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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사진)이 국내 활동을 재개한다. 연세대는 반 전 총장이 다음 달 4일 이 대학의 글로벌사회공헌원 명예원장 겸 석좌교수로 취임한다고 7일 밝혔다. 현재 미국에 머물고 있는 반 전 총장은 취임 전날인 7월 3일 귀국할 예정이다. 연세대 글로벌사회공헌원은 연희전문학교와 세브란스의전 통합 60주년을 기념해 올 4월 설립됐다. 단과대별로 이뤄지던 선교와 봉사활동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다. 연세대는 또 반 전 총장의 명예원장 취임에 맞춰 기후변화 등을 연구하는 ‘반기문 지속가능성장센터’도 개소한다. 연세대 관계자는 “그동안 학교가 추진한 지속가능한 도시 발전과 빈곤, 보건 분야 등의 사회활동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후보자의 의혹 검증에 나섰던 야당 의원들이 거친 욕설이 담긴 휴대전화 ‘문자 폭탄’을 맞아 논란인 가운데, 야당 의원들의 휴대전화 번호를 공개하는 웹 사이트까지 등장했다. 해당 사이트는 야당 의원들의 동의를 받지 않고 전화번호를 무단 공개한 데다 ‘문자 폭탄’ 공격을 사실상 부추기고 있어 제재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수성향 야당 의원 실제 전화번호 공개 6일 현재 해당 사이트에는 자유한국당 의원 107명과 바른정당 의원 20명 등 총 127명의 휴대전화 번호가 게시돼 있다. 두 정당 소속 국회의원 전원의 휴대전화 번호가 공개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의원 전화번호는 단 한 건도 없었다. 공개된 야당 의원 휴대전화 번호 중 상당수는 실제로 사용 중인 번호였다. 해당 사이트는 지역구 이름이나 국회의원의 이름 중 일부 글자만 입력해도 휴대전화 번호 검색이 가능하도록 돼 있었다. 사이트 이름인 ‘greatpark1819’는 앞서 국정 농단 사건 수사과정에서 박근혜 정부의 ‘문고리 3인방(이재만 안봉근 정호성 전 대통령비서관)’이 사용했던 공용 e메일 주소에서 따온 것이다. 해당 사이트의 인터넷주소(IP주소)는 수시로 한국과 미국, 유럽 등지로 바뀌었다. 또 누가 사이트를 만들었는지, 언제 만들었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단서도 나오지 않았다. 김태순 한국해킹보안연구소 대표는 “추적을 피하기 위해 이런 방식으로 사이트를 만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해당 사이트는 친여당 성향 누리꾼들을 중심으로 급속하게 접속자가 늘고 있다. 일부 누리꾼이 이 사이트를 정치 성향이 비슷한 누리꾼들이 즐겨 찾는 인터넷 커뮤니티와 트위터를 통해 홍보하는 모습도 보였다. 한 누리꾼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서 “문재인 대통령 길들이기에 들어간 야당 국회의원들에게 민의가 무엇인지 직접 소통하려는 분들은 참고하길 바란다”며 이 사이트를 공유했다. ○ “본인 동의 없는 전화번호 공개는 위법” 법조계는 야당 의원들의 휴대전화 번호 공개는 위법하다고 지적한다. 국회의원 스스로가 공개한 번호라면 문제가 없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휴대전화 번호 공개는 본인 동의를 거쳐야 한다. 대부분의 야당 의원들은 “휴대전화 번호 공개에 동의한 일이 없다”는 입장이다. 해당 사이트는 자신들이 어떻게 야당 의원들의 전화번호를 파악했는지 밝히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해당 사이트를 만든 사람에 대한 수사와 처벌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변호사 A 씨는 “본인 동의 없는 휴대전화 번호 수집과 공개는 개인정보보호법상 처벌 대상”이라고 말했다. 국민의당 ‘문자피해대책 태스크포스(TF)’ 김인원 단장(55·변호사)은 “본인이 원치 않는데 인터넷에 휴대전화 번호를 공개하는 것 자체가 올바른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문자 폭탄’은 민주주의의 기본인 견제와 균형의 원칙을 훼손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

대학 때 받은 학자금 대출을 사회에 진출한 뒤에도 갚지 못해 허덕이는 청년이 늘고 있다. 취업에 성공해도 생활비와 다른 부채 때문에 학자금 상환에 충당할 돈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급기야 학자금 대출 장기 연체자가 돼 ‘울며 겨자 먹기’로 얼마 안 되는 재산까지 나라에 넘기는 청년이 급증하고 있다.○ 강제집행, 1년 새 5배로 껑충 31일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가 한국장학재단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학자금 대출을 받은 뒤 장기간 갚지 못해 강제집행을 당한 사례가 지난해 총 311명(34억3200만 원)으로 집계됐다. 사상 최대 규모다. 한 해 약 70만 명이 학자금 대출을 받는 걸 감안하면 많지 않지만 2015년 61건에서 5배 수준으로 크게 증가한 게 문제다. 재단 측은 “2015년부터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대출자 자료를 받기 시작하면서 소득 실태가 정확히 파악돼 강제집행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강제집행은 학자금 대출을 회수하기 위한 최후의 수단이다. 보통 재단은 6개월 이상 대출금과 이자를 갚지 못한 이들을 대상으로 재산조사를 벌인다. 이들의 월 소득이 약 155만 원을 넘으면 부동산이나 월급에 가압류를 신청한다. 가압류 이후 당사자에게 분할상환을 권유한다. 만약 이마저 안 되면 부동산이나 월급을 국가로 귀속하는 강제집행 조치가 이뤄진다. 강제집행 직전인 가압류만으로도 대출자들은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워진다. 가정형편 때문에 부모에게 손 벌릴 수 없었던 A 씨는 6년 동안 학자금 대출 4000만 원을 받았다. 이와는 별도로 생활비도 대출받아 6년간 공부해 중소기업에 취업했다. 그러나 어려운 생활 때문에 6개월 동안 이자를 내지 못했다. 뒤늦게 이자를 내려고 했지만 재단 측은 A 씨에게 “원금에 해당하는 4000만 원 상당의 재산을 가압류하겠다. 원금과 이자를 모두 갚을 때까지 가압류를 풀 수 없다”고 통보했다.○ 부채 총액 등 따지지 않고 ‘무조건 상환’ 문제는 학자금 대출 상환 과정에서 개인의 부채 총액 등을 고려하지 않는 것이다. 신용불량자로 전락한 B 씨가 그런 사례다. 학자금 대출로 수천만 원을 빌린 B 씨는 졸업 후 한 건설 관련 업체에 취직했다. 그러나 일하던 중 큰 부상을 당해 병원에 입원했다. 치료비를 내기도 막막한 상황에서 학자금 대출 상환 독촉까지 받았다. 결국 돈을 갚지 못한 B 씨는 신용불량자 신세가 됐다. 올해 초 한국직업능력개발원 분석에 따르면 학자금 대출을 받은 여대생은 이를 받지 않은 여대생보다 평균 12% 임금이 적었다. 빨리 돈을 갚아야 한다는 압박감에 서둘러 취업하기 때문이다. 학자금 대출을 받았던 윤모 씨(28)는 “200만 원인 월급에서 30만 원씩 갚아 나가는 게 큰 부담이었다”며 “더 이상 부담감을 느끼기 싫어 회사를 그만두면서 받은 퇴직금으로 학자금 대출을 모두 갚았다”고 말했다. 재단 측은 청년들의 상황을 알지만 재정 문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의견이다. 재단에서 학생들이 주로 이용하는 든든학자금(대학생 때 대출을 받아 취업 후 상환)의 경우 2015년 상환 대상자 중 9.1%가 돈을 갚지 못했다. 경기침체와 취업난으로 장기 연체자가 늘수록 학자금 대출 재정이 부실해질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가압류나 강제집행 등 법적 조치에 대한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정익준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옴부즈맨처럼 개인 사정이나 가정 상황을 들어보고 예정된 시기에 상환이 가능한지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지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희숙 충북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학생들이 학자금 대출을 받을 때 돈을 갚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충분히 설명하는 프로그램도 마련돼야 한다”고 조언했다.황성호 hsh0330@donga.com·김하경·신규진 기자}

《 김혜숙 이화여대 신임 총장(63·철학과)과의 인터뷰에 앞서 ‘약속 시간보다 일찍 오지 말고 정각에 맞춰서 와달라’는 말을 들었다. 칸트를 강의한 교수의 독특한 습관인가 했는데 알고 보니 ‘총장님은 강의 중’이었다. 인터뷰 전 인문관에서 전공과목인 ‘칸트와 헤겔’ 강의를 하고 그는 약속 장소인 본관 총장실로 왔다. 정년은 2년 남았지만 31일 이화여대 16대 총장에 취임하는 그는 교수로서 이번에 마지막 학기를 맞게 됐다. 총장실로 출근한 첫날인 29일 이화여대 동문인 본보 강수진 부국장과의 인터뷰가 이뤄졌다. 김 총장은 이화여대 131년 역사의 첫 직선제 총장이다. 총장 선출에는 교수와 교직원, 재학생 그리고 졸업한 동문까지 참여했다. 》 ―교수 직원 학생 동문 등 투표 주체 중 학생들의 압도적 몰표(95.4%)를 받았다. 소감은…. “‘학생들이 뽑은 총장’이라는 말을 들었는데, 영광이라고 생각한다. 학생들은 졸업하고 나면 학교의 수혜를 입지 못하는 집단이다. 이해관계를 떠나 투표해 줬다는 의미다.” ―반면 교수 득표율(52.7%)은 가장 낮았는데…. “교수들은 아무래도 이해관계의 관점이 있을 수밖에 없으니까. 교수사회의 갈등을 봉합하는 게 과제다.” ―총장 직선제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지는 것인가. “직선제를 치르면서 나온 말이 ‘이번은 직선’이었다. 앞으로는 아닐 수도 있다는 뜻이다. 한 번 직선의 ‘맛’을 봤으니 포기하기 어렵지 않을까 생각하지만(웃음). 직선제는 교수사회의 정치화나 패거리 문화, 연구 환경을 해치는 등의 부작용도 있으니 충분히 의견을 수렴해 더 연구해 보겠다.” ―이번 사태가 없었더라도 총장에 출마할 생각이 있었나. “2010년에 총장 출마를 한 적이 있다. 어떻게 떠밀려 나갔는데 간선이라는 제도가 갖는 한계가 있다. 총장이 될 수 없는 구조였는데 그때는 기득권이라는 게 얼마나 무서운지 잘 몰랐다. 이번에 나간 건 지난해 시작된 거대한 흐름에 휩쓸렸다고 보는 편이 맞는 것 같다.” ―이화여대를 어떻게 수습해 나갈 생각인가. “31일 취임사에서 이번 사태에 대해 사과할 예정이다. 교수사회 통합도 해야 하고, 평교수 중에서도 소외감을 느끼는 분이 많은데 이분들도 적극 의견을 말할 수 있도록 하겠다. 교직원들도 존중받는다고 느낄 수 있도록 하겠다. 권력이 집중된 상태에선 밀실행정이 이뤄지고 최경희 전 총장 같은 사태가 난다. 임기 중에 투명하고 공정한 시스템, 구성원 모두 존중받는 문화, 그리고 대학 본연의 모습을 찾는 일에 집중하겠다.” ―대학 내 비정규직에 대한 관심이 많다고 들었다. 이대 비정규직은 어느 정도인가. “이대는 40%가량이 비정규직이다. 결국은 재정 문제다. 눈에 보이는 비용도 있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비용도 생각해야 한다. 기득권인 정규직의 양보가 필요하다면 충분히 그런 방향도 생각해볼 수 있다. 대화를 통해 해법을 모색해 나가겠다.” 최근 이대 로스쿨의 한 남자 교수가 ‘이대 나오고 결혼 안 하면 이대 총장 된다’는 막말로 물의를 빚었다. 이대의 기혼 총장 기록은 장상 총장 때 이미 깨졌다. 김 신임 총장 역시 아들을 둔 기혼 총장이다. 이번에 총장 후보로 나선 8명이 모두 여성이었다. ―이대는 폐쇄적이라는 이미지가 있다. 일각에선 이대에서도 남자 총장이 나와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있다. “이화여대에 남자 총장도 물론 나올 수 있다. 다만 서울대나 고려대 연세대 등 남녀 공학들의 절반 정도가 여자 총장이 되는 시기에 가능하지 않을까. 아직까지 학내 구성원들 사이에서 여성 공간을 지켜나가야 한다는 생각이 크다. 이화여대가 폐쇄적, 소극적이라지만 앞으로는 변할 것이다.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언제든지 얘기해 달라.” ―한때 이대를 다녔던 정유라 씨(21·여)가 입국한다. “이제는 자신의 삶에 주인이 돼야 한다고 말해주고 싶다. 한 가지 덧붙여서 하고 싶은 말은 누구나 삶에서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 지금 정 씨 본인에게 발생한 일들이 참 감당하기 어려운 일일 것이다. 그런 일에 굴하지 말고 이겨 나가라고 조언해 주고 싶다.” ―당시 시위하던 학생들은 아직도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는데…. “내가 대학 다니던 시절만 해도 경찰과 싸우는 게 당연했다. 요즘 학생들은 다들 곱게 자라지 않나. 자신을 보호해야 할 경찰과 울타리가 돼야 할 학교가 자신들에게 그런 일을 했다는 배신감에 충격을 받은 것 같다. 처음엔 학교가 치료비를 보조해 주려고 해도 신원이 드러나면 불이익을 받을까 봐 신청도 안 하더라.” ―평생교육 단과대(미래라이프대) 사태는 정부 지원을 따내려다 빚어졌다. 재원 확보 방안으로 ‘기부금’을 내세웠는데 충분할 것으로 보나. “대학은 비즈니스맨이 아닌 사람을 키우는 곳이다. 기부자들도 학생을 위한 장학금을 달라고만 해서는 주지 않는다. 이화여대가 뭐하는 학교인지 어떠한 비전을 가지고 있는지 보여줘야 한다. 가치를 보여주는 일들을 우선으로 해서 기부자들이 기부하고 싶은 대학, 세상 어디에도 없는 여자대학을 만들겠다.” 김 총장은 취임사에서 도전을 강조한다. 그는 “이화의 힘은 남이 걷지 않는 길을 걷는 데서 나온다”면서 “항상 새로운 도전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장의 임기는 2021년 2월까지다.정리=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
경찰이 ‘스웨덴식 대화경찰’을 롤모델로 삼아 집회 현장에 살수차와 차벽을 원칙적으로 배치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경찰청은 이 같은 내용을 27일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 보고할 계획이다. 경찰청은 26일 “집회 시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기 위해 살수차와 차벽을 배치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예외적인 경우에만 배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집회 관리 수요가 줄어드는 만큼 경비 경찰 정원을 감축하는 안도 검토하고 있다. 지금까지 경찰은 물리적 충돌이 우려되거나 대규모 인원이 참가하는 집회가 열리면 살수차와 차벽을 현장에 배치했다. 새 정부 업무보고 자료에는 집회 전 시위대와 경찰 사이를 오가며 중재 역할을 맡는 스웨덴식 ‘대화경찰’을 모델로 삼아 집회 주최 측이 자율적으로 집회를 운영토록 하는 방안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스웨덴 경찰은 2001년 진압 과정에서 시위 참가자가 사망하자 진압보다 예방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대화경찰을 도입했다. 차벽과 살수차 배치를 고수하던 경찰의 변화는 숙원인 수사권 독립 때문이다. 전날 청와대가 “수사권을 받고 싶으면 인권 친화적 경찰이 돼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검경 수사권 조정 국면에서 2015년 살수차 물포를 맞고 사망한 농민 백남기 씨 사건이 아킬레스건으로 꼽혔다”며 “인권 보호와 엄정한 법 집행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을 방안을 업무보고에 포함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선 “살수차와 차벽이 경찰과 시위대의 직접적인 충돌을 막은 효과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박훈상 tigermask@donga.com·황성호 기자}

지난해 11월 대학가는 실로 오랜만에 뜨겁게 달아올랐다. ‘최순실 국정 농단’이 불거지면서 전국 대부분의 대학이 시국선언을 발표했고 학생들은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흡사 6월 항쟁이 뜨겁게 이어지던 30년 전의 모습이었다. 그로부터 6개월 후 대학가는 다시 들썩이고 있다. 5월 셋째 주부터 대부분의 대학에서 축제가 열리고 있다. 최악의 취업난에 맞닥뜨린 학생들이지만 그래도 축제 현장에서는 한껏 흥을 내고 있다. 사실 10여 년 전부터 지나친 상업화로 대학 축제의 본질이 사라졌다는 지적이 계속됐다. 폭음과 성(性) 추문이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올해 대학 축제의 분위기는 조금 다르다. 여전히 술이 넘치고 비싼 출연료의 인기 가수들의 공연이 이어지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소외된 이웃을 돌아보고 왜곡된 사회 현실을 꼬집으려는 움직임이 축제 현장에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2017년 대학 축제의 현장을 둘러봤다.이름도 내용도 ‘바꿔 바꿔’ 올해 서울대 축제의 이름은 ‘뭔 나라 이런 나라’다. 심화되는 빈부격차, 높은 청년실업률 등을 풍자한 것이다. 최근의 정치적 문제들을 꼬집는 뜻도 담겨 있다. 지난해에는 1학기 때 ‘서울대공원’, 2학기 때 ‘쇼윈도탈출’이었다. 둘 다 쌓인 스트레스를 실컷 풀어보자는 뜻이 강했다. 김진희 서울대 축제기획단장(23·여)은 “놀이문화 안에서도 최대한 우리가 사회에 목소리를 낸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화여대 축제명은 ‘梨이루다’. ‘이화를, 변화를, 다함께 이루다’라는 의미다. 지난해 평생교육 단과대(미래라이프대) 설립 문제와 최순실 씨(61·구속 기소) 모녀의 이른바 ‘학사 농단’ 사태로 홍역을 치른 탓인지 다 같이 아픔을 딛고 다시 일어나자는 뜻이 담겼다. 한양대의 ‘하이 파이브(HY-five)’에는 더욱 특별한 의미가 있다. 그동안 축제를 함께 즐기기 어려웠던 성적 소수자와 한국으로 온 유학생, 장애학생 청소노동자 혼밥혼술족 등도 참여한다는 의미에서 이런 제목이 붙었다. 제목만 바뀐 것이 아니다. 한양대생들은 성적 소수자 이해의 장을 마련했다. 자신의 친구가 성적 소수자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것이다. 통통 튀는 사회 참여형 프로그램도 선보였다. 이화여대와 고려대는 올해 랩 대항전을 펼쳤다. 이화여대에서 열린 ‘이화래퍼’에서는 ‘대동, 변화, 연대’ 등의 단어를 넣으면 가산점을 줬다. 고려대 랩 대항전에서도 취업난 등 각박한 현실을 풍자하는 노래가 나왔다. 이화여대 축제장에서는 도박 예방 활동도 펼쳐졌다. 이름하여 ‘이대 나온 타짜’. 영화 타짜에서 배우 김혜수가 도박 단속 경찰관에게 “나, 이대 나온 여자야”라고 말한 것에서 딴 이름이다. 간호학과 학생들로 이뤄진 일명 ‘도박문제예방활동단’은 ‘도박의 빚을 희망의 빛으로!’라는 슬로건을 외치며 캠페인을 펼쳤다. 한 학생은 “수업이 끝난 뒤 친구들과 술 마시러 왔다가 들렀는데 이처럼 의미 있는 일을 벌이는 모습에 감동받았다”고 말했다. 세월호 3주년에 맞춰 부스를 연 동아리 ‘화인’은 활동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각종 음료와 폰케이스를 팔았다. 화인은 세월호 관련 노래에서 따온 것으로 ‘지울 수 없는 불도장’이라는 뜻이다. 사회학과 4학년 구모 씨(24·여)는 “축제라고 하면 학생들이 놀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우리는 사회 참여 목소리를 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세월호 참사를 추모하는 데 필요한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축제 때 부스를 차렸다”고 말했다. 11일 서울 동작구 중앙대 축제에서 열린 ‘말하는 대로’라는 행사에서는 학생들이 직접 마이크를 잡고 사회에 대한 울분을 토해냈다. 이화여대 중국인 유학생들은 고국에서 가져온 물품과 기증받은 물품으로 자선 바자회를 열어 수익금을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 기부했다.시대상 투영된 5월의 축제 대학 축제는 시대상을 반영한다. 그 시절 사회 상황에 따라 청춘의 5월도 달라지는 것이다. 자유의 바람이 불 때는 함께 어울려 스트레스를 푸는 날이었고, 독재에 대항하던 시기에는 저항의 상징이었다. 국가기록원에 따르면 현대적 형태의 대학 축제는 1956년 10월 신흥대(현 경희대)에서 처음 열렸다. 대중적으로 대학 축제가 조명받기 시작한 것은 1960년대부터. ‘축전’으로 불린 당시 대학 축제 분위기는 서양문화 따라잡기였다. 가장 인기를 끈 행사는 남녀가 어울리는 쌍쌍파티였다. 1964년 5월 숙명여대에서는 ‘가든파티’가 열렸다. 인기 좀 있다는 남녀 대학생들의 사교의 장이었다. 70여 명이 참석한 파티에는 공군사관학교와 육군사관학교 학생대표가 함께 모여 불고기를 먹었다. 칵테일이 곁들여진 가운데 가야금으로 재즈를 연주하는 여대생도 있었다. 한국의 대학 축제를 대표하는 ‘고연전(연고전)’도 1965년 현재와 같은 야구, 축구 등 5개 종목의 형태로 자리 잡았다. 대학 축제가 서구문화에 치우치는 것에 대한 지적도 높아졌다. 1968년 ‘한국레크리에이숀’이라는 단체가 서울 소재 13개 대학의 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민속적인 프로그램이 많이 포함되기를 바란다”는 의견이 77%가 나왔다. 연구를 진행한 측은 “농촌을 기반으로 축제가 진행되다 서구문화의 영향으로 부조화가 생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1970년대는 대학 축제에도 저항의 물결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이는 박정희 전두환 정권을 거치면서 점차 고조돼 1980년대 후반까지 이어졌다. 대학 축제가 반정부 시위로 변하는 양상이 지속되자 전두환 정권은 1981년 ‘국풍81’이라는 대규모 행사를 열었다. 이른바 관제 대학 축제인 셈이다. 당시 정권은 또 학생회를 견제하기 위해 ‘학도호국단’을 만들어 학술행사 위주의 관제 축제를 캠퍼스에서 열도록 했다. 하지만 대학 축제를 통한 저항의 열기는 더욱 뜨거워졌다. 대학 축제에 ‘대동제’라는 단어가 붙은 것도 1980년대 중반 무렵이다. 1985년 연세대 총학생회장이었던 정태근 전 의원은 “축제 개폐막식은 항상 민주화 시위로 이어졌다”며 “축제 기간에는 군사정권을 풍자하고 비판하는 다양한 공연이 펼쳐졌다”고 말했다. 씨암탉 잡기부터 메이퀸까지 “육사 군악대의 왈츠에 맞춰 메이퀸이 졸업생으로 구성된 32명의 시녀들을 거느리고 입장한다. … 청초한 한복 차림의 여왕이 왕관을 쓸 때 군악대의 팡파르는 신록 우거진 이화여대 캠퍼스를 울려 축제는 절정에 달했다.”(동아일보 1967년 5월 31일자 기사) 1908년 시작된 이화여대 ‘메이퀸’ 행사는 1978년 폐지될 때까지 대학 축제의 상징이었다. 그만큼 선발 기준도 까다로웠다. 단정한 용모는 기본. 성적은 B학점 이상, 키는 160cm를 넘어야 했다. 교우관계가 원만하고 신앙심도 깊어야 했다. 고려대 축제에서는 1962년부터 ‘역사 인물 가상 재판’이 열렸다. 학생들이 가상 재판소를 꾸려 역사적 인물들을 피고인으로 소환하는 것이다. 대상은 흥선대원군부터 메릴린 먼로까지 다양했다. 1967년 피고인으로 소환된 중국 당나라의 시인 이태백은 “술 향한 일편단심 변할 줄 있겠느냐” “가두어 보시오. 병보석으로 하루 만에 나올 테니” 등의 발언으로 웃음을 자아냈다. 공대생 200여 명이 운동장에 풀어 놓은 씨암탉 4마리를 잡기 위해 뛰어다니는 우스꽝스러운 풍경도 펼쳐졌다. 1990년 서울대 축제에서 열린 ‘씨암탉 잡기 대항전’이다. 1962년 이화여대 축제에선 국내 최초로 포크댄스 행사가 열렸다. 당시 500환에 초대권을 사고 당첨된 남학생 600명은 이화여대 재학생들과 포크댄스 ‘스텝’을 배우며 1시간가량 춤을 췄다. 1976년 건국대에서는 ‘우유 마시기 대회’가 열렸다. 300mL 우유통을 가장 빨리 비운 기록은 3초. 종목도 ‘빨리 마시기’ ‘멋있게 마시기’ ‘커플 대항전’ 등 다양했다. 그중에서 손을 교차해 연인에게 우유를 먹여주는 커플 대항전이 학생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그들만의 파티 아닌 모두의 축제로 유럽과 미국에서는 대학 축제가 지역공동체 행사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또 단순히 먹고 노는 축제가 아니라 지역사회에 봉사하는 활동이 함께 이뤄진다. 독일 하이델베르크대의 축제는 6월 도심 광장에서 열린다. 이곳에 공연장과 동아리들의 부스가 마련돼 학생과 시민이 함께 축제를 즐긴다. 미국 데이비스 캘리포니아대(UC데이비스)의 4월 축제는 지역 주민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다. 학교의 대표 밴드가 앞장선 가운데 동아리들이 줄지어 마을을 돌며 퍼레이드를 벌인다. 행렬에는 학생뿐 아니라 마을 주민과 경찰 등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미국 인디애나주립대를 졸업한 류모 씨(27)는 “한국의 대학 축제는 젊은이만 있지만 미국의 대학 축제에는 가족 단위로 즐기러 오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한국의 대학 축제도 결국 시민들도 함께하면서 지역사회 공동체 행사로 바뀌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주민들이 함께 호흡하고 소통할 수 있는 프로그램 개발이 시급하다”며 “대학생들이 내부적으로 자족하는 데 머물지 말고 대학이 뿌리내리고 있는 지역사회와도 다양한 방식으로 교류해야 한다”고 말했다.신규진 newjin@donga.com·황성호 기자}
세월호 인양 업체인 중국의 상하이샐비지가 한국 정부에 추가 비용 지급을 다시 요구하기로 했다. 요구 금액을 당초보다 증액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상하이샐비지 관계자는 “새 정부가 해양수산부 장관을 임명하면 다음 달 중하순경 인양에 추가로 쓴 329억 원의 지급을 다시 요구할 계획”이라고 21일 밝혔다. 한국 정부와 상하이샐비지가 계약한 인양비용은 916억 원이다. 그러나 지난해 인양 방식 변경으로 리프팅빔을 설치하고 준비 기간도 5개월가량 늘어나면서 329억 원을 추가로 집행했다. 상하이샐비지는 지난해 11월부터 지급을 요구했다. 이에 따라 대선 직전인 2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심의가 이뤄졌지만 결국 예산에 포함되지 않으면서 지급이 보류됐다. 상하이샐비지는 새로운 한국 정부가 출범한 만큼 추가 비용 지급을 적극 요구할 방침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329억 원은) 우리 측 요구로 지출한 것이기 때문에 지급하는 것이 맞다”며 기획재정부와 구체적인 지급 시기 등을 다시 협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또 상하이샐비지는 세월호 무게가 수차례 바뀌어 인양이 지연되면서 쓴 비용도 한국 정부에 요구하는 방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상하이샐비지 관계자는 “세월호 무게가 예상과 달리 3000t 이상 늘어났고 이로 인해 인양이 늦어지면서 지출한 돈도 상당하다”고 말했다.신규진 newjin@donga.com·황성호 기자}

정부는 특수활동비를 ‘기밀 유지가 요구되는 정보 및 사건 수사, 기타 이에 준하는 국정 수행 활동에 직접 소요되는 경비’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현행법상 영수증을 첨부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기획재정부의 ‘2017년도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 집행 지침’에는 현금 사용을 자제하고 집행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만 규정돼 있다. 이 때문에 ‘눈먼 돈’으로 전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18일 한국납세자연맹에 따르면 지난해 특수활동비로 편성된 예산은 전년보다 59억 원 늘어난 8870억 원이었다. 기관별로는 국가정보원이 4860억 원으로 가장 많았고 국방부(1783억 원), 경찰청(1298억 원), 법무부(286억 원), 청와대(266억 원), 국회(79억 원) 순이었다.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간 정부의 특수활동비 예산 편성액은 모두 8조5631억 원에 달했다. 각 기관은 구체적인 사용처를 공개하지는 않고 ‘총액 편성, 총액 결산’이 이뤄진다. 국정원의 특수활동비는 그 내용이 공개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특수활동비에 인건비 등이 포함돼 다른 기관보다 규모가 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경찰에서는 기밀 유지가 필요한 정보활동을 하거나 사건을 수사할 때 드는 돈을 보전하는 데 특수활동비를 쓴다. 국정원이 통제하는 정보비와 일반 예산인 수사비로 나뉜다. 정보비는 감사 대상에서 제외되는 ‘깜깜이 예산’이다. 국회에서는 국회의장단, 상임위원장, 원내대표 등이 특수활동비를 지급받는다. 국회 관계자는 “상임위원장의 경우 매달 1000만 원 정도 지급되는 활동비를 여야 간사들과 나누고 상임위 회의나 간담회를 할 때 주로 활용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특수활동비에 엄격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문 대통령은 17일 법무부와 검찰에 대한 감찰 지시를 내린 뒤 참모들에게 “청와대가 먼저 특수활동비를 축소하고 투명하게 사용하는 모범을 보이고 싶다”며 “대통령과 가족의 생활비를 직접 부담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송찬욱 song@donga.com·한상준·황성호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스승의 날’인 15일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기간제 교사 김초원 씨(당시 26세·여)와 이지혜 씨(당시 31세·여)의 순직 처리를 지시했다. ‘불가(不可)’ 원칙을 고수하던 인사혁신처는 “순직 인정 절차를 신속히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윤영찬 대통령국민소통수석비서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제는 세월호 기간제 교사 순직 인정에 대한 논란을 끝내고 고인의 명예를 존중하며 유가족을 위로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이들 기간제 교사에 대한 순직 인정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문 대통령은 순직 처리를 지시한 뒤 김 교사의 부친 김성욱 씨(58)와 통화했다. 김 씨가 감사의 뜻을 전하자 문 대통령은 “정부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한 것이기에 감사받을 일이 아니다”며 “스승의 날이라 얼마나 마음이 더 아프겠느냐”고 위로했다. 이어 “제도를 바꿔서 정규직이든, 기간제든 공직 수행 중 사고가 나면 순직 처리를 꼭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씨는 세월호 희생 교사 유족 대표를 맡고 있다. 그동안 인사처는 4만6000여 기간제 교사가 교육공무원법상 공무원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공무원연금법상의 순직을 인정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날 문 대통령의 지시가 있은 지 5시간여 만에 보도자료를 내고 “그동안 기간제 교사에 대한 순직 인정은 ‘세월호 피해지원법’을 개정해 반영하는 것을 검토했지만 국회의 법 개정이 늦춰져 왔다”며 “공무원연금법에서 ‘대통령령으로 인정하는 자’도 가능하다고 규정돼 있는 만큼 시행령 개정을 포함한 다양한 대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행령 개정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인사처 관계자는 “산업재해 보상을 맡고 있는 고용노동부, 국가유공자법상 예우 여부를 결정하는 국가보훈처 등과의 협의가 필요하다”며 “당장 확정된 시기와 방안을 내놓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 이전의 공무 수행 중 다치거나 숨진 이들 측에서 소급 적용을 요구할 수도 있다. 1년 가까이 정부를 상대로 소송 중인 유족들은 “눈물이 날 정도로 고맙다”며 반겼다. 김 씨는 “어제까지만 해도 ‘초원이가 살아있으면 스승의 날에 제자들과 맛있는 음식도 먹었겠지’ 하면서 하루 종일 마음이 편치 않았다”며 “오늘은 대통령 지시에 오전 내내 고마움의 눈물을 흘렸다”고 말했다. 이 교사의 아버지 이종락 씨(63)도 “문 대통령이 후보 시절에 약속한 것을 잊지 않고 지켜줬다”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김 씨는 지난해 6월 서울행정법원에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유족급여 및 유족보상금 청구서 반려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이 교사의 유족들은 소송에 참여하지 않았다. 다음 달 15일 1심 선고가 예정돼 있지만 순직이 인정되는 대로 김 씨는 소를 취하할 것으로 보인다. 순직 인정 절차가 늦어지면 선고 기일 변경을 요청할 수 있다.황태호 taeho@donga.com·유근형·황성호 기자}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광명 사거리에서 한 정당의 대선 유세가 펼쳐졌다. 후보는 없었지만 당 관계자와 선거운동원 수십 명이 모여 후보 이름과 구호를 외쳤다. 유세차량에 달린 확성기에서도 지지 호소가 이어졌다. 현장을 지나던 시민 중 일부는 소음 탓인지 귀를 막거나 인상을 찌푸렸다. “약속 장소에 왔는데 시끄러워서 전화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다”며 자리를 피하는 사람도 있었다. 같은 시간 이곳에서 170m가량 떨어진 곳에는 다른 정당의 유세차량도 서 있었다. 후보가 직접 나서서 거리를 돌며 시민들과 인사했다. 차량에서는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는 방송이 끝없이 되풀이됐다. 유세차량 주변에서는 바로 옆 사람의 목소리도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두 정당의 선거운동이 비슷한 시간에 진행되면서 광명 사거리 일대는 ‘유세 소음’으로 가득 찼다. 두 곳의 소음도를 측정해보니 평균 85dB(데시벨)을 웃돌았다. 지지자가 연설할 때는 순간적으로 100dB에 육박했다. 비행기가 이륙할 때 소리가 100dB 수준이다. 동아일보 취재진이 유세 현장 4곳을 점검한 결과 평균 소음이 85dB이었다. 이는 대형 버스가 내는 소음(90dB)에 육박하는 수치다. 일부 후보의 유세 현장에서 측정된 소음은 100dB이 넘었다.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지난달 17일부터 이달 4일까지 경찰에 접수된 선거 소음 민원은 하루 평균 193건(총 3486건)에 달한다. 하지만 선거운동 소음이 아무리 심해도 법적으로 제지할 수가 없다. 공직선거법에 소음 관련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공직선거법에는 차량 확성기의 경우 오전 7시∼오후 10시에만 쓸 수 있도록 하는 등 시간과 장비에 대한 기준만 있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는 낮 시간에 집회와 시위의 소음이 75dB을 넘지 못하게 하는 규정이 있지만 선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정당들도 역효과를 우려해 밤 유세나 주택가 유세는 알아서 자제하는 분위기다. 한 정당 관계자는 “민원이 많다 보니 선거 유세를 유동인구가 많은 곳 위주로 오후 8시에는 마무리하고 주택가 유세는 잘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조동욱 충북도립대 의료전자학과 교수는 “일반적으로 80dB만 넘어도 불쾌감을 느끼고, 100dB이 넘으면 대화가 안 되는 수준”이라며 “선거 운동에도 적절한 소음기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광명=황성호 hsh0330@donga.com / 김예윤 기자}
고려대와 연세대의 체육특기자 입학 문턱이 크게 높아진다. 입학 후 학사관리도 대폭 강화된다. ‘제2의 정유라’를 막기 위해서다. 두 학교의 정기 체육 교류전인 고연전(연고전)에 일반 학생을 참여시키고 문화 교류를 포함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고려대와 연세대는 26일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2021학년도 입학하는 체육특기자부터 강화된 입학 및 학사관리 기준을 적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두 학교가 합의한 원칙은 △체육특기자에게 최저학력 기준 적용 △철저한 학사관리를 통해 학업과 운동 병행 △교우회 동문회 등 외부 단체의 운동부 관여 금지 등이다. 학생들에게 운동뿐 아니라 충실한 학업생활을 통해 졸업 후 사회활동의 폭을 넓혀주자는 취지다. 새 기준은 현재 중학교 3학년부터 적용된다. 2021학년도 전형 때 두 학교는 체육특기자 입학점수에서 고교 내신과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을 최대 70%까지 반영한다. 현재는 운동능력이 70%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내신과 수능의 정확한 반영 비율은 정해지지 않았다. 양교는 구체적인 입시 계획을 올여름 발표할 계획이다. 염재호 고려대 총장은 “구체적인 기준은 교육부 정책 등을 토대로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1965년 정식 시작된 고연전(연고전)을 체육 외 영역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현재 고연전(연고전)은 축구와 야구, 농구 등 5개 종목에 걸쳐 엘리트 선수 중심으로 치러진다. 향후에는 일반 학생이 중심이 된 경기와 문화 행사가 함께 벌어지는 형태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 양교 총장은 고연전(연고전)의 형식 변화에 일정 부분 공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용학 연세대 총장은 “앞으로는 ‘연고전(고연전)’으로 부르지 않고 ‘연고제(고연제)’라고 부를 수 있는 모습으로 바꾸겠다”고 설명했다. 걸림돌은 양교 졸업생들의 반발이다. 엘리트 선수 중심에서 일반 학생 위주로 행사가 바뀌면 흥미가 떨어진다는 이유다.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

서울대병원 소속 전현직 교수 18명이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한꺼번에 적발됐다. 지난해 9월 청탁금지법 시행 후 단일 사건에 20명 가까이 연루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은 정년퇴직하는 교수에게 감사의 뜻으로 돈을 모아 고가의 골프채를 선물했다가 입건됐다. 국민권익위원회와 경찰은 이를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판단했다. 교수들은 관례에 따라 선의로 준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700만 원짜리 ‘퇴직 선물’이 말썽 서울 혜화경찰서는 전 서울대 의대 교수 A 씨와 같은 과 후배 교수 등 총 18명을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최근 검찰에 기소의견 송치했다고 25일 밝혔다. 올 2월 퇴직한 A 씨는 현직 때인 지난해 12월 2차례에 걸쳐 서울대병원·분당서울대병원·보라매병원 소속 후배 교수 17명으로부터 일본산 ‘마루망’ 골프 아이언 세트와 드라이버 1개를 받았다. 가격은 약 730만 원. 얼마 뒤 A 씨와 같은 병원에 근무하는 사람이 이 사실을 권익위에 제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사건을 이첩 받은 경찰이 수사에 나섰고, 교수들은 퇴직 선물이 의대의 오랜 전통이라고 해명했다. 정년 퇴직하는 교수에게 후배 교수들이 돈을 걷어 선물을 한다는 것이다. 평소 월급에서 일정액을 조금씩 모으고 모자란 돈은 더 걷기도 한다는 것. A 씨에 앞서 정년퇴직한 교수들도 황금열쇠 등을 선물로 받았다고 한다. 이런 전례에 비춰 A 씨가 받은 선물이 비싼 편이 아니라는 게 교수들의 해명이다. A 씨의 후배 교수 17명은 골프채 선물을 위해 1인당 평균 50만 원 가까이 냈다. 선물을 주고받을 당시 A 씨는 “받아도 되는 것이냐”며 사양했다. 청탁금지법이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후배 교수들은 “청탁금지법 교육을 받았는데 핵심은 청탁과 대가성 등의 문제다. 설마 정년퇴직 선물까지 문제를 삼겠느냐”며 선물을 건넸다. A 씨는 “법에 저촉되는 것인 줄 알았으면 받지 않았을 것”이라며 “골프채 값에 해당하는 돈을 과 사무실에 돌려줬다”고 해명했다.○ 관례라도 100만 원 넘으면 위반 교수들은 관례라고 해명했지만 권익위와 경찰은 분명한 청탁금지법 위반이라는 의견이다. 청탁금지법은 공직자 등이 직무 관련성과 상관없이 1회에 100만 원을 넘는 선물을 받으면 형사처벌을 받도록 하고 있다. 100만 원 이하의 금품을 받았을 때는 직무 관련성이 있는 사람이 준 경우 받은 금품의 2∼5배에 이르는 과태료가 부과된다. 주는 사람, 받는 사람 모두에게 과태료와 형사처벌이 적용된다. 서울대 의대 교수였던 A 씨도 이에 해당한다. 경찰 관계자는 “A 씨가 퇴직 이전에 받았기 때문에 처벌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만약 교수들이 A 씨가 퇴직한 2월 말 이후 선물을 줬으면 처벌을 피할 가능성이 높았다. 청탁금지법은 직무와 관계된 인물들이 주고받는 금품을 모두 대가성으로 본다. A 씨가 퇴직 후 별다른 일을 하지 않고 이때 선물을 줬으면 처벌 대상이 아닌 것이다. 권익위 관계자는 “A 씨가 퇴직한 뒤 병원을 차리거나 병원과 관련된 일을 한 상태에서 금품이 오갔다면 이 역시 처벌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 처벌 수위에 관심 앞으로 이들에 대한 검찰 수사가 마무리되면 기소 여부가 결정된다. 이들이 재판에 넘겨져 유죄가 확정될 경우 처벌 수위에 대해서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기존의 청탁금지법 위반 사례와는 성격과 규모가 다르기 때문이다. 청탁금지법을 위반하면 최고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낼 수 있다. 권익위 관계자는 “이번과 같은 사건은 처음 있는 일이라 추후 법원의 판결을 봐야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건 관계자들은 법원의 판단을 존중하며 기다리겠지만 다소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정년퇴직 선물에도 적용되는 청탁금지법이 가혹하다는 것이다. A 씨와 후배 교수들은 경찰 조사 이후 연락도 뜸해진 상태라고 한다. A 씨는 “내가 잘했다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나라 정서에 제자이기도 한 후배들이 정년퇴직 선물을 주는 일에까지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과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은 법원의 판단을 지켜보고 있다. 병원 관계자는 “교수들이 순수한 취지로 한 일이지만 법원의 판결에 따라 향후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황성호 hsh0330@donga.com·김예윤·구특교 기자}
한겨레신문 선후배 기자가 술자리에서 다투다 한 명이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서울 중부경찰서는 한겨레신문사 문화스포츠에디터석 기자인 손모 씨(53)를 밀쳐 숨지게 한 혐의(폭행치사)로 같은 회사 국제에디터석 기자 안모 씨(47)를 긴급체포했다고 23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사건은 22일 오전 2시경 서울 중구의 한 식당에서 발생했다. 손 씨는 21일 오후 외부 취재 후 안 씨와 함께 술을 마셨다. 이들은 술을 마시던 도중 말다툼을 벌였고 몸싸움으로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안 씨가 손 씨를 옆 테이블로 밀쳤고 의자에 가슴을 부딪힌 손 씨는 갈비뼈와 장기를 다쳤다. 손 씨는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22일 오후 4시경 장기 파열로 숨졌다. 안 씨는 경찰 조사를 받던 23일 오전 2시경 긴급체포됐다. 경찰은 정확한 사인을 파악하기 위해 부검을 실시할 예정이다. 한겨레신문사는 이날 오후 홈페이지를 통해 사과문을 발표하고 “고인의 명복을 비는 한편 유족에게 죄송한 마음을 전한다. 이번 사건의 진상이 명백히 규명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
세월호 선체 수색 이틀째가 지났지만 미수습자를 찾는 일은 더디기만 하다. 1000일 넘게 배 안을 가득 채운 펄을 비롯한 각종 장애물이 수색자의 발목을 잡고 있다. 다만 객실에서 휴대전화 같은 유류품이 속속 나오고 있다. 19일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수색 작업 이틀째인 이날까지 4층 선수(船首) 객실에서 약 3m가량을 파고 들어갔다. 이날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경까지 이어진 수색작업에서 치운 펄만 약 2400kg 분량이다. 작업 첫날인 전날에는 약 4시간 작업을 통해 1m 정도 전진하는 데 그쳤다. 작업 도구는 모종삽. 이 작은 도구로 펄을 일일이 떠내고 있다. 펄을 제외한 선체 내부의 장애물도 함께 제거해야 한다. 속도를 내기가 힘들다. 세월호 선체의 길이는 145m다. 철로 된 벽을 제외하고 선체 내부의 벽은 대부분 무너져 내렸다. 침몰 직후 에어포켓(선박이 뒤집혔을 때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공기가 선내 일부에 남아 있는 현상)이 생길 공간이 그리 많지 않았음을 추정케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인양된 뒤 이날까지 세월호에서 나온 520t에 달하는 펄의 분류 작업도 이르면 20일 시작된다. 펄 안에 유류품이나 미수습자 유해가 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직경 3mm 구멍으로 된 철제망을 사용한다. 해수부는 미수습자 유해가 가장 많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4층을 앞뒤에서 수색하기 위해 선미 부분 객실에도 구멍을 내고 있다. 미수습자 9명 중 4층 선수에 4명, 선미에 2명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날 수색 결과 휴대전화 2개를 비롯한 유류품 41점이 수거됐다. 완전히 복원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이들 휴대전화에 침몰 당시 상황을 보여주는 영상이나 사진이 있을지 유족들은 기대하고 있다. 복원 여부는 2주 후 판가름 날 것으로 전망된다. 세월호선체조사위원회 관계자는 “휴대전화는 발견하자마자 증류수에 담아 보관하고 있다”며 “휴대전화 복구 전문업체에 맡겨 복원 여부를 지켜볼 계획이다”라고 말했다.목포=황성호 hsh0330@donga.com·신규진 기자}

육상에 옮겨진 세월호 선체에서 미수습자 수색이 정식으로 시작됐다. 참사 발생 1098일 만이다. 해양수산부와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는 “미수습자 수색과 침몰 원인 규명을 위한 작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며 “앞으로 3개월가량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18일 밝혔다. 미수습자 수색에 2개월, 침몰 원인 규명에 1개월 정도다. 수색은 선체 정리를 맡은 코리아샐비지와 해경 소방 등으로 구성된 총 9개 팀이 진행한다. 이들은 선체 진입 후 모종삽으로 펄을 제거하며 수색을 진행한다. 내부가 어두워 수색은 해가 지기 전에 종료된다. 안전을 위해 작업자들은 철제 망으로 된 구조물 안에서 일한다. 코리아샐비지 관계자는 “내부에 철로 만들어진 벽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벽이 무너진 상태”라고 설명했다. 유해가 발견되면 작업은 일제히 중단된다. 현장을 보전하고 유해를 옮기기 위한 작업이 시작된다. 유해는 안치실을 거쳐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 옮겨져 3주 동안 신원 확인이 진행된다. 이날 4층에서 본격적인 수색이 시작됐다. 4층에 구멍 4개를 뚫고 먼저 조명과 통풍구 등을 설치했다. 1개의 구멍으로 들어가 내부에서 4시간 동안 작업을 진행했는데 전진 거리는 약 1m에 불과했다. 이 과정에서 이름표가 달린 가방과 옷가지 등 18개의 유류품이 나왔다. 수색은 3층에서도 이어질 계획이다. 해수부와 선조위, 미수습자 가족은 세월호 안에 있던 폐쇄회로(CC)TV와 생존자들의 목격담을 토대로 미수습자의 위치를 3, 4층으로 추정하고 있다. 수습을 위해 유해 발굴 전문가들도 속속 전남 목포시 목포신항으로 모이고 있다. 국방부 유해발굴단은 21일부터 작업에 투입된다. 유해 발굴의 권위자인 박선주 충북대 고고미술사학과 명예교수는 “6·25전쟁 당시 사망한 400명의 유해를 발굴한 경험도 있는 만큼 9명의 유해도 최선을 다해 찾겠다”고 말했다.목포=황성호 hsh0330@donga.com·신규진 기자}

목에서 쇳소리가 나왔다. 헛기침이 말을 막았다. 3년 전에는 막힘없이 나오던 목소리였다. 딸이 살아 있었으니까…. 세월호 참사 희생자인 단원고 김초원 선생님의 아버지 김성욱 씨(58). 3년 동안 김 씨는 참 많이도 울었다. 결국 그는 성대를 잃었다. 그래도 생존 학생 등 고통을 나눈 사람들 덕에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다. 16일은 세월호 참사 3주년이다. 그리고 김 씨의 딸 초원 씨의 생일이기도 하다.○ 목소리마저 고장 난 아버지 초원 씨는 참사 당시 탈출이 쉬웠던 5층에서 마지막으로 목격됐다. 주검은 4층에서 발견됐다. 4층은 단원고 아이들이 있던 곳이다. 아이들의 몸에는 구명조끼가 입혀져 있었지만 초원 씨에게는 없었다. 아버지가 전해 들은 초원 씨의 마지막 모습이다. 초원 씨는 참사 당일 세상에 나왔다. 단원고 아이들은 75명이 구조됐다. 그때까지 아버지는 이후 다가올 시간의 무게를 헤아리지 못했다. 김 씨는 딸의 시신이 발견되고 며칠 뒤 회사를 그만뒀다. 그 대신 매일 오전 경기 안산시 정부합동분향소를 찾았다. 종종 전남 진도군으로 가 미수습자 가족과 함께 돌아오지 않은 이들을 기다렸다. 우울증은 김 씨 가족 모두를 덮쳤다. 김 씨 부부는 잠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 초원 씨의 남동생도 군 전역 후 우울증으로 1년간 대학에 복학하지 못했다. 마음의 병은 몸으로까지 번졌다. 김 씨는 얼마 전 성대 제거 수술을 했다. 그 대신 인공성대를 넣었다. 그는 결국 안산을 떠나 고향인 경남 거창군으로 내려갔다. 단원고 이지혜 선생님의 가족도 비슷한 상황이다. 지혜 씨와 초원 씨는 모두 단원고 기간제 교사였다. 지혜 씨의 아버지 이종락 씨(63)는 2014년 4월 15일이 가슴에 사무친다. 이날 그는 딸을 차에 태우고 학교로 갔다. “사고가 나면 학생이 우선일까요, 제가 우선일까요”라는 딸의 질문에 무심코 “학생이 우선”이라고 답한 것이다. 이 씨는 참사 후 몸무게가 10kg이나 빠졌다. 그 역시 안산을 떠났다. 이 씨는 “아내는 세월호 인양 이후 우울증이 더 심해졌다”고 전했다.○ 그저 딸의 삶을 인정받고 싶어서 두 아버지는 2014년 6월 딸들의 죽음을 순직으로 처리해 달라고 공무원연금공단에 요청했다. 하지만 공단은 “공무원연금법상 기간제 교사는 공무원이 아니어서 순직으로 볼 수 없다”며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 신청을 하라”고 밝혔다. 순직과 산재에 따른 보상은 별 차이가 없다. 두 아버지가 나선 건 학생들을 사랑했던 딸의 마음이 인정되길 바랐던 것이다. 2015년 가을 김 씨와 이 씨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온몸을 아스팔트 바닥에 던지는 오체투지(五體投地)를 했다. 하지만 바뀌는 건 없었다. 2016년 6월 공단을 상대로 소송을 시작했다. 다음 달 초 서울행정법원에서 4차 변론이 열릴 예정이다.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지난달 말 “안타깝지만 법률적 방법이 없다”며 “기간제 교사가 4만6000명인데 두 교사에 대해서만 공무원연금법을 적용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 이제 생존 학생들의 ‘아버지’로… 3년을 버틴 건 기꺼이 두 사람의 힘이 돼 준 사람들 덕이었다. 김 씨에게는 딸이 가르쳤던 단원고 생존 학생들이 큰 힘이 됐다. 그는 초원 씨가 담임을 맡았던 2학년 3반 학생들을 데리고 여러 차례 밥을 먹었다. 아이들과 카카오톡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서로를 위로했다. 한 생존 학생은 김 씨와 갔던 빵집 앞을 지나다 “아버지(김성욱 씨)가 문득 생각났다”며 전화를 했다. 이 씨에게도 생존 학생들이 든든한 버팀목이다. 한 학생은 잊을 만하면 이 씨에게 전화를 걸어 위로했다. 딸이 담임이었던 2학년 7반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아이였다. 참사 당일 이 씨에게 전화를 걸어 “선생님 숙소가 5층이었으니 오늘 구조된 사람들처럼 살아나올 거다”라고 말했던 학생이다. 두 아버지는 “딸이 눈앞에 없어 마음이 아픈데 차별받아 더 아프다”며 “그래도 학생들과 국민에게 정말 고맙다”라고 말했다.안산=신규진 newjin@donga.com / 황성호 기자}

세월호가 전남 목포신항 부두에 거치되면서 12일부터 미수습자 수색을 위한 본격적인 준비 작업이 시작됐다. 중국 업체인 상하이샐비지는 인양을 마무리 짓고 세월호 침몰 현장에서 수중 수색에 집중하고 있다. 사실 업체 선정부터 최종 인양 종료까지 상하이샐비지를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인양 비용이나 방식, 시기 그리고 한국 정부와의 계약 관계 등을 놓고 여러 의혹이 제기됐다. 인양 비용도 그중 하나다. 훙충(洪충·사진) 상하이샐비지 사장은 12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인양을 위해 빌린 돈은 총 1억3000만 달러(약 1492억 원)”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알려진 대출금(1억 달러·약 1141억 원)보다 무려 300억 원 이상 많은 돈이다. 자체 조달한 사업비를 감안하면 실제 비용은 최소 1500억 원을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가 추가 비용을 낸다는 소문을 부인했다. 훙 사장은 “모듈 트랜스포터(육상 이동 장비) 등 추가로 장비를 투입한 비용도 우리가 부담한다”며 “이는 계약서에 있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그는 “개인적인 심정으로는 (인양으로 발생한) 적자를 한국 정부로부터 보전받고 싶다”고 말했다. 계약 당사자인 해양수산부가 상하이샐비지에 줄 돈은 900억 원을 조금 웃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한국 정부가 일부러 세월호 인양을 미뤘다는 소문에 대해선 강하게 부인했다. 훙 사장은 “세월호를 들어올리는 리프팅빔 설치 과정 등에서 3개월이 지연됐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이를 증명할 수 있다는 자신감의 상징으로 ‘정밍(증명·證明)’이라는 단어를 수차례 언급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한중 갈등 고조가 인양 지연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일축했다. 하루 지연 때 수억 원의 손실을 보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 인양을 지연시킬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훙 사장은 “감독업체(TMC)도 현장에 있기 때문에 (인양 지연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강조했다. 최저가 응찰도 부인했다. 훙 사장은 “우리보다 더 낮은 가격으로 입찰에 도전한 업체도 있었다”며 “낙찰 성공은 가격보다 회사의 기술력이 인정받은 결과”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해수부는 “상하이샐비지가 최저가로 응찰한 것이 맞다”고 설명했다. 상하이샐비지의 입찰액은 851억 원이었다.목포=황성호 hsh0330@donga.com·신규진 / 김배중 기자}
세월호가 참사 발생 1091일 만에 육상에 완전히 거치됐다. 이로써 모든 인양 과정이 마무리됐다. 이르면 다음 주 초부터 미수습자 수색 등 다음 과정이 시작된다. 침몰 원인 규명을 위한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도 공식 출범했다. 11일 해양수산부는 “세월호를 육상으로 옮겨 고정하는 작업이 완료됐다. 이제 인양이 끝나 수색 작업 등 다음 단계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2015년 8월 7일 인양 작업이 시작된 지 613일, 세월호가 물 위로 떠오른 지 20일 만이다. 세월호를 싣고 육상으로 옮긴 모듈 트랜스포터(육상 이동 장비) 600대가 이날 선체 밑에서 모두 빠져나오면서 육상 거치가 끝났다. 세월호는 선체 변형이 발견돼 계획보다 바다에 더 가까운 지점에 거치됐다. 세월호가 고정된 전남 목포시 목포신항 부두에는 12일까지 현장수습본부가 만들어진다. 미수습자를 찾기 위한 조직뿐 아니라 입관과 추모식을 담당하는 장례지원팀 등도 현장에 꾸려진다. 현장수습본부는 해수부와 해경 직원 등 전체 100명 안팎으로 이뤄진다. 수색을 위한 각종 장비도 세월호 옆에 설치된다. 미수습자 수색을 위해 26m 높이의 워킹타워 2대가 세워진다. 또 세월호 선체 밖에 안전 난간도 설치돼 작업 인부들이 이동할 수 있게 된다. 해수부 관계자는 “본격적인 미수습자 수색은 이르면 다음 주 중 시작될 예정”이라며 “수색은 배가 눕혀진 상태에서 선수와 선미의 윗부분부터 시작된다”고 설명했다. 선조위는 인력과 사무소 위치를 확정하며 공식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선조위는 50명의 인력을 뽑을 계획이다. 사무소는 목포와 서울에 둔다. 다만 세월호에 알려지지 않은 화물이 더 있는지 살펴보는 등 현장 중심의 조사가 될 예정이기 때문에 목포에서 주로 활동한다. 김창준 선조위 위원장은 “세월호 관련 노하우가 있는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인력을 중심으로 채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인양 업체인 상하이샐비지 측은 이날 세월호 인양 작업으로 적자를 냈다고 밝혔다. 상하이샐비지는 세월호 인양 입찰 때 최저가를 써 내 선정됐다. 해수부는 상하이샐비지에 916억 원을 지급한다고 밝힌 상태다. 상하이샐비지 측은 “현재 은행에서 1억 달러(약 1146억 원)의 대출을 받았다. (인양 작업을 위해 쓴) 정확한 금액은 추가적인 계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목포=황성호 hsh0330@donga.com·신규진 / 조윤경 기자}

육상으로 이송된 세월호의 완전 거치는 11일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당초 전남 목포신항 부두 한쪽 끝에 거치될 계획이었으나 예상보다 선체의 변형이 심각해 현 위치에 그대로 거치된다. 10일 해양수산부와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는 “세월호에서 휘어짐 등 선체 변형이 발견됐다. 추가 손상을 막기 위해 현 위치에 배를 거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바다에서 40m 떨어진 곳이다. 해수부는 이날 곳곳에서 선체나 내부 시설이 뒤틀리거나 휘어진 것을 발견했다. 이에 따라 구체적인 손상 부위 파악에 나섰다. 이런 현상이 침몰 과정 또는 인양 과정에서 발생한 것인지에 대한 추가 분석이 필요한 상황이다. 세월호는 옆으로 누운 상태다. 선수에 비해 선미 쪽 기울기가 더 심하다. 선수와 선미의 기울기 차는 멀리서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을 정도다. 이날 부두에서는 세월호를 거치하기 위한 받침대 설치가 이뤄졌다. 이곳에 세월호를 거치하는 작업은 11일 오전 진행된다. 이 과정이 끝나면 최종 거치까지 모든 인양 과정이 마무리된다. 세월호가 침몰했던 전남 진도군 바다의 수중 수색도 진행 중이다. 세월호 선체가 받침목 위에 오르고 모듈 트랜스포터가 모두 이상 없이 빠져나가면 인양은 최종 성공으로 기록될 것으로 전망된다. 세월호 육상 이송은 업계에서도 초유의 일로 평가받는다. 특히 모듈 트랜스포터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면서 장비의 투입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 현장 업체 관계자는 “국내에 있는 동원 가능한 모듈 트랜스포터는 모두 목포신항에 온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작업에 모듈 트랜스포터를 투입한 업체는 동방 등 모두 7곳이다. 업체들은 주로 항만이나 조선업 현장에서 초대형 화물을 운송하는 장비 등을 운용하고 있다. 비용은 업계의 평균보다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투입된 모듈 트랜스포터 임차비(480대 기준)는 하루 약 6억 원 수준. 업계 관계자들은 “통상적으로 8억∼10억 원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작업이 예상보다 3일가량 지체되면서 추가로 기회비용이 발생해 7개 업체가 본 손해는 모두 2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모듈 트랜스포터 임대업체 중 한 곳인 광진통운 김문식 대표(62·울산항만물류협회장)는 일주일간 울산 본사를 떠나 목포신항에 머물며 세월호의 육상 이동 현장을 챙겼다. 이동 막바지인 이날도 그는 현장 관계자들과 함께 선체 이동과 거치 작업 상황을 살폈다. 김 대표는 이번 작업을 위해 울산 지역의 한 증축 공사장과 맺었던 4억∼5억 원 규모의 계약 일부를 취소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미수습자 가족을 생각하니 돈이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작업 도중 세월호의 무게 중심을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등 힘든 일도 있었지만 큰 사고 없이 작업을 마쳐 다행”이라고 말했다.권기범 kaki@donga.com / 목포=황성호 기자}

세월호가 마침내 땅 위로 옮겨졌다. 지난달 22일 본인양 착수부터 18일 만이다. 그동안 추정 무게가 수차례 바뀌는 등 예상치 못한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본인양부터 최종 육상 이송까지 전체 과정은 비교적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앞으로 더 중요한 일이 남았다. 미수습자 9명과 희생자의 흔적을 찾고 사고 원인을 구체화할 수 있는 새로운 증거를 찾아야 한다.○ 선체 자르지 않고 수색 9일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육상 거치가 마무리되면 우선 방역과 세척 작업이 진행된다. 수색은 미수습자가 있을 가능성이 높은 3, 4층 객실부터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선조위) 관계자는 “수색 일정을 만드는 데 일주일가량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색은 4개 팀이 맡는다. 20여 명으로 이뤄진 1개 팀은 이미 투입됐다. 해경과 구급대원,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등이 참여하고 있다. 누워 있는 세월호의 최대 높이는 22m. 이에 따라 ‘워킹 타워’라고 불리는 장비가 설치된다. 고층에 있는 작업 현장에 올라갈 수 있는 장비다. 주로 건물 공사 현장에서 볼 수 있다. 선조위 관계자는 “침몰 원인 규명을 위해 세월호 선체를 절단하지 않고 수색하는 것이 기본 방침”이라고 말했다. 미수습자 유해가 발견되면 검사의 지휘 아래 해경과 국과수 직원 등이 투입된다. 유해는 전남 목포신항에 마련된 안치실로 옮겨진다. 1차로 검안 절차를 거친 뒤 유전자(DNA)를 국과수에 보낸다. 신원 확인에는 3주가량 걸린다. 3년간 수심 44m 바닷속에 있었던 만큼 미수습자 전원을 찾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사고 당시 상황과 원인 규명에 도움이 될 휴대전화 복원 여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3년간 바닷물에 잠겨 있던 전자기기를 복원한 경우가 없기 때문이다. 데이터 복구 전문기업인 ㈜명정보기술 이명재 대표(61)는 “전례는 없지만 휴대전화는 플라스틱 부품이 있고 기술 수준도 높기 때문에 충분히 복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2010년 서해에 침몰한 천안함의 폐쇄회로(CC)TV 하드디스크를 분석한 곳이다.○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통째 인양’ 세월호 인양은 해외에서도 큰 관심사였다. 이 정도 크기의 초대형 선박을 절단 없이 인양한 사례가 없기 때문이다. 인양업체 선정 당시만 해도 목표 시기는 2016년 6월이었다. 실제 인양은 그로부터 9개월가량 더 걸렸다. 지난달 23일 세월호가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낸 뒤에도 순탄치 않았다. 어렵사리 반잠수식 선박에 실어 목포신항에 도착했지만 배 안에 있는 바닷물과 펄의 양을 측정하는 데 실패했다. 추정 무게는 3차례나 바뀌었다. 육상 거치도 보름 뒤 다음 소조기로 늦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하지만 극적으로 모듈 트랜스포터(육상 운송 장비) 추가 투입이 이뤄지면서 9일 세월호는 뭍으로 올라왔다. 세월호 인양에는 한국과 중국 영국 네덜란드 등의 업체와 관련 기술이 동원됐다. 특히 인양 업체인 중국의 상하이샐비지는 한국 정부로부터 916억 원을 받지만 실제 더 많은 비용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인양에 성공해 실력을 인정받게 됐다. 모듈 트랜스포터 운용은 영국 회사들이 맡았고 반잠수식 선박 ‘화이트말린’은 네덜란드 선사의 배다. 한편 미수습자 가족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조은화 양(단원고)의 어머니 이금희 씨(48)는 “더 이상 세월호로 인해 희생되는 사람이 없도록 안전을 최우선으로 작업해 달라. 국민들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목포=황성호 hsh0330@donga.com / 권기범·신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