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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자동차 산업이 기술 변화와 경영난으로 격변하는 가운데 영국의 노동조합이 자동차 기업과 정부에 구체적인 일자리 창출 전략을 제안해 눈길을 끌고 있다. 영국 최대 노조 ‘유나이트’가 미국 자동차회사 포드에 “기존 엔진 공장을 전기차 및 배터리 공장으로 탈바꿈시켜 달라”면서 산업 변화에 따라 구조조정 될 수 있는 일자리 80만 개를 살릴 전략을 제안하기로 했다고 영국 BBC방송이 11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유나이트는 자동차, 철강 산업 노동자를 주축으로 한 노조로, 등록된 조합원만 142만 명에 이른다. BBC에 따르면 유나이트 노조는 14일 영국 자동차 산업에서 앞으로 사라질 일자리 80만 개를 살릴 수 있는 전략을 연구한 보고서를 사측에 제출한다. 세계적으로 디젤차 수요가 급감하고 경쟁국들이 전기차 개발 경쟁에 나서자 위기감을 느낀 노조가 구조조정이 닥치기에 앞서 전향적으로 대안을 들고 나온 것이다. 미국 회사 포드가 영국에 투자한 공장을 철수하거나 직원을 대폭 정리해고 할 상황에 대비해 구체적 미래 전략을 노조가 직접 제시하겠다는 것이다. 일자리 보전, 전기차 개발 등을 단순히 요구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구체적 전략을 여러 이해관계자들과 공론화한 점이 특징이다. 노조는 이 보고서를 통해 영국 정부에도 영국 자동차 산업을 총체적으로 전기차 산업 체질로 전환시킬 방안을 제시하기로 했다. 보고서에는 연구개발, 직원 교육, 투자에 대한 내용이 상세히 담긴다고 BBC는 전했다. 이에 대해 포드 측은 “노조 파트너들과 함께 미래를 위한 다른 기회들을 찾아보도록 계속 노력하겠다”고 화답했다고 영국 더타임스가 전했다. 노조가 자동차산업 미래 전략 보고서까지 직접 내놓으며 구조조정에 대비하는 이유는 강성 노조와 고비용 생산구조로 고전한 아픈 과거에서 얻은 교훈 때문으로 분석된다. 영국은 19세기 내연기관을 발명하며 자동차산업을 태동시킨 종주국이고 1950년대만 해도 자동차 수출 강국이었다. 하지만 노사 분규로 신규 차 출시가 지연되는 등 어려움을 겪으며 자동차 산업이 쇠락했다. 포드는 현재 영국 사우스웨일스 브리젠드 공장에서 포드 ‘피에스타’와 재규어랜드로버 차량 엔진을, 에식스 대거넘 공장에서 디젤 엔진들을 생산하고 있다. 디젤차 수요가 급감하자 포드는 2020년 브리젠드 공장에서 재규어랜드로버 차량의 엔진 생산을 중단할 계획이었고, 이 경우 대량 실직 사태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한국의 노조도 구체적인 미래전략을 마련해 공론화하고, 정부와 학계의 공감을 일으키고, 사측과 협력하며 해법을 찾으면 지금과 같은 위기에서도 기회를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미국인 절반 이상이 이민자나 공장의 해외 이전보다 인공지능(AI)을 미래 일자리의 최대 위협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고 미국 정보기술(IT) 전문지 테크크런치가 11일 보도했다. 미국 노스이스턴대와 여론조사기관 갤럽이 지난해 9~10월 미국인 성인 남녀 3297명을 조사한 결과 58%가 앞으로 10년간 자신의 일자리를 위협할 최대 요인으로 로봇과 AI를 꼽았다. 고용의 최대 위협으로 거론돼온 이민자나 공장의 해외 이전을 첫손에 꼽은 사람은 42%에 불과했다. 조사에 참여한 미국인의 73%는 “AI로 인해 고용이 생겨나기보다는 인간의 일자리가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고용의 최대 위협에 대한 인식은 응답자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달랐다. 민주당 지지 응답자의 67%는 AI을 꼽았지만 공화당 지지 응답자 52%는 이민자 또는 공장의 해외이전이 이라고 답했다. 한편 같은 조사에서 미국인 6명 중 5명이 AI가 탑재된 6개 제품군 중 하나 이상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글맵 등 내비게이션 앱 사용자는 84%, 넷플릭스, 훌루 등 스트리밍 음악·동영상 서비스 사용자는 72%, 시리 등 스마트폰의 AI 비서기능 사용자는 47%였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이주여성 노동자의 성폭력 피해, 한국 정부가 꼭 책임져야 합니다.” 국내 이주여성들이 성폭력 피해를 입은 동료를 대신해 ‘미투(#MeToo·나도 당했다)’를 외치고 나섰다.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전국 이주여성쉼터협의회, 사단법인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가 9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 회관에서 개최한 ‘이주여성들의 미투’ 토론회에서 이들은 “한국이 필요해 불러들인 이주여성들이니 한국이 책임지고 여성들의 피해를 보호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 자리에선 본보 기획 ‘이주여성들의 외칠 수 없는 미투’(2월 27일자 A1·5면 등 3회 시리즈)에 소개된 사례를 포함해 곳곳에서 성희롱, 성폭행에 시달리는 이주여성들의 사연이 익명으로 공개됐다. 캄보디아어 통역 봉사자 캇소파니 씨는 국내 캄보디아 여성 노동자들이 일터에서 성폭행을 당해도 피해를 입증하지 못해 일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현실을 지적했다. 캇 씨의 동료인 여성 A 씨는 2016년 취업 비자로 입국해 경기의 한 농장에서 일하다 고용주에게 지속적으로 성폭행을 당했다. A 씨는 용기를 내 고용주를 신고했고 재판이 진행됐지만 좌절할 수밖에 없었다. 고용허가제는 성폭행 피해가 입증돼야만 사업주 동의 없이도 직장을 바꿔주는데, 입증이 힘들었기 때문. 캇 씨는 “사업주나 동료가 성폭행을 하면 주변 동료들이 일할 때 불이익을 볼까봐 증언을 꺼린다”고 설명했다. 베트남 여성 상담을 맡는 레티마이투 씨는 결혼이주여성들이 ‘남편에게 이혼당하면 추방되기 쉽다’는 불안감에 남편과 시댁의 성폭력을 견디고 있음을 알렸다. 레 씨는 “여성들은 남편의 귀책사유를 입증해야 이혼 뒤에도 추방당하지 않는데, 한국어가 서툴고 법 지식이 부족해 증거를 확보하기 힘들다”고 호소했다. 대구에서 성폭력 피해를 입은 태국 여성을 상담한 태국 출신 니감시리 스리준 씨는 “국내 태국 마사지숍에서 일하는 태국 여성들 대다수가 성매매를 강요받고 있다”고 밝혔다. 스리준 씨에 따르면 태국 여성들은 에이전시로부터 3개월 간 한국에서 월 150만~200만 원의 돈을 벌며 마사지를 하다 돌아올 수 있다는 말을 듣고 한국으로 들어왔다. 하지만 낯선 한국에 도착하면 외딴 업소에 갇혀 거의 매일 남성 5~7명에게 몸을 팔아야 했다. 스리준 씨는 “여성들이 성매매를 거부하면 업소 사장은 비행기 값과 에이전시 수수료 등을 내놓으라고 협박하고, 태국 가족에게 성매매 사실을 알리겠다고 위협한다”고 전했다. 여성들은 이 자리에서 정부에 △이주여성 성폭력 실태조사 실시 △피해 여성에 대한 체류 권리 보장 △여성 노동자의 피해 신고 즉시 사업장 변경 허용 △외국인 등록자에게 성폭력 피해 지원을 받을 방법에 대한 모국어 자료 제공 등을 요구했다. 이날 사회를 맡은 강혜숙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공동대표는 “한국은 강간죄를 적용할 때 피해자가 증거를 입증하기 어렵다는 점을 무시하고 있어 가해자가 쉽게 무죄 판결을 받는다”며 강간죄 적용이 개선돼야 함을 강조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만나겠다고 밝히자 해외 언론들은 ‘깜짝 발표’ ‘기습 만남’ 등의 표현으로 속보를 전하며 놀라워했다. 두 정상이 만나도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회의론도 나왔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9일 “어떤 만남도 역사적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CNN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이 서로 욕설을 주고받은 지 1년 만에 만난다는 사실은 결과가 어떻게 될지 불확실함에도 정말 놀라운 돌파구”라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만남을 “문재인 대통령의 승리”라고 해석하면서도 “두 정상이 회담에서 진전을 보려 하면서 각자의 요구가 많아질 수 있고 이 때문에 충돌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도 이날 뉴욕타임스(NYT) 기고를 통해 “관습에 얽매이지 않는 두 지도자의 예측 불가능한 회담은 수십 년 된 분쟁을 끝낼 수 있는 유일한 기회를 제공하지만 실패하면 두 나라를 전쟁 위기로 몰고 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아사히신문과 도쿄신문 등 일본 언론들은 호외까지 발행하면서 북-미 정상회담에 큰 관심을 보였다. 아사히신문은 호외를 통해 ‘김 위원장의 핵과 미사일 동결 약속’을 강조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의 웹사이트 런민왕(網)도 ‘대사건! 트럼프가 5월 전 김정은과 회담에 동의’라는 제목으로 속보를 내보냈다. 런민왕은 다른 기사에서 “북핵 문제의 외교적 해결이 멀고 힘들지만 협상이 전쟁의 우려를 없앨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 BBC방송은 “속을 알기 어려운 공산국가(북한)와의 대화는 엄청난 도박”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이 핵전쟁 위협을 줄이면 노벨평화상을 탈 수 있지만 협상에 실패하면 다시 벼랑 끝으로 돌아갈 것이다”라고 우려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 뉴욕=박용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만나겠다고 밝히자 해외 언론들은 ‘깜짝 발표’ ‘기습 만남’이란 표현으로 속보를 전하며 일제히 놀라워했다. 두 정상이 만나도 별다른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회의론도 나왔다. 미국 CNN은 9일 ‘트럼프가 김정은을 만나겠다고 말한다’는 헤드라인으로 홈페이지 상단을 가득 채웠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이 서로 욕설을 주고받은 지 1년 만에 만난다는 사실은 결과가 어떻게 될지 불확실함에도 정말 놀라운 돌파구”라고 평가했다. “이번 만남으로 북한 정권은 그간 갈망했던 국제무대에서의 인지도를 얻는데 가까워지고, 트럼프는 그간 불투명했던 역사적이고 외교적인 승리를 거둘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될 것”이라고도 분석했다. CNN은 “이런 깜짝 발표는 한국 정부가 북한 대표단을 평창 겨울올림픽에 초청한 이벤트에서 시작된 외교의 정점이다”고 평가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만남을 “문재인 대통령의 승리”라고 해석하면서도 두 정상의 회담엔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WSJ는 “두 정상이 회담에서 진전을 보려 하면서 오히려 각자의 요구가 많아질 수 있고 이 때문에 충돌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두 정상이 수개월 간 군사적 위협과 모욕을 주고받으며 핵 긴장이 고조된 이후 놀라운 발전”이라며 “어떤 만남도 역사적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고, 친트럼프 성향의 폭스뉴스는 “한반도 비핵화로 이어진다면 세계 안보에 미치는 영향과 트럼프의 유산이 어마어마할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에서는 공산당 기관지 런민일보가 이번 발표를 “대사건”이라고 표현했다. 환구시보도 “너무 갑작스러운 일이다. 북한과 미국이 손을 잡고 기습했다”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일본 교도통신은 평소 주요 뉴스를 전할 때 사용하는 ‘속보’보다 한 단계 높은 ‘플래시’로 분류한 긴급 뉴스로 소식을 전하면서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되면 처음 있는 일이다. 한반도 정세는 중대 국면을 맞았다”고 보도했다. 유럽 언론들도 놀라움과 함께 신중론을 내놨다. 영국 BBC방송은 “충격적인 발표”라며 “지난 수개월에 걸친 북한의 위협과 긴장에 이어 나온 중대한 돌파구”라고 전했다. 하지만 “북한이 아직 핵무기를 완전히 포기하겠다고 약속하지 않은 점을 지적할 필요가 있고, 북한이 이번 회담의 대가로 바라는 게 뭔지도 불확실하다”고 전했다. 독일 주간 슈피겔 온라인판은 김 위원장을 만날 트럼프 대통령이 리처드 닉슨 전 미 대통령과 비슷한 길을 걸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닉슨 전 대통령은 1970년대 중국 베이징으로 날아가 적대 국가였던 중국과의 긴장완화를 이끌어내고 냉전을 녹인 바 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일하는 여성이 애를 갖기 가장 좋은 시기는 언제인가.’ 7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홈페이지에서 ‘가장 많이 읽힌 기사 1위’로 뜬 제목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통상 공격’, ‘러시아의 스파이 개입 의혹’ 등 정치, 경제 이슈가 떠오르던 날 기사 순위에 이런 제목이 뜨다니 의아했다. 알고 보니 다음 날인 8일은 세계 여성의 날 110주년이었다. 영국 곳곳의 사무실에서 일하다가 이 기사를 클릭했을 여성들을 생각하니 묘한 동질감이 느껴졌다. 언제든지 축복 받아야 할 임신과 출산이 이런 연구 주제로 오르니 씁쓸한 감이 있지만 계획적인 워킹맘들을 위해 기사 내용을 공유해 본다. FT에 따르면 2016년 미국과 덴마크 공동 연구팀의 분석 결과 31∼34세에 첫아이를 임신한 여성이 이보다 일찍 첫아이를 임신한 여성보다 돈을 잘 벌었다. 이 나이 여성들은 대개 업무에 능숙해 육아휴직 기간에 회사가 다른 직원으로 대체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처럼 세계 곳곳에서 일하는 여성들이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한국 여성들과 비슷한 고민과 조언을 전하고 있다. 8일을 전후해 해외 언론이 소개한 워킹맘을 위한 조언을 종합하면 이렇다.① 육아휴직 기간 ‘잠수’ 타지 말라 인사 컨설팅 회사 맨파워그룹 북미 지사의 베키 프란키에비치 회장은 FT에 “회사 동료들과 육아휴직 중에도 계속 연락을 주고받아야 한다. 일터에서 나와 있어도 끊임없이 지식을 축적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보통 육아휴직 중인 여성들은 쳇바퀴같이 굴러가는 육아에 직장을 잊고 지내기 쉽다. 그랬다간 영영 직장에서 잊혀질 수 있다는 얘기다. 간간이라도 직장 소식을 접하며 복직 후 커리어를 구상하고 미래 직무에 도움이 될 공부를 해야 한다. 프란키에비치 회장은 공부를 할 때 사회에서 수요가 많은 기술을 익히라고 당부했다. 그는 앞서 소개한 미국 덴마크 공동 연구진의 분석 결과와 다른 의견을 보였다. 경력 단절을 우려하는 여성에게 중요한 것은 ‘언제 애를 낳느냐’가 아니라 ‘어떤 기술을 갖고 있느냐’라고 강조했다. 쓰임이 많은 기술을 손에 쥐고 있으면 언제 애를 낳든 복직 뒤 회사에서 기반을 잃기 쉽지 않다는 조언이다.② 소셜미디어 프로필에 공들이라 FT에 따르면 글로벌 화장품기업 에스티로더의 전직 최고기술책임자(CTO)이자 헬스케어 기업 ‘엔스라이브’의 회장인 론다 베티어 씨는 주로 소셜미디어를 통해 후배 여성들과 교류하고 있다. 소셜미디어에서 그의 조언을 받는 젊은 여성들은 자기 소셜미디어 계정에 베티어 회장의 조언을 적극 받아들여 실천하는 모습을 올린다. 베티어 회장은 그 모습을 볼 때 보람을 느끼며 더욱 정성껏 조언하게 된다고 한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는 일하는 여성들이 육아와 업무로 바쁜 와중에도 좋은 멘토를 알게 되는 창구가 된다. 멘토가 있더라도 자주 만나기 어려운 워킹맘들은 소셜미디어로 멘토와 끈을 끈끈하게 유지할 수 있다. 소셜미디어의 자기소개 내용을 제대로 꾸며 좋은 멘토를 끌어들이자.③ 목소리를 높이라 영국에서 베스트셀러로 꼽히는 ‘리틀 블랙 북’의 저자 오테가 우와그바 씨는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와의 인터뷰에서 대중연설을 하는 데 익숙해질 것을 조언했다. 여성들은 자기 의견이나 성취를 드러내는 데 소극적인 편인데 직장 내에서 더 드러내야 많은 기회가 오기 때문이다. 그는 “사람들은 보통 대중연설이라고 하면 100명이 앉아 있는 회의실에서 발표하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상사 앞에서 몇 가지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데도 대중연설 기법이 쓰인다”고 말했다. 발표하는 데 익숙해지면 상사나 동료에게 업무를 설명하는 데 노련해진다.④ 양보다는 질을 추구하라 인디펜던트는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내보낸 특집 기사에서 시간의 양보다 질을 중시하라는 팁을 줬다. 일하는 시간을 길게 두지 말고 짧은 시간 안에 집중해서 양질의 성과를 끌어내자는 얘기다. 인디펜던트는 “뇌는 긴 시간 내내 최상으로 작동할 수 없기 때문에 마라톤식으로 일하지 말고 중간중간 휴식을 하며 짧게 집중하는 게 낫다”고 설명했다. 이런 점에서 점심시간엔 스마트폰을 던져둬야 한다. 워킹맘들은 점심시간에 미뤄둔 업무와 집안일을 챙기기 쉽지만, 다른 시간에 직장과 가정에 충실하기 위해 점심시간에 쉴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⑤ 주변에 영감을 주는 사람들을 두라 로즈 와인그래드 캐나다 메리엇호텔 부회장은 캐나다 언론 글로브앤드메일과의 인터뷰에서 주변에 영감을 주는 사람들을 둘 것을 권했다. 그는 “내 멘토들은 내가 열지 못한다고 생각했던 문을 열게 나를 이끌어 줬고 내가 실제 문을 열었을 때 대단한 일들이 일어났다”고 회고했다. 그저 편안하기만 한 지인들만 주변에 가득하다면 자극이나 때로는 질투를 일으키는 멘토들을 찾아나서야 할 듯하다. 와인그래드 부회장은 “불편해지는 데에 익숙해져라”며 안이함을 버릴 것을 주문했다. 조은아 국제부 기자 achim@donga.com}

정부가 이달부터 국내 이주여성 노동자의 성폭력 피해 예방을 위해 외국인 고용 사업장에 대한 집중 점검에 나선다. 이주여성 노동자들은 직장에서 성폭력을 당해도 언어 및 문화 장벽에다 법의 보호가 느슨해 ‘미투(#MeToo·나도 당했다)’조차 외칠 수 없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다. 정부가 8일 발표한 ‘직장 및 문화예술계 성희롱·성폭력 근절 대책’에 따르면 직장 내 성희롱 사건을 포함한 남녀고용평등 업무를 전담하는 근로감독관 47명이 배치된다. 이들은 특히 이주여성 노동자의 성폭력 피해 실태조사를 위해 6월까지 외국인 고용사업장 450곳을 집중 점검한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지방 고용관서에 근무하는 외국인 근로자 담당 인력을 함께 보내 통역을 맡기고 성희롱 예방교육 실시 여부, 성희롱 피해 관련 민원 등에 대해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이주여성의 성희롱 피해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려면 고용허가제의 사업장 변경 문제도 함께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현행 고용허가제는 일부 예외적인 경우를 빼고는 사업주의 승인이 있어야 직장을 옮길 수 있도록 해 노동자를 고용주에게 종속시킨다는 비판이 나온다.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외국산 철강에 대한 관세에 반대해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최고 경제 참모 게리 콘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결국 사임한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보호무역 온건파로 꼽힌 참모가 물러나면서 한국은 우군(友軍)을 잃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백악관은 6일(현지 시간) “콘 위원장이 사임하기로 했다. 몇 주 안에 자리를 떠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고 CNN이 이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콘 위원장 사퇴 소식이 전해진 지 얼마 안 돼 트위터에 “곧 새 경제수석 고문을 임명할 것이다”라고 적기도 했다. 콘 위원장은 “역사적인 세제 개혁을 비롯해 미국인들에게 혜택을 주는 성장 친화적 경제 정책을 추진할 수 있어 기뻤다”는 짤막한 성명만 내놨다. 뉴욕타임스(NYT), CNN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백악관 안팎에선 수입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관세 부과를 두고 견해차가 커지자 트럼프 대통령이 콘 위원장을 내친 것으로 보고 있다. 콘 위원장은 관세 부과 발표 전날인 지난달 28일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부과를 고수하면 사퇴하겠다”며 배수진을 친 것으로 알려졌다. 자유무역을 옹호하며 트럼프 행정부의 국수주의적 정책을 견제해온 콘 위원장이 사임함에 따라 미국의 통상정책은 더욱 강경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관세 부과 결정 과정에서 콘 위원장과 대립각을 세웠던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이 통상정책을 주도할 가능성이 커졌다. 나바로 국장은 어바인 캘리포니아대(UC어바인) 교수 시절부터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과 미국의 무역 불균형을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과 함께 신설된 국가무역위원회(NTC) 초대 위원장으로 백악관에 입성했지만 ‘백악관 군기 반장’으로 불리는 존 켈리 비서실장이 취임한 지난해 7월부터 알게 모르게 견제를 받으며 입지가 좁아졌다. 하지만 집권 2년 차에 들어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우선주의’를 재차 강조하며 그에게 다시 힘을 실어주기 시작했다. WP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켈리 실장에게 나바로 국장의 사무실을 NEC에서 분리해 독립성을 갖게 하라고 지시했다. 백악관에서 보호무역 강경파의 입김이 세지며 한국을 비롯한 미국의 무역 상대국들은 강도 높은 통상 공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제현정 한국무역협회 통상지원단 연구위원은 “NEC는 다른 참모의 강경한 무역정책을 조정하며 중심을 잡아줬는데 온건한 수장이 퇴임하면 앞으로 한국에 대한 미국의 통상 공격이 잦아들긴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의 관세 공격으로 이미 세계 무역전쟁의 전운이 감돌고 있다. 미국의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 유럽판에 따르면 유럽연합(EU)은 7일 집행위원회에서 미국의 관세 부과에 대한 보복으로 25% 관세를 매길 미국산 제품 100여 개 품목을 확정한다. 주요 품목은 철강, 농산물, 직물 의류, 산업 제품 등으로 모터보트, 요트 같은 사치품, 콩, 쌀, 오렌지주스, 피넛버터, 담배 등의 농산품이 포함됐다. 폴리티코 유럽은 “(할리데이비슨 오토바이 등) 트럼프 대통령이 소속된 공화당 실세가 타격을 받을 수 있는 제품도 선정됐다”고 보도했다. 할리데이비슨 오토바이는 미 공화당 서열 1위인 폴 라이언 하원의장의 지역구 위스콘신에서 생산된다.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 파리=동정민 특파원}

‘동의 없는 성관계는 강간(rape)입니다.’ 영국 북부 지역 스코틀랜드의 경찰은 지난달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고조되자 이 같은 문구를 담은 포스터를 도심의 클럽과 술집 곳곳에 걸었다. ‘동의를 얻어라(#GetConsent)’란 표어도 젊은층이 자주 보는 소셜미디어에서 홍보하고 있다. 상대의 동의를 얻지 않은 성관계는 강간죄로 처벌받을 수 있음을 알리는 이 캠페인은 18∼35세 젊은 남성이 주요 타깃이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성범죄의 20%가량이 피해자가 잠들어 있거나 술이나 마약에 취해 동의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일어났다. 상대가 동의할 수 없을 때 성관계를 하면 이유가 무엇이든 강간이다”라고 강조했다. 스코틀랜드에선 어린 학생들 성교육에서부터 ‘상대의 동의 얻기가 건강한 성관계의 핵심’임을 가르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미투 운동이 세계적으로 번지자 주요국이 성폭력 피해를 막고 가해자를 엄벌할 수 있도록 기존 ‘강간죄(rape law)’를 개정하거나 관련 판례의 재정립에 적극 나서고 있다. 주로 서구 선진국에서 활발한 강간법과 판례의 수정 방향은 상대의 명시적인 동의를 얻지 않으면 강간죄로 규정해야 한다는 취지다. 기존에는 동의 여부보다 성폭력 피해 당시 얼마나 강하게 저항했는지를 강간죄 적용 기준으로 삼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다 보니 피해 여성들은 ‘싫다고 하지 않았으니 결국 잠자리를 받아들인 것 아니냐’ ‘왜 피해 당시엔 거부하지 않더니 이제 와서 문제 삼느냐’는 2차 피해에 시달리곤 했다. 대표적인 여권(女權) 선진국으로 꼽히는 북유럽의 스웨덴은 지난해 12월 성관계 전 상대의 명시적 동의를 얻지 않으면 강간으로 규정하도록 강간법을 개정하겠다고 발표했다. 현행법은 가해자가 성폭력을 가할 때 위협이나 폭행을 사용했음이 입증돼야만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다. 이사벨라 뢰빈 부총리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미투 운동은 새로운 법의 필요성을 보여줬다”고 개정 취지를 설명했다. 스테판 뢰벤 총리도 “역사적인 개혁을 준비하고 있다. 사회는 당신(피해자)들 편이다”라고 선언했다. 프랑스는 성관계에 동의할지 스스로 판단하기 힘든 아동을 철저히 보호하도록 법을 바꾸고 있다. 프랑스는 15세 미만 아동과 성관계를 하면 아동이 관계에 합의하더라도 무조건 강간으로 처벌하는 법안을 마련하기로 했다고 AFP통신이 5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마를렌 시아파 프랑스 여성부 장관은 “이는 프랑스 사회에서 성폭력과 성희롱을 예방하는 패키지 법안의 일부”라며 추가 법안 발표도 예고했다. 영국 가디언은 이날 “프랑스가 공공장소에서 여성을 향해 휘파람을 불거나 다른 방식의 추파를 보내는 ‘캣콜링(cat-calling)’을 하는 남성에게 즉석에서 최대 750유로(약 100만 원)의 벌금을 부과하는 법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국내에서도 강간죄가 피해자를 더 보호하는 방향으로 적용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현행법은 ‘폭행 또는 협박으로 강간한 사람을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고 정하고 있다. 현재 판례는 법에서 말하는 ‘폭행이나 협박’을 ‘피해자의 반항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반항이 현저히 곤란한 정도’여야 한다고 보는 경향이 짙다. 이 때문에 성폭행 피해자가 다툼을 법정으로 끌고 가도 ‘피해자가 물리적으로 적극 저항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패소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강간죄 개정 요구는 ‘미투’ 운동의 전신 격인 ‘아닌 건 아니다(No means no)’ 운동에서부터 시작됐다. 1990년대 초반 미국 일부 주에서는 여성이 확실히 동의하지 않았는데도 성관계를 하면 강간으로 규정하자는 운동이 있었다. 2014년 캘리포니아주가 미국에선 처음으로 ‘여성의 확실한 동의’를 강간 관련 법률에 명시했다. 조은아 achim@donga.com·위은지 기자}

‘동의 없는 성관계는 강간(rape)입니다.’ 영국 북부지역 스코틀랜드의 경찰은 지난달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고조되자 이 같은 문구를 담은 포스터를 도심의 클럽과 술집 곳곳에 걸었다. ‘동의를 얻어라(#GetConsent)’란 표어도 젊은층이 자주 보는 소셜미디어에서 홍보하고 있다. 상대의 동의를 얻지 않은 성관계는 강간죄로 처벌받을 수 있음을 알리는 이 캠페인은 18~35세 젊은 남성들이 주요 타깃이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영국 BBC와 인터뷰에서 “최근 성범죄의 20%가량이 피해자가 잠들어 있거나 술이나 마약에 취해 동의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일어났다. 상대가 동의할 수 없을 때 성관계를 하면 이유가 무엇이든 강간이다”라고 강조했다. 스코틀랜드에선 어린 학생들 성교육에서부터 ‘상대의 동의 얻기가 건강한 성관계의 핵심’임을 가르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욱 높아진다. 미투 운동이 세계적으로 번지자 주요국들이 성폭력 피해를 막고 가해자를 엄벌할 수 있도록 기존 ‘강간죄(rape law)’를 개정하거나 관련 판례의 재정립에 적극 나서고 있다. 주로 서구 선진국에서 활발한 강간법과 판례의 수정 방향은 상대의 명시적인 동의를 얻지 않으면 강간죄로 규정해야 한다는 취지다. 기존에는 동의 여부보다 성폭력 피해 당시 얼마나 강하게 저항했는지를 강간죄 적용 기준으로 삼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다보니 피해 여성들은 ‘여성도 싫다고 하지 않았으니 결국 잠자리를 받아들인 것 아니냐’ ‘왜 피해 당시엔 거부하지 않더니 이제 와서 문제 삼느냐’는 2차 피해에 시달리곤 했다. 대표적인 여권(女權) 선진국으로 꼽히는 북유럽의 스웨덴은 지난해 12월 성관계 전 상대의 명시적 동의를 얻지 않으면 강간으로 규정하도록 강간법을 개정하겠다고 발표했다. 현행법은 가해자가 성폭력을 가할 때 위협이나 폭행을 사용했음이 입증돼야만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다. 이사벨라 뢰빈 부총리는 AP통신과 인터뷰에서 “미투 운동은 새로운 법의 필요성을 보여줬다”며 개정 취지를 설명했다. 스테판 뢰벤 총리도 “역사적인 개혁을 준비하고 있다. 사회는 당신(피해자)들 편이다”라고 선언했다. 프랑스는 성관계에 동의할지 스스로 판단하기 힘든 아동을 철저히 보호하도록 법을 바꾸고 있다. 프랑스는 15세 미만 아동과 성관계하면 아동이 관계에 합의하더라도 무조건 강간으로 처벌하는 법안을 마련하기로 했다고 AFP통신이 5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마를렌 시아파 프랑스 여성부 장관은 “이는 프랑스 사회에서 성폭력과 성희롱을 예방하는 패키지 법안의 일부”라며 추가 법안 발표도 예고했다. 영국 가디언은 이날 “프랑스가 공공장소에서 여성을 향해 휘파람을 불거나 다른 방식의 추파를 보내는 ‘캣콜링(cat-calling)’을 하는 남성에게 즉석에서 최대 750유로(약 100만 원)의 벌금을 부과하는 법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국내에서도 강간죄가 피해자를 더 보호하는 방향으로 적용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현행법은 ‘폭행 또는 협박으로 강간한 사람을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고 정하고 있다. 현재 판례는 법에서 말하는 ‘폭행이나 협박’을 ‘피해자의 반항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반항이 현저히 곤란한 정도’여야 한다고 보는 경향이 짙다. 이 때문에 성폭행 피해자가 다툼을 법정으로 끌고 가도 ‘피해자가 물리적으로 적극 저항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패소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강간죄 개정 요구는 ‘미투’ 운동의 전신격인 ‘아닌 건 아니다(No means no)’ 운동에서부터 시작됐다. 1990년대 초반 미국 일부 주에서는 여성이 확실히 동의하지 않았는데도 성관계를 하면 강간으로 규정하자는 운동이 있었다. 2014년 캘리포니아주가 미국에선 처음으로 ‘여성의 확실한 동의’를 강간 관련 법률에 명시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4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한국여성대회장. 경기 고양시 일산에서 온 주부 김유경 씨가 왼손에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외칠 수 없는 이주여성을 응원해요’라고 적힌 피켓을 들었다. 오른손에는 한글을 모르는 이주여성을 위해 ‘우리는 같은 여성입니다’란 영어 피켓을 쥐었다. 김 씨는 본보의 최근 기획기사 ‘이주여성들, 외칠 수 없는 미투’에서 성폭력 피해를 알리고 싶어도 고용주나 한국인 남편의 추방 위협 때문에 침묵할 수밖에 없는 여성들의 사연을 접하고 집회에 나서기로 결심했다. 그는 “몇 해 전 미국에서 생활하며 힘든 처지의 이민자를 배려하는 게 도리라는 걸 직접 보고 느꼈는데 한국의 현실을 보니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이주여성 단체들도 이날 이주여성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며 ‘미투’를 외쳤다. 김 씨를 비롯한 여러 독자는 이 기사가 보도된 뒤 e메일과 기사 댓글로 ‘이주여성의 알려지지 않은 피해를 더 밝혀 달라’ ‘이참에 이주여성의 피해를 조사하고 보호해야 한다’는 의견을 보내왔다. 독자들은 억울한 피해가 우리 사회의 무관심으로 곳곳에 묻혀 있음을 알리기도 했다. 경기 안산시 원곡법률사무소는 본보 보도 첫날인 지난달 27일 사무소 블로그에 기사를 소개하며 비슷한 사건을 공개했다. 공장 직원에게 성추행을 당한 여성을 보호해 달라고 변호사가 공장 사장한테 부탁했지만 3일 만에 다시 성추행을 당했다는 내용이었다. 이 여성은 성추행 당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쇠파이프를 들었다가 오히려 폭행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독자들이 이주여성의 미투를 지지하고, 문재인 대통령도 한국여성대회 축사를 통해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후속 대책 속에 이주여성 구제책은 제대로 반영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취재 과정에서 본 부처 담당자들의 소극적인 태도 때문이다. 이주여성이 성폭력을 일삼는 고용주에게 종속되지 않도록 고용허가제의 사업장 변경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제도를 도입한 취지는 중소기업 인력난 해소”라고 강조했다. “처리해야 할 내국인 근로자 사건이 워낙 많다”며 외국인 근로자의 인권은 뒷순위에 두는 공무원도 있었다. 정부는 미투 후속 대책을 마련할 때 드러나지 않은 이런 여성들의 외침까지 꼼꼼히 살펴야 한다. 공개된 문제 해결에만 그치는 대책 마련에 만족한다면 ‘소리치는 여성들에 못 이겨 땜질식 정책만 마련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정부의 미투 후속 대책이 단순한 뒷수습에 그칠지, ‘인권 선진국’으로 나아가는 이정표를 만들지 지켜볼 일이다.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4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한국여성대회장. 경기 고양시 일산에서 온 주부 김유경 씨가 왼손에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외칠 수 없는 이주여성을 응원해요’라고 적힌 피켓을 들었다. 오른손에는 한글을 모르는 이주여성을 위해 ‘우리는 같은 여성입니다’란 영어 피켓을 쥐었다. 김 씨는 본보의 최근 기획기사 ‘이주여성들, 외칠 수 없는 미투’에서 성폭력 피해를 알리고 싶어도 고용주나 한국인 남편의 추방 위협 때문에 침묵할 수밖에 없는 여성들의 사연을 접하고 집회에 나서기로 결심했다. 그는 “몇 해 전 미국에서 생활하며 힘든 처지의 이민자를 배려하는 게 도리라는 걸 직접 보고 느꼈는데 한국의 현실을 보니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이주여성 단체들도 이날 이주여성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며 ‘미투’를 외쳤다. 김 씨를 비롯한 여러 독자는 이 기사가 보도된 뒤 e메일과 기사 댓글로 ‘이주여성의 알려지지 않은 피해를 더 밝혀 달라’ ‘이참에 이주여성의 피해를 조사하고 보호해야 한다’는 의견을 보내왔다. 독자들은 억울한 피해가 우리 사회의 무관심으로 곳곳에 묻혀 있음을 알리기도 했다. 경기 안산시 원곡법률사무소는 본보 보도 첫날인 지난달 27일 사무소 블로그에 기사를 소개하며 비슷한 사건을 공개했다. 공장 직원에게 성추행을 당한 여성을 보호해 달라고 변호사가 공장 사장한테 부탁했지만 3일 만에 다시 성추행을 당했다는 내용이었다. 이 여성은 성추행 당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쇠파이프를 들었다가 오히려 폭행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독자들이 이주여성의 미투를 지지하고, 문재인 대통령도 한국여성대회 축사를 통해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후속 대책 속에 이주여성 구제책은 제대로 반영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취재 과정에서 본 부처 담당자들의 소극적인 태도 때문이다. 이주여성이 성폭력을 일삼는 고용주에게 종속되지 않도록 고용허가제의 사업장 변경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제도를 도입한 취지는 중소기업 인력난 해소”라고 강조했다. “처리해야 할 내국인 근로자 사건이 워낙 많다”며 외국인 근로자의 인권은 뒷순위에 두는 공무원도 있었다. 정부는 미투 후속 대책을 마련할 때 드러나지 않은 이런 여성들의 외침까지 꼼꼼히 살펴 야 한다. 공개된 문제 해결에만 그치는 대책 마련에 만족한다면 ‘소리치는 여성들에 못 이겨 땜질식 정책만 마련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정부의 미투 후속 대책이 단순한 뒷수습에 그칠지, ‘인권 선진국’으로 나아가는 이정표를 만들지 지켜볼 일이다.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너도 한국에서 가수 될 수 있어. 돈 많이 벌게 해줄게.” 필리핀에서 심리학을 전공하던 여대생 케이트(가명·22) 씨. 그는 2년 전 지인 소개로 만난 한국 기획사 관계자의 말을 듣고 들떴다. 관계자가 보여준 사진 속엔 젊은 여성들이 ‘한류 가수’처럼 무대에 올라 노래하고 있었다. 재미 삼아 처음 참가해 본 오디션이었는데 기획사는 케이트 씨를 합격시켰다. 케이트 씨는 기획사와 ‘엔터테이너’ 계약을 한 뒤 예술흥행비자(E6-2)를 받아 한국에 왔다. 국내 호텔과 클럽에서 가수나 댄서로 일할 수 있는 비자다. 하지만 그가 일하게 된 서울 외곽의 한 외국인 전용클럽의 40대 남성 사장은 무대에 설 기회를 한 번도 주지 않았다. 그 대신 손님들에게 술을 팔게 했다. 클럽 근처의 숙소 입구에선 폐쇄회로(CC)TV가 케이트 씨를 늘 지켜봤다. 일한 지 석 달째 되던 어느 날, 클럽 사장은 “내 친구가 너랑 저녁 먹고 싶다고 한다”며 그를 데리고 나갔다. 사장의 친구는 “영화나 같이 보자”고 해놓고 한적한 동네의 모텔로 데려가 성폭행을 했다. 사장의 친구는 “사실은 (너를 밖에서 따로 만나는 조건으로) 네 사장에게 돈을 줬다”고 했다. 지난달 11일 기자와 만난 케이트 씨는 “내가 할 수 있었던 최대의 저항은 가짜 웃음을 지으며 대답을 거부하는 것뿐이었다”고 말했다.○ 무대 꿈꿨는데 침대로 ‘가수의 꿈’을 안고 한국에 온 이주여성들 중엔 케이트 씨처럼 강제 성매매에 내몰리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들은 업주의 24시간 감시로 업소를 벗어나기 어렵다. 업소에서 도망을 치면 기획사 측이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에 신고해 비자 효력을 정지시킨다. 기지촌 주변 이주여성 인권단체 두레방 관계자는 “본국의 가족들에게 돈을 꼬박꼬박 보내야 하는 여성이 많고, 평소 업주가 ‘도망가면 사람을 풀어 찾아낼 것’이라고 협박하기 때문에 문제가 생겨도 당장 현장을 벗어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다른 클럽에서 일한 필리핀 여성 엘라(가명·25) 씨도 주변 동료들의 피해 사례를 털어놨다. 이 클럽 사장은 음료 한 잔을 팔 때마다 1포인트씩 줬는데 매달 350포인트를 채우게 했다. 사장은 “성매매를 하면 한 번에 20포인트를 채울 수 있다”며 포인트가 낮은 여성들에게 성매매를 강요했다. 엘라 씨는 “포인트를 채우지 못하면 쉬는 날도 없었다. 실적이 계속 부진하면 손버릇이 나쁜 한국인 손님이 많은 클럽으로 보내겠다거나 본국으로 쫓아낸다고 협박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예술흥행비자가 본래 취지와 달리 성매매 여성을 공급하는 창구로 악용되자 정부는 2016년 비자 심사와 공연장소 관리를 강화하는 대책을 내놨다. 2014년 3800여 명에 달했던 예술흥행비자 소지 국내 체류자 수가 2017년 2400여 명으로 감소한 것도 관리 강화의 결과다. 하지만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소라미 변호사는 “여성들의 입국 절차가 까다로워져도 일하는 환경이 달라지지 않는 한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관계 부처가 외국인 전용 유흥업소 합동점검을 실시하고 있지만 예고 후 점검에 나서 업소가 대처할 시간을 준다는 비판도 나온다. 최근 해외 여성 모집 브로커들은 무비자나 관광비자로 입국해 일자리를 찾는 여성들을 노리고 있다. 싱글맘인 20대 태국 여성 티다(가명) 씨는 지난해 ‘한국에 돈 잘 버는 마사지사 자리가 있다’는 페이스북 글에 속아 한국에 왔다가 피해를 본 경우다. 그는 대구의 마사지업소에 감금돼 성매매를 강요당했다. 태국의 인신매매 방지 시민단체 AAT의 연락관 투앙시리 카니싸나다 씨는 “피해 여성들은 24시간 감시당하면서 성매매를 강요당한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태국 법무부 산하 특별조사국(DSI)은 지난해 “한국에서 마사지사 취업은 불법이니 속지 말라”는 경고까지 하고 나섰다. ○ 피해 여성이 오히려 범죄자로 둔갑 전문가들은 일터에서 성매매를 강요당한 여성들을 보호하는 장치가 허술하다고 입을 모은다. 경찰이 성폭력 피해 수사에 나섰을 때는 이미 이들의 비자가 만료된 경우가 많다. 이렇게 되면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로 쫓겨날 수밖에 없다. 피해 여성들이 업주나 브로커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면 추방이 잠시 유예되지만 소송이 끝나면 출국해야 한다. 성매매 피해 여성들이 성매매처벌법에 따른 범죄자가 되기도 한다. 박미형 유엔 국제이주기구(IOM) 한국대표부 소장은 “한국 여성들이 ‘미투(#MeToo·나도 당했다)’에 동참한 건 이제야 사회가 여성들의 피해 사실에 귀를 기울이는 분위기가 됐기 때문”이라며 “이주 여성들도 피해 사실을 이야기했을 때 사회가 이들을 피해자로 인정해줘야 하는데 그렇지 않을 것이란 걸 알기에 목소리를 내기가 힘들다”고 지적했다. 소 변호사는 “피해 여성이 국내에서 안정적으로 체류할 자격을 보장하는 게 가장 시급하다. 장기적으로는 ‘인신매매피해자보호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위은지 wizi@donga.com·조은아 기자}

“너도 한국에서 가수 될 수 있어. 돈 많이 벌게 해 줄게.” 필리핀에서 심리학을 전공하던 여대생 케이트(가명·22) 씨. 그는 2년 전 지인 소개로 만난 한국 기획사 관계자의 말을 들고 들떴다. 관계자가 보여준 사진 속엔 젊은 여성들이 ‘한류 가수’처럼 무대에 올라 노래하고 있었다. 재미 삼아 처음 참가해 본 오디션이었는데 기획사는 케이트 씨를 합격시켰다. 케이트 씨는 기획사와 ‘엔터테이너’ 계약을 한 뒤 예술흥행비자(E6-2)를 받아 한국에 왔다. 국내 호텔과 클럽에서 가수나 댄서로 일할 수 있는 비자다. 하지만 그가 일하게 된 서울 외곽의 한 외국인 전용클럽 40대 남성 사장은 무대에 설 기회를 한 번도 주지 않았다. 대신 손님들에게 술을 팔게 했다. 클럽 근처의 숙소 입구에선 폐쇄회로(CC)TV가 케이트 씨를 늘 지켜봤다. 일한 지 석 달째 되던 어느 날, 클럽 사장은 “내 친구가 너랑 저녁 먹고싶다고 한다”며 그를 데리고 나갔다. 사장의 친구는 “영화나 같이 보자”고 해 놓고 한적한 동네의 모텔로 데려가 성폭행을 했다. 사장의 친구는 “사실은 (너를 밖에서 따로 만나는 조건으로) 네 사장에게 돈을 줬다”고 했다. 지난달 11일 기자와 만난 케이트 씨는 “내가 할 수 있었던 최대의 저항은 가짜 웃음을 지으며 대답을 거부하는 것뿐이었다”고 말했다.● 무대 꿈꿨는데 침대로 ‘가수의 꿈’을 안고 한국에 온 이주여성들 중엔 케이트 씨처럼 강제 성매매에 내몰리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들에겐 성폭력이 일시적인 사건이 아니라 일상의 직업으로 강요되고 있다. 이들은 업주의 24시간 감시로 업소를 벗어나기 어렵다. 업소에서 도망을 치면 기획사 측이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에 신고해 비자 효력을 정지시킨다. 기지촌 주변 이주여성 인권단체 두레방 관계자는 “본국의 가족들에게 돈을 꼬박꼬박 보내야 하는 여성들이 많아 문제가 생겨도 당장 현장을 벗어나기 어렵고, 업소를 벗어나면 일자리를 새로 구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클럽에서 일한 필리핀 여성 엘라(가명·25) 씨도 주변 동료들의 피해 사례를 털어놨다. 이 클럽 사장은 음료 한 잔을 팔 때마다 1포인트씩 줬는데 매달 350포인트를 채우게 했다. 사장은 “성매매를 하면 한 번에 20포인트를 채울 수 있다”며 포인트가 낮은 여성들에게 성매매를 강요했다. 엘라 씨는 “포인트를 채우지 못하면 쉬는 날도 없었다. 실적이 계속 부진하면 손버릇이 나쁜 한국인이 많은 클럽으로 보내겠다거나 본국으로 쫓아낸다고 협박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예술흥행 비자가 본래 취지와 달리 성매매 여성을 공급하는 창구로 악용되자 정부는 2016년 비자심사와 공연장소 관리를 강화하는 대책을 내놨다. 2014년 3800여 명에 달했던 예술흥행비자 소지 국내 체류자 수가 2017년 2400여 명으로 감소한 것도 관리 강화의 결과다. 하지만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소라미 변호사는 “여성들의 입국 절차가 까다로워져도 일하는 환경이 달라지지 않는 한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관계 부처가 외국인 전용 유흥업소 합동점검을 실시하고 있지만 예고 후 점검에 나서 업소가 대처할 시간을 준다는 비판도 나온다. 최근 해외 여성 모집 브로커들은 무비자나 관광비자로 입국해 일자리를 찾는 여성들을 노리고 있다. 싱글맘인 20대 태국 여성 티다 씨(가명)는 지난해 ‘한국에 돈 잘 버는 마사지사 자리가 있다’는 페이스북 글에 속아 한국에 왔다가 피해를 본 경우다. 그는 대구의 마사지업소에 감금돼 성매매를 강요당했다. 태국의 인신매매 방지 시민단체 AAT의 연락관 투앙시리 카니싸나다 씨는 “피해 여성들은 24시간 감시당하면서 성매매를 강요당한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자 태국 법무부 산하 특별조사국(DSI)은 지난해 “한국에서 마사지사 취업은 불법이니 속지 말라”는 경고까지 하고 나섰다. ● 피해 여성이 오히려 범죄자로 둔갑 전문가들은 일터에서 성매매를 강요당한 여성들을 보호하는 장치가 허술하다고 입을 모은다. 경찰이 성폭력 피해 수사에 나섰을 때는 이미 이들의 비자가 만료된 경우가 많다. 이렇게 되면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로 쫓겨날 수밖에 없다. 피해 여성들이 업주나 브로커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면 추방이 잠시 유예되지만 소송이 끝나면 출국해야 한다. 성매매 피해여성들이 성매매처벌법에 따른 범죄자가 되기도 한다. 박미형 유엔 국제이주기구(IOM) 한국대표부 소장은 “한국 여성들이 ‘미투(#MeToo·나도 당했다)’에 동참한 건 이제야 사회가 여성들의 피해 사실에 귀를 기울이는 분위기가 됐기 때문”이라며 “이주 여성들도 피해 사실을 이야기했을 때 사회가 이들을 피해자로 인정해줘야 하는데 그렇지 않을 것이란 걸 알기에 목소리를 내기가 힘들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최근 “예술흥행 종사자의 인권 침해를 발견하면 국가인권위회가 마련한 인신매매 피해자 식별 매뉴얼에 따라 조치하겠다”고 뒤늦게 밝혔지만 구체적 시행 계획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위은지기자 wizi@donga.com조은아 기자achim@donga.com}

《 남편만 바라보고 한국으로 시집온 결혼 이주여성들이 남편과 남편의 가족으로부터 성폭력 피해를 당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이주여성들은 이혼을 당하면 추방될 가능성이 높아 폭행을 참아 넘긴다. ‘울타리’가 돼 줘야 할 가족은 이들의 피해를 묵인하고 가두는 ‘올가미’가 돼 버린다. 한국의 결혼 이주여성들이 ‘외칠 수 없는 미투(#MeToo·성폭력 고발 운동)’를 본보에 털어놨다. 》《 40대 태국인 여성 잉(가명) 씨는 서울의 한 태국 마사지숍에서 일하다 손님으로 알게 된 남편과 5년 전 결혼했다. 결혼 전 남편은 상냥하고 친절했다. 하지만 결혼 후 돌변했다. 잉 씨가 잠자리를 거부하면 마구 때렸다. 남편은 잉 씨가 스스로 일어설 힘조차 없을 때까지 매질을 했다. 그러고는 또 갑자기 돌변해 잉 씨의 뺨에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며 말했다. “울지 마. 나랑 같이 자면 기분이 좋아질 거야.” 》 11일 기자와 만난 잉 씨는 “남편은 나를 돈 버는 기계, 성 노리개로만 봤다. 아내로 대하지 않았다. 잠들 때마다 ‘내일 아침에는 눈을 못 뜨게 됐으면 좋겠다’라는 생각까지 했다”고 털어놨다. 잉 씨는 결혼한 지 1년이 지나 이혼소송을 냈다. 하지만 남편의 성폭력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소송에서 졌다. 잉 씨는 “한국은 법이 엄하다고 들었는데, 우리 같은 사람은 보호해 주지를 않는다. 순식간에 일어나는 성폭력은 증거를 찾기가 쉽지 않은데 증거가 부족하다고 이혼도 못 하게 하니 억울하다”며 울먹였다. ○ “나는 로봇이 아니에요” 결혼 이주여성들은 국제결혼이 늘기 시작한 2000년대 전후에 주로 농촌 총각들과 다문화가정을 이뤘다. 다문화가족 전화 ‘다누리콜센터’에 따르면 2016년 11월 현재 결혼 이주여성은 25만7404명. 이들이 낳은 다문화자녀도 20만 명을 넘어섰다. 화목한 가정을 꾸리고 사는 이주여성들도 있다. 하지만 한국 남성과 결혼한 이주여성의 이혼율은 2008년 28.1%에서 2016년 37.8%로 높아졌다. 이주여성상담센터 활동가와 인권변호사들에 따르면 가족이란 이름에 가려진 채 남편이나 남편의 친척에게 성폭행을 당하는 이주여성의 상담도 늘고 있다. 결혼 이주여성들이 이혼을 할 경우 자녀 양육권을 갖거나 남편에게 명확한 귀책사유가 있지 않는 한 추방된다. 이 때문에 결혼 이주여성들은 모국에 있는 가족의 생계를 위해 매질과 성폭력을 참아 넘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20대 필리핀 여성 티파니(가명) 씨도 8년 전 한국으로 시집을 온 뒤 남편의 성 학대에 시달렸지만 참고 버텼다. 남편은 야한 동영상을 보여주며 잠자리에서 그대로 따라할 것을 요구했다. 신혼 초에는 남편이 조금 특이한 취향이라고만 여겼다. 하지만 남편의 변태적 요구는 날이 갈수록 심해졌다. 그럴 때마다 티파니 씨는 “나는 로봇이 아니다”라고 소리쳤다. 하지만 달라지는 건 없었다. 티파니 씨는 “남편은 같은 집에 살고는 있지만 ‘모르는 사람’ 같았다. 나를 사랑하지도 않았다. 그저 성적인 노리개로 여기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채희 서울이주여성상담센터장은 “상담을 해보면 건전한 가정을 이루고 살려는 마음이라기보다는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만 대하는 남성이 많다”고 전했다.○ “나는 출산 도구가 아니에요” 2년 전 베트남에서 시집 온 투이(가명) 씨. 그는 한국에서 혼인신고를 할 때 간염에 걸린 사실을 알게 됐다. 이를 남편에게 알렸지만 남편은 개의치 않고 그대로 혼인신고를 했다. 그런데 결혼 몇 달 뒤 갑자기 태도를 바꿨다. 남편은 “결혼중개업체가 아내의 B형 간염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며 혼인 취소 소송을 냈다. 법원은 결혼중개업체의 사기로 판단해 혼인을 취소했다. 20대 베트남 여성 린(가명) 씨는 지난해 베트남 지인의 소개로 한국 남성과 결혼했는데 한국에 온 뒤로 큰 충격을 받았다. 집에만 갇혀 있는 남편이 온종일 TV 앞에 앉아 어린이 만화만 보고 있었다. 남편은 비행기나 자동차 같은 장난감을 갖고 노는 시간도 많았다. 알고 보니 남편은 정신장애를 갖고 있었다. 시부모는 이런 사실을 숨긴 채 린 씨를 며느리로 맞은 것이다. 시부모는 린 씨의 외출을 자제시키며 보모처럼 남편을 돌보게 했다. 시부모는 린 씨가 아이를 갖지 못하자 난임 시술도 집요하게 강요했다. 그는 기자와 얘기하던 중 “이 일을 완전히 잊으려면 내가 죽어야 하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며 오열했다. 결혼 이주여성의 친정 가족까지 성폭행 피해를 입은 사례도 있다. 필리핀 여성 제니(가명·20) 씨는 2년 전 한국에서 결혼하는 언니를 보러 한국에 왔다가 변을 당했다. 한국인 예비 형부 J 씨(39)는 다른 예비 처가 가족들이 모두 잠들고 언니까지 집을 잠시 비운 사이 제니 씨를 덮쳤다. 제니 씨는 언니의 결혼을 망칠까 며칠 동안 마음을 졸이다 언니가 결혼식을 치른 뒤 성폭행 피해 사실을 힘겹게 털어놨다. 언니는 이혼했고 J 씨는 재판에 넘겨졌지만 증거 부족으로 최근 무죄를 선고받았다. 제니 씨는 “가족 내 성폭력은 저항하기도 힘들고 피해 사실을 적극적으로 알리기도 어렵다는 점을 재판부가 알아주길 부탁한다. 그래야 ‘미투’를 외치는 여성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이선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현행 제도는 이혼의 책임이 남편에게 있다는 점이 확실해야만 이혼한 뒤에도 이주여성이 체류 자격을 보장받는다. 결혼 이주여성들을 폭력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제도는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군포=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한국인 애인 갖고 싶지 않니? 나랑 같이 자자.” 30대 태국인 여성 쏨(가명) 씨는 지난해 겨울 충북 청주의 한 음식점에서 일을 시작한 첫날, 40대 남성 사장한테서 들은 말과 그의 능글거리던 표정을 잊지 못한다. 손님이 모두 나가고 다른 직원 2명도 자리를 비운 오후 10시경이었다. 사장이 ‘주방 일을 가르쳐 주겠다’며 손과 어깨를 주물럭거릴 때부터 어쩐지 이상했다. 쏨 씨는 서툰 한국어로 “싫어요”라고 분명하게 얘기한 뒤 식당 옆 컨테이너 숙소로 뛰어 올라갔다. 심장이 뛰었다. 2년 전 한국에 오기 전까지 태국에서 정규 대학 마케팅학과를 나와 번듯한 이벤트 기획사를 다녔던 그다. ‘식당 차릴 돈을 벌기 위해 택한 한국 생활이 이렇게 비참할 줄이야.’ 식당 화장실 벽엔 어른 손가락 굵기의 구멍이 뚫려 있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고무관이 끼어 있어 제대로 닫히지 않는 욕실 문도 이상했다. 사장을 피해 달아났던 컨테이너 숙소 문도 잠금장치가 없었다. 불안에 떨며 잠을 청한 지 1시간쯤 지났을까. 쿵쿵쿵.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예상대로 사장이었다. “슬립 위드 미(나랑 잘래)?” “노(아뇨)!” 쏨 씨는 문 앞에서 머뭇거리던 사장이 돌아가는 발소리를 듣고서야 한숨을 내쉬었다. 당장 도망치고 싶었다. 하지만 이곳에 오려고 브로커에게 건넨 소개료와 교통비만 35만 원이다. 돈 생각을 하면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아직 받지 못한 하루 일당을 생각하면 더욱 그랬다. 하지만 ‘아무리 돈이 아까워도 이건 정말 아니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밤늦도록 고민하던 그는 자정 무렵 조용히 짐을 싼 뒤 태국인이 운영하는 콜택시를 불러 타고 그 동네를 빠져나왔다. 쏨 씨는 한국에 온 뒤 구한 일터마다 비슷한 일이 있었기 때문에 더욱 좌절했다. 2년 전 한국에 오자마자 취업한 경기 파주의 한 공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50대 남자 사장은 걸핏하면 엉덩이를 툭툭 쳤다. 일을 가르쳐 준다며 가까이 다가와 볼에다 얼굴을 비비기도 했다. 모멸감을 느꼈지만 ‘이런 게 한국 문화인가’ 하고 참아 넘겼다. 하지만 사장의 추행은 점점 노골적으로 변했다. 함께 일하던 한국 여성 직원들 사이에서 “하지 마”란 고성이 터져 나오는 걸 보고서야 자신이 성추행을 당했음을 깨달았다. 한국말이 서툰 데다 공장을 나가면 일자리 찾기가 쉽지 않은 쏨 씨 같은 이주 여성들은 사장의 집중 타깃이 됐다. 5일 경기 화성의 한 태국 사원에서 기자를 만난 쏨 씨는 입을 부들부들 떨며 말했다. “우리가 (경제적으로는) 없이 살지만 다 같은 사람이에요. 장난감이 아니라고요.” 언어와 문화 장벽, 고용주의 해고 위협 탓에 성추행 등 성폭력을 당해도 입을 다물 수밖에 없는 한국의 이주 여성이 간신히 외친 ‘미투(#MeToo·성폭력 고발 운동)’다.화성=조은아 achim@donga.com / 위은지 기자}
여성 이주노동자들이 성폭력 피해를 당해도 제대로 입을 열지 못하는 데는 ‘고용허가제’가 한 원인이 되고 있다. 2004년 8월 시행된 고용허가제는 외국인 근로자들의 노동 환경을 개선하고 외국인의 국내 고용을 지원해 불법 체류자를 줄인다는 취지로 출발했지만 인권단체들은 이 제도가 ‘현대판 노예제도’라고 비판한다. 외국인 근로자는 국내에서 3년간 체류하며 원칙적으로 사업장을 3번 바꿀 수 있는데 기회가 너무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있다. 이마저도 사업주가 동의를 해줘야 일터를 옮길 수 있다. 성희롱이나 성폭행 등 부당한 처우를 당했을 경우엔 예외적으로 사업주의 동의 없이도 사업장을 옮길 수 있게 했지만 이주민 지원 단체들은 이 규정이 유명무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주노동자들이 부당한 처우에 이의를 제기하면 사업주들은 ‘근무지를 이탈했다’고 고용당국에 허위 신고를 해버리는 경우가 많다. 이탈 신고가 접수된 뒤 고용센터의 연락이 닿지 않으면 이주노동자는 불법 체류자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유엔 사회권규약위원회는 지난해 10월 한국의 고용허가제에 대해 개선을 권고한 바 있다. 위원회는 “이주노동자들의 사업장 변경을 제한하고 사업장을 변경할 때 사용자에게 종속되게 하는 고용허가제는 이주노동자들이 쉽게 착취당하는 구조를 만들고 강제 노동에 이르게 한다는 보고가 있다”며 사업장 변경 제한 규정 폐지를 권고했다. 이주단체들에 따르면 지난해 8월 현재 약 27만6000명의 외국인이 고용허가제로 국내에서 일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2년 전 한국에 온 30대 태국 여성 티앤(가명) 씨는 지난해 경기 화성에 있는 한 음식점에서 주방보조로 일하는 동안 끊임없이 구타에 시달렸다. 50대 한국인 남성 사장은 사소한 트집을 잡아 얼굴에 피멍이 들 때까지 티앤 씨를 마구 때렸다. 쓰러진 그의 등을 발로 짓밟는 일도 잦았다. 폭행은 티앤 씨가 사장의 잠자리 요구를 거절한 뒤부터 시작됐다. 사장은 걸핏하면 그를 때리면서도 가끔 농담을 섞어 잠자리를 줄기차게 요구했다. 맞을 때마다 티앤 씨는 태국에 두고 온 아들을 떠올렸다.》 티앤 씨는 “솔직히 너무 화가 나고 ‘이러면서까지 살아야 되나’ 하는 생각에 슬펐다. 경찰에 신고하고 싶었지만 돈을 버는 일이 너무 급했다. 체류 허가 기간도 지나 추방될지도 모른다는 걱정에 참을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한국의 이주여성들은 일터 곳곳에서 성폭력에 시달리지만 언어와 문화 장벽 탓에 피해를 제대로 호소하지 못하는 약자 중의 약자다. 한국 여성들에 비해 법의 보호가 느슨하다 보니 고용주가 ‘갑질’을 일삼기 쉬운 권력구조가 만들어진다. ○ 폭행당하다 사망에 이르기도 5일 화성시의 한 태국 사원에서 만난 30대 태국 여성 쏨 씨와 쁠라(각각 가명) 씨는 기자에게 주변 이주여성들의 억울한 피해 사례를 쏟아냈다. 이들에 따르면 한국 남성들은 주로 체류기간을 넘겨 불법 체류자 신세가 된 여성들에게 접근한 뒤 안정적인 직장과 생활환경을 미끼로 잠자리를 요구했다. 이 지역 공장의 한 한국인 사장은 늦은 밤 태국인 여성에게 ‘스마트폰을 사줄 테니 나오라’라며 여성의 숙소 앞까지 찾아와 스토킹을 하기도 했다. 여성의 컨테이너 숙소 유리창을 깨고 들어와 성폭행을 시도한 남성도 있었다. 한국인 직장 상사에게 폭행을 당하다 살해된 여성도 있다. 12년 전 18세의 나이로 가난한 가족 생계를 돕기 위해 한국에 온 태국 여성 추티마 씨(사망 당시 29세)는 관광비자로 입국해 일하다 미등록(불법 체류자) 신분이 된 여성이었다. 경기 안성의 한 자동차 부품제조업체에서 10년간 일해오던 지난해 11월 어느 날, 그는 기숙사에서 쉬고 있다 한국인 직장 동료 김모 씨(50)의 전화를 받았다. “불법 체류자 단속반이 떴다. 내가 피신시켜 주겠다”는 통화였다. 추방되면 당장 모국에 있는 열세 살 딸과 가족 생계가 막막했던 그는 어쩔 수 없이 김 씨를 따라나섰다가 경북 영양군의 한 야산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김 씨가 거짓말로 추티마 씨를 유인해 살해한 것이다. 김 씨는 추티마 씨를 감금하고 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하지만 추티마 씨의 유족 측은 김 씨가 성폭행을 시도하다가 추티마 씨를 살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기 화성이주노동자쉼터의 한상훈 활동가는 “브로커들은 생활용품 등을 사주며 호의를 베푸는 척하다가 나중에 이를 빚이라고 주장하며 성매매로 빚을 갚으라고 강요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바닥없이 무너지는 인권 국가인권위원회와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이 2016년 여성 이주노동자 38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성희롱·성폭행 피해를 당한 여성 이주노동자들 중 인권단체의 도움을 받아 대응한 경우는 6.7%, 노동부에 신고한 사례는 2.2%에 불과했다. 모름·무응답이 거의 절반(48.9%)에 달했고, 말로 항의(24.4%)하거나 그냥 참는(15.6%) 경우가 많았다. 제대로 저항하거나 대항할 수 없는 이주여성의 현실은 기본적 인권의 파괴로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충남의 한 깻잎 농장에서 일하는 20대 캄보디아 여성 짠나(가명) 씨는 다른 농장에서 일하는 남편과 열심히 맞벌이를 하고 있다. 짠나 씨는 최근 임신했다. 그런데 이를 안 농장주는 “낙태를 해야 (고용허가제에 따른) 근로계약 연장을 해주겠다. 당장 병원에 가라”고 했다. 짠나 씨는 “그럴 수 없다”고 하소연하고 있지만 9월에 아이를 무사히 낳을 수 있을지 불안하기만 하다. 이주노동자 지원단체 ‘지구인의 정류장’ 김이찬 대표는 “실제 농장주 압박에 못 이겨 낙태를 한 여성도 있는데, 여성이 낙태 후 회복이 안 돼 힘들어하자 농장주는 되레 ‘불법 낙태를 경찰에 신고하겠다’는 협박까지 하면서 일을 더 시키기도 했다”고 말했다. ○ 법적 보호, 이주 여성에겐 무용지물 남녀고용평등법은 외국인도 한국인과 다름없이 차별받지 않도록 보호해야 한다고 명시한다. 불법 체류자여도 차별로부터 보호받도록 돼 있다. 하지만 현실의 남녀고용평등법은 이주여성들에게 ‘죽은 법’이나 마찬가지다. 이주여성들은 말도 잘 통하지 않고 연고도 없는 한국에서 억울함을 토로할 곳을 찾기 힘들다. 특히 고용허가제는 고용 연장 여부를 사업주가 결정토록 하고, 고용이 연장되지 않으면 불법 체류자가 된다. 여성이주 노동자들이 사장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다. 결국 이주여성들은 피해를 당해도 신고를 포기하고 억울함은 가슴에 묻는 경우가 많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성희롱 사건은 피해 사실이 신고되지 않으면 당국이 알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소라미 변호사는 “성폭력 피해를 본 이주여성들은 신고해봤자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니 신고를 하지 않는다. 고용센터들이 적극적으로 피해를 확인하고 회복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화성=조은아 achim@donga.com / 위은지 기자}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보좌관(37)은 동아일보-채널A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자녀들이 최근 미국 대륙까지 뜨겁게 달군 K팝에 열광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중국어를 잘해 이미 중국에서 스타가 된 큰딸 아라벨라(7)는 수시로 K팝 가수들의 안무를 따라 하며 집안 분위기를 한껏 띄운다. ―당신의 딸 아라벨라는 중국어에 능통하고 일본 연예인 피코타로의 팬이라고 들었습니다. 당신이나 딸이 좋아하는 한국 연예인이나 문화가 있나요. “아라벨라는 K팝 영상을 보는 걸 너무나도 좋아합니다. 특히 춤을 배우는 데 관심이 많아요. 제가 가끔 퇴근해서 집에 오면 아라벨라가 방 안의 불을 어둡게 한 채 춤추고 있는 모습을 보곤 합니다. 남동생 조지프(5)가 DJ 역할을 하고, 시어도어(2)는 손전등 불빛으로 ‘불빛 쇼’를 벌입니다. 우리가 한국으로 떠나기 전에 아이들이 한국 문화를 느끼고 이해하도록 노력하고 있었는데, 이제 완벽하게 받아들인 것 같아요.” 이방카 보좌관은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과 2009년 결혼해 첫째 딸 아라벨라, 아들 조지프와 시어도어를 키우고 있다. 패션 사업가로 일하고, 백악관 보좌관까지 맡았으면서도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에 수시로 육아 일상을 올려 화제가 되고 있다. 특히 아라벨라는 춤과 노래를 좋아하고 끼도 상당하다고 한다. 지난달 아빠 쿠슈너의 생일에는 고음의 맑은 목소리와 기교를 섞어 축하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소셜미디어에 올라 눈길을 끌었다. 이방카 보좌관이 가끔 신나는 음악에 맞춰 귀여운 춤을 추는 딸의 모습을 소셜미디어에 올릴 때마다 언론들이 이를 보도해 아라벨라는 이미 미국 대중에게 ‘아역 스타’ 인기를 누린다. 아라벨라는 유튜브에서 조회 수 1억 회를 돌파한 ‘펜 파인애플 애플 펜(PPAP)’ 영상의 주인공인 일본 개그맨 피코타로의 팬이기도 하다. 이 정보를 입수한 일본 정부는 지난해 4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방카 보좌관 가족과 함께 주미 일본대사관을 찾았을 때 피코타로의 영상을 보여주기도 했다. 톡톡 튀는 손녀 아라벨라는 할아버지 트럼프 대통령의 비공식적인 중국 외교사절 역할도 했다.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부부와 만난 자리에서 아이패드를 꺼내 아라벨라가 중국 전통의상 치파오를 입고 중국어 노래를 부르는 영상을 자랑하듯 보여줬다. 당시 시 주석이 깜찍한 아라벨라의 중국어에 “A+학점”이라고 치켜세우며 두 정상의 분위기가 한층 화기애애해졌다. 이방카 보좌관에게 패션 사업가로서의 철학도 물었다. 그는 자신의 이름 ‘이방카 트럼프’란 브랜드를 내걸고 패션 기업을 세웠다. ―젊음과 외모만으로 ‘아름다움’을 평가하는 이 시대에 ‘진정한 아름다움’은 무엇이라 생각합니까. 그런 아름다움을 어떻게 유지하나요. “진정한 아름다움은 진정성, 확신, 자신감, 명쾌함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방카 보좌관은 이미 16세 때 미스틴 USA 대회에 참가하고 베르사체, 마크 바우어 등 패션쇼 런웨이에 설 정도로 패션에 관심이 많았다. 잡지 ‘포브스’, ‘엘르 멕시코’ 등의 커버를 장식하기도 했다. 그가 입은 옷은 어디에서나 광고 효과를 누린다. 그가 지난해 11월 국제여성회의(WAW)에 참석하기 위해 일본을 찾았을 때도 화사한 하늘색 코트와 리본 모양 검정 구두로 나타나 현지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당시 코트는 미우미우, 구두는 토리버치 등 모두 명품으로 알려졌다.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이방카 인터뷰 영어 원문-We know your daughter, Arabella, is a fluent Chinese speaker and also a fan of Japanese entertainer Piko Taro. Does she (or do you) have any favorites in Korea / Korean pop culture? “Arabella loves watching k-pop videos and trying to learn the choreography. I will sometimes come home from work, and she will dim the lights and perform while her brother Joseph DJs and Theodore does a light show with flashlights. In advance of my trip I have been trying to expose my children to South Korean culture, and they have embraced it fully! -In this culture and age that glorifies youth and physical beauty, how do you define ‘true beauty’ and how do you maintain it? ”True beauty is defined by integrity, conviction, confidence and clarity.“}

‘미국의 목사(America‘s Pastor)’로 불리며 20세기 개신교계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떨친 것으로 평가받는 빌리 그레이엄 목사(사진)가 21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자택에서 별세했다. 향년 100세. AP통신은 암과 폐렴으로 투병하던 그레이엄 목사가 이날 아침 세상을 떠났다고 그의 대변인의 말을 인용해 전했다. 그레이엄 목사는 70여 년간 개신교 복음주의의 리더로서 일반 신자들뿐 아니라 많은 미국 대통령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도맡았다. 그래서 ‘미국 대통령들의 목사님’으로도 불린다. 여론조사기관 갤럽이 선정하는 ‘가장 존경받는 인물’ 톱10에 1955년부터 2016년까지 총 60회 선정돼, 이 분야의 최고기록 보유자이기도 하다. 1918년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 인근의 농촌에서 태어난 그레이엄은 1940년 플로리다 성서 신학교를 졸업하고 1943년 목사가 된 뒤 1947년부터 ‘크루세이드(Crusade)’라는 명칭의 전도운동을 벌였다. TV 라디오 등 매체를 가리지 않고 설교를 벌였고 대형 스타디움을 가득 채우는 대규모 집회를 통한 부흥회를 수시로 열었다. 뉴욕타임스(NYT)는 “그레이엄의 핵심적 성과는 20세기 전반에 잠시 후퇴했던 복음주의 개신교가 다시 영향력을 드높일 수 있도록 고무시킨 것”이라고 평가했다. 빌리 그레이엄 복음전도협회는 그레이엄 목사가 총 185개국에서 약 2억1500만 명의 청중 앞에서 설교한 것으로 집계하고 있다. 그레이엄 목사는 한국과의 인연도 깊다. 1973년 서울 여의도광장에서 100만 명을 대상으로 전도집회를 열었다. 이에 대해 그는 “한 차례 대회에 모인 군중으로서는 최대 규모였다. 여의도광장에 화장실 시설도 변변치 않았는데, 대회가 끝났을 때 광장 바닥에는 휴지 한 장 없었다”고 회고한 바 있다. 그의 방한은 국내 개신교 부흥의 중요한 계기가 되기도 했다. 그는 두 차례 북한을 방문했는데 1992년에 조지 부시 대통령의 구두 메시지를 김일성에게 전했고, 1994년엔 빌 클린턴 대통령의 대북 메신저 역할을 담당했다. 그는 훗날 자서전에서 “그때 만난 김일성은 분명히 변화와 개방을 모색하고 있었다”고 적었다. 그의 손자 윌 그레이엄 목사는 2013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은 우리 가족에게 매우 특별하다. 어릴 때부터 한국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들었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당파를 가리지 않고 해리 트루먼 대통령부터 버락 오바마 대통령까지 많은 대통령들과 직접 면담하고 개인적 친분을 이어가며 멘토 역할을 하기도 했다. AP통신은 “그 어떤 복음주의 목사도 앞으로 그에 버금가는 영향력을 갖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기재 record@donga.com·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