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병기

문병기 기자

동아일보 해외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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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워싱턴 특파원 문병기 기자입니다.

weappon@donga.com

취재분야

2024-03-28~2024-04-27
국제일반42%
미국/북미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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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삼성에 반도체 보조금 8.9조… 바이든 “일자리 2만개 창출”

    《美, 삼성에 8.9조원 반도체 보조금… 인텔-TSMC 이어 3번째 규모 미국 상무부가 삼성전자에 최대 64억 달러(약 8조8640억 원)의 보조금을 지원한다고 15일(현지 시간) 발표했다. 삼성전자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포함해 미국에 총 400억 달러 이상 투자하기로 결정한 데 따른 조치다. 삼성에 대한 보조금은 인텔(85억 달러), TSMC(66억 달러)에 이어 세 번째로 큰 규모다. 인텔과 TSMC가 각각 1000억 달러, 65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한 것과 비교하면 투자액 대비 보조금 규모는 삼성전자가 가장 크다.》삼성전자가 미국 상무부로부터 받는 보조금 최대 64억 달러(약 8조8640억 원)는 미국 인텔(85억 달러)과 대만 TSMC(66억 달러)에 이어 세 번째로 큰 규모다. 하지만 투자액 대비 보조금 비율로 따지면 삼성전자가 약 16%, TSMC가 10.2%, 인텔이 8.5%로 삼성전자가 가장 높다. 삼성전자가 미국 투자 규모를 170억 달러에서 400억 달러 이상으로 대폭 높인 점도 영향을 미쳤지만 메모리 분야 1위이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까지 겸하는 삼성의 경쟁력이 발휘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은 이번 보조금 협상을 계기로 인공지능(AI) 분야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생산 기지를 확대하게 됐다. 미국 입장에서는 TSMC와 인텔에 이어 삼성까지 투자를 유치하면서 공급망 다변화를 노릴 수 있게 됐다.● 美, 삼성전자에 64억 달러 보조금 지급 미국 상무부는 15일(현지 시간) 반도체지원법(‘칩스법’)에 따라 삼성전자에 64억 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하며, 삼성전자는 400억 달러 이상의 투자를 약속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이를 계기로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첨단 파운드리 공장 2기를 짓는 동시에 고대역폭메모리(HBM) 패키징 공장과 연구개발(R&D) 전용 공장 등 총 4개의 공장을 신설하기로 했다. 연내 완공되는 파운드리 공장에서는 4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 공정과 함께 차세대 2나노 공정을 도입하기로 했다. 2027년 양산에 돌입하는 두 번째 공장에선 2나노 로직(시스템) 반도체를 생산한다. 첨단 패키징 공장에는 AI 시대에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HBM은 물론이고 첨단 메모리 제품에 대한 패키징 설비가 들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1997년 건설된 오스틴 공장에서는 첨단 의료기기에 들어가는 반도체를 생산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미 국방부와 계약을 맺고 방위산업체를 위한 반도체를 직접 생산하기로 했다. 4000만 달러를 별도로 투자해 테일러 일대의 인력 양성에도 나선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내고 “삼성전자의 추가 투자로 미국 텍사스 중부의 첨단 반도체 생태계 역할을 공고히 하게 됐고 최소 2만15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게 됐다”며 “한미동맹이 어떻게 기회를 만들어 내는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강조했다. ● “원스톱 생산… TSMC 넘는 삼성의 강점” 앞서 미 상무부는 인텔과 TSMC에 각각 최대 85억 달러, 66억 달러의 보조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들이 투자하는 금액은 각각 1000억 달러와 650억 달러다. 삼성은 이보다 적은 40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하고도 TSMC와 비슷한 보조금을 받게 된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의 삼성의 입지를 감안한 것이다. 일례로 엔비디아의 AI 가속기 ‘H100’은 SK하이닉스의 HBM을 받아 TSMC가 최종 생산한다. 최근 대만 강진은 반도체 공급망을 한 곳에 의존하는 것이 취약점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TSMC는 파운드리만 하지만 삼성은 메모리와 파운드리를 모두 갖고 있어 미국에서 원스톱 생산체제를 갖출 수 있게 된다”며 “미국 입장에서는 TSMC보다 삼성이 더 매력적일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계현 삼성전자 DS(반도체)부문장(사장)은 “삼성전자의 공장은 미국 반도체 공급망의 보안을 고도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이번 투자를 앞세워 TSMC와 인텔 등과의 경쟁에서 우위에 서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미국에 애플과 엔비디아, AMD 등 AI 시장을 주도하는 빅테크들이 몰려 있는 만큼 이들로부터 파운드리 수주를 대거 이끌어 내겠다는 것이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10∼12월) 파운드리 세계 점유율은 11.3%였다. 삼성전자는 국내 투자도 차질 없이 진행하겠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향후 20년간 300조 원을 투입해 경기 용인시에 첨단 반도체 제조공장 5개를 구축하기로 했다. 또 소재·부품·장비 기업 등 150곳을 유치해 반도체 생태계 강화에 앞장서기로 했다. 삼성전자 측은 “한국에서의 투자는 전혀 차질이 없다. 인텔과 TSMC와 달리 미국 정부로부터 저금리 대출을 지원받지 않은 것도 투자 여력이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변종국 기자 bjk@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 2024-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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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란, 이스라엘 때렸다… 글로벌 경제 초긴장

    이란이 13일(현지 시간)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 무인기(드론) 등 300여 기를 동원해 이스라엘을 공습했다. 1일 이스라엘의 시리아 주재 이란영사관 폭격에 대한 보복 차원으로, 이란이 이스라엘 본토를 직접 공격한 건 사상 처음이다. 이스라엘이 재보복을 예고함에 따라 지난해 10월 발발한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이 본격 확전되는 중대 기로에 섰다. 중동 전역이 전쟁에 휘말리면 유가 상승 등 글로벌 경제도 요동칠 수 있다. 이스라엘군은 13일 밤부터 14일 새벽까지 이란이 이스라엘을 겨냥해 미사일과 드론을 300발 넘게 발사했다고 밝혔다. 다니엘 하가리 수석대변인은 “이란이 자국 영토에서도 이스라엘 영토를 향해 미사일 수십 발을 발사했다”며 “대다수 미사일은 우리 방공체계에 의해 국경 밖에서 요격됐다”고 밝혔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이스라엘 당국자를 인용해 “드론 170여 대와 순항미사일 30여 기, 탄도미사일 120여 기가 이스라엘 본토로 날아왔다”고 보도했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공격 직후 이란 국영 프레스TV를 통해 “이란 영사관을 공격한 범죄에 대응해 이스라엘 정권 영토의 특정 목표물을 공격했다”고 밝혔다. 이란의 이스라엘 직접 공격은 양국이 적대 관계로 돌아선 1979년 이슬람혁명 이후 처음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누구든 우리에게 해를 끼치면 우리도 공격할 것”이라고 보복을 예고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바로 전투기를 동원해 이번 공습에 가담한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 군사시설도 폭격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란의 공습이 일단락됐다고 보고 14일 오전 자국민에게 내린 대피 명령을 해제했다. 하지만 이스라엘이 재보복에 나서면 1973년 ‘4차 중동전쟁(욤키푸르 전쟁)’ 이후 51년 만의 ‘5차 중동전쟁’으로 비화할 수 있다. 이집트·시리아와 이스라엘이 맞붙은 4차 중동전쟁은 1차 석유 파동으로 이어지며 전 세계가 극심한 장기 불황에 빠졌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이날 심야 성명을 내고 이란의 공습에 대해 “가장 강력한 표현으로 규탄한다”고 밝혔다. 앞서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는 “이란의 위협에 맞서 이스라엘의 안보를 보장한다는 미국의 약속은 철통(ironclad)같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13일 네타냐후 총리와의 통화에서 “이스라엘의 반격에 미국은 참여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과 이란이 직접 충돌할 경우 중동 전역은 물론 국제사회에도 재앙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이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 2024-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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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스라엘 “전례없는 보복” 이란 “더 강한 대응”… 美, 확전 막기 안간힘

    이스라엘 영토에 대한 이란의 사상 첫 직접 공격 이후 이스라엘군이 보복 대응을 예고하면서 중동 전역이 전쟁에 휘말리는 ‘5차 중동전쟁’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이미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에 대한 보복 공격에 나섰다. 이란은 이스라엘이 반격하면 “더 강한 대응으로 맞서겠다”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미국은 이란과 이스라엘의 직접 충돌이 파국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분주해졌다. 이스라엘이 섣불리 재보복을 했다가 이란이 전면전에 나설 경우 기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는 차원이 다른 엄청난 피해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란은 이른바 ‘저항의 축’이라는 이슬람 시아파 무장단체를 지원하는 군사 강대국이다. ● 이 “전례 없는 대응” vs 이란 “더 큰 대응 할 것”이란군은 앞서 이스라엘 재벌 에얄 오페르가 소유한 조디액그룹 소속의 화물선 ‘MSC 에리즈’를 나포했다고 13일 밝혔다. 이스라엘은 이 선박 나포를 군사 공격의 ‘신호탄’으로 보고 군 경계 태세를 발동했다. 전국에 대국민 행동지침 및 휴교령도 내렸다. ‘진실의 약속’ 작전이라고 명명해 무인기(드론), 탄도·순항 미사일 300여 기를 동원한 이란의 공습은 이날 오후 11시경부터 약 5시간 동안 이어졌다. 공습이 끝난 뒤 이스라엘 매체 채널12는 이스라엘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정부가 이번 공격에 맞서 전례 없는 대응을 계획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스라엘군은 “전투기가 헤즈볼라의 군사 구조물 표적을 공격했다”며 보복 공격에 나섰음을 발표했다. 이란은 이스라엘의 반격과 향후 미국의 개입에 강하게 경고했다. 모하마드 바게리 이란군 참모총장은 이란 국영TV에 “이스라엘의 보복 시 우리 대응은 오늘(13일) 밤의 군사 행동보다 훨씬 더 강력할 것”이라며 “미국이 추후 공격에 가담한다면 미국 기지와 인력도 안전지대에 있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추가 공격은 계획하고 있지 않는 점도 분명히 했다. 바게리 참모총장도 “이번 작전은 종료됐으며 계속할 의도가 없다”고 밝혔다. ● 美, 이스라엘 지지 동시에 확전 방지 안간힘 미국은 13일 이란의 공격 징후가 포착되자마자 긴박한 대응에 나섰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국가안보팀 긴급 회의를 소집했다. 이란의 공격이 끝난 뒤엔 이례적으로 다시 회의를 열었다. 미국은 이란과 이스라엘의 ‘그림자 전쟁’이 전면전으로 비화할 조짐을 우려하고 있다. 그간 양국은 수십년간 앙숙이면서도 서로 직접 공격을 하진 않았다. 일단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안보를 보장한다는 미국의 약속은 철통(ironclad)같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이스라엘이 통제에서 벗어난 강경 대응에 나서지 않도록 설득했다. 미국 매체 액시오스는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네타냐후 총리와의 통화에서 ‘이란에 대한 이스라엘의 반격을 지지하지 않으며, 미국은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미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스라엘 전시 내각은 14일 오후 회의를 열어 이란에 보복 공격하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보복 공격 안건을 철회했다. NYT는 두 이스라엘 관료를 인용해 네타냐후 총리가 바이든 대통령과 통화한 직후 이 안건을 철회했다고 전했다. 다만 제러미 보언 영국 BBC 방송 국제 에디터는 “이스라엘 극우들이 이란에 대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 이것으로 끝이라고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 2024-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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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前부인 살해혐의 ‘세기의 재판’ O J 심프슨 사망

    당대 최고의 미국프로미식축구리그(NFL) 선수이자 영화배우로 화려하게 살았으나 전 부인 살해 혐의로 기소돼 무죄를 받는 과정에서 미국 사회에 엄청난 논란을 일으켰던 O J 심프슨이 10일(현지 시간) 세상을 떠났다. 향년 76세. 심프슨 측 유가족은 11일 소셜미디어에 “아버지는 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심프슨은 약 2개월 전에 전립샘암 판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1947년 샌프란시스코 빈민가에서 태어난 그는 구루병으로 다섯 살 때까지 다리에 보조기를 착용하는 등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지역 갱단과 어울리던 비행청소년이었으나 탁월한 달리기 재능이 눈에 띄며 미식축구에 입문해 삶의 전기를 맞았다. 뉴욕타임스(NYT)는 “NFL 각종 기록을 세우며 미식축구를 전국구 인기 종목으로 이끈 슈퍼스타”라고 평했다. 1985년 NFL 명예의 전당에도 헌액됐다. 역경을 이겨낸(rags-to-riches) 흑인 스포츠 스타는 할리우드에서도 사랑받았다. 주요 방송사 스포츠캐스터로 활동하고 영화 ‘총알 탄 사나이’(1990년) 등에 출연하며 승승장구했다. 차분한 훈남 이미지로 인기를 끌며 당시 흑인에겐 좁은 문이었던 대기업 광고도 여럿 찍었다. 하지만 1994년 벌어진 사건은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심프슨은 고교 시절 여자친구와 첫 결혼에 실패하고 1985년 나이트클럽에서 만난 18세 웨이트리스 니콜과 재혼했다. 하지만 1992년 배우자 학대 등으로 이혼한 뒤, 1994년 6월 13일 니콜과 그의 애인이 심프슨 자택 인근에서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용의자로 지목된 심프슨이 친구의 차에 타고 도주극을 벌이던 모습이 TV로 생중계되며 미국 사회는 큰 충격을 받았다. 심프슨은 이후 ‘세기의 재판’으로 또 한번 미국을 흔들어 놓았다. 피 묻은 장갑 등 여러 증거가 그를 향했지만, ‘드림 팀’이라 불린 초호화 변호인단은 미 사회에서 가장 민감한 이슈인 인종차별을 무기로 무죄를 주장했다. 1992년 로스앤젤레스 폭동의 여진이 남아 있던 상황은 이를 더욱 부채질했다. 심프슨은 결국 경찰의 인종차별적 발언과 증거 불충분 등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받았다. 심프슨 재판은 미 형사 사법체계에 대한 논란도 불러일으켰다. 당시 배심원단 12명 가운데 흑인이 9명인 점도 심프슨에겐 유리하게 작용했다. NYT는 “정황은 물론 과학적 증거도 충분했지만 배심원들은 감정에 휩쓸려 무죄 평결을 내렸다”고 했다. 이후 민사재판에선 심프슨이 유족들에게 배상금 3350만 달러를 지급하도록 하는 모순적인 판결도 나왔다. 심프슨은 이후 무장강도·납치 사건에도 가담해 33년 형을 받기도 했으나, 9년만 복역한 뒤 2017년 가석방됐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 2024-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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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법 “대통령 집무실은 관저 아냐… 집회 허용”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은 집회가 금지된 관저가 아니기 때문에 집회를 허용해야 한다는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대통령실이 용산으로 이전한 뒤 인근에서 열리는 집회를 허용하는 판결이 확정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대법원 2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촛불승리전환행동(촛불행동)이 서울 용산경찰서를 상대로 “집회 금지 통고를 취소하라”며 낸 소송에서 원심의 원고 승소 판결을 12일 확정했다. 앞서 촛불행동은 2022년 5월 28일 용산구 이태원 광장에서 출발해 녹사평역, 삼각지 교차로를 지나 용산역 광장까지 행진하겠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대통령의 주거 공간인 관저 100m 이내의 옥외 집회를 금지하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을 근거로 집회 금지를 통고했다. 이에 불복한 촛불해동은 행정소송을 내고 집행정지도 함께 신청했다. 법원이 집회 예정일 하루 전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집회는 예정대로 진행됐다. 이후 열린 본안 소송에서는 대통령 집무실을 주거 공간인 관저로 볼 수 있는지가 쟁점으로 다뤄졌다. 1·2심은 경찰의 금지 통고가 위법하다며 경찰의 처분을 취소했다. 2심 재판부는 “대통령 집무실은 집시법상 ‘대통령 관저’에 해당한다고 해석할 수 없으므로 이 사건 집회 장소는 집시법에서 집회를 금지한 장소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대법원은 원심 판결의 결론에 문제가 없다고 보고 본안 심리를 하지 않고 기각하는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판결을 확정했다. 다만 경찰은 지난해 집시법 시행령을 개정해 대통령실과 관저를 둘러싼 이태원로, 서빙고로 등에서 집회 시위를 금지하거나 제한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시민단체가 반발하자 경찰은 “법원이 제시한 판단 기준에 따라 집회 시위를 최대한 보장할 방침”이라고 밝혔다.장은지 기자 jej@donga.com}

    • 2024-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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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처 살해 혐의로 ‘세기의 재판’ 받은 미식축구 스타 OJ 심슨 사망

    당대 최고의 프로미식축구(NFL) 선수이자 영화배우로 화려하게 살았으나 전 부인 살해 혐의로 기소돼 무죄를 받는 과정에서 미국 사회에 엄청난 논란을 일으켰던 O. J. 심슨이 10일(현지 시간) 세상을 떠났다. 향년 76세.심슨 측 유가족은 11일 소셜미디어에 “아버지는 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심슨은 약 2개월 전에 전립선암 판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1947년 샌프란시스코 빈민가에서 태어난 심슨은 구루병으로 5살까지 다리에 보조기를 착용하는 등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지역 갱단과 어울리던 비행청소년이었으나 탁월한 달리기 재능이 눈에 띄며 미식축구에 입문해 삶의 전기를 맞았다. 뉴욕타임스(NYT)는 “NFL 각종 기록을 세우며 미식축구를 전국구 인기종목으로 이끈 슈퍼스타”라고 평했다. 1985년 NFL 명예의 전당에도 헌액됐다.역경을 이겨낸(rags-to-riches) 흑인 스포츠 스타는 헐리우드에서도 사랑받았다. 주요 방송사 스포츠캐스터에 영화 ‘총알 탄 사나이’(1990년) 등에 출연하며 승승장구했다. 차분한 훈남 이미지로 인기를 끌며 당시 흑인에겐 좁은 문이었던 대기업 광고도 여럿 찍었다.하지만 1994년 벌어진 사건은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심슨은 고교 시절 여자친구와 첫 결혼을 실패하고 1985년 나이트클럽에서 만난 18세 웨이트리스 니콜과 재혼했다. 하지만 1992년 배우자 학대 등으로 이혼한 뒤, 1994년 6월 13일 니콜과 그의 애인이 심슨 자택 인근에서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용의자로 지목된 심슨이 친구의 차에 타고 도주극을 벌이던 모습이 TV로 생중계되며 미국 사회는 큰 충격을 받았다.심슨은 이후 ‘세기의 재판’으로 또 한번 미국을 흔들어 놓았다. 피 묻은 장갑 등 여러 증거가 그를 향했지만, “드림 팀”이라 불린 초호화 변호인단은 미 사회에서 가장 민감한 이슈인 인종차별을 무기로 무죄를 주장했다. 1992년 로스앤젤레스 폭동의 여진이 남아 있던 상황을 이를 더욱 부채질했다. 심슨은 결국 경찰의 인종차별적 발언과 증거 불충분 등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받았다. 심슨 재판은 미 형사 사법체계에 대한 논란도 불러 일으켰다. 당시 배심원단 12명 가운데 흑인이 9명인 점도 심슨에겐 유리하게 작용했다. NYT는 “정황은 물론 과학적 증거도 충분했지만 배심원들은 감정에 휩쓸려 무죄평결을 내렸다”고 했다. 이후 민사재판에선 심슨이 유족들에게 배상금 3350만달러를 지급하도록 하는 모순적인 판결도 나왔다.심슨 사건은 결국 영구 미제로 남았다. 심슨은 2007년 자서전 ‘만약 내가 했다면(If I Did It)’에서 “칼을 잡었던 건 기억하지만, 그 이후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해 재차 논란을 일으켰다. 심슨은 이후 무장강도·납치 사건에도 가담해 33년 형을 받기도 했으나, 9년만 복역한 뒤 2017년 가석방됐다. 워싱턴포스트(WP)은 “미국에 인종과 사법제도에 대한 논쟁을 촉발시킨 문제적 인물”이라며 “그는 세상에 버림받았으나(pariah), 한번도 제대로 처벌받지 않았다”고 전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 2024-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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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이든 “필리핀 선박에 대한 공격은 미국에 대한 공격”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남중국해에서 필리핀의 항공기, 선박, 군대에 대한 어떤 공격이든 미국과 필리핀의 상호방위조약이 발동될 것”이라고 밝혔다. 필리핀과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이 필리핀 선박에 대한 물대포 발사 등 충돌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중국에 강력한 경고를 보낸 것이다.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과 회담을 갖고 “3국 파트너십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며 이 같이 말했다. 미국과 일본, 필리핀이 3국 정상회의를 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마르코스 대통령은 “오늘의 역사적인 정상회담은 3국 합의의 정점이지만 시작에 불과하다”며 “복잡한 도전에 직면하려면 규칙에 기초한 국제질서에 대한 확고한 의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시다 총리는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번영을 확보하기 위해 3국간 협력을 더욱 강화하길 희망한다”고 했다.미-일-필 3국 정상회의 출범으로 미국은 중국을 봉쇄를 더욱 촘촘히 할 이른바 ‘격자형(lattice)’ 안보 구조에 새로운 다자 안보협력체를 구축하게 됐다. 미국과 일본, 인도, 호주가 참여하는 쿼드(QUAD)와 미국, 영국, 일본의 안보동맹 오커스(AUKUS), 한미일 3국 협력에 이어 미-일-필 3국 협력이 새로 포함되면서 태평양과 동북아시아, 동남아시아, 남아시아를 잇는 대(對)중국 봉쇄선을 따라 다자협력체를 완성하게 된 것.미-일-필 정상은 정상회담 후 공개한 ‘공동비전성명’에서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위험하고 공격적인 행동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며 “우리는 남중국해에서 해안경비대와 해양 민병대 선박이 위험하고 강압적인 활동을 펴는 것을 단호히 반대한다”고 밝혔다.이어 “우리는 합동 훈련과 연습을 포함한 3국 국방 협력을 진전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3국은 내년 해상보안 당국간 3국 해상훈련을 실시하고 해상협력 촉진을 위한 3국간 해양 협의를 시작하기로 했다.3국은 또 필리핀의 수빅만, 클라크, 마닐라, 바탕가스를 연결하는 항만, 철도, 청정에너지, 반도체 공급망 등 주요 기반 시설에 대한 투자를 촉진하는 ‘글로벌 인프라 파트너십(PGI) 루손 회랑’을 출범시킨다고 밝혔다. 중국의 일대일로를 견제하기 위해 출범한 PGI를 통해 필리핀에 대한 대대적인 인프라 투자를 약속한 것. 수빅만과 클라크 등은 미군기지가 위치했던 곳으로 남중국해 방어의 요충지로 꼽힌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 2024-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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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시다 “미국 더 이상 혼자 아냐, 일본이 함께 할 것”

    “이제 미국은 더이상 혼자가 아니다. 일본이 여러분과 함께 한다.”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11일(현지시간) 미 의회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일본은 미래를 위한 글로벌 파트너가 될 것”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미일 상호 지휘통제구조 개선 등 대대적인 동맹 업그레이드에 합의한 일본이 중국 견제를 고리로 글로벌 이슈의 전면에 나서겠다는 뜻을 강조한 것이다.기시다 총리는 이날 연설에서 “미국이 여러 세대에 걸쳐 구축해온 국제질서는 우리와 매우 다른 가치와 원칙을 가진 국가들의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중국과 북한, 러시아의 위협을 지목했다.중국에 대해선 “현재 중국의 대외 정책과 군사적 행동은 일본의 평화와 안보뿐만 아니라 국제사회 전반의 평화와 안정에 전례 없는 최대의 전략적 도전”이라고 규정했다. 또 “디지털 기술을 통해 자유가 억압되고 있다”며 “다른 국가들의 경제적 의존을 악용하는 이른바 ‘부채의 덫’ 외교와 경제적 강압이 증가하고 있다”고 했다. 중국의 일방적인 해상 영유권 주장을 통한 군사적 긴장 고조는 물론 일대일로 프로젝트와 사이버 공격 등을 조목조목 공개 비판한 것이다.기시다 총리는 북한에 대해서도 “동아시아는 북한의 핵·미사일의 직접적인 위협으로 핵무기 확산이라는 절박한 위험에 처해 있다”며 “북한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을 지원하기 위해 탄도 미사일을 수출는 등 북한의 도발은 지역을 넘어선 위협”이라고 지적했다.그는 “미국은 계속해서 중추적 역할을 계속 수행해야 하고,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리더십은 필수 불가결하다”며 “하지만 세계가 역사의 전환점에 서 있는 이 시점에 일부 미국인들 사이에서는 세계에서 미국의 역할이 무엇인지에 대한 자기 회의가 팽배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혼자 국제 질서를 지켜온 나라로서 외로움과 피로감을 느끼는 미국인들에게 말하고 싶다”며 “전 세계가 미국의 리더십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미국이 모든 것을 혼자 해낼 것을 기대해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자유와 민주주의’라는 우주선에 일본이 미국의 동승자가 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영어와 일본어로 “일본은 가장 가까운 친구, 도모다치(友達·친구)로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고 했다. 미국 내 고립주의 부상을 피로감에 따른 ‘자기 회의(self doubt)’이라고 규정하면서 이를 일본이 군사·외교적 역할 확대에 나선 이유로 강조한 셈이다.기시다 총리는 일본이 미국에 대대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일본은 미국의 리더십을 믿으며 미국 경제를 믿는다”며 “일본은 미국에 대한 해외 직접 투자 1위 국가”라고 했다.34분간 이어진 기시다 총리의 의회 연설에 참석한 미 의원들은 수 차례 기립박수를 치며 환호를 보냈다. 일본 총리의 미 상하원 합동연설은 2015년 아베 신조 전 총리 이후 9년 만이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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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이든 “北日 정상회담 지지” 첫 언급… 기시다 “中 무력 견제 협력”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0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추진하는 북한과 일본의 정상회담을 두고 “동맹국(일본)이 북한과 대화를 시작할 기회를 갖는 것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이 북-일 정상회담 추진에 지지 입장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핵·미사일 위협을 계속하는 북한과 정상회담을 추진하면 자칫 한미일 3국 협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를 덜어주려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미국이 중국 견제를 위해 남중국해, 대만 등에서는 물론 한반도에서도 일본의 역할 확대를 지지했다는 의미도 있다. 바이든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11일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과 첫 3국 정상회의를 갖고 중국과 필리핀이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남중국해 공동 순찰 확대, 미-일-필리핀 3국 합동 해상훈련 등도 발표한다. ● 美, 한반도에서 日 역할 확대 지지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기시다 총리와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한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일본인) 납치 문제의 즉각적인 해결을 포함해 인권과 인도주의적 우려를 해결해야 한다”면서도 “일본이 북한과 대화를 모색하는 것은 좋은 일이고 긍정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도 언제든 전제조건 없이 북한과 대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기시다 총리는 앞서 “북-일 간 의미 있는 관계 수립은 양국 모두에 이익이 되고, 지역 평화와 안정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관점에서 정상회담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발언을 이어 받아 “기시다 총리가 자신의 (정상회담 추진) 계획이 의미하는 바의 잠재력을 말했다”면서 환영의 뜻을 밝혔다. 북-일 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 긴장 관리에 기여할 수 있다고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북-일 정상회담 지지 방침을 밝힌 것은 11월 미 대선을 앞두고 한반도 긴장 고조에 대한 부담을 줄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대선을 앞두고 북한이 7차 핵실험 등 고강도 도발에 나서면 자신의 재선 가도에 악재가 될 수 있다. 현재 남북 및 북-미 대화가 교착 상태에 있는 만큼 핵심 동맹인 일본을 통해 한반도 긴장을 관리할 수도 있겠다는 기대를 드러낸 셈이다. ● 바이든 “美日동맹은 전 세계 등대” 미일 정상은 이날 공동성명에서 △미사일 공동개발·생산 등을 위한 방위산업 협력·획득·지원에 관한 포럼(DICAS) 설치 △양국 군의 지휘·통제 체제 업그레이드 △미-일-영국 정기 합동훈련 △극초음속 미사일 대응을 위한 미-일-호주 미사일 방어체제 네트워크 구축 등에 합의했다. 특히 기시다 총리는 중국을 겨냥해 “무력과 강압에 의한 일방적인 현상변경 시도를 용납할 수 없다.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며 “미국과 함께 중국에 관한 도전에 협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남중국해와 대만해협 등에서 미중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일본이 미국을 도와 중국에 대한 군사 견제에 나서겠다는 뜻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미일 동맹은 전 세계의 ‘등대(beacon)’”라며 “양국이 함께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없다”고 강조했다. 기시다 총리 역시 국빈만찬 건배사에서 “우리는 역사적 전환점에 서 있다. 흔들리지 않는 미일 동맹을 후손들에게 물려주게 될 것”이라고 했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미 상하원에서 합동연설도 하기로 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의 2015년 연설 이후 현직 일본 총리로는 9년 만이다. 미국 일본 필리핀 정상은 11일 사상 최초로 3국 정상회의를 열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을 견제하기 위한 주요 기반시설 구축 프로젝트인 ‘글로벌 인프라 파트너십(PGI) 루손 회랑’ 신설에 합의한다. 루손은 새 미군기지가 들어설 가능성이 있는 필리핀 북부 섬이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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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재선땐 재무장관 거론 폴슨… “中과 디커플링-고율관세 부과 반대”

    11월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한다면 재무장관 후보로 거론되는 억만장자 헤지펀드 매니저 존 폴슨이 “우리는 중국과 디커플링(decoupling·분리)을 원치 않는다”며 중국에 대한 고율관세 부과 등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재무장관 경쟁자로 꼽히는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전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최대 후원자인 폴슨은 10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세계 2위 경제대국이다. 미국은 중국과 좋은 경제적, 정치적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면서 중국을 향해 높은 무역장벽을 쌓는 것에 부정적인 뜻을 드러냈다. 그는 “중국과의 관계에는 공정성과 상호주의가 중요하다”면서도 현재 미국의 대(對)중국 규제가 한쪽으로 치우친 상태라고 평가했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언한 중국에 대한 고율관세 부과에 대해선 “뭉툭한 수단(blunt tool)”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일방적인 경제 관행에 대응하는 수단이 될 수 있지만 부작용이 적지 않다는 우려를 나타낸 것이다. 폴슨의 발언을 두고 트럼프 측근 그룹 내부에서 중국에 대한 ‘매파’(강경파)와 월가 인사들을 포함한 ‘비둘기파’(온건파) 간 경쟁이 본격화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무역 책사’로 불리며 또 다른 재무장관 후보로 거론되는 라이트하이저 전 대표는 중국에 대한 무역 최혜국 대우 폐지, 보편적 기본관세 10%를 포함해 60% 안팎의 고율관세 부과 공약을 내놓은 바 있다. 그는 최근 이코노미스트지 기고에서도 “보편적 기본관세 공약은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며 중국에 대한 고율관세 부과를 적극 옹호했다. 폴슨은 2008년 금융위기를 예측해 막대한 수익을 낸 헤지펀드 업계의 거물이다. 44억 달러(약 5조8000억 원)에 이르는 막대한 재산으로 자금난에 빠진 트럼프 전 대통령을 후원하며 강력한 재무장관 후보로 떠올랐다. 6일에도 플로리다주 팜비치에 있는 자신의 저택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위한 선거자금 모금 행사를 개최해 5000만 달러를 모아줬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연초에 “어쩌면 우리는 그를 재무부에 앉힐 수 있다”라고 말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 2024-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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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이든 “北-日 정상회담 지지”…기시다 “지역평화에 도움될 것”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0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추진하는 북한과 일본의 정상회담을 두고 “동맹국(일본)이 북한과 대화를 시작할 기회를 갖는 것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이 북-일 정상회담 추진에 지지 입장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핵·미사일 위협을 계속하는 북한과 정상회담을 추진하면 자칫 한미일 3국 협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를 덜어주려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미국이 중국 견제를 위해 남중국해, 대만 등에서는 물론 한반도에서도 일본의 역할 확대를 지지했다는 의미도 있다. 바이든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11일 페르디난도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과 첫 3국 정상회의를 갖고 중국과 필리핀이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남중국해 공동 순찰 확대, 미-일-필리핀 3국 합동 해상훈련 등도 발표한다. ● 美, 한반도에서 日 역할 확대 지지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기시다 총리와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한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일본인) 납치 문제의 즉각적인 해결을 포함해 인권과 인도주의적 우려를 해결해야 한다”면서도 “일본이 북한과 대화를 모색하는 것은 좋은 일이고 긍정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도 언제든 전제조건 없이 북한과 대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기시다 총리는 앞서 “북-일 간 의미 있는 관계 수립은 양국 모두에 이익이 되고, 지역 평화와 안정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관점에서 정상회담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발언을 이어 받아 “기시다 총리가 자신의 (정상회담 추진) 계획이 의미하는 바의 잠재력을 말했다”면서 환영의 뜻을 밝혔다. 북-일 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 긴장 관리에 기여할 수 있다고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북-일 정상회담 지지 방침을 밝힌 것은 11월 미 대선을 앞두고 한반도 긴장 고조에 대한 부담을 줄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대선을 앞두고 북한이 7차 핵실험 등 고강도 도발에 나서면 자신의 재선 가도에 악재가 될 수 있다. 현재 남북 및 북미 대화가 교착 상태에 있는 만큼 핵심 동맹인 일본을 통해 한반도 긴장을 관리할 수도 있겠다는 기대를 드러낸 셈이다. ● 바이든 “美日동맹은 전 세계 등대”미일 정상은 이날 공동성명에서 △미사일 공동개발·생산 등을 위한 방위산업 협력·획득·지원에 관한 포럼(DICAS) 설치 △양국 군의 지휘·통제 체제 업그레이드 △미-일-영국 정기 합동훈련 △극초음속 미사일 대응을 위한 미-일-호주 미사일 방어체제 네트워크 구축 등에 합의했다. 특히 기시다 총리는 중국을 겨냥해 “무력과 강압에 의한 일방적인 현상변경 시도를 용납할 수 없다.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며 “미국과 함께 중국에 관한 도전에 협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남중국해와 대만해협 등에서 미중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일본이 미국을 도와 중국에 대한 군사 견제에 나서겠다는 뜻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미일 동맹은 전 세계의 ‘등대(beacon)’”라며 “양국이 함께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없다”고 강조했다. 기시다 총리 역시 국빈만찬 건배사에서 “우리는 역사적 전환점에 서 있다”며 “우리는 역사적 전환점에 서 있다. 흔들리지 않는 미일 동맹을 후손들에게 물려주게 될 것”이라고 했다.기시다 총리는 이날 미 상하원에서 합동연설도 하기로 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의 2015년 연설 이후 현직 일본 총리로는 9년 만이다. 바이든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이날 미국 일본 필리핀 3국 정상이 사상 최초로 정상회의를 갖고 남중국해 공동 순찰 확대, 합동 군사훈련 등을 발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일본은 3국의 반도체 공급망, 청정에너지 협력을 위한 통신망 항만, 철도 등 인프라 구축 프로젝트에도 참여하기로 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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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큰손’ 폴슨 “中과 디커플링 안돼”

    11월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한다면 재무장관 후보로 거론되는 억만장자 헤지펀드 매니저 존 폴슨이 “우리는 중국과 디커플링(decoupling·분리)을 원치 않는다”며 중국에 대한 고율관세 부과 등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재무장관 경쟁자로 꼽히는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전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것이다.트럼프 전 대통령의 최대 후원자인 폴슨은 10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세계 2위 경제대국이다. 미국은 중국과 좋은 경제적, 정치적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면서 중국을 향해 높은 무역장벽을 쌓는 것에 부정적인 뜻을 드러냈다. 그는 “중국과의 관계에는 공정성과 상호주의가 중요하다”면서도 현재 미국의 대(對)중국 제가 한쪽으로 치우친 상태라고 평가했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언한 중국에 대한 고율관세 부과에 대해선 “뭉툭한 수단(blunt tool)”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일방적인 경제 관행에 대응하는 수단이 될 수 있지만 부작용이 적지 않다는 우려를 나타낸 것이다.폴슨의 발언을 두고 트럼프 측근 그룹 내부에서 중국에 대한 ‘매파’(강경파)와 월가 인사들을 포함한 ‘비둘기파’(온건파) 간 경쟁이 본격화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무역 책사’로 불리며 또 다른 재무장관 후보로 거론되는 라이트하이저 전 대표는 중국에 대한 무역 최혜국 대우 폐지, 보편적 기본관세 10%를 포함해 60% 안팎의 고율관세 부과 공약을 내놓은 바 있다. 그는 최근 이코노미스트지 기고에서도 “보편적 기본관세 공약은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고 중국에 대한 고율관세 부과를 적극 옹호했다. 폴슨은 2008년 금융위기를 예측해 막대한 수익을 낸 헤지펀드 업계의 거물이다. 44억 달러(약 5조8000억 원)에 이르는 막대한 재산으로 자금난에 빠진 트럼프 전 대통령을 후원하며 강력한 재무장관 후보로 떠올랐다. 6일에도 플로리다주 팜비치에 있는 자신의 저택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위한 선거자금 모금 행사를 개최해 5000만 달러를 모아줬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연초 “어쩌면 우리는 그를 재무부에 앉힐 수 있다”라고 말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 2024-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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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이든 “북일 정상회담 기회 환영…미국도 언제든 북한과 대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회담을 갖고 “동맹국들이 북한과 대화를 시작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북일 정상회담에 대해 지지입장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시다 총리와 정상회담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일본에 대한 믿음이 있고, 일본 총리에 대한 믿음이 있다”며 “일본이 북한과 대화를 모색하는 것은 좋은 일이고 긍정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또 “우리도 대화에 열려 있다고 여러 차례 밝혔다”며 “언제든지 전제 조건 없이 북한과 대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다만 바이든 대통령은 “북한이 납치 문제의 즉각적인 해결을 포함해 인권과 인도주의적 우려를 해결해야 한다는데 동의했다”고 밝혔다. 북일 정상회담에서 일본인 납북자 문제와 북핵·미사일 문제가 논의돼야 한다는 얘기다. 북한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기시다 총리의 회담 성사를 위한 전제조건으로 납북자 문제와 북핵·미사일 문제 거론 불가를 내걸고 있다.기시다 총리도 “북일간 의미 있는 관계 수립이 일본과 북한 모두에 이익이 되고 지역 평화와 안정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관점에서 북일 정상회담을 추진하겠다”며 “북한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여러 현안을 직접 고위급 협의를 통해 해결해나간다는 방침은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주일미군 지휘구조 현대화 등 대대적인 미일 안보동맹 업그레이드에 합의했다. 미국과 일본의 군사적 통합에 속도를 내 일본이 미국과 함께 중국 견제 전면에 본격적으로 나선다는 것.특히 기시다 총리는 중국을 겨냥해 “무력과 강압에 의한 일방적인 현상 변경 시도는 그 어떤 경우에도 절대 용납될 수 없음을 확인했다”며 “우리는 동맹국과 같은 생각을 가진 파트너 국가들과의 협력을 통해 그러한 행동에 단호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미국과 일본은 규칙에 기반한 자유롭게 개방적인 국제질서를 단호히 수호하고 강화할 것임을 확인했다”며 “글로벌 파트너로서 일본은 미국과 함께 중국과 관련된 도전에 함께 협력할 것임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남중국해와 대만 해협 등에서 미중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일본이 미국과 함께 중국에 대한 군사적 견제에 나서겠다는 뜻을 공식적으로 밝힌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11일 페르디난도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과 첫 3국 정상회의를 갖고 호주를 포함한 남중국해 공동 순찰 등에 합의할 것으로 알려졌다.바이든 대통령은 또 “미곡과 일본, 호주는 처음으로 미사일 및 방어체계(air missile and defense architecture) 네트워크 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라며 “또 미국은 일본, 영국과 함께 3국 군사훈련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바이든 대통령은 이어 “이제 미일 동맹은 전 세계의 등대(beacon)가 됐다”며 “미일 양국이 함께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없다”고 강조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 2024-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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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日과 동맹, 인태 전략 심장”… AI협력-주일미군 현대화 합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10일 백악관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인공지능(AI) 연구에 대한 양국 공동 투자에 합의했다. 미국이 그간 AI 규제 분야에서는 영국 등 동맹국과 협력해 왔지만 AI 기술 연구 및 개발에서는 일본과 처음 손을 잡는 것이다. 두 정상은 주일미군사령부 현대화, 무기 공동 생산을 위한 협의체 ‘방산정책조정회의(military industrial council)’ 출범, 미사일방어체계(MD) 강화 등 군사 협력 또한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이틀 전에는 미국, 영국, 호주 3자 안보협의체 ‘오커스(AUKUS)’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일본을 새 협력 파트너로 받아들였다. 일본은 이로써 군사 및 첨단기술 분야에서 주도권을 가진 미국과의 협력을 공고히 하게 됐다. 일본이 중국 견제를 위한 미국의 최고 동맹이자 인도태평양 전략의 중심축으로 본격 부상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바이든 행정부 당국자는 “외교, 경제, 국방 등에서 일본과 협력하는 것이 미국의 ‘새로운 기준(New norm)’이 됐다”라고 밝혔다.● AI 개발도 日과 먼저 손잡은 美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미일 정상회담을 앞둔 9일 “회담에서 AI, 양자 컴퓨팅, 반도체, 친환경 등 핵심 신흥기술 연구 파트너십에 대한 중대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AI 협력에 대해 바이든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일본 기업들이 지원하는 미 카네기멜런대와 일본 게이오대 간 AI 공동 연구, 아마존과 엔비디아가 지원하는 또 다른 AI 협력 방안이 발표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MS는 이날 일본에 2년간 역대 최대 금액인 29억 달러(약 3조9000억 원)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AI 개발에 핵심적인 데이터센터를 확충해 생성형 AI 사업을 위한 거점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또 아시아 AI 연구 거점도 일본 도쿄에 두기로 했다. 기시다 총리도 같은 날 미 상공회의소 연설에서 양국 첨단 반도체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 반도체기업 인텔과 2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 반도체를 공동 개발 중인 국책기업 라피더스를 거론하며 “두 나라 사이에 이 같은 협력 기회가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달 공동 탐사 등 양국의 우주 협력 또한 강화된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일본 자동차기업 도요타가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의 다음 차례 달 탐사선을 제작하는 방안이 이번 정상회담을 거쳐 발표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美 “日과의 협력, 인태 전략의 ‘심장’” 미일 정상은 이날 양국 군사적 협력을 전에 없이 강화하는 방안에도 합의했다. 우선 주일미군사령부 개편과 관련해 사령관을 기존 중장에서 대장으로 격상하고, 일본 주변에서의 유사 시 주일미군과 일본 자위대가 보다 신속하게 공동 대응할 수 있도록 일부 지휘권을 주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미일 외교·국방장관급 ‘2+2 협의체’를 통해 이를 구체화하기로 했다. 바이든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미일 동맹 출범 후 처음으로 주일미군 전력 구조가 바뀌는 것”이라며 “일본이 미국의 가장 중요한 동맹 중 하나가 됐다. 미 인태 전략의 ‘심장(heart)’에 미일 동맹이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미 하원 군사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애덤 스미스 민주당 하원의원은 NHK 인터뷰에서 주일미군과 자위대의 연계 기능 강화를 두고 “서로 소통하고 협력할 수 있는 지휘통제 체계가 필요하다. 우리가 원하는 것”이라며 반겼다. 양국은 또 무기 공동 개발 및 생산을 위한 협의체인 방산정책조정회의를 신설하기로 했다. 미국은 유사시 필요한 무기를 신속히 공급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고, 일본은 방산 기술과 생산 역량에서 도약하는 계기를 만들 수 있게 됐다. 미일이 군사 동맹을 한 단계 끌어올리면서 제2차 세계대전 후 유지됐던 일본의 안보적 위상에 대전환이 이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본은 미군의 후방기지 역할을 넘어 중국에 대한 군사 견제를 위한 아시아 사령부 역할을 맡게 된 셈이다. 또 군사적 필요시 전쟁을 치를 수 있는 ‘보통국가’로 한 걸음 더 내딛게 됐다. 일각에서는 이런 행보가 일본의 군사대국화를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기시다 총리는 9일 공개된 WP 인터뷰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북-러 밀착 등으로 국제 정세가 역사적 전환점을 맞았으므로 “미일 동맹의 중요성과 강력함을 세계에 보여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11일 사상 처음으로 열리는 미국, 일본, 필리핀 3국 정상회의에서도 일본의 역할 확대가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미일 동맹을 중심으로 소다자 협력체를 확대할 방침이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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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업장관 “반도체장비 中수출통제 美와 협의중…큰 방향에서 공조”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10일(현지시간) 미국이 중국에 대한 반도체 장비 수출통제 동참을 요구하고 있는데 대해 “기본적으로 동맹들과 공조하는 큰 방향에선 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밝혔다.안 장관은 이날 미국 워싱턴 덜레스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실무 차원에서 여러 협의를 해오고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안 장관은 “산업관계나 통상관계에 있어서는 한중관계를 최대한 안정화 시키는 노력도 해나가고 있다”며 “과도하게 문제가 되지 않도록 관련 조치들을 끌고 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미국이 요청하고 있는 반도체 장비 수출통제에 큰 틀에서 협력하되 중국의 보복 가능성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신중한 입장을 밝힌 것이다. 안 장관은 ‘미국, 일본과 반도체 장비 수출통제에 공조한다는 기조 자체는 정해진 것이냐’는 질문에 “사안에 따라 공조하는 부분도 있고 입장이 다른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미국이 반도체법에 따라 텍사스에 투자한 삼성전자에 지급할 지원금에 대해선 “우리 기업들이 최소한 다른 나라나 다른 기업들에 비해 불이익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데 공감했고 그 부분을 최대한 배려한다는 약속을 받았다”면서 “언론에 나온 것처럼 다음 주 중에 정확한 금액과 이런 것들이 발표될 예정”이라고 말했다.또 이날 열리는 미일 정상회담에서 미국과 일본이 인공지능(AI) 공동연구에 합의한 것과 관련해선 “AI 반도체 기술력을 키워나가는 것과 함께 AI 기술을 우리 제조업과 연동시켜 생산성을 높이는 작업을 해나가고 있다”며 “조만간 AI 산업정책에 대해 발표할 예정”이라고 했다.취임 후 첫 방미에 나선 안 본부장은 12일까지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과 제니퍼 그랜홈 에너지부 장관 등을 만나 반도체 장비 수출통제와 첨단산업·에너지 협력 등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 2024-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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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日과 동맹, 인태 전략의 심장”…AI협력-주일미군 현대화 합의

    “미일 양국 간 불멸의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였던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전 미국 대통령의 목표가 달성됐다.”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0일 백악관에서 열린 미일 정상회담에 앞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에게 이같이 말했다. 이번 회담을 통해 미일 동맹을 역대 최고 수준으로 업그레이드 하겠다는 두 정상의 목표가 반영된 말이다.미일 정상은 이날 회담에서 인공지능(AI) 연구에 대한 양국 공동 투자에 합의했다. 미국이 그간 AI 규제 분야에서는 영국 등 동맹국과 협력해 왔지만 AI 기술 연구 및 개발에서는 일본과 처음 손을 잡는 것이다. 두 정상은 주일미군사령부 현대화, 무기 공동 생산을 위한 협의체 ‘방산정책조정회의(military industrial council)’ 출범, 미사일방어체계(MD) 강화 등 군사 협력 또한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일본은 이로써 군사 및 첨단기술 분야에서 주도권을 가진 미국과의 협력을 공고히 하게 됐다. 일본이 중국 견제를 위한 미국의 최고 동맹이자 인도태평양 전략의 중심축으로 본격 부상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바이든 행정부 당국자는 “외교, 경제, 국방 등에서 일본과 협력하는 것이 미국의 ‘새로운 기준(New norm)’이 됐다”라고 밝혔다.● AI 개발도 日과 먼저 손잡은 美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미일 정상회담을 앞둔 9일 “회담에서 AI, 양자 컴퓨팅, 반도체, 친환경 등 핵심 신흥기술 연구 파트너십에 대한 중대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AI 협력에 대해 바이든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일본 기업들이 지원하는 미 카네기멜런대와 일본 게이오대 간 AI 공동 연구, 아마존과 엔비디아가 지원하는 또 다른 AI 협력 방안이 발표될 것”이라고 설명했다.MS는 이날 일본에 2년간 역대 최대 금액인 29억 달러(약 3조9000억 원)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AI 개발에 핵심적인 데이터센터를 확충해 생성형 AI 사업을 위한 거점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또 아시아 AI 연구 거점도 일본 도쿄에 두기로 했다.기시다 총리도 같은 날 미 상공회의소 연설에서 양국 첨단 반도체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 반도체기업 인텔과 2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 반도체를 공동 개발 중인 국책기업 라피더스를 거론하며 “두 나라 사이에 이 같은 협력 기회가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달 공동 탐사 등 양국의 우주 협력 또한 강화된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일본 자동차기업 도요타가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의 다음 차례 달 탐사선을 제작하는 방안이 이번 정상회담을 거쳐 발표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美 “日과의 협력, 인태 전략의 ‘심장’”미일 정상은 이날 양국 군사적 협력을 전에 없이 강화하는 방안에도 합의했다. 우선 주일미군사령부 개편과 관련해 사령관을 기존 중장에서 대장으로 격상하고, 일본 주변에서의 유사 시 주일미군과 일본 자위대가 보다 신속하게 공동 대응할 수 있도록 일부 지휘권을 주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미일 외교·국방장관급 ‘2+2 협의체’를 통해 이를 구체화하기로 했다.바이든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미일 동맹 출범 후 처음으로 주일미군 전력 구조가 바뀌는 것”이라며 “일본이 미국의 가장 중요한 동맹 중 하나가 됐다. 미 인태 전략의 ‘심장(heart)’에 미일 동맹이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양국은 또 무기 공동 개발 및 생산을 위한 협의체인 방산정책조정회의를 신설하기로 했다. 미국은 유사시 필요한 무기를 신속히 공급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고, 일본은 방산 기술과 생산 역량에서 도약하는 계기를 만들 수 있게 됐다.미일이 군사 동맹을 한 단계 끌어올리면서 제2차 세계대전 후 유지됐던 일본의 안보적 위상에 대전환이 이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본은 미군의 후방기지 역할을 넘어 중국에 대한 군사 견제를 위한 아시아 사령부 역할을 맡게 된 셈이다. 또 군사적 필요시 전쟁을 치를 수 있는 ‘보통국가’로 한 걸음 더 내딛게 됐다.일각에서는 이런 행보가 일본의 군사대국화를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기시다 총리는 9일 공개된 WP 인터뷰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북-러 밀착 등으로 국제 정세가 역사적 전환점을 맞았으므로 “미일 동맹의 중요성과 강력함을 세계에 보여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11일 사상 처음으로 열리는 미국, 일본, 필리핀 3국 정상회의에서도 일본의 역할 확대가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미일 동맹을 중심으로 소다자 협력체를 확대할 방침이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 2024-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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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주도 오커스 “日과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

    미국, 영국, 호주 3자 안보협력체인 ‘오커스(AUKUS)’가 8일(현지 시간) “일본과의 협력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10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극초음속 미사일 등 첨단무기 개발에 일본을 참여시키겠다는 뜻을 공식화한 것이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 그랜트 섑스 영국 국방장관, 리처드 말스 호주 부총리 겸 국방장관은 이날 공동성명을 내고 “일본의 강점과 미국, 영국, 호주와의 국방 파트너십을 감안해 오커스 ‘필러(기둥) 2’ 프로젝트에서 일본과의 협력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커스가 새 협력국을 공개한 것은 2021년 9월 출범한 이후 처음이다. 오커스는 미국, 영국이 호주에 핵 추진 잠수함을 제공하는 ‘필러 1’과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자율무기, 극초음속 미사일 등 8개 분야의 첨단 방위기술을 공동 개발하는 ‘필러 2’를 추진하고 있다. 오커스 국방장관들은 또 “올해 잠재적 파트너들과 협의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국, 캐나다, 뉴질랜드 등이 대상 국가로 거론되고 있다. 오커스 확장으로 미국은 아시아 주요국과 상호방위조약을 맺고 핵우산을 제공하는 ‘전통적 안보동맹’ 대신 첨단무기를 공동 개발해 중국을 견제하는 ‘다자안보 체제’로의 전환을 본격화했다. 중국은 9일 “일본은 침략의 역사를 반성하고 실제 행동으로 군국주의와 철저히 갈라서라”고 경고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김철중 기자 tnf@donga.com}

    • 2024-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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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日, 오커스 확대로 中 ‘격자형 포위’… 첨단무기 협력도 강화

    “대전환 시기를 맞아 미국은 ‘격자형(Lattice) 동맹’을 구축하고 있다.” 미국, 영국, 호주 3자 안보협의체 ‘오커스(AUKUS)’가 2021년 9월 출범 후 처음으로 일본을 새 협력 파트너로 받아들이기로 한 8일(현지 시간) 람 이매뉴얼 주일 미국대사가 워싱턴 세미나에서 한 말이다. 그는 미국이 아시아 주요국과 개별적인 상호방위조약을 맺는 현재의 방식으로는 중국은 물론이고 북한, 러시아 등의 위협에 대응하기 어렵다며 일본, 필리핀 등 여러 동맹국들과 촘촘히 위협 세력을 에워싸는 ‘격자형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오커스는 이러한 목적에서 첨단 군사기술 공동 개발을 위한 외연 확장에 나서며 첫 협력 대상으로 일본을 택했다. 이는 10일 미일 정상회담에서도 주요 의제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미국, 일본, 호주, 인도 4자 안보협의체 ‘쿼드(Quad)’에 참여하고 있고, 11일에는 사상 첫 미국, 일본, 필리핀 3국 정상회의도 열린다. 중국 견제를 위한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일본이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AI 자율무기-극초음속 미사일 공동 개발 오커스 3개국 국방장관은 이날 공동성명을 내고 “우리의 목표는 지역 안정과 안보 지원을 위해 각 군에 첨단 군사 능력을 더 많이 제공하는 것”이라며 “‘필라 2’(2단계 협력)에 같은 생각을 가진 파트너들이 참여하면 이러한 목표가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는 필라 2에 일본과의 협력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즉, 미국과 영국이 호주에 핵추진 잠수함을 제공하는 ‘필라 1’에는 일본을 아직 참여시키진 않지만 극초음속 미사일 및 요격 기술,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무인기(드론)와 로봇, 적국의 사이버 보안을 뚫어낼 수 있는 양자컴퓨터 기술 등 8개 최첨단 분야에서는 일본과의 군사협력을 대폭 강화하겠다는 의미다. 이는 최근 중국과 러시아가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 등 일부 첨단무기 분야에서 미국을 앞지른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이 영국, 캐나다 등과 핵무기를 공동 개발한 ‘맨해튼 프로젝트’처럼 주요 동맹을 결집시켜 차세대 무기 개발을 위한 협력 체계를 본격화해야 중국과의 패권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2단계 협력을 통해 개발된 첨단무기는 개발에 참여한 국가에 우선적으로 배치될 것으로 전망된다. 핵추진 잠수함 배치가 예정된 호주에 이어 일본에도 중국을 겨냥한 미국의 첨단무기가 전진 배치될 수 있다.● 韓 참여-오커스 확장 논의 본격화될 듯 그간 오커스 2단계 협력이 가능한 나라로 일본 외에도 한국, 뉴질랜드, 캐나다 등이 거론됐다. 일본을 가장 먼저 선택했지만 오커스 확장 논의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는 오커스 3개국과 물밑에서 2단계 협력 가능성을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9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아직 구체적으로 말할 단계는 아니다”라면서도 “미국, 영국, 호주 측과 긴밀히 소통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3일 ‘아시아 차르’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부장관은 “오커스는 ‘게임 체인저’”라며 “다른 동맹과의 협의도 곧 뒤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올가을 2단계 협력 분야에 대한 진전을 공개할 예정이라고도 했다. 다만 오커스에 참여하려면 회원 3개국의 동의가 필요한 만큼 인태 안보에 대한 기여 강화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오커스 국방장관들은 이날 추가 파트너 참여 조건으로 정보보안 능력과 인태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대한 기여 등 5대 기준을 제시했다. 이에 다른 당국자는 “참여한다 해도 어떤 식으로 들어갈지 등에 대해선 다양한 검토가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커스 확대에 대한 중국의 반발 등까지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는 취지다. 11일 미국, 일본과 3개국 정상회의를 앞둔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은 9일 남중국해 영유권을 둘러싼 중국의 군사적 위협과 관련해 “더러운 세력들의 부당한 위협에 맞서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

    • 2024-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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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中, ‘남중국해 필리핀 난파선’ 대치… 군사충돌 ‘뇌관’ 우려

    남중국해에 죄초된 필리핀 난파선 ‘시에라 마드레(Sierra Madre)’함이 미중 군사 갈등의 새 화약고로 떠올랐다. 중국이 필리핀이 사실상의 해상 기지로 운영하고 있는 이 배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자 필리핀과의 상호방위조약을 맺은 미국이 이 사안에 개입할 뜻을 분명히 하며 중국과 맞섰다. 2022년 6월 집권한 페르디난도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은 전임 정권의 친(親)중국 노선을 버리고 미국과 적극 협력하고 있다. 11일에는 미국 워싱턴에서 사상 최초로 미국, 일본, 필리핀 3개국 정상회담도 열린다. 필리핀은 7일 미국, 일본, 호주와 함께 남중국해 공동순찰도 했다. 중국은 8일 “배타적이고 소수인 집단이 뭉쳐서 남중국해에서 대립을 유발하는 것에 반대한다”라고 경고하는 등 미중이 우발적으로 군사 충돌을 벌일 위험이 고조되고 있다.● 美 “中, 필리핀 선박 공격하면 개입” 7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 고위 당국자는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11일 미-일-필리핀 3국 정상회담에서 시에라 마드레함에 미국과 필리핀의 상호방위조약이 적용된다는 점을 강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중국은 남중국해 사태가 악화될 가능성을 과소평가하고 있다. 이 조약은 필리핀 선원과 선박, 시에라 마드레함에도 적용된다”고 했다. 중국이 해당 선박을 공격하면 필리핀 영토와 군대에 대한 침공으로 간주해 미국이 방어에 나서겠다는 의미다. 시에라 마드레함은 1944년 미 해군이 건조한 상륙함이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의 오키나와 전투, 이오지마 전투 등의 보급품 수송 작전에 투입됐다 퇴역했다. 미국은 베트남 전쟁 때 이 퇴역 함선을 남베트남공화국에 지원했다. 남베트남이 패망했을 때도 3000여 명의 난민이 이 배를 타고 필리핀으로 탈출했다. 이후 필리핀으로 소유권이 넘어갔다. 시에라 마드레함이 국제적 주목을 받은 시기는 1999년 필리핀 해군이 중국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남중국해 내 세컨드토머스 암초에 이 배를 일부러 좌초시키면서다. 중국이 남중국해 곳곳에 인공섬을 설치하며 사실상의 영토 확장에 나서자 필리핀 또한 폐군함을 정박시켜 대응에 나선 것이다. 필리핀 연안에서 160km 가량 떨어진 세컨드토머스 암초를 포함한 스프래틀리 군도는 유엔 해양법에 따라 필리핀의 배타적경제수역(EEZ)에 속한다. 하지만 중국은 이 곳을 포함해 남중국해 전체의 90%의 영유권을 주장하며 필리핀, 베트남 등 이웃 국가와 마찰을 빚고 있다. 중국은 최근 이 일대에서 군사 위협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시에라 마드레함에 물자 등을 전달하기 위해 접근하려는 필리핀 보급선에 물대포를 발사해 선원 4명이 부상을 입었다. 4일에도 보급선에 물대포를 쐈다.● 中 “美 남중국해 개입, 사라예보 사건 될 수도” 중국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남중국해를 담당하는 중국군 남부전구는 필리핀과 미국이 합동 순찰에 나선 7일 중국은 남중국해에서 해상 및 공중 합동 순찰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중국은 앞서 3, 4일 미 하와이에서 열린 미중 해상군사안보협의체(MMCA)에서도 “항행의 자유를 명분으로 중국의 주권과 안보를 위태롭게 하는 행위에 반대한다.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양샤오 중국현대국제관계연구원 해양전략연구소 부소장은 지난달 29일 관영 영자지 차이나데일리 기고문에서 이런 남중국해 충돌을 1차 세계대전을 촉발한 ‘사라예보 사건’에 빗대며 미국을 위협했다. 이어 “필리핀을 대신해 미국이 군사적으로 개입하는 것은 주변 국가에도 재앙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보니 글레이저 저먼마셜펀드 인도태평양프로그램 국장은 FT에 “현재 미중 군사 대결의 가장 큰 위험은 세컨드토머스 암초”라며 “중국이 필리핀 선박 및 군대를 직접 공격하면 미국은 대응하지 않을 수 없다. 최악의 경우 광범위한 군사 충돌이 벌어질 것”으로 우려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 2024-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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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옐런, 中덤핑수출에 “세계시장 부담”… 리창 “경제를 정치화 말라”

    중국이 자국 내에서 과잉 생산된 전기차, 태양광 패널, 철강, 배터리 등을 헐값으로 수출하며 해외 시장에 밀어내기를 하자 미국이 관세 부과를 포함한 강력한 대응을 시사했다. 저가 상품을 무기로 미 유통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테무, 쉬인 등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도 천명했다. 11월 미 대선을 앞두고 미 재계에서 중국의 덤핑을 ‘제2의 차이나 쇼크’로 규정하며 강경 대응을 촉구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그간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중국을 겨냥해 고성능 반도체,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에 대한 수출 통제에 주력하며 ‘좁은 마당, 높은 장벽(Small Yard, High Fence)’ 전략을 펴 왔다. 그러나 이제 범용 상품에까지 칼날을 겨누면서 양국 간 무역전쟁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이 베이징에 머무는 8, 9일 중국은 보란 듯이 러시아 외교장관을 초청해 양국 외교수장 회담을 열며 협력을 과시한다. ● 美 재계 “中 덤핑은 ‘제2의 차이나 쇼크’” 옐런 장관은 7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리창(李强) 중국 국무원 총리와 만나 “두 나라는 세계 양대 경제대국으로서 자국과 세계의 복잡한 관계를 책임 있게 관리할 의무가 있다”며 중국의 덤핑 공세를 지적했다. 옐런 장관은 앞서 5일 중국 남부의 경제 중심지 광둥성 광저우에서 “중국의 생산 능력은 내수뿐만 아니라 세계 시장이 감당할 수 있는 규모를 상당히 넘어섰다”며 중국의 과잉 생산을 문제 삼았다. 중국은 경제를 떠받쳤던 국내 건설 투자 등 부동산 시장이 연쇄 도산 위기를 맞자 내수 부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기업들이 정부의 막대한 보조금과 저금리 대출을 바탕으로 저가 제품을 생산한 뒤 ‘밀어내기 수출’로 덤핑 판매를 하면서 글로벌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는 게 미 정부의 문제의식이다. 미 재계에서는 중국의 덤핑 공세를 ‘제2의 차이나 쇼크’로 규정하며 대응을 촉구하고 있다. ‘중국이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을 수출하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리 총리는 회담에서 옐런 장관의 지적에 대해 “미국은 공정 경쟁, 개방, 협력이라는 시장경제의 기본 규범을 준수하고 경제·무역 문제를 정치화, 안보화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반박했다. 또 “(중국의) 생산 능력 문제는 시장과 글로벌 비전, 경제법칙의 관점에서 객관적이고 변증법적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했다. 과잉 생산이 중국만의 문제라는 미국의 지적에 동의할 수 없으며 미국이 자신들의 보호무역주의를 옹호하기 위한 핑곗거리로 삼고 있다는 주장이다. 미국은 대응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 국토안보부는 4일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인 테무와 쉬인이 신장위구르자치구에서 현지 위구르족을 강제노동에 동원해 싼 제품을 생산했는지에 대한 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미 연방정부는 신장위구르자치구 강제노동에 연루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지 못하는 중국 기업의 미 수출을 금할 수 있다.● 美 경고에도 보란 듯 中-러 협력 북한과 이란이 러시아에 무기를 지원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이 우크라이나 전쟁 등에 활용될 군사 목적의 위성사진과 탱크용 전자부품 및 장비를 제공하는 등 러시아에 대한 군사적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는 미국 측 지적도 나왔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4, 5일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외교장관 회담에서 중국의 러시아 지원 증거를 제시하며 중국 기업에 대한 제재 조치를 취할 것을 회원국에 요청했다. 옐런 장관도 6일 허리펑(何立峰) 중국 부총리와의 회담에서 “중국 기업들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를 지원할 경우 중대한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직접 경고했다. 이런 상황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이 8, 9일 베이징을 방문해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장관)과 회담한다. 왕 부장의 초청에 따른 것으로, 이 기간 옐런 장관이 베이징에서 공식 일정을 이어가고 9일 기자회견도 예고한 상황이라 이례적이다. 양측은 유엔, 브릭스(BRICS) 등 다자 플랫폼에서 양국 간 협력 방안은 물론이고 우크라이나 전쟁, 아시아태평양 지역 상황 등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눌 계획이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김철중 기자 tnf@donga.com}

    • 2024-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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