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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흩어져서 각자 차에 가서 기다려라. 10시 30분 전까진 모여 있지 말고, 줄도 서지 말라. 말을 듣지 않으면 경찰을 부르겠다.” 7일(현지 시간) 오전 9시 미국 조지아주 포크스턴 이민세관단속국(ICE) 구금소. 4일 현대자동차와 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HL-GA)에서 붙잡힌 300여 명의 한국인 근로자가 구금돼 있는 이곳에서는 구금소 관계자의 고압적인 목소리가 이어졌다. 한국 기업 관계자들이 구금소에 갇혀 있는 동료를 면회하기 위해 아침 일찍부터 이곳을 찾아 줄을 서자 모여 있지 말라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인 것이다. 한 기업 관계자는 “어제도 세 시간 넘게 기다렸는데 코앞에서 돌아가라며 면회를 종료해 허탕을 쳤다”며 “오늘은 꼭 만나고 싶어 일찍 왔는데 이젠 줄도 못 서게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면회 허용 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였지만 한국 기업 관계자 대부분은 직원을 만나지도 못하고 돌아갔다. 구금소 측이 구체적인 설명도 없이 돌연 낮 12시 반경 일방적으로 “면회가 종료됐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나오지 않은 ‘A번호’에 속 타는 기업들 현재 구금소에 갇혀 있는 한국인들은 안에서 순차적으로 이민 당국의 조사를 받고 이른바 ‘A번호’를 부여받고 있다. A번호는 외국인 번호(Alien Number)로, 이 번호를 받아야 면회가 가능하다. 또 향후 전세기를 통한 자진 출국 등 각종 행정 조치도 보다 원활히 진행할 수 있다. 하지만 구금자의 상당수가 체포 사흘째인 이날까지도 A번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많은 기업들은 구금 중인 직원들이 언제쯤 조사를 받을 수 있는지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 협력업체 관계자는 “기업마다 자사 소속 직원의 A번호가 뜨는지를 찾느라 하루 종일 조회 사이트를 붙잡고 있다”며 “소문에는 구금소 직원들이 한국 구금인들을 앉혀 놓고 한참 동안 자기들끼리 사담을 하는 등 조사를 포함한 행정 업무 진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한다”고 전했다. 한국 정부는 조만간 전세기를 이용해 구금돼 있는 근로자들의 귀국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A번호를 발급받지 못한 구금자들은 수속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주애틀랜타 총영사관에 따르면 한국 영사 당국은 일단 6, 7일 양일에 걸쳐 포크스턴에 구금된 국민뿐 아니라 공장에서 4시간 떨어진 스튜어트 구금소에 갇힌 여성 직원 등 300여 명에 대한 1차 면담을 모두 마친 상황이다. ● 일본, 중국, 인니 등 외국인 직원도 구금 기업들의 걱정은 이뿐만이 아니다. 기업 관계자들에 따르면 현재 구치소에 수감돼 있는 구금자 중에는 일본인, 중국인, 인도네시아인 등 외국인 직원들도 포함돼 있다. 공장에 배터리 생산 설비를 설치하는 과정에서 이들 나라의 협력사 및 지사 직원들이 함께 출장을 와 있다가 이민 단속 당일 함께 체포된 탓이다. 이에 해당 기업들은 자사 외국인 직원들도 한국인 직원들과 함께 꼭 전세기 편으로 함께 귀국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기업들은 이날부터 본격적인 구금자 귀국 준비에 들어갔다. 구금자들이 전세기로 떠난 뒤 남겨질 이들의 숙소 내 짐 정리와 렌트 차량 반납 등을 주관할 담당자 지정 등에 나선 것이다. 특히 공장에 있던 직원이 모두 구금돼 이른바 ‘뒷정리’를 할 수 없는 기업도 30여 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협력업체 직원은 “구금자들의 짐은 전세기가 아닌 추후 별도의 항공 등을 통해 옮겨진다고 들었다”며 “일부 업체는 한국에서 추가로 직원이 출장을 와야 할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포크스턴·서배너=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정부가 미국에 구금된 한국인 근로자 300여 명을 이르면 10일 자진 출국 형태로 귀국시키는 방안을 놓고 미국과 조율하고 있다고 밝혔다. 스스로 미국을 떠나겠다고 약속하는 방식으로 영구히 불법 체류 기록이 남는 강제 추방을 피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자진 출국을 선택해도 불법 체류 기간이 180일을 넘어가는 구금자는 미국 재입국이 제한되는 등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부 구금자는 정부의 자진 출국 방식을 거부하고 현지에 남아 이민 재판을 받는 방식을 선택할 가능성도 있어 10일 구금자 300여 명이 일괄 귀국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8일 국회에서 “(구금자들이 재입국 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협상이 잘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10일 잭슨빌 공항 통해 전세기 귀국 추진” 조기중 미국 주워싱턴 총영사는 7일(현지 시간) 면담을 위해 조지아주 포크스턴 이민세관단속국(ICE) 구금소에서 기자들과 만나 “(귀국 시점을) 수요일(10일)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 총영사는 “전세기 운용과 관련해 기술적으로 협의해 보니 제일 가까운 거리에 있는 공항이 (차로) 1시간 거리인 (플로리다주) 잭슨빌 공항이라고 한다”며 “희망하는 분들을 최대한 신속히 한국으로 보내드리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외교부는 10일 구금자 출국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전세기에 구금자 전원을 태우겠다는 방침이지만 자진 출국 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진 출국을 선택하면 체류 기간에 따라 미국 재입국에 제한을 받을 수 있어서다. 미 이민당국은 불법 체류 기간이 180일을 넘어가면 3년, 불법 체류 기간이 1년 이상이면 최대 10년까지 재입국을 제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관계자는 8일 “(구금된) 개인들이 가진 비자라든지 체류 신분 등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과 구금자들의 석방과 조기 출국을 앞당기는 방안을 집중 협의하고 있지만 미국 재입국에 대한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일부 구금자가 자진 출국을 거부할 가능성도 있다. 외교부 관계자는 “구금된 국민 모두를 데려오는 게 우리 방침이자 목표”라면서도 “다만 개인이 원치 않을 경우 (자진 출국을) 강제할 순 없다”고 말했다. 외교부는 자진 출국을 선택한 구금자 복귀를 위한 전세기 비용도 국가가 아닌 구금자들이 소속된 기업들이 부담한다고 설명했다. ● 조현 “불이익 없도록 미 측과 대강 합의” 정부는 불이익을 없애는 방향으로 미 측과 협의하겠다는 입장이다. 조 장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현안 질의에서 자진 출국 방식에 대해 “체류의 불법 여부는 사실 법원에서 엄격히 다퉈 봐야 할 문제”라며 “그렇게 되면 시간이 오래 걸리고 막대한 비용이 들어 한미 간 협의에 따라 그런(자진 출국) 방안으로 추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 장관은 현안 질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용선 의원이 ‘노동자들한테 앞으로 미국 출입과 관련해 추가적인 불이익이 없도록 합의됐냐’는 물음에 “(미 측과) 대강의 합의가 이뤄졌다. 최종 확인 절차를 앞두고 있다”고 답했다. 조 장관은 이날 미국으로 출국해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 등과 만나 구금된 국민들의 석방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외교부는 현장 구금된 300여 명의 영사 조력 지원과 구금자 전원의 조기 귀국을 돕기 위해 신속대응팀을 파견하기로 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포크스턴=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모두 흩어져서 각자 차에 가서 기다려라. 10시 30분 전까진 모여 있지 말고, 줄도 서지 말라. 말을 듣지 않으면 경찰을 부르겠다.”7일(현지 시간) 오전 9시 미국 조지아주 포크스턴 이민세관단속국(ICE) 구금소. 지난 4일 현대자동차와 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HL-GA)에서 붙잡힌 300여 명의 한국인 근로자가 구금돼 있는 이곳에서는 구금소 관계자의 고압적인 목소리가 이어졌다. 한국 기업 관계자들이 구금소에 갇혀 있는 동료를 면회하기 위해 아침 일찍부터 이곳을 찾아 줄을 서자 모여 있지 말라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인 것이다.한 기업 관계자는 “어제도 세 시간 넘게 기다렸는데 코앞에서 돌아가라며 면회를 종료해 허탕을 쳤다”며 “오늘은 꼭 만나고 싶어 일찍 왔는데 이젠 줄도 못 서게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면회 허용 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였지만 한국 기업 관계자 대부분은 직원을 만나지도 못하고 돌아갔다. 구금소 측이 구체적인 설명도 없이 돌연 낮 12시 반경 일방적으로 “면회가 종료됐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나오지 않은 ‘A번호’에 속 타는 기업들현재 구금소에 갇혀 있는 한국인들은 안에서 순차적으로 이민 당국의 조사를 받고 이른바 ‘A번호’를 부여받고 있다. A번호는 외국인 번호(Alien Number)로, 이 번호를 받아야 면회가 가능하다. 또 향후 전세기를 통한 자진 출국 등 각종 행정 조치도 보다 원활히 진행할 수 있다.하지만 구금자의 상당수가 체포 사흘째인 이날까지도 A번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많은 기업들은 구금 중인 직원들이 언제쯤 조사를 받을 수 있는지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 협력업체 관계자는 “기업마다 자사 소속 직원의 A번호가 뜨는지를 찾느라 하루 종일 조회 사이트를 붙잡고 있다”며 “소문에는 구금소 직원들이 한국 구금인들을 앉혀 놓고 한참 동안 자기들끼리 사담을 하는 등 조사를 포함한 행정 업무 진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한다”고 전했다.한국 정부는 조만간 전세기를 이용해 구금돼 있는 근로자들의 귀국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A번호를 발급받지 못한 구금자들은 수속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주애틀랜타 총영사관에 따르면 한국 영사 당국은 일단 6, 7일 양일에 걸쳐 포크스턴에 구금된 국민뿐 아니라 공장에서 4시간 떨어진 스튜어트 구금소에 갇힌 여성 직원 등 300여 명에 대한 1차 면담을 모두 마친 상황이다. ● 일본, 중국, 인니 등 외국인 직원도 구금기업들의 걱정은 이뿐만이 아니다. 기업 관계자들에 따르면 현재 구치소에 수감돼 있는 구금자 중에는 일본인, 중국인, 인도네시아인 등 외국인 직원들도 포함돼 있다. 공장에 배터리 생산 설비를 설치하는 과정에서 이들 나라의 협력사 및 지사 직원들이 함께 출장을 와 있다가 이민 단속 당일 함께 체포된 탓이다. 이에 해당 기업들은 자사 외국인 직원들도 한국인 직원들과 함께 꼭 전세기 편으로 함께 귀국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한편 기업들은 이날부터 본격적인 구금자 귀국 준비에 들어갔다. 구금자들이 전세기로 떠난 뒤 남겨질 이들의 숙소 내 짐 정리와 렌트 차량 반납 등을 주관할 담당자 지정 등에 나선 것이다. 특히 공장에 있던 직원이 모두 구금돼 이른바 ‘뒷정리’를 할 수 없는 기업도 30여 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협력업체 직원은 “구금자들의 짐은 전세기가 아닌 추후 별도의 항공 등을 통해 옮겨진다고 들었다”며 “일부 업체는 한국에서 추가로 직원이 출장을 와야 할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포크스턴·서배너=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공장에서 한국인 집단 구금 사건이 터지면서 이 공장의 가동 일정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6일(현지 시간) 이곳에서 만난 한 직원은 “공장 건물은 95% 정도 완공됐고 내부 설비는 반쯤 진행된 상황”이라며 “막판 스퍼트를 위해 LG에너지솔루션의 최정예 기술자 팀이 와 있었다. 그 사람들이 다 잡혀갔으니 이제 저 공장을 누가 짓고 운영할 수 있겠냐”고 힘없이 말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미국에 진출한 다른 국내 기업들도 허탈감에 빠진 건 마찬가지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의 관세 압박에 대규모 추가 투자를 약속했는데, 이제는 “미국 투자가 곧 리스크”라는 자조적인 평가가 나온다. 한미 정상회담과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로 어렵게 불씨를 살려 놓은 ‘한미 경제 협력’ 분위기가 다시 차갑게 얼어붙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美서 공장 짓고 일자리 창출한 대가가 집단 구금” 한국 기업들은 최근 수년간 리쇼어링과 제조업 부흥 등 미국의 정책 기조에 맞춰 대미 투자를 크게 늘려 왔다. 지난해 기준 한국 기업의 미국 대상 외국인직접투자(FDI)는 221억 달러로 10년 전에 비해 3.7배, 40년 전에 비해 1096배로 늘었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한국 기업체는 2400곳이 넘고 2011년 이후 지난해까지 한국의 1위 투자 대상국은 줄곧 미국이었다. 또 미국 내 일자리 중 80만 개(2023년 기준)는 한국 기업 덕분에 직간접적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파악된다. 투자는 앞으로 더 가파르게 늘어날 예정이다. 지난달 25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1500억 달러의 대미 투자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대규모 투자 발표 이후 약속했던 관세 인하는커녕 열흘 만에 한국인 집단 구금이라는 충격적인 상황이 발생하면서 한국 기업들 사이에선 “뒤통수를 제대로 맞았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미국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자국에 투자하는 한국 기업들에 계속해서 투자 리스크를 주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반도체 보조금을 받는 기업에 지분을 내놓으라고 요구한 뒤 실제 인텔의 지분을 확보했다. 나중에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도 지분을 요구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은 또 사업성이 불투명한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사업 등에 대한 참여를 한국에 계속 요구하고 있다. 미국에 투자한 한 대기업 관계자는 “이번 사태는 LG에너지솔루션 등 해당 기업뿐만 아니라 미국에서 사업을 진행하는 모든 한국 기업에 트라우마가 될 것”이라며 “미국 경제에 기여했으면 그에 상응하는 대우가 있어야 하는데 마치 우리를 ‘범죄 집단’ 보듯이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렇다고 우리 기업들이 미국인을 고용해서 리스크를 낮추는 것도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한 미국 진출 기업 관계자는 “제조업이 붕괴된 미국에서는 공장 건설부터 운영까지 제 역할을 할 미국인 근로자를 충분히 구할 수 없는 수준”이라며 “미국이 일자리에 욕심내며 기술 이전 인력까지 추방하면 공장을 완공하지도, 가동하지도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 경제 협력 상징인 조지아에서 날벼락 특히 이번 미국 정부의 급습이 한미 투자 협력의 상징성이 가장 큰 조지아주 공업지대에서 이뤄졌다는 점에서 한국 기업과 미국 현지는 더욱 큰 충격에 빠진 분위기다. 조지아주는 전통적으로 외국 기업 유치를 위해 세제 감면이나 공장 부지 제공 등 투자 친화적인 정책을 많이 펴왔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미국 투자 리스크를 다시 평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트럼프 집권기에 인센티브만 믿고 대규모 투자에 뛰어들기에는 위험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미국에 투자한 한 대기업 관계자는 “투자 리스크가 커졌지만 그렇다고 최대 수출 시장이자 글로벌 초강대국인 미국을 놓고 투자 결정을 번복하기도 쉽지 않아 이래저래 고민이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서배너=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6일(현지 시간) 미국 조지아주 서배너에서 만난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HL-GA) 현장 직원들은 이틀 전 사태에 대한 충격, 당혹, 안타까움, 분노, 회한 등 만감이 교차하는 모습이었다. 한국 기업의 직접 투자액만 총 147억 달러(약 20조 원)에 달해 ‘조지아주 역사상 최대 규모’, ‘미국에 대한 한국 기업 투자의 상징’ 등 수식어가 붙었던 이곳에서 수백 명의 동료가 미 당국에 의해 한순간에 ‘범죄자’가 되어 끌려간 것이 실감 나지 않는 듯했다. 이들은 사건이 발생한 4일 오전 당시 “방진복 차림으로 설비 작업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미국 국토안보수사국(HSI)’이라고 적힌 조끼를 입은 요원들이 나타났다”며 “곳곳에서 끌려 나온 한국인 직원 수백 명으로 공장 복도가 가득 찼다”고 전했다.● ESTA 소지자 위주로 집중 검사직원들에 따르면 당시 공장을 점거한 이민 당국 요원들은 직원 한 명 한 명에게 첫마디로 “미국 시민이냐, 비자냐”부터 물었다. 비자라고 답한 이들은 다시 비자 종류별로 나눠 줄을 서야 했다. 특히 전자여행허가(ESTA)에 대한 검사가 철저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직원은 “신원 확인을 위해 5시간 이상 줄을 서 있어야 했다”고 토로했다. 조사 과정에서 학생(F1) 비자로 체류해온 직원 또한 발견됐다. F1 비자라는 대답을 들은 한 요원은 “*uck”이라며 쌍욕을 내뱉었다고 한다. 이날 구금소로 끌려간 직원 중에는 초기 임신부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직원들은 해당 공장에 유독 ESTA 소지자가 많았던 이유에 대해 “제대로 된 비자로 오려고 아무리 준비를 해도 좀처럼 비자가 나오지 않았다”며 “E2(주재원용) 비자를 받기 위해 3번 신청했지만 모두 떨어진 동료도 있다”고 했다. 직원들은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했고 속히 공장을 짓고 운영해야 하는데 주요 설비를 설치할 만한 숙련된 엔지니어가 없었다고도 했다. 그렇다 보니 ESTA로 한국에서 숙련된 설치 엔지니어를 데려올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들은 “미국에 수십조 원의 투자를 했으면 공장 완공 때까지만이라도 필수 인력에 대한 비자 발급 약속을 받았어야 했다”고 말했다.● 라틴계 청소 직원들은 출근 안 해요원들은 시민이라고 답한 직원들을 대상으로 여권 소지 여부를 물은 뒤 단말기로 그 자리에서 바로 여권 화면을 조회해 확인했다고 한다. 이후 합법 체류 신분이 확인된 직원들에게는 초록색 글씨로 ‘출발 허가(CLEARED TO DEPART)’라고 쓴 종이를 줬다. LG에너지솔루션의 한 협력사 직원은 “그 종이가 있는 사람만 공장을 떠날 수 있었다”며 “ESTA로 입국했거나, 정식 업무용 비자가 아닌 직원 등은 결국 쇠사슬로 손발이 묶인 채 차에 태워져 구금소로 실려갔다”고 전했다.‘출발 허가’ 서류를 받았어도 안심할 수 없었다고 했다. 공장과 바깥 길을 연결하는 두 개 출구가 모두 장갑차와 경찰차로 겹겹이 막혀 있었기 때문이다. 한 협력사 직원은 “차를 몰고 나올 때 안에 태운 사람이 없는지 확인하겠다며 트렁크까지 열게 하더라”며 “정말 전쟁터 같은 분위기였다”고 토로했다. 다만, 이날 공장 청소를 담당하던 라틴계 직원들은 상당수가 출근을 하지 않았다. 이들이 단속 사실을 미리 알았을 것이란 추측이 나왔다. 한 직원은 “라틴계는 자기들끼리 이민 단속 정보를 공유하는 네트워크가 아주 좋다”고 전했다.포크스턴·서배너=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미국의 전체 한인 사회가 한국계를 겨냥한 갑작스러운 단속에 큰 충격을 받았다.” 미국에서 한국인 이민자 권익 활동을 펼치는 김갑송 미주한인봉사교육단체협의회(미교협) 국장은 6일(현지 시간) 동아일보와 통화에서 공포와 분노가 한인 사회를 휩쓸고 있다며 이같이 전했다. 4일 조지아주 서배너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합작 공장(HL-GA)에 미 이민 당국이 들이닥쳐 한국인 직원 300여 명을 구금하자 동맹국을 상대로도 ‘안전지대는 없다’는 인식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서배너 현지에 직원을 긴급 파견해 통역 등 구금된 HL-GA 직원을 대상으로 지원 활동을 벌이고 있는 김 국장은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어떤 사전 경고도 없이 동맹국 국민을 상대로 깜짝 이민 단속을 강행했다”며 “합법 체류자 신분인 이들을 범죄자처럼 쇠사슬을 채워 연행하는 모습에 분노와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 국장은 특히 최근 미 이민 당국의 단속과 체포가 아시아계 등 비(非)백인 이민자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더 거칠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그는 이번 사태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 구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에 빗대 “‘미국을 다시 하얗게(Make America White Again)’라고 표현할 수 있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이민 단속 특성을 그대로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韓 기업 다수 진출한 조지아주에서 발생 조지아주는 한국의 대미 투자 거점으로 꼽힌다. 현대차그룹(서배너), SK온(커머스), 한화큐셀(돌턴) 등 한국 기업 110곳 이상이 진출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국토안보부(DHS) 산하 이민세관단속국(ICE), 연방수사국(FBI), 마약단속국(DEA) 등 여러 연방 기관들이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최대 규모의 합동 이민 단속을 펼치자 한인 사회가 느끼는 배신감도 상당하다. 한 교민은 “주말을 앞두고 한국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던 코스트코와 시내 식당가가 텅텅 비었다”고 했다. 그는 “부당한 단속에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일단 외출도 하지 않는 한인들이 많다”며 “한국 기업의 투자 덕분에 경기가 살아나던 지역들이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조지아주는 미 50개 주 중에서 캘리포니아, 뉴욕, 워싱턴, 뉴저지, 일리노이주에 이어 한인 수가 6번째로 많다. 2023년 재외동포 현황에 따르면 미 전역에는 약 262만 명의 한국계 미국인(시민권자), 영주권자, 유학생, 주재원 등이 거주한다. 이 중 조지아주에는 10만2061명이 사는 것으로 추산된다. 약 1000만 명인 조지아주 인구의 1%에 해당한다.● 다른 지역 한인 사업체도 단속 우려트럼프 2기 행정부의 대대적인 이민 단속이 다른 지역의 한인 사업체를 대상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HL-GA 단속 전날인 3일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코리아타운에서도 이민 당국의 기습 단속이 벌어졌다. 이날 한인 소유 세차장에 복면으로 얼굴을 가린 세관국경보호국(CBP) 요원들이 나타나 10여 분 만에 라틴계 직원 5명을 체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인 교포 사업체들의 많은 수가 라틴계 직원들을 대거 고용하고 있는 만큼 이민 당국의 단속이 확대될수록 피해 역시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코리아타운이민자근로자연합(KIWA)은 “비인간적이고 갑작스러운 단속이 지역 사회를 극심한 불안으로 몰아넣고 있다”고 비판 성명을 냈다. HL-GA에 대한 단속이 예외 없이 거칠고 갑작스럽게 진행됐다는 점도 교포들의 불안을 키우고 있다. 이민 당국이 업무 중이던 한국인 직원들을 마약 사범 같은 중범죄자를 다루듯 케이블타이 수갑을 채우고, 가방을 자세히 수색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을 소셜미디어에 공유한 것 또한 이런 불안감을 더 키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5일 “(체포된 한인은) 불법 체류자로 안다”고 발언했다. 강경 보수 성향인 트럼프 대통령의 일부 지지층에게 널리 퍼져 있는 ‘외국인은 범죄자’라는 인종 차별적 인식에 기름을 부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포크스턴·서배너=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4일(현지 시간) 미국 조지아주 서배너의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 단속에서 불법 체류 혐의 등으로 체포된 한국인 300여 명 대부분은 같은 주에 위치한 포크스턴 구금소(Processing Center)에 구금됐다. 공장에서 약 170km, 차로 약 2시간 떨어진 곳이다. 이 구금소는 과거부터 열악한 환경과 안전 위반 행위로 자주 지적을 받아 왔다. 구금 기간이 길어질 경우 한국인 직원들의 건강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조지아주를 관할하는 주애틀랜타 한국총영사관은 6일부터 구금자들의 건강 상태 등을 확인하기 위한 영사 면담을 시작했다. 하지만 구금소 측이 일부 구금자의 지병 약 반입을 거절하는 등 협조적이지 않아 현장 대응이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위생 열악하고, 과거 치료 지연으로 숨진 구금자도 있어해당 시설은 미국의 민간 교도소 운영 기업인 지오(GEO)그룹이 미 전역에서 운영하는 20여 개의 이민세관단속국(ICE) 구금 시설 중 하나다. 키를 훌쩍 넘는 높이의 철망 벽이 건물을 둘러치고 있고, 그 위로 가시철조망이 덮고 있어 사실상 교도소 같은 모습이다. 구금소의 수용 인원은 1100여 명이지만 이미 이보다 많은 사람이 구금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금소 밖에서는 이곳에 갇힌 한국인 직원들이 푸른색 수용복 하의를 입은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들이 수감된 구역 바로 옆에서는 주황색 죄수복 차림의 수감자 또한 목격됐다. 미국 국토안보부가 2021년 11월 이 구금소에 대한 불시 검사를 실시했을 때 구금자의 건강, 안전, 각종 권리를 훼손하는 위반 행위가 다수 확인됐다. 당시 검사 보고서는 “시설 내 찢어진 매트리스, 누수, 고인 물, 곰팡이, 낡은 샤워 시설, 벌레, 온수 부족, 변기 고장 등이 다수 발견되는 등 심각한 위생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의료 직원이 수감자를 위한 진료를 적시에 제공하지 않은 상황도 적발됐다. 특히 지난해 4월 불법 입국 혐의로 포크스턴에 수감됐던 인도 국적 이민자가 가슴 통증을 호소했음에도 치료 지연으로 숨졌다. 또 구금자에게 적법하지 않게 수갑을 채운 사례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가디언 또한 최근 비자 기한이 불과 3일이 지났다는 이유로 해당 구금소에 갇혔던 아일랜드 관광객의 사례를 보도했다. 그는 구금 기간 중 가족들과 거의 연락을 주고받을 수 없었고, 야외 활동은 1주일에 단 한 번만 허용됐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미국 남동부의 조지아주는 현지에서 덥고 습한 곳으로 유명하다. 실제 6일 포크스턴 일대의 최고 기온은 섭씨 33도까지 치솟았다. 구금자들이 습기 및 더위와도 싸워야 하는 셈이다.● 구금소 측은 약 반입도 거절6일 구금자 면담을 시작한 주애틀랜타 한국총영사관 측은 “대부분의 구금자는 별다른 문제 없이 잘 지내고 있는 편”이라고 밝혔다. 다만 4, 5명의 수감자가 평소 지병 때문에 먹고 있는 약을 가져다달라고 요청했지만 구금소 측이 거부했다. 자체 의료진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현대차, LG 관계자 수십 명 또한 같은 날 직원 면회를 위해 구금소를 찾았지만 허탕을 쳤다. 구금소 측이 대부분 허용해 주지 않은 탓이다. 현재 구금자 가운데 조사를 마친 사람은 ‘A’로 시작되는 번호를 부여받았고, 이들에 한해서만 면회 신청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금소를 찾은 한 기업 관계자는 “만나야 할 직원이 많은데 1인당 1명만 면담을 허용해 누구부터 만나야 할지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구금소 내부에선 공용 전화기 사용에 필요한 30달러(약 4만2000원)를 마련하기 위해 영치금을 넣는 방법을 공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부 기업에서는 여전히 소재 파악이 되지 않는 직원이 있어 불안해하고 있다. 조지아주 인권단체 ‘정의 구현을 위한 아시아계 미국인(AAAJ)’은 5일 성명을 통해 이번 구금을 비판했다. 이어 “포크스턴 구금소는 비인도적인 환경 및 위법 행위와 관련된 많은 기록이 있는 시설”이라며 “구금된 한국인들은 모두 가족을 부양하고, 더 나은 미래를 바라는 평범한 사람들”이라고 했다.포크스턴·서배너=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임현석 기자 lhs@donga.com김성모 기자 mo@donga.com}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7일 미국 이민 당국의 한국인 근로자 대규모 구금 사태에 대해 “석방 교섭이 마무리됐다”고 밝혔다. 미국 조지아주 서배너에서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HL-GA)에서 벌어진 대규모 단속으로 체포된 한국인 300여 명의 석방에 미국 정부가 합의했다는 것이다. 대통령실은 “한미 양국은 사건의 조기 해결을 위해선 구금된 우리 국민 전원이 전세기로 신속하고 무사하게 귀국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세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미국 내 행정절차가 마무리되는 대로 우리 국민들을 전세기를 통해 일괄 귀국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당시 현장에 있던 여러 명의 직원들은 단속 과정에서 벌어진 일은 기업 현장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믿기 힘들었다고 입을 모았다. 한 직원은 “공장에 갑자기 이민 당국 요원들이 들이닥쳐 소지품도 못 챙기고 공장 복도로 끌려 나왔다. 수백 명이 초등학생처럼 5열 종대로 줄을 서 요원들이 시키는 대로 따라야 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 과정에서 잡힐 것을 우려한 일부 히스패닉계 노동자들은 공장 내 연못에 뛰어들었다고 했다. 또 “요원들이 복도의 직원들에게 물은 첫마디는 ‘미국 시민(US citizen)이냐, 비자냐’였다”며 “시민이라고 하면 오른쪽 줄에, 비자라고 하면 반대쪽으로 가야 했고 거기서 다시 ESTA, B1, B2, E2 등 비자 종류별로 분류돼 4∼5시간 동안 신원 확인 작업을 받아야 했다”고 말했다. 그 과정에서 적법한 신분을 증명하지 못한 이들은 손목에 팔찌 형태의 빨간 띠가 둘려졌고, 화장실에 갈 때조차 이민 경찰의 감시를 받았다. 이후 쇠사슬로 손발이 묶인 채 포크스턴 구금소로 실려 갔다는 것이다. 이번 단속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5일 “그들은 불법 체류자였고 (이민 당국은) 할 일을 한 것”이라고 밝혔다.포크스턴·서배너=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6일(현지 시간) 미국 조지아주 서배너에서 만난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HL-GA) 현장 직원들은 충격과 당혹, 안타까움과 회한 등 만감이 교차하는 모습이었다. 이들은 당시 단속으로 공장에서 약 2시간 거리인 포크스턴의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 구금소에 수감된 300여 명의 한국인과 달리 시민권, 주재원 비자(E-2) 등을 소지해 풀려났던 직원들이다. 한국 기업의 직접 투자액 총 147억 달러(약 20조 원)로 ‘조지아주 역사상 최대 규모’, ‘미국에 대한 한국 기업투자의 상징’ 등 수식어가 따라 붙었던 이 곳에서 수 백명의 동료들이 한 순간에 ‘범죄자’가 되어 끌려가 버린 것이 실감나지 않는 듯 했다. 다음은 단속 현장에 있었던 직원들과의 일문 일답.ㅡ4일 아침 분위기가 어땠나.“평범한 하루였다. 원래 그날 LG에서 VIP들이 온다고 했던 날이다. 우리가 일하는 곳은 ‘드라이룸’이라고 해서 방진복을 입고 들어가는 핵심 설비인데 그날 공장을 찾을 임원진들의 명패와 의자들이 놓여있었다. 평소처럼 옷이랑 신발을 개인용 가방 안에 벗어 넣고 방진복을 입고 있는데 오전 10시가 좀 지나 우릴 나오라고 하더라. VIP가 오셨나 했는데 분위기가 이상했다. ”ㅡ뭐가 이상했나.“우리가 메고 다니는 가방에 옷과 컴퓨터 등 개인 짐이 있는데 다 두고 신분증, 핸드폰. 지갑만 챙기라는 거다. 무슨 일이지 했는데 벌써 입구에 ‘HSI(국토안보수사국)’가 적힌 조끼를 입은 요원들 대여섯 명이 보였다. ”ㅡ깜짝 놀랐겠다.“어리둥절했다. 그 사람들이 한 명 한 명에게 묻는 첫마디가 ‘미국 시민이냐, 비자냐’였다. 그래서 시민이라고 했더니 이름을 묻더라. 여권을 만든 적이 있냐고도 물었다. 자기들 기기로 내 이름과 생년월일을 입력하니 그 자리에서 바로 내 여권 화면이 떴다. 확인이 되고나니 초록색 글씨로 ‘CLEARED TO DEPART(출발 허가)’이라고 적힌 종이를 줬다. 나중에 생각하니 이게 ‘살생부’의 생부였다.”ㅡ왜 그런가.“그 종이가 있는 사람만 공장을 떠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중간 쯤에 절취선이 있고 그 이하로 이름, 생년월일, 주소, 전화번호를 적게 돼 있었는데 공장을 떠날 때 하단의 이 신원 정보 부분을 제출하고 나가는 방식이었다. 한 300여 명이 이 종이를 받은 것 같은데, 합법 체류가 확인되지 않으면 주지 않았다.”ㅡ확인 안된 사람은 뭘 했나.“비자 쪽으로 가서 줄을 선 이들은 다시 비자 종류별로 나눠 줄을 서야 했다. 수백 명이 초등학생처럼 5열 종대로 줄을 서 요원들이 시키는 대로 따라야 했다. 무장한 요원들이 공장 옥상과 컨테이너까지 샅샅이 뒤져 직원들을 몰아냈다. E-2는 그래도 확인이 빨랐는데 ESTA는 굉장히 꼼꼼히 신원 확인을 해서 5시간 이상 줄을 섰다. 놀란 건 F1(학생비자)도 있었다는 거다. 비자 종류를 묻는 말에 F1이라고 답하니 요원이 ‘*uck’이라며 쌍욕을 하더라.” ㅡ‘출발 허가’ 종이를 갖고 바로 나갔나.“아니다. 평소에 차를 같이 타고 다니던 동료들이 너댓명 있어 주차장에서 ‘나오겠지’하고 30분 정도 기다렸다. 그런데 문자를 보내도 답이 없더라. 근데 잠시 뒤 한 명이 주차장 옆 간이 화장실에 가는게 보였다. 반가워서 뛰어갔는데 알고 보니 그 옆을 이민 경찰들이 붙잡고 있었다. ‘이 사람은 비자가 잘못돼 체포될 것이다, 500명 정도가 2시간 떨어진 구치소로 간다. 너는 빨리 여기서 떠나라’고 했다. 보니까 신분을 증명하지 못한 사람들 손목에는 팔찌 형태의 빨간 띠가 둘려져 있었다. 공장 앞 두 개 출구가 장갑차와 경찰차로 겹겹이 막혀있어 겨우 나왔다. 나올 땐 트렁크까지 열어 안에 태운 사람이 없는지 확인받아야 했다.”ㅡ지금은 충격이 좀 회복됐나.“그날의 트라우마에 아직도 바깥 생활을 못하는 직원들이 많다. 그날 밤, 밤 11시가 넘어서야 집으로 돌아온 사람들이 있었다. 공장 건물 지붕 사이 덕트(대형 공기 배관)에 숨어있던 이들이었다. 밑에서 난리가 나니까 작업하러 올라갈 때 들고 간 물병 물을 마시고 그 속에 소변을 보며 13시간을 버텼다고 하더라. 정말 전쟁이었다.”ㅡ공장엔 왜 그렇게 ESTA 소지자가 많았나.“제대로 된 비자로 오려고 아무리 준비를 해도 정말로 비자가 나오질 않았다. 동료 중에 E-2 비자를 받기 위해 세 번 신청했는데 계속 떨어진 사람도 있었다. 오죽하면 1000만원을 들여 미국 이민국 출신인 미국 변호사 통해 겨우 E-2 만들어 왔다는 사람도 있었을 정도다. 투자는 했고, 공장은 지어야 하는데 공장 건물을 지을 사람(미국인 일용직 노동자)도 없고, 설비를 깔 사람(숙련된 엔지니어)도 없었다. 공기는 정해져 있는데 비자가 안나오니 사정 급한 기업들이 계속 비행기 값 내며 ESTA로 75일씩 사람을 돌려 쓴 것이다. 그 정도 투자를 했으면 공장 완공 때까지만이라도 필수 인력에 대한 비자 발급 약속을 받았어야 했는데 우리 정부가 그걸 놓친게 너무나 아쉽고 화가 나는 부분이다.”ㅡ붙잡힌 대다수가 협력업체 소속이다.“현대나 LG와 달리 협력업체들은 정말로 비자 받기가 너무 어려웠다. 이름만 대면 아는 회사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심지어 최근에는 ESTA로 (서배너 지역을) 들어오는 인원이 너무 많아지니까 올해 ESTA로 2번 들어오려는 이들은 대부분 입국 거부 판정을 받았다. 공항에서 60명이 한꺼번에 되돌아간 적도 있다. 급기야는 거부를 피하려 올랜도나 텍사스, 뉴욕 쪽으로 입국한 이들도 있었다. 그러다 보니 평생 다시 미국 못 올 각오로 불법체류를 감수하면서 일단 들어온 인원들이 ESTA로 버티며 완공을 마무리하려 한 부분도 있었던 상황이다.”ㅡ단속 위험은 감지 못했나.“작년과 올초 ICE가 뜰거라는 소문이 돈 적이 있긴 하지만 실제 그런 적은 없었다. 그런데 이번 난리가 난 날 신기하게 청소를 담당하던 라틴계 직원들이 아무도 출근을 안했더라. 라틴계는 자기들끼리 연락망이 아주 좋다. 미리 알고 있었던 것 같다.” ㅡ공장은 어느 정도 지어진 상태인가.“건물은 현대엔지니어링이, 내부 설비는 LG에너지솔루션이 발주해 짓고 있었는데 건물 자체는 95% 완성이다. 설비 쪽은 50% 정도였다. 공기를 맞추기 위해 수개월간 주·야간조로 새벽 3, 4시까지 2교대로 일했다. 막판 스퍼트를 위해 LG에너지솔루션에서도 엔지니어 중심 최정예 부대가 다 들어와 있던 상황이다. 그런데 이렇게 됐으니 공장을 누가 마무리하겠나. 미국에는 이걸 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ㅡ앞으로 어떻게 될까.“다음날 공장에 갔더니 주인을 잃은 직원들 가방들이 수십 개 씩 널브러져 있더라. 남은 직원들끼리 한 명 한 명 이름표를 확인해 회사별로 모아뒀는데 그걸 볼 때마다 몹시 참담한 심정이다. 잡혀간 직원들 뿐 아니라 남은 직원들도 허탈한 건 마찬가지다. 빨리 공장을 지어주고 (현지 인력으로) 굴러갈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생각 밖에 없었는데 이렇게 돼 황망하다. 곧 출국하거나 떠나려는 직원이 많다. 직원들이 살던 숙소들도 다 비었고 렌트카도 반납할 게 수백 대다. 오늘 곧 떠날 직원이 ‘파이브 가이즈 햄버거’를 먹어보고 싶다고 해서 점심으로 먹었다. 맛있다는 얘기는 들었는데 몇 달 동안 밤낮으로 일하느라 한번도 먹지 못했다고 한다. 마음이 아프다. ”포크스턴·서배너=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4일(현지 시간) 미국 조지아주 서배너의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 단속에서 불법 체류 혐의 등으로 체포된 한국인 300여 명 대부분은 같은 주에 위치한 포크스턴 구금소(Processing Center)에 구금됐다. 공장에서 약 170km, 차로 약 2시간 떨어진 곳이다.이 구금소는 현과거부터 열악한 환경과 안전 위반 행위로 자주 지적을 받아 왔다. 구금 기간이 길어질 경우 한국인 직원들의 건강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조지아주를 관할하는 주애틀랜타 한국 총영사관은 6일부터 구금자들의 건강 상태 등을 확인하기 위한 영사 면담을 시작했다. 하지만 구금소 측이 일부 구금자의 지병약 반입을 거절하는 등 협조적이지 않아 현장 대응이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위생 열악하고, 과거 치료 지연으로 숨진 구금자도 있어해당 시설은 미국의 민간 교도소 운영 기업인 지오(GEO) 그룹이 미 전역에서 운영하는 20여 개의 이민세관단속국(ICE) 구금 시설 중 하나다. 키를 훌쩍 넘는 높이의 철망 벽이 건물을 둘러치고 있고, 그 위로 가시 철조망이 덮고 있어 사실상 교도소 같은 모습이다. 구금소의 수용 인원은 1100여 명이지만 이미 이보다 많은 사람이 구금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구금소 밖에서는 이 곳에 갇힌 한국인 직원들은 푸른색 수용복 하의를 입은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실제 이들이 수감된 구역 바로 옆에는 주황색 죄수복 차림의 수감자 또한 목격됐다.미국 국토안보부가 2021년 11월 이 구금소에 대한 불시 검사를 실시했을 때 구금자의 건강, 안전, 각종 권리를 훼손하는 위반 행위가 다수 확인됐다. 당시 검사 보고서는 “시설 내 찢어진 매트리스, 누수, 고인 물, 곰팡이, 낡은 샤워 시설, 벌레, 온수 부족, 변기 고장 등이 다수 발견돼 심각한 위생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의료 직원이 수감자를 위한 진료를 적시에 제공하지 않은 상황도 적발됐다. 특히 지난해 4월 불법 입국 혐의로 포크스턴에 수감됐던 인도 국적 이민자가 가슴 통증을 호소했음에도 치료 지연으로 숨졌다. 또 구금자에게 적법하지 않게 수갑을 채운 사례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영국 가디언 또한 최근 비자 기한이 불과 3일이 지났다는 이유로 해당 구금소에 갇혔던 아일랜드 관광객의 사례를 보도했다. 그는 구금 기간 중 가족들과 거의 연락을 주고받을 수 없었고, 야외 활동은 1주일에 단 한 번만 허용됐다고 불만을 토로했다.미국 남동부의 조지아주는 현지에서 덥고 습한 곳으로 유명하다. 실제 6일 포크스턴 일대의 최고 기온은 섭씨 33도까지 치솟았다. 구금자들이 습기 및 더위와도 싸워야 하는 셈이다.● 구금소 측은 약 반입도 거절6일 구금자 면담을 시작한 주애틀란타 한국총영사관 측은 “대부분의 구금자는 별다른 문제 없이 잘 지내고 있는 편”이라고 밝혔다. 다만 4, 5명의 수감자들이 평소 지병 때문에 먹고 있는 약을 가져다 달라고 요청했지만 구금소 측이 거부했다. 자체 의료진이 있다는 이유에서다.현대차, LG 관계자 수십 명 또한 같은 날 직원 면회를 위해 구금소를 찾았지만 허탕을 쳤다. 구금소 측이 대부분 허용해 주지 않은 탓이다. 현재 구금자 가운데 조사를 마친 사람은 ‘A’로 시작되는 번호를 부여받았고, 이들에 한해서만 면회 신청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금소를 찾은 한 기업 관계자는 “만나야 할 직원이 많은데 1인당 1명만 면담을 허용해 누구부터 만나야 할지 걱정”이라고 토로했다.구금소 내부에선 공용 전화기 사용에 필요한 30달러(약 4만2000원)를 마련하기 위해 영치금을 넣는 방법을 공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부 기업에서는 여전히 소재 파악이 되지 않는 직원이 있어 불안해하고 있다.조지아주 인권단체 ‘정의 구현을 위한 아시아계 미국인(AAAJ)’은 5일(현지 시간) 성명을 통해 이번 구금을 비판했다. 이어 “포크스턴 구금소는 비인도적인 환경과 위법 행위와 관련된 많은 기록이 있는 시설”이라며 “구금된 한국인들은 모두 가족을 부양하고, 더 나은 미래를 바라는 평범한 사람들”이라고 했다.포크스턴·서배너=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임현석 기자 lhs@donga.com}

“미국의 전체 한인 사회가 한국계를 겨냥한 갑작스러운 단속에 큰 충격을 받았다.”미국에서 한국인 이민자 권익 활동을 펼치는 김갑송 미주한인봉사교육단체협의회(미교협) 국장은 6일(현지 시간) 동아일보와 통화에서 공포와 분노가 한인 사회를 휩쓸고 있다며 이같이 전했다.4일 조지아주 서배너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합작 공장(HL-GA)에 미 이민 당국이 들이닥쳐 한국인 직원 300여 명을 구금하자 동맹국을 상대로도 ‘안전지대는 없다’는 인식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서배너 현지에 직원을 긴급 파견해 통역 등 구금된 HL-GA 직원을 대상으로 지원 활동을 벌이고 있는 김 국장은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어떤 사전 경고도 없이 동맹국 국민을 상대로 깜짝 이민 단속을 강행했다”며 “합법 체류자 신분인 이들을 범죄자처럼 쇠사슬을 채워 연행하는 모습에 분노와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김 국장은 특히 최근 미 이민 당국의 단속과 체포가 아시아계 등 비(非)백인 이민자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더 거칠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그는 이번 사태를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 구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에 빗대 “‘미국을 다시 하얗게(Make America White Again)’라고 표현할 수 있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이민 단속 특성을 그대로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韓 기업 다수 진출한 조지아주에서 발생조지아주는 한국의 대미 투자 거점으로 꼽힌다. 현대차그룹(서배너), SK온(커머스), 한화큐셀(돌턴) 등 한국 기업 110곳 이상이 진출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국토안보부(DHS) 산하 이민세관단속국(ICE), 연방수사국(FBI), 마약단속국(DEA) 등 여러 연방 기관들이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최대 규모의 합동 이민 단속을 펼치자 한인 사회가 느끼는 배신감도 상당하다.한 교민은 “주말을 앞두고 한국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던 코스트코와 시내 식당가가 텅텅 비었다”고 했다. 그는 “부당한 단속에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일단 외출도 하지 않는 한인들이 많다”며 “한국 기업의 투자 덕분에 경기가 살아나던 지역들이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조지아주는 미 50개 주 중에서 캘리포니아, 뉴욕, 워싱턴, 뉴저지, 일리노이주에 이어 한인 수가 6번째로 많다. 2023년 재외동포 현황에 따르면 미 전역에는 약 262만 명의 한국계 미국인(시민권자), 영주권자, 유학생, 주재원 등이 거주한다. 이중 조지아주에는 10만2061명이 사는 것으로 추산된다. 약 1000만 명인 조지아주 인구의 1%에 해당한다. ● 다른 지역 한인 사업체도 단소 우려트럼프 2기 행정부의 대대적인 이민 단속이 다른 지역의 한인 사업체를 대상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HL-GA 단속 전날인 3일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코리아타운에서도 이민 당국의 기습 단속이 벌어졌다.이날 한인 소유 세차장에 복면으로 얼굴을 가린 세관국경보호국(CBP) 요원들이 나타나 10여 분 만에 라틴계 직원 5명을 체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인 교포 사업체들의 많은 수가 라틴계 직원들을 대거 고용하고 있는 만큼 이민 당국의 단속이 확대될수록 피해 역시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코리아타운이민자근로자연합(KIWA)은 “비인간적이고 갑작스러운 단속이 지역 사회를 극심한 불안으로 몰아넣고 있다”고 비판 성명을 냈다.HL-GA에 대한 단속이 예외 없이 거칠고 갑작스럽게 진행됐다는 점도 교포들의 불안을 키우고 있다. 이민 당국이 업무 중이던 한국인 직원들을 마약 사범 같은 중범죄자를 다루듯 케이블타이 수갑을 채우고, 가방을 자세히 수색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을 소셜미디어에 공유한 것 또한 이런 불안감을 더 키운다.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5일 “(체포된 한인은) 불법 체류자로 안다”고 발언했다. 강경 보수 성향인 트럼프 대통령의 일부 지지층에게 널리 퍼져있는 ‘외국인은 범죄자’라는 인종 차별적 인식에 기름을 부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포크스턴·서배나=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4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본산 자동차 관세를 15%로 낮추는 내용의 미일 무역합의 이행을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한국은 미국과 무역합의를 이루고도 여전히 25%의 자동차 관세를 물고 있어, 한국산 자동차의 가격 경쟁력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날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미일 협정 이행’ 행정명령을 공개했다. 행정명령은 “합의에 따라 미국은 거의 모든 일본산 수입품에 대해 15%의 기준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며 “자동차, 자동차 부품, 항공우주 제품, 일반의약품, 미국에서 자연적으로 생산되지 않는 천연자원에 대해선 별도의 품목 관세를 적용할 것”이라고 명시했다. 특히 일본산 자동차 관세율을 현행 27.5%(기존 관세 2.5%+품목 관세 25%)에서 15%로 낮추기 위한 수정 관세율표를 행정명령의 관보 게재일로부터 7일 내 공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일본 교도통신은 “이르면 다음 주에 자동차 관세율 15%가 발효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서 일본은 한국보다 8일 빠른 7월 22일 미국과 무역합의를 발표했지만 인하된 자동차 관세율이 즉각 적용되지 않아 애를 태웠다. 그러나 약 한 달 반 만에 미국의 행정명령이 발표돼 핵심 수출품에 대한 관세 부담을 덜 수 있게 됐다. 한국은 7월 30일 상호 관세를 비롯해 자동차 관세 등을 15%로 낮추기로 미국과 합의했다. 그러나 아직 행정명령이 나오지 않아 여전히 25%의 관세를 물고 있다. 관세 인하 지연으로 국내 자동차 업계가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관세는 매달 약 5000억 원으로 추산된다. 대통령실 강유정 대변인은 5일 브리핑에서 미일 무역합의 행정명령과 관련해 “‘더 빨리 한다’는 목표가 아니라 (협상 결과가) 우리 국익에 가장 부합하는 지점을 찾게 되면 답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한일 車관세 역전, 한미FTA 이후 처음… “인하 늦어지면 月 5000억원 추가 부담”[美, 조지아 한국 공장 급습]日, 美와 행정명령 서명… 韓은 ‘감감’日, 이르면 내주부터 27.5%→15%… 한국도 ‘15%’ 美와 합의했지만세부내용 이견에 문서화 미뤄져… 정부, ‘속도보다 국익’ 신중 기류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일 무역 합의 이행을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함에 따라 이르면 다음 주부터 미국 시장에서 한국이 일본보다 10%포인트 높은 자동차 관세율을 적용받게 됐다. 한일 양국의 자동차 관세율 역전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이후 처음이다. 4일(현지 시간) 행정명령 서명에 이어 아카자와 료세이(赤澤亮正) 경제재생상과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미 워싱턴에서 대미 투자와 관련해 양해각서(MOU)에 서명했다. 일본 정부에 따르면 대미 투자처는 미 정부의 ‘투자위원회’가 추천한 것 중에서 미국 대통령이 선정키로 했다. 또 일본이 ‘자금 제공’을 거부할 수 있지만 미국과 미리 협의해야 하고, 때에 따라 미국이 대일 관세를 인상할 수 있다는 내용도 각서에 담겼다. 다만 미국과 이견이 있던 펀드의 조달 방식과 관련해 아카자와 경제재생상은 “투자, 대출, 대출 보증을 최고 5500억 달러로 제공하는 것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는 이날 취재진을 만나 관세 인하를 위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냈다고 밝혔다. 일본이 먼저 자동차 관세 인하 적용을 받게 됨에 따라 자동차 관세 0%가 적용된 2016년 이후 약 10년 만에 한국이 일본보다 대미 자동차 관세율이 10%포인트 높은 역전 현상이 벌어지게 됐다. 그간 일본 자동차 대미 관세율이 한국보다 2.5%포인트 높았다. 한국도 7월 30일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등을 조건으로 25%의 자동차 품목 관세를 15%로 낮추는 데 성공했지만 이행을 위한 미국의 행정명령이 나오지 않은 상태다.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국의 투자 구체화 압박이 있었지만 세부 내용에 대한 이견으로 무역합의 문서화가 미뤄진 것으로 전해진다 . 일본 자동차 관세 인하 적용에 우리 정부의 부담도 커졌다. 통상당국은 장관급 회담 추진 방안까지 열어두며 미국, 일본 동향을 파악 중이다. 다만 ‘속도보다 국익’이라는 측면에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기류가 크다. 자동차 업계는 수출 손실과 관세 부담 우려가 크다. 이미 올해 1∼7월 대미 자동차 수출이 15.1% 급감하며 세 타격이 현실화되고 있다. 여기에 일본과의 가격 경쟁 부담까지 얹게 된 셈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자동차 대미 수출액은 347억 달러, 자동차 부품 수출액은 82억 달러에 달한다. 관세율 10%포인트 인하가 늦어지면 매달 약 3억6000만 달러(약 5000억 원)를 추가 부담해야 한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도쿄=황인찬 특파원 hic@donga.com}

미국 정부가 4일(현지 시간) 조지아주 서배너에 있는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HL-GA) 건설 현장을 단속해 불법 체류 혐의로 475명을 체포했다. 이 중 약 300명이 한국인으로 확인됐다. 미국이 자국 투자에 나선 한국 기업을 대상으로 이례적인 대규모 불법 체류 단속을 진행하면서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프로젝트 이후 가속화됐던 한미 경제 공조에 새로운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 알코올·담배·총기·폭발물단속국(ATF)은 이날 소셜미디어 X에 “조지아주 현대차 배터리 공장에서 대규모 이민 단속 작전을 수행해 최대 475여 명의 불법 체류자를 검거했다”고 밝혔다. 이번 단속에는 ATF뿐만 아니라 미 국토안보부(DHS) 산하 이민세관단속국(ICE), 연방수사국(FBI), 마약단속국(DEA), 국세청(IRS) 등 다수의 미국 정부기관이 동원됐다. 이날 미국 정부 관계자들이 공장 현장 직원의 두 손을 케이블타이로 묶고 연행하거나, 한국인 직원들을 줄지어 세운 뒤 가방을 수색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언론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랐다.체포된 475여 명 가운데 한국인은 한국에서 출장 간 LG에너지솔루션 본사 직원과 공장 설비 마무리 작업을 하던 한국 협력사 직원, 시공사인 현대엔지니어링 협력사 직원 등 300여 명으로 알려졌다. 미 국토안보부는 이날 성명에서 “불법 고용 관행 및 기타 연방법 위반 혐의에 대해 진행 중인 수사의 일환으로 수색영장을 집행했다”고 밝혔다. 불법 체류 혐의로 체포된 한국인 근로자들은 비즈니스 회의, 계약 목적으로 받는 ‘B1’ 비자와 단기 체류 목적 무비자인 ‘ESTA’(전자여행허가제)를 통해 미국에 체류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모두 ‘육체노동’이 엄격히 금지돼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번 단속에 대해 “조지아주 (HL-GA) 불법 체류 단속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2기 출범 이후 가장 큰 규모 중 하나”라며 “한미 간 무역협정 이행에 대한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이뤄졌다”고 전했다. 갑작스러운 단속에 HL-GA 공장 건설은 ‘올스톱’됐다. 당장 내년 가동 목표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은 2023년 5 대 5 지분으로 법인을 세우고 총 43억 달러(당시 약 5조7000억 원)를 투입해 합작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었다.‘제조업 동맹 상징’ 조지아서… 美 헬기까지 동원 불법체류 단속[美, 조지아 한국 공장 급습] 美, 현대차-LG엔솔 공장 급습비자 빌미 한국인 직원 대거 검거… “단기 체류용 ESTA가 문제 된 듯”韓기업들 “美지원 믿었는데” 충격… ‘마스가’ 협력 확대 조선업계도 비상외교부 “유감… 국민 권익 침해 안돼”4일(현지 시간) 미국 조지아주 서배너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공장(HL-GA) 건설 현장의 불법 체류 단속은 마치 군사 작전처럼 이뤄졌다. 소셜미디어에 뜬 영상을 보면 현장을 급습한 미국 당국 관계자가 “현장 전체에 수색영장이 발부됐다. 진행 중인 작업을 모두 끝내라”고 작업 중인 근로자들에게 외친다. 미국 정부가 이례적으로 비자 문제를 빌미로 한국인 직원 체포에 나서자 우리 기업들의 고민은 커지고 있다. 당장 미국에 공장을 건설하고 있는 기업들은 체류 직원의 비자 상황부터 파악하고 나섰다. 서배너 건설 현장 사정에 밝은 한 교민은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비자 발급이 어려워진 반면 공사 진행 압박은 커졌다”며 “불가피하게 단기 체류 목적 무비자인 ‘ESTA(전자여행허가제)’로 현장을 챙기다 사달이 난 것 같다”고 말했다.● 구금소 간 한국인들… 총영사 급파미국 지역 언론인 WSAV, 서배너모닝뉴스(SMN) 등에 따르면 미 이민 당국의 공장 단속에는 수색용 헬기까지 동원됐다. 수백 대의 경찰차와 군용 차량인 험비도 나타났다.소셜미디어에선 당시 현장에서 직원들이 건물 밖에 줄을 서 신분 확인을 받는 장면 등이 담긴 영상이 돌고 있다. 한 직원은 NBC뉴스에 “연방 요원들이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 미국 시민인지 여부를 물었다”고 전했다. 미 국토안보부(DHS)는 이날 성명을 발표했지만, 구금된 이들의 구체적인 혐의는 답변하지 않았다. 이재웅 외교부 대변인은 5일 “주한 미국대사관을 통해 유감의 뜻을 전달하고 우리 국민의 정당한 권익이 침해당하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해 줄 것을 당부했다”고 밝혔다. 한국인 300명을 포함해 이날 체포된 475명은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 관할 구금소에 잡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현지 공관은 구금된 한국인들이 적법한 비자를 소지했는데 체포된 사례가 있는지, 구금 해제가 언제쯤 이뤄질지 등을 살펴보고 있다. 외교부는 주미 대사관 총영사와 주애틀랜타 총영사관의 영사를 서배너 현장에 급파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정부가 이번 사안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갖고 대처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들 “美 지원 믿고 투자했는데…” 그동안 미국의 지원을 믿고 대미 투자를 늘렸던 한국 기업들은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HL-GA에 나타난 불법 체류 단속이 ‘남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불법 체류 단속을 이유로 미국 공권력이 공장 안에 자주 들이닥친다면 북미 사업의 불확실성은 더욱 커지게 된다. 특히 이번 단속이 이뤄진 조지아주는 한국의 대미 투자 상징성을 지닌 곳이다. 조지아주는 삼성, SK, 현대차, LG 등 한국 기업 110곳 이상이 진출해 1만7000명 이상의 고용을 창출한 대표적인 ‘K산업기지’다. 특히 한미 제조업 동맹의 상징인 현대차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공장도 단속 현장 바로 옆에 있다. 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1기부터 시작해 조 바이든 행정부를 거쳐 지금까지 미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받고 투자에 나섰지만 갈수록 분위기가 우호적이지 않다”고 우려했다.‘마스가 프로젝트’와 함께 해외 조선소 인수 등 미국 주재원 파견이 늘어난 조선업계도 비상이 걸렸다. 한 조선업체 관계자는 “상황 발생 직후 미국에 있는 전체 한국인 주재원들의 비자 적법성 파악에 나섰다”며 “특히 ESTA 등으로 미국에 단기 출장에 가는 경우의 지침을 곧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김윤진 기자 kyj@donga.com}

미국 조지아주(州) 수사당국이 5일(현지 시간) 기자회견을 갖고 전날 조지아주 서배나의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HL-GA 배터리회사) 건설 현장에서 체포한 인원이 475명이며 이 중 대다수가 한국인이라고 발표했다. 또 이날 작전이 국토안보수사국(HSI 역사상 단일 장소에서 이루어진 가장 큰 집행 작전이라고 밝혔다.수사당국은 “이는 단순한 이민자 단속 작전이 아니었으며 몇 달 간에 거쳐 여러 부처가 합동으로 준비해 온 검거 작전”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공장의 불법 고용 등에 대한 정황을 입수하고 관계자 인터뷰 등을 통해 오랫동안 작전을 수행할 증거를 수집했다는 것이다. 수사당국은 “현재까지 기소된 것은 없지만 곧 밝혀낼 것”이라고 말해 현대차와 관련 하청업체 및 LG에너지솔루션 등 한국 기업들에 상당한 피해가 예상된다.● “단순 검거 아냐…수개월 간 준비”이날 미국 조지아주 수사당국은 조지아주 남부지검에서 전날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공장에서 벌인 불법 이민자 검거 작전에 대한 합동 브리핑을 가졌다. 이날 브리핑에는 조지아주 남부지검 메그 히스 연방 검찰을 비롯해 HSI 스티븐 슈랭크 조지아·앨라배마주 담당 특별수사관, 이민세관단속국(ICE), 세관국경보호국(CBP), 조지아주 경찰 알코올·담배·화기·폭발물 단속국(ATF), 마약단속국(DEA) 소속 등 총 7명의 간부들이 나섰다. 슈랭크 특별수사관은 “이번 수사는 HSI의 주도하에 ICE, 집행추방국(ERO), 연방수사국(FBI), ATF, 국세청 범죄수사국(IRS CI), 미 노동부, 감사관실(OIG), 연방 보안관실, 조지아주 경찰 등 다양한 기관이 협력해 헌신적으로 노력한 결과”라며 “불법 고용을 줄이고, 불법 노동자를 착취하는 고용주가 부당한 이익을 얻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법무부의 목표”라고 강조했다.그는 “이번 사건은 불법 고용 행위와 심각한 연방법 위반 혐의에 대한 수사로 사법적 수색 영장을 집행한 것”이라며 “이번 작전은 요원들이 건물 안으로 들어가 사람들을 무더기로 잡아 버스에 태우는 그런 이민 단속 작전이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는 수개월 동안 진행된 형사 수사로, 우리는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인터뷰와 문서 수집을 해왔다”며 “사법적 수색 영장을 받기 위해 그 증거를 법원에 제출해 이뤄진 것”이라고 덧붙였다. ● “하청업체까지 수사” 한국 기업 타격 우려슈랭크 특별수사관은 현장에서 체포된 475명에 대해서는 “미국에 불법적으로 체류했거나 체류 요건을 위반했고, 불법적으로 일하고 있던 사람들”이라며 “불법으로 국경을 넘거나 일을 할 수 없는 비자 면제 프로그램(ESTA)으로 들어온 사람들, 또 어떤 이들은 비자를 가지고 들어와 초과 체류한 경우”라고 지적했다.슈랭크 특별수사관은 “해당 공장은 하청업체와 그 밑의 하청업체, 또 그 밑의 재하청업체로 연결돼 있는 구조”라며 “우리는 단순히 모기업 뿐 아니라 그 하청업체까지 전체 네트워크를 밝혀내려 한다”고 말했다. 실제 서배나 지역에는 현대차의 진출에 따라 현대차의 협력사들이 대거 진출해 공장 설립을 지원해 왔는데 이들 회사까지도 염두에 두고 수사를 진행해 왔다는 뜻으로 풀이된다.슈랭크 특별수사관은 “우리는 지역사회 구성원들과 과거 근로자들로부터 많은 제보를 받았고 앞서 여러차례의 이민자 단속과정에서 붙잡힌 이들이 해당 공장 근로자였음을 파악했다”며 “올초부터 수개월에 걸쳐 증거를 수집한 끝에 이번 검거작전에 성공한 것”이라고 말했다. 수사당국은 현재 붙잡힌 이들이 ICE에 구금돼 있으며 대부분은 간밤에 폴크스턴 구치소로 이송됐다고 확인됐다. 이들은 곧 관행에 따라 다른 불법체류자 전용 수용소로 옮겨질 것으로 예상된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4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본산 자동차 관세를 15%로 낮추는 내용의 미일 무역합의 이행을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한국은 미국과 무역합의를 이루고도 여전히 25%의 자동차 관세를 물고 있어, 한국산 자동차의 가격 경쟁력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이날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미일 협정 이행’ 행정명령을 공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합의에 따라 미국은 거의 모든 일본산 수입품에 대해 15%의 기준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며 “자동차, 자동차 부품, 항공우주 제품, 일반의약품, 미국에서 자연적으로 생산되지 않는 천연자원에 대해선 별도의 품목 관세를 적용할 것”이라고 명시했다.특히, 일본산 자동차 관세율을 현행 27.5%(기존 관세 2.5%+품목 관세 25%)에서 15%로 낮추기 위한 수정 관세율표를 행정명령의 관보 게재일로부터 7일 내 공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일본 교도통신은 “이르면 다음 주 자동차 관세율 15%가 발효될 것”이라고 내다봤다.앞서 일본은 한국보다 8일 빠른 7월 22일 미국과 무역합의를 발표했지만, 인하된 자동차 관세율이 즉각 적용되지 않아 애를 태웠다. 그러나 약 한 달 반 만에 미국의 행정명령이 발표돼 핵심 수출품에 대한 관세 부담을 덜 수 있게 됐다.한국은 7월 30일 상호 관세를 비롯해 자동차 관세 등을 15%로 낮추기로 미국과 합의했다. 그러나 아직 행정명령이 나오지 않아 여전히 25%의 관세를 물고 있다. 관세 인하 지연으로 국내 자동차 업계가 추가로 부담해야하는 관세는 매달 약 5000억 원으로 추산된다.다만, 이번 행정명령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인하한 관세를 8월 7일 이후 수입된 제품으로 소급 적용해 관세 초과분을 환급해주겠다고 밝혔다. 또 미국의 필요에 따라 일본산 제네릭의약품, 제네릭의약품 원료 및 전구체(원료화합물), 천연자원 등의 품목은 미 상무장관이 관세율을 0%로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대통령실 강유정 대변인은 5일 브리핑에서 미일 무역합의 행정명령과 관련해 “‘일본이 (합의문을) 완료했으니까 우리도 완료한다’ 이런 기준으로 접근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강 대변인은 “어떤 논의 과정을 거쳐 최종 지점에 닿을지는 지금 협상주체들 간에 최대한 국익에 부합하는 지점을 찾아가고 있다”며 “‘더 빨리 한다’는 목표가 아니라 (협상 결과가) 우리 국익에 가장 부합하는 지점을 찾게 되면 답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4일 “조만간 미국에 공장을 짓지 않는 기업에 대해 ‘꽤 상당한(fairly substantial)’ 반도체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미국 정부가 4일(현지 시간) 조지아주에 있는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HL-GA) 건설 현장을 단속해 불법 체류 혐의로 475명을 체포했다. 이 중 절반 이상이 한국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제조업 동맹의 ‘상징’인 조지아주에서 한국 기업을 대상으로 이례적인 대규모 단속이 진행되면서 한미 경제 공조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미국 알코올·담배·총기·폭발물단속국(ATF)은 4일(현지 시간) 소셜미디어 X에 “조지아주 브라이언 카운티 소재 현대 메가사이트 배터리 공장에서 대규모 이민 단속 작전을 수행해 최대 약 475명의 불법 체류자를 검거했다”고 밝혔다.이날 단속에는 ATF뿐만 아니라 미 국토안보부(DHS) 산하 이민세관단속국(ICE), 연방수사국(FBI), 마약단속국(DEA), 국세청(IRS) 등 다수의 미국 정부기관이 동원됐다. 외교당국 등에 따르면 체포된 475명 가운데 한국인은 한국에서 출장 간 현대차, LG에너지솔루션 본사 직원을 포함해 공장 설비 작업을 하던 한국 협력사 직원 등 300여 명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린지 윌리엄스 DHS 공보관은 “노동력을 착취하고 연방법을 위반하는 자들은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갑작스러운 단속에 HL-GA 공장 건설은 ‘올스톱’ 상태가 됐다. 목표로 했던 내년 가동 일정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은 2023년 5 대 5 지분으로 법인을 세우고, 43억9000만 달러(당시 약 5조7000억 원)를 투입해 합작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었다.이번 단속은 마치 군 작전처럼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외신 보도 영상을 보면 공장 건설 현장을 급습한 미국 당국 관계자는 “현장 전체에 수색 영장이 발부됐다. 진행 중인 작업을 모두 끝내라”고 지시한다. 미국 정부 관계자들이 한국인 포함 현지 직원들을 줄지어 세운 뒤 질문하거나 가방을 수색하는 모습도 공개됐다. 장갑차, 헬기, 이송용 버스 등도 사전에 동원됐다.이번에 불법 체류 혐의로 체포된 한국인 근로자들은 비즈니스 회의, 계약 목적으로 받는 ‘B1’ 비자와 단기 체류 목적의 무비자인 ‘ESTA’(전자여행허가제)를 통해 체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모두 육체 노동이 금지되어 있서 건설 현장에서 근무하면 문제가 될 수 있다. 조지아주 건설 현장 인근의 한 교민은 “트럼프 행정부 들어 비자 발급이 어려워지는 반면 공사를 일정대로 진행해야 한다는 압박은 커졌다고 들었다”며 “불가피하게 ESTA를 통해 현장을 챙기다 사달이 난 것 같다”고 전했다.우리 정부와 기업들은 외교 문제로 비화될 수 있는 사안인 만큼 말을 아끼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현재 구체적인 상황을 파악 중”이라며 “임직원 및 협력사 인원들의 안전과 신속한 구금해제를 위해 한국 정부 및 관계 당국과도 적극 협조하고 있다”고 전했다.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공장 건설 현장에 대한 대대적인 체포로 미국 현지에 투자한 국내 기업들의 걱정도 커지고 있다. 앞으로 불법 체류 단속을 이유로 한국 기업들을 규제한다면 북미 사업의 불확실성이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특히 이번 단속이 이뤄진 조지아주가 한국의 대미 투자의 상징성을 지닌 곳이라 기업들의 충격이 더욱 크다. 조지아주는 삼성, SK, 현대차, LG 등 한국 기업 110곳 이상이 진출해 1만7000명 이상의 직접 고용을 창출하고 있는 대표적인 ‘K 산업기지’다. 한미 제조업 동맹의 ‘상징’인 현대차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공장도 단속 현장 바로 옆에 있다. 한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1기부터 시작해 조 바이든 행정부를 거쳐 지금까지 미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받고 투자에 나섰지만 갈수록 분위기가 우호적이지 않다”고 우려했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백신 회의론자’인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의 반(反)백신 정책이 논란을 일으키는 가운데 공화당 소속 주지사가 이끄는 플로리다주가 어린이에 대한 백신 의무 접종 지침을 폐지하겠다고 3일 밝혔다. 이날 주지사가 민주당 소속인 캘리포니아·오리건·워싱턴주는 ‘서부연안 보건 동맹’을 결성해 백신 정책을 고수하겠다고 맞섰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백신을 둘러싼 정치적 균열이 심화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날 AP통신 등에 따르면 플로리다주는 미 50개 주 가운데 처음으로 어린이들에 대한 백신 의무 접종 정책을 폐지하겠다고 발표했다. 어린이들이 공립학교 입학을 위해 반드시 접종해야 했던 홍역, 볼거리, 풍진, 수두, B형 간염 등 필수 접종을 의무에서 자율로 바꾸겠다는 것.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와 함께 기자회견에 나선 조지프 라다포 플로리다주 공중보건국장은 “당신의 몸은 신이 주신 선물이다. 내가 뭐라고 감히 당신의 아이 몸속에 뭘 넣어야 하는지 말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모든 백신 의무화 조치는 잘못된 것이고 경멸과 노예제로 얼룩져 있다”고도 했다. 백신 접종에서도 개인의 자유와 선택권을 중시하겠다는 것.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백신의 역사를 연구해 온 제임스 콜그로브 미 컬럼비아대 공중보건학과 교수는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으로 아마도 재앙이 될 것”이라고 WP에 말했다. 수전 크레슬리 미국 소아과학회장은 “플로리다 학생들이 질병에 걸릴 위험이 더 높아지고, 지역사회 전체에 파급될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공화당 소속의 빌 캐시디 미 상원 보건위원장조차 “공중보건에 끔찍한 일”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플로리다주는 은퇴 노인의 거주비율이 높고 관광산업이 활성화돼 있어 전염병 확산에 더 취약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제시 해켈 미 소아과학회 외래진료위원장은 “노인과 면역력이 약한 사람들은 질병에 더 취약하다. 어린이들이 백신을 맞지 않으면 나머지 사람들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실제 최근 미국에서 예방접종률이 낮아지면서 텍사스에서 올 초 홍역이 유행해 수백 명이 감염됐고, 10년 만에 사망자까지 나왔다. 앞서 백악관은 백신 의무화 폐지 정책에 반대했다는 이유로 취임한 지 한 달 된 수전 모나레즈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을 해임했다. 이에 반발해 CDC의 최고 의료책임자와 국가면역·호흡기질환센터장, 국가신종·인수공통질병센터장, 공중보건 데이터·감시·기술국장 등 간부들이 동반 사임했다. 백신 갈등은 정쟁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이날 캘리포니아 등 3개 주는 연방정부가 “과학의 정치화를 낳고 있다”며 서부연안 보건 동맹을 결성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민주당 성향의) 북동부 여러 주를 포함한 다른 주들도 보건 동맹 동참을 고려 중”이라고 전했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백신 회의론자’인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의 반(反) 백신 정책이 논란을 일으키는 가운데 공화당 소속 주지사가 이끄는 플로리다 주가 어린이에 대한 백신 의무접종 지침을 폐지하겠다고 3일 밝혔다. 이날 주지사가 민주당 소속인 캘리포니아·오레곤·워싱턴 주는 ‘서부연안 보건 동맹’을 결성해 백신 정책을 고수하겠다고 맞섰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백신을 둘러싼 정치적 균열이 심화되고 있다”고 보도했다.이날 AP통신 등에 따르면 플로리다주는 미 50개 주 가운데 처음으로 어린이들에 대한 백신 의무접종 정책을 폐지하겠다고 발표했다. 어린이들이 공립학교 입학을 위해 반드시 접종해야 했던 홍역, 볼거리, 풍진, 수두, B형 간염 등 필수접종을 의무에서 자율로 바꾸겠다는 것. 론 데산티스 플로리다 주지사와 함께 기자회견에 나선 조셉 라다포 플로리다주 공중보건국장은 “당신의 몸은 신이 주신 선물이다. 내가 뭐라고 감히 당신의 아이 몸 속에 뭘 넣어야 하는지 말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모든 백신 의무화 조치는 잘못된 것이고 경멸과 노예제로 얼룩져 있다”고도 했다. 백신접종에서도 개인의 자유와 선택권을 중시하겠다는 것.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백신의 역사를 연구해 온 제임스 콜그로브 미 컬럼비아대 공중보건학과 교수는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으로 아마도 재앙이 될 것”이라고 WP에 말했다. 수잔 크레슬리 미국 소아과학회장은 “플로리다 학생들이 질병에 걸릴 위험이 더 높아지고, 지역사회 전체에 파급될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공화당 소속의 빌 캐시디 미 상원 보건위원장조차 “공중보건에 끔찍한 일”이라는 입장을 내놨다.플로리다주는 은퇴 노인의 거주비율이 높고 관광산업이 활성화 돼 있어 전염병 확산에 더 취약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제시 해켈 미 소아과학회 외래진료위원장은 “노인과 면역력이 약한 사람들은 질병에 더 취약하다. 어린이들이 백신을 맞지 않으면 나머지 사람들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실제 최근 미국에서 예방접종률이 낮아지면서 텍사스에서 올 초 홍역이 유행해 수백 명이 감염됐고, 10년 만에 사망자까지 나왔다.앞서 백악관은 백신 의무화 폐지 정책에 반대했다는 이유로 취임한 지 한달 된 수잔 모나레스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을 해임했다. 이에 반발해 CDC의 최고 의료책임자와 국가면역·호흡기질환센터장, 국가신종·인수공통질병센터장, 공중보건 데이터·감시·기술국장 등 간부들이 동반 사임했다.백신 갈등은 정쟁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이날 캘리포니아 등 3개주는 연방정부가 “과학의 정치화를 낳고 있다”며 서부연안 보건 동맹을 결성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민주당 성향의) 북동부 여러 주를 포함한 다른 주들도 보건 동맹 동참을 고려 중”이라고 전했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세계 최대 검색 엔진 구글이 크롬 등 핵심 서비스를 매각하는 상황을 피하게 됐다. “검색 시장을 불법 독점했다”는 판결 이후 크롬과 안드로이드 등의 강제 매각까지 거론됐던 구글에 대해 미국 법원이 그럴 필요가 없다고 판결한 것이다. 이미 온라인 시장의 경쟁 흐름이 인공지능(AI) 위주로 바뀌어 ‘시스템을 흔들지 않고 시장의 힘에 맡겨야 할’ 강력한 이유가 생겼다는 이유다. 다만 법원은 온라인 검색 시장의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구글이 경쟁사들과 데이터를 공유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또한 구글이 스마트폰 등 기기 제조업체들에 경쟁사 제품을 사전 설치하는 것을 금지하는 독점 계약도 맺지 못하도록 했다.● “독점 맞지만 매각은 지나쳐” 2일(현지 시간) 외신들에 따르면 이날 미국 워싱턴 연방법원의 아미트 메흐타 판사는 온라인 검색 시장의 구글 독점 해소를 위한 1심 최종 판결을 내리며 위와 같이 밝혔다.앞서 지난해 메흐타 판사는 2020년 미국 법무부가 제기한 구글 반독점 소송에 대해 “구글이 10년 넘게 검색 시장을 불법적으로 독점했다”고 판결해 뜨거운 논쟁을 낳은 바 있다. 당시 메흐타 판사는 구글이 애플과 삼성전자 등 스마트폰 제조사들에 돈을 지급하고 구글을 기본 검색 엔진으로 탑재하는 등의 불법 유통 계약을 통해 90%의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고 경쟁을 저해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법무부는 독점 해결 방안으로 구글의 크롬 매각과 애플과 삼성에 대한 돈 제공 금지, 경쟁사와의 데이터 공유 등을 요구했다. 그러나 이날 법원은 크롬이나 안드로이드 매각뿐 아니라 스마트폰 제조사에 대한 돈 제공도 중단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메흐타 판사는 “원고(미 법무부)는 구글이 불법 독점에 사용하지 않은 핵심 자산의 강제 매각을 요구하면서 지나친 압력을 행사했다”며 “AI의 발전이 급속히 이루어지는 가운데 법원이 검색 경쟁에 무거운 제재를 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구글과 같은 기존 검색 서비스들이 챗GPT와 같은 AI 기반 검색에 시장을 뺏기고 있는 상황을 고려한 것이다. 또 메흐타 판사는 스마트폰 제조사에 대한 돈 지급을 허용했다. 다만, 구글의 검색 엔진만을 탑재하도록 하는 ‘독점 계약’을 조건으로 내걸지는 못하게 했다. 더불어 온라인 검색 시장의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구글에 경쟁사들과 검색 데이터를 공유하도록 했다. 이는 오픈AI나 퍼플렉시티 같은 AI 업체들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이날 법원은 법무부가 요구했던 구글 규제책 가운데 사실상 ‘검색 데이터 공유’만을 받아들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월가의 분석가들은 이번 판결을 구글과 애플의 큰 승리로 평가하고 있다”며 “(사업 매각 리스크를 벗어난) 구글뿐 아니라 애플도 매년 구글 측으로부터 200억 달러 이상 받아온 기존 계약을 계속 유지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리스크 해소… 타 판결 영향 주목 지난 5년간 끌어온 구글의 반독점 소송이 마침내 일단락되면서 이날 시간 외 거래에서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의 주가는 한때 8.7%까지 급등했다. 구글은 “법원도 AI가 시장 경쟁 구도를 바꿨다는 우리의 판단을 받아들인 것”이라며 “데이터 공유에 대해서는 이용자 프라이버시에 미칠 영향을 우려 중”이라고 밝혔다. 미 법무부는 “추가 방안을 요청할지 검토하겠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판결은 25년 넘게 기술 분야에 영향을 미친 가장 기념비적인 법원 판결 중 하나”라며 “메타와 아마존, 애플 등에 대한 소송을 진행 중인 다른 판사들에게도 청사진을 제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장은지 기자 jej@donga.com}

지난달 13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월가에 위치한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불리시(Bullish)’라고 쓰인 커다란 현수막이 붙었다. 페이팔 창업자인 피터 틸이 투자한 가상자산 거래소가 이날 상장한 것이다. 이날 불리시는 84% 상승으로 장을 마치며 약 11억 달러 조달에 성공했다. 앞서 6월에는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인 ‘서클 인터넷 그룹’ 상장이 월가를 달궜다. 공모가 31달러로 상장한 후 2일 종가 기준 120.14달러로 약 288% 오른 상태다. 서클은 최근 맨해튼에서 가장 높은 초고층 건물이자 9·11테러의 잔해 위에 세워져 미국 굴기의 상징으로 꼽히는 원 월드 트레이드 센터의 87층을 통째로 빌려 입주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에 월가에서는 “그간 음지에 있던 가상자산이 드디어 미 금융의 심장으로 들어왔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왔다.● 1년 새 ‘180도’ 달라진 미국미국은 올 1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세계 가상자산의 수도’를 목표로 질주하고 있다.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게리 겐슬러 전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의 서슬 퍼런 규제로 한때 가상자산 거래소도 불법으로 몰리던 때와 완전히 달라진 것이다.여기에 올해 7월 미 의회에서 스테이블코인의 달러 및 미 국채 담보 규정을 명확히 한 지니어스 법(GENIUS Act)이 통과돼 민간 참여의 길을 터 줬다. 가상자산가 증권인지 상품인지 명확히 해 규제 기관을 구분한 ‘클래리티 법(CLARITY Act)’ 등도 하원을 통과하고 상원에서 계류 중이다.미 행정부의 가상자산 규제환경이 완전히 뒤바뀌자 뉴욕 로펌 등에서도 가상자산 제도 변화에 대한 설명회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27일 맨해튼의 크로웰 앤드 모링 로펌 사무실에서 열린 간담회에 참석한 론 콰란타 월스트리트 블록체인 얼라이언스(WSBA) 이사회 의장은 “현재 미국 내 가상자산에 관한 입법적, 규제적 관점은 지난 선거 이후로 180도 달라졌다”며 “이전에는 ‘가상자산이 모두 나쁘다’는 인식이 강했다면 지금은 ‘이건 혁신이고, 어떻게 해야 제대로 할 수 있을까’로 관점이 바뀌었다”고 진단했다. 칼턴 그린 크로웰 앤드 모링 파트너는 “SEC 같은 규제 기관들이 규제를 ‘집행’만 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업계와 정기적으로 대화해 기술을 이해하고 규제를 진화시키려 노력하고 있다”며 “궁극적인 목표는 ‘가드레일’을 설정해 민간 부문의 가상자산 관련 일들을 허용하고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의 혁신을 촉진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미국은 특히 스테이블코인 활성화를 통해 달러 패권을 강화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지니어스 법안 통과 직후 성명을 내고 “스테이블코인은 달러의 글로벌 기축통화 지위를 강화하고, 전 세계 수십억 인구가 달러 경제에 접근할 수 있도록 확장하며, 미국 국채에 대한 수요 급증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디지털 자산과 달러 패권에 있어 기념비적인 순간”이라고 밝혔다.홍콩을 앞세운 중국, 싱가포르 등 아시아 금융 강국들이 크립토 산업 육성에 속도를 내고 있는 점도 미국의 방향 전환에 한몫했다. 로펌 간담회에서도 콰란타 의장은 “미국은 싱가포르 등의 발전에 비해 뒤처진 부분이 있다”고 위기 의식을 드러냈다. 앞서 5월 J D 밴스 미 부통령도 한 비트코인 콘퍼런스에서 “중국이 비트코인에 경계심을 갖고 있는 만큼 미국이 전략적 우위를 점하도록 장려해야 한다”며 비트코인을 중국 견제 수단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사기다” 비판하던 월가, 이제는 “신사업”미 행정부가 가상자산에 전향적으로 바뀌자 미 월가 분위기도 달라졌다. 이미 지난해 1월 SEC가 현물 가상자산 상장지수펀드(ETF) 출시를 허가해 관련 시장이 250조 원 이상 커진 바 있다. 기관투자가들도 속속 가상자산 시장으로 합류한 덕이다.톰 팔리 불리시 최고경영자(CEO)는 CNBC 인터뷰에서 “지난 10년간 가상자산 성장은 소매(일반) 투자자 중심이었다면 이제 기관투자가 물결이 시작됐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시장이 커지자 ‘가상자산이 실질 가치가 없다’고 비판해온 JP모건체이스그룹 등 전통 은행들의 태도도 급변하고 있다. 대표적 비판론자였던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회장은 최근 2분기(4∼6월) 실적 발표에서 “JP모건은 예치금코인(JPMD)과 스테이블코인 모두에 관여할 생각이고 (이것들을) 더 이해하고 잘할 수 있게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JP모건은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베이스와 협업해 고객들이 손쉽게 가상자산에 투자하고 결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올가을에 선보일 예정이다.특히 월가의 전통 금융권은 달러와 연계돼 변동성이 덜한 스테이블코인 기반 결제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달 보고서에서 “스테이블코인의 여름이 왔다”며 “결제와 정산 기능으로 확대돼 수조 달러 시장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가상자산 관련 기업공개(IPO) 시장도 뜨거워지고 있다. 앞서 서클과 불리시에 이어 하반기에는 가상자산 거래소 ‘제미니’, 미국 최대 가상자산 운용사 ‘그레이스케일’, 블록체인 기반 대출 플랫폼 ‘피겨’도 미 증시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한재희 기자 h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