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교권이 무너진 걸 넘어 제 인권 자체가 사라졌다는 느낌입니다.” 최근 텔레그램으로 성범죄 피해를 당한 대구의 영어 교사는 고통을 호소하며 “교단을 떠나는 것까지 진지하게 고민 중”이라고 했다. 가해자가 다름 아닌 자신의 제자였기 때문이다. 충격이 클 수밖에 없었다. 이 교사에 따르면 가해 학생은 텔레그램 ‘지인방’에 교사의 사진을 올리며 “내 지인인데 능욕해줄 사람은 개인 메시지를 보내라” 등 성희롱 발언까지 이어갔다. 가해 학생이 범죄에 활용한 사진은 이 교사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올려진 것이었다. 지인들과 SNS를 통한 교류가 일상이 된 요즘 제자와 SNS 친구를 맺은 것이 범죄의 빌미가 됐다. 이 교사가 또 한번 무너진 건 수사기관과 학교 측의 대응 때문이었다. 경찰이 디지털포렌식을 위해 가해 학생의 휴대전화를 압수하려 했지만, 이미 학생은 휴대전화를 버린 뒤였다. 딥페이크 성범죄가 강하게 의심되지만 증거를 잡을 수 없었다. 학교 측에선 “딥페이크 성범죄 사실이 입증되지 않으면 가해 학생의 강제 전학이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고 전했다. 교육부가 올 1월부터 지난달 27일까지 전국 시도교육청에 딥페이크 성범죄 피해 조사를 벌인 결과 이 교사처럼 관련 피해를 입었다고 신고한 교사는 총 10명으로, 이 중 9명은 중학교 교사였다. 교권 추락의 상징이 된 ‘서이초 교사 사태’가 일어난 지 1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학교 현장에선 ‘범죄’ 수준의 교권 추락이 현재진행형인 셈이다. 학교 내 딥페이크 성범죄 피해를 다룬 뉴스에 심심찮게 등장하는 댓글의 대표적인 키워드는 ‘교권 추락’과 ‘촉법소년’이다. 학생들이 스승인 교사를 성적 대상으로 삼을 정도로 추락한 교권과 가해 학생 대부분이 14세 미만 촉법소년에 해당돼 범죄를 저질러도 형사처벌 대상에서 제외되는 문제를 지적하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교사와 학생 간의 딥페이크 성범죄 피해를 막을 뾰족한 방안은 보이지 않는 게 현실이다. 어려서부터 스마트폰과 SNS에 익숙한 10대들에게 딥페이크 영상을 만들고 배포하는 건 한마디로 ‘식은 죽 먹기’다. 각종 딥페이크 제작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면 눈속임이 완벽한 합성 사진 및 영상물을 제작하는 데 드는 시간이 10초면 충분하다. 그렇다 보니 1일 경찰청이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딥페이크 범죄 현황’에 따르면 딥페이크 영상물을 만들어 배포해 입건된 10대 청소년은 2021년 51명, 2022년 52명, 2023년 91명, 올해 1∼7월 131명으로 3년 새 2배 이상이 됐다. 또 최근 4년간 딥페이크 범죄로 입건된 피의자들 중 70.5%에 해당하는 325명이 10대였다. 반면 교원단체들은 딥페이크 성범죄 피해를 입은 교사들이 취할 수 있는 대응은 교권보호위원회를 여는 것 외에 별다른 방안이 없다고 지적한다. 교사들의 딥페이크 피해 뉴스를 살펴보며 지난달 29일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 후 세 번째 기자회견이 떠올랐다. 윤 대통령이 이날 현 정부의 성과 중 하나로 ‘교권 보호 5법 개정’을 꼽으며 “교사가 교육 활동에 집중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자평했기 때문이다. 관련법의 개정만으로 추락된 교권이 회복될 수 있을까. 아직도 학교 현장에는 ‘혹시 제자들이 내 사진을 도용해 딥페이크 범죄를 저지르진 않았을까’ 의심하며 불안해하는 교사들이 너무 많다. 김정은 정책사회부 차장 kimje@donga.com}

과학계 인재 양성을 위한 장학사업에 매진해 온 손재한 한성손재한장학회 명예이사장(사진)이 별세했다. 향년 102세. 한성손재한장학회에 따르면 손 이사장은 16일 숙환으로 별세했다. 고인은 한국인 최초 노벨 과학상 수상자 배출을 목표로 사재 664억 원을 무상 출연해 2013년 장학 재단을 설립했다. 2013년 장학생 1기 179명을 선발한데 이어 지난해까지 매년 180여명의 장학생을 선발해 장학금을 지원했다.한성손재한장학회는 장학금 외에도 장래가 유망한 젊은 과학자들을 매년 발굴해 포상하는 ‘한성과학상’도 운영중이다. 매년 3개 분야에서 선정하며 올해까지 총 21명의 과학자를 포상했다. 고인은 과학기술 분야 인재를 길러온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2월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았다. 장지는 양평 부용리 선산에 마련됐다.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아이가 대학에 가야 부모는 에듀 푸어(edu poor)에서 졸업한다.” 아이가 어린이집을 졸업하고 유치원 입학을 앞뒀던 몇 년 전, 기본 원비에 방과후 활동비, 간식 및 식비, 차량비 등을 합해 월평균 220만 원이 드는 영어유치원과 월 40만 원 정도 비용의 일반 유치원을 놓고 장단점을 따지며 저울질하는 내게 한 선배가 건넨 말이다. 영어유치원은 시작일 뿐 초등, 중등, 고등을 거치며 한 달에 매달 수백만 원씩을 사교육비로 쓰게 될 거라는 예언(?)과 함께 사교육비 전쟁은 비로소 ‘대학 입시’로 종결된다고 했다. 농담이 아니었다.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가 발표한 지난해 사립 교육기관별 1인당 연평균 교육비 조사에 따르면 4년제 사립대 학생 1인당 연평균 등록금은 732만6000원으로, 영어유치원(2093만6000원), 사립초(918만 원), 국제중(1280만 원), 자사고(905만 원)보다도 쌌다. 왜일까. 특히 만 3∼5세 유아 대상 영어유치원은 사립대와 비교하면 연평균 교육비가 3배 정도 비싼데, 영어유치원의 교육 수준이 대학 교육에 비해 약 3배 정도 높은 경쟁력을 갖추기라도 한 걸까. 대학 등록금은 정부의 규제에 묶여 16년째 동결 상태다. 이는 2009년 교육부 장관이 경기 침체를 이유로 대학들에 등록금 인상을 하지 말아 달라고 한 요청에서 비롯됐다. 교육부는 등록금을 인상한 대학에 국가장학금Ⅱ 지원을 하지 않거나 재정지원 사업에서 배제하는 식으로 등록금 동결을 사실상 강요해왔다. 그렇다 보니 등록금 고지서에 찍히는 명목 등록금은 02학번 출신 기자가 20년 전 학교에 냈던 한 학기 등록금 300만 원 수준과 크게 다르지 않다. 실제로 올 4월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발표한 ‘대학정보공시 분석’에 따르면 일반대 인문사회계열 평균 1인당 연간 등록금은 600만3800원이었다. 20년간 물가가 오르는 동안 등록금만 제자리걸음 상태인 것은 정부가 유독 대학 등록금에 ‘민생’이란 정치적 명분을 걸어 연결 지은 결과다. 그 결과 본보가 최근에 보도(8월 8일자 A1·5면)한 대로 재정난으로 허리띠를 졸라맨 대학은 가르칠 교수조차 구할 수 없거나 해외 주요 대학과의 교환학생 프로그램 체결마저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사람이 자원’인 나라에서 인재를 낳는 대학 교육의 경쟁력이 16년째 하락 중인 셈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대학 등록금과 달리 교육계 ‘베블렌 효과’(비쌀수록 수요가 늘어나는 것)를 낳는 영어유치원에 입학하기 위해선 유아의 ‘영어 레벨테스트’ 통과 외에 ‘입금 전쟁’에서 승리해야 한다. 입금 전쟁은 영어유치원이 미리 공지한 시간에 입학금 계좌를 오픈하면 입금 선착순으로 수강 인원에 맞춰 등록 마감이 이뤄지는 걸 말한다. 심지어 1초 차로 희비가 엇갈리기도 한다. 유아 땐 서로 비싼 돈을 내서라도 원어민 영어교육을 받기 위해 분초를 다퉈 경쟁하고,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 초중고, 심지어 일부는 재수생 시절까지 월평균 수백만 원대의 교육비를 쓰면서 왜 유독 대학 등록금 인상에 있어선 부정적 프레임을 벗지 못할까. 이제라도 대학 등록금을 현실화하고 국내 대학의 교육 경쟁력 강화를 위해 힘써야 한다. 결국 한국 사회의 가장 큰 성장 동력은 ‘인재’이기 때문이다. 김정은 정책사회부 차장 kimje@donga.com}

세종대학교 제15대 엄종화 총장(59)이 25일 취임했다. 임기는 2027년 7월 26일까지 3년이다.25일 서울 광진구 세종대 애지헌 교회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엄 총장은 “세종대학교의 건학이념인 애지(愛智), 기독교, 훈민 정신을 되새기고자 한다”며 “애지정신은 진리를 사랑하는 정신이다. 오늘날의 진리인 과학을 통해 지식을 넓히고, 혁신을 이루며, 인류 발전에 기여해 세종대를 세계 최고의 대학으로 도약시키겠다”고 밝혔다. 이날 취임식에는 최세모 대양학원 이사장 및 이사진, 산하기관 기관장, 세종대 교무위원 등이 참석했다. 엄 총장은 “기독교 정신은 사랑과 섬김, 정직과 진리, 희망과 용기의 가치를 중심으로 한다. 이를 바탕으로 학생들에게 단순한 지식 전달을 넘어 서로 사랑하고 섬기는 삶의 중요성을 가르치고자 한다”며 “학문적 진리를 탐구하고, 정직한 연구와 교육을 실천하는 신뢰받는 기관이 되기 위해 투명하고 공정하게 대학을 운영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어 “학생들이 자유롭게 사고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펼칠 수 있는 교육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덧붙였다.엄 총장은 “최근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에서 각국의 경제 성과, 정부 효율성, 비즈니스 효율성, 인프라 등의 다양한 지표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국가경쟁력 평가’를 발표했다. 우리나라는 1인당 소득 3만 달러 이상, 인구 5000만 명 이상인 ‘30-50 클럽’에서 미국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이는 한국이 경제적 발전과 사회적 안정, 혁신 역량을 갖추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실리콘 밸리의 기적을 이끈 스탠포드 대학처럼, 애지 정신, 기독교 정신, 훈민 정신을 바탕으로 우리 모두 함께 한국의 G2 위상을 이끄는 선도적인 대학이 되도록 나아가자”고 강조했다.엄종화 총장은 대구 능인고를 졸업한 뒤 서울대학교에서 물리학 학사, 석사를 받았다. 이어 미국 노스웨스턴대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2001년 세종대 교수로 임용돼 대외협력처장, 교무처장 등을 지냈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지난달 전북 전주시의 한 초등학교에선 무단조퇴를 하려던 3학년 남학생이 말리는 교감에게 “감옥에나 가라”며 욕설을 하고 뺨을 때려 논란이 됐다. 영상에서 이 남학생은 복도에 다른 교사가 있음에도 개의치 않고 교감에게 침을 뱉기도 했다. 이 학생의 학부모 역시 교사를 폭행해 학교로부터 신고당한 상태다. 영상을 본 시민들은 지난해 7월 서울 서초구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이 발생한 지 1년 가까이 지났지만 학교 현장은 달라진 게 없는 것 같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실제로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 이후 매주 교사 시위가 벌어졌고 ‘교권 보호 5법’도 국회를 통과했지만 현장에선 크게 달라진 게 없다는 반응이 더 많다. 최근 서울교사노조가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교사 10명 중 8명(84.1%)은 교사의 교육활동 보호에 변화가 없다고 답했다. 숨진 서이초 교사와 유사한 경험을 했다는 답변도 78.6%에 달했다. 영상에서 더 충격적이었던 건 폭행을 당하면서도 뒷짐을 진 채 체념한 듯 서 있던 교감의 모습이었다. 난폭한 행동을 하는 학생을 제지하려다 자칫 아동학대로 몰리기 쉬운 학교의 현실이 손조차 대지 않으려 뒷짐을 지게 만든 것이다.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 후 초등교사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나는 민원이 아예 없는 완벽한 교사다’라는 제목의 글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이 글은 서이초 교사 사망 1주기를 앞두고 다시 각종 교사 커뮤니티에서 회자되고 있다. 글쓴이는 학부모 민원과 문제 학생이 많은 학년 담임교사를 자주 맡지만 학생·학부모·관리자 모두를 만족시키며 어떤 민원도 받지 않는다고 했다. 학부모 상담에선 듣고 싶어 하는 좋은 말만 해주고, 수업시간에 학생이 딴짓을 하면 그냥 내버려둔다는 식이다. 글쓴이는 신규 교사 때 숙제를 많이 냈더니 학원 공부에 지장을 준다는 학부모 민원이 이어졌고, 잘못된 행동을 혼내고 나니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를 당했다며 이후 아무것도 하지 않는 교사이자, 좋은 평가를 받는 교사가 됐다고 했다. 전주 초등학교 영상을 보면서 이 글이 다시 떠올랐다. 아무것도 안 하는 교사, 학생의 문제 행동에도 뒷짐을 지는 교감을 과연 누가 만든 것일까. 또 서이초 사망 교사 유족들이 올 2월 공무원재해보상심의회에 제출한 영상도 생각났다. 영상에는 수업 중 의자를 뒤집고 발로 차는 아이, 울면서 물건을 던지는 아이 등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 순직 심사 과정에서 학생 지도의 어려움을 입증한 증거로 인정받았다. 아무것도 안 하는 교사 밑에서 다양한 문제행동을 하는 아이들은 어떻게 자라게 될까. 아동의 행동을 바로잡을 기회가 사라지는 원인은 다양하다. ‘내 자식 지상주의’에 빠진 학부모, 현장에서 ‘체감하기 어렵다’는 지적을 받는 교권 보호 5법, 학교에서 문제가 안 생기는 게 제일 중요하다는 관리자, 아동·학생 인권을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니 교사를 ‘잠재적 범죄자’로 여기게 된 관련 단체들…. 여기에 교권 침해를 문제 삼으면 학부모들이 ‘정서적 아동학대’로 맞대응하는 행태도 반복되고 있다. 지금이라도 서이초 사건이 남긴 교훈을 살려 학교 현장에선 교권 보호를 가로막는 장애물을 치워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우리 사회는 교실에서 문제행동을 했던 학생들이 사회에 나와 곳곳에서 더 큰 일을 저지를 때 대가를 치를 수밖에 없다. 김정은 정책사회부 차장 kimje@donga.com}

관정이종환교육재단은 10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관정도서관 관정마루에서 장학증서 수여식을 갖고 국내외 관정장학생 500명에게 총 125억원의 장학금을 지급했다. 올해 관정장학생은 신규로 선발된 국내 장학생 91명과 국외유학 장학생 74명, 기존 장학생 335명으로 구성됐다. 국내 장학생은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카이스트 등 25개 대학 출신 3학년 학생들과 대학원생이다. 국외유학 장학생은 미국 하버드대, 스탠포드, MIT, 영국 옥스퍼드 등 세계 17개 유명 대학의 학부, 석사, 석박사, 박사과정, 박사 후 포스닥 과정 입학 예정자들이다.국내 장학생은 한해 최대 1200만원 씩 장학금을 지원받는다. 국외 유학 장학생은 나라와 학교에 따라 학부생 최고 6만 달러, 대학원생 3만 달러까지 장학 혜택을 받는다. 24년간 장학사업을 벌인 관정이종학교육재단은 올해까지 2850억 원의 장학금을 지원해 매년 1만 2500여명의 관정장학생들을 배출했다. 장학생 가운데 800여 명이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관정재단은 설립자 이종환 회장의 전 재산 1조 7000억 원이 투입된 장학재단으로서 아시아 최대 규모다. 세계 종합자선재단 순위에서도 70위 권이다. 이석준 관정재단 이사장은 10일 수여식에서 “관정장학생은 도전과 창조와 기여라는 3C정신을 실천해서 반드시 큰 꿈을 이루도록 하라”고 당부하고 “올바른 인성을 갖춘 세계적 학문적 선도자가 되도록 하라”고 강조했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도트는 잘하는 게 많다. 하지만 ‘완벽하게’ 잘하는 건 하나도 없다. 도트의 언니는 그림 실력이, 오빠들은 맞춤법 실력이 완벽하다. 엄마는 태권도를 완벽하게 해 검은띠를 땄고, 아빠는 노래를 완벽하게 불러 밴드를 이끄는 가수로 활동 중이다. 도트는 가족과 달리 ‘완벽하게’ 잘하는 게 없다는 생각에 불안해한다. 칭찬하고 싶은 친구를 그려 오는 숙제를 하던 중, 도트는 그림이 마음에 들지 않아 새로 그리기를 반복한다. 급기야 그림들을 갈기갈기 찢고야 만다. 잠깐 바람을 쐬며 속상한 마음을 누그러뜨리고 돌아온 도트는 종잇조각을 모아 세상에서 하나뿐인 특별한 그림을 완성한다. 다음 날, 학교에서 도트와 친구 ‘샘’은 개성 있게 그린 서로의 그림을 칭찬의 말과 함께 발표에 나선다.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을 가진 아이가 스스로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을 그린 책이다. 색연필로 그려진 다채로운 그림에선 화려함과 따뜻함이 함께 느껴진다. 불안정한 아이가 불안감을 딛고 도전하는 과정을 응원하게 된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는 전국 주요 도시에서 300만 원 이하의 중저가 미술품을 판매하는 ‘2024 작가미술장터’를 전국 8개 지역에서 9월까지 진행한다고 24일 밝혔다. 2015년 시작돼 올해로 10회를 맞은 작가미술장터는 작가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는 아트페어다. 지난해까지 누적 130만 명이 관람하고 1만1000여 명의 작가들이 참여하는 등 신진작가들의 등용문으로 꼽혀 왔다. 작가미술장터는 5일 세종 조치원문화정원에서 열린 ‘원 픽 마켓’(ONE PICK MARKET)을 시작으로 14일부터 5일간 강원 속초 칠성조선소에서 속초아트페어가 진행됐다. ‘원 픽 마켓’에 나온 미술품은 10월 말까지 온라인 마켓으로도 구매가 가능하다. 서울 용산구 이음갤러리에서는 이달 30일까지 ‘드로잉그로잉’이 열린다. 작품의 초기 단계이자 아이디어의 출발점인 ‘드로잉’을 하나의 장르로 특화시킨 아트페어다. 7월 한 달간은 온라인 판매도 이뤄진다. 이후 작가미술장터는 서울, 전북 무주 등에서 이어진다. 7월에는 서울 용산구 옛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아시아프’, 8월에는 경기 성남 현대백화점 판교점에서 ‘마켓 에이피: 컬렉터 살롱’이 운영된다. 9월에는 서울 성동구 ‘LES601 성수’에서 열리는 ‘PRPT(PrompSet): Bank Service’와 함께 서울 영등포아트스퀘어에서 ‘아트플러스 엑스’, 무주향교에서 ‘고택아트페스타’가 진행된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지친 몸과 마음으로 집에 돌아온 주인공은 우편함에서 초대장을 발견한다. 초대장을 입에 물고 욕조에 잠수한 후 짠맛이 느껴지면 그곳이 ‘마음 식당’이라는 글이 담겨 있다. 어느새 주인공은 마음 식당 앞에 도착했다. 지배인 프랭크는 마음 식당의 이용법을 친절히 알려준다. 돌고래 키오스크에 초대장을 넣자 오늘의 마음, 마음의 농도, 눈물의 염도, 슬픔의 온도, 무기력함의 굽기 등을 선택하는 버튼이 등장했다. 전하지 못한 편지들을 쌓아 올려 크레이프 케이크로 만든 ‘러브 레터 케이크’, 친구를 만들고 싶지만 마음을 여는 게 서툰 이들을 위해 만든 ‘그림자 햄버거’, 이별한 후 마음 아파하는 이들을 위해 얼린 눈물을 갈아 만든 ‘눈물 빙수’…. 메뉴도 다양하다. 맛나게 음식을 먹고 정신을 차리니 다시 욕실이다. 몸은 개운하고 마음 역시 한결 편해졌다. “음식값은 이미 계산됐습니다. 바로 당신의 미소로요.” 감정의 맛과 온도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아이디어가 신선하다. 파스텔 톤의 삽화도 눈을 즐겁게 만든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앞 사람이 제가 사려던 빵을 다 사가서 너무 러키(lucky·운이 좋은)하게 제가 갓 나온 빵을 받게 됐지 뭐예요? 역시 행운의 여신은 나의 편이야!” 스페인의 한 빵집. 걸그룹 ‘아이브(IVE)’의 멤버 장원영이 자신이 사려던 빵이 품절돼 기다려야 하는 상황에 놓이자 불평하는 대신 카메라를 보며 한 말이다. 장원영 씨에겐 미안하지만, 이 영상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입에서 툭 튀어나온 말은 이랬다. “뭐라고…?”‘아프니까 청춘이다’란 신간 제목이 유행어처럼 떠돈 2010년에 20대 후반을 보낸 세대여서일까. 빵이 다 팔려 바로 받을 수 없게 됐을 때 불평하기보다 ‘따뜻한 빵을 받게 됐으니 행운’이라 받아들이는 장원영의 초긍정적 태도가 솔직히 꽤 낯설게 느껴졌다. 반면 Z세대는 열광했다. 짜증이 날 법한 상황이지만 부정적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그의 긍정적 사고방식은 ‘원영적 사고’란 신조어를 낳으며 인기를 얻고 있다. 장원영의 말투를 따라한 밈(meme·인터넷 유행 콘텐츠)은 빠르게 퍼졌고, 조회수도 수백만 회에 이른다. 심지어 장원영의 말투를 이용해 현재 처한 상황을 긍정적으로 풀이해 주는 ‘원영적 사고 챗GPT’까지 등장했을 정도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흙수저’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어)’ ‘삼포 세대(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한 세대)’ 등 부정적 신조어가 난무했던 것과는 180도 다른 판도다. Z세대는 왜 원영적 사고에 열광할까. 심리학자, 사회학자 등 전문가들과 이러한 트렌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흥미로운 분석들이 나왔다. 먼저 원영적 사고 유행 이면에는 학업, 취업 등 어려운 현실에 찌든 젊은 층이 자신의 상황을 합리화함으로써 숨구멍을 찾으려는 심리가 있다는 설명이었다. 여기엔 실용주의를 추구하는 Z세대의 특징도 역할을 했다. 어려운 상황을 불평하기보단 긍정적 ‘전환’으로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원영적 사고를 적극 활용한다는 것. 전문가들은 원영적 사고를 ‘긍정 심리학’의 맥락에서 이해하기도 했다. 실제로 긍정적 사고를 할 경우 부교감신경 등에 영향을 미쳐 스트레스 호르몬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이고 신체적 통증까지 완화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었다. 전화위복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 원영적 사고는 젊은 세대의 사회적 관계 및 회복탄력성 향상 등에 영향을 줌으로써 사회를 좀 더 건강하게 만드는 바람직한 현상이란 의견도 있었다. 일각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지나친 낙관성이 현실을 회피하는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미국 심리학자 어니 J 젤린스키가 쓴 책 ‘느리게 사는 즐거움’(2008년)에는 ‘우리는 96%의 쓸데없는 걱정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설명이 나온다. 저자에 따르면 사람들이 자주 하는 걱정의 40%는 절대 일어나지 않을 일에 대한 것이고, 30%는 이미 일어난 사건, 22%는 사소한 것, 4%는 바꿀 수 없는 사안이다. ‘아프니까 청춘’이라 다독이던 20대 시절로 돌아가 원영적 사고를 일상화했다면 삶의 중심이 더 단단해졌을까. 긍정적 사고방식을 트렌드로 받아들이는 Z세대가 한편으론 부럽고, 그들이 그려 나갈 새로운 미래 역시 기대가 된다.김정은 문화부 차장 kimje@donga.com}

동그라미는 가족들과 늘 동글동글하게 살아간다. 부모님은 늘 동그라미에게 뭐든 “좋아”라고 말하라고 교육한다. 동그라미는 처음 학교에 간 날, 친구들을 보며 깜짝 놀란다. 세모, 사각형 친구들은 불편한 감정을 “싫어!”라고 쉽게 표현했기 때문이다. 가족들로부터 “세상을 둥글게 살아야지”라는 말을 듣고 자란 동그라미는 그런 친구들이 이상해 보였다. 사실 동그라미도 하기 싫은 것들이 많다. 부모님의 말씀과 달리 동글동글한 성격이 아니어도 친구들은 별을 좋아했고, 세모는 늘 당당했다. 동그라미는 기분이 묘하다. “나는 왜 싫다고 말하는 게 어려울까?” 동그라미는 자신만의 멋진 직선을 갖기로 결심한다. 과연 동그라미는 오래된 가치관을 깨고 감정에 솔직한 아이가 될 수 있을까. 동그라미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어릴 때부터 ‘착한 감정’을 강요받는다. 싫다고 하면 미움 받을까 두렵고, 거절하면 상대방과의 관계가 불편해질까 걱정하는 등 자신보다 타인의 감정을 더 중시하는 사람들에게 울림을 주는 책이다.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친구에게 선물로 받은 새 신발을 신고 걸어가던 토끼. 달려오던 한 아이가 흙탕물을 튀겨 토끼의 신발은 더러워진다. 결국 토끼는 두 귀로 땅을 딛고 물구나무서기를 하며 신발을 지켜낸다. 거꾸로 바라보는 세상은 생각보다 재밌다. 이름도 이제 토끼가 아닌 ‘끼토’다. 하지만 남들과 다른 행동으로 이웃 토끼들에게 따가운 눈총을 받기도 한다. “유별난 토끼네.” 돌부리에 걸려 넘어진 끼토 앞에 토토라는 친구가 나타난다. 토토 역시 소중한 신발을 머리에 올려두고 걷는다. 토토는 끼토의 상처 난 두 귀에 자신이 가장 아끼는 밴드를 붙여주고 끼토의 행동을 비난하는 대신 끼토 자체를 이해하고 챙겨 준다. 그렇게 친구가 된 끼토와 토토는 각자의 방식으로 당당하게 함께 걸어간다. 이웃들도 이들을 보며 다양한 방법으로 걷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 깨닫는다. 내용을 따라 읽다 보면 다른 사람의 시선과 편견을 신경 쓰지 않고 ‘나답게’ 나아가는 두 토끼의 씩씩한 발걸음을 응원하게 된다.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러시아 볼쇼이 발레단의 수석무용수 아르템 압차렌코, 러시아 출신 피아니스트 다니엘 하리노토프, 올해 니콜라이 말코 지휘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한 지휘자 이승원이 한자리에 선다. 서울아트센터 도암홀 개관 1주년 기념으로 30∼31일 서울 종로구 서울아트센터에서 열리는 ‘월드 클래스 스타 초청 콘서트’를 통해서다. 도암홀(1084석)은 서울예고가 지난해 개교 70주년을 맞아 교내에 마련한 공연장이다. ‘Fall in Ballet’ 타이틀로 진행되는 30일 공연에선 볼쇼이 발레단 수석무용수인 발레리노 압차렌코와 퍼스트 솔리스트 안나 티호미로바, 마린스키 발레단 퍼스트 솔리스트 필리프 스테핀 등이 무대에 선다. 이들은 발레 ‘잠자는 숲속의 미녀’ ‘돈키호테’ ‘백조의 호수’의 주요 장면을 선보일 예정이다. 또 2015년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에서 16세의 나이로 3위를 차지했던 피아니스트 하리토노프가 쇼스타코비치 ‘맑은 시냇물’ 중 아다지오 등을 연주한다. 31일에는 ‘차이콥스키 스페셜’이란 타이틀로 공연이 진행된다. 하리토노프의 협연으로 강남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차이콥스키 음악 가운데 피아노 협주곡 1번, ‘잠자는 숲속의 미녀’ 중 결혼식 파드되 아다지오, 교향곡 6번 ‘비창’ 등을 연주한다. 이승원이 지휘를 맡는다.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상수리나무의 잎이 노랗게 물들고, 도토리가 땅에 떨어지면 숲은 긴 겨울을 맞을 준비를 한다. 상수리나무 아래 지어진 곤충 호텔에선 주인인 무당벌레 할머니 다다와 손자 무무가 손님맞이 준비로 바쁜 나날을 보낸다. 찬바람이 불자 첫 번째 손님, 하늘소 애벌레가 호텔을 찾는다. 다다는 2층 상수리나무 방으로 안내한다. 단단한 몸의 하늘소를 기대했던 무무는 애벌레를 보고 실망했지만 다다는 무무를 다독이며 말한다. “겨울은 누군가를 키워내는 시간이란다. 겨울을 지내야 봄을 맞이할 수 있거든.” 불러도 대답 없는 번데기, 알을 품은 사마귀 등도 찾아온다. 봄이 되자 호텔 주변엔 노란 민들레가 피어나고, 긴 잠에서 깬 손님들이 하나둘 호텔 밖으로 나온다. 번데기는 예쁜 나비가 돼 훨훨 날아간다. 다다와 무무는 성장한 곤충들을 보며 행복해한다. 곤충 호텔의 다정하고 따스한 온기로 알, 애벌레, 번데기 과정을 거치며 성충이 된 곤충들의 모습을 따뜻한 이야기로 풀어냈다. 삽화는 마치 애니메이션을 보는 것처럼 생동감이 있다.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걸그룹 뉴진스의 신곡 ‘Bubble Gum’이 1982년 발매된 영국 밴드 샤카탁(Shakatak)의 ‘Easier Said Than Done’의 주요 멜로디를 표절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샤카탁은 1980년 영국 런던에서 결성돼 현재도 활동을 펼치고 있는 재즈 펑크 밴드다. ‘Bubble Gum’은 24일 정식 발매되는 뉴진스 새 더블 싱글 ‘How Sweet’ 수록곡으로 앞서 지난달 27일 뮤직비디오가 미리 공개됐다. 이후 유튜브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 두 곡의 유사성을 비교하는 영상이 올라오며 표절 의혹이 제기됐다. 일각에선 기존 곡의 일부를 따서 사용한 ‘샘플링’이란 시각도 있지만 보통 이런 경우에는 샘플링을 했음을 외부에 공개한다. 어도어는 논란에도 아직 샘플링 여부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표절 의혹이 확산되자 샤카탁은 공식 SNS를 통해 입장을 밝혔다. 샤카탁은 한 누리꾼이 해당 논란에 대해 문의하자 “고맙다. 조사해 보겠다. (두 곡이) 비슷하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해 어도어는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어도어 관계자는 “유사성 여부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리는 상황”이라며 “표절이 아님을 설명한 자료도 갖고 있다”고 말했다.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새집에서 보내는 첫날. 엄마와 아이는 불 꺼진 안방 한가운데 놓인 침대 위에 나란히 누웠다. 쉬이 잠이 오지 않는 엄마와 아이. 엄마는 “기억나니?”라는 질문을 던지며 추억을 하나 둘 끄집어낸다. “들판으로 나들이 간 날 말이야. 너랑 엄마랑 아빠, 셋뿐이었지.” “기억나요. 진짜 좋았는데.” 아이가 엄마에게 묻는다. “엄마, 기억나요?” 아이가 떠올린 건 엄마 아빠가 생일 선물로 준 자전거를 태어나 처음 타본 날이었다. 추억을 더듬는 사이 어둠이 걷히고 아침이 밝아온다. “엄마, 이것도 기억하게 될까요? 이렇게 말하겠죠. 새집에서 보낸 첫날 아침 기억나요? 엄마랑 나, 둘뿐이었잖아요.” 아이는 창문을 열고, 따스한 햇살을 마주한다. 그리고 곤히 잠든 엄마를 바라보며 스스로를 다독이듯이 말한다. “걱정하지도 두려워하지도 않았어요. 우린 잘 지낼 줄 알았으니까요.” 올해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 그림 부문 수상자인 저자의 신작이다. 아빠를 잃은 아이와 엄마가 새집에서 보내는 첫날 과거의 추억을 떠올리며 아빠를 잃은 상실감과 슬픔, 두려움 등을 희망으로 바꿔가는 이야기를 그렸다. 유화 작품을 보는 듯한 굵은 질감의 삽화는 슬픔과 희망의 양가적 느낌을 묘하게 잘 담아냈다.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문화체육관광부 고위 공무원이 세종의 한 대학병원에서 뇌출혈 진단을 받고 현지 수술을 권유받았으나 서울 대형병원으로 옮겨 달라고 요구해 서울에서 수술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5일 정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정부세종청사에서 근무하는 문체부 1급 공무원은 지난달 21일 발음이 어눌해져 세종충남대병원을 찾았다. 의료진은 뇌출혈로 진단하고 현지 수술을 권유했지만 이 공무원은 “서울아산병원에서 지난해 5월 심장 스텐트 시술을 받은 적이 있다”며 전원(병원을 옮기는 것)을 요구했다. 결국 그는 서울아산병원으로 옮겨 2, 3일 뒤 수술을 받았다. 이를 두고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이탈 후 수도권 대형병원이 중증·응급 환자 위주로 빠듯하게 운영되는 상황이어서 적절치 않은 행동이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장은 “입원 2, 3일 뒤 수술했다면 급성 출혈은 아니다. 응급 상황이 아닌데 본인이 원해 병원을 옮긴 것”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해 문체부 관계자는 “기존 진료 기록 등이 있는 곳으로 전원된 것으로 안다”고 해명했다. 한편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전원에 보건복지부 관계자가 개입했다는 글이 올라왔다가 지워졌다. 복지부 관계자는 “개입 사실은 전혀 없다”고 했다. 대한의사협회는 해당 공무원을 김영란법(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7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할 예정이다.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어릴 때부터 걸을 수 없어 휠체어를 사용하는 아빠는 자신의 장애 때문에 딸에게 해줄 수 없는 것들에 대해 늘 미안해한다. 그런 아빠에게 아이는 “아빠는 전혀 미안해하지 않아도 된다”고 답한다. 아빠가 “자전거를 같이 못 타서 미안해”라고 말하자, 아이는 미소를 머금은 채 “괜찮아요 아빠. 나는 아빠랑 공원에서 예쁜 꽃을 보는 게 좋아요”라고 어른스럽게 답한다. 친구들이 아빠랑 스키도 타고 바나나보트도 탔다고 자랑할 때 아이는 주눅 들지 않고 당당하게 말한다. “우리 아빠는 멋진 요리사로 변신하기도 하고, 내가 좋아하는 걸 정말 많이 알고 있어.” 늘 미안해하는 아빠와 달리 아이는 매일 아빠와 함께여서 정말 행복하다고 말하며 아빠를 위로한다. 아빠를 한없이 사랑하는 아이의 따뜻한 마음과 아이의 대화에서 드러나는 단단한 내면이 인상적이다. 색연필을 통해 따스하면서도 동심을 느끼게 하는 삽화는 이야기의 부드러운 어조와 조화를 이룬다. 아버지와 딸의 강한 친밀감과 사랑을 감동적으로 그려냈다.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사단법인 한국사진작가협회는 2일 제42회 대한민국사진대전 대상에 이정애 작가의 ‘희망을 품다’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최우수상에는 김용열 작가의 ‘혼돈의 세상’이, 우수상에는 오기종 작가의 ‘영혼의 세계’와 최정희 작가의 ‘작업’이 각각 선정됐다. 이들 작품을 포함해 특선 38점과 입선 342점 등 총 384점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한국사진작가협회에 따르면 이번 공모전에는 총 1921점의 작품이 접수됐다. 심사 및 운영위원과 관람객 100여명이 참여한 공개 심사로 진행됐다.시상식은 6월 18일 경기 안산문화예술의전당 해돋이극장에서 열린다. 수상작은 6월18~22일 안산문화예술의전당 화랑전시장에서 전시된다.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행복해지기 위해 꼭 필요한 게 있다면 무엇일까?’ 책은 이 질문에서 출발한다. 주인공은 아빠와 아이다. 아이는 아빠에게 다가와 뭔가 필요한 게 있냐고 묻는다. 아빠는 “나에겐 네가 있잖니! 우리에겐 사랑이 있고! 우리에게 필요한 건 그게 전부란다!”라고 답한다. 아이는 이를 긍정하면서도 자꾸 “한 개만 더요!”라고 반복한다. 폭신한 베개, 지붕, 벽, 화장실, 욕조, 초콜릿, 텃밭 등 편안한 삶을 위해 필요한 것들을 하나둘 덧붙인다. 아빠는 단순한 삶이 주는 기쁨에 대해 알려주면서도 아이의 말에 귀 기울이며 호응과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어느 날, 큰 폭풍이 그들이 가진 대부분을 휩쓸어 간다. 아이는 “모든 걸 다 잃었어요”라고 슬퍼하지만, 아빠는 “우리에겐 서로가 있잖니. 사랑도 그대로야. 우리에게 필요한 건 오직 사랑뿐이란다”라고 따뜻하게 말한다. 책은 독자로 하여금 삶에서 진정 소중한 건 무엇인지 고민하게 만든다. 또 아이의 말에 귀 기울여 주는 아빠의 모습에서 진정한 어른의 태도를 배우게 된다.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