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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하게 생각해야 한다.” 이 말 한마디가 올해 초 군 내 장교와 부사관 간 갈등으로 비화됐다. 남영신 육군참모총장이 지난해 12월 주임원사들과의 화상회의에서 “장교가 부사관에게 존칭을 쓰는 문화는 세계에서 대한민국밖에 없다”며 이같이 말하자 일부 원사들은 ‘인격권을 침해당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낸 것. 육군 수장에 대한 주임원사들의 사상 초유의 진정 제기는 지난달 인권위 기각 결정으로 일단락됐다. 해당 발언의 맥락이 군 구성원의 책임과 예의를 강조하고 계급 존중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취지라 인격권 침해로 보기 어렵다는 것. 실제 남 총장은 당시 회의에서 “경험이 적은 상관을 무시하면 안 된다” “존중받고 싶으면 존중해야 한다” 등의 지극히 상식적인 말들을 했다. 물론 논란이 커졌을 땐 그가 이런 말도 했다는 건 주목받지 못했다. 사실 군만큼 다양한 출신이 한데 뒤섞여 있는 조직도 흔치 않다. 그만큼 조직 내에 구성원들의 갈등이나 반목이 생겨나기도 쉽다. 그간 표출되지 않았던 갈등도 어떤 계기만 있으면 곧바로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십상이다. 이번 장교와 부사관 간 논란을 지켜본 많은 군 관계자들은 “출신 간 갈등은 이뿐만이 아니다”고 입을 모았다. 이는 문민화 기조와 맞물려 군인과 공무원의 관계에도 우리가 주목해봐야 하는 이유다. 오래전부터 국방부에선 군인과 공무원 간 서열 문제와 이에 따른 직위의 ‘비대칭성’에 대한 논란이 많았다. 쉽게 말해, 동일한 예우를 받는데도 공무원의 직위가 군인보다 높다는 것. 둘 간의 관계를 명확히 규정한 현행 법령은 없으나 그간 군 예규에 따라 서열이나 호봉 등을 따질 때 소령은 4급(서기관) 대우를 받아왔다. 그런데 국방부에선 각 부서의 과장을 공무원 3급(부이사관)이나 4급(서기관)이, 군인 중엔 대령이 맡고 있다. 3, 4급 예우를 받는 중령, 소령이 4급 과장 밑에서 근무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국민의힘 윤주경 의원에 따르면 현재 국방부 내 과장급 직위는 87개. 이 중 공무원 3급과 4급은 각각 13명과 54명, 대령은 20명이다. 2017년 671명이었던 국방부 내 공무원 수는 고위공무원 직위를 포함해 지난해 697명으로 늘었다. 군인들 사이에선 공무원보다 직위가 낮은 문제나 국방부 내 핵심 보직에 진출할 기회가 줄어드는 현 상황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물론 공무원들은 이런 기형적 구조가 군 계급의 상향 평준화에서 비롯됐다고 반박한다. 전두환 군부 정권 시절 군인의 예우가 과도하게 격상됐지만 문민정부 등을 거치며 ‘정상화’가 이뤄져 이제는 그런 예우를 주장하는 게 맞지 않다는 것. 다만 옳고 그름의 문제를 떠나 많은 영관급 장교들이 상대적으로 군인의 지위가 낮게 평가되는 데 대해 극도의 반발심리를 지니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국방부 내에 군인과 공무원이 한데 모여 있다 보니 의도하지 않게 대우의 차별도 생겨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지난해 국방부는 정부 방침에 따라 출퇴근 시차제와 집약 근무형 탄력근무제를 실시했다. 직원들이 번갈아 가며 평일 중 하루를 쉬되 1일 10시간씩 주 4일을 근무하는 방식인데, 대상은 공무원에 한정됐다. 당연히 주 52시간 적용을 받지 않는 군인들의 볼멘소리가 나왔다. 대다수 군인은 공무원이 상대적으로 군에 대한 경험과 이해가 떨어진다고 주장한다. 소령 기준으로 10년 넘게 야전 등 현장에서 군 시스템을 몸소 체득한 군인과 공무원의 업무 이해도가 같을 수 있겠냐는 논리다. “군 용어 등 기본적인 개념조차 이해하지 못한 공무원이 수두룩해 업무에 불편이 많다”는 불만도 나온다. 한 국방부 장교는 “현장 경험에 대한 군인과 공무원의 격차를 줄일 수 있는 기본 교육이 더욱 강화돼야 한다”고 했다. 출신에 따른 갈등은 언제든 생길 수 있다. 다만 구성원들의 이 같은 불만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갈등과 반목이 깊이 뿌리내리지 않도록 상황을 관리해야 갈등이 커지는 걸 막을 수 있다. 그러지 않으면 남 총장의 말 한마디가 해묵은 장교-부사관 갈등에 불을 지핀 일이 언제든 다시 일어날 것이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북한이 26일 전날 함경남도 함주군 일대에서 시험 발사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을 공개했다.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 개량형으로 보이는 이 미사일에 대해 북한은 사거리를 늘리고 파괴력을 키웠다며 대남타격용 전술핵 탑재 가능성을 과시했다. 노동신문은 26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방과학원은 25일 새로 개발한 신형 전술유도탄 시험 발사를 진행했다. 이미 개발된 전술유도탄 핵심 기술을 이용하면서 탄두 중량을 2.5t으로 개량한 무기체계”라고 보도했다. 공개된 사진을 보면 2019년 5월 첫 발사 이후 5차례 시험 발사한 KN-23 기종으로 보인다. 이번 발사도 1월 8차 노동당 대회 열병식에서 새로 선보인 5축(기존 4축) 이동식발사차량(TEL)에서 이뤄졌다. 군 안팎에선 북한이 탄두 중량을 2.5t으로 늘렸다고 주장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우리 군 탄도미사일 현무-4(탄두 중량 2t)보다 더 무거운 탄두를 실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전술핵 탑재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기 때문이다. 장영근 항공대 교수는 “탄두부 설계가 완성되진 않은 것으로 보이지만 탄두 중량이 2.5t이면 전술핵 탑재에 전혀 문제가 없다”며 “대남 위협을 본격화겠다는 의도”라고 했다. 외형적으론 기존 KN-23보다 동체 길이가 1m가량 늘어 사거리도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노동신문은 “조선(북한) 동해상 600km 수역의 설정된 목표를 정확히 타격했다”고 밝혀 전날 비행거리 450km라는 군 당국의 분석과 차이를 보였다. 다만 일각에선 북한이 주장하는 탄두 무게와 비행 거리 주장을 사실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북한 주장대로 사거리가 600km에 이를 경우 남한 전역이 공격 범위에 해당된다. 특히 이번 발사에서 이 미사일은 하강 단계에서 수평 저공비행을 한 뒤 다시 급상승하는 ‘풀업(Pull-up)’ 기동을 실시했다. 이 변칙 기동은 KN-23과 ‘북한판 에이태킴스(KN-24)’의 특징으로 군 안팎에선 한미 방공망에 큰 위협이 될 거란 우려가 많다. 군은 북한의 미사일 시험 발사 공개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으나 기시 노부오(岸信夫) 일본 방위상은 26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지금까지 발사된 적이 없는 신형 탄도미사일”이라고 말했다. 발사 당일 KN-24일 가능성에 무게를 뒀던 군 당국도 이날 노동신문이 공개한 미사일 외형 등을 토대로 KN-23 개량형이란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도쿄=박형준 특파원}

북한이 26일 전날 함경남도 함주군 일대에서 시험발사한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을 공개했다.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 개량형으로 보이는 이 미사일에 북한은 사거리를 늘리고 파괴력을 키웠다며 대남타격용 전술핵 탑재 가능성을 과시했다. 노동신문은 26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방과학원은 25일 새로 개발한 신형 전술유도탄 시험 발사를 진행했다. 이미 개발된 전술유도탄 핵심기술을 이용하면서 탄두 중량을 2.5t로 개량한 무기체계”라고 보도했다. 공개된 사진을 보면 2019년 5월 첫 발사 이후 5차례 시험 발사한 KN-23 기종으로 보인다. 발사도 1월 8차 노동당 대회 열병식에서 새로 선보인 5축(기존 4축) 이동식발사차량(TEL)에서 이뤄졌다. 군 안팎에선 북한이 탄두중량을 2.5t으로 늘렸다고 주장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우리 군 탄도미사일 현무-4(탄두중량 2t)보다 더 무거운 탄두를 실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전술핵 탑재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기 때문. 장영근 항공대 교수는 “탄두부 설계가 완성되진 않은 것으로 보이지만, 탄두 중량이 2.5t이면 전술핵 탑재에 전혀 문제가 없다”며 “대남위협을 본격화겠다는 의도”라고 했다. 외형적으론 기존 KN-23보다 동체길이가 1m가량 늘어 사거리도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노동신문은 “조선(북한) 동해상 600㎞ 수역의 설정된 목표를 정확히 타격했다”고 밝혀 전날 사거리 450㎞라는 군 당국의 분석과 차이를 보였다. 다만 일각에선 북한이 주장하는 탄두 무게와 사거리 주장을 사실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군사 전문가들의 의견도 있다. 군 안팎에선 북한 주장대로 이 미사일의 사거리가 600㎞에 이를 경우 남한 전역이 공격범위에 해당돼 한미 방공망에 큰 위협이 될 거란 우려가 나온다. 성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기지도 무력화될 수 있는 것. 이 미사일은 이번 발사에서 하강 단계에서 수평 저공비행을 한 뒤 다시 급상승하는 ‘풀업(Pull-up)’ 기동을 실시했다. 이는 이스칸데르와 에이태킴스 미사일의 특징으로 한미가 국내에 배치한 탐지자산 및 요격망 만으로는 막아내기 어려울 수 있다. 군은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 공개에 대해 공식입장을 내지 않았으나 기시 노부오(岸信夫) 일본 방위상은 26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지금까지 발사된 적이 없는 신형 탄도 미사일”이라고 말했다. 발사 당일 ‘북한판 에이태킴스’(KN-24)일 가능성을 염두에 뒀던 군 당국도 이날 노동신문이 공개한 미사일 외형을 토대로 KN-23 개량형이란 최종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첫 시험발사로 향후 내륙을 가로지르는 추가 시험발사 단계를 거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북한이 25일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2발을 동해상으로 발사했다. 한미 당국은 대남 타격용 신형 미사일인 북한판 ‘에이태킴스’(KN-24)로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첫 탄도미사일 발사다. 이날 군 당국에 따르면 북한은 오전 7시 6분과 25분 함경남도 함주군 연포 일대 비행장에서 동쪽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 2발을 쏴 올렸다. 이동식발사대(TEL)에서 발사된 미사일은 정점고도 60km로 약 450km를 날아가 동해상에 낙하했다. 군 소식통은 “탐지자산에 포착된 정보를 종합하면 KN-24가 유력하다”고 전했다. 한미 당국은 이 미사일이 전술핵 등을 장착할 정도로 성능 개량이 이뤄졌는지 분석 중이다. 북한의 이번 발사는 미 국방부가 24일(현지 시간) “한반도를 덜 안정적으로 만드는 일을 하지 말라”고 촉구한 지 3시간 만에 이뤄졌다. 미 인도태평양사령부 마이크 카프카 대변인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뒤 “북한의 불법 무기 프로그램이 이웃과 국제사회에 가하는 위협을 강조해서 보여준다”고 했다. 청와대는 이날 오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긴급회의를 연 뒤 “미국의 대북정책 검토가 진행되는 가운데 미사일 발사가 이루어진 점에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북한이 25일 발사한 미사일에 대해 미국과 일본 정부 당국자가 “탄도미사일”이라고 밝혔음에도 청와대를 비롯해 외교부 통일부 등 외교안보 부처는 “단거리 발사체” “단거리 미사일”이라는 모호한 표현을 사용해 ‘북한 눈치 보기’ 아니냐는 논란이 커지고 있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 위반이다. 이날 청와대는 북한이 첫 번째 미사일을 발사한 오전 7시 6분 이후 1시간 54분 만인 오전 9시부터 10시 반까지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연 뒤 낸 보도자료에서 “북한의 단거리 발사체와 관련해 원인철 합동참모본부 의장의 보고를 받았다”며 “미국의 대북정책 검토가 진행되는 가운데 미사일 발사가 이뤄진 점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고 했다. 아랍에미리트(UAE)와 인도를 순방 중인 서욱 국방부 장관은 NSC에 불참했다. 반면 일본 정부는 “탄도미사일 발사”라며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고 밝혔다. 미국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CNN에 “정보 평가에 따르면 탄도미사일”이라고 했다. 합참도 오전 11시 19분경 미사일 발사 상황을 알리는 공지에서 ‘탄도미사일’ 대신 ‘단거리 미사일’이란 표현을 썼다. 이어 북한의 미사일 발사 4시간 반여 뒤인 오전 11시 반경 연 브리핑에서는 “한미 정보 당국이 단거리 탄도미사일이라는 데 무게를 두고 정밀 분석 중”이라면서도 ‘안보리 결의 위반으로 판단하느냐’는 질문에 “답변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라고 했다. 앞서 합참은 북한의 첫 발사 19분 뒤인 오전 7시 25분경 “북한, 동해상으로 미상 발사체 발사”라고 기자단에 공지했다. 앞서 오전 7시 9분 “북한에서 탄도미사일일 가능성이 있는 것이 발사됐다”는 일본 해상보안청의 발표보다는 16분이 늦었다. 다만 일본은 발사 위치와 시간, 사거리 등이 합참 발표와 차이를 보였다. 미사일 2발의 사거리를 각각 420km, 430km에서 450km로 추후 수정하기도 했다. 합참은 군의 ‘늑장 대응’ 논란에 대해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며 정보를 분석, 평가, 제공하는 단계에 있었다. 부정확한 초기 정보보다는 정확한 정보를 알리는 게 맞다”고 해명했다. 신규진 newjin@donga.com·황형준 기자 / 도쿄=박형준 특파원}

북한이 25일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이자 1년 만에 ‘북한판 에이태킴스(전술 단거리탄도미사일·KN-24)’가 유력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을 발사하면서 새 대북전략 채택을 위한 대북정책 검토의 ‘마지막 단계’에 들어선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압박을 본격화했다. 국가정보원은 “북한이 바이든 대통령의 25일(현지 시간) 기자회견을 염두에 두고 하루 전날 미사일을 발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국회 정보위원회에 보고했다고 정보위원들이 전했다. 북한은 바이든 기자회견 약 19시간 전에 미사일을 발사했다. 북한은 21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결의 위반 사항이 아닌 순항미사일을 쏜 뒤 4일 만에 안보리 위반 사항인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릴레이 발사’로 위협 수위를 높였다. 도발 수위를 한층 높여 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 SLBM보다 ‘북한판 에이태킴스’ 테스트 유력 이날 폭스뉴스는 미국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 가능성을 보도했다. 하지만 군은 SLBM 여부에 대해 “지상에서 발사됐고, 비행고도를 보고 판단해야 한다”고 답했다. 잠수함이나 바지선의 수중 발사대에서 발사돼 수백 km 고도까지 치솟는 SLBM과는 비행 궤적이 확연히 다르다는 것이다. 한미 정보당국은 며칠 전부터 함경남도 함주군 연포비행장 일대 이동식발사차량(TEL)의 전개 동향을 추적한 결과 ‘북한판 에이태킴스’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 소식통은 “미 정찰위성과 우리 군의 조기경보기(피스아이)에 포착된 미사일과 TEL의 형체를 볼 때 대남 타격 신종무기의 일종인 KN-24가 유력하다”고 말했다. 군이 공개한 비행거리(450km)와 정점고도(60km)도 ‘북한판 에이태킴스’의 비행 궤적과 매우 유사하다. 이 미사일은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처럼 저고도로 비행하다 낙하 시 요격을 피하기 위해 급상승하는 ‘풀업(Pull-up) 기동’이 특징이다. 또한 수십, 수백 발의 자탄(子彈)을 쏟아내 목표를 초토화할 수 있다. 특히 ‘북한판 에이태킴스’는 우리 군의 에이태킴스보다 비행 속도가 2배 이상 빨라(음속의 6배 이상) 기습 타격에 용이하다. 휴전선 인근에서 쏘면 청와대(1분 25초)와 계룡대(2분 27초), 부산항(3분 37초) 등 한국 전역을 수 분 내 타격할 수 있다. 한미 군 당국은 재래식 탄두보다는 전술핵을 실어 대남 핵공격용으로 개발됐을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이번에도 김 위원장의 현장 참관 여부에 대해 군은 “단정적으로 쓰지 말아 달라”면서도 가능성을 열어뒀다. 전날(24일) 민항기 추적 사이트에 김 위원장의 전용기가 평양 이륙 후 동쪽으로 비행하는 모습이 포착됐고, 미 정찰기들도 잇달아 동해상에 전개된 것이 사전 징후가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의용, 이르면 다음 주 중국 방문 북한이 ‘릴레이 미사일 도발’을 시작한 데 대해 전문가들은 “위기를 고조시켜 가면서 바이든 행정부를 압박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음 달 미국이 내놓을 대북정책이 억지와 압박에 무게를 둘 경우 미국 위협 능력을 과시할 수 있는 SLBM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까지 할 수 있음을 보여주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김일성 주석 생일(4월 15일)을 전후한 시기도 추가 도발 시점으로 거론된다. 16일 ‘전쟁의 3월’ ‘위기의 3월’을 주장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의 담화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발사 시점이 김 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2일 미국을 겨냥해 “적대세력에 맞서 단결을 강화하자”고 한 직후라는 점도 주목된다. 한편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이르면 다음 주 중국을 방문해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회담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리선권 북한 외무상도 같은 시기 중국을 방문할 것이라는 설도 나온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신규진·권오혁 기자}

국가보훈처가 26일 열리는 제6회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 초청 대상에서 제외했던 국회 정무위원회, 국방위원회 의원들을 초청하기로 뒤늦게 방침을 바꿨다. 보훈처는 이 과정에서 행사 하루 전날인 25일 정무위, 국방위 소속 의원실에 카카오톡이나 문자메시지(사진) 등을 보내 논란이 되고 있다. 서해수호의 날 행사는 천안함 폭침과 제2연평해전, 연평도 포격도발로 희생된 장병 55인을 추모하는 행사로, 경기 평택시 해군 2함대사령부에서 개최된다. 보훈처는 25일 국회 국방위원 16명과 정무위원 23명 등으로 정치권 초청 대상을 확대했다. 당초 보훈처는 정계에서는 여야 정당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민홍철 국방위원장, 윤관석 정무위원장 등 7명을 초청하려 했다. 이에 국방위 소속인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 등 일부 야당 의원들은 “정부 주관 행사에 야당 정치인의 참석을 불허하고 있다”고 강하게 항의했다. 당시 보훈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한 참석 인원 축소”라고 해명했다. 국방부도 “선거운동 기간 정치인의 부대 방문 제한 내규에 따른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논란이 계속되자 보훈처는 25일 오후 5시경 “기념식 참석 요청이 많아 방역당국의 허용 기준을 준수하면서 참석 범위를 최대한 검토한 결과 기존 초청 대상 외에 국회 정무위와 국방위 의원까지 확대했음을 알린다”는 카카오톡, 문자메시지 등을 보냈다. 이 메시지엔 “기존에 공지한 기념식 참석 범위는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지난해 수준으로 진행할 예정이었다(는 뜻)”고 해명했다. 보훈처는 메시지를 보낸 뒤 전화를 걸어 참석 여부를 확인했다고 한다. 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정부가 천안함 추모 행사로 장난을 치고 있다. 나라를 위해 희생된 분들을 추모하는 행사에 국방위원마저 겨우 참석을 허가받아야 하는 현실이 화가 나고 안타깝다”고 했다. 이번 행사엔 전사자 유족과 참전 장병, 정부 주요 인사 등 200여 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박보검 해군 일병 등의 사회로 국민의례와 헌정 연주, 기념사, 합창, 함정 출항 순으로 진행된다. 국기에 대한 경례 때는 2002년 제2연평해전에 참수리 357호 정장으로 참전했다 전사한 윤영하 소령의 동생 영민 씨가 국기에 대한 맹세문을 낭독한다. 2016년 서해수호의 날이 국가 기념일로 제정된 이후 해군 2함대사에서 행사가 열리는 것은 처음이다. 지난해까지는 국립대전현충원에서 행사가 열렸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북한이 25일 발사한 미사일에 대해 미국과 일본 정부가 “탄도미사일”이라고 밝혔음에도 청와대를 비롯해 외교부 통일부 등 외교안보 부처는 일제히 “단거리 발사체” “단거리 미사일”이라는 모호한 표현으로 일관해 지나친 ‘북한 눈치보기’ 아니냐는 논란이 커지고 있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안 위반이다. 이날 청와대는 북한이 첫 번째 미사일을 발사한 오전 7시 6분 이후 1시간 54분 만인 오전 9시부터 10시 반까지 서훈 국가안보실장이 주재하는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연 뒤 낸 보도자료에서 “북한의 단거리 발사체와 관련해 원인철 합참의장의 보고를 받았다”며 “미국의 대북정책 검토가 진행되는 가운데 미사일 발사가 이뤄진 점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고 했다. 탄도미사일 발사를 규탄하는 대신 “우려”라는 표현으로 신중한 태도를 취했다. 반면 일본 정부는 “탄도미사일 발사”라며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고 밝혔다. 미국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CNN에 “정보 평가에 따르면 탄도미사일”이라고 했다. 아랍에미리트(UAE), 인도 순방 중인 서욱 국방부 장관 NSC에 불참했다. 합동참모본부 북한의 미사일 발사 4시간 반여 뒤인 오전 11시 반 브리핑에서 “한미 정보 당국이 단거리 탄도미사일이라는 데 무기를 두고 정밀 분석 중”이라면서도 ‘안보리 결의 위반으로 판단하느냐’는 질문에 “답변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라고 했다. 앞서 합참은 북한의 첫 발사 19분 뒤인 오전 7시 25분경에야 “북한, 동해상으로 미상발사체 발사”라고 기자단에 공지했다. 앞서 오전 7시 9분 “북한에서 탄도미사일일 가능성이 있는 것이 발사됐다”는 일본 해상보안청의 발표보다 16분이 늦었다. 일본은 한국보다 1시간 앞선 오전 8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 주재로 NSC를 개최했고 오전 10시 전 미사일의 세부 정보를 공개했다. 반면 합참은 오전 11시 19분경 추가 공지에서도 ‘탄도미사일’ 대신 ‘단거리 미사일’이란 표현을 썼다. 합참은 군의 ‘늑장 대응’ 논란에 대해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며 정보를 분석, 평가, 제공하는 단계에 있었다. 부정확한 초기 정보보다는 정확한 정보를 언론에 알리는 게 맞다”고 했다. 외교안보 부처에서는 정의용 외교부 장관만 이날 한-러 외교장관 회담 후 “북한이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보이는 발사체를 발사한 데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했다”고 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북한이 25일 오전 동해상으로 미상의 발사체를 발사했다고 군 당국이 밝혔다. 앞서 21일 서해상으로 신형 대함순항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를 쏴 올린지 나흘만이다. 북한이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를 상대로 본격적인 도발 공세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군에 따르면 이날 오전 강원도 지역에서 미상의 발사체가 쏴 올려진 뒤 동해상으로 날아갔다. 구체적인 발사장소와 사거리, 기종 등 제원에 대해선 확인중이라고 군은 전했다. 일각에서는 탄도미사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북한이 지난해와 올해 열병식에서 공개한 북극성 계열의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의 시험발사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순항미사일과 달리 탄도미사일 발사는 유엔 안보리 결의에 정면 위배되는 행위다. 앞서 군은 21일 북한이 서해상으로 발사한 순항미사일은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이 아니라는 이유로 외신 보도 이전까지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날에는 북한이 발사와 거의 동시에 군이 공개한 만큼 탄도미사일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 신규진 기자}
21일 서해 방향으로 순항미사일 2발을 발사한 북한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식이 열린 1월 20일(현지 시간) 직후에도 순항미사일을 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군 당국은 이 순항미사일들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월 8차 노동당 대회에서 밝힌 전술핵 탑재가 가능한 신형 중장거리 순항미사일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을 타격할 수 있는 미사일을 시험 발사했음에도 군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3일 만인 24일 외신 보도가 나오자 뒤늦게 관련 사실을 공개했을 뿐 아니라 두 달 전 발사는 아예 비공개에 부치고 있다. 24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북한은 21일 오전 6∼7시 사이 평남 온천 일대에서 순항미사일을 2발 발사했다. 미사일은 200여 km를 날아가 서해상에 떨어졌다. 한미 정부 소식통들에 따르면 북한은 바이든 대통령 취임식이 열린 직후인 1월 하순에도 이번과 같은 종류의 순항미사일을 서해 방향으로 발사했다. 군 당국은 북한이 이번과 1월에 김 위원장이 언급한 신형 순항미사일을 시험 발사했을 가능성을 분석 중이다. 김 위원장은 당 대회에서 “중장거리 순항미사일을 비롯한 첨단 핵전술 무기들을 연이어 개발함으로써 군사 기술적 강세를 틀어쥐었다”고 밝힌 바 있다. 군 안팎에서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새로운 대북정책 공개를 앞두고 있는 바이든 행정부를 떠보기 위한 저강도 무력시위를 벌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바이든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23일(현지 시간) 언론 간담회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 움직임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면서도 “북한의 일반적인 군사행동 범주에 들어가는 것으로 보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북한이 21일 순항미사일 두 발을 발사한 데 대해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위반하지 않는 통상적 군사 활동”이라며 ‘로키(Low-key)’로 반응했다. 새 대북정책 발표를 앞두고 미국의 의중을 떠보려는 북한의 의도에 말려들지 않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미 본토를 직접 위협하지 않는 저강도 무력시위라는 점도 고려했을 것으로 보인다. 한미 당국은 북한이 21일과 바이든 대통령 취임 직후인 1월 하순 발사한 미사일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월 8차 노동당 대회에서 밝힌 전술핵 탑재가 가능한 중장거리 순항미사일이거나 기존의 지대함 순항미사일(금성-3호)을 개량한 미사일일 수 있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순항미사일이 탄도미사일과 달리 안보리 결의 위반이 아니더라도 전술핵 미사일 등의 직접 위협 대상이 될 수 있는 한국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고도 쉬쉬한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 군 당국은 21일 발사 3일 뒤인 24일 미국 언론 보도가 먼저 나온 뒤에야 뒤늦게 사실을 공개했다. 1월 발사 사실은 여전히 공개하지 않았다. ○ 실시간 파악 정부 “순항미사일이라 공개 안 해” 24일 한미 정부 소식통 등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북한은 올해 1월 20일(현지 시간) 바이든 행정부 출범 직후인 1월 하순과 이달 21일 두 차례에 걸쳐 서해로 신형 순항미사일을 시험 발사한 것으로 파악된다. 2017년부터 북한이 시험 발사해온 지대함 순항미사일은 고도 2km 이하로 비행해 레이더 탐지가 쉽지 않고 공중에서 선회 비행이 가능해 정확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김 위원장이 1월 8차 당 대회에서 ‘중장거리 순항미사일을 비롯한 첨단 핵전술 무기들’을 개발했다고 공언한 만큼, 당 대회 직후 이를 연이어 시험 발사해 성능 개량을 해나가는 것으로 추정된다. 만약 북한이 주장한 대로 전술핵무기를 순항미사일에 탑재해 발사하면 한미 요격망에도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안보리 결의 위반인 탄도미사일 발사 등 ‘레드라인’을 넘지 않는 선에서 미사일 성능 개량을 계속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때 한미 군 당국은 관련 동향을 사전에 포착해 실시간으로 지켜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순항미사일이 안보리 제재 대상이 아닌 점을 고려해 한미 간 협의를 거쳐 미사일 발사를 공개하지 않기로 방침을 세웠다는 게 군의 설명이다. 합참은 이날 북한의 미사일 발사 사실을 뒤늦게 공개하면서도 발사 시간이나 미사일 제원 등 세부 내용은 전혀 밝히지 않았다. 청와대 관계자도 “장거리 탄도미사일이 아니기 때문에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지 않았다”고 했다. 앞서 군은 지난해 총선을 하루 앞둔 4월 14일 오전 북한이 순항미사일을 발사했을 때도 오후에야 관련 사실을 확인해 늑장 공개란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당시는 발사 추정 시간대와 사거리는 물론이고 북한군 동향까지 자세히 밝혔다. 군은 같은 해 미국의 독립기념일인 7월 4일 북한의 순항미사일 발사는 아예 관련 내용을 비공개했다. 2017년 6월 북한의 순항미사일 발사 때는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NSC 전체회의를 열고 북한의 도발을 강하게 규탄한 바 있다.○ 본토 위협 아니라 판단한 미국은 신중 대응 바이든 행정부의 고위 당국자는 23일(현지 시간)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한 외신들의 첫 보도가 나온 직후 언론들과 전화 간담회를 갖고 “이 움직임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동맹 및 당국자들과 긴밀한 협의를 지속할 것”이라면서도 “이 행동(미사일 발사)은 북한의 일반적인 군사 행동의 범주에 들어가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미국 본토를 위협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탄도미사일 발사가 아닌 만큼 유엔 결의 위반이 아니라는 데 무게를 두면서 차분하게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시사한 것. 하지만 대북정책 발표를 앞두고 있는 바이든 행정부가 내부적으로는 고민이 깊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번 시험 발사는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김정은 위원장의 첫 직접적 도전”이라고 평가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최근 북한군의 특이 동향이 지속적으로 포착돼 한미 정보당국이 이를 예의주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 안팎에선 북한이 중단을 요구해온 한미 연합훈련을 마친 시점에서 북한이 이를 빌미로 미사일 발사 등 도발에 나설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북한은 과거에도 보통 3월부터 미사일 시험발사에 나선 바 있다. 정부 소식통들에 따르면 8∼18일 이뤄진 연합훈련 기간 북한의 동·서부 미사일 기지들에서 인원과 차량 이동 등 활발한 움직임이 나타났다. 이에 한미 당국은 지난주 북한의 도발이 임박했다는 판단 아래 한때 정보감시태세를 강화하는 등 동향 파악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에서 남측을 겨냥한 해안포 포문들도 지난주 대거 개방돼 있었던 것으로도 알려졌다. 그간 간헐적으로 해안포 포문을 개방해 왔다. 이는 2018년 체결된 9·19남북군사합의 위반이다. 한미 당국은 지난해 말 북한이 서해 창린도에 240mm 개량형 방사포로 추정되는 장비를 배치한 정황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곳은 2019년 11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방문해 직접 포사격 훈련을 지시한 곳이다. 소식통은 “언제 도발에 나서도 이상하지 않은 시기”라고 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최근 북한군의 특이 동향이 지속적으로 포착돼 한미 정보당국이 이를 예의주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군 안팎에선 북한이 중단을 요구해온 한미 연합훈련을 마친 시점에서 북한이 이를 빌미로 미사일 발사 등 도발에 나설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북한은 과거에도 보통 3월부터 미사일 시험발사에 나선 바 있다. 정부 소식통들에 따르면 8일~18일 이뤄진 연합훈련 기간 동안 북한의 동·서부 미사일 기지들에서 인원과 차량 이동 등 활발한 움직임이 나타났다. 이에 한미 당국은 지난주 북한의 도발이 임박하다고 판단해 한때 정보감시태세를 강화하는 등 동향 파악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CNN은 16일(현지 시간) 최근 미 외교안보 부처들이 북한의 도발 가능성과 관련한 회의를 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에서 남측을 겨냥한 해안포 포문들도 지난주 대거 개방돼 있었던 것으로도 알려졌다. 그간 간헐적으로 해안포문을 개방해 왔다. 이는 2018년 체결된 9·19남북군사합의 위반이다. 한미 당국은 지난해 말 북한이 서해 창린도에 240mm 개량형 방사포로 추정되는 장비를 배치한 정황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곳은 2019년 11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방문해 직접 포사격 훈련을 지시한 곳이다. 소식통은 “언제 도발에 나서도 이상하지 않은 시기”라며 “(북한이) 미사일 시험발사 등 도발 타이밍을 재는 중인 걸로 보인다”고 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첫 한미 국방장관회담이 17일 열렸다. 회담 직후 한미 관계자들은 분위기가 화기애애했으며 양국 논의도 순조롭게 진행됐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제52차 한미 안보협의회의(SCM)에 이어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과 관련한 양국의 이견은 이번 회담에서도 그대로 재현됐다. 전작권 전환을 두고 한미 간 ‘동상이몽(同床異夢)’이 이어지고 있다는 말은 이미 군 내부에서조차 화제가 된 지 오래다. 한미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들에 따르면 17일 서욱 국방부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의 회담 전 미측이 요구한 5개 의제는 크게 △한반도 안보상황평가 △한미동맹현안 △한미일 안보협력 △글로벌협력 △전작권 전환 순이었다고 한다. 의제 중요도 측면에서 전작권 전환은 5번째로 가장 후순위였던 셈. 이에 한국 측은 전작권 전환 의제가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회담 직전 가까스로 의제 순서를 3번째로 바꾼 것으로 전해졌다. 의제 순서가 바뀐 만큼 1시간가량 진행된 회담에서 한국 측은 전작권 전환 의제에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특히 서 장관은 직접 전작권 전환의 가속화 필요성을 자세히 설명했다고 한다. 이에 오스틴 장관은 발언을 하기보단 묵묵히 듣기만 했고, 바로 옆자리에 있던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 겸 한미연합사령관이 ‘조건’ 충족의 중요성을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상반기 연합훈련에서 불발된 전작권 전환 이후 미래연합사령부 2단계(FOC·완전운용능력) 검증을 조속히 실시해야한다는 점에 대해서도 미측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미가 합의한 전작권 전환 조건에 따르면 한국군 4성 장군(대장)이 사령관을 맡는 미래연합사 운용능력 검증은 총 3단계를 거쳐야 한다. 이 때문에 회담 직후 한미가 배포한 보도 자료에도 ‘전작권 전환 가속화’라는 표현 대신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 계획 재확인’이라는 문구가 들어갔다. 주한미군 소식통은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첫 한미 국방수장 간 회담에서 전작권 전환 가속화에 대해 미국 측이 의제 설정부터 세부 논의까지 ‘관심 없다’는 입장을 드러낸 셈”이라고 했다. 정부 소식통은 “전작권 전환 이슈만큼은 바이든 행정부와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의 입장이 별반 차이가 없다”고 전했다. 한미 국방장관 회담 다음날인 18일 한미 외교·국방장관(2+2) 회담 직후 열린 공동기자회견에서도 한미 간 이견이 그대로 노출됐다. 오스틴 장관은 “전작권 전환 조건을 (한국군이) 충족하려면 시간이 더 걸리겠지만 전환 과정을 통해 (한미)동맹이 더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발언을 두고 현 정부 임기 내 전환은 물론이고 전환 시기도 확정짓기 힘들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서욱 국방부 장관이 21일부터 28일까지 아랍에미리트(UAE)와 인도를 공식 방문한다. 해마다 정례적인 일정이지만 인도에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이 다녀간 직후 순방이 이뤄진다는 점에서 관심이 모아진다. 군 당국이 인도와 막후에서 미국이 동참 압박을 높이고 있는 ‘쿼드(Quad·미국 일본 호주 인도 4자 안보협의체)’ 관련 논의를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국방부에 따르면 서 장관은 21일 출국해 24일까지 알 보와르디 UAE 국방특임장관 등과 고위급 정례회담을 갖는다. 방문기간 중 파병 10주년을 맞는 아크부대 방문도 예정돼있다. 이어 25일부터 27일까지는 인도에서 라즈나트 싱 인도 국방장관 등과 국방장관회담을 갖고 양국 군사교류와 국방 및 방위산업 현안에 대해 논의한다. 국방부는 “이번 순방 목적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순연된 고위급 국방외교활동을 재개해 국방교류협력을 활성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무엇보다 방산협력이 양국의 주요 의제이고 2019년 양국 정상 간 합의사항인 ‘한-인도 우호공원’ 개장식 행사도 예정돼있었다고 한다. 군 관계자는 “쿼드는 의제에 포함돼있지 않다”고도 했다. 하지만 서 장관의 이번 인도행이 오스틴 장관 방문 직후 이뤄진다는 점에서 어떤 식으로든 양국이 쿼드 관련 의견교환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게다가 전통적으로 비동맹 중립 노선을 걸어온 인도는 한국처럼 쿼드가 대중 압박전선으로 인식되는 것에 부담을 가져왔다. 정부 소식통은 “쿼드에 대한 인도 정부의 입장과 직전 오스틴 장관 방문으로 이뤄진 미-인도 간 논의 기류를 파악한다는 목적도 있다”고 전했다. 우리 정부에 대한 미국의 쿼드 동참 압박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인도로부터 관련 의견을 청취하고 기존 참가국 간 논의를 팔로업(follow-up) 하겠다는 것. 18일 한미 외교·국방장관(2+2) 회담을 마친 오스틴 장관은 19일 곧장 인도로 향해 21일까지 나렌드라 모디 총리, 싱 인도 국방장관 등을 만났다. 앞서 한미는 2+2 회담 뒤 공동기자회견에서 쿼드 참여를 둘러싸고 이견을 여실히 드러냈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미국의 쿼드 참여 요청 여부를 묻자 “쿼드에 대한 직접적인 논의는 없었다. 다만 우리의 신남방정책과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이 어떻게 공조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지 협의했다”고 답했다. 그러자 직후 답변에 나선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쿼드는 비공식적인 ‘생각이 비슷한 국가들의 모임’이다. 여러 이슈에 대해 협력하고 공조하는 것”이라며 “어떤 나라도 혼자서는 직면한 도전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없다”고 했다. 한국이 쿼드에 동참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강조한 것이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북한에 사과를 요구해야 한다.” 천안함 피격 희생자인 고 민평기 상사의 형 광기 씨(51)는 18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천안함 피격이 북한 소행이라는 점을 추모사에 언급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26일은 2010년 서해를 지키던 천안함이 46용사와 함께 수심 40m 아래 바닷속으로 침몰한 지 11주기가 되는 날이다. 올해는 특히 천안함 피격 기일과 2016년부터 3월 넷째 주 금요일에 치러지는 ‘서해수호의 날’이 처음으로 겹치는 해. 26일 서해수호의 날 행사는 국가보훈처 주관으로, 천안함 피격 11주기 추모식은 해군 2함대 주관으로 각각 열린다. 지난해 3월 27일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 당시 광기 씨 가족들은 어머니 윤청자 씨(78)가 단상 앞으로 걸어 나갈 줄은 예상치 못했다. 윤 씨는 당시 헌화하던 문 대통령에게 “이게 북한 소행인가, 누구 소행인가 말씀 좀 해주세요”라고 물었다. 이에 문 대통령은 “북한 소행이라는 정부 입장에 조금도 변함이 없다”고 했다. 광기 씨는 자리로 돌아온 어머니 표정을 보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는 “어머니의 굳은 표정엔 아들을 먼저 떠나보낸 세월의 한이 서려 있었다”고 회상했다. 윤 씨는 18일 “1년이 지났지만 변한 건 (나빠지는) 건강뿐”이라고 했다. 2010년 영결식에서 당시 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에게 “북한에 왜 퍼주십니까”라며 일침을 놓고, 아들의 사망보험금 1억 원을 국가안보를 위해 써달라며 청와대에 전달한 굳센 어머니였지만 “주변에서 독해서 오래 산다고들 했는데 이젠 힘이 부친다”고 했다. 여전히 아들을 떠나보낸 3월만 되면 마음이 불안해지고, 장롱 속 민 상사의 옷가지들을 볼 때마다 눈물을 훔치는 게 일상이 됐다. 윤 씨는 “세월이 가면 갈수록 억울하고 분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지금까지도 유족들을 힘들게 하는 건 좌초설 등 끊이지 않는 음모론이다. 광기 씨는 “5·18민주화운동을 폄훼하면 처벌할 수 있는 법도 만들어졌는데, 아직도 죄 없이 희생된 내 동생의 죽음을 왜곡하는 이들에 대해 정부가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한미 연합훈련은 정말 컴퓨터 시뮬레이션만으로도 충분할까. 이번 훈련에 야외 기동훈련이 또다시 생략되자 정부가 북한을 의식해 3년째 ‘반쪽’짜리 훈련만 하고 있단 평이 나왔다. 이에 군 당국은 야외 기동훈련이 연중 대대급 이하로 정상 실시되고 있기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기동훈련 실시 여부에 따라 전투력의 차이가 크고, 한미 연합군의 전투준비태세 약화가 만성화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연대급 이상의 대규모 훈련이 이제는 필요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을 지낸 국민의힘 신원식 의원(예비역 육군 중장)은 “제대로 된 전투수행 능력을 발휘하려면 실전과 유사한, 강도 높은 훈련이 핵심이다. 수십 년간 대규모 예산과 병력을 투입해 연합훈련을 해왔던 이유”라며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이란 정치적 이유로 국가안보를 저해하는 행위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사실 야외 기동훈련을 해야 예상치 못한 지형지물을 맞닥뜨리는 등 돌발 상황에 대한 대응력을 기를 수 있다는 점은 대다수 군 관계자들도 공감하는 바다. 전인범 전 특수전사령관(예비역 육군 중장)은 “기본적인 병력이나 장비 이동에도 시뮬레이션에 반영하기 힘든 예외 상황이 많다”며 “장군부터 병사까지 실전훈련을 해봤다는 자신감이나 경험치를 쌓을 수 없다는 것도 큰 문제”라고 했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도 “작전계획(작계)을 실기동 훈련으로 검증하고 그 차이를 좁혀 나가는 과정이 필수”라고 했다. 병사 복무기간 단축이나 미군 순환배치 확대 기조 등 한미 양국의 정책 변화에 따라 양국이 점점 ‘팀워크’를 다지기 어려운 환경이 돼간다는 우려도 있다. 특히 전시에 투입되는 미 증원 병력은 한반도 전장에 대한 높은 이해도가 필수적이다. 신 의원은 “복무기간을 고려할 때 한 번도 대규모 연합 기동훈련을 안 해보고 떠나는 미군들도 많다”며 “병력, 장비 등 양국의 전력이 일체화돼야 전투준비태세가 향상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방대 총장을 지낸 방효복 성우회 사무총장(예비역 육군 중장)은 “양국 군은 교리는 물론이고 무기·통신체계, 언어도 다르다. 일단 합을 맞춰봐야 연합군의 생존성이 향상되지 않겠느냐”고 했다. 이 때문에 남북관계 개선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훈련 축소 방침에 대한 전면 수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워싱턴의 싱크탱크인 민주주의수호재단의 데이비드 맥스웰 선임연구원은 최근 본보에 보낸 논평에서 “연합훈련이 취소, 연기, 축소됐는데도 지금까지 북한의 상응 조치가 없었다”며 “무책임함의 극치”라고 전했다. 또 야외 기동훈련이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에 필요한 한국군의 독자적인 전투수행 능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미가 합의한 전작권 전환 조건을 충족하려면 기동훈련이 가능한 수준으로 훈련 규모가 확대돼야 한다는 것이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말 많고 탈 많던 상반기 한미 연합훈련이 18일 종료됐다. 8일부터 9일간 야외 기동훈련 없이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만 치러진 이번 훈련은 어느 연합훈련 때보다도 변수가 많았다. 훈련 실시 여부나 규모, 방식 등 세부 내용을 확정하기까지 군 당국의 복잡한 속내는 훈련 전날인 7일 “한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과 전투준비태세 유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정착을 위한 외교적 노력 지원 등의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는 합동참모본부의 공식 입장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매년 두 차례 이뤄져 온 정례훈련이 논란거리로 부상하게 된 계기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월 8차 노동당 대회에서 남북 대화의 재개 조건으로 한미 연합훈련 중단을 내걸면서부터다. 같은 달 조 바이든 미 행정부 출범에 맞춰 현 정부 임기 내(2022년 5월)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을 가속화하려던 정부의 계획에 ‘찬물’을 끼얹은 셈. 한국군 4성 장군(대장)이 사령관을 맡는 전작권 전환 이후 미래연합사령부 운용 능력 2단계 검증(FOC·완전 운용 능력)을 연합훈련에서 실시하려면 훈련의 규모 확대가 불가피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임기 말 ‘남북관계 개선’과 ‘전작권 전환 가속화’란 딜레마에 빠진 가운데 정부 부처 내 이견도 커져 갔다고 한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인영 통일부 장관과 강경화 전 외교부 장관이 연합훈련 유예나 규모 축소를 거론하면서 서욱 국방부 장관이 난감해했다는 말이 나왔다”고 전했다. 여기에 더해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19 여파로 연합훈련 때마다 통상 2000여 명의 미 본토 증원 병력도 사실상 입국하지 못했다. 결국 바이든 행정부 들어 처음 치러진 이번 연합훈련은 규모가 최소화된 채 FOC 검증은 예행연습만 이뤄졌다. 코로나19 상황과 FOC 검증 실시에 미온적이던 미국 반응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정부가 전작권 전환 대신 남북관계 개선에 힘을 실은 모양새가 된 것. 합참은 훈련 실시를 발표하면서 연합훈련이 ‘연례적이고 방어적 성격의 훈련’임을 강조했다.○ ‘컴퓨터 시뮬레이션’ 어떻게 진행되나 주말을 제외하고 통상 2주에 걸쳐 진행되는 연합훈련은 한반도 전면전을 가정해 한 주씩 1부 방어연습과 2부 반격연습으로 구성된다. 이번 훈련에선 한미 장병들이 서울 용산구 합참 지하벙커와 수도방위사령부가 관할하는 남태령의 B-1 문서고, 경기 성남시 미군 CP탱고에 모여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지켜보며 전쟁 수행 절차와 능력을 숙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한미연합 작전계획인 작계5027을 기반으로 한 가상의 시나리오는 매번 연합훈련마다 달라진다고 한다. 2010년 시나리오에 있던 ‘김정일 생포 작전’이나 ‘평양 점령’ 등 특정 상황을 가정하는 방식이다. 다만 북한이 동·서부전선으로 남침했을 때 이를 1, 2차 저지선까지 방어하고 다시 평양이나 개성까지 병력을 이동시켜 반격하는 기본 골격은 유지된다. 사령부와 군단, 사단 등 각 부대 밑에 작전 정보 군수 인사 등 각 군 기능을 담당하는 조직(셀)이 편성되고 지휘관이 병력 운용에 대한 결심을 내리면 각 셀에서 컴퓨터상으로 병력을 이동시키거나 공격을 수행한 뒤 그 결과를 상부에 보고한다. 특히 이번 훈련에선 국지도발 상황뿐 아니라 한미 해병대의 상륙기동 시나리오도 포함됐다. 올해 말 강원 고성·삼척 일대를 책임지는 육군 8군단이 해체되는 만큼 이에 대비한 대응 시나리오도 연습했다. 다만 연합훈련 때마다 대규모로 전차들이 이동하고 해병대가 해안에 상륙하는 익숙한 풍경은 자취를 감췄다. 시뮬레이션과 함께 진행돼 오던 연대급 이상의 야외 기동훈련이 3년째 멈춰 있기 때문이다. 한미는 2018년 남북, 북-미 정상회담 이후 다음 해부터 매년 3, 4, 8월에 진행되던 키리졸브(KR·컴퓨터 시뮬레이션)와 독수리훈련(FE·야외 기동훈련), 을지프리덤가디언(UFG·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폐지하고 연 2회 컴퓨터 시뮬레이션 방식의 연합지휘소훈련(CPX)을 실시하고 있다.○ 文정부 들어 규모 축소 이어져 군 안팎에선 현 정부 들어 연대급 이상의 야외 기동훈련이 이뤄진 시기는 2018년 4월 독수리훈련이 마지막이라고 보고 있다. 군은 2019년 이 훈련을 폐지하면서 2018년 시작된 북-미 비핵화 협상을 뒷받침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예하 부대의 기동훈련은 대대급 이하로 규모가 간소화됐다. 미군과 우리 육군의 포병·보병·기갑전력이 참여하는 연합화력훈련도 2017년 4월을 마지막으로 실시되지 않고 있고 연대급 이상으로 실시됐던 대규모 연합상륙훈련인 쌍용훈련과 대규모 연합공군훈련인 ‘맥스선더’ ‘비질런트에이스’ 등도 폐지되거나 규모가 대폭 축소됐다. 이어 코로나19 여파로 지난해부터는 소규모 기동훈련은 물론이고 시뮬레이션 참가 병력의 규모마저 더욱 줄어드는 상황이다. 이전 정부에서 연합훈련 규모가 계속 확대된 것과는 대조적이다. 2016∼2017년 키리졸브·독수리훈련 당시 미 증원 병력만 1만5000명 이상이 동원돼 핵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함을 비롯해 F-22 스텔스 전투기, B-52 전략폭격기 등 각종 전략자산이 대거 한반도로 전개됐다. “중소 국가 2, 3개국 군사력과 맞먹는 과거 참가 전력과 비교하면 지금 연합훈련은 훈련도 아니다”라는 자조가 나오는 이유다. 미군 내부에서도 대규모 야외 기동훈련이 중단된 현 상황에 대한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은 최근 정부 관계자들과 만나 “연합훈련이 컴퓨터게임이 돼가는 건 곤란하다”고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해부터 공식석상에서 한미 연합군의 훈련 부족과 미군의 훈련 여건이 제대로 보장되고 있지 않다며 불만을 토로해 왔다. 미군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상황으로 불가피하게 훈련 규모를 축소한 점도 있지만 미군 내부에선 한국 군 당국의 훈련 의지가 부족하다는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옆 나라 일본에선 오히려 대규모 야외 기동훈련의 빈도가 늘고 있다. 미 해군의 시어도어루스벨트 항모강습단은 지난달 28일 괌 일대에서 일본 해상자위대와 기동훈련을 실시했다. 2019년 일본 방위백서에 따르면 자위대는 한 해 동안 총 38회, 연장 일수로 406일간 미군과 연합훈련을 했다. 미국과 일본이 정례적으로 실시하는 대규모 야외 훈련은 10종이 넘는다고 한다.○ 연합훈련 명분 삼아 北 도발 나설 수도 연합훈련 규모가 크게 줄어들면서 군 안팎에선 정부가 과도한 ‘북한 눈치 보기’를 하는 것 아니냐는 말들이 많다. 한 군 관계자는 “정부는 (훈련 규모 축소가) 코로나19 때문이라고 하지만 북한의 반발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라고 했다. 이를 증명하듯 통일부는 8일 “연합훈련이 유연하고 최소화한 형태로 진행되는 만큼 북한도 우리의 이러한 노력에 상응하는 태도를 보여 달라”는 입장을 냈다. 북한이 연합훈련에 반응한 건 훈련이 막바지로 접어들던 16일. 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담화에서 연합훈련을 ‘북침 전쟁연습’으로 규정하고 “3년 전(2018년)의 따뜻한 봄날은 다시 돌아오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또 “남조선 당국은 또다시 따뜻한 3월이 아니라 ‘전쟁의 3월’ ‘위기의 3월’을 선택했다”며 “이번의 엄중한 도전으로 임기 말기에 들어선 남조선 당국의 앞길이 무척 고통스럽고 편안치 못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한은 이전부터 연합훈련을 노골적으로 비난해왔다. 북한은 2011년에 인민군 판문점대표부 성명을 통해 “상상할 수 없는 전략과 전술로 온갖 대결책동을 산산이 짓부수어 버리는 서울 불바다전과 같은 무자비한 대응을 보게 될 것”이라고 했다. 2016년 노동신문에선 “증오와 분노는 청와대와 백악관을 비롯한 악의 소굴들을 잿가루로 만들어 버릴 것”이라고 위협했다. 김일성 전 북한 주석은 1993년 방북한 게리 애커먼 당시 미 민주당 하원의원을 만나 손을 부들부들 떨며 “팀스피릿 훈련이야말로 침략을 위한 최종 연습”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일각에선 북한이 연합훈련 직후 한미를 겨냥한 미사일 도발을 감행할 거란 관측도 제기된다. 규모가 축소됐어도 훈련이 실시된 데다 17일부터 이틀간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이 방한해 한미 동맹 강화를 공언하는 등 도발 명분은 충분하다는 것. 실제 한미 정보당국은 최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을 생산하는 평양 인근 산음동 미사일공장의 특이 동향을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대안이 없다.” 국방부, 방위사업청, 육군 관계자와 외부 전문가 등 30여 명이 자리한 5일 강원 고성군 22사단에서 열린 회의 참석자들 사이에서 나온 말이다. 이 회의는 지난달 16일 북한 남성 A 씨의 ‘오리발 귀순’으로 드러난 22사단의 경계 실패 원인과 해법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앞서 국방부가 1일 22사단에 대한 ‘고강도’ 정밀진단에 나서겠다고 한 뒤 나흘 만이었다. 이날 회의의 전제가 된 군의 정밀진단 결과는 이렇다. 전방에 구축된 폐쇄회로(CC)TV 등 과학화경계시스템이 5, 6년 전인 2014~2015년경 도입돼 장비 성능이 떨어졌다는 것. 실제 A 씨는 통일전망대 인근 CCTV에 5회 포착됐으나 경보가 울린 건 단 2회뿐이었다. 더군다나 경보가 2회 울렸을 때 감시병이 단순 ‘오경보’로 판단해 이를 해제하는 과정에서 상부 보고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됐다. 이 부대에선 통상 병사 2명과 간부 1명이 소초에서 근무를 서는데 병사 한 명이 여러 대의 CCTV 화면을 보는 데다 잔업무도 많아 감시근무에 집중할 수 없는 구조였다. 이런 진단 결과를 두고 회의 참석자들이 내린 결론은 지능형 CCTV 등 인공지능(AI) 기반의 장비 도입이었다고 한다. 문제는 AI 장비 도입을 위한 과학화경계시스템 성능개량 사업이 2025~2026년경에야 이뤄질 예정이다. 회의 결과는 사실상 장비의 성능이 향상될 때까진 뚜렷한 대안이 없다는 뜻이다. 회의 참석자에 따르면 “장비 도입 시기를 앞당길 수 없으니 4, 5년의 공백기를 버티는 수밖에 없다”는 회의적인 반응까지 나왔다. 사실 군의 감시공백 사태는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장비 성능이 기대만큼 높지 않고 병력감축으로 인력을 대거 투입한 경계도 불가능해지는 상황에서 정작 귀순 사태에 대한 실질적 대비책이 없었던 것. 2019년 북한 어선의 ‘삼척항 노크귀순’을 시작으로 2년여 간 경계실패가 재발하고 있지만 군이 근본적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향후 군은 추가 대책회의를 더 열 계획이다. AI 기술 등 장밋빛 미래에 대한 ‘탁상공론’ 대신 경계실패를 당장 방지하기 위한 실질적인 답부터 찾을 때다. 경계실패 뒤 매번 반복되는 ‘환골탈태’ 타령은 이제 그만해야 하지 않겠는가.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로버트 에이브럼스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사진)이 올해 안으로 대북 미사일 요격망이 획기적으로 강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의 동시 방한(17일) 및 5년 만의 한미 외교·국방장관(2+2) 회담(18일)을 앞두고 북한 핵·미사일 대응에 만전을 기하는 동시에 조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대중정책에 대한 동맹 공조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10일(현지 시간) 미 하원 군사위원회가 주최한 화상 청문회에 출석해 북한 미사일 역량 강화의 대응 관련 질의에 “미사일방어청(MDA)이 개발 중인 3가지 특정 능력 가운데 1개는 이미 한국에 구축됐다”면서 “다른 2개 능력도 올해 안에 (한국에) 갖춰지게 되면 우리의 탄도미사일 방어 능력은 크게 강화될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한미 양국 군의 연합 미사일 방어능력은 매우 견고하다”며 “몇 년 전 (주한미군이 제기한) 연합긴급작전요구(JEON)에 대한 미 의회의 지지도 확고하다”고 했다. 주한미군 측은 “사령관이 언급한 것은 새로운 요격무기 배치가 아니라 현재 진행 중인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업그레이드 작업을 뜻한다”고 말했다. 주한미군은 ‘북한판 이스칸데르’와 같은 대남 타격 신종무기와 북극성 계열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북한의 미사일 고도화에 맞서 경북 성주의 사드와 주요 기지의 패트리엇(PAC-3 MSE) 요격 시스템을 3단계에 걸쳐 성능을 개량하고 있다. 에이브럼스 사령관이 언급한 ‘연합긴급작전요구’도 이 작업을 의미한 것으로 보인다. 1단계는 사드의 발사대와 포대(교전통제소·레이더 등)를 분리 배치한 뒤 원격으로 발사하고, 2단계는 사드 레이더를 이용해 패트리엇 미사일을 원격 발사하는 내용이다. 이를 통해 사드와 패트리엇의 요격 범위를 확대하고 대응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3단계는 요격고도와 사거리가 다른 사드와 패트리엇 시스템을 상호 연동시켜 ‘단일 포대’로 운용하는 것이다. 상·하층 방어망을 통합 운용함으로써 사각지대 해소와 요격시간 단축 등 요격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요격하기 힘든 대남 타격 신종무기와 북극성 계열의 준중거리, 화성-12형 등 중거리미사일을 다양한 고도로 섞어 쏠 경우에 대비해 요격망을 더 신속하고 촘촘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미사일방어청이 공개한 2021 회계연도 예산안에 따르면 사드 업그레이드의 1단계는 2019년 말에 완료됐고, 2, 3단계는 2021년 상반기에 끝내는 걸로 돼 있다. 일각에선 중국의 반발 가능성이 제기된다. 사드는 자국을 겨냥한 무기라면서 한국을 압박해온 중국이 한미 2+2 회담을 앞둔 시점에 주한미군 수장의 ‘사드 업그레이드’ 발언을 도발로 간주할 개연성이 있다는 것이다. 한편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2017년 이후 한반도 긴장은 완화됐지만 한미가 경계태세를 늦출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라면서 “북한은 핵과 첨단 미사일 개발을 지속하고 있고, 북한 정권의 비핵화 조치를 시사하는 어떤 징후도 보지 못했다”고도 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에도 불구하고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조기 전환을 밀어붙이는 한국에 사실상 일침을 가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신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