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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분양대행 업체와 건설폐기물 수집 업체의 건설 용역 수주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핵심 피의자들이 정치권 인사들과 접촉한 기록이 있는지 확인하고 있다. 검찰은 국회의원 A 씨가 이들의 이권 청탁 의혹에 동시에 개입돼 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3일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4부(부장 배종혁)는 분양대행 업체 I사 대표 김모 씨(44)와 폐기물 업체 H사 대표 유모 씨(57)를 각각 회삿돈 수십억 원을 빼돌린 혐의(업무상 횡령)로 조만간 소환하기로 했다. 검찰은 김 씨와 유 씨가 비자금을 조성한 뒤 사업 이권과 관련해 정·관계에 금품을 전달했을 개연성이 높다고 보고 자금 흐름을 추적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이들의 비자금 용처와 관련해 “의심되는 부분(대상)이 있다”며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횡령 외에) 다른 혐의가 추가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특히 김 씨와 유 씨가 사업을 수주하는 과정에서 정·관계 유력 인사들과 빈번하게 접촉했으며 그중 국회의원 A 씨가 이들의 활동에 동시에 관여했다는 정황이 있어 확인 중이다. A 씨는 국회 관련 상임위원회에서 활동한 경력이 있다. 검찰이 사업영역이 서로 겹치지 않는 김 씨와 유 씨의 업체를 2일 동시에 압수수색한 것도 A 씨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은 김 씨와 유 씨에게 A 씨를 소개해줬을 가능성이 높은 지인들의 통화기록 등을 토대로 이권 개입 의혹 시점 전후의 접촉 흔적과 동선을 분석할 계획이다. 검찰은 유 씨가 가족에게 H사의 주식을 몰아주고 친인척을 계열사 G사의 대표로 앉힌 점을 감안해 회삿돈을 횡령하는 과정에 친인척을 앞세웠을 여지가 있다고 보고 주변 인물들의 계좌를 폭넓게 추적 중이다. 검찰은 유 씨의 옛 동업자였던 안모 씨의 마당발 인맥에도 주목하고 있다. 2010년까지 G사의 대표를 맡았던 안 씨는 전북지역에서 체육 관련 단체와 장학재단을 이끌며 정치권 인사들과 친분을 맺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안 씨는 특히 2009년 한 폐기물처리업 관련 단체의 기념행사에 박근혜 대통령(당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을 초청하려 한 적도 있다. 안 씨는 박 대통령이 초청에 응하지 않자 “박근혜 위원장이 불참을 사과하는 의미로 내일 방문하기로 했다”는 허위 사실을 알렸다가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돼 벌금 500만 원을 선고받았다.장관석 jks@donga.com·조동주 기자}

광복 이후 우리 민족이 자체적으로 처음 실시한 조선변호사시험 합격증서(사진)가 처음 세상에 나왔다. 대검찰청은 법제처장과 법원행정처장 등을 지낸 서일교 전 대법관(1921∼1984)이 1947년 10월 16일 교부받은 합격증서를 서 전 대법관 가족에게서 기증받았다고 2일 밝혔다. 이 증서는 독립운동가이자 초대 대법원장을 지낸 가인 김병로 선생이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전인 1947년 조선변호사시험 위원장이자 남조선 과도정부 사법부장 자격으로 합격자 54명에게 수여한 것 중 하나다. 현재 대법원에 1945년 8월 일제의 조선총독부 법무국장 명의로 수여된 조선변호사시험 합격증서가 전시돼 있지만 광복 이후 최초로 치러진 시험의 합격증서가 세상에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조동주 기자 djc@donga.com}

“성폭행당하고 있어요! 살려주세요!” A 씨(41·여)는 승용차 조수석에서 뛰쳐나와 지나가던 경찰에게 도움을 청했다. 머리는 엉망으로 헝클어졌고 블라우스 단추도 뜯겨져 있었다. 차 안에는 건장한 남성 B 씨(49)가 있었다. A 씨는 빌린 돈을 받으려고 만난 B 씨가 돌연 성폭행을 하려 했다며 경찰에게 정황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A 씨 진술로 B 씨는 경찰에 구속됐다. 검찰은 B 씨가 억울함을 호소하자 거짓말탐지검사(심리생리검사)를 했다. 진실 반응이 나왔다. 이 결과를 들은 A 씨가 당황하는 걸 본 검찰이 추궁하자 반전이 일어났다. B 씨가 돈을 갚지 않는 게 괘씸해 거짓말을 했고, 머리와 블라우스 단추도 스스로 망가뜨렸다는 것이다. B 씨는 바로 석방됐고, A 씨는 무고죄로 징역 6개월에 처해졌다. 거짓말탐지검사가 없었다면 B 씨는 꼼짝없이 성폭행 미수범으로 몰릴 뻔했다. 대검찰청 과학수사부(부장 김오수 검사장)가 2009∼2012년 거짓말탐지검사를 한 사건 중 확정 판결이 난 6273건(8609명) 전부를 1년 동안 심층 분석해 보니 검찰이 기소한 사건과 검사 결과가 89.2% 일치한 것으로 2일 밝혀졌다. 법원이 최종 유죄 판결한 사건과는 91%가 일치했다. 수사에 쓰인 거짓말탐지검사 결과와 실제 검찰·법원의 사건 처분을 최초로 정밀 분석한 자료라 앞으로 학계에서도 유용하게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거짓말탐지검사를 한 사건은 살인·강도, 강간·추행, 방화, 마약 등 강력범죄가 47.5%로 가장 많았다. 강력범죄는 행위가 실제 있었는지가 당사자 진술의 신빙성에 따라 판가름되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사기·사문서위조 등 재산 관련 범죄도 20.9%를 차지했다. 신성식 대검 과학수사1과장은 “거짓말탐지검사는 범죄 행위의 실체를 규명할 유일한 증거인 당사자 진술이 서로 엇갈렸을 때 진위를 가려주는 돌파구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거짓말탐지검사 기술이 발전해 신뢰도가 높아지면서 과거와 달리 검사 결과가 법정에서 증거로 인정되는 사례도 생기고 있다. 대검이 2009∼2012년 검사를 전수조사해 보니 23건이 재판에서 증거로 인용됐다. 한 50대 남성이 말을 잘 못하는 정신지체장애인 모녀를 연이어 강간한 뒤 일관되게 부인하다가 호흡 혈압 피부전기저항에서 모두 거짓 반응이 나와 검찰이 이를 주요 증거로 기소해 징역 7년형을 받아낸 사례도 있다. 성범죄나 무고 등 진술 하나로 억울하게 누명을 쓸 수 있는 사건에서는 이 검사 결과가 법정 증거로 쓰이기도 한다. 검사 결과가 검찰이 기소한 사건과는 90% 가까이 일치하는 반면 무혐의 처분한 사건과는 61.2%로 상대적으로 낮게 일치한다. 인체 생리 변화를 기반으로 한 검사라 잘못 판정될 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일선 검찰청에서는 다른 증거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검사 결과만을 증거로 기소하는 데 주저하는 분위기다. 대검은 23개 일선 검찰청에서 실시한 검사 결과를 공유해 대검 심리분석관 7명과 교차 검증하며 검사 신뢰도를 최대한 끌어올리고 있다. 뇌파분석, 안면온도, 동공크기 분석 등 선진기법을 수사 현장에 적용시키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조동주 기자 djc@donga.com}
대법원 1부(주심 고영한 대법관)는 여중생 2명을 성희롱한 혐의(아동복지법 위반)로 기소된 윤모 씨(32)에 대한 상고심에서 경찰 조사와 피해자 법정 증언 과정에서 적법 절차를 밟지 않았다며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일 밝혔다. 윤 씨는 2013년 7월 부산 동래구에서 귀가하던 10대 여중생 A 양을 따라간 뒤 자기 바지에 손을 넣고 성기를 만지면서 “너희 집을 알았으니 다음에 또 보자”며 성희롱을 한 혐의를 받았다. 같은 달 길 가던 또 다른 여중생 B양의 어깨를 두 번 치면서 “몇 살이야. 그 나이 애들도 ‘뽕(브래지어 보형물)’을 넣고 다니냐. 나 나쁜 사람 아니야. 그냥 궁금해서 그래”라며 성적 수치심을 유발한 혐의도 있었다. 1심에서 A 양은 법원으로부터 4차례에 걸쳐 증인 출석 요청을 받았지만 시험 준비, 학업, 불안감 등을 이유로 불출석했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진술 조서가 증거로 인정받으려면 진술자가 사망·질병·외국거주·소재불명 등의 상태인 경우를 제외하곤 직접 조서 내용이 옳다는 진술을 법정에서 해야 한다. 진술자가 계속 출석하지 않으면 검찰이 구인장 발부를 요청하고 법원이 이를 집행하도록 돼 있다. 당시 검찰은 A 양 모친에게 전화로 수차례 출석을 독려했지만 거부하고 있다는 의견서만 법원에 제출하고 구인장 발부를 신청하지 않았다. 1심은 A 양의 나이와 피해 내용, 보호자의 태도 등을 고려할 때 구인을 하기에 적절치 않다고 판단하고 형소법의 예외 규정을 적용해 A 양의 법정 출석 없이 윤 씨에게 징역 6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윤 씨가 이미 같은 혐의로 집행유예 판결을 받은 지 두 달 만에 재범을 저질렀다는 점이 가중처벌의 사유가 됐다. 2심은 A 양의 잇따른 출석 거부가 형소법 314조에 규정된 예외 사유에 해당하지 않아 경찰 조서가 증거로서 인정되지 않는다며 무죄 판결을 내렸다. 형소법 314조에 따르면 법정 진술 없이 조서의 증거능력이 인정되려면 진술자가 사망·질병·외국거주·소재불명 등의 상태에 있어야 하고, 진술서가 믿을 수 있는 상태에서 쓰였다는 게 증명돼야 한다. 2심은 A 양이 적법절차에 따라 법정에 출석해 증언을 거부하거나, 구인장이 발부됐지만 집행되지 않은 것도 아니라는 점으로 볼 때 A 양의 행동이 형소법상 예외사유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경찰 조서를 증거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다. A 양이 심문에 응할 수 없을 만큼 중병을 앓는 게 아니라는 점도 고려됐다. A 양은 윤 씨와 직접 대면하지 않고 화상으로 증언할 수도 있었지만 완강하게 법정 증언을 거부했다. 2심은 사건 발생 2~3달 뒤에 이뤄진 경찰 조사에서의 수사 방식도 적법하지 않았다고 판결했다. 당시 A, B 양은 경찰이 제시한 윤 씨의 운전면허증 사진 하나만 보고 범인으로 지목했는데, 이 과정이 적법한 범인식별 절차를 거쳤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인상착의가 유사한 여러 명을 동시에 대면시키거나 여러 장의 사진을 제시해 그 중 한 명을 지목하게 했어야 하는데, 잠깐만 스쳐보고 아예 모르는 사이인 윤 씨를 사건 발생 2~3개월 뒤에 사진 한 장만 보고 범인임을 확신한 진술은 신빙성이 높다고 볼 수 없다는 판단이다. 대법원은 “2심의 판단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위법이 없다”고 판단하며 윤 씨의 무죄를 확정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 유죄 여부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인 사건에서 적법절차를 거친 증거를 적용하지 않으면 억울한 피해자를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조동주 기자 djc@donga.com}
한 회사에서 1년 넘게 근무한 근로자가 퇴사하면 퇴사한 당해연도의 1년 미만 근로에 대해선 유급휴가를 인정하지 않는 현행 근로기준법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5 대 4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고 1일 밝혔다. 유급휴가란 1년 단위로 일정 기간의 쉴 기회를 제공한다는 취지이기에 퇴사한 연도의 1년 미만 근로에 대해서까지 법정 유급휴가를 보장하지는 않아도 된다는 판단이다. 직장인 최모 씨는 2011년 11월 입사해 1년 7개월 동안 근무하다 2013년 6월 퇴사했다. 최 씨는 퇴직 당시 회사가 입사 후 만 1년 치 유급휴가인 15일만 인정해 미사용 수당을 지급하고 나머지 7개월 치에 대해선 유급휴가를 인정하지 않고 수당을 주지 않자 근로기준법의 입법부작위를 주장하며 헌법소원을 냈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만 1년 동안 80% 이상 출근한 근로자에겐 15일의 유급휴가를 주고, 근로기간이 1년 미만이면 1개월 개근시마다 1일씩 유급휴가를 인정하고 있다. 최 씨는 전체 근로기간이 1년이 넘는 근로자는 퇴직 시 당해연도 근로기간이 1년 미만이라면 해당 기간에 대해선 유급휴가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근로기준법이 위헌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박한철 헌재 소장 등 재판관 5명은 다수 의견으로 “연차유급휴가란 근로자에게 1년 단위로 일정 기간의 정신적·신체적 휴양 기회를 부여하려는 것”이라며 “이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중도 퇴직자의 퇴직 전 근로에 대해 유급휴가를 보장하지 않는 게 평등권을 침해하지 않는다”며 합헌 결정을 내렸다. 1년 이상 근무하다 퇴직하더라도 전년도 출근율(80% 이상)에 따라 유급휴가를 보장받을 수 있기에 퇴직 당해연도 근로 기간에 대해 별도로 유급휴가를 부여하지 않더라도 기본권 침해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헌재는 2년 미만의 기간제 근로자라면 최초 1년에 대해서만 15일 연차유급휴가를 보장받고 퇴직하기 전의 1년 미만 근로에 대해선 휴가를 보장받지 못하는 현실을 인정했다. 하지만 사용자 입장에서는 퇴직 당해연도 1년 미만 근로기간에 대한 휴가나 금전 보상까지 보장하기엔 부담이 큰 현실을 고려할 때 근로기준법 입법자가 입법재량의 범위를 일탈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정미 김창종 안창호 서기석 재판관은 근로기준법이 근로의 권리와 평등권을 침해한다며 위헌이라는 의견을 냈다. 근로기준법이 1년 이상 근무한 퇴직자와 1년 미만인 근로자를 차별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11개월을 개근하고 퇴직한 뒤 다시 취직해 11개월을 결근 없이 출근했다면 이전 11개월과 이후 11개월에 대한 유급휴가를 모두 합쳐 22일을 받을 수 있는 반면, 동일한 기간인 1년 10개월을 연속해 근무하다 퇴직하면 최초 근로연도 1년에 대해서만 15일의 연차유급휴가를 보장받고 나머지 10개월의 근로에 대해선 유급휴가를 전혀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조동주 기자 djc@donga.com}
검찰은 기업이나 공무원 등을 협박해 금품을 뜯어내거나 재개발 등 이권에 개입해 브로커 역할을 하는 사이비 언론사와 기자에 대해 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엄정 대처하고 있다. 검찰은 체포된 사이비 기자의 70% 정도는 혐의를 극구 부인하면서 사건을 대법원까지 끌고 가고, 통상 10명 중 6명은 다시 똑같은 범죄를 저지르는 ‘악질 상습범’이라고 보고 있다. 사이비 기자의 범죄 행태는 공갈과 변호사법 위반이 주로 많다. 공사현장에 가서 환경오염 관련 취재 등을 거론하며 기사를 안 쓰는 대가로 돈을 요구하거나 수사기관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현장을 단속할 것처럼 협박해 돈을 뜯어내는 건 고전적인 수법이다. 범죄 피의자인 지역 유지에게 경찰 수사 상황을 알려주거나,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승진 청탁을 해주겠다며 공무원에게 돈을 받아 전달하면서 일부를 수수료 명목으로 떼기도 한다. 검찰은 취재·편집인력 3명만 등록하면 누구나 인터넷 매체를 운영할 수 있는 현행 제도를 바꿔야 사이비 언론을 척결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사이비 언론은 기자증을 400만∼500만 원에 팔거나, 무료로 발급해주고 광고를 수주해 수익을 나누는 게 관행처럼 굳어 있다. 일부 사업가는 사업상 이익을 위해 스스로 사이비 언론사를 차려 언론사 사주 행세를 하며 인허가 기관 등을 협박하기도 한다.조동주 기자 djc@donga.com}
운전자가 도로에서 잠들었더라도 불법 체포됐다면 음주측정을 거부해도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음주측정을 네 번 거부해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강모 씨(40)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9일 밝혔다. 강 씨는 지난해 2월 13일 오전 3시 15분경 경남 김해의 한 도로에서 승용차를 50m 가량 운전하다가 정지 신호를 맞아 기다리던 중 잠이 들었다. 현장에 있던 경찰이 적발해 지구대로 데려간 뒤 음주운전을 의심해 30분 동안 네 차례 음주측정을 시도했지만 강 씨는 계속 거부한 혐의로 기소됐다. 1, 2심은 경찰이 강 씨를 임의동행 형식으로 지구대로 데려가면서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사실상 강제연행을 했기에 음주측정 요구도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경찰이 강 씨를 지구대로 데려가면서 임의동행 거부권을 고지하지 않았기에 불법체포라는 것이다. 재판부는 강 씨가 음주운전을 했다고 의심할만한 이유가 있더라도 불법체포에 의한 요구에 응할 의무는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경찰이 현장에서 강 씨에게 “음주측정을 하려면 지구대로 임의 동행해야하고, 만약 측정을 거부하면 현행범 체포될 수 있다”는 취지로 말한 대목도 부적절하다고 봤다. 강 씨가 이를 ‘임의동행하지 않으면 현행범 체포될 수 있다’는 뜻으로 이해해 순순히 지구대로 따라갔을 거라는 것이다.조동주 기자 djc@donga.com}
주가연계증권(ELS)의 중간평가 당일 보유한 주식을 대량으로 팔아 투자자에게 손실을 입힌 증권사에 배상 책임이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ELS를 판매하는 증권사가 투자자와 이해관계가 상충할 때 투자자 이익을 우선시해야 한다고 판단한 첫 대법원 판례다. 이번 판결은 중간평가 당일 증권사의 주식 대량 매도로 손실을 입은 ELS 투자자들이 벌이고 있는 유사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3부(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윤모 씨(70) 등 3명이 대우증권을 상대로 낸 상환금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8일 밝혔다. 윤 씨 등은 2005년 3월 대우증권이 삼성SDI 보통주와 연계해 내놓은 ELS 상품에 총 2억1900만 원을 투자했다. 기준가격을 10만8500원으로 정한 뒤 4개월마다 돌아오는 중간평가일 주식 종가가 기준가격보다 높으면 3%씩 수익을 붙여 돌려받고, 낮으면 손해를 보는 상품이었다. 두 번째 중간평가일인 2005년 11월 16일 삼성SDI 주가는 장 마감 10분 전까지만 해도 주당 10만9000원이었지만 대우증권이 10분 동안 8만6000주를 대거 파는 바람에 기준가격보다 500원 낮은 10만8000원에 마감됐다. 윤 씨 등은 만기 상환 때 원금보다 30%가량 손해를 보자 소송을 냈다. 1, 2심은 대우증권이 주가 변동에 따른 위험을 회피하기 위한 금융 기법(델타 헤지)에 따라 주식을 팔았을 뿐 투자자에게 피해를 끼칠 의도가 없었다는 주장을 받아들여 원고 패소 판결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증권사가 위험회피 거래를 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투자자의 이익과 신뢰를 훼손해서는 안 된다”며 대우증권이 투자자 보호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보고 판결을 뒤집었다.조동주 기자 djc@donga.com}
요즘 밤마다 남의 인생을 들여다보는 취미가 생겼습니다. 일에 쫓겨 단조로워진 삶에 지칠 때마다 다른 이들의 다양한 인생을 보며 대리만족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렇다고 남의 집에 몰래 숨어들거나 누군가를 미행하는 건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은 이 밤을 어떻게 보내고 있는지 보고 싶다면 스마트폰 하나면 충분합니다. 고단한 하루를 보내고 침대에 누워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면 그 안에 다양한 인간 군상의 모습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젊음이 넘치는 홍대 거리에서 즉석 만남을 추진하는 20대 남성이 눈에 띕니다. 길을 지나는 여성에게 말을 걸었다가 거절당하는 모습을 지켜보면 왠지 내 일인 양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또 다른 남성이 혼자 2박 3일로 일본 여행을 떠나 나고야 일대를 돌아다니는 장면을 보면 침대에 누워서도 마치 일본에 있는 듯한 느낌입니다. 밤늦게 야참이라며 라면 10인분과 치킨 2마리를 쌓아두고 먹는 사람을 보면 신기하면서도 괜히 배가 출출해집니다. 인터넷 개인방송국 아프리카TV에서는 매일 수백 명의 개인방송진행자(BJ·Broadcasting Jockey)가 자신의 인생을 생중계하고 있습니다. 1998년 미국 영화 ‘트루먼쇼’의 주인공 트루먼(짐 캐리)은 자기 인생 전체가 TV 쇼 소재로 생중계된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거대한 스튜디오를 스스로 박차고 나가지만, 2015년 대한민국 BJ는 자발적으로 세상을 스튜디오 삼아 인생을 생중계합니다. 친구들과 술자리를 갖거나 카페에서 수다를 떠는 모습, 병원에서 진료를 받거나 동네 슈퍼에 장 보러 가는 일상 등 인생의 매순간이 방송 콘텐츠인데, 인기 높은 방송은 시청자가 수만 명에 이릅니다. 요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아프리카TV 인기 BJ 1위 철구(이예준·26)가 25일 주선하고 생중계한 2 대 2 미팅이 화제입니다. 20대 남성 BJ 2명과 20대 여성 2명이 철구 소개로 처음 만나는 순간부터 1∼3차 술자리를 갖는 과정을 전부 생중계했는데, 19세 이상 성인 3만∼4만 명이 어떡해야 이성의 마음을 살 수 있는지 ‘연애 훈수’를 두거나 여성들의 미모에 부러워하는 의견을 채팅으로 나누면서 방송을 지켜봤습니다. 3차 술자리를 간 게 오전 5시경이었는데도 2만 명 가까이 방송을 지켜볼 만큼 관심이 쏠렸습니다. 방송은 미팅 전에 남성끼리 만나 ‘대책’을 논의하는 장면부터 시작합니다. 연애 경험이 많은 철구가 미팅을 할 남성 BJ 2명에게 “적당히 들이대되 성적인 드립을 치면 안 된다” “스킨십은 최대한 가볍게 해야 한다”는 등 여심을 사는 방법이라며 조언을 합니다. 하지만 ‘연애불능’에 가까워 보이는 ‘BJ 이기광’은 상대 여성에게 반해 만나자마자 “사귀자”라는 무리수를 던지고, 몸무게 세 자리대의 거구 ‘BJ 엄삼용’은 매너를 갖춘 캐릭터로 가겠다며 상대 여성에게 말도 잘 걸지 않고 미적지근하게 대합니다. 여성들의 얼굴이 점점 굳어질 때마다 시청자들은 마치 자기 일인 양 답답해하며 각자의 미팅 비책들을 내놨습니다. 방송의 힘은 위대했습니다. 여성들은 처음엔 헛발질을 남발하는 남성들에게 썩 만족하지 않다가 점점 마음을 풀더니 2차에 이어 3차까지 술자리를 이어갔습니다. 수만 명이 미팅 현장을 지켜보며 실시간으로 반응을 쏟아내는 게 신기했던 모양입니다(그렇게 믿고 싶습니다). 첫 만남 이후 27일 BJ 이기광이 상대 여성과 다시 만나 밤바다에서 사랑을 고백하며 연인이 되는 장면도 수천 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생중계됐습니다. 대부분의 인기 BJ는 직업으로서 인생을 생중계합니다. 시청자에게 선물 받으면 바로 현금화할 수 있는 별풍선이라는 아이템이 주요 생계수단입니다. 그러다 보니 일부 BJ가 시청자의 관심을 끌어 별풍선을 많이 받기 위해 부적절하거나 선정적인 방송을 자주 한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합니다. 요즘엔 BJ가 삶의 터전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자정 노력을 많이 하는 편입니다. 아프리카TV 측이 모니터링을 하면서 부적절하다고 판단되는 방송을 하는 BJ에 대해선 계정을 영구 정지해 방송을 아예 할 수 없도록 조치하기 때문입니다. 요즘 10대 사이에선 개인방송 BJ를 장래희망으로 꿈꾸는 아이도 많습니다. 15년 전에는 게임을 직업으로 하겠다는 아이들이 그저 철없어 보였겠지만 지금은 대기업 유니폼을 입은 프로게이머가 흔합니다. 트루먼쇼의 주인공도 미래에 자발적으로 인생을 생중계하는 이들이 생겨날 줄은 꿈에도 몰랐을 겁니다. 지금 인기 BJ는 방송 한 번에 수백만 원을 벌기도 합니다. 혹시 BJ가 꿈이라는 아이를 만난다면 무작정 나무라지만은 마십시오. 인생에는 정답이 없습니다.조동주 기자 djc@donga.com}
산업별 노동조합(산별노조) 산하 지회가 자체 조합원 투표를 통해 독자적인 개별기업 노조로 독립할 수 있는지를 두고 대법원에서 난상토론이 벌어졌다. 대법원이 산별노조 산하 지회의 기업별 노조 전환을 허용하는 판결을 내리면 1990년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산별노조가 주도해온 노동계 질서에 지각변동이 일 것으로 전망된다. 대법원은 올해 안에 결론을 낼 예정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8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전국금속노조 경주지부 발레오전장(전 발레오만도) 지회가 자체 총회를 통해 발레오전장 노조로 독립한 결정이 무효라며 정연재 발레오전장 지회장 등 6명이 낸 소송에 대한 공개변론을 열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16조는 기존 노조의 조직형태를 바꾸려면 노조 총회 의결을 거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금속노조 산하조직이라 독자적인 단체교섭 능력이 없는 발레오전장 지회가 자체 투표를 통해 기업별 노조로 탈바꿈하는 게 법적으로 가능한지 등이 쟁점이었다. 발레오전장 노조 측 이욱래 변호사는 “근로자의 단결선택 자유는 산별노조의 조직 보호라는 가치보다 우선한다”며 조합원들의 압도적 찬성을 통해 결정된 조직 형태 변화를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만약 대법원이 조직 전환을 인정하지 않으면 발레오전장 노조와 사측이 그동안 체결해온 모든 협상이 무효화돼 큰 혼란이 빚어질 거라고 그는 덧붙였다. 이 변호사는 1990년대 발레오전장 노조가 세력을 키우기 위해 자체 결의를 통해 산별노조 지회 소속으로 편입됐는데, 상황이 바뀌어 그 반대 경우도 조합원의 뜻이라면 허용돼야 한다는 논리를 펼쳤다. 발레오전장 근로자들은 2010년 6월 노사갈등이 심해져 직장폐쇄까지 치닫자 강경시위를 주도하던 금속노조를 탈퇴하고 발레오전장 노조로 조직을 전환하자는 총회 투표에서 97.5%가 찬성표를 던졌다. 반면 정 지회장 측 김태욱 변호사는 노조법 16조에 따라 조직 형태를 바꿀 수 있는 주체는 노조인데, 금속노조 산하 지회는 독자적으로 단체교섭을 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할 권리가 없어 총회 투표가 무효라고 주장했다. 정 지회장 측 참고인인 이승욱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산별노조 산하 지회의 기업별 노조 전환이 폭넓게 허용되면 산별노조가 와해돼 노동계의 근간이 약화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이에 대해 발레오전장 노조 측 참고인으로 나온 김희성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산별노조 소속 지회의 기업별 노조 전환을 가로막는 근거가 되는 노조법 16조가 본래 취지와 다르게 해석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조항은 1990년대 기업별 노조였다가 산별노조 지회 소속으로 전환해 단결력을 키우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지금은 노조만이 조직형태 변경을 결정할 수 있고 지회는 권한이 없다는 식의 지엽적인 법 해석 수단으로 쓰이고 있다는 비판이다. 김 교수는 “조합원의 적극적 단결권을 존중해 해당 조항을 헌법조화적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말했다.조동주 기자 djc@donga.com}
주가연계증권(ELS)의 중간평가 당일 보유주식을 대량으로 팔아 투자자에게 손실을 입힌 증권사에게 배상 책임이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ELS를 판매하는 증권사가 투자자와 이해관계가 상충할 때 투자자 이익을 우선해야한다고 판단한 첫 대법원 판례다. 이번 판결은 중간평가 당일 증권사의 주식 대량 매도로 손실을 입은 ELS 투자자들이 벌이고 있는 유사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3부(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윤모 씨(70) 등 3명이 대우증권을 상대로 낸 상환금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8일 밝혔다. 윤 씨 등은 2005년 3월 대우증권이 삼성SDI 보통주와 연계해 내놓은 ELS상품에 총 2억1900만 원을 투자했다. 기준가격을 10만8500만 원으로 정한 뒤 4개월마다 돌아오는 중간평가일 주식 종가가 기준가격보다 높으면 3%씩 수익을 붙여 돌려받고, 낮으면 손해를 보는 상품이었다. 두 번째 중간 평가일인 2005년 11월 16일 삼성SDI 주가는 장 마감 10분전까지만 해도 1주당 10만9000원이었지만 대우증권이 10분 동안 8만6000주를 대거 파는 바람에 결국 기준가격보다 500원 낮은 10만8000원에 마감됐다. 결국 윤 씨 등이 만기상환 시 원금보다 30% 가량 손해를 보자 소송을 냈다. 1, 2심은 대우증권이 주가 변동에 따른 위험을 회피하기 위한 금융기법(델타 헤지)에 따라 주식을 팔았을 뿐 투자자에게 피해를 끼칠 의도가 없었다는 주장을 받아들여 원고 패소 판결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증권사가 위험회피거래를 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투자자의 이익과 신뢰를 훼손해서는 안 된다”며 대우증권이 투자자 보호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보고 판결을 뒤집었다.조동주 기자 djc@donga.com}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변호사 시절을 그린 영화 ‘변호인’에서 공안사범으로 몰렸던 국밥집 아들의 모티브가 됐던 박욱영 새정치민주연합 부산 해운대구 구의원(58)이 대법원의 집행유예 확정에 따라 의원직을 상실했다. 대법원 1부(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 등으로 기소된 박 의원에게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28일 확정했다. 박 의원은 지난해 7월 해운대구의회 의장단이 모두 새누리당 소속으로 채워지는 데 불만을 품고 구의회 본회의장에 있던 의장단 선출 투표함 2곳에 미리 준비한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붙일 것처럼 위협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1심은 박 의원의 죄질이 나쁘다고 보고 징역 1년을 선고했지만 2심에선 4개월 동안 수감 생활을 하면서 반성의 기회를 가졌다며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으로 감형했다. 대법원이 금고 이상의 형을 확정하면서 박 의원은 공직선거법에 따라 구의원직을 잃게 됐다. 박 의원은 1981년 대학생과 교사 등을 공안사범으로 몰아 불법 체포하고 고문한 ‘부림사건’의 실제 피해자로, 영화 변호인에서 노 전 대통령이 변호를 맡은 국밥집 아들의 캐릭터를 만드는 데 모티브가 됐다.조동주 기자 djc@donga.com}

내년 1차 시험과 2017년 2·3차 시험을 끝으로 완전 폐지되는 사법시험을 존치시켜야 한다는 국민 의견이 폐지 의견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법시험과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 제도를 병행하고 있는 현행 법조인 양성 제도를 일원화할 경우 사법시험을 선호하는 의견이 67.9%로 로스쿨(23%)의 3배 가까이 됐다. 동아일보가 23, 24일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서치앤리서치(R&R)에 의뢰해 실시한 긴급 현안 여론조사 결과 2009년 도입 후 올해로 시행 7년째를 맞은 로스쿨 제도는 아직도 국민 다수의 신뢰를 못 얻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법시험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응답자의 74.6%였다. 로스쿨 제도가 ‘기회의 균등’에 어긋난다는 대답이 60.3%였고, 로스쿨 입학 절차에 대해서도 56%가 불공정하다고 응답했다. 로스쿨 졸업자가 취업할 때 실력 외에 집안 배경 등 요인이 영향을 미치는지를 묻는 질문엔 ‘그렇다’는 대답이 87.8%나 됐고, 그렇지 않다는 대답은 3.1%에 불과했다. 이는 로스쿨 제도가 ‘현대판 음서제’가 되고 있다는 국민적 인식을 보여주는 것으로 법조인 양성 제도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심각하다는 걸 의미한다. 로스쿨 졸업생들은 첫 졸업자를 배출한 2012년부터 한 해 35∼42명씩 검사로 임용됐으며, 법관 임용 요건인 ‘경력 3년’을 채우게 된 올해부터는 판사도 배출될 예정이다. 법조계에서는 사법시험 존폐 여부는 국민들의 사법 서비스와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국민의 뜻에 따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본보는 현행 법조인 양성 제도에 대한 국민 여론을 확인하고, 최근 국회와 법조계 일각에서 제기되는 사법시험 존치론에 관한 의견을 묻기 위해 여론조사 전문기관의 도움을 받아 총 16개 문항으로 구성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조사는 전국 19세 이상 성인 남녀 1000명에 대해 유·무선 임의번호걸기(RDD) 방식의 전화면접으로 이뤄졌다.신동진 shine@donga.com·조동주 기자}
대법관 1명당 한 해 3000건 이상의 상고심 사건을 처리해야 하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상고심을 전담하는 상고법원 도입의 필요성에 대해 국민의 63.7%가 찬성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본보 여론조사 결과 상고법원 설치에 대한 찬반 의견을 물은 데 대해 이같이 나타났다. 상고법원 설치에 반대하는 견해는 25.8%였고 무응답이 10.5%로 조사됐다. 상고법원 설치에 대한 여론은 성별 연령 지역 직업 소득 정치성향별로 모두 찬성 비율이 반대 의견보다 2∼3배 높게 나타났다. 특히 30대(70.9%), 경기·인천(68.5%), 자영업자(67.4%), 소득 700만 원 이상(68%), 진보 성향(71%)의 응답자로부터 상대적으로 높은 지지를 얻었다. 지난해 대법관 13명이 1년간 다뤄야 하는 사건은 3만7000건까지 치솟았다. 대법원은 국민이 신속하고 공정하게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자 상고법원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상고법원이 생기면 기존 대법원은 공적 이익에 관한 사건이나 판례 변경이 필요한 사건 등만 처리하고, 개인 간 구제에 관한 상고 사건은 심사를 거쳐 상고법원이 맡는다. 상고법원 설치 방안을 담은 법원조직법개정안 등 6개 법안이 지난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에 회부돼 다음 달 국회에서 본격 논의될 예정이다. 응답자 중 상고법원 설치에 반대한 258명은 대법관 업무 부담 완화를 위한 대안으로 대법관 증원(35.8%), 대법원이 상고 허락 여부를 직접 결정하는 상고허가제 도입(29.8%), 현행 유지(28.5%) 등의 의견을 제기했다.:: 상고법원 ::대법원 상고 사건 중 개인 간의 권리 구제에 관한 사건을 전담하기 위해 대법원이 설립을 추진 중인 법원. 기존 대법원은 사회적 관심이 크거나 법률적으로 중요한 사건만 심리하고 나머지 사건은 대법원 심사를 거쳐 상고법원이 맡는다.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이번 여론조사에서 ‘성완종 리스트’의 실체를 규명하기 위한 합리적인 수사 방식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35.8%가 ‘검찰 수사 후 특검 도입’을 꼽았다. ‘검찰 수사를 중단하고 특검이 수사해야 한다’는 응답도 27.8%나 됐다. 10명 중 6명꼴로 특검 수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반면 ‘검찰 수사로 충분히 진상을 규명할 수 있다’는 응답은 25.7%였다. 무응답은 10.4%, 기타 의견은 0.3%였다. ‘검찰 수사 후 특검 도입’에는 20, 30대가 50% 이상의 지지를 보냈고, 여성과 중도 성향 응답자가 상대적으로 높은 찬성 의견을 냈다. ‘검찰 수사를 중단하고 즉각 특검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은 30, 40대, 서울과 호남권, 진보 성향 응답자에서 30∼40%대의 높은 지지를 얻었다. 검찰 수사로 충분히 진상을 규명할 수 있다는 견해는 50대 이상, 남성과 보수 성향 응답자에서 상대적으로 많았다. 고위직 판검사가 퇴임 후 변호사로 개업해 고액의 수임료를 받는 전관예우 논란에 대해선 응답자의 54.6%가 개업은 허용하되 지역과 사건 수임 기간을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변호사 개업 자체를 막아야 한다는 견해는 25%였고, 직업 선택의 자유가 있는 만큼 제한을 둬선 안 된다는 의견은 17.1%였다. 고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이 과거 두 차례 특별사면을 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불거진 특별사면 제도에 대해선 70.3%가 국회 사전 심사 등 지금보다 강화된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조동주 기자 djc@donga.com}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가 2013년 법무부 장관 청문회 때 공언한 대로 변호사 시절 벌었던 수입의 일부를 기부하는 데 쓴 것으로 25일 알려졌다. 황 후보자는 최근 법조계의 지인에게 장관 취임 이후 변호사 수입 중 일부를 기부했다고 밝히면서 “현직 고위 공무원이 기부한 사실이 알려지면 기부한 곳에 폐가 될 수 있다”며 구체적인 액수나 기부처는 언급하지 않았다고 한다. 다만 황 후보자는 “공직을 그만두면 기부금 액수와 기부처를 밝히겠다”고 덧붙였다는 게 지인의 전언이다. 장관 청문회 당시 황 후보자는 2011년 부산고검장 퇴임 이후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변호사로 일하며 17개월 동안 15억9000만 원의 수입을 올려 전관예우 논란이 일자 “많은 분이 납득할 수 있도록 봉사활동과 기여활동을 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황 후보자가 다니는 서울의 한 교회 측에 따르면 황 후보자가 실명이나 익명으로 기부한 명세는 없다고 한다. 따라서 교회 외의 사회단체에 기부했을 것으로 보인다. 황 후보자 청문회준비단은 ‘기부 약속 이행’ 여부에 의혹을 제기하는 야당의 공세가 거세지자 조만간 기부 명세를 공개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황 후보자가 기부 사실을 적극적으로 공개하기보다는 소득 및 지출 명세 공개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기부 사실을 드러내는 방식이 될 가능성이 높다.조동주 djc@donga.com·정윤철 기자}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58)가 일요일인 24일 추경호 국무조정실장(장관급)이 총괄하는 인사청문회 준비단과 첫 회의를 갖고 청문회 준비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박근혜 정부 들어 김용준 전 총리 후보자와 정홍원 전 총리 때는 국무조정실장이, 이완구 전 총리 때는 정무실장(1급)이 각각 준비단장을 맡았다. 황 후보자는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준비단 사무실로 첫 출근을 했다. 이번 청문회에선 2013년 2월 법무부 장관 후보자 때 제기됐던 병역 면제 논란과 변호사 시절 전관예우 의혹뿐 아니라 장관 재직 때 벌어진 채동욱 전 검찰총장 감찰 지시,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등을 놓고 첨예한 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황 후보자는 이날 출근 때 쏟아지는 취재진의 질문에 “자세한 내용은 청문회에서 소상하게 말씀드리겠다”며 말을 아꼈다. 황 후보자는 2013년 당시 법무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 준비팀에서 활동했던 정수봉 부산지검 동부지청 형사1부장(49·사법연수원 25기)과 권순정 의정부지검 형사5부장(41·29기)을 출장 형식으로 이번 준비단에 포함시켰다. 당시 정 부장은 황 후보자의 개인 신상과 관련된 부분을, 권 부장은 법무정책 분야에 대한 답변 자료를 각각 준비했다. 이번 청문회 쟁점이 장관 청문회 때와 상당 부분 중첩되는 만큼 한 차례 청문회 대비 경험이 있는 두 사람이 적임이라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 관계자는 “국회에서 요구할 자료가 과거 황 후보자의 검찰과 장관 재직 시절에 집중될 것으로 보이는 데다 총리실에 요청이 와도 결국 법무부에서 제공해야 할 사안이어서 두 부장검사가 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황 후보자는 23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별관 4층에서 열린 딸 성희 씨(29)의 결혼식에서 ‘딸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다가 수차례 눈물을 흘리며 딸에 대한 애틋한 감정을 드러냈다. 평소 딸을 사랑하는 마음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던 걸 아쉬워하는 대목에서나 딸이 신랑인 조종민 수원지검 안산지청 검사(32·40기)와 행복하길 기원하면서는 목이 메일 만큼 울음을 터뜨려 편지 낭독이 잠시 중단되기도 했다. 결혼식 주례는 황 후보자의 동갑내기 친구이자 성균관대 법대 동문인 강영호 특허법원장이 맡았다. 결혼식장 무대 왼쪽엔 박근혜 대통령이 보낸 화환이, 오른쪽엔 김진태 검찰총장 명의의 화환이 세워졌다. 식장 문 앞에는 양승태 대법원장과 박한철 헌법재판소장, 경기고 동기이자 40년 지기인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가 보낸 화환 등 3개가 신부 측 하객을 맞았다. 나머지 화환은 황 후보자가 모두 돌려보냈다. 하객 500여 명이 몰린 이날 결혼식에는 차기 법무부 장관 하마평에 오른 소병철 전 법무연수원장과 안창호 헌법재판소 재판관, 김수민 국가정보원 2차장이 모두 참석했다. 황 후보자는 신부 측 축의금을 일절 받지 않고 방명록도 따로 두지 않았다. 식전에 혼주가 하객을 맞는 의례도 생략했다. 황 후보자는 친구로 보이는 지인이 편지라며 흰 봉투를 건네자 “오해의 우려가 있잖아”라면서 웃으며 거절하기도 했다.조동주 djc@donga.com·길진균·유원모 기자}

“미국 기업 수사에서는 플리바기닝이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주요 수단이다.” 세계 금융의 중심지 미국 맨해튼 지역 범죄를 관할하는 뉴욕남부연방검찰청의 한국인 검사인 준 김(김준현·사진) 차장검사는 21일 서울 서초구 신반포로 JW메리어트 호텔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유죄를 인정하거나 증언을 해주면 처벌을 가볍게 해주는 제도’인 플리바기닝의 효용성을 강조했다. 범죄 혐의를 입증하는 진술 확보가 관건인 기업비리 수사에서 증인이 진실을 털어놓는 대가에 대한 제도적 장치가 없다면 실체적 진실을 밝혀내기 어려울 수 있다는 조언이다. 그는 “화이트칼라 범죄는 특정 행위가 불법인지 입증하기가 어려워 서류보다는 증인을 찾는 데 주력한다”며 “증인 없이는 기소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아 플리바기닝을 많이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차장검사는 휴대전화 감청을 통해 증거를 확보하는 것도 기업 수사의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은 유선전화에 한해 감청이 허용되는 반면 미국은 법원의 허락이 있으면 휴대전화도 감청할 수 있다. 휴대전화 감청으로 확보한 범죄 진술은 법정에서 강력한 증거가 돼 변호인 측에서도 방어가 어렵지만, 법원이 사생활과 범죄 혐의 확보라는 상호 충돌적인 가치의 균형을 면밀히 맞출 수 있어야 정당성을 얻는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김 차장검사는 “휴대전화 감청은 다른 방법으로 증거를 찾을 수 없을 때 쓰는 마지막 수단”이라며 “사생활은 거르고 범죄와 관련된 통화만 골라 듣도록 법으로 제한돼 있다”고 말했다. 김 차장검사는 미국에서 태어나 스탠퍼드대와 하버드대 로스쿨을 졸업하고 뉴욕남부지법 로클러크(재판연구관), 대형 로펌 변호사 등을 거쳐 검찰에 입문했다. 그는 한국 대검찰청이 21, 22일 여는 한인검사협회(KPA) 서울총회 및 서울 국제형사법회의에 참가하기 위해 방한했다. 세계 각지의 한국인 검사가 서울에 모이는 첫 행사를 위해 KPA 소속 한국인 검사 66명이 미국 영국 캐나다 중국 브라질 등에서 고국을 찾았다.조동주 기자 djc@donga.com}
황교안 법무부 장관을 새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하면서 청와대는 후임 법무부 장관 인선작업에도 착수했다. 청와대 내부 기류는 일단 고검장을 지낸 전직 검찰 고위 간부를 후보군으로 해 검증작업을 벌인 뒤 다음 주쯤 최경환 총리 직무대행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제청하는 형식을 밟아 새 장관 후보자를 지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황 후보자가 지명된 직후 정치권과 법무부 안팎에서는 소병철 전 법무연수원장(57·사법연수원 15기)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됐다. 전남 순천 출신으로, 2013년 10월 김진태 검찰총장과 함께 검찰총장 후보추천위원회가 압축한 최종후보 4명에 오른 적이 있다. 2013년 12월 검찰을 떠난 뒤 변호사 개업을 하지 않고 농협대 석좌교수로 활동해왔다. 지방 강연을 다닐 때 직접 운전대를 잡는 등 주변 관리를 철저히 해왔다고 한다. 서울고검장을 지낸 안창호 헌법재판관(58·14기)도 하마평에 오른다. 안 재판관은 대표적인 공안통 검사 출신인 데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라는 점에서 황 후보자와 닮은꼴이다. 대전 출신으로 이번 총리 후보군에도 이름이 올랐다. 법무부 검찰1·2·3과장과 검찰국장 등을 지내 법무 업무에 정통한 문성우 전 법무부 차관(59·11기)도 물망에 올라 있다. 광주 출신으로 대검찰청 차장, 검찰총장 직무대행을 지냈다. 황 후보자의 성균관대 선배이자 역시 공안통 검사 출신인 김수민 국가정보원 2차장(62·12기)도 후보로 거론된다.조동주 기자 djc@donga.com}

“여러분, 헌법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이 20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강당에서 열린 ‘어린이 헌법교실’ 입교식에 참가한 초등학교 4∼6학년생 200여 명에게 물었다. 헌재 문양이 담긴 하얀 모자를 쓴 아이들은 서로 손을 치켜들며 “우리나라에서 제일 높은 법” “법 중의 최고 법” 등 다양한 답변을 쏟아냈다. 박 소장은 무대에 서서 마이크를 잡고 아이들과 즉흥적으로 질의응답을 나눴다. 아이들에게 “학교에서 몇 과목씩 배우느냐”고 물은 뒤 손을 든 학생에게 직접 마이크를 가져다주기도 했다. 박 소장은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충분히 보장해주는 게 바로 헌법”이라며 “한글을 알아야 다른 과목을 공부할 수 있듯 어린 시절부터 헌법을 알아야 우리 사회를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헌재가 주최하고 동아일보가 후원하는 어린이 헌법교실 입교식에는 서울뿐 아니라 경기 화성, 충남 천안 등지에서 오전수업을 마친 학생들 200여 명이 찾아왔다. 헌법교실에 참가한 초등학생 500여 명은 여름방학 때 헌재를 특별 견학할 수 있고 11월에 열리는 어린이 헌법토론대회에 참가할 자격이 주어진다. 박 소장은 “어린이 헌법토론대회에서 입상한 학생은 무슨 일을 해도 다 성공할 수 있다”며 헌법 공부를 독려했다. 승이도 헌법연구관은 ‘재미있는 헌법이야기’를 주제로 법치국가의 근간과 법의 역사적 흐름에 대해 강의했다. 고대 그리스 시대 법감정과 토머스 홉스의 사회계약론, 절대군주 시대와 프랑스 혁명을 거친 근대국가의 태동 등을 알기 쉽게 설명했다. 이어 헌법을 주제로 한 레크리에이션과 샌드 아트, 헌법송 공연 등이 이어졌다. 아이들은 행사를 마친 뒤 박 소장, 강일원 김이수 재판관과 붉은 법복을 입고 기념사진을 촬영한 뒤 줄을 서서 사인을 받았다. 경기 부천 계남초교 6학년 임수민 양(12)은 “‘악법도 법이다’라는 소크라테스의 말을 책에서만 봤는데 강연을 듣고 그 의미를 구체적으로 알게 됐다”며 흡족해했다. 경기 의정부 금오초교 학생들을 인솔해온 김예지 교사(23·여)는 “아이들과 함께 헌법토론대회를 열심히 준비해 꼭 우승하겠다”고 말했다.조동주 기자 dj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