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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에게서 온전한 소리가 나오기를 바란다는 것은 까마귀 입에서 꾀꼬리 소리가 나오기를 바라는 것과 마찬가지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20일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를 맹비난했다. 이 신문이 홍 대표를 비난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이날은 6면의 절반을 할애해 6500여 자를 썼다. ‘홍히에나(홍준표+하이에나)’ ‘홍갱이(홍준표+빨갱이)’ 등 북한 매체 특유의 자극적인 표현도 동원했다. 신문은 이날 ‘홍준표의 추악한 자화상―오명대사전’이라는 글에서 “남조선 각 계층은 역사적인 북남 수뇌 상봉과 판문점 선언을 시비질하며 푼수 없이 놀아대는 자유한국당 대표 홍준표의 대결 광란에 분노를 금치 못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직 대통령(노무현)을 ‘뇌물 먹고 자살한 사람’이라고 모독하는 등 걸레 같은 혓바닥이 너불거릴 때마다 사람들은 ‘버럭 준표’ ‘막말 준표’라고 침을 뱉고 있다”고 했다. 신문은 이어 “홍준표가 민족의 한결같은 지탄의 대상이 된 것이 인기를 올리는 기회나 되듯이 너스레를 떨고 있다”며 “검사 때부터 ‘홍키호테’라는 오명을 달고 다녔는데 (돈키호테 저자인) 세르반테스가 ‘돈키호테는 그처럼 도덕적으로 저렬한 히스테리, 불망나니가 아니다’라며 땅속에서 일어나 벌컥 성을 낼 것”이라고도 했다. 앞서 홍 대표는 최근 6·13지방선거 필승결의대회에서 “북한 노동신문에서 ‘홍준표는 역적패당의 수괴’라고 연일 욕질을 하고 있다. 다음 대통령은 김정은이가 될는지 모르겠다. 세상이 미쳐가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청와대 국가안보실 국방개혁비서관에 육군 소장인 김현종 제3보병사단장(53·육사 44기·사진)이 내정됐다. 김도균 육군 소장(53·육사 44기)이 이달 초 남북 군사회담과 대북정책을 총괄하는 국방부 대북정책관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국방개혁비서관 자리는 현재 공석이다. 17일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청와대는 현재 김 소장에 대한 인사검증을 진행 중이다. 이 소식통은 “야전 경험과 군 정책 분야 경험을 두루 아우른 만큼 무난히 검증을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전남 영광 출신으로 1988년 육사를 수석 졸업하고 소위로 임관했다. 육군본부 정책실장. 3군단 참모장 등을 지냈다. 국방부 정책실에서도 근무한 경력이 있다. 지난해 9월 단행된 장성 인사에서 소장으로 진급해 같은 달 3사단장에 취임했다. 앞서 청와대는 이달 초 국방부 대북정책관에서 물러난 박인호 공군 소장(54·공군사관학교 35기)을 국방개혁비서관에 임명하는 ‘맞바꾸기’ 인사를 고려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국방개혁이 문재인 정부 주요 과제이고 규모가 가장 큰 육군을 중심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육군 출신으로 선회한 것으로 전해졌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북한이 16일 ‘북침전쟁 소동’이자 ‘군사적 도발’이라며 맹비난한 한미 연합 공군훈련 ‘맥스선더(Max Thunder)’는 매년 양국 공군 전투기 등 항공기 100대 이상을 투입해 실시하는 대규모 공군훈련이다. 맥스선더는 매년 하반기에 실시되는 ‘비질런트 에이스(vigilant ACE)’와 함께 한반도 한미 연합 공군훈련의 양대 축이다. 올해 훈련은 11일 이미 시작됐으며 25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훈련엔 양국 전투기 등 항공기 100여 대가 참가했다. 100여 대 중 북한이 16일 남북 고위급회담 무기한 연기 통보를 하게 한 주원인으로 꼽히는 전력은 ‘세계 최강의 전투기’로 불리는 스텔스 전투기 F-22(랩터)와 B-52 전략폭격기다. 이번 훈련엔 2009년 이 훈련이 시작된 이래 최초로 스텔스 전투기가 참가했다. 특히 미 본토에서 날아온 F-22가 8대나 참가했다. 단일 훈련으로는 F-22가 가장 많이 한반도에 전개됐다. 당초 B-52 2대도 전개될 계획이었지만 북한이 훈련을 비난한 직후 취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정인 대통령외교안보특보는 이날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동북아평화경제협회 포럼에서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사령관을 만나 17일부터 전개될 B-52를 전개되지 않도록 조치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두 사람은 북한이 회담 연기를 통보한 직후인 이날 오전 긴급 회동을 했다. 그러나 국방부는 “이번 훈련에는 B-52가 참가할 계획 자체가 없었다. 송 장관이 취소시켰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라며 문 특보의 발언을 반박했다. 이날 국방부가 낸 공식 입장을 놓고도 지나치게 북한을 의식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국방부는 “맥스선더 훈련을 계획된 대로 진행할 것”이라면서도 “이 훈련은 조종사 기량 향상을 위한 훈련으로 작전계획 시행이나 공격 훈련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훈련 목적을 조종사 기량 향상으로 국한한 것. 그러나 군 당국이 지난해와 지지난해에 낸 맥스선더 훈련 개시 보도자료에는 훈련 성격을 “한반도 유사시 한미 공군의 연합작전 수행 능력을 향상시키고 전투 기량을 높이기 위한 실전적인 공중전투 훈련”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실전 상황을 가정해 전력 운용 계획을 적용해 훈련한다”고도 돼 있다. 군 당국은 매년 맥스선더 훈련 때마다 보도 자료를 내 훈련을 홍보해 왔다. 이번엔 보도 자료도 내지 않았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북-미가 비핵화 방법론을 두고 치열한 수싸움을 벌이는 가운데 미군이 북한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미니트맨3을 전격 시험 발사했다. 미 공군은 14일 새벽(현지 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반덴버그 기지에서 핵탄두가 제거된(un-armed) 미니트맨3 ICBM을 발사했다고 15일 밝혔다. 이 미사일은 약 6700km를 날아 목표 지점인 태평양 마셜 군도 콰절린 환초 주변 해역에 낙하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군은 시험 발사를 하자마자 발사 영상과 사진을 미군 국방영상정보배포시스템(DVIDS)을 통해 공개했다. 미니트맨3은 최대 사거리가 1만3000km로, 미국 어디에서 발사해도 북한 전역을 30분 내 타격할 수 있는 ICBM. 미국이 한국에 제공하고 있는 핵우산의 핵심 전력 중 하나다. 미국이 북-미 정상회담을 코앞에 둔 시점에 북한을 직접 타격할 수 있는 압도적인 핵 전략자산인 미니트맨3을 발사한 이유를 두고는 의견이 엇갈린다. 우선 정례적인 점검 차원인 만큼 큰 의미를 두기 어렵다는 분석이 있다. 미국은 미니트맨3 미사일이 워낙 오래된 만큼 관리 차원에서 분기별로 평균 1회씩 발사하며 정상 작동 여부를 점검하고 있다. 지난달에도 미니트맨3을 시험 발사했다. 미국은 유엔의 평창 겨울올림픽 휴전 결의에 따라 1분기(1∼3월) 시험 발사 계획을 지난달로 연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동북아연구실장은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군사훈련까지 축소하는 마당에 의도적으로 미니트맨3을 쏘며 북한을 자극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하지만 이런 설명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전략적 타이밍’을 치밀하게 택해 시험 발사를 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올해 첫 미니트맨3 시험 발사가 실시된 시점은 지난달 25일(현지 시간)로 남북 정상회담 직전이었다. 올해 두 번째 시험 발사 역시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북한의 모든 핵무기를 해체해 미국으로 가져와야 한다”고 언급한 직후 진행됐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선임분석관은 “우연히 시점이 겹쳤다고 하지만 전략적 발사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비핵화 방법론을 두고 북-미가 벌이는 기 싸움에서 대북 기선 제압을 하고 미국이 원하는 방식으로 비핵화에 나설 때까지 대북 군사적 압박을 멈추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북-미 정상의 한반도 비핵화 담판을 앞두고 미국 하원 군사위원회가 현재 2만8500명 수준인 주한미군을 의회 승인 없이 2만2000명 미만으로 줄일 수 없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킨 것으로 15일 확인됐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 이후 주한미군 감축 문제를 논의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상황에서 의회가 대(對)한반도 방위공약을 지키기 위해 견제에 나선 것이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7080억 달러(약 761조 원) 규모의 2019회계연도 국방수권법 수정안(H.R.5515)이 9일(현지 시간) 하원 군사위원회를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했다. 찬성은 60표, 반대 1표였다. 당초 원안에는 주한미군 2만2000명 하한선 조항이 없었으나 민주당의 루번 가예고 의원(애리조나)이 추가했다. 가예고 의원실은 “동맹국들에 대한 안보 유지 목적 외에도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과의 협상에서 주한미군 감축을 협상 카드로 이용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이 같은 조항을 추가하게 됐다”고 밝혔다. 하한선 설정 이유에 대해선 “현재 주한미군 규모는 2만3400명에서 2만8000명 사이를 오르내린다”며 “행정부에 충분한 재량권을 제공하기 위해 2만2000명을 최소 수준으로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측이 트럼프 행정부의 독단적 결정을 막기 위해 주한미군 하한선 조항을 국방수권법안에 포함시켰으나 공화당에서도 별다른 반대가 없어 하원 본회의에 이어 상원 통과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하원을 모두 통과해 법률로 확정되면 의회 승인 없이는 주한미군을 크게 감축할 수 없게 된다. 만약 주한미군을 2만2000명 미만으로 줄이려면 미국의 국가안보 이익에 부합하며 지역의 동맹 안보를 심각하게 저해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국방장관이 상·하원 군사위와 세출위에 증명해야 한다. 최근 문정인 대통령통일외교안보특보의 주한미군 관련 포린어페어스 기고와 뉴욕타임스의 ‘주한미군 감축 검토 지시설’이 잇따라 보도되면서 주한미군 감축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이번 국방수권법안은 영원히 효력을 발휘하는 것은 아니다. 이 법안은 미국 정부의 2019년 회계연도가 종료되는 내년 9월까지만 유효하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과의 협상 카드로 주한미군 철수나 감축을 검토하지 못하게 하는 안전장치 역할은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북-미 정상회담 이후 1년 3개월이 되는 내년 9월이면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정상국가화 이행에 대한 신뢰를 가늠할 수 있는 시기여서 해당 법안의 연장 여부를 다시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선 국방수권법 수정안이 오히려 향후 주한미군을 6500명가량 감축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대해 한국군 관계자는 “주한미군 규모는 현재도 일부 부대의 순환배치 과정에서 5000명가량의 편차가 수시로 발생한다”며 “미 하원이 주한미군을 현 수준에서 유지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적잖은 전문가들은 북-미 정상회담 이후 한반도 정전협정이 평화협정으로 바뀌고, 북-미 수교까지 이뤄질 경우 어떤 방식으로든 주한미군의 임무와 규모에 변화가 올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워싱턴=박정훈 특파원 sunshade@donga.com / 주성하·손효주 기자}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모든 핵무기를 제거하고 해체해 미 테네시주 오크리지(국립연구소)로 가져가겠다”며 북-미 간에 논의되고 있는 비핵화 시나리오의 일단을 드러냈다. 그는 “우리는 비핵화 절차가 완전하게 진행되는 것을 보길 원한다. 그것은 불가역적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서는 미국 본토로 핵을 옮겨서 폐기하는 게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는 것이다.○ 핵시설과 핵무기로 나눠 ‘투트랙 폐기’ 볼턴 보좌관은 13일(현지 시간) ABC방송에 출연해 트럼프 행정부의 북핵 비핵화 방법론을 구체적으로 처음 제시했다. 그동안 그는 ‘리비아식 모델 적용’ ‘선(先)핵폐기, 후(後)보상’ 등의 원론적 방법론을 제시했지만 구체적인 핵 폐기 장소 등을 언급한 적은 없다. 볼턴 보좌관은 ‘영구적이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PVID)’에 대해 “(핵무기를) 테네시주의 오크리지로 가져가는 것”이라고 못 박았다. 이어 “그것은 우라늄 농축과 플루토늄 재처리 능력을 제거하는 것, 탄도미사일 문제를 다루는 것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감안하면 북한의 플루토늄 재처리 시설과 우라늄 농축 시설 등 ‘핵 부동산’은 북한 현지에서 폭파 등을 통한 폐기 과정을 거치고, 완성된 핵물질이나 핵탄두 등 ‘핵 동산’은 미국에 들여와 확실하게 폐기하는 ‘투트랙 북핵 폐기’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구체적인 북핵 폐기 방법까지 공개하는 것은 9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대표로 한 ‘북핵 협상팀’이 평양을 방문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나 비핵화 방법과 보상을 놓고 꽤 의견을 좁혔기에 가능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최근 트럼프 행정부 인사들이 잇따라 비핵화 시 내어줄 경제 보상의 청사진을 보여주는 것도 결국 김정은에게 트럼프식 비핵화 이행 서류에 서명하라고 촉구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볼턴 보좌관은 북한의 ‘PVID’ 이행과 관련해 “보상 혜택이 흘러들어가기 전에 일어나야만 하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 북한, 미국에 핵무기 내어줄까 미국이 북한에 체제 보장과 경제제재 해제를 원하면 “핵무기를 넘기라”고 요구했지만 북한이 이를 그냥 받아들이기는 힘들다는 관측이 아직은 더 많다. 북한이 여섯 번의 실험을 거치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까지 거의 완성한 핵능력을 고스란히 포기할 만큼 아직 미국과 신뢰관계가 쌓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리비아나 카자흐스탄은 비핵화 선언 후 보유했던 핵을 오크리지로 옮겼지만, 구소련의 핵을 해체한 것은 미국이 아닌 러시아였다. 정부 소식통은 “북한은 미국이 자신들의 핵능력 관련 정보를 수집, 분석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중국, 러시아 등 우방국으로 핵무기를 이관하고, 해체 과정에 자신들이 참관하길 원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트럼프-김정은식 ‘비핵화 접근법’을 과거 잣대로 판단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게다가 북한은 하루빨리 제재에서 벗어나길 원하고, 미국은 일괄타결을 강조하며 양측이 ‘속도전’에는 일단 합의한 상황. 이에 평양에 있는 핵무기가 자체 비행이 아닌 미군 수송기에 실려 직선거리로 1만1136km 떨어진 오크리지에 도착하는 모습이 그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볼턴 보좌관은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역할을 할 것”이라면서도 “실제 핵무기 해체는 미국이 할 것이고 다른 나라들의 도움도 아마 받을 것”이라며 미국 주도의 속도감 있는 폐기 가능성을 비쳤다. 또 그가 “(핵과) 탄도미사일 의제를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았고, 생화학 무기도 살펴봐야 한다”며 ‘차등’을 둔 것도 우선 핵과 미사일 폐기에 집중해 속도를 내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IAEA나 제3국이 폐기를 주도하면 절차가 복잡하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면서 “미국은 핵을 가져와 직접 폐기하니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고, 북한은 ‘당신들이 다 가져갔으니 통 크게 보상하라’고 요구할 수 있어 ‘윈윈 그림’이 그려질 수도 있다”고 전했다. 황인찬 hic@donga.com·손효주 기자}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북한 핵무기를 옮길 지역으로 특정한 미국 테네시주 오크리지는 과거에도 여러 차례 핵물질 및 핵개발 장비 이관이 이뤄진 곳이다. 이른바 미국이 주도해 온 비핵화 프로세스의 ‘종착역’ 격이다. 미 국방부는 소련 해체 이후 카자흐스탄 내 우스티카메노고르스크 창고에 남은 고농축우라늄(HEU)을 1994년 초 수송기를 이용해 오크리지 국립연구소로 옮겼다. ‘사파이어 작전’이란 이름으로 미 중앙정보국(CIA) 국무부 에너지부 등 주요 부처가 모두 동원된 극비 작전이었다. 창고엔 HEU 600kg가량이 있었다. 1945년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폭탄(위력 15kt·1kt은 TNT 1000t의 위력) 10여 개를 만들 수 있는 양이다. Y-12(국가안보단지)로도 불리는 오크리지 국립연구소는 리비아 비핵화 과정에도 등장한다. 2004년 리비아가 비핵화를 선언한 뒤 핵무기 설계도, 원심분리기, 핵물질, 탄도미사일 핵심 부품 등이 모두 이곳으로 옮겨졌다. 그 규모는 25t에 달했다. 오크리지 국립연구소는 2005년 리비아에서 확보한 핵물질 ‘6불화우라늄(UF6)’을 분석해 UF6의 출처가 북한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결론내기도 했다. 오크리지는 2000년대 이후 비핵화의 상징으로 떠올랐지만 냉전 시절엔 핵무기 개발의 상징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을 끝내기 위해 1942년 시작된 미국의 핵폭탄 개발 계획인 ‘맨해튼 프로젝트’의 주무대 중 하나가 바로 오크리지였다. 오크리지 국립연구소는 이 프로젝트를 수행할 목적으로 1943년 설립됐다. 당시 핵무기 설계는 뉴멕시코주 사막에 위치한 로스앨러모스 연구소가, 플루토늄 등 핵물질 생산작업은 오크리지 국립연구소 및 워싱턴 핸퍼드 내 연구소 등에서 진행됐다. 이 프로젝트로 생산된 원자폭탄 ‘리틀보이’(위력 15kt)와 ‘팻맨’(20kt)은 1945년 각각 히로시마와 나가사키를 강타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12일 북한 외무성은 23∼25일 풍계리 핵실험장 내 모든 갱도를 폭파하겠다고 공언했다. 1차 핵실험을 진행한 1번 갱도와 2∼6차 핵실험이 진행된 2번 갱도는 물론이고 아직 한 번도 핵실험을 하지 않은 3, 4번 갱도까지 모두 폐기하겠다는 것. 핵실험장 경비 인원과 연구원 철수까지 언급하는 등 핵실험장 주변까지 모두 정리하겠다는 방침을 천명했다. 하지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과의 지난달 판문점 정상회담에서 언급했다는 전문가 참관은 일단 배제되는 것으로 보여, 핵실험장 폐기에 대한 실질적 검증보다는 ‘김정은식 이벤트 쇼’로 흐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갱도 안쪽 순차적 폭파할 듯 북한은 우선 “모든 갱도를 폭발 방법으로 붕락시키고 입구를 완전히 폐쇄한다”며 구체적인 핵실험장 폐기 방법을 밝혔다. 북한이 스스로 밝힌 내용으로 미뤄볼 때 북한은 아직 핵실험이 진행되지 않은 3, 4번 갱도의 경우 갱도 맨 안쪽부터 순차적으로 재래식 TNT 폭약 등을 이용해 폭파하는 방법을 쓸 가능성이 커 보인다. 폭파 작업을 위해 북한은 앞서 갱도 내 전선 등 핵실험에 필요한 각종 장비 철거 작업에 착수한 바 있다. 실제로 3, 4번 갱도는 아직 핵실험이 진행되지 않은 만큼 갱도 안쪽 기폭실에 핵물질이 없어 비교적 안정적인 폭파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풍계리 핵실험장 갱도는 그 길이가 최소 1km에서 최대 2km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갱도 안쪽부터 순차적으로 폭파한 뒤 갱도 입구에서 100m가량을 남겨두고는 자갈, 모래 등으로 메울 것으로 보인다. 이후엔 콘크리트 타설 작업을 통해 1차 봉인하는 것이 유력한 시나리오로 꼽힌다. 이 작업까지 마치고 나면 입구에 철근콘크리트 구조물을 만드는 식으로 ‘완전 봉인’을 선언할 것으로 예상된다. 콘크리트로 입구만 메울 경우 우회로를 뚫어 새 갱도를 언제든 만들 수 있다. 그런 만큼 갱도 맨 안쪽부터 붕괴시키는 방법으로 핵실험을 완전히 중지한다는 의지를 국제사회에 피력하려 할 것이라는 게 군 안팎의 분석이다. ○ ‘2번 갱도’ 폭파 시 방사성물질 유출 우려 문제는 2∼6차 핵실험이 진행된 2번 갱도 폐기 작업이다. 1번 갱도는 2006년 1차 핵실험 당시 붕괴돼 별도의 폭파 절차가 필요 없다. 하지만 2번 갱도는 직선 형태가 아니라 방사성물질 유출을 막기 위해 달팽이관 형태의 구불구불한 구조로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갱도 내에는 핵실험 충격을 흡수하고 방사성물질 유출을 최소화하기 위한 차단벽 및 차단문이 10곳 이상 설치돼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또 여러 차례 핵실험을 하기 위해 주갱도뿐만 아니라 가지갱도를 여러 개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폭파 작업이 간단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2번 갱도는 여러 차례 핵실험으로 기폭실 주변 차단벽이 붕괴되거나 심각하게 훼손됐을 수 있다”며 “섣불리 폭파했다가는 방사성물질 유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추가적인 유출이 없도록 차단벽을 보강한 뒤 콘크리트 타설 등으로 메우는 것이 안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소련이 수백 회에 걸쳐 핵실험을 진행했던 카자흐스탄 세미팔라틴스크 핵실험장도 1990년대 초반∼2000년 순차적으로 갱도를 폐기할 당시 콘크리트 타설을 통해 봉인하는 방식을 주로 쓴 것으로 알려져 있다. ○ 핵 전문가 없는 폐기 그러나 북한은 이번 현장을 기자단에만 공개하기로 했을 뿐 전문가 참관 여부를 밝히지 않아 검증 시작부터 비협조적인 것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북한 외무성은 12일 공보를 통해 “(풍계리) 북부핵시험장 폐기를 투명성 있게 보여주기 위하여 국내(북한) 언론기관은 물론이고 국제 기자단의 현지 취재활동을 허용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북한은 비핵화를 공신력 있게 검증할 수 있는 전문가 참여는 언급하지 않았다. 북한이 당초와 달리 전문가 참여를 배제한 것은 아직 미국으로부터 ‘문서화’된 비핵화 보상을 약속받지 않은 상태에서 핵실험장 상세 정보 유출을 꺼렸기 때문으로 보인다.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가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밝히는 이벤트가 아닌 북핵 능력 검증으로 흐를 가능성을 의식한 것이라는 것. 다만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전문가를 부르는 것은 또 여러 가지 복잡한 상황이나 절차가 있을 수 있다. 일이 복잡해지면 (공개) 시일이 더 늦춰지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북-미 회담 일정 등이 빠듯한 만큼 일단 5월 내 폐쇄라는 ‘약속 이행’에 집중했다는 것이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북한이 23∼25일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기하기로 하면서 동시에 김정은이 얼마만큼 비핵화 의지를 갖고 있는지에 대한 검증이 본격 시작됐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국제사찰단의 본격 검증 전에 핵실험장을 폭파해 폐기하는 게 자칫 그동안의 핵실험 관련 증거를 ‘인멸’해 북한에 면죄부를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 북한에 요구한 핵무기 해외 반출도 백악관이 정확한 숫자를 갖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실질적 비핵화를 검증하기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북한 외무성은 12일 공보를 통해 풍계리 실험장 폐기 일정을 공식화했다. 청와대가 남북 정상회담 이틀 뒤인 지난달 29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핵실험장 폐쇄 의사를 대신 전한 데 이어 본격적인 폐쇄 카운트다운에 들어간 것. 한미 당국은 이번 북한 결정에 즉각 환영 의사를 밝혔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근본적으로 풍계리 핵실험장 내 모든 갱도를 폐기하는 것이 과연 비핵화 검증의 최선책인지에 대해서도 전문가 의견이 엇갈린다. 아직 핵실험이 진행되지 않아 깨끗한 3, 4번 갱도를 폭파하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북한으로서는 ‘미래의 핵’을 포기하는 상징성을 얻을 수 있고 국제사회 또한 북한의 추가 핵실험 우려를 상당 부분 감소시킬 수 있다. 그러나 과거 핵실험이 있었던 갱도의 폭파는 전혀 다른 문제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특히 5차례나 핵실험이 진행된 2번 갱도는 사건 현장을 보존하기 위해 당분간 그대로 남겨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향후 국제사회의 핵사찰이 진행될 때 반드시 사찰을 진행해야 하는 핵실험장의 전면적인 폐기를 허용하는 건 증거 인멸을 방관하는 것이라는 주장까지 나온다. 물론 반론도 있다. 국제 전문가들이 폐기된 핵실험장에서 충분히 북한의 핵실험 내용과 핵능력을 파악할 만한 시료를 채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2번 갱도가 폭파되더라도 핵물질이 있던 갱도 내 기폭실 위치를 추정해 시추하면 유의미한 시료를 채취할 수 있다”며 “이미 일부 붕괴된 2번 갱도에 들어가 시료를 채취하는 것보다 일단 폭파한 뒤 채취하는 것이 안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백악관이 김정은에게 핵무기의 해외 반출을 요구했지만 김정은이 실제로 얼마만큼의 핵무기를 갖고 있는지는 정확한 통계 자료가 없다. 한 소식통은 “미 중앙정보국(CIA)도 이와 관련한 정확한 자료가 없다고 한다. 오랫동안 북-미, 남북이 단절돼 있어서 마땅히 믿을 만한 휴민트(인적 네트워크에 기반한 정보)가 부족하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추후 검증 과정에서 북-미가 서로 ‘핵 검증 대차대조표’를 맞추는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북한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 10일자 1면엔 북-미 간의 훈풍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한 달 전 ‘1차 회동’ 당시 잔뜩 경직된 채 기념사진을 찍었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이번엔 함께 너털웃음을 지으며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특히 북한은 폼페이오가 악수하면서 왼손으로 김정은의 어깨를 감싸는 사진을 1면 톱 사진으로 대문짝만 하게 실었다. ○ 김정은-폼페이오 기념사진 8장 공개한 북한 김정은은 9일 자신의 집무실이 있는 평양 노동당 본청에서 폼페이오와 90분간 회담했다. 노동신문은 1면에 회담 기사와 함께 무려 8장의 사진을 실으며 회담 분위기를 생생하게 전하는 데 집중했다. 정부 관계자는 “이 정도면 북한 내부에서도 북-미 정상회담은 더 이상 거스를 수 없는 사안이란 점을 인식시키려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을 통해 감지할 수 있는 키워드는 ‘화해와 감사’였다. 두 사람이 건물 내에서 정답게 회담을 하는 모습, 로비에서 웃으며 악수하는 모습 등이 담겼다. 조선중앙TV를 통해 공개된 영상에서는 김정은이 폼페이오를 맞으며 통역 없이 친근하게 얘기를 나누는 모습도 포착됐다. 특히 김정은의 발언이 압권이었다. 노동신문은 “(김정은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따뜻이 맞이하시며 얼마 전 국무장관으로 공식 취임한 데 대하여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말씀하시였다”고 전했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폼페이오는 김정은 참수작전을 실무 지휘하는 등 초강경 대북 압박의 선두에 섰던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 지금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대표적 대북 매파인 그에게 영전을 축하한 것이다. 김정은은 폼페이오가 전한 트럼프의 구두 메시지를 듣고 나서는 “대통령이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데 대하여 높이 평가하시고 사의를 표하시였다”며 “훌륭한 회담을 진행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조선중앙TV는 이 대목을 오후에 전하며 “구두 메시지를 전해 들으시고 대통령이 ‘새로운 대안’을 가지고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는 데 대해서와 조미(북-미) 수뇌 상봉에 대한 적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는 데 대하여 높이 평가하시고 사의를 표하시였다”며 ‘새로운 대안’을 추가했다. 트럼프가 이전에 없던 새로운 제안을 했고, 김정은은 이에 만족하고 억류자까지 최종적으로 풀어줬다는 것이다. 김정은은 만찬을 함께하지는 않았지만 폼페이오에게 벤츠 리무진을 내주고 청사를 떠날 때 주차장까지 나와 배웅했다.○ 김정은과 트럼프, 무엇에 합의했나 이 같은 보도사진과 기사 내용을 두고 북-미가 비핵화 방법론을 두고 벌여온 치열한 신경전이 어느 정도 해결 국면에 접어든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회담 장소와 시기에 대한 최종 합의를 넘어 두 정상이 만나 발표할 합의문에 대해서도 큰 틀의 합의가 이뤄졌을 것이라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미국이 ‘단계적 비핵화’를 일부 받아들이는 대신 그 단계를 일괄타결식 비핵화에 준하는 수준으로 최소화하는 등 북-미가 서로 주고받을 수 있는 선에서 한 발짝씩 물러났을 것”이라고 했다. 김성한 고려대 교수(전 외교통상부 차관)는 “미국이 향후 있을 한반도 평화협정 및 종전선언 논의에서 논의 주체를 남북미 3자가 아니라 북한 지원 세력인 중국도 동참하는 것으로 양보하는 방식으로 비핵화 이견을 좁혔을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김정은이 회담을 앞두고 본인을 띄운 대내 선전에 나섰다는 지적도 있다.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동북아연구실장은 “김정은이 세계 최고의 강대국인 미국까지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점을 최대한 부각시키며 내부 결속에 나선 것”이라고 해석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7, 8일 중국 다롄(大連)을 방문했을 때 이용한 전용기 ‘참매1호’ 측면에 이전엔 볼 수 없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장(國章)’이 새겨진 모습이 포착됐다. 노동신문은 9일 김 위원장의 방중 소식을 상세히 전하며 참매1호가 등장하는 사진 여러 장을 게재했다. 김정은이 국외 행사에 항공기를 처음 이용한 것을 대대적으로 홍보한 것. 핵심은 기체 출입문 왼편에 크게 박힌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장’이었다. 원래의 국장은 1948년 북한이 제정한 것으로 백두산과 수풍댐, 철탑, 벼 등 ‘사회주의 지상낙원’을 상징하는 상징물이 담겨 있다. 하지만 참매1호에 새겨진 국장은 좀 달랐다. 기존 국장 아래 국무위원장을 새겨 넣어 ‘국무위원장 전용 마크’로 새로 만든 것으로 보인다. 과거 같은 자리엔 인공기가 있었다. 북한이 국장을 새긴 것은 정상국가 행보의 연장선으로 보인다. 미국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 측면에도 미국 문장(紋章)을 변형한 대통령 문장이 그려져 있는 등 세계 각국 대통령 전용기에는 국장이나 문장이 새겨져 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이번 ‘공개’ 평양 방문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직접 만난 건 물론이고 억류됐던 미국인 3명과 함께 돌아오는 가시적인 성과까지 거두면서 북-미 정상회담이 다시 탄력받고 있다. 특히 폼페이오가 평양을 방문한 지 13시간 만에 귀국길에 오르면서 양측이 비핵화 등 주요 의제를 놓고 합의가 어느 정도 마무리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당초 폼페이오는 최소 1박 2일 일정을 예상하고 있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이번 성과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비핵화 방식을 두고 북한과 담판을 지을 만한 동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김정은이 ‘대화 모멘텀’을 유지하겠다는 확실한 ‘선물’을 트럼프 행정부에 안겨주면서 향후 북-미 간 막바지 세부 협상도 급물살을 탈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흥분된다. (회담) 시간, 장소 확정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현지 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김학송 씨 등 억류자 3명의 건강 상태는 양호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한 뒤 직접 공항에 마중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북-미 정상회담의 일시와 장소가 확정됐다”고도 했다. 사실 폼페이오 장관은 평양행 전용기를 타고 갈 때까지도 이들의 귀환을 100% 확신하지 못했다. 그는 동행한 기자들과 만나 “옳은 일(억류자 석방)을 할지에 대해 (북한에) 물어보겠다”며 “그렇게 한다면 위대한 제스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북-미 정상회담의 장소와 날짜도 마찬가지였다. 이에 대한 질문에는 “최고위급 차원에서 이 날짜, 이 장소로 하겠다는 약속은 돼 있다”고만 할 뿐 “확정짓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확답을 피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일정이 정해졌다’는 말을 여러 차례 했지만 공개하지 않아 의문이 확산됐다. 하지만 자신의 최측근인 폼페이오 장관이 김정은 위원장을 직접 만난 뒤 회담 일정이 정해졌다고 한 만큼 어떤 식으로든 회담 방식에 대한 합의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폼페이오 장관이 △억류자 석방 △회담 일시, 장소 확정 △김정은과의 담판이란 세 가지 ‘미션’을 모두 손에 쥐고 귀국하게 되면서 난기류를 타는 듯했던 회담 세부 논의까지 정상 궤도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트럼프가 공항에까지 마중 나간다는 건 북-미 정상회담이 이제 ‘리얼리티 쇼’가 아닌 ‘리얼 쇼’가 될 것이란 확신을 얻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장은 “북한이 이 정도까지 했다는 건 (북핵 사찰과 관련해) 북한이 신고한 시설뿐만 아니라 미국이 검증하고 싶은 곳까지 검증할 수 있도록 양보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진단했다. 북-미가 단순히 큰 틀에서 합의했을 뿐만 아니라 비핵화 절차는 물론이고 그에 대한 반대급부 제공 수준까지 논의를 진전시켰을 거란 얘기다. 폼페이오 장관은 평양행 전용기 안에서 “평양에서 진행될 이번 협상으로 북-미 정상 간 회담에서 논의될 의제를 확정하기 바란다”고 했다. 또 평양에 도착해선 김영철 북한 통일전선부장과 만난 자리에서 “여러분의 나라가 자국민이 받을 자격이 있는 모든 기회를 누리도록 함께 협력할 수 있길 희망한다”고 했다. 3월 말 1차 방북 목적이 김정은이 비핵화 의지를 갖고 있는지 확인하는 데 있었다면 이번엔 정상회담을 할 수 있을 만큼 분위기를 숙성시키겠다는 의지를 확실히 보인 셈이다. ○ 회담 전까지는 압박 끈 놓지 않을 듯 이와 함께 폼페이오 장관은 “(이전보다 이슈를 놓고) 더 파고 들어가서(nail down) 북-미 정상회담을 성공적으로 치를 수 있는 틀을 구축하길 희망한다”고도 했다. 특히 폼페이오는 이번 방북길에 미 국무부 내 핵협상 전문가 중 한 명으로 꼽히는 브라이언 훅 정책계획국장 등을 대동해 단순히 ‘면담’ 차원의 방문이 아님을 시사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북-미 간 안보관계에 있어 역사적, 장대한 변화를 불러올 기회를 제공할 조건들을 만들어내기 바란다. (이러한 조건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도 달성해줄 것”이라고 했다. 폼페이오가 이날 최근까지 사용하던 ‘영구적이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 폐기(PVID)’ 대신 CVID를 다시 언급한 것도 주목되는 대목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영구적인 핵 폐기’를 뜻하는 PVID가 아무래도 비핵화 수위와 기준을 높여 평양을 난처하게 만들고, 더 나아가 북-미 정상회담 시간과 장소를 결정짓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폼페이오의 방북은 북-미 회담의 촉매 역할을 한다고 봐야 한다. 어떤 식으로든 북-미 회담의 결실을 상당히 알차게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폼페이오는 김정은이 7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담에서 다시 한번 비핵화에 대한 ‘단계적 동시적 조치’를 요구한 것과 관련해 “우리는 (비핵화 논의를) 잘게 쪼개서 (문제를) 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최대한 시간을 끌어 협상 우위를 점하는 북한 특유의 ‘살라미 전술’에 말려들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셈이다. 신진우 niceshin@donga.com·손효주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남북 정상회담에서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쇄하는 모습을 공개하겠다고 약속한 가운데 이르면 다음 주에 공개 폐쇄 행사가 진행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소식통은 6일 “핵실험장 폐쇄 공개 날짜가 아직 정확히 정해지진 않았다”면서도 “북한이 10년 넘게 사용한 핵실험장을 정리하는 데 필요한 시간과 한미 참관단 구성에 걸리는 시간 등을 감안하면 물리적으로 이달 중순부터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남북 고위급 회담이 진행되면 곧바로 날짜가 택일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핵실험장 폐쇄가 22일로 정해진 한미 정상회담이나 아직 날짜가 공개되지 않은 북-미 정상회담 바로 직전에 ‘세리머니’ 형식으로 이뤄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극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최상의 타이밍을 택해 국제사회에 ‘비핵화 진정성’을 확인시키고, 최대한 많은 보상을 끌어내려 할 것이란 분석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5월 중 공개 폐쇄’를 언급한 만큼 북한도 손님맞이 준비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최근 핵실험장 갱도 내 전선 등 핵실험에 쓰는 각종 장비 철거 작업에 들어간 것도 공개 폐쇄를 위한 사전 조치로 풀이된다. 한미의 핵 전문가들이 핵실험장에서 북한의 실제 핵능력을 유추할 만한 각종 데이터를 획득할 수 없게끔 ‘증거 없애기’ 격 현장 청소에 돌입했다는 것이다. 6차 핵실험이 불과 지난해 9월 진행된 만큼 핵실험장 주변엔 방사성 핵종 등 북한의 핵능력을 보다 정확히 분석할 수 있게 하는 유의미한 정보들이 상당수 남아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 또한 국방부, 통일부 등 유관 부처 관계자와 한국원자력연구원 등 전문기관 관계자 등으로 구성된 전문가 집단 구성 관련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도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파견 근무를 했거나 공동 활동을 해본 경험이 있는 연구원이나 국방부 군비통제검증단 소속 직원 등이 참관단 1순위가 될 것으로 전해졌다. 10년 만에 이뤄지는 북한의 핵실험장 공개가 어떻게 이뤄질지도 관심사다. 함경북도 길주군에 위치한 풍계리 핵실험장 인근에는 외빈이 묵을 만한 숙박시설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앞서 북한이 2008년 공개한 평안북도 영변 핵시설은 평양과 가까워 IAEA 관계자와 기자단이 차로 1시간 안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한 대북 전문가는 “영변과 달리 풍계리는 오지”라며 “평양에서 헬기로 가거나 항공편으로 청진공항까지 간 뒤 육로로 이동할 것 같다”고 했다. 지난해 하반기에도 핵실험이 진행된 만큼 풍계리 일대가 방사능에 심각하게 오염됐을 가능성이 있고, 숙박시설도 여의치 않은 만큼 핵실험장 폐쇄를 최단 시간 내에 확인한 뒤 평양으로 돌아오는 ‘당일치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손효주 hjson@donga.com·황인찬 기자}

지난달 남북 정상이 판문점에서 합의한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만드는 방안을 놓고 관계부처 장관 4명이 이례적으로 한꺼번에 현장을 찾아 주민의견 청취에 나섰다. 또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경찰력을 동원해 제지하는 등 정부가 ‘판문점 선언’ 이행에 적극 나서고 있다. 선언문에 담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실행을 간접적으로 촉구하는 모양새다. 송영무 국방, 강경화 외교, 조명균 통일 등 외교안보부처 장관과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은 5일 서해 최북단인 연평도와 백령도를 찾았다. 어민들은 남북 간 군사적 충돌이나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에 대한 걱정 없이 서북도서 어민 및 이 일대 북한 어민만 조업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강경화 장관은 “(NLL에서의) 군사적 긴장을 해소해 남북이 자유롭게 어업 활동을 하게 되면 중국은 물론 제3국 선박이 안 올 것”이라고 말했다. 송영무 장관 역시 “NLL 문제는 남북 긴장만 해소되면 중국, 어로 등 문제가 자연스럽게 해결되리라 믿는다”고 답했다. 조명균 장관은 “NLL은 유지하는 게 기본 전제”라면서 “(남북) 공동어로든 평화수역이든 NLL을 바꾸는 것이 아니고, NLL은 완전히 남북관계가 달라지고 평화협정을 체결하면 모르겠지만 그 전에는 NLL을 손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건 1992년 남북 기본합의서에 있는 내용”이라며 “다시 논의하기 전까지는 NLL을 건드리지 않는다”고 재차 말했다. 조 장관의 발언은 그간 NLL을 인정하지 않은 북과 ‘NLL을 유지한 채로’ 충돌 방지 협상에 나선다는 것이어서 북한이 앞서 관련 입장 변화를 밝힌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확성기 방송 중단 합의도 빠르게 이행되고 있다. 군 당국은 군사분계선(MDL) 일대의 대북확성기 40여 대를 4일까지 모두 철거했고, 북은 이에 앞서 철거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전단 살포 중단은 남남 갈등 요소로 부각되고 있다. 탈북자 단체인 자유북한운동연합은 5일 경기 파주시 오두산 통일전망대 주차장에서 대북전단 살포를 시도했지만 전단 살포 반대 단체의 집회와 경찰의 제지에 막혀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그러나 전단 살포를 공권력으로 막는 건 표현의 자유 침해에 해당할 수 있다. 또 뚜렷한 법적 근거 없이 민간의 전단 살포를 정부가 막는다는 지적도 제기돼 향후 논란이 예상된다. 비무장지대(DMZ)를 평화지대로 만들어 나가는 등 군사 문제 실무 협의를 위해 이달 내 열기로 한 남북 장성급(소장급) 군사회담도 속도를 내고 있다. 우리 측은 당초 판문점 선언과 달리 국방장관 회담을 먼저 여는 방안도 염두에 뒀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현역 장성이 나서서 민감한 군사적 합의를 하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시각도 있었던 것. 이에 민간인 신분인 송 장관이 수석대표로 나가는 국방장관 회담을 먼저 진행해 군 최고 지휘자 간 화해 분위기를 먼저 조성해야 한다는 의견이 한때 힘을 얻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3일 열린 판문점 선언 이행추진위원회 첫 회의에서 “선언 내용을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애초대로 장성급 회담을 먼저 하는 것으로 최종 결론이 났다. 정부 소식통은 “회담의 급이 내부적으로 정리된 만큼 장성급 회담 개최에 속도가 날 것”이라고 말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북한이 핵시설에 대한 특별사찰을 포함한 미국의 비핵화 검증 강화 요구를 큰 틀에서 수용하기로 하면서 북-미 정상회담 준비가 속도를 내고 있다. 북한이 정상회담을 준비하기 위한 비공개 실무접촉 단계에서부터 핵시설과 핵무기 폐기에 대한 검증 강화를 수용하기로 한 것은 최대한 시간을 벌어 협상 우위를 점하는 북한 특유의 ‘살라미 전술’이 아니라 비핵화와 북-미 수교 등 체제 보장을 맞교환하는 일괄 타결을 위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미국에 사전 신뢰 조치로 내놓은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준비에 들어가는 등 비핵화 의지를 부각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특별사찰 카드로 ‘속전속결’ 압박하는 트럼프 3일 정보 당국에 따르면 지난달 초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 비핵화 절차를 신속하게 완료하기 위해서는 집중적인 핵 검증이 불가피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김정은은 폼페이오에게 신속한 비핵화와 이를 위한 검증 강화를 수용할 수 있다는 의사를 내비쳤다고 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에 대해 “열려 있고 훌륭하다”고 평가한 것은 이 회동 결과를 보고받은 뒤였다. 북-미 정상회담에서 논의될 비핵화 합의의 대원칙이 접점을 찾았지만 북-미 간 실무접촉이 본격화한 것은 지난달 27일 남북 정상회담 이후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보 당국자는 “미국에선 남북 정상회담에서 김정은이 비핵화에 대한 메시지를 낼 것으로 보고 일단 지켜보자고 판단한 것 같다”고 했다. 실제로 김정은은 남북 정상회담 당일 도보다리 대화 등을 통해 트럼프와의 회담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며 문재인 대통령에게 핵사찰·검증 수용 방침 등을 밝혔을 가능성이 높다. 문 대통령을 통해 트럼프에게 비핵화에 대한 진전된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것. 남북 정상회담에 참여한 정부 핵심 당국자는 “핵무기 없는 북한으로 가려면 사찰·검증 조치 없이는 상식적이라 할 수 없다. 김 위원장도 (이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미국은 북한에 특별사찰을 요구하며 속전속결식 비핵화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과거처럼 비핵화에 합의하고도 이행 과정에서 지연전술을 펴는 것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것. 특히 지하 핵시설만 1만 곳이 산재한 북한은 검증하기에 난관이 많은 만큼 트럼프 대통령은 특별사찰에 더해 향후 북한의 핵기술 인력 추적 관리 등 추가 요구까지 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 핵동결 부각하며 북-미 수교 보장받으려는 北 북한은 미국과의 비핵화 실무 조율과 동시에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를 대외에 공개하기 위한 사전작업에 본격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CBS방송은 2일(현지 시간) 미 정보기관의 말을 인용해 “북한이 핵실험장 갱도에서 전선(電線)을 철거하는 작업을 시작했다”며 “이는 핵실험장 갱도 폐쇄를 위한 첫 조치”라고 보도했다. 우리 군 당국도 3일 관련 보도에 대해 “풍계리 지역을 한미가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전선 철거 등 동향이 실제로 있음을 우회적으로 인정했다. 미국의 압박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핵실험장 폐쇄를 대대적으로 공개해 국제사회에서 비핵화 의지를 인정받으려는 전략인 것.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갱도 내 전선 철거는 핵실험 중단 의지를 보여주는 매우 의미 있는 조치”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이달 중 방북할 한미) 전문가들이 핵실험과 관련해 유의미한 정보를 획득하지 못하게 만드는 사전 증거인멸 작업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미국이 리비아식 모델을 고수하며 북한의 선(先) 핵 폐기를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북한이 북-미 정상회담에서 대북제재 완화와 북-미 수교에 대한 확답을 받아내려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미국은 워싱턴-평양에 연락사무소를 개설하는 등 북-미 관계 정상화를 위한 사전 조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진우 niceshin@donga.com·손효주 기자}
송영무 국방부 장관, 강경화 외교부 장관, 조명균 통일부 장관,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이 5일 백령도와 연평도 등 서북 도서 일대를 찾아 주민들과 간담회를 가질 계획이다. 지난달 27일 남북 정상이 판문점 선언을 통해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만들자는 합의의 후속 조치 중 하나다. 국방부는 3일 “판문점 선언의 후속조치와 함께 안전한 어로활동 보장을 위한 주민 의견을 수렴하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방문은 남북 화약고인 서해 NLL을 남북이 동일한 면적으로 나눠 평화수역으로 설정하는 게 가능한지를 현장을 방문해 제대로 보자는 취지인 것으로 알려졌다. 2007년 남북 정상회담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서해를 평화수역으로 만들고 남북 공동 어로 구역으로 설정하자고 합의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NLL을 어디로 설정할지를 두고 남북이 첨예한 대립을 벌인 끝에 평화수역 논의는 없던 것으로 결론 났다. 일부 어민들은 판문점 선언의 이행을 촉구하기 위해 최근 어선에 한반도기와 태극기를 달고 조업을 시작했다. 조윤길 옹진군수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우리 어장의 일부를 빼앗길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손효주 hjson@donga.com·황성호 기자}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이 주한미군의 철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는 일단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향후 비핵화 논의 과정에서 또 다른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게 미국의 핵우산(nuclear um-brella) 공약이다. 이는 유사시 미국이 핵 탑재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전략폭격기, 전략핵잠수함 등을 총동원해 한반도를 방어한다는 내용이다. 매년 서울과 워싱턴에서 번갈아 개최되는 한미 안보협의회(SCM) 공동 합의문에는 ‘핵우산 제공 조항’이 핵심 내용으로 명기돼 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한국을 재래식 또는 핵무기로 공격하면 수백 배의 ‘핵 보복’에 직면할 것이라는 대북 경고인 셈이다. 하지만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북-미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끝나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이 본격 논의되면 핵우산 공약의 적절성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북한이 2006년에 이어 또다시 한반도 영토와 영공, 영해의 핵무기 반입을 금지하는 ‘비핵지대화(nuclear free zone)’를 한반도 비핵화의 조건으로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미 전략무기의 한반도 전개를 막는 것으로 ‘핵우산 철폐’를 의미한다. 노무현 정부 때 통일부 장관을 지낸 이종석 전 장관은 3일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 주최로 국회에서 열린 외교안보포럼의 기조발제에서 “한반도 비핵지대화가 안보 개선에 도움이 되고 향후 한반도를 둘러싼 갈등이 실체화될 때에도 완화하는 데 상당한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북한의 비핵화 이후에 주한미군이 핵전략 자산을 갖지 않고, 한반도에 핵무기와 관련된 전략자산도 전개하지 않는 것이 전제되는 한반도 비핵지대화 비전을 정립해야 한다”고도 했다. 더 나아가 평화·화해 무드가 계속 고조되면 정부 내에서 ‘핵우산 무용론’이 제기될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당장 올해 10월 워싱턴에서 열리는 제50차 한미 SCM에서 공동 합의문 내 핵우산 제공의 명문화를 둘러싼 논란이 불거질 것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북한이 완전한 핵 포기를 약속하고, 한미 양국과 불가침을 합의하면 ‘대북 핵 보복’의 명분이 급격히 약화될 수 있다는 것. 2005년 한미 SCM 당시 노무현 정부는 공동 합의문에서 북한의 핵 포기를 유도하기 위해 핵우산 제공 조항의 삭제를 요청했고 미국이 이를 거부하기도 했다. 이에 군 고위 당국자는 “북한의 핵 폐기가 거의 완료되고, 남북 간 재래식 군축이 상당 수준 진전되기까지는 핵우산 공약을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경계의 목소리를 냈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손효주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세기의 ‘핵 담판’이 분단의 상징인 판문점에서 열릴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후보지로 판문점을 또다시 언급하며 “엄청난 기념행사가 될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한미 당국은 20일 전후 판문점에서 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것에 대비해 관련 준비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모하마두 부하리 나이지리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후 공동회견에서 ‘북-미 회담이 비무장지대(DMZ)에서 열리는 것이 가능하냐’는 질문에 “가능하다. 전적으로 가능하다. 우리는 평화의집, 자유의집에서 개최하는 가능성에 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과도 이야기했고 문 대통령을 통해 북한과도 연락했다”고 밝혔다. 판문점 회담과 관련해 한미는 물론이고 북-미 간에도 접촉했음을 공식 확인한 것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평화의집, 자유의집이 제3국보다 더 대표성을 띠고 중요하며 더 오래 기억될 장소가 아닐까”라며 판문점 회담 가능성을 처음 언급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내가 그곳(판문점)에서 하고 싶어 하는 이유가 있다. 일이 잘 해결되면 제3국이 아닌 그곳에서 하는 게 엄청난 기념행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싱가포르를 포함해 다른 장소도 보고 있다”며 여지를 남겼다. 청와대는 트럼프 대통령이 판문점 개최 가능성을 밝히자 반색하고 있다. 핵심 관계자는 1일 “분단을 녹여내고 새로운 평화의 이정표를 세우는 장소로 판문점이 상당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달 28일 한미 정상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자유의집과 평화의집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며 “통화 때 판문점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symbolic(상징적인)’이라는 단어를 썼다”고 전했다. CNN은 이날 한 소식통을 인용해 “문 대통령이 김정은에게 (판문점이 포함된) DMZ가 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최고의 장소라고 확신시켰다”고 보도했다. 이 소식통은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DMZ 북쪽을 방문하는 것은 역사적인 기회다. 문 대통령도 (북-미) 회담에 참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고 CNN은 밝혔다. 이는 판문점 남측 자유의집은 물론이고 북측 통일각이나 판문각에서도 회담이 열릴 수 있으며, 상황에 따라 남북미 3자 회담으로 확대될 가능성까지 내비친 것이다. 한편 문 대통령은 이날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과 전화를 하고 “김정은 위원장이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때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약속했다. 유엔이 폐쇄 현장을 함께 확인해 달라”고 요청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워싱턴=박정훈 특파원 / 손효주 기자}

1일 경기 파주 오두산 일대 민간인 통제구역. 해발 고도 100여 m 산 중턱에서 육군 9사단 교하중대 장병들이 30∼40kg 무게로 알려진 에메랄드색 스피커를 연신 들고 날랐다. 이번 대북 확성기 철거는 4·27 남북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판문점 선언’ 중 ‘확성기 철폐’를 이행하기 위한 조치다. 같은 날 북한도 최전방 지역에서 운용 중인 대남 확성기 철거 작업에 들어갔다. 오랜만에 비무장지대가 평온해진 것이다. ○ 해체 30분 만에 ‘반쪽 확성기’ 대북 확성기는 직사각형 소형 스피커 32개를 벽돌처럼 쌓아 만든 형태다. 하지만 금세 ‘반쪽 확성기’가 됐다. 이날 오후 가로 2.4m, 세로 1.5m 크기의 확성기는 전두의 스피커가 모두 없어졌다. 그 대신 남측으로 퍼지는 것을 최소화하고자 뒤에 병풍처럼 설치한 5m 높이 방음벽만 임진강과 북한 관산반도(황해북도 개풍군 일대)를 향해 우두커니 서 있었다. 이날 공개된 확성기는 신형 고정식으로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이 끊임없이 이어지던 2016년 10월 새로 설치됐다. 가청거리는 20km가 넘는다. 확성기가 설치된 지역과 임진강 너머 북한 관산반도의 거리는 1.5km가량이어서 북 주민도 청취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2일까지만 해도 하루 8시간가량 방송이 진행됐다. 이에 북측에서도 대남 확성기 방송으로 맞섰지만 방송장비가 열악해 가청거리는 3분의 1도 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압도적이었던 심리전 무기가 남북 화해 분위기에 ‘조기 퇴역’한 셈이다. 대북 확성기 철거 조치는 이날 오후 2시를 기해 서부전선에서 동부전선에 이르기까지 전 전선에 걸쳐 진행됐다. 군 관계자는 “고정식 확성기는 우선 9사단 지역 것부터 시작해 순차적으로 철거할 예정”이라며 “이동식 확성기는 그냥 이동시켜 보관하면 끝이어서 철거라고 할 것도 없다”고 전했다. 군은 고정식 30여 대, 이동식 10여 대 등 모두 40여 대의 확성기를 운영해왔다. 이 중 고정식은 스피커 해체 및 매설 선로 정리, 낙뢰 방지 시설 철거 등의 작업을 거쳐 30여 대를 ‘완전 철거’ 하는 데 10일이 채 걸리지 않을 것으로 파악된다. 군 관계자는 “북한은 우리보다 앞선 이날 오전부터 최전방 지역 확성기를 철거하기 시작했다”며 “방송 중단은 우리가 먼저 했지만 철거는 북한이 먼저 나섰다”고 말했다. ○ 14년 전에도 철거, 이번엔 ‘영구 철거’ 될까 대북 확성기는 2004년에도 2차 남북장성급군사회담에서 채택된 ‘6·4합의’ 중 ‘군사분계선 선전수단 제거’ 조항을 이행하는 차원에서 철거된 바 있다. 그러나 우리 군은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을 계기로 2015년 8월 확성기를 복구해 11년 만에 대북 확성기 방송을 전면 재개했다. 군 당국은 남북 간 8·25합의에 따라 같은 해 8월 25일 확성기 방송을 다시 중단했지만 확성기를 철거하지는 않았다. 이 때문에 북한이 4차 핵실험을 강행한 이틀 뒤인 2016년 1월 8일 대북 응징책의 하나로 확성기 방송을 신속하게 재개할 수 있었다. 이번 철거는 남북 정상회담 뒤 북-미 정상회담에 앞서 시행돼 의미가 크다. 일각에서는 항구적인 남북 확성기 철거가 이번에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통일부는 이날 대북전단 살포 중단에 대한 협조 요청을 공식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이와는 별개로 미국 공군의 F-22(랩터) 스텔스 전투기가 다음 주 시작하는 한미 연합 공중훈련(맥스선더·Max Thunder)에 참가하기 위해 한반도에 전개됐다. 1일 군 소식통에 따르면 11일부터 2주간 실시되는 맥스선더를 위해 주일미군 소속 F-22 전투기 8대가 최근 광주 공군기지에 도착했다. 이 전투기 8대가 동시에 배치된 것은 처음. 군 당국은 구체적인 전개 시기와 규모를 공개적으로 밝히지는 않았다. 최근 남북 화해 평화 분위기를 고려한 ‘로키(low key)’라는 관측이 나온다.파주=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내 책상 위에 핵단추 있다”고 위협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난 더 크고 강력한 단추가 있다”고 맞받아쳤을 때 국제사회의 우려는 절정에 달했다. ‘리틀 로켓맨(김정은)’과 ‘빅 로켓맨(트럼프)’의 유치한 말싸움이 자칫 핵전쟁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 그랬던 이들이 이달 안에 한 테이블에 마주 앉을 게 확실시되고 있다. 그동안 서로를 향해 쏟아냈던 날선 발언들은 이젠 회담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치열한 신경전으로 변했다. ‘세기의 핵 담판’을 앞둔, 아버지(72)와 막내아들(34)뻘 두 정상의 협상 스타일을 살펴본다. ○ ‘뼛속까지 협상가’ 트럼프 vs ‘예상보다 노련한’ 김정은 남북 정상회담을 지켜본 워싱턴 정가엔 김정은이 생각보다 만만찮은 상대라는 인식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아무데서나 담배를 물고, 부하에게 욕설을 내뱉을 줄로만 알았던 김정은이 준비된, 심지어 노련한 협상가의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 골초이면서도 흡연 욕구까지 자제하며 세련된 매너로 상대에게 어필하려 했다.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절대 권력자인 만큼 일반 국가에선 상상하기 어려운 파격과 순발력은 김정은의 강점이다. 남북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북측으로 군사분계선을 넘어가거나, 평양 표준시를 단박에 제자리로 되돌린 게 대표적이다. 한 대북 전문가는 “국내 언론 보도까지 꼼꼼히 챙기는 게 눈에 띄었다. 처음 만난 상대방에게 ‘나는 당신을 잘 알고 있다’는 메시지를 건네는 노련한 모습”이라고 전했다. 이동우 상계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지금 보니 김정은이 지난 2년간 미치광이처럼 행동한 건 지금 극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위한 전략인 것 같다”고 평가했다. 김정은의 상황 판단과 학습력이 예상보다 빠르다는 분석도 잇따르고 있다. 미 중앙정보국(CIA)의 대북정보분석관을 지낸 정박 미 브루킹스연구소 한국석좌는 최근 낸 ‘김정은의 교육’이란 보고서에서 “그는 공격적이기는 하나 무모하거나 ‘미친 사람’은 아니다. 미 정보 당국이 갖고 있던 김정은에 대한 편견을 급히 수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거래의 기술’ ‘승자의 생각법’ 등을 펴낸 트럼프는 지지 여부를 떠나 협상만큼은 전 세계 정상 중 최고 수준이다. 그의 특기는 정신 못 차릴 정도로 상대방을 뒤흔들며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것이다. 트럼프는 지난달 27일 남북 정상회담 후 “한국전쟁은 끝날 것”이라면서 문 대통령뿐만 아니라 김 위원장의 공로를 치켜세웠다. 그러면서 지난달 26∼28일(현지 시간) 사흘 연속 “(북-미 정상회담) 결과가 좋지 못하다면 회담장을 떠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트럼프는 아직 국제정치 무대 경험이 부족한 김정은에게도 협상에 들어서기 전까지 ‘냉온탕’을 번갈아가며 흔들어 놓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최근엔 ‘로켓맨’ 등 지난해 사용하던 과격한 표현을 자제하면서 ‘훌륭하다’는 말을 반복하는 만큼 회담이 시작되기도 전에 판을 깰 정도로 나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회담 초반이 ‘골든타임’ 될 듯 뉴욕타임스는 트럼프와 김정은 모두 ‘통념적인 생각’을 넘어서는 인물이라고 표현했다. 과정보다 결과, 형식보다 내용을 중시하는 실용주의자란 얘기다. 트럼프와 김정은이 처음 만나고 공통점이 거의 없지만 이런 기질 때문에 회담이 의외의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38세의 나이 차가 나지만 친근감이 형성되지 말란 법도 없다. 부동산 재벌가 아들(트럼프)과 현대판 세습 왕조의 아들(김정은)로 각각 아쉬울 것 없이 자란 ‘금수저’와 ‘핵수저’다. 이들은 또한 농구(김정은)와 골프(트럼프)를 좋아하는 스포츠 마니아이기도 하다. 안세영 성균관대 국제협상전공 특임교수는 “정상회담 때 트럼프 대통령은 ‘파이트백(fight-back)’ 전술로 김정은을 몰아치다 어느 순간 김정은을 치켜세우며 결정적인 과실을 따내려 할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강온 전략’ 수행 능력으로만 보면 역대 미 대통령 중 최고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그렇다고 김정은이 트럼프에게 주눅들 것으로 보는 시각도 별로 없다. 이동우 교수는 “지난 2년 동안 반전을 거듭한 김정은의 발언과 행동을 종합하면 냉혹한 정치인이자 심지어 안정적인 협상가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혈질인 두 사람의 기질로 봤을 때 전문가들은 초반 기싸움에서 협상의 결과가 좌우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반인은 따라하기도 힘든 각진 글씨체까지 닮은 두 정상의 스타일상 마주 앉은 후 첫 몇 시간이 ‘골든타임’이 될 수 있다는 것. 실제로 남북 정상회담도 오전 회담에서 대부분의 합의가 이뤄졌다. 트럼프가 김정은의 비핵화에 대한 ‘진심’을 초반에 확인한다면 삽시간에 세계를 놀라게 할 ‘슈퍼 빅딜’이 나오지 말란 법도 없다는 얘기다.신진우 niceshin@donga.com·손효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