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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에게 세금을(Tax the rich)!” 미국 동부 시간 1일 오후 1시경(한국 시간 2일 오전 3시경) 뉴욕 맨해튼 남부의 뉴욕시청 앞. 체감온도 영하 13도의 강추위가 몰아쳤지만 약 4만 명의 시민이 모였다. 이날부터 4년간 미국 최대 도시 뉴욕을 이끌 인도계 무슬림 조란 맘다니 시장(35)의 취임식을 보기 위해서다. 아침 일찍부터 시청 일대에 모인 시민들은 인근 10여 개 블록에 걸쳐 최대 약 1km의 긴 입장 줄을 형성했다. 경찰과 소방청 등은 일대 도로를 통제하고 참가자들의 소지품을 일일이 검사하는 등 삼엄한 보안과 경계를 펼쳤다. 약 3시간을 기다려 입장했다는 시민 앨리슨 씨는 “오늘 취임식은 부(富)를 독차지한 1%를 향해 나머지 99%가 목소리를 내는 자리”라며 “평범한 시민이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비싼 물가와 집값을 맘다니 시장이 해결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에 참석했다”고 밝혔다.‘민주적 사회주의자’를 자처하는 맘다니 시장은 이날 취임식 연설에서 “민주 사회주의자로 당선됐고 민주 사회주의자로서 일할 것”이라며 “급진적이라고 여겨질까 두려워 원칙을 포기하는 일은 없다”고 외쳤다. 공공 주택 임대료 동결, 무상 보육 및 버스, 시영 식료품점 도입 등 자신의 강경 진보 정책을 우려하는 보수층의 비판을 아랑곳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그는 또 “부유한 소수에게 세금을 부과해 다수를 위한 (무상) 보육 및 (공공) 임대료 동결을 이뤄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참석한 시민들 또한 “부자에게 증세를”이라고 외치며 뜨겁게 호응했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그는 같은 날 브루클린 플랫부시의 공공 임대주택도 방문해 시민들의 불편 사항을 들었다. 임대인과 임차인의 갈등 상황에서 임차인을 보호할 수 있는 행정명령에도 서명했다. 또한 그는 전임자인 에릭 애덤스 전 시장의 친(親)이스라엘 행정명령 또한 취소했다. 애덤스 전 시장은 뉴욕시와 관련된 기관이 이스라엘을 보이콧하거나 대(對)이스라엘 투자를 철회하는 것을 금했지만 이를 뒤집었다. 이날 맘다니 시장의 취임 선서를 주재한 사람은 그의 정치 역정에 많은 영향을 준 ‘좌파 대부’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무소속·버몬트). 샌더스 의원은 “현 체제는 극소수에게만 너무나 많은 것을 주고 있다”며 맘다니 시장을 적극 지지하겠다고 강조했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지난해 12월 16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 마운틴뷰에 있는 로봇 스타트업 ‘더스티 로보틱스’. 이곳에서는 청소기처럼 생긴 작은 로봇이 흰 바닥 위를 분주히 누비고 있었다. 로봇이 지나간 자리 바닥에는 건물의 외형, 배관 위치 등이 담긴 설계도가 그려졌고 그 위로 영어, 스페인어, 한국어 등 다양한 언어로 된 시공 안내문이 새겨졌다. 다양한 국적의 현장 작업자들은 언어 장벽과 상관없이 일을 할 수 있었다. 이 로봇은 미국의 대형 건설사, 데이터센터, 아파트 등에서 쓰인다. 건설 인력난을 해결하기 위해 탄생한 이 기술은 사람이 직접 설계도를 그리던 기존 방식보다 업무 효율을 수 배 높였다. 잭 라이스 데이비스 수석 디렉터는 “로봇이 설계도를 정확히 그려주면 사람들은 시공에 집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건설 로봇 기술이 빛을 발하기까지는 실리콘밸리 특유의 ‘혁신 금융’이 든든한 연료가 됐다. 이곳 창업자들은 “투자자들은 창업 초기 2, 3년간은 수익을 안 따지고 밀어준다”고 입을 모았다. 실리콘밸리 금융 생태계에는 ‘홈런 한 번을 위해 99번의 실패를 포용한다’는 문화가 진작에 뿌리내렸다. 혁신 금융의 토양에서 성장한 구글, 애플 등 빅테크 기업은 미국 증시를 떠받치는 기둥이 됐다. 최근 미 증시가 3년 연속 20%대 상승을 이어가며 견고하게 성장하는 비결 역시 혁신 금융이 키워낸 혁신 기업의 활약에서 찾을 수 있다. 반면 혁신 금융 기반이 약한 국내에서는 한계를 느낀 창업가는 물론이고 투자처를 찾으려는 금융사들까지 실리콘밸리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이제는 혁신금융 전쟁] 〈2〉 실패해도 투자하는 실리콘밸리기술 결함 겪었던 美 로봇 스타트업실패에도 재도약 할 수 있던 비결로 벤처캐피털 꾸준한 투자 기반 꼽아유행 테마산업에 쏠리는 韓과 달리 실리콘밸리선 기업 잠재력 우선시“B급 사업도 A급 맨파워면 선택”“첫 투자자는 우리와 커피를 몇 번 마신 뒤 투자를 결정했어요.”미국 실리콘밸리 로봇 스타트업 ‘더스티 로보틱스’의 테사 라우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12월 16일(현지 시간) 첫 투자 유치 순간을 이렇게 회고했다. 2018년 창업한 라우 CEO는 창업 초기 첫 투자자와 한 달에 한 번씩 만나 커피를 마시며 건설 산업에 대해 새로 배운 점과 사업 아이디어를 소개했다. 그는 “투자자들은 시간이 가면서 우리가 점점 발전한 점을 높게 평가했다”고 말했다. 당시 더스티 로보틱스는 신생 기업이라서 뚜렷한 성과는 없었지만 투자자들은 전진하고 있는 점에 주목했다. 수익성 있는 기업으로 클 수 있겠다고 본 것이다. 라우 CEO는 과거 창업에 실패했던 쓰라린 경험이 있다. 실패해도 투자 기회를 주는 ‘혁신 금융’의 힘이 더스티 로보틱스를 키운 셈이다. 덕분에 이 기업은 7년간 약 7000만 달러(약 1011억 원) 투자를 모을 수 있었다. 미국 경제전문지 ‘패스트컴퍼니’가 2024년 선정한 ‘가장 혁신적인 기업’에도 꼽혔다. 실리콘밸리 기업가들은 혁신 금융가들이 스타트업 실패를 이해해주고 실패를 통한 학습을 가치 있게 여긴다고 소개했다.● “여러 실패가 기업을 성장시켜” 라우 CEO는 이미 한 번 사업을 접고 더스티 로보틱스를 창업했지만 또 다른 위기를 맞았다. 초창기에 샌프란시스코의 한 건설사가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로봇을 쓰다가 반품시켰다. 작동 오류로 바닥에 설계도를 직선이 아닌 곡선으로 그렸기 때문이다. 곧바로 문제점을 찾기 시작했다. 로봇을 실시간으로 제어할 때 와이파이 무선 인터넷이 적합하지 않다는 문제를 발견했다. 이후 제품을 재설계했다. 기술이 개선됐고 당시 로봇을 퇴출시켰던 아파트 건설사를 다시 고객으로 돌렸다. 라우 CEO는 “우리의 역사는 많은 실패로 가득 차 있고 그 실패가 우리를 성장시켰다”고 회고했다. 더스티 로보틱스가 실패에도 버텨내고 도약할 수 있었던 것은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VC) 생태계 역할이 컸다. 투자자들은 단기적 사업 완성도나 손익보다, 이 기술이 실패를 거쳐 얼마나 빠르게 진화하고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를 본다. 99번 실패하더라도 1번의 성공을 기다려준다는 뜻이다. 이 회사의 잭 라이스 데이비스 수석 마케팅 디렉터는 “투자자들은 늘 ‘이 산업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회사들을 찾는다”고 말했다. 미국 대형 벤처캐피털들은 투자 초기 2, 3년간 수익화 여부를 묻지 않는다. 안준영 롯데벤처스 미국 지사장은 “벤처 펀딩은 육아와 비슷해서 4, 5년 만에 크길 바라는 건 큰 욕심”이라고 말했다.● “맨파워, B급 사업도 A+급으로 키운다” 데이터 분석업체 ‘디맨드세이지’에 따르면 지난해 2분기(4∼6월) 미국 전역엔 114만8000개 이상의 스타트업이 운영되고 있다. 이 중 상당수가 실리콘밸리에 있다. 실리콘밸리에서 기업 가치 10억 달러(약 1조4455억 원) 이상인 유니콘 기업은 105개다. 반면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한국 전체 유니콘 기업은 13개였다. 실리콘밸리 지역 유니콘 기업이 한국 전체의 8배다. 실리콘밸리가 유니콘 기업을 활발하게 배출할 수 있는 비결은 ‘혁신 금융’의 투자 공식이다. 혁신 투자자는 사업 자체의 우수성보다 창업 멤버 역량을 본다. 세계적인 벤처캐피털 세쿼이아는 한번 검증한 창업가를 ‘세쿼이아 패밀리’로 본다. 세쿼이아 투자를 받은 유전자 치료제 개발 기업 ‘진에딧’ 박효민 대표는 “세쿼이아는 사업보다는 사람을 검증하고, (검증된 사람들인) ‘세쿼이아 패밀리’를 굉장히 중요하게 여긴다”며 “우리에게 ‘망하더라도 다음 창업 때 우리에게 제일 먼저 오라’고 말한다”고 했다. 일리야 스트레불라예프 미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전설적인 한 벤처캐피털 투자자는 ‘나는 A급 아이디어를 실행하는 B급 팀보다, B급 아이디어를 추구하는 A급 팀에 투자하겠다. 왜냐하면 A급 팀은 B급 아이디어의 한계를 빠르게 파악하고, 방향을 바꿔 A+급 아이디어로 발전시킬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고 소개했다. 반면 한국 금융권은 사람의 역량이나 기업의 가능성 대신 그때그때 유행하는 테마에 집중하는 경향이 크다. 이기대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은 “인공지능(AI) 등 테마 분야가 아닌 플랫폼에 대한 투자는 얼어붙었다”면서 “특히 내수 산업을 하는 스타트업은 투자를 받기 어려워졌다”고 말했다.“수익에 ‘0’ 하나 더 붙어” 실리콘밸리에 韓벤처 지원 조직 러시‘IBK창공’, 韓 스타트업 美진출 지원HD현대-중기부도 현지 거점 마련“장기적 안목으로 투자 방식 바꿔야”국내서도 창업 생태계 강화 목소리“미국에서 창업에 성공하면 한국보다 수익 뒷자리에 ‘0’이 하나 더 붙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실리콘밸리에서 한국 스타트업의 미국 진출을 돕는 ‘IBK창공’ 관계자는 실리콘밸리에 진출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이 기관은 IBK기업은행 창업 육성 조직이다. 미국에서 창업에 성공하면 한국에서보다 더 큰 투자를 유치하고 수익을 높일 수 있다는 얘기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실리콘밸리에선 한 번 투자 기회가 올 때 규모가 크다”며 “이곳에서 조금이라도 투자를 받으면 실패하더라도 좋은 경력으로 남는다. 이를 기반으로 다른 국가에서 재창업하기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한국 스타트업은 물론이고 한국 은행과 대기업도 실리콘밸리에 스타트업 지원 조직을 마련하고 있다. 이들이 실리콘밸리로 향하는 이유는 혁신 자금이 풍부하고, 해외 판로를 개척할 기회가 더 다양하기 때문이다. 한국산업은행은 2021년 KDB실리콘밸리를 설립했다. 창업가가 자연스럽게 투자자를 만날 수 있는 투자 네트워킹 행사 ‘넥스트라운드’를 매년 실리콘밸리에서 연다. HD현대 공익재단인 아산나눔재단은 지난해 11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머테이오에 스타트업 지원 공간 ‘마루SF’를 열었다. 미국 시장에 진출한 지 얼마 안 된 창업가들에게 주거와 커뮤니티 공간을 제공한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이달 개소를 목표로 실리콘밸리 멘로파크에 스타트업·벤처캠퍼스(SVC)를 조성하고 있다. SVC는 2013년부터 운영되고 있던 중기부 산하 한국벤처투자(KVIC) 실리콘밸리 사무소를 확장해 마련한다. 정부와 기업, 은행이 한국 스타트업의 미국 진출을 돕는 건 장려할 일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도 혁신 금융을 키워 국내 창업 생태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를 위해 기업과 은행들이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관점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투자한 스타트업이 빨리 성과를 내지 못해도 장기적인 안목으로 투자해야 한다는 얘기다. 벤처업계 관계자는 “단기적 성과가 중요한 국내 금융권에서 오랜 시간을 투입해야 수익을 거둘 수 있는 벤처 투자는 외면받기 쉽다”고 말했다.특별취재팀▽팀장 조은아 경제부 차장 achim@donga.com▽싱가포르=강우석, 스톡홀름=김수현 기자▽실리콘밸리=신진우, 보스턴=임우선,▽런던=유근형 특파원▽서울=전주영, 신무경, 주현우, 최미송 기자조은아 경제부 차장 achim@donga.com싱가포르=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스톡홀름=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실리콘밸리=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보스턴=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런던=유근형 특파원 noel@donga.com서울=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서울=신무경 기자 yes@donga.com서울=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서울=최미송 기자 cms@donga.com}

“부자에게 세금을(Tax the rich)!”미국 동부 시간 1일 오후 1시경(한국 시간 2일 오전 3시경) 뉴욕 맨해튼 남부의 뉴욕시청 앞. 체감온도 영하 13도의 강추위가 몰아쳤지만 약 4만 명의 시민이 모였다. 이날부터 4년간 미국 최대 도시 뉴욕을 이끌 인도계 무슬림 조란 맘다니 시장(35)의 취임식을 보기 위해서다.아침 일찍부터 시청 일대에 모인 시민들은 인근 10여 개 블록에 걸쳐 최대 약 1km의 긴 입장 줄을 형성했다. 경찰과 소방청 등은 일대 도로를 통제하고 참가자들의 소지품을 일일이 검사하는 등 삼엄한 보안과 경계를 펼쳤다. 약 3시간을 기다려 입장했다는 시민 앨리슨 씨는 “오늘 취임식은 부(富)를 독차지한 1%를 향해 나머지 99%가 목소리를 내는 자리”라며 “평범한 시민이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비싼 물가와 집값을 맘다니 시장이 해결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에 참석했다”고 밝혔다.‘민주적 사회주의자’를 자처하는 맘다니 시장은 이날 취임식 연설에서 “민주 사회주의자로 당선됐고 민주 사회주의자로서 일할 것”이라며 “급진적이라고 여겨질까 두려워 원칙을 포기하는 일은 없다”고 외쳤다. 공공 주택 임대료 동결, 무상 보육 및 버스, 시영 식료품점 도입 등 자신의 강경 진보 정책을 우려하는 보수층의 비판을 아랑곳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발언으로 풀이된다.그는 또 “부유한 소수에게 세금을 부과해 다수를 위한 (무상) 보육 및 (공공) 임대료 동결을 이뤄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참석한 시민들 또한 “부자에게 증세를”이라고 외치며 뜨겁게 호응했다.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그는 같은 날 브루클린 플랫부시의 공공 임대주택도 방문해 시민들의 불편 사항을 들었다. 임대인과 임차인의 갈등 상황에서 임차인을 보호할 수 있는 행정명령에도 서명했다. 또한 그는 전임자인 에릭 애덤스 전 시장의 친(親)이스라엘 행정명령 또한 취소했다. 애덤스 전 시장은 뉴욕 시와 관련된 기관이 이스라엘을 보이콧하거나 대(對)이스라엘 투자를 철회하는 것을 금했지만 이를 뒤집었다.이날 맘다니 시장의 취임 선서를 주재한 사람은 그의 정치 역정에 많은 영향을 준 ‘좌파 대부’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무소속·버몬트). 샌더스 의원은 “현 체제는 극소수에게만 너무나 많은 것을 주고 있다”며 맘다니 시장을 적극 지지하겠다고 강조했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한국이 새해 둘째 날을 맞은 오늘, 미국 뉴욕은 아직 새해 첫날인 1일이었습니다. 그리고 여느 해의 1월 1일과 다른 아주 역사적인 이벤트가 있었어요. 바로 뉴욕의 112대 시장인 조란 맘다니의 취임식이 바로 그것입니다.맘다니 시장은 여러 가지 면에서 미국 최대 도시인 뉴욕의 역사를 새로 쓴 시장입니다. 일단 처음으로 인도계 부모 밑에서 태어난 시장이고, 아프리카 대륙인 우간다에서 7살 때 이민 온 이민자 출신 시장이기도 합니다. 또 최초의 이슬람교를 믿는 무슬림 시장이고, 정치적으로는 본인 스스로를 ‘민주사회주의자’라고 규정한다는 면에서 여러 가지로 ‘최초’ 타이틀이 많이 붙은 인물입니다. 무엇보다 세계 자본주의의 심장인 뉴욕에서 민주사회주의자 성향의 시장이 탄생했다는 게 많은 화제 내지는 논란이 됐죠. 아, 34세의 젊은 나이 역시 뜨거운 화제였습니다. 그런 맘다니 시장은 취임식도 이전에는 시도하지 않은 특별한 컨셉으로 열겠다고 예고했는데 바로 ‘취임 축하 블록 파티’라는 것이었습니다. 격자무늬 계획도시인 맨해튼은 도로와 도로 사이를 블록으로 표현하는데, 브로드웨이 대로의 7개 블록에 걸친 도로를 막아놓고 무려 4만 명의 시민들이 함께 취임식을 ‘단관(단체관람)’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는 것이었죠. 뉴욕시청 앞마당에서 열리는 공식 취임식과 동시에 바로 그 옆 도로에 4만 명의 시민들이 모이는 행사를 하겠다고 하니 그간 뉴욕은 보안 준비로 난리였습니다. 뉴스를 통해 여러 사건을 접하셨겠지만 요즘 미국도 정치적 갈등이 심각하다보니, 혹시라도 1월 1일 열리는 뉴욕시장 취임식이 범죄나 테러의 대상이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컸죠. 그래도 이 역사에 기록될 만한 순간을 전하기 위해 취임식 현장으로 길을 나섰습니다. 이날 날씨는 정말, 엄청, 굉장히 추웠습니다. 숫자로는 체감온도 영하 13도였는데 맨해튼은 섬이라 겨울 돌풍과 강풍이 워낙 심하다보니 실제로 느끼는 체온은 그보다 훨씬 더 낮게 느껴졌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청에 도착하자, 취임식에 참석하기 위해 줄을 선 인파가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많았습니다.시청에서 열리는 본 행사 입장 줄도 길었지만, 바로 옆 블록에서 열리는 단관 파티 입장 줄은 더 길었는데, 정말로 태어나서 본 줄 중에 가장 긴 줄이었습니다. 길이를 계산하니 약 1km정도 되는 줄이었는데, 이토록 추운 날씨에 집에서도 TV로 볼 수 있는 취임식을 시민들과 함께 (직관도 아니고 전광판으로) 보러 나왔다니…. 어떤 콘서트장에서나 행사장에서도 보지 못한 열기다 싶었습니다. (물론 2002년 월드컵 때를 생각하면 아주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닙니다.)이날 줄을 선 이들을 취재하다가 만난 뜻밖의 신스틸러도 있었습니다. 바로 맘다니 시장과 함께 뉴욕 시장 선거에 출마했던 공화당 후보 커티스 슬리와였습니다. 슬리와 전 후보는 항상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빨간 베레모를 쓰고 다니는데, 이날도 어김없이 베레모를 쓴 채 홀로 평범한 시민들 사이에 섞여 입장 대기줄에 서 있었습니다. 그를 알아본 시민들이 깜짝 놀라 다가가 주먹인사를 하고 기념촬영 부탁을 하자 흔쾌히 응해주기도 했고요. 사실 전 이날 취임식 행사에서 그 어떤 것보다 이 장면이 기억에 남았습니다. 그래도 명색이 공화당 뉴욕시장 후보였는데, 자신이 진 선거에서 상대편의 취임식 단관 파티에 가는 건 쉬운 일이 아닐테니까요. 우리로 치면 서울시장 후보였던 송영길, 오세훈, 박영선, 안철수 이런 분들이 서로가 승리하거나 졌을 때 상대편의 취임 축하 시민 파티에 갈려고 몇시간 씩 줄을 서있다는 건데, 솔직히 잘 상상이 안되는 장면이잖아요. 더더욱이 ‘무대 위에 내 자리 하나 만들어줘’라고 부탁한 것도 아니고, 평범한 시민들 사이에 섞여 영하 13도의 날씨에 2시간 넘게 줄을 서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는 게 좀 멋지게 느껴졌습니다.이날 시민들에게 물어보니 단관 파티 입장까지 최소 2시간에서 4시간까지 기다렸다는 응답이 나왔습니다. 너무 추운데 가만히 서서 기다려야 하다 보니 추위를 이기기 위해 일행끼리 단체로 제자리 뛰기를 하는 모습도 자주 보였어요. 맨해튼에 거주한다는 30대 여성 직장인 앨리슨 씨에게 이런 날씨에도 불구하고 참석한 이유를 물으니 진심 어린 대답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이 분은 강추위에 온몸과 턱을 덜덜 떨면서도 진지하게 인터뷰에 응해주었습니다). 그는 “오늘 취임식은 단순한 시장 취임식이 아니고 (부를 독차지한) 1%에 대한 99% 시민들의 목소리를 말하는 자리”라며 “높은 물가와 집값 때문에 더 이상 뉴욕은 평범한 시민들이 살기 어려운 곳이 됐고, 맘다니가 이 문제를 꼭 바꿔주길 지지하는 마음으로 나왔다”고 말했습니다. 앨리슨 씨는 화이트칼라 직장인으로 보였는데 “집 앞에 있는 맥도날드에서 일하는 이들이나 뉴욕의 곳곳에서 열심히 일하는 시민들을 볼 때 슬퍼진다”고 했습니다. 이들이 아무리 열심히 하루 종일 일해도 도저히 가족을 먹여 살릴 수 없을 만큼 뉴욕은 감당할 수 없는 곳이 돼 버렸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바로 요즘 뉴욕 뿐 아니라 미국 선거판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감당할 수 있는(affordable) ◯◯’에 대한 요구입니다.이날 취임식과 취임식 단관 파티 행사는 이토록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든 역사적 현장이었습니다. 그런데 아뿔사, 막상 행사가 시작되자 생각지도 못했던 장면이 펼쳐졌어요. 블록마다 초대형 전광판이 설치돼 시민들을 맞을 준비를 마치고, 대형 스피커에서는 ‘New York State of Mind’ 음악이 흘러나오며 뉴요커들의 감성을 한껏 끌어올리고 있었는데 정작 그 앞에 관객들이 없었던 겁니다. 이날 시민들은 블록에 입장하기 전에 테러 등을 우려해 굉장히 엄격한 소지품 및 탐지기 검사를 거쳐야 했어요. 반입 금지 품목 리스트만 20개가 넘어갈 정도였습니다. 보안을 이유로 블록파티 출입구 위치도 단 한 곳 뿐이었고요. 그러다보니 검사 속도가 인파와 행사 시작 시간을 따라잡지 못했던 겁니다. 맘다니 시장 취임식은 당초 예정됐던 1시보다 30분 늦은 1시 30분에 시작됐는데, 그때까지도 블록파티 거리는 반도 채워지지 못한 썰렁한 모습이었습니다. 물론 거리 입구 밖에는 수만 명의 시민이 대기 중이었지만요. 보고 있는 제가 다 안타깝더라고요.보는 이가 거의 없는 거대한 전광판 속에서 취임식 축사를 맡은 (맘다니 시장과 같은 민주사회주의 계열 정치인)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하원의원(민주당·뉴욕)은 “뉴욕 시민들은 두려움 대신 용기를 선택했다”며 “우리는 소수의 부를 위한 전리품보다 다수의 번영을 선택했다”고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취임 기도는 뉴욕 이슬람 센터 소장인 칼리드 라티프 이맘이 맡았습니다. 미국에서는 (대통령 취임 때도 그렇고) 정치인들이 성경에 손을 얻고 취임 선서를 하거나 종교 지도자가 축복 기도를 해주는 걸 흔히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뉴욕 역사상 이슬람 지도자가 취임 기도를 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맘다니 시장은 이날 성경이 아닌 자신의 할머니가 쓰던 이슬람 경전 쿠란에 왼손을 올리고 취임 선서를 했는데 이 역시 뉴욕시 400년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습니다. 이날 맘다니 시장은 “나는 민주사회주의자로 당선됐고, 민주사회주의자로 일할 것”이라며 “급진적이라고 여겨질까봐 두려워 원칙을 포기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습니다. 또 “이제 뉴욕시청은 시민들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행정력을 사용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며 “항상 성공하진 못하더라도 시도할 용기가 부족했다는 비난은 결코 받지 않을 것”이라고 강한 정책 드라이브를 걸 것임을 천명했습니다.이날 취임식에서는 이민자의 도시로서 뉴욕에 대한 강조와 다양성에 대한 지지도 이어졌습니다. 맘다니 시장은 “나 같은 무슬림 아이가 매주 일요일 (유태인 음식인) 베이글과 훈제 연어를 먹으며 자랄 수 있는 곳이 또 어디 있겠냐”며 뉴욕의 다양성과 개방성에 찬사를 보냈습니다. 맘다니 시장에 앞서 취임 선서를 한 주마네 윌리엄스 뉴욕시 공공 옹호관의 연설에 눈물 짓는 뉴요커들도 많았습니다. 공공 옹호관이라는 뉴욕시의 독특한 직책은 시청을 감시하는 역할을 하는 동시에 시장 다음으로 도시의 방향성을 이끄는 막강한 자리입니다. 만약 시장이 사망하면 시장직을 물려받는 승계 1순위 자리이기도 합니다. 카리브해의 섬나라인 그레나다 출신으로, 어릴 적 이민자 자녀로서의 어려움과 장애를 겪은 것으로 알려진 윌리엄스 옹호관은 이날 뉴요커들에게 “어떠한 경우에도 우리 주변의 이민자와 소외된 사람들을 포기하지 말자”고 호소하는 연설로 기립 박수를 받았습니다. 새해에 뉴욕에서 트럼프 행정부와의 대림 치 불법 이민자 단속이 격렬해질 수 있다는 우려 속에 나온 발언이라 더 관심이 집중됐습니다.그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말을 따라해 달라고 부탁하면서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는 만큼, (우리가 힘을 합하면 좋은 일도)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는 동안 아무도 서로의 손을 놓지 말자”고 다짐했습니다.무엇보다 이날 취임식에서 가장 큰 연호가 나온 건 ‘부자 증세(Tax the rich)’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맘다니 시장은 “우린 가장 부유한 소수에게 세금을 부과해 다수를 위한 (무상)보육을 제공할 것”이라며 “임대료 안정화 주택 역시 임대료를 동결할 것이므로 임대료 인상을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습니다. 시민들은 “부자 증세”를 연호하며 환호했고요. (몇몇 시민들은 덩실덩실 춤까지! 추더라고요.)평소 맘다니 시장이 자신의 정신적 지주라고 밝혀 온 민주사회주의계의 대부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무소속·버몬트)은 이날 취임 선서를 주관하며 한 연설에서 “사람들은 우리에게 급진적이라고 하지만 진짜 급진적인 것은 극소수에게 너무 많은 것을 주고 다수에게 삶의 기본적 필수품조차 박탈하는 체제”라고 말했습니다. 일각에서는 맘다니 시장의 부자 증세가 본격화 되면 뉴욕시 세금의 상당 부분을 부담하고 있는 초부유층들이 뉴욕시를 아예 떠나버릴 것이란 우려도 나오는데 실제로 어찌될 지 주목되는 부분입니다. 이렇게 새해 첫날 오후 3시가 넘어서야 역사적인 112대 뉴욕 시장의 취임 행사가 끝났습니다. 분명 오늘은 축제였습니다. 맘다니 시장은 4년 뒤 임기가 끝날 때에도 축제를 열 수 있을까요? 850만 뉴요커들과 세계의 눈이 그의 다음 행보를 바라보고 있습니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보통 광섬유 랜을 설치하려면 1년이 걸리지만, 이 장치를 쓰면 2∼3시간 만에 통신이 연결됩니다.” 지난해 12월 15일(현지 시간) 싱가포르 창이공항에서 차로 15분 거리에 위치한 게일랑 지역에 들어선 스타트업 ‘트랜스셀레스티얼’을 찾았다. 이 회사의 모하마드 다네시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신속하고 저렴하게 통신을 연결할 수 있는 장비를 설치하고 있었다. 다네시 CTO는 “광섬유 랜을 설치하려면 인허가, 땅 매립 등 복잡하고 어려운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이 장비로 하면 레이저를 사용한 무선이라 간편하다”고 소개했다. 이 스타트업의 통신 기술은 싱가포르뿐 아니라 일본, 인도, 호주 등 세계 곳곳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다. 첨단 기술 하나만으로 세계 자금을 싱가포르로 끌어들인 것이다. 싱가포르가 스타트업 기술의 수혜를 누리고 세계의 투자금을 끌어모은 건 혁신 금융 덕분이었다.● “벤처투자사 밀집한 싱가포르에서 사업해 성공”트랜스셀레스티얼은 ‘디지털 격차를 줄이고 싶다’는 청사진을 품고 있다. 유엔 산하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은 지난해 인터넷을 사용하지 못하는 인구를 22억 명 정도로 추산했다.다네시 CTO는 “레이저 통신 기술로 세계 누구든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하고 싶다”고 밝혔다. 2016년 설립된 이 회사는 싱가포르로 글로벌 자금을 끌어모았다. 인도, 일본, 말레이시아, 필리핀, 호주 등 여러 국가의 통신사들과 협업 중이다. 지난해 11월엔 일본 최대 통신 회사 NTT로부터 투자를 받았다. 일본은 지진, 지진해일(쓰나미), 태풍이 잦아 통신망을 빠르게 복구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이 스타트업에 투자한 엠파워파트너스의 캐시 마쓰이 파트너는 “지진과 태풍으로 인해 통신 네트워크가 끊겨도 이 회사의 제품을 이용하면 불과 몇 시간 만에 복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스타트업을 창업한 다네시 CTO는 이란 국적이지만 싱가포르에 회사를 세웠다. 싱가포르에 혁신 산업을 수혈해 주는 ‘혁신 금융’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그는 “(우리 사업은) 수백 곳의 벤처캐피털이 밀집한 싱가포르에서 사업했으니 가능했던 일”이라고 자평했다.싱가포르에서 스마트팜 사업에 뛰어든 ‘아치센’도 성장 잠재력을 인정받고 세계 곳곳과 협업하고 있다. 지난해 7월 말레이시아 디지털 농식품 기업 ‘팜바이트’와 조인트 벤처를 세웠다. 이를 통해 말레이시아 국경 부근의 조호르-싱가포르 경제특구(JS-SEZ)에 스마트팜도 지었다. ‘제2의 딥시크’인 중국 인공지능(AI) 기업 마누스는 지난해 싱가포르로 본사를 옮긴 뒤, 페이스북·인스타그램 운영사 메타에 2조 원 이상의 가치를 인정받고 인수됐다.● 세제 혜택, ‘혁신금융’ 유입 촉진싱가포르가 아시아 스타트업 요람으로 정착한 가장 큰 이유는 ‘혁신금융’이 강하기 때문이다. 싱가포르 정부에 따르면 2023년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주요국 6곳(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의 전체 벤처캐피털 투자 금액 중 싱가포르 점유율은 73.3%이다. 한국에서 직장 생활을 하다가 싱가포르에서 창업한 엄모 씨(48)는 “다양한 투자 회사들이 있어 운영 자금을 마련할 기회가 많다”고 설명했다. 싱가포르에 상속·증여세, 양도·배당소득세가 없는 점도 수많은 혁신 금융이 유입되는 배경으로 보인다. 인도네시아 소재 한 벤처캐피털의 대표는 “투자 환경이 자유로운 데다 세대 간 자산 이전도 용이해 북미권, 유럽 투자사, 기관이 싱가포르를 아시아 진출 교두보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전통 은행들 일찍이 ‘체질 변신’ 싱가포르의 강점으로 꼽히는 ‘전통 은행의 체질 변신’은 한국 금융권이 배워야 할 과제로 꼽힌다. 싱가포르 은행인 DBS, UOB, OCBC는 가계대출 영업에서 벗어나 스타트업들이 차별화된 아이디어만으로 사업에 도전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책을 내놨다. 싱가포르 최대 은행 DBS는 아시아권 스타트업에 대출해 주는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OCBC는 창업 후 6개월∼2년가량 된 초기 스타트업에 최대 10만 싱가포르달러(약 1억1225만 원)를 빌려주는 ‘비즈니스 퍼스트 론’을 도입했다. UOB는 스타트업 해외 확장과 기술을 지원하는 ‘핀랩(Finlab)’을 별도로 만들어 운영 중이다.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 자회사 버텍스홀딩스의 추아 키 록 대표이사는 “싱가포르 정부는 은행이 스타트업 투자로 본 손실의 일부를 보전해주는 파격적인 정책을 시행했다. 은행들이 그 과정에서 투자 노하우를 익혔다”고 말했다.특별취재팀▽팀장 조은아 경제부 차장 achim@donga.com▽싱가포르=강우석, 스톡홀름=김수현 기자실리콘밸리=신진우, 보스턴=임우선, 런던=유근형 특파원서울=전주영 신무경 주현우 최미송 기자}

싱가포르 등 아시아 금융 강국과 미국 실리콘밸리 등에서는 금융회사들이 혁신 기업들의 자금줄이 되고 있지만, 한국 금융권은 여전히 부동산 대출 중심 영업 관행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담보 없이도 기술력만 있으면 자금을 받을 수 있게 하겠다’며 나서고 있지만, 국내 은행권 대출에서 주택담보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정부와 기업이 아무리 인공지능(AI) 등 첨단 산업 육성에 나선다고 해도, 금융사들이 자금의 물꼬를 혁신 산업으로 돌리지 않으면 혁신 산업 육성은 물론 1%대 저성장을 벗어나기도 어렵다.● 30년째 안 바뀌는 ‘손 쉬운 영업’1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 자료(분기별)에 따르면 2025년 9월 말 국내 은행권(시중·지방·인터넷전문·특수은행)의 주담대는 767조786억 원으로 전체 원화대출금(2466조1660억 원)의 31.1%를 차지했다. 9월 말 기준으로 2019년(31.3%) 이후 가장 높다. 국내 은행들이 이처럼 부동산 대출에 치중하는 이유는 기업 대출에 비해 개별 대출 규모가 작아 손실을 피하기 쉽기 때문이다. 또 한국 부동산 특성상 담보가 확실해 은행이 돈을 떼일 가능성이 매우 낮다. 그만큼 은행 수익률은 높아진다. 돈을 빌린 사람이 빚을 갚지 못하면 은행은 담보로 잡은 부동산을 경매에 부쳐 손실을 곧바로 메울 수 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대기업 연쇄 부도에 이은 금융권 줄도산 이후 국내 은행들은 개인 부동산 담보 대출 영업에 주력해 왔다. 이런 영업 관행이 약 30년간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다. 은행 자금의 부동산 쏠림 현상은 한국 경제에 다양한 부작용을 낳고 있다. 스타트업 등 부가가치가 높은 부문으로 자금이 좀처럼 향하지 않다 보니 국가 전체 성장 동력이 떨어지고 있다. 부동산 담보대출은 당장은 안전해 보이지만, 경제 위기로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면 금융 시스템 전반에 위기가 된다. 담보가치 하락으로 돈을 빌린 사람들이 빚을 못 갚고, 금융기관 건전성이 악화될 수 있다. 추명삼 한국은행 금융시장연구팀 차장은 “(부동산 가격 하락기에) 은행 대출 여력이 줄면 전체 신용 공급이 줄어 가계와 기업의 소비와 투자가 위축된다”고 말했다. ● 벤처 집중 투자하는 VC마저 자금 회수한 건축 플랫폼 스타트업은 사업 악화로 2024년 1월 법원으로부터 회생 개시 결정을 받았다. 그러자 투자사는 ‘회생절차가 시작되면 투자자가 이해관계인(대표)에게 주식매수를 청구할 수 있다’는 계약서를 근거로 풋옵션(특정 가격에 주식을 팔 권리)을 행사했다. 스타트업은 “조금만 기다려 주면 이자라도 갚겠다”고 하소연했다. 하지만 2025년 7월 법원은 투자사의 손을 들어줬다. 이 사건 이후 스타트업 업계는 얼어붙었다. 창업자가 사업에 삐끗하면 언제라도 개인 자산을 날릴 수 있는 선례가 됐기 때문이다. 벤처캐피털(VC)들은 업황이 어려워지면서 투자한 스타트업으로부터 돈을 회수하는 분위기다. 기업공개(IPO)나 인수합병(M&A) 등 회수 시장이 막히면서 투자 실적이 없는 이른바 ‘깡통 VC’도 등장하고 있다. 벤처투자회사 전자공시에 따르면 2025년 1∼11월 투자 실적이 ‘0원’인 VC는 36곳에 달한다. 전체 등록 벤처투자사(384개)의 약 9.4%가 소위 깡통 투자사인 셈이다. 2020년에는 깡통 투자사가 11곳(전체의 5.6%)에 불과했는데, 5년 새 분위기가 바뀌었다. 대형 은행은 가계 대출 중심의 영업 관행을 바꾸지 않고, VC마저 자금줄이 막히면서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한국에서 토스, 배달의민족 같은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 원 이상 기업)이 안 나온 지 오래됐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효석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VC와 사모펀드(PE), 금융회사가 각각 역할별로 창업 생애주기 전체에서 초기 스케일업부터 인수합병까지 적극적으로 참여해 회수가 용이한 자본시장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동산에 치중된 자금 물꼬를 혁신 산업으로 돌려야 한국 경제의 고질적인 부동산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준서 동국대 경영대 교수는 “은행권이 그동안 부동산 담보 대출로 돈을 많이 벌었으니, 이제는 그 돈을 기업의 가치를 높이고 경제 성장을 높일 수 있는 생산적 금융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특별취재팀▽팀장 조은아 경제부 차장 achim@donga.com▽싱가포르=강우석, 스톡홀름=김수현 기자실리콘밸리=신진우, 보스턴=임우선, 런던=유근형 특파원서울=전주영 신무경 주현우 최미송 기자}

지난해 12월 16일 싱가포르 서부 주롱 지역. 금융 중심지인 ‘래플스 플레이스’에서 차로 30분가량 떨어진 이곳에 7층짜리 회색 건물이 서 있다. 물류 창고, 자동차 부품 센터 등이 에워싸고 있는 스마트팩토리 건물에 들어서니 벽면을 따라 5m 높이 거치대에 촘촘하게 심어진 푸른 채소들이 자라고 있었다. 벽을 따라 조성된 ‘수직 스마트팜’이다. 상추, 케일, 근대 등 9개 종 식물이 밭이 아닌 인공 시설에서 자란다. 이곳 담당 직원 에릭 치아 씨는 “로봇이 농작물 방제, 운반, 점검 등을 모두 진행한다”고 소개했다. 빌딩 안 수직 농장은 2015년 싱가포르에서 창업한 스마트팜 기업 ‘아치센’이 관리한다. 식물 영양분과 산성 농도를 자동으로 확인하고 조절하는 기술도 개발했다. 빈센트 웨이 아치센 대표는 “싱가포르 국토에서 경작지 비중은 고작 1%”라며 “식량 자급률을 높이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아치센은 도시 국가 특성상 식량 자급자족이 어려운 싱가포르 경제 모델의 한계에 도전하고 있다. 싱가포르 국토에서 나는 채소는 이 나라 전체 채소 소비량의 4%에 불과하다.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때는 수입이 안 돼 가격이 치솟았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 9만 달러 부국(富國)의 약한 고리가 드러났다. 아치센이 무모해 보이는 도전에 나설 수 있었던 배경에는 신산업을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혁신 금융’이 있다. 스마트팜 사업은 설비투자, 전기료 등 비용 부담이 커서 수익성을 장담하기 어렵다. 하지만 혁신성을 일찌감치 알아본 싱가포르는 물론 한국 벤처캐피털(VC)과 말레이시아 식품 기업 등이 800만 달러(약 116억 원)를 투자했다.세계 최대 창업 강국인 미국 등 주요 선진국들은 혁신 산업을 키우는 ‘혁신 금융’을 놓고 전쟁에 버금가는 치열한 경쟁 중이다. 싱가포르 벤처투자 시장의 외국인 투자 비중은 84%에 달한다. 반면 한국의 금융은 여전히 주택담보대출이 큰 비중을 차지하며 옛 방식에 머무르고 있다. 글로벌 혁신 금융 전쟁에서 뒤처진 한국이 지금이라도 더 과감히 나서야 혁신 산업을 일으키고 저성장 터널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은행이 혁신 기업을 적극 발굴해 자금을 지원하면 유망 기업에 투자할 투자자들이 해외에서 몰려올 것”이라며 “정부와 금융권이 부동산에서 혁신 기업으로 돈의 물꼬를 틀어야 한다”고 말했다.특별취재팀▽팀장 조은아 경제부 차장 achim@donga.com▽싱가포르=강우석, 스톡홀름=김수현 기자실리콘밸리=신진우, 보스턴=임우선, 런던=유근형 특파원서울=전주영 신무경 주현우 최미송 기자}
금융당국은 부동산에 쏠린 자금을 스타트업, 중소기업 등의 성장을 돕는 ‘혁신 금융’으로 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혁신 금융이 활성화되려면 금융권의 기업 대출 규제와 지주회사의 벤처 투자 규제가 완화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1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9월 ‘생산적 금융을 위한 자본규제 합리화 방안’을 발표하며 주택담보대출 위험가중치(RWA)를 15%에서 20%로 높이기로 했다. 이렇게 하면 은행이 주담대로 같은 금액을 빌려줘도 더 많은 자본을 쌓아야 해 부담이 커진다. 주담대 대신 기업 대출, 투자로 은행 자금 물꼬를 돌리게 하려는 조치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은행들이 혁신 기업을 주도적으로 발굴하고 투자하게 하려면, 단순히 주담대에 족쇄를 씌우는 차원을 넘어 기업 대출 규제를 풀어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금융당국이 제시하는 현행 기준으로는 은행이 기업 대출을 했을 때 이에 대한 부실 위험이 주담대 대비 최대 7.5배 높게 책정된다. 은행 입장에서는 자본을 추가로 확충하지 않는 한 기업대출을 늘리기 어려운 구조다. 대형 금융지주 고위 관계자는 “대형 금융사마다 조 단위 자금이 국민성장펀드 등 정책 펀드로 투입될 예정이기 때문에 정부가 작년 9월 발표한 규제 완화가 은행의 실질적 투자 여력을 얼마나 늘릴지 미지수”라며 “신산업, 혁신 기업에 대한 대출 규제를 완화하는 추가 대책이 뒷받침돼야 정책 효율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주회사의 벤처 투자 문턱이 좀 더 낮아져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정부가 지난해 12월 ‘첨단산업 특례 규정 신설 계획’을 밝히면서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 반도체, 인공지능(AI) 관련 기업들은 별도 기업을 설립해 자금을 모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지주사가 직접 운영하는 벤처투자회사(CVC)와 관련된 규제는 제외됐다. 김현열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CVC는 모기업이 필요로 하는 기술과 사업모델을 보유한 스타트업을 발굴해 투자할 수 있다”며 “한국 벤처캐피털 자금 회수가 대부분 기업공개(IPO)를 통해 이뤄지고 있는데, CVC가 활성화되면 스타트업이 인수합병(M&A)되는 사례도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특별취재팀▽팀장 조은아 경제부 차장 achim@donga.com▽싱가포르=강우석, 스톡홀름=김수현 기자실리콘밸리=신진우, 보스턴=임우선, 런던=유근형 특파원서울=전주영 신무경 주현우 최미송 기자}
싱가포르뿐 아니라 대만, 일본, 홍콩 등 아시아 금융 강국들은 세계에서 투자금을 유치하고 스타트업을 육성하기 위해 발 빠르게 나서고 있다. ‘아시아의 실리콘밸리’ 자리를 두고 총성 없는 전쟁이 펼쳐지고 있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만 경제부는 지난해 8월 현지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개인들에 대한 소득공제 개정안을 발표했다. 초기 기업에 개인 주주로 참여하는 엔젤투자자의 자격 요건을 완화하고 개인 소득공제 한도를 상향한 것이 핵심이다. 이에 따라 스타트업 엔젤투자 요건은 100만 대만달러(약 4616만 원)에서 50만 대만달러로 낮아졌다. 또 대만 경제가 지정한 핵심 산업 분야 스타트업에 투자한 개인투자자의 공제 한도는 300만 대만달러에서 500만 대만달러로 인상됐다. 공제 한도가 높아지면 세금을 더 많이 돌려받을 수 있다. 대만은 2024년 벤처캐피털(VC)의 활발한 설립을 유도하기 위해 VC 최소 자본금 요건을 3억 대만달러에서 1억5000만 대만달러로 낮췄다. 레이먼드 창 딜로이트 대만 파트너는 “스타트업 자본 유입을 늘리고 혁신을 도모하기 위한 대만 정부의 정책”이라고 말했다. 홍콩은 VC 생태계를 민간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하고 있다. 존 리 홍콩 행정장관은 2024년 20억 홍콩달러 규모로 조성된 ‘혁신·기술벤처 기금(ITVF)’의 운영 방식을 VC 중심으로 개편한다고 밝혔다. 정부가 주도한 스타트업 투자의 한계를 인지하고, 투자 경험이 풍부한 VC들의 전문성을 극대화하려는 조치다. 홍콩은 또 가상자산 사업자들의 시장 진입을 유인하기 위해 가상자산 투자로 발생한 수익에 대한 세금 면제 방안도 추진 중이다. 스타트업 상당수가 가상자산과 연계된 사업을 구상한다는 점을 고려한 행보다. 일본은 스타트업을 키우기 위해 국가 차원에서 움직이고 있다. 일본 정부는 2022년 일본 경제의 구조를 개혁하기 위한 ‘스타트업 육성 5개년 계획’을 내놨다. 2027년까지 10조 엔을 투입해 10만 개의 스타트업과 100개의 유니콘(1조 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기업)을 육성하겠다는 구체적인 목표도 세웠다.특별취재팀▽팀장 조은아 경제부 차장 achim@donga.com▽싱가포르=강우석, 스톡홀름=김수현 기자실리콘밸리=신진우, 보스턴=임우선, 런던=유근형 특파원서울=전주영 신무경 주현우 최미송 기자}

1일부터 4년간 미국 최대 도시 뉴욕을 이끌 인도계 무슬림 조란 맘다니 뉴욕시장이 취임 당일 두 번의 취임 행사를 갖는다고 뉴욕타임스(NYT) 등이 지난해 12월 30일 보도했다. 뉴욕 최초의 무슬림 시장이며 ‘민주 사회주의자’를 자처하는 그의 취임식에는 미국 정계에서 ‘좌파 대부’로 통하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무소속·버몬트)과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하원의원(민주당·뉴욕) 등 야권의 강경 진보성향 정치인들이 총출동한다. 먼저 맘다니 시장은 미국 동부 시간 1일 0시(한국 시간 1일 오후 2시)에 러티샤 제임스 뉴욕주 법무장관의 주재로 미국 헌법, 주 헌법, 시 헌장을 준수하며 성실히 일할 것을 맹세하는 취임 선서를 하기로 했다. 선서 장소는 1904년 문을 연 뉴욕 최초의 지하철역으로 1945년 폐쇄된 유서 깊은 옛 시청역이다. 맘다니 시장 측은 “노동자들의 삶을 변화시킬 위대한 건축물을 건설하고자 했던 이 도시의 용기를 보여주는 기념비”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 행사는 맘다니 시장의 가족과 최측근만 참석한 가운데 비공개로 치러진다. 그는 같은 날 오후 1시(한국 시간 2일 오전 3시)에는 시청 계단에서 공개 취임식을 갖기로 했다. 이때 샌더스 의원은 ‘민주주의 후퇴’와 관련한 연설을 하며 맘다니 시장을 지지할 뜻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샌더스 의원은 부유세, 최저임금 인상, 노동권 강화 등을 강조해 왔다. 맘다니 시장 또한 샌더스 의원은 자신에게 “정치적 영감을 주는 인물”이라며 높이 평가했다. 공공 임대료 동결, 무상 버스 및 보육, 시영 식료품점 도입 등을 공약한 맘다니 시장이 취임식에서부터 자신의 정치색을 드러내려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취임식을 전후로 시청 인근 브로드웨이 대로에서는 7개 블록을 막은 채로 그의 취임 축하 파티가 열린다. 최소 4만 명의 시민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며 일대에 대형 콘크리트와 트럭을 이용한 바리케이드가 설치된다. 뉴욕시장 취임식에 이처럼 많은 시민이 참여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뉴욕 경찰은 수백 명의 경찰관을 배치해 행사에 입장하는 모든 시민의 소지품을 검사할 예정이다. 안전을 이유로 가방이나 유모차 반입은 금지된다. 체감온도 영하 13도의 추운 날씨가 예상되지만 역시 안전상의 이유로 난방 텐트 및 간이 화장실 설치 또한 금지한 것으로 전해졌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만 16세 소년이 챗GPT에게 자살 충동을 털어놨다. 그러자 챗GPT는 소년이 쓴 것보다 최대 20배 더 많은 ‘자살’, ‘목매달기’ 같은 표현을 쓰며 충동을 조장했다는 비판을 받는다.’(워싱턴포스트·WP) 미국 오픈AI가 개발한 인공지능(AI) 챗봇 챗GPT가 각국 청소년의 심리적 의존을 키우고 자살, 섭식 장애 등 정신건강 문제를 심화시킨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오픈AI가 챗GPT의 위험성을 알면서도 이를 미성년자들에게 배포해 청소년의 자살을 초래했다고 주장하는 소송도 잇따르고 있다. WP가 최근 보도한 16세 소년의 자살 사례도 마찬가지다. 이 소년의 챗GPT 계정을 분석한 결과, 처음에는 평범한 숙제 관련 대화로 시작했지만 나중에는 하루 평균 5시간씩 자살 계획을 논의한 사실이 드러났다. WP는 “오픈AI에 제기된 모든 사망 관련 소송에서는 챗GPT가 자살 욕구를 정당화하는 듯한 충격적 답변을 했다는 증거가 나온다”며 “총기 자살을 준비한 이에게 ‘내가 당신과 끝까지 함께하겠다’고 답하거나, 자살용 총기 구매 방법 및 유서 작성을 돕는 식”이라고 전했다. 소송을 제기한 유가족들은 오픈AI에 징벌적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동시에, 법원 측에 자살 관련 대화가 시도될 경우 챗GPT가 자동 종료되도록 명령해 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오픈AI가 이용자에게 더 많은 경청과 이해를 받는다고 느끼도록 기능을 강화하면서 이 같은 잘못된 몰입이 심화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최근 1년간 오픈AI에서 인공지능(AI) 안전을 담당하던 직원들도 “오픈AI가 안전을 중시했던 초창기 정신을 잃고 수익화에 매달리고 있다”고 반발하며 퇴사하기도 했다. 논란이 커지자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28일 안전담당 책임자를 새로 뽑겠다며 55만5000달러(약 8억475만 원) 이상의 연봉과 오픈AI 주식 제공을 내걸었다. 지난 수개월간 오픈AI의 안전담당 책임자는 공석이었다. 올트먼 CEO는 “모델이 빠르게 발전해 훌륭한 기능을 수행하게 됐지만 동시에 심각한 문제점들도 드러나고 있다”며 “이 직무는 상당한 스트레스를 수반하며 어려운 과제에 직면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AI의 아버지’로 불리며 2024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제프리 힌턴 캐나다 토론토대 명예교수는 CNN 인터뷰에서 “챗봇을 출시하는 거대기업들이 최소한 아동의 극단적 선택을 부추기진 않도록 철저한 테스트를 요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규제 완화 시도는 “미친 짓”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만 16세 소년이 챗GPT에게 자살 충동을 털어놨다. 그러자 챗GPT는 소년이 쓴 것보다 최대 20배 더 많은 ‘자살’, ‘목매달기’ 같은 표현을 쓰며 충동을 조장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워싱턴포스트·WP)미국 오픈AI가 개발한 인공지능(AI) 챗봇 챗GPT가 각국 청소년의 심리적 의존을 키우고 자살, 섭식 장애 등 정신건강 문제를 심화시킨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오픈AI가 챗GPT의 위험성을 알면서도 이를 미성년자들에게 배포해 청소년의 자살을 초래했다고 주장하는 소송도 잇따르고 있다. WP가 최근 보도한 16세 소년의 자살 사례도 마찬가지다. 이 소년의 챗GPT 계정을 분석한 결과, 처음에는 평범한 숙제 관련 대화로 시작했지만 나중에는 하루 평균 5시간씩 자살 계획을 논의한 사실이 드러났다. WP는 “오픈AI에 제기된 모든 사망관련 소송에서는 챗GPT가 자살욕구를 정당화하는 듯한 충격적 답변을 했다는 증거가 나온다”며 “총기 자살을 준비한 이에게 ‘내가 당신과 끝까지 함께하겠다’고 답하거나, 자살용 총기 구매 방법 및 유서 작성을 돕는 식”이라고 전했다. 소송을 제기한 유가족들은 오픈AI에 징벌적 손해 배상을 요구하는 동시에, 법원 측에 자살 관련 대화가 시도될 경우 챗GPT가 자동 종료되도록 명령해 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전문가들은 오픈AI가 이용자에게 더 많은 경청과 이해를 받는다고 느끼도록 기능을 강화하면서 이 같은 잘못된 몰입이 심화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최근 1년 간 오픈AI에서 인공지능(AI) 안전을 담당하던 직원들도 “오픈AI가 안전을 중시했던 초창기 정신을 잃고 수익화에 매달리고 있다”고 반발하며 퇴사하기도 했다.논란이 커지자 샘 알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28일 안전담당 책임자를 새로 뽑겠다며 55만5000달러(약 8억475만 원) 이상의 연봉과 오픈AI 주식 제공을 내걸었다. 지난 수 개월 간 오픈AI의 안전담당 책임자는 공석이었다. 알트먼 CEO는 “모델이 빠르게 발전해 훌륭한 기능을 수행하게 됐지만 동시에 심각한 문제점들도 드러나고 있다”며 “이 직무는 상당한 스트레스를 수반하며 어려운 과제에 직면할 것”이라고 밝혔다.한편, ‘AI의 아버지’로 불리며 2024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제프리 힌턴 캐나다 토론토대 명예교수는 CNN 인터뷰에서 “챗봇을 출시하는 거대기업들이 최소한 아동의 극단적 선택을 부추기진 않도록 철저한 테스트를 요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규제 완화 시도는 “미친 짓”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쿠팡에서 3370만 명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발생한 지 한 달 만에 쿠팡 창업자인 김범석 쿠팡Inc 의장이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김 의장은 “미흡한 대응과 소통 부족에 사과한다”고 밝혔지만 사과 시점이 너무 늦은 데다 내용도 해명 위주의 ‘맹탕’이라는 평가가 많다. 30, 31일 국회에서 열리는 연석 청문회에 김 의장이 또 불출석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쿠팡을 향한 여론은 악화되는 분위기다. ● 청문회는 불참, 사과문은 맹탕김 의장은 28일 사태 한 달 만에 내놓은 사과문에서 “쿠팡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많은 국민들이 실망한 지금 상황에 참담함을 금할 수가 없다”고 밝혔다. 그는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고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고 덧붙였다. 책임을 회피하며 뒤로 숨었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무엇보다도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말로만 사과하기보다는, 쿠팡이 행동으로 옮겨 실질적인 결과를 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동시에, 저도 처음부터 깊은 유감과 진심 어린 사과의 뜻을 전했어야 했다”며 늦은 사과에 대해 “잘못된 판단”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과문의 상당 부분은 쿠팡이 25일과 26일 두 차례에 걸쳐 발표한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최근 정부와의 협력을 통해 유출된 고객 정보 100%를 모두 회수 완료했다”면서 “유출자 컴퓨터에 저장된 고객 정보는 3000건으로 제한됐고, 이 또한 외부 유포나 판매는 없었다”고 밝혔다. 이사회를 중심으로 한국 고객에 대한 보상안을 마련해 조속히 시행하겠다고 했지만 보상 대상과 규모, 실행 시점은 밝히지 않았다. 김 의장의 사과문은 미국 홈페이지에는 게재돼 있지 않고 국내 홈페이지에 국문으로만 게재돼 있다.뒤늦게 사과문을 내놨지만 30, 31일 국회에서 열리는 청문회에는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해 사과의 진정성이 의심되고 여전히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공개된 불출석 사유서에 따르면 김 의장은 “현재 해외 거주 중으로, 기존 예정된 일정으로 인한 부득이한 사유”라고 했다. 국회가 추가 증인으로 채택한 김 의장의 동생 김유석 쿠팡 부사장과 강한승 전 쿠팡 대표도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연석청문위원들은 입장문에서 “(김 의장의) 불출석은 국민의 피해와 분노, 국회를 무시하는 조직적 책임 회피”라며 “더 이상 일방적 불출석을 관행처럼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정부와 국회는 추후 국정조사 실시는 물론 집단소송제, 징벌적 손해배상제 등을 도입해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국·영문 입장문 표현 차 논란쿠팡이 26일 발표한 해명성 입장문 국문본과 영문본의 일부 표현이 다른 것을 두고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국문본에서는 ‘불필요한 불안감’이 조성되고 있다고 표현한 것을 영문본에서는 ‘잘못된 불안감(false insecurity)’이라고 표현했다. ‘억울한 비판을 받았다’는 영문본에서 ‘잘못된 비난을 받았다(falsely accused)’고 썼다. 영문본만 보면 조사 결과에 의구심을 품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읽힐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 국문본에서는 ‘쿠팡은 정부와 만나 전폭적으로 협력하기로 약속했다’고 적었지만, 영문본에선 ‘정부가 쿠팡에 접촉해 전면적인 협조를 요청했다(the government approached Coupang and asked for full cooperation)’고 표현했다. 영문본에는 쿠팡이 한국 정부의 요구에 어쩔 수 없이 응할 수밖에 없었다는 뉘앙스가 담겨 있다. 이를 두고 쿠팡이 미국 정치권과 투자자들을 의식해 일부 표현을 다르게 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영문 반박문 발표 이후 쿠팡 주가는 미국 증시에서 급반등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따르면 쿠팡 주가는 26일(현지 시간) 종가 기준 24.27달러로 전일 대비 6.45% 상승했다. 해외 투자자들이 사태 확산 가능성이 제한적이라고 판단한 결과로 풀이된다.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2차 피해 우려가 여전한 가운데 피해에 대한 구체적인 보상 및 책임 이행 방안 등을 제시하지 않는 쿠팡에 대한 여론은 냉랭한 편이다. 쿠팡이 고객은 뒷전에 두고 미국과 한국에서 진행 중인 소송 대응에만 집중한다는 곱지 않은 시선도 많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26일 성명을 통해 쿠팡에 실질적인 피해 구제를 촉구하며 “영업정지, 택배 사업자 등록 취소 등 우리나라 법에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제재를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남혜정 기자 namduck2@donga.com조권형 기자 buzz@donga.com이지운 기자 easy@donga.com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어머니는 제가 무엇에 대해 위대해져야 하는지는 말씀하지 않으셨습니다. 다만 위대함 그 자체를 원하셨습니다. 저는 명확한 목적 없이 고도로 기능적인 존재로 길러졌습니다.’ 이달 11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남부연방법원에서 권도형 전 테라폼랩스 대표(34)에 대한 재판이 열렸다. 이날 권 씨는 수많은 거짓말과 사기적 수법으로 자신의 가상화폐 테라·루나를 홍보하고, 400억 달러(약 59조 원) 규모의 폭락 사태를 초래해 전 세계 수십만 명의 투자자에게 회복 불가능한 피해를 입힌 죄로 징역 15년 형을 선고받았다.오만과 교만 낳은 ‘독이 된’ 교육 이날 선고에 앞서 권 씨는 판사에게 선처를 호소하는 편지를 보냈다. 이 편지에서 그는 “나는 비교적 독특한 성장 과정을 거쳤다”며 “여덟 살 때 아버지가 해리포터를 읽어주면 장난감을 사주겠다고 해서 스스로 영어를 배웠고, 어머니는 내가 위대한 사람이 될 운명이라고 믿어 TV부터 컴퓨터까지 방해가 될 만한 모든 걸 제거했다”고 적었다. 그는 또 “또래 아이들이 가요를 들을 때 나는 고전 오디오북과 알렉산더, 나폴레옹의 전기를 읽었다”며 “친구들이 보드게임을 할 때 난 영재를 위한 퍼즐을 받았는데 어머니가 대체 그런 걸 어디서 구했는지는 신만이 알 것”이라고 자조했다. 이어 “대입 때 옥스퍼드대와 스탠퍼드대 등 여러 학교에 합격했지만 하버드대엔 합격하지 못했다”며 “어머니는 큰 충격을 받고 눈물을 흘리며 방을 나갔다”고도 적었다. 그의 말마따나 그는 학창 시절부터 ‘기능적으로 매우 우수’했다. 지금보다 외국어고의 선호도가 훨씬 높던 시절에 외고 중 가장 치열하다는 평가를 받는 대원외고에 입학했다. 또 재학 중 승승장구한 영어토론대회 수상 실적을 바탕으로 스탠퍼드대에 진학했다. 이 스토리로 책도 냈는데, 당시 교육계에서 이 같은 출판은 일종의 ‘스펙 차별화 전략’으로 통했다. 부모가 얼마나 많은 공력과 재력을 들여 그를 키웠을지 짐작할 수 있다.“인간의 모습을 한 가상화폐” 힐난 하지만 이후 그의 행적을 보면 그의 교육에서 뭔가 대단히 중요한 것이 빠져 있었던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권 씨는 2022년 5월 테라와 루나가 한꺼번에 무너지기 직전, 자신에게 의구심을 제기한 이에게 “난 가난뱅이들과 논쟁하지 않는다. 그쪽에게 줄 잔돈이 없어 미안하다”고 조롱한 것으로 악명이 높다. 가상화폐의 미래에 대해 “(나를 뺀) 95%는 사라질 것”이라며 “그런 망해가는 회사들을 보는 것도 즐거움”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미 법무부의 공소장에서는 테라·루나 붕괴 이후에도 철저히 부도덕했던 그의 모습이 드러난다. 그는 겉으로는 수사에 협조하겠다고 했지만 지인과의 대화에서는 “꺼지라고 해”라고 발언했고, 위조 여권으로 해외 도피를 하면 처벌을 빠져나갈 수 있다고 자신했다. 말 그대로,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보이기 힘든 수준의 오만과 교만이었다. 이번 재판에서 판사는 “권 씨의 피해자들로부터 315통의 편지를 받았고, 밤잠을 포기하거나 다른 계획을 취소하며 모두 읽었다”며 “당신이 초래한 인간의 참상을 보여주는 투어였다”고 개탄했다. 편지에서 세계 각지의 피해자들은 자살하거나, 자살을 생각했고, 이혼과 파산, 건강 악화에 시달렸다. 그러나 판사가 권 씨에게 “이 모든 편지를 읽어봤느냐”고 물었을 때 그는 “법률팀이 일부를 읽어줬다”고 답했다. 그런 권 씨를 두고 한 외신은 “그는 인간의 모습을 한 가상화폐일지 모른다”고 적었다. 공감력이 느껴지지 않는 그의 몰인간성과 맹목적 욕망, 그 안의 위험성을 신랄하게 비판한 것이다. 그에게 그 많은 교육은 어떤 의미였을까. 이런 교육을 받고 있는 건 권 씨뿐일까. 이 사건은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고 있을까. 어쩌면 권 씨 사건은 ‘금융 범죄물’이기에 앞서 ‘교육 비극물’이었는지 모른다.임우선 뉴욕 특파원 imsun@donga.com}

사진과 함께 뉴욕 속 이야기로 떠나는 짧은 여행. 기사에 담지 못한 뉴욕의 순간을 전해드립니다.이 순간의 음악: Wonderful Christmastime - Paul McCartney 내일은 크리스마스 이브입니다. 크리스마스 하면 여러분은 어느 나라, 어떤 도시가 떠오르시나요. 아마도 많은 세계인들에게 뉴욕도 그 중 하나일텐데, 그래서 요즘 뉴욕은 어딜가든 크리스마스 감성이 가득합니다.뉴욕의 크리스마스 감성이 가장 잘 살아나는 곳 중 하나는 거리 건물마다 이어지는 창문, 그러니까 쇼윈도입니다. 한국도 그렇지만 특히 뉴욕에서는 매년 백화점들의 크리스마스 쇼윈도 경쟁이 치열한데, 아마도 1년 중 창문을 두고 가장 자존심 경쟁이 붙는 때가 아닐까 합니다.뉴욕의 크리스마스 쇼윈도를 상징하는 양대 산맥은 맨해튼 5번가의 고급 백화점인 ‘버그도프 굿맨’과 ‘삭스 핍스 애비뉴’ 입니다. 두 백화점 모두 수십 명 규모의 쇼윈도 전담 조직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스타일은 많이 다릅니다. 흔히 뉴욕에서 버그도프 굿맨 쇼윈도는 ‘메트(MET·메트로 폴리탄 미술관의 약자)’ 스타일, 삭스 핍스 애비뉴는 ‘브로드웨이’ 스타일이라고 부르는데요. 말하자면 버그도프 굿맨은 예술성이나 장인정신에서 톱이고, 삭스 핍스 애비뉴는 대중성이나 화제성에서 최고라는 뜻입니다. 두 곳 모두 시각적 효과 뿐 아니라 쇼윈도나 쇼에 담는 ‘메시지’를 중시한다는 점은 공통점이고요.버그도프 굿맨의 크리스마스 쇼윈도는 늘 자신만의 어떤 독특한 스타일이 있는데, 올해도 예년과 비슷한 그 느낌(?)이 있었습니다. 사람에 따라 다소 복잡하고 난해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굉장히 화려하고 가면 무도회 같은 느낌이 특징인데, 올해도 약 100명의 장인들이 수개월 간 한 땀 한 땀, 종이 조각, 모자이크, 입체 모형 제작 등 다양한 수공예 기술을 녹여 만들었다고 합니다.그에 반해 삭스 핍스 애비뉴는 철저히 대중성에 초점을 맞춥니다. 건물 전면에 화려한 외부 조명을 설치하고, 10~15분에 한 번씩 캐롤이나 팝송 등 메들리에 맞춰 파사드 점등을 바꾸는 라이트 쇼도 합니다. 삭스 핍스 애비뉴의 길 건너에는 크리스마스 트리로 유명한 록펠러 센터까지 있다보니 크리스마스 기간 이 일대는 맨하튼에서 가장 붐비는 곳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런데 아주 솔직히 말하면 맨해튼에서 크리스마스 쇼윈도로 유명한 버그도프 굿맨, 삭스 핍스 애비뉴, 메이시스 등 여러 백화점을 볼 때 요즘은 ‘한국이 더 잘하는데….’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특히 작년과 올해 뉴욕 쇼윈도는 왠지 모르게 ‘불황의 그늘’이 느껴지는데, 2023년 크리스마스 때보다도 오히려 장식과 화려함이 줄어든 느낌이 듭니다.)십 몇년 전만해도 일본 도쿄나 뉴욕 맨해튼의 백화점들이 우위를 가졌을지 모르지만 요즘은 한국의 백화점들도 워낙 발전했기 때문에 해외의 ‘핫플’들이 그닥 놀랍게 느껴지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비단 백화점 뿐만 아니라 레스토랑이든, 영화관이든 생활 속 많은 문화공간에서 요즘 서울의 수준은 세계 어느 곳과 비교해 내놓아도 절대 뒤지지 않는 수준입니다. 실제 한국을 다녀온 많은 외국인들이 서울의 세련미와 디테일을 극찬하는 걸 많이 듣기도 하고요. 그럼 서울도 언젠가는 뉴욕처럼 세계인들의 마음 속에 크리스마스의 도시로 자리할 수 있을까요?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언어(영어) 문제와 인터넷 인증 시스템 문제 같은 기본적인 장벽들부터 없애야 할 듯 합니다. (외국에서 한국 여행을 준비하는 친구들을 도와주다 보면 여전히 한국은 미국인들에게 가까이 하기엔 너무나 어려운(?) 나라임을 알게 됩니다. 일단 한글에서 한번 막히고, 한국 휴대전화 번호가 없어 본인확인 인증이 안되는 데서 두 번 막힙니다. 한옥 숙소 예약부터 서울시나 각종 국립 박물관 등이 운영하는 공공 프로그램 예약에 이르기까지, 많은 경우 휴대전화 인증없이는 인터넷 예약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습니다. 미국에서 살면서는 거의 느껴보지 못한 장벽입니다.) 서울이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크기의 ‘메가 시티’인 탓에, 맨해튼처럼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도보로 이동하며 압축적으로 경험하기 어렵다는 것도 전략이 필요한 지점일 것입니다. 무엇보다 크리스마스부터 부활절, 할로윈 등 각종 기념일이 있을 때마다 온 도시의 시민들이 함께 나서 도시 전체를 하나의 축제로 만드는 문화야 말로 한국이 따라잡기 힘든 뉴욕의 가장 큰 강점이 아닐까 싶습니다.크리스마스 쇼윈도를 보다 너무 멀리 왔네요. 어쨌거나 서울의 12월도 머지 않아 맨해튼만큼 세계 여러나라의 인파로 가득 찬 곳이 되길 기대해 봅니다. 모두 행복한 크리스마스 되세요. 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 시간) 대국민 연설을 통해 재집권 후 11개월간의 각종 정책이 성과를 거뒀다며 “세계가 보지 못한 경제 붐을 맞이할 준비가 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자신의 대표 정책인 관세 수입을 바탕으로 약 140만 명의 현역 군인에게 “성탄절 전 1776달러(약 266만 원)를 지급할 것”이라며 지지율 반등을 노린 선심성 정책도 발표했다. 하지만 뉴욕타임스(NYT), 워싱턴포스트(WP), AP통신 등은 이날 연설의 대부분이 기존 연설의 재탕이며 고물가 등 경제난의 책임을 조 바이든 전 행정부에 돌리려 한다고 비판했다. 지지율 하락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내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고물가 등 민생 현안이 부각되자 초조한 마음에 대국민 연설에 나섰다는 진단도 나온다. 같은 날 PBS방송, 메리스트대 등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그가 ‘대통령직을 잘 수행한다’는 답은 38%에 불과했다. 특히 경제 정책에 대한 지지율은 집권 1, 2기 통틀어 가장 낮은 36%에 그쳤다. 미국인이 가장 우려하는 경제 의제로는 ‘물가’(45%), ‘집값’(18%) 등이 꼽혔다.● “모든 문제는 바이든 탓”… 허위 통계 인용했단 비판 커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9시(미 동부시간 기준) 워싱턴 백악관에서 약 18분 21초의 연설을 갖고 자신의 재집권 후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성과를 거뒀다”고 자찬했다. 그는 연설을 시작하자마자 바이든 행정부를 공격하며 “11개월 전 엉망진창인 국가를 물려받아 지금 그것을 고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고물가, 불법 이민, 무역 적자 등 많은 문제가 모두 야당 민주당의 집권 때 생겼다고 했다. 특히 그는 다양한 수치를 들어 자신의 경제 정책이 옳다고 역설했다. 추수감사절 칠면조, 계란, 약, 휘발유 등의 가격이 모두 떨어졌고 민간 일자리가 크게 늘었다며 “이는 상당 부분 관세 및 외국 국가들과 직접 협상한 덕분”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가 이날 사용한 수치는 잘못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NYT는 일자리가 늘었다는 트럼프 대통령 주장과 달리 미국의 올 11월 실업률은 4.6%를 기록해 2021년 9월 이후 최고치라고 지적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재집권 후 18조 달러(약 2경7000조 원)의 투자를 확보했다고 주장했지만, 이는 백악관이 집계해 발표한 9조8000억 달러(약 1경4700조 원)의 두 배에 달하는 수치다. 트럼프 대통령이 “약값을 최대 600%까지 인하했다”고 밝힌 것에 대해선 100%만 인하해도 약값이 ‘0달러’라는 의미라고 꼬집었다. AP통신도 대통령은 미 전역의 휘발유 평균 가격이 갤런당 2.50달러(약 3750원)라고 주장했지만 실제는 2.90달러(약 4350원)라고 짚었다. WP는 “이번 연설은 허위 사실로 가득했다”고 비판했다.이날 연설에서 거의 유일한 새로운 내용은 현역 군인에게 1인당 1776달러의 ‘전사 배당금(warrior dividend)’을 지급할 것이란 소식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돈이 1776년 미국 건국을 기념해 정한 액수라며 “관세 덕분에 생각한 것보다 훨씬 많은 돈을 벌었고 이미 여러분께 돈이 가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NYT는 ‘지급에는 의회 승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값 상승에 대해선 바이든 행정부가 수백만 명의 이주민을 데려와 납세자의 돈으로 주택을 제공하는 바람에 미국인의 월세와 주택 비용이 급등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새해에 여러분은 미국 역사상 가장 공격적인 주택 개혁 계획을 보게 될 것”이라며 불법 이민자 대응을 집값과 연계해 대응할 뜻을 밝혔다.● 공화당 내 장악력 예전보다 약해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 급락으로 집권 공화당 내에서도 그의 장악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마이크 롤러(뉴욕주), 브라이언 피츠패트릭, 롭 브레즈너핸, 라이언 매켄지(이상 펜실베이니아주) 등 공화당 하원의원 4명은 트럼프 대통령이 반대한 공공 건강보험 ‘오바마케어’의 보조금 지급 연장 투표와 관련해 “이를 계속하자”는 민주당 쪽 청원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해당 법안의 투표 강행에 필요한 최소 인원이며 하원 과반인 218명을 확보하게 됐다. NYT 등은 이 4명의 행보를 두고 대통령에 대한 “놀라운 반란”이라고 평가했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임현석 기자 lhs@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 시간) 대국민 연설을 통해 재집권 후 11개월간의 각종 정책이 성과를 거뒀다며 “세계가 보지 못한 경제 붐을 맞이할 준비가 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자신의 대표 정책인 관세 수입을 바탕으로 약 140만 명의 현역 군인에게 “성탄절 전 1776달러(약 266만 원)를 지급할 것”이라며 지지율 반등을 노린 선심성 정책도 발표했다. 하지만 뉴욕타임스(NYT), 워싱턴포스트(WP), AP통신 등은 이날 연설의 대부분이 기존 연설의 재탕이며 고물가 등 경제난의 책임을 조 바이든 전 행정부에 돌리려 한다고 비판했다. 지지율 하락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내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고물가 등 민생 현안이 부각되자 초조한 마음에 대국민 연설에 나섰다는 진단도 나온다.같은 날 PBS방송, 마리스트대 등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그가 ‘대통령직을 잘 수행한다’는 답은 38%에 불과했다. 특히 경제 정책에 대한 지지율은 집권 1, 2기 통틀어 가장 낮은 36%에 그쳤다. 미국인이 가장 우려하는 경제 의제로는 ‘물가’(45%), ‘집값’(18%) 등이 꼽혔다.● “모든 문제는 바이든 탓” …허위 통계 인용했단 비판 커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9시(미 동부시간 기준) 워싱턴 백악관에서 약 18분 21초의 연설을 갖고 자신의 재집권 후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성과를 거뒀다”고 자찬했다. 그는 연설을 시작하자마자 바이든 행정부를 공격하며 “11개월 전 엉망진창인 국가를 물려받아 지금 그것을 고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고물가, 불법 이민, 무역 적자 등 많은 문제가 모두 야당 민주당의 집권 때 생겼다고 했다.특히 그는 다양한 수치를 들어 자신의 경제 정책이 옳다고 역설했다. 추수감사절 칠면조, 계란, 약, 휘발유 등의 가격이 모두 떨어졌고 민간 일자리가 크게 늘었다며 “이는 상당 부분 관세 및 외국 국가들과 직접 협상한 덕분”이라고 주장했다.하지만 그가 이날 사용한 수치는 잘못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NYT는 일자리가 늘었다는 트럼프 대통령 주장과 달리 미국의 올 11월 실업률은 4.6%를 기록해 2021년 9월 이후 최고치라고 지적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재집권 후 18조 달러(약 2경7000조 원)의 투자를 확보했다고 주장했지만, 이는 백악관이 집계해 발표한 9조8000억 달러(약 1경4700조 원)의 두 배에 달하는 수치다. 트럼프 대통령이 “약값을 최대 600%까지 인하했다”고 밝힌 것에 대해선 100%만 인하해도 약값이 ‘0’ 달러라는 의미라고 꼬집었다.AP통신도 대통령은 미 전역의 휘발유 평균 가격이 갤런당 2.50달러(약 3750원)라고 주장했지만 실제는 2.90달러(약 4350원)라고 짚었다. WP는 “이번 연설은 허위 사실로 가득했다”고 비판했다.● ‘전사 배당금’ 지급 발표이날 연설에서 거의 유일한 새로운 내용은 현역 군인에게 일인당 1776달러의 ‘전사 배당금(warrior dividend)’을 지급할 것이란 소식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돈이 1776년 미국 건국을 기념해 정한 액수라며 “관세 덕분에 생각한 것보다 훨씬 많은 돈을 벌었고 이미 여러분께 돈이 가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NYT는 ‘지급에는 의회 승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트럼프 대통령은 집값 상승에 대해선 바이든 행정부가 수백만 명의 이주민을 데려와 납세자의 돈으로 주택을 제공하는 바람에 미국인의 월세와 주택 비용이 급등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새해에 여러분은 미국 역사상 가장 공격적인 주택 개혁 계획을 보게 될 것”이라며 불법 이민자 대응을 집값과 연계해 대응할 뜻을 밝혔다.● 공화당 내 장악력 예전보다 약해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 급락으로 집권 공화당 내에서도 그의 장악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마이크 롤러(뉴욕주), 브라이언 피츠패트릭, 롭 브레즈너핸, 라이언 매켄지(이상 펜실베이니아주) 등 공화당 하원의원 4명은 트럼프 대통령이 반대한 공공 의료보험 ‘오바마케어’의 보조금 지급 연장 투표와 관련해 “이를 계속하자”는 민주당 쪽 청원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해당 법안의 투표 강행에 필요한 최소 인원이며 하원 과반인 218명을 확보하게 됐다. NYT 등은 이 4명의 행보를 두고 대통령에 대한 “놀라운 반란”이라고 평가했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임현석 기자 lhs@donga.com}

미국 연방 하원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일각에서 한국의 디지털 규제가 미국 빅테크를 겨냥하고 있고, 이를 막으려면 관련 규제를 국가 안보 사안으로 규정한 뒤 무역법을 동원해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집권 공화당의 대럴 아이사 하원의원(캘리포니아)은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과거 미국을 부정적으로 묘사한 발언을 피켓에 적어 나와 비판하며, 미 빅테크에 대한 규제를 없애라고 압박했다. 16일(현지 시간) 워싱턴 하원에선 법사위 산하 반독점 소위원회가 주최한 ‘외국 정부가 미국 기업을 표적으로 삼는 방법’ 청문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스콧 피츠제럴드 소위 위원장은 “유럽연합(EU)의 디지털시장법(DMA)이 전 세계로 확산돼 한국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또 일본, 브라질, 호주 등에서도 목격되고 있다”며 대응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아이사 의원은 주 위원장이 서울대 교수 겸 공정위 위원장 후보자 시절이었던 올 8월 한 매체에 기고한 ‘한미 동맹은 미국산 서비스 상품이 아니다’라는 칼럼의 주요 내용을 영어로 번역한 대형 피켓을 들고 나와 비판했다. 이 피켓에는 주 위원장이 ‘미국 백인 노동자들이 느끼는 분노의 원인은 정치 실패 때문이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 분노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기술한 부분이 적혀 있었다. 이날 소위의 증인으로 출석한 샨커 싱엄 컴페테레재단 회장도 한국을 포함한 각국의 비관세 정책을 강하게 비판해온 인물이다. 그는 “한국은 예측할 수 없는 규제 집행, 증인 괴롭힘 등을 시행한다”며 “이런 부적절한 정책으로 최근 10년에 걸쳐 미국 경제에 5250억 달러(약 787조5000억 원)의 비용을 발생시켰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별한 근거도 안 밝힌 채 “중국 기업들은 한국의 재벌과 연계돼 이런 규제를 벗어나고 있다”고도 했다. 이에 대처하기 위해 미국 정부가 “디지털 규제를 국가 안보 사안으로 명시하고 무역법 232조, 301조, 338조 등을 총동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절대적인 신임을 받는 최측근이자 백악관 내 최고 권력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이 최근 1년간 유명 언론인과 나눈 대화가 16일(현지 시간) 공개되면서 미 정계에 논란이 일고 있다. 와일스 실장은 대통령을 포함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주요 인사들에 대해 거친 표현을 써가며 가감 없는 평가를 내렸고, 핵심 정책인 관세를 둘러싼 참모진 간의 이견도 컸다고 폭로했다. 특히 와일스 실장은 트럼프 대통령을 ‘알코올 중독자 성향’으로, J D 밴스 부통령을 ‘음모론자’로 묘사했다. 한때 ‘대통령 절친’이었던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겸 전 정부효율부(DOGE) 수장은 ‘마약 케타민에 중독된 괴짜’라고 평가했다. 와일스 실장이 평소 언론 노출을 꺼리고 신중한 성격으로 알려졌던 터라 이번 사건의 후폭풍이 커질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와일스 실장을 두둔하고 나섰다.● “트럼프 관세, 생각 그대로 내뱉어”미국 대중문화 잡지인 ‘배니티 페어’는 이날 정치 분야 프리랜서 언론인 크리스 위플이 와일스 실장과 최근 1년에 걸쳐 나눈 대화를 2개의 인터뷰로 보도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위플은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 직전 인터뷰를 시작으로 총 11차례 와일스 실장을 만났다. 와일스 실장은 전 세계를 뒤흔든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대해 “생각하던 걸 그대로 내뱉은 것(thinking out loud)에 가깝다”고 말했다. 정교하거나 신중한 정책이 아니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그는 “관세가 좋은 생각인지에 대해 큰 이견이 있었다”며 대통령 참모 중에도 일부는 관세가 ‘만병통치약’이라고 믿는 반면 다른 일부는 ‘재앙’이 될 것이라고 반발하는 등 의견이 첨예하게 갈렸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이어 밴스 부통령과 힘을 합쳐 “오늘은 관세 이야기를 하지 말고 팀이 완전히 단합될 때까지 기다렸다 하자”고 대통령을 설득하려 한 적도 있다는 이야기도 전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뜻대로 관세 부과를 강행했다. 와일스 실장은 관세 정책이 “성공할 것으로 믿는다”면서도 “(관세 발표 이후 과정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고통스러웠다”고 토로했다.● 트럼프는 ‘알코올 중독 성격’, 머스크는 ‘흡혈귀’ 와일스 실장은 미국프로풋볼(NFL) 스타 겸 스포츠캐스터 팻 서머롤의 딸이다. 서머롤은 알코올 중독으로 고생했다. 와일스 실장은 “알코올 중독자들의 성격은 술을 마실 때 과장된다. 나는 이런 성격의 소유자에 대해 어느 정도 전문가”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캐릭터도 이와 같다고 비유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할 수 없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는 (과장된 상태로 국정을) 운영한다”고 말했다. 한때 트럼프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했지만 친(親)트럼프 성향으로 변한 밴스 부통령에 대해선 “10년간 음모론자였다. 그가 돌아선 건 정치적 이유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머스크는 “완전히 단독 행동을 하는 사람”이라며 ‘노스페라투’(병적이고 기생적인 흡혈귀)라고 혹평했다. 특히 머스크가 국제 원조를 담당하는 국제개발처(USAID)를 파괴적으로 해체한 것을 두고 “경악했다”며 비판했다. 감세 정책 등을 주도한 러셀 보트 백악관 예산관리국장은 “극단적인 우파 광신자(zealot)”라고 진단했다. 또 위플은 2028년 대선에서 밴스 부통령과 함께 공화당 후보로 거론되는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자신에게 “밴스 부통령이 대선에 출마한다면 그를 지지하는 첫 번째 사람이 될 것”이라 했다고도 공개했다. 한편 이번 보도에 대해 와일스 실장은 소셜미디어 X에 “역사상 가장 훌륭한 대통령, 백악관 직원 및 내각, 나에 대해 악의적으로 구성된 비방 기사”라며 반발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뉴욕포스트 인터뷰에서 “내가 만약 술을 마셨다면 충분히 알코올 중독자가 될 수 있는 성격”이라며 와일스 실장을 감쌌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절대적인 신임을 받는 최측근이자 백악관 내 최고 권력자 중 하나로 꼽히는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이 최근 1년간 유명 언론인과 나눈 대화가 16일(현지 시간) 공개되면서 미 정계에 논란이 일고 있다. 와일스 실장은 대통령을 포함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주요 인사들에 대해 거친 표현을 써가며 가감없는 평가를 내렸고, 핵심 정책인 관세를 둘러싼 참모진들 간 이견도 컸다고 폭로했다.특히 와일스 비서실장은 트럼프 대통령을 ‘알코올 중독자 성향’으로, J D 밴스 부통령을 ‘음모론자’로 묘사했다. 한 때 ‘대통령 절친’이었던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겸 전 정부효율부(DOGE) 수장은 ‘마약 케타민에 중독된 괴짜’라고 평가했다. 와일스 실장이 평소 언론 노출을 꺼리고 신중한 성격으로 알려졌던 터라 이번 사건의 후폭풍이 커질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와일스 실장을 두둔하고 나섰다.● “트럼프 관세, 생각 그대로 내뱉어”미국 대중문화 잡지인 ‘배니티 페어’는 이날 정치 분야 프리랜서 언론인 크리스 위플이 와일스 실장과 최근 1년에 걸쳐 나눈 대화를 2개의 인터뷰로 나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위플 기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 직전 인터뷰를 시작으로 총 11차례 와일스 실장을 만났다.와일스 실장은 전 세계를 뒤흔든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대해 “생각하던 걸 그대로 내뱉은 것(thinking out loud)에 가깝다”고 말했다. 정교하거나 신중한 정책이 아니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그는 “관세가 좋은 생각인지에 대해 큰 이견이 있었다”며 대통령 참모 중에도 일부는 관세가 ‘만병통치약’이라고 믿는 반면, 다른 일부는 ‘재앙’이 될 것이라고 반발하는 등 의견이 첨예하게 갈렸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이어 밴스 부통령과 힘을 합쳐 “오늘은 관세 이야기를 하지 말고 팀이 완전히 단합될 때까지 기다렸다 하자”고 대통령을 설득하려 한 적도 있다는 이야기도 전했다. 참모들 간 관세 정책을 둘러싼 갈등이 상당했었단 것을 내비친 것이다.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뜻대로 관세 부과를 강행했다. 와일스 실장은 결국 관세 정책이 “성공할 것으로 믿는다”면서도 “(관세 발표 이후 과정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고통스러웠다”고 토로했다.● 트럼프는 ‘알코올 중독 성격’, 머스크는 ‘흡혈귀’와일스 실장은 미국프로풋볼(NFL) 스타 겸 스포츠캐스터 팻 서머롤의 딸이다. 서머롤은 알콜 중독으로 고생했다. 와일스 실장은 “알코올 중독자들의 성격은 술을 마실 때 과장된다. 나는 이런 성격의 소유자에 대해 어느 정도 전문가”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캐릭터도 이와 같다고 비유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할 수 없는 일은 아무 것도 없다는 (과장된 상태로 국정을) 운영한다”고 말했다.한때 트럼프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했지만 친(親) 트럼프 성향으로 변한 밴스 부통령에 대해선 “10년간 음모론자였다. 그가 돌아선 건 정치적 이유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머스크는 “완전히 단독 행동을 하는 사람”이라며 ‘노스페라투(병적이고 기생적인 흡혈귀)’라고 혹평했다. 특히 머스크가 국제 원조를 담당하는 국제개발처(USAID)를 파괴적으로 해체한 것을 두고 “경악했다”며 비판했다. 감세 정책 등을 주도한 러셀 보트 백악관 예산관리국장은 “극단적인 우파 광신자(zealot)”라고 진단했다.또 위플은 2028년 대선에서 밴스부통령과 함께 공화당 후보로 거론되는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자신에게 “밴스 부통령이 대선에 출마한다면 그를 지지하는 첫 번째 사람이 될 것”이라고 했다고도 공개했다.한편 이번 보도에 대해 와일스 실장은 X에 “역사상 가장 훌륭한 대통령, 백악관 직원 및 내각, 나에 대해 악의적으로 구성된 비방 기사”라고 반발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뉴욕포스트 인터뷰에서 “내가 만약 술을 마셨다면 충분히 알코올 중독자가 될 수 있는 성격”이라며 “이 기사는 사실관계가 틀렸고, 인터뷰어가 매우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었다”고 와일스 실장을 감쌌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