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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사거리 500km짜리 미사일 한 발을 발사해 또 동북아시아를 시끄럽게 하고 있습니다. 일단 그동안 예고했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아닌 것으로 보아 도널드 트럼프 새 미국 행정부의 강경 대응을 피해가면서도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려는 ‘소심한 도발’인 것으로 풀이됩니다. 다가오는 김정일 생일을 기념하면서 자신들의 핵보유 지위를 인정하고 평화협정을 맺어 달라는 주장을 하려는 것이죠. 이를 포함해 올해 들어 한반도 주변에는 각국들이 다양한 미사일 발사를 통해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미사일 정치’가 한창입니다. 미국과 중국, 일본 등이 서로를 겨냥한 미사일 실험을 잇달아 실시한 것이죠. 미 공군은 8일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미니트맨3’를 시험 발사했습니다. 미사일은 캘리포니아 반덴버그 공군기지에서 발사돼 4200마일(약 6759km) 떨어진 태평양 마셜제도의 콰절린 환초 목표지점을 타격했습니다. 사정거리가 1만2000㎞로 핵탄두 탑재가 가능하고, 미 본토에서 발사 후 약 30분 뒤 중국과 북한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미 공군은 “시험 발사는 미사일의 정확도와 신뢰도를 측정하고, 동시에 안전하고 효과적인 핵 억제를 위한 중요한 정보도 확보하는 게 목적”이라고 밝혔습니다. 중국과 북한을 대상으로 명시한 셈입니다. 이보다 앞선 지난달 초 중국은 산시(山西) 성 타이위안(太原) 위성발사센터에서 서부 사막 지대로 최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인 ‘둥펑(DF)-5C’를 시험 발사했습니다. 한개의 미사일에 핵 탄두 10개를 실을 수 있는 10개의 ‘독립 목표 재돌입 탄두(MIRV)’를 탑재한 최신예 장거리 전략미사일로 미국을 도달 범위에 두고 있습니다. 서로를 확실하게 파괴시킬 만큼 핵무기를 충분히 보유하고 있는 미국과 중국은 핵탄두를 상대국에 정확하고 신속하게 떨어뜨리는 전략적 경쟁에 들어간 상황입니다. 미사일 공격능력과 미사일 방어능력, 우주 공간에서의 탐지 능력 등 3개 분야가 주요 경쟁 무대입니다. 미중 두 나라 사이의 전략적 경쟁은 동북아시아도 대상으로 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미국의 동맹인 일본을 겨냥하고 미국은 중국의 동맹인 북한은 겨냥하는 것이죠. 관영 차이나데일리는 중국 인민해방군이 둥펑-16 미사일 부대의 훈련 동영상을 공개했다고 6일 보도했습니다. 이 미사일은 오키나와 주일 미군기지를 타격할 수 있는 탄도미사일입니다. 미일은 북한과 중국 위협에 대응하는 미사일방어(MD) 체제 구축 일환으로 공동 개발한 신형 요격 미사일‘SM3 블록 2A’을 미군 이지스함에서 발사해 탄도미사일을 가장한 표적을 요격하는데 성공했다고 5일 보도했습니다. 북한은 이런 상황을 들어 “다들 미사일을 개발하고 시험하며 자국과 동맹의 안보를 지키려하는데 왜 우리의 미사일만 문제를 삼느냐”고 항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 중국 일본과 달리 북한은 다섯 차례 핵실험과 수 많은 미사일 발사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에 따라 ‘모든 종류의 탄도미사일 발사’가 금지된 제재 대상국입니다. 다른 나라의 손에 있으면 안전하게 평화를 지키는데 쓰일 핵과 미사일이 북한의 손에 있으면 한반도와 세계의 평화를 깨뜨릴 수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인간 사회와 마찬가지로 국제사회에도 ‘평판’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솜씨 좋은 횟집 주인의 손에 들린 칼은 여러 사람이 맛있게 먹는 회를 뜨는 이로운 도구로 인식되지만 똑같은 칼이 동네 불량배의 손에 들리면 사람을 살상하는 흉기로 인식되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입니다. 북한은 볼멘소리 말고 스스로에 대한 평판부터 바꾸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2001년 10월 8일. 미국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한 바로 그날 새뮤얼 헌팅턴 당시 하버드대 석좌 교수의 ‘문명의 충돌’ 한국어판(김영사)을 사들었습니다. 기세 등등하던 미국식 세계화가 2001년 9·11테러를 당하고 주춤하던 시절, 오사마 빈라덴이 이끄는 알카에다의 공격과 뒤이은 미국의 대 중동 전쟁을 설명하고 이해하는데 딱 알맞은 책이었습니다. 자유민주주의와 자본주의가 영원히 확장되는 ‘역사의 종말’은커녕 향후 세상은 다양한 문명들이 서로 갈등하는 복잡다기한 세상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자 경고였습니다. 핵심은 서구 문명 대 이슬람 문명의 대결이었지요. 16년이 흐른 지금 ‘문명 충돌론’이 다시 회자되고 있습니다. 저자인 헌팅턴 교수는 2008년 12월 세상을 떠났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그의 참모들이 다시 그를 불러냈습니다. 미국 워싱턴 싱크탱크인 카토연구소의 에마 애쉬포드 선임연구원은 7일 ‘내셔널 인터레스트’ 기고를 통해 “트럼프 팀은 문명충돌론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애쉬포트 연구원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물론 그를 둘러싸고 있는 스티브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 마이클 플린 국가안보보좌관, 캐슬린 맥팔랜드 NSC 부보좌관 등은 미국이 이슬람과의 ‘문명 전쟁’을 벌이고 있다는 인식을 한다는 점에서 헌팅턴의 후예라는 것입니다. 미국이 쇠퇴하고 있다는 위기감을 공유한다는 점도 같습니다. 이들의 인식은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무슬림 7개국의 입국을 금지한 반 이민 행정명령으로 현실화 됐습니다. 7개국의 첫 번째로 시아파 이슬람의 맹주인 이란이 명시되고 이에 반발해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이란에 대해 미국이 추가 제재를 하면서 미-이란 간 샅바 싸움이 시작된 것도 마찬가지의 흐름입니다. 특히 플린은 자신의 저서에서 이란을 ‘반 서방 글로벌 네트워크의 린치핀(Linchpin·핵심 고리)’이라고 명시했습니다. 반 이민 행정명령 사태 이후 워싱턴 정가에서도 트럼프와 측근들의 반 이슬람 정서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애쉬포트 연구원은 헌팅턴 교수의 ‘문명충돌론’의 한계와 단점이 그대로 트럼프 행정부의 그것으로 치환될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서구 문명이 이슬람 등 일곱, 여덟 개의 다른 문명과 투쟁하는 것이 향후 세계 역사가 될 것이라는 설명은 매우 간명하다는 점에서 매력이 있지만 세상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문명 간에도 훌륭한 협력과 공동 번영을 해왔고 반대로 같은 문명 간에도 충돌이 일어나는 점을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것은 ‘문명충돌론’이 자기충족적 예언(self fulfilling prophecy)이 될 가능성입니다. 서방이 이슬람 문명을 적으로 생각하면 당연히 문명간 분쟁이 일어납니다. 트럼프의 반 이슬람 행보에 대해 이슬람 국가(IS)와 알카에다 등 극단주의자들은 역설적으로 환호하고 있습니다. 트럼프를 핑계삼아 분노한 이슬람 전사들을 끌어들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우려 때문에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그 전임자인 부시 대통령도 알카에다와 IS에 대한 전쟁이 ‘서방 대 무슬림의 전쟁’이라는 프레임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했다고 애쉬포드 연구원은 지적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벌이지고 있는 미국과 이슬람의 갈등 상황은 저 세상의 헌팅턴 교수도 원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반(反)이민 행정명령의 미국 내 효력을 정지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 방’ 먹인 3일 시애틀 연방지방법원 결정이 나온 뒤 두 사람의 안도하는 얼굴이 떠올랐다. 토머스 프리드먼 뉴욕타임스(NYT) 칼럼니스트와 프랜시스 후쿠야마 스탠퍼드대 교수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주도한 세계화, 특히 소련 붕괴 이후 정치적 자유민주주의와 경제적 금융자본주의 경제의 지구적 확장을 이론적, 경험적으로 정당화해 온 두 석학은 취임 이후 본격적으로 시작된 트럼프의 반세계화 정책에 비판을 가해왔다. 프리드먼은 1일 NYT 기명 칼럼을 통해 미국의 경제 지도자들에게 편지를 써 “부디 트럼프가 주는 당근(세금 감면과 규제 개혁 등)에 현혹되지 말라. 당신과 당신의 직원들은 벽(반세계화 조치들)을 세우는 세상이 아니라 벽이 없는 세상에서만 번창할 수 있다”고 호소했다. 트럼프가 가고 있는 반세계화의 길은 미국과 세계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데 미국 정치권도, 언론도, 사위 재러드 쿠슈너도 막을 처지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사법부는 언급하지 않은 채 세계화 진영이 기댈 대상은 트럼프가 존경하고 말을 듣는 유일한 집단인 빌 게이츠와 마크 저커버그, 일론 머스크 등 성공한 글로벌 기업의 최고경영자들뿐이라고 했다. 후쿠야마 교수는 요즘 ‘견제와 균형’을 특징으로 하는 미국 정치 시스템이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 독주’를 얼마나 막아낼 것인지에 관심이 많다. 지난달 23일 정치 전문지 폴리티코를 통해 “미국이 법치국가인지 인치국가인지를 가늠할 현실 세계의 실험이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취임 후 일련의 반세계화 흐름을 주도하는 스티브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 등은 노동자들에게 일자리를 되찾아준다는 명분으로 미국을 1950년대로 되돌리려 하고 있다고 프리드먼은 경고했다. ‘세계인’이 아닌 기독교 백인이 지배하고 히스패닉과 무슬림 등 이민족을 배제하며 그저 그런 수준의 기술을 가진 노동자들이 고임금을 받고 평생 공부할 필요도 없었던 ‘다시 돌아오지 않을’ 세상 말이다. 2000년 한국어판이 출간된 ‘렉서스와 올리브나무’ 등을 통해 세계화의 불가피성을 역설해 온 프리드먼은 성난 백인 남성 노동자 계층의 오해를 풀면 트럼프의 반세계화 폭주를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그도 세계화가 선진국의 고숙련 전문직과 아시아의 신흥 중산계급을 살찌우는 동안 어정쩡한 서구 노동자들의 일자리가 줄어든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주된 원인은 트럼프가 생각하듯 중국과 멕시코 등과의 자유무역이 아니라 컴퓨터와 인터넷 등 정보기술(IT)의 발달이라고 주장한다. 1992년 ‘역사의 종말과 마지막 인간’을 통해 소련 붕괴로 자유민주주의가 공산주의와 권위주의를 이겨 이념 투쟁으로서의 역사가 끝났다고 선언했던 후쿠야마 교수는 ‘트럼피즘’을 일개 미국 행정부나 정책 차원이 아니라 자신이 선언한 ‘역사의 종말’의 끝에 버금가는 인류 사상사적 변화 차원에서 보는 것 같다. 트럼프 당선 직후인 지난해 11월 11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문에서 “미국 정치뿐만 아니라 세계 질서에도 획기적인 사건”이라며 “1950년대부터 미국이 구축한 자유주의적 세계 질서가 후퇴하고 ‘대중영합적 민족주의(populist nationalism)’라는 새로운 시대가 시작되고 있다”고 선언했다. 각국의 성난 민족주의가 서로 경쟁할 경우의 파장은 1989년 독일 베를린장벽 붕괴에 버금간다는 것이다. 후쿠야마와 프리드먼은 대학 1학년 때 베를린장벽의 붕괴를 목도한 필자의 세계화 선생님이었다. 특히 ‘황금구속복’(세계화가 요구하는 기준과 행동양식)을 입고 ‘맥몽드’(맥도널드 햄버거가 진출한 나라들로 상징되는 열린 세계)에서 기회를 찾아야 한다는 주장을 담은 ‘렉서스와 올리브나무’는 최고의 ‘세계화 사용 설명서’였다. 한국도 이들이 설파한 세계화의 수혜자였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라는 호된 시련을 겪기도 했지만 과감하게 황금구속복을 갖추어 입고 맥몽드에 뛰어든 덕분에 삼성전자와 현대·기아자동차 같은 글로벌 기업을 키워냈다. 많은 인재들이 해외에서 지식과 경험을 쌓았고, 무역의존도가 90%에 이르는 통상국가로 우뚝 섰다. 세계화 시스템이 없었다면 한국은 세계 11위의 경제대국이 될 수 없었을 것이다. 아쉽게도 세계화는 오래전부터 그 진원인 미국, 뉴욕에서부터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2001년 뉴욕 9·11테러와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전쟁, 2008년 리먼 브러더스 사태로 시작된 경제위기는 미국의 정치, 경제적 후덕함을 앗아갔다. 뉴욕 출신인 트럼프는 “20조 달러 빚더미 위에 앉은 미국에 더 이상 기대하지 말라”고 선언하는 듯하다. 그가 이끄는 ‘역사의 종말’ 종언 이후의 세상이 무엇일지, 세계 변화를 주도할 수 없는 주변부 국가들은 늘 그랬던 것처럼 걱정스러운 눈으로 중심부의 변화를 바라보는 것밖엔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신석호 국제부장 kyle@donga.com}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1일(현지 시간) 무슬림 7개국 국민의 미국 입국을 한시적으로 금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이민 행정명령'에 대해 "테러리스트의 침입을 막고 난민 문제를 해결하는 효과적인 방법이 아니다"며 철회를 공개적으로 촉구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이날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최근 에티오피아에서 열렸던 아프리카연합정상회의 참석 결과를 보고한 뒤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이런 조치(행정명령)들은 조속히 제거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나 다른 어떤 나라를 보호하는 데도 최선의 방법도 아니고, 효과적이지도 않다"고 거듭 강조했다. 유엔난민기구(UNHCR) 최고대표 출신으로 '유엔 내 대표적인 난민 전문가'로 꼽히는 구테흐스 총장은 특히 "(시리아 등의) 난민을 (미국 같은 안전한 나라에) 재정착시키는 건 여러 측면에서 난민 문제의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매우 정교한 테러집단들과 싸우고 있기 때문에 그들이 만약 미국 같은 나라에 공격을 시도한다면 (행정명령 대상이 된) 내전국가들의 여권을 가진 국민들을 이용하지 않고 오히려 가장 선진화되고 믿을 만한 나라들의 여권 소지자 등을 활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로마교황청의 안젤로 베치우 대주교도 1일 가톨릭방송과의 회견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우리 사회와 문화에 들어오는 사람들을 통합할 것을 강조해 왔다. 서로 다른 문화를 잇는 다리를 만들어야지, 벽을 세워서는 안 된다"며 행정명령에 대한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베치우 대주교는 교황청 서열 3위인 국무부 장관을 맡고 있다.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의 딸인 제나 부시 헤이거는 지난달 31일 트위터에 "아버지는 (2001년) 9·11테러 직후 워싱턴의 이슬람센터에서 '테러의 얼굴은 이슬람의 진정한 신념이 아니다. 이슬람은 평화'라고 역설했다"고 소개했다. 헤이거는 "우리 아이들에게 모든 인종과 종교의 수용과 사랑을 가르쳐야 한다는 것을 상기하고자 아버지 연설문을 발췌해 올린다"며 "(무슬림 7개국에 대한 행정명령이 내려진) 미국은 내가 알던 미국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신석호 기자kyle@donga.com}

“트럼프는 러시아와 관계 개선 노력을 계속해야 합니다. 두 나라는 테러리즘과의 전쟁, 시리아 내전 종식, 이란 핵개발 억제 등에 동맹이 되어야 합니다. 무엇보다 미국은 떠오르는 중국을 봉쇄하는 데 러시아의 도움이 절실합니다.” 20일 취임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친(親)러시아 움직임을 나타내는 것에 가장 고무된 참석자는 존 미어샤이머 시카고대 교수였다. 그는 “중국과 싸워 온 역사를 보나, 긴 국경선을 보나 러시아는 미국이 잘못된 친중 정책을 버린다면 기꺼이 옆에 설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그와 함께 8일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의 만찬에 초대된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석좌교수는 생각이 달랐다. 그는 “쇠락해가는 러시아가 주변국에 대한 영토 주장 등 모험을 강행하지 않도록 경제와 에너지 제재는 필요하다. 다만 다양한 글로벌 이슈들에서 공동의 이해를 찾을 필요는 있다”며 유보적인 태도였다. 키신저가 당대의 국제정치 석학들을 부른 것은 ‘러시아를 끌어들여 중국을 견제한다’는 트럼프의 전략이 과연 미국의 국가이익에 맞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었다. 무정부상태의 국제정치에서 국가가 믿을 것은 군사력이며 협력은 일시적이라고 주장해 ‘공격적 현실주의자’로 불리는 미어샤이머 교수와 국가 간 상호의존 확산이 국제 협력을 이끌 수 있다는 합리주의를 대표하는 나이 교수는 중국을 봉쇄해야 하느냐는 출발점에서부터 생각이 달랐다. “중국이 지금처럼 부상한다면 미국이 서구를 지배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아시아를 차지하려 할 겁니다. 중국이 지역 헤게몬(패권자)이 되는 것을 막아야 합니다.”(미어샤이머 교수) “중국 경제가 2030∼2040년 미국을 추월해도 1인당 국민소득은 여전히 미국이 앞섭니다. 중국은 ‘하드 파워(군사력)’와 ‘소프트 파워(경제와 외교, 문화 등)’에서 미국에 뒤질 겁니다. 중국을 봉쇄할 필요가 없어요.”(나이 교수) 공방을 듣고 있던 또 다른 참석자, 즈비그뉴 브레진스키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키신저 전 장관이 공화당인 리처드 닉슨, 제럴드 포드 행정부에서 중국과의 관계 정상화에 물꼬를 텄다면 이어지는 민주당 지미 카터 행정부에서 후임자 역할을 맡은 당대 미국 전략가다. “솔직히 러시아는 미국이 중국을 다루는 데 뭔가를 해줄 만한 상대방이 못 됩니다. 반면 중국은 미국이 아무리 몰락해도 1등 국가이며 자신도 거의 1등임을 알아요. 누구도 홀로 국제정치사를 다룰 수 없어요. 중국과의 유대를 강화하는 것이 미국에 장기적 이익이에요.” 키신저 역시 “중국은 지금 내부 개혁을 진행하고 있고 그동안 미국과 공존해온 것이 국가이익에 부합한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라고 거들었다. 트럼프가 당선 전이나 다름없이 중국의 환율 조작이나 대중 무역역조 등에 대해 ‘손을 보겠다’고 으르렁대는 것이 지나치면 안 된다는 조언이었다. 키신저는 북한 문제와 관련해서도 미국과 중국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북한 정권은 붕괴할 겁니다. 그럼 한반도 북반부에 공백이 생기겠죠? 그때 모든 주변국들이 그 공백 속에 뛰어들지 않도록 미중 양국은 북핵 문제뿐만 아니라 그 이후에 대해서도 상호 이해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봐요.” 본격적인 트럼프 시대 개막을 앞두고 국제부 데스크를 맡게 된 필자가 사뭇 험난할 것 같은 한 해를 준비하며 석학들의 생각을 재구성한 ‘팩션(사실에 기반을 둔 허구)’이다. 취임 전 트럼프는 대중국 정책에서 미어샤이머 교수(지난해 11월 27일 내셔널인터레스트 기고)의 조언을 따를 태도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이 경제적으로 하나가 죽으면 상대방도 죽는 상호확증경제파괴(MAED·Mutually Assured Economic Destruction)의 관계인 것을 인정한다면 나이와 브레진스키, 키신저(지난해 11월 10일 더 스트래터지스트 기고, 지난해 12월 23일 더 월드 포스트 인터뷰, 지난해 11월 19일 페이스 더 네이션 인터뷰)의 조언을 무시할 수 없음을 알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초미의 관심은 대러시아 관계다. 1972년 2월 역사적인 닉슨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앞두고 “20년 뒤 중국을 억제하기 위해 러시아와 손잡게 될지도 모른다”고 예언했던 키신저. 그는 “크림 반도가 러시아 영토라는 것을 인정하자”(지난해 12월 28일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며 트럼프 편을 들 기세다. 문제는 효과다. 45년 전 미국판 이이제이(以夷制夷) 전략은 보기 좋게 성공했다. 미중 정상회담으로 궁지에 몰린 소련은 3개월 뒤 닉슨 대통령을 모스크바로 초대해 전략무기제한협정(SALT)을 체결했다. 이른바 동서 데탕트다. 트럼프의 미국과 블라디미르 푸틴의 러시아가 접근하면 과연 중국이 백기를 들고 나올까? 그것이 문제다. 신석호 국제부장 kyle@donga.com}

지구에서 보낸 탐사차를 달 표면에서 달리게 하는 '루나 X프라이즈' 프로젝트에 지난해 연말까지 미국 유럽 이스라엘 인도 등의 16개팀이 도전장을 냈다. 구글이 민간 우주개발 업체를 대상으로 2007년 시작한 이 프로젝트는 달 표면에 보낸 탐사차를 지구에서 움직여 500m 이상 달리게 하고 달 표면 동영상과 사진을 지구로 전송하는 경연대회로 올해가 시한이다. 동영상 등을 가장 빨리 지구에 보낸 팀이 상금 2000만 달러(242억 원)을 받는다. 이스라엘의 스페이스아이엘사는 대회 참가를 위해 자신들의 탐사차를 달까지 옮겨줄 우주선 발사체 회사와 지난해 계약을 맺었고, 미국 애스트로보틱사는 자체 개발한 달 착륙선에 다른 나라 로버까지 실어주겠다고 제안하고 있다. 역시 대회에 참석하는 미국의 문 익스프레스사는 향후 달에 유해를 운송하는 사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일본에서는 우주사업벤처 '아이스페이스(ispace)'가 중심이 된 '하쿠토(HAKUTO)' 팀이 참가를 준비 중이라고 일본 언론들이 2일 전했다. 이들은 길이 약 60cm, 무게 약 4kg의 탐사차 로버를 개발해 지난해부터 주행 실험에 들어갔다. 올 3월 경 완성되면 여름에는 발사지점인 인도로 보내 인도의 탐사차와 함께 12월 28일 달로 발사할 예정이다. 1969년 인류가 처음으로 착륙한 이후 반세기가 지난 지금도 세계가 달에 주목하는 이유는 풍부한 자원의 선점 효과 때문이다. 이번 경연대회는 이런 움직임에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 따르면 달에는 희귀광물뿐 아니라 약 6억t의 물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의 전화 통화에서 드러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도발적 외교 스타일은 향후 국제사회에 커다란 불확실성을 예고하고 있다. 장바오후이(張泊匯) 홍콩 링난(嶺南)대 정치학 교수는 3일 CNN 방송에 기고문을 내고 “앞으로도 그의 충동적 행동과 발언이 의도하지 않은 외교적 결과를 부를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로 트럼프 집권 후 도발적 대중(對中) 외교가 중국의 오해와 불신을 낳고 미중 관계가 남중국해 영유권 갈등과 환율 분쟁 및 무역 분쟁 등으로 악화될 경우 신냉전 양상이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한반도와 관련해서는 중국의 협조가 절실한 북한 핵·미사일 대응 국제 공조에 큰 균열이 불가피하다. 중국은 미국과 한국이 올 7월 한반도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결정한 이후 북한에 대한 제재를 일부 완화하고 국제사회의 북핵 공조에 미온적인 자세를 드러냈다. 미국이 대만 문제 등으로 중국을 밀어붙여 북핵 대응에 협조를 구할 가능성도 있지만 반대로 북한 문제가 미중 관계의 악화를 초래할 수도 있다. 3일 미국 재무부를 통해 북한 고려항공을 포함한 단체 16개, 개인 7명 등 23곳에 대한 독자제재 조치를 취한 미국은 중국이 유엔 제재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다면 독자제재 조치로 추가 압박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대니얼 러셀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2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유엔 안보리 결의 2321호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을 경우를 상정하고 “고려해 볼 수 있는 하나의 옵션은 북한의 값싼 석탄을 이용하는 중국 철강기업을 제재하는 것이다. 이 조치는 중국 은행들을 통해 거래하는 북한인들도 타깃으로 삼을 수 있다”고 말했다.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 북한 핵개발이 9분 능선을 넘었다는 우려 속에 미국 정치권과 한국 국방부에서는 ‘북한의 핵무기 사용 징후가 명백할 때’ 선제 타격할 수 있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하지만 현재의 대북 압박책으로는 북한에 핵을 포기시킬 수 없다는 회의론도 팽배하다. 정치권에서는 상호 비방만 할 뿐, 손에 잡히는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북한이 내년 대선과 연계해 6, 7차 핵실험과 함께 핵무기 완성을 선언할 경우 이런 혼란은 더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북핵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상황에서 북한은 어디에 와 있는지, 우리가 취할 대응책은 어떤 것인지를 담는 시리즈를 시작한다. 》 북한이 내년 말까지 최소 2차례의 핵실험을 더 실시할 것이라는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의 증언은 충격적이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도 불구하고 핵무기 완성 단계에 돌입하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한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지난달 9일 5차 핵실험을 실시한 뒤 “핵탄두 폭발 실험이 성공적으로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추가 핵실험은 핵탄두 소형화·정밀화를 목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중국에도 핵실험 직전에 통보하거나 침묵함으로써 보안을 중시했던 북한이 6, 7차 핵실험 계획을 공언한 것은 그만큼 자신감이 붙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지금과 같은 제재·압박으로 북한의 핵을 포기시킬 수 있느냐’는 질문에 공통적으로 ‘아니다’, ‘거의 아니다’라고 답했다. 새로운 대북 접근법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드러낸 것이다. 김석우 전 통일원 차관을 뺀 국내 응답자 전원이, 해외 전문가도 주펑(朱鋒) 중국 난징대 교수만 빼고 모두 ‘아니다’라는 답을 내놨다. 이는 북한이 ‘역대 가장 강력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 2270호가 적용되는 상황에서 추가 핵실험을 예고한 점과도 일맥상통하는 대목이다. 북핵 저지가 실패한 원인(복수 응답)으로는 ‘북한의 핵개발 의지가 강했다’(14건), ‘국제사회가 북한 의지·능력을 과소평가했다’(12건), ‘국제사회의 대응 방식에 문제가 있었다’(12건)라는 지적이 많았다. 북한의 핵 능력에 대해서는 국내 전문가들이 더 위기의식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전문가들은 북한의 핵 능력이 완성됐느냐는 질문에 사실상 전원 ‘그렇다’, ‘거의 그렇다’라고 답했다(손병권 중앙대 교수는 ‘모르겠다’라고 답변). 래리 닉시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연구위원,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한국석좌, 이즈미 하지메(伊豆見元) 도쿄국제대 국제전략연구소 교수 등 3명이 ‘그렇다’라고 답했고 ‘거의 그렇다’ 2명, ‘보통이다’ 6명이었다. 4명은 ‘아니다’ 쪽을 택했다. 하지만 ‘북핵 해결을 위해 대화가 더 필요하냐’라는 물음에는 ‘보통이다’(1∼5 척도에서 국내 3.1, 해외 2.8)라는 답변으로 의견이 수렴했다. ‘압박이냐, 대화냐’의 양자택일이 아니라 지금과 다른 창의적인 복합 정책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이는 ‘핵개발에도 불구하고 대북 홍수 피해 지원이 필요한가’라는 물음에 중도(국내 2.8, 해외 2.7)로 수렴된 점으로도 뒷받침된다. ‘북한을 이성적인(rational) 국가로 보느냐’라는 물음에는 국내(2.8)보다 해외(2.1)에서 좀 더 ‘그렇다’는 대답이 많았다. 고위급 엘리트의 연쇄 탈북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북한이 스스로 붕괴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조심스러웠다. 국내 응답자 10명 중 6명, 해외 전문가 15명 중 7명은 ‘아니다’ 쪽을 택했다. 붕괴 시기에 대해서도 ‘5년 이내’라는 답변은 국내외를 통틀어 2명밖에 없었고 ‘10년 이내’(3명), ‘15년 이내’(4명), ‘15년 이후’(6명)라는 답변으로 당분간 생존을 이어 갈 것으로 봤다. 앞으로도 지속될 북한 정권의 핵 놀음에 제대로 대응하기 위한 특단의 대응책 마련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북핵 해결의 열쇠를 쥔 나라에 대해 국내 전문가는 중국(7명) 한국(2명) 미국(1명) 순으로 답했지만 해외 전문가는 미국(10명) 중국(8명) 한국(1명) 순으로 차이를 보였다. :: 설문에 응한 국내외 전문가 명단 ::한국(10명·가나다순): 김근식 북한대학원대 교수, 김석우 전 통일원 차관, 남성욱 고려대 교수,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장, 손병권 중앙대 교수,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 위성락 서울대 교수,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장광일 전 국방부 정책실장미국(5명): 래리 닉시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연구위원, 프랭크 자누지 맨스필드재단 사무총장,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한국석좌, 데이비드 스트라우브 스탠퍼드대 아태연구소 부소장, 패트릭 크로닌 미국신안보센터(CNAS) 아시아태평양안보소장일본(5명): 오코노기 마사오(小此木政夫) 게이오대 명예교수, 니시노 준야(西野純也) 게이오대 교수, 오가와 가즈히사(小川和久) 시즈오카 현립대 특임교수, 후루카와 가쓰히사(古川勝久) 전 유엔안보리 북한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위원, 이즈미 하지메(伊豆見元) 도쿄국제대학 국제전략연구소 교수중국(2명): 주펑(朱鋒) 중국 난징(南京)대 교수, 익명의 중국 공산당 관계자유럽(3명): 올리비에 기야르 국제전략관계연구소(IRIS) 아시아 디렉터, 바르텔레미 쿠르몽 IRIS 아시아 시니어 디렉터, 프랑수아 고드망 유럽외교관계이사회(ECFR) 아시아문제연구실장 조숭호 shcho@donga.com·신석호 기자}

중국 건국 67주년 기념일(국경절)인 1일 홍콩의 주요 대학 건물에 '홍콩 독립(香港獨立)' 네 글자가 적힌 현수막이 걸렸다가 대학 당국에 의해 철거됐다. 2014년 홍콩 행정장관 직선과 자주권 보장 등을 요구하는 '우산혁명' 시위가 있었지만 공개적으로 홍콩 독립을 주장하는 현수막이 내걸리기는 이례적이다. 3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홍콩 독립' 현수막이 걸린 대학은 홍콩대 중문대 홍콩침례대 등 8곳에 이른다. 홍콩공민당은 자신들이 현수막을 제공했다면서도 학교에 내건 것은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한 행동이라고 밝혔다. 피터 매시슨 홍콩대 총장은 "국경절에 학교 허락 없이 캠퍼스 곳곳에 현수막을 내건 학생들이 누구인지 추적하지 않을 것"이라며 "학교와 나 개인은 언론의 자유를 믿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철거 이유에 대해선 "대학에는 현수막을 내걸 때 절차가 있는데 이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홍콩대 총장이 언론 자유를 명분으로 현수막을 내건 책임을 묻지 않겠다고 함에 따라 홍콩에서 독립 논란이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통신은 "한때 홍콩에서는 '독립'에 대한 논의조차 없었으나 2014년 79일 동안 우산혁명 시위를 겪은 뒤 변화가 나타났다"며 "이번 '홍콩 독립' 현수막을 계기로 학교가 홍콩 독립투쟁의 새 무대가 됐다"고 분석했다. 1997년 영국이 중국에 반환한 홍콩은 홍콩기본법에 따라 2047년까지 50년간 독립과 자치가 보장돼 있다. 하지만 2017년 행정장관 직선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 등 중국 당국의 개입이 커지면서 젊은층을 중심으로 독립 요구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달 4일 입법원 선거에서는 독립 성향의 우산혁명 주역 6명이 당선돼 제도권에 진입했다.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북한의 5차 핵실험 후 미국이 잇따라 대대적인 추가 대북 제재를 예고하는 가운데 22일(현지 시간)에는 백악관 브리핑에서 북한에 대한 선제적 군사행동(preemptive military actions) 가능성까지 거론됐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핵과 미사일 도발을 일삼는 북한에 선제타격(preemptive strikes)을 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북한을 특정하지 않고 말하겠다. 일반론적으로 말해 작전 사안의 하나로 선제 군사행동은 미리 논의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대북 선제타격 검토 여부를 구체적으로 적시하지는 않았지만 선제타격 성공을 위한 기습(sudden attack)의 필요성을 언급한 것이다. 통상 백악관 대변인은 국제정치적으로 민감한 이슈에 대해서는 “현재로서는 답하기 어렵다”거나 “그에 대한 정보는 없다”며 피해 가는 게 대부분이다. 백악관의 신중한 브리핑 관행을 감안할 때 북한이라는 대상을 특정한 선제타격에 대한 질문에 답한 것 자체가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진다. 워싱턴의 한 외교소식통은 “백악관에서 대북 선제타격이란 표현이 등장한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날 백악관 문답에서 언급된 선제타격은 적의 공격이 임박한 것으로 판단해 안보 위협을 느낀 경우 적의 공격 시설을 먼저 파괴하는 것으로 예방 공격(preventive attacks)과는 다른 개념이다. 예방 공격은 적이 당장 공격할 징후는 보이지 않지만 최근 전력 증가에 따른 향후 도발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다. 선제공격은 국제법적으로 용인되지만 예방 공격은 허용되지 않는다. 2006년 미국 랜드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1967년 ‘6일 전쟁’으로 이어진 이스라엘의 이집트 공습은 임박한 침공 위협에 대응한 선제공격이다. 하지만 이스라엘이 1981년에 이라크 원자로를, 2007년 시리아 원자로를 공격한 것은 예방 공격에 해당한다. 미국이 1994년 고려했던 영변 핵시설 ‘외과 수술적 타격(surgical strike)’ 역시 예방 공격이다. 현재 한미가 논의하고 있는 대북 선제타격은 22년 전과는 다른 선제공격에 해당하는 것이다. 북한이 소형화된 핵탄두가 장착된 미사일로 미국 본토나 알래스카, 괌과 일본의 미군기지 등을 공격할 위협이 확실하다고 판단하면 선제적으로 공격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2020년까지 구축할 예정인 ‘킬 체인(Kill Chain)’도 같은 개념이다. 오바마 행정부의 초대 합참의장(2007∼2011년)을 지낸 마이크 멀린 전 의장이 16일 워싱턴 미국외교협회(CFR) 주최 토론회에서 “북한이 미국을 공격할 수 있는 능력에 아주 근접하고 실질적으로 미국을 위협한다면 자위적 측면에서 북한을 선제타격 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한 것도 ‘북한의 실질적인 위협’을 전제로 한 선제공격을 의미한 것이다. 백악관이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대북 선제공격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은 것은 북한의 5차 핵실험 후 오바마 행정부가 미 본토를 겨냥한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핵 공격 능력을 이전과는 다른 수준으로 간주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특히 미국은 성격이 과격한 북한 김정은이 무모한 도발이나 오판에 따른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북한의 핵 공격 능력 고도화를 인정하는 만큼 향후 핵·미사일 개발 동결과 핵군축, 평화협정을 맞바꾸기 위한 북-미 간 대화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북한이 미국을 상대로 주한미군 철수와 북-미 외교관계 수립, 대규모 경제지원 등을 놓고 흥정하는 동안 한국은 22년 전과 유사한 북한의 ‘통미봉남(通美封南)’ 전략에 노출돼 양측의 협상만 지켜봐야 하는 외톨이가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신석호 기자·윤상호 군사전문기자}

“한국은 전체 쓰레기의 84.4%를 재활용한다는데 우리에겐 꿈같은 얘기입니다. 한국의 축적된 노하우를 전수받고 싶습니다.” 17일 오후 2시(현지 시간)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에서 남서쪽으로 약 50km 떨어진 비쇼프투 시청 회의실에서 만난 케베데 곤파 비쇼프투 시 환경미화과장은 “쓰레기를 전문적으로 처리하는 공기업을 설립했다는 게 너무 신기하다”며 탄성을 질렀다. 세계은행의 한국녹색성장기금(KGGTF·그린펀드) 팀은 이날 한국의 쓰레기 관리 정책 변천 과정과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운영 방법을 상세하게 브리핑했다. 한국 정부가 세계 녹색성장 지원을 위해 2013년부터 올해까지 4000만 달러(약 476억 원)를 기탁해 조성한 그린펀드의 도움을 받고 있는 에티오피아의 현장을 확인하고 추가 지원이 필요한지를 알아보는 것이 이번 방문(14∼17일)의 목적이었다. 일행은 이웃 국가인 우간다(18∼20일)에서도 환대를 받았다. 아프리카의 물류 중심지로 성장하겠다는 경제성장 전략을 마련하고 그린펀드의 지원을 받고 있는 이 나라의 무렌가니 모세 건설교통부 정책평가과장은 “우간다 물류정책을 마련하는 데 필요한 영감을 한국에서 받았다”며 기자에게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25일과 28일 박근혜 대통령이 각각 방문하는 에티오피아와 우간다의 정책 당국자들은 “박 대통령의 방문을 계기로 녹색성장을 포함해 한국의 경제발전 노하우를 전수받을 꿈에 부풀어 있다”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딩크네 테페라 세계은행 에티오피아사무소 컨설턴트는 “한국은 경제성장 과정에서 개발과 환경 보전을 효과적으로 달성한 몇 안 되는 나라로 아프리카 국가들에 교과서 같은 나라로 자리매김했다”며 “그린펀드는 세계은행 내에서 ‘물고기를 잡는 방법’을 알려주는 효과적인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중 하나로 인정받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을 비롯한 다양한 나라의 환경 친화적 개발 노하우를 세계로 전수하는 그린펀드 사업으로 확정된 프로젝트는 현재까지 총 80개(총 4100만 달러)나 된다. 정부는 2017년부터 2020년까지 4800만 달러(약 571억2000만 원)를 추가 지원하기로 했다.아디스아바바·비쇼프투=이세형 turtle@donga.com /신석호 기자}

다음 달 7일로 예정된 북한의 제7차 당대회를 통해 김정은에 이어 실질적인 2인자로 부상할 인물은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선전선동부 부부장이며 그 다음은 김원홍 국가안전보위부장일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동아일보 부설 화정평화재단(이사장 이채주) 21세기평화연구소가 지난달 21일부터 25일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원과 국립외교원, 세종연구소, 통일연구원(가나다순) 등 4대 안보 싱크탱크 연구위원 등 102명을 상대로 한 ‘7차 당대회 이후 북한은 어디로?’라는 주제의 창간 96주년 기념 설문조사 결과에 따른 것이다. 조사에서 응답자의 23.2%가 김여정을, 21.2%가 김원홍을 당대회 이후 부상할 북한의 2인자로 꼽았다. 김정은이 ‘백두혈통’인 여동생 김여정과 집권 전부터 자신의 체제 공고화를 도우며 이른바 ‘숙청 권력’을 행사해 온 김원홍을 전면에 내세워 친정체제 구축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다. 하지만 현재까지 김정은의 2인자가 모두 숙청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숙청하는 자’로 몸을 낮춰 온 김원홍이 향후 최대의 숙청 대상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김정은이 당대회를 통해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를 통한 강성대국 달성을 선포’(37.5%)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경제적으로는 지금과 같은 방임적 시장화와 국가 통제형 개방을 계속할 것’(50%)이라고 예상했다. 김정은 시대에 가속화된 북한의 시장화 기조는 되돌릴 수 없으며(75.5%) 장기적으로 북한의 정치 변화를 추동할 것(54%)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지난달 2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결의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북한에 전보다 큰 고통을 주겠지만 실질적인 태도 변화를 이끌어내지는 못할 것(69.6%)이라는 회의적인 견해가 다수였다. 당대회 이후 북한 당국이 남한 정부와 물밑 협상을 시도하고(38.2%) 북-미, 북-중 관계 개선을 도모하겠지만 진정성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았다.신석호 kyle@donga.com·조숭호·황일도 기자}

“한반도 통일의 길에 청년의 힘이 절실합니다. 민주평통의 해외 청년 자문위원들이 힘을 모아 3무(無)를 극복해 나갑시다.” 2일 2016 청년콘퍼런스 기조강연에 나선 유호열 민주평통 신임 수석부의장(61·고려대 교수)은 “70년이 넘도록 분단 상황을 극복하지 못한 원인은 북한에 대한 무지와 통일에 대한 무관심과 무기력 때문”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올 1월 취임한 그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오랫동안 북한을 연구해 온 연구자로서 책임을 통감한다”며 청년 자문위원의 역량을 강화해 통일의 미래를 앞당기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헌법상 기구로 대통령이 의장인 민주평통의 수석부의장 자리는 역대로 대통령과 가까운 원로들이 맡아 왔다. 대학교수로서 임명장을 받으러 청와대에 갔을 때 박 대통령은 “맡아 주셔서 든든하다. 국가관이 투철한 분이시니까 국민 여론을 잘 모아서 국가가 하는 일이 잘되도록 힘을 보태 달라”고 당부했다고 전했다. ―신임 수석부의장으로서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나. “대통령과 정부에 대해 다양한 건의를 하려 한다.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한반도 배치와 개성공단 중단 등 갈등 요소가 많은 대북 정책에 대해 국민 의견을 모아 보려고 한다. 탈(脫)정쟁, 탈정파여야 한다. 보수와 진보를 아울러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공감대를 마련하겠다.” ―국민은 통일에 대해 무기력하다고 했다. 대안은 있나. “용기다. 사드 논의를 주저했던 것도 북한 문제로 중국과 갈등을 빚으면 우리가 손해를 본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알게 모르게 몸에 밴 사대주의 자세였다. 대통령이 용기와 결기를 보이니까 할 수 있었다. 개성공단 중단도 마찬가지다. 장관과 국회의원 등 지도자의 리더십이 중요하다. 민주평통 위원들에게도 스스로 통일에 대한 확신을 가지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무지에 대한 문제는 어떻게 할 것인가. “우리가 북한에서 일어나는 사실에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의 문제다. 정부기관들이 북한 관련 정보를 모으고 이를 공유하는 일을 계속해야 한다. 국가기관들이 각자 용역을 줘 만든 보고서를 서로 함께 갖지 않는 일도 있다. 민주평통 산하 공무원과 전문가들이 정보를 공유하는 일부터 하겠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무관심의 문제는 점차 나아지는 것 같다. “대통령의 ‘통일 대박론’이 국민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데 효과적이었다. 관심을 가지면 대안을 고민하게 된다. 정부도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국민의 관심을 높이는 노력을 해야 한다. 취임한 뒤부터 다양한 위원을 각자의 소속별로 ‘카카오톡’ 방에 초대해 정보를 공유하고 대화를 나누고 있다.” ―미래를 이끌어 갈 젊은 자문위원들에게 어떻게 다가갈 것인가. “유튜브 등 젊은이들의 소통 방식에 더 익숙해져야겠다고 생각한다.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해 주면서 기성세대와의 공감대를 넓혀야 한다. 국내와 해외의 청년위원들이 만나 소통하는 장을 만들어 가는 것이 목표다.”두바이=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한 중국인이 대수롭지 않게 이렇게 말하더군요. 북한이 붕괴하면 중국과 한국이 반반씩 갈라 가지면 되지 않느냐고요. 한민족이 한반도에 자리를 잡고 수천 년을 살아왔는데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느냐고 따졌죠.” 미국 캘리포니아 주 법무부의 한인 여검사 정한나 씨(34)는 2일 ‘어떤 계기로 한반도 통일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됐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이어 “우리가 인권이 보장되고 안정적인 통일을 달성할 준비를 단단히 하지 않으면 누군가가 우리 대신 중요한 결정을 할 수 있다. 지금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옆에 앉아 있던 벨기에의 유현채 변호사(32·여)도 자신이 민족의 문제에 눈을 뜨게 된 순간을 잊지 못한다고 했다. “2012년 인턴 변호사로 일하던 법률사무소에 벨기에로 망명하려는 탈북자 부부가 찾아왔습니다. 프랑스어나 네덜란드어는 물론이고 영어도 못 하는 그들은 오직 한국어를 쓴다는 이유 하나로 저를 찾아오게 됐습니다. 그들 부부를 만나면서 조국 한국의 아직 끝나지 않은 분단의 아픔을 느끼게 됐습니다.” 세계를 무대로 뛰고 있는 두 여성 법조인을 만난 것은 1∼3일 중동 아랍에미리트의 제2도시 두바이에서 열린 민주평화통일자문위원회(민주평통) ‘2016년 해외 청년콘퍼런스’에서였다. 모국(母國)의 문제를 모른 체할 수 없다고 생각한 두 사람은 지난해 7월 시작된 제17기 해외 자문위원직을 받아들였고 이번에 대표단으로 파견됐다. 이번 행사는 1981년 출범한 민주평통이 세계 117개 나라, 43개 협의회 소속 자문위원 3278명 가운데 27개 나라, 33개 협의회에서 만 45세 이하 청년 리더 67명을 선별해 이뤄졌다. 1970년 이후에 태어난 참석자들의 면면은 화려했다. 법조인이 3분의 1을 차지했고 교수, 의사, 공무원, 기업체 사장 등 ‘글로벌 영리더’들이었다. 정 검사처럼 지난해 처음 위원직을 맡은 ‘새내기’ 자문위원들은 의욕에 차 있었다. 중국 선양(瀋陽)에서 온 장문기 선양농업대 교수(45)는 “자문위원으로 임명된 뒤 ‘조국 통일을 위해 뭔가 해야겠다’는 의무감에 마음이 급했다. 중국 동북부의 한글학교들을 찾아가 중국 동포 자녀들에게 통일교육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미국 마이애미에서 온 김명호 플로리다 주정부 교통국장(44)은 5월 7일 중고교 동포 학생들의 미국 주류사회 진출을 도모하는 ‘주니어 리더십 콘퍼런스’를 개최하는 일로 바쁘다고 말했다. 그는 “한반도 통일을 주제로 감상문을 쓰게 하고 우수 학생들에게는 수백 달러의 상금을 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멕시코에서 법무법인을 운영하는 엄기웅 변호사(42)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북한의 평화협정 대화 공세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그는 “비핵화 진전에 따라 평화협정 논의가 이뤄진다면 한국과 미국이 정전협정의 당사자인 유엔에서 권리와 의무를 넘겨받아 중국 북한의 상대방으로 참여하는 방안을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한반도 통일에 기대가 많았다. 동아일보가 현장에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50명의 절반인 25명이 10년 안에 통일이 이뤄질 것이라고 답했다. 본보가 5년 전인 2011년 주로 중장년층인 세계 평통 해외자문위원 230명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 결과(119명·51.7%)와 비슷했다. 이어 20년 이내에 이뤄질 것이라는 응답이 15명(30%), 30년 이내와 30년 이상이 각각 5명(10%)으로 뒤를 이었다. 불가능하다는 대답은 없었다. 5년 전에는 16명(7%)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답한 것과 비교하면 젊은이들이 통일에 보다 긍정적인 편이다. ‘민족공동체 수립을 위한 가장 바람직한 통일 방식은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32명(64%)이 남북한 합의에 의한 통일이라고 응답했다. 북한의 붕괴에 의한 통일과 남한으로의 흡수통일이 각각 8명(16%)이었다. 5년 전 조사에서는 합의통일이 45%, 남한으로의 흡수통일이 28.4%, 붕괴에 의한 통일이 24.5%였다. 전쟁을 겪은 중장년층 위원들에 비해 전쟁을 겪지 않은 청년층은 독일 통일과 같이 남북한 주민들의 합리적 대화와 동의에 의한 평화적이고 이상적인 형태의 통일을 선호하고 있는 것이다. 10년 이내에 남북이 합의하는 통일이 이뤄질 수 있다는 믿음으로 경험이 많은 위원들은 각국의 사정과 환경에 맞는 다양한 형태의 통일 준비 활동을 하고 있었다. 3일 오전까지 이어진 강의와 토론 과정은 선배 위원이 이들에게 노하우를 전하는 시간이었다. 행사를 주최한 민주평통 본부와 중동협의회는 3일 일정 가운데 세 차례의 분임토의와 발표 시간을 가졌다. 여기서 위원들은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고 향후 활동 방안을 스스로 마련했다. 마지막 날인 3일 오전 분임토의 결과 발표 시간에서는 각국 참석자들이 다양한 노하우를 소개했다. “인터넷이 널리 보급되지 않은 브라질에서는 자체 월간지를 만들어 동포와 현지에서 태어난 2, 3세들에게 통일의 필요성을 가르치고 있습니다.”(나병현 위원) “인도네시아협의회는 지난해 현지인들이 많이 이용하는 쇼핑몰 내 전시장에서 탈북자들과 함께 영화 ‘크로싱’을 관람한 뒤 인권토론회를 진행했습니다. 이어 이들이 그린 그림 전시회도 열었습니다.”(황미리 위원) “파라과이에서 라디오 방송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통일에 대한 퀴즈를 내고 청취자들이 답을 맞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좋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페이스북을 통해 미리 알리고 상품도 준비해 많은 사람이 참여하도록 유도했죠.”(김미라 위원) 젊은 위원들은 현지 외국인들을 상대로 남북관계 상황을 설명하고 통일의 당위성을 알리는 ‘민간외교관’으로서의 역할도 해내고 있었다. 파라과이의 김 위원(변호사)이 운영하는 라디오방송은 현지 언어로도 방송된다. 한반도 상황이 궁금한 현지인들이 이 방송을 듣는다고 김 위원은 전했다. 멕시코 정관계에 인맥이 있는 엄 변호사는 올해 4차 핵실험 이후 멕시코 정부가 대북 규탄 성명을 내는 데 역할을 하기도 했다. 중국 상하이에서 10년 넘게 패션사업을 하고 있는 김지연 위원(여)은 ‘관시(關係)’가 있는 현지의 유력 인사들과 사업이나 사교로 대화를 할 때마다 한반도 상황에 대한 질문을 받곤 한다. 이번 4차 핵실험 직후에도 중국 측 지인들이 “남북이 사이가 안 좋아지겠군. 남쪽의 손해가 클 것 같다”고 걱정했다. 그의 대답은 이랬다. “손해를 보고 안 보고의 문제가 아닙니다. 우린 한핏줄이고 언젠가는 하나가 돼야 하는 사이랍니다.”:: 민주평통 청년콘퍼런스 ::민주평통 중동협의회(회장 박정길)가 주관한 ‘2016년 해외 청년콘퍼런스’는 통일에 대한 해외 동포 젊은이의 생각을 듣고 다양한 여론을 수렴해 대통령에게 건의하기 위해 기획됐다. 민주평통이 주최하는 해외 자문위원 행사에는 보통 중장년층 기성 위원들이 참석하지만 이번 행사는 해외 ‘젊은 피’들의 생각을 듣기 위해 만 45세 이하로 연령이 제한됐다.민주평통은 7월 미국 시카고에 세계 여성 자문위원 대표를 모아 이번 행사와 유사한 형태의‘2016년 해외 여성콘퍼런스’를 연다. 국내외 한반도 전문가와 해외 자문위원들이 함께하는 ‘평화통일포럼’을 베트남(4월), 중국(7월), 미국(11월), 일본(12월)에서 모두 네 차례 개최한다.두바이=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필리핀 당국이 5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새 대북제재 결의안 2270호에 이름이 오른 북한 화물선을 몰수조치 했다. 유엔이 2일 결의한을 통과시킨 뒤 국제사회가 구체적인 제재를 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6830t급 북한 화물선 ‘진텅(Jin Teng)’호는 지난달 21일 인도네시아 팔렘방을 출발한 뒤 3일 필리핀 수비크만에 도착했다. 필리핀 당국은 이 배를 억류한 뒤 조사했으며 현재 유엔 조사팀의 추가 조사를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선원 21명은 전원 추방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안보리는 결의안 2270호를 통해 2014년 유엔의 특별 제재 대상으로 지정된 북한 해운사인 ‘원양해운관리회사(OMM)’가 선박 이름을 바꾸고 화물선을 운항하고 있다며 진텅호 등 선박 31척의 이름과 등록번호를 제시했다. 유엔은 OMM 소속의 청천강호가 2013년 7월 쿠바에서 미그-21기 등을 싣고 북한으로 가기위해 파나마 운하를 통과하려다 파나마 당국에 적발되자 이듬해 OMM 소속 화물선들을 특별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었다. 진텅호는 인도네시아에서 동물사료로 쓰이는 팜오일 가공 부산물을 선적한 것으로 밝혀졌으며 필리핀 당국은 자체 조사 결과 의심스러운 물질을 찾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텅호 소유주는 홍콩 침사추이에 있는 ‘골든 소어 개발’로 돼 있다. 필리핀 대통령 대변인인 마놀로 퀘존은 이날 관영 라디오 방송을 통해 “전 세계가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을 우려하고 있다. 유엔 회원국으로서 필리핀은 제재를 집행하는데 역할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고 AFP 통신 등은 전했다. 이에 앞서 유럽연합(EU)도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따른 추가 제재를 단행했다. EU 각료이사회는 4일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이행을 위해 북한 제재 대상 리스트에 개인 16명과 단체 12개를 추가했다고 밝혔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도발과 이에 맞선 정부의 개성공단 폐쇄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면서 북한 문제 해결과 관련한 미국의 대중(對中) 정책이 강경으로 선회하고 있다. 그동안 미국은 될 수 있으면 중국과의 갈등을 회피하고 봉합하려 했지만 최근엔 백악관과 의회, 국무부가 한목소리로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 미국 의회 소식통은 14일 “미 의회가 12일 역사상 가장 강경한 대북제재 강화 법안을 상하원 동의로 통과시킨 것은 사실상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북한 때문에 중국과 외교 마찰을 일으키지 않겠다’는 기존의 원칙을 포기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 소식통은 “지난달 12일 통과된 하원법안이 상원을 거치면서 강도가 더 세지고 이틀 만에 다시 하원을 신속하게 통과하는 과정에 백악관과 국무부 전문팀이 의회와 긴밀히 상의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에드 로이스 하원 외교위원장(공화) 등 대북 강경파 의원들은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주로 중국)의 개인과 기업을 미국이 제재하도록 하는 ‘2차 제재(세컨더리 보이콧)’ 조항을 담은 대북제재 법안을 수차례 발의했다. 하지만 그때마다 국무부는 ‘중국과의 갈등’이 우려된다며 반대해 왔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번에 미 상원은 2차 제재에서 행정부의 재량권을 줄이는 방향(강제 조항을 늘리는 방향)으로 하원법안을 강화했다”며 “과거와 달리 행정부가 반대하지 않고 동의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신석호 kyle@donga.com·조숭호 기자 /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한미동맹이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한반도 배치 카드로 정면 대응하면서 동북아 정세가 요동치고 있다. 중국이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나서 북한 핵·미사일 개발 문제는 그동안 동북아의 지역적인 문제에서 주요 2개국(G2)인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의 핵심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왝 더 독(wag the dog·꼬리가 몸통을 흔듦)’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한미 양국은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사드 배치 공식 협의 사실을 밝혔다. 한국 국방부가 북한 미사일 발사 5시간이 지난 뒤인 7일 오후 3시 운을 떼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8일(현지 시간) 언론 인터뷰에서 “미사일방어(MD) 능력 향상에 관해 한국과 최초로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드 배치 논의 사실을 사실상 시인한 것이다. 한미 당국이 사드 배치 논의를 공식 착수한 사실을 언급한 데 이어 미 국방부는 “최대한 빨리” “결정되면 1, 2주 내 배치”라는 타임 테이블까지 제시했다. 워싱턴과 서울의 당국자들은 지난해부터 사드의 한반도 배치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공론화 시점만 기다리고 있었다는 게 정설이다. 시나리오 1번은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직후’였다. 중국의 반발을 최소화하려는 전략적인 포석이다. 한미의 사드 공론화에 중국은 7일 김장수 주중 한국 대사를 초치(招致)해 공개적으로 반발했다. 중국 관영 환추(環球)시보는 이날 사설에서 “사드의 한국 배치는 동북아 혼란을 가중시키는 전략적 단견”이라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사드 배치 논의가 구체화되면 미중 관계는 더욱 악화될 것이 뻔하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7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동북아시아에 미사일방어(MD) ‘스타워즈(Star Wars)’라는 새로운 시기를 불러올 수 있다”고 진단했다. 사이버 해킹과 남중국해 영토 확장에 이어 사드 배치 문제가 G2 간 새로운 균열점으로 떠오른 것이다. G2의 심각한 갈등은 북한과 일본에는 전략적으로 유리한 상황을 만든다. 중국과의 관계가 최악인 북한은 ‘북-중-러 대(對) 한미일’의 갈등 구조가 극대화되는 것을 내심 바라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이끄는 일본 정부도 평화헌법 개정의 호기로 보고 기민하게 움직이고 있다. 미중일 사이에서 줄타기를 해야 하는 샌드위치 신세인 한국 외교는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 워싱턴=이승헌 /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중국의 6자회담 수석대표인 우다웨이(武大偉) 중국 외교부 한반도사무특별대표가 2일 평양에 도착한 직후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계획이 발표되자 중국은 난처한 기색이 역력하다. 루캉(陸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3일 “북한은 신중하게 행동하라”며 공개 경고한 것은 베이징 내부의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우 대표가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 계획을 사전에 통보받고 달려간 것인지, 아니면 평양에 도착해서야 들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북한이 중국의 사전 양해를 구하는 ‘의전’을 갖췄더라도 문제가 간단치 않지만 우 대표가 북한에 뒤통수를 맞은 것이라면 향후 양국 관계 악화의 새로운 불씨가 되기에 충분하다. 북한이 우 대표를 평양에 불러놓은 채 핵 보유를 기정사실화하는 공개 메시지를 보내는 것도 베이징을 자극하고 있다. 북한은 우 대표가 평양에 도착한 다음 날인 3일 노동신문을 통해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군사적 공격을 받은 유고슬라비아와 이라크 리비아의 비극적인 실례들을 놓고 볼 때 조선의 핵 보유는 아주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루 대변인은 이달 8일 이후 ‘광명성 위성’ 발사를 예고한 북한에 대해 국제사회가 더욱 엄격한 제재를 가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한 질의를 받고 “중국은 조선의 핵실험과 관련해 즉각 반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고 확인했다. 지난달 6일 북한의 4차 핵실험 다음 날 성명을 내고 “결연히 반대한다”는 성명을 낸 사실을 상기시킨 것이다. 그는 또 “조선은 확실히 유관국가의 뺨을 때린 것이 맞다. 그 뺨이 누구의 얼굴인지 그 누군가는 명확하게 알 것”이라는 이례적인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북한과 중국 관영 매체를 통해 전해지는 우 대표의 방북은 외견상 평온해 보인다. 우 대표는 3일 평양에 있는 김일성·김정일 동상을 찾았다고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앞서 우 대표는 2일 평양공항에 도착해 박성일 북한 외무성 미주국 부국장 등의 영접을 받았다. 우 대표가 사전 통보를 받았는지를 떠나 이번 방북 일정의 큰 목표는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자제시키는 데 모아질 것이 분명하다. 주펑(朱鋒)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교수는 3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우 대표의 방북은 ‘설득 외교의 길’이 될 것”이라며 “설득 외교가 실패할 경우 중국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그와 북측 외교 당국자들의 회담에선 4차 핵실험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수위와 미사일 발사 실험 문제를 놓고 격론이 오갔을 것으로 추정된다. 우 대표는 김계관 제1부상, 6자회담 수석대표인 이용호 부상 등 북한 외무성 고위 관리들과 만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를 만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2003년 이후 6자회담을 통해 북한 핵 문제 해결의 간사국 역할을 자임했던 중국은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실험으로 영향력 부재를 드러낸 것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루 대변인도 “북한이 기어코 위성 발사를 하려 한다면 우리는 제지할 수 없다”고 말했다. 우 대표가 방북까지 하고도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막지 못할 경우 미국과 일본, 한국 등 주변국의 빈축을 살 것이 분명하다. 우 대표가 빈손으로 평양을 떠난 뒤 북한이 마치 그를 통해 중국의 양해를 얻은 것처럼 홍보할 가능성도 있다. 중국의 대북 핵외교가 시험대에 올라 있다.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신석호 기자}

북한이 위성 발사를 핑계로 장거리 미사일 발사 실험을 할 계획이라고 국제기구에 밝혔다. 일본 교도통신은 북한이 2일 ‘지구관측 위성’을 발사할 것이라고 국제전기통신연합(ITU)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북한은 2006년과 2009년, 2012년에도 인공위성 발사를 명분으로 장거리 미사일 발사 실험을 단행했다. 최근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발사장에서 포착된 발사 준비 상황을 북한 스스로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 국제해사기구(IMO)는 북한의 위성 발사 시기를 이달 8∼25일로 통보받았다고 밝혔다. 북한이 광명성절로 부르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2월 16일)을 기념해 미국 수도 워싱턴을 겨냥한 사거리 1만3000km의 신형 미사일을 쏴 올리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날 북핵 6자회담 중국 측 수석대표인 우다웨이(武大偉·사진) 외교부 한반도사무특별대표도 전격 방북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우 대표와 일행이 평양에 도착했다고 보도했다. 중국이 미국으로부터 대북 석유 수출 중단 등 강도 높은 제재 참여를 요청받고 있는 가운데 북한에 당국자를 보낸 것이어서 주목된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대북 제재 논의가 진행 중인 만큼 중국이 북한에는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 추가 도발 자제를, 국제사회에는 강도 높은 양자 제재 유예를 요청하는 중재 역할을 자청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북한의 추가 도발을 막는 것이 당면 과제이지만 이번 방북이 의미를 가지려면 중국이 한국에 강조하던 △한반도 비핵화 △긴장 고조 반대 △대화를 통한 사태 해결 등 3원칙을 북한에도 그대로 관철시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대북 제재가 논의 중인 상황에서 북한에 대한 가장 큰 채찍을 쥐고 있는 중국이 직접 북한을 찾아간 모양새여서 압박보다는 유화, 회유에 그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많다. 신석호 kyle@donga.com·조숭호 기자 /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4차 핵실험 21일 만에 일본 언론을 통해 외부에 알려진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움직임은 어디로 튈지 예상할 수 없는 김정은식 ‘마이웨이 정치’의 단면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핵실험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가 논의되는 가운데 단행될 것으로 보이는 이번 발사 실험은 생전의 아버지 김정일뿐만 아니라 김정은 자신이 스스로 결정한 2012년의 그것과 양적, 질적 측면 모두에서 다를 것으로 관측된다.○ 인공위성 핑계 벗은 첫 공격용 미사일 발사 이번 발사 실험은 과거와 달리 인공위성 발사를 핑계로 삼지 않은 첫 공격용 미사일 발사 실험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전에는 진짜 인공위성(2012년) 혹은 가짜 위성(1998, 2006, 2009년)을 로켓에 장착해 쏘면서 평화적 우주 개발을 위해 위성을 쏘아 올리는 실험이라는 핑계를 댔다. 하지만 이번엔 ‘미국을 겨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실험을 했다’고 노골적으로 드러낼 수 있다는 말이다. 과거 북한 조선우주공간기술위원회는 관련 국제기구인 국제해사기구(IMO)에 ‘인공위성’ 발사 예정일과 발사체의 예상 이동 좌표 등을 사전에 통보했다. 민간 항공기 등이 발사체와 충돌하는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항행금지구역’을 선포하는 등 형식상으로는 진짜 인공위성 발사와 다름없는 모양새를 갖췄다. 하지만 이번에는 일절 그런 움직임이 없다. 군 당국은 28일 북한이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 미사일 발사장에서 장거리 미사일 발사 실험 움직임을 나타내고 있다고 확인하면서 북한이 아직 ‘항행금지구역’을 선포하지 않았다고 확인했다. 실제로 일주일 전후에 발사한다면 IMO에 통보하고 과거처럼 사전 준비를 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없는 상태다. 미국에 대한 직접 공격 실험 카드를 집어들 ‘정치적 이유’도 충분한 상태다. 김성한 고려대 일민국제관계연구원장은 “미국이 군사적 옵션까지 고려할 수 있는 극한의 상태까지 상황을 몰고 가 7차 당 대회를 앞둔 체제 공고화와 미국과 중국의 갈등 유발이라는 외교적 목적, 핵미사일 기술 진전 등 다양한 목적을 달성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사거리 1만3000km로 늘려 워싱턴 정조준 북한은 ‘미국의 심장 워싱턴을 초토화하겠다’는 말이 공갈이 아님을 증명하기 위해 부단히 미사일 기술을 발전시켜 왔다. 3차 핵실험 직후인 2013년 여름부터 서해 발사기지 증축 공사를 벌였고 2012년 4월과 12월 ‘은하 3호’를 쏴 올릴 당시의 50m보다 높아진 67m의 발사대를 세웠다. 또 강력한 추진체를 장착해 성능과 용량이 커진 ‘KN-08’ 이동식 ICBM의 엔진 연소 실험을 반복적으로 진행해 왔다. 군은 북한이 이번에 최대 사거리가 1만3000km로 늘어난 ICBM을 쏴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성공할 경우 명실상부하게 미국의 수도 워싱턴이 핵 공격 사정권에 들어오는 셈이다. 워싱턴의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은 지난해 10월 ‘2016년 미 군사력 보고서’에서 “대포동 2호(은하 3호) 미사일은 1만 km를 날아갈 수 있어 워싱턴 북서쪽의 5대호 인근 시카고, 디트로이트 등 주요 대도시를 사정권에 두고 있다”고 평가했다. 군 당국은 북한이 ICBM 재진입 기술을 아직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해 왔다. 하지만 북한이 이번에 달라진 모습을 입증할 경우 ICBM 개발 완료와 함께 미 본토 타격 능력에 대한 가능성이 현실화될 수도 있다. 군은 또 북한이 4차 핵실험처럼 장거리 로켓도 기습 감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지난해 증축이 끝난 동창리 발사장 시설 대부분이 자동화돼 있어 발사 준비 과정을 대폭 단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사일 발사 뒤 5차 핵실험 강행하나 한국 정부 당국자들은 이미 지난 주말 미국에서 서해 기지의 이상 동향을 전달받고 비상상황에 돌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국자들은 벌써부터 ‘미사일 발사 이후’를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사일을 발사한 북한이 5차 핵실험을 하는 ‘속도전식 연쇄 도발’ 가능성이다. 최근 제3국에서 북한 당국자를 만나고 온 한 대북 소식통은 “5차, 6차 핵실험을 계속 할 것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북한이 미사일을 쏘고 국제사회가 또다시 대북 제재 논쟁으로 술렁일 때 다시 5차 핵실험을 한다면 긴장 국면을 최고조로 높일 수 있다. 이 소식통은 “북한은 지난해 10월 김정은의 방중까지 염두에 두고 대중(對中) 화해 무드를 조성했지만 모란봉악단의 철수 직후 김정은이 직접 핵·미사일 강공 카드를 선택했다”고 전했다. 5월로 예정된 7차 당 대회를 국제사회의 ‘강(强) 대 강’ 대치 국면에서 치르기로 결정했다는 말이다. 5차 핵실험 카드가 결코 불가능한 옵션이 아닌 상황이다.신석호 기자 kyle@donga.com·윤상호 군사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