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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조치 해제와 관련해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정치국 위원이 “조속한 시일 내에 가시적 성과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30일 청와대에서 양 위원과 만나 북핵, 사드 보복 조치 해제 등에 대해 논의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중국의 한국 단체관광 정상화, 중국 롯데마트의 원활한 매각 절차 진행 및 선양 롯데월드 프로젝트 재개, 전기차 배터리 보조금 문제 등을 언급했다. 이에 양 위원은 “중국은 문 대통령의 관심 사항을 매우 중요시하고 있다. 관련 사항은 조속한 시일 내에 가시적 성과를 보게 될 것이다. 대통령께서는 이를 믿어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또 미세먼지와 관련해 문 대통령은 “미세먼지가 국내적 요인도 있지만 중국 요인도 있는 만큼 한중 사이에 긴밀한 협력을 원하는 목소리가 국민들 사이에서 높다”고 말했다. 이에 양 위원은 “미세먼지를 포함한 대기 오염 문제는 한중 환경협력센터를 출범시켜 공동으로 노력한다면 좋은 결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양 위원이 북-중 정상회담의 결과를 상세히 설명했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김정은이 언급한 단계적, 동시적 조치라는 것은 결국 ‘행동 대 행동’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정상 간에 비핵화와 그에 따른 후속 조치를 타결하고 나면 실무적 조치가 뒤따르게 된다는 면에서 문 대통령이 주장해온 포괄적 타결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대만언론 “시진핑 7월 26일 방북” 한편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7월 26일 북한을 공식 방문한다고 대만 중앙통신이 30일 홍콩 인권단체 중국인권민주화운동 정보센터를 인용해 보도했다. 한상준 alwaysj@donga.com·조은아 기자}

미국 전직 포르노 여배우가 25일(현지 시간) 미국 TV에 출연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성관계를 가졌고 이를 누설하지 말 것을 협박당했다고 폭로했다. ‘스토미 대니얼스’라는 예명으로 활동한 스테퍼니 클리퍼드(39·사진)는 이날 CBS방송 ‘60분’에 나와 2011년 라스베이거스의 한 주차장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인사로부터 협박당한 사실을 공개했다. 클리퍼드는 “아기였던 딸과 함께 피트니스 수업에 가려고 주차장에 있었는데 한 남성이 내게 와서 ‘트럼프를 내버려둬라. 그 이야기는 잊어버려’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클리퍼드는 또 “그리고 그는 내 딸을 쳐다보더니 ‘예쁜 여자아이로구나. 만약 엄마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애석한 일이 되겠다’고 말했다”고 했다. 당시 클리퍼드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를 한 잡지에 공개하는 대가로 1만5000달러(약 1620만 원)를 받기로 돼 있었다. 이를 안 트럼프 대통령 측 인사가 협박에 나섰다는 얘기다. 클리퍼드는 2016년 미 대선이 끝날 무렵 트럼프 대통령과의 성관계를 공개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합의서에 서명했고, 그 대가로 13만 달러(약 1억4030만 원)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합의한 이유에 대해 “내 가족과 가족의 안전을 걱정해 합의했다”고 주장했다. 성관계에 대해 침묵하기로 했지만 이번에 인터뷰를 한 이유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을 때 난 완벽하게 괜찮았다. 하지만 거짓말쟁이가 되는 것은 괜찮지 않다”고 설명했다. 클리퍼드에 따르면 그는 2006년 골프대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저녁을 함께 먹자며 클리퍼드를 네바다주 레이크타호 호텔의 스위트룸에 초대했다. 클리퍼드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당시 결혼한 지 2년도 안 된 멜라니아 여사에 대해 묻자 “걱정하지 마라. 우린 각 방을 쓰고 물건도 따로 쓴다”고 답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클리퍼드에게 “당신은 특별하다. 내 딸을 떠올리게 한다”고 말했다고까지 했다. 백악관은 클리퍼드의 인터뷰에 대해 아무런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이모, 모든 물건이 불에 타고 있는데 문이 안 열려요. 어떻게 하죠.” 25일 오후 러시아 시베리아 도시 케메로보의 ‘겨울 체리’ 쇼핑몰. 봄 방학이 시작되자마자 같은 반 친구들과 영화를 보러 왔던 빅토리야 비카 포찬키나 양(12)이 이모 예브게니야 씨에게 전화로 울부짖었다. 이모는 “옷을 벗어서 코를 막아야 한다”고 말했지만 소녀는 힘없이 “이모, 가족들한테 사랑한다고 말해줘. 엄마한테 내가 사랑한다고 전해줘”라고 대답했다. 그 직후 전화는 끊겼다. 예브게니야 씨는 러시아 영자지 시베리안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방학을 맞아 같은 반 친구들 거의 모두가 영화관에 있었다. 애들과 동행한 학부모 두세 명과 교사가 있었지만 애들이 영화를 보는 동안 쇼핑을 하러 간 참이었다. 어른들은 모두 목숨을 건졌지만 아이들은…”이라고 말했다. 시베리안타임스에 따르면 현장은 어린아이들의 생사를 확인하는 부모들로 아수라장이 됐다. 현장을 정신없이 돌아다니던 한 여성은 “내 아이 다섯이 모두 쇼핑몰 안에 있는데 생사를 모른다”며 아이들의 행방을 수소문했다. 부모들은 소셜미디어에 실종된 아이들의 사진을 올리며 목격자를 찾고 있다. 타스통신, 러시아투데이(RT)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러시아 재난당국인 비상사태부는 쇼핑몰 꼭대기인 4층에 위치한 영화관 3곳 중 2곳이 (화재로) 3층으로 무너져 내렸다고 밝혔다. 이 사고로 어린이 11명을 포함해 최소 64명이 숨지고 48명이 다쳤다. 어린이 놀이시설과 영화관이 있는 쇼핑몰 꼭대기 층에서 불이 시작되는 바람에 어린이 사상자가 많았다. 불은 쇼핑몰 4층에 있는 어린이 놀이시설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케메로보주의 블라디미르 체르노프 부지사는 “트램펄린이 있는 어린이 놀이시설에서 불이 시작됐다”며 “초동 수사에 따르면 휴대용 라이터를 가진 한 어린이가 스펀지 재질의 물체에 (장난 삼아) 불을 붙였는데 갑자기 불길이 번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어린이 놀이시설 내부 전깃줄에서 화재가 시작됐다는 주장도 나왔지만 정확한 화재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불길이 순식간에 번지면서 건물 내부는 새카만 연기에 휩싸였다. 다수의 사망자가 쇼핑몰 4층의 어린이 놀이시설과 영화관 등에서 나왔는데, 대부분 유독가스에 질식해 숨진 것으로 파악됐다. 목격자가 찍은 영상에는 한 젊은이가 연기가 뿜어져 나오는 3층 창문 아래로 몸을 던지는 장면도 나온다. 화재 초기 100여 명이 긴급 대피했고, 소방 당국의 진화 과정에서 20명을 구조했으나 대형 참사를 막진 못했다. 화재경보기도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화재 당시 가족과 함께 쇼핑몰에서 영화를 보고 있었던 안나 자레치네바 씨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화재경보기가 울리지 않았다. 영화관 내부에 불이 켜지지 않았고, 영화가 계속 재생됐다”고 전했다. 자레치네바 씨 가족은 주변 사람들이 화재 사실을 알려줘 간신히 쇼핑몰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화재가 난 쇼핑몰은 2013년 문을 연 2만3000m² 규모의 현대식 상가로 내부에 어린이 놀이시설과 영화관, 볼링장, 동물원, 푸드코트 등이 있다. 비상사태부로부터 쇼핑몰 화재에 대해 보고받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모든 역량을 동원해 화재를 진압하고 피해자들에게 최대한의 지원을 제공하라”고 지시했다. 아만 툴레예프 케메로보 주지사는 “희생자 1인당 100만 루블(약 1894만 원)을 유가족에게 지급하고 심리학자와 전문 의료진의 치료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카이로=박민우 특파원 minwoo@donga.com / 위은지·조은아 기자}
세계 주요 2개국(G2) 미국과 중국이 무역전쟁 공방을 주고받더니 그 갈등 양상이 남중국해 무력시위, 민감한 대만 문제로까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2일(현지 시간) 무역법 301조에 따라 ‘중국의 경제 침략에 대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백악관은 중국산 수입품 최대 1300개 품목, 500억 달러(약 54조 원)어치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중국은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보복을 천명하고 미국산 128개 품목, 총 30억 달러(약 3조2400억 원)어치 수입품에 대한 관세 부과 방침을 발표했다. 중국 상무부는 23일 오전 7시 “미국산 과일 와인 강관(철강 파이프) 등 120개 품목에 대해 15% 관세를, 지난해 수입액 19억9200만 달러(약 2조1500억 원)에 해당하는 돼지고기 재활용알루미늄 등 8개 품목엔 25%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주미 중국대사관은 “미국이 무역전쟁을 시작하면 중국은 모든 필요한 수단으로 끝까지 싸울 것”이라는 성명을 냈다. 미중 간 군사 긴장도 고조되고 있다. 미 해군 구축함이 23일 남중국해에서 중국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지역에 접근하는 ‘항행의 자유’ 작전을 벌이자 중국 해군이 곧바로 맞대응에 나선 것이다. 로이터통신은 “미국 구축함 USS머스틴이 스프래틀리 제도(중국명 난사군도)의 인공섬인 미스치프 암초(중국명 메이지자오) 12마일(약 19km)까지 접근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중국군 기관지 제팡(解放)군보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훈련동원령에 따라 해군이 조만간 남중국해 해역에서 실전 훈련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중국 국방부 런궈창(任國强) 대변인은 담화에서 “미국의 행위는 매우 쉽게 오판을 야기하거나 아예 의외의 사건을 일으킬 수도 있다”며 군사 충돌을 경고했다. 미국이 자국과 대만 관료 간 상호 방문을 확대하는 ‘대만여행법’ 발표(16일) 이후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 등을 대만에 보낸 것에 대해서도 중국은 “역사의 징벌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뉴욕=박용 parky@donga.com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 조은아 기자}

“우리는 모두 마메 무바예 느디아예다.” 21일(현지 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이민자들이 굳은 표정으로 도심을 행진했다. 느디아예 씨는 세네갈에서 온 35세 청년. 미등록(불법 체류) 신분으로 마드리드에서 노점상으로 일하던 그는 15일 거리에서 심장마비로 숨졌다. 목격자들은 그가 경찰을 피해 급히 달아나던 중이었다고 말했다. 그의 죽음을 두고 ‘경찰의 무리한 단속이 빚은 참사’라는 소문이 퍼지면서 분노한 이민자들은 다음 날 저녁 도심의 오토바이와 쓰레기통에 불을 질렀다. 밤 12시가 넘도록 계속된 시위로 버스 정류장과 은행 건물이 파손됐고 경찰을 포함한 30여 명이 부상을 당했다. 이들이 폭력을 멈추고 21일 행진에 나선 이유는 이날이 유엔이 정한 ‘세계 인종차별 철폐의 날’이어서다. 이민자가 많은 유럽에선 21일을 기해 인종차별의 피해를 고발하고 심각성을 진단하는 논의가 활발했다. 영국 언론은 영국 남서부 데번의 엑서터대가 “학생들의 인종차별 행위를 엄중하게 조사하겠다”고 밝힌 뉴스를 연이어 다뤘다. 이 대학 학생들이 최근 모바일 메신저에서 비공개로 인종혐오 발언을 쏟아낸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우린 인종 전쟁을 해야 한다” “영어를 못하면 집으로 가라”라는 말들을 쏟아냈다. 대학가는 발칵 뒤집혔다. 여론이 술렁이자 일간지 가디언은 이날 ‘대학 내 인종차별 피해를 제보받는다’는 공지를 홈페이지에 걸었다. 인종차별 문제는 먼 나라 유럽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최근 기자가 취재를 위해 인종차별 피해자들을 찾아 나섰을 때 피해자들은 번번이 취재를 거부했다. 자신이 노출되면 더 많은 욕을 먹을 것이라고 두려워했다. 피해 경험을 털어놓는 게 자존심 상하고 우울하다고도 했다. 한 여성은 대인기피증까지 생겼다며 대화를 피했다. 피해자들이 꼭꼭 숨어 실태가 잘 드러나지 않았을 뿐 잠재된 문제는 심각해 보였다. 고용주의 폭언과 폭력에 시달리는 외국인 노동자가 있는 공장이나 농장까지 굳이 찾아가지 않아도 우리 주변 곳곳엔 피해자들이 많았다. 이들은 거리, 지하철, 학교 등의 일상에서 차별을 당했다. 국내 한 대학에서 국제정치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케냐인 여학생 줄리아(가명) 씨는 지하철에서 종종 50, 60대 남성들에게서 “돈 벌러 왔냐.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란 말을 들어야 한다. 좌석에 앉아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에게 욕설과 폭언을 퍼붓는 승객들도 있다. 그는 이제 지하철에선 빈자리가 있어도 서 있는 게 더 편해졌다. 길거리나 지하철이 아닌 제도권 대학에서마저 인종차별 발언이 제어되지 않는다. 경북의 한 대학에서 석사과정을 마친 인도 유학생 라자르(가명) 씨는 얼마 전 대학 행정실에 박사과정 장학금을 신청하러 갔다. 그가 장학금 신청 절차에 대해 묻자 담당 직원은 “거지같이 왜 돈을 받으러 왔느냐”고 쏘아댔다. 혐오 발언을 금하는 대학 내규도 없고 억울함을 호소할 창구도 없으니 그는 화를 삭이는 수밖에 없었다. 온라인에선 이주민에 대한 혐오 발언이 고삐 없이 풀린다. 중국에서 조선족 여성작가로 활동하다 8년 전 한국에 온 박연희 씨(57)는 몇 년 전 국내 포털에 ‘조선족 이야기’를 연재했다가 큰 상처를 받았다. 댓글 10개 중 9개는 욕설이었다. 대부분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 같은 원색적 폭언이었다. 박 씨는 이런 혐오가 편견에서 비롯됐다고 말했다. 범죄 통계를 보면 조선족 범죄율이 다른 외국인이나 한국인에 비해 높은 것도 아닌데 ‘조선족은 범죄자’란 선입견이 강하다는 얘기다. 혐오 발언이 특히 두드러지는 온라인 댓글은 국민 여론 전체를 대변하는 지표로 오용되기도 한다. 일부 단체들이 조직적으로 편향된 댓글을 달고 최근에는 ‘가짜 아이디(ID)’를 대량 사들여 여론을 조작하는 사례가 생겨났다. 하지만 이주민 중 취약계층을 보호하자는 언론이나 인권단체의 요구에 관련 부처들은 댓글을 근거로 “아직 반이민 정서가 강하다”며 난색을 표한다. 한국도 어느덧 외국인 200만 명 시대를 맞았다. 한국이 유엔 인종차별 철폐 협약에 가입한 지는 올해로 40년이 됐다. 그런데 그간 늘어난 국내 외국인 인구, 부쩍 높아진 국제 위상을 고려해보면 한국은 몸에 맞지 않은 옷을 고집하고 있다. 유엔은 인종차별을 금하는 법 제정을 거듭 촉구하고 있지만 2007년 차별금지법안이 국회에 제출된 뒤 흐지부지돼 버렸다.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는 우리 정부에 인종차별 문제를 진지하게 연구하라며 ‘인종차별 관련 통계’를 제출할 것을 요구했지만 정부는 지난해 10월 문서를 통해 “우리는 인종차별 관련 범죄만 집계한 자료가 없다”고 답했다. 최근 청와대가 발표한 개헌안은 기본권의 보장 범위를 ‘국민’에서 ‘사람’으로 넓혔다. 한국 국민이 아니어도 외국인이든 무국적자든 그 신분을 묻지 않고 인간 존엄성, 행복추구권, 평등권, 생명권, 신체의 자유, 사생활의 자유 등은 꼭 보장받아야 한다는 내용이다. 정부가 다른 법과 제도도 변화된 시대에 맞게 정립해 나갈 것이라고 믿고 싶다. 조은아 국제부 기자 achim@donga.com}

성폭력을 당하고도 국외 추방 우려 때문에 ‘미투(#MeToo·나도 당했다)’를 외칠 수도 없는 국내 이주여성들이 안정적으로 국내에 체류하며 성폭력 피해를 구제받는 길이 열린다. 언어 및 문화 장벽, 국내 여성에 비해 느슨한 법적 보호 때문에 이주여성들이 성폭력 피해 구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잇따라 나오면서 정부가 관련 법과 제도를 대폭 손질했다. 법무부는 21일 구체적인 해결방안을 담은 ‘이주여성 성폭력 피해자들을 위한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이 대책에 따르면 앞으로 성폭력 피해를 입은 이주여성을 만나는 전국의 모든 공무원은 피해 입은 이주여성의 신원을 출입국관리사무소에 통보하지 않아도 된다. 현행 규정에선 경찰, 검찰, 국가인권위원회 소속 외의 공무원은 미등록 외국인이 성폭력을 당해도 출입국 당국에 통보해야 한다. 그렇다 보니 이주여성들은 피해를 당하고도 출입국 당국에 신고당해 강제 퇴거될까 봐 피해를 신고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또 이주여성이 성폭력 피해를 수사기관에 고소해 수사나 재판을 받는 기간엔 피해 여성이 미등록자(불법 체류자)여도 수사나 재판이 종료될 때까지 합법적으로 국내에 머물며 법적 절차를 밟을 수 있도록 배려하기로 했다고 법무부는 밝혔다. 성폭력을 가한 고용주는 앞으로 외국인을 고용하지 못하도록 법적 근거가 마련된다. 가해 사실이 발견된 고용주는 외국인 초청 비자를 발급하지 못하게 제한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이주여성의 피해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장치다. 지금은 성폭력 외의 사행, 마약류 판매 등의 범죄를 저지른 고용주만 외국인 노동자 비자 발급이 제한된다. 피해를 당해도 외딴 한국에서 구제받을 방법을 찾지 못하는 이주여성을 위해 상담 창구와 법률 지원 기회도 다양하게 마련된다. 정부는 외국인종합안내센터(콜센터 번호 1345)의 이주여성 성폭력 접수 기능을 강화할 방침이다. 현재 이주여성 성폭력 피해 상담 전화인 ‘다누리콜센터’가 마련돼 있지만 이주여성들이 활용할 수 있는 상담창구를 대폭 늘리기 위한 조치다. 전국 18개 출입국관리사무소에 지정된 인권·고충 상담관도 상시적으로 이주여성들의 고충을 상담할 계획이다. 민간 전문가인 외국인 권익 옴부즈맨도 출입국사무소별로 마련해 공무원들이 놓치는 인권 침해 사례를 전문적으로 상담하고 조사하게 된다. ‘외국인을 위한 마을 변호사’도 이주여성을 돕는다. 이주여성들은 외국인종합안내센터를 통해 변호사를 소개받고 법적 절차를 문의할 수 있다. 법무부에 따르면 국내 이주여성은 지난해 12월 말 현재 98만9204명으로 최근 9년 만에 98%가 증가했다. 하지만 지난해 여성가족부의 ‘한국 여성의 성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외국인 여성 근로자의 경우 성폭력을 당하고도 신고하지 못하는 경우가 68.2%에 달했다. 법무부는 이날 종합대책 보도자료를 내면서 본보의 관련 고발 시리즈 ‘외칠 수 없는 미투’를 참고해 “이주여성의 ‘외칠 수 있는 미투’, 법무부가 함께합니다”라는 제목을 달았다.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20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멘로파크 페이스북 본사. 폴 그루얼 부사장 주재로 비상 직원회의가 소집됐다. 이날 회의에선 2016년 미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선거 캠프를 도운 영국 정치 컨설팅회사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CA)’에 페이스북 회원 5000만 명의 개인정보를 넘겼다는 ‘페이스북 스캔들’ 대책이 논의됐다. 하지만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와 셰릴 샌드버그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참석하지 않았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페이스북은 17일 “개인정보 침해 주장은 완전히 잘못됐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주가는 곤두박질쳤고 논란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미국, 영국, 유럽연합(EU) 당국은 페이스북을 상대로 개인정보 유출 관련 조사에 착수한 가운데 저커버그 CEO의 의회 출석 요구도 빗발치고 있다. 미국 언론들은 “페이스북이 창사 이후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고 전했다.○ 투자자도, 이용자도 등 돌렸다 20일 뉴욕증시에서 페이스북 주가는 ‘개인정보 유출과 규제 리스크’가 불거지면서 이틀째 폭락했다. 금요일인 16일에 비해 주가가 이틀 사이 9.2%나 떨어지면서 페이스북 시가총액 496억 달러(약 53조 원)가 증발했다. 페이스북 일부 주주는 이날 “개인정보 유출 파문으로 큰 손해를 봤다”며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연방법원에 집단소송까지 냈다. 페이스북은 “우리가 속았다는 데 모두 분개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알렉산드르 코건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에게 개인정보 사용을 허락한 것은 맞지만 코건 교수가 이용자의 동의를 얻어 정보를 수집한 뒤에 규정을 어기고 제3자인 CA에 5000만 명의 개인정보를 유출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페이스북의 책임이 드러나면 천문학적인 벌금과 처벌이 불가피하다. 또한 이용자의 정보를 활용한 광고 판매 모델에 대한 규제 강화로 페이스북의 수익모델 자체가 송두리째 흔들릴 수도 있다. 이용자들은 ‘자신들도 피해자’라며 발뺌하는 페이스북의 태도에 분노하며 탈퇴운동(#DeleteFacebook)을 시작했다. 페이스북이 2014년 190억 달러를 주고 인수한 와츠앱 공동 창업자인 브라이언 액턴까지 이 운동에 가세했다.○ ‘저커버그 나와’ 칼 빼든 정치권·당국 블룸버그통신은 미 연방거래위원회(FTC)가 이번 주 페이스북에 이용자 개인정보를 CA 측에 넘겨준 과정에 대한 질문지를 보내겠다고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2012년 도입된 규정에 따라 페이스북은 개인정보를 수집하거나 이를 다른 업체와 공유할 때 사용자 동의를 받아야 한다. 규정 위반으로 밝혀지면 거액의 벌금을 물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뉴욕주와 매사추세츠주 검찰도 공동으로 조사에 착수했다. EU도 페이스북의 해명을 요구하기로 했고 캐나다 프라이버시위원회도 조사에 나섰다. 영국 하원 미디어위원회는 저커버그에게 출석해 증언해 달라는 요청서까지 보냈다. 미 의회에서도 저커버그를 청문회에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페이스북은 22일 주 검찰에 소명하고 의회 조사위원회 위원에게도 이번 일과 관련한 브리핑을 할 예정이다.○ ‘최고경영진은 MIA’ 비판 여론 고조 창사 이후 최대 위기에도 회사 1, 2인자인 저커버그와 샌드버그가 침묵하고 있는 것에 대해 페이스북 안팎에서 비난 여론이 고조되고 있다. 군사작전 중 실종된 군인을 칭하는 ‘MIA(missing in action)’라는 비유까지 등장했다. CNBC는 “페이스북이 최대의 시험에 직면했다”며 “리더십의 실종이 회사를 구렁텅이로 빠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회사의 보안 정책을 비판한 앨릭스 스테이모스 페이스북 최고보안책임자(CSO)가 8월 회사를 떠날 것으로 알려지면서 페이스북 내부의 갈등도 불거지고 있다. 인터넷 매체 액시오스는 “페이스북 개발자들이 보안 취약성을 몇 년 전부터 이해하고 있었지만 이해 관계자들이 귀를 기울이려고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 매체는 “저커버그가 24시간 내에 이 사건에 대한 의견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23일엔 저커버그가 참석하는 페이스북 전체 회의가 예정돼 있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 조은아 기자}

세계적인 성폭력 고발 운동인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캠페인을 촉발한 미국 할리우드 거물 영화제작자 하비 와인스틴(사진)의 영화 제작사가 파산 위기에 처했다. 회사가 최종 파산되면 와인스틴의 성폭력 피해자와 회사 간의 비밀 유지 협약이 풀려 ‘미투 폭로 2막’이 열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는 20일 와인스틴이 공동 창립한 영화제작사 ‘와인스틴 컴퍼니’가 전날 델라웨어 파산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했다고 보도했다. 와인스틴은 30여 년간 할리우드 유명 여배우와 직원을 상대로 성폭력을 저지른 사실이 지난해 10월부터 잇따라 폭로된 뒤 경찰 수사를 받아 왔다. 지금까지 70명이 넘는 여성이 피해를 주장하고 있다. 폭로가 이어지자 와인스틴은 자신이 세운 회사로부터 해고를 당하는 굴욕까지 당했다. 와인스틴 컴퍼니는 19일 직원들이 성폭력 피해를 폭로하지 못하도록 맺은 비밀유지협약(NDA)을 파산보호 신청과 함께 해제한다고 발표했다. 회사 측은 “지난해 10월부터 와인스틴이 피해자들의 입막음을 위한 무기로 NDA를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무도 말하기를 두려워하거나 침묵을 강요받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미투 이후 와인스틴의 생활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할리우드 연예 매체 TMZ는 올 1월 와인스틴이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의 생크추어리 캐멀백 마운틴 리조트의 식당에서 한 남성에게 얻어맞았다고 전했다. 신원을 알 수 없는 이 남성은 와인스틴에게 다가와 욕설을 퍼붓고 뺨을 두 번 때렸다. 공공장소에서 제대로 망신을 당한 와인스틴은 맞서 싸우지도 않았고, 경찰에게 가해자를 신고하지도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달 부인이던 패션 디자이너 조지나 채프먼으로부터 이혼소송을 당했다. 와인스틴은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한다.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다시 한번 기회를 가지고 싶다”고 호소했지만 결국 파경을 받아들여야 했다. 외신은 와인스틴이 부인에게 2000만 달러(약 214억4000만 원)의 위자료를 지불해야 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에릭 슈나이더먼 뉴욕주 법무장관은 회사 직원을 성추행하고 성차별 및 협박을 일삼은 와인스틴과 그의 범죄를 예방하지 못한 영화제작사 와인스틴 컴퍼니 등을 상대로 직원들의 인권 및 시민권 침해 혐의 등으로 고소했다. 와인스틴은 뉴욕, 로스앤젤레스 경찰에서는 물론이고 대서양 건너 영국 런던경찰에서도 수사를 받고 있다. 로버트 보이스 뉴욕시 수석수사관은 이달 8일 영국 가디언에 “우리는 수사 과정에서 상당한 증거를 확보했다. 뉴욕주 지방 검사가 기소 여부를 가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와인스틴의 유죄 확증을 위한 증거 수집에 주력해 왔다는 얘기다.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미국 드라마 ‘섹스 앤드 더 시티’에서 인기를 얻은 배우 신시아 닉슨(51·사진)이 뉴욕주지사에 도전장을 던졌다. 당선되면 뉴욕의 첫 여성, 레즈비언 주지사가 된다. 닉슨은 19일(현지 시간) 트위터에 “나는 뉴욕을 사랑한다. 그리고 오늘 (뉴욕)주지사 선거에 입후보했음을 알린다. 우리와 함께하자”며 자신을 홍보하는 선거운동 홈페이지를 소개했다. 그는 9월 앤드루 쿠오모 현 뉴욕주지사와 민주당 경선에서 경쟁하게 된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닉슨은 쿠오모를 ‘중도주의자이자 올버니 내부자’라고 비판하고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처럼 불평등에 대한 발언을 하고 있는 만큼 이번 경선은 가장 중요한 경선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 국내에서도 인기를 끈 TV드라마 ‘섹스 앤드 더 시티’에서 닉슨은 뉴욕에서 일하는 변호사 미란다 홉스 역을 맡아 일과 사랑, 육아를 당당하게 헤쳐 나가는 모습을 연기했다. 2012년 성소수자 활동가인 동성 연인 크리스틴 마리노니와 8년 교제한 뒤 결혼했고 세 아이를 두고 있다. 그는 공교육, 교통정책 등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아 오래전부터 뉴욕주지사 출마설이 나왔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올해 11월 미국 중간선거의 향방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로 꼽히던 펜실베이니아주 제18 연방하원 선거구 보궐선거(13일) 결과, 14일 오전 9시 반(현지 시간) 현재 민주당이 승리에 바짝 다가섰다. 미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 시간 현재 개표 결과 코너 램 민주당 후보(33)가 11만3720표(49.8%)를 얻어 11만3079표(49.6%)를 얻은 릭 서컨 공화당 후보(60)를 641표(0.2%포인트) 차로 앞섰다. 판세가 초박빙이라 부재자 투표가 완료되지 못한 14일 오전까지 승리자는 공식 발표되지 못했다. 램 후보는 개표가 끝난 14일 오전 1시가 조금 못 된 시간에 캐넌즈버그 행사장의 연단에 올라 지지자들에게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시간이 조금 더 걸렸지만 우리가 해냈다. 당신들이 해냈다”고 승리를 선언했다. 하지만 서컨 공화당 후보는 투표 결과에 승복하지 않았다. 그는 개표가 거의 완료됐지만 “우리는 여전히 싸우고 있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현지 언론들은 초박빙의 이번 선거 결과가 ‘11월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에 예상보다 더 고전할 수 있음을 알려주는 전주곡 같다’고 전망했다. NYT는 13일 “공화당은 (원내 다수당을 유지하려면) 이번 가을 중간선거에서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더 넓은 선거구를 지켜내야 하게 생겼다”고 평가했다. CNN은 “이번 선거 결과는 공화당엔 ‘(지난 대선에서) 우세했던 지역에서도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신호를 주고, 민주당엔 ‘11월 선거에서 연방하원은 물론이고 상원까지도 차지할 수 있다’는 희망을 준다”고 설명했다. 왜냐하면 18선거구는 대표적인 경합지역으로 러스트벨트(쇠락한 공업지대)에 속해 2016년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당시 공화당 대선후보가 20%포인트 차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둔 곳이기 때문이다. 선거 직전 여론조사 결과 민주당과 공화당이 이번 선거에서 접전을 벌이고 있음이 확인되자 공화당은 지난 1개월간 선거비용으로 1070만 달러(약 114억4900만 원)를 쓰며 대대적인 지원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곳에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집회를 열며 표심을 끌어모으려 애썼다. 그런데도 공화당의 우세를 지켜내지 못한 셈이다. 이번 보궐선거는 지난해 성추문으로 사퇴한 팀 머피 전 공화당 의원의 후임을 뽑는 선거였다. 그는 한 여성과 바람을 피워 낙태를 종용한 사실이 알려져 자리에서 물러났다. 공화당은 지난해 12월에도 공화당 텃밭이던 앨라배마주의 연방 상원의원 보궐선거에서 패배한 바 있다. 당시 더그 존스 민주당 후보는 67만1151표(49.9%)를 얻어 65만436표(48.4%)를 받은 로이 무어 공화당 후보를 눌러 화제가 됐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영국의 세계적인 이론물리학자인 스티븐 호킹 박사(사진)가 14일(현지 시간) 타계했다. 호킹 박사는 루게릭병을 앓으면서도 지난 50여 년간 우주론, 양자중력 등 현대 물리학 연구를 이끌어 왔다. ‘시간의 역사’ 등 대중과학서적 저자는 물론이고 오피니언 리더로도 활약했다. 과학계에서는 “물리학계의 큰 별이 졌다”며 애도의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세계적인 이론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가 14일 오전(현지 시간) 영국 케임브리지 자택에서 세상을 떠났다. 향년 76세. 우주의 탄생과 진화를 연구하는 우주론과, 양자역학-상대성이론의 통합을 꿈꾸는 양자중력 등 현대 물리학계를 선도해온 호킹 박사는 뉴턴과 아인슈타인의 계보를 잇는 정통 이론물리학자이면서 대중과의 소통을 즐긴 과학 커뮤니케이터로 꼽힌다. 14일 BBC, 로이터통신 등 외신은 이날 호킹 박사의 세 자녀(루시, 로버트, 팀)가 그의 별세 소식을 전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성명문을 통해 “아버지는 위대한 과학자이자 비범한 인물이었다. 그의 업적과 유산은 오래도록 남을 것”이라며 “그의 용기와 끈기, 탁월함과 유머감각은 전 세계 사람들에게 영감을 줬다. 우리는 그를 영원히 그리워할 것”이라고 말했다. 1942년 영국에서 태어난 호킹 박사는 21세인 1963년 전신 근육이 서서히 마비되는 루게릭병(근위축성측삭경화증) 진단을 받았다. 당시 의료진은 얼마 버티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불운한 질병이 그를 거장으로 성장시켰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형목 한국천문연구원장은 “호킹 박사와 학창 시절을 같이 보낸 동료와 자주 이야기를 나눴다”며 “케임브리지대 대학원 시절 호킹 박사는 그리 특출하지 않았지만 발병 이후 오히려 연구에 더 집중하면서 놀라운 업적을 이룰 수 있었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호킹 박사는 특유의 유머로도 유명했다. 송용선 한국천문연구원 이론천문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2002년, 미국 UC데이비스에서 박사과정 중에 만난 60세의 호킹 박사를 기억하고 있었다. 당시 학회에서 호킹 박사는 트레이드마크와 같았던 전동휠체어를 타고 컴퓨터 합성 기계음으로 기조강연에 나섰다. 영국인인 그에게 ‘목소리’를 준 기기는 미국에서 만든 것으로, 미국 서부 억양을 썼다. 그는 (미리 녹음한) 유창한 캘리포니아 억양으로 “고향에 온 것 같다”고 농담해 좌중의 웃음을 자아냈다. 대중에게 알려진 것과 달리 그는 기계의 도움에도 불구하고 자유롭게 말을 하지 못했다. 강연은 거의 녹음에 의존했다. 이필진 고등과학원 물리학부 교수는 “1990년대에 캘리포니아공대(칼텍)를 방문한 호킹 박사에게 연구 주제에 관해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그는 잘 듣기는 했지만 대답은 한참 뒤에 ‘네(Yes)’라고 말하는 정도였다”고 회상했다. 송 책임연구원도 “학회에서 강연하면 질문을 받았지만 그가 편히 말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아는 학자들 사이에서는 질문이 암묵적인 금기였다”고 말했다. 물론 어디에나 눈치 없이 질문하는 학생은 있었는데 대답은 어김없이 “네” 또는 “아니요”였다고 한다. 대화는 어려웠지만 사랑까지는 막지 못했다. 그는 학생시절부터 사귀어온 제인 윌데와 박사과정 시절 결혼해 자녀들을 낳았다. 하지만 30년 뒤인 1995년, 자신을 돌보던 간호사 일레인 메이슨과 재혼하며 제인과 헤어졌다. 이형목 교수는 “어려서부터 두 사람을 알던 친구들은 어려운 시절을 함께한 제인과 헤어진 데 대해 가슴 아파했다”고 전했다. 메이슨과의 결혼 생활은 11년 지속됐다. 젊은 학생들과도 소탈하게 어울리는 걸 좋아했다. 송 책임연구원은 “호킹 박사가 학회 마지막 날 저녁을 젊은 학자들과 보내고 싶다고 해 4명이 조촐히 저녁식사를 했는데, 밥을 얻어먹은 게 미안했는지 아이스크림을 사고 맥주까지 샀다”고 전했다. 이 자리는 소문 듣고 찾아온 사람들로 나중에는 50여 명이나 돼 떠들썩한 파티처럼 커졌다. 호킹 박사는 3차까지 이동하면서도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대중과 소통하길 즐기는 과학커뮤니케이터답게 영화와도 인연이 깊었다. 스타트렉이나 심슨가족 같은 유명 영화에 깜짝 출연하는가 하면 인터스텔라 제작진의 차기작에 자문 등으로 참여할 계획도 갖고 있었다. 책 집필, 강연 등도 활발했다. 수입도 상당해서 캐나다 온라인 매체 더리치스트에 따르면 호킹 박사가 소유한 순자산은 약 2000만 달러(약 214억 원)로 추산된다. 호킹 박사는 영국 옥스퍼드대를 졸업하고 1965년 케임브리지대 대학원에 진학해 박사학위를 취득했고 1979년부터 2009년까지 케임브리지대 루커스 수학 석좌교수를 지냈다. 물리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기초물리학상’을 비롯해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어워드’ ‘코플리 메달’ 등 수많은 상을 받았지만 아쉽게도 노벨 물리학상은 받지 못했다. 호킹 박사는 한국과 인연이 깊지는 않은 편이다. 1990년 가을과 2000년 여름 두 차례 찾아 대중과 전문가를 대상으로 강연을 한 게 전부다. 그가 지도한 학생 중에 한국인 제자는 없었다. 그는 6년 전 런던 패럴림픽 개회식에 등장해 “우리는 모두 다르다, 표준적인 인류라는 것은 없지만, 모두 똑같은 인간정신을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호킹 박사는 희귀병으로 얼굴 근육 일부만 움직일 수 있는 극단적인 장애를 겪었지만 그의 정신만은 세상 누구보다 자유로웠다.윤신영 ashilla@donga.com·송경은 동아사이언스 기자·조은아 기자}

올해 11월 미국 중간선거의 향방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로 꼽히던 펜실베이니아주 제18 연방하원 선거구 보궐선거(13일) 결과 14일 오전 9시 반(현지 시간) 현재 민주당이 승리에 바짝 다가섰다. 미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 시간 현재 개표 결과 코너 램 민주당 후보(33)가 11만3720표(49.8%)를 얻어 11만3079표(49.6%)를 얻은 릭 서컨 공화당 후보(60)를 641표(0.2%포인트) 차로 앞섰다. 판세가 초박빙이라 부재자 투표가 완료되지 못한 14일 오전까지 승리자는 공식 발표되지 못했다. 램 후보는 개표가 끝난 14일 오전 1시가 조금 못 된 시간에 캐넌즈버그 행사장의 연단에 올라 지지자들에게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시간이 조금 더 걸렸지만 우리가 해냈다. 당신들이 해냈다”고 승리를 선언했다. 하지만 서컨 공화당 후보는 투표 결과에 승복하지 않았다. 그는 개표가 거의 완료됐지만 “우리는 여전히 싸우고 있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현지 언론들은 초박빙의 이번 선거 결과가 ‘11월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에 예상보다 더 고전할 수 있음을 알려주는 전주곡 같다’고 전망했다. NYT는 13일 “공화당은 (원내 다수당을 유지하려면) 이번 가을 중간선거에서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더 넓은 선거구를 지켜내야 하게 생겼다”고 평가했다. CNN은 “이번 선거 결과는 공화당엔 ‘(지난 대선에서) 우세했던 지역에서도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신호를 주고, 민주당엔 ‘11월 선거에서 연방하원은 물론이고 상원까지도 차지할 수 있다’는 희망을 준다”고 설명했다. 왜냐하면 18선거구는 대표적인 경합지역으로 러스트벨트(쇠락한 공업지대)에 속해 2016년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당시 공화당 대선후보가 20%포인트 차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둔 곳이기 때문이다. 선거 직전 여론조사 결과 민주당과 공화당이 이번 선거에서 접전을 벌이고 있음이 확인되자 공화당은 지난 1개월 간 선거비용으로 1070만 달러(약 114억4900만 원)를 쓰며 대대적인 지원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곳에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집회를 열며 표심을 끌어 모으려 애썼다. 그런데도 공화당의 우세를 지켜내지 못한 셈이다. 이번 보궐선거는 지난해 성추문으로 사퇴한 팀 머피 전 공화당 의원 후임을 뽑는 선거였다. 그는 한 여성과 바람을 피워 낙태를 종용한 사실이 알려져 자리에서 물러났다. 공화당은 지난해 12월에도 공화당 텃밭이던 앨라배마주의 연방 상원의원 보궐선거에서 패배한 바 있다. 당시 더그 존스 민주당 후보는 67만1151표(49.9%)를 얻어 65만436표(48.4%)를 받은 로이 무어 공화당 후보를 눌러 화제가 됐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세계 자동차 산업이 기술 변화와 경영난으로 격변하는 가운데 영국의 노동조합이 자동차 기업과 정부에 구체적인 일자리 창출 전략을 제안해 눈길을 끌고 있다. 영국 최대 노조 ‘유나이트’가 미국 자동차회사 포드에 “기존 엔진 공장을 전기차 및 배터리 공장으로 탈바꿈시켜 달라”면서 산업 변화에 따라 구조조정 될 수 있는 일자리 80만 개를 살릴 전략을 제안하기로 했다고 영국 BBC방송이 11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유나이트는 자동차, 철강 산업 노동자를 주축으로 한 노조로, 등록된 조합원만 142만 명에 이른다. BBC에 따르면 유나이트 노조는 14일 영국 자동차 산업에서 앞으로 사라질 일자리 80만 개를 살릴 수 있는 전략을 연구한 보고서를 사측에 제출한다. 세계적으로 디젤차 수요가 급감하고 경쟁국들이 전기차 개발 경쟁에 나서자 위기감을 느낀 노조가 구조조정이 닥치기에 앞서 전향적으로 대안을 들고나온 것이다. 미국 회사 포드가 영국에 투자한 공장을 철수하거나 직원을 대폭 정리해고할 상황에 대비해 구체적 미래 전략을 노조가 직접 제시하겠다는 것이다. 일자리 보전, 전기차 개발 등을 단순히 요구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구체적 전략을 여러 이해관계자들과 공론화한 점이 특징이다. 노조는 이 보고서를 통해 영국 정부에도 영국 자동차 산업을 총체적으로 전기차 산업 체질로 전환시킬 방안을 제시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포드 측은 “노조 파트너들과 함께 미래를 위한 다른 기회들을 찾아보도록 계속 노력하겠다”고 화답했다고 영국 더타임스가 전했다. 노조가 자동차산업 미래 전략 보고서까지 직접 내놓으며 구조조정에 대비하는 이유는 강성 노조와 고비용 생산구조로 고전한 아픈 과거에서 얻은 교훈 때문으로 분석된다. 영국은 19세기 내연기관을 발명하며 자동차산업을 태동시킨 종주국이고 1950년대만 해도 자동차 수출 강국이었다. 하지만 노사 분규로 신규 차 출시가 지연되는 등 어려움을 겪으며 자동차 산업이 쇠락했다. 포드는 현재 영국 사우스웨일스 브리젠드 공장에서 포드 ‘피에스타’와 재규어랜드로버 차량 엔진을, 에식스 대거넘 공장에서 디젤 엔진들을 생산하고 있다. 디젤차 수요가 급감하자 포드는 2020년 브리젠드 공장에서 재규어랜드로버 차량의 엔진 생산을 중단할 계획이었고, 이 경우 대량 실직 사태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한국의 노조도 구체적인 미래전략을 마련해 공론화하고, 정부와 학계의 공감을 일으키고, 사측과 협력하며 해법을 찾으면 지금과 같은 위기에서도 기회를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조은아 achim@donga.com·한우신 기자}
세계 자동차 산업이 기술 변화와 경영난으로 격변하는 가운데 영국의 노동조합이 자동차 기업과 정부에 구체적인 일자리 창출 전략을 제안해 눈길을 끌고 있다. 영국 최대 노조 ‘유나이트’가 미국 자동차회사 포드에 “기존 엔진 공장을 전기차 및 배터리 공장으로 탈바꿈시켜 달라”면서 산업 변화에 따라 구조조정 될 수 있는 일자리 80만 개를 살릴 전략을 제안하기로 했다고 영국 BBC방송이 11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유나이트는 자동차, 철강 산업 노동자를 주축으로 한 노조로, 등록된 조합원만 142만 명에 이른다. BBC에 따르면 유나이트 노조는 14일 영국 자동차 산업에서 앞으로 사라질 일자리 80만 개를 살릴 수 있는 전략을 연구한 보고서를 사측에 제출한다. 세계적으로 디젤차 수요가 급감하고 경쟁국들이 전기차 개발 경쟁에 나서자 위기감을 느낀 노조가 구조조정이 닥치기에 앞서 전향적으로 대안을 들고 나온 것이다. 미국 회사 포드가 영국에 투자한 공장을 철수하거나 직원을 대폭 정리해고 할 상황에 대비해 구체적 미래 전략을 노조가 직접 제시하겠다는 것이다. 일자리 보전, 전기차 개발 등을 단순히 요구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구체적 전략을 여러 이해관계자들과 공론화한 점이 특징이다. 노조는 이 보고서를 통해 영국 정부에도 영국 자동차 산업을 총체적으로 전기차 산업 체질로 전환시킬 방안을 제시하기로 했다. 보고서에는 연구개발, 직원 교육, 투자에 대한 내용이 상세히 담긴다고 BBC는 전했다. 이에 대해 포드 측은 “노조 파트너들과 함께 미래를 위한 다른 기회들을 찾아보도록 계속 노력하겠다”고 화답했다고 영국 더타임스가 전했다. 노조가 자동차산업 미래 전략 보고서까지 직접 내놓으며 구조조정에 대비하는 이유는 강성 노조와 고비용 생산구조로 고전한 아픈 과거에서 얻은 교훈 때문으로 분석된다. 영국은 19세기 내연기관을 발명하며 자동차산업을 태동시킨 종주국이고 1950년대만 해도 자동차 수출 강국이었다. 하지만 노사 분규로 신규 차 출시가 지연되는 등 어려움을 겪으며 자동차 산업이 쇠락했다. 포드는 현재 영국 사우스웨일스 브리젠드 공장에서 포드 ‘피에스타’와 재규어랜드로버 차량 엔진을, 에식스 대거넘 공장에서 디젤 엔진들을 생산하고 있다. 디젤차 수요가 급감하자 포드는 2020년 브리젠드 공장에서 재규어랜드로버 차량의 엔진 생산을 중단할 계획이었고, 이 경우 대량 실직 사태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한국의 노조도 구체적인 미래전략을 마련해 공론화하고, 정부와 학계의 공감을 일으키고, 사측과 협력하며 해법을 찾으면 지금과 같은 위기에서도 기회를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미국인 절반 이상이 이민자나 공장의 해외 이전보다 인공지능(AI)을 미래 일자리의 최대 위협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고 미국 정보기술(IT) 전문지 테크크런치가 11일 보도했다. 미국 노스이스턴대와 여론조사기관 갤럽이 지난해 9~10월 미국인 성인 남녀 3297명을 조사한 결과 58%가 앞으로 10년간 자신의 일자리를 위협할 최대 요인으로 로봇과 AI를 꼽았다. 고용의 최대 위협으로 거론돼온 이민자나 공장의 해외 이전을 첫손에 꼽은 사람은 42%에 불과했다. 조사에 참여한 미국인의 73%는 “AI로 인해 고용이 생겨나기보다는 인간의 일자리가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고용의 최대 위협에 대한 인식은 응답자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달랐다. 민주당 지지 응답자의 67%는 AI을 꼽았지만 공화당 지지 응답자 52%는 이민자 또는 공장의 해외이전이 이라고 답했다. 한편 같은 조사에서 미국인 6명 중 5명이 AI가 탑재된 6개 제품군 중 하나 이상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글맵 등 내비게이션 앱 사용자는 84%, 넷플릭스, 훌루 등 스트리밍 음악·동영상 서비스 사용자는 72%, 시리 등 스마트폰의 AI 비서기능 사용자는 47%였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이주여성 노동자의 성폭력 피해, 한국 정부가 꼭 책임져야 합니다.” 국내 이주여성들이 성폭력 피해를 입은 동료를 대신해 ‘미투(#MeToo·나도 당했다)’를 외치고 나섰다.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전국 이주여성쉼터협의회, 사단법인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가 9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 회관에서 개최한 ‘이주여성들의 미투’ 토론회에서 이들은 “한국이 필요해 불러들인 이주여성들이니 한국이 책임지고 여성들의 피해를 보호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 자리에선 본보 기획 ‘이주여성들의 외칠 수 없는 미투’(2월 27일자 A1·5면 등 3회 시리즈)에 소개된 사례를 포함해 곳곳에서 성희롱, 성폭행에 시달리는 이주여성들의 사연이 익명으로 공개됐다. 캄보디아어 통역 봉사자 캇소파니 씨는 국내 캄보디아 여성 노동자들이 일터에서 성폭행을 당해도 피해를 입증하지 못해 일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현실을 지적했다. 캇 씨의 동료인 여성 A 씨는 2016년 취업 비자로 입국해 경기의 한 농장에서 일하다 고용주에게 지속적으로 성폭행을 당했다. A 씨는 용기를 내 고용주를 신고했고 재판이 진행됐지만 좌절할 수밖에 없었다. 고용허가제는 성폭행 피해가 입증돼야만 사업주 동의 없이도 직장을 바꿔주는데, 입증이 힘들었기 때문. 캇 씨는 “사업주나 동료가 성폭행을 하면 주변 동료들이 일할 때 불이익을 볼까봐 증언을 꺼린다”고 설명했다. 베트남 여성 상담을 맡는 레티마이투 씨는 결혼이주여성들이 ‘남편에게 이혼당하면 추방되기 쉽다’는 불안감에 남편과 시댁의 성폭력을 견디고 있음을 알렸다. 레 씨는 “여성들은 남편의 귀책사유를 입증해야 이혼 뒤에도 추방당하지 않는데, 한국어가 서툴고 법 지식이 부족해 증거를 확보하기 힘들다”고 호소했다. 대구에서 성폭력 피해를 입은 태국 여성을 상담한 태국 출신 니감시리 스리준 씨는 “국내 태국 마사지숍에서 일하는 태국 여성들 대다수가 성매매를 강요받고 있다”고 밝혔다. 스리준 씨에 따르면 태국 여성들은 에이전시로부터 3개월 간 한국에서 월 150만~200만 원의 돈을 벌며 마사지를 하다 돌아올 수 있다는 말을 듣고 한국으로 들어왔다. 하지만 낯선 한국에 도착하면 외딴 업소에 갇혀 거의 매일 남성 5~7명에게 몸을 팔아야 했다. 스리준 씨는 “여성들이 성매매를 거부하면 업소 사장은 비행기 값과 에이전시 수수료 등을 내놓으라고 협박하고, 태국 가족에게 성매매 사실을 알리겠다고 위협한다”고 전했다. 여성들은 이 자리에서 정부에 △이주여성 성폭력 실태조사 실시 △피해 여성에 대한 체류 권리 보장 △여성 노동자의 피해 신고 즉시 사업장 변경 허용 △외국인 등록자에게 성폭력 피해 지원을 받을 방법에 대한 모국어 자료 제공 등을 요구했다. 이날 사회를 맡은 강혜숙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공동대표는 “한국은 강간죄를 적용할 때 피해자가 증거를 입증하기 어렵다는 점을 무시하고 있어 가해자가 쉽게 무죄 판결을 받는다”며 강간죄 적용이 개선돼야 함을 강조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만나겠다고 밝히자 해외 언론들은 ‘깜짝 발표’ ‘기습 만남’ 등의 표현으로 속보를 전하며 놀라워했다. 두 정상이 만나도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회의론도 나왔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9일 “어떤 만남도 역사적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CNN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이 서로 욕설을 주고받은 지 1년 만에 만난다는 사실은 결과가 어떻게 될지 불확실함에도 정말 놀라운 돌파구”라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만남을 “문재인 대통령의 승리”라고 해석하면서도 “두 정상이 회담에서 진전을 보려 하면서 각자의 요구가 많아질 수 있고 이 때문에 충돌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도 이날 뉴욕타임스(NYT) 기고를 통해 “관습에 얽매이지 않는 두 지도자의 예측 불가능한 회담은 수십 년 된 분쟁을 끝낼 수 있는 유일한 기회를 제공하지만 실패하면 두 나라를 전쟁 위기로 몰고 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아사히신문과 도쿄신문 등 일본 언론들은 호외까지 발행하면서 북-미 정상회담에 큰 관심을 보였다. 아사히신문은 호외를 통해 ‘김 위원장의 핵과 미사일 동결 약속’을 강조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의 웹사이트 런민왕(網)도 ‘대사건! 트럼프가 5월 전 김정은과 회담에 동의’라는 제목으로 속보를 내보냈다. 런민왕은 다른 기사에서 “북핵 문제의 외교적 해결이 멀고 힘들지만 협상이 전쟁의 우려를 없앨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 BBC방송은 “속을 알기 어려운 공산국가(북한)와의 대화는 엄청난 도박”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이 핵전쟁 위협을 줄이면 노벨평화상을 탈 수 있지만 협상에 실패하면 다시 벼랑 끝으로 돌아갈 것이다”라고 우려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 뉴욕=박용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만나겠다고 밝히자 해외 언론들은 ‘깜짝 발표’ ‘기습 만남’이란 표현으로 속보를 전하며 일제히 놀라워했다. 두 정상이 만나도 별다른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회의론도 나왔다. 미국 CNN은 9일 ‘트럼프가 김정은을 만나겠다고 말한다’는 헤드라인으로 홈페이지 상단을 가득 채웠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이 서로 욕설을 주고받은 지 1년 만에 만난다는 사실은 결과가 어떻게 될지 불확실함에도 정말 놀라운 돌파구”라고 평가했다. “이번 만남으로 북한 정권은 그간 갈망했던 국제무대에서의 인지도를 얻는데 가까워지고, 트럼프는 그간 불투명했던 역사적이고 외교적인 승리를 거둘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될 것”이라고도 분석했다. CNN은 “이런 깜짝 발표는 한국 정부가 북한 대표단을 평창 겨울올림픽에 초청한 이벤트에서 시작된 외교의 정점이다”고 평가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만남을 “문재인 대통령의 승리”라고 해석하면서도 두 정상의 회담엔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WSJ는 “두 정상이 회담에서 진전을 보려 하면서 오히려 각자의 요구가 많아질 수 있고 이 때문에 충돌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두 정상이 수개월 간 군사적 위협과 모욕을 주고받으며 핵 긴장이 고조된 이후 놀라운 발전”이라며 “어떤 만남도 역사적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고, 친트럼프 성향의 폭스뉴스는 “한반도 비핵화로 이어진다면 세계 안보에 미치는 영향과 트럼프의 유산이 어마어마할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에서는 공산당 기관지 런민일보가 이번 발표를 “대사건”이라고 표현했다. 환구시보도 “너무 갑작스러운 일이다. 북한과 미국이 손을 잡고 기습했다”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일본 교도통신은 평소 주요 뉴스를 전할 때 사용하는 ‘속보’보다 한 단계 높은 ‘플래시’로 분류한 긴급 뉴스로 소식을 전하면서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되면 처음 있는 일이다. 한반도 정세는 중대 국면을 맞았다”고 보도했다. 유럽 언론들도 놀라움과 함께 신중론을 내놨다. 영국 BBC방송은 “충격적인 발표”라며 “지난 수개월에 걸친 북한의 위협과 긴장에 이어 나온 중대한 돌파구”라고 전했다. 하지만 “북한이 아직 핵무기를 완전히 포기하겠다고 약속하지 않은 점을 지적할 필요가 있고, 북한이 이번 회담의 대가로 바라는 게 뭔지도 불확실하다”고 전했다. 독일 주간 슈피겔 온라인판은 김 위원장을 만날 트럼프 대통령이 리처드 닉슨 전 미 대통령과 비슷한 길을 걸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닉슨 전 대통령은 1970년대 중국 베이징으로 날아가 적대 국가였던 중국과의 긴장완화를 이끌어내고 냉전을 녹인 바 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일하는 여성이 애를 갖기 가장 좋은 시기는 언제인가.’ 7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홈페이지에서 ‘가장 많이 읽힌 기사 1위’로 뜬 제목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통상 공격’, ‘러시아의 스파이 개입 의혹’ 등 정치, 경제 이슈가 떠오르던 날 기사 순위에 이런 제목이 뜨다니 의아했다. 알고 보니 다음 날인 8일은 세계 여성의 날 110주년이었다. 영국 곳곳의 사무실에서 일하다가 이 기사를 클릭했을 여성들을 생각하니 묘한 동질감이 느껴졌다. 언제든지 축복 받아야 할 임신과 출산이 이런 연구 주제로 오르니 씁쓸한 감이 있지만 계획적인 워킹맘들을 위해 기사 내용을 공유해 본다. FT에 따르면 2016년 미국과 덴마크 공동 연구팀의 분석 결과 31∼34세에 첫아이를 임신한 여성이 이보다 일찍 첫아이를 임신한 여성보다 돈을 잘 벌었다. 이 나이 여성들은 대개 업무에 능숙해 육아휴직 기간에 회사가 다른 직원으로 대체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처럼 세계 곳곳에서 일하는 여성들이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한국 여성들과 비슷한 고민과 조언을 전하고 있다. 8일을 전후해 해외 언론이 소개한 워킹맘을 위한 조언을 종합하면 이렇다.① 육아휴직 기간 ‘잠수’ 타지 말라 인사 컨설팅 회사 맨파워그룹 북미 지사의 베키 프란키에비치 회장은 FT에 “회사 동료들과 육아휴직 중에도 계속 연락을 주고받아야 한다. 일터에서 나와 있어도 끊임없이 지식을 축적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보통 육아휴직 중인 여성들은 쳇바퀴같이 굴러가는 육아에 직장을 잊고 지내기 쉽다. 그랬다간 영영 직장에서 잊혀질 수 있다는 얘기다. 간간이라도 직장 소식을 접하며 복직 후 커리어를 구상하고 미래 직무에 도움이 될 공부를 해야 한다. 프란키에비치 회장은 공부를 할 때 사회에서 수요가 많은 기술을 익히라고 당부했다. 그는 앞서 소개한 미국 덴마크 공동 연구진의 분석 결과와 다른 의견을 보였다. 경력 단절을 우려하는 여성에게 중요한 것은 ‘언제 애를 낳느냐’가 아니라 ‘어떤 기술을 갖고 있느냐’라고 강조했다. 쓰임이 많은 기술을 손에 쥐고 있으면 언제 애를 낳든 복직 뒤 회사에서 기반을 잃기 쉽지 않다는 조언이다.② 소셜미디어 프로필에 공들이라 FT에 따르면 글로벌 화장품기업 에스티로더의 전직 최고기술책임자(CTO)이자 헬스케어 기업 ‘엔스라이브’의 회장인 론다 베티어 씨는 주로 소셜미디어를 통해 후배 여성들과 교류하고 있다. 소셜미디어에서 그의 조언을 받는 젊은 여성들은 자기 소셜미디어 계정에 베티어 회장의 조언을 적극 받아들여 실천하는 모습을 올린다. 베티어 회장은 그 모습을 볼 때 보람을 느끼며 더욱 정성껏 조언하게 된다고 한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는 일하는 여성들이 육아와 업무로 바쁜 와중에도 좋은 멘토를 알게 되는 창구가 된다. 멘토가 있더라도 자주 만나기 어려운 워킹맘들은 소셜미디어로 멘토와 끈을 끈끈하게 유지할 수 있다. 소셜미디어의 자기소개 내용을 제대로 꾸며 좋은 멘토를 끌어들이자.③ 목소리를 높이라 영국에서 베스트셀러로 꼽히는 ‘리틀 블랙 북’의 저자 오테가 우와그바 씨는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와의 인터뷰에서 대중연설을 하는 데 익숙해질 것을 조언했다. 여성들은 자기 의견이나 성취를 드러내는 데 소극적인 편인데 직장 내에서 더 드러내야 많은 기회가 오기 때문이다. 그는 “사람들은 보통 대중연설이라고 하면 100명이 앉아 있는 회의실에서 발표하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상사 앞에서 몇 가지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데도 대중연설 기법이 쓰인다”고 말했다. 발표하는 데 익숙해지면 상사나 동료에게 업무를 설명하는 데 노련해진다.④ 양보다는 질을 추구하라 인디펜던트는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내보낸 특집 기사에서 시간의 양보다 질을 중시하라는 팁을 줬다. 일하는 시간을 길게 두지 말고 짧은 시간 안에 집중해서 양질의 성과를 끌어내자는 얘기다. 인디펜던트는 “뇌는 긴 시간 내내 최상으로 작동할 수 없기 때문에 마라톤식으로 일하지 말고 중간중간 휴식을 하며 짧게 집중하는 게 낫다”고 설명했다. 이런 점에서 점심시간엔 스마트폰을 던져둬야 한다. 워킹맘들은 점심시간에 미뤄둔 업무와 집안일을 챙기기 쉽지만, 다른 시간에 직장과 가정에 충실하기 위해 점심시간에 쉴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⑤ 주변에 영감을 주는 사람들을 두라 로즈 와인그래드 캐나다 메리엇호텔 부회장은 캐나다 언론 글로브앤드메일과의 인터뷰에서 주변에 영감을 주는 사람들을 둘 것을 권했다. 그는 “내 멘토들은 내가 열지 못한다고 생각했던 문을 열게 나를 이끌어 줬고 내가 실제 문을 열었을 때 대단한 일들이 일어났다”고 회고했다. 그저 편안하기만 한 지인들만 주변에 가득하다면 자극이나 때로는 질투를 일으키는 멘토들을 찾아나서야 할 듯하다. 와인그래드 부회장은 “불편해지는 데에 익숙해져라”며 안이함을 버릴 것을 주문했다. 조은아 국제부 기자 achim@donga.com}

정부가 이달부터 국내 이주여성 노동자의 성폭력 피해 예방을 위해 외국인 고용 사업장에 대한 집중 점검에 나선다. 이주여성 노동자들은 직장에서 성폭력을 당해도 언어 및 문화 장벽에다 법의 보호가 느슨해 ‘미투(#MeToo·나도 당했다)’조차 외칠 수 없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다. 정부가 8일 발표한 ‘직장 및 문화예술계 성희롱·성폭력 근절 대책’에 따르면 직장 내 성희롱 사건을 포함한 남녀고용평등 업무를 전담하는 근로감독관 47명이 배치된다. 이들은 특히 이주여성 노동자의 성폭력 피해 실태조사를 위해 6월까지 외국인 고용사업장 450곳을 집중 점검한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지방 고용관서에 근무하는 외국인 근로자 담당 인력을 함께 보내 통역을 맡기고 성희롱 예방교육 실시 여부, 성희롱 피해 관련 민원 등에 대해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이주여성의 성희롱 피해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려면 고용허가제의 사업장 변경 문제도 함께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현행 고용허가제는 일부 예외적인 경우를 빼고는 사업주의 승인이 있어야 직장을 옮길 수 있도록 해 노동자를 고용주에게 종속시킨다는 비판이 나온다.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