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특교

구특교 기자

동아일보 경영전략실 경영총괄팀

구독 20

추천

진심어린 따뜻함으로 사람과 세상을 바라보겠습니다. 일이 안 될 때는 현장으로 가 직접 두 발로 뛰겠습니다.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취재하겠습니다.

kootg@donga.com

취재분야

2025-11-21~2025-12-21
산업44%
기획27%
기업10%
사회일반7%
정치일반3%
건설3%
사고3%
경제일반3%
  • 檢, 보좌관 압수수색영장 4건 기각… 경찰 부글부글

    경찰이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의원의 전 보좌관 한모 씨(49)에 대해 신청한 압수수색영장 4건을 검찰이 기각한 것을 놓고 검경이 25일 공방을 벌였다. 한 전 보좌관은 지난해 9월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 핵심 회원인 A 씨(온라인 닉네임 ‘성원’)에게서 500만 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24일 검찰에 한 씨의 △통화 내역 △계좌 내역 △자택 △휴대전화 △국회 김경수 의원 사무실 △경남 김해 김 의원 지역구 사무실 등 6건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했다. 하지만 검찰은 통화 및 계좌 내역 신청을 뺀 4건에 대한 영장을 기각했다. 결국 경찰은 통화 및 계좌 내역에 대한 압수수색영장만 법원에서 발부받았다. 경찰은 검찰의 결정에 불만을 제기했다. 경찰 관계자는 “통화 및 계좌 내역에 대한 영장이 법원에서 발부됐다는 것은 범죄 혐의가 어느 정도 소명됐다는 걸 뜻하는데 나머지 4건을 왜 검찰이 기각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경찰은 기각된 압수수색영장을 보완해 다시 신청할 계획이다. 반면 검찰은 “강제수사의 필요성과 상당성이 부족하고 수사 자료가 미진해 영장을 보강해 오라고 한 것인데 경찰이 괜한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검찰 관계자는 “강제수사를 하기 위해선 수사 대상자에 대한 범죄 사실이 확정되거나 관련성이 있다는 소명자료가 있어야 된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영장 기각이 언론에 공개된 것에 대해서도 불쾌해했다. 영장 신청이 기각됐으면 보강해서 재신청하면 될 일이지, 경찰이 수사 중인 사실을 대상자에게 사실상 알려주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검찰이 지난해 5월 선거관리위원회의 수사 의뢰를 받아 같은 해 10월 김 씨를 무혐의 처분한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최근 수사기록을 보내달라고 검찰에 요구했다. 검찰이 직접 수사한 사건 기록을 경찰이 요구하는 것은 전례가 거의 없는 일이다. 대검찰청은 의정부지검 고양지청과 기록 대출 여부를 협의 중이다. 구특교 kootg@donga.com·황형준 기자}

    • 2018-04-2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단독]김경수, 드루킹에 홍보 요청한 기사는 ‘홍준표, 문재인에 밀려’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의원(51)이 ‘드루킹’ 김동원 씨(49·구속 기소)에게 “홍보해 주세요”라고 요청한 기사는 ‘문재인 10분 내 제압한다던 홍준표, 文에 밀려’로 23일 확인됐다. 지난해 4월 첫 번째 대선후보 합동토론회 때 보도된 기사였다. 또 김 의원이 “네이버 댓글은 원래 반응이 이런가요”라는 메시지와 함께 인터넷접속주소(URL)를 보낸 기사는 ‘문재인 “정부가 일자리 창출” 안철수 “중기·벤처가 만들어야”’였다. 김 씨가 지난달 구속되기 전 김 의원에게 메시지를 보내 ‘보좌관 돈거래’ 사실을 언급하며 협박한 사실도 드러났다.○ 기사 2건만 메시지 함께 보냈다 김 의원은 2016년 11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언론 기사 URL 10개를 김 씨에게 보냈다. 그중 대선 후보 TV토론회를 다룬 기사 URL 2개에만 ‘메시지’를 달았다. 23일 본보가 두 기사의 댓글을 분석해 보니 2017년 4월 13일 ‘홍준표, 文에 밀려’ 기사의 경우 처음부터 다섯 번째 댓글까지 추천 수가 모두 1000개가 넘었다. 그 결과 추천 수 1∼5위의 댓글이 됐다. 이 가운데 4개 댓글이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는 내용이었다. 기사는 첫 토론회에서 문 후보를 10분 안에 제압하겠다던 홍 후보가 정작 문 후보에게 밀렸다는 내용이다. 올 2월 김 의원 인터뷰 기사에 드루킹 일당으로 추정되는 아이디(ID)로 ‘김경수 오사카’라는 댓글이 달렸는데 ‘홍준표, 文에 밀려’ 기사에서도 같은 아이디 일부가 확인됐다. 김 의원이 네이버 댓글 반응을 거론하며 URL을 보낸 건 같은 달 4월 28일 열린 TV토론회 기사다. 일자리 창출 방안에 대한 문 후보와 안철수 후보의 다른 해법을 소개한 내용이다. 기사에는 3500여 개의 댓글이 달렸다. 초반 댓글은 안 후보와 유승민 후보를 지지하는 분위기였다. “일자리 창출은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두 후보 주장에 공감하는 반응이 많았다. 반면 문 후보의 “정부가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부정적이었다. 그러나 다음 날부터 문 후보를 옹호하는 댓글이 잇달아 올라왔다. 그 결과 5000개 가까운 추천을 받아 상단에 노출된 댓글 1, 2위는 홍준표 후보를 비판하는 내용이었다. 기사 내용은 문 후보와 안 후보, 유 후보의 발언을 비중 있게 다뤘고 댓글도 대부분 관련된 내용인데 정작 베스트 댓글의 주인공은 홍 후보였다. 경찰은 드루킹 일당이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두 기사 댓글의 추천 수를 불법적으로 늘려 여론을 조작했는지 조사 중이다. 김 의원이 그 과정에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도 수사를 벌이고 있다.○ 드루킹, 구속 열흘 전 김 의원 ‘협박’ 김 씨가 두 차례에 걸쳐 김 의원을 협박한 사실도 확인됐다. 경찰에 따르면 김 씨는 지난달 15일 보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메시지를 통해 김 의원의 보좌관 한모 씨에게 준 500만 원을 거론했다. 김 의원은 처음 텔레그램으로 김 씨의 협박 메시지를 받고 “황당하다. 확인해 보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몇 시간 뒤 다른 SNS인 시그널을 통해 같은 내용의 협박 메시지를 받고 “(한 보좌관에게) 사표를 받았다”고 답했다. 협박 메시지와 답변이 오간 대화방은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두 사람의 새로운 대화방이다. 김 씨는 이 대화방을 삭제했지만 캡처 사진을 따로 보관했다. 경찰이 이를 확보한 것이다. 한 보좌관이 김 씨 측으로부터 500만 원을 받은 건 지난해 9월. 그로부터 6개월 후 김 씨는 돈거래 사실을 알리며 김 의원을 협박한 것이다. 그로부터 10일 후 김 씨는 구속됐다. 이어 다음 날인 지난달 26일 한 보좌관은 김 씨 측에 돈을 돌려줬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등 야3당은 이날 ‘댓글 여론조작 사건 특별검사 설치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조동주 djc@donga.com·구특교·김동혁 기자}

    • 2018-04-2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文치매설 수사의뢰’ 기사에 지지댓글 순식간 폭증… 분위기 반전

    2017년 3월 중순 19대 대통령 선거를 약 2개월 앞두고 온라인에서 때 아닌 ‘문재인 치매설’이 퍼졌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의 단순 실수를 모아 ‘치매 의심 증상’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같은 달 13일 문 전 대표 캠프는 수사 의뢰 등 강력한 법적 대응 방침을 밝혔다. 이날 오후 4시 44분 ‘문재인 측, ‘치매설’ 유포자 경찰에 수사의뢰…“강력대응”’이라는 제목의 한 통신사 보도가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올라왔다. 처음 약 4시간 동안 반응은 부정적이었다. “대인배는 못 된다” 같은 비판성 댓글이 10개 중 9개꼴이었다. 그러다 한순간에 분위기가 바뀌었다. 같은 날 오후 9시 37분 갑자기 문 전 대표를 옹호하는 댓글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유포자를) 평생 감옥에서 썩게 해라” “철저한 수사 부탁합니다” 등이었다. 5분 사이에 50개가 넘었다. ‘tuna****’라는 아이디의 누리꾼은 “강력하게 해야 한다. 의도적인 흑색선전이다. 봐주면 안 된다”라는 댓글을 남겼다. ‘드루킹’ 김동원 씨(49·구속 기소)가 사용하는 블로그 아이디(ID)가 바로 ‘tuna69’이다. 네이버 정책에 따라 댓글 게시자의 아이디 일부가 자동으로 가려진다. 또 다른 댓글 아이디 몇 개는 올 2월 일부 기사에 ‘김경수 오사카’ 댓글을 달았던 김 씨 일당과 같은 아이디였다. 이후 댓글 여론도 요동쳤다. 강력처벌을 요구하는 댓글의 ‘추천(공감)’이 늘어났다. 오후 9시 49분 “꼭 잡아서 엄하게 처벌하자”는 댓글은 공감 수가 2446개나 됐다. 그 대신 비판성 댓글은 ‘비공감’이 늘어났다. 갑자기 분위기가 바뀌자 일부 누리꾼이 조작을 의심하는 댓글을 달 정도였다. 경찰 수사 결과 문제의 기사는 이 무렵 민주당 김경수 의원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텔레그램을 통해 김 씨에게 보낸 것이었다. 20일 본보는 2016년 11월∼지난해 10월 김 의원이 김 씨에게 보낸 인터넷접속주소(URL)로 확인한 기사 10건을 분석했다. 그중 2건은 오래전 해당 언론사에 의해 삭제됐고 2건은 댓글이 없었다. 나머지 6건 중 5건에서 김 씨 일당으로 보이는 아이디와 비정상적 추천 같은 의심스러운 정황이 발견됐다. 특히 김 의원이 URL을 김 씨에게 보낸 때는 대체로 정치적 환경이나 대선정국에서 당시 민주당과 문 후보에게 긍정적 여론이 필요할 때였다. 지난해 4월 13일 대선후보 합동토론회가 열렸다. 당시 문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오차 범위 안에서 접전 중이었다. 김 씨 일당으로 추정되는 이들은 김 의원이 보낸 토론회 관련 기사에 “홍준표 땡큐∼∼” 같은 댓글을 달았다. 당시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가 토론을 망쳤다며 고마워한다는 뜻이다. 투표일을 일주일 앞둔 5월 2일 ‘막판 실수 땐 치명상…문 캠프 SNS·댄스 자제령’이라는 기사에는 김 씨의 아이디로 추정되는 누리꾼이 “더민주가 믿음직스럽다”는 댓글을 달았다. 김 의원은 자신의 언론 인터뷰 URL도 보냈다. 김 씨 일당으로 보이는 누리꾼(ID rose****)이 “존경합니다!!! 파이팅!!!”이라는 내용을 남겼다. 그러나 이 기사의 ‘베스트 댓글’ 1, 2위는 현재 삭제된 상태다. 김 의원이 보낸 기사와 별개로 드루킹 일당의 댓글 순위 조작이 추가로 확인된 기사 6건에서도 비슷한 유형이 반복됐다. 205개 아이디가 18개 댓글에 비정상적으로 접근해 공감 794개를 눌렀다. 이들 아이디는 1월 17일 김 씨 일당이 사용한 아이디 614개에 포함돼 있다. 6건 중 4건은 3월 16일, 2건은 18일 등록된 것이다. 국정 지지도, 사드와 남북문제, 개헌 등 모두 현 정권과 관련한 굵직한 이슈를 다룬 기사다. 하지만 보이스피싱 등 주요 현안과 거리가 있는 기사도 있었다.구특교 kootg@donga.com·조응형·김자현 기자}

    • 2018-04-2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택배 손수레 끌고 200m ‘낑낑’… 車막는 아파트가 시간 1.5배 더 걸려

    13일 오전 11시경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 A아파트. 택배 차량 한 대가 아파트 단지 입구에 멈췄다. 여기서 더 이상 들어갈 수 없었다. 이곳은 택배 차량 ‘출입 금지’ 아파트다. 지하주차장 진입도 어렵다. 택배 차량 높이는 2.5m인데 주차장 입구 높이가 2.3m이다. ‘택배 분쟁’이 발생한 경기 남양주시 다산신도시의 한 아파트와 판박이다. 이날 기자는 택배 차량에 타고 직접 배송에 나섰다. 짐칸에서 상자 20여 개를 손수레로 옮겼다. 키 180cm인 기자의 가슴까지 상자가 쌓였다. 단지 입구에서 손수레를 끌고 각 동으로 향했다. 가장 안쪽의 동까지 가는데 200m 가까이 걸어야 했다. 그렇게 택배 차량과 각 동을 6차례 왕복한 뒤 배송이 끝났다. 1시간이 훌쩍 지났다. 함께 배송한 택배기사 송모 씨(29)는 “비나 눈이 오는 날 생수와 쌀처럼 무거운 짐을 옮길 때는 말 그대로 끔찍하다”고 말했다.○ 입구 막히니 시간 1.5배 더 걸려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10시간 동안 택배 차량을 타고 마곡지구 일대를 돌았다. 이곳은 다산신도시처럼 새로 지은 아파트가 많다. 일부 아파트는 지상의 차량 출입을 제한했다. 다산신도시 아파트처럼 단지 내 교통사고 발생 등 안전을 고려한 결정이다. 하지만 B아파트는 택배 차량의 단지 내부 진입이 가능하다. 사실 B아파트도 택배 차량 진입을 막았던 적이 있다. 지난해 택배 차량이 과속으로 달리는 걸 본 한 주민이 관리사무소에 “택배 차량 진입을 막아 달라”고 건의한 것이다. 손수레 배송이 시작되자 택배를 옮기는 시간이 1시간 이상 늘어났다. 이 아파트 배송을 맡고 있던 송 씨는 체력적으로 버티기가 힘들었다. 결국 택배를 주문한 아파트 주민을 한 명씩 만날 때마다 상황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했다. 불안해하는 주민에게 안전 운행을 약속했다. 송 씨의 진정성은 통했다. 일주일도 안 돼 입구 통제가 풀렸다. 그 후 송 씨는 약속대로 아파트 단지에서 안전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그는 “기어를 항상 1단에 놓고 늘 주변을 살피며 운전한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는 A아파트에서 3시간 50분 동안 택배 물건 150여 개를 배송했다. 개당 90초가량 걸렸다. B아파트에서는 1시간 반 동안 90개 남짓 배송했다. 개당 약 60초가 소요됐다. 단지 진입이 불가능한 A아파트의 배송 시간이 약 1.5배 길었다. ○ 소통과 이해로 해결할 수 있다 18일 다시 마곡지구를 찾았다.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과 주민, 택배기사를 만났다. 대부분 실버택배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노인복지를 위해 지역사회 구성원이 뜻을 모아 추진한 것이 아닌 탓이다. 아파트 주민과 택배기사 사이에 불신이 남은 상태에서 실버택배는 그저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A아파트에서 만난 한 택배기사는 “실버택배 도입 후 만약 파손이나 분실이 발생하면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관리사무소 측은 “택배가 분실될 때마다 폐쇄회로(CC)TV를 돌려 봐야 하고 경찰까지 부르는 일이 잦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결국 아파트 주민과 택배기사 사이에 신뢰를 쌓는 게 더 중요할 수밖에 없다. B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우리도 다산신도시와 비슷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주민과 택배기사가 머리를 맞대고 이야기하면서 진입 금지 방침을 철회했다”고 말했다. 5세 아이를 둔 주민 이모 씨(41·여)는 “솔직히 걱정은 있다. 하지만 서로 문제되지 않게 노력한다. 택배기사들도 트럭 뒤에 아이들이 있는지 확인하는 등 운전할 때 조심하는 게 느껴진다”고 말했다.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 2018-04-2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퇴근길 이슈] ‘손수레 배송’ 시간은? 기자가 직접 택배기사 체험해보니

    13일 오전 11시경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 A아파트. 택배차량 한 대가 아파트 단지 입구에 멈췄다. 하지만 더 이상 들어갈 수없었다. 이곳은 택배차량 ‘출입 금지’ 아파트다. 지하주차장 진입도 어렵다. 택배차량 높이는 2.5m인데 주차장 입구가 2.3m이다. ‘택배 분쟁’이 발생한 경기 남양주시 다산신도시의 한 아파트와 판박이다. 이날 기자는 택배차량에 타고 직접 배송에 나섰다. 짐칸에서 상자 20여 개를 손수레로 옮겼다. 키 180㎝인 기자의 가슴까지 상자가 쌓였다. 단지 입구에서 손수레를 끌고 각 동으로 향했다. 가장 안쪽의 동까지 가는데 200m 가까이 걸어야 했다. 그렇게 택배차량과 각 동을 6차례 왕복한 뒤 배송이 끝났다. 1시간이 훌쩍 지났다. 함께 배송한 택배기사 송모 씨(29)는 “비나 눈이 올 때 생수와 쌀처럼 무거운 짐을 옮길 때는 말 그대로 끔찍하다”고 말했다.● 입구 막히니 시간 1.5배 더 걸려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10시간 동안 택배차량을 타고 마곡지구 일대를 돌았다. 이곳은 다산신도시처럼 새로 지은 아파트가 많다. 일부 아파트는 지상의 차량 출입을 제한했다. 다산신도시 아파트처럼 단지 내 교통사고 발생 등 안전을 고려한 결정이다. 하지만 B아파트는 택배차량의 단지 내부 진입이 가능하다. 사실 B아파트도 택배차량 진입을 막았던 적이 있다. 지난해 택배차량이 과속으로 달리는 걸 본 한 주민이 관리사무소에 “택배차량 진입을 막아 달라”고 건의한 것이다. 손수레 배송이 시작되자 택배를 옮기는 시간이 1시간 이상 늘어났다. 이 아파트 배송을 맡고 있던 송 씨는 체력적으로 버티기가 힘들었다. 결국 택배를 주문한 아파트 주민을 한 명씩 만날 때마다 상황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했다. 불안해하는 주민에게 안전운행을 약속했다. 송 씨의 진정성은 통했다. 일주일도 안돼 입구 통제가 풀렸다. 그후 송 씨는 약속대로 아파트 단지에서 안전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그는 “기어를 항상 1단에 놓고 늘 주변을 살피며 운전한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는 A아파트에서 3시간 50분 동안 택배 150여 개를 배송했다. 1개당 90초가량 걸렸다. B아파트에서는 1시간 반 동안 90개 남짓 배송했다. 1개당 약 60초가 소요됐다. 단지 진입이 불가능한 A아파트의 배송시간이 약 1.5배 길었다. ● 소통과 이해로 해결할 수 있다 18일 다시 마곡지구를 찾았다. 아파트 관리사무소와 주민, 택배기사를 만났다. 대부분 실버택배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노인복지를 위해 지역사회 구성원이 뜻을 모아 추진한 것이 아닌 탓이다. 아파트 주민과 택배기사 사이에 불신이 남은 상태에서 실버택배는 그저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A아파트에서 만난 한 택배기사는 “실버택배 도입 후 만약 파손이나 분실이 발생하면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관리사무소 측은 “택배가 분실될 때마다 폐쇄회로(CC)TV를 돌려봐야 하고 경찰까지 부르는 일이 잦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결국 실버택배를 도입하더라도 아파트 주민과 택배기사 사이에 신뢰가 필수라는 뜻이다. B아파트에 사는 권모 씨(42·여)는 “물론 택배차량이 다니지 않는 것보다 조금 불안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택배기사들도 특별히 주의해서 운전하기로 약속했고 엄마들도 아이들 안전에 신경을 더 쓰면서 많이 나아졌다. 그렇게 서로 배려하고 조심하는 게 맞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택배회사와 주민이 대화의 기회를 만드는 게 가장 먼저 필요하다. 이를 바탕으로 단지별 배송 매뉴얼을 만드는 등 상생방안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 2018-04-19
    • 좋아요
    • 코멘트
  • [단독]‘오사카 총영사’ 거절당하자… 직접 댓글 달며 여론전

    댓글 여론 조작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동원 씨(49·온라인 닉네임 ‘드루킹’)가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의원에게 주오사카 총영사 인사 청탁을 했다가 거절당하자 추종 세력들을 동원해 김 의원에게 ‘댓글 공격’을 한 것으로 18일 확인됐다. 김 씨 등이 댓글 순위를 조작한 것에 그친 게 아니라 직접 댓글을 작성해 여론전을 벌인 것이다. 본보는 김 씨가 운영한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 회원으로 추정되는 인물 27명이 온라인 기사에 단 댓글 300여 개를 분석했다. ○ ‘언제나 응원’→‘신의 없는’ 돌변 경공모 회원들은 올 2월 21일까지 김 의원을 지지하고 칭송하는 댓글을 달았다. ‘김경수는 역시 대성할 굿(good) 정치인’(1월 20일) ‘일 잘하는 김경수 파이팅’(2월 21일) ‘김경수 의원님♥ 언제나 응원할게요’(2월 21일) 등이다. 하지만 다음 날인 2월 22일부터 댓글은 김 의원 비난으로 돌변했다. ‘약속 안 지키면서 개혁을 말하나? 김경수 믿을 수 있나?’ ‘약속이 공수표야’ 등의 댓글이 줄지어 달렸다. 특히 김 씨로 추정되는 누리꾼(ID tuna****)이 2월 23, 24일 김 의원 관련 기사에 ‘신의 없는 정치인 김경수’라는 댓글을 남긴 이후 김 의원을 공격하는 댓글이 급격히 늘었다. 당시 댓글 중에는 ‘김경수 오사카’도 있다. 이때는 김 의원이 김 씨의 주오사카 총영사 후보 추천을 청와대에 전달했지만 거부당한 직후다. 김 의원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김 씨에게) 오사카 총영사로는 어렵다고 전달을 했는데, 그때부터 반협박성 불만을 표시했다”며 “올해 2월까지 국회 의원회관을 찾아와 무리하게 요구했다”고 밝혔다. 김 씨는 인사 청탁을 거부당하자 2월 22일경 경공모 회원들에게 김 의원을 댓글로 공격하라는 지침을 준 것으로 보인다. 회원들은 이 과정에서 황당한 실수를 하기도 했다. 김 의원과 동명이인인 김경수 화백의 시사만평에 한 회원이 ‘김경수 오사카’라는 댓글을 달았다. 또 회원들의 댓글이 몰린 기사에는 ‘댓글(조작) 표 안 나게 좀 못 하냐?’ ‘댓글 알바 척결이 시급하다’는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매뉴얼’에 맞춰 일사불란 회원들이 김 씨 일당이 제작한 ‘모니터 요원 매뉴얼’을 충실히 이행한 사실도 확인됐다. 매뉴얼의 ‘김상조, 안희정, 전해철, 이재명, 김경수 위주로 작업하라’는 지침대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 안희정 전 충남지사, 전해철 의원 관련 기사에 긍정적인 댓글을 달았다. 반면 이재명 전 성남시장 관련 기사에는 무더기로 악성 댓글을 달았다. 경찰은 김 씨 등 댓글 여론 조작 피의자 5명과 회원들이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는 댓글을 무더기로 작성했는지, 그 과정에서 불법적인 수단을 썼는지를 확인하고 있다. 경찰은 김 씨 등 구속된 피의자 3명의 공범 박모 씨(30)에 대해 댓글 순위를 불법 조작한 혐의(업무방해)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공모에서 온라인 닉네임 ‘서유기’로 활동해온 박 씨는 댓글 여론 조작에 사용된 매크로 프로그램을 공범들에게 제공한 것으로 조사됐다. 박 씨는 김 씨와 경공모 회원들이 아지트로 사용한 경기 파주시 느릅나무 출판사의 운영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설립한 비누업체의 대표를 지냈다.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김정훈·김자현}

    • 2018-04-19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경찰청 민간 자문기구 ‘성평등위원회’ 발족

    경찰 조직 내 성평등문화 형성을 위한 민간 자문기구인 ‘경찰청 성평등위원회’가 17일 발족했다. 위원회는 민간위원 10명과 경찰위원 3명으로 구성됐다. 민간위원은 국민대통합위원회 위원을 지낸 정진성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등 여성 7명과 최영준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 등 남성 3명이 위촉됐다. 경찰위원은 경찰청 소속 민갑룡 차장과 임호선 기획조정관, 이상로 경무인사기획관이 맡았다. 앞으로 위원회는 경찰 조직 내부의 왜곡된 성인지 문화를 개혁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한다. 또 수사 과정에서 여성을 상대로 한 2차 피해 근절을 위해 노력한다. 앞서 경찰개혁위원회는 지난해 10월 경찰에 성평등위원회 구성을 제안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자체 훈령으로 ‘경찰청 성평등위원회 운영 등에 관한 규칙’을 제정해 위원회를 제도화했다. 이 밖에 경찰의 성평등정책을 기획하고 조정할 성평등정책담당관실도 신설됐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성적으로 평등한 사회를 이루려면 국민의 어려움을 듣고 해결하는 경찰부터 남녀가 평등하다는 관점을 가져야 한다. 이를 위해 조직 내 성평등 실현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 2018-04-1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보수세력 조작으로 꾸미려 ‘댓글 공작’… 민주당원 3명중 1명은 친노 온라인 논객

    문재인 정부를 비방하는 인터넷 포털 사이트 댓글 여론을 조작한 혐의로 더불어민주당 권리당원 3명이 구속됐다. 권리당원은 특정 기간 당비를 꾸준히 내고 있는 당원이다. 이들은 보수 진영이 반(反)정부 성향 여론을 조작하는 것처럼 보이게 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네이버 기사 댓글의 추천 수를 인위적으로 늘려 사이트 운영을 방해한 혐의(업무방해)로 김모 씨(48) 등 3명을 구속해 검찰에 넘겼다고 13일 밝혔다. 이번 수사는 민주당이 1월 말 “조작 방식이 국가정보원 댓글 부대와 매우 흡사하다”며 댓글 조작 의혹을 경찰에 고발하고 네이버도 수사를 의뢰해 시작됐다. 수사 결과에 대해 민주당은 이날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1월 17일 네이버에 게재된 ‘남북이 평창 겨울올림픽에 한반도기를 앞세워 공동 입장하고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을 구성한다’ 기사를 비판하는 댓글의 추천 수를 조작했다. 자동으로 특정 작업을 반복하는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아이디(ID) 614개로 추천 수를 높인 것. 추천 수가 많을수록 댓글 리스트 상단에 배치되는 것을 노렸다. 이렇게 조작한 댓글 ‘문체부 청와대 여당 다 실수하는 거다…국민들 뿔났다!!!’(추천 4만2390개), ‘땀 흘린 선수들이 무슨 죄냐?’(추천 4만692개)는 약 3만1000개 전체 댓글 중 ‘공감’ 수 1, 2위에 올랐다. 출판사 동료인 이들은 지난달 21일 경기 파주시 회사 사무실을 경찰이 압수수색하자 휴대용 저장장치(USB메모리)를 화장실 변기에 버리고 물을 내리는 등 증거를 인멸하려다 긴급 체포됐다. 이들은 ‘보수 세력이 여론을 조작하는 것처럼 보이게 하려고 했다’ ‘보수 세력이 사용한다는 매크로 프로그램을 구해서 시험해 보려 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경찰은 이들이 여권 특정 세력과 함께 조직적으로 댓글 여론을 조작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김 씨는 온라인에서 유명한 친노(친노무현) 성향 정치 논객으로 통한다. 그가 2005년부터 운영한 블로그는 누적 방문자가 982만 명이나 된다. 2012년 대선 때는 안철수 후보가 이명박(MB) 전 대통령과 깊이 연관돼 있다는 ‘안철수 MB 아바타’설을 주장하기도 했다. 김 씨는 경찰 조사에서 여권 유력 정치인들 이름을 거론하며 친분을 주장했다고 한다. 한 현직 국회의원과는 지난해 5월 대통령선거 전부터 수시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텔레그램으로 연락을 주고받았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그의 휴대전화와 컴퓨터를 정밀 감식하고 있다. 김 씨는 2월 초 온라인에 유출된 ‘모니터 요원 매뉴얼’이라는 여론 조작 매뉴얼에도 연루된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는 작업 대상인 포털 기사 목록과 댓글 조작의 세부지침이 담겨 있다.구특교 kootg@donga.com·권기범 기자}

    • 2018-04-1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세 여친 연쇄살인 의혹 30대 “두 번째도 내가 살해” 자백

    ‘세 여친(여자친구) 연쇄 사망 사건’ 피의자 최모 씨(31·구속 기소)가 두 번째 여자친구 A 씨(21)도 살해했다고 자백했다. 그동안 최 씨는 세 번째 여자친구 B 씨(23)만 살해했다고 주장했다. 경기 의정부경찰서는 최 씨가 “A 씨가 뇌출혈로 숨진 첫 번째 여자친구에 대해 좋지 않은 말을 지속해 화가 나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자백했다고 13일 밝혔다. 앞서 그는 지난해 12월 B 씨도 같은 이유로 살해한 혐의로 구속됐다. 경찰에 따르면 평소 차량을 타고 함께 돌아다니기를 좋아한 최 씨와 A 씨는 지난해 7월 인천에서 최 씨가 빌린 렌터카를 타고 경기 포천의 야산으로 갔다. 여기서 최 씨는 차량 트렁크에 준비해둔 둔기로 A 씨를 때려 숨지게 했다. 최 씨는 최근 동아일보 기자에게 보낸 자필 편지에서까지도 ‘(당시) 렌터카를 나 혼자만 운전했던 것은 아니다. (이 사건으로) 나를 구설에 오르게 한 것에 대한 책임은 누군가는 꼭 지게 할 것이다’라며 자신이 A 씨를 살해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경찰이 물증을 제시하며 추궁하자 혐의를 시인한 것이다. 경찰은 “뇌출혈로 숨진 첫 번째 여자친구에 대해서는 범죄로 의심될 만한 정황을 아직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구특교 kootg@donga.com·김정훈 기자}

    • 2018-04-1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상담사가 “잘 썼다”며 토씨만 고쳐준 자소서, 서류전형서 탈락

    “아무리 공짜라도 너무한 것 아닌가요?” 최근 정부의 취업지원프로그램 중 하나인 ‘취업성공패키지’에 참여 중인 김경덕(가명·27) 씨는 자기소개서 첨삭 서비스를 받고 이렇게 토로했다. 자소서를 다 뜯어고쳐 달라는 게 아니었다. 단지 기업이 입사지원자에게 궁금해 하는 점을 제대로 답했는지 객관적으로 조언해주길 바랐지만 도움이 안 되는 무성의한 답만 받았다는 것이다. 이런 취업컨설팅은 주로 대학창조일자리센터나 취업성공패키지에서 이뤄진다. 동아일보 청년드림센터와 일자리TF 취재 결과 청년들은 컨설팅의 수준이 낮거나 상담사가 자주 바뀌는 문제로 취업프로그램의 실효성이 낮다고 지적했다. ○ 뻔한 자소서 컨설팅에 서류전형 탈락 본보는 김경덕 씨가 공공기관에 지원하기 전 취업상담사에게 첨삭받은 자소서 원본을 분석했다. 질문에 답하는 방식인 이 자소서에 김 씨는 총 2500자를 적어 담당 상담사에게 건넸다. 상담사는 8줄짜리 답변에서 뻔한 지적과 오자 수정, 어색한 칭찬만 나열했다. 예를 들어 ‘교내 팀별 활동 경험을 소개해 보라’는 항목에 대해 김 씨는 ‘팀장으로서 적극적으로 활동했다’고 썼지만 근거가 부족했다. 본인의 ‘적극성’을 보여주는 사례, 적극적으로 행동한 이유와 결과를 보강해야 했다. 하지만 상담사가 보내온 답변에는 ‘팀원들이 이렇게 이렇게 해서, 뭐 본인의 신뢰도가 더 높아졌다고 넣어주면 좋겠다’는 암호 같은 설명뿐이었다. ‘일의 우선순위를 어떻게 정하는지 기술하라’는 항목에 대한 김 씨의 답은 시간과 보상수준에 따라 정한다는 것이었다. 추상적인 데다 김 씨가 지원하는 공공기관 면접관으로선 동의하기 힘든 논리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상담사는 ‘잘 썼다’며 토씨만 고쳤다. 김 씨는 서류전형에서 탈락했다. 상담사에게 자소서를 다시 봐달라고 요청했지만 열흘이 넘도록 아무런 답도 없었다. 김 씨는 “전문성 없는 컨설팅이라면 안 받는 것보다 못한 것 아니냐”며 “믿고 따랐다가 계속 탈락할까 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취업준비생 박주민(가명·24) 씨는 컨설팅을 받을 때마다 시간 낭비라는 생각이 들었다. 상담사는 박 씨를 만나면 항상 ‘희망직군이 무엇이냐’ ‘어느 회사를 지원했느냐’부터 시작했다. 불과 일주일 전 나눈 이야기도 새까맣게 잊고 있었다. 상담 결과를 축적하지 않고 그때그때 일회성 상담을 하는 것이다. ○ 취업 분야 지식 없이 컨설팅 청년들은 “친절하고 최선을 다하는 컨설턴트도 많다”면서도 컨설팅 정보가 취업준비생들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아쉬워했다. 정보기술(IT) 업계 취업을 준비하던 서정은 씨(29·여)는 취업성공패키지에서 몇 차례 상담을 받았다. 같은 IT 분야라도 희망 직무에 따라 배워야 할 과정이 다르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런 현실을 모르는 상담사는 진로와 무관하게 컴퓨터 교육과정을 추천해줬다. 국내 기업에 대한 상담도 부실하지만 외국계 기업에 대해서는 기초적인 상담도 받기 어려운 형편이다. 최근 경쟁이 치열한 국내 대기업 대신 국내외의 외국계 강소기업에 들어가려는 청년이 많아진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 서울 A대학 창조일자리센터에서 상담받은 조모 씨(22·여)는 “한국 기업과는 전혀 다른 외국계 회사의 채용 방식에 궁금증이 많았지만 컨설턴트가 제대로 설명해주지 못했다”고 말했다.○ 수시로 고용센터 옮겨 다니는 상담사 운 좋게 전문성 있는 컨설턴트를 만나도 금방 담당자가 바뀌는 만큼 지속적인 상담이 어렵다. “헬스케어 업계 취업을 준비하면서 이 분야를 잘 아는 컨설턴트를 만났어요. 취업의 정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는데 갑자기 그분이 사라졌죠. 당황해서 취업준비 커뮤니티에 ‘○○○ 선생님 어디 가셨나요?’라는 글을 올렸어요.”(대학창조일자리센터에서 취업상담을 받은 학생 A 씨) 2월 정부가 주최한 일자리대책 청년간담회에서도 이런 내용이 지적됐지만 개선되지 않고 있다. 당시 한 참석자는 상담의 질을 높이기 위해 상담사 처우 개선과 상담 과정에 대한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상담사 중에는 월급이 200만 원도 안 되는 계약직이 적지 않다. 익명을 요구한 고용센터 내부 관계자는 “상담사 대부분이 비정규직으로 선발되고 있어 서비스의 지속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김수연 sykim@donga.com·구특교 기자}

    • 2018-04-1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취업준비에만 月27만원 청년들 부담 커

    구직난이 심해지는 가운데 취업준비생들이 취업준비를 하는 데 드는 비용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공적 취업컨설팅 프로그램의 질을 높여야 취업준비 과정에서조차 돈 때문에 격차가 벌어지는 양극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취업정보업체 잡코리아가 취업준비생 145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지난해 청년 1인당 취업준비에 드는 비용은 한 달에 27만2300원으로 2년 전보다 4만4000원(19.3%) 늘었다. 정부의 일자리대책TF는 지난해 기준 월평균 취업준비 비용이 45만 원에 이른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민간 컨설팅회사를 통한 자기소개서 첨삭 비용이 만만치 않은 점을 감안하면 서민층 자녀들로선 구직 단계에서 소외감을 느낄 공산이 크다. 취준생들에게 무료로 제공되는 취업컨설팅의 질을 높이려면 ‘전문상담사’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제언한다. 상담사의 역할이 단순 취업상담에 그치는 게 아니라 기업이나 공공기관과의 유기적 관계를 통해 취업알선으로 확대돼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의 청년일자리대책TF 정책참여단 회의에서도 “각 분야와 직무에 특화된 상담사가 배치되면 효과가 높아질 것”이라는 건의가 있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상담사가 컨설팅뿐 아니라 잡무까지 해야 하는 현 상황에서 전문역량을 발휘하기는 쉽지 않다”며 “기업 인사담당자와 연결해주거나 심리상담을 해주는 등 분야별로 전문 컨설턴트를 배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민간 위탁 방식으로 이뤄지는 취업상담의 질을 높이려면 위탁기관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현재는 상담건수와 취업실적 같은 양적인 평가의 비중이 높지만 ‘취업알선에 따른 만족도’ 등 질적인 평가의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학생들이 취업컨설팅을 받는 궁극적인 목적은 상담 그 자체가 아니라 좋은 일자리에 취업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취업상담 프로그램이 현재 위탁업체를 통해 진행되는데 학생들이 전문성이 있다고 느끼기 어려운 수준이다”라면서 “학생들의 서비스 평가에 기초해 위탁기관에 인센티브를 주는 식으로 운영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김수연 sykim@donga.com·구특교 기자}

    • 2018-04-1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퇴근길 청년]“공짜라지만”…전문성 없는 컨설팅에 두 번 우는 청년들

    “아무리 공짜라도 너무한 것 아닌가요?” 최근 정부의 취업지원프로그램 중 하나인 ‘취업성공패키지’에 참여중인 김경덕 씨(가명·27)는 자기소개서 첨삭 서비스를 받고 이렇게 토로했다. 자소서를 다 뜯어고쳐달라는 게 아니었다. 단지 기업이 입사지원자에게 궁금해 하는 점을 제대로 답했는지 객관적으로 조언해주길 바랬지만 도움이 안 되는 무성의한 답만 받았다는 것이다. 이런 취업컨설팅은 주로 대학창조일자리센터나 취업성공패키지에서 이뤄진다. 동아일보 청년드림센터와 일자리TF 취재 결과 청년들은 컨설팅의 수준이 낮거나 상담사가 자주 바뀌는 문제로 취업프로그램의 실효성이 낮다고 지적했다. ● 뻔한 자소서 컨설팅에 서류전형 탈락 본보는 김경덕 씨가 공공기관에 지원하기 전 취업 상담사에게 첨삭 받은 자소서 원본을 분석했다. 질문에 답하는 방식인 이 자소서에 김 씨는 총 2500자를 적어 담당 상담사에게 건넸다. 상담사는 8줄짜리 답변에서 뻔한 지적과 오자 수정, 어색한 칭찬만 나열했다. 예를 들어 ‘교내 팀별 활동 경험을 소개해보라’는 항목에 대해 김 씨는 ‘팀장으로서 적극적으로 활동했다’고 썼지만 근거가 부족했다. 본인의 ‘적극성’을 보여주는 사례, 적극적으로 행동한 이유와 결과를 보강해야 했다. 하지만 상담사가 보내온 답변에는 ‘팀원들이 이렇게 이렇게 해서, 뭐 본인의 신뢰도가 더 높아졌다고 넣어주면 좋겠다’는 암호 같은 설명뿐이었다. ‘일의 우선순위를 어떻게 정하는 지 기술하라’는 항목에 대한 김 씨의 답은 시간과 보상 수준에 따라 정한다는 것이었다. 추상적인 데다 김 씨가 지원하는 공공기관 면접관으로선 동의하기 힘든 논리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상담사는 ‘잘 썼다’며 토씨만 고쳤다. 김 씨는 서류전형에서 탈락했다. 상담사에게 자소서를 다시 봐달라고 요청했지만 10일이 넘도록 아무런 답도 없었다. 김 씨는 “전문성 없는 컨설팅이라면 안 받는 것보다 못한 것 아니냐”며 “믿고 따랐다가 계속 탈락할까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취업준비생 박주민 씨(가명·24)는 컨설팅 때마다 시간 낭비라는 생각이 들었다. 상담사는 박 씨를 만나면 항상 ‘희망직군이 무엇이냐’ ‘어느 회사를 지원했느냐’부터 시작했다. 불과 1주 전 나눈 이야기도 새까맣게 잊고 있었다. 상담 결과를 축적하지 않고 그때그때 1회성 상담을 하는 것이다. 기초 정보부터 설명하느라 상담은 언제나 원점만 맴돌았다. ● 취업 분야 지식없는 상담사 취재팀에 구직경험을 털어놓은 또 다른 청년들은 “친절하고 최선을 다하는 컨설턴드도 많다. 하지만 그들이 가진 정보가 취업준비생들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아쉬워했다. IT업계 취업을 준비하던 서정은 씨(29)는 취업성공패키지에서 몇 차례 상담을 받았다. 같은 IT 분야라 해도 희망 직무에 따라 배워야 할 과정이 다르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런 현실을 모르는 상담사는 서 씨의 진로방향과 무관하게 컴퓨터 교육과정을 추천해줬다. 디자인 직군을 희망하던 이보람 씨(31)도 디자인 학원을 추천해달라고 했지만 상담사는 “그 분야는 잘 모르겠다”고 했다. 결국 이 씨는 혼자 발품을 팔아 학원을 알아봤다. 국내 기업에 대한 상담도 부실하지만 외국계 기업에 대해서는 기초적인 상담도 받기 어려운 형편이다. 최근 국내 대기업 입사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해외나 국내 외국계 강소기업에 들어가려는 청년들이 많아진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 서울 A대학창조일자리센터에서 상담 받은 조모 씨(22·여)는 “한국 기업과는 전혀 다른 외국계 채용방식에 궁금증이 많았지만, 컨설턴트가 제대로 설명해주지 못했다”며 말했다.●수시로 고용센터 옮겨다니는 상담사 운 좋게 전문성 있는 컨설턴트를 만나도 쉽게 담당자가 바뀐다는 점도 문제다. 지속적이 상담을 기대하기 어려운 구조다. “헬스케어 업계 취업을 준비하면서 이 분야를 잘 아는 컨설턴트를 만났어요. 취업의 정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는데, 갑자기 그 분이 사라졌죠. 너무 당황해서 취업준비 커뮤니티에 ‘○○○ 선생님 어디 가셨나요?’라는 글을 올렸어요.”(최근 대학창조일자리센터에서 취업상담을 받은 학생 A 씨) 이는 2월 정부가 주최한 일자리대책 청년간담회에서도 이런 내용이 지적됐지만 개선되지 않고 있다. 당시 한 참가자는 상담의 질을 높이기 위해 상담사 처우개선과 관리강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상담사 중에는 월급이 200만 원도 안 되는 계약직이 적지 않다. 익명을 요구한 고용센터 내부 관계자는 “상담사 대부분이 비정규직으로 선발되고 있어 서비스 지속성이 떨어지기 쉽다”고 말했다. ■ 취업컨설팅의 질 높이려면…“전문 상담사 제도 도입해야”구직난이 심해지는 가운데 취업준비생들이 취업 준비에 드는 비용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대입만이 아니라 구직 분야에서도 돈이 많은 가정의 자녀가 유리해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공적 취업컨설팅 프로그램의 질을 높여야 취업 준비과정에서까지 돈 때문에 격차가 벌어지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본보가 취업정보업체 잡코리아를 통해 취업준비생 145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지난해 청년 1인당 취업준비에 드는 비용은 한달에 27만2300원으로 2년 전보다 4만4000원(19.3%) 늘었다. 정부의 일자리대책TF는 지난해 기준 월평균 취업 준비비용이 45만 원에 이른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취준생들에게 무료로 제공되는 취업컨설팅의 질을 높이려면 ‘전문 상담사’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제언하고 있다. 상담사의 역할이 단순 취업상담에 그치는 게 아니라 기업이나 공공기관과 유기적 관계를 통해 취업알선으로 확대돼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의 청년일자리대책TF 정책참여단 회의에서도 “각 분야와 직무에 특화된 상담사가 배치된다면 효과가 높아질 것”이라는 건의가 있었다. 지난달 15일 발표된 청년고용촉진방안에도 비슷한 방안이 담겼다. 청년들의 취업 희망수요가 높은 분야를 중심으로 전문 상담사를 시범 도입하고, 이를 점진적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컨설턴트를 파견하는 업체를 선정할 때에도 상담경력이 긴 상담사 비율이 높은 기관을 우대 검토할 방침이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상담사가 컨설팅 뿐 아니라 잡무까지 해야 하는 현 상황에서 전문역량을 발휘하는 건 쉽지 않다”며 “기업 인사담당자와 연결해주거나 심리상담을 해주는 등 분야별로 전문 컨설턴트를 배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민간위탁 방식으로 이뤄지는 취업상담의 질을 높이려면 위탁 기관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현재는 상담건수와 취업실적 같은 양적인 평가에 비중이 높지만 ‘취업알선에 따른 만족도’ 등 질적인 평가의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학생들이 취업 컨설팅을 찾는 궁극적인 목적은 상담 그 자체가 아니라 좋은 일자리로 취업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취업상담 프로그램이 현재 위탁업체를 통해 진행되는데 학생들이 느끼기에 전문성 가졌다고 느끼기 어렵다”면서 “학생들의 서비스 평가에 기초해 위탁 기관에 인센티브를 주는 식으로 운영방식을 바꿔야한다”고 말했다.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 2018-04-12
    • 좋아요
    • 코멘트
  • “남편 장애 있어 결혼했나” 이주민 가슴에 대못 박는 사람들

    “남편이 장애가 있나 보네. 멀쩡했으면 동남아 여자랑 결혼했겠어?” 얼마 전 동네 놀이터에서 만난 한 할머니가 A 씨(38·여)에게 던진 말이다. 베트남 출신의 A 씨는 한국인 남편과 결혼해 13년째 한국에 살고 있다. A 씨는 “남편은 멀쩡하다. 사랑해서 결혼했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결국 나는 이방인’이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초등학생인 두 딸이 비슷한 일을 당할 때면 A 씨의 가슴이 미어진다. 어른 중에는 “엄마가 베트남 사람이니 너도 한국말 못하겠네”, “베트남은 못사는 나라라 여기서 사느냐”는 말을 서슴없이 하는 경우가 있다. 학교생활기록부에 “다문화가정의 자녀임에도 불구하고 특정 과목을 잘한다”고 적힌 걸 보고도 서러움을 느꼈다. 담임선생님마저 이주민을 부정적으로 본다는 생각 때문이다. A 씨는 “이주민이 많이 늘어나면서 시선이 바뀌었다고 하지만 일상 생활 속의 차별과 멸시는 내가 처음 한국에 왔을 때와 별반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 ‘이주민 환대지수’ OECD 바닥권 A 씨가 일상에서 경험한 것처럼 한국 사회가 여전히 이주민을 비뚤어진 시선으로 바라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10일 한양대 평화연구소(소장 최진우)에 따르면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3개 회원국 중에서 ‘이주민 환대지수(Hospitality Index)’가 21위(2017년 기준)였다. 꼴찌에서 세 번째였다. 한양대 평화연구소가 개발한 이주민 환대지수는 각 공동체가 이주민을 일상에서 맞아들이는 열린 태도를 지표화한 것이다. 한국보다 순위가 낮은 국가는 멕시코와 터키뿐이었다. 5년 전 한국의 이주민 환대지수도 똑같은 21위였다. 하지만 평균 수치는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주민을 대하는 한국인의 태도가 더 차가워졌다는 뜻이다. 본보 취재팀이 만난 이주민 10명도 “한국이 빠르게 선진화했다지만 이주민을 대하는 차별적 시선은 여전하다”고 입을 모았다. 3년 전 한국인과 결혼해 부산에 살고 있는 베트남 출신 이주여성 B 씨(23)는 얼마 전 한 중년 여성에게 혼쭐이 났다. 지하철 빈자리에 앉아있는데 중년 여성이 다가와 발을 툭툭 치며 “자리에서 비켜”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온 은모 씨(42·여)도 ‘지하철 악몽’을 겪었다. 지하철에서 은 씨의 중국말 대화를 들은 한 60대 남성이 “커피 사 마실 형편도 안 될 텐데 이거라도 마시라”며 자신이 먹던 커피를 은 씨에게 건넨 것이다. ○ 더 은밀해진 ‘일상 속 차별’ 이주민 환대지수를 분석한 결과 한국은 △권리 △소통과 문화 △사회경제 3개 분야 중 유독 ‘소통과 문화’ 영역의 지수가 아주 낮았다. 혈통 중심의 문화 인식이 강하고 저개발국 이주민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 매우 심한 것이다. 모든 이주민이 대표적으로 꼽는 편견과 차별은 가까이 오지 않는 한국인의 모습이다. 이들은 버스나 지하철에서 자신의 양쪽 자리만 비어 있을 때 수치심을 느낀다고 입을 모았다. 네팔 출신 유학생 프라밧 씨(27)는 “식당에서 음식을 주문하려고 했는데 서툰 한국말에 종업원이 ‘주문할 줄 모르면 나가라’고 말해 쫓겨난 적도 있다”고 말했다. 한준성 한양대 평화연구소 연구교수는 “우리나라는 이주민들과 공생할 수 밖에 없는 이민 사회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며 “일반인들이 이주민과 직접 대면하는 일이 드물고 간접적으로만 접하다보니 오해와 오인의 소지가 많은데 이를 최소화하는 교육이 체계적으로 이뤄져야한다”고 말했다.구특교 kootg@donga.com·김정훈·김은지 기자}

    • 2018-04-1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일하는 환경 그대로인데… 지원금 준다고 中企 갈까요?”

    최재웅 씨(29)는 지난해 4월 경기 안산시의 한 심리상담센터에 취업했지만 4개월 만에 퇴사했다. 중소기업 취업자에게 정부가 목돈을 만들어주는 청년내일채움공제(청년공제)에 가입돼 있었지만 잦은 야근에다 급여도 제때 나오지 않는 열악한 환경을 버티지 못했다. 최 씨는 “중소기업의 근무 여건을 개선하지 않는다면 청년공제는 청년들이 불합리한 환경에 묶여 있게 하는 족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2016년부터 청년이 2년간 300만 원을 내면 정부와 기업의 추가 납입금으로 만기 때 1600만 원을 만들어주는 청년공제를 도입했다. 올 3월에는 이 제도를 더욱 확대해 청년이 3년간 600만 원을 내면 3000만 원을 탈 수 있게 해주는 3년 만기형 공제를 도입했다. 임금 측면에서 대기업과의 격차를 줄여주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동아일보 취재팀이 만난 청년들이 생각하는 ‘좋은 일자리’는 돈만 많이 주는 곳이 아니었다.○ ‘돈과 미래를 맞바꿀 생각 없다’ “청년내일채움공제에 든다고 해서 2, 3년이나 중소기업에 붙어 있긴 힘들 것 같아요.” 지난해 9월 수도권의 한 정보기술(IT) 업체에 입사한 김동규(가명·29) 씨의 목표는 뜻밖에도 ‘이직(移職)’이었다. 정부는 중소기업에 오래 근무하면 목돈을 준다지만 김 씨는 돈 때문에 미래가 걸린 기회를 놓칠 수 없다고 했다. 오래 근무해야 불입금을 탈 수 있는 청년공제는 이직이 빈번한 업종에는 ‘그림의 떡’이나 마찬가지다. 장모 씨(31)는 자신이 속한 디자인업계에서는 청년공제로 혜택을 보기 힘들 것이라고 봤다. 업종 특성상 입사 초반에는 계약직으로 근무하며 옮겨 다니는 청년이 많기 때문이다. 장 씨도 벌써 세 번째 회사에 다니고 있다. 그는 “계약직이라서 어쩔 수 없이 이직하는 청년들도 그동안 거친 회사가 중소기업이라면 혜택을 이어갈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 “계약직도 목돈 마련할 기회 달라” 청년들이 이 제도를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김명정 씨(24)는 “중소기업을 준비하는 취준생에게는 근속을 유도할 수 있는 좋은 제도”라며 자신도 취업하면 신청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청년들이 공제제도의 혜택을 고루 누릴 수 있도록 기존 제도를 손질해 달라는 주문도 있었다. 정부는 이달 1일부터 공제제도에 가입할 수 있는 기한을 ‘입사 후 1개월’에서 ‘입사 후 3개월’로 늘렸다. 하지만 이미 시한을 놓친 사람은 대상이 아니다. 작년 말 중소 건축회사에 입사했지만 공제를 신청하지 못한 김모 씨(26)는 “일종의 적금에 드는 셈인데 시한을 둬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기존 취업자들은 중소기업 재직자들을 위한 내일채움공제의 실효성에 의문을 표시했다. 이 제도는 근로자와 회사가 1 대 2 비율로 납입해 5년 동안 목돈을 모아주는 것이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2만2920명이 가입했다. 전체 중소기업 재직자(1350만 명)의 0.2% 수준이다. 기업 참여율도 0.3%에 머물렀다. 이는 기업들이 인건비 추가 부담을 우려해 제도 가입에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소프트웨어 회사에 재직했던 이모 씨(31)는 “내일채움공제를 문의했더니 회사가 오히려 월급을 깎으려 해 가입을 포기하고 퇴사했다”고 했다. 정부는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해 정부 보조금을 3년간 1080만 원으로 높이는 방안을 마련했지만 여전히 기업 부담금이 1200만 원에 이른다. ○ 청년 자존감 높이는 ‘히든 챔피언’ 키워야 청년들을 채용해야 할 기업인들은 공제제도에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경기 김포시의 한 제조업체 대표 박모 씨는 “청년들이 일자리 대책으로 받은 돈을 퇴직금 삼아 퇴사할 것 같다”고 우려했다. 서울의 한 전산업체 대표 박모 씨도 “청년 입사자들로선 3년 뒤 목돈을 받은 다음에는 낮은 연봉을 감수해야 하는데 이를 감당할 청년이 몇이나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시적 정책에 대한 불신이 청년뿐만 아니라 중소기업계에도 퍼져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일자리 정책이 당장의 중소기업 취업률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어 효과가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돈을 얹어주는 것뿐만 아니라 회사에 다니는 것 자체가 자존감을 높이는 ‘히든 챔피언’을 육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일시적 지원책보다 중소기업에 다니면서 소득이 늘 뿐 아니라 희망적인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이건혁 gun@donga.com·구특교·김준일 기자}

    • 2018-04-1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1회용품 안녕… 외출때 텀블러, 여행땐 수저부터 챙기세요

    “추어탕 2인분이랑 뼈 해장국 1인분요. 그릇에 담아놓지 마세요.” 8일 오후 5시 장슬아 씨(34·여·서울 성동구)는 집 근처 단골식당에 주문 전화를 걸었다. 통화 끝에는 늘 그렇듯 “그릇에 담지 말라”고 당부했다. 이유가 있다. 장 씨는 가까운 식당에 음식을 주문할 때면 항상 집에서 쓰는 플라스틱 밀폐용기나 스테인리스 냄비를 들고 간다. 그러면 식당과 장 씨 모두 일회용 그릇을 쓸 필요가 없다. 그는 “그릇을 직접 들고 가면 식당 주인들이 음식을 더 준다. 쓰레기는 줄이고 음식은 더 받으니 일석이조”라고 말했다. 장 씨는 20년차 ‘일회용품 프리(free)족’이다. 일상생활에서 일회용품 사용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일회용 물티슈 대신 손수건을 빨아 쓰고 종이상자와 비닐은 스케치북과 포장지로 재사용한다. 부부와 세 살 아이로 구성된 장 씨 집에서 한 달간 발생하는 쓰레기는 평균 10L(음식물 제외)가 채 안 된다. ○ 텀블러는 기본, 여행 필수품은 ‘수저’ 재활용 쓰레기 수거 대란이 계속되자 집집마다 버리지 못한 비닐이나 플라스틱을 베란다 등에 쌓아놓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일회용품 사용을 최소화해 재활용 쓰레기 발생을 줄여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를 위해 장 씨처럼 일회용품 프리족으로 생활하는 소비자 10명에게 비결을 물었다. 대부분 거창하거나 복잡하지 않고 생활 속에서 쉽게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이들이 공통적으로 추천한 건 텀블러와 장바구니 사용. 지난해 10월부터 3개월간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 캠페인에 참가한 기세현 씨(68)는 “마음만 먹으면 일회용 컵은 99% 사용하지 않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텀블러와 장바구니를 항상 가방에 넣고 다니는 습관만 있어도 일회용품 사용을 훨씬 줄일 수 있다. 이색 비법도 많았다. 신지선 씨(33·여)는 배달음식 주문을 가급적 피하려 노력한다. 불가피하게 주문할 경우 나무젓가락이나 빨대 등 일회용품을 아예 넣어 보내지 말라고 당부한다. 그리고 여행이나 출장을 갈 때는 집에서 쓰는 수저를 꼭 챙긴다. ‘쓰레기 일기’도 꾸준히 작성한다. 가계부 쓰듯 매일 얼마나 일회용품을 사용했는지 기록하며 사용량을 줄인다. 이 밖에 키친타월 대신 귤껍질을 사용해 기름때를 제거할 수도 있다. 식당에서 물티슈를 달라는 대신 직접 손을 씻거나 손수건에 물을 적셔 사용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 ○ 생활 곳곳의 ‘장벽’ 없애야 일회용품 프리족 도전이 쉽지만은 않다. 생활 속 ‘장벽’이 생각보다 높은 탓이다. 8일 오전 11시 김보영 씨(41·여)는 서울 종로구의 한 커피숍을 찾았다. 늘 하던 대로 김 씨는 아메리카노 커피를 주문하며 텀블러를 내밀고 “여기에 담아 달라”고 부탁했다. 20대 초반의 여성 직원이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직원은 “커피 용량을 확인해야 할 것 같다”며 텀블러에 물을 담고 버리기를 반복했다. 김 씨는 “텀블러에 담아주는 걸 귀찮다며 눈치를 주거나 머그컵은 설거지 때문에 귀찮아서 그런지 아예 일회용 컵만 가능하다는 카페도 있다”고 말했다. 일회용품 프리족 10명이 ‘공공의 적’으로 꼽은 건 바로 과대포장이다. 임여훈 씨(43·여)는 장을 볼 때 가급적 비닐포장이 많은 물건을 사지 않는다. 하지만 도저히 피할 수 없는 제품들이 있다. 칫솔과 화장품 샴푸 같은 생필품이다. 임 씨는 “결국 기업에 포장을 최소화한 상품을 팔도록 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승희 한국폐기물자원순환학회장은 “상품 포장은 소비자 노력만으로 바꿀 수 없다. 내용물에 비해 포장을 과다하게 하는 상품 생산을 기업 스스로 줄일 수 있도록 하는 강력한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특교 kootg@donga.com·조응형 기자}

    • 2018-04-1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퇴근길 이슈]돈과 미래를 맞바꿀 생각 없다? 청년도 외면 ‘청년공제’

    최재웅 씨(29)는 지난해 4월 안산의 한 심리상담센터에 취업했지만 4개월만에 퇴사했다. 중소기업 취업자에게 정부가 목돈을 만들어주는 청년내일채움공제(청년공제)에 가입돼 있었지만 잦은 야근에다 급여도 제때 나오지 않는 열악한 환경을 버티지 못했다. 최 씨는 “중소기업의 근무여건을 개선하도록 유도하지 않는다면 청년공제는 청년들이 불합리한 환경에 묶여 있어야 하는 족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2016년부터 청년이 2년 간 300만 원을 내면 정부와 기업의 추가 납입금으로 만기 때 1600만 원을 만들어주는 청년공제를 도입했다. 올 3월에는 이 제도를 더 확대해 청년이 3년간 600만 원을 내면 3000만 원을 탈 수 있게 해주는 3년 만기형 공제를 도입했다. 임금 측면에서 대기업과의 격차를 줄여주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동아일보 취재팀이 만난 청년들이 생각하는 ‘좋은 일자리’는 돈만 많이 주는 곳이 아니었다.● ‘돈과 미래를 맞바꿀 생각 없다’ “청년내일채움공제에 든다고 해서 2, 3년이나 중소기업에 붙어 있긴 힘들 것 같아요.” 지난해 9월 수도권의 한 정보통신(IT) 업체에 입사한 김동규 씨(가명·29)의 목표는 뜻밖에도 ‘이직(移職)’이었다. 정부는 중소기업에 오래 근무하면 목돈을 준다지만 김 씨는 돈 때문에 미래가 걸린 기회를 놓칠 수 없다고 했다. 2년 또는 3년 근속해야 불입금을 탈 수 있는 청년공제는 이직이 빈번한 업종에는 ‘그림의 떡’이나 마찬가지다. 장모 씨(31)는 청년공제가 자신이 속한 디자인업계에서는 혜택을 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봤다. 업종 특성상 대기업이 아니라면 처음에는 계약직으로 근무하는 청년들이 많기 때문이다. 장 씨도 벌써 3번째 회사에 다니고 있다. 그는 “계약직이라서 어쩔 수 없이 이직하는 청년들에게도 그동안 거친 회사가 중소기업이라면 혜택을 이어갈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 “계약직도 목돈 마련할 기회 달라” 청년들이 이 제도를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김명정 씨(24)는 “중소기업을 준비하는 취준생에게는 근속을 유도할 수 있는 좋은 제도”라며 자신도 취업하면 신청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청년공제 제도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청년들에게 충분한 시간을 줘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정부는 최근 공제제도에 가입할 수 있는 기한을 ‘입사 후 1개월’에서 ‘입사 후 3개월’로 늘렸다. 이미 시한이 지나버린 사람도 공제에 가입하도록 소급 적용해달라는 것이다. 기존 취업자들은 중소기업 재직자들을 위한 내일채움공제의 실효성에 의문을 표시했다. 이 제도는 근로자와 회사가 1대 2 비율로 납입해 5년 동안 목돈을 모아주는 것이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올해 3월말 기준 2만2920명이 가입했다. 전체 중소기업 재직자(1350만 명)의 0.2% 수준이다. 기업 참여율도 중소기업 350만 개 중 1만1183개로 0.3%에 머물렀다. 이는 기업들이 인건비 추가 부담을 우려해 제도 가입에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소프트웨어 회사에 재직했던 이모 씨(31)는 “지난해 내일채움공제를 문의했더니 회사가 오히려 월급을 깎으려 해 가입을 포기하고 퇴사했다”고 했다. 정부는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해 정부 보조금을 3년간 1080만 원으로 높이는 방안을 마련했지만 여전히 기업 부담금이 1200만 원에 이른다. ● 청년 자존감 높이는 ‘히든챔피언’ 키워야 청년들을 채용해야 할 기업인들은 공제제도에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경기 김포시의 한 제조업체 대표 박모 씨는 “청년들이 일자리대책으로 받은 돈을 퇴직금 삼아 퇴사할 것 같다”고 우려했다. 서울의 한 전산업체 대표 박모 씨도 “청년 입사자들로선 3년 뒤 목돈을 받은 다음에는 낮은 연봉을 감수해야 하는데 이를 감당할 청년이 몇이나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시적 일자리정책에 대한 불신이 청년 뿐만 아니라 중소기업계에도 퍼져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일자리정책이 당장의 중소기업 취업률을 높이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어 효과가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돈을 얹어주는 것 뿐만 아니라 회사에 다니는 것 자체가 자존감을 높이는 ‘히든 챔피언’을 육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일시적 지원책보다 중소기업에 다니면서 소득이 늘 뿐 아니라 희망적인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한시적인 시범사업”…논란의 ‘고용디딤돌’ 사업, 사실상 폐지 ▼박근혜 정부의 대표적 일자리 정책이었던 ‘고용디딤돌’ 사업이 당초 기대한 고용 효과를 내지 못한 채 2년 여만에 사실상 폐기됐다. 정부가 책상머리에서 만든 정책은 현장에서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입증된 셈이다. 고용디딤돌은 대기업과 공공기관이 직접 취업준비생을 뽑아 훈련시킨 다음 대기업 계열사나 협력업체, 벤처기업에 취업하도록 알선하는 사업이다. 2015년 9월 청년 1만 명에게 일자리 기회를 준다는 취지로 시작한 뒤 대기업 11곳, 공공기관 7곳이 참여했다. 2016년에는 대기업 16곳, 공공기관 17곳으로 확대됐다. 대기업 등의 참여가 늘면서 고용디딤돌이 활성화하는 듯 보였지만 실효성 논란은 꾸준히 제기됐다. 지난해 SK의 고용디딤돌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박정민 씨(가명·24·여)는 “대기업에서의 교육프로그램은 도움이 됐다”면서도 이후 소개 받은 중소기업에서는 회의 때 음료수 세팅이나 대표이사 강연자료 만들기 등 잡일을 도맡아 했다고 전했다. 결국 박 씨는 3개월 후 해당 중소기업에서 취업제안이 왔지만 거절했다. 고용디딤돌 취업 훈련프로그램에 지원되는 재정은 2016년에만 143억 원이었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을 통해 취업한 뒤 지난해 8월 말까지 계속 직장을 다닌 청년은 전체 채용인원의 38.4%에 그쳤다. 고용디딤돌 사업은 지난해 말 종료된 뒤 현재는 ‘국가 인적자원개발 컨소시엄 사업’에 통합됐다. 대기업이 빠진 채 직업훈련과 취업이 모두 중소기업과 공공기관에서 이뤄지는 방식이다. 대기업이 고용의 가교 역할을 한다는 취지의 고용디딤돌과는 성격이 다르다. 고용노동부는 고용디딤돌에 대해 “애초부터 한시적인 시범사업이었다”고 설명하지만 지난 정부 말부터 대기업의 호응이 급격히 줄어 정책 자체를 유지하기 어려웠다. 고용디딤돌을 통합한 국가 인적자원개발 컨소시엄 사업에는 현재 중소기업 28곳과 공공기관 3곳이 참여의사를 밝히고 있다. 정부의 일자리정책 중 상당수가 한시적 시범사업 형태로 추진되지만 수요자의 목소리를 반영하지 못하면 재정만 낭비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종=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세종=이건혁 기자 gun@donga.com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 2018-04-09
    • 좋아요
    • 코멘트
  • 등교뒤 정문 잠그고 강사까지 신분증 대조… 5중 안전장치

    4일 오전 8시 반 서울 영등포구 A초등학교 앞. 카우보이모자를 쓴 학교보안관과 교감선생님이 교문 양쪽에서 등교하는 학생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근처 골목길에선 순찰 중인 경찰관 모습도 보였다. 오전 9시 학교보안관이 육중한 철문을 닫았다. 그리고 자물쇠를 채웠다. 늦게 온 학생 한 명은 보안관이 문을 열어 준 뒤에야 학교 안으로 들어갔다. 이 학교의 출입 관리가 깐깐한 이유가 있다. 8년 전 발생한 ‘김수철 사건’ 탓이다.○ ‘그때 그 사건’ 후 학교가 바뀌었다 2010년 6월 김수철(당시 45세)은 이 학교 운동장에서 여학생(당시 8세)을 납치해 자신의 집으로 데려간 뒤 성폭행했다. 지금의 학교보안관 제도가 바로 김수철 사건 때문에 마련됐다. 사건 당시만 해도 대부분의 학교에는 제대로 된 출입관리 시스템이 없었다. 교문은 24시간 열려 있었고 외부인은 별다른 신분 확인 없이 학교를 드나들었다. 주민들은 학교 운동장을 지름길 삼아 동네를 왕래했다. 하지만 김수철 사건을 계기로 이 학교의 출입 관리는 180도 바뀌었다. 이날 오전 9시 15분경 은색 싼타페 차량 한 대가 교문 앞에 멈췄다. 수업을 위해 정기적으로 학교를 찾는 외부강사였다. 보안관은 신분증과 얼굴을 대조했다. 강사는 방문대장을 모두 작성한 뒤 학교 안으로 들어섰다. 보안관 원모 씨(63)는 “김수철 사건 후 학교가 보안 시스템과 시설물을 꾸준히 보완했다. 안전 매뉴얼을 철저히 따르기 때문에 이제 보안에 철저한 편이다”라고 말했다. 이 학교에는 원 씨 등 보안관 2명이 근무 중이다. 두 사람 모두 검은색 호출기를 몸에 지니고 다닌다. 자리를 비웠을 때 방문자가 정문의 호출 벨을 누르면 호출기가 울린다. 보안관들이 다른 업무 때문에 자리를 비워도 ‘안전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다. 가장 큰 변화는 교문 폐쇄다. 등하교 시간을 제외하고 학교는 모든 출입문을 걸어 잠근다. 학부모라도 출입을 원하면 반드시 신분증을 확인하고 출입기록을 작성해야 한다. 사실 교문 폐쇄나 신원 확인은 모두 교육부 매뉴얼에 있는 내용이다. A초교는 다른 학교와 달리 매뉴얼을 철저히 지킨 것이다. 그래도 빈틈은 있었다. 학부모 행사 등 불특정 다수가 학교를 방문할 때 방문증 발급 절차를 생략할 수 있는 것이다. 학교 측은 이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안전 공백’을 걱정했다. 그래서 올해 도입된 것이 가정통신문이다. 행사를 알리는 가정통신문을 보내면서 아래 부분에 절취할 수 있는 ‘방문확인증’을 붙인 것이다. A초교 교장은 “안전을 위해 여러 방안이 있겠지만 일단 매뉴얼만 지켜도 기본은 한다는 마음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모두가 함께 만든 ‘안전한 학교’ A초교가 출입문을 폐쇄했을 때 일부 주민은 반발했다. 학교 후문을 통하는 코스가 근처 지하철역으로 가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후문 폐쇄 후 한동안 주민과 보안관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졌다. 하지만 ‘불편함’ 때문에 ‘안전’을 포기할 수 없었다. 학교 측은 “학생 안전이 1순위인 것이 맞다”며 수개월에 걸쳐 주민을 설득했다. 지금은 학교 옆 큰길로 돌아가는 문화가 자리를 잡았다. 학부모들도 동참했다. 이날 하교시간 10분 전 학교를 찾은 학부모 안모 씨(37·여)는 안으로 들어가는 대신 교문 앞에서 자녀를 기다렸다. 안 씨는 “조금 오래 서 있어도 불편한 게 낫다. 학교가 적극적으로 아이들 안전에 신경 쓰기 때문에 나도 기꺼이 ‘불편함’에 동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구특교 kootg@donga.com·김자현 기자}

    • 2018-04-0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아무데나 빨리 들어가라고 재촉… 기대 접고 수당만 챙겨”

    《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주관하는 일자리 프로그램이 300개에 육박해도 청년들은 그 효과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연간 20조 원이나 되는 일자리 예산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되고 있는 것은 정책의 가짓수가 적어서가 아니라 집행 과정에 구멍이 뚫렸기 때문이다. 청년과 전문가들은 대중적 인기에 영합하는 각종 수당에만 매몰되지 말고 수요자의 목소리를 반영해 기존 제도를 구조조정하라고 조언하고 있다. 동아일보 청년드림센터와 일자리TF가 대표적 청년 일자리 프로그램인 ‘취업성공패키지’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대안을 모색했다.》“취업준비생들은 절박한데 상담원들은 아무 기업이나 들어가라고 강요하는 듯했어요.” A대 천안캠퍼스 경영학과를 졸업한 조미정(가명·25·여) 씨가 지난해 정부의 취업성공패키지(취성패)에 참여하면서 받은 느낌은 ‘압박’에 가까웠다. 보험회사 면접을 앞둔 조 씨에게 상담원은 보험업계와 회계업계를 헷갈려하며 엉뚱한 질문만 해댔다. 취성패는 1단계 진로 탐색, 2단계 훈련, 3단계 취업 알선 서비스를 하고 구직수당까지 주는 종합지원프로그램이다. 구색은 갖췄지만 전문성이 부족해 요식행위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수당 챙기기’ 프로그램으로 전락 2009년 도입된 취성패는 지난해에만 청년 35만여 명이 참여했다. 이 숫자만 놓고 보면 ‘성공한 정책’이다. 본보 취재팀에 구직 경험을 털어놓은 청년자문단의 생각은 달랐다. 처음엔 구직수당에 솔깃했지만 실질적인 도움을 받기는 어려웠다는 것이다. 조 씨에게 취업 알선 상담을 한 고용센터 직원은 연봉 2000만 원 수준의 회사만 계속 추천했다. 연봉보다 직무 자체가 조 씨의 적성과는 거리가 멀었다. 조 씨는 ‘취업양성소’ 직원들이 실적 경쟁을 하는 것 같았다고 꼬집었다. 올 1월 취성패에 참여한 최지우 씨(26·성균관대 경영학과)는 대기업과 외국계 유통회사에 관심이 많았다. 하지만 상담 때는 이런 기업에 대한 정보를 거의 얻지 못했다. 취성패를 담당하는 정부 관계자는 “상담원들이 개인적으로 잘 아는 해당 지역 중소기업을 주로 추천할 수밖에 없는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서울 소재 대학에 다니는 박정민 씨(가명·24·여)는 “취업에 별 도움이 안 되는데도 프로그램에 참여한 건 결국 돈 때문”이라고 말했다. ○ ‘빨리빨리 취업’ 압박하는 위탁업체 예산만 낭비될 소지가 있는데도 취성패는 별다른 검증작업 없이 외형이 되레 커지고 있다. 작년 취성패 예산은 4410억 원으로 3년 만에 2배로 불어났다. 지난달 4일 직장을 그만둔 이재효 씨(25)는 2단계 프로그램과 연동된 ‘실업자 내일배움카드’를 추천받았다. 이 직업훈련을 받으려면 고용보험이 가입된 번듯한 사업장에서는 주 15시간 이상 일할 수 없다. 더 많이 일하면 구직을 한 것으로 간주돼 카드 발급이 취소되기 때문이다. 좋은 직장에 들어가려고 직업훈련을 받는데 정작 훈련 기간에는 열악한 ‘알바’ 생활을 해야 하는 모순이 빚어지고 있다. 정부가 취성패를 626개 민간업체에 위탁하면서 지원체계의 질이 떨어지고 각종 문제점이 안에서 곪고 있는 셈이다. 민간업체는 취준생의 구직욕구, 학력, 미취업 기간을 평가해 취업역량이 가장 낮은 A등급부터 가장 높은 D등급으로 나눈다. 취업하기 가장 힘든 A등급 청년이 6개월 이내 월급 230만 원 이상을 주는 기업에 취직하면 정부가 위탁업체에 인센티브로 160만 원을 준다. 반면 ‘스펙’이 좋은 D등급 청년이 15개월 이내 165만 원 미만의 임금을 주는 기업에 들어가면 10만 원만 주는 구조다. 이 때문에 일부 위탁업체는 역량을 대충 평가한 뒤 취준생을 적성과 무관하게 빨리 취직시키는 데 혈안이 돼 있다.○ 취업실적 평가방식 바꿔야 고용노동부는 기존 직업소개사업자들 중에서 법적 기준을 충족하는지 판단해 위탁업체를 선정한다. 상담원 2명 이상을 두고 상담공간과 컴퓨터를 구비해야 한다는 등의 설립요건이 있지만 이것만으로 전문적인 컨설팅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상담원 중 상당수가 1년 정도의 계약직이라 지속적인 취준생 관리도 어렵다. 전문가들은 관리 기능을 강화하라고 주문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 감독이 부족하다 보니 위탁업체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비생산적인 활동을 하는 측면이 있다”고 진단했다. 위탁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일부 센터라도 정부가 직접 관리하면서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정부 주도 취업센터와 민간 위탁업체 사이의 경쟁을 유도하면 서비스의 질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연봉 묻자 “인터넷에 다 나오는데”▼“상담사들, 푸념은 받아주지만 구직 도움되는 전문지식 부족”“A식품 어때요? 상경계열은 우대도 해줘요.”(취업컨설팅 상담사) “저는 상경계열 아닌데요.”(강모 씨·25·서울 K대 인문계열) “떨어지면 어쩔 수 없지만 한번 써 봐요.”(상담사) 지난해 8월부터 취업성공패키지(취성패)에 참여하고 있는 강 씨는 2월 말 취업상담에서 20분 동안 5군데를 추천받았다. 식품, 의약, 유통, 인터넷쇼핑, 화장품 관련 업체였는데 추천 기준을 도통 알 수 없었다. 상담사가 해당 기업을 잘 알고 있는지도 의문이었다. 처음에 상담사는 강 씨에게 “B의약회사에 지원을 해보라”고 권했다. 강 씨가 자신의 적성과 거리가 너무 멀다고 하니 규모가 큰 편인 한 인터넷쇼핑 회사를 추천했다. 연봉이 궁금하다고 하자 상담사는 “(인터넷에) 찾아보면 많이 나와 있다”고 얼버무렸다. 이어진 상담도 주로 ‘백화점 식’ 추천이었다. 그나마 상담사가 “작은 곳에라도 취업해서 한 달 정도 다니면 자신감이 생긴다. 취업은 누구나 하는 것이니 용기를 내라”고 조언해줄 때는 강 씨의 입가에도 희미한 미소가 떠올랐다. 강 씨는 상담사가 중소기업에 원서를 넣어보라고 할 때마다 정해진 답안지를 인쇄기로 찍어내듯 “넣어볼게요”라고 했다. 본심이 아니다. 그는 “4년제 대졸자들이 희망하는 곳은 대기업인데 눈높이를 낮추라고만 하니 부담스럽다”고 했다. 일부 상담사는 강 씨보다 현실을 몰랐다. 그는 “상담사들이 취준생의 ‘푸념’을 받아줘 위로가 되기도 한다”면서도 코앞에 닥친 구직 걱정을 실제로 덜어주진 못한다고 털어놨다. 교육부의 진로정보망인 ‘커리어넷’과 고용노동부의 고용정보망인 ‘워크넷’에 쌓인 취업 빅데이터를 분석해 취준생 개개인의 상황에 맞게 제공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요셉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전문적인 수준의 상담이 필요한데 현재의 상담 방식으로는 대졸자들의 수요를 충족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구특교 kootg@donga.com·김수연 기자·김준일 jikim@donga.com·신무경 기자}

    • 2018-04-0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퇴근길 사회]취업준비생 절박한데 ‘취업 양성소’ 상담원은 엉뚱한 질문만…

    “취업준비생들은 절박한데 상담원들은 아무 기업이나 들어가라고 강요하는 듯 했어요.” A대 천안캠퍼스 경영학과를 졸업한 조미정(가명·25·여)가 지난해 정부의 취업성공패키지(취성패)에 참여하면서 받은 느낌은 ‘압박’에 가까웠다. 보험회사 면접을 앞둔 조 씨에게 상담원은 보험업계와 회계업계를 헷갈려 하며 엉뚱한 질문만 해댔다. 취업성공패키지는 1단계 진로 탐색, 2단계 훈련, 3단계 취업알선 서비스를 하고 구직수당까지 주는 종합지원프로그램이다. 구색은 갖췄지만 전문성이 부족해 요식행위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담원의 자격요건을 강화하고 취업센터에 대한 평가체계를 개편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수당 챙기기’ 프로그램으로 전락 2009년 도입된 취성패는 지난해에만 청년 35만여 명이 참여했다. 이 숫자만 놓고 보면 ‘성공한 정책’이다. 본보 취재팀에 구직 경험을 털어놓은 청년 자문단의 생각은 달랐다. 처음엔 구직수당에 솔깃했지만 실질적인 도움을 받기는 어려웠다는 것이다. 조미정 씨에게 취업알선 상담을 한 고용센터 직원는 연봉 2000만 원 수준의 회사만 계속 추천했다. 연봉보다 직무 자체가 조 씨의 적성과 거리가 멀었다. 조 씨는 ‘취업 양성소’ 직원들이 실적 경쟁을 하는 것 같았다고 꼬집었다. 올 1월 취성패에 참여한 최지우 씨(26·성균관대 경영학과)는 대기업과 외국계 유통회사에 관심이 많았다. 하지만 상담 때는 이런 기업에 대한 정보를 거의 얻지 못했다. 취성패를 담당하는 정부 관계자는 “상담원들이 개인적으로 잘 아는 해당 지역 중소기업을 주로 추천할 수밖에 없는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조창덕 씨(27·가천대 행정학과 졸업)는 직업훈련의 폭이 좁다고 지적했다. 공공기관 취업을 준비 중인 그는 영어나 한국사시험에 대비하고 싶었다. 수업은 대부분 소프트웨어 교육 같은 기술훈련 위주였다. 서울 소재 대학에 다니는 박정민 씨(가명·24·여)는 “취업에 별 도움이 안 되는데도 프로그램에 참여한 건 결국 돈 때문”이라고 말했다. ● ‘빨리빨리 취업’ 압박하는 위탁업체 예산만 낭비될 소지가 있는데도 취성패는 별다른 검증작업 없이 외형이 되레 커지고 있다. 작년 취성패 예산은 4410억 원으로 3년만에 2배로 불어났다. 지난달 4일 직장을 그만둔 이재효 씨(25)는 2단계 프로그램과 연동된 ‘실업자 내일배움카드’를 추천받았다. 이 직업훈련을 받으려면 고용보험이 가입된 번듯한 사업장에서는 주 15시간 이상 일할 수 없다. 더 많이 일하면 구직을 한 것으로 간주돼 카드 발급이 취소되기 때문이다. 좋은 직장에 들어가려고 직업훈련을 받는데 정작 훈련기간에는 열악한 ‘알바’ 생활을 해야 하는 모순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가 취성패를 626개 민간업체에 위탁하면서 지원체계의 질이 떨어지고 각종 문제점이 안에서 곪고 있는 셈이다. 민간업체는 취준생의 구직욕구, 학력, 미취업기간을 평가해 취업역량이 가장 낮은 A등급부터 가장 높은 D등급으로 나눈다. 취업하기 가장 힘든 A등급 청년이 6개월 이내 월급 230만 원 이상을 주는 기업에 취직하면 정부가 위탁업체에 인센티브로 160만 원을 준다. 반면 ‘스펙’이 좋은 D등급 청년이 15개월 이내 165만 원 미만 임금을 주는 기업에 들어가면 10만 원만 주는 구조다. 이 때문에 일부 위탁업체들은 역량을 대충 평가한 뒤 취준생을 적성과 무관하게 빨리 취직시키는 데 혈안이 돼 있다. ● 취업실적 평가방식 바꿔야 고용노동부는 기존 직업소개사업자들 중에서 법적 기준을 충족하는 지 판단해 위탁업체를 선정한다. 상담원 2명 이상을 두고 상담공간과 컴퓨터를 구비해야 한다는 등의 설립요건이 있지만 이것만으로 전문적인 컨설팅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상담원 중 상당수가 1년 정도의 계약직이라 지속적인 취준생 관리도 어렵다. 정부가 매년 고용센터에 대한 평가를 할 때 청년들을 직접 만나 취업 성과를 질적으로 분석할 필요가 있다. 전문가들은 관리기능을 강화하라고 주문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 감독이 부족하다 보니 위탁업체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비생산적인 활동을 하는 측면이 있다”고 진단했다. 위탁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일부 센터라도 정부가 직접 관리하면서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정부 주도 취업센터와 민간 위탁업체 사이의 경쟁을 유도하면 서비스의 질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눈높이 낮추라고요?” 속타는 취준생들 ▼ “A식품 어때요? 상경계열은 우대도 해줘요” (취업컨설팅 상담사) “저는 상경계열 아닌 데요” (강모 씨·25·서울 K대 인문계열) “떨어지면 어쩔 수 없지만 한번 써 봐요” (상담사) 지난해 8월부터 취업성공패키지(취성패)에 참여하고 있는 강 씨는 2월 말 취업상담에서 20분 동안 5군데를 추천받았다. 식품, 의약, 유통, 인터넷쇼핑, 화장품 관련 업체였는데 추천기준을 도통 알 수 없었다. 상담사가 해당 기업을 잘 알고 있는지도 의문이었다. 처음에 상담사는 강 씨에게 “B 의약회사에 지원을 해보라”고 권했다. 강 씨가 자신의 적성과 거리가 너무 멀다고 하니 규모가 큰 편인 한 인터넷쇼핑 회사를 추천했다. 연봉이 궁금하다고 하자 상담사는 “(인터넷에) 찾아보면 많이 나와 있다”고 얼버무렸다. 이어진 상담도 주로 ‘백화점 식’ 추천이었다. 그나마 상담사가 “작은 곳에라도 취업해서 한 달 정도 다니면 자심감이 생긴다. 취업은 누구나 하는 것이니 용기를 내라”고 조언해줄 때는 강 씨의 입가에도 희미한 미소가 떠올랐다. 강 씨는 상담사가 중소기업에 원서를 넣어보라고 할 때마다 정해진 답안지를 인쇄기로 찍어내듯 “넣어볼게요”라고 했다. 본심이 아니다. 그는 “4년제 대졸자들이 희망하는 곳은 대기업인데 눈높이를 낮추라고만 하니 부담스럽다”고 했다. 일부 상담사는 강 씨보다 현실을 몰랐다. 그는 “상담사들이 취준생의 ‘푸념’을 받아줘 위로가 되기도 한다”면서도 코 앞에 닥친 구직걱정을 실제로 덜어주진 못한다고 털어놨다. 교육부의 진로정보망인 ‘커리어넷’과 고용노동부의 고용정보망인 ‘워크넷’에 쌓인 취업 빅데이터를 분석해 취준생 개개인의 상황에 맞게 제공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요셉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전문적인 수준의 상담이 필요한데 현재의 상담 방식으로는 대졸자들의 수요를 충족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신무경 기자 yes@donga.com}

    • 2018-04-04
    • 좋아요
    • 코멘트
  • “학부모”라고 말하자… 신분증도 안 보고 ‘들어가라’ 손짓

    “어디 가시죠?” 3일 오전 11시경 서울 성북구 A초등학교 정문을 지나 막 운동장에 들어서던 본보 기자의 뒤에서 누군가 물었다. 돌아보니 60대로 보이는 경비원이 있었다. 굳은 표정으로 기자 앞으로 다가왔다. 얼떨결에 “1학년 3반 학부모인데요”라고 말하자 경비원의 표정이 조금 풀렸다. “인질극 때문에 보안을 강화하라고 해서 여쭤봤습니다.” 하지만 그게 전부였다. 경비원은 더 이상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이름도 묻지 않고 신분증 제시도 요구하지 않았다. 대신 미소를 지으며 학교 건물 안으로 들어가라고 손짓했다. 마침 학교는 쉬는 시간이었다. 학생들 사이로 교사 여러 명이 복도를 오갔다. 기자가 20분 넘게 교무실과 교실, 음악실 등을 둘러보는 동안 누구도 말을 걸지 않았다.○ 초등학교 12곳 중 7곳에서 ‘무사통과’ 2일 발생한 서울 방배초등학교 인질극 사건은 학생과 학부모에게 큰 충격을 줬다. 특히 가장 안전해야 할 학교가 무방비로 뚫리면서 각급 학교 보안에 비상이 걸렸다. 하지만 충격 효과는 채 하루를 넘기지 못했다. 본보 기자 2명은 3일 오전 8시 30분부터 오후 1시 30분까지 서울의 초등학교 12곳을 방문했다. 무사히 교문을 통과한 건 7곳. 이 중 5곳은 교문에서 건물 안까지 가는 데 어떤 확인 절차도 없었다. 다른 2곳은 교문에 있던 경비원이나 보안관이 신원을 물었다. 하지만 출입기록을 작성하거나 신분증을 확인하지 않았다. 학교 건물에 들어간 뒤 짧게는 15분, 길게는 30분가량 복도를 오간 뒤에야 교직원으로부터 신원을 묻는 질문을 받았다. 기자에게 신분증 제시를 요구한 학교는 5곳에 불과했다. 이곳에도 빈틈은 있었다. 이날 오후 1시경 기자가 서울 영등포구 B초등학교 정문으로 들어서자 우측 보안초소에서 학교 보안관이 나왔다. 그는 “어떻게 오셨느냐”고 물으며 꼼꼼하게 신분 확인을 요구했다. 규정대로였다. 하지만 이 학교 후문 출입구는 개방돼 있었다. 보안초소와 보안관이 없는 곳이다. 후문을 통과해 50m만 가면 복도에 도착한다. 일부 보안관은 “방배초등학교 사건 때문에 경계를 강화했다. 어제와 오늘 상황이 다르다”며 인적사항 기재를 요구했다. 하지만 기자가 적는 내용의 사실 여부까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서울 강북구 C초등학교 보안관은 기자가 “2학년 3반 학생 삼촌”이라고 둘러대자 교무실에 확인하지 않고 바로 출입증을 내줬다.○ ‘불편해도 함께 지켜야’ 안전하다 기자가 다시 보안관을 찾아가 신분을 밝히자 보안관들은 “학부모라고 하면 통과시킬 수밖에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진짜 학부모에게 신분 확인을 요구했다가 말다툼을 빚기 일쑤라는 것이다. 한 보안관은 “학부모 중에는 ‘내 아이가 다니는 학교에 왜 마음대로 못 들어가느냐’고 짜증을 내거나 ‘교장에게 민원을 넣겠다’며 욕설까지 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아예 일부 학교에서는 학부모들에게 상시출입증을 제공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를 챙겨서 오는 학부모가 별로 없다. 교육 당국의 오락가락 행정도 일선 학교에 혼란을 주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일선 초등학교에 주민 편의를 위해 방과 후와 주말에 학교 시설을 개방하라고 권장해 왔다. 하지만 2일 방배초등학교 인질 사건이 일어나자 ‘외부인 출입을 철저히 통제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한 초등학교 교감은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난감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학교뿐 아니라 학부모도 불편을 감수하고 규정을 지켜야 학생 안전을 지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강욱 경찰대 행정학과 교수는 “편리한 것만 추구하면 보안이 약화되고 결국 인질 사건 같은 범죄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학교 보안관의 질과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시 은퇴자 정책으로 마련된 일자리라 55세 이상부터 70세 이하에게만 자격이 주어진다. 1년 계약직이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급여가 적고 계약직이다 보니 나이 드신 분들이 소일거리 삼아서 하는 경우가 많다. 예산을 적극적으로 투자해 전문성 있는 인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특교 kootg@donga.com·김정훈 기자}

    • 2018-04-0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