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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비리 인사 배제’ 원칙을 위배했다는 논란에 휩싸인 청와대가 28일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사과하라는 야권의 요구에 선을 그었다. 다만 이날 장차관 인선 발표는 미뤘다. 야권을 자극하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끌려다니지도 않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야권의 문 대통령 사과 요구에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이 (25일) 밝힌 입장은 국민과 야당에 대한 마음을 담아 최선을 다한 결정이고 발표였다”고 했다. 추가 유감 표명은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청와대가 직면한 상황은 녹록지 않다.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를 비롯해 여러 후보자의 위장 전입, 탈루 의혹 등이 속속 제기되면서 야권은 문 대통령의 직접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이 후보자 인준 동의안 처리가 이달을 넘기면 후속 인선이 장기 표류할 수 있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이날 “고위공직자 임용 기준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번 조각에 적용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에 따라 청와대는 ‘강온 전략’을 택했다. 청와대는 이날 오후 임 비서실장 주재로 개최한 실장 및 수석비서관 워크숍에서 야권의 대통령 직접 사과 요구와는 거리를 두면서도 후속 인선 발표는 미루기로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야당의 입장에 큰 변화가 없는데 이 와중에 인사 발표를 하면 야당의 반발을 더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동시에 전병헌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을 중심으로 한 정무라인은 야권 설득을 위한 총력전을 펴고 있다. 29일로 예정된 총리 후보자 청문특위 전체회의에서 청문보고서 채택 여부가 인사 논란의 1차 고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청와대가 26일 ‘5대 비리 관련자 인사 배제’ 원칙 위배 논란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며 양해를 구했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16일 만이다.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병역 면탈, 부동산 투기, 탈세, 위장 전입, 논문 표절 등 5대 비리 관련자는 고위 공직에서 배제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은 이날 “저희가 내놓는 인사가 국민 눈높이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국회 청문위원들에게도 송구한 마음과 넓은 이해를 구한다”고 밝혔다.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의 위장 전입 사실이 드러나면서 야당을 중심으로 “5대 비리 인사 배제 원칙을 파기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확산된 데 따른 것이다. 임 비서실장은 “관련 사실의 심각성, 의도성, 반복성, 시점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지 않을 수 없다”며 “후보자가 가진 자질과 능력이 관련 사실이 주는 사회적 상실감보다 현저히 크다고 볼 경우에는 인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선거 캠페인과 국정 운영이라는 현실의 무게가 기계적으로 같을 수 없다는 점을 솔직하게 고백하고, 양해를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5대 비리 인사 배제 원칙을 전면 파기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안의 경중을 따져 부동산 투기 목적이 아닌 위장 전입 등에 대해선 예외를 인정할 수도 있다는 취지다. 청와대 관계자는 “사실상 5대 비리 인사 배제 원칙의 재정비”라고 말했다. 야당은 거세게 반발했다. 자유한국당 정용기 원내수석대변인은 “사회적 상실감이라는 모호한 명분을 앞세워 5대 비리 관련자라도 자질과 능력이 있는 경우 임명을 감행하겠다는 것은 정권 입맛에 맞춘 고무줄 잣대로 인사를 하겠다는 정치적 꼼수”라고 비판했다. 위장 전입 논란이 불거지면서 야당의 거부로 이날 이 총리 후보자의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이 불발됐다. 한편 청와대는 이르면 28일 후속 장관 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다. 5대 비리 인사 배제 원칙에 대해 양해를 구한 만큼 결정적 흠결이 없는 후보자부터 인선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대통령의전비서관실 행정관으로 근무하고 있는 탁현민 전 성공회대 겸임교수(44·사진)가 10년 전 출간한 책에 여성을 성적으로 비하하는 표현이 담겨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탁 행정관은 26일 페이스북을 통해 곧바로 사과했지만 최근 ‘인권 강화’를 정책 전면에 내세운 문재인 정부는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탁 행정관은 2007년 ‘남자 마음 설명서’라는 책에서 여성을 △만나본다, 이 여자 △좋아한다, 이 여자 △사랑한다, 이 여자 △하고 싶다, 이 여자 △헤어진다, 이 여자 △그립다, 이 여자 등 7가지 유형으로 구분했다. ‘하고 싶다, 이 여자’ 대목에선 콘돔을 싫어하는 여자, 몸을 기억하게 만드는 여자, 바나나를 먹는 여자 등을 두고 성관계를 맺고 싶은 여자라고 썼다. 또 이 책에는 ‘등과 가슴의 차이가 전혀 없는 여자가 탱크톱 같은 것을 입는 것은, 그 모습을 보아야 하는 남자 입장에선 테러를 당하는 기분이다’ ‘다소 파인 상의를 입고 허리를 숙일 때 한 손으로 얌전히 가슴을 가리는 여자는 그러지 않는 편이 좋다’ ‘이왕 입은 짧은 옷 안에 뭔가 받쳐 입지 마라’는 등의 내용도 있다. 탁 행정관은 논란이 커지자 “‘남자 마음 설명서’의 글로 불편함을 느끼고 상처 받으신 모든 분께 죄송한 마음을 표한다”며 “현재 저의 가치관은 달라졌지만 당시의 그릇된 사고와 언행을 반성한다”고 했다. 다만 청와대 행정관직에서 물러날지 여부는 밝히지 않았다. 2010년 양정철 전 비서관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을 알게 된 탁 행정관은 2012년 대선 당시 문 후보 출정식 등을 기획했고, 지난해 6, 7월 문 대통령의 히말라야 트레킹에도 동행했다. 이번 대선에서도 경선 때부터 문 대통령의 각종 행사 기획 업무에 관여했다. ‘나는 꼼수다(나꼼수) 콘서트’ 기획자로도 잘 알려져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탁 행정관에 대한) 별다른 조치를 검토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여성 고위공직자 발탁 등 양성평등 실현에 심혈을 기울이는 상황에서 이번 논란이 불거져 청와대 내부에선 탁 행정관의 사퇴가 불가피하다는 기류도 감지된다. 여성단체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강월구 한국여성인권진흥원 원장은 “10년 후인 지금 (탁 행정관의 인식이) 어느 정도 바뀌었는지 모르겠지만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 표현하는 등 상당히 문제적 언급을 했던 사람”이라며 “양성평등을 지향하는 정부의 인사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박성진 psjin@donga.com·한상준·최지연 기자}
청와대는 후속 장관 인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여당 관계자는 26일 “복수의 후보자를 추려 검증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일부 후보자에게는 검증 관련 기초 자료를 제출받았다”고 전했다. 청와대와 여당 관계자들에 따르면 전·현직 국회의원 중 최대 5명가량이 입각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해양수산부 장관에는 더불어민주당 김영춘 의원이 1순위로 검토되고 있다. 부산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김 의원은 86그룹의 맏형 격으로 문재인 대통령은 당 후보 경선 전부터 김 의원의 캠프 영입에 공을 들여왔다. 한 여당 의원은 “친문(친문재인) 색채가 덜하고, 당의 험지인 부산으로 내려가 고생한 것에 대해 문 대통령이 각별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민주당 김부겸 의원의 입각 가능성도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김 의원이 입각하면 행정자치부 장관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안희정 충남도지사와 김 의원 등을 거론하며 “국정 경험을 쌓도록 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여기에 새 정부 인선에서 호남에 비해 상대적으로 발탁이 적은 영남 지역을 배려한다는 뜻도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는 민주당 도종환 의원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 의원은 문 대통령의 대선 캠프에서 문화예술정책위원회 상임위원장을 맡아 문화 공약을 총괄했다. 교육부 장관에는 김상곤 전 경기도교육감이 유력하다. 김 전 교육감은 문 전 대표의 당 대표 시절 혁신위원장을 맡아 당 혁신 작업을 이끌었다. 이번 대선 캠프에서는 교육 정책을 총괄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당선 전부터 문 대통령은 첫 교육부 장관으로 김 전 교육감을 점찍어 두고 있었다”며 “다만 교육부 장관이 겸직했던 사회부총리를 그대로 유지할지, 변경할지가 관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장관 인사에서 가장 관심을 모으는 자리 중 하나는 법무부 장관이다. 새 법무부 장관은 문 대통령이 취임 초반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는 검찰 개혁을 책임지는 중책을 맡게 된다. 여권 관계자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출신 인사들이 거론되고 있지만 비(非)검찰 출신·여성이라는 기준에서 후보자를 물색 중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이 ‘협치’를 강조하면서 꾸준히 거론돼온 야당 인사의 입각은 이번에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장관 한두 명을 야당 인사로 채운다고 해서 협치가 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며 “다음 개각 때는 모르지만 현재로서는 야당 인사의 입각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한상준 alwaysj@donga.com·유근형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26일 오전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 등과 2시간가량 티타임을 가졌다. 문 대통령은 매일 오전 9시 10분경 임 비서실장을 포함한 참모들과 회의를 겸한 티타임을 갖는데, 이날은 ‘5대 비리 관련자 인사 배제’ 위배 논란에 대한 대응책을 상의하느라 평소보다 시간이 길어졌다. 임 비서실장은 이날 오후 “국민 여러분에게 죄송하다”는 메시지를 직접 발표했다. 야권의 반발로 인한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의 인준 지연 등이 예상되자 이 문제를 더 두고 볼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그러나 임 비서실장의 입장 표명에도 불구하고 야권은 “안 하느니만 못한 발표”라며 일제히 반발했다.○ 부메랑이 된 ‘5대 비리 인사 배제’ 당초 청와대는 이날 일부 장관 후보자들의 인선을 발표하려고 했다. 이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도 끝났고, 장관 후속 인선을 더 지체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5대 비리 인사 배제 논란이 불거지면서 인선 발표 대신 논란에 대해 양해를 구하는 것을 택했다. 임 비서실장은 “빵 한 조각, 닭 한 마리에 얽힌 사연이 모두 다르듯 관련 사안도 들여다보면 성격이 다르다”며 “문재인 정부도 현실의 제약 안에서 인사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막상 인선을 해 보니 5대 비리 배제 원칙을 엄격하게 들이댈 수 없다는 것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공약 파기가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공약의 취지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5대 비리 배제를 이야기한 것도 사회적으로 비난받을 만한 소지가 있는 내용은 엄격하게 다루겠다는 취지로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5대 비리 인사 배제의 기준을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 마련해주길 바란다는 뜻도 밝혔다. 그러면서도 청와대는 ‘사과’라는 표현을 사용하지는 않았다. 이 관계자는 ‘정확하게 국민께는 사과, 야당에는 양해 요구냐’는 질문에 “송구한 마음과 함께 넓은 이해를 구한다”고만 답했다. 이어 “(사과라는 해석은) 언론마다 다르게 받아들이지 않겠느냐”며 “문재인 정부 역시 인사를 하면서 현실적인 제약이 많다는 점을 솔직히 고백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 비서실장은 이날 5대 비리와 관련된 인사의 인선 기준에 대해 심각성, 의도성, 반복성 등을 꼽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5대 비리가 전혀 없는 인사를 찾기가 쉽지 않다는 현실적인 요인도 고려됐다”고 전했다.○ 野 반발, 보고서 채택도 불발 야권은 ‘궤변’이라며 반발했다. 국민의당 최명길 원내대변인은 “‘빵 한 조각, 닭 한 마리에 얽힌 사연’이 어떻게 다른지를 판단하는 주체는 국민”이라고 되받았다. 이어 “선거 운동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제시한 5대 비리 배제 원칙은 캠페인용 공약이었음을 인정한 것이냐”고 지적했다. 바른정당 오신환 대변인도 “선거용 인사 원칙과 청와대용 인사 원칙이 따로 있다는 말이냐”고 성토했다. 야당의 반발로 이날 이 후보자의 인사청문보고서 채택도 무산됐다. 자유한국당 청문특위 간사인 경대수 의원은 “첫 청문회에서부터 위장전입 등을 묵과하면 이어질 다른 청문회에서 이를 문제 삼을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임 비서실장의 입장 표명에도 불구하고 한국당은 “진정성이 없다”며 반대 입장을 유지했다. 보고서 채택의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국민의당도 일단 반대 입장을 밝혔다. 보고서 채택을 결정하는 청문특위는 더불어민주당과 한국당이 각각 5명, 국민의당 2명, 바른정당 1명으로 구성돼 있다. 한국당이 ‘부적격’ 입장을 고집해도 민주당과 국민의당이 ‘적격’ 판정을 내리면 과반수로 채택이 가능하다. 본회의 최종 인준도 한국당(107석)이 모두 반대해도 민주당(120석)과 국민의당(40석)을 더하면 재적 의원 과반수로 통과가 가능하다.○ 靑, 여론추이 보며 추가 인선 준비 청와대는 여론의 추이를 살피며 이 후보자 인준에 대해 야당의 협조를 위한 물밑 작업도 시작하려는 기류다. 이와 함께 임 비서실장의 입장 표명으로 5대 비리 인사 배제 원칙을 재정비했다고 보고 후속 인선도 준비하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결정적 흠결이 있는 인사는 당연히 임명하지 않겠지만, 국민들이 양해해주실 수 있는 문제라면 인선과 함께 관련 사실을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추가 인선을 더는 지체할 수 없다는 것이다.한상준 alwaysj@donga.com·신진우 기자}

“(회의에서) 미리 정해진 결론은 없다. 이 자리에 참석한 사람들은 누구나 발언할 수 있다. 대통령의 참모가 아니고 국민의 참모다.” 문재인 대통령은 25일 처음으로 개최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이같이 말했다. 취임 일성으로 국민과의 소통을 강조한 문 대통령이 청와대 내부의 격의 없는 소통을 다시 한 번 강조한 것이다. 또 문 대통령은 “수석·보좌관회의가 청와대의 ‘꽃’이다. 청와대가 머리라고 생각한다면 수석·보좌관회의는 중추”라고 말했다. 청와대를 수석·보좌관회의 중심으로 이끌어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당장 문 대통령은 수석·보좌관회의를 주 2회(월, 목요일)로 정례화하고 수석비서관, 보좌관과 당일 회의 안건과 관련한 주무 비서관도 참석하도록 지시했다.○ 文, “받아쓰기 NO, 황당한 이야기 OK” 청와대 여민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이날 회의에는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 장하성 정책실장,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영훈 경호실장과 각 수석비서관, 안보실 1·2차장 등이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이제 뭔가 제대로 돌아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지금부터는 대통령 혼자가 아니라 ‘팀플레이’다”라고 강조했다. 청와대는 “수석·보좌관회의는 받아쓰기, 계급, 정해진 결론이 없는 ‘3무(無) 회의’의 원칙으로 운영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대통령 지시사항에 이견을 말씀드릴 수 있느냐”는 임 비서실장의 질문에 “이견을 제기하는 것은 해도 되느냐가 아니라 해야 할 의무다. 잘 모르는 내용이라도, 황당한 이야기라도 자유롭게 이야기해야 한다”고 답했다. 장 정책실장도 “경제 문제라고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평상의 느낌과 감각으로 뭐든 말해 달라”고 주문했다. 격식 파괴는 이날도 이어졌다. 회의장에 들어선 문 대통령은 먼저 와 커피를 마시고 있던 참석자들에게 “커피가 어디 있느냐”고 물었고, 직접 커피를 내려 마셨다. ○ 수보회의, 국정의 중심으로 과거 정부의 수석비서관회의가 청와대 경제보좌관, 과학기술보좌관이 신설되면서 수석·보좌관회의로 바뀌었다. 이명박 정부에서 주 1회, 박근혜 정부에서 격주 1회꼴로 열리던 횟수도 주 2회로 늘었고, 참석자 역시 대폭 확대됐다. 문 대통령은 “과거 어떻게 운영해 왔다는 것은 잊어 달라”며 “대통령 지시사항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소통하고 공유해서 결정하는 자리”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청와대의 주요 결정은 수석·보좌관회의를 통해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수석·보좌관회의의 참석자와 횟수를 늘린 것은 청와대 내의 ‘부처 칸막이’를 없애겠다는 뜻도 담겨 있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 내부도 칸막이들이 생겨나 안보 관련 사항은 안보 라인 쪽에서만, 정책 관련 사안은 정책 라인 쪽에서만 논의된다”며 “정책, 안보 관련 사안이라도 정무적 판단이 필요하다 싶은 사안들은 여기에 올려서 같이 공유하고 논의해야 추진해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文 “가계부채 대책 강구해야” 이날 회의에는 한미 정상회담 준비 상황, 국민인수위 운영 계획, 주요 경제 상황, 특수활동비,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추경), 평창 겨울올림픽 지원 방안 등 6가지가 안건으로 올랐다. 문재인 정부의 초반 주요 국정과제들이다. 김수현 사회수석비서관은 가계부채, 실업률 등 경제 동향에 대해 보고했다. 김 수석은 “경제지표는 좋아지는 측면이 있는데, 청년실업과 양극화 상황은 안 좋아지고 있다”고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가계부채 증가에 대한 대책을 강구해 다음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논의해 보자”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말 1300조 원을 넘어선 가계부채에 대한 본격적인 대응책 마련도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한미 정상회담과 관련해 “6월 말로 알려진 일정에 맞춰 일정, 의제 조정 등이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가에 대한 보고가 있었다”고 밝혔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은 24일 청와대에서 미국, 중국, 일본에 파견했던 특사단과 간담회를 갖고 주변 4강 외교 전략을 논의했다. 또 청와대 국가안보실 1, 2차장을 임명하며 외교안보 라인 구축에 속도를 냈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특사단이)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 일본 아베 신조 총리 등 정상하고도 만나 현안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의견 교환을 했다”며 “한국과 일본 간의 위안부 합의에 대해서도 우리가 할 말을 제대로 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들 국가와) 정상회담도 가져야 하는데 정상회담에 대한 준비로서 (특사 파견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오랫동안 정국이 혼란 상태에 빠지면서 외교 공백 상태에 있었는데 공백을 메우고 치유하는 역할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간담회에는 홍석현 전 중앙일보·JTBC 회장(미국),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의원(중국), 문희상 의원(일본) 등 특사단이 참석했다. 홍 전 회장은 “미국은 북핵 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어 오히려 지금이 북핵 문제를 풀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보고했다. 중국 특사단은 일부 중국 측 인사들이 “한국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완전히 철회해야 한다”고 요구했다고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문 대통령은 이날 안보실 1차장에 이상철 성신여대 교수를, 2차장에 김기정 연세대 행정대학원장을 각각 임명했다. 외교관 출신인 정의용 안보실장을 포함해 안보실 지도부에는 외교관, 군인, 학자 출신이 각각 한 명씩 포진하게 됐다. 이 1차장은 2013년 군에서 전역할 때까지 대북정책과 군사회담 전문가로 활약했다. 육군 소령이던 1991년 한반도 평화구축 방안을 담은 남북기본합의서 체결에 실무자로 관여하는 등 일찍부터 군비통제 분야에서 전문성을 키웠다. 김 2차장은 문 대통령 곁에서 10여 년간 한반도 평화론에 입각한 외교안보 틀을 구상해 온 대표적인 ‘브레인’이다. 이번 대선 때는 싱크탱크 ‘정책공간 국민성장’에서 연구위원장을 맡았다. 김 2차장은 기자들과 만나 “지금 당장은 (북한과) 대화 국면으로 가긴 어려울 것”이라며 “미국의 대북 관여(engagement) 입장도 있기 때문에 방법이나 시기, 조건들을 미리 생각해두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5·24 대북제재 조치가 이날로 7년을 맞았지만 청와대는 별다른 메시지를 내지 않았다. 북한의 잇따른 탄도미사일 발사 등의 최근 상황을 고려해 신중한 태도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대통령 특사인 김희중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대주교)은 이날 바티칸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 한반도 평화를 위해 기도를 부탁하는 내용이 담긴 친서를 전달했다. 교황은 문 대통령에게 선물로 전해 달라며 김 대주교에게 묵주를 건넸다.한상준 alwaysj@donga.com·신나리 기자 / 파리=동정민 특파원}
문재인 대통령은 24일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에 이상철 성신여대 안보학과 교수(60)를, 2차장에 김기정 연세대 행정대학원장(61)을 각각 임명했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장을 겸하는 이 신임 1차장은 전남 나주 출신으로 육사(38기)를 졸업한 뒤 국방부 군비검증통제단장과 6자회담 국방부 대표 등을 지냈다. 김 신임 2차장은 경남 통영 출신이다. 이날 문 대통령은 국회에 특별감찰관의 추천을 요청했다. 대통령 친인척과 대통령수석비서관 등의 비위행위를 감찰하는 특별감찰관은 지난해 9월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이 사퇴한 이후 8개월째 공석인 상태다.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현직 대통령으로서 이 자리에 참석하는 것은 오늘이 마지막일 것입니다. (중략) 반드시 성공한 대통령이 되어 임무를 다한 다음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23일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8주기 추도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이같이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사실상 노 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서거로 정계에 입문해 대통령 자리에까지 올랐지만 노무현 정부를 그대로 답습하지는 않겠다는 뜻으로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문 대통령은 “참여정부를 뛰어넘어 완전히 새로운 대한민국, 나라다운 나라로 확장해야 한다”고 ‘성공한 대통령’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밝혔다. ○ 같은 공간, 달라진 분위기 2010년 5월 23일 열린 노 전 대통령의 1주기 추도식은 굵은 빗줄기 속에 치러졌다. 노란 우의를 입은 추모객들은 엄숙한 애도의 분위기 속에 연신 눈물을 훔쳤다. 당시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던 문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을 가슴 깊은 곳에 묻어 두고 그분의 정신과 가치를 계승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7년 뒤인 이날, 공간은 같았지만 분위기는 완전히 달랐다. 행사장은 추모식 시작 40분 전부터 노 전 대통령을 상징하는 노란 풍선과 모자를 쓴 추모객 5만여 명(주최 측 추산)으로 가득 찼다. 내빈들이 들어올 때마다 박수가 나왔고 문 대통령이 입장할 때 박수는 더욱 커졌다. 문 대통령은 대선 때 “대통령의 자격으로 노 전 대통령의 8주기 추모식에 참석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이날 문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도) 오늘만큼은 여기 어디에선가 우리들 가운데 숨어서, 모든 분들께 고마워하면서 ‘야, 기분 좋다!’ 하실 것 같다”고 말했다. “야, 기분 좋다!”는 말은 노 전 대통령이 2008년 2월 임기를 마친 뒤 봉하마을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한 말이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 취임 직후부터 5·18민주화운동 기념식과 노 전 대통령 추모식에 각별히 신경을 썼다. 노 전 대통령과 문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이 생전에 “노무현의 친구 문재인이 아니라 문재인의 친구 노무현”이라고 할 정도로 각별했다. 이번 대선에서 ‘친노(친노무현)’ 색채를 강조하지는 않았지만 문 대통령이 정치를 하는 이유 중 하나는 노 전 대통령 때문이라는 것이 주변 측근들의 공통된 평가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꿈에 보고 싶은 얼굴’로 노 전 대통령을 꼽았다. “꽤 여러 번 꿈에서 만났으나 대화를 못해 아쉽다”는 게 이유다.○ 文, “성공한 대통령 되어 다시 올 것” 문 대통령의 한 측근은 “대통령의 신분으로 추모식에 참석한 문 대통령의 심경은 남달랐을 것”이라며 “성공한 대통령이 되어 다시 오겠다는 것은 문 대통령이 스스로에게 큰 숙제를 부여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추모식에서 담담한 표정으로 자리를 지켰지만 중간 중간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는 추모식에 앞서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 노 전 대통령의 아들 건호 씨, 정세균 국회의장,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의원 등과 오찬을 함께했다. ‘노무현의 친구’이자 새 정부의 수반이 된 문 대통령의 복잡한 심경은 추모사에서도 고스란히 묻어났다. 문 대통령은 “노무현의 꿈은 깨어있는 시민의 힘으로 부활했다”며 “이제 우리는 다시 실패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저의 꿈은 국민 모두의 정부, 모든 국민의 대통령”이라고 강조했다. 진보 지지층으로부터만 인정받는 대통령을 넘어서 국민 통합을 이루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여권 관계자는 “노무현 정부의 부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문 대통령이 진영의 대립에서 벗어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라며 “현직 대통령 신분으로는 처음이자 마지막 참석이라고 못 박은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노 전 대통령 추모식 참석으로 벌어질 수 있는 논란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통령 재임 시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 추모식에 참석하지 않은 것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취임 이후 속도를 높이고 있는 ‘개혁 드라이브’에 대한 강한 의지도 드러냈다. 문 대통령은 “국민이 앞서가면 더 속도를 내고, 국민이 늦추면 소통하면서 설득하겠다”며 “문재인 정부가 못 다한 일은 다음 민주정부가 이어갈 수 있도록 단단하게 개혁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문 대통령이 후보 시절 “새 시대를 여는 첫차가 되겠다”고 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노무현 정부가 끝난 뒤 보수 진영에 정권을 넘겨줬던 일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날 추모식에는 문 대통령 외에도 민주당 추미애 대표, 김부겸 의원, 안희정 충남도지사 등 여권 주요 인사가 대거 참석했다. 한상준 alwaysj@donga.com / 김해=장관석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4대강 사업에 대한 정책 감사를 지시하면서 과거 정부와 관련이 있는 ‘적폐 청산 드라이브’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문 대통령은 취임 이후 ‘적폐 청산’이라는 말을 공식적으로 사용하고 있지 않지만 검찰 개혁과 국정교과서 폐지 등 구(舊) 야권과 진보 성향의 시민단체 등이 전 정부에서 요구했던 사항을 연이어 처리하고 있다. 사실상 ‘적폐 청산 리스트’ 공개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文의 무기, ‘인사권’과 ‘업무 지시’ 문 대통령은 인사권과 업무 지시를 통해 개혁 드라이브에 박차를 가했다. 취임 둘째 날인 11일 조국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의 임명으로 검찰 개혁의 메시지를 던졌다. 또 ‘돈 봉투 만찬’ 파문이 불거지자 청와대는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 등 관련자들에 대한 감찰을 법무부와 검찰에 지시하고, 곧바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임명 카드로 검찰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였다. 문 대통령은 윤 지검장의 임명에 대해 “최순실 게이트 추가 수사 및 관련 사건 공소 유지를 원활히 할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사실상 최순실 게이트 재수사를 지시한 것이다. 여기에 국정교과서 폐지,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등을 결정했다. 또 후보 시절 국가정보원의 국내 정보 수집 업무 폐지를 약속한 문 대통령은 서훈 국정원장 후보자 인선으로 국정원 개혁의 확고한 뜻을 드러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인사는 대통령이 행사할 수 있는 고유 권한이자 최대 권한”이라며 “즉각적인 조치가 가능한 것은 업무 지시로, 장기적인 계획이 필요한 것은 인사를 통해 뜻을 전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월권 논란’을 피하면서 동시에 국민에게 “정권이 바뀌니 많은 것이 달라지고 있다”는 메시지를 던지려는 의도로 보인다. 개혁에 대한 반발을 여론의 지지로 돌파하겠다는 뜻도 담겨 있다. 여소야대의 국회 상황으로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한 사항들은 청와대가 일방적으로 속도를 낼 수 없다는 점도 고려됐다.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처리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국회에 매달리기보다 청와대가 할 수 있는 것부터 처리하겠다는 자세다.○ 다음 타깃은 ‘방송 개혁’ 문 대통령과 여야 원내대표는 19일 회동에서 “검찰 개혁, 국정원 개혁, 방송 개혁을 국회에서 논의한다”고 합의했다. 검찰과 국정원 개혁의 첫발을 뗀 상황에서 다음 대상은 방송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MBC 주관 토론회에서 “미안하지만 MBC가 심하게 무너졌다”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청와대는 이명박 박근혜 정부 동안 MBC에서 해직된 기자, PD들의 복직이 방송 개혁의 상징적 장면이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방송 개혁에는 문 대통령의 양대 칼인 인사권과 업무 지시를 사용하기가 쉽지 않다. 청와대 관계자는 “공무원이 아니기 때문에 해직 기자, PD들에 대한 인사 조치를 대통령이 할 수 없고 MBC 수뇌부도 교체하기가 어렵다”며 “결국 방송통신위원회 등 관련 기구의 인선과 순차적인 제도 개선을 통해 개혁을 추진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재조사, 방위산업 비리 재수사 등도 적폐 청산 리스트 대기 목록에 올라 있다. 여당 관계자는 “개혁 드라이브의 대상은 이미 문 대통령이 후보 시절 여러 차례 언급했던 이슈들”이라며 “연말까지는 개혁 드라이브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통해 국민의 지지를 끌어올려 내년 6월 지방선거 승리와 개헌 국민투표를 마무리한 뒤 장기적인 정책 과제를 순차적으로 추진한다는 것이 청와대와 여당의 복안이다. 한편 청와대는 새 정부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합법화를 추진하기로 했다는 보도를 공식 부인했다. 김수현 대통령사회수석비서관은 “현 정부가 출범한 지 열흘이 지났지만 한 번도 논의하거나 구체적으로 협의한 바 없다”고 밝혔다.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은 22일 박근혜 정부 때 국정 역사교과서 집필을 총괄했던 김정배 국사편찬위원장의 사표를 수리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국정 역사교과서 편찬업무를 총괄한 바 있으며, 일신상의 이유로 17일 사직원을 제출한 김 위원장을 의원면직 처리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앞서 국정 역사교과서 폐기 업무지시를 내렸다. 2015년 3월 취임한 김 위원장은 임기를 10개월 가량 남겨두고 물러나게 됐다. 문 대통령은 김광두 서강대 석좌교수를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에 임명함에 따라 이영선 현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을 해촉했다.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북한이 21일 KN-15 신형 중거리탄도미사일(IRBM·북극성-2형) 1발을 동해상으로 발사했다. 14일 KN-17 신형 IRBM(화성-12형)을 쏴 올린 지 일주일 만에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두 번째 미사일 도발이다. 문재인 정부의 새 외교안보 진용을 시험하고, KN-15의 엔진과 탄두 재진입 성능을 실증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군 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 59분경 평안남도 북창 지역에서 KN-15 1발이 발사됐다. 군 관계자는 “미사일은 최대 560여 km 고도까지 상승한 뒤 500km를 날아 공해상에 낙하했다”고 밝혔다. 앞서 올해 2월 평북 방현비행장에서 KN-15의 첫 발사 때와 비행고도 및 궤도가 거의 같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KN-15의 최대 사거리는 약 2500km로 평양 인근에서 쏘면 일본 오키나와(沖繩)의 가데나(嘉手納) 주일미군 기지가 타격권에 들어간다. 문 대통령은 정의용 신임 국가안보실장으로부터 최초 보고를 받은 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의 즉각 소집을 지시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문 대통령은 회의 결과를 비롯해 총 5차례의 보고를 받았고, NSC 상임위 차원에서 확고히 대응토록 지시하는 한편 합참에도 북한의 이상 징후 여부를 확인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NSC를 열어 대응 방안을 논의한 뒤 “(북한의 미사일 도발은) 국제사회의 평화적 해결 노력을 짓밟는, 세계에 대한 도전”이라고 비판했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한상준 기자 / 도쿄=장원재 특파원}

북한이 21일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두 번째 탄도미사일 도발을 감행한 것은 미국 정부의 유화 제스처에 끌려가지 않고 ‘마이웨이’를 고집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구성된 새 정부의 외교안보 라인을 떠보기 위한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이날 사거리 2500∼3000km의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KN-15(북한명 ‘북극성-2형’) 발사를 선택한 것은 의외의 카드였다. 당초 군 당국은 북한이 추가 도발에 나선다면 14일 발사해 미국 알래스카 타격 능력을 과시한 신형 중거리탄도미사일 KN-17(북한명 ‘화성-12형’·사거리 5000km)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회성 성공이 아니라 안정적 기술력을 확보했다는 점을 대내외에 보여주기 위해서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북한은 2월 12일 발사에 성공한 KN-15 카드를 다시 빼들었다. KN-15는 고체엔진이 적용된 첫 IRBM이다. 21일 발사된 미사일의 사거리는 약 500km, 최대고도 560km로 2월 첫 시험 발사에서 기록한 사거리(약 500km) 및 최대고도(550여 km)와 기록 면에서는 쌍둥이 수준이다. KN-15 엔진의 성능과 미사일로서의 신뢰성을 보여준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군 관계자는 “북한은 KN-17 발사 성공으로 신형 대출력 액체엔진을 확보한 데 이어 KN-15에 적용된 고체엔진의 안정성까지 보여줬다”며 “고체엔진이든 액체엔진이든 자유자재로 선택해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과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북한이 ‘위대한 승리’, ‘민족의 대경사’라며 대대적으로 선전한 KN-17을 섣불리 재발사했다가 실패할 경우 국제적 망신을 살 것을 우려해 성공 가능성이 비교적 높은 KN-15를 택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또 올해 7번의 탄도미사일 도발을 오전 시간대에 감행해온 북한은 이날 8번째 도발을 이례적으로 오후 4시 59분에 감행했다. 이는 이날 오전 청와대가 청와대 및 내각의 신임 외교안보 진용을 발표한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미국이 설정한 ‘레드라인’을 넘지 않는 선에서 미사일 기술 역량을 최대한 보여줄 수 있는 도발 카드를 새 외교안보 진용에 대한 기선제압용으로 뽑아들었다는 것이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번 도발 의도에 대해 “국제사회의 미사일 개발 포기 압박과 무관하게 자체 미사일 개발 로드맵에 의해 미사일 발사를 강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미국 정부는 실망감을 드러냈다. 최근 “정권교체도 하지 않고 침략도 없고, 체제를 보장하겠다”고 했던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21일(현지 시간)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북한의 계속된 미사일 시험 발사 도발은 실망스럽고 (동북아 역내 안정을) 저해하고 있다”며 “미사일 도발을 계기로 북한에 대한 경제적, 외교적 압박을 이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북한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지 8분 뒤인 오후 5시 7분경 정의용 신임 국가안보실장으로부터 최초 보고를 받았다. 22일 하루 휴가를 낸 문 대통령은 이날 낮부터 경남 양산 자택에 머무르고 있던 중 최초 보고를 받고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의 즉각 소집을 지시했다. 오후 6시에 소집된 NSC 상임위는 정 실장 주재로 27분가량 진행됐다. 14일 ‘KN-17’ 도발 당시에는 새 정부의 국가안보실장 인선이 이뤄지지 않아 김관진 당시 안보실장이 NSC 상임위를 개최했고, 문 대통령이 20분가량 직접 회의를 주재했다. 손효주 hjson@donga.com·한상준 기자 /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인사였다.” 문재인 정부 첫 외교부 장관 후보자로 강경화 유엔 사무총장 정책특보(62)가 21일 지명됐다. 그동안 외교안보라인 인선 명단에 한 번도 거론되지 않은 인물의 깜짝 발탁이자 조현옥 대통령인사수석비서관, 피우진 국가보훈처장에 이어 ‘유리천장’을 깨는 파격 인사라는 평가다. 강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하면 1948년 출범 이후 순혈주의가 강한 70년 외교부 역사상 첫 여성 장관이 된다. 비(非)외무고시 출신인 데다 미국 중국 등과의 양자 외교를 경험하지 않은 ‘비주류’라는 점도 이례적이다. 문 대통령은 “국제외교 무대에서 쌓은 전문성과 인적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지금 민감한 외교 현안을 슬기롭게 헤쳐 나갈 적임자”라고 직접 인선 배경을 설명했다. 강 후보자는 유엔 내에서 ‘사무총장 3명이 반한 여성’으로 통한다. 강 후보자는 코피 아난 전 유엔 사무총장 재직 말기인 2006년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실(OHCHR) 부판무관이 됐다. 강 후보자의 유엔인권위원회 활동을 눈여겨본 아난 총장이 당시 외교통상부 장관이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에게 간곡히 요청해 데려왔다고 한다. 이어 반 전 총장도 강 후보자를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의 사무차장보 겸 부조정관으로 발탁해 중용했고 “내 옆에서 도와 달라”며 임기 끝까지 곁에 뒀다. 지난해 10월 반 전 총장 퇴임을 앞두고 귀국을 하기 위해 짐을 싸던 중에 신임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의 인수팀장으로 발탁됐고 현재 유엔 서열 3위인 정책특별보좌관을 맡고 있다. 당시 유엔에서 함께 근무했던 외교 소식통은 “자기주장이 강한 유엔 직원들 사이에서도 합리적이고, 균형감이 있다는 평가가 따라다녔다”고 전했다. 강 후보자가 처음부터 탄탄대로를 걸은 것은 아니었다. 강 후보자는 이화여고,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뒤 미 매사추세츠대 대학원에서 커뮤니케이션 전공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아버지 고(故) 강찬선 KBS 아나운서 뒤를 이어 KBS 영어방송 PD 겸 아나운서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1997년 김대중(DJ) 대통령 당선인과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의 전화 통화를 통역한 걸 계기로 DJ의 정상회담 통역으로 활약했고, 1999년 1월 홍순영 외교통상부 장관 보좌관으로 특별 채용돼 외교부에 정식 입부했다. ▼ 靑, 강경화 장녀 위장전입 공개하며 발탁… 강경화 후보자측 “딸, 美국적 포기하기로” ▼2001년 국제기구심의관을 마친 무렵 외교부 일각에서 “강경화를 워싱턴(주미 대사관)으로 보내서 (크게) 키워 보자”는 의견도 있었으나 ‘굴러온 돌(강경화)이 박힌 돌(북미통들)을 빼내면 되겠느냐’는 반대가 거세 실현되지 못한 적이 있었다고 한다. 결국 강 후보자는 유엔대표부 공사 참사관으로 파견됐고 이를 발판으로 한국 여성으로서는 유엔 최고위직에 오르는 역사를 썼다. 아버지가 이북 출신으로 실향민이자 이산가족이기도 한 강 후보자는 유엔 재직 기간 북한 인권 및 인도적 지원에 깊은 관심을 기울였다. 남편 이일병 연세대 명예교수(64)와의 사이에 1남 2녀를 두고 있다. 이 교수와는 연세대 재학 시절 영자신문사에서 선후배로 만나 결혼했다. 스위스 제네바에서 근무할 당시 세 자녀를 데려가 혼자 키운 ‘열혈 워킹맘’이기도 하다. 2014년 조기 은퇴 후 경남 거제에서 살고 있는 이 교수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외교 정책이 정해지면 유엔 경력과 인맥을 활용해 국제무대에서 잘 전달하고 실행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했다. 강 후보자의 발탁을 두고 외교부 내에선 “보수적이고 순혈주의가 강한 외교부를 상대로 ‘부드러운 개혁’을 할 수 있는 인물”이라는 기대가 나왔지만 “북핵 위기 상황을 헤쳐 나가기엔 경험이 부족하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한편 청와대는 이날 강 후보자 장녀의 위장 전입 사실을 공개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인선 발표 전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 조 수석과 마지막 회의를 가진 자리에서 “(지명 사실 발표와 함께) 위장 전입 등도 언론에 공개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이 후보 시절 “병역 면탈, 부동산 투기, 세금 탈루, 위장 전입, 논문 표절 등 5대 비리 관련자는 고위 공직에서 원천적으로 배제해야 한다”고 했던 원칙도 어기면서 여성 인재 등용을 최우선 과제로 삼은 것이다. 강 후보자는 자신이 졸업한 고등학교에 딸을 입학시키기 위해 친척 집에 위장 전입시킨 바 있다. 이 교수는 딸 위장 전입과 관련해선 “위장 전입은 잘못한 일”이라며 “죄송하다 외에는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다만 딸의 국적 포기 논란에 대해서는 “미국 유학 시절 딸을 낳았고 성인이 된 딸이 스스로 한 선택”이라며 “‘딸이 미국 시민권자이면 엄마가 외교부 장관직을 수행하는 데 이해 충돌이 일어날 수 있다’는 설명에 딸이 엄마의 일을 존중해 미국 국적을 포기하겠다고 한다”고 밝혔다. 우경임 woohaha@donga.com·한상준 기자 / 뉴욕=부형권 특파원}
문재인 정부의 검찰 개혁은 야당의 협조와 국회 입법이 필요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등 제도개혁보다는 인사권 행사를 통한 법무부의 ‘탈(脫) 검찰화’부터 시작될 전망이다. 21일 정치권과 검찰에 따르면 청와대가 우선 추진 중인 검찰 개혁 방안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법무부의 탈 검찰화와 검사장 자릿수 축소 두 가지로 요약된다. 현재 법무부의 실·국장급 간부 7명 가운데 행정고시 출신인 교정본부장을 제외한 나머지 6명은 모두 현직 검사다. 이 중 인권국장을 제외한 기획조정실장, 법무실장, 검찰국장, 범죄예방정책국장, 인권국장,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은 모두 검사장급 보직이다. 이에 대해 여당 관계자는 “검사들이 법무부 요직을 독점하면서 검찰과 법무부는 사실상 한 몸처럼 움직여왔다”며 “이 고리를 끊지 않으면 검찰 개혁이나 법무부의 변화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법무부의 탈 검찰화는 자연스레 검사장 자릿수 축소로 이어진다. 당장 법무부 실·국장을 비 검찰 출신으로 채우면 현재 39명인 검사장 가운데 5명을 줄일 수 있다. 청와대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사법시험 출신만 법무부 장관을 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며 법무부 장관도 비 법조인을 기용할 수 있다는 자세다. 청와대가 19일 서울중앙지검장을 고검장에서 검사장급으로 낮춘 것도 검사장 숫자 축소와 관련이 있다. 서울중앙지장이 고검장급으로 격상되면서 검사장급 보직이 된 1차장검사도 차장검사급으로 되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검찰 개혁에 대해 “(앞으로도) 각자 권한대로 대통령은 인사, 국회는 입법, 검찰은 수사를 하면 된다”고 말했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5당 원내대표를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 회동을 갖고 대선 전에 약속한 대로 내년 6월 지방선거 때 개헌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재확인했다.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를 구성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날 회동에는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자유한국당 정우택, 국민의당 김동철, 바른정당 주호영,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가 참석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문 대통령의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 운영 제안에 여야 5당 원내대표들도 동의했고, 실무 협의에 착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문 대통령은 ‘정치권의 개헌 논의 과정에 국민의 의견을 충실히 수렴해 반영하고 선거 제도 개편도 함께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전했다. 정 원내대표도 “문 대통령이 ‘내년 6월에 반드시 약속대로 개헌을 하겠다. 저 스스로의 말에 강박관념을 갖는 사람’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전날 헌법 전문(前文) 개정 의사를 밝힌 문 대통령이 다시 한 번 개헌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이면서 정치권의 개헌 논의는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특히 “나 스스로는 권력분산형으로 가더라도 대통령제 체제를 유지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 왔으나 만약 선거구제 개편 등이 같이 논의가 된다면 다른 권력구조도 선택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국민의당 김 원내대표가 전했다. 중·대선거구제로의 개편이 이뤄진다면 국회가 선호하는 이원집정부제나 내각제를 수용할 수도 있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문 대통령과 여야 원내대표들은 국회에서 검찰 개혁, 국가정보원 개혁, 방송 개혁 등에 대해 논의하기로 했다. 박 대변인은 “문 대통령은 국정원의 국내 정치 개입을 근절하겠다는 의지를 강력하게 표명했다”고 전했다.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건의에 대해 문 대통령은 “특사 활동의 결과 등을 지켜보고 한미, 한중 정상회담 등을 고려해 신중하게 접근하겠다”고 답했다. 이날 문 대통령과 여야 원내대표 간 오찬은 청와대 상춘재에서 낮 12시경부터 오후 2시 20분까지 약 2시간 20분 동안 진행됐다.한상준 alwaysj@donga.com·송찬욱 기자}

문재인 대통령 취임 9일 만인 19일 열린 문 대통령과 여야 원내대표 간 회동은 약 140분간 이뤄졌다. 청와대는 “당초 예정보다 약 50분을 넘겨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 文, 개헌 의지 재차 확인 이날 회동에서 문 대통령은 개헌에 대해 강한 의지를 재차 내보였다. 문 대통령은 “대선 공약대로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개헌이 처리될 수 있도록 하겠다”며 “(개헌에 대해) 국회에서 논의해 주시고, (내년 6월) 그때까지 합의된 것만 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헌법 전문부터 권력구조 개편, 선거제도 개편 등 개헌안에 담겨야 하는 사안들이 모두 합의되지 않더라도, 각 당과 청와대가 합의된 부분만이라도 개헌을 진행하겠다는 의미다. 문 대통령은 국회의 개헌 논의를 존중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국회 개헌특위가 있는데, 정부에서 (별도의) 특위를 만들 필요가 있느냐”고 물었고 문 대통령은 “국회가 국민 여론 수렴을 제대로 한다면 그걸 존중해 정부 특위를 만들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답했다. 정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이 ‘(국회 개헌 논의에) 절대 발목 잡거나 딴죽을 걸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과 여야 원내대표가 사실상 내년 6월 개헌에 합의함에 따라 앞으로 ‘개헌 정국’이 펼쳐질 가능성이 커졌다. 다당(多黨) 체제 유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선거구제 개편 등 개헌 논의의 진행 상황에 따라 정국 구도가 급변할 수 있다.○ 검찰·국정원·방송 개혁 의지 이날 회동에서 문 대통령과 여야 원내대표는 검찰 개혁, 국가정보원 개혁, 방송 개혁에 대해 국회에서 논의하기로 했다. “각 당의 대선 공통 공약을 우선 추진하자”는 문 대통령의 제안에 따른 것이지만, 사실상 문 대통령의 ‘개혁 드라이브’가 강하게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독단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 국회의 협조로 개혁을 추진해 반발을 최소화하겠다는 의미다. 검찰 개혁에 대해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는 “검찰총장 인사는 국회의 동의를 얻어서 해야지 그냥 밀어붙이기식으로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그러면 인사를 할 수 있을까요?”라고 반문하면서 “검찰 인사를 신중하게 하되, 야당 반대가 있는 인사를 하지 않도록 제도적으로 철저히 검증하겠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김 원내대표는 전했다. 한편 이날 문 대통령과 여야 원내대표는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 구성에 합의했다. 또 문 대통령은 이날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의 국회 통과에 여야가 협조해 달라고 부탁했다. 김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이 일자리 추경에 대해 ‘구체적 내용을 가지고 충분히 사전에 설명하면 반대할 내용이 없을 것이다. 실제로 소방공무원은 2만 명이 부족한데 부족한 부분부터 충원하는 형태로 공공 일자리를 만들어 가 무리한 예산 집행이 아니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전했다.○ 文, 사드 입장 요구에 “신중히 접근” 여권에서 시사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의 국회 비준동의 추진 문제도 논의 테이블에 올랐다. 정 원내대표가 먼저 “이미 배치된 사드 철회에 대해 국민들의 걱정이 많다. 정부가 어떻게 하겠다는 것이냐”고 문제 제기를 했다. 문 대통령은 이에 “지금 뭔가를 결정해놓고 추진하는 것은 없다”며 “현재 미국과 중국에 간 (대통령) 특사가 관련 협의를 하고 있고 외교적, 순리적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문 대통령은 “사드 배치에 절차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는지 보고 있다”면서 “사드가 기존 무기체계와 다른 데다 기존 미군기지에 배치한 게 아니라 새로운 기지를 제공했고, 비용 분담 문제도 명쾌히 정리되지 않아 신중하게 결정하겠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앞으로 여야에 4강 특사 활동과 주변국 논의 사항을 소상히 브리핑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서훈 국가정보원장 후보자에게 ‘야당과 외교·안보 정보를 공유하고 정례적으로 보고할 필요가 있다’고 얘기했다”고 전했다. 청와대는 이날 여야 원내대표들의 예우에 신경을 썼다. 청와대 관계자는 “오찬 회동이 상석(上席) 구분 없는 라운드 테이블에서 열린 것은 참석자들 간에 격의 없이 대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원내대표는 “깊이 들어가지는 못했지만 정부와 대통령이 생각하는 것에 대해 어느 정도 감을 잡는 자리였다”고 말했다.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는 “회동이 취임 9일 만에 전격적으로 이뤄진 데 대해 높이 평가한다”며 “예정된 시간을 넘겨서까지 대화한 것은 큰 쟁점이 있었다기보다는 서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노 원내대표는 이날 문 대통령에게 조남주 작가의 ‘82년생 김지영’ 책을 선물했다. 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에게는 황현산 고려대 명예교수의 ‘밤이 선생이다’라는 책을 선물했다. 한상준 alwaysj@donga.com·홍수영 기자}
‘돈 봉투 만찬’으로 물의를 빚은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59·사법연수원 18기)과 안태근 법무부 검찰국장(51·20기)이 문재인 대통령의 감찰 지시 하루 만인 18일 사의를 밝혔다. 청와대는 이날 오전 사의 표명 소식이 전해진 직후 “감찰 중에는 사표 수리가 안 된다”며 사표 수리 거부 의사를 밝혔다. 청와대는 이어 법무부와 대검이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실에 보고한 감찰 계획을 언론에 공개했다. 일선 검사들은 검찰이 새 정부의 첫 개혁 대상이 된 데 대해 참담해하면서 행여나 불똥이 튈까 극도로 몸을 사리고 있다.○ 사퇴 못하고 고강도 감찰 받아야 공무원 징계 규정에 따르면 중징계가 예상되는 비위 연루 공무원의 사표는 감찰이나 수사가 마무리될 때까지 수리가 안 된다. 진경준 전 검사장(50)은 지난해 3월 넥슨 주식 매매로 120억 원대 시세차익을 거둔 사실이 논란이 돼 공직자윤리위원회가 조사에 착수하자 사표를 냈지만 수리를 거부당했다. 이 지검장과 안 국장은 공무원 신분을 유지한 채 강도 높은 감찰을 받게 됐다. 법무부와 대검찰청은 이날 검사와 수사관 등 22명 규모의 합동감찰반을 구성했다. 합동감찰반은 이 지검장과 안 국장이 저녁 식사 자리에서 각각 법무부 간부들과 검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 차장 및 부장검사들에게 건넨 돈의 출처와 돈을 준 이유, 돈 지출 과정의 적법성, 부정청탁금지법 위반 여부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안 국장은 우병우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50)과 지난해 7∼10월 160여 차례 휴대전화 통화와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은 일로 특수본의 내사를 받았다. 이날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사견을 전제로 “조사 결과 심각한 비리가 나오면 당연히 수사해야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이 설명은 청와대 공식 입장이 아니고 기자단 질문에 가정을 전제로 한 설명이었다”고 해명했다.○ “입이 있어도 있는 게 아니다” 검찰의 이른바 ‘빅 2(서울중앙지검장, 검찰국장)’가 감찰을 받게 돼 사의를 표명하자 검찰 내부는 심하게 술렁였다. 하지만 18일 검찰 내부 통신망인 ‘이프로스’엔 문 대통령의 감찰 지시에 반발하거나 이 지검장과 안 국장을 비판하는 글은 단 한 건도 오르지 않았다. 이는 2003년 노무현 정부 출범 직후 검사가 아닌 판사 출신 강금실 변호사가 법무부 장관에 임명돼 검찰 개혁 조치가 단행됐을 때와는 매우 다른 모습이다. 당시 검찰 내부 통신망에는 100건이 넘는 비난 글이 올라왔고 서울지검 평검사들이 “올바른 검찰 개혁을 촉구한다”며 성명문을 발표하는 등 강하게 반발했다. 14년 전과는 완전히 달라진 검찰 내부 반응에 일부 간부 검사들은 “요즘 젊은 검사들이 너무 순치됐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지방검찰청의 한 검사는 “새 정부가 여론을 등에 업고 검찰 개혁을 추진하는 데 대해 반대 의견을 말하면 그 자체로 ‘개혁 저항 세력’, ‘적폐 세력’으로 낙인찍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또 다른 검사는 “토사구팽(兎死狗烹), 사냥(국정 농단 수사)이 끝나니 사냥개를 삶겠다는 것 아니냐”며 “지금은 입이 있어도 있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2013년 대검 감찰과장으로 근무하다 “채동욱 검찰총장의 ‘호위무사’가 되겠다”며 사표를 던졌던 김윤상 변호사(48·24기)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청와대 지시대로 일사불란하게 적폐 처리하면 권위주의 정부와 뭐가 다르냐”며 “인사로 퇴장시키면 되지 이렇게 부패집단을 만들어 개혁의 동력으로 삼는다면 누가 마음을 열고 개혁에 동참하겠느냐”고 비판했다. 검찰 안팎에서는 청와대가 이번 감찰을 통해 우 전 민정수석과 가까웠던 검사들, 이른바 ‘우병우 사단’을 제거하려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전주영 aimhigh@donga.com·허동준·한상준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8일 만인 18일 개헌을 언급하면서 정치권에서 다시 개헌 논의가 수면으로 떠오르는 양상이다. 이날 문 대통령이 약속한 5·18민주화운동 정신의 헌법 전문(前文) 수록은 개헌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대선 전 약속한 것처럼 내년 6월 지방선거 때 개헌 국민투표를 동시에 실시하는 것을 기정사실로 여기고 있다. 이는 역대 대통령들이 취임 초반에는 개헌에 미온적이었다가 임기 막바지로 갈수록 개헌에 적극적이었던 것과 다른 태도다. 청와대 관계자는 “정치공학적으로 개헌에 접근하지 않겠다는 것이 문 대통령의 생각”이라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대선 전인 지난달 국회 개헌특위에서 “4년 중임 대통령제로의 개헌은 5년 단임제의 폐해를 극복하는 길”이라며 “국회의 논의도 존중하고, 국회와 긴밀히 협력해서 반드시 개헌을 성공시키겠다”고 강조했다. 관건은 청와대가 자체적인 개헌안을 내놓느냐 여부다. 당장 문 대통령이 헌법 전문 개정을 어떤 식으로 추진할지도 관심사다. 이와 관련해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현재 국회에 개헌특위가 운영 중이고, 각 정당 등을 통해 국민 의사가 수렴될 것”이라며 “5·18 정신을 헌법에 담자는 대통령의 제안이 국민 의사 수렴 과정에서 담기길 바란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의 뜻대로 국회 논의가 자연스럽게 흘러갈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당장 자유한국당은 문 대통령의 헌법 전문 개정 약속에 대해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담는 문제는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선을 그었다. 이 때문에 문 대통령의 뜻이 반영되도록 하려면 청와대가 개헌을 주도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나아가 개헌이 중임제 또는 내각제 등 권력구조 개편, 현행 소선거구제 개편 등 민감한 사항을 모두 포함하고 있는 탓에 청와대가 주도권을 쥘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도 16일 개헌에 대해 “현실적으로 대통령이 안(案)을 내는 게 쉬울 것”이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신중한 태도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후보자의 발언은 후보자) 개인 의견으로 문 대통령이 후보 시절 해온 개헌 발언과 배치된다”며 “청와대발(發)로 개헌을 던진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개헌 합의가 말처럼 쉽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실제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담는 문제를 떠나 권력구조 개편 방안도 청와대와 국회 간의 시각차가 크다. 문 대통령은 4년 중임제를 희망하지만 국회 개헌특위에서는 외치(外治)를 담당하는 대통령과 내치(內治)를 담당하는 국무총리를 각각 뽑는 ‘오스트리아식 이원집정부제’에 찬성하는 기류가 강하다. 선거구제 개편 역시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정의당은 중·대선거구제로 개편해 다당제 정착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개헌 논의는 내년 6월 지방선거를 둘러싼 각 정당의 이해관계와 맞물려 정치권의 지각 변동을 촉발하는 불씨가 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정치권에서는 내년 지방선거에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손을 잡는 일종의 중도 연합 시나리오나,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한국당과 바른정당이 다시 통합하는 시나리오 등이 거론되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내년 지방선거 승리를 통해 국정을 계속 주도하겠다는 것이 청와대의 생각”이라며 “국민투표에 부칠 개헌안을 만드는 과정에서부터 청와대, 그리고 각 정당 간의 힘겨루기가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한상준 alwaysj@donga.com·황형준 기자}

정부는 특수활동비를 ‘기밀 유지가 요구되는 정보 및 사건 수사, 기타 이에 준하는 국정 수행 활동에 직접 소요되는 경비’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현행법상 영수증을 첨부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기획재정부의 ‘2017년도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 집행 지침’에는 현금 사용을 자제하고 집행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만 규정돼 있다. 이 때문에 ‘눈먼 돈’으로 전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18일 한국납세자연맹에 따르면 지난해 특수활동비로 편성된 예산은 전년보다 59억 원 늘어난 8870억 원이었다. 기관별로는 국가정보원이 4860억 원으로 가장 많았고 국방부(1783억 원), 경찰청(1298억 원), 법무부(286억 원), 청와대(266억 원), 국회(79억 원) 순이었다.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간 정부의 특수활동비 예산 편성액은 모두 8조5631억 원에 달했다. 각 기관은 구체적인 사용처를 공개하지는 않고 ‘총액 편성, 총액 결산’이 이뤄진다. 국정원의 특수활동비는 그 내용이 공개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특수활동비에 인건비 등이 포함돼 다른 기관보다 규모가 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경찰에서는 기밀 유지가 필요한 정보활동을 하거나 사건을 수사할 때 드는 돈을 보전하는 데 특수활동비를 쓴다. 국정원이 통제하는 정보비와 일반 예산인 수사비로 나뉜다. 정보비는 감사 대상에서 제외되는 ‘깜깜이 예산’이다. 국회에서는 국회의장단, 상임위원장, 원내대표 등이 특수활동비를 지급받는다. 국회 관계자는 “상임위원장의 경우 매달 1000만 원 정도 지급되는 활동비를 여야 간사들과 나누고 상임위 회의나 간담회를 할 때 주로 활용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특수활동비에 엄격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문 대통령은 17일 법무부와 검찰에 대한 감찰 지시를 내린 뒤 참모들에게 “청와대가 먼저 특수활동비를 축소하고 투명하게 사용하는 모범을 보이고 싶다”며 “대통령과 가족의 생활비를 직접 부담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송찬욱 song@donga.com·한상준·황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