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동아일보 독자 남균우 씨(78)가 불우청소년을 위해 써달라며 11일 동아꿈나무재단에 25만 원을 기탁했다. 서울 관악문화원 김윤철 원장과 김대기 고려대 경영대 교수도 장학금으로 각각 200만 원과 100만 원을 동아꿈나무재단에 보내왔다. 임현석 기자 lhs@donga.com}
서울 서대문구 공립 A고교의 성추행 사건을 조사하고 있는 서울시교육청의 내분이 이전투구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음주감사 물의를 빚은 K 감사관이 9일 기자회견을 갖고 “외부에서 온 감사관을 공무원들이 길들이기하고 있다”고 주장한 데 이어 10일엔 시교육청 직원들이 “K 감사관이 A고교 피해 여교사들과 부적절한 술자리를 가졌다”고 폭로하고 나선 것. 익명을 요구한 시교육청 관계자는 “K 감사관이 2일 (A고교) 피해 여교사들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한다고 나갔다”며 “동석했던 한 직원이 다음 날 ‘늦게까지 술을 먹어 병가를 내겠다’고 하고 출근하지 않아 음주가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K 감사관이 피해 여교사들과 수차례 식사와 음주를 하면서 피해자를 두둔하는 발언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K 감사관은 지난달 26일 술을 마시고 피해 여교사들을 면담해 음주감사 물의를 빚은 바 있다. K 감사관은 사실관계 확인을 위한 전화와 문자메시지 등에 응답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한 공공기관의 감사관은 “감사관이 피해자들과 별도의 자리를 가질 경우 조사가 공정하게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의심을 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조사 결과의 신뢰성에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교육청 일반직공무원 노조는 이날 “K 감사관의 의혹에 대한 공익 감사를 감사원에 청구했다”고 밝혔다. 노조는 피해 여교사들과 술자리를 가진 것은 객관성과 공정성이 요구되는 감사관 직위에 비춰볼 때 부적절한 행동이며, 업무 추진비를 쓸 수 없는 일요일(2일)에 감사관이 이를 쓴 것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K 감사관은 9일 기자회견에서 “외부에서 온 감사관을 공무원들이 길들이기하고 있고, (감사실 직원들의) 부패를 지적하자 나를 음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K 감사관은 두 명의 감사실 직원이 사립 유치원 비리를 적발하고도 고의적으로 은폐했고, 한 직원은 A고교의 성추행 교사와 상당한 친분이 있어 감사를 소홀히 했다고 주장했다. 한편 시교육청은 10일 조희연 교육감 주재로 특별대책회의를 열고 “감사관의 음주 감사와 폭언 등 부적절한 언행, 성추행 및 감사 과정에서 발생한 각종 의혹에 대해 특별조사팀을 꾸려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유덕영 firedy@donga.com·임현석 기자}
교사들의 연이은 성추행 및 성희롱 사건이 벌어진 서울 서대문구 공립 A고교 사건에 대해 서울시교육청이 거짓 해명을 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동료 여교사의 옷을 찢고 성추행을 한 B 교사의 비정기 전보와 관련해 이 학교 교장은 여러 언론을 통해 성추행 사건을 시교육청에 알렸다고 밝혔으나, 시교육청은 줄곧 “내용이 충분히 보고되지 않았다”고 해 왔다. 하지만 6일 시교육청이 새누리당 한선교 의원실에 제출한 ‘비정기 전보 내신(內申·비공개로 상급 기관에 보고하는 것) 사유서’에 따르면 이 학교는 B 교사를 다른 학교로 보내면서 사유서에 ‘동료 교사 성추행’ 관련 내용을 명시했다. 이 사유서는 당시 이 학교 교감이 작성해 시교육청에 제출했다. 해당 문서에는 ‘위 사람은 학교 교무부장으로 성실한 업무 수행과 학생 지도에 열정적인 교사였으나 2014. 2. 26. 학교 교육 계획 수립을 위한 부장 연수 중 동료 여교사를 뒤에서 껴안는 등 과도한 신체 접촉에 의한 성추행 사건을 일으켜 학교장 주의를 받았으며, 피해 여교사의 타 학교 전출 요구가 강력하고, 학교 잔류 시 학생 교육상에도 좋지 않을 뿐 아니라 본인과 타 교사, 학부모에게도 좋지 않을 것으로 사료되어 비정기 전보를 내신하게 되었음’이라고 명시돼 있다. 사유서를 보낸 시점은 올해 1월 5일로, 7월 특별감사가 진행되기 전까지 6개월간 아무런 조치가 없었던 것이다. B 교사는 지난해 2월 사건 발생 이후 연가, 휴직 등으로 출근하지 않았고, 올해 3월 다른 학교로 비정기 전출됐다. 교직원을 통해 해당 문서를 시교육청에 전달한 이 학교 관계자는 6일 “학교에서 성범죄 사건이 발생한 지난해 2월경에 관할 지역청인 서부교육지원청에 이 사실을 보고했다”고 밝혔다. 그는 사건 보고 이후에도 시교육청이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은 데 대해 “가해 교사에게 연가를 써서 학교에 나오지 못하도록 하고, 학교에서 해당 교사에게 엄중 경고하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시교육청에 보고했다”며 “시교육청이 학교가 스스로 엄중하게 조치할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올해 초에 해당 사유서를 받은 것과 관련해 시교육청 관계자는 “정식으로 성범죄를 문제 삼아 보고하는 형식이 아니었고, 이미 해결된 사안으로 봤다”라고 말했다. 부실 감사 논란도 계속되고 있다. 이 사건은 피해 여교사들의 진정과 국민신문고 민원 등으로 지난달 20일부터 감사가 시작됐으나 시교육청 감사관은 지난달 30일 브리핑에서 “어떤 사유로 전출가게 됐는지는 현재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감사 시작 10일이 지나도록 시교육청이 공식 문서를 확인하지 않은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한선교 의원은 “알고도 말하지 않았다면 시교육청 잘못이 드러날까 봐 은폐했을 가능성이 높고, 정말 몰랐다면 감사를 맡길 수 없을 만큼 무능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학부모의 고발로 알려진 다른 가해자인 C 교사의 연가 조치를 둘러싸고 시교육청의 거짓 브리핑 논란도 벌어지고 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지난달 31일 브리핑에서 “학생들과의 격리를 위해 C 교사에게 개학 후 2, 3일 지나서 바로 연가를 쓰도록 했다”며 신속한 조치를 취했다는 취지로 답했다. 하지만 이 학교 교장은 본보와 통화에서 “직위해제 전에 연가 조치는 없었다”며 “다만 피해 학생들과 만나지 않도록 학년을 조정해 수업에 들어가도록 했다”고 말했다. 해당 시교육청 관계자는 이후 사실 관계를 다시 확인하는 질문에 “정확한 날짜는 잘 모르겠다. 아마 (C 교사가) 학교를 좀 나왔을 것 같다”고 말을 바꿨다. 한편 시교육청은 6일 성범죄 사실이 확인되면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 교원 이름을 공개하고 바로 교단에서 퇴출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실시하기로 했다. 또 교사의 성범죄가 인지되면 경찰 수사나 기소 여부와 관계없이 곧바로 해당 교사를 직위해제하기로 했다. 하지만 성폭력을 저지른 모든 교육공무원은 ‘교육공무원 징계 양정 등에 관한 규칙’에 따라 이미 해임 또는 파면 조치를 받고 있어 ‘재탕 대책’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임현석 lhs@donga.com·유덕영 기자}

고교 1학년들은 수학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문과를 선택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계열 선택은 자신의 진로 적성에 따라 결정해야 하는 문제지만, 수학 내신성적이 큰 변수로 작용하면서 2학년이 된 문과 학생들의 내신성적도 널뛰기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학에 흥미와 적성을 보이는 학생들이 이과로 쏠리면서, 수학을 못하던 학생조차 2학년 문과에 들어와서는 수학 성적이 급격히 상승하는 일종의 착시 현상이 발생하는 것. 이때 반사이익에 현혹되지 말고 기초실력을 다지는 지혜가 필요하다. 입시정보기관 진학사가 2011∼2014년 대입 모의지원 시스템에 3년 치 학생부 성적을 입력한 고교 졸업생 48만여 명을 대상으로 재학 중 내신성적 변화를 분석한 결과, 문·이과 계열을 가르는 주요 요인은 통념대로 1학년 수학 성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고교 1학년 수학 성적이 1등급대(4만8329명)인 학생 중에서 70.5%(3만4083명)는 이과를 선택했다. 대상 학생들 중에서 56.4%(27만5643명)가 문과를 선택한 것과는 달리 수학 1등급 학생들은 이과를 지망하는 사례가 많았던 것. 2등급대에서도 이과 지망(58.4%·4만1405명)이 우세하며, 3등급대(9만6099명)에서 문과 지망이 50%(4만8103명)로 역전되고, 1학년 수학 성적 8등급대 학생(9366명)의 경우에는 84.9%(7960명)가 문과를 지망했다. 1학년 수학 성적이 우수한 학생이 2학년 때 자연계로 빠지면서 2학년 때 문과를 선택한 학생들은 수학 성적을 올리기가 더 수월해진다. 2학년 문과 학생(27만5643명) 중 수학 성적이 올랐다고 응답한 학생은 40.6%(11만2008명)나 됐다. 자연스럽게 수학에 대한 자신감도 붙어야 하지만, 오히려 대학수학능력시험이나 고3 때까지 수학 성적 상승 분위기를 이어가기란 쉽지 않다. 대체로 문과생들이 보는 수능 수학영역(수학 A 또는 수리 나형)에서 성적 분포가 상위권과 하위권으로 극명히 나뉜다. 수학 성적이 대부분 오르지만 수학 포기자도 상당수라는 것. 결과적으로 문과생들의 수학 성적 상승은 착시일 가능성이 크다. 논리수학 황성환 부사장은 “2학년 때 수학 실력이 오른 것으로 착각하고 수학 성적 기초 다지기에 소홀하거나 수학 범위가 3학년 때 넓어질 경우 오히려 적응을 못하고 수학 포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과에서는 2학년 때 국어 성적이 오르는 학생이 15.6%(3만3274명) 수준이었다. 결국 계열 선택 후 문과에서는 수학, 이과에서는 국어 성적이 오르지만 이 역시 우수학생 이탈에 따른 반사이익일 가능성이 높다. 진학사 김희동 소장은 “결국 변별력이 높은 수학 기초 다지기에 힘쓰는 한편 성적 상승에 꾸준히 공을 들여야 하는 영어에서 반전의 기회를 찾는 것이 내신성적 상승의 비결”이라고 말했다. 임현석 기자 lhs@donga.com}
서울시교육청이 ‘음주 감사’와 팀내 마찰로 논란을 빚고 있는 K 감사관에 대해 경위 조사에 착수했다. 5일 시교육청에 따르면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감사관과 관련해 최근에 제기된 여러 가지 비판과 지적을 바탕으로 경위 조사를 해서 그에 상응하는 적절한 조치를 취하라”고 지시했다. K 감사관은 지난달 26일 성추행 피해 여교사 면담에 앞서 음주를 했고, 면담 과정에서 부하 직원들과 갈등을 빚은 사실이 본보 단독 보도(1일자 10면)로 드러났다. 이날 시교육청 일반직공무원 노조는 K 감사관의 퇴출을 요구하며 감사원에 고교 성추행 사건 감사 과정과 업무 처리에 대해 공익감사를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피해 여교사들과의 면담에 배석하라는 K 감사관의 지시를 직원 2명이 따르지 않은 것에 대해 노조는 “당시 직원들은 K 감사관이 음주로 인해 얼굴이 붉어져 있는 상태였고, 6월 부임 이후 욕설과 고성이 자주 있었던 점을 감안할 때 면담을 하기에 무리라고 판단해 불참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동료 여교사를 성추행하고 수업 중 “원조교제 하자”라고 말해 물의를 빚은 서울 서대문구 공립 A고교의 B 교사가 학교에서 학생 인성교육을 담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B 교사는 올해 2학년 담임을 맡으면서 창의체험활동부에 배치됐고, 인성교육 업무를 담당했다. 시교육청 관계자에 따르면 B 교사는 평소 커터칼을 소지하고, 여교사를 노려보면서 교무실 문을 거칠게 닫는 등 위협적인 행동을 수시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교사는 한 동료 여교사를 ‘처녀’라고 부르고, 또 다른 여교사들의 팔목을 잡거나 엉덩이를 만지고 지나가는 등의 성추행도 저질러 피해자들이 감사 과정에서 시교육청에 관련 내용을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 여교사들은 지난달 초 B 교사의 성추행 등 문제에 대한 진술서를 교장에게 제출했으나, 교장이 이를 B 교사에게 보여주며 “해당 사실이 맞느냐”라고 묻는 어처구니없는 행동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 여교사들은 시교육청에 “신원이 노출돼 가해 보복 위협을 느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유덕영 firedy@donga.com·임현석 기자}
성범죄를 저지른 교사 절반 이상이 퇴출되지 않고 버젓이 교단에 남아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가 최근 새누리당 한선교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1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성범죄에 연루돼 징계를 받은 교사는 231명으로 이 중 절반이 넘는 123명(53.2%)이 아직까지 학교에 남아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파면이나 당연 퇴직, 해임 등의 처분으로 학교를 떠난 사람은 108명(46.7%)이다. 성범죄 교사가 퇴출되지 않은 것은 솜방망이 처벌 때문이다. 성희롱이나 일반인 대상 성매매의 경우 정도와 고의성을 따져 징계 수위가 결정되는데, 징계위원회의 결정이 지나치게 관대하기 때문. 실제로 2011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일반인 대상 성매매를 한 교사 12명 중 해임은 단 1명밖에 없었다. 5명은 경고성 통보 정도인 견책만 받았다. 현행 규정상 정직 감봉 견책 등을 받으면 교단에서 퇴출되지 않는다. 이런 미약한 처벌은 교사들의 성범죄를 증가시키는 한 가지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올해 성폭행 성추행 성희롱 성매매 등 성범죄에 연루돼 징계 처분을 받은 전국 초중고교 교사는 상반기에만 35명에 달했다. 닷새에 한 건꼴로 교사들의 성범죄가 일어난 것. 성범죄로 징계받은 교사가 지난해는 40명이지만 올해는 상반기에만 지난해 수준에 육박한 셈이다. 한 의원은 “성범죄는 다른 범죄에 비해 재범률이 높은 만큼 성범죄 위험군에 속하는 교사들이 계속 학교에 남아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이 괜찮은지 의문”이라며 “교육부가 더욱 강력한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임현석 기자 lhs@donga.com}

국내에서 기부금을 모금하는 단체는 법으로 정하는 법정기부금단체 100여 곳,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정하는 지정기부금단체 2900여 곳, 의료법인이나 종교단체 등 설립과 동시에 당연 지정되는 당연기부금단체 등 3만 곳 정도다. 기부금단체가 되면 기부자는 기부금에 대한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고, 기부금단체는 모금액의 15%까지 운영경비로 사용할 수 있다. 기부금단체는 비영리법인이기 때문에 법인세와 상속세를 면제받는다. 대부분의 기부금단체는 투명하게 운영되고 있지만 일부 기부금단체들은 이런 혜택을 누리면서 법적 의무는 지키지 않는 등 부실하게 운영되고 있다. ○ 허위 영수증 발급으로 세액공제에 악용 부산의 N의료법인은 지난해 상속세법과 증여세법 위반으로 국세청에 적발돼 9700여만 원을 추징당했다. 공익사업을 하는 기부금단체는 증여나 상속 때 세금을 내지 않는다. 단, 출연 재산을 3년 안에 전부 공익사업에 써야 한다. 국세청은 개인정보 보호 등을 이유로 구체적인 위반 내용을 밝히지 않았지만 이 법인은 출연키로 한 재산을 기간 내에 사업 목적에 맞게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남 광양의 J시민단체는 13억여 원어치, 경북 경주의 K사찰도 17억 원어치의 허위 영수증을 발급했다가 국세청에 적발됐다. 지난해 국세청이 처음으로 공개한 ‘불성실 기부금 수령 단체’는 102곳에 달했으며 이 중 93곳이 종교단체다. 허위 영수증 발급은 실제 받은 기부금보다 더 많은 금액을 받은 것처럼 부풀려 영수증을 발급해 주는 것. 허위 영수증을 발급받은 기부자들은 이를 근거로 연말정산 등에서 세액공제를 부풀려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종교단체나 병원 등 설립과 동시에 당연 지정되는 기부금단체들은 이 같은 위법 사항이 발각되더라도 세액공제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지정 절차나 관리감독이 허술하다 보니 지정기부금단체로 지정받고 사실상 영리단체처럼 운영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기부금단체로 지정받은 뒤 단체를 재산 상속 수단으로 악용하다가 적발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 특정 단체 후원에 기부금 쓰기도 법인세법 시행령에 따르면 지정기부금단체로 지정되려는 비영리법인은 ‘공익을 목적’으로 해야 하고 ‘불특정 다수’를 위해 기부금을 사용해야 한다. ‘불특정’에 대해서는 세부 규정이 없지만 특정인이나 특정 단체만을 후원하기 위한 용도로는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 대체적인 법 해석이다. 하지만 대전에 있는 N단체는 기부금 상당액을 대전시 산하 특정 단체를 위해 사용했다.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이 단체는 지난해 1월부터 12월까지 대전시 산하에 있는 한 단체를 위해 설 선물 등 224만 원, 정기공연 뒤풀이 식대 354만 원, 추석 선물 등 117만 원, 축하화환 등 31만 원, 홍보비 등 329만 원 등 총 45회에 걸쳐 1100만 원을 썼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모금한 기부금은 반드시 불특정 다수를 위한 공익 목적으로 사용해야 한다”며 “특정인이나 특정 단체를 후원하기 위해 기부금을 사용했다면 법을 어긴 것”이라고 말했다. 설립 8개월이 지나도록 의무 규정인 홈페이지가 없는 곳도 있다. 지난해 9월 지정기부금단체로 지정된 L재단은 현재까지 홈페이지가 없다. 홈페이지가 없으면 기부금단체로 지정될 수 없다. 기부금단체는 홈페이지를 통해 단체의 활동 내용과 기부금 사용 명세를 공개해야 한다. 기재부 관계자는 “기부금단체 지정 당시 홈페이지가 없을 경우 지정이 안 된다”며 “어떻게 지정될 수 있었는지 경위를 파악 중”이라고 말했다. ○ 정치인 지원 의혹도 받아 특정 정치인을 지원한다는 의혹을 받는 단체도 지정기부금단체로 지정됐다. 경북 포항시 북구에 위치한 D연구소는 지난해 12월 경북도에 의해 기부금단체로 지정됐다. 이 연구소의 전신은 1995년 설립된 한국정책연구원이며, 설립 당시 원장은 현 새누리당 이병석 의원이다. 이 연구소가 위치한 포항시 북구는 이 의원의 지역구. 현 연구소 소장은 이 의원의 전 비서관이며, 연구실장은 이 의원 보좌진 출신이다. 또 연구소 임원진 다수가 이 의원의 전·현직 비서관, 보좌관으로 구성돼 있다. 이에 대해 이 연구소 관계자는 “우리 연구소는 지역 현안을 연구하는 순수 연구기관으로,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지정기부금단체 신청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5월 현재 이 단체 역시 지정기부금단체 의무사항인 회계 명세 공개를 하지 않고 있다. 경북도 관계자는 “서류상 공익을 목적으로 활동하는 것으로 돼 있어 승인했다”며 “구체적으로 특정 정치인의 싱크탱크 또는 사조직인지는 알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현재 지정기부금단체 추천 요건과 재지정 요건에 따르면 지정기부금단체는 정치적 중립성을 지켜야 하지만 정치적 중립성의 한계를 단체나 운영자 명의의 직접적인 선거운동 금지로만 한정하고 있어 너무 느슨하다는 지적이 나온다.이은택 nabi@donga.com·임현석 기자}

국내 기부금 총액 규모는 2001년 4조6700억 원에서, 2006년 8조1400억 원, 2013년 12조4900억 원으로 크게 늘고 있다. 이는 국세청 소득공제 신고 자료를 집계한 것이라 실제 기부금 규모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012년 회원국 국민을 대상으로 ‘최근 한 달간의 기부 경험’을 조사한 결과 한국은 10명 중 3명꼴인 32.7%가 기부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34개국 중 24위. 1위는 영국으로 10명 중 7명 이상(72.5%)이 기부를 했으며, OECD 평균은 43.5%였다. 통계청이 2013년 자체 조사한 자료에서도 우리 국민 중 34.5%만이 1년에 한 번이라도 기부에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주요 선진국에 못 미치는 국내 기부금을 늘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부금단체의 운영 투명성과 기부에 대한 혜택을 더 늘릴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지난해 보건복지부와 문화체육관광부가 기부 경험이 있는 19세 이상 성인 78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기부금단체를 정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점으로 ‘기부금단체의 투명성’(56.3%)을 꼽은 응답자가 가장 많았다. ‘기부금단체의 사업 내용’은 23%였다. 또 81.3%가 기부문화 활성화를 위해 “기부금단체에 대한 투명한 정보 공개가 중요하다”고 대답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고경환 연구위원은 “투명한 회계정보 공개가 기부문화 활성화의 첫걸음”이라며 “법적으로 정보 공개가 의무가 아닌 종교단체 등 일부 지정기부금단체까지도 정보 공개를 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임현석 기자 lhs@donga.com}
12조4900억 원. 올해 4월 정부가 발표한 ‘2013년 한 해 우리나라 기부금 규모’다. 지난달 정부가 확정한 올해 추경예산과 맞먹는 규모의 큰돈이지만 일부 기부금단체의 방만한 운영으로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다. 동아일보 취재팀은 현재 우리나라에서 활동하고 있는 기부금단체들이 어떻게 기부금을 걷고, 사용하고, 관리하는지 알아봤다. 그 결과 기부금에 대한 혜택을 늘리기 전에 우선 현재 운영되고 있는 기부금단체들부터 대대적으로 점검해야 할 필요성이 드러났다. 대부분의 기부금단체는 성실하게 운영되고 있었지만 일부 단체는 법인세와 증여·상속세 면제 등 각종 혜택을 받으면서도 허위 영수증을 발급하거나 기부금 사용 내용을 제대로 공개하지 않았다. 일부 기부금단체는 상속세를 내지 않고 자녀에게 재산을 물려주기 위한 불법 상속 수단으로 운영되기도 했다. 기부자 및 기부금단체에 대한 각종 세제 혜택 등은 국민의 세금으로 이뤄지는 만큼 기부금단체의 부실 운영은 결국 나랏돈이 새는 셈이다. 울산의 A사찰은 220여 건(7억4000여만 원)의 가짜 기부금 영수증을 발급했다가 지난해 국세청에 적발됐다. 경기 성남의 B교회도 6억여 원어치의 허위 영수증을 발급했다가 적발됐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한국세무학회장)는 “종교법인들은 정보공시 의무가 없다는 점을 악용해 기부금을 부풀려 주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지적했다. 대전의 C단체는 기부금을 공익 목적이 아니라 특정 단체를 위한 선물, 식사비로 사용했으며 2009년 지정된 서울의 D재단은 기부금단체의 지정 및 운영 의무 사항인 단체 홈페이지 개설과 사용 명세 공시 의무도 지키지 않고 있다. 당국의 허술한 관리감독도 부실 운영을 방치하고 있다. 기부금단체 지정에서 사후 관리감독까지 해당 단체가 스스로 작성해 제출하는 서류만으로 점검이 끝나고 별다른 현장 점검도 없기 때문이다. 한 예로 기부금단체가 2년마다 제출해야 하는 ‘의무 이행 여부 점검 결과 보고서’는 단체가 증빙서류 없이 이행 여부를 표시해 관계당국에 제출하면 끝이다. 법적으로 기부금단체들은 영수증 보관 의무만 있고 제출 의무는 없기 때문에 영수증을 아예 보관하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 홍 교수는 “일각에서는 기부금단체의 세금 혜택을 이용해 자녀를 임원으로 등록한 뒤 월급을 주는 등 편법 증여·상속의 수단으로 악용하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여러 부처에 나누어진 기부금 업무를 한곳으로 통합하고 책임지도록 시스템을 바꿔야한다고 지적했다. 현재는 서류상으로만 기부금단체의 기부금 사용 내용을 검토하지만 앞으로 현장 방문조사를 강화하고 정기적인 회계 감사를 진행해야 기부금이 걷히고 사용되는 과정의 투명성을 높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편 6일 내년도 세제개편안을 내놓을 예정인 정부는 기부금에 대한 혜택을 확대하는 문제에 대해 신중한 입장이다.임현석 lhs@donga.com·이은택 기자}

기부금단체들이 부실하게 운영되는 데는 단체 자체의 문제도 있지만 지정에서 지정 후 관리까지 대부분 서류상으로만 점검이 이뤄지는 것도 큰 이유다. 특히 각 단체가 국세청 홈페이지에 게시하는 지출 내용을 구체적인 세부 항목 없이 ‘행사’ ‘복지단체 지원’ 등으로만 간략히 적어도 이를 제지하지 않는다.○ 서류만으로 만사 OK 비영리단체가 지정기부금단체가 되기 위해서는 먼저 사업계획서와 정관을 해당 부처나 지방자치단체에 제출해야 한다. 신청서를 받은 부처는 자격 조건을 심사한 뒤 요건을 갖췄다고 판단되면 기획재정부에 지정기부금단체 추천서를 넘긴다. 기재부는 추천서, 법인등기, 정관, 사업계획서, 최근 2년간 결산서와 해당 연도 예산서 등을 검토한 뒤 지정기부금단체로 지정한다. 문제는 이 모든 과정이 대부분 현장 실사 없이 서류로만 이뤄진다는 점. 게다가 기부금단체로 지정되기 위해 필요한 자산, 규모, 회계 상태에 대한 규정도 없다. 단체의 회계 상태를 보기 위해 결산·예산서를 제출하도록 하고 있지만, 신설 법인의 경우 앞으로 ‘기부금을 얼마 모금하겠다’ 정도의 목표액과 사업계획만 첨부해도 된다. 또 최근 2년간의 결산서와 해당 연도 예산서도 제출하지만 영수증 같은 증빙서류 첨부 의무나 검증 과정이 없기 때문에 단체가 제출한 서류를 그대로 믿고 허가를 내주는 구조다. 기재부 관계자는 “지정기부금단체 실사를 나간 적은 거의 없다”며 “이미 추천 부처에서 한 번 검토했다고 보기 때문에 서류가 미비한지, 홈페이지를 갖췄는지 정도를 보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추천 부처의 말은 또 다르다. 산업통상자원부의 한 관계자도 “인력이 충분하지 않아 보통 추천 단계에서 현장 실사까지 나가는 일은 없다”고 말했다.○ 사후 점검은 더 허술 기부금단체로 지정된 이후 기부금 사용 등에 대한 관리감독은 소관 부처나 지자체, 국세청이 맡고 있다. 하지만 이 또한 인력 부족으로 실사는 고사하고 서류 검증조차 쉽지 않다. 기부금 사용 내용을 보고하도록 하고 있지만 간단히 이름과 금액만 써서 제출하는 곳도 많기 때문이다. 더욱이 실제 이 사업에 썼는지를 증명하는 영수증 등 증빙서류는 아예 제출받지 않는다. 돈이 들어오고 나가는 기부금 전용 계좌에 대한 검증도 의무가 아니다. 국세청과 각 지정기부금단체 홈페이지에 등록해야 하는 ‘기부금 모금액 및 활용실적 명세서’도 허술하게 작성되고 있었다. 명세서에 지출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재하지 않고 ‘장학금 지급’, ‘복지단체 지원’ 등 간략하게 적고 있는 것. 이처럼 관리가 허술하다 보니 일부 단체의 경우 자체 홈페이지와 함께 모금 금액과 사용 내용을 게시해야 하는 국세청 홈택스 홈페이지에 금액만 명기하고 아예 사용 내용을 적지 않는 곳도 있었다. 홈페이지 공시 의무를 지키지 않는 단체도 상당수다. 매년 모금액과 활용 실적을 자체 홈페이지와 국세청 홈택스 홈페이지에 공개해야 하지만 현재 기재부 장관이 지정한 지정기부금단체 2900여 곳 중 국세청 홈페이지에 공개 의무 내용을 올리지 않은 곳은 400곳이 넘는다.○ 총괄기관에서 검증 강화해야 재지정을 받아야 하는 지정기부금단체는 2년마다 국세청과 소관 부처에 ‘지정기부금단체 의무 이행 여부 점검 결과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 역시 해당 단체가 스스로 의무사항 이행 여부를 표시해 올리는 방식이라 검증 효과가 없다. 예를 들어 ‘수입을 회원의 이익이 아닌 공익을 위해 사용하고, 수혜자가 불특정 다수일 것’이라는 항목에 ‘그렇다’고 적어 제출하면 끝이다. 소관 부처가 사실 여부를 검증해야 하지만 기부금단체가 작성한 결산서와 비교하는 방식이라 사실상 검증이 되지 않는다. 이 결산서 또한 영수증 등 증빙서류를 제출할 의무는 없다. 소관 부처에서 점검이 이뤄지지 않으니 국세청도 역부족일 수밖에 없다. 전수조사가 어렵다면 표본조사를 통해 현장 점검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있지만, 현재 현장 실사는 100만 원 이상 기부자의 0.5%만 뽑아서 조사한 뒤 비리 의혹이 있는 경우에만 해당 기부금단체를 찾아 전용계좌와 증빙서류를 점검하는 형태로 1년에 한 번만 이뤄진다. 전문가들은 기부금단체의 지정부터 사후 관리감독까지 한 기관이 책임을 지도록 체계를 바꿔야 한다고 지적한다. 지금처럼 추천기관(정부부처 및 지방자치단체), 지정기관(기획재정부), 감독기관(국세청)이 서로 다른 구조에서는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 관리감독이 어렵기 때문이다. 박태규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기부금단체를 관리하는 통합기관이 표준양식을 만들고 운영, 회계도 감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스템을 바꾸는 것이 어렵다면 기부금단체를 추천할 때 소관 부처와 지자체의 검증 의무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1차 관리 책임이 있는 지자체 등 부처에서 지정기부금단체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는 것이 투명성을 높이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한 지정기부금단체 관계자는 “기부금단체 입장에서도 차라리 관리감독이 강화되면 시민들이 기부금단체를 믿고 기부하는 좋은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일부 기부금단체들의 비리 때문에 우리 사회의 기부문화가 위축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임현석 lhs@donga.com·이은택 기자}
기부 문화가 발달한 선진국들은 다양한 방법을 통해 지정기부금단체를 관리하고 있다. 영국은 ‘자선사업감독위원회(Charity Commission)’라는 독립기구가 지정기부금단체의 등록부터 사후 관리까지 전담한다. 한 기관에서 책임지고 기부금과 관련된 사항을 모두 처리하는 것. 자산 규모가 5000파운드 이상인 모든 영국의 자선단체는 자선사업감독위원회에 등록해야 한다. 등록된 단체는 매년 회계 신고서를 작성해 위원회에 제출한다. 신고서는 총수입 규모에 따라 4단계로 나눠 기준을 다르게 적용하고 있다. 연수입이 100만 파운드를 초과하는 단체는 기부금 모금 및 활용 전략, 목표까지 상세하게 기입해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자선사업감독위원회는 이들 자선단체가 문제가 있을 경우 자산 운용에도 관여할 수 있으며, 자선단체의 이사를 해임할 권한까지 갖고 있다. 미국은 비영리법인부터 지정기부금단체 업무까지 국세청(IRS)이 총괄한다. 미 국세청은 매년 해당 단체들의 연소득과 자산 규모가 커질수록 내용을 더 상세하게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 또 이 단체들이 신고서를 지정된 날까지 제출하지 않거나 항목을 누락했을 경우에는 세금을 부과한다. 신고가 이뤄지지 않은 날로부터 하루에 20달러씩, 최대 단체 총수입의 5%까지 부과한다. 미 국세청은 법인이나 재단에 대해 공익성 테스트를 거친 뒤에 이 단체들에 면세 혜택을 준다. 정관에 공익사업 목적이 잘 반영돼 있는지 평가하는 조직 테스트와 실제 공익사업을 실시하는지 평가하는 운영 테스트 과정을 거친다. 미국, 영국 등 기부 선진국에서는 매년 면세 혜택을 받는 기부금단체들의 자산과 수입에 대한 정보 공개 활동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우리의 경우 올해부터 결산서 공시 의무가 있는 공익법인 기준을 자산 5억 원, 수입 3억 원 이상으로 지난해(자산 10억 원, 수입 5억 원 이상)보다 강화했지만 이는 미국(수입 2만5000달러·약 2730만 원 이상)이나 영국(자산 5000파운드·약 858만 원 이상)에 비해 여전히 낮다. 특히 미국은 기부금단체 실적과 신고 서식이 민간 비영리단체인 ‘가이드스타’를 통해 공개되고 있다. 가이드스타는 기부금단체 재정이 투명한지, 기부금은 효율적으로 쓰는지 분석해 공시한다. 박태규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기부 문화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우리도 기부 선진국처럼 각 단체들의 정보 공시 의무를 더 강화하고, 기부금단체들도 되도록 모든 회계정보를 공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임현석 기자 lhs@donga.com}

《 “현실적으로 우리 교육의 초점은 대학 입시에 맞춰져 있죠. 교육과정이 아무리 좋은 방향으로 바뀐다고 해도 대학수학능력시험과 맞지 않으면 교육과정 개편의 결과는 교과서가 바뀌는 것이 고작입니다.” 2015 교육과정 개편을 바라보는 일선의 반응이 싸늘한 이유 중 하나는 현장의 최대 관심사인 수능 개편안 논의가 함께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9월 고시를 앞둔 새 교육과정이 ‘모든 학생들이 인문·사회·과학기술 기초를 고르게 배우면서도 학습 부담을 줄인다’는 통합교육의 취지를 살리려면 수능 개편 논의와 맞물려 돌아가야 한다. 그러나 교육 당국의 땜질식 개편 과정에서 수능과 교육과정이 따로 노는 바람에 현장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 따로 돌아가는 수능과 교육과정 개편 2015 교육과정 개편의 핵심 목표인 ‘문·이과 통합’은 아이러니하게도 교육과정 논의 과정에서 나온 것이 아니다. 이는 정부가 수능 개편 방향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교육부는 2013년 8월 ‘입학전형 간소화 및 대입제도 발전 방안’을 제시하면서 2017학년도 수능부터 문·이과를 완전히 또는 부분적으로 통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론적으로 따지자면 이미 7차 교육과정부터 고교 과목이 선택제로 바뀐 만큼 문·이과 장벽을 허물 수 있다는 것이 교육부의 논리였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즉각 엄청난 반발이 뒤따랐다. 현실적으로 고교 2학년이 되면 문과와 이과를 엄격히 나누고, 대학들도 계열별로 입시 전형을 다르게 적용하고 있는 마당에 어떻게 수능만 문·이과를 통합하느냐고 비판했다. 이에 교육부는 한발 물러나 당분간은 문·이과로 나누는 수능 체제를 유지하되, 2021학년도 수능부터는 문·이과 통합안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문·이과 융합형 교육과정에 대한 연구는 이를 계기로 시작됐다. 수능 개편을 염두에 두고 교육과정 개정 논의에 들어간 셈이다. 이를 두고 교사들은 본말이 전도됐다고 지적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현 교육과정 개편안은 9월에 고시 예정인 반면 수능 개편안 발표는 2017년 하반기에나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서로 과목과 내용을 맞춰야 할 교육과정과 수능이 따로 노는 바람에 어느 쪽도 실체를 알지 못한 채 개편 작업을 진행하는 형국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교육 당국이 수능에서 특정 과목이 빠지거나 줄어드는 데 따른 부담을 피해가기 위해 일단 교육과정 개편부터 서두른다’는 지적도 나온다. 입시에 종속된 우리 교육의 구조상 교육을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은 수능의 변화에 훨씬 민감하기 때문이다. 한 교육과정 전문가는 “특정 과목이 수능에서 빠질 경우 해당 과목 교사와 교수 등이 극심하게 반발할 테고, 통합교육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세력까지 나올 것”이라며 “교육당국이 이를 감당할 수 없으니 일을 따로 진행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교육과정 개편안을 만드는 개발진 입장에서는 수능의 윤곽을 모르니 불안할 수밖에 없다. 수능 과목이 어떻게 결정될지 모르기 때문에 되도록 많은 내용을 새 교육과정에 담으려 한다. 학문 간 경계를 없앤다는 통합의 취지와는 정반대로 오히려 통합사회, 통합과학의 구성을 둘러싸고 교과 이기주의를 부추기는 형국이다. 이에 따라 교육과정의 구체적 내용을 담는 그릇인 교과서도 커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현장에서는 창의적 수업은커녕 교과 진도 나가기에도 벅찰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나온다. ○ 혼란 틈 타 사교육만 기승 교육과정과 수능이 제각각 바뀌는 과정에서 학생과 학부모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당장 몇 학년부터 수능이 달라진다는 것인지, 그렇다면 어떤 과목을 배우고 시험을 치게 되는 것인지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사교육 시장은 이런 불확실성을 마케팅에 활용하고 있다. 초등학생 대상 학원들은 “2021학년도 이후 수능은 어떤 식으로 문·이과 통합 문제가 나올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 사회와 과학을 최대한 많이 배워둬야 한다”고 유혹한다. 중학생 대상 학원들은 “문·이과 통합 수학은 현재 문과 수학보다 어려워질 것”이라며 “중학교 때부터 미리 고교 이과 수학 진도까지 공부해야 한다”고 부추긴다. 교육 관련 시민단체인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윤지희 공동대표는 “중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학원에서는 확정되지 않은 수능 개편안에 대비해야 한다며 불안감을 부추긴다”면서 “교육과정 개편과 수능 개편안 발표 사이에서 불안한 아이들은 사교육으로 몰릴 수밖에 없다”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교육과정과 수능 개편안이 별개로 논의되면서 당초 교육과정을 개편하려던 취지가 사라질 것이라는 회의론도 커지고 있다. 서울 인헌고 박인규 교장은 “교육과정을 개편하기에 앞서 우리 공교육의 목표가 대학들이 원하는 수준의 인재를 길러내는 것인지, 아니면 학생들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만큼의 지식과 교양을 쌓는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거쳤어야 했다”면서 “교육의 큰 밑그림을 그리는 교육과정 개편이 이런 합의 없이 졸속으로 추진되면서 방향을 잃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현석 기자 lhs@donga.com}

“한류 열풍과 함께 해외에 한국어와 문화를 보급하는 세종학당의 위상도 몰라보게 달라졌습니다. 한국어를 배우려고 하는 학생들은 우리와 비교적 교류가 드물었던 중동에도, 지구 정반대편인 남미에도 있어요. 한국의 친구가 되려는 세계인들이 늘어날수록 세종학당의 역할이 더 중요해질 것입니다.” 세종학당재단 송향근 초대 상임이사장(59·사진)은 해외에서 한국어 교육 수요가 커지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송 이사장은 세종학당이 “‘외국 속의 작은 한국’이자 외국인들이 우리에 대한 첫인상을 결정하는 곳”이라고 말했다. “우리 국민들이 해외에서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교육하는 기관인 세종학당에 대해 자부심을 느껴 주셨으면 합니다. 벌써 세종학당을 거친 학생만 전 세계에 17만 명에 이릅니다.” 세종학당재단은 해외에 나가 있는 전 세계 54개국 140곳의 세종학당을 총괄 지원하는 기관. 세종학당은 2007년 출범했지만 재단은 2012년 설립됐다. 송 이사장은 재단이 설립된 이래로 비상임 이사장을 맡았고, 7일 상임직으로 임명됐다. “영국 브리티시카운슬, 독일 괴테인스티튜트처럼 선진국들은 일찍부터 자국어 보급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자국어의 해외 보급이 그 나라 소프트파워의 핵심이기 때문이죠. 선진국일수록 조직과 예산을 늘리는 추세입니다.” 올해 세종학당 예산은 128억 원 규모. 중국의 공자학원이 약 3300억 원을 지출하는 것에 비하면 적은 편이다. 송 이사장은 “지원이 부족해 어려움은 있지만 앞으로는 해외진출 기업 등 민간과 함께 교류협력을 강화하면서 이를 극복해나갈 생각”이라고 밝혔다.임현석 기자 lhs@donga.com}

경희대는 2016학년도 수시모집에서 서울캠퍼스 1434명, 국제캠퍼스 1591명을 뽑아 전체 모집인원의 62.8%인 3025명(정원내 기준)을 선발한다. 경희대는 올해 수시전형에서 논술우수자전형 비중은 줄이고 학생부종합전형의 비중은 늘린 점이 특징이다. 지난해 논술우수자전형을 통해 1040명을 선발한 경희대는 이를 925명으로 정원을 11.1%나 줄인 반면 학생부종합전형에서는 올해 정원외 입학까지 포함하면 1880명을 선발해 지난해와 비교해 5.9% 확대한 것. 경희대는 “학생부종합전형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두지 않고, 고교 과정에서 학교생활의 성실성을 더 가치있게 평가한다”고 밝혔다. 학생부종합전형의 비중이 가장 큰 만큼 학생들의 관심도 자연스럽게 이 학교의 해당 전형인 ‘네오르네상스전형’에 쏠린다. 경희대의 학생부종합전형인 네오르네상스전형은 1단계에서 서류종합평가를 통해 모집인원의 3배수를 선발하고 2단계에서 1단계 성적(70%)과 인성면접(30%) 점수를 합산하여 최종 합격자를 가려낸다. 서류평가는 지원자가 제출한 서류(자기소개서와 교사추천서(선택), 학생부)를 입학사정관이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잠재역량과 학업적성 역량으로 나눠 검토하고 종합점수를 부여하는 방식. 서류 평가 기준은 △전형적합성 △전공적합성 △학업발전성 △인화관계성 △자기주도성 △경험다양성. 지원자가 이 6가지 평가기준에 얼마나 부합하느냐가 당락의 열쇠다. 전형적합성은 네오르네상스전형 지원자들이 원서접수할 때 스스로 선택한 적성(리더십·봉사인재, 국제화인재, 과학인재, 문화인재)에서 실제 역량을 갖춘 학생인지 평가하겠다는 것. 학업발전성은 학생부 교과성적과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 수상실적을 주로 본다. 지적호기심과 학업역량을 평가하는 항목이다. 전공적합성은 해당 학과와 관련된 관심과 열정, 적성이다. 지금까지의 활동이나 경험이 전공에 부합한지 평가한다. 인화관계성은 말 그대로 사제·교유관계에서 얼마나 소통을 잘했는지, 품성이 따뜻한지를 살펴본다. 자기주도성은 진로에 대한 확고한 의지와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한 결과를 평가한다. 경험다양성은 학교 내에서 학업만이 아니라 창의적 체험활동에 적극적인 참여를 말한다. 학생부종합전형의 ‘고른기회전형’은 고른기회Ⅰ,Ⅱ로 나뉜다. 고른기회Ⅰ은 국가보훈대상자와 저소득층, 농어촌학생 등 150명을 선발하며 고른기회Ⅱ는 의사상자, 군인 또는 소방공무원, 다자녀(4자녀 이상)가정, 다문화가정, 북한이탈주민 및 자녀, 장애인부모, 조손가정 등과 더불어 올해 입시에 한해 세월호 참사 당시 단원고 2학년 재학생에게 지원자격을 확대해 100명을 선발한다. ‘지역균형전형’에서도 수도권을 제외한 고교를 대상으로 학교장추천 방식으로 232명을 선발한다. 특성화고 출신자로 산업체 3년 이상 재직 중인 학생을 선발하는 ‘특성화고졸재직자전형’도 있다. 국제통상·금융투자학과 60명, 문화관광산업학과 40명, 조리산업학과 30명을 선발한다. 경희대 서울캠퍼스 김현 입학처장은 “점수 위주 선발에서 벗어나 학생부 교과와 비교과활동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면서 대학의 인재상에 부합하는 학생을 선발하고, 지역과 계층에 상관없이 고른 기회를 제공하고자 노력했다”고 말했다.임현석 기자 lhs@donga.com}

올해 4년제 대학 수시모집에서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 위주 전형으로 선발하는 인원은 20만5285명. 전체 수시모집 인원(24만976명) 가운데 학생부 중심 전형이 85.2%를 차지한다. 지난해에도 학생부 중심 전형은 84.4%(20만3529명)로 최고치를 갱신했지만 올해 그 비중이 더 늘었다. 해마다 대입에서 수시모집 비중이 커지는 가운데 학생부 중심 전형이 대입의 핵심 키워드로 자리잡은 것이다. 학생부 중심 전형 중에서도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전형은 교과전형(13만8054명)으로 종합전형(6만7231명)의 배에 이른다. 그러나 수험생들은 상위권 대학으로 갈수록 종합전형 비중이 높아진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상위권 대학들은 교과 내신만 보는 것이 아니라 종합적인 성취도를 판단하려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서울대 권오현 입학본부장은 학생부 종합전형에 대해 “학생들의 잠재력을 더욱 면밀하게 평가할 수 있는 전형”이라고 의의를 설명한다. 수시모집 중에서 학생부 교과전형 비중이 지난해 60%에서 올해 57.3%로 줄고, 학생부 종합전형 비중은 지난해 24.4%에서 27.9%로 늘어난 것도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다. 서류평가 준비에 공들여야 학생부 종합전형은 주로 학생부의 교과와 비교과, 자기소개서, 교사추천서 등을 고루 평가한 뒤 2차에서 면접을 보고 최종 합격자를 선발하는 형식이다. 따라서 1차 관문인 서류에 공을 들여야 한다. 최근에는 학생부 종합전형에서 면접 비중이 줄어들면서 최종 합격에 이르기까지 서류평가의 중요성이 더 커지는 추세다. 대표적인 학교가 단국대다. 올해 학생부 종합전형에서 100% 서류전형을 통해 합격자를 뽑는다. 대학들이 학생부와 자기소개서, 교사추천서에 중점을 두면서 활동기록을 더 꼼꼼하게 평가하는 경향도 나타난다. 대학마다 서류평가 기준이 다른 만큼 이를 치밀하게 분석해야 한다. 예를 들어 삼육대의 경우 봉사를 강조하는 대학의 교육 이념과 관련된 사고, 인성 및 사회봉사활동 등을 확인한다. 서류평가에서는 지원하는 전공에 맞는 스펙 관리를 했느냐가 핵심이다. 평소 자신의 고교에서 활동한 동아리, 봉사활동, 진로 및 체험활동도 전공과 적합해야 평가를 높게 받을 수 있다. 특히 자기소개서에는 본인의 전공과 장래희망을 어떻게 연결지을 것인지에 대한 생각이 녹아들어 있어야 한다. 동국대 김관규 입학처장은 “자기소개서에는 본인이 꿈과 진로를 향해 꾸준히 노력했는지, 앞으로 진로에 대한 고민은 어떻게 하는지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중앙대는 자신의 진로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는 자기소개서를 선호한다고 밝혔다. 아주대 역시 활동의 성패와 상관없이 무엇이 지원자의 꿈에 어떤 밑거름이 되었는지를 설명하는 학생이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올해도 자기소개서에 외부기관 수상 실적을 기재하는 것은 금물이다. 특히 학생부 종합전형 비중이 높은 대학들은 모두 표절 검증 시스템을 갖추는 등 심사가 엄격하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서강대는 학생부 종합전형의 모든 서류를 정성평가한다. 숙명여대는 자기소개서를 볼 때 표절은 물론이고 비문이나 오탈자까지 평가에 반영한다.수능 최저학력기준은 완화하고 인성평가는 강화 학생부 종합전형은 올해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최저학력기준을 적용하지 않는 학교가 많은 것이 특징이다. 지원자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전형이 간소화되는 추세다. 대신 고교 생활의 성실성과 인성, 학업에 대한 열정을 중심으로 평가하겠다는 대학들이 눈길을 끈다. 대표적인 학교가 건국대다.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전면 폐지했을뿐더러 전형 방법도 단순화했다. KU자기추천전형의 경우 서류평가 이후 진행하는 면접평가에서 지원자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발표면접과 합숙면접을 폐지한 것. 한림대도 의예과를 제외하고 올해부터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적용하지 않는다. 한국외국어대 역시 학생부 종합전형은 학교생활을 통해 꿈과 끼를 키운 학생을 선발한다는 취지로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적용하지 않는다. 학생부와 자기소개서만 평가한다는 계획. 학업역량, 전공적합성, 교내활동충실도, 인성, 성장가능성의 다섯가지 영역을 중심으로 평가를 진행한다. 인성평가를 강조하는 대학 중에는 경희대가 있다. 전형적합성, 전공적합성, 학업발전성, 인화관계성, 자기주도성, 경험다양성의 6가지 평가 기준을 적용한다. 이 요소들을 합산하는 것이 아니라 종합평가한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광운대 역시 면접평가에서 지원자의 성실성과 도전정신 등 인성 관련 질문을 던지고 이에 대한 평가를 바탕으로 합격자를 선발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립대는 인성 공통면접문항을 활용한 공적윤리, 공동체 의식, 의사소통능력을 종합적으로 확인한다. 포스텍도 ‘창의성과 인성을 갖추고 사회, 국가, 나아가 인류에 공헌할 수 있는 과학기술계의 글로벌 리더’를 높게 평가한다. 한성대의 면접평가 역시 전공 잠재력과 더불어 인성 관련 개별 질의응답으로 이루어진다. 임현석 기자 lhs@donga.com}

“제조업, 정보통신 등 한국의 높은 산업기술력에 놀랐죠. 대기업도 아니고, 중소기업과 협업하는 연구실에 미래형 기술인 초전도응용 실험설비가 갖춰져 있다는 점도 매우 인상적입니다.” 국내 최대 산업단지인 경기 시흥·안산 스마트허브(시화·반월공단) 안에 위치한 한국산업기술대에 지난달 8일 특별한 교환학생이 방문했다. 프랑스 국립응용과학원(INSA) 소속 스트라스부르대에 재학 중인 프랑스 학생 10명이 12주 과정인 이 학교 교환학습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 이곳에 머무는 것. 이들 학생은 중소기업과 협업과정 연구 프로젝트에 참여한다. 이들이 소속 학교에서 졸업하려면 해외에서 3개월간 인턴십을 해야 하는데, 명문 공대인 스트라스부르대 학생들은 주로 독일의 정밀기계업체 ‘보쉬’나 전기전자 기업 지멘스 등 굴지의 대기업을 선택한다. 이런 상황에서 이들이 한국을 찾은 것은, 그것도 중소기업과 협력하는 대학을 찾은 것은 이례적이다. 한국을 선택한 이유는 조금씩 달랐다. 리샤르 마리시아 씨(21)는 “한류스타 이민호와 김수현을 좋아해서 한국에 대한 관심이 있었다”고 했다. 레그노 쥐스탱 씨(22)는 “게임산업이 발달한 나라라는 설명을 듣고 관심이 생겼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관심사는 저마다 달랐지만 한국에 와서 높은 기술력에 놀랐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두 사람은 한라산 정상에서 연결되는 롱텀에볼루션(LTE) 무선통신망과 반투명 디스플레이패널을 만드는 기술력에 감탄했다고 한다. 이곳 초전도응용 연구실에서 실습 중인 캄포 클레망 씨(22)는 “중소기업과 함께하는 실습 연구 중심의 프로젝트가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올 하반기엔 한국산업기술대 학생들이 프랑스 국립응용과학원에 교환학생으로 갈 계획이다.시흥=임현석 기자 lhs@donga.com}

대학 입시에서 해마다 수시모집 비중이 커지면서 고교 내신 관리의 중요성이 더 높아지고 있다. 고교생들이 1학년 때부터 학교생활기록부 관리 경쟁에 뛰어들다 보니 좀처럼 내신성적을 올리기 어렵다는 인식이 퍼져 있다. 특히 중하위권 학생들은 한 번 뒤처진 등급을 만회하기 쉽지 않을 거라는 생각에 일찌감치 대학수학능력시험 위주의 정시모집으로 눈을 돌리거나 아예 대입을 포기하는 경우도 생긴다. 그러나 고교생들의 3년 치 내신성적 추이를 분석해보니 고교 3년 동안 내신 등급의 변화 폭이 상당히 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3명 중 한 명은 1학년 때 5등급대 이하였던 내신이 3학년에는 수도권 대학 지원이 가능한 4등급 이상으로 도약한 것으로 조사됐다. 입시정보기관 진학사가 2011∼2014년에 대입 모의지원 시스템에 3년 치(2009∼2011년, 2010∼2012년, 2011∼2013년, 2012∼2014년) 학생부 성적을 입력한 고교 졸업생 49만35명을 대상으로 재학 중 내신성적 변화를 분석한 결과, 고1 때 내신성적이 5∼8등급대였던 학생 중 30%가 고3 때 내신성적을 1∼4등급대로 끌어올렸다. 분석 대상 가운데 고1 내신성적이 5등급대 이하였던 학생은 14만3643명. 이 가운데 3학년 때 중상위권으로 분류되는 4등급대 이상으로 끌어올린 학생이 4만2448명(30%)이었다. 1학년 때 4등급대 이하였던 25만4942명 가운데 3학년 때 서울 시내 대학 지원이 가능한 3등급대 이상으로 내신을 올린 학생도 4만6919명(18%)이나 됐다. 내신 평균 4등급대 이상이면 학생부 교과전형을 통해 수도권 대학 입학이 가능한 만큼 1학년 성적만 보고 대입을 지레 포기하기에는 이르다. 지난해 입시 결과를 기준으로 인문계인 대진대 법학과에 학생부 교과전형으로 입학한 신입생들의 내신 평균은 4.7등급, 자연계인 경기대 수원캠퍼스 토목공학과의 경우 평균 4.4등급이었다. 내신평균 3등급 이상이면 인문계에서는 명지대(서울·아동학과 기준 3.38등급), 자연계에서는 세종대(건설환경공학 기준 3.2등급) 등 이른바 ‘인서울 대학’도 노려볼 수 있다. 고교 1학년 내신이 안 좋았지만 3학년 들어 역전에 성공한 학생들은 하나같이 “뒤처진 것을 인정하고 공부의 기본기부터 다시 다져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올해 단국대 무역학과에 학생부종합전형을 통해 입학한 고태림 씨(19)는 고교 1학년 국어, 영어, 수학 내신등급이 각 4, 4, 6등급대였지만 3학년 들어 이를 2, 1, 1등급대로 뒤집은 사례. 고 씨는 “2학년 때 1학년 EBS 참고서를 정독하면서 부족한 기본기 때문에 성적이 떨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었다”고 말했다. 1학년 성적이 안 좋아 불리할 수 있다는 생각과는 달리, 성적을 만회하면서 역경을 극복한 스토리는 학생부종합전형에서 오히려 플러스 요인이었다. 1학년 국영수 내신이 각 7, 5, 5등급대였지만 이를 3학년 때 모두 1등급대로 만들어 인제대 의대에 진학한 서원석 씨(23)도 “기본적인 영어 단어부터 하루에 100개 정도 외우면서 공부를 새롭게 시작했다”면서 “수학도 기본개념부터 다시 보면서 공부에 대한 기초체력을 키웠던 것이 주효했다”라고 말했다. 낮은 내신 등급을 보면서 낙심하거나 좌절하기보다는 다른 학생들과 공부를 나란히 할 기본기부터 만들어놓는 것이 내신 역전의 발판이었다는 설명이다.임현석 기자 lhs@donga.com}

“수학 과목 학습 부담 경감은 교육과정 개정 때마다 중점 사항으로 빠지지 않고 등장했지만 대안은 항상 대동소이했다. 학습내용의 범위는 상하좌우 자리 이동과 약간의 삭제만 있을 뿐 별다른 것이 없었다.”(정규성 경기 군포고 수석교사) “이번에 발표될 2015 개정교육과정은 학습 부담 경감의 정도가 극히 미미하고, 이전에 삭제된 부분이 오히려 추가된 것도 있다.”(배숙 경기 청덕중 수석교사) “통합사회 내용 체계표를 보면 도덕, 지리, 일반사회에서 다뤄지는 주요 내용요소와 핵심개념들은 여전히 만만치 않은 분량이다.”(이승우 서울 동명여고 교사) 교육과정을 바꿀 때마다 정부는 “학생의 학습 부담을 줄이겠다”고 여러 차례 공언해 왔지만 막상 새 교육과정이 적용되면 오히려 학습 부담이 늘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나왔다. 문제의 이면에는 교육과정 개편을 둘러싼 각 과목의 학계와 관련 집단의 ‘교과 이기주의’가 있었다.○ 학계 이기주의에 끌려다니는 교육과정 개편 이달 초 만난 한 정부기관 관계자는 “처음에는 교과내용을 줄이자고 시작해도, 막상 과목별로 의견을 수렴하고 덜어내야 할 내용을 결정할 시기가 오면 과목 관계자들과 학회에서 난리가 난다”고 말했다. 과거 교육과정 개편에 참여했던 그는 “한림원 등 학회는 세계적인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학습량을 늘려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과서에서 특정한 주제를 넣고 빼는 문제는 생각보다 복잡한 이해관계가 걸려 있다. 가령 수학과목 안에서는 함수, 미분, 적분, 벡터 등 다양한 주제가 다뤄진다. 각 대학에서는 수학과나 수학교육과에 각각의 주제를 전공하는 학생들과 가르치는 교수들이 있다. 또 같은 주제를 연구하는 교수들끼리 모인 학회가 있다. 초중고교 교과과정에 포함되는 학습내용은 당연히 대학수학능력시험의 범위에 해당하고, 관련 주제와 내용을 연구하는 교수진, 교사는 수능 출제위원으로 참여한다. 전국 초중고교생이 배우고, 대입에서도 다뤄지는 내용인 만큼 관련 분야는 연구진이나 교사 양성도 활발히 이뤄진다. 반대로, 특정 주제가 초중고교 교과과정에서 빠지면 관련 학회와 대학의 관련학과, 교수들은 이런 기득권을 상실한다. 사범대 졸업생의 진로와 교원 수급 규모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학계는 사활을 걸고 ‘교과 이기주의’를 보일 수밖에 없다. 교육부가 9월 중 발표할 예정인 통합사회, 통합과학도 결국 이런 교과 이기주의 때문에 당초의 취지를 잃고 변질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본래 취지는 가령 생물의 광합성을 가르치면서 화학, 물리, 지구과학의 요소를 연계시켜 가르치자는 것. 이 과정에서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의 분량 조절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각 학계에서는 반발이 일었다. 그 결과 현재 만들어지고 있는 통합과학은 ‘융합형’이 아니라 기존의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을 단원별로 나눈 ‘병렬식 구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통합사회도 학습 분량이 늘어났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2015 교육과정 시안을 자체 분석한 결과 “현재 사회과목에 비해 학습 부담이 약 5.5배 늘어날 것”이라고 평가했다.○ 교사 참여 비중 확대―독립적 기구 논의해야 교육과정 개편을 총괄하는 교육부가 주도해 교과내용을 줄이면 될 것 같지만 현실은 쉽지 않다. 교육부 관계자는 “막상 내용을 줄이려고 하면 학회 교수들이 정치적인 ‘칼질’이라고 비판하면서 심하게 반발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교육과정 개편의 중심축을 교수에서 교사로 옮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학계의 입장이 아니라 실제 학생을 가르치고, 수업의 난이도를 체감하는 교사들의 의견이 더 많이 반영돼야 한다는 것. 최수일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수학사교육포럼 대표는 “현재 교육과정 개정 논의에 참여하는 인력은 교수가 60∼70%, 교사가 30∼40% 정도”라며 “교사들은 교수에 비해 대부분 나이도 어리기 때문에 실제 논의 과정에서는 발언권이 훨씬 약하다”고 비판했다. 교육과정 개편은 보통 교수가 개발을 하고 교사가 검토를 하는 식으로 이뤄지는데 교사의 비판이나 지적은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교사의 참여 비율을 절반 이상으로 늘리고, 교수가 주축인 교육과정 개발을 교사 중심으로 바꾼다면 학계의 이기주의를 어느 정도 극복할 수도 있다는 의견이다. 교육과정 개편을 위한 독립적인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는 방안도 나온다. 교수, 교사, 학생, 학부모, 시민단체, 정부 관계자 등 다양한 구성원이 모인 기구에 최종적으로 교과과정에 필요한 부분과 덜어낼 부분을 가려내고 결정할 강력한 권한을 줘야 한다는 것. 교사단체 좋은교사운동은 “국가교육과정위원회를 새롭게 구성해 독립적으로 장기적인 전망을 가지고 교육과정 개편을 논의할 틀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 방안은 구체적으로 누가 참여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또 학계의 입김이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이은택 nabi@donga.com·임현석 기자 }

독일과 프랑스와 국경을 마주하는 스위스 서부도시 바젤. 인구 20만 명 규모의 작은 도시지만 1년 중 보름 정도는 전 세계에서 취재진과 방문객으로 북적댄다. 세계 최대 규모의 보석·시계 박람회(바젤월드)와 국제아트페어(아트바젤)가 열리기 때문. 지난해부터는 취재진들이 바젤을 찾는 이유가 하나 더 늘었다. 이곳에 본사를 둔 다국적 제약회사인 노바티스가 연구개발 성과와 향후 방향, 신약 물질 후보를 발표하는 행사를 개최하면서부터다. 올해는 지난달 29, 30일 이 회사 본사 건물인 ‘노바티스 캠퍼스’에서 ‘환자를 위한 혁신’이라는 주제로 발표행사를 열었다. 28개국 97명의 취재진이 이곳에 모여 이 회사가 개발 중인 신약 물질에 주목했다. 이날 행사에서 노바티스가 밝힌 연구개발의 핵심은 희귀질환과 만성질환 치료였다. 이와 관련해 특히 면역치료제의 연구 성과 분야가 눈길을 끌었다. 이날 발표한 면역치료제 신약 물질(CAR-T)은 암 환자의 면역세포를 활성화해 직접 암세포를 공격한다. 현재 2상 임상 중인 노바티스의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 치료제(CTL019)는 환자 자신의 백혈구(T세포)를 조작해 암세포를 직접 공격하도록 유도하는 물질이다. 일종의 세포치료제인 셈. 노바티스는 백혈병 이외에 림프종과 췌장암에도 자신의 세포를 조작하는 형태의 면역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노바티스가 현재 진행 중인 임상 프로젝트는 만성질환에서 희귀병까지 다양한 질병영역에 걸쳐 200여 건에 달한다. 노바티스는 이날 이 가운데 가시적인 성과가 임박한 신약 분야로 만성심부전과 건선, 황반변성, 폐암 치료제를 언급했다. 아직 임상연구 단계로 제품 출시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기자들은 정보기술과 헬스케어를 접목하는 연구에도 많은 관심을 보였다. 노바티스의 안과부문 자회사인 ‘알콘’은 지난해 구글과 손을 잡고 혈당 수치를 자신이 쓴 안경을 통해 측정할 수 있는 스마트렌즈를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은 최첨단 정보기술(IT) 부품을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작게 만드는 소형화 기술. 두 겹으로 된 얇은 소프트렌즈 사이에 초소형 칩과 센서를 삽입하는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노바티스 관계자는 “현재 바늘로 하는 혈당체크를 대신할 혁신적인 제품을 5년 내에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바티스의 신약 연구 성과 발표에 많은 관심이 쏠린 것은 이 회사가 전 세계 제약사 중에서 신약 연구개발에 가장 많은 투자를 하는 회사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연구개발에 투자한 비용은 우리 돈으로 10조8741억 원(약 99억 달러)에 달한다. 지난해 63조 원(약 579억900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으니 총매출의 17%를 연구개발에 투자하는 것이다. 국내 주요 제약회사들의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이 평균 10%대인 것과 대조적이다. 노바티스 생명의학연구소의 마크 피셔먼 소장은 “신약 개발에 앞서 연구자들이 희귀질환을 이해하는 것이 우선인 만큼, 특히 질병 분석을 위한 연구를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바젤=임현석 기자 lhs@donga.com}

고교 진학을 앞둔 남학생과 학부모는 흔히 차분하고 성실한 여학생에 비해 산만한 남학생들이 내신 경쟁에서 뒤처진다며 남녀공학을 꺼린다. 남녀공학에서는 ‘남학생이 내신 바닥을 깔아준다’는 인식이 팽배하기 때문이다. 이는 사실일까? 입시정보기관 진학사가 2011∼2014년에 대입 모의지원 시스템에 3년 치 학교생활기록부 성적을 입력한 남녀공학 졸업생 25만2316명의 성적을 분석한 결과 실제로 내신 상위권은 여학생의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학년이 올라가면서 성적이 오르는 비율은 남학생이 더 높았다. 계열 구분이 없는 1학년의 성적을 보면 상위권인 1∼4등급대에서는 여학생 비율이 더 높았다. 전체 학생 중 남학생이 43.90%인데, 수도권 대학 수시 학생부 전형에 지원 가능한 1∼4등급대에서는 여학생 비율이 모두 높았다. 남학생 비율이 1등급대는 39.00%, 2등급대는 39.50%, 3등급대는 40.60%대, 4등급대는 43.30%였다. 5등급대 이하에서는 남학생 비율이 높았고, 특히 7, 8등급대에서는 남학생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상대평가 체제에서 남학생이 내신 하위권을 도맡아 여학생이 유리하다는 통념이 맞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년 치 성적을 추적해 보면 남학생들이 성적을 더 많이 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자연계에서는 남학생들이 수학을 지렛대 삼아 내신을 많이 끌어올렸다. 인문계에서 1학년 때보다 3학년 성적을 내신 한 등급 이상 올린 경우는 여학생 19.75%, 남학생 19.15%로 여학생이 약간 많았다. 그러나 내신 두 등급 이상 상승은 여 3.02%, 남 3.50%로 남학생이 더 많았다. 자연계에서는 남학생 상승세가 더욱 두드러졌다. △내신 한 등급 이상 상승은 여 5.77%, 남 7.06% △내신 두 등급 이상 상승은 여 0.93%, 남 1.02%로 모두 남학생 비율이 높았다. 김희동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여학생은 수업과 수행평가에 성실하게 임하고 게임 등의 영향도 덜 받아서 1학년 때부터 어느 정도 성적을 유지하는 반면 남학생들은 학년이 올라갈수록 체력과 수학에서 강점을 발휘한다”고 분석했다. 고교 교사들은 여학생이 강세를 보이는 수행평가의 비중이 학년이 올라갈수록 줄어드는 것도 변수로 꼽았다. 김종우 서울 양재고 교사는 “학교마다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수행평가는 1학년 내신에 많이 반영된다. 2, 3학년이 되면 지필고사 비중이 높아지면서 남학생 성적이 올라간다”고 말했다. 신성철 서울 강동고 교사는 “수행평가를 거의 안 하는 3학년 때는 내신도 대학수학능력시험과 모의고사 중심의 평가가 되면서 남학생들의 성적이 대체적으로 오른다”고 전했다.김희균 foryou@donga.com·임현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