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미국 공군의 B-1B 초음속 전략폭격기(2대)와 F-15C 전투기(6대) 등이 최근 북방한계선(NLL)을 넘어가 벌인 사상 초유의 독자 대북 무력시위를 둘러싸고 여전히 많은 궁금증이 꼬리를 물고 있다. 한미 간에 충분한 공조가 이뤄졌는지, 2시간 동안 작전 비행을 하면서 뭘 점검했는지, 북한은 왜 맞대응을 하지 않았는지 등이 대표적이다. 이를 질의응답 형식으로 알아본다. ① 북한 무대응 이유는? 세 가지 가능성으로 추정된다. 우선 대응하기에는 거리가 너무 멀다. B-1B 등이 무력시위를 벌인 공해상은 강원 원산 동쪽 약 350km 지점으로 북한 지대공미사일(SA-5)의 사거리(약 250km)를 한참 벗어난 구역이다. 또 작전 반경도 짧은 북한의 낡은 미그 전투기들이 출격해 세계 최강의 미 공군 전력과 ‘맞대응’ 하는 것은 자살행위와 같다. 그래서 SA-5 레이더(탐지거리 약 500km)로 B-1B 등의 비행경로를 주시하면서 일단 사태를 관망한 것으로 보인다. 실전을 방불케 하는 미국의 초고강도 군사행동에 바짝 긴장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군 관계자는 “미국의 군사옵션이 엄포가 아니라고 보고, 대응을 자제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유인작전’의 일환이라는 해석도 있다. 김정은의 호전성을 감안할 때 미 공군 전력이 더 접근하길 기다렸다가 SA-5나 탄도미사일을 쏴 무력 대응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김정은이 ‘사상 초유의 초강경 대응조치’를 언명한 만큼 시기를 보아 가며 기습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도 제기된다.② B-1B와 F-15C는 2시간 동안 뭘 했나? B-1B는 장거리 공대지미사일(AGM-158·사거리 370km) 24기 또는 합동정밀직격탄(GBU-31) 24기, 재래식 폭탄(Mk 84) 38발 등 총 61t의 무장(미사일·폭탄)을 장착할 수 있다. F-15C 전투기들도 단·중거리 공대공미사일(AIM-9X, AIM-120) 등을 탑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적 항공기와의 공중전 상황까지 염두에 둔 무장을 한 것이다. 이들 전력은 북한에 근접·이탈하는 비행 과정에서 평양 지휘부와 영변 핵시설, 미사일 이동식발사차량(TEL) 기지 등에 대한 모의타격 훈련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기체에 장착한 정밀유도무기에 입력된 표적 좌표 확인과 목표 지점 도착 후 표적 좌표 변경, 무장의 투하·발사 장소 확인 및 타격 소요 시간 계산 등 공습의 모든 절차가 포함됐을 것으로 보인다. 군 소식통은 “(출격과 무장 규모로 보면) 최소 50여 개 표적에 대한 동시 타격 절차 훈련이 ‘초 단위’로 이뤄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의 1호 명령’이 하달되지 못하도록 레이더와 방공망, 전력·통신체계를 일거에 무력화하는 전자기펄스(EMP)탄이나 흑연폭탄 등을 사용하는 시나리오를 점검했을 수도 있다.③ 무력시위 장소는 어떻게 정했나? B-1B 등은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의 최북단 공역(空域)까지 올라갔다. 한때 원산보다 더 북쪽으로 비행하기도 했다. 북한에 최대한 긴장과 압박을 주기 위한 비행 경로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 원산과 350km가량 거리를 둔 것은 북한의 요격망을 피하는 동시에 대북타격 능력을 과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B-1B에는 최대 370km 밖에서 몇 m 오차로 표적을 파괴하는 장거리 공대지미사일 24기가 탑재된다. ④ 몇 대나 투입됐나? 이번 대북 무력시위에는 공중조기경보기와 헬기 등 10여 대의 미 군용기가 참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괌 기지와 주일 미군 기지 소속 미 공군 전투기와 지원기 등 최소 30여 대가 후방지원 임무에 투입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1차 공습·타격 이후 2, 3차 타격 임무를 수행하거나 적의 반격에 대비한 후속 작전 전력이 대거 동원됐다는 것이다. 군 당국자는 “조종사의 구조 생환 임무를 담당하는 수송기와 장비, 병력도 포함된 것으로 안다”며 “실제 작전에 투입되는 ‘패키지 전력’이 그대로 참가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본보는 이번 무력시위를 주관한 미 태평양사령부(PACOM)에 구체적인 참가 전력 현황을 문의했지만 PACOM 측은 “B-1B 폭격기 2대, F-15C 6대”라고만 답변하고 구체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다.⑤ 미국의 다음 압박 카드는? 군 관계자는 “‘핵·미사일 단추’를 거머쥔 김정은과 전쟁 지휘부를 겨냥한 첨단 전력들이 대거 동원돼 충격과 공포를 주는 군사 압박 수위가 더 고조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다음 달 핵추진항공모함 로널드레이건함을 위시한 항모전단을 동해 NLL 인근까지 전개해 한국군과 연합훈련을 할 계획이다. 북한이 핵·미사일 도발로 대응하면 전략핵폭격기(B-52, B-2)와 전략핵잠수함(SSBN) 등도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손효주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을 완전히 멸망시킬 수 있다”고 경고한 지 나흘 만인 23일 한밤중에 미군 전략폭격기 B-1B(일명 ‘죽음의 백조’) 편대가 공개 작전 사상 최초로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공해상에서 대북 무력시위를 펼쳤다. 최근 한반도에 전개된 미군 전략폭격기 및 전투기 중 가장 최북단까지 치고 올라간 것으로, 어느 때보다 강경해진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응징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작전 직후 데이나 화이트 미 국방부 대변인은 성명을 내고 “미 공군 소속 B-1B가 F-15C 전투기 호위를 받으며 북한 동해상의 국제 공역을 비행했다”고 밝혔다. 그는 “21세기 들어 북한 해상을 비행한 미국 전투기나 폭격기 중 비무장지대(DMZ) 가장 북쪽으로 들어간 것”이라면서 “이번 임무는 북한의 무분별한(reckless) 행동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음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며 어떤 위협도 저지할 수 있는 군사 옵션을 갖고 있음을 보여주는 분명한 메시지”라고 덧붙였다. 괌 앤더슨기지에서 발진한 B-1B 2대는 주일미군 기지에서 합류한 F-15C 전투기 등과 함께 23일 오후 11시 반경부터 2시간가량 북한 동해 공해상을 오가며 작전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한미군 소식통에 따르면 B-1B 편대는 북한 원산에서 동쪽으로 350여 km 공해까지 북상해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의 북방한계선 인근까지 작전을 펼친 것으로 전해졌다. B-1B는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하기 1시간 반 전인 24일 오전 1시 반 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무력시위는 한국군이 참여하지 않고 미군 독자 작전으로 수행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동안 B-1B 편대는 한국 공군의 F-15K 등의 호위를 받으며 한미 연합 작전 형태로 한반도에 전개되어 왔다. 일각에선 트럼프 행정부가 유사시 독자 군사행동도 감행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번 무력시위에는 조기경보기 헬기 수송기까지 B-1B 편대의 한반도 전개 사상 가장 많은 미군 항공기 10여 대가 대거 투입됐다. B-1B 편대의 독자 작전에 정부는 공식 입장을 내지는 않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24일 “(이번 무력시위 역시) 한미 간 긴밀한 공조하에 진행된 것”이라고 했지만 언제 어떻게 작전 협의가 이뤄졌는지에 대해선 설명하지 않았다. 일각에선 ‘일방 통보’였다는 관측도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후 4시부터 예정에 없던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주재했다. 문 대통령은 회의에서 “굳건한 한미 연합 방위태세를 바탕으로 확고한 군사적 억지력을 유지·강화해야 한다”고 지시했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손효주 hjson@donga.com·한상준 기자 / 워싱턴=박정훈 특파원}

24일 오전 2시 반경. 인터넷 포털 사이트와 각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미 공군 B-1B 전략폭격기 북한 동해 상공 비행’이라는 내용의 긴급 기사가 떴다. 이른바 ‘죽음의 백조’로 불리는 미 최정예 전략폭격기가 북한 상공에 떴다는 소식에 주말 한밤중이었지만 해당 기사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전쟁을 시작한 것 아니냐”는 댓글들이 줄을 이었다. 주말 한밤중 한반도를 들썩이게 만든 B-1B 2대는 전날(23일) 오후 어스름이 깔리기 시작한 괌 앤더슨 기지 활주로에서 굉음을 내며 출격 준비를 하고 있었다. 비슷한 시간 일본 오키나와(沖繩) 가데나(嘉手納) 미군기지에서는 전투기 F-15C 6대가 출격 명령만 기다리고 있었다. ○ 역대 최대 규모의 공중 전력 투입 23일 오후 11시 반경. B-1B 2대가 F-15C 6대의 호위를 받으며 도착한 목적지는 강원 원산에서 동쪽으로 350km가량 떨어진 북한 측 동해의 공해상이었다. B-1B 편대가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이북까지 진출한 것. 주한미군 소식통에 따르면 공해상에는 이들 외에 조기경보기, 헬기, 수송기, 공중급유기(KC-135)까지 10여 대에 달하는 세계 최강의 미군 공중 전력이 한꺼번에 모여들어 24일 오전 1시가 넘어서까지 압도적인 위세를 과시했다. 일각에선 후방 지원 전력까지 감안하면 무려 30∼50대가 동원된 대규모 작전이었다는 관측도 있다. 주한미군 소식통은 “B-1B가 대북 무력시위나 지형 숙지 훈련을 목적으로 한반도에 전개된 역사상 가장 많은 미군 공중 전력이 투입됐다”고 전했다. 미군이 장기 작전을 염두에 둔 공중급유기를 비롯해 ‘탐색구조전력’(전투기 피습 시 적진에 침투해 아군 조종사를 구조하는 부대원 및 헬기 등 특수전력)까지 동원한 건 북한의 맞도발로 인한 실제 전쟁 상황까지 감안한 조치로 풀이된다. 군 소식통은 “이 정도 규모면 미군이 단독으로 대북 타격을 하려 한 것으로 봐도 될 정도”라고 말했다. B-1B 편대가 한반도를 빠져나간 직후인 24일 오전 2시경 미 국방부는 전례 없이 신속하게 성명을 발표했다. “북한의 무모한 행동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음을 강조하고자 21세기 들어 북한 해상으로 날아간 미군 전투기와 폭격기를 통틀어 비무장지대(DMZ) 이북 최북단까지 비행했다”는 것이다. ○ 북, 코앞 전개에도 군사적 대응 못해 미군이 스텔스기 등을 이용한 비공개 작전으로 NLL을 넘어 북한 공해상까지 출격한 적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런 사실을 공개한 건 처음이다. 북한 김정은이 21일 자신 명의의 성명을 통해 “사상 최고의 초강경 대응 조치 단행을 심중히 고려할 것”이라고 협박하자 전략폭격기 편대를 북측 공해까지 북상시켜 최후통첩성 경고장을 보낸 셈이다. 도발하면 공해가 아니라 영해, 영공까지 들어가 세계 최강의 전력으로 응징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미 국방부는 특히 북한 리용호 외무상이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시작하기 약 1시간 전에 B-1B가 NLL을 넘은 사실을 전격 공개하며 무력시위 효과를 극대화했다. 그러나 리 외무상은 이날 연설에서도 “미국의 무고한 생명들이 화를 입는다면 전적으로 트럼프 책임”이라며 안보 불안을 고조시키는 말폭탄을 쏟아냈다. 정부 소식통은 “리 외무상은 초고강도 무력시위에도 말폭탄을 쏟아냈지만 북한은 코앞에서 벌어진 미군 공중 전력의 작전에도 별다른 군사적 대응을 못했다”고 했다. ○ “B-1B 작전 극소수만 인지” 미군이 이례적으로 한반도에서 독자 공중전력만으로 대북 군사작전에 나선 것을 두고도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미군은 그동안 한반도에 B-1B를 전개할 때 한국군 F-15K 등의 호위를 받는 등 한국군 전력과 연합 작전을 해왔다. 군 관계자는 “B-1B는 공개든 비공개든 한 달에도 여러 번 한반도에 오지만 한국군 가운데 사전에 인지한 인원이 이번처럼 극소수였던 적은 없었다”며 “비행 경로가 예전과 많이 달라 고도의 작전 보안이 필요했던 만큼 미군 전력만으로 진행한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했다. 이를 두고 트럼프 행정부가 대북 독자 군사행동에 시동을 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북한이 ‘역대급 수소탄 시험’을 언급하며 군사적 긴장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린 상황에서도 대북 인도적 지원 결정 등의 유화책을 완전히 거두지 않은 한국 정부에 대한 불만이 한반도 독자 작전으로 나타났다는 것. 이에 군 당국은 “혹시 모를 북한과의 충돌에 대비해 우리 공군 전투기 발진을 준비하는 등 B-1B 전개를 전후해 한미가 관련 상황을 철저히 공유하며 대비태세를 갖췄다”고 말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15일 북한 김정은이 또다시 일본 홋카이도(北海道) 상공 너머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고강도 도발을 감행했다. 수소폭탄급 6차 핵실험(3일)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안이 채택된 지 3일 만이자 지난달 29일 ‘화성-12형’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발사 이후 17일 만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열 번째 미사일 도발이다. 군 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 57분경 평양 순안비행장에서 발사된 미사일은 770km 고도까지 치솟은 뒤 일본 상공을 지나 3700여 km를 날아가 북태평양 해상에 낙하했다. 지난달 29일 도발 때처럼 정상 각도(35∼45도)로 쐈지만 사거리는 1000km가량 더 늘어났다. 북한이 발사한 탄도미사일 가운데 최장 비행거리다. 군은 괌 앤더슨 기지를 겨냥한 대미(對美) 무력시위로 보고 있다. 군 관계자는 “화성-12형이 유력하지만 IRBM급 이상의 미사일을 쐈을 개연성도 있다”고 말했다. 군은 도발 6분 만에 현무-2A 탄도미사일 2발을 동해상으로 쏴 응징 의지를 과시했다. 1발은 목표물에 명중했지만 1발은 발사 수초 후 추락했다. 전날(14일) 통일부의 대북 인도 지원 방침 발표 이후 CNN과의 인터뷰에서 “대화를 포기하지 않았다”고 강조한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이런 상황에서는 대화도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에겐 북한이 우리와 동맹국을 향해 도발해 올 경우 조기에 분쇄하고 재기불능으로 만들 수 있는 힘이 있다”며 “단호하고 실효적인 대응 조치를 강구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백악관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중국은 북한이 쓰는 대부분의 원유를 제공하고 있다. 러시아는 강제 동원된 북한 노동자의 최대 고용주”라며 “중국과 러시아가 스스로 직접적 조치를 취해 무모한 도발을 참을 수 없다는 점을 보여줘야 한다”고 요구했다. 유엔 안보리는 한미일 3국의 요청으로 15일 오후 3시(현지 시간) 비공개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손효주 기자 / 뉴욕=박용 특파원}

15일 북한이 ‘화성-12형’ 추정 미사일을 쏜 지 6분이 지난 오전 7시 3분. 강원지역 동해안에서 현무-2A 탄도미사일(최대 사거리 300km) 2기가 2, 3초 간격으로 하늘로 치솟았다. 문재인 대통령의 사전 승인을 받은 군은 현무-2A를 250km 떨어진 표적에 명중시키는 것을 목표로 발사 단추를 눌렀다. 현무-2A 발사 지점에서 평양 순안비행장까지 거리가 250km인 점을 고려해 도발 원점을 초토화하겠다는 메시지를 담은 무력시위였다. 북한의 탄도미사일이 북태평양을 향해 한창 비행하던 시각, 현무-2A 중 첫 번째 미사일도 남동쪽으로 비행한 뒤 표적을 명중시켰다. 북한 미사일이 낙하하기도 전에 한국군 대응 사격이 실시된 건 처음이어서 의미가 더 컸다. 그런데 두 번째 미사일에서 문제가 터졌다. 발사 수초 만에 해상으로 추락한 것이다. 현무-2A 탄도미사일 실사격은 이번을 포함해 지금까지 총 4회에 걸쳐 6발 실시됐는데, 추락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현무-2A의 맥없는 추락은 압도적인 대응전력으로 국민을 안심시키기는커녕 불안감만 키웠다. 군 당국은 “폭발은 아니다. 추락 원인에 대한 정밀 분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현무의 추락은 북한이 핵·미사일 사용 임박 징후를 보일 때 이를 탐지해 선제 타격하는 ‘킬체인’에 구멍이 생긴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았다. 현무 탄도미사일은 ‘한국형 3축 체계’의 하나인 킬체인의 핵심 전력이다. 하지만 현무-2A는 2006년 실전 배치된 이후 실사격 이력이 올해를 제외하고는 없어 성능 검증이 어려웠다는 지적이 많았다. 김종환 전 합참의장은 “수많은 배와 항공기가 오가는 한반도 주변 여건상 수백 km급 탄도미사일 실사격에 제한이 아주 많다”며 “실사격 이력이 부족한 만큼 현무 탄도미사일이 실전에서 성능을 다 발휘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말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북한이 15일 감행한 미사일 도발 상황은 언뜻 보기에 지난달 29일 화성-12형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발사 때와 매우 흡사하다. 발사 장소(평양 순안비행장)와 낙하 지역(북태평양 해상)이 같고, 일본 홋카이도(北海道) 상공을 지나 거의 동일한 비행궤도로 날아갔다. 군도 화성-12형 또는 그 이상의 미사일을 재차 발사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하지만 찬찬히 뜯어보면 ‘핵·미사일 폭주’의 종착점에 다가서려는 김정은의 치밀하고 대담한 속내가 엿보인다. ① 괌 포위사격 실거리 도발 이날 발사된 미사일은 약 3700km를 날아갔다. 지난달 화성-12형의 비행거리보다 1000km가량 더 늘어난 것이다. 남쪽으로 쐈다면 괌 앤더슨 기지가 사정권에 들어가고도 남는 거리다. 괌은 순안비행장에서 3400km가량 떨어져 있다. 군 관계자는 “김정은의 지시로 북한 전략군이 작성한 괌 포위사격 계획을 검증하려는 첫 실거리 도발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한반도 유사시 B-1B 전략폭격기 등 미 전략무기의 핵심 발진 기지를 언제든지 타격할 수 있다는 대미(對美) 협박이라는 것이다. 미국 워싱턴과 뉴욕의 저녁 프라임 시간(오후 5시 58분경)을 노려 미사일을 쏜 것도 이를 뒷받침하는 정황이다. ② 도발 징후 의도적 노출 더 과감하게 도발 징후를 드러낸 점도 예사롭지 않다. 북한은 14일 새벽부터 IRBM을 실은 이동식발사차량(TEL)과 대형 트럭, 병력의 이동 상황을 미 정찰위성 등에 노출시켰다. 순안비행장에 요인용 참관대를 세우고, 주변을 정리하는 모습도 거의 실시간으로 한미 정보당국에 포착됐다. 과거 핵·미사일 도발을 앞두고 갖은 기만전술로 한미 양국의 감시망을 따돌리고, 혼선을 초래하던 것과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군 소식통은 “마치 볼 테면 보라는 식으로 발사 준비 상황을 의도적으로 노출한 정황이 뚜렷하다”고 말했다. ③ ICBM 실거리 도발 예고편? 김정은의 ‘치밀한 연출’의 결과물로 보는 시각도 많다. 두 차례의 ICBM급 발사에 이어 수소폭탄급 6차 핵실험까지 성공한 만큼 한미 양국은 물론이고 중국의 눈치도 보지 않고, ‘마이웨이 도발’을 강행할 것이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는 것이다. 군 당국자는 “김정은이 더 강력하고 노골적인 대형 도발을 강행할 것이라는 예고편”이라고 말했다. 당장 10월 10일(당 창건일)을 앞두고 ICBM급 화성-14형을 괌이나 미 본토를 겨냥해 실거리로 발사할 개연성이 있다. 보름 남짓한 기간에 IRBM을 연거푸 정상각도(35∼45도)로 쏴 올린 것은 ICBM 실거리 도발의 사전준비 작업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북한은 7월 28일 화성-14형 ICBM급의 고각(高角) 발사 이후 IRBM 미사일을 정상각도로 쏴 비행거리를 계속 늘려왔다. 군 관계자는 “화성-14형에도 장착되는 화성-12형 액체엔진의 실전 성능을 완벽하게 점검한 뒤 ICBM에 탑재해 실거리 발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④ 수소폭탄급 핵탄두 탑재만 남나 북한은 ICBM의 최종 관문인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완성할 때까지 미국 등 국제사회의 압박을 빌미로 미사일 도발을 지속할 것으로 군은 보고 있다. 다른 관계자는 “김정은은 수폭급 핵탄두를 ICBM뿐만 아니라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북극성-3형)에도 장착 배치해 핵 기습 타격력을 극대화하는 데 ‘다걸기(올인)’할 것”이라고 말했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손효주·신진우 기자}
북한이 15일 17일만에 또다시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인 ‘화성-12형(KN-17)’로 추정되는 탄도미사일 1발을 발사했다. 이 미사일은 북한의 탄도미사일(장거리 로켓 제외) 시험발사 역사상 가장 먼 3700여km 날아가 태평양 해상에 떨어졌다. 15일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이날 오전 6시 57분경 평양 순안비행장에서 ‘화성-12형’ 추정 탄도미사일 1발을 동쪽으로 발사했다. 미사일은 일본 홋카이도(北海道) 상공을 지나는 등 20분 넘게 비행했으며 최대고도는 770여km를 기록했다. 북한은 지난달 29일에도 평양 순안비행장에서 ‘화성-12형’을 발사했는데 당시엔 사거리가 2700여km, 최대고도는 550여km 였다. 17일만에 사거리를 1000km 이상 늘린 것. 군 관계자는 “지난달 29일에는 연료를 조금 줄여서 발사했다가 이번엔 연료를 당시보다 조금 더 늘려 주입한 뒤 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밝혔다. 군은 지난달 29일에 이어 이번에도 북한이 실전사용을 염두에 두고 고각이 아닌 정상각도로 발사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군 관계자는 “김정은 집무실 등 북한 지휘부 시설이 있는 평양 중심가와 비교적 가까운 순안비행장을 또다시 도발 지역으로 택해 한미 양국의 선제타격에 위협에도 굴하지 않는다는 모습을 과시하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이 이번 탄도미사일은 3700km까지 발사한 것은 B-1B 전략폭격기, 전략 핵잠수함 등 유사시 한반도에 증원되는 전략자산 전초기지인 괌기지를 언제라도 타격할 수 있다는 협박용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이날 미사일이 발사된 순안에서 괌까지의 거리는 약 3500km로, 미사일 발사 방향만 바꾸면 안정적인 타격권에 들어온다. 지난달 북한이 괌 포위사격 협박을 하며 구체적인 실행계획까지 밝힌 것의 연장선상에서 일본 상공을 넘어 태평양까지 미사일을 연이어 발사하며 괌 타격 능력을 과시한 것으로 군 당국은 보고 있다. 군 당국은 이번 시험발사로 북한이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시험했는지 여부와 모의 핵탄두 폭발시험 여부 등에 대해선 집중 분석하고 있다. 한편 군 당국은 북한이 이날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시간에 맞춰 현무-2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합참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동시에 대통령 승인을 받아 현무-2를 도발원점인 순안비행장까지의 거리(250km)를 고려해 동해상으로 실사격을 했다”고 밝혔다. 군 당국은 전날인 14일부터 평양 일대에서 이동식 발사대(TEL) 움직임이 보이는 등 이상징후가 속속 포착되자 곧바로 고강도 감시태세에 들어갔으며, 현무-2 탄도미사일 사격 준비에도 착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손효주기자 hjson@donga.com}
국방부가 국군기무사령부 개혁의 일환으로 국방부 내부의 첩보 수집 및 방첩, 군사보안 대책 수립 등의 임무를 담당했던 ‘100기무부대’를 대폭 축소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국방부는 100기무부대를 필수 인원만 남기고 나머지 부대원들을 합동참모본부에 대한 첩보 수집 등의 임무를 수행하는 ‘200기무부대’로 통합하는 조직개편을 14일부로 단행한다고 13일 밝혔다. 이에 따라 100기무부대 인원은 100여 명에서 20여 명으로 줄고, 부대장은 준장에서 대령으로 바뀐다. 국방부는 그 대신 200기무부대 인원을 대폭 보강했다. 북핵·미사일 위기가 고조되면서 대북 군사작전을 총괄하는 합참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강화되고 있는 데 따른 조치다. 이에 따라 200기무부대원들은 합참 관계자들이 북핵·미사일에 대응하기 위한 전력 증강 및 대책 수립 등 관련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는지에 대한 첩보 수집과 군사보안 대책 수립 활동 등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부대 규모가 확대되면서 200기무부대장의 계급도 대령에서 준장으로 격상됐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미국 태평양사령부가 대한(對韓) 확장 억제력을 강화하기 위해 동태평양(미 서부해안)을 담당하는 3함대 전력의 한반도 전개를 대폭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 김정은의 ‘핵·미사일 폭주’를 저지하기 위해 미 핵추진 항모전단과 핵추진공격잠수함(SSN)의 정례적인 한반도 배치가 가시화할 것으로 보인다. 11일 군 소식통에 따르면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말 미국을 방문해 확장 억제용 전략자산의 정기·정례적인 한반도 전개를 요청한 데 대해 미 측 당국자들은 태평양함대 예하 3함대 전력의 한반도 투입을 크게 증강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태평양함대는 한반도를 비롯한 서태평양을 작전구역으로 삼는 7함대와 동태평양을 담당하는 3함대로 이뤄져 있다. 다른 소식통은 “3함대의 항모전단과 핵잠수함 등을 한반도에 더 자주 많이 투입하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송 장관은 최근 방한한 스콧 스위프트 미 태평양함대사령관(해군 대장)을 면담한 자리에서도 이 같은 내용을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소식통은 “미 확장 억제력의 핵심인 항모전단을 한반도에 정례적으로 배치하려면 7함대 전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3함대를 적극 활용하겠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실제로 일본 요코스카(橫須賀)기지의 7함대는 1개 항모전단(로널드 레이건)이 배치돼 있지만 샌디에이고가 모항인 3함대는 4개 항모전단(존 C 스테니스, 조지 워싱턴, 칼빈슨, 니미츠)을 운용하고 있다. 이들 항모전단에 소속된 이지스함과 구축함은 30여 척이고, 핵잠수함도 20∼30여 척에 달한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 손효주 기자}

북한의 수소폭탄급 6차 핵실험 이후 전술핵 재배치 등 ‘대북 핵옵션’이 주목을 받고 있지만 이를 실현하려면 정치·외교·경제적 난제가 많다. 이 때문에 핵을 제외한 미국의 대한(對韓) 확장억제력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안이 현실적이라고 군 당국은 판단하고 있다. 군 당국자는 “핵추진 항모전단과 핵추진 공격잠수함을 더 많이, 더 자주 한반도와 그 인근에 배치하는 것이 확장억제력 강화 차원에서 가장 바람직한 방안”이라고 말했다. 해군참모총장 출신인 송영무 국방부 장관도 지난달 말 방미 기간에 항모전단과 같은 확장억제의 정기·정례적 한반도 전개를 미국에 적극 요청한 바 있다. 송 장관은 방미 후 이달 초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출석해 “(항모전단, 핵잠수함 등이)부산과 진해 제주항에는 포트 비지트(항구 접안요금)도 안 물고 서비스를 잘할 테니 들르는 것이 좋겠다는 의미를 미국에 전달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실제로 80여 대의 최신예 전투기, 여러 척의 이지스함과 핵잠수함을 거느린 1개 항모전단은 웬만한 중소국가 전체 군사력을 능가한다. 북한 전역의 핵·미사일 기지와 김정은 지휘소의 정밀타격은 물론이고 탄도미사일 요격 등 ‘창과 방패’를 모두 갖췄다. 군 관계자는 “미 항모전단이 한반도 인근에 배치되면 북한이 극도로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도 가공할 위력을 잘 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 태평양사령부가 동태평양(미 서부해안)을 담당하는 3함대 전력의 한반도 전개를 늘릴 경우 4개 항모전단이 돌아가면서 한반도와 그 주변에 순환 배치되는 방식이 예상된다. 군 관계자는 “3함대는 일종의 예비함대 성격으로 주로 다른 함대의 작전구역에 지원하는 임무를 해왔다”며 “앞으로는 한반도 전개를 통한 확장억제력 강화가 주요 임무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 3함대의 1개 항모전단과 핵잠수함 2척만 돌아가면서 투입돼도 미 7함대의 항모전단과 함께 한반도 상시 배치 효과를 거둬 강력한 대북억제력을 발휘할 것으로 한국군은 기대하고 있다. 이와 함께 김정은의 핵·미사일 폭주에 대응하기 위해 미 항모전단을 제주해군기지를 비롯한 국내 주요 항구에 상시적으로 배치하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도 군 안팎에서 나온다. 미 7함대의 모항(母港)인 일본 요코스카(橫須賀)기지에 버금가는 항모 전력 및 운용병력(7000여 명)의 전개 및 수용시설을 국내에 갖춰 미 항모전단이 수시로 한국에 정박·전개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자는 것이다. 국방부 당국자는 “가령 제주기지에 미 항모전단이 상시 배치될 경우 전술핵 재배치에 버금가는 대북억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평시에는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을 저지하고, 유사시 미 항모전단이 최단시간에 한미연합군과 함께 대북 군사작전에 돌입할 수 있는 대비태세를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이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손효주 기자}
미군이 전술핵을 한반도에 재배치할 경우 가장 유력시되는 기종은 B61 계열 투하용 핵폭탄이다. 핵무기 군축 과정을 거치며 단거리 미사일이나 포에 장착하는 핵탄두는 대부분 폐기됐고, 잠수함 장착용 핵 탑재 토마호크 미사일도 퇴역했다. 미군 전략폭격기 B-2, B-52는 물론이고 F-16, F-35 등 전투기에도 장착되는 B61은 종류에 따라 위력이 최대 340kt(킬로톤·1kt은 TNT 1000t 위력)에 달한다. 미국은 오차범위를 100m 안팎에서 30m 이내로 대폭 줄인 B61-12 스마트 핵폭탄도 개발하고 있다. B61-12의 위력은 최대 50kt이지만 정밀 타격 능력이 뛰어나고 지하 침투 능력도 대폭 향상돼 유사시 북한 김정은 지하 벙커를 정확히 파괴하는 데 효과적일 것으로 보인다. 가격은 1기당 2500만 달러(약 282억 원)로 추산된다. 미국은 기존 B61 계열 핵폭탄 1000여 기를 미 본토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 중 미국과 핵무기 공유 협정을 맺은 벨기에,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터키 등 10개 기지에 분산 배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B61이 한반도에 배치된다면 주한 미 공군기지가 있는 전북 군산에 배치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 군 소식통은 “또 다른 주한 미 공군기지인 경기 오산은 상대적으로 북한과 가까워 유사시 타격당할 우려가 높아 후방에 보관하는 게 전략적으로 맞다”고 했다. 전술핵 재배치가 실현될 경우 미국이 내년에 시작되는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재배치 대가로 분담금을 대폭 늘려 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청구서’ 논란에 이은 ‘전술핵 청구서’ 논란 가능성이 있다는 것. 이에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선임분석관은 “전술핵은 한국뿐 아니라 미 본토를 향한 북한의 핵무기 사용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는 만큼 미국이 추가로 돈을 청구할 근거가 별로 없으며, 하더라도 이 효과를 내세워 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군 당국이 7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나머지 발사대(4기)를 경북 성주기지 에 배치키로 결정한 것은 북한 김정은의 ‘핵폭주’가 조만간 핵미사일 실전배치로 마무리될 것이라는 위기감 때문이다. 이로써 사드는 1개 포대(발사대 6기, 탐지레이더, 교전통제소 등) 배치가 끝나지만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이 요격권에서 벗어나 추가 포대 도입 등 후속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전(反轉) 거듭한 사드 배치 3월 초 사드 일부 장비(발사대 2기 등)가 경기 평택시 오산공군기지를 통해 한국에 처음으로 전개된 이후 1개 포대의 배치 완료까지 우여곡절의 연속이었다. 대선(大選) 직후 불거진 ‘사드 보고 누락 파문’이 그 시작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5월 말 사드 발사대 4기의 비공개 국내 반입 경위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를 지시하면서 사드 배치는 ‘올스톱’됐다. 당시 김관진 국가안보실장과 한민구 국방부 장관을 비롯한 전·현직 군 관련자들이 청와대로 불려가 조사를 받았고 일부 실무진은 보고 누락을 이유로 직위해제됐다. 또 성주 부지에 대한 환경영향평가 절차 등 사드 배치의 모든 과정을 처음부터 되짚어보겠다고 정부가 발표하자 올해 안에 사드 배치를 완료하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새 정부가 ‘절차적 정당성’과 공론화 과정을 이유로 정부에서 결정된 사드 배치를 되돌리려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7월 28일 국방부가 성주기지 등 사드 전체 부지에 대한 환경영향평가를 원점에서 재실시한다고 발표하자 연내 사드 배치가 물 건너갔다는 전망이 주를 이뤘다. 군 안팎에서는 북한 핵·미사일 위협의 방어수단인 사드가 오히려 한미 갈등을 증폭시키는 ‘계륵(鷄肋)’이 됐다는 우려가 나왔다. 그날 밤 극적 반전이 일어났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을 동해상으로 발사하자 문 대통령은 다음 날(7월 29일) 사드 발사대 4기의 조기 (임시)배치를 지시했다. 김정은의 핵·미사일 폭주에 대한 엄중한 경고였다. 이후로도 발사대 배치가 차일피일 미뤄져 사드 배치 논란이 확산됐지만 정부는 이른 시기에 배치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결국 화성-12형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정상 각도 발사(8월 29일)와 수소폭탄급 6차 핵실험(9월 3일) 등 김정은의 ‘대형 도발’이 이어지자 정부는 사드 배치를 더 이상 미룰 명분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군 당국자는 “주한미군 지휘부도 사드 배치가 더 늦어져선 안 된다는 건의를 미 국방부와 백악관에 전달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수도권 방어하려면 추가 포대 필요 성주기지에 사드 포대가 배치돼도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은 요격 범위에서 벗어나 있다. 사드 추가 도입론이 제기되는 이유다. 군 당국은 패트리엇(PAC-3) 요격미사일을 도입 및 배치해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을 북한의 핵미사일 공격에서 보호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PAC-3는 저고도 요격에 국한돼 방어효과가 제한적이다. 또 개전 초기 북한이 최단시간 휴전선을 돌파하기 위해 최전방 지역에 제한적 핵공격을 가할 경우 이를 저지하려면 사드 포대가 추가로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주한미군도 사드의 추가 배치를 원하지만 성주기지의 사드 배치가 겨우 끝난 상황에서 이 문제를 공론화하는 데 큰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한미군 관계자는 “성주기지의 사드 배치 과정에서 불거진 한국 내 반미기류와 부정적 여론에 대한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더욱이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주한미군에 추가 배치하는 것보다 한국의 사드 포대(약 2조 원) 구매를 적극 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한일 양국에 대량 판매를 허용한 미 첨단무기 가운데 사드를 ‘최우선 순위’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군 소식통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부터 주한미군이 사드 1개 포대를 운용하고 나머지 구역은 한국이 사드를 도입해 방어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를 개발 중이어서 사드 도입 계획이 없다고 밝혀 왔다. 사드 도입을 추진할 경우 미국 미사일방어체계(MD) 편입 및 국내 기술력 폄훼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김정은의 핵폭주가 종착점에 다가설수록 KAMD 개발 때까지 전력 공백을 메우고 다층적 방어망을 구축하기 위해 사드 도입론이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군 관계자는 “한국군이 사드 1개 포대를 도입해 주한미군의 사드 전력과 연동 운용하는 방안이 검토될 개연성이 있다”고 말했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손효주 기자}

병역을 성실히 이행한 가족을 선정하는 ‘제14회 병역명문가 시상식’에서 3대에 걸쳐 15명이 991개월간 현역으로 병역을 이행한 이기옥 씨 가문이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병무청은 6일 이낙연 국무총리, 송영무 국방장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시상식을 열어 이 씨 가문 등 492개 가문을 올해의 병역명문가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 중 25개 가문이 대통령 표창 등 각종 표창을 받았다. 명문가로 선정되면 국공립 시설 이용료 감면 등 각종 우대 혜택을 받게 된다. 대통령 표창을 받은 이 씨 가문은 1대에선 고 이억조 씨가, 2대에선 이기옥 씨를 포함한 5명이, 3대에선 이진현 씨를 비롯한 9명 등 총 15명이 현역으로 복무했다. 이들의 현역 복무 기간을 모두 합하면 991개월, 82년 7개월에 달한다. 1대인 고 이억조 씨는 1942년 일제에 강제 징용돼 일본 이바라키현 공군비행장에서 2년 6개월간 강제노동을 한 뒤 간신히 살아 돌아왔다. 고향으로 돌아온 뒤 6·25전쟁이 터지자 참전해 수차례 죽을 고비를 넘겼다. 이 가문 3대인 이진현 씨는 저체중으로 현역 복무가 어려워지자 체중을 늘려 입대했고, 3대 이주용 씨 역시 시력을 교정한 뒤 학사장교로 지원해 병역을 마쳤다. 병무청은 2004년부터 공정한 병역 이행 문화를 정착시키려고 매년 병역명문가 선정 작업을 하고 있다. 올해까지 총 3923개 가문이 선정됐다. 기찬수 병무청장은 “병역을 이행해 조국에 봉사하고 희생한 사람들이 존경받고 자긍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우리 정부가 북한의 6차 핵실험 도발에 대응해 미군의 핵추진 항공모함인 로널드 레이건함(CVN-76·10만2000t)을 미국 핵항모의 한반도 전개 역사상 북한과 가장 가까운 지역까지 전개해 달라고 공식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5일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정경두 합참의장은 이날 방한 중인 스콧 스위프트 미 태평양함대사령관을 만나 일본 요코스카(橫須賀) 기지에 있는 레이건함을 북한과 가장 가까운 지역까지 전개하는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부산이나 동해상에 전개됐던 레이건함을 북방한계선(NLL)과 인접한 동해 최북단까지 투입해야 대북 억제력을 기대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레이건함은 갑판 크기가 축구장 3개 면적인 1만8000m²에 달하며, F-18 슈퍼호닛 전투기 등 군용기 80여 대를 탑재할 수 있어 ‘떠다니는 군사기지’로 불린다. 이에 스위프트 사령관은 정 의장에게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 해리 해리스 미 태평양사령관 등 수뇌부의 지시만 있으면 바로 출동시킬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화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위프트 사령관은 이날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한반도 해역에서) 핵항모 2척이 공동 훈련하는 방안도 옵션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매티스 장관과 이날 오후 늦게 통화를 하고 레이건함 등 미 핵심 전략자산 전개 방안 등 한미 연합방위 태세를 구체적으로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매티스 장관이 6차 핵실험 직후 김정은을 겨냥해 밝힌 ‘완전한 전멸’ 작전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북한 노동신문은 이날 논설을 통해 “미제와 남조선 괴뢰들의 핵전쟁 도발 책동을 영원히 끝장내려는 것이 우리의 단호한 결심”이라고 주장하며 북한 정권 수립일인 9월 9일을 전후한 추가 도발을 예고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경북 성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부지에 대한 소규모 환경영향평가가 마무리됨에 따라 잔여 발사대 4기의 임시 배치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6차 핵실험으로 엄중해진 안보 상황에서 이번 주 안에 배치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나온다. 환경부 대구지방환경청은 4일 “사드 기지 소규모 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해 협의를 완료했다”며 ‘조건부 동의’를 공식 발표했다. 지난해 12월 환경영향평가에 착수한 지 8개월여 만이다. 대구환경청은 전자파와 관련해 국방부 실측자료, 괌과 일본 사드 기지의 문헌자료 등을 전문가 등과 검토한 결과 인체와 주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한 것으로 판단했다. 다만 주민 수용성,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주기적인 전자파 측정 및 모니터링 △측정 시 지역주민 또는 추천 전문가 참관 △측정 결과 실시간 공표와 주민설명회 개최를 국방부에 요구했다. 국방부와 미군은 성주 사드 기지에 4월 임시 배치한 사드 발사대 2기의 운용 및 경북 칠곡 미군기지(캠프 캐럴)에 보관된 발사대 4기의 임시 배치 수순에 들어갔다. 국방부는 이날 “미군 측이 4월부터 임시 배치돼 있는 사드 발사대 등을 원활하게 운용하기 위한 시설 보완 공사에 착수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미군 측은 내부 도로 공사와 숙소를 비롯한 편의시설에 대한 리모델링 등 사드 장비 최종 배치를 위한 절차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수 있게 됐다. 이와 함께 잔여 발사대 4기 임시 배치도 동시에 추진될 가능성이 크다. 군 관계자는 “내부 공사를 위한 각종 장비와 잔여 발사대가 한꺼번에 (성주 사드 기지로) 들어가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보고 미 측과 기지 반입 일정을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군은 각종 장비와 발사대 등의 양이 상당한 만큼 차량을 이용할 계획이다. 성주 주민들에게는 반입 하루 전 사실을 알려 반발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군 당국은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마무리와 별개로 이미 미군에 공여됐거나 추가 공여가 예정된 터 등 70여만 m²의 전체 부지에 대한 일반환경영향평가를 엄정하게 실시해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군 당국이 절차를 밟아가며 사드 배치에 대한 정당성을 취하는 반면 사드 반대 측은 흔들리는 모양새다. 특히 북한 6차 핵실험으로 사드 반대를 고집할 명분을 잃어가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날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릴 예정이던 반전평화국민행동(국민행동)의 ‘사드배치 강행 반대 광화문 평화회의’(평화회의)는 취소됐다. 국민행동 측은 전날 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취소 안내를 올려 “(북한의) 핵실험 등 정세상 기자회견 시점이 적절치 않다고 판단해 (일정을) 조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그 전까지만 해도 온라인상에서 참가자 이름, 소속단체, 연락처 등을 담은 ‘참석 연명부’를 접수하고 있었다. 앞서 이들은 북한이 7월 28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지난달 29일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을 발사했을 때도 “사드가 미사일의 대응책이 될 수 없다”며 사드 반대 집회 등을 강행했다. 지난달 12일 환경부가 ‘전자파·소음이 인체에 영향이 없는 정도’라고 평가 결과를 밝힌 뒤에도 “불법적인 사드 배치를 거부한다”고 강경하게 맞섰다. 그러나 6차 핵실험으로 “사드라도 배치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온·오프라인에서 커지는 등 여론이 불리해지자 잠시 숨을 죽이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친북 성향인 것으로 평가되는 이들 내부에서도 ‘북한에 유감’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경북 성주군 소성리의 긴장감은 고조되고 있다. ‘사드배치철회 성주투쟁위원회’는 이날 사드 추가 배치를 막아달라는 내용의 ‘평화를 염원하는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호소문’을 발표했다. 사드 반대 단체와 일부 주민만으로는 역부족이니 사드 임시 배치 날짜가 알려지면 소성리로 와달라는 것이다. 이들은 5, 6일 대동제를 열고 7일부터 일주일간 2차 비상행동에 돌입한다. 전국에서 사드 배치 저지를 위해 400∼500명을 동원하겠다는 생각이다. 군 당국도 기지 입구를 둘러싼 이들을 뚫고 기지 내부 보완에 필요한 장비와 잔여 발사대 4기를 차량으로 반입할 묘안을 고민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사실상 비상 대기에 들어간 상태”라며 “국방부의 사드 추가 배치 발표가 나오면 경력 2000여 명을 투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손효주 hjson@donga.com·김배중 / 성주=장영훈 기자}

북한의 6차 핵실험에 대응해 군 당국이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집무실을 오차범위 1m 이내로 초정밀 타격할 수 있는 미사일 등을 동원한 무력시위에 나섰다. 4일 군 당국은 이날 오전 6시경 동해 일대에서 육군의 현무-2A 탄도미사일과 공군의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 SLAM-ER 각각 1발을 동시다발적으로 발사했다고 밝혔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번 실사격은 북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까지의 거리를 고려해 좌표를 설정한 뒤 이를 명중시키는 방식으로 진행됐다”며 “목표물을 정확히 명중시켜 북한 도발 원점 및 지휘 세력에 대한 정밀 타격 능력을 보여줬다”고 밝혔다. 군 소식통은 “1분 1초라도 빨리 대북 경고에 나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동이 트자마자 실사격을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무-2A의 정확한 탄두 중량은 알려져 있지 않다. 다만 2012년 개정된 한미 미사일 지침에 따르면 이론상 최대 2t 규모의 탄두를 탑재할 수 있다. 최근엔 탄두 중량을 실제로 기존 500kg에서 1.5t까지 증대시켜 파괴력을 높인 것으로 알려졌다. 1.5t이면 김정은 등 북한 전쟁 지휘부가 있는 10m 이하 깊이의 지하벙커를 파괴할 수 있다. 최대 사거리는 300km로 군사분계선(MDL) 인근에서 쏘면 풍계리 핵실험장까지 타격이 가능하다. 공군 주력 전투기 F-15K에 장착하는 SLAM-ER는 최대 270km 거리에서도 오차 1m 이내로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다.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관성항법장치(INS) 등이 적용돼 북한 방공망을 뚫고 김정은 집무실 창문까지도 찾아가 타격할 만큼 위력적이다. 군 당국은 이달 중 올해 상반기까지 177기를 도입해 실전 배치한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 타우루스 실사격도 최초로 진행할 방침이다. 타우루스는 북한 레이더망에 잡히지 않도록 스텔스 형상으로 제작돼 있어 목표물까지 은밀히 도달해 기습 타격할 수 있는 최신 무기다. 최대 사거리는 500km로, 북한에 들어가지 않고도 북한 전역을 목표 반경 2∼3m 내에서 초정밀 타격할 수 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북한이 3일 6차 핵실험을 감행하면서 우리 군의 탄도미사일 최대 중량을 현 500kg에서 1t 이상으로 확대하는 작업이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일 통화에서 탄두 중량 확대를 위한 ‘한미 미사일지침 개정’을 한국이 원하는 수준으로 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한미 군사 당국은 9월 중으로 협상단을 꾸리고 10월 서울에서 개최되는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 전후로 지침 개정 협상을 사실상 마무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 핵실험으로 우리 군의 자체적 방위능력 강화를 더는 미루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군은 사거리 800km 미사일의 탄두 중량을 현재 500kg에서 1t 이상으로 2배가량으로 늘리면 파괴력이 4배가량 커지고, 지하 10∼20m 깊이에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김정은 지하벙커와 핵·미사일 기지를 파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제주도에서 쏴도 자강도, 백두산 삼지연 등에 구축된 북한의 지하벙커를 타격할 수 있다. 군 안팎에선 6차 핵실험으로 북핵 위협이 최고조에 이른 만큼 탄두 중량을 2t까지 늘려 지하 30m 시설까지 파괴할 수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또 미국 ‘GBU-57’처럼 지하 60m 깊이의 표적을 무력화하는 벙커버스터를 독자 개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 등 탈북 인사들은 북한이 최소 지하 100m 깊이까지 수뇌부 대피용 땅굴을 건설했다고 증언한 바 있다. GBU-57의 탄두 중량은 2.7t으로 현존 벙커버스터 가운데 최대 파괴력을 갖고 있고, 정밀타격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 당국자는 “이번 기회에 전술핵 위력과 맞먹는 초강력 벙커버스터 도입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유근형 noel@donga.com·손효주 기자}
북한은 3일 6차 핵실험에 앞서 노동신문 등 관영매체를 통해 “우리의 수소탄은 전략적 목적에 따라 고공 폭발시켜 초강력 EMP(Electro Magnetic Pulse·전자기파) 공격까지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도시 파괴자’로 불리는 수소탄의 대량 살상력 외에 핵 탄두가 공중에서 폭발하는 과정에서 생성되는 EMP 위협도 심각하다고 입을 모은다. EMP는 시중의 전자통신장비를 마비시키는 것은 물론이고 한반도 유사시 군 핵심 지휘부의 통신체계까지 무력화시켜 전쟁의 승패까지 좌우할 수 있어서다. 수소탄은 물론이고 원자폭탄, 증폭핵분열탄 등 핵폭탄은 미사일 탄두에 실려 목표 지점 상공에서 폭발할 때 광대한 지역으로 EMP를 퍼뜨린다. 한국원자력연구원에 따르면 100kt(킬로톤·1kt은 TNT 1000t 위력)의 핵폭탄이 서울 100km 상공에서 폭발하면 서울은 물론이고 육해공군본부가 있는 계룡대까지 모든 전력망과 통신망이 마비된다. 국가와 군의 지휘통제 기능을 일거에 마비시킬 수 있는 만큼 수백 m 상공에서의 핵물질 폭발에 못지않은 위협인 셈이다. 특히 이날 북한은 ‘초강력 EMP’라는 표현을 썼는데, 이는 미사일 탄두 외부에 코발트나 우라늄, 테크네튬 등의 물질을 덧바르는 등의 처리를 했음을 시사하는 대목으로 풀이된다. 이 물질들은 핵물질이 폭발할 때 즉시 반응하며 전자기파를 최대치로 증폭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 경우 컴퓨터와 전자통신장비 피해 범위가 더 커지면서 국가와 군의 지휘통제 기능이 일거에 마비되고, 자칫 전쟁 수행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북한이 3일 강행한 6차 핵실험으로 발생한 인공지진 규모는 기상청 발표 기준으로 5.7이었다. 북한이 지난해 9월 9일 실시한 5차 핵실험(5.0)보다 증가한 것이다. 인공지진 규모를 기준으로 이번 핵실험의 위력(폭발력)을 환산하면 50∼60kt(킬로톤·1kt은 TNT 1000t 위력)으로 5차 핵실험(10kt)의 5, 6배에 이른다는 게 기상청 분석이다. 기상청은 인공지진 규모가 0.1이 커지면 위력이 약 1.3배 늘어나는 것으로 본다. 최소 50kt으로만 봐도 1945년 일본 히로시마 상공에 투하된 원자폭탄 위력(15kt)의 3.3배다. 반면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이날 북한에서 6.3 규모의 인공지진이 관측됐다고 밝혔다. 기상청 산출법에 대입시켜 보면 위력이 최대 300kt에 달한다. 국회 정보위원장인 자유한국당 이철우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한국당 비상 원내대책회의에서 “미국 일부 언론은 위력이 메가톤(1Mt은 1000kt)급이라고 한다”고 말했다. 기상청 유상진 지진화산정책과장은 “한국은 북한과 근거리에서 측정되는 자료를 쓰는 반면 미국은 국제적으로 공유되는 자료와 원거리 측정 자료를 사용한다”며 “한국이 발표한 규모가 더 정확한 수치”라고 설명했다. 군 당국은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기구(CTBTO) 기준에 근거해 이날 위력을 기상청 발표보다도 낮은 50kt 안팎으로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실제 북한의 핵실험 위력이 이보다 더 클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북한이 6차에 걸쳐 핵실험을 진행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은 암반이 단단한 화강암 지대인 데다 북한이 핵실험장 갱도 내에 9중 차단문을 설치하는 등 충격 흡수 기술을 고도화시키고 있는 사실을 감안하면 실제 위력은 훨씬 클 수 있다는 것이다. 지하 실험실 근처에 인공동굴을 파두면 자동차 배기파이프처럼 ‘머플러 효과’가 발생해 지진 규모를 1.0 이상 낮출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군 당국이 3, 4, 5차 핵실험 이후 핵물질 종류를 가려내기 위해 대기 중 방사성물질 포집을 시도했지만 연이어 실패한 것도 밀폐·흡수 기술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이 핵물질의 양을 줄여 위력을 낮췄을 개연성도 제기됐다. 미국은 1954년 수소탄 ‘캐슬 브라보’ 폭발 실험을 태평양 비키니 환초에서 했다. 당시 폭발력이 15Mt에 달하면서 비키니 환초에 지름 1.6km, 깊이 76m에 달하는 구덩이가 생겼다. 이와 달리 북한은 자국 내 지하 핵실험장이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실험을 해야 하는 여건상 핵물질 양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위력을 최소화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북한이 이날 핵실험 전 노동신문 보도를 통해 “핵탄 위력을 임의로 조정할 수 있다”고 밝힌 점도 의도적으로 위력을 조정한 정황을 뒷받침한다. 위력이 50kt이라면 북한이 주장하는 수소탄으로 볼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수소탄은 핵분열과 핵융합 과정을 모두 이용해 위력을 키운 반면 작고 가벼워 ‘핵폭탄 중의 핵폭탄’으로 통한다. 이런 수소탄으로 인정받으려면 위력이 메가톤급은 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핵감축 이후 메가톤급 핵무기 개발이 줄어들고, 대신 정밀도를 높여 목표 지점만 정확히 타격하는 방향으로 기술이 발전해 온 걸 고려하면 50kt 이상이면 수소탄의 요건을 충분히 갖춘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게 군 안팎의 의견이다. 미국은 수 kt 수준의 소형 수소탄도 다수 실전배치하고 있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파키스탄은 1998년 마지막 핵실험에서 25∼50kt의 위력을 기록한 뒤 핵보유국 선언을 했다”며 “북한은 더 이상 실험이 필요 없는 상태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북한이 수소탄 실험에 성공한 것인지는 좀 더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손효주 hjson@donga.com·전승민 동아사이언스 기자김윤종 기자}
군 의문사 사건의 상징이었던 김훈 중위(육군·사망 당시 25세)가 사망한 지 19년여 만에 순직을 인정받았다. 김 중위 의문사 사건은 2000년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에서 소재로 다룰 정도로 큰 관심을 모은 사건이었다. 국방부는 1일 “지난달 31일 군 내·외부 위원이 참석한 가운데 중앙전공사상심사위원회를 열어 김 중위가 순직한 것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국민권익위윈회가 2012년 8월 김 중위에 대한 순직 인정을 국방부에 권고한 지 5년 만이다. 순직 인정에 따라 경기 고양시 벽제 임시 봉안소에 안치돼 있는 김 중위 유해는 별도의 심의 절차 없이 국립서울현충원에 안장된다. 국방부 관계자는 “고인의 숭고한 헌신이 헛되지 않도록 보상에 만전을 기하고 다른 군 의문사 사건에 대해서도 조기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중위 사망 원인을 둘러싼 의혹은 1998년 2월 24일 김 중위가 근무지였던 판문점 JSA 내 경계초소에서 오른쪽 관자놀이에 권총상을 입고 숨진 채 발견되면서 시작됐다. 사건 다음 날 현장을 청소한 점, 김 중위 손목시계가 격투를 벌인 것처럼 파손돼 있었던 점 등 타살 의심 정황을 없애거나 서둘러 자살로 종결하려 한 정황이 곳곳에서 발견된 것. 김 중위가 소속 부대원 일부가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한군 경계초소를 오간 사실을 알게 됐고, 이를 상부에 알리려는 과정에서 살해된 것이라는 의혹까지 나왔다. 그러나 1998년 2월∼1999년 4월 3차에 걸쳐 진행된 군 자체 조사에서는 모두 자살로 결론 났다. 이후 유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 대한 2006년 대법원 판결과 2009년 군의문사 진상규명위원회 조사 결과에서 사인이 자살이 아니라 ‘알 수 없는 상태’ ‘진상규명 불능’으로 결정되면서 사건은 더 깊숙한 미궁에 빠졌다. 이에 유가족과 김 중위의 육군사관학교 동기생(52기)들은 2011년 9월 권익위에 사건 재조사를 요구하는 민원을 제기했다. 2012년 8월 권익위는 “군이 성급하게 자살로 예단해 초동수사가 부실하게 진행되면서 진실이 무엇인지 규명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도 “그 사망이 공무와 관련성이 있다면 순직으로 인정해야 한다”며 국방부에 순직 인정을 권고했다. 국방부는 권익위 권고를 받고도 5년이 넘게 걸려 순직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 2015년 9월 군인사법 시행령이 일부 개정되면서 사인 규명이 불가능하더라도 임무 수행 중 사망했다면 순직 처리할 수 있는 길이 열렸고, 이에 유가족이 올해 7월 순직 심사 요청을 하면서 순직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