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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방위산업체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늑장 수사’ 논란에 휘말렸다. 감사원이 수사 의뢰를 한 지 2년여 만에 KAI 본사와 협력업체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선 데다 핵심 피의자를 1년 넘게 체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부장 박찬호)는 친인척을 ‘바지사장’으로 내세운 회사에 247억 원 상당의 일감을 몰아주고 용역대금을 부풀려 지급해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를 받고 있는 KAI 직원 손모 씨 검거에 주력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해 6월 말 손 씨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받았지만 아직까지 손 씨의 신병을 확보하지 못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른바 ‘화이트칼라’ 범죄에서 손 씨처럼 장기간 잠적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외부 도움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방위사업수사부는 손 씨 검거에 지난달부터 기존 인력 외에 강력부 검사 1명과 수사관 10여 명을 추가로 투입했다. 감사원으로부터 KAI 비리 의혹 관련 자료를 넘겨받고 2년여가 지난 후에야 본격 수사에 나선 점도 구설에 올랐다. 검찰은 2015년 2월 KAI 경영비리 관련 자료를 감사원에서 전달받았고, 같은 해 5월 손 씨의 혐의에 대해 감사원이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하지만 검찰은 14일에야 KAI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다. 검찰은 감사원에서 자료를 넘겨받은 직후 법원에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금융거래 기록 추적을 해왔다고 해명했다. 감사원 자료만으로는 강제 수사를 하기에 부족해 추가 조사를 하느라 시간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방위사업수사부가 2015년에는 최윤희 전 합동참모본부 의장과 황기철 전 해군참모총장 등 군 수뇌부가 연루된 방산비리 수사에, 지난해에는 롯데그룹 수사와 국정 농단 사건에 투입돼 KAI 수사를 할 수 없었다는 설명도 했다. 이달 들어 압수수색을 실시한 데 대해 검찰은 “KAI 측이 데이터 삭제 프로그램인 ‘이레이저’를 대량 구입해 증거 인멸에 나섰다는 첩보를 입수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KAI 측은 “주요 방산업체 보안업무훈령에 따른 조치였을 뿐 다른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검찰 관계자는 “KAI 경영상의 비리가 발견되지 않으면 신속하게 수사를 끝낼 것”이라며 “수사가 지역경제에 미칠 악영향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검찰 수사에 일절 개입하지 않고 수사를 지켜보기로 했다”고 전했다. 수사에 대한 언급이 자칫 가이드라인 제시로 해석될 수 있어서다. 이 관계자는 “문재인 대통령의 방산 비리 척결 의지가 강한 만큼 검찰 조사와 별도로 부처별 적폐 청산 관련 조사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허동준 hungry@donga.com·유근형 기자}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가 보안을 강화하기 위해 사용한 특수용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병우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은 2014년 ‘정윤회 문건 유출 파동’ 이후 보안을 강화하기 위해 특수용지와 검색대를 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수용지의 가장 큰 목적은 유출 방지에 있다. 이 용지는 육안으로는 확인하기 힘들 정도의 아주 가는 금속 실이 약 500개 함유돼 있다. 실은 직경이 20∼25μm(마이크로미터·1μm는 100만분의 1m)에 불과하다. 금속 물질을 탐지하는 검색대를 지나가면 경고음이 울리게 되는 것은 이 실 때문이다. 니켈 합금 등으로 만든 금속 실이 종이에 고루 분포돼 있어 일부를 찢어서 검색대를 통과해도 감지되게 설계됐다. A4용지 사이즈인 이 특수용지는 일반용지보다 10배가량 가격이 비싸다. 특수용지의 또 다른 기능은 복사 방지다. 보통용지는 복사기의 강한 빛을 쬐면 정전기를 발생시켜 흑연가루가 종이에 묻으면서 원본 내용이 새겨지지만, 특수용지는 빛을 반사해 복사를 막는다. 비슷한 원리로 사진을 찍어도 원본 이미지가 사본에 찍히지 않는다. 복사를 하면 사본에 사선으로 빨간 줄이 가게 만들어지는 종이도 있다. 원본의 광학 표식을 접할 때 빨간색이 복사되게 소프트웨어를 조작하는 방식이다. 주요 대기업처럼 프린트 출력을 하면 해당 직원의 이름과 소속, 일시가 찍히는 장치도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검색대를 지난달 철거한 문재인 정부 민정수석실은 특수용지를 사용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우리는 보통용지를 사용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이라며 “아무리 보안을 강화해 특수용지를 사용해도 십상시(박근혜 정권 실세 10인방을 이르는 말)들이 최순실에게 문서를 가져다주는 황당한 일이 일어나지 않았느냐”고 말했다.유근형 noel@donga.com·박은서 기자}
문재인 정부가 ‘적폐 청산’을 위해 이른바 ‘최순실 방지법’을 제정키로 했다. 최순실 씨(61·구속 기소) 등 국정 농단 관련자들이 부정 축재한 재산을 환수하는 게 골자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19일 “올해부터 형사판결 확정 시 최순실 씨가 부정 축재한 국내외 재산 환수를 추진하겠다”며 “국정 농단 관련자들의 재산 환수 관련 법률 제정을 지원하고 검찰의 범죄수익 환수 기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또 정부 부처별 태스크포스팀(TFT)을 구성해 국정 농단 실태를 분석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하기로 했다. 앞서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3월 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최 씨와 그의 일가 재산 규모를 약 2730억 원으로 파악했다고 밝혔다. 토지 및 건물이 국세청 신고가 기준 2230억 원, 금융자산이 약 500억 원에 달했다. 이 중 최 씨 소유 토지와 건물은 36건 228억 원이다. 특검 수사 당시 최 씨가 해외에 수조 원대 차명 계좌와 다수의 페이퍼 컴퍼니를 보유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확인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국회에서 국정 농단 관련자 재산 환수를 위한 특별법 제정 논의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지난달 27일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 등 여야 의원 40명은 ‘최순실 재산 몰수 특별법 추진 초당적 의원 모임’을 출범시켰다. 또 국정기획위는 100대 국정과제에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 관련 법 제정을 포함한 검찰 개혁 방안을 포함시켰다. 공수처 설치법 국회 통과와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올해 안에 마무리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경찰 개혁을 위해 제주도에서 시행 중인 광역 단위 자치경찰제를 전국으로 확대해 내년에 시범 실시하고 2019년 전면 시행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하지만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해 검찰과 경찰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고 자유한국당이 “공수처 신설은 옥상옥”이라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기 때문에 국회 논의 과정에서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정부는 또 국민권익위원회의 반부패 기능을 분리해 담당할 국가청렴위원회를 내년에 설치할 계획이다. 국가청렴위원회는 독립적 반부패 총괄기구로서 종합적인 반부패 정책을 수립하게 된다.황형준 constant25@donga.com·유근형 기자}
청와대는 8·15 광복절을 맞아 특별사면을 단행할 계획이 없다고 18일 못 박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8·15 특사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며 “특사의 주체는 법무부이고, 사면을 준비하려면 시스템상 3개월 이상 소요된다”고 말했다. 특별사면은 관련 법령에 따라 법무부 장관이 위원장인 사면심사위원회에서 심사를 거쳐 대통령이 최종 결정한다. 이에 따라 문 대통령의 첫 번째 사면은 물리적으로 올해 말 성탄절 등 이후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 관계자는 이어 “5월 10일 취임한 대통령이 광복절 사면을 단행하려면 취임하자마자 사면 작업에 착수했어야 했다”며 “취임 3개월 만에 사면을 단행하면 논공행상과 같이 국민들에게 부정적으로 비칠 우려가 있다”고도 했다. 역대 정부에서는 대통령 취임 첫해에 대규모 사면을 단행한 사례가 있었다. 이 때문에 그동안 정치권에선 한명숙 전 국무총리,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 등 여권 인사나 한상균 민주노총위원장을 포함한 진보진영 인사의 사면 가능성이 거론돼 왔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한민구 전 국방부 장관은 정치적 어려움과 북한의 계속되는 도발 상황 속에서도 국민이 안심하도록 애써주셨다.”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전·현직 국방부 장관 등 주요 군 지휘부를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하며 이같이 말했다. 송영무 신임 국방부 장관 임명으로 박근혜 정부 때 임명된 군 고위 인사들이 자리를 떠나게 되자 마지막 예우의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이날 오찬은 최근 감사원이 국산 기동헬기 ‘수리온’ 개발과정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강도 높은 방산비리 척결이 예고된 가운데 어수선한 군심을 다잡기 위한 차원에서 이뤄져 더 주목을 끌었다. 문 대통령은 “국가를 유지하는 기둥들이 많은데,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국방과 경제다”라며 “경제는 조금 더 잘살기 위한 문제지만 국방은 국가의 존립과 생존이 달린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재 국내총생산(GDP) 대비 2.4% 수준인 국방예산을 임기 내 2.9%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날 오찬에는 교체 대상으로 거론되는 이순진 합참의장, 임호영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전진구 해병대 사령관, 조현천 기무사령관 등이 참석했다. 전역을 앞둔 이순진 합참의장은 “아무리 무기체계를 고도화하더라도 군의 정신력이 가장 중요하다. 군이 자부심을 통해 강한 정신력을 가질 수 있도록 대통령께서 잘 이끌어 달라”고 말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청와대가 박근혜 정부 시절 대통령비서실장 주재 회의 내용 등이 담긴 문서 1361건을 추가로 발견해 17일 공개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민정수석실에서 지난 정부의 자료가 발견됐다는 14일 보도를 보고, 정무수석실이 자체적으로 캐비닛 등에 방치된 문서가 있는지 점검하던 중 그날 오후 4시 30분경 정무기획비서관실 입구의 행정요원 책상 하단의 잠겨진 캐비닛에서 다량의 문서를 발견했다”며 “이 가운데 254건은 분류와 분석을 끝냈고, 나머지 문건에 대한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문서 254건은 2015년 3월 2일부터 2016년 11월 1일까지 당시 비서실장이 주재한 수석비서관회의 때 해당 수석비서관에게 업무 지시한 내용을 회의 결과로 정리한 것이며, 정책조정수석실 기획비서관이 작성한 것이라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해당 문건은 △삼성 및 문화계 블랙리스트 관련 내용 △현안 관련 언론 활용 방안 △한일 위안부 합의 △세월호 사건 관련 △국정 교과서 △선거 등 적법하지 않은 지시가 포함돼 있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민감한 내용이 많고, 상식적으로 누가 봐도 불법 아닌가 하는 내용도 있다”고 말했다. 당시는 이병기, 이원종 전 비서실장이 재직한 기간이고, 현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이 당시 청와대 기획비서관으로 일한 시기와 겹친다.유근형 noel@donga.com·한상준 기자}
청와대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사용하던 침대의 처리 문제를 두고 고심 중인 것으로 17일 알려졌다. 박 전 대통령은 3월 10일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 후 침대를 청와대에 그대로 두고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저로 이동했다. 국가 예산으로 공용 물품을 구입하면 일정한 ‘사용연한’ 동안 처분할 수 없다는 규정 때문이다. 박 전 대통령이 취임 전후 구입한 침대는 모두 3개로 알려져 있다. 청와대 집무실인 본관 옆 공간에 약 475만 원 상당의 침대가 1개 있고, 업무시간 외 휴식을 취하는 관저에 2개(669만 원짜리 1개, 80만 원짜리 1개)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놓고 최순실 씨가 청와대 관저를 드나드는 것은 물론이고 취침까지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기도 했다.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 이 침대들을 일반에 중고로 파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침대의 특성상 중고 가격이 많이 떨어져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전직 대통령이 사용하던 제품을 일반인에게 파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내부 의견도 있었다. 청와대 경내에서 숙직자 숙소, 경호실 등에서 사용하는 것을 타진했지만 고가 제품이라 적절치 않은 것으로 결론 내렸다. 결국 청와대는 박 전 대통령의 침대를 청와대 접견실 옆 대기 장소에 옮겨뒀다. 청와대 관계자는 “차후 광화문 대통령 시대가 열리고 현 청와대가 개방되면 전시 등 활용방안이 생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사비로 새 침대를 구입해 관저에서 사용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미국 백악관처럼 대통령의 공적 활동을 제외한 모든 식비, 생활소품 비용, 반려견의 사료 등까지 사비로 계산하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김정숙 여사가 청와대에서 사용할 침대를 구입할 때 카드를 사용했는데 한도를 넘어 결제를 하지 못했다”며 “김 여사가 생활을 알뜰하게 하기 위해 카드 한도를 낮춘 것 같다”고 말했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청와대가 문재인 정부의 인수위원회 역할을 한 국정기획자문위원회 후속으로 5개 대통령직속 자문위원회를 8월 초 출범시키는 것을 추진 중이다. 국가교육회의, 동북아시대위원회, 정책기획위원회, 4차산업혁명위원회를 신설하고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확대 개편하는 것이다. 국정기획위가 100대 국정과제 선정을 마무리한 만큼 핵심 과제별로 컨트롤타워를 세워 본격 정책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16일 “일부 자문위 수장을 총리급 또는 부총리급으로 격상해 권한과 책임을 강화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에 따라 박근혜 정부 시절 13개에 이르렀던 대통령직속 자문위는 청와대가 추진하는 5개 위원회와 이미 출범한 일자리위원회, 국정기획위가 추진 계획을 밝힌 성평등위원회 등 7, 8개로 개편될 것으로 전망된다. 동북아시대위와 정책기획위는 노무현 정부 시절 ‘실세’ 역할을 했다 폐지됐는데, 이번에 부활하는 것이다. 실질적 국정과제 컨트롤타워인 정책기획위는 대통령정책기획비서관이 간사를 맡고, 문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 싱크탱크 ‘정책공간 국민성장’의 학자들이 대거 합류할 계획이다. 국민 정책제안 기구 ‘광화문 1번가’를 정책기획위 산하에 두는 안도 검토되고 있다. 동북아시대위는 문 대통령의 ‘베를린 구상’을 구체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가교육회의는 교육부 폐지 전까지 교육개혁의 중추 역할을 맡는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국민 누구나 청와대 업무에 참여하고 정책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국민인턴제’가 추진된다. 박근혜 정부에서 청년층에 한정해 시행하던 행정인턴 제도를 중단하고 청와대 문호를 더 개방하겠다는 얘기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14일 “나이나 직업, 성별에 제한을 두지 않고 ‘국민인턴’을 선발해 청와대 업무를 간접 경험하게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열린 청와대를 구현하고 국민의 참여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국정을 운영하겠다는 취지다. 청와대는 국민인턴제의 대상을 청년과 30, 40대 직장인, 50대 이상 중장년층으로 나누고, 기간은 짧게는 일주일에서 길게는 한 달 이상까지 다양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업무상 보안이 필요한 분야는 국민인턴 활동 분야에서 제외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부산 자갈치시장 상인이 청와대에서 기술직으로 일할 수 있고, 전남 영광의 어부가 경제수석실 산하 농어업비서관실에서 아이디어를 내는 일이 현실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때부터 국민 참여를 강조해왔다. 국민이 정책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웹사이트 ‘문재인 1번가’를 만들어 화제를 모았고, 당선 후에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산하에 ‘국민인수위원회 광화문 1번가’를 운영해 약 15만 건의 정책 아이디어가 모였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청와대가 14일 박근혜 정부 민정수석비서관실에서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지원 방안 검토’ 메모 등을 전격 공개했다. 청와대는 해당 메모를 포함해 민정수석실에서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회의 자료와 메모 등 300건가량을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하고, 사본은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넘겼다고 밝혔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3일 민정비서관실 공간을 재배치하던 중 한 캐비닛에서 이전 정부 민정비서관실에서 생산한 문건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발견한 자료는 박근혜 정부 출범 직후인 2013년 3월부터 2015년 6월까지 수석비서관회의 자료와 장관 후보자 인사 자료, 국민연금공단 의결권 등 현안 검토 자료, (2014년) 지방선거 판세 전망 등이다. 이 기간 민정수석은 곽상도, 홍경식, 김영한, 우병우 씨였다. 청와대는 300건가량 중 일부 내용을 공개했다. 작성자를 알 수 없는 메모에는 ‘삼성 경영권 승계 국면→기회로 활용, 경영권 승계 국면에서 삼성이 뭘 필요로 하는지 파악, 도와줄 것은 도와주면서 삼성이 국가 경제에 더 기여하도록 유도하는 방안을 모색, 삼성의 당면 과제 해결에는 정부도 상당한 영향력 행사 가능’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청와대는 또 △문화예술계 건전화로 문화융성 기반 정비 △문화체육관광부 주요 간부 검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 오찬 관련 등 문건 제목과 김 전 수석의 자필 메모를 공개했다. 청와대는 자료 공개의 적법성을 두고 “이 자료는 전임 정부에서 대통령지정기록물로 지정하지 않았다”며 “메모는 대통령기록물에도 해당하지 않아 공개한 것”이라고 밝혔다. 대통령기록물은 일반, 비밀, 지정기록물로 구분된다. 비밀기록물은 비밀취급인가권자만 볼 수 있고, 지정기록물은 최대 30년간 열람이 제한된다. 청와대는 공개하지 않은 나머지 문건에 대해 “진행 중인 검찰 수사, 재판 관련 사안이라 자료를 더 공개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청와대가 이날 공개한 삼성 경영권 승계 관련 메모와 ‘문화계 블랙리스트’ 관련 문건 제목 등은 현재 진행 중인 박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월 민정수석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고도 당시 청와대의 반발로 집행하지 못한 박영수 특검팀은 이날 청와대로부터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한 각종 문건을 건네받게 됐다. 자유한국당과 구(舊)여권은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문건들을 현 시점에 공개한 의도가 무엇이냐”며 반발했다.한상준 alwaysj@donga.com·유근형 기자}

청와대가 민정수석비서관실에서 발견한 300여 건의 자료 중 14일 공개한 내용은 크게 세 가지다. △작성자를 알 수 없는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지원 관련 메모 △‘세월호 유가족 대리기사 폭행 사건’ 등과 관련한 김영한 전 민정수석(작고)의 자필 메모 △‘문화계 블랙리스트’ 등을 다룬 것으로 보이는 문건 제목 등이다. 청와대는 전격적인 자료 공개에 “정치적 고려는 하지 않았다”면서도 “소위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과 관련돼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현재 진행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 등의 ‘최순실 게이트’ 관련 재판에 청와대가 영향을 미치려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콕 집어 공개한 문건의 내용은 가장 주목받는 내용은 국민연금공단 관련 메모다. 국민연금공단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찬성하는 과정에서 청와대가 압력을 행사했는지는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재판의 핵심 쟁점이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은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 문제와 맞물려 있다. 청와대가 공개한 메모에는 ‘삼성 경영권 승계 국면→기회로 활용’ ‘도와줄 것은 도와주면서 삼성이 국가 경제에 더 기여하도록 유도’ ‘경영권 승계 국면에서 삼성이 뭘 필요로 하는지 파악’ ‘삼성의 당면 과제 해결에는 정부도 상당한 영향력 행사 가능’ 등의 내용이 담겼다. 실제 삼성 경영권 승계 국면에 청와대가 영향력을 행사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행사 의지’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살 수 있는 내용들이다. 김 전 수석의 자필 메모에는 ‘김혜경 혐의 관련 신병 방침은 대외적으로 유출되지 않도록 관리-선처 가능’ ‘대리기사-남부 고발-철저 수사 지휘 다그치도록’ 등의 내용이 담겼다. ‘김혜경’은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금고지기로 알려진 김혜경 한국제약 대표로 추정된다. ‘대리기사’는 서울남부지검에서 수사한 세월호 유가족 대리기사 폭행 사건의 수사 지휘를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민정수석실이 검찰의 개별 수사에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내용들이다. 청와대는 또 ‘문화예술계 건전화로 문화융성 기반 정비’ ‘문체부 주요 간부 검토’ ‘문화부 4대 기금 집행부서 인사 분석’ 등의 문건 제목도 공개했다.○ 어떻게 발견했고, 왜 공개했나 결국 청와대가 이날 공개한 문건들은 박 전 대통령과 삼성의 뇌물수수, 문화계 블랙리스트 등 최근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과 직간접으로 연관된 것들이다. 유무죄를 두고 특검과 변호인이 치열하게 다투는 상황에서 ‘새로운 증거’처럼 제시된 셈이다. 일각에선 구속을 피한 우병우 전 민정수석을 겨냥한 것이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발견된 문건이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시기 우 전 수석은 민정비서관과 민정수석을 지냈다. 청와대는 정치적 의도를 부인하고 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민정수석실 인원이 늘어나면서 3일 사무 집기를 재배치했고, 이 과정에서 잠겨 있던 캐비닛을 열자 자료가 나왔다”며 “내부 법률 검토가 끝나자마자 공개한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문재인 대통령의 독일 방문 등으로 발견부터 발표까지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특히 이날 오전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이 주재한 회의에서 조국 민정수석이 “(오늘) 언론에 공개하자”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공개 시점과 적절성을 두고 “(시기에 대한) 정무적 판단을 했다면 (주말을 앞둔) 금요일에 했겠느냐”며 “메모는 기록물이 아니기 때문에 국민들에게 사실을 알린 것”이라고 말했다.한상준 alwaysj@donga.com·유근형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주재한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선 집중 호우가 그친 뒤 이어진 무더위가 화제에 올랐다. 문 대통령은 충남 서천군수 출신으로 이날 처음 수석·보좌관회의에 참석한 나소열 자치분권비서관을 향해 “예전 군수님으로 계실 때 한산모시를 입으셨는데 보기에도 참 좋았다”고 말했다. 서천군은 한산모시의 본고장인 한산면이 있어 매년 한산모시문화제를 열고 있다. 나 비서관은 “모시를 입으면 체감온도가 3도 더 떨어진다고 한다. 대통령님께서도 한산모시를 입으시면 어떠신가”라고 답해 참석자들이 모두 웃었다. 더위를 소재로 한 환담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문 대통령을 시작으로 참석자들이 재킷을 벗자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은 전병헌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을 향해 “국정 상황이 꼬여서 골몰하시느라 재킷을 가장 늦게 벗으신 것 같다”고 농담을 했다. 청와대는 여름철 온도가 28도 이상으로 올라가면 자동 냉방이 가동되고 28도 밑으로 내려가면 꺼진다. 이에 대해 문미옥 과학기술보좌관은 “사무실 냉방 온도는 양복을 입고 일하는 남성을 기준으로 한 것”이라며 “재킷을 벗는 것이 에너지 절약에 굉장히 좋다는 논문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시민들은 반팔을 입는데 과거 관공서나 은행, 대기업에 반팔 입고 들어가면 추웠다. 정부는 28도를 스스로 하면 되는데 민간에는 어떻게 되나”라고 물었고, 채희봉 산업정책비서관은 “권고 사안인데, 가스 냉방의 경우 (전력) 피크에 영향을 미치지 않아 조금 더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답했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해군참모총장 출신인 송영무 국방부 장관 후보자(사진)가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도발 추모일에 군 골프장에서 골프를 쳤던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송 후보자는 퇴역 후 민간인 신분이었지만 국방부 장관 후보자로서 안보관과 도덕성을 둘러싸고 논란이 예상된다. 12일 자유한국당 김학용 의원(국회 국방위원회)이 국방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송 후보자는 최근 5년간(2012∼2016년) 군 골프장을 모두 295차례 이용했다. 일주일에 한 차례 이상 군 골프장에 출입한 셈이다. 특히 천안함 폭침 6주기 추모식이 열린 지난해 3월 26일에는 경기 용인시에 있는 처인 골프장을 이용했고, 연평도 포격도발 추모식이 열린 2013년과 2014년 11월 23일에는 경기 평택시 소재 만포대 골프장과 수원 골프장을 각각 이용했다. 2012년 6월 15일 ‘제1연평해전 13주년 기념행사’가 열렸을 때에도 송 후보자는 만포대 골프장에서 라운딩을 했다. 김 의원은 “많은 장병들이 산화하고 국민의 충격이 컸던 사건을 추모하는 날에 해군 장성 출신이 아랑곳하지 않고 골프를 즐기는 안보관으로 어떻게 국군을 통솔하겠다는 것이냐”며 “송 후보자는 60만 장병과 수많은 예비역들의 명예를 더 이상 실추시키지 말고 지금이라도 당장 용퇴하라”고 촉구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송 후보자를 낙마시킬 정도의 흠결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여론의 추이를 지켜보고 있지만 임명 강행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청와대 관계자는 “여야가 장관 후보자의 낙마 등을 포함한 협상안을 가져온다고 무조건 지명 철회를 하는 것은 아니다”며 “그 내용을 보고 종합적으로 청와대가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야가 ‘장관 후보자 1인 낙마, 추가경정예산 처리’ 등과 같은 타협안을 마련해도 거부할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이날 송 후보자는 더불어민주당에 탈당계를 제출했다가 번복하는 해프닝이 있었다. 당초 송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준비하는 실무진은 공직자가 당적을 보유할 수 없다고 판단해 탈당계를 제출했지만 뒤늦게 국무위원의 경우 당적을 보유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송찬욱 song@donga.com·유근형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새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를 ‘착한 성장’으로 잡고 경제성장률 수치에 집착한 경제정책 운용을 하지 않을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경제교사’로 알려진 김현철 대통령경제보좌관은 11일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새 정부는 ‘착한 성장’을 추구할 것”이라며 “기존처럼 경제성장률 목표를 제시하고 성장 중심의 경제정책을 펴는 것을 그만한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김 보좌관은 “착한 성장은 성장과 분배를 모두 추구한다. 2%대 후반의 성장률로도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게 골자”라며 “이명박 정부의 ‘747(경제성장률 7%, 국민소득 4만 달러, 7대 강국 진입)’처럼 구체적인 목표치를 제시한 성장 위주의 경제정책을 추진한 결과 문제만 발생했고, 문 대통령도 같은 인식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보좌관은 “‘이대로 가면 연말에는 경제성장률이 0%가 될 수 있다’는 취지의 보고를 문 대통령에게 했다”며 “성장률이 중요한 시대가 끝났다”며 “부동산 경기를 인위적으로 부양해 경제성장률을 맞췄던 과거 정책들은 부작용이 많았다”고 설명했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우리가 뼈저리게 느껴야 하는 것은 가장 절박한 한반도 문제를 현실적으로 우리가 해결할 힘도, 합의를 이끌어 낼 힘도 없다는 사실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11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직후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외교 무대에 데뷔한 소회를 밝히며 이같이 말했다. 한미 정상회담과 G20 정상회의 성과를 보고하고 후속 조치를 논의하기 위한 국무회의에서 냉엄한 현실을 지적하고 외교역량 강화를 주문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에 대한 우리 정부의 입장을 모든 나라로부터 지지받았고, 북핵 문제가 G20의 의제가 아님에도 우리의 의제로 국제적 공감대를 조성한 것이 성과라고 생각한다”며 말문을 열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이어 “그런 성과에도 아직 북핵 문제 해결의 길이 열리지 않았다는 사실과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에 대한 제재 방안에 국제사회가 합의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강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G20 정상회의에서 북핵·미사일 문제에 대한 다른 정상들의 공감을 얻고도 중국, 러시아의 반대로 북한 제재에 대한 의장성명을 이끌어 내지 못한 외교력의 한계를 지적한 것이다. 이는 문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을 마치고 귀국하며 “한반도의 영구적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긴 여정의 첫발을 떼었다”라며 한반도 문제의 주도적 해결을 선언했던 것과는 분위기가 크게 달라진 것이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 도발로 인한 국제사회의 위기감과 한미 정상회담에서 확보한 미국의 지지를 바탕으로 중국, 러시아의 협력과 동참을 이끌어 내려던 목표가 난관에 부딪힌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G20 회의 기간 정상회담을 가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회담 시작 후 15분간 경직된 태도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와 북핵 문제에 대한 입장을 강변하며 기 싸움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시 주석이 일방적인 발언을 마치자 문 대통령은 역사 얘기를 꺼내 회담 분위기를 전환시켰다. “중국 대륙과 한반도가 사이가 좋을 때 양측이 모두 상생 발전했다”며 통일신라와 당, 고려와 송, 세종 초기 조선과 명을 거론한 것이다. 민감한 현안을 놓고 직접 부딪히기보다는 역사에 관심이 많은 시 주석에게 큰 틀에서 한중 관계를 개선하자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역시 한-러 정상회담에서 책 한 권에 육박하는 수첩을 들고 한 장 한 장 넘겨가며 20분가량 각종 현안에 대한 러시아의 입장을 쏟아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이 “한반도 문제를 해결할 힘도, 합의를 이끌어 낼 힘도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껴야 한다”고 밝힌 것은 이처럼 한반도 문제를 자국 중심으로 풀려는 4대 강국과의 첫 대면에서 느낀 현실적 어려움을 강조한 셈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핵 문제는 한국의 독자적인 노력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으로 국제사회와 함께 해결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지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문 대통령은 이날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강한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미국, 중국과의 북핵 외교에서 한국의 입지를 넓히기 위해선 북한과의 관계 개선이 필요하다는 인식이다. 문 대통령은 “베를린 방문에서 정부가 한반도 평화 구상을 밝힌 것은 큰 의미가 있었다. 당장은 멀어 보이지만 우리가 남북관계를 위해 노력해 가야 할 방향”이라며 “북한이 선택할 길도 그 길밖에 없다고 본다”고 밝혔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 및 9개국과 양자 정상회담을 겸한 4박 6일간의 독일 방문 일정을 끝내고 9일 귀국길에 올랐다. 10일로 취임 두 달을 맞는 문 대통령은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에 이어 G20 일정까지 마무리하면서 지난해 탄핵 국면 이후 계속된 ‘정상 외교 공백’을 조기 정상화시켰다. 문 대통령의 외교 무대 데뷔전은 성과와 과제가 공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먼저 미국 내에서 군사적 옵션을 검토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평화적인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한국이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끌어낸 것은 가장 큰 성과로 꼽힌다. 문 대통령은 사상 첫 한미일 정상 공동성명을 채택하는 등 북한을 압박하면서도 4일 발사한 미사일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아닌 ‘대륙간 사거리를 갖춘 탄도미사일’로 규정하자는 주장을 관철시키면서 평화적 해결을 위한 시간을 벌었다는 분석이다. 반면 중국과 러시아가 북핵·미사일 제재에 동참하도록 설득하는 데 실패한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6일 한중 정상회담에서 “북핵 문제는 북한과 미국의 문제”라며 한국 주도권을 인정하지 않았고 북한과의 ‘혈맹관계’를 새삼 강조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주변국들과 이견이 있어도 언제든지 대화를 재개할 수준이 됐다는 게 중요하다”며 “중국과 고위급 안보협의체를 구성하고, 일본과의 ‘셔틀 외교’를 복원하는 등 관계 해결의 실마리를 확보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8일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첫 한-프 정상회담을 열고 북핵 문제 해결에 동참해줄 것을 요청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회동 후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은 프랑스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상임이사국이자 유럽연합(EU) 핵심국으로서의 지위를 활용해 북한 도발에 대한 역할을 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맬컴 턴불 호주 총리와도 정상회담을 통해 한국의 북핵 해결 기조에 지지를 얻어냈다.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은 G20 반대 시위 여파로 이동 시 안전이 확보되지 않아 취소됐다. 한편 문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 공동성명에 포함된 ‘파리기후변화협약 준수’에 지지를 표명해 ‘파리협약 탈퇴’를 선언했던 미국과 다른 목소리를 냈다. 문 대통령은 “한국은 유엔에 제출한 2030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차질 없이 달성하겠다”며 “에너지 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꿔 친환경 저탄소 에너지로 대체하는 작업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또 경제무역 분야에서도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보호무역 강화를 꾀하고 있는 미국과 견해차를 보였다. 문 대통령은 프랑스, 호주, 인도 정상과 만난 자리에서 “최근 보호무역주의 확산 움직임에 대처하기 위해 자유무역을 지지하는 협력을 강화하자”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유근형 noel@donga.com / 함부르크=문병기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이틀째인 5월 11일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 첫 전화통화에서 박근혜 정부에서 체결한 위안부 합의를 두고 견해차를 보였다. 당시 아베 총리는 “(위안부 합의는) 국제사회에서도 평가받고 있는 만큼 책임을 갖고 실행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우리 국민 대다수가 정서적으로 위안부 합의를 수용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며 “다만 과거사가 양국 관계의 발목을 잡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불편한 통화를 주고받았던 양국 정상이 7일(현지 시간) 독일 함부르크에서 처음 단독으로 만났다.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위안부 합의에 대해서는 첫 통화에서 마찬가지로 평행선을 달렸다. 그러나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공동 대응하고, 이명박 정부 이후 중단됐던 ‘한일 정상 간 셔틀외교’를 복원시키기로 했다. 4일 북한의 전격적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 발사 이후 양국의 안보 환경에 대한 심각함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 한일 미사일 대응에는 한목소리 두 정상은 북한 미사일 등 당면한 외교안보 위기 속에 긴밀한 공조체계를 갖추기로 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회동 뒤 브리핑에서 “한일 양국이 (북한 핵·미사일이) 급박하고 엄중한 위협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북핵 문제 해결에 최우선 순위를 부여하기로 했다”며 “북핵의 완전한 폐기를 평화적 방법으로 달성하기 위해 한일, 한미일 간 긴밀한 공조를 유지 강화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문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한 한국의 주도적 역할과 남북대화 복원의 필요성을 강조했고, 아베 총리도 이에 공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한미 정상회담과 5일 한독 정상회담에서도 이 같은 한국의 주도적 역할을 강조해 공감을 이끌어낸 바 있다. 주요 국가들과의 연쇄 접촉을 통해 “남북관계에서 한국이 운전석에 앉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하겠다는 복안이다. 또 한일 양국은 조속한 시기에 한중일 3국 정상회의를 개최해 북핵 문제 해결에서 중국의 역할을 강조하기로 합의했다. ○ 한일 셔틀외교 등 전략적 협력관계 구축 이날 정상회담의 최대 성과는 중단됐던 한일 정상 셔틀외교의 복원이다. 박근혜 정부에서 불편한 관계였던 한일 외교를 다시 본궤도에 올려놓을 여지가 생긴 것이다. 문 대통령은 “한일 양국은 기본적 가치와 전략적 이익을 공유할 뿐 아니라 지리적으로 문화적으로 가장 가까운 친구”라며 “과거 역사적 상처를 잘 관리하며 미래지향적인 성숙한 협력 동반자 관계를 구축하자”고 말했다. 아베 총리도 “전략적 이익을 공유하는 중요한 이웃인 한국과 미래지향적 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해 정상 차원의 소통을 이어가자”고 화답했다고 박 대변인은 전했다. 이날 정상회담에서 아베 총리는 문 대통령의 조기 방일을 희망했고, 문 대통령도 아베 총리가 평창 겨울올림픽을 계기로 방한해 줄 것을 요청하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위안부 합의 이견 여전 이날 회동에서 아베 총리는 “위안부 합의의 이행이 필요하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문 대통령은 “한일관계를 더 가깝지 못하게 가로막는 무엇이 있다”며 “우리 국민 대다수가 정서적으로 수용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인정하면서 양국이 공동 노력해 지혜롭게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답했다. 과거 정부의 합의를 전면 부정하지는 않았지만 일정 부분 재협상이 필요하다는 뜻을 재차 분명히 한 것이다. 다만 문 대통령은 “(위안부 협상이) 한일 양국의 다른 관계 발전에 걸림돌이 되어선 안 된다”고 했다. 위안부 문제 등 과거사에 대한 논의를 계속하되 양국의 경제 안보 분야 협력도 함께 진행하겠다는 ‘투 트랙 전략’으로 풀이된다.함부르크=문병기 weappon@donga.com / 유근형 기자}

문재인 대통령을 초청한 쾨르버재단은 기업인 쿠르트 쾨르버 씨가 1959년 설립한 독일의 대표적 공익 재단이다. 쾨르버재단의 모기업인 쾨르버 그룹은 1만2000여 명이 근무하는 중견 기업이지만 연간 80여 차례의 외교안보 분야 포럼을 주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1961년부터 세계 각지에서 열고 있는 베르게도르프 토론회, 독일 외교부와 함께 매년 11월 개최하는 베를린외교정책포럼 등이 대표적이다. 이날 문 대통령과 첫 정상회담을 가진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이 2014년 쾨르버재단이 주최한 ‘세계지도자와의 대화’에 참석한 바 있다. 이날 쾨르버재단 초청 연설이 진행된 베를린 옛 시청사 ‘알테스 슈타트하우스(Altes Stadhaus)’(사진)는 독일의 통일조약 협상이 이뤄진 역사적 장소다. 청와대는 ‘통일’의 의미를 극대화하기 위해 재단과 상의한 끝에 이곳을 연설 장소로 낙점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독일 통일의 역사적 장소에서 미래로 가자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필렌 당크(Vielen Dank·매우 감사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5일(현지 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의 정상회담 뒤 공동 언론발표에서 간간이 독일어를 사용했다. 문 대통령은 “구텐 아벤트(Guten Abend·반갑습니다)”라며 말문을 연 데 이어 말미에는 “7일 함부르크에서 개최되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성공을 기원한다. 필렌 당크”라고 말했다. 지난 미국 방문 당시 공식석상에서 영어를 사용하지 않은 것과 달리 독일어를 쓰며 호감을 드러낸 것이다. 문 대통령의 독일어 인사를 접한 메르켈 총리는 웃음 지으며 “당케 쇤(Danke sch¨on·감사합니다)”이라고 화답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한독 정상회담에 앞서 6·25전쟁 직후 한국에 파견됐던 독일 의료지원단원을 만난 자리에서도 방명록에 “당신의 도움을 영원히 잊지 않겠습니다(Ihre Hilfe bleibt unvergessen)”라는 뜻의 독일어 문장을 남겼다. 한편 문 대통령은 회담에서 “제재와 압박이 평화 자체를 깨뜨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 G20 회원국이 북한 미사일 문제에 대한 공동 결의를 할 수 있도록 관심을 요청했고, 메르켈 총리는 “G20에서 북한 문제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의장국 성명에 기술적으로 포함하는 것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VIP(문재인 대통령)가 안 계셔서 자리 비우면 안 돼. 커피는 다음에 마시자.” 5일 점심 식사를 마친 청와대 관계자들은 종종걸음으로 여민관으로 향했다. 문 대통령이 이날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등을 위해 독일 방문을 떠나면서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실은 직원들이 점심시간을 제대로 지키는지 집중적으로 점검했다. 대통령 부재에 따른 기강 해이를 막기 위해서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독일로 떠난 직후 비상근무 태세로 전환했다. 청와대 상황실 역시 불시에 직원들에게 전화를 걸어 비상연락망 시스템을 점검하고, 근무 상황을 체크하고 있다. 자동응답전화(ARS) 방식으로 직원들의 휴대전화에 전화를 거는 식이다. 청와대는 “처음 전화를 받지 못하면 5분 내에 세 차례 전화가 가고, 그것도 받지 못한다면 일정한 인사상 불이익 조치가 있다”고 밝혔다. 청와대가 대통령의 외국 방문 기간에 근무 기강을 다잡게 된 데는 노무현 정부 시절의 아픈 기억도 영향을 미쳤다. 2003년 5월 첫 미국 방문에 나선 노 전 대통령이 화물연대 파업 상황이 궁금해 미국에서 직접 청와대 당직실과 국정상황실로 전화를 걸었지만 아무도 받지 않아 당시 청와대가 발칵 뒤집혔다. 한편 청와대는 G20 정상회의 수행단 규모를 지난 방미 수행단보다 축소했다. 지난달 미국 방문 당시 수행단장을 맡았던 윤영찬 대통령국민소통수석비서관은 이번에는 청와대에 남았다. 이번 독일 방문 수행단장은 박수현 대변인이 맡았다. 윤 수석은 청와대에 남아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과 함께 북한 미사일 발사 관련 상황 등을 실시간으로 챙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방미 때 비상근무 태세를 지켜본 임 실장이 청와대를 지킬 인원이 더 필요하다고 요청했다”고 전했다. 정의용 안보실장도 7일 한미일 정상회담 후 조기 귀국하기로 했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