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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수비수’ 전북의 김민재(22·사진)가 부상 이후 77일 만에 그라운드에 복귀했다. 김민재는 18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K리그1 제주와의 18라운드 경기에 선발 출전해 전반전을 소화했다. 김민재가 경기에 나선 것은 5월 2일 대구전에서 오른쪽 정강이를 다친 이후 처음. 부상으로 러시아 월드컵 대표팀에서 낙마한 후 최근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 축구대표팀 명단에 들어가면서 김민재의 K리그1 복귀와 활약 여부는 초미의 관심사였다. 이날 전북 스리백의 오른쪽을 담당한 김민재는 그동안의 공백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전반 5분 상대 공격수가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상황에서 머리 위로 날아오는 공을 살짝 흘려 골키퍼 송범근(전북)이 잡을 수 있게 한 장면에선 그의 수비 센스가 돋보였다. 전반 9분에는 하프라인에서 상대 페널티박스에 침투한 동료에게 정확한 롱패스를 건네며 정교한 킥 감각까지 뽐냈다. 문제는 체력과 대인 마크였다. 전반 41분 상대의 역습 상황에 자기 진영 페널티박스 안에서 진성욱(제주)과 일대일로 마주한 상황에서 김민재는 슛 페인팅에 성급하게 발을 뻗었다가 제쳐지고 말았다. 비록 송범근의 선방으로 실점은 면했지만 김민재로선 충분히 아쉬움이 남는 장면이었다. 전반전부터 경기 도중 거의 걷다시피 하는 모습도 여러 번 노출했다. 적응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판단한 최강희 전북 감독은 0-0으로 전반전을 마친 후 후반전 시작과 함께 김민재 대신 미드필더 이승기를 투입했다. 김민재는 비록 45분이었지만 복귀전을 무실점으로 막았다는 것을 위안으로 삼았다. 최 감독은 이승기와 함께 러시아 월드컵 멤버 김신욱 이재성도 후반에 동시에 투입하며 공격력을 극대화했다. 결국 후반 29분 이재성이 김신욱의 패스를 받아 결승골을 터뜨리면서 경기는 1-0 전북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이로써 전북은 3연승이자 5경기 연속 무패 기록을 세우며 승점 44점으로 독보적인 1위 자리를 굳혔다. 반면 제주는 후반에 교체 투입된 찌아구가 후반 종료 직전 전북 골망을 흔들었지만 오프사이드로 판정돼 고개를 숙였다. 2연패한 제주(승점 28점)는 이날 각각 상주를 1-0, 인천을 5-2로 꺾은 경남(32점·2위)과 수원(31점·3위)에 이어 4위를 지켰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내 형제 모드리치에게. 당신과 함께한 모든 순간이 영광이었습니다.”(이반 라키티치) 인구 416만 명의 소국 크로아티아의 기적을 이끈 두 영웅의 훈훈한 사진이 화제다. 주인공은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크로아티아의 ‘황금 중원’을 이뤘던 이반 라키티치(30·바르셀로나)와 루카 모드리치(33·레알 마드리드)다. 둘은 이번 대회 직전까지만 해도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전통의 라이벌인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에서 주전 미드필더로 뛰던 맞수였다. 월드컵이 끝나고 하루 뒤인 17일 라키티치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라커룸에서 모드리치와 유니폼을 교환하는 사진을 올렸다. 유니폼에는 주장으로서 누구보다 대표팀을 위해 헌신한 모드리치에게 존경을 표하는 글귀가 적혀 있다. 모드리치 또한 자신의 유니폼에 “당신과 그라운드에서 위대한 순간을 함께한 것에 진심으로 자부심을 느낀다”라는 내용을 적어 그에게 전달했다. 모드리치와 라키티치는 이제 프리메라리가 우승을 놓고 선의의 경쟁을 펼치게 된다.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3)가 이적에 필요한 메디컬 테스트를 받기 위해 이탈리아 토리노에 있는 세리에A 유벤투스의 안방구장 알리안츠 스타디움을 방문하자 수백 명의 유벤투스 팬이 몰려들었다. 호날두의 유니폼과 호날두의 얼굴이 그려진 대형 현수막을 든 팬들은 “호날두! 우리에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트로피를 가져다 줘!”라고 외쳤다. 33세에 새로운 도전을 선택한 호날두는 당당하게 각오를 밝혔다. “내 나이가 되면 선수 경력이 사실상 끝났다고 생각하는 선수들과 나는 다르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메디컬 테스트를 완료한 호날두는 17일 곧바로 유벤투스 입단 기자회견을 가졌다. 호날두는 2009년부터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명문 레알 마드리드(레알)에서 뛰면서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만 4번을 차지했다. 축구계 최고 권위의 상인 발롱도르를 5번 수상한 그는 2018 러시아 월드컵 16강전에서 조국 포르투갈이 탈락한 뒤 유벤투스로 이적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이적료는 1억1200만 유로(약 1478억 원)다. 호날두는 “많은 선수가 중국, 카타르로 향하는 연령대에 이런 엄청난 클럽에 합류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최근 30대 유럽 축구 선수들이 유럽보다 수준이 낮지만 거액의 연봉과 이적료를 제시하는 중국과 중동 클럽으로 이적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스페인 언론에 따르면 호날두의 이적료로 2억 유로(약 2638억 원)를 제시한 중국 구단도 있었다. 하지만 호날두는 새로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유럽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 가기로 결심했다. 그는 “유벤투스에 휴가를 즐기러 온 것이 아니다. UEFA 챔피언스리그와 세리에A 등 모든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기 위해 싸우겠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리그 최강자로 통하는 유벤투스지만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은 1996년이 마지막이다. 호날두는 철저한 몸 관리를 통해 기량을 유지하고 있다. 신체 나이가 23세로 측정되는 그는 10년 넘게 팀 훈련 이외에 하루에 3, 4시간, 일주일에 최소 5번씩 민첩성, 지구력, 스피드 등을 기르는 웨이트 트레이닝 스케줄을 꾸준히 지켜왔다. 호날두는 “나는 도전을 즐기는 사람이다. 과거의 영광에 안주하지 않겠다. 그리고 팀을 옮겨서도 여전히 내가 세계 최고라는 것을 증명하겠다”고 말했다. 호날두의 이적은 공격수들의 연쇄 이동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 ESPN에 따르면 호날두를 떠나보낸 레알은 러시아 월드컵에서 벨기에를 3위로 이끈 에덴 아자르(27·첼시)의 영입을 노리고 있다. 드리블 능력이 탁월한 아자르는 월드컵에서 3골 2도움을 기록했다. 최근 아자르는 “그동안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첼시에서 좋은 시간을 보냈다. 이제는 변화의 시기가 온 것 같다”면서 이적을 염두에 둔 듯한 발언을 했다. 아자르가 레알로 이적할 경우 첼시는 유벤투스에서 공격수 곤살로 이과인(31)을 데려올 가능성이 크다. 이과인은 호날두의 합류로 입지가 좁아진 상태다. 이과인은 러시아 월드컵에서는 아르헨티나의 최전방 공격수로 뛰었다. 그는 유벤투스에서 뛴 지난 2시즌 동안 105경기에 출전해 55골을 터뜨렸다. 영국 일간 미러는 “첼시는 이과인 영입에 필요한 자금을 만들기 위해 기존 공격수인 알바로 모라타, 올리비에 지루를 다른 팀으로 보낼 준비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정윤철 trigger@donga.com·김재형 기자}

‘손흥민(26·토트넘), 조현우(27·대구), 황의조(26·감바 오사카).’ 16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에 출전할 한국 남자축구 대표팀(23세 이하) 최종 엔트리(20명) 발표 기자회견. 김학범 감독은 러시아 월드컵 대표였던 손흥민과 조현우, 그리고 황의조를 와일드카드로 뽑았다. 아시아경기 금메달은 병역 특례 혜택을 받을 수 있어 연령 제한 없이 뽑을 수 있는 와일드카드 3장의 주인이 누가 될지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김 감독은 “한국이 추구하는 축구에 꼭 필요한 선수들을 뽑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명단 발표를 했으니 이제 시작”이라며 대회 2연패를 향해 질주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한국 축구의 에이스’ 손흥민에게 이번 대회는 군 입대에 의한 경력 단절 문제를 해결할 사실상 마지막 기회다. 그는 해외에서 승승장구해 왔지만 또래 대표팀 동료가 받은 병역 혜택의 기회를 잇달아 놓쳤다. 2012년 런던 올림픽 대표팀의 물망에 올랐지만 소속팀 함부르크(독일 분데스리가)의 차출 거부 등의 이유로 출전하지 못했다. 당시 대표팀은 동메달을 수확해 병역 혜택을 받았다. 2014년 인천 아시아경기 때도 소속팀 레버쿠젠의 반대 등으로 차출되지 못했다. 그때도 대표팀은 28년 만의 우승으로 김신욱(30) 등이 면제를 받았다. 막상 소속팀(토트넘)의 동의를 얻어 나간 2016년 리우 올림픽에선 8강에서 탈락했다. 손흥민은 이번에 금메달을 따지 못하면 국군체육부대(상무)에서 뛸 수도 없다. 상무 지원은 K리그 소속(6개월 이상)만 가능한 데다 만 27세까지 지원을 해야 한다. 손흥민은 토트넘과 2020년까지 계약했다. 러시아 월드컵이 낳은 스타 조현우에게도 이번 대회는 유럽 진출의 걸림돌을 걷어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세계 축구팬들에게 눈도장을 확실히 찍은 조현우는 북한 축구대표팀을 이끌었던 예른 아네르센 인천 감독(55·노르웨이)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리버풀의 위르겐 클로프 감독에게 추천하는 등 점차 해외 진출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역시 병역이 발목을 잡고 있었다. 김 감독은 마지막 와일드카드로 선발한 황의조 탓에 ‘의리 논란’에 휘말렸다. 황의조는 김 감독이 성남 FC 사령탑 시절 지도했던 선수. 성인 대표팀에서도 뛰며 국내 인지도가 높은 석현준(27·트루아) 대신 황의조를 뽑자 팬들이 비난하고 나선 것이다. 김 감독은 “학연, 지연, 의리 같은 건 없다. 현재 황의조의 컨디션 상태가 굉장히 좋아서 뽑았다”며 “여기에 손흥민 등 해외파의 합류 시점이 불분명하다 보니 와일드카드로 공격수인 황의조를 선발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 월드컵 대표 중에선 황희찬(22·잘츠부르크)과 이승우(20·베로나)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수비수’ 김민재(22·전북)는 부상으로 월드컵 출전 기회를 날린 아쉬움을 달랠 수 있게 됐다. 대표팀 승선이 유력시되던 백승호(21·지로나)는 부상 여파로 탈락했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발렌시아의 최고 유망주로 손꼽히는 이강인(17)은 6월 대표팀 전지훈련 소집 요청에 소속 팀이 거부하면서 발탁이 무산됐다. 아시아경기에서 한국 우승의 최대 걸림돌은 이란이다. 한국과 함께 통산 4번 정상에 올라 공동 최다 우승국이다. 한편 5일 실시된 아시아경기 남자축구 조 편성은 아랍에미리트와 팔레스타인을 빼고 해 재추첨을 해야 한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전반 4분 벨기에의 결승골은 마무리까지 다섯 번의 볼 터치로 완성됐다. 골키퍼 티보 쿠르투아(26)의 롱 킥부터 수비수 토마 뫼니에(27)의 슈팅까지 선수들은 군더더기 하나 없이 움직였다. 벨기에가 스타플레이어 한 명에 의존하는 ‘원맨 팀’이 아니라 전체가 하나처럼 뛰는 ‘원 팀’이라는 것을 잘 설명해주는 장면이었다. 후반 37분 에덴 아자르(27)의 추가골까지 터지면서 벨기에는 14일 열린 잉글랜드와의 러시아 월드컵 3, 4위전을 기분 좋게 2-0 완승으로 마무리했다. 이날까지 이번 대회에서만 잉글랜드를 두 번(조별리그 G조 경기 포함) 침몰시키며 벨기에는 동메달(3위)과 함께 상금 2400만 달러(약 272억 원)의 주인공이 됐다. 더불어 1986년 멕시코 월드컵 4위를 넘어서서 자국 월드컵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6승(1패)을 하고도 우승에 실패한 역대 네 번째 국가란 아쉬움이 남는 기록도 덧붙여졌다. “이것은 팀으로 이룬 성과다. 선수들이 헌신해서 만든 새 역사다.” 경기 직후 로베르토 마르티네스 벨기에 감독(45)은 벨기에의 이번 성과는 ‘스타 의식’을 버린 진정한 스타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라 강조했다. 로멜로 루카쿠, 아자르, 케빈 더브라위너 등 ‘황금세대’의 비싼 이름값보다 이들의 조직력과 정신력이 더 빛났다는 평가다. 이는 벨기에 공격 최전선에 섰던 삼각편대의 슈팅 수 분포에서도 잘 드러난다. 직전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더브라위너(94개·37경기 출전)와 루카쿠(86개·34경기)는 경기당 2.5개 이상의 슈팅을 날리며 각각 슈팅 수 순위 5위와 9위에 오르는 등 강한 골 욕심을 드러냈다. 하지만 둘은 러시아 월드컵에선 필요할 때만 슈팅을 시도하며 6경기에서 13개 슈팅(경기당 2.16개)으로 골 욕심을 줄였다. 그 대신 아자르(17개·경기당 2.83개)와 팀 공격을 세 갈래로 나누어 다양한 공격 루트를 창조해냈다. 골 욕심 강한 네이마르(경기당 5.4개·1위)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경기당 5.25개)에게 슈팅이 집중된 브라질, 포르투갈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벨기에의 득점자로 10명의 선수가 이름을 올렸다는 사실에서도 벨기에의 원 팀 정신을 엿볼 수 있다. 득점자에는 교체 선수로 뛰었던 아드난 야누자이와 미치 바추아이, 수비수 뫼니에 등이 포함됐다. 교체로 뛰든 수비수로 뛰든 팀 승리를 위해 헌신적으로 뛰었다는 얘기다. 10명의 선수가 한 대회 득점자로 이름을 올린 것은 1982년 프랑스(스페인 월드컵)와 2006년 이탈리아(독일 월드컵)에 이어 역대 세 번째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선수들은 모두 경기장에서 희생할 준비가 돼 있고 후보 선수나 조력자의 역할도 기꺼이 받아들인다”는 평가와 함께 벨기에의 강점으로 ‘팀 정신’을 꼽았다. 이날 맨오브더매치(MOM)로 선정된 아자르는 이번 대회를 통해 주장으로서 벨기에의 정신적 기둥으로 거듭난 모습이다. 아자르는 20세였던 2011년 터키와의 평가전 중에 교체 아웃되자 이에 화가 나 경기 중 햄버거 가게에 갔다가 이 모습이 포착돼 논란이 됐던 장본인. 하지만 주장 완장을 찬 채 새 마음으로 임한 러시아 월드컵에서는 특유의 적지만 배려심 깊은 말투로 동료의 사기를 진작시켜 마르테니스 감독의 극찬을 받았다. 주장 아자르를 중심으로 이번 대회를 통해 하나로 똘똘 뭉친 벨기에는 향후 유로 2020과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서도 맹위를 떨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아자르는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다음에는 이번 대회보다 더 좋은 성적을 거둘 것이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뢰블레 군단’ 프랑스가 2018 러시아 월드컵 마지막 승자로 이름을 올렸다. 프랑스는 16일 러시아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크로아티아와의 결승전에서 4-2로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프랑스는 1998년 자국 월드컵 우승 이후 20년 만에 통산 두 번째 피파컵(우승 트로피)의 주인이 됨과 동시에 3800만 달러(431억 원) 우승 상금의 주인공이 됐다. 브라질(5회) 독일·이탈리아(이상 4회) 아르헨티나·우루과이(2회)에 이어 2회 이상 월드컵 정상을 밟은 국가로도 이름을 올렸다. 점유율을 뺏기고도 득점을 챙기는 프랑스의 ‘실속 축구’가 빛난 경기였다. 특히 전반에 단 한 개의 슈팅만으로 두 골을 챙기는 신기에 가까운 능력을 보였다. 프랑스는 평균 연령 26.1세의 젊고 발 빠른 선수들을 앞세워 전광석화 공격으로 대량 득점에 성공했다. 전반은 상대 자책골(18분)과 그리에즈만의 페널티킥 골(38분)로 두 골을 넣은 프랑스가 페리시치가 한 골(28분)을 넣은 크로아티아에 1점 차로 앞서갔다. 후반에는 폴 포그바(14분)와 킬리안 음바페(20)가 연달아 상대 골망을 가르며 승리를 굳혔다. 후반 24분 크로아티아 만주키치가 프랑스 골키퍼 위고 요리스의 실수를 놓치지 않고 추가 골을 넣었지만 크로아티아의 추격은 거기까지였다. 디디에 데샹 프랑스 감독은 선수와 감독으로 월드컵 정상에 선 세 번째 축구인이 됐다. 이전까진 프란츠 베켄바워(독일)와 마리우 자갈루(브라질)만이 달성한 기록. 데샹 감독은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당시 대표팀의 주장으로 지단과 함께 자국의 첫 월드컵 우승을 이끌었다. 앞서 16강부터 준결승전까지 토너먼트 세 경기를 모두 연장 승부(두번의 승부차기 포함)를 펼친 크로아티아는 이날 투혼을 발휘하며 뛰었지만 결국 체력 열세를 극복하지 못하고 2위로 대회를 마감했다. 이날 경기 후반에는 관중 일부가 경기장으로 난입해 잠시 경기가 중단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날까지 이번 대회 64경기가 모두 막을 내리면서 프랑스(우승)-크로아티아(준우승)-벨기에(3위)-잉글랜드(4위) 등 러시아 월드컵 4강의 순위가 결정됐다. 잉글랜드의 해리 케인은 6골로 이번 대회 골든슈(득점왕)의 주인공이 됐다. 김재형기자 monami@donga.com}

“새 역사를 썼다.”(CNN) 인구 약 416만 명의 소국 크로아티아가 축구 종가 잉글랜드를 꺾고 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결승에 오르는 동화 같은 기적을 썼다. 크로아티아는 1930년 제1회 월드컵에서 우승한 우루과이(인구 약 347만 명) 이후 역대 월드컵 결승에 오른 국가 중 최소 인구 국가 2위다. 12일 준결승전은 무명의 자국 프로리그 때문에 주전 선수 대부분이 해외리그에서 활동하는 다윗(크로아티아)과 세계 최고 축구리그(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를 보유한 골리앗(잉글랜드)의 싸움이었다. 윌리엄힐을 비롯한 대다수 해외 베팅업체는 잉글랜드의 승리를 두 배 가까이 높은 확률로 내다봤다. 축구 이적 전문 사이트 트란스퍼마르크트에 올라온 두 국가의 몸값(예상 이적료)만 비교해도 크로아티아 선수들의 몸값 합계(3억6400만 유로)는 잉글랜드(8억7400만 유로)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하지만 결과는 이 모든 수치와 예상을 뒤집는 이변이었다. “이건 기적이다. 위대한 팀만이 우리처럼 용감해질 수 있고 잉글랜드 같은 강팀을 상대로 골을 넣을 수 있다. 오늘 우리는 마치 사자와 같았고 결승전에서도 그럴 것이다.” 경기 직후 연장전 결승골의 주인공인 마리오 만주키치(32·크로아티아)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가슴 벅찬 소감을 전했다. 크로아티아는 이번 대회에서 말 그대로 ‘혈투’ 끝에 결승에 진출했다. 조별리그에서 리오넬 메시가 버틴 아르헨티나를 3-0으로 격파하며 세계 축구계에 충격을 안긴 크로아티아는 16강, 8강, 4강전에서 매 경기 피 말리는 연장 승부를 펼쳤다. 덴마크와의 16강, 러시아와의 8강전은 승부차기까지 가는 격전이었다. 이들이 16강전부터 8강전까지 토너먼트 두 경기에서 뛴 거리의 합계는 271km. 이는 이때까지 잉글랜드가 뛴 거리(253km)보다 18km가 더 많았다. 크로아티아의 평균 나이(28세)가 잉글랜드(26세)보다 두 살이 더 많은 데다 체력적인 부담까지 떠안게 돼 크로아티아의 패배를 예상하는 전문가가 많았다. 이미 연장전 두 번을 치르며 체력을 쏟아부었던 크로아티아는 잉글랜드와의 4강전에서 또다시 연장전에 돌입하는 격전을 벌여야 했다. 전반 5분 만에 선제골을 내준 크로아티아는 놀라운 정신력으로 후반 23분 이반 페리시치의 동점골, 연장 19분 만주키치의 골로 대역전극을 이루었다. 16강전부터 매 경기 선제 실점을 하고도 뒤집는 뒷심을 발휘했다. 3경기 연속 연장전 후 결승진출은 최초다. 김대길 KBSN 해설위원은 “강한 정신력이 녹초가 된 크로아티아의 몸을 이끌어 승리를 거둔 경기였다”며 “거기에는 유럽 빅리그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크로아티아 백전노장들의 노련미와 끝까지 점유율을 빼앗기지 않은 ‘황금 중원’의 힘이 뒷받침됐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 전체 선수 중 가장 많은 거리를 뛴 루카 모드리치(33·63km)와 이반 라키티치(30)가 중심이 된 ‘황금 중원’은 이번 대회 모든 경기에서 크로아티아가 상대 팀보다 더 높은 점유율을 차지할 수 있게 했고, 끊임없이 전방에 슈팅 찬스를 제공했다. 실제 브라질(103개 슈팅)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슈팅(100개)을 기록한 팀이 크로아티아였다. 또한 그 기회를 득점으로 만들어낼 선수가 많다는 점도 크로아티아의 연승 이유로 손꼽힌다. 최전방 공격수 만주키치(2골)를 비롯해 총 7명의 크로아티아 선수가 이번 대회 득점자로 이름을 올렸다. 모드리치(2골)-라키티치(1골)-바델(1골)-크라마리치(1골) 등 미드필더에서만 총 4명이 골맛을 봐 크로아티아는 대회 ‘2선 공격’이 가장 매서운 팀으로 평가받았다. “누구도 교체를 원하지 않았다. 마지막까지 뛸 수 있다고 의지를 불태운 선수들이 있었기에 이길 수 있었다.” 즐라트코 달리치 크로아티아 감독(52)은 조직력을 누구보다 강조하는 지도자다. 나이지리아와의 조별리그 1차전이 끝난 직후 “교체 지시에 불응했다”는 이유로 니콜라 칼리니치(30·AC밀란)를 곧바로 퇴출시키기도 했다. 강한 투지와 함께 강력한 리더십에 따른 조직력도 크로아티아의 특징이었다. 이번 승리로 크로아티아는 결승전 진출 국가 중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당시 기준·20위)이 가장 낮은 국가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신나는 ‘댄스 세리머니’에는 마음의 짐을 덜어낸 사뮈엘 움티티(25·프랑스)의 후련함이 묻어나 있었다. 움티티의 ‘속죄포’이자 12년 만에 프랑스의 결승행을 확정짓는 결승골이었다. 프랑스와 벨기에의 준결승전 후반 6분 프랑스의 코너킥 상황에서 움티티(183cm)는 자신보다 키가 11cm가 더 큰 마루안 펠라이니(31·벨기에)를 뿌리치고 용수철처럼 튀어 올라 헤딩슛으로 골망을 갈랐다. 이 골로 움티티는 맨오브더매치(MOM)의 주인공이 됐다. 카메룬에서 태어나 2세에 프랑스로 넘어와 축구 선수로 성장한 움티티는 현재 바르셀로나의 주전 수비수로 활약하고 있다. 그는 호주와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 프랑스가 1-0으로 앞서던 후반 15분 상대에게 동점 페널티킥을 헌납했다. 페널티박스 안에서 홀로 오른손을 들고 뛰다가 공이 손에 맞는 황당한 장면을 연출했던 장본인이 그였다. 많은 비난을 받은 그였지만 결정적인 순간 한 번의 헤딩슛으로 역사적인 골을 성공시키며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털어냈다. 이날까지 월드컵 6경기에 프랑스의 최전방 공격수로 나섰지만 유효슈팅 1개만을 기록한 올리비에 지루(32·사진)의 지루한 무득점 행진도 눈길을 끈다. 이날도 그는 총 7번 슈팅을 날렸지만 이 중 하나만 골대 안으로 날아갔다. 이번 대회 유일한 유효슈팅. 하지만 지루는 이날 적극적으로 수비에 가담하며 득점은 없지만 헌신적인 모습으로 비난을 피해 가고 있다.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프랑스는 수비 효율을 극대화하는 전술을 펼쳤다. 우리는 그들의 약점을 찾지 못했다.” 벨기에의 에이스 에덴 아자르는 11일 프랑스와의 2018 러시아 월드컵 4강전에서 0-1로 패한 뒤 이렇게 말했다. 화려한 패스와 높은 점유율이 특징인 ‘아트 사커’를 버리고 수비를 강조한 ‘실리 축구’를 펼친 프랑스를 공략하기가 어려웠다는 얘기다. 아자르는 “골을 넣기 위해서는 마법이 필요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는 수시로 변하는 전형과 포지션 변화에 따라 플레이 위치를 변경해가며 맞부딪친 선수들 간의 대결로 박진감이 넘쳤다. “전술적으로 벨기에를 놀라게 할 준비가 됐다”고 했던 디디에 데샹 프랑스 감독은 사령탑 간의 전술 싸움에서 승리했다. 양 팀 모두 경기 상황에 따라 전형이 바뀌는 ‘하이브리드 전형’을 들고나왔다. 김대길 KBSN 해설위원은 “과거에는 하나의 전형으로 경기가 진행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공수에 모두 능한 멀티플레이어가 늘어나면서 포지션의 경계를 허문 전술이 각광받고 있다”고 말했다. 벨기에는 스리백(수비수 3명)을 가동한 3-5-2 전형으로 출발했다. 오른쪽 측면에 위치한 미드필더 나세르 샤들리의 위치에 따라 전형이 바뀌었다. 공격 시에는 샤들리가 전진해 기본 전형을 유지했고, 아자르가 최전방과 중앙, 측면을 오가며 수비를 교란했다. 반면에 수비 시에는 앙투안 그리에즈만 등 프랑스의 발 빠른 측면 공격을 막고 중앙 수비수(3명)를 돕기 위해 샤들리가 후방으로 내려와 포백(수비수 4명)을 구성했다. 이때의 전형은 4-4-2다. 샤들리의 히트맵(주로 뛴 구역)을 보면 그가 측면을 활발히 오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프랑스는 벨기에의 변화에 맞춤형 전술로 맞불을 놨다. 주로 수비형 미드필더로 뛰는 블레즈 마튀디를 왼쪽 측면 미드필더로 배치하는 파격을 통해 샤들리의 오버래핑을 막았다. 프랑스는 4-2-3-1 전형을 선발로 내세웠다. 통상 이 전형에서 측면 미드필더는 공격 임무를 수행하지만 마튀디는 중앙선 근처에 머물며 상대의 돌파를 막는 데 집중했다. 9623m를 뛴 마튀디는 오른쪽 측면 미드필더 킬리안 음바페(뛴 거리 8975m)보다 많은 활동량을 보이며 공격 차단에 주력했다. 프랑스는 최전방 원톱 올리비에 지루도 중앙선까지 내려와 수비에 가담했다. 벨기에 골키퍼 티보 쿠르투아는 “상대 공격수가 우리 골문에서 그렇게 멀리 떨어져 있던 것은 처음이다”라며 혀를 내둘렀다. 마튀디가 수비적으로 내려앉으면서 부족해진 공격진 수는 공격형 미드필더로 출전한 그리에즈만이 메웠다. 그리에즈만은 최전방으로 올라와 지루와 투톱(4-4-2 전형)을 구성하거나 왼쪽 측면으로 이동해 음바페, 지루와 스리톱(4-3-3 전형)을 구성했다. 이를 통해 샤들리가 공격에 가담했다가 미처 수비로 복귀하지 못한 빈 공간을 집중 공략했다. 점유율 40%-60%, 패스 횟수 342-629로 밀린 프랑스지만 슈팅 수에서는 19-9로 앞섰다. 그리에즈만을 중심으로 한 역습이 효과적이었다는 얘기다. 전술적으로 벨기에를 압도한 프랑스는 세트피스로 승리를 낚았다. 프랑스는 후반 6분 수비수 사뮈엘 움티티가 코너킥 상황에서 헤딩 결승골을 성공시켰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변칙 라인업과 침착함 속에 골까지 만들어낸 수비진이 프랑스에 승리를 안겼다”고 평가했다. 프랑스는 2006년 독일 월드컵(준우승) 이후 12년 만에 결승에 올랐다. 프랑스 대표팀의 평균 나이는 26.1세. 2022년 카타르 월드컵까지 뛸 수 있는 선수가 많기 때문에 이번에 우승할 경우 장기 집권 체제를 마련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998년 자국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마에스트로’ 지네딘 지단, ‘킹’ 티에리 앙리와 함께 주장으로서 프랑스의 첫 월드컵 우승을 이끈 데샹 감독은 이번에 선수와 지도자로 월드컵 정상에 선 세 번째 축구인 타이틀을 노린다. 지금까지 프란츠 베켄바워(독일)와 마리우 자갈루(브라질)만이 달성한 기록이다. 반면에 벨기에 대표팀 코치로 활동 중인 앙리는 벨기에의 패배로 아쉬움을 삼켰다. 데샹 감독은 2016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에 이어 또다시 팀을 메이저 대회 결승에 올려놨다. 2016 유로에서는 포르투갈에 패해 준우승에 그쳤다. 데샹 감독은 “2년 전 결승전에서의 아픔을 기억하고 있다. 이번에는 다른 결과를 통해 프랑스에 우승을 안기겠다”고 말했다.정윤철 trigger@donga.com·김재형 기자}

‘슈퍼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3·레알 마드리드)의 이탈리아 세리에A 유벤투스 이적이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 10일 영국 스카이스포츠 등 외신들은 “호날두가 유벤투스와 합의를 끝마쳤고 조만간 레알 마드리드(레알) 및 호날두의 에이전트(호르헤 멘데스) 사이에 회담이 열릴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적료는 1억 유로(약 1300억 원)가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유벤투스 역사상 최고 이적료다. 호날두는 유벤투스와 4년 계약을 하면서 연봉 3000만 유로(약 393억 원)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적이 확정되면 호날두는 2009년 레알에 입단한 후 9년 만에 리그를 옮겨 새 둥지를 틀게 된다. 그는 2003∼2009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에서 뛰며 3번의 리그 정상과 1번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우승을 이끌었다. 2009년 당시 최고 이적료였던 9400만 유로(약 1232억 원)에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레알로 옮긴 호날두는 이후 2번의 리그 우승과 4번의 UCL 우승을 이끌며 리오넬 메시(31·FC바르셀로나)와 함께 세계 축구의 아이콘으로 우뚝 섰다. 호날두는 지난해 6월 초상권 수입에 대한 탈세 혐의로 스페인 당국의 조사를 받으면서 이적을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일은 지난달 징역 2년(집행유예)에 1880만 유로(약 247억 원)의 벌금형으로 끝났지만 이 과정에서 “호날두가 레알의 소극적인 자세에 불만을 드러냈다”는 불화설 보도가 쏟아졌다. 한편 호날두는 전기근육자극(EMS) 트레이닝 기어 식스패드(SIXPAD·사진) 홍보차 25일 한국을 방문한다. 전류로 운동신경을 자극해 근육을 형성시키는 제품이다. 호날두의 방한은 2007년 맨유 소속으로 FC서울과 친선 경기를 한 후 11년 만이다. 호날두는 국내에도 많은 팬을 지니고 있다. 일부 팬은 그를 ‘우리형’이라고 친근하게 부른다. 호날두는 일본에서 전용기를 타고 입국한 뒤 당일 출국할 것으로 알려졌다. 호날두의 방한에는 수십 명의 경호 인력과 4명 이상의 전담 통역이 배치된다. 호날두의 방한이 알려지면서 인기 그룹 ‘빅뱅’의 승리(본명 이승현)도 관심을 받았다. 승리는 호날두가 방한할 경우 매니지먼트 및 마케팅을 담당할 수 있는 권리(호날두 라이선스)를 갖고 있다. 그는 이와 관련된 내용을 재작년 한 방송에서 밝혔다. 하지만 이번 호날두의 방한은 싱가포르 에이전트가 주관한다. 승리와는 무관하다. 식스패드의 국내 총판인 ㈜코리아테크는 국내 팬 중 한 명을 미리 뽑아 호날두를 만나게 할 예정이다. 이번 행사는 일본 중국 홍콩 영국 등에서 열리는 글로벌 캠페인이다. 캠페인 내용은 한국 공식 홈페이지와 코샵 홈페이지 참조.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가히 별들의 전쟁이라 할 만하다. 11일 오전 3시에 열리는 프랑스와 벨기에의 러시아 월드컵 준결승전은 유럽 ‘빅5(잉글랜드, 스페인, 이탈리아, 독일, 프랑스) 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슈퍼스타들의 혈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출전 선수 명단만 보면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이 따로 없다. 프랑스는 이번 대회 4강 진출국 중 가장 적은 슈팅 시도 횟수(56회)와 골(9골)을 기록했다. 조별리그에서 부진했던 탓도 있지만 승리에 필요한 순도 높은 공격을 해왔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그 중심에는 ‘신성’ 킬리안 음바페(20)와 앙투안 그리에즈만(27), 폴 포그바(25)로 이어지는 발 빠르고 창의적인 젊은 공격수 ‘3인방’이 자리 잡고 있다. 이들은 유럽 3개 대륙 각 리그를 대표하는 에이스들이다. 음바페는 2017∼2018시즌 프랑스 리그1 우승팀인 파리 생제르맹, 그리에즈만은 UEFA 유로파리그(2017∼2018시즌) 정상을 밟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간판 공격수다. 포그바 또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의 중원을 책임지고 있다. 프랑스를 두고 유럽 3대륙 최고 스타가 모인 팀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프랑스 3인방은 이번 월드컵에서 6골을 합작했다. 이들의 슈팅 시도 또한 25회(합계)로 프랑스 공격의 절반 이상을 책임지고 있는 셈이다. 최대 속도가 모두 시속 32km를 넘는 빠른 발과 깔끔한 마무리 능력이 일품인 음바페와 그리에즈만이 상대 최전방을 휘젓고, 그 뒤에서 볼 키핑(보유) 능력과 창의적인 패스가 강점인 포그바가 지원 사격을 한다. 이런 프랑스는 “공격에 빈틈이 없다”는 평가를 받는다. 1998년 자국 월드컵 우승 이후 두 번째 월드컵 우승을 노리는 프랑스의 축구 팬들은 이 3인방의 발끝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몸값만 봐도 이들의 존재감은 여실히 드러난다. 축구 이적 전문 사이트 트란스퍼마르크트 자료에 따르면 이 셋의 몸값(예상 이적료)은 3억2000만 유로(약 4188억 원)에 달한다. 이는 손흥민을 포함한 신태용호 23인의 몸값 합계액(1145억 원)의 3배 이상의 수치다. 벨기에 또한 ‘초호화 삼각편대’로 맞불을 놓는다. 이번 대회 가장 많은 골(14골)을 넣은 벨기에는 로멜루 루카쿠(25·4골)와 에덴 아자르(27·2골), 케빈 더브라위너(27·1골)가 전체 득점의 절반을 해결했다. 개인 기량에 의존해 ‘전광석화’의 빠른 축구에 집중하는 프랑스와는 달리 벨기에의 삼각편대는 몸싸움 능한 해결사(루카쿠)와 돌파형 공격수(아자르), 중원의 조율자(더브라위너)로 역할이 잘 분담돼 있어 다양한 골 루트를 찾을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트란스퍼마르크트가 계산한 이들의 몸값 총액은 3억4000만 유로(약 4450억 원). 각 팀의 몸값 상위 랭커 3인의 합계액은 준결승에 진출한 4팀 중 벨기에 3인방이 가장 높다. 그만큼 이들이 그동안 각 리그에서 보여준 활약이 월등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난 시즌 EPL 1위 맨체스터시티(더브라위너), 2위 맨유(루카쿠), 5위 첼시(아자르)에서 맹활약하며 리그 우승 등을 놓고 경쟁했던 이들은 이젠 조국 벨기에의 사상 첫 월드컵 우승을 위해 호흡을 맞춘다. 두 팀은 월드컵에서 1938년(프랑스), 1986년(멕시코) 두 번 만나 프랑스가 모두 이겼다. 32년 만에 성사된 두 팀의 월드컵 대결을 지켜보기 위해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벨기에 샤를 미셸 총리가 현장에서 응원 대결을 펼칠 것이란 외신 보도가 나온다.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유로(유럽축구선수권대회) 2018이 됐다.” 우루과이와 브라질이 2018 러시아 월드컵 8강에서 나란히 탈락하자 외신들이 내놓은 평가다. 준결승에 유럽 4개국(프랑스, 벨기에, 크로아티아, 잉글랜드)만 남았기 때문이다. ‘유럽 천하’가 된 이번 대회 4강 대진표에는 세계축구의 현주소가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월드컵도 결국 유럽팀이 우승하게 됐다. 2006년 독일 월드컵부터 4회 연속이다. 독일 대회 때도 지금처럼 4강이 모두 유럽 국가였다. 그 대회에서 이탈리아가 왕좌에 올랐고, 2010년 남아공에선 스페인, 2014년 브라질에서는 독일이 차례로 정상을 밟았다. 1962년 칠레 월드컵(브라질 우승)부터 2002년 한일 월드컵(브라질 우승)까지 남미와 유럽 국가가 번갈아 가며 우승을 차지했던 ‘대륙 양분’의 역사가 완전히 폐기된 것이다. 이번 4강전에 출전할 92명의 선수 명단만 봐도 유럽의 강세는 확연하다. 유럽리그 ‘빅5’ 출신이 88%(81명)에 이른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40명), 스페인 프리메라리가(12명), 프랑스 리그1(12명), 독일 분데스리가(9명), 이탈리아 세리에A(8명) 순이다. 즉, 현재 우승을 노리고 있는 4개국의 존망을 좌지우지할 각국의 에이스는 대부분 유럽축구연맹(UEFA) 산하 리그 선수들인 셈이다. 이번 대회 4강 진출 4개국의 공통점은 ‘세대교체’로 요약된다. 1986년 멕시코 월드컵 이후 32년 만에 4강에 오른 벨기에,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이후 28년 만에 준결승에 오른 잉글랜드 모두 20대 초중반의 EPL 선수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크로아티아와 프랑스 역시 ‘빅5’ 리그 출신의 젊은 선수들이 팀을 이끈다. 유럽 빅 리그에 진출한 젊은 선수가 얼마나 많은지가 각 팀의 경쟁력을 대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4강 진출국의 또 다른 성공 요인으로 거론되는 것이 감독과의 오랜 호흡. 지난해 10월에 크로아티아 사령관으로 오른 즐라트코 달리치 감독을 제외하면 4강에 오른 나머지 팀의 수장은 최소 2년 이상 대표팀을 지도하고 있다. 이들은 ‘슈퍼스타’ 한 명에 의존하는 전술을 짜기보다는 정교한 팀 전술을 활용해 각자의 승리 공식을 만들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대길 해설위원은 “수많은 스타가 있었지만 결국 네이마르(브라질)나 메시(아르헨티나), 호날두(포르투갈) 등 슈퍼스타 한 명에 의존했던 팀은 모두 떨어졌다”며 “그 대신 잉글랜드를 비롯해 상대의 밀집 수비를 뚫기 위해 ‘변형 전술’을 연구하고, 세트피스를 잘 활용한 팀들이 결국에는 살아남았다”고 평가했다. 이번 대회 4강은 단골 우승 국가가 모두 빠졌다는 점도 눈에 띈다. 브라질(5회)과 독일(4회), 아르헨티나(2회)가 빠진 채 월드컵 4강 대진표가 짜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20차례 월드컵에서 이들을 포함해 8개국(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잉글랜드, 우루과이)만 우승했다. 한편 이번 대회 본선 진출국 중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최하위(70위)인 개최국 러시아는 8강에서 크로아티아와 승부차기 끝에 패하며 돌풍의 레이스를 마무리했다. 러시아는 대회 직전까지만 해도 평가전 부진 등의 이유로 숱한 비난에 시달렸지만 정작 본선에서는 많이 뛰는 ‘발 축구’를 앞세워 연달아 강호들을 격파해 이번 대회 최대 이변의 주인공으로 평가받았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유럽과 남미의 자존심 대결. 6일 밤 펼쳐지는 프랑스와 우루과이, 브라질과 벨기에의 8강 대결을 압축하는 표현이다. 아시아 아프리카 국가가 모조리 탈락한 가운데 남미도 우루과이와 브라질 두 팀밖에 남지 않았다. 이 중 프랑스-우루과이전은 2018 러시아 월드컵 8강 대결팀 가운데 유일하게 챔피언 경력이 있는 팀들 간의 대결이다. 프랑스는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 우루과이는 제1회 월드컵이었던 1930년 우루과이 월드컵과 1950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우승을 맛봤다. 8강 진출국 중 평균 나이(26세)가 가장 적은 프랑스는 역습이나 속공 시 발 빠르게 움직일 선수가 많다는 게 장점이다. 우루과이의 평균 연령은 28세이다. 특히 4-2-3-1을 주요 전술로 활용하고 있는 프랑스의 두 젊은 2선 공격수 킬리안 음바페(20)와 앙투안 그리에즈만(27)의 활약이 매섭다. 프랑스는 4경기서 7득점 4실점했다. 둘은 프랑스 득점의 절반이 넘는 5골을 합작했다. 두 선수는 프랑스 ‘전광석화’ 공격의 핵심이다. 이번 대회서 측정된 둘의 최고 속도는 각각 시속 32.4km. 우루과이에서 가장 발 빠른 크리스티안 로드리게스(32.18km)보다 앞서고 둘의 마크맨으로 예상되는 우루과이의 디에고 고딘과 호세 히메네스(이상 26.1km)를 크게 앞선다. 좁은 공간에서 순간 속도를 앞세워 아르헨티나를 무너뜨렸던 공격이 재현된다면 우루과이의 철벽수비도 무너질 수 있다. 변수는 16강전까지 이들과 2선 공격수로 호흡을 맞췄던 블레즈 마튀디(31)가 경고누적으로 8강전에 나올 수 없다는 것. 그를 대신할 선수로 우스만 뎀벨레(21) 등이 언급되고 있지만 마튀디의 폭넓은 활동량을 대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프랑스는 이 밖에 올리비에 지루, 폴 포그바, 뱅자맹 파바르 등 핵심선수들의 경고가 많은 것도 부담이다. 이들은 경고를 더 받으면 4강에 나설 수 없다. 우루과이는 7득점 1실점으로 이번 대회 8강 팀 중 브라질과 함께 최소 실점을 기록 중이다. 4-4-2를 쓰는 우루과이의 핵심 수비수는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AT마드리드)에서 호흡을 맞추고 있는 고딘과 히메네스다. 32세 관록의 고딘이 음바페를 얼마나 봉쇄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영혼의 단짝’이라 불리는 31세 동갑내기 투 톱 루이스 수아레스와 에딘손 카바니는 우루과이가 4경기에서 날린 총 50개의 슈팅 중 31개를 차지했다. 수아레스가 2골, 카바니가 3골을 기록 중이다. 16강전에서 우루과이가 날린 총 6개의 슈팅은 모두 수아레스(3개)와 카바니(3개)가 차지했다. 문제는 카바니가 16강전에 당한 부상(왼쪽 장딴지)으로 8강전 출전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1일 포르투갈전에서 두 골을 넣으며 조국의 8강행을 결정지은 카바니는 경기 막판 부상으로 절뚝이며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카바니의 8강전 출전 여부는 경기 직전에야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우루과이 축구협회는 4일 공식 트위터를 통해 카바니의 검사 결과지를 올렸다. 그 결과지를 통해 그의 부상이 장기간 치료가 필요한 햄스트링(허벅지 뒷근육) 부상이 아니라 종아리에 약간의 부종이 생긴 것이라고 알리며 8강전 출전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한편 우루과이의 고딘과 AT마드리드에서 한솥밥을 먹고 있는 프랑스의 그리에즈만은 평소 우루과이를 ‘제2의 조국’으로 부를 만큼 우루과이에 애정을 갖고 있다. 그리에즈만은 고딘의 세 살배기 딸의 대부이기도 하다. 하지만 수아레스는 “그리에즈만은 그냥 프랑스인이다”라고 발끈하며 긴장감을 높였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손)흥민이가 저에게 치차리토(하비에르 에르난데스)가 할리우드 액션이 심하다고 얘기해줬는데, 경기장에서 보니 실제로 그런 거예요. 얼마나 얄밉던지…. 경기 도중 한 번 몸싸움이 붙어 팔로 세게 끌어당기긴 했는데 절대 사심이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니었습니다. 하하.” 문선민(26·인천)은 빠른 발과 함께 상대 선수를 악착같이 물고 늘어지는 투지가 일품이다. 러시아 월드컵에서 그런 그의 불꽃같은 열정의 타깃(목표)이 된 선수 중 한 명이 멕시코의 에르난데스였다. 에르난데스는 후반 66분 한국의 골망을 가르며 뼈아픈 1패를 안긴 장본인. 경기 도중 과도한 다이빙 액션에 화가 난 한국 축구 팬이 많다.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문선민은 ‘거친 수비’로 그에게 본때를 보여 국내 축구 팬의 마음을 잠시나마 후련하게 해줬다는 얘기가 나왔다. “대표팀에서 저와 동갑내기인 흥민이랑 재성이는 아직 젊고 팔팔하니깐 더 많이 뛰고 땀 흘려야 했어요. 저 같은 경우 수비할 때는 상대에게 ‘무조건 안 뚫리겠다’는 각오로 달려들었습니다.” 월드컵 출전을 마친 뒤 소속 팀 인천 훈련을 처음 소화한 4일 본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문선민은 예른 아네르센 감독(55·노르웨이)의 강도 높은 스파르타식 훈련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고 팀 복귀 소감을 전했다. 북한 대표팀 감독 출신으로 지난달 이기형 감독의 뒤를 이어 인천 지휘봉을 잡은 아네르센 감독은 평소 훈련량이 많기로 소문난 지도자다. 지칠 줄 모르는 체력을 지녔다는 평가를 듣던 문선민은 팀 훈련을 고되게 느낀다고 했다. 그만큼 러시아에서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은 듯했다. 스웨덴과의 조별리그 1차전은 그에게도 아쉬운 순간으로 남아 있는 듯 보였다. 스웨덴전 맞춤형 카드란 이유로 월드컵 출전 기회도 잡았지만 막상 스웨덴전 당일 예상치 못한 박주호 부상 등의 여파로 문선민은 벤치에서 대표팀의 첫 패배를 지켜봐야 했다. “스웨덴 3부 리그 팀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해 1부 리그 팀 선수로 올라가기까지 고생을 참 많이 했어요.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런 경험이 월드컵 무대에 나설 수 있었던 계기가 된 것 같아 뿌듯합니다. 물론 스웨덴과의 첫 경기를 못 뛰어 아쉽죠.” 문선민이 자신의 존재감을 마음껏 드러낸 것은 독일과의 F조 조별리그 3차전에서였다. 활발한 돌파와 수비력을 보인 그는 후반 21분 상대 문전에서 ‘접다가 놓친’ 슈팅 기회로 두고두고 화제가 됐다. 그 순간, 오른발로 한 번 접고 왼발로 상대 골망을 갈랐던 온두라스전(5월 28일)에서의 국가대표팀 간 경기(A매치) 데뷔전 골을 떠올린 걸까. “아니에요. 하하. 이젠 하도 물어서 ‘접기’에 한이 맺힐 것 같아요. 상대 수비가 탄력이 붙은 채로 태클을 하길래 슈팅하는 척하면서 방향을 틀었는데…. ‘그때 슈팅할걸’ 하는 아쉬움에 정말 잠도 못 잤습니다. K리그에 돌아가서 이젠 접어야 할 타이밍이 와도 안 접고 그냥 슛을 난사하진 않을까 걱정이네요. 아니면 아예 멋지게 접어서 골을 넣으면 더 나을까요.(웃음)” 뜻하지 않게 ‘접기 실패’로 약간의 개그 캐릭터가 덧붙여지긴 했지만 그는 조현우(대구FC)와 함께 이번 월드컵을 통해 스타덤에 오른 K리거 중 한 명이다. 외출하면 개성 있는 이마를 보고 알아보는 팬이 부쩍 늘었다는 문선민은 이번 월드컵이 자신에겐 “한 단계 더 도약하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한다. “월드컵 이후 ‘고생했어요’라고 말을 걸어 주시는 분이 많아졌어요. 그 마음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더 열심히 뛰고 더 재밌는 경기를 보여 드리겠습니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패스였나, 슛이었나?) 연락 오는 사람이나 보는 사람이 한 번씩 하는 질문이다. 심지어 (손)흥민이조차 ‘공이 너무 길게 간 거 보니 슛 아닌가’라고 장난을 치는데 당연히 패스다. 하하.” 사회자의 짓궂은 질문에 주세종(28·아산)은 웃음 띤 얼굴로 답하면서도 목에 힘을 주고 “패스였다”고 강조했다. 자신의 인생 패스로 기억될 그 순간을 ‘슛터링(슛+센터링)’으로 평가 절하하고 싶진 않았으리라. 7일 프로축구 K리그 재개를 앞두고 3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열린 미디어데이. 주세종을 비롯해 문선민(26·인천), 이용(32·전북), 윤영선(30·성남) 등 2018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독일을 꺾는 데 맹활약한 4명의 K리그 선수가 참석해 월드컵 뒷이야기와 K리그 재개를 앞둔 각오 등을 재치 있는 입담으로 쏟아냈다. 주세종이 뽑은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은 독일과의 조별리그 F조 3차전 후반 추가시간. 0-1로 뒤진 상황에 다급해진 독일의 골키퍼 마누엘 노이어가 하프라인을 넘어왔고, 주세종은 그의 볼을 빼앗아 독일의 빈 골대 앞으로 긴 패스를 보내 손흥민의 득점을 도왔다. 주세종은 “은퇴할 때까지 골키퍼의 공을 빼앗아 어시스트하는 순간은 안 올 것 같다. 그 점에서 감회가 남다르다. 소속 팀(아산)에 돌아가서도 동료들에게 자랑할 것”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월드컵 경기 당시 환경에 대해 주세종은 “앉았다 일어서면 현기증이 날 정도로 날씨가 더웠다”고 설명했다. 문선민은 멕시코, 독일과의 경기에서 저돌적인 돌파와 악착같이 달려드는 투지로 국내 축구 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월드컵 전후로 달라진 점을 묻는 질문에 그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내 이마를 많이 알아보더라. 아내와 외출하면 많이 알아봐주셔서 감사하고 그때마다 ‘K리그 많이 보러 오시라’고 말한다”며 웃었다. 문선민에게 두고두고 아쉬움이 남는 순간은 언제였을까. 상대 문전에서 ‘새가슴’이 되었던 독일전이다. 후반 21분 상대 페널티박스 안에서 노이어와 일대일로 맞섰던 상황에서 문선민은 왼발로 한 번 접으려다 달려오던 수비에게 막혀 슈팅 기회를 날렸다. “진짜 평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왜 안 때렸을까’ 하는 아쉬움에 잠도 못 잤다. 온라인에서도 ‘문선민 종이접기 하냐’란 비판이 많았다. 다음에는 그렇게 하지 않도록 K리그 경기장에서 보여줘야겠다는 다짐뿐이다.” 5월 20일 14라운드 경기를 끝으로 월드컵 휴식기를 가진 K리그1은 7일부터 후반기를 시작한다. 이번 월드컵에서 한국의 전 경기를 소화했던 이용은 “월드컵에서 우리가 볼을 빼앗았을 때 공격수에게 정확하게 패스해야 하는데 그런 세밀한 부분이 아쉬웠다. 한국 축구가 보완해야 할 부분”이라며 “K리그에서도 그런 부분을 보완하고 선수들이 좋은 모습을 보이면 월드컵의 열기가 이어질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독일전에 한국의 주전 수비수(중앙)로 뛰었던 윤영선은 “현재 제 소속팀 성남이 2부 리그(K리그2)로 떨어졌는데 오히려 K리그1에서보다 속도가 빠르고 쉴 틈이 없어 더 힘든 것 같다”며 “관중이 실망하지 않게 투지 넘치는 모습을 보이며 경기를 재밌게 풀어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러시아가 스페인의 티키타카(패스 축구)에 종말을 고(告)했다.” 1일 이번 대회 세 번째 16강전(러시아-스페인)이 연장전까지 무승부(1-1)에 이어 러시아의 승부차기 승리(4-3)로 끝나자 AP통신을 비롯한 각종 외신들의 평가는 한결같았다. 최근 10여 년간 주름잡았던 패스 중심의 스페인식 점유율 축구를 대체하는 축구계의 새 흐름이 감지된다는 반응이었다. 그 핵심은 ‘활동량’이다. 전력상 열세에 있던 러시아는 이날 5백(중앙 수비수3명+양 측면 수비)을 쓰는 대신 왕성한 움직임을 앞세워 스페인의 뒤쪽 공간을 노렸다. 러시아 대표팀이 연장전까지 뛴 거리는 146km. 스페인(137km)보다 무려 9km를 더 뛰었다. 여기에 거친 수비(19개 반칙)와 골키퍼 이고리 아킨페예프의 선방까지 가세하면서 상대에게 골을 안 주고 결정타를 노리는 전술을 활용했다. F조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한국이 독일을 꺾은 원동력도 상대보다 3km를 더 뛴 왕성한 활동량이었다. 이날 경기는 러시아의 노림수대로 흘러갔다. 전반 12분 수비수 세르게이 이그나셰비치가 자책골로 선제골을 내주긴 했지만, 전반 41분 장신 공격수 아르툠 주바가 페널티킥 골을 성공시켜 승부를 연장전까지 끌고 갔다. 이후 승부차기로 승리를 안았다. 러시아의 ‘체력 축구’가 스페인의 점유율 축구를 꺾은 셈이다. 이날 스페인은 슈팅 15개(러시아 4개), 유효 슈팅 9개(러시아 1개), 점유율 74%로 압도적인 경기를 펼치고도 고개를 떨궜다. 유로2008 우승 이후 스페인은 세계 축구 흐름을 주도했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 국제축구연맹(FIFA) 최하위 팀(70위)이지만 상대보다 더 많이 뛰며 승리를 챙기는 러시아의 ‘체력 축구’에 밀렸다. 스페인은 1934년 이후 84년간 이어져 온 ‘개최국 상대 무승 징크스’에 또다시 발목이 잡혔다. 스페인은 이날까지 월드컵에서 개최국을 5번 상대해 한 번도 승리하지 못했다. 이 경기에 앞서 개최국으로서 스페인에 승부차기 패배를 안겼던 팀이 2002 한일 월드컵 8강전에서의 한국이었다. 스페인은 그 이전에도 1934 이탈리아 월드컵 당시 개최국 이탈리아와의 두 번 대결(무승부에 이은 재경기)에서 1무 1패를 기록했다. 1950년엔 준결승전에서 개최국 브라질에 대패(1-6)했다. 한편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우승 당시 결승골을 넣었던 스페인의 간판스타 안드레스 이니에스타(34)는 이날 러시아전을 마친 뒤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다. 2006년 러시아와의 평가전에서 A매치 데뷔전을 치렀던 이니에스타는 이날 러시아전을 끝으로 대표팀에서 물러나게 됐다. 스페인 티키타카의 한 축이었던 이니에스타의 은퇴와 더불어 스페인 황금시대도 저물고 있다.김재형 monami@donga.com·임보미 기자}

‘별 중의 별’을 가리는 2018 러시아 월드컵 16강전이 시작된다. 한국에 패한 독일과 동유럽의 강호 폴란드, 본선 진출에 실패했던 칠레를 제외하면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톱 10에 든 7개국은 모두 조별리그를 통과했다. 이제부턴 어느 팀이든 우승을 노려볼 만한 진짜 강호들 간의 빅매치이다. 그 첫 문을 여는 경기가 30일 C조 1위 프랑스와 D조 2위 아르헨티나의 첫 번째 경기다. 이때부턴 조별리그전에 쓰였던 검은색(텔스타18) 대신 빨간색 공인구(텔스타 메치타)가 등장한다. 진 팀은 곧바로 짐을 싸야 하는 ‘녹아웃 스테이지’의 열기를 반영한 색 변화다. 당장 오늘 밤(오후 11시)부터 리오넬 메시(31·아르헨티나)와 앙투안 그리에즈만(27·프랑스) 둘 중 누가 눈물을 삼키고 월드컵 무대를 떠날지, 이 빨간 공으로 판가름 날 것이란 얘기다. 한쪽에선 울음을 삼키고 다른 쪽에선 환호하는 두 슈퍼스타의 대비되는 모습을 보게 된다. 그야말로 축구 팬에겐 ‘잠 못 이루는 밤’이 개막하는 것이다.○ ‘빅매치’ 문 여는 ‘작은 거인 대결’ 메시는 마라도나와 펠레가 올라가 있는 역대 최고의 축구 선수 반열에 오르기 위해 이번 대회 우승컵을 간절히 바란다. 아르헨티나가 남미 예선전에서 본선 탈락의 위기에 빠져 있던 순간 메시는 ‘메시아(구세주)’처럼 결정적인 골들을 기록하며 조국의 러시아행을 이끌며 우승 의지를 불태웠다. 하지만 정작 본선에서 메시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조별리그 D조 첫 경기 아이슬란드전(1-1)에서 페널티킥을 실축한 데 이어 두 번째 경기(크로아티아)에선 슈팅을 달랑 하나만 기록하며 조국의 0-3 대패를 지켜봐야 했다. 아르헨티나가 졸지에 조별리그 탈락의 위기에 놓이자 이에 실망한 팬들의 불만은 자연스럽게 메시를 향했다. 그만큼 기대가 컸기 때문이었다. 급기야 은퇴설까지 불거지는 상황에서 메시는 “월드컵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지 못한 채 은퇴하고 싶진 않다”고 못 박으며 절치부심했다. 그러고는 보기 좋게 반전 각본을 썼다. 3차전(나이지리아전)에서 이번 대회 첫 골을 신고하며 아르헨티나의 극적인 16강행(조 2위)을 뒷받침한 것이다. 메시는 “그때만 생각하면 아직도 머리가 쭈뼛 선다”며 우승 트로피를 눈앞에 두고 눈물을 흘렸던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을 기억한다. 이번만큼은 빈손과 눈물 대신 우승 트로피를 들고 웃음꽃 활짝 핀 얼굴로 귀국길에 오르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다시 꿈에 부푼 메시의 길목 앞에 나선 인물이 프랑스의 에이스 그리에즈만이다. 그리에즈만은 메시와 함께 스페인 프리메라리가를 대표하는 ‘왼발의 달인’으로 불린다. 둘은 닮은꼴 축구 스타다. 직전 시즌 메시는 바르셀로나의 프리메라리가 우승을 이끌었고 그리에즈만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정상 탈환을 이끌었다. 작은 몸집에 화려한 드리블 실력까지 똑같이 갖추고 있어 둘의 맞대결을 놓고 외신들은 ‘작은 거인들의 빅매치’란 수식어를 달고 있다. C조 1위로 16강에 오르긴 했지만 프랑스와 그리에즈만의 조별리그 성적표는 그다지 만족스럽지 않았다. 이번 대회 강력한 우승 후보로 점쳐지던 프랑스는 경기마다 졸전을 거듭하며 꾸역꾸역 승점(2승 1무, 승점 7)을 얻었다. 3경기 동안 득점은 달랑 3골. 특히 3차전(덴마크)은 관중석에 야유가 가득 찰 정도로 무기력한 경기력을 보였다. 그런 프랑스 공격의 선봉장인 그리에즈만 또한 페널티킥으로 넣은 한 골로 조별리그에서 체면치레만 했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때) 지네딘 지단이 두 골을 넣은 날, 거리로 뛰쳐나온 사람들이 프랑스 국기를 흔들었다. 그때의 (프랑스) 우승 감격이 나를 축구 선수로 키운 자양분이었다.” 20년 전 7세의 나이에 자국의 축구 영웅이 월드컵 우승을 이끌었던 순간을 보고 축구 선수의 꿈을 키웠다는 그리에즈만. 메시를 울리고 이번에는 자신이 조국의 어린 누군가의 꿈이 될 수 있을까. 조별리그에서 강호답지 않은 경기력으로 실망감을 안겼던 두 팀이 이번에는 기지개를 켜고 메시와 그리에즈만의 화려한 플레이와 명장면을 보여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두 팀 간의 A매치(국가대표 경기) 상대 전적에서는 아르헨티나가 6승 3무 2패로 앞서 있다.○ 최전방엔 ‘호수 대결’, 중원에선 ‘황태자 싸움’ 다음 달 1일 오전 3시 러시아 소치 파시트 스타디움에선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3·포르투갈)와 루이스 수아레스(31·우루과이)의 자존심을 건 득점 경쟁이 펼쳐진다. 둘은 이미 엘클라시코(라이벌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의 경기)에서 수없이 맞부딪쳤던 숙적. 직전 시즌 프리메라리가에서 득점왕은 메시(34골)가 차지했다. 호날두는 26골로 2위였다. 그러나 수아레스도 25골을 몰아치며 불과 한 골 차로 3위를 차지했다. 호날두는 이번 월드컵 초반 해트트릭을 기록하는 등 4골을 기록 중이다. 수아레스도 2골을 터뜨리며 우루과이의 16강 진출을 이끌었다. 호날두가 세기의 선수로 조명 받으며 팬들의 환호에 둘러싸인 반면 수아레스는 이번 대회에서도 악명 높은 기행을 펼치며 눈총을 받았다. 경기 도중 넘어져 상대 선수의 발목을 붙드는 등 이상 행동을 한 탓이다. 그러나 수아레스는 경기가 진행될수록 기행보다는 실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미 두 선수 모두 서른을 넘긴 나이라 이번 대결은 그들의 마지막 월드컵 득점 경쟁이 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호날두가 최근 소속팀(레알 마드리드)과 결별을 선언한 만큼 앞으로 리그에서도 둘의 만남은 성사되지 않을 수 있다. 1승 1무로 상대 전적이 앞서는 포르투갈의 승리를 점치는 전망이 많지만 조별리그에서 ‘0실점’으로 A조 1위를 차지했던 우루과이가 반전을 쓸 가능성도 있다. 이 경기 바로 다음 날엔 현역 최고의 미드필더로 손꼽히고 있는 루카 모드리치(33·크로아티아)와 크리스티안 에릭센(26·덴마크)의 자존심 대결이 펼쳐진다. 레알 마드리드에서 활동하는 모드리치는 프리메라리가를, 손흥민의 토트넘 동료인 에릭센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토트넘)를 대표하는 미드필더. 이번 대회 조별리그에서 모드리치는 두 골, 에릭센은 한 골을 기록했다. 외신들은 모드리치를 비롯해 마리오 만주키치, 이반 페리시치 등 서른 살 안팎의 ‘황금세대’를 보유한 크로아티아가 에릭센 홀로 이끄는 ‘원 맨 팀’ 덴마크를 이길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하고 있다. 두 팀의 역대 전적은 2승 1무 2패로 팽팽한 상황. 이날 경기는 누가 끝까지 살아남아 이번 대회 ‘중원의 황태자’로 군림할지를 가늠하는 무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독일의 수문장 마누엘 노이어는 경기가 끝난 뒤 유니폼을 그라운드에 집어 던졌다. 믿을 수 없는 패배에 화가 난 모습이었다. 잠시 뒤 그는 뚜벅뚜벅 한국의 골키퍼 조현우(27·대구)에게 걸어갔다. 그러고는 악수를 청하며 포옹을 했다. 세계 최고의 골키퍼 노이어도 인정할 수밖에 없을 만큼 맹활약한 조현우였다. 한국이 2018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F조 3차전에서 독일을 2-0으로 꺾고 ‘카잔의 기적’을 이뤄낸 것은 골문을 든든히 지킨 ‘달구벌 데헤아’ 조현우가 있었기 때문이다. 독일은 26개의 슈팅을 퍼부었지만 조현우는 온몸을 던지는 ‘선방쇼’를 펼쳤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조현우를 한국-독일전의 맨 오브 더 매치(MOM·경기 최우수선수)로 선정했다. 골을 넣은 김영권, 손흥민이 아니었다. 사실상 후반 추가 시간에 나온 한국의 ‘극장골’은 그의 선방이 없었다면 나올 수 없는 일이었다. 특히 후반 2분 골대 바로 앞에서 독일의 레온 고레츠카가 홀로 점프해 날린 헤딩슛을 막아낸 장면은 이날의 하이라이트였다. 박지성 SBS 해설위원은 “(조현우에게) 절을 해도 마땅할 정도의 완벽한 선방이었다”고 감탄했다. 조현우는 “크로스 타이밍과 공격수의 움직임 모두 분석한 그대로였기 때문에 몸이 빠르게 반응할 수 있었다. 그때 골을 내줬다면 독일을 꺾을 수 없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비록 한국이 16강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조현우의 활약만큼은 눈부셨다. 이번 대회 직전까지 대표팀의 ‘넘버3 골키퍼’로 평가받던 그는 1차전(스웨덴)에 선발로 나선 이후 연일 ‘선방쇼’를 이어가며 명실상부하게 한국의 대표 수문장으로 거듭났다. 조현우는 국제축구연맹(FIFA)이 집계한 선방 횟수 순위(28일 오전 기준)에서 총 13개의 선방으로 노이어(11개)를 제치고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조현우의 스타 등극은 그의 철저한 상대팀 분석과 피나는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조현우는 “코칭스태프와 함께 독일 선수들의 슈팅에 대한 자료를 분석했다. 슈팅 각도와 크로스를 올리는 지점까지 연구했다”고 말했다. 그런 조현우가 꼽은 이번 대회를 통틀어 가장 아쉬웠던 순간은 두 번의 페널티킥 실점 장면. 조현우는 “상대 국가의 8년 치 페널티킥 자료를 모두 분석했다. 키커가 과거에 페널티킥을 찬 방향을 알고 있어서 그쪽으로 몸을 날렸는데…. 그들(키커)이 조금 더 영리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젠 유럽의 빅 클럽들이 그를 노린다는 외신 보도가 잇따를 만큼 조현우의 위상은 높아졌다. 호주 ABC방송은 ‘독일은 무적의 골키퍼 조현우를 뚫어내지 못했다’고 보도했고, 스페인 언론 아스는 ‘조현우가 펼친 환상적인 월드컵 활약으로 차기 행선지가 유럽이 될 수도 있다’며 유럽행 가능성을 조심스레 점쳤다. 영국 BBC는 조현우에게 평점 8.85점을 매기며 독일 노이어(2.59점)는 물론이고 골을 터뜨린 손흥민(8.75점), 김영권(8.37점)보다 높은 평점을 부여해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고 평가했다. 아직 군 복무를 하지 않은 그는 “(입대를) 개의치 않는다”며 덤덤한 반응을 보이지만 각종 댓글 등에선 “넌 괜찮다지만 우린 너를 보낼 수 없다”는 반응이 쏟아진다. 28일 조현우의 에이전트(이카루스) 관계자에 따르면 몇몇 보도와는 달리 아직 직접적으로 조현우의 영입을 위해 접촉해온 유럽의 빅 클럽은 없다. 동물적 반사 신경과 모히칸 헤어스타일(수탉처럼 가운데만 남긴 헤어스타일)이 스페인 대표팀 골키퍼 다비드 데헤아(28)를 닮아 ‘달구벌 데헤아’로 불리는 조현우는 월드컵을 통해 ‘대헤아(대한민국+데헤아)로 거듭났다. 조현우는 “개인적으로 데헤아를 좋아하기 때문에 애칭이 마음에 든다. 그런데 헤어스타일은 데헤아를 따라한 것이 아니다. 아내가 내게 가장 잘 어울린다고 추천한 것이다”며 웃었다. 대회 이후 그를 향한 국내의 뜨거운 반응은 아직 실감이 안 가는 모양이다. 조현우는 “인기 실감하나?”라는 질문에 “인기는 잘 모르고 아내가 밖에 나가면 자신도 알아본다고 했다. 저는 K리그 선수이고 아직 시즌도 끝나지 않아 귀국 이후 팀(대구FC) 훈련 복귀 일정을 언제 할지만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가족은 생애 첫 월드컵에 나선 그에게 가장 큰 힘이 됐다. 상대의 수많은 크로스를 펀칭으로 막아낸 그의 오른팔에는 아내 이희영 씨(29)의 얼굴 문신이 있다. 그는 러시아에서 아내와 딸 하린 양(9개월)에게 이렇게 편지를 남겼다. “우리가 그토록 원하던 월드컵에 내가 왔고, 이제 꿈을 펼칠 시간이야. 멋진 남편이자 아빠가 될게.” 조현우는 “독일전에서 우리가 보여준 모습이 축구를 시작하는 어린 친구들의 미래가 되기를 바란다. 앞으로도 투혼을 발휘해 누군가의 꿈이 될 수 있는 선수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카잔=정윤철 trigger@donga.com / 김재형 기자}

아르헨티나의 ‘메시아(구세주)’는 결국 조국이 절체절명인 순간에 등장했다. 조별예선 탈락의 경계선에 있던 아르헨티나는 27일 드디어 기지개를 켠 리오넬 메시(31)를 앞세워 16강에 진출했다. 메시는 이날 나이지리아와의 조별리그 D조 마지막 경기에 주장 완장을 차고 선발로 나서서 이번 대회 자신의 첫 골을 신고했다. 전반 14분 하프라인 인근에서 동료 에베르 바네가가 건넨 로빙 패스를 상대 페널티 박스 앞에서 왼쪽 다리 허벅지와 발등으로 차례대로 완벽하게 트래핑한 뒤, 오른발로 골망을 갈랐다. 현역을 넘어 역대 최고를 넘보는 그야말로 메시다운 완벽한 골이었다. 이로써 메시의 커리어에 대기록 하나가 추가됐다. 19세였던 2006 독일 월드컵에서 월드컵 본선 첫 골을 넣었던 그는 이후 남아공(23세)과 브라질 월드컵(27세)에 이어 31세인 이번 대회까지 10대와 20대, 30대에 걸쳐 월드컵 무대에서 모두 골을 기록한 유일한 선수가 됐다. 아르헨티나는 메시의 이 한 골 이후 동점골을 나이지리아에 내준 뒤 1-1로 호각을 다투던 후반 41분 마르코스 로호(28)의 극적인 발리슛 결승골에 힘입어 토너먼트 진출을 확정했다. 크로아티아에 이어 D조 2위를 기록한 아르헨티나는 30일 앙투안 그리에즈만과 폴 포그바가 버티고 있는 강호 프랑스와 16강 빅매치를 치르게 됐다. 1무 1패 뒤 무조건 이겨야 다음 라운드 진출을 넘볼 수 있는 상황에서 메시는 독기를 품고 그라운드를 누볐다. 슈팅 수를 늘려 본인이 직접 해결하려 하기보단 이전보다 더 많이 뛰며 경기 흐름을 주도했다. 이날 메시의 총 활동량은 8.702km. 7km대였던 1, 2차전보다 1km 정도를 더 뛰었다. 전력 질주 횟수도 33번으로 17번(1차전), 29번(2차전)이었던 지난 경기보다 더 많았다. 심지어 후반 추가시간에 메시는 평소와는 달리 시간을 끌다가 주심에게 경고를 받을 정도로 승리에 목마른 모습을 보였다. 16강 진출 여부가 걸리기도 했거니와 그간 페널티킥 실축과 연이은 골 침묵에 대표팀 은퇴설에 휩싸이기까지 했던 메시로서는 그만큼 이날 승리가 절실했을 것이다. 특히 이번 대회에 들어와 2경기에서 4골을 뽑아낸 라이벌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3·포르투갈)와 비교되면서 자존심이 상할 대로 상한 메시였다. 결국 위기의 순간에 진가를 발휘한 메시는 월드컵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자신의 꿈을 향한 여정을 이어나가게 됐다. 최근 은퇴설에 휩싸였을 당시 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메시는 “각종 트로피를 수집한 나에게 남은 건 월드컵 우승뿐이다. 월드컵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꿈을 항상 꿔왔다”고 밝혔다. 이날 아르헨티나의 극적인 승리로 나이지리아에 동점골의 빌미를 제공했던 하비에르 마스체라노(34)도 기사회생한 분위기다. 메시의 선제골로 이날 아르헨티나가 경기를 쉽게 가져갈 수 있었던 순간에 마스체라노는 쓸데없는 반칙(후반 4분)으로 상대에게 페널티킥을 주며 동점골을 헌납했다. 하지만 마스체라노는 이후 얼굴에 피를 흘려가면서도 몸을 사리지 않는 투혼을 발휘하며 자신의 실수를 만회해 눈길을 끌었다. 더불어 직전까지 팀의 부진으로 ‘중도 경질설’과 ‘식물 감독설’에 시달렸던 호르헤 삼파올리 아르헨티나 감독(58) 또한 신뢰를 회복할 기회를 얻었다. 삼파올리 감독은 경기 직후 “이번 승리는 선수들이 스스로 뛰어난 선수라는 확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라며 선수들을 치켜세웠다. 한편 로호의 골이 터지기 전까지 아르헨티나를 몰아붙이며 16강 진출 직전까지 갔던 나이지리아는 24년째 이어지고 있는 ‘아르헨티나 징크스’를 끝내 떨쳐내지 못하고 무너졌다. 1994년 미국 월드컵부터 이날까지 나이지리아는 월드컵에서 총 5번 아르헨티나를 만나 전패를 기록했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2018 러시아 월드컵의 논란거리로 떠오른 비디오판독(VAR) 공정성 시비가 이번엔 B조를 휩쓸었다. 26일 B조의 16강 진출 팀을 가리는 포르투갈-이란(1-1), 스페인-모로코(2-2) 경기에서 VAR는 총 4번 실행되며 두 경기의 승패를 갈랐다. 특히 이날 유럽의 강호인 포르투갈과 스페인이 VAR로 이득을 보는 모양새가 되면서 VAR 편파성 시비는 계속될 분위기다. 포르투갈과 이란의 경기에선 3번의 VAR가 나왔다. 포르투갈이 1-0으로 앞서던 후반 5분 상대 페널티 박스 안에서 드리블을 하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3·포르투갈)가 상대 선수(사이드 에자톨라히)의 발에 걸려 넘어졌다. 경기를 진행하던 주심은 곧장 VAR를 실시해 페널티킥 선언을 했고 호날두는 실축하고 말았다. 후반 35분, 이번에도 호날두가 문제였다. 그는 이란 수비수(모르테자 푸르알리간지)와 몸싸움을 벌이다가 팔꿈치로 얼굴을 가격했다. 의도가 있었다고 해석했다면 ‘비신사적인 행위’로 레드카드가 나올 수 있었던 상황. 하지만 주심은 VAR 모니터를 확인한 뒤 경고 카드를 주는 것에 그쳤다. 후반 추가시간에는 이란의 페널티킥 선언이 나왔고 주심은 VAR를 거쳐 원래 판정을 고수해 이란의 동점골이 터졌다. 뒤이어 열린 스페인과 모로코전에서 VAR 판정은 후반 추가시간에 나왔다. 스페인이 1-2로 뒤지던 상황에서 이아고 아스파스의 극적인 동점골이 나왔을 때다. 부심과 주심은 처음엔 오프사이드를 선언했다가 VAR를 거친 끝에 결국 이를 골로 인정했다. 반면 모로코는 VAR를 시행했다면 골 기회를 엿볼 수 있었던 다른 상황이 많았다. 그때는 주심이 무시하다가 승부를 가름하는 결정적인 순간에 VAR 카드를 빼든 것이 불만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후반 34분 스페인의 수비수 제라르 피케가 스페인 페널티 박스 근처에서 명백히 핸들링을 범했지만 주심은 VAR를 실시하지 않았다. 이미 포르투갈과의 2차전에서도 당시 상대 수비수 페페의 팔에 공이 맞는 장면이 나왔지만 VAR가 실시되지 않는 경험을 했던 모로코는 두 번 VAR로 눈물을 흘린 것이다. 이날 B조의 16강 판도를 결정한 이 네 번의 VAR 이후 외신들은 “대회 흥행에 도움이 되는 국가에 더 많이 VAR를 시행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카를루스 케이로스 이란 대표팀 감독 또한 경기 직후 “축구에 정의가 있었다면 유일한 승자는 이란이다”며 “VAR는 오히려 모호한 시스템”이라고 날 선 비판을 했다. 36경기가 치러진 26일 오전까지 VAR로 판정이 번복된 것은 총 9번. 이 중 프랑스와 페루의 경기(22일)에서 심판의 실수로 경고를 다른 선수에게 줬다가 번복한 것을 빼면 나머지 8번은 페널티킥과 골 여부를 판단하는 장면이었다. 이 번복된 판정으로 수혜를 받은 것은 유럽이 5차례이고 아프리카와 남미, 아시아가 각각 1번씩이라 VAR의 공정성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