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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2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차 회의 시정연설에서 한미 정상을 동시에 겨눈 메시지를 대거 쏟아냈다. 미국엔 3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 의향을 비치면서도 하노이 2차 정상회담에서 보인 태도는 곤란하다고 경고했고, 문재인 대통령에겐 북-미 사이에 중재자 역할을 그만두라고 했다. 대화는 계속하되 그 내용과 시점은 김 위원장 자신이 결정하겠다는 것으로, 대화 재개의 문턱을 한층 높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번처럼 좋은 기회 얻긴 분명 힘들 것” 김 위원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의 좋은 관계를 재차 확인하면서 “3차 북-미 정상회담을 한 번 더 해볼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그 대신 정상회담 재개 조건들을 구체적으로 내걸었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더 이상 제재 해제 요구에 목매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북한은 하노이 회담에서 민생 관련 유엔 대북제재 결의안 5개를 해제해 달라고 요구했다가 거절당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의 약점은 제재’라는 프레임이 실패했다는 것을 일부러 보여주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김 위원장은 10일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자력갱생만 25차례 언급한 바 있다. 미국을 겨냥해선 “지난번(하노이)처럼 좋은 기회를 다시 얻기는 분명 힘들 것”이라는 의미심장한 발언도 남겼다. 하노이 정상회담 테이블에서 직접 영변 핵시설 폐기를 약속했던 제안을 뛰어넘는 획기적인 비핵화 조치는 기대하지 말라는 신호로도 읽힌다. 이는 김 위원장의 ‘입’으로 부상한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 앞서 기자회견에서 밝힌 내용으로 미뤄 짐작할 수 있다. 최 부상은 지난달 1일 하노이 결렬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아직까지 (영변) 핵 시설 전체를 폐기 대상으로 내놔본 역사가 없다. 영변 핵 폐기를 해도 유엔 제재 해제는 안 된다고 하니 이 계산법이 어디에 기초한 것인지 혼돈이 온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올해 말까지는 인내심을 갖고 미국의 용단을 기다려 볼 것”이라며 대화 시한도 내걸었다. 연말까지 대화 창구는 열어뒀지만 미국이 북한을 설득할 새로운 계산법을 가져오지 않는다면 진전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문 대통령 겨냥 “중재자 말고 당사자 역할 하라” 이런 가운데 김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를 향해선 “남조선 당국은 오지랖 넓은 중재자 촉진자 행세를 할 것이 아니라 당사자가 돼라”고 말했다. 아울러 “진실로 북남(남북) 관계 개선과 평화와 통일의 길로 나아갈 의향이라면 우리의 입장과 의지에 공감하고 보조를 맞춰야 한다”고도 했다. 사실상 북한과의 입장 통일을 주문한 한미 ‘갈라치기’ 전략이다. 남북 선언을 이행하라고 수차례 강조한 것도 결국 ‘굿 이너프 딜’ 같은 중재안을 들고 북-미 사이를 오가는 문 대통령에게 날린 경고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미국은 남조선당국에 ‘속도 조절’을 노골적으로 강박하고 있으며 북남 합의 이행을 대북제재 압박정책에 복종시키려고 책동한다”면서 “(한국은) 그 어떤 난관과 장애가 가로놓여도 민족의 총의가 집약된 북남 선언들을 변함없이 고수하고 철저히 이행해 나가려는 입장과 자세부터 바로 가지라”고 했다. 이번 시정연설로 한미를 동시에 공략한 김 위원장은 14일 ‘전체 조선인민의 최고대표자’라는 새로운 칭호를 얻고 명실상부한 국가수반이 됐음을 알렸다. 조선중앙방송은 이날 김일성광장에서 13일 개최된 ‘국무위원장 재추대 경축 중앙군중대회’ 소식을 전하며 “김정은 동지께서 전체 조선인민의 최고대표자이며 공화국의 최고 영도자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위원장으로 높이 추대되신 대정치사변을 맞이하여”라고 언급했다.신나리 journari@donga.com·이지훈 기자}

북한 자강도 만포와 중국 지린성 지안(集安) 간 국경을 연결하는 다리가 8일 새로 개통됐다. 2016년 사실상 완공했지만 북한의 잇따른 도발과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강화 분위기 속에 미뤄오던 개통식을 3년 만에 열고 북-중이 본격적으로 인적, 물적 교류를 시작한 것이다. 북-중은 이날부터 정식 통관을 시작했다. 오전 8시 이후 지안∼만포 다리를 통해 관광버스가 중국으로 넘어간 뒤 북한 땅에서 복귀하기도 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통신은 8일(현지 시간) “제재로 위축된 상황에서도 북-중 간 경제협력 강화를 열망한다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압록강 중부에 위치한 지안은 랴오닝성 단둥(丹東), 지린성 훈춘(琿春) 등과 더불어 북-중 교역의 대표적 거점 접경지역으로 꼽힌다. 지난해 12월 중국은 세관과 시장의 기능을 겸하는 국경통로구역인 지안 도로통상구를 국가급으로 승격했고, 지난달 말에는 통상구 및 다리 개통을 앞두고 북한 관계자들과 최종 점검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다리 연결로 북한은 접경지역을 통해 경제 활로를 모색할 수 있는 신규 루트를 확보하게 됐다. 그러나 북-중 간 새로운 밀수 경로가 추가된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앞서 5일 일부 화교 보따리 상인들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품목을 북한으로 밀반입하는 밀수행위에 적극 가담하고 있다고 전하면서 “한 번에 20만 위안어치 제재 품목을 들고 들어간다”고 보도했다. 이 보따리상들은 부부간 또는 부자간처럼 상호 신뢰가 높은 이들이 팀을 이뤄 민생용품이 아닌 “자동차 부품, 양수용 펌프, 디젤 발전기 등 북한의 기관 사업소나 고위 간부들 또는 ‘돈주’(신흥 자본가)들에게 필요한 물품을 전달한다”고 RFA는 전했다. 미국의 대북제재 완화에 선을 긋고 있는 가운데 북-중이 국경 연결 다리 개통식을 연 것도 주목할 만하다. 하노이 합의 결렬 후 부쩍 ‘자력갱생’을 강조하고 있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북-중 접경지역 밀무역이나 지역 간 교류를 통해 적극적으로 경제 숨통을 찾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유네스코가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의 세계기록유산 등재 연기와 관련해 1년 넘게 한국과의 대화를 피하고 있는 일본에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하는 메시지를 보낼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이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관련해 한국에 대해 외교적 협의 요청으로 공세를 펼치고 있지만 정작 일본도 특정 이슈에 대해 한국의 대화 요청에 응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8일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지난달 하순 유네스코 고위 관계자는 정부 당국자와의 만남에서 “한국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한다. 오드레 아줄레 사무총장 명의로 일본 측에 조속히 대응할 것을 요구하는 메시지를 전달하겠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을 비롯한 중국, 필리핀, 네덜란드 등 8개국 14개 단체는 위안부 피해자의 아픔과 일제 잔악상을 상세히 기록한 2744개 사건이 담긴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을 공동으로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신청했지만 2017년 10월 유네스코는 등재 보류 권고 결정을 내렸다. 일본 우익단체에서 신청한 ‘위안부와 일본군 군율에 관한 기록’과 역사인식이 상충한다며 당사자 간 대화로 해결하라는 이유에서다. 당시 우리 정부는 일본에 대화를 요청했지만 1년 반이 넘은 지금까지 일본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대화가 이뤄지지 않자 유네스코에서 지난해 5월 문서 전문가인 앤시아 셀레스 박사를 대화 중재자로 임명했지만 일본은 여전히 반응이 없는 상황이다. 이와 함께 유네스코는 2015년 7월 군함도 등 일본 근대산업시설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이후 후속 조치를 충실히 이행하라고 일본을 압박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은 후속 조치로 산업시설의 한국인 강제 동원과 강제 노동 사실을 알리는 정보센터를 건립하기로 했는데, 2017년 11월 세계유산위원회에 낸 ‘보전상황 보고서’에서는 약속했던 정보센터를 추모시설이 아닌 싱크탱크로 설치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됐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하노이 노딜’ 이후 42일 만에 남북미 정상이 다시 움직인다. 특히 한미 정상회담과 북한 최고인민회의가 동시에 열리는 11일은 올해 남은 기간 비핵화 협상 국면의 흐름을 결정지을 ‘빅 데이’가 될 것으로 보인다. 베트남 하노이에서 성과 없이 헤어졌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각각 어떤 반응을 내놓는지가 핵심이다. 청와대는 11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재개 등 우리 정부의 독자적인 남북 경제협력 복안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협조를 이끌어낼 계획이다.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 방미에 앞서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과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잇달아 백악관으로 보내 사전 조율 작업을 맡겼다. 두 사람은 백악관 인사들에게 “남북 경협이 북한을 비핵화 협상 테이블에 복귀시키고,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를 이끌어낼 지렛대가 될 수 있다”며 정상회담에서 이 문제를 논의하자고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노이 담판이 무산된 뒤 ‘굿 이너프 딜(good enough deal·북-미가 합의할 충분한 수준의 합의), ‘조기 수확(early harvest)’ 등의 새로운 전략을 꺼내든 청와대는 이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 의사만 확인해도 이번 회담이 성공적이라고 보고 있다. 완전한 비핵화 조치와 제재 완화를 주고받는 ‘빅 딜’이 북한의 반대로 여전히 어려운 상황에서, 백악관과의 공조로 멈춰 있는 비핵화 시계를 일단 움직이겠다는 복안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워싱턴의 생각이 청와대와 비슷한지는 알기 어렵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5일(현지 시간) CBS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과 미 정부의 정책은 명확하다. 제재는 최종 목표가 달성될 때까지 해제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러면 (남북 경협을 바라는) 한국 정부에 ‘노(no)’라고 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한국의 카운터파트와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제재 이행을 위해 긴밀히 협력해왔고, 이에 감사한다”며 명확한 답변을 피했다. 그 대신 폼페이오 장관은 11일을 “중요한 날”이라고 부르며 백악관의 시선은 평양을 향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날 평양에서는 북한 최고인민회의 제14기 1차 회의가 열린다.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의 지도자가 무슨 말을 하는지 예의주시할 것”이라며 “김 위원장이 ‘북한이 해야 할 옳은 일은 미국과 함께 비핵화에 나서는 것’이라고 말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먼저 비핵화의 의지를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는 의미다. 이는 김 위원장이 비핵화 메시지 대신 자력갱생, 독자노선 등의 방침만 강조한다면 미국은 일부 제재 완화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뜻을 담고 있다. 이에 따라 다시 시작된 정상 간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비핵화 정체 국면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시작된 비핵화 논의는 정상 간 결단에 따른 ‘톱다운’ 방식으로 펼쳐졌다”며 “대화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가 여전한 만큼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가시적인 성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빅 데이’가 끝나더라도 남북 정상회담의 필요성이 더 커질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북-미가 탐색전을 이어갈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과의 협상 내용을 가지고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만날 가능성이 있다는 것. 한 외교 소식통은 “한미 정상회담 이후 ‘원 포인트’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한상준 alwaysj@donga.com·신나리 기자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지금까지 이런 외교부를 본 적이 없다.” “임계점을 넘었다. 강경화 장관이 책임을 져야 하는 것 아니겠느냐.” 외교부가 잇따른 외교 결례에 이어 4일 구겨진 태극기를 놓고 스페인과의 외교 행사를 치른 게 드러나면서 외교가는 물론 정부여당 내에서도 이 같은 지적이 나왔다. 한두 번도 아니고 국가 의전의 최고 전문가 집단이어야 할 외교부가 아마추어 수준의 결례를 반복하면서 조직 기강이 무너질 대로 무너졌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문제가 된 4일 행사는 한국과 스페인의 첫 전략대화. 내년 수교 70주년을 앞두고 한-스페인 정책협의회를 격상하기로 합의한 지 3년 만에 열린 뜻깊은 자리였다. 통상 양국 국기를 배경으로 고위급대화 전 수석대표가 악수를 나누며 기념사진을 촬영하지만 태극기가 구겨진 만큼 조현 외교부 1차관과 페르난도 발렌수엘라 스페인 외교차관은 외교부 마크를 중심에 두고 악수를 나눌 수밖에 없었다. 외교부의 어처구니없는 실책은 최근 들어 주기적으로 반복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문재인 대통령의 체코 방문 때는 외교부가 영문 트위터 계정에 체코를 26년 전 국가명인 체코슬로바키아로 표기했다가 뒤늦게 지웠다. 2017년 8월 한-파나마 외교장관 회담에선 파나마 국기를 거꾸로 걸어 상대국이 직접 고쳐 다는 일도 벌어졌다. 외교부 안팎에선 무엇보다 강 장관의 아마추어리즘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많이 나온다. 글자 하나하나에 뜻과 파장이 전혀 달라지는 고도의 외교 업무를 수행하면서 대충 지나가는 일이 강 장관 취임 후 자주 목격된다는 게 정부 안팎의 공통적인 지적이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전임자들이 지나치게 일에 몰두해 직원들의 원망을 샀다면 강 장관은 ‘워라밸’ 시대에 맞는 장관이라는 평가가 있다. 외교는 밤낮 없는 전쟁인데 아쉬운 면이 있다”고 했다. 실제로 윤병세 전 장관 시절에는 주요 간부들이 한밤에 모여 토론하는 심야 끝장회의가 자주 열렸다. 하지만 강 장관 임명 후 이런 문화는 갑자기 사라졌고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문서 작성이나 외교 행사 준비에 기울이는 집중력이 이전 같지 않다는 말이 많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이전에는 주요 이슈가 있을 때 당국자들이 크로스 체킹을 하다 보니 최소한 대형 실수는 막을 수 있었다. 지금은 확실히 업무 강도가 줄었지만 가끔 나조차도 ‘이래도 되는 걸까’ 하고 넘어가는 일들이 잦아졌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북핵 이슈가 외교안보의 최우선 사안이 되면서 핵심 북핵 어젠다는 대부분 청와대 국가안보실이 틀어쥐고 있어 자연스레 외교부의 업무 집중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다른 관계자는 “외교부가 북핵과 관련해 별로 정보가 없다. 청와대 안보실이나 국가정보원에서 북핵 관련 핵심 정보를 주지 않으면 별로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여기에 이전 정부에서 잘나가던 핵심 외교관들을 대거 적폐 인사로 분류해 보직에서 제외한 것도 외교부 조직이 갑작스레 ‘당나라 조직’으로 전락한 요인 중 하나로 보는 시각도 있다. 전직 외교관은 “전문가들을 대거 내쫓은 상태에서 무슨 외교가 제대로 되겠느냐. 구겨진 태극기 같은 사고는 조만간 다른 형태로 또 터질 것”이라고 지적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더 강력한 제재와 압박만으로 북한이 갑자기 모든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게 할 수 있다고 믿는 건 환상(illusion)”이라고 말했다. 11일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우리 북핵 협상 수석대표가 미국의 최대 대북협상 레버리지인 제재에 대해 비핵화 협상의 근본 처방이 아니라고 강조하면서 미묘한 해석차가 감지된다. 이 본부장은 4일 서울 마포구 연세대 김대중도서관에서 열린 ‘문재인 정부와 한반도 평화 이니셔티브’ 국제학술회의 오찬사에서 “제재가 북한이 나쁜 결정을 내리는 것을 막는 수단이 될 순 있지만 제재가 우리의 (비핵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북한은 수십 년간의 제재와 압박에도 핵무기 위협을 키워 왔다”며 제재는 계속돼야 하지만 결코 북핵 협상의 기본 해결책이 아니라고 밝혔다. 이러한 발언은 이 본부장이 하노이 회담(북-미 회담) 결렬 이후 북-미 대화 재개를 어렵게 하는 요인들 중 ‘(비핵화) 대화는 쓸모없다’는 식의 회의론을 언급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앞서 이날 회의에 참석한 문정인 대통령통일외교안보특보도 “북한이 보이는 첫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에 미국 측은 상응 조치, 즉 (부분적) 제재 완화를 해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 특보는 이어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관광 재개 등 남북경협에 대한 제재를 풀어줄 여지가 있고, 문 대통령이 이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설득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날 회의에선 북-미 비핵화 대화를 촉진하기 위해 청와대가 지난달 처음 꺼냈던 ‘조기 수확(early harvest)’ 표현이 재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달 17일 트럼프 대통령의 빅딜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원하는 스몰딜도 아닌 중간 형태의 ‘굿 이너프 딜’을 제안하면서 의미 있는 진전을 위해선 완전한 비핵화 과정을 몇 단계로 쪼개 나눠 합의하고 일부 초기 단계의 성과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이도훈 본부장은 “(북-미 대화에 대한) 회의론에 반박하기 위해서라도 크든 작든 신속하고 성공적으로 성과를 내야 한다”며 “대화가 재개될 때 조기 수확을 얻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 외교 소식통은 “이날 회의 흐름으로 볼 때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비핵화의 조기 수확을 위해서라도 부분적으로 대북 제재 완화가 필요하다고 설득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한편 개성공단 기업인들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에게 특별호소문을 보내 “개성공단 폐쇄로 20만 명 이상의 남북 주민의 생계가 위태롭다”며 개성공단에 대한 제재를 풀어달라고 호소했다.신나리 journari@donga.com·한기재·이지훈 기자}
한국이 최근 5년간 미국에 지급한 주한미군 방위비분담금 중 954억여 원이 괌이나 일본 오키나와 미 군용기를 정비하는 데 쓰인 것으로 확인됐다. ‘유사시 한미 연합작전 계획에 증원되는 미군 장비들을 보수하는 데 쓸 수 있다’는 방위비분담금 이행약정의 조항 때문인데, 국민 혈세가 주한미군 외 다른 곳에 사용되지 않도록 조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민주평화당 천정배 의원이 국방부로부터 제출받은 ‘제9차 한미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역외군수지원 현황’에 따르면 9차 SMA 기간(2014∼2018년) 동안 비(非)주한미군 장비에 대한 정비 지원금액은 총 954억2000만 원이었다. 2014년 243억7000만 원을 시작으로 △2015년 185억4000만 원 △2016년 219억4000만 원 △2017년 189억1000만 원 △ 2018년 116억6000만 원이다. 이행약정은 매 방위비분담금 협상 타결 이후 국방부와 주한미군이 별도로 협의하는 분담금 집행 실무지침이다. 대한민국 영토와 영해 밖에 배치돼 있더라도 한미 간 구체적인 합의가 이뤄지면 한미 연합 작전계획을 우선적으로 지원하는 미국 소유의 항공기, 지상장비, 기타 장비의 보수 및 정비 업무에 지원할 수 있다는 이행약정 내 조항이 8차 방위비분담금 협정 이후 지속돼 왔다. 정부는 이번 10차 방위비분담금 협정 과정에서 이 약정을 두고 문제를 제기했다. 국방부는 이러한 의견을 수렴해 10차 방위비분담금의 이행약정 협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북한 선박과 불법으로 유류 제품 환적 거래를 한 혐의로 억류된 한국 선박이 4320t의 경유를 북한에 건넨 것으로 확인됐다. 3일 해경 및 관계 부처에 따르면 북한 선박과 불법 환적한 것으로 확인된 한국 국적의 파이어니어호는 2017년 두 차례에 걸쳐 총 4320t의 경유를 북한 선박에 넘긴 혐의를 받고 있다. 파이어니어호를 주시하던 미국 정보당국은 지난해 9월 불법 환적 관련 첩보를 한국 정부에 전달했으며 이를 파악한 관계당국이 해당 선박에 대한 출항 보류 조치를 내린 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을 확인하고 억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경은 1월 남북교류협력법과 선박입출항법 위반 혐의로 파이어니어호의 선장과 관리업체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문제의 선박을 운영하는 한국 선사는 배를 실제로 운용한 것은 싱가포르 회사로 자신들은 불법 환적 자체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 소식통은 “본인 의도와 다르다고 해도 불이익을 볼 수 있다. 모른다고 해서 처벌되지 않는 것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유엔 안보리 제재를 위반한 혐의로 억류된 선박 4척 외에 불법 환적 혐의가 있어 한국에 발이 묶인 채 조사를 받는 배가 2척 더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항에서 올 2월부터 조사를 받고 있는 파나마 국적의 K호와 북한 흥남항에서 출발해 2월 1일 석탄을 싣고 왔다가 포항항에서 조사를 받고 있는 토고 국적의 D호다. 아울러 지난달 미 재무부 등이 북한과 불법 환적을 한 것으로 추정되는 ‘의심 리스트’에 올렸던 한국 선박 ‘루니스호’의 구체적인 활동 내역도 공개됐다. 자유한국당 유기준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루니스호는 2017년 1월부터 올해 2월까지 총 27차례에 걸쳐 16만5400t의 정유 제품을 반출했다. 이 배는 미국이 북한의 불법 환적 ‘단골 장소’로 지목한 동중국해 일대에서 주로 활동했다. 정보 소식통에 따르면 루니스호는 3일 여수항으로 입항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세청은 특이사항을 발견하지 못해 별도의 조치를 내리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한기재 record@donga.com·신나리 기자}

“뼈를 취하려면 살을 내줄 각오로 만나야 한다.” 한미 정상회담을 열흘 정도 앞둔 가운데 외교가에선 미국이 만만찮은 외교 청구서를 내밀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북-미 대화의 동력을 살리기 위해 나선 자리에서 미국이 정부의 대북협상안 중 일부를 수용하거나 검토하는 대가로 ‘플러스알파(+α)’를 요구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청와대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한미동맹 강화, 완전한 비핵화를 통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공조 방안을 주로 논의할 것”이라고 했지만 다양한 변수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이뤄져야 한다는 주문도 적지 않다. 미 국무부가 1일(현지 시간) 발표한 지난달 29일 워싱턴 한미 외교장관 회담 보도자료 마지막 문구는 그런 맥락에서 주목할 만하다. “(한미) 양측은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한국의 신남방정책, 그리고 한미일 3각 공조에 걸쳐진 양측의 협력 의지를 표명했다”는 대목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지난해 5월 취임한 이후 펴낸 국무부의 한미 외교장관 회담 자료에서 한미일 3각 공조만을 언급한 건 두 차례(지난해 10월 17일, 올해 2월 14일) 있지만 미국의 대(對)아시아 전략인 ‘인도태평양 전략’을 함께 묶어 협력을 언급한 건 처음이다. 청와대는 인도태평양 전략과 협력 여지를 남겨 두면서도 아직 적극 동참에는 거리를 두고 있다. 인도태평양 전략이 단순한 역내 협력 방안을 넘어 중국의 세력 확장을 견제하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안보전략이기 때문이다. 2017년 11월 한미 정상회담 후 트럼프 대통령이 공동언론 발표문에서 “한미 동맹이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 안정과 번영을 위한 핵심 축임을 강조했다”고 밝혔지만 청와대는 “인도태평양 전략에 우리가 동의했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부인한 바 있다. 미국이 인도태평양 전략과 더불어 껄끄러운 한일 관계를 알고도 한미일 3각 공조를 강조한 것은 비핵화 프로세스는 물론이고 동북아시아에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라도 한일 관계 회복이 절실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한 외교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일 관계를 풀기 위해 구체적으로 무엇을 할 것이냐’고 대놓고 물어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신나리 journari@donga.com·한기재·문병기 기자}
지난해 10월 대법원이 일본 기업들에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배상하라고 판결한 후 5개월이 흘렀지만 정부는 여전히 뾰족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판결 직후 이낙연 국무총리 산하에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지만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하며 한일 관계는 과거사와 다른 문제를 분리하는 투 트랙 기조를 유지한다” “관계 부처 협의와 민간 전문가들의 의견 수렴을 통해 해결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라는 입장을 몇 달째 반복 중이다. 일본은 올해 1월 8일 한일청구권협정상의 외교적 협의를 처음 요구한 데 이어, 그 다음 달에도 재차 요청했다. 지난달 14일 서울에서 열린 한일국장급협의에선 상황이 악화되지 않도록 외교적으로 잘 관리하자는 다짐 외에는 이렇다 할 접점을 찾지 못했다. 강제징용 배상 문제를 풀기 위해 한국 정부와 일본 기업, 한국 기업이 참여하는 피해자 지원 기금 설립에 대한 아이디어도 총리실 TF 민간 위원들 사이에서 제시됐지만 구체화되지 못했다. 1월 26일 김의겸 당시 청와대 대변인은 “정부와 양국 기업이 참여하는 기금이란 발상 자체가 비상식적”이라고 일축했고 외교부 역시 “한일 외교 당국 간 소통이 계속되고 있으나, 기금 설치와 관련한 의견 교환은 전혀 없었다”고 밝힌 바 있다. 한 일본 소식통은 “정부가 어떻게라도 입장을 표명해야 일본으로서도 다음 단계로 넘어가 대응을 할 텐데 무시당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으니 반발을 멈출 수가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11월 여성가족부가 일본군 위안부 합의 결과물인 화해·치유재단에 대해 해산 결정을 내렸지만 피해자들에게 지급되지 못한 일본 정부의 재단 출연금 57억여 원을 어떻게 해결할지도 난제다. 외교 당국자는 지난달 국장급협의에서 위안부 피해지원금 반환에 대해 “구체적인 논의는 없었다”고만 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전두환 정부가 1987년 11월 29일 발생한 대한항공(KAL) 858기 폭파 사건을 대선에 정략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KAL기 폭파범 김현희를 대선 전 국내로 데려오려고 노력한 정황이 30여 년 전 외교문서를 통해 재확인됐다.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의 후폭풍을 우려해 정부가 북한과 ‘고위급 교신’을 주고받은 뒤 이를 공개하려 한 사실도 드러났다. 외교부가 31일 공개한 1988년 외교문서에 따르면 KAL기 폭파 사건 직후 김현희가 붙잡혀 있던 바레인에 특사로 파견된 박수길 외교부 차관보는 바레인 측과의 면담 뒤 “늦어도 1987년 12월 15일까지 김현희가 한국에 도착하기 위해서는 12일까지는 바레인 측으로부터 인도 통보를 받아야 한다”고 정부에 보고했다. 그해 대선이 12월 16일이었다. 박 차관보는 같은 해 12월 10일 “마유미(김현희의 일본 이름)의 인도에 관한 미국의 입장이 민감(delicate)한 것으로 생각된다”며 “마유미의 인도가 선거 이후로 되도록 미국(입김)이 바레인 측에 작용했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마유미의 인도 문제와 관련하여 미국 측에 너무 소상한 정보를 주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보고했다. 전두환 정부가 북한과 주고받은 1987년 2월 정치·군사 고위급 회담 개최에 관련한 회신의 발표 시점을 박종철 49재(3월 3일)로 늦춘 정황도 포착됐다. 88 서울 올림픽 관련 각종 외교비사도 있었다. 후안 안토니오 사마란치 당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소련 등 사회주의 국가의 참가를 위해 88 올림픽의 남북 분산 개최를 북한에 제안하기도 했다. “북한이 경기를 반반 나누어 개최하자고 한다든가, 육상 같은 주요 경기를 주면 하겠다는 식으로 나오면 곤란하다”는 한국 측의 우려에 사마란치 위원장은 “양궁 같은 작은 경기가 그것(분산 개최 종목)이고 모든 주요 경기와 개·폐막식은 서울에서 열릴 것”이라고 안심시키기도 했다. 1988년 2월 일본 주간 산케이가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성 성인용 삽화를 게재해 발칵 뒤집혔던 사실도 새로 알려졌다. 반나체의 김현희와 이를 희롱하는 전 전 대통령의 그림이 실리자 당시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가 산케이 서울지국의 즉각 폐쇄 등을 검토하고 취재비자 발행 일체를 중지하는 등 강력한 조치에 들어갔던 것이다.신나리 journari@donga.com·한기재 기자}
제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건넨 ‘빅딜 문서’의 구체적인 내용을 로이터통신이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일부 공개했다. 빅딜 문서에는 미국이 정의하는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에 필요한 요소들이 핵무기 미국 이전, 핵시설 및 화학·생물전 프로그램 해체 등 광범위한 비핵화 조치 요구라는 내용이 들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로이터가 입수한 ‘빅딜 문서’ 영문본에 따르면 미국은 “북한의 핵 인프라, 화학·생물전 프로그램과 관련 이중용도 능력(군사적 목적으로 사용 가능한 능력), 탄도미사일 및 발사 장치, 관련 시설 등을 완전히 해체하라”고 북한에 요구했다. 이 외 문서에는 △핵무기와 핵분열 물질을 미국에 이전하고 △핵 프로그램 포괄적 신고 및 미국과 국제 사찰단의 완전한 접근을 허용하는 한편 △핵 관련 활동 및 새 시설물 건축을 중단하고 △핵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모든 과학자 및 기술자가 상업 활동으로 전환하도록 하는 요구사항이 담겼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글본과 영문본으로 된 이 문서를 2월 28일 김 위원장에게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는 “이 문서는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오랫동안 주장해 온 ‘리비아 모델(선비핵화, 후보상)’을 대변하는 것처럼 보인다”며 “이는 김 위원장에게 모욕적이고 도발적인 것으로 보였을 것”이라고 전했다. 제니 타운 스팀슨센터 연구원은 “이러한 요구는 (북한이) 몇 번이고 거절했던 것”이라며 “계속 거론하는 것은 (북한에) 모욕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 정부도 ‘빅딜 문서’ 내용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음을 시사했다. 11일 한-미 정상회담 의제를 조율하기 위해 지난달 30일 덜레스공항에 도착한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은 “디브리핑을 받고 있었다”고 답했다. 속속 공개되는 하노이 회담 전말은 미국이 북측에 요구한 비핵화 문턱이 상당히 높아졌음을 알리는 효과가 있다. 특히 핵물질 핵무기 이전 요구는 볼턴 보좌관이 지난해 5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는 핵무기를 폐기해 미국 테네시주 오크리지로 가져가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힌 바 있어 협상의 원점으로 되돌아온 셈이라는 분석도 나온다.위은지 wizi@donga.com·신나리 기자}
중국 정부가 28일 “한국 측이 ‘일대일로(一帶一路) 건설에 적극 참여하기를 원한다’고 밝혔다”고 발표했다. 이에 한국 정부는 “그렇게 말한 적이 없다”고 밝혀 논란이 예상된다. 중국의 경제영토 확장 프로젝트인 일대일로는 미국이 강하게 견제하고 있는 미중 갈등의 핵심 요소다. 한국이 일대일로 참여를 선언하면 동맹국인 미국의 강한 반발이 예상되는 민감한 이슈다. 중국 외교부는 이낙연 총리와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가 27일 하이난(海南)에서 회담한 지 하루가 지나서야 뒤늦게 공개한 회담 결과를 통해 “(이 총리가) 한국은 일대일로 공동 건설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를 원한다. 중국과 각종 분야에서 협력을 심화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국 정부는 일대일로에 참여하겠다고 밝힌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한국 정부 관계자는 “이 총리는 일본과 중국이 (제3국 시장 진출에서) 협력하는 것처럼 한국도 협력하겠다는 취지로 말했으나 중국 측에서 자신들의 입장에 맞춰 ‘참여’로 적극 해석한 것 같다”며 “한국의 신(新)남방정책과 일대일로 구상 사이에서 접점을 찾는 게 한국의 기본 입장”이라고 말했다. 다만 국무조정실이 27일 공개했던 회담 결과에 “리 총리가 일대일로 구상에 대한 한국의 참여를 환영했다”는 대목이 포함된 것은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랴오닝(遼寧)성 정부가 단둥(丹東)을 관문 삼아 일대일로를 한반도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하는 등 중국은 적극적이다. 반면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는 27일 “한국 정부의 신남방정책은 (일대일로를 견제하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상당 부분 같은 목표를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 신나리 기자}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해외 순방 도중 인사말 착오 등으로 불거진 외교 결례 논란과 관련해 “외교부 수장으로서 부끄러움과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정작 청와대와 상대국 관료는 “문제없다”는 입장을 내놨는데 외교부 장관이 외교 실책을 인정한 셈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강 장관이 22일 외교부 간부회의에서 “외교 관련 사안은 형식이든 내용이든 외교부가 국가를 대표하는 기관으로서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진다는 무거운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고 26일 전했다. 외교 결례 논란은 문 대통령이 13일 말레이시아 국빈 방문 당시 마하티르 모하맛 총리와의 공동 회견에서 인도네시아 인사말인 “슬라맛 소르(selamat sore)”라고 인사하면서 불거졌다. 이후 청와대는 “말레이시아에서도 쓰이는 인사말”이라고 설명했다. AFP통신은 22일 말레이시아 총리실 관료를 인용해 “문 대통령이 인사를 건넸을 때 우리는 행복했고 재밌었다”고 전했다. 복수의 외교부 관계자들은 강 장관 발언에 대해 “내부 기강 확립 차원으로 이해했다”고 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미 청와대가 외교 결례 논란을 일단락 지었는데 강 장관이 다시 불을 지폈다”는 말도 나온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15일 평양 기자회견에서 군부와 군수업체들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비핵화 반대 의사를 표출했다고 한 발언이 재조명되고 있다. 최고지도자가 내부 반대 여론을 무릅쓰고 미국과의 협상에 나섰음을 강조한 말이지만 북한이 비핵화를 지연하거나 도발을 감행할 경우 그 명분을 쌓기 위한 작업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26일 공개된 최 부상의 당시 회견 발언문에 따르면 최 부상은 “사실 우리 인민들, 특히 군부와 군수공업 부문은 우리가 절대로 핵을 포기하면 안 된다면서 우리 국무위원장 동지께 수천 통의 청원 편지를 올리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 관계자는 “최고지도자에게 반대 의사를 밝혔다는 건 매우 이례적이고 드문 내용”이라고 말했다. 핵·미사일과 직접 연관된 군부와 군수업체들을 내세워 언급한 것을 ‘좋지 않은 조짐’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미국과의 협상이 결렬되고, 교착 국면이 길어지면 군부 등이 김 위원장에 대한 충성 경쟁의 일환으로 도발을 강하게 주장하거나 강행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2012년 2월 29일 북한이 미국과 핵실험 및 미사일 모라토리엄을 약속한 2·29합의에 서명을 한 지 2개월 만에 인공위성을 발사했던 전례도 있다. 앤드레이 에이브러해미언 미 스탠퍼드대 아시아태평양연구소 연구원은 ‘서바이벌’지 최근호에 게재한 ‘북한의 제한적 합리성(North Korea‘s Bounded Rationality)’이라는 논문에서 “북한 외교부는 미국과 성실하게 협상에 임했으나 호전적인 군부가 외교부를 손상시키기 위해 발사를 강행했다”고 분석했다. 최 부상의 회견 발언문을 살펴보면 북한의 아전인수식 상황 이해가 드러난다. 당시 외신 보도에는 언급되지 않았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스냅백(snapback·제재를 해제했다가 향후 도발 시 복원하는 것)’ 조항 제안 대목이 대표적이다. 마치 회담 초반부터 북-미가 대등하게 주고받은 것처럼 그려져 있지만, 실제는 북한이 막판까지 제재 완화에 매달렸다는 게 협상 사정을 잘 아는 인사들의 공통된 견해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겨냥해 ‘거짓말쟁이(liar)’라며 불편한 감정을 쏟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하노이 회담 후 남북미 간에 잇따라 터져 나오는 이상 기류는 합의 결렬 때문이라기보다는 정상회담 전부터 워싱턴이 남북에 대해 각각 가져온 불만과 불신이 누적됐다가 폭발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복수의 한미 소식통에 따르면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해 12월 조지 부시 전 미 대통령(아버지 부시) 장례식에 참석한 한국 정부 관계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비핵화 문제에 있어서 김정은 위원장은 ‘라이어’다. 도대체 믿지 못할 인물”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북-미는 2차 정상회담 재개를 놓고 물밑 대화를 이어가던 시점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어 “우리는 ‘보텀 업’(실무 합의 후 정상 간 결정)으로 하려고 해도 그(김 위원장)는 정상 간 톱다운 방식으로 만나서 쇼만 하려고 한다. 그게 비핵화 협의를 망치는 것”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당시 상황을 잘 아는 정부 관계자는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을 확인해줄 수는 없다”면서도 “미국에서 김정은에 대한 회의적 시선이 강하다는 건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닌 데다 개인적인 감정을 이야기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후 정부 관계자와의 접촉에서 정 실장을 언급하며 역시 ‘라이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실장이 지난해 방북한 뒤 김 위원장에게 비핵화 의지가 있다고 백악관에 전달했지만, 정작 북측이 비핵화 조치를 이행하지 않고 시간을 끄는 데 대해 ‘(정 실장의) 메시지가 잘못된 것 아니냐’고 불만을 터뜨린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해 12월 정부 관계자들과의 대화에서 한국 정부의 남북 경협 추진 등을 거론하며 “비핵화 진전이 없는데 한국이 너무 나간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여권 관계자는 “개인의 감정적인 언사로 한미 공조가 흔들리지는 않는다”며 “한미 정상 간 신뢰는 여전히 두텁다”고 말했다. 하지만 약속을 중시하는 미국 사회에서 ‘라이어’는 단순히 거짓말쟁이를 가리키는 단어가 아니라 상대방에 대한 욕설과 다름없는 표현이다. 이 때문에 외교가에선 하노이 회담 후 상황 악화를 막기 위해 우선 한미 간 이견부터 줄여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유한국당 소속 윤상현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은 “불신과 오해가 쌓이기 전에 문재인 대통령이 하루라도 빨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야 한다”고 촉구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폼페이오 장관과의 외교장관 회담을 추진하고 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하노이 결렬’이 28일로 한 달을 맞는 가운데 화려한 정상외교의 그늘에 가려진 남북미 간의 이견과 갈등이 고스란히 민낯을 드러내고 있다. 유례없는 ‘톱다운(top-down)’ 방식으로 진행되던 비핵화 협상이 하노이에서 궤도를 이탈하자 남북미 3각 구도의 실타래가 더욱 꼬여가는 형국이다.》 특히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회담 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지목해 ‘거짓말쟁이(liar)’라고 비판한 것이 알려지면서 정부가 비핵화 협상 촉진에 앞서 한미관계 봉합부터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남북에 불만 쏟아낸 트럼프의 북핵 키맨들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해 12월 초 김 위원장과 정 실장에 대해 잇따라 강한 불만을 토로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조지 부시(아버지 부시) 전 대통령의 장례식에 참석한 한국 정부 관계자에게 “비핵화 문제에 있어서 김 위원장은 ‘라이어’다. 도대체 믿지 못할 인물”이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초는 폼페이오 장관의 4차 방북 이후 북-미가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저울질하며 신경전을 벌이던 때다. 앞서 11월 초 미국 뉴욕에서 개최하려던 김영철 북한 통일전선부장과 폼페이오 장관 간의 북-미 고위급 회담이 무산된 지 한 달 정도 지난 뒤다. 대화의 불씨를 살려가던 시기에 나온 ‘라이어’ 발언은 네 차례나 평양을 다녀왔는데도 폼페이오 장관이 여전히 북한을 불신하고 있음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폼페이오의 핵심 측근인 앤드루 김 전 미 중앙정보국(CIA) 코리아미션센터장이 20일 비공개 강연에서 “비핵화에 대한 김 위원장의 입장이 일관되지 않은 것 같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북-미 대화를 이끈 트럼프 행정부 내 ‘키맨’들 사이에선 이미 지난해부터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에 대한 의심이 확산되고 있었다는 얘기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후 한국 정부 관계자와의 통화에선 지난해 9월 2차 대북특사로 방북해 북-미 대화 재개의 물꼬를 텄던 정 실장에 대해서도 ‘라이어’라는 표현으로 비판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 실장이 전달한 김 위원장의 ‘비핵화 메시지’가 사실과 다른 것 아니냐는 문제 제기로 풀이된다. 하노이 회담에서 ‘비핵화 개념 정의’를 요구하며 합의를 무산시킨 트럼프 행정부가 회담 전부터 북한은 물론이고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연대 보증’한 한국에 대해서도 불만을 갖고 책임을 물었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해 김 전 센터장은 20일 강연에서 청와대를 겨냥해 “비핵화 논의 과정에서 한국의 역할이 언론을 통해 부각되는 것과 관련해 미국이 청와대 측에 상당한 불신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한미 간 오해부터 정리해야 미국은 결국 믿을 건 북한도, 한국도 아닌 독자적 결단이라는 입장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추가 대북제재를 발표한 것도 그 연장선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북한까지 거센 비판을 쏟아내면서 ‘촉진자’를 자처한 한국의 설 자리는 더욱 좁아지고 있다. 북한의 대외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25일 “대북제재의 틀 내에서 북남협력사업을 추진하겠다는 남측 입장은 무책임한 처사”라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전문가들은 문재인 정부의 비핵화 외교 우선순위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비핵화에 대한 북-미 이견이 확인된 만큼 한미 간에 쌓인 불필요한 오해부터 정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은 “이 시점에선 비핵화 정의에 대해 확실히 하는 방향으로 한미 정상회담을 해야 한다”며 “북한에 특사를 보낸다면 (북한을) 설득하는 특사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우선 국립외교원 교수는 “한미 간 차이점을 분명히 인식한 상태에서 북한에 대한 공통적인 인식을 찾아내는 노력을 한 뒤 한미 정상이 이를 확인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조언했다.신나리 journari@donga.com·한기재 기자}

《 ‘김정은 집사’인 김창선 북한 국무위원회 부장(사진)이 24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했다. 앞서 19일 모스크바 도착 후 크렘린궁을 찾아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방러 일정을 조율한 것으로 전해진 데 이어 북-러 접경 주변에도 모습을 드러낸 것. 2012년 김 위원장 집권 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이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이르면 다음 달 전용열차를 이용해 러시아를 방문할 징후들이 잇따라 포착되고 있다. 김 위원장은 방러 전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15일 회견에서 언급한 북-미 관계 및 비핵화 관련 ‘입장 표명’을 할 것으로 보여 이달 말과 다음 달 초가 비핵화 협상의 중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24일 복수의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비핵화 입장을 표명한 뒤 러시아를 방문할 것으로 점쳐진다. 다음 달 11일 김정은 체제 2기 출범식 격인 최고인민회의 개최가 예고돼 있고, 15일은 김일성 생일(태양절)인 만큼 북한의 가시적인 비핵화 관련 움직임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장세호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원은 “북한 입장에서 러시아 방문은 중국 방문보다 난도가 더 높아 오늘 내일 갑자기 이뤄지긴 어렵다. 최고인민회의가 끝난 뒤 김 위원장의 북-미 프로세스에 대한 전망 및 발표가 나오고 방러가 유력하다”고 분석했다. ‘김정은의 집사’인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은 19일부터 모스크바에서 닷새간의 일정을 마치고 24일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소식통은 “김 위원장이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방러 때처럼 열차로 모스크바를 갈 수도 있고, 극동지방인 블라디보스토크 또는 이르쿠츠크에서 북-러 정상회담을 진행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김 위원장은 이번에도 열차 대장정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 매달 12일과 26일 두 번 운행되는 평양∼모스크바 국제 객차운행표에 따르면 편도 운행(1만308km)에 8일 15시간 정도 걸리는데, 왕복 약 2만 km는 지구 반 바퀴 거리와 맞먹는다. 김 위원장의 첫 러시아 방문은 미국 중국 등을 겨냥한 상징적인 행보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 재무부가 대북 추가 제재를 발표한 상황에서 중국과 함께 대표적인 대북제재 ‘구멍’으로 꼽히는 러시아와 손잡음으로써 ‘내겐 러시아라는 대화 상대도 있다’는 것을 공개 천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 19일 귀국했던 지재룡 주중 북한대사와 김성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 대사는 23일 중국 베이징(北京) 서우두(首都) 공항에 모습을 드러냈다. 두 사람은 비핵화 문제에 대한 김 위원장의 지시를 각각 중국, 미국 측에 전할 가능성이 있다. 이들과 함께 귀국했던 김형준 주러 북한대사는 이날 서우두 공항에 나타나지 않아 김 위원장의 방러 일정을 추가 협의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 한기재 기자}

강경화 외교부 장관(사진)이 21일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미국이 요구한 건 핵 폐기가 아니라 핵 동결”이라고 밝혀 또 다른 논란을 낳고 있다. ‘하노이 결렬’ 후 미국이 거듭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를 목표로 강조해온 상황에서 한미 엇박자 발언이 또 나온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강 장관은 이날 국회 남북경제협력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하노이 회담 때 미국은 핵무기를 포함한 생화학무기의 완전한 폐기를 내걸었는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거부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결렬된 것 아니냐”는 자유한국당 추경호 의원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이러자 같은 당 김성원 의원이 “미국이 요구한 것은 완전한 비핵화라고 알고 있는데 지금 장관이 핵 동결이라고 했다”고 다시 물었지만 강 장관은 “모든 핵·미사일과 대량살상무기(WMD) 프로그램 동결”이라고 했다. 이후 야당 의원들의 질문이 이어지자 강 장관은 “이번 미국 목표는 동결이었다는 뜻이며 (전체적인) 비핵화 개념에 관한 것은 아니다”라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면서 “북한과 미국, 한국의 비핵화 개념이 같다고 보느냐”는 질문엔 “같다”고 답하기도 했다. 미세먼지 발언도 구설수에 올랐다. 강 장관은 같은 회의에서 “중국에서 발생한 미세먼지가 우리에게 영향을 주고, 계절에 따라서는 우리 강토 내에서 발생하는 게 중국 쪽으로 날아가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외교부 관계자는 “북서풍이 많이 부는 겨울에도 (중국으로 향하는) 남동풍이 불곤 한다. (강 장관이) 미세먼지가 초국경적인 이슈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상식적인 수준의 일반론을 밝힌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어 “(미세먼지 통계를 보면) 중국에서 오는 것도 있지만 우리 쪽에서 간다는 발표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통계는 밝히지 못했다. 무엇보다 사실 여부를 떠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신경 써야 할 외교 수장이 너무 무신경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한 외교 소식통은 “미세먼지 외교전이 격화된 상황에서 중국에 빌미를 준 것 같다. 중국이 이 발언을 근거로 우리를 공격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신나리 journari@donga.com·강성휘 기자}
북한이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후 내부결속을 다지면서 ‘자력갱생’ 강조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현 상황을 ‘유례가 없는 시련’이라고 표현해 대북제재로 인해 심각한 경제난을 겪고 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노동신문은 21일 ‘우리의 전진은 줄기차고 억세다’는 글에서 “굶어 죽고 얼어 죽을지언정 버릴 수 없는 것이 민족자존”이라며 “자존은 어렵고 힘겨운 것이지만 국력을 장성 강화하는 보약과 같다”고 주장했다. 신문은 “그 어떤 시련이 휘몰아쳐 와도 끝까지 자기의 힘으로 밝은 앞길을 열어나간다는 것을 증명하여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신문은 북한 주민들이 겪고 있는 현재 경제상황을 ‘난관’ ‘시련’이라고 칭했다. “유례가 없는 시련 속에서…”라거나 “전후 잿더미도 헤치고 고난의 행군도 해봤지만 현세기의 10년대에 우리가 겪은 난관은 사실상 공화국의 역사에서 가장 엄혹한 시련이라고 말할 수 있다”는 대목들이 그렇다. ‘고난의 행군’이라 불리는 1990년대보다 국제사회의 제재가 본격화된 최근 10년이 가장 어려운 시기임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다. 그러나 신문은 지면의 상당부분을 할애해 강원도의 발전소를 비롯해 경공업전선과 농업전선, 금속공업이 활기를 띠고 있다고 주장하며 주민들의 자강과 자존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인민이라는 두 글자에 축적돼 있는 에네르기(에너지)는 이 세상 유일무이한 최고의 힘”이라고 했다. 신나리기자 journ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