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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이후 아이가 이제야 제대로 등교하기 시작했습니다. 학교에 정 붙이고 친구도 사귀었어요. 전학이 싫어서 이사까지 미루기로 결심했는데…. 그런데 강제 전학이라니요?” 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학부모 A 씨는 최근 아이가 다니는 초등학교가 내년도 ‘그린스마트 미래학교’(그린스마트 학교) 사업에 선정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A 씨 주변 학부모도 동요하기 시작했다. 예산 18조5000억 원이 투입되는 그린스마트 학교 사업은 이름만 보면 학부모들이 반대할 이유가 전혀 없어 보인다. 40년 된 노후 학교를 리모델링해 저탄소 에너지 자급을 지향하고, 첨단시설을 갖춘 교실을 짓는다고 한다. 그런데 어째서 학부모들은 빗속에 시위까지 하며 반대하는 것일까. 학부모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공통적으로 ‘교육청의 불통’과 ‘아이들의 안전’이라는 대목에서 언성이 높아진다. 초등학교는 아이들이 첫발을 내딛는 ‘교육기관’이다. 더구나 코로나19로 학교가 문을 닫으며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이 늘었다. 부모들은 안정적인 환경에서 아이들이 학교생활에 집중할 수 있도록 그 어느 때보다 전력투구 중이다. 그런 상황에서 느닷없이 ‘낯선 학교로의 전학’을 통보받은 것이다. A 씨는 “언제 전학이 시행되는지, 전학을 가야 하는 학교가 걸어갈 수는 있는 곳인지 속 시원히 설명해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말했다. 유치원생 딸을 둔 B 씨는 최근 부동산시장의 혼란에도 서울 동작구의 아파트를 무리해서 매수하는 결단을 내렸다. 이유는 단 하나, 초등학교다. ‘전세 난민’으로는 아이가 초등학교 6년을 안정적으로 마칠 수 없겠다는 우려가 가장 컸다. B 씨의 이사 계획은 뜻밖의 난관에 부딪쳤다. 아이가 다닐 학교가 그린스마트 학교에 선정돼 전교생이 전학을 앞두고 있다는 것이다. 전학을 가지 않는 경우 컨테이너 형태의 모듈러 교실에서 수업을 들어야 하는데 이 생소한 교실은 안전에 대한 학부모들의 불안을 더욱 부추겼다. 학부모들은 아이들이 다른 학교로 뿔뿔이 흩어져야 할 정도의 사안이라면 시간을 두고 정책을 상세히 설명한 뒤 협의하는 절차가 필수적이라고 주장한다. 서울시교육청은 “노후 교사 개축 사업은 본래 학부모 동의 사항이 아니었다”고 항변한다. 하지만 ‘불통’으로 시작한 정책이다 보니 온갖 추측이 이어진다. ‘혁신학교 수순’이라거나 ‘고교학점제용 교실’이라는 우려는 소통하지 않은 교육청이 자초한 셈이다. 8일 교육청은 자료를 내고 조목조목 의혹을 부인했지만 이미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지난달 말 진행된 정책토론회의 조희연 교육감 발언을 보면 학부모들과의 간극이 보다 분명히 드러난다. 조 교육감은 “혜택이라면 혜택이다…. 21세기 학생들을 낡은 공간에서 교육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으로 어렵게 쟁취한 사업”이라고 했다. ‘첨단’ ‘그린’ 같은 수식어에 집중하느라 정책이 길을 잃은 것은 아닌지, 아이들이 겪을 어려움은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해야 할 때다. 교육정책에 다른 목적이 있어서는 안 된다. 시작과 끝은 아이들이다.이서현 정책사회부 차장 baltika7@donga.com}

고려대 오정리질리언스연구원(OJERI)이 한국연구재단의 자율운영 중점연구소로 지정된 것을 기념하는 현판식이 이달 7일 고려대 R&D센터에서 열렸다. 고려대 OJERI는 2014년 4월 민남규 회장(농화학66)이 “고려대에 세계적 수준의 연구기관을 설립해 우수 인재 유출을 막겠다”고 밝히며 50억 원의 연구기금을 약정해 설립됐다. OJERI는 우리나라 최초의 회복탄력성 연구소로 오늘날 인류가 당면하는 환경과 인구, 식량문제에 대응하고 지속가능한 사회를 구현하기 위한 연구를 수행한다. 현재 기후변화 회복탄력성, 지속 가능 폐기물 관리, 물 회복탄력성, 생태계 회복탄력성, 중위도 물-식량-생태계 연계 등의 5개 고유 연구단에 전임교원 23명과 전임연구교수 11명이 참여하고 있다. 올해 6월 OJERI는 한국연구재단과 교육부가 지원하는 자율운영 중점연구소로 최종 선정돼 연구비와 자율적인 운영을 지원받게 됐다. 전국 기초과학 분야 연구소 중 5곳만 중점연구소로 선정됐다. 앞으로 연구소는 매년 11억 원을 지원받아 9년 동안 ‘환경·기후 위기 대응 생태계 물질순환 기초과학’ 연구를 주도한다. 첫해인 올해 5명의 전임교수와 14명의 연구교수가 19개 세부과제를 선정해 10억 원 규모 연구를 이달부터 시작했다. 현판식에서 고려대 정진택 총장은 “지구의 기후변화는 전 인류가 당면한 문제로서 대중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우고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해법을 찾는 연구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이우균 오정리질리언스연구원장은 “중점연구소로 지정된 만큼 우리나라 기초과학 연구 역량 강화에 기여할 수 있는 체계적인 연구자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민남규 회장은 “OJERI가 설립 후 단계별 성장을 거듭해 아시아 중심 연구소에서 이제는 전 세계에서 손꼽히는 연구·교육 네트워크 기관으로 발전하고 있다. 올해 자율운영형 중점연구소 선정까지 매년 좋은 성과를 보여주고 있어 기부하는 보람을 느낀다”라고 말했다.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동준이네 형제는 부모 없이 산다. 엄마는 오래전 집을 나갔고, 아빠는 돈을 벌어 돌아온다더니 감감무소식이다. 형은 학교도 제대로 나가지 않더니 본드에 취해 경찰서로 끌려갔다. 동준이는 동네 청년 영호 형 집에 살면서 학교를 간다. 친구네 사정도 마찬가지다. 집을 나갔던 엄마는 돌아왔지만 아빠가 공장에서 발생한 사고로 갑작스레 세상을 떠났다. 이 동네 아이들은 날이 어두워질 때까지 골목을 배회해도 “이제 그만 집에 가자. 저녁 먹고 숙제하자”고 부르는 부모가 없다. 2021년 대한민국 어느 취약계층 거주지에 현미경을 들이댄 듯한 이 풍경은 2001년 출간된 소설 ‘괭이부리말 아이들’ 속 이야기다. 외환위기 직후 나라 경제가 최악으로 치닫던 시절 소외된 지역 아이들을 다뤘다. 책이 나온 지 20년이 흘렀는데도 어떤 아이들의 삶은 그 시절만큼 가혹하다. 김중미 작가가 지금 이 작품을 썼다면 이런 문장을 보탰을까. “코로나19가 터지며 동준이는 학교에 가지 못해 점심마저 제대로 해결하지 못했다”라고. 코로나19는 사회의 약한 고리를 파고들었다. 감염 우려로 학교는 문을 닫았다. 기초 ‘학력’을 걱정하는 집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취약계층의 생업은 더 쪼들려, 아이들은 집 안에서 방치됐다. 굿네이버스가 지난해 말 펴낸 ‘코로나19와 아동의 삶’ 보고서에 따르면 초등 고학년 10명 중 1명이 “코로나 이후 평일 5일 내내 보호자 없이 지냈다”고 응답했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혼자 있는 비율은 더 높아졌고, 끼니를 제대로 챙기지 못하거나, 부모의 스트레스가 아동학대로 이어지는 경우도 늘어났다. 17일부터 개학이 본격 시작됐다. 교육부는 사회적 거리 두기 4단계 속에서도 대면수업을 확대하기로 했다. 신규 확진자 수가 연일 2000명 안팎을 오가며 방역에 대한 불안도 수그러들지 않는다. ‘이 시국에 어떻게 개학을 하느냐’는 우려도 있다. 하지만 어떤 아이들에게 학교는 공부하는 곳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생활을 지탱하고 미래를 계획할 수 있는 마지막 울타리이기 때문이다. 경기지역 한 초등교사는 “도심 취약계층 아이들의 경우 등교를 하지 않으면 방치될 확률이 높다. 학교에 나오면 적어도 저녁은 먹는지, 집에 무슨 일이 있는지 물어볼 수라도 있다”고 말했다. 괭이부리말 아이들에게도 ‘학교’는 큰 무게를 지녔다. 청년 영호는 “고등학교 졸업장은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 역시 어렵게 자랐지만 학교 안에서만큼은 보호받는 느낌을 가졌기 때문이다. 이야기 속 아이들을 살뜰히 보살피는 사람 역시 학교 선생님이다. ‘교육’이라는 본래 역할에 ‘방역’까지 떠맡은 교사들의 책임감이 얼마나 무거울지 헤아리기 어렵다. 그러나 단 한 명의 아이라도 학교 안에서 ‘보호받고 있다’는 안도감을 느낀다면 학교와 교사는 그 역할을 충분히 해낸 것일 테다. 학교가 문을 열면 선생님과 아이들이 마스크 너머로 서로의 안부를 더 많이 묻기를, 온라인 수업 화면으로는 결코 알 수 없는 아이들의 그늘을 부디 누군가는 읽어주기를 바란다. 이서현 정책사회부 차장 baltika7@donga.com}


며칠째 이어진 한파에 그만 감기에 걸렸습니다. 엄동설한에 콧물마저 꽁꽁 얼어버렸네요. 여러분 모두 감기 조심하세요! 에취! ―서울 용산구에서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예쁘네. 탐나.” 이달 20일 방영을 시작한 tvN 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에서 성공한 동화작가 문영(서예지)은 자신의 사무실로 찾아왔다가 돌아가는 강태(김수현)를 보며 이렇게 혼잣말을 한다. 정신 병동 보호사로 일하며 자폐증을 앓는 형을 보살피는 강태에게 강한 끌림을 느끼는 문영은 그 욕망을 표출하는 데 거침이 없다. 외모와 재력을 갖춘 남자 주인공이 힘든 상황에 처한 여주인공에게 구애해 사랑을 쟁취해내는 ‘신데렐라 스토리’와 정반대다. 팬 사인회에 나타난 강태의 모자를 벗기며 “모자 쓰지 마. 예쁜 얼굴 안 보여”라고 ‘돌직구’를 던진다. 과거에 부와 외모, 능력까지 모든 걸 갖춘 남성이 등장해 캔디형 여성 주인공을 구원하는 ‘신데렐라 스토리’가 주류였다면 시대가 변하면서 여성의 욕망과 판타지도 달라지고 있다. 드라마와 영화 등 대중문화의 이야기 구조는 여성의 시선에 맞춰 빠르게 변화하는 중이다. 2017년 할리우드에서 시작돼 전 세계로 확산된 ‘미투’ 열풍으로 여성 서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후 이 같은 흐름은 문화계의 꾸준한 움직임으로 자리 잡았다. 드라마·영화 제작사는 콘텐츠의 주 타깃인 20∼40대 여성을 대상으로 한 작품에 눈높이를 맞추고 있다. 지난해 영화계에서는 여성 감독의 작품, 여성 서사를 중심으로 한 작품들이 주목을 받았다. ‘벌새’ ‘메기’ ‘82년생 김지영’ ‘윤희에게’는 극장 시장의 비수기에 개봉했음에도 여성의 서사를 섬세하게 다뤘다는 평가를 받았다. 올해는 이 같은 흐름에서 한발 더 나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왔도 꿋꿋이 개봉한 ‘찬실이는 복도 많지’를 시작으로 ‘결백’ ‘초미의 관심사’ ‘프랑스 여자’ ‘야구소녀’ 등 여성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거나 여성 서사를 다룬 영화들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왔다. 드라마 속 여성 서사에서 두드러지는 점은 여성의 직업적 욕망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방영한 tvN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검블유)는 사회적인 성공이 최대 목표인 여성 ‘워커홀릭’들의 삶을 그린 대표적인 작품이다. SBS ‘하이에나’는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형사, 정치인, 법조인 등의 직업군에서 남성 주인공이 문제 해결의 중심이 되고 여성은 보조적 역할을 했던 기존의 드라마 문법에서 벗어났다는 호평을 받았다. ‘충 법률사무소’의 대표변호사 정금자(김혜수)는 승소를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승부사 기질을 지녀 상대편 변호를 맡은 윤희재(주지훈)를 꼬셔 정보를 몰래 빼내는 악랄한 모습도 보인다. 이영미 문화평론가는 “남성 중심의 세상에서 고군분투하는 여성은 대개 정의롭다. 대장금이 대표적이다. 장금이는 온갖 모략이 판치는 남성 사회에서 직업적 전문성을 무기로 문제 해결의 중심이 된다”고 말했다. 이 평론가는 “하지만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높아짐에 따라 더욱 입체적인 여성 캐릭터가 그려지고 있다. 정의로움, 욕망, 따뜻함 등을 모두 가진 복합적인 여성 캐릭터로 변화하는 건 필연적 수순”이라고 분석했다. 단편적인 여성 캐릭터가 더 이상 사랑받지 못한다는 건 시청자들의 반응에서도 확인된다. 김은숙 작가의 2년 만의 복귀작으로 화제가 된 SBS ‘더 킹: 영원의 군주’는 평균 시청률 8%에도 못 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시청률 견인의 핵심적 역할을 했던 김은숙표 ‘신데렐라 스토리’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 중론이다. 평범한 형사 정태을(김고은) 앞에 백마 ‘맥시무스’를 타고 나타난 대한제국 황제 이곤(이민호)이 “자넬 황후로 맞이하겠네”라고 고백하는 장면에 시청자들은 불편함을 표출했다. 앞으로는 ‘여성’이라는 범주화를 넘어서는 것이 과제라는 의견도 있다. 프로팀 입단을 꿈꾸는 고교 야구의 여성 선수를 연기한 ‘야구소녀’의 주연 배우 이주영은 “여성의 성장 과정을 담고 있지만 여성을 위한 영화만은 아니다. 높은 벽에 도전하는 모두가 뭉클한 감동을 느끼는 작품”이라고 영화의 의미를 설명했다. 윤성은 영화평론가는 “‘여성’의 이야기로 전면에 나서는 움직임과 더불어 지난해 개봉한 영화 ‘돈’처럼 여성 감독이 여성이 아닌 소재로 상업적 성공을 거둔 사례에도 주목해야 한다. 관객들과의 접점을 넓힐 수 있도록 ‘여성’이라는 범주를 넘어서는 시도가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서현 baltika7@donga.com·김재희 기자}

“예쁘네. 탐나.” 이달 20일 방영을 시작한 tvN 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에서 성공한 동화작가 문영(서예지)은 자신의 사무실로 찾아왔다가 돌아가는 강태(김수현)를 보며 이렇게 혼잣말을 한다. 정신 병동 보호사로 일하며 자폐증을 앓는 형을 보살피는 강태에게 강한 끌림을 느끼는 문영은 그 욕망을 표출하는데 거침이 없다. 외모와 재력을 갖춘 남자 주인공이 힘든 상황에 처한 여주인공에게 구애해 사랑을 쟁취해내는 ‘신데렐라 스토리’와 정 반대다. 팬 사인회에 나타난 강태의 모자를 벗기며 “모자 쓰지 마. 예쁜 얼굴 안보여”라고 ‘돌직구’를 던진다. 과거에 부와 외모, 능력까지 모든 걸 갖춘 남성이 등장해 캔디형 여성 주인공을 구원하는 ‘신데렐라 스토리’가 주류였다면 시대가 변하면서 여성의 욕망과 판타지도 달라지고 있다. 드라마와 영화 등 대중문화의 이야기 구조는 여성의 시선에 맞춰 빠르게 변화하는 중이다. 2017년 할리우드에서 시작돼 전 세계로 확산된 ‘미투’ 열풍으로 여성 서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후 이 같은 흐름은 문화계의 꾸준한 움직임으로 자리 잡았다. 드라마·영화 제작사는 콘텐츠의 주 타깃인 20~40대 여성을 대상으로 한 작품에 눈높이를 맞추고 있다. 지난해 영화계에서는 여성 감독의 작품, 여성 서사를 중심으로 한 작품들이 주목을 받았다. ‘벌새’ ‘메기’ ‘82년생 김지영’ ‘윤희에게’는 극장 시장의 비수기에 개봉했음에도 여성의 서사를 섬세하게 다뤘다는 평가를 받았다. 올해는 이 같은 흐름에서 한발 더 나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도 꿋꿋이 개봉한 ‘찬실이는 복도 많지’를 시작으로 ‘결백’ ‘초미의 관심사’ ‘프랑스 여자’ ‘야구소녀’ 등 여성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거나 여성 서사를 다룬 영화들이 봇물을 이뤘다. 드라마 속 여성서사에서 두드러지는 점은 여성의 직업적 욕망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방영한 tvN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검블유)는 사회적인 성공이 최대 목표인 여성 ‘워커홀릭’들의 삶을 그린 대표적인 작품이다. SBS ‘하이에나’는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형사, 정치인, 법조인 등의 직업군에서 남성 주인공이 문제 해결의 중심이 되고 여성은 보조적 역할을 했던 기존의 드라마 문법에서 벗어났다는 호평을 받았다. ‘충 법률사무소’의 대표변호사 정금자(김혜수)는 승소를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승부사 기질을 지녀 상대편 변호를 맡은 윤희재(주지훈)를 꼬셔 정보를 몰래 빼내는 악랄한 모습도 보인다. 이영미 문화평론가는 “남성 중심의 세상에서 고군분투하는 여성은 대개 정의롭다. 대장금이 대표적이다. 장금이는 온갖 모략이 판치는 남성사회에서 직업적 전문성을 무기로 문제 해결의 중심이 된다”고 말했다. 이 평론가는 “하지만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높아짐에 따라 더욱 입체적인 여성 캐릭터가 그려지고 있다. 정의로움, 욕망, 따뜻함 등을 모두 가진 복합적인 여성 캐릭터로 변화하는 건 필연적 수순”이라고 분석했다. 단편적인 여성 캐릭터가 더 이상 사랑받지 못한다는 건 시청자들의 반응에서도 확인된다. 김은숙 작가의 2년만의 복귀작으로 화제가 된 SBS ‘더킹: 영원의 군주’는 평균 시청률 8%에도 못 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시청률 견인의 핵심적 역할을 했던 김은숙 표 ‘신데렐라 스토리’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 중론이다. 평범한 형사 정태을(김고은) 앞에 백마 ‘맥시무스’를 타고 나타난 대한제국 황제 이곤(이민호)이 “자넬 황후로 맞이하겠네”라고 고백하는 장면에 시청자들은 불편함을 표출했다. 앞으로는 ‘여성’이라는 범주화를 넘어서는 것이 과제라는 의견도 있다. 프로팀 입단을 꿈꾸는 고교 야구의 여성 선수를 연기한 ‘야구소녀’의 주연 배우 이주영은 “여성의 성장 과정을 담고 있지만 여성을 위한 영화만은 아니다. 높은 벽에 도전하는 모두가 뭉클한 감동을 느끼는 작품”이라고 영화의 의미를 설명했다. 윤성은 영화평론가는 “‘여성’의 이야기로 전면에 나서는 움직임과 더불어 지난해 개봉한 영화 ‘돈’처럼 여성 감독이 여성이 아닌 소재로 상업적 성공을 거둔 사례에도 주목해야 한다. 관객들과의 접점을 넓힐 수 있도록 ‘여성’이라는 범주를 넘어서는 시도가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이서현기자 baltika7@donga.com김재희기자 jetti@donga.com}

“나는 브레히트 시의 한 구절처럼 운이 좋아서 살아남았는지도 모른다.” 감수성 풍부한 문학 소년이 겪은 6·25전쟁은 영혼에 어떤 자취를 남겼을까. 우정을 나눈 친구와 선후배들이 전란 속에 목숨을 잃던 혼란의 시기가 끝나자마자 ‘너는 어느 쪽이냐’ 묻는 세상이 찾아온다. 구순(九旬)을 바라보는 원로 연극연출가이자 대한민국예술원 회장을 지낸 저자가 그가 살아낸 야만의 시대를 자전적 소설로 풀어냈다. 1960년대 유학을 다녀와서도 동백림 사건을 피했고 남파 간첩이었던 친구는 그의 이름을 말하지 않는다. 그는 이 모든 ‘행운’에 대해 “본색을 드러내지 않은 위장된 회색분자라서 살아남았다”고 토로한다. 마지막 장에서 생사고락을 함께했던 친구들에게 빚졌던 감정을 털어놓는다. ‘한반도의 평화’ 같은 거창한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억울하게 희생된 친구들에 대한 애끓는 마음이 곳곳에 묻어 있다.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연중 극장가 최대 성수기인 7월 말∼8월 초에 개봉될 신작 영화 라인업이 윤곽을 드러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으로 개봉 시기를 놓고 혼선을 빚다 한 달 앞두고 결정됐다. 일찌감치 7월 개봉을 확정한 연상호 감독의 신작 ‘반도’는 홍보 일정을 진행하고 있다. 1000만 관객 영화 ‘부산행’(2016년) 후속작인 ‘반도’는 코로나19로 시상식을 취소한 올해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 공식 초청작으로 선정돼 황금종려상 로고를 포스터에 붙였다. 16일 열린 온라인 제작보고회에서 연 감독은 “부산행과 동일한 시간대에 일어난 한 가족의 탈출 이야기”라며 “부산행을 찍을 장소를 헌팅할 때 봤던 많은 폐허가 반도의 출발이었다”고 말했다. ‘1000만 배우’ 황정민 이정재 주연의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도 8월 개봉한다. 청부살인 의뢰로 인해 새로운 사건에 휘말리는 킬러 인남(황정민)과 복수를 위해 그를 쫓는 추격자 레이(이정재)의 사투를 그린 추격액션 영화다. 영화 ‘신세계’ 이후 7년 만에 두 배우가 재회했다. 전체 분량의 80% 이상을 태국 등 해외에서 촬영해 이국적인 볼거리도 기대된다. ‘강철비’를 만든 양우석 감독의 신작 ‘강철비2: 정상회담’도 개봉한다. 전작에 이어 한반도를 둘러싼 위기 상황을 다뤘다. 남북관계가 경색된 현실 속에서 관객의 반응이 주목된다. 평양에서 열린 남-북-미 정상회의 중에 북한군의 쿠데타가 발생해 3국 정상이 북 핵잠수함에 납치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정우성 곽도원 유연석이 연기 대결을 펼친다.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신작 ‘테넷’이 이들 한국 영화와 맞붙는다. 테넷은 다음 달 31일 북미 개봉이 확정돼 국내에서도 그즈음 극장에서 볼 수 있을 듯하다. 3차 세계대전을 막기 위한 첩보전을 그렸는데, 놀런 감독의 주특기인 시간을 종횡무진 유영한다. 배급사 워너브러더스코리아는 개봉을 앞두고 놀런 감독의 ‘다크나이트’ 3부작을 24일부터 순차 재개봉한다. 여름 개봉이 예상됐던 ‘모가디슈’ ‘영웅’ ‘승리호’는 가을이나 연말로 개봉을 늦췄다.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2004년 김덕영 감독(55·사진)이 루마니아행 비행기 표를 끊게 된 것은 서강대 철학과 선배인 박찬욱 감독의 ‘제보’ 때문이었다. 당시 다큐멘터리 방송 PD로 일하던 그는 ‘북한으로 송환된 북한인 남편을 기다리는 루마니아인 할머니가 있다’는 이야기를 박 감독으로부터 전해 듣고 6·25전쟁에 얽힌 개인의 비극을 추적하기 시작했다. 6·25전쟁이 낳은 남한의 전쟁고아들은 미국과 서유럽으로 입양되어 갔고, 북한의 고아 5000여 명은 위탁교육이라는 이름으로 루마니아, 폴란드, 헝가리 등 당시 소련의 위성국인 동유럽 국가로 보내졌다. 당시 이 북한 아이들을 가르친 루마니아 교사 미르초유 할머니와 인솔자였던 남편 조정호 씨가 갑작스러운 북한 송환으로 생이별한 사연은 김 감독이 제작해 2004년 지상파 방송사의 6·25 특집 프로그램을 통해 공개됐다. 김 감독이 미르초유 할머니의 이야기에 더해 동유럽과 북한이라는 두 개의 고향을 지닌 기구한 전쟁고아들의 삶을 추적한 ‘김일성의 아이들’이 25일 6·25전쟁 70주년에 극장 개봉한다. 1952년부터 1960년까지 동유럽에서 생활한 북한 전쟁고아 5000여 명의 흔적을 추적한 분투기가 영상에 고스란히 담겼다. 서울 종로구 동아일보에서 22일 만난 김 감독은 “2004년 동유럽 취재 후 미르초유 할머니에게 남북 이산가족 신청을 통해 남편을 찾도록 노력해 보겠노라 약속했는데 할머니가 한국인이 아니었기 때문에 통일부가 거절했다. 할머니와의 약속을 못 지킨 것 같아 그 이후 동유럽의 북한 전쟁고아들 이야기가 늘 마음속 숙제처럼 남아 있었다”고 말했다. 방송 15년 만에 2019년 1월 가방 7개를 싸서 변변한 현지 연락처도 없이 떠난 것이 영화의 ‘크랭크인’이었다. 약 2억 원에 이르는 제작비도 사재를 털어 충당했다. “북한 아이들과 유년 시절을 함께 보낸 동유럽 노인들이 하나둘 세상을 떠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면서 더는 늦출 수가 없었습니다. 북한 밖에서 북한식 교육이 이뤄진 독특한 역사적 사례를 원석 그대로 취재해 객관적으로 세상에 알리고 싶다는 의지도 있었지요.” 그는 아이들의 흔적을 뒤쫓기 위해 동유럽 각국의 문서보관소와 학교, 기숙사를 일일이 찾았다. 이들과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낸 동유럽 사람들을 비롯해 역사학자들과 언론인들의 목소리를 카메라에 담았다. 당시 기숙사를 탈출한 아이들이 인근에 정착해 현지인과 결혼하고 택시 기사 등으로 생활했다는 각종 제보를 추적했지만 정착한 ‘아이들’을 끝내 만나지는 못했다. 루마니아 부쿠레슈티대와 국립기록보관소에 잠자던 북한 아이들 관련 기록을 찾아낸 것은 큰 성과였다. 부모를 잃고 영문도 모른 채 낯선 유럽 땅으로 흘러온 북한의 아이들은 대부분 단체 생활을 했다. 벽안의 선생님을 ‘엄마’ ‘아빠’로 부르며 제2의 고향에 마음을 열었다. 김일성 칭송 노래를 부르고 단체로 걸을 때는 줄 맞춰 행진하도록 교육받았지만 숲속에서는 이내 대열을 이탈해 뛰어노는 어린아이들이었다. 이후 북한이 1956년부터 차례로 아이들 대다수를 본국으로 송환시키면서 이들은 동유럽이라는 제2의 고향과도 생이별하는 또 다른 비극을 겪었다. 영화에는 폴란드를 고향으로 여기던 아이가 폴란드로 돌아가려 탈북을 시도하다 중국 국경에서 목숨을 잃은 사례도 등장한다. 평범한 이들의 삶을 뒤흔든 전쟁, 그리고 국적에 관계없이 버려진 이들을 껴안는 인류애를 담은 점이 주목받으며 ‘김일성의 아이들’은 뉴욕국제영화제 본선에 진출하는 등 전 세계 10개 영화제에 초청받았다. “북한에 자주 다녀온 인사들이나 미국이나 러시아와 같은 강대국의 입에서 나온 이야기가 아닌, 객관적인 자료로 입증할 수 있는 역사를 담아보려 노력했습니다. 그래야 관객들이 합리적으로 우리가 겪은 이 비극을 이해할 수 있을 테니까요.”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연중 극장가 최대 성수기인 7월 말~8월 초에 개봉될 신작 영화 라인업이 윤곽을 드러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으로 개봉 시기를 놓고 혼선을 빚다 한 달 앞두고 결정됐다.일찌감치 7월 개봉을 확정한 연상호 감독의 신작 ‘반도’는 홍보 일정을 진행 중이다. 1000만 관객 영화 ‘부산행’(2016년) 후속작인 ‘반도’는 코로나19로 시상식을 취소한 올해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 공식 초청작으로 선정돼 황금종려상 로고를 포스터에 붙였다. 16일 열린 온라인 제작보고회에서 연 감독은 “부산행과 동일한 시간대에 일어난 한 가족의 탈출에서 이야기”라며 “부산행을 찍을 장소 헌팅을 할 때 봤던 많은 폐허가 반도의 출발이었다”고 말했다. ‘1000만 배우’ 황정민 이정재 주연의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도 8월 개봉한다. 청부살인 의뢰로 인해 새로운 사건에 휘말리는 킬러 인남(황정민)과 복수를 위해 그를 쫓는 추격자 레이(이정재)의 사투를 그린 추격액션 영화다. 영화 ‘신세계’ 이후 7년 만에 두 배우가 재회했다. 전체 분량의 80% 이상을 태국 등 해외에서 촬영해 이국적인 볼거리도 기대된다. ‘강철비’를 만든 양우석 감독의 신작 ‘강철비2: 정상회담’도 개봉한다. 전작에 이어 한반도를 둘러싼 위기상황을 다뤘다. 남북관계가 경색된 현실 속에서 관객의 반응이 주목된다. 평양에서 열린 남·북·미 정상회담 중에 북한군의 쿠데타가 발생해 3국 정상이 북 핵잠수함에 납치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정우성 곽도원 유연석이 연기 대결을 펼친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신작 ‘테넷’이 이들 한국영화와 맞붙는다. 테넷은 다음달 31일 북미 개봉이 확정돼 국내에서도 그 즈음 극장에서 볼 수 있을 듯하다. 3차 세계대전을 막기 위한 첩보전을 그렸는데 놀란 감독의 주특기인 시간을 종횡무진 유영한다. 배급사 워너브러더스코리아는 개봉을 앞두고 놀란 감독의 ‘다크나이트’ 3부작을 24일부터 순차 재개봉한다. 여름 개봉이 예상됐던 ‘모가디슈’ ‘영웅’ ‘승리호’는 가을이나 연말로 개봉을 늦췄다.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드라마 ‘도깨비’(2016년)에는 이승을 떠나 저승의 문 앞에 선, 앞 못 보는 사람이 등장한다. 큰 개 한 마리가 저승 입구 저편에서 반갑게 짖는 소리가 들리자 저승사자가 설명한다. “(개가 주인보다) 먼저 간 게 마음이 쓰였는지 아까부터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반려견과 함께하는 인간이 누리는 행복이란 어떤 모습일까. 반려견이 꿈꾸는 행복은 어떤 것일까. 11일 개봉한 애니메이션 ‘환상의 마로나’는 9남매의 막내로 태어난 강아지 마로나가 여러 인간을 거치며 겪는 가슴 뭉클한 여정을 환상적인 스케치로 풀어낸다. 러닝타임 내내 아티스트의 화폭을 한 장씩 넘기는 듯한 황홀경을 선사하며 행복이 무엇인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이 작품으로 지난해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장편부문 대상을 받은 루마니아 출신 안카 다미안 감독(58·사진)을 18일 e메일 인터뷰로 만났다. “어느 날 길을 걷는데 주인 없는 강아지가 저를 따라왔어요. 임시 보호할 가족을 찾아주려고 노력했는데 가족이 바뀔 때마다 이 친구도 여러 변화를 겪어야 했죠. 그때 깨달았어요. 이 강아지를 통해서 사람들이 서로 어떻게 관계를 맺는지 이야기해볼 수 있겠다는 것을요.” 2014년 그가 구조한 강아지 이름이 바로 마로나다. 루마니아어로 갈색이라는 뜻을 지닌 마로나는 지금도 건강하게 살고 있다. 주인공 마로나는 곡예사 마놀, 건설업자 이스트반, 어린 소녀 솔랑주 등 새 주인을 만날 때마다 이름과 함께 사는 환경도 달라진다. 그를 둘러싼 우주도 달라진다. 마놀과 함께하는 장면에서는 곡예사의 특성을 반영해 유연하고 다채로운 선형의 세계가 나타나고, 건축을 하는 이스트반과 살 때는 칸딘스키와 몬드리안의 기하학적 도형으로 가득하다. 그림은 ‘표범’ ‘예술 애호가들’ 등 유명 작품을 낸, 유럽을 대표하는 벨기에 출신 그래픽노블 작가 브레히트 에번스가 맡았다. 다미안 감독은 “에번스는 작품의 본질에 아주 근접했다. 그와의 작업은 걷는 것이 아니라 하늘을 나는 기분에 가깝다”고 표현했다. 얄팍한 인간들은 수시로 변덕을 부린다. 유기견을 키운다는 도덕적 우월감에 개를 데려왔지만 곧 버리고 싶어 하거나, 강아지를 키우겠다며 떼를 쓰다가도 정작 돌보지 않는 소녀, 당장 자신의 앞날에 방해가 되자 강아지 처분을 두고 갈등하는 모습은 현실의 축소판이다. 인간의 마음은 변할지라도 변치 않는 것은 단 하나, 주인에 대한 강아지 마로나의 무한한 사랑이다. 마로나가 말하는 행복은 소박하다. 자는 동안 지켜 줄 인간을 갖는 것. 매일 마지막인 것처럼 내 인간의 얼굴을 핥는 것. 강아지 마로나는 짧은 생을 통해 인간에게 진정한 행복이란 무엇인지 답을 건네준다. “우리가 인생에서 추구하는 행복이란 대체 무엇일까요. 이 영화는 죽음에서 출발하지만 삶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사람이 사는 동안 가장 중요하다고 배우는 것은 결국 사랑, 우리는 이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을 이해하기 위해 태어났다고 생각합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고 이태석 신부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울지마 톤즈’의 후속편이 다음 달 관객을 찾는다. 이태석재단은 ‘울지마 톤즈’의 후속 영화 ‘부활’을 다음 달 개봉한다고 17일 밝혔다. 2010년 개봉한 ‘울지마 톤즈’는 48세 나이로 대장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난 이태석 신부가 생전 남수단 톤즈에서 선교사, 의사, 교사, 음악가로 헌신적인 활동을 펼친 모습을 그렸다. 국내 개봉으로 관객 약 44만 명을 모았으며 헌신적이고 실천적인 이 신부의 삶은 종교를 떠나 많은 관객들에게 울림을 줬다. ‘부활’은 이 신부의 선종 10년 후 그의 제자들을 찾아 나섰다. 남수단과 에티오피아를 오가며 제자 70명을 만났다. 기자 의사 약사 공무원 등 직업은 다양하지만 이들은 모두 생전의 이 신부처럼 공동체를 위한 삶을 펼쳐가고 있다. 이 신부가 초청해 한국에 유학 온 톤즈의 청소년 토머스 타반 아콧 씨와 존 마옌 루벤 씨는 의대생으로 훌쩍 성장해 두 사람 모두 의사시험에 합격해 국내에서 인턴 과정을 밟고 있다. 이 신부가 만든 브라스밴드 멤버로 활약하던 아순타 아조크 씨는 지난해 이화여대 화학신소재공학과를 졸업하고 그의 뜻을 실천하는 삶을 꿈꾸고 있다. 영화는 이 신부가 남긴 사랑과 헌신의 삶이 제자들을 통해 희망으로 부활하는 과정을 소개하고 진정한 행복의 가치와 리더십도 제시한다. 2010년 ‘울지마 톤즈’를 만든 KBS 출신 구수환 감독의 작품이다. 구 감독은 이 신부의 형 이태영 신부가 지난해 선종한 후 이태석재단의 2대 이사장을 맡고 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일정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전격 연기됐다. 아카데미상을 주관하는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는 당초 내년 2월 28일 열리기로 예정됐던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을 약 두 달 미뤄 4월 25일 연다고 15일(현지 시간) 밝혔다. 코로나19로 올 3월 중순부터 극장이 문을 닫고 신작 영화 개봉이 줄줄이 밀린 상황에서 시상식 연기를 결정한 것이다. 매년 아카데미 시상식은 전년도 극장 개봉 영화 가운데 후보작을 선정한다. 앞서 AMPAS는 코로나19가 세계 영화산업을 뒤흔들자 ‘7일간 극장 상영을 해야 한다’는 후보작 출품 규정을 완화했다. 내년 시상식에 한해 온라인으로 먼저 상영된 작품에도 출품 자격을 부여하되 극장 개봉 일정을 제출하도록 했다. 아카데미 시상식 연기는 이번이 역대 네 번째다. 개최 시점인 내년 2월 기준으로는 40년 만이다. 아카데미 시상식은 1938년 로스앤젤레스 대홍수로 일주일 미뤄졌고, 1968년 마틴 루서 킹 목사 암살 사건 때도 연기됐다. 1981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피격 사건 때는 시상식 개막을 불과 4시간 앞두고 하루를 미뤘다.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지금은 작은 카메라를 통해 작은 모니터를 통해 서로를 바라보고 있지만, 여러분이 꽃피울 미래는 훨씬 더 크고 아름다울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BTS의 리더 RM)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8일 오전(한국시간 기준) 유튜브로 중계된 가상 졸업식 ‘디어 클래스 오브 2020(Dear Class of 2020)’을 통해 세상 밖으로 나가는 또래들에게 응원의 인사를 건넸다.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학교에서 졸업식을 하지 못한 이들을 위해 유튜브가 주최한 온라인 졸업식이다. BTS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특별 연사로 초청받아 12분 동안 영상을 통해 축사를 했다. 멤버들이 차례로 축사를 전했으며 해당 영상은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로비에서 촬영됐다. RM은 “사람들은 저희에게 많은 것을 이뤘다고 하지만 저희는 여느 또래들과 마찬가지로 아직 학사모를 벗지 못한 채 날 것의 세상과 마주하는, 아직도 서툰 20대”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도 중요한 계획들이 물거품이 되면서 혼란한 시간을 겪었고, 그 불안감과 상실감은 아직 저희 마음 어딘가에 남아있다”면서도 “사랑하는 사람들을 생각하면서 다시 마음을 추스로 새로운 음악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며 위로를 건넸다. 슈가는 요즘 한창 달리다 넘어져 ‘섬’ 안에 갇힌 기분이라고 털어놓으며 “‘섬’이기에 할 수 있는 것들도 있다. 오로지 나 자신에 집중하는 것, 나 자신의 틀을 깨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여러분의 가능성은 무한하다. 나도 방탄소년단이 될 줄 꿈에도 몰랐다”고 전했다. 이날 행사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부부와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 경영자(CEO), 최연소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말랄라 유사프자이, 콘돌리자 라이스 전 미국 국무장관 등 다양한 명사들이 연사로 참여했다. 비욘세와 레이디 가가 등 팝 스타들도 여럿 참여해 축사와 짧은 메시지 등을 전했다. 유튜브는 팝스타들과 함께 졸업식의 ‘애프터 파티’ 격인 온라인 공연을 마련했으며 BTS는 이 중계의 마지막 무대를 맡아 피날레를 장식했다.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송지효 김무열 주연의 스릴러 영화 ‘침입자’가 개봉 첫 주 1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모으며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신작 공백이 계속되던 극장에 ‘침입자’를 시작으로 신작들이 잇달아 개봉하면서 관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4일 개봉한 영화 ‘침입자’는 개봉 사흘째에 관객 10만846명을 모았다.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4일 전체 국내 극장 관객 수는 8만4163명으로 5월 어린이날(11만4701명) 이후 최다 관객을 회복했다. ‘침입자’는 실종된 동생 유진(송지효)이 25년 만에 집으로 돌아온 뒤 이상한 사건에 휘말리는 오빠 서진(김무열)과 가족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송지효의 서늘한 연기와 긴장감 있는 전개가 몰입감을 선사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신혜선 배종옥 주연의 영화 ‘결백’은 10일 개봉한다. 박상현 감독의 장편 데뷔작으로 시골마을에서 벌어진 농약 막걸리 살인사건을 그렸다. 변호사 정인(신혜선)은 혐의를 받고 있는 엄마 화자(배종옥)의 결백을 밝히려고 한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 사이에 숨겨진 추악한 이야기가 전개된다. 이달 24일에는 유아인 박신혜 주연의 좀비물 ‘#살아있다’가 개봉한다. ‘침입자’ ‘결백’과 더불어 3월 초 개봉을 미뤘던 디즈니의 신작 애니메이션 ‘온워드: 단 하루의 기적’도 극장으로 돌아온다. 17일 개봉하는 이번 작품은 톰 홀랜드, 크리스 프랫 등 할리우드 인기 배우들이 목소리 연기를 맡았다. 정반대의 성격을 지닌 ‘이안’과 ‘발리’가 아빠를 찾아 나서는 모험을 그렸다. 코로나19로 침체한 영화계를 살리기 위해 영진위는 ‘침입자’ 개봉일에 맞춰 이달 4일부터 목∼일요일 쓸 수 있는 6000권 할인권을 극장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배포하고 있다.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연상호 감독(42)의 신작 ‘반도’와 임상수 감독(58)의 ‘헤븐: 행복의 나라로’(가제)가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에 초청됐다. 올해 칸 영화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사실상 취소됐으나 칸 영화제 측은 3일(현지 시간) 공식 초청작 56편을 발표했다. 공식 초청작은 경쟁 부문, 비경쟁 부문(미드나이트 스크리닝)으로 나누지 않았다. 연 감독의 ‘반도’는 ‘부산행’(2016년)의 속편으로 부산행 이후 4년 뒤 폐허가 된 땅에서 좀비와 최후의 사투를 벌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강동원 이정현이 주연을 맡아 여름 극장 개봉을 준비하고 있다. 임 감독의 ‘헤븐: 행복의 나라로’는 우연히 만난 두 남자(최민식 박해일)가 삶의 마지막 행복을 찾기 위해 특별한 여행을 떠나며 벌어지는 일을 그렸다. 연 감독은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2011년)과 부산행으로 두 차례 칸 영화제 초청을 받은 바 있다. 임 감독도 ‘그때 그 사람들’(2005년) ‘하녀’(2010년) ‘돈의 맛’(2012년)으로 세 차례 칸의 레드카펫을 밟았다. 이 밖에 웨스 앤더슨 감독의 ‘프렌치 디스패치’, 프랑수아 오종 감독의 ‘85년 여름’ 등이 공식 초청작에 포함됐다. 칸 영화제 측은 올해 초청작 가운데 황금종려상이나 감독상 각본상 등 수상작을 선정하지 않는다. 그 대신 이 영화들이 개봉하거나 필름마켓에서 거래될 때 ‘Cannes2020(칸2020)’이라는 문구와 함께 칸의 상징인 종려나무 잎사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공식 초청작 56편은 올 하반기 베니스 영화제, 베를린 영화제, 부산국제영화제가 예정대로 개최된다면 이들 영화제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올해 칸 영화제에는 코로나19 사태에도 2067편이 출품됐다. 출품작이 2000편을 넘어선 것은 칸 영화제 사상 처음이다. 칸 영화제는 당초 지난달 12∼23일 열릴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시상식을 취소했다. 올해 심사위원장으로 위촉됐던 미국의 스파이크 리 감독은 내년 칸 영화제 심사위원장으로 다시 활동하게 된다.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테넷’은 위기에 빠진 극장을 구원할 수 있을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 극장이 침체를 겪는 가운데 ‘테넷’이 정상 개봉할 수 있을지, 개봉한다면 극장 부활의 불씨가 될지 영화 팬들의 관심이 뜨겁다. 올해 최고 기대작으로 꼽히는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신작 ‘테넷’이 지난달 말 두 번째 트레일러(예고편)를 공개했다. ‘테넷’은 놀런 감독의 전작 ‘덩케르크’처럼 아이맥스로 촬영한 국제 첩보 액션물이다. 제3차 세계대전을 막기 위한 첩보요원들의 고군분투를 담으면서도 놀런 감독의 주특기인 ‘비틀어진 시간’ 개념이 등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테넷’ 개봉을 기다리는 놀런 감독 팬들 사이에서는 영화를 이해하려면 ‘N(다회)차 관람’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존 데이비드 워싱턴, 로버트 패틴슨, 엘리자베스 데비키 등이 출연한다. 놀런 감독은 ‘1000만 영화’로 등극한 ‘인터스텔라’를 비롯해 ‘다크나이트’(2008년·417만 명) ‘인셉션’(2010년·594만 명) ‘덩케르크’(2017년·279만 명) 등으로 국내 흥행에 성공했다. 그는 ‘테넷’에 대해 “여러 국가에서 대규모 촬영을 진행했다. 그동안 제작한 작품 중 가장 야심 찬 영화”라고 언급해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테넷’은 개봉일을 당초 국내는 다음 달 16일, 해외는 17일로 정했다. 7월 말, 8월 초 한국 영화 성수기 직전이다. 코로나19로 관객이 평년 대비 80% 이상 급감한 상황에서 ‘테넷’이 관객몰이에 들어가면 비슷한 시기 잇달아 개봉이 예정된 대작 한국 영화 ‘반도’ ‘영웅’ ‘모가디슈’ 등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미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문제는 코로나19 상황이 다시 악화돼 개봉이 미뤄지는 경우다. 미국 대부분 극장이 영업을 재개하지 못한 상황에서 다른 영화에 끼치는 영향력이 큰 ‘테넷’의 개봉이 지연된다면 오히려 극장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최근 할리우드 영화 관련 매체들은 전 세계 극장의 80% 이상이 정상화하지 않는 한 홍보 효과와 제작비 회수 가능성 등을 고려해 ‘테넷’ 개봉이 예정대로 이뤄지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모든 것이 불투명한 시기, 영화 ‘침입자’가 제법 규모가 있는 한국 상업영화 중에서는 처음 스크린으로 향한다. ‘침입자’는 3월 개봉을 준비하다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코로나19 확산에 두 차례나 개봉이 연기됐지만 4일을 개봉일로 확정했다. 감독은 손원평(41). 감정 표현 불능증을 앓고 있는 소년의 성장기를 그린 소설 ‘아몬드’의 그 베스트셀러 작가다. 손 감독은 ‘아몬드’로 2016년 창비청소년문학상을 받으며 소설가로 이름을 알렸다. ‘아몬드’는 올해 일본 서점대상 번역소설 부문에서 아시아 소설로는 처음 수상했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그는 2001년 씨네21에서 영화평론상을 수상하며 평론가로 등단했고, 한국영화아카데미 영화과에서 연출을 전공하며 여러 단편영화의 각본을 쓰고 연출했다. 그의 아버지는 손학규 전 바른미래당 대표, 언니는 손원정 연극 평론가 겸 연출가다. ‘침입자’는 그의 첫 장편영화다. 장르를 넘나드는 ‘이야기’를 향한 열정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서울 종로구에서 지난달 29일 만난 손 감독은 손사래를 치며 오히려 ‘한 줄도 더 써지지 않던 시기’에 대해 털어놨다. “소설을 신춘문예에 계속 응모했고 영화도 잘 안되던 시기가 길었어요. 시나리오도 한 줄도 쓰지 못한 때가 있었지요. 당시에는 작품을 통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몰랐던 것 같아요.” 2013년 출산을 계기로 수많은 질문이 그를 찾아왔다. 아이를 낳고 절박한 마음에 쉬지 않고 습작을 했다. 다가오는 모든 의문을 글로 풀었다. 동화도 쓰고 시나리오도 쓰고 소설도 썼다. ‘아몬드’와 ‘침입자’ 모두 이 무렵 태동한 이야기다. ‘침입자’는 서진(김무열)이 사는 집에 25년 전 실종된 동생 유진(송지효)이 갑자기 나타나면서 익숙한 가족과 집이 한순간 낯설게 변하는 상황을 스릴러로 풀어냈다. 가족과 집에 대한 통념을 비틀었다는 점에서 소설 ‘아몬드’와 비슷한 면이 있다. 글 쓰는 사람답게 서사를 장악하며 이야기를 풀어가면서도 그는 “글 쓰는 일이 너무나 지난하고 힘들다. 5분에 한 번씩 딴짓을 한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첫사랑을 기다리는 순간처럼, 어떤 이야기를 쓸지 구상하는 그 순간을 좋아해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완성하며 마침표를 찍는 순간이오. 처음과 맨 끝을 경험하는 것, 그게 글을 쓰는 원동력이 아닐까 싶어요.” 소설과 시나리오를 쓰는 일이 철저히 혼자 해내야 하는 일이라면 영화를 만드는 일은 그 정반대에 있다. 가끔은 영화라는 장르가 내뿜는 에너지가 버거워 영화 ‘인터스텔라’에서처럼 시간의 반대편으로 돌아가 ‘절대로 영화를 해서는 안 돼!’라고 스스로에게 외치고 싶어진다고 한다. “영화는 같이 해서 든든해요. 한데 다른 취향과 세계관을 지닌 여러 사람이 한자리에 모여서 만들어내잖아요. 그 과정에서 오는 에너지와 스트레스가 보통 일이 아니에요. 그래도 봉준호 감독님 말씀처럼 ‘영화를 그만둘 수 없는 병’에 걸렸나 봐요. 징글맞으면서도 재미있고, 서로 의견 충돌이 벌어질 때 다시금 되돌아보는, 관둘 수 없는 매력이 있어요.” 이 ‘장르 여행자’의 차기작은 소설이다. 격월간지 악스트에 연재했던 ‘일종의 연애소설’을 모아 낼 예정이다. 소설가, 영화감독, 평론가 중 어떤 이름을 가장 아끼는지 묻는 우문에 그의 답은 이랬다. “‘나에게서 좋은 이야기가 나올 수 있을까’ 스스로 물으면 부정의 답만 들려오는 것 같아요. 어떤 이름을 앞세우기보다는 영화든 소설이든 사람들의 마음에 가닿고 싶어요.”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국민 육아 멘토 오은영 박사와 베테랑 엄마 배우 신애라. 아이를 키우면서 크고 작은 문제에 부딪혀본 부모라면 누구나 한 번쯤 직접 만나 속을 터놓고 이야기를 나누고픈 조합이다. 채널A 신규 예능 프로그램 ‘요즘 육아―금쪽같은 내 새끼’(이하 ‘금쪽’)는 오 박사의 노하우에 신애라 등 출연자들의 경험이 녹아든 진심 어린 조언이 만나 육아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5월 29일 첫 방송부터 화제가 되고 있다. ‘금쪽’은 의뢰인의 고민을 해결해주는 육아 솔루션 프로그램으로 매주 금요일 오후 8시 반에 방송된다. 지난달 30일 서울 마포구 DDMC 스튜디오에서 ‘금쪽’ 멤버 신애라(51) 장영란(42) 홍현희(38)와 오은영 박사(54)를 만났다. 이들은 첫 방송에 쏟아진 시청자들의 관심에 뿌듯해하면서도 어떻게 하면 더 도움이 될 육아 솔루션을 나눌 수 있을지에 대해 이야기꽃을 피웠다. 1회 방송에서는 평소 귀엽고 사랑스럽지만 조금만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이 생기면 살기 가득한 눈빛을 쏘는 9세 남자아이 민호의 이야기가 나왔다. “‘금쪽’은 우리 주변의 평범한 아이들과 부모들이 나오는 프로그램이에요. 세상에 완벽한 부모는 없어요. 아이들은 자라면서 이런저런 문제를 일으키기 마련이고요. 가족 사이에서 벌어지는 문제를 편하게 얘기해 작은 변화라도 일으키는 게 저희의 몫이에요.”(오 박사) “아이의 내면, 외로움과 상실감을 들여다보는 게 다른 프로그램들과 가장 다른 면이에요. 프로그램에 나오는 아이들의 모습이 남의 집 얘기만은 아닐 거라고 생각해요.”(신애라) 쌍둥이 딸을 키우는 정형돈(42), 두 아이의 엄마 장영란이 각각 엄마, 아빠, 아이의 입장에서 풀어놓는 경험담도 또 다른 재미다. 아이들과 부대끼며 경험한 ‘진짜 육아’가 녹아 있기 때문이다. 장영란은 “갓난아기를 키울 때는 육체적으로 힘들더니 이제는 음식 1000가지를 만드는 것보다 즐겁게 공부시키는 게 더 힘들다. 엄마가 되고 나니 출연자들 사례만 봐도 눈물이 난다. 정형돈 씨도 함께 운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홍현희가 “남편 제이슨 씨와도 육아의 방향에 대해 얘기를 많이 나눴다. 아이와 수평적인 관계를 유지하면서 아이의 인격을 존중해주는 부모가 되자는 다짐도 했다”고 거들자 다른 출연자들이 응수했다. “아휴, 키워 봐!” 신애라에게는 7년 만의 방송 복귀작이기도 하다.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때부터 오 박사님 방송도 찾아보고 책도 찾아보며 저의 육아 스승님이라 생각했어요. 함께 방송을 하신다니 당연히 출연해야 한다고 생각했죠.” 삼남매를 키우며 23년간 시행착오를 겪은 베테랑 엄마로서 후배 부모들에게 건네는 조언을 부탁했다. “첫째는 공감이에요. 공감은 상대방의 감정을 차분하게 해주는 치료법이라고 생각해요. 두 번째는 일관성이고요. 참는 건 결국 내가 병들거나 상대를 병들게 해요. 겪어 보니 훈육이라는 게 꼭 화를 내거나 매를 드는 게 아니더라고요. 제대로 훈육을 하면 부모도 덜 힘들고 아이들도 제대로 배울 수 있지 않을까요.”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