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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많이 떠날 줄은 몰랐다.” 대만 타이쑤(台塑)그룹 계열 컴퓨터 메모리제조사 난야커(南亞科)의 왕원위안(王文淵)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대만 롄허(聯合)보에 이렇게 털어놓으며 허탈해했다. 반도체 엔지니어를 비롯해 이 회사의 고급 기술자 48명이 최근 사표를 던지고 중국으로 떠나 버렸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이 경쟁국의 핵심 인력에 손을 뻗치면서 소리 없이 반도체 기술을 키우고 있다. 대만의 대표적 반도체 저장 및 영상제조 기업 메이광커지(美光科技)주식회사도 400여 명이나 떠나자 발칵 뒤집혔다. 중국은 미국에 있는 자국 출신 기술자들에게도 “공부는 미국에서 하고 일은 중국에서 하라”며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이렇게 소리 없이 반도체 기술을 키우던 중국은 최근 미국의 통상공격이 자국 통신장비업체 중싱(中興·ZTE)으로 향하자 ‘숨은 발톱’을 드러내듯 ‘반도체 굴기’를 강조하고 있다. 24일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전날 주재한 공산당 정치국 회의에서 “핵심기술 돌파를 가속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사흘간 열린 공식 회의에서 ‘핵심기술 돌파’를 두 번이나 언급했다.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馬雲) 회장은 이에 호응하듯 22일 푸저우에서 열린 한 포럼에서 “진정한 대기업은 핵심적인 주요 기술에 통달해야 한다”며 반도체 전략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에 미국은 상당히 긴장하며 경계하는 분위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에서 흑자를 지나치게 많이 봤다”며 무역전쟁을 일으켰지만 사실 미국의 진정한 공포는 중국의 ‘반도체 굴기’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은 반도체 산업에 새로운 모멘텀이 될 ‘5세대(5G) 이동통신 기술’에서 중국의 부상을 주목하고 있다. 미국 인터넷 매체 액시오스는 16일 미국 이동통신산업협회(CTIA) 4월 보고서를 인용해 “미국이 중국에 절대 이길 수 없는 분야는 5G 기술”이라고 보도했다. 액시오스는 “초고속 5G 이동통신 네트워크를 적용하고 상업화하는 첫 국가는 막대한 경제적 우위를 차지하게 된다”며 중국을 경계했다. 글로벌 컨설팅기업 액센추어에 따르면 5G 최강국은 국내총생산(GDP)이 5000억 달러(약 538조5000억 원) 늘어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미국에서는 벌써부터 미중 무역전쟁에서 패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미국이 중국 2위 통신장비기업 ZTE에 대해 미국 기업과 7년간 거래할 수 없도록 규제하자 중국은 미국 반도체기업 퀄컴의 네덜란드 반도체회사 NXP 인수를 방해하고 있어 “결국 우리(미국)에게도 손해”란 여론이 퍼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3일 “미중 무역분쟁으로 미국 퀄컴의 NXP사 인수가 힘들어지고 있다. 결국 퀄컴은 인력의 4.4%를 구조조정할 예정이다”라고 보도했다. 중국은 자국 기업들의 기술 발전에 자신만만해 하고 있다. 중국의 한 인사는 BBC방송 중문판을 통해 “서구의 중국에 대한 공포는 부러움과 무지에서 비롯된다. 서구는 중국기업의 업무 강도가 얼마나 높은지 상상도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매체는 미국을 위협하는 중국 기술기업의 강점으로 ‘996문화’를 꼽았다. 996문화란 직원들이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일하며, 일주일간 6일 일하는 기업문화를 말한다. 이 외에도 중국 기업이 정부의 전폭적 지원을 받아 독점 기회를 얻고, 정부 주도로 장기 계획을 마련하는 점도 중국만의 강점으로 소개됐다.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핀란드가 세계 최초로 시범 실시한 기본소득보장제를 시행 2년 만에 종료하기로 결정했다고 영국 가디언이 23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핀란드 정부는 2017년 1월부터 25∼58세 실업자 2000명을 임의로 선정해 아무런 조건 없이 2년간 매월 560유로(약 74만 원)씩 지급하는 기본소득보장제를 시작했다. 실업률이 9% 넘게 치솟자 기본소득보장제로 실업률을 낮출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기 때문이다. 당시 찬성론자들은 “사람들이 기본소득을 받으면 사회 불만이나 생계를 위한 범죄가 줄어들고 사회 불평등이 완화되면서 복지비용도 절약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반대론자들은 “예산이 낭비되고 제도 시행 뒤에는 굳이 힘들게 일하려는 사람이 없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핀란드 정부는 시범 시행을 해보며 기간을 늘릴지를 검토하려 했으나 일단 기본소득보장제를 중단하고 다른 사회보장제도를 시도해 보기로 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기본소득보장제 시행 부처인 사회보장국(KELA)의 예산 증액 요구를 거절하고 내년 1월부터 지급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KELA의 올리 캉가스 연구원은 제도 중단이 결정되자 “이러한 큰 실험에서 폭넓은 결론을 이끌어 내기에 2년이라는 기간은 너무 짧다. 추가로 예산과 시간을 들여야 믿을 만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기본소득보장제의 시행 효과 분석 결과는 2019년 말 공개될 예정이다. 페테리 오르포 재무장관은 현지 언론에 “기본소득보장제 종료 뒤 영국에서 도입 중인 보편적 신용제도를 도입할지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영국 BBC는 핀란드 정부가 일정 수준 이하의 저소득자에게 소득세를 면제해주는 대신 보조금을 지급하는 ‘역소득제’를 기본소득보장제의 대안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스타벅스가 ‘인종차별’ 논란을 일으킨 지 1주일도 안 돼 이번엔 화장실에서 몰래카메라가 발견되는 악재를 만났다. 22일 미국 폭스뉴스에 따르면 20대 여성 고객이 17일 미 조지아주 애틀랜타 교외의 스타벅스 매장 화장실에서 아기 기저귀 교환대 밑에 테이프로 붙여진 몰래카메라를 발견했다. 고객이 카메라를 떼어 내 매장 측에 전달했고, 매장 측의 신고를 받은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경찰이 확보한 몰래카메라에는 1시간가량 녹화된 영상이 담겨 있었다. 화장실을 오간 10명 안팎의 남녀 고객이 촬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누가 몰래카메라를 설치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이에 앞서 12일 필라델피아의 한 스타벅스 직원이 매장 내에서 음료를 주문하지 않고 자리에 앉아 있었다는 이유로 흑인 남성 2명을 신고해 인종차별 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다. 스타벅스는 다음 달 29일 오후 미국 전역의 직영 매장 8000여 곳의 문을 닫고 직원들에게 인종차별 예방교육을 할 예정이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미국에서 ‘국민 할머니’로 불리는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의 부인 바버라 부시 여사의 장례식이 21일(현지 시간) 미국 휴스턴 세인트마틴스 성공회 교회에서 열렸다. 부시 여사는 17일 휴스턴 자택에서 향년 93세로 삶을 마쳤다. 장례식에는 정치적 노선이 다른 전직 대통령 넷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뉴욕타임스(NYT)는 장례식에 정치 명문가 인사들부터 평범한 시민들까지 약 1500명이 참석했다고 21일 보도했다. 아들 조지 W 부시, 남편 조지 부시는 물론이고 버락 오바마, 빌 클린턴 전직 대통령 부부가 장례식장 앞줄에 나란히 앉아 부시 여사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미국 시민들은 이 장면을 찍은 사진을 소셜미디어에서 공유하며 “초당적이고 신사적인 모습”이라고 평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경호 문제를 이유로 참석하지 않고 멜라니아 여사만 보냈다. 그는 대신 트위터에 백악관에 걸린 부시 여사의 초상화 사진을 올리며 “바버라 여사를 추억하며 오늘 나의 모든 기억은 부시 가족과 함께한다”고 ‘트윗 추모’를 올렸다. 이에 현지 언론들은 “전직 대통령 부인의 장례식에 현직 대통령이 불참하는 일은 드물다”고 비판했다. 아들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는 장례식에서 추모사를 통해 “어머니는 자신을 ‘자애로운 독재자’라고 칭하셨지만 솔직히 말하면 늘 자애롭기만 하지는 않았다. 어머니가 이 자리에 참석하셨다면 내게 ‘장례식이 지나치게 길다’고 말씀하셨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가족은 어머니, 그리고 어릴 때 일찍 죽은 로빈과 만날 날을 기다리겠다”고 덧붙였다. 부시 여사가 50여 년간 다닌 세인트마틴스 교회의 러셀 레빈슨 목사는 부시 여사 임종 무렵 이야기를 소개했다. 부시 여사는 임종 몇 시간 전까지도 자신이 가장 아끼는 두 가지, ‘가족’ ‘책’과 함께했다는 얘기다. 가족과 의료진은 부시 여사에게 성경과 반려견 이야기를 담은 ‘밀리’란 책을 읽어줬다. 임종이 가까워지던 어느 날 부시 여사는 병문안을 마치고 돌아가려던 레빈슨 목사에게 이렇게 부탁했다고 한다. “남편에게 ‘내가 그를 아주 많이 사랑한다’고 전해줘요.”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인도 정부가 12세 미만 여성을 성폭행하면 최고 사형에 처하기로 했다. 아동 성폭력 문제가 끊이지 않자 성폭력 처벌을 대폭 강화하기로 한 것이다. 유럽 순방에서 돌아온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21일 내각회의를 소집해 12세 미만 미성년 여성을 성폭행한 가해자는 최소 20년 이상의 징역에서 최고 사형까지 처벌하고, 12세 미만 여성을 집단 성폭행한 가해자들은 종신형 또는 사형에 처하는 내용의 긴급행정명령을 통과시켰다. 람 나트 코빈드 대통령은 22일 긴급행정명령에 서명했다. 16세 미만 여성에 대한 성폭행 최소 형량도 징역 10년에서 20년으로 높아졌다. 미성년자를 성폭행한 피고인에게 보석을 허가할지는 다른 사건보다 더욱 엄격히 판단할 예정이다. 성인을 성폭행한 가해자에 대한 최소 형량은 기존 징역 7년에서 징역 10년으로 늘어난다. 피해자를 신속히 구제하고 간접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성폭행 사건 수사와 1심 재판은 각각 2개월 안에 끝내야 한다. 인도에서는 최근 북부 잠무카슈미르주에서 힌두교 주민들이 8세인 이슬람 소녀를 집단 성폭행하고 살해한 사건이 알려지자 전국적인 성폭행 반대 시위가 벌어졌다.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too big to fail(대마불사·大馬不死).’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미국 월가를 유령처럼 지배했던 이 표현은 요즘 미 대륙 반대편 실리콘밸리에서 자주 흘러나온다. 10년 전 도산설에 휩싸였던 월가 대형은행 최고경영자(CEO)들은 “우리처럼 큰 회사는 망하지 않는다”며 자신 있게 떵떵거렸다. 그러다 결국 유동성 위기에 처하게 되자 투자자에게 거짓말한 ‘피노키오 CEO’란 비난을 받았다. 투자자들에게 괘씸한 경영인들이었지만 일부 금융기업들은 정부로부터 혈세를 수혈받아 버틸 수 있었다. 대형 금융사들이 도산하면 미국 경제가 입을 타격이 워낙 크니 정부로서도 도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요즘 실리콘밸리에서 10년 전 월가의 데자뷔를 느낀다면 지나친 착각일까. 영국 시사전문지 이코노미스트가 13일 “테슬라가 자금 부족 사태로 향하고 있다”고 보도하자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이 기사에 트위터로 댓글을 달았다. “이코노미스트는 원래 지루하지만 무미건조한 위트를 영리하게 쓰기도 한다. 하지만 이제 지루하기만 하다. 테슬라는 수익을 잘 낼 거라서 3, 4분기에 돈을 모을 필요조차 없다.” 머스크는 큰소리를 쳤지만 투자자들은 여전히 불안하다. 머스크는 지난해 말까지 ‘모델3’를 주당 5000대씩 생산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차질이 생겨 출고 일정을 올해만 2차례나 연기했다. 게다가 또 생산 연기가 예고되고 있다. 애덤 조너스 모건스탠리 애널리스트는 18일 “모델3의 주당 5000대 생산이 올해 달성되기 힘들다”며 “테슬라는 시장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깊숙이 ‘대마불사’의 영역에 진입했을 것이다”고 분석했다. 테슬라가 미국에서 워낙 일자리를 많이 창출해 만약 파산 위기에 내몰리면 대량 실업을 우려한 미국 정부가 혈세로 지원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최근 정보 유출 사고로 주가가 급락한 페이스북도 ‘대마불사’로 불리기 시작했다. 페이스북에 광고나 영업을 의존하는 기업과 페이스북에 익숙해져 버린 이용자들이 많아 아무리 위기가 닥쳐도 망할 수 없다는 의미다. 위기 속 페이스북은 월가 대형은행들처럼 정부에 자금을 요청하는 대신 “우리를 내버려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정보 유출 방지를 위한 고강도 규제가 예고되자 파장을 고려해 신중하게 적용해 달라는 호소다. 크리스틴 엠바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는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가 10일 미 의회 청문회에서 자기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시스템적으로 정말 중요하기 때문에 정부가 개입하지 말아야 한다는 식으로 얘기했다”고 말했다. 이어 “페이스북은 대마불사 자리를 꿰차려는 것인가”라고 비꼬았다. ‘우리를 건들면 더 큰 사고가 날 수 있으니 규제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던졌다는 해석이다. 투자자들은 자신의 경영 실책이나 실패를 책임지지 않고 국민의 혈세로 땜질해 생존하는 ‘어글리 대마불사’가 실리콘밸리에서도 재연되길 원하지 않을 것이다. 머스크, 저커버그 같은 ‘스타 CEO’들이 기존의 카리스마적 리더십을 종합적으로 점검해봐야 하는 이유다. 스타 CEO들이 반짝이는 아이디어와 과감한 추진력으로 성공 신화를 써온 건 사실이다. 이 때문에 위기 속에서도 스타 CEO의 인기는 쉽사리 식질 않는다. 하지만 최근 이들도 경영 실책을 반복하며 ‘CEO 리스크’가 불거졌다. CEO 얼굴이 곧 기업의 브랜드인 페이스북과 테슬라는 창업주의 발언 한마디, 실적 하나에 휘청거리고 있다. 이러다 보니 미 CNBC는 “테슬라의 운명을 결정지을 최대의 위협은 머스크 자신”이라며 머스크에겐 굴욕적인 전망까지 내놨다. 미국 언론들은 10년 전 대마불사에 혈세를 낭비한 아픔을 떠올린 듯 실리콘밸리 기업들에 뼈아픈 충고를 전한다. 머스크에게는 오판이나 독단을 방지하도록 “홀로 판단하지 말고 팀과 함께 일하라”고 조언한다. 페이스북 투자자들은 “저커버그와 견제와 균형을 이룰 독립된 회장을 선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업이 특정한 경영자에게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도록 일찍이 전문성과 리더십 있는 후계자를 물색하고 지속 가능한 경영을 위해 승계 계획을 세밀하게 세우라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오너 일가의 어이없는 ‘갑질’과 일탈 때문에 CEO 리스크가 급등한 일부 한국 대기업도 새겨들을 만한 조언이다. 조은아 국제부 기자 achim@donga.com}
아이슬란드, 프랑스, 불가리아 등 유럽 10개국에서 결혼하지 않은 남녀가 낳은 신생아 수가 전체 신생아 수의 절반을 넘어섰다. 결혼 대신 동거를 택하는 유럽 젊은이들이 부쩍 늘고 이에 따라 각국이 마련한 ‘동거 커플 지원 정책’ 활성화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18일 유럽연합(EU) 공식 통계기구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2016년 한 해 동안 EU 회원국인 28개국에서 약 510만 명이 태어났다. 2016년 신생아 통계가 집계된 유럽 40개국을 조사한 결과 조사 대상의 4분의 1인 10개국에서 전체 신생아 수의 절반 이상이 결혼하지 않은 커플 사이에서 태어났다. 10개국 가운데 이 같은 비혼 출산 신생아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아이슬란드(69.6%)였다. 이어 프랑스(59.7%), 불가리아 및 슬로베니아(각각 58.6%), 노르웨이(56.2%), 에스토니아(56.1%), 스웨덴(54.9%), 덴마크(54.0%), 포르투갈(52.8%), 네덜란드(50.4%) 순이었다. 이에 비해 터키(2.9%), 그리스(9.4%), 마케도니아(12%), 벨라루스(13.3%), 아제르바이잔(16.5%), 크로아티아(18.9%), 키프로스(19.1%) 등은 20% 미만이었다. 유로스타트는 지중해 연안 국가들에서 비혼(非婚) 커플 사이의 신생아 수 증가가 두드러졌다고 분석했다. 키프로스에서 비혼 출산 신생아 비율은 2000년 2.3%였으나 16년 만에 8배 이상인 19.1%로 뛰었다. 같은 기간 몰타(10.6%→31.8%), 이탈리아(9.7%→28%), 스페인(17.7%→45.9%), 그리스(4%→9.4%) 등에서도 증가폭이 컸다. 프랑스, 스웨덴 등 유럽 선진국이 동거 커플도 가족의 범위로 끌어들여 복지 혜택을 늘린 영향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프랑스는 1990년대 동거 인구가 늘자 이들이 낳은 자녀를 보호하기 위해 1999년 ‘팍스(PACS·공동생활약정)’ 제도를 도입했다. 이 약정을 체결한 커플은 결혼하지 않고도 동거를 유지하면 가족수당 및 사회보장급여, 소득세 산정 등에서 혼인 가구와 동일한 혜택을 누리게 됐다. 이보다 앞서 스웨덴은 1988년 ‘동거법’을 제정해 동거 커플이 임신, 출산, 양육을 할 때 혼인한 부부들과 같은 권리를 보장했다. 유럽 정치인 중에서도 동거 커플이 적지 않다. 프랑수아 올랑드 전 프랑스 대통령은 2007년 당시 사회당 대선 후보였던 세골렌 루아얄과 22년간 동거만 하며 4명의 자녀를 낳았다. 그는 루아얄과 결별 뒤 기자 출신인 발레리 트리르바일레와 또 동거하다 2012년 대통령에 당선됐고 엘리제궁에서도 동거생활을 이어갔다.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쿠바의 차기 국가수반을 선출하는 국가평의회가 예정보다 하루 앞당겨진 18일 수도 아바나 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된다고 쿠바 국영 라디오 레벨데가 16일 보도했다. 라울 카스트로 현 의장(87)이 유력한 후임자 미겔 디아스카넬 국가평의회 수석부의장(58·사진)에게 의장직을 넘기면 1959년 쿠바혁명 이후 59년간의 ‘카스트로 형제 통치 시대’가 막을 내리게 된다. 라디오 레벨데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국가평의회는 당초 19일 첫 회기를 열 예정이었으나 신임 의장 선출을 신속히 준비하기 위해 일정을 앞당겼다. 현 국가수반인 카스트로 의장은 2006년 건강 문제로 의장직을 내려놓은 형 피델 카스트로(1926∼2016)의 뒤를 이어 2008년부터 의장직을 맡았다. 5년 임기의 의장직을 한 차례 연임한 그는 임기를 마친 뒤 후임자에게 자리를 넘기겠다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디아스카넬 부의장이 의장으로 선출되면 카스트로 시대가 종식된다. ‘포스트 쿠바혁명’ 세대가 쿠바를 이끌게 되는 것이다. 디아스카넬은 외부에 많이 노출되지 않은 인물이다. 그가 후계자로 오른 비결은 최대한 몸을 낮추고 언론을 피했기 때문이란 평가도 있다. 일부 외신은 그가 쿠바에서 금지됐던 로큰롤을 좋아하고 비틀스 팬이라고 소개했다. 또한 군복을 즐겨 입었던 혁명 세대들과 달리 청바지를 즐겨 입는다고 전했다. 디아스카넬은 쿠바혁명 이듬해인 1960년에 태어났고 대학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한 뒤 1985년 쿠바혁명군에서 복무했다. 33세 때인 1993년 공산당에 가입했고, 2003년 최연소 공산당 정치국 위원에 올랐다. 2009년 고등교육부 장관을 지낸 뒤 2013년 국가평의회 부의장에 임명됐다. 과묵하지만 온화한 성격으로 알려졌다. 한편 카스트로는 의장직에서 물러나도 막후 지도자로서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공산당 총서기직은 2021년까지 유지할 계획이기 때문이다.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인구 감소와 경기 호전으로 구인난에 시달리는 일본의 올해 평균 임금 인상률이 2.41%로 20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달 3일 기준으로 자체 조사한 결과 기본급 인상을 포함한 임금 인상률이 지난해보다 0.35%포인트 오르며 1998년 이후 가장 높았다고 16일 전했다. 기본급을 인상한 기업의 비율도 84.5%로 최근 10년 중 가장 높았다. 특히 인력 확보가 시급한 비제조업 분야의 임금 인상률이 높았다. 비제조업의 임금 인상률(2.79%)이 제조업(2.27%)보다 높아진 것은 21년 만이다. 신문은 “대기업 제조업체가 주도해 오던 과거 모델이 무너지고 인력 부족이 심각한 운송업이나 소매업이 인상을 주도했다”고 전했다. 일본 최대 택배회사인 야마토운수의 경우 월 1만1000엔(약 11만 원)을 올려 인상률이 3.64%에 달했다. 조사 대상 246개사 중 인상률로는 7위. 인터넷 쇼핑의 확산으로 운전기사 수급이 어려워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야마토운수가 포함된 지상운송업의 임금 인상률은 업종 중 가장 높은 3.39%였다. 사상 최대의 이익을 낸 일본 대표 기업 도요타는 3.3%의 임금 인상을 발표했지만 기본급 여부 등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그 대신 평균 243만 엔(약 2430만 원)으로 가장 많은 일시급을 직원들에게 지급했다. 부활에 성공한 소니가 평균 사상 최고액인 238만 엔(약 2380만 원)을 직원들에게 나눠줘 뒤를 이었다. 인재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신입사원과 퇴직 후 재고용 사원에 대한 처우도 개선되는 움직임이 역력했다. 신문은 “다만 신선식품과 유가 상승으로 실질임금은 계속 감소 중”이라고 전했다. 임금 인상폭이 확대되고 있지만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재계에 요구한 ‘임금 인상률 3%’에는 여전히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한편 일본 직장인들이 높은 임금을 받으면서 적게 일할 수 있는 직장을 찾아 활발히 이직하면서 일본 내 ‘평생직장’ 개념이 무너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최근 도쿄발(發)로 보도했다. 일본 총무성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에서 이직한 사람은 약 311만 명으로 7년 연속 증가했다. 고용시장 호황이 이직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실업률은 1월 2.4%로 약 25년 만에 최저치였다. 구직자 1명당 일자리 수는 1.58개로 44년 만에 최고치였다. 과거에 비해 구직자들이 일자리를 골라 갈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것이다.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 조은아 기자}

가장 오래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애국가 영문악보’(사진)가 공개됐다. 미국 뉴욕한인회 이민사박물관은 1944년 미국에서 제작된 안익태 선생(1906∼1965)의 애국가 영문악보 인쇄본을 전시한다고 11일(현지 시간) 밝혔다. 현존하는 애국가 영문악보로는 가장 오래된 것으로 추정된다. 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이 보유한 가장 오래된 애국가 영문악보는 1956년 제작됐다. 이번에 공개된 애국가 영문악보는 뉴욕 롱아일랜드에 거주하는 김근영 목사 가족이 보관해 오다 이민사박물관에 기증했다고 뉴욕한인회는 설명했다. 악보 표지에는 ‘KOREAN NATIONAL ANTHEM(한국 국가)’이라는 굵은 글씨체의 영문 제목과 작곡가 안익태 선생 및 발행인 존 스타 김의 영문 이름이 적혀 있다. 존 스타 김은 한인교회 소속이라고 표기돼 있다. 당시 뉴욕 한인교회 김준성 목사를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악보에는 영어로 의역된 애국가 가사가 2절까지 소개됐다. 애국가는 1935년 해외에서 활동하던 안익태 선생이 작곡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이 곡을 애국가로 사용했지만 해외에만 알려졌다. 국내에서는 1948년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뒤 지금의 애국가가 정부 공식행사에 사용됐다. 이때 학교 교과서에도 실리며 전국적으로 애창됐다. 애국가 악보의 한글판은 앞서 미 샌프란시스코 등에서도 발견됐다. 1945년 상하이(上海) 임시정부도 한국어 중국어 영어 병기 악보를 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역사는 미국이 한반도에서 실수를 해서는 안 되는 처지임을 보여준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사진)는 11일(현지 시간) 미국 하원 외교위원회 아시아태평양소위원회가 ‘북한의 외교적 술수: 역사는 반복되는가’를 주제로 마련한 청문회에서 “미국은 종종 흥분해서 한국에 대해 성급하고 (미국에) 편리한 결정을 내린 경향이 있다. 이런 결정은 절대 잘 이행되질 못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5월 말 열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의사결정을 그 어느 때보다도 신중하게 해야 함을 강조한 것이다. 차 석좌는 이번 북-미 정상회담이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는 만큼 미 행정부에 더욱 신중한 결정을 주문했다. 그는 “나는 워싱턴에서 한국 관련 학자, 정책입안자, 전문가로서 25년을 보냈는데 지금 상황과 유사한 선례가 있긴 했지만 이번엔 다르게 느껴지는 부분들도 있다. 어쩌면 우리는 과거엔 오래 걸릴 일로 보였던 사건들의 문턱을 이미 넘어서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요즘 추세로 보건데 계산 착오나 오해는 ‘평화의 적’이 될 수 있다. 잘못된 신호를 보내면 잘못된 행동과 반응이 반복되는 소용돌이가 쉽게 생겨나고 이는 한반도를 전쟁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에 대해 즉흥적으로 막말을 서슴지 않는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북-미 정상회담을 철저히 준비하지 않으면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차 석좌는 “전략이 준비되지 않은 정상회담은 실패할 수밖에 없는 작전이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모든 외교적 옵션이 고갈되기 때문에 실제 전쟁에 가까워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어떤 전략이든 핵심은 강압, 핵 확산 반대, 저지를 잘 조합해야 한다는 점”이라며 대북 제재를 유지해야 함을 강조했다. 차 석좌는 또 ‘비핵화’의 개념이 미국과 북한에 각각 다르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는 “북한이 사용하는 ‘한반도 비핵화’란 표현은 미국의 ‘적대 정책’을 끝내는 신호로, 아시아 지역에 대한 미국 핵우산의 종식과 한국에 대한 확장 억제 종료, 지상군 철군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조은아 기자achim@donga.com}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은 국회의원 시절 피감기관의 지원을 받아 해외 출장을 간 것으로 드러난 것만 세 차례다. 이 밖에 국회 자체 예산으로 해외 출장을 간 것도 세 차례나 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 정무위원회에 따르면 2014년 1월 5∼12일(6박 8일)엔 영국, 벨기에, 프랑스를 다녀온 뒤 그해 8월 9∼16일(5박 8일)엔 호주, 인도네시아를 갔다 왔다. 이듬해엔 7월 28일∼8월 5일(7박 9일) 독일 체코 러시아 순방을 했다. 두 차례는 국회 정무위원회 예산으로, 마지막 한 차례는 국회 사무처 국제국 예산으로 다녀왔다. 김 원장은 일수 기준으로 25일간 해외 출장을 다니며 세금을 쓴 셈인데, 국민들은 정보공개 청구를 하지 않으면 상세한 내용을 파악할 수 없다. 그나마 국회 예산 출장은 국회의장이 사후에 출장 보고서를 제출받지만, 피감기관 등 외부 기관 예산으로 간 출장은 아예 국회의 통제 밖이다. 이 때문에 국회의원의 모든 출장 일정과 내용, 지출 기록이 자동으로 공개되도록 하는 ‘김기식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사문화된 해외출장 신고 의무 의원들의 외유성 출장이 이렇게 종종 문제가 되는 이유는 출장 횟수나 내용을 선별, 통제할 수 있는 명확한 제도적 장치가 없기 때문이다. 현행 국회의원윤리실천규범은 “국회의원은 직무상 국외활동을 하는 경우에 성실히 보고 또는 신고해야 한다” “국회의원은 정당한 이유 없이 장기간의 해외활동이나 체류를 해선 안 된다”고만 규정돼 있다. 국회사무처 측은 “신고하지 않았을 때 징계나 처벌을 한다는 규정은 없고, 국회가 의원들에게 일일이 출장 기록을 제출해 달라고 요구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원내대표실 차원에서 의원들의 국외활동 신고서를 의무적으로 제출하도록 한 건 불과 지난해 7월부터다. 해외 출장 신고를 ‘의무’로 규정했지만, 그동안은 사실상 사문화됐었다는 얘기다. 한 3선 의원의 보좌관은 “10년 가까이 국회에 있으면서 의원의 해외 출장을 국회에 신고해 본 적이 없다”고 했다. 국민들이 애써 정보공개 청구를 해 출장 보고서를 받았다고 해도 별도의 회계자료 등을 받지 않는 한 어디서 돈을 얼마나 썼는지, 거기서 무엇을 했는지는 알기 어렵다. 김 원장의 2014년 1월 출장 보고서를 보면 “1월 7일 오후 3시. 정무위 방문단은 영국 금융분쟁옴부즈맨(FOS)을 방문, 정책국 국장 등과 면담했다. 국장은 영국의 금융소비자 보호 제도 개선 내용 및 효과, 한국의 금융감독 체계 개편에 대한 권고사항 등을 설명했다”면서 행사 사진을 실어놓는 정도다. 그나마 민간 기업이나 협회 지원 출장이라면 정보공개 청구 대상도 아니다.○ 미국, 승인 받아야 출장 가고 사후 공개 의무화 외국 의원들의 해외 출장 기준은 훨씬 엄격하다. 미 하원은 의원들이 외부에서 여행 경비를 지원받을 때 반드시 사전에 윤리위원회에 여행신청서를 제출해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다. 2013년 4월 발효된 규정집에 따르면 외부에서 경비 지원을 받아 여행을 다녀온 의원은 10일 이내에 하원 사무처에 여행공개서를 제출해야 한다. 여행의 기간, 장소, 목적 등을 밝힌 이 여행공개서는 대중에게 공개된다. 영국도 의회 산하에 독립 조직인 ‘의회독립윤리국’을 두고 의원들의 보수와 여비 등을 감독한다. 의원들은 자기의 말과 행동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금전적 이익을 받았을 때 28일 이내에 신고해야 한다. ‘의원 윤리규정 지침’에 따르면 금전적 이익이 월급 선물 기부 해외여행 등에 해당하면 신고해야 한다. 비용은 300파운드(약 45만 원) 초과일 때 신고해야 한다.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신율 교수는 “국회의원의 모든 해외 출장은 당연히 공무의 성격이 담긴 것이다. 따라서 국회 차원의 지원이든, 외부 기관의 지원이든 출장 내용과 비용 집행 명세 등이 자동으로 공개되도록 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최우열 dnsp@donga.com·조은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9일(현지 시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에 대해 “우리는 한국과의 끔찍했던 합의를 마무리하는 데 가까워졌다. 갈 길이 멀지만 엄청난 진전을 이뤘다”고 밝혔다. 앞서 2일 문재인 대통령이 “한미 FTA 개정 협상이 마무리됐다”고 공식화한 것과는 대조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이 여전히 진행 중임을 강조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각료회의에서 이같이 밝히며 “한미 FTA는 일자리 20만 개를 우리에게 주기로 돼 있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한미 FTA는 한국에 20만 개의 일자리를 줬다”고 말했다. “우리는 일자리를 잃었고 그것은 끔찍한 합의였다. 우린 재협상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한미 통상 당국은 한미 FTA 개정 협상에서 원칙적 합의를 이뤘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미국 측에서 “환율 관련 협의를 FTA와 연계해 협상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한미 FTA 개정에 대해 “북한과의 합의가 이뤄진 이후로 (협상 타결을) 미룰 수 있다. 이것이 매우 강력한 (협상) 카드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미국 측이 한미 FTA 관련 실무 협상에서 또 어떤 요구 조건을 들고 나올지 안심하기 이르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미국은 최근 고조되고 있는 중국과의 무역전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우방들에 중국 압박에 동참할 것을 직간접으로 요구하고 있다. 한미 FTA를 볼모로 한국에 중국 압박을 요구하거나, 중국 압박을 주저하는 한국에 한미 FTA 추가 개정을 요구할 수 있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한미 FTA를 정치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정철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부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성과를 강조하기 위해 한미 FTA를 계속 언급하면서 이런 발언이 나오는 것 같다. 큰 틀에서 합의가 됐기 때문에 미국이 뭔가를 더 요구하긴 힘들다”고 분석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각료회의에서 중국의 무역공격에 취약한 미국 농업인들에게 보상을 약속했다. 그는 “농업인들은 이 일(무역전쟁)이 나라를 위한 것이라는 점을 이해한다. 우리는 그들에게 보상할 것이며, 마침내 그들은 지금보다 훨씬 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도 “트럼프 대통령은 농무부에 미국 농업인 보호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고 설명했다.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미국은 중국과 토론을 이어가겠다.”(8일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 “중국은 진지한 대화를 원하고 있을 것이다.”(5일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 정점으로 치닫던 미중 통상전쟁 와중에 미국에서 대화론이 나오고 있다. 중국도 강경 발언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미중이 서로에게 타격이 큰 강대강 맞대결 대신 자신에게 힘을 보태줄 ‘연합군’을 형성하는 방법으로 협공을 노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양국은 무역전쟁의 다음 카드를 은근 슬쩍 흘리며 연합군의 결집을 꾀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9일 새벽부터 트위터에 “자동차가 중국에서 미국으로 들어올 때는 관세가 2.5%인데 미국에서 중국으로 보내질 때는 관세가 25%다. 이게 자유롭고 공정한 무역으로 들리나? ‘멍청한 무역’으로 들린다”라고 썼다. 중국에선 위안화 가치를 점진적으로 절하하는 방안을 무역 공격 수단으로 검토 중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이 9일 보도했다.○ 중국, 유엔·러시아 끌어들이기 중국은 10일 하이난(海南)에서 개막하는 보아오(博鰲)포럼을 계기로 포럼 참가국들과 유엔 등 국제기구들을 규합해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를 비판하는 연합군을 형성할 계획이다. 보아오포럼은 ‘중국판 다보스포럼’이라 불리는 국제회의로, 올해 포럼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3년 만에 참석해 개막 연설을 한다. 시 주석은 이번 연설에서 새로운 시장 개방 및 경제개혁 조치를 발표해 중국의 개방성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중 무역전쟁이 본격화한 이후 처음으로 시 주석이 무역 관련 공개 발언을 하는 것이어서 시 주석의 메시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시 주석은 8일 포럼 참석을 위해 방중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과 만나 다자주의를 강조했다. 보호무역주의를 강조한 미국을 겨냥한 것이다. 시 주석은 “최근 국제 정세에 새로운 변화가 있다”며 “다자주의의 핵심은 각국이 협상과 협력을 도모하는 것이고 강대국 간 협력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이에 구테흐스 총장은 “중국은 이미 다자주의의 중요한 버팀목으로 세계 평화를 촉진할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화답했다. 왕이(王毅)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5일 러시아로 날아가 양국 간 유대를 과시했다. 그는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교장관을 만나 “미국이 중국에 무역 제재라는 큰 몽둥이를 휘두른 것은 상대를 잘못 고른 것”이라고 맹비난하며 미국에 맞선 우군임을 강조했다.○ 미 우방들, 관세 협박 받고 지원 사격 미국은 지난달 23일 대미 철강·알루미늄 수출국에 대한 관세 부과를 앞두고 관세 면제 조건 중 하나로 ‘중국의 불공정 무역 행위에 공동 대응해야 한다’는 내용을 넣었다. 우방들에게 ‘미국이냐 중국이냐’를 택하라고 압박한 것이다. 이후 일본과 유럽연합(EU)이 중국 지식재산권 침해에 대한 미국의 세계무역기구(WTO) 제소에 제3자로 참여하겠다고 밝히는 등 우방들의 지원 사격이 이어지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데이비드 립턴 부총재도 3일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 고위 당국자들은 자신들의 몇몇 관행을 다룰 필요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며 중국을 비판했다. 양국에 무역의존도가 높은 한국도 어느 한쪽 편을 들 수 없어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신세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 편을 들었다가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에 이은 2차 보복을 당할 수 있고, 중국 편에 서기엔 북한 문제 해결에 부담이 크다. 이런 와중에 한국 정부는 이번 보아오포럼에 김종훈 농림축산식품부 차관보를 보냈다. 역대 보아오포럼에 총리, 기획재정부 장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이 참석한 전례를 보면 급이 낮아졌다. 중국 측이 농식품부와 산업통상자원부의 장차관급 고위 인사 참석을 적극적으로 요청했지만 우리 정부가 불참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이 중국과 공동보조를 취하면서 미국과 대립하는 모양새를 피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이주여성의 미투(#MeToo·나도 당했다)는 숨은 피해 사례가 정말 다양합니다. 좀더 세심한 정책이 필요한 때입니다.” 이주여성을 지원하는 현장 활동가들이 최근 정부가 내놓은 이주여성 성폭력 피해 지원 대책의 보완점을 지적하며 좀더 세심하고 현실적인 정책을 요청했다. 4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과의 간담회 자리에서다. 이들은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피해 여성들의 아픈 사연도 대신 소개했다.● 결혼이주여성 ’출산 도구‘ 취급 활동가들이 소개한 이주여성들의 성폭력 피해는 유형이 다양했다. 신영숙 전국이주여성쉼터협의회 상임대표는 “가해자로는 남편, 남편의 가족, 이웃, 집주인뿐 아니라 여성이 학부모로서 상담 받을 때 만난 교사도 있었다”고 밝혔다. 이주 아동은 피해가 더욱 심각한 것으로 보인다. 신 대표는 “부모를 따라 중도에 입국한 아이들은 양부나 친부에게 피해를 당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신 대표는 “남편과 시댁이 결혼 이주여성을 ’씨받이‘처럼 바라보는 시각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국 가족이 이주여성을 출산 도구로만 바라보고 후손을 출산할 것을 강요하는 과정에서 여성의 인권이 무시된 채 성폭력이 일어난다는 얘기다. 활동가들은 한국 여성들에 비해 법적 보호가 느슨한 이주여성들을 보호하려면 수사나 재판 종결 뒤에도 체류 기간을 허가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최근 정부가 성폭력 피해 이주여성이 수사나 재판을 다 받을 때까지 체류를 허가하겠다고 발표한 데 대해 보완을 주문한 것이다. 강혜숙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공동대표는 “성폭력 수사가 끝났다고 피해가 끝나지 않는다. 치유에 필요한 기간도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피해자에게 5년의 체류기간을 주는 일본 사례를 참고하고 수사 과정에서 피해자에게 시간적·경제적 손해를 보상해주자는 의견도 나왔다. 정부가 이주여성을 보호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허점도 지적됐다. 신 대표는 “경찰이 피해 여성을 일시 보호시설로 연결하는데, 여성이 일시 보호시설을 들러 쉼터로 오게 되기까지 모텔이나 여관에 있을 때가 있다. 이런 곳에서 머물며 4일째 밥 한 끼 못 먹었다는 사람도 있었다”고 전했다.● 전문성 없는 수사관, 통역이 이주여성 입 막아 이주여성의 ’미투‘를 정확하게 외쳐줄 ’통역사‘의 역할도 재차 강조됐다. 신 대표는 “피해 여성들은 통역사를 신뢰하지 못해 말을 잘 못하는 경우도 있다. 전문적인 통역사가 수사나 재판 전에 피해자와 충분히 얘기해서 사안을 숙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경찰이 성폭력 상담을 하기엔 전문성이 부족해 전문 변호사가 지원돼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주선희 전국이주여성쉼터협의회 강원·충청대표는 “수사기관은 조사 과정에서 (추방을 두려워하는) 이주민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조사한다. 이 과정에서 2차 피해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강 대표는 “법원이나 경찰은 상담 창구 역할만 하고, 여성가족부의 전문성 있는 이주여성 상담소로 여성을 연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명숙 법무법인 나우리 대표변호사는 “이주여성에게 외국인을 위한 마을변호사를 지원하겠다는 정책이 나왔는데 이는 굉장히 위험하다. 성폭력 전문이 아닌 변호사를 여성에게 연결하면 2차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주여성 문제의 해결을 위해 ’다문화정책‘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강 대표는 “현재 우리의 다문화정책은 이주여성의 인권을 고려하는 관점이 전무하다. 정부가 국제결혼을 한 가족을 중점적으로 지원하는 현재의 다문화정책에서 벗어나 모든 이주여성을 대상으로 폭력에 대응해줘야 한다”고 제안했다. 조은아 기자achim@donga.com}

영국 에든버러대 및 옥스퍼드대 졸업. 중국의 대학들에서 영어 및 경제학 강의. 영국에서 음식점과 중소 영화 제작사 경영. BBC 입사 뒤 중국 특파원 부임…. 영국의 여성 언론인 캐리 그레이시 전 BBC 중국 편집장(56)의 스펙이다. 어떤 남성 편집장에게도 뒤처지지 않을 법하다. 그는 자녀 둘을 키우고 2012년 암 투병 중에도 일을 포기하지 않은 ‘열혈 기자’다. 그런 그가 올해 1월 돌연 편집장 자리를 내놨다. 비슷한 업무를 하는 남성 동료에 비해 적은 임금을 받는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레이시 전 편집장은 당시 영국 일간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내가 항의하니 회사는 임금을 33% 올려주겠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난 거절했다. 여성을 차별하는 임금 구조를 알게 된 이상 편집장을 맡을 순 없었다”고 말했다. 그레이시 전 편집장의 결단은 영국의 많은 여성들의 가슴에 불을 지폈다. BBC 직원들은 물론이고 많은 시민들이 소셜미디어에 ‘#나는캐리를지지한다(#IStandWithCarrie)’란 슬로건을 걸고 운동을 키웠다. BBC의 남성 뉴스 진행자 4명은 임금을 자진 삭감하겠다고 나섰다. 정치권도 움직였다. 영국의 여성 하원의원들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임금 격차 해소를 요구하는 ‘페이 미투(#PayMeToo)’ 운동을 벌이기 시작했다. 집권 보수당과 야당인 노동당, 자유민주당, 스코틀랜드 국민당(SNP) 등에서 뜻을 모은 여성 의원들이 초당적으로 뭉쳤다. 이들은 노동조합, 여성단체와 연대해 기업들에 성별 임금격차 해소를 요구하기로 했다. 영국 여성들은 ‘이 땅에서 여성 참정권을 쟁취한 지 100년이 되는 올해, 임금 격차를 꼭 해소하자’고 다짐한다. ‘여자는 살림을 하고 남자는 직장에 나가는 게 자연스럽다’는 빅토리아시대의 헛된 믿음이 여전히 존재하는 탓에 임금 격차가 생겨난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런 믿음이 고액 연봉직으로 나가려는 여성을 집으로 돌려보낸다는 얘기다. 할리우드에서 촉발된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전 세계적으로 퍼져 나갔듯이 ‘페이 미투’도 세계로 번질 조짐이다. 지난달 프랑스에선 2020년부터 남녀 임금 격차를 해소하지 않는 기업에 벌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세계 경제의 중심인 미국 월가도 들썩거리고 있다. 씨티그룹은 1월 15일 월가 대형은행 중 처음으로 성별, 인종별 임금격차를 공개하고 격차 해소에 노력하겠다고 발표했다. 매를 맞느니 먼저 움직이자는 기업들도 생겨나고 있다. 스타벅스는 지난달 직급이나 업무가 같으면 100% 같은 임금을 지급하겠다고 선언했다. 그간 직원의 과거 급여 명세를 참고해 임금을 결정했지만 이제는 직원들의 근무 현황을 분석해 임금을 산정할 예정이다. 주기적으로 비슷한 경력이나 직급에 속한 직원들의 임금을 비교해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기로 했다. 차량공유 기업 ‘리프트’도 지난달 임금 격차 해소를 위해 임금에 대한 감사를 외부 업체에 맡기기로 했다. 기업들이 솔선수범하는 이유는 어차피 주요 국가들에서 임금 차별을 금지하는 규제 조치들이 가동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미국 뉴저지주, 워싱턴주가 최근 관련 법안을 통과시켰다. 영국은 이달부터 250인 이상의 근로자가 일하는 사업장이라면 성별, 인종별 임금 격차를 공개해야 한다. ‘페이 미투’의 파도에 고민이 많아진 경영자들을 위해 영국 BBC는 팁을 내놓기도 했다. 고연봉직에 여성들이 원활하게 진출하도록 육아휴직 제도나 유연근무제를 활성화하는 안이다. 고위직 일정 비율은 여성으로 유지하는 쿼터제를 두자는 아이디어도 나왔다. 여성들도 변화를 이뤄낼 방법을 스스로 찾을 필요가 있다. 기업인들은 여성 직원들이 임금이나 처우를 요구하는 데 지나치게 소극적이라고 말한다. 남성은 연봉을 ‘회사와의 협상 결과물’로 여기는 반면에 여성은 ‘주는 대로 받는 돈’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강하다고 한다. 여성들이여, 금융기업 버진머니 영국법인의 제인앤 가디아 회장이 지난해 한 회의에서 남긴 말을 명심하자. “사측에서 연봉액을 제시하면 남성들은 ‘충분하지 않다’고 답하고, 여성들은 ‘고맙다’고 하더라.” 조은아 국제부 기자 achim@donga.com}

미국 전기차업체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1일 트위터에 뜬금없는 사진을 올렸다. 머스크가 노숙자처럼 차량 문에 기댄 채 종이박스를 덮고 있는 사진이었다. 박스에는 ‘파산했다(bankrupt)’의 오자인 듯한 ‘bankwupt’란 글자가 묘하게 적혀 있었다. 그는 트위터에 “부활절 계란을 대량 판매하는 등 자금 마련을 위해 노력했지만 결국 파산했다”고 적었다가 곧 “이는 실제 발표할 성명은 아니다. 새로운 달을 축하한다”고 말을 바꿨다. 만우절을 기념한 농담임을 밝힌 것이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그의 가벼운 농담은 최근 테슬라의 어려움을 경고하는 보고서들과는 상반된다”고 냉소했다. 테슬라가 실제 살얼음판 위를 걷고 있어서다. 최근 모델3 대량 생산이 지연돼 현금 유동성 위기에 빠졌고 지난주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테슬라의 신용등급을 B2에서 B3로 한 계단 낮췄다. 테슬라의 위기는 아직까진 농담 소재가 될 정도이지만 실리콘밸리의 다른 정보기술(IT) 공룡기업들은 심각하다. 페이스북은 최근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CA)’에 고객 정보를 유출한 혐의로 세계적 지탄을 받고 있다. 아마존은 3일에도 어김없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우체국에 거대한 비용을 부담시킨다”는 ‘트윗 공격’을 받았다. 지난달 29일부터 벌써 네 번째 공격이다. 이렇다 보니 페이스북, 테슬라, 아마존 모두 최근 5일간 주가가 휘청거렸다.○ ‘데이터 제국’, 직원 사찰 의혹 외신들은 ‘혁신의 아이콘’이던 실리콘밸리 IT 기업들이 최근 위기에 처한 원인을 실리콘밸리 특유의 문화에서 찾았다. 기업들이 혁신을 급하게 밀어붙이는 바람에 윤리의식이 뒷전으로 밀렸다는 분석이다. 페이스북의 ‘데이터 스캔들’도 개인정보 보호를 ‘인권’ 문제로 여기고 보호하려는 윤리의식이 부족한 탓으로 보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문제는 최근 직원 사찰 의혹으로도 번졌다. 페이스북 직원 존 에번스(가명) 씨는 지난달 영국 일간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페이스북의 비윤리적인 이면을 폭로했다. 그는 지난해 갑자기 ‘승진 후보’란 희소식과 함께 임원 호출을 받았다. 임원은 한동안 그를 칭찬하더니 한 회의실로 안내했다. 회의실에는 페이스북의 비밀 ‘쥐잡기’팀 요원들이 앉아 있었다. 이들은 에번스 씨가 언론에 정보를 흘렸다며 에번스 씨가 갖고 있던 스마트폰 캡처 파일, 그간 클릭했던 홈페이지 주소 등을 내밀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에번스 씨가 입사 전에 썼던 메시지 내용까지 확보돼 있었다는 사실. 그는 가디언에 “이 회사가 얼마나 많은 걸 알고 있는지 공포스러웠다. 페이스북에 입사해 회사의 부정적인 면을 알게 되면서 즉각 저커버그의 ‘비밀경찰’과 마주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구글 직원들 사이에서도 회사가 직원들을 사찰한다는 의혹이 나왔다. 가디언에 따르면 구글 직원들은 ‘구글 플러스’의 내부용 프로그램을 이용한다. 이를 통해 잡다한 사생활 대화도 주고받는다. 구글 출신 엔지니어 제임스 대모어 씨는 회사의 민감한 정보를 폭로한 뒤 회사로부터 지속적으로 감시당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는 “모든 앱이 같은 시간에 한꺼번에 업데이트됐고 구글 계정에 재가입하도록 시스템이 작동했다”고 말했다. IT 기업들이 데이터를 쥐고 휘두르면서도 보안 문제에는 둔감해, 핀테크 산업이 해킹으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IT가 기반이 된 핀테크 기업은 급속한 충격에 취약하기 때문에 제2의 경제위기는 월가가 아닌 실리콘밸리에서 발생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성공에 도취돼 도그마 형성 NYT는 지난달 4일 ‘실리콘밸리 시대는 끝났다고 실리콘밸리가 말한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실리콘밸리 기업인들의 정치적 편향성을 지적했다. 다양성을 존중하는 문화가 미덕이던 실리콘밸리에서 성공을 자만하는 기업인들이 자신에게 유리한 정치적 도그마(신조)를 형성하며, 정치권과 불필요한 갈등을 빚고 있다는 분석이다. 아마존 CEO 제프 베이조스는 2016년 미국 대선 때 “트럼프를 민간로켓에 태워 우주로 날려버리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워싱턴 일각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계속된 ‘트윗 공격’은 베이조스 CEO가 자초한 측면도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실리콘밸리의 전설적인 투자자 마이클 모리츠도 최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기고에서 “실리콘밸리는 성공의 역사에 사로잡혀, 변화에 느려지고 자만하게 됐다”고 지적했다.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중국이 4일 대두(콩)를 포함한 500억 달러(약 52조8600억 원)어치의 미국산 106개 품목에 대해 관세 25%를 부과하기로 해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전쟁이 난타전으로 치닫고 있다. 관영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중국 국무원 관세세칙위원회는 이날 미국산 대두와 자동차, 항공기, 화공품 등 14개 분야 106개 품목에 대해 25%의 관세 부과 방침을 정했다. 중국 상무부가 밝힌 관세 부과 품목에는 대두를 포함해 옥수수, 신선 쇠고기, 냉동 쇠고기 등 농축산품이 포함됐다. 미국의 대중 수출품 1∼3위인 곡물 항공기 자동차가 모두 포함된 것이다. 이 같은 결정은 하루 전인 3일(현지 시간) 미국무역대표부(USTR)가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할 500억 달러어치의 1300개 중국산 수입품목을 발표한 데 따른 보복성 조치다. 미국이 자국의 미래 전략산업을 타깃으로 관세 폭탄을 터뜨리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아킬레스건 공략으로 맞불을 놓은 것이다. 미국 중서부의 팜벨트(농업지대)는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주요 지지 기반이었다. 미국 대두 생산량의 3분의 1은 중국으로 수출된다. 지난해 중국은 미국산 대두 140억 달러(약 14조9000억 원)어치를 수입했다. USTR는 전날 58쪽 분량의 관세 부과 목록을 공개했는데 여기엔 반도체, 통신장비, 리튬배터리, 항공기 부품, 의료기기 등 중국이 내놓은 첨단산업 육성전략 ‘중국 제조(메이드 인 차이나) 2025’ 품목이 상당수 포함됐다. USTR는 “미국 회사의 기술과 지식재산권을 중국 기업으로 이전하길 강요하는 중국의 정책에 대한 대응”이라고 밝혔다. 중국 관세세칙위원회는 이번 관세 부과 조치의 실제 시행 시기에 대해 “중국산 상품에 대한 미국 정부의 관세 부과 상황을 봐가며 추후에 공표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은 다음 달 22일 공청회를 열고 60일간의 조정 기간을 거친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후 180일 이내에 관세 부과를 최종 결정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우리는 중국과 무역전쟁을 하고 있지 않다”며 “그 전쟁은 오래전에 미국을 대표하던 바보 같고 무능력한 사람들이 졌다”고 글을 올렸다.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시장에서 대두 값은 5.3% 급락했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 조은아 기자}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국모(國母)’로 불리는 반(反)인종차별 운동가 위니 마디키젤라 만델라(사진)가 2일 81세로 사망했다. 남아공 최초의 흑인 대통령인 넬슨 만델라(1918∼2013)의 전 부인으로 흑인 인권을 위해 일생을 바쳐 투쟁해 존경을 받았지만 말년에는 각종 비리와 범죄에 연루돼 명성을 스스로 퇴색시켰다는 평가도 받는다. 위니 마디키젤라 만델라의 가족들은 이날 성명을 통해 그가 남아공 요하네스버그의 넷케어 밀파크 병원에서 숨을 거뒀다고 발표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가족들은 “위니 마디키젤라 만델라는 아파르트헤이트(흑백 인종 분리 정책)에 맞선 가장 위대한 아이콘 중 하나였다”고 밝혔다. 마디키젤라 만델라는 흑인차별과 여성차별 철폐를 위해 분투한 남아공의 대모다. AP통신은 “마디키젤라 만델라는 38년에 이르는 만델라와의 결혼 생활 동안 거물인 남편의 그늘에서 벗어나고자 노력하면서 흑인 소수자 인권을 위해 투쟁했다”고 평했다. 그의 굴곡 많은 인생은 2013년 ‘위니 만델라: 인생’이란 영화로 제작되기도 했다. 마디키젤라 만델라는 현재 요하네스버그에 속하는 동부 케이브 지역에서 최초의 흑인 여성 활동가로 이름을 알렸다. 그는 흑인 거주 지역에서 영유아 사망률이 유독 높은 현상을 연구하다가 인종차별로 인한 빈곤 문제가 원인임을 알게 됐고, 이로써 정계에 진출해야겠다고 다짐한다. 그는 21세이던 1957년 당시 18세 연상의 신예 변호사이던 만델라를 만나 사랑에 빠졌다. 당시 부인과 이혼하고 마디키젤라 만델라를 둘째 부인으로 맞은 만델라는 생전에 “위니는 내게 희망을 줬고 인생에서 두 번째 기회를 잡았다는 느낌을 줬다. 그녀를 사랑한 덕에 투쟁할 힘을 얻게 됐다”고 회고했다. 그는 인종차별 운동을 이끌던 남편이 수감된 27년 동안 두 딸을 낳아 홀로 기르면서도 온갖 핍박을 견뎌야 했다. 아프리카민족회의(ANC) 당원으로서 ANC 여성동맹을 창립하는 등 정치활동을 하다 당국에 잡혀 유배를 가야했다. 흑인여성 차별 반대 시위에 참가했다가 임신한 몸으로 2주간 옥살이를 하기도 했다. 차별 철폐를 위해 헌신한 그의 인생 말년은 각종 스캔들로 얼룩졌다. 1985년 유배에서 돌아온 그는 “더 이상의 평화 시위는 없다”며 극단적 폭력을 선택했다. 그는 불에 타는 타이어를 경찰과 정보원들 목에 걸어 살해하는 방식으로 군중을 선동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또 ‘만델라연합축구클럽’을 이끌며 클럽 멤버들이 14세 운동가 스톰피 세페이를 사망시켰다는 의혹을 받아 6년형을 받았다. 1992년엔 경호원과 바람을 피웠다는 이유로 법정 분쟁 끝에 만델라 전 대통령과 이혼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관지난달 초 발표된 미국의 관세폭탄 공격에 대해 중국이 미국 농축산물에 대한 ‘고율관세 보복’을 시작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표밭으로 꼽히는 ‘팜 벨트(농업지역)’에 수출 타격을 줘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에 부담을 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중국 재정부는 산하 관세세칙위원회가 2일부터 돼지고기와 과일 등 미국산 수입품 128개 품목에 대해 고율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재정부가 발표한 ‘미국산 일부 수입품 관세 감면 중단 통보’에 따르면 미국산 돼지고기와 다른 수입품 8개 품목에 대해 25%의 관세가, 과일과 120개 소비재에 대해 15%의 관세가 부과된다. 중국 재정부는 이번 발표가 중국산 철강, 알루미늄에 대한 미국의 고율관세 부과에 맞선 대응조치임을 명확히 했다. 재정부는 “미국의 무역확장법 232조 조사 결과에 따른 조치는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을 위반하고, 안보 예외 규정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이는 사실상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로 중국의 이익을 엄중히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재정부는 “중국은 다자무역체제를 지지한다. 이번 조치는 WTO 규정에 따라 중국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정당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달 초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에 따라 철강, 알루미늄 등 중국산 수입품에 25%의 고율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미국은 이 외에도 중국산 수입품을 겨냥해 관세 부과를 준비하고 있다. 중국 상무부는 지난달 23일 과일과 말린 과일, 인삼, 견과류, 와인, 돈육과 일부 철강제품 등 미국산 수입품 128개 품목에 대해 30억 달러(약 3조1700억 원) 상당의 보복관세를 예고한 바 있다. 당시 2개 부문으로 나눠 순차적으로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했지만 이번에는 예상을 뒤엎고 관세가 2개 부문에 대해 동시에 부과됐다. 관세 공격을 받은 농축산물은 지난 미국 대선 때 공화당 후보였던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한 ‘팜 벨트’ 주에서 주로 생산된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재작년 대선 때 돼지를 많이 생산하는 상위 10개 주 중 8곳에서 승리했다. 미국의 최대 농업단체인 전미농업연맹(AFBF)의 데이비드 샐몬슨 수석국장은 WSJ에 “우리가 원치 않은 결과”라며 “이번 조치가 우리에겐 어느 정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상무부는 추가 보복 조치 가능성도 시사했다. 전문가들은 이번에 포함되지 않은 ‘대두(메주콩)’가 향후 관세 품목에 포함되면 미국 농축산업이 받는 수출 타격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조은아 기자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