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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의 핵 개발 돈줄 노릇을 했던 북한의 대(對)중국 석탄, 철광석 수출액이 9월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확연히 줄어들었다는 국제사회의 분석이 나왔다. 북한과 제3국 간의 금융 거래도 크게 위축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중일 등 아시아 주요국 순방에서 대북제재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장기 집권에 들어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이에 호응하면서 대북제재가 본격적인 효과를 낳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4일이면 북한이 무력 도발을 그친 지 60일째여서 김정은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동아일보가 13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대북제재 전문가패널이 준비 중인 ‘대북제재 이행 보고서’ 내용 중 일부를 확인한 결과, 북한의 6∼10월 대중 석탄 수출액은 올해 1∼5월 대비 30%가량 줄었다. 철광석 등 주요 광물 역시 수출액이 40%가량 준 것으로 알려졌다. 석탄은 북한 전체 수출액의 40%를 차지하고 있으며 대부분을 중국이 수입하고 있다. 유엔 안보리는 9월 5일부터 북한산 석탄 및 철광석 수입을 일절 금지하는 내용의 대북제재 결의 2371호를 시행해 왔다. 이에 앞서 중국은 2월 북한산 석탄 수입을 잠정 중단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실제론 8월에도 북한에서 1억3000만 달러(약 1450억 원)어치의 석탄을 수입해 논란이 일었다. 따라서 북한의 대중 석탄 수출이 줄었다면 유엔 대북제재 결의가 시행된 9월 이후부터일 가능성이 높다. 이와 함께 패널들은 안보리 제재 결의 외에도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으로 중동 아프리카 등 제3국들이 북한과 외교 관계를 끊는 등 독자 제재에 나서면서 북한의 대외 금융 거래 역시 타격을 입은 것으로 보고 있다. 패널들은 또 휘발유 등 북한 내 석유제품 가격이 최근 급등했다는 ‘신뢰할 만한’ 정보를 입수해 제재 효과를 분석 중이다. 이에 따라 북한 대외교역의 90%가량을 차지하는 중국이 얼마나 대북제재에 동참하고 있는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와 관련해 북-중 접경지대 소식에 정통한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 당국이 북한 노동자를 고용한 자국 기업들에 이들을 북송하라고 지시하는 문서를 지난달 발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12일(현지 시간) 트위터에 “시 주석이 대북제재의 수위를 높이겠다고 말했다”고 했다. 또 13일 필리핀 마닐라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정상회의 도중 일본 호주와의 3자 정상회의에서 “15일 백악관에서 북한과 무역 관련 ‘중대 발표’를 하겠다. 매우 완전한 성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 주석은 9일 미중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신진우 niceshin@donga.com·한기재 기자}

김정은이 잠잠하다. 9월 15일 일본 상공을 넘어 발사한 화성-12형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도발 후 두 달째 조용하다. 노동당 창건일, 중국의 전국대표대회(당 대회), 한미 연합훈련,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까지 주요 ‘빅 이벤트’마다 도발이 예상됐지만 김정은은 지켜만 봤다. 미국이 주도하고 중국이 참여하기 시작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서서히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시진핑까지 참여한 제재에 김정은 위축된 듯 국제사회는 지금까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각종 대북제재 결의를 발표했지만 실질적 제재로는 이어지지 못했다. 하지만 9월 북한의 6차 핵실험 후 중국도 “더 이상 도발은 안 된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서서히 제재 이행 페달을 밟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동아일보가 13일 분석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의 대북제재 전문가 패널 보고서는 이런 효과의 일부를 보여주고 있다. 이에 따르면 북한은 올해 1∼5월 중국에 890억 원가량의 철광석을 수출했다. 하지만 올해 6∼10월엔 북한의 대(對)중국 철광석 수출액이 1∼5월보다 40%가량 줄었다는 것이다. 패널들은 주요 관련국이 보낸 통계 및 사설 업체에서 구입한 선박의 이동 자료까지 분석한 결과 석탄 등 다른 자원의 수출량도 대부분 줄어든 것으로 확인했다. 여기에 인도, 멕시코, 말레이시아 등 우회 자원 수출 루트도 상당 부분 차단된 것으로 파악했다. 북한 금융기관 및 합작회사에 대한 외국 투자도 하반기를 기점으로 크게 줄었다고 보고 있다. 패널로는 한국을 포함해 미국, 중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일본,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8개국이 참여 중이다. 이들은 향후 추가 자료를 수집해 종합 분석한 결과를 이르면 내년 2월에 보고서 형태로 낼 계획이다. 중국의 참여로 대북제재 효과가 나타나면서 중국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시 등 북-중 무역의 허브 역할을 하는 지역들은 최근 ‘붕괴설’이 돌 만큼 위기감이 크다는 게 현지 분위기이다. 한 외교 소식통은 “중국 당국이 쥐 잡듯 접경 지역의 대북무역 기업들을 상대로 계좌 추적 등 불법 여부를 감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미 4, 5곳의 기업은 대북무역을 포기하거나 다른 지역으로의 이전을 검토 중이라고 소식통은 덧붙였다. 이에 대해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9일 기자들과 만나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효과에 만족감을 드러낸 바 있다. 틸러슨 장관은 “제재가 북한 경제 내부와 일부 북한 주민, 심지어 군부 일부에까지 어떤 압력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신호들을 보고 있다. 이는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북한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분명한 신호들이 있으며, 중국 측에서 자신들이 보고 있는 일부 신호를 우리와 공유해 왔다”고도 했다.○ 김정은 ‘정중동’ 속 경제 행보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방한 시 국회연설에서 북한 인권 실태를 신랄하게 꼬집고 비무장지대(DMZ) 기습 방문까지 시도하며 어느 때보다 김정은을 최대한 압박했다. 하지만 김정은은 직접 대응하지 않았다. 그 대신 외무성 담화를 통해 “호전광의 대결 행각”이라며 상대적으로 차분히 대응했다. 이 때문에 중국의 대북제재 참여 외에 다양한 변수가 김정은의 긴 침묵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강력하게 전개되는 미국의 대북 군사적 압박이 꼽힌다. 미국은 지난달 ‘죽음의 백조’ B-1B 전략폭격기 편대를 북방한계선(NLL) 이북으로 전개하며 무력시위를 벌인 데 이어 10일 핵 항공모함 3척을 동원해 동해 인근 해역에서 우리 해군과 연합훈련을 실시했다. 그동안 정부 안팎에선 트럼프 행정부가 과연 핵심 전략자산을 상시배치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한반도에 순환 배치하겠느냐는 의구심이 많았지만, 최근까지는 이를 지키고 있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기술력이 다음 도발 단계로 나아갈 수준을 갖추지 못했다는 분석도 있다. 북한은 “(그 다음은) 태평양에서 수소폭탄 실험을 하겠다”고 호언장담했지만 아직 실패를 무릅쓰고 감행할 만큼 기술 진전을 이루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국제사회의 강력한 대북 압박이 일부 성과를 거둬 김정은이 핵개발 못지않게 경제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라는 관측은 그래서 나온다. 김정은은 핵과 경제 개발이라는 병진 노선에 치중해 왔는데, 핵이 완성되더라도 경제를 놓칠 경우 북한 인민에게 성공한 지도자로 자리매김하기 힘들다. 특히 미국 본토에 닿는 핵무기의 기술적 완성과 실전 배치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려 이때까지 버틸 수 있는 경제력 확보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그렇다 보니 김정은은 일단 경제 중심 행보에 초점을 맞추는 모습이다. 김정은은 도발을 멈춘 지난 두 달간 과수농장, 농업연구소, 신발공장, 화장품공장, 트럭공장을 방문했다. 그때마다 김정은은 “세계적 수준의 제품을 만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신진우 niceshin@donga.com·황인찬·신나리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10일부터 베트남에서 시작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 중 만나 평화적 북핵 해법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낼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논란을 일단 봉합하는 합의문을 발표한 뒤 첫 한중 정상회담인 만큼 시 주석이 북한의 실질적 태도 변화를 이끌기 위해 어떤 조치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9일 복수의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한중 정상은 APEC 기간 중 회담을 갖고 우선 한반도 긴장 완화의 필요성을 국제사회에 호소할 계획이다. 동시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 이행 의지를 확인하기로 했다.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21세기 육상과 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 참여 등 경제·통상 분야 협력 방안도 집중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 관계자는 “북핵 이슈를 조율하는 동시에 사드 보복 조치로 수개월간 중단된 경제 분야 협력도 복원하겠다는 전략”이라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투자 분야 후속 협상, 한중 통상 채널 확대 등을 시 주석에게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사드 문제는 회담 테이블에서 아예 거론하지 않기로 했다. 합의문 발표 직후 논란이 이어지자 중국 측은 ‘사드 문제는 없다고 다시 못 박는 건 어떠냐’고 문의했다고 한다. 그러나 정부 관계자는 “사드 문제를 추가로 언급하는 것 자체가 한중 관계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해 빼기로 최종 합의했다”고 말했다. 다만 ‘사드 추가 배치 불가’ 등이 포함된 ‘3NO’ 원칙을 두곤 중국 측에서 여전히 “문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어떤 식으로든 표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의 불씨가 남아 있다. 한편 한중 정상은 미세먼지 공동 대응을 주요 의제 중 하나로 채택할 것으로 보인다. 미세먼지 대응은 우리 측에서 제안했고 중국도 호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다음 달 중국을 방문해 시 주석과 정상회담을 갖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8일 국회 연설에서 평소보다 차분하면서도 논리적으로 북한 김정은 체제를 조목조목 비판했다. 한반도 긴장을 높일 수 있는 대북 군사 옵션 발언이나 특유의 막말도 피했다. 9월 뉴욕 유엔총회 연설에서 김정은을 ‘로켓맨’이라고 지칭하면서 “완전히 북한을 파괴하겠다”고 해 북한의 극렬한 반발을 불러온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그 대신 트럼프 대통령은 35분간의 연설 중 24분을 김정은 체제의 부당성과 특히 북한의 인권 실태를 구체적으로 폭로하는 데 할애했다. 그러면서 김정은에 대해 “나를 시험하지 말라. 치명적 오판을 하지 말라”며 무게감 있는 경고 메시지를 던졌다.○ 북한 인권 문제를 새로운 대북 압박 수단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우선 차분하게 북한과 대조되는 한강의 기적을 언급했다. “한국인들은 코리안 드림을 품고 이를 현실에 옮겼다”고 했다. 63빌딩, 롯데월드타워를 번영의 상징으로 꼽았다. 그러면서 북한 체제를 조목조목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곳(서울)으로부터 24마일 북쪽, 그곳에서 (한국의) 기적이 멈춘다. 북한이라는 ‘감옥 국가(prison state)’가 시작된다”고 했다. 이어 “최근 (북한에선) 전 노동 인구에게 70일 연속 노동을 하든지 아니면 하루 치 휴식에 대한 대가를 (오히려) 지불하라는 명령이 내려졌다” “전기를 쓰는 가정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북한 체제를 비판했다. 북한 김씨 왕조 세습의 문제점과 부당성 그리고 참혹한 인권 문제를 구체적인 수치와 사례까지 거론하며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990년대 기근으로 100만 명 이상의 주민들이 사망했고, 5세 미만의 영·유아 중 약 30%가 영양실조로 인한 발육부진에 시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012년과 2013년에 북한 주민들의 삶을 개선할 수 있는 액수의 절반인 2억 달러가량을 기념비, 동상 등 독재자 우상화에 썼다”고 비판했다. “학교에서는 학생이 김정은의 일생 중 한 대목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구타를 당한다”고도 폭로했다. “북한은 종교집단처럼 통치되는 국가”라며 김정은 체제를 일종의 사이버 종교 집단으로 치부하기도 했다. 위성락 전 주러시아 대사는 “(트럼프의 연설이) 북한의 현재를 심판하는 판사의 판결문 같았다”고 평가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과 공동기자회견에서 대북 군사적 옵션 등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는 표현을 자제한 데 이어, 이날은 북한 인권 문제를 집중 거론해 이를 새로운 대북 압박 기제로 택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은 “앞으로 북한 인권 이슈를 (대북 압박을 위한) 중요한 레버리지(지렛대)로 삼겠다는 선전포고”라고 해석했다.○ 백악관, “북한 테러지원국 재지정 여부 곧 결정”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더 나은 미래를 위한 길을 제시할 준비가 돼 있다”며 대화 의지를 밝히면서도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총체적인 비핵화’를 선결조건으로 달았다. 북한이 핵 포기 의사를 내비치지 않으면 대화를 시작하기 어렵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설에서 1994년 제네바 협정, 2005년 9·19 합의 등 북한이 파기했던 국제사회와의 협상을 조목조목 따진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합의해놓고 뒤돌아서면 무시하는 북한의 행태가 바뀌지 않는 한 이전 정부처럼 협상에 나서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전달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연설 후 오후에 가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만남을 의식한 행보라는 분석도 내놓는다. 시 주석이 북한의 핵 도발과 미국의 군사훈련을 동시 중단하는 이른바 ‘쌍중단’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군사적 도발 카드만 내세워서는 시 주석과 실효성 있는 북핵 해법을 모색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 외교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이 더 대북 제재에 나설 수 있도록 명분 쌓기에 나섰다”고 말했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트럼프 대통령은 아시아 순방을 마무리하는 다음 주경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할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박 2일간의 방한 행보에 만족감을 표했다는 후문이다. 백악관 관계자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다음 순방지인 중국 베이징으로 가는 비행기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회 연설에 대해 “북한 체제의 속성을 이렇게 깊이 있게 거론한 적이 없었다. 역사적인 연설”이라고 자평했다. 한상준 alwaysj@donga.com·신진우·신나리 기자}
7일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정상회담 일정을 소화하는 동안 양국 정상 부인들도 우정을 다졌다. 김정숙 여사와 멜라니아 여사는 청와대 소정원에서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산책을 함께 했다. 두 사람이 불로문(不老門) 앞을 지날 때 김 여사는 유래를 설명하며 “이 문을 지나면 영원히 늙지 않는다”고 했다. 멜라니아 여사는 “그렇다면 꼭 지나야겠다”고 화답했다. 앞서 김 여사와 멜라니아 여사는 청와대 내 상춘재에서 차를 마시며 인사를 나눴다. 두 사람의 만남은 6월 워싱턴 한미 정상회담, 7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이후 세 번째다. 김 여사는 “저는 8세, 4세 손자가 있다. 아이들에게 밝은 미래를 안겨줘야 하는데 북핵 문제로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이에 멜라니아 여사는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걱정하며 예의 주시하고 있다. 비극이 일어나선 안 된다”고 공감했다. 이들은 또 대통령 부인으로서 늘 카메라 앞에 서야 하는 긴장감, ‘그림자’ 역할의 중요성 등을 언급하며 공감대를 형성했다. 두 사람의 만남을 지켜본 정부 관계자는 “6월 만남 땐 다소 내성적이던 멜라니아 여사가 이번 만남에선 반가움을 먼저 표시하는 등 분위기가 좋았다”고 전했다. 앞서 멜라니아 여사가 한국에 도착한 뒤 가장 먼저 참석한 행사는 주한 미대사관에서 열린 ‘걸스 플레이 2!’ 캠페인이었다. 여학생들의 학교 체육활동 참여 확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 밝은 표정으로 연단에 오른 멜라니아 여사는 참석자들을 향해 “내년 평창 겨울올림픽을 신명나게 개최하리라 확신한다. 올림픽은 세계를 하나로 모을 수 있는 멋진 기회”라고 말했다.신진우 niceshin@donga.com·이승건 기자}

“북한 문제 해결이 큰 목표다. 더 큰 목표는 공정한 무역(fair trade)이 될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 일본에 도착하기 전 전용기에서 한 발언이다. 아시아 5개국 순방을 통해 어떤 식으로든 미국의 무역적자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얻어가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7, 8일 한국을 방문해서도 강한 통상 압박을 가하겠다는 것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한국 정부는 미국과 통상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의 통상장관 회담을 추진하고 있다. 5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일정과 장소는 아직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라이트하이저 대표가 트럼프 대통령과 동행하는 일정이 많아 회담을 조율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라이트하이저 대표와 회담을 통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을 시작하기 위해 한국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할 방침이다. 이른바 ‘공격적 방어’ 전략이다. 이달 10일로 예정된 한미 FTA 개정 공청회 일정과 이후 계획을 적극 브리핑해 미국의 압력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도다.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이 부분을 강하게 설명할 방침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한국이 통상절차법에 따라 성실하게 경과를 진행하고 있다는 점을 미국 측에 충분히 설명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언제 어떻게 할지 모르는 돌발 발언이다.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7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안보가 주된 의제가 될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 달리 한미 FTA 문제를 집중 거론했다. 미국 측 FTA 협상을 지휘할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따라 한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스스로를 ‘미치광이’라고까지 포장하며 한미 FTA 재협상과 폐기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서 무역에 대해 어떤 말을 할지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안보와 경제 이슈를 분리할 것이라는 기대 섞인 전망도 없지 않지만 대체적으로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안전보장의 대가로 한미 FTA 개정을 강하게 요구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내년 11월에 열릴 미국 중간선거를 의식해서라도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강공을 펼 가능성이 높다.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일본 출발을 앞둔 3일(현지 시간)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공정한 무역은 미국 소비자와 근로자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통상 압박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한국 정부 당국자는 “당장 해결하기 어려운 북핵 문제보다 미국 내 지지율 만회를 꾀할 수 있는 통상 분야에서 한 방을 노릴 것”이라고 관측했다. 산업부와 외교부는 지난달에 FTA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다양한 시나리오에 따른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돌발 발언에 따른 대응책을 주로 논의했다. 김 본부장은 최근 “(한국도) 폐기 카드를 쓸 수 있어야 최선의 협상 결과 도출이 가능할 것”이라며 배수진을 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요구를 확인하기 전에 먼저 움직이기 어렵다는 게 정부의 고민이다. 한국이 민감하게 여기는 쌀 시장 개방 또는 쇠고기 관세 추가 인하 등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등은 미국 측 재계 관계자들과 별도로 만나 미국 투자 계획 등을 발표하는 방안을 조율 중이다. 세종=이건혁 기자 gun@donga.com / 워싱턴=박정훈 특파원 / 신진우 기자}
한국과 중국이 지난달 31일 합의문 발표를 계기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 봉합에 나섰지만 핵심 문구에 대한 해석을 놓고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이면합의설’도 여전하다. 이 때문에 한중이 진짜 어떤 협상을 했는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합의문에서 언급된 한국 정부의 ‘3NO’ 원칙이 사전 협의 과정에서 어떻게 정리됐느냐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에 이어 중국 매체들까지 이 원칙을 ‘약속’이라고 표현해 문제가 됐다. 이번 협상 전반에 관여한 정부 소식통은 “중국 측에서 ‘3NO’ 원칙을 지켜 달라며 ‘약속’이란 표현을 수차례 요구했지만 서면이나 구두로 보장해준 적은 없다”고 밝혔다. 이어 “최종 조율된 문구는 우리가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는 수준이었다”고 덧붙였다. 다만 정부는 향후 이 원칙을 둘러싸고 중국, 미국 등에서 해석 공방이 일어날 것을 우려해 관련국들에 재차 입장을 전달할 계획이다. 정부는 중국이 추후 사드 문제를 다시 제기할 가능성은 일축했다. 다른 소식통은 “북핵 문제 등이 정리되지 않는 한 중국은 이유를 불문하고 사드 이슈를 꺼내지 않기로 거듭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약속’ 수준까진 아니더라도 최소한 향후 1, 2년은 중국이 사드를 문제 삼지 않을 것이라고 신뢰할 만한 발언을 우리가 얻어냈다는 얘기다. 소식통에 따르면 또 한국이 중국의 사드 보복에 유감 표명을 하지 않는 대신에 중국 측이 사드 보복 해제 조치를 취할 거란 시그널을 발표문 조율 과정에서 거듭 전달했다고 한다. 협상 과정에서 중국 고위 관계자가 “사드로 경색된 통상 문제는 잘 풀릴 것이다. 걱정하지 말라”고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것이다. 합의문 가운데 ‘중국은 한국이 표명한 입장에 유의한다’에서 ‘유의’의 정확한 의미를 놓고서도 여전히 분분한 해석이 나온다. 한 관계자는 “한국 정부는 사드 레이더의 탐지 범위가 중국의 전략적 이익을 훼손할 수 있을 것이란 중국 측 우려에 유의한다는 의미라는 뜻을 분명히 전했고 중국도 여기에는 동의했다”고 전했다. 한편 양국 정부는 다음 달이 유력했던 문재인 대통령의 방중과 관련해선 이달 말 추진 가능성을 열어두고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로 지난해 7월 이후 냉각됐던 한중 관계가 15개월여 만에 일단 정상화 궤도에 올라섰다. 양국은 사드 배치로 야기된 갈등을 봉합하는 한편 베트남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10, 11일)에 문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간 정상회담을 갖기로 했다. 문 대통령의 중국 방문도 연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한중 외교부는 31일 오전 각각 홈페이지를 통해 ‘한중 관계 개선 관련 양국 간 협의 결과’를 발표했다. 합의문에는 사드에 대해 “제3국을 겨냥하지 않는다”는 한국 입장과 “사드를 반대한다”는 중국 입장이 모두 담겼다. 사드 배치에 대한 우리 정부의 사과나 유감 표명 없이 양측의 입장을 재확인하는 선에서 합의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사드 문제가 (더 이상 불거지지 않도록 이번 합의로) 봉인됐다고 보면 된다. 앞으로 이 문제를 더 이상 언급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양국은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 원칙을 재확인하는 한편 “모든 분야의 교류 협력을 정상적인 발전 궤도로 조속히 회복시켜 나가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중국이 사실상 사드 보복 조치 해제의 뜻을 밝힌 것이다. 청와대는 이번 합의가 김정은의 연쇄 핵도발 이후 형성됐던 ‘한미일 대 북중러’의 구도에도 균열을 일으킬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이 한국과 사드 갈등의 고리를 풀면서 동아시아에서 북한의 고립이 더욱 가속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합의에는 우리 정부가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MD)에 참여하지 않고 △사드 추가 배치를 검토하지 않으며 △한미일 군사동맹으로 발전하지 않는다는 ‘3 NO’ 원칙이 사실상 담겨 있다.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군사력 확대를 우려하는 중국의 요구를 수용한 것이지만, 향후 한미 관계에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또 사드 보복 조치에 대한 중국의 해명이나 유감이 빠져 있어 논란의 불씨는 남아 있다는 분석이다. 한상준 alwaysj@donga.com·신진우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주에만 공식적으로 9차례에 걸쳐 청와대 국가안보실의 보고를 받으며 한중 관계 정상화 협의 과정을 직접 챙긴 것으로 31일 알려졌다. 그만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로 얽혀 최악으로 치닫던 한중 관계는 현 정부로선 시급히 풀어야 할 과제였다. 청와대는 “(언제든 다시 터질 수 있는) 봉합이 아닌 봉인”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사드 추가 배치를 검토하지 않기로 하는 등 이른바 ‘3노(NO)’ 원칙을 한국 정부가 사실상 약속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뇌관을 떠안게 됐다는 평가도 있다.○ 치열한 외교전 끝에 급한 불 끈 사드 문제 정부가 중국에 관계 개선 시그널을 보낸 것은 7월 독일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직후다. 문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고위급 채널을 통한 소통에 합의한 것. 하지만 중국이 사드 배치에 대한 한국의 사과를 요구하면서 협상은 좀처럼 교착 상태를 벗어나지 못했다. 협상에 활로가 마련된 것은 중국이 지난달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 대회) 기간에 “한중 정상회담 등 관심 사안을 제한 없이 논의해 보자”고 역(逆)제안을 해오면서다. 한중은 지난주 합의의 기본 틀을 잡았다. 하지만 막판까지 신경전을 벌였다. 중국이 사드 배치에 대한 유감 표명을 계속 요구하자 한국 정부는 “합의문을 발표할 수 없다”며 배수진을 쳤다. 결국 양국은 “한국이 사드 문제와 관련해 중국의 입장과 우려를 인식한다”는 선에서 표현을 조율했다. 합의문에 중국의 사드 보복 철회를 담는 문제를 놓고서는 정부 내 의견이 엇갈렸다. “일단 정상회담을 열고 나중에 해결하자”는 온건파와 “합의문에 중국의 사드 보복 철회를 명시해야 한다”는 강경파가 맞섰다. 하지만 중국이 민감한 반응을 보이면서 정부는 사드 보복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지 않는 쪽으로 방침을 정했다는 후문이다. 한편 이번 합의문에 사드 보복에 대한 사과나 명시적인 보복 철회 약속이 빠졌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동률 동덕여대 교수는 “한중 관계를 악화시킨 요인들을 모두 덮고 아무렇지도 않았던 것처럼, (한중 관계가) 최상의 관계로 나아가는 것처럼 보이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구동존이(求同存異)? 협상 컨트롤타워를 맡았던 청와대는 이번 합의에 반색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새 정부 들어 가장 큰 외교 성과”라고 자평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중일 순방을 앞두고 양국이 사드 문제를 더 이상 문제 삼지 않기로 한 것은 어떻게든 북핵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양국의 이해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김정은의 핵 폭주로 북-중 관계가 악화됐지만 거꾸로 한미일 3국 공조는 강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으로서는 한중 관계라도 빨리 정상화해야 동아시아에서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판단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번 합의에 대해 “봉인이라고 보면 된다. (사드 문제에 대해 양국이) 더 이상 언급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외교부 노규덕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구동존이’라는 사자성어가 떠오른다. (한중 양국이) 서로 간의 공통점을 찾아내서 키워 나가고 다른 점은 그대로 두자라는 의미로 이해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사드 추가 배치 계획이 없고, 미국 미사일방어체계(MD)에 참여하지 않으며, 한미일 안보협력이 군사동맹으로 발전하지 않는다는 ‘3NO’ 원칙을 중국이 공개적으로 언급하도록 한 것은 추후 북핵 대처에 부담이 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합의문은 ‘3NO 원칙’에 대해 “한국 측은 공개적으로 밝혀온 입장을 다시 설명했다”고 두루뭉술한 표현을 담았다. 하지만 전날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이를 공개적으로 밝히고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기자와의 질의응답에서 “한국이 실제 행동으로 이행하길 바란다”고 밝힌 것은 양국 간에 사전 조율을 한 결과인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MD 불참은 미국도 양해한 사안이고, 우리 정부가 유지해온 공식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 역시 9월 뉴욕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한미일 연합 군사훈련을 요구하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에게 “일본은 군사훈련을 함께 할 수 있는 동맹관계가 아니다”며 선을 그은 것으로 알려졌다.문병기 weappon@donga.com·신진우·신나리 기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로 경색된 한중 관계가 본격적인 해빙기로 접어들고 있다. 비공식 채널 등으로 조심스레 관계 개선 의지를 보인 양국은 이제 탐색기를 거쳐 ‘고위급 채널’까지 동원해 공감대 형성에 나서는 분위기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30일 같은 날 해빙 메시지를 내놓은 게 상징적이다. 다만 사드에 대한 중국 측 입장이 여전히 오락가락해 관계 정상화까지 걸림돌이 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당국자 회동 잇따라 한중 당국 간 교류는 본 궤도에 접어드는 모습이다. 30일 외교부 관계자는 “최근 1, 2주를 기점으로 한중 채널에 불이 붙었다”고 했다. 비공식 채널을 중심으로 각자 입장만 전달하던 시기를 지나 양국 간 실무급 조율을 거친 뒤 이제는 고위급에서까지 수시로 의사를 교환하는 단계에 진입했다는 얘기다. 실제 당국자 회동도 이어진다. 한중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를 맡고 있는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쿵쉬안유(孔鉉佑)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는 31일 상견례를 겸해 처음 만난다. 베이징 외교 소식통은 “최근 북한 내부 상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중 방한 기간에 북한의 도발 가능성 등을 두고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 두 사람은 만찬까지 함께한다. 한중 특허청장 회의(다음 달 17일), 한중일 보건장관 회의(다음 달 11, 12일)도 각각 항저우(杭州), 산둥(山東)성 지난(濟南)에서 열릴 예정이다. 사드 갈등으로 중단됐던 한중 경찰당국 간 교류도 재개된다. 허베이(河北)공안청 상무부청장을 단장으로 하는 대표단은 다음 달 12∼14일 충남경찰청과의 교류를 목적으로 한국을 방문한다. 베이징 소식통은 “경찰 당국 간 교류는 지난해 7월 전면 중단된 이후 처음”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서 양국 간 접촉도 활발해지고 있다. 국회에선 국민의당 정동영 의원을 단장으로 여야 4당 의원들로 구성된 ‘북핵 위기 해법 모색 의원단’이 다음 달 2∼4일 베이징(北京)을 방문한다. 이들은 중국 정부 고위 관료, 공산당 중앙대외연락부 간부, 푸잉(傅瑩) 전국인민대표대회 외사위원장, 탕자쉬안(唐家璇) 전 외교담당 국무위원 등과 잇따라 면담한다. 이수성 전 국무총리와 국회의원, 학자 등이 포함된 한중지도자포럼 대표단은 3일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에서 외교부장을 지낸 리자오싱(李肇星) 중국인민외교학회 명예회장 등과 비공개 포럼을 진행한다. 지방자치단체에선 원희룡 제주지사가 다음 달 8∼10일 푸젠(福建)성 푸저우(福州)에서 열리는 세계지방정부연합 집행부 회의를 위해 중국을 찾는다. 이와 관련해 한 외교 소식통은 “국내 인사의 방문에 대응하는 중국 측 인사의 급, 선정된 만찬 장소 등만 봐도 최근 확 달라진 현지 기류를 체감할 수 있다”고 했다.○ ‘결연히 반대’ 표현 안 쓴 중국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30일 정례 브리핑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세 가지 발언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현지 기자의 질문에 “한국이 이를 실제 행동으로 이행해 중한 관계를 빠른 시일 안에 건강한 발전 궤도로 되돌리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강 장관이 오전 국회 국정감사에서 미국 미사일방어체계(MD)에 참여하지 않고, 한미일 안보 협력은 군사동맹으로 발전하지 않을 것이고, 사드 추가 배치도 없을 것이라고 하자 그 직후 기다렸다는 듯 답변을 내놓은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한중 간 정상회담 일정 등을 두고 협의 과정에서 중국 측 요구가 이 세 가지로 반영될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복수의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우리 정부의 관계 개선 시그널에 중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화답한 건 24일 폐막한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 대회) 기간 중이다. 중국이 반응을 보이자 우리 측에선 청와대를 중심으로 외교·안보 부처 실무자급까지 모여 사드 문제 등 한중 간 현안에 대해 중국 측과 조율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향후 한중 간 어떤 접점을 모색하더라도 사드에 대한 중국 측 입장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정부 소식통은 “중국에선 같은 날에도 당국자마다 사드 관련 온도차가 다른 메시지를 줄 때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소식통은 “중국 정부는 한 달가량 자국 여론의 향방을 지켜본 뒤 정상회담 직전이라도 다른 요구를 해올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 신나리 기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로 촉발된 한중 갈등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가는 모양새다. 30일 한중 외교 당국이 동시에 해빙 가능성을 내비쳤기 때문이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중 사드 갈등 완화 가능성과 관련해 “양국의 미래지향적 발전을 위해서 조만간 관련 소식을 발표할 수 있지 않나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 장관은 이어 “사드 문제를 비롯해 여러 가지 현안에 대해 긴밀히 협의해 오고 있고 조만간 좋은 조치가 있을 것이다. 이런 조치로 양국 관계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빠른 정상화 궤도로 나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사드 추가 배치 가능성에 대해선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한 뒤 “미국 미사일방어체계(MD)에 불참하고 한미일 안보 협력이 군사동맹으로 발전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강 장관은 다음 달 베트남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11월 10, 11일) 기간 중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간 정상회담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 장관은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중 정상회담을 개최할 것인가’라는 더불어민주당 원혜영 의원의 질문에 “APEC를 계기로 (한중) 양자 회담이 되도록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12월 중순 이전에 방중할 가능성에 대해선 “금년 중에 가능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답했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오후 정례 브리핑에서 강 장관이 국감에서 사드 추가 배치 불가론 등을 언급한 데 대해 “한국의 입장을 중시한다. 한국이 이를 실제 행동으로 이행해 관련 문제를 적절히 해결함으로써 중한 관계를 빠른 시일 안에 평온하고 건강한 발전 궤도로 되돌리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2008년 12월 주미 한국대사관 홈페이지 화면 일부가 해킹으로 변조됐다. 그 이듬해 7월엔 디도스(DDoS·분산서비스 거부) 공격으로 외교부 홈페이지 접속이 일시 장애를 겪었다. 이때마다 외교부는 “외교문서 등을 다루는 외교정보전용망은 일반 인터넷망과는 분리돼 있다”며 해킹 논란에 선을 그었다.그러나 일반 인터넷망에 중요 외교 문서를 저장하는 등 ‘사이버 보안’ 위반 사례가 지난해만 보안감사를 받은 8곳 재외공관에서 203건에 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외 최전선에서 치열한 ‘외교전’을 펼치는 재외공관이 사실상 해킹 등 ‘사이버 공격’에 대문을 열어 놓은 셈이다.동아일보가 29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바른정당 정양석 의원으로부터 입수한 ‘외교부 사이버 보안 점검 실태’ 자료에 따르면 2015년 재외공관 9곳이 149건의 감사 지적을 받았던 게 지난해는 재외공관 8곳에서 203건으로 증가했다. 재외공관 1곳 당 지적 건수가 16.6건(2015년)에서 25.4건(2016년)으로 1.5배가량 급증한 것이다.보안 위반 유형도 다양했다. ‘정보보안 위반(일반 인터넷망에 외교 문서 저장, 공관원 메일 해킹, 보안 USB메모리 관리 소홀 등)’에서부터 ‘도청 위험(중요 회의에 스마트폰 반입 등)’, ‘일반 보안 위반(보안 시설에서 외부 출입자 관리 부실)’이 모두 포함됐다.해외에서 우리 외교부를 겨냥해 해킹 또는 사이버 공격 시도 횟수는 2014년 5171건에서 지난해 8482건으로 2년 만에 1.6배가량 늘었다. 올해는 7월까지 이미 8263건에 달한다. 하지만 국정원과 외교부 사이버보안팀이 재외공관을 대상으로 실시한 사이버 보안 감사는 매년 8, 9곳 수준이었다. 재외공관 1곳 당 20년에 한 번 꼴로 현장 보안 점검을 받는다는 얘기다. 특히 올해는 9월 현재 2곳의 재외공관만 보안감사를 받아 사실상 재외공관들이 ‘보안 사각지대’에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외교부는 최근 정보 보안을 위한 ‘중기(2018~2022년) 로드맵’ 수립에 착수하는 등 개선 의지를 밝혔지만 가시적인 움직임은 여전히 나오질 않고 있다.정 의원은 “보안 유지가 핵심인 외교 전문 등 중요한 정보가 사이버 위협에 적나라하게 노출됐다”고 지적했다. 또 “결국 외교 전장에 가기도 전에 상대에 결정타를 얻어맞고 나서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했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경색된 한중 관계를 풀 열쇠인 한중 정상회담을 위한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26일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은 24일 폐막한 19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 기간 중 한국 정부에 정상회담 추진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한국 정부 역시 중국 측에 다양한 채널로 정상회담을 요청하고 있다.○ ‘사드 언급’ 수위 놓고 고심하는 靑 관건은 선결 조건이다. 중국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과정에서 중국의 우려를 이해한다’는 취지로 한국 정부가 어떤 식으로든 입장을 밝혀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추궈훙(邱國洪) 주한 중국대사는 최근 전직 주중 대사 등을 만나 이 같은 분위기를 전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외교 소식통은 “한국 정부가 ‘성의’를 보여야 한중 정상회담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꾸준히 전달하고 있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우리 정부는 사드 관련 입장을 발표할지, 만약 한다면 어떤 수준까지 담을지를 두고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청와대는 중국의 제안 뒤 외교·안보 부처 실무자들을 불러 여러 차례 회의를 했다. 복수의 외교 소식통은 “이 자리에서 ‘주변국인 중국의 이해 없이 전격적으로 사드 배치를 결정한 것에 대해 유감스럽다’ 수준의 메시지를 포함시키는 게 좋겠다는 쪽으로 의견이 기울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에 대해서는 별도의 언급을 하지 않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고 한다. 하지만 청와대는 “유감 수준의 표현을 넣기는 쉽지 않다”고 밝혔다. 국내 일각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사드 배치를 강행한 상황에서 정부 스스로 잘못됐다는 점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 청와대 관계자는 “사드 배치의 불가피성을 재차 언급하고,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반응을 이해한다는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청와대는 이미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와 관련해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지 않는 것으로 유화 제스처를 보인 바 있다. 정부의 입장 발표는 다음 달 문재인 대통령의 동남아 순방 출국 전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이를 통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서 한중 정상이 만나고, 문 대통령의 연내 방중으로 이어지는 게 청와대가 그리는 시나리오다. ○ 한중 관계 순풍 부나 정부는 한중 관계 개선의 기대감을 숨기지 않고 있다. 노영민 주중 대사는 24일 주중 대사관 국정감사에서 “올해 정상회담이 이뤄지고, 답방 형식으로 내년 평창 겨울올림픽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참석한다면 동북아 평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사는 또 언론 인터뷰에서 “(한중 관계가) 어두운 터널의 끝을 지나고 있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김장수 전 주중 대사가 지난달 임기를 마치고 한국에 돌아올 때도 한중 사드 갈등 관계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 징후가 감지됐다. 외교 소식통은 “김 전 대사가 이임 인사차 중국 외교부 고위 관계자를 면담할 때 사드 문제로 인한 갈등이 더욱 확대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는 취지로 대화를 나눴다. 이제 사드 국면은 지났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최근 한중 통화스와프 연장을 위한 양국 논의 과정도 큰 어려움은 없었다는 후문이다. 청와대가 한중 정상회담 개최에 강한 의지를 보이는 것은 북핵 해법은 물론이고 경제 문제와도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 정책실은 23일 문 대통령 주재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올해 예상 경제성장률을 보고하면서 “중국의 사드 제재로 인해 경제성장률 감소분은 마이너스 0.4% 정도”라고 밝혔다. 이에 참모들은 “사드 문제가 잘 풀린다면 올해 4분기나 내년 경제성장률은 더 높아질 것 아니냐”며 기대감을 드러냈다고 한다. ○ “낙관론·저자세 경계” 목소리도 다만 일각에서는 지나친 낙관론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당 대회를 끝낸 중국이 과거보다 부드러워진 것은 맞지만 물밑 접촉 과정에서 중국은 “사드가 중국 안보에 위협이 되기 때문에 반대한다”는 기본 입장에서 전혀 물러서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정부가 한중 정상회담 성사에 집착해 주권과 직결된 사드 문제에 저자세로 나올 경우 국내 여론의 반발이 커질 수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다양한 목소리를 알고 있기 때문에 이 문제에 대한 공식 언급을 삼가고 있다. 여러 면을 고려해 한중 관계 개선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한상준 alwaysj@donga.com·신진우 기자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주한미군이 한반도 유사시 주한 미국인을 해외에 대피시키는 ‘커레이저스 채널(Courageous Channel)’ 훈련을 23일 닷새간의 일정으로 시작했다. 주한미군은 1994년 1차 북핵 위기 이후 매년 두 차례 주한 미국인을 대상으로 위기관리 훈련인 ‘비전투원 소개(疏開) 작전’을 진행해 왔다. 주한미군 측은 23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한국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의 배우자와 가족, 군무원 등 비전투원들이 한반도 긴급 상황 시 본인들이 어떤 서류를 준비해야 하고 어디서 어떤 방법으로 대피해야 하는지 등 기본적인 절차를 알리는 훈련”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고조되면서 미 정부가 자국민 대피 훈련을 시작한 게 아니냐는 일각의 소문에 대해선 “통상 해오던 정례 훈련”이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주한미군은 국내 거주 비전투원 가운데 신청자 수십 명을 수송기에 태워 해외로 대피시키는 훈련을 실시하기로 했다. 지난해 말 7년 만에 해외 대피 모의훈련을 재개한 데 이어 올해 다시 하는 것. 지난해 대피 장소는 일본이었는데 올해는 훈련 종료 뒤 장소를 공개할 계획이다. 주한미군 관계자는 “(북핵 위기 때문에) 이번 훈련의 의미가 과도하게 확대 해석되고 있어 우려된다. 모의 대피 훈련은 과거에 많이 했던 만큼 앞으로도 자주 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가령 내일 아침 북한이 6000마일(약 9700km)을 날아가는 미사일을 발사한다고 치자. 이럴 경우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이 타격을 지시한다. 타깃은 북한의 핵·미사일 시설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트위터를 쓰기 시작한다. ‘나는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허락하지 않겠다고 했다. 진심이었다. 타격은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우리가 없애려고 했던 시설만 겨냥할 것이다. 하지만 북한이 보복한다면 더한 것으로 맞받아칠 것이다’….” 미국 워싱턴의 대표적 대북 대화파인 로버트 갈루치 전 미 국무부 북핵특사(사진)는 19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북-미 간 긴장이 고조될 경우 트럼프 행정부가 대북 선제 타격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1993년 제1차 북핵 위기 당시 미국 측 수석대표를 맡아 이듬해 ‘제네바 합의’를 이끌어 냈다. 갈루치 전 특사는 트럼프가 군사 행동에 나설 수밖에 없는 대북 레드라인(한계선)에 대해선 “북한이 괌 주위 바다에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을 날리거나 태평양상에서 수소폭탄을 터뜨리는 경우”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한국에 주한미군과 그 가족들이 있다고 해서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군사 행동에 나서지 말란 법도 없다”고 덧붙였다. 현 한반도 긴장 수위에 대해선 “1993년 1차 북핵 위기보다 한반도 긴장감이 훨씬 고조된 상황”이라며 미국이 북한과 협상하기 위해 ‘한미 연합훈련 축소’를 조건으로 제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에 대해선 “(워낙 변덕스러운) 트럼프가 협상 주체이기 때문에 어떻게 나올지 모르는 일”이라며 “다만 주한미군이 주둔하는 것은 미국이 착해서가 아니라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기에 한국이 ‘떠나 달라’고 요청하지 않는 한 미군은 남을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북-미 대화 가능성과 관련해선 “북-미가 양국에 연락사무소를 세워야 한다”고 밝힌 뒤 “미국은 지금까지 해왔던 대북 제재를 풀고 북한과의 경제, 문화 교류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갈루치 전 특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반도 긴장 상황을 풀기 위해 대북 특사를 보낼 것을 적극 추천했다. 적임자로는 로버트 아인혼 전 국무부 군축담당 특보를 첫손에 꼽았다. 아인혼 전 특보는 대이란 제재의 실무 책임자로 참여했던 미 공화당 내 대표적 대북 강경론자 중 한 명이다. 다만 그는 “대북 특사는 대통령과의 친분이 중요한 기준인데 아인혼이 (트럼프와) 잘 맞을지는 모르겠다. (아인혼이) 안 된다면 예비역 장군 등 군인 출신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최근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안한 ‘미중 빅딜론’에 대해선 “정신 나간 소리 같다(it sounds crazy)”고 일축했다. 빅딜론은 중국이 김정은 정권 붕괴를 끌어낼 경우 미국이 한반도에서 주한미군을 철수하라는 제안이다. 그는 “중국의 이익에 ‘빅딜’이 얼마나 부합할지 의문이고 더더군다나 중국이 미국이 내건 협상조건을 믿지 못해 협상이 진전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본인 식의 협상이 아니면 다 문제가 많다고 한다. 이건 헛소리(bullshit)”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부동산업자 출신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협상 전문가라고 주장하는데 난 외교 전문가”라고 쏘아붙였다. 한편 갈루치 전 특사는 16일 문재인 대통령과 1시간 넘게 면담했다. 그는 “어떤 경우 미국이 무력 사용에 나설지 등에 대한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음 달 트럼프 대통령 방한 때 문 대통령이 미국의 대북 선제타격 가능성으로 느끼는 압박감을 분명하고 솔직하게 트럼프 대통령에게 얘기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신진우 niceshin@donga.com·한기재 기자}
존 설리번 미국 국무부 부장관은 18일 “우리(미국)의 목표는 계속된 압력을 통해 북한이 조건을 달지 않고 협상 테이블에 나오게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설리번 부장관은 이날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한미일 외교차관협의회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과거 정부는 북한 정권의 위협을 줄이지 못했다”면서 “우리는 외교에 집중하고 압력을 계속할 것이며 한반도 비핵화 달성이 (궁극적) 목표”라고 했다. 설리번 부장관은 다음 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 일정에서 한국 체류 기간이 일본 등에 비해 짧다는 지적에 대해선 “비슷한 시간을 할애했다”며 “이번 방한 자체가 미국이 얼마나 외교 노력을 중요시하는지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한 외교 소식통은 “설리번 부장관은 협의회에서 북한을 압박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제재에 동참해 달라고 한국에 요구한 걸로 안다”고 전했다. 스기야마 신스케(杉山晋輔)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은 기자회견에서 “‘모든 선택지가 테이블 위에 있다’고 한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을 높이 평가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또 최근 논란이 되는 ‘위안부 합의’ 문제와 관련해선 “합의가 착실하게 이행되는 게 중요하단 일본 정부의 입장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외교차관협의회와 별도로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조셉 윤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 가나스기 겐지(金杉憲治)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 등 한미일 6자회담 수석대표는 이날 3자 협의를 개최해 북핵 문제 해법을 모색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트럼프 대통령 순방에 앞서 ‘굳건한 공조’를 과시하기 위해 한미일이 자주 대화의 기회를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정부가 다음 달 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방한 전에 독자 대북제재안 발표를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7일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정부는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18일 개최) 이후 이달 말 또는 다음 달 초 독자 대북제재안 발표를 준비하고 있다. 발표한다면 문재인 정부 들어 첫 독자 대북제재다. 제재 방식은 트럼프 행정부의 독자 제재안을 차용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기업이나 개인 등 제재 대상을 지정하거나 북한산 농수산물 수입을 제한하는 게 대표적이다. 김정은의 자금줄 중 하나인 북한 노동자의 해외 파견을 줄이기 위해 이들을 고용하는 국가에 대한 외교적 압박을 가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지금까지 독자 제재 대신 미국의 독자 제재를 관보에 게재하는 방식의 ‘공조 제재’를 주로 해왔다. 정부 당국자는 “북-미 간 갈등이 커지는데 우리까지 독자 대북제재에 나서면 북한은 물론 중국까지 자극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미 대통령으로는 25년 만에 국빈 방문하는 일정이 확정되면서, 북핵 위기에 대처하는 한미 동맹의 공고함을 국제사회에 각인시킬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독자 대북제재안을 발표하기로 선회했다는 게 외교가의 분석이다. 또 다른 당국자는 “미국은 물론이고 북핵 위기에 공감하는 유럽연합(EU)까지 독자 제재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만큼 국제사회와 박자를 맞춰야 한다는 공감대도 형성됐다”고 전했다. 다만 청와대 일각에선 제재 효과가 미국 중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미미한 데다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운전석론’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만큼 독자 제재안 발표 시기를 미뤄야 한다는 의견도 여전한 것으로 알려졌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로버트 갈루치 전 미국 국무부 북핵특사는 16일 연세대 통일연구원 초청으로 연세대 백주년기념관에서 가진 특강에서 “지금은 군사적 충돌이 어떻게든 일어날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라며 무겁게 입을 열었다. 대표적인 ‘대북(對北) 대화론자’이자 ‘현실주의 정치학자’인 그는 1993년 제1차 북핵 위기 당시 미국 측 수석대표를 맡아 이듬해 북핵 위기를 일시 봉합한 ‘제네바 합의’를 이끌어냈다. 갈루치 전 특사는 “협상만이 신뢰감을 높이는 유일한 방법”이라며 차관보나 국무장관급 이상의 ‘고위급’ 협상에 북-미가 ‘조건 없이’ 나서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역량을 더 보여준 뒤 미국과 대화에 나서려고 할 것”이라고 했다. 북한이 최대한 ‘몸값’을 높인 뒤 협상에 뛰어들 거란 관측이다. 또 갈루치 전 특사는 “제재만으론 북한 핵 프로그램을 멈출 수 없다”면서 “‘북한의 비핵화’를 목표로 협상부터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탄도미사일 시험을 제한하면 한미 연합훈련을 제한한다든가 해서 (조건을) 주고받을 수도 있다”고 했다. ‘한국의 역할’과 관련해선 “어떤 주제든 북한과 대화할 준비부터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만이 줄 수 있는 경제적인 그런 것들도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대북 문제 해법을 놓고 ‘엇박자’를 낸 것을 두곤 “미국 내에선 ‘좋은 경찰, 나쁜 경찰’ 역할을 나눴다는 분석도 있고, 두 사람의 인식이 다르다는 견해도 있다”면서 “내 생각은 후자”라고 말했다. 갈루치 전 특사는 이날 특강에 앞서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에서 한 시간가량 비공개 면담을 했다. 이 자리에는 문정인 대통령통일외교안보특보도 배석했다. 갈루치 전 특사는 특강이 끝난 뒤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결국 남한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려면 전향적으로 협상의 자세부터 가져야 한다’고 (문 대통령에게) 조언했다”고 말했다. 갈루치 전 특사는 특강 후 30분가량 문 특보와 토론을 할 예정이었지만 현장에서 질의응답으로 대체됐다. 문 특보는 “요즘 말만 하면 논란이 돼 입을 열지 않기로 했다”면서도 “(갈루치 전 특사의 생각이) 내 생각과 똑같다”고 했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전술핵은 당장의 전시 상황에서 사용하는 무기, 전략핵은 장기적인 억지력 차원에서 거리라든가 운영 면에서 전략적 의미가 있는 것 같다.” 12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장이 잠시 술렁였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전술핵과 전략핵이 어떻게 다른지 설명해 달라”는 더불어민주당 이수혁 의원의 질의에 다소 엉뚱한 답을 내놨기 때문이다. 외교관 출신인 이 의원이 “잘 정리가 안 되시는 것 같다”고 수습하자 강 장관은 “네, 정리가 잘…”이라며 멋쩍은 듯 웃었다. 전략핵은 미국의 미니트맨3 같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대규모 살상력을 내세워 전쟁 억지력을 강화·유지하기 위한 무기체계다. 같은 핵무기인 전술핵은 파괴력이 상대적으로 작지만 미사일 등에 장착해 운용이 용이한 핵무기다. 강 장관은 또 한미 공조를 설명하면서 “어제 있었던 B-1B(전략폭격기) 비행에 저희 F-35가 같이했다”고 했다. 하지만 B-1B를 엄호 비행한 한국 공군 전투기는 F-15K였다. 더군다나 우리 공군은 F-35 스텔스 전투기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 이날 외통위 국정감사에선 문정인 대통령통일외교안보특보를 겨냥한 질책성 발언들도 쏟아졌다. 자유한국당 윤상현 의원은 강 장관에게 “외교안보특보라는 분이 대통령의 입을 팔아 말하는데 방치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윤영석 의원은 “국민들이 불안해한다. (문 특보를) 사퇴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야당의 공세에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문 특보를 ‘망나니’라고 하고 강 장관을 ‘꿔다놓은 보릿자루’라고 하는 것은 언어폭력으로 입에 담아서는 안 된다”고 반박했다. 한국당 홍문종 이주영 의원 등은 “여당 대표가 나라를 걱정하는 동료 의원의 고언을 ‘막말’로 치부했다”고 항의하면서 고성이 오갔다.신진우 niceshin@donga.com·최우열 기자}
북한이 당초 예상과 달리 노동당 창건일인 10일 미사일 발사를 하지 않으면서 25일째 ‘도발 휴지기’에 들어갔다. 지난달 15일 일본 상공을 넘어 화성-12형 중장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게 마지막 도발이었다. 북한은 김일성 김정일 생일, 정권 수립일과 더불어 ‘4대 기념일’로 꼽히는 당 창건일을 비교적 차분히 넘어갔다. 노동신문은 1면 사설을 통해 “위대한 (핵·경제) 병진의 기치를 높이 들고 반미 대결전의 최후 승리를 앞당겨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자강력은 미제와 그 추종세력들의 경제 제재 책동을 짓부수며 우리의 힘과 기술, 자원으로 사회주의 강국 건설 위협을 완성해나갈 수 있게 하는 위대한 원동력”이라며 김정은의 7일 당 중앙위 제7기 2차 전원회의 보고 내용을 반복하는 수준에 그쳤다.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원색적인 말 폭탄도 없었다. 그동안 북한은 5월 문재인 정부 출범 후 10번의 미사일 도발, 그리고 6차 핵실험(9월 3일) 등 총 11차례 대형 도발을 감행했다. 한 달에 두 번꼴이었다. 가장 길게 도발을 중단한 기간이 화성-14형 발사(7월 28일)에서 단거리 발사체 3발 발사(8월 26일) 사이인 29일이었다. 당 창건일을 그냥 넘긴 북한이 15일까지 도발을 하지 않는다면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가장 긴 30일 동안 도발을 멈추게 된다. 물론 북한이 18일 시작하는 제19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를 겨냥해 얼마든지 도발을 재개할 수는 있다. 어쨌든 예상외로 대외 도발을 자제하고 있는 북한은 요즘 내부 단속에 집중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10일 정부 당국에 따르면 북한은 최근 한두 달 사이 국경 경비를 담당하는 군인의 수를 평소보다 2배 가까이 확충했다. 또 고압전선을 새로 설치하는 등 국경 통제 강화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고위 당국자는 “증원된 군인들이 밤낮으로 국경 단속을 벌인다는 첩보가 입수됐다”며 “경비초소도 늘어나는 등 분위기가 삼엄해졌다는 게 현지 소식통의 전언”이라고 밝혔다. 북한은 최근 들어서는 주민들의 지역 내 이동도 엄격하게 통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사정에 정통한 한 소식통에 따르면 특히 혼자 다니는 사람의 경우 당국에서 집중적으로 신분증 검사에 나서는 등 통제가 엄격해졌다고 한다. 이 소식통은 “보통 이렇게 주민들의 이동을 단속할 경우 전화 통화 등 ‘정보 통제’ 역시 강화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최근 일본 도쿄신문은 북한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의 비밀경찰 조직인 국가보위성이 당국에 신고 없이 평양을 일주일 이상 비우는 사람을 구속하겠다고 한 사실을 보도했다. 이 관계자는 북한 당국이 평양 시내 음식점 영업시간을 오후 10시로 제한했다고도 했다. 또 다른 당국자는 “이전부터 북한은 통치 체제가 궁지에 몰리거나 대형 협상을 앞두고선 자력갱생과 주민 통제를 강조한 경우가 많았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주민의 의식을 다잡기 위해 ‘특별경비주간’을 선포한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황인찬 hic@donga.com·신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