스에 균열이 생기면 그 틈새로 수분이 유입되거나 이슬이 맺혀 내부 회로 손상이 일어날 수 있다.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가 2022∼2024년 접수된 전기차 배터리 손상 사고 405건을 분석한 결과, 다른 물체와의 접촉·충돌이 338건(83.5%)으로 고장 원인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충돌한 물체는 △도로 낙하물·돌출물(42%) △방지턱·연석(24%) △맨홀·배수구 덮개(11%) 순이었다. 사고가 가장 많은 차종은 화물차로, 전체의 59.5%를 차지했다. 박 대표는 “전기 화물차는 앞바퀴와 배터리 사이에 약 70cm의 공간이 있어, 차체가 충돌로 떠올랐다가 떨어질 때 배터리 케이스 모서리에 충격이 직격으로 들어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한국교통안전공단은 “폭우가 예보된 날에는 가급적 전기차 운행을 자제하고, 부득이한 경우 수심이 깊은 구간이나 도로 요철이 심한 지점을 피하라”고 권고했다.● “작은 충격도 점검을”… 겨울철엔 지연 고장 주의에어컨 고장도 간과하기 쉬운 위험 요인이다. 전기차는 에어컨이 실내 냉방뿐만 아니라 배터리 온도 조절까지 맡기 때문에, 냉매 순환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과열과 방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장거리 운행이 많은 영업용 화물 전기차는 냉각 기능 이상으로 시동이 꺼지는 사례가 잦다. 이날 정비소를 찾은 화물차 운전사 신모 씨(61)는 “에어컨 고장이 곧 배터리 고장으로 이어진 경험이 있어 서둘러 수리를 맡기러 왔다”고 말했다.사고 이후 즉시 고장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 처음엔 이상이 없다가 일주일 이상 지나 배터리 손상이 확인된 사례가 전체의 23.7%에 달했다. 특히 강우량이 많아 손상된 틈 사이로 수분이 유입되기 쉬운 여름에 사고가 잦았지만 겨울철 눈길을 달린 후에도 비슷한 이상이 나타날 수 있다.전문가들은 빠른 점검과 수리를 강조했다. 김승기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은 “날씨가 온화할 땐 이상이 나타나지 않았다가, 계절이 바뀌면서 지연 고장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같은 연구소 박원필 수석연구원은 “조기에 발견할수록 배터리 전체 교체가 아닌 부분 수리만으로 해결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말했다.● “정부-제조사 ‘무상 점검’ 활용해야”정부는 배터리 사고 예방을 위해 제작사와 협력해 무상 안전 점검을 진행하고 있다. 현대차·기아·벤츠·테슬라 등 14곳이 참여해 배터리 상태, 냉각 시스템 이상 여부, 하부 충격 등의 항목을 집중적으로 확인한다. 구형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을 탑재한 일부 차종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도 제공하며, 미이행 리콜 여부까지 함께 점검받을 수 있다.정부도 배터리 안전성 확보에 나섰다. 국토교통부는 올 2월 자동차관리법 개정에 따라 ‘전기차 배터리 안전성 인증제’를 시행해, 제작사가 자체 인증하는 방식에서 정부가 직접 배터리 안전을 확인하는 체계로 전환했다. 이에 따라 배터리가 내구성·열충격·침수·과충전·진동 등 12개 안전 시험 항목을 통과해야만 출고·판매가 가능해진다.배터리 이력도 관리하고 있다. 배터리마다 고유 식별번호를 부여하고, 제조·출고·정비·교체·폐기 등의 모든 이력을 등록 정보에 남김으로써, 사고 발생 시 결함 여부를 신속히 추적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박용선 국토부 자동차정책과장은 “전기차는 보급 확대가 빠르게 진행되는 만큼 안전 관리 체계도 미래 차 중심으로 개선해야 한다”며 “특히 배터리의 경우 사전 안전 확보와 전 주기 이력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전기차 화재 10배 급증… 지하주차장 ‘불덩이’ 막을 대책 없어절반은 주행 아닌 주차-충전 중 발생“과충전 막을 ‘스마트제어’ 기능 시급”전기차 보급률이 높아지며 전기차 화재 사고도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 등 대형 사고 이후 여러 예방 대책이 쏟아졌지만 대부분 권고 수준에 그치거나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6일 소방청 통계에 따르면 2019년 7건에 그쳤던 전기차 화재 사고는 지난해 73건으로 늘었다. 지난해 사고 가운데 33건(45.2%)은 주행 중이 아닌 주차나 정차, 충전 도중 발생했다. 장소별로는 26건이 주차장에서 발생했다. 이 중에서도 7건은 지하 주차장에서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주행 중 화재가 발생하면 운전자가 즉시 상황을 인지하고 신고할 수 있다. 반면 주차나 충전 중에 발생하는 화재는 초기에 인지하고 대처하기 어렵다. 특히 상가나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발생한다면 자칫 대형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지난해 8월 인천 청라의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 사고를 기점으로 서울시, 경기도 등 지방자치단체가 전기차 전용 주차구역의 화재 예방 설비 설치, 지하 주차장 전기차 충전 구역 옥외 이전 등의 내용이 담긴 조례를 내놨지만 대부분 권고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이를 의무로 규정하더라도 현실적인 제약이 따른다고 지적한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갖추기 쉬운 일반 소화설비는 전기차 화재 진압에 효과가 없다. 전기차 화재를 진압하려면 배터리를 물에 담그는 수준의 소화설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성걸 서울대 건축학과 명예교수는 “전기차 화재 전용 소화설비를 갖출 순 있지만 막대한 돈이 들어간다. 결국 비용의 문제”라며 “인구과밀 구조를 고려하면 지하 주차장 충전시설을 전부 건물 바깥으로 옮기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전기차 화재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는 과충전 방지 대책부터 세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공해차 통합누리집에 따르면 올 7월 기준 전국에 설치된 전기차 공용충전기 44만3184개 중 39만2443개가 완속충전기다. 급속충전기는 5만741개에 그치는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전기자동차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급속충전기는 충전 제어 기능을 갖춰 충전 용량의 일정 수준 이상을 넘어서면 충전을 멈추도록 제어할 수 있다”며 “완속충전기는 이 기능이 없어 과충전의 위험을 내재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전기차 배터리의 충전량을 낮출수록 화재 위험이 낮다는 것은 실험을 통해 입증된 결과”라며 “공용충전기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완속충전기를 충전 제어 기능을 탑재한 스마트제어 충전기 등으로 교체하는 등 현실적인 대안부터 갖춰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공동 기획: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소방청 서울시 한국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 한국도로공사 한국도로교통공단 한국교통연구원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교통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독자 여러분의 제보와 의견을 e메일(lifedriving@donga.com)로 받습니다.특별취재팀▽팀장 권구용 사회부 기자 9dragon@donga.com▽김보라(국제부) 김수연(경제부) 박종민(산업1부) 서지원 오승준(사회부) 기자}

고려대가 4일 ‘아시아태평양 고등교육 서밋 2025’를 개최했다. 6일까지 열리는 이번 행사의 주제는 ‘세대의 잠재력을 이끄는 힘: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기술과 협력’이다. 4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 인촌 기념관에서 진행된 개막식에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을 비롯해 아시아태평양 지역 대학 총장과 교육정책 전문가, 산업계 리더 등 1500여 명이 참석했다. 이번 서밋에서는 기술 변화와 인구 구조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는 시대에 미래 세대의 역량을 키우고 지속 가능한 교육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해법이 논의됐다. 김동원 고려대 총장은 개회사에서 “급격한 기술 변화 속에서 대학은 미래 세대가 지식, 창의성, 국경을 초월한 윤리적 리더십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며 “우리의 가장 소중한 자원은 기술이나 자본이 아닌 미래를 만들어 갈 사람들”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기조연설에 나선 반 전 총장은 “오늘날 인류가 마주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양질의 교육이 필요하다”며 “대학의 역할은 단지 ‘지식을 가르치는 것’을 넘어, 학생들에게 비판적 사고, 공감, 책임감, 그리고 세계시민으로서의 자질을 길러주는 데 있다”고 말했다. 3일간 진행되는 이번 행사에서는 △대학 혁신과 국제 협력 △산학 연계 및 기술 혁신 △디지털 전환 △지속 가능한 대학 운영 등을 주제로 기조연설과 패널토론, 워크숍이 이어진다. 교육기술(EdTech) 기업과 사회혁신 기관이 참여한 전시·혁신 부스도 운영된다. 참가자들은 아시아 고등교육이 직면한 공통의 과제를 공유하며, 대학 간 혁신 사례와 국제 협력 모델을 통해 지속 가능한 협력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서지원 기자 wish@donga.com}

“이게 왜 끼어들기입니까? 차가 밀리는 와중에 점선에서 들어온 거예요.”4일 오전 8시경 서울 성동구 동부간선도로 성수 방향. 끼어들기 단속에 적발된 트럭 운전사가 “점선에서 차선을 바꿨는데 왜 위반이냐”며 경찰의 제지에 항의했다. 경찰이 “점선이라도 중간 끼어들기는 위반”이라고 단호하게 안내하자 운전자는 마지못해 범칙금 3만 원 고지서에 서명했다.서울경찰청은 이날 오전 서울 시내 주요 도로 4곳에서 출퇴근 시간대 차량 정체를 유발하는 법규 위반을 집중 단속했다. 이번 단속은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이 취임 후 역점 사업으로 추진하는 ‘서울교통 리(Re)디자인’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시민이 체감하는 교통 불편의 원인을 현장에서 직접 진단하고 개선하겠다는 취지다.서울경찰청에 따르면 이날 단속에서는 총 252건의 위반 및 계도 조치가 이뤄졌다. 끼어들기(132건)가 가장 많았고, 꼬리물기 94건, 어린이보호구역 내 일시정지 위반 23건, 음주운전 3건 등이 뒤를 이었다.단속 지점 중 강변북로 성수대교 방면은 출퇴근 차량이 몰리며 끼어들기가 빈번한 상습 정체 구간이다. 이날 오전 8시부터 1시간 동안 진행된 단속에서 버스와 화물차 등 10대가 끼어들기 위반으로 적발됐다. 오전 8시 반경 종로구 경복궁 인근 동십자각 교차로에서도 꼬리물기 4건을 포함해 총 10건의 위반이 적발됐다.서울경찰청은 각 경찰서별 주요 구간을 중심으로 단속을 이어갈 방침이다. 우선 경찰서별 4곳씩 선정해 운영하고, 이후 시민 제안을 반영해 대상 지역을 조정할 예정이다.시민 의견 수렴도 병행한다. 서울경찰청은 10일부터 연말까지 두 달간 시민들로부터 교통환경과 교통문화 전반에 대한 개선 의견을 접수한다. 제안이 접수되면 제보자와 관계기관이 현장 합동 점검을 실시해 개선책을 마련하고, 공사나 예산이 필요한 과제는 중장기 계획으로 분류해 2026년 6월까지 단계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정서영 기자 cero@donga.com서지원 기자 wish@donga.com원종빈 인턴기자 서울대 종교학과 졸업}

경찰이 캄보디아 가상자산 거래소 ‘후이원 개런티’와 북한 해킹 조직 ‘라자루스’ 간 자금 흐름을 추적하기 위해 국내 거래소 업비트를 압수수색했다. 후이원 개런티는 현지 범죄 조직의 자금 세탁 거점으로 지목돼 온 캄보디아 금융그룹 ‘후이원’의 가상자산 서비스 플랫폼이다. 수사를 통해 범죄수익금 이동 경로가 드러날 가능성이 제기된다.2일 서울경찰청 안보수사과는 후이원 개런티로의 가상자산 입출금 명세를 확보하기 위해 지난달 15일 업비트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지난해 6월부터 최근까지 업비트와 후이원 개런티 사이에 2억 원 이상 규모의 가상자산이 오간 정황을 포착하고, 업비트 이용자 200여 명의 입출금 명세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후이원 그룹은 북한 해킹 자금과 캄보디아 범죄단지의 불법 수익을 가상 자산 형태로 세탁한 혐의로 미국과 영국 등의 제재를 받고 있다. 올 3월 업비트 운영사인 두나무는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자금 세탁 위험성이 의심되는 이용자 200여 명을 경찰에 신고하고, 금융당국에 관련 사실을 보고한 뒤 가상자산 전송을 차단한 바 있다.경찰 관계자는 “업비트와 후이원 개런티 간 입출금 규모는 당국에 신고된 금액보다 더 클 가능성이 있다”며 “아직 수사 초기 단계로, 확보한 자료를 분석해 자금 흐름을 면밀히 추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서지원 기자 wish@donga.com}

《단풍철 인파 ‘비상’… 산악 구조대 24시단풍철 등산 인파가 몰리며 산악 구조대의 하루도 쉴 틈이 없다. 깊은 계곡과 절벽, 헬기가 닿지 않는 곳까지. 하늘과 산속 험로를 누비며 조난객들의 ‘골든타임’을 사수하는 경기도119특수대응단 대원들과 동행했다.“가평 명지산 정상, 산악구조. 출동 준비!” 지난달 29일 오후 1시 58분, 경기 용인시 처인구 경기도119특수대응단 상황실에 다급한 방송이 울렸다. 대원들이 하던 일을 멈추고 일제히 움직였다. 가평 명지산(해발 1252m) 정상 부근에서 여성이 산행 중 낙상해 거동이 어렵다는 신고였다. 곧이어 “구토와 어지럼증을 호소한다”는 추가 무전이 들려왔다. 대원들은 재빨리 장비를 챙겨 헬기에 올랐다. 조종사를 포함해 5명이 탑승한 헬기는 10분 만인 오후 2시 8분, 굉음과 함께 활주로를 박차고 하늘로 솟았다. 지상 구조대가 걸어서 오르면 서너 시간이 걸리는 거리지만, 헬기는 30분 만에 정상 부근에 도착했다. 산자락 어딘가에 주황색 점이 보였다. 구조 헬기를 향해 웃옷을 흔드는 조난자였다. 구조대원들이 로프로 하강해 여성을 인양했고, 헬기는 여성을 병원으로 이송한 뒤 1시간 20분 만에 복귀했다. 대원들은 한층 가벼운 표정으로 “구조 성공!”을 외쳤다.》● 하늘 위에서 생명을 구하는 이들 경기도119특수대응단 항공팀의 임무는 하늘에서 생명을 구하는 일이다. 이들이 타는 헬기는 해발 수백 m,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절벽과 협곡으로 향한다. 지난해에만 814차례 출동해 496명을 구했다. 내부에는 산악 전용 들것 ‘에베레스트 스트레처’, 응급의료 키트, 심지어 임산부용 분만 키트까지 갖췄다. 하늘 위 병상인 셈이다.가을은 구조 요청이 가장 많은 계절이다. 단풍철 등산객이 몰리면서 산악사고도 급증한다. 소방청에 따르면 지난해 산악사고 1만134건 중 가을인 9∼11월에 3205건(31.6%)이 발생해 가장 많았다. 유형별로는 실족이 31.9%로 가장 많았고 길 잃음(28.7%), 개인 질환(9.6%) 순이었다.이강화 기장은 군에서부터 27년간 헬기를 몰아온 베테랑이다. 수백 번의 구조 임무를 수행했지만 “매번 긴장된다”고 했다. 그는 구조를 “물이 가득 찬 유리컵 같다”고 표현했다. “한 방울만 떨어져도 넘칩니다. 그만큼 단 한 번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아요.”헬기는 속도와 고도를 자유자재로 조종할 수 있다. 하지만 날씨만큼은 통제할 수 없다. 바람이 산 정상의 태극기를 곧게 세울 만큼 강한 날이면, 헬기가 순식간에 수십 m 솟아올랐다가 고꾸라지기 일쑤다. 산봉우리에 구름이 걸리면 조난자를 찾기도 어렵다. 야간에는 조종사 시야가 평소의 3분의 1로 줄어든다. 설상가상으로 밤중 등산로 가로등 불빛이 바람에 흔들리면 구조 신호와 구분되지 않는다. 이 기장은 “자연이 원망스러울 때가 있다”고 덧붙였다. 가을 산행 중 헬기를 보면 손수건이나 스틱을 흔드는 등산객도 많다. 이 기장은 “반가운 마음에 그러시겠지만, 구조 신호로 착각할 때도 있다”고 전했다. 웃지 못할 해프닝이지만, 그만큼 현장은 한순간의 오해조차 긴박하다.● 헬기가 닿지 않는 곳, 두 발로 가는 구조대헬기가 접근할 수 없는 곳에선 지상 구조대가 뛴다. 지난달 29일 오전 의정부시 천보산에서는 경기도북부119특수대응단의 모의 산악구조 훈련이 한창이었다. 산 중턱에서 길을 잃은 조난자가 “살려 달라, 위치를 모르겠다”고 신고하자 지휘 차량 모니터에 ‘지능형수색지원시스템’ 화면이 떠올랐다.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KCA)과경기북부소방재난본부가 협력해 개발한 이 프로그램은 통신이 잘되지 않는 지역에서도 휴대전화 기지국 전파를 분석해 조난자의 위치를 신속히 파악할 수 있다. 예상 지점이 표시되자 수색팀은 열화상 드론을 띄우고, 인명구조견 ‘태공’과 함께 빠르게 산을 뛰어 올라갔다. 잠시 후 태공이 조난자를 발견해 짖기 시작했다. 6명의 구조대원이 양쪽에서 접근해 조난자의 상태를 확인한 뒤 부축해 하산시켰다. 지상 구조대는 사람의 두 발로 ‘골든타임’을 붙잡는 팀이다. 15kg가량의 장비를 짊어지고 가파른 산길을 오른다. 환자가 산 중턱에 있으면 헬기가 닿는 지점까지 들것으로 이송하고, 협곡에 떨어진 사고자는 로프를 걸어 끌어올린다. 갑작스러운 폭우로 불어난 계곡에 고립된 사람도 직접 구한다. 곽용현 소방장은 “누군가는 걸어서 올라가야 한다”며 “위기의 연속이지만, 결국 누군가를 무사히 집으로 돌려보내야 한다는 생각으로 뛴다”고 말했다.● “119가 올 거라 믿고 버텼어요”대원들이 험한 산속으로 향하는 이유는 ‘생명을 구한다’는 보람 때문이다. 지난해 8월 고양시 북한산 의상봉 절벽에서 한 60대 여성이 안전장비 없이 암벽을 오르다 고립됐다. 발 디딜 틈조차 없는 절벽이었다. 조난자는 신발이 벗겨지고 가방이 떨어진 채 1시간 넘게 매달려 있었다. 구조대원들은 헬기의 호이스트(권양기)를 타고 내려가 여성을 안아 올렸다. 당시 출동한 천광진 경기도119특수대응단 특수구조팀 소방장은 “헬기 하강풍으로 로프가 흔들려 조금만 실수해도 2차 추락으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며 “그럼에도 조난자가 ‘119가 올 거라 믿고 버텼다’고 말해 뭉클했다”고 회상했다. 그날 신입으로 함께 출동했던 이형규 소방장은 입단 2년 차가 됐다. 이제는 3층 건물 높이의 호이스트 훈련장에서도 여유로운 모습이다. 이날 11m 높이에서 구조대원들의 훈련을 돕던 그는 “사람이 가장 공포심을 느낀다는 높이지만, 이제는 익숙하다”며 웃었다. 김정현 기장은 해군 조종사로 20년을 복무하다 2018년부터 구조 헬기를 조종하고 있다. 그가 처음 맡은 새벽 응급환자 이송 임무는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그날 새벽 2시, 서울 야경 위로 우리 소방헬기만 떠 있었어요. ‘내가 한 생명을 살렸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군 생활 내내 느껴보지 못한 감정이었죠. 그 순간이 지금도 가장 뿌듯합니다.”● “‘이 정도는 괜찮겠지’ 생각 말고 조심하세요”해외에서는 무리한 산행의 대가가 훨씬 크다. 미국 일부 주(州)에서는 통제구역에서 조난했다가 구조될 경우, 구조 비용 전액을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헬기와 인력 투입 비용이 합쳐지면 수십만 달러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 반면 한국은 구조 활동이 전액 세금으로 이뤄져 부주의로 사고를 내도 개인에게 비용이 청구되지 않는다. 구조대원들은 “그래서 더 조심해야 한다”며 “우리 사회가 공동의 안전망으로 운영되는 만큼, 책임 있는 산행 문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수구조단 대원들은 구조 기술만큼 중요한 게 ‘사고를 미리 막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산악사고 대부분은 적절한 장비를 착용하지 않거나 무리한 코스를 선택하고 기상 악화에도 강행하는 등 ‘작은 부주의’에서 시작된다. 이 기장은 “슬리퍼를 신고 암벽을 오르다 오도 가도 못하거나, 혼자 산에 올라 심정지로 쓰러지는 경우도 많다”며 “사람이 ‘이 정도는 괜찮겠지’ 하는 순간, 구조는 이미 시작된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지정된 등산로를 벗어나거나, 음주 후 산에 오르는 일은 절대 삼가야 한다. 곽 소방장은 “비등산로로 버섯이나 약초를 캐러 들어가 길을 잃는 경우가 많다”며 “지정된 등산로를 벗어나지 말고, 해가 지기 전에 반드시 하산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성률 경기도북부119특수대응단 소방교는 “요즘은 날씨가 좋아 등산객이 몰리고, 낙엽이 쌓인 등산로에서 미끄러지는 사고도 잦다”며 “무리한 일정보다는 자신에게 맞는 코스를 택하고, 하산이 늦어지면 즉시 119에 신고해 달라”고 말했다.용인·의정부=서지원 기자 wish@donga.com}

단풍이 절정에 이르는 11월, 등산객이 몰리면서 산악사고도 잇따르고 있다. 등산 전 필수 안전 수칙을 숙지하고, 산행 중 무리하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장재영 소방청 구조과 소방경에게 가을철 산악사고 예방과 대처 요령을 물었다.―가을철 산악사고, 어떤 유형이 가장 많을까.“단풍철에는 등산객이 늘면서 사고가 집중된다. 산행 중 실족·낙상 사고가 전체의 약 40%로 가장 많다. 발을 헛디디거나 발목을 접질려 움직이지 못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비지정 등산로 진입이나 일행과 떨어져 발생하는 ‘길 잃음 사고’도 빈번하다.”―건강 이상으로 인한 사고도 적지 않다고….“가을은 일교차가 커 체온 관리가 중요하다. 산행 중 땀을 많이 흘리면 체온이 금세 떨어져 저체온증이 올 수 있다. 혈관 수축과 혈압 상승으로 인한 심혈관 질환 위험도 커진다. 여벌로 얇은 옷을 챙겨 땀에 젖은 옷은 갈아입고, 보온용 겉옷을 추가로 준비하는 게 좋다. 출발 전에는 가벼운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고, 자기 컨디션에 맞춰 무리하지 않는 산행이 필요하다.”―안전한 산행을 위해 등산 전 반드시 점검해야 할 사항이 있다면….“먼저 기상정보와 일몰 시각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해가 빨리 지는 가을에는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휴대전화와 보조배터리, 휴대용 랜턴을 챙기는 것이 좋다. 체력 저하를 막기 위해 충분한 물과 간식을 준비하고, 홀로 등반하는 ‘나 홀로 산행’은 피해야 한다.”―사고를 당했을 때 위치 설명이 어렵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등산로 주변에는 국가지점번호나 산악 위치 표지판이 일정 간격으로 설치되어 있다. 119 신고 시 이 번호를 알려주면 구조대가 정확한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 또한 등산 출발 시점과 이동 경로, 목표 구간을 함께 전달하면 구조대가 동선을 추정해 신속히 접근할 수 있다.”―산행 중 다른 등산객이 사고를 당한 걸 목격했다면….“가장 먼저 119에 신고하고, 구조대에 정확한 위치를 안내하는 것이 중요하다. 저체온이 우려될 경우 외투나 담요로 체온을 유지하고, 외상이 있는 환자는 불필요하게 움직이지 말아야 한다. 침착한 대처가 생명을 살린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서지원 기자 wish@donga.com}

캄보디아에서 ‘로맨스 스캠’ 범죄에 가담했다가 국내로 송환돼 경기북부경찰청의 구속 수사를 받은 피의자 11명이 검찰에 넘겨졌다. 경기북부경찰청 형사기동대는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위반, 범죄단체가입 등 혐의로 캄보디아 현지에서 체포된 피의자 15명 가운데 11명을 28일 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해 8월부터 올해 9월까지 조건만남 등을 빙자해 피해자들로부터 돈을 편취하는 범행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이들이 자발적으로 범죄 조직에 가담한 것으로 보고 있다. 캄보디아 프놈펜 투올코욱 지역을 근거지로 활동한 이들은 서로를 ‘TK(투올코욱의 약자)파’로 불렀으며, 총책을 정점으로 한 지휘·통솔 체계를 갖춘 30여 명 규모의 조직에 속해 활동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조건 만남 광고를 올리는 홍보팀, 피해자를 유인해 금전을 편취하는 로맨스 2개 팀 등으로 역할을 분담했다. ‘가입비’ 명목으로 돈을 빼앗기 위해 위한 자체 사이트를 제작해 운영하기도 했다.조직원들은 가명을 사용하고, 근무 중에는 휴대전화 사용이나 사진 촬영이 금지됐다. 야간에는 커튼을 쳐 외부 노출을 차단하고 부서 간 업무 내용도 공유하지 못하게 하는 등 엄격한 보안 통제도 이루어졌다. 다만 조직원들 사이 감금이나 폭력 행위는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이들은 SNS 광고를 보고 연락해 온 피해자에게 여성인 척 텔레그램으로 접근한 뒤, 자체 개발한 사이트 가입을 유도했다. 인공지능(AI)을 사용해 만든 가상 여성 사진을 활용해 피해자를 속였으며 가입비 명목으로 1인당 최대 2억1000만 원을 가로챈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자는 36명, 피해 금액은 약 16억 원에 달한다. 이들은 프놈펜 투올코욱 지역의 13층 건물에서 2인 1조로 합숙하며 범행을 이어오다, 지난해 8월 현지 단속을 피해 센속 지역의 7층 건물로 옮겨 범행을 계속해왔다. 그러다 9월 15일 현지 수사 당국에 체포됐다. 일부 피의자들은 총책이 현지 기관에 로비해 석방을 도와주겠다는 말을 믿고 한국 대사관의 귀국 권유를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현지에서 압수된 휴대전화 등에 대한 디지털포렌식을 통해 공범 관계와 범행 전반을 파악 중이며, 추가 피해 가능성에 대해서도 수사를 이어갈 방침이다.서지원 기자 wis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