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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의 원격대학 세종사이버대가 7월 7일까지 2016학년도 후기 신·편입생을 모집한다. 모집 분야는 △인문사회학부(영어학과 한국어학과) △상담심리학부(상담심리학과 아동가족상담학과) △사회복지학부(사회복지학과) △경영학부(경영학과 유통물류학과 회계·세무학과 외식창업프랜차이즈학과 패션비즈니스학과 마케팅·홍보학과) △자산관리학부(부동산경매중개학과 부동산자산관리학과 금융자산관리학과) △호텔관광경영학부(호텔관광경영학과 조리산업경영학과) △IT학부(컴퓨터소프트웨어학과 정보보호학과) △디자인학부(게임영상콘텐츠학과 만화애니메이션학과) 등 총 8개 학부의 20개 학과다. 고교 졸업(예정)자면 누구나 신입생으로 지원할 수 있다. 편입은 전문대나 4년제 대학 졸업자 및 일정 학점 이수 등 자격 조건에 맞아야 가능하다. 입학 원서는 학교 홈페이지(sjcu.ac.kr)나 모바일(m.sjcu.ac.kr)에서 접수할 수 있다. 세종사이버대는 2016학년도 후기 입학생을 위해 장학특전을 마련했다. △직장인 △군필자 △가정주부 △전문계 고교 졸업자 △검정고시 합격자 △영어시험 우수자 △컴퓨터 자격증 보유자 △취업 준비생 등 요건에 맞는 신·편입생들에게 1년간 등록금을 30% 감면해준다. 이외에도 입학생 대상 장학 및 보훈 혜택은 20여 가지에 이른다. 세종사이버대의 핵심 경쟁력은 산업밀착형 인재 양성을 목표로 구축된 독자적인 실용 교육 모델에 있다. 교육부 특성화 사업인 국가직무능력표준(NCS) 지원 대학에 2년 연속 선정됐고, 2014년에는 NCS 사업 1위로 선정됐다. 세종사이버대는 교수 강의 방식에서 벗어나 옴니버스 형태의 강의 콘텐츠를 개발했다. 또 온라인 학습 환경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면서도 오프라인 교육 과정으로 전문가 초청 워크숍, 일대일 상담 튜터제, 실습실 운영, 장기 인턴십 프로그램 등을 제공한다. 특히 올해는 세계적인 요리 명장으로 손꼽히는 박효남 셰프(전 밀레니엄 서울힐튼 조리상무)를 영입하는 등 현장 경험이 풍부한 교수진을 통해 강의의 질을 높였다. 산업 밀착형 인재 양성을 목표로 세종사이버대는 ‘1인 1 자격증’을 목표로 한다. 모든 학생이 졸업 때까지 학과 관련 자격증을 쉽게 취득할 수 있게 강의 커리큘럼을 강화하고 자격증 취득준비반 같은 오프라인 심화 교육도 운영한다. 이러한 실용적인 커리큘럼은 취업을 준비하는 재학생뿐 아니라 학생들을 채용하는 산업체의 만족도도 높이고 있다. 현재 300여 개의 기업 또는 기관에서 직원의 직무 능력 향상을 목적으로 본교 진학을 지원한다. 아동가족상담학과는 사이버대 최초로 올해부터 보육과 상담을 통합한 전문가 교육과정을 도입했다. 최근 관심이 높아지는 놀이치료와 아동·부모 대상 상담에 대한 체계적인 교과과정을 구축하고 아동청소년 정신병리, 청소년 심리와 상담, 가족 스트레스와 대처, 부부상담, 가족상담 및 치료, 정서장애의 이해와 치료 등 새롭게 개편된 교과목을 선보인다. 특히 재학생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세종사이버대가 있는 지역구의 대표 국공립어린이집과 협약을 체결해 매 학기 재학생의 현장 실습을 지원한다. 이 과정에서 졸업생이 해당 어린이집 교사로 취업하기도 했다. 자격증 취득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필수 교과목도 운영한다. 이 과정을 통해 국가자격증인 보육교사 2급, 건강가정사, 청소년상담사 3급, 민간자격증인 아동상담사 3급, 가정복지사 2급, 방과후 아동지도 전문가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다. 세종사이버대 주관의 유아놀이지도 상담전문가, 유아영어교육 전문가, 보육기관장 CEO 과정 등 자격증이나 수료증도 받을 수 있다. 최종 합격자 발표는 7월 14일에 한다. 02-2204-8000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사이버한국외국어대는 사이버대 중 유일한 외국어 특성화 대학이다. 한국외국어대가 62년간 45개 외국어를 교육하며 쌓아온 노하우를 온라인으로 재현했다. 사이버한국외대 학생들은 학점 교류를 통해 최대 35학점까지 한국외대에서 수강할 수 있다. 사이버대 중 외국인 교수를 가장 많이 확보하고 있는 사이버한국외대는 해외 유수 대학으로 가는 어학연수, 해외 한국어교육 실습, 해외문화 탐방, 해외봉사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도쿄외대, 인도네시아 민족대학, 미주한인상공회의소총연합회와 교육협약을 맺었다. 최근 영어학부는 아일랜드 더블린시티대에서 ‘동계 단기어학연수’를 했고 한국어학부는 일본 니가타에서 ‘한국어 교육실습’을 실시했다. 교육부 주관의 ‘태국 현지 공립학교 한국어 교원 파견사업’에 국내 대학 중 가장 많은 인원이 선발되고 있다. 사이버한국외대의 2016학년도 2학기 신·편입생 모집은 7월 19일까지다. 모집 학부는 △영어학부 △중국어학부 △일본어학부 △한국어학부 △스페인어학부와 2015학년도 1학기에 신설한 △아세안지역경영학부 △금융회계학부 △공공관리학부 등 8개다. 일반전형으로 700명을, 특별전형으로 1413명을 선발할 예정이다. 모집 요강은 홈페이지(cufs.ac.kr/adms)나 전화(02-2173-2580)로 확인할 수 있다. 카카오톡(ID: @cufs)을 통해 실시간 문의도 가능하다. 사이버한국외대 재학생 3명 중 2명 이상은 각종 장학 혜택을 받고 있다. 특히 새터민, 기초생활수급자 및 차상위계층(대상자 본인과 자녀)에게는 강의노트 구입비용까지 제공한다. 이번 입시에서도 이들에게는 입시 전형료를 면제해준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201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6월 모의평가로 자신의 수준을 파악했다면 빨리 남은 기간의 학습 전략을 세워야 한다. 이때 중위권 수험생이 특히 주의해야 한다. 국어 수학 영어 탐구 영역의 모든 성적을 고루 올리겠다는 욕심을 부리기보다는 전략적으로 선택과 집중을 하는 게 좋다. 중위권 수험생이 수능 전까지 어떻게 공부하면 좋을지 남윤곤 메가스터디 입시전략연구소장에게 들어봤다.○ 골고루 노(NO)! 2개 영역 집중해야 중위권 수험생이 일차적 목표로 삼아야 할 건 각 대학 수시모집 전형의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안정적으로 받는 것. 수시는 전체 모집정원의 70% 정도로 모든 수험생에게 중요하지만, 특히 중위권 수험생들은 수시에 적극 도전해야 한다. 수능의 난도가 낮아지면 한두 문제만 틀려도 등급이 하락하고 정시 합격 가능성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수시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적용하는 전형은 대부분 학생부 교과전형과 논술전형이다. 대부분 2개 영역을 반영한다. 학생부 교과전형은 중앙대 인문계열과 서울대를 제외하면 고려대 숙명여대 연세대 한국외국어대 등 상위권 대학도 ‘2개 영역 등급 합’을 수능 최저학력기준으로 적용한다. 논술전형의 경우 연세대가 4개 영역을 반영하는 등 학생부 교과전형보다 요구하는 수능 최저학력기준이 높지만, 많은 대학이 2개 영역을 본다. 즉 수능 2개 영역 성적을 일단 끌어올리면 수시에서 지원할 수 있는 대학 폭이 넓어진다는 뜻이다. 6월 수능 모의평가에서 백분위 총점(280점)과 전 영역이 4등급으로 같은 두 학생이 있다고 가정하자. 이후 A 학생은 별 다른 전략 없이 전 영역을 골고루 공부하고, B 학생은 국어와 영어에 집중했다. 결국 수능에서 A 학생은 전 영역 모두 3등급을 받았고, B 학생은 국어와 영어는 2등급으로 올리고 수학과 탐구는 그대로 4등급이었다. 백분위 총점은 311점으로 역시 동일하다고 가정하면 두 학생이 정시에서 합격할 수 있는 대학은 가천대 경기대 상명대 한성대 수준으로 비슷하다. 그러나 수시 지원 가능 대학은 크게 달라진다. 수능 최저학력기준으로 ‘2개 영역 등급 합 6’을 충족한 A 학생은 한국외국어대(글로벌) 한양대(에리카) 등 수도권 소재 중위권 대학에 지원해야 한다. 하지만 B 학생은 ‘2개 영역 등급 합 4’이므로 경희대 고려대 동국대 서강대 중앙대 한국외국어대 홍익대 등 서울 내 주요 상위권 대학에도 지원할 수 있다.○ 등급 합 인문 ‘4’, 자연 ‘4, 5’ 목표 수능 최저학력기준은 어느 정도로 맞춰 공부하면 될까. 서울이나 수도권 중위권 대학에 지원하려면 인문계열은 등급 합 4, 자연계열은 4, 5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우는 게 좋다. 학생부 교과전형의 경우 광운대 한성대 등은 인문계열이 2개 영역 등급 합 6, 자연계열은 6이나 7 이내다. 고려대 연세대 등 서울 상위권 대학은 인문계열이 2개 영역 등급 합 4, 자연계열은 5다. 논술전형의 경우 인문계열은 한국외국어대(글로벌) 한양대(에리카) 등은 2개 영역 등급 합 5나 6, 동국대 한국외국어대 홍익대 등은 4다. 자연계열은 세종대 숭실대 등이 2개 영역 등급 합 6이나 7, 경희대 동국대 이화여대 중앙대 등이 4나 5를 적용한다. 즉 인문계열을 기준으로 우선 2개 영역 등급 합 5를 만들도록 공부하고, 여기서 1개 영역을 한 등급만 올려도 현 수준보다 높은 대학에 지원할 수 있게 된다.○ 탐구영역은 한 과목에 집중 탐구영역은 두 과목 성적을 합산하거나 한 과목만 보는 등 대학마다 반영 방법이 다르다. 그런데 중위권 대학은 대부분 한 과목만 반영하므로 중위권 수험생은 한 과목만 정해 집중적으로 공부하는 게 효율적이다. 지원 대학에 따라 나머지 한 과목 성적이 불필요해질 수도 있고, 탐구영역을 한 과목으로 줄여 남는 시간에 국어 수학 영어 등 다른 영역을 더 공부할 수 있다. 수시에서는 연세대 중앙대 동국대 한국항공대 등 일부 주요 대학도 탐구영역을 한 과목만 반영한다. 예를 들어 학생부는 우수하지만 수능 모든 영역이 3등급이라면 탐구영역 한 과목만 1등급을 만들면 다른 1개 영역과 등급 합이 4가 돼 자연계열은 서울시립대, 중앙대의 학생부 교과전형에 지원할 수 있다. 이처럼 수능 성적이 평균 3등급 이하인 수험생이라면 탐구영역 한 과목부터 완벽하게 공부해 1등급을 만드는 게 좋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차가운 바닥도 엄마의 간절함을 막지는 못했다. 머리가 희끗희끗한 엄마들은 가방에서 조그마한 장바구니를 꺼내 바닥 위에 깔고 앉았다. 4시간 동안 엉덩이가 차가울 것이라는 생각보다는 빨리 하나라도 더 설명을 들어야 한다는 마음이 더 컸다. 갖고 온 노트 한 장을 찢어 깔고 앉은 엄마, 바깥에서 주워온 종이상자를 포개 앉은 엄마도 있었다. 4일 오후 2시, 서울진로진학상담교사협의회 주관 ‘학생부종합전형! 바로 알고 미리 준비하기’ 설명회가 열린 동국대 중강당에는 신청자(500명)보다 100여 명이나 더 몰린 학부모들이 계단형 통로 바닥까지 빼곡히 메웠다. 협의회 측이 사전 신청을 받자마자 1분 만에 정원이 모두 마감됐다. 대학입시에서 점점 비중이 커지는 학생부종합전형에 대한 관심이 반영된 것. 학부모들은 열심히 펜을 움직였다. 합격 사례가 나올 때마다 휴대전화 카메라를 들고 연신 찍었다. 학생부종합전형은 학교생활기록부의 교과 영역(내신)뿐 아니라 비교과 영역(수상 경력, 창의적 체험활동)을 종합해 선발하는 방식. 단순히 내신 점수가 좋고 비교과 스펙이 좋다고 합격하는 게 아니므로 다양한 사례를 아는 게 도움이 된다. 스펙과 합격이 반드시 비례하지 않는 사례가 나올 때마다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와” 하는 탄성과 “미치겠다”는 탄식이 오갔다. 오장원 회장(단대부고 진로진학상담부장)은 고려대 수시 융합인재전형에 원서를 낸 같은 학교 두 학생의 사례를 보여줬다. 기계공학과에 지원한 A 군은 3학년 1학기까지 평균 내신이 1.68등급에 석차는 314명 중 11등. 신소재공학과에 지원한 B 군은 1.75등급에 14등이다. 그러나 B 군은 3학년 1학기에 A 군과 달리 기하와 벡터, 확률과 통계, 생명과학2 과목을 모두 1등급을 받았다. B 군은 과학탐구대회 과학발명품대회 등 수상 경력이 다수 있고, 화학탐구 동아리를 했다. A 군은 동아리 봉사 진로활동을 모두 의사와 관련된 것을 했다. 합격한 건 B 군이었다. 오 회장은 “학생부종합전형은 학생부의 ‘숫자’(내신 등급, 수상 횟수 등)가 아니라 전공 분야에 관심이 많은지에 대한 ‘글자’를 본다”며 “학생부를 통해 대학이 왜 나를 뽑아야 하는지 설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설명을 듣던 학부모 이모 씨(50·여)는 “꼭 스펙이 좋아야 합격하는 게 아니라니 희망적이지만, 고3인 아들이 학생부종합전형을 준비하기엔 늦은 게 아닌가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협의회는 학생부종합전형이 결국 ‘교사들의 변화’를 필요로 한다고 지적했다. 이진청 원묵고 진로진학상담교사는 “교사들이 수업을 단순 강의식이 아니라 토론 발표 과제연구 등으로 바꾸고 여기서 학생이 어떻게 참여했는지를 기록하면 학생부에 쓸 게 많다”며 “교사들이 힘들어지는 게 사실이지만 이것이 사교육을 줄이고 공교육을 혁신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협의회는 7월 23일에는 수시 학생부종합전형 대비 ‘만점 자기소개서 작성법’ 강연을 서울 숭실대에서 진행할 예정이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키가 큰 아이, ‘푸시업’을 많이 해 팔 근육이 터질 것 같은 아이, 몸에 호랑이 용 잉어 문신이 가득한 아이…. 그 누구라도 이 방에 누운 아이들의 눈과 귀는 천장의 스피커에 집중돼 있다. “사랑하는 우리 아빠, 우리 엄마! 만날 때마다 투정 부리느라 해야 되는 말도 못 하고…. 더 이상 나 때문에 눈물 흘리지 말고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내가 많이 사랑해요.” ‘정D’(정재형 DJ의 준말)의 목소리에 형진이(가명·17)는 눈이 따끔따끔해지는 것 같다. 괜히 옆자리 친구를 툭툭 쳐본다. ‘서른두 밤만 자면 돼.’ 형진이가 경기 의왕시 고봉중·고등학교에 온 지도 어느덧 1년 2개월이 지났다. 학교로 부르지만 공식 명칭은 서울소년원. 지난달 30일 밤, 꿈에서 형진이는 엄마가 운영하는 미용실에서 헤어디자이너로 일했다. 서울소년원에서 기술을 배워 지난해 12월 취득한 바리스타 자격증을 뽐내며 손님들에게 커피도 대접했다. 전국 10개 소년원 아이들(현재 1039명)은 하루의 시작과 끝을 ‘푸르미 라디오’와 함께한다. 푸르미 라디오는 법무부 범죄예방정책국에서 2009년 3월부터 운영하고 있다. 소년원생들이 보내온 사연은 최근 4만 건을 돌파해 현재 4만2244건에 이른다. 소년원생만 들을 수 있는 라디오 프로그램이 있다는 건 한 번도 공개된 적이 없다. 라디오는 매일 아침(오전 6시 반∼7시) 점심(오전 11시 20∼55분) 저녁(오후 9시∼9시 35분)에 전국 소년원에서 방송된다. “우리에겐 이루고 싶은 꿈이 있어∼” 소년원생이 직접 지은 로고송이 시작되면 아이들의 천국이 시작된다. 서울소년원에서 매일 오후 녹음해 방송 파일을 인터넷을 통해 보내면 각 소년원 생활관 스피커로 나간다. 푸르미 라디오에 접수되는 사연은 모두 손편지다. 소년원생들은 사연과 신청곡이 꼭 뽑힐 수 있게 알록달록 그림까지 그린다. 소년원에 오기 전까지 들어보지도 못했던 라디오에 아이들이 빠져드는 건 자신에게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있다는 느낌 때문이다. 송화숙 서울소년원장은 “엄마 아빠 중 한쪽이 없거나, 있어도 가정폭력, 인터넷·게임 중독, 정신 문제로 자녀를 방임하는 기능적 결손까지 따지면 이곳 아이들 가운데 부모에게 문제가 있는 건 90%에 이른다”며 “학교 교사도 손을 놓으니 아이들이 마음 붙일 데가 없다”고 말했다. 4월, 소년원에서 21개월 만에 퇴원한 김미진(가명·20·여) 씨는 “라디오를 들으면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편안했다. 모두 라디오가 나오는 시간을 제일 기다렸다”고 이야기했다. 아이들은 라디오를 통해 부모에게 굳게 닫았던 마음의 문도 연다. 매일 있는 ‘효도합시다’ 코너에서 처음으로 죄송하고 감사한 마음을 표현한다. “아버지의 폭력에서 벗어나야지 하다 정신 차려 보니 이곳에 왔는데, 들어오기 전에도 저는 끝까지 엄마 가슴에 대못을 박았습니다. ‘왜 날 낳았느냐’고 따졌습니다. 그래도 엄마는 저를 다독여 줬습니다.” “뭐가 어렵다고 사회에서 어머니 다리도 한 번 주물러 드리지 못하고 집을 나가고 말썽을 피웠는지 너무 후회됩니다.” 효도 사연이 채택되면 푸르미 라디오가 해당 부모에게 아이 이름으로 편지와 선물(화장품, 영화 관람권)을 보내준다. 부모가 카카오톡으로 답장을 보내면 다시 소개해 준다. 이때면 생활관에서는 훌쩍이는 소리가 들린다. 앞으로의 삶을 다짐하는 사연도 많이 온다. “친구들은 대학도 가는데 저만 뒤처진다는 불안감에 하루하루가 진흙탕을 뒹구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래도 지금은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요. 나태했던 제가 꾸준히 책을 읽고 일본어 공부도 합니다. 나가면 고3으로 복학하고 꿈을 이루기 위해 방송 성우학원에 다닐 거예요.” 신달수 서울소년원 교육정보관리과장은 “아이들이 라디오에 자신의 사연이 소개되면 자긍심도 갖고 잘 지키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사연이 없어서 지금보다 방송 시간이 짧았고 신청곡 위주로 운영됐다. 푸르미 라디오가 지금껏 유지돼온 원동력은 아이들에 대한 관심과 믿음이었다. 2012년부터 DJ를 하는 정재형 씨는 “처음에는 ‘밤마다 시끄럽다’ ‘그만두라’는 편지도 왔다. 하지만 형처럼 공감해주고 이름도 기억해주니 아이들이 소통의 즐거움을 알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송 원장은 “소년원에 온 아이들이라도 대부분은 변한다. 그 가능성을 믿고 아이들을 대하면 그들도 진심을 알기 때문에 반드시 변한다”고 강조했다.의왕=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운동장 우레탄 트랙에서 납 성분이 검출됐다는데 아이들 건강이 위험하지 않겠어요? 임시로 안전 라인만 설치할 게 아니라 운동장 자체를 바꿔야죠.” 1일 오전 8시 25분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 딸을 데려다 주던 아버지 A 씨(51)가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이 학교에서는 교장과 교감, 학교보안관이 모두 나와 아이들이 운동장 트랙 위로 가로질러 가지 못하도록 막았다.○ 미세먼지 이어 이번엔 우레탄 공포 이 학교는 최근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우레탄 트랙에서 납 성분이 한국산업표준(KS) 기준(kg당 90mg)을 초과해 검출됐다”는 결과를 통보받았다. 우레탄 트랙은 2008년 운동장에 인조잔디를 조성하며 설치했다. 교장은 “당시 최고 기술로 설치해 학부모 반응도 좋았다”며 “유해 중금속이 나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말했다. 시교육청이 우레탄 트랙 사용을 전면 중지했지만 일선 학교는 혼란스럽다. 납 성분이 많이 검출됐다는데 우레탄 트랙을 단순히 밟는 것도 안 되는 건지, 그 위에 앉는 등 신체 접촉만 피하면 되는 건지 등을 교육부나 교육청에서 어떤 얘기도 듣지 못했기 때문이다. 체육 수업을 어떻게 해야 할지도 결정하지 못했다. 학부모의 불안감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전국 교육청이 우레탄 트랙이 설치된 전국 초중고교 및 특수학교 2811곳에 대한 전수조사를 이달 30일까지 진행 중인데 납이 기준치를 초과해 검출된 곳이 벌써 서울 51곳, 경기 148곳, 대전 15곳 등이다. 교육부에서는 최소 1000곳이 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의 불안이 크다. 초등학생은 경계심이 별로 없어 우레탄 트랙 위에 앉거나 트랙을 만진 손을 입으로 가져갈 위험성이 높아서다. 이날 취재진이 만난 6학년 여학생은 “유해물질이 나왔다지만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에 모두 운동장에 나와서 논다. 6년이나 다녀서 크게 신경이 쓰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학부모 B 씨(40·여)는 “공부에 지친 아이가 운동장에서 노는 걸로 스트레스를 풀었는데 오히려 건강을 해친 것 같아 기가 막힌다”고 말했다. 학교도 당혹스럽긴 마찬가지다. 마사토보다 훨씬 비싸지만 우레탄 트랙을 조성한 건 학생을 위해서였다. 흙먼지가 날리지 않고 동물 분변 등 세균 위험도 적고, 비가 온 뒤에도 바로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사업체는 모두 조달청을 통했기에 당연히 안전한 제품일 거라고 믿었다. ○ 숫자 파악도 안 되는 공원 농구장 문제는 우레탄 소재가 전국 공원의 농구장 바닥에도 많이 쓰였다는 점. 그러나 공원을 관리하는 지방자치단체는 대부분 농구장 수나 바닥재 현황을 파악조차 않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농구장에는 거의 우레탄이 사용됐는데 바닥재 관련 통계가 없어 문제가 있는지는 조사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우레탄 트랙은 운동장의 일부분이지만 농구장 바닥에는 전부 우레탄이 깔린다. 또 농구를 하다가 바닥에 앉거나 뒹구는 경우가 많아 만약 해당 우레탄에 납 성분이 기준치 이상 포함돼 있다면 신체에 악영향을 미칠 위험성이 더 크다. 많은 학부모가 우려하는 어린이 놀이터 바닥에는 우레탄이 거의 쓰이지 않는다. 국민안전처 장관이 고시하는 ‘어린이 놀이 시설의 시설기준 및 기술기준’에 따르면 어린이 놀이터 바닥에는 충격 흡수용 표면재가 사용돼야 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어린이가 놀이기구에서 떨어져도 다치지 않는 소재여야 하는데 우레탄은 탄성이 부족해 대부분 놀이터에는 고무칩이 사용된다”고 말했다. 국민안전처 관계자는 “공공 놀이터는 지자체, 아파트 놀이터는 관리사무소가 2년마다 적합성 검사를 하게 ‘어린이 놀이 시설 안전관리법’에 규정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어린이 놀이터의 고무바닥재도 유해 가능성이 있다. 환경부는 2009년 4월 수도권 놀이터 16곳의 고무바닥재를 조사한 결과 “잡고무가 포함된 제품에서 하절기 등 기온이 높을 때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방출량이 증가했다. 이로 인한 피부 자극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또 “해외 연구 사례에서는 고무바닥재 재료로 사용되는 타이어에서 납 카드뮴 등 중금속 15종과 벤젠 등 39종의 VOCs가 확인됐다”고 말했다.최예나 yena@donga.com·김동혁 기자}

교육부가 일선 학교 운동장의 우레탄 트랙에서 유해 중금속인 납 성분이 기준치 이상 검출된 사실을 지난해 파악하고도 점검 및 대책 마련을 미뤄온 사실이 31일 확인됐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교육부와 함께 운동장 인조잔디 조성 사업을 펼치고도 트랙 교체 예산 지원을 거부하고 있다. 유관 부처 두 곳이 눈 감고 팔짱 낀 사이 학생들만 중금속 범벅인 우레탄 트랙에 계속 노출되고 있다.○ 교육부, 1년 전 알고도 “환경부가 조사” 교육부는 3월 23일 초중고교 및 특수학교 2811곳에 설치된 우레탄 트랙의 유해성 전수조사를 전국 시도교육청에 지시했다. 환경부가 이날 관련 검사 결과를 발표한 데 따른 조치였다. 환경부는 “수도권 초교 우레탄 트랙 25개 중 13개가 한국산업표준(KS) 납 기준치(kg당 90mg)를 초과했다”고 밝혔다. 환경부 관계자는 “학생들이 우레탄 트랙 위에 앉거나 트랙을 만진 손을 입으로 가져가서 장기적으로 납이 신체에 쌓이면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등을 유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교육부가 우레탄 트랙의 납 검출 사실을 안 건 1년 전이었다. 지난해 3월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정진후 의원(정의당)은 “제주 보건환경연구원에 따르면 조사 대상 29개교에서 모두 납이 기준치를 초과해 검출됐다”며 “교육부는 한 번도 우레탄 트랙 유해성 검사를 하지 않은 만큼 전수조사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교육부는 조사하지 않았다. 교육부 관계자는 “환경부가 (3월 발표한) 조사 계획을 사전에 이야기해줘서 이중으로 조사하기보다 전문성 있는 환경부의 결과를 기다린 것”이라고 해명했다. 우레탄 트랙에서 납이 검출될 가능성은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다. 학교 운동장에 우레탄 트랙이 설치되기 시작한 건 2006년 교육부와 문체부가 인조잔디 조성 사업을 벌이면서다. 많은 학교가 인조잔디는 비가 그치면 금방 사용할 수 있는데 트랙에 마사토를 깔면 질퍽거려 운동장 사용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봤다. 그러나 당시는 우레탄 트랙에 관련된 KS가 제정(2011년 4월)되기 전이었다. 교육부 관계자는 “KS 기준이 없을 때 시공 과정에서 우레탄 트랙을 빨리 굳게 하려고 본드나 경화제를 사용한 경우가 있어 납이 다량 검출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문체부, “개·보수 비용 부담은 힘들어” 더 큰 문제는 전수조사를 해서 납이 다량 검출된 우레탄 트랙이 발견되면 모두 교체를 해야 함에도 언제 공사가 가능할지 시점조차 알 수 없다는 것. 교육부는 우레탄 트랙이 설치된 초중고교 및 특수학교 2811개교 중 2011년 이전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학교(1967개교) 가운데 최소 1000곳에서 납이 기준치 이상 검출될 것으로 본다. 하지만 학교당 교체비용은 1억 원으로 추산되고 전체적으로는 1000억 원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되다 보니 당장 예산부터 난관에 부닥쳐 있다. 교육부는 함께 운동장을 조성한 문체부와 관련 예산의 분담을 원하지만 문체부는 반발하고 있다. 교육부는 두 차례 문체부와 실무 협의를 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육부는 2012년 전까지만 사업에 관여했고 이후는 문체부가 주도하므로 문체부도 도의적 책임이 있다”며 “지난해 유해물질이 검출된 174개교의 인조잔디 운동장 개·보수 비용(472억 원)도 절반씩 부담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문체부 관계자는 “운동장은 학교 시설이지만 주민에게도 개방하라는 차원에서 예산을 지원한 것”이라며 “유지 및 개·보수까지 해주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문제가 된 우레탄 트랙을 어떤 걸로 교체할지도 협의되지 못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현재의 KS 기준을 통과하는 우레탄으로만 교체하면 되는 건지, 과거 흙 놀이터에서 분변 등 위생 문제가 지적됐는데 마사토는 안전한 건지 의문”이라고 했다. 한편 서울시교육청은 우레탄 트랙이 설치된 1339개교 중 143곳을 조사한 결과 51곳에서 납이 기준치 이상 검출돼 ‘전면 사용 중지’를 안내했다고 31일 밝혔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전국 2439개 고교의 201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을 분석한 결과 과학고 등 특수목적고의 강세가 두드러진 반면 일반고는 올해도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고교의 65%를 차지하는 일반고의 학력 저하를 막을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동아일보는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2016학년도 수능 고교별 성적’ 원자료를 입수해 분석했다. 교육부는 매년 수능 성적의 전반적인 흐름을 발표하지만 작년과 달리 올해는 고교별 성적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에 본보는 원자료에서 각 고교의 과목별 응시 인원과 등급 분포를 토대로 해당 고교를 추정해 성적을 분석했다. 국어A·B, 수학A·B, 영어에서 1, 2등급을 받은 학생의 평균 비율을 산출한 결과 한국외국어대부설고가 전국에서 1, 2등급 학생 비율이 가장 높았다. 이어 민족사관고, 상산고, 한일고, 인천국제고 순이었다. 1∼3위 학교는 모두 전국 단위로 선발하는 자율형 사립고이다. 수능 상위권 고교의 유형을 보면 과학고와 외국어고, 국제고 등 특목고 강세 현상이 확실히 드러났다. 2015학년도 수능에서는 성적 상위 30개 고교 중 19곳(63%)이 특목고였으나 2016학년도 수능에서는 23곳(76%)으로 늘었다. 외국어고는 12곳에서 13곳으로, 과학고는 3곳에서 5곳으로, 국제고는 4곳에서 5곳으로 일제히 늘었다. 반면 ‘일반고 황폐화’ 현상을 반영하듯 일반고는 부진했다. 2015학년도만 해도 상위 30곳 중 5곳이 일반고였으나 이번 수능에서는 2곳(한일고, 공주사대부고)으로 줄었다. 이마저 전국 단위로 학생을 선발하는 ‘자율학교’로, 평준화 지역의 보통 일반고와는 거리가 멀다. 지난해 강세를 보인 자율형 사립고는 6곳에서 5곳으로 줄며 주춤했다. 입시 전문가들은 대학 입시 및 과학고 체제 변화가 특목고 강세를 부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이사는 “과학고 학생들이 예전에는 올림피아드나 경시대회에서 입상만 하면 대학에 갈 수 있는 길이 많았지만 최근 특기자 전형이 줄어들면서 수능이 중요해진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과학고 학생들은 2015학년도 입시까지는 고2 때 대부분 수시로 대학에 갔지만 조기졸업제가 폐지된 2016학년도부터는 무조건 고3을 마쳐야 대학에 갈 수 있게 됐다”며 “자연히 수능까지 신경을 쓰게 되고 공부 기간도 1년 늘어나 수능 성적이 더 좋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반고가 수능에서 부진한 것 역시 대입제도의 영향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교육평가연구소장은 “대입에서 수능 비중이 줄고 수시 학생부종합전형이 확대되면서 일반고 학생들은 수시로 쏠리고 있다”며 “일반고의 중위권 이하에서는 어차피 특목고 학생들과 경쟁하기 어렵기 때문에 수능을 포기하는 분위기”라고 지적했다.이은택 nabi@donga.com·최예나·유덕영 기자}

서울에서 오후 10시로 제한돼 있는 학원 교습시간을 고등학생의 경우 11시까지 늘리는 방안이 추진된다.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 박호근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이런 내용의 ‘서울시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조례’ 개정안을 다음 달에 발의할 예정이다. 이에 서울시교육청과 시민단체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학생의 학습권 보장” 박 의원이 발의할 예정인 개정안의 핵심은 학원 교습시간을 학생의 발달 단계에 따라 조정하는 것이다. 현재 조례 제8조에는 ‘오전 5시부터 오후 10시’까지라고만 돼 있는데, 이것을 시작 시간은 오전 6시부터로 바꾸고 최대 운영 시간을 △초등학생은 오후 9시 △중학생은 오후 10시 △고등학생은 오후 11시까지로 다양화하자는 취지다. 개정안에는 ‘학생들의 건강한 발육과 휴식을 위해 학원은 특정 요일을 정해 1주일에 1일은 휴업해야 한다’는 학원의무휴업제 조항을 신설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여기에는 ‘중간 및 기말고사 등 정규시험을 앞둔 3주 전에는 이 조항을 적용하지 아니할 수 있다’는 단서 조건이 있다. 고등학생의 학원 교습시간을 오후 11시까지로 조정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박 의원은 “일률적인 밤 10시 제한은 대학 입시를 앞둔 고등학생의 학습권을 제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지역과의 형평성도 문제 삼았다. 학원 교습시간에 대한 교육부 지침은 없다. 다만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학원법) 제16조가 ‘교육감은 학교 수업과 학생 건강 등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시도 조례로 정하는 범위에서 교습시간을 정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박 의원에 따르면 전국 17개 시도 중 고등학생들의 학원 교습시간을 오후 10시까지로 제한한 건 서울 대구 광주 세종 경기 등 5곳뿐이다. 대전 울산 강원 충북 충남 경북 경남 제주는 밤 12시까지, 부산 인천 전북은 오후 11시, 전남은 오후 11시 50분까지다. 서울 지역 고교의 22.6%는 오후 10시 이후까지 야간자율학습을 하는데 학원만 교습시간을 오후 10시로 제한하는 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박 의원은 26일 서울시의회 의원회관에서 교육위원회 주최로 학원 교습시간 조정 및 학원의무휴업제 토론회를 열고 크게 이견이 없는 한 다음 달 개정안을 발의할 방침이다.○ “지금 학습 시간도 과도” 그러나 토론회가 열리기도 전부터 반발이 거세다. 서울시교육청은 박 의원이 개정안을 발의하면 의견서를 제출할 방침이다. ‘학원 교습시간을 학생 발달단계에 따라 구분하는 건 동의하나 고등학생의 교습시간을 늘리는 것은 반대하며, 초등학생은 오후 7∼8시까지가 적절하고 중학생은 현재 교습시간(오후 10시)보다 단축하는 게 필요하다’는 내용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학교급별로 최대 교습시간을 정하면 적절한 공부 시간에 대해 교육청이 공식적으로 선언하는 것처럼 이해될 수 있어 신중해야 한다”며 “오후 10시에 학원이 끝나도 집에 가서 씻고 과제하다 보면 자정이 넘어서 잠드는데, 11시로 늘리면 부모와 잠깐 대화할 시간마저 사라진다”고 말했다. 시교육청은 1991년부터 유지돼온 교습시간 제한 규정은 교육적 판단에 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11월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한국 아동·청소년(15∼24세)의 학습 시간은 7시간 50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였다. 2위인 스웨덴(5시간 55분)과도 격차가 크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현재도 많은 학원들이 오후 10시 넘어서까지 운영해 단속도 당하지 않느냐고 하지만 법을 현실에만 맞출 수는 없다”며 “지금도 학생들 공부 시간이 너무 많아 휴식이 부족한데 조례를 바꿔 교습시간을 늘리는 건 반대다”라고 말했다. 학원의무휴업제에 대해서는 “학원이 휴무일을 선택하게 하면 교육청의 일제 점검이 어렵고 다른 학원이 특강반을 개설할 수 있어 문제”라고 지적했다. 교육시민단체인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26일 오후 시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개정안은 그동안 학원 업계가 오후 10시 규제를 무력화하려고 끊임없는 시도를 해온 데 호응하는 것”이라며 “과도한 사교육으로 지친 학생들이 학교 수업에 집중하지 못해 공교육을 무력화할 것”이라고 밝힐 예정이다. 그러나 학원 시간을 무조건 제한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지적도 많다. 고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 신모 씨(49)는 “규정 때문에 오후 10시 이후 카페로 옮겨 학원 수업을 계속 받는 경우도 많다”며 “아이가 늦게까지 공부하는 건 안타깝지만 공부 시간은 변함이 없는데 학원만 10시에 끝낸다고 학생들 휴식이 보장되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조미희 전국보습교육협의회장도 “교습시간 제한으로 오히려 심야 불법 과외가 늘고 사교육비 통계에도 잡히지 않는 지하경제가 활성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공채 출신 첫 여성 임원을 배출했다.” “첫 여성 지검장이 탄생했다.”각각 지난해 12월과 2월 현대자동차그룹과법무부가 인사 관련 보도자료에서 밝힌 내용이다. 좋은 뉴스 같지만 한편으로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내부에 뛰어난 여성이 얼마나 많은데 이제야 여성이 높은 자리에 오른 걸까. 초중고교와 대학 졸업 성적, 국가고시 점수가 남성보다 뛰어나다며 ‘알파걸’ 이야기를 듣는여성들은 취업 뒤 시간이 지날수록 사라진다. 국내 30대 그룹 계열사 10곳 중 7곳에 여성임원이 한 명도 없다. 기업 경영성과 평가 사이트 CEO스코어가 지난해 1분기 말 기준 국내 30대 그룹 계열사 284곳의 여성 임원(오너 포함)을 조사했더니 210곳(73.9%)에서 여성 임원이 아예 없었다. 공기업도 심각하다. CEO스코어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공기업 30곳의 임원 148명 중 여성은 2명(1.3%)뿐이었다. 한국의 유리천장 지수는 세계적으로 꼴찌다.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3월 발표한 국가별 유리천장 지수에서 한국은 25점을 받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9개국(평균 56점) 중 최하위였다. 유리천장 지수는 여성이 임금이나 승진 등 직장 내에서 겪는 차별 지수다. 한국의 여성 고위직 비율은 전체의 11.0%, 사내 여성 이사진 비율은 2.1%, 의회 내 여성 비율은 16.3%로 OECD 평균(각각30.8%, 18.5%, 28.1%)에 비해 형편없었다. 양성평등이 정착될 때까지 고위직 여성을 만들기 위한 쿼터를 두는 게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유럽에서는 2008년 노르웨이를 시작으로 여성 임원 할당제를 도입하고 있다. 독일도 올해 상장기업 이사회의 30%를 여성으로 채우게했다. 일본은 2020년까지 여성 관리직 비율을높이려고 여성활약추진법을 제정했다. 여성들이 사회생활에 더 치열하게 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한 대기업 인사 담당자는 “여전히 일부 여자 신입사원들은 영업이나 현장 관리 등 상대적으로 고된 분야를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스스로 여자라는 이유로 험한 분야를 기피하는 것을 합리화할 경우 연차가 쌓일수록 운신의 폭이 좁아지고 인사 관리에서 낙오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감사원이 사실상 교육부의 손을 들어 줬지만 누리과정을 둘러싼 중앙 정부와 시도 교육청 간 대립이 바로 해소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일부 시도에서 누리과정 예산이 바닥나기 시작하면 해당 교육청은 보육 대란에 따른 여론의 악화 때문에 예년처럼 예산을 추가 편성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강제력 없는 감사원의 감사 결과에 대해 좌파 교육감들을 중심으로 ‘정부와 짜 맞추기’ 감사라는 공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박근혜 대통령이 추진했던 누리과정 특별회계법이 19대 국회에서 자동 폐기된 데다 20대 국회는 여소야대 구도여서 하반기에도 누리과정을 둘러싼 정치권의 갈등이 가라앉지 않을 것 같다. ○ 반발하는 교육청 “예산은 정부 책임” 예상대로 시도 교육청들은 즉각 반발했다. 서울시교육청은 24일 입장 자료를 내고 “누리과정은 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으며 정부가 재정을 부담하겠다는 여당의 의지와 약속이 있었던 사업”이라며 “유초중고 교육을 모두 책임지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만으로 어린이집 누리과정까지 부담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부산시교육청 관계자는 “보육대란을 막기 위한 재정이 현실적으로 부족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인상하거나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는 기존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감사원이 누리과정 비용을 교육청의 의무 지출 경비로 규정한 지방재정법 시행령 등이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것에 대해 민병희 강원도교육감은 “감사원은 법률을 해석하는 기관이 아니다”라며 불만을 드러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법률에서 규정한 것을 시행령으로 뒤집는 것이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강제력 없는 감사의 한계 감사원은 “시도 교육청이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지만, 교육청이 예산 편성을 거부해도 강제로 이행하게 할 방법이 없다. 감사원의 감사 결과는 그 자체로 확정되거나 기속력을 가진 것이 아니어서 감사 대상 기관에서 결과를 받아들여 실행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올해 필요한 유치원과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4조130억 원 중 23일 기준으로 확보됐거나 편성이 예정된 금액은 2조5290억 원(62.3%)에 불과하다. 지역별로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 중 유치원과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12개월 치가 모두 확보됐거나 추경 등으로 확보가 예정된 지역은 부산 대구 울산 충남 대전 세종 경북 등 7곳이다. 전남 충북 경남 제주 인천 서울 등 6곳은 3∼10개월분의 어린이집 예산이 편성되지 않았고, 광주 경기 강원 전북 교육청은 어린이집 예산을 전혀 편성하지 않은 상황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육감들도 현장의 혼란이 계속되는 것에 대한 문제를 공감하고 있고, 당초부터 우선순위의 문제였던 만큼 감사원의 판단을 계기로 미래 지향적으로 예산 편성에 나서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 특별법 무산으로 수세 몰린 정부 하지만 하반기 누리과정 예산의 향배는 여소야대 정국과 맞물려 있다. 20대 국회에서 다수인 야당은 감사원의 감사 결과에 싸늘한 태도다. 더불어민주당은 “감사원이 자신의 본분을 잊고 정치적으로 휘둘리는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국민의당 이용호 원내대변인도 “감사 결과는 대통령의 공약이 이행되지 않는 것은 도외시 한 채 오로지 청와대와 교육부의 입장만 반영한 ‘청와대 코드 감사’, ‘청와대 심기 감사’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고 비판했다. 야당은 여소야대 국면을 활용해 20대 국회에서 한층 공세적으로 “중앙 정부가 누리과정 예산을 책임지라”고 압박할 태세다. 진보 교육감들도 보육비 미지급으로 발생하는 현장의 반발을 감안해 추가적인 예산 편성 노력은 하겠지만, 중앙 정부와는 대립각을 세울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시도교육감협의회 차원에서 20대 국회의원 당선자들을 만나 누리과정 예산 문제에 대해 국가에서 미래 지향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며 “20대 국회에서 시행령 문제, 국고 지원 문제 등을 근본적으로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최예나 기자·황형준 기자}

최근 대학에는 ‘공학교육’ 열풍이 불고 있다. 정보사회에 대비하고 산업 현장에 맞는 인재를 육성한다는 취지다. 이달 초 교육부가 발표한 프라임(PRIME·산업연계 교육 활성화 선도 대학) 사업도 대학별 공학교육 열풍에 불을 지폈다. 현재의 공학교육이 추구하는 건 과거와 다르다. 각 대학은 공통적으로 ‘융합’을 강조한다. 이제 공학교육도 그 자체가 아니라 인문학이나 다른 분야와 융합해야 더 큰 가치를 만든다고 본다. 인공지능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바둑 대결 이후 “여러 분야를 아우를 수 있는 창의·융합형 인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계속되고 있다.프라임 사업으로 공학교육 열풍 확대 건국대는 프라임 사업 대상에 선정됨에 따라 정원 1217명을 △공대 △소프트웨어융합대 △KU융합과학기술원 등에 배정했다. 공대는 산하에 공학교육혁신센터를 두고 창의·융합 특성화 공학교육을 실시 중이다. ‘미학과 공학디자인’ 등 융합형 공학 과목을 개설하고 공학도의 예술적 감성이나 창의적 문제 해결 역량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방학에는 ‘건국대 창의디자인 캠프’를 열어 공학도들이 다양한 전공 학생들과 디자인 감각, 기획력, 창의적 문제 해결력을 배우게 한다. 7월 융합과학관이 완공되면 융합공학을 위한 교육역량을 더 극대화할 방침이다. 숙명여대는 프라임 사업 대상에 선정됨에 따라 올해 화공생명공학부와 IT공학과 등 2개 전공으로 출범한 공대를 내년에 총 5개 학부 내 8개 전공으로 확대한다. 기존에 이과대에 있던 나노물리학과와 컴퓨터과학부를 공대로 이동해 각각 응용물리전공과 컴퓨터과학전공으로 개편한다. 추가로 SW융합전공 전자공학전공 기계시스템학부 기초공학부도 신설한다. 공학 분야는 남성 위주라고 여겨져 왔고 실제로 여학생의 진학 비율도 저조했다. 이에 숙명여대는 여성 친화적인 공학교육 시스템을 만들어 여성 특유의 섬세함과 창의력을 살리려고 한다. 융합적 교육과정도 개발한다. 올해 신설된 기초교양대에 융합학부를 신설하고 사회 수요 맞춤형 교육과정을 개발할 방침이다. 내년 공대에 신설되는 기초공학부는 자율전공 형식으로 선발된 학생들이 1학년 때는 기초교육과정을 듣고 2학년에 본인이 원하는 공대 내 전공으로 전과하게 할 계획이다.공학, 인류 행복을 꿈꾸게 하다 공학 교육 목표를 인류가 더 건강하고 더 행복하게 사는 데 맞춘 대학도 있다. 연세대 공대는 2000년대 초반부터 학제 융합에 기초한 전문 교양교육을 강화했다. 경제성 공학, 기술 및 제품 마케팅, 지역사회를 위한 창의적 문제 해결 같은 과목이 대표적이다. 대학원에도 다양한 분야의 교수들이 참여하는 공학윤리와 연구방법론 과목이 있다. 공대 학생들은 동남아시아 같은 낙후지역에 파견돼 아동을 교육하고 시설 보수를 돕기도 한다. 학생들이 낯선 문화를 갖고 있는 사람들과 소통하고 공학도로서의 책임감을 느낌으로써 ‘인류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인재가 돼야겠다’고 생각하게 하기 위해서다. 서강대 공학부의 비전은 ‘사람들 삶을 더 편리하고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다. 서강대 교수들이 △미래 연료 △입는 로봇 △초소형 의료 장비 등을 지속적으로 개발하는 이유기도 하다. 서강대 학생들도 융합시대에 어울리는 인재가 되기 위해 다양한 경험과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융합공학으로 대학을 세계로 융합공학을 발전시킴으로써 학교를 국내와 세계에서 한 단계 더 발전시키려는 대학도 있다. 경희대는 △바이오헬스 △미래과학 △인류문명 △문화예술 △사회체육 등 5개 분야에서 융·복합 프로그램을 개발해 세계적 수준의 학술기관으로 성장하려 한다. 이 5대 연계 협력 클러스터는 경희대의 강점 분야를 연결한 융·복합 교육·연구·실천 프로그램이다. 이 중 미래과학 클러스터는 공학·순수과학·생명공학·인문학·예술 등 관련 학문 분야를 통합하고, 플렉시블 나노소자·디스플레이·미래형 에너지·모바일 라이프케어 분야를 체계적으로 육성하는 게 목표다. 한국외국어대는 외국어 전문 교육기관 이미지에 가려 잘 알려지지 않았던 공대를 융·복합을 통한 변혁으로 쇄신하려 한다. 바이오메디컬공학부는 고령화 사회에서 헬스케어 산업의 핵심 인재 양성을 목표로 올해 신설됐다. 컴퓨터·전자시스템공학부는 지난해 기존의 컴퓨터공학과와 디지털정보공학과를 통합해 만들어졌다.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에 관해 균형 잡힌 전문성과 국제 감각을 지닌 융합형 정보기술(IT) 인력을 양성하는 게 목표다. GBT(Global Business&Technology) 학부는 비즈니스 영어 실력을 갖추고 IT 기술을 이해할 줄 아는 융·복합 글로벌 경영인을 양성하기 위해 2016학년도에 첫 신입생을 선발했다. 영작 기초부터 말하기, 프레젠테이션, 토론 등 글로벌 CEO에게 필요한 역량을 기르는 데 교육과정을 집중하고 있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법외노조 판결 뒤에도 학교로 복귀하지 않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소속 전임자 35명을 직권면직하라며 교육부가 14개 지역 교육감들에게 내렸던 직무이행명령 시한인 20일까지 직권면직이 완료된 건 6명이었다. 소속 지역으로 따지면 서울 대구 대전 울산 각 1명, 경북 2명이다. 여기서 서울은 아직 미복직 전임자가 8명 남아 있고, 나머지 지역들은 직권면직 절차가 모두 마무리됐다. 이밖에 서울 부산 광주 경기 강원 충북 충남 전북 전남 경남 등 10개 지역 미복직 전임자 29명(공립 24명, 사립 5명)은 아직 직권면직 처리가 완료되지 않았다. 교육부에 따르면 대부분 교육청들은 전교조 전임자가 불출석한 상태로 2,3차 징계위원회까지는 열었지만 인사위원회를 아직 개최하지 않았다. 공립학교 교원의 경우 인사위원회가 직권면직을 결정하고 교육감이 최종 처분을 내려야 절차가 마무리 된다. 사립학교 소속 전임자들은 해당 학교에서 자체 징계위까지는 열었지만 아직 이사회가 개최되지 않았다. 교육부는 1월 법외노조 판결 뒤 상당히 시간을 많이 줬음에도 10개 지역 교육감들이 직무이행명령 시한을 넘긴 만큼 이들을 다음주 중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한다는 방침이다. 교육부가 근거 삼는 법 조항은 국가공무원법 제70조. 이에 따르면 임용권자는 휴직 사유가 소멸된 뒤에도 직무에 복귀하지 않은 공무원을 직권으로 면직시킬 수 있다. 교육부는 전교조 법외노조 판결로 전임자는 휴직 사유가 소멸했는데 무단으로 학교에 복귀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당초 교육부는 20일까지 17개 교육청에 △전교조 사무실 지원금 회수 또는 퇴거 명령 △전교조와 체결한 단체협약 효력 상실 통보 등의 후속조치도 완료하라고 했다. 그러나 이중 특히 전교조 사무실 회수 또는 퇴거 명령을 이행한 교육청은 단 한 곳도 없다. 교육부는 교육감들을 고발할 때 해당 내용도 함께 적시하고 별도로 자체 감사도 진행할 계획이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2017학년도 대학 입시 수시전형에서 논술고사를 실시하는 대학은 총 30곳(1만4861명 모집)이다. 수시 논술전형은 학교생활기록부 반영 비율이 낮아 논술의 영향력이 매우 높다. 이에 학생부 성적이 낮은 재학생이나 재수생이 많이 도전한다. 고려대 연세대 서강대 성균관대 등 대부분은 대학수학능력시험 최저학력기준을 요구한다. 이번 논술전형에 지원할 때 주의할 점은 논술고사 일정이 겹치지 않는지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같은 날짜라면 시간이 겹치는 건 아닌지 확인해 봐야 한다. 인문·자연계열 전체를 통틀어 논술고사가 집중적으로 몰린 날짜는 11월 19일이다. 수능(11월 17일) 이후 논술고사를 준비하기가 상대적으로 빠듯할 것으로 예상된다. 11월 19일에는 △서강대 자연 △성균관대 인문 △숙명여대 자연 △한양대 인문 △경희대 인문·자연1 △가톨릭대 의예과 △울산대 의예과 등 12개교가 논술고사를 본다. 다음은 11월 26일로 △고려대 인문·자연 △아주대 자연 △중앙대 자연 △한국외국어대 어문 등 8개교다. 11월 20일에는 △단국대 자연 △세종대 자연 등 7개교, 11월 27일에는 △광운대 인문 △이화여대 인문·자연 등 6개교다. 연세대(10월 8일) 등 9개교는 수능 전에 논술고사를 본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따르면 올해 대학별 수시 원서접수 기간은 9월 12∼21일이다. 대부분 대학이 고교 교육과정 중심으로 교과서와 EBS 지문을 활용해 논술고사를 출제한다. 대학별 기출문제를 통해 출제 경향을 익히는 건 필수다. 오종운 종로학원하늘교육 평가이사는 “대학들이 입학처 홈페이지에 ‘선행학습영향 평가결과보고서’를 올리고 기출문제나 모의문제를 공개하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 출제 배경, 논제 해석 방향 등이 포함돼 있으므로 꼭 찾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인문계열 논술고사는 주로 △제시문의 이해 및 분석력 △논리적 서술 능력 △창의적 사고력 등을 평가한다. 논제에서 제시문 요약이나 비교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연습해야 한다. 이때 제시문 문장을 그대로 옮겨 적기보다는 자기표현으로 정리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자연계열 논술 중 수학 논술은 미적분 단원 출제 비중이 높고, 과학 논술은 물리·화학·생명과학·지구과학 중 선택해 응시한다. 오 평가이사는 “문제를 주관식 서술형으로 푼다고 생각하고 평소에 풀이 과정을 자세히 쓰는 연습을 하는 게 좋다”며 “수학 논술은 특히 시간이 부족한 경우가 많으므로 시간 안배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내신은 별로인데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일명 ‘스카이(SKY)’에 붙었다고 하면 부럽죠. 근데 왜 붙었는지 아무도 모르잖아요. 결국 내 자식은 내신도 좋고 스펙도 좋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죠.” 2016학년도 서울대 수시 학생부종합전형 지원자들의 학교생활기록부 스펙을 분석했더니 합격자와 불합격자 간 뚜렷한 상관관계가 없었다는 본보의 17일자 A1·14면 기사를 본 한 학부모가 이렇게 말했다. 이 분석에 따르면 내신, 수상 실적, 창의적 체험활동의 정량적 수치가 좋은 학생이 무조건 서울대에 합격한 게 아니므로 학생부종합전형이 취지에 맞게 운영된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학부모 입장에서는 합격과 불합격의 명확한 기준을 알 수 없는 게 곧 불안감으로 다가온다. 학부모들은 공부하는 틈틈이 비교과 영역까지 준비해야 하는 자녀들이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한 네이버 카페에서 부산 지역 학부모는 “아이는 슈퍼맨이 아닌데 내신 상대평가는 여전하면서 동아리·봉사·경시대회 등에 지친 듯해 안쓰럽다. 아이를 낳은 게 원망스러울 정도다”라고 말했다. 고교생들이 많이 모이는 네이버 카페에서는 현재까지 학생부에 기록된 자신의 스펙을 일일이 나열하고 “이 정도면 ○○대에 갈 수 있겠느냐” “무엇을 더 해야 하느냐”고 묻는 사례를 쉽게 볼 수 있다. 불안감에 사로잡힌 학부모 중에는 직접 자녀의 각종 스펙을 준비하는 경우도 있다. 경기 지역에 사는 한 학부모는 “(비교과 관리가 잘 안 되는) 평범한 일반고에서 아이를 학생부종합전형으로 보내려니 컨설팅을 받고 각종 활동을 일일이 만들고 있다”며 “돈도 시간도 너무 많이 든다”고 했다. 다른 학부모는 “학생부종합전형 취지대로 모든 걸 스스로 해내는 아이도 있지만, 교내 대회나 봉사에 참여시키려고 엄마가 팀까지 짜주는 등 팔을 걷어붙이는 사례를 많이 봤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학생부종합전형에 대비한 과도한 스펙 경쟁을 막으려면 대학이 평가 기준과 결과를 공개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물론 평가 자율권은 대학에 있고 학생부종합전형은 특히 정성평가다. 그러나 합격 사례나 대학에서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스펙의 사례를 공개하지 않으면 학부모들은 평가의 공정성을 믿지 못하고 일단 경쟁한다는 것. 고교 현장의 변화도 필수적이다. 어떤 학교에 다니느냐에 따라 학생부 페이지 수가 달라지는 일은 없어야 한다. 김경숙 건국대 책임입학사정관은 “비교과 영역을 ‘준비할 게 많고 부모의 문화자본 등 외부환경 영향이 크고 사교육 개입이 용이하다’고 하는데, 수업 방법을 개선해 정규수업 결과를 학생부에 기록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교사나 대학들은 학생부종합전형이 개선점이 많지만 공교육의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기대한다. 임병욱 인창고 교감은 “각종 동아리가 140개 운영 중이고 체육시간에 자습을 하던 분위기도 사라졌다. 학생들이 수업 시간에 질문·토론·발표를 한다. 학생들 활동 내용을 교사가 일일이 기록해야 해 부담이지만 학교 현장이 변화돼 교사들도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대입 학생부종합전형을 준비하는 고교생들에게 화두는 ‘자동봉진’이다. ‘자율, 동아리, 봉사, 진로활동’으로 요약되는 창의적 체험활동을 더 많이 하려 애쓴다. 창의적 체험활동을 도입한 취지는 학생의 자기주도적 학습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학생부종합전형의 합격 또는 불합격의 명확한 이유를 알 수 없기에 “일단 스펙을 쌓고 보자”는 학생이 많다.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수업을 마친 뒤나 주말 시간을 ‘자동봉진’에 할애해야 해 내신과 대학수학능력시험 점수 압박을 받는 수험생 부담을 가중시킨다”며 “부모 사교육 등 외부환경 요소가 개입될 여지도 많다”고 지적했다.○ ‘자동봉진’ 더 많이 해도 불합격 본보가 16일 종로학원하늘교육과 지난해 서울대 수시 학생부종합전형 지원자 259명의 스펙을 분석했더니 창의적 체험활동은 합격자(53명)와 불합격자(206명) 간 상관관계를 찾기 어려웠다. 특히 지역균형선발전형은 불합격자(평균 573.1시간)가 합격자(558.8시간)보다 창의적 체험활동을 14.3시간 더 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고 시간도 불합격자(702시간)가 합격자(676시간)보다 많았다. 최저 시간 역시 불합격자(470시간)가 합격자(427시간)보다 많았다. 합격자의 평균 시간이 불합격자보다 적었던 건 자율활동과 봉사활동이었다. 자율활동은 합격자가 203.5시간을 한 반면 불합격자는 222.1시간을 했고, 봉사활동은 합격자는 145.4시간, 불합격자는 147.7시간이었다. 이 외 동아리활동은 합격자(122.1시간)가 불합격자보다 5.8시간, 진로활동은 합격자(87.8시간)가 0.9시간 더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일반전형에서는 불합격자(83.5시간)가 합격자보다 진로활동을 16.7시간 더 했다. 이 외 자율활동 동아리활동 봉사활동 분야는 합격자가 불합격자보다 활동 시간이 많았다. 전체 창의적 체험활동의 평균 시간은 합격자(563.2시간)와 불합격자(524.0시간) 간 격차가 39.2시간이었다. 내신은 평균으로만 따지면 합격자와 불합격자 간 상관관계가 있었지만 격차는 크지 않았다. 지역균형선발전형 합격자 평균 내신은 1.2등급, 불합격자는 1.3등급이었고, 일반전형은 합격자 1.3등급, 불합격자 1.6등급이었다. 합격자 중에는 내신이 최저 2.0등급(일반전형), 1.5등급(지역균형선발전형)인 사례도 있었다. 수상 경력은 합격자와 불합격자 내 최고·최저 개수 간 격차가 컸다. 지역균형선발전형 합격자의 경우 수상 경력이 최저 22개에서 최고 83개의 분포를 보였다. 불합격자 중 최고 수상 경력은 86개였다. 평균치는 합격자가 54.3개, 불합격자는 46.8개였다. 일반전형은 합격자(48.4개)와 불합격자(35.3개) 간 격차가 13.1개였다. 내신이나 비교과 스펙이 우수하다고 꼭 서울대에 합격한 건 아니다. 일반전형에서 합격자 평균 내신(1.3등급)에 들고 수상 경력이 평균(48.4개) 이상이면서도 불합격한 학생이 9.6%였다. 내신이 합격자 평균에 드는 학생 중 자율활동도 평균 이상이면서 떨어진 비율은 12.0%, 동아리활동이 평균 이상이면서 떨어진 건 5.6%, 봉사활동의 경우는 8.0%, 진로활동은 24.8%였다. 지역균형선발전형의 합격자 평균 내신(1.2등급)과 수상경력(54.3개)을 갖추고도 떨어진 비율은 25.9%였다. 내신이 합격자 평균에 드는 학생 중 자율활동이 평균 이상이면서 떨어진 비율은 25.9%, 동아리활동은 14.8%, 봉사활동은 24.7%, 진로활동은 23.5%였다.○ ‘깜깜이’가 학생 부담으로 학생부종합전형은 학생들이 소질과 진로에 맞는 각종 활동을 학교에서 얼마나 했는지 평가함으로써 공교육을 정상화한다는 데 의의가 있다. 학생부종합전형 덕분에 학생들이 예전처럼 수능 성적과 내신에만 신경 쓰지 않고 다양한 활동을 하는 건 맞다. 많은 교사가 “교육 주도권이 학교로 돌아왔다”며 학생부종합전형을 환영하는 이유다. 하지만 합격의 명확한 기준이 없는 점과 비교과 영역을 준비하는 게 교사 학생 학부모 모두에게 부담이 된다는 점에도 동의한다. 서울시교육청은 서울 일반고와 자율형공립고 소속 학년부장, 진로진학부장 419명을 대상으로 학생부종합전형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해 16일 발표했다. 응답자들은 △평가의 공정성 의문(81.0%) △학생의 피로도 과중(66.7%) △사교육을 통한 서류 작성 및 면접 준비(61.4%) △평가 결과 예측의 어려움(50.8%) 등이 문제라고 꼽았다. 고교 3학년 아들을 둔 김모 씨(45·여)는 “아이가 교내 상을 한 개라도 더 타려면 학교에서 이름이 알려져야 할 것 같아 엄마들이 귀찮아도 학교운영위원회 등 직책을 꼭 맡으려고 한다”고 했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이사는 “학생부종합전형의 본래 취지가 성립하려면 내신을 한두 학기 망쳤어도 다른 것 때문에 합격한 사례가 공개돼야 한다. 그게 아니면 학생이나 학부모들은 결국 대학이 내신도 스펙도 좋은 지원자를 뽑는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안연근 서울진학지도협의회 회장은 “고교 현장이 열악해 비교과 영역을 준비할 수 없는 학생들을 위해 학생부와 관계없는 대학별 고사도 적절히 유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충북 일반고 출신 A 군은 3학년 1학기까지 평균 내신이 2등급이고 상은 26개를 받았다. 물리탐구 등의 동아리활동을 375시간 했고, 꿈인 벤처기업가 관련 진로활동(90시간) 등 창의적 체험활동에 730시간 참여했다. 광주 일반고 출신 B 군은 같은 기간 평균 내신 1.2등급에 상은 49개를 받았다. 과학과 영어 동아리활동(144시간)을 하는 등 창의적 체험활동에 총 449시간을 들였다. A, B 군은 2016학년도 서울대 수시 일반전형에서 각각 자유전공학부와 수학교육과에 지원했는데 A 군만 합격했다. 이유는 아무도 모른다. 최근 입시 대세로 불리는 학생부종합전형을 놓고 ‘깜깜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학생부종합전형은 학생부 교과(내신)뿐 아니라 비교과(수상 경력, 창의적 체험활동) 영역을 종합해 선발하는 방식. 명확한 합격 기준을 알 수 없어 무한 스펙 경쟁을 낳고 있다는 문제가 제기된다. 동아일보가 2016학년도 서울대 수시 학생부종합전형에 지원한 일반고 259명의 학생부 스펙을 분석한 결과 합격자(53명)와 불합격자(206명) 간 뚜렷한 차이가 없었다. 창의적 체험활동(자율·동아리·봉사·진로활동)의 경우 지역균형선발전형 합격자의 평균 활동시간(558.8시간)이 불합격자(573.1시간)보다 오히려 적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학생부종합전형을 준비하면서 스펙 쌓고 소논문 쓴다고 하는데 서울대 입시에 소논문은 필요하지 않아요. 정말 충실한 교실 수업이 중요한 겁니다.” 권오현 서울대 입학본부장(사진)은 16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학생부종합전형은 좋은 제도인데 대학마다 운영 노하우나 기반이 달라 (스펙을 쌓으면 된다는) 오해가 생긴다”며 “서울대 학생부종합전형은 완전한 정성평가(주관적 기준에 의한 평가)”라고 말했다. ―학생부종합전형을 도입한 이유는…. “2012년까지 서울대 지역균형선발전형은 학생부교과전형이었다. 이때는 내신 1등급인 A고 학생이 1.5등급인 B고 학생보다 공부를 잘한다고 봤다. B고에는 과학 두 과목을 듣는 학생이 적어 1등급을 받기 어려운 조건일 수 있는데도 무조건 내신이 높으면 유리했다. 서울대에 합격시키려고 상위권 학생에게 성적을 밀어주는 등 교육을 왜곡한다는 지적도 많았다. 그래서 학생부종합전형은 단순히 등급, 등수를 보지 않고 숨은 ‘맥락’을 읽는다.” ―맥락을 읽는다는 건 무슨 뜻인가. “서울대 입학사정관들이 학생부에서 제일 먼저 보는 건 과목별 원점수와 등급 등이 나온 페이지다. 쉬운 과목을 들어 성적이 좋은 건지, 소수가 들어 성적은 나쁘지만 제대로 공부했는지 본다. 또 과목별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을 보면 학생이 수업에 어떻게 참여했는지 알 수 있다. 배운 것과 관련한 궁금증을 동아리나 독서 등을 통해 해결했다면 성적은 조금 나빠도 학업 태도가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3학년 때 성적이 갑자기 나빠졌는데 그 시기에 상을 당했다면 2학년 때 성적을 더 보기도 한다.” ―객관적인 수치가 중요하지 않은가. “입학사정관 26명이 학생부 맥락을 파악하기도 바쁘다. 창의적 체험활동 몇 회 같은 숫자는 세지 않는다. 학생부종합전형이 제대로 운영되면 절대 학생에게 부담이 아니다. 학교 생활을 충실히 하면 입시는 자동으로 해결된다.” ―학생부종합전형은 모든 대학이 정성평가인가. “대학마다 다르다. 서울대는 2000년부터 입학사정관을 양성했다. 사정관이 26명인데도 한 학생의 학생부를 여러 번 보다 보니 부담이 크다. 만약 사정관이 학생부를 한 번 보고 끝내면 정성평가가 아니라는 의심을 살 수밖에 없다. 관련 인프라를 구축하지 않고 학생부종합전형을 무조건 확대하면 솔직히 어떻게 감당할지 걱정된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딸을 데리고 나가면 사람들이 늘 묻는다. “동생이에요?” 딸이라고 답하면 어김없이 질문이 돌아온다. “어려 보이는데 벌써 결혼했어요?” 웃으며 이야기한다. “저 혼자 살아요.” 임진아(가명·22·여) 씨는 “미혼모 스스로 당당하게 생각해야 사람들 인식도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미혼모는 ‘결혼을 안 한 엄마’라는 뜻일 뿐”이라며 “엄마 아빠 둘이 감당하기도 힘든 짐을 혼자 짊어지려는 것이니 정말 대단한 건데, 사람들도 이상하게 보면 안 된다”고도 했다.○ “나부터 당당한 엄마가 되자” 14일 서울 마포구 TGI프라이데이스에서 진아 씨 딸의 첫 생일파티가 열렸다. 홀트아동복지회와 ㈜롯데리아가 미혼 한부모 가정에 지원하는 ‘Mom 행복한 생일파티’에 진아 씨가 선택됐다. 진아 씨는 가족 대신 장애아동 11명을 초대했다. 딸을 ‘살려준’ 은인들에 보답하기 위해서였다. 진아 씨는 “잘못된 선택을 했을 수도 있는데 그 순간 아이들이 생각났다. 오늘은 딸을 위한 자리가 아니다”라며 잠시 눈물을 보였다. 이날 진아 씨는 2년 만에 원피스를 입었다. 아기를 갖기 전 진아 씨가 정말 좋아하던 옷이었다. 사진 촬영 전, 최예진 홀트아동복지회 사회복지사가 자신의 립스틱을 꺼내 진아 씨에게 발라줬다. 또래 여성이 주로 쓰는 색상보다 짙지 않았지만 진아 씨는 어색해했다. “타요타요 타요타요∼ 개구쟁이 꼬마버스∼” 진아 씨가 노래를 불렀다. 딸이 카메라 렌즈를 보며 방긋방긋 웃었다. 진아 씨는 “매일 밤 아이가 잠든 모습을 볼 때, 그리고 친구나 지인들이 ‘혼자서 아이를 정말 잘 키웠다’고 할 때마다 내가 한 선택이 맞았고 낳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행복한 기억만 있는 건 아니다.○ 아이는 하늘이 준 축복 그날 귤껍질을 까는 순간 진아 씨는 코를 막고 화장실로 달려갔다. 이상했다. 귤은 제일 좋아하는 과일이다. 몇 주째 속이 계속 울렁거렸다. 가슴을 쾅쾅 치는 순간 머릿속에 그 남자와의 ‘그날’이 떠올랐다. 2014년 9월, 병원에서는 5주차라고 했다. 엄마 아빠 언니 남동생 그리고 친구들 얼굴이 차례차례 지나갔다. ‘어떻게 이야기하지, 어떻게 살지….’ ‘어떻게’라는 질문을 끝내준 건 ‘새벽이’였다. 서울 관악구에서 베이비박스를 운영하는 주사랑공동체교회에서 만난 아이. 진아 씨는 고등학생 때 TV에서 상자에 버려진 아이들을 보고 대학생이 돼서까지 7년간 봉사를 했다. 집(경기 광명)에서 버스로 1시간 10분을 가야 했지만 일주일에 많게는 6일씩 아이들을 찾았다. 장애가 있어 다른 가정으로 못 가고 교회 이종락 목사가 입양한 아이들을 돌보는 일이었다. 다운증후군과 지적장애가 있는 새벽이도 그런 아이였다. “새벽이는 엄마 아빠도 없고 장애가 있는데도 예쁘게 잘 컸잖아. 우리 아이는 병도 없을 거고 엄마도 있으니까…. 잘 클 수 있을 거야.” 진아 씨는 이렇게 확신했다. 그러나 남자친구는 “낳아 키우자”라면서도 부모님에게 알리기를 미뤘다. ○ 키우는 행복이 고통보다 훨씬 커 그해 12월, 진아 씨 집에 양가 어른들이 모였다. 눈이 퉁퉁 부은 진아 씨 엄마는 “집과 생활비를 보태겠다”고 했다. 하지만 남자친구의 부모는 낙태수술 이야기를 꺼냈다. 남자친구도 돌아섰다. 부모 얼굴을 보는 게 죄송했던 진아 씨는 지난해 3월 미혼모복지시설 구세군두리홈에 갔다. 국내에 진아 씨 같은 미혼모가 얼마나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여성가족부는 2014년 국내 양육 미혼모가 3만5809명(2013년 기준)이라고 추정했다. 2010년 통계청이 내놓은 장래인구가구 추계에 따르면 지난해 24세 이하 청소년 한부모는 1만6140가구로 예상된다. 여기에는 미혼모뿐만 아니라 이혼 사별 등으로 혼자 아이를 키우는 청소년 엄마 아빠가 모두 포함돼 있다. 지난해 5월 8일 병원을 찾아온 진아 씨 엄마는 손녀딸의 이름을 지어 왔다. 퇴원 후 진아 씨는 부모님 집으로 돌아갔다. 아이 때문에 꼼짝할 수 없는 진아 씨의 월수입은 정부가 만 24세 이하 청소년 한부모에게 주는 ‘아동양육비’ 15만 원과 홀트아동복지회에서 올해 12월까지 주는 ‘꿋꿋한 엄마’ 아동양육기금 20만 원이 전부다. 아동양육비 15만 원마저도 만 24세가 넘어가면 10만 원으로 줄어든다. 만약 진아 씨가 아이를 입양 보냈다면 해당 가정은 양육수당으로 월 15만 원을 받을 수 있다. 여성부 담당자는 “자기 아이를 키우는 사람에게 지원을 덜 해준다”고 지적했다. “엄마”라는 말도, 걸음마도 또래보다 빠르고 키도 큰 딸에게 진아 씨는 항상 다짐한다. “제가 미혼모라고 눈치를 보면 내 아이도 눈치를 봐야 하잖아요. 다른 엄마들에게도 당당해지자고 얘기합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진아 씨는 몇 차례나 자신과 딸의 실명 및 사진을 모두 공개해도 괜찮다고 말했다. 하지만 본보는 그가 밝힌 사연과 메시지만으로도 미혼모들과 독자들에게 그 뜻이 충분히 전달될 수 있다고 보고 가명을 사용했다.}

다른 선생님보다 훨씬 크고 빠른 주인님 발소리가 가까워질수록 제 가슴도 쿵쿵 뜁니다. 쉬는 시간 10분 만에 바지 두어 벌 고칠 수 있게 바늘을 쉴 새 없이 움직여야 할 테니까요. 가끔은 바지뿐 아니라 ‘천안쌍용중’ 로고가 박힌 재킷을 수선하기도 합니다. 학생들이 다른 선생님은 ‘수학샘’ ‘담임샘’이라고 부르던데 이상하게도 제 주인에게는 ‘재봉틀샘’이라 부릅니다. 김철회(62)라는 이름도 있고, 38년간 과학을 가르치면서 그중 14년 동안은 그렇게 무섭다는 학생생활지도부장을 했는데 말이죠. 아마 쉬는 시간마다 나, 재봉틀로 학생들 교복을 고쳐 주기 때문인가 봅니다. 주인을 만난 이후 제가 바지 위에 일정치 않은 간격으로 ‘발자국’을 낸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어떤 학생은 돌아서면서 친구에게 “야, 재봉틀샘이 옷 수선 가게 주인이었으면 돈 엄청 벌었겠다. 재봉질 실력 대단하지 않냐”고 말하더라고요. 주인은 학생들의 “고맙습니다”라는 말, 하트가 그려져 있는 쪽지, 그거면 된다고 합니다. 그때면 주인의 입꼬리는 지그시 올라갑니다. “요놈아∼ 바지 밑단도 너덜거린다!”며 갑자기 주인이 저를 멈추고 바늘구멍을 보며 눈살을 찌푸릴 때가 있습니다. 이상합니다. 학생이 주머니에 넣어둔 종이에는 분명 ‘왼쪽 엉덩이’라고만 쓰여 있는데. 기어코 주인은 또 직접 바늘에 실을 꿰네요. 바지 밑단은 직접 새발뜨기(단을 꺾어 접었을 때 가장자리를 밑감에 고정시키는 바느질법)를 해야 튼튼하다고 고집을 부립니다. 5년 전입니다. 오랫동안 잠에 빠져 있던 저는 어디선가 ‘훅’ 불어오는 입김에 눈을 떴습니다. 주인이었어요. 가사실습실에 있던 저와 친구 34명 몸 위에는 늘 뽀얀 먼지가 있었어요. 저를 만져주는 교사도 학생도 없었죠. 요즘 세상에 누가 재봉틀을 쓰겠어요. 주인은 저를 학생부실의 한구석으로 데려왔어요. 좁은 학생 책상 위라 갑갑했죠. 쉬는 시간, 점심시간, 방과 후…. 주인은 틈만 나면 저를 돌려댔어요. 순식간에 제가 있는 방은 세탁소가 됐지요. 학생들이 맡긴 교복, 수선이 다 된 교복, 졸업생들에게 받아 말끔하게 수선한 뒤 새 주인을 기다리는 교복들이 나란히 걸렸어요. 이 학교에서는 교복을 안 입으면 학생식당에도 들어갈 수 없습니다. 그러니 운동장에서 뛰놀다 바지가 뜯어진 학생들이 끊임없이 몰려올 수밖에요. 하루에 아무리 못해도 10벌이에요. 여기 3학년 남학생 교복 엉덩이 위에는 거의 다 제 발자국이 나 있어요. 다들 교복을 여러 벌 살 만큼 여유로운 건 아니니까요. 3학년쯤 되면 엉덩이 부분이 닳죠. 밑단이 뜯어진 치마나 바지, 단추가 떨어진 셔츠도 제 단골손님입니다. 주인이 ‘재봉틀샘’이 된 건 15년 전이래요. 천안북중에서도 학생부 일을 했던 주인은 교복을 안 입고 온 학생을 지도하다 “교복이 세탁소에 있는데 어떡하라고요”라는 얘기를 들었다는군요. 주인 머릿속에 재봉틀이 떠올랐어요. 중학교 2학년 때 어머니가 사셨다는 낡은 재봉틀이었죠. 주인은 금방 혼자 배웠대요. 나팔바지를 샀다가 혼나서 맘보바지로 만들기도 했죠. 결혼하고 나서는, 짧아진 딸 치마에 레이스를 덧대줬대요. 그래도 그냥 남자로서는 보기 드문 손재주라고만 여겼죠. 시작은 ‘내가 교복을 바로 고쳐주면 애들이 교복 못 입는다고 못하겠지’ 하는 마음이었다네요. 하지만 주인과 만난 제 친구가 셋이나 돼요. 저처럼 가사실습실에서 잠만 자던 친구들을 데려다 일을 시킨 거죠. 학교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15년간 방학을 빼고 하루 10벌이면 얼마나 많은 교복을 수선한 걸까요? 주인은 세 본 적이 없다는데 저도 상상이 안 되네요. 주인이 말하면 학생들은 교문이나 복도에서 멈춰 서곤 해요. 학생부 선생님이 부르면 무섭지 않겠어요? 그런데 여기 학생들은 주인 앞에 서면 빙긋이 웃어요. 말도 많아져요. “공부하기가 너무 싫어요.” “엄마 아빠는 저를 이해 못해요.” 주인은 손으로는 저를 바삐 돌리고 입으로는 두런두런 이야기를 합니다. 학생뿐 아니에요. 주인의 동료들도 학부모들에게 시달린 이야기, 학생에게 입은 상처를 털어놓고 갑니다. 후배들에게 주인은 이렇게 얘기해요. “학생 무서워하면 교직에 못 있어. 학생이 ‘선생님이 최고’라는 생각을 갖게 지식도, 사랑의 마음도 더 쌓아. 교직생활 38년 넘게 했지만, 선생님 된 거 한 번도 후회 안 했어.” 요즘 제게 걱정이 생겼습니다. 3개월 뒤 다시 가사실습실로 갈 것 같아요. 주인이 정년퇴직이란 걸 해야 한답니다. 그러면 영원히 헤어지게 되겠죠. 13일 받는 충남 최우수 모범교사상도, 지금까지 받은 교육부장관 우수교사 표창, 정부모범공무원상, 과학기술부장관상, 충남도교육감상도 부족할 겁니다. 내 주인 김철회 선생님이 학생들을 사랑하는 마음을 증명하기엔.천안=최예나 기자 ye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