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내년부터 주요 자기공명영상(MRI) 검진에 건강보험이 적용돼 환자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 10월부터 아동 입원진료비의 본인부담금이 현재 5세 이하 10%에서 15세 이하 5%로 대폭 인하된다. 치매 환자의 본인부담금도 20∼60%에서 10%로 낮아져 사실상 ‘치매 국가책임제’ 시행에 들어간다. 문재인 대통령은 9일 서울성모병원 소아암병동을 직접 방문해 이런 내용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을 발표했다. 그간 환자가 전액 부담한 자기공명영상(MRI), 초음파 검사 등 치료에 필수적인 비급여 항목 3800여 개를 2022년까지 단계적으로 전부 건강보험으로 흡수하겠다는 것이다. 또 1∼3인실에도 건강보험을 적용하고 저소득층의 본인부담금도 연간 최대 150만 원으로 제한한다. 이른바 ‘문재인 케어’를 실현하겠다는 얘기다. 문 대통령은 “빈곤층으로 떨어지는 가장 큰 이유가 실직이고, 두 번째가 의료비”라며 “미용, 성형과 같이 명백하게 대상에서 제외할 것 이외에는 모두 건강보험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2015년 기준 63.4%인 건강보험 보장률을 집권 기간 내에 70%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의료비 부담의 주범으로 꼽히는 비급여를 정부가 직접 통제하겠다는 의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은 80%다. 정부는 이를 위해 2022년까지 추가로 건강보험 재정 30조6164억 원을 지출한다. 이를 충당하기 위해 건강보험 누적 흑자 21조 원 중 10조 원을 투입하고 국고 지원을 늘린다는 설명이다. 또 정부는 최근 5년간 연평균 1.1% 수준인 건보료 인상률을 내년부터 3% 이상으로 올릴 계획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연간 건보료(2015년 기준 1인 평균 86만4428원)가 예상보다 빨리 100만 원 이상으로 오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직접 개별 정책을 발표한 것은 처음이다. 이는 ‘소득주도 성장론’의 3대 축인 일자리-복지-성장 중 마지막 퍼즐이었던 복지 영역에서 속도를 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앞으로 기초생활보장제 개편과 아동수당 등 복지 패키지 정책이 연달아 발표될 것”이라고 설명했다.조건희 becom@donga.com·유근형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8일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에게 “대통령으로서 정부를 대표해서 가슴 깊이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로 피해자와 가족들을 초청한 자리에서 “정부가 존재하는 가장 큰 이유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다”라며 “책임져야 할 기업이 있는 사고이지만 정부도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할 수 있는 지원을 충실히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2011년 가습기 살균제 피해가 알려진 이후 대통령이 피해자들에게 공식 사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면담에는 산소호흡기를 달고 사는 피해자 임성준 군(14)과 유가족연대 권은진 대표 등 15명이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참석자들과 일일이 손을 맞잡으며 “얼마나 힘드시냐, 같이 해 나가자”며 위로했고, 일부 피해자 가족은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청와대는 야구 팬인 임 군을 위해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선수들의 피규어를 선물하기도 했다. 면담에 앞서 정부는 이날 국무회의에서 살생물질에 대한 정부 사전 승인제를 도입하고, 불법 제품 발견 시 해당 기업에 10억 원 미만의 과징금을 부여하는 내용의 가습기 살균제 관련법 개정안을 심의, 의결했다. 이와 함께 청와대는 정부 예산을 출연해 피해구제 재원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면담 자리에 참석한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는 “가습기 살균제 법이 가진 한계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복지 정책은 국민의 삶을 책임지는 민생 정책인 동시에 일자리 정책이고, 가계의 처분소득을 늘려주는 소득 정책”이라며 복지 정책 발굴을 주문했다. 취임 초부터 강조한 일자리 창출에 이어 소득주도 성장론의 또 다른 한 축인 복지 드라이브를 본격적으로 걸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또 문 대통령은 “몰카(몰래 카메라) 영상물이나 합성사진 등은 온라인으로 순식간에 퍼지고 당사자에게 큰 피해를 주기 때문에 신속한 대응이 필수”라며 “하지만 몰카 신고가 들어오면 심의에만 한 달이 걸린다고 하는데 이래서는 피해 확산을 막을 수가 없을 것”이라며 몰카 범죄 처벌 강화와 피해자 보호 대책 강구를 지시했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지난 10년 우리 사회에서 무너진 게 많은데 가장 심하게 참담하게 무너진 부분이 우리 방송, 특히 공영방송 쪽이 아닐까.”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청와대에서 열린 신임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 임명식에서 이렇게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 위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지난 정권에서 방송을 정권의 목적에 따라 장악하면서 많은 부작용이 있었다”며 “방송의 독립성을 충분히 보장해주고 그런 가운데 언론의 자유가 회복될 수 있도록 방통위원장께서 각별히 관심 가져 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신임 방통위원장은 오랜 세월 만난 적이 없고 원래도 개인적으로 안면이 없는 분”이라며 “그런 분을 방통위원장으로 모신 것은 그야말로 방송을, 정치적 독립을 유지해야 되겠다는 생각에서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이 위원장은 “통신은 정치적으로 관심이 없는데, 방송은 너무 정치적으로 해석이 되기 때문에 여당 야당 할 것 없이 관심이 많아 부담스러운 측면도 있다”며 “어떤 정권에도 좌우되지 않는 정말 불편부당한 방송을 만들도록 전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공영방송 정상화는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다. 문 대통령은 대선 당시 한 TV 토론회에서 해직 언론인 전원 복직과 정권이 방송을 장악하지 못하게 하기 위한 지배구조 개선 등을 밝힌 바 있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달 MBC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해 2012년 파업 후 노조원에 대한 경영진의 부당 노동행위를 조사한 바 있다. 여권 관계자는 “특별근로감독 결과 부당행위가 드러나면 방통위원장이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들에 대한 관리감독권을 행사할 수 있다”며 “감독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할 경우 방문진 이사 교체가 가능하고, 최종적으로 MBC 사장 교체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야당은 문 대통령의 ‘공영방송 정상화’가 또 다른 방송 장악 음모라고 비판했다. 자유한국당 방송장악저지투쟁위원장인 강효상 의원은 이날 “문 대통령은 보수정권을 탓하기 전에 좌파정권 10년에서 언론사 세무조사, 기자실 대못박기, 공영방송사 사장에 정연주, 최문순 사장을 임명했던 코드 인사부터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유근형 noel@donga.com·박훈상 기자}

7일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 도발 후 열흘 만에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 통화는 오전 7시 58분부터 8시 54분까지 56분 동안 이뤄졌다. 양 정상 간 통화는 문 대통령 취임 축하 전화에 이어 두 번째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 문제의 평화적 해결이라는 ‘베를린 구상’ 기조에 다시 한 번 공감을 얻어내면서도 한국의 자체 방위력 증강 등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도 남북 대화의 실효성,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 부분에 대해 언급하는 등 미묘한 온도 차를 드러내기도 했다. 한미 정상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안 채택에 긍정적 평가를 내놨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엔 안보리가 중국 러시아를 포함한 전 이사국의 만장일치로 유례없이 강력하고 포괄적인 대북제재 결의안을 채택한 것은 매우 중요한 상황 변화였다”며 강력한 압박과 제재에 대한 확고한 입장을 전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북한 도발 직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잔여 발사대 4기 추가 배치를 결정한 사실을 직접 설명하면서 한국의 탄도미사일 탄두 증량, 핵잠수함 추진 등 자체 방위력 증강을 역설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적극 협력하겠다”는 입장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뉴저지주 베드민스터의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휴가를 즐기던 중 문 대통령의 전화를 받았고, 당초 회담 시작 2분 전에 “통화할 준비가 됐다”며 적극성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아주 좋다’, ‘감사하다’ 등의 표현을 여섯 번이나 할 정도로 분위기가 좋았다”고 전했다. 한미 정상은 통화 후 각각 트위터에 통화 사실을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남북 대화 추진에 대해서는 미묘한 입장 차를 드러내기도 했다. 줄곧 문 대통령의 북한 문제 해결 방안을 경청하던 트럼프 대통령은 40여 분 만에야 “정말 궁금해서 묻는데, 실제로 북한과 대화 시도를 해보셨냐?”며 대화 기조에 의문을 표시하는 첫 질문을 던졌다. 한반도에서의 전쟁 참상은 용인할 수 없다고 강조한 문 대통령은 “지금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거나 폐기할 때까지 제재와 압박을 해야지, 대화를 할 때가 아니다”라며 “제가 제안한 대북 대화의 본질은 남북 적십자회담을 통한 이산가족 상봉 등 인도적 조치와 핫라인 복원을 통해 우발적 충돌을 막는 것이 요체이지, 핵과 미사일 문제를 직접 해결하기 위한 대화 제의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핵·미사일 문제의 해결 주체는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국제사회이고, 이산가족 상봉 등 남북 관계 개선은 한국이 주도하는 투 트랙 접근을 트럼프 대통령이 섞어서 생각하지 않도록 선을 그어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대북제재 국면이 강화되면서 문 대통령이 언급했던 남한의 독자제재 카드가 더 없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일단은 유엔 안보리 제재를 기반으로 대북 공조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중반 이후 “미국은 한미동맹을 위해 막대한 국방예산을 지출하고 있다”고 강조하며 화제를 한미 FTA 개정 협상으로 전환하기도 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내년 국방비 지출을 늘릴 것이고, 상당 부분이 미국 첨단무기 구입에 쓰일 것인데, 무역적자 규모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취지로 대응했다고 박 대변인은 설명했다. 야권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의 안보 구상에 대해 별 코멘트 없이 듣기만 한 것이 한국의 역할에 별 관심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일 수 있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이낙연 국무총리(사진)는 4일 이른바 ‘용가리 과자(질소과자)’를 먹은 초등학생이 위에 구멍이 나 응급수술을 받은 사건과 관련해 “이는 살인 행위”라며 정부 차원의 강력한 대책을 주문했다. 용가리 과자는 용기에 질소를 주입한 형태로 판매되며, 먹으면 용처럼 입에서 연기가 나 어린이들 사이에서 유명해진 과자다. 이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총리실 일일간부회의에서 “어린이가 즐겨 먹는 식품과 어린이용품에 관한 안전 관리는 지금보다 더 엄격해야 하고, 어떠한 빈틈도 있어서는 안 된다”며 산업통상자원부, 환경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관련 부처에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이어 이 총리는 “어린이 안전과 관련해서는 용기에 주의 의무를 기재하는 것만으로 조치가 완료됐다고 생각해서는 안 되며, 어떤 일도 일어날 수 있다고 전제하고 안전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초등학생 A 군은 1일 충남 천안의 한 워터파크 주변 이동식 상점에서 용가리 과자를 먹고 쓰러진 뒤 위에 5cm가량의 구멍이 생겨 봉합수술을 받은 바 있다. 액체질소의 온도는 영하 200도에 달해 닿는 부위가 곧바로 괴사한다. 보통 액체질소는 상온에서 곧바로 기화되지만 양이 많거나 시간이 충분하지 않을 경우 일부 액체로 남는데, 이때 위장에 들어가면 천공이 생길 수 있다. 이 총리는 어린이 먹거리 문제 전반에 대한 점검도 주문했다. 그는 “저출산 시대에 어린이 안전 문제를 국민이 안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다른 규제는 완화하더라도 안전 및 생명과 관련된 규제는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식약처는 액체질소 등 식품첨가물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유근형 noel@donga.com·이지훈 기자}

한국과 미국, 일본의 안보 책임자들이 3일 화상회의를 갖고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 도발 대응에 대해 최대한의 제재와 압박에 나서기로 합의했다. 한미일이 북한의 2차 ICBM 도발 이후 첫 회의에서 압박 수위를 최고조로 높이기로 합의하면서 중국과 러시아를 향한 동참 요구도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윤영찬 대통령국민소통수석비서관은 이날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허버트 맥매스터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야치 쇼타로(谷內正太郞) 일본 국가보장국 국장이 오후 9시부터 약 70분 동안 북한 ICBM 도발에 대한 후속 대응을 위해 화상회의를 가졌다”며 “3국 안보담당 책임자들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한반도와 동북아는 물론이고 전 세계의 평화와 안정에 심각한 도전과 위협이라는 인식을 재확인하고, 북한의 추가 도발을 억지하기 위하여 유엔 안보리 결의 등을 통한 최대한의 압박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윤 수석은 또 “올바른 조건하에서는 북한과의 대화가 가능할 것임을 확인하고 북한을 대화로 유도하기 위해서는 한미일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의 일치된 제재와 압박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다만 한미일은 ‘최대한의 압박과 제재’에 뜻을 같이하면서도 한반도의 군사적 행동에 대해서는 거리를 뒀다. 정 안보실장은 “최대한의 압박과 제재의 궁극적 목표는 북한을 대화로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며 “한반도에서의 긴장이 불필요하게 고조되지 않도록 유의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고 윤 수석은 전했다. 한미일 안보담당 최고 책임자가 화상회의를 통해 안보 현안을 한자리에서 논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트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2차 ICBM 도발 이후 아직 전화 통화를 하지 않은 상황에서 청와대가 안보담당 책임자 간 화상회의를 가진 것은 ‘코리아 패싱’(한국 건너뛰기) 논란을 차단하겠다는 의도도 담겨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한상준 alwaysj@donga.com·유근형 기자}

“한쪽에선 참여정부(노무현 정부) 부동산 정책의 재탕으로 실패를 반복할 것이라는 지적이 있고, 다른 한쪽에선 보유세를 왜 뺐느냐는 얘기를 한다.” 김수현 대통령사회수석비서관(사진)은 3일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8·2부동산대책’에 대한 비판의 두 축을 언급하며 직접 설명에 나섰다. 먼저 문재인 정부가 역대 가장 강력한 부동산 대책으로 평가받는 2005년 ‘8·31부동산대책’ 등으로도 집값을 잡지 못한 노무현 정부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비판에 대해 김 수석은 자신이 국민경제비서관으로 주도한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결과적으로 실패라고 인정했다. 그는 다만 “노무현 정부에서 부동산 대책을 17번 발표했지만 (결과적으로) 집값이 많이 올랐다는 점에서 명백한 실패”라면서도 “(그나마) 대출 규제(LTV·주택담보인정비율, DTI·총부채상환비율)를 강화한 2007년부터 부동산 시장이 안정되기 시작했고, 이후 전 세계가 겪은 부동산 폭락을 경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노무현 정부 말에 도입한 대출 규제는 어느 정도 효과를 봤고 현재 부동산 급등세를 잡을 카드라는 것이다. 정부는 8·2대책에서 대출 규제(LTV, DTI)를 각각 40%로 강화했다. 김 수석은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두 달 동안 부동산 가격이 급등한 것에 대해서도 적극 해명했다. 그는 “이명박 박근혜 정부 동안 노무현 정부가 만든 부동산 관련 규제가 완화됐고, 특히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가 주도한) ‘초이노믹스’, 민간분양가 상한제 폐지 등이 부동산 시장을 부추겼다”고 주장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 도입했던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인상을 이번 대책에서 제외한 데 대해서도 김 수석은 “‘겁을 먹었느냐. 종부세 트라우마가 있느냐’는 이야기를 한다. (이번 대책에 포함된) 양도세 중과는 (집을 팔 때) 발생한 소득에 부과하는 세금이지만, 보유세는 정규소득에서 내는 만큼 조세저항이 심하고, 서민에게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 대책의 타깃인 다주택자들이 “조금만 버티자”는 심리로 주택을 매물로 내놓지 않을 경우 8·2대책의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는 점이 청와대로선 고민이다. 거래가 끊기고 청약 시장이 위축되면 오히려 실수요자, 무주택자들의 내 집 마련 기회가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수석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시기를 내년 4월까지 유예한 것은 내년 이사철까지 (집을) 팔 기회를 드리며 퇴로를 열어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여름휴가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2일 휴가지인 경남 창원시 진해 해군기지 내 공관에서 랴미자르드 랴쿠두 인도네시아 국방장관을 접견했다. 휴가 중이지만 한국산 잠수함을 세계 최초로 수입한 인도네시아 당국자들을 만난 것이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이날 경남 거제시 옥포조선소에서 대우조선해양이 만든 국산 1400t급 잠수함 ‘나가파사’함을 인도받았고, 2018년까지 총 3대를 도입할 예정. 문 대통령은 이날 접견에서 “2018년 이후 2차 잠수함 사업에서도 한국이 다시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말했다고 윤영찬 대통령국민소통수석비서관은 전했다. 방산비리 척결 작업은 그대로 진행하면서도 제대로 된 방산산업 발전과 수출은 장려하겠다는 것이다. 인도네시아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생산한 국산 훈련기 KT-1과 T-50 계열의 한국산 항공기를 도입한 바 있다. 인도네시아는 한국형 전투기(KF-X) 사업의 파트너로 전체 개발비의 20%(1조7000억 원)를 부담하고 있고, 2026년 사업 완료 후 전투기 약 50대를 도입할 예정이다. 윤 수석은 “문 대통령은 북한이 벌써 핵잠수함을 보유하고 있고,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쏜다는 얘기가 나오는 상황에서 잠수함이 전략적으로 굉장히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야권은 일제히 문 대통령의 휴가를 비판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전 대표는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대화를 제안했지만, 그 밖의 미 인사들은 강경한 태도를 보인다. 문 대통령이 운전석을 비워두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은 (휴가 도중 청와대로) 절대 안 돌아온다”며 “북한의 도발에 일희일비하는 모습을 노출하는 게 더 국익과 배치된다”고 일축했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수년 전에 국내에서 미국 하버드대 교수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이 베스트셀러에 오른 적이 있다. 수많은 사람이 그 책을 샀지만 끝까지 읽은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다. 저도 그중에 하나이지만 이렇게 어려운 책이 베스트셀러에 오른 것은 세계에서 대한민국뿐일 것이다.” 이낙연 국무총리(사진)가 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갑자기 ‘정의론’을 꺼냈다. 이 총리는 시장의 불공정거래 문제를 언급하면서 “그 현상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저는 대한민국에 사는 수많은 시민들이 불의를 체험하거나 목격하고 있고, 그래서 정의에 목말라 있다는 것이 이 어려운 책이 베스트셀러에 오른 배경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총리는 “어느 분야든 과도한 불공정거래가 횡행하는 것을 묵과·방치해서는 결코 정의로운 대한민국으로 갈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 총리는 방송계 내부의 불공정거래 해소를 당부하며 “방송통신위원회, 문화체육관광부, 공정거래위원회 등이 잘 협의해 실효성 있는 시정 방안을 마련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이 총리는 “안보·외교 상황이 대단히 급박한데, 국무위원들이 소관이 아닌 문제에 대해서도 일정한 정도의 정보와 인식의 공유가 있어야 한다”며 사드, 북한 미사일 도발, 원전 갈등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숙지’를 당부했다. 이어 그는 “노동, 세제 분야에서 오랫동안 묵었던 문제들을 풀기 위한 혁신적 정책들이 연달아 나오고 있다”며 “이런 정책들은 하나하나가 저항이나 갈등에 부딪힐 수가 있고, 또 일정한 범위 안에서의 부작용도 나올 수 있기 때문에 해당 부처는 준비를 정교하게 해야 하고, 또 국회와 언론을 포함해 국민들과 원활하게 소통을 해서 이해를 높여야만 정책들이 성공해 갈 수가 있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이 휴가 중이기도 하지만 이 총리가 내각 장악력을 높이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정부는 공론화 기간에 탈(脫)원전 정책 기조를 강조하거나 앞으로 전기요금이 오르지 않을 것이라는 등의 지침성 발언은 하지 말아야 한다.” 1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사회적 수용성을 갖는 신고리 5, 6호기 공론화 추진 방안’에 대한 토론회에서 각계 전문가들은 공론화위원회의 활동에 정부가 중립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탈원전을 공약으로 내세운 정부와 여당의 발언이 조사에 참여할 일반 국민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이어졌다. 이번 토론회는 공론화위가 후원하고, 공론화위 위원들도 참관했기 때문에 제시된 방안들 가운데 일부는 공론화위 활동에 실제로 반영될 가능성이 있다. 전문가들은 공론화 과정의 독립성과 공정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발제자로 나선 은재호 한국행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부가 ‘탈핵’을 이야기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고, 환경단체와 친(親)원전 단체가 여론을 동원하는 것도 자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론조사를 앞둔 국민들의 중립적 판단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임채영 한국원자력학회 총무이사도 “정부가 월성 1호기를 조기 폐쇄하겠다는 방침 등을 언급하면 원전 자체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키워 신고리 토론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했다. 반면 환경단체에서는 “국민들의 정확한 정보 전달을 위해 반드시 양측의 이런 여론전이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일부 전문가는 공론화위의 논의 대상을 신고리 5, 6호기 중단 여부에 국한하지 말고 더 확대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박진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공론화위 안건을 신고리 5, 6호기 공사 중단뿐 아니라 탈원전 여부까지로 넓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공론화위가 350명으로 제시한 2차 조사 대상자 수는 원전 이해 관계자의 참여를 늘리기 위해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영희 가톨릭대 사회학과 교수는 “결정의 대표성 확보를 위해 참가자는 많을수록 좋다. 최소 500명은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신고리 5, 6호기 공사 중단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시민 의견수렴 비용으로 46억3100만 원이 책정됐다. 정부는 이날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2017년도 일반회계 일반예비비 지출안을 의결했다. 이 비용에는 공론화위의 90일간 활동비, 2만 명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여론조사 비용, 공청회 개최비 등이 포함됐다. 신고리 5, 6호기 중단에 반대하고 있는 한국수력원자력 노동조합과 원자력공학과 교수들은 이날 공론화위의 활동중지 가처분 신청을 서울중앙지법에 냈다. 신청인들은 정부가 에너지위원회의 심의 없이 공론화위를 구성한 건 법적 절차를 어긴 것이라고 주장했다. 에너지법에 따르면 주요 에너지 정책과 관련된 사회적 갈등 상황이 생길 경우 정부는 에너지위원회 심의위원회를 구성해 심의해야 한다. 이에 대해 신지형 녹색법률센터 부소장은 “설치에 근거 법률이 없다는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고 반박했다.세종=이건혁 gun@donga.com / 유근형 기자}

“외교안보 사안은 실시간으로 보고받고 있다. 그 외엔 별도의 화상보고를 하는 것조차 자제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강원 평창군에 이어 두 번째 여름 휴가지인 경남 창원시 진해에서 하루를 보낸 1일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응하기 위해 화상보고 시설이 갖춰진 진해 군 휴양시설에 여장을 풀었다. 이 관계자는 “외교안보는 실시간으로 챙기면서도, 휴가 그 자체에 집중하는 모습을 국민들께 보여드리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별도의 공개 일정 없이 진해 휴양시설을 산책하는 등 최대한 휴식에 집중한 것으로 알려졌다. 역대 대통령들은 휴가 기간에 읽은 도서 목록을 공개해 왔지만, 이조차도 공개하지 않았다. 앞서 청와대는 등산 애호가인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강원 평창군 진부면 오대산을 오르는 사진을 공개했다. 문 대통령은 오대산 정상이 아닌 중턱인 상원사 길을 걸었다. 전문 등산복 대신 흰색 와이셔츠에 검은색 바지를 입었다. 간간이 가랑비가 내리는 덥고 습한 날씨로 머리카락과 와이셔츠가 땀에 젖었다. 문 대통령은 산을 오르며 만난 시민들과 악수를 나누고 사진 촬영 요청에 일일이 응했다.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유독 어린이들의 사진 촬영 요청을 거절하지 않아 ‘찍대문(사진 찍어주는 대통령 문재인)’이라는 수식어가 붙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이 당초 예정보다 2, 3일 빨리 복귀할 것이라는 말도 나왔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이 도발했다고 대통령이 휴가를 안 가거나 조기 복귀하면 북에 끌려 다니는 듯한 인상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정부와 여당이 환경 영향이나 갈등 발생 등과 같은 사회적 비용을 반영해 전기 생산비용 산정 방식을 새로 만들기로 했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탈(脫)원전 정책으로 전기요금이 오른다는 반론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31일 국회에서 탈원전 정책을 주제로 당정협의를 열고 “탈원전 정책 추진이 전기요금 폭탄으로 이어진다는 주장은 잘못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신고리 5, 6호기 건설 일시 중단으로 전기요금이 폭등할 것이라는 일각의 주장을 반박하면서 나온 언급이다. 김태년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탈원전 정책으로 최대 33배까지 요금이 오른다는 것은 비현실적인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사회적 비용은 경제적으로 계산되지 않는 환경과 사회적 갈등, 정책 위험(리스크) 등을 수치로 환산한 것이다.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조만간 사회적 비용을 반영한 전기 생산 비용을 계산하기 위한 연구용역을 발주하기로 했다. 한편 이낙연 국무총리는 이날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신고리 5, 6호기 논란에 대해 “신고리공론화위원회를 통해 시민들이 내리는 결과를 전폭적으로 수용해서 정부가 ‘결정’하겠다”며 “최종 결정은 정부가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공론화위에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는 비판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세종=이건혁 gun@donga.com / 유근형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 도발에 대처하기 위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이르면 5일 전화 통화를 할 예정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31일 “한미 정상 간 전화 회담이 확정돼 최종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며 “대통령이 여름휴가에서 복귀하는 5일경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31일 오전 50분가량 북한의 미사일 도발과 관련해 전화한 것을 의식해 일정이 확정되기도 전에 트럼프와의 통화 계획을 공개한 것이다. 청와대는 한미 정상 간 통화가 다소 늦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북한 미사일 발사 직후인 지난달 29일 오전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이미 전화로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며 “지금 당장은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해도 (딱히) 할 이야기가 없고, 시간이 조금 지나면 정세 변화가 있고 대화 필요성도 생길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휴가지에서도 원하면 얼마든지 트럼프와 통화할 수 있다. 실제로 5월 대선 후 문 대통령은 자택에서 트럼프와 통화했다. 청와대는 일본 정부의 요청에 따라 아베 총리와의 전화 통화도 추진 중이라고 덧붙였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오전 6박 7일 일정으로 여름휴가를 떠났다. 북한이 28일 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 발사 도발을 감행한 지 이틀 만이다. 문 대통령은 당초 29일 휴가지로 출발할 예정이었지만, 북한 도발에 대응하느라 출발을 하루 미뤘다. 문 대통령은 부인 김정숙 여사와 이날 강원 평창군을 방문해 겨울올림픽 조직위원회 관계자들과 경기장 시설을 둘러봤다. 이후 경남 창원시 진해의 군부대 내 휴양시설로 이동해 휴식하다 5일 귀경할 계획이다. 윤영찬 대통령국민소통수석비서관은 30일 “200일도 채 남지 않은 올림픽에 대한 국내외 관심을 고조시키기 위해 평창을 선택했다”며 “북한 미사일 발사 상황을 신속하게 보고받고 화상회의를 진행하면서 군 통수권자로서 지휘권을 행사하기 위해 군 시설을 휴가지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북한이 도발을 감행한 직후 휴가를 떠난다는 것 자체를 놓고 설왕설래가 많다. 북한에 주는 무언의 메시지라는 긍정적 해석도 있다. 북이 도발할 때마다 대통령의 일정을 급변경하는 등 일희일비하는 모습을 노출하기보다는 최대한 차분한 대응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긴장 고조→한국 제외한 북-미 대화’를 노리는 북의 의도에 말려들지 않겠다는 대통령의 의지를 드러낸 행보라는 분석도 있다. 일각에선 주변국들의 기류가 시시각각 변화하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하루 이틀 더 청와대를 지켰어야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야권 관계자는 “기존 대북 기조보다 강력한 제재를 시사한 마당에 후속 조치 없이 휴가를 가는 게 다소 무책임하다”고 말했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신임 통상교섭본부장에 노무현 정부 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이끌었던 김현종 세계무역기구(WTO) 상소위원(58)이 임명됐다. 또 신임 관세청장에는 이례적으로 검사 출신 ‘수사통’ 김영문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52)가 발탁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30일 이 같은 내용의 차관급 인사를 단행했다.○ ‘한미 FTA’의 산증인, 다시 구원투수로 임명 김현종 본부장 임명은 미국의 한미 FTA 개정 요구에 대응해 정부가 뽑아들 수밖에 없었던 예상된 인사라는 평가가 많다. 김병연 전 주(駐)노르웨이 대사의 아들인 김 본부장은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4년 당시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을 맡아 노 전 대통령에게 한미 FTA를 설득해 협상을 주도했고 2007년 협정문에 서명까지 한 ‘한미 FTA의 산증인’이다. 김 본부장의 복귀는 2007년 8월 주유엔 대표부 대사로 자리를 옮기며 통상교섭본부장에서 물러난 지 10년 만이다. 관가에서는 김 본부장의 ‘컴백’을 오래전부터 예상해왔다. 국내엔 김 본부장만큼 통상 분야에 정통한 전문가가 없다. 정치적으로도 지난해 2월 더불어민주당에 합류하며 문 대통령과 인연을 이어갔다. 다만 현재 맡고 있는 WTO 상소위원에서 사퇴하면 90일간 정부직을 맡지 못한다는 규정 때문에 김 본부장 발탁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90일 규정은 그 기간 중 남은 소송을 처리하라는 취지인데, 김 본부장은 이미 본인의 소송을 다 마무리해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 본부장의 임명으로 한국이 WTO에서 어렵게 따낸 상소위원 자리를 포기해야 한다는 점에서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 본부장 역시 WTO 상소위원 활동을 하면서 내심 WTO 사무총장 자리까지 노렸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번에 위원직을 스스로 내놓으면서 그 꿈이 사실상 무산될 처지에 놓였다. 김 본부장은 당장 미국의 한미 FTA 개정 요구에 대응해 양국 특별공동위 공동의장을 맡아 개정 협상을 전면에서 이끌게 된다. 통상교섭본부장은 정부 직제상 차관급이지만 대외적으로는 ‘통상장관’의 지위가 부여된다. 김 본부장의 임명에 대해 정치권은 대체로 환영하는 반응을 보였지만 노무현 정부 당시 한미 FTA에 반대했던 여권 일각과 농민단체 등에서는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靑 “외부인사로 관세청 개혁 주도할 적임자” 관세청장에 검사 출신이 발탁된 것은 1978년 12월 이후 처음이다. 이택규 1대 청장(1970년 8월∼1974년 2월)과 최대현 2대 청장(1974년 2월∼1978년 12월)이 검사 출신이었다. 이후엔 주로 행정고시 출신의 기획재정부 고위 관료나 내부 승진자가 청장직을 맡아왔다. 김영문 신임 청장의 임명에 따라 면세점 사업자 선정 비리 등에 연루돼 여론의 질타를 받았던 관세청에 강도 높은 개혁 조치가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관세청은 2015년 면세점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점수를 조작해 특정 기업에 특혜를 준 것으로 드러났다. 김낙회 전 청장은 비리 의혹과 관련해 24일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고, 천홍욱 전 청장은 임명 전 최순실 씨의 측근이었던 고영태 씨와 ‘비밀 면접’을 보고 취임 이튿날에도 최 씨를 만나 식사하며 “실망시키지 않겠다”고 말했다. 김 신임 청장은 법무부 보호법제과장과 범죄예방기획과장,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장 등을 거쳤고 국제범죄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윤영찬 대통령국민소통수석비서관은 “관세청과 관련해 여러 가지 내부 개혁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기 때문에 외부 인사로 개혁을 주도해 갈 적임자를 찾았다”고 밝혔다. 이번 인사에 관세청과 기재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관세청 관계자는 “내부 혁신을 주문할 것은 알고 있었지만 검사 출신이 올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이건혁 gun@donga.com·유근형·황형준 기자}
탈(脫)원전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는 문재인 정부가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의 위원 구성 규정을 바꿔 원전 규제를 보다 강화할 방침이다. 원자력의 안전규제를 독립적으로 담당하라고 만들었지만 사실상 정부의 원전 정책의 ‘거수기’ 역할을 해왔다는 비판을 받았던 원안위를 개혁해 정권이 바뀐 뒤에도 원전 폐쇄 등에 대해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26일 청와대 관계자는 “원안위 독립성 강화를 위한 법률 개정을 추진 중”이라며 “원안위를 대통령직속 위원회로 격상하고 위원들의 다양성과 대표성을 넓히는 방향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 건설과 운영, 폐쇄 여부 등을 결정하는 원안위 위원은 정부와 국회에서 위원을 추천해 대통령이 임명하는 방식이지만 원전 이해관계자들이 참석할 수 있도록 위원 구성을 대폭 개편하겠다는 것. 여권 관계자는 “위원 수를 더 늘리고 다양한 의견을 반영할 수 있도록 범위를 넓히는 방향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취지”라며 “현재 위원 구성 개편을 위해 원안위가 국내외 사례 등을 분석하며 개선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부여당이 추천해 임명한 위원만으로도 원전 관련 사항을 결정할 수 있는 현 위원 구성 분포도 바뀔 수 있다. 현재는 총리가 차관급 위원장을 추천하면 위원장이 위원 4명의 임명을 제청하고, 여야가 2명씩 추천해 9명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결국 정부와 여당 추천 위원만으로 절반이 넘는 만큼 원안위가 원전 건설과 중단, 폐쇄 등 중요한 결정을 할 때 정부의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못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문재인 대통령이 조기 폐쇄 방침을 밝힌 월성 1호기 수명 연장이 이뤄진 2015년 당시 원안위는 표결에 반대하는 위원 2명이 퇴장한 가운데 참가 위원 7명의 찬성으로 계속 운전을 허가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19일 고리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원자력 안전을 대통령이 직접 점검하고 챙기겠다”며 “원자력안전위원회를 대통령직속 위원회로 승격해 위상을 높이고 다양성과 대표성, 독립성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지속 가능한 탈원전로드맵 이행을 염두에 둔 조치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가 탈원전 정책의 일환으로 노후 원전 폐쇄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원안위의 기능을 강화해 정권이 바뀌더라도 올해 발표될 탈원전로드맵이 안정적으로 이행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다. 정부는 2030년까지 노후 원전 11기의 폐쇄를 추진하고 있지만 이 중 9기는 문재인 정부 임기 이후 중단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유근형 noel@donga.com·문병기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74%로 일주일 전보다 6%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갤럽이 18일부터 20일까지 전국 성인 1012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95% 신뢰 수준에서 표본오차 ±3.1%포인트)에 따르면 문 대통령이 “잘하고 있다”고 답한 사람은 전체 응답자의 74%로 나타났다. 한국갤럽이 문 대통령 취임 후 진행한 여론조사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문 대통령은 6월 넷째 주 지지율이 79%로 떨어진 것을 제외하고는 줄곧 80%대 고공 지지율을 유지해왔다. 문 대통령의 직무수행을 부정적으로 평가한 이유로는 최저임금 인상(12%), 인사문제(11%), 원전정책(10%), 보복정치(8%) 등이 꼽혔다. 야당과 본격적으로 대립각을 세우면서 보수층이 일부 결집한 것이다. 실제로 보수 성향이 강한 대구경북 지역은 지지율이 59%로 가장 낮았는데, 일주일 전보다 14%포인트 급감한 것이다. 연령별로도 50대(75%→67%)와 60대 이상(62%→57%)에서 각각 8%포인트와 5%포인트가 떨어지는 등 낙폭이 컸다. 한국갤럽은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지지층, 진보 성향, 호남을 제외한 응답자 대부분에서 지지율이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취임 70일을 넘긴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역대 대통령과 비교해 아직 높은 수준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취임 후 석 달 동안 평균 52%의 지지율에 머물렀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평균 42%에 그쳤다. 박 전 대통령은 지지율이 가장 높을 때도 56%였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과 함께 집권여당인 민주당의 지지율도 46%로 일주일 전보다 3%포인트 하락했다. 자유한국당은 2%포인트 오른 11%로 2위를 지켰다. 한국당과 보수 적통 경쟁을 펼치고 있는 바른정당은 1%포인트 하락하면서 정의당과 함께 8%를 기록했다. 국민의당은 5%로 가장 낮은 정당 지지율을 나타내 보였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이 이르면 26일 대기업 전문 경영인 등을 초청해 취임 후 처음 재계와 공식 상견례를 한다. 재벌 총수보다 전문 경영인 위주로 초청하면서 해당 회사 노조위원장, 사원 대표를 함께 만나는 파격적인 자리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21일 청와대와 재계에 따르면 문 대통령과 재계 대표들의 만남은 당초 8월 중순으로 추진됐지만 법인세 인상, 일자리 창출, 최저임금 등 경제 현안이 급부상하면서 다소 당겨진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회동 날짜, 기업의 수와 구체적인 대상은 아직 조율 중이지만 10∼20개 기업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당초 예전처럼 대기업 총수들과의 회동을 제안했다. 하지만 청와대의 생각은 달랐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청와대와의 조율을 거치며 총수에서 전문 경영인 참석 위주로 가닥이 잡혔다”고 말했다. 특히 사원 대표와 노조위원장까지 한자리에 부르는 방안은 청와대가 재계에 ‘역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과 기업 간 첫 회동에 노조위원장 및 일반 사원이 참석한 전례는 없다. 재계는 청와대가 정경유착 등 국정 농단 사태를 빚은 박근혜 정권과 차별화하기 위해 ‘노사정 대담’ 형식을 선택한 것으로 해석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취임 후 5개월 만인 2003년 6월 1일에야 청와대가 아닌 근처의 한 삼계탕집에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등 주요 그룹 총수들을 만났다. 노 전 대통령은 대선 기간 재벌과 대기업을 ‘기득권’으로 지칭하며 적대적인 시각을 보인 만큼 대통령이 된 후 총수들을 아예 만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많았다. 이런 냉랭한 분위기를 신발을 벗고 앉아 식사하는 삼계탕집 회동이라는 파격적인 형식으로 풀어낸 것이다. 이날 회담을 계기로 재계와의 해빙 무드가 이어졌다.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경제민주화’를 선언하며 대기업과 거리를 뒀던 박근혜 전 대통령은 예상과 달리 당선 7일 만인 2012년 12월 26일 전국경제인연합회를 찾아 총수들을 만났다. 하지만 같은 날 오전 중소기업인들을 먼저 찾았다. 중소기업중앙회를 먼저 방문한 자리에서 박 전 대통령은 “중소기업 대통령이 되겠다”고 말했다. ‘기업 프렌들리’를 내세웠던 이명박 전 대통령은 총수들과의 만남에 주저함이 없었다. 당선 9일 뒤 전경련을 첫 경제계 방문지로 택했다. 국립서울현충원 참배를 제외하면 첫 공식 일정이었다. 이 전 대통령은 “기업인들의 건의를 들으러 왔다”며 총수들에게 일일이 악수를 먼저 청하며 친근감을 표했다. 도시락 식사를 하며 진행된 간담회는 시종 밝고 화기애애했다. 문 대통령은 이번 회동에서 ‘사람 중심 경제와 국민 성장’이라는 새 정부 경제철학을 강조하고, 신성장동력 확보, 민간 일자리 창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 등 현안에 대한 재계 의견을 청취할 예정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은 의례적인 만남이 아닌 생산적인 토론이 이뤄지는 자리가 되길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A그룹 관계자는 “재벌 총수들을 한자리에 불러 모으는 보여 주기식 행사보다는 실제 회사를 운영하고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전문 경영인들과 구체적인 안건을 논의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전문 경영인들은 이번 만남에서 협력업체들과 상생 경영을 하는 한편,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약속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규제개혁과 더불어 중국과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 해결 및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대책 마련을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위원장들은 성과연봉제 폐지 등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이은택 nabi@donga.com·유근형 기자}
“탈원전, 신고리 5, 6호기 중단, 공론조사 등을 군사작전처럼 밀어붙인다는 비판이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임명됐으니 제대로 설명됐으면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21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탈원전 정책과 관련해 “우리 정부에서 영구 정지된 고리 1호기에 이어, 전력 수급계획에 이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된다면 월성 1호기도 중단될 수도 있고, 2030년까지 몇 개 더 폐쇄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미 가동에 들어간 신고리 3호기 설계 수명이 60년이다”며 “지금 건설 중인 신고리 4호기, 신한울 1, 2호기 모두 수명이 60년이라 이것만으로도 원전은 2079년까지 가동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60여 년간 서서히 줄여나가는 것을 감당하지 못한다면 말이 안 된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탈원전 공약이 아니더라도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도록 정책 방향이 잡혀 있다”며 “석탄에너지를 줄이고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을 더 늘려야 하지만, 전기요금이 크게 높아질 정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신고리 5, 6호기는 원래 전면 중단한다는 것이 제 공약이다. 부산경남 지역 사회 요구도 그랬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6월 공사가 승인됐고 건설이 강행돼 이미 공정이 28%에 달한다. 또 지역 일자리 타격 등 반대 의견도 있어 우리 공약이었지만 밀어붙이지 않고 공론조사를 통해 결정하기로 합리적 선택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공론조사를 통해 가부 결정이 나오면 받아들여져야 하며, 앞으로도 사회적 갈등 해결의 모델로 삼아야 한다”고 문 대통령은 강조했다. 이와 함께 이날 회의에서 정부는 육아휴직 급여를 현재의 2배 수준(최대 150만 원, 통상임금의 80%)으로 높이고 배우자의 출산휴가도 5일에서 10일로 늘리기로 발표했다. 인구절벽 위기의 원인이 되고 있는 초저출산을 극복하기 위한 대책인데 재원 부담에 대한 우려도 일부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은 “청년고용 문제와 실업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결국 저출산의 해법”이라며 “모든 국가적 노력을 다해야 할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선 저출산 극복 방안과 4차 산업혁명 선도를 위한 연구개발(R&D) 지원 방안, 민생안정 방안 등에 대한 주무 부처 장차관들의 발표와 토론이 있었다. 특히 저출산 문제에 대해 활발한 토론이 이뤄졌다고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전했다.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은 “독박육아란 말이 나올 정도”라며 “성평등 의식은 높아지는데 아빠들 육아휴직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육아 부담을 부모 모두가 아닌 여성 혼자 짊어지는 현상을 ‘독박육아’라고 표현한 것이다.문병기 weappon@donga.com·유근형 기자}
청와대가 현 국정상황실에서 발견된 이전 정부 문건 504건의 주요 내용을 20일 공개했다. 14일 민정수석실, 17일 정무수석실에서 각각 발견된 전 정부 문건을 공개한 데 이어 세 번째 공개다. 청와대 발표에 따르면 해당 문건들은 2014년 3월부터 2016년 10월까지 작성됐고, 박근혜 정부 시절 정책조정수석 산하 기획비서관실이 사용하던 현 국정상황실에서 발견됐다. 내용은 △보수 이념 확산을 위해 보수단체 재정 지원 검토와 보수논객 육성 프로그램 활성화 △카카오톡의 좌편향된 샤프(#) 검색 기능 개선 △삼성물산 합병안에 대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에 정부 개입 여부 등이 들어 있다. 17일 공개 때보다 비교적 자세한 내용을 밝힌 것이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특정 이념 확산 방안을 청와대가 직접 주도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특히 ‘삼성물산 합병’ 관련 문건에는 ‘해외 헤지펀드의 공격적 경영권 간섭에 대해 국민연금을 적극 활용하되 정부가 대기업을 지원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도록 위원 구성에 신중해야 하고 관계부처는 한목소리를 낼 것’, 서울시 청년수당 관련 문건에는 ‘정부가 무조건 반대한다는 프레임이 작동하지 않도록 하면서 서울시의 부당성을 알려 나가야’ 등의 세부 표현이 담겨 있다. 박 대변인은 “문건의 개요를 일부 공개한 것은 이 문건들이 (일정 기간 공개할 수 없는) 대통령지정기록물이 아니라 일반기록물이라고 판단했고, 위법 소지가 있는 지시를 담고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문건 내용 공개를 ‘대통령기록물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야당의 공세를 청와대가 적극 반박한 것이다. 청와대는 1, 2차 공개 문건과 마찬가지로 3차 문건 사본을 특검에 제출하고, 원본은 대통령기록관에 이관할 예정이다. 국가안보실에서 추가로 다량 발견된 문건은 분석을 마친 뒤 다음 주 초 4차 공개를 진행할 계획이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