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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14일 남북 장성급 회담에서 우리 군 당국에 “군사분계선(MDL) 양측 60km 이내에서는 정찰기 비행 등 상대방에 대한 정찰활동을 하지 말자”고 제안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MDL 양측 40km 내에선 전투기 등 한미 및 북측 군용기를 비행시키지 말자”는 제안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이 한미 연합훈련을 유예시키는 데 성공한 데 이어 ‘군사적 긴장 완화’라는 명분하에 한미 연합군의 대북 감시망은 물론이고 한반도 유사시 가장 빠르게 대북 공습에 나설 한미 공중 전력의 대비 태세까지 약화시키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21일 복수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회담 당일 한미 연합훈련 중단을 요구하며 이 같은 제안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성급 회담이 10년여 만에 이뤄진 만큼 양측이 서로의 요구 사항을 듣고 분위기를 살피는 데 주력해 북측 제안은 구체적으로 논의되지는 않았다고 한다. 다만 이 같은 제안을 통해 북한이 한미 첨단 정찰기의 MDL 인근 활동을 대표적인 적대행위로 규정한다는 점은 분명해졌다. 미군이 운용하는 글로벌호크, U-2 등의 정찰기는 MDL을 넘지 않고도 MDL 북측 수백 km 지점의 북한군 움직임을 손바닥 보듯 감시할 수 있다. 북한은 이어질 군사회담에서 이 문제를 비핵화 논의를 진전시키기 위해 한미가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집중 거론할 것으로 보인다.군 안팎에선 북한 제안이 만에 하나 현실화될 경우 북한의 핵·미사일 공격 징후를 사전에 포착해 선제 타격하는 ‘킬체인’에 큰 구멍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군이 운용하는 정찰위성 외엔 사실상 감시 수단이 사라지면서 대북 감시 태세에 커다란 공백이 생긴다는 것. 북한이 수도권을 겨냥해 MDL 일대에 집중 배치한 장사정포 도발을 감행할 수도 있다. ‘서울 불바다’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북한은 14일 회담에서 자신들도 MDL 북측 60km 내에선 정찰에 나서지 않겠다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북한은 MDL 북측에서도 남한을 집중 감시할 수 있는 작전능력을 갖춘 정찰기 등 정찰자산이 없다. 북한이 수시로 소형 무인기를 MDL을 넘어 남측으로 내려보내며 대남 정찰에 사활을 거는 것도 이 때문이다. MDL 인접 작전을 수행할 최신예 전투기도 없다. 북한 입장에선 손해 볼 게 없는 셈이다. 손효주 hjson@donga.com·신나리 기자}
북-미 정상회담의 공동성명에 담긴 미군 유해 송환을 위해 미군 관계자 약 5명이 21일 방북한 것으로 확인됐다. 주로 유해 송환 관련 실무자들이 방북한 것으로 보여 2007년 이후 11년 만에 미군 유해 송환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관측이 나온다. 21일 복수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미군 관계자 5명 내외가 이날 방북했다. 방북한 인원은 미군 유해 송환 업무를 맡는 하와이의 합동전쟁포로실종자사령부(JPAC) 소속인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유해 송환이 조만간 이뤄질 것으로 보이지만 정확한 송환 날짜까지 전해지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6·25전쟁 당시 실종된 미군 전사자들의 유해 송환과 관련해 “이미 유해를 돌려받았다”는 깜짝 발언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현지 시간) 미네소타주 덜루스에서 열린 공화당 지지자 유세 연설에서 “우린 위대한 전사자 영웅들의 유해를 돌려받았다(got back). 오늘(today) 이미 200구가 송환됐다(sent back)”고 말했다. 하지만 미군 관계자들이 21일 방북한 것을 감안하면 실제 송환은 아직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한 소식통은 “북한이 유해를 돌려준다고 해도 감식 등 절차를 고려하면 앞으로 며칠이 더 필요하다. 당장 유해를 운구할 관도 충분하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주말 또는 다음 주초는 돼야 미국 본토에 유해가 전달될 것으로 본다”고 했다. 다른 소식통은 “북-미가 아직 송환 절차에 대해 협의하는 단계로 세부 계획도 잡히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유엔군사령부 관계자 역시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북-미 정상회담의 유해 송환 합의를 재확인한 것으로 보인다”며 “1, 2구도 아닌 200여 구의 유해를 비공개로 송환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따라서 트럼프의 발언을 기점으로 이날부터 송환 절차가 본격화됐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향후 작업은 우선 판문점 군사분계선(MDL)에서 유해를 인수 인계하는 방식으로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은 북한이 판문점을 통해 넘겨준 유해를 경기 평택시 오산 미 공군기지로 보내 관련 의식을 거친 뒤 하와이 진주만의 히컴 공군기지로 옮긴다. 이후 기지 내에 있는 미 국방부 산하 전쟁포로·실종자확인국(DPAA)이 유전자(DNA) 감식과 치아 검사, 쇄골 대조 등 세 가지 검사 방식을 거쳐 신원 확인을 한 후 유족에게 유해를 전달한다. 일각에선 차량에 실어 개성∼문산 도로를 통해 남쪽까지 송환받는 방안도 거론된다. 2007년처럼 미군 유해 발굴·인수팀이 직접 북한에 들어가 항공기에 유해를 실어 주일 미군기지를 거쳐 하와이로 옮길 가능성도 있다.신진우 niceshin@donga.com·손효주 기자 / 워싱턴=박정훈 특파원}

북한이 14일 판문점 통일각에서 열린 장성급 군사회담에서 거론한 군사분계선(MDL) 일대의 ‘비행과 정찰활동의 제한·금지구역’ 설정은 얼핏 보면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으로 조성된 대화 기류에 따라 ‘비무장지대(DMZ)의 평화지대화’를 추구하려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한 꺼풀을 벗겨 보면 한미 양국군의 대북 감시망을 견제하려는 속내가 확연히 드러난다. MDL 인근과 이북 지역의 북한군 동향을 밀착 감시하는 한미 군의 정찰전력을 걷어내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한미가 8월로 예정됐던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을 유예한 상황에서 추가적으로 한미 연합군의 대북 전력 이완을 노린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한미 군의 대북 감시 ‘눈과 귀’ 가리기 시도하나 북한은 MDL 인근과 그 이북 40∼90km 구역에 장사정포와 미사일, 병력 등을 촘촘히 배치해 놓고 있다. 수십, 수백 개의 지하 갱도와 벙커 속에 들어 있는 이들 전력은 수시로 위치를 바꾸거나 은폐와 엄폐 등 위장전술을 펼치고 있다. 유사시 대남 기습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그 일거수일투족은 한미 군의 정찰감시전력이 들여다보고 있다. 미 정찰위성과 고고도무인정찰기(UAV) 글로벌호크를 비롯해 주한미군의 U-2S 정찰기, 한국군의 RF-16 정찰기, 군단급 UAV 등이 MDL 일대와 후방 깊숙한 곳의 북한군 동향을 샅샅이 훑고 있기 때문. 지상에서 500km 상공까지 한미 연합 감시 전력이 삼중 사중의 대북 감시용 그물망을 펼쳐 놓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군 관계자는 “몇 시간에서 일 단위로 북한군의 야포와 전차, 이동식발사차량(TEL), 병력의 위치와 이동 여부가 식별돼 북한으로선 사실상 운신의 폭이 없다”고 말했다. 이렇게 파악된 MDL 인근과 후방 지역의 북한군 주요 전력들은 유사시 한미 군의 최우선 타격 목표로 설정된다. 한미 군은 매년 키리졸브(KR)와 UFG 등 연합 군사연습을 통해 북한이 도발하면 이런 표적들을 최단 시간에 제거하는 훈련을 반복해왔다. 이 때문에 한미 군의 정찰감시전력은 북한군에는 ‘눈엣가시’이자 공포의 대상이다. 반면 북한군의 정찰전력은 소형 UAV 등 한미 군과 비교하면 보잘것없는 수준이다. 군 당국자는 “MDL 인근과 후방에 비행·정찰금지구역이 설정되면 한미 군의 ‘눈’과 ‘귀’가 가려질 수 있다고 북한은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북한의 이런 제안은 우리 군이 추진 중인 킬체인(Kill Chain·북한 핵·미사일 감시 파괴)을 무력화하려는 것으로도 보인다. 킬체인의 핵심은 MDL과 북한 후방 지역의 핵과 미사일 동향을 속속들이 파악하는 정찰감시전력이다. 군 소식통은 “우리 군이 킬체인을 위해 성능을 개량하거나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첨단 정찰전력을 애당초 사용하지 못하게 만들려는 속내도 엿보인다”고 말했다.○ ‘병력·전력배치제한 구역’ 설정 요구할 수도 일각에선 북한이 앞으로 MDL 주변 남북 지역에 ‘병력·전력배치제한구역’을 설정하자고 요구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가령 MDL 남북으로 각각 20∼40km 구역에 각종 무기와 병력 배치를 최소화해 ‘평화구역’이나 ‘충돌방지구역’으로 삼자고 제안할 수 있다는 것. 이는 1990년대 초 냉전 해체기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바르샤바조약기구(WTO) 간의 군축 과정 등에서 적용된 바 있다. 하지만 MDL에서 서울(40여 km)과 평양(140여 km)의 거리가 3배 이상 차이가 나 전방 군사력을 대폭 축소하거나 철수하면 우리 군이 감당할 ‘리스크’가 훨씬 클 수밖에 없다. 북한이 전면 남침이나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기습 함락을 시도할 경우 이를 저지하고, 미 증원전력이 도착할 때까지 시간을 벌 수 있는 ‘완충지대’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또 북한은 평양∼원산 선부터 MDL까지 모든 무기·병력의 70% 이상을 배치해 둔 상태여서 최전방 일부 전력을 뒤로 물려도 대남 기습에는 별 지장이 없다. ‘병력·전력제한배치구역’은 북한군의 이런 전력들을 대대적으로 축소·해체하거나 후방으로 재배치한 뒤에나 신중히 고려해 볼 사안이라는 얘기다. 다른 군 관계자는 “상호 군사훈련 참관과 무기장비 사찰검증 등 군사적 신뢰 구축과 군비통제가 충분히 이뤄지기 전까지는 전방 지역의 군사력을 건드리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손효주 기자}
6·25전쟁 때 유엔군으로 참전했다가 북한에서 희생된 미군 유해 송환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북한은 1990년부터 미군 유해를 송환하기 시작했고, 1996년부터 북-미 합동조사단을 꾸려 유해 발굴 공동 작업을 진행했다. 그러나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2005년 5월 북한에서 활동하는 미군 유해발굴팀의 안전에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며 관련 작업을 중단했다. 북한이 한반도 비핵화 논의를 위한 6자회담에 복귀하지 않고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하면서 ‘핵 드라이브’를 걸자 자칫 미군이 인질로 억류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져서다. 2007년 빌 리처드슨 미 뉴멕시코 주지사 등이 미군 유해 송환 협상을 위해 평양을 방문하면서 미군 유해 6구가 송환되기도 했지만 이것이 마지막이었다. 1990∼2007년 미국으로 송환된 미군 유해는 443구다. 북한이 2007년 이후 11년 만에 미군 유해를 송환할 경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송환 현장에 등장해 북-미 정상회담의 대표적인 성과로 홍보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북한이 유엔군사령부를 통해 이번 주 중 판문점 채널로 송환할 것으로 보이는 미군 유해는 송환 직후 곧바로 하와이 미 합동전쟁포로실종자사령부(JPAC)로 갈 가능성이 높은데, 트럼프 대통령이 JPAC를 직접 찾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2003년 창설된 이 부대는 제2차 세계대전과 6·25전쟁 등에서 전사·실종된 미군 유해를 찾아 유족에게 인계하는 임무를 수행 중이다. 한편 국군 전사자 유해 역시 4만 구 넘게 비무장지대(DMZ)를 포함한 북한 땅에 묻혀 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분단 이후 남북 공동 유해 발굴 작업이 이뤄진 적은 없다. 남북은 2007년 제2차 국방장관회담에서 6·25 전사자 유해 공동발굴에 합의했지만 실행하진 못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19일 중국 베이징 방문에 항공기 3대를 띄워 ‘대규모 수행단’과 함께했다. 세 번째 중국 방문이지만 항공기로 베이징을 찾은 것은 처음이다. 3월 베이징 첫 방문 때 전용열차를 이용했던 김정은은 이날 전용기인 참매1호(IL)-62를 이용했다. 지난달 두 번째 북-중 정상회담을 위해 랴오닝(遼寧)성 다롄(大連)을 방문할 때 항공기를 이용했고, 12일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때 중국 전용기를 탔던 것을 감안하면 항공기 이용이 최근 빈번해진 셈이다. 아버지 김정일은 항공기 사고나 미군의 격추 등을 우려해 해외 순방 시 열차를 고집했다. 김정은은 다롄 회동 때 참매1호에 전용 벤츠 차량 등을 실은 고려항공 IL-76 수송기까지 2대를 동원했다. 이번엔 또 다른 항공기인 ‘안토노프(An)-148’ 기종까지 추가했다. An-148은 김정은이 지방 시찰 때 애용하는 기종이다. 참모진이 여기에 탑승했던 것으로 보이는데 3월 방중 때보다 수행단 규모가 대폭 늘었을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싱가포르행 때는 중국 전용기를 빌려 다소 위세가 떨어졌지만 이번에는 항공기를 3대나 직접 띄우며 ‘규모’를 자랑한 것이다.신진우 niceshin@donga.com·손효주 기자}

한미 군 당국은 19일 을지프리덤가디언(UFG)연습 유예를 발표하면서 연합 군사훈련을 북한의 비핵화 이행과 연계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북한이 비핵화를 머뭇거리거나 딴청을 부리면 언제든 훈련을 재개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군에 ‘생명’과도 같은 훈련을 대북협상 수단으로 삼는 것은 안보 공백을 초래하는 자충수라는 비판도 나온다.○ 중단(cancel) 아닌 유예(suspend)로 최종 가닥 한미 군 당국은 UFG연습 ‘중단’이 아니라 ‘유예’됐다는 점을 유독 강조했다. 북-미, 남북대화의 평화적 분위기 유지에 기여하기 위해 연합훈련을 ‘일시 중단’했다는 것이다. 과거 팀스피릿 연합훈련이 잠정 중단(1992년)됐다가 북한이 다시 핵개발에 나서자 1년 만에 재개된 사례가 되풀이될 수 있다는 것.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비핵화 협상이) 결렬되면 (훈련을) 즉각 시작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때문에 북한이 비핵화 후속 협상에 삐딱하게 나오면 올해 11∼12월로 예정된 비질런트 에이스(한미 연합 공군훈련)를 실시하겠다고 압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이제 비핵화 합의의 ‘첫발’을 뗐는데 훈련 중단은 ‘과도한 보상’을 준다는 비판을 고려해 훈련 유예로 표현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내년 키리졸브(KR)와 독수리훈련(FE)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UFG 유예가 결정되면서 미측 관계자들의 방한이 취소돼 한미 간 내년 KR 훈련 일정을 조율하는 회의도 연기됐기 때문이다. 국방부는 “KR와 FE는 아무것도 결정된 게 없다”고 했지만 훈련 준비과정이 늦어지면 전체 훈련 일정도 연기될 공산이 커진다. 우리 군은 UFG 유예에 따른 대비태세 유지 차원에서 6∼7월에 단독훈련(태극연습)을 실시할 계획이다.○ 北, 훈련 유예에 걸맞은 상응조치 할까 군은 UFG 유예 결정을 발표하면서 북한의 상응조치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북한이 요구한 적대행위 해소의 ‘중대 조치’가 실현된 만큼 북한이 늘 강조하는 ‘행동 대 행동 원칙’ 차원에서 화답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북-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언급한 미사일 엔진실험시설(동창리 시설)의 폐기 가능성이 거론된다. 북한이 미 본토를 겨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기술 고도화에 스스로 ‘족쇄’를 채워 미국의 북 핵·미사일 우려를 어느 정도 불식시키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더 나아가 북-미 후속협상을 거쳐 핵시설 폐쇄와 신고 등 보다 과감한 조치를 취할 개연성도 있다. 정부 관계자는 ‘영변 원자로와 재처리 시설, 고농축우라늄(HEU) 프로그램 중단과 함께 2009년 추방한 국제기구의 사찰단을 수용하는 카드를 꺼낼 수도 있다“고 말했다.○ 훈련 중지 길어지면 한미 전쟁수행력 약화 불가피 하지만 북-미 비핵화 협상을 이유로 훈련 중지가 장기화되면 한미 전쟁수행 능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끊이지 않고 있다. KR, UFG 등 한미 연합훈련은 북한군의 준비태세와 양국 군 관계자들의 보직 변경 등을 감안해 1년 전부터 수십, 수백 단계의 치밀한 준비를 거쳐 진행된다. 매년 북한의 핵·재래식무기 도발 시 대응 능력을 숙달하고 미비점을 보완하는 게 핵심이다. 군 관계자는 “1, 2년마다 바뀌는 한미 주요·일선 지휘관들이 유사시 연합작전 수행에 만전을 기하려면 연례 훈련은 필수 중의 필수”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훈련은 한미 군 당국의 감시를 피해 수시로 옮겨 다니는 북한의 핵·미사일 시설과 장비를 추적하고, 북한군의 전술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목적도 크다. 이 때문에 훈련 중단은 미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의 대폭 축소 또는 취소로 이어질 수도 있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손효주 기자}

남북 군 당국이 10여 년 만에 장성급 회담을 열고 비무장지대(DMZ) 군사적 긴장완화 논의의 첫 테이프를 끊은 가운데 북한의 ‘서울 불바다’ 위협의 핵심 전력인 장사정포 철수 여부가 협상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북-미 정상회담 이후 종전선언 등 평화체제 구축 협상 과정에서 실질적인 군사적 위협인 장사정포 철수가 핵심 의제로 다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방부는 17일 “장사정포 후방배치 등 군사적으로 매우 첨예한 사안까지 논의하기엔 남북 군당국 간에 아직 신뢰가 구축되지 않았다”면서 “(14일 장성급) 회담에서 장사정포 후방 배치와 관련한 논의 자체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앞서 열린 장성급 회담에서 “군 당국이 북한 장사정포를 군사분계선(MDL)에서 30∼40km 후방으로 철수하는 안을 북측에 제시했다”는 일부 보도를 반박한 것. 국방부는 이례적으로 오전과 오후 두 차례나 공식 입장을 내고 장사정포 철수 제안에 대해 부인했다. 다만 정부는 앞으로 열릴 남북 회담에서 장사정포 철수를 논의할 가능성을 부인하지는 않았다. 장사정포가 한미에 실질적인 타격을 입힐 수 있는 핵심 전력이라는 점에서 판문점 선언에서 합의한 한반도 군사적 긴장 완화를 위한 가장 중심적인 조치이기 때문이다. 군 관계자는 “장사정포는 당장 우리 국민들이 겪게 될 실질적인 위협인 만큼 언젠가는 남북이 논의해야 할 문제”라면서도 “다만 북한 입장에선 장사정포 카드를 계속 쥐고 있어야 협상력을 높일 수 있을 테니 군사 대화 시작부터 이 문제를 꺼냈다가 판 자체가 엎어질 수 있다”고 했다. 군 당국은 북한이 장사정포 철수를 위해선 최고위급의 결단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이 MDL 북측에 배치된 170mm 자주포 및 240mm 방사포 등의 장사정포를 청와대, 정부청사 등 핵심 방호시설과 인구 2000만 명이 몰려 있는 수도권을 직접 위협하는 북한판 ‘전략자산’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MDL 일대에 170mm 자주포 6개 대대, 240mm 방사포 10여 개 대대 등 총 300여 문을 배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122mm 방사포 등을 포함하면 MDL 인근에만 총 1000여 문이 배치돼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북한이 개전 초기 이 장사정포를 일제히 발사할 경우 이를 요격할 수단은 없어 일단 타격을 고스란히 당한 뒤 반격에 나서야 한다. 장사정포는 수도권에 배치된 패트리엇 등 요격 무기의 최저 요격 고도(20km) 아래로 날아와 요격이 불가능하다. 무더기로 발사하면 극히 일부 외에는 요격할 수 없어 막대한 인명피해 등 혼란이 불가피하다. 북한이 개전 초기 시간당 장사정포 1만 발을 발사해 수도권의 모든 기능을 순식간에 마비시킬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장사정포 논의가 본격화되면 최전방 일대에 배치된 우리 군의 K-9, K-55 등의 포병 전력 철수도 함께 협상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과감한 비핵화 결단을 놓고 북한 군부 내 불만이 고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만큼 장사정포 철수가 한미 연합 군사훈련 중단은 물론이고 종전선언 등 체제 보장 조치와 연계돼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손효주 hjson@donga.com·문병기 기자}

남북이 서해상 충돌 방지를 위한 2004년 6월 장성급 군사회담 합의를 철저히 이행하고, 동·서해지구 군 통신선을 복구하기로 했다. 남북은 14일 판문점 통일각에서 장성급 군사회담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공동보도문을 발표했다. 장성급 회담 개최는 2007년 12월 이후 11년 만이다. 양측은 보도문에서 군사적 충돌 원인이 돼 왔던 일체의 적대행위의 중지와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의 평화수역 조성 문제 등에 대해 충분한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북측은 판문점 선언 이행 차원에서 한미 연합 군사훈련 중단을 요구했고 우리 측은 상호 신뢰구축을 통해 그 우려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고, 한미 간 협의가 진행 중이라고 답했다고 군은 전했다. 남북은 또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시범적으로 비무장화하는 문제도 논의됐다고 했다. 이에 따라 판문점 선언에 명시된 비무장지대(DMZ)의 평화지대화의 ‘첫 조치’로 JSA 내 남북 경비병력·초소에서 무기(중화기 등)를 철수하는 논의가 진전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DMZ 내 유해 발굴과 북-미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미군 유해 공동발굴 문제에 대해서도 실효적 조치를 취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남측 수석대표인 김도균 육군 소장은 회담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우리 측 지역에서 장성급 회담이나 실무회담을 추가로 열어 의제 합의 조율 후 국방장관 회담을 개최하는 게 좋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공동보도문 조율이 늦어져 발표가 예정(오후 6시)보다 2시간 반여 지체되자 북측은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북측 수석대표인 안익산 육군 중장(우리 소장급)은 보도문 교환 뒤 “앞으론 준비를 잘해 이런 일 없도록 하자”고 말했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손효주 기자 / 판문점=국방부 공동취재단}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2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미사일 엔진 시험장을 파괴 중”이라고 한 것을 어디까지 믿어야 하느냐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필요가 없어져 폐기하는 것을 비핵화 초기 조치처럼 포장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북한이 언급한 엔진 시험장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용 엔진 개발을 위해 지상 연소 시험을 해온 평안북도 동창리 시험장으로 추정된다. 북한은 이곳에서 2016년 4월과 9월, 지난해 3월 ‘신형 대출력 발동기 지상분출 실험’이라고 일컫는 액체 엔진 연소시험을 실시했다. 그 결과 북한은 80tf(톤포스·80t 중량을 밀어 올리는 추력)의 추력을 내는 ICBM용 엔진, ‘백두산 로켓’을 완성했다고 밝혔다. 북한은 이 엔진을 토대로 중장거리탄도미사일 ‘화성-12형’ 시험발사에 성공했다. 지난해엔 ICBM 사거리를 갖춘 화성-14형과 화성-15형도 완성했다. 북한이 ICBM 엔진 기술을 고도화한 끝에 미 본토 전역을 타격할 수 있을 정도의 추력을 내는 엔진을 확보한 것이었다. 이 때문에 군 안팎에선 북한이 추가 시험 없이도 언제든 ICBM 엔진을 양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겨 시험장을 폐기하는 것일 뿐이란 지적이 있다. 6차 핵실험까지 마친 만큼 더 이상 실험할 필요가 없어진 상황에서 지난달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이벤트를 한 것과 비슷한 것으로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와는 무관하다는 얘기다. 장영근 한국항공대 항공우주기계공학부 교수는 “북한이 마지막으로 확보해야 하는 ICBM 기술인 탄두 재진입 기술 등은 엔진 시험장에서 확보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시험발사를 거쳐야 확보할 수 있는 기술”이라며 “엔진 시험장 폐기는 비핵화와는 동떨어진 조치이고 ICBM 동결로도 보기 어렵다”고 했다. 한편 트럼프 미 대통령이 12일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비핵화 검증 방식에 대해 “미국과 국제사회를 혼합한 형태가 될 것”이라고 밝힌 것과 관련해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맡기기보다는 미국과 관련국들이 주도하는 형태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2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미사일 엔진 시험장을 파괴 중”이라고 한 것을 어디까지 믿어야 하느냐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필요가 없어져 폐기하는 것을 비핵화 초기 조치처럼 포장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북한이 언급한 엔진 시험장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용 엔진 개발을 위해 지상 연소 시험을 해온 평안북도 동창리 시험장으로 추정된다. 북한은 이곳에서 2016년 4월과 9월, 지난해 3월 ‘신형 대출력 발동기 지상분출 실험’이라고 일컫는 액체 엔진 연소시험을 실시했다. 군 당국은 이 곳에서 수 차례 다른 실험이 진행된 것으로 보고 있다. 그 결과 북한은 80tf(톤포스·80t 중량을 밀어 올리는 추력)의 추력을 내는 ICBM용 엔진, ‘백두산 로켓’을 완성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3월 실험으로 엔진 최종 완성에 성공하자 북한은 ‘3·18혁명’이라며 대대적으로 자축했다. 북한은 이 엔진을 토대로 중장거리탄도미사일 ‘화성-12형’ 시험발사에 성공했다. 지난해엔 ICBM 사거리를 갖춘 화성-14형과 화성-15형도 완성했다. 화성-15형은 사거리가 1만3000km에 달했다. 북한이 ICBM 엔진 기술을 고도화한 끝에 미 본토 전역을 타격할 수 있을 정도의 추력을 내는 엔진을 확보한 것이었다. 이 때문에 군 안팎에선 북한이 추가 시험 없이도 언제든 ICBM 엔진을 양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겨 시험장을 폐기하는 것일 뿐이란 지적이 있다. 6차 핵실험까지 마친 만큼 더 이상 실험할 필요가 없어진 상황에서 지난달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이벤트를 한 것과 비슷한 것으로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와는 무관하다는 얘기다. 장영근 한국항공대 항공우주기계공학부 교수는 “북한이 마지막으로 확보해야 하는 ICBM 기술인 탄두 재진입 기술 등은 엔진 실험장에서 확보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시험발사를 거쳐야 확보할 수 있는 기술”이라며 “엔진 실험장 폐기는 비핵화와는 동떨어진 조치이고 ICBM 동결로도 보기 어렵다”고 했다. 한편 트럼프 미 대통령이 12일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비핵화 검증 방식에 대해 “미국과 국제사회를 혼합한 형태가 될 것”이라고 밝힌 것과 관련해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맡기기보다는 미국과 관련국들이 주도하는 형태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여러분 모두에게 축하합니다! 오늘은 저 자신에게도, 세계사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날입니다. 난 이걸 정말 끝내고 싶습니다.” 1시간 5분 20초. 12일 오후(현지 시간)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 호텔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북-미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은 한 편의 ‘리얼리티 쇼’였다. 시작도 남달랐다. “신사 숙녀 여러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입니다!”와 함께 그는 개선장군처럼 연단에 등장해 홀가분하면서도 약간은 흥분된 모습으로 전 세계 취재진을 마주했다. ○ 한미 연합훈련 중단, 비핵화 비용은 한일 부담 60여 분의 리얼리티 쇼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꺼낸 ‘폭탄 발언’은 단연 한미 연합 군사훈련 중단과 주한미군 감축 시사였다. 회담 초 북한의 체제 안전 보장에 대한 질문을 받자마자 그는 “현재 한국에는 3만2000명의 미군이 주둔하고 있다. 나는 우리 군인들을 집으로 데려오고 싶다”면서 “지금은 의제 대상이 아니지만, 그렇게 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향후 주한미군 감축 의지를 시사한 것이다. 이어 “한미 연합훈련(war game)을 중단할 것이다. 돈이 너무 많이 든다”고도 볼멘소리를 했다. 아예 한국을 겨냥해 “한미 연합훈련은 우리가 부담하는 비용이 어마어마하다. 한국에서도 돈을 내고는 있지만 100%는 아니라서 이에 대해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도 했다. 괌에서 날아오는 폭격기 등 한반도에 전개하는 전략자산을 거듭 언급하며 한국을 압박했다. 이와 관련해 국방부는 이날 “연합훈련 중단과 관련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현 시점에서 정확한 의미나 의도 파악이 필요하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지만 파장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그간 한미가 방위공약에 따라 대북 억지력 제고 및 방어적 차원에서 연합훈련을 실시한다고 설명해 온 기조를 뒤집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천영우 전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은 “동맹의 기초를 부정하는 발언을 공개적으로 한 것은 동맹국에 대한 모욕”이라고 혹평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대화가 진행 중일 때는 훈련을 자제한다는 현재의 원칙에서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미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CNN에 “군사훈련과 관련한 트럼프 대통령의 의도를 어떻게 실행할지 백악관과 논의할 것이다. 군사훈련을 일시적으로 혹은 영원히 중지할지, 주요 군사훈련만 중단할 것인지 등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의 비핵화 비용을 한반도 주변국에 부담시키겠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입장도 재확인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바로 옆에 있는 한국과 일본이 도와줄 거고 마땅히 도와야 한다”고 못 박았다.○ “나는 다르다” 북핵 회담 쇼맨십 이날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강조한 프레임은 ‘차별화’였다. 과거 미 행정부가 하지 못한 북한 지도자와의 만남을 환상적으로 이끌었다고 자화자찬을 이어갔다. ‘싱가포르 공동성명은 본질적으로 종이 한 장에 불과하다. 과거와 무엇이 다르냐’는 질문에도 “행정부가 다르다. 대통령도 국무장관도 다른 사람”이라고 답했다. 회견장은 물론이고 싱가포르 JW매리엇호텔에 차려진 백악관 프레스센터 곳곳에서 황당하다는 듯한 반응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공동성명의 ‘포괄적인(comprehensive)’ 늪에 빠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포괄적이라는 것은 곧 모호하고 실질성과 구체성이 빠졌다는 것”이라며 “트럼프가 중간선거 등 국내 정치를 고려해 혼자서 성공적이었다고 주장한 것 같다”고 비판했다.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장은 “비핵화 문제를 놓고 간극이 좁혀지지 않으니 대화의 모멘텀을 이어가는 데 더 의미를 둔 듯하다”고 평가했다.○ 아이패드로 비핵화 시 ‘당근’ 보여준 트럼프 이날 기자회견장에 한국어와 영어 두 버전으로 상영된 ‘두 지도자 하나의 운명’이라는 사전 영상도 화제였다. ‘데스티니 픽처스(Destiny Pictures)’라는 프로덕션이 제작한 이 영상은 북한이 비핵화를 통해 미래에 어떤 번영을 누릴 수 있을지에 대한 것과 전쟁의 참혹함을 줄거리로 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가 김 위원장과 그의 주민들에게 만들어 준 것”이라며 “이 영상을 아이패드로 보여줬을 때 북측 반응이 정말 좋았다”고 소개했다. 영상은 이렇게 끝난다. “번영 및 훌륭한 삶과 심각한 고립, 어떤 길을 택할까요? … 미래는 아직 쓰이지 않았습니다.”싱가포르=신나리 journari@donga.com / 손효주·최고야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12일 오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단독회담을 갖기 전 모두발언에서 “여기까지 오는 길이 그리 쉬운 길이 아니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우리한테는 우리 발목을 잡는 과거가 있고 그릇된 편견과 관행들이 때로는, 우리 눈과 귀를 가리고 있었는데 모든 걸 이겨내고 이 자리까지 왔다”고 했다. 김정은이 트럼프 대통령과 마주 앉자마자 ‘우리 발목을 잡는 과거’ ‘그릇된 편견과 관행’ 등 마치 북한의 과거 잘못을 인정하는 듯한 태도를 보인 것. 트럼프 대통령은 통역을 통해 김정은의 발언을 듣고서는 만족한 듯 엄지를 치켜세웠다. 이런 모습은 회담장에 미처 들어가지 못하고 밖에서 TV모니터를 통해 지켜보던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김영철 통일전선부장 등 양측 수행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 김정은, ‘선대의 과오’ 인정했나 김정은은 올해 대화로 정책 노선을 180도 전환하면서 대미 관련 직접 발언은 극도로 자제해왔다. 심지어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을 공식적으로 북한 매체가 언급한 것은 지난달 27일이었다. 그러나 북한 지도자로서는 처음 미국의 현직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게다가 ‘김일성 김정일 부자’ 배지를 단 북측 수행원들 앞에서 과거 대미 정책의 실수를 인정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 것. 이는 김일성, 김정일이 펼쳤던 ‘살라미 전술’ ‘벼랑 끝 전술’에서 벗어나 새롭고, 진취적인 대미 협상 태도를 취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김일성이 1948년 북한 정권을 세운 이후 70년간 지속되어온 북-미 간 적대적 관계 청산에 본격적으로 나섰다는 것이다. 실제 김정은은 올해 대화 노선에서 한발 앞서 몸을 낮추며 ‘실용적 태도’를 보였다. 지난달 최선희 외무성 부상의 비난 담화 등을 문제 삼아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을 전격 취소하자 9시간 만에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 명의 담화를 내 “수뇌 상봉이 절실히 필요하다”며 공손한 태도로 전환했다. 이번 싱가포르 회담을 위해서는 자신의 전용기인 ‘참매 1호’가 아닌 중국 전용기를 타고 왔다. ‘명분’보다는 ‘실리’를 내세우는 북한의 젊은 지도자란 이미지를 강조했다. 게다가 이런 북한 지도자의 변화상을 북한 매체를 통해 비교적 신속히 주민들에게 알리기도 했다. 한 대북 전문가는 “김정은은 대내외로 북한의 변화 의지를 알리며 새로운 발전 가능성을 적극 탐색하는 것 같다”며 “특히 트럼프 앞에서 북한의 과오를 일부 인정한 것은 상징적인 장면”이라고 말했다. ○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도 강조 김정은이 이날 “우리한테는 우리 발목을 잡는 과거가 있고”라면서 여러 번 언급한 ‘우리’란 말에는 북한뿐 아니라 미국도 포함돼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북-미가 과거 서로 잘못했으니 앞으로 잘해보자’는 메시지를 모두발언 서두에 던졌다는 것이다. 북한의 ‘벼랑 끝 전술’ 퇴출뿐 아니라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의 동시 철회를 에둘러 언급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남성욱 고려대 행정전문대학원장은 “이를테면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과 같은 매파 인사들이 북한을 압박하고 공격하는 것을 잘못된 ‘편견’과 ‘관행’으로 지적하며 철회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전했다. 김정은이 “(싱가포르) 회담까지 오기 어려웠다”고 시작한 이날 모두발언이 4·27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 모두발언 서두와 유사한 것도 이색적이다. 당시 판문점에 온 김정은은 “(남북 정상이 만나기까지) 11년이나 걸렸다. 왜 오기 힘들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11년 세월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수시로 만나 문제를 풀어나가고”라며 관계 개선의 의지를 밝혔다. 김정은이 남북, 북-미의 ‘쌍끌이 관계 정상화’ 의지를 밝혔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황인찬 hic@donga.com·손효주 기자}

이날 북-미 정상회담에서는 단독회담 자리에 유일하게 배석한 양측 ‘1호 통역사’도 눈길을 끌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통역을 맡은 사람은 정상 간 단골 통역사인 미 국무부 소속 이연향 통역국장(61·여)이다. 2009년 초부터 국무부 전속 통역사로 활약해 온 이 국장은 그해 2월 힐러리 클린턴 당시 미 국무장관 방한 때와 10월 버락 오바마 당시 미 대통령의 첫 방한 때 통역을 맡으면서 유명해졌다. 이 국장은 국무부 전속 통역사가 되기 전에도 이화여대 통역대학원 교수로 일했다. 북측 통역을 맡은 이는 김정은의 ‘1호 통역’으로 잘 알려진 김주성 외무성 통역요원이다. 지난달 김영철 북한 통일전선부장이 미국을 찾아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트럼프 대통령을 접견했을 때 백악관이 그를 ‘외무성 통역관 김주성’이라고 밝히면서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가 최근 펴낸 ‘3층 서기실의 암호’에서도 김 위원장 ‘1호 통역’으로 소개됐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집권 후 첫 장거리 비행은 한 편의 스파이영화 같은 연막과 반전의 연속이었다. 10일 오전 평양 순안공항에서 싱가포르를 향해 출발한 비행기는 모두 세 대. 북한과 싱가포르 당국은 김 위원장의 신변보호를 위해 어느 비행기에 탑승했는지를 철저히 비밀에 부쳤다. 이날 새벽에 가장 먼저 출발한 것은 방탄전용차(메르세데스벤츠 S600 풀만 가드)와 이동식 화장실, 음식, 경호용 무기 등을 실은 것으로 추정되는 고려항공 일류신(IL)-76 수송기였다. 지난달 김 위원장의 다롄(大連) 방문 때도 동행했던 비행기다. 이어 오전 8시 39분에는 중국국제항공(에어차이나)의 CA122편이 베이징(北京)을 향해 출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타는 에어포스원과 같은 보잉 747 기종으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전용기였으며 현재도 중국 최고위층이 이용하는 비행기다. 비록 중국에서 빌린 것이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동급으로 맞춘 것이다. 이 비행기는 이미 8일 베이징과 평양을 오가면서 한 차례 ‘예행연습’을 마쳤다. 해당 항공기는 오전 4시 18분(현지 시간)에 베이징을 출발해, 평양에 도착했다가 다시 이륙해 한 시간가량 중국 내륙 쪽으로 비행했다. 이후 항로는 더 ‘은밀’해졌다. 한국 시간으로 오전 10시경 베이징 인근에서 갑자기 편명을 CA61로 바꾸고 목적지도 ‘베이징’에서 ‘싱가포르’로 변경했다. 이어 기수를 남쪽으로 돌려 중국 대륙을 종단하기 시작했다. 이륙 후 항공기가 편명과 목적지를 바꾸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외교 소식통은 “김 위원장의 항로가 외부에 노출되는 것을 우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오전 9시 반경에는 김 위원장의 전용기인 ‘참매 1호’로 보이는 고려항공 IL-62 비행기가 순안공항에서 이륙했다. 참매 1호의 비행은 항공기 비행 추적 사이트인 ‘플라이트레이더 24’가 오전 11시 40분경 “고려항공의 IL-62기가 중국에서 남하하는 것이 포착됐다”고 밝히면서 알려졌다. 세 대의 비행기는 각각 1, 2시간 시차를 두고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을 거치는 비슷한 경로로 싱가포르로 향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김 위원장이 혹시 모를 격추를 우려해 철저하게 중국 내륙 항로를 이용했다”고 보도했다. 이 때문에 처음엔 ‘정상 국가’로서의 면모를 보이기 위해 전용기에 탑승했을 것이란 주장과, ‘비행 안전’을 위해 중국에서 빌린 비행기를 탔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참매 1호의 비행거리는 1만 km에 달하지만 1995년 단종된 노후 기종이고 북한 조종사들의 장거리 비행 경험이 적어 사고 발생 가능성이 제기돼 왔다. 비행기들은 순차적으로 싱가포르에 도착했다. 김정은 전용차 등을 운반하는 수송기가 낮 12시 반(현지 시간) 가장 먼저 도착했다. 로이터통신은 이 비행기의 항속거리가 4000km에 못 미친 탓에 광저우(廣州)에 들러 중간 급유를 마쳤다고 전했다. 이어 오후 2시 반 에어차이나기의 창이공항 착륙 모습이 각국 취재진의 카메라에 포착됐다. 현지 신문 스트레이츠타임스는 속보로 “오후 2시 35분에 김 위원장이 싱가포르에 도착했다”고 보도했다. 전용기라는 체면보다는 중국이 제공한 항공기라는 안전을 선택한 것. 이후 비비안 발라크리슈난 싱가포르 외교장관이 공항에서 김 위원장과 악수하는 사진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려 이를 공식화했다. 한편 참매 1호는 오후 3시 45분 김정은의 동생 김여정 당 중앙위 제1부부장 등을 태우고 싱가포르에 도착했다. 전용기까지 동생에게 내어주는 치밀한 연막작전을 편 끝에 둘 다 안전하게 싱가포르 땅을 밟은 것. 참매 1호에 김여정을 태운 것은 미국 대통령과 부통령이 같은 비행기에 타지 않는 것처럼 위험을 분산시킨 조치로 보인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김 위원장이 안전성이 높은 중국 비행기를 타는 실용적 선택을 했다. 북-중 관계의 긴밀함을 대내외에 과시한 측면도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이날 김 위원장이 탄 비행기가 중국 영공을 진입했을 때부터 줄곧 J-11 등 중국 주력 전투기들이 편대를 이뤄 호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 소식통은 “중국 전투기의 작전 반경 등을 고려하면 김 위원장을 태운 비행기가 중국을 진입해 벗어날 때까지 전투기 편대가 최소 3차례 이상 교대하며 호위했을 것”이라고 말했다.장원재 peacechaos@donga.com·손효주 기자 / 싱가포르=윤완준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싱가포르로 가기 위해 택한 비행 항로는 북아메리카 대륙에서 북대서양을 건너 유럽을 가로지르는 경로였다. 미국이나 캐나다에서 아시아 지역으로 올 때 태평양을 가로지르는 경로도 이용할 수 있지만 정반대 경로를 이용한 것. 10일(이하 현지 시간) 트럼프 대통령을 태운 미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은 9일 오전 11시 50분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열린 캐나다 퀘벡주 바고빌 공군기지를 출발했다. 에어포스원은 북아메리카 대륙을 건너 태평양 상공을 가로지르는 대신 퀘벡 동쪽으로 빠져 북대서양으로 향했다. 아일랜드 남쪽 바다, 영국 런던 등을 거친 에어포스원은 10일 오전 3시 7분경 약 8시간 비행 끝에 그리스 크레타섬에 도착했다. 에어포스원은 크레타섬 미군기지 활주로에 기착해 1시간 반가량 중간 급유를 받았다. 이후 다시 이륙해 10일 오후 8시 20분경 싱가포르 파야 르바르 공군기지에 도착했다. 급유 시간을 포함해 총 20시간 30분이 걸린 것. 싱가포르와 퀘벡이 지구 정반대편에 위치해 있는 만큼 태평양 항로를 이용할 경우에도 거리는 비슷하다. 그럼에도 미 측이 유럽을 관통하는 항로를 택한 건 대통령 경호와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조치로 보인다. 태평양 상공을 가로질러 비행할 경우 기체에 문제가 발생하거나 급유가 필요할 때 비상 착륙할 수 있는 예비기지가 거의 없다. 반면 유럽을 가로지를 경우 유럽 도처의 미 공군기지를 예비기지로 활용해 비상 상황에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다. 편서풍을 타고 갈 수 있어 시간과 연료를 절감할 수 있는 등 비행 조건 역시 좋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10일 싱가포르에 도착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탄 전용차량을 모는 운전기사의 얼굴이 취재진에 포착됐다. 김 위원장의 ‘1호 운전기사’ 얼굴이 노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1호 운전기사’의 모습은 김 위원장이 싱가포르 도착 직후 첫 행보로 대통령궁인 이스타나궁에서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와 회담을 한 뒤 궁을 빠져나올 때 포착됐다. 리무진 방탄차량인 ‘벤츠 S600 풀만 가드’를 운전하는 기사는 옆머리가 세고 얼굴에 검버섯이 많아 고령으로 보였다. 한 소식통은 “운전뿐만 아니라 권총을 소지하며 사실상 최측근 경호를 하는 ‘1호 기사’의 상상 속 이미지와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운전기사의 신원은 알려진 게 없다. 다만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1호 차량 운전기사는 노동당 부장급 간부로 당 차원의 특급 대우를 받았던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당시 운전기사와 동일인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한편 상석인 조수석 뒷자리가 아니라 이례적으로 운전기사 뒷자리에 타고 있는 김 위원장의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해군 3함대사령부 군수참모실 박창욱 원사(44)는 색다른 배경을 갖고 있다. 남동생인 쌍둥이 형제 성훈·준식 씨가 모두 해군 상사로 3형제 모두 현역 해군 부사관인 것. 쌍둥이 형제의 아내들도 해군 부사관이다. 게다가 박 원사 할아버지 고 박옥동 씨는 과거 해군 병사로 복무했다. 아버지 박충근 씨 역시 36년을 해군에서 복무한 뒤 전역한 예비역 준위다. 아버지 박 씨는 본인을 포함해 모두 4형제인데, 이 중 3명이 예비역 해군 부사관이다. 해군은 박 원사 가족처럼 3대 이상이 해군 및 해병대에서 복무한 해군 장병 가족 26가족 86명을 ‘해군 병역명문가’로 선정했다고 7일 밝혔다. 해군은 이들을 이날 해군본부가 있는 계룡대로 이들을 초청해 엄현성 해군참모총장 주관 아래 인증패 증정 등의 축하 행사도 진행했다. 이날 행사엔 14가족 29명이 참가했다. 행사에서 박 원사는 “할아버지는 해군 출신인 것을 늘 자랑스러워하셨다. 우리 가족을 해군 병역명문가로 인정해줘 영광”이라고 말했다. 엄 총장은 “해군 병역명문가는 대한민국 해군의 70년 역사와 함께한 든든한 전우이자 해군 장병들의 표상”이라며 “앞으로도 조국해양수호의 임무에 더욱 매진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해군 병역명문가 선정 행사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해군 장병들에게 복무 의욕을 고취시키기 위해 올해 처음 실시됐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싱가포르 최대 관광지인 센토사섬 초입에 위치한 카펠라호텔. 6·12 북-미 정상회담 장소로 확정되기 직전인 3일 기자는 카펠라호텔을 미리 둘러봤다. 싱가포르 본섬과 센토사섬을 잇는 유일한 도로인 길이 700m의 다리를 건너 센토사섬 4차로 도로에 진입하자마자 왼편에 2차로 도로가 보였다. 초입에 있는 호텔 표지석을 눈여겨보지 않으면 싱가포르에서도 손꼽히는 최고급 호텔로 가는 유일한 통로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평범했다. 그만큼 초입부터 남의 눈에 잘 띄지 않았다. 경사진 도로를 따라 100m 가량을 올라갔는데도 호텔 건물은 보이지 않았다. 도로 양옆으로는 울창한 숲이었다. 100m 가까이 더 올라가자 경비 초소로 보이는 원통형 건물이 있었다. 다시 100m를 더 올라 언덕 끝에 다다르자 호텔 본관이 드러났다. 호텔 자체가 입구에서 300m 가까이 들어가야 나타나는 구조였다. 최고급 호텔이지만 겉이 화려하기보단 유럽 왕족들이 자기들만의 연회를 위해 지은 비밀 별장 같은 느낌이었다. 호텔에 들어가려면 최소 두 차례 경비원 검문을 받아야 한다. 실제로 이 호텔은 1880년대에 영국군 막사를 개조해 만든 건물이다. 외부인 접근은 철저히 차단하면서도 안에서는 외부를 내려다보며 감시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호텔은 널찍했다. 대지만 12만 m²(약 3만6700평)에 달했다. 호텔 직원은 기자에게 “호텔이 넓어 걸어 다니기 힘들다. 카트를 태워주겠다”고 했다. 실제로 본관 앞에만 카트 수십 대가 세워져 있었다. 호텔은 2층짜리 본관과 4, 5층짜리 객실 건물이 이어진 기다란 8자 형태 건물로 객실은 110여 개다. 내부엔 연회장과 수영장, 골프장, 레스토랑, 라운지, 도서관, 정원 등이 갖춰져 있다. 가장 저렴한 객실은 6일 현재 인터넷 최저가 기준으로 1박에 64만 원(조식 포함), 가장 비싼 객실인 독채 형태 콜로니얼 하우스는 1040만 원이다. 회담은 보안을 감안해 콜로니얼 하우스에서 열릴 가능성이 크다. 호텔에서 남중국해가 내려다보이고 걸어서 5분 거리에 두 정상이 밀담을 나누며 거닐 수 있는 팔라완 해변이 있는 점도 선택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한 외교 소식통은 “바다를 앞에 두고 있는 데다 호텔 입구 도로만 차단하면 12만 m²에 달하는 호텔 전체를 요새화할 수 있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평가했다. 센토사섬으로 이어지는 다리와 케이블카, 모노레일(센토사 익스프레스)만 차단하면 섬 전체를 ‘북-미 정상의 섬’으로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당초 회담 유력 후보지였던 샹그릴라호텔은 접근 경로가 호텔 동쪽 및 서쪽 통로, 호텔 앞 샹그릴라 아파트를 통해 들어오는 경로 등으로 다양하다. 샹그릴라 대화 등 각종 국제 행사를 유치한 경험에도 불구하고 최종 후보에서 탈락한 것은 이런 경호상 빈틈이 문제가 됐을 것으로 보인다. 수많은 관광객이 오가는 싱가포르 최대 번화가 오처드 거리 끄트머리 오렌지그로브 거리에 있어 외부인 접근을 통제하기 어려운 점도 걸림돌이다. 현지 소식통은 “샹그릴라호텔은 다소 시끌벅적한 공개 이벤트에 어울리는 곳”이라며 “단기간 집중적인 회담을 통해 비핵화 담판을 끌어내야 하는 회담 특성상 두 정상이 대화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는 카펠라호텔이 낙점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숙소로는 세인트레지스호텔이 급부상하고 있다. 이 호텔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숙소로 점쳐지는 샹그릴라호텔과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다. 2015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마잉주 당시 대만 총통과의 첫 양안 정상회담 때 묵었던 곳이기도 하다.싱가포르=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지난해 8월 K-9 자주포 사격 훈련 중 발생한 폭발 사고로 순직한 장병 3명이 국가유공자로 지정됐다. 국가보훈처는 사고 당시 순직한 이태균 상사, 정수연 상병, 전신 화상을 입고 치료를 받던 중 한 달 만에 숨진 위동민 병장을 5일 보훈심사위원회 심사를 거쳐 국가유공자로 지정했다고 6일 밝혔다. 보훈처는 통상 한 달가량 걸리는 유공자 심사 절차를 이번엔 2주 만에 했다. 보훈처 관계자는 “유족들이 하루빨리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고자 최대한 빨리 심사를 마쳤다”고 전했다. 이들이 국가유공자로 지정됨에 따라 유족들은 매달 보훈급여금을 받는 등 다양한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이 상사 배우자는 월 143만4000원을, 미혼이었던 고 정 상병과 위 병장의 부모는 월 140만9000원을 지원받는다. 보훈처는 이 상사 배우자에겐 보훈특별고용 혜택으로 일자리를 알선해주는 한편으로 직업훈련도 실시할 예정이다. 이 상사의 자녀에게는 중고교 및 대학 입학금·수업료가 면제되고 연 2회 학습보조비도 지급될 예정이다. 유족들은 보훈병원 및 민간 위탁 병원 진료비 감면, 아파트 특별공급, 대출, 통신료 감면 등의 혜택도 받을 수 있다. 보훈처는 사고 당시 전신 화상을 입고 민간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이찬호 예비역 병장 역시 지난달 28일 국가유공자 등록 신청을 한 만큼 빠른 심사를 통해 국가유공자 지정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보훈처는 “이 예비역 병장은 국가유공자로 결정되면 현재 받고 있는 화상전문 치료는 물론이고 그 외의 질병에 대해서도 의료 지원을 받을 수 있다”며 “치료 후에는 취업, 교육 등 다양한 보훈정책을 통해 제2의 인생을 설계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싱가포르 최대 관광지인 센토사섬 초입에 위치한 카펠라 호텔. ‘세기의 만남’ ‘역사적 담판’으로 불리는 6월 12일 북미정상회담 장소로 발표되기 직전인 3일 본보는 카펠라 호텔을 찾았다. 싱가포르 본섬과 센토사섬을 잇는 유일한 도로인 길이 700m의 다리를 건너 4차선 도로에 진입하자마자 왼편에 카펠라 호텔로 이어지는 2차선 도로 입구가 보였다. 그러나 도로 초입에 설치된 호텔 표지석을 유심히 보지 않으면 최고급 호텔이 있을 만한 곳이 아니라고 판단해 그냥 지나칠 정도였다. 시골 마을 2차선 도로 정도로 보이는 이 도로는 카펠라 호텔로 가는 유일한 도로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역시 12일 이 도로를 반드시 통과해야 한다. 경사진 도로를 따라 100여m를 올라갔지만 호텔 시설물이라고 할 만한 것은 보이지 않았다. 도로 양옆으로는 우거진 수풀이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었다. 간간히 차량이 오가고 새소리가 들려올 뿐 주변은 매우 고요했다. 100여m를 더 올라가자 경비 초소로 보이는 원통형 건물이 보였다. 또다시 100여 m를 더 올라 언덕 끝에 다다르자 그제서야 호텔 본관 건물이 보였다. 본관 앞에 펼쳐진 원형의 넓은 잔디밭을 공작으로 추정되는 새들이 유유히 거닐고 있었다. 싱가포르 최고급 호텔인 카펠라 호텔은 화려할 것이란 예상과 전혀 다른 분위기였다. 중세 유럽 왕족들이 그들만의 연회 장소이자 휴식처로 꽁꽁 숨겨놓은 듯한 비밀 별장 같은 분위기였다. 최상위층 투숙객들이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휴식할 수 있게 하는데 주력한 듯 했다. 외부인 접근이 철저하게 차단되고 내부에서 일어난 일들이 외부에 유출될 수도 없는 중세 유럽 비밀의 성 같았다. 호텔 자체가 입구에서 300여m를 들어가야 나타나는 만큼 엿보려야 엿볼 수 없는 구조였다. 카펠라 호텔은 12만㎡(약 3만6700평) 규모 대지에 건설됐다. 호텔 직원은 호텔을 둘러보는 기자에게 “호텔이 매우 넓어 걸어서 가기 힘들다”며 “골프 카트를 태워주겠다”고 말했다. 호텔 본관 앞에만 골프카트 수십 대가 주차돼 있었다. 호텔은 2층의 길다란 타원 형태 건물로 112개에 달하는 객실이 있었다. 가장 저렴한 객실은 인터넷 최저가 기준으로 1박에 64만 원(조식 포함), 가장 비싼 객실인 콜로니얼 하우스는 1050만 원에 달할 정도로 싱가포르에서도 손꼽히는 고급 호텔이다. 내부엔 복수의 연회장과 수영장, 골프장, 레스토랑, 스파, 라운지, 정원 등이 갖춰져 있다. CNN은 5일(현지시간) “미국과 북한이 외부 접근을 차단할 수 있는 최적의 위치로 판단했다”며 회담이 호텔 내 최고급 객실인 콜로니얼 하우스에서 열릴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백악관이 이 호텔을 북미정상회담 장소로 최종 확정한 배경에는 최고급인 만큼 정상회담의 격에 부합하는 점 호텔 입구 도로만 봉쇄하면 되는 한편 호텔 내부 공간은 매우 넓어 두 정상의 동선 보안 유지 및 철통 경호에 유리한 점, 상대적으로 고지대인 호텔에서 남중국해가 내려다보이고 걸어서 5분 정도 거리에 두 정상이 ‘비핵화 담판’과 관련한 밀담을 나누며 거닐만한 팔라완 해변이 있는 점 등이 총체적으로 고려된 결과로 보인다. 호텔 입구 도로만 차단하면 12만㎡에 달하는 호텔 전체를 북미정상회담만을 위해 요새화할 수 있다. 한해 500만 명 이상이 찾는 싱가포르 최대 관광지 센토사섬 내에 있지만 유니버셜 스튜디오, 어드벤처 코브 워터파크 등 센토사섬 주요 관광지가 시작되기 전인 섬 초입에 자리한 점도 장점이다. 센토사섬으로 이어지는 다리와 케이블카, 모노레일(센토사 익스프레스)만 차단하면 섬 전체를 하룻동안 ‘북미정상회담 섬’으로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한편 당초 북미정상회담 유력 후보지로 떠올랐던 샹그릴라 호텔은 호텔로의 접근 경로가 호텔 동쪽 및 서쪽 통로, 호텔 앞 샹그릴라 아파트먼트를 통해 들어오는 경로 등으로 다양하다는 점에서 경호상 단점으로 탈락한 것으로 추정된다. 샹그릴라 호텔은 싱가포르 최대 번화가로 한국의 명동격인 오차드 거리 끄트머리 오렌지 그로브 거리에 위치해 있다. 수많은 관광객이 오가는 오차드 거리와 인접해 외부인 차단이 용이하지 않은 점 역시 최대 걸림돌이 된 것으로 보인다. 현지 소식통은 “샹그릴라는 다소 시끌벅적한 공개 이벤트에 어울리는 곳”이라며 “회담의 가장 큰 의제가 비핵화이고 두 정상간의 조용하고 은밀한 대화가 무엇보다 중요한 만큼 비밀스러운 담판에 어울리는 카펠라를 낙점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싱가포르=손효주기자 hjs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