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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오래 내고 더 늦게 덜 받는 보건복지부 정책자문위원회의 국민연금 개편안과 관련해 야권은 정부 여당을 향한 질타를 쏟아냈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13일 “1년 동안 기금운용본부장은 공석이고, 매년 6%대 수익률을 유지하던 국민연금의 운용수익률이 1% 이하로 떨어졌다. 문재인 정권의 무능함이 여실히 드러난다”고 주장했다. 또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개편안이 정부안이 아니라고 하지만 국민은 국민연금을 제대로 받을 수 있을지 불만스러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병준 당 혁신비상대책위원장도 “국민연금 문제가 말썽인데, 책임지는 분들이 눈에 잘 안 보여서 딱하다”며 “청와대가 모든 걸 다 간섭하기 때문에 책임져야 한다는 의식이 사라진 것”이라고 했다. 민주평화당 장병완 원내대표도 “연금을 더 걷기 전에 수익률을 높일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야당이 근거 없는 의혹을 확산시킨다며 방어 태세를 구축했다.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확정되지도 않은 민간 자문안 내용이 여과 없이 전해져 혼란을 야기했다. 보건복지부는 반성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연금 개편을) 10년 동안 보수정권이 해결하지 않고 차일피일 미뤄왔다. 사회적 합의를 통해 합의점을 도출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의원들로 구성된 시장경제살리기연대는 13일 “최저임금 근로시간에 주휴시간이 제외된다는 것을 명확히 해달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또 시장경제 원칙과 노사합의 정신에 따라 최저임금이 결정되도록 하는 최저임금위원회 구성에 대한 법 개정안을 발의해 공동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최저임금 인상을 둘러싼 여야간 대립이 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성명에서 “정부는 최저임금법 시행령 제5조(최저임금의 적용을 위한 임금의 환산 )에서 최저임금 근로시간에 주휴시간을 포함시키는 게 아니라 명확히 빼는 쪽으로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가 최저임금법 시행령을 개정하면서까지 최저임금 근로시간에 주휴시간을 포함시키고자 하는 것은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는다”며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최저임금 1만 원 달성’을 끝까지 고집하겠다는 꼼수가 아니냐”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헌법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최저임금제를 시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최저임금제의 핵심인 근로시간의 산정기준은 최저임금 산입범위와 마찬가지로 법률에 규정되어야지 시행령에 위임할 수는 없다”고 했다. 한국당 윤상직 의원은 “시장경제 원칙과 노사합의 정신에 따라 최저임금이 결정될 수 있도록 최저임금의 결정기준과 최저임금위원회의 구성, 운영방식에 대한 개선방안도 마련하겠다”고 했다. 시장경제살리기연대는 한국당 강효상, 김종석, 추경호, 윤상직 의원, 바른미래당 이언주, 정운천, 정유섭 의원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현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정책 등에 대해 “현 정부가 한국 경제 구조에 심각한 타격을 입히고 있다”고 비판하며 모임을 발족했다. 장관석기자 jks@donga.com}

17일 출범 한 달을 맞는 자유한국당 혁신비상대책위원회 김병준호(號)가 ‘노쇠’와 ‘막말’이라는 기존 이미지를 걷어내는 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 유튜브 등 진보 세력의 전유물이었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도 뛰어들고 있다. 김 위원장은 11일 취임 후 네 번째 ‘김병준 메모’ 영상을 유튜브에 게재했다. ‘김병준 메모’는 셔츠 차림의 김 위원장이 커피 한 잔을 들고 차분한 어조로 자신의 철학과 가치관을 설명하는 장면을 녹화한 것. 홍준표 전 대표가 ‘페이스북 정치’로 당 안팎에 독설을 퍼붓던 것과는 사뭇 다른 장면이다. 김 위원장은 이번 4회 방송에서 “‘먹방’ 방송, 커피자판기 규제, 국민연금 ‘스튜어드십’ 코드 등을 논의하는 모델로는 성장할 수 없다”며 취임 이후 줄곧 강조해 온 ‘국가주의’ 논쟁을 이어갔다. 앞서 3회 방송에서는 범죄 전과 논란 등으로 비대위원을 중도 사퇴한 김대준 소상공인연합 사무총장을 언급하며 “그의 속사정을 들어보면 소상공인이었던 내 아버지가 무임승차를 하다 모욕을 당했던 기억이 떠오른다”고도 했다. 당내에서는 김 위원장의 이 같은 소통 시도가 정부, 여당과의 새로운 관계 설정에 도움이 됐다고 보고 있다. 당 관계자는 “여당이 홍 전 대표의 비판은 ‘막말’이라며 무시하곤 했다. 반면 노무현 정부 청와대 출신인 김 위원장 발언에는 매번 진지한 반박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변화가 지방선거 패배 이후 심각했던 내분과 계파 갈등을 진정시키는 등 당 분위기를 바꾸는 데 도움이 됐다는 평가다. 한편 12일 부산 수영구 부산시당에서 열린 지방선거 출마자 초청 경청회에서 서병수 전 부산시장 등 참석자들로부터 인적쇄신 요구가 나왔다. 이에 김 위원장은 “선거 패배는 출마자의 책임이 아니라 전략 부재, 신뢰를 잃은 언행이 이어진 ‘중앙’의 잘못”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장관석 기자 jks@donga.com}

샤이닝리치호를 통해 국내로 반입된 석탄의 원산지 증명서가 조작된 정황이 드러나면서 금수품인 북한산 석탄의 밀거래에 무방비로 노출된 것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관세청이 10일 “러시아산으로 수입된 일부 석탄은 북한산이라는 사실이 인정된다”며 수입업자를 기소 의견(관세법 위반)으로 송치하기로 하면서 수입, 유통 단계는 물론 세관 심사를 거치는 과정에서도 원산지 조작을 걸러낼 검증 시스템이 사실상 마비 상태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정치권에선 “북한산 의심 사례 9건 외에도 국내에 수입된 북한산 석탄이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제대로 검증하지 않은 당국의 ‘미필적 고의’까지 조사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러시아 원산지 증명서 위조 정황 자유한국당 북한산석탄수입의혹규명특위 소속 정유섭 의원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경북 포항 소재의 자원 수입업체 H사는 러시아의 탄광업체로부터 무연탄 5119t 수입 계약을 하면서 원산지 증명서를 받았다. 샤이닝리치호가 동해항으로 싣고 들어오기 전 세관에 제출한 원산지 증명서다. 이 서류엔 러시아 연방이 발행한 증명서 일련번호는 물론 채굴회사의 이름과 주소까지 기재돼 있다. 특히 이를 증명하는 기관으로 러시아 상공회의소의 도장도 찍혀 있다. 하지만 러시아 상공회의소가 제공하는 원산지 검색 시스템을 통해 확인한 결과 샤이닝리치호가 국내 세관에 제출한 증명서는 ‘검색 불능’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상공회의소가 발급한 증명서가 아니라는 얘기다. H사가 지난해 북한산 석탄을 반입한 것으로 지목된 또 다른 선박인 진룽호를 통해 무연탄을 수입했을 때 관세청에 제출된 원산지 증명서는 이 사이트에서 검색이 가능하다. 두 증명서는 육안으로 봐도 차이가 적지 않다. 진룽호가 싣고 온 석탄의 원산지 증명서엔 회사명과 함께 이 석탄이 채굴된 탄광과 운송 선박명이 찍혀 있다. 하지만 조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샤이닝리치호의 원산지 증명서에는 탄광명과 선박명이 빠져 있다. 하지만 국내 입항과 하역 과정에서 이 조작된 증명서는 걸러지지 않았다. 문제의 석탄을 수입한 남동발전은 “주는 서류마다 일일이 검사를 할 순 없다”며 “관세청이 특정 서류가 위조됐다고 통보하지 않는 한 추가 조사를 하지 않는다”고 의원실에 설명했다. 반면 관세청은 “우범 국가 경유, 우범 수입자가 아닌 다음에야 서류가 갖춰졌는지 확인되면 통과된다. 사후 심사를 철저히 하는 방식으로 검증이 이뤄진다”고 말했다.○ 원산지 검증 절차는 무방비 북한산 석탄 반입 의혹을 수사해온 세관 당국은 국내에 수입된 일부 석탄이 북한산이라는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여러 수입업체의 법 위반 사실도 확인했다. 세관 당국은 10일 이 같은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여러 수입업체를 기소 의견으로 송치할 예정이다. 관세청은 성분 분석을 통해서는 석탄의 산지를 가려내진 못했으나, 북한산 의심 석탄의 러시아 내 통관 여부 확인 등 국제 공조를 통해 북한산 석탄이라는 사실을 인정할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관세청은 당초 미국이 통보한 북한산 석탄 반입 의심 사건 외에도 자체 조사를 통해 위반 사례를 추가로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원산지 증명서 조작에 대한 진위 확인과 같은 기본적인 절차를 소홀히 한 정황이 나타난 만큼 이번에 확인된 사례 외에도 북한산 석탄이 추가로 반입됐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당 특위는 “육안으로 봐도 이상한 원산지 증명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수입한 발전사와 관세 당국이 묵인 내지는 방조한 게 아닌지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최우열 dnsp@donga.com·장관석 / 세종=김준일 기자}

‘드루킹’(온라인 닉네임) 김동원 씨(49·수감 중)가 지난해 대통령선거 한 달여 전 안철수 당시 국민의당 후보의 선거 홍보전략을 입수해 김경수 경남도지사 측에 건넨 정황을 허익범 특별검사팀이 확보해 진위를 수사하고 있다. 9일 사흘 만에 다시 피의자 신분으로 특검팀에 소환된 김 지사는 댓글 공모 등의 혐의를 부인하며 “김 씨는 단순한 정치적 지지자”라고 재차 진술했다. 특검팀은 핵심 쟁점에 대한 김 지사와 김 씨의 진술이 크게 엇갈려 오후 8시 반부터 밤늦게까지 대질조사를 했다.○ 안철수 후보 홍보전략, 김 지사에게 전달 동아일보는 김 씨의 문재인 대통령 지지모임 ‘경제도 사람이 먼저다’(경인선)에서 작성한 안 전 후보의 대선 홍보전략 문건을 입수했다. ‘대선관련 정보보고’라는 제목의 문건은 지난해 4월 3일 작성한 것으로 돼 있다. 표지와 명함 사진까지 포함해 A4용지 5장 분량이다. 이 문건의 ‘문재인에 대한 공격포인트’라는 항목에는 “양향자(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가 반올림(삼성전자 반도체 피해자 관련 단체) 시위에 대해 비난한 사건으로 문재인이 이미지가 많이 깎였는데, 그런 문재인이 재벌개혁을 진짜 하겠냐 하는 프레임으로 갈 예정”이라고 적혀 있다. 양향자 전 삼성전자 상무는 2016년 1월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위원으로 영입됐다. ‘문재인과의 차별화 전략’에는 “안 후보의 약점은 박지원(민주평화당 의원) 이미지다. 김기춘 같은 이미지가 떠버려서 그 부분을 희석하기 위해 (4차 산업혁명 등) 젊고 미래비전을 보여주는 영상을 제작, 문재인과 차별화를 둘 것”이라고 돼 있다.○ 드루킹 “김 지사와 문재인 캠프 핵심도 읽어” 이 문건은 지난해 3월 28일 김 씨의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 회원 ‘보람엄마’ 이모 씨가 정리한 것으로 특검팀은 파악하고 있다. 문건에는 안 전 후보 측 캠페인팀장에게서 이 내용을 들은 동영상 제작 전문업체 대표 A 씨로부터 제보받은 것이라고 적혀 있다. 이 씨는 이 내용을 정리한 ‘광고대행사와 회의내용.docx’ 파일을 텔레그램으로 김 씨에게 보냈다. 김 씨는 지난해 4월 4일 제목을 ‘대선관련 정보보고’로 바꿔 출력한 뒤 밀봉해 ‘성원’ 김모 씨(49)를 통해 김 지사의 국회의원 시절 보좌관이었던 한모 씨(49)에게 전달했다고 진술했다. 특검팀이 확보한 김 씨와 정치권 인사와의 통화 녹음 파일(올해 2월 26일)에서도 “김 지사에게 안 후보 측 대선 전략을 빼내 건넸고, 김 지사와 문 캠프의 핵심인사 B 씨도 읽었다”는 김 씨의 과시성 발언이 등장한다. 정치권에선 “구속수사 및 특검 기간 연장 등 모든 수단을 강구하여 진실을 규명하라”는 논평이 나왔다.○ “김 지사에게 100만 원 받은 적 없어” 진술 번복 ‘킹크랩’(댓글 여론 조작 자동화 프로그램) 작동 시범의 참관 여부와 함께 특검팀은 그동안 김 지사가 참관 직후 현금 100만 원을 ‘드루킹’에게 줬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수사해왔다. 정치자금법상 정치인의 기부행위는 금지되어 있는 데다 킹크랩 시연 뒤 금품까지 건넸다면 댓글 관여 정황이 더욱 짙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 씨는 특검팀 조사에서 “100만 원을 김 지사로부터 받지 않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경찰 조사 때 “김 지사가 김 씨에게 준 100만 원을 건넸다”고 진술한 경공모 회원인 ‘솔본아르타’ 양모 씨(34·수감 중)도 특검 조사에서 이를 번복했다. 김 씨는 경찰 수사 과정에서 금품 제공 진술을 하면 어떤 법적 처벌을 받는지 변호인에게 자문을 하기도 했다.김동혁 hack@donga.com·정성택·장관석 기자}

관세청이 북한 석탄 밀반입 의심 선박으로 조사 중인 ‘샤이닝리치’호가 지난해 10월 가짜 원산지 증명서로 동해항을 통해 국내에 석탄을 들여온 것으로 9일 확인됐다. 세관당국은 여러 석탄 수입업체가 북한산 석탄을 국내로 반입한 사실을 최종 확인하고 10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기로 했다. 샤이닝리치호는 지난해 10월 19일 러시아 홀름스크항을 출발해 한국의 동해항에 입항하면서 국내 세관에 ‘러시아산’으로 위조한 원산지 증명서를 제출한 정황이 확인됐다. 자유한국당 북한산석탄수입의혹규명특위 소속 정유섭 의원실이 입수한 샤이닝리치호의 당시 원산지 증명서를 발급 기관인 러시아 상공회의소에 확인한 결과 존재하지 않는 서류인 것으로 나타났다. 러시아 상공회의소는 홈페이지에서 식별번호와 발급일을 입력하면 증명서의 진위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샤이닝리치호가 출처 불명의 석탄을 러시아산으로 둔갑시켜 원산지를 조작한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이에 따라 이 선박이 북한산 석탄을 국내로 반입시키기 위해 허위 원산지 증명서를 제출하려 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샤이닝리치호가 들여온 석탄의 kg당 발열량은 5907Cal로 이 석탄을 납품받은 남동발전이 입찰 공고 때 내건 최소 기준인 6300Cal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통상 북한산 석탄은 러시아산보다 발열량이 낮은 저급 석탄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남동발전은 물론이고 관세청도 별다른 원산지 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 등이 지난해 이미 “북한이 러시아와 중국을 거쳐 원산지 조작으로 석탄과 광물을 내다 팔고 있다”고 보도했지만 정부는 원산지 조작 여부조차 제대로 검증하지 않은 셈이다. 정부는 그동안 북한산 석탄 반입 의혹과 관련해 “필요한 서류 확인 등 통관절차를 거쳤다”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관세청은 10일 북한산 석탄 국내 반입 수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사건을 수사해온 대구세관은 대외무역법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관세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보고 국내 여러 수입업체를 기소 의견으로 송치할 예정이다. 관세청 고위 관계자는 “수입된 석탄을 분석한 결과 일부가 북한산이라는 것을 확인했다”며 “반입 과정에서 수입업체들의 위법행위도 확인됐다”고 말했다.최고야 best@donga.com·장관석·김윤수 기자}

북한산 석탄 국내 반입에 대한 정부의 석연치 않은 대응에 대한 의혹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로 금수품이 된 북한산 석탄을 국내로 들여온 선박들이 추가로 확인된 것은 물론이고 이들 선박이 지금은 거의 사라진 ‘톤(t)백’을 이용해 석탄을 싣고 오는 등 애초부터 북한 관련 징후가 있었는데도 아무런 제지를 받지 않고 출항했기 때문. 수입 석탄의 하역 과정과 관세청의 대응, 기관 간 정보 공유 실태를 살펴보면 대북제재 국면에 대한 정부의 대응 의지가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톤백으로 날랐다면 북한 말고는 없어” 지난해 10월 북한산 석탄을 국내에 반입한 것으로 지목된 스카이에인절호는 당시 석탄을 톤백 3673개에 나눠 담아 들여온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이 선박의 입출항 정보를 입력한 P해운사 관계자는 “톤백은 옛날 부두시설이 잘 갖춰지지 않은 곳에서 트럭으로 실어 나를 때 많이 쓰던 방식이다. 톤백으로 들어오는 석탄은 거의 없어 이상하게 생각했다”고 말했다. 국내 해운업체 실무 관계자는 “요즘은 부두에 컨베이어벨트 같은 장비들이 다 잘 설치돼 있어 벨트로 이동시켜 배에 옮겨 싣거나 기계로 바로 싣는 방식으로 석탄을 선적한다. 요즘 그런 식(백)으로 (석탄을) 떠 주는 데가 북한 말고는 없지 않느냐”고 했다. 화물 운송업계 관계자들 역시 톤백을 이용한 석탄 운송은 극히 이례적인 사례라고 입을 모았다. 한 해운 중개업체 관계자는 “석탄의 대체재로 쓰이는 ‘우드펠릿’ 등 다른 제품과 섞이면 안 되는 재질 특성 때문에 별도의 톤백을 이용해야 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요즘은 러시아 등에서도 톤백 방식을 거의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스카이에인절호는 국가정보원으로부터 이 선박이 ‘위험선박’이라는 정보를 통보받은 관세청의 조사를 받고도 당일 곧바로 출항했다. 스카이에인절호는 이후 북한 연계 선박으로 의심된다는 정보가 입수되면서 올해 3월에야 ‘우범 선박’으로 등록됐다.○ 북한산 반입 의심선박 정보공유도 안 돼 북한산 석탄을 둘러싸고 논란이 확산되자 외교부와 관세청은 6일 예정에 없던 브리핑을 열고 북한산 석탄 반입과 관련해 모두 9건의 사례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스카이에인절호를 포함해 지금까지 알려진 5건 외에도 북한산 석탄 반입 의심 사례가 4건 더 있었다는 것. 이 중엔 스카이에인절호와 리치글로리호가 북한산 석탄을 국내에 반입한 것으로 알려진 지난해 10월 이전 사례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관세청 관계자는 “현재 조사는 거의 마무리된 단계로 (북한산 석탄) 사용처는 어느 정도 규명됐다”며 “관계자들도 모두 출국금지했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는 북한산 석탄이라는 점을 알고도 제대로 대응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강하게 반박했다. 관세청 관계자는 “북한산 석탄 수입 가격이 러시아산보다 40% 저렴하다고 나오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조사 중인 석탄은) 오히려 러시아에서 오는 다른 유사 물품보다 더 높게 신고가 됐다”고 말했다. 북한산 석탄 가격이 러시아산보다 훨씬 싼 것을 알고도 정부가 묵인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반박한 것이다. 하지만 북한 거래 의심 선박을 단속할 해양경찰청과 관세청, 국정원 간 정보 공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등 정부가 이들 선박에 대한 단속에 소극적이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라 대북제재 위반 의심 선박의 억류 등을 위해선 해경과 해양수산부, 관세청 등이 업무를 분담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해경은 최근까지 문제된 선박에 대한 정보를 통보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경 관계자는 “국정원 등에서 1년에 2차례 북한 의심 선박 관련 정보를 주면 이를 참고해 업무를 수행하지만 북한산 석탄 반입 의심 선박에 대한 정보는 아직 받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장관석 jks@donga.com·최고야·이정은 기자}
한국은행이 최저임금(8350원·10.9% 인상) 인상에 따른 일자리 감소 파장이 대부분 영세 사업장에 집중될 것이며, 일자리안정기금이 늘지 않으면 실제 최저임금 인상률은 최대 15.3%로 올라갈 것이라고 공식 분석한 것으로 26일 확인됐다. 또 주 52시간으로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데 따른 실제 고용창출 규모는 제한적이며, 올해 상반기 ‘고용 쇼크’의 원인은 생산가능인구(15∼64세) 감소 때문이라는 정부 분석과 달리 경기 침체에 따른 것이라고 평가했다.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이 문재인 정부의 핵심 경제정책 기조에 대해 이례적으로 우려를 표명한 것이어서 정부와 시장의 반응이 주목된다. 한국은행이 최근 작성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추경호 의원에게 제출한 경제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고용 조정이 대부분 30인 미만 영세 사업장에서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또 2019년 기존 여야정 합의대로 일자리안정기금이 확대되지 않을 경우 실제 최저임금 인상률은 15.3%까지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은행은 근로시간 단축에 대해선 과로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절감한다는 점에선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중소기업에서 추가 채용 부담과 구인난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와 함께 한국은행은 올해 취업자 수 증가 폭이 5개월 연속으로 10만 명대 초반을 넘지 못한 이른바 ‘고용 쇼크’ 원인에 대해 청와대나 기획재정부와 다른 입장을 냈다. 청와대는 최근까지 생산가능인구 감소가 주원인이라고 해왔지만 한국은행은 제출한 보고서에서 “생산가능인구 감소 효과는 2019년까지는 제한적이며 2020년부터 본격화할 것이다. 오히려 자동차, 서비스업 업황 부진과 제조업 구조조정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외국인 관광 경기 회복 지연, 도소매 숙박 음식업 고용 부진, 산업생산지수(1∼5월)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큰 폭으로 감소한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추 의원은 “일자리 정부를 표방하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 성적표가 점점 나빠지고 있다”며 “현장을 도외시한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반시장적 정책들을 고수한다면 일자리는 더욱 줄어들고 경제 상황은 나빠질 수밖에 없다는 최고 경제 전문 기관의 평가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장관석 기자 jks@donga.com}

국군기무사령부의 ‘계엄 문건’과 관련해 군 내 하극상 사태까지 벌어진 가운데, 검찰이 문건 작성 지시와 연관 있는 것으로 알려진 한민구 전 국방부 장관을 내란 음모 혐의 등을 적용해 출국금지한 것으로 25일 알려졌다. 군 소식통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수사당국은 한 전 장관이 계엄 문건 작성에 직간접으로 개입했다고 보고 출금 조치했다”고 전했다. 한 전 장관 측은 출금 결정에 대해 동아일보에 “수사 중인 사안이라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고 했다. 이와 별개로 군 특별수사단은 이날 기무사 본부와 계엄 문건을 작성한 기무사 관계자 10여 명의 자택을 압수수색해 컴퓨터와 관련 기록을 가져갔다. 이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자유한국당 김성태 등 여야 원내대표는 민군 특별수사단의 수사 후 별도로 국회 청문회를 열어 이번 사건의 전모를 조사하기로 이날 합의했다. 앞서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한국당 의원들은 이날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9일 “계엄 문건이 법적으로 문제없다”고 발언했을 당시를 기록한 기무사 문건을 공개하며 조속한 국정조사를 요구해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송 장관과 기무사 측은 이날도 송 장관의 발언을 놓고 진실 공방을 벌였다. 민병삼 100기무부대장(육군 대령)은 이날 동아일보와 만나 “매주 월, 수요일 오전에 열리는 장관 간담회에 참석해 장관 말씀 등 주요 내용을 메모한 뒤 기무부대로 복귀해 문건으로 만들어 사령부에 보고해왔다”며 “9일에도 송 장관의 발언 내용이 포함된 문건(4쪽)을 만들어 보고했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송 장관이 9일 문제의 발언을 한 적이 없다는 내용의 ‘사실관계확인서’를 작성해 간담회 참석자들에게 서명을 받아내려다가 민 대령이 반발하자 중단했다. 동아일보가 입수한 이 문건의 사본에는 민 대령을 제외한 참석자 10명이 서명했다. 이에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송 장관이 (평소 말할 때) 주어, 술어를 명확히 얘기하지 않는 측면도 있다. (민 대령이) 다른 걸 보고 (간담회 내용을) 정리한 게 아닌가 싶다”고 반박했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손효주·장관석 기자}

“이러다가는 대법관 되려면 다운계약서 한 장쯤은 써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겠다.” 23∼25일 사흘간 진행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대법관 후보자 3명이 모두 다운계약서를 썼다는 논란에 휘말리자 청문회장 주변에선 이런 탄식이 흘러나왔다. 이동원 대법관 후보자(사진)는 2001년 4월 경기 성남시 분당구의 한 아파트를 2억3600만 원에 매입하면서 계약서에는 매매대금을 6000만 원대로 낮춰 적었다. 이 후보자는 25일 인사청문회에서 다운계약서 작성 사실을 시인하며 “국민들께 죄송하다”고 머리를 숙였다. 앞서 23일 김선수 후보자, 24일 노정희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도 다운계약서가 문제가 됐다. 두 사람은 “다운계약서는 과거의 관행이었다”고 항변했다. 2000년 11월 서울 서초구 반포동 한양아파트를 4억7500만 원에 구입하면서 매매가를 2억여 원으로 축소 신고한 김 후보자는 서면 답변에서 “당시 거래관행이다. 부동산중개소와 매도자의 뜻에 따라 다운계약서를 썼다”고 했다. 노 후보자도 배우자가 2003년 2월 경기 안양시 소재 아파트를 4억2900만 원에 매입하면서 거래가격을 3억1450만 원으로 계약서에 적은 데 대해 “당시 관행에 따른 것”이라는 서면 답변서를 냈다. 앞서 김명수 대법원장과 권순일 대법관도 인사청문회에서 다운계약서 작성 문제로 질타를 당한 바 있다. 지난해 9월 인사청문회에서 김 대법원장은 1998년 12월 서울 강동구 명일동의 보유하던 아파트를 팔고 같은 날 더 큰 평형의 아파트를 구입하면서 매매가를 축소해 취득세와 등록세를 적게 낸 사실이 드러났다. 권 대법관도 2014년 8월 인사청문회에서 서울 서초구 소재 아파트를 매입하면서 다운계약서를 작성한 일을 두고 논란이 일자 “국민께 매우 송구스럽다”며 사과했다. 대법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서 낙마한 경우는 2012년 위장전입과 다운계약서 논란으로 사퇴한 김병화 후보자 사례가 유일하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비슷비슷한 다운계약서 논란에 휘말려도 청문회를 통과할 수 있을지는 정치적 환경에 따라 그때그때 달라진다. 그래서 관운이라는 말이 있나 보다”는 말이 나온다. 여야는 이날 세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채택하려 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이 김 후보자 보고서 채택에 강하게 반발해 보고서 채택이 불발됐다. 여야는 26일 다시 보고서 채택을 논의한 뒤 본회의에서 대법관 후보자들의 임명동의안을 처리할 예정이다.장관석 jks@donga.com·이호재 기자}

24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장에선 기무사 계엄령 문건의 처리과정을 놓고 국방수장과 기무사 지휘관들의 엇갈린 증언들이 쏟아졌다. 저마다 결백을 강조하면서 지휘체계와 계급을 무시하고 책임을 떠넘기는 미증유의 상황이 공개석상에서 벌어진 것. 장관 직속 부하(기무사 간부)가 장관 발언을 정면 반박하는 ‘폭로성 진술’이 이어지는 등 이번 사태를 둘러싼 군내 난맥상을 고스란히 드러냈다는 비판이 나온다. ○ 현직 기무부대장, “국방장관 발언은 거짓” 민병삼 100기무부대장(대령·육사 43기)은 발언대에 서자마자 “장관이 7월 9일 오전 간담회에서 ‘내가 법조계에 문의해 보니 문제될 게 없다고 한다. 나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다만 직권남용에 해당되는지 검토해 보라’고 했다”고 증언했다. 이어 “당시 간담회에 14명이 참석했고, 저는 기무사와 관련한 (장관의) 말씀이어서 명확히 기억한다”며 “36년째 군복을 입고 있는 군인의 명예와 양심을 걸고 답변한다”고 했다. 국방부를 담당하는 100기무부대장은 장관 직속부하다. 송영무 장관이 일그러진 표정으로 “완벽한 거짓말”이라며 강력 반발하자 그는 “당시 간담회 내용을 담은 문서는 운영과장이 PC에 쳐서 기무사에 보고했다. 그 내용이 다 있다”고 맞받아쳤다. 이석구 기무사령관은 “국방위가 요청하면 해당 문서를 제출하겠다”고 했다. 문건보고 과정에 대한 송 장관과 이석구 기무사령관의 진술도 엇갈렸다. 이 사령관은 “3월 16일 오전 10시 38분에 장관실에 들어가 위중함을 인식할 정도로 20분 정도 대면 보고를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송 장관은 “(이 사령관은 밖에서) 10분 정도 대기했다. 제가 (장관실을) 나간 건 55분이다”라고 말했다. 실제 보고시간은 5분가량이었다는 것이다. ‘거짓말이 아니냐’는 일부 의원의 추궁에 송 장관은 “평생 정직하게 살아왔다. 증인이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정해일 장관 군사보좌관(육군 준장)은 자신의 아이패드를 꺼내 보이며 “(이 사령관이) 10시 38분에 본관 2층 보좌관실로 들어와서 악수하고 10시 50분에 장관실 들어가서 5분 보고했다”고 했다. 정 보좌관은 민 대령을 향해서도 “지휘관이 한 발언을 왜곡하고 각색해서 국민 앞에서 보고한다는 건 경악스럽다”고 했다. 그럼에도 민 대령은 “제 기억은 정확하다”고 반박했다. 또 이 사령관은 문건 2부를 출력해 1부를 장관실에 두고 나왔고, 나머지 1부는 복귀 후 세절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당은 이 사령관이 1부를 청와대에 전달했고, 청와대가 보관하다 ‘국면전환용’으로 사용한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계엄 문건을 작성한 소강원 기무사 참모장(육군 소장) 등은 “조현천 당시 사령관이 한민구 장관의 지시라며 계엄절차를 검토하라고 해 메인 보고서(8쪽)와 참고자료(67쪽)를 만들었다”면서 “조 사령관이 한 장관에게 보고 후 ‘추후 훈련에 참고하도록 존안해라’라고 했다”고 증언했다. 이들은 또 ‘군사 Ⅱ급비밀’ 표시가 찍힌 ‘참고자료’는 비문 등재가 안 된 문건이라고 진술했다. ○ 모종의 거사 계획? 과잉 충성의 부산물? 이런 논란이 이어지는 것과 관련해 문건을 작성한 기무사 관계자들은 최악의 상황을 상정한 ‘단순 검토’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고 군 특별수사단에 진술한 것으로 24일 전해졌다. 하지만 23일 오후 국회를 통해 전격 공개된 기무사 세부자료(67쪽) 곳곳에서 석연치 않은 대목이 발견된다. 1980년 신군부의 5·17 비상계엄 확대조치를 연상케 하는 정교한 국회 무력화 및 치밀한 언론통제 계획은 물론이고 계엄 발령 후 대미 설득방안 등은 ‘실행계획’을 뒷받침하는 유력한 증거로 볼 수 있다. 정치·언론·군사적 차원을 망라한 ‘모종의 거사’를 준비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반면에 실행계획이라고 하기엔 허술한 대목도 눈에 띈다. 지난해 3월 조현천 당시 사령관이 ‘쿠데타 계획’을 한민구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하고, 1년간 휴대용저장장치(USB메모리)에 보관하다 정권교체 후 후임 장관·사령관에게 인계하는 것이 논리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사령관도 이날 국회 국방위에서 “올 3월 초 문건 작성 부대원이 (두 문건을) 자진 보고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군 안팎에선 두 문건이 정권에 과잉 충성한 기무사의 민낯을 보여주는 증거라는 지적이 많다. 군부 정권 시절의 구습에 젖은 기무사가 촛불정국 때 ‘정권 보위’에 총대를 메고 존재감 과시에 올인(다걸기)했고, 그 ‘부산물’이 최근 잇따라 나온 문건이라는 얘기다. 한편 기무사 문건 사건을 규명할 군검 합동수사단은 서울 송파구의 서울동부지검에 설치하고, 검찰 측 수사단장은 서울중앙지검 노만석 조사2부장검사가 임명됐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손효주·장관석 기자}

국군기무사령부가 지난해 2, 3월 촛불집회 당시 작성한 계엄 선포 검토 문건의 세부자료 전문(67쪽)이 23일 오후 늦게 전격 공개됐다. 청와대가 20일 부분 공개한 문건 전체가 공개된 것. 기무사가 계엄령 검토 문건(8쪽)과 세부자료를 작성하면서 참고한 자료 중 하나로 알려진 ‘합참 계엄실무편람’(2016년판)도 이날 공개됐다. 이 편람은 계엄의 개념과 시행 절차 및 계엄법 등 계엄에 관한 이해를 돕기 위해 평문(平文)으로 작성된 군내 책자(200여 쪽)다.○ ‘실행계획’ 의심케 하는 대목 상당수 담겨 이날 오후 늦게 전격 공개된 기무사 세부자료 문건을 보면 계엄사령부가 설치될 장소 후보 및 후보지의 장단점을 분석한 내용과 국회가 계엄 해제를 시도할 경우 이를 무산시킬 구체적인 방안 등이 담겼다. 해당 문건이 계엄 선포 실행계획이었음을 의심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국회 통제 대책과 문건에 거론된 구체적인 언론사 명칭은 합참 편람 등 계엄 관련 기존 자료에는 없어 기무사 문건이 ‘계엄실행계획’이라는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이 세부자료엔 국방부 장관은 주한 미국대사를 초청해 미국 본국에 계엄 시행을 인정토록 협조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겨 있다. 1980년 5·17 비상계엄령 전국 확대 조치를 취하면서 미국 정부로부터 이를 인정받으려 했던 것과 유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구체적 언론 검열시행 방안까지 명시 청와대는 20일 기무사 세부자료가 ‘계엄실행계획’으로 의심되는 근거 중 하나로 자료에 적시된 ‘보도검열단’ 운영 계획을 거론했다. 언론사별로 보도검열단을 보내 신문 가판 등을 사전 검열할 계획이 담겼다는 것. 실제로 23일 공개된 세부자료에는 매체별 검열 시간과 검열 장소는 물론 계엄사령부 보도지침을 위반한 매체에 대해 최악의 경우 보도 매체 등록을 취소한다는 내용의 구체적인 언론 통제 방안이 제시돼 있다. 기무사 문건에는 이 외에 KBS, 조선일보, 동아닷컴 등 특정 언론사 이름을 거론하는 등 계엄 관련 기존 군사자료에는 없는 구체적인 검열 시행 방안까지 명시돼 있다. 또한 보도검열 지침 위반 매체에 1차 경고조치, 2차 현장취재 금지 및 출국 조치(외신), 3차 형사처벌(3년 이하 징역)을 하게 돼 있다. 검열 지침을 계속 위반할 때엔 신문 발행 정지(최장 6개월 내) 등도 할 수 있도록 했다. ○ ‘계엄사령관 장성 중 임명’…병력 동원 근거도 이날 공개된 세부자료엔 계엄사령관을 합참의장이 아닌 육군참모총장이 맡는 것이 ‘건의’돼 있다. 이와 관련해서는 “육사 출신 지휘관들이 주축이 된 쿠데타 모의 증거”라는 의혹이 제기돼 왔다. 그러나 편람엔 ‘계엄사령관은 현역 장성 중 국방부 장관이 추천한 사람을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는 계엄법 조항 등 육군총장을 계엄사령관에 임명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포함돼 있다. 청와대는 문건 속에 명시된 구체적 병력 동원 계획도 실행계획의 근거로 지목했다. 하지만 편람의 ‘계엄임무수행군 운용’ 부분에는 ‘계엄 선포 시 선포 관할 지역 군부대는 별도 지정 절차 없이 계엄임무 수행 부대로 운용할 수 있다’고 돼 있다. 계엄 검토 세부자료엔 ‘30사단 1개 여단’ 등의 세부 병력 투입안이 적시돼 있는데 이는 서울지역 계엄 선포를 가정해 편람 내용을 근거로 수도권의 30사단 등 ‘관할 지역 군부대’를 임의 편성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회의 계엄 해제’ 막는 방안 없어 논란 문제는 67쪽의 세부자료 내용 중 계엄군이 국회의 계엄 해제 시도를 막기 위해 본회의 표결을 원천 봉쇄하는 방법을 제시한 ‘국회에 의한 계엄해제 시도 시 조치사항’ 부분이다. 세부자료에는 의원들을 현행범으로 사법 처리해 의결 정족수 미달을 유도한다거나 전체 국회의원을 보수 및 진보 성향으로 나눈 내용이 있다. 이 내용은 편람엔 없는 내용이다. ‘국회의원은 계엄 시행 중에도 현행범인 경우를 제외하곤 체포·구금되지 아니한다’고 돼 있는 계엄법 조항을 피하기 위한 대안을 미리 만들어놓은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정부 소식통은 “전시(戰時) 계엄도 아닌 과격시위 등 평시 위기 상황을 가정한 계엄 상황에서 (의원 사법 처리 방안은) 터무니없다”고 했다. 기무사 측도 “불필요한 대응 내용까지 담았다”고 문제를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전시를 상정한 합참 계엄시행계획을 기무사가 문건 작성에 참고한 것은 탄핵 기각으로 초래될 과격 시위 사태를 전쟁과 동일하게 봤다는 뜻이어서 상황 인식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국방부와 법무부는 기무사 문건 의혹 수사를 위해 군검(軍檢) 합동수사기구를 구성하기로 했다. 군검 합동수사는 1999년 병무비리 합동수사, 2014년 방산비리 합동수사에 이어 세 번째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윤상호 군사전문기자·장관석 기자}
집권 2기 개각을 앞둔 문재인 정부가 ‘협치(協治) 내각’ 구상을 꺼내들었다. 야당 인사들의 입각을 통한 사실상의 소(小)연정을 통해 개혁의 동력을 이어가겠다는 구상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23일 브리핑에서 “적절한 자리에 적절한 인물이 있다면 협치 내각을 구성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산적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입법 절차가 필요하고 이런 관점에서 야당과 협치를 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며 “이 시점에서 해결해야 할 긴박한 과제들에 대해 서로 손을 잡고 어려움을 넘어가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집권 2기를 맞아 민생 성과를 강조하고 있는 가운데 각종 경제개혁을 위한 입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 국가정보원법 개정안 등 굵직한 권력기관 개혁을 위해선 야당과의 협치가 필요하다는 것. 문 대통령은 6·13지방선거를 앞두고 청와대 핵심 참모진과 여당 지도부에 협치에 대한 획기적인 구상을 마련해주길 당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이낙연 국무총리와 여당이 협치 내각 구성을 위해 민주평화당과 정의당 등 야당 의원들과 만나 협치 내각 참여 의사를 타진해왔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협치 내각의 범위와 대상은 열려 있다는 입장이다. 당초 현재 공석인 농림축산식품부를 포함해 2, 3개 부처의 소폭 개각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지만 야당과의 협의 결과에 따라 개각 대상이 확대될 수 있다는 뜻이다. 청와대는 바른미래당 등 ‘범(汎)보수’ 야권도 입각 대상에서 배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과 연대하는 소연정의 형식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다만 청와대는 김영록 전 장관의 출마로 공석이 장기화된 농식품부 장관은 이번 주 우선 지명한 뒤 8월 후속개각에서 야권 인사를 발탁한다는 구상이다. 농식품부 장관에는 이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물밑에서 진행되던 협치 내각 구상을 청와대가 공개한 것을 두고 일각에선 야당에 빠른 결단을 촉구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야당이 협치 내각 참여를 조건으로 내건 각종 정치적 요구가 과도하다고 보고 “마냥 기다릴 수 없다”는 사인을 보냈다는 것. 평화당 관계자는 “정부 고위관계자로부터 ‘대통령이 협치에 뜻이 있다’는 언급을 전해 듣고 몇 차례 논의가 오갔다”며 “청와대가 협치 내각 구상을 공개했는데, 연정을 구성하는 대신 ‘자리 한두 개 나눠줄 테니 따라와 달라’는 식이 돼선 곤란하다”고 말했다.문병기 weappon@donga.com·장관석 기자}

23일 민갑룡 경찰청장 후보자(53·경찰대 4기)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는 경찰 수사의 정치적 중립성이 도마에 올랐다. 자유한국당은 이날 인사청문회에서 김병준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의 골프 접대 의혹이 보도된 경위를 두고 민 후보자를 집중 공격했다. 윤재옥 자유한국당 의원은 “(프로암 골프 대회에) 총 108명이 참가했는데 왜 김 위원장만 수사 대상이냐. 비대위원장 지명 당일 (내사 사실이) 보도된 일은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의심하게 한다”고 비판했다. 민 후보자가 “(언론 보도 경위를) 확인 중”이라고 답하자 윤 의원은 재차 “(보도가 된 건) 잘못된 일이다”라고 강조했다. ‘드루킹’ 김동원 씨 댓글 여론조작 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가 부실했다는 질타도 이어졌다. 한국당 김영우 의원은 “진실을 밝히려는 건지, 진실을 가리려는 건지 알 수 없을 정도”라고 했다. 바른미래당 주승용 의원은 “컨테이너 창고에서 증거물이 엄청나게 나오고 드루킹 일당이 이를 옮기는데도 수수방관한 것은 부실 수사의 극치”라고 비판했다. 민 후보자는 “특검 수사를 지켜보고 있다”며 자세를 낮추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폭력조직의 유착 의혹도 공방의 소재가 됐다. 한국당 김영우 의원은 “의혹을 몰랐다면 경찰이 무능한 거다. 알고도 내사나 수사가 없었다면 말 그대로 직무유기”라고 민 후보자를 몰아세웠다. 민 후보자는 “방송 보도 내용에 범죄가 있는지 검토해보겠다”고 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김민기 의원도 ‘경찰에게 돈을 주고 함께 지낸다’는 폭력조직원의 방송 인터뷰를 거론하며 진상을 밝힐 것을 요구했다. 민 후보자는 “이전에 관련 사안으로 이미 처벌받은 경찰관이 있다. 추가로 징계할 대상이 있는지 살펴보겠다”고 했다. 경찰대 출신인 민 후보자가 경찰에 투신한 30년 중 절반 이상을 기획 부서에서 보내며 초고속 승진을 한 데 대한 지적도 나왔다. 청문보고서 채택 논의는 민 후보자와 문재인 대통령의 ‘사적인 관계’ 논란으로 24일로 미뤄졌다. 한국당은 이무영 전 경찰청장이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2016년 경찰의날 당시 민갑룡 경무관이 누군가와 통화하는데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였다”고 언급한 것을 근거로 민 후보자와 문 대통령의 관계를 의심했다. 민 후보자는 “사적으로 모르는 사이다. 전화한 적이 없고 전화번호도 모른다”고 했다.장관석 jks@donga.com·조동주 기자}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조직폭력배 연루설에 대해 “진실이 무엇인지 특검을 하자”고 주장했다. 김 원내대표는 22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입에 담지 못할 형수 욕설, 배우 김부선 씨와의 불륜 스캔들에 이어 이번에는 국제마피아라는 조폭 연루설까지, 끊이지 않는 파란만장한 의혹에 혀를 내두를 지경”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단식투쟁을 벌이며 ‘드루킹’ 김동원 씨(49·수감 중) 관련 의혹 특별검사법 통과를 이끌어냈던 김 원내대표가 이번에는 ‘이재명 특검’ 카드로 대여 공세에 나선 것이다. 이 지사의 ‘조폭 연루설’은 21일 SBS 시사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제기됐다. 방송 이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 지사의 사퇴를 요구하거나 이 지사 관련 의혹을 수사해달라는 게시물이 잇따라 올라왔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수사당국에 이 지사 관련 고소, 고발 사건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고 향후 수사가 부실하다고 판단되면 특검 도입을 추진할 방침이다. 이 지사는 21일 페이스북에서 “거대기득권 ‘그들’의 이재명 죽이기가 종북, 패륜, 불륜몰이에 이어 ‘조폭몰이’로 치닫는다”고 주장했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자유한국당 김병준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이 기업 구조조정 경험이 풍부한 당 외부 인사를 비대위원으로 영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기업 경영 요소를 접목해 산적한 ‘자유한국당 병’으로까지 거론되는 당내 각종 비효율을 걷어내고 투명한 시스템을 체계화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22일 한국당에 따르면 김 위원장 등 비대위 관계자들은 최병길 전 삼표시멘트 대표(사진)를 비대위원으로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은행 부행장(경영기획부문)을 지낸 최 전 대표는 2010년 삼표그룹 재무전략 사장을 지냈고, 2015년 동양시멘트(현 삼표시멘트) 인수를 주도했다. 지난해 말 우리은행장에 도전하는 등 구조조정과 기업 경영 전반에 이해도가 높은 인물로 당내에서 평가된다. 한국당 관계자는 최 전 대표 영입에 대해 “향후 공천이 소수의 특정인이나 계파가 주도하는 ‘사천(私薦)’이 되지 않도록 하는 등 당 운영 전반에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선 ‘구조조정 전문가’를 영입할 필요가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당 윤영석 수석대변인은 “김병준 비대위에는 ‘경제’가 중요하다. 기업 경영적인 요소를 정당에도 접목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한국당은 비대위원 의결을 위한 상임전국위원회를 24일 개최한다. 이르면 23일 오후 확정될 비대위원은 9명 또는 11명이다. 김성태 원내대표나 함진규 정책위의장은 당연직으로, 당내 대표성을 감안해 초재선 의원 한 두 명이 포함된다. 여기에 여성 몫 비대위원 1, 2명이 거론되고 있다. 최 전 대표 외에 외부 비대위원으로는 최근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정책을 집중적으로 비판해 온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도 꾸준히 거론된다. 한편 김 위원장은 이날 해병대 헬기 마린온(MUH-1) 추락사고 순직자 합동분향소가 차려진 해병대 1사단 김대식관을 방문해 “가슴이 아프다. 굉장히 유능한 장교들을 잃었다”며 유가족을 위로했다. 한 유족은 “(군 당국이) 군수산업 위축을 우려하고 있어 사건 조사에 문제가 있을까 봐 (유족들이) 우려하고 있다. 당 차원에서는 어떻게 구체적으로 도와주실 것인지 공식적으로 밝혀 달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당 차원에서 여러 가지 조치를 찾아보겠다”고 했다.장관석 기자 jks@donga.com}
국방부가 국군기무사령부의 실행계획이 담긴 계엄령 문건 원본을 청와대에 보고한 데 이어 수도방위사령부와 특수전사령부 등이 계엄 문건과 관련해 기무사에 보고한 문건 등을 추가로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와 국방부는 또 문건 작성 당시 육군 수뇌부와 계엄령 실행 부대 지휘부 간 비공식 보고와 지시가 오갔는지도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청와대와 국방부가 예상보다 빨리 민군 합동수사단을 구성하기로 하면서 계엄령 문건 작성을 지시한 ‘윗선’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계엄 문건 비공식 보고 내용이 핵심 정부 관계자는 22일 “국방부 전투준비태세검열단이 송영무 국방부 장관 지시로 계엄령 문건에 나온 부대들의 관련 문건들을 확보해 취합하고 있다”며 “조만간 청와대에 보고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국방부가 계엄령 문건에 등장하는 수방사와 특전사 및 예하 부대들에서 계엄령 관련 추가 문건들을 확보했다는 얘기다. 국방부가 추가 확보한 문건들에는 계엄 발령 시 부대별 역할에 대한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기무사는 계엄령 관련 지시를 일선 부대 등에 하달한 적이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선 부대들에 계엄 관련 문건들이 있더라도, 기무사가 이를 각 부대에 지시한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계엄 발령 시 이에 참여하는 부대들의 전시(戰時) 작전계획에는 계엄 발령 시 작전계획이 포함돼 있다. 이 때문에 이번에 추가 확보한 계엄 관련 문건이 일선 부대들이 평소 보관하고 있던 계엄 관련 작전계획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관건은 추가 확보한 문건들을 통해 기무사가 실제로 계엄 발령을 염두에 뒀다는 정황을 더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일각에선 청와대가 확보한 기무사의 계엄령 대비계획 세부자료와 합참의 계엄시행계획 및 일선 부대들의 작전계획을 비교하면 기무사의 의도를 확인할 수 있는 단서들을 찾을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동시에 청와대와 국방부 특별수사단은 기무사나 육군본부 등과 일선 부대 지휘관 사이에 오간 작전 지휘나 보고가 계엄령 실행 의도를 확인할 수 있는 ‘스모킹건(결정적 증거)’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당시 군 조직 내 주류를 이루고 있던 육군 출신 일부 지휘관들과 기무사 출신들 사이에 공식 문건 외에 계엄령 관련 비공식 논의나 작전 지휘가 오갔는지를 확인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계엄 문건과 관련한 중요한 내용은 공식 문건이 아니라 육군 출신 일부 지휘관들끼리 주고받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 핵심 인사 수사 빨라질 듯 계엄령 문건 작성을 지시한 ‘윗선’을 겨냥한 수사도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방부와 법무부는 23일 계엄령 문건 수사를 위한 민군(民軍) 합동수사본부 출범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정부 관계자는 “국방부 특별수사단과 민간 검찰이 계엄령 문건 수사에 공조하는 합동수사단을 출범하기로 의견을 모았다”며 “합동수사본부 출범은 송 장관의 건의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와 정부 내에선 문재인 대통령이 계엄령 문건 수사를 지시했을 때부터 합동수사본부로의 확대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민간인은 참고인 조사만 할 수 있는 국방부 특수수사단만으로는 계엄령 문건 작성을 누가 지시했는지 수사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여권에선 벌써 김관진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황교안 전 대통령 권한대행 등을 수사 대상으로 지목하고 있다. 국회 국방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안규백 의원은 “명령 집단인 군의 특성상 최고 지휘권자나 청와대 하명이 없이는 일선 기무부대에서 이런 일을 추진할 생각 자체를 못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문병기 weappon@donga.com·손효주·장관석 기자}
23일 김선수 대법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는 김 후보자의 재산 형성 과정 및 정치적 편향성 여부 등에 대한 집중 검증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자유한국당 등 야당은 김 후보자가 다운계약한 아파트의 매매차익 외에 최근 5년간 소득이 13억 원에 이르렀는데도 청와대 비서관 시절(2007년) 신고한 재산보다 소득이 줄어든 배경을 의심하고 있다. 김 후보자는 2000년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 아파트 한 채를 4억7500만 원에 매입했으나, 이를 2억 원대로 신고했다. 이 아파트를 2013년 11억 원에 팔아 6억 원 가까운 시세차익도 봤다. 김 후보자는 “당시 거래 관행에 따라 부동산 중개자와 매도자 의사에 따라 다운계약서를 썼다”고 했다.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김 후보자의 최근 5년간 근로소득과 기타소득은 총 13억4878만 원이다. 최근 5년간 법무법인 시민에서 총 12억3200만 원을, 한양대에서 5041만 원을 받는 등 최근 5년간 평균 소득이 2억6975만 원이다. 통합소득 기준 상위 10%의 평균 소득이 1억1974만 원인 점(지난해 국세청 국정감사 자료)을 감안하면 김 후보자는 연봉 최상위 계층이었다. 그런데 김 후보자는 이달 6일 본인과 배우자, 자녀의 재산 총액을 9억6030만 원으로 신고했다. 2007년 노무현 정부 대통령사법개혁비서관 재직 당시 김 후보자가 신고한 재산 총액은 11억283만 원이었다. 한국당 곽상도 의원은 “수익이 훨씬 많아졌지만 재산은 줄어 축소신고 의혹이 있다”고 했다. 또 김 후보자가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심판에서 변호인단장을 맡은 이력을 놓고 정치적 편향성 문제가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김 후보자가 통진당 해산심판 결정 후 변호인단을 대표해 집필한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 무엇이 문제인가?’에는 헌재의 결정을 비난하는 발언이 수차례 언급된다. 그는 책에서 헌재의 정당해산 심판 결정에 대해 “‘퍼즐 맞추기’를 통해 꿰어서 통진당의 ‘숨은 목적’을 가공해 냈다” “헌법상 정당해산 제도와는 전혀 무관한 사유들만을 조합해 피청구인(통진당)을 위헌 정당으로 만들었다”고 했다. 김 후보자는 서면답변을 통해 “헌법재판소의 종국적인 해산결정이 난 이상 이를 수용하고 존중한다”고 해명했다. 김 후보자는 정치적 편향성 논란을 의식한 듯 대법관 임명제청 직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에서 탈퇴했다. 이 밖에 이중국적 및 고액 유학비 등 자녀 관련 사안들도 나올 것으로 보인다. 김 후보자의 장녀는 후보자가 미국 코넬대 방문교수로 있을 때 태어나 한국과 미국 이중국적자다. 김 후보자는 “2015년 외국국적 불행사 서약서를 법무부에 제출했다”고 해명했다. 한국당 주광덕 의원실에 따르면 차남은 2009년부터 2015년 사이 미국에서 클라리넷을 전공하면서 유학비로 총 1억9637만 원(약 17만2938달러)을 썼다. 올 1월에는 차남이 BMW 차량(5800만 원 상당)을 구매하면서 아버지로부터 1500만 원을 지원받았다. 김 후보자는 답변서에서 “증여세 면제 한도 범위 내에서 지원했다”고 밝혔다.최고야 best@donga.com·장관석·고도예 기자}

자유한국당 김병준 혁신비상대책위원장(사진)은 19일 문희상 국회의장이 여야의 정책연대 등 협치 필요성을 강조한 데 대해 “국회가 국무총리 선출권을 가지면 정치세력 간 협치와 상생 구도는 저절로 만들어진다”고 화답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동아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문 의장이 전화를 걸어와 협치에 대해 언급을 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어 “총리를 국회에서 선출하거나 추천하면 대통령은 여야 합의라는 상징성 때문에 수용할 수밖에 없다”며 “이렇게 형성된 책임총리제에서 야당 의원들이 내각에 참여하면 국가 발전의 책임을 공유하게 돼 상대 정당의 손을 잡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국회와 정당이 정책에 제대로 힘을 쏟지 않는 이유는 모든 책임과 권한이 대통령에게 몰려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 정책 기조에 대해서는 “노무현 정부 안에 ‘좌파’와 ‘우파’가 있었다면 지금 정부는 ‘노무현 좌파’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김 위원장은 “민주당은 지금 지나치게 노동세력에 붙들려 있다. 한국당이 무너지면 민주당은 도덕적 해이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시장의 자율과 국가의 보충적 개입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당 강령을 개정할 뜻도 밝혔다. 김 위원장은 “시장과 공동체가 자율적 정신으로 끊임없이 혁신을 추구하게 하고, 국가는 복지 평화 안보 공정거래 등 시장과 공동체가 못하는 일을 보충적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관석 jks@donga.com·홍정수 기자}

“차라리 계파 논쟁과 잘못된 진영논리 속에서 싸우다가 죽으라고 이야기해 달라. 그렇게 싸우다 죽어 거름이 된다면 오히려 큰 영광이다.”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자유한국당을 쇄신할 김병준 혁신비상대책위원장 체제가 17일 본격 출범했다. 김 위원장은 취임 일성에서 “제가 생각하는 것은 분명히 당의 많은 분야를 아주 많이 바꾸는 것”이라며 보수 대개혁 의지를 분명히 했다. 한국당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전국위원회를 열었다. 전국위원 총 631명 중 363명(참석률 57.5%)이 참석한 이날 회의에서는 김 위원장 선임 안건이 만장일치로 가결됐다. 김 위원장은 수락 연설에서 “한국정치를 계파논리와 진영논리에서 벗어나게 하는 소망, 미래를 위한 가치논쟁과 정책논쟁이 정치의 중심을 이루도록 하는 꿈을 갖고 있다”고 했다. 이어 “저는 아무 힘도 계파도 없고 공천권도 없지만, 작지 않은 힘을 갖고 있다”며 “한국당에 대한 국민의 실망과 지탄, 그러면서도 아직 놓지 않고 있는 희망이 한 가닥 힘”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원하는 권한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당헌당규에 규정된 당대표로서의 권한이 있다”며 ‘관리형 비대위’에 머무르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박근혜 정부에서 국무총리 후보자로도 지명됐던 김 위원장은 지난해 대선 무렵부터 꾸준히 보수 진영의 차기주자로 거론돼 왔다. 그럼에도 그는 현실 정치 전면에 나서기보다는 강연과 저서를 통해 ‘패권 정치’ 해소 필요성 등을 강조하며 정치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본인의 역할을 고민해왔다. 당 안팎에서는 ‘김병준 비대위’가 어떤 식으로 보수에 새바람을 일으킬지 주목하고 있다. 쇄신 작업의 출발점은 김 위원장이 밝힌 것처럼 ‘보수 정당의 가치와 정책의 재정립’이 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김 위원장을 당 대표 주자로 영입하려 했던 김태흠 의원은 “당의 가치와 노선을 재정립해 보수와 중도를 아우르는 정당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는 점에서 김 위원장의 생각을 적극 지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가치 논쟁에 앞서 인적 청산이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많다. 김 위원장도 이날 취임사에서 계파논쟁과 진영논리를 앞세우는 정치를 타파 대상으로 꼽았다. 이 때문에 당내에서는 김 위원장이 당협위원장 교체 작업부터 먼저 손을 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일부 개혁 성향 초·재선급 의원은 보수 재건을 위해 자발적으로 당협위원장직에서 물러날 뜻을 김 위원장 측에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 측 관계자는 “당내 계파를 전부 없애겠다는 게 김 위원장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하지만 그 방식은 (‘찍어내기’식의) 인위적 청산보다는 시스템으로 걸러내는 작업이 될 것이다. 친박(친박근혜), 비박(비박근혜)을 가리려는 것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공천권에 대해 “혁신비대위가 얼마나 갈지 모르지만, 남은 선거기간을 감안하면 공천권을 행사하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장관석 jks@donga.com·홍정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