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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15일) 정오까지 모든 인질이 돌아오지 않는다면 지옥이 열릴 것이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 시간)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가 이스라엘 인질 전원을 석방하지 않으면 가자지구 휴전을 취소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앞서 하마스가 이날 이스라엘의 휴전 협정 미준수를 이유로 15일로 예정된 인질 석방을 보류하겠다고 밝힌 데에 따른 것이다. 이스라엘도 군에 최고 경계태세를 지시했다. 이에 따라 지난달 19일 발효된 ‘가자전쟁’ 휴전 협정이 한 달도 채 안 돼 깨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백악관 집무실에서 하마스가 인질 석방을 무기한 연기한 것에 대해 “끔찍하다”고 답했다. 이어 휴전의 향방을 묻는 질문에 “그것은 이스라엘의 결정이다”면서도 “내가 보기에는 토요일 정오까지 모든 인질이 돌아오지 않으면 모든 협상이 중단되고 지옥이 열릴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 하마스가 인질을 전원 석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내 개인적인 입장이며 이스라엘이 이를 무시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자신이 밝힌 인질 석방 일정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앞서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이 가자지구로 돌아올 권리를 가질 것인가’라는 질문에 “아니다. 그들은 그렇지 않을 것이다”고 밝힌 내용이 먼저 공개되자, 하마스는 성명을 내고 “15일로 예정됐던 인질들의 석방은 추후 공지가 있을 때까지 연기될 것”이라고 밝혔다.하마스는 “지난 3주 동안 적(이스라엘)의 위반 사항과 협정 조건 미준수를 면밀히 모니터링했다”며 “(이스라엘은) 난민들의 가자지구 북부 귀환을 지연시키고, 가자지구의 여러 지역에서 포격과 총격으로 난민들을 표적으로 삼았으며, 합의된 대로 모든 형태의 인도적 지원이 들어오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하마스는 모든 의무를 이행했다”고 주장했다. 다만 인질 석방 5일 전에 이같은 성명을 낸 이유에 대해 “이스라엘이 의무를 이행하도록 압력을 가하는 시간”이라고 밝히며 이스라엘이 휴전 협정을 이행할 경우 인질 석방을 계속하겠다는 뜻을 밝혔다.이에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휴전 협정을 완전히 위반한 것”이라며 “가자지구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시나리오에 대비하고 이스라엘 남부 지역사회를 보호하기 위해 최고 수준의 경계 태세를 갖추라”고 군에 지시했다.이번 하마스의 인질 석방 연기 발표는 트럼프 대통령의 팔레스타인인 가자지구 이주 구상에 반발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하젬 카셈 하마스 대변인은 사우디아라비아 방송 알 하다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새로운 형태의 팔레스타인 정부와 가자지구 행정에 대한 논의에는 열려 있지만 추방에는 열려 있지 않다”고 밝혔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하마스는 8일 인질 석방을 앞두고도 “가자지구를 소유하려는 트럼프의 계획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하마스의 발표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경고에 휴전 협정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휴전 협상 중재국인 이집트 관계자들은 이날 로이터통신에 “팔레스타인인들을 가자지구에서 추방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계획으로 인해 미국의 휴전 보장이 더 이상 마련되지 않았으며, 중재자들은 미국이 단계적 협상을 계속할 의사가 있다는 명확한 징후가 있을 때까지 회담을 연기한다”고 전했다.이집트는 바르드 압델라티 외무장관을 미국에 급파하며 외교전에 나섰다. 압델라티 장관은 이날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 회담을 가진 뒤 “아랍 국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계획에 반대하는 팔레스타인인들을 지지한다”고 말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인) 가자지구의 일부 구역을 중동 국가(인근 아랍 국가를 의미)에 줄 수 있다.” 요르단, 이집트 등에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난민을 수용하라고 압박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 “가자지구의 일부 구역을 중동 국가에 배분할 테니 대신 난민을 받아들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그는 “가자지구를 소유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며 가자지구를 미국이 장악해 대대적인 개발에 나서겠다는 구상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뜻도 재확인했다. 이런 압박이 계속되면서 11일 미국 워싱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는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63)이 큰 고민에 빠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요르단은 2023년 국제통화기금(IMF) 기준 1인당 국민소득이 4850달러(약 703만 원)로 세계 114위에 불과하다. 비(非)산유국이며 이미 팔레스타인 난민을 대거 수용해 경제 사정이 엉망이다. 가자지구 주민을 추가로 받아들이는 건 어려운 상황이며, 요르단 정부도 이에 대해 ‘불가 입장’을 강조해 왔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원조를 무기로 요르단을 압박할 가능성이 높아 압둘라 2세 국왕이 진퇴양난에 빠져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중동 각국에 가자 나눠 줄 것”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국프로미식축구리그(NFL) 챔피언결정전 ‘슈퍼볼’을 관람하기 위해 뉴올리언스주 루이지애나로 향하는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 “가자지구를 큰 부동산 부지(real estate site)로 생각해 보라. 미국이 소유하고 개발할 것”이라는 기존 발언을 되풀이했다. 이어 “일부 팔레스타인 난민은 미국으로 입국시킬 수 있다”고도 했다. 특히 그는 “가자지구의 일부 구역을 중동 국가들에 줘 재건하게 할 수 있다”며 “(가자 재건에) 사우디아라비아 같은 중동의 부유한 국가가 돈을 대기를 바란다. 요르단과 이집트의 협력도 바란다”고 콕 집어 거론했다. 정상회담이 예정된 압둘라 2세 외에 사우디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압둘팟타흐 시시 이집트 대통령도 직접 만나겠다고 강조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같은 날 내각 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은 창의적이고 혁명적”이라며 “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한 올바른 접근 방식을 보여준다”며 반겼다. 네타냐후 총리는 8일 미국 폭스뉴스 인터뷰에서도 아랍권과 국제사회가 그간 가자지구를 ‘지상 최대의 창살 없는 감옥’이라고 비판했다는 점을 거론했다. 그는 “모든 나라와 공상적 박애주의자들이 감옥이라고 하는 곳에서 사람들을 내보내려 한다”며 “왜 가자 주민을 감옥에 가두려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진짜 문제는 가자 주민을 받아들일 국가를 찾는 것”이라며 사실상 아랍권 국가들을 압박했다. ● 美, 요르단 연 2조 원 원조… 트럼프 압박 가속화 미국 언론들은 요르단이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에 특히 큰 부담을 느낄 것으로 보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미국은 요르단에 현금을 포함해 식량 보급 및 학교 건설 등 인도주의적 지원 등을 이유로 매년 15억 달러(약 2조1750억 원)를 원조하고 있다. 막대한 원조의 배경은 요르단이 1994년 일찌감치 이스라엘과 수교한 데다 자국 내 미군기지도 허용하는 등 미국에 적극 협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원조를 무기로 난민 수용을 압박하기 좋은 상황인 것이다. 문제는 요르단의 열악한 경제 현실 외에도 이미 요르단 인구 1150만 명 중 약 12.9%(200만 명)가 팔레스타인인일 정도로 많다는 것. 오래전 팔레스타인에서 이주해 온 사람들을 합치면 이 비율은 더 올라간다. 또 팔레스타인계는 전통적으로 군주제에 부정적이라 왕정을 유지해야 하는 압둘라 2세로선 불편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가자지구 주민들을 수용하는 과정에서 하마스 등 무장단체에서 활동했던 극단주의자들이 넘어올 우려도 있다. 한편 2007년부터 가자지구를 통치해 온 하마스는 9일 “가자지구는 사고팔 수 있는 부동산이 아니다”며 “부동산 업자의 사고 방식으로 팔레스타인 문제를 해결하려 드는 것은 실패의 지름길”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중동 및 북아프리카의 22개 이슬람 국가를 회원국으로 하는 아랍연맹 또한 27일 팔레스타인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아랍정상회의를 개최하기로 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난민을 수용하라는 압박을 받고 있는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이 미국과의 관계와 국내 정치적 상황 사이에서 고심하고 있다고 9일(현지 시간) 미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요르단은 미국의 원조에 경제를 의지하고 있지만, 난민을 수용할 경우 군주제에 반대하는 특성을 가진 팔레스타인인이 늘어 국왕의 정치적 생명이 위태로울 수 있기 때문이다.WP는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이 요르단의 정체성와 정치적 미래에 대한 실존적 의문을 되살렸다”고 전했다. WP에 따르면 미국은 요르단에 매년 15억 달러(약 2조1750억 원)가량을 지원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미국의 원조를 지렛대로 요르단을 압박하겠다는 구상인 것이다. 이에 요르단 내에서는 미국의 원조가 줄어들 경우 경제와 안보에 직접적인 영향이 끼쳐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하지만 요르단 야권을 중심으로 최근 시위가 벌어지면서 가자지구 난민을 수용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요르단은 1948년 이스라엘 건국 이후 요르단으로 이주한 팔레스타인인들에게 시민권을 부여했다. 공식적으로 요르단 인구 1155만 명 중 200만 명이 팔레스타인인일 정도로 인구 비율이 높다. 학계에서는 실제 팔레스타인인 비율은 이보다 높을 것이며, 최대 절반에 이를 수도 있다는 추정이 나온다.팔레스타인인들은 요르단 군주제에 반대를 해왔다. 1970년에는 군주제를 전복하기 위한 시도가 있었으나 진압되기도 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미국의 압박에 따라 가자지구 난민을 받아들일 경우, 압둘라 2세 국왕으로서는 불안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요르단 야르무크대의 무함마드 바니 살라메 정치학 교수는 “팔레스타인이 과반수를 차지하게 되면 정치적 영향력이 자연스럽게 커져 공공 부문에서 더 많은 대표성을 요구할 것이고, 이는 국가 권력 구조를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다”고 WP에 전했다.압둘라 2세 국왕은 11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회담에서 난민 수용과 관련한 논의가 오갈 것으로 전망된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미국과 파나마의 파나마 운하를 둘러싼 갈등이 진실 공방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미국은 미국 정부 선박의 운하 통행료 면제를 파나마 정부와 합의했다고 발표했지만, 파나마 정부는 이를 “허위에 근거한 발표”라며 정면 부인하고 나섰다.6일(현지 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호세 라울 물리노 파나마 대통령은 이날 열린 주간 기자회견에서 전날 미 국무부의 ‘미 정부 선박 파나마 운하 통행료 면제’ 발표에 대해 “미국 대통령 하에서 미국의 외교 정책을 관장하는 기관이 허위 발표를 하는 것이 놀랍다”고 비판했다. 이어 파나마운하청 설립과 관련한 법률상 운하 통행료 면제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들어 “대통령에겐 운하 통행료 관련 권한이 없다”며 “(절감되는) 1000만 달러가 미국 경제를 파산시킬 만한 정도는 아니지 않냐”고 말했다.물리노 대통령은 “(미 국무부의) 이 발표를 완전히 거부한다”며 주워싱턴 파나마 대사에게 국무부 성명에 이의를 제기할 것을 지시했다고 말했다. 물리노 대통령은 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와 통화에 나설 예정이다.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물리노 대통령의 반박에 대해 “미국은 파나마 운하가 공격을 받을 경우 보호할 조약 의무가 있다. 이 의무는 미국 군대, 특히 해군에 의해 시행돼야 한다”며 “분쟁 시기에 보호해야 할 지역을 통과하기 위해 요금을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 터무니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한편 트럼프 대통령의 파나마 압박이 성과를 거뒀다는 분석도 나온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물리노 대통령은 이날 파나마가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에서 공식적으로 탈퇴하겠다고 발표했다. 앞서 루비오 장관은 2일 파나마를 방문해 물리노 대통령에게 파나마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축소를 요구했다. 다만 물리노 대통령은 “이것은 내가 내린 결정”이라며 미국의 압박 때문이 아니냐는 의혹을 부인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트럼프가 가자지구의 ‘뱀’들을 놀라게 하려고 중동의 ‘풀’을 일부러 때렸다.”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주민을 이웃 아랍국으로 강제 이주시킨 뒤 미국이 가자를 장악 및 소유하며 휴양지로 개발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의 구상을 두고 이스라엘 매체 예루살렘포스트가 5일 내놓은 반응이다. 중국 병법서 ‘삼십육계’에 나오는 타초경사(打草驚蛇)를 인용한 문구로, 예상치 못한 행동으로 상대의 심리를 흔들어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얻어내는 전략을 말한다.이번 구상은 그간 사실상 무관세로 교역을 해온 우방국 멕시코와 캐나다에 각각 25%의 관세 부과라는 ‘폭탄’을 던진 후 두 나라가 자신이 원하는 불법 이민자 및 마약 단속에 나서자 관세 부과 시점을 30일 유예한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매드맨(madman·미치광이) 전략’과 상당히 유사하다. 또 한 번의 매드맨 전략 구사라는 평가가 나온다.트럼프 대통령은 6일 트루스소셜에 “전쟁이 끝나면 가자지구는 이스라엘에 의해 미국으로 넘겨질 것”이라며 거듭 가자 장악 의사를 드러냈다. 그는 “(미국의 소유로) 가자 주민이 새롭고 현대적인 주택을 갖춘 안전하고 아름다운 지역 사회에 정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전 세계의 훌륭한 개발 팀과 협력해 지구상에서 가장 위대하고 장엄한 개발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했다.다만 이 구상이 국제법 위반 및 인종 청소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만큼 국제사회는 물론이고 미국에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야당 민주당의 앨 그린 하원의원은 5일 “반인륜 범죄이므로 대통령 탄핵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이해당사자에게 충격 주려는 의도예루살렘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가자지구 구상이 “모두(아랍국과 국제기구 등)를 충격에 빠뜨려 해결책을 모색하려는 의도”라고 진단했다.2007년부터 가자지구를 통치해 온 하마스는 자주 팔레스타인 민간인을 ‘인간 방패’로 이용하며 이스라엘과 충돌했고, 국제사회의 원조도 착복했다. 이집트와 요르단 등 주변 아랍국들은 팔레스타인을 지지한다면서도 정작 재정 지원과 난민 수용 등에 소극적이었다. 국제기구들 역시 가자지구에 대한 지원과 관리를 체계적으로 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가자지구 문제가 해결책 없이 방치됐다는 지적이 속출했다.즉, 이번 구상은 가자지구의 또 다른 이해 당사자인 아랍 주요국과 국제기구에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지 않으면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압박과 경고가 될 수 있는 셈이다.이스라엘 매체 ‘N12’는 미국이 가자 주민을 아프리카의 모로코, 푼틀란드, 소말릴란드 등으로 보내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모로코는 독립을 선언한 서사하라와 심각한 영토 갈등을 빚고 있다. 소말리아의 북동부 자치주 푼틀란드, 1991년 소말리아에서 독립한 소말릴란드 또한 미국의 공식 인정과 지원이 절실하다. 이들이 미국의 지원과 가자 주민 수용이라는 ‘빅딜’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의미다.● 공화당도 ‘가자 미군 주둔’ 비판다만 그의 이런 구상에 집권 공화당조차 우려를 표하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필요하면 가자지구에 미군을 주둔시키겠다”고 했고 외교 수장인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도 이 구상을 사전에 파악하지 못했다는 점을 우려하는 의견이 많다. 공화당 중진인 랜드 폴 상원의원,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 등은 5일 “해외 점령 전쟁을 벌여 미국의 자원을 낭비하고 미군의 피를 흘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비판했다.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6일 “가자지구에 미국 군대는 필요하지 않다. (미국의 개입으로) 이 지역이 안정될 것”이라며 파병설을 진화했다. 스티브 윗코프 백악관 중동 특사 또한 5일 공화당 상원의원들과의 비공개 오찬에서 “대통령은 가자지구에 미군을 배치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했다.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 역시 “대통령은 미군을 투입한다고 약속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가자 주민을 ‘영구 이주’시키겠다는 취지로 말한 것에 대해서도 “일시적 이주”라고 말을 바꿨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트럼프가 가자지구의 ‘뱀’들을 놀라게 하려고 중동의 ‘풀’을 일부러 때렸다.”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주민을 이웃 아랍국으로 강제 이주시킨 뒤 미국이 가자를 장악 및 소유하며 휴양지로 개발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구상을 두고 이스라엘 매체 예루살렘포스트가 5일 내놓은 반응이다. 중국 병법서 ‘삼십육계’에 나오는 타초경사(打草驚蛇)를 인용한 문구로, 예상치 못한 행동으로 상대의 심리를 흔들어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얻어내는 전략을 말한다.이번 구상은 그간 사실상 무관세로 교역을 해온 우방국 멕시코와 캐나다에 각 25%의 관세 부과라는 ‘폭탄’을 던진 후 두 나라가 자신이 원하는 불법 이민자 및 마약 단속에 나서자 관세 부과 시점을 30일 유예한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매드맨(madman·미치광이) 전략’과 상당히 유사하다. 또 한 번의 매드맨 전략 구사라는 평가가 나온다.트럼프 대통령은 6일 트루스소셜에 “전쟁이 끝나면 가자지구는 이스라엘에 의해 미국으로 넘겨질 것”이라며 거듭 가자 장악 의사를 드러냈다. 그는 “(미국의 소유로) 가자 주민이 새롭고 현대적인 주택을 갖춘 안전하고 아름다운 지역 사회에 정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전세계의 훌륭한 개발 팀과 협력해 지구상에서 가장 위대하고 장엄한 개발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했다.다만 이 구상이 국제법 위반 및 인종 청소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만큼 국제사회는 물론이고 미국에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야당 민주당의 앨 그린 하원의원은 5일 “반인륜 범죄이므로 대통령 탄핵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이해당사자에 충격 주려는 의도예루살렘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가자지구 구상이 “모두(아랍국과 국제기구 등)를 충격에 빠뜨려 해결책을 모색하려는 의도”라고 진단했다.2007년부터 가자지구를 통치해 온 하마스는 자주 팔레스타인 민간인을 ‘인간 방패’로 이용하며 이스라엘과 충돌했고, 국제사회의 원조도 착복했다. 이집트와 요르단 등 주변 아랍국들은 팔레스타인을 지지한다면서도 정작 재정 지원과 난민 수용 등에 소극적이었다. 국제기구들 역시 가자지구에 대한 지원과 관리를 체계적으로 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가자지구 문제가 해결책 없이 방치됐다는 지적이 속출했다.즉 이번 구상은 가자지구의 또 다른 이해 당사자인 아랍 주요국과 국제기구에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지 않으면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압박과 경고가 될 수 있는 셈이다.이스라엘 매체 ‘N12’는 미국이 가자 주민을 아프리카의 모로코, 푼틀란드, 소말릴란드 등으로 보내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모로코는 독립을 선언한 서사하라와 심각한 영토 갈등을 빚고 있다. 소말리아의 북동부 자치주 푼틀란드, 1991년 소말리아에서 독립한 소말릴란드 또한 미국의 공식 인정과 지원이 절실하다. 이들이 미국의 지원과 가자 주민 수용이라는 ‘빅딜’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의미다.● 공화당도 ‘가자 미군 주둔’ 비판다만 그의 이런 구상에 집권 공화당조차 우려를 표하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필요하면 가자지구에 미군을 주둔시키겠다”고 했고 외교 수장인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도 이 구상을 사전에 파악하지 못했다는 점을 우려하는 의견이 많다. 공화당 중진인 랜드 폴 상원의원,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 등은 5일 “해외 점령 전쟁을 벌여 미국의 자원을 낭비하고 미군의 피를 흘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비판했다.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6일 “가자지구에 미국 군대는 필요하지 않다. (미국의 개입으로) 이 지역이 안정될 것”이라며 파병설을 진화했다. 스티브 윗코프 백악관 중동 특사 또한 5일 공화당 상원의원들과의 비공개 오찬에서 “대통령은 가자지구에 미군을 배치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했다.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 역시 “대통령은 미군을 투입한다고 약속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가자 주민을 ‘영구 이주’시키겠다는 취지로 말한 것에 대해서도 “일시적 이주”라고 말을 바꿨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 시간) 이스라엘과의 오랜 전쟁과 봉쇄로 폐허가 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미국이 장악(take over)하고 소유하겠다”고 밝혔다. 가자 주민 약 214만 명을 중동의 다른 나라로 이주시킨 뒤 미국이 장기간 가자지구를 개발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각각 독립 국가로 공존하도록 한다는 국제사회의 ‘두 국가 해법’과 정면으로 대치된다. 실제 관련 조치가 추진될 경우 가자 주민들을 강제로 이주시킨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고, 주권 침해와 인종청소 등의 논란도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의 화약고’ 중동의 긴장이 고조될 가능성도 높다. 뉴욕타임스(NYT)는 “지정학적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고 우려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정상회담 직후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미국은 가자지구의 단순한 복구가 아닌, 새로운 방식의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미국이 개발하는 가자지구는 “중동의 ‘리비에라’(Riviera·프랑스 남부와 이탈리아의 지중해 연안 휴양지)”가 될 것”이라며 부동산 사업가의 면모를 드러냈다. 가자지구에 미군을 보내겠느냐는 질문에도 “필요하다면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가자 주민의 이주 예상 지역으로 요르단과 이집트를 꼽았지만 두 나라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다른 아랍 국가들도 트럼프 대통령의 계획에 부정적이다. 반면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가자지구 관련 발언에 대해 “주목할 만한 제안이며 테러의 땅에서 새로운 미래를 엿보는, 역사를 바꿀 일”이라고 말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이란에 대해서도 “(집권 1기의) 최대 압박 정책을 복원했다”며 “이란의 원유 수출을 ‘제로(0)’로 만들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트럼프 “가자지구 장악할 것”]네타냐후와 정상회담 가진뒤“미국이 개발, 경제발전 일으킬것… 주민은 이웃 나라로 영구 이주”유엔 총장 “인종 청소” 강한 비판… 사우디 “이스라엘과 수교 안할것”덴마크령 그린란드, 파나마 운하 장악 의도를 공공연히 밝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 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미국이 장기간 소유하고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의 ‘영토 팽창주의’가 다시 한번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가자지구 개발 과정에서 이곳에 거주하던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이웃 아랍국으로 영구 강제 이주시키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은 곧바로 국제적인 반발에 직면했다. 이를 반기는 이스라엘을 제외하면 거의 모든 국제사회가 우려를 표하고 있다. 특히 아랍권은 “팔레스타인인의 강제 추방을 지지했다”며 일종의 ‘인종 청소’로 받아들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에도 노골적인 친(親)이스라엘 정책을 폈다. 유대계로 집권 1기 때 백악관 선임고문으로 활동하며 중동 정책을 담당했던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가 이번 구상에 영향을 끼쳤을 것이란 가능성이 제기된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2기에도 친이스라엘 노선을 펼칠 것임을 분명히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가자 소유-주민 영구 이주 모두 전례 없어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 백악관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의 정상회담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가자지구를 ‘죽음과 파괴의 상징’이라고 칭하며 “위험하고 불안정한 콘크리트 더미 아래에서 살고 있는 가자 주민은 더 나은 환경에서 살 권리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이 그곳을 소유하고 위험한 미폭발 폭탄과 무기를 해체하겠다. 일자리와 주거를 무한정으로 공급하는 경제 발전을 이뤄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날 “가자 주민의 이주가 ‘영구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간 가자 주민을 이웃 요르단과 이집트로 보내겠다는 구상은 공개했지만 이주를 영구화하겠다고 밝힌 것은 처음이다. 현재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가 통치하는 요르단강 서안에서도 이스라엘 주권을 인정할 뜻을 밝히며 “조만간 관련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취임 후 첫 해외 순방지로 중동을 택할 가능성도 시사하며 “가자지구, 이스라엘, 사우디아라비아에 방문할 계획”이라고 했다. 동석한 네타냐후 총리는 “가자지구가 다시는 이스라엘에 위협이 되지 않아야 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을 적극 지지한다고 치켜세웠다. 국제사회는 그간 팔레스타인이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을 영토로 삼고 이스라엘과 공존하는 ‘두 국가 해법’을 지지해 왔다.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은 두 국가 해법을 사실상 완전히 무시한 것이다. 그는 집권 1기 당시 주이스라엘 미국대사관을 경제 중심지 텔아비브에서 종교 분쟁지인 예루살렘으로 옮겼다. 이스라엘이 제3차 중동전쟁 당시 점령한 시리아 골란고원에 대한 이스라엘의 주권도 인정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재집권한 그가 백악관에서 처음 만난 해외 정상이다. 4일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에서 탈퇴하는 것을 지시하는 행정명령에도 서명했다.● 국제사회 “인종 청소” 거센 반발 국제사회와 아랍권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 구상이 “인종 청소에 해당한다. 팔레스타인 국가 건설을 영구히 불가능하게 만들 위험이 있다”고 비판했다. 가자 주민 수용 국가로 지목된 이집트와 요르단도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에 반발하고 있다. ‘아랍의 맹주’ 사우디아라비아는 5일 외교부 성명을 통해 “팔레스타인 독립이 보장되지 않으면 이스라엘과 외교 관계를 수립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과 사우디의 수교 중재를 주요 과제로 내세우는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분명한 압박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다. 일각에선 사우디가 트럼프 대통령의 가자 구상에 반발하며 ‘아브라함 협정 2기’ 추진에 반기를 들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당시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UAE)·바레인·모로코 간 국교 정상화를 이끌어낸 이른바 ‘아브라함 협정’을 주요 외교 성과로 내세웠다. 2기에는 사우디와 이스라엘의 수교까지 중재해 대(對)이란 견제 전선을 완성하고 최근 중동에서 보폭을 넓히는 중국까지 견제한다는 구상이다. 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임현석 기자 lhs@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이란의 원유 수출을 차단하고 중동과 전 세계에서 테러를 지원하는 능력을 약화시키겠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 이란의 원유 수출을 ‘제로(0)’로 만드는 등 제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세계 4위 원유 보유국인 이란이 원유 수출로 번 돈으로 핵무기 개발을 시도하고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레바논의 친(親)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 등을 지원하며 중동 긴장을 고조시켰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교장관은 5일 “최대 압박 정책은 이미 실패로 판명났고, 다시 시도해도 또다른 패배로 귀결될 것”이라고 반박했다.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때인 2018년 5월 이란이 미국 등 서방 5개국과 2015년에 체결한 ‘핵합의(JCPOA)’를 전격 탈퇴했다. 또 2020년 1월에는 ‘정부 위의 정부’로 불리는 이란 혁명수비대에서 헤즈볼라 지원 업무 등을 담당했던 가셈 솔레이마니 쿠드스군 사령관을 무인기(드론)로 공개 암살하며 이란과 내내 대립했다.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제재 강화 발표를 놓고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도 이란에 대한 ‘최대 압박(maximum pressure)’ 기조가 계속될 것임을 분명히 밝힌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이스라엘과의 전쟁으로 최근 하마스와 헤즈볼라가 거의 무력화됐고, 이란의 중동 지역 내 영향력도 줄어든 만큼 이란을 더 압박해 핵 개발 포기 등을 이끌어내겠다는 의도도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 “이란 핵무기 절대 못 가져”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 백악관에서 이란 제재를 강화하는 ‘대통령 각서(presidential memorandum)’에 서명하며 재무부와 국무부에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대통령 각서는 의회 비준 없이 각종 정책을 즉시 실시할 수 있는 대통령 행정명령(executive order)보다는 구속력이 낮으나 특정 기관에 구체적인 지침을 줄 때 주로 쓰인다. 그는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이란산 원유의 수출 제재를 엄격하게 집행하지 않아 이란이 중동 무장단체에 자금을 지원하고 핵무기를 개발할 수 있었다”며 “내가 있는 한 이란은 핵무기를 가질 수 없다”고 강조했다.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현재 이란이 핵폭탄급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그에 준하는 핵무기 최소 4개 이상을 만들 수 있는 농축 우라늄을 보유한 것으로 보고 있다.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최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이란이 우라늄 농축 속도를 높이고 있다”고 우려했다.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자신을 암살하려 든다면 “이란을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만들겠다(obliterate)”고 강조했다. 그는 혁명수비대 일부 세력이 솔레이마니 암살에 대한 보복으로 자신을 노리고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 미 법무부도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을 암살하라는 임무를 받은 이란 요원을 적발해 기소했다. 다만 개혁·온건파인 마수드 페제슈키안 이란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 암살을 시도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란-中 동시 견제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산 원유에 대한 제재를 강조한 건 이란과 중국을 동시에 견제하려는 의도로도 풀이된다. 미국 에너지정보국(EIA)에 따르면 이란은 2023년에만 원유 수출로 530억 달러(약 76조8500억 원)를 벌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에 따르면 지난해 이란의 석유 생산량은 2018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이 같은 이란의 원유를 가장 많이 수입한 나라는 중국이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이 이란산 원유의 95%를 구매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2002년 이란의 핵개발 의혹이 처음 제기된 후 서방 주요국은 이란산 원유의 직접 구매를 강하게 제재해 왔다. 중국의 수입은 미국을 중심으로 서방이 추진해 온 제재를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란과 중국은 제재를 우회하기 위해 이란산 원유의 원산지를 이라크, 말레이시아, 오만 등으로 위조하고 있다.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동맹국에도 “이란을 고립시키기 위한 활동에 동참하라”는 ‘스냅백(snapback) 조치’를 당부했다. 다만 그는 “이란과 거래를 성사시키는 방안도 모색하고 싶다”며 협상 여지도 남겨뒀다. 앞서 멕시코, 캐나다에 각각 25%의 관세 부과를 위협했다 두 나라가 자신이 요구한 불법 이민자 및 마약 단속에 응하자 관세 부과를 30일 유예한 것처럼 이란에 대해서도 핵시설 사찰 등에 협조한다면 협상과 제재 완화가 가능하단 것을 시사한 발언으로 풀이된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4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의 정상회담을 시작으로 정상 외교에 시동을 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에 10억 달러(약 1조4500억 원) 규모의 무기 지원을 준비하고 있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일 보도했다. 첫 집권 당시부터 요르단강 서안지구의 유대인 정착촌 합법화, 시리아 골란고원에 대한 이스라엘 주권 인정 등을 골자로 한 이른바 ‘중동 평화 계획’을 발표하며 내비쳤던 친(親)이스라엘 행보를 이어가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WSJ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7억 달러 상당의 1000파운드급(약 454㎏) 폭탄 4700개와 미국 중장비업체 캐터필러사가 만든 3억 달러 상당의 장갑 불도저들 등을 이스라엘에 판매할 수 있도록 승인해달라고 의회에 요청했다. 이 무기들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을 상대할 때 주로 사용했던 것들인 것으로 알려졌다.이번 무기 지원이 네타냐후 총리의 미국 방문과 함께 이뤄졌다는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첫 집권에 이어 이번에도 이스라엘에 친화적인 행보를 이어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때인 2020년 중동 평화 계획을 발표하며 팔레스타인을 배척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유대인의 서안지구 정착이 합법이며, 이스라엘이 무력을 통해 점령한 골란고원의 주권을 인정했다. 예루살렘의 대부분도 이스라엘에 넘겨줘야 한다고 주장했다.재집권 첫 주인 지난달 25일에는 바이든 행정부가 금지한 2000파운드급(약 907㎏) 폭탄 지원을 재개할 것을 지시했다. 또 로이터통신은 3일 트럼프 대통령이 유엔 인권이사회(UNHRC) 탈퇴와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에 대한 자금 지원 금지를 골자로 한 행정명령에도 서명할 예정이라고 전했다.이번 정상회담에서 네타냐후 총리는 ‘가자전쟁’ 휴전, 레바논 친(親)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와의 휴전 등에서 이스라엘에 유리한 결과를 이끌어내기 위한 주장을 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 극우 내각은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완전한 철수 없이는 가자전쟁 휴전 2단계로 넘어갈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3일 “가자지구 휴전이 지속될 것이란 보장은 없다”고 말했다.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스라엘에 휴전을 압박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때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 관계를 정상화한 ‘아브라함 협정’을 체결했다. 다만 당시 이스라엘은 아랍 핵심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와는 수교를 맺지 못했다. 사우디는 2023년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 이후 수교 협상을 전면 중단했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가자전쟁 휴전을 바탕으로 아브라함 협정을 완성해 숙원인 노벨평화상을 수상하려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지난해 멕시코와 캐나다 국경을 통해 미국으로 유입된 펜타닐은 미국인 950만 명을 죽일 수 있는 양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일 멕시코, 캐나다, 중국에 관세 부과 결정을 내리며 펜타닐이란 마약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세 나라에서 미국으로 유입되는 펜타닐이 미 사회에 엄청난 해악을 끼치는 만큼 관세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1959년 벨기에 제약사 얀센이 개발한 펜타닐은 약효가 모르핀의 최대 100배에 달한다. 말기 암환자 등에 대한 진통제로 쓰였지만 2010년대부터 미 곳곳에서 마약으로 오용되어 큰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펜타닐은 헤로인, 코카인 등 천연 마약에 비해 제조가 쉽고 중독성이 강하다. 불과 2mg만 섭취해도 성인이 사망할 수 있지만 알약 한 알을 단돈 50센트∼5달러(약 725∼7250원)에 구할 수 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등에 따르면 2022년 약 11만 명의 미국인이 마약 문제로 사망했다. 이 중 74%(8만1806명)가 펜타닐 등 오피오이드계 마약 중독으로 숨졌다. 중국 당국은 부인하지만 중국에서 생산된 펜타닐 원료가 멕시코로 옮겨져 현지 마약 카르텔을 통해 미국으로 유입된다는 주장이 끊이지 않는다. 펜타닐이 미국에서 종종 ‘차이나 화이트(China White)’로 불리는 이유다.● 알코올 중독으로 숨진 형 때문에 각종 중독 혐오 트럼프 대통령이 마약을 혐오하는 이유는 개인사와도 관련이 깊다. 그에게는 프레드 트럼프 주니어(1938∼1981)라는 형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보다 여덟 살 위였던 프레드는 아버지 프레드 트럼프 시니어의 이름을 물려받을 만큼 집안에서 거는 기대가 컸으나 불과 43세에 알코올 중독에 따른 심장마비로 숨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집권 9개월 만인 2017년 10월 “우리 공동체를 마약 중독의 재앙으로부터 해방시키겠다”며 국가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당시 형을 거론하며 “훌륭한 사람이었지만 술 때문에 매우 힘든 삶을 살았다”며 안타까워했다. 또한 그는 2019년 워싱턴포스트(WP) 인터뷰에서도 “형으로부터 배운 교훈을 술과 마약을 포함한 ‘중독과의 싸움’에 적용하겠다”며 “내가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최고 적임자”라고 자신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마약, 술, 담배 등을 일절 하지 않는 것도 형의 영향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2010년 당시 4세에 불과했던 막내아들 배런에게 “마약, 술, 담배, 문신을 절대 하지 말라”고 훈육하는 장면은 지금도 회자되고 있다.● 러스트벨트 마약 문제 특히 심각 트럼프 대통령은 첫 집권 당시 ‘마약과의 전쟁’에서 기대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점에도 큰 아쉬움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집권 2기에서만큼은 승리하겠다는 각오가 대단하다. 그의 지지층이 많은 북동부의 쇠락한 공업지대, 즉 ‘러스트벨트’에서 마약 문제가 심각하다는 점 또한 그가 ‘마약과의 전쟁’을 지속해야 하는 배경으로 꼽힌다. 웨스트버지니아, 오하이오, 켄터키주 등은 미 50개 주 중 마약 관련 사망률이 특히 높은 지역으로 꼽힌다. WP에 따르면 2013∼2017년 웨스트버지니아주 캐벌카운티의 마약 관련 사망률은 62.9%에 달했다. 오하이오주 몽고메리카운티(36.3%), 켄터키주 해리슨카운티(30%) 등도 높았다. 독실한 기독교인이 많은 남동부 지역 즉, ‘바이블벨트’에서도 그의 마약 근절 공약에 많은 지지를 보내고 있다. 이곳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캘리포니아, 뉴욕주 등보다 훨씬 보수 성향이 강하고 마약 문제에도 민감하다. 전임자와의 차별화도 노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은 2023년 11월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펜타닐 문제에 대한 협력을 다짐했다. 그럼에도 미국 내 펜타닐 문제가 끊이지 않자 미 일각에서는 “중국이 펜타닐 원료 수출을 단속하는 시늉만 한다”는 불만이 상당한 상태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
“미국 수도 워싱턴의 호화 주택시장 가격이 ‘트럼프 붐’으로 급등했다.” 억만장자 기업가 출신이 대거 포진한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의 주요 인사가 워싱턴 일대의 고급 주택을 대거 매입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일 보도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지난해 대선 승리 직후인 같은 해 11, 12월에만 500만 달러(약 70억 원) 이상의 호화주택 거래가 20건을 기록했다. 2023년 같은 시기(10건)보다 두 배로 늘었다. 이를 주도하는 사람은 헤지펀드 ‘키스퀘어캐피털’그룹의 최고경영자(CEO) 출신인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 월가 투자은행 ‘캔터피츠제럴드’ CEO 출신인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후보자, 페이팔 공동창업자 출신의 백악관 인공지능(AI) 및 가상화폐 ‘차르’(책임자) 데이비드 색스 등이다. 이 외 트럼프 2기 정부효율부(DOGE)의 공동 수장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또한 워싱턴 라인호텔 매입을 추진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최근 밀착하고 있는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도 워싱턴 부동산 구입을 고려하고 있다. ABC뉴스에 따르면 트럼프 2기 내각과 백악관 참모 중에는 10억 달러(약 1조4000억 원) 이상의 재산을 보유한 억만장자가 최소 13명이다. 이를 감안할 때 워싱턴 호화 부동산의 가격 상승 여지가 충분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워싱턴 호화주택 품귀 심각” WSJ에 따르면 베센트 장관은 최근 워싱턴 조지타운에 1250만 달러(약 175억 원)짜리 고급 주택을 매입했다. 1941년 건설됐고 콘스턴스 밀스타인 전 주(駐)몰타 대사가 2010년 1110만 달러에 매입했지만 베센트 장관에게 팔았다. 총 4개 층에 걸쳐 다섯 개의 침실, 연회장 크기의 식당, 응접실, 도서관 등이 있다. 수영장과 1174m²(약 355평)의 정원도 있다. 러트닉 후보자 또한 지난해 12월 워싱턴 북서부 폭스홀의 고급 주택을 2500만 달러(약 350억 원)에 매입했다. 그가 폭스뉴스 간판 앵커인 브렛 바이어 부부로부터 사들인 이 주택은 침실 다섯 개, 욕실 여덟 개, 영화관, 스파, 피트니스, 수영장 등이 있다. 색스 차르 역시 워싱턴 북서부에 1000만 달러(약 140억 원)짜리 주택을 매입했다. 침실 네 개, 욕실 여섯 개 등으로 구성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워싱턴 부동산 업자들은 호화 주택의 활발한 거래를 ‘트럼프 효과’로 보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수요 급증으로 워싱턴의 호화 주택이 심각하게 모자란다”고 전했다. WSJ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10∼12월) 워싱턴 고급 주택 판매가 중간값은 215만 달러로, 5년 전(151만5000달러)보다 42% 치솟았다.● 머스크-저커버그도 부동산 매입 준비 아직 워싱턴에 집을 마련하지 못한 주요 인사들도 부동산 매입을 속속 추진하고 있다. 정치매체 액시오스 등에 따르면 머스크는 워싱턴 북서부의 라인호텔을 통째로 매입해 이를 개인 사교 클럽으로 바꿀 계획을 세우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저커버그도 워싱턴 부동산을 매입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AI 분야 규제 등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워싱턴에 거점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는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반(反)이민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하지만 최근 대통령의 최측근인 데이나 화이트 종합격투기단체 ‘UFC’ CEO를 메타 이사로 발탁했다. 지난달 20일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식에도 참석하는 등 대통령과 밀착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일가 역시 백악관과 의회 사이에 있는 월도프애스토리아 호텔(옛 트럼프인터내셔널 호텔)을 다시 매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측은 2016년 이 호텔을 매입했지만 2022년 임대권을 매각했다. 현재는 힐턴그룹이 이 호텔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차남 에릭이 힐턴 측과 호텔 재매입을 협의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가성비’를 무기로 세계 인공지능(AI) 업계에 큰 파장을 몰고 온 중국 AI 기업 ‘딥시크’와 딥시크의 추론형 AI 모델 ‘R1’의 충격이 가시지 않은 가운데 AI 반도체 시장의 선두 업체인 미국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비공개 회동을 가졌다. 로이터통신 등은 두 사람이 미국의 AI 리더십, 딥시크 대응, 대중국 AI용 반도체 수출 규제 등에 관해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딥시크 충격에 놀란 트럼프 2기 행정부는 기존의 고사양 AI 반도체는 물론이고 저사양 반도체의 중국 수출까지 규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날 황 CEO와 트럼프 대통령의 면담에서도 이에 관한 내용이 집중적으로 논의됐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엔비디아의 저사양 반도체로 그간 규제 대상이 아니었던 ‘H20’의 중국 수출이 제한될 가능성을 제기했다.● “美 AI 리더십 강화 논의”트럼프 대통령 측은 이날 면담의 구체적인 내용을 언급하지 않은 채 “좋은 만남이었다”고 했다. 또 황 CEO를 ‘신사’라고 호평했다. 엔비디아 측은 “대통령과 반도체 및 AI 정책, 미국의 AI 리더십 강화의 중요성 등을 논의할 기회를 가졌다”고 밝혔다.경제매체 배런스는 두 사람의 회동이 몇 주 전부터 계획됐다고 전했다. 지난달 20일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식 때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CEO, 팀 쿡 애플 CEO,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 등 빅테크 경영자들이 대거 참석했지만 황 CEO는 참석하지 않았다. 다만 황 CEO는 지난달 8일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성공할 수 있도록 모든 것을 할 것”이라며 트럼프 2기 행정부와 적극 협력할 뜻을 강조했다.딥시크는 지난달 20일 미국 오픈AI의 대표 모델 ‘챗GPT’ 개발비 1억 달러(약 1400억 원)의 5.6%에 불과한 558만 달러(약 78억1200만 원)에 성능은 비슷한 ‘R1’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특히 엔비디아가 2022년에 개발해 상대적으로 구형이며 저사양 반도체인 ‘H800’만으로 이 성과를 냈다고 밝혀 상당한 후폭풍을 불렀다. 이에 따라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기존의 고사양 AI 반도체에 이어 저사양 반도체의 중국 수출을 규제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새 수출 규제 품목에 오를 가능성이 큰 ‘H20’은 ‘H800’과 마찬가지로 중국 수출용으로 개발된 저사양 제품이다.● 美상무부, 딥시크 규제 위반 조사트럼프 2기 행정부와 미국 AI 업계 일각에서는 딥시크가 중국 수출이 금지된 엔비디아의 고사양 반도체를 우회적으로 수입해 ‘R1’을 개발했을 가능성을 끊임없이 제기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 상무부 또한 딥시크가 중국으로 배송이 허용되지 않는 미국산 반도체를 사용했는지 조사하기로 했다. 특히 미국산 첨단 AI 반도체가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아랍에미리트 등을 통해 중국에 조직적으로 밀수된 정황도 포착됐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미국 경제전문매체인 CNBC는 딥시크의 개발 비용이 회사 측이 주장하는 558만 달러보다 90배 이상 많은 5억 달러(약 7000억 원)를 웃돌 것으로 추정했다.다만 고사양 AI 반도체 시장을 주도해온 엔비디아 주가는 ‘딥시크 충격’ 뒤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엔비디아 주가는 딥시크 충격이 본격화한 지난달 27일에만 나스닥 시장에서 17% 하락했다. 지난달 31일에도 3.67% 하락 마감했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북한이 러시아, 중국 등과 교역하는 핵심 항구인 평양 인근 남포항을 최근 군함 건조를 위한 조선소, 유류저장소 건설 등이 가능하도록 확장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미국의 북한 전문 매체 ‘38노스’는 위성사진을 분석해 “남포항에서 조선소 확장이 이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조선소에서는 해군 군함은 물론이고 상업용 선박, 어선 등도 건조 및 수리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38노스가 분석한 위성사진에 따르면 조선소로 추정되는 건물의 지붕이 지난해 11월 설치됐다. 또 지난달 23일 위성사진에서도 새로운 건물들이 지어지고 있다는 점도 확인됐다. 유류저장소 또한 완공된 모습이 확인됐다. 38노스 측은 지난달 23일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9월 위성사진에서 건설 중이던 4개의 유류 탱크가 모두 완공됐다고 전했다. 또 추가 유류 탱크 설치를 위한 공사도 진행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2월 말 북한 관영 매체 또한 “남포에서 새 군함이 건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발표와 남포항의 최근 위성사진은 북한 해군이 남포항 확장을 포함한 현대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38노스 측은 분석했다. 38노스는 “남포항은 계속해서 건설 및 확장 활동의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다. 이는 북한의 경제 및 군사 인프라에서 남포항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전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미국 수도 워싱턴의 호화 주택시장 가격이 ‘트럼프 붐’으로 급등했다.”억만장자 기업가 출신들이 대거 포진한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의 주요 인사가 워싱턴 일대의 고급 주택을 대거 매입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일 보도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지난해 대선 승리 직후인 같은 해 11, 12월에만 500만 달러(약 70억 원) 이상의 호화주택 거래가 20건을 기록했다. 2023년 같은 시기(10건)보다 두 배로 늘었다.이를 주도하는 사람은 헤지펀드 ‘키스퀘어캐피탈’그룹의 최고경영자(CEO) 출신인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 월가 투자은행 ‘캔터피츠제랄드’ CEO 출신인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후보자, 페이팰 공동창업자 출신의 백악관 인공지능(AI) 및 암호화폐 ‘차르’(책임자) 데이비드 색스 등이다.이 외 트럼프 2기 정부효율부(DOGE)의 공동 수장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또한 워싱턴 라인호텔 매입을 추진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최근 밀착하고 있는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도 워싱턴 부동산 구입을 고려하고 있다. ABC뉴스에 따르면 트럼프 2기 내각과 백악관 참모 중에는 10억 달러(약 1조4000억 원) 이상의 재산을 보유한 억만장자가 최소 13명이다. 이를 감안할 때 워싱턴 호화 부동산의 가격 상승 여지가 충분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워싱턴 호화주택 품귀 심각”WSJ에 따르면 베센트 장관은 최근 워싱턴 조지타운에 1250만 달러(약 175억 원)짜리 고급 주택을 매입했다. 1941년 건설됐고 콘스턴스 밀스타인 전 주(駐)몰타 대사가 2010년 1110만 달러에 매입했지만 베센트 장관에게 팔았다. 총 4개 층에 걸쳐 다섯 개의 침실, 연회장 크기의 식당, 응접실, 도서관 등이 있다. 수영장과 1174m²(약 355평)의 정원도 있다.러트닉 후보자 또한 지난해 12월 워싱턴 북서부 폭스홀의 고급 주택을 2500만 달러(약 350억 원)에 매입했다. 그가 폭스뉴스 간판 앵커인 브렛 바이어 부부로부터 사들인 이 주택은 침실 다섯 개, 욕실 여덟 개, 영화관, 스파, 피트니스, 수영장 등이 있는 것다.색스 차르 역시 워싱턴 북서부에 1000만 달러(약 140억 원)짜리 주택을 매입했다. 침실 네 개, 욕실 여섯 개 등으로 구성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워싱턴 부동산 업자들은 호화 주택의 활발한 거래를 ‘트럼프 효과’로 보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수요 급증으로 워싱턴의 호화 주택이 심각하게 모자란다”고 전했다. WSJ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10~12월) 워싱턴 고급 주택 판매가 중간값은 215만 달러로, 5년 전(151만5000달러)보다 42% 치솟았다.● 머스크-저커버그도 부동산 매입 준비아직 워싱턴에 집을 마련하지 못한 주요 인사들도 부동산 매입을 속속 추진하고 있다. 정치매체 액시오스 등에 따르면 머스크는 워싱턴 북서부의 라인호텔을 통째로 매입해 이를 개인 사교 클럽으로 바꿀 계획을 세우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저커버그도 워싱턴 부동산을 매입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AI 분야 규제 등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워싱턴에 거점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는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반(反)이민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하지만 최근 대통령의 최측근인 데이나 화이트 종합격투기단체 ‘UFC’ CEO를 메타 이사로 발탁했다. 지난달 20일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식에도 참석하는 등 대통령과 밀착하고 있다.트럼프 대통령 일가 역시 백악관과 의회 사이에 있는 월도프애스토리아 호텔(옛 트럼프인터내셔널 호텔)을 다시 매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측은 2016년 이 호텔을 매입했지만 2022년 임대권을 매각했다. 현재는 힐턴그룹이 이 호텔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차남 에릭이 힐턴 측과 호텔 재매입을 협의하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가성비’를 무기로 세계 인공지능(AI) 업계에 큰 파장을 몰고 온 중국 AI 기업 ‘딥시크’와 딥시크의 추론형 AI 모델 ‘R1’의 충격이 가시지 않은 가운데 AI 반도체 시장의 선두업체인 미국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비공개 회동을 가졌다. 로이터통신 등은 두 사람이 미국의 AI 리더십, 딥시크 대응, 대중국 AI용 반도체 수출 규제 등에 관해 논의했다고 보도했다.딥시크 충격에 놀란 트럼프 2기 행정부는 기존의 고사양 AI 반도체는 물론이고 저사양 반도체의 중국 수출까지 규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날 황 CEO와 트럼프 대통령의 면담에서도 이에 관한 내용이 집중적으로 논의됐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엔비디아의 저사양 반도체로 그간 규제 대상이 아니었던 ‘H20’의 중국 수출이 제한될 가능성을 제기했다.● “美 AI 리더십 강화 논의”트럼프 대통령 측은 이날 면담의 구체적인 내용을 언급하지 않은 채 “좋은 만남이었다”고 했다. 또 황 CEO를 ‘신사’라고 호평했다. 엔비디아 측은 “대통령과 반도체 및 AI 정책, 미국의 AI 리더십 강화의 중요성 등을 논의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고 밝혔다. 경제매체 배런스는 두 사람의 회동이 몇 주 전부터 계획됐다고 전했다. 지난달 20일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식 때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CEO, 팀 쿡 애플 CEO,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 등 빅테크 경영자들이 대거 참석했지만 황 CEO는 참석하지 않았다. 다만 황 CEO는 8일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성공할 수 있도록 모든 것을 할 것”이라며 트럼프 2기 행정부와 적극 협력할 뜻을 강조했다.딥시크는 지난달 20일 미국 오픈AI의 대표 모델 ‘챗GPT’ 개발비 1억 달러(약 1400억 원)의 5.6%에 불과한 558만 달러(약 78억1200만 원)에 성능은 비슷한 ‘R1’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특히 엔비디아가 2022년에 개발해 상대적으로 구형이며 저사양 반도체인 ‘H800’만으로 이 성과를 냈다고 밝혀 상당한 후폭풍을 불렀다. 이에 따라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기존의 고사양 AI 반도체에 이어 저사양 반도체의 중국 수출을 규제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새 수출 규제 품목에 오를 가능성이 큰 ‘H20’은 ‘H800’마찬가지로 중국 수출용으로 개발된 저사양 제품이다.● 美상무부, 딥시크 규제 위반 조사트럼프 2기 행정부와 미국 AI 업계 일각에서는 딥시크가 중국 수출이 금지된 엔비디아의 고사양 반도체를 우회적으로 수입해 ‘R1’을 개발했을 가능성을 끊임없이 제기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 상무부 또한 딥시크가 중국으로 배송이 허용되지 않는 미국산 반도체를 사용했는지 여부를 조사하기로 했다. 특히 미국산 첨단 AI 반도체가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아랍에미리트(UAE) 등을 통해 중국에 조직적으로 밀수된 정황도 포착됐다고 로이터는 전했다.미국 경제전문매체인 CNBC는 딥시크의 개발 비용이 회사 측이 주장하는 558만 달러보다 90배 이상 많은 5억 달러(약 7000억 원)를 웃돌 것으로 추정했다.다만 고사양 AI 반도체 시장을 주도해온 엔비디아 주가는 ‘딥시크 충격’ 뒤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엔비디아 주가는 딥시크 충격이 본격화한 지난달 27일에만 나스닥 시장에서 17% 하락했다. 지난달 31일에도 3.67% 하락 마감했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북한이 러시아, 중국 등과 교역하는 핵심 항구인 평양 인근 남포항을 최근 군함 건조를 위한 조선소, 유류저장소 건설 등이 가능하도록 확장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미국의 북한전문매체 ‘38노스’는 위성사진을 분석해 “남포항에서 조선소 확장이 이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조선소에서는 해군 군함은 물론 상업용 선박, 어선 등도 건조 및 수리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38노스가 분석한 위성사진에 따르면 조선소로 추정되는 건물의 지붕이 지난해 11월 지어졌다. 또 지난달 23일 위성사진에서도 새로운 건물들이 지어지고 있다는 점도 확인됐다.유류저장소 또한 완공된 모습이 확인됐다. 38노스 측은 지난달 23일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9월 위성사진에서 건설 중이던 4개의 유류 탱크가 모두 완공됐다고 전했다. 또 추가 유류 탱크 설치를 위한 공사도 진행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남포항 상업용 컨테이너 구역도 지난해 9월과 같은 해 11월 위성사진과 비교했을 때 더 많은 컨테이너가 들어왔음이 파악됐다.지난해 12월 말 북한 관영 매체 또한 “남포에서 새 군함이 건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발표와 남포항의 최근 위성사진 모습은 북한 해군이 남포항 확장을 포함한 현대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38노스 측은 분석했다.38노스는 남포항에 대해 “북한에서 가장 큰 상업 항구로, 중국 등 아시아 지역으로 가는 직접적인 경로를 제공한다”고 평가했다. 이어 “남포항은 계속해서 건설 및 확장 활동의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다. 이는 북한의 경제 및 군사 인프라에서 남포항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전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 출범 뒤 중국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 등을 놓고 양국 간 대립이 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인공지능(AI) 분야에서도 두 나라가 치열한 패권 전쟁에 돌입했다. 중국의 AI 스타트업 ‘딥시크’가 미국 오픈AI의 대표 모델인 ‘챗GPT’와 맞먹는 AI 모델을 오픈AI가 투자했던 비용의 약 5.6%만 들여 개발하면서 글로벌 기술업계 및 투자 시장에 큰 파장이 일고 있다. 그간 미국은 AI를 포함한 기술 분야 패권을 지키기 위해 고사양 AI용 반도체 등의 대중국 수출을 금지해왔다. 그러나 이번 일로 그간의 규제가 실효성이 없었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저사양 AI용 반도체도 대중국 수출을 금지하는 방안을 트럼프 행정부가 고려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29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이 매체는 “트럼프 행정부는 그간 허용했던 엔비디아의 저사양 AI 반도체 ‘H20’도 중국 수출을 규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AI 경쟁에서 중국의 기술 수준이 미국의 예상보다 앞서 있다는 것이 확인됐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앞서 딥시크는 미국의 대표적인 AI용 반도체 제조사인 엔비디아가 2022년 개발해 상대적으로 구형인 ‘H800’ 반도체만으로 만든 자사의 AI 모델 ‘R1’이 챗GPT의 신형 모델 ‘o1’과 성능이 비슷하거나 그보다 더 뛰어나다고 밝혔다. 또 R1을 558만 달러(약 78억1200만 원)에 개발했다고 공개했다. 일각에서는 딥시크가 개발 비용을 축소 계산했거나 몰래 엔비디아의 신형 반도체를 확보했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또 오픈AI 등의 개발 데이터를 불법적으로 차용했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그럼에도 딥시크의 개발 비용은 미국 빅테크보다 크게 저렴하고 제품 성능도 구글, 메타, 앤스로픽 등의 AI 모델을 능가한다고 일각에선 평가한다. 이 같은 ‘딥시크 충격’은 27일 뉴욕 증시를 강타했다. 이날 엔비디아 주가는 17% 급락해 하루 만에 시가총액 약 6000억 달러(약 840조 원)가 증발했다. AI 분야에서 역시 강세를 보여온 또 다른 반도체 기업인 브로드컴(17.4%), TSMC(13.33%), 마이크론테크놀로지(11.71%) 주가도 급락해 이날에만 미 증시에서 약 1조 달러(약 1400조 원)가 사라졌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딥시크의 AI가 (미국 제품보다) 더 빠르고 훨씬 저렴해 보인다”며 “미국 산업이 (중국과의) 경쟁에 극도로 집중해야 한다는 경종을 울렸다”고 밝혔다. 미국의 AI 칩 수출 규제가 오히려 중국의 설계 역량 혁신을 자극했다는 분석도 나온다.中 딥시크, 5% 비용으로 챗GPT급 성능… “AI의 스푸트니크 순간”[中 AI ‘딥시크’ 쇼크]美中 불붙은 AI 패권 전쟁中, 엔비디아의 2022년 구형칩 활용… 추론 작업은 오픈AI 신형 모델 맞먹어NYT “실리콘밸리 가장 어두운 시간”… 美일각 “기술 도용 정황” 분쟁 예고중국 저장성 항저우에 본사를 둔 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는 전 세계에 거의 알려지지 않은 신생 회사였다. 2023년 5월 설립된 딥시크는 이달 20일(현지 시간) ‘R1’이라는 AI 모델을 내놨지만 하루 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픈AI, 오라클, 일본 소프트뱅크와 5000억 달러 규모의 AI 투자 프로젝트 ‘스타게이트’를 발표하며 큰 주목을 못 받는 분위기였다.하지만 10일도 안 돼 상황이 급변했다. 저사양 AI용 반도체를 주로 활용한 딥시크가 미국 대표 AI 기업 오픈AI의 챗GPT 개발비의 약 5.6%에 불과한 비용으로 챗GPT에 필적하는 제품을 만든 게 확인된 것. 이 소식이 알려진 27일부터 엔비디아 등 뉴욕 증시의 AI용 반도체 기업의 주가는 큰 폭으로 하락했다.세계 최초의 웹 브라우저 중 하나인 ‘모자익’을 개발한 실리콘밸리의 유명 투자자 마크 앤드리슨은 딥시크를 “AI의 스푸트니크 순간”이라고 평가했다. 1957년 소련이 세계 최초로 인공위성 스푸트니크를 발사하면서 미국의 우주 기술이 소련보다 뒤처졌음을 확인한 사건을 가리킨다. 딥시크로 인해 미국과 중국의 AI 기술 격차가 생각만큼 안 크고, 가성비가 훨씬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이 드러났다는 것이다.뉴욕타임스(NYT)도 “실리콘밸리의 가장 어두운 시간(darkest hour)”이라고 표현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에 맞서던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는 ‘가장 어둡고 힘든 때’라며 이 문구를 썼다. 미국 AI 업계가 위기를 맞았다는 뜻이다.● 챗GPT 약 20분의 1 비용에 비슷한 성능‘R1’은 다양한 수학, 코드 및 추론 작업에서 챗GPT의 신형 모델 ‘o1’과 비슷하거나 이를 능가한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기술 전문지 테크크런치에 따르면 R1은 미국 수학 경시대회에서 79.8%의 정확도로 o1(79.2%)을 앞섰다. 코딩 테스트에서도 65.9%의 정확도로 o1(63.4%)을 눌렀다.그러면서도 수천만 달러의 대규모 슈퍼컴퓨터를 이용해 AI를 훈련하는 미국 빅테크와 달리 딥시크는 엔비디아가 2022년 개발해 상대적으로 구형인 칩 ‘H800’으로 AI를 개발했다. 딥시크의 주장에 따르면 개발 비용 또한 558만 달러(약 78억1200만 원)로 1억 달러(약 1400억 원)가 들어간 챗GPT의 5.6%에 불과하다.중국의 다른 정보기술(IT) 기업에서도 ‘AI 굴기’가 한창이다. 중국 최대 상거래 업체 알리바바그룹의 계열사인 알리바바 클라우드는 29일 새 AI 모델 ‘큐원(Qwen) 2.5-맥스’를 출시했다. 알리바바 측은 “큐원의 성능이 비교 모델을 뛰어넘었다”고 주장했다. 중국계 소셜미디어 틱톡의 모기업 바이트댄스도 22일 ‘두바오 1.5 프로’를 내놨다.일각에서는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로 미국산 첨단 AI용 반도체를 구하기 어렵게 된 중국 기업이 알고리즘, 아키텍처 등에서 더 독창적이고 혁신을 이뤄냈다는 평가도 나온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딥시크,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트댄스, 문샷 같은 중국 IT 기업이 미국과의 격차를 좁히며 비용 효율과 역량을 높여왔다”며 “이는 우연이 아니라 미국의 첨단 칩 수출 제한 확대에 따른 불가피한 혁신이었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선 美 기술 도용 가능성도 제기미국은 딥시크를 비롯한 중국의 기술기업들이 ‘오픈소스’를 지향한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AI 개발 악용 우려 등을 이유로 상대적으로 기술 공유에 소극적이었던 미국 기업들과 달리 중국 기업들은 AI 모델의 개발 과정을 적극 공개하는데 이런 차이가 중국을 AI 연구 및 개발의 중심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오픈AI의 투자자이기도 한 마이크로소프트(MS)의 사티아 나델라 최고경영자(CEO)는 “딥시크는 진정한 혁신을 보여준다. 중국의 AI 개발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우려했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도 딥시크의 가성비를 “인정한다”고 했다.다만 트럼프 행정부와 미국 AI 업계 일각에서는 딥시크의 미국 기술 도용 가능성도 제기된다. CNBC는 딥시크가 중국 수출이 금지된 엔비디아의 고사양 AI 반도체를 다량 보유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오픈AI도 “딥시크가 우리의 AI 기술을 도용한 정황이 있다”고 밝혀 양국 간 또 다른 무역분쟁의 우려를 낳고 있다.미 백악관은 딥시크가 국가 안보에 줄 영향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또 미 해군은 군인들에게 딥시크를 다운로드하거나 사용하지 말라고 경고했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딥시크의 핵심 인재는 대부분 신입이거나 경력 1, 2년 정도의 젊은 직원이다.” 전 세계에 중국산 인공지능(AI) 열풍을 몰고 온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의 량원펑(梁文鋒·40) 창업자와 그의 독특한 인재 채용 방식이 큰 주목을 받고 있다. 그는 AI 업계가 관성과 타성에 젖으면 혁신이 어려워진다는 신념하에 경험이 적은 젊은 직원들을 주로 기용하고 있다. 딥시크의 연구 인력은 대부분 해외 유학 경험이 없는 중국 토종 인재로 채워졌다. 또한 그는 특정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소스 코드와 설계도를 대중에게 공개하는 ‘오픈 소스’ 개념의 신봉자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그는 미국 실리콘밸리가 전 세계 정보기술(IT) 업계를 이끌게 된 것도 오픈 소스의 역할이 크다며 “오픈 소스는 ‘비즈니스 관행’이 아닌 ‘문화 관행’”이라고 강조했다. ● 개발 인력 139명… 오픈AI의 11.6%에 불과 현지 경제매체 차이롄서에 따르면 2023년 5월 설립된 딥시크의 연구개발(R&D) 인력은 139명. 설립 후 전체 인력을 150명 안팎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는데, 대부분이 R&D 인력인 셈이다. 이는 경쟁사인 미국의 주요 AI 기업과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챗GPT를 만든 오픈AI는 연구원만 약 1200명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오픈AI의 11.6%에 불과한 인력으로 비슷한 성과를 낸 셈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MS)와 구글도 각각 7000명과 5000명의 AI 개발 인력을 두고 있다.량원펑은 또 다른 현지 매체 ‘36kr’에 젊은 직원을 선호하는 이유로 ‘혁신 능력’을 꼽았다. 그는 “혁신은 자신감에서 시작된다. 젊은이들에게서 더 많은 혁신 능력을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딥시크의 인력 채용을 담당했다는 한 헤드헌터는 “딥시크에서 경력 3∼5년이면 최고참”이라며 “8년 이상의 경력자는 아예 선발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전했다. 현지 소셜미디어에서는 딥시크의 여성 개발자 뤄푸리(羅福莉·30)도 주목받고 있다. 베이징사범대와 베이징대를 졸업한 그는 2022년 딥시크에 입사한 후 ‘AI 천재 소녀’로 불릴 만큼 능력을 인정받았다. 그를 눈여겨본 샤오미 측에서 연봉 1000만 위안(약 20억 원)을 제시하며 스카우트하려 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딥시크의 기업 문화 또한 직급, 연공 서열 등을 중시하지 않는다. 이에 저장성 항저우 본사의 사무실은 기업 사옥이 아니라 대학 캠퍼스처럼 느껴진다고 전했다.● ‘너드’에서 ‘세계적 AI 기업가’로량원펑의 개인사 또한 주목받고 있다. 그는 1985년 남부 광둥성에서 태어났다. 중고교 시절 수학 과목에서 뛰어난 성적을 보였고 중학생 시절 이미 일부 대학 수학도 배웠다. 2002년 항저우의 공학 분야 명문대 저장대에 입학했다. 같은 학교에서 2007년 전자정보공학 학사, 2010년 정보통신공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거치며 통계학, 수학 등에 기반한 금융투자 ‘퀀트 트레이딩’에 심취했다. 이 시기 현재 세계 최대 민간 무인기(드론) 기업을 이끌고 있으며 역시 저장성 출신인 왕타오(汪滔) DJI 창업자로부터 동업 제안을 받았다. 이를 거절하고 2015년 퀀트 전문 헤지펀드 ‘하이플라이어’를 세웠다. 량원펑은 2019년 투자 기법을 정교화하기 위해 하이플라이어 내에 AI 딥러닝 플랫폼을 개발하는 부서를 만들었다. 2021년 10억 위안(약 2000억 원)을 투자해 1만 대의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 ‘A100’으로 구성된 딥러닝 프로그램 ‘파이어플라이어1’을 만들었다. 당시 바이트댄스, 알리바바 등 소수의 ‘빅테크’ 기업을 제외하면 하이플라이어는 중국 내에서 유일하게 A100을 보유한 회사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와 일했던 동료는 FT에 량원펑을 “끔찍한 헤어스타일을 한 ‘너드(nerd·괴짜)’였다”고 전했다. 또 량원펑이 1만 개의 칩 클러스터를 구축했던 것에 대해 “그 야심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량원펑은 딥시크를 창업할 때부터 인간과 동일한 수준의 AI, 즉 범용 인공지능(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을 개발하겠다는 원대한 목표를 제시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딥시크의 핵심 인재는 대부분 신입이거나 경력 1, 2년 정도의 젊은 직원이다.”전 세계에 중국산 인공지능(AI) 열풍을 몰고 온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의 량원펑(梁文鋒·40) 창업자와 그의 독특한 인재 채용 방식이 큰 주목을 받고 있다. 그는 AI 업계가 관성과 타성에 젖으면 혁신이 어려워진다는 신념하에 경험이 적은 젊은 직원들을 주로 기용하고 있다. 딥시크의 연구 인력은 대부분 해외 유학 경험이 없는 중국 토종 인재로 채워진 것으로 알려졌다.또한 그는 특정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소스 코드와 설계도를 대중에 공개하는 ‘오픈 소스’ 개념의 신봉자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그는 미국 실리콘밸리가 전 세계 정보기술(IT) 업계를 이끌게 된 것도 오픈 소스의 역할이 크다며 “오픈 소스는 ‘비즈니스 관행’이 아닌 ‘문화 관행’”이라고 강조했다. ● 개발 인력 139명…오픈AI의 11.6%에 불과현지 경제매체 차이롄서에 따르면 2023년 5월 설립된 딥시크의 연구개발(R&D) 인력은 139명. 설립 후 전체 인력을 150명 안팎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는데, 대부분이 R&D 인력인 셈이다. 이는 경쟁사인 미국의 주요 AI 기업과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챗GPT를 만든 오픈AI는 연구원만 약 1200명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오픈AI의 11.6%에 불과한 인력으로 비슷한 성과를 낸 셈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MS)와 구글도 각각 7000명과 5000명의 AI 개발 인력을 두고 있다.량원펑은 또 다른 현지 매체 ‘36kr’에 젊은 직원을 선호하는 이유로 ‘혁신 능력’을 꼽았다. 그는 “혁신은 자신감에서 시작된다. 젊은이들에게서 더 많은 혁신 능력을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딥시크의 인력 채용을 담당했다는 한 헤드헌터는 “딥시크에서 경력 3~5년이면 최고참”이라며 “8년 이상의 경력자는 아예 선발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전했다.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딥시크의 기업 문화 또한 직급, 연공 서열 등을 중시하지 않으며 수평적인 문화를 지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저장성 항저우 본사의 사무실은 기업 사옥이 아니라 대학 캠퍼스처럼 느껴진다고 전했다.홍콩 싱타오일보에 따르면 량원펑과 함께 중국 AI 산업을 이끌고 있는 또 다른 중국 AI 기업 문샷의 양즈린(楊植麟·35) 창업자, 유명 AI 과학자 허카이밍(何恺明·41) 역시 3040의 ‘젊은 피’로 꼽힌다.● ‘너드’에서 ‘세계적 AI 기업가’로량원펑의 개인사 또한 주목받고 있다. 그는 1985년 남부 광둥성에서 태어났다. 중고교 시절 수학 과목에서 뛰어난 성적을 보였고 중학생 시절 이미 일부 대학 수학도 배웠다.2002년 저장성 항저우의 공학분야 명문대 저장대에 입학했다. 같은 학교에서 2007년 전자정보공학 학사, 2010년 정보통신공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그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거치며 통계학, 수학 등에 기반한 금융투자 ‘퀀트 트레이딩’에 심취했다. 이 시기 현재 세계 최대 민간 무인기(드론) 기업을 이끌고 있으며 역시 저장성 출신인 왕타오(汪滔) DJI 창업자로부터 동업 제안을 받았다. 이를 거절하고 2015년 퀀트 전문 헤지펀드 ‘하이플라이어’를 세웠다. 량원펑은 2019년 투자 기법을 정교화하기 위해 하이플라이어 내에 AI 딥러닝 플랫폼을 개발하는 부서를 만들었다. 2021년 10억 위안(약 2000억 원)을 투자해 1만 대의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 ‘A100’으로 구성된 딥러닝 프로그램 ‘파이어플라이어1’을 만들었다. 당시 바이트댄스, 알리바바 등 소수의 ‘빅테크’ 기업을 제외하면 하이플라이어는 중국 내에서 유일하게 A100을 보유한 회사였던 것으로 알려졌다.당시 그와 일했던 동료는 FT에 “끔찍한 헤어스타일을 한 ‘너드(nerd·괴짜)’였다”고 전했다. 또 량원펑이 1만 개의 칩 클러스터를 구축했던 것에 대해 “그 야심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회고했다.량원펑은 2023년 5월 헤지펀드에서 함께 일했던 직원들을 데리고 딥시크를 창업했다. FT에 따르면 당시에도 그는 인간과 동일한 수준의 AI, 즉 범용 인공지능(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을 개발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가 발표한 AI 모델 ‘딥시크 R1’가 전 세계 AI 업계를 뒤흔들고 있다. 딥시크는 설립 2년이 채 안 된 스타트업으로, 창업자는 컴퓨터 공학을 전공한 1985년생 량원펑(梁文鋒)이다.홍콩 싱타오일보 등에 따르면 량원평은 중국 광둥성에서 태어났다. 중고등학교 시절 수학 과목에서 뛰어난 성적을 보였다. 그의 중학교 때 담임선생님은 량원평이 “대학 수학을 배우기도 했다”고 전했다. 량원평은 2002년 공학분야 명문대인 저장대에 입학했다. 이후 저장대에서 2007년 전자정보공학 학사, 2010년 정보통신공학 석사를 받았다.량원평은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한 투자 기법인 ‘퀀트 트레이딩’을 연구했고, 2015년 헤지펀드 ‘하이 플라이어(High Flyer)’를 세웠다. 그의 헤지펀드는 2021년 최대 1000억 위안(약 20조 원) 규모의 자산을 관리하며 중국 양적 사모펀드 분야의 ‘4대 천왕’ 반열에 오르기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2019년 량원평은 투자 기법을 정교화하기 위해서 헤지펀드 내에 AI 딥러닝 플랫폼을 만들기 위한 부서를 설립했고, 2021년에 10억 위안을 투자해 1만 대의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 A100으로 구성된 장치를 만들었다. 당시 중국 내에서 유일하게 A100을 보유한 회사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량원평과 함께 일했던 한 동료는 “그는 끔찍한 헤어스타일을 한 ‘너드(nerd·괴짜)’였고, 1만 개의 칩 클러스터를 구축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했다”며 “우리는 그를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전했다.이러한 노력 끝에 량원평은 2023년 5월 헤지펀드에서 함께 일했던 직원들을 데리고 딥시크를 창업했다. FT에 따르면 창업 당시 량원평은 ‘인간 수준의 AI를 개발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던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들은 딥시크에 대해 “딥시크의 사무실은 진지한 연구자들을 위한 대학 캠퍼스처럼 느껴진다”고 전했다. AI 연구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딥시크는 상업적 이익보다는 연구를 공유하려는 의지가 있기 때문에 위험한 경쟁자다”고 말했다.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현재 딥시크 전 직원은 춘제 연휴를 맞이해 휴가를 떠났다. 량원평 역시 연휴를 맞이해 고향에서 친구들과 축구를 하는 등 휴가를 보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