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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불은 보통 한 번 구매하면 해질 때까지 오랫동안 사용한다. 그만큼 우리 생활과 밀접한 제품이지만 우리는 침구를 자주 세탁하거나 바꾸는 데 적극적이지 않다. 최근 비흡연자에게 폐암을 일으키는 원인 가운데 하나가 침대 속 세균성 미세먼지라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하루 일과의 3분의 1가량을 함께 보내는 침구가 담배보다 더 위험하다는 소식은 그동안 소홀했던 ‘잠자리’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웰크론 기술연구소장인 이창환 박사는 “잠자리 위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침구청소기나 매트리스 청소 전문업체, 먼지 없는 기능성 이불 등 잠자리 위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이불 속 세균성 미세먼지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항상 침구를 청결히 하고, 침구청소기나 기능성 침구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잠자리 세균성 미세먼지가 폐암 유발 최근 국내의 한 연구팀은 동물 실험 및 환자 625명의 데이터 분석을 통해 집안에서 발생하는 세균 분비물과 초미세먼지가 폐암 및 만성폐쇄성질환의 한 원인이 된다고 발표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집 안의 실내먼지, 특히 침구 속 미세먼지는 흡연과 상관없이 폐암에 걸릴 위험을 40배 정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폐암 발병 위험을 13배까지 높이는 담배보다도 위험한 물질로 지적된 것이다. 실제로 지난 10년간 남성 폐암 환자는 감소한 반면 비흡연자가 대부분인 여성 폐암 환자는 23%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전체 한국인의 5%가 세균성 미세먼지에 알레르기 반응을 나타내고 있어 천식과 만성폐질환에 대한 위험도 8배나 높아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인들이 전통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면섬유는 침구 소재로도 널리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면섬유는 원사 표면이 매끄럽지 않아 사이사이에 미세먼지가 낄 수 있고, 단섬유를 꼬아서 실로 만들었기 때문에 마찰이 발생하면 보풀이 일어나기 쉽다. 또한 면섬유 침구를 오랜 시간 사용하면 섬유 부스러기가 다량 발생하고, 이것이 떨어져 나오면서 호흡기에 좋지 않은 미세먼지가 된다. 이 때문에 미국에서는 1980년대까지 일반 면으로 제작해 사용하던 수술용 가운을 기능성 소재로 바꿨다. 미세먼지로부터 환자를 보호하고, 의료진의 2차 감염도 막기 위해서다. 특히 주로 침구에 서식하고 있는 집 먼지 진드기의 배설물 및 사체 부스러기도 미세먼지로 변할 수 있다는 사실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아토피와 같은 알레르기성 질환의 원인이 되는 집먼지 진드기는 실과 실 사이의 틈을 드나들며 사람의 각질이나 비듬을 먹고 산다. 이 집먼지 진드기의 배설물이나 사체가 미세먼지와 뒤엉켜 사람의 피부에 닿거나 호흡기에 들어가면 알레르기성 질병이 생길 수 있고, 심각할 경우 폐질환까지 유발할 수 있다.집먼지 진드기 막아주는 기능성 침구 최근 먼지 발생이 적고, 집먼지 진드기의 서식, 이동을 방지할 수 있는 극세사 침구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극세사는 머리카락 100분의 1 굵기의 실을 사용해 실과 실 사이의 공극을 10μm 이하로 낮춰 촘촘하게 직조한 고밀도 직물을 일컫는다. 웰크론은 직접 설립한 기술연구소를 통해 알레르기 방지 극세사 원단 ‘웰로쉬’를 개발하고 소비자의 니즈를 겨냥한 기능성 침구를 판매하고 있다. 웰로쉬는 원사 표면이 매끄러워 미세먼지가 잘 끼지 않으며 장섬유를 이용하기 때문에 먼지 발생이 적다. 또한 100∼300μm 크기의 집먼지 진드기가 이불 안쪽으로 침입할 수 없어 가볍게 세탁하거나 표면을 털어만 줘도 먼지나 집먼지 진드기 등의 이물질을 제거할 수 있다. 부드러운 감촉을 갖고 있는 웰로쉬는 가볍고 따뜻하며 세밀하게 만들어져 집먼지 진드기의 서식을 원천적으로 차단한다. 또한 무게 역시 가벼워 털기도 쉽다. 웰로쉬 원단은 영국 알레르기협회(BAF)로부터 항알레르기 제품으로 인증받기도 했다. 웰크론은 이런 고밀도 원단 웰로쉬를 적용한 가을 겨울 시즌용 기능성 침구 신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롯데백화점, 현대백화점 등을 통해 유통 중인 알레르기 방지 기능성침구 브랜드 ‘세사(SESA)’는 카브리아, 덴버 등 20여 종의 신제품을 선보였다. 국내 180개, 해외 6개 대리점을 통해 판매되고 있는 친환경침실 전문 브랜드 ‘세사리빙(SESALiving)’ 역시 마틸다, 크라운, 보스 등 50여 종의 신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세사리빙 대리점사업본부 김경인 전무는 “건강과 환경, 특히 미세먼지에 대한 고객의 관심이 커지고 관련 시장의 수요가 확대됨에 따라 기능성침구의 판매도 증가하고 있다”며 “가족의 건강을 위해 청결한 침구 관리는 물론이고 체질 및 건강상태를 고려한 적절한 소재를 선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

올해 1월 삼성전자에 입사한 임동하 씨(26)는 경기 수원시 본사 무선사업부에서 시스템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중책을 맡고 있다. 한국기술교육대(코리아텍) 컴퓨터공학부를 졸업한 임 씨는 “일반 대학을 다니면서 이론만 공부했다면 적응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라며 “대학에서 이미 같은 설비를 다뤄본 적이 있어서 쉽게 적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2월 현대자동차에 입사한 박정욱 씨(28)도 코리아텍 출신으로 충남 아산 공장의 엔진생산 기획팀에서 일을 하고 있다. 박 씨는 4학년인 지난해 1∼6월 코리아텍의 현장실습 과정을 이용해 현대차에서 이미 실습한 적이 있다. 그는 “실습을 하며 관련 업무를 익힌 경험이 취업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대학 역사상 최고 취업률 올해 8월 교육부가 발표한 전국 대학 취업률에서 코리아텍이 85.9%로 전체 1위를 차지해 화제를 모았다. 코리아텍의 취업률은 교육부가 건강보험 데이터베이스를 기준으로 전국 대학 취업률을 발표한 2010년 이후 사상 최고치다. 코리아텍의 2010년 이후 연평균 취업률 역시 82.3%로 4년제 대학 가운데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코리아텍의 취업률은 ‘양’도 많지만 ‘질’도 높다. 올해 취업자의 절반 이상(59.3%)이 대기업과 공기업에 취업했다. 특히 전체 졸업생(761명) 가운데 13.4%인 102명이 삼성그룹 계열사에 입사해 ‘삼성이 선호하는 대학’으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나머지 40.7%도 근로자 수 300명 이상 또는 코스닥에 상장된 유명 중소, 중견기업에 일자리를 얻었다. 코리아텍은 3개 대학원과 10개 학부를 갖춘 엄연한 4년제 대학. 1991년 당시 노동부가 전액 출자해 공학, 인적자원개발 특수목적 대학으로 설립했고, 최근에는 공학 분야를 특성화시켜 전문인력을 대거 양성하고 있다. 이 때문에 코리아텍 졸업생들이 취업을 하려면 기타 4년제 대학 졸업생들과 똑같이 각 기업이 실시하는 대졸 공채 시험에 합격해야 한다. 직무도 4년제 대학 또는 대학원 졸업생들과 같이 연구개발(R&D), 제품개발, 생산관리, 기획 등 핵심 업무를 맡고 있다.○ 차별화된 공학교육 모델 최근 청년 취업난이 심해지면서 올해 4년제 대학 전체 취업률은 58.6%까지 떨어졌다. 2012년부터 3년 연속 하락세다. 국내 최고라는 서울대의 취업률도 61%밖에 되지 않는다. 이런 상황 속에서 코리아텍이 80%를 넘는 취업률을 달성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코리아텍의 차별화된 공학교육 모델을 꼽는다. 코리아텍의 교과과정은 이론 위주인 기타 대학과 달리 이론과 실험실습 교육이 정확히 5 대 5 비율로 나뉘어 있다. 80여 개의 실험실습실도 연중 24시간 개방돼 학생들이 원할 때면 언제든지 실험을 할 수 있다. 기업 및 산업현장이 요구하는 전공실무능력을 언제든지 향상시킬 수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코리아텍 졸업생들의 직업과 전공일치도는 89.1%에 이를 정도로 높다. 코리아텍 졸업생 10명 중 9명은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를 대학에서 충분히 경험하고 배운 다음 전공 관련 분야로 진출해 일자리를 얻고 있는 것이다. 국내 대기업의 한 인사팀 관계자는 “어설프게 대학을 졸업한 학생들보다는 실무 능력이 뛰어난 코리아텍 학생들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며 “현장 적응력도 다른 대학 졸업생들보다 훨씬 빠르다”고 말했다.○ 일·학습 병행으로 수당만 33억 원 정부가 청년 취업난을 해소하기 위해 강하게 추진하고 있는 일·학습 병행제 역시 코리아텍은 이미 2012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3, 4학년 학생들이 ‘기업 연계형 장기현장 실습 제도(IPP)’를 통해 자신의 전공에 맞는 기업체에서 최장 10개월까지 일할 수 있는 것. 3년간 이 제도를 통해 현장 실습에 참여한 학생은 703명. 이들이 기업체에서 받은 수당만 33억7000만 원으로 1인당 평균 479만4000원에 이른다. 특히 3학년이나 4학년 1학기에 있는 학생들은 이 수당으로 다음 학기 등록금(한 학기당 244만 원)을 대기도 했다. 기업에서 일하면서 학점도 따고, 받은 월급으로 등록금도 내고 취업도 해결하는 셈이다. IPP 이수 학생의 취업률은 코리아텍 전체 취업률보다 높은 88%에 이를 정도다. 코리아텍은 교수들도 철저히 실무형으로 선발한다. 박사학위 소지자 중에서도 국내외 산업체 또는 연구소에서 3년 이상 근무한 경력이 있어야 코리아텍의 교수가 될 수 있다. 또 3년마다 한 번씩 산업현장에 파견돼 산업 트렌드, 지식, 정보를 체험하고 돌아와야 한다. 고용부 관계자는 “청년 고용의 가장 큰 문제는 청년들이 원하는 일자리와 기업이 원하는 인재가 맞지 않는 ‘미스매치 현상’이 심하다는 것”이라며 “코리아텍은 실무형 교육을 통해 일자리 미스매치 현상을 잘 해소하고 있기 때문에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
여성 고용 우수 기업으로 정부 표창을 받은 기업 가운데 절반 이상이 인센티브만 챙긴 뒤 여성 고용을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여성 고용 활성화 정책을 적극 펴고 있는 상황에서도 여성 관리자가 전혀 없는 기업이 지난해에만 381곳에 이르는 등 국내 기업들의 ‘유리 천장(여성의 승진을 막는 보이지 않는 벽을 뜻하는 말)’이 여전히 두꺼운 것으로 조사됐다. 1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주영순 새누리당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받은 ‘적극적 고용개선조치 우수기업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09∼2013년 5년간 여성 고용 우수 기업으로 선정된 기업 31곳 가운데 18곳(58.1%)이 우수 기업 선정 이후에 여성 고용 기준을 달성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는 여성 고용 비율 상위 10% 이내 기업을 대상으로 심사를 거쳐 여성 고용 우수 기업을 선정한다. 우수 기업으로 선정되면 정부 표창과 함께 △정기 근로감독 면제 △조달청 물품입찰 적격심사 가산점 등 다양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또 여성 고용 및 여성 관리자 비율이 동종 업계 평균의 60% 미만이면 여성 고용 기준 미달 기업으로 지정된다. 결국 여성 고용 우수 기업 가운데 상당수가 정부 표창과 인센티브 등 ‘단물’만 빼먹고 난 다음 여성 고용을 동종 업계 평균의 60% 이하로 줄이고 있는 셈이다. 또 여성 관리자를 전혀 두지 않고 있는 기업도 지난해 기준 381곳(19.6%)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 고용을 유도하는 ‘적극적 고용개선조치’ 대상 기업인 상시근로자 500인 이상(총 1945곳·공공기관은 근로자 수에 상관없이 모두 해당) 기업 다섯 곳 중 한 곳은 여성 관리자 비율이 0%라는 말이다. 여성 고용 비율이 10% 미만인 기업은 337개(17.3%)였고 여성 관리자 비율이 10% 미만인 기업도 993곳(51.1%)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2012년 795곳이던 여성 고용 기준 미달 기업은 2013년 863곳, 올해 940곳으로 해마다 증가했다. 국내 기업의 여성 고용 비율은 2009년 34.12%에서 지난해 37.09%로 2.97%포인트밖에 증가하지 않았고 여성 관리자 비율도 같은 기간 3.28%포인트 증가하는 데 그쳤다. 여성 고용 활성화 정책으로 전체 여성 고용률은 증가하고 있지만 실제 기업현장에서는 여성 고용을 줄이는 기업이 늘고 있는 셈이다. 주 의원은 “여성 고용 유도 정책의 효과가 매우 단기적이고, 기업들의 도덕적 해이도 심각하다”며 “기업이 장기적으로 여성을 고용하면서 여성 고용 비율을 유지할 만한 유도장치를 정부가 새롭게 고민하고, 제재 방안도 갖춰야 실효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

국내 기업 가운데 최근 5년간 일자리 창출 능력이 가장 높았던 기업은 LG디스플레이인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 일자리 창출은 제조업 분야의 대기업이 주도해 왔지만 근로자 수 1만 명 이상 대기업들은 최근 5년간 청년 고용을 오히려 줄여온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노동부와 한국고용정보원은 이런 내용이 담긴 ‘기업 일자리 창출 지수(고용성장지수)’를 9일 발표했다. 고용성장지수는 개별 기업들의 일자리 창출 능력을 비교하기 위해 정부가 국내 최초로 만든 지수로, 공공부문을 제외한 전 업종(6개월 이상 고용보험을 가입한 근로자 100인 이상인 기업 8017곳)을 대상으로 산출했다. 한 기업이 창출해낼 수 있는 고용량을 고용증가인원과 고용증가율을 바탕으로 측정하며 ‘가젤기업(매출액 또는 고용이 빠르게 성장하는 기업)’ 선정에도 활용되고 있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2008∼2013년 5년간 고용성장지수가 가장 높았던 기업은 LG디스플레이였고, 현대그린푸드 다이소아성산업 롯데리아 한국맥도날드 등이 뒤를 이었다. 분석 기간을 1년(2012∼2013년)으로 한정하면 삼성디스플레이가 가장 높았고, 농협은행 이마트 드림어스 에스텍시스템 순이었다. 국내 대표기업인 삼성전자는 5년 기준 32위, 1년 기준 98위에 머물렀고, 현대자동차는 1년 기준으로는 6위였지만 5년 기준에서는 35위에 머물렀다. 다만 LG전자는 5년 기준 11위, 1년 기준 9위로 상위권에 위치해 눈길을 끌었다. 고용부는 “분석기간에 상관없이 전체 기업의 60% 이상이 고용을 늘렸다”며 “분석기간이 길어질수록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의 고용 증가가 눈에 띄는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고용 증가 기업의 업종별 분포는 제조업이 37.0%로 가장 많았고, 사업시설 관리 및 사업지원 서비스업(13.5%), 운수업(8.5%) 등의 순이었다. 특히 2012∼2013년에는 근로자 수 5000명 이상인 기업의 90%가 고용을 늘린 것으로 나타나 제조업 분야 대기업이 최근의 일자리 창출을 주도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고용성장지수 상위 100대 기업이 전체 일자리의 30% 이상을 창출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새롭게 창출된 일자리는 여성보다는 남성(58.9%)이 많았고, 연령대로는 30∼54세(65.7%)가 절반을 넘었다. 대기업이 청년층(15∼29세) 채용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사실도 이번 조사에서 확인됐다. 2008∼2013년 5년간 1만 명 이상 대기업의 청년층 고용증가 비중은 ―17.8%, 2010∼2013년 3년간은 ―8.0%로 오히려 청년 고용을 줄여온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2012∼2013년에는 23.4%로 회복세를 보였다. 또 최근 5년간 청년 고용을 많이 늘린 분야는 상대적으로 비정규직이 많은 교육서비스업(54.1%), 숙박 및 음식점업(49.3%) 등이었다. 청년들이 대기업 취업이 여의치 않다 보니 숙박, 음식, 교육서비스업 등으로 몰리는 것으로 분석된다. 정형우 고용부 노동시장정책관은 “청년 고용에 적극적일수록 고용성장지수가 높은 특징을 보이고 있지만 대규모 기업들은 오히려 청년 고용을 줄이는 추세”라며 “인력공급 등 사업지원 서비스업에서 고용 성장이 두드러지는 것 역시 최근 간접고용이 증가하는 추세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
“두 명의 (여야) 간사들이 (증인에 대해) 합의를 해왔어야 한다. 능력 없고 하기 싫으면 자리를 내놓고 나가라.”(새정치민주연합 강기정 의원) “무슨 말을 그렇게 하나.”(새누리당 정무위원회 간사 김용태 의원) “무슨 말을 그렇게 하냐니. 한국말 못 알아듣나?”(강 의원) “(발언) 기회 줬는데 싸우라고 기회 준 줄 아나!”(정우택 정무위원장·새누리당) 8일 국회에서 진행된 국회 정무위원회의 경제·인문사회연구회에 대한 국정감사 도중 벌어진 풍경이다. 15, 16일로 예정된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국감에 금융기관장들을 증인으로 채택할지를 놓고 여야가 볼썽사나운 말다툼을 벌인 것이다. 결국 경제·인문사회연구회 국감의 본질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설전 끝에 국감이 30여 분 동안 중단됐다. 각 상임위는 7일에 이어 이틀째 증인 채택 문제를 놓고 몸살을 앓았다. 국감을 충실하게 진행하기 위해 부르는 증인 때문에 오히려 국감이 파행을 맞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 증인 문제로 이틀째 파행 겪은 환노위 전날 증인 채택 논란 끝에 환경부 국감을 실시하지 못한 환경노동위원회는 8일 오전 10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고용노동부에 대한 국정감사를 시작할 예정이었지만 증인 채택 협의를 벌이느라 예정 시간을 1시간 45분이나 넘겨 개회를 선언했다. 그나마도 여야 간 다툼으로 40여 분 만에 정회됐다. 야당 간사인 새정치연합 이인영 의원은 개회 선언 직후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기업인 증인 신청에 대한 여야 협의가 여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이런 상태로는 국감을 정상적으로 이끌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에 새누리당 간사인 권성동 의원은 “(증인·참고인) 숫자로 ‘적다’ ‘많다’를 논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맞섰다. 오후 2시가 넘어서 어렵사리 국감이 재개됐지만 7일에 이어 만 하루 반을 증인 채택 공방으로 허비했다. 또 국감 도중 새정치연합 은수미 의원이 최근 권성동 의원이 대표 발의한 근로시간 단축 관련 법안(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두고 “휴일수당을 없애겠다는, 벼룩의 등골 빼먹겠다는 법안”이라고 비판하자 권 의원이 사과를 요구하면서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 교문위도 증인 채택 문제로 설전 이날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교육부 국감은 증인 불출석과 추가 증인 채택 문제로 1시간가량 지연됐다. 야당은 새누리당의 반대로 증인으로 채택되지 않은 이인수 수원대 총장을 27일 열리는 종합감사에 출석시키라고 요구했지만 결국 채택되지 않았다. 야당과 일부 시민단체는 지난해 8월 수원대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딸을 교수로 채용하는 과정에 특혜가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김문기 상지대 총장과 김병찬 제주한라대 이사장을 비롯한 사립대 관련 증인들이 대거 불출석한 것을 두고 의원들의 비난성 의사진행발언이 이어졌다. 각 상임위의 추가 증인·참고인 채택도 이어졌다. 법제사법위원회는 카카오톡 등 검찰의 사이버 검열 의혹과 관련해 이석우 다음카카오 공동대표, 김승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보안자문위원, 김인성 전 한양대 컴퓨터공학과 교수 등 3명을 참고인으로 부르기로 의결했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세월호 이준석 선장과 강원식 1등 항해사 등 17명을 추가로 증인으로 채택했다. 홍정수 hong@donga.com·김희균·유성열 기자}

《 “힘들기만 했던 출근길이 어린이집 하나로 너무 즐거워졌어요.” 롯데푸드 천안공장에서 근무하는 김화숙 씨(35·여)는 매일 두 딸과 함께 출근한다. 김 씨가 근무하는 동안 두 딸은 공장 내 어린이집에서 하루를 보낸다. 출퇴근을 늘 함께 하다 보니 딸들과 대화하는 시간도 늘었고,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마다 두 딸과 공장 곳곳을 누비며 ‘모녀 데이트’를 하기도 한다. 김 씨는 “아이들을 바로 옆에서 돌봐줄 수 있다는 점이 매우 좋다”며 “무엇보다 아이와 엄마가 정서적으로 안정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행복”이라고 말했다. 》 ○ 직장어린이집을 통해 얻은 행복 김 씨의 출근길이 처음부터 행복했던 것은 아니었다. 두 딸을 낳고 지난해 3월까지 육아휴직을 한 김 씨는 집인 경기 수원에서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 회사까지 매일 출퇴근을 해야 했다. 출퇴근에만 왕복 2시간 이상 걸리다 보니 자녀들을 돌보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급기야 공무원인 남편이 충남 천안으로 발령나면서 육아는 더 큰 짐이 됐다. 김 씨의 출근길이 즐거워진 것은 지난해 5월부터다. 김 씨의 사정을 알게 된 회사 측이 직장어린이집이 있는 천안공장으로 발령을 내준 것. 부부는 수원에서 천안으로 아예 이사를 했고, 천안공장에 마련된 어린이집에 두 딸을 맡기게 되면서 육아 부담을 덜 수 있었다. 롯데푸드는 2005년 3월 천안공장 기숙사 건물 1층을 개조해 ‘푸르니어린이집’을 설치했다. 직원들의 반응이 뜨거워 2005년에는 천안공장을 증설하면서 어린이집을 새로 지었다. 어린이집(472m²) 외에도 실외놀이터(252m²), 보육실(4곳), 조리실(1곳), 식당(1곳) 등을 모두 갖춰 정원 99명으로 인가를 받았고, 현재 교사 8명이 60명의 아이를 돌보며 지도한다. 푸르니어린이집은 교사 1명당 원아 비율이 7.5명으로 일반 유치원보다 좋은 편이어서 세심한 돌봄이 가능하다. 입회비 10만 원만 내면 추가비용도 일절 없고, 아이들이 어린이집을 옮겨 다니지 않도록 만 1세부터 취학 직전인 만 5세까지 다닐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푸르니어린이집은 시설이 좋고, 안심하고 아이를 맡길 수 있는 어린이집이라고 소문이 나면서 직원뿐만 아니라 인근 일반 가정의 아이들도 다니고 있다. 이에 롯데푸드는 올해 3월에도 영등포구 양평로21길 본사 인근에 ‘롯데 아이사랑 어린이집’을 마련했다. 본사에서 인근의 건물(172m² 규모)을 임차해 어린이집으로 리모델링했다. 본사에 근무 중인 직원의 자녀(만 1∼3세)는 누구든지 이용이 가능하고, 롯데제과 롯데홈쇼핑 등 계열사 직원들도 함께 이용한다. 특히 아이사랑 어린이집은 직원들의 출퇴근시간을 고려해 오전 7시 30분부터 오후 8시 반까지 13시간 동안 운영한다. 본사와의 거리도 100m밖에 되지 않아 직원들이 언제든지 쉽게 아이를 만날 수 있다. 롯데푸드 관계자는 “천안과 본사 모두 어린이집 의무 설치 사업장이 아니지만 복지 차원에서 마련한 것”이라며 “연간 수억 원의 비용도 회사가 전액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육아휴직은 무조건 가야 해 이 회사 육가공 영업팀의 이미정 대리(34·여)는 모유로 딸을 키운다. 모유 수유가 가능했던 것은 출산휴가 3개월과 육아휴직 1년을 꽉 채워 사용했기 때문이다. 이 대리는 이 기간에 안심하고 집에서 육아에만 전념할 수 있었다. 이 대리는 “주변을 보면 출산휴가 3개월만 쓰고 회사로 복귀하거나 임신하면 회사를 아예 관두는 친구가 많았다”며 “눈치 보지 않고 육아휴직을 쓸 수 있어서 안심하고 모유 수유를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대리가 안심하고 육아휴직을 쓸 수 있었던 이유는 롯데그룹이 2012년 9월 국내 대기업으로는 최초로 ‘육아휴직 의무제’를 도입했기 때문이다. 이 제도는 여성 직원이 출산을 하면 별도로 육아휴직을 신청하지 않더라도 자동으로 육아휴직으로 들어갈 수 있게끔 하는 제도다. 여기에 출산휴가 3개월을 더하면 총 1년 3개월간 ‘의무 휴직’이 가능하다. 롯데그룹은 육아휴직자들이 업무에 자연스럽게 복귀할 수 있도록 돕는 ‘톡톡맘’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육아휴직 기간에도 업무감각을 조금씩 익힐 수 있게 각종 직무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 온라인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육아휴직자들도 집에서 아이를 키우면서 충분히 업무 복귀 준비를 할 수 있다. 여성가족부는 롯데푸드의 이 같은 노력을 인정해 지난해 12월 가족친화기업 인증을 수여했다. 가족친화인증기업이란 가정생활과 직장생활을 조화롭게 병행할 수 있도록 일·가정 양립제도를 모범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기업을 정부가 인증하는 제도다. 각종 제도의 실행 사항 등을 평가해 70점 이상(100점 만점)을 획득해야 인증을 받을 수 있다. 롯데푸드는 지난해 인증을 받은 대기업 84곳 가운데 종합식품회사로서는 유일하게 인증을 받았다. 천안공장 어린이집은 지난해 12월 충남도가 주최한 우수보육프로그램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롯데푸드가 이처럼 가족친화 정책을 시행한 이후 여직원 퇴직률 역시 크게 감소하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올해 여직원 퇴직률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1%포인트나 감소했다. 롯데푸드 이영호 대표이사는 “우수한 여성인력이 경력 단절 없이 일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일과 가정이 양립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기업의 가장 중요한 사회적 책임”이라고 말했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

“우리는 온 가족이 먹는 식품을 만드는 회사고, 우리 제품을 선택하는 것은 주로 주부를 비롯한 여성입니다. 따라서 가족을 생각하는 엄마의 마음을 읽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이영호 롯데푸드 대표이사(56·사진)는 1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직원들이 자기 가족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면서 고객의 마음을 깊이 헤아릴 수는 없을 것”이라며 “가정이 편안한 직원이 일도 더 행복하게 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가족친화 제도를 도입하는 데 갈등은 없었나. “천안공장 어린이집은 수용 인원이 충분해 문제가 없었지만 본사 어린이집은 이용 가능 인원이 적어 여성 직원 자녀를 우선 선발했다. 이에 일부 남성 직원이 불만을 제기했지만 제도의 취지를 설명하고 공개투표 등을 통해 무리 없이 추진하고 있다. ―사내 어린이집에 불편함은 없나. “천안공장 어린이집은 정원(99명)보다 이용 인원(60명)이 적어 더 많은 아이를 받을 수 있다. 공간도 넉넉하다. 특히 최고 품질의 교육용품을 배치하는 등 이용만족도를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어린이집 정원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일과 가정의 양립을 추구하는 것이 회사에는 손해라는 인식이 있다. “우수한 여성 인력이 출산이나 육아 문제로 회사를 떠나는 것은 개인만의 불행이 아니라 회사 입장에서도 크나큰 손실이다. 우수한 인력이 경력 단절 없이 마음껏 역량을 발휘할 수 있어야 장기적으로 회사가 성장할 수 있다.” ―일·가정 양립문화가 정착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회사에 오래 있을수록 일을 열심히 하고 잘한다는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야근을 많이 하는 직원들은 낮에 느슨하게 일하기도 하기 때문에 그만큼 생산성이 떨어진다. 업무시간에 집중해서 일하고, 정시 퇴근하는 문화가 자리 잡아야 한다. 무엇보다 아랫사람들이 일찍 퇴근하는 것에 대해서 윗사람들이 눈치를 주면 안 된다.”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한 개인적인 철학이 있다면…. “나는 주요 회의를 월요일에 잡지 않는다. 월요일에 회의를 잡으면 직원들이 주말에 나와 자료를 만들어야 하고, 주중에 생산성 있게 일할 수 없다. 직원들에게 보고서 작성에도 시간을 쓰지 말라고 당부한다. 형식이 아니라 내용이 중요하다. 업무시간에 집중해서 일하고 정시 퇴근해 가족과 개인의 발전에 시간을 써야 개인도 회사도 발전할 수 있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

임신 근로자에 대한 근로시간 단축 제도가 지난달 25일부터 상시근로자 300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시행됐다. 유산 및 조산 위험이 높은 임신 12주 이내와 36주 이후인 근로자가 하루 2시간씩 단축 근무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야근과 연장근로 등 장시간 근로를 당연시하는 문화를 개선하지 않고서는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근로시간 단축을 불허한 사업주에 대해 ‘솜방망이 처벌’만 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근로시간 단축은 그림의 떡 공공기관에 재직 중인 A 씨(31)는 현재 임신 9개월이지만 매일 야근을 밥 먹듯 하고 있다. 일단 업무량 자체가 많고, 공공기관 특유의 조직문화 특성상 상사와 동료의 눈치를 보지 않고 정시에 퇴근할 수 없어서다. A 씨는 본인이 근로시간 단축 대상인 것도 뉴스를 보고서야 알았다. 회사 측이 이와 관련해 아무런 공지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행 근로기준법상 주당 근로시간은 최대 68시간(정규근로 40시간+연장근로 12시간+휴일근로 16시간)을 넘길 수 없다. 특히 15세 이상 18세 미만인 근로자와 임신 근로자는 연장근로가 예외 없이 금지돼 있지만 현장에서는 무용지물일 때가 많다. A 씨는 “평소 근무시간을 따져보면 임신 중에도 법정근로시간을 초과할 때가 많다”며 “이런 상황에서 근로시간 단축 제도는 그림의 떡일 수밖에 없다. 현행법이라도 제대로 지켰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직 임신을 하지 않거나 임신을 계획 중인 근로자도 근로시간 단축 제도에 대해 고개를 갸웃하는 분위기다. 야근과 휴일근로를 당연시하고, 이에 대한 수당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근로문화를 개선하는 것이 먼저라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하루 2시간씩 10시간인 1주 감소분을 아예 하루 쉬는 날로 돌려 주 4일제를 도입하자는 주장까지 나온다. 금융회사에 다니며 임신을 준비 중인 B 씨(30)는 “임신을 하더라도 단축근무를 신청할 수는 없을 것 같다”며 “차라리 임신 근로자에 대해 주 4일제를 의무화하는 것이 제도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이 올해 상반기 조합원 98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절반 정도가 “(동료와 상사의) 눈치가 보여서 근로시간 단축을 신청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답했다. 상대적으로 대기업에 소속된 정규직 근로자가 많은 한국노총 조합원들조차 임신기간 근로시간 단축 제도에 대해서 회의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셈이다.○ 기업은 난감, 처벌도 솜방망이 기업 입장에서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다. 근로시간 단축을 허용하지 않으면 과태료는 물론이고 도덕적 비난까지 받아야 하고, 이를 허용하더라도 대체인력을 구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대기업 인사팀의 한 관계자는 “제도의 취지는 좋지만 이렇게 되면 기업 입장에서는 여성 근로자를 채용하거나 업무량이 많은 부서에 보내는 것을 꺼릴 수밖에 없다”며 “여성 채용 자체가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임신 근로자의 단축 근무를 허용하지 않는 사업주에 대한 처벌 수위도 너무 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근로시간 단축을 허가하지 않은 사업주는 적발되면 최고 500만 원의 과태료만 내면 된다. 또 정부 점검에서 적발되지 않는 사업장은 근로자 본인이 직접 신고를 해야 한다. 고용부 관계자는 “수많은 사업장을 정부가 일일이 다 감독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면서도 “일단 제도의 정착 여부를 지켜보면서 실효성을 높이는 방안을 보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은 9월 이달의 기능한국인으로 박광민 세일하이텍 대표(63·사진)를 선정했다고 29일 밝혔다. 박 대표는 1990년대 말 평면TV가 등장하면서 수요가 폭증한 광학용 점착 보호 필름을 국내 최초로 개발하는 등 산업용 점착제 국산화에 크게 기여했다. 점착제란 양면테이프와 같이 탈·부착이 가능한 것으로 부착 과정에서 형태가 변하지 않는다. 본드처럼 액체에서 고체상태로 변하면서 접착력을 가지는 ‘접착제’와는 다르다. 박 대표는 1985년 점착테이프 제조 전문 기업인 세일화학공업을 창업했고, 매출액 186억 원(지난해 기준)의 강소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최근에는 미국의 한 나노 소재 전문기업과 함께 1년 6개월여간 연구한 끝에 신규 아이템인 고기능성 투명전극 시트(전기가 통하는 필름으로 보온, 발열 등의 효과를 냄)를 개발했다. 박 대표는 “엔지니어가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것이 마지막 목표”라며 “나의 기술과 노하우를 나누고 숙련기술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

한모 씨(28·여)는 2년 전 다니던 은행을 그만뒀다. 암에 걸린 어머니 간병을 위해 휴직을 신청했지만 은행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1년 반가량의 투병 끝에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뒤 그는 올해 초부터 새 일자리를 알아보고 있지만 번번이 탈락하고 있다. 한 씨는 “2년간 경력이 단절되다 보니 서류 면접을 통과하는 것마저 어렵다”며 “시간제 일자리가 있었다면 간병인이 오는 오후에 출근하는 방식으로 계속 일할 수 있었을 텐데 아쉽다”고 말했다. 내년부터는 한 씨처럼 간병이나 학업, 퇴직 준비로 하루 종일 일하기 어려운 근로자에게 일시적으로 시간제로 일할 수 있도록 하는 ‘전환형 시간선택제’ 일자리 제도가 도입된다. 지금까지 육아 목적으로만 제한돼 있었던 전환형 시간선택제 적용 대상을 확대하기로 한 것이다. 28일 고용노동부와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이 같은 내용의 시간선택제 활성화 대책을 마련해 다음 달 발표하기로 했다. 이번 대책은 정부가 지난해 11월 시간선택제 일자리 창출 대책을 발표한 뒤 나타난 문제점을 보완하고 이 제도를 확대하기 위한 방안이 담길 예정이다. 정부는 우선 일시적으로 시간제 근로자로 일하다 정규직으로 복귀하는 전환형 시간선택제 적용 대상을 확대하기로 했다. 현재는 남녀고용평등법에 따라 육아를 담당하는 근로자에 대해서만 일시적으로 시간제 근로자로 전환해줄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학업, 간병, 퇴직 준비에 나서는 근로자들도 시간제로 일하다 다시 전일제 근로자로 복귀할 수 있게 된다. 시간제로 일할 수 있는 기한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현재 육아를 위해 시간제 일자리로 전환한 근로자는 남편과 부인 각각 최대 1년씩 시간제로 일할 수 있다. 정부는 전환형 시간선택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회사에 대체인력지원금, 인건비, 노무관리비 등 근로자 1인당 최대 월 130만 원씩 ‘전환지원금’을 제공할 계획이다. 전환지원금은 최장 1년간 지급된다. 다만 이 같은 혜택은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 조건을 충족한 전환형 시간선택제 일자리에만 적용된다. 해당 시간제 일자리는 최저임금의 130% 이상이면서 국민연금 등 4대 보험에 가입된 무기 계약직이거나 정규직이다. 이와 함께 정부는 시간선택제 일자리의 질을 높이기 위해 근로계약 기간이 있는 시간제 일자리를 ‘무기(無期) 계약직’으로 전환한 중소·중견기업에 대해서는 1인당 60만 원 한도 내에서 계약 전환에 따른 임금 상승분의 50%를 지원해주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가 이처럼 시간선택제 전환 대상을 확대하고 지원을 늘리는 것은 ‘고용률 70%’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시간제 일자리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경력개발을 위해 학업에 나서거나, 병에 걸린 가족을 돌보려는 근로자들이 시간제 일자리로 일할 수 있는 제도가 없어 아예 회사를 그만두는 경우가 많았다. 또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따로 채용하다 보니 기업들이 사무보조나 계산원 등 아르바이트생에게 맡기던 일자리나 고졸채용 일자리를 시간선택제로 바꾸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고용부 관계자는 “정규직 근로자가 일시적으로 시간선택제로 바꿀 수 있도록 하는 제도가 자리 잡으면 선진국형 시간선택제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라며 “시간선택제 근로자의 고용보험 지원을 확대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유성열 ryu@donga.com / 세종=문병기 기자}

정부가 24일 발표한 장년층 고용안정대책은 50세 이상 장년층의 ‘준비 없는 은퇴’를 막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은퇴를 앞둔 장년층이 안정적으로 직장에 다닐 수 있도록 기업들의 인사제도 개편을 유도하고 경력개발을 통해 재취업을 준비하도록 돕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또 영세 자영업자들의 주된 애로사항인 주차난 해소를 위한 대책도 내놨다. 장년층 고용안정 대책과 주차난 해소 방안의 핵심 내용을 문답식으로 풀어봤다. Q. 임금피크제를 적용받는 근로자에 대한 임금보전액이 늘어난다는데…. A. 임금피크제로 임금이 줄어드는 근로자에 대한 정부 지원금이 올해는 1인당 연간 최대 840만 원이었지만 내년부터 2년간 한시적으로 1080만 원으로 확대된다. 예를 들어 연봉 1억 원이었던 직장인이 임금피크제 적용으로 절반인 5000만 원으로 깎였다면 지난해에는 정부 지원을 통해 이와 별도로 840만 원을 추가로 받았지만 내년부터는 1080만 원을 받게 되는 것이다. 다만 실제로 받는 정부 지원금은 임금피크제 전에 받던 연봉 규모에 따라 차이가 난다. Q. 은퇴 후 재취업을 위해 교육을 받고 싶지만 준비할 시간이 부족하다. A. 내년부터 50세 이상 근로자는 회사에 근로시간을 줄여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 장년층 일자리를 시간선택제로 전환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정부가 근로자 1인당 월 20만 원을 지원해 기업이 근로시간 단축 요구를 받아들이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또 기본급, 상여금, 수당 등으로 이뤄진 임금체계 탓에 근로시간이 줄어도 임금은 그만큼 줄이지 못한 회사에 대해서는 차액의 50%(월 50만 원 한도)를 1년간 지원한다. Q. 퇴직예정자를 대상으로 한 훈련 제도는…. A. 2017년부터 300인 이상 기업은 퇴직예정자에 대한 전직(轉職) 지원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내년부터는 퇴직예정자에게 직업훈련을 하는 등 재취업을 지원하는 기업에는 근로자 1인당 100만 원의 ‘이모작 장려금’을 지급한다. 고용보험에 가입한 50세 이상 근로자는 민간 전문기관에서 재취업을 위한 훈련과 진로상담을 무료로 받을 수 있는 ‘장년 나침반 프로젝트’도 신설될 계획이다. Q. 재취업을 하고 싶어도 일자리가 없다. A. 장년층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공공일자리가 대폭 확충된다. 퇴직한 전문인력이 비영리법인 등에서 일하는 사회공헌활동 지원사업 일자리가 올해 3000개에서 내년에는 5500개로 확대된다.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재정 지원 일자리도 38만2000개(올해 36만1000개)로 늘릴 계획이다. Q. 자영업자를 위해 공영주차장을 확대한다는데…. A. 정부는 내년부터 지방자치단체가 공영주차장을 건설하는 데 드는 비용의 50%를 국비로 지원할 방침이다. 상업·업무시설 인근에만 설치할 수 있었던 주차빌딩을 앞으로는 주거지역에도 세울 수 있게 되고 상가 밀집지역과 시장에는 ‘코인형 무인주차기’가 설치된다. 또 공공청사, 교회, 은행 등이 주차장을 야간이나 휴일에 개방하면 주차장 시설개선비를 정부가 지원하기로 했다. Q. 무료 공영주차장이 유료화되면 주차비 부담이 늘어나나. A. 현재 전국의 공영주차장 3만4721곳 가운데 절반가량이 무료로 운영되고 있다. 정부는 장기 주차로 주차난이 악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무료 공영주차장을 유료화하되 낮은 요금을 매기기로 했다. 또 예를 들어 30분 이내 1000원 등 획일적인 유료주차장 요금을 5분 이내 무료, 5∼10분 200원 등으로 세분화할 방침이다. 세종=문병기 weappon@donga.com / 유성열 기자}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법외노조 3개월 만에 다시 ‘시한부 합법노조’의 지위를 얻게 됐다. 이에 따라 교육부가 미복직 전교조 전임자에게 내린 행정대집행 등 법외노조 판결 이후 후속조치는 모두 중단됐다. 서울고법 행정7부(부장판사 민중기)는 19일 전교조가 “2심 판결 선고 시까지 법외노조 통보 처분의 효력을 정지해 달라”며 고용노동부 장관을 상대로 낸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해직된 교원의 노조 가입을 제한하는 교원노조법 2조가 헌법상 단결권과 평등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특히 법외노조 통보 처분의 근거가 된 교원노조법 2조가 헌법에 위배되는지 판단해달라는 전교조의 위헌법률심판 제청도 항소심 재판부가 받아들임에 따라 2심 선고 역시 헌법재판소의 결정 이후로 미뤄지게 됐다. 헌법재판소 결정 이후 2심 선고가 나려면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즉시 항고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항고하면 대법원이 전교조의 집행정지 신청에 대해 다시 판단하고 결정을 내리게 된다. 고용부는 “교원은 국가공무원이기 때문에 노조 가입 자격을 일반 근로자보다 훨씬 더 엄격히 해야 하고, 이와 관련된 판례도 이미 있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미복직 전교조 전임자에 대해 내린 직권면직 행정대집행 등의 후속조치를 일단 중단하기로 했다. 올해 6월 19일 1심에서 법외노조 판결이 나자 교육부는 전임자가 소속된 12개 시도교육청에 전임자 학교 복귀 명령을 요구하고, 미복귀 전임자에 대해 직권면직하라는 공문을 내렸다. 하지만 진보 교육감들이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자 17일 강원도교육청 울산시교육청 경남도교육청에 소속된 미복귀 전임자 3명에 대한 직권면직 대집행 절차에 착수했다. 하지만 이날 법원 결정으로 물거품이 됐다. 진보 교육감들은 내심 환영하는 분위기다. 미복귀 전임자의 신상자료와 징계위 진행 상황 등을 검토하며 교육부가 대집행을 고려하고 있었던 서울 경기 충북 충남 전남 대전 인천 등 7개 교육청의 미복귀 전임자 20명도 일단 대집행 절차는 피하게 됐다. 경북도교육청이 미복귀 전임자 2명에 대해 정직 1개월 징계처분을 내린 것도 무효화된다. 전임자 70명의 임기도 항소심 판결이 나올 때까지 보장될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월급에서 조합비 원천징수 중단 △지부-시도교육감 간 단체교섭 중단 및 효력 무효화 △지부 사무실 임대 지원 중단 등의 조치도 모두 취소된다. 전북도교육청은 이날 전북지역 전교조 전임자에 대한 징계 절차를 중단했다고 밝혔다. 전교조 울산지부도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복직한 전임자를 다시 전교조 사무실로 복귀시키겠다”고 밝혔다. 서울시교육청도 미복귀 전임자 12명에 대한 징계 절차를 중단하기로 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전교조가 다시 단체교섭권을 가지게 돼 교섭 요구를 하면 예전처럼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전주영 aimhigh@donga.com·신동진·유성열 기자}
이달 25일부터 임신 초기 또는 말기인 여성 근로자는 하루 2시간씩 단축 근무를 할 수 있게 된다. 또 임신한 근로자가 요청한 근로시간 단축 신청을 허가하지 않은 사업주는 최고 500만 원까지 과태료를 내야 한다. 고용노동부는 이런 내용이 담긴 근로기준법과 시행령 개정안에 대한 입법예고 기간이 끝나 25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라고 14일 밝혔다. 개정안에 따르면 임신 12주 이내 또는 임신 36주 이후인 근로자는 임금 삭감 없이 하루 2시간씩 단축 근무(하루 6시간, 주 30시간 근무)를 할 수 있다. 다만 기업 규모를 고려해 근로자 300명 이상인 사업장은 이달 25일부터, 300명 미만 사업장은 2016년 3월 25일부터 단계적으로 시행하게 된다. 고용부 관계자는 “임신 12주 이내는 유산 위험이 크고, 36주 이후는 조산 위험이 큰 만큼 이 기간의 근로시간을 조금이나마 줄여서 여성 근로자와 태아를 적극 보호하자는 취지로 도입됐다”고 설명했다. 새누리당 민현주 의원이 대표 발의해 올해 2월 국회를 통과하고 3월 공포된 이 개정안은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했다. 이에 따라 단축 근무를 원하는 임신 근로자는 △근로시간 단축 개시 예정일 △단축 종료 예정일 △임신 기간 △하루 중 근무 개시 및 종료 시간 △본인 인적사항 등을 적은 문서를 사업주에게 제출해야 한다. 사업주가 근로자의 임신 여부를 일일이 확인하기가 어려운 점을 감안한 조치다. 이에 따라 사업주가 근로시간 단축을 신청하지 않은 근로자까지 근로시간을 줄여줄 의무는 없다. 시행령이 정한 기간 내에 있는 임신 근로자가 근로시간 단축을 신청하면 사업주는 이를 무조건 허가해야 하고, 이를 불허한 사업주에게는 위반횟수와 상관없이 최고 5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다만 위반 정도나 동기 등을 고려해 절반 내에서 감경 받을 수 있다. 고용부는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을 허용하지 않으면 사업주에게 과태료 500만 원을 부과하고, 절반까지 감경할 수 있도록 한 남녀고용평등법 시행령을 준용한 것”이라며 “관계 부처 의견을 수렴한 결과 이견이 거의 없어 과태료 액수도 원안대로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

《 한국씨티은행 재무기획부의 하성두 과장(40)은 요즘 아침식사 만드는 재미에 푹 빠졌다. 하 과장의 특기는 계란말이. 아내와 두 아들은 날마다 하 과장이 요리한 계란말이를 배불리 먹는다. 아침을 먹은 후에는 하 과장이 두 아들을 직접 학교까지 데려다준다. 하 과장은 “아침마다 네 식구가 식사를 함께하면서 두 아들과의 대화도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 하 과장 가족의 아침 풍경이 달라진 것은 씨티은행이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해 운영 중인 자율근무제 덕이 크다. 아침마다 두 아들을 학교에 데려다 주기 위해 출근시간을 30분 늦추는 식으로 자율근무제를 선택했는데, 아침식사까지 날마다 함께하면서 가족 간 부족했던 소통까지 활발해진 것. 큰아들 승민 군(13)은 “아빠가 일찍 출근하실 때는 아빠와 얘기할 기회가 주말 빼고는 거의 없었다”며 “아침을 함께 먹으면서 전날 학교에서 있었던 일이나 스포츠 뉴스 등을 얘기할 때가 제일 좋다”고 말했다. 주부인 아내 최지연 씨(39)도 “남편이 일찍 출근할 때는 아침식사나 저녁식사를 같이할 시간조차 없었고, 아이들에 대한 ‘밥상머리 교육’도 엄마 혼자 해야 했다”며 “사춘기라 감정 변화가 큰 아들의 정서에 특히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집중근무로 불필요한 회의-연수 사라져 씨티은행은 직원들의 업무효율성을 높이고 일과 가정의 양립을 지원하기 위해 자율근무제를 운영하고 있다. 자율근무제는 직원들이 근무시간을 마음대로 선택하는 ‘근무시간선택제’와 회사 이외의 장소에서도 일할 수 있는 ‘원격근무제’ 두 가지다. 근무시간선택제는 법정근로시간(주 40시간) 내에서 출퇴근시간을 자율적으로 선택하는 제도로 오전 10시 반까지 출근하는 직원은 오후 7시 반까지 근무하면 되고, 특정 요일만 지정해 사용할 수도 있다. 총 근로시간이 유지되기 때문에 급여나 복리후생도 동일하다. 씨티은행의 자율근무제의 두드러진 특징은 하 과장처럼 ‘워킹맘’이 아닌 ‘워킹파더’들도 육아 가사 등을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점. 하 과장은 “아내가 일을 하지 않지만 자녀 교육에 도움을 주기 위해 선택했다”고 말했다. 올해 7월 말 현재 54명의 남자 직원이 자율근무제를 통해 출퇴근시간을 조정하며 사용하고 있다. 자율근무제로 인해 퇴근시간이 더 늦어지거나 야근이 늘어난 것도 아니다. 일과 중 집중근무시간을 정해 이 시간에는 불필요한 회의를 소집할 수 없고, 업무와 무관한 연수 등의 참여도 불가능해졌기 때문에 직원들이 본인의 업무에만 매진할 수 있다. 자금시장업무팀의 한미선 대리(33)는 집이 경기 수원인 탓에 출근시간만 1시간 이상 걸린다. 오전 7시에는 집을 나서야 해서 아이들의 아침식사를 챙기기는커녕 자는 모습만 보고 출근해야 했다. 그러나 둘째를 출산한 뒤부터 근무시간선택제를 사용해 아이들의 아침을 챙겨준 뒤 오전 10시까지 출근하고 있다. 한 대리는 “출퇴근시간이 1시간씩 미뤄졌지만 오후에 업무에 집중할 수 있어 정해진 시간에 퇴근하는 문화가 정착됐다”고 말했다. 부분적 원격근무제를 선택한 직원은 일주일에 최대 4일까지 사무실이 아닌 집이나 원격지 사무실에서 업무를 수행해도 된다. 전체 원격근무제는 사무실이 아닌 자택이나 원격근무지에서 모든 업무를 처리하는 것으로, 굳이 회사로 출근할 필요가 없다. 전 세계에 영업망을 갖추고 있는 씨티은행의 자율근무제는 60개국 1만5000여 명의 직원이 이용하고 있다. 특히 한국씨티은행은 자율근무제와 상관없이 ‘패밀리데이’로 지정된 매주 수요일은 전 직원이 오후 6시에 ‘칼퇴’를 한다. 다만 야근을 꼭 해야 할 업무가 있을 때는 야근을 하는 것도 가능하다. 또 금요일 역시 ‘셀프데이’로 지정돼 있어 일찍 퇴근한 뒤 자기계발을 할 수 있는 시간을 보장하고 있다. 씨티은행 관계자는 “자율근무제 도입 전에는 일과 삶의 균형에 관한 직원 만족도가 70% 안팎이었지만 도입 이후 90% 수준에 이른다”며 “회사 입장에서는 효율적인 인력 운용이 가능해졌고, 직원 입장에서는 경력 단절을 피할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은행권 최초 ‘여성위원회’ 운영 한국씨티은행은 전체 직원(3613명)의 48.5%가 여성(1752명)이다. 이 때문에 오래전부터 여성 직원들의 원활한 직업활동을 보장하고, 출산과 육아 등으로 경력이 끊어지지 않도록 도와줘야 조직 전체의 성장잠재력을 높일 수 있다는 인식이 자리 잡았다. 이에 따라 씨티은행은 △출산 예정일 인사시스템 등록 제도 △임신검진 휴가(임신 7개월까지 매달 1회, 8개월부터는 2회)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여성특화 건강검진 등 다른 은행이나 기업에서는 찾기 힘든 혁신적인 복리후생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2006년에는 한국씨티여성위원회와 다양성위원회를 은행권 최초로 설립해 좀 더 포괄적이고 근본적인 일·가정 양립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다. 여성위원회는 △교육개발분과 △네트워킹분과 △사회공헌분과로 이뤄져 여성 직원들의 다양한 아이디어를 수렴하고 수평적으로 토론한 뒤 실제 제도로 정착시키는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

“일·가정 양립의 숙제는 개인마다 다양한 색깔로 다가오기 때문에 정답은 없습니다. 일과 가정이 양립하는 문화를 제도적으로 정착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죠.” 한국씨티은행의 5대 여성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정원 재무기획 그룹 부행장(46·사진)은 특유의 야근과 연장근로 문화가 만연한 은행권에 일과 가정을 양립시킬 수 있는 제도를 정착시킬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여성위원회를 도입하게 된 배경과 이유는…. “씨티은행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다양성이다. 200년 역사에서 여성은 물론이고 다양한 배경을 가진 임직원의 역할이 컸다. 여성위원회는 이런 정신을 적극적으로 계승하고 실천하기 위해 설립했다. 일·가정 양립제도를 포함해 여성들의 경력 개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바람직한 여성상을 제시한다. 여러 동료와 선배들과의 교류를 지속할 수 있는 기회는 물론이고 사회공헌활동에도 힘을 기울이고 있다.” ―여성위원회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내부 갈등은 없었나. “여성위원회는 경영진의 적극적인 의지와 지원으로 설립됐고, 아래로부터의 자발적 참여를 통한 수평적 조직문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큰 갈등은 없었다. 임직원 모두가 자발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일과 가정의 양립을 추구하는 것이 경영적인 측면에서 손해를 볼 수도 있는데…. “우리 조직의 여성인력 비중은 전체의 절반 수준이고, 중간관리자 및 고위관리자 비중도 국내 다른 기업과 비교해 매우 높은 편이다. 여성들이 조직 내에서 지속적으로 성장 발전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리더십 트랙을 개발하고 시행한 결과 상당수가 많은 발전을 이뤘고 업무 성과도 뛰어났다. 경영에 해가 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큰 도움이 될 수밖에 없다.” ―야근과 잡무, 권위적인 문화가 많은 은행의 근로문화를 어떻게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하나. “무엇보다 최고경영진과 전체 조직 차원에서 제도를 마련하고 정책을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우리 위원회는 ‘성(性)’을 주요 분야로 다루면서 자율근무정책, 집중근무제도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일과 삶의 균형을 위한 기업문화 조성에 노력하고 있다.” ―많은 기업이 다양한 제도를 도입하고 있지만 막상 현장에서는 정착이 어렵다.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란 말이 있듯 모든 일은 가정에서부터 비롯되는 것 아니겠나. 패밀리데이와 셀프데이를 운영하는 것도 제도를 문화로 확산시키기 위한 것이다. 문화적인 정착이 가장 중요하다.” ―일과 가정의 양립을 꿈꾸는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마음가짐은… “본인이 슈퍼맨이나 슈퍼우먼이 아니라고 생각해야 한다. 가사와 육아에 있어서 누군가가 도움을 준다면 도움을 받아야 한다. 모든 걸 다하고자 하면 아무것도 못 할 수도 있다. 그리고 내게 확보된 시간을 가장 필요하고 중요한 일에 활용했다면 절대 후회하지 않아야 한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

《 우리 국민 10명 중 5명 이상(56.5%)이 사회·경제적으로 성공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가 ‘부모의 경제력’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아일보가 한양대 대입전형 연구개발(R&D) 센터, 오픈서베이(모바일 여론조사기관)와 함께 중·고·대학생(500명)과 자녀를 둔 일반인(500명) 1000명을 대상으로 ‘한국 사회의 사회·경제적 격차’와 관련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다. 이와 함께 과거 한국 사회에서 신분 상승 통로로 이용됐던 대학입시 등 교육제도에 대한 불신도 심각해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설문조사 결과 우리 미래를 이끌어갈 학생들은 본인의 능력이나 교육 또는 사법시험이나 대학입시제도 같은 제도적 장치가 아니라 부모가 경제적으로 풍족해져야 사회·경제적 격차를 극복할 수 있다고 믿고 있었다. 특히 사회·경제적 격차를 줄여주는 역할을 해야 할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 역시 큰 것으로 나타났고, 교육 격차는 물론이고 지역과 세대 갈등 역시 심각한 수준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사회·경제적 격차를 해소하는 방향으로 ‘국가대혁신’이 이뤄지려면 무엇보다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인 것으로 분석된다.○ “우린 서울 아파트 살 수 없을 것” 학생들은 한국 사회에서 사회·경제적 지위를 높이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본인 능력(26.4%)을 가장 많이 꼽았다. 그러나 학벌을 포함한 질 높은 교육(18.6%)과 결혼(16.8%)이라고 답한 비율도 적지 않았다. 저축 등 본인의 성실성(12.0%)이나 사법시험 등 제도적 장치(14.0%)라고 답한 비율보다 오히려 수치가 높게 나온 것. 정부가 계층 간 ‘사다리’로 기능할 수 있도록 마련해 놓은 시험제도 등도 본래 목적과 달리 격차 해소에 기여하지 못하고 있으며, 성실하게 사는 것만으로는 사회·경제적 지위를 높일 수 없다고 여기는 학생이 많은 셈이다. 학생들의 이 같은 생각은 본인의 경제적 미래에 대한 비관적인 생각으로 이어졌다. 결혼 후 자력으로 서울의 30평형대 집을 살 수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33.2%에 불과했다. 그 이유로는 ‘높은 집값’이 80.2%로 가장 많았고, 본인의 ‘능력 부족’이라고 대답한 비율이 15.6%로 뒤를 이었다. 15세 이하 중학생들조차도 전체의 48.1%가 결혼 후 자력으로 30평형대 집을 살 수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대학생들과 취업준비생, 사회초년생들이 밀집한 20대로 한정하면 자력으로 집을 살 수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더 떨어져 24.3%에 머물렀다. 특히 설문조사에 참여한 학생 10명 중 9명(91.6%)은 ‘중산층이 서울에서 30평형대 집을 사는 것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답했다. 이처럼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 사회·경제적 격차가 한국의 미래를 책임질 젊은층의 비관적인 인식을 점점 더 강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특유의 ‘낙관’이 무기인 젊은층이 ‘비관’에 사로잡힌 사회는 성장 동력 자체가 침체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김동호 오픈서베이 대표는 “최근 들어 나이가 적을수록 신분 격차를 뛰어넘을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지는 게 특징”이라며 “젊은층에 만연한 미래에 대한 막막함 때문에 미래를 낙관할 수 있는 젊음 특유의 활력도 떨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상황에서는 정부가 다양한 ‘신분 사다리’를 복원해 사회·경제적 격차를 줄여나가야 한다. 하지만 기초연금 확대 등의 정부 정책 역시 격차를 해소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학생들의 경우 전체의 절반 이상(51.8%)이 ‘정부 정책이 긍정적 역할을 하지 못할 것’이라고 답했고, 특히 20대는 이 비율이 61.2%로 높아졌다. 류석춘 연세대 교수(사회학)는 “사회·경제적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복지정책은 필수”라면서도 “너무 (정책을) 많이 도입해서 성장잠재력을 갉아먹으면 전체 경제가 침체되고 청년층들이 너무 많은 부담을 떠안을 수 있는 만큼 선별적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지역, 세대 격차도 심각 학생들은 ‘경제력과 조건이 충분하다면 거주하고 싶은 지역이 어디냐’고 묻는 질문에 41.4%가 ‘서울’이라고 답했고, 강남3구 등 서울의 부촌(富村)이라고 답한 비율도 16.6%에 달했다. 반면 지방의 중소도시(고향 포함)에서 살고 싶다고 답한 비율은 12.4%에 불과했다. 청년층들이 떠안아야 할 노령층 복지비용과 청년실업 문제 등으로 야기되고 있는 ‘세대 갈등’ 역시 이번 조사에서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확인됐다. 절반 이상의 학생(52.0%)이 청년 일자리가 부족하고, 청년들의 삶이 어려운 이유에 대해 ‘기존 세대들이 일자리를 독점하고 노령층 복지비용을 청년들이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이 때문에 ‘나는 부모보다 높은 복지혜택을 누릴 것’이라고 답한 비율은 절반에도 못 미친 43.8%였고 그 이유는 정부정책 실패(47.3%)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런 조사 결과는 한국 사회의 사회·경제적 격차를 해소하는 것이 쉽지 않은 과정임을 짐작하게 한다. 정부가 정책을 통해 경제적 격차를 줄여 나간다고 하더라도, 지역 세대 등 비경제적 격차까지 해소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이해관계를 끊임없이 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홍두승 서울대 교수(사회학)는 “외환위기 이후 고용 안정성이 무너지고, 청년들의 일자리가 크게 줄면서 중산층이라고 생각하는 국민들이 크게 줄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며 “무엇보다 양질의 일자리를 대거 창출해 나가는 것이 청년들에게 미래에 대한 희망을 심어줄 수 있는 관건”이라고 말했다. ▼ ‘신분 사다리’ 역할 못하는 한국교육… “대학 잘가도 신분상승 못해” 53% ▼이번 설문조사에서 대학입시 등 교육제도에 대한 부정적인 응답이 많았던 것은 교육이 ‘신분 사다리’로서의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는 것을 뒷받침한다. 이는 일관성 없는 대학수학능력시험 출제 정책, 또 해마다 바뀌는 대학입시전형으로 인한 사교육비 증가 등 학생 본인의 순수한 능력보다는 부모의 재력과 정보력을 바탕으로 한 사교육이 좋은 대학 입학을 좌우하는 현상에 대한 비판으로 분석된다. 배영찬 한양대 입학처장은 “특히 젊은층이 신분 상승의 요건으로 부모의 경제력을 가장 많이 꼽은 것은 교육에 대한 불신,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런 인식은 대학입시 등 구체적인 제도와 관련된 질문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났다. 응답자 10명 가운데 5명 이상(53.1%)은 “대학입시가 신분 상승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특히 현재 대학 입시를 준비하고 있는 10대 응답자의 절반 이상(58.4%)이 ‘아니요’라고 답한 것이 특징이다. 특정 분야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된 특수목적고(특목고)와 자율형사립고(자사고)가 오히려 교육격차를 고착화하고 있다는 의견도 많았다. 배 입학처장은 “일반고와 자사고, 특목고의 교육격차 확대가 문제로 지적된 것은 일반고의 상향평준화가 요구되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교육이 신분 사다리로서의 기능을 다하려면 대학입시 위주의 현 교육시스템이 적성과 직업을 연계한 시스템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한국은 소위 선호하는 직업에 대한 고정관념이 높고, 특정 종류의 직업만이 대접을 받을 수 있다는 인식 때문에 학생들이 적성과 관계없이 일류 대학만을 목표로 공부하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는 지적이 많았다. 결국 많은 학생들이 대학까지 졸업한 뒤에도 질 좋은 일자리를 얻지 못하고 비정규직을 전전하면서 경제적 자립도가 떨어지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성호 중앙대 교수(교육학)는 “직업관이 다양해지고, 진로지도와 직업교육이 내실화된 교육이 이뤄져야 교육의 사다리 기능이 활발해질 수 있다”며 “고소득층 부모들은 질 높은 교육에 대한 비용을 스스로 지불하게 하고, 그로 인해 절감되는 세금을 빈곤 계층에 더 많이 투입하는 방식으로 교육자원을 재분배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계층, 세대, 지역 간 사회·경제적 격차가 심화되는 현상은 비단 한국뿐만이 아니라 주요 선진국들도 풀지 못하는 난제(難題)다. 이에 선진국들은 정부가 적극 돈을 풀거나 근로자들의 임금 인상을 유도해 가계의 소득을 높여 중산층을 복원하고, 세밀한 교육 및 복지 정책을 통해 ‘극단의 격차’를 줄여 나가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박근혜 정부도 가계 소득 증대 정책을 추진 중이다. 기업이 쌓아둔 자금을 가계로 흐르도록 유도해 내수시장의 활성화를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교육, 복지 정책이 좀 더 세밀하게 설계돼야 ‘계층 간 이동의 사다리’가 끊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세계 각국, 중산층 늘리기 집중 가계 소득 증대와 중산층 복원은 주요 선진국이 가장 집중하고 있는 경제정책이다. 미국과 일본은 정부가 적극 돈을 푸는 대규모 양적완화 정책을 통해 중산층 복원을 꾀하고 있다. 특히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해 빈곤층의 소득 증대를 꾀하고 있는 것이 주요 포인트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내년 연방 최저임금을 7.25달러(시급)에서 10.10달러로 올리는 행정명령을 내렸고, 영국도 10% 인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 독일 역시 연방 차원에서는 처음으로 2015년부터 8.5유로(약 1만2000원)의 최저임금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정부는 최근 가계 소득을 직접 겨냥하는 △사내유보금 과세(기업소득환류세제) △임금 인상액 10%(대기업은 5%) 세액공제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시 임금 지원 등의 정책을 내놨다. 최저임금 인상률 역시 지금보다 단계적으로 더 높여 나갈 방침이다. 내년도 시간당 최저임금은 올해(5210원)보다 7.1% 인상된 5580원으로 결정돼 박근혜 정부 들어 2년 연속 7%대 인상률을 기록했다. 2.75∼6.1%였던 이명박 정부 때보다 높은 수준이지만 인상률을 더 높여 저임금 근로자의 소득을 늘려주겠다는 것이다.○ 중산층 기준 불명확 정부가 중산층 복원을 위해 ‘다걸기(올인)’하고 있지만 중산층 기준을 소득만으로 산정하고 있어 기준을 좀 더 명확히 정립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은 근로소득보다 재산소득의 비중이 크고, 자영업자들의 소득이 제대로 잡히지 않기 때문에 정부의 (소득 중심의) 중산층 산정이 현실과 동떨어질 때가 있고 그마저도 정책, 사안별로 엇갈릴 때가 많다. 통계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중위소득의 50∼150%)을 적용해 중산층을 산정한다. 이 기준을 적용하면 한국의 중산층 비율은 69.7%(연간 총급여 1900만∼5700만 원)로 정부 목표인 70%에 육박한다. 하지만 이는 소득 기준만을 놓고 중산층을 산정했기 때문에 나타나는 통계적 오류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미국 센서스국은 중위소득의 50∼200%를 중산층으로 집계하지만 △주택 소유 여부 △자녀의 대학 교육 △의료보험 △퇴직연금 △가족휴가 여부 등도 기준으로 삼는다.○ 교육 복지 통해 ‘사다리’ 복원돼야 전문가들은 정부가 적극적인 경제정책을 통해 중산층을 복원하는 방향에는 대체로 공감하면서도 교육과 복지라는 ‘계층 간 사다리’까지 원활히 작동돼야 중산층이 복원되고 사회·경제적 격차를 줄여 나갈 수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소득불평등이 심화되고, 중산층이 붕괴되면서 계층 간 교육 격차 역시 되레 커지고 있다. 전북대 교육학과 반상진 교수팀이 지난해 2월 발표한 ‘소득계층별 자녀의 대학진학 격차 분석’에 따르면 월 400만 원을 초과하는 최상위 소득 집단 가정의 대학 진학률은 82.6%였지만, 100만 원 이하의 최하위 계층 가정은 58.3%에 불과했다. 10개 유명 대학으로 한정하면 최상위 계층은 28.4%였지만 최하위 계층은 1.6%까지 떨어졌다. 복지제도 역시 기초생활보장 같은 최소한도로 필요한 정책은 보편적으로 펼쳐야 하지만 낭비를 줄이는 방식의 ‘선별적 복지’가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예를 들어 65세 이상 노인들에게 매달 20만 원씩 주는 기초연금제도가 시행되면서 정부가 막대한 재정 부담을 안게 됐지만 이런 보편적 복지 정책이 내수를 진작하고 가계 소비를 늘리는 데 기여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 경제규모 세계 10위 ‘성장 한국’의 그늘… 양극화 속도 亞서 5번째로 빨라 ▼한국은 일본의 식민지배와 6·25전쟁을 딛고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했지만 계층 간 사회·경제적 격차는 빠르게 커지고 있다. 양극화의 수준을 나타내는 각종 통계에서도 한국의 양극화는 주요 선진국보다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경제개혁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소득상위 1%(2012년 기준)의 연 소득은 3억1370만 원으로 중위소득자(전체 근로소득자 소득 순위 중 정중앙에 위치한 소득자·연 1660만 원)의 19배 수준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국의 종합소득 최상위 100명의 평균금액은 2007년 165억 원에서 2012년 238억8000만 원으로 44.8%나 증가했다. 차상위 900명의 소득 증가율(24.4%)과 상위 10만 명의 증가율(34.9%)을 훨씬 웃도는 수치다. 한국의 사회·경제적 격차가 얼마나 심각한지는 주요 선진국과 비교하면 금방 알 수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2014년 통계연보에 따르면 한국의 ‘빈곤차이(빈곤갭)’ 비율은 39%로 스페인(42%)과 멕시코(41%)에 이어 OECD 회원국 중 세 번째였다. 빈곤갭이란 빈곤 가구의 소득이 빈곤선(최소 생활이 가능한 소득 수준)과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표현한 수치로 빈곤선 이하의 사람들을 빈곤선까지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국내총생산(GDP)의 39%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하지만 빈곤갭을 메워줄 수 있는 국가의 사회복지 공공지출 수준은 GDP의 9.3%로 OECD 32개국 멕시코(7.4%)에 이어 꼴찌에서 두 번째였다. OECD 평균치인 21.8%의 절반도 안 되고 프랑스(32.5%)나 덴마크(30.8%)의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양극화의 속도가 가장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면서도 국가가 빈곤갭을 줄여줄 여력은 부족한 것이다. 소득 불평등을 나타내는 전통적 척도인 지니계수 역시 0.31로 OECD 평균치와 같지만 동국대 김낙년 교수가 국세청의 소득세 정산 자료에 근거해 다시 지니계수를 산출한 결과 0.371로 치솟아 OECD 회원국 가운데 하위 5위로 나타났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이 1990년부터 2010년까지 20년간 아시아권 28개국의 지니계수를 측정한 결과 한국은 중국 등에 이어 다섯 번째로 빠르게 빈부격차가 진행된 나라로 조사됐다. 오정근 한국경제연구원 초빙연구위원은 “기업의 투자증가율이 떨어지기 시작한 1992년부터 경제성장률이 하락했고,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소득분배율이 악화되고 있는 것”이라며 “일자리가 양적 질적으로 모두 악화된 것인 양극화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말했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천호성 인턴기자 고려대 경제학과 4학년}

“근로계약대로 하겠다면 사업장에서 쫓겨나요.” “두 달에 한 번 월급을 주고 병에 걸려 죽은 돼지고기를 먹으라고 해요.” 17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민주노총 교육실. 이주정책포럼이 ‘고용허가제 10년을 말한다’를 주제로 연 세미나에서 베트남 캄보디아에서 온 외국인 노동자들은 그동안의 고통을 호소했다. 이날은 고용허가제 도입 10년을 맞는 날. 모임에선 “제도 시행에도 불구하고 이주노동자에 대한 차별과 권리 탄압이 여전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에 앞서 12일에는 불교 기독교 천주교 원불교 등 4대 종단 이주·인권위원회가 “고용허가제는 현대판 노예제도”라며 폐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고용허가제가 실시된 지 10년이 흘렀지만 정부와 이주노동자, 인권단체는 여전히 큰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 고질병인 불법 체류자 양산 문제도 풀리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비숙련·단순노무인력 중심의 외국인 정책을 개선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비전문인력이 외국인 노동자의 60% 이상 고용허가제는 비숙련 외국인 노동자를 국내 제조업, 건설업, 농축산어업 등의 분야에서 일하게 하는 제도다. 중소기업과 농어촌의 심각한 일손 부족을 덜기 위해 2004년 도입됐다. 기존의 산업연수생 제도는 일자리를 바꿀 권리나 최저임금, 최저노동시간, 안전기준 등을 제대로 보장하지 않았다. 고용허가제 실시 이후 이주노동자의 인권이나 노동환경은 상당히 개선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외국인 노동자들은 최대 3번 일자리를 바꾸면서 3년간 국내에 머물 수 있다. 맘대로 일터를 바꾼 적이 없고 사업주가 ‘성실한 근로자’라고 판단하면 1년 10개월을 더해 근무할 수 있고 3개월 출국한 뒤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다시 한 번 4년 10개월간 일할 수 있다. 최장 9년 8개월간 일하는 셈. 현재 중국 네팔 파키스탄 동티모르 등 15개국에서 매년 5만∼6만 명을 한국으로 보내고 있다. 엄밀한 의미의 ‘고용허가제’(E9 비자)를 적용받는 외국인은 20만4510명, 재외동포취업특례(H2 비자)를 적용받는 외국인은 26만7708명이다. 이들을 모두 비전문인력(47만2218명)이라고 부른다. 이들은 국내 전체 외국인 노동인력(71만8793명)의 65.7%를 차지한다.○ “지위 불안정과 일상적 차별 시달려” 고용허가제는 2011년 유엔 공공행정대상을 받았지만 2009∼2014년 유엔 경제·사회·문화적 권리위원회와 한국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개선 권고도 받았다. 그만큼 이 제도를 둘러싼 국내외의 논란이 심했다는 뜻이다. 외국인 노동자들은 임시노동자로 계속 체류허가를 갱신해야 해 지위가 불안정하고, 사업장 이동이나 업종 변경이 제한돼 있다고 불만을 터뜨린다. 어떤 일을 할지도 모르는 채 한국으로 보내지거나 화장실이 없는 등 작업환경이 매우 열악한데도 사업장을 옮길 기회를 3번으로 제한하는 것은 문제라는 주장이 나온다. 송출 과정에서 뒷돈 거래가 끊이지 않고 작업장에서 욕설이나 성희롱 등 일상적 차별에 시달리는 것도 여전하다. 최근 정부는 불법 체류를 막기 위해 출국 뒤 퇴직금을 정산해 주는 제도를 마련했으나 여기에도 상당한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반면 정부는 “어쩔 수 없다”는 자세다. 외국인 노동자의 취업 업종 등을 제한하지 않으면 국내 노동자의 일자리가 위협받고 일터 이동 횟수를 늘리면 공공연한 외국인 취업브로커의 알선 행위가 더 심화될 수 있다는 것. 외국인 노동자들이 한 번에 최장 4년 10개월밖에 머무르지 못하는 것도 영주권 발급을 막기 위한 고육책이라는 설명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산업연수생 때보다 송출 과정의 투명성이 높아졌다. 외국인 불법 고용 및 불법 취업이 줄었고 외국인 노동자의 전반적인 만족감도 커졌다”고 평가했다.○ “고급·전문인력 유치에 적극 나서야” 고용허가제 10주년을 계기로 국내 외국인 정책의 큰 줄기를 다시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금의 정책이 단기 필수 노동인력을 쉽게 충당하는 고용허가제에만 의존하고 있다는 반성에 따른 것이다. 비전문인력은 구인난을 일시적으로 해소하는 역할을 할 뿐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지는 못한다. 게다가 해마다 체류기간이 만료된 외국인 노동자의 15∼20%가 불법 체류자가 되는 만큼 고용허가제 규모를 무작정 늘릴 수만도 없다. 국내 외국인 전문인력은 4만3556명으로 비전문 노동인력의 9.2%에 불과하다. 저출산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점을 감안하면 전문·고급인력을 발 빠르게 받아들여 성장동력의 토대로 삼아야 하지만 정부 발걸음은 여전히 더딘 편이다.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는 지난해부터 우수 유학생의 국외 유출을 막고 창업이민을 활성화하는 제도를 마련했지만 아직 초기 단계다. 고용부는 10월 중장기적인 외국인력 정책을 새롭게 내놓기로 했다. 이규용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숙련도에 따라 체류기간을 세분하고 우수 근로자 인력풀을 도입하는 등 외국인력 고용정책을 유연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최창봉 ceric@donga.com·유성열 기자▼ 이주노동자 품고 외국인재 모시고… 월드컵서 빛난 독일의 힘 ▼세계 각국 우수인력 유치 경쟁 치열중국 2008년부터 ‘千人계획’ 통해 세계 최고급 석학 4000여 명 영입독일 축구 대표팀이 지난달 브라질 월드컵 우승컵을 손에 넣자 주요 외신들은 이 팀의 인적 구성에 초점을 맞췄다. 공격의 핵심인 미로슬라프 클로제와 루카스 포돌스키는 폴란드에서 이민 온 독일의 ‘재외동포’였다. 메수트 외질과 슈코드란 무스타피는 각각 터키계와 알바니아계 이민자 후손이고 제롬 보아텡과 사미 케디라는 아버지가 가나와 튀니지 출신인 혼혈이다. 뉴스위크는 “독일의 힘은 적극적인 해외 인재 유치 정책에서 나온다”고 분석했다. 독일은 1980년대만 해도 터키계 이민자 증가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다. 1955년부터 고용허가제와 유사한 방식으로 독일에 들어온 터키 노동자들은 가족 초청을 허용한 독일 법령과 긴 체류기간을 이용해 부모와 형제자매 등을 모두 불러들였다. 통일 직전인 1988년에는 체류외국인 450만 명 가운데 61%가 실업상태에 놓였을 정도였다. 독일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용허가제를 10년 넘게 중단하고 체류기간도 1년으로 대폭 줄였다. 또 이렇게 들어온 이민자와 자녀에 대한 적극적인 사회통합교육을 실시했다. 독일은 고급·전문인력 유치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12년 한 해 독일에서 영주권을 얻은 영구 이민자는 40만 명으로,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지난해에는 이민자를 포함해 독일로 넘어온 이주자가 120만 명에 이르렀다. 유럽 내 출산율 최저 수준(여성 1명당 1.4명)의 위기를 인재 유치로 푸는 셈이다. 독일 외에 주요 선진국도 대부분 전문성에 따라 비자를 세분하고 최고급 인력을 적극 유치하는 전략을 펼친다. 외국에서 모셔 온 고급인력 1명이 수백 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미국 영국뿐만 아니라 중국 싱가포르 등 아시아권 국가도 치열한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중국은 2008년부터 실시된 ‘1000명의 세계 최고급 인력을 중국에 오게 하자’는 ‘천인(千人)계획’을 통해 현재까지 해외 석학 4000여 명을 영입했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매년 발간하는 세계경쟁력 연감에서 해외고급인력 유인지수는 한국(5.26)이 중국(6.05)보다 뒤졌다. 싱가포르는 우수 유학생 학비의 절반을 부담해준 뒤 졸업 후 3년간 자국에 머물도록 해 두뇌 유출을 방지하고 있다. 해외 우수 인재의 자녀는 물론이고 부모도 2년 체류하면 영주권을 주고 공공주택 입주, 연금 가입 허용 등 자국민과 같은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최근 서울 송파구 석촌지하차도 일대에서 싱크홀과 동공(洞空·텅 빈 굴)이 잇따라 발견된 가운데 22일에는 서울 서초구에서 도로 한복판이 함몰돼 달리던 승합차의 앞바퀴가 빠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서울 서초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20분경 교대역에서 서초역으로 향하는 서울 서초대로 1차로에서 도로가 함몰됐다는 신고를 접수했다. 함몰 지점은 교대역에서 100m가량 떨어진 곳이다. 경찰 조사 결과 함몰로 발생한 구멍은 가로 1.5m, 세로 1.8m, 깊이 1.2m 크기였다.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사고 지점을 지나던 승합차의 왼쪽 앞바퀴가 구멍에 빠져 한동안 교통이 정체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함몰 부분을 조사한 결과 최근 실시된 상수도 공사 도중 장비가 기존 하수도관을 건드려 하수가 새 나오면서 지반이 약해져 동공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시민들은 불안감을 드러냈다. 근처 건물에서 근무한다는 최재덕 씨(66)는 “도로에 푹 꺼진 구멍을 보니 아찔하다. 내가 서 있는 인도까지 안전하다는 보장이 어디 있겠느냐”고 말했다. 최선 씨(28·여)는 “버스를 타고 출퇴근하는데 도로 한복판이 꺼진 걸 보니 앞으로 무서워서 버스도 못 탈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싱크홀 현상이 전국적이라는 사실도 드러났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민현주 의원과 이자스민 의원이 환경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2년부터 지난달까지 상하수도 관련 싱크홀이 총 70건(상수도 17건, 하수도 53건) 발생해 5명이 다치고 차량 6대가 파손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싱크홀은 대부분 상하수도관이 노후화해 누수가 일어나고 지반이 유실되면서 발생했다. 대부분 가로, 세로, 깊이 1m 이하로 작았지만 일부 싱크홀은 깊이만 4m 가까이 되는 등 규모가 큰 것도 있었다. 환경부 조사 결과 2012년 말 기준 총연장 30만2470km인 전국 상하수도관 가운데 29.6%(8만9534km)는 내구연한인 20년이 지난 것이어서 교체가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서울과 부산 등 대도시는 전체 하수관의 70∼80%, 상수관의 30% 이상이 20년이 지난 것으로 나타나 누수 및 지반 침하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 의원은 “일단 30년 이상 된 상하수도관부터 시급히 보수, 교체해야 한다”고 말했다.정윤철 trigger@donga.com·유성열 기자}

‘규제는 풀었는데….’ 올 3월 박근혜 대통령이 주재한 규제개혁 끝장토론에서 ‘규제의 상징’으로 관심을 모았던 ‘푸드트럭’(사진)이 20일부터 유원(遊園)시설 내에서 영업을 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당초 예상과 달리 혜택을 보는 푸드트럭이 전국에 22대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규제 해소의 실효성 논란과 함께 지나치게 업계 이야기에 매몰된 결정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18일 국무조정실 산하 민관 합동 규제개선추진단과 관계 부처에 따르면 유원시설 내에서 푸드트럭 영업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식품위생법 개정안이 20일 공포, 시행된다. 정부는 그동안 각종 규제에 막혀 불법 영업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푸드트럭 업계의 요구를 받아들여 식품위생법 외에도 차량 개조 등을 위해 자동차관리법 등 관련법을 모두 개정했다. 당초 정부와 업계는 푸드트럭 관련 규제가 사라지면 6000명의 신규 고용이 창출되고, 푸드트럭 개조 산업 활성화(약 2000대 개조)를 통해 400억 원의 부가가치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소상공인, 노점상과의 형평성을 고려해 영업장소는 유원시설로 한정하고, 유원시설 업주와 계약을 한 푸드트럭만 허용하기로 결정했다. 유원시설 이외의 도로나 공원에서 운영할 경우에는 지금처럼 불법으로 처벌을 받게 되는 것. 그러나 규제개선추진단이 문화체육관광부에 의뢰해 전국 유원시설 355곳을 전수 조사한 결과 푸드트럭 업주들과 계약할 뜻이 있다고 밝힌 곳은 9곳, 계약대수는 총 22대에 불과했다. 서울 어린이대공원 측은 “어린이 안전 문제 때문에 공원 내에 차량 통행을 전면 금지하고 있다”며 “편의점이 6곳, 식당이 2곳이나 있어 푸드트럭을 굳이 들여 놓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미 푸드트럭을 제작한 대부분의 업주는 대당 2000만∼3000만 원이 들어간 개조비용을 날릴 위기에 처했다. 유원시설 대신 길거리 영업을 할 경우 현행법상 불법으로 처벌받는다. 2500만 원을 들여 푸드트럭을 개조한 장모 씨(35)는 “정부 약속만 믿고 푸드트럭을 만들었는데 유원시설은 모두 계약을 거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끝장토론 이후 전국적으로 약 200대의 푸드트럭이 신규 제작된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정부도 난감한 입장이다. 유원시설에 푸드트럭 계약 대수를 늘리라고 강제하거나 압박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규제개선추진단 관계자는 “푸드트럭이 필요 없다는 유원시설까지 우리가 설득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분명 유원시설 업자와 체결한 계약서류를 반드시 갖춘 후에 차량을 개조해야 한다고 홍보했는데도 무턱대고 개조한 푸드트럭 업주들의 과실도 크다”고 말했다. 끝장토론에 참석했던 배영기 두리원F&F 대표는 “유원시설만으로 한정할 경우 수요가 많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은 충분히 하고 있었다”며 “공원 등 도로를 점용하지 않는 범위까지 확대해 달라고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규제개선추진단 관계자는 “유원시설 외 확대 여부는 소상공인, 노점상 등과의 형평성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 양소리 인턴기자 숙명여대 언론정보학부 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